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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포럼] ‘e뮤지엄’ 면밀한 검토를

    문화관광부가 지난 주 밝힌 문화 콘텐츠 개발 전문회사 ‘코리아e뮤지엄’설립 계획은 그 규모가 크고 사업 분야도 광범위하다.문화 콘텐츠 개발 육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정부가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그러나 이 회사 설립 계획이 그중요성에 비해 충분한 기간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는점을 우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코리아e뮤지엄의 초기 자본금은 2,000억원이라는 엄청난 규모다.그 가운데 절반은 문화산업진흥기금,방송발전기금,정보화촉진기금 등 공공기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절반은 통신,방송,컴퓨터,인터넷 업체 등에서 유치하겠다고 한다.다른 부처와 협의하고 관련 업계와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1·4분기에 설립준비위원회를 만들고 상반기중에 이 거대 회사를 설립한다는 시간 계획은 너무 촉급하다. 문화 콘텐츠 사업은 단순한 도로 건설과 다르다.창의성,자율성,능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정부가 설립하는 회사에서이런 요소들이 잘 발휘될 수 있을지 우려된다.문화관광부 관계자는 “계획된 투자 및 지원 기능만 정부가 하고 회사 설립부터 운영까지 모든 경영은 철저하게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하지만 과거의 전례들에 비추어 안심하기 어렵다.전면 아웃소싱으로 군소 업체들에 제작케하고 코리아e뮤지엄은 기획,투자 및 마케팅을 전담할 것이라는데,그렇다 하더라도 구성원의 창의성과 자율성, 조직의 능률은 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예술적 소양과 선별안(選別眼),비전이 없으면 아웃소싱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지원 기관의조직이 방만하고 자체 인건비 지출이 과다한 사례를 우리는보아왔다. 중복 투자와 인력 중복 투입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다.이미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사업들과의 경계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돈을 이중으로 쓰고한정된 인력을 중복 투입하기 쉽다.또 자칫하면 민간에서 의욕적으로 해 오거나 하려던 사업을 꺾을 수도 있다. 문화 콘텐츠란 디지털화한 문화자산이다.디지털화 자료들은한곳에 집중시켜 놓지 않아도 사이버 공간에서 검색하고 활용할 수있다.문화자산들은 개별 기관들이 보유·관리하고있고 전문인력도 그 곳에 있다.그 기관들이 디지털화 작업을잘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가령,문화관광부 산하 국립중앙도서관,국립박물관,국립국악원 등의 데이터베이스 작업과 그 보완 작업 등을 들 수 있다.물론 문화 콘텐츠란 여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계획을 보면, 코리아e뮤지엄은상업성이 있는 쪽의 개발도 하게 돼 있다. 코리아e뮤지엄은 주식회사이므로 이익을 내어야 한다.몇년뒤에는 게임,영화,애니메이션,캐릭터,음악 등의 고부가가치콘텐츠를 집중 개발하여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한다.수익을좇다 보면 민간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엄청난 자본력을 지닌정부 설립 회사가 민간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지 의문이다.민간 업체가 활동할 마당을 좁히고 자생력을 위축시킬 우려가있다.더구나 수익이 예상되는 분야라면 정부가 나설 필요는없다.권하지 않아도 민간 기업이 뛰어들 것이다. 오히려 정부는 문화 육성과 국민의 문화 향수권을 위해 긴요하지만 수익성이 없어 민간 기업이 나서지 않는 쪽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디지털’이나 ‘콘텐츠’를 들먹거려야 지원을 받는다고 할 때,이 쪽에 관심을 쏟고 본령을 등한시하는 예술가들도 많아질 것이다.문화상업주의에 오염되는 것이다.충실한 예술활동과 정리된 기초자료 등 바탕이 있어야 그 위에서 디지털화한 고부가가치 상품도 나온다. 사전에 치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조급하게 착수하면 시행착오와 낭비를 불러오기 쉽다.기존 정부투자기업조차 민영화하고 있는 추세다.문화 콘텐츠 육성 방안이 꼭 회사 설립이어야 하는지에서부터 설립 방법과 그 운영 방향에 이르기까지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박강문 논설위원 ensanto@
  • 나오미 캠벨, ‘나오매직’향수 홍보차 내한

    “나를 슈퍼모델이라 부르지만 탐탁치 않게 생각해요.‘슈퍼’라는 단어에는 우열을 가리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죠.다른 동료 모델들과 주어진 상황에서 똑같이 일할 뿐이에요.” 자신의 이름을 딴 2번째 향수 ‘나오매직’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첫 방문한 나오미 캠벨(31)은 겸손한듯 했지만 모델일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깊게 패인 흰색 바지 정장을 입고 19일 하얏트 호텔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캠벨은 “나오매직이 은방울 꽃향과 쟈스민향이 혼합된 장난기있고 여운을 남기는 향”이라는 자랑도 아끼지 않았다. 영국출신인 그는 무용을 배우던 15세의 평범한 학생때 우연히 한 모델 에이전시에 의해 발탁된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흑진주’로 불리며 세계 패션모델의 정상에 우뚝 섰다. 모델뿐 아니라 음악·영화·TV분야에서도 재능을 보여 95년가수로 데뷔했고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에 출연, 화제를모으기도 했다. 영화 ‘걸식스’‘마이애미 랩소디’등에도 출연했다.최근에는 ‘스완(Swan)’이라는 자서전을 발표해 베스트셀러가되기도 했다.유네스코와 ‘넬슨 만델라 어린이 재단’을 통한 자선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앞으로도 15년 이상 모델로 활동할 것”이라는 그는 내년6월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클라우디아 쉬퍼, 크리스티 털링턴 등이 참가하는 이색적인 콘서트 겸 패션쇼를 기획하고있다고 밝혔다.캠벨은 20일 아침 자신의 신제품 나오매직을홍보하기위해 다음 행선지인 홍콩으로 떠난다. 문소영기자 symun@
  • 장수프로 이것이 비법

    장수비결=시청률? 절대 아니다. MBC 농촌드라마 ‘전원일기’가 3월4일로 1,000회를 맞는다. 컬러화면이 아직 이물스럽던 80년 10월,‘박수칠 때 떠나라’로 막을 올린 뒤 강산이 두번 바뀐 셈.화끈한 인기는 사그라졌지만 이불 깔아둔 아랫목처럼 은근히 안방을 지켜왔다. 공중파엔 이만저만한 장수프로들이 뜻밖에 솔찮다.공영방송KBS는 20년짜리 ‘가족형 오락프로’들의 보고.80년 11월 첫 전파를 쏜 ‘전국노래자랑’,84년 무렵 마수걸이한 ‘가족오락관’‘가요무대’ 등은 온국민이 보고 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닐 향수의 샘.‘대추나무 사랑걸렸네’도 어느덧 13년차로 접어들었다. 81년부터 5,000회를 넘기며 꿋꿋이 맥을 이어온 ‘뽀뽀뽀’는 MBC의 또다른 터줏대감.이밖에 88년 태어난 ‘일요일 일요일밤에’,90년생인 ‘PD수첩’ 등도 MBC 롱런프로 명단에이름을 올릴만하다. 10년 역사의 SBS에도 길다면 긴 그 세월을 고스란히 동고동락한 프로들이 있으니 ‘생방송,행복찾기’,그리고 두번씩이나 막내렸다 불사신처럼 되살아난 ‘문성근의 다큐세상-그것이 알고싶다’ 등이다.두 프로가 나란히 92년생이다. 시청률 칼날이 추상같은 방송현실에서 이들이 세월의 풍파에 맞서 마라톤레이스를 펼칠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무엇보다 시청자 눈높이에 맞춤서비스를 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겠다.화려하거나 자극적 양념을 팍팍 친 유형은 별로 없다. 바로 우리들 얘기,별 내세울 것 없는 보통인생들의 정서를긁어주는,땀냄새가 공통비법이다.‘전국노래자랑’은 장돌뱅이마냥 팔도를 돌며 국민 노래방 노릇을 톡톡히 해냈고,‘가요무대’는 10대쇼에 밀려난 아버지들의 아쉬움을 풀어줬다. ‘전원일기’며 ‘대추…’역시 찐감자같은 이웃들의 고만고만한 살아가는 얘기를 담아 불길을 꺼뜨리지 않고 있다. 전파 소외지대의 유일한 등대노릇을 해온 프로들도 있다.‘뽀뽀뽀’는 MBC의 하나뿐인 유아프로로,‘생방송,행복찾기’는 드라마 시청층으로만 마케팅당해온 주부들에 살림의 파수꾼이란 자부심을 되돌려주며,내내 군불을 지펴왔다. 장수프로들은 냉엄한 시청률 정글에서 한두번씩 존폐의 기로를 오간 점도 유사하다.그럴 때마다 ‘살려야 한다’는 시청자 항의가 빗발쳐 편성관계자들의 칼쥔 팔을 슬그머니 내려뜨린 과정까지 어쩌면 그럴까 싶게 한결같다.장수의 비결은진정 시청률이 아니라 보통 시청자의 힘이었던 셈이다. 손정숙기자 jssohn@
  • 나오미 캠벨 18일 방한

