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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7평이하 67% 차지

    25.7평이하 67% 차지

    사실상 올해 서울시 아파트 공급을 마감하는 11차 동시분양에 모두 13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다음달 초 분양하는 서울 11차 동시분양 단지는 13곳이며, 분양 물량은 1329가구이다.10차 동시분양(1177가구)보다 152가구 늘어났다.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가 890가구로 전체의 66.9%를 차지하고 40.8평 초과 아파트는 212가구에 불과하다. 강남권 아파트가 5곳 282가구, 강북권은 4곳 744가구, 강서권 아파트가 4곳 303가구다. 오는 30일 모집공고를 거쳐 다음달 6일부터 청약을 받는다. 일부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나올 수도 있다. ●강남권 소규모지만 입지여건 양호 롯데건설이 공급하는 역삼동 롯데캐슬 아파트는 55평형 34가구,61평형 78가구,75평형 2가구,84평형 3가구 등 총 117가구이다. 평당 분양가는 2100만∼2300만원.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이 걸어서 10분 거리. 강남대로와 가깝다. 역삼·언주초, 도곡·은광여중 등이 있다.LG마트, 우성쇼핑센터, 영동세브란스병원 등도 가깝다.2006년 상반기 입주 예정. 반포동 SK View는 70평형 9가구,73평형 10가구,74평형 40가구,80평형 2가구,82평형 1가구,85평형 1가구 등 63가구. 대형 평형이며 분양가는 평당 2000만원 정도. 지하철 3,7호선 환승역인 고속터미널역이 가까운 곳에 있고,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경부고속도로 진입이 쉽다. 반포·잠원초, 반포·방배중, 세화고 등이 있다. 입주는 2006년 9월쯤으로 잡혀 있다. 동일건설이 강남구 삼성동에 짓는 동일 파크스위트는 36가구 모두 일반분양한다.51평형 24가구,61평형 12가구. 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7호선 청담역이 걸어서 10분 거리. 올림픽대로 진입이 가능하다. 봉은초, 봉은·정신여중, 경기·휘문고 등이 가까운 곳에 있다. 갤러리아·현대·롯데백화점, 강남병원, 코엑스몰, 청담공원 등이 주변에 있다. 동궁종합건설은 송파구 가락동에 동궁리치웰 아파트 32가구를 분양한다.31평형이며 분양가는 평당 1200만원대.2005년 6월 입주 예정. 지하철 5호선 개롱역과 문정동 로데오거리의 상권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다. 가동초, 가주초, 송파중학교 등의 교육시설이 있다. 개롱근린공원에 접해 있고 송파도서관과 오금공원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어 주거환경은 쾌적한 편이다. 동구종합주택건설이 짓는 강동구 천호동 동구햇살2차는 재건축 아파트로 74가구 중 18∼31평형 34가구를 일반분양한다. 평당 분양가는 900만원대로 입주는 2005년 8월 예정. 지하철 5호선 굽은다리역이 걸어서 5분거리. 천호초, 천호중, 성덕여중 등이 가깝다. ●강북 대단지 실수요자 관심 성북구 삼선동 푸르지오 아파트는 대우건설이 짓는 재개발 아파트.22∼40평형 864가구 단지로 일반 분양분은 273가구이다. 평당 분양가는 850만∼1000만원.2007년 10월 입주 예정. 지하철 6호선 창신역이 걸어서 6∼7분 거리. 낙산공원이 가깝고, 단지가 높아 동대문 일대 조망권이 트여 있다. 명신·삼선초등, 삼선·동성중고, 경동고, 한성대 등이 있다. 하월곡동 래미안2차는 삼성물산이 월곡2구역을 재개발하는 아파트로 24∼41평형 787가구를 짓는다. 이 중 24평형 263가구,32평형 13가구,41평형 99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평당 분양가는 890만∼1020만원으로 입주는 2007년 8월. 지하철 6호선 월곡역이 걸어서 1분안에 있는 역세권 단지. 미아동 래미안 아파트는 삼성물산이 미아2구역을 재개발하는 아파트.23∼43평형 306가구 가운데 23평형 56가구,43평형 13가구 등 69가구를 분양한다. 분양가는 평당 900만∼934만원으로 입주는 2006년 12월로 예정돼 있다. 인근은 미아뉴타운이 개발되고 있다. 명륜동 건양아파트는 건양종합건설이 짓는 재건축 아파트.55가구 중 24∼32평형 27가구를 일반분양한다. 평당 분양가는 1100만원대로 입주는 2005년 11월 예정.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이 걸어서 8분 거리. ●강서권 수요 감소로 미분양 예상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금호어울림 아파트 134가구가 들어선다.33∼34평형이며 평당 분양가는 1100만∼1150만원으로 2006년 8월 입주 예정. 지하철 2호선 문래역이 걸어서 2분 거리. 경인고속도로, 올림픽대로의 접근이 쉽다. 단지 옆에 양화중학교가 지어진다. 화곡동 SK View는 문화연립을 헐고 짓는 재건축 아파트.31∼41평형 203가구 중 9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입주예정일은 2006년 10월 예정.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이 걸어서 7분 거리. 우장·내발산·화곡초, 화곡·덕원예고 등이 있다. 우장산공원,88체육관, 제일성심병원, 강서구청 등이 가깝다. 신월동 풍인엔트런스빌은 23∼34평형 132가구 중 53가구를 일반분양한다.2005년 12월 입주 예정.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이 걸어서 15분 거리. 방화동 태승훼미리는 25∼32평형 76가구 중 26가구를 일반분양한다. 평당 분양가는 820만원으로 2005년 10월 입주 예정.2007년 말 개통 예정인지하철 9호선 역이 걸어서 10분 거리다. 공항로, 올림픽대로 이용이 쉽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대공원 동물들의 겨울나기

    대공원 동물들의 겨울나기

    낙엽 떨어지는 모습에서 두툼한 솜 이불과 절절 끓는 온돌방이 생각나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면 얇은 옷들은 정리해 옷장 깊숙이 밀어넣고, 폭신하고 따뜻한 겨울외투를 꺼내야 한다. 더 추워지기 전에 보일러와 수도관도 점검해야 한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가족들도 우리 이웃들과 다를 바 없다. 월동 준비가 한창이다. 겨울 준비에 분주한 서울대공원 동물원 식구들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 봤다. ●야외 온돌침대를 마련한 사자 사자는 겨울만 되면 ‘밀림의 제왕’답지 않게 꽉막힌 실내 사육장에 갇혀 체면을 구긴다. 그러나 올해는 야외 사육장에 바위 모양의 ‘온돌침대’ 2개를 새로 들여놓아 겨울에도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있다. 서울대공원측이 약 1000만원을 들여 새로 설치한 온돌 침대는 둘레 8m에 2평 남짓한 크기로, 플라스틱 재질을 이용해 바위 모양으로 만들었다. 바닥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온돌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에 사자들은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겨울 햇살을 맘껏 쬘 수 있게 됐다. 서울대공원 강형욱 홍보팀장은 “11월말쯤이면 실내로 옮겨진 사자들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활동 부족 등으로 비만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혹한기만 피하면 이번 겨울에는 야외에서 사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람객들은 온돌침대 덕분에 사육사가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들고는 ‘밀림의 왕자 레오’처럼 동물원이 떠나가도록 힘차게 포효하는 모습을 겨울철에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겨울 외투입은 ‘오랑우탄 보미’의 재롱 22일 오후 동물원의 스타인 암컷 오랑우탄 보미는 겨울외투를 입고 어린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치마에 알록달록한 카디건을 입고 ‘아빠’사육사 이길웅씨 품에 안긴 보미는 쌀쌀해진 날씨에도 아랑곳않고 재롱을 피우고 있다. 어린이들은 보미를 둘러싸고 악수도 하고 머리도 쓰다듬으며 즐거워한다. 2주전 쯤 주머니를 털어 보미를 위한 카디건을 시장에서 사왔다는 이길웅씨는 “날씨가 더 추워지면 두툼한 점퍼도 사주겠다.”면서 “이런 ‘아빠’의 마음을 보미는 아는지 모르겠네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다음 달부터는 5살 일본원숭이 일순이도 보미와 함께 겨울옷을 입고 어린이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서울대공원측은 이밖에도 겨울 추위에 강한 원숭이 친구들이 두툼한 점퍼를 입고 야외 사육장에서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겨울에는 어른 원숭이들이 오리털 점퍼에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모습도 기대해 봄직하다. 동물원에는 이번 겨울을 엄마와 보내지 못하게 된 생후 5개월된 암컷 새끼 캥거루 캥숙이의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새끼 캥거루 캥숙이,‘엄마 없는 하늘 아래’ 어미로부터 버림받아 추위에 떨고 있던 캥숙이는 열흘 전쯤 아기 동물들만 키우는 인공포육장으로 옮겨졌다. 사육사 한효동씨는 “캥거루는 생후 8개월까지 어미 주머니에서 자라는 것이 보통”이라면서 “캥숙이는 추워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고 젖이 부족한 어미가 새끼를 내쳐 고아 아닌 고아가 됐다.”고 설명했다. 캥숙이는 사육사 숙소 한쪽에 포근한 담요로 덮인 작은 바구니에서 이번 겨울을 지낼 예정이다. 습도조절을 위한 가습기가 하루종일 켜져 있는 따뜻한 온돌방에서 겨울을 난다. 한편 코끼리나 기린 등과 같이 따뜻한 곳이 고향인 동물들은 전기보일러로 데워지는 실내 온돌방에서 겨울을 보낸다. 내년 2월까지 겨울나기를 위한 난방비만 8억원가량 든다. 반면 호랑이, 바다사자, 북극곰, 흑두루미 등 추운 곳이 고향인 동물친구들은 제철을 만나 즐거운 표정이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자식처럼 돌보느라 퇴근 못하기 일쑤 동물들을 관리하는 사육사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보통 외부 온도가 영상 15도 이하로 내려가는 11월 중·하순이 되면 열대동물들은 실내 사육장으로 옮겨진다. 이를 위해 사육사들은 10월말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먼저 난방시설의 이상유무를 살핀다. 전기보일러로 바닥을 데우는 온돌난방을 하는데 24시간 동안 22∼27도를 유지해야 한다. 좁은 실내공간에 많은 개체수가 있다 보니 청결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 3∼4회 정도 물청소를 실시하고 살균제 등으로 소독을 해야 한다. 실내생활이 무료하지 않도록 하고 비만을 막기 위해 적당한 공간에 놀이기구도 설치한다. 과일이나 채소, 닭고기 등 먹이의 신선도 확인이나 동물의 체질에 맞는 영양관리는 사육사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수칙 제1조다. 올 겨울에는 사육사들 사이에 긴장감도 돌고 있다. 내년 2월말에 동물의 건강을 유지하기 실시하는 ‘동물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과 관람객들을 위한 ‘아름다운 사육장 꾸미기’ 등 사육사 컨테스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다음달부터 버스를 타고 동물원을 관람할 수 있는 ‘따뜻한 동물원 겨울여행’ 등의 프로그램이 새롭게 진행된다. 관람객 맞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동물을 돌보느라 집에도 가지 못한 채 동물원 숙소에서 잠을 자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육사들의 동물 사랑은 끝이 없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동물가족 월동 요지경 동물원의 ‘왕따’ 동물들에게 겨울은 따뜻한 계절이다. 힘이 없는 수놈이나 ‘노약자’들은 왕따의 대상이 돼 괴롭힘을 당하다 겨울이 되면 힘센 녀석과 분리된 실내우리에서 특별한 보살핌을 받기 때문이다. 생후 몇 개월간 어미와 무리로부터 격리돼 자란 6살짜리 얼룩말 포니는 지금껏 무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다른 녀석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포니는 겨울이면 워터벅영양(소목 소과의 아프리카산 동물)과 함께 살아간다. 영양은 성격이 온순한 탓에 ‘낯선 이방인’포니를 이방인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스포츠맨’이란 별명에 몸집이 작지만 재빠른 이웃사촌 스프링영양(소목 소과의 아프리카산 동물)에 쫓겨 꼬리를 내리고 도망다니느라 한 해를 다 보낸 늙은 워터벅영양 수놈들에게도 겨울은 행복하다. 겨울이 되면 온순한 암컷과 합방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강한 수컷이 암컷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왕따를 당하는 힘이 약한 수컷 흰오릭스(소목 소과의 아프리카산 동물)도 암컷과의 합방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사육사 편현수씨는 “무리에서 서열이 낮고 온순한 놈들끼리 겨울을 나게 해 집단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신의 권위만 내세우며 다른 동료를 괴롭히는 녀석들에겐 ‘격리수용’이라는 벌이 내려진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도움말 서울대공원 강형욱 홍보팀장
  • 대딩들과 캠퍼스 미리보기

