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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TA5 다음달 17일 발매…폭력성은 숙제

    GTA5 다음달 17일 발매…폭력성은 숙제

    게임 GTA5가 다음달 발매를 앞두고 화제다. 에이치투인터렉티브는 ‘그랜드시프트오토5’(이하 GTA5)를 다음달 17일 현지화를 거쳐 발매한다고 5일 밝혔다. GTA5는 오픈월드 게임의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이전 시리즈에 비해 한층 더 방대한 스케일의 도시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GTA 시리즈는 게임 이용자가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행인을 치고 달아나는 등의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 예상되고 있다. 에이치투인터렉티브는 “제작사인 락스타게임즈에 꾸준히 요청한 현지화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면서 “GTA 시리즈의 첫 한글화 작품을 유저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현지화는 영문 음성에 한글 자막을 통해 PS3와 X박스360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연준, 양적완화 유지 초저금리 기조도 지속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31일(현지시간) 월 85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내용의 현행 3차 양적완화(QE3)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금리를 0∼0.25%로 제로(0)에 가깝게 유지하는 초저금리 기조도 이어가기로 했다.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금융·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채권 매입 규모를 확대 또는 축소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출구전략 시간표’는 이번에도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1월말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후임과 관련,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우선 순위에 두면서 다른 인물들도 후보로 저울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의회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한 민주당 하원의원들 중에 브래드 셔먼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잠깐 시간을 내 서머스가 부당하게 비판을 받고 있다며 편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누구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할지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존 라슨 의원도 “대통령이 연준 의장 후임 인선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으나 서머스 방어에 매우 단호해 보였다”라고 말했다. 스티브 이스라엘 의원은 “대통령이 서머스의 자질을 거론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도 훌륭한 자질을 지닌 후보가 많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했다.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 중인 서머스 전 장관은 빌 클린턴 및 오바마 행정부에서 각각 재무장관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인연을 토대로 연준 의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현재 그와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이 2파전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머스는 그러나 씨티그룹 등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기관들로부터 돈을 받고 고문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난 데다 친(親)시장주의적 정책 기조와 성차별적 언행 전력도 구설에 오른 상태다. 이에 민주당 상원의원 19명은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게 옐런 부의장을 추천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적나라하게 불쾌감을 표출했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CNN에 따르면 이날 만남에서 에드 펄머터 의원이 “서머스를 연준 의장에 임명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사람의 정치게임에 신물이 난다”라며 화를 냈다는 전언이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완파 자동차서 나와 “나 죽었어요?” 물어본 뉴욕 황당女

    완파 자동차서 나와 “나 죽었어요?” 물어본 뉴욕 황당女

    미국 뉴욕의 퀸스 거리에서 한 여성 운전자가 대형 교통사고를 낸 뒤 완전히 찌그러진 차에서 유유히 걸어나와 “나 죽었어요?”라고 물어봐 경찰관들을 아연케 했다고 뉴욕 포스트와 헤럴드 선 등 현지 언론이 31일 보도했다.  법원 서류에 따르면 32세의 수잔 마틴은 지난 6월 19일 약물에 취한채 도로에서 3개 차로를 가로질러 소화전과 가로수, 가로등, 자전거 등을 들이받은 뒤 행인 3명을 치었다. 차는 크게 부서졌지만 마틴은 차에서 유유히 걸어나왔다. 그녀는 “내가 죽었느냐””내가 아직 운전중이냐” 등 횡설수설하면서 피해자들의 안부 대신 자신의 어머니가 화낼지 모르지 전화하지 말라고 말해 경찰을 아연실색케 했다고 보도는 전했다.  이 사고로 인근 빵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골절과 뇌손상 등 중상을 입은 상태다.  담당 변호인은 그녀가 행인들 과실치상, 재물손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헤럴드 선 캡쳐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장마 주춤한 사이… 은평 ‘안전수색대’ 떴다

    장마 주춤한 사이… 은평 ‘안전수색대’ 떴다

    서울 은평구 수색동 16-2 수색아파트. 준공 48년을 넘겼다. 외벽 군데군데 갈라진 틈에다 이끼까지 무성하다. 전체 32가구 가운데 12곳만 사람이 산다. 독거 노인 등 주민 32명은 1996년 특정관리대상(D급)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된 아파트를 터전으로 18년째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위험 속에 살아간다. 수색동 6통장 오영미씨는 “빈집도 많아 잘 관리되지 않고, 외벽에서 벽체가 떨어져 행인들에게도 위협적”이라며 “거주민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인 점을 알면서도 손쓸 방법을 찾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점순 동 주민자치위원장도 “붕괴위험 탓에 구청에서 이주를 권유하고, 동사무소에서 관리하지만 워낙 낡아 늘 위태위태하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수색아파트를 찾았다. 안전위해 요소를 점검하는 1일 생활안전 거버넌스 체험에 나선 것. 김 구청장은 주민들과 함께 수색동장으로부터 수색아파트의 안전위험 현황에 대해 보고받은 뒤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며 대책을 마련하느라 바빴다. 김 구청장은 “균열 정도를 실시간 측정한 뒤 위험도를 경보음으로 알리는 균열 게이지를 설치해 안전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유 건물이라 구청에 재보수 관리 등의 권한이 없다는 수색동장의 설명을 듣고 난 뒤엔 “안전진단 기록 업체에 애프터서비스를 한 번 더 하라고 할 수 없느냐”면서 “혹여 붕괴라도 되면 지나가는 사람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행정대집행이라도 해서 관리할 방법을 찾자”고 강조했다. 이날 김 구청장은 주민 30여명, 주택과·건축과 담당들과 함께 위험관리 건물 등을 점검했다. 재개발 기대 속에 수년째 담장이 무너져도 보수조차 이뤄지지 않은 주택 담장을 비롯해 D급 위험시설 등을 방문했다. 시설물 관리 대책 마련은 물론 주민 애로사항도 청취했다. 주민 민태홍씨는 “구청에 민원을 넣어 해결하는 것보다 구청장이 이렇게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영상]산사태 덮친 자동차, 기적적 생존

    산사태가 자동차를 완전히 덮쳤지만 4명의 탑승객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중국 산시(陝西)성의 한 도로에서 달리던 자동차 위로 산사태가 쏟아졌지만 탑승객 4명이 별다른 부상 없이 살아남았다고 영국 일간지 메트로는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로 위를 걷고 있던 행인 한 명과 그 뒤를 달리던 자동차 위로 갑자기 흙더미가 쏟아졌다. 흙더미는 정확히 자동차를 덮치며 한동안 계속 쏟아졌다. (영상보러가기) 자동차에 타고 있던 4명의 승객 중 2명이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으며, 다른 두 명도 곧 자동차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산시성 지역은 매년 많은 산사태와 홍수로 고통받아왔다. 특히 이달 평균 강수량을 웃도는 폭우로 인해 수많은 집이 무너지고 사상자가 발생했다. 무분별한 삼림 벌채로 인해 토양 침식이 이루어져 폭우가 오면 산사태가 나기 쉬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스페인 탈선열차 기관사는 속도광?

