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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보물사냥꾼, 동네 술집 마당서 은화 1000개 발견 횡재

    英 보물사냥꾼, 동네 술집 마당서 은화 1000개 발견 횡재

    금속탐지기로 오랜 시간 땅 속에 숨겨진 금화 등을 찾는 영국의 한 보물사냥꾼이 일생일대의 횡재를 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현지언론은 남동부에 위치한 서퍽의 한 술집 뒷마당에서 무려 1000개가 넘는 은화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15~17세기 땅 속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은화들은 모두 1061개가 발견됐으며 최소 10만 파운드(약 1억 5600만원)의 가치로 평가된다. 단숨에 뒷마당에서 '로또'를 발굴한 화제의 주인공은 루크 마호니(40)로 흥미롭게도 그는 현지에서 금속탐지기를 파는 상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 10년 동안 금속탐지기로 보물을 찾는 취미를 가져온 그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은 지난달 26일. 당시 자주 가는 마을 술집 뒷편 들판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금속탐지기로 보물을 찾던 그는 땅 속에서 금화 한개를 발견했다.마호니는 "흙을 긁어내 동전을 보는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면서 "금속탐지기에서 계속 신호에 신호가 이어졌다"며 놀라워했다. 결국 그는 땅 주인의 허락을 받아 친구들과 함께 본격적인 '보물' 발굴에 들어갔다. 특히 이같은 발굴 지역에 찾아가 전문적으로 약탈하는 도둑들로부터 보물을 지키기위해 사흘밤을 꼬박 세우며 작업을 이어갔다. 이렇게 총 1061개의 은화가 발굴됐으며 각각 1573~1578년, 1641~1643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이 은화들은 이를 발견한 마호니가 모두 갖게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흥미로운 현지 보물법이 있다. 영국에서는 이번처럼 오래된 귀중품이 발견되면 먼저 전문가의 감정을 거쳐 보물인지를 평가받게 된다. 만약 진짜 보물로 판정되면 발견자는 적절한 가격에 지역 박물관에 팔아야한다. 다만 발견자와 땅 소유자는 절반씩 나눠갖는 것이 원칙이다. 마호니는 "은화를 발굴한 직후 지역 보물 발굴 담당자에게 연락했으며 현재 평가 중에 있다"면서 "동전을 지역 박물관에 판매한 돈으로 친구들에게 선물을 주고싶다"며 기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2000자 인터뷰 42]정세현 “北의 월북자 공표, 南에 방역협력 메시지”

    [2000자 인터뷰 42]정세현 “北의 월북자 공표, 南에 방역협력 메시지”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 부의장은 재월북한 탈북자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된다고 북한이 공표한 데 대해 “남한이 방역협력 의사를 보내면 받을 용의가 있다는 숨은 메시지가 있다”면서 “2기 외교안보팀이 구성된 만큼 조속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북 제안을 발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의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2기팀의 임무는 2018년 초의 상황으로 남북관계를 복원해 차기 정권에 넘기는 것”이라면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학생운동한다는 기분으로 한미워킹그룹의 사실상 무력화 등을 관철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정 수석 부의장과의 일문일답.-북한이 지난달 2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감염과 개성 봉쇄를 공표했는데 의도는. “나쁜 쪽으로 생각하면 개성은 남북 접촉의 최남단이고 남북 연락사무소도 있었던 곳이다. 남북 접촉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 청정국이라 자랑했던 북한이 국제지원을 요청하려는 뜻도 있다고 본다. 또 하나, 남한이 적극적으로 방역협력 의사를 보내면 받을 용의가 있다는 숨은 메시지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경축사와 취임 3주년 연설을 통해 방역 협력을 얘기하면서 생명 공동체를 만들자고 했다. 남한이 어떻게 판독하느냐는 통일부 일이다. 인도적인 사업은 한미워킹그룹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 방역협력 등을 재차 제안하면 남북 관계를 다시 열어 나갈 수 있다.” -정부의 누가 할 일인가. “통일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이 새로 임명됐으니 NSC 상임회의를 열어서 대북 제안을 발표하는 절차를 밟으면 좋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2기 외교안보팀을 어떻게 보나. “2기팀 인적 구성의 특징은 지북파(知北派)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재직과 퇴임 이후 대북 사업을 많이 했다. 북쪽 사람들 말귀를 알아듣고 코드를 읽을 수 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북쪽을 잘 아는 사람이다. 이인영 장관은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남북관계를 치고 나갈 의지가 있다. 2기팀은 1년 8개월 남은 문 대통령 임기 안에 남북관계를 복원해야 한다. 복원이라 함은 4·27 판문점 선언을 만든 2018년 초 상태로 남북관계를 리셋(되돌림)하는 것이다. 복원된 남북관계를 차기 정권에 넘겨주는 역할이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실행이 중요한데. “방역사업도 좋지만 이산가족 상봉도 명분이 좋다. 내 경험으로는 북한의 이득이 있어야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 과거엔 쌀과 비료였다. 2000년 6월 15일 이후 노무현 정부 말년까지 8년간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16번이나 했다. 비결은 쌀과 비료가 일정하게 간 것이다. 이산가족 사업을 한다면서 북한이 손해는 안 나게 해 줘야 한다. 왜 손해인가 하면 우리는 있는 옷 입고 상봉장에 나가면 되지만 저쪽은 옷을 다 해 입혀야 한다. 사람 찾는데도 우리는 행정 전산화로 수월한데 북쪽은 수작업으로 일일이 찾아야 한다. 행정력이 엄청 동원된다. 남한이 보낸 200명 명단 가운데 100명 확인하는 데도 힘이 든다. 실비는 보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아울러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에 맞춰 준공하려는 평양종합병원 공사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건물만 지으면 뭐 하나, 기자재도 들어가야 한다. 그런 걸 인도적 사업으로 분류해 유엔 승인이 필요하다고 호소해야 한다. 식량 지원도 묶어서 대북 제안을 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대북 라인이 아직은 가동이 될 건데 북한에 미리 ‘이런 제안이 나가는데 깊은 뜻이 있는 거다. 이거 되면 줄줄이 여러 가지가 나오게 돼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 -특사 파견 말이 나온다. “못 할 건 없지만, 개성 남북연락소 폭파에 따른 국민 정서를 생각한다면 국민 절반 가까이를 대변하는 보수 언론으로부터 상당히 비판받을 것이다. 특사 파견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물밑 예고를 통해 끌어내는 게 낫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어느 쪽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에 이로울 것이라 보는가. “둘 다 비슷하다. 트럼프가 처음 북미정상회담에 나올 때는 그가 대통령인 게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얘기해서 비핵화에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그 얘기는 트럼프에서 끝났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부터는 없었던 일이 됐다.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모두 대통령을 왕따시키고 과거 선비핵화 논리로 북한을 압박했던 대북 정책 코드가 부활했다. 바이든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원장은 11월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얘기했다. “리선권 외무상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2년을 맞아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대화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했고, 7월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새판을 짤 용의가 있다는 게 확인될 때까지 안 나가겠다고 했다. 트럼프가 대선 전에 새판을 짤 용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냅백(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해제를 철회) 조항을 넣은 스몰딜의 가능성은. “빅딜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스몰딜로 시작해서 북한도 만족할 수 있는 스냅백을 전제로 한 제재완화라는 북한식 단계적 동시행동으로 가자는 합의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두고 한미 협의가 이뤄지기는 힘들다고 본다.” -북한은 올해 1월 1일 ‘머지않아 세상은 새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이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북한이 미 대선 전까지 핵·미사일의 발사 중단(모라토리엄)을 지킬 것이라 보는가. “지난달 27일 노병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을 보면, 자위적 핵 억제력을 보유함으로써 나라의 안전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미국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핵 억제력을 과시하거나 쓸 필요가 없다고 난 해석했다. 새 전략 무기를 선보인다는 말을 뒤집거나 보류시킨 것이다.” -한국의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내년 하반기 이전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통일부 장관이 마중물을 잘 부어서 북한에 기대를 주고 인도적 사업이나 생명공동체 사업을 통해 물꼬를 트면 미 행정부가 출범하는 상황에 맞춰 다시 한번 북미의 다리를 놔주는 역할을 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 올해 안이라면 시간이 별로 없어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역학관계는 어떻게 봐야 하나. “굿캅, 배드캅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굿캅으로 남아 있는 걸 보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희미하게나마 열어 두고 있다고 본다. 김여정은 소관이 분명치 않은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그전에는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었는데 소관이 분명치 않은 사람이 대남 사업까지 총괄하는 걸 보면 조선노동당에서 제일 센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아닌가 추정한다. 조직지도부가 센 것은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김일성 주석 생전에 소관을 밝히지 않은 제1부부장이었다. 김정은과 김여정은 뗄려야 뗄 수 없는 정치적 이해공동체다.” -한미워킹그룹을 어떻게 해야 하나. “족쇄인 줄 모르고 우리가 뒤집어썼다. 순기능이 있다지만 역기능이 대부분이다. 2인 3각의 끈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완전히 없애는 것은 정권이 교체되기 전에는 어렵다. 통일부는 워킹그룹 밖에서 할 테니 외교부는 미국 가져가지 말라고 치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사실상의 무력화, 그 방법밖에 없다. 미국도 감내해야 한다.” -이인영 장관이 돌파할 수 있을까. “학생운동했던 기분으로 해 줬으면 좋겠다. 미국이 시비 걸지 않도록 이 장관이 치고 나가야 한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 정세현은 누구 1945년 중국 헤이룽장성(북만주)에서 출생, 해방 후 귀국해 전북 임실에서 성장했다. 경기고,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정치학 박사. 통일부 직원 출신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한 기록을 갖고 있다. 이화여대 북한학과 석좌교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원광대 총장을 거쳐 2019년 9월부터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저서로는 ‘모택동의 국제정치사상’, ‘담대한 여정’ 등이 있다.
  • ‘國花’ 무궁화, 만약 일제의 상징이라면…