    대딩들과 캠퍼스 미리보기

    수능 준비로 정신없이 보낸 가을. 시험을 마치고 보니 어느덧 겨울과 맞닿아 있는 가을 끝자락에 서 있다. 마냥 신나게 놀기엔 입시 전쟁이 아직 끝나진 않았다. 그렇다고 책상 앞에 그대로 앉아 있을 순 없다. 남은 전형기간 동안 지치지 않기 위한 자극제도 필요하다. 대학으로 가자. 친구들과 삼삼오오 캠퍼스를 걸으며 아직 남아 있는 가을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여기서 그동안 지친 심신을 달래고 대학생이 될 모습도 머릿속에 그려보자. ●건국대학교-최자윤(국제무역학과 03학번) 저희 학교에 오시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가장 먼저 발길이 가는 곳은 ‘일감호’라는 인공호수일 겁니다. 전국 대학내 인공호수 중 최대 규모로 1만 9000여평이나 됩니다. 호수를 끼고 형성돼 있는 ‘청심대’는 학생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쉼터랍니다. 또 하나의 명소는 ‘상허박물관’이죠.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적이 있는 곳으로 낙원동에 1900년대 초 독립운동을 위해 지어진 건물로 저희 학교의 전신이라 할 수 있죠. 학교 안에는 건국햄 전시장이 있답니다.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싶으시다면 그 곳에서 파는 햄치즈 샌드위치(2500원)를 맛보세요. 제대로 밥을 먹고 싶다면 학교 근처 남도쌈밥집을 강추합니다. 만원이면 두명이서 주물럭 쌈밥에 냉면까지 든든해집니다. 맛은 기본이랍니다. ●경희대학교-박현주(의류학과 02학번) 대학교 하면 흔히들 상상하는 굵은 기둥의 높은 건물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저희 학교랍니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키는 ‘평화의 전당’은 저희 학교의 자랑이죠. 드라마 속 멋진 캠퍼스 장면이 대부분이 이곳에 촬영된답니다. 며칠 전에는 이곳에서 대학가요제도 열렸죠. 정문으로 들어와 언덕을 지나면 보이는 왕관 모양의 ‘크라운관’에도 꼭 들러보세요. 크라운관에서 아랫길로 조금 내려가면 ‘희랑’이라고 불리는 건물이 나오는데 이곳의 학생식당 밥맛이 좋습니다. 매일 메뉴가 바뀌는데 1500∼2000원 정도 가격으로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답니다. 정문에서 나와 오른쪽에 있는 피나피니의 런치타임(오전 11시30분∼오후 4시)에 8000원 안팎으로 무한정 나오는 빵을 비롯해 패밀리 레스토랑 부럽지 않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답니다. 피자돈가스가 인기 메뉴. ●성신여대-맹소영(식품영양학과 02학번) 학교 안에는 작고 운치가 넘치는 곳이 많아요. 도서관인 우정관 옆과 수정관으로 향하는 운동장 옆 잔디밭은 돈암동을 바라보며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여유를 갖기에 제격입니다.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한 건물들 사이에 잔디와 아름드리 나무가 많아 강의를 끝내고 몸을 달래는 휴식을 가질 수 있어요. 메인건물인 ‘수정관’을 꼭 들러보세요. 학교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곳곳에 푹신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얘기를 나누는 대학생의 일상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도서관 옆 제1학생식당은 한식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제가 식품영양학을 전공하잖아요. 그래서 다른 곳과 비교할 기회가 많았는데 역시 이곳이 반찬도 골고루 나오고, 맛도 최고더라고요. 이중 참치김치찌개가 으뜸이에요. 찌개가 나오는 날이면 식당엔 발 디딜틈이 없죠. 주로 1300∼1400원대. 분식을 주로 내는 제2학생식당에선 면발 좋고 국물이 얼큰한 우동을 맛보세요. ●성균관대학교-최혜민(영어영문학과 03학번) 성균관대학교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성균관’일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장소는 바로 명륜당이죠. 정문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옛기와건물로 들어오면 옛모습 그대로의 명륜당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넓은 마당의 뒤편에 성균관대학교의 상징인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답니다. 이 은행나무에는 전설이 있는데 가을마다 은행에서 나는 냄새 탓에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지장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은행이 열리지 않게 해달라는 제사를 지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은행이 열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학교 내에는 식당이 다섯 곳이 있는데 그중에서 600주년 기념관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은행골’이 최고랍니다.‘육백년의 맛’이라는 한식,‘성균면옥’에서는 면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죠. 또 ‘비볶’에서는 비빔이나 볶음류,‘프랜즈’에서는 양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중 프랜즈의 바비큐 폭찹이 인기랍니다. 정문을 나서면 성대학생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명륜골의 불백은 그 맛이 일품이랍니다. 돼지불백에서 치즈불백까지 맛도 다양하니 꼭 한번 들러보세요. ●한국외대-민희창(일본어과 01학번) 저희 학교는 캠퍼스만 보자면 비교적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합니다. 하지만 외국어 대학인 만큼 관련 시설에서 만큼은 최첨단을 자랑한답니다. 저희 학교의 ‘멀티플라자’에서는 미국부터 인도까지 세계 각국의 130여개 방송 채널을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이곳의 ‘국제 PC 카페’에서는 세계 각국 언어를 통한 PC 사용이 가능하죠. 학생식당에서는 신당동 떡볶이를 연상시키는 즉석 떡볶이를 맛보실 수 있답니다. 가스 버너가 비치되어 있어 직접 떡볶이를 요리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큰 냄비속에 각종 야채와 떡, 어묵, 라면 사리가 푸짐하게 들어갑니다. 여기에 주방방 아저씨가 비결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 특제 고추장 양념이 들어가 환상적인 맛을 냅니다. 가격은 놀라지 마세요. 단돈 1500원이랍니다. 학교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싶다면 오르페우스 블랙을 강추합니다. 스파게티 전문점으로 각종 파스타와 돈가스를 맛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메뉴는 돈가스 위에 피자가 올려져 있는 ‘홍콩돈가스’와 느끼하지 않으면 특이한 크림소스가 곁들여진 ‘알프레도 새우스파게티’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한지훈(언론정보학과 02학번) 학교를 제대로 다 둘러보고 졸업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만큼 넓은 게 일단 저희 학교의 특징이자 매력이죠. 다 가보지 못해도 어느 곳에서든 탁 트인 공간에 멋진 단풍과 낙엽이 어울린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많은 대학내 명소 가운데 ‘자하연’은 연인들의 필수 코스. 예전에는 수영도 할 수 있었다는 소문이 있지만 믿기엔 수질이 조금 떨어지죠. 하지만 분위기는 만점이랍니다. 연못 근처의 벤치에 앉아있다 보면 우정도 사랑도 새록새록∼. 학교가 넓다 보니 그만큼 학생식당도 많습니다. 그중에서 카페테리아식으로 원하는 음식을 골라먹는 음미대 식당이 괜찮습니다. 학내 언론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만족도 1위를 차지했으니 믿을 만하겠죠?학교 밖을 나오면 녹두거리라는 번화가가 나오는데 이곳의 우동촌은 몽골리안우동(5000원)과 같은 볶은 우동과 치즈치킨가스(6500원)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중앙대학교-우정화(아동복지학과 02학번) 중앙대의 여러 명소 중 단연 으뜸은 본관 앞 청룡 호수입니다. 저희 학교를 상징하는 청룡이 여의주를 물고 펜을 들어 지구를 품에 감고 있는 모양이죠.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학교가 아닌 또 다른 자연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죠. 햇살이 맑은 날에 이곳의 벤치에 앉아 있으면 특히 무지개가 청룡상을 감싸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이때 사진을 찍으면 행운이 온다는 얘기도 있죠. 학교 내에서 가장 유명한 먹을거리는 바로 ‘CAU버거’랍니다. 중앙대의 영문이니셜이 붙은 이 햄버거는 시중가의 절반에 2배 이상을 맛을 자랑한답니다. 신선한 재료와 독특한 소스로 많은 중앙대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아울러 함께 판매하는 ‘김치전’의 인기도 만만치 않죠. 학교 밖을 나서면 3000원 안팎의 돈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단비분식을 찾아보세요. 중앙대학교에서 모르면 간첩소리를 듣는 이곳은 저렴한 가격에 집에서 밥을 먹는 듯한 맛을 느낄 수 있답니다. 각종 찌개류부터 생선구이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답니다. ●고려대학교-김대규(통계학과 99학번) 학교의 전통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곳을 가장 추천하고 싶네요. 본관 석조건물은 말이 필요없는 학교 역사의 교과서죠. 마치 중세시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달까. 한국학관은 한옥건물로 고궁에 와있는 운치가 느껴지고, 중앙광장 분수대는 파란 잔디와 본관건물이 한폭의 그림이에요. 고대의 코엑스로 ‘고엑스’라고 불리는 ‘중앙광장’은 중간에 통로를 두고 양쪽으로 열람실과 편의점, 행정부서들이 있어요. 학생회관식당 감자커틀렛(1500원)은 이 메뉴가 나오는 날이면 학생들로 북적거릴 정도로 인기죠. 고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정경대 후문 영철버거는 넉넉한 인심으로 학생들을 사로잡는 곳입니다. ●이화여대-김가진(인문학부 04학번) 학교를 방문한 학생들을 데리고 꼭 가는 곳이 이화포스코관에 있는 ‘이화사랑’이에요. 공부하는 사람, 담소를 나누는 사람, 간식을 먹는 사람 등 학생들의 일상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죠. 헬렌관의 아름뜰에서는 야외테이블에서 공부하면서 스파게티를 먹을 수 있어요. 울창한 숲속에서 공부하는 분위기, 생각만해도 멋지죠?학생문화관 앞 겨움터도 딱 그런 곳이에요. 부지런한 학생들이 아침부터 이곳에 앉아 공부하죠. 생활관·헬렌관 학생식당 모두 좋지만 가장 추천하는 곳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기숙사 식당. 너무 멀어 힘들지만 꼭 찾아가 먹을 만큼 1700∼1800원 하는 백반의 맛이 최고예요. 정문 앞 식당 밥의 순두부 정식(5000원)은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는 것 같은 정성과 맛으로 넘버 원! ●연세대학교-손령(인문계열 03학번) 그 어떤 캠퍼스보다 가을이 물씬 묻어나는 저희 학교에 오셨다면 ‘광혜원’은 꼭 들러보셔야 합니다. 정문에서 쭉 들어오다 보면 오른편에 작은 한옥지붕이 보이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광혜원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자 연대 세브란스 병원의 모태기도 합니다. 이제 광혜원을 본관쪽을 향해 가다보면 ‘윤동주 시비’를 만날 수 있습니다. 시비에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서시’가 새겨져 있으며, 오늘날에도 그를 추억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좀더 올라가면 저희 학교가 자랑하는 광대한 녹지 공간인 ‘청송대’(聽松臺)’가 나옵니다.‘소나무 소리를 듣는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곳은 연세대 캠퍼스 아름다움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식당은 학생회관 지하 1층의 ‘맛나샘’과 지상 1층의 ‘부를샘’ ‘고를샘’이 대표적입니다.20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밥을 즐길 수 있죠. 정문을 나서면 수많은 신촌의 맛집들을 만날 수 있지만 연세대인들이 손꼽는 집은 바로 아침나무입니다. 무쇠솥밥으로 유명하죠. ●숙명여대-가애란(인문학부 01학번) 우리 학교에서 가장 예쁜 공간을 하나 꼽으라면 대부분 분수대를 꼽겠죠. 분수대 앞으로는 나무가 작은 숲을 이루고, 숲속 벤치에는 삼삼오오 우정을 나누는 학생들이 사시사철 떠나지 않죠. 학교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랄까요.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사회교육관에는 ‘영어카페’가 있어요. 주문할 때부터 카페를 나설 때까지 모두 영어로 하는 곳으로 나의 영어실력을 뽐내보는 것도 좋아요.‘스노카페’에도 들러보세요. 세련된 분위기, 푹신한 의자, 다양한 식음료는 몸을 풀기에 적격이죠. 학교 앞 진이분식은 참치김치찌개와 김치수제비로 유명한 곳이죠. 양은냄비에 내는 칼칼한 순두부칼국수가 일품인 가미원도 강추. ●홍대앞엔 특별한 게 있다 젊음의 거리 홍익대 앞에서 수능준비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보자. 수능을 마친 청소년들을 위해 오는 21일 ‘제1회 유스(Youth) 홍대클럽데이’가 열린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열리는 클럽데이는 홍대 앞 14개 클럽을 입장권 한 장으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날. 올해 처음 열리는 유스 홍대클럽데이에는 엠투(M2), 흐지부지, 엔비(NB), 디디(dd), 코스모, 조커레드 등 7개 클럽이 참가했다. 입장권은 1만원. 누구나 입장이 가능하며 수험표를 지참하면 50% 할인된다. 각각의 클럽에서 영화 ‘발레교습소’의 시사회, 엠씨 스나이퍼·불독맨션 등 인기그룹 공연, 비보이(B-boy) 댄스 배틀 등 다양한 행사도 함께 열릴 예정. 포털 네이버(naver.com),YMCA, 하자센터, 아하성문화 센터 등이 공동주관하며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된다. 청소년이 함께하는 행사인 만큼 술 담배는 절대 금지. 부모님도 안심시킬 수 있다. 예매는 티켓링크(ticketlink.co.kr)에서.
  • 낙엽길따라 - 선암사 · 남이섬 · 상림