    ‘흑진주’로 불리는 세계적인 수퍼모델 나오미 캠벨이 그녀의 두번째 향수제품 ‘나오매직’의 홍보를 위해 18,19일양일간 한국을 방문한다.영국출신의 흑인모델 캠벨은 70년생으로 15살에 모델로 데뷔한 뒤 클라우디아 시퍼,신디 크로포드 등과 함께 톱모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 vision 2001-우리구 새해살림/ 서초구

    서초구가 마련한 올해 구정(區政)의 큰 줄기는 세계 어느도시와 비교해도 ‘삶의 질’에 있어 결코 뒤지지 않는 살기좋은 복지도시,자연친화적인 환경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이같은 기본방향을 토대로 서초구는 올해 7개 부문에 걸쳐 실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계층별 복지기반 확충 방배3동과 양재2동에 청소년독서실을 건립한다.지하 1층,지상 3∼4층 규모로 방학중이나 방과후 5,0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세워질 예정이다.이어 내년부터 연차적으로 서초 및 잠원지역에도 독서실을 만든다. 아울러 잠원동에 영아전담 어린이집을 세우고 방과후교실을현재 10곳에서 28곳으로 크게 늘린다. ■환경 시범도시 육성 환경보전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 전환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 등이 참가하는 강좌를 개최하고 직접참여하는 공원화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이를 위해 대학과 연계,환경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우면산줄기 형촌마을 뒷산 9만여평을 자연생태공원으로 꾸민다.아울러 서리풀공원∼방배공원∼우면산∼청계산 녹지축을 연결하는 산행코스도 개발할 방침이다. ■도시기반시설 확충 올해 서초동 대법원 건너편 1만3,000여평 ‘꽃마을’에 대한 개발을 본격화한다.지구단위계획 수립과 함께 아파트 및 상업지역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기아·현대자동차의 본사 사옥 이전을 계기로 지역경제의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는 양재지역에 농수산물 무역진흥센터를 건립,물류센터의 메카로 육성한다. ■차원높은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기 프랑스대사관 및 문화원과 공동으로 ‘서울-프랑스 영화제’를 개최한다.자치단체 최장수 문화프로그램으로 공인받은 ‘서초 금요음악회’의 질을 한차원 높이고 요일별로 다양한 교양강좌를 운영한다. 이밖에 원지동 고인돌과 헌인릉 등 옛 도로를 연결하는 ‘서초유래 발굴 역사체험코스’를 개발,주민들의 가슴에 내고장 사랑 및 자부심을 채워줄 계획이다. ■전자행정 실현 오는 4월부터 모든 부서로 전자결재 시스템을 확대,운영하는 한편 인감 및 지적도면을 전면 전산화해발급한다.구민 전산교육을 지난해 1,500여명에서 올해는 5,000여명으로 확대,시행한다.아울러 인터넷 입찰제를확대 시행하고 E메일을 지닌 주민을 대상으로 각종 세금고지서를 메일로 발송,납부하도록 한다. ■교통 기반시설 확충 갈수록 심각해지는 주택가 주차난을해소하기 위해 연말까지 일방통행제 적용지역을 27개 지구 43.93㎞로 확대한다.현재 3,636면인 거주자 우선주차 공간도6,500면으로 늘린다. 서초3동 및 반포1동,양재2동에 차량 300대가 동시에 주차할수 있는 주차빌딩 3개를 세운다.보행자 편의를 위해 예술의전당 앞에 선진국형 ‘아트 육교’를 세운다. 문창동기자 moon@. * 인기폭발 '금요음악회'. 민선자치 이후 줄곧 ‘문화자치’를 주창해 온 서초구의 대표적 자랑거리인 ‘금요음악회’.대부분의 자치구가 민방위대원 교육장으로 주로 이용하던 구민회관을 활용한 이 금요음악회는 이제 주민들의 문화요람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지난 94년 3월 첫공연 이후 지금까지 한 주도 쉬지 않고 매주 열려온 금요음악회는 주민들의 정서함양 및 교양욕구를충족시켜준 서초지역의 문화전도사.지금까지 관람한 주민은연인원 20만명이 넘는다. 이처럼 금요음악회가 주민들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평소 방송에서 접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나 거액의 입장료를 내고 관람해야 하는 대공연장의 공연에 비해 조금도손색이 없기 때문.서초구는 이처럼 금요음악회가 인기를 모으자 최근 구민회관의 시설을 대폭 개·보수하기도 했다.효과음 반사장치와 음향장비 등을 설치,국내 최고시설을 갖춘공연무대로 꾸민 것.아울러 프로그램도 더욱 다양화해 클래식은 물론이고 뮤지컬,국악 등 장르의 폭을 넓혀 주민들의문화향수를 달래준다는 계획이다. 문창동기자. *조남호 구청장 인터뷰. “전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좋은 자치단체 하면 누구나우리 서초구를 떠올릴 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은 올 구정의 청사진을 설명하면서 초점을 ‘삶의 질’이라는 단어 속에 압축했다. ■올해는 특히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공부하기 좋은 학습시설과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할수 있는 건전한 공간 마련이 시급하다.이를 위해 서초 방배잠원 반포 양재·내곡 등 권역별로 독서실을 확충할 방침이다. ■현재 추진중인 환경시범도시로의 변모계획은. 환경개선을위해 주민 스스로 작은 일을 실천해 나가는 운동을 적극 추진할 생각이다.아울러 아파트 신축과 재건축,도시 건설 등개발과 관련해 등산로의 돌 하나,풀 한 포기라도 개발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환경친화적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 ■구청장으로 선출되면서부터 유난히 깨끗한 공직과 친절한행정을 강조해왔는데. 신상필벌의 행정을 구현해야만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게 평소 소신이다.
  • [2001 남북한 주변4강] 러시아는 지금(1)자리잡는 자본주의