    ‘國花’ 무궁화, 만약 일제의 상징이라면…

    친일파에 의해 첫 나라꽃 언급일왕 찬양 ‘천양무궁’ 의미 담겨무궁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꽃, 국화(國花)다. 국가를 상징하는 국장(國章)이기도 하다. 대통령 휘장부터 국회의원 배지, 법원 휘장, 경찰관과 교도관의 계급장 등 나라의 거의 모든 상징을 무궁화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달리 이르는 ‘근역’(槿域)이란 말도 ‘무궁화가 많은 땅’라는 뜻이다. 하지만 ‘두 얼굴의 무궁화’는 이런 무궁화의 위상을 정면으로 배척한다. 무궁화가 우리 고서(古書)에서 거의 ‘피어본 적이 없는’ 꽃이며 오히려 ‘일본의 꽃’이라는 주장을 제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무궁화는 우리 역사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꽃이었다. ‘삼국사기’ 등 주요 사서에선 일절 찾아볼 수 없다. ‘조선왕조실록’에 단 한 차례 단 한 글자가 등장한다. 한데 그마저 행운이 아닌 단명의 상징이었다. 시조나 가사, 아악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무궁화의 흔적은 없다. 반면 일본 옛 문헌엔 곳곳에 “무궁화가 만발하고 있다.” 일본 열도 곳곳에 무궁화 자생지가 널렸고, 극우보수단체인 ‘일본회의’의 배지 문양이 무궁화일 만큼 국민적인 관심도 받는다. 저자는 ‘근역’ 또한 “무궁화를 한국의 나라꽃으로 신분 세탁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 병탄과 내선일체 작업의 매개체로 삼으려는 일제의 흉계”였다고 본다. 이처럼 실제 백성의 삶과 유리된 무궁화가 갑작스레 나라꽃으로 등장한 까닭은 뭘까. 저자는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윤치호의 ‘애국가’ 작사가 계기였다고 본다. 1893년 중국 상하이에 잠복해 있던 윤치호가 자신을 찾아온 남궁억과 논의해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정한 뒤 이를 애국가의 후렴에 넣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일왕 영토의 무궁한 확장인 ‘천양무궁’(天壤無窮)과 이를 꽃나무로 함축한 ‘무궁화’(無窮花)가 윤치호 등에 의해 유포돼 오늘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저자는 “전범기(욱일기)는 무궁화를 본 따 만든 것”이라며 “원산지와 학명, 영어 이름 등 모두 ‘코리아’인 개나리를 새로운 대한민국 진짜 나라꽃 1순위로 강력 추천한다”고 말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열린세상] 코로나와 청소/박산호 번역가

    [열린세상] 코로나와 청소/박산호 번역가

    2020년 새해가 밝았을 때 계획이 있었다. 출판사의 지원을 받아 런던에 가서 한 작가의 일생을 돌아보며 자료를 수집해 글을 쓸 예정이었다. 그때를 대비해 한 달 일정을 비웠고, 비행기 표도 곧 끊을 작정이었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내가 좋아하는 맥주와 같은 이름의 바이러스가 퍼진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도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흘려들었다. 얼마 후 나는 고대했던 런던 거리를 걷기는커녕 록다운이라는 전대미문의 봉쇄 조치에 따라 좁은 아파트에 하루 종일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러다 말겠지, 이러다 바이러스가 잡히겠지, 이렇게 모두가 한껏 조심하고 있으니 곧 해결되겠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불길한 뉴스들 속에서도 도저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지난해 겨울 근 30년 가까이 일한 회사를 나와 작은 식자 회사를 차렸다고 기뻐한 동갑내기 사촌은 코로나 때문에 상반기 학회가 전부 취소돼 수입이 제로가 됐다고 알려왔고, 올해 초 동네에 영어학원을 개업한 후배 역시 학교도 못 가는 판에 학원이라고 별 수 있느냐며 학원을 닫고 한없이 우울해했다. 나는 이들을 위로하며 곧 끝날 거라고, 힘든 일은 지나갈 거라고, 이 사태가 해결되면 오히려 경기가 더 좋아질 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어쩌면 지나치게 힘을 줬을지도 모르겠다. 여행 때문에 비워 둔 일정의 공백이 내 의도와 달리 점점 벌어지고 있었고. 평소 반년 치 일감 정도를 쌓아 놓고 일해 온 20년차 프리랜서 번역가인 내 일정에 일이 없어 노는 시간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었다. 남들에게는 다 잘될 거라고 무책임한 말을 해놓고 막상 그 처지가 되자 더럭 겁이 났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회화 강사로 나가던 회사 다섯 곳에서 한날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던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날이 시작됐다.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바람을 쐬러 나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청소를 시작했다. 길고 지루한 록다운 시기를 버티려 집안 정리를 시작한 사람들처럼 나 역시 일이 없어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평소 눈에 거슬렸던 물건들을 보내 주고, 기약 없이 미뤄 둔 싱크대, 냉장고, 세면대와 욕조를 박박 닦으며 보냈다. 하다 보니 재미가 붙어 좀더 본격적으로 해보자 싶은 마음에 청소 전문가들의 글도 찾아 읽었다. 고객의 집을 정리하러 갈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물건 중 하나가 식빵 봉지 끈이라는 말에 우리 집 싱크대 서랍을 열어 보니 비닐봉지 안에 보물처럼 모아 놓은 플라스틱 끈이 수십 개였다. 그것부터 시작해 있는 줄 몰라 또 산 물건들, 가격표도 떼지 않고 걸어 놓은 옷들, 색깔별로 사놓고 묵히다 유통 기한이 지나 버린 화장품들, 첫 장도 들춰 보지 않고 먼지만 쌓여 있는 책들을 내보냈다. 아침에 일어나면 팔을 걷어붙이고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해 넓지도 않은 집이 터져 나가게 꽉꽉 찬 물건들을 버리고, 반짝반짝 윤이 나게 구석구석 닦았다. 이 무렵 읽은 시인이자 청소 노동자인 김완이 쓴 ‘죽은 자의 집 청소’에서 마주친 이 구절이 무척 반가웠다. “내가 이 일에서 찾은 즐거움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해방감`이다. 악취 풍기는 실내를 마침내 사람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원래의 공간으로 돌려놓았을 때, 살림과 쓰레기로 발 디딜 틈 없는 공간을 비우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텅 빈 집으로 만들었을 때 나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낀다.” 홀로 죽은 이들의 집을 치우는 작가 김완의 숭고한 노동에 비할 순 없지만 나도 모르게 이고 지고 살아왔던 무수한 짐을 버리며 비슷한 해방감을 느꼈다. 석 달 가까이 청소에 의지해 허물어져 가는 마음을 부여잡고 있을 때 번역 의뢰 메일이 한 통 왔다. 사촌도 작은 건을 하나 수주해 가까스로 숨을 돌렸고, 후배도 다시 학원을 열었다고 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긴 힘들 듯하다. 하나 소용이 다한 물건을 미련 없이 버리듯 평온했던 우리의 일상과 작별하기란 그보다 조금 더 어렵고 시간도 걸릴 것 같다. 이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뭘까? 나에겐 그것이 사랑하는 이들과의 연대였고 청소였다. 과연 모두에게 나 같은 행운이 허락될 수 있을까.
  • 연속골 놓치고도 ‘손’에 쥔 4관왕, 그것도 2년 연속

