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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가경의 배회의 기술] 어진향초와 노각나무/작가

    [김가경의 배회의 기술] 어진향초와 노각나무/작가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간호사는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를 내주며 무리하지 말고 며칠 푹 쉬라고 주의를 주었다. 병원을 나오는데 어디에선가 한약 냄새가 옅게 풍겨 왔다. 마스크를 껴도 세상의 이런저런 냄새가 여전히 흘러들어왔다. 둘러보니 근처 빈 점포 앞에서 한약재를 팔고 있었다. 진열해 놓은 가짓수만 해도 수백 종류. 영지버섯 같은 기생식물을 필두로 대부분 나무의 뿌리나 잎, 열매, 아니면 나무 자체였다. 향기의 진원지는 이름도 낯선 어진향이라는 차 묶음이었다. 향만으로도 이 세상의 향기가 아닌 듯했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끓여 마시면 온몸에서 향기가 난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해 가면서 향기를 내뿜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살 기미를 보이지 않자 주인은 마수걸이를 하지 않았다며 다른 한약재를 여럿 권했다. 그중 27가지 성분이 들어 있다는 영양 덩어리 노각나무를 샀다. 주인은 산삼과 맞먹는다며 효능을 장담했다. 보리차를 끓일 때 넣어서 우려 마시면 손쉽게 먹을 것도 같았다. 노각나무를 가방에 넣고 집 쪽으로 걷는데 노상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밖으로 내놓은 플라스틱 의자가 대여섯 개뿐인, 인근에서 가장 작은 ‘코딱지’만 한 카페였다. 그 앞을 오랫동안 지나다녔지만 나는 한 번도 그 자리에 앉아 보지 못했다. 코로나 이후 쿠팡 배달원들이나 동네 어르신들이 늘 앉아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무관심하면서도 자유롭게 그러면서도 서로를 향해 열려 있는 자세로 태평하게 앉아 있었다. 손님들의 표정을 보며, 얼굴도 모르는 주인의 성품을 미루어 짐작해 보곤 했다. 문득, 푹 쉬라는 간호사의 말이 떠올랐다. 벼르던 일처럼 비어 있는 일인용 의자에 노각나무가 든 가방을 먼저 내려놓았다. 그들처럼 앉아 있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사실 주인과의 대면에 약간 긴장을 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미루어 짐작을 해왔던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느닷없이 한약 재료상에서 맡았던 어진향초가 떠올랐다. 녹차라테를 주문한 뒤 사거리를 향해 놓여 있는 일인용 의자에 앉았다. 잠시 뒤 음료수를 받아든 나는 턱을 괸 채 밖을 내다보고 있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벗어 보시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그래도 될까요?” “저도 벗을게요.” 잠시 마스크를 벗은 그녀와 나는 서로를 보고 이유도 없이 환하게 그냥 웃었다. 옆자리에 같은 자세로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자신은 친구를 기다린다며 말을 걸었다. 엄지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그녀가 먼저 어쩌다가 다쳤느냐고 물었다. 식당에서 파 채를 썰다가 다쳤다는 말에 나는 노각나무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들이 보자고 해 손가락 마디 크기로 무뚝뚝하게 잘린 노각나무를 꺼내 놓았다. 집이 먼 것도 아닌데 안식처라도 발견한 듯 나는 그녀들과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 [서울 인싸] 감성이 넘치는 시민생활공간 조성/강병근 서울총괄건축가(건국대 명예교수)

    [서울 인싸] 감성이 넘치는 시민생활공간 조성/강병근 서울총괄건축가(건국대 명예교수)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면 머무르거나 사색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이 푸 투안) 현대인은 ‘시간의 양’은 철저하게 따지지만 ‘시간의 질’은 외면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시간의 질에는 향기가 있으나 시간의 양에는 향기가 없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길은 이동시간이 최소화되도록 직선으로 짧게만 이어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심지어 마치 한눈팔면 안 된다고 강조하듯이 시선을 끌 만한 것은 지우거나 덮어 감추기도 한다. 그래서 길을 걷다 보면 도시가 호흡하지 않거나 침묵하게 살해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대화된 도시는 효율성과 성과로 계량화되고 정량화돼 ‘경제적 가치 중심’으로만 만들어진다. 걷기는 무엇인가와의 관계 맺기이다. 단순한 이동만이 아니다. 그래서 서울을 경험하며 걷고 사유(思惟)하며 머무를 수 있는 감성도시로 만들려는 것이다.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혀지고 가슴으로 경험해 오래오래 기억되는 아름다운 서울을 만들기 위해 미래 서울도시건축의 핵심가치를 ‘감성도시’로 정했다. 시민의 일상생활에 활력이 넘치는 ‘감성도시’를 만들기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비전 2030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감성도시’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도시건축 공간 디자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도시건축의 공간구조를 수변중심’으로 재편한다. 둘째,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건축 공간이 시민의 ‘쉼터’(제3영역)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생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셋째, 쉼터가 이웃이 모여서 대화하며 교류할 수 있는 ‘감성이 넘치는 시민생활공간’이 되도록 ‘공간디자인 기준’을 ‘감성 만들기’로 한다. 넷째, 일상생활의 활동범위가 제한적인 어린이, 노인, 장애인, 유아를 동반한 시민이 소외되지 않도록 ‘보편적인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적용하고, 장애가 되는 모든 경계를 허물어 시민 모두가 공유 가능한 ‘장애물 없는 아름다운 도시’로 만든다. 다섯째, 급속히 증가하는 1~2인 가구를 위한 디자인을 포함한 미래도시를 완성하는 것이다. 보행자가 빠른 속도의 교통수단인 차량 중심의 도시공간구조나 다양한 경계인 장애물 등으로 인해 그 도시에 대한 사유의 경험이 불가능하게 되면 이는 ‘살해된 도시’가 된다. 모든 길을 도시 속의 풍요로운 삶의 ‘경험 공간’으로 인식하고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를 이야기로 엮어 길을 서로 이어 주어 서울의 건축과 도시가 길에서 가슴으로 경험하는 것을 모아 놓는 ‘기억의 샘’이 되도록 만들자. ‘살아 있는 기억 속의 도시 광장은 사유의 무도장으로, 산책길은 느린 왈츠로 표현되도록 숨결이 끊어진 것 같은 도시에 다시 호흡을 불어넣어 ‘살아 있는 감성도시’로 만들어 ‘성과와 피로사회’ 최대 피해자인 서울시민이 빨리 ‘시간의 향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 류 무용단 ‘상상하는 우리춤’ 공연 15일 개최

    류 무용단 ‘상상하는 우리춤’ 공연 15일 개최

    류 무용단의 ‘상상(想像)하는 우리춤’ 공연이 오는 15일(금) 오후 7시 30분에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이번 공연은 널리 알려진 민속춤을 재구성하고 현대화된 의상과 라이브 음악을 통해 대중들에게 조금 더 쉽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 문화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주민들이 밀집한 지역의 문예회관을 직접 찾아가 이러한 공연을 하는 것은 생활 속의 문화접점 확대는 물론 지역 문화 격차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류 무용단 관계자는 “창립 19주년을 맞아 한국 춤의 대중화, 명품화, 세계화를 목표로 단원 모두가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며 “류 무용단 특유의 색채가 담긴 전통과 정체성을 춤으로 승화시켜 예술의 멋과 향기가 살아 숨 쉬는 무용단으로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류 무용단은 루마니아의 국제 포크 댄스 페스티벌 1위, 제2회 브라질 세계 챔피언십 1등 및 안무상, 제22회 터키 이스탄불 국제 뷰첵메제 컬처 앤드아트 페스티벌에서 1위 등을 수상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무용단이다. 한편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하고, 영월문화재단과 류 무용단이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한다.
  • 김경호 경기도의원 “농민 안전과 권리 증진 위한 의정 활동할 것”

    김경호 경기도의원 “농민 안전과 권리 증진 위한 의정 활동할 것”

    7일 오전 열린 경기도의회 제355회 임시회 제1차 농정해양위원회 회의에서 김경호 도의원(더불어민주당, 가평)은 농민을 위한 조례안 통과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전개했다. 김 도의원은 공동 발의한 ‘경기도 농업작업안전재해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심사하면서 농민 재해와 관련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김 도의원은 먼저 농업 근로자와 일반 근로자의 차이를 묻고 일반 노동근로자보다 농업 근로자들이 더욱 위험에 노출돼 있으나, 2019년 기준 전체 농민의 4%만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농업인 안전재해보험의 가입률이 적은 이유는 보장성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농업인 안전보험의 보장성 강화, 의무가입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평군의 경우 농업인 안전보험과 농기계 종합보험의 경우 농협이 조합원에 한해 자부담 부분을 지원하고 있어 가입률이 높다며 앞으로 농협과 잘 협의하여 개인부담금을 농협이 지원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주문했다. 이어 농업인 관련 보험의 경우 대부분 농업인과 법인만 지원하고 있으나 정작 농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일용직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어 이들은 보험이 가입되지 않아 사고 시 농민이 책임져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기도가 앞장서서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전과 일용직 농업근로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농민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자연휴양림 관리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공동발의자로 도가 운영하는 휴양림과 민간이 운영하는 휴양림의 입장객 차이가 크게 나고 있는 것은 인프라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며 앞으로 예산을 확보하여 많은 시설을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개정 조례안의 핵심인 경기도가 운영하고 있는 휴양림(축령산휴양림, 잣향기푸른숲, 강씨봉휴양림)이 소재한 시·군 주민들의 경우 입장료 면제를 강제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마지막으로 도지사가 제출한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안 통과 과정에서 경기도는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전문가가 참여한 공식 회의에서 최종 26개 면을 대상으로 공모하되 전문가 심사 후 2차에서는 무작위로 선정하도록 협의했다고 밝혔다. 김 도의원은 “공동발의를 통해 농민의 안전과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농민들의 권익을 위한 의정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 임실 치즈테마파크에서 국화의 향연을 즐기세요

