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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10)박경리-물질문명 시대, 생명의 가치 회복

    진영은 연기가 바람에 날려 없어지는 것을 언제까지나 쳐다보고 있었다.“내게는 다만 쓰라린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무참히 죽어버린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진영의 깎은 듯 고요한 얼굴 위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겨울 하늘은 매몰스럽게도 맑다.잡나무 가지에 얹힌 눈이 바람을 타고 진영의 외투 깃에 날아내리고 있었다.“그렇지,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다.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진영은 중얼거리며 잡나무를 휘여잡고 눈 쌓인 언덕을 내려오는 것이었다.-소설 ‘불신시대’중에서 혹시라도 선생을 그냥 찾아뵙는 것이 결례가 될 것 같아 근방에서 슈퍼마켓을 찾는데 퍽이나 외진 곳이라 그런지 갖추어 놓은 게 없다.선생은 당뇨가 있다고 했던가.단 것을 드시지 못한다니 무과당 음료수 박스를 사들고 결전의 준비라도 마친 양 용감하게 토지 문화관으로 들어섰다. 선생의 집 문턱이 높은 것은 어제 오늘 소문이 아닌데 미리 약속을 얻은 탓인지 선생은 무척 친절하게 일행을 받아주신다.감읍할 지경이다. ●생태계 문제가 오늘의 중심화두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는데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소설을 쓰시다 무리하신 것은 아닌지요.” “내가 ‘현대문학’ 잡지를 참 곤란하게 하고 있어요.‘나비야,청산 가자’ 연재를 시작해서 석 달,3회까지 연재했거든요.한 회 한 회 원고 분량이 많아서 3회까지 하니까 무척 힘들었어요.재작년에 넘어져서 다친 허리가,연재 시작하면서 더 안 좋았어요.절실하게 써보려 했는데.이걸 쓰면서 혈압이 200까지 올라갔어요.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요.결국 쉬고 있어요.독자들에게 제일 죄송해요.” “…….” 나는 선생의 무릎 위에 앉은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선생의 다음 말씀을 기다린다. “몸이 그러니까 의욕이 없어지고,그러면서 내 존재가 뭔가,굉장히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새삼스럽게 문학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 선생을 만나는 자리에서 우연히 새로운 문학지 ‘숨소리’를 편집하고 계신 연세대학교의 최유찬 교수를 만나뵙게 되었다.두 분에게 번갈아 시선을 옮기는 나로 인해 설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셨는지선생은 ‘숨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문학이라는 것도 인류 전체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생태계 없는 문학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지요.최유찬 선생에게 부탁 드려서 ‘숨소리’라는 책을 내는 까닭도 그런 데 있어요.지금 이 토지 문화관도 다른 분들은 다 문학관으로 오해하고 있어요.내가 문학을 하니까 문학관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나는 처음부터 그건 반대고 문화관으로 하자고 했어요. 생태계,환경이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요.생태계 문제가 오늘의 중심이 되어야 해요.거기에서 문학도 있고 모든 게 있을 수 있는 거죠.작년 초엔가,‘자연과 시인’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했을 때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시인 선생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서 선도가를 불러 달라,그런 의식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고 내가 당부를 드렸어요.예술가들이 그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요? 무슨 정치적인 문제 같은 것은 사람들 임의에 따라서 참여도 하고 안 할 수도 있지만 환경문제라는 건 예외가 있을 수가 없잖아요. 모든 사람들과 관련이 되니까.하다못해벌레 한 마리나 풀 한 포기도 다 관련이 있잖아요.지구의 생명을 받은 것은 다 의무가 있는 거지요.” “예전에 손수 농사를 지으시는 걸 보았습니다.여기로 옮기고 나서도 계속하고 계신지요.” “물론이에요.여기는 농사가 더 많아요.밑에 밭뙈기가 상당히 있고 산 안에도 밭이 있어요.여기로 와서는 농사가 더 절실한 게,작가들 와서 묵는 창작실에 부식을 대야 하니까요.전부 다 댈 수는 없지만 대체로 야채는 내가 농사지어 대고 있어요.금년에는 부토를 했는데 흙이 잘 안 맞아서 농사가 좀 시원찮게 됐어요.여기 와서도 농약과 화학 비료는 절대 안 쓰고 작으면 작은 대로 땅 힘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기왕이면 작가들도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데서 먹거리도 무공해로 먹는 게 좋지 않겠어요. 감자와 옥수수를 많이 하는데 올해는 옥수수와 배추를 실패하고.그래서 토마토,고추,상추 이런 것 좀 더 대고 했어요.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줄 수 있을 것 같아요.또 자연적으로 나는 것들이 있거든요.두릅이라든지.산에 도라지도 많이 심어놨어요.더덕,취나물,이름도 모르는 다른 나물들도 많아요.봄에는 냉이나 두릅 등 계속 농사지은 걸 먹죠.” 선생의 말씀에는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리듬과 흥취가 있었다. 이 글을 쓰려니 며칠 전 멕시코의 칸쿤에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심장에 칼을 꽂고 자결하던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우리들은 모두 땅의 자식들인데 내가 무관심하던 사이에 농민들의 삶은 나날이 수척해지고 있었던 것이다.인터뷰를 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선생의 말씀과 정신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배고플 때 다이아몬드나 화폐를 먹을 순 없어 “선생님께서 농사를 지으시는 것은 자연과 접촉을 유지하기 위한 작가적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한데요.” “그게 우리 삶의 본질 아니겠어요? 땅에서 가꿔서 우리가 존재한다는.농부를 찬양하는 말이 될지도 모르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보면 생산성이 아니고 전부 소비성이거든요.땅을 가꾼다는 것은 규모가 손바닥만 하더라도 거기에는 생산이 있어요.그건 뭐냐면,생산하지 않으면 살수 없는 땅의 본질적인 속성 때문이에요.지난번에 내가 여기 중·고등학교 캠프에 갔었어요.사실은 내가 어디 나가서 얘기를 잘 못해요.어지러워서.그래도 애들이니까 한마디 필요하겠다 싶어서 나가서 이야기를 했어요.첫마디는 예절에 대한 것이었어요.예절이라는 것은 휴머니즘이다,상대방을 배려하는 거다,그것은 오랜 세월동안 정제된 데서 나오는 아름다움이다.그리고 또 하나가 이것이에요.옛날 농부들이 말하기로 내 자식 목에 젖 넘어가는 소리하고 내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그것은 땅도 내 자식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땅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땅을 사랑하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기본이고 본질적인 거예요.지금 지구 온난화 현상도 있고 지구가 사막화되는 현상도 나타나는데,앞으로 곡식이 참 귀하게 되면 배고플 때 다이아몬드나 화폐를 먹고 배를 불리겠어요? 한줌의 쌀이 있어야만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거죠.그런데도 없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옛날 말로 사람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한다고,많은 분들이 그저 설마 설마하면서 남은 죽어도 나는 살아남겠지,내 당대에는 괜찮을 거야,하는 식으로 생각하고 계신데,하지만 우리 자손들이 있잖아요. 프랑스에서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사람들이 죽고 스위스에서는 만년설이 몇년도에 가면 다 녹는다고 그래요.이거 다 녹으면 노아의 홍수 일어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그런 소식을 들으면서 남의 일 같이 생각들 하신단 말이에요.들으면 그때뿐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단 말이에요.일반 대중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도자들부터 인식을 해야 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끌고 나가야 할 지도자들이 일반 대중들보다 더 못해요.대중들은 절실히 인식하는데 지도자들은 표밭만 생각하니까.사람이 먹고 사는,곡식 나는 밭 생각은 안 하고 표밭만 생각하거든요.그렇게 생존하고 관계 없는 일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존해야 할 일은 뒷전에 밀리고 어떤 때는 그런 일이 아무 것도 아닌 무관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거든요.” 나는 연방 머리를 끄덕일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가 시장을 가봅시다.둘러보면 직접 생존하는 데 필요한 물건보다도 없어도 되는 게 더 많아요.없어도 되는 게 더 많다는 것은 말도 못할 낭비예요.낭비하면 쓰레기가 나와요.낭비와 쓰레기 이중적인 문제지요.쓰레기는 뭡니까.숨통을 막는 거예요.새만금이나 시화호,이런 문제는 그렇게 야만적일 수 없는 일이에요.나 혼자서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해요.몇 사람의 이득,화폐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학살하는 겁니까.그렇게 많은 생명을 학살하고 그것을 영구히 없애버리면 다시 재생을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대한민국이 얼마나 야만국인가를 입증하는 것이죠.지금 있는 농지도 농사 안 짓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서 새만금,그걸 죽여서 농지를 만든다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어요.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내가 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또 사람만 살자는 이야기도 아니에요.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이 다 살아야 해요.”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세상 일을 소상히 알고 계신데요.어떻게 이렇게 먼 곳 원주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다 듣고 보시는지요?” “서울이 시골보다 더 좁아요.직장이라든지 아파트라든지 하는 공간은 넓어도 좁아요.나는 공간이 없으니까 산 보고 하늘 보고,그러니 알죠.” “옛날에는 물질이 없어서 고통을 겪었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물질이 더 많아져서 고통인 것 같습니다.우리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명이란 가두지 않고 풀어주는 것 “그렇죠.모든 생명이라는 것은 하나의 순환이거든요.순환이라는 것은,먹이사슬도 하나의 순환이지만 우리 한 개인으로 보아도 일을 하고 또 그렇게 해서 먹고 하면 이게 순환이거든요.그럼 일은 뭐냐? 이렇게 물을 수 있는데,증권 주식 한다고 앉아서 하루 종일 컴퓨터 보고 있는 것,그것도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그것은 엄격히 말해서 죽어 있는 일이지 살아있는 일이 아니에요.살아 있는 생명을 다스리는 일,그것이 일이에요.예술가도 생명이 주예요,사실은.문장 하나,상황 하나,인물 성격 하나,이게 살아 있어야 하거든요.정치라는 것도 살아있는 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죽음의 방향으로 가면 안 되죠.이 시대엔 전쟁과 핵무기가 있어요.이건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에요. 대한민국만 보더라도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게 죽음으로 몰려가고 있어요.모두 다 잘 살려고 한다는데 과연 그게 잘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농약 주고 화학비료 주고 해서 질적으로 망가진 음식을 먹는 게 잘 사는 건지……모든 걸 가둬 놓는 것…… 생명이라는 건 가두는 게 아니라 풀어주는 거예요.이런 제도 속에서 사람들이 생존한다는 게 정상일 수가 없죠. 농촌에도 얼마나 이상한 병들이 많은지 몰라요.농약 때문에 그러는지.지금 이런 상황의 먹거리가 절대 좋은 게 아니거든요.그런데도 잘 산다는 게 이게 전부 양(量)으로 말하는 거죠.사람이 원래 추구해야 하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거든요.행복의 축이라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에요.그런데 지금 질은 점점 나빠지고 마치 옛날의 그 질을 옆으로 펴다 보니까 얇아져서 그게 양이 된 거예요.어떤 면에서 보면 더 생겨나는 건 없어요.있는 것에서 얇아지면양이 늘어나는 거고 양이 좁아지면 질이 좋아지는 걸 보여주는 거고.” 나는 사투리 억양이 강한 선생의 말씀을 교정하는 지금의 내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선생의 말씀을 들을 때 그것은 앞으로 나갔다 뒤로 가고 중복되거나 건너 뛰면서도 살아 있는 생생한 감동이 있었다. “선생님 옛날의 초기 작품을 읽어보았습니다.창작집 ‘불신시대’,장편소설 ‘시장과 전장’…… 그런 작품들을 읽다 보면 선생님 작품의 여주인공이 아주 결백한 성격을 갖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그것은 마치 선생님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데요.”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기는 싫어요.결백하다기보다는 자유롭고 싶은 거죠.얽매이기 싫고.” 이하의 내 물음과 선생의 말씀은 생략이다.안타깝게도.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그렇게 많이 서운해하지 않으셔도 된다.내가 여쭈어 본 것은 더 내밀한 선생의 과거며 인생살이 같은 것이었으니까.선생의 사상에 관한 것이 아니니까.그러나 나는 선생의 사상만큼이나 선생의 인생을사랑하는 것 같다.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다 듣고 기록하고 싶은 것은 나의 감상벽인지? 탐구벽인지?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작각 박경림 ●가혹한 운명 딛고 선 문학사 거봉 박경리는 1920년대가 낳은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작가이자 광복 후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높게 빛나는 설봉(雪峰)이다. 1927년 통영에서 출생,진주고녀를 졸업하고 잠시 후 결혼,황해도 연안에서 교사로 재직하기도 하였으며 1950년에 ‘계산’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다. 박경리를 오늘의 박경리로 만든 하나는 선생의 작중 인물만큼이나 결벽하고 의지적인 선생의 성품이며 다른 하나는 가혹한 운명이다.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남편을 잃고 이후 아들을 잃고 다시 생명의 위기를 넘기면서 여성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가혹한 고통은 선생 문학의 산실이다. 창작집 ‘불신시대’(1963)와 장편소설 ‘표류도’(1959),‘김약국의 딸들’(1962)‘시장과 전장’(1964),‘성녀와 마녀’(1967),‘파시’(1967) 등으로 이어지는 선생의 초기 소설은피폐하고 불순한 현실을 배경으로 결벽성 있고 의지가 강한 여성 주인공의 삶을 그려나가면서 운명과 맞서는 삶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1969년에 집필하기 시작하여 1995년에 이르기까지 5부작으로 완성을 본 대하소설 ‘토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선생의 대표작이자 한국소설의 한계를 시험하는 의지의 극점이다.세대를 누적하면서 생을 이어가고 새로운 생을 모색하는 ‘토지’의 인물들은 삶의 만화경이자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다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한다. 생명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어디로 가는 것인가 같은 질문에 대해 인간은 속수무책의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피안의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박경리의 근본적인 사상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의 근원인 우주를 향해 열려 있는 구경적 세계관이다.그것은 종교가 아니되 감히 종교와 ‘맞먹는’ 힘을 갖는다. ●시집에 담긴 또렷한 이미지 박경리 선생 댁은 몇 년 전에 찾아 뵈었을 때는 허허벌판 가운데 있었는데 이번에는 토지문화관 바로 옆에 있어 한결 찾기가 쉬웠다.그때 허허벌판 가운데 약간 둔덕진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선생의 자택을 찾아갔을 때 나는 그것이 평생 외로운 삶을 살아온 선생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었다. 보통 사람들은 선생을 소설가로 생각하고 또 인정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시인으로서의 선생의 이미지가 또렷하다.나는 선생의 시의 애독자여서 몇 권 안 되는 선생의 시집을 새책방,헌책방에서 다 사보았고,그 간결한 어휘,담담한 어조,비약의 미(美),삶의 태도를 절절한 심정으로 내 것으로 만들었다.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박경리가 아니라 인간 박경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생의 시집을 읽어야 하리라. 몇 년 만에 뵙는 선생은 무척 힘들어 하셨지만 연세에 비해 정정하시다.예전보다 따뜻해 보이는 실내가 나로 하여금 안도감을 갖게 한다.나는 선생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의지적이고 결벽성이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타는 한 여인을 사랑하는가 보다.
  • 새만화

