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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또1등 비결이 꿈? 대체 무슨 꿈이길래…

    로또1등 비결이 꿈? 대체 무슨 꿈이길래…

    지난 26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작년 한해 동안 로또1등에 당첨된 291명 중 14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1등 당첨자 중 대다수는 ‘재미 삼아(43%)’ 로또를 샀다가 인생 최대의 행운을 득템한 경우다. ‘거액의 당첨금을 기대(21%)’하고 로또를 산 이들보다 수치가 높은 것을 보면 마음을 비우는 것이 1등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인 듯 하다. ‘좋은 꿈을 꿔서(17%)’ 로또를 산 당첨자 중 조상관련 꿈을 꾼 이는 39%, 재물 관련 꿈 12%, 동물관련 꿈 10%, 물/불 관련 꿈 8%, 신체 관련 꿈 7% 순이었고, 대통령 관련 꿈 1%였다. 기타 꿈(15%) 중에는 강호동 씨가 나왔다는 재미난 답변도 있었다. 로또1등 당첨자의 80% 가량이 ‘매주 1회 이상 로또를 구입’한 반면 ‘한 달에 1~2번 이상 구입해 당첨됐다’는 답변은 9%에 불과했다. 꾸준히 사야 1등에 당첨될 수 있다는 애기다. 복권위원회는 “1등 당첨자의 신상을 분석한 결과 서울, 경기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았고 월평균 300만원 미만의 소득과 85㎡(30평향대) 이하 아파트를 소유한 고교 졸업 학력의 기혼 40대 생산직 관련 종사자 및 자영업자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로또1등 예측시스템 자세히보기 로또1등 당첨자, 그들이 숨겨둔 비법! 복권위원회의 발표에 훨씬 앞서 작년 11월, 국내 한 로또정보사이트가 ‘로또1등 당첨자들의 비법’을 분석해 공개한 자료가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바 있다. 업계 1위의 로또리치(lottorich.co.kr)가 이른바 <로또1등 당첨자들의 비밀스런 공통점>을 내놓았는데, 복권위원회의 이번 설문조사와 일치한다. <로또1등 당첨자들의 비밀스런 공통점>은 첫째, 로또1등 당첨들은 평균 14개월 이상 도전했다. 340회 김광훈(가명) 회원의 경우 최단 기간인 가입 1개월 만에 무려 14억원의 1등에 당첨되는 등 로또리치를 통해 1등에 당첨된 회원들의 평균 서비스 가입기간은 14개월이다. 장기적으로 목표를 세워 꾸준히 도전하는 것이 로또1등 당첨의 핵심이다. 둘째, 로또리치 분석결과 로또1등 당첨자들 대부분이 일주일에 1만원~2만원 사이의 금액으로만 로또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담 없는 비용 내에서 꾸준히 로또를 구입하는 방법이 로또1등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셋째, 로또1등 당첨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결과 그들은 공통적으로 미당첨에 실망하지 않고 반드시 1등에 당첨될 수 있다는 강한 믿음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있었다. 긍정의 힘이 로또1등 당첨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박원호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자체 사이트를 통해 1등에 당첨된 주인공들은 모두 골드회원으로 밝혀졌다”면서 “골드회원은 로또리치(lottorich.co.kr)가 오랜 시간에 걸쳐 개발한 <로또1등 예측시스템> 중에서도 가장 엄선된 특별 조합만을 제공받을 수 있는 회원제 상품이다”고 소개했다. 골드티켓 서비스는 월 9,900원으로 가입 할 수 있으며, 매주 10조합의 로또1등 특별추천번호와 랜덤워크 로또예측시스템 이용권 5매, 퍼펙트조합기 이용권 5매, 추첨/당첨결과 SMS 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월 12,900원 상당의 인기 유료만화와 월 30,000원의 정통사주운세 서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특혜가 주어진다. 로또1등 예측시스템 자세히보기 출처 : 리치커뮤니케이션즈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98억원 복권당첨 행운男, 13년 만에 결국…

    98억원 복권당첨 행운男, 13년 만에 결국…

    100억원에 육박하는 복권 당첨으로 ‘영국에서 가장 운 좋은 사나이’로 손꼽혔던 영국 남성이 13년 만에 빈털터리가 된 궁색한 모습으로 언론에 등장해 그간의 사연이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복권 당첨과 파산이라는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탄 주인공은 로렌스 캔들리시(36). 성실한 근로자로 공장에서도 좋은 평판이 자자했던 캔들리시는 1997년 내셔널 로터리(National Lottery) 복권에 당첨, 550만 파운드(98억원)의 자산가로 거듭났다. 선데이 타임즈 젊은 부자리스트 61위에도 오른 바 있던 캔들리시는 당시 “재산으로 평소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겠다.”며 23세 청년다운 자신감을 내보였다. 술이나 마약도 멀리했던 캔들리시에게 그간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13년 만에 파산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잦은 사업실패와 가까운 사람들의 비극적인 죽음, 돈을 둘러싼 더러운 음모에 휩싸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캔들리시는 복권에 당첨되자 마자 37만 파운드(6억 6000만원)가량으로 한 동네 집 7채를 사서 친척들에게 나눠준 뒤 자신은 가족이 사는 스페인으로 이민을 떠났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에게 호화로운 집과 값비싼 자동차를 선물한 뒤 캔들리시 역시 한동안 풍요롭게 살았다. 하지만 좌절의 그림자는 2000년부터 서서히 드리웠다. 2000년 절친한 친구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졌던 그는 야심차게 시작한 술집사업이 어려워 지면서 재산 대부분을 탕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9년 아버지까지 자살을 선택했고, 누나와 함께 살던 집에 강도가 들어 남아 있던 재산 대부분을 빼앗아 간 뒤 캔들리시는 빈털터리가 됐다. 그와 누나 소유의 집은 이미 은행에 넘어간 상태고 어머니가 살던 집 역시 빼앗길 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민갈 당시와는 정반대로 무일푼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캔들리시는 “13년 전 복권에 당첨된 뒤 인생은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긴 꿈에서 깨어나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설명했다. 한편 캔들리시 외에도 복권 당첨된 뒤 몇년 만에 빈털터리가 된 사람은 또 있다. 8년 전 970만 파운드(160억원)에 당첨된 노퍽 주에 사는 마이클 캐롤. 그는 복권 당첨으로 20대 벼락부자가 됐지만 약물과 도박, 여자에 빠져 돈을 펑펑 써서 파산에 이르렀다. 최근 그는 주급 200파운드(30만원)의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로렌스 캔들리시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바이러스의 암호

