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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만 더 하려다 어느새 30년… 송해 선생님 나이만큼 일해야죠”

    “1년만 더 하려다 어느새 30년… 송해 선생님 나이만큼 일해야죠”

    일요일이다. 늦잠 자다가 다시 소파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린다. 정오 뉴스가 끝난 뒤 ‘딩동댕~’하는 실로폰 소리와 함께 사회자 송해씨가 ‘전~국 노래자랑’하고 외친다. 만장(滿場)한 여러분도 즐겁게 따라한다. 이어 무대에 출연자들이 등장해 저마다 끼를 발산한다. 더욱 재밌는 볼거리 하나. 구수한 말솜씨로 잘 진행하던 송씨가 뒤돌아서서 툭 시비를 건다. 누구한테? 지휘자 김인협 악단장이다. 조금은 어린 출연자가 무대에 등장하면 어김없이 김 단장한테 가서 돈을 받아가라고 시킨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나는 송해 오빠거든, 저기 저 할아버지한테 가봐.”라고 한다. 송씨 나이가 83세, 김 단장은 70이다. 그런데도 송씨 자신은 ‘송해 오빠’고 나이가 한참 아래인 김 단장은 할아버지란다. 이 대목에서 웃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1980년 11월 9일 낮 12시 10분 처음 방송된 ‘전국노래자랑’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서른 생일을 맞은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KBS본사에서 기념 리셉션을 가졌고, 14일 30년 특집(1536회) 방송을 내보낸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시간대가 변경된 적이 없는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무대에 오른 출연자만 3만여명이고 총 관객만도 1000만명이 넘었다. 세살 어린아이부터 103세 할머니까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란 점도 자랑거리다. ●“여기선 내가 송해 선생님보다 대선배” 이렇게 웃고 울린 세월 속에 노래자랑 무대에서 묵묵히 지휘를 해온 김 단장이야말로 ‘산 증인’이다. 전국노래자랑이 생긴 지 몇달 뒤인 1981년 초부터 악단을 지휘했다. 송씨가 1984년부터 진행을 맡았으니 이 무대에서는 김 단장이 훨씬 선배인 셈이다. 지난 8일 경기 양평에서 김 단장을 만났다. 김 단장은 창밖으로 들어오는 가을햇살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부인은 옆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무척 다정해 보였다. “언제 이쪽으로 이사 오셨나요.” “퇴촌에 살다가 우연히 7년 전 이 근처에 놀러왔다가 위치가 좋아 집사람이 덜컥 계약을 했어요. 정이 들어서 그런지 아주 편하고 좋아요. 공기도 좋고….” “두 분이 시골에서 지내는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자녀분들은 어디 계시나요.” “아들과 딸이 있는데 서울에 살아요. 피는 못 속이는지 원래 노래를 잘하고 음악을 좋아했지요. 그런데 내가 (음악을)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요즘에는 악기도 만지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음악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내가 9남매 중 막내입니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그런 막내가 안쓰러웠는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늘 말씀하셨지요. 초등학교 4학년 때쯤인가 그래요. 형님이 기타를 어디서 가져왔는데 그걸 만지다 보니 절로 신이 나고 재미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그는 충북 청주 출신이다. 기타로 독학하며 음악 자질을 키웠고 서라벌예대에서 음악 공부를 제대로 했다. 1962년부터 청주방송에서 5년, 카바레에서 밴드생활을 10년 가까이 한 뒤 1970년대 동양방송을 거쳐 KBS 전국노래자랑과 인연을 맺었다. “인생의 반은 전국노래자랑으로 보낸 셈입니다.” “처음에는 딱 1년만 한다고 다짐했지요. 그런데 PD들이 바뀔 때마다 ‘1년만, 1년만’ 하는 바람에 벌써 30년이 됐습니다.” ●10대 세 자매에게 만원씩 줬더니… 그동안 함께 일한 PD만 해도 50명 정도. 김 단장은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편곡한 것만 수천곡은 된다고 했다. 예심 때 부르는 출연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맞게 곡을 다시 써줘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노래 대부분은 그의 머릿속에 다 저장돼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한번 지역에 내려가면 사흘은 있어야 프로그램 녹화가 끝난다. 예심 참가자들은 대개 400명에서 많게는 1000명 정도.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즉석에서 편곡을 한 다음, 드럼, 기타, 색소폰 등 10명의 악단 연주자들에게 나눠준다. “송해 선생님은 지역 녹화 때 현지 군수를 무대 위에 가끔 등장시키지요, 이 때 예정없던 노래를 시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얼른 군수의 목소리를 듣고 즉석에서 연주자들에게 어떤 키로 하자고 귀띔해주곤 합니다.” 웃고 울린 에피소드도 많을 터. “강원도 태백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아가씨 입에서 술 냄새가 나는 거예요. 긴장이 돼서 술을 마신 것이지요. 그런데 정작 녹화 때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보니 술에 취해 무대 뒤에서 자고 있더라고요. 노인 분들이 가끔 한잔 걸치고 올라와서는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방송을 보면 가끔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던데요.” “순전히 제 돈입니다. 그런 모습이 안타깝게 보였는지 미국에 사는 한 모녀가 ‘오라버니 더운데 고생이 많다.’는 편지와 함께 100달러를 보내왔어요. 그래서 ‘KBS 노래자랑’이라고 새겨진 시계를 사서 고맙다고 보냈더니 다시 100달러를 보내주더군요. 언젠가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전북 김제에서 10대 세 자매에게 1만원씩 준 적이 있어요. 10년 만에 다시 김제에 갔지요. 그 여자들 아버지가 무대에 올라오더니 큰절을 하면서 그때 받은 돈이라고 하면서 돌려주더군요. 당시 덕담해준 덕택에 아이들이 잘 자라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시집갈 때 꼭 연락하시라고 했지요.” ●방송 중 즉석주례도 여러번 김 단장은 방송 중에 즉석 주례도 여러번 섰다. 송씨가 가끔 짓궂게(?) 시켜서다. 둘은 동양방송 ‘가로수를 누비며’ 시절부터 같이 일했다. 지방에 갈 때마다 녹화 끝나고 시간이 되면 시장통 선술집에서 술잔을 마주한다. 지금은 오랜 음악소리 때문에 중이염을 앓아 술을 잘 안 하지만 작정하고 둘이 마실 때면 소주 20병은 거뜬히 비우기도 했단다. 술자리를 안 해주면 송씨가 곧잘 삐친다며 웃는다. “송해 선생님이 프로그램 진행을 부드럽게 리드하니까 녹화 때 NG 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사회자-악단-작가-PD 등으로 이어지는 팀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지요.” “무대에 지역 특산물도 자주 등장하던데….” “부담되지 않은 것들은 단원들과 함께 나눠 먹지요. 비싸게 보이는 것들은 다시 돌려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 단장의 집에는 국악이든 양악이든 없는 악기가 없다. 그 악기 속에는 30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켜켜이 쌓인 정이 듬뿍 담겨 있다. 나중에 이런 마음을 담아 집 근처에 ‘악기 박물관’을 만들 생각이다. “일단은 송해 선생님 나이만큼은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는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이자 내려 다행” “대출기준 달라 헷갈려”