    ●꼬꼬댁 만화를 동화로 각색해,원작 만화가가 직접 삽화를 넣은 ‘행복한 만화동화’ 시리즈 첫 번째 작품.한국전쟁 후 혼란기를 소녀의 눈을 통해 바라보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두호의 동명만화가 원작.이두호 원작·그림,연진희 꾸밈,행복한 만화가게 펴냄,8000원. ●Yellow submarine 애니메이션 스토리 보드 형식인 ‘그놈과 그년의 대화’ 등 만화가 최민호의 독특한 만화어법을 엿볼 수 있는 단편 7개를 묶었다.최민호 글·그림,새만화책 펴냄,9500원. ●그땐 그랬지 검정고무신,돌담,곰방대 등 작가가 자랐던 농촌 마을과 풍습을 배경으로 한 작품.조양호 글·그림,새만화책 펴냄,9500원.
  • [발언대] 농산물 과감한 유통개혁 필요

    도시 서민들은 요즘 시장 가기가 두렵다고 한다.경제가 불안정해 생활이 점점 궁핍해지고,앞으로 어찌될 줄 모르는 불안감이 소비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켰다.매일 먹는 채소값도 엄청 올라 1만원 가지고 채소를 한두가지밖에 살 수 없다.산지에서는 아주 싼 값에 수집상에게 넘기는데 소비자들은 비싸게 구입한다.농산물 유통의 악순환이 지금까지 반복되는 것이다.우리 농업특성상 생산자가 스스로 유통구조를 개척하는 것은 무척 힘들다.생산물량이 적어 개별적으로 출하 경로를 개척하기가 불가능하다.따라서 과거의 틀을 깨는 과감한 유통개혁을 이제 실시해야 한다. 산지에서는 품질 규격화와 철저한 검사를 거쳐 공동 출하하고 판매대금은 공동 계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시·군 단위로 지도사업,판매유통사업도 활성화해야 한다.그래서 농업인의 피부에 와닿는 실익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서울 등 대도시 지역에 상설 직거래센터를 설치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유통 혁신 또한 추진해야 한다.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하여 먹는 소비자는 대부분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서민이다.그래서 농산물 산지조합과 도시지역 조합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산지에서 가져온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마케팅도 해야 한다. 그러므로 각 생산지의 특성을 살린 농산물직거래센터 설치를 적극 건의하는 바다.많은 비용을 투자하여 새로이 건립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설을 적극 활용하고 유통 전문인력을 배치하여 농산물유통 사업 개혁을 추진해 줄 것을 농업인들은 강력히 바라고 있다. 농산물 유통혁신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실익을 주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이 시점에서 우리의 최선의 선택은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복잡한 중간유통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공급하는 것이다. 무엇이 우리농업을 지키고 국민 건강과 국가의 행복한 미래를 지킬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농업에 종사하지 않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마음을 닫지 말고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를 독자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우리가 날마다 먹는 음식이 위험한 외국산 농산물로 가득 채워진다면 과연 누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겠는가? 이홍규 농업지키기 운동본부 간사
  • 농사체험 주말농장 인기 / 상추·쑥갓 ‘쑥쑥’ 가족사랑 ‘솔솔’

    행복이 따로 있나요.완벽한 계획도,목돈도 필요없는 주말농장에 가면 가족의 기쁨이 소록소록 자라고 있다는 것을 느끼죠.”봄비가 부슬부슬 오던 지난 20일.주말농장의 명맥을 14년간 이어온 서울 서초구 대원농장에는 봄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농촌의 흙냄새와 푸른 공간을 느끼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댔다.지난 17일 파종을 시작했으니 많은 농장 가족들에게는 처음으로 주말에 밟는 흙이다.하긴 비 온다고 농사 안 짓더냐.농사를 핑계삼아 비에 흠뻑 젖어 보기도 하고,채소밭에 물 안주어도 되니 오히려 일석이조 인 것을…. 주말농장 경력 6년차 안영민(50·자영업)씨는 이제는 주말마다 흙을 밟지 않으면 ‘발에 가시가 돋는’ 농장지기. “작은 텃밭에서 가족이 함께 채소와 열매들을 가꾸고,그것들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 우리 가족의 사랑도 익어가는 것 같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주말농장 자랑이다. 대입 수험생 자녀를 둔 성혁(44·회사원)씨와 박선화(44·주부)씨,염정식(46·회사원)씨와 김은경(43·주부)씨 부부도 주말마다 풀내음을 맡은 지 각각2년,3년이 됐다. 고3 학부모라 아이들이 공부는 제대로 하는지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그러니까 더더욱 주말농장을 찾아야 한단다. “공부는 아이들이 알아서 하길 바라야지 부모가 옆에서 ‘해라,해라’ 한다고 되는 게 아니지요.여기에 오면 평일에 느꼈던 고3 학부모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해소가 돼요.”(염정식) “우리 같은 회사원에다 수험생 자녀까지 둔 사람들한테는 주말농장이 스트레스도 풀어주고,휴식도 안겨주면서 유기농 야채까지 주는 일석다조(一石多鳥)의 역할을 하는 고마운 곳이죠.”(성혁) 김은경씨도 얼굴에 싱그러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주말농장이 생활의 활력이에요.한 주라도 거르면 애써 키운 것이 쭉정이가 돼버려 부지런해야 하죠.그렇게 부지런을 떨며 키운 것들을 수확하고 이웃에게 나눠줄 때의 뿌듯함이란 말로 설명하기 어렵죠.” 놀이동산에서 친구들과 롤러코스터를 타고 싶을 법한 아이들도 온몸에 진흙을 묻혀가며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곳곳에 흙이 묻어있는 상추 모종도 척척 안아든다. 이곳에서 10대째 밭을일구고 있는 대원농장주 김대원(49) 회장은 아이들을 보며 농장을 ‘농업예비군 양성소’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 농업경쟁력이란 게 어디서 나오겠습니까.호미와 괭이를 잡아본 사람이 농사를 알고,땅을 알고,환경을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여기는 작게는 일년지대계(一年之大計)인 농사를 배우게 하고 크게는 농림부와 환경부 장관,농경제학 교수 등을 배출하는 바탕이 되는 곳이지요.” 도시민들의 또 다른 휴식처가 된 대원농장에는 5000여평의 땅이 3평씩,1000여개의 작은 텃밭으로 이루어져 있다.주말농장 가족을 모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벌써 1170개의 텃밭이 주인을 찾았다. 아직도 끊임없는 신청과 문의 전화에 대원농장의 안주인이자 농가주부회의 대모(代母) 최성희(46) 회장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땅을 일궈 직접 채소들을 심고 김 매고 물 주며 땀 흘리다 보면 한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는 날아가고 일하는 기쁨을 새록새록 느끼게 된다.또 배추,호박,상추 등의 씨를 직접 뿌리고 김도 매고 가을에는 수확도 손수하면서 자녀들에게 자연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다.환경의 중요성과 노동의 신성함까지 느끼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그야말로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었다. 최여경기자 kid@ ■알고 시작하세요 주말농장은 우리 조상들이 집 근처에 자투리 텃밭을 이용해 신선한 채소를 직접 재배했던 ‘텃밭 문화’를 재현한 것이다.현재 전국에 3000여개의 주말농장이 운영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말농장과 과수원의 임대 가격은 해당 지역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평당 1만원 안팎이다.1년에 3만∼7만원 정도의 임대료를 내면 3∼5평 정도의 텃밭에서 무,배추,상추,얼갈이,쑥갓,겨자채 등을 키울 수 있다.곳에 따라 농사에 서툰 도시민들을 위해 모종과 씨앗을 제공하는가 하면 수확 때까지 현장에서 농사기술 지도를 해주는 데가 있고,땅만 제공하는 곳이 있으니 사전에 경작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다. 농협과 서울시 농업기술센터,각 자치단체 등이 농장주와 도시민을 연결시켜 주는 등 주말농장 분양에 나서고 있다.보통 이르면 2월,늦게는 4월까지 분양한다.지금도 주말농장을 신청하기에 늦지 않은 시기. 그러나 신청 전에 흙을 만지는 수고와 시간을 꾸준히 투자할 자세가 돼 있는지 진지하게 되물어 보자.섣불리 뛰어들었다가는 중도에 포기할 수 있다. 주말농장뿐만 아니라 주말 과수원,주말 목장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과수원은 사과,배,복숭아,포도,감,밤,유자 등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임대 기간은 1∼3년이다.참여 회원당 5그루 정도 분양한다. 목장은 주로 사슴 종류를 개인에게 1∼3마리 정도 분양하지만 꽃사슴 1년생의 경우 최소 50만원,위탁관리비 1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이다. 농협 홈페이지(nonghyup.com)와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agro.seoul.go.kr)에서 각 농장에 대한 상황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주말농장닷컴(www.jumalnongjang.com),검단산 주말농장(www.gumdansan.co.kr),덕소주말농장(www.ok-farm.com),쉼터주말농장(www.swim-teo.co.kr),우림주말농장(www.woorimfarm.com) 등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여경기자
  • 살인의 추억 형사역 송강호·봉준호 감독/ “범인은 지금 행복한지 묻고 싶네요”

