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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경영이야기](19) 한국版 ‘로열 덜튼’ 꿈 김성수 한국도자기 사장

    한국판 ‘로열 덜튼’을 꿈꾸는 한국도자기 김성수(金聖洙·56) 사장은 ‘아버지가 사장을 지냈으니까 아들도 사장한다.’는 말을 가장 싫어한다.재벌들의 경영세습을 빗대는 ‘창업주의 아들’이란 말을 거부한다.그는 스스로 도자기 영역에 뛰어들어 독자적인 실력을 쌓아왔고,사장을 할 만한 경영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국산 도자기 개발에 한평생을 바친 전문경영인이라는 자신감이 강했다.올해로 환갑(61주년)을 맞은 한국도자기의 역사에도 그의 땀이 곳곳에 스며 있다. 한국도자기는 연간 5000억∼6000억원대의 도자기 시장에서 50% 남짓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도자기 업체다.‘ZEN’(여백의 미를 이용한 간결한 디자인을 의미)이란 고유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이 업체는 커피 머그 다기 도자기홈세트 등 수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연간 신제품 개발만 500∼600건에 이를 정도로 경쟁력의 핵심을 ‘기술개발’에 두고 있다. ●부친의 길을 따르다 진흙을 빚어 옥(가치)을 창조하는 작업.도자기 제조 작업이다.독실한 크리스천인 부친(김종호옹)이 고향인 충북 청주시 우암동 214 주변 3300여평의 허허벌판에 도자기 공장을 차린 것은 지금으로부터 61년 전인 1943년이었다.‘충북제도사’라는 회사였다.하지만 부친은 의욕만 앞섰을 뿐 기술이 별로 없었다.기술이 변변치 못하다 보니 장사가 안돼 빚만 늘었다.어린 나이에도 너무 무모한 모험 같았다.밤을 새워 도자기를 구워댔지만,툭하면 깨졌다.외부 기술자를 불러 만들어봤지만 허사였다.도자기의 원천 기술이 부족한 터라 어쩔 수 없었다.금융권에서 돈도 꿔주지 않았다.어머니는 맨날 사채를 구해 당좌를 막고,이자 갚는 게 일이었다.4형제 가운데 막내의 눈에 비친 현실은 너무 안타까웠다.큰형(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도 부친을 열심히 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집안 살리려 전공 바꿔 학창시절에는 상대나 문과대를 진학하려 했다.하지만 집안의 가세가 점점 기울었다.방학 때 친구들과 함께 놀러가겠다고 부모에게 손을 내밀 처지도 못될 정도로 살림은 어려웠다.그래서 마음을 바꾸었다.도자기를 전공해서 제대로 된 국산도자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공대에 진학하기로 했다.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가는 심정이었다.그래서 한양대 공대(화학과)에 들어갔다.졸업한 뒤에는 곧바로 국립공업연구소 요업과 연구원으로 일했다.정부 산하 연구기관이었다. 이론과 실기를 갖춰다고 느낄 무렵인 73년 지금의 한국도자기에 연구실장으로 들어왔다.국립공업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만나 결혼한 부인을 ‘도자기 디자인 연구실장’으로 영입했다.연구실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도자기 공부는 계속했다.연세대 산업대학원에서 공업재료로 석사학위를,충북대에서는 화학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땄다. ●두드리면 열린다 밤잠을 줄이며 도자기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노력했지만,결과는 신통찮았다.이것 저것 사업을 벌여놓다 보니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물건은 팔리지 않았다.도매상에 가져가도 품질이 시원찮다며 받지도 않고,설령 물건을 팔아도 돈을 제대로 주지 않았다. 막히면 뚫린다고 했던가.수출쪽으로 눈을 돌렸다.고품질이 아니더라도 후진국 시장에는 먹혀들 것 같았다.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동남아 시장에서 제법 잘 팔렸다.당시 제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무역금융제도도 큰 도움이 돼 접시 그릇 등을 대량으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자금사정이 호전되면서 밥그릇 국그릇 등 일반 사기그릇에서 디너세트(양식기) 등으로 제품의 종류도 늘렸다.영국에서 도자기에 새겨넣는 신종 무늬 기법도 들여와 제법 그럴듯한 제품을 만들게 됐다.빚도 갚고,품질도 개선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청와대가 부른다 일이 되려고 했는지,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당시 영부인이던 육영수 여사로부터 연락이 왔다.70년대 중반쯤이었다.청와대 식기가 외국도자기 일색이고,국산은 놋그릇이나 플라스틱에 불과한데 고급 식기를 국산으로 만들 수 없겠느냐는 요청이었다.그래서 공부도 하고 문헌도 뒤적여 신제품 개발에 뛰어들었다.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다.선진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본차이나’의 본고장인 영국으로 건너갔다.본차이나는 소뼈(Bone)와 도자기(china)의 합성어.도자기 문화가 발달된 영국 등 유럽에서는 원래 도자기 문화가 중국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고 도자기를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당시 영국은 극심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터라 저렴한 가격으로 본차이나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제조 기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은퇴한 기술자와 컨설턴트 등도 대거 영입했다.지금 생각하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원래 본차이나는 일을 많이 하지 않은 소뼈(철분 함유량이 적음)를 구워 인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광물질을 추출한 뒤 고급 점토,장석(불속에서 물질을 붙여주는 재료) 등을 잘 섞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치의 오차라도 생기면 불량품이 돼 내다버려야 했다. 남의 기술만 가져오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판단은 크게 빗나갔다.몇백개의 도자기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천개를 만들어야만 했다.숱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본차이나 개발에 성공한 것은 82년쯤이었다.이때부터 대량 생산체제로 전환하면서 회사의 틀이 제법 잡혀나갔다. 하지만 고민은 또 생겼다.좋은 제품을 생산했지만,영국의 제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특히 제품의 브랜드에서 한수 접어야 했다.내수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수출이 마음먹은 만큼 되지 않았다. ●슈퍼스트롱으로 한단계 도약 회사내의 ‘중앙연구소’에서 신소재 개발에 나섰다.88년부터 3년간 20억원을 투입해 젖소뼈가 함유된 특수초강자기인 ‘슈퍼스트롱’을 개발해냈다.일반 도자기보다 2∼3배 강하고 수분흡수율이 0.01% 이하이면서 가격은 본차이나보다 20∼30% 저렴한 실용적인 자기였다. 슈퍼스트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경영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이듬해인 91년에는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증설하는 등 공격경영에 나섰다.슈퍼스트롱에 힘입어 국산 도자기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졌다. 지금은 영국의 ‘로열덜튼’,독일의 ‘빌레로이 보흐’,미국의 ‘네녹스’ 및 ‘미타사’,이탈리아의 ‘사슬라기’ 등 세계 50여개국의 도자기 판매회사에 수출해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일부는 미국 독일 등에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대량 공급하고 있다.인도네시아 대통령궁,노벨만찬장 식기,교황청 식기,청와대 식기 등이 한국도자기의 제품이다.덕분에 청주에 7개 공장,인도네시아에 3개 공장을 보유하고 월 350만개의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굴지의 도자기 업체로 자리잡았다. 이만큼 성장한 것은 남들보다 투자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매년 연구·개발(R&D)투자에 매출액의 10% 이상 투입했다.신소재 개발,디자인 연구,색채연구 등이 핵심 연구 분야다.나노기술에 이어 살균·항균효과가 높은 은나노기술을 접합한 ‘은나노 그린차이나’‘은나노 파인차이나’ 등이 개발돼 조만간 선보이게 되는 것도 투자에 따른 기술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돈은 절대로 빌리지 않는다 누군들 돈 빌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마는 돈을 빌려 사업을 하지 않을려고 애를썼다.2000년부터는 한푼도 빌리지 않는 무차입경영을 이어가고 있다.사업 초창기에 부모들이 사채를 꾸러 다니는 초라한 모습을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다.인도네시아 공장 3곳을 증설할 때도 돈을 빌리지 않고 영업이익을 낸 뒤 지었다.지금의 사옥도 96년에 땅을 사고 설계한 뒤 이익잉여금으로 건물을 완공한 뒤 2000년 7월에 입주했다. 한국도자기는 세계적인 도자기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업계에서 유일하게 ‘디자인센터’를 보유하고,95년 4월 디자인스쿨 ‘프로아트’를 개설해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꿈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김성수 사장은 김성수 사장은 ‘다이아몬드 경영’을 지향한다.작지만 단단하고,빛나는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철학을 깔고 있다.공대 출신답게 소박하면서도 치밀한 그의 성격과 맞아떨어지는 개념이다. 김사장은 법인카드를 쓰지 않는다.회사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4형제가 모두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한다.그래서 업무상 사람을 만날 때도 개인 돈을 쓴다. 개인용 승용차를 업무에 이용하고 기름값도 직접 낸다.주주로서 받는 일정액의 배당금으로 충당한다. 김 사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그래서 노조가 없고,현안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해결한다. 본사 1층 로비에도 모은행이 입주하겠다는 것을 거부하고,판매장으로 만들 정도로 도자기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일요일에는 교회를 찾기에 골프를 즐기지는 않는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김태희-한예슬 얼짱 구미호 대결

    21세기판 구미호(九尾狐)는 섹시한 외모의 신세대 ‘얼짱’스타 김태희(24)와 한예슬(24)이다.두 여배우는 KBS 2TV가 오는 19일 첫 방송하는 퓨전 SF 미니시리즈 16부작 ‘구미호 외전(外傳)’(극본 황성연 이경미,연출 김형일)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구미호로 변신,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벌인다.각각 구미호족 여전사 ‘시연’과 ‘채이’역을 맡은 둘은 결코 공존해서는 안되는 인간을 오히려 사랑하면서 갈등하는,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구미호로 등장한다.광주광역시 남구에 세워진 ‘구미호 외전’ 전용 세트장에서 두 여배우를 만나 그들만의 매력을 알아봤다. ●착한 구미호 김태희 촬영장에서 만난 김태희는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몸에 꽉 끼는 가죽옷을 입은 매력적이고 섹시한 모습이었다.하얀 소복에 입가의 붉은 피,치렁치렁한 머리카락 등 기존 구미호의 괴기스러운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전설의 고향’의 구미호를 떠올리시면 안돼요.제가 맡은 구미호는 인간을 해치지 않고 공존하기 위해 노력해요.죽은 사람의 간이나 버려진 간을 먹죠.”산 사람의 간을 먹으려는 구미호를 처단함으로써 인간과의 갈등을 막는 구미호족 여전사가 그녀의 역할.하지만 구미호족을 멸종시키려는 인간족 특수요원인 민우(조현재)와 사랑에 빠짐으로써 비극적 운명에 처한다.그녀는 인기리에 종영한 SBS ‘천국의 계단’에서 표독한 눈빛의 악녀 연기로 시선을 끌었다.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싶지는 않았을까.“많은 분들께 악역으로 기억돼 있어서 ‘캔디’같이 밝은 역할은 조금 부담이 됐어요.극중 ‘시연’은 낮에는 지적이고 청순한 박물관 큐레이터로,밤에는 냉정한 구미호로 변신하는 양면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쏙 맘에 들었죠.”한 드라마를 통해 두가지 상반된 이미지를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덜컥 출연을 결정했단다. 극중에서 쌍단도를 들고 고난도의 와이어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그녀는 온몸이 상처 투성이다.“오늘은 칼을 휘두르다가 새끼 손가락(직접 보여주며)에 피멍이 들었어요.무더위에 통풍도 안되는 두꺼운 가죽옷을 입고 땀을 흘리느라 피부 트러블도 생겼죠.” 새벽 촬영 중 졸다가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목을 조르는 가위에 눌리기까지 했을 정도로 구미호 연기에 푹 빠져 있는 그녀다.“한 남자를 사랑하는 평범한 여성은 물론 강한 구미호 여전사로서 ‘절제된 연기’를 보여줄 겁니다.” ●나쁜 구미호 한예슬 반짝이는 검은색 의상과 장갑,하이힐.영화 ‘배트맨’의 ‘캣우먼’을 연상시키는 한예슬에게 시트콤과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보여준 애교스럽고 코믹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그녀의 극중 역할은 밤마다 인간 희롱하기를 즐기는 구미호 여전사.짝사랑하는 동료 무영(전진) 앞에 방해가 되는 인물은 무조건 제거하는 냉혹한 구미호다.“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연기생활을 하면서 다시는 찾아올 것 같지 않을 행운이죠.” 시놉시스를 받자마자 지금의 ‘채이’역이 너무나 맘에 들어 ‘이 역할을 꼭 맡겨 달라.’고 제작진에게 졸랐다.“단순 악역이 아니에요.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은 여리고,여성스러우면서도 섹시한 ‘요부’ 같은 야누스적인 캐릭터죠.” 첫 인상은 차갑지만,알면 알수록 발랄함이 묻어나오는 실제 성격과 딱 들어맞는단다. 그녀는 겉보기와 달리 호기심 많고 끼로 똘똘 뭉친,말 그대로 무대체질이다.“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기는 편이에요.어릴 적 미국에 살 때는 기회가 없어서 거울 앞에서 혼자 미친 듯 춤추곤 했죠.넘치는 끼를 이제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 앞에서 마음놓고 풀 수 있어 좋아요.” CF로 데뷔,시트콤 한편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그녀다.비슷한 길을 걸어온 극중 주인공 김태희에게 경쟁의식을 느끼진 않을까.“서로 극중 연기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같이 극을 살려내야 되는 구미호 역할에 충실할 뿐이에요.”“지금까지는 제가 원하는 대로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 같아요.엄청난 행운이죠.겨울쯤엔 멜로극과 영화에 출연해 연기력을 좀더 넓히며 전천후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역대 구미호 여우들 구미호는 여배우들이 가장 맡고 싶어하는 역할 가운데 하나다.구미호 역할로 출연했던 여배우들이 하나같이 스타덤에 올랐기 때문.오죽하면 “구미호 역할을 맡으면 여우혼이 생겨서 반드시 스타가 된다.”는 요상한 말까지 생겨났을까.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뛰어난 미모는 물론 선과 악의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는 실력파 연기자만이 구미호가 될 수 있었다.그러면 역대 구미호들은 어떤 여배우들이었을까. 지난 77년 10월 방송을 시작한 KBS ‘전설의 고향’에서 1호 구미호로 출연한 연기자는 한혜숙이었다.당시엔 특수 분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짙은 화장만 했지만,그녀가 약속을 깬 서방님 앞에서 서서히 구미호로 변해가던 모습은 역대 구미호 가운데 최고로 무서웠다는 평을 듣는다. 그뒤는 장미희와 김미숙,선우은숙,차화연 등이 이었다.88년 이후 방송이 중단됨에 따라 맥이 끊겼던 구미호는 96년 프로그램의 부활과 함께 박상아(96년,‘狐女’),임경옥(96년,‘野狐’),송윤아(99년,‘구미호’)로 그 맥을 잇고 있다.과연 김태희와 한예슬도 ‘구미호의 전통’을 살려 스타배우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김태희-한예슬 얼짱 구미호 대결

