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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채택 ‘K서민금융’, 글로벌 양극화 해소 모델 될 것”

    “유엔 채택 ‘K서민금융’, 글로벌 양극화 해소 모델 될 것”

    “세금 드는 복지정책, 양극화 해소 한계저리 대출·금융 교육 동반 때 지속 가능” ‘서민 금융 지원’ 모델 유엔서 공식 채택 공적 주도의 디지털 비대면 대출에 주목“빈부격차 문제를 복지정책으로만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경제정책과 함께 가야 지속가능할 수 있죠.”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서금원 본사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복지를 늘리려면 그만큼 재원이 필요해 세금을 더 걷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해 부담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결국 서민들이 실업, 소득 감소 등으로 힘들어할 때 저리 대출이나 금융 교육 등을 통해 시장원리 안에서 자립하도록 돕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서금원과 신복위가 이런 역할을 한다. 서금원은 저신용자 등을 위한 대출과 금융 교육을, 신복위는 개인채무자의 채무 조정을 통한 회생을 돕는다. 코로나19 탓에 세계적으로 빈부격차가 심화하자 유엔도 서금원과 신복위 모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엔은 올 초 두 기관의 서민 금융 지원 모델을 서면의견서로 공식 채택했다. 세계적으로 벤치마킹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봤다는 얘기다. 국내 공공기관이 뽑힌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유엔이 서금원과 신복위 모델에 높은 점수를 준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세계적 골칫거리인 양극화 문제를 완화시킬 실질적 방법으로 주목했다. 이 원장은 “저신용자들을 위한 소액 대출을 시민단체가 아닌 법정기구가 주도한 건 우리나라가 원조”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서민금융모델은 향후 국제사회의 관심을 더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원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려고 각국이 유동성(돈)을 풀었는데 이 과정에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올라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면서 “또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으로 부의 편중이 1대99 수준으로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또 서금원과 신복위가 디지털화 작업을 꾸준히 해 온 점도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은 배경이다. 이 원장은 “코로나19 탓에 어려워진 서민층이 늘었는데 이들은 생업에 바쁜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여파로 대면 창구를 통한 상담이 제한됐다”면서 “다행히 우리 두 기관은 앞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금융 소외계층을 지원할 디지털 시스템을 갖춰 놨다”고 말했다.실제 서금원의 정책대출 상품인 햇살론유스 등은 방문 없이 앱으로도 신청할 수 있고, 신복위는 채무 조정 상담이나 신청을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도 해 준다. 서금원의 비대면 서비스는 이용자의 95%가 만족감을 표하는 등 반응이 좋다. 이 원장은 “우리 모델을 배우고 싶어 하는 나라가 있다면 컨설팅을 해 줄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주목받은 ‘K방역’처럼 ‘K서민금융’도 새로운 공적개발원조(ODA)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은 올해도 디지털화 작업에 더 신경 쓸 계획이다. 예컨대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과 협업해 서금원과 신복위의 데이터베이스에 오른 고객들이 맞춤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 원장은 “사전 금융교육, 체계적 사후 관리 등을 통해 서민들이 재무적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봄 다가오는데, 철없는 북극영화 두 편…‘아일로’, ‘아틱’

    봄 다가오는데, 철없는 북극영화 두 편…‘아일로’, ‘아틱’

    찬바람 부는 겨울이 가고 햇살 따사로운 봄이 오고 있다. 그러나 극장가에는 철없는(?)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아기 순록의 여정을 조명한 ‘아일로’, 북극에 조난당한 인간의 사투를 그린 ‘아틱’이다. 18일 개봉하는 ‘아일로’는 빙하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최후의 청정지역 북극권인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연 다큐멘터리 영화다. 갓 태어난 새끼 순록 아일로는 광활한 침엽수림과 얼음으로 둘러싸인 숲 피오르를 지나며, 여우, 흰 담비, 흰 올빼미, 울버린, 곰, 늑대, 청설모, 레밍, 토끼 등 때론 적이고 때론 친구가 되는 여러 동물과 만난다. 수많은 포식자의 위협과 예측 불허 상황 속에서 엄마의 도움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우며, 아일로는 건장한 어른 순록으로 성장한다.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라플란드 위를 여행하는 순록 무리의 이야기가 장대한 스크린에 펼쳐진다. 새끼 순록 아일로의 험난한 탄생 순간부터, 사계절에 걸친 성장 과정, 여러 동물과의 아기자기한 드라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인간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자연 속 놀라운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쳐 놓는 자연 다큐멘터리는 온 가족이 즐기기에 좋을 터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한 캐릭터와 달리 실제 동물이 그려내는 드라마가 그저 뭉클하다. 영화 ‘아틱’은 비행기 사고 추락 사고 이후 북극에 조난된 오버가드(매즈 미멜슨 분)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지도 한 장에 의지한 채 삶을 찾아 나아가는 여정을 담았다.오버가드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무전을 치고, 북극의 지형을 조사하고, 송어를 잡고, 죽은 동료의 무덤에 가서 인사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추락한 헬기 속 생존자를 발견한다. 심각한 부상 때문에 이대로 구조를 기다릴 수 없는 상황. 그러나 자칫 이동하면 함께 위험해질 수 있다. 결국, 그는 생존자를 살리기 위해 임시 기지를 찾아가기로 한다. 연기의 신 매즈 미켈슨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로, 2019년 3월 개봉했다가 2년 만에 재개봉했다. 이번에는 황석희 번역가 새로 번역한 자막을 입혔다. 공개된 새로운 티저 포스터는 광활하게 펼쳐진 설원 위에 눈에 파묻힌 헬기와 한 남자가 부상당한 생존자를 썰매에 태우고 어디론가 길을 떠나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생생한 북극의 환경을 스크린에 그려내고자 아일랜드 올 로케이션으로 한겨울 54km~72km 풍속을 견디며 촬영했다. 2018 칸국제영화제 골든카메라 노미네이트를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 뉴질랜드국제영화제, 멜버른국제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 초청 및 상영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죽음을 사색하다… 삶을 사유하다