    “함께 있을 때 우린 두려운 것이 없었다.”라는 영화 카피가 있었다.이 두 남자를 보면,무슨 영문일까.그 문구가 뜬금없이 떠오르는 것은. 수식어가 따로 필요없는 배우 송강호(36)와,아직은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 감독 봉준호(34).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형사스릴러 ‘살인의 추억’(제작 싸이더스·25일 개봉)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완성도 높은 흥행실패작(?) ‘플란다스의 개’가 봉 감독의 데뷔작.웬만한 코미디를 보고는 웃지 않는다는 송강호가 “떼굴떼굴 굴렀다.”며 극찬하는 작품이다.둘이 어떻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는지는 이쯤되면 설명이 끝난 거다. ●머리나쁜 시골형사,배우 송강호 첫 시사회를 끝낸 그는 편안해 보인다.넥타이를 매지 않은 간편한 정장차림의 인터뷰 자리에서 우적우적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랠 만큼 여유가 있다.그에게 이번은 딱 10번째 영화다.96년 데뷔했으니 햇수로는 7년째.그러고 보면 다작(多作)이다. “이번 영화 때문에 몸을 많이 불렸어요.‘YMCA 야구단’ 때보다 8㎏은 더 쪘어요.어떻게 불렸냐고요? 그거야간단하죠.밤마다 진탕 술마시고 운동은 절대로 안해 보세요.마구 찝니다.” 극중 역할은 연쇄살인의 실마리를 육감 하나로만 찾는 막가파 시골형사 박두만.논리를 세우는 수사는 절대 하지 못하는 캐릭터라 육중하고 굼떠 보이는 외모가 필수였다. 배우에게 의미없는 작품이 어디 있을까.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화,그것도 연쇄살인의 중심에 서는 역할에 부담이 없었을 리 없다.“실제 사건이 일어나던 무렵 군복무 중이었다.”는 그는 “시나리오를 받아든 순간 뭔가에 분노가 치밀고 안타까워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을 잇는다.그러고 보면 내심 별러온 작품이었는지도 모른다.“원작이 연극(‘날보러 와요’)이잖아요.연극판 선배들이 주도한 작품이라 지금까지 너댓번은 봤을 겁니다.” 소문을 듣고 봉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보여달라고 먼저 조른 그였다. 차기작 ‘남극일기’의 촬영이 내년으로 밀리면서 그는 요즘 “빈둥거리는 게 일”이다.건들건들 농담을 잘도 늘어놓다 막판에 정색하고 덧붙이는 말.“이번 영화,잘 돼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좋은감독,제작자들의 소신이 꺾이는 게 요즘 충무로의 분위기 아닙니까.우리 봉 감독이 9회말 2아웃에서 마지막 타자로 나섰다니까요.” ●논두렁으로 스릴러 무대 옮긴 감독 봉준호 봉 감독은 자신의 새 영화에 “농촌 스릴러”라는 언밸런스한 수식어를 곧잘 붙인다.“한국의 농촌과 스릴러라는 상충된 이미지를 꼭 한번 묶어보고 싶었다.”는 그다. 사실과 허구를 얼마만큼의 비율로 섞어야 할지,실화를 극화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을 터.“사건일지를 꼼꼼히 뒤지는 건 물론이고 담당형사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는 그는 “단서를 못 찾는 형사의 무능함보다는 80년대라는 시대 자체의 전근대성과 조악함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다.몽땅 시위진압에 동원돼 수사에 도움이 못 되는 전경부대,구타를 밥먹듯하는 취조실 등을 끼워넣은 건 그런 의도였다.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전력이 묻어나는 고집이다. 그는 한국영화아카데미 11기 출신.‘프레임 속의 기억’‘지리멸렬’ 등의 단편으로 두각을 나타내다 장편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년)로국제영화제의 상이란 상은 휩쓸다시피 했지만 국내 관객들에겐 보기좋게 외면당했다. 이번은 어떨까.맺음말이 길어진다.“너무 빨리 모든 걸 잊어버리는 나라 아닙니까.대한민국이,우리가 어떻게 살았었나 돌아본 작업이니 어찌보면 슬픈 영화죠.흥행은,글쎄요….이런 생각은 해봤어요.범인을 만나면 그래서 지금 행복하냐고 꼭 물어보겠다고요.의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기억하는 것 자체가 응징이니까요.” 황수정기자 sjh@ ■‘살인의 추억'은 어떤 영화 세월이 흘러 극도의 광기가 한줄기 회한이나 앙상한 추억으로만 남았을 때.형사스릴러 ‘살인의 추억’은 제목부터가 도발적이고 역설적이다.살인이 추억이 될 수 있다니….영화는 세상이 다 아는 실제 살인사건에서 극적인 요소만 골라내는 위험한 작업을 시도했다. 형사물이되 사건보다는 인물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독특하다.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어떻게 요리할까 궁금한 관객에게 영화는 상반된 두 형사의 캐릭터를 대비,시선을 분산시킨다.연쇄살인을 수사하지만 실마리 하나 못 찾고허우적대는 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 앞에 서울에서 자원해 내려온 두뇌파 형사 서태윤(김상경)이 나타난다. 전반부는 그대로 코미디다.폭력수사에 넘겨짚기가 주특기인 두만과,증거와 논리를 따지는 태윤이 주고받는 코믹한 대사들에 스릴러물의 냄새는 온데간데없을 정도.두 형사의 주도권 다툼으로 한참동안 버디영화의 익숙한 얼개를 엮던 영화는,강력한 살인용의자인 현규(박해일)를 거의 후반부에 흐릿하게 노출시킴으로써 긴장의 진폭을 극대화한다. 스릴러 장르 특유의 도회적 이미지가 농촌 무대와 절묘하게 결합한 것도 묘미다.잡풀이 우북한 논두렁,갈대밭,야산 등 시골풍경 그대로가 시종 영화의 공간이 된다는 점도 관객들에겐 색다른 감상포인트가 될 듯하다. 그러나 인물묘사 위주로 진행되는 영화의 장기는 뭐니뭐니 해도 배우들의 매끈한 연기.날카로운 형사의 캐릭터를 위해 10㎏이나 감량한 김상경,형사들의 압박 속에서도 눈꼽만큼의 동요도 보이지 않는 박해일,두만의 동료형사이자 고문수사관으로 시대적 부조리를 대변한 김뢰하 등이 모두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끔찍한 살인사건에 ‘추억’이란 단어를 끌어붙인 영화의 의도는 뭘까.영화 속 살인사건도 현실에서처럼 끝내 의문으로 남겨진다.마지막 대목에서 살인을 추억하는 주체가 형사인지 살인범인지,관객들은 포스터의 카피처럼 ‘미치도록’ 정답이 궁금해진다. 살인의 광기마저 나른한 낭만과 웃음으로 풀어낸 화술이 기막히다.듣지 말아야 될 비밀을 들었을 때처럼 뭔가 언짢고,불쾌하고,찜찜한 감상.그러나 그것이 이 영화의 특장이자 의도된 메시지이기도 하다. 황수정기자
  • ‘빠른 삶’ 접고 ‘느린 삶’ 으로...“경쟁 염증” 잘나가던 CEO등 귀농 자연품으로

    “처음엔 ‘나노(nano·10억분의 1)초를 다투는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에 무슨 부질없는 행동인가.’라는 자괴감도 느꼈지만,이젠 ‘느리게 사는 삶’의 행복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3년차 농사꾼 안병덕(49)씨는 서대문구 신촌동에서 나고 자란 서울 토박이다.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20년 남짓 쌍용그룹의 건설·정보통신 계열사에서 일했다.그는 3년전 정보통신 벤처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끝으로 서울생활을 접었다. ●49살 퇴물이 농촌선 청년 경기 고양시 벽제3동 산 1번지가 안씨의 일터다.매일 아침 일산의 아파트에서 이곳으로 ‘출근’해 보리와 콩,상추,고구마 등을 키운다.비 오는 날에는 고구마를 다듬고 콩을 깐다. “콩을 까다보면 지나온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펼쳐지다가 마침내 내가 콩을 까는지 콩이 나를 까는지 모를 무념무상의 경지에 들어섭니다.” 농사가 생각보다 쉽진 않았지만,40줄이면 ‘퇴물’ 취급 당하는 IT업계의 생리에 익숙해 있던 안씨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첫해 안씨의 ‘소출’은 200만원.직장 다닐 때 연봉의수십분의 일에 불과했다. “땅 속 깊이 박힌 풀뿌리를 중간에 끊지 않고 뽑아내려면 당기는 힘과 버티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순간을 포착해 비틀듯 돌려빼야 합니다.” 그는 농사를 “언어가 필요없는 자연과의 대화”라고 예찬한다.안씨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졸업하는 대로 환경운동을 하는 아내와 함께 농촌에 완전히 뿌리를 내릴 작정이다. ●내가 콩을 까는지 콩이 나를 까는지 21세기 신판 러다이트(Luddite)운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19세기 초 영국 산업혁명기에 실직위기에 처한 수공업자들이 전통적 삶의 양식을 무너뜨리는 기계 파괴운동을 벌였다면,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컴퓨터 문명과 급속한 사회발전 속에서 인간성을 되찾기 위한 생활실천운동이 번져가고 있다. ‘느림’과 ‘자연’이란 화두가 대도시 전문직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고,경쟁과 효율성,속도가 지배하는 각박한 도시생활 속에서 ‘귀농(歸農)’의 열망이 커지고 있다.농촌생활이 관심사로 떠오른 5∼6년전에는 외환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이농 1.5세대의 ‘생계형’ 귀농이 주류였다.반면 최근엔 농촌이란 공간에서 ‘대안적 삶’을 개척하려는 ‘대안형’이 새로운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행에서만 23년을 일한 정통 ‘은행맨’ 함찬호(50)씨는 지난해 4월 부국장급 간부직을 내던지고 강원도 화천에 둥지를 틀었다.그는 “극심한 경쟁에서 비롯된 긴장과 피로감에 염증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연고도 없는 화천을 택한 것은 물이 맑고 겨울이 길기 때문이다.일거리가 없는 지난 겨울 그는 독서와 사색으로 30년만에 ‘느림 속의 자유’를 만끽했다. ●극심한 경쟁 피로감에 염증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하다 2년전 경북 상주에 정착한 이찬배(44)씨는 밭갈이에 고추종자 키우는 일로 분주하다.산 자락에 있는 밭 1800평에 올해는 고추와 과일을 키울 작정이다.중학생인 두 딸과 함께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에 농촌생활과 유기농법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다.그는 “4인 가족이 생활하는 최소단위의 농사모델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전국귀농운동본부는 “99년을 정점으로 줄어들던 귀농인구가 1,2년 전부터 고학력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귀농은 단순히 거주지와 직업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을 바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세영 박지연기자 sylee@
  • [마당] 양지면에 살다

    용인시 양지면 제일리로 이사한 지 어느덧 2년여가 지났다.판교로 이사와 주소를 서울특별시 대신 경기도라고 적을 때도 약간 생소함을 느꼈었는데,이제는 OO면 OO리로 적어야 하니 농촌으로 퇴거한 느낌이다.그러나 무슨 상관이랴! 고속도로가 막히지 않으면 강남은 1시간내 도달할 수 있고,생활에 불편이 없으니 자족하며 산다.양지는 고읍으로 해발 300m 산줄기로 에워싸인 과히 넓지 않은 분지에 자리잡은 햇살 바른 동네이다. 면사무소는 양지산(해발 약 290m) 자락에 자리하여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지에 나지막하고 길게 지은 흰색의 청사로,주소 이전 신고하러 찾았을 때 산뜻하면서도 정겨운 인상이었다.마당 한쪽에는 옛날 양지현 시절 현감들의 송덕비 불망비 등이 줄서 있어 양지 향교와 함께 전통어린 동네에 왔다는 자긍심에 일조한다. 그러나 정작 짧은 시간에 일체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양지산 능선에 나 있는 산책로와 면사무소 마당 끝에 있는 약수터였다.등산로를 찾던 여름에 우연히 알게 된 산책로는 참으로 반가웠다.산은 과히 높지않지만 능선 양측은 급경사를 이루고 꾸불꾸불 나 있는 3∼4㎞의 산책로는 무성한 숲과 함께 심산에 든 느낌을 준다.불도저로 길을 밀었는지 양쪽에 생긴 작은 둑은 마치 오래 된 토성의 폐허 같아서 산책에 흥취를 돋운다.소나무와 잡목이 빽빽하고,사이사이 햇살이 드는 곳엔 철쭉이 덩굴을 이루고,봄철 숨은 듯 음지에 파랗게 돋아난 은방울 꽃밭은 이목은 끌지 못하지만,일본 이름 ‘스스란’ 그대로 오래된 고향의 상징이다.초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솔잎에 덮인 푹신한 길은 스산한 바람에도 날리지 않아 안온한 느낌을 주며,군데군데 설치한 벤치는 땀을 식히며 쉬는 데 더없이 편하다.걷히는 안개 자락을 따라 걸을 땐 사색하기에 십상이다.내자와 걷는 1시간여의 산책은 적막하기 쉬운 농촌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활력소이다.나는 면사무소 마당에 있는 약수터에서 3일에 한번씩 물을 긷는다.물 맛이 좋아 수질검사표를 들여다 보지 않아도 믿을 수 있다. 분지의 동남쪽 골짜기로 오르는 해발 300m 산의 북사면에는 스키장이 있다.그리고 앞 골배마실 깊은 골에는 김대건 신부의 생가터가 있다.천주교 최초 신부의 유적은 마치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차돈의 행적을 보는 듯하다.종교는 달라도 주민으로서 자긍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니 역시 우연한 행복에 속한다.다시 문수봉 줄기를 타고 남으로 가면 미리내 성지에 닿게 되는데,골짜기 곳곳에 천주교 박해시절 은둔지였던 성지가 남아 있다. 어디 그뿐이랴! 봄철에는 꽃나무 묘목과 고추 배추 등의 모종을 5일장이 서는 김량장과 백암장에서 산다.더러는 죽산과 진천으로 진출하기도 한다.시골장에서 자질구레한 물건을 사는 재미도 재미려니와 이것저것 들고 나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촌로들의 모습은 농촌의 원형이 남아 있는 듯 보여 안도를 하기도 하는데,이 풍경도 지나칠 수 없는 재미다. 뭐니뭐니 해도 양지면에 살면서 누리는 큰 행복은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오대산 설악산을 손쉽게 드나드는 것이다.양지 톨게이트를 나서서 1시간이면 소사 휴게소에 닿을 수 있어 강원도 접경지대에 사는 듯 생각하며 쉽게 문을 나선다.월정삼거리·진부장에서 사는 고랭지 쌀·채소는 우리 식탁의 축복이다.양지면에서 사는 동안 욕심 떨어버리고 고즈넉하고도 넉넉하게 누리며 살고 싶다. 강 인 구
  • 새영화 ‘투게더’시사회...촌부의 예술가 아들 키우기