    김태희-한예슬 얼짱 구미호 대결

    21세기판 구미호(九尾狐)는 섹시한 외모의 신세대 ‘얼짱’스타 김태희(24)와 한예슬(24)이다.두 여배우는 KBS 2TV가 오는 19일 첫 방송하는 퓨전 SF 미니시리즈 16부작 ‘구미호 외전(外傳)’(극본 황성연 이경미,연출 김형일)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구미호로 변신,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벌인다.각각 구미호족 여전사 ‘시연’과 ‘채이’역을 맡은 둘은 결코 공존해서는 안되는 인간을 오히려 사랑하면서 갈등하는,인간보다 더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구미호로 등장한다.광주광역시 남구에 세워진 ‘구미호 외전’ 전용 세트장에서 두 여배우를 만나 그들만의 매력을 알아봤다. ●착한 구미호 김태희 촬영장에서 만난 김태희는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몸에 꽉 끼는 가죽옷을 입은 매력적이고 섹시한 모습이었다.하얀 소복에 입가의 붉은 피,치렁치렁한 머리카락 등 기존 구미호의 괴기스러운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전설의 고향’의 구미호를 떠올리시면 안돼요.제가 맡은 구미호는 인간을 해치지 않고 공존하기 위해 노력해요.죽은 사람의 간이나 버려진 간을 먹죠.”산 사람의 간을 먹으려는 구미호를 처단함으로써 인간과의 갈등을 막는 구미호족 여전사가 그녀의 역할.하지만 구미호족을 멸종시키려는 인간족 특수요원인 민우(조현재)와 사랑에 빠짐으로써 비극적 운명에 처한다.그녀는 인기리에 종영한 SBS ‘천국의 계단’에서 표독한 눈빛의 악녀 연기로 시선을 끌었다.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싶지는 않았을까.“많은 분들께 악역으로 기억돼 있어서 ‘캔디’같이 밝은 역할은 조금 부담이 됐어요.극중 ‘시연’은 낮에는 지적이고 청순한 박물관 큐레이터로,밤에는 냉정한 구미호로 변신하는 양면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쏙 맘에 들었죠.”한 드라마를 통해 두가지 상반된 이미지를 모두 보여줄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덜컥 출연을 결정했단다. 극중에서 쌍단도를 들고 고난도의 와이어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그녀는 온몸이 상처 투성이다.“오늘은 칼을 휘두르다가 새끼 손가락(직접 보여주며)에 피멍이 들었어요.무더위에 통풍도 안되는 두꺼운 가죽옷을 입고 땀을 흘리느라 피부 트러블도 생겼죠.” 새벽 촬영 중 졸다가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목을 조르는 가위에 눌리기까지 했을 정도로 구미호 연기에 푹 빠져 있는 그녀다.“한 남자를 사랑하는 평범한 여성은 물론 강한 구미호 여전사로서 ‘절제된 연기’를 보여줄 겁니다.” ●나쁜 구미호 한예슬 반짝이는 검은색 의상과 장갑,하이힐.영화 ‘배트맨’의 ‘캣우먼’을 연상시키는 한예슬에게 시트콤과 오락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보여준 애교스럽고 코믹한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그녀의 극중 역할은 밤마다 인간 희롱하기를 즐기는 구미호 여전사.짝사랑하는 동료 무영(전진) 앞에 방해가 되는 인물은 무조건 제거하는 냉혹한 구미호다.“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연기생활을 하면서 다시는 찾아올 것 같지 않을 행운이죠.” 시놉시스를 받자마자 지금의 ‘채이’역이 너무나 맘에 들어 ‘이 역할을 꼭 맡겨 달라.’고 제작진에게 졸랐다.“단순 악역이 아니에요.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은 여리고,여성스러우면서도 섹시한 ‘요부’ 같은 야누스적인 캐릭터죠.” 첫 인상은 차갑지만,알면 알수록 발랄함이 묻어나오는 실제 성격과 딱 들어맞는단다. 그녀는 겉보기와 달리 호기심 많고 끼로 똘똘 뭉친,말 그대로 무대체질이다.“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기는 편이에요.어릴 적 미국에 살 때는 기회가 없어서 거울 앞에서 혼자 미친 듯 춤추곤 했죠.넘치는 끼를 이제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 앞에서 마음놓고 풀 수 있어 좋아요.” CF로 데뷔,시트콤 한편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오른 그녀다.비슷한 길을 걸어온 극중 주인공 김태희에게 경쟁의식을 느끼진 않을까.“서로 극중 연기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같이 극을 살려내야 되는 구미호 역할에 충실할 뿐이에요.”“지금까지는 제가 원하는 대로 순탄한 길만 걸어온 것 같아요.엄청난 행운이죠.겨울쯤엔 멜로극과 영화에 출연해 연기력을 좀더 넓히며 전천후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역대 구미호 여우들 구미호는 여배우들이 가장 맡고 싶어하는 역할 가운데 하나다.구미호 역할로 출연했던 여배우들이 하나같이 스타덤에 올랐기 때문.오죽하면 “구미호 역할을 맡으면 여우혼이 생겨서 반드시 스타가 된다.”는 요상한 말까지 생겨났을까.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뛰어난 미모는 물론 선과 악의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는 실력파 연기자만이 구미호가 될 수 있었다.그러면 역대 구미호들은 어떤 여배우들이었을까. 지난 77년 10월 방송을 시작한 KBS ‘전설의 고향’에서 1호 구미호로 출연한 연기자는 한혜숙이었다.당시엔 특수 분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짙은 화장만 했지만,그녀가 약속을 깬 서방님 앞에서 서서히 구미호로 변해가던 모습은 역대 구미호 가운데 최고로 무서웠다는 평을 듣는다. 그뒤는 장미희와 김미숙,선우은숙,차화연 등이 이었다.88년 이후 방송이 중단됨에 따라 맥이 끊겼던 구미호는 96년 프로그램의 부활과 함께 박상아(96년,‘狐女’),임경옥(96년,‘野狐’),송윤아(99년,‘구미호’)로 그 맥을 잇고 있다.과연 김태희와 한예슬도 ‘구미호의 전통’을 살려 스타배우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 산양부부의 사투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 산양부부의 사투