    낙엽길따라 - 선암사 · 남이섬 · 상림

    지는 가을을 만나러 길을 나섰습니다. 가을색 짙은 목소리가 매력 만점인 가수 최헌의 노래가사처럼 그리움이 눈처럼 쌓이는 곳으로 말입니다. 어디 그리움뿐이겠습니까. 그 곳에선 정말 새털처럼 가벼운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이 바싹 마른 이파리가 되어 팔랑팔랑 굴러다녔습니다. 삶의 무게가 버거운 양 애처롭게 처진 중년 남성의 서러움도, 야윈 늦가을 햇살을 쪼이는 노인의 쓸쓸함도 하나 둘 내려앉고 있었구요. 그래도 눈처럼 쏟아져 날리는 이파리들은 팍팍한 일상을 사느라 헛헛해진 가슴속을 푸근히 채워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소담스럽게 쌓인 샛노란 은행잎을 하늘 높이 뿌리며 동화를 꿈꾸고 있었지요. 호젓한 선암사 오솔길과 함양 상림, 그리고 춘천 남이섬. 지는 가을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세 곳으로 안내합니다. 글 사진 선암사·남이섬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선암사 11월 늦은 오후에 찾은 선암사엔 반쯤 진 가을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1500년 연륜의 고즈넉한 사찰 뒤로 얼기설기 난 오솔길은 아직 단풍 반 낙엽 반. 바람이 불 때마다 쏟아져 내리는 낙엽에 ‘어머 어머!’하고 여자들의 탄성이 터진다. 역시 남자보다는 여자의 감수성이 예민한가 보다. 선암사 뒤 낙엽 산책길은 대략 네 갈래다. 선암사∼운수암, 삼인당∼대승암, 매표소∼삼인당 그리고 선암사∼송광사 코스 등. 각각 독특한 운치를 지니고 있다. 우선 삼인당∼대승암 길로 가보자. 인공연못인 삼인당 갈림길에서 왼쪽의 대승암·송광사 길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삼인당(三印塘)은 길쭉한 알 모양의 인공연못이다. 신라 경문왕때 도선국사가 축조했다고 전해진다. 알속의 노른자처럼 연못 안에 작은 섬을 두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삼인당 주위의 붉게 물든 단풍, 그리고 낙엽이 수면을 덮은 풍광이 제법 화사하다. 부도탑을 지나 왼쪽으로 난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옹달샘과 함께 낙엽길로 들어선다. 여기서 직진하면 대승암, 오른쪽의 큰 길을 따라가면 송광사로 넘어가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대승암으로 이어지는 낙엽 오솔길은 약간의 오르막이다. 길 왼쪽으로 하늘 높이 솟은 삼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들리는 것은 사각사각 밟히는 낙엽소리뿐. 암자까지 외길인지라 등산객을 만나기 어려워 더욱 호젓하다. 선암사∼운수암길은 선암사 오른쪽으로 나 있다. 강선루를 막 지나면 나오는 첫번째 부도탑에서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가면 된다. 이미 황갈색 낙엽이 길을 뒤덮고 있다. 5분쯤 비탈길을 올라가니 운수암에 닿는다. 새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암자. 암자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만추의 절정을 보여준다. 양지쪽이어선지 맞은편 산등성이는 아직 오색단풍이 한창이다. 암자 아래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마치 불타는 단풍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다. 매표소∼삼인당 길은 선암사를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곳으로 가장 널찍하다. 왼쪽 아래는 맑고 투명한 계곡. 조계산을 붉게 물들였던 가을이 계곡물을 타고 아래로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발걸음은 승선교 앞에서 자연스럽게 멈춘다. 승선교는 선암사에서도 손꼽힐 만큼 아름다운 곳. 자연석을 이용해 만든 무지개 모양의 다리다. 다리 일부에 균열이 생겨 지난 1년여간의 해체 보수를 거쳐 최근 제모습을 찾았다. 승선교(昇仙橋)는 글자 그대로 신선이 하늘로 오를 때 발을 디딘다는 다리. 반대로 승선교 앞에 버티고 서 있는 2층 높이의 강선루(降仙樓)는 신선이 내려온 누각이라고 한다. 승선교 아래엔 항상 사진작가들이 다리 아래서 올려다보이는 선암사 풍광을 잡기 위해 진을 치고 있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조계산 능선을 넘어 송광사까지 가는 낙엽 트레킹에 도전해 보자. 선암사∼선암굴목재∼송광굴목재∼송광사 등의 순으로 대략 8.5㎞쯤 된다. 단풍과 낙엽의 운치를 즐기며 천천히 걸으면 3시간 정도 걸린다. 자동차를 가져왔다면 길을 되짚어 오거나 송광사에서 택시를 타고 선암사 주차장까지 와야 한다. 왕복 트레킹에 5시간은 족히 걸린다. 호남고속도로 승주IC에서 빠져 22번 국도와 857번 지방도를 차례로 탄 뒤 선암사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나들목에서 차로 10분 정도면 선암사 주차장에 닿는다. 열차를 이용할 경우 순천역에서 내려 1번 또는 100번 시내버스를 타면 선암사까지 갈 수 있다. 선암사 아래 길상식당(061-754-5599)의 한정식이 깔끔하고 맛도 괜찮다.3인 기준 1인 1만 2000원. 장원식당(754-6362)의 산채비빔밥도 유명하다.5000원. 주변에 새조계산장(751-9200), 산암장여관(754-5666) 등 여관이 많다. ■남이섬 이번이 세 번째다.20년 전 대학시절 여름 MT 왔던 게 첫번째, 지난 여름 확 달라졌다는 남이섬을 확인하러 온 게 두 번째다. 처음 왔을 때는 인공숲이 빈약해 그저 널찍한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시던 생각밖에 안 난다. 지난 여름에 와선 거대한 숲의 섬으로 변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아기자기한 산책로가 참 마음에 들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남이섬의 진수는 이번 세번째 나들이에서 본 것 같다. 단풍이 반쯤 진 남이섬. 연인들이 걷는 오솔길이든 아이들이 뛰노는 잔디밭이든 땅바닥은 그야말로 오색 도화지다. 나무를 떠난 이파리가 이토록 아름다운 줄 미처 몰랐다. 11월의 오후. 짧아진 가을햇살에 고목이 긴 그림자를 벗한다. 사각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는 듯한 노부부, 날아갈 것처럼 숲길을 누비는 10대,20대 커플, 자전거를 타고 바람같이 내달으며 쌓인 낙엽을 날리는 아이들. 남이섬은 신기하게도 이처럼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품는다. 반달 모양의 남이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400여m의 잣나무 길. 늘푸른 잣나무는 녹슨 꼬마열차 궤도를 벗한 채 아직도 여름을 꿈꾼다. 잣나무 길 양쪽으로 널찍한 잔디밭이 이어지고, 그 너머엔 갖가지 단풍나무들이 오색찬란한 가을빛을 내뿜는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길은 잣나무 길과 연결되는 십자로의 오른쪽에 있다. 황갈색 옷으로 갈아입은 메타세쿼이아 터널 너머로 햇빛에 반사된 강물이 하얗게 넘실댄다.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은행나무와 잣나무길엔 ‘연인들의 산책로’란 이름이 붙었다.80년대 중반 젊은이들의 눈물샘을 꽤나 자극했던 영화 ‘겨울나그네’가 촬영된 곳. 추풍낙엽이라고 했던가. 느낄듯 말 듯한 가벼운 바람도 버티지 못하고 은행잎이 쏟아져 내린다. 햇살을 받으며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낙엽비.2인용 자전거를 타고 샛노란 비를 맞는 연인들의 연가가 아름답다. 섬 동쪽으로 이어지는 강변 산책로엔 튤립나무와 자작나무숲이 이국적 자태를 뽐낸다. 숲 사이로 자리잡은 삼각형 모양의 방갈로 지붕위로 단풍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간간이 놓인 나무벤치는 어김없이 연인들의 차 지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오솔길은 남이섬에서 가장 운치 있는 곳. 은행잎은 벌써 7할쯤, 단풍잎은 반쯤 졌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한번쯤은 멈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숲속은 동물들의 세상이다. 아이들의 뜀박질에 화들짝 놀란 청설모들이 잽싸게 기어올라간다. 잿빛 토끼 한 마리는 멀찌감치서 잔뜩 긴장한 자세로 사람들을 주시한다. 국도 46번 경춘국도를 따라 달리다가 청평읍, 가평을 거쳐 경춘주유소 4거리에서 우회전해 2.4㎞ 정도 들어가면 남이섬 선착장이 나온다. 주차료는 4000원, 도선·입장료를 합해 왕복 5000원(어린이 2500원). 드라마카페 ‘戀家之家(연가지가)’의 ‘옛날 벤또 도시락’은 남녀노소, 특히 연인들이 좋아하는 메뉴. 양철 사각 도시락통에 밥을 담고, 그 위에 김치와 계란 프라이를 얹어 뚜껑을 덮은 뒤 연탄난로 위에서 데워 먹는다. 먹기 전 두꺼운 장갑을 낀 손으로 도시락을 들어 사정없이 흔드는 게 ‘요리’의 포인트.4000원. 문의 남이섬 관리사무소 서비스센터(031-582-5118). ■상림 경남 함양 상림(上林)은 ‘낙엽의 천국’이다. 산도 아닌 벌판 한 가운데를 크고 작은 활엽수들이 가득 덮고 있는 곳. 여름이면 하늘을 가려 한 줌 햇살도 허용치 않을 만큼 무성했던 이파리들이 지금은 반쯤 졌다. 숲 가운데의 큰 길은 물론 사이사이 난 오솔길은 온통 낙엽 천지. 길이 아닌 숲속으로 들어가니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더미가 부스럭거리며 낯선 손님을 경계한다. 상림은 1100여년 전 조성된 인공활엽수림이다. 통일신라 말 진성여왕 때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함양의 옛이름) 태수 부임후 조성했다고 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던 위천(渭川) 범람을 막기 위한 호안림(護岸林)이다. 당시 심은 나무들이야 늙어 죽었지만 그들이 뿌린 씨앗은 대를 이어 1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귀중한 활엽수림으로 남았다. 상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활엽수림이다. 당시엔 상림과 하림을 합쳐 6만여평이었으나, 지금은 길이 1.4㎞, 폭 200m,2만 7000여평만 남아 있다. 상림엔 수십년에서 수백년 수령의 110여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란다. 졸참나무, 느티나무, 팥배나무, 사람주나무, 감나무 등이 주요 수종.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고 굵기도 제각각이어서 통일신라 때 조성됐던 숲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낙엽색깔도 조금씩 다르다. 참나무 계통은 떨어질 때부터 갈색이지만, 느티나무나 감나무 이파리는 떨어진 뒤에도 마르기 전까지는 붉거나 노란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인근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소풍을 나왔나보다. 어른들에겐 사색의 대상인 낙엽도 아이들에겐 그저 놀이의 수단일 뿐. 두 손 가득 낙엽을 집어 뿌려대는 아이들 표정에 천진함이 넘친다. 상림엔 숲을 가로지르는 실개울과 군데군데 세워진 함화루, 초선정, 화수정 등 정자들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숲 한편엔 최치원 신도비와 척화비 등 함양에서 선정을 베푼 위정관들을 기리는 비석들을 모아놓았다. 또 최치원을 비롯해 연암 박지원, 김종직 등 함양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던 대학자 11명의 흉상을 세워놓은 인물공원이 조성돼 있다.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88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함양IC 표지판이 보이면 빠져나와 우회전해 5분쯤 가면 함양읍이다. 가던 길로 직진해 읍내를 지나가면 위천이 나온다. 위천을 건너기 전 우회전해 천변 도로를 5분쯤 달리면 상림과 만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함양까지 고속버스가 5회 출발한다. 함양읍에서 택시를 타면 상림까지 기본요금에 간다. 상림 주변 및 함양읍내에 별궁장여관(055-963-9241∼3), 상림장여관(055-963-1170) 등 여관이 많다. 상림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거창 방면으로 가다 보면 안의면사무소 소재지가 나온다. 안의고추갈비찜으로 유명한 곳. 매콤달콤하면서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옛날할머니 갈비식당’(055-962-0163) 등 갈비찜을 내는 식당이 도로변에 늘어서 있다.1접시 2만 5000원(2인)∼3만 5000원(3인).
  • [문학이 머문 풍경]대구가 낳은 민족시인 이상화

    [문학이 머문 풍경]대구가 낳은 민족시인 이상화

    “태백산이 높솟고 낙동강 내다른 곳에/오는 세기 앞잡이들 손에 손을 잡았다/높은 내 이상 굳은 나의 의지로 나가자 나가 아 나가자.”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대륜고등학교에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노래한 민족시인 이상화의 정신이 도도히 살아 있다. 상화는 한때 대륜고의 전신인 대남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이 학교의 교가도 작사했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겨 굴종을 강요받았던 암울했던 현실을 넘어 언젠가 봄을 맞이할 미래 세대에 대한 상화의 투자였다. 상화는 이 교가가 문제되어 사직을 하고 교가 부르기도 한때 중단됐었다. 하지만 일제의 만행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화가 지은 교가는 긴 세월을 넘어 오늘도 달구벌에 울려 퍼지고 있다. ●주먹이라도 굵어야 한다 상화는 1901년 음력 4월5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열다섯살 때인 1915년 대구를 떠나 경성 중앙중학교에 입학해 3년을 마치고 다시 대구에 내려온다.1919년 3·1운동 대구거사 모임에 참여하지만 거사 직전에 일제에 발각돼 검거망을 피해 서울로 탈출한다. 프랑스 유학을 꿈꾸며 일본으로 건너갔던 상화는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귀국,1927년께 대구로 다시 낙향했지만 일본 관헌에 의해 구금되는 등 고초를 겪는다. 1933년 강사자격증을 취득한 상화는 교남학교에 들어가 교육사업에 전념하게 된다. 이곳에서 영어와 작문을 강의하면서 뜻밖에 과외활동으로 권투부를 만들었다. 대구에서는 최초로 권투부를 만들면서 상화는 ‘나라 빼앗긴 피압박 민족은 주먹이라도 굵어야 한다.’는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그러나 그가 작사한 교가가 문제되어 학교를 사직, 미래 세대에 대한 상화의 투자는 미완성으로 끝났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일제는 시인에게 시를 쓸 수 없도록 강제했지만 상화는 시를 쓰며 저항했다.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하늘 푸른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중략)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비록 나라는 빼앗겼지만 민족혼을 일깨워줄 봄은 결코 빼앗길 수 없다는 강렬한 저항의 메시지가 담겼다. 교남학교를 사직한 상화는 현재 대구시 계산동에 남아있는 고택으로 이사와 문학에 열중하지만 1943년 위암진단을 받는다. 결국 그해 4월25일 그토록 간절히 기다렸던 봄을 보지 못한 채 타계했다.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 뒷산 경주 이씨 가족묘지에 묻힌 상화는 아마 오늘도 못다 부른 조국의 노래를 계속하고 있으리라. ●시민이 지켜낸 상화 고택 대구시 중구 계산동 2가에 자리한 상화 고택은 상화가 타계한 1943년까지 2년6개월간 마지막 창작의 불꽃을 사른 곳이다. 생가인 서문로 12번지 일대는 개발로 흔적없이 사라졌고, 계산동 고택에는 상화의 체취가 유일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이곳을 관통하는 도로 개설이 계획되면서 상화 고택이 헐릴 위기에 처하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나섰다.2002년 8월 대구지역 문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보존운동본부’를 결성, 시민 40만여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또 군인공제회가 상화 고택 바로 옆에 26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계획하자 보존운동본부는 상화 고택 보존에 제약이 따른다며 반대운동에 들어갔다. 공제회측은 운동본부의 의견을 존중해 상화 고택을 매입해 보존키로 하고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고택을 사들였고 내년 초 대구시에 기부채납할 예정이다. 보존운동본부 윤순영(52·여·분도예술기획대표) 공동상임대표는 “사라질 뻔했던 상화 고택을 시민들이 지켜냈다.”면서 “앞으로 고택 보존을 넘어 상화 고택을 대구문화의 중심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상화의 시비는 1948년 대구 달성공원에 세워졌는데 국내 최초의 시비다. 시비 앞면에는 ‘나의 침실로’ 일부가 새겨져 있다. 1995년 대구 두류공원 인물동산에는 상화의 동상이 세워졌다. 친일 과거사 청산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상화가 살아 있다면 뭐라고 했을까. 빼앗긴 들은 되찾았지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고 노래했을까.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길섶에서] 아기호박의 노래/이호준 인터넷팀장

    헐떡이는 숨을 고르느라 다리쉼을 하는 참에 은은한 빛살 하나가 눈에 닿는다. 도봉산을 오르다 보면 원통사라는 오래된 절을 만난다. 절 한편에는 작은 채마밭이 있고 무, 배추가 김장을 기다리고 있다. 빛을 따라 눈을 돌려 보니, 밭둑 풀숲에 어린아이 주먹보다 더 작은 호박 하나가 숨어 있다. 솜털이나 벗었을까. 여리디여린 아기호박이다. 모두가 이별을 준비하는 이 늦가을에 태어난 새 생명이라니. 지금은 어느 식물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에 늦은 계절이다. 남들이 한살이를 마치고 내년을 기약하는 때가 아닌가. 하지만 아기호박은 찬바람 속에서도 밝게 빛난다. 겨울쯤이야 걱정하지 않는다는 듯, 삶의 환희를 노래하고 있다. 줄기와 잎도 계절을 잊은 채 어린 생명을 위해 물을 길어올리고 날카로운 늦가을 햇살을 걸러준다. 그들은 여전히 푸르고 활기차다. 우리네 인간은 호박 하나만도 못하다는 생각에 쉽사리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한다. 우린 얼마나 주변 탓을 많이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어리석은지. 자신보다 늦거나 못하다는 이유로 남을 비방하고 비웃기를 일삼는…. 극복보다는 걱정부터 하느라 밤을 지새우며 한숨이나 쏟아내는…. 이호준 인터넷팀장 sagang@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아장아장 아기 그림책1,2(이모토 요코 글·그림, 양윤정 옮김) 0∼3세 유아들을 위한 생활 그림책 시리즈.‘맛있게 냠냠’‘끙끙 응가하자’‘쏘옥 옷 입기’등 사회성 발달과 올바른 생활 습관을 일깨우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아이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은 단순명쾌한 스토리와 귀여우면서 따뜻한 그림이 돋보인다. 베텔스만.1만 6500원(3권 세트). ●착한 괴물은 외롭지 않아(안나 오니히몹스카 글·마리아 에키에르 그림, 이지원 옮김) 아이들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존재들이 펼치는 신기한 사건들을 담은 열두편의 동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와 시적인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문장이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창비.7000원. ●슬픈 종소리(송언 글, 한지예 그림) 초등학교 현직교사의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린 창작동화. 학교 안의 아이들, 수업시간의 아이들, 쉬는 시간 아이들의 모습을 사실감 넘치게 묘사한 ‘슬픈 종소리’와 ‘덩실덩실 간다’등 2편을 엮었다. 사계절.7000원. ●일곱번째 새끼 고양이(마인데르트 드용 글·짐 맥뭘란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일곱번째 새끼 고양이가 난생 처음 헛간 밖으로 나가 세상을 경험한 뒤 따듯한 가정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작은 일들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음을 일러준다. 비룡소.6500원.
  • 12~14일 파주 ‘세계생명문화포럼’

    12~14일 파주 ‘세계생명문화포럼’

    한국적 생명사상에 기초한 ‘생명학’의 구축을 표방하는 학술문화행사 ‘세계생명문화포럼­경기 2004’가 12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다. 지난해 수원대회에 이어 올해로 2회를 맞는 이 대회는 환경학이나 생태학과는 또 다른 차원에서 ‘생명에 관한 담론’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학술제. 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김지하(63) 시인은 “이번 대회에서는 생명학 정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동시에 여기에서 논의된 생명담론을 동아시아, 나아가 태평양 지역 차원으로 확대하고자 한다.”고 행사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환경파괴와 기상이변 또는 전쟁이라는 전지구적 재앙은 흔히 환경학이나 생태학이라 불리는 서구 근대에 기반한 학문이나 운동으로는 근본 치유가 불가능하다.”며 “동아시아의 생명정신을 가미한 생명학을 수립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오문환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김재희 언니경제연구소 소장, 한면희 녹색대 교수, 건축가 승효상씨 등 모두 24명의 ‘생명담론’ 전문가가 논문을 발표한다. 행사는 크게 ‘생명사상과 생명학 정립을 위한 모색’‘생명의 문화적 통로-생명의 기억과 전승’‘생명의 각성, 살림의 물결’ 등 3개의 주제마당으로 진행된다. ●환경파괴·전쟁 근본치유책 찾아야 ‘동학의 생명·평화사상’이라는 주제로 발표할 오문환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생명사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불연기연(不然其然)’이라는 동학의 연구방법론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불연기연이란 사물의 그러한 측면과 그렇지 않은 측면, 즉 누구나 감각으로 쉽게 보고 듣는 유형적 측면과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무형의 측면을 동시에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생명을 과학의 시각이 아니라 동양학적 성심론이라는 독특한 인간론의 관점에서 다룬다. 건축가 승효상씨는 ‘흐르는 공간, 머무는 공간:하늘을 이고 땅에 선 건축들’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새로운 시대 우리의 도시와 건축에 대해 이야기한다.“이성에 대한 과신과 맹종으로 만들어진 ‘기념비적 건축시대’인 과거와 이제 결별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urban void(도시의 빈공간)’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말라케시나 페즈 같은 이슬람 도시들의 변화무쌍한 부정형 골목길과 하염없이 밝은 햇살이 떨어지는 이슬람 집 마당에 주목한다. 이런 ‘비움’이야말로 그들에게는 ‘생명’ 그 자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동학 연구방법론 ‘불연기연’ 활용을 행사 마지막 날인 14일에는 한국외국어대 철학과 이기상 교수의 사회로 모든 주제마당의 토론 내용을 총정리하며 생명담론의 미래를 모색하는 종합토론 자리도 갖는다. 경기문화재단과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한울맞이·열림굿·모심굿·신물맞이굿·길굿·탈굿 등 굿 공연과 ‘김영동과 함께 하는 생명의 소리 음악회’, 신당(神堂)전·생명담론 글그림전 등 미술전, 한강 하구 습지탐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돼 있다. 종합적인 ‘학술문화축제’인 셈이다.(02)723-147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가평의 자연과 맛