    80명의 목숨을 앗아 간 스페인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시(市) 고속열차 탈선 사고의 원인이 과속 운행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당 열차가 왜 ‘무모한 질주’를 했는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갈리시아주 사법당국은 해당 열차의 기관사인 프란시스코 호세 가르손(52) 등을 상대로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가르손은 이번 사고를 둘러싼 최대 쟁점인 과속 운행의 경위를 밝힐 열쇠를 쥔 인물 가운데 하나다. 사고 장면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면 객차 8량으로 구성된 사고 열차는 해당 구간의 규정 속도(시속 80㎞)를 훨씬 벗어난 시속 190㎞로 급커브길에 진입하다 중간 부분부터 옆으로 쓰러지며 마구 뒤엉켜 버렸다. 스페인 언론들은 가르손이 예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들을 근거로 그가 개인적으로 속도에 집착하는 인물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속도계 바늘이 시속 200㎞를 가리키는 사진과 함께 “난 지금 한계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서 “이보다 빨리 달리면 그들이 벌금을 물릴 것”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브라질 당국은 이번 사고를 일으킨 스페인 국영철도회사 렌페를 9월에 있을 고속철도 입찰에서 배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입찰 시행일을 기준으로 5년 이내에 발생한 치명적인 사고에 관련된 업체를 입찰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현재 브라질 정부는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캄피나스를 잇는 511㎞ 구간에 고속철도를 건설할 계획이며, 400억 헤알(약 20조 2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은 사업 참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깔깔깔]

    ●스팸전화 박멸을 위한 선서 1. ‘너와 사귀고 싶어’라는 자극적인 문자메시지의 URL을 절대로 클릭하지 않는다. 2. ‘당첨되셨으니 200억원 가져가세요’라는 문자는 과감히 삭제 처리한다. 3. ‘여기 xx은행인데요’라는 통화는 빚 독촉 전화로 간주해 과감히 끊어버린다. 4. ‘오빠, 나 오늘 한가해’로 시작되는 문자는 나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니 무시한다. 5. 억양이 이상한 한국어로 시작되는 통화는 가슴속 깊은 지역감정을 들춰내 과감히 끊어버린다. 6. 모르는 번호, 부재중 번호로는 한국에 화산 폭발 주의보가 내려지기 전까지는 다시 걸지 않는다. 7. ‘여기 경찰서인데요’로 시작되는 통화는 무서우니까 과감히 끊어버린다.
  • ‘경범죄 처벌법’ 시행 넉달… 아직도 헷갈린다면 경찰 ‘기준서’ 참고하세요

    ‘경범죄 처벌법’ 시행 넉달… 아직도 헷갈린다면 경찰 ‘기준서’ 참고하세요

    스토킹과 과다 노출 등을 처벌할 수 있는 경범죄 처벌 개정법이 시행 넉 달을 넘겼지만 일부 조항의 애매한 처벌 기준으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스토킹과 구애를 구별하는 기준, 처벌 대상이 되는 노출 수위 등을 놓고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은 탓이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과 시민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경범죄의 종류와 처벌 기준을 제시한 ‘개정 경범죄 처벌법 해설서’를 제작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3월 개정법 시행 당시 복장 단속 논란을 일으켰던 과다 노출은 신체 노출을 목격한 상대방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을 처벌 기준으로 삼았다. 또 ‘사회통념상 공공 장소에서 가려야 할 신체부위’를 규정해 성기와 엉덩이, 여성의 가슴 등을 노출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여성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가슴을 드러내는 행위 등 같은 노출이라도 맥락에 따라 처벌 여부는 달라진다. 또 스토커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전화나 구두, 서면 등으로 거절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꾸하지 않거나 연락을 피하는 등의 거부 행위는 효력이 없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피해자를 계속 쫓아오더라도 ‘명시적인 반대 의사’와 ‘행위의 반복성’이 없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피해자의 고통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15대 국회부터 발의된 스토킹 관련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스토킹이라도 처벌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대 6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는 관공서 주취 소란 행위도 반드시 만취 상태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술에 취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면 처벌이 가능하다. 해설서는 ‘일시적으로 흥분해 큰소리로 떠드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공무원이 자제를 요청해도 지속적으로 소란을 피우면 법에 저촉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가난을 처벌 대상으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온 구걸 행위도 ‘공공 장소에서 구걸하면서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귀찮게 할 때’만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행인의 길을 막거나 몸을 붙잡으며 구걸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112나 119에 전화를 걸어 그냥 끊는 행위를 반복하거나 ‘행운의 편지’나 상대방의 거절에도 ‘사귀자’는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송하는 행위도 처벌받을 수 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누가 이기나 보자!” 거리서 옷벗고 싸운 커플