    ‘비무장지대(DMZ)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이런 물음을 던졌다.휴전선 155마일을 경계로 남북을 각각 2㎞씩 뒤로 물린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에 따라 포성이 멈추고 DMZ가 생겨났다.그로부터 51년.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DMZ일대에 자연의 생명력은 힘차게 꽃피어 올랐다.남과 북이 세운 철책선은 곧 DMZ 생태계의 삶의 울타리였다.그러나 민족의 환경유산,생태계의 보고(寶庫)란 수식어가 미래의 DMZ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서울신문 탐사대는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인 남방한계선 일대를 각계 전문가와 함께 보름여동안 샅샅이 훑었다.총 20회의 연재를 통해 펄떡이며 살아숨쉬는 DMZ 생태계의 풍경과 보전대책,바람직한 미래상을 그려본다. (편집자 주) ‘목이 탄다.철책 아래 흘러내리는 물을 들이켜도 갈증은 더해만 간다.자유의 목마름….아내도 지친듯 힘없이 몸을 기대온다.물로 허기를 달랜지 오늘로 나흘째.깊은 밤,네온 불빛에 홀려 이중철책 안으로 뛰어든 것이 실수였다.철망은 물어뜯어도,몸을 부딪쳐도 도무지 끄떡없다.그래,이제는 알겠다.남과 북을 가르는 저 철책의 단단함을,넘지못할 그 높이를….’ ●살아있는 화석,산양을 찾아서 6월 14일 강원도 고성 고진동 계곡.12일간의 탐사활동이 어느덧 끝자락에 이르면서 탐사대의 조바심도 점점 고조됐다.‘끝내 산양을 촬영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건 아닐까….’ 200만년을 내리 살아오면서 여전히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녀석.‘살아있는 고대동물’ ‘화석(化石)동물’이란 별칭이 붙은 건 그런 연유에서다.서울신문 100주년 탐사의 중요 ‘표적’이 아니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사흘 전 양구군 백암산 자락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어린 산양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4륜구동 취재차로 덜컹대며 전방부대 비포장길 커브를 돌자 화들짝 놀라면서 쏜살같이 내빼던 산양….80도는 족히 됨직한 경사진 바위 비탈을 너무도 가뿐하게 뛰어올랐다.놀라기론 탐사대도 못지않았다.취재차에서 내려 부랴부랴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토실토실 살찐 녀석의 모습을 담진 못했다.비명을 지르는 새소리 같은 험악한 울음으로 탐사대를 을러댄 뒤 서둘러 숲속으로 몸을 숨겼기 때문이다. 아쉬운 기억을 떠올리며 육군 ○○사단 ‘율곡부대’에 절박한 취재협조 요청을 냈다.하지만 정훈공보참모 박영희 중령은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이 시기는 힘듭니다.(눈에 쉽게 띄는)겨울철이면 몰라도….” 맞는 말이다.그동안 여러 기관의 수많은 탐사·조사에도 불구하고 ‘여름 산양’의 자태가 제대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었다.“지난 5월 고진동 골짜기에서 산양 10여 마리를 봤다.”는 인근 주민들의 목격담도 힘이 됐다.6월 14일,그런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고진동 남방한계선을 찾았다. ●철책 안의 산양,운명같은 조우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철책선 수문보강공사 중인 고진동 ‘라맨교’ 옆 GOP 초소.전방을 주시하던 초병에게 “요새 산양을 본 적 있느냐.”고 묻는데 웬일인지 눈길을 피한다.갑자기 바로 옆 이중철책 안에서 ‘두두두’ 땅이 울린다. ●철책 너머엔 어린 산양 한마리가 무언가가 획∼하니 번개처럼 지나간다.산양이었다.이중철책 사이 폭 2m 정도의 좁은 통로를 산양 2마리가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었다.전혀 뜻밖이었다.어떻게 철책 안에 갇혔을까.의문부호와 함께 녀석을 살폈다.잿빛 단단한 몸에 80㎝ 정도의 키다.검은 갈기가 등을 달리고 꼬리와 발굽 털은 새하얗다.‘뿔 나이테’로 추정되는 나이는 4살.암수 한쌍이다. “오늘로 사흘째입니다.어디를 어떻게 통해선지 철책 안으로 들어왔지만 나가는 구멍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양의 불운은 탐사대엔 행운이었다.초병의 설명을 귓전으로 들으며 카메라 렌즈는 연신 녀석의 얼굴과 꽁무니를 좇았다.이중철책 안은 경계를 위해 제초작업을 해 둔 곳이다.그러니 녀석은 꼬박 사흘동안 굶으며 자기 모습을 노출시킨 셈이다.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산양의 큼직한 두 눈엔 좌절과 당혹감이 묻어났다. 철책 북쪽 너머론 막 돌을 넘겼음직한 어린 산양 1마리가 서 있었다.탐사대와 동행한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가 옆에서 연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아무래도 어린 새끼인 듯합니다.산양은 가족끼리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거든요.” 초병들도 그제야 “새끼 산양이 사흘째 철책 안의 산양들과 보조를 맞추며 근처를 배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그렇다면 녀석들은 또 하나의 이산가족인 셈이다.사람의 간섭을 막는 생명의 울타리였을 철책선이 이제는 분단의 빗장이 되어버렸다. ●나흘간의 사투 그리고 탈출 6월 15일 탐사대는 다시 고진동 현장을 찾았다.철책 안의 산양은 이제 달리기를 멈췄다.며칠동안 통로를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수백번 오르내리며 탈출구를 찾았단다.철책을 사이에 두고 2m 앞까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던져주는 풀을 받아먹지도 않는다.때때로 멍한 눈길로 철책 너머 새끼를 바라보곤 한다. 십여년 남짓 설악산 속에서 살다시피 하며 산양보호운동을 펼쳐 온 박 대표가 한숨을 섞어가며 뒷말을 이었다. “이 산양들의 처지가 DMZ 생태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지금처럼 DMZ 안의 야생동물들이 남과 북의 철책을 넘지 못하고 계속 근친교배를 반복하면 열성 유전이 심화돼 멸종의 위험도 점점 높아집니다.특히 산양처럼 개체수가 적은 동물일 경우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죠.남과 북 사이의 야생동물 이동통로 마련 등 실질적인 해결책 고민이 시급합니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산양가족의 애처로움이 수문공사 인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산양 부부는 감금 나흘째인 15일 오전 ‘우연히’ 생겨난 수중철책 사이의 틈새를 발견하곤,그 사이로 큼직한 몸채를 밀어넣었다.철책 너머 기다리던 새끼와 합류한 이들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곧장 가까운 산림 속으로 훌훌 사라져 버렸다.나흘동안 가둔 철책을 온전히 남북한 사람들의 숙제로 남기고…. 고성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특별탐사대 명단 ●전문가 김귀곤 서울대 농생대 교수(탐사대장),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심재환 광주서강정보대 교수,최승호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연구교수,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박희정 환경부 자연정책과장 ●기자 염주영 편집부국장,한만교 수도권부 차장,이종원 사진부 차장,손원천 사진부 기자,조한종·채수범 사회교육부 기자,박은호 공공정책부 기자 ■전문가 칼럼 지난해 늦가을 고진동 계곡 철책 앞에 서서 산양 암수 한 쌍이 짝짓기 놀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쫓기면서도 싫은 기색이 별로 없던 암컷과,죽어라 쫓아가던 수컷의 모습이 떠오른다.올 봄에 태어난 새끼는 지금쯤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그 녀석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산양속(屬)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히말라야 지역에서부터 미얀마,태국,중국을 거쳐 러시아 극동지방에 걸쳐 살고 있다.이 곳의 종(種)의 학명은 Naemorhedus caudatus로 4아종을 포함하는데,우리나라와 중국 두만강유역,연해주에 살고 있는 아종은 Naemorhedus caudatus raddeanus다.영명은 Amur goral.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부속서Ⅰ에 올라있는 멸종 위기종이다.나라 안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17호로,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 1968년부터 보호하고 있다.강원도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그리고 백두대간을 따라 내려가면서 향로봉·매봉,설악산·오대산,삼척 가곡지역,경북 울진 지역에 걸쳐 600∼700마리쯤 살아가는 것으로 보고된 매우 드문 짐승이다. 산양이 살아가는 곳은 삶터의 바탕이랄 수 있는 바위절벽과 풀밭이 함께 있는 곳이며 여름철에는 그늘진 숲속이나 바위 아래에서 지내고,겨울철엔 쉽게 눈이 녹아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바위 비탈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살아간다.계절에 따라 옮겨다니며 봄철에서 가을철까지는 주로 초본류를 먹이로 삼고 겨울철에는 목본류를 주로 먹는다.산양은 야생에서 평균수명이 15살쯤이며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며 10∼11월에 짝짓기를 하고 이듬해 5∼6월 1마리의 새끼를 낳는다.태어난 새끼는 1년 반에서 2년쯤 어미를 따라 다니며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2살쯤 되면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해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가장 많은 수가 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곳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간섭이 없는 비무장지대와 간섭이 덜한 민통선 지역이다.그러나 백두대간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다른 산양의 무리들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간섭으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천적으로는 호랑이,표범,반달곰,늑대,담비,삵이지만 이 종들은 멸종되었거나 매우 드문 종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가장 큰 천적이다.어린 산양의 눈에 비친 세상이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기를 꿈꾼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 [창간100년-DMZ 51년](1) 산양부부의 사투

    ‘비무장지대(DMZ)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이런 물음을 던졌다.휴전선 155마일을 경계로 남북을 각각 2㎞씩 뒤로 물린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에 따라 포성이 멈추고 DMZ가 생겨났다.그로부터 51년.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DMZ일대에 자연의 생명력은 힘차게 꽃피어 올랐다.남과 북이 세운 철책선은 곧 DMZ 생태계의 삶의 울타리였다.그러나 민족의 환경유산,생태계의 보고(寶庫)란 수식어가 미래의 DMZ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서울신문 탐사대는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인 남방한계선 일대를 각계 전문가와 함께 보름여동안 샅샅이 훑었다.총 20회의 연재를 통해 펄떡이며 살아숨쉬는 DMZ 생태계의 풍경과 보전대책,바람직한 미래상을 그려본다. (편집자 주) ‘목이 탄다.철책 아래 흘러내리는 물을 들이켜도 갈증은 더해만 간다.자유의 목마름….아내도 지친듯 힘없이 몸을 기대온다.물로 허기를 달랜지 오늘로 나흘째.깊은 밤,네온 불빛에 홀려 이중철책 안으로 뛰어든 것이 실수였다.철망은 물어뜯어도,몸을 부딪쳐도 도무지 끄떡없다.그래,이제는 알겠다.남과 북을 가르는 저 철책의 단단함을,넘지못할 그 높이를….’ ●살아있는 화석,산양을 찾아서 6월 14일 강원도 고성 고진동 계곡.12일간의 탐사활동이 어느덧 끝자락에 이르면서 탐사대의 조바심도 점점 고조됐다.‘끝내 산양을 촬영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건 아닐까….’ 200만년을 내리 살아오면서 여전히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녀석.‘살아있는 고대동물’ ‘화석(化石)동물’이란 별칭이 붙은 건 그런 연유에서다.서울신문 100주년 탐사의 중요 ‘표적’이 아니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사흘 전 양구군 백암산 자락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어린 산양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4륜구동 취재차로 덜컹대며 전방부대 비포장길 커브를 돌자 화들짝 놀라면서 쏜살같이 내빼던 산양….80도는 족히 됨직한 경사진 바위 비탈을 너무도 가뿐하게 뛰어올랐다.놀라기론 탐사대도 못지않았다.취재차에서 내려 부랴부랴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토실토실 살찐 녀석의 모습을 담진 못했다.비명을 지르는 새소리 같은 험악한 울음으로 탐사대를 을러댄 뒤 서둘러 숲속으로 몸을 숨겼기 때문이다. 아쉬운 기억을 떠올리며 육군 ○○사단 ‘율곡부대’에 절박한 취재협조 요청을 냈다.하지만 정훈공보참모 박영희 중령은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이 시기는 힘듭니다.(눈에 쉽게 띄는)겨울철이면 몰라도….” 맞는 말이다.그동안 여러 기관의 수많은 탐사·조사에도 불구하고 ‘여름 산양’의 자태가 제대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었다.“지난 5월 고진동 골짜기에서 산양 10여 마리를 봤다.”는 인근 주민들의 목격담도 힘이 됐다.6월 14일,그런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고진동 남방한계선을 찾았다. ●철책 안의 산양,운명같은 조우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철책선 수문보강공사 중인 고진동 ‘라맨교’ 옆 GOP 초소.전방을 주시하던 초병에게 “요새 산양을 본 적 있느냐.”고 묻는데 웬일인지 눈길을 피한다.갑자기 바로 옆 이중철책 안에서 ‘두두두’ 땅이 울린다. ●철책 너머엔 어린 산양 한마리가 무언가가 획∼하니 번개처럼 지나간다.산양이었다.이중철책 사이 폭 2m 정도의 좁은 통로를 산양 2마리가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었다.전혀 뜻밖이었다.어떻게 철책 안에 갇혔을까.의문부호와 함께 녀석을 살폈다.잿빛 단단한 몸에 80㎝ 정도의 키다.검은 갈기가 등을 달리고 꼬리와 발굽 털은 새하얗다.‘뿔 나이테’로 추정되는 나이는 4살.암수 한쌍이다. “오늘로 사흘째입니다.어디를 어떻게 통해선지 철책 안으로 들어왔지만 나가는 구멍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양의 불운은 탐사대엔 행운이었다.초병의 설명을 귓전으로 들으며 카메라 렌즈는 연신 녀석의 얼굴과 꽁무니를 좇았다.이중철책 안은 경계를 위해 제초작업을 해 둔 곳이다.그러니 녀석은 꼬박 사흘동안 굶으며 자기 모습을 노출시킨 셈이다.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산양의 큼직한 두 눈엔 좌절과 당혹감이 묻어났다. 철책 북쪽 너머론 막 돌을 넘겼음직한 어린 산양 1마리가 서 있었다.탐사대와 동행한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가 옆에서 연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아무래도 어린 새끼인 듯합니다.산양은 가족끼리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거든요.” 초병들도 그제야 “새끼 산양이 사흘째 철책 안의 산양들과 보조를 맞추며 근처를 배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그렇다면 녀석들은 또 하나의 이산가족인 셈이다.사람의 간섭을 막는 생명의 울타리였을 철책선이 이제는 분단의 빗장이 되어버렸다. ●나흘간의 사투 그리고 탈출 6월 15일 탐사대는 다시 고진동 현장을 찾았다.철책 안의 산양은 이제 달리기를 멈췄다.며칠동안 통로를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수백번 오르내리며 탈출구를 찾았단다.철책을 사이에 두고 2m 앞까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던져주는 풀을 받아먹지도 않는다.때때로 멍한 눈길로 철책 너머 새끼를 바라보곤 한다. 십여년 남짓 설악산 속에서 살다시피 하며 산양보호운동을 펼쳐 온 박 대표가 한숨을 섞어가며 뒷말을 이었다. “이 산양들의 처지가 DMZ 생태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지금처럼 DMZ 안의 야생동물들이 남과 북의 철책을 넘지 못하고 계속 근친교배를 반복하면 열성 유전이 심화돼 멸종의 위험도 점점 높아집니다.특히 산양처럼 개체수가 적은 동물일 경우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죠.남과 북 사이의 야생동물 이동통로 마련 등 실질적인 해결책 고민이 시급합니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산양가족의 애처로움이 수문공사 인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산양 부부는 감금 나흘째인 15일 오전 ‘우연히’ 생겨난 수중철책 사이의 틈새를 발견하곤,그 사이로 큼직한 몸채를 밀어넣었다.철책 너머 기다리던 새끼와 합류한 이들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곧장 가까운 산림 속으로 훌훌 사라져 버렸다.나흘동안 가둔 철책을 온전히 남북한 사람들의 숙제로 남기고…. 고성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특별탐사대 명단 ●전문가 김귀곤 서울대 농생대 교수(탐사대장),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심재환 광주서강정보대 교수,최승호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연구교수,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박희정 환경부 자연정책과장 ●기자 염주영 편집부국장,한만교 수도권부 차장,이종원 사진부 차장,손원천 사진부 기자,조한종·채수범 사회교육부 기자,박은호 공공정책부 기자˝
  • 장진이 왔다