    연속골 놓치고도 ‘손’에 쥔 4관왕, 그것도 2년 연속

    ‘오늘은 골 대신 상.’ 손흥민(28)이 2019~20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최고의 선수로 꼽혔다.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홈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 시티와의 37라운드에서 3-0으로 승리한 뒤 시즌 결산 자체 시상식을 진행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단일 시즌 ‘10-10 클럽’ 가입에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공격포인트(30개)까지 작성한 손흥민은 이 자리에서 ‘토트넘 올해의 선수’와 ‘토트넘 올해의 골’, ‘토트넘 주니어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 ‘공식 서포터스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를 휩쓸며 2년 연속 4관왕에 올랐다. 특히 지난 시즌 첼시를 상대로 50m 드리블 원더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이번 시즌에도 번리를 상대로 무려 70m 드리블 원더골을 터뜨리며 ‘올해의 골’을 거푸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다. 손흥민은 시상식 뒤 “올해도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서포터스에 감사드린다”며 “이번 시즌은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순위를 거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원더골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영상을 가끔 되돌려본다”면서 “거듭 얘기하지만 번리전 골은 행운이 많이 따랐고 환상적인 득점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레스터전에서 손흥민은 아쉽게 3경기 연속골을 놓쳤다. 손흥민은 전반 6분 해리 케인이 하프라인 뒤에서 아웃프런트 킥으로 전방에 찔러준 공을 받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오른발 슛을 때렸다. 오른쪽 골 포스트를 겨냥한 공은 상대 수비 제임스 저스틴의 발을 맞고 굴절되며 골문 왼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손흥민은 한 손을 위로 번쩍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손흥민의 득점으로 기록되는 분위기였으나 뒤늦게 저스틴의 자책골로 정정됐다. 토트넘은 케인의 멀티골까지 묶어 3-0으로 이겼다. 1경기를 남긴 토트넘은 승점 58을 기록하며 6위로 올라서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본선(5위) 또는 2차 예선(6위) 진출을 노려보게 됐다. 한편 이날 EPL 3위 첼시는 FA컵 준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5위)를 3-1로 제압하며 결승에서 아스널(10위)과 맞붙게 됐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부캐 몰라?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부캐 몰라?

    독일 50대 남성 우베 발트너‘차에서 노래하는 인스타 황제’멀티 페르소나 현상 곳곳 관측사회적 가면 강요 문화 균열싹쓰리 등 부캐 속속 등장 #1. 독일의 한 광고대행사 공동대표인 우베 발트너(57)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189만명에 이른다. 2018년 9월부터 출퇴근길 자신의 차 안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50대 남성의 꾸밈없는 표정, 새로운 음악에 대한 도전 정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열창하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셈이다. 미국의 R&B 가수 크리스 브라운, 유명 힙합 가수 드레이크도 그의 온라인 친구다. 발트너 대표는 16일 서울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런 인기를 얻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일관성과 행운이 결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래를 즐기는 나의 다른 모습처럼 첫인상만으로는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또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50대여,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인터넷을 활용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배워라.” 젊은이들에게도 “인터넷에서 여러분이 하는 일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찾고 이들과 소통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2. 서울 A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김진영(47·가명)씨는 사범대를 졸업한 뒤 다시 대학에 들어가 동양화를 전공했다. 2005년 교단에 선 뒤에도 그림을 그렸다. 200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7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소통에 관한 주제를 주로 다뤘다. 올 겨울에는 온라인 수업으로 활용된 아이패드를 이용한 작품 전시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김씨는 15년 전과 지금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시선’이라고 말한다. 그때는 학교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말을 아꼈다. 전시장에서 수학 교사라고 굳이 소개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데 김씨는 10여년 전 교원 연수에서 처음 접한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면서 수학과 미술을 같이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씨는 “(두 영역이) 이질적이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고정관념”이라면서 “충분히 공존할 수 있고 서로 다르지 않다. 결국 그게 다 ‘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가족, 학생, 동료 교사들도 이런 내 모습을 자연스럽게 바라본다”며 “세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최근 자신의 여러 모습을 상황에 맞게 다채롭게 표현하는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내 안의 여러 자아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세대의 등장,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의 출현,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전환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사람들이 써 온 ‘사회적 가면’을 눈치 보지 않고 벗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연예계에 ‘부캐’(부캐릭터) 열풍이 부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나’라는 사람에게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이 있는데도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사회적 역할, 모습만을 강요해 왔다. 한 사람의 개성보다는 출신 학교, 고향, 직업 등 배경과 집단적 규범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그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 내지 못하면 “너무 튀는 것 아니냐”며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기 일쑤였다.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5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회사에서의 내 모습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434명(77.6%)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남성보다는 여성, 40대 이상보다는 20대에서 그런 현상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상시 모습과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요구하는 모습에 맞추기 위해서”란 답변이 41.2%를 차지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멀티 페르소나 트렌드가 확산될 것이란 의견이 절반(54.4%)을 넘었고, 그 이유로는 ‘개인 특성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61.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가면을 강요하는 문화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상징적 사건 중 하나로 펭수의 등장을 꼽는다. 사람들은 초반에 펭귄 모습을 한 펭수 그 자체보다 펭수 안의 사람이 누군인지에 주목했다. 그러다 직설적이고 당당한 펭수의 말에 귀 기울이며 펭수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를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펭수는 그냥 펭수’라는 것이다. 이성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펭수 현상은 다양한 정체성을 표출할 수 있는 디지털 문화가 전면화되고 가시화된 것”이라면서 “이러한 실험이 사회에서 용인되는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후 연예계에서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유재석), 둘째이모 김다비(김신영)처럼 기존 캐릭터와 다른 부캐 연기를 하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됐다. 이른바 ‘부캐 놀이’가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 낸 것은 자신 안에 있는 다른 자아를 꺼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얻기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최근 유두래곤(유재석), 린다G(이효리), 비룡(비·정지훈)으로 구성된 그룹 ‘싹쓰리’에 대한 인기도 같은 맥락이다. 부캐는 부수적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란 의미로 주로 온라인 게임에서 통용돼 왔다. 과거엔 익명성에 기대 나의 부정적이고 은밀한 모습을 몰래 꺼내 놓는 듯한 이미지가 있었다면, 최근 부캐 현상은 나의 장점, 개성을 확장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승구 서울대 미술대학 외래교수(작가)는 자신의 논문 ‘사회적 가면의 이탈·회귀를 위한 디지털 설계와 제어’에서 “최근 가면에 가려진 자아성을 노출시키려는 개인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과거에는 가면 뒤에 숨거나 가면을 제거하려는 개인들로 양분된 경향이 있었다”면서 “수많은 개인들이 가면의 착용과 해체를 반복하면 그러한 개인을 포용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은 확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일반인 중에도 자신의 다양한 자아를 발산하는 사람이 많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상일(28)씨는 소셜벤처기업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사내에서 그는 ‘알파카’란 영어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직장을 나서는 순간 ‘윤망’이란 닉네임을 쓰는 사진작가로 변신한다. 김씨는 대학 때부터 인물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취미를 넘어 일상이 됐다. 다른 작가들과 함께 매달 하나의 주제로 사진을 촬영하고, 이를 모아 전시회도 연다. 그런데도 전업으로 삼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에 찍기 싫은 사진을 찍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서다. 김은하(34·가명) 변호사는 지난해 5월 ‘밀키웨이’란 이름으로 블로그를 개설했다. ‘먹고 마시는 즐거운 인생’이란 소개 글에서 알 수 있듯 맛집 탐방 후기 글이 주를 이룬다. 와인 사진도 종종 올린다. 블로그 활동과 변호사 업무를 ‘분리’하기 위해 블로그에 직업을 공개하진 않았다. 김 변호사가 블로거가 된 이유는 기록을 남기는 동시에 공부하기 위해서다. 사진보다 글에 초점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설명에 팬도 늘고 있다. 하루 방문자는 400~500명. 많을 때는 1000명이 방문한다. 김 변호사는 “누군가 내 글에 댓글을 달거나 공감을 누를 때 ‘내 글이 인정받는다’는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에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고 꾸미는 게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을 ‘괜찮은 사람, 멋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특히 2030 세대에서 이러한 시도를 존중해주는 문화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SNS 계정을 다양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것도 멀티 페르소나 현상이 나타난 원인”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연결 상황에 맞게 정체성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열린세상] 장애인 ‘노예’가 소비되는 방법/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열린세상] 장애인 ‘노예’가 소비되는 방법/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