    *모스크바 최대 話頭는 '돈벌이'. 한반도를 중심으로한 동북아시아 정세가 급류를 타고 있다. 지난해 6월 남북한 정상회담을 시발로 본격화된 화해의 기류속에 러시아·중국·미국·일본등 주변 4강들간 국익을 건각축이 한창이다.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두차례에 걸친중국방문,그리고 이달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방한, 3월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등 정상들의 발걸음 또한 바빠지고 있다.푸틴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대한매일은 러시아·중국·일본·미국에 특별취재반을 급파,급박하게 전개되는 화해와 도전의 현장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긴급점검 러시아는 지금(1회)-자리잡는 자본주의. 요즘 모스크비치들의 최대 관심사는 정치를 잘한다 못한다거나 마피아들 때문에 불안해 못살겠다 등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직 ‘돈’이다.어디서 어떻게 하면 돈을 벌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모스크바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레닌그라드 도로는광고의 물결을 이룬다. 소니와 삼성 등 유명 전자제품을 비롯해 프랑스 향수와 화장품, 이탈리아 패션,각국 담배와 술등을 선전하는 옥외 광고판들이 50m 간격으로 도로변에 늘어서 있다.그래서 지금 모스크바는 광고 유해논쟁이 뜨겁다. 러시아 하원은 지난주 술과 담배를 제한하는 광고법을 1차심의에서 통과시켰다.술과 담배를 미화하는 광고가 국민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광고회사들은 1년에 300만달러의 손해를 입는다며 불만이다.하지만 여론은 금지쪽으로기울고 있다.시장경제 나이테가 10년에 불과한 러시아가 벌써 ‘자본주의의 꽃’인 광고시장을 컨트롤하고 있다. 모스크바 시민들이 주식인 보리빵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모습은 아주 오래된 일이다.‘돈’만 있으면 누구든지 벤츠와 BMW 등 최고급 외제차를 굴리고 첨단 패션으로 치장할 수있다. 한두가지에 불과하던 우유의 종류가 10가지를 넘어섰다.신세대들은 월 소득 3,000달러 이상을 꿈꾼다.크렘린궁과마주한 ‘굼’을 비롯해 시내 유명 백화점에는 고급 제품을쇼핑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이다.이탈리아·프랑스식 미용실에는 100달러짜리 퍼머를 하는 여성들로만원이다. 13일 낮 1시.점심을 먹기 위해 시내 도로변에 있는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러시아어로 ‘비즈니스 런치(점심)’라고 쓰인 간판 때문에 직장인 전용 식당쯤으로 생각했다.그런데 홀로 들어서는 순간 반라(半裸)의 웨이트리스가 다가와 안내했다.홀에는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밤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서울의 무교동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한 댄서는 “시간당으로 일한다.부끄럽거나 잘못됐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한달에 1,000달러 이상 버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러시아 근로자의 월 평균 소득이 80달러인 것에 비하면 10배 이상을 번다.‘돈’이 직업을정하는 첫번째 기준이 되고 있다. 너도 나도 돈을 쫓으면서 공무원들을 포함,각계각층의 각종비리가 독버섯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모스크바 북쪽 발트해에 접한 상트페테르부르크(옛 레닌그라드)의 에르미타즈 박물관.런던 대영박물관 및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외국인 관람객에게는내국인 요금의 10배 수준인 300루블(10달러) 정도를 받는다.11일 오전,입장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섰는데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다가와 100루블을 제시했다.궁금하기도 해 따라갔더니 입구에서 경비원인 듯한 사람이 100루블을 받고 표를 건네줬다.그 100루불은 박물관 수입이 아닌 경비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같은 부정은 빙산의 일각이다.국영기업을 민영화할 때 이를 헐값에 사들인 신흥재벌(올리가르흐)들은 정부 관료들과결탁해 있다.푸틴 대통령이 부패와의 전쟁을 해나가고 있으나 70여년의 공산치하에서부터 만연된 부패는 좀체 사라지지않는다.모스크바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아나스타샤(18 여)양은 “어떻게 그들(올리가르흐)을 모두 없앨 수 있는가. 모두 죽일 수도 없다면 그들을 부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분개해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의 단맛을 본 이들은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이 열렸던 주 경기장 옆 빈터에는 시정부가 운영하는 루즈니키 시장이 성행이다.수천평 규모의 임대상가가 들어차 있다.3∼4평남짓되는 상가의 월 임대료가 3,000루블(100달러) 정도지만자리가 좋은 곳은 1,000달러를 호가한다.장사가 잘돼 시 당국이 직접 나서 상가를 확장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교육 시스템에도 변화를 일으켰다.최근에는 무상교육을 받는 공립학교 대신 월 300∼700달러의 수업료를내는 사립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93년 92개이던 사립학교는 300개에 육박하고 있다.공립학교 교사들이 35달러(4만원)안팎의 월급을 받고는 교육에 헌신적일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반면 사립학교는 풍부한 재원으로 교사에게 월 300∼500달러를 지급한다.돈벌이에 성공한 ‘새 러시아인’들이 자녀교육에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모스크바는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신흥재벌과 신세대를위주로 한 자본주의 찬양론자들과 저소득 근로자,전문기술이없는 중장년층, 공산주의자. 그리고 개혁과 부패,부와 가난. 여전히 사회주의 기반위에 움직이는 지하철, 전기버스 등 공공시설물들과 거리를 질주하는 외제차. 볼쇼이 극장 공연의환호속에 묻히는 거지들의 구걸이공존하는 게 21세기 초입의 러시아다. 분명한 것은 ‘푸틴호’ 이후 러시아는 몰라보게 활기를 찾고 있으며 시장경제의 뿌리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얼굴의 격차를 줄이는 게 최대의 과제다. 모스크바 백문일기자 mip@. *푸틴 방한때 뭘 논의하나. 이달 말 한국 방문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꾸리고 있는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크렘린은 방한을 2주일여 앞두고 이런 저런 현안 챙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취임 후 ‘강력한 러시아 건설’과 러시아 ‘경제회복’을모토로 대(對) 아시아 외교강화에 나선 푸틴 대통령으로서는이번 한국방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심 역할자로서 동북아 지역의 외교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건설 등 남북한과 러시아가 함께하는 삼각 경제협력 구도를 구체화함으로써 러시아 경제부흥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와 함께 한반도 평화안정의 건설적인 기여 의지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이 부분은 특히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올봄 한국 답방과 4월 러시아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두 정상이 반드시 조율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99년 5월 김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중 양국이 체결한 나홋카한·러 공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주요 의제다.한국·러시아·중국 3개국이 타당성 조사에 나선 이르쿠츠크 사할린가스전 사업도 현안이다.이르쿠츠크∼몽골∼중국∼한국을 경유하는 이 사업에 북한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이 경제협력과 다른 차원에서 중점을 두는 분야는 방산장비 판매.러시아 대외 수출품목에서 경쟁력을 갖춘데다 강대국 지위 향상과 맞물려 있어 사실상 양국 접촉에서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모스크바 백문일기자. *모스크바대생등 설문/ “美와 군비경쟁 반대”. 모스크바 대학생의 절반 가까이는 러시아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꼽았다. 레닌을 지목한학생은 2명에 불과했다. 미국과의 군비경쟁은 하지 않는 게낫다는 의견이 앞섰다. 러시아에서 사라져야 할 것으로는 뇌물·무능·술과 범죄 등의 순으로 지목됐다. 대한매일이 모스크바대학 및 국제관계대학생 50명을 대상으로 현지에서 조사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22명이 존경하는 인물로 푸틴을 지목했으며 이유로는 ‘그의 손에 러시아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아직 실패하지 않았기 때문’ 등을들었다. 조세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게르만 그레프 경제발전통산장관도 2명으로부터 지목을 받았다.작가 솔제니친과 불가코프·보리스 옐친 전대통령 등도 각각 1명의 학생 등으로부터 존경하는 인물로 꼽혔다.푸틴의 개혁정책에 대해 ‘아주 잘하고 있다’는 1명,‘잘하고 있다’는 20명으로 21명이 잘한다고 대답,42%의 지지를 보냈다.보통은 16명,‘못하고 있다’는 5명,‘아주 못하고 있다’는 3명이었다. 미국과의 군비경쟁에는 29명이 반대하고 21명이 찬성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실익이 없기 때문 등이며 찬성하는 이유로는 기술개발과 미국과의 균형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올리가르흐(과두집단세력)에 대해 31명이없어져야 한다고 대답한 반면 19명은 현실적으로 없앨 수 없거나 재산을 몰수할 때까지는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마피아가 일자리를 제공할 경우 32명은 ‘거절하겠다’,12명은 ‘받아들이겠다’고 응답했다.6명은 일의 성격에 따라서 결정하겠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러시아에서 사라져야 할 것들로는 뇌물(22명),무능(12명),술과 범죄 및 무책임(8명),가난과 서방국가 따라하기(7명) 등이다.러시아가 자랑할 만한 사항은 지혜(17명)·교육(12명)·자연환경(10명)·천연자원(9명)을 꼽았다. 모스크바 백문일기자
  • “밸런타인은 초콜릿 장사꾼의 날”