    연극연출가 장진(34)이 대학로에 돌아왔다.16일부터 한달 보름간 서울 동숭아트센터에서 연극 ‘택시 드리벌’을 공연한다.‘웰컴투 동막골’이후 연극 무대는 2년만이지만 대학로에서 공연하기는 99년 ‘허탕’에 이어 5년만이다. “쑥스럽죠.신작으로 대학로에 돌아오고 싶었는데….돈 되는 작품 우려먹는다는 느낌도 싫고.” ‘택시 드리벌’은 97년 최민식이 주인공 장덕배 역을 맡아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작품.2000년 권해효 주연으로 강남 유시어터에서 재공연됐을 때도 매진을 기록했다.이번엔 그가 프로그래머로 참여한 ‘연극열전’ 아홉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오른다. 대학로는 그에게 ‘마음의 고향’이자 동시에 ‘빚’이다.영화 ‘간첩 리철진’‘킬러들의 수다’ 그리고 ‘아는 여자’로 충무로를 누빌 때도,연극 ‘아름다운 사인’(99년,예술의전당)‘박수칠때 떠나라’(2000년,LG아트센터)‘웰컴투 동막골’(2002년,LG아트센터)로 연달아 강남 대형 공연장에 입성했을 때도 늘 마음은 대학로에 있었다. “95년 신춘문예로 등단했을 때 차범석 선생님 등 많은 분들이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어요.최연소로 서울연극제에 참가하기도 하고,그해 등단한 작가중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았죠.그랬는데 결과적으로 대학로에서 도망간 것처럼 됐으니 그 분들에게 참 많이 죄송해요.” 중3때부터 대학로를 안방처럼 드나들었던 그다.고교 3년동안 연극 250편을 봤다.지난해 대학 친구인 극단 동숭아트센터 홍기유 대표와 ‘연극열전’을 기획한 것도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그는 “20년 세월 동안 대학로 사람들의 연극열정이 변하지 않은 건 행운이지만 시스템이 안 변한 건 불행”이라고 했다. ‘택시 드리벌’은 한창 택시를 많이 타고 다닐 때 쓴 작품이다. 30대 후반 노총각 기사 장덕배가 택시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다양한 삶의 면면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놓는다.그는 “도시 구조가 만들어내는 소시민의 상처와 그 안에서 보통 사람들이 꿈꾸는 낭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그의 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택시 드리벌’도 웃음으로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하지만 그 저변에는 가슴 서늘한 냉소도 깔려있다. 그는 “재밌어서” 작품을 만든다고 했다.‘택시드리벌’도 20대 후반의 나이에 스스로 재미있게 느꼈던 대사와 상황을 무대화한 것이다.30대 중반에 이른 지금,그는 그때만큼 이 작품이 재미있지 않다고 했다.이번 공연에선 한강자살소동과 영호남 승객의 정치싸움 등 한두가지 에피소드를 추가한 것 말고는 초연때 틀을 그대로 가져간다. 그는 정재영,강성진 두 배우에게 3대 장덕배역을 맡겼다.고교때 친구인 정재영은 그와 마찬가지로 연극 마니아였다.얼마전 개봉한 ‘아는 여자’로 주연 데뷔하기까지 두사람은 10년 넘게 연극무대와 스크린에서 함께 작업해왔다. 그는 정재영에 대해 “기막히게 연기를 잘 하지만 절대 남에게 배우로서의 열정을 들키지 않는 영리한 친구”라고 평했다.강성진과는 이번이 첫 작업이다.“정재영이 무게감있게 자기 페이스를 잘 지키는 스타일인 반면 강성진은 소시민적이고 나약한 장덕배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배우라 서로 차별되는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극중 승객 가운데 한명은 매번 새로운 얼굴이 카메오로 등장할 예정이다.연습실에 간식을 사들고 올 정도로 친해진 배우 이나영도 일찌감치 승객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제작자,프로듀서의 역할을 겸하는 영화의 경우 흥행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지만 연극은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해 마음이 편하다는 그는 내년말쯤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대학로에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동숭아트센터같은 그럴듯한 무대가 아니라 100석 안팎의 허름한 소극장에서 올리는 ‘작은 연극’을 꿈꾸고 있다.1만 5000∼3만 5000원.8월26일까지(02)762-001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5일 TV 하이라이트]

    ●왕꽃 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용진은 젊게 보이기 위해 옷을 새로 사고 신경을 쓴다.시몽이 마음에 든 용진은 당분간 사주 손님도 받지 않는다.집으로 온 한미녀는 우연히 만난 옛친구 노방림 이야기를 꺼낸다.한편 정수는 초원에게 시간 끌지 말고 결혼하자고 넌지시 말한다.초원은 선뜻 대답을 못하고 망설인다. ●사이언스+(YTN 오전 8시30분) 어떻게 일반인이 전기를 만들어 직접 사용하고 남은 전기를 팔 수도 있는 것인지 그 현장을 따라가 보았다.산업자원부는 200㎾ 이하 소규모 재생가능 에너지를 민간인이 직접 생산해 한국전력공사에 팔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자녀라고 해도 부모가 신문사설이나 정치 시사문제 등을 읽어주고 쉬운 말로 풀어주면 세상을 보는 눈,이해하는 눈을 키울 수 있다.영유아 듣기 교육방법에서부터 사춘기 자녀 듣기 교육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듣기 교육’방법을 알아본다. ●리얼TV(iTV 오후 10시50분) 강력반에는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항상 북적인다.사건들은 보람과 아쉬움으로 형사들에게 다가온다.부녀자들만 노리던 삼정동 파렴치한,가스폭발 협박범 등 사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헬로캅스’코너를 통해 다시 보여준다.반 년간의 기록을 정리하면서 사건 속의 형사들을 다시 만나본다.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SBS 오후 11시5분) 전혀 예상치 못한채 헤어진 애인을 만났을 때 당황스럽고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지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이밖에 애인 있는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인지 10대부터 40대까지 남자 5000명에게 물어본다. ●아름다운 유혹(KBS2 오전 9시) 기태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야 하겠다는 생각에 들떠서 집에 들어오지만 정희가 빼놓은 반지를 발견하게 된다.약속장소에서 기다리던 민우는 정희가 사라졌다는 세희의 전화를 받고 충격을 받는다.민우의 오피스텔을 찾아간 기태는 정희를 내놓으라고 소리를 지르고…. ●청춘!신고합니다(KBS1 오후 7시30분) 국내 유일의 전술공수 항공기 운영부대,‘공군 제5전술공수비행단’ 장병들과 함께 한다.회전판을 돌려 선정된 대상에게 60초 내에 스피드 퀴즈를 내어 가장 많은 문제를 맞힌 병사에게 행운이 돌아간다.병사들의 숨 가쁜 60초 전화퀴즈 ‘병영퀴즈 여보세요’가 펼쳐진다. ˝
  • [삶과 경영 이야기](16)전통주 고집 배중호 국순당 사장

    몇년 전부터 소주,맥주,위스키처럼 백세주도 보통명사가 됐다.2002년쯤에는 백세주와 소주를 섞어서 마시는 ‘오십세주’ 바람이 불었다.백세주의 인기에 따라 생긴 현상이다.백세주 신화를 일으킨 국순당 배중호(51) 사장은 28일 “백세주를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로 더욱 발전시켜 영국의 스카치위스키나 프랑스의 코냑과 같은 세계적인 명주와 비견할 만한 제품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배 사장은 최근의 판매부진도 인정하는 등 매우 솔직했다. ●9년만에 55배 성장 “과학적인 주조방법에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백세주가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백세주를 전국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된 1994년의 매출액은 24억원이었으나,지난해에는 1312억원으로 껑충 뛰었다.실적만 보면 손쉽게 성공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후발주자가 기존 벽을 뚫기는 쉽지 않다. “판매 초창기에 수도권 시장을 뚫어보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유통업소에서는 ‘손님이 찾으면 백세주를 팔아주겠다.’고 말하는데,백세주를 접할 기회가 막힌 소비자들이 어떻게 백세주를 찾겠습니까.직접 발로 뛰는 게릴라 영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주·맥주·위스키를 선호했던 기존의 주류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고 업소를 직접 파고든 ‘게릴라전략’은 맞아떨어졌다.처음부터 핵심상권 공략이 어렵다면 유원지 등 외곽지역부터 하자는 전략을 세웠다.영업사원 2∼3명이 서울근교를 비롯한 유원지의 업소를 다니면서 궂은 일을 도와줬고 친밀도를 높여갔다.메뉴판 만드는 것을 지원해주고 앞치마를 제공하는 등 외곽지역에서 도심,핵심지역으로 서서히 공략했다. “쉬기 위해,기분전환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외곽지역에 온 소비자들은 새로운 것을 찾는 경향이 있지요.남한산성에서 처음 백세주를 마셨다는 소비자들이 꽤 많습니다.” ●운도 따랐지만 쉽지는 않았다 86년 아시안게임,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특히 젊은층에서 우리 것에 대한 애정도 높아졌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전통주가 나오자,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았다.지난 92년 출시된 백세주는 생쌀을 가루내어 술을 담그는 국순당의 특허기술인 ‘생쌀발효법’의 작품이다.백세주에는 구기자 오미자 인삼 등 10가지 한약재가 들어 있다.특히 요즘 웰빙 붐이 불고 있으나,백세주는 이미 90년대에 웰빙의 혜택을 본 셈이다.건강을 생각하면서 순한 술을 찾는 경향이 확산된 것도 행운이었다. 97년 ‘보신탕을 당당히 먹자.’는 이슈를 들고 나왔다.배 사장은 “보신탕도 우리의 음식인데 차별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우리의 것인 보신탕과 백세주 간의 동질감을 뽑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일부 외국인들과 외국언론의 비난으로 수난을 받던 보신탕을 적극 옹호하면서 백세주의 인지도는 높아졌고,매출증대로 이어졌다. 후발주자인에다 공급구역 제한이라는 족쇄까지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전했다.국순당은 92년 경기도 수원에서 백세주를,강원도 강릉에서 흑주를 각각 생산했으나 판매지역은 제한됐다.강릉에서 흑주를 생산한 것은 당시 국세청에서 신규제조면허를 내주지 않아 기존 양조장업자의 면허를 샀기 때문(89년)이었다. 배 사장은 80년대 말부터 공급구역 제한을 없애야 한다는 건의를 수없이 했다.헌법소원도 냈다.“아마 백과사전으로 4권 정도나 되는 분량이 됐을 것입니다.공급구역제한은 소비자를 위한 게 아니라 생산자를 위한 제도였습니다.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이지요.” 94년에야 공급구역 제한이 풀어졌고,백세주는 그때서야 전국의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사실 국순당은 처음에는 술을 만들어 판매할 생각은 없었다.좋은 누룩을 써서 좋은 술을 만들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나와야 된다는 생각은 했지만,직접 만들 뜻은 없었다.그래서 80년대 말부터 좋은 술을 담그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는 뜻을 많은 양조업자들에게 제시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체질강화로 어려움 극복” 앞만 보고 달렸던 백세주의 판매도 올들어 다소 부진하다.최근의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배 사장은 최근의 부진을 솔직히 시인하면서도,일시적인 대증요법이 아닌 정공법을 선택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경기도 나쁘고 소비도 위축되고….전반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상대적으로 싼 소주와 막걸리쪽으로 옮겨가는 경향도 있어 고가주인 백세주가 좀더 타격을 받는 면이 있습니다.물론 우리회사가 노력해야 할 부분도 있지요.소비자 입맛에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도 필요하고요.기본을 갖춰나가는 노력을 하다보면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게 된다고 봅니다.” 어렵지만 단기적인 대응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기업과 제품의 내재 가치를 높이는 체력보강에 주력하겠다는 게 배 사장의 생각이다.단기적으로는 이익이 다소 줄더라도 직원 교육과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려는 게 이같은 맥락에서다. ●“사업다각화는 시작이다.” 백세주에 대한 의존을 다소 줄이고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야심작으로 내놓은 게 ‘삼겹살에 메밀한잔’이다.백세주와 ‘…메밀한잔’은 약주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백세주가 안주 불문의 범용형 제품이라면,‘…메밀한잔’은 삼겹살을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다.특정 안주(삼겹살)를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음식궁합을 맞춰 내놓은 술은 처음이다. “‘…메밀한잔’은 시간을 갖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 하고 있습니다.신제품이 나왔으니까 바로 매출이 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일부에서 하지만,백세주만 해도 이른 시일 내에 성공한 것 같지만 10년은 걸린 게 아닙니까.무슨 일이든 1년만에 뚝딱 할 수는 없습니다.이 제품은 삼겹살을 찾는 고객 중 소주에 만족하지 않는 고객들을 겨냥한 것입니다.” ‘백세주 마을’ 프랜차이즈 사업도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시작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주로 백세주를 팔지만,점심 때에는 백세비빔밥 등 일부 메뉴도 내놓아 백세주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게 ‘백세주마을’이다.“‘백세주마을’의 경우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것 같습니다.(본업이 아닌)음식서비스를 같이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세계속의 백세주로… “국내 주류 중 진로소주가 일본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지만 오사카 이남지역은 그렇지않다고 합니다.그만큼 까다로운 게 일본시장입니다.일본에는 3000여가지의 각종 술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매출증대라는 사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백세주를 널리 알리는 차원에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일본은 저도주인 청주가 전체 주류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일본시장은 앞으로 개척할 게 남아있는 불모지입니다.” 국순당은 일본 내 보급을 위해 산토리위스키로 유명한 대표적인 주류업체인 산요물산과 특약점 계약을 체결,백세주 판매에 들어가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지난해에는 일본 내 백세주 팬클럽 역할을 담당할 1만명 규모의 ‘백세주 응원단’을 모집했고 올 2월에는 응원단 중 일부를 초청해 우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줬다. ●골프…바둑…그리고 요리 회사에 결정적인 피해가 될 정보를 제외하고는 경영결과를 직원들이나 고객,주주들에게 솔직하게 전해야 한다는 게 배 사장의 경영철학이다.배 사장이 강조하는 것은 정도경영과 투명경영.“골프를 잘 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것은 골프가 갖고 있는 자기와의 싸움 때문입니다.또 바둑을 잘 두지는 못하지만 가끔 친구들과 한수 한수 즐기면서,다양한 경영전략들을 생각합니다.” 배 사장은 요리예찬론도 펼친다.“요리의 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알맞은 재료를 올바른 조리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재료의 양이나 순서가 틀리면 이미 요리는 맛을 잃어버리게 됩니다.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회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점을 요리를 하면서 많이 느낍니다.” 배 사장의 여동생인 혜정씨는 배혜정누룩도가 사장을,남동생인 영호씨는 배상면주가 사장을 각각 맡고 있다.경영측면에서는 국순당과 특별한 관계는 없다. 곽태헌기자 tiger@seoul.co.kr ■ 배중호 사장은 배중호 사장은 2세 경영인이다.성격이 강한 편이라 부친(배상면 회장)에게 직언도 하는 스타일이다.용산고와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술은 사양하지 않는 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는 부친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뜻에서 롯데상사에 들어갔다.하지만 2년 뒤인 80년 가업계승을 바라는 부친의 뜻을 받아들여 국순당의 전신인 배한산업에 입사했다.처음에는 누룩을 연구하는 연구소장을 맡았다.백세주가 세상에 나온 다음해인 93년 국순당 사장이 됐다.그때의 나이는 만 40세. 그가 전통주를 고집하며 외길을 걷는 것은 사라질 뻔했던 전통주를 부흥시킨 배 회장의 술에 대한 남다는 고집 때문이다.“술을 빚기 전에 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거짓없이 술을 빚고 올바르게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전통주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
  • 기자·정치인 거쳐 의류업체 사장 변신 김행씨