    8일은 은행권 서민대출상품 ‘새희망홀씨’가 출시된 첫날이었다. 각 은행 대출 창구는 대체로 차분한 표정이었다. 지난 2년간 미소금융, 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등 다양한 서민금융상품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문의가 폭증한 건 아니지만 창구와 전화를 통한 상담은 꾸준히 이어졌고 일부 지점에서는 대출이 실행됐다. ●신용 5~8등급 문의전화 많아 새희망홀씨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높은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일부 대출희망자들은 대출 기준이 은행마다 다르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첫날부터 새희망홀씨 판매에 적극 나섰다. 우리은행 서울 회현동 본점은 지난주부터 대출 상담을 시작해 이날 2명의 고객에게 각각 1500만원과 1100만원을 대출했다. 오는 11일에도 1건의 대출이 예정돼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연 금리가 20%를 넘는 카드론을 이용하던 고객이 제1금융권에서 10%대 금리로 돈을 빌린다는 점에 만족해했다.”면서 “연체 없이 원금과 이자를 갚으면 1년 뒤에는 신용도가 올라가 일반 신용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거절자 대상 홍보 강화 신한은행 서울 종로6가 지점은 2건의 대출 신청을 받아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지점 관계자는 “지난주에 일반 신용대출을 거절당한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대출 조건이 완화된 새희망홀씨를 추천하는 등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화 상담 요청도 줄을 이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상담 고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은 대출 가능 여부, 대출 가능한 금액, 금리 순”이라면서 “연소득이 3000만원을 넘지 않는 신용 5~8등급대 고객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SC제일은행은 전화를 통해 대출 가능 여부 및 한도와 금리 등을 확인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제2금융권의 햇살론 대출 경력이 있으면 새희망홀씨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지난 9월 햇살론을 통해 800만원을 대출받은 정모(32)씨는 “하나은행과 농협은 햇살론 경력이 있으면 대출이 안 된다.”면서 “은행마다 들쭉날쭉한 대출 기준이 통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송도서 새달 1439가구 분양