    “누가 이기나 보자!” 거리서 옷벗고 싸운 커플

    한 중국인 커플이 혼잡한 거리에서 옷을 벗어 던지며 격하게 싸우는 장면이 해외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이 커플은 중국 광둥성 둥관에 있는 한 도로를 점령한 채 싸움을 지속해 교통 체증을 유발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커플은 처음에 도로변에서 말싸움을 벌이다가 도로 한복판으로 자리를 옮겨 싸움을 지속했다. 이어 화가난 남자가 웃통을 벗어 던지자 여자 친구로 보이는 여자가 한술 더 떠 입고 있던 모든 옷을 집어 던지며 맞섰다. 이는 공개된 사진으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이후 그 남자가 상의를 다시 입고 자리를 떠나자 여자는 도로 한복판을 알몸으로 내달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이들 남녀가 금세 화해했다는 것이다. 이어진 사진에서는 남자가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알몸이 됐던 여자의 몸을 가린 채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리를 옮겼다. 한편 이러한 모습은 당시 주변에 있던 한 행인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알려졌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배고령이 구월이에게 정분 두고 있다는 것은 이제 막 눈치챈 것이지만, 그 위인이 행중에서 여색을 밝히는 사람이라면 손위 손아래를 막론하고 꾸짖고 면박 주기를 일삼아 도덕군자로 알아왔는데, 구월이를 꼬드겨 꼭지를 따버릴 줄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헤아리기 어렵다더니 딱 그 짝이군.” “두 사람이 정분을 둔 지가 벌써 한 해가 넘습니다.” “임자는 남의 일을 엿듣고 엿보는 일에 능숙한가?” “겉으로는 사내로 행세하지만, 속내로는 계집편성을 가졌다 보니, 자연 주위에 있는 남의 일에 눈길을 빼앗길 때가 많습니다.” “내가 눈 딱 감고 있을 테니, 어디 두 사람 가시버시 되도록 주선해 보게나. 그건 그렇구… 배고령이 걸핏하면 도덕군자 행세하려 했던 것이 얄밉군. 국량이 깊고 심성도 올곧은 사람인줄 알았더니, 얌전하다는 고양이처럼 남보다 먼저 부뚜막에 올라갈 위인일세.” 만기가 애매한 당나귀들을 들추어 발뺌했으나 속내로는 행중에서 행수로 행세하는 정한조에게 정분을 두고 은근히 따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평소에 정한조를 수발하고 위하는 행동거지를 눈여겨보노라면 그 속내가 거울 속 들여다보듯 훤하게 바라보였다. 그러나 정한조는 만기를 그런 상대로 볼 수는 없었다. 간구한 집안 살림을 견디다 못해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와 객지를 떠돌며 유리걸식하던 계집아이가 우연히 해안가 염전으로 흘러들었다. 울릉도로 드나드는 소금 배의 선원들이나 염전에서 염간들의 떡찌끼를 얻어먹고 연명하던 계집아이가 바로 연임이었다. 그때 나이가 불과 열셋이었다. 그 측은하고 처량한 모습을 보다 못해 만기란 이름을 주고 남장을 시켜 접소로 데려와 중노미 노릇을 시킨 것이었다. 섭생이래야 조석으로 강조밥에 소금국이었지만, 떠돌며 걸식하던 고단함에서 벗어났으니 연임으로선 그런 천행이 없었다. 중노미 노릇 주선한 지 3, 4년이 지난 뒤에 마침 나귀를 들이게 되어 견마잡이로 행중에 섞여 작반하게 된 것이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남장은 이제 몸에 배어 편안해졌고, 정한조만 쳐다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된 것이었다. 좌정하고 앉아 생각에 잠겨 있던 정한조가 말머리를 돌렸다. “천봉삼이란 위인은 이제 기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거동할 때도 되었는데?” “장독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습니다. 도감 어른께서 귀한 소합환을 구해주셔서 구완하고 나서부터 차도가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행보할 만할 것입니다.” 그날로부터 열흘 뒤였다. 먼산 뻐꾸기 울고 오동 꽃이 조롱조롱 피기 시작하는 6월 초순, 곽개천은 천봉삼과 작반하여 말래 도방에서 20여 리에 상거한 매야장으로 발행하였다. 매야장에 인접한 오산 포구 근해에서는 빈한한 어부들이 조업하여 명태, 대구, 고등어, 문어, 양미리와 어물들을 잡아 올렸고 염장품도 심심찮게 거래되었다. 울진 일원의 포구와 비교해서 규모는 보잘것없었으나 염전도 있었다. 역시 보부상들은 매야장에서 어물이나 염장품을 거래하여 높을재*를 넘어 영양과 진보를 거쳐 안동 상주까지 내왕하기도 했는데, 그들 고장에서는 대개 콩과 같은 잡곡을 거래해서 돌아왔다. 그들은 해질 무렵에 매야에서 발행하면 시오리 상거에 있는 높을재 못미처인 동막에서 하룻밤을 잤다. 다시 하루해를 걸어서 높을재를 넘어 깊으내*에서 숙박하고 수비를 거쳐 진보에 당도하였다. 그러나 매야에서 꼭두새벽에 일어나 검댕이만 털고 발행하면 높을재 노루막이에 있는 숫막에 당도하여 객주를 정하고 깊으내까지 당도하여 숙소를 정할 수 있었다. 가근방에 살고 있는 부상들은 옥방에서 내성으로 가는 길을 택하여 새내*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매야와 영양 사이 행보도 십이령길 못지않은 첩첩산중이어서 많은 보부상들이 후미진 자드락길을 돌아설 때마다 불쑥불쑥 나타나서 넋을 빼놓는 짐승들 때문에 고초를 겪었고, 십이령길처럼 협객을 흉내내며 신출귀몰하는 화적은 없었으나, 데데한 좀도둑들이 출몰한다는 얘기는 떠돌았다. 일테면 높을재의 후미진 길목에 상복을 입은 위인이 섬거적에 시신을 둘둘 말아 짊어지고 걸어가면, 그 뒤로 역시 상복을 차려입은 상제가 서럽게 곡을 하며 뒤따른다. 가난한 상제들이 시신을 묻으러 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 섬거적 속에는 시신이 아니라, 산협 마을에서 훔친 가축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좀도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섬거적 속에 들어 있던 돼지가 땅에 떨어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아나는 것을 상제 두 사람이 잡으려고 허둥지둥 뒤따르는 것이 행인들에게 목격되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좀도둑은 볼 수 없었으나 근자에 이르러 조정이 뒤숭숭하고, 여기저기서 난리가 터지고, 흉년이 거듭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좀도둑들이었다. 그래서 요즈음은 모이면 적당이 되고 헤치면 양민이란 웃지 못할 얘기까지 떠돌았다. 소금 상단이 평소 출입이 뜸했던 매야 장시와 높을재를 겨냥하고 발행한 것은 까닭이 없지 않았다. 내성의 윤기호를 장시에서 훼가출송시킨 뒤 마땅히 거래할 소금 도가를 찾지 못한 처지였고, 잠적해버린 산적들이 높을재 근처의 산속으로 숨어들었다는 적경을 매야장을 출입하는 상대들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천봉삼과 함께 작반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다. 매야장에 당도한 곽개천 일행은 허술한 숫막에 식주인을 정하고 행장을 풀었다. 곽개천이나 박원산 같은 원상들은 몇 번 찾아온 경험이 있었으나 나머지는 매야가 초행이었다. 당도해 보니 매야 장시도 대처의 장시처럼 괄시하지 못할 만치 행상인들의 출입이 번다하였다.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의 영양과 진보 안동의 행상꾼들이 높을재를 넘어 매야장까지 와서 건어물을 거래하면서 장시의 규모가 커진 것이었다. 인총이 드물고 살기가 팍팍한 곳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높을재:고초령 *깊으내:심천 *새내:신천
  •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순례는 안단테

