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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겹살 행사비, 업체에 떠넘긴 롯데마트 412억 과징금 문다

    삼겹살 행사비, 업체에 떠넘긴 롯데마트 412억 과징금 문다

    92건 판촉행사, 계약서 없이 할인비용 떠넘겨고기 자르고 포장해주는 직원 2782명 파견받아삼겹살 등 돼지고기를 싸게 파는 행사를 하면서 납품업체에게 그 비용을 떠넘긴 롯데마트가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마트 측은 유통업을 이해하지 못한 조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쇼핑(마트 부문)의 판촉비 전가 등 5개 불공정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411억 85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2012년 7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삼겹살 데이’ 가격할인 행사 등 92건의 판촉 행사를 진행하면서 할인에 따른 비용을 사전 서면약정 없이 돼지고기 납품업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롯데마트는 2012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인천 계양·전주 남원·경기 판교점 등 12개 점포의 개점 기념행사에서도 돼지고기 납품업체에 서면으로 사전 약정되지 않은 채 할인 비용을 모두 전가했다.대규모유통업법은 사전 서면약정 없이는 판촉 비용을 납품업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정을 맺었더라도 납품업자의 분담 비율은 50%를 넘을 수 없다. 롯데마트는 2012년 6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예상 이익·비용 등 구체적 내용이 누락된 파견요청 공문 하나만으로 돼지고기 납품업체 종업원 2782명을 파견받았다. 이들은 상품 판매·관리 업무 외 세절(고기를 자르는 작업)·포장업무 등까지 맡았고, 파견 종업원의 인건비는 모두 납품업체가 부담했다. 더구나 롯데마트는 2013년 4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돼지고기 납품업체에 정당한 이유 없이 PB(자체 브랜드) 상품개발 자문 수수료를 자사를 컨설팅해 준 업체에 지급하게 했다. 자기 브랜드 상품개발에 들어간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것이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롯데마트가 돼지고기 납품업체에 부당하게 세절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고(2013년 8월∼2015년 6월), 가격할인 행사가 끝난 뒤에도 행사 가격을 유지하면서 낮은 납품단가를 요구(2012년 7월∼2015년 3월)한 것도 모두 사실로 판단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매력이 큰 대형마트가 판촉비, PB 개발 자문 수수료, 부대 서비스 제공 등과 관련된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행위를 시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롯데쇼핑은 공정위 심의 결과에 반발했다. 롯데쇼핑은 “유통업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심의 결과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해를 입고 있다”며 “명확한 법적 판단을 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사설] “택배노조 합법” 법원도 인정한 플랫폼 노동권

    택배기사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된다는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택배기사는 개별 사업자라며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CJ대한통운 대리점들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택배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노조가 합법이라고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택배노조에 노조 설립 신고증을 발급하면서 ‘노조할 권리’를 인정했다. 택배노조는 사측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제안했지만, 대리점들은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았을뿐더러 교섭 요구 사실 자체도 공고하지 않았다. 이에 택배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 신청을 했고, 택배회사와 대리점주들은 행정소송으로 맞섰다가 2년 만에 패소했다. 이번 판결은 열악한 환경의 택배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권에 새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택배기사들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아니어서 이들이 연차수당, 산재보상 등 직접적인 처우 문제를 제기할 법적 권리는 여전히 없다. 노동조합법으로는 근로자이면서 근로기준법으로는 근로자가 아닌 애매한 위치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국회가 어서 마련하길 바란다. 배달 서비스, 대리운전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플랫폼 산업의 급성장으로 국내의 관련 종사자는 50만명을 웃돈다. 최근에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원들의 근로자 지위를 처음 인정한 노동부의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 노동자가 급증하는 현실이라면 이들의 노동권 보호는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권을 보호하는 정책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6회] 법원장의 재판장 인사평가 배경 법정에서 밝혀질까…김문석 사법연수원장 증인 채택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6회] 법원장의 재판장 인사평가 배경 법정에서 밝혀질까…김문석 사법연수원장 증인 채택

    법원장이 일선 재판부의 부장판사에게 한 근무평정을 법정에서 밝힐 수 있을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검찰이 신청한 김문석 사법연수원장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한 부장판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내용이 담기게 된 경위를 설명해야 한다는 검찰의 주장에 따라 재판부는 김 원장을 다음달 6일 법정에 나오도록 할 예정이다.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5회 재판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김문석에 대한 증인신청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증인신문을 할 때 판사 근무평정표는 증인에게만 보일 수 있도록 하고 제발 방청객에는 드러나지 않도록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공소장에도 등장하지 않는 김 원장이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데는 지난 6일 조한창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증인신문 과정이 중요한 계기가 됐다. 2015년 김 원장은 서울행정법원장을, 조 부장판사는 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를 각각 지냈다. 조 부장판사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으로부터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과 관련해 각하 판결을 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법원행정처 검토 보고서를 재판부에 전달해 달라는 요청을 듣고 나중에 해당 사건을 맡은 재판장에게 구두로 취지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보다 대법원이 사법기관으로서 우위에 있다는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몰두하던 법원행정처의 입장을 법리 설명으로 포장해 일선 재판부에 전달된 것이다. 조 부장판사는 재판부에 설명하기 전에는 김 원장에게 통진당 사건에 대한 행정처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통진당 소송 각하한 재판장에 부정적 평정…검찰 “당시 법원장 증인신문해야” 그러나 몇 달 뒤 재판부는 행정처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각하 결정을 했다. 헌재가 헌법적 가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심리한 뒤 통진당 해산 및 의원직 상실을 결정한 만큼 법원이 이를 다시 심리하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결정을 한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의 반정우 부장판사의 그해 근무평정에는 공교롭게도 이런 부정적인 평가가 담겼다. ‘일부 사건의 결론을 도출하면서 여러 객관적인 사정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채 주관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보이는 경우가 있음’, ‘논리적 모순이나 입증책임에 반하는 판시도 보임’. 검찰은 반 부장판사가 행정처의 입장대로 판결을 내리지 않아 이런 평가가 뒤따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 부장판사가 “근무평정의 초안을 작성하긴 했지만 저 문구는 쓰지 않았다”며 부인하자 당시 법원장이던 김 원장을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원장에 대한 증인신청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꽤 많은 공방이 오갔다. 재판부도 처음에는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고 변호인은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반대했다. 이날 재판이 시작된 뒤 검찰은 김 원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행정법원 수석 조한창은 이규진으로부터 법원행정처 입장 등을 전달받은 뒤 김문석에게 보고를 했습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조한창은 각하라는 것은 법리 문제가 있다며 재판에 개입했는데 행정법원은 소 각하 판결을 했습니다. 이와 관련, 이규진은 ‘행정법원(재판부)에 전달한 것이 맞느냐’는 박병대(당시 법원행정처장)의 질책을 조한창에게 전달했고, 이규진은 구체적인 항소심 재판 계획이 담긴 통진당 소송 결과 보고서를 박병대·양승태에 보고했습니다. 양승태·박병대는 헌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례로 법관 평가에 반영한 교육을 마련하도록 지시했고 이규진 등은 법원행정처 차원에서 소 각하 판결을 한 재판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습니다. 행정법원 행정13부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일삼던 중 반정우는 통진당 소송과 관련해서 배석판사에게 ‘서 판사 말을 들을 걸 그랬나’라며 심경을 토로했고 위로부터 질책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문석은 연말 회식에서 주심 판사에게 ‘왜 그랬나, 반 부장이 시킨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김문석은…” 그 때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말을 끊었다. “동의되지 않은 진술들을 인용하면서 말한 것은 불필요하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8일 재판에서 재판장이 “간접증인을 부르기 위해서는 김 원장이 평정표 기재를 했고 피고인들의 지시 때문이라는 사정을 추론할 수 있을 정도로 소명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들어 “소명을 위한 것”이라고 변호인의 이의에 반박했다. 그러자 이번엔 재판부가 “그런 단계에서 증거로 동의되지 않은 내용까지 말한 건 더욱 부적절하다”면서 “공소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것도 증거능력이 엄격해야 하는데 증거조사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아직 증거로 조사할 수 없는 부분까지 포함해서 계속 인용하면 더욱 부적절하다. 증거조사 필요성이 있는 이유를 진술하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설명을 이어갔다. “김문석은 행정법원의 특정 사건을 언급하며 인사평가를 했고, 그 사건은 해당 재판부가 처리한 사건에 해당한다”면서 “2015년 당시 행정13부에서 법원장이 관심을 갖는 주요 사건은 통진당 행정소송 사건이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원장의 반 부장판사에 대한 부정평가가 소 각하에 대한 행정처의 실망과 직접적인 요구에 따라 기재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공소사실과 범행 배경, 공모관계를 인정할 주요 간접사실에 해당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재판부에 “다툼이 있는 경우 검사와 피고인에게 기회를 동일하게 제공돼야 한다”면서 “검사의 일방적 증거 설명에 의해 예단을 형성하지 않고 동일한 기회로 변호인에게 반박 기회를 주는 것이 형사소송법인데 오히려 검사의 증거설명을 (변호인이) 부정했다는 형식적인 이유로 증거설명을 무의미하게 하고,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변호인들 “법정에서 수사하겠다는 건가” 반발…재판부는 채택 그러나 변호인들은 반발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이 아닌 내용인데 법정에서 수사를 허용하는 것과 다름 없어 (증인신청이) 기각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사나 피고인이 동일해야 한다고 하는데 헌법상 피고인과 변호인, 검사와의 힘의 균형이 없기에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라면서 “여러 권리가 변호인과 피고인에게 있지만 우리가 압수수색을 할 수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도 반박했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부정적 평정을 기재한 사실에 대해 법정에서 입증하겠다는 것은 별도의 공소사실을 논하겠다는 것”이라고 했고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도 “부정적 평정이 통진당 소송에 대한 행정처의 의견에 따라 기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가능성을 갖고 불러댈 거면 재판을 어떻게 하겠나”라며 “법관에 대한 평정은 개인에게도 공개가 어렵고 다 공개해서도 안 되는데 평정한 불러서 왜 그랬냐고 따져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반문했다. 몇 차례 더 공방을 이어간 뒤 재판부는 3분간 휴정했고, 다시 진행된 재판에서 김 원장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평정표를 증인에게만 제시하고 방청석에 드러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김 원장이 실제로 법정에 나올지는 미지수다. 지난 8일 증인을 신청하면서 검찰은 “김 원장을 검찰 조사에 불렀으나 ‘재판하는 법관이 어떻게 나가느냐’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법원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유승준 파기환송심 승소

    법원 “유승준 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유승준 파기환송심 승소

    병역 기피 논란으로 국내 입국이 거부됐던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43)씨에게 LA 총영사관이 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법원이 재차 판단했다. 유씨가 17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 한창훈)는 15일 유씨가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한다. LA 총영사관이 유씨에게 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날 판결은 지난 8월 대법원이 LA 총영사관의 비자발급 거부 조치가 위법하다며 2심 판결을 다시 하라고 결정한 것과 같은 판단이다. 다만 LA 총영사관 측에서 상고할 경우 대법원에서 다시 재상고심을 거쳐야 해 파기환송심 판결로 바로 유씨에게 비자가 발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씨는 지난 2002년 1월 해외 공연 등을 이유로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 기피 논란이 일었다. 당시 병무청장이 “공연을 위해 국외여행 허가를 받고 출국한 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사실상 병역의무를 면탈했다”며 법무부 장관에게 입국 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유씨에 대해 입국금지 결정을 내렸다. 이후 유씨는 2015년 10월 재외동포(F-4) 비자를 신청했는데 LA 총영사관으로부터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돼 사증발급이 불허됐다”며 거부하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유씨는 “재외동포는 입국금지 대상자 심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2심은 비자발급 거부처분이 적법했다며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의 입국금지 결정으로 비자발급을 제한한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법원은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해 병역기피 풍조를 낳게 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8월 대법원은 “재외공관장이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고 해서 적법성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라면서 “사증발급 거부처분은 재량행위인데, LA 총영사관은 재량권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며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수사기관이 조회한 개인정보 내역…법원 “수사·재판 중이어도 공개해야”

