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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 강물의 대화-정다일(2)

    “지낼만 하다 안 하다 그런 구분을 버렸습니다.그저 내마지막 정처(定處)이려니 하는 거지요.한 십 년이 돼 가나요.처음엔 묵정밭에 흑염소를 치며 그럭저럭 살았습니다. 이젠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을 잊었다하는 게 옳겠지요.그동안 내 대화상대라는 것이 강물이거나 그 물결이거나 그아래 조약돌이거나 그 사이 물고기들이었으니….” 나도 이곳에서 강물과 대화하던 시절이 있었다.어둑어둑산줄기와 물줄기를 덮어먹는 어둠이 밀려드는 저녁이면 나는 강으로 내려갔다.그곳에서 어린 나는 밤새 내 곁을 스치며 흘러가는 강물을,몇날 며칠 강물에 씻겨도 사라지지않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을,그리고 쿨럭쿨럭 마른기침에 몸을 뒤척이며 깨어나는 강의 새벽을,그것들에 홀로 사무쳐밤을 새워 울어야 하는 소쩍이의 서러움 따위를 생각했다. 매일 저녁 강에 나가 새롭게 흘러온 강물을 만났다.나는그 저녁 무렵을 좋아했다.저 강 양편의 산줄기 밑자락으로거뭇거뭇 이내가 밀려들고, 강 수면으로 하루살이가 발버둥을 치고,물고기가 뛰어오르는 시간.나는 그 시간이면늘어딘 가로 떠나고 싶어 강에 나가 종이배를 띄우고는 했다. 어떤 날은 내 고무신까지 띄워 보냈기에 어머니가 미탄 장에 가서 사온 신발을 내 발에 억지로 꿰어맞출 때까지나는 맨발이었다.그 무렵 나는 눈치챘다.이내가 곧 어둠이되어 강을 덮어먹는 먹장구름처럼 밀려들 때면 이 강의 저녁을 견디는 일이란 참으로 고단한 짓이라는 것을. 그 날,그러니까 어머니 곁에서 아예 사라지겠다고 처음으로 훌쩍강을 등지던 시간도 저녁쯤이었다. “나는 이 집에서 태어났고,어머니는 이 개자리집이 마지막 거처였습니다.” 술잔을 들다 우뚝 멈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는 개자리집에서 젊은 시절부터 강을 오르내리는뗏꾼들을 상대로 주막을 열었다. 뗏목은 아우라지를 지나조양강을 거쳐 밤이나 낮이나 떠내려왔다. 뗏꾼들은 험한황새여울을 지나가기 위해 무당소에 이르면 강변에 뗏목을 댔고, 개자리주막으로 올라와 술을 청했다.좋은 시절이었다. 강은 늘 사람들로 북적였고, 마루 밑의 개도 낮술에취해 어슬렁거리다 잠들었다 했을 정도로 흥청거렸다. 뗏목의 끝물이었다. 궁궐떼는 물론이고 서까래떼도 보기어려웠던 뗏목 막바지였다.하루종일 지켜봐야 겨우 부동떼나 화목떼 서너 바닥 내려가면 그만이었다. 그동안 나귀에봇짐을 싣고 부지런히 강마을을 찾아 강을 오르내리던 한남정네가 그 어름에 이 짓도 마지막이라며 개자리주막을스쳐갔다. 칠족령을 넘어 상류의 강마을 찾아간다는 그 남정네는 이튿날 믿지 못할 강바람 같은 기약 하나를 떨구고갔다.이번에는 기어코 이 강의 최상류 오대산 우통수까지다녀오겠다고 했다.그리고 한세월 개자리에서 등 붙이고살겠다고 했다.하지만,아무리 먼 길이라 해도 한 달포면우통수를 돌았을 터이고,또 한 달이면 강을 되짚어 내려왔을 시간이 흘렀건만 코끝도 보이지 않았다.남정네는 징용끌려가 감감무소식인 남정네들만큼이나 돌아올 줄 몰랐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2년이 지났다.강에는 날마다 남정네의 소식을 묻는 물푸레나무 나뭇잎배가 띄워졌다. 3년으로 접어들던 어느 보름달 밝은 밤이었다.마루 밑 누렁이가 달을 베어 물고 컹컹 짖어댔다.한 사내가 절퉁절퉁몸을 심하게 기우뚱거리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마루에 털푸석 주저앉은 사내가 다짜고짜 청했던 물 한 대접을 들이붓고는 엉금엉금 기다시피 문지방을 넘었다.사내야 그 남정네가 맞건만 그 좋던 풍채는 다 어디에 떼어먹히고,머리는 쑥대머리요,걸친 것이라곤 어느 집 똥수세미요,다리 한짝은 뒤틀린 싸릿가지 모양으로 배배 꼬였다. 반딧불에 글을 읽어도 좋았을 눈빛이었건만 꾸물꾸물 진물이 배어나는눈자위엔 쉬파리만 닝닝대며 꼬여들었다. 이 강의 시원이우통수가 아닌 검용소란 말이여? 밤낮 알 수 없는 말만 중얼거렸다.정성이 지극했음인지,남정네는 일년을 반 토막낸그 여름에 훠이훠이 강을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로 기력을회복했다.그런 그가 가을 무청을 엮어 뒤꼍 바람벽에 주렁주렁 시래기를 매달아놓고는 또 길을 나서겠다고 말했다. 고향 청풍에 다녀오겠다는 남정네의 말은 아직 색깔 하나변하지 않았던 무청처럼 시퍼렇게 당찬 것이 믿을 만했다. 내 맘에는 그래도 느이 아부지가 첨부텀 끝까정 애오라지내 남정네였다야.니는 느이 아부지를 그래 빼다박았으면서두 성정은 으째 그리두 다른지….어머니의 이야기는 늘 그사람을 내 아버지로 오금박아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 남정네와의 언약을 무당소 깊은 강 밑에 갈무리해두었다.하지만 그뿐이었다.강바람을 타고 오르내린 소식몇 점이 무당소를 회오리쳐대다가는 떠내려갔을 뿐이다. 한 뗏꾼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무당소 앞에서 굿을 하던무당이 굿판에 도취되어 스스로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 사라져버렸다는 무당소.어머니는 밤을 낮 삼아 무당소 기슭에 넋을 놓고 주질러앉았고,속절없이 흘러가는 강물만 하염없었다.강물은 어머니의 돌팔매질로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한바탕 회오리바람 같은 푸념이 지나가고 나면 어머니는 뗏목아라리를 부르며 강을 쓰다듬었고 자신을 위로했다. 눈물로 사귄 정은 오래도록 가지만, 금전으로 사귄 정은잠시 잠깐이라네.우리 맺은 언약이 강물에 흘러갔나니.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맞은 국화라.나를 보세요,함께 갑시다. 그믐 초승달이 뜨도록 놀다 가세요.무당소 황새여울에 떼를 띄워놓았네.무당소 개자리집아 술상 차려 놓게나. 내가 흥얼거리던 뗏목아라리를 따라 부르던 그의 눈빛이먹먹해져 있다. “충주댐 아랫마을에 살았던 때가 있었지요. 저녁이면 버릇처럼 충주호에 낚싯대를 담갔습니다.간혹 낚시를 따라온어머니가 이 아라리를 불렀지요.아버지가 부르던 소리라며.호수에 수장된 어머니와 나의 고향이 낚싯바늘을 물어줄리도 없었건만,우리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흘러간 뗏목아라리를 부르곤 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나는 끔찍한 선물을받았습니다.” 그의 낚싯대에 걸려 올라온 것은 뱀장어였다. 그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강에는 뱀장어가 많이 살았다. 하지만 고향남태평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충주호에 갇힌 뱀장어는 사람 팔뚝만큼이나 살이 뒤룩뒤룩 올라 있었다. 그 날, 그는낚싯대를 꺾어버렸다.그 뒤부터 밤이면 지붕 위 허공 어디에선가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에선 살찐 뱀장어가 뒤척였다. 강에서 살던 뱀장어는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무려 3,000㎞나 떨어진,자신이 태어났던 태평양 먼바다로 헤엄쳐 가야한다.뱀장어는 자신의 알이 다른 물고기에게 잡아먹히지않도록 하기 위해서 칠흑의 어두운 그믐날에 마지막 사랑을 나누고 최후를 맞이한다.다시 태어난 뱀장어 치어 댓닢뱀장어는 바다 물결에 실려 한반도까지 오며 실뱀장어로바뀌어 봄이면 서해와 남해로 흘러드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이것이 뱀장어가 가고 싶은 길이다.하지만 이땅의 강은 이미 뱀장어의 강이 아니다.하구둑이나 수중보가 가로막고 길을 터주지 않는 것이다. 나는 빈 주전자를 들어 그에게 흔들어 보인다. 술잔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던 그가 빈 주전자에 옥수수 막걸리를 가득 채워 들어온다. 오래도록 말없이 천장을바라보던 그가 입을 연다. “이 강물에 어머니를 잃고, 나는 정처 없는 떠돌이가 되었지요. 길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길을 잃는 일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길을 잃을 때 길의 본질을 만나게 됩니다. 나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백척간두의 순간에머무르고자 했습니다.잃어버린 길을 잇기 위해 동강으로들어왔다고 하면 그대의 궁금증이 조금 풀릴는지요.” 그에게 나는 묻고 싶었다.그 낭떠러지의 허공이 가난하게떠난 자들이 누릴 수 있는 여백이 되는지를,그 여백은 정처를 정하면 충만해지는지를.하지만 나는 말로 만들어내지못한다. “내 어린 시절의 강에는 뱀장어보다 열목어(熱目魚)가많았습니다.” 눈에 열이 많아 그 열을 식히기 위해 물이 더 찬 상류로상류로 올라가야만 하는 물고기.어린 내 친구들은 그 물고기를 엿메기라 불렀다.우리는 싸리나무 낚싯대로 고등어만한 열목어를 낚아 올리고는 했다.그 엿메기를 잡는 날은최고의 낚시꾼이 되었다.개울 한가운데 바위 위에 앉아 열목어를 낚아채다 보면 낭창낭창한 싸리나무 낚싯대가 부러지기도 했고,물고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물 속으로 풍덩빠지기도 했다.