    Pilgrimage 길 위를 걷는 자에게 서두름은 독이 될 뿐이다. 순례자임을 표시하는 가리비 하나 달고 마음을 의지할 지팡이 하나 짚고 걸음을 내딛는다. 느릿하게 울리는 프랑스 순례마을 보행기步行記. 순례가 범람하는 시대에 길을 나서다 분명한 건 ‘철학’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다. 많이 생산하고 빨리 소비하는 게 절대적 선으로 여겨졌던 세상에 반기를 드는 가치들이 출현하고 있다. 버리고 줄이고 좁히고 늦추겠노라고 선언한 사람들은 웰빙을 부르짖고 로하스, 다운시프트 같은 삶의 방식을 발 빠르게 차용했다. 그에 따라 여행 철학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정복한 나라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성공한 해외여행이라고 자부했던 때도 있다. 밤낮없이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하는 여행에서 이제는 되도록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자 한다. 때마침 ‘걷기 여행’은 강력한 트렌드가 되었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맞춤형 소비재가 되어 빠르게 소모돼 갔다. ‘그럴듯한 새로움’을 갈구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순례는 구미 당기는 소재였으리. 서점에 넘쳐나는 순례 에세이들, 열흘짜리 순례길 맛보기 여행상품까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민첩한 유행 앞에 순례의 본래 의미나 목적은 사장된 듯했다. 그래서였나. 내 딴에 순례란 단지 시대의 산물에 불과할 뿐이고 유행이 식으면 그 다음 주자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위태로운 ‘전염’이라 취급했으니. 이제야 심성이 삐딱한 여행자였노라고 인정해야 할 듯하다. 한 해 몇천명의 순례자들이 거쳐 가는 프랑스 남부 미디피레네Midi-Pyrenees 순례길에서 길의 매력에 전염되다 못해 여행 후 강력한 후유증까지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번 여행기는 기도문이 될 것 같다. 나처럼 산티아고 순례길은 스페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여행자가 있다면 그 오만으로부터 얼른 구원받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가리. 말뿐인 순례가 범람하는 이 시대에 나는 ‘순례’를 알지 못했다. 그 길 위를 걷기 전까지 말이다. ▶미디피레네 Midi-Pyrenees 프랑스, 안도라공국, 스페인에 걸쳐 있는 피레네산맥 일부 지역에 위치한 프랑스 남서부 주. 주도인 툴루즈Toulouse는 파리에서 남쪽으로 680km 떨어져 있다. 프랑스에서 만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수만 갈래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른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고보St.James. 그가 묻힌 스페인의 갈리시아 지방 수도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에 이르는 모든 길은 순례길이다. 야고보를 찾아가는 길에는 축복과 기쁨보다는 성자를 향한 연민과 참회가 가득하다. 성자를 지키지 못한 신도들의 원죄가 깊고도 깊기 때문이리라. 야고보는 예수 사후 이스라엘에서 참수를 당했는데 신도들은 성자의 억울한 죽음을 맞고도 그의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유해를 싣고 스페인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된 것. 9세기 들어서야 발견된 그의 시체는 그간의 험난한 여정을 증명하듯 노오란색 가리비가 다닥다닥 붙은 채였다고 한다. 뒤늦게 야고보의 묘지 위에 성당을 짓고 증축을 거듭해 산티아고를 조성했다. 그들이 성지를 세우는 것만으로 미안한 감정을 달랬다면 오늘날의 순례길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거다. 성직자와 신자들은 단지 그의 묘를 참배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가리비를 머리에 달고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성 야고보처럼 길을 나섰다. 아무리 구불구불한들, 제 아무리 험준하다 한들 당신이 걸음을 내딛으면 나만의 참회와 구원이 담긴 길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알고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이 일반인에게까지 유명세를 떨친 건 최근의 일. 파울로 코엘료가 <순례자>를 집필하면서 전세계적인 열풍을 낳은 산티아고 순례길은 제주 올레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올레가 ‘휴식’이라는 이미지와 맞물린다면 산티아고 순례길은 ‘고난’으로 수렴된다. 현재 유럽에는 12갈래의 대표적인 순례길이 있는데 순례자 10명 중 8명은 일부러 프랑스 남부서부터 일정을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는 험준한 길을 택한다. 놀멍쉬멍 걷든 지팡이를 짚고 걷든 ‘걷는다’는 행위는 동양과 서양 어디서든 구도의 길과 이어지나 보다. 고단한 순례자의 안식처 콩크Conques 모든 순례길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로 통칭되는데 프랑스 남부도시 생장 피드 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부를 횡단하는 루트가 가장 유서 깊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걸은 길은 프랑스 남부 도시 르 퓌Le Puy에서 출발해 미디피레네주의 유명 순례도시를 관통하는 구간의 일부였다. 나를 포함해 미국, 라트비아, 중국, 크로아티아, 캐나다 등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을 이끌 가이드는 러시아계 프랑스인인 엘리나. 말 그대로 다국적 ‘순례단’인 우리는 미팅 포인트였던 툴루즈Toulouse에서 그녀를 보자마자 속사포같이 질문을 쏟아낸다. ‘예순이 넘은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냐, 하루에 몇 시간을 걷는 거냐, 너무 힘들면 도중에 포기해도 되냐’라는 질문에 엘리나는 빙긋 웃으면서 답했다. “마음을 먹은 성직자들은 이 길을 무릎으로 기어 올라간답니다.” 차분한 한마디였지만 ‘엄살떨지 마시오’라는 엄포가 분명했다. 동행인이 있어도 또 가이드가 붙는다 해도 긴장되는 초행길이었다. 사람들의 경직된 표정을 읽었는지 엘리나는 이 길을 가는 데 있어 꼭 경건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일러준다. 단지 마주치게 될 프랑스의 대자연, 봄과 여름 사이를 가르는 바람, 작은 마을들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즐기라 했다. ‘순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렸는데 어느덧 경직된 마음이 사르륵 녹아내린 건 헤픈 성격보다는 ‘끝내줬던’ 날씨에 책임이 있으리. 미디피레네를 횡단하는 갸론Garon강에서 첫 번째 목적지 콩크Conques까지 3시간 가량 차로 이동하는 동안 첩첩산중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건 바로 건축자재였다. 주변에 암석으로 된 산이 없는 탓에 갸론강에서 길어 올린 붉은 모래를 이용해 벽돌을 구워 건물을 올리고 길을 닦은 툴루즈와는 달리 암회색 집들이 눈에 띈다. 언덕 위 석회석을 이용해 튼튼히 쌓아올린 건물이 모여 있는 작은 마을 앞에 일행을 태운 차가 멈췄다. 콩크는 불어로 조개를 뜻하는데 마을 전체가 조개껍데기를 엎어놓은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 겨우내 잠잠했던 콩크는 4월 부활절과 함께 모여드는 순례자들로 다시금 활기를 찾는다. 중세 순례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산티아고를 찾아가는 길목길목에는 순례자를 위한 마을이 조성됐고 콩크도 그 마을 중 하나다. 각 순례 도시는 종교적인 기능과 생활적인 기능 모두를 담당했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교회나 수도원이 들어서 있다. 매일 평균 8시간 동안 길을 걷는 순례자가 안락한 밤을 지새울 수 있도록 숙박업소가 등장했고 그들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이 갖춰졌다. 90가구가 전부인 이 작은 마을에 한 해 3만명의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기사들도 말 위에서 내려와 걸어야 했을 만큼 좁은 골목길, 손으로 일일이 쪼개 얹은 기왓장은 천년 동안 고단한 순례자를 반겨 왔다. 느린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돌아보는 마을이지만 세계 각국에서 출발한 순례자에게 콩크는 없는 것 빼고 다 갖춘 마을일 거다. 작디작은 마을에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켜켜이 앉은 시간이 스쳐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 12사도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순교지라는 게 정설. 산티아고는 야고보의 스페인식 발음이며 콤포스텔라는 ‘별의 들판’이라는 뜻의 라틴어campus stellae에서 유래했다. 예루살렘·로마에 이은 유럽 3대 순례지의 하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을 비롯해 성당·교회·대학 등 중세의 건물이 남아있어 번영했던 때를 보여준다. 