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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마을 만들기와 마을 살리기/주병철 논설위원

    2005년 미국 남부의 자그마한 시골에서 연수할 때다. 어느 날 인근 도서관에 들렀더니 로비 게시판에 각종 메모지가 빽빽이 붙어 있었다. 피아노 배우기, 점심 같이 먹기, 포도밭 구경 가서 와인 시음하기, 문화재 탐방하기 등 수도 없이 많았다. 동참자를 모집하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이색적인 게 커뮤니티(지역사회) 모임 공지 사항이었다. 일시와 장소는 물론 저녁 메뉴, 행사 소개 등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시골이라 평소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아 이곳 사람들의 생활상이 몹시 궁금하던 참이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참석해 보기로 했다. 모임에 나갔더니 개인 신상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 신고식(?)을 끝내고 저녁을 겸하면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세상 살아가는 얘기가 주류다. 커뮤니티에서의 불편한 점, 개선해야 할 점도 제기한다. 정기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있지만 주간 단위로 각종 이벤트가 있다고 소개한다. 이를 계기로 커뮤니티 일원으로 등록돼 몇 차례 참석해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전출·전입자들의 동정도 이메일로 꼭 보내 준다. 한국판 반상회 같다. 우리나라의 커뮤니티 원조는 마을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은 우리 삶의 터전이었고 마을은 공동체 의식으로 똘똘 뭉친 농촌의 상징이었다. 품앗이, 전통적인 계, 공동노동체 조직인 두레 등이 생긴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인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전통적인 마을은 현대적인 마을로 탈바꿈해 가고 있지만 산업화와 농촌 젊은이들의 도시 진출로 삭막해진 지 오래다. 농촌은 마을 공동화 현상에 시름하고 있고, 도시는 도시대로 공동체 의식이 식어 가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농촌 지역 빈집이 20년 전인 1995년 16만 가구에서 2010년 34만 가구로 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 45.7%가 1년 넘게 방치됐고 19.1%는 파손된 상태라니…. 이런 터에 어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 마을 살리기 전략’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관심을 끌었다. 죽어 가는 농촌 마을은 ‘살리고’ 도시 지역에는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취지였다. 마을 만들기와 마을 살리기에서는 주민 자치 역량 강화, 사회적 자본 형성, 커뮤니티 매핑(Mapping)을 통한 마을 사랑하는 마음 갖기 운동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다. 눈길을 끈 건 우리 사회가 압축 성장으로 ‘경제적 가치’는 달성했음에도 국민의 삶의 질이 높지 않고 행복지수가 낮은 건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마을과 지역공동체에 대한 우리만의 DNA를 복구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농촌과 도시를 역동적으로 살리는 키워드라는 총평에 공감이 간다. 여기다 일과 사람을 상생시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건강 염려증’ 앓는 한국인

    ‘건강 염려증’ 앓는 한국인

    우리 국민 중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명 중 4명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실제로 건강이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건강 염려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OECD의 ‘2015년 건강 통계’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15세 이상 우리나라 국민 중 스스로 건강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35.1%로 조사 대상 31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3년째 꼴찌다. 일본과 포르투갈이 각각 35.4%와 46.1%로 뒤를 이었다. 뉴질랜드가 89.6%로 1위였고 캐나다(88.7%), 미국(87.5%) 등도 상위권이다. 성별로 보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남성은 38.8%인 반면 여성은 31.5%로 낮았다. 여성은 OECD 최하위, 남성은 일본(37.1%)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숫자만 놓고 보면 우리 국민의 건강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2013년 기준 전체 인구 중 과체중 또는 비만 인구 비율이 31.5%다. 일본(24.1%)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OECD 평균은 57.2%다. 15세 이상 인구 흡연율도 19.9%로 OECD 평균(19.8%)과 비슷하다.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연간 평균 음주량도 8.7ℓ로 OECD 평균(8.9ℓ) 수준이다. 통계청은 “객관적인 수치에 비해 건강이 안 좋다고 느끼는 비중이 높은 데는 상대적으로 낮은 국민행복지수와 건강 염려증 풍조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살률은 2012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0년째 최고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씨줄날줄] 자살률 1위 한국/주병철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까지만 공항에서 승객들이 항공사를 상대로 거세게 항의하는 사례들이 종종 목격됐다. 이착륙이 늦거나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뜨지 못했을 때다. 승객들로서는 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사례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공항 관제 사정이나 기상 악화 등에는 항공사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규정에 따라 승객들에게 음료수, 식사, 호텔 숙박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그래도 일부 승객들은 항공사 사무실로 몰려가 따진다. 항공사 측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러지 않는데 유독 우리나라만 이런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며 당황한다. 그러면서 ‘욱하는’ 성격을 가진 우리의 독특한 기질 때문이라고 슬쩍 말을 돌린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의 성격은 욱하는 데가 있다. 쉽게 흥분하고 금방 포기한다. 냄비 근성이란 말이 그래서 생겼다. 스스로 참지 못하면 극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유독 자살이 많은 것도 국민의 기질과 무관하지 않다는 일부 주장에 수긍이 간다. 의학 전문가들은 정신병리학적인 측면에서는 우울증 외에 욱하는 성격도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건강 통계 2015년’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이번에도 벗지 못했다. 2013년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자살로 인한 평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2.0명이었는데 우리나라는 29.1명으로 최고였다. 이웃 일본은 18.7명이었다. 자살은 정신병리학적인 측면 외에 삶의 만족도, 행복지수 등의 지표와 상관관계가 크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9점을 기록해 전 세계 158개국 가운데 49위다. 삶의 만족도 지표 역시 OECD 회원국 중 26위다. 또 한국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의 사회갈등관리지수는 2011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27위, 사회갈등지수는 5위였다. 지난해 2월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송파 세 모녀 사건’도 빈곤의 양극화가 가져다준 비극이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송파세모녀법’이 제정돼 사회보장 정보나 신청 능력이 부족해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보장 수급권자를 발굴해 지원하도록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고, 노인 자살률도 세계 1위다. 우리는 자살을 생명경시 풍조나 개인의 잘못된 선택으로 돌리기 전에 물질만능주의, 경쟁사회, 불신사회, 경제의 양극화 등 사회병리적인 현상을 해소하는 데 고민을 더 해야 한다. 제2의, 제3의 송파 모녀법을 또 제정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행복한 부부, 잔소리 줄이고 대화 늘리고 한 침대 써라