    ***‘투게더'는 어떤 영화 가난한 아버지가 바이올린에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아들의 성공을 위해 분투하는 눈물겨운 스토리.상투적인 소재지만 거장 천카이거가 숨결을 불어넣자 모양새가 달라졌다.가슴을 헤집는 음악,각박한 도시를 따뜻하게 감싸는 촬영,긴장을 이완하는 웃음,개성이 살아있는 캐릭터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영화가 탄생한 것. 영화 ‘투게더’(Together·새달 14일 개봉)는 천카이거의 다른 작품과 달리 현대 중국에 돋보기를 들이댄다.열세 살의 바이올린 천재 소년 샤오천.아버지는 베이징에 데려와 물불 안가리고 유명한 교수에게 샤오천을 데려가지만,샤오천은 바이올린을 팔아버리는가 하면 그만두겠다는 복장 터지는 소리만 하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감동적인 스토리의 얼개 아래 그려지는 중국 사회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외제 가전제품으로 오렌지주스를 갈아 마시고,TV로 미국 NBA농구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샤오천이 베이징역에 서서 얼이 빠진 채 도시를 바라보듯,시골 출신 부자(父子)에게는 이 모든 것이 낯설다. 영화는옛것과 새것의 틈바구니에 낀 중국의 현실 속에서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다른 5세대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천 카이거가 제시하는 대답은 과거 지향적이다.장 이머우 감독의 ‘책상서랍 속의 동화’가 농촌마을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잊고 사는 훈훈한 정을 끄집어냈다면,이 영화 역시 경쟁과 성공에 중독된 중국 사회에서 진정한 행복이란 가족애와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실 비판적인 중국의 6세대 감독들의 입맛에는 안 맞겠지만,이 거장 감독이 만든 세계는 만만치 않다.영화를 보다보면 삐딱한 관객조차 눈물을 흘리지 않고는 못 배기고,그러면서도 슬프기보다는 가슴이 따뜻해진다.이래저래 영국 영화 ‘빌리 엘리엇’과 닮은 이 영화는 굳이 현대 중국이라는 배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보편적인 정서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베이징역에 선 샤오천이 아버지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바이올린을 켜는 장면은 가슴이 저려올 정도.같이 경쟁하던 여자아이의 콩쿠르 장면이 교차편집 되면서,과연 어떤 것이 더 의미있는 삶일까라고 반문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화면에 짙은 감동으로 묻어난다. 샤오천 역의 탕 윤은 실제 시골에서 대도시로 올라와 바이올린을 공부하는 소년.평범한 외모 속에서 내면의 깊이를 끌어내는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김소연기자 purple@kdaily.com ***천카이거 감독 내한 나이를 먹은 탓일까.“현대 중국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하는 천카이거(51) 감독의 새 작품 ‘투게더’는 ‘패왕별희’‘현 위의 인생’ 등을 기억하는 관객에게는 낯설다.하지만 비록 소재의 폭은 좁아졌을지 몰라도,시선은 한층 원숙해졌다.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천카이거의 첫인상 역시,날카로운 장 이머우와 달리 넉넉해 보였다.한국 방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 아이디어는 우연히 본 TV다큐멘터리에서 얻었다고 했다.“한 아버지가 아파트 앞에 앉아 있다가 행인에게 아들의 연주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중국에서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려면 경제적 부담이 크다.그러한 부모의 희생을 담아내고 싶었다.”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를 포기하고 소년이 아버지를 위해 연주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라고 말하자 “현대 중국은 과도기의 몸살을 앓고 있다.돈을 많이 버는 것과 행복 가운데 행복을 따르라는 주제를 마지막 장면에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음악이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다는 지적에는 “음악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좋아한다.”면서 “클래식뿐만 아니라 로큰롤도 자주 듣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한국 스태프와의 작업이 즐거웠다고 몇번이나 강조했다.“범아시아적인 작업이 아시아영화의 영향력을 키워줄 것”이라면서 “특히 김형구 촬영감독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치켜세웠다.이번 영화에는 ‘봄날은 간다’‘무사’의 김 촬영감독과 이강산 조명감독,의상디자이너 하용수 등이 참여했다.다음 작품이 될 ‘몽유도원도’에서도 같이 일할 생각이다. ‘투게더’를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는 그는,지금까지 자신이 만든 영화에 99%는 만족한단다.거장의 자신감이 부러울 정도.소년의 두번째 스승인 유 교수로 출연하기도 한 그는 “카메라 앞에서 떨어본 적이 없다.”며 배우로서도 자신만만해 했다. 영화 속에는 국내 배우 김희선의 사진이 등장한다.굳이 그 사진을 쓴 이유를 물었다.“중국에서는 김희선의 사진을 들고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이 많다.(웃음)소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을 비유하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소년이 동경하는 릴리 역의 첸 훙은 감독의 아내로,이번에 함께 내한했다. 김소연기자
  • 이제는 지방시대 - 전문가 좌담/주민참여 통해 지자체 경쟁력 높여야

    오는 25일 출범하는 노무현(盧武鉉) 새 정부의 핵심 어젠다 가운데 하나가 지방분권이다.노무현 차기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지방분권에 관해 강력한 의지를 천명해 왔다.이에 대한매일은 바람직한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의 방향 등을 살펴보기 위해 중견 전문가그룹의 특별 좌담회를 마련했다.좌담회에는 한국지방자치학회 차기회장인 강형기(姜瑩基) 충북대 사회과학대학장을 비롯,오재일(吳在一) 전남대 행정학과·이기우(李琦雨) 인하대 사회교육과·이주희(李周熙) 국가전문행정연수원 교수 등이 참석,‘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공약에 대한 기대와 미비점’‘노무현 정부의 분권개혁의 추진체제’‘지방분권개혁에 대한 학계와 시민단체의 역할’ 등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전개했다. ●강형기 차기회장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것이 분권과 분산이다.노무현 당선자는 동북아 중심국가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국토의 균형된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단위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중앙뿐 아니라 모든 단위,지역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오늘은 이런 관점에서 분권과 분산을 다루기 위해 모였다.분권과 분산을 추진하는 데 기대와 우려는 어떤 것들이 있나. ●이주희 교수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법 제정,특별지방행정기관의 발전적 정비,지방재정 확충의 세가지 부분을 추진하는 데 의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추진과정에서 강력한 저항도 예상할 수 있다.따라서 이러한 저항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강형기 문화가 다양성 속에서 발전하듯,한 나라의 경쟁력도 다양성 속에서 클 수 있다.다양성은 지방으로의 분권과 분산이 이루어져야 자리잡을 수 있다.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분권개혁 추진체제는 어떻게 가야 할 것인가. ●오재일 전남대교수 분권은 단순히 중앙의 권한 일부를 지방으로 넘기는 것은 아니다.의사결정권이 지역주민들과 지역사회로 대폭 이양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주관해서 추진해야 한다.현재도 지방이양추진위원회가 있지만 대통령의 관심이 없기 때문에 힘을 잃었다.또한사무처도 마련돼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교수 분권은 단순히 중앙정부의 권한 몇 개를 떼서 지방으로 넘기는 차원의 기능조정 단계를 넘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분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성공할 수 있다.노무현 정부가 이것 한가지만 해도 역사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강력한 의지와 힘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구성돼야 한다.지방분권추진기구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하고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추진해야 한다.국민들의 지지와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참여구조,열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인선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이다.기관이나 추천기관이 책임질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 ●강형기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사불란,총화단결 체제를 지향해 왔다.과거에 부분은 없고 전체만 있는 세계에 살았다면 이제는 국가 사이에 국경이라는 커튼이 없어진 국제화시대에 살게 됐다.이제 중요해진 것은 지방과 주민이라는 개념이다.지방분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방의 역할도 그에 못지않게중요하다.단체장과 의원,지역시민단체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주희 의욕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지방분권추진위원회에 지자체장이 참여해야 할 것이며,시·도지사협의회,시장군수협의회 등의 대표들도 동참해 의견을 개진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또 추진위에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강형기 지자체의 연합을 강화해야 한다.지방이 강력하게 중앙에 요구해야 한다.시·도지사협의회가 싱크탱크 등을 갖춰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뒷받침해야 한다.단체장이나 의장단들이 자신의 이익을 벗어나 주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기우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문제가 중요하다.하지만 중앙행정관료,중앙정치인 등이 지방자치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시켜왔다.분권의 필요성을 학계 등에서 설득력있게 주장해야 하며,시민단체들은 이런 인식을 확대해야 한다.또 분권 이후에 지방정부의 부패와 무능력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과거 중앙정부의 감시기능을 시민단체 등이 이끌어가야 한다. ●오재일 시민단체와 학계 등은 분권의 담론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지방자치가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게 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이기우 시민단체도 분권을 계기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상호견제와 경쟁의 시스템으로 가야 하지만,토호세력이 시민단체의 포장만 쓰고 있는 경우도 있다.시민단체 내부의 자기정화작용이 선행되어야 하고,성공적인 체험을 축적해 나갈 때 분권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오재일 지역으로 갈수록 전문인력 등은 상당히 한정돼 있다.전문인력의 발굴이 학계의 중요한 역할이다.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총론만 있고 각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의회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의원 개개인의 능력이 개선돼야 한다. ●이주희 집행기관이 대폭적으로 이양된 사무기능과 특별행정기관으로부터 받은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체 개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시·도와 시·군·구간의 업무조정을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이며,지방자치단체 내부에서의 분권화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이를 위해 목표를 세워야 한다.첫째는 주민이 만족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둘째는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위해 조직개편과 구조개편을 해야 한다.셋째는 분권을 통해 지역 경쟁력의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 ●이기우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라는 의미는 중앙정부의 권한과 기능을 지방정부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으로의 이양도 동시에 추진돼야 가능한 것이다.중앙에 집중된 언론도 지방으로의 분산이 필요하다.지역문제를 주민의 시각에서 다루는 지역언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오재일 가칭 ‘지역혁신위원회’ 등을 만들어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강형기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창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고,모든 지방이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주민의 참여도,시민단체 등의 설자리도 없어진다.부분은 없고 전체만을 강조한 결과로 생긴 잘못된 시각과 사고방식,감수성 등을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기우 지방분권은 중앙정부를 위해 해야 한다.중앙정부가 지금까지 모든 것을 하려다 보니 너무 많은 짐을 지게 됐다.중앙정부는 국가정책 등의 거시적 틀에 집중함으로써 효율성을 키울 수 있다.지방의 경우 인적·물적자원,각종 권한의 과소상태에 놓여 있어 재원결핍 등으로 각종 장애를 겪고 있다.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분권이 필요하다.주민들도 공동체 문제에 무관심해지기 때문에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키우고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중앙에서 자원을 왜곡배분하다 보니 지역감정이 발생했다.분권을 통해 권한과 재원을 배분하면 지방 나름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강형기 중앙부처마다 관할권을 장악해 할거적으로 통치하고 있다.구체적인 사례로는 행정자치부가 소도읍개발사업,오지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또 산림청은 산촌개발사업,농림부는 정주권개발사업,친환경농촌개발사업,건교부는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을 하고 있다.각 부처가 주는 돈은 따로따로 쓰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도로에 대한 관리는 시·도가 하고 있지만 권한은경찰에 있다.분권은 현장에 있는 주민이 자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오재일 노무현 정부의 과제는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다.이를 위해 분권이 필요한 것이다. ●이주희 우리는 국경이 없고 무한경쟁을 벌이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과거는 국가가 중심이 됐지만 이제는 지방이 중심이다.파리와 로마가 경쟁을 벌이듯이 국경을 넘어서 경쟁에 나서는 지자체가 경쟁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라 생활단위간의 경쟁이 중요하다.따라서 지방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강형기 21세기에는 국경이 없어지게돼 지방과 도시만 남게 된다.기업도 도시와 지방의 이름으로 표현된다.지방과 도시의 이미지는 기업 상품의 이미지와 연결된다.기업의 입지조건이나 존재공간이 설정될 때 물리적 환경뿐 아니라 지적 환경의 정비도 중요하다.지적환경의 정비는 국가가 할 수 없다.‘국부론’의 시대에서 벗어나 ‘향부(鄕富)론’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향부의 본질은 문화에 있고,다양성에 있고,작은 주체의 혁신에 있다.우리가 지금까지 유지했던 근본적인 시각의 전환이 요구된다.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지방행정기관이 해결해 준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기우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하위단위가 할 수 없는 것만 상위단위 기관이 담당해야 한다.대자본을 통한 대량생산시스템에서 벗어나 정보·지식사회로 전환되면서 다양성과 자율성이 요구되는 사회로 변모했다. ●강형기 분권과 분산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행정수도 이전은 분산의 문제이다.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이 분권과 관련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행정수도 이전은 서울이 이젠 아닐 수도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고 분권의 기폭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집중이 새로운 집중을 몰고 오는 이유는 서울의 효율성에 있지 않고 서울을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 구조 때문이다.서울에 있는 것은 최고의 것이고,최고의 것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발상이 집중에 의한 집중을 낳고 있다.이러한 발상 때문에 서울을 동경하게 되고,지방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된다.지방은 자원과 인재가 빠져나가 저성장 내지미성장의 상태에 놓여 있고,서울은 과밀상태에 놓여 있다.분권과 분산은 서울을 괴롭게 하자는 것이 아니고 행복하게 하자는 것이다.서울 주민들의 기회박탈이 아니라 행복을 위한 기반조성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 이종락 장세훈기자 jrlee@
  • [열린세상]대선후보들의 경제관