    임실 치즈테마파크에서 국화의 향연을 즐기세요

    “천만송이 국화의 향연이 펼쳐지는 임실 치즈테마파크에서 가을을 만끽하세요” 전북 임실군 임실읍 치즈테마파크 20만㎡ 푸른 잔디 위에 형형색색의 국화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2016년 첫선과 함께 ‘가을 추억 쌓기 명소’로 등극한 치즈테마파크 국화 전시는 올해로 6년째다. 알프스 풍 치즈테마파크는 10월 들어 온통 국화꽃 세상으로 변신했다. 환상적인 장관에 취해 있노라면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치즈테마파크에 들어서면 청량한 가을햇살 아래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눈부신 국화 화분이 끝없이 펼쳐진다. 보는 이들 마다 절로 탄성을 자아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가슴깊이 파고들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향기는 덤이다. 임실치즈의 아버지 ‘지정환 신부’와 ‘산양’, 천사의 날개, 하트, 초승달 모양의 국화 조형물들은 멋진 포토존의 역할을 톡톡히 해 이곳을 찾은 가족, 연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한다. 치즈테마파크와 치즈마을 주변, 임실천에 조성된 정갈한 코스모스 길도 가을의 정취를 한껏 고조시킨다. 임실군은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도 ‘임실N치즈축제’를 개최하지 못하지만 최소한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축제의 명맥을 이어가며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온라인으로 준비된 제7회 임실N치즈축제는 7일부터 10일까지 임실N치즈 라이브커머스와 유튜브 임실 농특산물 홍보 등 ‘온라인 미니축제’로 진행된다. 임실N치즈 라이브커머스는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5일 동안 매일 저녁 8시 네이버 쇼핑 라이브를 통해 15% 할인된 착한 가격으로 전국의 소비자들을 찾을 예정이다. 심 민 군수는“이번 온라인 행사가 우리 군 농가의 실질적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산업형 온라인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며“국화와 코스모스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코로나19 방역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임실 치즈테마파크 국화 전시는 11월 초까지 계속된다.
  • 김문 前 서울신문 인물전문기자 별세

    김문 前 서울신문 인물전문기자 별세

    김문 전 서울신문 인물전문기자가 별세했다. 62세. 고인은 1959년 제주에서 태어나 세화고교를 졸업하고 한성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서울신문에 입사한 뒤 뉴스피플팀, 사회교육팀을 거쳐 주말매거진 위(WE) 팀장, 문화부장, 편집국·광고마케팅국 부국장 등을 맡았다. 2004년 12월부터 인터뷰 시리즈인 ‘김문이 만난 사람’을 운영하며 인물전문기자로서 길을 걸었다. 10여년 동안 문인과 미술가, 가수, 배우, 무용가와 소리꾼, 학자와 코미디언 등 5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남긴 글이 200자 원고지로 1만장을 넘는다. 2010년 교과서 ‘고등국어 상’(지학사)에 ‘음향의 달인 김벌래’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2015년에는 이 가운데 51명의 인터뷰를 골라 엮은 책 ‘사람향기’(들녘)를 출간했다. 1989년 고향인 제주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동화 ‘게잡이 소년의 미소’를 월간지 ‘청소년’에 게재했고, 2011년에는 장편소설 ‘판타지 제주신화’(지식의숲)를 펴냈다.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1998년 우리나라 군 현대사의 야사를 다룬 ‘장군의 비망록 1·2’(별방)를, 2018년에는 현대 정치사의 비화를 다룬 ‘북악의 그늘’(두성사)을 출간했다.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제주일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임시정부 100년인 2019년에는 대한민국 독립운동 거두 4인을 주제로 한 ‘내 직업은 독립운동이오’(들녘)를 냈다. 상하이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이승만, 김원봉, 김구, 안창호를 가상 인터뷰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서 해방공간까지를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유족은 김현준(경기북부경찰청 경사)씨가 있다. 발인 6일 오전 9시. 장지는 제주 선영이다. (02)2072-2010.
  • 황희찬-히메네스에게서 손흥민-케인의 향기가

    황희찬-히메네스에게서 손흥민-케인의 향기가

    ‘황소’ 황희찬(25·울버햄프턴)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첫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황희찬은 2일 영국 울버햄프턴 몰리뉴 경기장에서 열린 2021~22시즌 EPL 7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에 선발로 나와 팀의 2-1 승리를 책임졌다. 지난달 11일 임대 이적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던 황희찬은 EPL 4경기(선발 3경기)를 치르며 3골을 넣어 팀 내 득점 1위에 올랐다. 울버햄프턴은 7경기 5골을 기록 중이다. 황희찬의 프로 무대 멀티골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절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 2연승한 울버햄프턴은 7라운드를 앞둔 토트넘과 레스터 시티를 제치고 11위(승점 9점)로 올라섰다. 시즌 홈 첫 승리와 홈 첫 득점에 목말랐던 울버햄프턴에게 황희찬이 구세주였다. 울버햄프턴은 홈 무득점 3연패에 허덕이고 있었다. 황희찬과 ‘테크니션’ 라울 히메네스와의 호흡이 돋보였다. 토트넘의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찰떡 궁합을 떠올리게 했다. 전반 20분 히메네스가 수비 사이를 뚫는 침투 패스를 찔러주자 골지역 오른쪽으로 쇄도한 황희찬이 상대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반대편 골대를 향해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날려 선제골을 낚았다. 황희찬은 전반 40분 상대 왼쪽 진영을 돌파해 문전으로 컷백을 깔았으나 프란시스코 트린캉의 왼발 슛이 크로스바를 때려 첫 도움 기회를 날렸다. 1분 뒤 제프 헨드릭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은 울버햄프턴은 후반 들어 뉴캐슬의 공세에 휩쓸렸다. 그러나 황희찬과 히메네스가 선제골에 데칼코마니 같은 결승골 장면을 연출하며 분위기를 되찾았다. 후반 13분 히메네스의 전진 패스를 받아 골지역 왼쪽을 돌파한 황희찬은 상대 수비를 앞에 두고 반대편 골대를 향해 왼발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은 후반 48분 홈 팬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아다마 트라오레와 교체됐다. 데뷔전에 이어 두 번째 ‘킹 오브 더 매치’에다가 팀 내 최고 평점인 9점(스카이스포츠 기준)을 받은 황희찬은 “세계 최고의 무대이자 모두가 꿈꾸는 무대에서 골을 넣고 팀이 이길 수 있어 기쁘다”며 “독일에서보다 출전 시간을 많이 받아 행복하고, (경기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3·4차전을 치르기 위해 벤투호에 합류하는 황희찬은 “대표팀에서도 결과를 가져오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루노 라즈 울버햄프턴 감독은 “황희찬은 EPL에 적응했고,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에도 잘 맞는다. 그와 같은 선수가 필요했다”고 치켜세웠다. 또 “황희찬은 톱 플레이어”라며 “내가 벤피카(포르투갈)에 있을 때부터 이야기를 듣는 등 이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주장인 코너 코디는 “황희찬과 히메네스의 연계 플레이는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
  • 산업정보·기밀보안 전문가 양성…국제산업보안정보협회·동서대명지교육장 협약

    산업정보·기밀보안 전문가 양성…국제산업보안정보협회·동서대명지교육장 협약

    산·학이 힘을 합쳐 산업 정보 기밀 보안 전문가 양성에 나선다. 사단법인 국제산업보안정보협회(이사장 정향기)와 동서대학 명지교육장(학교장 성기인)은 최근 산업정보?기밀보안 전문가 최고위과정 양성을 위한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 양 기관은 4차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산업정보?기밀보안 전문가 양성(산업탐정)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주요 협약내용은 교육훈련 프로그램 공동개발, 상호협력 체제 구축을 위한 연구개발, 국내?외 산업기술 및 정보분야?지적재산권에 관한 학술세미나 공동개최, 산업기술유출 및 지적재산권에 대한 피해회사 법률지원 공동역할, 교육과정 공동편성 및 강좌운영 역할 등이다. 동서대 명지교육장에서 지난 17일 열린 협약 체결식에는 성기인 학교장, 옥쌍석교수, 설상철교수(부산시 인재평생진흥원장), 백창봉 경영학박사와 (사)국제산업보안정보협회 정향기 이사장, 황요완 교수(협회 사무총장)등이 참석했다. 성 학교장은 “4차산업혁명시대 산업기밀보호와 포렌식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CEO 및 기업관계자, 전문종사자등의 직무역량 강화와 최고위 양성교육에 힘써겠다”고 말했다.
  • 일년 단 한 번… 고운 별빛이 내린다