    ‘초콜릿 바구니 9만8,000원,샴페인과 과일,초콜릿 담은 바구니 14만원,외제시계 180만원,향수 6만3,000원….’ 밸런타인 데이를 사흘 앞두고 한 대형백화점에서 불티나게팔리고 있는 제품들이다. H백화점 신촌점은 하루 초콜릿 매출액만 800만원 어치가 넘는다.더욱이 대부분의 매장이 일반 선물용품에 초콜릿을 함께 주고 있다.매장의 한 직원은 “초콜릿을 곁들여 주면서남성 선물용품의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며 ‘무국적 명절특수’가 한창임을 밝혔다. ‘올해 밸런타인 데이에는 남자가 여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해야 한다’는 풍설까지 떠돌면서 남학생들도 이같은 흐름에동참하고 있다. 이와 관련,‘21세기 청소년 공동체-희망’은 홈페이지(heemang21.net)에 ‘안티 밸런타인데이 토론방’을 만들었다. ‘이루’라는 네티즌은 “밸런타인 데이는 초콜릿을 주는날?,아니면 초콜릿 파는 사람들의 날?”이냐고 묻고 얄팍한상혼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방에 올라온 대부분 글은 ‘밸런타인 데이의 상업성을배격하고 본래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또는 ‘칠월칠석날을 우리 전통의 사랑 고백하는 날로 삼는 것은 어떻겠냐’는 등의 비판과 대안을 제시했다. 이 단체는 토론방에 오른의견을 바탕으로 14일 명동에서 ‘사랑의 엽서나눠주기 캠페인’을 가질 계획이다.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 정지수(鄭址秀·23)씨는 “몇년 사이에 어른들의 상업주의로 밸런타이 데이의 의미가 왜곡됐다”면서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록삼 이송하기자 youngtan@
  • [1950년대 지구촌 신익희선생 여행기](2)