    [뒷골목 맛세상] 가평의 자연과 맛

    경춘선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남양주에서 가평으로 접어드는 어름에 ‘어서 오세요. 자연을 가슴에 담아가는 가평’이라는 선전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그 아름다운 문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덜컥, 하고 가슴에 걸리는 느낌이었다. 자연을 가슴에 담아가라고?하기는 가평이야말로 산과 물 같은 자연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고장임에 틀림없다. 군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북한강과 그 강이 군데군데 빚어놓은 청평호반이며 남이섬, 그리고 대성관광지 같은 절경들, 거기에 어울려 함께 이어지는 유명산과 운악산, 축령산, 명지산 등의 장려한 산자락들은 얼마든지 둘러보아도 결코 싫증나지 않는 풍광이다. 그러나 내 가슴에 덜컥, 걸린 자연은 그러한 풍광들보다는 그 뒤에 숨어있는 또 다른 자연이었다. 일찍이 노자는 세상살이의 지혜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말하였다.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자면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하게’이다. 그 무위자연에 노자는 덧붙인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살아가는 일을 물 흐르는 것처럼 해라. 아아, 단 한번이라도 나는 자신의 삶을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하게’ 놓아둔 적이 있으며,‘물 흐르는 것처럼’ 흘려준 적이 있으랴. 계절마저도 가을이 깊어지고 어느 날 아침에 하얗게 무서리가 내린 끝에 저마다 제 빛깔이며 향기를 뽐내던 저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시든 대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렇듯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의 마지막이란 시들어 말라붙다 못해 앙상한 형해(形骸)만으로 바둥대다가 끝내는 거친 시간의 바람 속으로 한 줌 먼지가 되어 사라지게 마련일 터이다. 불과 엊그제까지도 불붙듯 온 산에 붉고 혹은 노랗던 단풍들마저 낙엽이 되어 하릴없이 산야에 뒹굴고, 거기에 추수를 끝낸 빈 들판들도 덧없이 적막감에 싸인 채 보는 이의 눈을 시리게 한다. 언뜻 돌이키면 늙는다는 것은 저렇듯 적막한 늦가을의 풍경과 다름 없다. 비단 사추기(思秋期)의 여인만이 아니라, 자신의 살아낸 삶 속에서 무엇 하나 손에 잡히는 것 없이 허방을 짚는 듯한 이에게는 늙어서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길이란 더더욱 적막하고 허무한 풍경이나 다름 없을 터이다. 그리하여 화려한 빛깔과 향기 대신에 시든 대로만 남은 저 많은 생명들 또한 자신의 삶처럼 처연하다 못해 추하게마저 여겨질지도 모른다. 만일 그대 또한 자신의 살아낸 삶이 처연하다 못해 추하게마저 여겨진다면,‘가슴에 자연을 담아가라’는 가평의 여행길에 나서기를 권하고 싶다. 가평에서도 운악산 가는 어름에 있는 ‘꽃무지풀무지’(031-585-4875)라는 야생 수목원에 들르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하여 한나절을 좋이 늦가을의 햇살 아래 수목원 여기저기 한가롭게 거닐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누가 알랴. 번쩍 그대의 눈이 열려 그대가 전혀 몰랐던 그대의 자연을 만나게 될지. 원래 꽃무더기 풀무더기라는 뜻인 ‘꽃무지풀무지’에는 지난 계절 내내 야생 수목원을 원색으로 한껏 장식했을 온갖 야생화들의 빛깔이며 향기는 더 이상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대신 수목원 가득히 펼쳐져 있는 것은 저마다 천명을 다하고 시들어 버린 꽃대들만이 지난 화려했던 시절의 증거처럼 남아서 잿빛 풍경을 이루고 있을 뿐이다. 수생식물원을 지나고, 습지원을 지나고, 향기, 붓꽃, 나리원을 지나, 산채원이며 덩굴식물원을 지나도 그대를 기다리는 것은 역시 잿빛 풍경뿐이다. 어거지로 찾아낸다면 수목원 가장 위쪽 그늘진 곳에 숨어있는 국화원의 한 쪽에서 쑥부쟁이 몇 다발만이 애잔하게 보랏빛 잔명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야생 수목원의 어디를 둘러보아도 그대가 위안을 받을 만한 풍경은 없다. 동자꽃, 노인장대, 맥문동, 제비꽃, 은방울꽃, 둥글레, 용담, 앵초, 금불초, 초롱꽃, 비비초, 애기기린초, 금강초롱, 말나리, 하늘나리, 참나리, 털중나리, 꼬리풀, 금낭화, 노루삼, 산작약, 마타리, 패랭이, 구절초, 해국, 울릉국화, 한라구절초, 모싯대…. 그 모든 야생화들은 이제 한낱 푯말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뿐인가. 수목원의 뭇 야생화들은 정말이지 그대에게 아무런 의미도 남기지 않고 잿빛 풍경 속으로 속절없이 사라진 것뿐일까. 아니리라. 결코 그것뿐만은 아니리라. 그대가 흡사 자신의 처연한 삶이라도 어루만지듯 푯말과 함께 남아있는 야생화들의 시든 꽃대를 어루만지는 순간, 그대는 벼락처럼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시든 꽃대는 결코 시든 꽃대로만 끝나지 않는다. 시든 꽃대는 시든 꽃대대로 그 안에 길을 열고 있다. 그리하여 그대가 시든 꽃대가 안에 열린 길을 따라 어디론가 들어가게 된다면, 그대는 마침내 그대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그대가 그대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연만 만나게 된다면, 그대는 다시 한번 깨닫게 될 터이다. 늙는 것처럼 아름다운 일은 없다, 늙어서 그대 또한 시든 꽃대가 되면, 그때에서야 그대는 비로소 안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게 될 터이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현상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일이다.은방울꽃의 시든 꽃잎 안으로 들어가 보라. 안으로 들어가 보면 바로 거기에는 다가올 어느 봄날 아침에 그다지도 화려하고 향기롭게 피어날 수천수만의 새로운 은방울꽃들을 만나게 되리라. 하늘나리의 시든 대 속으로 들어가 보라. 거기에는 이미 내년 봄에 새로운 줄기로 살아날 수천수만의 하늘나리들이 더없이 아름답고 신비한 모습으로 벌써부터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터이다. 아아, 늙어서 시들어진다는 것이야말로, 그리하여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리하여 오래 잊었던 자신의 자연을 만나고, 마침내 ‘꾸밈이 없이 저절로 그러한’ 지혜의 물을 만나서 비단 그대만이 아닌,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함께 영원한 강이 되어 흘러간다면, 어떠한 늙음이며 죽음이 더 이상 그대를 홀로 적막하게 하랴. 세상살이라는 것을 그대와 나는 자칫 저마다 가득히 채워야만 할 무슨 항아리 같은 것으로만 여겨오지는 않았을까. 그리하여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그대와 나는 애오라지 항아리를 채우는 일에만 애면글면하지는 않았을까. 남보다 더 많이, 남보다 더 넓게, 남보다 더 가득히…. 그것이 결국은 밑이 빠져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라는 것조차도 모른 채.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마저도 잃어버리고 흡사 무슨 굶어죽은 아귀라도 씌인 것처럼 헛된 일에만 매달려 아등바등 하지는 않았을까. 아아, 무릇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비운 다음에야 비로소 더욱 가득히 채워진다는 것을 그대와 나는 왜 몰랐던 것일까. ‘꽃무지풀무지’는 11월 중순경까지는 문을 연다. 비록 겉보기에는 아무 것도 없는 적막하고 처연한 잿빛 풍경일 터이지만, 그 잿빛 풍경 안에서 만일 그대가 그대의 또 다른 자연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벌써 그대의 가을 여행은 온몸 가득히 충만해지리라. ‘꽃무지풀무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운악산 등산로 입구가 있고, 거기에 손두부집들이 올망졸망 촌락을 이루며 몰려있다. 그 중에서 할머니손두부가 유명하지만 어느 집을 들어가도 늦가을의 허기를 채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따끈한 손두부(5000원)에 묵은 김치를 가닥으로 싸먹는 맛도 일품이지만, 거기에 가평의 명산품 잣막걸리를 한 잔 곁들이면, 꽃무지풀무지에서 이미 충만해져온 그대에게 더 이상 무엇이 부족하랴. 손두부 이외에도 순두부(3000원), 두부버섯전골(1만 2000원), 순두부백반(5000원) 등이 있다. 꽃무지풀무지에서 포천으로 가는 길목에는 현리에 국수호박을 전문으로 하는 시골마당(031-585-2309)이 있다. 이 국수호박은 호박을 국수로 만든 것이 아니라 호박 자체가 삶으면 국수처럼 줄줄이 면발이 되어 나오는 것으로, 여기에 양념장만 곁들이면 그대로 요리가 되는 100% 천연국수인 셈이다. 물국수호박과 비빔국수호박이 각각 5000원인데, 가평을 지나다가 출출하다 싶으면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우는 재미가 그야말로 별미일 터이다. 그대가 좀 더 가을 여행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번에는 신청평대교를 건너 유명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설악면의 들풀(031-585-4322)을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블루베리 스파랜드라는 온천으로 가는 쪽에 여유롭게 자리 잡고 있는 들풀은 된장이며 청국장을 직접 담가서 팔기도 하고 요리로도 만들어내는 청국장 전문집이다. 들풀은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사람 키를 두 세배는 훌쩍 넘을 것 같은 콩 낟가리를 쌓아놓아 벌써부터 왠지 마음이 푸근해져오는 기분인데, 주인이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것이다. 콩 낟가리를 지나면 이내 항아리가 30,40개가 넘는 커다란 장독대에 다다르는데, 해마다 된장과 청국장 제조용으로 100여 가마씩 사용하고 있다. 들풀의 김용옥씨와 김안나씨 부부는 함께 주방일도 하고 서빙도 하면서, 주로 콩요리를 위주로 한 1만원짜리 정식을 한 상 차려낸다. 청국장찌개, 된장찌개, 생청국장, 두부부침, 된장부치미에 황태구이, 더덕구이, 잡채, 들풀무침 그리고 깻잎장아찌, 더덕장아찌, 황태장아찌에 각종 나물이 곁들여져 한 상 가득히 채우고 있다. 한 상 중에서도 특별한 맛을 내는 것은 생청국장으로, 고스란히 생으로 먹게 내온 것이다. 밑에 깻잎이나 머위, 상추, 김 등을 깔아 한 잎에 싸 먹게 되어있는데, 생청국장 위에 고명으로 얹은 보랏빛 오디가 주인의 살가운 마음씨를 엿보게 한다. 흔히 청국장이라면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해도 우선 그 역한 냄새 때문에 먹는 것 자체가 고역스러운데, 여기에서는 매실을 넣고 검정콩가루를 섞어 발효시키는 비법으로 냄새를 해결한 것이다. ■ 된장찌개에 마늘은 ‘NO’ 들풀에서는 요리와 함께 청국장과 된장도 직접 판매한다. 청국장은 800g에 1만원, 된장은 3년 숙성된 것만으로 파는데,1㎏에 1만 5000원이다. 부부는 청국장과 된장을 팔기에 앞서 먼저 청국장이며 된장을 보다 맛있게 끓이는 법을 친절하게 일러주는데, 이들의 말에 따르자면 절대로 마늘을 넣지 말 일이다. 청국장에 무, 호박, 대파, 신김치, 양파, 청양고추, 두부를 준비해서 우선 무, 호박, 양파, 대파는 썰고, 신김치는 속을 털고 썰어서 꼭 짠 뒤 기름에 살짝 볶는다. 여기에 황태나 멸치를 우려낸 육수를 붓고 두부와 청양고추를 넣은 다음에 청국장을 알맹이 그대로 넣어서 걸쭉하게 끓이는데, 채소만 익었다 싶으면 금방 불을 끈다. 청국장은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처럼 장을 깨끗이 하는 작용과 면역력을 키우는 효과가 있는데 자칫 오래 끓이면 이런 좋은 효소와 균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된장찌개 역시 마늘을 넣지 않고 청국장에 들어가는 재료 외에 감자와 표고버섯을 곁들이는데, 된장을 체에 걸러 풀어서 청국장보다 2배 정도의 시간을 들여 푹 끓여내는 식이다.
  • 시인 신달자 6년만에 새 시집

    시인 신달자 6년만에 새 시집

    “시대는 폭주의 속도로 내달리고, 개인이 없는 다수의 급물살에 거칠게 떠내려가는 도시적 삶의 상처 속에서 나는 볼륨 높은 소리의 악을 떠나 가능한 소리 없는 소리의 세계에 귀 기울이는, 그래서 할 수 있다면 선한 침묵의 말에 귀 기울여 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 했다.” 중진시인 신달자(61·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열한번째 시집 ‘오래 말하는 사이’(민음사)를 펴냈다. 시인은 침묵 깊숙이로 퍽 오랫동안 잠수해 있었다. 시집으로는 ‘아버지의 빛’ 이후 6년만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언어를 베고 다듬어 책 들머리에서도 밝혔듯 작가는 “삶이라는 이름의 지배자 앞에서 조용히 무릎을 꿇는” 겸허한 마음자락으로 언어를 베고 다듬고 문질렀다. 말과 침묵 사이의 진실과 의미를 따져보느라 6년을 다 보낸 게 틀림없다. 진정한 소통은 침묵에서 비로소 발아할 수 있음에 시인은 번번이 무릎을 친다. “너와 나의 깊은 왕래를 말로 해왔다/오래 말 주고받았지만/아직 목 마르고/오늘도 우리의 말은 지붕을 지나 바다를 지나/바람 속을 오가며 진행 중이다/…/말로 살림을 차린 우리/말로 고층 집을 지은 우리/말로 예닐곱 아이를 낳은 우리/…/진정이라는 말을 두려워하는/은폐의 그 늪 위에/침묵의 연꽃 개화를 볼 수 있을까/단 한마디만 피게 할 수 있을까/그 한마디의 독을 마시고/나란히 누울 수 있을까”(‘오래 말하는 사이’) 말과 침묵의 의미 캐기는, 남편과 사별하고 얼마 뒤인 3년 전쯤 참여한 침묵피정(가톨릭 정신수련법의 하나)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시인의 깨달음은 현실 한복판, 그러니까 무릎의 마른 흙을 털며 강원도 산골짜기 감자밭에서 한움큼 움켜쥐기도 했다.“(…)//열 손가락 손톱에 흙이 자욱히 끼어/검은 매니큐어를 칠한 것 같은/포스트모던한 내 두 손 위에/감자를 품었던 흙이/흙에게 태어나 탯줄을 끊는 감자가/햇살의 알갱이를 품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나도 생명을 받은 산파 한번 되어/흙 속에 두 발을 묻고/싱싱한 안식의 소나기를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감자 밭에서’) ●환갑의 시인이 풀어놓은 깨달음 “내남없이 사는 건 다 똑같다.”며 등을 쓸어주는 시인의 손길이 시나브로 더워진다. 존재방식을 더없이 현실적으로 고민하고 에누리 없이 고백하는 환갑의 시인 앞에서, 읽는 이는 아득바득 가리고 있는 위선이 민망해지고 만다. “앞으로 살 날이 멀었다면서 나보고 팔자를 고쳐보라고 하네/(…)/그러나 나는 행복의 얼굴을 몰라서/아무 거나 행복인 줄 안아버리면 어쩌나/안겨버리고 나서/운명이라고 다시 참고 주저앉아 버리면 어쩌나/(…)”(‘개가론’) 그런가 싶으면 또 “시름시름 앓는 나를 보고/문정희 시인이/신 선생 약은 딱 하나/산 도적 같은 놈이/확 덮쳐 안아주는 일이라고 한다/(…)”(‘산 도적을 찾아서’) 구어체의 일상이 어디 낯색 붉힐 일이냐고 되묻는 듯하다. “가능한 한 정직하게 현재 심정의 옷고름을 풀기로 했다.”는 시인이다.“다 지나간다.”는 느린 위안의 말을 듣고 있을 때처럼 맺힌 데 없이 편해진다. 문득, 밀린 낮잠을 청해보고 싶을 만큼.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긴~ 그리움의 나라 칠레(하)

