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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해빙기의 아침

    광복절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시내나들이를 한 나는 공교롭게도 두 집회의 가운데를 지나가게 되었다.한쪽은 예비역 군인들의 차량 행진이었고,다른 한쪽은 젊은 대학생들의 집회였다.이 두 집회는 경찰과 버스로 완벽하게 격리되어 있었다.그 장면을 뒤로 하고 지나면서 아직 여름이 한창인 그때 나는 좀 엉뚱하지만 ‘해빙기의 아침’이라는 한수산 작가의 오래 전 소설 제목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길고도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사로운 햇볕과 훈풍이 부는 봄이 온다.그러나 겨울과 봄 사이에는 해빙기라는 지나야 할 문이 있다.해빙기에는 예기치 않은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겨우내 꽁꽁 얼었던 얼음이 녹으면서 축대가 무너지기도 하고,얼음놀이 하던 아이들이 물에 빠지기도 한다.두꺼운 외투를 벗으면서 변덕스러운 날씨에 겨울보다 오히려 감기에 걸리기 쉬운 때가 해빙기이다. 세계적인 냉전체제가 해체된 지금에도 한반도의 냉전체제는 완전하게 해체되지 않고 있으며,냉전문화라는 형태로 우리의 일상에서 재생산되고 있다.그래서 혹자는 우리 민족의역사시계는 세계사의 그것보다 늦게 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역시 역사의 시계 속에서 한반도의 냉전 상황을 극복하고 봄을 향해 가야만 한다.이와 같은 점에서 햇볕정책은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였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남북관계는 과거에 비해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상징적이나마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고 있고,‘금강산 한번 가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은 이제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남북철도의 연결과 개성공단 사업도 현실화되고 있다.또 부산 아시안게임에서의 작지 않은 감동도 이전에는 상상할 수 있던 일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남북관계가 발전하는 것과 정비례해서 우리 내부의 문제들이 증폭되어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대북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은 일상화해 버렸고,보수와 진보 진영은 서로를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주한미군의 주둔과 철수라는 상반된 주장의 시위가 같은날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야당은 여당의 대북정책이 문제라고 하고,여당은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올바른 대북정책의 수행이 어렵다고 탓한다.보수는 진보가 위험하다고 말하고, 진보는 보수 때문에 개혁이 지체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가지는 혼란스러움과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 금강산 사업을 지휘했던 한 기업인의 자살을 두고 그 이유에 대해 많은 해석이 있었다.그러나 아직도 해체되지 않은 한반도의 냉전구조와 냉전문화의 일상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 모두가 진정한 이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보·혁간 분열상이 심각한 수준을 넘고 있다고 우려한다.그러나 냉전이라는 겨울에서 민족화해라는 봄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빙기를 거쳐야 하고,지금의 상황은 ‘해빙’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로 해석되어야 한다.보·혁이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 두 세력간의 공존이 어렵다는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우리 스스로 화해하지 않으면서 남북의화해를 이룰 수 없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해빙기의 위험들을 잘 극복해야만 한다.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관용하는 시민사회의 노력과 언론의 진지한 고민,그리고 사회 지도층과 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냉전의 자폐에서 벗어나 정상성을 회복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우리 모두는 냉전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다.겨울이 지나면 봄은 반드시 돌아오고,우리 역사시계의 봄도 멀지 않다.그래서 이 ‘해빙기의 아침’에 ‘성찰’이라는 단어의 진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조 한 범 통일연구원 북한기초연구사업 본부장
  • 스위밍 풀 / 팬터지, 미스터리, 그리고 반전

    91년 첫 작품 발표후 거의 매년 작품을 내놓는 ‘다작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 일으킨 프랑스의 프랑수아 오종(36)감독.물을 자주 다룬 그의 영상 언어가 이번엔 수영장에 주목했다. 올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스위밍 풀’(Swimming Pool·22일 개봉)은 현실과 팬터지를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 ‘전략’을 썼다. 사라(샬롯 램플링)는 범죄 추리소설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의 독신 여성 작가. 런던도 지겹고 새 작품에 대한 영감을 찾느라 쫓기던 터에 남부 프랑스에 있는 별장에서 쉬라는 출판사 편집장 존(찰스 댄스)의 제안은 반갑기만 하다. 수영장 딸린 별장,전망 좋은 방,맑은 햇살과 맘껏 들이킬 수 있는 싱그런 공기 등 느림의 미학이 충만한 한적한 시골은 잠자는 창작혼을 일깨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모든 게 순항할 것 같았다.적어도 존의 딸이라는 줄리(뤼디빈 사니에르)가 나타나기 전까지는.설거지가 뭔줄 모르는 듯 엉망으로 내버려두는 식탁,큰 소리로 틀어놓는 텔레비전,파트너를 바꿔 밤마다 벌이는 정사 등 줄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성마른 사라의 예민한 신경을 건드린다.하지만 점차 자신과는 너무 다른 줄리에게 몸과 마음이 적응된다. 아버지의 버림과 어머니의 자살로 인한 충격인듯 타인의 관심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줄리에게 연민의 정도 느낀다. 이 심정변화는 작가로서의 호기심으로 이어져 그를 소재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심지어 줄리의 일기장도 베낀다. 그러나 사라의 소설을 훔쳐보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줄리는 은밀한 복수에 나선다.사라가 호감을 품고 있는 인근 카페의 종업원 프랭크(장 마리 라모르)를 불러 춤과 알몸 유혹 등으로 사라의 질투심을 유발한다. 사라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프랭크는 줄리의 유혹을 거부하면서 실랑이를 벌이다 줄리에게 살해된다.시체를 같이 유기하면서 둘은 비밀을 공유했다는 느낌에 더 가까워진다. 신선한 형식과 기발한 발상으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아온 오종 감독은 이번에도 솜씨를 맘껏 뽐낸다. 한정된 공간에서 몇명의 등장인물 만으로 연신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영화는 잔잔한 톤으로 진행되지만 장면마다 어떤 상황이 이어질 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시선을 빨아 들인다. 특히 마지막 반전은 영화 속 세계가 소설인 지 현실인 지 헷갈릴 정도로 감쪽같이 처리해 ‘오종답다’는 얘기를 낳는다. 배우 경력 40년을 자랑하는 샬롯 램플링과 ‘8명의 여인들’에서 막내 카트린으로 등장했던 뤼디빈 사니에르 등 오종 사단 배우들은 등장 인물의 캐릭터를 잘 소화한다. 사족.금기에서 일상까지 날렵한 상상력을 보여준 오종의 작품 세계에 푹 젖고 싶은 사람은 19일부터 서울 압구정동 예술영화 전용관 ‘씨어터 2.0’에 가보라.28일까지 ‘바다를 보라’‘시트콤’‘크리미널 러버’‘워터 드롭스’ 등 중장편 5편과 단편선을 통해 ‘오종의 수영장’에 빠질 수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길섶에서] 한 여름의 아침

    휴가지에서 맞은 한여름 아침은 요란하다.밤을 새웠던 풀벌레가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설움이 삭질 않았는지 목을 놓아 울어 댄다.가시지 않은 뿌연 아침 안개에 이끌려 들판으로 나섰다.활짝 열어 젖힌 풀잎마다 밤을 지새운 풀벌레들 눈물방울만한 이슬들이 초롱초롱 매달렸다.풀섶에서 손가락만한 방아깨비 한 마리가 펄쩍인다. 어릴 적 한 여름 아침은 대개 방아깨비와 시작했다.장난치며 찢어 버린 창호지 구멍을 파고 드는 햇살에 눈을 뜬다.두 눈을 비비며 마루에 나서면 풀벌레들은 아직도 저마다 목청을 돋우고 있었다.논에 물꼬를 보러 나갔던 아버지가 방아깨비 서너 마리를 건네주곤 했다.비로소 얼굴에 화색이 돌고 말문이 열렸다.아침 이슬에 몸이 젖어 날아 오르지 못해 그만 잡힌 방아깨비들이었다.세월이 얼마만큼 흘러서야 한여름의 아침을 찾았다.방아깨비가 찾아 주었다.그러나 아버지도 방아깨비의 들녘도 없다.들녘은 제대로 돌아 가지도 않는 공업 단지가 됐다.한여름의 아침,아버지가 보고 싶다. 정인학 논설위원
  • 외국인 새댁 ‘마지막 한글수업’/ 금산 군북초등교 무료 한글교실 24명 교장선생님 전근으로 ‘눈물의 수료식’

    “릴라네 집에 원숭이가 놀러왔어요! 원숭이는 눈이 동그래졌어요!” 31일 오후 충남 금산군 군북면 두두리 산골.여름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는 군북초등학교에 낭랑한 목소리로 책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금산 지역 농촌 총각들에게 시집온 외국인 새댁들의 목소리였다.새댁을 위해 문을 연 한글학교의 마지막 수업 시간이다.이역만리에서 낯선 땅에 온 새색시들은 한 글자라도 놓칠세라 정신을 집중하며 목청을 높였다.옆에서 칭얼대는 아이들을 달래면서도 눈은 책에서 떼지 않았다. ●2년째 매주 두 차례 가르쳐 이 곳에 한글학교가 문을 연 것은 지난해 5월.길행부(60)교장이 우연히 이 지역에 사는 외국인 부인들의 사정을 알고부터다. 최근 몇 년간 외국인 여성들이 이 곳에 정착했지만 한글을 몰라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금산 지역에 사는 외국인 부인들은 줄잡아 300여명.그동안 한글을 배울 기회가 없어 언어소통의 어려움은 농사일보다도 힘겨웠다. 길 교장은 지난해 4월 한글학교 수강생으로 베트남 여성 7명을 모았다.우리 말을 한마디도 못하는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았다.할 줄 아는 말이라곤 “몰라요.없어요.”가 전부였다.유치원 교재를 활용,직접 교재를 만들어 가르치기를 6개월째.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2시간씩 방과 후 이뤄지는 무료 강의에 이들은 하나둘 말문을 열었다.지난해 9월에는 필리핀 여성 17명도 수강생으로 등록했다. ●자원봉사 힘들었지만 큰 보람 어려운 점도 적지 않았다.자원봉사로 길 교장 혼자 시작한 일이었지만 학교 운영비를 쪼개 쓰는 것도 한계에 부딪혔다.그러나 길 교장은 “어렵지만 보람찬 일”이라고 했다.지난달 17일 제헌절에는 수업을 못하자 학생들이 찾아와 보충수업을 해달라며 떼를 쓰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길 교장은 올해 한글교실을 이 날로 일단 마무리했다.오는 9월1일자로 이 곳 교장 임기가 모두 끝나기 때문이다.길 교장은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외국 정착민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을 시켰으면 좋겠다.”면서 “다른 학교에 가더라도 이같은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수업은30분 만에 끝났다.이어 마련된 조촐한 수료식장에는 수강생들과 남편·아이·주민 등 50여명이 한데 모였다.수강생 대표로 인사말을 읽어내려가는 필리핀 여성 엘레나(37)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한글 배우며 부부의 정 더 깊어져 엘레나는 “멀리 고향을 떠나와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선생님의 도움으로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었다.”면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필리핀 새댁인 헬렌(25)은 말도 안통하고 아직 농삿일도 서투르지만 이제는 생활이 안정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에는 엄마가 된다.남편 황규식(35)씨는 아내의 ‘가정교사’다.한글을 가르쳐주면서 부부의 정도 깊어졌다.황씨는 “아내가 한글을 배워 ‘여보 사랑해.’라고 말할 때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금산 김재천기자 patrick@
  • 영월 / 단종의 恨·동강의 활기 절묘한 어우러짐