    나는 언제부턴가 솔직히 선거제도를 믿지 않는다.수많은 대중들의 다양한 욕구들을 어떻게 한줌도 안 되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만족시켜줄 수 있는가? 최소한 광복 이후 역사적 경험이 증명한다.그들은 말로는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하며 희망적 미래를 개척할 것이라 약속했지만 사실은 자신과 그가신들,그리고 그에게 정치자금을 대준 이들의 물질적 이해관계를 관철시켰다.그 결과는 농촌의 황폐화와 공업지대의 비인간화,‘20대80 사회’로 상징되는 빈부격차 심화,우리 사회를 먹여 살리는 참일꾼들인 농민이나 노동자의 절망감 증대 등이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생각나는 5분짜리 영화가 있다.‘마우스콘신’이라는작은 마을에 많은 쥐와 몇몇 고양이들이 살고 있었다.주민의 대다수를 이루는 쥐들은 4년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대표를 뽑는데 하필이면 고양이를 뽑았다.많은 쥐들이 그 고양이에게 시달림을 받고 빼앗기고 하면서 정말 다시는 고양이를 뽑지 않겠노라 다짐한다.그러나 또 선거가 오면 역시 고양이가 당선된다.수십년이 흐른 뒤 드디어 한용감한 쥐가 분연히 일어섰다.“왜 우리가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고양이를 대표로 뽑아 괴로움을 자초하는가?” 이에 많은 쥐들이 동참하고 나섰고 모든 쥐들이 박수를 치며 영화는 끝난다.이 얼마나 시사적인가! 이 영화의 기저에는 풀뿌리가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다스린다는 자율·자치의 원리가 깔려 있다.그에 비해 우리가 보아 온 과거의 정치는 대부분 무책임한 엘리트 정치였다.4년이란 기간에 권력 잡은 이들이 ‘한 철 장사’하는 격이었다.민초들은 속고 또 속았다.마치 장 자크 루소의,“국민들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지 그 직후부터는 노예가 된다.”는 말을 증명하듯. 그러나 이제 변화의 조짐이 짙다.문제는 정치의 방향과 내용이다.이런 점에서 나는 대통령 후보들의 노동정책과 농업정책에 큰 관심을 가진다.그 누가과연 참일꾼인 민초들이 ‘즐겁게 일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옆에서 가장 잘 도와줄 것인가? 우선 아쉽게도 이·노·권후보 어느 누구도 생명산업이자 모든 살림살이의근간인 농업을 제1의 우선순위를 갖는 경제정책분야로 치지 않고 있다.휴대전화와 컴퓨터는 없어도 살 수 있으나 건강한 먹을거리는 스스로 생산하지않으면 죽는다는 절박감이 없다.또 인간은 자본 없이도 잘 살지만 자본은 인간 노동력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데 국민 생존의 근간을 제쳐둔 채 자본의생존을 우선시한다.첨단 상품을 많이 팔아 달러만 벌면 저절로 먹을거리 문제는 해결될까? 건강한 먹을거리의 자립 능력을 잃으면 공급자에게 예속된다는 사실을 모를까? 나는 불행히도 유기농 먹을거리 생산 농민들을 ‘국가공무원’으로 모셔 합당한 대접을 하겠다는 후보를 보지 못했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재벌개혁이니 민생개혁이니 하면서 여러 제도개혁 정책들이 난무함에도 풀뿌리 살림꾼인 농민이나 노동자가 ‘건강한 생산’의주체로 재탄생하도록 도와줄 프로그램이 없다는 점이다.출자총액제한이니 집중투표제니 집단소송제니 하는 것들로 생산성 아닌 파괴성을 강화하는 자본의 독재를 막을 수는 없다.또 그러한 제도들이 ‘너 죽고 나 살자’식의 살인적인 경쟁 구조를 해체하지도 못한다.더불어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 비전이 없다는 말이다. 끝으로,지난 11월13일의 여의도 농민 총궐기,그 이전의 쌀농사 살리기 100인 100일 걷기 대회,억압적인 ‘직권중재’에 파업 200일을 맞은 가톨릭병원 노동자들,벼랑에 몰린 800만 비정규직,공식 실업자 중 50%나 되는 대졸자,청소년 92%가 ‘한국사회 썩었다.’고 보는 현실,현대 30억원,대우 20억원,삼성 10억원 등 97년 대선 때 기업들이 여당 후보에게 바친 검은 돈들(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이런 문제들에 ‘보다 근본적으로’ 대처할 의지와 능력이 어느 누구에게도 확실치 않다. 그래서 우린 또다시 ‘차선’이나 ‘차악’을 뽑을 수밖에 없는 걸까? 우리는 그렇다 치고 우리 아이들에게라도 희망을 줄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 교수
  • 독거노인에 주택 ‘원주의 천사’

    “갈 곳 없는 노인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나니 뿌듯하기만 합니다.” 한겨울 차가운 바닥에서 외롭게 보낼 뻔했던 독거 노인들에게 따뜻한 안식처를 마련해준 엄동섭(嚴東燮·41·사업)씨는 강원도 원주시 노인들에게 ‘사랑의 천사’로 통한다. 엄씨는 무주택으로 홀로 살던 70대 할머니와 노부부 한쌍 등 3명이 입주할 집을 섬강이 흐르고 건등산이 훤히 내다 보이는 곳에 짓고 20일 준공식 겸 입주식을 갖는다.원주시 지정면 안창리 능촌마을 ‘행복의 집’이라고 이름붙이고 독거노인 무료 주거 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행복의 집은 연초 지정면장 등 능촌마을 주민들로부터 자녀들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농촌마을 문간방을 전전하며 사는 노인들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엄씨가 선뜻 지정면 번영회에 1억원을 기탁하면서 본격화됐다.이후 지정면 번영회는 전경이 아름다운 강변부지 400여평을 매입,30여평 규모에 3가구가 살 수 있는 원룸주택을 건립했다.집앞 뜰에는 입주 노인들의 소일거리를 위해 텃밭까지 마련하는 세심한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입주를 앞둔 현모(70)할머니는 “기름 때는 방에서 발 뻗고 자는 것만도 고마울 뿐인데 텃밭까지 마련해주는 정성에 감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엄씨는 “넉넉한 살림이었다면 오히려 돕지 못했을지 모른다.”며 “한푼 두푼이라도 보태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차디찬 겨울을 후끈한 인정으로 넘쳐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
  • [이색 당선자] 신정훈 나주시장

    ‘나주배’로 잘 알려진 전남 나주시,보수적 성향의 이 지역 주민들이 만 37세의 농민 운동가를 시장으로 뽑았다.85년 미 문화원 점거농성으로 징역 3년을 살고,87년부터 나주 농민회 사무국장을 지낸 신정훈(辛正勳·37) 당선자는 19일 시 예산(2000억원)의 2.5%(50억원)를 농업경쟁력 강화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농도(農道)인 전남에서,전남의 중심축인 나주에서 오늘의 농업·농촌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자신했다.그는 94년부터 내리 두번 도의원을 하면서 배 농사를 짓고 있다. 세계적인 특산품인 나주배를 예로 들면서 “비교우위 상품인 나주배를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육성해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100% 신뢰감을 주면 자연스럽게 농가소득이 올라간다.”고 강조했다.유사 상품이 활개치고 있는 원인을 생산자와 함께 행정기관의 직무유기로 돌렸다.공동출하,철저한 품질관리와 인증제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다.지난해 나주배로 벌어들인 돈은 1500억원선.그러나 시에서 이 부문에 투자한 돈은 9450만원이었다. 농촌에 희망이 있느냐는 질문에 “소득원을만들고 젊은이들이 되돌아 온다면 농촌은 분명히 희망이 있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지역별로 틈새 작목을 특화하고,품질별 쌀 등급화로 소득원을 마련한 뒤 교육·복지 여건을 확충해 농업인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에서 찾았다. “농업이 위기이지만 농업 만큼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산업도 없다.”며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농업을 밝게 내다봤다.고령화,이농,저소득 되풀이,미래 불투명 등 더 들추어내기 싫은 농촌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짚어냈다.농업인들의 자주성 복원을 들었다.“산업화 과정에서 희생양이 된 농업인들이 정부에 기대는 의타심을 털어버리고 자립하도록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소지역주의도 결국 행정불신에서 나온다.”며 “시장 판공비는 물론 시의 모든 행정을 낱낱이 공개하고 시책 결정에 주민이 참여해 평가하고 책임지도록 하면 막힐 게 없다.”고 나름의 처방을 내렸다. 스스로 ‘깐깐하다.’고 진단을 내린 그는 “공무원은 명예와 자부심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책임행정을 강조했다.부서별 책임자에게 전결권을 주고 공직자 개개인이 잠재력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약속했다.능력 위주로 인재를 발탁하고 시장이 앞장서서 바람막이가 되겠지만 줄서기하는 공무원은 배제하겠다고 공언했다. 글·사진 나주 남기창기자 kcnam@
  • 6.13선택/ 시·도지사 당선자 一聲