    13년이 넘게 농장에서 중노동을 해야 했던 지적장애인 A씨의 피해액이 고작 220만원으로 선고됐다는 소식에 경악해 다급히 법률 지원을 한 사건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220만원이 나왔나. 사건 기록을 찬찬히 살펴보니 근로감독관과 경찰이 작성한 범죄 일람표 때문이었다. 지적장애로 진술이 어려운 피해자의 호소는 아랑곳없이 가해자의 변명에 따라 산출된 표였다. 가해자는 A씨가 지적장애인이라 일을 할 줄 모른다며 봄·가을 농번기에 며칠만 일을 도왔다고 했다. 그러나 A씨가 가해자 부부를 위해 도와야 했던 농지는 서울광장의 4배 크기였다. 별도로 소도 10마리나 키웠다. A씨의 온몸에는 오래 이어 온 고된 노동으로 나타나는 질병과 상처가 짙게 남아 있었지만, 수사기관도 법원도 A씨의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았다. 2014년 1월 전남 신안 신의도의 염전에서 일하던 김모씨의 편지로 세상에 드러난 사건은 지금까지 ‘염전노예사건’으로 불리고 있다. 편지를 썼던 당사자는 지적장애와 시각장애가 있었고, 그 일대 염전에서 구출된 노동착취 피해자는 60명이 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은 노동력 착취 사건에 ‘노예사건’이라는 고유명사를 부여했다. 잊을 만하면 시리즈처럼 ‘○○노예’ 사건이 터졌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우르르 분노하다 스르르 관심을 거두었다. 불과 일주일 전 19년간 통영의 한 섬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한 39살의 지적장애인 B씨 이야기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가로 6m, 세로 3m 크기의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자며 물고기 사료 관리 등의 일을 해 왔으나, 19년간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업주의 폭행과 폭언 속에 괴로워했다는 B씨의 뉴스는 역시나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렇게 우리는 ‘노예를 소비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염전노예를 시작으로 창고노예, 타이어노예, 원양어선노예 등 수많은 노동착취 피해자들이 노예라는 단어로 명명돼 포털 사이트를 오르내리다 기억에서 사라진다. 왜 이들이 ‘노예’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 왜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는지(어떤 가해자는 40년 6개월 동안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했지만 고작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노예’라는 표현은 과연 괜찮은 건지 묻지 않는다. 사건으로 만나는 장애인 피해자들은 대체로 장년을 넘어 중년이다. 피해 기간이 최소 10년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예전 유사 피해 기간까지 합치면 30년이 넘는 분도 적지 않다. 성인이 되면서부터 피해가 시작되는데, 곪아 터질 때까지 도움 청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만 있는 성인 장애인과 함께 사는 가족들은 점점 지치고 절망한다. 나고 자란 고향에서 함께 자라 온 가족들에게 짐짝처럼 여겨지는 것이 싫어서 “혼자 살겠다”며 자립해 보지만, “(장애인인) 네가 어찌 혼자 사냐”며 펄쩍 뛰는 가족들이 자신의 독립 의지에 아무 보탬이 되지 못함을 직감한다. 결국 이상하거나 위험한 방식의 독립을 감행하게 되면서 사건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노동력 착취 사건은 엄밀히 보면 ‘인신매매’형 범죄와 거의 같다. 그러나 아직도 이런 사건은 최저임금법 위반 또는 임금체불 사건 정도로만 치부되고 있다. 가족에게 책임이 일임돼 있는 사회에서 ‘장애인 인신매매성 노동력 착취’ 사건이 사실상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느슨한 사회의 방관 아래 발생하는 피해자들을 ‘노예’라 부르며 대상화하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가해다. 이런 일을 ‘나와 전혀 관계없는 누군가’가 겪는 ‘몹시 드문’ 일이라 인식하게 함으로써 지금도 주변에 얼마든지 존재하는 노동력 착취 피해자에 무관심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지하철 옆자리에 한 중년의 남성분이 앉았다. 다운증후군이었는데, 위아래 멋지게 한 벌 맞춰 입으시고 편안한 얼굴로 싱긋 웃고 계셨다. 왜 그 모습이 그리도 반가웠을까. 아직도 자신의 모습 그대로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발달장애인의 삶은 그저 ‘행운’으로만 여겨진다. 이제 이 ‘당연’한 삶이 더이상 행운이 아닌 일상이 되도록 법과 제도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움직여야 한다.
  • “아버지 유언대로” ‥ 오성욱 PBA 투어 개막전 우승

    “아버지 유언대로” ‥ 오성욱 PBA 투어 개막전 우승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큐를 다시 잡은 오성욱(42)이 프로당구(PBA) 투어 2020 개막전에서 생애 첫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오성욱은 11일 새벽 서울 그랜드워커힐서울 호텔 워커홀에서 막을 내린 PBA 투어 2020시즌 1차 대회인 SK렌터카 챔피언십 결승에서 정성윤을 4-1로 누르고 우승했다. 7전4선승 세트제로 열린 이날 결승에서 오성욱은 1세트를 12-15로 빼앗겼지만 이후 네 세트를 내리 따내 1시간 32분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2세트는 하이런(연속득점) 14점, 에버리지 3.750의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가져갔고, 3∼4세트에서도 에버리지 3.750으로 완벽한 역전승을 거뒀다.오성욱은 지난 시즌 에버리지 1.636으로 전체 3위, 국내 선수 중 1위에 오른 선수다. 하지만 상금 랭킹은 13위로 최고의 공격력에 비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개막전부터 우승을 차지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오성욱은 “몇 년 전 생계를 위해 당구를 그만두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바로 전 ‘다시 당구를 해봐라’라고 유언을 남기셨다”면서 “어렵게 다시 시작한 당구였기에 경기 중 아버지가 생각나 울컥했다”고 감격에 젖었다. 이어 “지금은 PBA가 생겨 너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올 시즌 우승을 앞으로 2번 더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정성윤은 지난 시즌 드림투어(2부) 선수로 등록했으나, 생업으로 인해 한 번도 드림투어 대회에 참석하지 못했던 선수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독한 마음으로 올해 개인사업을 접고 당구에 전념한 결과 PBA 선발전을 통과한 뒤 1부 투어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오성욱은 우승 상금 1억원, 정성윤은 준우승 상금 3400만원을 챙겼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北과 보건협력 절실… 내가 트럭 몰고서라도 돕고 싶다”