    문명세계의 장점은 특정 조직이나 사안에 다양한 힘이 작용하도록 시스템화가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권력 독점을 막기 위해 장치한 ‘3권 분립’이 한 예입니다. 이런 문명화의 질서는 모르긴 해도 자연계에서 배웠을 것입니다. 최근 말썽이 되고 있는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의 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런 바이러스는 기이하게도 인간에게는 전파가 되지 않습니다. 만약 이런 종 간의 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마 인류는 최악의 파멸적 상황을 맞았을는지도 모를 일이니, 새삼 조화로운 섭리에 외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그랬든 바이러스에 종(種)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도록 금단의 암호를 부여했다는 것은 군림하는 존재이면서도 자연계의 질서 안에서는 약체일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서는 행운입니다. 그래서 인플루엔자는 인간에게만, 조류인플루엔자는 조류에게만, 구제역은 우제류에게만 생기게 된 것이지요. 생각해 보세요. 위험천만한 에이즈(AIDS)가 난교(交)의 습성을 가진 수많은 야생동물에게 생기지 않는 것,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 아닙니까. 이처럼 바이러스가 철저하게 숙주를 가려 기생하는 것은 바이러스 수용체라는 독특한 암호체계 때문입니다. 즉, 숙주마다 마치 컴퓨터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같은 접속 루트를 정해놔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바이러스는 철저하게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지요. 최근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자 “소·돼지고기나 닭·오리고기를 잘못 먹었다가 재수 없이 동티 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바이러스의 특성을 안다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생명의 종별 특성을 지켜주는 ‘바이러스 암호’가 유효하니까요. jeshim@seoul.co.kr
  • ‘헤비메탈’로 늑대무리 쫓아낸 용감 소년

    헤비메탈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신의 휴대전화나 MP3에 한 곡쯤을 저장해둘 만한 사례가 소개돼 눈길을 끈다. 21일 호주 데일리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노르웨이의 한 소년이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헤비메탈 음악으로 늑대 무리를 쫓아냈다.”고 전했다. 행운의 주인공은 현지 락케스타드 인근에 사는 13세의 월터 에이커. 이 소년은 지난 17일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가던 중 늑대 무리와 마주쳤다. 에이커는 “늑대 4마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며 “겁이나 일단 도망가고 싶었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하지만 에이커는 도망보다는 늑대들을 쫓아내기로 결심 했고, 조심히 호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스피커폰으로 바꿨다. 그는 자신이 평소 즐겨듣던 ‘메탈계의 전설’로 알려진 메가데쓰 음악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부분을 가장 큰 소리로 틀었다. 에이커의 계획은 적중했다. 늑대들은 갑자기 ‘꽈쾅’ 하는 소리에 혼비백산했고 이내 멀리 달아나 버렸다. 한편 시끄러운 기타 소리가 담긴 이런 록음악은 소리에 민감한 동물들을 혼란케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복권 당첨 위해”…임신 아내 살해 인면수심男

    “복권 당첨 위해”…임신 아내 살해 인면수심男

    미신을 너무 믿어서일까. 라오스의 한 남성이 행운의 부적을 만들기 위해 임신한 아내를 살해해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라오스 영자신문 비엔티안 타임스는 “최근 시엥쿠앙 북동부 인근 숲에서 아내를 유인해 도끼로 살해한 남성(38)이 체포됐지만 유기된 태아는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역 미신에 따라 큰 힘과 재산을 줄 수 있는 신비한 부적을 만들기 위해 아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던 3개월밖에 안된 태아를 이용할 계획을 세웠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살인 용의자가 이 끔찍한 범죄를 자백했지만 태아의 시체를 어디에 숨겨뒀는지는 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인면수심 남편은 “부적으로 로크 신을 불러낼 수 있다면 그 귀신에게 복권 당첨 번호를 물어볼 수 있다.”고 말하며 “아니면 그 행운의 부적을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라오스는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교를 믿고 있다. 하지만 지방마다 아직까지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자료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유방암 자가검진 어떻게

    자가검진에 익숙하다면 유방의 이상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 물론 자가검진의 정확도가 의사의 진찰에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보통 유방암 검진이 1∼2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진 중간기에 자가검진으로 이상을 확인한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 이상의 모든 여성은 자가검진 대상이며, 시기는 월경 시작 후 5∼10일이 경과한 후, 즉 통상적으로 생리 후 1주일 이내가 좋다. 이때는 월경으로 단단해진 정상 유선조직이 부드러워져 감지가 쉽기 때문이다. 물론 월경 후 없어지는 종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자가검진을 하려면 먼저, 거울 앞에 서서 양팔을 내린 상태에서 양쪽 유방의 크기·모양·피부와 유두의 색깔 변화 및 함몰 상태를 관찰한 뒤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린 상태와 허리에 댄 상태에서 가슴을 내밀고 같은 관찰을 한다. 이어 2·3·4번째 손가락을 모아 유방의 특정 부위에 대고 상하로 움직이거나 둥글게 동심원을 그리며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방법은 유두에서 시작해 바깥쪽으로 이동하면서 구석구석 살핀 뒤 한쪽 팔을 올린 상태에서 겨드랑이까지 꼼꼼하게 확인한다. 또 양쪽 유두를 가볍게 짜 분비물이 나오는지도 관찰해야 한다. 이어 반듯하게 누운 자세에서 검사하려는 쪽의 팔을 머리 위로 올린 후 반대편 손으로 촉진해도 된다. 샤워를 하면서 비누칠을 한 뒤 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박찬흔 센터장은 “유방암 자가진단을 한 여성군이 그러지 않은 여성군에 비해 유방암 조기발견율이 높고, 예후도 좋다는 연구가 많다.”면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유방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짐으로써 작은 변화도 일찍 감지할 수 있고, 그 결과 치료 성과도 좋아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강원 태백 함백산 눈꽃 트레킹