    행복한 부부, 잔소리 줄이고 대화 늘리고 한 침대 써라

    한국 부모의 놀라운 자식 교육 열기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감동시켰다. 하지만 실제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주체적인 학습이 아닌, 경쟁과 압박을 통해 만들어진 높은 성적의 그늘에는 이렇듯 아이들의 불행이 짙게 깔려 있다. 빅데이터와 통계를 통해 부모들의 관심사와 정보를 공유하는 EBS 1TV ‘토크쇼 부모-놀라운 데이터’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부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주 ‘내 아이에게 최고의 부모 되기’에 이어 이번 주엔 ‘우리 부부 행복지수 높이기’라는 주제로 가족 시리즈 2탄을 이어 간다. 의사소통 전문가 이호선 교수가 부부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 행복한 가정 만들기에 대해 소개한다. 그가 밝히는 행복한 부부의 조건 첫 번째는 잔소리를 줄이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잔소리를 줄이고 대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똑똑한 대화의 기술에 대해 알려 준다. 두 번째 조건은 바로 침대를 공유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 섹스리스 부부는 세계 평균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것이 통계적으로도 확인되는데, 결혼 후 여러 가지 이유로 각방을 쓰게 됐다 하더라도 다시 한 침대를 써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본다. 또한 이 교수는 ‘자식을 버려야 부부가 산다’고 역설하며 부모들이 갖고 있는 통념을 뒤집는 제안을 한다. 부부에게 자식이 아니라 서로가 1순위가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예정이다. 그때 비로소 자식들이 몸으로 느끼는 배움을 갖게 된다고 역설한다. ‘우리 부부 행복지수 높이기’ 편은 25일 오전 9시 40분 방송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부모와 자식, 모두 행복해지는 교육법은 없을까

    부모와 자식, 모두 행복해지는 교육법은 없을까

    부모가 바뀌면 자식이 산다/유순하 지음/문이당/367쪽/1만 3000원 세 자녀를 모두 속칭 ‘SKY’라고 불리는 명문대에 보냈다. 그런데 아버지는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고 한탄한다. 욕심이 과한 걸까, 아니면 가식적인 겸양일까. 둘 다 아니다. 원로 소설가인 저자는 세상의 잣대로 보면 남부러울 것 없는 자식 농사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자식 사이의 행복한 관계라는 양육의 본질적인 차원에서 스스로의 부족함에 대한 회한을 털어놓는다. “나와 내 자식들 사이의 정서적 거리는 어떤 형태의 것이든 변명도 불가능하다. 내가 좀더 섬세했더라면 극복될 수도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 노릇에 결국 실패했다고 자책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353쪽) ‘부모가 바뀌면 자식이 산다’는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자식 양육의 궁극적 목표처럼 되어 있는 현실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는 교육과 육아의 방법을 고민한다. 저자는 우선 피폐한 우리 교육 현실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없는 젊은이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부모는 자식 양육에 모든 것을 바치지만 정작 육아 환경은 세계 최악이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이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타개할 방안으로 부모들의 생각과 역할 전환을 강조한다. 과보호와 자식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는 문제, 교육에서의 간섭 등을 도마에 올린다. 육아와 교육의 과정을 통해 자식을 위해 희생한 것이 아니라 자식으로 말미암아 삶의 기쁨을 누렸을 뿐이라는 진단은 특히 가부장적 의식에 사로잡힌 부모 세대의 내면을 돌아보게 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길섶에서] 행복지수/오일만 논설위원

    모든 사람은 행복을 원하지만 많은 사람이 불행하다는 생각에 갇혀 산다. 행복 자체가 심리적이고 주관적인 데다 늘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 속에서 행복을 찾는 경향이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에 매달리면서도 딱 부러진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일치된 연구 결과는 낙천적인 성격이 행복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즉 행복은 50%가 성격에서 영향을 받고 40%가 후천적인 노력에서 비롯되며 소득은 10% 정도의 영향력을 미친다고 한다.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소득을 올리고 똑같은 활동을 하더라도 각자가 느끼는 행복지수가 천차만별인 것도 이런 행복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소득이 높아질수록 마음속의 기대치도 덩달아 높아진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게 되면 늘 시선은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소득과 성공의 크기가 커질수록 ‘현실 대비 만족도’는 늘 제자리이거나 후퇴할 수밖에 없는 모순에 빠진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힘들고 어려울 때의 초심을 잊지 말고 쓸데없이 삶의 기대치를 높이지 말라는 충고일 게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우리동네 삶의 질’ 연말이면 알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BLI)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최우선 순위는 ‘삶의 만족도’로 나타났다. OECD 34개 회원국에 브라질, 러시아를 포함해 조사한 결과다. BLI는 11개 항목(안전, 주거, 고용, 소득, 일과 생활의 균형, 삶의 만족도, 건강, 교육, 시민참여, 공동체의식, 환경) 중 국민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는 조사다. 삶의 만족도를 가장 소중하다고 본 나라엔 미국, 영국, 스웨덴, 핀란드, 폴란드 등이 있었다. 반면 캐나다, 중국, 러시아,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프랑스, 호주 등은 건강을 우선시했다. 우크라이나, 알바니아 국민들은 ‘소득’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9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읍·면·동 및 각 마을의 자원, 지역공동체 역량, 주민 삶의 질 현황을 담은 지역공동체 행복지표를 개발했다. OECD BLI지수와 일본 ’국민행복지수’, 통계청 ‘국민 삶의 질 지표’ 등 국내외에 있는 관련 통계를 참고했다. 지방자치제 20주년을 맞은 데다, 특히 BLI지수 발표에 나오듯 우리나라 사람들이 삶의 질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지역공동체 행복수준을 나타내는 지수 개발에 눈길이 쏠린다. 따라서 올해 말부터 내가 사는 마을의 역사와 관광자원, 지역공동체 일자리 수, 주민체감 소득 등 주민들의 행복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알 수 있게 됐다. 지역공동체 행복지표는 모든 지역에 적용되는 ‘공통지표’와 도시·농촌·도농복합 지역별로 적용되는 ‘특성화지표’로 나뉜다. 공통지표는 경제·교육·교통·문화 등 11개 분야인 ‘주민 삶의 질’, 인력·조직 등 7개 분야인 ‘공동체 역량’, 자원 활용·기반 등 2개 분야인 ‘마을자원’을 합쳐 모두 3개 영역 88개 세부지표, 104개 설문항목으로 짰다. 직접적인 만족도 질문엔 ‘매우 불만족’과 ‘매우 만족’ 사이에 10개 구간을 촘촘하게 둬 객관성을 꾀했다. 행자부는 지난 5월 업무협약을 맺은 전북 정읍시(도농복합), 경남 하동군(농촌), 인천 부평구(도시)와 함께 오는 10월까지 특성화지표를 추가로 개발하고 시범조사까지 마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조사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김성렬 행자부 지방행정실장은 “지자체와 손잡고 공동체 행복지표를 통해 지역별로 다양한 정책수요를 파악, 주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주민들 또한 지표를 이용해 지역에 맞는 마을 발전계획을 세우고 공동체 사업을 기획하는 등 생활자치 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기고] 청소년 체험활동, 안전성 보장돼야/권일남 명지대 교수·청소년지도학