    “北과 보건협력 절실… 내가 트럭 몰고서라도 돕고 싶다”

    “유엔 제재 규정에 인도적 지원은 예외자존심 안 다치려는 북한 속내 살펴야코로나보다 심각한 건 北 주민 기근인데남북미 ‘괜찮다 담합’에 빠져 안타까워”“타미플루 20만명분이라고 해봐야 1억원이면 될 겁니다. 제가 트럭을 몰고서라도, 유엔군사령부가 막으면 힘으로 뚫고라도 북쪽에 전달하려 합니다. 이건 양국 정상이 약속한 것이고,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지난달 한 심포지엄에서 신영전(56) 한양대 의대 교수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결기 있게 말하는 전문 연구자를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남한과 북한, 미국이나 국제사회에 건네고 싶은 말을 따로 상당한 분량에 담아 발표하기도 했다. 7일 신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나 “그 결기 변치 않았느냐. 그 발언을 인터뷰 기사의 말머리로 잡아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더니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답했다. 2003년과 이듬해 안식년으로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연수하면서 북한 관련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2004년 귀국해 영유아 모자보건 지원사업 보고서를 썼는데 노무현 정부가 채택해 남북협력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큰 5000억원 예산을 배정받았다. 통일부와 보건복지부 자문 역으로 북한을 많이 찾았고, 중국 등에서 북쪽 인사들과 많이 만났다. 북쪽에서 잘 대해줘 평양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도 돌아보고 가정집 안방에도 들어가 보고 할 말 제대로 하면서 많이 싸우기도 했다고 했다. 신 교수는 “6·15 이후 10년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시기였다. 단타로 이래선 안 되겠다고 서로 반성하며 필요하고 효과도 있는 일을 하자고 했던 것이 지역개발이었다. 5년 정도 계획도 세우고 정말 그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뜻을 모으던 때 함께한 것이 행운이었다”고 돌아봤다. 생일 날 남북 모두로부터 생일 케이크를 받는 흔치 않은 경험도 했다. 15년 이상을 결산해보니 세 가지를 알게 됐다고 털어놓은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고, 오해하는 부분이 있고, 그래도 협력해야 할 일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해를 푸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쪽은 낙지를 오징어라 하고, 오징어를 낙지라고 하는데 그걸 알면 오해가 풀린다”라고 말하며 북한 외무성 사람이 “우리 필요한 건 다 있습니다. 그런데 다 없는 것 다 아시잖습니까”라고 말하는 어법을, 자존심과 체면을 다치고 싶어 하지 않는 속내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국제 보건협력의 기본은 상대의 자존심을 무너뜨리지 않는 것”이란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타미플루 트럭 얘기로 돌아와 “유엔 제재를 하는 이유는 북한 주민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분명히 규정돼 있다. 인도적 지원을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모든 항목에 들어가 있다”면서 “북한에 큰돈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명분을 중요시하는 사회니 명분을 살려주며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 때와 마찬가지로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그는 “실은 코로나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기근이다. 북한이나 남쪽이나 미국 모두 ‘괜찮다 담합’에 빠져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좀 더 굶어죽으면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며 김영삼 정부가 실기하는 바람에 1990년대 말 30만명이 굶어 죽은 일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신 교수는 “북한 정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남한의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가 없다. 지난 2년을 보면 문제인식이나 속도나 일 저지르는 사람이 없는 것 모두 문제였다. 획기적 방법을 찾아야 하는 데 뒤늦게 정치인으로 통일부 수장을 바꿨으니 만시지탄이 안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네팔 멸종위기 레드판다가 ‘GPS 목걸이’ 찬 이유

    네팔 멸종위기 레드판다가 ‘GPS 목걸이’ 찬 이유

    네팔 당국과 과학자, 환경단체가 힘을 모아 멸종위기에 처한 레드판다 구출에 나섰다. 영국 BBC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히말라야와 중국 남서부의 제한된 지역에 서식하는 레드판다는 전 세계에 수 천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 동물이다. 특히 중국 남서부 일대에서 밀렵의 대상이 되면서 개체 수는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네팔 당국과 과학자, 환경단체가 모인 ‘레드판다 네트워크’ 공동 연구진은 암컷 6마리와 수컷 4마리에게 위성항법장치(GPS)를 장착하고, 이를 통해 레드판다의 멸종을 유발하는 산지 숲의 요소들을 정밀하게 살필 예정이다. 연구진은 GPS를 장착한 레드판다 10마리에게 각각 이름을 붙이고, 면밀한 관찰을 시작한 동시에 레드판다가 서식하는 숲 곳곳의 나무에 카메라를 설치해 레드판다의 주 먹거리인 대나무 등이 줄어드는 원인 등을 파악하기로 했다. 연구진은 “GPS가 이미 작동을 시작해 데이터가 모이고 있다. 1년 후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레드판다 보존에 커다란 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한편 레서판다, 랫서판다 등으로도 불리는 레드판다는 ‘판다’라는 이름과 달리 자이언트판다가 아닌 곰의 먼 친척에 가깝다. 말려 올라간 꼬리 때문에 라쿤 등 너구리과의 친척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현재는 독보적인 종이자 근친종이 없는 동물로 여겨져 멸종이 될 경우 개체수 복구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이언트판다와는 주식이 대나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밖에도 과일이나 식물 뿌리, 도토리, 이끼 등도 먹으며, 작은 설치류와 곤충을 먹기도 한다. 평균 수명이 8년 정도 되는데, 중국 남서부 윈난성 등지에서는 모자에 레드판다의 깃털을 꽂으면 행운이 온다는 미신 탓에 불법 밀렵이 자주 행해졌다. 귀여운 외모 때문에 애완용 목적의 밀렵도 많았다. 이밖에도 환경오염과 산지개발 등으로 서식지가 줄어든 것 역시 멸종위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방탄소년단 슈가, “코로나가 가져다준 행운” 발언 논란

    방탄소년단 슈가, “코로나가 가져다준 행운” 발언 논란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본명 민윤기)가 최근 발매한 믹스테이프 ‘D-2’와 관련해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슈가는 지난달 29일 브이앱 방송에서 믹스테이프 출시에 대해 “코로나가 가져다준 행운”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방송에서 슈가는 “원래 믹스테이프 수록곡은 8곡으로 ‘대취타’와 ‘Interlude’는 예정에 없었다”며 “10곡을 꼭 채워서 내고 싶었는데 코로나가 가져다준 행운이다. 코로나 때문이 아닌 코로나 덕분에”라고 말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누군가는 코로나로 인해 고통 받는데 이렇게 말할 수 있나”, “방탄소년단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 경솔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슈가는 해당 믹스테이프 수록곡 중 ‘어떻게 생각해?’에 부적절한 인용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어떻게 생각해?’ 도입부에는 미국 사이비 종교 교주인 짐 존스의 연설이 10초 가량 삽입됐다. 짐 존스는 1950년대 미국에서 사이비 종교 인민사원을 세운 교주로 1978년 남미 가이아나로 이주한 뒤 신도 900여 명에게 음독을 강요한 ‘존스타운 대학살’의 주동자다.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학살 사건의 장본인의 종교 성향이 짙은 연설 음성을 자세한 조사 없이 삽입해 논란이 커진 것. 이에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 31일 “도입부 연설 보컬 샘플은 해당 곡의 트랙을 작업한 프로듀서가 특별한 의도 없이 연설자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곡 전체의 분위기를 고려해 선정했다”고 설명하며 “내용상 부적절한 샘플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곡에 포함하는 오류가 있었다. 자체 프로세스를 통해 사회, 문화, 역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들을 확인하고 있으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 경우에는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상황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상처 받으셨거나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점을 확인한 이후 해당 부분을 즉각 삭제하여 다시 재발매했다”며 “아티스트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사례를 교훈 삼아 모든 제작 과정을 더욱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슈가가 지난 22일 활동명 ‘어거스트 디’로 공개한 믹스테이프 ‘D-2’는 29일(현지시간) 영국 오피셜 앨범차트 톱100 중 7위에 랭크됐다. 오피셜 차트는 홈페이지에 “영국 앨범 차트 톱 10에 사상 처음으로 진입한 한국 솔로 아티스트”라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대취타’도 오피셜 차트 싱글 부문 68위로 톱 100 안에 들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인생의 무게가