    강원 태백 함백산 눈꽃 트레킹

    함백산(咸白山)에 갑니다. 백두대간의 일부이면서 눈꽃 트레킹 명산으로 제법 이름 높지요. 주변 풍광도 빼어나 베테랑 산꾼뿐 아니라, 초보 산꾼들도 즐겨 찾습니다. 도시인에게 겨울산행이 쉬운 도전은 아닙니다. 엘리베이터에 적응했던 두 다리는 쥐가 날 정도로 뻐근하겠지요. 맛있는 커피를 탐하던 입술은 밭은 숨결 내뱉느라 닳을 지경일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풍경은 고생한 자의 몫이란 겁니다. 발품 팔아 오른 그 산엔 당신만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결한 눈이 쌓여 은빛 세계로 변해 있을 함백산. 신기루처럼 눈앞에 아련하게 오버랩되더니, 조급증 걸린 두 발은 어느새 강원도 태백시로 향합니다. ●첩첩첩 산산산… 높은 산 깊은 풍경 설악산과 오대산, 대관령에서 뻗어온 백두대간이 남하하다 태백 인근에서 불끈 솟구친 산이 함백산(1573m)이다. 만항재와 화방재를 경계로 태백산과 이웃하고 있다. 함백산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다. ‘태백의 지붕’이라 불리는 태백산(1567m)보다 높다. 예로부터 묘고산이라고도 불렸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과 같은 의미로, 신성한 산이란 뜻이다. 두문동재(1268m)와 은대봉(1422m), 피재(935m)로 이어지며 백두대간 코스를 이룬다. 산행에 앞서 온도계를 본다. 영하 17도다. 두터운 외투를 헤집고 살을 에는 칼바람이 밀려 온다. 태백시내가 이 정도면 산 정상은 얼마나 추울까. 산행 들머리는 두문동재다. 대체로 만항재에서 출발해 정암사나 두문동재로 내려 오는 게 일반적이다. 만항재가 1330m이니 함백산 정상까지는 243m만 오르면 된다. 하지만 길이가 짧은 대신 정상까지 된비알이 심하다. 넉넉한 마음으로 주변 풍경과 마주할 여유를 갖지 못할 바엔 쉬엄쉬엄 오르는 편이 낫다. 두문동재에서 만항재까지는 약 8㎞. 4시간가량 걸린다. 태백시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두문동재터널이 나온다. 터널 바로 위가 백두대간 선상의 두문동재다. 고개 이름이 독특하다. ‘두문불출’(杜門不出)의 ‘두문’과 같은 한자를 쓴다. 풀자면 ‘문을 닫아 둔다.’는 뜻일 터. ‘태백시지’나 태백문화원에서 발간한 ‘우리 고향 태백’ 등 문헌을 보면 이름에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이성계의 조선 개국 이후, 고려 신하 가운데 72명이 조선의 녹을 먹지 않겠다며 벼슬을 버리고 현 황해도 개풍군 광덕산 기슭에 은거했다. 조정에서 이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산에 불을 질렀지만, 이들은 뜻을 굽히지 않고 불타 죽고 만다. 그때부터 광덕산 일대를 두문동이라 불렀다. 그런데 72명의 충신 가운데 7명이 태백으로 내려와 인적 드문 함백산 아래 산간 마을에 몸을 숨겼고, 이를 계기로 마을 이름은 두문동, 고개 이름은 두문동재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은빛 설원과 파란 하늘 하나 된 풍경 은대봉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도로에서 한 발짝만 떼면 곧 백두대간 능선이다. 내심 기대했던 상고대(나뭇가지 등에 서리가 얼어붙어 눈꽃처럼 핀 것)는 없다. 하지만 숲은 여전히 눈밭이다. 다져진 등산로를 살짝 벗어나면 금세 무릎 언저리까지 푹푹 파묻힌다. 봄철 연분홍 꽃잎을 곱게 밀어올렸을 철쭉 가지에도, 길가에 낮게 몸을 움츠린 산죽의 푸른 잎에도 순백의 솜털 옷이 달렸다. 여기에 코발트빛 하늘이 멋진 조합을 이루며 잠시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한다. 신갈나무와 사스래나무 숲을 지나 능선에 올라 붙자니 뒤편으로 광활한 산경이 펼쳐진다. ‘첩첩첩 산산산’이다. 대간 능선 트레킹은 이런 매력이 있어 좋다. 멀리 산자락 위편엔 새하얀 풍력발전기 여러 대가 서있다. 삼수령(각각 동·서·남해로 흘러드는 오십천·한강·낙동강의 발원지) 인근의 매봉산 자락에 세워진 현대판 풍차다. 한때 백두대간의 정기를 훼손한다며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것이, 어느새 풍경의 보고가 됐다. 등산로 초입은 제법 가파르다. 대간 마루의 이름값을 하는 것일 게다. 코가 땅에 닿을 듯, 허리 굽혀 40분 남짓 오르면 은대봉 정상이다. 너른 공터에서 잠시 다리쉼 하기에 맞춤하다. 사방이 나무에 가려 조망은 그리 좋지 않은 편. 이후 1~3 쉼터까지는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 펼쳐진다. 3쉼터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함백산의 명물인 주목 군락지와 만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장생의 나무다. 말라 비틀어져 고사목처럼 보이지만, 이 추위에도 끄떡없이 살아 있다. 주목의 푸른 바늘잎이 싱싱한 생명력을 새삼 일깨운다. 눈을 딛고 선 주목들의 장한 자태를 담느라 산꾼들의 카메라도 덩달아 바빠진다. 예서 정상까지는 줄곧 급경사다.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나고, 허벅지에 경련이 일어날쯤에야 함백산은 비로소 제 몸을 허락했다. 사방이 탁 트인 정상, 바람이 땀을 씻는다. 차긴 하되 더없이 맑고 상쾌한 바람이다. 온갖 잡념들도 한줌 남김 없이 바람에 실어 보낸다. 그리고 그 빈 공간에 백두대간의 힘찬 줄기를 품는다. 천천히 정상 이곳저곳을 돌아본다. 대간의 고산준봉들이 거칠 것 없이 줄달음치고 있다. 머릿속에 관념으로만 머물던 ‘일망무제’가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북쪽 대간 길을 따라 은대봉, 싸리재, 금대봉이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고, 서쪽으로는 두위봉과 백운산, 장산이 산너울을 이룬다. 멀리 도심속에서나 보았던 검은 띠가 산과 하늘을 가르고 있다. 속세의 홍진이 모인 것인지, 대기오염 탓인지 알 길은 없으나, 승속을 구분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청명한 날이면 동해 앞바다까지 한눈에 찬다던데, 그런 행운은 없었다. 하지만 하늘과 맞닿은 곳에 서서 일망무제(한눈에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게 멀고 넓어서 끝이 없음)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은 충분히 벅차다. ●태백산 눈조각전만 열려 구제역 여파로 ‘2011 태백산 눈축제’가 12일 전격 취소됐다. 하지만 핵심 행사인 눈 조각 전시회는 오는 21~30일 예정대로 진행된다.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과 함백산 아래 오투리조트, 그리고 시내 황지연못 등이 주 무대다. 올해 특징은 눈 조각의 대형화다. 지구촌 곳곳의 문명을 섬세하게 재현했다. 특히 주 행사장인 당골광장 사랑동산에는 ‘세계의 불가사의’라는 주제로 ‘진시황릉 병마용’과 ‘스핑크스’ 등 높이 4.5~11m, 길이 12~30m에 이르는 초대형 눈조각 11점이 전시된다. 글 사진 태백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으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내처 달리면 태백이다. 우리테마투어(www.wrtour.com)가 태백산 눈꽃열차 상품을 내놨다. 전세 기차를 타고 축제장과 주변 관광지를 돌아보는 당일 상품이다. 21~25일, 29~30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출발한다. 4만 3000원. 버스는 2만 4900원. ▲맛집 닭갈비가 별미다. 볶음식의 춘천 닭갈비와 달리 고구마, 냉이 등을 육수와 함께 끓여 낸다. 대명닭갈비(552-6515)가 입소문 난 집. 태백닭갈비(553-8119)는 복매운탕으로도 많이 알려졌다. 한우마을(552-5349)은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쇠고기집. 강산막국수(552-6680)는 막국수와 감자 부침 등 토속 음식을 잘한다. ▲주변 볼거리 태백의 명소를 전부 둘러보자면 하루해가 짧다. 구역별로 묶어서 계획을 짜는 게 좋겠다. 귀네미마을과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대단위 고랭지 배추밭으로 유명한 곳. 설경도 이에 못지 않게 빼어나다. 인근에 삼수령, 자작나무 군락지도 있다. 구문소(求門沼)는 약 5억만년 전의 고생대 지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수능천석(水能穿石)의 격언을 실감할 수 있는 기이한 세계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과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철암역두 등을 한 코스로 묶을 수 있다. 태백체험공원은 폐광지를 체험관광지로 조성한 곳이다. 석탄박물관과 함께 돌아보면 훌륭한 테마여행이 된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는 별도 코스로 계획하는 게 좋겠다. 예수원은 구제역으로 출입금지 상태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550-2081~5. ▲잘 곳 시내에 깨끗한 모텔이 많다. 5만원선. 가족과 함께라면 함백산 정상 아래 오투리조트(580-7000)를 고려하는 게 좋겠다.
  • 점원의 실수로 로또 당첨금 3배 받은 여성 화제!