    수사기관이 개인정보를 조회한 내역을 당사자가 요청하면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어도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박형순)는 A씨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A씨는 지난해 9월 검찰에 통합사건조회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전과, 수사 대상 경력 등의 수사자료를 최근 3년간 열람·조회한 내역을 알려달라며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거절당했다.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된 정보나 수사·공소 제기 및 유지 등에 관한 내용이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정보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4호 규정이 이유였다. 이에 불복한 A씨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A씨가 요구한 정보는 자신에 대한 정보 조회에 대한 것으로 구체적인 수사내용과 수사기법을 포함하지 않고 있고 수사 방법이나 절차 등이 공개될 우려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A씨가 검찰에 공개해 달라고 한 것은 개인정보 열람 내역으로 단순한 국민의 알권리를 넘어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실질적 행사를 위해 공개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4회] ‘피의 칼바람’ 예고한 중복가입 해소조치… “무슨 소용있나 생각”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4회] ‘피의 칼바람’ 예고한 중복가입 해소조치… “무슨 소용있나 생각”

    “피의 칼바람이 불겠구나.” 2017년 2월 13일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중복가입한 전문분야연구회 탈퇴 등에 관한 안내말씀’이라는 공지글이 게재됐다. 글이 올라오기 전 전산 등 기술적 실무를 담당한 법원행정처 심의관은 이 공지사항의 내용을 듣고 ‘피의 칼바람’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구 속에 담긴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가운데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와해시키기 위한 조치로 시행된 것이라고 검찰이 지목한 ‘전문분야 연구회 중복가입 해소 조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영한 전 대법관의 공소사실로 적시돼 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3회 재판에는 2016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 정보화심의관으로 일한 이상엽 울산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 전 심의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중복가입 해소조치 공지글을 작성한 김민수 당시 기획조정심의관(현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에게 연구회의 중복금지를 제한하는 방안이 가능한지 기술적 검토를 요청받았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부터 잘 아는 사이였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 7월 19일 이 법정에서 증언하면서 “이 전 심의관과 기술적인 사항을 통화하면서 검토를 부탁하니 ‘피의 칼바람이 불겠구나’라며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여 전산정보관리국도 (조치 내용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임 전 차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지시를 받아 김 부장판사가 검토한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판사들이 활동하던 각 연구회의 커뮤니티에서 최초 가입한 연구회 한 곳만 남기고 나머지는 자동 탈퇴하도록 조치한다는 내용이었다. 2016년 국회와 감사원에서 예산이 중복 사용되고 있고, ‘전문분야연구회의 구성 및 지원에 관한 예규’에 중복가입을 금지한 조항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되면서 지켜지지 않는 점 등이 지적됐다는 것이 중복가입 해소조치의 명분이었다. ●‘중복가입 해소조치’ 기술검토한 前정보화심의관 “기조실 결정 따른 것” 그러나 실제로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활동을 축소시키고 와해시키려는 목적이 담긴 조치였다는 것이 지난해 대법원의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를 거쳐 드러났다. 2011년 시작돼 다른 연구회에 비해 늦게 꾸려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자동적으로 탈퇴조치 되면서 회원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사법부 수뇌부의 판단이었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소모임인 ‘인권과 사법제도(인사모)’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임기 내 반드시 정리하겠다”고 벼를 만큼 ‘눈엣가시’로 여겨졌다. 상고법원을 비롯해 법원행정처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사법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판사들 가운데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 회원이 많자 양 전 대법원장의 ‘트라우마’가 발동했다. 2003년 ‘사법파동’을 이끌었던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전신인 우리법연구회와 모임을 이끌던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던 양 전 대법원장이 비판을 많이 들은 뒤 계속해서 안 좋은 감정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2011년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뒤 꾸려졌고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맡았다. 김 부장판사는 2017년 2월 6일 이 전 심의관에게 이메일로 보내며 중복가입 해소조치 관련 기술적 조치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전 심의관은 자신의 상급자인 이영훈 전산정보관리국장(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게 보고했다. 김 부장판사와 몇 차례 검토결과를 주고받은 이 전 심의관에게 그해 2월 13일 코트넷에 게시할 공지글의 최종본이 도착했다. 김 부장판사가 속한 기획조정실에서 모두 주도한 일이고 이 전 심의관은 기술적인 검토만 했을 뿐인데 공지사항은 임 전 차장이나 이 전 상임위원이 아닌 전산정보관리국장의 명의로 게시됐다. 이 전 심의관은 “다른 실국의 공지사항을 전산정보관리국장 명의로 게시한 것은 그 글이 유일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심의관은 김 부장판사가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밝힌 ‘피의 칼바람’ 발언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런 말을 한 기억 자체가 없고, 2016년 초에 김 부장판사를 만났을 때 전문분야연구회 예규에 따라 중복가입이 허락되지 않는데 관행적으로 중복가입이 돼 있다, 국회와 감사원에서 예산 중복지원을 지적받았다는 설명을 들은 적은 있다”고만 설명했다. 당시 이 조치가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압박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심의관은 검찰 조사에서 “(글이 게시되면) 전산정보관리국장이 욕을 먹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역시 특정 연구회를 축소시키기 위한 목적 때문이라기 보다는 중복가입을 한 판사들이 많기 때문에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고 말했다.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은 반대신문 과정에서 “당시 법관 수가 총 3000명에 못 미쳤는데 전문분야연구회 가입 수가 7000명이 넘어서 중복가입을 해소하면 많은 판사들이 피해를 입고 비난이 있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나”라는 질문에 이 전 심의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이 “이런 의미에서 ‘피의 칼바람이 부는구나’라고 말했다는 진술이 있던데”라고 묻자 “제가 말씀드렸듯이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런 말을 했다면 그런(중복가입한 판사들이 워낙 많아 비난받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말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었다고 이 전 심의관은 이날 밝혔다. “실제로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것이 있고 코트넷을 통해 연구회 커뮤니티를 지원했을 뿐입니다. 코트넷에서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규제하는 것이지 전문분야연구회에 대한 게 아닙니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법원 전산망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지 못할 뿐 다른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 되는데 왜 이런 조치를 하는지 의아했습니다. 기획조정실이 결정했다고 하니 따른 것 뿐입니다.” 2월 13일 게시글이 공지되면서 시행된 중복가입 해소조치는 판사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일주일 만에 유보하기로 하고 중단됐다. 일주일간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탈퇴한 회원은 28명이었고,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연구회를 탈퇴한 회원이 73명이었다. ●검찰, ‘부정적 근무평정’ 김문석 사법연수원장 증인신청…재판장 “필요성 낮아” 이 전 심의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치고 그동안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에 대한 신문조서 등 서류증거조사를 진행하던 법정에서는 새로운 증인신청을 두고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서증조사가 마무리된 뒤 오후 7시 30분쯤 재판부는 “검찰이 추가로 증인을 신청했다”며 김문석 사법연수원장을 언급했다. 검찰은 2015년 당시 서울행정법원장이던 김 원장을 불러 ‘통합진보당 의원 행정소송’ 재판장이던 반정우 부장판사에 대한 인사평정에 대해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한창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당시 이 전 상임위원의 요청으로 통진당 행정소송에 대한 행정처 입장을 반 부장판사에게 전달했는데 반 부장판사가 이에 반대되는 판결을 낸 과정을 설명했다. “위헌정당으로 해산 결정된 정당의 의원직 지위확인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부분이라며 각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행정처의 입장이었는데 반 부장판사는 헌재가 판단해야 한다며 각하 결정을 했다. 그해 반 부장판사의 근무평정에는 ‘일부 사건의 결론을 도출하면서 객관적인 여러 사정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채 주관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보이는 경우가 있음’, ‘논리적 모순이나 입증책임에 반하는 판시도 보임’이라는 부정적인 문구가 쓰였는데, 조 부장판사는 자신이 근무평정의 초안을 작성했지만 이 문구들은 자신이 쓴 게 아니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당시 법원장이던 김 원장이 이 문구를 작성한 것이 아닌지 김 원장을 법정에 불러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부터 검찰의 증인신청에 반감을 내비쳤다. 재판장인 박남천 부장판사는 “이 공소사실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은 임종헌, 이규진, 조한창, 반정우 정도로 이 관계인들은 반드시 증인신문을 필요하지만, 검찰이 신청한 김 원장은 조사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간접증인인 김 원장을 부르기 위해선 반 부장판사 평정표 기재를 한 것이 김 원장이고, 김 원장이 피고인들의 지시 때문에 이러한 문구를 작성한 것인지 사정을 추론할 수 있을 정도로 소명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도 “김 원장이 공모해 법관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것은 기소되지 않은 별도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수사하는 정도로 증인을 신청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원장을 검찰이 불렀지만 재판하는 법관으로서 어떻게 검찰 조사에 나가냐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법정에서 김 원장이 이 평정표를 작성했다는 것이 명확해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명분이 생겼는데 이 정도로도 안 된다면 실체적 진실 발견은 포기해야 하는 건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김 원장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하고 재판을 마쳤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3회] “재판부에 법리 전달 좀…” 동기법관의 ‘찜찜한 요청’ 거절못한 이유는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3회] “재판부에 법리 전달 좀…” 동기법관의 ‘찜찜한 요청’ 거절못한 이유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재판에 나오는 전·현직 법관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이 가담한 행위들이 재판 개입 의혹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에 부적절했다고 말한다. 일선 법원 재판부에 특정 사건에 대한 내용을 파악해 법원행정처에 보고하거나 법원행정처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일을 지시받았을 때에도 당황스럽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지시를 거부하거나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못했다. 대부분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상급자들의 지시를 받은 경우였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사법행정조직의 분위기 또는 평가가 직설적인 상급자의 업무 성향 등이 거부할 수 없던 이유로 주로 거론됐다. 그런데 상급자가 아닌 동기 법관의, 지시 아닌 제안이라고 해서 거부나 무시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 고위 법관이 법정에서 말했다. 그리고 그 이유는 ‘평판’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2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한창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얘기다. 2015년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였던 조 부장판사는 그해 5월 26일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서울 강남의 한 일식당에서 초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게 됐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였고 서울고등법원에서도 함께 근무해 가까웠다. 조 부장판사는 “맛있는 점심을 사주겠다”는 이 전 상임위원의 전화에 편한 마음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전 상임위원이 서류봉투를 건네면서 조 부장판사의 마음이 불편해졌다.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서류봉투 안에 담긴 이 문건은 그해 1월 7일자 김종복 전 사법정책심의관 등 법원행정처 통진당 태스크포스(TF)에서 작성한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 보고서에서 법원 이미지(CI)와 작성자를 빼고 ‘법원행정처가 수립한 판단 방법’을 추가한 문건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에 대한 해산결정을 한 뒤 통진당 국회의원들이 의원직 지위 확인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낸 것에 대한 판단 방향을 정리한 것이다. 소송 경위부터 사건의 구조, 행정소송에 대한 학계 입장 등과 함께 법원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이 돼있고 각 예상 주문별로 시나리오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맛있는 점심 먹자”던 이규진, 스시집에서 내민 서류봉투엔 ‘판결 방향’ 정리된 문건 이 전 상임위원은 봉투에서 ‘통진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문건을 꺼내 본 조 부장판사에게 “통진당 사건에 대해 검토한 내용이니 잘 읽어봐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건에는 사건 처리의 방향이 담겼다. “헌재와 관련 있는 사건이니 각하하는 건 곤란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이 전 상임위원이 말했는지 검찰이 물었지만 조 부장판사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만 했다. “그냥 전반적으로 ‘법률 규정이 없다’며 국회의원 지위와 정당해산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했다”면서 “제가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정당해산과 그 소속 지역구 의원이나 비례대표 의원의 지위 상실과 관련된 명문 규정이 없어서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문건을 재판부에도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조 부장판사는 진술했다. 조 부장판사는 순간 “이걸 어떻게 재판부에 주느냐”고 반발했다고 했다. “그런, 재판부 관련된 부탁을 받아본 적도 경험이 없어 거부감이 있었고 문서 자체가 각하, 기각, 인용 등 (상황별로) 이유와 근거들이 나열돼 있는 것을 보고 그 자체가 판결문에 작성되는 거라서 재판부에 직접 준다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조 부장판사가 난색을 표하자 이 전 상임위원은 “잘 읽어보시고 재판부에 법리를 전달해주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직접 (법리 등 문건의 내용을 재판부에 전달해달라는) 말을 한 것은 아닌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런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조 부장판사는 재판부에 법리를 전달해 달라던 이 전 상임위원의 이야기를 행정처 차원의 입장이라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이 특별히 개인적으로 관심 가질 만한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냥 직접 하지, 왜 나한테 (부탁)할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 문건을 받은 것 자체가 찝찜해서” 이 전 상임위원에게 받은 문건은 파쇄를 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 부장판사는 결국엔 법원장과 해당 재판부에 문건 속 내용들을 전달했다. 당시 김문석 서울행정법원장에게 통진당 행정소송 관련 이야기를 했는데 “보고를 드린 건지, 다른 말씀을 드리면서 드렸을 수도 있고 정확하지는 않다”고 그는 설명했지만 어쨌든 사건 이야기를 법원장에게도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해 7월쯤엔 통진당 행정소송을 맡은 행정13부 재판장인 반정우 부장판사에게 “각하로 결론내는 것은 법리적인 문제가 있으니 신중히 검토해보라”는 취지의 뜻을 전했다. 단 둘이 있을 때는 아니고 부장판사들 서너명과 회식을 하게 된 자리에서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다 중요사건이 거론되자 ‘마침 기회가 됐다’며 반 부장판사에게 통진당 행정소송 관련 행정처의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반 부장판사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기만 했다고 한다. ●찜찜하지만 거절하지 못한 이유… “그런 일도 못하냐는 평판 문제 때문” “(재판부의 법리를 전달해 달라는 이 전 상임위원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검찰이 묻자 조 부장판사는 “허허” 웃었다. 그리곤 말을 이어갔다. “제가 검찰 조사에서도 말했듯… 평판의 문제로 그랬습니다. 업무를, 그런 업무도 못하느냐(는 소리를 들을까봐)…. 제가 두루두루 잘, 이렇게 좋은 소리를 듣는 성격이라서 그런 취지에서 이걸 만약에 제대로 안 하면 좋지 않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 뒤로 검찰과 조 부장판사의 문답이 이어졌다.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건, 누가 그렇다는 겁니까” (검사) “이 전 상임위원도 그럴 수 있고…” (조 부장판사) “이 전 상임위원의 요청이 사실상 대법원의 요청으로 이해됐고, 행정처에서 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까?” (검사) “전체적으로 보면 취지는 맞는데, 법원행정처 처장, 차장 이렇게 특정한 건 아니고 행정처 내에서 그렇게(업무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정도였습니다.”(조 부장판사) “증인은 이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문건을 받은 뒤 재판부에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했고 심리적 부담을 느꼈습니까?” (검사) “통상적으로 그런 걸 해본 적도 없고 저도 재판을 30년 가까이 하며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 부분은 생소한 경험이어서 좀 주저한 건 있었습니다.”(조 부장판사) “재판부에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 질책받을 것을 걱정한 겁니까?” (검사) “질책이야 뭐 하겠습니까.” (조 부장판사) “증인은 당시 통진당 행정소송의 구체적 주문에 대한 결론이 적힌 문건을 재판부에 전달하는 게 부적절한 재판개입에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전달을 안 한 것입니까?” (검사) “재판개입인지 여부는 제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고요. 그걸 전달하거나 받아온 적은 없었기 때문에…“ (조 부장판사) “부적절하다는 인식은 했습니까?” (검사) “네. 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조 부장판사) “그렇지만 (이 전 상임위원의 요청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어서 문건 내용을 구두로 재판부에 전달한 사실은 있습니까?” (검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한 건 아니고 대략적 내용은 말했습니다.” (조 부장판사) 결국 문건을 직접 건네지는 않았지만 문건 속 핵심 내용은 반 부장판사에게 전해졌다는 것이다. 고민을 하던 끝에 부장판사들과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중요사건이 거론되자 말을 꺼냈는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반 부장판사. 조 부장판사는 그의 표정을 비롯한 반응을 이 전 상임위원에게 “재판부에 전했다”는 취지로 다시 전달을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떨떠름하더라, 시큰둥하더라”라는 취지의 피드백도 덧붙였다고 한다. 그해 11월 1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반정우)는 통진당 국회의원들의 행정소송에 대해 “헌재의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의원직 상실 결정은 헌재가 정당의 해산심판을 관장하는 범위에서 민주주의라는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통진당 해산이라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직접 적용해 이끌어낸 결론에 해당하므로, 법원이 이를 다시 심리·판단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을 침해한다”면서 소송을 각하하는 판결을 했다. 헌재와의 위상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던 행정처가 원하던 방향과 정반대의 결과였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통해 각하 판결 소식을 들은 박 전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이 전 상임위원에게 “행정처 입장이 재판부에 제대로 전달된 게 맞느냐”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지적했다. 반 부장판사의 그해 근무평정에는 이런 기록이 남겨졌다. ‘일부 사건의 결론을 도출하면서 객관적인 여러 사정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채 주관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보이는 경우가 있음’, ‘논리적 모순이나 입증책임에 반하는 판시도 보임’. 조 부장판사는 수석부장판사인 자신이 근무평정표의 초안을 작성했다면서도 이러한 표현들을 쓰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종헌 전화받고 ‘서기호 재판’ 사건번호 검색하며 재판부에 연락 조 부장판사는 그해 서기호 전 의원 재판에 개입한 혐의가 있다는 박 전 대법관의 공소사실에도 연루됐다.서 전 의원은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근무하다 2012년 2월 판사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뒤 그해 7월 통진당 비례대표를 승계해 19대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한 서 전 의원은 그해 8월 28일 서울행정법원에 법원행정처장을 상대로 ‘연임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 취소소송’을 냈다. 검찰은 소송이 접수된 때부터 행정처에서 조직적으로 소송 진행상황을 관리하거나 서 전 의원이 법사위에서 활동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점을 알리는 등 재판이 법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움직인 것으로 파악했다. 2012년 12월 18일 첫 변론기일이 열린 뒤 계속 추정(기일을 추후 지정하기로 하고 기일진행을 보류하는 것)되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은 정다주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에게 서 전 의원의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의원은 2014년 2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재판부를 상대로 세 차례 자신의 근무평정 자료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내려줄 것을 신청했다. 2015년 1월 15일 재판부가 서술식 근무평정 자료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기각하자 서 전 의원은 1월 27일 항고했고, 다시 3월 6일 항고가 기각되자 3월 17일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몇 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변경됐다를 반복하다 그해 1월 22일로 예정됐던 재판은 문서제출명령 신청 문제로 또 추정됐다. 그리고 그해 5월 22일 대법원 역시 서 전 의원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2015년 3월 27일,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였던 조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전산망인 코트넷을 통해 서 전 의원의 사건을 검색했다. 오후 3시 19분부터 51분까지 6차례를 검색했다. 그 직전인 오후 3시 14분에는 임 전 차장이 서 전 의원의 사건을 검색했다. 임 전 차장이 사건검색을 한 뒤 1월 22일 재판이 추정된 내용 등을 확인하고 조 부장판사에게 연락한 것이다. 임 전 차장이 사건번호를 불러주면서 “이런 사건이 있는데, 추정돼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런지 좀 알아봐달라”는 취지의 통화였다고 조 부장판사는 설명했다. 전화를 받은 조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불러준 사건번호를 다시 검색했고, 재판부와 재판장을 확인했다. 조 부장판사는 곧바로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 재판장인 박연욱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 부장판사의 전화를 받은 박 부장판사는 오후 5시 24분, 25분, 28분 각각 서 전 의원의 사건을 코트넷으로 검색했다. 다만 조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의 요청이 재판부에 직접 연락해서 확인해보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이 지시한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추정된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생각해보면 문서제출명령 신청 항고 때문에 추정돼 있는 것 말고 다른 사유가 있는지 그걸 알고 싶은 게 아닌가 추측했다”고만 말했다. 재판부에 직접 물어보라는 지시로 이해하지는 않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런데도 박 부장판사에게 전화를 건 조 부장판사는 직접 특별한 추정 사유가 있는지 물었다. 조 부장판사는 “제가 부담을 주려고 했다는 생각은 없었고 단순히, 이게 국회의원 사건이고 장기미제 사건이기 때문에 관리를 해야해서 그런 차원에서만 말한 것”이라며 박 부장판사에게 부담이나 영향을 주려는 의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박 부장판사에게 들은 추정 사유도 재항고 때문인 것 같다는 자신이 추측한 내용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종결하라고 종용 안 했다…공소장 내 진술과 달라 기분 나빠” 그로부터 두 달 뒤인 5월 29일 오전 9시 46분. 조 부장판사는 다시 서 전 의원 사건을 검색했다. 처음 검색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임 전 차장의 연락을 받은 뒤였고, 임 전 차장은 서 전 의원이 재항고한 문서제출명령 신청이 결국 대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제 재판 진행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임 전 차장 지시의) 의미를 잘 모르겠는데 진행이 가능한지, 진행할 수 있으면 해달라는 취지였다”고 기억했다. 그동안 재판이 열리지 못한 이유가 문서제출명령 신청 항고와 재항고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마무리됐으니 재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이후 조 부장판사는 다시 박 부장판사에게 전화해 문서제출명령 재항고가 기각됐음을 알려주었고 박 부장판사는 “그런가요? 확인해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박 부장판사의 검찰 조사에서의 진술을 조 부장판사에게 전했다. “박 부장판사가 검찰에서 진술할 때는 ‘재항고가 끝났다는 말을 조 부장판사에게 들었을 때 재항고가 끝난 사실만 알려주기 위한 것은 아닌 것 같고, 문서제출명령 신청이 기각됐으니까 원 사건을 종결시키라는 임 전 차장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 연락한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게다가 조 부장판사가 박 부장판사와 통화하며 “행정처에서 물어보는데…”라고 말한 뒤 사건의 진행 관련 질문을 했기에 더욱 박 부장판사로서는 행정처의 입장을 전달받은 것으로 이해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조 부장판사는 “종결해 달라고 말한 적 없다”면서 “행정처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의 사건으로 장기미제사건이었으니 진행해야 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반박했다. 조 부장판사와 통화를 한 뒤인 그해 6월 1일 박 부장판사는 재판부에 근무하던 서기보에게 서 전 의원의 변론기일을 7월 2일로 입력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사건을 조속히 종결하라는 취지의 증인의 연락을 받고 기일을 정한 것 아닌가” 물었지만 조 부장판사는 종결을 언급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부장판사는 같은 취지의 질문이 검찰과 변호인과의 신문에서 반복되자 목소리를 높였다. “공소장에는 제가 종결을 종용했고 결론도 피고 패소로 하라고 (박 부장판사에게) 말했다고 적혀있는데 그 부분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이고 검찰에 묻고 싶다”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이 조사받을 때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통진당 소송 관련해서도 “검찰이 공소사실을 발표했을 때 제가 조사받을 때의 내용과 다르게 나와서, 제가 말하지 않은 내용이 어떻게 공소사실이 되는지 기분이 나쁘다면 나쁘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소사실에는 헌재의 위헌정당 해산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 소속 국회의원의 직위 상실에 대한 판단 권한이 헌재에 있다고 보는 것이 부적절하고, 사법부에 판단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행정처 입장을 반 부장판사에게 직접 전달해 반 부장판사의 재판의 독립을 침해했다고 적시됐는데 그런 입장을 전달하지는 않았다는 게 조 부장판사의 주장이다. 조 부장판사는 자신이 조사를 받을 때 조서를 함께 열람한 검사가 법정에 나왔는지도 물으면서 “(진술)내용은 ‘각하 등 법리적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조서에 ‘등’이 빠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친구 옷 벗겨 낙서’ 가해자들에 법원 “퇴학 정당”…대학 입학 취소 위기