    [유세미의 인생수업] 인생의 무게가

    “싫은데요.” 쏘는 듯 바라보는 두 눈은 나를 어쩔 거냐는 식의 비웃음으로 가득하다.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영은씨는 막상 어린 제자에게서 이런 꼴을 당하고도 ‘쟤는 참 눈빛이 깊구나’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올해 기간제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그것도 나이 마흔이 넘어서. 결혼하고 연년생으로 아들만 둘을 낳은 영은씨는 육아전쟁이 남달랐다. 남편을 꼭 닮은 아들들은 기골이 장대하고 체력이 좋아 뿜어 나오는 에너지를 어찌할 바 몰랐다. 집에는 멀쩡히 남아나는 물건이 없고, 전쟁터라 불러야 마땅했다. 마트에서 양손 가득 먹거리를 사 날라도 이틀이 못 갔다. 임꺽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편과 리틀 임꺽정 두 아들에게 보랏빛 향기 강수지처럼 여리여리한 영은씨는 라이트급과 헤비급의 불공평한 경기 같은 육아로 십여 년을 보냈다. 이제는 내 인생을 좀 다시 살아 보자는 목마름으로 야심 차게 시작한 교사 생활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등교한 첫날부터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게 되는 낯선 학교환경에 그녀는 아연실색했다. 한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수업으로 버텼으니 망정이지 첫날부터 아이들 앞에 섰더라면 어찌됐을지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난다.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도시의 영향일까. 이 고등학교에는 유난히 어려운 가정환경의 학생들이 많다. 부모가 없거나, 있더라도 중증 장애인이거나, 소득이 거의 없는 가구의 아이들…. 병석에 평생 누워 있는 엄마, 집 나가 몇 년째 소식을 모르는 아빠, 얘기를 들어 보면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다녀 주는 것만으로도 기특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기함할 만한 속사정을 아이들은 하나씩 품고 있다. 지각한 것도 모자라 아침조회 시간에 태연히 콜라와 햄버거를 먹고 있는 여학생을 제지하자 ‘배고파서’라는 말이 돌아온다. 그럼 먹고 난 쓰레기는 가지고 나가라고 하자 “싫은데요”라는 대답이 나온 거다. 수업시간 내내 정신없이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편두통이 생길 판이다. 교실 뒤에서 밑도 끝도 없이 춤추는 아이도 있다. 수업과는 관계없이 깊이 숙면을 취하는 학생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학창 시절 모범생의 끝판왕이던 영은씨가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동료 교사에게 하소연하자 그는 정색을 한다. “아이들이 가진 인생의 무게가 있어요. 그걸 이해하면 그럴 만하다, 그럴 수 있다, 나라면 더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꼭 가난만이 문제는 아니다. 멀쩡히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도 그들 나름대로 감당이 안 되는 인생의 무게에 쓰러지기 일쑤다. 그걸 알면 아이들이 제대로 보인다고, 기다려 줄 마음은 얼마든지 채워진다고 선배인 그가 담담히 전했다. 세상에서 스치는 누구라도 이해 못 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가 감당해야 할 무게를 누군가 이해하고 있다면 그건 행운이고 축복이다. 영은씨는 햇병아리 교사인 자신이 문득 부끄럽다. 사람을 안다는 건 새로운 우주를 만난다는 뜻. 그 어마어마한 우주에 대해 무엇을 알았기에 멋대로 판단하고 진저리를 친 걸까. 퇴근길 마음 급히 동네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를 샀다. 카운터 직원이 물건을 던지듯 퉁명스럽다. ‘당신의 인생 무게는 뭐길래 그리 불친절한 거요? 집안걱정으로 머리가 천근만근인가, 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하니 더 피곤하려나….’ 그리 생각하니 별로 불쾌할 일도 없다. 누구나 그만의 이유가 있다. 그 인생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다. 내 잣대를 거둬들이면 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평화를 누린다. 타인의 인생 무게를 이해하려는 자에게 건네는 신의 선물인 셈이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반세기 11명의 美 대통령 모신 윌슨 저먼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반세기 11명의 美 대통령 모신 윌슨 저먼

     반세기 동안 11명의 미국 대통령을 시중 든 백악관 집사 출신 윌슨 루스벨트 저먼이 코로나19에 감염돼 91세 삶을 접었다.  손녀 자밀라 가렛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 최장기 직원 가운데 한 명인 할아버지가 지난 16일 세상을 떠난 사실을 NBC 뉴스에 확인해줬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로라 부시 부부는 전날 NBC 뉴스에 전달한 성명을 통해 “고인은 사랑스러운 남성이었다. 우리 부부가 아침에 관저를 나설 때마다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었고 밤에 귀가하면 가장 마지막에 보는 사람이었다”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전 국무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저먼의 사망 소식을 듣고 슬퍼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저먼은 11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백악관에서 일했으며 우리를 포함해 여러 세대의 대통령 가족들을 집에서처럼 편안하게 느끼게 만들었다”며 “우리의 따듯한 위로를 그가 사랑했던 이들에게 전한다”고 말했다.  가렛은 WTTG 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 할아버지가 1957년 아이젠하워 정부 시절 청소원으로 백악관에 들어가 케네디 행정부 때 집사로 승진했다며 백악관에서의 인맥이 할아버지를 나아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실제로 재키 O(재클린 오나시스 케네디)는 할아버지와 관계 때문에 그를 집사로 승진시켰다”며 “그녀는 (백악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할아버지를 전적으로 믿어줬다”고 덧붙였다.  미셸 오바마의 회고록 ‘비커밍( Becoming)’에는 고인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 부부와 촬영한 사진이 들어가 있다며 가렛은 할아버지가 물려준 모든 것은 가족이 슬픔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털어놓았다. 저먼은 백악관 생활 40년 만인 1997년 은퇴했다가 2003년 백악관에 복귀했다가 2012년 오바마 대통령 당시 총괄 집사를 끝으로 은퇴하고 백악관을 떠났다.  그 일년 전에 저먼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오바마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한 그가 보살핌을 확실히 받을 수 있도록 돌보면서 꽃까지 보냈다고 다른 손녀 샨티 테일러 게이는 CNN 방송에 전했다. 그가 백악관을 떠날 때 오바마 대통령은 그가 모셨던 대통령들을 상징하는 명판과 동전을 건네며 반세기에 걸친 봉사를 예우했다.  가렛은 고인을 봉사에 감사할 줄 아는, 특히 남들에게 그런 가족적인 남자였다고 돌아본 뒤 “난 세상이 할아버지를 진정 순수했던 누군가로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늘 스스로 다우라는 게 할아버지의 가르침이었으며 우리 가족을 지탱하게 해주는 힘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유산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끝맺었다. 게이는 “할아버지는 진정성이 있었고 매우 조용했지만 엄격하셨다”며 “매우 헌신적이었고 호들갑을 떨거나 불평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과 정치사에서의 역할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50년 넘게 백악관에서 일한 그는 매우 중요한 인물로 남아 있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책 ‘노예 오두막으로부터 백악관까지(From Slave Cabins to the White House)’를 집필한 코리사 미첼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또래의 아프리카 미국인들처럼 그도 흔치 않은 자리에서 일하며 존엄함을 보여줬다고 돌아봤다. 그녀는 고인이 스스로 했던 식으로 백악관에서 자신의 경력을 마치는 일에 만족스러워했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생전의 고인이 오바마를 위해 일하는 것에 대해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존경하는 대통령”이었다며 “일종의 승리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당연히 퍼스트 패밀리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미셸 오바마는 CNN에 “저먼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며 “그는 친절함과 보살핌으로 백악관을 대통령 가족을 위한 집으로 만드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부부는 그의 가족에게 진심 어린 사랑과 기도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의 딸이자 NBC 프로그램 진행자인 제나 부시 헤이거는 이날 방송을 시작하며 “백악관이 집처럼 느껴진 것은 그 같은 사람들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를 사랑했고, 너무나 그리울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데지르 반스는 “정당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봉사하려고 거기 있었다”고 강조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퇴임 앞두고 ‘박근혜·MB 사면’ 거론한 文의장