     점원의 실수로 인해 무려 11억원(100만달러)에 달하는 로또에 당첨된 여성이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파멜라 아이비는 지난 4일 메가밀리언즈 로또를 한 장 구입했다. 그런데 점원이 실수로 ‘메가플라이어’를 적용해 건넨 것. ‘메가플라이어’는 당첨확률이 낮아지지만, 당첨될 경우 받을 수 있는 돈이 최대 4배까지 올려간다.  아이비는 곧장 항의했지만, 이미 로또티켓이 발행된 후라 어쩔 수없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로또를 구입해야 했다. 금액도 10달러 정도 추가 지불했다.  그녀는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점원의 이름표를 보니 수전이었어요. 저는 속으로 외쳤죠. ‘제발 그러지 마요, 수전!’ 그런데 이틀 뒤 당첨번호를 확인하고 나서는 오히려 수전에게 감사해야 했죠.”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산 로또가 2억 7000만원(25만달러)의 2등에 당첨됐는데, 메가플라이어 덕분에 약 2.8배에 해당하는 7억 7000만원을 더 받아 총 11억원의 당첨금을 거머쥔 것. 실수가 가져온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었다. 아이비는 당첨금을 미래에 대학을 진학할 아들을 위한 등록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정금액은 교회에 헌금해 ‘실수를 행운으로 돌려준’ 하느님께 감사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로또1등 예측시스템 자세히보기  ●로또1등? 구매 패턴에 변화를…  실수로 인해 오히려 생각지 못한 행운을 누리게 된 아이비처럼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인생역전의 기회를 기대하며 살아간다. 경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로또1등과 같은 횡재는 더욱 간절해지기 마련일 것.  국내 최대 로또정보 사이트 로또리치(lottorich.co.kr)는 “실제 경제악화가 심각해 질수록 로또를 통해 ‘희망’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하지만 로또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분의 1로 극히 희박한 만큼, 당장의 대박을 기대하기 보단 꾸준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로또리치는 보다 빠르고 정확한 로또1등 당첨을 원한다면, 국내 최초로 필터링 기법을 도입한 <로또1등 예측시스템>을 활용해 볼 것을 권했다.  로또리치가 자체 개발한 <로또1등 예측시스템>은 작년에만 24차례에 걸쳐 1등 당첨조합을 배출하는 등 최고의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  <로또1등 예측시스템>은 과거 당첨번호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각 공마다의 고유 출현 확률에 가중치를 적용, 실제 1등 당첨번호와 가장 유사한 당첨예상번호를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로또리치(lottorich.co.kr)는 업계 최초로 기술보증기금에서 기술평가를 받아 벤처기업인증을 획득함으로써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았으며,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인정하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향상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로또1등 예측시스템 자세히보기  출처 : 리치커뮤니케이션즈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몇번이길래’…1억6000만원에 팔린 ‘자동차 번호’

