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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서울 한강마라톤] 10㎞완주 시각장애인 문명근씨

    “귀로는 같이 뛰는 사람의 발소리를 감지하고,발로는 달리고 있는 길의 굴곡을 느낍니다.” 3일 제2회 하이서울 한강마라톤대회 10㎞ 부문에 출전한 시각장애인 문명근(33)씨는 도우미 김순례(43·여)씨와 연결된 길이 80㎝의 노끈을 꼭 잡고 결승지점을 통과했다.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58분 동안 터질 듯이 요동치던 심장도 비로소 가라앉기 시작했다.두 주먹을 불끈 쥐고 얼굴을 들어 내리쬐는 햇살을 피부로 느끼며 ‘해냈다.’는 기쁨을 만끽했다. 김씨는 “정말 수고했다.”며 문씨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문씨는 선천성 시각장애인이다.평소 운동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다 자꾸 불어나는 몸무게를 줄여보려고 지난 5월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공식 마라톤 대회 참여는 이번이 7번째로 아직 풀코스를 뛰어본 적은 없다. 문씨는 “같이 뛰는 사람들과 부딪혀 다칠까봐 겁도 났지만 도우미가 방향과 길의 높낮이를 잘 가르쳐줘 신경쓰지 않고 뛸 수 있었다.”고 환하게 웃었다.그는 “마라톤으로 삶의 활력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는 문씨를 비롯,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회원 8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5명은 하프코스,3명은 10㎞를 뛰었다.이들과 함께 한 도우미 8명은 ‘SFR(Seoul Fun Run)마라톤클럽’ 회원들로,지난 해 11월부터 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과 자매결연을 맺고 매주 일요일 함께 운동을 하고 있다. 때문에 도우미와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는 한가족처럼 서로의 뜀박질 습관을 파악하고 있다. 1시간53분 만에 하프코스를 내달린 정운노(33)씨는 8살때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었다.하지만 운동을 좋아해 고등학교 때는 유도를 하기도 했다.2년 전부터 마라톤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한 정씨는 “달릴 때 들리는 주위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힘을 준다.”면서 “이달 말 풀코스에 첫 도전해 꼭 4시간 안에 주파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클럽 유정하(58)회장은 “우리는 그냥 뛰고 싶어서 뛰는 사람들일 뿐”이라면서 “30여명의 회원이 매주 함께 운동하며 조금씩 자기만의 목표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달빛은 사라지고/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볏짚으로 엮어낸 5평짜리 일지암 초당에 달빛이 올올이 굴러 떨어지고 있다.또르륵거리며 대나무 홈통을 타고 흐르는 유천(乳泉)속에 달이 찰랑거리며 흐른다.순백의 백자 찻잔에 백차를 한잔 따르고 달을 그속에 띄운다.달차(月茶)가 된 것이다.달빛이 아름다운 계절이다.초의스님은 19세 되던 해 영암의 월출산에 홀로 올랐다가 바다속에서 떠오르는 달을 보고 개오(開悟)를 했다. 초의스님은 푸른 빛으로 대지를 밝히는 달빛을 무척 좋아했다.그중에서도 가을 달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초의스님이 남긴 여러 편의 가을달 시편들이 이를 잘 증명한다.초의스님은 가을 달을 “한들 한들 창 밖의 소나무/곱고 고운 소나무 위의 달/한쪽은 밝은 울림 그리고 그윽하고/한편은 깨끗한 빛 어찌 그리 맑은가”라고 읊었다.푸른 달빛은 맑다.너무도 맑아 서늘하기까지 하다.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은 달빛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효석에게 달은 무척이나 관능적이기까지 하다.인간의 영혼을 빼앗아 버릴 것 같은 숨막히는 달빛을 보고 그는 아름다운 여인의 관능을 떠올린 것이다.달은 또 따가운 가을 햇살로 달구어진 어스름한 대지를 적셔주는 촉촉한 이슬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바스락거리며 만물을 익혀내는 가을 바람은 안은 채우고 밖은 건조하기 때문이다.달은 우리에게 고통과 번뇌를 확인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고독을 가져다주는 애절한 존재이기도 하다.현실에서 점철된 소외된 자신을 확인시켜주는 달은 애절한 망향(望鄕)의 미학을 보여준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달이 가까운 것은 차고 비우는 미학 때문이다.날카로운 초승달부터 만월에 이르기까지 달은 인간에게 안분자족(安分自足)이 갖는 절대적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채우면 비워지고 비우면 채워지는 자연의 이법속에서 우리는 ‘자족’(自足)이란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세상을 다 살 수 있는 부자도,단 한평의 땅도 가지지 못한 가난뱅이도 자신의 삶만큼 행복과 여유를 누리고 간다.결국 돌아보면 가진 자나 가지지 못한 자나 행복의 크기는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단지 그것을 평가하는 세상의 기준이 그 평형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세상을 혼돈으로 빠트리는 것은 바로 모든 인간속에 내재해 있는 ‘차별심’ 때문이다.달은 차별심을 깨트린다.대지를 골고루 비추는 그 평안함과 넓은 자비는 그것을 보는 이로 하여금 충만한 기쁨을 느끼게 한다.그래서 그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키게 하기도 하고 활기 발발한 희망을 던져주기도 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 달은 없다.달빛을 등에 지고 한낮의 노동의 고단함을 떨쳐버리는 시원함도,직장에서 쌓인 하루의 피로를 털어내려 빈속에 털어넣은 쏴한 소주의 기운을 받아내는 달빛도 우리 곁엔 없다.우리는 모두 하늘을 보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하루가 끝나면 우리는 모두 인간의 영혼이 거세된 수평과 수직의 삶을 산다.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텔레비전을 보며 수평적인 삶을 살고,현실에 찌들린 다른 사람들은 소주잔을 기울이며 수직적인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달은 우리의 영혼을 살찌게 하는 우리의 빛이요 생명이다. 사람과 사람,자연과 사람을 이어주는 마음의 가교이다.올가을 우리는 달과 그 달빛을 우리 곁에 두자.그리고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찾자.그속에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 서해에서 부는 가을 맛바람