    긴~ 그리움의 나라 칠레(하)

    산티아고에서 칼라마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풍광은 온통 황토빛 세상이다. 메마른 사막. 개미보다 작게 보이는 차가 뽀얗게 꼬리를 드리우고 달린다. 그래도 고고학자들에겐 바싹 마른 이곳이 세계 어느 곳보다 귀중한 ‘풍요의 땅’이다. 또 수많은 화산의 흔적들, 지금도 수백개의 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물과 수증기, 조각 같은 암석과 거대한 소금들판, 황홀한 플라밍고의 자태…. 관광에 관한 한 칠레 북부 사막지대는 가히 보석 같은 존재다. 이같은 보석을 줍기 위해 사람들은 트레킹과 바이킹, 등산, 혹은 좀더 편안한 사륜구동 자동차 드라이빙에 나선다. 현재 트레킹에 이용되는 수많은 길은 예전에 사막에 드문드문 자리한 마을을 잇는 물물교환 루트였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는 칠레 북부를 여행하는 사람들의 아지트와 같은 곳. 이 독특한 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여행과 탐험이 이루어진다. 이곳에 점포를 둔 수많은 여행자 오피스와 에이전시가 여행자들을 돕는다. ‘Catus Tour’(55-851-534),‘Southen Cross Adventure’(55-851-416) 등 여행 에이전시에 문의하면 관련 투어 및 가이드를 소개받을 수 있다. 숙박료 100달러 정도의 호텔도 몇 개 있지만 유스호스텔인 ‘Hostelling International’(55-851426) 등을 찾으면 30∼40달러에 싸게 묵을 수 있다. ●산 페드로 공항이 있는 칼라마에서 동쪽으로 차로 1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산 페드로 아타카마는 흙의 도시다.2만여명이 거주하는 도시지만 2층 건물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도회지라기보다는 시골의 큰 마을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듯싶다. 시내에 가득 들어찬 집과 점포, 담장 등 대부분은 흙벽돌로 지어진 것들이다. 대로든 골목길이든 포장이 안돼 역시 황토빛 일색이다. 처음엔 ‘예산이 없어 포장도 못하고 있구나.’하는 동정심이 일었으나, 이 모두가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됐다. 가능한 한 옛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면서 예전의 건축재료만 고집하고, 도로 포장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뽀얗게 날리는 먼지를 그대로 들이마시면서도 그 자체를 상품으로 생각하는 관광마인드가 참 놀랍다. 그래서 시내는 그냥 거닐기만 해도 즐겁다. 처음 보는 이국적인 골목과 집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시내엔 다양한 레스토랑과 환전소, 인터넷방, 토산품가게 등이 가득 들어서 있다. 그중 중앙 광장 맞은 편의 토산품 시장은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 대부분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든 수천 종류의 공예품이 가득 쌓여 있어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꼭 들러보아야 할 곳이 있다. 파드레 르 파이제 고고학박물관. 입구에 발견자 구스타포 파이제의 동상이 있다. 이 벨기에인 수도사는 1955년 이 마을 교구 책임자가 됐다. 이어 그는 귀중한 물건들의 수집 및 안데스의 고고학 연구에 착수했고, 이는 이 박물관의 토대가 됐다. 그는 1980년 사망했다. 아타카마인들, 즉 사막지대에 오랫동안 살았던 옛 거주자들은 이웃 문화, 특히 중앙 안데스의 큰 제국들인 잉카와 티와나쿠 제국의 영향을 받았다. 이같은 사실은 산 페드로의 오아시스에서 발견되는 고고학적 유물·유적들, 이를테면 BC 800년까지 연대가 올라가는 원형집들과 같은 것에서 발견된다. 박물관은 총 3만 80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모두 1만 1000년 역사를 가진 아타카마인들의 문화를 증언해 주는 것들이다. 그중 일부가 8각형의 중앙홀과 여덟개의 긴 전시 통로에 전시돼 있다. 그중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것들도 있는데, 특히 도자기류가 눈길을 끈다. 그들의 발전적 단계에 따라 3개의 컬렉션에 포함된 미라들과 의복, 생활도구 및 장신구, 금 유물들도 볼만하다. 첫번째 미라는 파드레 르 파이제에 의해 발견됐다. 두번째는 라라체서 발견됐다. 가장 최근의 것으로는 티와나쿠시대의 산페드로에 있는 교회구역의 중앙부에 있는 묘지에서 발견됐다. 수천, 수백년 전의 미라들과 유물들이 온전하게 발견되는 것은 순전히 사막 특유의 메마른 환경 덕분이다. ●툴러마을 툴러는 산 페드로 아타카마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의 흔적이다. 이곳은 BC 800년부터 A.C 500년까지 연대가 올라간다. 산 페드로에서 9㎞ 떨어져 있는 툴러는 마을을 덮은 모래에 묻혀 기적적으로 보전됐다. 모래 밖으로 간신히 노출된 곳에서 꼼꼼하게 묘사된 원형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집을 지탱했던 벽으로, 둥그렇다. 현재 이 마을의 10%는 1982년 있었던 고고학적 발굴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이곳에선 걸으면서 둘러보거나 오두막집 입장과 관람을 함께 할 수 있다. ●문밸리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27㎞ 떨어져 있다. 이곳은 직경 500m 정도의 자연보호구역으로, 소금기가 섞여 있고 날카롭게 각이 진 인상적인 언덕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이곳은 또한 5467㏊에 달하는 거대한 국립 플라밍고 보존구역 내에 위치해 있다. 문밸리 구성물들은 지각변동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수위가 낮은 호수 바닥이 융기해 접히면서 일어난 이 현상은 코딜레라 라 살로 알려진 산맥을 낳았다. 문밸리는 마치 조각처럼 아름다운 모양의 암석과 땅을 갖고 있다. 또 소금이 암석처럼 굳은 층이 포함돼 있으며, 여러 개의 굴도 볼 수 있다. 침식현상에 의해 생긴 ‘죽음의 협곡’도 볼 만하다. 붉고 흰색의 대비가 특히 아름답고 신비하다. 문밸리는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레킹 코스다. 비죽비죽 솟아 있는 암석이 이어지는가 하면 고운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지며 발바닥을 간질인다. 제법 높아 보이는 언덕을 힘겹게 올랐는가 싶으면, 깎아지른 벼랑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벼랑 아래는 조각처럼 깎이고 닳은 붉은색 사막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사막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거센 바람에 행여라도 벼랑 아래로 떨어질라, 벼랑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주저앉은 사람들은 한동안 멍하게 바라보기만 할 뿐 말이 없다. ●솔트플랫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칠레의 가장 큰 소금지대로,2305m의 고도에 30만㏊의 거대한 규모다. 이곳은 수백만년 전에 일어난 지각변동 과정에서 바다가 호수가 되고,1만 1000여년 전 호수의 물이 증발하면서 생겼다. 이곳은 산페드로강으로부터 물을 공급받아 아직 군데군데 얕은 호수를 이루고 있다. 이 강물은 안데스의 산 위에 쌓인 만년설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산 밑에 형성된 수많은 수맥을 통해 솔트플랫까지 온다. 이곳에선 여러 성분이 섞인 소금을 생산하다가 1975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후 소금 생산도 중단됐다. 두께가 4m에 달하는 이곳 소금 침전물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40%를 차지한다. 또 칼륨, 붕사, 기타 소금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솔트플랫 주변의 공기는 거의 절대적으로 건조하다. 그래서 거대한 솔트플랫 한쪽 끝에 서면 다른쪽 끝이 보일 정도로 시야가 맑다. 동틀 무렵 도착한 솔트플랫은 플라밍고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연한 핑크빛을 띤 플라밍고들. 사진으로만 보았던 것을 실제로 보니 아름다운 핑크 빛깔이 훨씬 고와 보인다. 총 5종류의 플라밍고가 있다는데, 이곳에 있는 놈들은 대부분 인디언 플라밍고라고 가이드가 설명해준다. 솔트플랫에만 3000여마리가 서식한다고. 핑크빛 몸체에 크기는 너비가 1.2m, 키는 90㎝ 정도다. 큰 몸집에 비해 무게는 2.5㎏으로 가벼워, 걷는 모습이 하늘하늘 춤추는 것 같다. ●게이저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즉 해발 4321m에 위치한 온천지대다. 이 온천들은 산 페드로 아타카마로부터 94㎞ 떨어져 있다. 그러나 험한 비포장길이다 보니 차로 2시간은 족히 걸린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엘 타티오 화산에 근접해 있다. 새벽 5시 숙소를 출발해 동트기 직전인 7시쯤 게이저스에 닿았다. 수많은 땅속 구멍으로부터 뜨거운 물이 뽀얀 김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풍경은 황홀경 그 자체. 구멍 주변의 흙엔 물에 섞인 소금과 구리 등 다양한 금속 성분과 미네랄이 침전돼 있다. 뿜어져 나온 물은 매우 뜨거워 가까이 다가가면 위험하다. 각종 성분이 섞인 주변의 흙은 부드러우면서 아름다운 색조를 띠고 있다. 특히 높이 뿜어져 나오는 물과 김이 어둠을 헤치고 나온 첫 햇살에 반사되면서 그려내는 영롱한 빛깔은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답다. 온천지대 인근에는 사람들이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도 있는데, 대표적인 곳은 퓨리마타 핫 스프링이다. 특급호텔인 엑스플로라 내에 설치된 이 온천탕은 산페드로 아타카마로부터 28㎞ 떨어져 있다. 요금은 1만 페소 정도로 비싼 편이지만 시설이 매우 고급스럽다. 산페드로 아타카마에서 게이저스로 가는 길은 메마른 사막이지만 풍광이 아름답다. 사막을 덮고 있는 식물의 주인공은 단연 ‘코이로아’란 풀. 메마른 환경을 뚫고 자라선지 그 억세기가 마치 철수세미 같다. 하지만 메마른 사막에 아름다움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멀리서 보면 코이로아가 덮고 있는 사막은 영락없이 황금빛을 띠며 환상적인 풍광을 뽐낸다. 코이로아 말고도 초록 카펫을 돌에 덮어놓은 듯한 차레타, 노란 꽃을 피운 빙고빙고, 스위티한 냄새와 맛을 내는 리카리카 등을 볼 수 있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강한 생명력을 품고 있어선지 이 식물들은 대부분 피를 맑게 하거나 위장병 등에 효과가 높은 약재로 쓰인다. ●마스칸티호수 산 페드로 아타카마에서 1시간 정도 동쪽으로 이동하면 해발 4300m 높이의 고원지대에 호수 두 개가 있다. 면적이 15㎢에 달하는 광활한 라구나 미스칸티, 그리고 미스칸티의 10분의1 정도의 크기인 미니케 호수. 주변엔 높이 해발 5600m의 미스칸티 볼케이노와 미니케 볼케이노 등을 포함한 5개의 화산이 호수를 에워싸고 있다. 거울처럼 맑은 호수에 만년설이 덮인 볼케이노 봉우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고도가 4300m에 달해 고산증세가 나타날까 우려했는데, 별로 낌새가 없다. 경험상 3000m 이상 올라가면 증세가 나타났었는데, 어지럼증도 거의 없고 숨도 별로 가쁘지 않다. 현지 가이드 ‘알루’의 설명. 이곳엔 코이로아 등 억센 생명력을 가진 식물들이 사막을 덮은 채 산소를 내뿜고 있어 다른 지역의 고산지대보다 산소량이 훨씬 많다고 했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산티아고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칠레의 중부에 위치해 있다. 지중해성 기후로 연중 온난하고 주변이 옥토로 둘러싸여 칠레 인구의 절반 가까운 600만명 이상이 모여 산다. 하지만 안개가 많이 끼어 연중 절반 이상은 오후에도 안데스의 눈 덮인 경관을 보기 어렵다. 시 중심부엔 근대 고층빌딩과 국립박물관, 시립극장, 대통령 관저 등이 정연하게 서 있다. 특히 산타루치아 언덕은 시 중심에 솟은 곳으로 16세기 초 스페인의 데드로 발디비아가 칠레 점령때 요새를 구축한 곳이다. 가장 훌륭한 시내 조망권을 제공한다. 시내관광은 구시가지의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광장 주변으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16세기 세워진 대성당 ‘더 캐더럴’을 비롯해 중앙우체국과 시청사,1808년 건축된 궁전을 이용한 국립역사박물관, 산티아고 박물관인 ‘카사 콜로라다’ 등이 볼 만하다. 특히 성당 ‘더 캐더럴’은 규모의 장대함과 독특한 외양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장식과 조각, 그림으로 가득한 내부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국립박물관엔 7만여점의 칠레 역사를 담은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이밖에도 광대한 자연공원인 산크로스타발 언덕, 군사학교박물관, 중앙시장, 모네다궁전, 시립공원 등이 가볼 만한 시내 명소로 꼽힌다. 매주 일요일 아르마스광장을 기점으로 시내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시에서 주관한다. 여행 에이전시 및 여행자사무소로는 ‘Sernatur’(02-236-1420),‘Chillean Travel Serve’(02-251-0400) 등이 있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본 재미 있는 풍경 두가지. 개와 한국 자동차가 참 많다는 것이다. 거리나 골목, 특히 공원에 가면 웬놈의 개가 그렇게 득실거리는지. 작고 귀여운 것도 아니고, 한국이라면 ‘식용’으로나 적합할 것 같은 개들이 시내를 누빈다. 칠레의 도시는 꼭 한국차 박물관 같다.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포니부터 스텔라, 르망, 엘란트라, 엑셀 등이 용감하게 거리를 누빈다. 특히 칠레의 택시 중엔 르망이 유독 많다. ■ 안데스산맥 바라보며 칠레포도밭도 둘러볼까 ●칠레의 와인 칠레에서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칠레의 식도락 전통은 해물요리와 바비큐의 일종인 ‘패릴라다스’로 특징지어진다. 이같은 특별요리들은 대개 좋은 칠레와인을 곁들여 먹기 마련이다. 와인은 칠레의 국가적 상징 중 하나요, 칠레 전통의 한 부분이다. 또 국제적 명성을 얻은 뒤로는 국민적 자부심의 원천이기도 하다. 메를로트, 카베르네트 사우비그논, 사우비그논 블랑크, 샤로도나이 등 다양한 와인들이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와인 페어에서 상을 받았다. 칠레 포도밭의 역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칠레의 가장 오래되고 전통이 있는 포도밭들이 생겼다. 당시 그들은 유럽인들로부터 기술적 가르침을 받았으며, 좋은 품종의 포도나무를 수입해 자체적으로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칠레 와인이 실제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은 20세기 후반부이다. 그것은 칠레 산업에 있어서의 급격한 이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와인산업은 이때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국제시장으로의 성공적인 진입을 이루어냈다. 통계를 보면 칠레 와인의 폭발적 성장세를 알 수 있다.80년대 연간 1500만달러어치의 와인이 수출되던 것이 90년대 후반엔 5억달러를 넘었다. 산티아고 외곽지대는 와인의 주 생산지다. 이곳엔 과일이 널려 있고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다. 동쪽으로는 안데스산맥, 서쪽으로는 해안과 경계를 이루며 펼쳐진 광활한 계곡. 이 지대는 포도 재배에 지리적, 기후적으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중 콜차구아 계곡의 와인 순환로는 가장 유명하며, 이 길을 따라 하루코스의 투어도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 가면 포도밭의 다양한 모습을 즐기고,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또 콜차구아 또는 휴이큐박물관을 방문하고 지역 예술인의 작품들과 점심식사도 즐길 수 있다. 이 투어는 산티아고 아르마스광장에서 출발하며, 남쪽으로 170㎞쯤 가야 한다. 산페드로(칠레) 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교육in] 숲을 닮은 학교 여주제일고