척박한 땅에서 드리는 기도 로카마도르 Rocamadour 순백의 도시가 언덕 끄트머리에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계령 뺨을 칠 정도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나니 로카마도르Rocamadour가 드라마틱하게 등장했다.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잠깐 머뭄의 시간을 갖는 데 일행 모두가 동의했다. 마을 입구를 2km 앞두고 멀찌감치 떨어져 하염없이 마을을 바라본다. 오체투지로 순례길에 나선 성직자들은 물론이고 순례로서 죗값을 치르던 이들까지 바로 이 자리에 서서 마을을 굽어보고 한시름 놓았을 게 틀림없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덕에 자꾸 발걸음이 늦춰진다. 이 마을은 석회질이 다량 포함된 토질 덕분인지 유난히 흰 빛을 뽐낸다. 석회바위산 꼭대기에 이 같은 마을을 만들려면 평지보다 몇 배 노동력이 투입됐을 텐데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 입지였다. 듣자하니 이 ‘석회’가 바로 순례마을의 비밀을 푸는 열쇠였다. 6만년 전 이 일대가 바다 밑에서 융기하며 바다생물이 퇴적된 땅이 드러났다. 토양의 주성분은 석회석과 같은 탄산칼슘. 하지만 물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토질 탓에 나무를 심어도 과실이 나지 않고 곡식을 심어도 추수할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돼 버렸다. 성직자들은 아무도 살지 않는 땅,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이곳에 주목했다. 12세기부터 도시를 일궈 한때는 8,000명 가까이 머무는 ‘기도하는 마을’을 만든 것이다. 지금은 800명 규모로 축소됐지만 한 해 방문객만 100만명에 이르는 관광지다. 가장 유명한 순례마을 중 하나였던 로카마도르는 악명 높은 곳이기도 했다. 삶이 고단한 자들은 유복한 내세를 보장받기 위해, 범죄자들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어떤 이들은 기적을 간구하기 위해 마을의 맨 꼭대기 성당을 찾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찾는 구원을 얻고자 필시 223개의 계단을 오르는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어떤 성직자는 구불구불한 14개의 고갯길을 택해 무릎으로 오르기도 했다. 모든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던 건 성당 내 위치한 ‘검은 성모상’을 알현하기 위함이었다. 106년 기적을 행했다는 검은 성모상은 시간이 흐르며 자연적으로 검게 변했다고 하는데 프랑스 내 많은 검은 성모가 있지만 로카마도르 것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페인트를 칠한 것도 많다 한다. 가끔 아무도 치지 않는 종이 울리는 건 이 성모의 힘이라고 로카마도르 사람들은 굳게 믿고 있다. 두런두런 얽힌 로카마도르 이야기를 들으며 223개의 계단을 올랐다. 로카마도르 터가 머언 옛날 바다 아래 잠겼던 땅임을 증명하듯 계단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화석이 박혀 있다. 아름다운 길이지만 시간이 흘렀어도 악명은 여전했다. 최영미 시인은 아침마다 내뱉는 마른 기침으로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하는데 나 역시 고통으로 생이 자각되긴 마찬가지였으니. 건조한 모래바람이 호흡기를 훅 틀어막고 심장은 튀어나올 듯 펌프질을 해댔다. 온몸의 기관들이 벌떡 잠에서 깼을 무렵에야 검은 성모의 성당 앞에 겨우 발을 디뎠다. 언덕 꼭대기에는 대성당 외에도 자연 동굴을 활용해 만든 예배당이 있었는데 건조한 기후 탓인지 외벽에는 13세기에 그려진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다. 럭비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미디피레네 사람들을 위한 럭비의 신 예배당도 갖추고 있다. 엄숙하게만 보인 순례 마을의 귀여운 재치라고나 할까. 다시 떠나는 길 오슈Auch 마지막 행선지 오슈Auch에 도착하기 전 프랑스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라 알려진 라르상글Larressingle에 들렀다. 목적은 라르상글에 있는 교회에서 순례자들에게 찍어 주는 도장을 받기 위해서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 각 순례 마을은 이들 여권에 방문자임을 증명해 주는 도장을 찍어 준다. 그러나 한때 주교가 거주할 정도로 큰 마을이었던 라르상글에는 을씨년스런 바람이 불었다. 교회 역시 군데군데 파손된 흔적이 역력했고 벽에는 커다란 엑스 표시가 낙인처럼 찍혀 있었다. 엑스 표시는 ‘팔렸음’을 뜻하는 표식이란다. 20세기 병적으로 ‘프랑스’적인 것에 탐닉한 미국인들은 오벨리스크를 유럽으로 옮긴 로마인처럼 프랑스의 와인이나 예술품뿐만 아니라 건물을 통째로 뜯어 부지런히 신대륙으로 날랐다. 혁명정부 이후 나폴레옹 제정이 들어서면서 교회는 더 이상 경배의 대상이 아니었다. 군자금을 충당하려는 약탈자들이 전국의 교회로 몰려들면서 온전히 제 모습을 보존하기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 당시 프랑스인에게 교회를 뜯어 파는 일은 아무런 죄책감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왠지 교회 내부에 바깥보다 더 추운 공기가 도는 것 같다. 별 기대 없이 여권을 대고 한 켠에 마련된 도장을 꾸욱 눌러 보는데 선명한 글씨가 찍혀 나온다.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다면 잉크가 말랐을 게 분명하지만 도장은 아직 촉촉했다. 분명 바로 얼마 전 순례자가 이곳을 지나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에 길을 재촉했다. 순례자의 행선지가 우리와 같다면 길 위에 마주칠 것이다. 한걸음에 달려 오솔길 위를 걷고 있는 두 명의 사내를 발견했다.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 길 위의 동지였으므로 안면몰수하고 둘을 잡아 세웠다. 순례에 나선 지 한 달이 넘었다는 미국인 칼과 브라이언트는 40년지기 친구사이. 군에서 제대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먼저 걸었던 칼이 브라이언트를 끈질기게 설득해 성사된 여행이라고 한다. “부인과 자녀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친구 녀석 믿고 한번 와보기로 했지.” 결국 브라이언트는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보스에게 장기 휴가를 얻는 데 성공해 길에 나섰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도장을 찍었다는 그는 여정이 빼곡히 담긴 여권을 자랑한다. 남이 보지 않을 땐 꼭 붙어 걷던 두 사람에게 어깨동무를 요청하니 쑥스럽다며 발을 뺀다. 나머지 여정도 건강하게 마무리짓길 바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는 우리대로 오슈에 다달았다. 오슈라는 도시명은 아우구스투스에서 유래했는데 이곳은 중세 유명한 종교도시였다. 도시 어디에서나 고딕양식의 오슈대성당Auch Cathedral이 시선에 걸린다. 성당 내부는 26m 높이로 프랑스에서 가장 큰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해마다 5월이면 오르간축제가 펼쳐지고 6월부터 8월까지 매주 일요일에는 무료 콘서트가 열린다. 가장 좋은 것, 귀한 것을 집약해 천국에서의 행복한 나날을 암시하고자 했던 의도대로 교회 내부는 화려했다. 믿음을 확인한 순례자는 교회를 빙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 동력을 얻는다. 오늘날 프랑스의 순례 마을과 관련 건물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많은데 단지 시간이 오래 되어서라거나 보존이 잘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믿음의 힘만으로 수천명의 사람들이 같은 길을 걸었던 장면은 그 당시에도 장관이었을 테니. 반면 기독교가 쇠락하고 신보다 인간이 앞서던 시대가 도래하고 또 부르주아 혁명이 일어나면서 순례길이 쇠퇴해 갔다는 점도 유럽인의 역사가 이 길 위에 오롯이 반영되는 것 같다. 다시 성찰의 기회를 물색하던 현대인에게 조용히 길을 내준 사람들 덕분에 순례마을은 박제된 박물관이 아닌 삶과 역사의 교차점에 서 있다. 그리고 내 삶의 좌표는 그 어디쯤엔가 찍혀 있다. 글·사진 양보라 기자 취재협조 프랑스관광청 kr.rendezvousenfrance.com 02-776-9142 ▶travie info 어디서 출발하면 좋을까 출발점을 선택하는 건 순례자의 몫이다. 프랑스길Camino Frances을 걷는다면 파리, 르퓌Le Puy, 아를Arle, 생장St. Jean Pied de Port이 관문지다. 특히 생장에서 산티아고까지 800km에 이르는 코스에 70%의 순례자가 모인다고 한다. 미디피레네 코스를 걷고 싶다면 주도 툴루즈Toulous에서 출발하는 게 좋다. 무엇을 준비할까 가리비와 나무 지팡이를 든 순례자의 초라한 행색도 시간이 흐르며 변모됐다. 기본적인 아웃도어 트레킹 물품을 준비하자. 편한 신발, 스틱, 수통 등을 챙기자. 빗물로 인해 무릎 아래 부분이나 등산화가 젖는 것을 방지하는 스패츠도 유용하다. 유럽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하려면 우비는 필수다. 어디서 먹고 씻고 잘까 일단 먹는 것은 알아서.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에서 조리도 가능하다. 알베르게는 도미토리 형식의 유스호스텔이라 보면 되는데 순례길 전역에 분포해 있다. 위생상태는 천차만별. 때로는 침대 진드기에 역습을 당할 수도 있다. 다음 순례자를 위해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 다만 몸이 아픈 경우는 예외다.
  • 中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대변, 행인들 봉변

