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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글래스 루이스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반대”

    양대 의결권 자문사 ISS·글래스 루이스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반대”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첫 단추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간 분할·합병 계획과 관련해 세계 유력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반대 의견을 밝혔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격에 맞서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선 ‘악재’인 셈이다.15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오는 29일 열리는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ISS는 성명에서 “거래 조건이 한국 준거법을 완전히 준수하고는 있지만, 그 거래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해 보인다”면서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반대표 행사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주총에서 핵심 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한 다음 모듈·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앞서 ISS와 함께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글래스 루이스 역시 전날(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의심스러운 경영논리에 바탕을 뒀을 뿐 아니라 가치평가가 불충분하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외국계 주주 중심으로 엘리엇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래스루이스의 반대 보고서에 대해 “엘리엇이 우군을 얻었다”고 표현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ISS는 국내 자본시장법과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배구조 개편안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 규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최적의 안이라는 점을 주주들과 지속해서 소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결정을 하느냐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 의사를 오는 28일까지 서면으로 접수한다. 분할·합병이 성공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을 든 주주가 3분의1 이상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2가 찬성해야 한다. 48%가량을 쥔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이 중요하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현대모비스 6000억 규모 자사주 소각

    보유 보통주 204만주 내년 소각 연 1회 분기 배당도 실시하기로 현대모비스가 6000억원에 가까운 자사주를 소각한다. 통상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또 연간 배당액 3분의1 수준의 분기 배당도 실시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세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2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향후 3년에 걸쳐 총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보유 중인 보통주 전량(204만주)을 내년 중 소각하고, 내년부터 3년간 1875억원 규모(연간 약 625억원씩)에 해당하는 보통주를 추가로 매입해 소각한다. 자사주 204만주는 현대글로비스와의 분할합병 후 분할비율(0.79)에 따라 161만주로 변경된다. 이를 현재 주가(4월 30일 기준 24만 8000원)로 환산하면 약 4000억원이다. 여기에 3년간 추가 매입후 소각 예정인 1875억원을 더하면 총 자사주 소각 규모는 약 6000억원(237만주)이다. 현대모비스가 보유 중인 보통주를 소각하는 것은 2003년 85만주 이후 처음이다. 내년부터 매년 반기 기준으로 연 1회 분기 배당도 실시하기로 했다. 주주들의 현금흐름을 개선시키기 위해 연간 배당금액 중 3분의1 정도를 미리 집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엘리엇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 측은 “사업분할 이후 발행주식 총수가 감소함에 따라 지급배당금 감소분을 주주가치 제고에 쓰자는 취지”라면서 “엘리엇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현대모비스는 2020년부터 신규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를 국내외 일반주주들로부터 공모해 추천받기로 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현대차·모비스 합병하라”… 엘리엇, 노골적 주가 띄우기

    “현대차·모비스 합병하라”… 엘리엇, 노골적 주가 띄우기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구체화하라고 요구했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23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4일 “현대차그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개입할 뜻을 밝힌 엘리엇이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엘리엇은 이날 별도 개설한 홈페이지에서 이런 내용의 ‘현대 가속화 제안’을 발표했다. 엘리엇은 “지주사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OEM)로 재탄생시킴으로써 현재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할 수 있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제안했다. 엘리엇이 예시로 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총 4단계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합병회사 구축 ▲합병회사를 상장지주회사(현대차 홀드코)와 별도의 상장사업회사(현대차 옵코)로 분할 ▲현대차 홀드코가 현대차 옵코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진행 ▲기아차가 소유한 현대차 홀드코 및 현대차 옵코 지분에 대한 전략적 검토 수순이다. 또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과대화된 대차대조표 해소를 위해 현재 및 미래의 모든 자사주를 소각하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주식의 적정 가치를 검토하고 자산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배당지급률을 순이익 기준의 40∼50%로 개선하는 명확한 배당금 정책을 마련하고, 사외이사 세 명을 추가로 선임하라”고 촉구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기존 지배구조 개편안은 소액주주에 돌아갈 이익이 불분명하다”면서 “이 제안을 받아 본 현대차그룹 주주의 대부분은 모두 개선점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엘리엇이 노골적인 주가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평가한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없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큰 이익을 보지 못한 엘리엇이 보유 주식을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안서를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이런 엘리엇의 행태는 앞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을 때와 매우 유사하다. 엘리엇은 당시에도 별도 홈페이지에서 자체 마련한 제시안을 공개하며 여론전을 폈고, 실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배당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요구에 대해 “제대로 된 현대차그룹 출자구조 재편을 그리는 차원이 아니라 엘리엇이 매입했다고 밝힌 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주식으로 더 큰 수익을 얻겠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 대주주로서의 사회적 책임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이익을 실현하는 데만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앞서 발표한 출자구조 재편의 취지와 당위성을 계속 설명하고 소통해 나가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서울광장] 헤지펀드 공모자는 내부에 있다/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헤지펀드 공모자는 내부에 있다/김성곤 논설위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 3년 만에 대국민 사과를 검토한단다. 삼성물산의 지분 11%를 가진 최대 주주였던 국민연금이 2015년 7월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합병 찬성 결정을 해 국민적 불신을 자초한 것에 대한 사과란다. 당시 국민연금이 나선 것은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한 뒤 합병 반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백기사로 나서 엘리엇을 좌절시켰지만, 당시 이사장을 맡았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구속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판정에서 청탁 관련 유무죄를 다투는 등 여파는 이어지고 있다. 그런 엘리엇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사 보통주 미화 10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양측의 이해가 맞으면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주가 부양 등을 통해 주주 가치를 올리고, 엘리엇은 이를 통해 이익을 내는 선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엘리엇은 외국인 주주들을 규합해 현대차가 지난달 발표한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안에 반기를 들 수도 있다. 양측의 치열한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삼성물산 합병 때에도 삼성과 엘리엇은 물밑 접촉을 통해 타협점을 찾다가 불발돼 52주간 치열한 표 대결을 벌였다. 우리는 헤지펀드 하면 공격적인 투자자로 인식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문제는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이들은 마치 ‘핏불 테리어’ 같다. 본래는 순종적이고 애교도 많은 사냥개였는데 미국에서 고통을 잘 참는 인내력과 강한 힘을 활용, 투견으로 육성하면서 물면 놓지 않는 ‘아메리카 핏불 테리어’가 태어났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도 물면 잘 놓지 않는다. 수년간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을 골라 지분을 조금씩 매입한 뒤 적정 시점에 이를 공개하고 행동에 돌입한다. 여차하면 적대적 인수합병(M&A)도 불사한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돈만 밝히는 ‘벌처 펀드’(Vulture Fund)다. 우리 기업도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주 먹잇감이다. 2003년에는 소버린 자산운용이 SK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위협해 그 과정에서 수천억원을 남긴 경우도 있다. 2005년부터 2006년까지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은 KT&G와의 경영권 분쟁을 통해 1500억원을 벌어들였다. 엘리엇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2013년에는 채무가 탕감된 아르헨티나 국채를 탕감 이후에 사 채무조정에 반대하며 군함을 압류했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도 미국 전기업체 온코를 인수하려다가 엘리엇의 반대로 백기를 들었다. 현대차도 엘리엇에 얼마나 뜯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현대차는 엘리엇과 적정한 선에서 타협을 할 것이다.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대로 된 조력도 받을 수 없고, 투명성과 지배구조 면에서 취약한 중견기업이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국내외 사모펀드에 넘어간 경우도 있고, 지분율을 잠식당한 경우도 적지 않다. 헤지펀드가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지는 오래다. 대기업 중에서도 롯데호텔 상장을 앞둔 롯데가 취약할 수 있다는 얘기도 돈다. 헤지펀드가 나쁜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SK처럼 헤지펀드와 분쟁 과정에서 지배구조나 경영이 투명해지고,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국가적으로는 국부 유출이다.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나 무리한 경영권 승계 등으로 인해 헤지펀드에 돈을 뜯긴다. 기업 돈 같지만, 따지고 보면 국가적 차원에선 국부다. 지금이라도 기업들은 경영을 투명화하고, 지배구조도 건실히 해야 한다. 오너만 존중할 게 아니라 소액주주도 중시해 헤지펀드가 끼어들 소지를 없애야 한다. 국가 역시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만 강요할 게 아니라 헤지펀드의 적대적 M&A 등으로부터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과정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제2, 제3의 엘리엇과 마주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sunggone@seoul.co.kr
  • 엘리엇, 이번엔 현대차그룹 ‘기습 공격’