    서해에서 부는 가을 맛바람

    가을은 서해로부터 온다.누런 들판에 선 농부의 웃음이 그렇듯,푸른 바다를 등지고 돌아오는 어부의 하얀 웃음에서도 가을은 빛난다.포구는 살아있다.강화의 민물장어,태안의 새우,서천의 전어,남녘 끝자락 무안의 낙지….주황빛 낙조를 바라보면서 맞는 서해안의 가을,거기에 맛이 있다.넉넉한 웃음과 푸짐한 인심,이맘때 서해안 바닷가에선 누구나 행복해진다. 무안·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태안·서천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강화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태안반도 충남 태안반도에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가을의 진미’ 대하와 전어 굽는 냄새다.코를 킁킁거리면서 백사장포구로 들어가 봤더니 그물에 걸린 새우를 털어내는 어부들의 손길이 바빴다.서해안 최대의 해산물 집산지답게 포구로 돌아온 배마다 새우와 전어로 만선이다.분주한 어부들의 표정은 밝다.태안반도 천수만 일대에는 대하잡이 배들로 가득하다.올핸 대하가 풍년이다. 포구 뒤로 쭉 늘어선 횟집거리엔 ‘갓 잡은 대하 입하’라고 쓴 간판을 내걸고 있다.수족관마다 싱싱한 새우와 전어가 퍼득거리고 낙지가 꼬물거린다.고소한 냄새가 침부터 삼키게 한다.포구 곳곳에는 노릇노릇하게 구운 새우를 뒤집어가며 까먹고 있었다.한쪽에는 칼집을 넣어 굽는 전어 냄새도 난다. 포구 곳곳에는 발에 우럭을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우럭의 배를 갈라 손질하고 소금을 적당히 뿌린 다음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말리는 것이다.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태안만의 광경이다.우럭젓국은 태안의 숨은 별미이기도하다. ●맛이 담백한 대하 ‘몸통 살은 입에서 살살 녹고 바싹 구운 머리는 고소하고 씹히는 맛이 최고.’ 작년에 비해 많이 잡히지만 대하의 시세는 매일 바뀐다.얼마라고 딱 말할 수는 없지만 보통 1㎏에 4만∼5만원선.보통 어른 손뼘만한 크기의 대하가 20마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10월이 되면 대하 씨알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양식과 자연산을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생사여부다.일반적으로 죽은 게 자연산이고 살아 있는 것은 양식이다.그물에 걸린 많은 대하를 배에서 일일이 손으로 떼기 때문에 살릴 수 없다고 한다.양식산은 자연산에 비해 더 검다. 대하는 회나 탕으로도 먹지만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은 소금구이다.프라이팬 위에 대하를 가지런히 깔고 하얀 소금을 끼얹고 굽는 것이다.소금의 짠맛이 살짝 배어 간장이나 고추장 없이 먹어도 간이 딱 맞고 담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안면도 백사장포구에는 횟집이 즐비하다.그 중에서도 깨끗하면서 10여년을 한곳에서 영업을 해 온 똘순이회관(041-673-6870)이 유명하다.주인 박성식(53)씨는 안면도 토박이로 항상 서해에서 나오는 해산물만을 고집한다.회도 자연산이고 대하도 갓 잡은 녀석들만 손님들에게 낸다.대하값은 보통 1㎏에 5만원.맛있는 밑반찬과 야채 등이 따라 나온다.대하를 사오면 자리와 야채 값으로 1㎏ 1만원을 내면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자리에서 대하를 먹을 수 있게 해준다.이밖에 온누리회타운 (041-673-8966),오뚜기횟집 (041-672-8659)도 있다. ●연포탕은 저리가라.태안 박속낙지 납신다 낙지를 넣고 끓인 전라도식 음식이 ‘연포탕’이라면 태안 쪽에는 ‘박속낙지’가 있다.맛은 연포탕과 비슷하지만 영양과 향 등은 훨씬 뛰어나다.박과 무 등을 넣고 끓인 육수에 산낙지를 넣고 익혀 먹는 음식을 박속낙지라고 한다.박의 싱그러운 풀냄새와 낙지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국물은 정말 ‘끝내준다’. 또한 낙지가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다.한동안 끓는 육수에 넣고 삶았건만 전혀 질기지 않다.역시 태안 펄낙지는 삶아도 질기지 않다고 하더니 거짓말이 아니다.낙지가 익으면 다리 세개 정도를 젓가락에 말아 간장소스에 찍어 그냥 먹는다.중간에 자르지 않아도 정말 맛있다.도심에서는 질겨서 엄두도 못낼 일이다. 이렇게 낙지를 건져 먹고는 수제비나 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다.이것이 박속낙지다.박속낙지는 다른 이름으로 밀국낙지라고도 불린다.6∼7월에 나오는 작은 낙지로 만드는 박속낙지를 일컫는 말이다. 토박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집은 정가네 박속낙지탕(041-675-8001).주인 정현규씨는 “낙지는 태안반도에서 잡은 펄낙지를 쓰고,화학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무 다시마 등을 넣고 만든 독특한 육수로 맛을 낸다.그래서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낙지 특유의 향과 맛을 즐기려면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좋다.초고추장은 향이 강해 낙지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낙지값은 시세에 따라 차이가 많다.지금은 보통 1인분에 2만원선.낙지 5마리와 칼국수 사리 포함.낙지만을 추가해서 먹을 수도 있다.우리밀로 만든 해물손칼국수는 5500원. ●입에서 살살 가을전어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 다시 돌아온다.’,‘전어는 며느리 친정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가을전어가 한창이다.충남 서천등 서해안 포구에는 전어 굽는 고소한 냄새가 가득하다. 이맘때의 전어가 최고다.산란기를 끝내고 살이 오르며 기름이 올랐기 때문이다.국내 여러 연안에서 나지만 서천 토박이들은 ‘갯벌전어’로 이름난 서천전어를 으뜸으로 친다. 가을전어처럼 지방이 많은 생선은 초고추장이나 냉이고추(와사비)보다 쌈장에 찍어먹는 것이 더욱 맛을 느낄 수 있다.마른 김과 묵은 김치에 싸서 먹는 맛은 정말 별미다. 양파,당근,오이,깻잎 등 갖은 채소를 함께 넣어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는 회무침으로도 많이 먹는다. 하지만 9∼11월초까지 잡히는 전어는 지방이 많아 구워 먹는 것이 최고다.전어 몸통 양쪽에 각각 3∼4 군데씩 칼집을 낸 뒤 소금을 살짝 뿌려 석쇠에 얹어 굽는다.고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햐,냄새에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올 만하군.’하는 생각이 든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전어의 꼬리와 머리를 잡고 통째로 뜯어먹는다.살과 잔뼈 채를 함께 씹는데 ‘역시 최고야’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부드럽다.고소하다.담백하다. 가을전어는 충남 서천군 홍원항과 안면읍 백사장포구가 유명하다.매일 가격이 틀리지만 보통 횟집에서는 1㎏에 2만 5000원 정도면 간단한 밑반찬과 야채를 포함해 회를 쳐주거나 구워먹을 수 있게 해준다.공판장에서는 1㎏에 1만 5000원 정도.보통 전어 11마리 내외가 올라간다. 포구의 횟집들은 모두 가격이 비슷하다.그중에서 해돋이횟집(041-951-9803)은 2대째 손맛을 대물림한 집으로 알려져 있다. ●국물 맛이 삼삼한 우럭젓국 태안의 주당들은 아침에 속풀이국으로 북엇국 대신 우럭젓국을 먹는다.삼삼하고 시원한 국물이 과음을 하고 난 아침에 속을 달래기에 그만이기 때문이다.따뜻한 국물은 마시면 ‘커 커 시원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또한 추석 차례상에도 말린 우럭을 올린다고 한다.온 가족이 모인 추석 다음날 아침은 으레 우럭젓국을 먹는 것이 이곳의 풍습이란다. 말린 우럭포를 쌀뜨물에 넣고 끓이면 삼삼한 우럭젓국이 된다.젓갈이나 다른 양념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짭짤하게 말린 우럭포에서 우러나온 진국이 간과 영양을 적당히 맞추어 준다.우럭젓국으로 유명한 지형수산(041-674-5610)은 자연산 우럭을 고집해 훨씬 더 국물맛이 담백하다.4인분 기준으로 2만 5000원.밥과 밑반찬 포함.우럭포만 팔기도 한다.보통 1만원선. 또한 주문하면 대하,꽃게,어패류를 박스로 택배해 준다.가격은 시기마다 다르므로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펄펄 뛰는 오징어 태안의 신진도에는 새벽마다 밤새 잡은 오징어를 내리는 불빛이 대낮처럼 밝다.끝물이라고 하지만 요즘도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크기도 동해에서 잡히는 것보다 훨씬 크고 맛있다. 요즘 배에서 막 내린 오징어 20마리가 1만 5000원선.근처 횟집에서 1만원이면 3마리 정도를 회 쳐 주는데 어른 두명이 실컷 먹고도 남는다.황성횟집(041-673-0189)은 싱싱한 오징어로 유명하다.또한 전어 대하 등 가을의 진미들로 맛볼 수 있다. ●쫄깃쫄깃한 펄낙지 “목포의 모래 낙지랑 우리 펄낙지는 비교 대상이 아니지요.펄낙지는 살이 통통하고 씹는 맛이 최고며 끓여 먹어도 전혀 질기지 않아요.”‘낙지박사’ 정현규(42)씨의 태안낙지 자랑이다. 태안반도에는 이원면 앞과 정산포구에서 낙지가 많이 나온다.특히 정산포구에서 낙지는 바지락을 먹고 자라서 영양과 맛이 최고로 친다.낙지는 2∼3월부터 자라기 시작해 7월에는 소위 세발낙지만큼 커지고 지금은 어느 정도 성숙한(?) 청년의 모습이다. ■ 강화도 민물장어는 그 생태가 다 밝혀지지 않은 신비한 물고기다.인공부화가 안 되고,비늘이 없고,실뱀장어 전단계인 렙토세팔루스의 생활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우리나라에선 전북 고창의 풍천장어,전남 강진의 목리천장어가 유명하다.민물장어는 바다에서 태어나 강과 하천 등지에서 성장한 다음 6400㎞를 역영해 필리핀 해구의 수심 400m에서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알이 발견된 적이 없어 일부 학자는 새끼를 낳는다고도 주장한다. 생김새 탓에 뱀장어로도 불리는 민물장어는 정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어찌보면 남성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최근의 연구결과 불포화지방과 비타민A·B가 풍부한 것으로 나와 정력에 좋다는 말이 낭설만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장어는 한자로 鰻(만)을 쓰는데,이는 고기어(魚),날일(日),넉사(四),또우(又)로 파자할 수 있다.이를 두고 장어를 먹으면 하루(日)에 네(四)번을 해도 또(又)하고 싶어진다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시중의 민물장어는 양식이거나 수입산이 대부분이다.길이 50∼80㎜의 치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것을 잡아 키운 것이다.5∼12년간 민물에서 살다가 8∼10월 산란하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다. 이런 민물장어의 명소로 서울에서 1시간30분가량이면 도착하는 인천 강화도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강화도에서 올해 민물장어 40t이 생산됐고,맛도 기존의 양식 장어보다 훨씬 좋은 까닭이다.강화도에서 생산된 장어는 풍천장어와 같은 종류다. 길이 60∼80㎝의 장어를 고창 등지에서 사다가 강화 갯벌에서 3∼5개월 기른 것이다.동검수산 박용철 대표는 “기르는 동안 인공사료는 전혀 주지 않고 산소만 공급한다.”며 “첫 달은 장어가 비쩍 마르다가 두달째부터 통통해진다.”고 말했다.장어는 강화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한다.초지대교옆의 황산도횟집 정희옥 사장은 “처음에 갯벌장어의 배를 갈랐는데 새우와 새끼게,망둥어까지 나와 놀랐다.”고 말했다.이런 먹이활동 탓에 머리는 뾰족하나 입은 뭉뚝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맛.푸드칼럼니스트 정신우씨는 “부드러우면서 쫄깃하고 담백하면서 고소하다.”며 “자연산 장어와 맛이 거의 비슷하다.”고 평했다.양식과는 달리 껍질이 두껍고 질긴 것도 특징이다.양식과 비교하면 해감과 흙냄새가 훨씬 적다.그래서 양념구이뿐만 아니라 소금구이로도 많이 먹는다.마니아들은 회로도 즐긴다. 강화지역은 옛날엔 장어로 유명했단다.노양래 강화군 어업관리팀장은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인 강화갯벌은 새끼물고기와 게,수생식물 등 먹이가 풍부하고,한강·임진강·예성강이 만나 바다로 합류하는 기수(汽水)지역이어서 옛날엔 장어 생산지로 유명했다.”며 “이런 연유로 30여년 전부터 강화대교 아래쪽에 수도권에서 가장 큰 장어마을인 ‘더러미장어촌’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근래 들면서 자연산 장어는 구경조차 어려워졌고,급기야 양식 장어를 수송,장어마을 명맥을 이어가던 실정이다. 올해 처음 갯벌에서 키운 강화장어는 자연산과 비슷한 맛으로,초지대교를 중심으로 장어전문점이 한창 생겨나고 있다.강화갯벌장어는 어른 2명 분량인 1㎏에 6만원인 반면 자연산 장어는 ㎏에 12만∼15만원이다.강화도의 직매장에서 사면 ㎏에 4만원이다.다듬어 주기도 하고 비용을 조금 더 주면 양념과 함께 구워주기도 한다. 장어는 생강과 잘 어울린다.느끼한 맛을 산뜻하게 바꾸며 소화 흡수를 돕는다.부추와 같이 먹어도 좋다.반면 복숭아와는 상극이다. 강화갯벌장어는 갯장어와는 다르다.‘하모’로 불리는 갯장어는 전남 여수 등지의 남해안에서 많이 나며 ‘참장어’로 부른다.잔가시가 많으며,회나 탕으로 즐긴다.회로 즐기는 붕장어(일명 아나고)가 1m 전후인데 갯장어는 2m까지 자란다.‘꼼장어’로 많이 부르는 먹장어는 턱이 없고 입이 흡판 모양이다.양념구이로 많이 먹는다. ●장어 맛집들 강화군과 김포시 사이의 한강이 서해로 흘러드는 ‘염하’의 물줄기가 환히 보이는 초지대교를 넘어 강갯벌장어집들이 몰려 있다.갯벌장어 1번지는 초지대교를 건너자마자 왼쪽에 있는 황산도횟집(032-937-4337)이다.상호에서 보듯 생선회가 전문이었지만 이젠 장어에 밀렸다.가장 유명한 것이 양념구이.장어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고 달착지근한 양념과 고소한 장어 맛이 어울려 장어 초보들이 먹기는 그만이다.장어 자체의 맛을 즐기는 이들은 소금구이를 주문한다. 어른 2명이 먹을 양인 1㎏에 6만원이다.안주인 정희옥씨는 “양념구이의 양념에는 고추장과 함께 당귀·천궁·감초 등 30여가지의 약재가 들어간다.”고 말했다.양념이든 소금구이든 다 먹고 나면 장어죽을 내온다.양식장어로는 장어죽을 끓이지 못한단다.해감과 흙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에.찹쌀을 갈아 쑨 죽은 수프와 맛이 비슷하다.15번 지방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초지숯불장어(032-937-8601),천미숯불장어(032-937-7766),등대참숯불장어(032-937-0749) 등도 갯벌장어를 취급한다. 초지대교에서 오른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15㎞ 정도 올라가면 더리미 장어마을이 나온다.장어집 10여곳이 모여 있다.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장어굽는 냄새가 미리 마중나온다.양식 장어를 쓰다가 지금은 강화갯벌장어로 바꾸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곳이 별미정숯불장어(032-932-1371)다.양식이 ㎏에 4만원인 데 비해 강화갯벌장어는 6만원이다. 주인 한종호씨는 “손님들이 못보는 초벌구이부터 장어를 숯불에 굽는다.”고 말했다.기름이 적고 담백한 맛이 이 집의 특징.소금구이·양념구이·간장구이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코스가 있다.이외에도 더리미숯불장어(032-934-0787),일미산장(032-933-8585) 등이 유명하다. ■ 무안 & 목포 ●낙지 어패류는 ‘개펄’에서 맛이 우러난다.생김새도 바다 밑바닥 여건에 따라 다르다.어류의 육질과 때깔도 차이가 난다.그래서 천혜의 개펄이 발달한 서남해안 해산물은 으뜸으로 친다. 국토의 서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무안 ‘펄낙지’가 제철을 맞았다.9∼10월엔 망운,해제,운남면 등지에서 낙지잡이가 한창이다.낙지라면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대중 음식이다. 그러나 대부분 중국산으로 무안 펄낙지와는 맛이나 향에서 비교할 수 없다.이곳 낙지는 다른 지역의 것이 붉은 빛을 띠는 데 비해 잿빛 윤기로 반들거린다.다리도 더 길고 육질은 여리고 부드러운 게 특징.동이 트기전 포구에서 도착하는 싱싱한 낙지들이 미식가들의 구미를 당긴다. 전남 무안읍 성동리 하남횟집(061-453-5805)은 인근 개펄에서 갓 건져 올린 낙지 요리로 손꼽힌다.이 집의 주 메뉴는 기절낙지.기절낙지는 중간 크기의 낙지를 골라내 대소쿠리에 넣고 민물로 펄을 빨아낸다.이 과정에서 낙지가 힘이 빠지고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기절낙지는 낙지를 잘게 썰거나 다지지 않고,발을 잘라 그대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입안에서 깨무는 질감이 일품이다. 또 한 가지 놓칠 수 없는 메뉴는 세발낙지.어른 한뼘 크기의 자잘한 낙지를 산 채로 먹는다.수족관에 오래 보관하지 않고 갓 잡아온 것을 나무젓가락에 말아 한입에 넣는다.양념없이 먹어도 비릿한 바다향이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이밖에 낙지 비빔밥,연포탕,낙지 볶음,회무침,전어회,오도리 등 각종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기절낙지는 한접시 3만∼5만원(3∼5명기준),세발낙지 한접시(20마리) 5만∼6만원,회무침 한접시 3만원(4명기준),오도리(새우) 1㎏ 5만원 등이다. 이 집에서 공용터미널을 끼고 100m쯤 가면 무안 뻘낙지 전문점(061-452-9988)이 있다.겉보기엔 허름하지만 낙지 전골,초무침,세발낙지 등을 잘한다.낙지 도소매도 겸하고 있다. 초무침은 3만원(4인기준) 세발낙지 1마리당 3000원,굵은 낙지 한접시(20마리)당 10만∼12만원 등이다. 이들 식당이 자리한 공용터미널 뒷골목에는 무안 낙지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소매상이 즐비하다.무안낙지는 지금부터 10월까지 가장 많이 잡혀,값도 이맘때가 가장 싸다. ●민어 민어 역시 잘 발달된 개펄에서 산란하는 어종이다.진상품으로 알려진 민어는 여름∼가을 전남 신안군 임자,암태,지도 등 연안에서 잡힌다.요즘이 제철인 셈이다.주로 4∼5㎏짜리지만 큰 것은 20㎏을 넘는다.열대성 어종이라 수온이 떨어지면 남쪽으로 이동한다.어부들은 회유 경로를 따라 민어를 잡는다.민어는 예부터 노약자나 임산부 등의 보양식으로 사용될 만큼 맛이나 영양이 뛰어나다. 전남 목포시 중앙동 삼화횟집(061-244∼1079)은 민어회로 유명하다.고급 어종인 민어를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삼화횟집은 연안에서 갓잡아 올린 민어를 먹음직스럽게 썰어 내놓는다.두껍게 썰었지만 민어살을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쫄깃한 민어 부레와 아가미,껍질 등도 곁메뉴로 오른다.다시마와 마른 밴댕이,민어뼈를 고아 만든 민어탕도 식사용으로 나온다.또 굵은 소금에 절여 말린 건민어탕도 별미.말린 민어를 쌀뜨물에 넣고 푹 고아 만든다.건민어탕은 미리 주문해야 맛볼 수 있다. 주인 천안숙(49)씨는 “민어를 냉동실에 보관해 보면 일주일이 지나도 돔이나 농어 등과는 달리 신선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며 민어회의 ‘우수성’을 자랑한다.회는 한접시 4만원(3인 기준),탕은 한냄비 1만원,건민어탕 한냄비 3만원 등이다.
  • [길섶에서] 가을운동회/오풍연 논설위원

    추석 무렵 시골 아이들은 숯검댕이 된다.여름엔 내내 물놀이를 한다.개학하면 바로 가을운동회 준비에 들어간다.가을 땡볕은 여름 햇살보다 더 따갑다.두어달간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 아이들은 온통 시커멓다.그래도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몇 밤만 자면 가족들 앞에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자랑할 수 있는 운동회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학년 여자 어린애들의 부채춤은 단연 인기.고사리 같은 손가락에 부채를 든 맵시가 연상 춤꾼이다.부채를 놓친 아이는 그 자리서 울음보를 터뜨린다.공연이 아슬아슬하게 끝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고학년은 기계체조,단봉체조,기마전을 뽐냈다.공굴리기,오자미던지기,줄다리기도 재미있었다.전교생이 참여하는 종목은 달리기.선생님이 찍어주는 손도장은 공책과 연필을 받을 수 있는 보증수표.그 때의 콩닥거림이 지금도 느껴진다. 가을운동회의 묘미는 동네잔치.그날만큼은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음껏 즐겼다.삶은 계란,찐밤,도시락을 이웃들과 나눠 먹었다.신작로의 코스모스는 정취를 더해줬다.그런 가을운동회가 점차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감기 조심하세요~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낮에는 햇살이 따가운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당분간 이어지겠다.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만큼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특별히 유의해야 한다. 기상청은 “22일은 대체로 맑은 가운데 남부와 제주도 지역에만 가끔 구름이 낄 것”이라면서 “비교적 청명한 가을날씨가 추석 연휴 기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21일 예보했다. 기상청은 “21일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15.1도,대전 14.2도,광주 14.7도,대구 15.1도를 기록했다.”면서 “22일은 서울·광주 14도,춘천 12도,대전 13도,대구 15도,부산 16도로 조금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춘천·대전·울산이 24도,대구·포항·부산·광주가 25도로 예상된다.일교차가 춘천 12도,청주 11도,서울 10도 등 대부분 지역이 10도 안팎까지 벌어진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주변에 오랫동안 머물렀던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되는 대신 비교적 찬 성질을 가진 대륙 고기압이 우리나라 쪽으로 확장했다.”고 밝히고 “대기 상층부의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평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9월들어 19일까지 평균기온은 서울 0.8도,대전 1도,전주 1.2도,대구 0.9도 등 10대 도시는 예년보다 평균 0.8도가 높았다. 한편 기상청은 추석 연휴 기간에는 대체로 맑은 가운데 27일이나 28일쯤 기압골의 영향으로 한때 흐린 뒤 개겠다고 예보했다.연휴 기간의 기온은 중부지역 14∼16도,남부지역 17∼19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고,강수량은 8∼39mm인 평년보다 적겠다고 덧붙였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에듀 짱]야외농장 운영하는 서울 전농초등학교