    송도서 새달 1439가구 분양

    한진중공업이 다음달 초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송도 캐슬&해모로’ 1439가구(조감도)를 분양한다. 롯데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공급한다. 한진중공업의 아파트 브랜드인 해모로는 ‘해’와 무리의 옛말인 ‘모로’의 합성어. 햇살이 가득한 주거공간을 의미한다. 지하 1층, 지상 24~40층 13개동 규모다. 전용면적 84㎡ 1008가구, 111㎡ 108가구, 123㎡ 204가구, 139㎡ 113가구, 펜트하우스 153㎡ 4가구, 164㎡ 2가구 등이다. 한진중공업은 앞서 올 초 송도국제도시에서 해모로월드뷰를 공급, 최고 42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저축銀 노리는 대부업체

    저축銀 노리는 대부업체

    대형 대부업체들의 저축은행 인수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소액 신용대출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는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액 대출시장에서 저축은행과 한판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계 자산순위 1위인 러시앤캐시는 최근 서울의 중앙부산저축은행을 매입하기로 계약했다. 대부업계 순위 3위이자 토종자본인 웰컴크레디트라인은 충북의 서일저축은행을 인수한다. 대부업체인 리드코프도 저축은행 인수 채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일본 대금업체(대부업체)인 오릭스 코퍼레이션은 지난달 푸른2저축은행과 인수 계약을 맺고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대부업체들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면서 쌓인 자금으로 날로 악화되는 영업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서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대부잔액이 지난해 말 1조 118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 3252억원으로 2070억원(18.5%)이 늘었다. 하지만 대부업 금리 상한이 지난 7월부터 연 44%로 5%포인트 내려간 데 이어 내년에도 5%포인트 추가 인하가 예정돼 있는 데다가 햇살론의 출시 등으로 대부업계의 영업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는 소액 대출시장에 노하우가 많은 대부업체들이 진출할 경우 이 분야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러시앤캐시는 200만명의 고객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공격적 영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도 5조 7000억원의 자산 중에 신용대출 잔액이 6000억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신용대출 잔액만 1조원이 넘는 대부업체의 진출은 소액대출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리인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그간 저축은행이 본업인 서민 소액대출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다른 쪽에만 관심을 기울여 일정 정도 실패했다.”면서 “대부업체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현재 13%의 조달금리를 5%까지 낮추면서 금리인하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업체가 리스크가 적은 고객은 대부업체에 유치하고 리스크가 높은 고객만 저축은행에 유치할 경우 결국 저축은행의 부실화만 급격히 진행되면서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구절초 천국 전북 정읍·임실 ‘옥정호’의 가을 수채화