    주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요구 3년 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의 경영에도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엘리엇은 1조원대의 현대차그룹 3개 계열사의 주식 보유 사실을 공개한 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엘리엇 계열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스 홍콩은 4일 “엘리엇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의 10억 달러(약 1조 500억원) 이상의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의 주요 주주로서 현대차그룹이 개선되고 지속 가능한 기업 구조를 향한 첫발을 내디딘 점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세 회사의 시가총액(4일 종가 기준)이 현재 73조 4154억원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엘리엇의 지분율은 1.43% 수준이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을 향한 요구 사항도 분명히 밝혔다. 엘리엇은 “회사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인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개별사별 기업 경영구조 개선, 자본관리 최적화, 주주 환원에 대한 세부 로드맵 공개를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엘리엇이 현대모비스의 주주로서 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에 반대하면서 주가부양책이나 배당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면 현대모비스의 주주들은 단기적으로 현대글로비스 주주들보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8일 현대모비스의 사업 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 부분 합병을 뼈대로 한 지배구조 재편안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엘리엇의 발표에 대해 “투자자 이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내외 주주들과 충실히 소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재벌 압박·금융 개혁… ‘강한’ 금감원 예고

    재벌 압박·금융 개혁… ‘강한’ 금감원 예고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 관치·재벌·은행 위주 구조 비판 사모펀드 등 규제 개혁도 관심 부동산 자산 23% 불과 이색적2일 공식 취임하는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시민단체 활동 때는 물론 국회의원(19대) 재직 시에도 금융권과 금융 당국에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은행권이 과도한 예대마진과 수수료를 취한다고 지적했고,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데 힘을 쏟는 ‘강한 금감원’을 표방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김 원장은 ‘재벌 저격수’라는 별명답게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강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 소장을 맡은 2016년 10월 “자사주를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삼성전자에 지주회사 전환 등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는데, 김 원장은 오히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 직접 지분은 1%가 채 안 되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삼성전자 자사주 12%가 이 부회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언론 기고문을 통해서도 “한국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오랜 관치, 재벌과 은행 중심 금융산업 구조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한 금융산업도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그룹 2금융권 회사에 대해서는 “계열사가 몰아주는 자금의 운용 수수료만으로도 수익이 보장된다. 등 따뜻하고 배부르니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목소리도 냈다. 김 원장은 지난해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면서 발간한 보고서에선 “금융업권별로 개별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규정을 두고 있지만 사후 구제가 주를 이뤄 실효성이 없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정 최고금리 추가 인하와 대부업 고금리 광고 전면금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2016년 논평에선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책정 방식을 개선하거나 구조를 바꾸는 등의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이 요구하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김 원장이 규제 강화만 주장한 건 아니다. 사모펀드에 대해선 인재들이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했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선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한편 2016년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19대 퇴직 의원 재산 현황을 보면 김 원장의 총재산은 12억 5600만원었다. 토지와 건물(전세임차권) 등 부동산은 2억 8700만원(22.8%)에 불과한 반면 예금 등 금융자산이 배우자까지 합쳐 7억원을 넘었다. 부동산 자산이 많고 금융자산은 적은 게 일반적인데 김 원장은 반대였다. 김 원장은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한 이후 주말인 1일까지 금감원 간부들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현안을 파악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오늘의 경제 Talk 톡] 행동주의 헤지펀드

    ●행동주의 헤지펀드 특정 기업 지분을 매입한 뒤 경영 참여를 요구해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헤지펀드. 소송이나 주총 표 대결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긍정적인 목소리와 단기 이익을 위해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양립한다.
  • “사회안전망 개선, 환경·소비자인권 문제 예방에 민관협력 필수”