그래서 물고기를 잡다가 열목어도 잡지 못하고 물에 빠지면 엿메기를 잡았냐며 놀려대기도 했다. 어린 내가 어찌 열목어의 열을 이해할 수 있었겠는가. 살다보면 세상에는 열을 올려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다는 것을, 그래서 저 처음으로 거슬러 올라야 한다는 것을 어찌알았겠는가. 나는 이 강의 개자리집에 돌아와서야 내 눈에식혀야 할 열이 참으로 많이 박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대의 바짓가랑이에 휩쓸려온 바람에는 저 먼 북태평양 베링해의 냄새가 묻어 있습니다.연어를 만나기 위해 남대천에 가본 적이 있는지요. 10월의 남대천에는 베링해를떠나온 연어가 산란절식(産卵節食)으로 상류로 거슬러 오릅니다. 섬세한 지도를 그릴 줄 아는 그들은 자신이 태어난 강의 냄새를 떠올리고,밤하늘의 별을 보고 방향을 가늠해낸답니다.그대는 무엇을 나침반 삼아 이곳까지 왔는지,그대는 어느 시절 어느 세월을 휘돌아 여기까지 거슬러 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어쩌면 내 대답을 듣기 위해 청한 물음이 아닐 수 있다.나는 길을 나서기 전, 나침반으로동서남북을 가늠해보고 지도를 펼쳐 길의 처음과 끝을 짚어보며 준비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어디서 휘어져 산모롱이를 돌아나가고 어디서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건너야 하는지를 살피지 못했다.길에 서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낯선 길에서 깃들 곳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힘겨운가를,얼마나 서러운가를…. 한강 하류에 사는 동안 나는 아침이면 어김없이 출근을해 저녁이나 밤이면 집으로 돌아왔으며, 일요일이면 밀린빚을 청산하듯 하루종일 잠을 잤으며, 우리 가족은 살강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대로 지낼 만한 사이였다. 그도시에서의 20여 년은 그렇게 짜지도 맵지도 않은 적당한즐거움과 적당한 상실감으로 흘려보낸 시간들이었다.그 시간이 얼마나 밍밍한 시간,아니 세월이었는지를 나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곳 개자리로부터 나는 철저히 도망치려했으며 깨끗이 잊고 싶어했다. 아내의 부탁을 나는 기꺼이받아들였다. 아내가 딸 나나의 교육을 위해 불현듯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겠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베링해의 물결은 지금이 아니라 이후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아내는 5년 전 캐나다로 떠난 처형네를 찾아갈 것이다. 처형네 세탁소에서 한 3년 다림질을 하다 보면 이 땅에서의 기억은 다 증발될 것이다.아내는 나의 옛날을 다 증발시키고 싶어한다.나나를 위해 내일만을 생각하며 모든 것을 잊고 살 수는 없는거야? 아내는 나의 정처를 모른다. 아내는 지금 나에게 연락할 수 없다.이곳은 핸드폰 불통지역이다. “어딜 가나 적응하려 애쓰는 건 정신보다 몸이 먼저지요. 하지만 상처를 만나 먼저 시름에 겨워하는 것은 정신이 아닐는지요.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강물처럼 소리소문 없이 빠져나가는 시간이더군요.” 어머니는 나이 마흔을 넘겨서야 얻은 자식 때문이었는지멍울은 조금씩 가시는 듯했다.뗏목이 사라지고,남정네가사라진 강에서 돌아온 어머니는 산자락 비탈밭을 일구기시작했다.이 일대 밭은 모두 어머니가 화전으로 일구어냈다.밤이면 산비탈에선 파란 도깨비불이 일었다.큰물이 지는 여름이면 무당소에서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밤새 꾸르릉꾸르릉 이무기 우는 소리가 강을 흔들어댔다. 한낮에도 산그늘이 지는 무당소 뼝대에서는 뻐꾸기가 무섭다며 뻐버꾸뻐꾹 울어댔다. 뻐꾸기가 우는 여름이면 어머니는 말했다. 세월처럼 무서븐 게 없다드니 참말이네. 내가 중학교 진학을 위해 이곳을 떠나면서부터 어머니는허물어지기 시작했다.밭은 하나둘 묵정밭으로 변해갔고,개자리집에는 머리 풀어헤친 귀신이 산다는 소문으로 흉흉했다.아랫마을 사람들도 발길을 끊었다.밤이면 승냥이처럼울어대는 어머니의 곡성이 강을 타고 내려가 아랫마을을하얗게 흔들어 깨우곤 했다.나는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더먼 곳으로 떠났고, 어머니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무당소로걸어 들어갔다. “강이 꽝꽝 얼었어요. 누치도 잡고, 보고 싶다던 무당소밑바닥도 실컷 봐요.…,먼저 나갑니다.” 마당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밤새워 술 마신 티가묻어 있지 않다.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다시 이불 속으로묻는다.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아내는 내가 돌아가지않아도 나나의 손을 잡고 예정된 시간에 공항으로 나갈 것이다.나는 이불 속에서 머리를 흔들어본다.머릿속은 끊임없이 윙윙 울리고 있다.겨울 하늘 높이 날아올라 팽팽하게당겨진 연줄이 우는 소리 같다. 어젯밤 그는 말했다.밤새 강이 얼 것이며,날이 새면 누치를 잡으러 가자고.요즘도 1월이면 무당소는 물론이고 1㎞상류까지 얼어붙는다고 했다.이 강줄기를 타고 올라오는누치는 100마리쯤이 한꺼번에 떼를 지어 몰려올 때도 있다.지난 겨울엔 강바닥이 시커멓게 보일 정도로 엄청난 누치떼가 올라왔다.겨울이 되면 찬물에 산란하기 위해 상류로올라오는 것이다.얼음썰매를 타고 누치를 찾아 강을 오르내리며 이마에 땀이 배어날 시간이 흘러갈 즘이면 강바닥을 뒤집는 누치떼를 만날 수 있다.도끼와 작살을 움켜쥐고얼음 위를 질주하며 누치떼를 쫓다보면 놈들은 숨을 헐떡이며 꼼짝도 못하고 강바닥에 엎드려 있다.누치는 얼음장아래 찬물에서 쫌만 움직여도 곧바로 뼈 가운데로 얼음이생겨 오래 달릴 수가 없어요.누치가 꼼짝도 못하고 가만히서 있을 때 도끼로 얼음을 깨고, 작살로 단방에 찔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또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 그렇다,북진나루. 나는 방문을 활짝 열어젖힌다.그는 마당에 없다.저 아래 무당소에서 움직이는 그가 조약돌처럼 작게 보인다. 개자리에 앉은 내 몸도 이제는 보호색을 띠어 강변의 자갈밭을 닮아있지 않던가요.그의 말처럼 그는 개자리에 앉아 조약돌을 닮아가고 있다. 나는 어젯밤 그가 고향 이야기를 할 때,그도 어쩌면 슬픔하나를 갈무리해두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그는 어머니를생각하면 먼저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고 말했다.충주댐이막히면서 청풍의 절반쯤은 물에 잠겼지요.하지만 남한강뱃길이 있던 시절엔 제천의 중심이었습니다.서울에서 올라온 돛단배들은 소금에 절인 바닷물고기며 온갖 물건들을그득그득 싣고 북진나루로 들어왔지요.배가 들어오는 날이면 봇짐장수였던 우리 아버지는 서울 물건들을 사서 나귀에 싣고 남한강 강마을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그 강물에아버지를 빼앗겨버린 우리 어머니…, 어머니는 돌아가시기며칠 전에야 말했지요. 동강에 한번 가보자.느 아부지 여즉 거서 잘 살고 있는지? 강은 정말 꽝꽝 얼어붙었다.그는 누치를 찾아 상류로 더올라갔는지 보이지 않는다.군데군데 얼음구멍을 낸 흔적이보인다. 얼음은 유리처럼 맑아 무당소의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물고기의 비늘이 얼핏 물 밖의 햇살을 받아내며 반짝 물살을 뒤집는다.그 물고기는 어머니의 하얀 버선을 닮았다.그토록 보고싶었던 무당소의 강바닥.하지만 어제의 그 강물은 이미 떠나고,얼음장 밑으로는 오늘 지금의강물이 흐르고 있다. 나는 거울처럼 맑은 강물 위에 내 얼굴을 댔다.어머니의유품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나를 쫓아온 댓돌만한 거울이그랬듯 얼음거울 역시 나를 다 비추지 못한다.하지만 나는알고 있다. 아무리 비춰 보아도 내 안에는 내가 없다는 것을.어린 시절의 내 강물은 이미 다 빠져나가고,내 몸은 메말라 있다는 것을. 나는 몸을 뒤집어 무당소에 눕는다.하늘은 눈이 시리도록푸르다.그곳에서 깨알같던 점 하나가 점점 커지며 검은 불덩이로 변해 무당소로 떨어지고 있었다.내 이마를 향해 내리꽂히고 있다.내 몸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어간다.곤두박질치던 그것은 무당소 바위벼랑에 다다른 순간,다시 파랗게 얼어붙은 하늘로 솟구친다.교미 중인 검독수리 한 쌍이다.어머니는 무당소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던 그 해 겨울,내게 말했다.언제 청풍 북진나루에 가보거라.느이 아부지 거서 여적 잘 살고 있는지? 나는 비틀걸음으로 상류로 오른다.
  • MBC·KBS “미니시리즈 새해엔 정상 탈환”