    구절초 천국 전북 정읍·임실 ‘옥정호’의 가을 수채화

    가을은 색(色)으로 우리 곁을 찾아 옵니다. 붉거나, 노랗거나, 혹은 그 가운데쯤의 빛깔로 세상을 물들입니다. 반면 수채화처럼 담담하고 차분하게 가을을 이야기하는 것도 있습니다. 구절초가 그렇습니다. 산과 들이 붉고 화려하게 물들어 갈 때, 소박하면서도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나 가녀린 몸을 바람에 맡긴 채 하늘거립니다. 구절초가 무리지어 피어 여행자를 유혹하는 곳이 있습니다. 옥정호(玉井湖)입니다. 전북 정읍과 임실에 걸쳐 있는 호수로, 가을에 특히 아름답지요. 그 호수 끝자락, 그러니까 섬진강의 최상류쯤 되는 정읍시 산내면에 구절초 군락지가 있습니다. 요즘 아침나절이면 피어나는 물안개와 어우러지며 그야말로 선경을 펼쳐내고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웃음을 닮은 꽃 구절초를 보고 있자면 깔깔대며 웃는 어린아이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노란 암술을 둘러싼 채 활짝 벌어진 꽃술이 가지런한 치열 드러내며 웃는 어린아이의 모습 그대로다. 구절초 꽃밭에 들면 어디선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쏟아지는 듯한 환청을 경험하는 것도 그런 까닭일 게다. 구절초(九節草)는 5월 단오에 줄기가 다섯 마디가 되고, 음력 9월 9일에는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 이름 지어졌다. 꽃을 완상하며 무슨 의학적 효험을 따질까마는, 딸을 출가시킨 우리네 친정 어머니들은 예전부터 9월이 되면 갓 피어난 구절초를 정성껏 채집해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시집간 딸이 해산을 하고 친정에 오면 달여 먹이곤 했단다. 구절초가 신선이 어머니들에게 준 약초라는 뜻의 선모초(仙母草)라 불리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구절초가 군락을 이룬 구절초테마공원은 산내면 매죽리 야산에 조성돼 있다. 그런데 오지 산골마을에서 구절초축제를 벌이게 된 사연이 애처롭다. 면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2004년께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에서 전국 1500여개 면의 소득수준을 조사했는데, 산내면이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몰랐다면 그러려니 했겠으나, 막상 알고 나니 주민들 마음의 상처가 커졌을 터. 정읍시와 산내면, 그리고 주민들이 힘을 합쳐 소득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고, 대안으로 나온 것이 축제였다. 그 첫 작품이 2005년 열린 제1회 옥정호구절초축제. 하지만 겨우 4만명이 드는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이듬해 축제를 치르지 않고 힘을 비축한 주민들은 2007년 현재의 장소로 옮겨 축제를 열었다. 이해 10만명, 그 이듬해부터는 35만여명이 찾으면서 유망한 지역축제 반열에 올랐다. ●아흔아홉 구절재 지나면 구절초꽃밭 예전엔 아흔아홉 구비를 돌아야 했다는 구절재를 지나면 곧바로 산내면 소재지다. 구절초테마공원은 여기서 옥정호를 끼고 우회전한 뒤 추령천을 따라 3㎞쯤 더 가야 한다. 추령천 돌아 나가는 품새가 예사롭지 않다. 가을걷이를 앞두고 노랗게 여문 벼들과 붉게 물들어 가는 주변 산세, 그리고 예천의 회룡포처럼 320도 굽이 돌아가는 물줄기가 어우러지며 넉넉한 가을 풍경을 펼쳐내고 있다. 추령천이 망경대를 돌아가는 초입, 그러니까 주민들이 노루목이라 부르는 여울을 지나면서 구절초 꽃동산이 시작된다. 산책로에 들면 구절초 향기가 먼저 알고 나와 여행자를 감싼다. 절로 기분이 상쾌해지는 향기다. 딱히 어디라 할 것 없이 구절초꽃들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벌과 나비들은 때 아닌 횡재를 만나 부산하게 날아 다닌다. 구절초테마공원 면적은 11만 8890㎡. 이중 구절초밭만 8만㎡(약 2만 5000평)에 달한다. 구절초 축제는 이미 막을 내렸다. 하지만 꽃은 이제야 절정을 이루기 시작했다. 필경 올해 전국의 여러 꽃축제 담당자들을 애타게 만들었던 온난화 현상 때문일 터다. 아직도 채 피지 않은 꽃봉오리들이 싱싱하게 남아 있어, 11월 첫 서리가 내릴 때까지는 꽃들의 축제가 계속될 것이란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구절초 꽃동산은 소나무 숲 사이에 펼쳐져 있다. 야트막한 산자락 능선을 따라 이어진 꽃들의 향연을 보자면 비밀의 정원에 들어선 듯한 환상에 빠진다. 특히 새벽녘 추령천이 피워 올린 물안개가 소나무 사이를 지나 구절초들을 어루만질 때, 혹은 늦은 오후의 햇살이 숲 전체를 포근하게 감싸안을 때, 그런 느낌은 더하다. 주변의 온갖 허물들을 가려주는 햇살과 물안개가 그래서 더욱 고맙다. 공원의 규모는 그리 넓지 않다. 솔숲에 난 산책길은 1㎞ 남짓. 사진전 행사장 등 공원을 둘러친 이벤트 코스까지 합치면 3㎞ 남짓 된다. 