    [에듀 짱]야외농장 운영하는 서울 전농초등학교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전농초등학교(교장 문재창)에 들어서자 도심 속 작은 농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60평 남짓한 텃밭에 이 학교 학생들이 9월 초 심어둔 무,가지,배추 등 10여종의 채소가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파랗게 싹을 틔웠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전농초 특별활동반 채소재배부 5·6학년 학생 20여명이 2학년 교실에 모였다. 오늘 수업은 지난 주에 뿌린 채소 씨앗 관찰하기와 5월에 줄기를 심은 고구마 거둬들이기.아이들은 고구마를 캘 수 있다는 셀렘에 환호성부터 지른다. 재배할 식물의 특징을 이해하고 밭으로 나서야만 이론과 실전을 겸한 참농군이 될 수 있는 법.박영실(47) 교사는 학생들의 설레는 마음을 가라 앉히고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먼저 자신이 직접 심은 씨앗을 관찰한다.고은성(11·5학년)군은 아욱,열무,상추 등의 씨앗을 종이에 붙이고 크기,색깔,감촉 등을 관찰해 기록부에 적는다.은성군은 “이렇게 작은 씨앗에서 싹이 트고 열매가 열리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고 즐거워했다. 노수경(11·5학년)양은 지난 4월부터 써온 관찰 기록 일기를 보며 뿌듯해한다.총각무를 심으려고 호미로 땅을 파 씨앗을 뿌린 것과 매일 물을 주고 잡초 뽑은 날짜를 상세히 적은 기록장을 보며 활짝 웃는다. 약 30분 정도 교실에서 이론수업을 끝내고 고구마 수확에 나선 아이들은 영락없는 ‘꼬마 농군’의 모습이었다.목장갑을 끼고 호미를 움켜쥔 아이들은 팀별로 고구마 잎을 잘라내고 고구마를 캐기 시작했다.수십차례 호미질에 땀이 비오듯 흘러내려도 주먹만한 고구마가 ‘툭툭’ 쏟아지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른다. 올해 전농초 고구마 농사는 풍년이었다.5∼6평 남짓한 밭에서 길이 20㎝는 족히 되는 굵은 고구마가 3∼4개,15㎝짜리 10여개,7∼8㎝짜리 20여개,5㎝짜리 20여개가 쏟아져 나왔다. 이종현(11·5학년)군은 “고구마 캐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르겠다.”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장예리(12·6학년)양은 “총각무를 뽑아 김치를 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을 때 만큼 기쁘다.”면서 “이번에 캔 고구마는 부모님과 담임 선생님께 꼭 드리겠다.”고 말했다. 올해 초 특별활동반으로 처음 만들어진 채소재배부는 체험중심 수업으로 진행된다.채소재배부 16명은 2인1조 모두 8개팀으로 움직인다.한 팀당 3평 정도되는 밭에 쑥갓,강낭콩,감자,고구마,무,배추 등 자신들이 원하는 식물을 직접 심고 재배한다.올 4월에 뿌린 13종의 씨앗은 지난 8월 말에 한차례 거둬들였고 9월 초에 또 채소를 심어 한창 가꾸는 중이다. 박 교사는 “학교의 화단을 개조해 텃밭을 꾸몄기 때문에 씨앗과 비료값 외에 별도 비용은 들지 않는다.”면서 “학생들에게 땀흘려 농작물을 재배하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양평의 강변길

    [뒷골목 맛세상] 양평의 강변길

    가을이다.어느 주말 느닷없이 하늘이 높아져서 푸른 물을 뚝뚝 떨구고 투명한 햇살 속에 둥둥 떠다니는 뭉게구름이 잊었던 그리움마저 아련하게 불러일으킨다면,그리고 그리움의 무게에 비례해 사는 일이 그대를 지치고 허기지게 한다면,차를 지닌 친구라도 불러내어 훌쩍 길을 떠나고 볼 일이다.양평의 빼어난 풍광에는 몇 번이고 더듬어도 질리지 않는 유혹이 있다.더군다나 북한강과 남한강이 함께 어우러지는 두물머리의 강심 위에서 황금빛 햇살이 사금파리처럼 반짝이고 있는 풍광은 차라리 눈이 시리다. 강길의 에도는 굽이굽이 경관 좋은 자리마다 빼곡히 들어앉은 모텔이며 국적불명의 괴이한 건물들,예술보다는 상술을 앞세운 몇몇 갤러리며 화려한 라이브 카페들이 눈엣가시처럼 다가올 터이지만,오래 눈에 담지는 말자.그것은 그것대로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어서 생겨나지 않았으랴. ●두물머리 강심은 한폭의 동양화 서울을 떠나 구리를 거쳐 이제 막 팔당댐 부근의 강길을 달려가고 있을 그대에게,나는 맨 먼저 양수리 검문소에서 대성리 쪽으로 빠지는 45번 국도변에서 수종사(水鍾寺)라는 작은 입간판을 찾아보기를 권한다.너무 작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자칫 흘려넘기기 쉽다.어렵게 찾은 수종사의 입간판을 따라 이제 산길을 올라가노라면,채 포장도 하지 않은 길바닥의 흙들이 지난여름의 폭우에 쓸려나가 움푹질푹 요철을 이루고 있을 터이다. 좀 더 수종사의 숨겨진 매혹에 빠질 예정이라면,그쯤에서 한 편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올라가도 좋다.그렇게 걷다 보면 이마에는 땀방울이 돋고 시원한 샘물 한 모금이 간절해질 무렵에 기다렸다는 듯이 절 입구에 있는 약수터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나는 약수터의 샘물마저도 무심코 지나치기를 권한다.정히 갈증을 못 견디겠다면 딱 한 모금만 마시기 바란다.그리하여 마침내 절의 경내에 들어서면 그대는 어쩔 수 없이 대웅전이며 산신각 같은 건물보다도 먼저 무료다실이라는 쪽지가 붙은 삼정헌(三鼎軒)에 눈길이 멈출 것이다. 일말의 주저를 무릅쓰고 삼정헌의 문턱을 넘어서면 무엇보다 통유리로 확 트인 전면에 한 폭의 빼어난 수묵화처럼 펼쳐진 두물머리의 전경을 발견할 것이다.바로 두물머리의 전경을 배경으로 친구와 함께 낮은 다탁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라.아름다운 풍광에 먼저 넋이라도 나간 듯 그대의 입부터 벌어지리라. ●잊을 수 없는 수종사의 차와 산채비빔밥 바로 그렇듯 아름다운 풍광에 넋을 빼앗긴 것은 비단 그대뿐만이 아니다.수종사가 세워진 아득히 먼 세월부터 일찍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인묵객들이 바로 그대가 앉아 있는 삼정헌 어름에 터를 잡고서 두물머리의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하고 또한 붓을 들어 화선지에 옮겼으리라.만일 그대가 알려고만 든다면 삼정헌에 비치된 책자 중에서 쉽게 시인들의 노래를 찾을 수 있으리라.서거정(徐居正),김종직(金宗直),홍언필(洪彦弼),이이(李珥),이덕형(李德馨),정약용(丁若鏞)….이 중에서도 그대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의 시 한편만은 꼭 빼놓지 말고 읊어보기를. 수종사 절집은 아스라한데 이내 속에서도 기와 홈통을 알아보겠네 호남땅 4백여 많은 사찰도 이 누각보다 크다 못 하리 그대가 차를 먹는 예법에 처음일지라도 크게 염려할 것은 없다.뭔가 망설이는 눈치라면 어느새 젊고 예쁜 보살님이 나타나 친절하게 차를 울궈내어 음미하기까지 다법의 과정을 일러줄 것이다. 만일 일요일의 낮공양 시간에 수종사에 다다랐다면 무료로 마신 차에 곁들여 역시 무료인 맛깔스러운 산채비빔밥까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터이다. 무료다실이나 무료 산채비빔밥은 어쩌면 절을 홍보하기 위한 고등수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절을 홍보한다고 해도 경내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에 터를 잡아 무료다실을 열거나 공양까지 보시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적어도 수종사 스님들의 어떤 선의만은 비틀어보지 말자. 기왕에 가을맞이를 나섰으니까 수종사의 차맛에 곁들여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찾아 나서자.대성리 쪽의 강변을 거슬러 오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연세중학교 정문 앞에서 ‘죽여주는 동치미국수’(031-591-4632)라는 조금은 무례한 간판을 만나게 될 터이다.간판처럼 죽여줄 정도는 아니지만 4000원짜리 동치미국수며 5000원짜리 김치만두는 확실히 맛이 있다.깔끔한 맛의 김치만두를 먼저 먹고 살얼음이 둥둥 떠있는 동치미국수를 먹는 것이 순서이다.이 ‘죽여주는 동치미국수’는 한 곳만이 아니라 강변도로 곳곳에 있어서 서로 원조임을 내세우는데,맛은 모두 비슷하니까 어디를 찾아도 무방할 듯하다. ●맛은 비슷비슷… 어느집 찾아도 무방 만일 두부전문집을 찾을 요량이라면 그대는 45번 국도의 팔당 방향의 옛 국도를 잠깐 되돌아가서 ‘기와집순두부’(031-576-9009)라는 간판을 발견하기 바란다.옥호 그대로 허름한 옛 기와집인데도 불구하고 무슨 저잣거리처럼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얼마쯤은 황당하기까지 한 광경을 만날 터이다.순두부백반(5000원)이며 콩비지백반(6000원),생두부(6000원),두부김치(8000원) 이외에도 두부제육볶음,파전,녹두전 등 메뉴가 다양한데,어쩌면 이 다양한 메뉴가 이 집의 흠일지도 모른다. 만일 그대가 보다 순수한 두부전문집을 찾을 요량이라면 양수리 읍내에서 서종으로 방향을 틀어 문호리 강변을 지나는 옛날 국도변에 있는 ‘시골손두부전문’이라는 입간판이 걸린 평범한 시골집을 찾기 바란다.‘서종가든’ (031-773-6035)이라는 옥호인데,어디에도 가든은 보이지 않지만,주인 할머니의 손두부 빚는 솜씨만은 오래전부터 호가 난 집이다.손두부전골이며 두부찜,손두부,콩탕이라고 부르는 비지탕이 각각 1인분에 6000원씩인데,그중에서 푸짐한 버섯에다가 돼지고기를 썰어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손두부전골을 빠뜨리지 말자. 서울과 강원도 내륙을 잇는 6번 국도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는 양수콩나물국밥(031-771-5995)이 양수리에서 양평으로 가는 어름의 국수역 앞 국도변에 있다.콩나물국밥과 황태해장국이 4000원씩인데,콩나물에 북어국물을 붓고 배추김치를 썰어넣어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콩나물국밥이 역시 시원하다. 투명한 햇살이 내려쌓이는 가을들판을 바라보며 콩나물국밥에 1000원짜리 모주 한 사발을 곁들인다면 몸과 마음을 함께 힘들게 하던 그대의 허기도 어느 정도 가실지 모른다.어차피 모주 한 사발로 허기를 달래기에 부족하다면 5000원짜리 새우부추전이나 황태구이를 안주로 역시 5000원하는 동동주 한 됫박에 아예 허기를 채워도 좋다.가을들판에 햇살이 저리도 투명한데 누가 그대의 낮술을 탓하랴. 6번 국도에서 벗어나 옥천으로 접어들어 중미산으로 가는 길목에 도토리국수집(031-771-7562)이 있다.도토리 요리 전문답게 도토리묵탕국(5000원),도토리비빔밥(5000원),도토리냉면(5000원),도토리전병(7000원),도토리전(6000원)으로 도토리 일색인데,그중에서도 고기를 삶아낸 육수에 도토리묵과 김치를 채 썰어넣고 밥을 말아먹는 도토리묵탕국이 일품이다.묵탕국 한 그릇만으로도 충분히 넘치는 양이지만 어쩐지 부족하게 여겨진다면 도토리전이나 도토리전병을 곁들이자. ●용문산 은행나무축제는 ‘덤’ 가을 양평에서 용문산 ‘은행나무축제’를 빼놓을 수는 없다.용문사 앞마당에 있는 수령 1200년의 은행나무를 기리는 축제인데,‘세계사물놀이겨루기한마당’,산사음악회,영산제,용문산신령제 등이 열린다.용문산의 빼어난 풍광과 더불어 이제 막 가을의 서장을 여는 듯한 은행나무축제까지 만날 수 있다면,예상하지 못했던 가외의 즐거움이 아니랴. 돌아오는 길에 국도변에서 ‘무명화가의 찰옥수수’라는 붓으로 쓴 입간판을 만날지도 모른다.그대는 결코 무심하게 지나치지 말고,아니 지나쳤다가도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되돌아가서 어쩐지 어수룩해 보이는 무명화가에게서 찰옥수수 한 봉지를 사기 바란다. 혹시 누가 알랴,찰옥수수를 주고받는 손길 사이로 찌르르,알 수 없는 어떤 전류가 흘러 그대가 벼락처럼 무언가를 깨닫게 될지를.그리하여 오랫동안 그대를 지치고 허기지게 하던 삶의 화두가 눈앞에서 번쩍,풀려나게 될지를.그럴지도 모른다.깨달음이란 결코 무슨 커다랗고 엄청난 대상에서 오지 않는 법이다. ■ 일부 음식점 ‘미끼상품’ 조심을 양평을 도는 여행길에서 한 가지만 주의하자.주로 정체불명의 괴이쩍고 웅장한 외양을 하고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혹은 갤러리 앞에 내걸린 입간판들에 내걸린 소위 ‘미끼상품’에 대해서다.무슨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점에만 있는 줄 알았던 ‘미끼상품’이 4000,5000원짜리 가격을 내세운 채 양평 일대의 아름다운 강길 여기저기에서도 나부끼고 있다. ‘미끼상품’에 홀려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문을 밀치고 들어선다면,기다렸다는 듯이 정도 이상으로 크고 화려한 가죽 메뉴판이 그대 앞에 놓일 것이다.그런데,이것 봐라. 그대가 입간판에서 보고 들어온 미끼상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대신에 3만∼4만원짜리 비싼 메뉴들만 즐비하게 그대의 눈을 어지럽힐 것이다.미끼상품의 정체를 깨달았다면 그대는 더 이상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오기 바란다.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 한 채 3만,4만원짜리 비싼 메뉴를 시켜도 나중에는 뒷맛이 쓸 것이고,또한 4000∼5000원짜리 미끼메뉴를 우격다짐해도 나중에는 더더욱 뒷맛이 쓸 것이다.
  • [씨줄날줄] 햇살 가득 다락방/신연숙 논설위원

    글을 쓰거나 글쓰기와 관계가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대개 인생의 어느 시점,독서에 몰입한 경험을 갖고 있다.그 첫 시기는 대략 사춘기거나 청소년기가 많았을 것이고 공간적으로는 다락방이 많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단독주택이 일반적 주거형태였던 시절,다락방은 헌 책을 비롯해 공식적 공간에서 퇴출된 물건들의 집합소였고 외부의 방해없이 책을 마주하며 자기자신과 내밀한 대화를 나누기 가장 알맞은 장소였다. 작가 전경린은 어렸을 때 다락방에 올라가 사랑의 광기를 그린 ‘폭풍의 언덕’을 몇번이고 읽었다고 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다.세밀한 묘사로 유명한 하성란은 출판사를 했던 아버지가 도서 팸플릿으로 도배를 해놓은 다락방에서 매일 세계적 문호의 이름과 작품 설명을 대하며 살았다고 한다.그런가 하면 작가 조성기는 입주 아르바이트집 다락방에 ‘현대문학’잡지 100권이 창간호부터 모아져 있어 1년동안 단편소설 1000편을 읽는 행운을 누렸다. 이처럼 다락방은 가정의 도서 수장고 역할도 했지만 주거 이동이 잦아지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보편적 주거형태로 자리잡으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더불어 다락방 속에 보관돼 있던 책들의 운명도 엇갈리고 있다.유고슬라비아의 작가 지브코비치는 ‘책 죽이기’란 소설에서 대학자의 미망인으로터 도매금으로 장서를 사들이는 도서경매상의 교활함을 꼬집고 있다.그러나 경매상의 예리한 눈매라도 없었다면 그나마 장서 속에 섞여 있던 귀중본의 생사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까. 국립중앙도서관이 장서 500만권 돌파를 기념해 전국에 묻혀있는 희귀도서 기증운동을 벌이고 있다.이름하여 ‘햇살가득 다락방’운동.1964년 납본제가 시행되기 이전의 수집되지 못한 도서들을 기증 받아 자료공백을 메우자는 취지다.국립중앙도서관은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 등 역사적인 자료도 보관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결호(1904년 7월18일∼8월4일)가 많아 완벽한 자료 제공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햇살가득 다락방’ 운동이 역사적 자료를 발굴하는 등 큰 호응으로 이어져 국립중앙도서관이 명실공히 국가문헌 영구보존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2) 경남 남해 어부림·미조리숲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22) 경남 남해 어부림·미조리숲