    일년 단 한 번… 고운 별빛이 내린다

    경남 함양의 상림(上林)은 문화재다. 1962년 천연기념물(154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이니 당연히 원형을 해치는 행위는 할 수 없다. 한데 일 년에 딱 한 번, 경관조명으로 상림을 꾸밀 때가 있다. 지역 축제인 산삼항노화엑스포(10월 10일까지)가 열리는 기간엔 상림이 요염하고 화사하게 변신한다.●신라 최치원 만든 천연기념물… 산삼엑스포 때만 변신 예전 함양의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당시 그는 “외지에 나간 함양 사람들이 친구보다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상림”이라고 했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고 차를 몰아 나갔더니 결국 상림 앞이더라는 말을 해준 이도 있다. 함양 사람들에게 상림이 얼마나 가까운 존재인지를 설명해 주는 말이다. 상림은 1100여년 전 신라 진성여왕 때 조성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걸핏하면 범람했던 위천의 물길을 돌리기 위해 당대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건의해 조성됐다고 전해진다. 낙엽활엽수림으로는 국내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밤이면 늘 적막과 어둠이 내려앉았던 상림이 모처럼 환해졌다. 상림 내 550m 구간에 야간경관조명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경관조명 구간의 이름은 ‘#고운별빛길’이다. 최치원의 자 ‘고운’(孤雲)을 ‘곱다’는 의미로 차용했다. ●레이저 모듈로 수백만개 별빛… 풀벌레와 가을 하모니 상림약수터부터 역사인물공원까지 이어지는 250m 구간은 밝은 분위기로 연출했다. 따뜻한 위로와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는 여러 문장과 조형물들을 설치했다. 핵심은 곧이어 대죽교 입구까지 펼쳐진 300m 구간이다. 수백만개의 별빛이 풀벌레 소리와 어우러져 그야말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펼쳐 내고 있다. 별빛은 130여개 레이저 모듈에서 쏘아지는 것이다. 각각의 모듈은 저마다 1만개 이상의 레이저 빛을 쏟아 낸다. 이 덕에 수백만개 레이저 빛이 나무 둥치와 나뭇잎 등을 동시에 비춘다. 플렉스 네온, 아크릴 조명, 미러 조명 등도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울러 항노화엑스포의 산삼주제관 외벽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파사드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 중 하나다.●붉은 꽃무릇·보랏빛 숙근사루비아… 꽃들의 축제 낮의 상림도 달라졌다. 나무 사이사이에 심은 꽃무릇이 절정에 달했다. 늙은 노거수 사이에 핀 붉은 꽃무릇 덕에 요염한 느낌이 더해진 듯하다. 상림 바깥은 꽃 축제장이다. 무려 11만 6000㎡(약 3만 5000평)의 부지에 족두리꽃, 천일홍 등 꽃들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버들마편초, 숙근사루비아 등 보랏빛 꽃들이 인상적이다. 꽃 축제장 전체가 보랏빛 향기로 가득 찬 듯하다. 인근의 남계서원은 함양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아홉 곳 중 하나다. 남계서원은 강당 영역이 앞에 있고 사당 영역이 뒤에 있는, 조선시대 전형적인 서원 배치가 처음 적용된 서원이다. 조선 명종 7년(1552년)에 이 지역 출신의 학자 정여창(1450~1504)을 배향하기 위해 세워졌다. 지역 사림 등 민간이 주도해 설립하고 운영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일부 건물이 공사 중이긴 해도 웅숭깊은 자태는 변함이 없다. 이웃한 개평한옥마을에는 100년을 넘긴 한옥 60여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가장 유명한 고택은 정여창의 생가인 ‘일두고택’이다. 전형적인 영남 반가(班家)의 구조를 살필 수 있는 집으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토지’ 등이 촬영됐다. 이어 ‘오담고택’, ‘하동정씨고가’, ‘노참판댁고가’ 등이 늘어서 있다. 코로나19 탓에 몇몇 집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만, 토담길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평온해진다.
  • 층간소음 직접 재보니 기준 초과 7.4%뿐…“피해 현실 반영 미흡”

    층간소음 직접 재보니 기준 초과 7.4%뿐…“피해 현실 반영 미흡”

    이웃 갈등 원인 67%가 뛰거나 걷는 소리 탓사례집엔 아이 뛰는 소리는 40㏈로 불인정분쟁 유발 원인에 실효성 있는 조치 못해국민 체감도와 차이 커 기준 재설정해야지난달 17일 경남 통영시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가 흉기를 휘둘러 주민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에서는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다가 이웃 주민의 차량을 긁어 파손한 30대 여성에게 지난 16일 벌금형이 선고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층간소음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층간소음 기준이 국민 체감도와 차이가 있어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6월)간 층간소음 문제로 총 14만 6521건의 상담이 이뤄졌다. 전화상담에 이은 현장진단 서비스 신청건수는 4만 5308건이다. 현장진단 서비스로도 해결이 안 돼 소음을 직접 측정한 1654건 중 환경부가 정한 기준을 초과한 것은 7.4%(122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1532건은 모두 기준 이내인 것으로 나타났다. 층간소음 접수는 2017년 2만 2849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4만 2250건으로 1.8배 증가했다. 올해 6월 현재 2만 6934건으로 2017년 접수량을 넘어서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계절별로는 겨울(32%)이 가장 많고 봄(25%), 가을(24%), 여름(19%) 순이다.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추석이나 설 명절도 층간소음 분쟁이 증가하는 시기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2012~2020년까지 현장진단 사례를 분석한 결과 층간소음 갈등 원인으로는 뛰거나 걷는 소리가 67.6%(6만 61건)를 차지했다. 이어 망치질 소리(4.3%), 가구를 끌거나 찍는 행위에 의한 소리(3.7%), 가전제품에 의한 소리(2.8%) 등이다.층간소음 기준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2014년 공동으로 제정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 명시돼 있다.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과 텔레비전·음향기기 등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이 대상이다. 직접충격 소음은 주간 기준 1분간 평균 43㏈(데시벨)을 넘거나 57㏈ 이상 소음이 1시간 이내에 3회 이상 발생하면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기준에 미달하면 층간소음이 아니다. ‘층간소음 상담매뉴얼 및 민원사례집’에 아이가 뛰는 소리는 40㏈로 층간소음에 해당하지 않는다. 층간소음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지만 실효성 있는 조치가 불가능한 셈이다. 노 의원은 “층간소음 측정 결과는 층간소음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라며 “환경부는 층간소음 측정 기준을 만들었지만 현실적인 피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층간소음은 이웃 간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상호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며 기준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환경과학원 분석 결과 놀이매트(1.5∼4㎝) 및 실내화(1∼3㎝) 사용 시 3∼6㏈의 층간소음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국美 근원 재조명…한발 떨어져서 보면 더 와닿는 아름다움

    한국美 근원 재조명…한발 떨어져서 보면 더 와닿는 아름다움

    올 추석 연휴에도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명품 전시가 즐비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은 티켓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이건희 컬렉션’ 말고도 놓치기 아까운 전시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호모사피엔스: 진화∞ 관계& 미래?’(9월 26일까지)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성찰과 사유의 시간을 갖게 하는 전시다. 다섯 차례 대멸종 등 혹독한 적응기를 거쳐 온 인류의 진화 과정을 화석 유물, 고고학 자료 등 전시품 700여점과 실감형 영상 등으로 풀어냈다. 호모사피엔스가 살아왔던 환경을 컴퓨터 기술로 구현하고, 매머드와 동굴곰 등 멸종 동물 화석의 3차원 프린팅 모형을 한 공간에 배치한 ‘함께하는 여정’은 생생한 몰입감을 선사한다.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리는 ‘DNA: 한국미술 어제와 오늘’(10월 10일까지)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미’의 근원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성(聖), 아(雅), 속(俗), 화(和) 등 네 개 키워드로 나눠 문화재와 근현대미술품을 함께 소개한다. 국보 기마인물형토기 주인상, 보물 서봉총 신라금관을 포함한 문화재 35점, 근현대미술 130여점 등이 나왔다.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도상봉, 이중섭, 박영선의 작품 4점을 만날 수 있는 건 덤이다.국립고궁박물관의 기획전 ‘안녕, 모란’(10월 31일까지)은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모란 문양이 조선 왕실에서 어떻게 활용됐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모란도 병풍, 혼례복, 그릇, 가구 등 120여점의 유물을 펼쳤다. 전시장 옆 별도 공간을 모란이 핀 정원으로 꾸미고, 전시를 위해 창덕궁 낙선재에서 채집한 모란 향기로 제작한 향수를 분사해 공감각적인 체험을 유도한 점이 흥미롭다.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선 지난 8일 개막한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11월 21일까지)가 한창이다. ‘하루하루 탈출한다’를 주제로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탈출하려는 개인의 욕망을 예술과 대중문화의 상상력으로 연결해 살펴본다. 사회적 화두인 인종주의, 젠더, 계급, 정체성, 이주와 환경 문제 등을 다룬 국내외 작가 41팀의 작품 58점이 출품됐다.지난 7월 문을 연 서울공예박물관도 풍성한 볼거리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전통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와 분야에 걸친 소장품 2만 2000여점 중에서 엄선한 작품들이 총 8개 상설전과 기획전을 통해 관객과 만난다. 가장 오래된 자수 유물인 고려 말기의 자수사계분경도, 조선 왕비 대례복의 어깨·가슴·등을 장식한 ‘오조룡왕비보’ 등 국가지정문화재도 다수 포함돼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에 따른 현장 관람 인원 제한과 온라인 사전 예약 등은 각 기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아카데미의 집꼭 선물! ‘미나리’… 집콕 답답함을 훔쳐라! ‘도굴’