    38번 국도를 타고 제천을 지나 영월로 접어들다 보면 왠지 숙연함을 느끼게 된다.공교롭게도 산비탈에서 도로쪽을 향해 자란 낙락장송들이 550여년 전 열다섯의 나이에 왕위에서 쫓겨나 영월로 유배왔던 비운의 단종을 향해 허리를 굽힌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영월은 깎아지른 동강,선돌 등의 비경을 품고 있어 문화유적지 답사와 피서를 겸해 나들이하기에 알맞은 여행지.동강 굽이굽이 래프팅을 즐기는 피서객의 발랄함이 넘쳐나는 영월을 찾았다. ●패전장수의 전설 간직한 ‘자라바위' 영월읍에 접어들면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비경중 하나가 길 오른쪽 서강 한 쪽에 두 갈래로 우뚝 솟아 있는 선돌(立石)이다.소나기재 정상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50여m쯤 서강쪽으로 걸어가 전망대에 서면 푸른 물줄기와 층암절벽이 어우러진 한폭의 한국화를 보는 듯하다.선돌과 절벽 사이로 보이는 강물이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선돌 아래엔 현재의 38국도가 개통되기 전 사람과 우마차가 다녔던 옛길이 남아 있고,그 앞의 소(沼)엔 가슴아픈 사연을 지닌 ‘자라바위’가 솟아 있다.전설에 따르면 선돌 아래의 남애(南涯)마을 출신의 한 장수가 적과의 싸움에서 패하자 이곳에서 몸을 던져 자라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장릉옆 소나무도 ‘비운의 왕' 애도하는 듯 선돌을 뒤로하고 영월읍을 향해 10여분쯤 달리니 오른쪽으로 청령포 가는 길이 나온다.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돼 유배중 거처했던 청령포는 입장권(1000원)을 끊어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다.삼면이 강줄기로 둘러싸여 있고 뒤로는 험한 산자락과 절벽으로 막혀 있기 때문.‘어린 왕의 고독과 두려움이 얼마나 지독했을까?’하는 생각에 새삼 가슴속이 시려온다.선착장 앞 주차장 왼쪽 편엔 단종에게 전할 사약을 가지고 왔던 왕방연이 지었다는 시를 새긴 시비가 서 있어 애잔함을 더한다. 영월읍 영흥리엔 단종의 능인 장릉이 있다.유배 끝에 결국 사약을 받고 승하하자 영월 호장 엄흥도가 시신을 거두어 모신 곳이다.이곳 주위의 소나무는 모두 능에 절을 하듯 묘하게 틀어져 있어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영월읍 일원엔이밖에도 단종이 홍수 때문에 거처를 옮겨 사약을 받을 때까지 살았던 관풍헌,단종 승하후 시종과 시녀가 뛰어내려 죽었다는 낙화암,단종의 영정을 모신 영모전,사육신과 생육신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창절서원,엄흥도 기념관 등이 있다. 비운의 흔적을 찾아 이곳저곳 발길을 옮기다 보니 한여름 땡볕에 등줄기가 축축하다.이럴 때는 스릴 있고 시원한 래프팅이 최고.굽이쳐 흐르는 동강의 물줄기에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 동강 래프팅은 출발 지점에 따라 3가지 코스가 있다.가장 참가자가 많은 구간은 문산나루∼어라연주차장(9㎞) 코스로 3시간 소요.요금은 성인 2만 5000원,초등생 이하 2만원.이밖에 진탄리(12㎞·3만 5000원) 및 정선읍 운치리에서 시작하는 코스(30㎞·7만원)도 있다. ●동강 비경에 한여름 땡볕도 잊고 코스가 완만한 동강 래프팅은 스릴감보다는 강 양편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기암절벽 등 비경을 감상하는 기쁨이 크다.문산나루에서 ‘섭새’라고 불리는 어라연 주차장까지 옥선암,두꺼비바위,상·중·하선암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늘어서 있다.또 ‘햇살에 비친 물고기 비늘이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어라연(魚羅淵),한때 댐 예정지로 거론됐던 만지(滿池)가 이어진다.만지는 과거 아리랑의 발상지인 정선 아우라지로부터 목재를 운반하던 사공이 뗏목을 대놓고 쉬던 자리.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만지’란 이름이 붙었다. 래프팅을 즐기는 동안 물에 빠트리기,배 뒤집기,물싸움 등 각종 게임을 즐기면서 옷이 흠뻑 젖기 때문에 반바지와 티셔츠,속옷 등을 여벌로 준비하는 게 좋다.동강 인근에 대자연레저본부(www.iloveleisure.co.kr),태백산맥(02-3477-3114) 등 60여개의 래프팅 대행업체가 있다.대자연레저본부는 서울에서 출발하는 왕복 교통편 및 식사를 포함하는 패키지 상품(4만 2000원,아이 3만 8000원)도 운영한다. 영월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아이들 손잡고 곤충박물관에도 ●가는 길 서울 방면에선 경부·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신갈·호법 분기점)∼중앙고속도로(서제천IC) 코스가 가장 빠르다.서제천IC에서 빠져 38번 국도를 타고 40분쯤달리면 영월로 접어들게 된다.부산방면에선 남해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광주 방면에선 88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영월읍내 버스터미널(033-374-2451)까지 직행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요금은 9500원. ●숙박 영월읍 일원에 여관과 민박집이 많다.방절리의 청령포모텔(033-374-4114),문산리 동강사랑(033-375-2865),황새여울민박(033-375-0069) 등이 비교적 깔끔하다.요금은 평수에 따라 3만∼10만원. ●이색박물관 영월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는 책박물관,곤충박물관,조선민화박물관 등 이색박물관도 아이들 손을 잡고 가볼 만하다.서면 광전리 평창강변에 자리한 책박물관(033-372-1713)엔 1922년 김영보의 ‘황야에서’ 등 대표적 단행본 100여권과 격몽요결을 비롯한 1960년대까지의 어린이 교과서·동화·만화 등 100여점,개화기 조선의 풍물 사진,잡지 등 총 6000여점의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하동면 와석리의 조선민화박물관(033-375-6100)은 1300여점의 소장 민화중 까치와 호랑이등 130여점의 민화 및 고가구 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관람객이 직접 민화 그리기에 참여하는 ‘민화 사랑 체험코너’도 운영하며,박물관내 50평 규모의 통나무집에서 단체 또는 가족 숙박도 가능하다.북면 문곡리의 곤충박물관(033-374-5888)에선 나비,나방류,갑충류,매미류,잠자리류,동강 유역 곤충류 등을 구경할 수 있다.입장료는 세 박물관 모두 어린이 1000원,어른 2000원. 식후경/ 구수하고 은은한 보리된장 별미 영월읍내 장릉 인근의 보리밥 전문식당인 ‘장릉 보리밥집’(033-374-3986)은 음식이 싸면서도 맛있기로 유명하다.30년 된 이곳의 식사메뉴는 보리밥 정식(5000원) 한 가지.따끈한 보리밥에 산나물과 묵나물 15가지,된장찌개가 상차림의 전부다.나물과 된장을 넣고 비벼먹든지,아니면 밥 따로 찬 따로 먹든지 먹는 방법은 손님 맘이다.이집 음식 맛의 포인트는 보리된장에 있다.1년전 쑨 메주로 담근 된장은 구수하면서도 은은한 된장 맛을 자랑한다.맛에 반해 나갈 때 된장을 사가는 사람도 제법 많다고 한다. 술 생각이 나면 역시 직접 담근동동주를 시켜 먹으면 된다.안주로는 도토리묵 무침,생두부,메밀·감자 부침개가 있다.묵과 두부 모두 직접 만든 것.생두부는 양념간장을 얹어서 먹는다.1접시에 3000원인데,먹고 나올 땐 탁월한 맛과 풍성한 양에 미안한 느낌이 들 정도다.
  • [나의 건강보감]시 쓰는 수녀 이해인