    “평생 월급쟁이로 일하지 사업을 하리란 생각은 안했습니다.” 국민통합21의 전 대변인이었던 김행씨가 기자에서 정치인을 거쳐 의류회사 사장으로 변신했다. 김씨는 현재 화려한 색깔이 돋보이는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브랜드 ‘포이포이아나’ 매장을 현대백화점 압구정·무역센터점과 천안 야우리백화점에서 3곳이나 운영 중이다.그가 옷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순전히 우연이었다.후배가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회사에 퇴직금을 투자했다가 그 캐릭터로 티셔츠를 만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몽준 의원간의 후보단일화 철회 선언을 직접 낭독한 뒤부터가 김씨에게는 암흑과 같은 시간이었다.아무 희망도 없는 새해를 맞은 그는 무작정 만든 티셔츠 750장을 팔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고생 끝에 얻은 백화점 가판에서 하루 만에 티셔츠가 다 팔렸다.공장에서 옷을 만들기 무섭게 가져다 파는 행운이 이어졌다.김씨가 고른 화려한 색깔이 소비자의 안목을 사로잡은 것이다. 백화점 가판에서 성공을 거두자 현대백화점에서 신규브랜드 입점 품평회에 참여하라는 제의가 들어왔고 패션쇼 성적 1등으로 지난 2월 정식 매장을 열었다.발이 퉁퉁 부어가며 직접 옷을 팔다 이제 어엿한 매장과 공장까지 보유하게 됐지만 고민은 이제부터다.“직접 제조업에 뛰어들어 보니 우리나라의 생산기반이 대부분 중국으로 옮겨가고 무너져 버렸더군요.생산인력은 아예 없거나 인건비가 비싸 한국에서 제조업을 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그는 대안으로 인도에서 최고 품질의 천을 사서 스페인에서 옷을 만들고 프랑스에서 판매한다는 ‘세계화 전략’을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시출신 마석우경정의 현장수습기

    “도둑맞은 물건이 뭔가요.” “과장님, 사건현장에서는 범인의 입장으로 행적을 밟아나가는 것이 해결의 첫걸음입니다.침입경로부터 파악하시죠.” 지난 21일 오후 5시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아파트.도난신고를 받고 강남경찰서 강력4반 직원들과 현장에 출동한 ‘과장님 학생’ 마석우(34)경정은 현장을 지휘하는 유영돈(47)반장이 설명할 때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꼼꼼히 적었다.사법고시 43회에 합격한 그는 지난해 12월 경정으로 특채됐다.지난 1월 경찰종합학교에 들어간 마 경정은 지난 3일부터 강남서에서 ‘실무수습’을 받고 있다.이날 형사기동대 근무를 맛본 그는 “형사법을 전공했는데도 막상 현장에 와보니 뭘 확인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멋적게 웃었다. ●연수원서 형사법 전공했어도 일선에서는 ‘생초짜’ 강남서 실습 3주째,마 경정은 처음엔 실정을 잘 몰라 어설프게 헤매기만 했다고 털어놨다.그는 “참모회의에서 ‘송장친다(완전히 술에 취해 누워있는 취객의 지갑을 터는 것)’,‘곰(소매치기가 경찰을 부르는 말)’,‘회사원(소매치기 조직원을 부르는 말)’ 등의 은어가 마구 나오는데 무슨 소린지 몰라 그냥 웃기만 했다.”면서 “집에 돌아가서 집사람에게 오늘도 ‘아,예‘만 하다 왔다고 푸념한 것도 여러 날”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여성의 부검을 참관했을 때는 교훈을 얻기도 했다.무심코 팔짱을 꼈다가 함께 간 직원으로부터 “죽은 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손을 앞으로 모으라.”는 충고를 들었다.부검은 죽은 사연을 밝히고자 산 자가 마지막으로 말을 거는 과정인데 자신이 너무 경솔했다는 것이다. ●“수사는 마음가짐,내 가족 일처럼 생각해야” 마 경정은 강남서에 온 뒤 동료들의 수사의지에 ‘전염’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그는 “미궁에 빠진 삼성동 60대 할머니·신사동 노교수부부 살인사건의 수사자료를 보고 언론보도 보다 현장이 훨씬 끔찍해 분노가 치밀었다.”면서 “이제는 나도 밤마다 범인이 도대체 왜 그랬는지를 생각하며 잠이 든다.”고 귀띔했다. 지난 20일 비닐봉투에 넣어진 채 쓰레기통에 버려진 일곱달 남짓한 영아의 시신을 봤을 때는 이제 갓 돌을 넘긴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아이 엄마에게 어떤 딱한 사연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다. ●“안목 넓혀 현장에 법 적용하기 위해 노력할 것” 강남서는 초보 경찰이 실무수습을 하기에는 힘겨운 곳이다.그러나 마 경정은 주변의 걱정과는 달리 강남서에 배치된 것을 행운이라고 했다.굵직굵직한 사건들은 짧은 시간에 경험할 기회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그는 “과장들이 세줄짜리 보고서만 보고도 동기나 수법 등을 읽어내는 것을 보고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 경정을 비롯한 경정특채자 10명이 새달 12일 실무수습을 마치면 서울을 뺀 7개 광역시의 일선 경찰서에 과장으로 발령을 받는다.마 경정은 “법지식을 책상머리에서만 맴돌게 하고 싶지 않아 경찰이 됐다.”면서 “치안 최일선에서 법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⑨초저가 ‘미샤’ 돌풍 (주)에이블 C&C 서영필 사장