    아카데미의 집꼭 선물! ‘미나리’… 집콕 답답함을 훔쳐라! ‘도굴’

    코로나19로 ‘집콕’ 추석이 예상되는 올해도 안방극장에서는 다양한 특선 영화가 지루함을 달래준다. SBS는 20일 오후 8시 20분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미나리’를 방송한다. 스티브 연, 한예리 등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낯선 땅 미국 아칸소에 뿌리내리려는 이민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그렸다. 22일 오후 10시 10분에는 설경구와 변요한이 주연을 맡은 영화 ‘자산어보’가 안방을 찾는다. 1801년 신유박해로 흑산도에 유배 간 정약전과 청년 어부 창대의 신분을 초월한 우정 이야기다.KBS 1TV에서는 19일 오후 11시 30분 이성민, 김서형이 주연한 ‘미스터 주: 사라진 VIP’를 볼 수 있다. 국가정보원 요원 ‘태주’가 특사로 파견된 판다의 경호임무를 맡던 중 갑작스럽게 동물들의 말이 들리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20일 오후 9시 50분에는 마크 윌버그 주연 ‘인피니트’가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태고부터 윤회를 거듭하며 특수한 능력을 지닌 집단 인피니트 내부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충돌을 다룬 액션물이다.KBS 2TV는 21일 오후 8시 이제훈·조우진 주연 영화 ‘도굴’을 방송한다. 천재 문화재 도굴꾼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팀원들이 벌이는 범죄오락물이다. 22일 오전 10시 50분에는 북한에 잠입한 정보 요원 ‘흑금성’ 실화를 다룬 ‘공작’을 편성했다.이밖에 MBC는 19일 오후 8시 25분 김현탁 감독의 ‘아이’로 감동을 전한다. 육아가 두려운 ‘철부지 엄마’(류현경 분)와 고아 출신 베이비시터(김향기 분)가 아이를 키우려고 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기울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기울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가을 학기가 시작되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나 했다. “여러분 기억에 남는 가을 풍경 있나요?” 골똘히 생각하던 학생들 대부분은 단풍 이야기를 꺼냈고, 누군가는 한강변의 코스모스 밭, 또 다른 이는 달콤한 계수나무 향기를 언급했다. 사실 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답을 듣기 위해 질문을 던진 것도 아니다. 질문의 의도는 우리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가을이라는 시간 동안 각자 다채로운 풍경을 감각할 준비를 하자는 것이었다.여름과 가을 사이 이맘때의 숲에서는 붉게 익어 가는 열매가 보이고, 꽃향기보다는 달콤한 잎과 열매 향기가 난다. 잎도 온전한 초록이 아닌 단풍 과도기의 연한 연둣빛을 띠는데, 이것은 봄의 새 잎과는 확연히 다르다. 보라색 꽃도 유독 눈에 띈다. 연한 보라색 꽃잎의 개미취, 그보다 진한 보라색의 층꽃나무, 보라색에 옅은 회색이 섞인 듯한 빈티지한 색의 방아풀 그리고 대표적인 가을꽃인 솔체꽃과 부추속 식물들. 나는 매년 한여름 즈음에 피는 솔체꽃을 보며 가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내가 솔체꽃을 유심히 보게 된 것은 8년 전부터다. 광릉에서 일하던 때, 기다란 꽃대 끝에 매달린 보라색 꽃이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바람이 워낙 많이 불어 어느 순간엔 90도 이상의 각도로 흔들렸는데, 이상하게도 줄기가 흔들리고 휘어지면서도 절대 구부러지지는 않았다. 50㎝ 정도의 긴 꽃대 끝에는 무게가 꽤 나가 보이는 머리 모양 꽃이 피어 있었다. 솔체꽃이었다. 그 후 약용식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솔체꽃을 더 자주 만났다. 가을이 깊어지고 바람이 많이 불수록 마주치는 솔체꽃 무리는 더 많이 흔들리고 휘어졌다. 그리고 가을비가 내리던 어느 날, 이들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꽃대가 땅을 향해 모두 휘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 지난밤 거센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기울어진 듯 보였다. 그러나 줄기가 기울어졌을 뿐 완전히 꺾이지는 않아 생명력은 그대로였다. 강한 바람에 맞서 무게중심을 낮춰 버틴 것으로 보였다. 그해 가을부터 솔체꽃과 코스모스, 산부추처럼 얇고 긴 꽃대를 가진 가을꽃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바람에 기울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이들을 보며 바람과 줄기, 이 둘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식물의 줄기는 꽃이나 열매 혹은 잎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는 않지만 식물을 지탱하는 막대한 역할을 한다. 지상부의 중심에서 식물을 지탱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응집된 조직이 줄기를 구성한다. 표피 내부에는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체관과 물관, 형성층이 있고, 이를 통해 줄기는 다른 기관으로 물과 양분을 이동시키거나 더위나 추위로부터 식물을 보호한다. 이러한 줄기의 최대 적은 움직이는 공기라고도 할 수 있는 바람이다. 바람이 셀수록 줄기는 더 많이 흔들린다. 줄기가 심하게 흔들릴수록 뿌리를 잡아당겨 토양으로부터 뿌리를 분리시키고, 뿌리의 물 흡수능력을 저하시키기까지 한다. 줄기가 바람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줄기 표면이 건조해지고 식물은 수분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잎의 모공을 닫는다. 잎의 모공이 닫히면 호흡이 줄고, 그렇게 식물은 제 속도대로 성장할 수 없게 된다.그러나 식물이 바람을 피해 고요한 곳에서만 지낼 수는 없는 법이다. 연구자들은 울창한 숲에 사는 식물과 들판에 드물게 서 있는 식물의 바람 저항성 차이를 실험했다. 그 결과 바람이 덜 부는 울창한 숲에 사는 식물보다 너른 들판에서 홀로 바람을 견뎌온 식물이 바람에 더 강한 저항력을 갖고 있다는 결과를 도출해 냈다. 바람 스트레스 없이 지낸 식물은 갑자기 불어오는 강한 바람에 취약한 반면 늘 바람을 맞아 왔던 식물은 강건하게 그 상황을 버틸 수 있다. 오랫동안 강한 바람에 노출된 식물일수록 줄기와 가지가 두껍게 진화하며, 심지어 특정 지역의 식물은 울창한 숲의 식물과 줄기, 가지의 세포 구조마저 다르다는 것이다. 바람은 식물에게 위협적이지만, 식물을 강건하게도 만든다. 아시아와 유럽 고산지대에 주로 자생하며 강한 바람을 경험해 온 스카비오사속 식물들 역시 바람에 꺾이지 않도록 질긴 줄기를 가진 채 진화한 것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았던 어느 날의 솔체꽃은 비바람에 땅을 향해 꽃대가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나 쓰러졌을지언정 아예 꺾이진 않았다. 기울어진 줄기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설 수 있다. 내 기억 속 가을 풍경 중엔 바람에 흩날리는 보라색 솔체꽃 밭이 있다. 멀리에서 본 이들은 하늘하늘 자유롭게 흔들리는 듯하지만, 이 풍경은 실상 줄기가 바람에 저항해 버티는 모습에 가까운 것이다.
  • 코로나19 시대, 서울 자치구 청년·어린이 꿈 지원책