    ●민들레의 영토 “세상에 사랑보다 더 좋은 보약이 어딨겠어요? 사랑이라는 게 퍼내도 퍼내도 더 쓰일 곳이 있고,또 그것에 목마른 사람이 너무 많아 우리처럼 종신서원을 거쳐 몸과 마음을 하느님의 도구로 바친 사람도 새삼 건강하게 제 몸을 가꿔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하느님의 종으로서 할 일이 많잖아요?” 비 갠 그의 ‘민들레의 영토’엔 마알간 풀냄새가 가득했다.장마속 먹구름을 비집고 모처럼 햇살이 드러난 부산 광안리의 베네딕도 수녀회.그곳에서 클라우디아 수녀로 불리는,사람들이 ‘시쓰는 수녀 이해인’으로 기억하는 그를 만났다. 수녀회의 ‘해인글방’,유치원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서재의 탁자 위에는 반듯하게 귀를 맞춰 자른 수수떡과 정원의 장미잎을 말려 띄운 녹차가 편안하게 길손을 맞았다.그는 무척 바지런했다.차를 끓이고,오래된 사진첩을 펼치고,전화를 당겨 받는 일을 모두 손수했다.모르는 이들은 “수녀님은 맨날 곱게 차려입고 시만 쓰나봐.”라고 여기기 쉽지만 공동체생활을 하는 수녀에게 노동은 어길 수 없는 계율.베네딕도 수녀회의 태두인 베네딕도 성인의 ‘기도하고 일하라.’는 가르침을 철저하게 지킨다.이해인 수녀도 설거지는 물론 채마밭을 일구는 거친 흙일까지 하며 묵묵히 구도(求道)의 길을 간다.지난 76년 종신서원식을 거쳤으니 올해로 27년,소녀 같은 그도 세월을 비켜가지는 못해 올해 벌써 쉰 여덟,문학 친구인 소설가 최인호씨와 동갑내기다. ●내 몸이 결코 나의 몸이 아니니 그는 “따로 챙기지는 않지만 아직 건강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규칙과 금욕의 수도원 생활에서 얻어지는 은총 같은 보상일지도 모른다.지금도 밤 11시면 잠자리에 들어 오전 5시15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나 일과를 시작한다.“수도생활도 건강이 중요해요.그래서 수녀가 되려는 이들의 정신과 몸의 건강을 따지는 거죠.세상 사람들과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하느님의 일을 더 충실하게 하기 위해 건강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수녀나 수사들 가운데는 일부러 고통과 맞서거나,몸이 아파도 치료를 기피해 병을 키우는 안타까운 경우가 더러 있다.참고 견디는 금욕생활을 미덕으로 여기는 까닭이다.지고지선한 구도자의 이상을 세속의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겠으나 ‘나는 하느님의 종이므로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다.’는 가치는 중요한 깨달음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라고 했다.수녀가 된 이래 딱 세번 병원 신세를 졌는데,그것도 화상 같은 돌발성 부상이나 의사장티푸스가 고작이었다.“올해 아흔 한살 나신 어머니와 80대의 고모,작은아버지도 아직 정정하세요.그러나 내림이라는 것도 가만히 앉아서 받는 게 아니라 후대가 가꾸고 일궈서 가능한 것이라고 봐요.수녀인 저는 절제나 규칙이 몸에 배어 건강의 내림을 잘 가꾸는 셈이지요.” 사람의 몸을 우주에 견주는 그는 “사람이 자연과 다를 게 없다.”면서 소설가 김형경의 이런 글귀를 소개했다.‘자연의 이치에 맞춰 살라.계절도,밤낮도 없이 몸을 함부로 움직여 병을 얻은 사람이 많다.여름 게으름뱅이,겨울 부지런쟁이도 병을 얻는다.사람이 나무처럼,물처럼 순응하면서 살면 무슨 병고를 겪겠는가.’ ●먼저 영혼의 건강을 살펴라그러나 몸건강의 내력보다 그를 더욱 그답게 하는 것은 민들레처럼 영혼의 소리를 퍼뜨리는 그의 시심(詩心)이다.박두진씨는 생전에 “그에게 있어 시는 찬양이며 영혼의 법열 혹은 그 아픔의 고백이며 그 모두를 바로 신에게,그리스도에게,영원한 구원의 주에게,하느님에게 바치는 눈물이요 무릎꿇음”이라고 했다.이런 시를 쓰는 그의 영혼은 얼마나 맑고 또 푸를 것인가.“왜요.저도 가끔은 도저히 용서가 안되고 미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긴 해요.그러나 이내 그런 마음을 털어내지요.주변의 허물이나 죄를 보듬지 못하면서 어떻게 내 죄를 사하여 달라고 기도할 수 있겠어요?” 그도 원래는 꽁하고 새침한 성격이었다.‘활달하고 밝다.’는 주변의 평가는 수도생활 이후에 얻어진 것.그의 옛모습을 기억하는 친구를 만나면 열에 예닐곱은 “너 개그맨 다 됐다.”고 농을 건넨다.“그땐 그렇게 대답해요.도를 닦다 보니 이렇게 되더라.” “한걸음 비켜서 세상을 보면 겉은 번지르르한데 주리고 고달픈 사람들이 참 많아요.옛날보다 물질은 풍요로운데영혼은 자꾸 메말라드는 것이죠.옛 선인들은 마음공부를 중요하게 여겼는데 요즘 사람들 그런 거 관심없잖아요? 말초적인 것만 찾고,향락적이고,즉흥적이고… 심지어는 수도자인 제 컴퓨터에도 음란 스팸메일이 쏟아져 들어오는 세상인데….” 세상 일에 걱정이 많은 그는 지금을 ‘정신적 황폐기’라고 진단했다.“그런 속에서도 더러는 선하고 순결한 삶을 갈망하지만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그게 현대인의 이중성이 아닌가 싶어요.” 그는 사람들이 아주 잠시,잠깐씩이라도 기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방탕과 탐닉의 귀결은 결국 ‘미운 자신’일 거예요.이미 누구에게도 나는 중요한 존재가 아닌 세상,그런 세상을 사는 이들이 얼마나 고독하겠어요? 그게 세상의 탓이기도 하지만,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라고 봐요.지금이라도 자신의 것을 덜어 이웃과 나누는 ‘사랑의 삶’을 권합니다.사랑도 감상이나 낭만이 아니라 의지거든요.사랑,정말 건강한 정신이에요.” 그러면서도 그는 지금의 세태 속에서 희망을 본다고 했다.“겉으론 황량한데도 마더 데레사나 틱낫한 스님 등 구도자들의 책을 많이들 찾잖아요.그게 사람들이 선한 일,옳은 길을 생각한다는 증거라고 봐요.제가 시를 쓰는 것도 그런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고요.” ●나의 시는 곧 기도이니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실려 청소년들까지 애송하는 그의 시편들이지만 그 시를 보는 생각은 뜻밖에 간결했다.“이를테면 시는 제 기도입니다.모든 앓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치유와 위로,희망이기를 바라면서 적는 내 시가 정말 그들에게 ‘나의 노래’로 다가갔으면 해요.” 지난 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펴낸 이후 지금까지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순결의 상징으로 각인돼 왔다.스스로 “기쁨은 물론 슬픔까지도 이웃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구도자의 아주 작은 목소리”라는 그는 “사람들이 제 글에서 신의 사랑과 자비를 느끼기를 바랄 뿐”이라며 목소리를 낮췄다. ●기도의 건강론 최근에 그가 조카이자 프리랜서 번역가인 이진씨와 공동번역한 아일랜드 스태니슬라우스 케네디 수녀의 잠언집 ‘영혼의 정원’이 화제가 됐다.그는 마더 데레사의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소개하며 기도의 건강론을 말했다.“특정 종교에 관계없이 행하는 기도의 명상효과,긴장 완화와 심리적 안정성이 의학적으로 입증되고 있으며,본태적으로 인간의 몸이 기도를 좋아한다고들 해요.단,기도에는 꼭 사랑을 담아 주셔야 해요.” 수도원 분위기는 규율 속에서도 의외로 즐겁고 명랑하다.얼마 전 성베네딕도축일에는 200여명의 수녀들이 함께 춤추고 노래도 불렀다.오랜 구도의 삶에서 오는 타성과 나태를 채찍질하는 나름의 처방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명상음악을 들으며 체조를 하거나 발마사지를 하곤 한다.딱히 몸이 이상한 건 없지만 곧 병원을 찾아 검진도 한번 받아볼 요량이다. 수녀가 된 뒤 섭생도 많이 바뀌었다.어려서는 음식을 두고 깨작거리기 일쑤였으나 필리핀 유학시절 음식 때문에 적잖은 고생을 한 뒤 편식 버릇을 고쳤다.“그 후론 김치 한가지에도 황홀해 할 만큼 뭐든 잘 먹어요.마치 사람 골라 사귀는 것 같은 편식버릇을 고치고 나니 덩달아 성격도 둥글어지더라고요.” 식성은 토속적이다.고추장을 무척 즐긴다.상추쌈과 두부부침,김,멸치볶음,냄비우동 등 우리식이면 뭐든 잘 먹는다.한때는 커피도 무척 좋아했으나 “커피 마시면 좋은 시가 안 나올 것”이라는 법정스님의 충고를 들은 뒤부터 녹차를 주로 마신다. 그의 책상 위에는 주황과 초록,파랑의 색연필 세 자루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가 기도로,시로,묵상으로 더디더디 무채색의 세상 한편을 색칠해 가는,닳아빠진 몽당색연필. 부산 글 심재억기자 jeshim@ 부산 사진 왕상관기자 skwang@
  • [화제의 사이트] my.dreamwiz.com//bibere

    장마가 슬슬 끝나고 햇살이 점차 뜨거워지고 있다.바빠서 여름 휴가를 갈 처지가 못 된다면 그늘 밑 안락의자에 앉아 맥주 전문 사이트 ‘비베레’(my.dreamwiz.com//bibere)에서 고른 시원한 세계 각국의 맥주를 들이켜는 것은 어떨까. ‘비베레’는 라틴어로 ‘마시다.’라는 뜻의 단어.게르만족의 언어에서 ‘곡물’을 뜻하는 ‘베오레(bior)’와 함께 맥주(beer)의 어원이 됐다. 이 사이트에서는 맥주의 기원,역사,원료,종류 등 기본적인 맥주 정보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세계의 맥주’ 코너에서는 미국의 버드와이저,독일의 벡스,네덜란드의 하이네켄,덴마크의 칼스버그,호주의 포스터스 등 세계 각국 대표 맥주의 역사와 특징 등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 라거,필스너,스타우트,비터 등 여러 종류의 맥주를 집에서 직접 담글 수 있는 제조법을 소개하고 있다.비어스프리처,블랙 벨벳,샌디 개프 등 일반 술집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맥주 칵테일을 만드는 법도 알려준다. 닭살 레몬소스 샐러드,해물꼬치구이,피망잡채 등 맥주 맛을 살려주는 안주 요리법도 사진과 함께 상세히 실려 있다.세계 각국의 술 문화,맥주에 얽힌 속담과 격언 등을 소개할 뿐 아니라 ‘얼굴 붉어지는 사람이 건강하다.’,‘술꾼은 정력이 세다.’ 등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준다.게시판을 통해 전국의 네티즌들이 추천한 맛있는 맥주집도 소개하고 있다. ‘비베레’ 관계자는 “네티즌들과 맥주 정보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사이트를 만들게 됐다.”면서 “비베레를 통해 진정한 맥주 애호가가 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두걸 기자 douzirl@
  • 여름탈출 - 해외여행 / 필리핀 ‘팍상한’과 ‘타가이타이’