    ●바람·조류 막아주는 울타리형 바다숲 ‘어부림’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에 가면 ‘물건다방’‘물건슈퍼’‘물건면사무소’‘물건중학교’‘물건수산’ 등등 온통 ‘물건’만 보게 되니 슬몃 웃음이 나온다.물론 ‘물건(物件)’이 아니라 ‘물건(勿巾)’이다.물건까지 달려 내려간 것은 일명 어부림이라 불리는 천연기념물(제150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바람과 조류를 막아선 전형적인 울타리형 바다숲.길이 1500m,폭 30m 내외,7000여 평에 이르는 광대한 숲이 해변을 가로지른다.이팝나무 모감주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상수리나무 말채나무 후박나무가 윗자리를 차지하고,그 뒤를 따라 산달나무 까마귀밥 여름나무 생강나무 화살나무 등이 앞다퉈 자리를 잡고 있다.상목 2000여 그루,하목 8만여 그루,도합 1만여 그루가 도열해 찾아오는 이들을 위하여 늘 열병식을 준비한다.대개 해송 같은 단일 품종이기 마련인 바닷가에 이처럼 식물의 종다원성이 확보된 바다숲이 자리하고 있음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나뭇가지 하나라도 함부로 꺾으모 크일나요.해꼬지를 하모 틀림이 벌 받거덩.썩어자빠진 고목도 절대로 손은 대지 마이소.”숲그늘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마을 노인들이 외지인을 보자마자 경계의 낯빛으로 전해 준 준엄한 경고다.입구에도 ‘구역 내 텐트금지.숲속에서 취사를 금함.위반시 법적 조치’란 경고 입간판이 서있다.누백년을 걸쳐 지켜온 숲이므로 이렇게 막고 지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전설에는 임진왜란이 터지기 직전에 전주 이씨 무림군(茂林君)의 후손들이 심었단다.그렇다고 보면 대략 400년 역사에 근접하는데,고목의 나이테와 거의 맞아 떨어진다.나무 종류도 170종에 이른다.선조들은 이곳에 왜 이같이 웅장한 숲을 조성하였을까. ●‘숲 해치면 마을 망한다’ 믿음 견고 물건리의 본디 지명은 ‘물건개’.움푹 들어간 만을 따라 펼쳐진 평지에 촌락이 형성되어 지금은 무려 227가구,530여명이 사는 대촌이 됐다.문제는 바다로부터 질풍처럼 내닫는 해풍과 조류였다.숲을 조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다숲이 한 눈에 드는 산등성이에 올라 굽어보니 타원형의 숲이 바다와 뭍의 경계선에 그림처럼 놓여졌다.바다로부터의 온갖 도전을 굳건하게 막아주는 ‘지킴이’로 손색이 없는 위용이다. 19세기 말쯤 일이다.생각없는 사람들이 이곳 나무를 일부 벌채한 뒤 큰 폭풍을 만나 마을이 아예 ‘절단’난 적이 있었다.그 후 ‘숲을 해치면 마을이 망한다.’는 이곳 주민들의 믿음은 더욱 강고해졌다.1987년의 태풍 ‘셀마’ 때도 바닷물이 들어차 큰 피해를 입었다.물건항을 조성하면서 방파제를 쌓은 이후 해변의 아름답던 몽돌들이 씻겨나가고 있으며,숲에도 직접적인 피해가 닥쳤다.짠물이 숲을 덮쳐 나무가 죽어갔다.그래서 10여년 전부터 곳곳에 느티나무 등 후계목을 심어 뒷 일에 대비하고 있다. 너무도 중요한 숲인지라 아예 ‘제사 잡숫는 숲’이 되었다.숲에서 ‘우두머리’ 나무 한 그루를 정해 ‘당산’이라 이름붙이고 해마다 음력 10월 15일이면 제를 올린다.한 달 전에 동회를 열어서 깨끗하고 부정없는 인물을 뽑아 제주로 삼는다.예전에는 남해읍내까지 40리 길을 걸어서 오가며 제숫거리를 사오곤 했다.당목과 제줏집에는 지금도 왼새끼 금줄을 쳐 금기도 행한다. ●물고기에 숲그늘은 ‘호화판 별장’ 1960년대까지만 해도 봄이면 숲 바로 앞까지 멸치떼가 몰려들었다.은백색의 멸치가 몽돌해변으로 몰려들면 후리그물을 둥그렇게 둘러치고 주민들이 모두 몰려나가 그물의 양 귀를 잡아당겨 끌어올렸다.숲가에서는 드럼통을 개조한 가마솥에다 멸치를 연신 삶아냈고,이를 햇살 좋은 들판에 널어말려 ‘메루치’를 만들었다. 고기떼는 숲그늘로 몰려드는 습성이 있다.물고기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숲을 그리워한다.동물만이 숲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도 해변이나 섬의 숲그늘로 몸을 숨기고 ‘그늘의 미학’을 즐긴다.선사시대의 인간들이 바위 그늘에 거주처를 마련하였듯 물고기들도 본능적으로 바위 그늘이나 숲 그늘을 찾는다.물건숲은 이런 물고기들에게는 가히 ‘호화판 별장’에 버금하는 거주조건을 갖춘 곳이다. 숲이 좋았을 때는 지금의 주택지까지가 거대한 ‘나무의 바다’였다.그 후 숲이 줄어들면서 그 물좋던 멸치떼도 사라져 먼 너른 바다로 나가야만 그물에 멸치가 든다.세월이 갈수록 숲은 몸피를 줄여 이제는 옛날의 원형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긴 띠로만 남았다.그래도 이만한 바다숲 구경하기가 쉬운 일인가. 물건숲은 지정학적인 위치와도 깊은 상관성을 갖는다.이곳은 남해의 바깥바다인 동쪽에 위치하여 외풍을 강하게 받는 곳이다.그래서 바람,특히 태풍에 취약했다.만약에 조상들이 물건숲을 조성하지 않았더라면,사람이 사는 이곳도 지금쯤 소멸되어 허허벌판이 되었음직하다.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제시한 살만한 곳(家居地)은 계거(溪居),강거(江居),해거(海居)의 순이었으니,만약 이 숲이 없었더라면 이곳 사람들은 열악한 해거에서 살아남고자 발버둥을 쳤어야 했을 것이다. 물건숲의 매력은 활엽수와 상록수의 조화에 있지 않을까.대개의 바다숲이 해송 일색인데 반하여 이 숲은 느티나무가 주종이다.느티나무는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마을나무의 상징으로,그 친연성은 정자나무나 당산나무에서 단연 돋보인다. ●느티나무·상록수 우거진 ‘미조리숲’ 장관 그렇다면 물건숲은 저 홀로 전통인가.그렇지는 않다.남해군에는 이곳 말고도 걸출한 바다숲이 더 있다.아름답기 비할 바 없는 ‘물미도로’를 통해 십여 분을 달려가면 미조리숲(천연기념물 제29호)에 이른다.수령 50∼60여년에 이르는 거대한 느티나무 군락과 상록수 230여 그루가 해변을 향해 숲그늘을 드리우고 있다.설촌(設村) 역사로 미루어 보건대 숲은 현존 나무들의 나이테를 뛰어넘어 일찍부터 조성되었다가 여러 단계의 변천을 거친 것으로 비정된다. 그런데 이곳에서 처참한 풍경과도 마주쳐야 했다.미조리 역시 태풍 셀마를 만난 데다가 작년에는 매미까지 덮쳤다.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진 나무,스러진 나무들이 70여 그루에 달했다.거센 해일이 해변을 강타하면서 숲을 넘어 마을을 들이쳤으며,이 바람에 두 집이 쓸려나가고 일곱 집이 반파되기도 했다. 숲이 조성된 토대는 제방처럼 높다.미조리숲의 관리인이었던 이대승(65)씨는 이 숲은 “선대들이 ‘바람의지’로 세운 ‘울타리’”라고 설명했다.“우리가 죽더라도 후손들이 이어갈 것이 분명하지요.”논밭이 부족한 생활 조건에서 바다에 의지하여 사노라면 어차피 바닷가를 피할 수 없었겠으나 당초 이곳의 생존 조건이 너무나 험난했으니,이들 바다숲은 자연조건에 맞선 인간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미조리는 반농반어의 특성이 말하듯 의외로 논밭이 많다.숲을 넘어가면 밭이 있어 남해 특산인 마늘을 키우며,그 밭을 넘어가면 논이 있다.만약에 숲이 없다면 바람에 실려오는 염해 때문에 농사인들 제대로 됐을까. 바다숲은 비보풍수(裨補風水)와 연관이 깊다.풍수설에 따라 지형적인 결함을 보충하기 위해 비보로서 마을의 지기(地氣)를 키우고 지키고자 했던 것.숲이 없었더라면 바닷쪽이 얼마나 허했을까.숲이 우거지면 마을에서 뛰어난 인재가 많이 난다는 속설마저도 이곳에서는 예사롭지 않다.미조리에서도 바다숲은 신성목(神聖木)이다.해마다 10월 15일 밤에 동제를 지내기 위하여 아예 동제당을 숲속에 지어 놓았다.뒷산 참나무가 윗당인지라 먼저 제를 지내고,그 다음에 마을에서 송정해수욕장 넘어오는 무림이 고갯목에 장승을 세우고,마지막으로 바다숲에서 제를 지낸다. ●물고기도 숲을 그리워한다 “태풍 매미가 강타하고 난 다음에는 고기가 들지 않아요.”주민들의 시름이 깊다.봄에는 감성돔과 방어,볼락,여름에는 멸치,가을에는 장어와 게 등을 잡지만 씨알도 잘고 잡히는 양도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숲이 얼마나 어업에 중요한가는 이웃 일본의 사례에서 산견된다.일본에서는 막부시대부터 바다숲의 중요성을 간파하였으며,메이지시대에는 본격적으로 인공림을 조성하였다.예컨대 야마구치현(山口縣) 같은 곳에서는 해변 곳곳에 흑송림을 조성하여 고기를 유인하였다.오늘날도 어민은 물론이고 부인회,청년회 등이 앞장서 사회운동 차원에서 숲을 조성한다.물건리와 미조리 숲모심처럼 식수제(植樹祭) 같은 제의도 집행하며 ‘어민의 숲’,‘바다의 숲’,‘물고기의 숲’ 따위의 명표를 붙인 숲을 사회운동 차원에서 키워 나간다. 바다숲은 해변에 바짝 붙어서 운신하는 연안어종의 서식에 결정적인 조건이 된다.숲이 무성한 바닷가에 고기가 몰려드는 이유는 간단하다.바다숲은 풍조(風潮)를 막는 1차적 기능 이외에 물고기에게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시너지효과까지 부여한다. 우리는 어떠한가.물고기를 위해서 나무를 심자면 삼척동자가 다 웃고 말 것이다.바다만 그러한가.강변숲과 수초가 무성해야 민물고기도 잠자리를 마련한다.콘크리트로 반듯하게 호안을 둘러친 강에서 민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듯 해변도로 따위로 장벽을 쌓아올린 곳에 바다물고기가 쉴 터를 장만할 턱이 없다. 이미 수백년 전에 바다숲을 조성할 줄 알았던 선조들의 지혜와 체험이 지금의 우리에게서 완벽하게 단절되고 말았다.남해바다의 숲에서 못난 후손들을 일깨우는 죽비의 매운 맛을 느끼며 아쉬웁게 감고계금(鑑古戒今)의 배움을 청해 본다.
  • 작곡가 황문평씨 유품 3000점 국립중앙도서관에

    지난 3월 84세를 일기로 타계한 작곡가 겸 평론가 황문평씨의 유품 3000점이 몽땅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병수)에 보존되게 됐다. 황씨의 차남인 원규(56)씨는 부친이 작고한 뒤부터 자신이 맡아 소장해 오던 LP음반 1905장을 비롯한 유품 3000점을 ‘햇살가득 다락방’ 운동을 벌이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일괄 기증했다고 도서관측이 14일 밝혔다. ‘햇살가득 다락방’이란 1964년 납본법 제정 이전의 수집되지 못한 자료들을 모으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이 펼치고 있는 자발적 기증 운동이다. 도서관측이 기증자료를 평가해 일정한 기준(도서관 미소장자료 1000권 이상 등) 이상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국립중앙도서관에 개인문고를 설치한다.이에 따라 황씨의 유품과 관련해서도 개인문고가 마련돼 국가문헌으로 영구보존된다. 지금까지 학술원 회원인 정양은 서울대 명예교수가 자신의 소장 도서 1542권을 내놓았고,시인 박목월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 교수도 평소 애장해온 2803권의 책을 도서관에 보내는 등 각계각층에서 애지중지하던 자료들을 국립중앙도서관에 맡겨오고 있다. 한편 황씨의 기증품 가운데는 가요가 담겨 있는 릴테이프와 릴테이프용 녹음기,각종 트로피와 훈장,팬이 보내온 고인의 조각상 등이 있어 눈길을 끈다. 황씨의 유품을 기증한 원규씨는 “부친이 갖고 있던 소중한 자료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했다.”며 “현재 집안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자료 1000여점도 추가로 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임을 밝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건강칼럼] ‘매력점’ 과 ‘옥에티’