    죽음을 사색하다… 삶을 사유하다

    독일 유명 예술가 잠든 도로텐슈타트 묘지제임스 터렐의 작품 있는 작은 예배당 북적 한적한 묘지뷰 선호…가족·연인들 쉬어가 “어느 공원으로 갈까?” 카페나 밥집은 아직도(!) 갈 수가 없으니 매번 가는 곳은 공원이다. 집 앞 언덕 위 작은 공원으로 가거나 판코에 있는 뷔거 공원을 가거나, 날이 정말 좋으면 집에서 먼 샤를로텐부르크의 슐로스 파크까지 간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간 곳 역시 공원이었다. 사람들도 다 공원으로 모인다. 잘 알려진 공원일수록 사람도 많다. 다닥다닥 앉을 일은 없지만, 가끔 인적 드문 곳으로 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땐 공원 대신 ‘공동묘지’로 간다. 섬뜩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베를린에선 놀이터 만큼이나 친근한 곳이다. 베를린 도심 안에 꽤 많은 공동묘지가 있다. 그래서 어떤 날은 이렇게 묻는 것이다. “이번엔 어느 묘지로 갈까?”●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 묘지, 도로텐슈타트 유럽의 큰 도시 안에서는 관광 명소를 가듯 묘지를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걸 14년 전 파리에 처음 갔을 때 알았다. 베를린에서 열흘을 보낸 뒤 파리로 갔는데, 친구가 많았던 베를린과 달리 파리에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외롭고 심심했다. 몽마르트르 언덕에는 화이트 와인을 병째 나눠 마시는 사람들이 있었고 센 강변엔 키스하는 연인들 천지였다. 처음 간 파리는 로맨틱한 도시였지만, 홀로 여행하는 자에겐 끔찍이 외로운 도시였다. “파리는 이제 절대 혼자 오지 않겠어.” 나는 어금니를 깨물며 중얼거렸다. 그때 머물던 민박집에서 가까운 곳에 ‘페르 라셰즈’란 공동묘지가 있었다. 파리에서 가장 큰 묘지이자 쇼팽, 오스카 와일드, 에디트 피아프, 짐 모리슨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잠든 곳이다. 시내 중심가로 나가기 전 잠깐 들르려고 갔다가 그곳에서 아침나절을 모두 보냈다. 외롭고 기가 죽어 있던 나는 조용하고, 사람도 없고, 아름다운 정원 묘지에서 평온함을 느꼈다. 나 빼고 다 행복해 보이는 파리에서 왠지 조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유럽의 묘지를 가게 되었다. 으스스한 기분이나 두려움은 들지 않았다. 유명한 공원을 찾아가는 기분으로 갔고, 묘지의 대부분은 실제 잘 가꿔진 공원이기도 했다. ‘페르 라셰즈’ 묘지 안에 있는 길이며 이정표, 나무들, 묘비들이 지금도 떠오른다. 모두 속삭이듯 아름답고 평화로운 광경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베를린의 묘지도 그렇다.베를린에서 가장 먼저 가 본 묘지는 ‘도로텐슈타트’ 공동묘지였다. 당시 머물던 호텔에서 5분 거리에 있어 산책하듯 가볍게 갔다. 1763년에 만들어진 이곳은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 묘지다. 18~19세기 독일 당대의 유명 예술가와 학자들이 많이 잠들어 있다. 철학자 헤겔부터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 작가 하인리히 만, 건축가 카를 프리드리히 신켈 등의 묘비를 찾을 수 있다. 유명 인사들의 묘비 앞에는 베를린시에서 수여한 붉은 명예 석판도 박혀 있다. 베를린에서 태어났거나 활동하고 사망한 유명인사들이 이곳에 잠든 것을 영광으로 기린다는 표식이다. 메인 입구의 안내판에는 유명인들의 묘지를 표시한 지도도 있다. 지도에 표시된 25개의 숫자를 보며 유명인들의 묘비를 찾아다닐 수도 있다.각각의 묘비 장식도 아름답다. 고대 로마 스타일의 석관처럼 만들어진 묘부터 대리석이나 화강암에 얼굴 부조를 넣은 묘비, 단단한 오벨리스크, 네오 고딕 양식의 주철로 된 십자가, 소박한 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에 세워진 묘비들은 새하얀 대리석에 모던한 사각형으로, 마치 현대 조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이 묘비 위에 놓고 간 작은 돌들을 보면 얼마나 존경받고 사랑받는 인물이었는지 가늠이 된다. 도로텐슈타트 묘지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높은 벽 너머의 다른 부지에는 작은 예배당이 있다. 독일어의 ‘독’자도 못 알아들으면서 몇 년 전 이곳 예배당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참석을 원하는 사람은 온라인 예약을 해야 했는데, 이유는 예배당 안에 설치된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빛과 공간의 마술사’라 불리는 그는 당시 새로 보수를 마친 작은 예배당 안을 경건하고 신비로운 빛으로 장식해 놓았다. 이를 보기 위한 사람들의 줄도 길었다. 예배 내용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그림자가 전혀 드리워지지 않는 빛의 구도와 끊임없이 변하는 색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작품은 지금도 설치돼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예배당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이지만, 터렐 특유의 빛과 색을 다시 마주할 날이 오면 좋겠다.●베를린 동네마다 있는 다양한 묘지공원 베를린의 묘지를 다니며 느낀 건, 이 도시에선 죽음의 공간이 매우 일상적이란 사실이었다. 동네마다 크고 작은 묘지들이 가까이 있기도 하거니와, 새로 지어진 고급 아파트의 전망이 ‘묘지 뷰’인 곳도 많다. 그렇다고 집값이 떨어지는 일도 없다. 오히려 ‘묘지 전망’의 집이 더 비싸게 팔린다. 앞을 가리는 건물이 전혀 없고 탁 트인 녹음이 내다보이는 전망을 누구나 원하기 때문이다. 수세기를 지나는 동안 베를린의 묘지는 마구 자란 나무들이 울창하고, 작은 숲을 이루는 또 다른 공원이자 유적이 됐다. 사람들은 유모차를 끌고 묘지 안을 산책한다. 점심시간엔 샌드위치를 사 들고 와서 먹는다. 아이들을 풀어놓고 놀게 하고, 10대들은 묘지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떤다. 사랑하는 사람의 묘비 앞에 백합을 놔두는 등 잘 관리되기도 하지만, 더이상 운영되지 않아 공원으로 변한 묘지도 많다. 남자친구와 자주 가는 라이제파크도 딱 그런 곳인데,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의 잊혀진 무덤 위에 매번 누워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심 한복판에는 여전히 연고도 없이 죽은 군인이나 장교들이 묻힌 묘지가 있는가 하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로는 더이상 무덤을 만들지 않고 추모의 공간으로 유지하는 곳도 있다.가 본 곳 중엔 베딩에 있는 세인트 엘리자베스 묘지도 특별했다. 터키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답게 이 묘지 주변에는 터키인들의 주택이 많았다. 집에서 크게 틀어놓은 흥겨운 터키 음악이 묘지 안까지 쩌렁쩌렁 울렸다. 묘지 안에서는 동그란 안테나가 집집마다 달려 있는 공공주택이 바로 보였다. 걸어 놓은 빨래가 펄럭이고, 터키 아저씨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노란 차양의 발코니가 귀여운 아파트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여름이면 이 묘지에 누워 있는 주인들은 활짝 열린 창 너머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와 주민들의 소음에 분주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묘지 안을 한참 걷다가 빗물을 담아 놓는 커다란 돌 항아리를 보았다. 물 안에 커다란 나무토막이 들어 있었는데 “누가 여기에 나무토막을 빠뜨려 놨지?” 하고 얼른 빼내야 할 것 같은 모양새였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항아리엔 작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물 항아리 안에 새들이 자주 빠집니다. 새들이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넣어둔 나무이니 빼지 마세요.” 묘지 안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작은 딱따구리의 딱딱딱 소리와 뾰로롱 하는 방울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 새소리를 들으려 숨죽여 있으면 사위는 조용해지고, 어느새 묘지를 감싸고 있는 고요함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가 보고 싶은 묘지 중엔 베를린 서남쪽에 위치한 그루네발트 묘지가 있다. 그루네발트 숲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나오는 이곳은 베를린에서 오랫동안 ‘자살 묘지’로 불렸다. 처음엔(18세기 말) 하벨강에서 떠내려오는 시신들을 묻는 곳으로 쓰이다 점점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의 시신도 알게 모르게 묻혔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은 일반 묘지에 묻힐 수 없었다. 어디에서도 이들의 시신을 받아 주지 않았다. 그러다 그루네발트 묘지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의 시신도 받게 되자 스스로 삶을 정리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이 근처로 찾아왔다고 한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미국의 전위적인 록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1집 앨범에 여성 객원 보컬로 참여했던 ‘니코’도 이곳에 묻혀 있다. 그는 이른 나이에 자전거 사고로 죽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해 이곳에 묻힌 엄마의 곁에 있기 위해 이곳에 함께 잠들었다.●죽음 때문에 더 빛나는 인생 오랜만에 도로텐슈타트 묘지에 들렀다. 운 좋게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날이었다. 묘지 안의 하얀 자작나무 길을 걸어 묘비 사이로 들어가니 연보라색 크로커스가 한가득 피어 있었다. 낮게 핀 꽃들 속에는 벌써 많은 벌들이 찾아와 윙윙 거렸다. 묘지의 한가운데에서 봄의 생기가 치솟는 순간이었다. 해가 잘 드는 나무 벤치에 앉아 정면에 있는 봉안당을 바라봤다. “나는 죽으면 어디에 묻히게 될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베를린에서 살고 있지만, 이 도시에서 죽을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나중에 나이가 많이 들어, 혹시라도 남자친구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서울로 돌아갈 것 같았다. 막연히 한국 어딘가에 묻힐 거라 생각하며 지금껏 살아왔으니까. 혼잣말 같은 내 질문에 남자친구는 대답했다.“아니, 돌아가지 않을걸. 그때는 여기에 너의 삶이 있을 테니까. 한국에 돌아가도 부모님은 더이상 계실 수 없을 거고…, 형제자매가 있어도 같이 살진 않을 텐데. 물론 친구들이 있지만 누가 남아 있을지 모르고. 무엇보다 그동안 이곳에서 깊어진 인연들이 있겠지. 이곳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생각지 못한 인연도 생기고 말이야.” 다 늙어서 돌아갔을 때, 반겨줄 이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당연한 일일 텐데도 가슴 한켠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반대로 살아왔다. 서울에 있을 땐 외국에서 살고 싶고, 외국에선 서울을 그리워하고. 가족과 살 때는 독립이 하고 싶고, 혼자 살 때는 엄마 밥을 먹고 싶어 하고. 회사를 다닐 땐 때려치우고 싶고, 그만두고 나면 ‘그래도 그때가 편했지’ 생각하고 등등등. 로마의 철학자 루크레티우스의 말처럼 “우리는 늘 없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은 무시하고” 산다. “그렇게 삶을 소진하다가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는” 것이다. 이곳의 삶에 좀더 정성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개구리 삶은 그만 살고,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면서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살아야겠다고. 그러면 내가 묻히고 싶은 곳을 그때는 알게 되지 않을까. 이동미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구리시, 범죄예방 셉테드 선정