    *佛·獨등 서유럽 9개국 순방. UN군 우방국을 찾아 사의를 표하는 제2의 임무를 위해 낙위(諾威·노르웨이)의 오슬로와 서전(瑞典·스웨덴)을 거쳐 6월12일 정말(丁抹·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뻬이콘(베이컨)을 만드는데 가서 보니까 낳은지 8개월쯤 되는 어린 ‘도야지’를 잡아서 만들었다.목장 주인은 비밀을알려주겠다며 “새끼가 태어난지 2∼3일만에 다른 곳으로 데려가 인공으로 젖을 먹여 기르면 1년에 2번밖에 새끼를 낳지못하는 어미 도야지가 새끼를 3번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1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와서 비행기를 바꿔 타고 화란(和蘭·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향했다. 헤이그에서는 애국열사 이준(李儁) 선생의 묘소를 찾았다. 묘지 이름이 ‘힐 오브 뉴오크’라고 하니 신상릉(新橡陵)인셈이다. 마침 이역(異域)의 향수를 자아내는 궂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묘 앞에 서서 눈을 감으니 47년 전 선생이 순국하시던 때가 떠올랐다.일본 제국주의의 흉도(凶濤)는 일거에우리나라를 병탄하려 하였다.1905년 소위 을사보호조약으로우리나라는 이미 망한 것이다. 선생의 비문은 영문으로 ‘이준 선생은 1858년 한국 함경남도 북청에서 출생하여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서거하다’라고 쓰여 있었다.중간에 한자로 ‘李儁’이라고 표기돼있는데 필적으로 보아 선생의 생전 동지이던 이상설(李相卨)선생의 친필인 것이 분명하다.한시가 떠오른다. 壯志未酬一身輕 宇宙長留萬古名 我來今讀墓前碑 後人不禁追慕情 ‘큰 뜻을 품었으나 이루지 못하고 몸을 던졌으니,그 이름이 우주에 오래토록 머물 것이다.내가 지금 와서 묘앞의 비를 읽으니 후세 사람들은 추모의 정을 금하지 못하겠구나.’ 선생의 유골을 파서 본국으로 가져 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이준 선생의 묘가 여기 있는 이유가 알려져야 하기에 말렸다. 20일 룩셈부르크를 떠나서 백이의(白耳義·벨기에)를 거쳐불란서(佛蘭西·프랑스)에 왔다.파리공항에서 전규홍(全奎弘)공사가 맞았다. 개스톤 몬너빌 상원의장은 불란서 식민지인 남미 혼혈에 흑인 계통 신사로 언변과 풍채가 상당한 장년 정치가였다.에드워드 해리오 하원의장은 내가 한국의 사정을 말할 때마다 “트레비용”을 연발하니 그것은 우리말로 “옳거니 과연 그렇지요”라는 말이다. 내 나라 일에 바쁜 나로서 남의 나라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고 싶지 않으나 이 나라는 나라 일에 성실한 책임자가 적고정부 인사라는 이들은 무슨 일이 있으면 국외로 도피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니 이 나라의 전도(前途)가 어렵다는 생각이들었다. 파리의 밤은 주록등홍(酒綠燈紅).술은 푸르고 등불은 붉으며 미려한 부인들이 곱게 단장하고 밤을 낮 삼아 삼삼오오떼를 지어 몰려 다니니 파리는 과연 향락의 도시인 동시에불란서를 좀먹는 죄악의 도시다.경계의 거울로 삼지 않을 수없다. 이즈음 본국에서는 이승만 대통령께서 통일없는 휴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과감한 영단으로 반공포로를 석방했다. 이태리(伊太利·이탈리아) 로마에는 7월2일 도착했다.가톨릭 법황(法皇·교황)의 나라인 바티칸이라는 독립국이 특이하다.인구 1,000여명의 독립국 형태로 있으면서 법황이 황제노릇을 한다. 피우스 법황은 우리나라에 대해 많은관심을갖고 있었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법황은 “한국에 대하여많은 도움을 못 주어 대단히 미안하다.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난 많이 받은 한국은 응당 원조해야 할 것이다”라면서 친절하고 정다운 말을 하였다.히틀러나 무솔리니가 전쟁 전에 법황의 평화 권고에 좀더 귀를 기울이고 이성적으로처리했다면 수백만 인류를 전화의 불구덩이에 몰아넣지 아니하였을 것이요,좀더 조기강화(早期講和)를 하였어도 그 화를 감소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종교를 믿지 아니하고 독재의폭군이던 무솔리니도 법황에게만은 경의를 표한 흔적이 있다. 그것은 전 세계에 널려있는 가톨릭 교도의 여론을 계산해넣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가 한다. 정리 안동환기자sunstory@
  • [편집위원 칼럼] 2002년 월드컵축제를 기다리며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입장권이 15일부터 판매된다.한국에 배정된 74만장 중 30%인 23만장이 이번 1차판매기간 동안추첨을 통해 배부될 것이라 한다.그동안 적잖은 행사와 언론보도가 있었지만 이제서야 월드컵축제가 다가오고 있구나 실감이 된다. 연인원 600억 세계인구가 지켜본다는 ‘지상 최대의 스포츠쇼’ 월드컵 축구의 재미를 더 말해 무엇하랴.화려한 플레이,숨막히는 박진감,뜻밖의 승부.한달 동안 지구촌의 이목을붙잡아 놓는 월드컵축구는 개최국 프리미엄 또한 엄청나다. 한국이 일본과 함께 21세기에 처음 열리는 17회 대회를 유치한 것은 축구에 있어 아시아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쾌거이며특히 IMF시대를 겪은 한국에게 월드컵대회는 국제사회를 향한 당당한 재기의 선언인 동시에 민족문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월드컵을 기다리면서 세 가지 기대를 해 본다. 첫째,월드컵대회를 맘껏 즐겨보자는 것이다.13년 전 감격 속에 치렀던 88서울올림픽은 한국이 사상 처음 주최한 세계규모의스포츠잔치로 시민들은 즐기기보다는 삼가고 보살피고조심하며 보내야 했다.선수촌 기자촌 등에서는 외국인들에게선물을 퍼부었고 그들이 지나는 길,묵는 곳마다 갈고 닦으며행여 무슨 책을 잡힐까 노심초사했다. 냉전과 권위주의 시대였고 개발도상국으로서 국제적인 위상도 높지 않았을 때 시험보는 기분이었던 건 당연했는지 모른다. 이번 월드컵대회는 시민이 주인으로서 즐기고 향수하는 대회였으면 한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자신감을 내보였으면 좋겠다.한국이 안 나가는 경기,빅게임이 아니라도 열심히 하는팀에게 박수쳐 주며 잔치 자체를 즐기고자 다짐해 본다. 둘째,문화행사에도 열심히 참여해 보자는 것이다. 올림픽 때도 좋은 기획이 많았지만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어 생각에 그쳤던 기억이 있다.이번에는 한 두개라도 평소볼 수 없었던 공연이나 전시를 통해 세계를 느끼고 문화충격도 받고 싶다. 셋째,일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한·일 양국은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단절과 불신의벽이 아직도 높다.경위야 어쨌든 세계적 이벤트의 공동개최란 예사롭지 않은 소명은 두 나라가 좀더 가까워지라는 의미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이를 계기로 일본대중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하는 등 가시적인 조치들도 나왔다.시민 입장에서도보다 열린 자세로 상대 문화를 탐구하며 공동개최의 의미를새기고 싶다. 하지만 이런 기대들이 얼마나 실현될지 최근의 정황들은 걱정을 앞서게 한다.부담스런 입장권가격은 TV시청으로나 만족해야 하는 것 아닌지 고심하게 한다.문화행사들은 어떤 게기획되고 있는지 알려지지도 않아 계획을 세울 수 조차 없다. 문화행사도 경기처럼 미리 예고를 해야한다.조기 예매와 패키지판매는 광범한 시민 참여와 체계적인 행사준비를 도울것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한·일 우호 분위기가 삐걱거리는모습이다.대회 명칭을 ‘한·일월드컵’으로 정한 당초 합의를 어기고 일본측이 ‘일·한월드컵’이란 명칭을 사용하겠다고 나왔다 한다.이런 처사는 한국인의 일본인 이해를 어렵게 한다.최근 이수현씨의 의로운 죽음에 대한 일본인들의 애도물결과이번 월드컵 합의의 파기는 일본인들의 ‘한국인치켜세우기’와 ‘한국인 경멸’의 또다른 변주일까. 한국과 일본,국제축구연맹은 공동개최 결정이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으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말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문제를 풀기 바란다. 그래야 월드컵이 진정한 스포츠문화축제의 장인 동시에 한·일 국민들이 미래를 향해 허심탄회한 발걸음을 떼어 놓을 수있는 앞풀이 마당이 될 수 있다. 신연숙 위원 yshin@
  • JP 이번 일요일엔 골프 안치고 ‘여로’ 본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명예총재가 일요일인 오는 11일평소 즐기던 골프 대신 연극공연 나들이에 나선다. 김 명예총재는 이날 저녁 소속의원 전원과 중앙당 일부 당직자들을대동하고 부부동반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인연극 ‘여로’를 관람할 계획이다. 이 연극은 30년 전인 지난 70년대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여로’를 리바이벌한 향수극으로,특히 당시바보 ‘영구’역을 맡았던 장욱제씨와 상대역인 태현실씨가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측근은 “김 명예총재가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었던30년 전 당시 서민들을 TV 속에서 웃기고 울리며 카타르시스를 안겼던 여로에 대한 당시의 감회를 상기하는 차원에서 관람을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JP의 여유’를 전했다. 김 명예총재는 관람에 앞서 동행 의원 및 당직자들과 만찬행사도 곁들인다. 이종락기자 jrlee@
  • TV드라마 중견여배우 ‘U턴’ 현상

    삼십대,잔치는 이제부터!요즘 드라마가 여성 ‘컴백스타’들 판이 돼가고 있다.삼십대,심지어 사십줄에 접어든 왕년 청춘스타들이 속속 복귀,브라운관이 푸근해졌다. 삼사십대 여성스타들 산실은 단연 무르녹은 연기력을 요하는 사극.강수연(35),전인화(36),이보희(42) 등이 도열한 SBS‘여인천하’는 그 ‘보고’격이다.관비의 딸에서 정경부인으로 도약,난세를 주름잡는 정난정역 강수연은 15년만의 드라마 출연.난정과 손잡고 여인천하를 엮어내는 문정왕후 전인화도 3년만이며 스크린스타 이보희 역시 자순대비로 오랜만에 돌아와 앉았다. 살림,출산 등 신혼재미에 2년간 활동을 접었던 김미숙(42)도 3월말 새로 시작할 KBS2 주말드라마 ‘푸른안개’(가제)로컴백한다. MBC 일일 ‘온달왕자들’의 샛별엄마 최명길(39)도 결혼,남편의 입각 등 개인사정으로 물러났다가 마라톤 레이스인 연속극에서 오랜만에 뛰고 있다.MBC 월화 ‘아줌마’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중인 원미경(41),SBS 수목 ‘순자’에서 한물간 푼수스타를 연기해 폭소배우로서의 ‘끼’를 과시한정애리(41),MBC 주말 ‘엄마야 누나야’에서 특유의 공주풍 목소리로 시청자 향수를 자극중인 장미희(44)도 빼놓을 수 없다. 배종옥(37)도 KBS1 일일 ‘우리가 남인가요’,SBS 일일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에 겹치기 출연,활동의 고삐를 죄는 중. 관록의 켜를 쌓아 되돌아오는 나이든 스타들의 컴백은 도무지 연기가 안되는 반짝 청춘스타들에 고문당해온 시청자들에겐 우선 반가운 일이다.업그레이드된 연기력으로 허리를 받쳐주니 소재고갈로 시달리는 드라마 PD에게도 숨통을 틔워주는 고마운 존재들이 아닐수 없다. 이처럼 장점들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전면등장이 브라운관의 배우기근을 역으로 대변한다는 점은 부인할수없다.이는 요즘 TV드라마들의 캐스팅 양극화만 봐도 단적으로 드러난다.젊은 배우들은 조금만 떴다하면 브라운관을 버리고 충무로로,충무로로 내달리는 통에 그 빈자리를 데뷔딱지를 갓뗀 신인이나,유턴한 삼사십대 스타들이 메우고 있는것. SBS 드라마국 이종수국장은 “배우기근은 단곶감 빼먹을줄만 알았지훗날을 기약할줄 몰랐던 방송국측에도 책임이 없지않다”면서 “지금이라도 신인연기자 발굴·육성의 제도화에 방송사들이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정숙기자 jssohn@
  • 냉전시대 그 암울한 초상