    시·도지사 선거가 16일간의 열전을 끝내고 승자를 가려냈다.당선자들은 선거 기간 동안의 상처를 치유해 주민 화합을 이뤄야 하고 해당지역 발전도 이룩해야 한다.당선자들의 소감과 포부를 들어본다. ***도민화합 통해 반목 극복 ◇조해녕(曺海寧·한나라) 대구시장 당선자=‘위기의 대구’를 구하라는 250만 시민의 열망을 모아 희망찬 대구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오랫동안 지역사회를 억누르고 있는 뿌리깊은 갈등과 반목을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한다. 선거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시민 화해와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또 부정부패를 청산,깨끗하고 반듯한 나라를 세우는 데 대구가 앞장서는 일 역시 시대적 요구다.시민과 함께 역사의 고비마다 불의에 맞섰던 대구의 정신을 이어 나가겠다. ***국제 비즈니스 도시로 ◇안상수(安相洙·한나라) 인천시장 당선자=이번 선거는 본인과 한나라당뿐 아니라 인천시민 모두의 승리다.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시정을 펼치도록 노력하겠다. 인천은현재 동북아 중심도시로 도약할 것인지,아니면 한낱 수도권 위성도시로 전락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30년간의 경제활동 경험을 최대한 살려 인천을 동북아경제를 이끌어가는 국제자유비즈니스도시로 만들겠다.또 피부에 와닿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복지·문화·교통·환경 등의 개선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 ***지역경제에 행정력 집중 ◇박광태(朴光泰·민주) 광주시장 당선자=올 연말 대선에서 승리를 염원하는 시민의 간절한 뜻을 받들어 주민화합과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겠다. 후보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상처받은 시민들의 자존심을 되찾도록 대화합에 앞장서겠다.광(光)산업,디자인 산업,첨단 부품소재 산업을 3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광주시를 세계적인 도시와 어깨를 겨루는 경쟁력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공정하고 부정부패 없는 시정을 펼쳐 나가겠다.시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일등시장이 되겠다. ***대덕테크노밸리 육성 ◇염홍철(廉弘喆·한나라) 대전시장 당선자=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통해 감동을 주는 행정을 펼쳐 나가겠다.선거 운동과정에서 구도심 공동화를 비롯,지하철1호선 건설·도심교통·대덕테크노밸리 조성문제 등에 대한 시민들의 소망을 알게됐다.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나은 도시환경 조성에 관심을 갖고 시정을 이끌겠다. 지금 대전의 발전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대전이 국가 발전의 중심에 서야한다는 기대 역시 높다.지난 7년동안 소수정당인 자민련이 이뤄내지 못한 일들을 한나라당을 통해 대전발전의 대장정을 시작할 것이다. ***소외계층 목소리 반영 ◇박맹우(朴孟雨·한나라) 울산시장 당선자=안정 속에 발전을 바라는 울산시민들의 승리다. 지지해 준 시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20여년간 일선 행정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시민 모두가 바라는 깨끗한 시정을 펴겠다. 선거 기간중 현장에서 들은 각계 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시정에 최대한 반영하고 공약을 빠짐없이 챙기면서 노동자와 서민,소외되고 약한 계층을 위한 정책에도 소홀하지 않겠다. 선거과정에서흑색선전과 비방이 난무하는 등 우리 선거문화가 아직도 성숙되지 않은 부분이 많이 드러나 아쉬웠다. ***복지·환경·인재육성 전념 ◇김진선(金振?·한나라) 강원지사 당선자=부족한 사람을 다시 선택해 준 강원도민들에게 머리숙여 감사드린다.앞으로 4년간 더 열심히 일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강원도 발전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겠다. 현재 강원도는 도약의 전환기에 놓인 만큼 ‘강원도 중심의 잘사는 세상’을 목표로 물류의 중심지,환경,복지,인재육성 등 미래의 강원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전념하겠다. 아직 밑자락에 깔려있는 영동·영서지역 갈등을 아우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강원도의 목소리를 찾고 강원도의 가치가 제대로 대접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세계속 일류 경남으로 ◇김혁규(金爀珪·한나라) 경남지사 당선자=도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것은그 동안의 경영행정에 대한 신뢰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열망이 합쳐진 결과이다. 따라서 그 동안 경영행정으로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도민들과 함께 나누는 복지·환경·문화행정을 펴겠다.이는 나의 행정철학인 ‘도민 제일주의’와 ‘세계 일류 경남’을 실현하는 것으로 ‘일등 경남’의 완성이다.앞으로 더욱 도민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행정,도민의 믿음으로 일류 경남을 건설하는 행정,도민의 행복을 제일의 가치로 삼는 도민 제일주의 행정을 다짐한다. ***세계속의 중원문화 창달 ◇이원종(李元鐘·한나라) 충북지사 당선자=다시 한번 저를 신임,충북 도정을 맡겨준 150만 도민들께 감사드린다.선거과정에서 흐트러진 지역 민심을 서둘러 하나로 모으고 충북이 ‘작지만 앞서가는 도’로 우뚝 서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도민들에게 약속한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지역경제와 정보화 및 복지수준을 각각 한단계씩 상승시키고 맑고 쾌적한 청정 환경을 확보하겠다. 또 세계속의 중원문화 창달,국제수준의 선진관광,입체교통망 확충,세계적 경제력을 갖춘 선진농촌 실현 등 선거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다짐한다. ***국제자유도시 개발 집중 ◇우근민(禹瑾敏·민주) 제주지사 당선자=지난 4년의 우근민 도정을 인정해 준 도민 여러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것으로 은혜를 갚겠다. 국제자유도시를 창업한 만큼 이 역사적 사업을 잘 이끌어 나가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자산으로 물려주겠다.국제자유도시 개발사업을 비롯,지역경제 활성화,감귤산업 안정적 육성,농가부채 경감,4·3문제 완전해결,9만명 일자리 창출,행정개혁 등 공약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 작지만 강한 제주,풍요로운 제주 건설에 앞장서겠다.선거로 쪼개진 마음들을 잘 추슬러 도민 화합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16대비전·225개사업 실현 ◇안상영(安相英·한나라) 부산시장 당선자=민선 3기는 부산의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그 동안 시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반드시 부산의 밝은 미래를 책임지겠다. 특히 시민들에게 약속한 16대 정책비전과 225개 사업을 꼭 실현시켜 부산이 도약과 번영의 나래를 펴도록 하겠다. 이와 함께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 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부산이 세계속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쏟겠다.아울러 기업들이 안심하고 투자 할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 ***앞서가는 충남의 시대로 ◇심대평(沈大平·자민련) 충남지사 당선자=이번 선거 결과는 개인의 승리가 아닌 새로운 충남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200만 도민의 염원이라고 생각한다.우리가 소리높여 외쳤던 정책과 대안,그리고 선거운동과정에서 불거졌던 분쟁과 다툼은 보다 나은 충남의 시대를 열어가는 에너지로 흡수되고 축적될 것이다. 6·13 지방선거는 전 도민이 참여하고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었다.이를 발판으로 진정한 화해와 포용으로 지방자치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 선거운동기간 약속한 모든 사항은 성심을 다해 지켜갈 것을 다짐한다. ***현장중심 생활행정 펼쳐 ◇손학규(孫鶴圭·한나라) 경기지사 당선자=경기도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확인하면서,기쁨보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경기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도민들의 깊은 마음을 헤아려 경기도를 바로 세우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겠다.젊고 새로운 생각,민주적 리더십,경기도 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경기도를 대한민국의 중심,동북아의 중심으로 세우겠다.내가 앞장서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기업하기 가장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한편 관료주의적 타성을 버리고 도민들이 실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해결해 주는 현장중심의 생활행정을 펼쳐 나가겠다. ***열린도정·강한경제 구현 ◇강현욱(姜賢旭·민주)전북지사 당선자=도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에 감사한다.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시켜 준 도민 여러분의 성원은 침체의 늪에 빠진 전북을 일으켜 세우라는 준엄한 명령으로 받아들인다.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도정의 질서를 바로잡아 전북 발전의 새로운 계기로 삼겠다.열린 도정,강한 경제,도민화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 좌절과 절망을 떨쳐버리고 강한 전북을 향해 다함께 힘차게 출발하자.강한 전북건설에 강현욱이 앞장서겠다.앞으로 더 큰 용기와 힘을 모아주면 전북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2010 여수박람회' 유치 ◇박태영(朴泰榮·민주) 전남지사 당선자=낙후된 전남경제를 살리겠다.도민들의 뜻을 받들어 경제 살리기에 힘쓰면서 지역간 균형 발전에 노력하겠다.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화합과 통합으로 새로운 전남을 만들겠다.농어촌경제를 활성화하고 논 농업 직불제를 확대하며 친환경 농수산물을 생산해 국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외국기업을 유치,일자리를 창출해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아 외지로 떠나는 것을 막겠다.노인복지와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 확대도 이루겠다.‘2010 여수 세계박람회’유치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5대 첨단 신산업 중심개편 ◇이의근(李義根·한나라) 경북지사 당선자=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선거를 통해 도민들이 경북 발전을 위해 무엇을 원하는지를 재확인했다.도민의 뜻과 기대를 도정에 하나하나 반영,‘위대한 경북’ 건설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 5대 첨단 신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농어업 경쟁력 강화,대형 SOC사업 마무리에 중점을 두겠다.문화·환경·복지의 가치를 중시하는 생활도정을 펴겠다.21세기 가장 성공한 자치단체,가장 살고 싶은 경북도를 만들겠다.선거로 흩어졌던 역량을 모아 경북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
  • 아프간 전장에서/ 남편도 아들도 전쟁에 뺏기고 “눈물도 말라가네”

    [호자바우딘 전영우 이영표 특파원] “전쟁이 남편과 아들,그리고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갔어요”.호자바우딘 근처의쿰케슐락 난민촌에 사는 아이샤(60·여)는 매일 죽은 남편과 아들 생각에 눈물로 하루를 보낸다. 남편 샤리프는 15년 전 고향인 호자가르에서 러시아군에,큰 아들 압둘 헐릭은 서른일곱의 한창 나이였던 지난해 탈레반의 손에 죽음을 당했다. 러시아군은 고향 마을을 점령한 뒤 농부였던 남편을 아프간 전사 ‘무자헤딘’으로 몰아 총살했다.큰 아들 압둘이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전사였기 때문이다.압둘은 지난해 고향마을에 쳐들어 온 탈레반에 맞서 싸우다 복부에 총알을맞아 전사했다. 탈레반이 마을을 모두 불태워 남편과 아들의 무덤이 있는고향을 등지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피란길에 올라 호자바우딘 근처의 난민촌에 정착했다. 아이샤는 “압둘은 우리 부부의 반대에도 불구,16살이 되자 ‘러시아군을 몰아내겠다’며 군에 입대했다”고 회상했다.“남편이 죽은 뒤 큰 아들만 바라보면서 살아왔는데…”흐느끼느라 그녀의 말은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압둘은 키가 185㎝나 되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얼굴도 잘생겼고 마음 씀씀이도 고와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좋아했다.부모를 공경하고 두 명의 남동생과 3명의 여동생들도열심히 돌봤다.힘이 센데다 머리도 좋아 대대장급 장교의경호원으로 뽑힐 정도였다.샤리프·아이샤 부부에게 압둘은너무도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존재였다. 3남3녀를 두었지만,딸들은 모두 시집가고,지금은 청각장애인인 막내 아들 자리프(25)와 함께 살고 있다.둘째 아들 코로보날리(30)는 멀리 달카트 지역 농가에서 날품팔이로 일하고 있지만,자신에게 돈을 부칠 형편이 되지 않는다.아이샤는 “가난했지만 고향에서 가족들이 함께 살 때는 행복했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anselmus@. ■여권운동 나지르 인터뷰 “”탈레반치하 여성은 인간 아니다””. [호자바우딘 이영표특파원]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여성입니다.”아프가니스탄에서 여권신장운동을 선도하고 있는 파라너즈 나지르(34·여)는 아프간 여성들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 말부터 꺼냈다. 그는“농촌 지역에서는 여성의 사회·경제 활동이 거의불가능해 남편이나 아들이 죽으면 친정이나 시댁 남성들의부양을 받아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면서 “여성을 애 낳는기계로 취급하는 탈레반이 존재하는 한 여권 신장은 꿈도못 꾼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여성이 아파도 혼자서는 병원조차 갈 수 없다.탈레반이 정권을 잡기 전에는 카불등 큰 도시에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도많았다.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은 서양식 복장을 입고,거리를활보하고 회사와 정부기관에서 일했다. 파라너즈는 이어 “아프간에서 여성이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식되기 위한 가장 시급한 조건은 평화와 민주주의”라면서 “따라서 여성들이 전쟁의 종결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라너즈는 카불에서 태어나 지난 83년 결혼한 뒤 남편과함께 우크라이나로 유학을 가 전기공학을 공부하고 12년 전귀국했다. 지난 3월 150여명의 여성들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여성협의회를 결성하는 등 아프간의 여권신장운동에 힘을쏟고 있다. 파라너즈는 “잘못된 전통 철폐,여성의 경제적 자립,여성교육기회 확대 등이 우리의 우선적 목표”라면서 ““특히여성이 교육을 받아야 직업을 얻을 수 있고,경제적으로도독립할 수 있다”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tomcat@
  • 도심속 가을이 ‘주렁주렁’

    ‘도심속에서 과실의 풍요로움을 느껴보세요.’ 서울 가로변 은행나무에 알알이 달린 열매가 탐스러운 요즘이다.도심 가로수에 영그는 과실은 시간에 쫓기는 도시인들에게는 잠시나마 고향의 여유로움을 떠올리게 하는 위안거리.시내 도로변에는 지천으로 널린 은행나무 말고도 감나무,살구나무 등이 곳곳에서 결실의 풍성함을 더해준다. 서울에서 가장 흔한 유실수는 은행나무.시내에 무려 12만여그루가 심어져 있다.시민들은 은행 열매를 보며 가장 먼저 가을을 느낄 정도다.이맘때만 되면 가로변에 뒹그는 은행을 줍느라 바쁜 도시인의 모습이 오히려 정겹다. 각 자치구에서는 날을 정해 주민들과 함께 은행을 한꺼번에 수확하는 행사도 갖는다.이렇게 수확한 은행은 관내 불우이웃에게 전달되고 ‘생명의 나무 1,000만그루 심기’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에게도 돌아간다.이들은 농촌이 아닌 도심에서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은행나무에 견줘 턱없이 적은 양이지만 도심 곳곳에 심어진 감나무는 인근 주민들에게 가을의 풍성함을 떠올리기에부족함이 없다. 대표적인 곳은 양천구 목동 일대.빠리·목마·신트리공원과 목동 1∼14단지를 지나는 목동 중심축 도로,안양천 둑방길 등에 450여그루가 있다. 양천구청 안기주씨(40·총무과)는 “빨갛게 영근 감이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엔 그만”이라며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순찰조를 만들어 설익은 감을 따가지 못하도록 감시까지하고 있다”고 말했다.구청과 주민들은 매년 11월초 잘익은 감을 한꺼번에 수확,인근 복지시설 등에 보낸다. 감나무는 관악구 낙성대길과 난곡로,용산구 서빙고로에도많다.낙성대길엔 낙성대∼서울대 후문 1.2㎞구간에 160그루,난곡로 일부엔 60그루가 들어서 있다.서빙고로엔 용산가족공원 용산쪽 출입구에서 공원을 끼고 120그루가 결실을 뽐낸다. 살구도 어릴적 추억을 되살려 준다.살구나무는 원효로,동일로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원효로엔 용산구 용문동 시장 주변에서 원효대교 방향으로 120여주가 자라고 있다.상계동엔 동일로에서 상계1동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따라 180그루가 늘어서 있지만 아직 어려 조만간 열매를볼 수 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한국체험 즐거워요”