    경기 구리시가 2021년 경기도 셉테드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이번 사업은 매년 31개 시군 중 5개소를 선정하여 실시하고 있으며, 구리시는 2019년‘교문1동 안골로’, 2020년‘수택동 원수택로’에 이어 2021년에는‘구리전통시장 일원’까지 3년 연속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셉테드(CPTED)란 디자인을 활용하여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범죄예방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은 유흥업소 및 숙박업소 밀집지역으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으며 CCTV 영상정보 제공 빅데이터 분석 결과 강력 사건 등 범죄가 구리시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시는 도비 30%(1억5000만원)를 보조받아 사업비 5억원으로 셉테드 기법을 도입해 범죄에 노출된 공간을 맞춤형 범죄 예방 디자인 등을 적용해 모두에게 안전한 도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여 활력이 넘치는 안전한‘햇살골목’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안승남 시장은 “전문 용역을 통해 구리경찰서, 셉테드 전문가dhk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번 사업으로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여 범죄 없는 마을, 주간 및 야간에도 안전한 골목길 표준 모델로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서울포토] 따스한 봄나들이

    [서울포토] 따스한 봄나들이

    온화한 봄 날씨를 보인 7일 서울 경복궁에서 시민들이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봄 날씨를 만끽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서울포토]경복궁 봄 나들이

    [서울포토]경복궁 봄 나들이

    온화한 봄 날씨를 보인 7일 서울 경복궁에서 시민들이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봄 날씨를 만끽하고 있다. 2021.3.7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서신애, ‘학폭’ 수진 활동중단에 “혹독한 겨울 지나”(전문)

    서신애, ‘학폭’ 수진 활동중단에 “혹독한 겨울 지나”(전문)

    걸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23)의 학교 폭력(학폭) 피해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배우 서신애(23)가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겨 주목 받고 있다. 서신애는 수진이 활동 중단을 선언한 4일 밤 인스타그램에 황폐한 공사 현장의 이미지와 함께 “그대들의 찬란한 봄은 나에게 시린 겨울이었고 혹독하게 긴 밤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서신애는 “그대의 여름 끝에 나는 왜 여전히 겨울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내 마음에 쌓인 눈을 녹이고 사무치는 존재를 잊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겨울은 혼자 만들어진 것이 아님에도 이겨내기 위해선 늘 혼자만의 조용한 싸움이 필요했다”면서 “지나간 계절의 떠올림은 쉽지 않겠지만 보냈던 계절의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나는 더 이상 겨울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빙판길을 깨부수자. 녹일 수 없다면 부숴버리자”라며 “그제야 참으로 길고 긴 겨울밤의 끝에 그동안 알 수 없던 햇살이 옅게 느껴졌다. 주변을 살피니 아직은 날카로운 바람이 흩날려도 녹았던 눈으로 인해 질척이던 땅이 조금씩 굳기 시작한다. 이제 곧 어린 봄의 새싹이 돋아나겠지”라고 말했다. 서신애는 “어디선가 여전히 아픈 겨울을 보내고 있을 당신에게 보잘 것 없는 나 역시 당신을 위해 자그만한 햇살을 비추고 있다는 걸 알아주길. 당신도 참으로 가슴 저리게 찬란한 인생을 살아가는 중이기에”라며 글을 마무리했다.앞서 서신애는 수진의 학폭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피해자로 언급됐다. 두 사람은 같은 중학교 출신이다. 서신애는 해당 사건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지난달 22일 수진이 학폭 의혹에 “동창생과 다퉜을 뿐 학폭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자 인스타그램에 “None of your excuse(변명은 필요 없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끈 바 있다. (여자)아이들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4일 수진이 활동을 중단하고 당분간 팀이 5인 체제로 활동할 것이라고 알렸다. 소속사는 수진의 학폭 의혹에 대해선 여전히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서신애 SNS 글 전문 그대들의 찬란한 봄은 나에게 시린 겨울이었고 혹독하게 긴 밤이었다. ⠀ 영원할 것만 같던 그대의 여름 끝에 나는 왜 여전히 겨울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내 마음에 쌓인 눈을 녹이고 사무치는 존재를 잊기 위해 노력했다. 나의 겨울은 혼자 만들어진 것이 아님에도 이겨내기 위해선 늘 혼자만의 조용한 싸움이 필요했다. 내 사람들을 만났고 미뤄왔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이따금 창백한 바람이 불어 금이 가긴 해도 이정도인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 지나간 계절의 떠올림은 쉽지 않겠지만 보냈던 계절의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 날의 온도, 그 날의 냄새, 그 날의 행동.. 아물지 못해 울컥 멱차오르는 기억들을 애써 묻으며 그대의 계절을 조용히 응원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이기적인지라 그럴 때마다 애써 녹인 눈은 얼어붙어 빙판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엉망이 되어버린 나의 계절을 원망하기도 했다. 좀 더 이겨내기 위해 노력해 볼걸, 더 아무렇지 않게 행동해 볼걸.. 그럴수록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한지라 그대들의 계절을 시새움하게 되더라. ⠀ 이토록 매서운 겨울은 아름답진 못해도 나의 매화는 추운 겨울의 기운 속에서 맑은 향기를 내었다. 이렇게 무너지기엔 내가 너무 가여웠다. 나의 계절에 햇살을 비춰 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나는 더이상 겨울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빙판길을 깨부시자. 녹일 수 없다면 부셔버리자. ⠀ 그제야 참으로 길고 긴 겨울밤의 끝에 그동안 알 수 없던 햇살이 옅게 느껴졌다. 주변을 살피니 아직은 날카로운 바람이 흩날려도 녹았던 눈으로 인해 질척이던 땅이 조금씩 굳기 시작한다. 이제 곧 어린 봄의 새싹이 돋아나겠지. ⠀ 어디선가 여전히 아픈 겨울을 보내고 있을 당신에게 보잘 것 없는 나 역시 당신을 위해 자그만한 햇살을 비추고 있다는 걸 알아주길. 당신도 참으로 가슴 저리게 찬란한 인생을 살아가는 중이기에.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난리났네, 난리났어, 봄꽃 난리