    KBS 월·화 미니시리즈,MBC 수·목 미니시리즈가 6개월이 넘도록 각각의 시간대 시청률에서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2001년 드라마국 왕좌를 차지한 SBS의 ‘여인천하’와 ‘피아노’ ‘아름다운 시절’ 등에게 번번이 고배를 마신 상태.이에 두 방송국이 최고의 배우와 최고의 PD를 앞세운 트렌디드라마로 승부수를 띄웠다. MBC는 지난 6개월동안 ‘반달곰 내사랑’‘가을에 만난 남자’ 등 따듯하고 감각있는 미니시리즈를 선보였지만 꼴찌의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에 ‘출생의 비밀’‘신데렐라 컴플렉스’‘자수성가 스토리’를 범벅한 젊은 취향의 드라마를 내놓고 시청자들의반응을 기대하고 있다.1월2일 첫방송되는 미니시리즈 ‘그햇살이 나에게’(수·목 9시 55분)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형 주인공이 등장하는 전형적인 트렌디 드라마.2002년에 첫방송될 미니시리즈인만큼 건강하고 희망에 찬내용이다. 파닥파닥 갓 잡아올린 망둥어처럼 싱싱한 주인공 연우(김소연)가 수협 중개인으로 출발해 쇼핑전문채널의 쇼 호스트로성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원도 속초의 어시장에서 일하는 연우는 비극적인 ‘출생’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삶을 개척하는 악바리.비록 고졸 출신이지만 야간대학을 진학해 전문경영인이 되는 꿈을안고 있다. 다혈질 변호사 동석(류시원)은 음으로 양으로 연우를 돕는 왕자님 역할이다. 촬영장에서 만난 김소연은 아주 신이 나 있었다.데뷔이후처음 맡는 주연일뿐만 아니라 역할도 아주 마음에 든단다. 그는 “밝고 명랑한 역할을 하고 싶었다”면서 “‘이브의모든 것’에서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새겨진 악녀 이미지를벗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BC 주말 드라마인 ‘엄마야 누나야’ 이후 여러편의 드라마 섭외가 있었지만 강하고 못된 이미지 변신을 위해 9개월정도 푹 쉬었다.쉬는 동안에는 운전면허를 따고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여행 도중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5㎏쯤 빠졌단다.‘그 햇살이 나에게’의 김사현 PD는 “쇼 호스트는판매실적에 따라 명암이 갈리는 드라마적 요소가 있는 직업”이라면서 “따라서 다른 전문직보다 ‘스타탄생’이 나타나기 쉽다”고 설명했다. 처음으로 이성을 느끼고 괜히 괴롭혔던 초등학교 때 짝꿍.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편지를 쓰게 만들었던 하얀 얼굴의이웃 고등학생.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가져다준 대학교때의 연인. 이 중에 첫사랑을 고르라면 사람들은 누구를 선택할까?그리고 사람들은 왜 그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일까? 가을정취를 흠뻑 녹인 아름다운 화면으로 극찬을 받았던 ‘가을동화’의 윤석호PD가 첫사랑이라는 영원한 주제를 들고KBS 미니시리즈 ‘겨울연가’(월·화 오후 9시50분)로 돌아온다.저주같은 처절한 첫사랑을 주제로 눈부신 남이섬의 정취를 담을 예정이다. 배용준,최지우,박용하,박솔미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우선 시청자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첫 방영일은 1월 7일.고등학생인 유진(최지우)과 준상(배용준)은 서로 풋풋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사이이다.그러나 준상이 사고로 죽게 되고 유진은 그를 서서히 잊는다.10년 뒤.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상혁(박용하)과 공연기획사를만들어 일하던 유진의 앞에 준상과 외모가 흡사한 민형(배용준)이 나타난다.죽은 준상의 이복동생인 민형의 등장으로 서로 물고물리는 삼각관계가 시작된다. 최지우는 “유진은 착하기만 한 역할이 아니라 생기발랄한면모가 있다”면서 “그동안 연기한 역할 중에서 가장 실제내 성격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재 KBS 월·화 미니시리즈는 1년 넘게 부끄러울 정도로낮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어 윤PD에 거는 기대가 크다 촬영지를 관광명소로 만들고 원빈과 송혜교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가을동화’의 힘이 ‘겨울연가’에서 재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호PD는 “한국의 은빛 겨울을 동화처럼 깨끗하게 표현할 것”이라면서 “첫사랑이 행복한 결말은 아니지만 모든사람에게 소중하게 기억되는 것처럼 조금은 우울하고 그래서더욱 아름다운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임오년 각 종교계 신년사

    임오년을 앞두고 불교계 여러 종단 및 원불교계가 신년사를 발표했다.종단 대표들의 새해 다짐과 기원을 미리 들어본다. ■불교 천태종 도용 종정. 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앉아서 온갖 차별을 옛길위에 끊으니/만고의 푸른 하늘 허공의 달을 돌말이 오히려 껄껄 웃는 다네/예기지 못한 검은 말이 선두를 달리듯이,어려움 속에 한 조각 광명이 비치는구나. 화합이 있는 곳에 불 보살님의 가피가 드리워질지니,이는 가정마다 계시는 관세음보살을 보는 이의 것이니라. 언제나 지난 것보다 지금 스치는 것을 놓치지 말며,나를돌려 너를 향할 때 진정 새해는 다가오리라. ■진각종 혜일 총인. 대일여래(大日如來) 법신광(法身光)이 온 누리에서 발하니/뜰 앞에 나뭇잎 햇살이 따사롭도다/뭇 중생 자성불(自性佛)이 저마다 드러나니/옴마니반메훔 옴마니반메훔. 임오년 새해를 맞이하여 모든 중생들은 각자의 맡은 바에서 심인(心印)을 밝혀 자주성(自主性)을 확립해 나가야 하겠습니다.새해 새날에 모든 중생은 참회로써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심인 본래의 자리로돌아갑시다. 각자는 자기가 속해 있는 단체,지역,국가,종교가 진정으로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를 성찰하고,자신이 속해 있는 주의주장에 매여서 타인이 속해 있는 단체,지역,국가,종교를 도외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자신과 타인이 심인 본래의자리에서 결코 둘이 아님을 깨쳐야 할 것입니다. ■원불교 좌산 종법사. 새해를 맞이하여 전 교도와,국민,인류의 앞길에 큰 서광이 깃들기를 간절히 심축합니다.천하의 모든 강자들은 강을남용하여 약자를 괴롭히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요,강의 입장만 생각하여 부지중에라도 약자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강을 독점하려는 처신도 있어서는결코 안될 일입니다.강약 모두가 참다운 진화의 길로 나섬으로써 이 땅에 평화가 정착되고 내외 문명이 크게 개벽되는 한해가 되도록 다함께 노력 해야 하겠습니다.
  • 공직 e메일/ ‘미지의 땅’ 알제리로의 초대