    ㈜에이블C&C의 본사는 회사가 파는 화장품의 가격만큼이나 소박했다.서울 구로구 독산동의 3층짜리 낡은 건물.원래는 교회로 쓰였다고 한다.화장품 회사라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PC 유통혁명의 대명사인 미국 델(Dell)컴퓨터가 창고에서 출발했다는 기억이 머리를 스치는 순간,서영필 사장이 자동판매기에서 캔커피 두개를 꺼내와 자리에 마주앉았다. ●내 안의 나를 발견하다 -1989년 대학(성균관대 화학공학과)을 졸업한 뒤 한 생활용품 회사에 연구원으로 들어갔다.하지만 ‘월급쟁이’ 생활이 내 적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내 전공을 살린 나만의 회사를 갖고 싶다.” -94년 회사를 나와 방향제 만드는 회사를 차렸다.하지만 경험은 없이 의욕만 앞섰다.시장성도 생각하지 않고 무려 40만개를 한꺼번에 만들었다.결과는 비참했다.돈은 돈대로 날리고 마음의 상처도 컸다. -95년에는 ‘엘트리’라는 회사를 세우고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화장품 유통단계에 워낙 거품이 많이 끼어있던 시절,이것 때문에 초기에 꽤 재미를 봤다.원가 1000원짜리 화장품에 1만원짜리 가격표를 붙였다.화장품 매장에서는 80% 할인을 한다며 소비자에게 2000원에 팔았지만 그래도 원가보다는 1000원이 남았다. -하지만 이듬해 도입된 ‘오픈 프라이스 제도’(제품에 정가를 표시하지 않는 것)는 탄탄대로를 달리던 회사를 다시 어렵게 만들었다.화장품 전문점들은 우리가 정해준 가격보다 싸게 팔면서 출혈경쟁에 나섰다.“똑같은 제품의 가격이 가게마다 다르다면 소비자는 우리 회사 제품을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화장품 매장들을 다니며 “제발 싸우지 말고 똑같은 가격을 받으라.”고 통사정을 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우리 회사처럼 인지도 낮은 업체의 서러움이었다.“브랜드 가치를 지키려면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우리만의 매장이 필요하다.” ●인터넷과 역발상이 만들어낸 가격혁명 -98년쯤부터 확산된 인터넷은 나의 바람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됐다.재빨리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다.우리 제품 사용자들의 반응을 알아볼 요량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많이 올리는 사람들에게 1만 7000원짜리 화장품을 공짜로 보내줬다.예상 외의 성공이었다.인터넷의 힘을 그렇게 일찌감치 피부로 경험한 것은 행운이었다.공짜 화장품을 얻어가려는 회원들이 하룻밤새 수천명씩 늘어났다.특히 여성 회원들이 많아 화장품 외에 영화,드라마,여행 등으로 커뮤니티가 확산돼 사실상의 ‘여성 포털사이트’가 됐다. -하지만 이 ‘행복한 비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심각한 경영위기의 원인으로 돌변했다.회원이 급격히 늘면서 배송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됐다.배(화장품)보다 배꼽(배송비)이 더 커져버린 것이었다.글 올리는 사람이 늘면서 이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또 우리 화장품을 공짜로 받아쓰면서도 정작 홈페이지에서는 “역시 공짜화장품보다는 샤넬같은 명품이 좋더라.” 식의 CEO(최고경영자)로서 참기 힘든 글들을 올려댔다.고심 끝에 회원들에게 화장품 공짜배송의 중단을 선언했다. -배송을 중단하자 회원들은 “배송료는 우리가 부담할테니 화장품은 공짜로 계속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곰곰이 따져보니 ‘회원들은 배송료 3000원 정도는 화장품 가격으로 낼 용의는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제품의 내용물은 값싼 플라스틱 용기에 그대로 담되 가격은 3000원으로 하면 화장품 원가가 싸기 때문에 밑지는 장사는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게시판을 읽고 포인트 점수로 화장품을 사고 배송료는 회원들이 내는 것,마케팅만 따라준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혁명적인’ 수익모델이었다.일본의 저가 의류브랜드인 ‘유니클로’(Uniqlo)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이 제품은 생산업체인 ‘패스트 리테일 컴퍼니’라는 이름처럼 양질의 제품을 다량 생산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빨리 파는 게 특징이다.일본에서는 ‘유니클로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더군다나 화장품은 옷처럼 브랜드가 바깥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만 기존의 화장품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브랜드로 다른 가격에 팔면 안되기 때문에 2000년 ‘에이블 C&C’라는 회사를 만들어 엘트리와 합병시키고 ‘미샤’라는 브랜드를 따로 만들었다.가격도 더욱 구체화됐다.우체국과 배송 계약을 맺을 때 10%의 부가가치세 300원이 붙어 지금의 미샤 판매가격인 3300원이 나오게 됐다.‘3300원=화장품가격=배송료’였다.중간 유통 단계 없이 제조자인 미샤와 소비자인 뷰티넷 회원들이 온라인 시장에서 직접 만나게 됐다.회원들의 입소문이 번지면서 월 매출이 5억원에 이르렀다. ●회사가 고객에게 설득당한다 -하지만 미샤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3300원이라는 화장품 가격을 논리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여전히 힘들었다.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창업투자사들을 대상으로 펀딩(자금모집)을 하려 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사업구상을 설명하면 대개 유학파였던 이들이 하는 말은 똑같았다.“샤넬이 있는데 왜 이런걸 씁니까.” 3300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가격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미샤를 사지 않는 고객들도 있었다.“화장품은 비싼게 좋은거야….”라고 말하는 고객들,또 제품의 품질에는 만족해도 미샤라는 이름이 어색해서 수입화장품 케이스에 미샤의 내용물만 옮겨담는 고객들을 보면 가슴이 찢어졌다. -이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제품의 질이라는 생각뿐이었다.제품 품평회를 열어 회원들이 평가를 하고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회원들이 다시 평가를 하고….끊임없이 회원들과 대화했다.회원들이 홈페이지에 상품 개발을 제안하면 연구소에서는 죽을 힘을 다해 신상품을 개발했다.매달 4품목 이상의 신제품이 나왔다.신제품이 나온 뒤 ‘제품에 향이 강하다.’,‘너무 끈적인다.’는 등의 반응이 올라올 때마다 제품을 리뉴얼(수정)했다.시제품이 완제품으로 될 때까지 꼬박 1년 이상 걸렸다.반응이 신통치 않은 제품들은 주저하지 않고 생산을 중단했다. -다행히 지난해 7월 벤처캐피탈 업체인 동원창업투자에서 사업확장이 필요했던 시기에 투자 의사를 밝혀와서 가맹점을 본격적으로 늘려나갈 수 있었다.오프라인 매장 역시 온라인 매장처럼 유통단계를 줄이는 것이 중요했다.대리점과 소매점을 거치던 기존의 복잡한 화장품 유통구조를 탈피,직영점이나 가맹점 형식을 취하고 ‘선불결제’를 했다.기존의 유통구조는 화장품 제조업체에서 제품이 판매된 뒤에야 돈을 수금하러 다니는 영업사원 수십명을 고용해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또 16개 공장에 제품의 80%의 생산을 맡기는 ‘아웃소싱’을 통해 원가를 절감했다.자체 공장에서도 제품을 만들면서 원가·제조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아웃소싱 업체에 적정 납품가를 요구할 수 있었다.미샤에 대한 입소문이 다시 번지면서 입점하기 어렵다는 현대백화점에서도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지금 2곳에 입점했는데 잘될 때는 하루 매출이 1000만원에 이른다. ●화장품에 대한 나의 철학 -에이블C&C를 설립하기까지 나 자신도 성공 가능성에 대해 자문해봤다.이 때 60년대 말의 미국의 그룹사운드인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를 생각했다.이들은 자신들의 지적 소유권을 포기했다.기찻길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면 팬들이 뒤따라오면서 음악을 녹음해서 팔았다.이것이야말로 인터넷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브랜드가치 역시 마찬가지다.브랜드 가치는 브랜드가 시장에 얼마나 인지되어서 얼마나 점유하는 지에 대한 척도다.제품 인지도가 올라가서 더 많이 팔리면 원가가 낮아질텐데 이는 가격에 반영 안 된다.영양크림 하나에 40만원을 호가하는 화장품 가격에 불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장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제조 능력은 세계 10위권에 들 정도로 우수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수입 브랜드가 30%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 반성을 해야 한다.지난해 말 회원들이 미샤를 키워준만큼 미샤도 ‘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걸고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에 매장을 내겠다고 약속했다.현재 미샤와 유사한 브랜드가 거리에 생겨나고 있지만 이런 것들이 우리의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정직한 가격’의 화장품 시장이 더 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미샤는 제품의 질에 대해 끊임없이 피드백을 해주는 170만명의 인터넷회원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다는 점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서영필 사장은 누구 ‘미샤(MISSHA)’로 초저가 화장품 돌풍을 몰고 온 ㈜에이블C&C 서영필(42) 사장은 업계에서 이단아로 통한다.가격 거품을 확 걷어내 비싸야 잘 팔린다는 업계의 통념을 깼다.전국 115개 매장에서 팔리는 700여종 제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3300원짜리다.2000년 회사 설립때 연간 2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지난해 150억원으로 뛰었고 올해에는 10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서 사장은 연말까지 판매가맹점을 200개로 늘릴 계획이다.또 올 여름 오스트레일리아와 싱가포르에도 진출한다.화장품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매장을 내겠다는 서 사장의 ‘꿈★’이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 ˝
  • 개량해금 들고 돌아온 ‘망부석’

    ‘망부석’의 가수 김태곤이 전통 국악기인 해금을 현대식으로 개량해 선보이고,데뷔 26주년을 기념해 가수로 컴백한다. 김씨가 고안한 해금은 지판(指板)을 45도 각도로 만들어 새로운 음색을 낼 수 있도록 했고,서서 연주할 수도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또 전기증폭장치를 이용,해금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01년에 ‘김태곤 해금’으로 특허를 냈지만,그동안 여러 실험을 거쳐 올 가을쯤 시판에 나설 예정.지난 3일 교통방송 ‘김현주의 Live FM’에서 직접 고안한 해금으로 ‘가시리’ ‘안개’ 등의 국악곡을 들려주기도 했다.그는 “국악이 세계적인 음악이지만 외국음악과 만나려면 개량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개량 이유를 밝혔다.아울러 김씨는 국악과 서양음악의 접목을 시도한 ‘김태곤 가요 26주년 스페셜’ 음반을 곧 발표한다.가야금을 기타 피크로 연주하고 꽹과리,대금 등이 재즈와 어우러지는 등 국악과 가요를 ‘신명나게’ 섞었다.가수 설운도가 작사·작곡한 타이틀 곡 ‘대박났네’를 비롯,12곡이 담길 예정이다.돈벼락을 맞은 행운이 터지는 흥보가에서 주제를 잡은 ‘대박났네’는 김씨와 판소리꾼 이화가 함께 불렀다. 1978년 데뷔한 그는 그동안 ‘망부석’ ‘송학사’ 등 구수하면서도 운치 있는 곡들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지난해 대구 한의대에서 ‘음악이 인체의 건강상태와 스트레스 정도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아 ‘박사가수’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현재는 각종 기업체와 대학의 교양강좌에서 건강과 음악의 연관성을 주제로 활발한 강의를 펼치고 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우리금융그룹배] MVP 김지윤 인터뷰

    플레이오프 MVP 김지윤은 특급 포인트가드라는 호칭에 걸맞게 시즌 내내 코트를 지배했다.경기를 읽는 눈과 빠른 발,송곳 패스 등 가드에게 필요한 세박자를 고루 갖춘 그는 ‘외인부대’로 불리는 팀의 아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소감은. -창단 이후 첫 우승이라는 역사를 만드는 데 기여한 게 자랑스럽다.도와준 동료들과 주위 분들께 감사한다. 이적 뒤 첫 우승인데. -프로무대에 들어와서도 우승은 처음했다.팀을 옮기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뒤의 결실이라 더욱 감격스럽다. 우승의 원동력은. -감독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선수들도 제 몫을 다 했다.특히 (이)언주가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뛰어줬다.또 내가 큰 상을 받은 것 같아 잭슨에게 제일 미안하다.잭슨이 없었으면 우승까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팀 우승과 MVP보다 더 좋은 결혼 선물은 없을 것 같다.큰 행운이다.결혼식에 꼭 와달라.(웃음) 이두걸기자 douzirl@˝
  • 보고싶은 그대-박솔미

    좀 늦긴 했다.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때가 언제나 가장 빠른 법이다. 박솔미(26)는 9일 개봉하는 춤영화 ‘바람의 전설’(제작 필름매니아,감독 박정우)로 스크린에 데뷔한다.영화에서의 역할은,춤에 빠진 한 남자를 수사하다 자신도 모르게 그 세계에 빠져들고마는 여형사.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문 독특한 여주인공 캐릭터다. 연예계 진출 6년만에 비로소 빛다운 빛을 쐬고 있는 그녀는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는다.”며 짐짓 덤덤한 척한다.새빨간 거짓말이다.그녀의 미소가,입고 있는 잠자리 날개같은 드레스보다 더 화사하게 반짝인다. ●늦깎이 여배우가 됐다.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 같다. -사실 TV드라마 몇편 더하고 스크린을 노크하고 싶었다.영화연기가 두려웠다.우연히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필’(feel)이 팍 꽂혔다.처음에 내겐 시나리오도 들어오지 않았었다.(당황스러울 만큼 솔직한 성격이다.) 무작정 제작사를 찾아가서 먼저 졸랐던 거다.” ●세상에 못해낼 일이 없는 배짱이다.제작사쪽에서도 결과적으로 대만족인 듯하더라. -그렇다면 다행인데….춤영화여서 부담을 많이 안고 출발했다.학교때 고전무용,발레,재즈 뭐 이런 것들을 조금씩 맛보긴 했지만. ●데뷔영화여서 이래저래 연기에 어려움이 많았겠다. -사실 내가 춤추는 장면은 그리 많진 않다.마지막 부분에 약 8분쯤 될까? 그래도 왈츠,자이브는 수준급으로 출 수 있어야 했다.꼬박 5개월동안 달력에 빨간 날만 쉬고 피나게 연습했다.늦깎이로 스크린 데뷔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는 중이다.오른쪽 발목의 인대가 늘어나 한밤중에 떼굴떼굴 구르기도 하니까. ●대학(상명대 연극영화과) 3학년때 연예계 데뷔했다.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꽤 오래 걸린 편이다. -1998년 MBC 27기 공채탤런트 출신이니 데뷔한 지 벌써 6년이다.당시 남자친구가 (탤런트 지원을)극구 반대하기에 오기가 생겨 마감 2시간 전에 원서를 넣었다가 얼떨결에 대상을 받았다.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이었는지 모르겠다.원서에 붙인 사진은 길을 가다가 별 생각없이 찍은 스냅사진이었다. ●대학때 전공을 보니 어려서부터 연기자가 되겠다고 별렀던 모양이다. -아니다.고등학교때 작곡과 피아노를 공부했는데,어떻게든 피아노를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사람들 앞에서 떠는 체질은 아니니까 무작정 저질러본 거다. ●운(運)을 믿는 편인가.여배우들은 점집도 곧잘 찾는데. -정말 일이 안 풀린다 싶던 언젠가 길거리에서 만난 점쟁이가 그랬다.그냥 내 느낌을 믿으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맞아들어가는 것도 같다. ●행운을 만난 적이 많은가 보다. -공채탤런트가 됐지만 주목을 못받고 근 2년을 내리 쉬었다.어느날 갑자기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 A4용지에 프로필을 만들어 무조건 방송국 책임자들에게 돌렸다.그때 SBS 단막극에 출연한 게 행운이었다.KBS의 윤석호PD가 날 유심히 보고 ‘겨울연가’ 출연을 권유했다. ●점을 꽤 자주 보는 모양이다.이번 작품이 대박날 거란 점괘도 나오던가. -큰일 날 소리.박정우 감독은 끔찍하게 독실한 크리스천이다.(감독의 신앙심은 사실 대단하다.흥행을 기원하는 고사를 예배로 대체했을 정도) ●다작(多作)하는 스타일은 못되나 보다. -사실 작품수를 놓고 이런저런 말을 할 형편이 아니다.따져보면 TV드라마 출연작은 몇편 안된다.‘겨울연가’‘올인’ 등 조연한 작품들이 하나같이 떴을 뿐이다.그 바람에 이름이 알려져 만년조연의 이미지로 굳은 듯해 늘 억울했다. ●함께 호흡맞춘 남자주인공 이성재에 대한 솔직한 느낌은? -너무 재미없고 너무 웃기는 사람.말되나? 대사연습을 하는지,촬영장 한쪽에서 심각하게 혼자 궁시렁거리는 모습은 유머 그 자체였다. ●다음 작품은 정해졌나? -솔직히 TV드라마로 복귀하고 싶다.워낙 급한 성격이라 서너달을 매달려야 물건이 완성되는 영화보다는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진행되는 TV제작 시스템이 체질에 더 맞는 것도 같고.근데 약간 고민이다.주변에서 TV보다 영화쪽 화면발이 훨씬 더 잘 받는다고들 하니 말이다. ●원없이 춤을 춰봤을 텐데,팬들에게 귀띔해보라.춤이 뭐였는지. -춤은……,미소다! 일상에서 탈출하게 만드는,그래서 행복하게 해주는. 황수정기자 sjh@ ■내가 궁금하니? Q.특이한 이름은 본명? A “예명이다.데뷔 이후 2년여 내리 쉬다가 2001년 TV드라마로 복귀하면서 이름을 바꿨다.아무래도 잘한 것같다.” Q.화면에서보다 실물이 더 예쁜 것같다.혹시 얼굴에 칼(?)을 댄 적은? A “이 ‘나이키 턱’ 좀 보시라.꼬마적에 식탐이 많았는데,(적나라한 제스처로)떡 먹다 심하게 토해 턱이 빠졌었다.그때 잘못된 그대로다.글쎄,또 모르지.돈 많이 벌면 손댈라나?” Q.가족관계는? A “엄마,아빠,오빠 하나.” Q.좌우명은? A “맨날맨날 행복하게 살자.” Q.성격이 그렇게 급하다고? A “말도 못하게 급하다.이런 식이다.내 신발 사이즈는 250㎜,‘대발이’다.가게에서 아무리 맘에 드는 구두를 발견해도 맞춤주문해야 한다면 안 사고 만다.” Q.키는 얼마? A “170㎝.기사에는 168㎝로 써주면 안되나? 큰 키가 싫다.” Q.남자친구(인기탤런트 지성)랑은 잘 지내고? A “그것만큼은 ‘노 코멘트’다.”˝
  • [우리 결혼해요] 송기택(26)·송은정(26)씨