    난리났네, 난리났어, 봄꽃 난리

    오늘은 24절기 중 세 번째인 경칩이다.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속담이 있듯 부쩍 올라간 봄 기온이 살갗에 와닿는다. 초목에는 새싹이 돋아나 산천을 푸르게 물들이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생명들의 기지개가 계곡을 생기로 가득 채운다.유난히 잦은 한파와 폭설, 그리고 코로나19로 설 연휴까지 이어진 5인 이상 집합금지로 더 길고 춥게 느껴졌던 올겨울. 봄은 어디쯤 와서 수줍은 걸음을 머뭇거리고 있을까. 새봄이 맨 먼저 당도해 문을 두드리고 있는 남도를 찾아가 봤다. 3월의 남도는 겨우내 가득했던 무채색의 옷을 벗고 원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광양 구례로 이어진 지역은 저마다 새 옷을 뽐내기라도 하듯 봄 내음을 물씬 풍겼다. 봄의 전령사인 매화꽃이 가지 끝마다 피어나기 시작한 광양 매화마을은 그 이름에 걸맞게 산줄기가 온통 하얗게 물들었다. 포말처럼 넘실거리는 매화 비탈 곳곳에 수줍게 붉은 싹을 틔운 홍매화도 불긋불긋 존재감을 뽐냈다.매화가 봄을 알리면 질투라도 하듯 제빨리 꽃망울을 터뜨린다는 산수유도 구례의 산자락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전국 산수유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산수유 마을이라 불리는 호칭이 아깝지 않을 만큼 노란 기운이 가득한 봄 풍경을 선사했다.동물들도 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지난겨울 초입, 남도의 끝 남해 두모마을에 터를 잡았던 청둥오리는 짧았던 남도 생활을 마치고 한반도를 떠나 다시 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느라 먹이 활동에 열중이었다. 봄 기운에 잠을 깬 무당벌레와 벌들도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들판의 들꽃 사이를 누비며 꿀을 나르느라 분주하기만 했다.마스크에 갇혀 유독 힘겹고 길었던 지난겨울. 잊지도 않고 그 자리 그대로 또 찾아온 봄이 우리 곁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도심의 그늘이라고 봄의 싹이 움트지 않고 있을 리 없다. 수줍은 봄의 촉수가 지금 우리 발끝에 와닿아 있다. 올해는 우리가 먼저 맨발로 봄의 전령을 마중 가서 기다려 보기로 하자. 봄이 이마까지 잠겨 버리기 전에. 글 사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다시 초심으로 붓을 들다

    [김금숙의 만화경] 다시 초심으로 붓을 들다

    한밤중에 잠이 깼다. 목이 말랐다. 머리맡에 둔 물잔을 집어들다가 놓쳤다. 물이 쏟아졌다. 하필 한가득이었다. 침대 옆에는 책들이 쌓여 있었다. 자기 전에 읽으려고 두었던 책들이다. 얼른 이불을 걷고 일어났다. 수건을 꺼내 바닥을 닦았다. 여전히 물이 흥건했다. 수건을 또 하나 꺼내 닦았다. 다행히 책은 젖지 않았다. 급한 불을 끄고 나니 목이 말랐던 것이 생각났다. 물을 가지러 아래층까지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려고 다시 누웠다.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보름달이 떴나? 잠이 오지 않은 날을 생각해 보면 희안하게도 늘 보름달이 떴던 날이었다. 달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죽음 때문이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두 예술가의 죽음이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작년 어느 작가의 죽음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접했다. 나는 그녀의 계정을 팔로하지 않았다. 가끔 그마저도 아주 가끔 눈팅만 했다. ‘좋아요’ 누르며 힘내라는 메시지도 보내고 그녀의 책도 사서 읽고 선물도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강했다. 그런 마음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어떤 사람’을 생각나게 했다. 어떤 사람은 서른 살에 네 살 아이를 두고 떠났다. 아주 오랜 시간을 아팠다. 그녀의 육체적 기능이 소멸되는 과정을 보았다. 이십 년 전이라 잊은 줄 알았다. 내 마음은 여전히 아파서 신음하고 있었다. 단지 그것을 무시하며 살아왔을 뿐이었다. 또 하나의 죽음. 김기덕 감독이다. 그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은 파리에서였다. ‘수취인불명’을 보고 며칠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나쁜 남자’를 보고 인간의 폭력성과 잔인한 심리에 소름이 돋고 바르르 떨렸다. 그의 영화는 내가 다니던 대학교 근처 화양리에 있던 술집에서 붉은 조명 아래 젊은 여자들이 거의 속옷 바람으로 서 있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미술학교에 다닐 때였다. 어딘가를 다녀오던 길이었다. 차가 독일과의 국경선에 있는 도로에 잘못 들어섰다. 도로 양옆은 숲이었다. 그 어두움 속에 여자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띄엄띄엄 서 있었다. 젊었다. 키가 컸다. 함께 있던 친구가 말했다. 동유럽 여성들이라고. 아마도 마피아가 저 여자들 뒤에 있을 거라고. 김기덕의 ‘미투’에 대한 기사가 났을 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왜 놀라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이 해외에서 코로나 합병증으로 생을 마칠 줄은 상상도 못 했으리라. 한 예술가에게는 지긋지긋하게 아팠겠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있었고, 다른 예술가에게는 느닷없이 죽음이 왔다. 한 예술가의 죽음 앞에서 많은 사람이 애도했고, 또 다른 예술가의 죽음 앞에서는 ‘거장의 민낯’이라며 애도보다 그의 삶을 비판했다. 시대마다 보는 시각과 각도의 차이가 있지만 지금 이 시대보다 예술가의 삶이 중요했던 시대는 없었던 것 같다. 전 시대에는 남성 위주의 시각으로 예술 작품과 예술가의 삶이 평가됐다면 오늘은 다르다. ‘미투’ 전에는 고갱이 타히티에서 그린 아름다운 그림을 무조건 사랑했다면 이후에는 고갱의 그림 속 여성들이 폭력의 피해자였다는 데에 화가의 삶과 그림의 가치가 다시 평가되는 이유다. 나는 올해 50이다. 40대를 떠올려 본다. 지난 10년을 마치 하루를 산 것처럼 살았다.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검은 머리가 흰머리가 되는 줄도 모르게 작업했다. 앞으로 나는 몇 권의 만화책을 쓰고 그릴 수 있을까? 잠시 눈을 감는다. 숨을 길게 내리 쉬어 본다. 문득 발이 시리다. 기가 막힌 깨달음이 있을 줄 알았건만 발이 시려 눈을 뜨다니. 픽 웃음이 난다. 빈 잔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자던 당근이와 감자가 깰까 봐 최대한 살금살금 걷는다. 따뜻한 물을 정수기에서 받는다. 컵을 두 손으로 쥐고 가슴에 댄다. 부엌 창밖을 내다본다. 마른 나무에 잎사귀가 몇 개 달려 있다. 닭이 운다. 새벽이다. 밤은 아직 춥지만 낮은 벌써 봄 햇살이다. 삶과 예술이 하나 되게 작업하며 살자 싶다. 처음 만화를 시작했을 때의 초심으로 다시 붓을 든다. ※그동안 ‘김금숙의 만화경’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을 곧 찾아뵙겠습니다.
  • 詩 떠메고 봄 햇살 둘러메고 천생 시인, 천상에 들다