    |마닐라 글·사진 손정숙 특파원|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40여년전 쯤으로 필름을 거꾸로 돌린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무너져가는 수상가옥들,도시에 전혀 일체감을 보태주지 않는 형형색색의 조악한 대중교통편들,그 틈바구니를 무심코 활보하는 웃통벗은 사내들. 마닐라 변두리의 까맣고 앙상한 사람들에게는 도시의 역사가 읽힌다.500여년의 스페인 통치,다시 숨돌릴 틈 없이 미국,일본의 식민지배….제 것을 가져본 역사가 짧은 이 땅의 얼굴들과 가게들은 잔뜩 주눅들어 있었다.상품진열대마다 미제 캔디와 캐릭터상품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필리핀의 태양만은 일급이다.적도에 한발을 걸친 필리핀은 남태평양위로 7000여개의 보석같은 섬들을 쏟아놓았다.섬들마다 가족들과 연인들을 겨냥한 리조트들이 성업중이다. 국내 여행사들의 필리핀 관광상품들은 크게 두가지다.리조트들이 만개한 섬에서의 휴양여행이 하나.세부-막탄,보라카이,엘니도 등은 가족들과 신혼부부들을 손짓하는 대표적 휴양지로 자리잡았다. 또하나가 마닐라 근교관광지 기행.통상 팍상한폭포-타가이타이 화산 등을 묶어낸 3,4박짜리 상품들이다.리조트 체류에다가 마닐라근교 관광까지 곁들인 ‘두마리 토끼잡이’ 상품도 보인다. 토박이들의 사는 모양새를 구경하려면 쉬러 온 외국인들로 넘쳐나는 리조트는 지루하다.물론 팍상한이며 타가이타이 역시 판에 박힌 관광상품이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노동하는 원주민들의 살냄새가 묻어난다. #1.물의 세례,‘팍상한’ 마닐라 중심가 호텔에서 나와 남동쪽으로 두시간여를 달린다.제법 그럴싸한 마천루들은 삽시간에 사라지고 한참동안 꾀죄죄한 슬레이트 지붕 행렬,그리곤 이곳 지주들이 소유했다는 끝이 없는 평원들을 바라보며 잠깐 졸다보면 어느새 팍상한 입구다. 수영장에 온것도 아닌데 계곡으로 접어드는 길목엔 남녀 탈의실과 샤워실이 오종종하게 붙어있다.홀딱 젖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여행가이드의 말을 한귀로 흘려버린 관광객들이라면 새삼 긴장하게 된다. 겁먹은데 견주면 시작은 싱겁다.바나나모양의 길쭉한 통나무배에 몸을 싣는 뱃놀이다.적도의 태양아래반들반들 그을린 검은 원주민 사공 두사람이 손님 둘을 맞아들인다.이렇게 넷이 한배를 타고 40여분간 물의 계곡을 거슬러오른다. 수영을 못해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소위 ‘맥주병’이라도 안심할 수 있다.바닥이 빤히 들여다뵈는 수심은 깊어야 어른 허벅지께.폭좁은 계곡은 딱 맞게 아늑하다.우거진 수풀 사이로 새들이 출몰하고 햇살 한줄기가 비스듬히 비춰들어 오수를 재촉할 즈음,갑자기 마음이 가시방석이 된다.바위가 이리저리 돌출한 급한 오르막이 앞을 가로막자 사공 두명이 강으로 첨벙 뛰어내려 아예 배를 밀고 끈다.코스를 통틀어 그런 ‘고난의 계곡’이 네댓차례 거듭되고 나면 바위틈을 디뎌가며 사느라 유난히 문드러진 사공의 엄지발가락이 눈에 밟힌다. 봉건시대,사람이 사람을 부리는 시스템이 신분제도였다면 현대의 그것은 돈이다.사공은 자기 직업에 종사하고 우린 그 노동을 사기 위해 돈을 내지 않느냐는 논리로 불편한 마음을 달랜다.그래서 때로는 강 중턱의 꼬치집에서 음료수 따위를 사달라는 그들의 가련한 요구를 “그건 다 상술이며 우린 그들에게 충분한 팁을 주고 있으니 넘어가지 말라.”는 가이드의 말을 떠올리며 뿌리치기도 한다. 상류에 닿았다.이제부터가 본게임이다.나룻배엔 한무리의 사람들이 벌써 잔뜩 올라타 있다.사공의 재촉에 사람들 틈바구니를 파고들며 주저앉는 순간,아차,선뜻한 뭔가가 아랫도리를 온통 적신다.나룻배를 반쯤 잠군 물이 어느새 허릿께까지 차올라 있다.사공들이 10m쯤 앞에서 떨어져내리는 폭포를 향해 노를 저어가면 나룻배위로는 벌써부터 비명이 난무한다.이윽고 비닐 우비위로 폭포줄기가 가차없이,아프도록 떨어져내린다.물의 세례.이 먼곳까지 날아와 이 무슨 고생이냐 싶은 한편으로 마음 한쪽이 개운해진다.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계곡을 되내려오는 길은 뭔가에 정화(淨化)된 듯하다.침례교도들의 마음을 알것도 같다. #2. 모래바람을 뚫고,‘타가이타이’ 역시 마닐라에서 1시간 30여분를 달려가야 하는 타가이타이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타알화산’을 품고 있다.활동 한지 500년이 지나지 않아 지질학자들 분류기준으로는 아직도 활화산인 곳.살아있는 불덩이는 겹겹이 ‘천연요새’로 둘러싸여 있다. 일단 화산의 분화구 격인 ‘타알호’를 건너야 한다.모터보트를 타고 40여분간 질주,화산땅의 발치에 도달한다.뭍에 오르기 무섭게 밀짚모자를 든 아이들이 부옇게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달려든다.“원달러,원달러.”학교갈 나이도 안된 조그만 계집아이들이 모자며 먼지가리개용 스카프 따위를 팔고 있다.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집요한 눈빛들이 일렁이던 측은한 마음을 한순간에 질겁하게 한다. 한무리의 강매단을 뚫고 나와도 목적지인 산 정상까지는 한 고비가 더 남았다.하나 둘 도열한 말 등에 올라타고 해발 700여m 등성이를 올라가야 한다.길은 말그대로 모래바람과의 사투.밀짚모자를 있는대로 눌러써도,스카프를 꽁꽁 동여매도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수없는 모래 알갱이들이 입속에서 지금지금 씹힌다.눈동자를 사정없이 할퀴어온다. 드디어 정상.눈아래로는 아직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작은 용암호.그 가운데로 타알화산이 그림처럼 모습을 드러낸다.지금이라도 저 분화구가 활동을 시작해맹렬하게 용암들을 뿜어낸다면?그런 생각에 사로잡힐 새도 없이 한쪽에서 판을 벌인 장사아치들이 코코넛 주스 한통을 건넨다.코코넛 한가운데 꽂힌 빨대를 빨아들이자 달싸하고도 미지근한 액체가 목젖을 적신다.오는길에 들이마신 먼지들이 한꺼번에 씻겨져 내려간다.다 마신 코코넛을 반으로 잘라 과육을 파먹으면 숙취해소에 그만이라지만 설탕섞어 거품낸 계란 흰자같은 그 맛이 비위에 안 맞을수도 있겠다.짧은 관광을 마치고 말을 타고 되돌아내려오는 길,벙어리같던 마부들이 어쩐일로 입을 뗀다.화두는 역시 ‘팁’을 달라는 거다. #3. 낙수 수상스포츠·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해변리조트 ‘푸에르토 아즐’,삼림욕과 온천욕을 한데서 해결하는 ‘히든 밸리’ 등도 마닐라 근교 명소로 손꼽힌다.마닐라 안에서만도 리잘공원,마닐라베이 등은 여행사마다 필수로 집어넣는 관광코스다. 이처럼 볼거리가 풍성한데도 마닐라는 3급 관광지 취급을 못면하고 있는 듯하다.차라리 남태평양의 리조트들은 변함없이 인기다. 우선은 가이드라도 딸리지 않고는 신변보장이 안되는 마닐라의 열악한 치안 탓.또하나는 오랜 식민 지배로 인한 전통의 공백이 마닐라 대기에서 은은한 문화의 발효향을 앗아가 버린게 아닌가 싶다.미 군용지프를 개조한 교통 수단인 지프니가 온통 길을 뒤덮고 싸구려 생 미구엘 맥주가 정갈한 마실거리를 대체하는 곳.리조트의 저녁밤을 장식하는 원주민들의 민속춤에서조차 화려하게 치장한 미제 분가루 냄새가 난다. 마닐라에서 진짜배기는 막노동판과 향락업소,관광지에서 함부로 몸을 굴리는 이곳 노동자들의 땀냄새,그리고 태양뿐인 것 같다.하지만 그래서 역설적으로 마닐라는 매력적이다.네온불빛 명멸하는 밤거리 사이로 생존에의 진한 욕망에 정면으로 대거리하는 사람들의 원시적 몸부림을 읽을 수만 있다면. jssohn@ 마닐라행 비행기는 인천공항에서 하루 세 차례 뜬다.오전 8시, 9시(금요일제외), 오후 8시20분.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필리핀 항공편이다.소요시간은 대략 4시간 내외.마닐라 공항을 벗어나면 길에 널린 게 지프니다.이곳 사람들에게는 버스값 정도의 값싼 대중교통수단이지만타갈로그어를 쓰지 않는 관광객들에겐 예사로 바가지를 씌우니 꼭 흥정을 한 뒤 승차할 것. 치안부재 상태인 마닐라 근교 등을 배낭여행하는 용감한 집단은 미국인들뿐이란게 정설.이곳은 어쩔수 없이 여행사들이 제공하는 패키지 프로그램에 의존하게 된다.마닐라 근교는 50여만원대,샹그릴라 등 최고급 리조트는 70여만원대부터 숙식포함 상품이 나와있다.싼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으니 옵션 포함 여부 등을 꼼꼼히 따질 것.
  • [길섶에서] 차창 밖

    출근길 버스를 탈 때면 항상 차창 자리를 고집한다.눈을 감고도 차창을 스치는 팻말과 풀 한포기에 이르기까지 익숙하게 그려낼 수 있음에도 왠지 차창 자리에 앉아야만 직성이 풀린다.비 오는 아침 차창에 서린 김에 가려 바깥 풍경이 차단될 때면 손가락이 더럽혀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차창을 문지른다.익숙한 풍경이 눈 앞을 스치고 가야만 비로소 안심이 된다. 차창 밖은 여름이 되기도 하고 겨울이 되기도 한다.비도 오고 눈도 온다.화사한 아침 햇살에 싱그럽게 다가오기도 하고 기억 속의 낡은 흑백사진처럼 흐릿해지기도 한다.그럼에도 차창이 있어 늘 한발 비껴선 채 바라볼 수 있어 좋다. 냉전시대에 28년간 소련의 외무장관으로 재직했던 그로미코(1909∼1989)가 20여년 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인물로 등장한 적이 있다.승용차 뒷좌석에 앉아 빗물이 흘러내리는 차창 밖을 응시하는 사진이었다.당시 타임은 ‘차창을 사이에 두고 세계를 움직인다.’고 했던가. 우득정 논설위원
  • 특별기고 / 서울의 생명 희망의 청계천

    서울시장 후보 시절,청계천 복개도로 안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습하고 매캐한 공기를 가르며 걸어가다가 참으로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했다.오물만 흐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곳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참외를 먹을 때는 보통 씨째로 먹는데,그렇게 사람의 몸으로 들어갔다 나온 참외씨가 청계천을 따라 떠내려가다가 한 줄기 빛을 만나 싹을 틔운 것이다.낡은 복개도로에 생긴 작은 구멍을 통해 가느다란 빛이 닿는 것은 몇천분의 일,몇만분의 일 확률일 터.그런데 그 작은 구멍을 통해,그것도 부식된 복개도로 틈 사이로 들어온 햇살 덕분에 생명이 탄생했다는 데 대해 감격할 수밖에…. 청계천이 복개된 후 40년 동안 시민들은 청계천이 사라졌다고,죽어버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밑으로 청계천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고,이제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낼 날도 멀지 않았다. 처음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했을 때,청계천에 물이 흘렀다는 것조차 모르는 세대에게는 매우 생소하고 충격적인 일이었을지도 모른다.오랫동안 청계천 복원을 염원해 온 분들조차 복원은 먼 훗날에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청계천 복원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고,이제 그 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착공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것은 교통을 차단함으로 인해 겪게 될 시민들의 불편이다.착공 전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을 세웠고,착공 후 교통상황에 따른 보완책도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으나 일정기간 동안은 어쨌든 불편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그러나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청계천 복원은 우리의 교통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나 혼자 편하려고 승용차를 타기보다는,나도 편하고 남도 편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새로운 교통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서울시는 시민단체,기업과 함께 뜻을 모아 승용차 5부제를 자율적으로 실천하자는 캠페인을 펼치려고 한다.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닷새 중 하루는 승용차를 타지 말자는 자율적인 시민운동이다.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공사가 착공되고 몇 달이 지나면 고가는 사라지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게 된다.탁 트인 시야가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그동안 자동차 소음이 얼마나 컸는지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는 2005년 말이면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뛰노는 아름다운 청계천이 완공된다.복원된 청계천에 놓여지는 21개의 다리는 시민들의 정성과 애정으로 건설될 것이다.시인 아폴리네르는 미라보 다리에서 사랑을 노래했다.우리 청계천 다리에서도 아름다운 시가 나오고 노래가 불려지길 기대한다. 내가 꿈꾸는 서울의 모습은 걸어 다니는 즐거움이 넘치는 낭만의 도시다.인사동에서 사대문안 궁궐로,종로와 을지로 골목골목을 걸어서 다닐 수 있다면,서울만의 독특한 문화가 피어날 것이다.콘크리트 속에 묻힌 문화재와 매연 속에 가려있던 전통문화를 되살려낸다면 서울은 600년 도시로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가로 단절됐던 상권이 서로 소통하면서 침체됐던 경제도 활력을 되찾을 것이다.청계천 복원이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삶의 양식을 변화시키고,서울을 경쟁력 있는 도시로 도약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리라는 것을 확신한다.도심에 맑은 물이 흐르고,수변 공간을 거닐며 행복해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청계천 복원은 1100만 서울시민의 숙원일 뿐만 아니라 이미 국제사회의 관심사가 됐다.서울의 백년대계,천년 미래를 바라보는 사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우리 세대의 행복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긍지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청계천은 서울은 물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생명이며,희망이며,미래다.그 가슴 벅찬 발걸음을 7월1일,시민들과 함께 힘차게 내디디려고 한다. 이명박 서울시장
  • 피서철 바글바글한 인파에 지쳤다면 “한적한 원시림 계곡 어때요”