    ‘솔롱고스’를 체험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몽골학생들이 3일동안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있다.주인공들은 서울 외국인근로자 선교회에서 운영하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재한몽골학교’ 학생 60명. 이들은 25일부터 3일 일정으로 ‘한국에서의 행복한 기억 만들기’캠프에 참가해 ‘솔롱고스’(무지개가뜨는 아름다운 나라란 의미의 한국을 지칭하는 몽골어)를체험하고 있다. 캠프는 광진구가 몽골학교 학생들에게 한국문화와 한국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몽골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광진구 관내 중·고생 60명도 함께 참가한다. 캠프 참가자들은 첫날인 25일 점심식사와 함께 충정로에위치한 농업박물관을 찾아 한국 농촌의 생활양식을 경험했다. 26일에는 경기도 일산 보이스카웃 수련장에서 김치찌개,떡볶이,불고기 등 한국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고 한국 청소년들과 장기자랑도 펼친다.또 한국학생들이 몽골음식의 대표격인 몽골만두(보즈)를 만들어 먹으며 두나라의 음식과문화를 이해하며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캠프 참가자 오노르바야르(11·여)양은 “한국 친구들로부터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배우는 값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즐거워했다.문의 450-1490. 이동구기자 yidonggu@
  • [대한광장] 갈라진 마음에 단비를

    가뭄이 긴 탓에 물이 부족해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가뭄은경제위기에 대한 논란이나 정치적 논쟁, 교육문제와 같은일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격하시켰다.그 정도로 심각한 모양이다. 나는 서울에 산다.솔직하게 말하자면 가뭄으로 인한 농민의 피해와 아픔을 여러 언론보도를 통해 듣고 보았으나 내가 체험적으로 그 영향을 경험한 것은 채소값이 많이 올랐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나서다. 농촌에서 물은 생명이다.그러나 도시엔 아직도 흔하다.가뭄으로 인한 영향이 도시의 개인적 삶에 치명적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아니 어쩌면 도시에는 그러한 절박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는 부족함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을위한 모든 편의와 물질이 풍부하다.사람들은 계속해서 편의를 좇아 도시로 모여들었다.삶의 중심이 인간이 아니라 도시 자체가 돼 버린 지 이미 오래다.가뭄이 오기 전부터 농촌은 결핍의 지역이었고 도시는 풍요의 지역이었다.결핍을체험하고 사는 곳에서는 가뭄이생명의 문제로 부각되는 반면 풍요로운 도시에는,채소값이 올랐으므로 포장김치를 사먹는 것이 유리하다는 경제논리로 전달된다.물론 개개인의차원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가 결핍을 체험할 수는 없더라도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우리 사회는 입으로는 근검절약을 말하지만 몸으로는 과잉소비를 미덕으로 실천하는 물질주의 계층문화에 빠져들고 있다.너무 많이 사고,지나치게 먹는 것을 즐기고,필요 이상으로 가르치고,가지려 한다.그러는 가운데 오히려또 다른 결핍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도시를 대변하는 단어는 ‘풍부함’을 거슬러 ‘공해’‘소음’‘불안정’‘여유 없음’과 같은 단어가 득세하고 있다. 사실상 도시의 정신적 가뭄은 시작된 지 오래다.우리 삶의 모습이 좀더 단순해지지 않는다면 지금 농촌의 가뭄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까 두렵다. 지금의 가뭄은 해소될 것이다.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이 비를 기대하고 있으며 하느님이 우리 농민의 눈물을 보셨을것이다.우리 모두가 이 땅에 단비를 내려달라고 기도하고있지 않은가.어찌 비가오지 않겠는가.비가 내리면,단비가내리면 농민들은 기뻐 춤출 것이다.우리는 그들의 모습을 TV에서 보면서 흐뭇해할 것이다.농민들은 생명의 비가 내리면 그것으로 모든 것에 만족할 것이다.기뻐할 것이다. 이는 마치 암환자가 완치돼 새 생명을 얻음과 같다.생명을얻었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감사함만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에 사는 우리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농민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는 하겠지만,우리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 그와 같은 기쁨이 있을까. 아마 채소값이 안정되는 것 정도를 느끼면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과연 누가 더 풍요를 경험하는 것인가?부족해도 모자람에 둔감하고 풍부해도 넉넉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것이 풍요인가,아니면 결핍에 민감해 작은 것을크게 여기는 곳에 풍요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고 부족함을 조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러나 우리는 다만 조금 더 단순한 삶을 실천적으로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그것이 자연의 질서에도 순응하는 것이고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표현이기도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삶의 방식을 통해 이웃의 어려움을 조금 더체험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사회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누구나 물질적 풍요를 갈망하지만 그곳에는 항상 또 다른 결핍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부족한 가운데 가뭄으로 인한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 농민들이 더 행복하고 풍요로워졌으면 좋겠다.그래야 도시도 넉넉해지지 않겠는가. 홍윤선 네띠앙 대표
  • [발언대] ‘포돌이’에 따뜻한 격려를

    오월은 ‘신록의 계절’ ‘가정의 달’ 등으로 불린다.그러나 경찰관들에게는 ‘집회의 계절’이다. 신록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시위현장을 다니다 보면 때로는그들의 주장에 동감하기도 하지만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태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결국 타인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국가는 더 이상 민주국가로서 존재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타인을 배려하고 질서를지키는 것이 바로 국민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방법이라고 믿는다. 운전의 기본인 안전띠 매기를 경찰에서 강력히 단속하고,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고 발생이 30% 가량 줄었다.기본을 지킨다는 것은 처음에는 몸에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할 수도 있지만 결국 국민이 그 최대 수혜자가 되는 것이다.이런 점 때문에 정부에서도 신뢰 회복과 사회 각 분야의 기본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그마한 시골 치안의 책임자로 부임한 이후 ‘국민에게경찰이 가장 필요하는 곳,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일까’를 늘고심하고 있다.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농번기에는 품삯을 주고 전문 일꾼을 불러 전통 장례를 치러야 하는 농촌 사정을 감안하여 유족 대신 포돌이 도우미들이 장지까지 상여를 메주는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고,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학교 폭력 등을 해결하기 위하여 포돌이 진돗개에게 ‘기초질서 확립’캠페인 문구가 새겨진 옷을 입혀 초·중·고교 등·하교 길을 순찰하도록 하고 있다. 기초질서 위반자를 계도해 ‘2001년 한국 방문의 해’와 2002 월드컵대회 등 국제행사를 맞아 깨끗한 국가 이미지를 제고시키고,지역 실정에 맞는 치안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의노력도 다하고 있다. 간혹 경찰이 실수하더라도 너무 탓만 하지 말고 따뜻한 격려 한 마디를 부탁한다. 오 형 채 전북 익산경찰서장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 (10)사단법인 ‘한살림’