    詩 떠메고 봄 햇살 둘러메고 천생 시인, 천상에 들다

    지난 15일 시인 김형영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났다. 선생은 1944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1966년 문학춘추로 등단한 이래 55년 동안의 시력(詩歷)을 쌓아 온 우리 시단의 대표 중진이다. 오랜 세월 ‘시’와 ‘신앙’이라는 두 바퀴로 조용조용 달려온 그의 정결한 생애를 두고 빈소에 모인 지인들은 깊은 추념과 안타까움을 나누었다. 시선집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햇살이’(문학과지성사)는 선생이 지상을 떠나던 그날 지상에 내려앉았다. 투병하던 당시 시인 스스로 그동안의 시집 10권에서 213편을 선정해 최종적으로 정본 작업을 완료한 시적 에센스가 영정 앞에 놓인 것이다. 비록 고인은 만져 보지 못했지만 그 책은 그 순간 선생의 몸이 되어 그가 천생 시인이었음을 증언하고 있었다.●저항의 세계에서 통회의 심연으로 선집 체재는 네 개의 시기별 분류를 택했다. 시인 스스로 ‘저항’→‘신앙’→‘자유’→‘교감’을 키워드로 해 자신의 삶의 궤적을 조감하도록 배려한 결과로 읽힌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초기시는 폭력이 미만한 세계에 대한 항의와 저항으로 점철된 것이었다. 물론 그의 시는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아니라 깊은 곳에서 조용하게 솟구쳐 오르는 나지막한 것이었다. 그 은유적 상관물로 시인은 ‘모기’를 택했는데 가령 시인이 간절하게 속으로 외친 소리는 “모기들은 죽으면서도 소리를 친다/죽음은 곧 사는 길인 듯이”(‘모기’)처럼 작고 소소한 이들의 마음으로 현상했다. 2015년 박두진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저는 지금도 왜 시를 쓰느냐고 자신에게 가끔 묻는다. 쓰면 쓸수록 어렵기만 하고, 때로는 숨이 막히게도 하는 시”라고 말씀한 그 ‘시’를 평생 떠메고 모기 소리처럼 작은 저항의 세계를 온축했던 선생은, 원치 않은 병고로 말미암아 스스로 깊은 신앙의 세계로 들어간다. 지금도 나는 김형영의 ‘통회(痛悔)시편’ 연작을 선연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나도 신앙의 문전에서 어정거리고 있을 때였기 때문일 것이다. “주님, 저를 죽이지 마소서./화가 나시더라도/ 흐느끼는 이 소리 들으소서.// 뼈 마디마디 경련이 일고/ 내 마음 이토록 떨리는데/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이 목숨 살리소서.”(‘통회시편 1’) 1980년대에 쓴 이 기도는 하늘에 상달되어 그로 하여금 ‘영성의 시인’으로 우리 곁에 머무르게끔 해 주었다. 무릇 모든 존재자는 현상계에서 물질적 존재 방식을 한시적으로 취하다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사라져 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소멸이란 온통 비극적인 것이 아닌가. 하지만 선생은 그것을 평생 통회의 심정으로 탐구하고 형상화하면서 스스로의 존재 증명을 해 갔다. 선생의 말처럼, 모든 것이 은총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김형영은 이때부터 평범한 일상에서 근원적 사유와 형이상학적 전율의 세계를 길어올린다.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희원하는 시인의 품과 격을 보여 준 것이다. 깊은 영성을 시로 담아 냄으로써 남루한 존재자들이 신성한 존재와 연루되고 있음을 고백하고 증언하고 탐구하는 지향을 일관되게 개척해 간 것이다. 그만큼 시인에게 가톨릭에 기반을 둔 사유와 감각은 신성한 존재를 희구하고 물어가는 실존적 사건이었으며 그러한 시선이 마침내 스스로에게 돌아오는 회귀성을 가지게 해 주었다. 세례명이 ‘스테파노’인 그는 수많은 이들의 대부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전동균 시인은 “가톨릭 영성을 심층적으로 서정성과 결합해 탐색해 낸 정말 보기 드문 시인”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신성의 자유로운 현장으로서의 자연 후기로 갈수록 김형영 시의 주된 요소는 자연과 시인이 상응하는 장면에서 일어나게 된다. 말하자면 자연 사물의 구체성과 시인이 지향하는 삶의 지표가 서정적 순간성 속에서 견고하게 결속한 것이다. 그 빛나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김형영 브랜드인 형이상학적 빛을 한껏 쬐게 되고 이때 우리도 스스럼없이 환한 서정과 영성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후기 대표작 가운데 한 편을 읽어 보자. “봄비 오시자/ 땅을 여는/ 저 꽃들 좀 봐요.// 노란 꽃/ 붉은 꽃/ 희고 파란 꽃,/ 향기 머금은 작은 입들/ 옹알거리는 소리,/ 하늘과/ 바람과/ 햇볕의 숨소리를/ 들려주시네.// 눈도 귀도 입도 닫고/ 온전히/ 그 꽃들 만나고 싶거든/ 마음도 닫아걸어야겠지.// 봄비 오시자/ 봄비 오시자/ 땅을 여는 꽃들아/ 어디 너 한번 안아보자.”(‘땅을 여는 꽃들’) 물론 자연은 신성의 거소(居所)이자 고유의 향기와 소리로 스스로를 증명하는 신성 자체이기도 하다. 작은 입으로 하늘과 바람과 햇볕의 숨소리를 들려주는 봄날의 꽃을 온전하게 만나기 위해 시인은 눈도 귀도 입도 마음까지 닫은 채 크나큰 품으로 온전하게 봄날의 꽃들을 안아 들인다. 그러한 신성과의 소통 과정을 일러 시인은 ‘교감’이라고 규정했을 것이다. “영혼이 오가는 순간을/ 어찌 귀와 입으로 붙잡겠는가./ 눈도 아니다./ 생각도 아니다./ 나 없는 내가 되어/ 가슴으로 듣는 말,/ 사랑의 숨결이다.”(‘교감’) 이처럼 시인이 들려주는 사랑과 영혼의 소리에 우리도 가장 행복한 마음의 상태를 경험한다. 김병익 선생도 시선집 해설에서 “육신의 회복과 정신의 부활을 치르면서 김형영의 시는 이 세계와의 교감과 공감을 싱싱하게 드러낸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처럼 그에게 ‘시’는 생명의 리듬이 만져지고 보이는 음악이요, 숨결의 형식이 선연하게 들려오는 보이지 않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시선집 ‘시인의 말’에서도 선생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 태어나고 사라지는 생명들과의 교감 그리고 가끔 거기서 얻은 감동을 시로 꽃피우는 즐거움, 그 은총이야 말해 무엇하리”라고 적었다. 이러한 김형영 시의 지향은 결국 실존적 형이상학의 세계로 귀납될 것이고, 그때 그의 언어는 우리의 마음을 깊이 울리는 음악으로 남을 것이다.●샘터, 아버지, 그리고 봄 햇살을 따라 선생은 ‘샘터’에서 30여년간 편집자로 일했다. 이 오랜 전통의 월간지가 정점을 구가할 때였을 것이다. 법정, 이해인, 최인호, 정채봉 등 이 책을 그득하게 채웠던 언어들은 지금도 한국문학의 보석이 되어 빛을 뿌린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소설가 한강이 대학을 졸업하고 샘터에 들어갔는데, 입사 직후의 그를 만나러 대학로의 붉은 벽돌 건물 앞에서 얼떨결에 선생을 뵈온 일이 있었다. 나중에 선생의 시집 해설도 쓰고 같은 잡지의 자문편집위원도 하면서 선생의 말년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마지막 투병 중 전화로 들었던 선생의 떨리는 목소리의 힘으로 선생의 시에 대한 기록을 더 깊이 수행해 갈 다짐을 해본다. 빈소에서 인사를 나눈 둘째아들 김상조씨와 장례를 마치고 전화 통화를 했다. “저나 형한테는 늘 친구 같은 아버지셨어요. 같이 식사하고 탁구나 배드민턴도 같이 치고, 힘들 때 서로 전화해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던 분이셨습니다.” 상을 치르면서는 지인과 후배들이 휴대폰에 남긴 내용이나 빈소에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새삼 ‘큰 분’이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유품을 정리하다가 지난해 12월 20일에 온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을 발견했어요. 자신이 한없이 방황할 때 신앙으로 인도해 주신 마음에 고마움을 표하는 감사 카드였습니다.” 선생의 묘역은 따로 없다. 가톨릭대학에 시신을 기증했기 때문이다. 상조씨는 아버지가 ‘유언시’라고 하시면서 1월 중에 보내 주신 작품 한 편을 문자메시지로 보내주었다. 처음 공개되는 선생의 마지막 작품 전문이다. “사랑하는 아들들아, 내가 죽거든/ 무덤일랑 만들지 마라/ 납골당에도 가두지 마라// 나를 먼지로 만들어/ 관악산 중턱 후미진 곳에서 뿌려다오/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구름이 흘러가면 구름 따라/ 새들 지저귀면 새소리로/ 꽃들 향기 뿜으면 그 향기에 취해/ 천지사방 허공을 떠돌며/보이지 않는 자연이 되어 날아다니고 싶다”(‘화살시편115-내가 죽거든’) 지금쯤 선생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훨훨 흘러가고 계실 것이다. 이제 선생은 스스로 언어의 화살이 되어 하늘나라로 들어갔다. 나는 새삼 그의 세례명을 생각했다. 신약성서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스테파노는 돌에 맞아 순교하면서도 햇살보다 더 밝은 얼굴로 신에게 영혼을 의탁하는 모습이 기록된 분이다. ‘김형영 스테파노’의 얼굴에도 그 햇살이 환하게 비추었을 것이다. 그리고 하늘로 돌아간 그날 출간된 시선집 제목처럼 ‘겨울이 지나간 자리에’ 따뜻한 봄 햇살로 우리에게 남을 것이다. 스스로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은 작품 한 편을 선집에서 꺼내어 봄 햇살에 비추며 읽어 본다. “별이 하나 떨어졌다./ 눈에 없던 별이다.// 캄캄한 하늘에 비질을 하듯/ 한 여운이 잠시/ 하늘에 머물다 사라진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보다 작게/ 보다 낮게/ 한 점 남김없이 살다 간 사람.// 그를 기억하소서./ 그의 여운이 아직 사라지기 전에/ 한때 우리들의 이웃이었던 그를.”(‘무명씨’)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
  • [한 컷 세상] 봄이 다가오는 풍경