    “사회안전망 개선, 환경·소비자인권 문제 예방에 민관협력 필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컨설팅펌인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는 7일 4차 산업혁명과 소비자 행동주의가 강화된 새로운 시대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논의하기 위한 ‘지속가능하고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보장을 위한 패널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패널들은 유엔(UN)의 열두번째 지속가능목표인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양식(Sustainable Consumption and Production Patterns) 보장’을 위한 전 세계적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토론회는 연세대학교 글로벌사회공헌원과 반기문세계시민센터가 공동으로 마련한 ‘제1회 글로벌지속가능포럼’의 세션 중 하나로 진행됐으며,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 김영묵 부사장의 사회 속에 국제정책대학원(KDI) 토니 미셸(Tony Michell) 교수, 서강대학교 경영대 지속가능기업 윤리연구소 부소장 장영균 교수, 옥시레킷벤키저 곽창헌 대외협력 전무, ERM코리아 스티브 덕워스(Steve Duckworth) 지사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토니 미셸 교수는 “정부 및 전 공급망에 걸친 기업, 시민 단체,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양식’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기반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셸 교수는 특히, 한국 정부가 주력해야 할 부분으로 선제적 모니터링, 원활한 정보 공유, 민간 부문과의 협력 등을 통한 예측 가능성의 제고를 꼽았다. 장영균 교수는 지속가능성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재무적 안정성을 위해 경영진이 주목해야 할 덕목임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이와 함께, 환경 및 소비자 이슈의 대부분은 복잡한 원인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여러 기관과 부처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명하게 소통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곽창헌 전무는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제품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 뒤 “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책임이 있는 기업 중 하나인 만큼, 피해자와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리는 것은 물론, 피해자와 가족 분들의 고견, 그리고 유엔 인권지침(UNGPs)에 의거해 배상안을 마련해 이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티브 덕워스 대표는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양식’은 공공 및 민간 영역에서의 정책과 프로그램 등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기업들은 제품 책임의식(Product stewardship)을 함양하고, 원료 공급부터 판매, 폐기까지 제품 전 생애 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이행함으로써 공공성과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의 박영숙 대표는 “우리가 최근 몇 년간 겪은 수 차례의 사회적 참사와 환경적 문제를 교훈 삼아, 미래 지향적이고 실천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한국 사회가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 양식’의 모범 사례를 꾸준히 양산해 글로벌지속가능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경제 분석에 인간 심리 접목’ 비주류 경제학 선구자… ‘넛지’ ‘승자의 저주’ 저자로 인기

    ‘경제 분석에 인간 심리 접목’ 비주류 경제학 선구자… ‘넛지’ ‘승자의 저주’ 저자로 인기

    비합리성·절제력 부족 연구 행동주의경제학 주류 반열에 “현재 경제 연구·정책 큰 영향” 경제 분석에 인간 심리를 접목한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제49회 경제학상 수상자를 세일러 교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개인의 의사결정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과 심리학적 분석을 연결하는 데 이바지했다”면서 “경제 연구와 정책 분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행동경제학을 확장시키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독일계 미국인인 세일러 교수는 주류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 인간’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해 제한적 합리성에 기반한 행동경제학을 체계화했다. 인지적 제약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행동금융학의 창시자로 꼽힌다. 세일러 교수는 로체스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코넬대와 MIT 경영대학원 등을 거쳐 1995년부터 시카고대 보스경영대학원에 재직하고 있다. 그의 저서 중 ‘넛지’와 ‘승자의 저주’,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특히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2008년 출간한 ‘넛지’는 행동경제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을 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각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 넛지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새롭게 정의한 세일러 교수는 민간 기업이나 공공 부문 관리자들이 넛지를 통해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그는 ‘이콘’(호모 이코노미쿠스를 줄인 말)과 현실 속에 존재하는 허점투성이 ‘인간’을 대비시키며 주류경제학에서 당연시하는 ‘합리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인간’이라는 가설을 비판했다. 세일러 교수는 사람들이 새해 다짐을 잘 지키지 못하는 점에 대한 연구에서도 족적을 남겼다. 그는 ‘계획자·행동자 모델’을 통해 자기통제 문제를 분석하는 방식을 보여 줬다. 공정성에 대한 이론과 실험도 유명하다. 그는 공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때문에 기업이 수요가 많은 시기에도 비용이 오르지 않는 한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원리를 설명했다. 세일러 교수는 ‘독재자 게임’을 고안했는데, 이는 세계 각지에서 공정성에 대한 여러 집단의 태도를 측정하는 연구에 많이 활용됐다. 그는 또 손실을 기피하는 태도를 통해 사람들이 소유하지 않을 때보다 소유하고 있을 때 같은 물건을 더 아낀다는 ‘소유효과’를 설명해 내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세일러 교수는 수상자 발표 직후 “경제 행위자가 사람이고, 경제 모델은 이를 포함해야 한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상금을 어떻게 쓸 것이냐는 물음에 “가능한 한 불합리하게 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노벨경제학상은 다른 노벨상과는 달리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정식 명칭도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 다만 다른 노벨상과 마찬가지로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선정해 시상한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국내 자본시장 ‘주주 행동주의’ 바람 분다