    ‘몇번이길래’…1억6000만원에 팔린 ‘자동차 번호’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하는 중국에서 길운을 뜻하는 번호가 든 자동차 번호판이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에 팔려 화제다. 지난 11일 광둥성 광저우의 제 31차 자동차 번호 경매에 나온 번호판의 판매 총 액수는 1234만 9000위안(약 20억원). 번호판 한 장 당 평균 12만 위안에 달하는 ‘고급 번호’들이 경매에 나왔다. 이날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번호는 ‘粤A9999S‘. 낙찰가는 무려 95만 2000위안, 우리 돈으로 1억 6200만원에 달한다. 앞의 ’粤‘(월·Yue라고 읽음)는 광둥성을 뜻하는 별칭이고, 뒤의 숫자 ’9‘는 ’오래간다‘라는 의미를 가진 글자 ’久‘(Jiu라 읽음)와 발음이 같아 경쟁이 매우 극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뒤를 이어 ‘粤6666S’가 낙찰가 88만 위안(1억 5000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숫자 6은 ‘순조롭다’는 의미의 ‘流’(Liu라 읽음)와 발음이 같아 역시 선호도가 매우 높은 숫자 중 하나다. ‘재물이 생긴다’ 라는 의미의 ‘파차이’(發財) 앞 글자와 발음이 같은 숫자 8이 들어간 ‘粤A8888S’는 낙찰가 71만 위안(1억 2000만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현지 언론은 광둥성 자동차 번호판 경매 역대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것은 지난해의 ‘粤A8888Q’ 이며 가격은 무려 131만 4000위안, 우리 돈으로 22억 3000만원짜리라고 밝혔다. 한편 행운의 번호를 차지한 사람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부산에서 함께 걸어요

    서울신문·스포츠서울 부산지사가 개최하는 ‘제268회 부산시민 걷기대회’가 오는 16일 열립니다. 대회에 앞서 부산시 생활체육회 단학연구회의 기공체조 시범이 펼쳐집니다. 추첨을 통해 세탁기, 자전거 등 푸짐한 경품을 드립니다. ●모이는 때·곳 16일 오전11시,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 대공원(성지곡수원지) ●행운상 제공업체 서울신문·스포츠서울 부산지사(세탁기), 부산시 생활체육회(자전거), ㈜아모레퍼시픽 부산지사(화장품), ㈜트렉스타(등산화), ㈜세정(인디안패션 셔츠), 배달사(고급 시계), ㈜동마(놀이동산 초대권), 통도환타지아(자유이용권), 새한전자(찜질기) ●후원 부산광역시·부산광역시 교육청 ●협찬 ㈜세정(인디안) ●문의 서울신문 부산지사 (051)462-2852 주최 서울신문·스포츠서울 부산지사, 부산시 생활체육회
  • 이명세 감독 “입김에 자유로운 비영리 상영관 절실”

    이명세 감독 “입김에 자유로운 비영리 상영관 절실”

    박찬욱, 봉준호, 김혜수, 원빈, 고현정, 소지섭 등 국내 스타 영화 감독과 배우들이 릴레이로 출연해 관심을 끄는 광고가 있다. “맥주맛도 모르면서.”라는 유행어를 낳았던 맥주 광고다. 화면 하단으로 흐르는 자막에 시선이 꽂힌다. ‘이 광고의 출연료 전액은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에 기부됩니다.’ 시네마테크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많은 스타들이 후원에 나섰을까.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이명세(53) 감독을 지난 6일 서울 보광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네마테크가 영화 학도나 마니아가 아니라면 다소 낯설 수도 있는데. -쉽게 말해 영화 도서관이다. 좋은 영화에 관한 자료를 모아 그 가치를 함께 나누는 곳이다. 흔히 시네마테크 하면 고전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올드하다는 느낌을 털어버리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영화는 21세기의 첨단 예술인데 시네마테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은 무척 아쉬운 일이다. →시네마테크는 왜 필요한가. -우리가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영화 속에 다 있다. 거기에 담겨진 시대와 문화를 보면 느낄 수 있는 게 많다. 요즘 우리 영화계에 세대 간극이 엄청난데 시네마테크가 일찌감치 있었다면 1970년대 고(故) 하길종, 홍파, 이장호 등 ‘영상시대’ 선배들이 여전히 건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만큼 시네마테크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시네마테크는 좋은 영화의 전범(典範)을 알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심형래·진중권 논쟁 같은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시절엔 영화에 대한 갈증을 어떻게 풀었나. -지금은 영화제가 많지만, 내가 젊었을 때는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다. 비디오가 보급되기도 이전이어서, 개인적으로는 그 덕에 오히려 상상력이 커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시네마테크가 오래 전 정착됐다면 한국 영화의 진화는 보다 빠르게 이뤄졌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서울아트시네마가 있지 않나. -맞다. 내년이면 10주년이 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시네마테크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좋은 영화를 상영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비슷한데 필름을 빌려와 상영하는 경우가 많다. 재원이 무척 중요하다. 지금 서울아트시네마는 장소를 빌려 운영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그때그때 도와주는 방식이었는데, 지난해 영진위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지원금이 크게 줄었다. →시네마테크는 공익적이고 비영리적인 성격이 강하다. 아예 정부 기관이 맡는 게 낫지 않을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바뀔 때마다 기호에 따라 지속 여부가 갈린다면 제대로 된 시네마테크는 정착되지 못한다. 외부 지원이 있으면 좋은 일이지만 운영의 독립성은 지켜야 한다. 시네마테크는 당장 눈앞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 미래를 바라보는 문화 유산이다. 21세기가 영상의 시대이고, 문화의 시대라면 당연히 힘을 쏟는 게 맞는데도 불구하고 (시네마테크로) 눈을 돌리지 않고 있는 게 안타깝다. →전용관 건립은 내년이 목표인데. -올해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은 기금을 모아야 한다. 관심을 집중시켜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전용관이 홀로 세워지는 것보다 다른 문화 분야와 연계해 세워졌으면 좋겠다. 경복궁 옆 옛 기무사 자리에 들어설 현대미술관이나, 한남동에 세워지는 뮤지컬 전용극장과 함께 들어선다면 시너지가 클 것이다. 외국에서 손님이 왔을 때도 한국 문화를 복합적으로 알릴 수 있는 구심점이 되지 않겠나. →전용관 추진위 위원장이라 어깨가 무겁겠다. -정부 정책을 결정하고 후원해줄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해야 하는데 (영화)작업을 하는 사람이라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박찬욱이나 봉준호, 류승완 등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임을 자처하는 영화인 모두 각자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수준이다. →2007년 ‘M’ 이후 작품이 없었다. 최근 윤제균 감독의 JK필름과 작업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지난해 초 일본 사무라이 영화와 군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를 찍으려고 했었는데 진척이 잘 안 됐다. 윤 감독과 손잡고 한국형 007 격인 ‘미스터 K’를 준비하고 있다. 봄 정도면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여름에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형사’를 내놓기까지 무려 6년이 걸렸다. ‘인정사정’으로 한창 잘나갈 수 있었는데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 후회는 없나. -계속 작업을 이어갔으면 두편 정도 더 찍었을 거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행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때가 아니었으면 영화를 다시 바라보고 공부할 수 있는 행운의 시간은 없었을 것이다. 뉴욕에서 4년 정도 체류하며 그곳 시네마테크인 필름포럼에 일주일에 2~3차례 등교하다시피 했다. 수백편의 영화를 봤다. 나홀로 대학을 졸업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론 너무 좋았다. →‘인정사정’ 이후 작가주의 경향이 짙어져 대중과 멀어졌다는 평가도 있었는데. -결코 아니다. 나는 예술 영화, 상업 영화 구분이 없다고 생각한다. 흥행이 되고 안 되고에 따라 구분을 짓는 게 이상한 일이다. ‘형사’와 ‘M’은 장르적인 특성을 강화한 영화였을 뿐이다. 소재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미스터 K’는 소재적인 측면에선 관객들이 폭넓게 받아들일 작품이 될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다. 공백기가 길어지면 현장에서 밀려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오히려 더 좋은 일 아닌가. 어딘가에 자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니까…. →배우든 감독이든 해외 진출이 붐이다. 해외 시장을 노크한 선배 입장에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 시대는 정말 행운의 시대다. 좋은 감독과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세계 속에서 한국 영화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이제는 시장을 넓히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정체되면 그대로 무너진다. 한국적 관점이 아닌 아시아적 관점에서 봐야 할 것 같다. 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머리 총맞은 男, 재채기에 총알 튀어나와