    [교육in] 숲을 닮은 학교 여주제일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 주민들이 함께 30여년 동안 나무를 가꿔온 ‘숲을 닮은 학교’가 있다.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한 그루 한 그루 심기 시작한 것이 이젠 조그만한 숲이 됐다. 학생들은 나무를 가꾸면서 나무의 올바른 심성을 배운다. 튼튼하고 강하게 자라는 나무처럼 실력도 쌓아간다. 교사들은 나무에게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법을 배운다. 나무와 함께, 나무 속에서 생활하며, 나무를 통해 가르치고 배우는 그런 학교였다. 경기도 이천 요금소를 나와 3번 국도를 따라 20여분을 달리자 숲 그림자 짙은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행정구역상 경기도 여주군 가남면 심석1리 여주제일고는 지난 69년 실업계 고교로 개교했지만 2002년부터 지역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문계 2개반을 편성, 종합고로 운영되고 있다. 교문에 들어서자 손님을 처음 맞아준 것은 대학 교정을 떠올리게 하는 큰 정원이었다. 가을햇살이 간지러운듯 잘 익은 가을 모과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은행나무에 매달린 작은 은행들은 가지마다 줄줄이 사탕이었다. 낙우송과의 낙엽 침엽 교목인 메타세쿼이아는 학교 울타리를 따라 가을 하늘을 향해 긴 팔을 뻗어올리고 있었다. 조경을 한껏 뽐내는 정원이 아니었다.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정성이 가득했다. 정재석(60) 교장은 메타세쿼이아를 쓰다듬었다.“33년 전에 심었는데 벌써 이렇게 컸습니다.” 5층 건물 높이의 나무 밑동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이 마치 학생들 머리를 쓰다듬듯 했다. 그가 학교에 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은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사로 첫 발을 뗀 초임 교사였던 그는 교장과 교감에게 학교에 나무를 심을 것을 제안했다. 인성교육을 위해서 나무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확신에서였다. 교장과 교감은 쓸데없는 일을 벌인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재단이사장을 직접 만나 설득에 성공했다. 여주제일고는 서울에서 한국세정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회계사 김연수 이사장이 지난 1969년 세웠다.1968년 여주제일중이 서울 사람에게 팔릴 위기에 놓이자 이 곳이 고향인 김 이사장이 34살의 나이에 중학교를 인수한 뒤 그 옆에 고교를 세웠다. 지방 교육을 외지 사람에게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고향의 후학 양성에 관심이 많았던 김 이사장은 당시 평교사였던 정 교장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정 교장은 서울 천호동 묘목원에서 메타세쿼이아 어린 나무 200그루를 사다 심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농공학을 전공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당시에는 회초리 같은 작은 나무였지만 지금은 한 그루를 옮기려면 30t 트럭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나무를 가꾸는 그의 노력에 다른 교사들과 학부모들도 동참했다. ●30여년간 나무심어… 감성교육에 큰 도움 매년 식목일이 되면 학부모들과 지역 유지, 졸업생들이 나무를 심었다. 가꾸는 일은 학생과 교사들의 몫이었다. 각자 맡은 나무에 물을 주고 거름을 줬다.1980년에는 중학교 앞 운동장 9000㎡를 아예 공원으로 꾸몄다. 설립 이념을 살려 ‘개척공원’이라고 이름 붙인 이 공원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전나무와 향나무, 목련, 은행, 대추, 산수유, 소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 수십종, 수백 그루에 이른다. 지금도 매년 4월5일이 되면 졸업생과 지역민들은 학교에 모여 나무를 심는다. 학부모들은 막걸리와 떡을 장만해 손님을 대접한다. 학교의 정성이 알려지면서 군부대도 나무심기를 도왔다.99년 자매결연을 맺은 육군 제3221부대는 중장비를 동원해 생태학습장 조성을 도왔다. 학교 전체는 서서히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개척공원과 소나무숲, 야생화 꽃길, 연못, 생태학습장 등을 고루 갖춘 ‘숲속의 학교’였다. 학생과 교사가 나무를 가꾸면서 학교 분위기도 달라졌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꾸짖기 전에 함께 교정을 산책하며 얘기를 나눈다. 박흥모(42) 교사는 “나무 아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교사인 나부터 감정을 추스를 수 있고, 학생들도 마음을 터놓고 얘기를 하게 된다.”면서 “전인교육과 감성교육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2학년 정유진(18)양은 “공부하다 머리가 아프거나 짜증이 나도 창 밖 나무를 보면 금세 기분이 풀어진다. 무엇보다 학교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이 학교의 인성교육은 나무 가꾸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정적으로 고민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교직원과 학생이 일대일 자매결연을 맺어 지도하고 있다.‘도울학생 자매결연’ 프로그램이다. 정 교장은 “걱정거리가 많은 학생들에게 ‘학교에 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선생님 한 분이 있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도록 하자는 취지”라면서 “한 그루의 나무를 가꾸듯이 교사들도 아이들을 맡아 가꿔 올바르게 키우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기르듯 학생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생활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결석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지난 2002년 1년 동안 개근한 반은 전체 24개반 가운데 4개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1개반 중에 9개로 늘었다. 올해는 현재 18개반 가운데 11개반이 전원 개근을 기록하고 있다. 전교생으로 따지면 616명 가운데 607명이 결석 없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교사 먼저 공부… 논문 30여편·논문집 4권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학생들의 실력을 쌓는 데 소홀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솔선수범이다. 이 학교 교사들은 모두 논문을 쓴다. 교사들은 3∼4년에 한 차례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성과를 논문으로 써서 돌려읽는다. 현재 발간된 논문은 30편, 논문집만 4권에 이른다. 방학이 되면 전 교사가 1박2일 연수를 받는다. 교사들은 ‘되돌아본 나의 학교생활’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한 학기의 경험을 나누고 반성한다. 매달 한두 차례 동료들의 수업을 평가하고 평가받는 동료장학과 자신의 수업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해 스스로 평가해 보는 자기장학도 교사들의 실력을 올리는 비책이다. 교사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사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시골 학교’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각 교과별 교사가 매일 한 문제씩 출제, 매년 책으로 엮어 나눠주는 문제집은 웬만한 시중 참고서보다 알차게 만들어졌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실업계 학생들을 위해 2학년 때부터 실업계 4개반 가운데 1개반을 ‘계속형 학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반에서는 실업계 전공과 함께 대학 진학을 위한 수능 준비를 별도로 할 수 있다. 이 학교에 배치받은 예비 고1을 위한 위한 선행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 중 한달 반 동안 국·영·수를 중심으로 선생님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입학한 뒤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 가운데 희망자를 받아 기숙사를 제공한다. 도서관과 교실은 학생들에게 24시간 개방된다.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에게 학교가 모든 것을 해줘야 한다는 정 교장의 소신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는 중국어 원어민 교사 한 명을 초빙, 교과재량 및 특기적성 시간을 활용해 전교생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내년부터는 희망자를 받아 기숙사에서 중국어 교사와 함께 생활하는 연수반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공부하는 교사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공부를 게을리 할 리 없다. 교장과 교사들의 노력은 실력있는 학생이라는 열매를 거두고 있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인문계에서는 수시 1학기에서만 한국외국어대와 건국대, 단국대, 숙명여대, 숭실대 등에서 37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실업계는 지난 99년부터 5년 연속 100%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워드프로세서 1급과 정보처리, 컴퓨터기능사 등 자격증 취득률도 200%에 육박한다. 학생 한 명이 평균 2개의 자격증을 따서 졸업하는 셈이다. 학교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이 학교로 진학하려는 중학생도 적지 않다. 현재 중학교 내신 상위 55% 안에 들어야 이 곳으로 진학이 가능하다. 최인규 교감은 “매년 여주와 이천 등 인근 중학교 교사들로부터 진학 상담이 들어올 정도로 학교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익명의 졸업생은 매년 1000만원을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내놓고 있다. 사단법인 아름다운학교 운동본부는 최근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에서 올해의 아름다운 학교로 여주제일고를 선정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뜻을 합쳐 아름다운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인정한 것이다. 여주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CJ나인브릿지클래식] 박지은 6언더 공동선두… 상큼한 출발

    제주의 따스한 햇살은 누구에게 가장 큰 과실을 안겨줄까.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총상금 135만달러) 1라운드가 열린 29일 제주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6274야드). 이날 골프장의 푸른 필드 위로는 하루 종일 따사로운 햇살이 내려앉았다. 제주의 거센 바람도 자취를 감춘 코스엔 수많은 관중이 운집, 세계정상급 선수들의 샷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첫날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선수는 박지은(나이키골프)과 카린 코크(스웨덴).‘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디펜딩챔피언 안시현(엘로드)과 함께 마지막 조로 출발한 박지은은 버디 7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쳐 코크와 공동 선두를 달렸다. 시즌마다 ‘1승 징크스’에 시달려온 박지은은 “퍼팅 감각이 좋아 대부분의 버디 찬스를 성공시켰다.”며 “반드시 우승컵을 안겠다.”고 말했다. 시즌 7승에 도전하는 소렌스탐은 버디 4개에 보기도 3개나 범하며 1언더파 공동 18위. 그러나 안시현은 2번홀(파3)의 더블보기 이후 버디 4개와 마지막 18번홀(파5) 이글로 만회하며 4언더파 68타로 공동 5위를 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국내파의 선두주자 김주미(하이마트)도 4언더파를 치며 안시현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도 13번홀(파3) 홀인원과 18번홀 이글 등을 묶어 4언더파를 올렸다. 시즌 첫승에 도전하는 김미현(KTF)은 버디 5개 보기 2개, 3언더파로 공동 9위를 기록했지만 부진 탈출에 나선 박세리(CJ)는 이븐파 공동 32위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제주 곽영완기자 kwyoung@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작은 호수와 바다/가르디 후터 글

    난 호수예요. 깊은 산속에서 따뜻한 햇살과 다소곳한 달빛, 잔물결을 일으키는 바람을 벗삼아 지내던 작은 호수지요. 그런데 어느날인가부터 꿈을 꾸게 됐어요. 높은 산봉우리 너머 푸른 바다에 가보고 싶은 꿈. 그건 가끔씩 찾아오는 빗방울 때문이었어요. 먹구름을 타고 온 빗방울이 전하는 바닷가 이야기들은 얼마나 신기하던지! 난 그만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지요. 어떻게 하면 바다에 갈 수 있을까. 구름은 내 소원을 비웃었어요. 땅 속으로 스며들려다 길을 잃고 헤매기도 했지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았지만 포기할 순 없었어요. 죽을 것처럼 괴로워하는 내 모습이 가여웠는지 마침내 달님이 바다에 데려다주었을 땐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지요. 하지만 그토록 꿈꾸던 바다는 환상의 세계만은 아니었어요. 성난 파도가 내 몸을 이리저리 내팽개칠 땐 이대로 죽는 것이 아닐까 무척 두려웠지요. 드넓은 바다에서 물결에 따라 움직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존재에 대해서 아주 심각하게 고민도 했고요. 그래도 바닷물 속에 뿌리를 박고 꿋꿋이 자라는 생명체들을 만난 경험은 정말 경이로웠어요. 이젠 그만 집으로 돌아가야겠어요. 돌아가서 이웃 소나무에게 내가 이룬 꿈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바닷가 소나무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요.8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연천 임진강 참게잡이 동승하다