    자본시장에 ‘장하성 바람’이 불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006년 이름을 떨친 기업 지배구조 개선 펀드인 일명 ‘장하성 펀드’(기업지배구조펀드)가 새 정부 출범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주주 행동주의’로 평가받는 이런 펀드들은 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익을 추구한다. 주주 행동주의는 단기적인 이익만 추구하고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을 받는 ‘기업사냥꾼’의 이미지도 있어 시장의 우려가 적지 않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지펀드인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은 최근 적극적인 행동주의를 표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행동매주식전문투자형사모펀드’를 출시했다. 지난달과 이번 달에는 펀드가 투자한 현대홈쇼핑·아트라스BX 등에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요청했다. 월가 펀드매니저 출신 존 리 대표가 이끄는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 7월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손잡고 인게이지먼트(주주관여)펀드를 사모로 출시했다. 인게이지먼트펀드는 기관투자가가 기업 대주주와 함께 주요 경영 사안을 논의하면서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행동주의 펀드보다 한 단계 진화한 형태다. 리 대표는 2006년 미국계 투자회사 라자드자산운용에서 ‘장하성 펀드’를 직접 운용한 경험이 있다. 당시 고려대 교수이던 장 실장이 제안한 이 펀드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대한화섬 등 ‘장하성 펀드’가 매입한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떨어졌고 2012년 청산했다. ‘장하성 펀드’는 태광산업에 대표이사 해임소송을 제기하는 등 투자기업과 갈등도 컸다. 리 대표는 “인게이지먼트펀드는 ‘장하성 펀드’처럼 기업과 대립하는 게 아닌 협력하며 상생하는 개념”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만큼 조만간 해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도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는 지침인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하는 기관도 속속 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의결권 행사 강화 등 7대 원칙(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을 제정했고, 제이케이엘파트너스를 시작으로 이상파트너스·스틱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자산운용사 4곳이 참여했다. 삼성·미래에셋·한화·KB자산운용 등 52개사는 조만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에선 행동주의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인 이익에 치중하면서 사업 부문에 피해를 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행동주의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을 모니터링하며 일반 주주의 권익을 대변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브런치] 육아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을까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브런치] 육아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있을까

    “비록 전투에서는 지지만 전쟁에서는 반드시 승리하리라.” 유명한 군인이나 역사학자들의 말이 아닌, 세상 모든 부모들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문장이다. 매일 순간순간 육아라는 전투에서는 패배하지만 아이들의 행복이라는 전쟁에서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는 한국의 부모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과학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사이언스, 네이처, 셀 같은 저명 학술지 이외에 이런저런 논문들을 훑다 보면 의외로 영유아나 청소년의 뇌, 심리 관련 연구들이 많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 최근에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뇌파측정(EEG) 같은 첨단 기기 덕분에 단순히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심리를 유추하는 수준이 아닌 뇌가 어느 순간 어떻게 움직이는지까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속 깊숙한 곳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이는 게 싫겠지만 말이다. 사실 심리학이나 뇌과학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과 뇌의 움직임을 이해함으로써 건강한 성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론적 배경을 확보하고 타인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심리학자 스키너는 ‘조작적 조건화’ 이론을 주장했다. 조작적 조건화란 동물이나 사람의 특정 행동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경험하면 그 행동을 반복하거나 중단하게 된다는 학습이론이다. 스키너는 자신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는지, 부인을 대신해 두 딸의 육아를 도맡아야 하는 고달픈 삶의 무게를 덜기 위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둘째 딸을 ‘베이비 박스’에서 키웠다. 온도와 습도가 자동조절되고 아이가 배고파 울면 우유를 제공하는 등 일종의 아기 호텔이다. 그렇지만 베이비 박스에서 자란 둘째 딸은 심리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성장해 훗날 스키너는 윤리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인간의 행동을 단순히 자극?반응으로만 해석할 수 없으며 사람이 이론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신이 아닌 이상 그 어떤 천재 뇌과학자나 심리학자라도 아이들의 성장 후 모습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 아이가 잘 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모든 부모들의 고민거리다. 많은 연구들이 사회적 안전망이 충분치 못하고 사회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거나 사회적 구조가 경직돼 있을 때 육아 불안감은 더 심해진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한국 부모들의 육아 불안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 과학은 부모의 불안감이 자녀의 성장에 별 도움이 안 되고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 ‘지금은 힘들겠지만 나중에는 웃을 수 있을 거야’라는 어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려 준다. 지금 행복한 아이들이 미래에도 행복한 어른이 된다는 장기 추적 연구 결과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육아의 길은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이야기한 것처럼 ‘가보지 않은 길’이다.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상 모든 부모에게 기운 내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 이준익 감독 “박열은 신념의 인물…우리 시대로 치면 박종철·이한열 열사”

    이준익 감독 “박열은 신념의 인물…우리 시대로 치면 박종철·이한열 열사”