숲 가운데 마련된 벤치에서 다리쉼을 하거나, 꽃과 더불어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걸어도 두어 시간이면 족하다. 다만 꽃밭 사이사이에 반들반들할 정도로 ‘잘 닦인 길’이 나 있는 것은 눈엣가시다. 좀 더 나은 사진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나, 꽃밭 사이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일부 여행객들의 욕심이 남긴 상처들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꽃밭은 꼭 그만큼의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그런데 거리낌없이 꽃밭으로 ‘직진’하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눈에 띈다. 자신을 위한 공원에서조차 ‘천수’를 누리지 못한 채 목이 꺾인 구절초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공원 아래 능교까지는 걸어 보는 게 좋겠다. KBS 드라마 ‘전우’의 마지막 전투 신과 예전 영화 ‘남부군’ 등의 촬영지였던 다리다. ●옥정호가 전해 온 가을의 서정 백일몽을 꾸듯 꽃과 더불어 한때를 보냈으니, 이제 가을을 닮은 호수, 옥정호를 둘러볼 차례. 해마다 이맘때면 더없이 서정적인 풍광을 선보이는 곳이다. 옥정호는 정읍과 임실 지역을 흐르는 섬진강 상류의 물줄기를 막아 댐을 만들면서 생긴 인공호수다. 운암호, 섬진호 등으로도 불리는데, 물만 가두고 있는 여느 저수지와는 풍경의 깊이가 다르다. 면적은 26㎢ 남짓. 물줄기가 넓게 퍼져 있지 않고, 물뱀이 유영하듯 산자락 구비구비를 에둘러 돌아간다. 구절초 테마공원을 나와 산내면사무소 앞 네 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옥정호와 나란히 달리는 강변도로다. 옥정호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7~8분을 달리면 수침동마을. 마을 아래 수변공원에서 다리쉼을 하며 구절초의 향기를 되새기는 것도 좋겠다. 수침동마을을 지나면 장금리다. TV드라마 ‘대장금’의 실제 주인공의 출생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산내면사무소 관계자는 이에 대한 역사학계의 고증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옥정호 최고의 전망대는 단연 국사봉이다. 국사봉전망대에서 다소 된비알의 등산로를 따라 20분 남짓 올라가면 믿을 수 없이 빼어난 옥정호의 모습이 한눈에 잡힌다. 옥정호 가을 풍경의 절반은 물안개의 몫. 새벽녘 물안개가 호수를 감쌀 때면 그야말로 선경이 따로 없다. 호수 가운데 떠 있는 섬은 ‘외안날’이다.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박대서(90) 할아버지가 뭍과 섬을 오가며 이곳에 밭을 일구고 있다. 최근 외안날이 야생화 공원으로 조성된다는 등의 소문에 주민들이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임실군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임실군청 섬진강개발팀 관계자는 “박 할아버지와 토지 보상 등을 끝낸 것은 사실이지만, 외안날을 개발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실무 부서의 생각”이라며 “필요할 경우에만 최소한의 정비작업에 그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옳은 판단이다. 그 어떤 ‘개발’이 지금보다 더 자연스럽고 빼어난 외안날을 우리에게 선사할 수 있을까. 글 사진 정읍·임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 길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호남고속도로→태인나들목→산내면 방면→능교리→매죽리 옥정호 구절초 테마공원. 산내면 주민센터 539-7600. ▲잘 곳 송참봉조선동네(www.folkvillage.co.kr)는 초가집으로만 조성된 전통 테마마을. 어른 1만원, 초등학생 5000원. 532-5004. 이평면 청량리에 있다. 운암대교 주변에도 숙박업소들이 몰려 있다. ▲맛집 백학관광농원은 유기농 식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드는 집. 화학조미료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도시인의 입맛에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1인 2만~3만원. 정읍시 신정동에 있다. 535-9032. 산외면 한우마을(www.산외자연한우마을.kr)에서는 한우를 싼 값에 맛볼 수 있다. 538-5544. ▲주변 볼거리 단풍 명산 내장산이 지척이다. 관촌면 덕천리 임실 치즈마을(www.임실치즈마을.com)에서는 모차렐라 치즈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643-3700.
  • [국감 스타] 이범래 의원