    코로나19 시대, 서울 자치구 청년·어린이 꿈 지원책

    코로나19 시대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굴까. 기존 세대가 경험했던 것들을 모르고 자라는 어린이, 당연했던 기회에 도전할 수조차 없는 청소년이 아닐까. 서울 각 구청은 이 세대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시행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오늘을 즐기고 내일은 준비하는 공간’ 이란 슬로건 아래 최근 ‘홍제동 청소년활동공간 꿈다락’을 새롭게 정비하고 운영을 재개했다고 8일 밝혔다. ‘꿈다락’은 2018년 개관했다. 구는 이곳을 PC와 게임기가 있는 놀이존, 화상학습, 숙제, 그룹스터디가 가능한 학습존, 보드게임, 독서, 영화감상을 할 수 있는 좌식 공간 눕-방, 노래 연습과 녹음, 영상 촬영 장비를 갖춘 미디어방, 청소년에게 음료를 제공하는 꿈다방카페로 꾸몄다. 꿈다락은 지역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이루어 나가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다. ‘꿈다락클럽’은 청소년 여가 활동을 지원하고 ‘홍제-동네탐험대’은 마을에 대한 관심을 높인다. 일자리 경험을 위해 ‘꿈다락인턴십’도 진행한다.성북구 장위 청소년 문화누림센터는 2021년 성북구 아동·청소년 어울마당 ‘집콕집쿡, 달달한 한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집콕집쿡, 달달한 한끼’ 는 성북구 청소년 어울마당 프로그램으로, 아동·청소년 270여명이 참여하여 요리활동을 통해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할 목적으로 오는 11월까지 총 18회차에 걸쳐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가 청소년들은 건강한 식재료를 활용하여 다채로운 요리를 만들게 되는데, 사전에 재료 키트를 수령하고 집에서 온라인 줌(ZOOM) 접속을 통해 매회 쉐프와 요리 활동을 함께 함으로써 자신의 요리를 뽐내는 기회를 가진다. 정릉신용협동조합, 신협사회공헌재단, 솔향기문화사랑방, 성북구 정릉4동 주민센터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신협어부바원어민영어교실’(이하 어부바영어교실)은 지난 3일 문을 열었다. 어부바영어교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 격차가 커지고 특히 취약계층 아동들이 우수한 영어콘텐츠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우려해 마을공동체에서 지원에 나서 마련됐다. 9월 3일부터 10월 31일까지 화, 토, 일요일 주 3회 총 26회 진행될 예정이다.강동구가 개최한 ‘미본 mini 올림픽’엔 관내 아동 134명이 참여했다. 미본 mini 올림픽은 25일은 농구, 축구, 배구, 26일과 27일은 탁구, 사격, 배구 경기를 진행해 총 134명의 아동이 참여했고, 이 중 종목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3팀을 뽑아 시상했다.
  • 시간이 비켜 간 사이 청춘이 움트다

    시간이 비켜 간 사이 청춘이 움트다

    시간이 자라처럼 느리게 가는 도시가 있다. 충북 청주다. 이 도시에선 시간이 왜곡돼 흐르는 듯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처럼 말이다. 이 행성에선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지. 어쩌면 이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도시 밖에서는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아주 바삐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청주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원도심’이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하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 옛것이 그리 낡아 보일 리도 없을 터다. 한데 도드라진 여행지는 없어도 다녀온 이들마다 편안하고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곳이 청주이기도 하다. 이제 전하려는 건 그 무색무취의 도시 안쪽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의 이야기다.무서움은 종종 낯섦에서 시작된다. 어딘가 다른 모습, 익숙하지 않은 형태와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가 시작된다. ‘탑동양관’의 건물들을 마주할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우리 전통 기와를 올린 적벽돌의 서양풍 건물은 대낮인데도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안겼다. 저 단단한 적벽돌집 지하실 어디선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만큼 이질적이고 독특했다는 뜻이다. 과장은 좀 보탰지만. 탑동양관은 ‘탑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란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1932년(시초에 대한 기록이 저마다 달라 청주 역사 책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까지 세워진 여섯 채의 건물이 탑동 언덕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국내 어디서도 이런 형태의 경관은 마주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건물을 지은 이들은 미국의 북장로교 선교사들이다. 한국명 ‘민노아’(프레드릭 S 밀러) 등이 청주 외곽의 구릉지대에 정착하면서 숙소와 병원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유리, 스팀 보일러, 수세식 변기 등의 건축 재료들이 건물 신축에 쓰였다. 탑동양관을 비롯한 선교촌의 당시 면적은 얼추 5만평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전통과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란 공통점만 제외하면, 입구부터 처마까지 다 다르다. 건물은 할리우드 ‘로코’ 영화의 배경으로 쓰일 법한 몸체에 전통 기와가 얹혀진 형태다. 팔작이나 우진각 등의 한옥 지붕이 경계면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과 달리, 이 양관들은 지붕 가운데 기와를 여러 개의 처마처럼 겹쳐 놓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멋을 냈다. 청주 사람들조차 탑동양관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여학교 안에 있어서다. 졸업생 등 일부 외엔 탑동양관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 해도 겁 없이 여학교 교정을 드나들 이는 아마 없었지 싶다. 탑동양관을 둘러싼 일신여중·고교 역시 선교를 위해 세운 ‘미션스쿨’이다. 다만 연혁은 탑동양관보다 짧다. 탑동양관은 모두 6개동이다. 이 가운데 후문 밖의 1호 양관은 개인에게 팔렸고, 2호는 충북노회 등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덕혜옹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양관 2호에서 촬영됐다. 학교 안에 있는 건 3호~6호다. 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주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탑동양관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를 앞세운 도시화 물결은 이미 학교 담장 옆까지 밀려들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개발 욕망의 틈바구니에 낡은 문화재가 옹색하게 낀 모양새다. 일신여중·고처럼 ‘미션스쿨’이었던 인근의 세광중·고교는 진작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다행히 옛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교목실, 다도실, 상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학교 교정에 있다 보니 잘못 얼쩡댔다간 ‘경을 칠’ 수 있다. 등하교 전이나 주말 등 여학생들이 교내에 없는 동안에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게 느린 청주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것도 있다. 영화관이다. 서울에선 전통의 영화관 폐관 소식이 최근에야 관심을 끌었지만, 청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복합상영관의 출현 때문은 아니었다. 공룡 멸종처럼 원인 불명인 채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소도시 수준을 겨우 넘는 곳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청주대 앞 청도극장, ‘2편 동시상영의 명가’ 자유극장, 싹 밀어져 ‘청소년 광장’이 된 중앙극장 등에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들끓었다. 지금도 근근이 ‘핫플’의 지위를 이어 가는 시내 철당간 주변에도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다. 철당간 바로 앞은 청주극장, 그 옆은 현대극장이었다. 지금은 서점과 유명 백화점이 각각 들어섰다. 고려 시대 구조물인 철당간(국보 41호)과 최신식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린 모습이 퍽 독특한 미감을 안겨 준다. ‘청주 행성’의 시간대로라면,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철당간 앞을 오갔을 숱한 옛사람들의 모습도 어른대는 듯하다. 철당간에서 성안길을 건너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서울의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라떼시절’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1361)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론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는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복원됐다. 중앙공원에서 성안길로 나서는 좁은 골목엔 이름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추만두’부터 쫄쫄호떡, 떡볶이, 메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청주의 노스탤지어 먹거리라 부를 만하다. 예전 청주에선 빵집에서 분식도 함께 팔았다. 어쩌면 분식집에서 빵을 팔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라면, 즉석 떡볶이 등이 주메뉴이면서 고로케, 팥빵 등을 함께 파는 집도 적지 않았다. 공원당 메밀국수는 당시의 흐릿한 흔적이다. 서문다리 인근의 서문우동도 비슷하다. 우동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는 원래 상호에서 ‘제과’를 떼고 아예 ‘우동’으로 갈아탔다. 성안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성안길은 청주 도심의 번화가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어느 도시, 어느 중심가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바뀐 이름이 정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청주 시민 상당수가 ‘본정통’이란 이름에 더 익숙하지 싶다. 성안길은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말끔한 건물이 뒤섞여 있다. 한데 희한하기도 하지. 오래된 건물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최신 건물도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 행성’이라 그렇지 싶다. 성안길 건너편은 중앙동이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목욕탕인 ‘학천탕’을 카페로 바꾼 ‘목간’(목욕의 사투리), 옛 중앙극장 자리에 들어선 청소년 광장 등이 명물이다. 옛 청주역을 철길과 함께 전시관으로 꾸민 ‘청주역사(驛舍)전시관’은 셀피 찍으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의 간선도로는 T자 형태다. 사통팔달인 여느 지역과 다르다.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상당공원이 있다. 아무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다. 그래도 쉬기는 딱 좋다. 1970년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계몽적인 기념물들 사이에서 쉬다 보면 입으로 실소 한 모금이 절로 새어 나온다. 상당공원 주변으로도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현 충북도청 본관이 등록문화재(55호)다.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353호)도 둘러볼 만하다. 일본 강점기 때 지어진 이후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다 2010년 전시시설로 바뀌었다. 지역 작가들의 미술,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문화관 바로 위의 청주향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노거수 몇 그루가 대성전을 호위하고 있다. 인근의 성공회 성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셀피 사진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한옥 지붕에 아치형 창문 등 서구 건축 양식이 가미됐다.옛 연초제조창은 몇 안 되는 청주의 ‘핫플’ 중에서 첫손 꼽을 만한 곳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세워진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해 국내외로 공급했다고 한다. 2004년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뻔하다가 201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옛 연초제조창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C, 그리고 동부창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 기능보다 수장과 복원에 무게를 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개방형 수장고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코로나19로 휴관하다 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미술관 외부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쇄물은 권민호 작가의 연작 ‘회색 숨’의 하나다. 미술관 앱을 내려받아 벽에 비추면 휴대전화 화면에 SF영화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펼쳐진다.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는데, 볼수록 신기한 콘텐츠다. 한석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도 있다. 연초제조창 터에서 고사한 목련을 소재로 제작했다. 잔디광장 끝엔 담뱃갑을 모티브로 세운 ‘게이트 센터’가 있다. 원래 안내소 용도로 세운 구조물인데, 청주시와 미술관 어느 곳도 애정을 두지 않는 눈치여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미술관 옆은 문화제조창C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도서관, 카페, 쇼핑몰 등이 들어찼다. 8일부터 새달 17일까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동부창고는 1960년대 지은 7개 동의 담뱃잎 저장창고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코로나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동부창고 8경 등 인증샷 명소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하다. 미술관 바로 뒤에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주교 내덕동주교좌성당이 나온다. 정진석 추기경(1931~2021)이 무려 28년이나 머물렀다는 성당이다. 주교좌성당 역시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엄격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유럽 선교회에 견줘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 메리놀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한 건 종탑이 측면에 위치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성당들이 건물 중심에 종탑을 둔 것과 다르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다. 적요한 성당에서 도심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반면 눈엣가시 같은 건축물도 있다. 골프연습장이다. 키 낮은 문화시설이나 공원 정도가 들어서면 좋을 공간을 고래 등뼈 같은 골프연습장이 꿰차고 있다. 이 구조물 하나로 공간과 공간의 연계성이 완벽히 차단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충만했던 기분도 덩달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안덕벌을 거슬러 오르면 청주대 예술대다. 여기서 조붓한 산길을 따라가면 벽화로 유명한 수암골과 만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대청호로 간다. 늘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 청주 쪽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경관은 문의문화재단지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꼽은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주변 지역의 옛 건축물 등을 옮겨와 너른 공원으로 조성했다. 대청호가 굽어보이는 산자락 중턱에 자리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 세월이 머무는 사이 예술이 터 잡다