    [기고] 청소년 체험활동, 안전성 보장돼야/권일남 명지대 교수·청소년지도학

    청소년을 위한 체험활동 터전은 최근 몇 년 사이 연이은 사고와 재난으로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위기 상황에 내몰려 있다.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세월호 참사 그리고 메르스 확산에 따른 집단·단체형 활동 금지 등 폐쇄형 대책은 그나마 근근이 이어오던 청소년 활동의 기반을 와해할 상황이기에 실효성 있는 정책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 청소년 체험활동 기반의 와해는 청소년들의 건강한 삶과 행복을 지켜 주는 지지 기능이 상실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학과 사회발전연구소는 2015년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 회원국 중 19위로 최하위 수준임을 발표했다. 치열한 입시 경쟁과 학업성적에 대한 압박감 등 스트레스로 자신의 소중함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건강한 삶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험활동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활동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떠한 활동이, 누구에 의해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었던 불확실성은 청소년을 위험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시켰지만 이를 바로잡는 대책은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었다. 지난 4월 정부는 청소년 활동의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해 청소년과 학부모에게 알려주고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내에 청소년활동안전센터를 개소하였다. 그동안 청소년 활동의 문제점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파악하지 못해 우리 자녀가 선택한 활동이 믿을 수 있는 활동인지를 알려 주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청소년 활동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시스템을 수정하려는 의지의 소산으로 청소년 활동 안전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진 셈이다. 늦은 감이 있기는 하나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역할과 임무는 너무도 크고 막중하다. 청소년 활동의 기준을 확립하고 안전하지 못한 활동을 퇴출시키며, 운영 수준을 끌어올려 청소년과 학부모 모두가 만족하는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 기관과 단체 및 개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운영규정을 개발해 보급하고, 매뉴얼에 입각한 활동지침 준수, 시설물 관리, 위생 강화와 전염성 요인 제거, 안전성 지각을 위한 교육으로 우리 모두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오늘의 청소년들이 우울, 불안 상태에 놓여 있으며 대인 관계에 취약하다고 하기에 즐거운 활동을 안전하게 제공하는 것은 어른의 의무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국가가 국민에게 생존과 안전을 보장해 줄 때 더 크게 성장하고 발전하듯이 안전한 청소년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창의성과 인성을 갖추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청소년활동안전센터의 활약을 큰 기대 속에 반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활동의 안전성을 확실히 보장해 주기 바라는 비장함을 함께 담아 본다. 청소년활동안전센터가 주어진 소임과 책무를 다할 때 청소년 행복지수는 높아질 것이며, 우리 모두가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거라 확신한다.
  • 메르스 탓인가… 국민 경제적 행복감 3년새 최저

    메르스 탓인가… 국민 경제적 행복감 3년새 최저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행복감이 2012년 하반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탓에 국민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미래 행복감을 보여 주는 수치는 더 암울하다. 미래 불안감이 커지면서 앞으로 불행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11일부터 9일간 전국 20세 이상 남녀 810명을 전화로 설문조사한 결과 경제행복지수가 40.4점(100점 만점)으로 나왔다고 7일 밝혔다. 이는 2012년 하반기(40.4점) 이후 최저치다. 경제행복지수는 경제적 안정, 우위, 발전, 평등, 불안 등 5개 하위 지수와 전반적인 경제적 행복감의 종합으로 구성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 지수를 2007년 12월부터 6개월마다 발표하고 있다. 올 상반기 지수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4.1점 하락했다. 최근 5년 내 하락폭 중 가장 크다. 경제적 평등(20.2점), 경제적 불안(29점) 등이 전체 점수를 끌어내렸다. 직업별로 보면 고용 안정성이 높은 공무원의 경제적 행복감이 48.7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경기에 민감한 자영업자(36.1점)는 주부(36.2점)에 비해서도 행복감이 낮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경제적 행복감은 떨어졌다. 20대가 45.6점으로 가장 높았고, 60대 이상이 31.9점으로 가장 낮았다. 여성(41.5점)이 남성(39.3점)보다, 미혼자(41점)가 이혼 또는 사별한 사람(31.3점)보다 행복감이 높았다. 경제행복예측지수는 2007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낮았다. 2010년 하반기 73.8점까지 올랐던 점수는 올 상반기 57.3점으로 추락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은 “추경 등 확장적 재정 정책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단독] “지방선거 여부, 주민들 뜻에 맡겨야”

    [단독] “지방선거 여부, 주민들 뜻에 맡겨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방선거 실시 여부를 지역 주민들의 여론에 따라 정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 장관은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일로 20주년을 맞는 지방자치제의 현실과 나아갈 방향을 묻자 “지역마다 역사·문화·산업 등으로 특화할 분야를 달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를 더욱 성숙하게 가꿀 수 있지만 지역별로 보면 오히려 폐해를 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는 단순히 선거를 통해서만 진행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정 장관은 “선거를 통해 지역에 맞는 인재를 뽑을 수도 있고, 외부에서의 영입을 통해 인재를 얻을 수도 있다는 담론으로 가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시 말해 주민들이 원하는 인재를 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가치로 부각될 생활자치를 심화시키려면 주민들이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해야 하는데, 막연히 입으로만 할 게 아니라 ‘행복지수’를 개발해서라도 구체화해야 한다는 말로 뒷받침했다. 정 장관은 “분권화를 흔히 거론하지만 무조건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놓아야 옳은 게 아니며, 내려놓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를 적당하다고 여기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무엇을 중앙에 남길 것이며, 무엇을 지방으로 옮겨야 하는지도 고민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중국처럼 거대한 국가도 연방화가 적절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선택을 안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아울러 “나라마다 다른 상황이어서 우리 현실에 맞는 제도를 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자체들의 재정난 해소를 향후 지방자치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정 장관은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인데 정책적으로 큰 그림을 가져야 구상도 가능하다”며 “세입이 모자란 게 안타깝고 세출 분야에 대한 고민도 시급해 세금을 100%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그린알로에, ‘국가지속가능경영대상’ 노사협력부문 고용노동부장관상 수상