    머리 총맞은 男, 재채기에 총알 튀어나와

    머리에 총을 맞아 병원에 실려갔던 한 남성이 재채기 한 번으로 총알이 튀어나와 목숨을 구하는 기적 같은 일이 발생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이탈리아 유명 타블로이드지 ‘젠떼’에 기재된 행운의 주인공 다르코 산게르마노(28)를 소개했다. 산게르마노는 지난 1일 자신의 여자 친구와 새해 첫날을 보내기 위해 나폴리에서 열린 신년 파티에 참석했다가 갑자기 발생한 총격전에 휘말려 머리에 총탄을 맞았다. 그러나 산게르마노는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을 때까지도 의식이 멀쩡했고 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재채기하자 총알이 코 속에서 튀어나왔다. 병원 측에 따르면 산게르마노 머리에 박혔던 총알은 오른쪽 관자놀이 뼈를 뚫고 들어가 안구 뒷면을 스쳐서 코뼈에 박혔었다. 담당의사 시드 베르로네는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 이런 경우는 들어본 적 없다.”며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희귀한 사례”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행운아’ 산게르마노는 약간의 투통을 호소했지만 시력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페이스북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길섶에서]당첨/박홍기 논설위원

    요전에 시골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다. 출발 직전 말쑥한 양복차림의 50대쯤 보이는 남자가 버스에 올라와 주욱 둘러봤다. 그러더니 뭔가를 돌렸다. ‘행운권’이었다. 승객 모두에게 주지 않았다. 대략 10명. “호명하는 번호를 가진 승객께서는 손을 들어주십시오. 세분께만 선물을 드리겠습니다.”라며 열을 올렸다. 행운권을 받아 쥔 승객들은 뜨악해하면서도 번호를 살폈다. 선택 받았다는 데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 남자는 두개의 번호를 잇따라 불렀다. 손 드는 승객이 없었다. 잠시 뜸을 들였다. 주택복권 추첨처럼. 겨울 볕에 그을린 얼굴에 주름이 팬 노인이 손을 들었다. 그 남자는 “축하드립니다.”라며 달려갔다. 그리고 건강식품권 2장과 손목시계 1개를 건네며 “2만원만 내시면”이라며 설레발쳤다. 노인은 별로 주저하는 기색없이 지갑을 꺼냈고,그 남자는 돈을 챙겨 잽싸게 버스에서 내렸다. “저, 그거~”라며 말을 꺼내려 하자 노인은 “괜찮아, 나 같은 사람이 있어야 저 사람도”라며 말을 끊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27일 홍대앞 곳곳에 ‘달빛 음악’

    27일 홍대앞 곳곳에 ‘달빛 음악’

    오는 27일 서울 홍익대 부근은 ‘달빛 음악’으로 물든다. 지난해 11월 서른 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뜬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본명 이진원)을 위한 추모공연 ‘나는 행운아’가 홍대와 신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것. 추모 공연 이름은 달빛요정의 1집(인필드 플라이·Infield Fly) 수록곡 ‘행운아’의 노랫말에서 따왔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트위터 모집을 통해 요조, 이한철, 크라잉넛, 장기하와 얼굴들 등 98팀(명)과 롤링홀, 상상마당, 브이홀, 에반스, 클럽 타 등 라이브 공연장 및 클럽 23곳이 아무 대가 없이 추모 공연에 동참하기로 확정했다. 홍대 인근 음악 관련 모임인 서교음악자치회, 라이브음악문화발전협회, 클럽문화협회 등이 뭉치는 이례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추모공연추진회 쪽은 “자발적 참여가 계속 늘고 있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만원짜리 팔찌 티켓을 사면 ‘클럽데이’처럼 추모 공연이 열리는 모든 라이브 클럽에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다. 공연을 찾는 모든 관객들에게는 달빛요정 앨범을 준다. 출연 뮤지션들이 직접 나눠줄 예정이다. CD를 새로 찍는 비용을 제외한 수익금은 모두 달빛요정 추모사업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자세한 공연 내용 및 시간은 11일쯤 추진회 홈페이지(www.rockwillneverdie.com)에 공지된다. 달빛요정의 음악 동료인 네오 포크 뮤지션 김마스타는 “세상을 떠난 뒤에라도 주목받는 홈런 형은 정말 행운아”라면서 “이번 추모 공연이 1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홈런 형이 그토록 꿈꿨던, 뮤지션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상식적인 세상을 위한 디딤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당선소감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동화 당선작] 당선소감