    세월이 머무는 사이 예술이 터 잡다

    시간이 자라처럼 느리게 가는 도시가 있다. 충북 청주다. 이 도시에선 시간이 왜곡돼 흐르는 듯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처럼 말이다. 이 행성에선 1시간이 지구의 7년과 같다지. 어쩌면 이 도시에서 불과 몇 시간을 보냈는데도, 도시 밖에서는 벌써 수십년의 시간이 아주 바삐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청주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원도심’이라 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하긴 시간이 더디게 흐르니 옛것이 그리 낡아 보일 리도 없을 터다. 한데 도드라진 여행지는 없어도 다녀온 이들마다 편안하고 좋은 곳이라며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는 곳이 청주이기도 하다. 이제 전하려는 건 그 무색무취의 도시 안쪽에서 길어 올린 풍경들의 이야기다.무서움은 종종 낯섦에서 시작된다. 어딘가 다른 모습, 익숙하지 않은 형태와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경계가 시작된다. ‘탑동양관’의 건물들을 마주할 때 느낌이 딱 그랬다. 우리 전통 기와를 올린 적벽돌의 서양풍 건물은 대낮인데도 어딘가 기이한 느낌을 안겼다. 저 단단한 적벽돌집 지하실 어디선가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뭐, 그만큼 이질적이고 독특했다는 뜻이다. 과장은 좀 보탰지만. 탑동양관은 ‘탑동에 있는 서양식 건물’이란 뜻이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부터 1932년(시초에 대한 기록이 저마다 달라 청주 역사 책자를 기준으로 삼았다)까지 세워진 여섯 채의 건물이 탑동 언덕에 일렬로 늘어서 있다. 국내 어디서도 이런 형태의 경관은 마주한 기억이 없는 듯하다. 건물을 지은 이들은 미국의 북장로교 선교사들이다. 한국명 ‘민노아’(프레드릭 S 밀러) 등이 청주 외곽의 구릉지대에 정착하면서 숙소와 병원 등으로 쓰기 위해 지었다. 당시 듣도 보도 못했던 유리, 스팀 보일러, 수세식 변기 등의 건축 재료들이 건물 신축에 쓰였다. 탑동양관을 비롯한 선교촌의 당시 면적은 얼추 5만평에 달했다고 한다. 건물은 저마다 개성이 있다. 전통과 양식이 혼재된 건축물이란 공통점만 제외하면, 입구부터 처마까지 다 다르다. 건물은 할리우드 ‘로코’ 영화의 배경으로 쓰일 법한 몸체에 전통 기와가 얹혀진 형태다. 팔작이나 우진각 등의 한옥 지붕이 경계면에 약간의 변형만 준 것과 달리, 이 양관들은 지붕 가운데 기와를 여러 개의 처마처럼 겹쳐 놓거나, 세우는 등 다양하게 멋을 냈다. 청주 사람들조차 탑동양관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여학교 안에 있어서다. 졸업생 등 일부 외엔 탑동양관의 존재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설령 알았다 해도 겁 없이 여학교 교정을 드나들 이는 아마 없었지 싶다. 탑동양관을 둘러싼 일신여중·고교 역시 선교를 위해 세운 ‘미션스쿨’이다. 다만 연혁은 탑동양관보다 짧다. 탑동양관은 모두 6개동이다. 이 가운데 후문 밖의 1호 양관은 개인에게 팔렸고, 2호는 충북노회 등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덕혜옹주’ 등의 영화와 드라마 등이 양관 2호에서 촬영됐다. 학교 안에 있는 건 3호~6호다. 1호를 제외하면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주변 건물에 올라가 보면 탑동양관이 처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파트를 앞세운 도시화 물결은 이미 학교 담장 옆까지 밀려들었다.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개발 욕망의 틈바구니에 낡은 문화재가 옹색하게 낀 모양새다. 일신여중·고처럼 ‘미션스쿨’이었던 인근의 세광중·고교는 진작에 도시 외곽으로 밀려났다. 다행히 옛 건물은 학생들 사이에서 아직 숨을 쉬고 있다. 교목실, 다도실, 상담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여학교 교정에 있다 보니 잘못 얼쩡댔다간 ‘경을 칠’ 수 있다. 등하교 전이나 주말 등 여학생들이 교내에 없는 동안에 학교 측의 양해를 얻어 들여다봐야 한다. 모든 게 느린 청주지만 빛의 속도로 사라진 것도 있다. 영화관이다. 서울에선 전통의 영화관 폐관 소식이 최근에야 관심을 끌었지만, 청주에선 이미 수십년 전에 벌어진 일이다. 복합상영관의 출현 때문은 아니었다. 공룡 멸종처럼 원인 불명인 채 한순간에 사라졌다.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소도시 수준을 겨우 넘는 곳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청주대 앞 청도극장, ‘2편 동시상영의 명가’ 자유극장, 싹 밀어져 ‘청소년 광장’이 된 중앙극장 등에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들끓었다. 지금도 근근이 ‘핫플’의 지위를 이어 가는 시내 철당간 주변에도 영화관이 두 곳이나 있었다. 철당간 바로 앞은 청주극장, 그 옆은 현대극장이었다. 지금은 서점과 유명 백화점이 각각 들어섰다. 고려 시대 구조물인 철당간(국보 41호)과 최신식 건물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린 모습이 퍽 독특한 미감을 안겨 준다. ‘청주 행성’의 시간대로라면,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철당간 앞을 오갔을 숱한 옛사람들의 모습도 어른대는 듯하다. 철당간에서 성안길을 건너면 중앙공원이다. 중앙공원은 서울의 탑골공원과 비슷하다. 어르신들이 많다. 수령이 1000년을 헤아린다는 은행나무 ‘압각수’, 병마절도사영문 등의 볼거리가 있다. 망선루는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라떼시절’ 이야기가 고려 공민왕(1361) 때까지 거슬러 오른다. 물론 역사가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는 여러 차례 중수를 거쳐 복원됐다. 중앙공원에서 성안길로 나서는 좁은 골목엔 이름난 맛집들이 몰려 있다. 요즘 인기를 끄는 ‘고추만두’부터 쫄쫄호떡, 떡볶이, 메밀국수 등 다양한 먹거리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공원당의 메밀국수는 청주의 노스탤지어 먹거리라 부를 만하다. 예전 청주에선 빵집에서 분식도 함께 팔았다. 어쩌면 분식집에서 빵을 팔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라면, 즉석 떡볶이 등이 주메뉴이면서 고로케, 팥빵 등을 함께 파는 집도 적지 않았다. 공원당 메밀국수는 당시의 흐릿한 흔적이다. 서문다리 인근의 서문우동도 비슷하다. 우동 맛집으로 인기를 끌면서는 원래 상호에서 ‘제과’를 떼고 아예 ‘우동’으로 갈아탔다. 성안길에서 그리 멀지 않다. 성안길은 청주 도심의 번화가다. 옛 이름은 ‘본정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어느 도시, 어느 중심가에나 있었던 ‘혼마치’와 같은 말이다.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뀐 건 1994년이다. 바뀐 이름이 정착되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하면, 여전히 청주 시민 상당수가 ‘본정통’이란 이름에 더 익숙하지 싶다. 성안길은 자박자박 걷는 재미가 있다. 오래된 건물과 말끔한 건물이 뒤섞여 있다. 한데 희한하기도 하지. 오래된 건물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최신 건물도 그리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 행성’이라 그렇지 싶다. 성안길 건너편은 중앙동이다.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목욕탕인 ‘학천탕’을 카페로 바꾼 ‘목간’(목욕의 사투리), 옛 중앙극장 자리에 들어선 청소년 광장 등이 명물이다. 옛 청주역을 철길과 함께 전시관으로 꾸민 ‘청주역사(驛舍)전시관’은 셀피 찍으려는 ‘청춘’들이 많이 찾는다. 청주의 간선도로는 T자 형태다. 사통팔달인 여느 지역과 다르다. 간선도로의 교차점에 상당공원이 있다. 아무도, 여전히 아무도 찾지 않는 공원이다. 그래도 쉬기는 딱 좋다. 1970년대의 권위주의적이고 계몽적인 기념물들 사이에서 쉬다 보면 입으로 실소 한 모금이 절로 새어 나온다. 상당공원 주변으로도 볼거리들이 많다. 우선 현 충북도청 본관이 등록문화재(55호)다. 충북문화관(등록문화재 353호)도 둘러볼 만하다. 일본 강점기 때 지어진 이후 충북 도지사 관사로 쓰이다 2010년 전시시설로 바뀌었다. 지역 작가들의 미술, 조각, 사진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충북문화관 바로 위의 청주향교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일품이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노거수 몇 그루가 대성전을 호위하고 있다. 인근의 성공회 성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셀피 사진의 명소로 발돋움하는 중이다. 한옥 지붕에 아치형 창문 등 서구 건축 양식이 가미됐다.옛 연초제조창은 몇 안 되는 청주의 ‘핫플’ 중에서 첫손 꼽을 만한 곳이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세워진 연초제조창은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다. 거대한 건물 안에서 3000여명의 직원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해 국내외로 공급했다고 한다. 2004년 문을 닫은 연초제조창은 아파트 단지로 개발될 뻔하다가 2018년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옛 연초제조창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문화제조창C, 그리고 동부창고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전시 기능보다 수장과 복원에 무게를 둔 국내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개방형 수장고 등 다양한 전시 공간을 갖췄다. 코로나19로 휴관하다 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미술관 외부에도 예술의 향기가 가득하다. 벽에 걸린 거대한 인쇄물은 권민호 작가의 연작 ‘회색 숨’의 하나다. 미술관 앱을 내려받아 벽에 비추면 휴대전화 화면에 SF영화의 미래도시를 연상시키는 증강현실(AR) 콘텐츠가 펼쳐진다. 제조창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1970년대 모습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는데, 볼수록 신기한 콘텐츠다. 한석현 작가의 설치미술작품 ‘다시, 나무 프로젝트’도 있다. 연초제조창 터에서 고사한 목련을 소재로 제작했다. 잔디광장 끝엔 담뱃갑을 모티브로 세운 ‘게이트 센터’가 있다. 원래 안내소 용도로 세운 구조물인데, 청주시와 미술관 어느 곳도 애정을 두지 않는 눈치여서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미술관 옆은 문화제조창C다. 청주 공예비엔날레 전시관, 도서관, 카페, 쇼핑몰 등이 들어찼다. 8일부터 새달 17일까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32개국 309명의 작가가 참여해 119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동부창고는 1960년대 지은 7개 동의 담뱃잎 저장창고 가운데 일부를 재활용한 공간이다. 코로나로 활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동부창고 8경 등 인증샷 명소를 찾는 발걸음은 꾸준하다. 미술관 바로 뒤에 있다.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로를 건너면 천주교 내덕동주교좌성당이 나온다. 정진석 추기경(1931~2021)이 무려 28년이나 머물렀다는 성당이다. 주교좌성당 역시 동서양의 건축 양식이 절충된 형태다. 엄격한 건축 양식을 따르는 유럽 선교회에 견줘 비교적 개방적인 미국 메리놀회에서 세웠기 때문이다. 가장 독특한 건 종탑이 측면에 위치한 것이다. 대부분의 보수적인 성당들이 건물 중심에 종탑을 둔 것과 다르다. 성당은 야트막한 언덕에 터를 잡았다. 적요한 성당에서 도심을 굽어보는 맛이 각별하다. 반면 눈엣가시 같은 건축물도 있다. 골프연습장이다. 키 낮은 문화시설이나 공원 정도가 들어서면 좋을 공간을 고래 등뼈 같은 골프연습장이 꿰차고 있다. 이 구조물 하나로 공간과 공간의 연계성이 완벽히 차단되고, 문화와 예술의 향기로 충만했던 기분도 덩달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다. 옛 연초제조창에서 안덕벌을 거슬러 오르면 청주대 예술대다. 여기서 조붓한 산길을 따라가면 벽화로 유명한 수암골과 만난다. 이제 도심을 벗어나 대청호로 간다. 늘 맑은 바람 일렁이는 곳. 청주 쪽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경관은 문의문화재단지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꼽은 곳이다. 대청댐 건설로 수몰될 뻔했던 주변 지역의 옛 건축물 등을 옮겨와 너른 공원으로 조성했다. 대청호가 굽어보이는 산자락 중턱에 자리해 시원한 풍경이 일품이다.
  • 소극장에서 만나는 클래식 발레…국립정동극장 ‘유니버설발레단 챔버시리즈’