    연천 임진강 참게잡이 동승하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작지만 야무지고 고소한 임진강 참게가 진짜 게맛이다. 진정한 참게의 맛을 느끼려면 지금 당장 임진강 중상류인 연천으로 달려가면 된다.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노란 장(영양분)이 가득찬 놈들이 한창 잡히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20년만의 최대 풍어라 한다. 경기도 연천 임진강변으로 참게맛을 보러 떠난다. 더욱이 임진강 주변은 분단조국의 현실을 느끼게 하는 오두산 전망대, 김신조 침투로, 황포돛배, 놀이동산과 미니 골프장이 있는 임진각 폭포어장, 황희정승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반구정까지 갖춰져 수도권 하루나들이로도 적격이다. 연천군에는 34명의 어부들이 임진강을 삶의 터전 삼아 살아가고 있다. 이중에서 정춘모(43)어촌계장과 큰아들 환동(24)씨와 함께 참게잡이 배에 동승했다. 함경도에서 시작해 황해도, 강원도를 거쳐 이곳까지 이르는 임진강은 분단의 아픔을 뱉어내듯 모락모락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새벽 6시 임진강 어부들이 활동을 할 시간이다. 밤새 잡힌 고기들이 통발 안에 오래있으면 신선도가 떨어져 새벽에 거둬 오는 것이 이곳 어부들의 오랜 아침생활이다. 정씨와 아들은 강변에서 바지장화로 갈아입고는 배가 있는 곳까지 첨벙첨벙 걸어 들어간다. 구두에 양복바지를 입고 카메라까지 든 채 망연자실 서서 ‘나는 어떡하라고’라는 애처로운 눈으로 부자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 눈이라도 달린 듯 “환동아 니가 기자양반 업고 들어와라!”라고 김씨가 말했다. 환동씨가 넓적한 등을 내게 내밀었다. 미안했다.“몸무게라도 관리 좀 했더라면….”때 아닌 후회를 하면서 80㎏가 넘는 몸에 힘을 빼고 업혔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덜 힘들 테니까. 드디어 배는 안개를 헤치고 임진강을 미끄러지듯 달린다. 시원하다 못해 아침의 한기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 5분을 달렸을까 아들이 부표를 찾아 건져 올렸다. 그리고 부표에 달려있는 그물을 잡아 올린다. 참게는 보통 통발로 잡는다고 하는데 정씨는 특이하게 그물 중간중간에 통발을 달아놓았다. 통발 하나에 주먹만한 참게가 10여 마리 들어있다.50m 그물에 통발을 13개정도 달아 놓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통발은 ‘모 아니면 도’다. 어떤 통에는 10여 마리가 들어있고 또 다른 통에는 아예 한마리도 없는 식이다. 정씨는 “참게는 줄을 서서 바다로 내려갑니다. 그래서 잡히는 통발에만 많이 잡힙니다.”라고 한다. 놈들은 강바닥의 바위나 잡풀들 사이로 이동을 한다. 또한 지금 잡히는 것은 암놈이다. 수놈들은 대부분 8월말부터 강하구로 내려가서 집을 짓고 암놈들을 기다린다고 한다. 암놈들은 9월부터 노란 ‘장’이 차기 시작하고 9월 말부터 수놈을 만나러 강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한다. 작은 놈들이 먼저 가고 큰 놈들이 천천히 내려가므로 11월 초까지 잡히는 놈들이야말로 속이 꽉 차있어 참게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참게’하면 모두 파주나 문산을 생각하지만 원조는 연천이라 한다.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가기 때문에 임진강의 중상류인 연천에서 크고 실한 놈들이 많이 잡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정씨는 “올해부터는 연천의 참게를 알리기 위해 군청의 지원을 받아 참게장박스도 만들어 나누어주고 공동어판장을 짓는 등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어 좀 신이 나요.”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아들의 높아진 목소리가 들렸다.“아부지 좀 잡아줘요, 힘이 달리잖아요.”우리가 수다 떠는 동안에도 아들은 묵묵히 일했던 것이다. 미안했다. 어업허가를 받은 4㎞구간에다 쳐 놓은 통발은 10여 개. 일을 마치고 보니 어느덧 10시가 넘는다. 오늘은 어획량이 적단다. 한창때인 9월에는 200∼300㎏이 잡혔다는데 오늘은 불과 30여㎏가 고작이다. 어째 따라나온 게 미안해졌다. 속마음을 읽은 듯,“그래도 씨알이 굵어 상품성은 괜찮다.”고 정씨는 말했다. 어부 부자는 배를 돌려 임진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때마침 눈부신 아침햇살이 이들을 반기며 나왔다. ■ 저는요…수라상에서도 별미였죠 참게란 바다에 사는 것이 아니고 민물에서 산다.70년대 초만해도 논이나 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강이 오염되고 수중보나 댐때문에 거의 자취를 감췄다. 참게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서 봄철에 산란한다. 민물 상류로 이동해 겨울에 먹을 영양분을 몸 속에 가득 채우고 가을에 다시 바다쪽으로 내려간다. 참게의 습성을 이용해 가을철에 주로 통발로 잡는다. 게딱지의 크기는 보통 10㎝내외, 숫놈은 조금 크다. 우리나라는 금강에서 잡히는 금강참게, 남해안과 동해안 하천에서 잡히는 동남참게가 많다. 하지만 임진강에서 잡히는 ‘옥돌게’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최고다. 임진강 참게는 4년 전부터 치어를 방류해 올해 20년 만에 최대 풍어를 기록했다. 가격도 많이 내려 2002년에는 마리당 1만 5000원을 호가했으나 올해는 3000원 선이다. 양식참게와 자연산을 구별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양식참게는 그 크기가 일정한데 자연산은 제각각이다. 또 자연산은 발톱이 날카롭고 길지만 양식은 짧고 뭉툭한 편하다. 게의 색깔도 자연산은 거의 검정색에 가깝다. ■ 게요리 잘 하는 식당 임진강 참게를 맛보려면 어부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확실하게 자연산 참게를 먹을 수 있다. 연천 학고리에 있는 ‘밤나무집’(031-835-5484)이 그곳이다. 자유로를 타고 당동인터체인지를 빠져나와 37번 국도를 타고 적성을 거쳐 비룡대교를 건너 우회전해서 한참을 달렸다.‘도대체 누가 이곳까지 참게를 먹으러 올까.’ 싶을 정도로 외진 곳이다. 정갈한 시골집이 소박해 더 좋다. 참게매운탕(4만원)을 시켰다. 부글부글 끓는 매운탕은 게 특유의 비린 맛이 없고 구수하고 매콤하다. 참게의 속살이 고소하다. 익은 노란 장이 아작아작 씹힌다. 게가 작아서 몸통째 와작와작 깨물어 먹어도 별로 부담없다. 꽃게의 맛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참게는 작아 꽃게의 하얀 속살을 기대할 순 없지만 가득찬 ‘장’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맛이 가히 일품이다.‘임금님이 좋아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웬만큼 먹으면 주인 이소영(37)씨가 매운탕에 수제비를 넣어준다. 얼큰한 국물과 함께 먹는 쫄깃한 수제비의 맛도 일품이다. 이집에선 간장게장(1만 2000원)도 맛있다. 이역시 꽃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한수위의 고소함이 있다. 밤나무집에 와 보지 않고 참게가 비리다든가, 먹을 것이 없다, 비싸다고 말하는 것은 ‘참게를 두 번 죽이는 일’임이 분명하다. 실컷 먹은 후 배를 두드리며 자갈이 잔뜩 깔려있는 임진강변을 걷는 것 또한 밤나무집만의 별미. 밤나무집에서는 참게를 택배로 배달해준다. 시기마다 좀 다르지만 1㎏에 3만원 선. 보통 12마리 정도 들었다.3㎏기준으로 파는데 냉매를 채우고 아이스박스에 담아 전국 어디서나 살아있는 ‘임진강 참게’를 받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밖에도 어부의 집(031-835-8700), 장단가든(031-945-1559)도 잘한다. ■ 게장 집에서 담가볼까 흔히 ‘밥도둑’이라 한다. 게장 한 마리면 밥 한 그릇은 그냥 뚝딱 해 치우기 때문이다. 참게장을 잘 담그려면 우선 살아있는 참게를 하루 정도 물에 넣어 배설물을 빼낸다. 그런 다음 솔로 배꼽 등 구석구석을 잘 닦아낸다. 요즘에는 참게에 소고기를 먹여 장을 담그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하면 비린내만 낼 뿐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잘 닦은 참게를 유리병이나 항아리에 넣고 간장을 붓는다. 전에는 우리나라 국간장을 사용했는데 참게장이 너무 짜 양조간장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참게가 충분히 잠길 정도로 간장을 채운 다음 뚜껑을 꼭 닫아 2∼3일간 놔둔다. 그러고는 간장을 따라내어 펄펄 끓여 식힌 후 다시 붓는다. 이러한 과정을 서너 차례 반복한 다음 한달 정도 있다가 먹으면 된다. 이때 생강과 마늘을 자루에 담아 항아리에 함께 넣는게 좋다. 주의할 점은 설탕이나 꿀을 절대 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설탕을 넣으면 노란장이 텁텁해져 땡감 맛이 나기 때문이다. ■ 이곳도 가보세요 ●임진강 폭포어장 가족나들이 코스로 그만이다. 깨끗하게 꾸며진 양식장에 놀이동산과 미니골프장, 식당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2500평의 양식장에 팔뚝만한 송어와 산천어가 뛰노는 모습이 장관이다. 또한 물고기 밥을 사서 주는 재미에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놀이동산에는 범퍼카, 바이킹, 꼬마기차 등 8종의 놀이시설이 있어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3종류의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빅3’티켓이 어른 7000원, 아이 5000원으로 저렴하다. 미니 골프장은 3000평으로 18홀인데 퍼팅과 어프로치만 할 수 있다. 골프를 하는 사람뿐 아니라 못하는 사람들도 재미로 놀 수 있어 가족끼리 잠시 즐기기에 좋다.18홀을 도는데 평일 1만원, 주말 1만 4000원이다. 무료로 골프화, 골프채도 빌려준다. 식당에는 여기서 양식하는 송어나 산천어를 맛볼 수 있다. 매운탕과 여러가지 요리를 포함해 1㎏에 송어는 3만 2000원, 산천어는 3만 8000원이다.4∼5명의 가족이라면 1.5㎏정도로 충분하다.(031)959-2222. ●황포돛배 두지나루엔 올 3월부터 조선시대 주요 운송수단이었던 황포돛배가 원형 그대로 복원돼 운항 중이다. 모양이 특이하다. 배의 밑바닥과 앞이 평판형태로 우리 선조들이 2000여년 동안 사용했던 전통 방식의 배이다. 고종황제가 개방을 한 이후 1930년대부터 뾰족한 형태의 배로 완전히 바뀌어 자취를 감추었다. 50여명이 탈 수 있는 황포돛배는 두지나루를 나서 강물을 따라 40 여분을 유람한다. 뱃길이 완전히 정비되어 고랑포나루의 멋진 적벽도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다.(031)958-2557. ●김신조 침투로 1968년 1월17일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 무장간첩들이 청와대 폭파와 요인암살을 목적으로 침투했던 곳이다. 당시의 철조망 및 망루 등과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군 작전 지역으로 신분증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군부대내에 위치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안보교육에 적당하다. 아침 9시부터 일몰시간 전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문의는 (031)839-2063. 이밖에도 조선시대 학자 황희선생이 마지막 여생을 보낸 반구정, 신라경순왕릉, 오두산전망대, 자유로 아쿠아랜드(031-942-9114) 등도 들러볼 만하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박완서 새소설 ‘그 남자네 집’ 못다한 첫사랑 향기

    박완서 새소설 ‘그 남자네 집’ 못다한 첫사랑 향기

    푸르게 슨 녹을 헤집어 속살을 드러낸 청동 화살촉처럼 오로지 사글거리는 빛살로 되살아나는 살의(殺意), 대가의 날숨에는 그런 전율이 숨겨져 있다. 남루했던 시대의 남루처럼 맑은 사랑. 정작 본인은 “아니, 사랑은 너무 과장되고 어떤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연정’을 ‘추억’으로 환치시키려 하지만 노대가(老大家)의 그런 열없음마저도 시큰하게 사랑스러운 걸 어쩌랴. ●고희 넘겨서야 자전적 고백 우리 문단의 큰 나무 박완서의 새 책 ‘그 남자네 집’(현대문학 펴냄)은 기념비적이다. 무슨 연작처럼 볼륨이 장대해서도 아니고, 대단한 역사적 기록이어서도 아니다. 책은 작고 섬세한 몰두가 오히려 큰 것의 허술함을 넉넉하게 채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다가 작가 스스로 이 작품을 ‘문학에 바치는 헌사’라고 말하지 않는가. 우리 문단에 이런 방향성과 장소성, 그리고 정서적 공감을 엮어낸 작품이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기쁨이다. 글은 추억에 텀벙 발을 빠뜨린다. 환상의 끝에 자잘하게 매달려 나오는 일상의 지리멸렬함에서 가장 평범하게 일탈하는 맑고 열렬한 사랑을 그는 마치 흑백의 파노라마처럼 그리고 있다. 전쟁의 가슴 오그라드는 포성 속에서도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었던 ‘황홀한 현기증’에 대해 그는 고백한다.‘도처에 지천으로 널린 지지궁상들이 그 갈피에 그렇게 아름다운 비밀을 숨기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었다. 그 남자의 입김만 닿으면 꼭꼭 숨어 있던 비밀이 꽃처럼 피어났다.’ 그의 권태 속으로 다가온 첫사랑 ‘그 남자’의 존재는 눅눅하고 어두운 숲속을 비집고 드는 빛살처럼 찬란한 것이었다. 작가는 이렇듯 누구나 가능한 체험에서 가장 ‘박완서적인 정서’를 추출해낸다. 그의 일탈은 또 다른 길을 두고 운명적으로 ‘한 길’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원초적 운명이 주는 너무나 인간적인 반란 같은 것이었다. ‘(그에게 내)청첩장을 내보였다.(……)그를 보듬어 내 품안에 무너져 내리게 하고 싶었다. 그때 그가 바란 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위안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렇게 해줄 자신이 없었다. 내가 감추고 있었던 것은 지옥불 같은 열정이었다.’ 이렇게 헤어졌던 그들은 다시 만나 못다 나눈 첫사랑의 열정을 확인한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내면에 잠복한 자유의지, 아니면 자신의 의지를 자신의 삶에 투영하고자 하는 본태적 욕망의 분출인지도 모른다. ●권태 속 ‘그 남자’ 햇살처럼 빛나 작품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은 단지 못다한 첫사랑의 애틋함 때문만은 아니다. 시대를 초월해 모든 산 사람의 가슴에 유정(有情)하게 일렁이는 공유의 정서, 그것도 분명 눈부시지만 한 대가가 고희를 넘겨서야 고백하는 비밀스럽고, 그래서 더욱 향기로운 자전(自傳)의 미학 때문이다. 그가 작품에서 말했으되 ‘우리의 포옹은 내가 꿈꾸던 포옹하고도, 욕망하던 포옹하고도 달랐다. 우리의 포옹은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 우리의 결별은 그것으로 족했다.’는 묘사는 캄캄한 무덤의 잠에서 깨어나 파랗게 빛나는 청동 화살촉처럼 소설이라기보다 차라리 오래 전의 일기에 가깝다.9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문학이 머문 풍경-시인 김남주

    문학이 머문 풍경-시인 김남주

    시인 김남주는 글로 ‘지금’을 말한다.‘당신은 묻습니다/언제부터 시를 쓰게 되었느냐고/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투쟁과 그날 그날이 내 시의 요람이라고’(‘시의 요람 시의 무덤’에서) ‘김남주 평전’을 쓴 대구가톨릭대 강대석(철학과) 교수는 “시인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혁명가로서 불꽃같이 살다 갔다.”고 평했다. 시인 스스로도 “나는 사랑하고 증오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시에서 적었다. 이처럼 사랑과 증오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아 지난 70∼80년대 독재정권에 맞서 저항한 민중시인 김남주. 1994년 2월,48세로 사망(췌장암)하기까지 길지 않은 고단한 삶 속에서 그는 470여편의 시를 남겼다. 감옥생활 9년3개월 동안 칫솔을 갈아 우유곽에 300여편의 시를 눌러냈다. 암울한 시절, 햇볕으로 나온 시들은 희망의 메시지로 퍼져나갔다. ●제도권이 싫다. ‘해남의 수재’이던 시인은 광주의 명문고교에 들어가지만 사회과학서적과 더 가까워졌다.1965년 2학년 때, 한·일회담 반대 데모가 한창이었다.“좋은 학교, 우수한 학생들이 교실에서 책상만 지켜야 되겠느냐.”며 시위 참가를 소리쳤지만 메아리로 끝났다. 번민하던 그는 이후 학교를 그만뒀다. 같은 고향이자 해남의 2대 수재였던 평생 친구 이강(58)씨는 “시인은 마음씨가 선(善) 그 자체였다. 오죽했으면 박석무(광주 5·18기념재단이사장) 선배가 남주한테 ‘물봉(호구)’이란 별명을 지어줬겠느냐.”고 웃었다.“하지만 결단을 내리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뜻을 꺾지 않던 사람”이라고 털어놨다. 시인의 삶은 저항과 투쟁의 연속이었다.1946년 전남 해남군 삼산면 봉학리에서 3남3녀의 둘째로 태어났다. 머슴살이로 중농을 이룬 부친으로서는 남주가 그의 분신이자 희망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유달리 영어를 잘했던 그는 영국시인 바이런의 시를 암송하던 꿈 많은 문학소년이었다. 고교 때 광주 미문화원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원서를 훔쳐 읽었던 일화도 있다. 시인이 전남대 영문과를 택한 것도 외국의 진보적인 서적을 맘껏 읽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대학생활 내내 강의실에 나온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밖으로만 돌았다. 강대석 교수는 “시인은 끝까지 지식인과 혁명가의 순결을 지키며 살았다.”고 그의 평전에 기록했다. ●나는 꿈꾼다. 고등학교 때 늘상 자취방에서 함께 뒹굴었던 이강씨는 “당시 광주 계림동에 헌 책방이 즐비했는데 책을 유달리 좋아했던 남주는 시간만 나면 이곳에 들러 서적을 탐독했다.”고 말했다. 시인의 엄청난 독서량은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사상적 토대로 자리매김된다. 이씨는 “당시 남주의 인식론은 아나키즘적 경향을 보였던 것 같다. 반미주의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국내 모순의 근원을 미국에 두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주변에서 그를 지켜본 지인들은 그를 완벽주의자로 봤다. 허점을 보이지 않고 피해를 안 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시인은 늘 “글쓰는 사람들이 재주는 있지만 동·서양 고전을 아우르는 철학사상이 빈곤한 게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교시절 싹튼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은 대학 졸업반이던 73년 3선개헌 반대운동의 불쏘시개가 된 지하신문 ‘함성’으로 이어졌다. 반공법 위반으로 첫 구속되는 계기다.75년 인혁당 관련자들에 대한 사형집행은 김남주를 투사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그의 데뷔작인 ‘진혼가(1974년)’에서 ‘공포(고문)야말로 인간의 본성을 캐내는 데 가장 좋은 무기’라고 정의했다. 78년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남민전)에 참여해 소식지인 ‘민중의 소리’를 제작해 돌렸다. 이듬해 체포돼 15년형을 선고받고 9년만인 88년 가석방된다. 이 해 연인이자 동지였던 박광숙(교사)씨와 가정(1남·현재 14살)을 꾸리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 등으로 5년가량 모처럼 창작세계에 몰두하게 된다. 스스로 ‘시인’으로 불리기를 바라던 시인이 대학시절,“그래도 얘기가 통하는 친구”라고 말했다는 이경순(전남대 영문과) 교수의 회고다.“그는 글쓰기를 좋아했고 스스로 시인이라고 했어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늘 말했지요. 그의 빼어난 언어감각이나 해독 능력에 혀를 내둘렀어요.”지난 74년 이래 시인과 두터운 교분을 유지했던 염무웅(영남대·민족문학작가회의회장) 교수는 “그가 살았던 때는 ‘꽃 속에 피가 흐른다’고 읊어야 할 만큼 가혹했다. 자신이 몸으로 겪은 그 시대를 꾸미지 않은 목소리로 외친 김남주의 삶이 곧 시였고 투쟁”이라고 말했다. ●김남주를 알자. 시인의 생가에는 현재 동생인 덕종씨가 살고 있다. 전국에서 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지난 2월 시인의 10주기를 맞아 민족문학작가회의는 김남주의 실천적 삶과 정신을 기리는 추모 문화제를 열었고 출판계에서는 그의 평전과 시선집을 잇따라 펴냈다. 염 교수는 ‘꽃 속에 피가 흐른다’라는 시선집을 출간했다. 혁명가로서 뼈대를 갖추기 전에 써낸 소박한 시에서부터 옥중시, 현실의 고뇌를 담은 시 등 120편을 골라냈다. ‘민중시인 김남주 해남기념사업회’의 김경윤(해남공고 교사) 회장과 지역회원 80여명이 김남주 문학관 건립에 힘쓰고 있다.2000년 5월에는 광주시립 민속박물관 앞쪽에 시인의 시비도 세워졌다. 해남군도 내년부터 2년으로 잡고 11억원을 들여 생가 터에 전시관과 창작실, 소공원 등을 만든다. ■시인의 주요시집 ▲ 진혼가·잿더미(74년) ▲ 나의 칼 나의 피(87년) ▲ 조국은 하나다(88년) ▲ 산이라면 넘어주고 강이라면 건너주고(89년·옥중서한집) ▲ 사랑의 무기·솔직히 말하자(89년) ▲ 학살(90년) ▲ 사상의 거처(91년) ▲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91년) ▲ 이 좋은 세상에·저 창살에 햇살이(92년)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시네마 천국]‘비포 선라이즈’ 속편 ‘비포…‘