    어릴 때 저는 이동전화나 우주여행 같은 것은 그저 상상하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환상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갔고 현실이 될 것 같지 않았던 것을 바로 내가 누리고 살면서 미래인 현재를 실감합니다. 어릴 때 저는 글 쓰는 사람을 그냥 상상만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갔고 환상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많이 당황스럽습니다.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원망하고 있었어요. 삐뚤어질 테다 마음먹고 있었지요. 먼지투성이 집도, 여기저기 쌓인 토끼 똥도 그냥 자연스럽게 보이더라고요. 그저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있을 때 당선 소식을 들었습니다. 토끼를 온 집 안에 뛰어다니게 하고 그 똥조차도 사랑하니 이렇게 큰 행운이 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왜 ‘토끼 같은 자식’이라는 표현이 있는지 알겠어요. 아무런 방어수단 없이 미약하기만 한 토끼의 모습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힘, 그 힘을 스스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떤 표현으로도 이 마음을 다 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삐뚤어지지 않겠습니다. 여태껏 해온 대로 하겠습니다. 아니 이제 더 열심히 해야겠어요. 환상이었던 글쓰기를 현실로 만들어준 정해왕 선생님과 가족들 감사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될 게요. 뿌듯하고 자랑스러우면 더 좋겠고요. 기대됩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약력 -1972년 부산 출생 -어린이책작가교실 수료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호세프의 브라질 ‘룰라 도약’ 이을까

    지우마 호세프 신임 브라질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취임한다. 군사독재에 저항하기 위해 총을 들고 빨치산이 됐던 여고생이 60세가 넘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서 좌파정부 재집권과 남미통합이라는 과제를 이어받게 됐다. ●브라질 국민 70% “호세프에 기대” 브라질 국민들은 70%가 넘는 긍정적 전망으로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넓은 면적과 많은 인구를 가진 데다 풍부한 천연자원까지 갖춘 브라질이 중국이나 인도에 버금가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호세프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을 넘어서는 여성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의 정책을 충실히 계승하면서 브라질 경제와 국제적 위상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룰라 전 대통령은 중국·러시아·인도를 비롯한 아프리카, 중동 등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높여왔다. 남미국가연합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을 통한 지역협력도 궤도에 올려놨다. 전문가들은 호세프 정부도 ‘남미 우선, 중국 심화,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안토니오 파트리오타 외무차관을 장관으로 승진 기용하는 등 대미관계도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도 힐러리 장관이 취임식에 참석하며 국제 사회에서 만만치 않은 브라질의 위상에 맞게 ‘예우’하기로 했다. ●각료 37명 구성 완료… 13명 경험 풍부 룰라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연평균 4%가 넘었던 안정적인 경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취임할 때만 해도 국가부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에 비하면 호세프 대통령은 좋은 여건에서 출발한다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특히 최근 각종 경제지표 호전을 비롯해 오는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하지만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헤알화 절상 등 처리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빈부격차, 교육, 치안문제도 시급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호세프 대통령은 최근 37명에 이르는 각료 구성을 완료했다. 이 가운데 13명은 룰라 전 대통령 당시 각료 경험이 있다. 각료들은 연립정부 전통을 반영하듯 집권당인 노동자당(PT) 소속이 17명, 미셸 테메르 부통령이 속한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 6명, 브라질 사회당(PSB) 2명, 공화당·민주노동당·진보당·공산당 각 1명씩, 무소속 8명 등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행운 부르는 토끼 소품 신묘년 액세서리 잇단 출시

    행운 부르는 토끼 소품 신묘년 액세서리 잇단 출시

    2011년 신묘년은 토끼의 해. 토끼는 작지만 지혜와 꾀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고전에서 영특한 동물로 묘사돼 온 토끼 모양의 소품이나 액세서리는 귀엽고 사랑스러워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고 선물로도 좋다. 2010년에 호피 무늬가 유행했다면 2011년에는 토끼를 이용한 패션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디자이너 멀티숍인 일모스트릿닷컴의 이수정 과장은 31일 “토끼해를 맞아 토끼의 특별한 기를 받고 싶다면 토끼 털을 이용하는 것이 세련되고 멋스럽다.”며 “행운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으면서 겨울 패션으로도 제격”이라고 소개했다. 토끼털은 잘 빠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른 모피와 비교하면 비교적 저렴한 데다 부들부들한 감촉이 일품이다. 토끼 모양의 열쇠고리나 휴대전화 고리는 매일 갖고 다니면서 가까이 둘 수 있어 선물용으로 좋다. 토끼 무늬가 들어간 티셔츠나 치마, 가방, 운동화 등을 활용한 패션도 깜찍하다. 토끼 모양의 귀걸이나 목걸이, 팔찌, 브로치 등도 인기 아이템이다. 패션 보석 브랜드 스타일러스에서는 평화, 행운, 토끼모양 등 네 가지 종류의 연인 반지를 출시했다. 월트디즈니주얼리 마케팅실 측은 “행운의 상징인 네잎 클로버 등의 문양을 활용한 액세서리뿐 아니라 처음 팔찌를 찰 때 빈 소원이 팔찌 줄이 끊어지면 이루어진다는 위시(wish) 밴드가 새해 행운의 아이템으로 인기 있다.”고 전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서울광장]2011년 첫날 내다본 10년/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2011년 첫날 내다본 10년/육철수 논설위원