    피부 질환 중 양면적 특성이 가장 두드러진 것을 들라면 나는 점을 꼽겠다.눈에 거슬린다며 빼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눈가나 입술 옆,코끝의 점은 ‘매력점’이라며 애지중지하기도 해서 말이다. 하기야 마릴린 먼로는 입술의 점을 섹시 포인트로 활용해 뭇 남성을 사로잡지 않았는가.또 연예인 중에는 오똑한 콧날의 점을 매력 포인트로 삼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많은 경우 얼굴의 점은 콤플렉스를 낳는다.얼굴의 점 때문에 자신의 ‘예쁨’이 반감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점의 원인은 명확지 않지만,색소형성 세포인 멜라닌 세포의 발생학적 이상이나 유전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보통은 미용상의 문제로 제거하지만 크기나 색조가 급격하게 변하거나 점 표면에 변화가 생기고 가려움증이나 통증이 따른다면 악성병변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의학적으로 점 빼기에 가장 확실하고 간편한 방법은 레이저다.조직을 열응고시키거나,색소 부위에만 흡수되는 특정 파장의 에너지를 사용해 다른 피부조직을 손상시키지 않고 점을 제거하기 때문이다.얕은 점이나 후천성 점은 탄산가스 레이저를 이용하면 쉽게 제거되며,볼록한 점은 어븀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를 깎아낸 후 탄산가스 레이저로 나머지 부분을 제거해 마무리하면 된다.깊거나 푸른 점은 어븀 레이저나 탄산가스 레이저로 피부 표면을 고른 뒤 색소세포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큐 스위치 레이저로 마무리하면 깔끔하다. 피부에 깊게 뿌리내린 점은 흉터를 남기지 않기 위해 3∼4회로 나눠 치료한다.시간 부담도 없다.1개를 정리하는 데 5분,치료 다음날 세안도 가능하다.이렇게 치료해 딱지가 아무는데 2주일 정도 걸린다. ‘투명한 가을 햇살에 마알갛게 투영되는 얼굴’.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조화’지만 거기에 마치 잘못 뿌린 양념처럼 매력없는 점이 끼어든다면 ‘옥에 티’가 아닐 수 없다. 점점 늘어가는 점이지만 그 개수만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다행히 치료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준 아름다운나라 피부·성형외과 원장
  • 열대천국으로 허니문-몰디브

    열대천국으로 허니문-몰디브

    ‘그래도 몰디브다.’ 지상낙원이라는 수식어가 따르는 여행지는 많다.하지만 각종 설문조사에 따르면 예비부부들이 첫번째로 꼽은 신혼여행지는 올해도 몰디브다. 직항편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비행시간만 해도 무려 10시간.가깝지도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 이곳이 1위를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쭙잖은 형용사로 표현하면 누가될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보기 위해서일까.리조트가 개발돼 있는 88개의 섬 어느 한곳을 가더라도 모든 것이 충족되기 때문일까.어쩌면 매년 조금씩 가라앉기에,그래서 언제 우리곁에서 사라질 지 모르는 조급함을 갖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답을 원한다면 떠나자.첫 여행 떠날 때보다 더 가슴 설레는 신혼여행.몰디브에서 영원보다 더 오래가는 추억을 만들어 보자. 글 여행칼럼리스트 이태훈 where70@empal.com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진짜 에메랄드도 부끄러워질 만큼 아름다운 바다 빛은 그저 하늘과 한몸이다.여기에 더운 나라에 내린 눈처럼 느껴지는 하얀 백사장이 펼쳐져 있다.몰디브는 그림이다. 몰디브 수도인 말레 공항에 내리는 순간 떠나온 곳을 잊는다.‘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찬사가 흔해 빠진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그리고 마치 이 낙원의 원주민이 된 환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다면 그게 바로 천국 아닐까.리조트로 가는 보트에서 바라본 바다는 감탄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리조트에 짐을 풀자마자 다시 바다에 이끌려 나왔다.커다란 산호환초와 야자숲이 섬들의 주위를 감싸고 있어 몰디브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아담과 이브가 되는 듯한 묘한 감성에 젖어들게 된다. 야자수로 장식된 섬들과 세월의 깊이를 알려주는 산호초 해변의 흰 모래톱,코발트 블루 환초에 둘러싸인 바다,바닥까지 보이는 깨끗한 바닷물,그리고 아름다운 산호군과 열대어….몰디브를 어찌 말로 표현할까. ●스쿠버 다이빙의 천국 경치만을 감상하는 것이 몰디브를 즐기는 전부가 아니다.몰디브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스쿠버 다이빙코스.스노클링,스쿠버다이빙,정글트레킹,카누,보트타기 등 무엇이든 즐길 수 있다.리조트마다 다이빙이나 스노클링 강습소가 있어 초보자라도 1시간 정도의 교육을 받으면 누구라도 쉽게 몰디브를 몸으로 한껏 즐길 수 있다. 무인도와 원주민을 찾아가는 섬 관광도 이곳의 매력.수상 비행기를 이용할 수도 있고,도니 보트를 이용하는 하루 관광도 좋다.보트 곁을 힘차게 나는 날치떼들과 돌고래도 볼 수 있는 바다를 20∼30분 달리면 원주민 마을 힘마푸시 에들러,무인도 반도스를 다녀올 수 있다. ●세상을 잊게 하는 배낚시 리조트에서 보내는 시간뿐만 아니라 수도 말레 관광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황금돔의 회교 사원과 물리아제 대통령궁,술탄 국립 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가는 길에 토산품이나 목공예품을 사는 것도 이곳의 재미.‘물반 고기반’의 배낚시도 할 수 있다.배에서 방금 잡은 물고기를 5달러만 주면 리조트에서 회를 쳐준다.정말 말대로 ‘청정해’에서 잡은 생선회를 먹고 있으면 선계(仙界)인가,내가 신선인가 구분이 모호해진다. ■ 몰디브 공화국 지금도 가라앉는 섬나라 인도양의 푸른 바다 위에 솟아 있는 섬나라 몰디브.스리랑카의 서남쪽으로 675㎞ 떨어진,우리와는 꽤나 먼 곳이다.한해 10만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다. 몰디브는 총 1196개 섬 나라로 203개에만 주민이 살고 있다.그중 88개의 섬이 휴양지로 개발돼 있다.모든 섬들이 높이 1.5m를 넘지 않고 지금도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지난 1987년 몰디브 공화국은 스스로 ‘멸종 위기 국가’로 선언하기도 했다. ■꼭 가보세요 몰디브 5대 리조트 몰디브 여행은 리조트를 선택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 섬이 하나의 리조트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어느섬이나 각기 매력을 담고 있어 후회하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리조트 5곳을 소개한다. ●새롭게 뜨고 있는 카누후라 선 리조트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는 리조트가 바로 카누후라 선 리조트다.길이 1000m,너비 200m의 작은 섬에 자리잡은 리조트는 객실 규모 102개로 비교적 작은 곳.하지만 부대시설은 그 어떤 곳보다 완벽하다.서비스의 수준은 ‘유일’(One & Only)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또 아름다운 경치가 식도락과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어 여러모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두 개 섬에 걸쳐 있는 그림,몰디브 힐튼 모든 리조트들이 서로가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바로 몰디브 힐튼이다.몰디브인들에게도 이곳은 꿈의 신혼여행지일 정도다.모든 객실이 부족함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수상빌라는 압권이다.몰디브에서 유일하게 랑갈리피놀루와 랑갈리,두개의 섬에 걸쳐 리조트가 형성돼 있는 것도 특징.서로 500m 떨어져 있는 두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최고의 스쿠버다이빙을 느낀다,선 아일랜드 리조트 선 아일랜드 리조트는 우리나라에 제일 먼저 알려진 곳으로 그만큼 오래된 곳이다.그래서 때론 최신식 시설을 기대했던 사람들이 실망하기도 한다.하지만 낡았다거나 서비스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오히려 수상스포츠 천국인 몰디브에서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또 한국인 가이드가 있는 만큼 언어에 대한 부담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스파천국,포시즌 리조트 포시즌 리조트는 김지호·김호진 커플이 2002년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이후 더 잘 알려진 곳이다.38채의 워터방갈로 즉 물위에 떠 있는 단독수상빌라가 인기다.객실 바로 앞에서 아름다운 물고기들을 구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비를 갖추면 바로 스노클링이 가능하다.무엇보다도 포시즌이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스파다.작은 배를 타고 3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섬에 스파만을 위한 시설이 따로 있다.스파실이 2인실로 돼 있어 커플들이 함께 즐기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워터방갈로 형태라 더욱 이색적이다. ●산호초로 둘러싸인 반얀트리 몰디브 반얀트리 몰디브 리조트는 몰디브 중심에 위치한 바빈파루 섬에 자리잡고 있다.바핀파루섬은 ‘산호초로 둘러싸인 원형의 섬’이라는 뜻.말그대로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수많은 종류의 산호초를 즐길 수 있다.조가비의 나선모양이 묻어나는 독특한 디자인의 빌라가 몰디브의 멋진 풍광과 어울려 더욱 빛이 난다. ■사랑이 꽃피는 피지·타히티 ● 지상의 낙원 피지 쪽빛 바다와 푸른 하늘 사이로 쉴 새 없이 파도가 춤을 춘다.작은 카메라 파인더로 본 피지의 하늘과 바다는 도저히 색깔로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푸름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비치코머섬’은 피지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섬 중에 하나.특히 신혼부부들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원형의 섬이다.한바퀴 도는데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조그만 섬으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바다속으로 수도관이 연결돼 있어 다른 섬에 비해 깨끗한 물을 쓸 수 있다.또 모기가 없고 섬주변으로 아름다운 개별비치 방갈로가 있어서 신혼부부들에게 좋고 피지의 국제공항이 있는 도시,난디에서 배로 약 45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섬이다. ‘플랜테이션 아일랜드’는 아기자기한 산호로 유명하다.특히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마나섬보다도 많은 것이 특징이다. 여행적기는 건기가 시작되는 4월부터 11월까지이며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3시간 빠르다. 여행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직항을 이용하면 4박5일 기준으로 1인당 180만원에서 200만원대. ●순수한 영혼들로 가득찬 타히티 프랑스 천재화가 폴 고갱이 한눈에 반해 버린 섬 타히티.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는 건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쉴 새 없이 부서지는 에메랄드 빛 파도와 오렌지색 햇살.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맞닿은 곳까지 열심히 노를 저어 가지만 수평선은 다시 멀어진다. 영혼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낼 수 있는 곳,타히티는 그런 곳이다.타히티에서 꼭 가보아한 하는 섬은 모레아섬과 보라보라섬이다. 특히 타히티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보라보라섬은 영국인들이 몇 년동안 돈을 모아 갈 정도로 인기있는 곳.아름다운 바다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은 신혼부부에겐 필수.또한 다양한 물고기들과 가끔 거북이,가오리,상어 등과 만나 같이 놀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주민어로 ‘노란 도마뱀’이라는 뜻을 가진 모레아섬은 밀가루처럼 하얗고 고운 모래사장이 어머니 품처럼 부드럽다. 타히티는 한국보다 17시간 늦다.여행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패키지 요금이 1인당 300만원이 조금 넘는다.또한 일정을 7일에서 9일은 잡아야 한다. ■가볼만한 허니문 리조트 이제 리조트는 허니문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다.단순한 숙박의 개념을 넘어 둘만을 위한 최상급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이국적 풍광과 낭만적 무드의 객실은 기본이고,고급 와인과 스파,수상레포츠,선셋바비큐,이국의 전통쇼 등이 한껏 분위기를 띄운다.평생 잊을 수 없는 낭만의 추억을 만들 만한 해외 리조트들을 소개한다. ●클럽메드 발리,체러팅,푸켓,카니 세계적 리조트그룹인 클럽메드가 내세우는 모토는 “무엇이든 할 자유,아무것도 안할 자유”다.세계 36개국에 120여개 자연친화적인 빌리지를 운영중.그중 발리,체러팅,푸켓,카니가 특히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클럽메드 발리는 MBC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의 촬영지로 유명한 곳.발리의 손꼽히는 리조트 지역인 누사두아해변에 자리잡고 있다.클럽메드 빌리지 가운데서도 가장 자연친화적으로 꾸며진 목조양식의 건물이 눈길을 끈다.해변에서 윈드서핑과 스노클링,카약 등 해양스포츠는 물론,해질 무렵 연인과 함께하는 선셋크루즈가 인상적이다.번지바운스,공중그네타기,요가 등 육상스포츠도 즐길 수 있으며,골프장에서 무료 강습과 라운딩도 가능하다. 5박6일 패키지 9월 요금은 152만 2000원(일반형)부터 197만 6000원(슈퍼딜럭스)까지.10월엔 7만∼8만원 더 싸다. 클럽메드 체러팅은 말레이시아 반도의 동부해안에 있다.넓게 펼쳐진 해변과 울창한 밀림의 정글로 둘러싸인 리조트내엔 야생 원숭이들이 서식하고 있을 만큼 자연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19일 이전 출발 요금(5박6일)은 110만 6000원(일반형)∼154만 8000원(슈퍼딜럭스).이후엔 6만∼7만원이 추가된다. 태국 안다만해 해변에 자리잡은 클럽메드 푸켓은 풍성한 먹을거리와 다양한 볼거리가 강점이다.모래가 눈처럼 흰 카타비치에서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9월 출발 요금(5박6일)은 142만 9000(일반형)∼193만 1000원.10월엔 6만∼12만원 저렴하다. 카니 리조트는 몰디브의 카니섬에 자리잡고 있다.46개의 수상방갈로를 포함한 209개 객실 모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를 갖추었다.수상비행기를 타고 이웃섬을 돌아보거나 참치 낚시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5박6일 기준 185만(일반형)∼250만원(슈퍼딜럭스). 문의 클럽메드 서울본사(02-3452-0123). ●PIC괌,푸켓 라구나비치,호주 코란코브 리조트 PIC괌은 PIC내 모든 시설뿐만 아니라 외부 관광까지 포함한 럭셔리 허니문을 지향한다.신관 17층 이상에 위치한 로열클럽에 투숙하며 와인과 음료를 매일 서비스받고,70여가지의 레저스포츠 무료 이용 및 강습,매일 저녁 클럽메이트와 함께하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해질녘 해변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선셋바비큐,이국적 전통춤을 감상하는 퍼시픽 팬터지쇼가 포함돼 있다.판매가격은 149만 9000원. 라구나 비치 리조트는 푸켓 방타오만의 열대호수와 안다만해 사이에 자리한 고품격 리조트.스포츠 전문 엔터테이너인 SRC가 상주하면서 무료 강습 및 이용을 도와준다.허니문커플을 위한 로맨틱 나이트프로그램,테마파티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매일 펼쳐진다.세계적인 스파 체인인 앙사나스파가 특히 인기다.3박5일 기준 139만원. 코란코브 리조트는 PIC의 자매 리조트이자 호주의 대표적 신혼여행 명소.호주 퀸즐랜드주 남동쪽 스트랏브로크 남섬 46만평의 대자연 위에 세워진 세계적 친환경 리조트다.까다로운 품질 인증 절차를 거친 최고급 쇠고기 및 신선한 유기농 야채와 과일로 만든 친환경적인 요리를 자랑한다.또 여러가지 유명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와인뷔페도 인기가 높다.4박6일 기준 199만원.문의 PIC코리아(02-739-2020). ●플랜테이션베이 리조트 필리핀 열도 중간에 위치한 세계적 휴양지 세부섬에 있다.마닐라를 빼고는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인천에서 직항로가 개설돼 있는 곳이다.4시간30분 정도면 세부 막탄공항에 닿는다. 섬내의 많은 리조트중 플랜테이션베이가 풍광이나 시설,서비스면에서 단연 돋보인다.수천평에 달하는 바닷물 인공풀이 최대 자랑거리.풀 주변으로 스페인풍으로 지은 빌라형 객실들이 야자수 등 다양한 수종의 열대수들 사이로 자리잡고 있다. 필리핀항공(02-774-3581)과 세부퍼시픽에서 주 4회(수,목,토,일) 오후 9시30분 인천에서 세부까지 비행기를 띄운다.4시간30분 소요.필리핀 전문 여행사인 락소(777-7025)에서 플랜테이션베이 리조트 허니문 상품을 판매한다.129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신혼여행때 꼭 챙기세요 신혼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이다.사랑하는 이와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또는 사진 속에서 다양하게 변신하는 그대를 위해 꼭 챙겨야 할 것은 무엇일까.듀오웨드의 임승희 웨딩매니저와 함께 신혼여행 사진 속의 예쁜 모습을 위해 준비했다.(유럽 배낭여행이 아닌,바다가 있는 휴양지 여행기준) ●모든 분위기에 딱,원피스 결혼했다고 안심하지 말자. 신혼여행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을 지키기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원피스.반짝이는 불빛 아래 분위기 있는 바에서,또는 호텔방에서 로맨틱한 무드를 잡을 때,푸른 바닷가를 거닐 때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필수 아이템이다. “요즘은 여름원피스를 살 수 없잖아.”라고 좌절한 그대,이곳을 들러보자.엠엔제이(summer-mj.co.kr),트래블메이트(www.travelmate.co.kr),스위티수영복(www.coolnsweet.com),티엔티몰(www.tntmall.co.kr) ●수영복은 2개 이상 어차피 해변용인데 뭐하러 2개씩이나? 신혼여행에서 수영복 사진의 비중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경험자만 안다.많은 사진 속에 같은 수영복을 입은 자신을 보며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인가.미리미리 준비하자. ●제대로 된 속옷 수줍은 신부,도발적인 섹시함 모두 좋다.이맘때쯤 많이 나오는 신혼부부용 커플제품으로 한 침대를 쓰게 된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좋을 듯. ●간편한 티셔츠와 반바지 여행에 적절한 차림.극기훈련 온 듯한 분위기의 박스 스타일이 아닌,화려하고 세련된 스타일로 준비하자.그래야 사진이 잘 나온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씨줄날줄] 고려인 테러리스트/이기동 논설위원