    퇴임 앞두고 ‘박근혜·MB 사면’ 거론한 文의장

    “사면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 됐다 21대 국회 통합으로 확 전환해야 DJ 당선 가장 기뻤고 ‘盧 서거’ 가장 슬퍼”퇴임과 함께 정계 은퇴를 예고한 문희상 국회의장은 21일 “아쉬움은 남아도 후회 없는 삶이었다고 자평한다.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2018년 7월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오른 문 의장은 오는 29일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임기를 마친다. 문 의장은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1965년 서울대 법대 시절 한일회담 반대투쟁을 시작으로 55년간 달려온 정치 인생을 반추했다. 그는 “무려 다섯 정부에서 제게 역할이 주어졌고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수 있었다. 놀라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주요 국정과제와 21대 국회 입법과제를 묻는 말에 ‘통합’을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도 언급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사면을 겁내지 않아도 될 시간이 됐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 판단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며 “문 대통령의 성격을 아는데 민정수석 때 했던 태도를 보면 아마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여당에 “모든 지도자가 대개 적폐청산으로 시작하지만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정치 보복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늘어난다”면서 “그러면 개혁 동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21대 국회에 과감하게 통합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헌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하며 “다시는 비선 실세가 국정농단을 하지 못하도록 제왕적 대통령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각제로 가야 한다”면서 “다만 국회에 대한 불신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책임총리제를 중간단계로 거치자는 것이 내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은 지금이 제일 좋다”면서 “여야가 모여서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의장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려다 ‘아빠 찬스’ 논란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아들 석균씨도 언급했다. 그는 “아들 출세시키려고 내 위치를 이용하느냐는 말을 들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쓰라린 심경이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도 불렸던 문 의장은 가장 기뻤던 날로는 김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가장 슬펐던 순간으로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때를 꼽았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문 의장은 15대 낙선을 제외하고 20대 총선까지 6선을 지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잠비아에서 코로나19 아닌 ‘미신·가짜뉴스’와 싸우는 여성 사연

    잠비아에서 코로나19 아닌 ‘미신·가짜뉴스’와 싸우는 여성 사연

    전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닌 가짜뉴스 또는 미신과 싸우는 여성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메트로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잠비아의 수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받지 못하거나, 잘못된 미신 또는 가짜 뉴스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사람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진실과 더불어 미신의 위험성을 깨우쳐주기 위해 나선 이들은 티시 응고마라는 이름의 여성과 그의 동료들이다. 이들은 본래 잠비아 여성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단체에서 일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 많은 사람이 미신 때문에 오히려 위험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티시에 따르면 잠비아에서도 교육과 생활 수준이 낮은 외딴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코로나19와 관련된 미신과 가짜뉴스를 믿을 위험이 높다. 예컨대 알코올이 함유된 술을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속설이나, 습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없다는 가짜뉴스 등이 일부 잠비아인들에게 깊게 뿌리내린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아예 모르는 사람들도 태반이다. 티시와 일행이 캠페인을 위해 방문한 한 마을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이들을 보고 왜 마스크를 쓰고 있는지 물을 정도다. 티시는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정보를 볼 수 없고, 이 때문에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얼마나 위험에 처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해도) 알코올로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거나 습한 환경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내용의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지역의 사람들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여전히 거리를 활보하고 상점을 운영한다. 우리는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국까지 동원했다”면서 “아는 것이 힘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더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프리카 내륙국가인 잠비아에는 자극적인 미신을 믿는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사람의 신체 부위를 가지면 선거나 사업에서 행운이 온다는 미신이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급속히 확산시키는 소셜미디어가 공존하다. 일종의 주술 살인으로 알려진 문제의 미신들은 시신에서 귀나 심장, 생식기 등이 사라진 사건들의 또 다른 ‘주범’으로 꼽힐 정도로 사회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잠비아는 20일 오전 9시 기준 누적 확진자 수는 761명, 사망자 수는 7명을 기록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멀티골’ 양동현·‘종횡무진’ 이청용··해외서 돌아온 선수 K리그 1R 달궈

    ‘멀티골’ 양동현·‘종횡무진’ 이청용··해외서 돌아온 선수 K리그 1R 달궈

    성남 양동현, 광주전 멀티 골 터뜨려울산 이청용, 상주전 ‘월클’ 패스 번뜩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개막해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1의 첫 라운드를 ‘돌아온 사나이들’이 뜨겁게 달궈 눈길을 끈다.지난해까지 2년간 일본 J리그에서 뛰다 국내 복귀한 양동현(34·성남FC)은 지난 9일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으로 승격한 광주FC를 상대로 전반 초반 거푸 두 골을 낚으며 김남일 감독에게 데뷔전 승리를 선물했다. 전반 4분 상대 좌측 측면으로 오버래핑한 유인수가 올려준 공을 문전 중앙으로 달려들며 머리로 받아 넣은 데 이어 7분 뒤 김동현이 찔러준 공을 페널티박스 안에서 받아 상대 수비를 침착하게 벗겨내며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려 재차 골망을 갈랐다. 만약 후반 36분 문전 앞 기회에 미끄러지지 않았더라면 해트트릭을 기록할 뻔했다. 양동현의 활약이 더욱 빛나 보인 것은 지난해 성남의 공격력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38경기 30골로 K리그1 12개 팀 가운데 득점 최하위였다. 멀티골 경기는 2골 4경기, 3골 1경기 등 모두 5경기에 불과했다. 한 골도 넣지 못한 경기도 14경기나 됐다. 성남은 그러나, 새 시즌 첫판부터 새로 가세한 양동현을 앞세워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선보인 셈이다. 양동현 개인으로도 일본 무대에서의 부진을 털어내고 K리그를 쥐락펴락하는 외국인 공격수들과의 좋은 경쟁을 예고했다.10년 10개월 만에 유럽에서 돌아와 K리그 무대를 밟은 ‘블루 드래곤’ 이청용(32·울산 현대)도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전후반 90분 내내 활발한 측면 침투와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간결하고 감각적인 패스를 보여 주며 남다른 ‘클래스’를 뽐냈다. 팀은 4-0으로 이겼다. 이청용은 아쉽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공헌도는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맨 오브 더 매� ?� 뽑힌 주니오(브라질) 못지않았다는 평가다. 특히 울산은 이청용 외에도 윤빛가람, 조현우, 정승현, 고명진, 원두재 등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선발 또는 교체 투입되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 줘 15년 만의 우승에 대한 꿈을 부풀렸다. 이청용은 “경기를 앞두고 부담감이 있기는 했지만 기대가 더 컸다. 대승까지 해서 기쁘다”면서 “주변에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행운이다. 즐겁게 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생방송 ‘아베 망신쇼’

    생방송 ‘아베 망신쇼’