    피서철이 다가온다.요즘엔 고급 리조트니,워터파크니 해서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장소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지만,원시림 덮인 계곡에서 얼음처럼 찬 물에 발 담그고 노는 전통적 피서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비교적 한적하면서도 울창한 숲과 비경을 갖춘 청정 계곡을 소개한다. ●물한계곡(충북 영동군) 웅장하지는 않지만 울창한 원시림이 계곡을 덮어 햇살 한 줄기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는 곳이다.민주지산(1242m) 등 고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길이가 20㎞에 달할 만큼 계곡이 깊다. 계곡을 따라 나 있는 등산로를 올라가면 충북 영동,경북 김천,전북 무주에 걸쳐 있는 삼도봉(1176m)과 민주지산,석기봉(1200m)으로 이어진다.계곡 일대는 새와 물고기들의 천국.계곡을 덮고 있는 숲엔 후투티,꾀꼬리,덤불해오라기,소쩍새,노랑할미새 등 수십종의 새들이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물속엔 쉬리,돌고니,갈겨니,동사리,퉁가리 등이 어우러져 산다. 예로부터 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인기있는 종주 코스.특시 삼도봉과 석기봉 정상을 있는 능선에는 봄엔 진달래와 철쭉,가을엔 단풍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다. 경부고속도로 황간IC에서 빠져 49번 도로를 타고 상촌면 방향으로 30분 정도 달리면 물한계곡 이정표가 나온다.물한계곡 일대에 호도나무 민박집(043-745-3475) 등 민박집이 많다.문의 영동군청(〃-742-2101). ●왕피천계곡(경북 울진군) 왕피천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오지다.성류굴 남서쪽인 영양군 수비면에서 발원해 약 20㎞를 뻗어나가다가 불영천과 합류해 동해로 흘러든다. 끊어질듯 험한 산길로 인해 중·하류에서만 억척스러운 피서객,낚시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띌 뿐 상류에선 좀처럼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오지 트레킹 명소로 꼽힌다.왕피천 상류엔 바위가 많은 만큼 소(沼)도 많다.허벅지 정도로 얕은 곳이 대부분이지만 가슴 또는 키를 넘길 만큼 깊은 곳도 있다.물속엔 은어 피라미,쏘가리 등 각종 민물고기들이 산다.유리처럼 투명한 물 속에 얼굴을 담그고 눈을 뜬 채 둥둥 떠내려가다 보면 사람 구경 처음하는 겁없는 물고기들이 달려들어 다리를 톡톡 쪼아대기도 한다. 중앙고속도로 영주IC에서 빠져 36번 국도를 타고 봉화를 거쳐 불영계곡을 끼고 달리다 보면 오른쪽으로 왕피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울진에서 7번 해안도로를 타고 삼척방향으로 가다가 구산3리로 빠져도 된다.구산리 민박안내소(054-788-3811)에서 민박을 알아 볼 수 있다.울진군청(〃-782-1501). ●금당계곡(강원도 평창) 평창군 대화면 개수리 금당산(1173m)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몇년 전 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최근 래프팅 명소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장평IC에서 빠지자 마자 장평교가 나오는데,다리 밑으로 힘차게 흐르는 물길이 금당계곡이다.북쪽으로부터 10여㎞ 내려온 물은 이곳을 거쳐 굽이굽이 20여㎞를 더 흘러 평창강과 합류한다. 장평교부터 계곡을 따라 승용차 2대가 겨우 비켜갈 만한 비포장도로가 개수리까지 이어져 있어 차를 타고도 계곡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금당산을 끼고 굽이치는 계곡 주변엔 갖가지 모양의 기암과 노송이 발길을멈추게 한다.계곡물엔 쉬리,꺽지 등 1급수 물고기들이 서식하고,물가엔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 운치를 더한다. 계곡 주변에 ‘재래버덩’(033-332-4784) 등 민박집이 10여곳 있다.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333-8830)에 예약하면 일반인도 숙박이 가능하다. 임창용기자 sdargon@
  • [마당] 아내의 농가 별장 찾기

    달포 전에 청도에 있는 L교수의 별장에서 한밤을 지내고 왔다.말이 좋아 별장이지 마을의 여느 농가와 다름이 없다.도로에서 200여m가량 골짜기 속으로 들어 가 마을 맨 끝 산비탈에 매달린 듯 걸쳐 있는 일자집 2채가 ‘r’자형으로 자리잡고 있어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축대 언저리와 울안에는 벽오동 대나무 감나무 등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사이사이 다른 과실수들로 메워져 있다.대문 밖은 시냇물이 사철 소리를 내며 흐르고,아침 햇살이 오르기 전엔 안개도 엷게 피어오른다.청도는 들보다는 산이 더 많아 풍광이 좋고 공기가 깨끗한 고장이다.어느 마을이나 산자락에는 감나무가 무성하고 씨 없는 반시가 특산이란다.경산에서 차로 40분정도,대구의 문화인들이 전원주택을 많이 짓는다고 한다.그곳을 두어 차례 다녀 온 아내는 농가별장이 부러워 몸살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다가 작년 가을엔 K교수가 우리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이천 대포마을에 250여평터가 딸린 30여평 정도의 농가를 사들이고,아예 주민등록까지옮겨 놓고 상주하면서 2주에 한 번씩 우리를 유혹하곤 한다.이 집에서 제일 부러운 것은 청정환경과 울안의 서너평짜리 비닐 하우스이다.배추 무를 비롯해 상추 부추 고추 아욱 등이 손댈 틈도 주지 않고 쑥쑥 자라 고민이라며 한 보따리씩 안겨 주곤 한다. 아내가 농가별장을 찾아 나선 지도 벌써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위로는 간성에서 정선까지 산자수명한 강원도 땅 안 가 본 데가 없을 정도이다.뒤로 높고 큰 산이 묵직하게 버티고 있고,검푸른 동해바다를 가까이서 찾을 수 있어야 하며,콧속으로 ‘싸’함이 느껴질 정도의 맑은 공기는 필수조건이란다.집 주위 양지바른 텃밭엔 야생화를 기르고,동산엔 백두대간에서 보는 따위의 깨끗하고 잘 생겨 품위가 있는 전나무 적송 등도 심어 정성 들여보고 싶고,그리고 간단한 채소의 자경은 기본중의 기본이다.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한 조건도 아닌데.그간 좋은 곳도 수없이 보고 아쉬워했지만,그때마다 손에 쥔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었다.시골의 땅은 덩어리가 워낙 커서 더욱 그러했다.이젠 구입하는 데 꼭 기대를 걸기보다는 그저 보고 다니는 것 자체가 취미가 된 듯,좋은 곳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머물며 감상하곤 한다.그 긴 세월 나와 자동차는 줄곧 아내를 모시고 다녔으니 아내만의 소원은 아닌 셈이다.하긴 지금의 우리집도 그 과정에서 절충으로 생겨났다. L 교수 댁은 몇년전 지인의 제보로 단번에 구입하였고,K교수 댁은 인터넷에 뜬 정보를 우연히 접하고,현지에 가서 한번 확인하고 바로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그런 것을 보면 우리 부부는 인연을 탓하기 전에 결단력 없음을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을는지? 아내는 분당아파트를 분양신청하면서 번번이 떨어진 이유를 소위 프리미엄을 인정할 줄 모르는 나의 ‘무식’에 돌리곤 했으니까,허물이 아내 쪽보다는 나에게 있는 듯 생각되기도 한다. 근자에 와서 도시사람이 농가를 구입할 때 세제 혜택을 준다는 정부정책을 내 놓기도 하여 농촌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큰 덩어리를 쪼개서 살 수 있게 지방정부에서 도와주었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자녀들을 더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기 위해서 이농하는 농촌인구는 세월이 가면서 더해 이제는 그나마 떠날 사람이 없을 정도에 이른 감이 있다.가망 없는 이농 대책보다 도시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 중산층을 농촌으로 유인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강 인 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명예교수
  • [나의 건강보감]영원한 ‘아침이슬’ 가수 양희은