    알제리는 프랑스의 노벨상 수상작가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Etranger)’의 무대.지중해 해안선 1,280㎞를 따라 펼쳐진 이 땅은 눈부신 햇살과 바다,사하라사막의장관이 압도하는 나라다. 지난해 2월 부임한 뒤 느낀 알제리의 매력은 천혜의 풍광은 물론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사회기반시설 등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나라란 사실이다. 알제리는 유럽 대륙에서 비행기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곳이다.132년간의 프랑스 식민시대를 거쳐 지난 62년 독립했다.알제리는 오랜 식민지배와 독립전쟁으로 150만명 이상의 희생을 치른 탓에 서구 민주주의 체제를 거부하고 동구 사회주의 체제를 받아들였다.이로 인해 알제리는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체제의 장벽에 가로막혀 30여년간 낙후한 상태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알제리는 주변 지역의 에너지원이다.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유럽연합(EU) 천연가스 소비량의 25% 이상을 공급한다.특히 남부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알제리에 대한 에너지원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유럽 국가들이 알제리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협력국 지위를 부여하고 무역자유화 추진 등에 공을 들이는이유는 알제리시장 진출 못지않게 에너지 안보차원의 중요성 때문이다.알제리에 대한 EU 국가들의 이같은 정치·경제적 연계정책을 감안해 볼 때 우리도 중·장기적으로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알제리의 가치에 주목해야겠다. 알레리는 또 철광석·인산·금 등 양질의 광물이 매장된자원부국으로 인접한 유럽 및 아프리카 시장과 양호한 사회기반시설,양질의 노동력을 갖춘 최적의 수출시장이자 투자대상지다.알제리 정부는 최근 외국투자자들을 위해 세제 및 관세 특혜,업무지원 행정서비스제도 등을 도입했다. 한국과 알제리는 최근 서울에서 제1차 공동위원회를 열고 이중과세방지 협약에 서명,양국 경제교류증진의 발판을마련했다.이를 계기로 아프리카대륙의 미지의 땅 알제리에 우리의 많은 기업이 진출해 알제리시장뿐 아니라 아프리카 및 EU시장 진출을 위한 새로운 활로를 찾기를 기대한다. 최홍식 주 알제리 대사
  • [한강 그곳에 가면] 한강전망대 ‘노들섬’

    서울 노들섬에 가보셨나요? 한강의 한 복판에서 한강대교를 떠받치고 있는 섬 말입니다.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식 이름인 중지도(中之島)로 불렸지요. 평소 차를 타고 무심코 지나치셨다면 한번쯤 차에서 내려 섬에 들어가보세요.‘어! 이런 곳도 있었네’ 하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할 겁니다. 그렇다고 푸른 수목이 우거지고 동물이 노는 예쁜 섬을 기대하지는 마세요.노들섬엔 제대로된 소나무 한 그루도,그 흔한 다람쥐도 보이지 않습니다.아무렇게나 자란 버드나무와 억새풀이 섬의 주인이지요.오죽하면 이 섬을 한강의 ‘흉물’로 부르는 사람들까지 있을까요. 노들섬의 매력은 섬 자체가 아닌 섬을 둘러싼 한강과 서울의경관이지요.1만3,000여평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섬 곳곳이 ‘한강 전망대’나 다름없습니다.다리 아래 타원형으로 놓여 있는 섬을 한바퀴 도는데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강 가운데서,그것도 거의 수면과 같은 높이에서 ‘올려다보는’ 전망은 높은 건물 꼭대기나 강변에서 보는 것과는 또다른 느낌을 줍니다.이런 느낌을 담기 위해서인지 사진작가들은 노들섬을 즐겨 찾습니다.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거대한 유람선’이라고나 할까요.동작대교를 바라보며 섬의 동쪽 맨 끝에 서면 마치 뱃전에 선 듯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적십니다.팔이라도 벌리면 영화 ‘타이타닉’의 레도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부럽지 않지요. 이곳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섬을 돌아보세요.섬에서 보는 강남은 예상과 달리 전망이 괜찮습니다.올림픽대로나 아파트 밖에안보일 것 같지만 다리 오른쪽엔 녹색단장을 한 언덕,사육신공원이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어 안정감을 줍니다. 그 아래 올림픽대로가 지나는 곳은 60년대까지만 해도 하얀모래가 깔린 강변이었답니다.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취기가 돌면 흥얼거리시던 ‘노들강변’이 이곳에 있구요. 다리 밑을 지나 서쪽으로 걸으면 한강철교가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63빌딩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빌딩에 반사돼 하얗게 부서져내리는 석양의 햇살은 다시 수면에서 튀어올라 빛의 잔치를 벌입니다.‘빛의 장벽’때문에 육중한 한강철교는 오히려희미하게 보일 정도지요.섬 서쪽은 제멋대로 자란 버드나무와 억새풀이 차지하고 있습니다.풀밭에 앉으면 물은 안보이고 억새풀 너머 아파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한숨 자고 일어난다면 이곳이 한강의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깜빡 잊을 것만 같습니다. 눈을 돌려 다시 한강철교를 봅니다.교각 사이로 원효대교가 보이고,그 아래로 다시 마포대교가,그 밑으로 서강대교가 보입니다.만약 모든 한강 교각의 줄을 맞춰놓는다면 다리밑으로 터널이라도 생길 판입니다. 보는 것만으로 성이 차지 않는다면 낚시대를 하나 메고 오면좋습니다.물이 닿는 곳 어느 곳이나 낚시를 던지기에 불편함이없지요.흑석동에 산다는 ‘강태공’ 오종래씨(33·회사원)를 만났습니다.매주 한두차례 이곳을 찾는다는군요. “눈치,둔치,쏘가리가 주로 잡혀요.붕어는 잘 잡히지 않지만일단 걸려드는 놈은 모두 월척입니다.” 2∼3시간 정도면 5마리 정도는 문제없다고 합니다.대낚시 보다는 멀리 던질 수 있는 릴낚시가 좋고,미끼는 루어를 주로 쓴답니다.쏘가리를 낚고 싶으면 미끼로 미꾸라지를 써야 한다는 군요.◆노들섬에 가려면=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섬 서쪽에 ‘한강산하테니스클럽’ 이용자를 위한 20대 분의 주차공간이있다.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지하철 1호선 용산역이나 4호선 신용산역에 내려 한강대교를 직접 걸어서 섬에 들어가는 것도 괜찮다.20분 정도 소요. 글 임창용기자 sdragon@
  • “간장전쟁 싱거웠다”

    ‘소비자의 알 권리였나,고도의 마케팅 전략이었나’ 대상㈜과 샘표간장㈜ 등이 벌인 ‘간장싸움’이 싱겁게막을 내렸다.간장싸움은 ‘햇살담은…간장’이란 제품으로주목받아온 대상이 지난달 29일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을 섞어만든 혼합간장을 수거·폐기하고 100% 양조간장만팔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면서 시작됐다.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조기 진화에 나서면서 대상측이 지난 1일비교광고를 수정함으로써 나흘만에 끝났다. 그런데도 대상측은 “산분해간장과 혼합간장에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샘표식품 등 경쟁사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계산된 전략”이라고 맞서 간장전쟁의 후유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간장파문은 대상이 최근 ‘산분해간장은 만들지도팔지도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타사 혼합간장과 자사 제품을 비교한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하면서 불거졌다.대상은 지난 96년 경실련이 시판중인 간장에서 유해물질로알려진 ‘MCPD’가 세계보건기구(WHO)권고치 이상 검출됐다고 발표한 뒤 산분해간장의 유해논란이 끊이지 않아 이런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샘표식품은 “식약청도 국내 간장제품에 대한검사결과 MCPD 검출치가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발표했다”며 “MCPD가 발암물질인지 현재까지 밝혀진 바 없다”고지적했다.또 “대상은 ‘샘표 진간장’ 용기를 사용해 비교광고를 했다”며 “양조간장 시장을 선점해 점유율을 높이려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유해시비가 계속되자 소비자들의 불안을해소시키기 위해 간장업계와 식약청이 진화에 나섰다.장류협회는 유해성 논란이 업계 전체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대상측에 ‘특별협조’를 요청했다. 식약청은 “시판중인간장제품에는 MCPD가 극히 미량 함유돼 있을 뿐이며, 불필요한 유해논쟁을 야기시키는 것은 국민건강상 바람직하지않다”며 비교광고를 자제해줄 것을 대상측에 주문했다. 결국 대상은 광고문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선에서 한발 물러섰다.대상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에서 비롯된간장유해 시비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식약청이 내년 2월부터 MCPD 허용기준(0.3ppm)을 설정,시행한다고 밝힌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분필과 칠판] 새끼에 지혜 가르치는 까치