    ‘친구 옷 벗겨 낙서’ 가해자들에 법원 “퇴학 정당”…대학 입학 취소 위기

    법원, 퇴학처분 취소 소송서 원고 청구 기각금품 갈취 등 갖가지 방법 괴롭혀 퇴학 처분“폭력 지속성·심각성·고의성이 매우 높고형사사건 1심서 실형…처분 변경 어렵다” 고교 시절 몇 달간 친구의 옷을 벗겨 몸에 낙서를 하는 등 강제추행하고 폭력을 가한 같은 반 친구 2명의 퇴학 처분은 마땅하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가해자 2명은 학교 폭력으로 고교 3학년 2학기 때 퇴학 처분을 받아 대학 입학 취소 위기에 놓였다. 춘천지법 1행정부(부장 성지호)는 A씨 등 2명이 B고등학교 교장을 상대로 낸 ‘퇴학처분 취소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7일 밝혔다. A씨 등 2명은 2018년 10월 초까지 수개월간 같은 반 동성 친구의 옷을 벗겨 몸에 그림을 그리는 등 강제추행을 일삼았다. 또 ‘벌금 내기’ 등을 통해 100여만원의 금품을 갈취하기도 했다. 게임을 빌미로 벽을 바라보고 서게 한 다음 폭행을 하는가 하면, 귀와 코 등에 물을 뿌리기도 했다.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자신들의 집으로 오게 하기도 했다. 또 게임을 빌미로 벽을 바라보고 서게 한 다음 폭행하고, 귀와 코 등에 물을 뿌리기도 했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자신의 집으로 오게하기도 했다. 이 일로 A씨 등은 “퇴학보다 경한 조치로도 선도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이뤄진 것”이라며 “단계적으로 규정한 학교폭력예방법을 위반해 절차적으로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 “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처분을 함으로써 대학 생활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반하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퇴학 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퇴학 처분은 A씨 등 2명의 선도 가능성과 이 사건 학교폭력 행위의 심각성, 피해 학생의 보호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졌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폭력 행위의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이 모두 매우 높다”면서 “이 사건 변론종결 후 피해 부모와 합의했고 피해 부모는 퇴학 처분 및 형사처벌 불원서를 작성했지만 학교폭력 신고 시점으로부터 이미 약 1년이 지난 점, A씨 등 2명이 형사사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사정 변경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행정소송과는 별도로 A씨 등 2명을 고발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 장기 2년·단기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예외 대상’ 관리처분인가 단지 속도전… 일부선 일반분양 포기 검토도