    흑해에서 동쪽 카스피해에 걸쳐 있는 카프카스(영어로는 코카서스)산맥은 알프스와 맞먹는 거대 산맥이다.소련 붕괴 이후 내전과 테러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실상은 곡창지대로 이곳에서 나는 멜론,포도는 최상품이다.맑고 강한 햇살과 바람 덕분에 이곳의 포도주,샴페인은 러시아 최고로 꼽힌다.고려인이라 불리는 러시아내 한인 4만여명이 모여사는 데도 이런 비옥함이 작용했을 법하다. 인류학에서 유럽백인을 ‘코카서스인(Caucasian)’이라 부르는 것도 이곳의 수려한 산세와 무관치 않으리라.하지만 러시아인들에게 코카서스인은 좋은 인상이 아니다.곱슬머리,가무잡잡한 피부,다부진 체구를 한 이들은 희멀건 러시아인들과 인종적으로 구별된다.러시아인들이 이들을 ‘남쪽사람들’로 부르는 데는 거짓말 잘하고,싸움질이나 하는 문제아라는 경멸감이 담겨있다.모스크바의 주먹조직은 대부분 이들이 잡고 있다. 러시아 검찰이 10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북오세티야 인질범들중에 ‘한국인들’이 포함됐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전후사정으로 미루어 카프카스 일대에 사는 고려인일 것이라고 현지 공관은 분석한다.혹시 이 일로 14만 8000여명의 러시아 고려인 모두가 카프카스 테러범들과 같은 부류로 치부돼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다.지금까지 이곳 고려인들은 농사 잘 짓는 근면한 민족으로 대접받아 왔기 때문이다. 고려인들처럼 지지리도 박복한 이들이 또 있을까.한인들이 먹을 것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기 시작한 것은 140년 전이다.천신만고 끝에 극동지역에서 제법 번성하게 됐다 싶자 하루아침에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당했다.카프카스 고려인도 강제이주 한인들의 후손이다.소련체제에선들 어찌 인종적 차별이 없었을까.아파트 배급시절에도 모두 기피하는 꼭대기층은 고려인 몫이라 하여 ‘고려인층’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기죽어 살아왔을 고려인 테러리스트의 가족사가 궁금하다.주린 배로 두만강을 건너고, 강제이주 열차칸에 실려 낯선 산자락에 내팽개쳐진 그 어느 한인의 후손이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됐을까.이달중 예정된 노무현대통령의 러시아,카자흐스탄 방문이 고려인들에 대한 관심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러시아국민이다.관심을 갖되 우리가 왈가왈부할 여지는 크지 않음을 잊어선 안 된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자”/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남도의 들녘은 벌써 황금물결이다.알토란 같이 튼실한 벼들이 높디높아 끝을 알 수 없는 가을하늘의 햇살과 차가운 새벽이슬을 맞으며 안으로 익어가고 있다.들길을 지나며 농부처럼 한손안에 벼이삭 올려 보니 황금빛 윤기가 찰지게 흐르는 것이 손바닥을 간지럽힌다.알 수 없는 환희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온다. 소용돌이치며 몰려오던 검붉은 흙탕물들,나무를 꺾고 기왓장을 들썩이며 울부짖던 그 태풍들도 여름 내내 집을 지키며 살집을 불려온 벼들의 무디고 무딘 살림살이를 어쩌지 못한 것이다.뜰 아래 풀벌레 소리 낭자하게 울려놓고,귀청을 찢듯이 왱왱대던 매미의 끝소리만 남기고 여름은 끝나 가고 가을이 우리곁에 오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세상은 지금 어지럽다.주머니가 비어버린 중생들의 몸부림이 산중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진다.‘돈’ 때문에 가족을 잃고,자신의 생을 잃어버린 낙오자들이 도심곳곳에서 유령처럼 활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인 것이다.‘위기론’이 사회 곳곳에 팽배해지고 있다. 얼마전 이곳 일지암에 손님이 왔다.그 손님은 정부의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관계자였다.그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위기’가 아닌 조장된 인위적인 ‘위기’라고 했다.사회내부의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안정화된 국가시스템을 정착시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또 다른 손님도 일지암을 방문했다.그는 잘 나가는 기업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 CEO였다.그는 현재의 위기는 국가적 위기이며 이렇게 나가다가는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우리의 불황은 국가경영의 위기적 측면에서 오는 심각한 불황이며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또 다른 손님이 왔다.아랫마을 사는 할머니였다.노 할머니 머리에는 햇찐쌀이 들려있었다.“스님 서울서 돈 버는 자식들 좀 편하게 살라고 부처님께 빌러 왔써라잉.어저께 손으로 타작을 해서 부처님께 올릴 찐쌀 좀 맹글어 왔어라.” 그 노 할머니에게는 서울 대처에 나가 살림을 꾸리고 있는 세 아들이 있다.그중 두 아들은 갑자기 기업이 도산해 지금 실업자 신세라고 한탄했다.아들의 먹고 살길을 걱정한 노 할머니가 부처님에게 축원을 하러 온 것이다.그리고 노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아직꺼정은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은디.왜 이리 사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것소 스님” 우리에게 지금 짙은 패배의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어슬렁거리고 있다.‘위기론’도 아니며,‘위기를 조장하는 것’도 옳은 판단이 아니다.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렇듯이 ‘가진 사람’들은 늘 풍요로웠으며 ‘못가진 사람’들은 늘 빈곤했기 때문이다.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삶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 셈이다.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원’도 ‘기술’도 부족한 우리의 삶은 늘 위기였던 셈이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지금 간과하고 있다.5000년이란 긴 시간동안 축적해온 우리의 위기 대응력을 우리 스스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정치 경제 사회학자들의 진단은 늘 틀렸다는 것을 과거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IMF탈출도 그렇고 국가적 재난을 맞아도 그렇다.학문적으로 진단하는 그들은 우리가 가진 ‘대단한 민족성’을 간과하고 있다.우리는 늘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어왔다.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무디고 질긴 우리 민중들의 삶을 지금도 앞으로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우리는 늘 연꽃이 피어나듯 진흙탕속에서 희망을 피워올렸으니까 말이다. 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 고교생 총기사건 다룬 ‘엘리펀트’

    오프닝 장면인 전봇대 위로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처럼 영화 ‘엘리펀트’(Elephant·27일 개봉)의 카메라는 한 고교의 일상을 무심한 듯 따라간다.하지만 별 사건도 없이 이 학생 저 학생의 뒤를 따라가다 다다른 결말은 충격적인 총기난사.그리고 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먹구름 사이로 햇살이 삐죽 모습을 드러낸다. 총기난사 사건으로 얼룩진 미국 고교의 현실을 담은 이 영화는,같은 소재를 다룬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과 대척점을 찍는다.‘볼링‘이 다큐지만 미국의 폭력문화를 고발하기 위한 장면들만 의도적으로 따와 극적인 구성을 취했다면,‘엘리펀트’는 픽션이지만 총기사건을 전후한 16분간의 일상을 극적 전개 없이 무심코 쫓아가면서 오히려 더 사실적인 느낌으로 찍었다.이 영화가 노린 건 총기사건에 대한 원인 규명이나 비판이 아닌,사실 그대로의 고찰이다.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 때문에 학교에 늦은 존,사진이 취미인 일라이,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미셸,다이어트를 하느라 먹은 것을 바로 토해버리는 치어리더들….영화는 이들 중 한 명의 뒤를 롱 테이크로 쫓아가거나 등장인물들을 겹치게 하면서 다각도로 일상을 조명한다. 그 속에는 아무 것도 과장되어 표현되지 않는다.학교폭력,가정문제 등이 일상 속에 웅크려있을 뿐 모든 것이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흘러갈 뿐이다.심지어 총격장면조차도 보통의 영화에서처럼 비장하거나 소란스럽지 않다. 사실 그것이 현실이다.피아노를 치다가 인터넷에서 총기를 구매해 사건을 일으킨 알렉스와 에릭이,스토리를 가진 영화처럼 명확한 이유를 갖고 기승전결에 따라 행동하진 않았다. 제목인 ‘엘리펀트’는 장님 몇 명이 코끼리 몸의 다른 부위를 만지면서 그것이 코끼리의 본질이라고 믿는다는 불교설화에서 따왔다.총기난사 사건도 한 가지만으로 규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오디션을 통해 실제 고등학생 가운데서 뽑았고,대사도 애드리브로 이루어졌다.화면비율은 1.33대 1.‘아이다호’‘굿 윌 헌팅’의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감독상을 수상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환절기 센스있는 패션 연출법

    환절기 센스있는 패션 연출법

    한결 시원해진 가을의 문턱에 도달했다.하지만 본격적인 가을옷을 입는 것은 때이른 선택.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한낮에는 여전히 햇살이 따갑기 때문이다.이렇게 날씨가 급변하는 시기,환절기의 옷입기는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여름 옷과 가을 옷을 적절히 섞는 것이 옷차림의 기본.예컨대 안에는 여름옷인 민소매 톱을 입고,겉에는 가을 카디건이나 재킷을 입는 식이다.하지만 이런 기본공식에 ‘센스’를 얹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 비키 양일지 디자인실장,비아트 최자영 디자인실장과 함께 센스를 발휘해 보자.백화점과 전문상가에서 할인가에 옷이 한창 풀리는 시기인 만큼 가을과 여름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미리 확보해 두면 과다한 지출을 막으면서도 센스 있는 스타일을 가을,겨울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여성스러운 감각,시폰 블라우스 시폰은 우아하면서도 살짝 비치는 섹시한 매력을 모두 갖추어 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소재.시폰 블라우스는 환절기에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이므로 초콜릿,자주,보라 등 약간은 무게감이 있는 색상이 좋다.올 가을·겨울 유행 스타일인 1950년대식 차림을 연출하고 싶다면 리본이나 주름이 잡힌 것이 좋다.시폰이 다소 부담스럽다면 청바지와 함께 입어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희석시킬 수 있다.가을·겨울에는 니트 조끼,거친 조직의 트위드 재킷 등을 입을 때 속에 이너웨어로 활용하면 더욱 센스 있는 코디네이션이 된다. ●환절기에도 센스 있는 가죽재킷 각 백화점마다 가죽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를 일찌감치 준비하고 있다.특히 로맨틱한 느낌의 빈티지 아이템이 쇼윈도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이때 다소 낡은 듯한 느낌의 가죽재킷은 다양하게 코디가 가능한 멀티 아이템으로 손꼽힌다. 올 가을·겨울 가죽 재킷은 예년보다 더욱 색상이 다양해졌다.단순한 검정,갈색이 아닌 노랑,자주,연한 파랑,분홍 등 색상이 한결 다채로워진 데다 소재가 얇고 부드러워 쌀쌀한 환절기에 방한과 멋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레이스나 벨벳,실크와 같이 가죽의 광택을 잘 살려주는 소재의 아이템과 함께 적절히 섞어 입으면 올 가을 강력하게 떠오르는 빈티지 룩(오래된 듯한 차림)을 쉽게 완성할 수 있다. ●특별한 느낌의 원피스 원피스는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도 잘 차려입은 듯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가을·겨울에도 코트나 재킷과 함께 코디하면 로맨틱하면서 여성스러운 느낌을 준다.추천아이템은 튤립처럼 겹겹이 층진 스커트.얇고 하늘거리는 소재로,무릎을 살짝 덮는 길이가 세련돼 보인다.검정,하양 등 무채색을 선택하면 다양한 코디가 가능해 실용적이다. 연출 포인트는 겉옷과 길이를 잘 맞추는 것.재킷은 엉덩이를 다 덮지 않는 것을,트렌치코트는 스커트 길이가 드러나지 않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기본 중 기본,트윈니트 어느 옷에나 가볍게 매치하면 보온 효과도 있고,전체적인 스타일에서 액센트 역할을 할 수도 있어 환절기에 가장 요긴하게 활용되는 아이템이다. 니트로 된 민소매 터틀넥(목을 덮는 스타일) 티셔츠나 반팔 티셔츠와 카디건이 한 세트로 구성된 트윈니트는 환절기에 활용도가 높은 아이템이다.더울 때는 카디건을 벗거나 어깨에 걸치고,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면 카디건을 입어 날씨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서 좋다. 니트 카디건은 스커트와 함께 입으면 우아한 패션을 표현하기에 안성맞춤.길이가 짧은 볼레로형 카디건은 원피스와 함께 입어 여성스러우면서 귀여운 느낌을 준다. 니트 카디건을 새롭게 장만한다면 자수·구슬 장식으로 수공예적인 감성을 더해준 디자인,또는 줄무늬나 마름모형 아가일 체크로 클래식한 느낌을 반영한 패턴을 선택하자.간단한 아이템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복고풍의 멋쟁이가 될 수 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월요테마기획-마케팅 산실] 대상 마케팅2팀