    “까악깍! 깍깍!” 햇살이 아직은 산너머에 있을 무렵 까치는새끼를 데리고 아침 공부를 시작한다. 학교 울타리에는 플라타너스나무 한 그루가 하늘을 찌를듯 서있다.그 나무가 ‘학교파 까치’가문의 보금자리다.더 옛날 일은 잘 모르겠으나,학교파 까치 부부는 지난 4년동안 그곳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워 분가시켰다. 태풍이 심하게 불었던 지난해 까치들은 집을 조금 낮게 지었다.큰바람 한 번 불지 않고 지나간 올해는 집을 아슬아슬하게 높이 지어 새끼까치들에게 지혜를 가르쳤다.까치들이 어릴 때는이른 아침 아이들이 오지 않은 교정에서 날기 연습을 시켰다.제법 날개에 힘이 돋으면 이따금 공부 시간 중에도 유리창 가까이 새끼들을 데리고 와 ‘빙그르,빙글’재주를 부리기도 한다. “깍깍,애들아,내 새끼 까치 좀 봐라.이제 이렇게 재주를 부리며 날줄도 안단다.너희들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해라.깍깍깍!” 여름방학이 내일 모레일 때다.까치는 울타리에서 플라타너스나무로 기어올라오는 커다란 뱀 한 마리와 결투를 벌였다. “까치,이겨라! 뱀 이겨라!” 아이들은 두 패로 나뉘어 응원을 하며 까치의 자식 사랑과,뱀의 적자생존이라는 생태계의 산 공부를 했다.그 학교파 까치들의 시끄러운 새벽공부처럼,교실의 아침도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당번 아닌데 유리창 열게요.” 교사가 그냥 인사만 받고 말면 기어이 가까이 다가와 한번 더 소리 지른다. “유리창 열게요.”“그래라,그래.착하다.” 그렇게 웃어줘야 제일 먼저 온 홍철이는 신이 나서 유리창쪽으로 간다. “선생님! 나 창피해 죽겠어요.글쎄 우리 엄마가 임신을 했대요.” “선생님! 오늘은 넥타이 멋있어요.어제는 영 아니었거든요.” 수정이,소영이,재현이,원종이,주현이….교실 안 아이들도 재잘거리는 까치들이다. 그 재잘거리며 자라는 아이들을 가르칠 예비교사들인 교육대학생들이 수업과 임용고사를 거부하고 나섰다. 교실에 인터넷이 깔리고,컴퓨터 한 대 줬으니 ICT(정보통신기술)교육은 끝이라는 근래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은 아무나 데려다 일정학점만 이수시키면 초등교육은 끝이라는 발상과 맞물려있다. 어디 초등교육이 수치화,계량화로만 끝나는 것인가? 재잘거리면서 교사와 인간교류를 통해 자라는 게 우리 아이들이다.그 아이들이 뛰노는 교정에 숫자놀음만 생각하는 교육정책입안자들,그들을 초대하고 싶다.플라타너스의 학교파 까치들에게 교육의지혜를 배우라고 하고 싶다. 김 목 전남 함평군 월야초등 교사
  • [한강 그곳에 가면] 한강둔치 ‘가을 만발’

    “한강의 가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경기도 고양시에 살고 있는 주부 손병남씨(孫炳男·35)는 6살,4살난 아들 둘과 함께 한강의 가을을 만끽하며 연신감탄사를 쏟아낸다. 깊어진 계절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코스모스길,수줍은 듯엉거주춤 서있는 해바라기 길을 거닐때는 꿈많았던 학창시절의 추억들이 떠올랐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요즘 한강변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만발해 일상에 지친도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부근에서 잠시 눈을 돌리면 어느 시골의 들판을 연상케하는 이촌지구가 들어온다.한강의 가을을가장 잘 머금고 있는 곳이다. 한남대교와 마포대교사이의 이 곳에는 유채꽃,달맞이 꽃,갈대,억새,코스모스가 철따라 피어 산책과 조깅의 명소로꼽힌다. 가을이면 5,500여㎡에 이르는 해바라기 밭과 7,700㎡의 코스모스 꽃밭이 장관을 이루며 가을 정취를 더해준다.둔치에 조성된 꽃길이 아니더라도 강변에는 억새와 갈대,이름모를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주말이면 막바지가을 한강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2만∼3만씩 줄을 잇는다.평일에도 햇살이따스한 오후면 주부와 어린이,연인들이 강변을 거닐며 만추의 진수를 맛본다. 억새와 갈대숲 사이로 노을이라도 질때면 가을의 한강은한폭의 수채화나 다름없다. 새달초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 김경애씨(金景愛·32)는“가을의 한강이 너무 아름다워 경기도 안산에서 한강까지기념 촬영 나왔다”며 행복해 했다. 결혼전문 사진사 이광일씨(李光一·39)도 “해마다 이맘때면 거의 매일 한강에서 촬영작업을 할 정도로 예비신부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고 말한다. 억새와 갈대숲의 절경은 이촌지구외에도 양화지구,여의도지구,반포지구,광나루지구 등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광나루와 반포지구의 갈대숲 길은 연인들의 산책로로 특히 인기다. 둔치 중간쯤에 들어선 반포지구 인공섬에도 수양버들이 드리워진 산책로와 갈대숲이 빼어난 경관으로 연인들을 유혹한다.5.2㎞에 이르는 자전거길은 요즘 강물과 푸른 하늘,꽃길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자전거 하이킹에는 그만이다.메밀꽃은 한강변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여의도 샛강상류에서 서강대교 강변남단까지 펼쳐진 여의도지구 1만㎡에 달하는 메밀꽃 밭은 도시민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솜털을 뿌린 듯 만개한 모습이 강원도 평창의 그것과 다를바 없다. 양화지구에는 2만1,000㎡에 달하는 메밀꽃 밭과 함께 장미꽃 단지,잔디밭 등이 잘 꾸며져 가족단위 나들이에 제격이다.간간이 드리워진 능수버들이 시선을 끄는 뚝섬지구는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리기에 안성맞춤의 장소다. 이밖에 잠원,망원,잠실지구 등 대부분의 한강 시민공원에는 노란색의 국화꽃을 비롯해 민들레,나팔꽃,사루비아 등가을을 알리는 갖가지 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 나들이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꿈의 디지털방송’ 26일 첫 전파

    서기 2010년 가을 오전 7시.회사원 A씨의 안방 한쪽 벽면에 울창한 초록색 숲이 펼쳐지며 침대 위로 햇살이 쏟아진다.소쩍새 우는 소리가 실내의 청아한 분위기를 돋운다. ‘오늘 날씨는 좋군.’ 20분여쯤 청명한 날씨를 감상하며 A씨가 세면을 마치면화면 가득히 다양한 아침 메뉴가 펼쳐진다. ‘음.어제 술을 마셨으니 북어국과 미역 무침이 좋겠다. 디저트는 숙취에 좋은 감으로 해야지.’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를 비롯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것 같은 음식 20여가지가 화면 위로 소개된다.A씨는 손가락으로 화면의 음식들 중 몇 가지를 고르고 옷을 입는다.10분 뒤 아침 식사가 배달된다. A씨는 식사를 하면서 최근매입한 주식의 시세와 증권계 동향을 3D 애니메이션으로직접 디자인한 아리따운 아가씨의 설명으로 듣는다. 이처럼 고화질,고음향,쌍방향 응용으로 대표되는 디지털TV의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상파 중에서 초보 수준으로나마 첫 포문을 여는 것은 SBS.오는 26일 ‘특별생방송,HDTV 시대 SBS가 연다’를 시작으로 ‘특집 한국풍경 그섬에 전설같은 사랑이 있었네’,‘특집 한국풍경 그 숨결을 따라’를 HDTV 개국기념으로 특집 편성했다.또 정규 프로그램 중 ‘진실게임’,‘도전 1,000곡’,‘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생방송 행복찾기’,‘생방송 인기가요’등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한다. 한편 KBS 1은 오는 11월 5일부터 본 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한국의 미’,‘HD다큐멘터리’등의 새 프로그램들이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돼 전파를 타게되며,기존에 방송되던 ‘TV쇼 진품명품’도 디지털 방식으로 송출된다. MBC는 창사기념일인 12월 2일부터 디지털 방송을 시작한다.‘생방송 음악캠프’,‘전파견문록’,‘가요콘서트’등이 디지털 방식으로 방송될 프로그램이며,스포츠 중계를다수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해 정보통신부가 제시한 본방송기준인 주당 10시간을 채운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 일반 가정집에는 디지털 방송을 받아 볼 수있는 수신기와 디지털 텔레비전,고음향을 들을 수 있는 5. 1앰프 등이 거의 설치 되어 있지 않아 본 방송이 아무런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SBS박영수 기술운용팀 부장은 “방송사가 나서 디지털프로그램을 만들면 자연스럽게 수신기가 보급 될 것”이라면서 “지금 당장은 방송사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디지털방송을 꾸준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문화광장 포커스