    “어,저기,여자친구 있니?” 제가 처음으로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처음 보는 남자에게 말을 건넨 순간입니다.기택이와 제가 처음 만난 것은 1998년 대학 2학년 때였어요.친구와 미팅을 나갔는데,‘펑크’낸 남자파트너의 대타로 나온 기택이에게 첫눈에 반한 거지요.떨리는 마음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저에게 그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조용히 커플링이 끼워진 손을 보여주더군요.중·고교 시절을 여자학교에서 보내고 또다시 여자대학에서 2년을 지내면서 처음으로 두 눈을 멀게 한 사람을 만났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그런데 늦은 시간이라 저를 집에 바래다주던 기택이가 이틀 후 영화를 함께 보자고 제안하더군요.그래서 다시 만났고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주로 기택이가 만나는 여자친구 얘기였지만.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마음 맞는 부분이 많았고 설렘보다는 편안함이 더 많아지는 걸 느꼈어요. 한달 뒤 기택이는 군대에 갔고 우린 편지를 나누며 그야말로 정말 편한 ‘친구’가 됐죠.그사이 제겐 남자친구가 생겼고,기택이는 여자친구와 헤어졌어요.제대하자마자 미국으로 연수를 간 기택이는 그 먼 땅에서 아침마다 제게 모닝콜을 해줬어요.미국에서 돌아와서는 제 연주회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와 주었죠.그러는 동안 저도 실연이라는 걸 했고,제가 오래전 기택이의 실연을 위로하며 힘이 된 것처럼 기택이 역시 제게 많은 위로와 힘이 되었어요.그러던 중 기택이가 고백했죠.“이제 네가 다른 사람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거 그만 보고 싶다.네 옆에 내가 있고 싶어.” 제가 망설일 때 기택이는 제가 활동하는 합창단의 연습 장소에 찾아왔어요.무지막지한 양의 음식 재료를 들고요.그는 저와 함께 연습하는 친구들의 몫까지 30인분의 식사를 직접 만들어 주었어요.오랜 자취생활로 기택이의 음식솜씨는 꽤 뛰어났거든요.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가자는 그의 지나치게 건조한 프러포즈를 받아들인 건 제게도 행운이었어요.한달 후인 5월15일,기택이의 진짜 아내가 되는 순간부터 그가 제게 준 배려와 사랑과 믿음을 그가 받고도 남을 만큼 돌려주려고 해요.저를 이렇게 행복하게 지켜주는 기택이잖아요.˝
  • 토머스 킨 조사위원장 주장 “9·11테러 막을수 있었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이 알카에다나 다른 테러세력의 위협에 재빠르고 일찍이 대응했다면 9·11테러 공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9·11 조사위원회’의 토머스 킨 위원장이 4일 밝혔다. 뉴저지 주지사를 지낸 공화당 출신의 킨 위원장은 이날 NBC의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예컨대 미국이 수년전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할 기회를 살렸다면 전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8일 증언에 나흘 앞선 것으로 조사위원회의 관심과 질문이 9·11테러 위협의 묵살이나 미 안보체제의 허점에 집중되고 있음을 예고한다.그러나 백악관은 9·11테러는 피할 수 없었다고 줄곧 반박했다. 킨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9·11 공격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신념을 뒷받침할 많은 실마리들이 발견됐으며 그중 일부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테러공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사 내용 중 일부가 자신을 놀라게 했으며 보고서를 보면 국민도 놀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7월 말까지 백악관에 제출될 것이며 백악관이 자체 검토를 거쳐 11월 대통령 선거 이전에 일반에 공개될 것을 자신한다고 말했다.킨 위원장과 함께 출연한 조사위의 리 해밀턴 부위원장은 다소 신중했다.민주당 하원의원 출신인 그는 “만약 모든 상황들이 다르게 진행됐고 그리고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면 공격은 예방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카렌 휴즈 전 백악관 정치고문은 부시 행정부나 클린턴 행정부의 누구라도 9·11 공격을 예상하고 대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ABC의 ‘이번주’에 출연,현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가 테러리즘과 맞서기 위해 했던 모든 것들을 무시했다고 강조,부시 행정부에 책임을 넘겼다. mip@˝
  • [조영증의 킥오프] 안개속 K­리그 판도

    그 어느 때보다도 흥미진진한 흥행 요소를 갖춘 프로축구 K-리그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겨우내 국내·외를 오가며 준비해온 13개 팀들은 우승을 향해 한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레이스를 시작한다.과연 올 시즌에는 어느 팀이 정상을 차지할지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4개 구단(신생팀 인천 포함) 사령탑이 교체돼 우승 판도의 변수로 떠오를 수도 있다.4년 연속 정상에 도전하는 성남은 많은 자유계약(FA)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해 공백이 상대적으로 크다. 그러나 리더인 신태용과 최고 골잡이 김도훈이 건재하고,특급용병 샤샤의 공백을 이성남이 메워줄 것으로 여겨진다.여기에다 차경복 감독의 풍부한 경험이 수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 준우승에 머문 울산은 포메이션을 4-4-2로 바꾸고 외국인 선수 도도를 제외한 전원을 교체했다.누구보다 화려한 선수생활을 한 차범근 감독을 영입한 수원은 위붕(독일식 체력훈련)으로 단련된 체력을 바탕으로 정상에 도전한다.젊고 유능한 조재진 김두현 조병국 등이 얼마나 제 실력을 발휘할지,그리고 차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축구를 선수들이 얼마만큼 숙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중국에서 한국의 혼을 심은 이장수 감독을 영입한 전남은 지난달 통영컵 우승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했다.지난 시즌 20회의 무승부를 기록한 전남의 팀 컬러를 공격적으로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더구나 지난 시즌에 견줘 선수들의 이동이 별로 없다는 것 또한 우승권에 근접할 수 있는 팀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FC서울은 지난 시즌 어느 팀보다도 우승을 예상한 전문가들이 많았다.우수한 선수 확보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그러나 조광래 감독은 선수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하위권에 그쳤다.정조국 김치곤 김은중 김동진 최원권 등 젊고 유능한 선수들이 버티고 있고,서울 입성이라는 동기 유발이 FC서울을 우승 후보에 올려놓았다. 신생 팀 인천은 만만치 않은 전력과 시의 전폭적인 지지 덕에 복병으로 지목되고 전북과 포항,대전도 행운이 따라준다면 언제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고 있다.나머지 부산 광주 대구 부천은 선수 구성에서 다소 떨어져 우승권 도전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여겨진다.아무튼 올시즌 정상을 향한 싸움은 어느 해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위원 youngj-cho@hanmail.net˝
  • 무대 복귀하는 ‘원조 국민가수’ 최희준 씨