    [월요테마기획-마케팅 산실] 대상 마케팅2팀

    “한국의 매운 맛을 세계에 알리겠습니다.” 청정원 순창고추장을 ‘한국의 매운 맛’으로 키운 대상 마케팅 2팀의 각오다.고추장·된장·간장 등 각종 장류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마케팅 2팀은 ‘장(醬)의 달인’으로서 손색이 없다. 지금은 고추장의 대명사처럼 입에 오르내리는 ‘순창 고추장’은 1989년 대상의 식품 브랜드인 ‘청정원’ 대열에 합류했다.경쟁업체인 해찬들의 태양초고추장보다 무려 15년이나 늦었다.하지만 대상은 2500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고추장 시장을 해찬들과 양분하고 있다. ●15년만에 대표적 고추장 브랜드로 이처럼 청정원 순창고추장이 15년 만에 대표적인 고추장 브랜드로 떠오른 것은 치밀하고 과학적인 브랜드 전략과 이를 각종 마케팅 기법을 통해 일관성 있게 실천한 결과다. 전라북도 순창은 물이 맑고,건조하면서도 기온차가 작아 발효에 이상적인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때문에 예로부터 순창고추장은 임금께 진상할 정도로 유명했다. 대상은 순창 현지에 공장을 설립,국내에서 유일하게 100% 콩메주에 전통적 발효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했다.지난해부터는 장 숙성실에 음악을 틀어주는 ‘음악숙성법’으로 더욱 깊은 맛을 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최근에는 청정원 순창 고추장이 가장 이상적인 고추장에 가깝다는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았다.일본 최고의 식품회사 ‘아지노모도’도 이 고추장을 수입한다. 청정원 순창고추장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나 늘었다.장류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2% 가량인데 비하면 순창고추장의 높은 성장세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안영후 부장은 평균치를 웃도는 폭발적인 매출 증가에 대해 “경기가 안 좋다보니 외식을 줄이고,가정에서 밥을 많이 해 먹어 그런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그러나 매출 향상 뒤에는 좋은 맛을 내려는 꾸준한 노력이 숨어 있다.재작년에는 국산 청양고추를 사용한 ‘고운빛 매운 고추장’과 어린이·여성을 위해 클로렐라 등을 넣은 ‘고운빛 순한 고추장’을 개발,‘매운 맛’을 세분화했다.작년에는 국산 최고급 원료만을 사용한 12만 5000원짜리 ‘찹쌀발아 현미 고추장’을 명절선물용으로 내놓아 화제를 모았다. 이달에만 해도 비빔면·비빔밥·볶음요리용 등 용도별 고추장과 초고추장을 사용하기 편리한 튜브에 담아 출시,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창기 5년 동안 샘플 100만개 돌려 안 부장은 “순창고추장이 선보인 초창기 5년 동안 100만개 이상의 고추장 샘플을 돌렸다.”고 회상했다.아파트 집집마다 5∼10차례 50∼70g짜리 고추장을 돌린 셈이다.먹어보고 맛 있으니 사고 싶다는 주부들이 늘어났다.이어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하기 시작했다. 안 부장은 “장 마케팅은 직접 맛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가 제일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그가 들렀던 한 음식점 할머니는 청정원 된장을 항아리에 담아 직접 담근 것처럼 내놓는다고 한다.“청정원 된장을 두달 묵혔다 먹으면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맛 있다.”는 할머니의 말에 가슴이 뿌듯했다고 한다. ●日 ‘자스코’ 400여 매장서 판매 청정원 순창고추장은 공항 면세점에 이어 비행기 기내식으로도 공급을 시작했다.한국인의 매운 맛을 세계로 알리기 위해서다. 이미 일본에서는 120g짜리 작은 유리병에 담은 고추장을 일본내 유명 유통업체 ‘자스코’의 400여곳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지난 88년 서울올림픽과 함께 미국부터 시작된 고추장 수출은 지금까지 5000t이 넘는 실적을 올렸다.중국에서는 청정원 고추장의 포장과 디자인을 베낀 ‘짝퉁고추장’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다. 대상 마케팅 2팀원의 고민은 장류와 같은 식품은 습관성 구매가 강하다는 점이다.특히 97년 출시한 ‘햇살 담은 간장’은 100년 전통의 몽고간장,60년 역사의 샘표간장과 힘든 경쟁을 벌였다.간장 역시 3년 동안 1200만개 이상 샘플을 나눠주며 맛을 알린 결과 현재는 샘표에 이어 매출 2위로 올라섰다. 대상 마케팅 2팀 구성원들은 “고추장,된장을 먹어 보고 팔다 보니 다이어트도 되고 장도 튼튼해져 더 건강해졌다.”며 ‘장 홍보’를 합창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내가 본 우리팀-“기본에 충실… 고추장 역사 새로 써요” 한국 고추장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이들이 바로 우리 대상 마케팅 2팀이다.청정원은 고추장 시장에 가장 늦게 뛰어들었지만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우리팀에서 청정원 순창의 장류 전 제품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추장,간장,식용유,올리고당,양념장 등 다양한 품목을 맡고 있지만 ‘기본에 충실한’ 마케팅 활동을 한다는 것이 우리 팀원의 공통점이다.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기본에 충실하면 모든 것이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식품의 기본은 바로 맛과 품질 아닌가! 팀 회식은 문화와 식품의 접목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한다는 생각으로 오페라,뮤지컬을 보고 그 감동을 안주삼아 갖는다.남다른 열정과 패기로 밤을 낮삼아 일하고 청정원을 선도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우리팀은 매운맛이 사무칠 때 꼭 외친다.청정원 파이팅!순창 고추장 파이팅! 박영민 마케팅2팀 차장
  • [결혼이야기]김성문(30·플로리다 국제大 교수)·김현정(26·마이애미大 대학원생)

    [결혼이야기]김성문(30·플로리다 국제大 교수)·김현정(26·마이애미大 대학원생)