    ■남성우월주의 모순·부조리 고발. 극단 그룹 여행자가 23일부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선보이는 ‘대지의 딸들’(양정웅 작·연출)은 서울공연예술제 공식 참가작 가운데 유일한 야외공연.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일정한 이야기가 전달되는 극이 아닌,조명과 음악,배우의움직임,소리로 구성된 복합 이미지극이다. 탄생,멋진 신세계,선전,폭력,희생,어두운 동굴 등 여성을주제로 한 6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남성 우월주의 세계에서나타나는 모순과 부조리를 표현하는 내용.여성들에 대한 핍박과 여성들의 사회적 요구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페미니즘에 머물지 않고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존재를 통해 ‘휴머니즘의 회복’을 강조하는 게 특징이다.26일까지 오후8시,(02)762-0815. 김성호기자 kimus@. ■인간의 소외·고독감 담담히 표현. 인간의 고독함을 담담한 필치로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 원혜연(38)의 개인전이 갤러리 사비나에서 열리고 있다.29일까지.그의 그림의 주인공들은 뭔가를 응시하고 있다. 미술사가 노성두씨는 “세상은 겉보기에 화려하고 왁자지껄한 것 같아도 내면을 들여다 보면 심한 고독감에 시달리고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원혜연은 고독감과 소외감을 화면 위에서 무심한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따라서 이번 전시는 고독한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의미와자아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꽃에 지다’‘사랑’‘친화력’ 등 10여점이 전시된다.(02)736-4371. 유상덕기자 youni@. ■茶를 주제로 한 이색 창작 음악회. 차(茶)를 주제로 한 이색 음악회 ‘다악(茶樂)’이 26,27일 이틀동안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다. ‘차 마시기 좋은 때 풍정(風情)’이란 부제를 단 공연은다악을 비롯해 설치미술,다(茶)춤,행다(行茶) 퍼포먼스 등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박일훈의 ‘바람(風)-찻잎 소리’,김성경의 ‘달(月)-달빛이 시냇물에 휘영청’,박인호의 ‘구름(雲)-낮잠을 깨니 흰구름 둥둥’,이건용의 ‘별(星)-별과 시’,황의종의 ‘해(日)-아침햇살에 꽃 피어날 때’ 등 5명의 한국창작음악연구회원들이 창작 다악곡들을선보인다.(02)2272-2152. 황수정기자 sjh@
  • 초등교과서 오류 ‘투성이’

    현행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국어 읽기와 사회 교과서의 13개 문장에 오류가 있거나 어법이 맞지 않아 수정 및 보완이필요한 것으로 11일 밝혀졌다.다음은 감사원이 지난 3월 실시한 교육부에 대한 감사에서 지적한 대표적인 오류 사례다. [‘국어 읽기’교과서] ‘충청북도 음성에 있는 꽃동네 요양원을 세운 최기동 할아버지 이야기는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9쪽)는 문장에서 요양원을 세운 사람은 오웅진 신부인데도 마치 최 할아버지가 세운 것으로 잘못 기술했다. 11쪽의 ‘민간에 전해 오는 알기 쉬운 말을 속담이라 한다’는 ‘민간에 전해 오는 알기 쉬운 말’이 다 속담이 아니라고 감사원은 지적했다.73쪽 ‘새벽 안개를 헤치며 …고속도로를 달렸다.…햇살을 가슴으로 안으며 버스는 신나게 달렸다’는 새벽은 날이 밝을 녘을 뜻하며,해뜨기 전이어서 햇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표현이다. [‘사회’교과서] ‘고조선에는 몇 가지 법이 있었고,청동과 철로 된 무기도 만들었다’(8쪽)의 경우 두 문장이 같은 자격으로 연결돼 있어 ‘고조선에는 …만들었다’는 표현은주술관계가 어긋난다. 26쪽의 ‘일본은 1592년 우리 나라를 침략해 왔다.이를 임진왜란이라 한다’는 침략해 온 것 자체가 ‘임진왜란’이아니기 때문에 ‘이로 인한 전쟁을 임진왜란이라 한다’로바꿔야 한다.57쪽의 ‘홍대용은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 지구가 돈다는 것을 주장했어요’도 ‘관심이 많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연구해’ 주장했다는 등으로 표현해야 한다. 감사내용을 자문한 국립국어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교과서는 우리의 글과 말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장 정확한 사실과 의미를 전달해야 하는,모범적인 글이어야 한다”면서 “명백한 오류가 있는 내용은 수정·보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기홍기자 hong@
  • 상호·상표 토종 바람

    ‘참새도 탐낸 쌀' ‘예쁜 다리 정형외과'… 상표와 상호에도 ‘신토불이' 바람이 불고 있다. 7일 특허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20일까지 출원된 상표는 모두 7만2,705건이며 이중 우리말 상표가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뜻도 모르는 낯선 외래어보다 고운 우리말이 소비자들에게 친근하면서도 쉽게 전달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식·음료품류의 경우 ‘참새도 탐낸 쌀'을 비롯해 ‘허수아비가 지킨 쌀' ‘햇살내음' ‘오늘 찌은 쌀' ‘양파마을' ‘해든 나라' ‘방울댁' ‘지화자' ‘어화둥둥' ‘발근' ‘새찬' ‘상크미' ‘술깨비' ‘참맛참빛' ‘참고을' ‘버들송이' ‘산들무'‘보드란' ‘달군달아' ‘꿩 대신 닭 만두' ‘물돌이 찜닭' ‘따로따로' 등 재미있고 다양한 상표가 출원돼 눈길을 끈다. 의류와 신발류에는 ‘티는 아이들’‘딴지’‘지게’‘아리따’‘똘망똘망’‘큰엄마’‘올챙이’‘고운 님 여의옵고’등이,교육업 및 종이제품류에 ‘재미랑 숫자랑’‘큰마음 작은아이’‘재미존’‘생각꿈들’‘떡지우개’‘빨랑빨랑’‘뽀송이’등이 각각 출원됐다. 식당과 병원 이름 가운데 ‘소야 돼지꿈 꿔'를 비롯해 ‘소를 찾아가는 집' ‘오미가미' ‘찌게나라 탕마을' ‘속푸리' ‘바다소그로' ‘밀려오네' ‘민물 한마당' ‘정터구이골' ‘앉으나 서나' ‘찌개나라' ‘늘 가는 집' ‘예쁜 다리 정형외과' ‘이가 편한 치과' 등 업종의 특성과 고운 우리말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상표도 많다. 이밖에 ‘풀잎사랑' ‘물방개' ‘아이신나' ‘싹싹이' ‘미리내돌' ‘새악시' ‘새암물' ‘푸른비' ‘과일친구' ‘들사랑' ‘온들녘' ‘우렁찬' ‘푸름네' ‘어르신 사랑' ‘알참이' ‘즈믄' ‘가시리' ‘북새통' ‘마당쇠' ‘맛돌이' 등 아름다운 우리말상표도 대거 출원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 유명상표를모방한 상품이나 상호를 사용하는 경향이 많았으나 최근 참신성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재기발랄한 우리말 상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
  • MBC ‘상도’ 다녕役 김현주

    “전 항상 가슴 아픈 사랑만 하게 되요.” 9월의 끝자락이지만 제주는 아직 햇살이 뜨겁다.MBC 창사특집 드라마 ‘상도’(월·화 오후 9시55분)의 제주도 촬영현장에 들어선 김현주(24)는 버스 안에 마련된 분장실에서머리를 땋고 있었다.김현주의 짧은 갈색머리에 검은색 칠을하고 긴 가발을 덧대자, 어느새 발랄한 분위기는 사라지고위엄과 단아함이 듬뿍 묻어난다. 김현주가 맡은 역할은 송도 거상 박주명(이순재)의 딸 다녕.아버지를 대신해 상단(商團)을 이끄는 여행수(女行首)이다.조선 최고의 거상 임상옥(이재룡)과 이룰 수 없는 가슴아픈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여자네 집’에서도 슬픈 사랑을 하는 영채역을 맡아괴로웠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예요.” 깜찍하고 재기발랄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지만 이상하게도극중에서 사랑을 이루기는 힘들었다는 게 그의 안타까운(?)토로이다. “사극은 처음이라서 긴장되고 어려워요.대사처리,발성,호흡 등을 모조리 이병훈 감독에게 배우고 있어요. 처음에는 많이 혼났는데 이제 좀 가닥이 잡혀가요.” 최고가아니면 차라리 하지 않겠다는 ‘강박감’ 때문에김현주는 그동안 사극을 기피해 왔다.그러나 이제는 도전장을 내밀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기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극을 했다가 미숙하다는 비판을 받고 싶지 않았어요.원래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해요.” 그는 이어 “이병훈 감독이 ‘사극에 어울리는 독특한 카리스마가 있다’면서 설득하셨어요.처음에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한복을 입은 제모습을 보면 현대극을 할 때와는 다른느낌이 들기도 해요”라면서 사극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요즘에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밤을 새워 십자수를 놓는다.십자수와 뜨개질은 유일한 취미활동.단국대 연극과도휴학한 상태이고 한동안 열심히 매달렸던 영어회화 수업도중단한 상태다. 그는 “‘그여자네 집’ 촬영만 끝나면 곧바로 영어회화를다시 할 겁니다. 며칠전에 제가 영어로 농담을 할 수준이된다는 기사가 나갔어요.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예요.그렇지만 그때 이후로 더 열심히 영어를 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어요”라면서 제주의 바닷바람처럼 시원하게 웃었다. 제주 이송하기자 songha@
  • 공 안보여도 ‘축구사랑 드리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장애 친구들의 ‘슬픔’을 축구공에 실어 세상 밖으로 차보내고 싶어요.” 11일 오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인근 성내천 둔치의시각장애인 축구장에서는 ‘2002년 월드컵 기념 시각장애인축구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16개 팀이 참가할 정도로 장애인들에게는 뜻깊은행사였으나 일반 관중이 찾지 않은 스탠드는 장애에 대한 우리의 편견처럼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잠깐.경기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열띤 응원의 함성과 탄성이 터져나와 경기장은 순식간에 초가을햇살처럼 달아올랐다. 자로 잰듯한 패스며 슈팅하는 품세가 정상인보다 못지 않았다.기량보다 더 뜨거운 것은 축구를 향한 이들의 열정이었다. 전·후반 각 20분씩 뛰는 경기가 종일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선수들은 축구를 왜 좋아하느냐고 묻자 주저없이 ‘자유’라고 답했다. 비록 20m×40m의 반쪽 축구장에서 소리나는 공을 차지만 “세상에서 두려움없이 뛸 수 있는 곳은 축구장뿐이며 오직 이곳에서만가슴속 좌절과 울분을 털어내고 한없는 자유를 맛본다”고 했다. “아내가 나처럼 축구를 좋아하게 돼 무척 기쁘다”는 재경부산팀의 유종환(柳鍾煥·31·전맹)씨는 “축구장은 지팡이나 안내원없이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서울 한곳뿐인 전용축구장이 지방에도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씨의 아내 김미정(金美貞·33)씨는 “축구 덕분에 지금은 생활에 자신감을 갖게된 것은 물론 정상인 못지 않는 건강을 덤으로 얻었다”며 “정말 무서운 장애는 장애인을 다른부류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회의 편견”이라고 꼬집었다. 심재억기자
  • 이요원 “영화와 겹치기 출연 힘드네요”