    통일의 미래를 전망하기에 앞서 탈분단시대를 바라보고 그보다 먼저냉전시대를 돌아보자.문예진흥원이 기획한 ‘선샤인(Sunshine)-남북을 비추는 세 가지 시선’전이 전하는 메시지다.26일부터 2박3일간남북이산가족 3차상봉이 예정된 가운데 5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미술공간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일단 관심을 끈다. 초대작가는 박찬경,장영혜,솔룬 호아즈 등 3명.박찬경은 사진 슬라이드와 스틸사진 작품으로 ‘세트’를 만들어 내놓는다.슬라이드는 북한의 조선영화촬영소에 있는 서울거리 세트와 남한의 모의 시가지 전투훈련장 세트,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 등으로 구성됐다.스틸사진에는 전후 서울의 폐허화한 모습이 담겼다. 작가는 남북한 문화의 이질성과 동질성을 비교해본다는 취지에서 이작품을 만들었다.장영혜는 비디오 애니메이션 작업 ‘향수’를 통해교련복 등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시대의 모습을 반추한다.또 호주작가솔룬 호아즈는 ‘서울일기’와 ‘평양일기’라는 다큐멘터리 작품으로 남북의 상이한 정치적 입장과 제도적 장치들을 파헤친다. 그러나 전시작의 상당수는 ‘미디어-시티 서울 2000’전 등을 통해이미 소개된 것들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끝난 광화문갤러리의 ‘서울의 화두는 평양’전에 이어 열리는이번 전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으려는 미술적 움직임” 정도의평가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02)7604-500. 김종면기자
  • 올봄 유행 여성패션

    올봄 여성패션은 ‘80년대풍의 여성스러움과 섹시함’이 강조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2001년 봄 패션은 복고풍,특히 20년전에 유행했던 몸에 딱 달라붙는 하의 등 여성의 특징을 잘 표현할 수 있는의상이 부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디자이너부티크 ‘앤디&데비(ANDY&DEBB)’의 윤원정 실장은 “올봄에는 과거 여러 시대의 복고풍이 나타나겠지만 80년대풍의 패션이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기성복 패션업체 ‘비키’의 홍은주 디자인실장도 “지난 한세기동안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가운데 여성들이 옷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추구했던 시대에 대한 향수가 올 봄 패션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출시되고 있는 일부 봄패션 상품들은 이런 경향을 반영해 미니스커트,몸에 착 달라붙는 바지,각이 진 어깨와 허리를 꼭 죄는 재킷,뾰족 구두 등 마치 시대를 20년이나 거슬러 올라간 느낌을 주고 있다. ◆디자인=풍성한 소매,허리조임,무릎 길이의 크리스찬 디올의 뉴룩풍의 치마등 우아하고 여성스러움이 특징이다.그러나 각진 어깨를 강조한 ‘Y자형’ 실루엣의 밀리터리룩도 강세다. 바지는 타이트하고 슬림한 7부 팬츠와 통넓은 것이 공존한다.등이불룩하게 나오는 점퍼 스타일의 블라우스나 상의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로맨틱한 아방가르드풍 의상이나 란제리룩도 나오고 있다.한편 여성스러움이 강조되면서 40·50년대의 주름 스커트,허리로부터 아래까지 풍성하게 퍼지는 플레어 스커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컬러=올봄의 주된 컬러는 ‘블랙&화이트’라는 것이 대다수 디자이너들의 의견이다.‘베스띠벨리’의 정소영 디자인실장은 “봄철이면 늘 유행하던 파스텔톤에서 벗어났다.흰색과 검은색의 컬러적 대비가 줄무늬,기하학적인 무늬 등과 같이 그래픽적으로 처리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인트 색으로 밝은 청색이나 녹색,청록색 등이 떠오르고 있다. ◆소재=여성스럽고 로맨틱한 이미지를 최대로 강조할 수 있는 소재들이 사용됐다.속이 비치는 쉬폰이나 하늘거리는 새틴과 같은 소재가스커트나 브라우스,프릴 등에 활용됐다.실크가 섞인 약간 비치면서뻣뻣한 직물인 두가지 색의 오간자(organza)도 주목을 끈다. 또한 몸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메리야스직으로 짠 저지가블라우스 등에 선보이고 있다.무늬가 직조된 자카드(jacquard)나 반짝거리는 메탈사가 들어간 소재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문소영기자 symun@
  • 클리프 리처드 梨大 재공연 추진

    ‘미국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영국에는 클리프 리처드’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60∼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61)의 한국 공연이 32년만에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이화여대는 26일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영국의 대표적인 팝가수 클리프 리처드의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리프 리처드는 60∼70년대 ‘영 원스’‘서머 홀리데이’‘얼리인 더 모닝’ 등 수많은 히트송을 발표,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았으며,지난 69년에는 시민회관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2차례 공연을 갖기도했다. 당시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공연에서는 좌석이 모자라 복도까지 팬들로 만원을 이뤘으며,일부 열성 여성팬들은 속옷을 벗어던지며열광해 기성세대에게 문화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그후 국내외 인기가수들의 공연에서 안전사고가 날 때면 그의 공연이 거론되곤 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클리프 리처드는 30∼40년전 학교를 다녔던 학부모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팝가수”라며 “재학생은 물론 학부모도 초청,신·구세대의 장벽을 허무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신세대인 재학생들을 위해 g.o.d 등 인기 국내가수들도초청,함께 무대에 세우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이송하기자 songha@
  • [굄돌] 파리의 느림보 생활

    생활 속의 여유와 ‘느림의 문화생활’이라는 주제를 다시 한 번 떠올려 보련다. 지난 해 늦가을,갤러리 소속작가의 개인전이 파리에서 있어 프랑스출장을 며칠 다녀왔다.바로 전에 다녀온 파리는 드골 공항의 환전소에서부터 호텔을 떠날 때까지 줄곧 불친절하고 무책임한 현지인들로몹시 불쾌한 기억뿐이였다.왜 또 비는 그리도 줄기차게 오던지.의외로 이번에 접한 파리는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장관으로 내 눈에 비춰졌다. 오랜 역사가 건물마다,골목마다 그 향수가 배어 나오고,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느린 삶의 행보를 넘겨 볼 수 있었다. 떠나는 날 작가와의 약속이 있어 오후 시간에 작은 화랑들이 밀집해있는 마레(Marais)라는 구역을 거닐고 있었다.약속시간이 지났는데도 작가는 나타나지 않기에 공중 전화를 찾았다.길모퉁이 조그마한 카페에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를 받고서 그 곳에 들어섰다.작은 빈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고 바에는 중년 아저씨들이 사람만한 개를 한 마리씩 데리고 서서 유유히 차를 들고 벽에는 주인 아주머니가 가족이나 친구들하고 찍은 사진들이 가득히 붙어 있었다.카페 손님들만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여 커피를 한 잔 시켜 놓고 화장실입구 한 쪽 구석 벽에 부착된 새까만 수동 다이얼식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었다.다이얼을 아무리 돌려도 신호가 떨어지지 않는다.몇 번 시도 하다가 카운터에 있는 젊은 여자 종업원에게 전화가 고장이냐고물었더니,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카운터 아래 스위치를 올리는 것같았다.이제 전화를 연결시켰다고 다시 해보란다.그제서야 통화를 할수 있었는데 한 통화 더 하려하니 또 전화가 먹통이다. 좀 짜증이 나서 종업원에게 다시 문의를 하니까 한 통화마다 카운터에서 전화를연결해야 한단다. 이 동네 사람들은 도대체 불편해서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전화를 사용할까.한국 같으면 어디 고물상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70년대 전화인데,참 우습고 딴 세상,아니 과거 시간 속에서 사는 사람들 같았다. 서울서 우리는 핸드폰을 늘상 사용하고 통화 중에도 대기자 신호가울리는 판에 대도시 파리 한 구석에 이렇게 느린 행보로 사는 사람들도있구나 싶었다. △노재령 국제갤러리 디렉터
  • [굄돌] 소박한 새해 소망