    그린알로에, ‘국가지속가능경영대상’ 노사협력부문 고용노동부장관상 수상

    [사진설명] 그린알로에 박원민부사장 수상 2013년에 이어 3년 연속 건강기능식품부문에 대한민국대표브랜드대상을 수상한 그린알로에(대표 정광숙)가 ‘제9회 국가 지속가능경영 대상’에서 노사협력부문에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린알로에는 여성조직의 알로에전문기업으로 정 대표의 서번트리더십을 통해 상생과 협력의 노사문화를 형성하는 기업운영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대표는 ‘정직’과 ‘투명’의 리더십으로 매사에 매출실적을 논하지 않는 사원중심 경영을 통해 새벽부터 사원과 함께 현장에서 뛰는 현장 밀착형 소통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단 1%도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정직한 제품력을 갖추고, 정찰제를 시행하여 유통시장 질서를 확립시켰다. 또한 판매 채널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전환시켰다. 흔한 인터넷이나 매장, 심지어 회사측에서 직접 판매하는 채널 등을 일체 차단하고 오직 그린플래너를 통해서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본사 직영체제의 후원방문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해 왔다. 즉, 로드샵이나 인터넷 판매는 일절 하지 않는 것이 그린알로에의 독특한 특징이다. 무엇보다도 그린알로에는 직원들이 80세까지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인생 동행 기업이다. 자신의 건강이 허락하고 일할 의지만 있다면 80세에도 현역으로 근무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린알로에는 건강과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여성중심 기업으로 지역 여성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이라는 척박한 기업 환경 속에서도 신생기업으로써 입지를 굳히면서 선진 기업의 롤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그린알로에는 해마다 지역사회 불우이웃에게 자사제품과 생활지원금을 전달하고, 사원에게도 자사제품과 장학금을 증정해 선진기업 문화를 구축해가고 있다. 정광숙 그린알로에 대표는 “기업의 성장은 사원의 행복지수에 달렸다. 그동안 일 중심의 직장 문화 때문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나 아동양육, 여가활동, 결혼 등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지 못했기에 작년부터 과감히 주 4일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면 바로 퇴근하도록 하여 무엇보다도 가족친화적 기업문화를 조성하는데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객의 감성과 꿈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노사가 상생하고 협력하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린알로에는 알로에 업계의 떠오르는 다크호스답게 작년부터 올해까지 본사가 직접 경영하는 17개의 직영센터를 확대운영하며 동종업계는 물론 건강기능식품 업계를 긴장시킬 만큼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직영체제는 대리점경영과는 달리 모든 설비투자에서부터 전반적인 경영시스템 운영까지 본사가 직접 투자하고 관리하며 각 센터에 센터장을 임명하여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차후 이러한 직영센터를 전국적으로 넓혀나갈 예정이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女보는 눈을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월요일 낮, 덴마크 아빠들 모임

    [女보는 눈을 바꿔야 국가경제가 산다]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월요일 낮, 덴마크 아빠들 모임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거리에서는 젊은 남성들이 유모차를 끌고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덴마크의 아빠들은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채 장을 본다. 북유럽 특유의 바퀴가 커다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채 조깅을 하기도 한다. 요즘 덴마크에서는 아빠들의 육아 모임이 유행이다. 자녀가 있는 아빠들은 80% 이상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아내 대신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바로 이 점은 직장과 가정이 양립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단지 여성을 보는 눈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단 집안일은 여자 일로 제쳐 두고 남자는 시간 날 때 거들면 된다는 생각, 남자가 어떻게 아이 기저귀를 갈 수 있느냐는 생각 등 남성을 보는 시각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지난 22일 낮 12시 30분. 업무로 한창 분주할 시간에 코펜하겐 코어스게드할른 시립 체육관에 젊은 남성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입구에 유모차를 일렬로 댄 남성들은 아이를 안고 체육관으로 들어섰다. 입구에는 ‘파스 라이스트우’라는 팻말이 있다. 우리말로 ‘아빠들의 놀이터’라는 의미다. 20여명의 아빠들은 편한 곳에 자리잡고 체육관 바닥에 아이들을 내려놓았다. 아빠가 손수 돌려 주는 회전 놀이기구에 ‘까르르’ 하는 아기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월요일 아빠들의 육아모임 6개 도시서 성황 정부가 지원하는 복지센터의 예산 중 일부로 운영되는 월요 아빠 모임은 올해로 18년이 됐다. 1996년 “왜 엄마들의 육아 모임만 있고 아빠들의 육아 모임은 없느냐”며 다섯 명의 아빠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육아 나눔을 한 데서 출발했다. 이렇게 시작된 모임에 해마다 4000명가량의 아빠들이 참여하고 있다. 코펜하겐 외에도 5개 도시에 이런 자발적인 모임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아빠 모임을 담당하고 있는 코페하겐 복지센터의 하네 두에르는 “덴마크에서도 예전에는 아빠들은 항상 일만 하는 존재였다”면서 “1970년대부터 일하는 여성들이 늘기 시작했지만 육아는 늘 엄마들의 몫이었다”고 상기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가정에서 여성은 더욱 고단했고, 남성은 점점 가족에게서 소외됐다. 두에르는 “일만 하던 아버지들이 어느 날 자녀들과의 유대 관계가 끊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에 빠지곤 했다”면서 “가족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심화되면서 남성들도 자녀 육아에 대한 참여가 동등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육아휴직 정착 30년 걸려… 아빠의 권리 찾아라 1984년 남성 육아휴직이 도입됐다. 여성에게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 4주와 태어난 후 14주의 의무 휴직이 주어진다. 남성은 아이가 태어난 후 14주 안에 2주의 의무 휴직이 있다. 부부는 이외에 32주의 유급 육아휴직을 나눠서 사용할 수 있다. 총 52주의 법적 육아휴직 기간 동안 매주 4075크로네(약 68만원)의 급여가 보장되며 이는 자영업자에게도 해당한다. 이런 육아휴직 제도는 육아가 남녀에게 똑같이 주어진 의무이자 권리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아내 대신 휴직을 하고 9개월 된 딸을 돌보는 스틴 옌센(37·전기기술자)은 “아내가 일이 더 많고 바쁘기 때문에 내가 육아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주변에도 이런 경우가 적지 않을뿐더러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이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아빠 모임에서 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는 미케엘 왕 허겐센(50)은 “요즘은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잘 쓸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하는 회사가 인기 있는 회사로 통한다”면서 “이 때문에 주로 고학력, 고스펙의 직장인들이 모임에 참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10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온 야코브 마드센(30·엔지니어)은 3년 전 첫째 아이에 이어 이번에도 두 달 전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마드센은 “아기가 태어난 아빠들은 대부분 육아휴직을 쓴다. 다만 부부가 나눠 쓰기 때문에 보통 3~4개월 정도 이용한다”고 말했다. ●낮에 유모차 끌 수 있다면 좋은 직장 다니는 아빠 아빠들은 모임을 통해 아이들이 크는 과정이나 직장, 가정 생활 등에 대해 상담을 하거나 토론을 하기도 한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프란스 로렌센(33)은 “아내가 엄마들 모임에 나가고 있는데, 아빠도 아이가 크는 과정에 대해 알아야 하고 다른 아빠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다”면서 “요즘은 육아휴직을 하지 않는 남성들이 오히려 소외되거나 바보란 소리를 듣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오늘날 덴마크에서 낮 시간에 아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자에게는 (좋은 직장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특별한 지위가 부여된다”며 “그것이 바로 (덴마크에서) 남성 육아휴직과 아빠 모임이 활성화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로렌센은 “남성 육아휴직이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덴마크 아빠들도 육아에 익숙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 “회사는 가정 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직원들의 만족도와 능률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이를 장점으로 내세우기 시작했고, 남성들도 육아 참여를 반드시 지켜야 할 ‘아빠의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힘주어 말했다. 글·사진 코펜하겐(덴마크)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노인 기준 나이 상향’ 공론화 물꼬 튼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노인 기준 나이 상향’ 공론화 물꼬 튼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