    ‘짧고 고단하게 살다 갔지만 따뜻한 가슴을 간직했던 한 여자의 흔적을 꼭 남기고 싶었다.’ 양희은(52).문득 그가 그리웠다.적당히 지치고 또 낡아 너덜거리는 영혼의 귓전에서 그의 맑은 목소리가 잉잉거렸다.만나야 겠다고 맘먹고 연 그의 홈페이지(www.yangheeun.co.kr)에는 옛 친구의 은밀한 정담같은 이런 글귀가 돋을새김으로 꼭꼭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정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그만큼 애잔하고 슬프게 침잠시키고 또 어기찬 함성으로 격발시킨 이가 또 있을까.우리들 가슴에 남은 그의 흔적이 이토록 간절한 것은 비록 더러는 잊고 살지라도 그의 낭랑한 노래가 한 시대 혹은 세대의 찬란하도록 슬픈 추억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그의 소리는 ‘앓는 영혼의 양지(陽地)’였다.‘병 깊은 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그의 품을 비집고 들었고,그때마다 그는 따뜻하게 그들을 껴안았다. ●단식과 산행 경기도 일산의 ‘하얀 저택’에서 그를 만났다.일주일간의 단식을 막 끝내고 보식(補食)중이었으나 ‘우람’은 여전했다.큰 맘 먹고 포항에서 전문가를 모셔다 치른 의식(儀式)같은 단식이었다.그냥 먹는 일만 멈추는 단식이 아니라 매일 된장을 이용한 복부찜질 4시간,관장과 1시간 15분의 정발산 타기,1시간 30분의 냉·온욕 등 단식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했다.“생전 처음이다.살 빼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모든 찌꺼기를 말끔히 청소하고 싶었다.”는 단식이다.“하고 싶었던 일이어선지 심신이 날듯 가볍다.”며 웃었다. 단식중에도 매일 오전 6시30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MBC에서 2시간짜리 아침 생방송 ‘여성시대’를 끄떡없이 진행했다.이런 ‘고시생 일과’가 몸에 익어 이젠 쉬는 날에도 자리에서 비비적거리지 못한다.이내 머리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금세 털고 일어나 집 근처 정발산을 오른다.해발 87m의 동산이라 산책로가 짧아 일부러 지네처럼 여러번 길을 접어서 1시간이 넘게 걷는다.어두운 밤길이 싫어 해거름을 택한다. 지금이야 바빠 집 근처를 뱅뱅 돌지만 그는 타고난 산(山)체질이다.“바다에는 별 감흥이 없지만 산에만 가면 우꾼 힘이 난다.”는 그다.어릴 적 서울의 삼청공원 가까이있는 가회동에 살았던 덕분에 유달리 친근한 북한산을 자주 오른다.문득 생각나면 창경궁을 찾아 흙길을 밟기도 한다. ●그 모습 그대로 방송뿐 아니다.7년여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뒤 94년부터 10년째 대학로에서 개인콘서트를 계속해 왔다.요새야 잦은 콘서트지만 그게 만만치 않다.공연 날 잠 못드는 건 기본이고,두어시간을 장승처럼 서서 노래하다 보면 발가락부터 전신이 뻣뻣하게 굳기도 한다.그렇게 2∼3주쯤 공연을 하고 나면 아예 두어달 맥을 놓고 지내야 한다.어찌 스트레스가 없을까.89년,서른 여덟에 결혼해 두번의 암수술과 오랜 외국생활을 거치면서 ‘뼈대’ 굵은 그도 지친 것일까.쉬고 싶어했다.마흔 아홉을 넘기면서부터 좀 허우적거린단다.안되겠다 싶어 지난 봄부터 자선공연말고는 모든 콘서트를 건너뛰고 있다.6개월째다.“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야,남들은 2시간짜리 생방송만 갖고도 넘어가더라.’고.” 올해로 노래무대에 선지 서른 세해.그는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그 모습으로 서있다.그는 “변하지 않은 건 아닐텐데 더러는 실체보다 이미지를 보고 그렇게 여기기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분명한 것은 노래에서 배어나는 ‘양희은 향기’,‘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아침이슬’,‘늙은 군인의 노래’와 ‘내 나이 마흔살에는’ 등 그의 노래를 일관되게 관류하는 향기는 예전 그대로다.사람들은 이를 감성과 저항 혹은 서정과 서사 양대 축으로 읽는다.이를테면 이기일원론같은 것이다. ●힘겨워 더 소중했던 시절 돌이켜 보면 그의 성장기는 참 신간스러운 것이었다.부모의 이혼과 이어진 가난의 고통이 오죽했으면 “다시는 그 시절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할까.그러나 “힘든 가운데서도 우리 세 자매는 밝게 살았다.”고 돌이킨다.힘겨운 삶은 자매의 우애를 키웠으며,환난은 더 나은 삶에의 의지를 싹틔웠다.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8년 만에야 졸업한 대학시절 그의 별명은 ‘회수권’.누구든 만나면 회수권을 먼저 챙겨 얻은 별명이다.“그때 동생 희경이가 ‘언니,돈갖고 걷는 건 안그런데 차비없어 걷는 건 너무 슬프다.’고 하더라.”는 귀엣말을 전하며 허허롭게 웃는 그의 눈가에 언뜻 눈물이 어렸다. 그런 삶이었지만 그는 밝았다.가난이 곧 굴욕이기도 한 세상인데 어찌 가슴에 앙심과 슬픔이 자라지 않았을까.‘한계령’을 취입할 때다.음반회사에서 “허,돈될 노랠 좀 부르지.”라고 했을때는 정말 두렵더라고 했다.힘겹게 헤쳐온 가난의 진창 속으로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였다.동생들 시집보내고 손에 쥔게 없었던 그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새엄마랑 사는데 왜 힘겹지 않았겠나.저녁이면 자매들이 넌 새엄마,난 아빠 하는 식으로 배역을 정해 뭐랄까,코믹극이나 사이코 뮤지컬쯤 될까.그걸로 깔깔거리며 묵은 앙금을 풀곤 했다.그렇게 웃음을 지켰고,그때 나를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노래였다.”고 추억했다.그런 자신을 “섬약한 바이올린 현보다는 차라리 고래심줄에 가깝다.”고 했다.그런 면모 때문이리라.어려워도 가슴에는 되레 평안이 깃들어 그는 한 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고 살지는 않았다.지금도 밝고 맑다. ●40대 중추론 그가 말하는 음악론의 기저는 ‘건강’이다.노래하는 이의 몸과 마음이 제대로 뼈대를 세우지 못하면 제대로 된 노래가 불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런 그의 담론은 그들이 가진 감수성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신세대 음악인들의 ‘견딜 수 없는 가벼움’으로 넘어간다.“음반이든 시집이든 고작 기천장을 두고 일희일비해야 하는 풍토가 못내 아쉽다.”는 그는 “아무리 당대의 문화가 20대에 의해 형성되고 견인된다지만 온돌처럼 은근하고 생명력있는 음악을 도외시하고 말초적 재미와 과대포장,변칙에만 급급한 신세대 스타들이 이 시대 음악문화의 중추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음악론은 중견중추론.이를테면 40대 정도의 완숙하고 열정있는 세대가 중심으로 곧게 서 곧잘 우우 떼지어 몰려다니는 신세대의 음악적 편향성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는 뜻이다.“음악도 식단이 비슷하다.먹을거리가 다양할 뿐 아니라 제철 음식을 제때 챙겨먹어야 건강한건데,요즘 음악이란 게 뒤죽박죽 기형이다.”‘봄이 지나도 다시 봄,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하고 시작하는 그의 노래 ‘내 나이 마흔살에는’은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밥심' 이 노래의 힘 그는 본태적으로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무대에서 보는 모습이 바로 그의 생활이다.노래에,방송에 바쁜 나날이지만 지금껏 부엌일 만큼은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온 식구의 에너지가 주부의 손끝에서 나오는데 내가 품을 안팔 수 있느냐는 것이다.밥을 사먹는 일,특히나 저녁 외식은 끔찍이 싫어한다.알고보면 그의 노래도 ‘밥심’이다.나이가 들수록 뒷심이 딸려 밀가루 음식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단다.전통차를 즐기는 기호도 담박하다.커피는 집에서 챙겨 아침방송 전에 한잔 하는 게 전부. 수지침과 부항뜨기도 그의 숨겨진 건강법.십수년 전부터 익힌 수지침은 교본이 너덜거릴 정도로 열성을 쏟아 미국에서도 제법 솜씨자랑을 했다.지금도 침실에는 수지침과 부항기가 준비돼 있어 어머니든 남편이든 필요하면 그의 손을 거친다. 요즘들어 그는 가끔 무대에서 눈시울을 적신다.예전엔 없었던 일이다.보기와 달리 심성이 여린 탓이기도 하지만 나이들수록 그와 함께 한 세대의 아픔과 추억에 쉽사리 연민의 가슴을 열기 때문이다. 오후의 햇살을 모로 받으며 문을 나서 흰 고무신을 신은 그와 작별했다.숨가쁘게 한 시대를 이끌어 어느덧 쉰 고개를 넘긴 그의 어깨 위로 고운 노래 하나 햇살처럼 내려앉고 있었다.‘열 아홉살 어린 아이 노래가 좋아 노래했네/슬프나 괴로우나 노래는 나의 친구였네/느티나무 그늘 아래 부르던 나의 노래///세상을 알고부터 노래는 나를 떠나갔네/가슴을 잃어버린 허무한 나의 노래였네/그리운 느티나무 그리운 나의 노래…’(나 떠난 후에라도). 글 심재억 기자 jeshim@ 사진 한준규기자 hihi@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프랑스인들은 사치스럽고 과시욕 강하다? 천만에요‘빵 부스러기 시장’ 인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프랑스는 명품과 패션,포도주,영화,미술 등 우아하고 화려한 것들을 우선 떠오르게 한다.따라서 프랑스 사람들도 무척 사치스럽고 과시욕이 강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은 무척 절제되고 검소한 생활을 한다.프랑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검소함과 절제된 모습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빵 부스러기 시장(마르셰 오 미에트)’은 프랑스 사람들의 검약함을 생생하게 살펴 볼 수 있는 기회다.이 시장은 그야말로 집에 있는 빵 부스러기까지 모두 내다 판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프랑스의 독특한 서민문화다. |파리 함혜리특파원|시장은 대개 마을 축제 기간중에 열리는데 사람들은 일년에 한두번 정도 주어지는 이 기회를 이용해 다락이나 창고에 쌓아 두었던 안 쓰는 물건들을 처분하는 기회로 활용한다.필요없는 물건은 내다 팔고,그 돈으로 꼭 필요한 물건을 산다.특히 용돈을 거의 받지 않는 프랑스의 어린이들에게는 이 시장이 필요한 현금을 자기 스스로 만들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안쓰는 물건 내다팔고 필요한것 구입 지난 15일 파리 교외의 작은 도시 아르퀘이에서도 마을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빵 부스러기 시장이 섰다.따가운 햇살 아래서 좌판을 펼쳐 놓고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혹시 필요한 물건을 싸게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산보삼아 나와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사람들은 아이들의 배냇 저고리부터 입지 않는 옷가지,커튼,신발,헌 책,유모차,디스크,책상,스탠드,시계,짝이 맞지 않는 그릇 등을 내다 놓고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괜찮은 물건들도 많지만 어떤 것들은 누가 이런 걸 돈 주고 사갈까 사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애지중지 아끼던 장난감과 인형,로봇,장난감 자동차,구슬,그림책과 만화책 등을 들고 나와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 흥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 가격도 물론 무척 싸다.티셔츠,스웨터 등 옷가지는 무조건 1유로(1500원),접시가 1유로,자그마한 그릇은 50센트,사발 5개에 2유로,청바지가 2유로,구두 2유로 등이다.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사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이 싼 가격이다.주인 마음이니까 잘 흥정하면 값을 깎아 주기도 한다.파장할 무렵이 되면 떨이로 물건값이 절반으로 또 떨어진다. ●파장무렵이면 물건값 반으로 매년 이 시장이 서기를 손꼽아 기다리던 사람들은 아예 커다란 해변용 파라솔과 등받이 의자 등을 설치하고 느긋하게 앉아 손님을 맞는다.처음 나오는 사람들은 땡볕에서 고생을 하지만 일광욕을 하는 셈 친다. 엄마는 헌옷과 그릇,아빠는 헌책과 디스크,아이들은 인형과 장난감을 가지고 나와 좌판을 벌인 가족들의 모습이 정겹다. 바로 집앞에 판을 벌인 한 소녀는 동생들과 나란히 앉아 소꿉장과 인형을 팔고 있다.물건들을 팔아 번 돈을 은행에 넣었다가 책을 사보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힌다. 11살된 로벵이라는 소년은 로봇 등 장난감을 잔뜩 가지고 나왔다.이날의 소득은 150유로 정도.새로 나온 게임보이를 살 계획이라고 했다. 우체국에서 일한다는 로랑 레비 부부는 1950년대의 ‘파리마치’지를 잔뜩 들고 나왔다.50년 넘게 세월이 흐른터라 잡지는 색이 누렇게 바래긴 했으나 보존 상태는 무척 깨끗한 편이다.데뷔 시절의 소피아 로렌,모나코 왕과 갓 결혼한 그레이스 켈리 등 당시 유명 연예인들의 사진이 표지에 실린 파리마치는 레비의 아버지가 애지중지 했던 물건들이라고 한다. 레비는 “영화 관계 일을 했던 아버지가 자료로 수집했던 것”이라며 “내게는 별로 필요가 없고 무엇보다도 다락의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해서 이번 기회에 팔러 나왔다.”고 말했다. 50년된 파리마치가 한권에 1.5유로인데 여러 권을 사면 값을 깎아 주겠다고 했다. 오래 된 수동식 카메라 수집이 취미인 레비는 수집품 중의 하나인 1920년대의 카메라도 30유로에 내놓았다.가죽 케이스까지 있는 것은 구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20여개의 구식 카메라를 수집했다는 그는 “모두 다 정리해서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를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멀리서 일부러 이곳을 찾아 왔다는 어떤 노부인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 아다모의 디스크 3장을 2유로에 구입했다.”며 만족해 한다. ●어린이들도 장난감 팔아 용돈마련 프랑스 사람들의 중고품문화는 싸고 좋은 물건이 넘쳐 나는데 굳이 중고물건을 사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특히 남이 쓰던 물건을 집에 들여 놓는 것을 금기시하는 우리나라 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체면치레를 위해 돈이 모자라도 무조건 명품이나 브랜드 제품을 찾고,작고 실속있는 것보다는 큰 것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런 풍경은 사뭇 낯설겠지만 절제되고 검소한 생활이 몸에 익은 프랑스 사람들의 삶에서 남이 좀 쓰던 물건을 싸게 사서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생활의 단면이다.파리 북부의 포르트 드 클리냥쿠르에 있는 ‘벼룩시장’이 날로 번창하면서 관광명소가 된 것만 봐도 중고물건을 대하는 이나라 사람들의 의식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식탁보와 접시·옷가지 등을 들고 나온 50대의 한 부인은 “제대로 쓰지 않고 집에 쌓아두는 물건들이 너무 많아서 정리하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며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 파는 것은 내게 작은 즐거움이고,사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니 좋다.”고 말했다. lotus@ ■파리의 유명 벼룩시장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을 사는데 주저함이 없다.아직 쓸만 한데다 값도 새 물건의 절반정도로 싸다면 금상첨화다.중고물품이나 골동품을 파는 ‘벼룩시장’도 프랑스가 원조로 알려져 있다.벼룩시장은 불어로 ‘마르셰 오 퓌스’라고 하는데 퓌스(puces)가 바로 벼룩들이란 뜻이다. 이 명칭은 벼룩의 색깔이 오래 된 갈색이어서 붙여졌다는 얘기도 있고,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벼룩과 함께 물건의 주인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바뀌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하여튼 파리의 서민적인 모습과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는 벼룩시장은 그냥 한번 찾아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에 진귀한 물건을 찾으며 주말을 즐기려는 프랑스 사람들과 프랑스 냄새가 나는 독특한 물건들을 구입하려는 관광객들로 언제나 북적거린다. 주말에 열리는 파리의 상설 벼룩시장은 4곳에서 서는데 약간씩 다른 특징들이 있다.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곳은 파리 북쪽의 클리냥쿠르 벼룩시장이다. 1920년대 형성되기 시작한 이곳은 생투앙시장이라고도 부른다.규모도 엄청나게 클 뿐 아니라 단추부터 고서적,골동품,의류,전자제품,아프리카의 조각품까지 그야말로 없는 물건이 없다. 생산이 중단된 LP디스크나 30∼40년대의 장식품,액세서리,그릇들도 자주 눈에 띈다.외국인들에게 이 시장은 생활용품을 싸게 장만할 수 있는 알뜰 장터다. 규모가 커지면서 클리냥쿠르 시장에는 가짜 골동품들도 등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비싼 값을 치르고 섣불리 샀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100년전 그릇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갓 구워낸 뒤 들판에서 며칠 비를 맞은 것들이 대부분이다.철공소에서 금방 만든 조각품이나 촛대는 화학약품으로 녹을 입혀 팔고 있다. 도난 물품들까지도 한 귀퉁이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동쪽에 있는 몽트뢰이 시장도 저렴하고 오래된 의류나 생활용품,일용잡화 등을 살 수 있다.남쪽에 있는 방브 벼룩시장은 소규모지만 재수가 좋으면 잡동사니 속에서도 숨겨진 보물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골동품 애호가들에게 인기가 있다.중고 가구나 품질좋은 골동품·고서적·그림 등을 살 수 있다.
  • 조관우 ‘파페라 콘서트’ 성황 / 본사 주최… 2600여 객석 메워