    이준익(58) 감독은 지금까지 열두 편의 영화를 연출했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일곱 편이 역사와 얽혀 있다. ‘왕의 남자’나 ‘황산벌’처럼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친 작품도 있지만 ‘사도’부터는 유독 시대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박열’ 또한 그러한 작품이다. 전작 ‘동주’에 이어 거푸 일제강점기를 조명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노래했던 시인 윤동주나 일본에서 대역죄인을 자처하며 사형을 쟁취하려 했던 아나키스트 박열 모두 “능동적 근대성을 남긴 인물”이라고 이 감독은 이야기한다.“역사 영화를 많이 찍다 보니 오히려 역사에 대한 기갈이 듭니다. 우리가 서양 교육을 받으며 자라서인지 역사도 서양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상한 관성 탓인 거 같아요. 식민지 근대화론에 뿌리를 둔 피동적인 근대성보다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근대성을 찾아내고 싶었습니다. 우리 역사를 정치사와 전쟁사가 아닌 민중사로 읽으면 동학혁명에서 비롯된 민중의 함성이 오늘날의 ‘촛불’로 이어진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사이사이에 있던 능동적 근대성의 거점들을 찾아 짚어 주고 싶었어요. 그 선상에 윤동주도, 박열도 있는 거죠.”유관순과 같은 해에 태어난 박열(1902~1974)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항일운동가는 아니다.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고, 문경으로 낙향해 제2만세운동을 이어 가려다 그해 일본으로 건너가 현지 청년들과 교류하며 무정부주의운동과 노동운동을 펼쳤다. 그의 삶은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변곡점을 맞는다. 당시 폭동을 우려한 한 일본 대신이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가짜 뉴스를 흘려 불과 사흘 만에 조선인 6000여명이 학살당한다. 일본 내각은 국면 전환용으로 당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박열의 혐의를 부풀려 일 왕세자 폭탄 암살 음모의 주동자로 꾸민다. 그는 무죄를 주장하기보다는 제국주의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며 죄를 기꺼이 뒤집어쓴다. 영화는 그러나 박열을 영웅으로만 그리지는 않는다. 이십대 초반, 질풍노도의 모습이 많다. “피 끓는 청년이었으니까 할 수 있었던, 기성세대에 편입되지 않은 채 자신의 소신을 끝까지 밀어붙였던 과정이 영화에 담겨 있어요. 박열은 우리 시대로 치면 박종철, 이한열 열사라고 봅니다.” 이 감독은 박열을 단순히 치기 어린 청춘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오류라며 경계하기도 했다. “정교하고 치밀하게 제국주의에 항거했던 놀라운 신념의 인물입니다.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조선 청년의 기개와 신념을 현실로 만들어 낸 행동주의자죠. 그 지점에 박열의 특별함이 있습니다.” 영화는 암울했던 일제강점기를 다루지만 코믹 요소가 상당하다. 일본 내각의 모습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전작인 ‘동주’와는 또 다른 스타일. 그렇게 엄숙주의를 탈피했다는 점에서는 최동훈 감독의 ‘암살’과 궤를 같이한다. “‘암살’은 우리 영화의 큰 성과를 보여 준 사례에요. 식민지 시대를 바라보는 정서적 다양성을 열어 줬죠.” 국가주의, 민족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아시아 역사 공동체 의식을 꿈꾸는 이 감독은 ‘박열’에서 식민지 시대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거나 반일 감정이나 분노를 유발하려 하지 않는다. 또 ‘동주’에서 윤동주 못지않게 송몽규가 부각됐던 것처럼 박열의 동지이자 동거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를 또 한 명의 주인공이자 시대를 앞서간 페미니즘의 아이콘으로 전면에 내세운다. 박열은 가네코 후미코가 있어 완성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일본 역사학자 야마다 쇼지가 쓴 ‘가네코 후미코’ 평전에 기대고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무척이나 불량스러워 보이는 이제훈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포스터가 공개됐을 때 일본의 인기 만화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배가본드’ 이미지가 연상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영화 속 박열의 외모는 오만 가지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던 그의 실제 기록을 토대로 한 겁니다. 사진을 보면 그 만화가 오히려 박열의 모습을 참조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죠. 허허허.”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中·北 보란 듯 ‘행동하는 美’ 메시지… 대북 선제타격론 주목

    中·北 보란 듯 ‘행동하는 美’ 메시지… 대북 선제타격론 주목

    “모든 옵션 검토” 빈말 아닌 게 입증된 셈 화학무기 응징… 北 타격 땐 명분 될 수도 中도 북핵 관련 역할론 부담 더 커질 듯미군이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만찬 직후 시리아 공군기지에 미사일을 쏟아부은 데는 중국에 대한 견제와 북한을 향한 고강도 경고의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의 강도를 높여 갈 경우 북한 역시 시리아와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이날 미군의 시리아 공습은 묘하게 북한 문제와 겹친다. 중동과 동북아는 미국의 국제 전략상 모두 중요하게 다뤄져 온 지역으로, 미군은 이 중 시리아에 대해선 구두 경고에 이어 이날 실제 군사개입에까지 나섰다. 이번 공습으로 그간 대북 정책과 관련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던 미측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님이 입증된 셈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말만 하고 행동을 안 하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달리 미국은 행동을 하겠다는 행동주의 원칙을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군이 시리아 공습을 감행하는 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2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이 화학무기 VX로 피살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화학무기 문제가 다시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향후 미국이 실제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고려할 경우 핵·미사일뿐 아니라 화학무기 개발·사용 역시 타격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과 우호 관계인 시리아가 미군의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노동신문에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시리아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소식이 담겼다. 그간 국제사회에서는 북한군이 시리아 내전에 참전 중이라는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으며 전장에서 북한 군인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종종 나왔다. 실제 북한이 정부군 편에서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고 있다면 이번 미군의 군사개입으로 북한군 역시 미군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공습으로 미국의 ‘중국 역할론’에 대한 중국 측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것만으로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뜻대로 움직여 줄 것이란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중에 주는 심리적 효과는 크겠지만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큰 양보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나서지 않는다고 미국이 중국을 때릴 수는 없고, 북한과 시리아의 상황도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여자라서 붙은 꼬리표… 숨어 있는 편견의 역사

    여자라서 붙은 꼬리표… 숨어 있는 편견의 역사

    그런 여자는 없다/게릴라걸스 지음/우효경 옮김/후마니타스/356쪽/1만6000원미국 뉴욕에서 결성된 페미니스트 행동주의 그룹으로 1985년부터 30년 넘게 활동 중인 게릴라걸스가 여자들을 따라다니는 고정관념의 역사와 숨은 이야기를 찾아 분석했다. 파파걸, 말괄량이, 팜파탈, 노처녀, 할망구 등 여성의 생애주기별로 존재하는 고정관념은 물론 여성을 성적으로만 대상화하는 시각을 통해 창녀, 레즈비언, 색녀 등에 대해 분석한다. 또한 교육에 열성적인 사커맘이나 여성 임원들처럼 여성이 담당하는 일과 관련된 고정관념, 특정 민족이나 종교 집단별로 파생된 편견 등을 바비 인형 패러디를 통해 풍자적으로 다룬다. 더불어 국민여동생, 롤리타, 노처녀들, 제3의 성 아줌마, 공순이와 식모 등 한국인의 고정관념에 대한 분석도 덧붙여 국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위기의 삼성] 초유의 총수 부재 ‘경영 올스톱’… 사장단협의체 재가동할 듯