    소극장에서 만나는 클래식 발레…국립정동극장 ‘유니버설발레단 챔버시리즈’

    국립정동극장은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하는 ‘유니버설발레단 챔버시리즈’를 10일부터 연다. 대극장에서 볼 수 있던 클래식 발레 명작들을 소극장에서 더욱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무대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국립정동극장에서 10~11일 ‘백조의 호수’와 17~18일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선보인다. 우아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더욱 가까이에서 선보이며 약 70여분간 압축한 이야기로 강렬하게 전달한다.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 음악과 함께 섬세한 동작과 고난이도의 안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악마 로트바르트의 저주를 받아 백조로 변하는 마법에 걸린 공주 오데트와 그를 구하려는 왕자 지그프리드의 사랑 이야기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특히 백조들의 환상적인 군무가 있는 호숫가 장면은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발레를 보여준다. 오데트 역에 홍향기, 한상이, 지그프리드 역에 이동탁, 강민우 등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들이 주역을 맡았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고전 발레의 교과서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군무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물레에 찔려 깊은 잠에 빠진 오로라 공주를 데지레 왕자가 구하는 여정을 홍향기, 손유희(오로라 역),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강민우(데지레 역)가 역동적으로 그려낸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장면들 가운데서도 둘의 결혼식 그랑 파드되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국립정동극장 김희철 대표는 “국립정동극장에서 오랜만에 올리는 발레 공연을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 단체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 올리게 되어 의미가 더 크다”면서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밀도 높은 발레 공연을 관객 분들이 많이 찾아와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지난해 국립정동극장과 유니버설발레단은 문화예술공연산업 활성화를 위해 MOU 업무 협약을 맺었다.
  • [신간] 김이환 시인, 두번째 시집 ‘늦가을 억새바다’ 출간

    [신간] 김이환 시인, 두번째 시집 ‘늦가을 억새바다’ 출간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김이환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늦가을 억새바다’를 출간했다. 지난해 11월 첫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을 출간한데 이어 10개월 만에 내놓는 두 번째 시집이다. ‘늦가을 억새바다’는 김이환 시인이 첫 시집에 담지 못한 시와 새로 쓴 ‘4월의 향기’, ‘꼬부랑 소나무’, ‘영흥도의 밤’, ‘사프란 겨울꽃’ 등 60여편을 4부에 걸쳐 담았다. 그는 출간사에서 “시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허전할까”라며 “자연에 대한 겸허한 마음과 자세는 물론, 삶에 진지한 접근으로 늦은 가을, 푸른 하늘 아래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 바다를 체험해 본다”고 적었다.1942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그는 대전 보문고와 중앙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신문대학원과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아남그룹 기조실장과 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과 한국PR협회장을 지내는 등 지난 50년간 광고와 홍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광고업계의 산증인이다. 문학평론가인 박수빈 시인은 서평에서 “그의 시는 세상사의 곡절을 성찰한 기록이다. 장황한 요설이나 어려운 용어로 진행하지 않는다”면서 “읽으면서 이해되고 사색에 잠기는 시어들이 등장한다. 현실을 대하는 화자의 시선은 침착하다. 욕망을 전면화하기 보다 이성의 영역으로 삶의 실존에 대한 통찰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도훈. 112쪽. 1만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기는 베트남] 코로나로 죽는 순간까지…무료급식 베풀던 남성의 사연

    [여기는 베트남] 코로나로 죽는 순간까지…무료급식 베풀던 남성의 사연

    평생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 급식을 베풀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코로나19 최전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나누던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베트남넷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지난달 22일 세상을 떠난 부 꾸옥 끄엉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끄엉 씨는 호찌민 1군에서 채식 식당 두 곳을 차리고, 수년간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해왔다. 식당은 좁은 골목길 안에 자리 잡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곳이다. 호찌민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모든 식당은 문을 닫았지만, 그는 정부에 요청해 '자선 식당'을 운영해 의료진을 비롯해 코로나19 방역 최전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 음식을 제공했다. 하지만 '자선 식당' 두 달만인 지난달 16일 끄엉 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튿날 병원 격리 치료소에 입원했지만, 닷새 만에 숨을 거뒀다.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에 수많은 사람들과 협회, 의료진들은 SNS에 애도의 글을 남기며 슬픔을 표했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동료들에게 "힘을 내서 어려운 이웃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끄엉 씨의 친구인 찐 투이 씨는 본인의 SNS 계정에 "그의 식당은 많은 병원과 의료진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면서 "그는 귀엽고, 사려 깊고, 따스하며, 무척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사랑했다"고 전했다.이어 "그는 아무리 지쳐도 본인을 위한 휴식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걱정했던 사람이다. 이제는 그가 쉬어야 할 순간이 왔나 보다. 이번 생에서 베푼 당신의 모든 것들에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끄엉 씨의 아내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았다. 최근 완치 판정을 받고 돌아온 아내는 남편의 유해를 기다리고 있다. 의과대학에 다니는 아들은 현재 병원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참여하고 있다. 끄엉 씨의 친구들은 "그는 평생 돈이 생기면 모두 자선 사업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세상을 떠나면서 가족들에게 남겨둔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의 가족들은 누구도 끄엉 씨의 '아낌없는 선행'을 탓한 적이 없다. 아내는 "자식들도 아빠처럼 나눔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면서 "그가 남긴 것은 이웃을 향한 사랑뿐"이라고 말했다. 응우옌 쑤언 푹 국가 주석도 지난달 28일 끄엉 씨의 아내에게 감사와 애도의 서신을 보냈다. 주석은 "연꽃과 같은 그의 숭고한 삶은 여전히 향기를 발산하며, 연민의 마음, 고귀한 삶과 대의를 위한 헌신의 삶을 생각게 한다"고 전했다. 또한 "당신의 가족들이 끄엉 씨의 삶처럼 강하고, 신념을 지니길 바란다"면서 "여러분은 남편이자, 아버지이자, 친구였던 그를 자랑스러워하십시오"라고 전했다.
  • 풍경이 된 예술… 박수근이 내게로 왔다