    2001년 새해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시작됐다. 주변여건이 황폐해지면서 일상생활을 영위해나가는 것 자체가 짐으로느껴지는 요즘, 삶은 더욱 치열하고 각박해져가는 것같다.아침이면식사하고 아이들 돌보고,허둥지둥 집을 나서려다 자동차 열쇠를 찾느라 온 집을 돌아다니는 끝에 헐레벌떡 출근하기 일쑤다.나날의 숨가쁜 일상을 체험하면서 새해에는 좀 더 정돈된 마음가짐과 짜임새있는일과를 계획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잠깐 짬을 내 스쳐지나간 지난 날의 단편적인 기억이나 향수어린 추억들을 하나 둘씩 되새겨보고,내 주변에서 흘려보낸 상(像)과 염(念)을 추려볼까 한다.허둥대는 일상 속에서 시간을 붙잡아매고 잠시 ‘느림’을 음미해 보는 그런 기회를 갖고 싶다. 몇개월 전에 한 영자신문에서 읽었던 기사가 생각난다.벨기에의 어느미국 특파원이 쓴 짧은 글이다.그는 기사 마감이 임박해 브뤼셀의 한도로변 카페에 앉아 바쁘게 기사를 쓰면서 시가를 태우고 있었다고한다.그런데 가까운 테이블에 앉은 어느 남자가 계속 자신을노려보는 눈초리를 갑자기 느꼈다.곧 이 낯선 사람은 기자에게 다가와,“실례지만 시가를 그렇게 피우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시가는 음미하면서 천천히 태워야 합니다”라고 했단다. 이 우연한 만남을 통해 기자는 잠시 회상에 잠기게 되었고 그 만남자체가 기사화되었다.이 낯선 벨기에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자는급속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일에 중독되어 산다고 자칭하는 미국인들의 생활 습성과 유럽인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비교했다.하찮은 얘기 같지만 결국은 ‘삶의 질’이라는 것이 이러한 일상 생활에서 배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유럽·미국 큐레이터들과 서울에서 워크샵을 하며 나눈 얘기가 있다.어느 미국 큐레이터가 말하기를 자기 일에는 더 이상 공사구분이 없다는 것이다.5시에 퇴근하면 일이 끝나는 게 아니라 작가들과 만나고,미술관 후원자를 접대하며,주요 컬렉터들도 만나야 해서업무에 낮·밤,주중·주말이 없어졌다는 것이다.결국 세계화 추세에의해 국제적 경쟁력이 요구되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점차 사생활이 시간·공간적으로 업무에 의해 점유당하는 셈이다.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나만의 공간과 휴식….뭐 손쉬운 것들이지만 하찮게 여겨지던 일들이 내게 가장 소중하다.이런 순간들을 좀 잡아두고 거기서생활의 활력소를 찾아보련다. △노재령 국제갤러리 디렉터
  • 설 선물 어떻게 고를까

    올 설 선물은? 경기침체와 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이어서 다가오는 설이 부담스러울수도 있다.이럴 때는 마음과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이 제 격이아닐까. 지난 15일부터 설선물판촉행사에 들어간 백화점과 할인점들은 10만원 이하의 실속상품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 다. 생활용품은 백화점보다는 할인점에서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며,사과나 배 등 과일선물은 무리해서 한박스를 사는 것보다 반박스나 바구니를 사서 활용해도 경제적이다.상품권은 부피도 적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인기지만 어른들은 푸짐한 것을 좋아해 명절때는 상품권보다 선물을 안겨드리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같은 상품이라도 구입장소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나므로 사전에 비교해본 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연령대별 선물] 아무래도 명절선물이라면 50대 이상의 부모님들을위한 것이 주가 된다.한과세트나 곶감,젓갈세트가 향수도 불러일으키고 입맛도 찾아줘 좋다.크기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40대는 직장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지나친 음주와 흡연으로 기력이 많이쇠해진 연령대다.기력을 회복할수 있는 꿀,인삼편밀 등 건강식품이 좋다.30대에게는 양주나 전통주,과일 등 제수용품이나 생활용품 등이 적합하다.20대는 인생에서 가장 변화가 많은 시기로 사회초년생에게는 와이셔츠나 넥타이,여성에게는 화장품이나 목욕용품,액세서리 등이 좋다. [고가선물세트도 인기] 소비양극화현상이 심화되면서 백화점별로 30만원 이상의 고가선물세트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80만원대 북한산 더덕,290만원짜리 로마네콩띠 와인,50만원대의 국내산 참홍어,푸와그라(거위간),캐비어,전복·성게알 세트,호주산 활(活)랍스터,망고 아보가도 두리안 등 열대과일세트 등이다.평소 찾아보기 힘든 상품들로 수량이 한정돼 있어 특별한 선물을 원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북한상품 바람] 이산가족만남을 계기로 북한산 상품이 주목을 받고있다. ㈜버섯박물관(02-703-3411)은 북한 청진산 자연송이를 속초에서 가공한 ‘향기담은 천연송이’를 1,000세트 한정판매로 내놓았다.㈜장생기업도 북한산 건강식품을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www.snkorea.co.kr)에서 판매한다.(주)신동방도 평안남도에서 수입한 참깨가루로 짠참기름 300g 3병세트를 1만 4,000에 판다.들쭉술과 장뇌산삼술·고려개성인삼술,장뇌삼 등은 여전히 인기상품으로 알려졌다. [상품권] 백화점 상품권 사용처가 백화점 뿐아니라 주유소 음식점 놀이공원 등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더욱 인기다.상품권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표시된 금액의 60∼80% 사용시 잔액을 현금으로 환불해준다. 강선임기자 sunnyk@
  • “큰고니·갈매기·물떼새도 볼수 있어요”

    국내 대표적 철새 도래지인 전북 군산시 성산면 금강하구에서 ‘제1회 철새 축제’가 열린다. 군산 YMCA와 ‘나포 철새 생태마을 운영위원회’는 “13일과 14일이틀간 군산시 나포면 옥곤리 나포문화마을에서 전국 각지의 탐조객들과 함께 철새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고 9일 밝혔다. 행사 첫날에는 새의 몸짓을 응용한 전통춤 ‘비선무’와 사물놀이,우도농악 공연 등이 펼쳐지고 새 형상의 연 날리기,전문가의 해설을곁들인 철새 비디오와 슬라이드 감상시간 등이 마련된다.이어 2일째는 나포 문화마을 둑∼금강조류 관찰소∼금강대교∼하구둑 탐조대∼장항 갯벌로 이어지는 탐조코스를 따라 철새를 관찰하면서 모이주기행사도 펼칠 예정이다. 군산 YMCA 관계자는 “금강 하구의 수려한 경치를 배경으로 다양한탐조학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하나됨을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 하구는 갈대밭과 먹이가 풍부해 해마다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 30여종의 각종 철새 10만여 마리가 날아와 겨울을 나고 있다.특히국제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개리,큰고니,큰기러기,검은머리갈매기,검은머리물떼새 등 희귀조들도 규칙적으로 이곳을 찾고 있어 관찰이 가능하다. 한편 나포 철새생태마을 운영위원장 김영옥씨(41)는 “철새 탐조에나설 경우 새들이 싫어하는 너무 튀는 원색의 옷이나 향수,진한 화장 등은 피하는 대신 방한복과 쌍안경,간단한 조류도감 등을 준비하는것이 좋다”고 말했다.(063)446-4123. 군산 조승진기자 redtrain@
  • [여성 선언] 미당의 죽음과 문인의 의식