    中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 대변, 행인들 봉변

    중국의 한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에 대변이 방치돼있어 행인들이 봉변을 당했다.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上海) 지하철 2호선의 한 역 안의 에스컬레이터에 대변이 방치되어 있었다고 중국 매체 신민왕(新民網)이 전했다. 현장을 목격한 행인 중 한 사람이 사진을 찍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렸고, 이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은 오전 8시 40분쯤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아 혼잡한 시간이었다. 신고를 받은 지하철 측은 즉시 에스컬레이터를 멈추고 청소를 시작했다. 5분 후 청소가 끝나고 에스컬레이터 운행이 재개됐다. 현지 네티즌들은 “그렇게 사람이 많은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너무 기분이 나쁘다”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웨이보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일본 참의원 선거 현장을 가다] (중) 도쿄 신주쿠 표심은

    [일본 참의원 선거 현장을 가다] (중) 도쿄 신주쿠 표심은

    참의원(상원) 선거를 이틀 앞둔 19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 자민당 비례대표로 이번 선거에 출마한 외식업체 ‘와타미’의 창업자 와타나베 미키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이 햇볕만 내리쬐는 길거리에서 와타나베가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했지만 행인들은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지나치기에 바빴다. 일찌감치 자민당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어져서일까. 이번 선거는 투표율이 50%를 밑돌아 2007년(58.64%)이나 2010년(57.92%)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승리를 자신하는 와타나베는 “자민당이 주는 안정감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이유”라고 말했지만 유세장을 지나던 일본 국민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역시나 문제는 경제였다. 자민당을 이끄는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었다. 50대 은행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쓰다 히로시는 “일본 경제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베와 자민당이 지지를 받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단 분위기는 띄웠지만 경기가 살아났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보너스는 조금 올랐지만 기본급은 그대로다. 기본급이 올라야 경기가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잃어버린 20년’을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은 가졌지만 그 희망이 아직 실현되지 않은 단계에서 일본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신주쿠역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아베노믹스는 매스컴에서 띄우니까 좋아 보이는 것 같다”면서 “제발 경제가 나아졌으면 좋겠지만 아직 나는 경기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경제 이외의 다른 정책에 대해서는 일본 국민들이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60대 주부인 요네야마 유리코는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자세히 모르겠다”면서 “아베 총리는 온화해 보이지만 그런 사안에 대해서는 고집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위안부 소녀상과 윤봉길 의사 순국비 등에 ‘말뚝 테러’를 한 스즈키 노부유키가 도쿄도 선거에 출마한 것에 대해 “누군지 모르겠다”며 생뚱맞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민당 외에 대안이 없다’는 실망감 속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민당과 공명당이 이번 선거에 포함되지 않는 의석을 합해 과반수(122석)를 무난히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자민당 단독 과반은 힘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한편 이날 아베 총리는 오전부터 미에현과 지바현을 돌며 막판 유세전에 진력했다. 민주당은 가이에다 반리 대표 등이 효고현과 후쿠오카현, 히로시마시에서 선거 운동을 이어갔다. 아베 총리는 20일 전자상가가 밀집된 아키하바라역 앞에서 마지막 연설을 할 예정이다. 최근 20~30대의 자민당 지지율이 높아진 만큼 젊은층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글 사진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주말 인사이드] 비전문가의 색다른 시각 ‘깨알같은 아이템’ 대박…창조적 쇼핑을 이끌다

    [주말 인사이드] 비전문가의 색다른 시각 ‘깨알같은 아이템’ 대박…창조적 쇼핑을 이끌다

    남성용 가슴노출 방지밴드, 종이에 쓴 대로 스마트폰에 옮겨주는 스캐너펜, 바늘이 없는 손목시계…. 소셜커머스에서 날개돋친 듯 팔린 아이디어 상품들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나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전자상거래인 소셜커머스는 1~7일간 한정된 수량의 상품을 파격적인 할인가로 제공한다. 국내에는 2010년 처음 들어왔는데 무서운 속도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쿠팡, 티몬, 위메프, 오클락 등 4대 소셜커머스 업체의 시장 규모는 2010년 500억원에서 지난해 2조원으로 2년 동안 무려 40배 성장했다. 협회는 2014년에는 3조 7500억원 이상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소셜커머스의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그런데 이상하다. 태어난 지 3년밖에 안 된 소셜커머스 업계는 벌써부터 기성화를 걱정하고 있다. 취급하는 상품이 3000~4000개로 늘어나면서 옥션, G마켓과 같은 인터넷쇼핑몰과 비슷해져 간다는 자기반성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고민 끝에 지난 1월 신채널팀을 꾸렸다. 소비자들의 눈이 번쩍 떠질 만한 신선하고 재미있는 거래(딜), 창조적인 쇼핑을 선보이자는 취지였다. 신채널팀에는 상품을 기획해 본 경력자가 거의 없다. 잘 팔릴 만한 물건을 찾아서 판매대에 올리는 상품기획자(MD)를 소셜커머스 업계에선 큐레이터라고 부른다. 한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작은 웹과 모바일의 특성상, 상품을 고르고 전시하는 역할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쿠팡 신채널팀의 이진원 팀장을 비롯한 12명의 팀원 가운데 큐레이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정승화 대리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신입사원, 관리직, 시스템기획자 등으로 전문적인 쇼핑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지난 5월 팀에 합류한 전성웅씨는 인터넷 쇼핑을 한 번도 안해 본 중견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 출신이다. 전씨는 19일 “물건은 꼭 직접 만져보고 사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인데 신채널팀에 온 지 두 달 만에 편리하고 재미있는 인터넷 쇼핑에 빠져버렸다”고 고백했다. 팀을 비경험자 위주로 꾸린 것은 ‘고객의 눈’으로 상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함경범 대리는 “소비자와 다를 바 없는 비전문가들은 전문 MD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상품도 발굴해내곤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신채널팀 직원들은 쇼핑 카테고리를 식품, 패션, 화장품 등으로 나누지 않는다. 누구든지 어떤 상품이든 찾아서 기획할 수 있다. 팀원들은 ‘하나의 틀’에 가둬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니플하이드’는 신채널팀의 초대박 상품 중 하나다. 여름철 남성들이 티셔츠 한 장만 입으면 가슴 부위가 도드라지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곤 하는데, 이를 가려주는 밴드 상품이다. 함 대리는 지난 5월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의 게시판에서 니플하이드를 처음 알았다. 그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남성의류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은품 식으로 끼워 주던 것이었는데 쇼핑몰 사장을 찾아가 정식으로 팔아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딜에서 준비한 수량 2000개가 모두 팔렸다. 남성들은 물론이고 애인이나 남편 선물로 사려는 여성고객에게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달 초 내놓은 패션팔찌 ‘H7’은 신채널팀이 직접 기획해서 브랜드를 만들고 제작한 상품이다. 여름철 액세서리로 매듭팔찌가 유행인 점을 노렸다. 정 대리는 “취미로 팔찌를 만드는 친구가 있어서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인기가 너무 많아서 며칠 밤을 지새워 만들게 했다”며 웃었다. 팔찌는 4500여개가 판매됐다. 남성 캐주얼화인 ‘보트아일랜드’ 역시 신채널팀이 운동화 제작업체를 직접 찾아가 만든 브랜드로, 매번 딜마다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다. 바늘 없는 시계 ‘밸룩’은 부산의 중소기업박람회에서 찾아낸 아이템이다. 신채널팀은 품질이 우수하지만 판로가 마땅치 않은 알짜 중소기업 상품을 찾기 위해 전국의 박람회 전시장을 돌아다닌다. 시침과 분침이 없는 밸룩은 액정화면을 터치하면 ‘타임라이트’라고 부르는 불빛 2개가 나타나 시간을 알려주는 패션시계다. 스마트폰 충전기로 충전하는 특허제품이다. 이달 초 쿠팡에서 처음 소개돼 500개 이상 팔렸다. ‘롤롤펜’은 종이에 쓴 글과 그림을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스캐너펜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잘 주목받지 못하던 것을 가져와 판매했다. 틈새 아이디어 상품으로 350여개가 팔렸다. 칫솔모에 치약이 코팅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일회용 칫솔 ‘이지칫솔’도 신채널팀이 처음 취급했던 상품이다. 함 대리는 “호텔과 병원에서도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인데 업체 측에서 판로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다”면서 “특허를 받은 지 3일 만에 쿠팡에서 판매해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상품은 어떻게 찾아낼까. 신채널팀은 일반 회사원이 들으면 부러워할 법한 일과를 보낸다. 하루종일 이들이 하는 일은 ‘서핑과 쇼핑’이다. ‘부장님’ 눈치를 보며 몰래 하는 일이 아니다. 당당한 공식업무다. 국내외 블로그나 해외 쇼핑몰, 인터넷 오픈마켓을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상품을 찾아낸다. 그런 다음 각자 한 개씩 최고의 상품을 정하고 상품 설명을 한줄로 적은 뒤 12명 팀원이 모두 점수를 매긴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상품은 회의를 거쳐 판매 여부가 결정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상품이라도 잘 팔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신채널팀 직원들은 해맑게 웃으며 “우리는 매출의 압박에서 자유롭다”고 입을 모은다. 새롭고 신나는 쇼핑을 만드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이지, 매출을 많이 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상품이 실제 우수한 실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쿠팡 본사 7층의 신채널팀 사무실 벽에는 ‘명예의 전당’이 있다. 의류, 패션잡화, 생활주방 등 쇼핑 카테고리에서 신채널팀이 기획한 상품이 매출 1위를 기록하면 상품과 팀원의 이름, 한마디가 전시된다. 팀원들은 올해 안에 벽면이 가득 채워질 것 같다며 기대했다. 신채널팀의 또 다른 임무는 팀 바깥 직원들의 자극제가 되는 것이다. 이진원 팀장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상품을 기획하는 신채널팀은 사내 다른 큐레이터들의 경쟁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더 분발하고 신선한 아이템을 찾을 수 있도록 자극한다는 면에서 신채널팀은 쿠팡의 ‘활력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즐거운 놀이도 일이 되면 싫어지게 마련이다. 양혜정씨는 “쇼핑을 좋아하지만 하루종일 상품을 찾다 보면 질리기도 한다”며 “그럴 때에는 밖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신채널팀은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을 가서 한강 둔치에 둘러앉아 회의를 겸한 나들이를 하곤 한다. 한 달에 한 번 팀워크를 다지는 ‘쿠요일’에는 다같이 모여 여가시간을 즐긴다. 지난달에는 코스트코, 이마트트레이더스, 빅마켓 등 3대 창고형 할인마트를 찾아가서 3곳의 패스트푸드점에서 피자를 먹으며 진지하게 맛을 비교,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의 방식도 독특하다. 신채널팀은 매일 오전 ‘회고의 시간’을 가진다. 어제 판매된 상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과 매출을 점검해보고 개선방향을 찾는 다소 무거운 시간이 지나고 나면 ‘힐링캠프’가 시작된다. 팀원이 각자 맡은 주제로 짧은 발표를 하는 것이다. 정 대리는 “뉴스 스크랩부터 나의 쇼핑일기, 연예가 소식, 건강운동법 등을 브리핑하면서 아이디어 발굴에 도움을 주고 받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 파일럿 조직인 ‘태스크포스’(TF)로 출발한 신채널팀은 지난 3월 그 성과를 인정받고 정식 팀으로 자리 잡았다. 연말에는 팀 전체가 미국 올랜도 디즈니랜드에 놀러갈 꿈을 꾸고 있다. 김 사장이 ‘고객에게 재밌고 쉽고 행복한 쇼핑을 선사한다’는 사훈을 가장 잘 실천한 사원 또는 팀에게 포상여행권을 주기로 한 때문이다. 이 팀장은 “다른 인터넷쇼핑몰과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들에게 특별한 쇼핑 경험을 줄 수 있도록 거듭 새로워지겠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외국인범죄 예방책이 운전면허 지원?