    서울 사직동 KBS2 새 월화드라마 ‘순정’(오후 9시 50분)의 촬영장.9월이지만 아직 한 낮의 햇살이 뜨거운데 어딘가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하다.촬영현장에서 처음 만난 이요원(21)은 반듯하게 깍아놓은 얼음동상처럼 차갑고 단아한 매력을 늦더위의 태양 아래서 내뿜고 있었다. “새로 맡은 역할이 참 마음에 들어요.털털하고 당당한 모습이 절 많이 닮았어요.” 이요원은 ‘순정’에서 법대를 졸업한 25세의 고시준비생한세진 역을 맡는다.재생불량성 빈혈이라는 지병으로 몸은약하지만 남다른 기개와 배짱이 있는 역이다.어렸을 때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부자집에 입양되어 자란다.입양해 준 집마저 가세가 기울었지만 당당하고 굳건하게 살아간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아프리카’등을 함께 촬영하면서 드라마를 찍으려고 하니 연기하기가 힘들어요.다음부터는 절대 겹치기 출연은 하지 않을래요.” KBS드라마 ‘푸른 안개’에서 대배우로의 가능성을 보여준그는 한창 바쁘다. 일주일 내내 영화 촬영장과 드라마 촬영장을 오가며 2,3시간 잠자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예전에 청춘물만 할때도 혼자 멜로드라마를 보면서 연습많이 했어요. ‘나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곤했지요.” 화장기 없는 얼굴,긴 속눈썹,가는 목덜미로 미끄러지는 검고 긴 머리카락,똑 부러지는 다부진 말투.섬세하고 차분한눈빛에서 예전의 발랄한 이요원을 찾기가 어렵다.21살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에겐 깊이가 있었다. “한동안 연기자로서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방황했던 적도 있어어요.송혜교씨,옥주현씨랑 친하지만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할 때도 있었어요. ” 고등학교 2학년때 잡지 모델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요원이연예계에 입문한 지도 5년째.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귀엽고 신선한 이미지만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심은하씨를 닮고 싶지만 결국은 이요원만의 색깔을 내는연기자가 될 것이예요.” 만능엔터테이너보다는 진정한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이요원.20대 여배우 기근 시대에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이송하기자 songha@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조상지혜 배어나는 ‘창호지’

    종이에 관한한 우리는 오래전부터 일류국이었다.우리 조상들은 한지(韓紙)라는 일류 종이를 발명,제작해 왔다. 한지는 보통 조선종이라고 한다.한지는 문방사우(文房四友) 가운데 하나로 불리며 우리 민족과 가장 가깝게 지내온 귀한 존재이다.한민족의 생활사 속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한지는 용도에 따라 재질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문에 바르면 창호지,족보·불경·고서의 영인에 쓰이면 복사지,사군자나 화서를 치면 화선지,솜털이 일고 이끼가 박힌 채 연하장·청첩장 등을 만들면 태지 등등. 그 가운데서도 창호지는 우리 일상생활과 인연이 가장 깊고 한국인의 정서가 가장 많이 배어있는 종이다.‘문(門)종이’라고도 불리는 창호지와 얽힌 이야기나 설화는 우리 고전속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등장한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은은하게 실내에 끌어들이기도 하고휘영청 밝은 달빛에 매화꽃 나뭇가지 그림자를 드리워 수많은 사람들에게 시심을 절로 우러나게 했던 창호지. 신혼부부가 자는 신방의 창호지는 신랑신부의 행동을 엿보려는 동네 꼬마들이나 아낙들의 짓궂은 호기심으로 수난을 겪기도 했다.침을 발라 구멍을 뚫고 밤새 방안을 들여다봤기때문이다. 동지섣달 한겨울에는 매서운 찬바람을 막아내며 악기처럼울어대던 문풍지 소리….이같은 운치와 멋이 깃든 종이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 특히 주택구조가 한옥에서 양옥과 아파트로 바뀌면서 완자문,빗살문,격자문이 유리문,인테리어 도어 등으로 바뀌어 창호지의 필요성이 거의 없어졌다. 새봄이 오거나 명절을 전후에 온가족이 나서 문종이를 새로 바르던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창호지를 만드는 공장은 더더욱 구경하기조차 어렵다.닥나무삼기-일광표백-티고르기-두드리기-씻기-뜨기-물빼기-말리기-다듬이질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탄생되는 창호지는 최근들어 중국산이 밀려 가격 경쟁력마저 잃었다. 전주 등 일부지역에서 한지공장을 집단화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그나마 판로가 적고 업체가 영세해당국의 도움이 없이는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실정이다. 전주한지의경우 93년 전주시 팔복동에 22개 업체가 집단으로 이주했으나 10곳이 휴폐업하고 12곳만 남아있다. 창호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 재배단지도 거의 없어져 중국등 외지산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 예술인과 한지공장들을 중심으로 한지공예,한지되살리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나 자금난에 부딪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남용 전북한지공업협조합장(42)은 “창호지의 사용처가별로 없고 화선지도 값싼 중국산이 밀려와 우리 고유의 한지가 갈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전통한지를 지키기위해 제품의 고급화,새로운 한지개발,안정적인 원료공급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침체 PC시장 가을햇살 들까

    전세계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Intel)이 신제품 출시와 가격인하를 잇따라 단행했다. 이 조치들이 최악의 침체에 빠져 있는 PC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인텔코리아는 지금까지 나온 PC용 제품 가운데 연산속도가가장 빠른 2㎓(기가헤르츠)급 펜티엄4 CPU를 28일 시장에내놓았다. 1㎓급 펜티엄Ⅲ 제품보다 속도가 81% 향상됐고, 81년 최초의 PC에 쓰인 4.77㎒(메가헤르츠)급 8088칩보다는 400배 정도 빠르다. 출시가격은 1,000개 단위로 살 경우 국제 도매가 기준 개당 562달러. 인텔은 또 값싼 SD램을 꽂아도 되는 i845칩셋 펜티엄4 CPU를 다음달부터 본격 공급한다.지금까지 나온 펜티엄4 CPU는값비싼 램버스D램을 장착해야만 돼 펜티엄4 PC의 전체 가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인텔코리아는 또 2㎓ 제품 출시에 맞춰 펜티엄4 계열 하위CPU 값을 최고 54.4%까지 크게 내렸다. 1.8㎓급 펜티엄4는562달러에서 256달러로 54.4%,1.7㎓급 펜티엄4는 352달러에서 193달러로 45.2%가 각각 인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텔의 가격인하와 신제품 출시에 더해 오는 10월 중순 새로운 PC 운영체계(OS) ‘윈도XP’까지나올 예정이어서 10월 이후 시장 활성화가 기대된다”면서“그러나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할 지는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감안할 때 자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 耳順에 건져올린 삶의 ‘여백’