    상한제 우회책 ‘통매각’ 고수 조합도 강남 일대 “예상했다”면서도 착잡 마포 성산 시영 등 제외지역은 안도 정부가 6일 발표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지는 희비가 엇갈렸다. 내년 4월 전까지 일반분양을 끝내야 ‘예외 대상’이 되는 관리처분인가 단지는 속도전에 들어갔고, 반대로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일반분양 ‘포기’를 검토하는 곳도 생겼다. 상한제 우회책인 ‘통매각’을 여전히 고수하는 조합도 있다. 당장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된 서울 강남 일대 정비사업지 관계자들은 “예상했다”면서도 착잡한 모습이다.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규제 가격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해 과거와 같은 사업성을 보장받기 어렵게 돼서다. 박설용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주택재건축조합 사무국장은 “조합원 간 소송으로 분양까지 수년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그 사이 분양가를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토지가격, 감정가가 올라 어느 정도 시세 차이를 상쇄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날 통매각에 대해 “일반분양 주택을 임대용으로 전환하는 것은 정비계획을 변경해야 해 불가하다”고 밝혔지만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조합은 법정에서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통매각을 주도하는 한형기 신반포3차 재건축주택조합원은 “다음주 서초구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임대사업자에게 통으로 매각하는 사안은 정부가 아니라 법률적으로 따질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분양을 포기하는 단지도 나올 전망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 여의도’는 사실상 일반분양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 아파트 시행사는 아파트 450여가구에 대한 일반분양을 포기하고 임대로 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와 주공4단지, 강동구 둔촌 주공 등은 내년 4월 전까지 분양을 하면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반분양을 앞당기려 노력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나 마포구 성산 시영 등 대상 지역에서 제외된 곳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선정한 행정동이 ‘투자유망지역’으로 읽히거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한제 시행으로 집값 안정 효과를 이끌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2007년과 달리 전국 시행이 아닌 데다 상한제 적용단지에 대한 청약 쏠림과 이에 따른 분양시장 과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상한제 적용은 분양에 국한됐고 동 단위로 쪼개지는 것은 더욱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며 “동은 달라도 전반적인 인프라는 공유할 수 있는 데다 분양가만 통제한다고 집값이 동반 하락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인보사’ 사태 코오롱생명 임원 2명 영장 기각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의혹과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2명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코오롱생명과학 김모 상무(연구소장)와 조모 이사(임상개발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부 기각하며 “현재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신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 경과, 수집된 증거 자료의 유형·내용, 관련 행정소송 및 행정조사의 진행 경과, 피의자들의 지위 및 업무 현황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강지성)은 두 임원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상무 등이 정부 허가를 받기 위해 인보사 성분에 대한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고 봤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세포가 담긴 ‘2액’으로 이루어진 유전자치료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인보사 품목 허가를 받을 때 식약처에 1, 2액 모두 연골세포라고 기재해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최근 2액에 종양(암)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유래세포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5월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료를 허위 작성해 제출했다고 보고 인보사의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서울남부지법 등 국내 법원 3곳은 최근 코오롱생명과학 서울 마곡동 본사 등 건물과 토지 144억원대 자산에 대한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의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인보사 의혹’ 코오롱생명 임원 2명 구속영장 전부 기각

    ‘인보사 의혹’ 코오롱생명 임원 2명 구속영장 전부 기각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 혐의 부인“종양 유발 가능성 몰랐다” 취지정부 허가를 받기 위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을 속인 혐의를 받는 제조사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4일 모두 기각됐다. 인보사는 발암 유발 물질 논란에 성분이 뒤바뀌었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면서 피해 환자들이 집단 소송을 내는 등 큰 파문을 일으켰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모 상무와 조모 이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상무 등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20분까지 약 7시간 동안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 신청 당시 종양 유발 가능성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강지성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김 상무와 조 이사에 대해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상무 등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기 위해 고의로 인보사 성분에 대한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연구개발 ·임상 분야 책임자인 김 상무 등이 인보사 제조·허가 과정을 주도했다고 본다. 김 상무는 바이오신약연구소장, 조 이사는 임상개발팀장이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애초 계획과 달리 인보사에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김 상무 등이 알고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코오롱생명과학은 2005년 9월 임상시험 승인신청, 2016년 7월 제조판매품목 신고를 했다. 식약처는 2017년 7월 품목허가를 내줬다가 지난 7월 관절염치료제라는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에 연골세포가 들어가야 하는데 엉뚱한 발암 유발 물질이 들어갔다며 인보사의 허가를 취소했다. 식약처 측은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보냈던 자료의 물질과 지금 판매되고 있는 물질이 달라서 허가를 취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식약처의 취소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에 들어가겠다고 반발했다. 현재 피해 환자 767명은 코오롱생명과학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상장심사 당시 중요사항을 허위 기재 또는 누락했다고 보고 이 회사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이는 코오롱티슈진의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의 성분이 당초 알려진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이후 거래소는 지난 8월 말 1차 심사 격인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심의했다.그러나 지난달 11일 거래소는 코스닥시장위원회 회의 결과 코오롱티슈진에 개선기간 12개월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신약 임상 재개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인보사에 대해 임상 중단(Clinical Hold) 상태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점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면서 “임상이 완전히 종료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거기까지 가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임상 재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개선기간을 부여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제도의 취지는 부실기업은 퇴출하되 회생가능한 기업은 개선기간을 부여해서 적극적으로 살리자는 것”이라면서 “투자자 보호 차원의 논의도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TGF-β1)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주사액이다. 국내 신약 29호이자 첫 유전자치료제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액의 형질전환세포가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적힌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세포로 드러났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인보사 사태’ 코오롱 임원 영장 기각...법원 “소명 안 돼”

    ‘인보사 사태’ 코오롱 임원 영장 기각...법원 “소명 안 돼”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구속 위기 면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받아법원 “검찰 제출 자료로는 소명 안 돼”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의혹과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 임원 2명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신종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코오롱생명과학 김모 상무(연구소장)와 조모 이사(임상개발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부 기각하며 “범죄혐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 경과, 수집된 증거 자료의 유형·내용, 관련 행정소송 및 행정조사의 진행 경과, 피의자들의 지위 및 업무 현황 등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강지성)은 두 임원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상무 등이 정부 허가를 받기 위해 인보사 성분에 대한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고 봤다. 인보사는 사람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세포가 담긴 ‘2액’으로 이루어진 유전자치료제다. 국내 개발 신약 29호이자 첫 유전자치료제로 주목받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인보사 품목 허가를 받을 때 식약처에 1, 2액 모두 연골세포라고 기재해 서류를 제출했다. 그러나 최근 2액에 종양(암)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유래세포가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 5월 코오롱생명과학이 자료를 허위 작성해 제출했다고 보고 인보사의 품목 허가를 취소하고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를 고발했다. 시민단체들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 그리고 전·현직 식약처장을 고소·고발하기도 했다. 검찰 역시 코오롱 측이 품목 허가를 받는 동안 2액의 성분이 서류 내용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허위 자료를 제출해 당국을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지난 6월 코오롱생명과학과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 식약처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이 전 회장을 출국금지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 권모 전무 등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한편, 코오롱생명과학 서울 마곡동 본사 등 건물과 토지 144억원대 자산이 최근 가압류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법 등 국내 법원 3곳이 일본 제약사 미쓰비시다나베 측의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나향욱 “민중은 개·돼지” 보도한 언론사 상대로 패소 확정