    외국인범죄 예방책이 운전면허 지원?

    외국인 범죄가 꾸준히 증가하고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경찰이 외국인 범죄 예방대책으로 운전면허교실 지원에 집중하고 있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범죄 예방대책 관련 사업 예산이 4억원대에 불과한 데다 이 가운데 3억원 이상을 운전면허교실에 지원해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청은 현재 외국인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외국인 도움센터, 외국인 범죄피해신고센터, 외국인 운전면허교실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도움센터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대학 등 298곳의 외국인지원단체를 지정해 외국인들이 이 단체들를 통해 범죄 피해를 제보하고 경찰과의 대화 채널을 마련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외국인 운전면허교실은 전국 121개 경찰서에서 결혼이민자 등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취득을 돕는 사업이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경찰이 전국의 외국인 도움센터와 외국인 범죄피해신고센터에 지원한 예산은 각각 4600만원과 6900만원으로 지난 3년간 변동이 없다. 반면 외국인 운전면허교실 운영 사업 예산은 지난해 1억원에서 올해 3억 2100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외국인 범죄가 갈수록 강력 범죄화되는 현실에서 타당한 예산 집행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국인 범죄 피의자는 2005년에는 9042명이었으나 지난해 2만 4379명을 기록했고 각종 문서 위조, 마약, 금융 사기 등 수법이 다양화되는 추세다. 경찰청 관계자는 “체류 외국인에게 도로교통법 등 학과시험 준비를 도와주고 교통기초법규를 준수하도록 교육하는 것”이라면서 “경찰이 이들에게 범죄 피해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들과 범죄 신고체계를 구축하며, 치안 정책을 홍보할 수 있는 협력자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외국인 범죄 예방 활동과 직접 관련성이 적은 운전면허교실 예산만 확대하는 것이 재원 배분의 효율성 차원에서 의문”이라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이 운전면허를 딸 때 지원하지 않는 현실과 비교해 보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경찰이 각 기관들을 외국인 도움센터로 위촉해 놓고도 재정 지원에 인색한 점도 문제다. 외국인 도움센터는 지난 3년간 232곳에서 298곳으로 늘었지만 예산은 4600만원에 불과하다. 1곳당 1년에 16만원 정도 지원하는 셈이다. 홍보물 전시나 사무용품 구입에도 부족한 액수다. 일선 경찰서의 외사 담당관은 “외국인 범죄가 주로 자국민 체류자들을 상대로 하는 사례가 많고, 동족끼리의 범죄에 대해 신고하기를 꺼리는 경우도 많아 외국인 도움센터의 실효성이 의심된다”고 토로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인 범죄가 지능화·고도화되는 시점에 현재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범죄예방 지원과 제도 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강남문화원장에 최병식씨

    최병식 ‘한국의 고고학’ 발행인이 서울 강남문화원 제5대 원장으로 17일 선출됐다. 최 신임 원장은 고고학 박사로 역사 전문 출판사인 주류성 대표를 맡고 있다.
  • 금융소비자 피해 민원 줄줄이 낮잠

    금융소비자 피해 민원 줄줄이 낮잠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 대규모 저축은행 비리 등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 또는 관련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관련 당국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 소비자들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금융 소비자들 스스로 피해 구제에 나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금융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16일 “CD 금리 담합 의혹과 관련해 1700여명이 집단 소송을 준비했지만 아직까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공정위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소장을 내는 것도 맞지 않아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제출된 서류에 대해 검토하면서 이 사안이 공정거래법 관련 사항인지 아니면 금융 관련 법에 속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데 금감원이 나서 검사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청구 각하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이에 대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국민 검사 청구는)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하라고 했다”면서 “내가 (검사를) 하라 말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시 금리 추이를 분석해 보면 실제 시장 금리와 CD 금리 추이가 다르게 움직였다. 여기까지는 사실로 입증하기는 쉽더라도 문제는 CD 금리를 높게 유지해서 이득을 보는 쪽이 은행인데 이 은행이 CD 금리를 산출하는 증권사에 어떤 압력을 줘서 담합하도록 했는지를 증명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피해 보상 해결도 아직 요원하다. 현재 피해자 573명이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나 파산했을 때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자 및 채권자에게 보험금을 5000만원까지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보험공사가 후순위채권자에게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법률위반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CD 금리 담합 의혹 외에 대표적인 금융소비자 피해 사례로 키코가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출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던 키코는 불완전 판매, 불공정 거래 논란으로 관련 소송이 현재 1심 167건, 2심 68건, 대법원 41건 등 모두 276건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키코는 18일 대법원 공개변론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근저당 설정비, 증권사 채권 이율 담합 및 생명보험사 이율 담합 피해, MG새마을금고 가산금리 조작 피해 등에 대해 금융소비자연맹 등이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 피해가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의 점검 부실과 소극적인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집단적인 금융소비자 피해가 나오고 있는 상황은 그만큼 현재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조원가량의 피해를 낸 키코 사태만 해도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 건전성 감독이라는 두 가지 업무가 상충되다가 결국 후자를 택하면서 생기게 된 문제”라면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전담하는 독립된 기구를 설치하면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어 지금과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흑인폭동 악몽’ LA, 지머먼 사태에 초비상