    [위기의 삼성] 초유의 총수 부재 ‘경영 올스톱’… 사장단협의체 재가동할 듯

    삼성이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위기를 맞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대신해 앞으로 누가 삼성을 이끌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17일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비상경영 체제가 불가피해졌지만 삼성 측은 그룹 운영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사장단협의체 중심의 운영이나 한시적으로 미래전략실의 주도,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다른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 가능성 등을 거론하고 있다.우선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여파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퇴진, 리더십 공백이 빚어졌을 때 가동됐던 사장단협의체가 재가동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시 전략기획실(현 미전실)을 공식 해체했던 삼성은 수요사장단 회의를 사장단협의체로 전환했다. 그룹의 두 축인 삼성생명의 당시 이수빈 회장, 삼성전자의 당시 이윤우 부회장이 사장단협의체를 이끌었다. 현재 삼성의 지배 구조에 당시 모델을 대입한다면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3개 축으로 사장단협의체 수뇌부가 구축될 수 있다. 그러나 사장단협의체는 태생적으로 ‘모험적 경영’을 기피하는 성향을 지닌다. 2008년 당시에도 신수종 사업인 태양광, LED 등 몇몇 사업에서 삼성 계열사의 역량이 경쟁 업체에 압도당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했음에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경쟁사보다 3~4년 늦게 진출한 것도 이 시기다. 이는 2010년 3월 이 회장이 다시 경영에 복귀하는 원인이 됐고, 이 회장이 복귀한 이듬해 삼성은 갤럭시노트를 출시하며 다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재계 관계자는 “기존의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전문경영인들의 역량이 뒤지지 않겠지만, 이들은 새롭게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거나 신산업에 진출하는 큰 선택을 주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적기 투자 결정, 외국 기업 인수합병(M&A) 등의 사안을 결정할 때 전문경영인의 비상경영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룹의 미래전략실이 일정 기간 이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말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미전실 해체를 약속했지만, 당분간 미전실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미전실이 주도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엔 부담이 크다. 미전실을 총괄하는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역시 이 부회장과 함께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될 처지여서다. 김종중 전략팀장(사장)도 특검이 최근 4주 동안 진행한 보강 수사의 대상이 됐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리더십은 그나마 체계가 갖춰져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부품(DS) 사업을,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소비자가전(CE) 사업을,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모바일(IM) 사업을 총괄하는 체제다. 삼성의 그룹 차원 의사 결정은 ▲오너인 이 부회장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계열사 대표 등의 조율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데, 이 중 계열사 대표의 리더십은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았다. 증권가 한쪽에서는 이 부회장의 부재를 총수 일가의 일원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채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삼성전자 지분이 없는 이 사장이 경영에 참여할 명분이 없는 데다 이 사장이 주력 계열사에서 책임지는 자리를 맡아 본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이 부회장이 추진해 온 ‘뉴삼성’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삼성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말부터 올해 경영계획 수립, 임원 인사 등에서 손을 놓아 왔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이 업무들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측이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측에 서한을 보내 요구한 인적 분할이 성사될지도 불투명해졌다. 주주친화정책 실행 등을 요구하는 등 외국계 주주들이 삼성의 지배 구조 개편에 개입하는 정도도 강해졌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 인적 분할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관련 결정이 미뤄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상반기 신입 채용을 진행할지도 불투명해졌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인간’은 도대체 무엇인가… 치열한 물음에 대한 도전

    ‘인간’은 도대체 무엇인가… 치열한 물음에 대한 도전

    “세계를 해석하는 일보다 세계를 변혁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믿었던 20대 청년은 50대 중반에 삶의 방향을 틀었다. 소장도서 6000여권이 넘는 자신의 서재에서 5년 동안 칩거하며 망치 대용으로도 쓸 법한 1200여쪽의 ‘벽돌책’ 한 권을 써냈다. 1980년대 운동권 이론가였던 홍일립(61·필명) 박사가 최근 펴낸 ‘인간 본성의 역사’(에피파니)다. 스스로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에는 상당한 인내가 요구될 것”이라고 말하는 책이다.책은 지난 2500년간 동서양이 탐구해 온 인간에 대한 사유가 거의 망라돼 있다. 수많은 이론들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기 다른 시대의 정치와 사회, 문화, 과학적 사유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했다. 한 주제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유를 담아낸 인문학 서적 상당수가 번역본인 국내 출판 현실에 비춰볼 때 보기 드문 도전적 저작이다. 공자, 맹자, 순자, 한비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동서양의 고대 사상가부터 마키아벨리, 데카르트, 홉스, 로크, 흄, 루소 등 서양 근대 초기의 철학자들을 거쳐 마르크스와 뒤르켐, 프로이트, 스키너 등 근현대 사회과학자, 찰스 다윈, 에드워드 윌슨,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스티븐 제이 굴드 등 현대 생물과학 연구자들의 사유들이 첩첩이 포개져 있다.책은 포성이 울리는 전장(戰場)에서 쓴 양 치열한 ‘지적 난타전’의 흔적이 적지 않다. 1859년 ‘종의 기원’ 출간 이전의 인간에 대한 탐구들은 모두 가치를 상실했다고 단언한 생물학자 조지 심슨부터 핑커, 윌슨, 도킨스 등 ‘인간 본성의 과학’ 대열에 선 이들에 대한 저자의 전면적 반론이 흥미롭다. 그가 아우른 이론가만 459명. 참고문헌과 색인 분량은 100쪽을 넘는다. 지난 3일 성남시 중원구 도촌동 서재에서 만난 홍 박사는 “젊은 시절부터 늘 품고 있던 의문이 인간의 본성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며 “간단한 논평이라도 쓸 생각으로 2011년부터 시작한 작업이 5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연세대 사회학과 76학번인 그는 모교에서 예술사회학 박사를 했다. 스스로 교수나 직업적 학자의 삶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적 열정으로 인간 본성(의 관념)에 대한 온갖 난해한 이론들을 고찰하고 풀어내고 싶었다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실존적 삶이 인간 본성에 대한 의문을 가중시킨 건 아닐까. 학생운동가→용접공→기업가→정치인을 거쳐 저술가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채로운 이력에 비춰보면 학술서로 위장한 일종의 자서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본명은 홍석기. 대학 졸업 후 마르크스 혁명의 도화선이 되겠다며 노동 현장에 투신했다. 20~30대의 7년을 경기도의 한 공단에서 용접공으로 살았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절망시킨다는 마르크스에 전적으로 동의했어요. 학생 운동이 도덕적 권위를 가진 시대였고, 노동자가 봉기하면 혁명도 가능하다고 믿었죠. 용접공으로 공장들을 전전하며 노동자들을 의식화하겠다는 생각에 푹 빠졌어요. 그런데 의식화 대상인 노동자들은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라고 생각을 하더군요. 결국 계급 의식을 고양해 인간 본성을 바꿀 수 있다는 건 환상이고, 오만이라고 깨달았어요.” 그 시기의 생각은 책 4부에서 다룬 ‘마르크스의 휴머니즘’, ‘뒤르켐의 사회실재론’, ‘파레토의 비논리적 행위 이론’, ‘스키너의 행동주의’에 오롯이 담겼다. 정치 경험 역시 인간 본성에 한발 더 나가게 하지 않았을까. 김대중 정부 때 선거 전략가로 총선을 치렀고, 2002년 대선에도 깊이 관여했다. 노무현 대선 후보의 이론적 근거가 된 ‘영남 후보론’도 그의 작품이다. 노무현 후보 선대위 기획실장으로,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실무책임을 맡았다. 노 대통령 당선 후 정치권과 결별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1년간 연구 활동을 했다. “정치판에서 인간의 탐욕을 봤어요. 공인의 책무나 책임 윤리에 대한 성찰 없이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치가 전도된 우리 사회의 실상을 느꼈어요. 학벌, 인맥, 지연으로 촘촘히 얽힌 고대 부족주의적인 정치·관료 문화를 보면서 우리의 공공 영역이 결코 정의롭지 않으며, 진보할 수 있을까 하는 좌절감이 컸습니다.” 정치 경험은 책 1부의 맹자와 순자의 성선·성악설부터 2부와 3부의 한비자와 마키아벨리, 홉스 등을 관통하는 인간 본성과 국가의 통제 담론, 루소의 ‘고상한 야만인’ 개념까지 두루 녹아 있다. 그가 30대 후반인 1993년 설립한 작은 회사는 현재 연 매출 2000억원의 상장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10년 스스로 경영에서 물러나 저술가의 삶으로 뛰어든 홍 박사는 “읽어야 할 책과 자료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내가 쓴 글에 불만족스러워하면서 꾸준히 글쓰기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윈을 인용해 “우리의 신체에는 ‘비천한 기원의 흔적’에서부터 가장 고상한 높은 덕성까지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 있다”며 “인간의 본성에 대해 확증될 수 없는 모든 것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글을 썼다”고 덧붙였다. 글 사진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행동하는 주주’가 바꿔온 기업 운명

