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 보고나면 재난대처 절로
강서구가 지루하기 마련인 민방위교육 시간에 재미난 연극을 공연해 인기를 끌고 있다. 강서구는 지난달 14일부터 구립극단 ‘윤슬’의 도움을 받아, 일방적이고 딱딱했던 민방위 교육시간에 총 22회의 생활연극을 공연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모든 교육생들이 ‘시간 때우기’로 생각하던 민방위교육을 좀 알차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다.
김재현 구청장은 “창의행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불편하고 불합리한 것을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라면서 “민방위 공연처럼 주민들이 필요한 것, 불편한 것을 파악해 하나씩 고쳐 가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집안서 발생하는 화재·전기사고 담아
“늘 졸고 있는 민방위교육생을 보며 정말 답답했다.”면서 “이번 연극 공연으로 민방위교육 자체가 유익한 시간으로 바뀌었다.”고 민방위교육을 10년 간 담당해 온 허용하 자치행정과 주임은 말했다.
교육은 소방방재청에서 지정한 실기교육 3시간과 소양교육 1시간 등 모두 4시간. 강서구는 이 가운데 소양교육 1시간을 주입식의 일방적인 교육에서 탈피, 흥미롭고 생생한 교육과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생활연극으로 꾸며 교육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민방위 연극의 제목은 ‘백수 나재수의 취업 성공기’. 서른살 백수 청년 나재수가 집안에서의 ‘화재발생’, 지하철에서의 독가스 가방 발견, 노래방에서의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발생’ 등에 대해 민방위교육 때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대처한다는 이야기다. 나재수는 ‘소방방재청장’으로부터 ‘용감한 시민상’을 받고 취업에도 성공하게 된다.
연극을 통해 생활 속에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화재와 가스·전기·누전 등의 사고 발생 때 대처방법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교육생들 “재미난 교육 매일해도 좋아”
이번 연극을 기획한 극단의 연출가 송미숙씨는 “처음에 민방위교육 내용을 연극으로 꾸며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에는 당황했지만, 연기자들과 여러차례의 회의와 경험담을 바탕으로 연극을 꾸몄다.”면서 “딱딱하고 지루하기만 한 민방위교육이 새롭게 비쳐지고, 생동감 있는 교육으로 변화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며 한다.”고 말했다.
4회 공연을 마친 결과, 교육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재미난 공연에 시간 가는지 몰랐다.”“이렇게 재미난 민방위교육은 매일이라도 받고 싶다.” 는 등 구청 홈페이지에는 칭찬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긴급상황 대처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웠다.”는 글도 있다.
한편 강서구립극단 ‘윤슬’은 2003년 자치단체 최초로 창단해 ‘동의보감 허준’ 공연을 시작으로 ‘이슬이와 청리’, ‘두지리의 칠석날’ 등 가족 연극과 뮤지컬 125회를 공연, 총 2만 6000여명의 관객에게 박수를 받았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