    미국에서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사살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지머먼에 대한 무죄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15일(현지시간)에는 21년 전 로드니 킹 사건과 관련해 흑인 폭동이 일어났던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위가 폭력적 양상을 띠면서 치안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날 LA 남서부 크랜셔에서는 주로 흑인들로 구성된 시위대 200여명이 도로를 점거하고 차량을 부수는가 하면 행인을 폭행하고 길거리에 불을 질렀다. LA 경찰은 밤 9시를 기해 ‘전술 경보’를 발령하고 초비상 경비에 돌입했다.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는 이날 판결 일주일째를 맞는 오는 20일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샤프턴 목사는 “시위대는 이번 판결에 대한 전국적인 분노가 이틀, 사흘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줄 것”이라면서 “(판결) 1주일이 지나도 100여개 도시에서 여전히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연방검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혀 연방검찰이 지머먼을 민권 침해 혐의로 기소할지 주목된다. 홀더 장관은 “법무부는 사실과 법에 근거해 일관되게 행동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은 비극적이고 불필요한 총격 사망으로, 법무부와 나는 여러분과 우려를 함께 한다”고 말해 이번 판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법무부가 지머먼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과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견을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불개입 원칙’을 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평결의 배심원 6명 중 ‘B37’이라는 일련번호로 알려진 한 배심원은 15일 CNN 뉴스쇼에 출연, 지머먼의 정당방위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배심원은 애초 배심원 3명만 지머먼이 무죄라고 믿었고 나머지 3명은 2급살인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생각했으나 오랜 논의를 거쳐 무죄로 판단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경기 북부 ‘물 폭탄’… 3명 사망·2명 실종

    경기 북부 ‘물 폭탄’… 3명 사망·2명 실종

    경기 북부지역에 13∼14일 최고 285㎜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쏟아져 3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또 주택 85가구가 침수됐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14일 낮 12시 55분쯤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대교 인근 북한강변에서 한모(58)씨가 숨진 채 물에 떠 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한씨의 유족을 찾는 한편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또 오전 11시 25분쯤 경기 포천시 내촌면 진목리 배수로에서 이 마을 이모(57)씨가 지게차 물건 받침대용 합판을 꺼내려다가 급류에 휘말려 숨졌다. 오전 10시 10분쯤 가평군 상면 덕현리 조종천 앞 도로에서 문모(34)씨가 물에 잠긴 승용차 안에 있던 가족을 구하려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하지만 승용차에 타고 있던 부인(31)과 자녀 3명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또 지난 13일 오후 5시쯤 가평읍 승안리 모 펜션 앞 계곡에서 이모(38·여)씨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이씨를 구하려고 물에 뛰어들었던 남자 동료 2명은 거센 물살에 휩쓸렸다가 간신히 구조됐다. 국지성 폭우로 도로와 가옥 등의 침수피해도 잇따랐다. 14일 오전 9시 30분쯤 남양주시 수동면 외방리에서 계곡물에 쓸린 토사가 1층까지 밀려와 김모(52)씨 등 3명이 갇혔다가 구조됐다. 13일에는 연천군 군남면과 전곡읍에서도 폭우로 주민 14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으며 양평군 양평읍 백안리에서는 하천 축대 70m가 무너져 인근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14일 오후 6시 현재 가평 34가구, 연천 31가구 등 주택 85가구가 침수된 것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이재민 37가구 91명이 발생, 아직 31명이 대피 중이다. 연천 농경지 21㏊와 파주 18㏊가 물에 잠겼고 포천 축대벽과 가평·양평 둑 4곳이 유실됐다. 또 강원도에서는 춘천시 퇴계동 효자교 인근 저지대 주택 41곳이 침수되고 1곳이 파손되는 등 비 피해를 봤다. 이날 오전 중앙고속도로 춘천~홍천 구간이 인근 계곡 범람으로 양방향이 통제됐다. 강원도에서는 국도와 지방도 등 모두 15개 구간이 토사에 뒤덮이거나 침수돼 차량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전국종합·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우리금융 민영화 1탄’ 지방은행 15일 매각 공고

    ‘우리금융 민영화 1탄’ 지방은행 15일 매각 공고

    지방은행 매각을 시작으로 우리금융 민영화의 막이 오른다. 예금보험공사는 15일 지방은행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에 대한 매각 공고를 내고 우리금융 민영화에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우리금융지주를 인적 분할해 경남은행지주와 광주은행지주를 설립하고 자사가 보유한 정부 지분 전체(56.97%)를 한꺼번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예비인수자 선정을 위한 예비입찰은 다음 달 말쯤으로 예상된다. 예비 실사와 본입찰 등을 거치면 최종 인수자는 오는 12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인수가는 각각 1조 2000억~1조 3000억원, 1조 1000억~1조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경남은행은 총자산이 31조 3000억원에 이른다.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지방은행의 판세가 뒤바뀔 수 있다. 경남은행의 인수 후보로는 지방은행 자산규모 1위인 BS금융지주(부산은행·총자산 43조 2000억원)와 2위인 DGB금융(대구은행·총자산 37조 5000억원)이 유력하다. DGB금융은 이미 골드만삭스를 금융 자문사로, 삼정KPMG를 회계 자문사로 지정했다. BS금융지주도 경남은행 인수를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려면 ‘지역 정서’를 극복해야 한다. 경남·울산 지역 상공인으로 구성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는 지난 13일 창원에서 ‘경남은행 지역환원 촉구를 위한 시·도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경남은행을 지역환원 방식으로 민영화하라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우선 인수권’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역 상공인들만으로 인수에 참여할 경우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나 법을 고치지 않고는 은행 인수가 불가능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역 정치인들도 가세해 특별법을 만들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총자산 20조 2000억원의 광주은행은 JB금융(전북은행·11조 5000억원)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공상은행과 한국금융지주, 교보생명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은행 역시 지역 정서가 인수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전남과 전북 등 호남 내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광주상공회의소 측은 “필요하다면 경남 지역과 연대해 (가칭) 광주·경남은행 지역 환원을 위한 특별법까지 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도 이 대목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하나은행이 충청은행을, 신한은행이 제주은행을 인수할 때도 특정 세력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하지 않았듯 이번에도 예외는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최고가격 낙찰제가 가장 공정한 만큼 이 원칙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지역 정서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어렵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주민들에게 우선협상권을 주면 국가계약법에도 어긋난다”면서 “단 상공인들이 사모펀드(PEF)에 참여하는 형태로는 인수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1조 3000억~1조 5000억원에서 인수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우리투자증권은 다음 달 초 시장에 나온다.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자산운용 등을 함께 묶어 파는 방식으로 농협, KB금융, 현대차그룹 계열의 HMC투자증권, 교보생명이 주요 인수 후보다. 가장 큰 덩어리이자 민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우리은행은 내년 1월 매각 절차가 시작된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더하면 인수가액은 5조~6조원으로 예상된다. KB금융, MBK파트터스, 교보생명, 농협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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