    日국민 68% “의료 체제 불안 느껴” 日언론은 韓방역 보도하며 정부 비판 아베, 비난 여론에 쫓겨 생방송 대담 전문가 발언에 우물쭈물 체면 구겨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대응 과정에서 헛발질을 거듭해 온 아베 신조 총리가 신뢰 잃은 지도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7일 코로나19 관련 유권자 여론조사 결과 ‘일본 내 의료 및 검사 체제에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는 답변은 5분의1 수준인 14%에 그쳤다. 마이니치는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의료체제 붕괴가 우려돼 자신이 감염되더라도 적절한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6일부터 한국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단계를 전환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방송국들은 긴 시간을 할애해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한국의 방역 성공 비결 등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평소 한국에 비판적인 태도가 강한 일본 언론의 특성을 감안할 때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런 보도에는 한결같이 “아베 정권은 그동안 뭘 했나”라는 비판이 따라붙고 있다. 작가 무로이 유즈키는 7일 TBS 뉴스쇼에서 “현재 같은 상황에서 아베씨가 (우리의) 지도자여도 괜찮은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 지금까지 기자회견을 6차례밖에 안 했지만, 그나마 하면 할수록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자신감 없이 실무자가 써 준 원고를 그대로 읽은 뒤 알맹이 없는 문답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긴급사태’ 연장 선언 관련 회견에서는 ‘확진자가 당초 기대만큼 줄어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기자에게 “많은 국민이 외출 자제에 협력해 준 데 감사드린다”고 엉뚱한 말을 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지난 6일 밤에는 인터넷 포털 야후재팬 등이 기획한 ‘총리에게 질문! 모두가 듣고 싶은 코로나19 대응’이란 제목의 인터넷 생방송에 나왔다.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집중되는 공식 회견이 아닌 가벼운 분위기의 인터넷 문답으로 형식을 바꿔 수세를 만회해 보려 했던 것. 그러나 여기에서조차 함께 나온 전문가에 의해 발언이 일축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그는 “(내년 7월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성공시키기 위해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일본이 중심이 돼 진전시켜 가겠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러자 함께 출연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는 “전 세계 선수와 관중의 대이동이 발생하는 올림픽에서 감염 확산을 막을 정도로 충분한 백신을 1년 이내에 준비하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겹쳐 일어나지 않는 한 어렵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총리가 좀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1년 내 백신 어렵다” 아베 면전서 직언한 노벨상 학자

    “1년 내 백신 어렵다” 아베 면전서 직언한 노벨상 학자

    아베 총리 “올림픽 위해 백신 개발”야마나카 교수 “시간 맞추기 어렵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 교수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도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iPS(유도다능성줄기)세포연구소장은 6일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와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 니코니코가 공동으로 준비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의견을 교환하던 중 이런 견해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방송에서 내년 여름으로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거론하며 “올림픽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도 치료 약·백신의 개발을 일본도 중심이 돼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마나카 소장은 도쿄 올림픽이 2년 연기가 아닌 1년 연기된 것이 “연구자에게 대단한 숙제를 안겨준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거론했다. 그는 올림픽 특성상 세계 각국에서 선수와 관객 등 많은 사람이 집결한다는 점을 거론하고서 “이것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많은 양의 백신을 1년에 준비할 수 있느냐는, 연구자로서 솔직히 꽤 행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백신만으로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마나카 소장은 백신보다는 치료약에 더 기대를 걸고 있지만 올림픽 개최 시기에 맞게 신약을 개발하기는 어려우며 기존 약으로 코로나19의 위협을 완화할 수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코로나 최대 수혜기업 미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수가 무려

    코로나 최대 수혜기업 미 넷플릭스, 가입자 증가수가 무려

    코로나19로 가장 수혜를 입은 기업 가운데 하나인 넷플릭스가 21일(현지시간) 지난 1분기에 1600만명이나 가입자가 늘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측은 기록적인 가입자 증가 덕분에 코로나로 가장 영향을 적게 받은 미디어기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을 통해 휴대전화, 노트북 등으로 편하게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넷플릭스는 인류가 코로나로 갑자기 집 안에만 머물게 되면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올해 1분기 넷플릭스의 수익은 58억 달러(약 7조 1500억원)로 순이득은 7억 9000만 달러(8740억원)에 이른다. 유료 가입자 숫자는 1570만명이 증가해 총 1억 8300만명을 기록 중이다. 엄격한 봉쇄 정책은 수십억명의 사람들이 바이러스 창궐을 막기 위해 집에만 머물도록 했고,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 측은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는 자가격리 중인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행운이란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조만간 올 중반쯤 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다른 가내 오락 서비스처럼 넷플릭스도 일시적으로 가입자가 증가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지고 사람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 가입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넷플릭스 측은 올 2분기에는 759만명의 유료 가입자 증가를 내다봤지만 미국 실업율의 증가로 수익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중순까지 2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창업 20년이 조금 넘는 넷플릭스 측은 앞으로는 역대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시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영화 상영과 공연, 운동경기가 중단되고 해외여행도 언제 가능한지 알 수 없는 시점에서 넷플릭스 측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특히 신작 공개가 늦다는 불만을 넷플릭스 측도 알고 있지만 월트디즈니사의 디즈니플러스 같은 경쟁사 역시 영화 제작 중단으로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달 초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지 다섯 달만에 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인도와 서유럽 8개국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아하! 우주] 목성과 토성 위성의 숨겨진 바다에 생명체 존재할까?

    [아하! 우주] 목성과 토성 위성의 숨겨진 바다에 생명체 존재할까?

    지구 밖 생명체를 찾고 있는 과학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외부 태양계의 위성들 중 얼어붙은 지각 아래 숨어 있는 거대한 바다다. 특히 목성과 토성 둘레를 돌고 있는 유로파, 엔셀라두스 같은 위성들이 이들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탐사하고 싶어하는 장소이다. 2022년에 출발할 예정인 유럽우주국(ESA) 탐사선의 미션은 바로 그 일을 겨냥한 것이다. '주스'(JUICE·Jupiter Icy Moons Explorer)라는 이색적인 이름을 가진 이 우주선은 목성계를 둘러보고, 특히 목성의 가장 큰 세 위성 가니메데, 칼리스토, 유로파를 집중적으로 관찰할 계획이다. 이들 목성의 세 달은 모두 그 지하에 거대한 바다가 출렁이고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주스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ESA의 행성 과학자 올리비에 위타세는 지난달 31일 미국 국립과학원이 공동 발표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얼음 지각 아래에 거대한 지하 바다가 숨어 있을 것으로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미션은 과학자들이 대양의 존재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도록 구성되었다. 과학자들은 유로파의 바다가 얼어붙은 지각의 균열을 통해 물기둥들을 뿜어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위성을 두 차례 근접비행하는 주스 탐사선은 이 물기둥들 사이를 날아다니며 그 액체의 성분을 조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타세 박사는 “이러한 미션을 수행하는 데는 행운이 필요하다”면서 “물기둥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것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 주스의 다른 전술은 비교적 운에 좌우되지 않으며, 또한 유로파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위타세 박사는 미션 수행 방법의 한 예로 주스가 직접 선회하는 유일한 달인 가니메데에서 우주선의 전술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검토해보았다. 첫째, 가니메데 주변의 자기장을 측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접근방식이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많은 액체 덩어리가 가니메데의 내부에 산재해 있다면, 그것은 위성과 모행성인 목성의 자기장을 간섭할 것이며, 주스가 그것을 측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을 사용하려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주스는 목성계에 머무는 동안 전 기간을 통해 측정을 수행해야 한다. 주스의 과학장비는 1995년에서 2003년 사이에 목성계를 탐사한 NASA 우주선 갈릴레오의 관측기기와 비슷하다. 그리고 지구와 달의 중력 춤이 조수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목성과 그 위성들의 중력 상호작용은 위성들을 잡아늘이는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위성 내부 바다의 존재 여부에 따라 이 기조력의 크기는 다를 수 있다. 만약 바다가 없다면 기조력은 위성을 1m 정도 잡아늘이지만, 바다가 있다면 그 크기는 8~10m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위타세는 밝혔다. 지구 밖에서 바다를 찾는 주스의 마지막 기술은 아마도 가장 기이하다. 이 방법은 가니메데의 극에 출현하는 오로라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 눈부신 빛은 가니메데의 극을 완전 대칭으로 돌지 않고 비스듬히 쓴 모자챙처럼 기울어져 위성 주위를 돈다. 과학자들의 모델에 따르면, 오로라 링의 흔들리는 정도는 자기장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 위성의 내부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얼음 지각 아래에 바다가 없다면 밴드는 약 3배 더 흔들린다. 그리고 이 기술은 주스의 다른 옵션보다 적은 측정으로 가능하다. 우주 탐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런 방법 중 어느 것도 먼 세계에 대한 과학자의 질문을 빨리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주스는 2022년에 출발할 예정이며, 목성계에 도달하는 데 7년 이상 걸릴 것이다. 모든 일들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9년에서 2033년 사이에 본격적인 관측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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