    ‘행동하는 주주’가 바꿔온 기업 운명

    의장! 이의 있습니다/제프 그램 지음/이건·오인석·서태준 옮김/에프엔미디어/408쪽/1만 8000원 #1. 2015년 7월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옛 삼성물산 주주총회.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위임장 대결에 나서 주목받은 총회는 합병을 둘러싼 찬반 양론으로 뜨거웠다. 삼성이 표 대결에서 이기며 합병안이 통과됐지만 삼성물산 주가는 전날보다 10.39% 하락했다. 그날 주주총회의 여파는 합병을 지지한 국민연금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죄’ 특별검사팀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2. 같은 해 3월 26일 부산 성창기업지주 주주총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주주가치 제고’에 뜻을 모은 소액주주들이 기존 경영진과의 표 대결 끝에 소액주주 김택환씨를 상근감사로 선임하는 데 성공했다. ‘계란으로 바위를 깬’ 소액주주 운동 사례다. 성창기업지주는 올해 4년 만에 주주 배당에 나섰고 주가도 크게 올랐다. 국내 ‘주주 행동주의’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헤지펀드매니저이자 다수의 상장기업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쓴 신간 ‘의장! 이의 있습니다’는 “허울뿐인 이사회와 무능한 경영진을 탄핵하라”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주 행동주의’ 100년 역사를 다룬다. 주주와 기업 간 8개의 역사적 대결 사례와 워런 버핏, 로스 페로, 칼 아이컨 등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오리지널 서한들을 공개한다. 우리 주주 문화에서는 다소 과격한 듯 보이지만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등 변화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로 정의되는 주주 행동주의는 미국 유명 기업들의 흥망성쇠에 결정적 영향을 끼쳐 왔다. 미국에서 현대 주주 행동주의의 서막을 연 인물은 버핏이 ‘평생의 스승’으로 삼은 벤저민 그레이엄(1894~1976)이 꼽힌다. 가치투자 이론의 창시자로 불리는 그는 자본주의 역사상 처음으로 기업의 잉여현금을 돌려받아 주주 가치를 실현했다. 소액주주로서 그레이엄의 첫 행보는 좌절투성이였다. 1927년 1월 미 노던파이프라인이 연 주총 참석자는 임직원을 빼고 그레이엄이 유일했다. 그는 경영진의 견제로 입 한번 뻥끗할 수 없었다. 절치부심한 그는 최대주주인 록펠러재단에 배당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낸 데 이어 소액주주들을 설득해 위임장을 받았다. 이듬해 겨우 서른세 살의 청년에게 노던파이프라인의 의결권이 넘어가는 기적이 벌어지면서 역사상 첫 주주 배당을 만들어 낸다. 책은 듀퐁 화약공장의 노동자 출신으로, 미 철도회사 뉴욕센트럴과 세기의 위임장 대결을 벌인 로버트 영에서부터 ‘자금 조성에 자신 있다’는 허세 가득한 한 통의 편지로 상장 기업을 인수한 칼 아이컨 등 ‘기업 사냥꾼’들의 전투적 삶도 조명한다. 주주들에게 진정성 있는 편지를 보내 남편인 CEO와 그의 부실 경영을 눈감아 준 이사회와의 전쟁에서 이긴 칼라 셰러 이야기는 주주의 역할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그러나 주주 행동주의가 늘 ‘정의’롭지만은 않다. 저자는 독설과 인신공격, 망신주기 식으로 압력 행사에 나서는 주주 캠페인의 폐해와 100년 전통의 우량 기업을 무모한 탐욕 때문에 무너뜨린 주주 행동주의의 실패 사례도 균형 있게 할애한다. 저자에 따르면 ‘무관심한 주주’, ‘열심히 일하지 않는 이사회’, ‘초점을 잃은 경영진’ 등의 삼박자는 만성적 책임 부재와 관리감독 결여로 이어지며 경영 참사를 일으키고, 이런 기업들이 주주 행동주의의 표적이 된다. 그는 “상장기업에는 모순과 이해충돌이 늘 존재한다”면서도 “주주 행동주의자들이 모든 주주를 위해 가치를 창출한다고 하지만 속셈은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며 분별력을 상기하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한국에서의 주주 행동주의도 지각 변동을 맞고 있다. 국내 대표적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최근 주주권 행사 원칙을 담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제정했고,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상법’에는 감사위원 분리투표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소액주주들에게 유리한 제도가 대거 도입돼 있다. 국내 주주제안은 2013년 36건, 2014년 42건, 지난해 116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 책의 해제를 쓴 임종엽 변호사는 “경제민주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주식시장은 더는 우리가 알던 주식시장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우리는 머지않아 미국이 지난 100년간 걸어온 주주 행동주의 역사를 압축해 걷게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美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트럼프 음담패설에 “성희롱 아니다” 두둔