    대한매일이 주최한 조관우의 ‘2003 파페라 콘서트’(사진)가 2600여명의 관람객이 객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따가운 초여름 햇살이 채 가시지 않은 오후 4시에 시작된 콘서트에는 연인과 가족 관람객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무대가 열리자마자 객석은 조관우 특유의 고운 목소리와 최선용이 지휘하는 100인조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호쾌한 스케일이 빚어내는 조화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검은 정장차림에 오케스트라를 병풍처럼 등에 업은 조관우는 ‘비원’과 ‘사랑했으므로’ 등 8집 신곡으로 1부를 시작했다.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중 대표곡인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파페라 가수 데뷔’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짓는 하이라이트.팝비트가 강한 연주와 안무에 맞춰 그는 대중음악적 발성의 파페라 가수로서 독특한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프라임필하모닉의 ‘조관우 메들리’로 막을 연 2부는 TV쇼프로그램 녹화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무대와 객석이 가깝게 호흡했다.‘꽃밭에서’‘늪’등히트곡을 부를 때는 점잔을 빼던 중년 관람객까지 거리낌 없이 환성을 터뜨렸다. 2부 막바지 무렵,대니 정이 신곡 ‘Dreams of Heaven’을 연주할 즈음엔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서태지와 아이들’출신의 이주노가 일본의 행위예술가 고리와 스프레이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펼쳐 2부는 볼거리까지 풍성했다. 황수정기자 sjh@
  • 형님은 ‘신화재현’ 아우는 ‘신화잇기’

    ‘형은 월드컵 영광을 재현하고,아우는 월드컵 신화를 이어간다.’2002한·일월드컵 1주년을 맞는 31일 한국축구는 일본 도쿄와 부산에서 의미있는 격전을 치른다.도쿄 국립경기장에서는 국가대표팀이 일본과 지난 4월16일 이후 한달여 만에 재격돌하고,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는 17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이 미국과 4개국 청소년축구대회 개막전을 치른다.상대가 모두 세계축구의 강호는 아니지만 지난달 16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0-1로 패한 대표팀은 설욕과 함께 아시아 최강이자 세계 4강의 위엄을 되찾겠다는 각오이고,청소년대표팀은 지난해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형님들이 무승부를 이룬 미국에 확실한 승리를 거둬 4강 신화 재현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다. 형님은 ‘신화재현' ‘지난 97년의 ‘도쿄대첩’을 재현한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설욕전을 다짐하며 29일 인천공항을 통해 31일 한·일전이 열리는 일본 도쿄로 향했다. 대표팀의 생각은 오직 한 가지.지난 97년 도쿄에서 열린 일본과의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사실상 본선 티켓을 거머쥔 감격을 다시 누리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달 0-1로 패할 당시와는 전력이나 자신감이 사뭇 다르다.‘네덜란드 트리오’ 송종국(페예노르트) 이영표 박지성(이상 에인트호벤) 등 일부를 제외하고 현역으로 뛰고 있는 월드컵 4강 주역이 대부분 출동한다.공격진에서는 최용수(이치하라)와 설기현(안더레흐트)이 가세해 안정환(시미즈) 이천수(울산)와 함께 화력을 한층 강화시켰고,수비진에도 ‘진공청소기’ 김남일(엑셀시오르)과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이 합류해 그물망이 촘촘해졌다. 코엘류 감독도 “지난번 한·일전에서 아쉬움이 컸지만 이번엔 만족할 만한 선수들이 모인 만큼 반드시 아픔을 되갚겠다.”고 벼른다. 이번 경기에서도 포백시스템을 토대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할 생각인 코엘류 감독은 ‘일본 킬러’ 최용수를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하고 안정환을 공격형 미드필더,설기현과 이천수를 좌우 날개로 기용해 보다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할 방침이다. 취약점으로 지적된 수비도 대폭 보강돼 자신감이 크다.수비형 미드필더에 유상철(울산)과 김남일을 포진시켜 허리를 두껍게 하고 좌우 풀백엔 이을용과 이기형(성남)을 투입해 수비균형을 맞출 계획.중앙수비수에는 월드컵 멤버인 김태영(전남)과 조병국(수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특히 부상한 최진철(전북)의 대타로 출장이 예상되는 신예 조병국은 지난번 경기에서 나가이 유이치로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자책감을 풀겠다는 의지가 누구보다 강하다. 특히 지난번 경기에서는 초반에 너무 긴장했고,후반 막판에 선수교체가 잦은 점이 패인이라고 분석한 코엘류 감독은 이번에는 베스트 멤버 위주로 확실한 승리를 거두겠다는 뜻이 강하다.한편 대표팀은 일본 도착 직후 도쿄 미야코호텔에 여장을 푼 뒤 오후 6시20분부터 현지적응 훈련을 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 아우는 ‘신화잇기' / 청소년팀 미국과 4개국대회 개막전 ‘월드컵 첫 승의 감격을 되살린다.’ 초여름 햇살이 따갑게 쏟아지는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 보조경기장의 오후.붉은 유니폼의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로 새파란 그라운드는 흥건하다. ‘조련사’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축구 청소년(17세 이하)대표팀 선수들의 얼굴은 때이른 무더위에 빨갛게 익어 버렸지만 쏟아내는 함성만큼은 어느 때보다 우렁차다.31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막을 올리는 4개국 청소년축구대회 출전을 앞둔 막판 담금질이 한창인 것이다. 이번 대회는 오는 8월 핀란드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전초전이나 다름없다.폴란드를 제외하고 미국·아르헨티나의 베스트 멤버들이 고스란히 엔트리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첫 과제는 31일 오후 2시 개막전에서 맞붙는 미국을 이기는 것.미국전이 열리는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은 지난해 6월 한국이 폴란드를 상대로 48년 만에 월드컵 첫 승을 일궈낸 곳이자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된 ‘꿈의 무대’.청소년대표팀은 이곳에서 미국을 이겨 대표팀의 도쿄 한·일전 리턴매치 승리를 ‘간접지원’할 계획.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되는 만큼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강한자신감에 차 있다.지난해 9월 아시아청소년선수권에서 16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움켜쥔 뒤 올해 1월 러시아국제청소년대회와 4월 이탈리아 그라디스카시티컵 국제청소년대회를 거푸 석권하면서 관록도 붙었다. 특히 지난해 4월 이후 20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고 14승6무를 기록,멈추지 않는 상승세를 과시하고 있다.여기에 지난해 10월 프랑스의 FC메츠로 유학을 떠난 5명의 해외파들까지 가세,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한국의 강점은 탄탄한 조직력.철벽의 골키퍼와 포백수비,중원과 전후방을 아우르는 미드필드진 그리고 송곳 같은 투톱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덕여 감독은 “최상의 조직력에다 선수들의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높아져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팀이 실질적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대회인 동시에 한·일월드컵 개막 1주년을 기념하는 대회인 만큼 선수들도 그날의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최병규기자 cbk91065@
  • 책꽂이