    풍경이 된 예술… 박수근이 내게로 왔다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소도시들이 있다. 강원 양구도 그중 하나다. 이 즈음엔 박수근 미술관만으로도 양구를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전시된 미술 작품과 이를 품은 건축물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됐다. 관람객 역시 자연스레 작품 일부가 된다. 양구가 최전방의 군사도시라는 선입견은 시내 안쪽의 예술공간 몇 곳을 더 돌아보는 순간 와르르 깨진다.지금 박수근 미술관을 찾아야 하는 이유. 첫째,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유화 4점이 오랜 세월 돌고 돌아 그의 곁으로 다시 왔다.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작품이지만 어쩐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정겹다. 작품을 기증한 이는 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다. 함께 기증한 박수근의 드로잉 작품 14점도 만날 수 있다. 둘째, 관람객이 덜한 요즘이 차분하게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이 작품들이 처음 전시된 건 지난 5월이다. 예약제로 진행된 전시인데도 평소보다 2~3배가 넘는 구름 인파가 몰렸다. 요즘은 좀 뜸하다. 전시가 종료되는 10월 즈음엔 더 많은 인파가 몰릴 수도 있다. 미술관은 박수근의 정림리 생가 터에 세워졌다. 미술관을 설계한 이종호(1957~2014) 건축가는 이 공간을 “선생이 처음 ‘그림’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곳”이자 “선생의 그림에 어떤 원형으로 작용했을 풍경이 있는 곳”이라고 이해했다. 그는 이 공간에 “선생과의 만남을 만들어내는 통로”이면서 “매개의 장치”가 되는 건축물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술관은 그 다양한 구상들의 결과물이다.●‘아기 업은 소녀’, ‘농악’ 등 경매서도 보기 힘든 작품 한곳에 박수근 미술관은 박수근기념전시관과 현대미술관, 라키비움, 박수근 파빌리온, 어린이미술관 등으로 구성됐다. 이종호 건축가는 이를 “대지에 새겨진 미술관”이라고 규정했다. “박수근의 그림은 그려진 것이기보다 새겨진 것”이란 자신의 인식을 설계에 고스란히 투영한 것이다. 새겨진 그림은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박수근 기념전시관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 그랬다. 일반적으로는 주차장이나 주 출입로에서 곧바로 건물 출입구와 마주한다. 박수근 기념관은 달랐다. ‘파사드’(정면을 뜻하는 건축 용어)가 정면에 없었다. 이 탓에 출입문의 위치를 알리는 작은 표지판을 보지 못한 관람객들은 정문을 찾아 건물 외벽을 이리저리 기웃대야 했다. 나중에 정문을 찾은 이후에야 관객들은 비로소 이 약간의 불편함조차 건축가의 설계 의도란 걸 깨닫게 된다.‘출입구로서’ 박수근 미술관의 파사드는 출입로 뒤에 있다. 외벽을 끼고 한 바퀴 빙글 돌아야 정문이 나온다. 우리 전통의 옹성(甕城)과 비슷한 구조다. 이종호 건축가는 미술관을 설계하며 “선생을 만나는 길이 쉽고 짧아서야 되겠는가?”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선생을 만나러 가는 길’이 다소 불편한 건 이 때문이다. 외벽의 재료는 화강석 조각들이다. 박수근 그림의 질감과 똑같다. 박물관 누리집의 설명처럼 그림의 마티에르(표면의 질감)와 합일된 건축의 마티에르를 여기서 본다.전시실엔 돌아온 유화와 드로잉 등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기증받은 유화는 ‘한일’(閑日, 한가한 날, 1950년대), ‘아기 업은 소녀’(1962), ‘농악’(1964), ‘마을풍경’(1963) 등이다. ‘한일’은 해외로 반출됐다가 2003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돼 한국으로 돌아온 작품이다. ‘아기 업은 소녀’(1962)는 옥션 경매에 잘 출품되지 않아 돈이 있어도 살 수 없을 만큼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농악’(1964)은 1965년 이후 소장처가 확인되지 않았던 작품 중 하나다. 슬라이드 사진을 통해서만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된 기증 작품은 모두 진품이다. 작품이 아무 보호장치 없이 그대로 드러난 듯해 깜짝 놀라는 이들을 종종 본다. 작품은 무반사 유리가 감싸고 있다. 잘 보이지 않을 뿐 없는 건 아니다. 혹시라도 자신의 숨결로 작품에 흠이 갈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박수근의 삶의 편린들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자료를 통해 가족과의 애틋한 사연, 당대와 불화한 예술인의 쓰디쓴 인생 역정 등을 엿볼 수 있다. 전시실을 나오면 무릎에 팔짱을 낀 박수근 동상이 나온다. 그 옆은 그의 작품에 많은 영향을 준 ‘빨래터’와 자작나무 숲이다. 전시실에서 조붓한 언덕길을 오르면 박수근 묘다. 그의 처 김복순과 함께 누워 있다. 묘 건너편에도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다. 현대미술관, 라키비움, 박수근 파빌리온 등이다. 무엇보다 박수근 파빌리온의 자태가 시선을 잡아끈다. 박수근 파빌리온은 세 동의 건물이 통로로 이어진 형태다. 박수근의 아틀리에 노릇을 했던 서울 창신동의 집이 모티브다. 파빌리온 입구의 동판에는 ‘자연에 새겨진 익숙한 질서를 존중하는 궁극의 기념홀’이라 새겨져 있다. 라키비움(Larchiveum)은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이다. 증강 현실 등 실감형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현대미술관 역시 건물의 독특한 미감이 일품이다. 밖에서 안을 볼 수 있고, 안에서도 밖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차갑고 정연한 콘크리트 건물 틈바구니에서 쉴 수 있는 나무 의자도 정겹고 기쁘다.●군사도시? 청춘공원 등 시내 안쪽에서도 조형 작품 수두룩 읍내에도 찾아볼 만한 조형 미술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파로호 꽃섬 맞은편의 청춘공원은 조각 공원이다. 인문학 마을, 캠핑장 등이 들어선 용머리 공원도 예전엔 ‘용머리 조각공원’이었다. 강변 여기기저에 조각 작품들이 많다. 용머리 공원 아래 있는 한반도섬은 파로호 중간에 우리나라 모양으로 조성한 인공 섬이다. 산책 삼아 걷기 좋다. 한반도섬 양쪽으로 다리가 놓여 걸어서 이쪽저쪽을 오갈 수 있다. 해안면으로 넘어간다. 최고 볼거리는 단연 ‘펀치볼’(Punch Bowl)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분지를 둘러친 모습이 화채 그릇과 비슷해 이런 이름을 얻었다. 을지전망대에서 이 모습을 여실히 볼 수 있지만, 현재 리모델링 작업으로 폐쇄 중이다. 그나마 실감 나게 펀치볼을 볼 수 있는 곳은 도솔산전투위령비 인근의 전망대다. 돌산령 터널이 생기기 전 양구에서 해안으로 갈 때 이용했던 지방도로의 정상 부근에 조성된 전망대다.●해발 1000m 산들의 분지 ‘펀치볼’… DMZ 야생화 공원도 길은 구불거리고 경사도 급하다. 반면 주변은 고원분지처럼 탁 트였다. 정상 부근엔 군부대도 있다. 돌산령을 내려서면 가까운 거리에서 두 곳의 야생화 공원과 만난다. DMZ자생식물원과 해안야생화공원이다. DMZ자생식물원은 근래에 조성돼 다소 황량하고, 야생화공원은 가을 들꽃들이 피지 않아 썰렁하다.해안은 안보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다만 을지전망대 외에 제4땅굴, 두타연 등 주요 안보관광지들이 폐쇄 중이다. 개방된 곳은 전쟁기념관이다. 기념관 들머리에 직사각형 기둥 아홉 개가 세워져 있다. 피의 능선 전투, 펀치볼 전투, 도솔산 전투 등 한국전쟁 당시 양구 일대 아홉 개 산자락에서 벌어졌던 고지전(高地戰)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기념관 안에도 다양한 조형 미술 작품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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