    유럽 횡단 열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한여름의 오후 햇살처럼 짧지만 강렬한 교감을 나눴던 두 남녀. 해뜨기 전까지 빈을 배경으로 풋풋한 사랑의 감성을 수필처럼 풀어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가 9년만에 속편 ‘비포 선셋’(Before Sunset·22일 개봉)으로 돌아왔다. 사랑이라고 느낀다면 6개월 뒤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며 끝을 내 긴 여운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던 전편의 궁금증을 드디어 모두 풀 수 있는 기회. 제시(에단 호크)는 그 장소에 왔지만 셀린느(줄리 델피)는 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9년. 제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 홍보차 파리를 찾았고, 환경운동가가 된 셀린느와 서점에서 재회한다. 짧지만 결코 지울 수 없는 흔적으로 서로에게 새겨진 이들의 만남은, 그 감정의 무게와는 달리 전편 만큼이나 산뜻하다. 삶과 사랑에 대한 생각들을 오랫만에 만난 친구처럼 한바탕 수다스럽게 풀어내는 둘. 언뜻 속내를 비치며 진지하게 다가갈 듯하다가도, 이들은 어느새 긴 시간의 간격을 농담과 다른 대화들로 채운다.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팽팽한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던 영화는 갑자기 그 끈을 놓아버린다. 제시와 셀린느가 재회한 뒤 리얼타임으로 80분간 나누는 대화가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야기 보따리만 풀어내다가 갑작스럽게 끝이 나는 것.9년의 기다림치고는 싱겁다. 카메라는 둘에게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풍경이 낄 틈도 없다. 달콤한 로맨스나 그립엽서 같은 파리의 풍경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실망이 클 작품. 하지만 지적이고도 철학적인 대사의 맛은 전편 못지 않다. 전편에 이어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연출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한준규기자 초경량비행기 도전기

    한준규기자 초경량비행기 도전기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파란하늘. 비가 온 후 가을하늘은 파랗다 못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이럴 때는 하늘에 풍덩 빠져버리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항공 레포츠의 메카라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어섬으로 갔습니다. 주말에는 전국에서 약 5만명이 항공레포츠를 즐긴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초경량 항공기의 매력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빨간 마후라를 목에 두르고 파란 하늘을 누비고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초경량 항공기에 도전했습니다. 어땠느냐고요? 그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자, 이제 파란 하늘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안전벨트 매시고 손잡이를 꼭 잡으세요. 출∼발. 아름다운 10월 초순, 날개클럽의 윤청(43)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뜻 윤회장은 “언제든 오세요. 하늘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을 느끼기엔 하늘이 최고죠.”라고 흔쾌히 승낙했다.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며칠간은 새가 부럽지 않았다.‘나도 너희들처럼 푸른 하늘에서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거야!’ 괜히 웃음이 터져나왔다. 난다는 것은 원초적인 본능인가. 내가 도전할 종목은 초경량항공기. 속도는 다소 느리고, 위험해 보이지만 온몸으로 푸른 하늘의 신선함과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울트라 라이터 모터,ULM이다. D-데이는 14일. 내 들뜬 마음을 시샘하듯 전날 저녁무렵부터 뇌성벽력과함께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졌다. 날씨때문에 밤잠을 설치다니…. 한편으론 걱정이 되면서도 아무 시름없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돌아간듯 행복감이 밀려왔다. 늦게 잠든 탓인지 평소보다 늦게 눈이 떠졌다. 창가로 달려가보니 아침햇살이 눈부셨다.“아자, 하늘이 나를 기다리는구나!” 한껏 흥분을 누르고 취재장비를 챙겨 집을 나섰다. 아침은 차에서 김밥으로 때운채 막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하자 전화기가 울렸다.“바람이 심상치 않아요. 비행이 어려울 것…”황급히 나는 윤회장의 말을 잘랐다.“안돼요. 전 오늘 꼭 타야해요.”내 굳은 결심이 느껴졌는지 윤회장도 더이상 만류하지 않았다.“일단 어섬에서 만납시다. 오후엔 바람이 잘 수도 있으니까….” 어섬엔 바람이 먼저 도착해있었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초짜’가 이런 날씨에 비행이라∼.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러나 점심을 먹고난 후에도 바람은 잠잠해질 것 같지 않았다. 일단 오후 4시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더 늦으면 사진도 마땅치 않을 것 같았다. 어쩌랴. 일단 하늘의 뜻에 맡기고 어섬을 둘러보며 시간을 때웠다. 드디어 4시, 윤회장과 일행들은 어섬의 마산포 비행장 활주로로 나가 바람을 체크했다. 내 침 넘어가는 소리가 소음처럼 내 귀를 울렸다. 순간 윤회장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야 바람 좋다!”나도 모르게 “야!” 환호성을 질렀다. 비행기 격납고로 이동해 우선 ULM 조립에 들어갔다. 윤회장, 김용진(42)총무, 한윤진(33) 패러글라이딩 교관 등 세명이 능숙한 솜씨로 조립했다. 행글라이더보다 두배정도 큰 날개를 만들고 그 밑에다 엔진을 결합했다. 그리고 손으로 줄을 당겨 시동을 걸었다.‘쿠릉쿠릉’소리를 내며 시동이 걸렸고, 부릉부릉 엔진소리를 내며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갔다. 그런데 웬일인가. 막상 비행체를 보니 타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말이 좋아 초경량 비행기이지 행글라이더에 모터를 부착해 시속 120㎞까지 낼 수 있다지만 덮개는커녕 손잡이도 없는 게 아닌가. 오직 안전벨트만으로 몸을 고정한다는 것이다.‘혹시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갑자기 불안한 생각, 아들과 아내, 부모님 생각까지 났다. 망설여졌다. 순간, 하늘을 날고싶다는 욕심을 접고 싶어졌다. “빨리 헬멧 쓰고 무전기 테스트하고 준비하세요. 곧 해가 질 텐데….” 먼저 조종석에 앉은 윤회장이 채근하는 통에 ULM에 올랐다. 윤회장의 뒤편에 앉으니, 무전기를 통해 윤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혹시 엔진이 꺼져도 행글라이딩이 가능한 안전한 비행체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는 수백번 비행을 했는데도 이렇게 멀쩡합니다!!!””“넵!”내 불안한 마음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큰소리로 답했다. 출발이다. 윤회장은 엔진 출력을 높이는가 ‘부∼릉 부∼릉 왕∼’소리가 들렸고, 몇m를 달리는가 했더니 순간 맞바람을 맞으며 기체가 솟구치듯 하늘로 날아올랐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황홀했다. 내가 살고있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발아래 펼쳐지는 시화호, 햇살을 맞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은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듯했고 저기 멀리 물결치는 황금들녘과 작은 산들은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바로 이거구나, 자유. 목숨을 바쳐서라도 느끼고자 했던 것이구나.’갑자기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그만 날개가 녹아버려 목숨을 잃은 이카루스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이트 형제등 하늘을 나는 꿈을 꿨던 사람들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그런데 갑자기 엔진이 퍼득 퍼득 소리를 내며 꺼지는가 싶더니 비행체가 10여m 아래로 쑥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으악!”‘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몇 초에 스쳐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윤회장의 허리를 꽉 잡았다.“하하하.”윤회장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엔진을 꺼도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거예요. 많이 놀라셨죠.”그가 장난을 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엔진 시동을 걸었다.‘휴∼’한숨이 나왔다. 시화호 일대를 몇 바퀴 돌고 나는 내려왔다. 사진촬영을 위해서다. 이번에는 김총무가 모터패러를 타고 이륙했다. ULM의 경우는 가속기를 밟으면서 행글라이더의 컨트롤 바를 위로 치켜들면 기체가 하늘 위로 치솟았고, 당기면 아래로 한없이 떨어진다. 좌우 방향 조정도 마찬가지로 간단해 보였지만 모터패러는 더 어려운 것 같았다. 일단 패러글라이더를 한손으로 조정하고 다른 손에는 가속기를 손으로 누르며 속도를 조절해야 하므로 이륙하기가 더 어렵다. 패러글라이딩을 완전히 마스터한 사람만이 모터패러를 탈 수 있다했다. 사진장비를 챙겨 어섬 활공장으로 올라갔다. 밑에서 무전으로 한윤진씨가 교신을 하며 도와주었다. 몇 차례 사진을 찍는데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그때 거위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려는 소녀 안나 퍼킨과 거위 떼의 환상적인 비행 장면이 기억에 남는 영화 ‘아름다운 비행’의 포스터가 생각났다.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붉은 노을과 날고있는 사람들…. 너무 아름다웠다. 허리둘레 34인치의 ‘아저씨’, 내 눈에 눈물이 흘렀다. 땅에서 아둥바둥 살고있는 내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봤고, 지는 해를 배경으로 삶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진 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초경량비행기란 자체 무게가 225㎏ 이하, 연료용량 38ℓ 이하의 비행기를 일컫는다. 방향타를 이용해 조종하는 타면조종형과 몸을 움직여 방향을 바꾸는 체중이동형으로 나뉘는데 초경량 항공기로는 국내 가장 먼저 도입된 ULM(울트라 라이트 모터의 약자, 행글라이더에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 모터패러(패러글라이더에 엔진을 장착한 비행체)와 흔히 말하는 조그마한 경비행기까지 다양하다. 최근엔 패러글라이딩이나 행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보다 엔진의 힘을 이용하는 비행체를 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날씨와 바람의 영향을 덜 받고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연료를 한번 채우면 보통 시속 70∼80㎞로 2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 이곳에서 배우세요 ●배울 곳:항공레포츠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많다. 하지만 제대로 가르칠 곳을 선택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불만사항 등을 미리 체크하는게 좋다.날개클럽(02-927-0206)은 항공 레포츠의 대표주자. 체험비행은 물론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더 등 무동력 부문과 ULM, 모터패러 등 동력 부문 모두를 체계적이고 책임있게 교육한다.(www.nalgaeclub.co.kr) ■ 버섯집서 별헤는 밤 시골밥상에 인심도 흠뻑 어섬은 시화호를 끼고 있는 항공 레포츠의 메카. 경비행기, 패러글라이딩, 행글라이딩 등 다양한 항공 레포츠뿐 아니라 원드서핑, 카이드 서핑,MTB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또 바다를 끼고 있어 계절에 맞는 다양한 먹거리와 고급 펜션들이 들어서 있다. 하늘과 땅, 바다에서 즐길 게 집약된 곳이다. ●버섯모양의 집, 해피하우스 해피하우스에 들어서면 만화 ‘스머프’의 마을이 연상된다. 집을 버섯모양으로 만들어 연인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또 나무로 지어진 펜션은 하나하나 독채라 다른 사람의 방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더욱이 가수 서태지가 시화호에서 뮤직 비디오를 촬영하고 하루를 묵고 갔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섯집은 원룸형태로 되어 있으며 보통 4∼5평 수준으로 실내에 싱크대와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다. 가족들은 독채에 묵는 편이 좋다. 운영자의 아내가 시인이라 펜션 곳곳에 자작시를 써놔 운치를 더 해준다. 바비큐 시설과 족구장까지 갖춰져 있다.(031)357-3908,www.ehappyhouse.com. ●시골집 밥상 어섬에서 송산쪽으로 10여분을 나가다보면 오른편에 간판이 있다. 점심은 12시부터 2시까지 저녁은 6시 30분터 7시30분까지, 식사때만 영업한다. 말 그대로 시골밥상으로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된장찌개의 맛이 일품, 반찬도 매일 바뀐다. 주문할 필요도 없이 앉으면 밥을 가져다 준다.5000원.(031)357-1859 ●어심 어섬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집. 계절에 맞는 음식을 판다. 지금은 한창 대하를 많이 판다. 굵은 소금을 깔고 그 위에 올려 구운 대하를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1㎏ 보통 30미 정도에 3만 5000원. 요즘은 농어도 많이 난다. 농어회는 3만원. 이집의 별미인 얼큰해물칼국수는 청양고추의 매운 맛과 바지락, 새우 등 해물의 시원한 맛이 조화를 이룬 별미. 메뉴에는 없고 특별주문하는 사람들에게만 끓여준다,5000원.10월 말부터는 굴밥도 판다. 자연산을 고집하는 주인 때문에 평소에는 먹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우면서도 믿음직스럽다.(031)357-2109 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길섶에서] 가을 단상/우득정 논설위원

    가을 햇살이 따가운 오후.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우레탄을 깐 보행자 도로에는 뛰는 사람, 걷는 사람들로 붐빈다. 젊을수록 뛰거나 걷는 속도가 빠른 것 같다. 이들 틈에 섞여 걷는 사이 공원 입구에 다다랐다. 보행자 도로로 계속 갈 것인지, 공원으로 갈 것인지 잠시 망설이다가 공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정상이 바로 눈앞에 보이지만 통행이 뜸한 샛길을 찾아 애써 빙빙 돌아본다. 가끔 한번씩 걸음을 멈추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라고 충고한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젊은 시절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내달렸다고 생각하지만 뒤돌아보면 갈지(之)자 행보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는 순간, 앞을 향해 계속 달리겠다는 욕망을 접고 여유를 갖게 된다고 충고했던 것 같다. 지금 내 발길이 닿고 있는 샛길을 앞서 걸어갔을 이들을 생각해본다. 아마도 반추할 세월이 보다 긴 연륜대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기억속의 아련한 장면을 떠올리며 따뜻한 미소를 머금었을 사람보다 회한에 잠겼을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느린 걸음을 옮기는 모습들이 떠오를 것만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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