    ■‘한살림’의 어떤 강연에서 “진정한 의미의 소비란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경제원리를 부정하는 말인데 좀더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생태계는 순환 원리에 의해 생성-소멸-생성을 반복 합니다.둥근 원의 구조지요.반면에 현대인들의 삶은 쓰고 버리는직선 구조 입니다.일반적으로 ‘소비자’라고 말 할때 쓰고버리는 사람,쓰기만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떤 결과를 낳는지,그렇게 하는 것이 정당한지 생각하지 않고 말입니다. 물론 그렇게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으면 상관 없겠는데 지금같은 소비 방식,가치관이 계속되면 앞으로 사회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지구는 고무풍선이 아니기 때문 입니다. ■지구 자원을 축내지 않는 삶이 정상이라는 얘기군요. 쓰레기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음 100년 안쪽이고 우리나라는 아마 50년도 안될 겁니다.옛날의 삶은 쓰레기가 나오지않는 삶이었으니까요.강물에다 배설물과 오폐수를 버리는것은 우리의 젖줄을 더럽히면서 순환구조를 깨트리는 행위입니다.봉이 김선달의 대동강 물 팔아 먹는 얘기가 현실이됐지요.그러나 지하수 오염도 심각해져 머잖아 생수도 못먹는 시대가 옵니다.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를 따져 보면 자명해지겠지요.현산업사회 경제구조는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로 이어집니다.한 때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이 있었듯이 재활용,재사용은 자본주의 논리에는 안맞는 말입니다.그러나 대량소비-대량폐기-자원고갈로 이어지는 행복의 기준을 물욕충족에 두는 생활방식이야 말로 생명의 논리와 동떨어진 방식입니다. ■지구의 자정 능력을 떨어트리고 자원을 고갈시킨다는 면에서 사회주의도 마찬가지겠지요 물론 입니다.소유구조만 다를 뿐 생태계 순환구조를 파괴하는 것이라든가 인간위주의 개발신화를 신봉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건강한 밥상을 매개로 도시 소비자와 농촌 생산자를 살리는 일이 소집단일 때는 가능하겠지만 국가 차원의 대안이될 수 있을까요? 좋은 예가 있습니다.소련이 망한 후 고립된 쿠바가 기름이없으니까 트랙터를 두고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국가 차원에서 집집마다 소를 기르고 유기농을 시작했는데 가네꼬 요시노리(金了美登)라고 하는 일본 사람이 이것을 보고 와서는 ‘21세기의 모델’이라고 부제를 달아 책을 냈습니다.욕구충족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자급자족이 된다 하더라도 국가 경쟁력이 문제 입니다. 국가경쟁력이란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능력이라고 봅니다.모든 나라가 지구에서 진정 인간이 계속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면 우리만 더 많은자원을 쓰고 오염물질을 더 많이 배출 하면서 더 많은 부를축적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의 고민은 식량의 절대량 부족에 있는것 아닙니까? 그건 그것대로 과제이고 먹어서 해롭고 다음 세대에 넘겨줄 자원을 고갈 시키는 것 부터 해결 해야지요.지금 인류의식생활은 북극 곰이 빠나나를 먹고 열대지방 침팬지가 펭귄 요리를 즐기는 식입니다.모든 생명체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지역에서 나온 것만 먹고 살수 있는 체질을 물려 받았습니다.오히려 북극 곰이 빠나나를 먹고 침팬지가 펭권요리를 즐기다 보면 문제가생깁니다.개인의 건강은 물론 사회적문제를 유발 하지요. 착취와 빈곤,광우병 같은 괴질이 그런것입니다. 밀의 경우를 봅시다. 1960년대에 “밀을 먹으면키가 큰다.머리가 좋아진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 나시죠,그게 실은 ‘PL480’이라고 하는 미국의 농업정책이었거든요.그결과 지금 우리 국민이 소비하느 밀가루가 우리나라밭에다 다 밀을 심어도 30% 밖에는 충당을 못 합니다.이런것이 바로 식생활 습관의 왜곡인데 세계적으로 이 왜곡구조만 바로 잡아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식량문제는 상당부분 해소 될 겁니다.태평양을 왕복하는 운송비용,방부처리 등 자원 낭비,건강문제는 별도로 치고 말입니다. ■콩 세알을 심어서 하나는 새 밥으로 하나는 벌레 밥으로하나만 자라면 된다는 유기농법이 아무래도 단위 생산량은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실험해 봤는데 최고 20% 밖에 안 떨어 졌습니다. 유기농도기술이 발달해 지금은 같거나 더 나올수도 있습니다. 그 대신 농약,제초제 안쓰는 반대급부가 얼맙니까.그리고 제초제도 한번사용해서 영원히 풀이 안 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계속 사용해야 하고 더욱이 다이옥신이라는 독극물이 들어있는 제초제는 인간생명 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살림 농산품이 무공해인 대신 비싸겠지요? 농약 친 것에 비해 가격이 높은 것도 있고 낮은 것도 있습니다.예를들면 지난해 2∼3㎏ 짜리 배추한포기에 산지에서200원 한 일이 있습니다.배추농사 지은 사람들 망했지요.그때 우리 한살림 배추는 포기당 900원, 소비자 가격이 1,300원이었습니다.그런가 하면 어떤 것은 몇년째 값이 그대로입니다.중요한 것은 한살림의 상품가격은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로 정합니다.값이 싸면 뭐합니까.먹어서 탈이나면 안먹는 것만 못한걸. ■가격은 어떻게 정 합니까? 먼저 생산자 회원들이 모여 영농일기를 토대로 원가를 정한 후 소비자 회원들과 만나서 정합니다만 대부분 생산자의견이 수용 됩니다. ■추곡 수매가 투쟁처럼 다툼은 없습니까? 오히려 서로 ‘그 값으로 되겠느냐’며 걱정하지요. 피차믿고 하는 일이니까요. ■생산자 본인 과실이나 태만으로 수확이 저조하면 어떻게합니까? 생산자 회원들이 상호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기 때문에 특별히 한 사람이 실수 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일은 없습니다.다만 천재지변의 경우에는 보험 형식의 적립금과 사발통문을 돌려 갹출 해서 일부 보전도 해 줍니다. ■그렇게 고지식한 농사로 자녀들의 대학교육이 가능 합니까? 사람들이 왜 자녀교육을 위해 농촌을 떠날까요.좋은 대학보내 자식은 농사꾼 안만들겠다는 것 아닙니까.한살림 회원자녀들은 아버지가 농부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가업을 잇겠다고 합니다.또 농업 중심의 지역사회 건설을 통 해 농촌지역에서 자녀교육 문제를 해결할수있는 길도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회원은 얼마나 됩니까 서울만 2만4,000명,전국회원은 3만6,000여명 입니다.서울의 경우 계약 농가가 5,00여 가구인데 단오잔치 가을걷이추수한마당 등 대동잔치를 합니다.우리 회원들은 시골 친정도 많고 도시 친척도 많은 셈이어서 사는 보람이 있습니다. 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 이상국 전무 프로필. ▲1953년생▲1975년 영남대학교 졸업,가톨릭농민회 홍보부장,한살림 생산·교육부장,상무이사,소비자 생활협동조합중앙회 이사,감사 역임 ▲현재 사단법인 한살림 전무이사,귀농운동 본부 감사,유전자조작식품반대생명운동연대 공동대표. *‘한살림’은. ‘한살림’은 운영형태적으로 말하면 농산물 생산과 소비직거래 조합이다.그러나 직거래로 좀 더 싸게 사자거나 비싸더라도 안전한 농산물을 먹겠다는 이기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합은 아니다. ‘한 살림’의 ‘한’은 하나·전체·함께라는 뜻이고 ‘살림’은 산다·살려 낸다의 뜻을 담고 있다.따라서 이들의지향은 모든 생명을 함께 살려 내는 데 있다. 생명의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모든 생명이 한집 살림 하듯이 더불어 살자는 뜻이다. 지향하는 바가 높고 클수록 그 방법이 포괄적이어서 애매하기 십상인 데 비해 이들의 방법은 아주 명료 하다.모든것은 ‘건강한 밥상’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구체적으로말하면 소비자의 건강한 밥상은 농민을 살린다.비료와 농약의 해독으로 부터 해방,그리고 어떤 경우라도 생산원가 플러스 알파를 보장해 준다는 뜻이다.모든 생산품의 가격은생산자와 소비자가 협의 해서 정하기 때문이다.농산물 반대로 농민은 껍질째 먹을수 있는 사과,초벌만 씻어 김장해도되는 배추를 공급 함으로써 소비자의 건강을 책임 진다. 생산자와 소비자가서로 살리고 사는 과정에서 땅이 살아나고 하천이 살아 난다.나아가 이들의 생명 중심의 세계관은 삶의 방식을 바꾸고 이웃과 사회를 변화 시킨다. ‘한살림’은 1986년 4월 불신과 공해가 만연한 ‘죽임’의 세계를 믿음과 협동의 ‘살림’의 세계로 바꾼다는 취지로 발족 했다.1인당 3만원 이상의 출자금을 내고 회원이 낸출자금으로 생산자의 영농자금을 지원하고 ‘한살림’ 할동에 필요한 사무실,물류센터 차량,시설,장비등을 마련 하는데 쓰인다.따라서‘한살림’ 회원이 되는 것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다. ‘한살림’ 생산자가 되려면 3년 이상의 유기농업을 해 온사람으로 지역 생산자 모임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경험도중요 하지만 소비자의 건강은 물론 땅과 하천과 풀과 벌레를 생각하는 철학이 없으면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다.그대신‘한살림’생산자회원이 되면 천재지변의 경우에도 손실의일부를 보전 해 준다.
  • [21세기 담론-생명을 말한다] (6)도법스님 인드라망 생명공동체운동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실상사에 귀농학교는 좀의외 입니다. 생명에관한 생태주의자들의 관점은 불교에서는 상식에 속합니다.수천년 전 화엄경에 오늘의 생태주의자들이 말하는 생명의 관계성,순환성이 있습니다.그런데 현실은 불교가실현하고자 하는 것과 점점 괴리돼 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이 문제로 오래 고민 하다가 시작한 운동입니다. ◆국민의 5%가 농업에 종사 하거나 10%가 종사 하거나 생산량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그렇다면 농업인구를 최대한줄이고 나머지 인적자원이 다른 산업에 종사해야 국부(國富)에 도움이된다는 것이 경제논리 입니다.귀농학교는 이논리에 뭐라고 답 하십니까? 개발과 성장만이 희망이던 시절의 논리지요.물론 그 논리로 경제가 성장한 것은 사실입니다.그러나 자동차가 없던시절 우리는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았습니다.그런데 지금은 웬만해서는 자동차 없는 집이 없지만 행복 합니까?오히려 더 불안하고,쫓기며 살지요.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총체적 위험에 직면해 있습니다.경제성에만치우친 영농은내게 도움이 되는 농작물을 위해 그 주변의 풀과 벌레를 멸종 시키는 농법이었습니다.그 결과 풀과해충만 죽었습니까.땅도 물도 농작물도 사람도 병들게 했습니다.유기농은 이 죽임의 농법에서 땅을 살리고 생태계를 살리는 일이며 궁극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입니다. ◆알고보면 재래식 농법인데 유기농이 경제성은 있습니까? 농업은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안됩니다.생명산업이지 경제산업이 아니니까요.먹어서 몸에 해로운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과 건겅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경제성으로 비교평가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독일 같은 나라는 유기농이 농작물을 생산할 뿐 아니라 환경을 되살리는 일이라는 뜻에서 막대한 지원을 해 줍니다.우리도 그 정책을 배워야 합니다. ◆일단 적자는 면해야겠지요.가구당 몇 평 정도면 자급지족이 될가요? 논,밭 합쳐서 2000평 정도면 됩니다.부부가 부지런히 일한 값으로 먹고 사는데는 지장이 없어요.그대신 쓸데 없는 소비는 안 합니다.도시고 농촌이나 간에 현대인들의 생활이 낭비요소가 너무 많아요.낭비는 본인의 허리도 휘지만자원을 고갈 시키고 공해를 유발하는 이중삼중 해악입니다.생활이 검박하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여려모로 좋지요. ◆요즈음 사람들은 최우선 순위가 자녀교육 입니다.2,000평 농사로 두 아이 대학에 보낼수 있습니까? 그 정도는 안됩니다.대개는 젊은 부부니까 아직은 괜찮고 대학에 보낼 때 쯤 되면 그 나름의 대안이 나올 겁니다. ◆유기농 운동을 종단(조계종) 차원에서 벌이면 어떨까요. 임야와 농지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이 절 입니다.우리 운동의 1차 목표가 종단 차원에서 생명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론과정과 전문과정이 있던데 농사 짖는데 이론이 도움이 됩니까? 오늘의 위기는 잘못된 세계관 때문입니다.국가,인종,종교,빈부,남녀간의 갈등은 물론 자연의 착취,땅의 혹사,이 모두가 이분법적인 세계관이 낳은 것이지요.이를 극복하려면 공존,협력,조화를 이룰수 있는 세계관을 먼저 확립해야합니다.농업노동으로 이같은 세계관을 실천하는 것이 유기농 입니다.먼저 시작한 사람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중심으로 한 체험중심 이론교육도 있습니다. ◆무한경쟁 시대에 그렇게 경쟁력 없는 세계관으로 경쟁이되겠습니까? 더 많이,더 편하게 살기 위해 싸워서 이겨야한다.이것이지금까지 인류가 신봉해온 논리지요.그 결과 어떻게 됐습니까? 50년 전 소득 50불이나 지금의 1만불이나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 할수 있습니까.오히려 더 불안하고 더 비인간적이고 더 야만적이 됐지 않습니까.그렇다면 이제 방법을 달리 해야겠지요.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의 경쟁이 삶과 자연을 이토록 황폐화 시켰는데 살아 남기 위해서 경쟁력만 강조하다 보면 더 살벌해지는 것 밖에 더 있습니까. ◆더불어 사는 삶이 아름답다는 교육은 늘 받아 왔습니다. 문제는 욕망인데 인류가 동시에 욕망을 제어 한다면 평화공존이 가능할지도 모르지요.그러나 그건 영원한 이상일뿐입니다.또 욕망 덕택에 발전 했고요. 욕망에 길들여져 죽는 길인줄도 모르고 가속 페달만 밟는 것이 오늘의 문명입니다.우생학에 뿌리를 둔 진화론,기독교적 이원론에 근거한 세계관 하에서 정의의 이름으로 전쟁을수없이 했으나 평화는 오지 않았습니다.평화는 평화의 씨앗을 심었을 때만 온다는 간디의 말씀이 옳습니다.평화는 존재의 관계성을 깨달을 때만 가능 합니다.욕망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나라는 존재가 관계를 떠나서 존립할수가 없는데 그 관계성을 무시하고 독식하고 지배하려는데 있습니다.생명을 복제한다 해도 물과 공기를 떠나서는불가능 하지요? 때문에 물을 살리고 공기를 살리고 흙을살려야 우리가 삽니다.허준이 환생해도 오염된 흙과 물을먹고 자란 약초로는 병을 고치지 못 합니다.우리 조상들이 용왕 지신왕 산신령을 모신 것은 그것이 우리 생명과 관계있는 것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입니다.서양의 기계론적과학지식이 그 감수성을 마비시켜버린 겁니다. [도법스님]▲1949년 제주도 출생,▲1965년 금산사에서 출가▲1987년 금산사 부주지,1990년 승가결사체 ‘선우도량’결성(현재 공동대표)▲1995년 실상사 주지(현)▲현재 불교귀농학교 교장,전국귀농운동본부 지도위원,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 공동대표,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대담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첨단과학기술이 환상적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인류의 꿈은 그야말로 꿈일 뿐,현실은 그 반대로 나타나고있다.현대사회가 봉착한 총체적 위기,인간의 비인간화,인간을 포함해서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반생명적 환경 등이 그 증거다. 전혀 뜻하지 않았던 이 현실은 “우주의 실상(實相)에 대한 무지와 무지에서 비롯된 잘 못된 세계관과 방법으로 살아온 필연적 귀결”이라는 것이 도법(度法) 스님이 이끄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내린 오늘의 현실 진단이다. 따라서 이들은 “인류는 본래의 길을 가야한다.인류의 희망이그곳에 있다”고 말한다.이들이 말하는 본래의 길이란 우주의 실상이 유기적 공동체이며 그 유기적 공동체는 공존,협동,균형의 질서로 생성,발전,순환한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이같은 불교의 세계관을 실현하기위해 모인 대승적인 신행단체다.이들은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사회에 대한 공동체적각성을 표방한다. 그 첫 시도가 1998년 3월 문을 연 귀농운동 이다.‘농사나 짓자’는 귀농이 아니라 산업사회의 경제논리에 휩쓸리다 보니 벌레를 죽이고 풀을 죽이고 땅도 죽여 마침내 사람까지 위태롭게 하는 농업을 본래의 생명농업으로 되살리자는 운동이다.남원 실상사에 개설한 이론과정과 실습과정의 귀농학교는 죽임의 농업,단절의 농업을 살리는 농업,순환,협동의 농업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으로 왜곡된 영농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유기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소비해 주는 그룹이 있어야 지속적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건강한 먹을거리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해 주는 생활협동조합이다.환경운동,대안학교 운동도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벌이는 큰 틀의 생명운동이다. *불교의 생명관. 화엄경에 나오는 제석천 궁전에는 구슬 그물이 있다.그물코마다 투명한 구슬이 있어 우주삼라만상이 휘황찬란하게투영된다.이 구슬들은 서로서로 다른 구슬에 삼라만상을비추고 받아 들인다.이 구슬은 저 구슬에,저 구슬은 이 구슬에 투영되고 작은 구슬은 큰 구슬에,큰 구슬은 작은 구슬에 투영된다.동 쪽 구슬은 서 쪽 구슬에,서 쪽 구슬은동 쪽 구슬에 투영되고 남 쪽 구슬은 북 쪽 구슬에,북 쪽구슬은 남 쪽 구슬에 투영된다. 정신의 구슬은 물질의 구슬에 투영되고 물질의 구슬은 정신의 구슬에 투영된다.인간의 구슬은 자연의 구슬에,자연의 구슬은 인간의 구슬에 투영된다.시간의 구슬은 공간의구슬에 투영되고 공간의 구슬은 시간의 구슬에 투영된다. 동시에 겹겹으로 서로서로 투영되고 투영을 받아 들인다. 총체적으로 무궁무진한 투영이 이루어진다. 인드라망이라고 하는 이 그물망은 너 와 나,인간과 자연,정신과 물질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불교의 세계관을 절묘하게 투영하고 있다.이 세계관은 생명의 관계성도 잘 설명해 주고 있다.현대 물리학이 세포에서 지구에 이르기 까지 적게는 수십억,크게는 우주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러나 화엄경의 인드라망 이야기는 이미 수천년 전에 생명의 유기적 관계성을 간명하게 설명해 주고있다.이 세계관에 의하면 독립된 개체란 없다. 사실이 그렇다.사과 한 알이 태평양에서 불어 오는 바람과 무관치 않듯이 한 개인이 부모형제는 그만 두고라도 지구촌의 모든 사람,모든 사건과 무관할 수 없는 것이다. 불교는 이 에고 덩어리 자아를 벗어나 우주적 유기체로서의 대아(大我)를 깨달아 고립에서 벗어나라고 가르친다.그리고 오늘 인류가 처한 위기는 바로 생명의 유기적 관계를 망각한 데서 온 것이므로 이 관계성을 회복하는 것이 인류가 사는 길이라고 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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