    나향욱 “민중은 개·돼지” 보도한 언론사 상대로 패소 확정

    ‘민중은 개·돼지’ 발언으로 논란을 초래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자신의 발언을 보도한 경향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의 청구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는 나향욱 전 기획관이 경향신문을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2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경향신문은 2016년 7월 나향욱 전 기획관이 기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파면된 나향욱 전 기획관은 경향신문 보도가 허위사실이라면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기사에서 보도된) 발언을 들었다는 기자들의 진술 외에도 법원에 제출된 녹음테이프를 토대로 당시 오간 대화 흐름을 보면 해당 발언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전반적 내용으로 보면 기사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는, 당시 상황을 적절하게 보도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원고 측의 반론이나 의견도 충분히 기사에 반영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나향욱 전 국장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기사에 기재된 사실적 주장이 허위라는 원고의 정정보도 청구를 기각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면서 “교육부 고위공직자의 사회관과 대국민 자세, 오만함 등을 비판하려는 공익적 목적에서 기사를 게재한 보도에 위법성이 없어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에도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나향욱 전 기획관은 교육부를 상대로 낸 파면 징계 불복 행정소송에서는 최종 승소했다. 1·2심 재판부는 나향욱 전 국장의 비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파면은 과하다는 취지로 판결했고, 교육부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지난해 3월 파면 징계 취소가 확정됐다. 나향욱 전 국장은 현재 복직해 교육부 산하 중앙교육연수원 연수지원협력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1회] “도대체 어떤 일에 엮인 건지”… ‘통진당 재산 가압류’ 검토 문건의 배경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1회] “도대체 어떤 일에 엮인 건지”… ‘통진당 재산 가압류’ 검토 문건의 배경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판단하고 해산 결정을 했다. 당장 통진당 소송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여부가 쟁점이 됐고, 서울행정법원과 광주·전주지법에 의원직 지위확인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이 제기됐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행정소송을 맡은 일선 재판부에 소송과 관련된 행정처의 입장을 전달한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가운데 대표적인 재판 개입 의혹으로 꼽히고 있다. 헌재의 결정으로 의원직만 잃은 것이 아니다. 정부는 정당 해산의 후속 조치로 통진당 재산을 국고에 귀속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통진당 중앙당 및 각 시·도당을 관할하는 법원에 통진당이 보유한 예금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했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인복 대법관이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0회 재판에서는 2013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사법지원실 심의관을 지낸 최우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통진당 재산 가압류 신청사건과 관련해 행정처의 입장이 일선 법원에 전달된 과정을 설명했다. 가압류 신청사건이 접수된 뒤 통진당 각 시·도당에 당사자 적격이 있는지, 보전처분(권리를 보전하기 위해 소송이 확정되거나 집행되기 전 법원이 하는 잠정적인 처분), 가압류와 가처분 중 어느 것이 가능하고 적정한지 등 여러 법률적 쟁점이 문제가 됐다. 이 사건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청와대가 법원의 의견을 받아보기로 하면서 당시 김종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에게 연락해 “통진당 잔여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가압류나 가처분 중 어느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검토자료를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장이던 박 전 대법관과 임 전 차장이 사법지원실을 통해 검토자료를 만들고 일선 재판부에 전달하게 했다는 게 박 전 대법관의 공소사실이다. 2014년 12월 22일 최 부장판사는 대전지법 기획법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국에 통진당 재산 가압류 사건이 많은데 검토를 해보니 가압류 신청이 부적절하고 여러 쟁점이 있으니 행정처 차원에서 검토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요청이 이어졌다. 전국 다수의 법원에 가압류 사건이 신청됐는데 각 법원별로 결론이 달라지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으니 행정처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쟁점을 검토해서 일종의 기준을 마련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당황해서 ‘조치’ 이야기하는데 무슨 조치인지 어려워 통화의 세부적 내용은 생각을 못했다”고 최 부장판사는 기억했다. 그는 “전화와서 말한 내용 자체가 당황스러워서 뭐를 해야할지 막막했고 말 그대로 무슨 조치를 해야하는지 생각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당 사건의 쟁점이 문제인 것 같고 해서 일단 행정처 차원에서 조치를 하기 보다는 연구회 등에서 개별적으로 쟁점을 올려서 토의하는 방법을 활용해 보면 어떻겠냐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헌재 통진당 해산 결정 후 잔여재산 환수 착수…일선 법원 “혼란” 그런데 같은 날 대전지법 천안지원의 판사에게서도 일선 재판부가 혼란스러워한다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 최 부장판사는 “(대전지법의) 전화를 끊고 나니 각급 법원에서 재판에 혼란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행정처의 검토를) 요청한 건데 내가 그대로 묵살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면서 “사건이 뭔지 파악하기 위해 검색을 해 실제로 전국 법원에 가압류 사건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잔여재산에 대한) 보전 처분 사례가 없어서 고민을 한 시간 정도 한 걸로 기억한다. 그 때 천안지원의 다른 판사가 같은 취지의 건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최 부장판사는 사법지원실 총괄심의관인 전지원 대전고법 부장판사에게 전국 법원에 통진당 재산 가압류 신청사건이 접수됐고 일선 법원에서 혼선을 겪고 있으니 행정처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전 부장판사는 “일단 사건 내용을 파악해보라”고 한 뒤 윤성원 당시 사법지원실장(전 인천지방법원장)에게 보고를 하러 자리를 떠났고 최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연락을 한 대전지법과 천안지원 판사들에게 해당 사건의 검토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그날 저녁 무렵 최 부장판사는 전 부장판사에게 “부장판사 재판연구관들에게 사건 검토를 부탁했으니 쟁점을 보내주고, 부장들의 의견을 구한 뒤 각 쟁점 검토 내역을 일선 법원에 알려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지시를 받았고, 다음날 부장 연구관들에게 의견을 받아 검토문건을 최종 정리했다. 부장판사인 재판연구관들이 검토한 내용은 통진당 예금 보전처분은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론이었고, 이는 최 부장판사가 작성한 ‘통진당 예금계좌에 대한 채권 가압류 신청사건에 관한 검토’ 보고서에 담겼다. ‘징수위탁은 유효한 집행방법이 될 수 없으므로 민사집행법에 따른 보전처분에 의할 수밖에 없고, 국고귀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시·도당이 당사자 능력과 적격을 모두 갖추었다고 보는 견해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며, 국가의 해산정당에 대한 권리는 특정물에 대한 권리라고 할 것이어서 그 보전처분은 가압류가 아닌 가처분이 되어야 할 것’.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의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되거나 논의된 전례가 없었고 참고할 수 있는 판결례 등도 없었으며, 각 쟁점과 관련, 예상되는 상반된 견해들도 각각 충분한 논리적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특정한 결론이 가장 적합하다는 식의 판단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행정처 보고양식 뺀 일반 문서 양식으로 “자연스럽게 공유된 것처럼” 최 부장판사가 일선 법원들에 보낸 보고서는 기존의 행정처 내부 보고서와는 양식이 달랐다. ‘대외비’ 등의 단어가 빠졌고 제목을 표기하는 방식 등이 달랐다. 또 전달 방식도 조금 독특해 보였다. 최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요청을 한 대전지법과 천안지원 판사들에겐 직접 메일로 이 보고서를 전달했고, 나머지 법원에는 신청 사건을 맡은 단독 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가장 먼저 서울중앙지법에서 신청 사건을 맡고 있던 김모 부장판사에게 일선 법원의 신청 단독을 맡은 판사들에게 배포해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을 당했다. 이러한 전달 방식에 대해 최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판사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공유되는 것으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최 부장판사는 보고서를 보내면서 “권위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양식도, 전달 방식도 남달랐던 데 대해 최 부장판사는 “행정처 표시가 나는 보고서를 보낼 경우 행정처에서 검토한 걸로 오해가 될 수 있어서 (기존 양식을) 지우고 보냈다”고 말했다. “우리(행정처)가 검토한 게 아니고 쟁점도 대전이나 천안지원 판사들이 검토한 것을 정리하기만 했을 뿐”이기 때문에 행정처가 공식적으로 내려보낸 보고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행정처의 조치를 요청한 해당 판사들이 분석한 쟁점 정리를 토대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세 명의 결론 정리가 이뤄졌고 자신은 이 모든 내용을 취합해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행정처 공식입장이 담긴 문건은 아니고 판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내용이 되길 바랐다. “증인은 당시에 법원행정처가 일정한 방향으로 정리한 검토 자료를 일률적으로 배포하지 않았다면 1심 재판의 결론이 다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검찰의 이 물음을 시작으로 검찰과 최 부장판사 사이의 약간의 신경전이 법정에서 오갔다. 최 부장판사가 “그 부분은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하자 검찰은 “검찰에서의 진술과 다르다”며 최 부장판사가 검찰 조사에서 같은 질문에 “저 역시 통진당 잔여재산 1심 재판의 결론은 다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결정 내용의 법리 오류가 있을 때도 비난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최 부장판사는 “그 조서를 작성할 때 검사와 오래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단언하게 진술한 것은 아닌데 최종적으로 검사가 저렇게 말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취지로 말한 거였다”면서 “판사들이 어떻게 검토할지는 내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다양한 결론이 나왔을 때 어떤 비난을 받을지 우려는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몇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아주 다양하게 결론이 나온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행정처 문건 일선 판사들에 배포한 판사… “그 상황에선 괜찮은 방안” 이어 검찰이 “증인은 당시 윤 실장이나 전 부장판사로부터 검토 자료를 일선 담당 판사들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고 거절하거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는가?“ 물었다. 최 부장판사는 “네. 행정처 내 외부 전문지식이 있는 부장판사들로부터 검토 의견을 받아서 결과를 취합해 담당 판사들에게 전달해주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생각할 수 있었던 막연한 생각으로는 행정처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 중에선 그 상황에서는 가장 괜찮을 수 있겠다, 문제가 안 되겠다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문건을 검토해서 배포하는 게 가장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했다는 건가?” (검사) “가장 적절했다는 취지가 아니고 당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중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는 거다.” (최 부장판사) “검토 자료 작성 및 배포 지시에 대해 재판에 공정성과 독립을 침해할 수 있어 부적절한 지시라고 생각한 적은 없나?” (검사)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 안 했다.” (최 부장판사) “전혀 하지 않았나?” (검사) “네.” (최 부장판사) “검찰 조사에서의 진술과 다르다”며 검찰의 지적이 이어졌다. “조사 당시에도 (지시의) 부적절한 부분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진술을 해서 다시 물었다. ‘(앞선 조사에서) 윤 실장이나 전 부장판사로부터 자료를 담당 판사에게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부적절하고 부담스럽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데 이유가 뭔가‘ 물으니 ‘일단 재판 기록을 특정한 방향으로 검토한 자료를 심의관인 제가 전달하는 것 자체가 아무리 재판을 지원한다는 순수한 의도를 설명해도 자료를 받는 판사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거고 행정처가 부당하게 관여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전달 자체가 부적절하다. 제가 (그런 일을) 한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진술했다.” (검사) “저것도 마찬가지로 오랜시간 검사와 이야기를 하다가 처음에는 지금 (법정에서)한 것처럼 말했는데 검사가 ‘청와대가 개입됐다’고 말하고, 나는 전체 상황은 모르는 가운데 어쨌든 검사가 ‘재판에서 문제되는 쟁점에 대해 행정처 문건을 주는 것이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추궁을 이어갔고 그에 대해 반박했지만 검사가 보는 입장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니까, 최종적으로는 저렇게 조서에 정리되는 것을 확인하고 날인했다.” (최 부장판사) “부담스럽다는 진술을 한 적이 있나, 없나.” (검사) “그 멘트는 검사가 한 멘트이고 내가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부담스럽다고 내가 이야기했더라도 그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거지, 지시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아니었다.” (최 부장판사) 최 부장판사는 자신이 쓴 보고서가 청와대로 전달된다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도 강조했다. 지시를 받을 때는 물론이고 자신이 일선 판사들에게 보고서를 배포할 때에도 청와대로 건네질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가 작성되는 무렵, 전 부장판사는 선관위를 통해 ‘채권 가압류 신청 제기 상황’ 자료를 받아 최 부장판사에게 건넸다. 가압류·가처분과 같은 신청 사건은 밀행성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법원의 규정 때문에 어떤 재판부의 누구 판사가 맡는지 행정처에서는 파악할 수 없도록 돼있기 때문이었다. 이 자료는 윤 전 실장이 선관위원장인 이 전 대법관에게 문의해 확보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신청 사건 당사자인 선관위에 자료 요청…재판부 ”이상하지 않았나?“ 증인신문이 끝날 무렵 좌배석 판사가 최 부장판사에게 “윤 전 실장이 이 전 대법관을 찾아가 사건 전체 현황과 내부검토 자료를 요청하면서 사법지원실에서 검토가 완료되면 보고하겠다고 한 것을 증인은 자세하게는 몰랐다고 했는데 눈치는 챘던 건가?” 물었다. 최 부장판사는 “그 무렵 전 부장판사가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니까’라며 변경된 내용을 보고서에 반영해서 보내달라고 했다”면서 “그래서 처장님이나 차장님께 보고하거나 아니면 선관위에 보고될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다”고 답했다. 다만 최 부장판사는 “그러나 이 전 대법관에게 직접 보고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관위가 신청사건의 당사자인데 보고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최 부장판사는 “깊이있게 생각하지 못해서… 최근에는 규칙이 개정돼서 안 되지만 (이전에는) 가처분 신청할 때 직접 당사자와 연락해서…(할 수 있어서) 그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당시 문제의식을 갖진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 측 변호인이 가장 마지막 질문을 보탰다. “네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분위기가 어땠는가?” 앞선 증인신문 과정에서 최 부장판사가 검찰에서의 진술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설명한 부분을 꼬집은 것이다. 최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추궁이라면 추궁이고요. 일단은 처음에 소환됐을 때 이 건 관련이라고 들었고 이 건이 외부에 행정처 문건으로 알려지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행정처에서 가장 고민하면서 처리했던 문제입니다. 다만 (행정처 문건을 일선 재판부에 보낸 것의) 범죄성립 여부 관련해서 간단하게 이 사건은 제가 경험한 것은 크게 문제 없이 받아들여 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길래 제 얘기를 들어봐달라고 하면서 기억나는 이야길 했습니다. 그랬더니 ‘아무나 조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스탠드 잘 잡으라’(※최 부장판사는 이 말을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고 이어진 고 전 대법관 변호인의 질문에 설명했다) 하고 청와대 얘길 했습니다. 그 때는 (청와대 얘기는) 거기서 처음 듣는 거라 제가 어떤 일에 끼어서 한 건지 가늠이 안 가고 위축되는 게 없지 않았습니다. 물론 검사님은 그 외 부분에서는 친절하게 했지만 그런 과정에서 의견을 물을 때는 저도 초반에 적극적으로 했는데 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일정도 있고 서울에서 잘 곳도 없어서 가급적 빨리 끝내는 것으로 조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해서 했고 완전히 제가 얘기한 것과 다른 취지의 기재된 것만 수정했고 다 반영했습니다.” 자신이 취합해서 정리한 보고서가 과연 어디까지 전달됐는지, 대체 자신이 어떤 사건에 엮였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그는 강조하며 증언을 마쳤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9회] “유치하고 말 안 되는 것도 모두 담아”···심의관들에게 보고서란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9회] “유치하고 말 안 되는 것도 모두 담아”···심의관들에게 보고서란