    [한 컷 세상] 봄이 다가오는 풍경

    한파가 몰아친 2월 중순, 서울역에 마련된 꽃 상점에 봄꽃들이 가득 피어 있다. 아직은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칼바람이 불지만 싱그럽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들과 얼굴에 쏟아지는 따가운 햇살에서 조금씩 봄기운이 찾아오는 것이 느껴진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1900년 전 로마황제가 아침 햇살 받으며 조식 즐기던 연회장 터 발견

    1900년 전 로마황제가 아침 햇살 받으며 조식 즐기던 연회장 터 발견

    약 1900년 전 로마 제국의 황제 하드리아누스와 황후 비비아 사비나가 성대한 조찬을 했을 가능성이 큰 연회장 터가 발견됐다. 9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고고학자들이 로마 외곽 티볼리의 면적 약 120만㎡에 달하는 아드리아나 별장에서 이 유적을 확인했다. 서기 125년쯤 짓기 시작해 10년여에 걸쳐 완공한 이 별장은 황제가 128년부터 이곳에 머물며 공무를 수행했기에 별궁 성격을 갖고 있었다. 예술과 역사에 관한 열렬한 학자이기도 했던 하드리아누스는 여행 중에 방문했던 각 지역의 건축양식을 별장 설계에 반영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다.이에 따라 이 별장은 로마와 고대 그리스의 건축양식이 합쳐졌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에레크테이온 신전에서 접한 여인상 기둥인 카리아티드나 포이킬로로 알려진 조각상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구조물로 장식됐다. 이집트를 주제로 한 카노포 연못은 황제의 애인이었던 안티누스가 수행 중 나일강에 빠져 죽은 도시 카노푸스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이곳에 있는 긴 직사각형 연못이 바로 나일강을 상징하는 것이다. 세심하게 만들어진 각 방과 구조물은 황제의 취향과 황권을 확립하고 황제를 감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황제의 권위를 강화했을 것이다. 로마에서 동쪽으로 약 30㎞ 떨어진 아페닌 산맥 기슭에 있는 이 별장은 정원과 황야지대 그리고 경작지 등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전문가들은 황제가 원형 연못 가운데 있는 방에 설치된 거대한 대리석 식탁에서 아침을 먹는 것으로 이곳에서 하루를 시작했다고 추정한다. 두 분수대가 황제와 황후 뒤에서 공중으로 물을 뿜어냈을 것이고 반대편에 있는 커다란 창문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와 이들을 알현하는 것이 허락된 사람들에게 당당한 실루엣으로 비췄을 것이다. 이에 대해 아드리아나 별장의 책임자이자 이탈리아 미술사학자인 안드레아 브루시아티 박사는 “그 모습은 거의 연극적인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곳은 4개의 침실과 연결됐을 것이고 각 대리석 판넬과 값비싼 돌로 장식된 선반이 있었다. 브루시아티 박사는 “이 별장은 황제의 신성을 나타내는 무대 장치로 거의 미래지향적이었다”면서 “오늘날 정치인들은 그에게서 연출 기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곳은 이 별장의 가장 웅장한 곳으로 이른바 해상 극장으로 불리는데 35개의 방이 분리돼 있고 하얀 모자이크로 포장된 콜로네이드(회랑)으로 둘러져 있었다. 두 개의 접이식 목재 다리를 통해 접근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폭 40m의 섬 같은 공간은 로마의 전형적인 주택 배치에 부분적으로 영감을 줬다. 그 중심에는 임플루비움으로 알려진 빗물을 모으는 공간이 있었고 그 구변에는 휴게실과 도서관, 난방이 들어오는 욕실 그리고 화장실이 딸린 다양한 침실이 있었다. 현재 해상 극장 안 중앙 섬의 출입은 2개의 영구 콘크리트 다리로 방문객들에게 개방돼 있다.138년 7월 황제가 세상을 떠난 뒤 이 별장은 그의 안토니누스 피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를 포함한 그의 후계자 중 일부에 의해 점령됐다. 이 별장은 또 270년대에는 시리아 팔미라 제국의 실질적 여왕 제노비아의 본거지가 됐던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4세기쯤 로마 제국의 쇠퇴와 함께 이 별장은 버려졌고 값비싼 대리석과 조각상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이 별장은 동고트족과 비잔틴 제국 사이 전쟁 동안 양측에 의해 창고로 쓰였고 건물의 대리석은 현장 가마를 이용해 석회를 추출하기 위한 용도로 변경됐다. 남아있는 대리석 대부분은 16세기 인근 지역의 빌라 데스테라는 정원을 장식하기 위해 옮겨졌다. 오늘날 이 폐허 상태의 별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2013년 9월에는 지하 터널이 발견됐는데 이는 당시 황제의 하인들이 이용하던 곳으로 여겨진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메트로시티 주얼리 컬렉션, 21 S/S 뉴 베이직 라인 출시