    美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트럼프 음담패설에 “성희롱 아니다” 두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이자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던 제프 세션스(69) 상원의원이 트럼프의 음담패설 영상에 담긴 대화 내용이 “성희롱이 아니었다”고 두둔했다.  세션스 의원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보수매체 위클리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부적절한 언어였고 (트럼프도) 그부분은 인정했다”며 “그러나 성희롱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공보담당관 션 스파이스도 트럼프의 외설 논란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 난 변호사가 아니다”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인터넷 매체 ‘마더존스’는 이에 대해 “과거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내가 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구의 나이를 모른다’고 말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성희롱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백인 우월주의와 나치즘을 정상으로 보고있는 트럼프 캠프와 RNC가 이제는 강간을 정상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로 정평이 나있는 헤지펀드 매니저 칼 아이칸(80)도 트럼프 후보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10일(현지시간) 2차 대선 토론회 이후 가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나는 라커룸, 독신 파티 등에 참석해 소위 말해 수준이 높다고 평가받는 사람들 사이에서 음란한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을 수도 없이 들어왔다”고 말하며 트럼프를 옹호했다.  그는 “사람들이 현 사안에 대해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죄 없는 자가 그에게 돌을 던져라’는 문구를 사람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행동주의 헤지펀드 전략은

    악명 높은 기업 사냥꾼으로 잘 알려진 칼 아이컨은 2013년 10월 애플의 현재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다며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다. 아이컨은 애플 주식을 꾸준히 사들인 뒤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아이컨의 요구에 굴복한 애플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이후 애플 주가는 2년 동안 상승했고, 아이컨은 경영 개입을 통해 약 100%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S&P 500대 기업 15% 이상 공격받아 이처럼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빈틈을 파고들어 주가를 띄운 뒤 차익을 챙긴다. 주로 경영진 교체, 자사주 매입 등을 주문하고 회사를 팔거나 인수하라고 압박한다. 이들은 언론 플레이에 능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1980년대까지는 규모가 작고 자본력이 약한 기업을 겨냥했다. 그랬던 이들이 대기업으로 타깃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강화된 규제 속에서 수익률을 내기 위해 택한 전략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내세운 경영 개입이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미국 S&P 500대 기업의 15% 이상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P&G, 모토로라, 야후 등 글로벌 기업들도 이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수백억원 차익 먹고 떠나 ‘먹튀 논란’ 국내 기업이 당한 첫 사례는 1999년 미국계 헤지펀드 타이거펀드의 공격을 받은 SK텔레콤이다. 타이거펀드는 지분 6.66%를 취득한 다음 경영진 교체를 시도했다. 다음해 SK 계열사에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하고 시세차익 6300억원을 남겼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는 2004년 삼성물산을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당시 삼성생명보다 많은 5%의 지분을 사들였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삼성물산 지분을 모두 팔아 380억원의 차익을 거두고 떠나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전화위복’ 소니처럼… 주주 신뢰 쌓고 지배구조 개선해야

    삼성에 藥될지, 毒될지 단정 일러 투자자 피해 없게 의사결정 공개‘우군’ 연기금 등과 관계 유지해야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소액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따라서 그들을 무조건 ‘기업사냥꾼’으로 몰아붙이면 외국인 투자자 등 다른 주주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을 막기 위해선 주주들과 신뢰를 쌓고 왜곡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조명현(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단기 속성을 지닌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일단 주가를 띄우고 수익이 나면 털고 나온다”며 “이들의 행동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선 학계의 의견이 엇갈린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삼성전자의 사업 분할을 요구한 엘리엇의 제안이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한 건지 장기적으로도 옳은 방향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맞다고 판단되면 엘리엇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지만 지배권 문제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좀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공격이 전화위복이 된 소니의 사례가 눈길을 끈다. 소니는 2013년 5월부터 헤지펀드계의 거물 대니얼 롭이 이끄는 서드포인트의 공격을 받았다. 소니 지분 7%를 확보한 서드포인트는 엔터테인먼트사업 분사 등을 요구하며 17개월간 소니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당시 소니 주가는 35%나 치솟았다. 하지만 소니 경영진은 우호지분 등을 끌어들여 주총에서 분사 안건을 부결시켰다. 목표 달성이 무산되자 서드포인트는 2014년 10월 소니 지분을 모두 팔아 치우고 철수했다. 이후 소니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지난해 5년 만에 흑자 전환하며 부활에 성공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지분이 0.62%에 불과한 엘리엇의 한마디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건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브랜드 파워라고 볼 수 있다”면서 “삼성전자는 투자자들이 정보 불균형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투명하게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를 헤지펀드와 한통속으로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대다수 외국인은 기업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계속 머무는 장기 투자자인 만큼 꾸준한 대화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일선 한국2만기업연구소장은 “오너가 경영권 방어를 하려면 30% 정도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18%에 불과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노리기 좋은 먹잇감”이라며 “연기금 등 (우군이 될 수 있는) 기관투자가와의 관계 유지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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