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 24시] (2)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지난 22일 오전 8시51분 국회 귀빈식당 1호실.엷은 비취색 정장을 차려입은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이 ‘도망’치듯 방에서 빠져나왔다.안에서는 여전히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푸른정책연구모임’ 의원들이 경제학과 교수를 초빙해 현 정부 재정정책을 공부하는 자리였다.
나 의원은 “9시부터 다른 일정이 있어서 끝까지 앉아 있을 수가 없네요.”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면서도 시선은 수업 시간에 받은 자료를 정리해둔 파일로 향했다.사소한 자료도 직접 꼼꼼하게 챙기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자투리 시간도 꼼꼼히 챙겨
그는 의원회관까지 걸어가는 10분 동안 법조계 선배인 주호영 의원과 ‘밀담’을 나눴다.각자 당 법률자문단에서 활동하고 있어 관련 업무에 대해 의견을 구하는 것 같았다.자투리 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알뜰함이 돋보였다.
9시10분 부랴부랴 의원회관 119호실로 들어갔다.정병국·공성진 의원을 포함한 당 언론발전특위 위원과 보좌관 20여명이 이미 두툼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언론 개혁의 필요성과 방향,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갔다.
회의는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중간에 다른 일정을 독촉하는 전화도 걸려왔다.나 의원은 하는 수 없이 10시20분에 회의실을 빠져나와 본청으로 향하기 시작했다.당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선관위 회의가 10시부터 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이번에는 비서관이 나 의원을 붙잡았다.비서관은 “걸어가시는 동안 읽어보시고 사인해달라.”며 서류를 내밀었다.나 의원은 “좀더 진솔한 내용이 들어가도록 내용을 수정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한 뒤 비서관을 돌려보냈다.
사무총장실에 도착한 시각은 10시35분.최고위원 선출 방법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각론은 해당 소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하고 오전 회의는 대충 마무리됐다.낮 12시1분,회의실을 나온 나 의원은 점심 약속이 잡혀 있는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으로 향했다.
지인과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의원회관 515호 사무실에 돌아온 시각은 오후 1시40분.이후 일정은 비교적 간단했다.
보좌관과 간단한 회의를 마친 뒤 오후 2시 5분부터 MBC TV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촬영했다.촬영은 국회의원이 된 느낌과 에피소드,가족 이야기 등에 대해 솔직하게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자녀 제대로 못 돌봐 항상 미안”
이날 나 의원은 틈이 날 때마다 기자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자랑’했다.대학 동창으로 5년 열애 끝에 결혼한 남편 김재호 판사와 딸 유나(11),아들 현조(7)가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고 했다.
그는 아내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남편과 “엄마가 아빠보다 더 공부를 잘 해서 국회의원이 된 거예요?”라고 묻는 천진한 두 아이가 있어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도 ‘엄마 국회의원’으로 아이들을 가까이서 돌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보통 일주일에 두세 번씩 조찬모임이 있는데 늘 20분 지각한다.”면서 “7시25분쯤 서빙고동 집 앞에서 현조를 학교 버스에 태워 보낸 뒤 부랴부랴 국회로 오면 막 조찬이 끝나 회의가 시작하는 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밤늦게 집에서 서류를 들여다보며 혼자 일했던 법조인 생활과는 달리 정치는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 많아 시간 활용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10분 전에 만난 사람과도 다시 한 번 악수를 하는 정계의 관행에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국민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이날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남편과 요가로 몸을 푼 뒤 일과를 시작했던 나 의원은 간단한 저녁식사 자리가 끝나자 오후 8시30분쯤 집으로 향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저녁 9시 이전에 귀가하려고 애를 쓴다.”면서 “국회의원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에 들어가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박한 행복을 맛보는 일도 소중하다.”고 전했다.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는 나 의원은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 한 번 자리에 앉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아 ‘나징가 제트(Z)’로 불렸던 뚝심을 발휘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한 뒤 집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나경원 의원은 ▲서울 출생(41)▲서울여고,서울대 법대 ▲17대 의원 ▲사법연수원 24기 ▲부산지법·인천지법 판사 ▲서울행정법원 판사 ▲한나라당 제16대 대통령후보 특보 ▲한나라당 운영위원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 ▲행정자치부 공무원연금급여 심의위원 ▲서울디지털대학교 고문변호사
■ 박지연기자 “뚝심·풋풋함 조화 이뤘으면”
나 의원은 17대 초선의원 중에서 단연 눈에 띈다.지난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의 특보로 정계에 입문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얼짱 정치인’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렸다.
지난 총선 때는 공천심사위에서 활동했다.이런 경험이 의정활동에서 큰 밑천이 될 것 같다.그러나 정치권에서 다소 익은 탓일까.‘초짜’다운 풋풋함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여론의 속성을 꿰뚫고 있는지 “이렇게 말했다가 괜히 이상한 말이 나오는 것 아닐까요?”라고 몇 차례 묻는 것이 기자에게는 부담스러웠다.
당 규제개혁특위,언론발전특위,푸른정책모임,21세기 비전과 전략 네트워크 등 나 의원이 가입한 모임도 꽤 된다.장애인특위를 구성하는 데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나징가 제트’의 뚝심으로,‘일하는 엄마’의 강인함으로 열심히 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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