    온 나라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비상이 걸리기 전까지만 해도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이슈가 몇 가지 있다.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 공무원 연금법 개정, 여기에다 바로 몇 살부터 노인인가 하는 문제다. 법적으로 각종 복지지원을 받는 경로우대의 기준은 현재 만 65세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과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65세는 더이상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한다. 현재 노인의 70%가 매달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고, 전철과 지하철을 무임승차하며 고궁 박물관, 공원 등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이용요금을 할인받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 눈치 살피느라 누구 하나 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던 차에 대한노인회가 지난달 말 노인 기준나이 조정을 공론화하자며 먼저 물꼬를 터주었다. 2011년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졌을 때 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는데 반대했던 대한노인회의 입장 변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결단을 내린 이심(76)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만났다.→메르스 사태로 노인 기준 나이 상향 조정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대한노인회도 화두만 던져 놓고 뒷선으로 물러난 건 아닌지요. -노인들 눈치 보느라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가 길을 터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결정했다. 우리는 길만 터주고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정부와 전문가들이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 당사자인 노인이 정책 대안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노인 기준 나이 조정 문제를 포함해 노인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자며 국회의장이 초청을 했다. 15일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 등과 만나 대한노인회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18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소속돼 있는 포럼이 주최하는 조찬세미나에 참석한다. 언제든 기회가 있다면 우리의 입장을 알릴 것이다. →지난달(7일) 열린 이사회에서 노인 기준 나이 공론화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들었습니다.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회원들이나 이사 등 내부에서 반대는 없었습니까. -없었다. 이사회에 안건을 제출하기 전 상당 기간 지방을 돌면서 회원들 의견을 수렴했고, 바뀐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 앞서 2011년 일부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세 또는 75세로 올리자고 주장해 공론화된 적이 있다. 당시 65~70세 노인이 170만명이다. ‘당장 노인에 대한 복지혜택을 줄인다고 하면 세상이 뒤집히니 20~3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반대 기고문을 썼다. 그 후로 5년이 지났다. 현재 노인 인구는 650만명이다. 이대로 가면 3년 후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곧 노인 1000만명 시대가 온다. 서울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 노인 인구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를 처음 넘어섰다. 현재는 노인을 부양대상으로만 보고 예산을 지원하는데 그 돈을 다 어디서 충당하겠나. 100세 시대에 맞는 복지정책의 틀을 짤 때다. 2013년 기초연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도 노인 전체가 아니라 소득 하위 70%로 제한하고 소득별로 액수를 차등화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도 대한노인회다.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거나 2년에 1세씩 늘리는 방안 등을 제시하셨는데. -논의된 여러 방안들 가운데 몇 가지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시행하고 있는 복지를 빼앗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득권은 인정해줘야 한다. 우리는 공론화 길을 터줬으니 정책 당국이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고 노인들은 교육을 통해 의식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부양받는 노인에서 책임지는 노인으로. →대한노인회와 정부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다. 결정은 지난 달 7일 이사회에서 내렸고, 8일 어버이날 문형표 복지부장관이 인사차 찾아왔길래 이사회 결정을 알려줬다. →노인의 나이 기준이 올라가면 일을 더 오래 해야 하는데, 일자리를 놓고 청년층과 경쟁을 하는 것 아니냐, 심하게 말하면 청년들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 노인이 젊은이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다. 노인과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는 다르다. 노인은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거나 오랜 경험을 토대로 도와주는 일들을 주로 한다. 최소한의 경비만 받고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추가 교육을 받고,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택배기사가 왔다가 집이 비어 있고 경비실이 따로 없으면 돌아갔다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동네 경로당에 택배를 맡겨 놓고 노인들이 배달해주면 서로에게 이득이다. 그런대 이런 동네 택배일을 젊은이들이 하겠나. 또 매년 노인 3만명이 제주도 감귤 따는 일을 한다.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유기농을 하게 되면 노인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노인회에서 취업만 알선해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보려 한다. →노인들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좋은 일자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면 재교육을 받아야 하고, 결국 청년층과 충돌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자. 노인의 70%에게 매달 최고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준다. 노인들에게 2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20만원을 받으면 노인들 행복지수가 높아질 줄 알았는데 자체 조사 결과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놀랐다. 혼자 괜찮아졌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내 아들이 취직을 못하고, 손자가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나. 노인 일자리가 생기면 사고(四苦)가 해결된다고 한다. 생활고, 병고, 자존고, 고독 등 네 가지다. 이 네 가지 고통만 해결해도 엄청난 행복을 주는 거다. 할아버지가 아들, 손자의 일자리를 빼앗는게 아니라 분담하는 거다. →젊은이들과 직접 만나 세대 간 벽을 더 낮출 의향은 없으신지요. -그렇지 않아도 강서구에서 젊은이들과 토크쇼를 하자고 제안해 검토 중이다. 노인회 차원에서 젊은이들이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자서전을 써주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젊은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기회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앞서 노인들 의식을 바꾸는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하셨는데. -그렇다. 대한노인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노인들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충북 충주에 교육원을 지을 예정이다. 약 2만 5000평의 국유지에 1000억원을 들여 짓는다. 정부에 기부채납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2017년부터 매년 3만명씩 교육을 실시한다. 먼저 노인 인문학 교육을 할 생각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노인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줄 것이다. 둘째 일하는, 책임지는 노인이 되도록 교육할 생각이다. 경로당 책임자들이 먼저 교육을 받고, 이들이 돌아가 회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노인회의 근간이 전국에 있는 6만 4000개의 경로당이다. 경로당하면 노인들이 모여 소일하는 곳으로 생각하는데 어떤가. -노인사회가 굉장히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힘없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경로당이었다면 지금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주러 가는 곳이다.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분들이 많다. 동네 청소도 하고, 아이들도 돌봐주고, 책도 읽어준다. 함께 고구마도 심고 생산적으로 활동하는 곳이 많다. 경험을 나누면 한 가정을 살릴 수 있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지하철 무임승차는 복지정책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잘 된 정책이라고 본다. 지하철은 한마디로 효자다.무료가 아니라고 생각해봐라. 노인이 꼼짝 안 하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고 가정해봐라. 가정이 무너진다. 고부 간 갈등은 물론, 조손 갈등도 커진다. 노인 무임승차 때문에 지하철공사 적자가 누적된다고들 하는데, 지하철공사에서 노인들을 위해 전용칸을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배차를 늘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니는 지하철을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노인들은 러시아워를 피해 이용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공사나 지자체 적자가 누적되면 적자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자구 노력을 강도 높게 실시하는 것이 답이다. →지난해 4년 임기의 대한노인회 회장에 재선됐는데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노인 기준 나이 공론화 물꼬도 텄고, 교육원을 짓고 있다. 노인복지청을 만드는 것이다. 노인복지청은 노인 복지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현재 10여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노인 관련 예산을 한곳에 모아 효율적으로 집행하자는 것이다. 132만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행안위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안다. 국회의원 180명, 지방자치단체장 230명도 서명했다. 한 가지 더한다면 노노() 케어사업 확대다. 연금을 받지 않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이 연금을 받는 노인을 돌보는 것이다. 지난해 10개 지회에서 시범 실시했는데 자살은 25.9%, 실종은 30%가 각각 줄었다. 성과가 좋아 올해는 작년보다 예산이 29억원 늘어나 133억원이 책정됐다. 10만원 지원받아 10시간 봉사를 한다. 앞집에 허리가 아파 연탄을 갈지 못해 추위에 떨고 밥도 못해 먹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이웃에 사는 할아버지가 그걸 알고 연탄불을 갈아주는 봉사를 해 추위와 식사를 해결했다. 연탄불 하나로 할아버지·할머니가 행복해진 경우다. 어떤 분은 10만원 받고 자기 돈 50만원을 썼지만 행복하다는 수기를 남기기도 했다. →일부에서 노인이라는 호칭을 시니어 시티즌 등 다른 것으로 바꿔보자는 의견도 있다. -일본에서는 노인이라는 용어 대신 다른 것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노인이라는 용어가 어때서 그러나. 노인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건 초등학교 때부터 꼬부랑 할머니·할아버지, 불쌍한 사람으로 각인돼 있어서 그렇다. 노인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게 바로 대한노인회가 할 일이다. 어떤 용어로 바꿔도 노인은 노인이다. 불쌍해 보여도, 훌륭해 보여도 노인은 노인이다. 인식의 문제다. 노인이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 이심 회장은 ▲1939년 경북 상주 출생 ▲건국대 법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에스콰이어 상무이사 ▲주택문화사 대표이사, 월간 전원속의 내집 발행인 ▲한국잡지협회 회장,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한국광고단체연합회 이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제15~16대 대한노인회 회장(2014.2~ ) >> 대한노인회는 대한노인회는 1969년 경로당 회원을 주축으로 창립됐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 연합회와 1개 직할지회, 그리고 244개 시·군·구 지회를 비롯해 6만 4000여개의 경로당, 6개 해외지회를 두고 있다. 회원이 300여만명에 이른다.
  • [최동호 새벽을 열며] 잔혹 동시 ‘학원 가기 싫은 날’