    ‘통합진보당 TF’ 작성 보고서에 “통진당 행정소송 각하는 부적절”‘민변 우군화’ 문구에 前심의관 “조금 오버했지만 정보 전달한 것”변협 압박 검토 보고서엔 “행태가 도 넘어서” 임종헌 표현 그대로강제징용 재상고심 외교부 의견 반영 위해 새 제도 신속 도입 정황 “구체적인 소송에 대해 유불리를 전제하며 법원의 판단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사법행정을 검토하는 한계를 넘고 재판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질책하지는 않았습니까”, “검토하는 자체가 사법행정의 한계를 넘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고 사법행정의 본질을 망각한다는 질책을 받을 것이라는 염려를 하지 못했습니까”. 여러 차례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반복하던 검찰이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사법행정에 대해 검사와 인식이 다른 것 같은데, 증인에게는 당시 문제의식이 없었다고 보면 됩니까?”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38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종복 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은 그동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 줄곧 논란이 되고 있는 심의관(판사)들의 각종 보고서를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지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지난 16일 증인으로 나온 문성호 판사의 전임자로 2013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행정처에서 일한 그는 이후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를 지낸 뒤 올해 초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의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징계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하고 정의당 등이 추진한 탄핵법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 진행 과정에서 외교부의 의견을 대법원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해 행정처가 추진한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와 관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지시를 받아 ‘강제징용 사건 외교부 의견 반영 방안 검토(2014년 12월 13일자)’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또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 이후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 등이 예상되자 행정처가 꾸린 ‘통진당 행정소송 태스크포스(TF)’에서 간사를 맡으며 관련 재판의 방향을 전망하거나 진행상황을 검토하는 내용의 각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기 위한 방안이 담긴 보고서도 썼다. 검찰은 김 전 부장판사가 쓴 각종 문건들에 등장하는 여러 표현이나 문구들이 일선 법원의 재판에 개입한 정황으로 보이거나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러나 김 전 부장판사는 시종일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증인으로 법정에 나오고 있는, 심의관을 지낸 여러 전·현직 판사들이 자신들의 보고서를 ‘과소평가’하며 아이디어를 담은 것 뿐이라고 한 것은 공통적인 모습이지만 김 전 부장판사는 더욱 적극적으로 보고서의 의미를 줄이고 또 줄였다. ●‘통합진보당 TF’ 작성 보고서에 “통진당 행정소송 각하는 부적절” 2014년 12월 19일 헌재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위헌정당 해산 결정을 하자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비례대표 지방의원 등이 의원직 상실과 퇴직 결정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행정처에서는 12월 말쯤 ‘통진당 행정소송 대응 TF’가 꾸려졌는데, 검찰은 이와 관련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을 통해 “헌재 결정에 대해 법원이 사법심사를 함으로써 대외적으로 대법원의 최고 법원성을 선언함과 동시에 헌재에 대한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한 헌재가 대법원보다 청와대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며 대법원보다 우월한 지위를 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전 부장판사가 간사로 참여한 통진당 TF는 2014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활동하며 10건의 보고서를 완성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2015년 1월 7일자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 보고서 등을 작성했는데 ‘현 상황이 법원에 미칠 영향은 유·불리가 공존하므로 위 소송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법률상 권한 없는 결정이므로 현행 헌법과 법률 해석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더 큼’이라는 문구와 함께 ‘각하는 부적절하고 기각이나 인용 결정을 하는 경우에도 위헌정당해산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 소속 의원의 직위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이 헌재에 있다는 이유 구성은 부적절하며, 사법부에 위 사항에 대한 판단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이유 설시 필요’ 등의 ‘법원행정처가 수립한 판단 방법’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각 문구를 기재한 경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 “질문이 너무 길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TF에서 작성한 보고서들이 당시 TF를 꾸리는 데 승인한 박 전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만 언급했다.“이런 인식을 통진당 TF가 갖고 있었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김 전 부장판사는 이렇게 답했다. “인식을 갖는 것과 정보를 갖는 것 자체는 다르기 때문에 저런 상황들이 있다는 것을 쭉 나열하고 연구보고서로 만든 것이다. 꼭 저렇게 해야한다거나 어떻게 해야한다는 게 아니고 연구 기초보고서라는 측면이 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측면이 있는지를 양가적으로 제시해 놓아야 특정 상황에서 의사결정이나 질의답변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초 정보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렇게 행한다는 차원이 절대 아니었다.” 그러자 검찰은 “검토보고서에 기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인가?” 물었고 김 전 부장판사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에 활용하는 문건을 심의관이 작성한다는 게 맞나?”(검사), “재판에 활용한다는 게 아니다.” (김 전 부장판사) “검토하는 자체가 사법행정의 한계를 넘는다고 생각 안 했나?”(검사), “그 당시엔 아니었다.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뿐 저게 사법행정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 당시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런 인식으로 출발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김 전 부장판사) “증인은 통진당 행정소송을 헌재 압박하는 카드로 쓰는 것에 대해 (상급자였던) 이진만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으로부터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고 사법행정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라는 질책을 받을 염려는 하지 않았나”(검사), “네.” (김 전 부장판사) ●‘민변을 우군화’ 문구에 前심의관 “조금 오버했지만 정보 전달한 것일 뿐” 특히 이 보고서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당시 행정소송을 낸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소송 대리를 맡은 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민변이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헌재에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소송에서 유리한 절차를 적용해 법원의 ‘우군’이 되도록 포섭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매우 부적절해 보이는데 이 전 상임위원이나 박 전 대법관으로부터 질책받을 염려는 없었나”라고 물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 오버한 것 아니냐는 생각은 있었을 건데, 그런(재판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취지는 절대 아니고 현재 상황이 그렇다는 거고 원고 측에 유리한 결과를 내린다 이건···”이라며 말 끝을 흐렸다.“민변을 우군화한다는 내용을 기재하면서 상부에 보고했을 때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우리가 기재할 내용이 아니라는 질책을 들을 것을 염려하지 않았는지 묻는 것”(검사), “저건 조금 오버했다고 생각했지만, 정보를 드리는 거라서···” (김 전 부장판사) “이 부분에 대해 질책받은 것이 있나?”(검사), “그런 거 없다. 저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연구가 끝나기 때문에 질책을 받거나 그런 건 없다.”(김 전 부장판사) “이런 연구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증인과 검사의 전제가 다른 것 같은데 질책을 받은 적은 없다는 건가?” 검찰이 재차 확인을 요구해도 김 전 부장판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각하는 부적절하다는 식으로 재판의 결론을 예측한 듯한 내용에 대해서도 김 전 부장판사는 “법원 입장에서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것이고, 경우의 수를 각각의 유·불리에 따라 전부 망라한 것”이라며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극구 부인했다. 일선 재판부에 보고서의 내용이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다만 이처럼 특정 사건을 주제로 결론의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다룬 보고서는 자신의 기억 속에는 통진당 행정소송 사건 외에 없다고 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재판부에 전달하려는 취지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상급자들에게) 우려를 표명했을 것”, “실제로 재판개입이 있었다면 (자신이 쓴 보고서가) 그 단초가 된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법정에서 검찰이 이러한 내용의 진술조서를 소개하며 김 전 부장판사에게 “일선 재판부에 보고서가 전달된 게 일부 확인됐는데 지금은 어떤 생각인가?”고 묻자 김 전 부장판사는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2014년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기 위한 방안을 세우게 된 과정과 내용도 이날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4년 8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23회 법의지배를 위한 변호사 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이 참석해 있는 그 자리에서 대한변협이 대법관 증원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공식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다. 대법원장이 참석한 행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당시 “(대한변협이) 약속을 어겼다, 있을 수 없을 일”이라며 매우 격앙됐다고 김 전 부장판사는 기억했다. 임 전 차장은 그날 곧바로 김 전 부장판사에게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김 전 부장판사도 그날 바로 보고서를 작성해 오후 9시 21분쯤 임 전 차장에게 메일로 보냈다. 문건에는 ‘대한변협 법률구조 예산지원(공탁지원금 5억원) 중단, 대한변협신문 광고 게재 중단, 대법원 각종 외부교류행사 시 대한변협 초청 중단, 대한변협 초청행사 전면 불참, 변호사 평가제도 전면도입 검토’ 등과 함께 당시 대한변협 회장이던 위철환 변호사 개인을 겨냥해 ‘사법부 주관 각종 행사에 대한변협 회장 초청 중단, 선거 당시 회장 공약사항에 대한 반대 또는 비협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임 전 차장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모아보라”고 지시해 정말 모든 방안을 다 담은 것이라고 김 전 부장판사는 말했다.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보고서엔 “행태가 도를 넘어서” 임종헌 표현 그대로 사법정책지원심의관으로 대법원과 대한변협의 소통창구 역할도 했던 김 전 부장판사는 “(대한변협 간부들과) 사이가 좋았고 잘 지내보자고 그랬다. (보고서 내용이) 상당히 유치한 것도 있었고 사소한 것도 방안에 있었다”면서 “그런데 아이디어가 없어서 기조실이나 여기저기에 의견을 많이 물었던 것 같고 다만 모아두고 보니 너무 이상해서 그 보고서를 보면 알겠지만 굳이 그걸 시행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런 걸로 이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가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부담스러웠다”면서도 “그냥 취지에 따라 다 모아봐라 했기 때문에 실제로 저걸 시행해서 사이가 나빠질지는 생각 못했다. 변호사 평가제도에 대해서는 곧바로 시행될 것처럼 말하길래 변호사나 재판장의 의견을 물어보고 반영돼야 한다고 하는 등 (임 전 차장에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거나 하면 대한변협과 소통을 해야하니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한다고 (만류)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대한변협과 임원진의 일련의 행태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임’이라는 문구는 임 전 차장이 자주 사용하는 “도를 넘어섰다”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간 것을 봐서 임 전 차장의 워딩을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도 했다.행정처는 다음해 1월 대한변협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하창우 변호사가 후보 공약사항으로 대법관 증원 및 상고법원 도입 반대 의사를 밝히자 앞서 검토한 대한변협 압박방안을 비롯해 하 변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압박방안을 다시 검토했다. 보고서는 역시 김 전 부장판사가 작성했다. 대한변협과 직접 소통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어땠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김 전 부장판사는 “기억 안 난다”면서도 “불안한 것보다는 저는 잘 지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관계가 악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여러 아이디어를 다 모은 ‘기초 보고서’이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그해 12월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 과정에서 외교부의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보고서도 작성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한승 당시 사법정책실장으로부터 대법원 규칙 개정업무를 지시받으면서 대법원에서 국가기관 등의 참고인 의견제도의 신설을 요청했다고 전달받았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참고인들도 재판부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검찰은 그해 11월 열린 이른바 ‘2차 소인수회의’ 직후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외교부의 의견을 강제징용 사건 재판부에 전달해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고 대법원 규칙인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국가기관 등 참고인 의견제출 제도’를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강제징용 재상고심에 외교부 의견 반영 위해 ‘참고인 의견 제출제도’ 신속 도입 정황 김 전 부장판사는 2014년 12월 13일자 ‘강제징용 사건 외교부 의견 반영 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민사소송법에 따라 대법원 전원합의체 또는 소부에서 공개변론을 열어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소송대리인을 통한 의견 제출, 재판부가 소송지휘권 행사의 방안으로 외교부에 의견서 제출 요청, 외교부의 일방적인 의견제출 등의 방안들이 있다고 적으면서 각각 공개변론이 필요한데 ‘이미 대법원이 결론을 낸 사안에 대해 부담이 있을 수 있음(외부에 잘못된 사인을 제공할 우려)’이라고 기재했다. 이미 결론이 정해진 파기환송심 사건인데 공개변론을 연다는 것은 결론을 뒤집기 위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참고인 의견서를 활용할 소송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또 한 전 실장으로부터 참고인 의견서 제출제도를 다음해 1월 대법관회의에서 의결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빠른 시간에 제도를 마련해야 하다 보니 김 전 부장판사는 소송관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국회를 통해 민사소송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원칙이지만 신속하게 도입하려면 법률 개정으로는 어렵고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으로 김 전 부장판사는 2015년 1월 2일자 ‘이해관계자 의견제출 제도 도입을 위한 대법원 규칙 일부 개정안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법원의 요구 없이 국가기관 등이 일방적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규정을 둘 것인지’에 대해 ‘필요성 낮음’으로 검토한 뒤 ‘국가기관에만 한정할 것인지 일반 사인(私人)도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필요성 있음(국가기관에 한정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법원의 제도운용 폭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이라는 검토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실제로 개정된 민사소송규칙은 법원의 요구 없이 일방적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뿐이고 그 밖의 참고인은 법원의 요구가 있을 때만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됐다. 결국 강제징용 사건에 외교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서둘러 국가기관 등의 참고인 의견서 제출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김 전 부장판사는 이러한 검토과정과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보고하지는 않았고, 박 전 대법관에게도 보고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박 전 대법관에게 직접 보고했을 것이며 대법관회의에 올라가는 안건이니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됐을 것”이라고 법정에서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영세사업자 속 타는 세금전쟁… 국선 써도 승소율 고작 20%