    메트로시티 주얼리 컬렉션, 21 S/S 뉴 베이직 라인 출시

    비첸차와 발렌자, 피렌체, 밀라노, 아레초 등 이탈리아 각 도시의 뛰어난 세공 기술에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해 ‘삶의 가치를 빛내주는 이탈리아 헤리티지’를 실현하는 메트로시티 주얼리 컬렉션이 21 S/S 시즌 을 맞아 뉴 베이직 라인을 출시했다.‘코르테 라인(Córte Line)’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안뜰에 있는 꽃과 풀잎, 물방울 등 자연적인 모티브를 메트로시티만의 데일리한 감성으로 풀어냈으며, 메트로시티의 시그니처 로고를 배제한 Non-Symbol (넌심벌) 베이직 라인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와 함께 일상을 기쁨으로 채울 수 있는 베이직한 디자인에 섬세함을 더해 올봄 스타일링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짧게 흔들리는 라운드 스톤이 포인트인 주얼리와 정원에 드리우는 따뜻한 햇살을 중앙의 화이트 스톤으로 표현한 주얼리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안뜰에 소담하게 핀 플라워를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싱그러운 이슬과 자연적인 모티브에서 영감을 얻은 주얼리는 섬세하게 세팅된 화이트 스톤을 활용해 정원에 맺혀 반짝이는 이슬을 표현했으며, 메탈 꼬임 디테일과 화이트 스톤이 돋보이는 모던한 미니 사이즈 주얼리는 데일리로 착용하기에 알맞다.브랜드 관계자는 “메트로시티 주얼리 컬렉션이 새롭게 선보인 코르테 라인은 아름답고 싱그러운 정원을 산책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라며 “아울러 이탈리아 주얼리의 고급스러운 섬세함이 데일리룩에 은은한 반짝임과 화사함을 더해줄 것이다”라고 전했다. 메트로시티 주얼리 컬렉션 코르테 라인은 전국 백화점 매장과 공식몰에서 구입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英의료진 위해 580억 모금 101세 노병 코로나로 별세

    英의료진 위해 580억 모금 101세 노병 코로나로 별세

    코로나19와 사투하는 의료진을 위한 모금 캠페인을 벌여 감동을 선사했던 영국의 노병 톰 무어 경이 최근 코로나19에 걸려 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101세. 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인 무어 경은 지난해 4월 자신의 100번째 생일이 다가오자 보행 보조기를 짚고 자택 뒤 25m 폭의 정원을 총 100바퀴 걸으며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들을 위한 모금에 도전했다. 그는 100바퀴째 결승선 앞에서 “지금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햇살이 다시 비추고 구름이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하고는 도전에 성공해 영국인들을 감동시켰다. 150만명이 넘게 무어 경의 모금 캠페인에 동참, 3890만 파운드(약 580억원)가 모아졌다. 영국 국방부는 그를 ‘명예 대령’에 임명했고, 여왕은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101세 생일을 석 달여 남겨 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무어 경은 지난달 31일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회복되지 못했다. 영국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중이지만, 폐질환을 앓아 온 무어 경은 기저질환자여서 백신을 맞지 않았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코로나19에 맞서 영국을 하나로 묶었던 톰 무어 경, 가족과 행복한 작별

    코로나19에 맞서 영국을 하나로 묶었던 톰 무어 경, 가족과 행복한 작별

    코로나19와 맞서 싸우는 의료진을 위한 성금을 마련하겠다며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집안 정원 100바퀴를 돌아 감동을 안겼던 영국의 노병이 코로나19와 사투 끝에 세상을 떠났다. 평소 폐렴을 앓다가 약 열흘 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잉글랜드 중부 베드퍼드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톰 무어 경이 2일(현지시간) 오전 영원히 눈을 감아 100세 인생을 마쳤다고 가족이 밝혔다. 그의 딸 한나는 “마지막 몇 시간 아버지가 가족들과 웃음과 눈물을 공유하면서 작별했다”고 전했다. 한나는 아버지의 마지막이 닥쳐왔다고 판단해 가족들이 모두 병상 침대 주변에 늘어선 채 어린 시절의 일들, 대단했던 어머니의 추억을 주제로 무어 경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고 전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무어 경은 폐렴 증세 때문에 합병증이 우려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지 않았다. 트위터에 무어 경의 별세 소식을 알리는 사진이 올라오자 한 시간도 안 돼 9만명 이상이 사진을 리트윗하고, 27만여명이 ‘마음에 들어요’를 누르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지난해 7월 고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추모에 앞장섰다. 여왕은 “고인이 나라 전체와 전 셰계 다른 이들에게 제공했던 영감을 인정한다”고 애도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글자 뜻 그대로의 영웅이었다”면서 “암울했던 2차 세계대전 대 그는 자유를 위해 싸웠고 전후 가장 깊은 위기에 직면해 우리 모두를 단결시키고 응원했으며 인간 영혼의 승리를 몸에 새겼다. 그는 나라의 영감이 됐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 희망의 빛을 전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는 반기가 게양됐다.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트위터에 무어 경의 별세를 안타까워하는 글을 올리며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영국의 훌륭한 영웅이었다”고 추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무어 경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던 지난해 4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기부할 1000파운드(약 152만원) 모금을 목표로 보행기에 의지한 채 25m 폭의 정원을 왔다갔다 하는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다. 마지막 바퀴를 완주하기 전 무어 경은 “지금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햇살은 다시 당신을 비추고, 구름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백발이 성성한 신사의 느리지만 결의에 찬 발걸음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에서도 기부가 빗발쳐 원래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3890만파운드(약 594억원) 모금에 성공했다. BBC는 3279만 4701 파운드라고 다르게 전했다. 예비역 육군 대위였던 무어 경은 ‘명예 대령’으로 임명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헤파람 환기청정기 다중이용시설 설치 급증…학교, 어린이집 등 확대 본격화

    헤파람 환기청정기 다중이용시설 설치 급증…학교, 어린이집 등 확대 본격화

    학교와 어린이집, 요양시설, 학원 등 교육시설과 공공시설에서 환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헤파람의 외기유입형 환기청정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증했다. 헤파람에 따르면 지난해 헤파람 외기유입형 환기청정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어린이집, 학교, 스터디카페 등의 교육시설 및 공공시설에서의 매출 비중이 약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는 실내 오염물질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전염을 예방하는데 환기가 가장 중요한 방역수단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중이용시설 내에서의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헤파람 환기청정기는 정압식 환기청정기나 전열교환기(E.R.V)와는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E.R.V는 실내외 온도차를 최소화 하여 에너지 세이빙 효과가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급·배기 간접교차 방식으로 영하 5℃ 이하의 혹한기에서는 작동이 제한되고 전열 소자의 오염문제로 인한 곰팡이, 악취 등의 우려가 뒤따른다. 뿐만 아니라 정압 환기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한번 내보낸 오염물질이나 바이러스가 배기구와 가깝게 위치한 급기구를 통해 재유입·재확산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헤파람 외기유입형 환기청정기는 외기 유입의 온도차를 최소화하고 필터나 소자에 결로방지 효과가 탁월해 혹한기에도 결로발생에 대한 문제나 곰팡이, 악취 등의 우려가 없으며, H13 등급 이상의 헤파필터를 통해 깨끗하게 걸러진 신선한 외기만을 한 방향에서 지속적으로 유입시켜 실내 양압 환경을 조성하는 ‘한방향 급기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실내 산소부족이나 실내 오염공기, 병원인자 등의 재유입·재확산을 막을 수 있다. 헤파람 환기청정기는 창틀, 벽, 창문, 현관 등 설치공간에 제약이 없으며, E.R.V와는 달리 무풍 기능으로 찬바람이 직접 인체에 닿지 않고 저소음으로 강제환기를 시켜주어 학업을 방해하지 않고 실내 공기질을 관리할 수 있다. 헤파람 관계자는 “햇빛이 잘드는 이중창의 내측 창틀에 설치할 경우 에어포켓(외측창과 내측창 사이의 공간)에서 햇살에 의해 데워진 공기가 실내 난방 온도와 비슷하거나 5도 이상 데워진 신선한 외기를 실내로 불어넣기 때문에 열 회수를 넘어 보조난방까지도 가능한 에너지 절약 가전제품”이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똑똑 우리말] ‘피다’와 ‘피우다’/오명숙 어문부장