    [최동호 새벽을 열며] 잔혹 동시 ‘학원 가기 싫은 날’

    어린이의 달 오월 초부터 잔혹 동시가 쟁점이 됐다. 출판사 측의 전량 폐기로 문제가 일단락되기는 한 것 같지만 논란은 그대로 남아 있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측과 그 한계를 넘었다는 측의 주장은 아직 어떤 합의에 도달할 것 같지는 않다. 시는 시일 뿐인데 왜 이렇게 민감하게 나오느냐는 것이 시집을 발간한 측의 주장이고 출판사는 물의를 사과하고 폐기한다고 했지만 대다수 일반 독자들은 당혹스럽다는 의견인 것 같다. 물론 여기에 정작 동시를 쓴 열 살 소녀의 의견은 크게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과연 그 동시를 어린 소녀가 정말 쓴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미 젊은 시인들 중에는 그와 유사한 엽기적 시를 발표해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시는 시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잔혹 영화나 일본 잔혹 만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시단의 중심부가 아니라 시단의 일부에서 이런 유형의 잔혹 시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최근 사람들의 정서가 메마르고 각박해지고 있다는 사회적 반영이다. 잔혹 동시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그 필자가 열 살 어린 소녀이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들도 선량하고 순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동심의 세계에도 성인의 세계 못지않은 경쟁과 탐욕이 작동한다. 그들을 가혹한 경쟁 세계로 내몰고 있는 학부모들도 내심 소망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유년기에 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를 향유한다는 것은 각자의 일생에서 가장 축복받은 지복의 순간이고 그것을 지켜 주고 싶은 것도 부모의 마음이다. 잔혹 동시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어린아이들의 행복지수가 외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보도가 있었다. 잔혹 동시가 출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공교육이 붕괴된 현실에서 방과후 어린아이들은 과외와 레슨으로 밤늦게까지 조금도 쉴 여유를 갖지 못한다. 그들의 나날의 삶은 동시집 ‘솔로 강아지’에 수록된 시 ‘학원 가기 싫은 날’에서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이렇게/엄마를 씹어 먹어/삶아 먹고 구워 먹어/눈깔을 파먹어’ 등의 표현이 서술된 다음 한 행 건너 ‘가장 고통스럽게’에서 절정을 이룬다. 시어의 구사나 점층적 행간의 배치에서 열 살 어린 소녀가 쓴 동시라고 하기 어렵다고 할 만큼 세련된 솜씨다. 한 편의 시로 전체를 말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시편들을 읽어 보아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게 마무리된 시편을 다수 엿볼 수 있어 놀랍다. 그러므로 ‘매우 독특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독자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첨가된 삽화다. 입술에 피를 묻히고 심장을 씹어 먹고 있는 엽기적 그림이 시적 상황을 고도로 극화시킨다. 시의 문면이 단순한 시를 넘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이 동시집이 어떤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출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아심을 버릴 수 없다. 동시집에 나오는 여러 장면들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고 그러한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비판적 기능도 내포하고 있다. 동시집으로 출판된 이상 주된 독자는 어린아이들이다. 출판사에서 전량 폐기했더라도 잔혹 동시는 사회적 충격을 준 하나의 사건이다. 동시든 시이든 윤리를 부정하고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상업적으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언제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적 깊이와 아름다움이 없다면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극단을 추구해도 충격요법 이상의 효과는 없다. 시는 윤리 이상이거나 기존의 윤리를 넘어서고자 하는 충동으로 가득 찬 존재다. 동시의 이름으로 어린 독자들에게 잔혹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를 유포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허용하는 한계치를 넘어선 것이다. 마지막으로 말해 두고 싶은 것은 동시집을 간행했던 소녀가 훗날 자신의 시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궁금하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그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소망한다는 것이다.
  • 청소년 5명 중 1명 “자살 충동 느꼈다”