    영세사업자 속 타는 세금전쟁… 국선 써도 승소율 고작 20%

    형사 사건에서 경제 사정이 어려운 피고인을 위해 국비로 변론을 맡기는 국선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국세청은 2014년부터 국선 세무대리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세법 지식이 부족한 영세납세자가 세금 부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할 때 무료로 세무사 등을 선임해 조세 불복 절차를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시행 5년이 넘은 현재 영세납세자의 세무대리 신청 건수도 줄고 세금 분쟁에서 이기는 비율도 좀처럼 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일선 세무사들도 국선 대리인에 참여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억울한 세금을 부과받았다고 느낀 개인 납세자(법인 제외)가 국세청에 이의신청이나 심사청구를 제기하는 세액이 3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국선 세무대리인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보유 재산이 5억원 이하이며, 종합소득액 5000만원 이하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상속세와 증여세, 종합부동산세를 제외한 세금만 가능하다. 국세청이 선발하는 국선 대리인의 임기는 2년이며 올해 전국에서 261명이 활동하고 있다. 세무사가 193명(74.0%), 공인회계사 41명(15.7%), 변호사 27명(10.3%)으로 이뤄져 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첫해인 2014년 납세자들의 국선 세무대리인 신청 건수는 355건, 2015년엔 452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2016년 385건, 2017년 283건, 지난해 256건, 올 6월까지 108건으로 줄어 납세자들의 만족도와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선 세무대리인들이 국세청을 상대로 납세의 부당함을 제기해 인용(승소)한 비율은 2014년 30.5%, 2015년 28.2%, 2016년 31.3% 수준이었으나 2017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6.3%, 21.0%로 떨어졌다. 이는 100억원 이상 고액 세금이 부과된 납세자들이 과세에 불복해 제기한 조세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비율이 40% 수준이라는 점과 대조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고액 세무 불복 사건의 승소율은 2016년 31.5%, 2017년 35.1%, 지난해 40.5%로 상승세다. 심 의원은 “경제적 여유가 많은 납세자들이 변호인을 들여 국세청과의 ‘세금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반면 영세 납세자들에 대한 지원 사격은 신통치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법을 잘 모르는 영세납세자는 일단 정부의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실에 이의신청을 한다. 이의신청서를 쓰고 세무서가 납세자의 신청 요건을 검토한 다음 국선 대리인을 선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국선 세무사는 “영세납세자들의 이의신청 사건이 국선 세무대리인에게 전달되는 시점은 이미 납세자가 본인의 손으로 직접 이의신청서를 써서 제출한 이후”라면서 “납세자들이 직접 쓴 이의신청서를 보면 서툴게 작성한 것이 많아 사전에 조력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납세자가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에서 국선 세무대리인이 선임되다 보니 대리인이 능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부유한 개인사업자들은 세액 신고 단계에서부터 세무사들의 조언을 받아 꼼꼼하게 장부 기재를 맡기는 반면 이런 조언을 사전에 구하지 못한 영세납세자는 손을 놓고 있다가 막판에 서두르다 보니 결과를 뒤집기가 더욱 힘들다는 얘기다. 경기 성남에 위치한 한 세무사는 “처음부터 세무사에게 맡기지 않아 불리한 상황에서 실제 한 달가량 준비해야 하는 일도 일주일 만에 끝내야 했던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국세청이 국선 세무대리인에게는 실비 변상 성격의 수당으로 사건당 15만원 수준의 수당을 지급하지만 이는 세무사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부여하기엔 부족해 인용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기 2년의 국선 세무대리인 선발 경쟁률은 2014년 2.9대1에서 2016년 2.4대1, 2018년 1.9대1로 줄고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세무사가 세금 분쟁에서 승소하면 환급받는 세금의 20~30%를 성공 보수로 받는데 15만원을 받고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할지 의문”이라면서 “도입 5년이 지나자 현실이 이상을 따라가기에는 열악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다른 세무사는 “업계에선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뒤 초기에 개업하는 세무사들이 본인 경력에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원하는 경우 말고는 국선 세무사를 잘 지원하지 않는다”면서 “무료 봉사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지역사회에서 공헌한다는 좋은 이미지를 쌓는다는 것 이외에는 굳이 국선 대리인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납세자의 국선 세무대리인 청구 요건을 개인별 종합소득액으로 한정하다 보니 실제 영세납세자가 아님에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혜택을 받는 사례도 있다. 경기 남부의 다른 국선 세무사는 “소유 재산을 처분해 양도소득이 발생하는 경우도 신청 대상에 포함될 때가 있다”면서 “청구 대상자가 배우자에게 수십억원대의 재산을 증여해 서류상 재산이 없는 상태로 국선 대리인을 신청한 사례도 있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2015년 1월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세무사와 납세자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사후 관리에도 소홀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는 국세청이 매년 근로장려금 신청자를 대상으로 종합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2015년 조사에서는 신청인의 90%가 세무서 직원의 안내로 국선 세무대리인의 존재를 알게 됐고, 38.8%는 지원 요건이 복잡하다고 답했다. 영세납세자가 느끼기에 인터넷을 통한 광범위한 홍보나 지원 요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국선 세무대리인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국선 대리인의 참여 범위를 늘리도록 조세심판 불복 절차를 개선하고 인센티브 지급 방안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국선 세무사를 신청할 수 있는 소득·재산 요건에 개별 당사자의 재산뿐 아니라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이 청구 대상자로부터 증여받은 재산까지 합산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무법인 로맥의 임희수 대표 세무사는 “이의신청이 제출된 이후가 아니라 납세자가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납세자보호담당관실을 찾았을 때 국선 세무대리인과 연결이 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납세자가 직접 제출한 이의신청서를 세무대리인이 다시 제출할 수 있는 방식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금을 고지하기 전 과세할 내용에 관해 미리 통지하는 과세전적부심사 청구 단계에 국선 대리인이 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국선 세무대리인 제도가 결국 세무사들의 시간과 노력을 뺏는 것인 만큼 정부와 세무사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수당 단가를 합당한 수준으로 늘려 더 많은 우수한 자원이 세무 대리를 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미국은 세무공무원들이 직접 이의신청 서식을 작성해 주는데, 한국에선 세무공무원들이 자료 작성 단계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먼저 부실한 대국민 서비스와 선진 행정에 대한 세무공무원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20대 사원 입사 5개월 만에 뇌경색…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20대 사원 입사 5개월 만에 뇌경색…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20대 신입사원이 입사 5개월 만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김병훈 판사는 A(28)씨가 산업재해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 처분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2017년 6월 전기설계회사에 입사한 A씨는 같은 해 10월 31일 회사 숙소에서 쓰러져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뇌경색이 업무 수행에서 기인한 뇌혈관 질병이라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알려지지 않은 기초 질병이 자연발생적으로 악화해 뇌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입사한 지 약 한 달 만에 거리가 먼 ‘기피 근무지’인 경기 파주 사무실에서 근무하기 시작했고, 회사의 납품일에 맞추려 야근과 휴일 근무를 반복했다면서 “신입사원으로서 10여명의 선배 직원들의 업무를 지원하고, 잡무까지 도맡은 데다 미숙한 실력으로 설계도 작성·수정 업무까지 수행한 것은 감당하기 과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A씨가 회사 숙소에서 홀로 생활했지만, 회사 대표를 비롯한 선배 직원들이 주 2∼3회 야근이나 회식을 한 뒤 A씨 숙소에서 자고 이튿날 출근한 사실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신입사원인 A씨로서는 선배 직원들이 숙소에 오는 날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A씨가 발병 직전(쓰러지기 직전) 1주 간 업무량이 크게 늘었고, 납품일이 다가와 야근과 휴일 근무를 해야 할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컸을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4조 제3항 관련 별표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에 따르면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책임 및 업무 환경의 변화 등으로 업무상 부담이 증가해 뇌혈관 또는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인 부담을 유발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 A씨가 입사하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했는데, 이 제도의 만기 공제금을 받으려면 힘들더라도 최소 2년은 근속해야 한다는 사실도 심리적 압박감을 줬을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LH의 소각장 부담금 반환 소송에 강력 공동대응해야”

    “LH의 소각장 부담금 반환 소송에 강력 공동대응해야”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국 19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진행 중인 폐기물처리시설(소각장) 설치부담금 일부 반환소송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상호 하남시장은 전날 의정부 장암아일랜드캐슬에서 열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제6차 정기회의에서 “지난 8월 경기지역 9개 지자체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데 이어, 향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 공동 대응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포럼에 참석해 LH의 행태를 공론화하고 국토부·환경부 등 관계기관을 방문해 법률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이런 사태는 LH 등과 공영개발을 진행하는 모든 지자체와 관련있다”며 “협의회는 물론 개별 자치단체장이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적극 탄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염태영 수원시장은 “전국 19개 지역에서도 LH와 같은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전국협의회 차원의 공동대응을 이미 협의했다”면서 “제도 개선과 법령 개정 이슈를 전국적으로 부각시켜 공동 대응해 나갈 사안”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시장은 지난 15일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하고, 16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관련법 개정을 요청했다. 하남시는 미사·감일·위례지구 택지개발사업으로 환경기초시설 확충이 요구됨에 따라 국내 처음으로 소각장·음식물류 처리시설·하수처리시설을 함께 설치한 ‘유니온 파크·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의 설치비는 택지개발사업자인 LH가 부담했으나, 뒤늦게 폐촉버베 관련 규정이 없다며 소각장 본시설 이외 체육시설 등 부대시설 설치비는 돌려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3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LH는 현재 경기도 9개 시·군을 상대로 폐기물 부담금 반환과 관련한 행정소송을 제기해 시·군별로 1∼3심이 진행 중이다. 상위법인 폐촉법은 개발사업자에게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용 부과와 관련한 별도 규정이 없어 법원은 LH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성남·의정부·군포·이천·구리 등 도내 다른 시·군들도 해당 법 조항의 위헌제청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서초구청, 사랑의교회 도로점용허가 취소하라”

    “서초구청, 사랑의교회 도로점용허가 취소하라”

    서초구 “판결 존중… 자문·검토 후 조치”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 사랑의교회에 도로 지하 공간 점용을 허가한 서초구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초구는 자문 등을 거쳐 해당 판결에 따른 조치를 할 계획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7일 황일근 전 서초구의원 등 6명이 서초구청장을 상대로 낸 도로점용허가 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서초구의 도로 점용 허가 처분을 취소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예배당 등 지하구조물 설치를 통한 지하 점유는 원상회복이 쉽지 않고 유지·관리·안전에 상당한 위험과 책임이 수반된다”며 “도로 지하 부분이 교회 건물의 일부로 영구적으로 사용돼 주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서초구는 박성중 전 구청장이 재임하던 2010년 4월 신축 중이던 사랑의교회 건물의 일부와 교회 소유의 도로 일부를 기부채납받는 조건으로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일대 도로 지하 공간 1077.98㎡를 쓰도록 도로 점용 허가를 내줬다. 사랑의교회는 도로 지하를 포함한 교회 신축 건물에 예배당과 영상예배실, 교리공부실 등을 설치했다. 이에 대해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황 전 구의원과 주민들은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해 “구청의 허가가 위법”이라는 판단을 받아냈다. 하지만 서초구가 감사 결과에 불복하자 이들은 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도로 점용 허가권은 주민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도로 점용 허가의 적법 여부를 살피지 않고 각하했다. 이에 대해 2016년 5월 대법원은 “사랑의교회 도로 사용이 공익적 성격을 갖는 것이라 볼 수 없다”면서 사건을 다시 서울행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시 진행된 행정소송 1심과 2심은 모두 서초구의 도로 점용 허가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초구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도로점용 허가를 내줬다”는 취지다. 대법원 역시 원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이에 대해 서초구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에 따른 조치를 할 계획”이라면서 “원상회복 명령 등 구체적인 조치 내용과 시기는 판결문이 접수되는 대로 법률 전문가 등의 자문과 검토를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7회]노골적인 헌재 견제·무력화 검토···문건 쓴 판사 “크게 후회”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7회]노골적인 헌재 견제·무력화 검토···문건 쓴 판사 “크게 후회”