    ●샤롯데모텔에서 달과 자고 싶다(김재석 지음,천년의시작 펴냄) 93년 등단한 시인의 두번째 시집.에로틱한 제목과는 달리 시인은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꿈꾼다.6000원. ●전생을 굽다(배기환 지음,작가마을 펴냄) 부산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사회비판 의식이 담긴 작품집.표제시 등 75편의 시를 통해 부패한 사회의 단면을 꼬집는다.7000원. ●오늘,오래된 시집을 읽다(박영희 지음,문학과경계사 펴냄) ‘팽이는 서고 싶다’등의 시집을 낸 시인의 시론집.시대정신과 시의 관계를 설명한 뒤 한용운·고은·김남주 등의 시인론에서 민족시의 의미를 탐색.9500원. ●바텍(윌리엄 벡퍼드 지음,정영목 옮김,열림원 펴냄) 1782년 영국 작가가 쓴 환상문학의 걸작.아라비아의 통치자 바텍이 신을 배반하고 보물을 얻으러 가다가 저주를 받는다는 내용.7000원. ●퍼레이드(요시다 슈이치 지음,권남희 옮김,은행나무 펴냄) 일본의 권위있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의 첫 장편소설.현대 일본 젊은이들의 일상생활을 조명하면서 의사소통 부재의 문제점을 지적.8500원. ●워터십 타운의 열한 마리 토끼(리처드 애덤스 지음,햇살과나무꾼 옮김,사계절 펴냄) 재앙이 닥친 마을을 탈출하여 이상향을 찾아가는 열한 마리 토끼 이야기.2만 2000원. ●오봉옥의 서정주 다시 읽기(오봉옥 지음,박이정 펴냄) 시집 ‘붉은산 검은피’로 필화사건을 겪은 저자의 이론서.미당 서정주 시선집 ‘푸르른 날’을 꼼꼼히 분석한 뒤 “한국적 모더니즘을 실현시킨 시인”이라고 결론내린다.1만 2000원. ●검객의 칼끝(이영유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연극연출과 시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저자의 시집.평론가 정과리는 “세상을 흉내내어 살되 엇비슷하게만 흉내를 내어,무의미에 저항하는 세계”라고 평한다.5000원. ●어매(김순명 지음,열매출판사 펴냄) ‘독야’‘소국’을 낸 작가의 경험이 실린 장편소설.지방도시의 밤무대 밴드마스터로 일하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이야기가 감동적.8500원. ●티티새(요시모토 바나나 지음,김난주 옮김,민음사 펴냄) 1988년 ‘키친’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가 처음 낸 장편.주인공 마리아가 열아홉시절 사촌들과 함께 바닷가 마을에서 보낸 추억을 그린 성장소설.8000원.
  • 대한 매일 하프 마라톤 / 대회 이모저모

    “힘차게 뛰면서 가족·동료간의 사랑을 재확인했습니다.” 18일 제2회 대한매일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1만여명의 동호인과 시민들은 5월의 포근한 햇살과 강바람을 벗삼아 힘찬 레이스를 펼쳤다.가족애와 동료애로 뭉친 이들에게 이번 대회는 단순한 마라톤대회를 넘어 잔치 한마당으로 이어졌다. ●‘유모차 부대’ 눈길 평지 위주로 새로 개발한 코스에서 열린 대회에는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온 가족들이 대거 참여했다.이승복(33·행자부)씨는 생후 21개월된 소연양을 태운 유모차를 밀며 5㎞를 완주한 “지난해 대회 때는 일도 많고 아이도 너무 어려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면서 “이번에는 딸과 함께 가족 모두가 함께 달릴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노란색 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채 페이스페인팅을 한 아들 기건(4)군을 유모차에 태우고 달린 최두성(37·자영업)씨는 “지난해 코스는 굴곡이 있어 아들과 함께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평지라 레이스 내내 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쾌감 100%’였다.”고 기뻐했다. ●“2시간30분동안 차분하게” 5㎞를 완주한 김재호(38·보워터한라제지)씨는 아내 백미란(36)씨,아들 원경(10)군,딸 민경(8)양과 손을 꼭 붙잡고 뛰었다.김씨는 “땀 흘린 만큼 가족간의 사랑이 더 커진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최우식(35·행자부)씨는 딸 나연(4)양을 무동 태운 채 코스를 완주해 응원 나온 시민들의 갈채를 받았다. 하프코스 참가자 가운데 김학종(38)씨는 ‘2시간30분’이란 문구가 새겨진 풍선을 들고 다른 참가자들보다 천천히 뛰어 눈길을 모았다.김씨는 “제한시간인 2시간30분 동안 모든 참석자들이 여유를 갖고 포기하지 말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외국인들 “원더풀 코스” 외국인들은 코스 주변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5㎞코스에 참가한 영국인 자로드(31·학원강사)는 한국인 친구 2명과 함께 완주한 뒤 “레이스 내내 빼어난 경치와 웅장한 월드컵 경기장이 눈에 들어와 지난해 월드컵의 감동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이었다.”며 미소지었다.미국인 파머(31·학원강사)는 아내 이진숙(29)씨와 코스내내 ‘파이팅’을 외치며 서로를 격려해 시선을 모았다. ●동호회 대거참여,자체 시상도 26명 전원이 참가부문별 코스를 완주한 국정홍보처 마라톤 동호회 김종건(51) 과장은 “공무원 생활로 직원 모두가 하나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힘들었는데 대한매일이 이같은 기회를 마련해 줘 무척 고맙다.”면서 “국민을 하나로 화합시키는 신문으로 계속 성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메이필드 호텔 피트니스 클럽 마라톤 동호회 50명은 레이스가 끝난 뒤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준비한 대형 TV와 상품권 등을 시상했다. ‘등산·수영·달리기·사이클’을 즐기는 이색 동호회 ‘산수주륜(山水走輪)’ 소속 회원 14명은 2년째 대회에 참가,전원이 완주했다.국방부 조달본부 마라톤 동호회 ‘조마’는 이번대회 하프코스에서 여자부문 1위와 남자부문 2위를 휩쓸어 기염을 토했다. 이영표 박지연기자 tomcat@
  • “환경운동하며 참교육 깨달아”/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모임 정수진 회장

    햇살이 눈부신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목동 월촌중학교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전국 교사모임’ 회장 정수진(丁秀鎭·사진·40·국민윤리 담당) 교사를 만났다.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너머 반가운 미소가 입가에 번지는 정 교사가 눈에 들어왔다. 환경교사모임은 환경과 교육에 관심을 가진 교사들이 지난 95년 만든 단체.서울,부산 등 전국 24개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 교사 8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다. 정 교사는 지난 95년 모임에 처음 참여했다.노원구 중계동 중원중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노원지역 전국교원노조 지구장을 맡고 있을 때였다.그는 “참교육을 현장에서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지 고민하다 우연히 모임이 주최한 환경강좌를 듣고 참여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경남 통영 바닷가가 고향이라는 점도 환경운동에 투신한 계기가 됐다.정 교사는 “어릴 적 조개와 게를 잡고 놀던 집앞 개펄이 나중에 해안도로로 덮인뒤 고향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아쉬워했다.서울대 재학시절 야학에 참여하는 등 사회문제에 적극 뛰어든‘전력’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 교사는 지난 95년 이후 모임 회지(會誌)인 ‘녹색교육’ 편집국장을 맡고,자체 환경교육 교재를 만드는 등 모임의 ‘중심 일꾼’으로 활동하고 있다.새만금사업 반대 등 현장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97년 동강댐 건설 반대 운동이라고 했다.정 교사는 “결국 건설 사업을 막아냈을 때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또 지난 98년 기독교청년회(YMCA) 환경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가정에서 배출되는 오·폐수가 서울 불광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낸 것도 뿌듯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환경동아리인 ‘녹색사랑방’ 담당 교사를 맡고 있다.자발적으로 나선 학생들과 관악산과 안양천 등을 답사하며 현장 교육을 진행한다.정 교사는 “환경을 고민하는 일선학교 교사로서 느끼는 아쉬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토로했다.교육부 차원에서 기본적인 환경교육 프로그램조차 없고,대다수 학교에는 환경동아리를 꾸릴 교사도 드물다.또 부산과 충북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환경과목을 선택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는 중학교가 10%를 밑돈다.그는 “교육부조차 환경 교육을 쓰레기를 줍는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꼬집었다.정 교사는 “새만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정부의 친환경적 성격을 가늠할 수 있는 지렛대”라면서 “새만금 사업의 전면 재검토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이상 환경단체들과 정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또 “댐 하나 짓는 것보다 환경 학습장 하나를 만드는 게 미래의 세대에게 훨씬 유익하다.”면서 “독일이나 일본처럼 생태학습장과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사의 야학활동 선배이자 노동운동가 출신인 아내 윤경순(41·직장인)씨는 든든한 후원자다.큰딸 해수(8)가 한때 “아빠는 왜 매일 바빠”라고 칭얼댔지만 요즘은 조금씩 아빠의 환경사랑을 이해하는 것 같아 반갑다고 했다. 정 교사의 계획은 지난 99년 만든 환경교육 교재를 개편하고 자체 개발한 교실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체계화하는 것이다.다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최근 불거진 학교 급식의 안정성 문제도 풀어나갈 생각이다.그는 “회원끼리 모여 ‘우리 같은 사람이 없어지는 게 가장 이상적인 사회’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며 최근 결성된 청주지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 사진 이언탁기자 utl@
  • [길섶에서] 송홧가루

    동네 뒷산에 올랐습니다.솔밭 길을 지나는데 한줄기 바람이 휙 하고 불더니 노란색 먼지가 회오리를 칩니다.올봄 뜸하던 황사가 다시 오려나 하면서 무심코 내려다보니 등산화 윗부분에 노란 가루가 가득합니다.송홧(松花)가루였습니다. 순간 박목월의 시 ‘윤사월’이 떠올랐습니다.“송홧가루 날리는/외딴 봉우리/윤사월/해 길다//꾀꼬리 울면/산지기 외딴 집/눈먼 처녀사/문설주에 귀 대이고/엿듣고 있다” 아울러 어린시절 설 명절때면 주머니에 가득했던 송화다식이 생각났습니다.당시 세뱃돈은 가물에 콩나듯 했고,약과나 송화다식 등이 어린 손님들의 몫이었지요. 한 손에 두꺼운 종이를 펴들고 다른 손으로 꽃이 달린 소나무 가지를 잡아 당겨서 흔들면 노란 가루가 모아집니다.이렇게 갈무리한 송홧가루를 이듬해 설 꿀에 반죽해 갖가지 문양의 다식판에 찍어내면 송화다식이 되지요. 출근길 어느새 따가워지는 햇살을 손으로 가리며 올려다보니 도심 곳곳에 조경수로 심은 소나무 가지마다에도 수많은 송화가 빠금히 얼굴을 내밉니다.반가운 마음에 외쳐봅니다.“니들이 송화 맛을 아니.” 김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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