    한국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7년 만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꼴찌를 면했다. 하지만 여전히 5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경험한다.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염유식 교수팀이 1일 발표한 ‘2015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에 따르면 국내 초등학생의 14.3%, 중학생 19.5%, 고교생 24.0%가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각 7명 중 1명, 5명 중 1명, 4명 중 1명꼴이다. 이 연구는 지난 3~4월 초등학생(4~6학년) 2091명, 중학생 2611명, 고등학생 282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학교생활 만족도, 삶에 대한 만족도, 소속감 및 외로움을 느끼는 정도 등을 파악해 ‘주관적 행복지수’를 산출했다. 한국은 2009년 조사 개시 이후 처음으로 최하위를 면했다. 한국 학생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비교 대상 OECD 23개 회원국 중 19위였다. 1위는 스페인, 최하위는 미국이었다. 연구팀은 “한국의 순위 상승은 국내 행복지수 향상과 외국의 행복지수 악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초·중·고생 전체 평균으로 19.8%가 자살 충동을 경험하는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가정형편이나 성적이 아니라 ‘부모와의 갈등’(초 44.0%, 중 44.4%, 고 36.0%)이었다. 연구팀은 “학생 개인 행복지수 역시 가정형편이 ‘하’이더라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은 경우(0.82점)가 가정형편이 ‘상’인데 부모와의 관계가 나쁜 경우(0.80점)보다 높았다”면서 “부모와의 관계가 어린이·청소년 행복과 자살 충동의 주요 요인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씨줄날줄] 국민행복지수의 역설/구본영 논설고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는 소식에 오래전에 봤던 미국 영화가 생각났다. 테네시 윌리엄스 원작의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다. 영화는 어차피 다 채워질 순 없는 욕망을 좇는 사람들이 다다르는 종착역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여주인공(비비안 리)은 결국 미친 사람으로 몰려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비극을 맞았다는 기억이 난다. 며칠 전 유엔이 발표한 ‘2015년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이 세계 158개 나라 중 47위를 차지했다. 스위스가 가장 행복한 나라로 자리매김했고, 아이슬란드와 덴마크가 2,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가장 불행한 나라는 토고가 꼽혔고, 기아와 질병, 그리고 내전으로 신음하는 부룬디·시리아·베냉·르완다 같은 국가들의 행복도가 낮았다. 여기까지는 수긍이 갔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5위권인 한국이 47위라니! 물론 소득이 높아지는 것과 정비례해 행복감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이론도 있긴 하다.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그렇다고 해도 경제대국 일본조차 46위에 그친다니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하긴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세계 행복의 날’(3월 20일)에 즈음한 조사에서는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바닥권이었다. 143개국 중 118위였으니 말이다. GDP와 건강수명, 부패,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유엔 행복지수에 비해 다분히 주관적인 갤럽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행복감은 훨씬 낮게 나온 셈이다. 반면 파라과이, 과테말라 등 GDP가 높지 않은 중남미권 국민들의 행복도는 높았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키르기스스탄은 국민소득이 겨우 1000달러를 넘긴 나라다. 그런데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우리보다 출산율은 높고 자살율은 낮다고 한다. 우리가 그간 안분지족(安分知足)이란 전통적 미덕을 잊고 살고 있었다는 생각도 든다. 한 사회가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타고 질주하려는 사람들로만 넘쳐난다면? 결과는 뻔하다. 구성원들은 늘 욕구 불만에 시달리며 주관적 행복감도 낮을 수밖에 없을 게다. 어쩌면 성 전 회장의 비극도 이런 토양에서 배태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기업을 키우고 살리려는 과정에서 절제를 모르는 정치권과 ‘거래’를 한 흔적의 일부가 ‘성완종 리스트’로 나타난 게 사실이라면. 이웃 일본의 경우 ‘달관 세대’(사토리 세대)까지 출현했단다. 낮은 보수의 비정규직 일자리지만 중저가 옷에 햄버거를 먹는 데 만족하는 ‘욕망 없는 젊은 세대’의 등장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성장을 포기하고 빈곤했던 과거로 돌아가자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가가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인권, 복지와 안정감 등 내면적 가치를 종합한 ‘삶의 질’ 지표라도 제시해야 할 듯싶다. 21세기를 사는 국민들이 새로운 나침반으로 삼도록….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뉴스 플러스-국제] 한국 행복지수 158개국 중 47위

    한국의 행복지수가 158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47위로 나타났다. 유엔이 2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총 5.984점으로 지난 2013년 41위보다 6계단 하락했다. 또 동아시아 유교문화권 국가들 가운데 대만(38위), 일본(46위)에 이어 3위로 밀렸다. 1~3위는 스위스, 아이슬란드, 덴마크가 나란히 차지했다.
  • [포토 에세이] 모두가 부처인 땅, 모든 걸 나누는 땅