    ‘노골적 비하·좋지 않은 소문 활용 헌재 견제 ‘비상적 대처’ 검토‘헌재 무력화’ 각종 문건 쓴 현직 법관 “크게 후회하고 있다” 진술남부지법 ‘한정위헌’ 제청, 행정처 ‘직권취소“ “대법원장 지시일 것”통진당 행정소송 “행정처, 일선 재판부와 연락하는 것 알게 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들 가운데 한 축에는 헌법재판소를 견제한 부분이 있다. 헌재는 사법부와는 독립된 기관이었지만 ‘양승태 사법부’는 법률에 대해 위헌심판을 할 수 있는 헌재가 대법원의 판단과 비슷한 역할을 하거나 특히 대법원의 판단과 배치되는 결정을 할 경우 법원의 위상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법원이 최고의 사법기관이 될 수 있도록 헌재를 견제하고 위상을 떨어뜨리자는 것이 당시 사법부의 중요 과제였다고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판사들은 말한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36차 공판에는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행정처 사법정책실 심의관을 지낸 문성호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증인으로 나왔다. 문 판사는 당시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지시를 받아 헌법과 헌재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지위확인 행정소송 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 관련 여러 문건을 작성하고 보고한 의혹으로 지난해 견책 처분을 받기도 했다.문 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행정처가 헌재를 견제하기 위해 계획하거나 실제 실행한 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2014년 출범한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원회에서 사법부의 권한과 관할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의견서가 채택된 상황이어서 행정처에서 고위 법관들은 헌재와 관련된 사안들을 중요하게 보고 있었다는 게 문 판사의 설명이다. ●‘노골적 비하·좋지 않은 소문 활용’…헌재 견제 위해 ‘비상적 대처’ 검토한 행정처 문 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2015년 7월 ‘헌재 관련 비상적 대처 방안 검토(대외비)’ 문건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대법)원장님 지시사항”이라는 말과 함께 헌재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여러 방안을 불러줬다고 한다. 석 달이 지나 완성된 문건에는 ‘헌재 재판소원 관련 민감한 현안이 다수 계류 중이고 상고법원 국회 심사 등 주요 국면에서 법원의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임’, ‘헌재 역량을 악화시키고 노골적 비하전략을 세워서 헌재의 위상을 하락시키면 헌재의 결정에 대한 권위가 하락될 것으로 예상’, ‘(헌재 관련) 좋지 않은 소문 확인 활용’, ‘통진당 행정소송 재판 적절히 활용’ 등의 내용들이 담겼다. 대부분 이 전 상임위원이 불러준 방안들을 토대로 적은 방안들이었다고 문 판사가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이 한 번도 ‘톤 다운’(표현의 수위를 낮추라는) 하라고 말한 적이 없고 점점 (수정 지시에서 요구한 표현의) 강도가 세졌나”라고 검찰이 묻자 문 판사는 “그런 기억은 안 나고 저로서도 어떤 것이 비상적인지 잘 떠오르진 않고 여러 방안에 대해 구두로 말씀해 주셔서 제가 가져간 메모지에 적어왔고 9월 중하순 무렵쯤부터 (문건 작성에) 착수했을 땐 메모에 있는 내용을 주로 활용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만 말했다. 톤 다운 지시를 받지 않았는지, 수정 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풀려지거나 양이 많아지지 않았는지 검찰이 거듭 묻자 “어느 부분을 누가 수정했는지 몰라도 ‘노골적 비하’ 이런 표현은 저로선 좀 생경하고 혼란스러웠다”고 답했다. 노골적인 표현들에 검찰은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했으면 작성을 거절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문 판사에게 질문했다. 그러자 문 판사는 “그 점에 대해선 크게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앞서 그해 3월쯤 문 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에게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지시에 따라 헌재 내부의 정보를 수집할 계획을 세웠다가 당시 헌재에 파견된 최모 부장판사가 헌재 내부 정보를 전달한 이후 직접 정보를 수집하진 않았다. 문 판사는 “사법정책심의관으로 부임한 초기였는데 이 전 상임위원장의 지시를 받고 헌재 내부정보를 수집할 계획을 세운 것에 대해 마음의 부담이나 걱정이 없었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완전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데 사실 나중에는 (최 부장판사를 통해) 보고서도 오고 평의 내용도 받고 해서 당시엔 그 정도까지는 생각 못했다”고 답했다. 문 판사는 “부연하자면 2015년 4월 정도로 기억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이 전 상임위원이 업무방해 사건에 관한 헌재 보고서를 저에게 보내주셔서 헌재 내부 보고서를 어떻게 입수해서 보내시나 놀란 것도 사실”이라면서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최 부장판사로부터 다른 자료까지 오게 돼 (헌재가) 보안이 매우 취약한 조직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해도 되는가 생각도 했지만, 제가 소극적으로… 나서서 저지하거나 뭐 반대의사를 명확히 하진 못했는데… 다만 마음의 부담은 있었고 지금도 후회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 전 상임위원이 누구의 지시로 문 판사에게 헌재 정보수집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임 전 차장 등은 이 전 상임위원으로부터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조 업무방해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관들의 평의에서 한정위헌 의견이 다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앞서 현대차 전주공장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은 2010년 3월 정리해고를 이유로 정식 쟁의절차 없이 잔업과 휴일특근을 거부해 사업장에 약 3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업무방해죄로 재판에 넘겨져 2012년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런데 노조 간부들은 형법상 업무방해죄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만약 헌재에서 노조 간부들이 조합원들로 하여금 집단적 휴일 특근을 거부하도록 한 업무방해죄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반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하는 경우 대법원의 위상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을 우려해 이를 막으려 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헌재 무력화’ 각종 문건 쓴 현직 법관 “크게 후회하고 있다” 이 전 상임위원이 보고한 업무방해 사건 관련 헌재 내부 보고서에는 헌법재판연구관들의 1·2차 토론 결과와 헌법재판관들의 1차 평의 결과 한정위헌 의견이 다수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행정처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그해 4월 17일자 ‘업무방해죄 헌법소원 사건 대책 보고(대외비)’ 문건이 만들어졌는데 헌재의 평의 결과를 담은 뒤 대처방안으로 ‘헌법재판관들을 개별 접촉해 설득’, ‘법원 내 유사사례를 발굴해 선제적으로 무죄 취지 판결을 선고’ 등이 검토됐다. 특히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의 협조를 받아 현재 대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 중 업무방해 관련 유사사건을 발굴해서 헌재 결정 이전에 조속히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선고하고 친(親)법원 헌법재판관들로 하여금 헌재 결정 일자를 최대한 늦추게 하는 방안’도 문건에 포함됐다. 한정위헌은 여러 해석이 가능한 법률 조항에 대한 법원의 해석을 두고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혀 법률 자체의 효력을 없애는 위헌과는 구분되고, 헌재가 특정한 해석 기준을 제시하며 법원 해석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헌재와 사법부의 권한과 위상에 민감했던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당시 사법부 고위 법관들에게는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이 대법원의 위상을 더욱 떨어뜨린다고 봤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에 계류된 관련 사건을 대법원이 먼저 헌재의 결정과 정반대의 판결을 선고해 헌재의 결정에 힘이 빠지도록 해야한다는 게 앞서 문건에 담겼고 검토가 됐다. 심리를 서두르게 하거나 선고를 앞당기는 것 역시 엄연히 재판 개입에 해당한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헌재를 견제하는 방안들이 검토되던 상황에서 특히 일선 법원에서 한정위헌 취지로 위헌법률심판을 해달라고 결정하는 행정처 윗선의 ‘우려’와 정면으로 부딪혔을 것이다. 2015년 4월 8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부에서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내렸다. 그 다음날 결정문을 받아본 문 판사는 고민 끝에 상부에 이를 보고했다. “보고하지 않고 곧바로 헌재에 보낼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려졌을 때) 책임을 추궁당할 것 같기도 하고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라 동료들과 상의해 보고하는 게 맞겠다고 결론냈다”고 한다. 다만 문 판사는 보고서에 ‘논리상 한정위헌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없어 그대로 헌재에 송부해도 문제없다’는 문구를 담아 4월 10일 한승 당시 사법정책실장과 이 전 상임위원에게 보고했다. “법률의 해석에 대한 위헌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법률 자체의 위헌성 문제인데 재판부가 착오해서 한정위헌 취지의 결정을 해서 실제로 한정위헌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보고했다”고 문 판사는 설명했다. ●남부지법 ‘한정위헌’ 제청 결정, 행정처가 ‘직권취소’… “대법원장 지시일 것” 문 판사의 표현을 빌리면 상부에 보고를 하자 “갑자기 일이 커졌다”. 한 전 실장은 “이 건이 발생한 자체는 법원행정처 차장, 처장이 아니라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돼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정책결정이 필요한 사안이고 보고서를 작성할 때 향후 유사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까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문 판사는 전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보고를 듣자마자 “그대로 보내면 안 되겠네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보고를 올린 그날 오후 이 전 상임위원이 문 판사를 불러 ‘정리’라는 제목의 문건을 주며 “직권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보고서를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판사는 “상급자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양 전 대법원장에게 보고를 했거나 보고가 됐다고 듣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 직권취소 방향이 잡힐 정도면 대법원장에게도 충분히 보고가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이미 제가 보고를 드리고 나서 불과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일이 커져버린 셈이어서 이럴 바엔 그냥 (헌재에) 보낼 걸 그랬나 생각이 들었고, 당일 오후에 이 전 상임위원이 저를 불렀을 때는 이미 남부지법 재판장과 통화까지 마친 상태였다. 최초 보고할 때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지만 너무 짧은 사이에 일이 커져서 마음이 많이 안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문 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의 지시에 따라 다시 작성한 보고서에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을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신청대리인인 제청법원과 행정처 뿐’이라는 기재를 더했다. 그리고 법원 내부 전산망에 등록된 위헌법률심판제청 결정문이 보이지 않도록 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 정보화심의관과 연락해 삭제 조치를 하기도 했다.위헌심판제청 결정을 한 재판장에게 삭제를 위한 공문까지 받았다. 이렇게 흔적까지 모두 지워낸 이유에 대해 “위헌제청결정의 직권취소가 법률적·윤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문 판사는 “제가 이해하는 법률지식으로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고, 윤리적으로도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선 “일선 재판에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진당 행정소송 과정서 “행정처, 일선 재판부와 연락하고 있다는 것 알게 돼” 행정처의 헌재 견제는 통진당 의원들이 낸 지위확인 행정소송에도 이어졌다. 행정처에서 통진당 소송 관련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소송 진행상황 등을 검토한 문건을 전임자로부터 인수인계 받은 문 판사는 “간담이 서늘했다”고 표현했다. “상당히 많은 양이 있었고 거북했던 것은 인용, 기각 시 설시 등이 다 적혀있어서 ‘뭐 이렇게까지 다 검토해봤나’ 하는 인상을 가졌던 것이고 이후 하나 둘씩 읽으면서 내용이 지나친 것이 있어 간담이 서늘한 감정까지 갖게 됐다”는 것이다. 2015년 11월 서울행정법원에서 행정처의 의견과 달리 소송을 각하하는 판결이 나오자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크게 화를 냈다고도 증언했다. 문 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이 절 불렀을 때 얼굴이 상기된 상태로 ‘처장이 뭐라고 한다’며 말끝을 흐리면서 ‘내가 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에게도 말을 했는데 (각하를) 했다’고 말했다”면서 “이러한 얘기를 듣고 어떤 식으로든 재판부에 의사를 전달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진당 지방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사건이 심리 중이던 전주지법에서는 2015년 11월 25일자로 행정처에서 작성된 ‘통진당 지방의원 행정소송 결과보고’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이 전주지법 공보판사를 통해 기자단에 배포된 이른바 ‘전주 공보사태’가 일어나자 박 전 대법관 등이 크게 당황하며 양 전 대법원장에게 달려갔다고도 말했다. 문건에는 ‘헌재가 통진당 소속 비례대표의 국회의원직 상실을 결정한 것은 삼권분립을 위반한 월권행위’라는 행정처의 판단과 함께 소송에 행정처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담겼다. 이런 문건이 11월 26일자 신문에 보도되자 당시 행정처 간부들은 행정처 공식입장이 아닌 심의관의 개인 생각이라고 언론에 대응하기도 했다. 언론보도가 나온 직후 상황에 대해 문 판사는 “상황을 보고받은 처장이 놀라서 급히 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부속실 여직원은 11층에 전화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는데 대법원 11층은 대법원장 집무실이 있는 층이다. 문 판사는 지난해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대법관들이 공동으로 입장을 내고 “재판 거래나 재판 개입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한 데 대해 “행정처 간부들이나 심의관들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에 대해 검찰이 이날 법정에서 묻자 문 판사는 통진당 행정소송과 관련해서 이미 재판부랑 연락했다는 사정을 전해듣기도 했고 그래서 그 형태나 빈도는 잘 모르겠지만 간부들 중에 일부는···일선 재판부와 연락을 하는 것을 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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