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한도액/토목·건축 분리산정제 백지화
◎“건설시장 개방때 외국업체에 유리”/공공기관공사 시중노임 단계 적용/「건설시장 개방대책」 발표
국내 건설시장 개방에 대비해 PQ제(입찰참가 자격 사전심사)의 범위가 확대되고 턴키(설계 및 시공 일괄방식),대안(기준설계보다 적은 공사비의 설계)입찰제가 활성화된다.
반면 부실공사를 막고 업종전문화를 위해 실시키로 한 도급한도액의 토목 및 건축 분리산정제는 폐지된다.지난 92년 행주대교 붕괴사고가 나자 이 제도를 마련,1년간 유예를 거쳐 이 달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건설시장의 개방으로 실효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건설부는 27일 이같은 내용의 「건설시장 개방대책」을 발표했다.대책은 오는 97년까지 PQ제 발주 대상공사를 공사비 1백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1단계로 관계부처와 협의,우선 70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PQ 대상공종도 고속도로와 지하철공사 등 14개에 상하수도 등 공중 시설이나 특수용도의 건축공사를 포함시키고 전문 업체가 선정되도록 PQ 합격기준과 실적 반영률을 높이기로 했다.
도급한도액 분리산정제는 PQ와 턴키,대안입찰제가 활성화되는 데다 각 분야의 공사실적이 풍부한 외국 업체에 유리하다고 보고 폐지하기로 했다.지금의 토목·건축 합산 도급한도액제도 오는 97년까지 그 역할과 기능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폐지,각 발주기관이 스스로 업체의 시공능력을 평가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밖에 업체가 종합 건설능력을 기르도록 공공기관의 대형공사에는 턴키 및 대안입찰제를 활용하도록 했다.
정부노임단가와 표준품셈에 따라 산정하는 공사비도 비현실적인 점을 감안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중노임을 적용하고 표준품셈제의 폐지를 추진하는 한편 발주기관의 자체 발주공사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입찰 참가자격 사전심사제 확대/외국사 견제,국내업체보호 포석/건설부의 개방대책에 담긴 뜻
건설시장 개방대책의 핵심은 도급한도액을 토목과 건축으로 나눠 공사를 발주는 분리산정제를 백지화하고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건설부는 공종이 복잡해지고,PQ제의 실시로 도급한도액 제도의 입지가점차 좁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분리산정제를 백지화했다고 설명한다.
올해 일반 건설업 시장이 개방된 것을 시작으로 오는 97년까지 전문건설업을 포함한 민간 건설시장과 공공 건설시장이 모두 개방되면 도급한도액 제도가 오히려 외국 건설업체에 유리해지는 것도 그 이유이다.
대부분 국내 업체보다 실적이 많으므로 도급한도액이 높아 큰 공사를 많이 따낼 수 있고,분리산정제가 실시돼도 전문화가 잘 돼 있어 경쟁력이 국내 업체보다 훨씬 앞서기 때문이다.분리산정제가 국내 건설업체들의 전문화를 유도하기보다는 체질만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이다.
분리산정제는 지난 92년 7월 행주대교가 무너지자 부실시공을 막으려면 공종별로 시공업체를 전문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도입했었다.그러나 지난 해 1년간 시행을 유보한 끝에 이번에 백지화됐다.
업계에서는 건설부의 설명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중소 건축업계의 반발에 밀린 결과라는 비판도 있다.아파트 공사만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토목공사 실적이 없는 업체들은,분리산정제가 실시될 경우 토목공사 입찰에는 참여할 수 없게 되므로 이 제도를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번 조치로 토목 및 건축 공사의 실적을 합산하는 현행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토목·건축 중 어느 한쪽의 시공실적만 있으면 다른 부문의 경험이 없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행주대교 공사처럼 비전문 업체로 인한 부실시공이 문제가 될 소지는 남아있다.물론 건설시장 개방으로 도급한도제의 기능과 역할은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건설부는 PQ제에 의한 공공공사의 입찰에는 도급한도액을 넘어도 수주가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부실내용을 점수로 매겨 관리하는 부실벌점제를 실시하고 이를 PQ제에 반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