    옛날 천주교가 박해받은 시절의 기록을 보면,신자들이 관리들 앞에끌려가 묵주에 침을 뱉든가 마리아상을 밟고 걸어보라는 요구를 받는대목이 나온다. 스스로 신자인가 아닌가를 결정하고 증명해야만 한다는,존재의 신원에 대한 강요가 참으로 섬뜩하게 느껴진 대목이었다. 신앙의 자유가 개인의 권리가 아닌 시절 남다른 길을 택한 사람들이도달해야 한 삶과 죽음의 막다른 벼랑은 ‘진실과 죽음’‘거짓과 삶’이라는 기묘한 조합을 우리 생의 한 원리로 인식시키기에 족했나보다. 최근 문인들과 지식인들은 한 노시인의 죽음 앞에서 비슷한 질문에봉착하게 되었다.일제강점기에는 학병입대 선동의 시를 썼고 5공 시절에는 독재자 얼굴이 “태양처럼 빛난다”라는 시를 쓴 바로 그 사람,광주항쟁 피해자들을 향해 “공권력의 적법한 행위이므로 배상 불가”라고 망언을 퍼부은 바로 그 사람,미당 서정주를 여전히 빼어난시인으로 추모할 것인가,아니면 버릴 것인가. 이것이 저 섬뜩한 질문과 닮아 있는 것은,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이라는 점 말고도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그 선택을 한 바로그 사람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가 명백히 드러난다는 점에서이다. 나는 지난 여름 미당의 ‘국화옆에서’를 둘러싸고 벌어진 어용시비를 바라보며,친일·친독재 부역자들의 문학을 문학사 내부에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 문학 가치평가의 메커니즘이 고장난 것이라는 요지의글을 발표한 바 있다.그러나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았다.물론,미당 문학에 대한 성토나 비판이 그동안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1980년대에 미당은 분명 젊은 작가들에 의해 배척된 사람이었다.그러나 90년대 들어 슬그머니 복권된 미당을 둘러싸고 오늘 현장의 문학을 선택하고 평가할 의무를 지닌 사람들이 보여준 상찬이나 침묵은 도무지그 이유를 가늠할 길 없는 신비로까지 보인다.그 무거운 침묵을 타고미당은 가장 찬양받는 국민시인이 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 그 미당이 죽었다.당신들은 입을 열어 무슨 말이라도적어야 한다.미당이 당신에게는 어떻게 보입니까? 이제야말로 미당에대한 논평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그러므로 미당의 죽음은,그자체로서 바로 나 자신을 비롯한 문인·지식인들의 정체를 시험하는 리트머스용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미당을 밟지 않는 것,그것은현재의 안락함을 그대로 이어가는 사람이라는 뜻이며,자기 신앙을 배반한 대가로 목숨을 이어간 사람들,살아서 영혼의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현재형 판본인 것이다. 지식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거행하는,미당의 죽음에 대한 애도라는의례의 성격과 수위를 감상하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패한정신에 의해 조직되는지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비애를 맛본다. 일반 시민의 목소리라 할 수 있는 인터넷상의 반응이 압도적으로 미당 문학에 대한 부정과 그의 삶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인 것과 비교해볼 때,소위 주류언론의 꽃다발 바치기는 미당 옹호가 기득권 수호와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미당에 대한부정이 자기 삶에 대한 부정이 아닌 바에야,어떻게 찬양하기까지 하는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가스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낭만적으로 향수하며 바그너의 오페라를 듣는 아우슈비츠의 장교는 아름다운가? 한 사람의 생이 지금 우리사회 지식인의 신원을 결정짓는 척도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미당의 죽음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가 지금너무나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아마도 앞으로는 생과 문학을 분리시키고도 당당할 수 있는 문인이 다시는 불가능하리라.미당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예사롭지 않은 공방이 우리에게 남긴 위대한 유산은 바로이런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 죽음이 던지는 질문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그리고 지켜보아야 한다.누가 미당을 옹호하는가,그리고 왜? 바로 그 사람이 어떤 자인가를 우리가 아는 것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미당의 죽음이 가져올 파장은 바로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미당에 대한 추모의 수위야말로 조선일보 문제에도,과거청산 문제에도 한사코 발언을 꺼려온 문인들이 제 정체를 백일하에 드러내어 보이지 않을 수 없는 바로 그 “의식의 척도”이기 때문이다. △노혜경 시인
  • 지역문화행사 컨설팅 지원

    ‘2001 지역문화의 해 추진위원회(위원장 李重漢)’는 4일 ▲지역문화에 컨설팅 지원 ▲젊은 세대의 지역문화 참여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10대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위원장은 문화관광부 회의실에서 이날 오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역문화의 해는 중앙에서 지역에 무엇을 나누어주는 사업이 아니라지역문화에 동기를 부여하고,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추진위는 문화기획 컨설팅 전문인력으로 상설자문기구를 구성하여 지역의 예술단체와 문화공간 운영자에게 전문적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이 자문기구는 ▲프로그램 기획 ▲예술단체의 조직 및 운영 ▲문화공간의 운영과 시설·디자인 등에 대한 종합적 자문을 통하여 지역 문화공간 및 문화축제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진위는 또 지역 젊은이들이 문화적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젊은 세대의 지역문화 창조에 계기를 마련해주는 사업에도 역점을 두기로 했다. 한편추진위는 다음달 3·4일 중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제주도에서 최근 발굴된 ‘입춘굿놀이’와 ‘들불놀이’를 연계한 ‘지역문화의 해’출범행사를 갖는다. 서동철기자 dcsuh@. *올 ‘지역문화의 해' 사업방향. 올해를 ‘지역문화의 해’로 정한 것은 ▲주민의 문화향수권을 신장시키고 ▲지역의 문화전통을 재창조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중앙이건 지역이건 큰 틀의 목표에는 이견이 없다.그러나 방법론에 이르면 중앙과 지역 문화예술인 사이의 의견은 크게다르다.‘지역문화의 해’가 선정됐을 때 일부 지역에선 “과연 중앙정부에서 지역문화를 위해 얼마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사가 됐을 정도다. 그러나 지역문화의 해 추진위원회가 4일 뚜껑을 연 사업계획을 들여다 보면 올해를 ‘지역문화에 자금을 지원하는 해’쯤으로 인식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크게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같다.‘나누어주는’사업이 배제된 가운데 ▲지역문화의 문제점으로지적돼 온 기획력 및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고▲지역민들이 문제를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잡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역문화가 아직 정상궤도를 찾지못한 것도 돈 때문은 아니다.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까지 수백억원을 들여 문예회관을다투어 짓고,수십억원을 아낌없이 문화축제에 투입하는 것이 현실이다.문제는 이렇게 천문학적 액수가 지역문화에 투입되어도 ‘주민의문화향수권 확대’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런만큼 “크게 눈에 띄지는 않을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는 이중한 추진위원장의 겸양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자각할 능력을 키우고,모자라는 부분은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이번 사업계획은 “지역문화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비교적 정확하게 맥을 짚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추진위원회가 직접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조언을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지역이 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거나,나아가 ‘중앙’의 개입을 거부한다면 조언할 여지도 없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의 해’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는 ‘마음의 문을 여는 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서동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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