    옛 현인은 나이 육십을 일컬어 이순(耳順)이라 했다.모든것을 순리대로 이해한다는 이 시기를 갓 지나온 두 중견시인이 나란히 시집을 냈다.열번째 시집을 낸 송수권 시인의 ‘파천무’(문학과 경계사)와 여덟번째 작업을 내놓은 김종해시인의 ‘풀’(문학세계사)에는 이런 삶의 연륜이 배어나온다. 그 속엔 아득바득 거리는 세상살이를 넘어온 여백이 넘친다.마치 한폭의 동양화가 빚는 묵향을 대하는 듯하다. 한결같이 ‘땅’의 눈물에 주목하던 서정시인 송수권은 새로운 시집에서 ‘하늘’로 올라갔다.생의 잔잔함을 노래하던 시인의 눈은 관조를 지나쳐 ‘절대’로 날아갔다. 시인은 모든 찰나적 표현의 가벼움에 대해 “사랑이란 말함부로 쓰지 말자/인연이란 말 함부로 쓰지 말자/만남이란말 함부로 쓰지 말자”(‘파천무’)고 훈수한다. 나아가 “큰 상징은 한 시대의 정신을 찌르고,작은 상징 하나는 삶을 바꾸어 놓는 시침과도 같다.그러므로 큰 상징은종교와 철학에 닿아 있고,작은 상징은 시의 언어 속에 있다”(‘작은 상징’)라고 말할 땐 종교적 색채마저 느껴진다. 명상에 가까운 침잠의 토로를 대할 땐 시인의 작품이 예전보다 어렵게 다가온다.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땅’에서그리 멀리 올라가지 않았다.그것은 ‘시인’을 그리는 대목에서 목도할 수 있다.그에게서 시인은 ‘하늘’과 ‘땅’을이어주는 다리다. “…나 완전히 새 됐어/새벽 세시에 횡단보도를 비틀거리다가/어느 날 구두창이 아니라 창이 나간 시인/강물에 재를 뿌리자 날아가/새가 된 시인/그의 영혼이 너무 가벼운게 아니라/우리들의 삶이 너무나 무거운게 아닐까”(‘새가 된 시인’)라고 노래할 때 그 시선은 여전히 세상에 머물고 있음을알 수 있다. 김종해 시인의 눈길도 여유작작하다.사회의 부조리를 향한치열한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그렇다고 관념으로 도피하지 않았다.오히려 더 현실에 뿌리내렸음을 알 수 있다. 연륜과 넉넉함을 담아 현실에 대한 직설적인 탄식보다는 ‘이미지’로 정제하고 있다.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랑을 달빛열두필로 그리거나(‘찔레꽃·2’) 즉각적인 투쟁 대상이 없음을 이뽑는 장면으로 재미있게 그린다(‘춘투(春鬪) 사라지다!’). 시인 이시영의 작품이 그랬듯이 김종해의 시도 짧아지고 더 함축적이다.삭일대로 삭인 시어들은 팽팽한 긴장보다는 삶을 넉넉하게 안으려는 여유로 다가온다.여유의 절정은 시 ‘풀’에서 매듭을 짓는다.“…풀이 되니까/하늘은 하늘대로/바람은 바람대로/햇살은 햇살대로/내 몸 속으로 들어와 풀이 되었다/나는 어젯밤 또 풀을 낳았다”.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됨을 듣노라면 일상의 비루함이 부끄러워진다. 한 길을 걷는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한 평생 ‘시심’을 일군 두 중견 시인의 잠언에 가까운 시집은 ‘자본’과 ‘권력’의 아수라장에서 지친 영혼들을 위무한다. 가벼이 스치는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길어 올리는 두시인의 노래를 듣다보면 어느 새 삶에서 한발짝 물러나,약간은 속도를 늦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그‘생의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 시인의 소리가 들린다.“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이종수기자 vielee@
  • 워크아웃 졸업 대우조선 르포

    좌초위기에 몰렸던 대우조선호(號)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조기졸업했다.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낸 대우조선 노사는 옥포만(灣)에서 불어오는 새 바람을 맞으며 순항을 위한 돛을 달았다. 24일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소.처서가 지났다고는하지만 아직도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작업하는 현장근로자들의 표정에는 희망이 넘쳤다. 노사분규때마다 노조원들의 단골 농성장이던 ‘골리앗크레인’은 700t에 이르는 ‘블록’을 분주히 날랐으며,작업장곳곳에서는 파란 용접불꽃이 쉴 새없이 번쩍이고,대형 철구조물을 운반하는 굉음과 쇳소리가 130만평 조선소에 울려퍼졌다. 제2도크에서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그리스 헬레스 폰트사의 44만2,000t급 ULCC(극초대형 유조선)는 대우조선의 앞날을 보여주고 있었다. 박종기(朴鍾璂·46) 홍보부장은 “워크아웃 졸업이 예고돼 있었지만 공식발표이후 회사내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직원들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는 것이다. 휴식시간에 만난 의장2부 김관회(金寬會·48)씨는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는 고향의 친지들 보기조차 민망스러웠다”면서 “지난 아픔을 잊지말고 모든 근로자들이합심해서 멋진 직장으로 가꿔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우조선은 99년 8월 대우사태를 겪으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간지 2년이 안돼 졸업했다.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12개 계열사중 처음이며,대기업으로서도 처음이다. 이로써 대우조선은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조선전문회사로 거듭 태어났다. 그동안 땅에 떨어졌던 대외신뢰도가 급속히 회복돼 워크아웃으로 부진했던 해양플랜트부문 영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예상된다. 워크아웃기간중 임직원들은 고통을 분담하며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했다. 노조는 임금동결을 수용하는 등 고통을 감내했고 회사측은 투명경영으로 보답했다.노사간 강한 결집력과 JIT(Just in Time)운동으로 연 20%이상 생산량을 늘렸으며,생산성도 8%이상 향상시켰다.회사측은 인원을 감축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는 세계적으로 선박대체 물량이 늘어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고부가가치선인 LNG선 시장이 부각되고,선박의대형화 추세 등으로 발주물량이 급증했다.선주들의 신뢰로 재발주율도 53%에 달할 정도였다. 대우조선의 올해 경영목표는 매출 2조9,673억원,경상이익2,216억원이다. 정사장은 “앞으로 주주본위로 경영하고,자율이 강조되는직장분위기를 만들어 대우조선 직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경영포부를 밝혔다. 거제 이정규기자 jeong@. ■정성립 대우조선사장“건조선박 차별화로 세계 석권”.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초대형 선박건조에 주력,세계시장을 선점하겠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대우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졸업한정성립(鄭聖立·52) 대우조선사장은 “조기에 워크아웃에서졸업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 선주들의 신뢰와 채권단의 헌신적인 지원으로 가능했다”며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또 “사내 권위주의를 완전히 타파해 자율이 강조되는 분위기를 토대로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워크아웃 졸업 의미는. 독자경영이 가능한 조선전문회사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는것이다. ◆앞으로의 경영계획은. 회사의 가치를 높여 주주와 그동안 고생한 임직원들에게어떻게 보답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겠다.회계의 투명성이확보되고 이사회를 통한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가 갖춰졌으므로 전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고 모범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목표다. ◆영업전략은. 건조선박의 주종을 다른 조선소와 완전히 차별화하겠다. 고부가가치선인 LNG선과 30만∼40만t급 초대형선 건조에 주력하겠다. ◆근로자들의 사기 진작책은. 상하간 경직된 분위기속에서는 경쟁력이 강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임직원들이 소신있게 할 말은 하는 직장 분위기로 만들 계획이다. 거제 이정규기자
  • SBS ‘여고시절’ 이유진 “여고생·유부녀役 모두 매력있어요”

    “고등학생과 유부녀를 오가는 배역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SBS가 오는 9월2일 첫 방송할 시트콤 ‘여고시절’(일 오후 9시50분)에서 담임선생님(정보석 분)을 짝사랑하다가 결국결혼에 골인하는 역을 맡은 이유진(24)은 촬영이 재미있다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여고시절’은 70,80년대를 배경으로 주인공들의 여고시절 모습과 현재의 삶을 각 회마다 30분씩 조화시켜 보여주는새 주말 프로그램.과거 장면에서는 추억의 명가수를 출연시키거나 그무렵 유행했던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시청자들의 옛 학창시절 향수를 톡톡히 자극할 예정이다.1회에는 77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았던 ‘샌드페블스’가 등장하며 3회에는 전영록이 얼굴을 보인다. “배경이 80년대인데도 세대차이가 전혀 안 느껴져요.선생님 좋아하고, 가수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고등학생이라면 한번쯤 겪는 것이잖아요” 실제로 고등학교 때 체육 선생님을 짝사랑했던 이유진은 다시 고교생이 된 것 같다며 마냥 즐거워한다. “‘여고시절’에서 맡은 역할이 푼수끼 있는 코믹한 인물이라서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걱정이 없지 않지만 배역을 가리고 싶지는 않아요.어떤 역이든 열심히 해서 저를 캐스팅할때 ‘모험이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에 몰두하다보니 4학점밖에 남겨놓지 않은 대학(서울여대 생물학과)을 아직 졸업 못하고 있다.SBS ‘수호천사’(수·목 오후 9시55분)에 이어 후속으로 방송될 ‘신화’에도 캐스팅 된 상태이다. “‘신화’에서는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운동권 학생으로 변신해요.주인공인 김태욱을 짝사랑하는 진지하면서당찬 사람이지요.” 1주일 내내 촬영이 이어지지만 피곤하고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여대에 다니다 보니 남자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어요.정보석씨처럼 자상하고 나를 감싸 줄 수 있는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어요.키가 176㎝인 저를 가슴에 폭 안아 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웃음).” 새 배역을 맡아 연기에 흠뻑 빠져있는 열정이 늦여름 햇살만큼이나 강하다. 이송하기자 song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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