    [포토 에세이] 모두가 부처인 땅, 모든 걸 나누는 땅

    ‘치유의 트레킹’ 코스로 알려지기 시작한 무공해의 땅 라오스. 본 기자는 지난해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가라앉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한국보도사진전 뉴스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자를 대상으로 한 단기 연수프로그램으로 라오스를 다녀왔다. 라오스는 GNP 131위의 빈민국이다. 기후만으론 3~4모작도 가능하지만 용수 시설이 부족해 1모작만 한다. 전기도 없이 고산에서 화전민으로 생활을 하는 소수민족들의 수는 정확히 파악도 안 되고 있다. 남북을 잇는 도로는 오로지 하나뿐이어서 내비게이션이 필요 없는 나라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1960~7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 버린 듯한 모습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공중 화장실은 돈을 내야 사용할 수 있으며 통행료를 내는 다리도 많다. 사람들의 정서도 한국의 과거와 비슷하다. 파스는 라오스의 만병통치약이다. 우리나라의 빨간약이라 불리는 소독약이 그랬듯이 파스를 배가 아프면 배에 붙이고 머리가 아프면 머리에 붙인다. 하지만 라오스는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이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다. 거리를 지나면 음식을 같이 먹자고 손짓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으며 사진을 찍어도 밝게 웃어 준다.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만 마음이 풍요로운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 90%가 믿는 불교문화가 한몫한다. 란쌍 왕국이 라오스 전역을 통일하면서 14세기 파응움(Fa Ngum) 왕은 불교를 국교로 채택했다. 라오스인들의 불교신앙은 그들의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으며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 승려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새벽 6시가 되면 신도들에게 음식을 공양받는 탁밧(한국어 탁발) 수행을 한다. 승려들은 음식을 가려서 받지 않는다. 공양받은 음식은 부처의 가르침을 지키고자 동물들에게 나눠 주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먹고 부처님에게도 바친다. 라오스의 여성들은 공덕을 쌓고자 매일 아침 승려에게 보시를 베푼다. 라오스 남성은 평생에 한 번 짧은 기간이라도 승려가 되어야 하는데, 전통적으로 우기의 약 3개월 동안 사원에 머물며 승려 생활을 하지만 최근에는 기간이 단축되고 있다. 구름도 머물다 가는 라오스, 뒤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숨가쁜 현대인의 현실에서 벗어나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 행복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면 꼭 한번 머물러 보기를 권한다. 글 사진 라오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송하진 전북도지사 “올해 1만 5500개 일자리 창출”

    송하진 전북도지사 “올해 1만 5500개 일자리 창출”

    전북도는 31일 송하진 도지사 주재로 올해 일자리 창출 목표 및 추진계획 보고회를 갖고 올해 1만 55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전북도는 우선 도정 3대 핵심과제인 삼락농정, 토털관광, 탄소산업을 통해 약 2900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농산물 산지유통센터를 건립·운영하고 지역맞춤형 인력양성사업 등을 통해 834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전북순환관광버스 운영과 각종 문화예술 행사 등을 열어 1283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탄소소재 및 부품관련 기업 등 유치로 777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아울러 기술창업 최고경영자(CEO)를 양성해 345개의 일자리를,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취업성공 패키지사업과 협업을 통해 700개의 일자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중장년층과 여성의 일자리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북의 고용률은 57.7%로 전년 58.1%에서 0.4%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실업률은 2.5%로 전국 평균(3.5%)보다 1.0%포인트 낮고 청년실업률도 6.5%로 전국 평균인 9.0%에 비해 크게 양호한 편이다. 이성수 전북도 경제산업국장은 “도민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김상연 특별기획팀장

    [데스크 시각]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김상연 특별기획팀장

    내가 특별기획 ‘빈부 리포트’의 일환으로 ‘기자의 거지 체험’이라는 불편한 아이디어를 머리에 떠올렸을 때, 그리고 염치없게도 그것을 후배들에게 권유했을 때 내 잠재의식 한 구석에는 이번 기회에 나 자신을 한번 바꿔 보고 싶다는 충동이 있었던 것 같다. 늘 인색하고 이기적인 나, 그러니까 적선은 나보다 더 많이 가진 부자들의 몫이니 어려운 이웃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죄책감 따위는 느낄 필요가 없다는 식의 부조리적 합리주의로 무장한 나를 무한정 자애로운 인간으로 전환시키고 싶었다고 할까. 그리하여 추워도 너무 추운 어느 겨울날 우리의 용감한 유대근 기자는 걸인 행색으로 차디찬 길바닥에 엎드렸고, 그런 기자의 머리맡을 지나던 추레한 노인이 동전 몇 닢을 떨어뜨리는 거짓말 같은 장면을 먼 발치에서 목도했을 때 나는 드디어 나를 바꿀 강력한 명분을 확보했음에 전율했다. 그로부터 100여일이 흐른 지금 나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무미건조하게 쓴 것은 나의 충격적인 불변함을 표현할 마땅한 어휘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 스마트폰에 머리를 박고 종로통을 걷다가 인도에 주저앉아 있는 걸인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는 나 자신을 뒤늦게 발견하고 스스로 놀랐다. 거지 체험을 구상했을 때 길거리 걸인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며 생각에 잠기곤 했던 당시의 나는 단 1㎎도 이제 내 안에 남아 있지 않았다. 예전에 한 냉소적인 취재원은 주위의 덜떨어진 사람을 ‘품평’할 때마다 인간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는 지론을 바탕으로 “죽어야 고친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그의 ‘인간 불변 리스트’에 내 사례가 추가된 셈이다. 아, 정말 데카르트에게 민원을 넣어서라도 이 구제 불능의 정신을 육체에서 분리해 새것으로 갈아 끼우고 싶다. 친애하는 인간들이여,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아우성쳐도 대통령은, 국회의원은, 장관은, 도지사는 변하지 않는다. 잠시 변하는 척할 수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다. 내 옆의 남편, 아내, 부모, 자식, 친구, 애인, 부장, 말단 사원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 변하리라는 헛된 희망을 부여잡고 사느라 행복지수가 늘 이 모양이다. 그래도 모든 사람이 손톱만큼도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삶이 너무 비참할 것 같다. 어딘가에는 가뭄에 콩 나듯 자신을 변화시키는 신화적인 인물이 있다고 믿고 싶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초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극소수의 초인들이 역사를 변화시킨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르윈스키 스캔들’ 탓에 우리에게 다소 희화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지만, 자신을 바꿨다는 점에서만큼은 초인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집권 초 아칸소 출신의 측근 위주로 국정을 운영하다 중간선거에서 참패하자 야당 출신 인사를 비서실장으로 파격 영입하는 등 통치 스타일을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전환시켰다. 이렇게 변신한 그는 재선에 성공했고 퇴임 후 1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론조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역대 대통령’ 순위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이 놀라운 초인은 대통령이라는 공적인 자아뿐 아니라 사적인 자아까지 바꿨나 보다. 더이상 ‘부적절한 추문’이 들려오지 않는 걸 보면.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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