    한달 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월드컵 개최지 발표를 밤늦도록 TV로 지켜보았다. 2018년엔 러시아, 2022년엔 카타르로 결정되자 아쉬움이 밀려왔다. 8년 뒤, 12년 뒤에나 있을 먼 훗날의 일인데 한국의 2022년대회 유치 실패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겼을 것 같다. 러시아와 카타르대표단이 환호하는 모습에서 양국 국민들이 가졌을 희망과 흥분을 엿볼 수 있었다. 월드컵 불발로 세계의 시선이 다른 데로 옮겨지고, 국민의 자부심과 경제효과 등 유·무형의 기회를 잃은 것 같아 미련이 많이 남았다. 그런데 가만히 따져 보니 2022년이면 내 나이가 환갑을 넘긴 60대 초반이다. 까짓것 뭐, 그때가 언제 올 줄도 모르는데 공연히 마음만 상했다고 여기며 애써 허탈함을 추슬렀다. 그래도 미래의 희망을 하나 더 갖는다는 것은 해당 국가나 국민에게 축복이고 행운이다. 적어도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그들의 마음은 풍요로울 테니까. 새해가 밝았다. 2010년 12월 31일과 2011년 1월 1일은 단 하루 상간. 시간상으론 평범한 어제와 오늘일 뿐이다. 인생을 여기까지 오게 해준 어느 하루도 소중하지 않은 날은 없다. 그래도 날짜마다 의미 부여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다. 오늘은 새해의 첫날이자 새 밀레니엄의 두 번째 10년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해와 과거 10년을 돌아보고 올해의 계획과 10년 앞도 생각해 두어야 하는 시점이다. 일신(一新)을 다짐하며 각별한 느낌으로 오늘을 맞는 것도 그 때문이다. 되돌아 보니 40대 나이의 대부분과 50대 초반을 보낸 지난 10년은 말 그대로 화살보다 더 빨랐다. 가정과 직장에서 복잡다단한 일들이 많았고, 그중에서 역시 나이 먹는 게 가장 힘들었다. 시력은 뚝 떨어지고 흰 머리카락이 부쩍 늘어난 데다, 한겨울엔 내복 신세를 져야 할 만큼 노화가 진행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게 마음은 아직 젊다. 돈 버는 일 빼고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룬 건 별로 없어도 엄혹한 ‘사오정(45세 정년)시대’에 용케 살아남은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하루·한달·한해를 설계하고 실천하기도 어려운 판에 10년 대계를 세우려니 머리가 좀 뻐근해진다. 몇년 뒤 정년을 맞을 테고 제2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데 가진 재주가 별로 없어 고민이다. 더구나 최근 뉴스를 보면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의 정년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노년에 먹고살려면 또 다른 인생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을 생각하니 긴장이 된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나이 60~70세에도 현장을 뛰는 어른들이 참 부럽다. 개인적인 노력에다 열정·지혜·경험이 남다르고, 무엇보다 강건한 체력이 뒤받쳐주니 선택 받은 사람들이다. 그뿐인가. 일해서 세금 내고, 국가·사회적 부양부담을 덜어주니 ‘노마지지’(馬之智)가 따로 없다. 아무래도 일찌감치 훌륭한 멘토라도 찾아 나서서 한수 단단히 배워 두어야 좋을 성싶다. 10년 앞을 살펴보니 나라에도 큰일이 적지 않다. 우선 헌법이 바뀌지 않으면 대통령 선거가 두 차례(2012·2017년) 있다. 민주화 이후 다섯번의 대선 가운데 두 차례만 적중한 신통찮은 투표실력이지만 권력과 나라의 변화에 대한 기대로 설렌다. 대통령을 잘 뽑으면 좋은 노년 일자리 정책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글머리에서 먼 미래의 월드컵 같은 국제행사 유치를 고대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다. 그때쯤이면 한창 제2 인생을 살고 있을 텐데, 월드컵을 계기로 나라경제가 번창하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질지 혹시 아는가. 새해를 맞아 현직에서 노익장을 발휘하는 분들은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후학들이 닮고 싶은 역할모델이 되셨으면 한다. 같은 시대를 동고동락하는 베이비 부머들도 시시각각 닥쳐오는 정년퇴직에 주눅들지 말고 어깨를 쫙 펴시라. 다들 올해는 물론이고, 10년 뒤에도 인생을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만났으면 한다. ycs@seoul.co.kr
  • [영화리뷰] ‘메가마인드’

    [영화리뷰] ‘메가마인드’

    슈퍼맨의 적수로는 렉스 루터, 배트맨의 적수로는 조커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주인공의 그늘에 가린 조연이다. 슈퍼맨이나 배트맨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게 임무다. 그런데,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면? 이들이 뼛속부터 악당이 아니었다면? 애니메이션의 명가 드림웍스가 새로 선보이는 3차원(3D) 애니메이션 ‘메가마인드’는 이러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백마를 탄 왕자가 등장해야 마땅한 동화에 못생긴 초록색 괴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이소룡 같은 날렵한 무술인이 나와야 하는 쿵후 이야기에 뚱뚱한 판다를 앞세우는 등 비틀기를 즐기는 드림웍스가 이번에는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 공식을 깨버렸다. 고향별의 멸망에 앞서 지구로 탈출한 메가마인드. 영화 ‘화성 침공’에 나오는 화성인과 같은 괴상한 모습이다. 슈퍼 파워 따위는 없다. 천재적인 두뇌가 있지만 소동을 일으키기 일쑤다. 운명의 장난으로 감옥에서 자란다. 주변의 사랑과 관심에 목말라하지만, 이는 잘생긴 외모에 초능력도 있고, 행운까지 따르는 메트로맨의 차지다. ‘왕따’가 된 메가마인드가 메트로시티를 들쑤시는 슈퍼 악당으로 성장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메가마인드는 슈퍼 영웅이 된 메트로맨을 제거하는 데 성공하지만, 외려 일상은 무료해진다. 메가마인드는 메트로맨의 유전자(DNA)를 이용해 새로운 호적수를 만드는데,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 ‘슈퍼맨’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듯. 슈퍼맨의 많은 부분을 패러디하기 때문이다. 메가마인드가 지구로 오는 과정은 슈퍼맨이 크립톤 행성을 떠나오는 과정과 판박이다. 슈퍼맨의 친아버지 조엘도 그대로 패러디된다. 메트로맨의 여자친구이자 유능한 기자인 록산은 슈퍼맨의 여자친구 로이스 레인과 닮은 꼴이다. 메트로맨의 DNA로 탄생한 타잇탄에게서도 ‘슈퍼맨4’의 원자인간이 겹쳐진다. 여기에 영화 ‘킹콩’, ‘스파이더맨’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까지 패러디되며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30~40대 남성들에게도 인기가 좋을 듯 싶다. AC/DC의 ‘하이웨이 투 헬’, 조지 써로굿의 ‘배드 투 더 본’, 오지 오스본의 ‘크레이지 트레인’, 건스 앤 로지스의 ‘웰컴 투 더 정글’ 등 신나는 록 음악이 영화 내내 울려퍼지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의 ‘배드’가 대미를 장식하며 흥을 돋운다. 지난 11월 초 북미 시장에서 개봉했을 때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메가마인드 목소리 연기는 코믹 연기의 달인 윌 페럴이 맡았다. 한국에선 김수로가 더빙했다. 메트로맨 목소리는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다. 96분. 전체관람가. 1월 13일 개봉.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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