    미국유학시험을 모두 끝내고 입학허가를 기다리던 1997년 겨울이었다.‘다음달이면 대학졸업인데,연애 한번 못해보고 내 청춘은 이렇게 미국 도서관에서 썩게 되는 것인가‘거리의 연인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의 가슴을 들끓는 활화산으로 변화시킨 그녀를 만났다.영어실력을 보강해 보겠다고 등록한 어학원에서 말이다. 첫 수업날,생글생글 웃으며 야무진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던 대학 신입생인 그녀에게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그녀를 알면 알수록 평생을 같이하고픈 사람이라는 생각이 깊어졌다. 이후 적극적인 구애공세에 나섰지만,뭐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이던 그녀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곧 몇 개월 후면 떠나는데 부담없이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설득에 우리의 사랑은 시작됐다. 시간은 꿈같이 흘러 내가 떠나야 할 시간.그녀의 집 앞에서 그녀의 손을 꼭 붙잡고 제발 나를 믿고 기다려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너를 영원히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타지에서 유학하며 힘들 때도 많았지만 그녀를 떠올리며 더욱 열심히 공부에 매달렸고,우체국에 갈 때마다 가슴떨리던 그날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외롭다고 힘들어하는 그녀의 전화나 편지를 받을 땐 내 가슴도 찢어졌다.서로 힘들었지만 나중에 미국에서 함께 공부하자고 희망을 키워갔고,그녀가 졸업학기를 마치던 겨울 우리는 드디어 주님의 축복 속에서 웨딩마치를 올렸다. 그녀가 나의 아리따운 아내가 된 지도 벌써 2년 반이 흘렀다.여전히 신혼같은 기분이다.오늘도 눈부신 아침햇살 속에 내 곁에 잠들어 있는 그녀의 이마에 입맞추며 노래한다.“Only You~”
  •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서울지하철이 오는 15일로 개통 30주년을 맞는다. 서울지하철은 1974년 8월15일 청량리∼서울역 구간에서 도심 대중교통수단으로 첫 선을 보인 뒤 30년만에 서울시내 하루 유동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000여만명을 실어 나르며 ‘시민의 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하지만 지하철은 때때로 경제난과 신병을 못이긴 서민들이 선로에 몸을 던지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수천억원에 이르는 빚더미를 안고 달리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서울인서울’은 지하철 개통 30주년을 맞아 콩나물시루 출근길과 심야 승객들의 퇴근길 풍경은 물론 볼거리 많은 역사와 지하철 사람들 등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서울지하철 24시간을 집중취재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30년만에 총연장 36배…세계 4위로 민족의 잔칫날인 1974년 제29회 광복절 때 온 국민들을 텔레비전 앞에 끌어모았을 정도로 관심을 끌며 첫 궤도를 밟았던 지하철은 그 뒤 30년 동안 서울은 물론 수도권 도심의 대동맥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서울시내를 오간 교통인구는 2968만명이다.이 가운데 지하철 이용자는 모두 1025만명이다.수송 분담률이 34.6%로 단연 1위다.반면 승용차는 26.9%,버스는 26%,택시는 7%에 머물고 있다.나머지는 오토바이,화물차,특수차 이용자로 5.1%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 서울 지하철은 8개 노선에 263개 역사와 전동차 3508량,노선거리 286.9㎞,연간 수송인원 22억명을 자랑한다.운행거리로 따지면 영국 런던,미국 뉴욕,일본 도쿄에 이어 세계 4위다.수송인원으로는 브라질 상파울루,도쿄 다음으로 많다.고작 7.8㎞ 구간으로 첫 발을 뗀 지 반세기도 안돼 초고속성장을 거듭했다.74년에 견줘 운행거리는 약 36배,역사 수는 29배로 늘어났다.하루 운행횟수도 296차례에서 4297차례로 15배 늘었으며 하루 수송인원은 23만명에서 5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땅 밑을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시 3000만 국민의 눈길을 끌며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했던 지하철도 초기 몇년간의 수송 분담률은 3%대에 불과했다.노선이 짧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시민들은 최도심 일부 구간만 움직이는 지하철이 신기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버스로 갈아타는 불편을 참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국가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현상이 극심해졌다.서울시는 ‘콩나물시루’를 떠올리게 하는 시내버스 등 만성적인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호선 개통 10년만인 84년 5월 강남과 강북을 원형으로 잇는 2호선 54.2㎞가 마무리됐다.이듬해인 85년 10월엔 서울을 X자로 관통하는 3·4호선 54.5㎞가 건설됐다.90년대 들어서도 3호선 지축역을 비롯해 양재∼수서간 연장구간,4호선 상계∼당고개와 사당∼남태령간 연장구간, 2호선 신정지선이 잇따라 개통됐다.이에 따라 20주년 때인 94년에는 총연장 131.5㎞에 114개의 역을 보유하는 위용을 뽐냈다. 96년 12월에는 방화∼상일·마천 52㎞를 잇는 5호선이,99년 7월엔 암사∼모란 구간의 8호선 17.6㎞에 지하철 길이 열렸다.이어 2000년 8월 장암∼온수구간의 7호선 42㎞,이듬해 3월에는 6호선 응암∼봉화산 31㎞가 개통됐다.마침내 2002년 4월엔 9호선 김포공항∼반포 25.5㎞가 착공됐다.바야흐로 3기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화려함 뒤에는 씁쓸한 기억도 많이 담겨 전동차도 처음에는 선풍기가 달린 전동차로 출발했으나 지속적인 투자로 냉방장치가 탑재된 최첨단 제어방식 ‘VVVF’ 전동차를 도입했다. 운임제도는 개통 초기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승차거리 만큼 부담하는 거리비례제였으나 3·4호선 개통 이후 지하철 규모가 커지면서 구역제로 개편됐다.역무자동화시스템(AFC)을 도입,승차권 발권에서 개·집표 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전산화해 지하철 운영 시스템을 몇 단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이후 경제난 등으로 재원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하철마저 ‘동맥경화’ 현상을 빚고 있다.게다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채 더미에 올라앉으면서 원래 목표인 분담률 50%에는 크게 밑돌고 있다. 질적·양적 성장 뒤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82년 현저동 지하철건설 공사장 붕괴사고,84년 영등포구청역과 89년 교대역 침수피해,89년 지하철노조의 3·16파업 등이다. 더군다나 공공성을 띠었다는 점 등의 부담 때문에 요금을 올려받기 힘들어진 데다 노선연장 등 추가건설에 따른 투자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스크린세이버 등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수천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야 하는 등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전력 사용량 ‘구리+의정부시’와 비슷 서울지하철공사와 철도청은 지하철 30년을 이끈 ‘개국 공신’임에도 서울도시철도공사라는 ‘신진 세력’의 등장으로 전동차 등 시설 노후화에 대한 세간의 ‘쓴소리’에 더욱 익숙하다.지하철에 얽힌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고물철’ 지적에 ‘벙어리 냉가슴’ 도시철도공사의 5∼8호선에서 운행 중인 전동차 1564량 가운데 10년 이상 지난 것은 한 량도 없다. 그러나 1∼4호선에는 10년 이상 된 전동차가 지하철공사의 경우 1944량 중 75.4%인 1466량,철도청은 1213량 중 45.6%인 553량이다.특히 20년이 넘은 전동차가 14.8%(469량)로 이들 대부분은 1·2호선에서 운행되고 있다. 까닭에 전동차에 설치된 모니터로 영화도 볼 수 있는 3∼8호선과 달리 편의시설이 부족한데다 이용객이 많아 ‘콩나물 시루’같은 1·2호선의 승객들은 불만이 아닐 수 없다.철도청 관계자는 “도시철도법은 전동차 교체를 위한 내구연한을 25년으로 못박아 임의로 교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다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와 시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지하철공사 관계자도 “2002년까지 신형 전동차의 70∼80% 수준이던 구형 전동차의 냉방기 용량을 높여 1·4호선에서는 5·6번째 전동차를 ‘약냉방 차량’으로 지정,운행할 정도”라면서 “또 2006년까지는 모든 차량의 실내인테리어도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하철은 전기먹는 하마? 전적으로 전기에 의존해 전동차가 움직일 뿐만 아니라,대부분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역사에 불도 밝혀야 하는 만큼 전력사용량도 엄청나다. 지하철공사는 한달 평균 7100만의 전력을 사용한다.이는 서울시 전체 전력사용량의 2.7%에 해당하며,구리시나 김포시의 전략사용량과 맞먹는다.도시철도공사의 전력사용량은 한달 평균 5500만로 의정부시의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연간 전기요금으로 지하철공사는 670억원,도시철도공사는 484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지하철공사는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큰 노후 전동차가 많아 전체 사용량의 71%를 전동차 운행에 쓰고 있는 반면,최신식 역사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도시철도공사는 55%만을 전동차 운행에 들이고 있다. 또 지하철역은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땅 밑 가장 깊은 곳이다.이 중 경기 성남시에 있는 8호선 남한산성역이 지상에서 지하철 승강장까지의 직선거리가 건물 15층 높이에 해당하는 56m로 가장 깊다.서울시내에서는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이 46m로 가장 깊고,노선별로는 ▲1호선 종로3가역 13m ▲2호선 이화여대입구역 30m ▲3호선 충무로역 28m ▲4호선 회현역 23m 등이 깊다. ●전력공급·통행방식도 차이 양 공사가 운영하는 구간에서는 1500V의 직류(DC) 전기가 흐르는 반면,철도청 운영 구간은 2만 5000V의 교류(AC)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까닭에 1호선 서울역∼남영역과 청량리역∼회기역,4호선 남태령역∼선바위역 등 3곳은 전력 공급방식 전환을 위해 전기가 흐리지 않는 ‘절연구간’이 존재한다.철도청 관계자는 “전기의 특성상 지상에서는 교류가,지하에서는 직류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면서 “순환운행하는 2호선을 제외하면 1호선 전동차는 좌측 통행을,3∼8호선 전동차는 우측 통행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승강장 길이는 1호선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에 이르는 9개역이 210m,나머지 1∼4호선의 역은 205m,5∼8호선은 165m 등이다.전동차 길이가 20m이기 때문에 1∼4호선은 10량,5∼8호선은 8량이 한 편성을 이루고 있다. 또 지하철에서 나는 ‘덜커덩’ 소리는 전동차 바퀴가 선로의 연결 부위를 지나면서 발생한다.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선로는 20m가 기본단위지만,용접을 통해 선로의 길이를 늘린다.”면서 “하지만 계절에 따른 선로 팽창률과 선로의 직선화 정도 등을 감안,지역에 따라 선로 길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선로 한개의 길이가 가장 긴 구간은 구파발역∼연신내역 사이로 1360m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지하철역엔 뭔가 숨었다 푹푹 찌는 날씨를 보인 7일 오후 4시 4·7호선 이수역 지하 1층에서는 경복고 록밴드 ‘사육신’의 공연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아 놓고 있었다. 이어 6시엔 ‘메트로 실버악단’이 트럼펫·기타·아코디언·하모니카 연주로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다.피아노까지 동원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6호선 녹사평역 지하에서는 공짜로 사랑하는 이와 백년가약을 맺을 수 있다.역사 유리지붕으로부터 29m 아래까지 햇살이 들어오고 벽면은 갖가지 작품과 유리로 장식돼 황홀한 느낌마저 풍긴다.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시민들이 쏟아져 지하 4층에 폐백실,지하 2층에 신랑·신부 대기실을 만들었다.청소·전기료도 받지 않는다.신랑·신부는 설레는 가슴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4층 전시장에 내려와 나란히 입장한다.피로연장도 갖췄다. 1·2호선 신도림역 열린 쉼터에서는 무료 법률상담이 달라진 ‘지하 세계’를 실감케 한다.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낮 12시 3명의 변호사들이 상담을 해준다.매주 화요일 같은 시간엔 세무,둘째 화요일 오후 2∼4시엔 의료,매일 오전 8시∼오후 6시엔 생활·결혼문제,매주 화요일 오후 2∼4시엔 청소년 상담이 펼쳐진다. 매일 역사 어딘가에서는 남다른 ‘끼’를 지닌 이들의 공연과 시범이 쏟아진다.예컨대 10일 오후 4시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는 배명고 랩 동아리 ‘FMT’가 무대에 오른다.11일 오후 6시30분 공덕역에선 송학봉·남화선·이차석씨의 트럼펫·피아노·클라리넷 연주회가 손님을 맞는다. 4호선 충무로역엔 다섯가지 재미가 있는 곳이란 뜻인 ‘오! 재미동’이 있다.1동엔 영화·디자인 등 예술서적 400여권과 국내외 잡지 37종을 갖췄다.2동에서는 희귀 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물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3동에서는 참가자 마음대로 영화도 만들어 보며 강의도 들을 수 있다.4동은 60석 규모의 무료 소극장,5동은 센터 바깥에 2개의 대형 스크린과 5대의 PDP로 영상물을 감상하도록 꾸민 휴식공간이다.월요일은 쉰다. 전동차 역시 메마른 지하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오는 31일까지 7호선 ‘달리는 문화예술관’에는 차량마다 여성작가들의 미술작품이 꾸며진다.7호선 온수∼도봉산 구간엔 ‘하늘이 내린 살아숨쉬는 땅-강원도’라는 주제의 환경열차를 오는 10월14일까지 하루 왕복 3차례 운행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지하철에선 무슨일들이… 한 비구니 스님이 울긋불긋한 초롱 모금함을 들고 전동차에 뛰어든다.이어 “제 얼굴 한번만 봐주세요.자비사 ‘지우’입니다.여덟살짜리 아이가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하소연이 들려온다.(2004.6.8.오후 1시30분 3호선 수서행) 대중교통의 견인차인 지하철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평일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쯤까지,길게는 하루 19시간 손님을 실어나르는 전동차는 연인들의 사랑,떠나보내는 아픔,일터에서 언제 나왔는지 뒤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의 고달픔을 함께 실어나르고 있다. 주5일제 확산으로 사실상 주말인 6일 오후 11시30분쯤 지하철 3호선 도곡행 3010호 전동차.러시아워를 한참 지난 탓인지 그다지 혼잡하지는 않은 가운데 초로의 나이로 보이는 남성이 경로석에 잠들어 누워 있었다.오른쪽 다리를 반으로 접어 좌석에 구겨넣고 왼쪽 다리는 길게 뻗은 채 때때로 고르지 않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출근길인 같은 날 오전 8시15분쯤 2호선 순환 전동차에서는 몸빼 차림에 배낭을 멘 한 여성이 선반 위에 놓인 신문들을 거둬들이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엄청나게 뿌려대는 무가지(無價紙)로 전동차가 어지럽혀지는 것도 최근 나타난 풍경이다.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경험이 있겠지만 바쁘게 내리다 보니 애지중지 여겨온 물건을 깜빡 하고 잃어버리는 일도 적잖다.서울지하철공사(1∼4호선)가 운영하는 구간에서 습득신고가 들어오는 분실물은 액수로 따지면 연 2억 3000여만원이나 된다.서울시내 지하철 유실물 반입은 지난 6월 168건,7월엔 무려 200여건에 이른다.이에 따라 서울·경기지역에 유실물센터를 일곱군데 개설해놓고 있다.승객들이 분실한 물건을 합치면 자그마치 10억원은 족히 된다는 얘기다. 지하철 승객들에게 언짢게 들릴 수도 있는 뒷얘기도 있다.직원들 사이에서는 ‘사고 3번은 나야 멈춘다.’는 표현이 통설처럼 전해지고 있다.자살사고 등이 발생하면 ‘안전 기원제’를 열곤 한다.특히 승강장이 밝으면 사고가 줄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무관하게 늘 밝게 유지한다. 대신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운행중단 사고가 나면 사고 지속시간이 30분 이하인 경우 대체 교통비로 5000원,그 이상이면 1만원을 승객들에게 지불한다.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있으면 환불만 해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1세대 기관사 정철영씨 “이름 정철영보다 비슷한 발음의 ‘전철역’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지난 1974년 지하철 개통 당시 30명의 ‘1세대’ 기관사 가운데 가장 신참이었지만,30년의 세월 앞에 현직에 남아 있는 유일한 기관사이자 지하철 역사의 산증인이 된 정철영(57) 신정승무사업소장의 지하철 사랑은 남다르다.“약관의 나이에 철도국(현 철도청) 직원의 집에서 가정교사를 했던 인연이 철도 기관사를 거쳐 지하철에 몸담은 지금까지 지속될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지하철이 생긴다는 소식에 주저없이 지원한 선택과 이후 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생활에 후회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지하철 개통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개통행사를 치렀지만,당시 육영수 여사가 서거하는 불상사가 발생해 행사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개통 이후 아침부터 밀려든 시민들은 신기한 듯 지하철을 타면 내릴 생각은 않고 왔다갔다 했고,말끔히 단장된 역사에서는 구경나온 시민들이 둘러앉아 도시락을 까먹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기관사로 줄곧 근무하던 정 소장은 80년부터 열차운행을 통제하는 사령실로 근무지를 옮겼으며,84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개통을 앞두고 있던 3·4호선의 열차운행 자동화업무시스템 제작에 참여했다.이어 94년에는 다시 영국에 가서 2호선의 기존 설비를 개선하는 데 공헌했다.즉 전동차 하나하나,설비 여기저기에 정 소장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게다가 지난 99년부터는 기관사 등 승무원을 관리·양성하는 종로·성수·신정승무사무소 등에서 줄곧 근무하며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사소한 지하철 사고 소식에도 시민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이 앞서곤 한다.”면서 “지하철 30년의 역사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터”라고 말했다. 기차나 지하철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눈을 뗄 수 없다는 정 소장도 내년이면 정년이다.정 소장은 “부부도 30년을 같이하면 최고로 느껴지는데,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소회가 달리 느껴지겠습니까.”라며 말을 맺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DJ역장’ 김만오씨 “작은 노력 하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DJ 역장’으로 더욱 유명한 김만오(56) 경복궁영업사무소장의 말이다.김 소장이 이같은 별명을 얻게 된 것은 1995년 ‘환승 지옥’으로 일컬어지던 신도림역무소장을 맡으면서부터다.“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뛰지 맙시다.’ 등의 딱딱한(?) 멘트로 시작한 역내 방송이 계기가 됐다.”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시민들에게 한발짝 다가선다는 취지에서 차츰 멘트에 위트를 섞고,노래를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97년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신촌역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랩댄스와 힙합 등 젊은이 취향의 노래를 선곡,신촌 대학가의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했다.“방송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시민들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면서 “98년 연·고전 당시에는 초청받아 축제 무대에 서기도 했다.”고 귀띔했다.이어 현재의 자리에 부임한 2001년부터는 김 소장의 책임 하에 있는 9개역(3호선 지축역∼경복궁역 구간)으로 방송 활동영역을 넓혔다.특히 지난해 6월부터는 당시 강경호 지하철공사 사장의 특별지시로 지하철 1∼4호선 114개 모든 역사에서 김 소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시스템상의 문제로 모든 역에 생방송을 할 수 없어 직접 녹음·편집한 90분짜리 테이프를 각 역에 나눠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자비를 들여 편집·녹음장비들을 구입,한때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하지만 큰아들 정균(23)씨와 막내딸 덕교(20)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여전히 어눌하다는 생각이 앞선다.”면서도 “저의 존재 이유는 시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퇴직하는 그날까지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어느 역사에서는 DJ 역장의 “탈법을 일삼는 사람,오늘도 큰소리 뻥뻥 칠거야?’라는 목소리 뒤에 흘러나오는 가수 송대관의 ‘큰소리 뻥뻥’에 환한 웃음을 짓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여성기관사 김현정씨 “앞으로 30년 동안 더욱 편하고 안전한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하철 전동차를 운행한 지 1년 남짓 지난 ‘새내기’ 여성 기관사 김현정(30·서울도시철도공사 신풍승무사무소)씨는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지하철 개통 30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서울지하철공사의 경우 960여명의 기관사 가운데 여성은 한명도 없다.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850여명의 기관사 중 여성이 1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특히 김 기관사는 지난 2002년 말 기관사 채용시험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28명의 신참 기관사 가운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3개월의 이론과정과 6개월의 실습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지하철 7호선 운행 기관사로 정식 배치됐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놀랍다는 모습으로 악수를 청하면 비로소 기관사가 됐음을 실감한다.”고 미소지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 기관사가 전공과 전혀 무관한 기관사에 도전하게 된 데는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됐다.“대학 재학 시절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제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성 기관사를 본 뒤 그 존재를 알게 됐고,이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힘들 거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자동화시스템이 갖춰져 간단한 기계 조작만으로 수백t의 전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성들도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적극 추천한다.“남녀 차별이 없을 뿐만 아니라,근무 여건이나 처우 등도 일반 사기업에 비해 좋은 편”이라면서 “다만 기관사는 전기·전자·기계분야에서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이 있거나,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어 사전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기관사는 “다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상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신경써야 한다.”면서 “전동차 문을 여닫을 때 CCTV 등으로 확인하지만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어 문에 끼이는 등 사고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보다 여유를 갖고 승하차하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에듀 짱]서울시교육청 주최 초등교원 금강산 통일체험 연수

    [에듀 짱]서울시교육청 주최 초등교원 금강산 통일체험 연수

    “이제 통일교육은 반전·평화교육의 연장선 위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교단에 설 것입니다.” 지난 5∼7일 2박3일간 열린 초등교원 금강산 통일체험 연수에 참가한 종암초 김홍례(여·28) 교사의 감회는 남달랐다.최연소 참가자인 김 교사는 어린시절 이산의 아픔에 절규하는 사람들이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현장을 TV로 보았지만 ‘분단과 이데올로기’는 그저 ‘뉴스’라고 생각해온 분단 3세대다. ‘빨갱이’는 ‘쳐부수어야 하는 적(敵)’으로만 배웠던 김 교사가 교단에 섰을 때 남과 북의 환경은 너무도 변해 있었다.적대적이었던 남북의 관계가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북한 땅을 밟아보니 비로소 남과 북이 같은 나라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초청으로 금강산 연수에 참가한 초등교사 400명은 생생한 북한체험이 통일교육을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지난 5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버스로 꼬박 7시간을 달려 군사분계선을 넘어선 교사들은 차창 밖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한 여름의 햇살과 푸르름을 더해가는 산과 들,삼삼오오 마을을 거니는 까까머리 꼬마들의 모습은 남한의 시골 풍경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5일과 6일 구룡연과 만물상 등반을 마친 교사들은 더욱 더 통일교육의 의지를 굳혔다.구룡연 정상 상팔담에 오른 홍연초 이봉수(61) 교장은 북측 환경요원이 구수한 입담으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풀어내자 “남과 북이 같은 언어와 정서를 지닌 한민족이라는 사실이 절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기암괴석 사이사이 맑은 폭포와 연못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만물상 정상에 오른 안평초 송칠섭(35) 교사는 숨이 멎을 듯한 진한 감동을 느꼈다.그는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꼭 기억해 두었다가 이 감동을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전해주겠다.”고 다짐했다.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화려한 곡예 역시 많은 교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남사초 장경자(여·55) 교무부장은 “북한 교예단의 실력에 놀라고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교예단원들이 자식들 같아 피땀 흘리며 훈련받았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빠듯한 2박3일의 일정 중에 교사들은 곳곳에서 통일교육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했다.경희초 황인수(38) 교사는 “교육현장에서는 지식·인성교육에 밀려 통일교육이 무시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통일 후 한반도가 아시아 대륙으로 무한히 뻗어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만 인식해도 통일교육을 게을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자초 김미정(여·42) 교사는 “반전과 평화 교육을 피부로 느끼게 하려면 역할극 등을 통해 학생들이 간접체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며 “통일교육의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 금강산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교원 금강산 통일체험 연수는 유·초·중·고 교사 금강산 통일체험 연수는 서울시교육청이 통일교육의 내실화를 꾀하기 위해 실시해온 현장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지난 1999년 8월,교사 470명이 항로로 처음 금강산을 방문한 뒤 지금까지 3592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주로 7∼8월 2박3일 동안 여름방학을 이용해 연수가 진행된다.11개 지역 교육청 별로 통일교육 담당교사를 우선적으로 선발한다.참가교사는 구룡연,삼일포,만물상,해금강 등 금강산의 주요 관광코스를 둘러보고 평양 모란봉 교예단의 공연도 관람한다. 교사들은 통일교육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분임토의 시간도 갖는다.10∼12명의 교사가 한 조를 이뤄 1시간 정도 토론을 실시하며 학교별 통일교육 우수사례 발표회 등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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