    가수 최희준(68)씨가 26·27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최희준의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를 연다는 얘기를 듣고 문득 ‘인간 최희준’의 모습이 궁금해졌다.반세기에 가깝게 팬들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것은 그가 노래로 그때 그 시절에 우리의 정서를 어루만지고 보듬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사무실에서 최희준을 만났다.그는 3월말 문예진흥원 상임감사직 임기를 마친다.대뜸 이제는 원로 가수라고 불러 드려야 할 것 같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에이,원로는 무슨 원로예요.그냥 가수 최희준이지요.” 국회의원도 지냈고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TV에서 본 대로 권위 의식이 없다.서민적 외모에 성격도 소탈하다.하지만 원로라는 말에는 아직 거부감이 있는 듯하다. 가요계에 복귀하는 심정을 묻자 “노래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니까요.앞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노래를 할 생각입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서울 경복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1959년 미8군에서 냇킹콜 등의 팝송을 부르기 시작해 1960년 ‘우리 애인은 올드미스’로 가요계에 데뷔했다.진고개 신사,맨발의 청춘,길잃은 철새,빛과 그림자,하숙생,팔도강산….대표적인 히트곡들이다.하지만 가수로서 회한이나 후회 같은 것은 없었을까.민주당 조순형 대표,이한동 전 국무총리가 서울대 법대 동기생들이다. ●노래에 진정성 불어넣을 때 희열 느껴 “가수라는 직업은 참으로 근사하다고 생각합니다.노래하는 순간 특히 노래가 잘 됐다고 느꼈을 때 가슴에 희열이 입니다.정성을 다해 노래를 불러 제 마음 속에 있는 것이 듣는 사람에게 전달되었다고 생각이 들 때는 정말 행복합니다.순간순간 내 자신이 놓여있는 자리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노래를 부르며 한평생 산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가장 잊지 못할 공연을 얘기해 달라고 하자 95년 1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데뷔 35주년 기념 공연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덧붙였다.“공연이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는데,마치 산 정상을 정복한 느낌이었습니다.” 미8군 무대 시절 미군들은 ‘벨벳 보이스’라고 얘기했고,요즘도 부드럽고 감미롭다는 평을 듣지만 목소리에 의존하기보다는 가슴으로 노래하는 가수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아마 그런 진정성과 가슴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전달돼 ‘한국 스탠더드 팝의 대부’,‘원조 국민가수’라는 평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을 세심하게 배려한다.자신의 말이 남의 사생활이나 인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학사가수’들의 근황을 들려 달라고 하자,위키리(이한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박형준은 시애틀에 산다고 전한다.그러나 무엇을 하며 사는지에 대해선 “자주 만나지 못해서…”라고 말끝을 흐린다. 가족에 대해선 더 말을 아꼈다.89년 7월, 10년 가까이 유방암과 싸우던 부인과 사별하고 91년 2월 현재의 부인(52)과 재혼했다.사별한 전 부인과는 2남1녀를 두었다.자녀의 근황이나 현재의 부인 이야기는 아픈 상처를 들춰내는 것이라며 쓰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숙생’은 해방 이후 가장 사랑받은 노래 중 하나다.그래서 본인도 ‘하숙생’을 제일 좋아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다른 노래들도 다 좋아하는데,‘하숙생’은 정말 고마운 노래지요.”하고 답했다.언뜻 자신에게 곡을 준 작곡가들에게 예의를 다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변함없는 인기의 또 다른 열쇠는 성실함인 듯했다.“저는 우등상보다는 개근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그동안 제가 재주 있다는 생각은 한번도 안해 봤습니다.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데다 손석우 이봉조 길옥윤 김호길 최창권 선생 등 한국 가요사의 내로라하는 작곡가들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지요.” ●15대 국회의원 4년간 단 한 번 결석 1996년 경기도 안양시 동안 갑(甲)에서 국민회의 공천으로 출마해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유명 연예인이었던 만큼 그 전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알고 있었지만 정치에 입문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의지였다고 한다. “제 스스로 새정치국민회의의 발기인으로 참여했어요.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히 국민투표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정치하라고 누가 권하지도 않았습니다.그러다보니 공천을 받았고 선거에도 이겨 국회의원이 됐지요.” 16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받지 못했다.아쉬움이 많았지만 요즘 정치권을 보면 오히려 그것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수나 소설가 등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국정에 참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본다.국회의원들이 보통 논리로 무장돼 있는데 비해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정서적이어서 부딪침도 있지만 보완적이기 때문이다. ‘성실한 인간’ 최희준의 면모는 국회의원 시절에 잘 드러난다.“15대 국회 4년 동안 출석률 1위 의원이 누구인지 아세요.바로 접니다.4년 동안 지역구 행사 때문에 딱 한차례 결석했습니다.”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기 전부터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살고 있다.멀어서 불편하지 않으냐고 물으니 “출마할 때 주민들에게 ‘이곳에서 살다가 죽겠다.’고 약속을 했다.”고 말한다.그래서 다시 “앞으로 공직에 나갈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이사를 해도 되지 않느냐.”고 하니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한다.정치인으로는 ‘천연기념물’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며 요즘의 탄핵 정국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했더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너무 꼬였다.”고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얘기에서 그 답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지금까지 1000번 이상 주례를 섰는데,보통 신랑신부의 얼굴을 보며 4분 안팎 얘기를 한다고 한다.요지는 ‘오래 산 부부의 표정을 보면 편안하고 보기에도 좋다.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참고 배려해야 한다.성장 과정이 다른 만큼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그래야 자식들도 잘 커나간다.’는 것이다. ●“가수로서 받은 박수 국민께 되돌릴 터” 하루에 한 시간씩 집 안의 운동기구에서 걷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하지만 요즘에는 나이 먹은 것을 느낀다.몇년 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이 아름다운 계절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자문해 보기도 한다.90년부터 부인과 함께 인덕원 성당에 나가고 있다.지난해 9월에는 성당 사목회 총회장을 맡았다. “노래하는 인생으로 깨끗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어떤 분야건 자기를 지킨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분명한 것은 자신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또 그럴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또 형편이 되는 한,가수로서 박수를 받으며 잘 살아올 수 있게 해주신 데 대한 고마움을 국민께 되돌리는 일을 하겠습니다.” 이제 자유인이니까 정동극장 공연이 끝나면 해외 및 전국 순회공연에 나설 계획이다.이번 공연에는 임희숙과 최백호가 게스트로 출연한다.02-751-1534. 황진선기자 jshwang@seoul.co.kr˝
  • [우리 결혼해요] 방동옥(30)·박민경(24) 씨

    “토요일,강남역 시티문고 앞 6시.그 때 뵙지요….” 인사치레로라도 “어떤 분인지 궁금합니다.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흔한 얘기조차 없는 조금은 건조한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우리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서로의 베스트 친구가 선후배 사이라 우리를 엮어준 다리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정말 괜찮은 사람이래~한 번만 만나봐.”라는 친구의 말에 내키지 않는 척 하면서도 내심 잔뜩 기대하며 10분 늦는 것은 귀여운 애교에 속한다는 소개팅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5분 전 미리 대기조로 나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저를 처음에 마음에 들어 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이것이더군요.) 서로 얼굴을 모르는 상태이다 보니 그 사람은 저에게 전화를 했고 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받았는데,마침 바로 옆에서 전화를 하고 있던 매~우 체격 좋고 인상 험악한 한 여자 분을 상대자로 잘못 알고는 그 짧은 순간에도 착잡한 마음이 들더랍니다.당시 저는 왜 남자친구 얼굴에 웃음이 생글생글하며 그토록 반가워하는지 몰랐지요. 지금도 그때 얘기를 하면 늘상 듣는 말이 있어요.“너는 그때 비교 우위로 내가 첫눈에 반했던 거야~만약에 처음부터 제대로 만났더라면 그렇게 예뻐보이지 않았을 걸~”하면서 제 속을 긁어놓고 있죠. 그게 2년 전 3월3일.항상 입학식이나 개강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날 우리의 만남도 시작되었고,그로부터 1년이 지난 3월3일은 제가 첫 출근을 하게 된 날이기도 한 묘한 행운이 있는 날입니다. 우리 함께 했던 2년의 시간… 신촌거리를 걷다가 처음으로 손을 잡았던 그 때,봄이 온 걸 축하하자면서 서울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가 반환점에서 초코파이,바나나,음료수를 너무 많이 먹어 결국 걸어서 결승점에 도착하던 그때,등산가서 정상에서 다리를 후들거리며 함께 “야~호!” 를 외치던 그때,가슴 콩닥거리며 남산에서 첫 키스하던 그때,태어나 처음으로 싸 본 김밥을 맛있다~연발하며 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맛있게 먹어 주던 그때… 소중한 추억이 너무 많아서,그 추억을 모두 담아두기 위해 우리 가슴을 좀 더 깊게,좀 더 넓게 만들려 합니다. 더 많이 깊어지고 넓어진 가슴으로 서로를 껴안아주면서 저희 행복하게 살겠습니다.예쁘게 지켜봐 주세요.˝
  • 주말매거진We/그 영화 어때?

    지난주 영화와 음악 시상식이 열린 미국의 베벌리힐스와 프랑스 칸에서는 세계적인 ‘은막의 요정’들과 ‘디바’들이 눈부신 의상과 현란한 몸짓을 선보였다.우승 트로피보다 이들의 관능미가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니콜 키드먼은 ‘몬스터’의 찰리 데론에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빼앗겼지만 금빛 비늘에 싸인 ‘인어공주’로 변신,시상식에 참석한 전 남편 톰 크루즈 등 뭇남성들의 시선을 독차지했다.금발로 염색한 머리와 금구슬이 박힌 헤어밴드,금줄무늬가 들어간 핸드백에 금팔찌,금반지까지 몸 전체를 그야말로 영화제 이름처럼 ‘골드’로 통일시켰다. 유럽 라디오그룹 NRJ의 뮤직어워드에 참석하기 위해 칸에 도착한 팝의 요정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가슴이 절반 넘게 드러난 원피스를 입고 건강한 육체미를 과시했다.최근 고향 친구와의 결혼 소동이후 다소 체중이 늘어 더욱 풍만해진 모습. 역시 NRJ어워드에 나타난 미국 여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는 지중해 분위기에 맞춰 헤어스타일과 눈화장,드레스,목걸이,귀걸이,왼쪽 팔꿈치 안의 문신까지 이집트풍으로 연출했다. 최근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여가수 비욘세는 흑인혼혈 특유의 탄력있고 풍만한 몸을 한껏 과시할 수 있는 짧은 의상을 입고 NRJ 시상식에서 공연했다.사자갈기 머리를 젖히고 뒤를 돌아보며 던지는 눈웃음이 더욱 뇌쇄적이다. 이도운기자·외신 dawn@ ●신설국-사랑은 눈 녹듯이… 새달 말 개봉하는 ‘신설국(新雪國)’은 196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을 모티브로 한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다.영화의 무대는 제목처럼 눈이 지천에 깔린 마을 츠키오카(月岡).절망적 상실감에 자살 여행에 나선 50대 남자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젊은 게이샤가 서로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이야기다.그 분위기는 화면을 가득 메운 눈처럼 따스하다. 온 마을이 눈으로 덮인 마을 츠키오카역에 뭔가 사연을 간직한 듯한 쿠니오(오쿠다 에이지)가 내린다.특별한 대사없이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영화는 그가 당돌한 게이샤 모에코(유민)를 만나면서 속도를 낸다.연인이 교통사고로 죽는 장면을목도한 상처를 지닌 그녀인지라 직감적으로 쿠니오의 황량한 내면세계를 감지한다.상처입은 과거사를 징검다리로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튼다. 고토 감독이 영화 기획단계에서 염두에 뒀다는 일본의 인기배우 에이지의 우수어린 연기가 은은하게 빛나고 풋풋한 이미지의 유민은 적극적이고 발랄한 연기로 화답한다.지난 2001년 한국으로 건너와 왕성하게 활동하는 일본인 탤런트 유민(일본명 후에키 유코)이 주연으로 데뷔한 영화인데 한국에서는 인터넷에서 누드신이라는 ‘비틀어진 논란’으로 화제를 모았다.정작 영화 속 정사 장면은 그녀의 깔끔한 이미지를 더해준다. 그러나 영화의 따스한 메시지는 갈수록 그 밀도가 떨어진다.별다른 반전 없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자연히 산만해지고 식상해진다. 이종수기자 vielee@ ●구루-사랑은 사고처럼… ‘유쾌하고 발랄한 러브스토리.’ 30일 개봉하는 ‘구루(The Guru)’는 존 트래볼타 같은 스타가 돼 부와 명성,인기를 얻겠다고 미국으로 건너온 인도의 댄스 강사 라무 찬드라 굽타(지미 미스트리)의 꿈과 좌절과 사랑 등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재미있고 달콤하게 엮어가는 사랑 이야기,성적 이미지와 유머를 결합시킨 참신한 발상에 젖다 보면 94분의 상영시간이 휙 지나간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날아온 라무를 기다리는 것은 냉혹한 현실뿐.울며 겨자먹기로 친구들과 월세방에서 합숙을 하면서 시작한 인도식당 웨이터 일이 성에 찰리가 없다.그러다가 영화사를 찾아가 배역을 맡았는데 알고 보니 “주연이지만 대사가 너무 적은” 포르노 영화다.실의에 빠진 그에게 행운이 찾아온다.뉴욕 상류층 만찬에서 주방일을 거들다 우연히 인도 영적 지도자의 대역을 맡아 정신적 지도자인 ‘구루’로 떠오른다.비결은 포르노의 파트너 샤로나(헤더 그레이엄)가 들려준 성 관련 표현을 그럴 듯하게 포장한 것. 미스트리의 신선한 연기가 매력을 뿜고 진지한 조연을 주로 맡아온 마리사 토메이의 코믹연기 변신도 인상적이다. 이종수기자 ●곰이 되고 싶어요-사랑은 함께 하는 것… 30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는 한마디로 기존의 질서를벗어나는 ‘대항적’인 영화다.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인 미국과 일본이 아닌 덴마크·프랑스·노르웨이 합작으로 만들어진 점도 그렇지만,형식과 내용면에서도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깨버린다. 얼음이 뒤덮인 그린랜드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엄마 곰과 에스키모 부부의 출산을 나란히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갑작스러운 늑대의 습격으로 새끼를 잃은 엄마 곰은 슬픔에 잠긴다.아빠 곰은 대신 인간 부부의 갓난아이를 훔쳐와 자식처럼 키운다.이번엔 행복했던 인간 부부가 곰이 겪었던 비탄에 똑같이 빠지게 된다.한참 뒤 에스키모는 곰을 죽이고 아이를 되찾아 오지만,아이는 이미 정체성을 잃어 버린 상태.외모만 인간일 뿐 곰으로 자라난 아이는 다시 사람이 되길 거부한다.결국 에스키모 부부는 아이를 곰의 세계로 돌려보내고,아이는 고통의 시간을 거쳐 다시 곰으로 살아간다.‘사랑=함께 있는 것’이라는 평범한 상식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이 영화는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줄 것 같다. 이영표기자 tom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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