    요 며칠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지난 주말엔 봄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북극한파를 경험한 뒤라 그런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불쑥 찾아온 봄날씨를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낮 시간 청계천 변이 북적였다. 따뜻한 햇살에 들뜬 건 사람뿐만이 아니었던가 보다. 벌써 꽃소식이 들린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입춘을 열흘 앞둔 지난 23일 홍릉시험림 내 복수초 꽃이 피었다고 알렸다. ‘꽃봉오리 따위가 벌어지다’, ‘연탄이나 숯 따위에 불이 일어나 스스로 타다’, ‘사람이 살이 오르고 혈색이 좋아지다’, ‘가정이 수입이 늘어 형편이 나아지다’, ‘웃음이나 미소 따위가 겉으로 나타나다’, ‘곰팡이, 버짐, 검버섯 따위가 생겨서 나타나다’. 이 모두는 동사 ‘피다’의 뜻이다. 자동사인 ‘피다’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꽃이 피다’, ‘얼굴이 피다’, ‘형편이 피다’ 등처럼 쓰인다. 한데 사람이 가꾸어 꽃이 피게 됐다면 “영희가 꽃을 피우다”처럼 쓸 수 있다. ‘웃음꽃이 피다’와 ‘웃음꽃을 피우다’도 같은 예이다. 즉 목적어 뒤에는 ‘피우다’를 써야 한다. 그런데 ‘담배를 피다’, ‘바람을 피다’ 등처럼 목적어 뒤에 ‘피다’를 쓰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담배는 꽃처럼 스스로 피는 게 아니므로 ‘피우다’라고 해야 한다. ‘피우다’는 ‘어떤 물질에 불을 붙여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내보내다’, ‘그 명사가 뜻하는 행동이나 태도를 나타내다’란 뜻의 동사다. 그러니 ‘담배를’, ‘바람을’, ‘소란을’ 다음엔 ‘피우다’를 써야 한다.
  • [포토] 겨울 햇살 즐기는 북한산 고양이

    [포토] 겨울 햇살 즐기는 북한산 고양이

    27일 서울 북한산 원효봉 인근 바위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도심을 배경으로 여유롭게 앉아 있다. 고양이 뒤편으로 서울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역이 보인다. 2021.1.27 연합뉴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여름 아침/김수영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여름 아침/김수영

    여름 아침/김수영 여름 아침의 시골은 가족과 같다 햇살을 모자같이 이고 앉은 사람들이 밭을 고르고 우리 집에도 어저께는 무씨를 뿌렸다 원활하게 굽은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나는 지금 간밤의 쓰디쓴 취각과 청각과 미각과 통각마저 잊어버리려고 한다 물을 뜨러 나온 아내의 얼굴은 어느 틈에 저렇게 검어졌는지 모른다 차차 시골 동리 사람들의 얼굴을 닮아간다 뜨거워진 햇살이 산 위를 걸어 내려온다 가장 아름다운 이기적인 시간 우에서 나는 나의 검게 타야 할 정신을 생각하며 구별을 용서하지 않는 밭고랑 사이를 무겁게 걸어간다 고뇌여 강물은 도도하게 흘러내려 가는데 천국도 지옥도 너무나 가까운 곳 사람들이여 차라리 숙련이 없는 영혼이 되어 씨를 뿌리고 밭을 갈고 가래질을 하고 고물개질을 하자 여름 아침에는 자비로운 하늘이 무수한 우리들의 사진을 찍으리라 단 한 장의 사진을 찍으리라 수영, 잘 지내나요? 그곳도 여름 아침이 오는가요? 여긴 눈이 많이 오고 당신이 모르는 바이러스의 이름이 세상 곳곳을 횡행해요. 가난한 이들은 은행 문을 두드리거나 저녁의 거리에서 울며 시를 쓰곤 해요. 햇볕 좋은 날 무씨를 뿌리던 고향 생각을 하죠. 산언덕 능선에 핀 무꽃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알고 있죠. 연보라색 무꽃 밭에 바람이 일면 세상이 천국 같아요. 시간 나면 이곳에 놀러 와요. 와서 ‘거대한 뿌리’,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며’ 같은 씩씩한 시 한 편 눈 오는 거리에 뿌려요. ‘천국도 지옥도 너무나 가까운’ 이곳에서 함께 웃으며 사진 찍어요. 곽재구 시인
  • “올해 기부금 내면 세액공제 더 받을 수 있어요”

    “올해 기부금 내면 세액공제 더 받을 수 있어요”

    햇살론youth 1천억 증액설 연휴 선별진료소 620여곳 상시 운영소상공인·특고 지원금 지급 속도↑저소득가구 조기 지원 올해 기부금을 내는 사람은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로 더 많은 돈을 돌려받게 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에서 설 연휴 중 고향 방문 대신 선물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택배 종사자 보호 특별 대책도 마련된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설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기부금 내면 세액공제 더 받는다 정부는 우선 설 명절을 계기로 기부 친화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올해에 한 해 기부금 세액공제율을 한시 상향하기로 했다. 현행 기부금 세액공제는 기부금의 15%(1000만원 초과분은 30%)를 산출세액에서 공제해준다. 정치자금기부금은 10만원까지 전액, 10만원 초과분은 15%, 3000만원 초과분은 25% 세액공제한다. 정부는 구체적인 세액공제율 인상 방향을 올해 세법개정안 확정 때 발표할 계획이다. 세액공제율을 일정 비율씩 올려주는 방식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지급 중인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100만·200만·300만원)은 지급 속도를 끌어올린다. 설 연휴 전에 전체 지원대상의 90%인 약 250만명에 지급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햇살론youth 1000억 증액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의 자금 부담을 경감하고자 ‘햇살론youth’의 공급 규모도 1000억원 늘린다. 수혜대상이 4만4000명에서 7만8000명으로 증가한다. 특수고용직(특고)·프리랜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규 신청자(약 5만명)에 대해선 2월 안에 지원금 100만원 지급을 마칠 계획이다. 방문·돌봄서비스 종사자와 방과 후 학교 강사 등 9만명을 대상으로 생계지원금 50만원을 2월 중에 지급하고, 법인택시 기사 소득안정자금 50만원은 설 연휴 전에 지급을 시작할 예정이다.소상공인·특고 지원금 지급 속도↑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된다. 이미 정해진 저소득층 대상 지원 프로그램도 앞당겨 시행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2만7000 저소득가구에 설 연휴 전까지 422억원 규모의 긴급복지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저소득·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복권기금 사업은 1~2월 중으로 당겨 6397억원(25.2%) 상당을 집행할 예정이다. 기초 수급자·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에 연탄 쿠폰 3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등 한파 특별지원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설 연휴 중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방역에도 역점을 뒀다. 전국에 선별진료소 620여곳, 감염병 전담병원을 74곳 상시 운영하고 전 국민 예방접종도 준비할 계획이다. 정부는 2월 중 의료진과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거주 노인부터 접종을 시작해 11월까지 전 국민 면역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설 연휴 선별진료소 620여곳 상시 운영 설 연휴 중 열차는 50%로 예매를 제한한다. 고속·시외버스는 창가 좌석 우선 예매를 권고하고 있다. 가급적 비대면을 지향하는 설 명절에 되레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는 택배 종사자와 필수노동자에 대해선 보호 특별대책을 강구한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은 성수기 기간을 피해 선물을 배송하도록 요청하고, 설 성수기 기간 내 택배 분류 지원 인력 및 택배기사·상하차 인력 등을 조기·추가 투입하기로 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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