    [국감 스타] 이범래 의원

    한나라당 이범래(서울 구로갑)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서민 지킴이’로 자리매김했다. 이 의원은 국회 정무위 소속으로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불공정 사례를 줄줄이 꺼내놓으며 힘 없는 약자의 대변자 역할을 자청했다. 사람 좋게 생긴 외모와 달리 전직 검사다운 날카로운 핵심찌르기는 피감기관 관계자들을 쩔쩔매게 만들며 내실 있는 서민·중소기업 정책 개발 약속을 이끌어냈다. 당내 서민정책특위 기획위원이기도 한 그는 서민들을 위한 보증부 대출 상품인 ‘햇살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특히 햇살론 대출 조회만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시켜 당 정책위로부터 당 차원의 지원 약속을 얻어냈다. 또 지난 11일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감에선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되는 햇살론을 취급하는 일부 금융기관의 ‘불법 꺾기’ 실태를 지적했다. 금융기관들이 대출원리금의 85%만 정부 보증이 된다는 점을 감안, 대출금의 15%를 불법 예치금으로 설정하고 85%만 대출해 주는 수법을 들춰냈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최근 각 지점에 공문을 보내 구속성 예금 취급을 금지했다. 금융감독원 국감에서는 외국계 시중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한 대출 상환 압력 사례를 들춰냈다. 피해 중소기업인을 국감에 출석시켜 ‘1주일 만에 48억원을 갚으라.’고 요구한 은행의 몰상식한 행태를 폭로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주말 데이트] MBC라디오 ‘고전열전’ 진행 배한성

    [주말 데이트] MBC라디오 ‘고전열전’ 진행 배한성

    “요즘 배춧값의 폭등으로 서민경제가 말이 아닙니다. 폐하” “그럼 백성들에게 깍두기를 담그라 하시오. 단무지에 고춧가루 뿌려 먹든가…” “폐하, 전셋값이 심상치 않사옵니다.” “대출받아 그냥 사면 될 거 아닌가. 미분양된 아파트도 많은데, 집을 작은 데로 옮기든가…” 살아서 전설을 남긴다. 고독이 몸부림치는 듯 비음 섞인 목소리로 계속 전설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기에 열정이 특별하다. 형사 콜롬보, 가시나무새, 대부, 파피용, 맥가이버, 가제트 형사…. 성우로 출발해 DJ도 했고 MC도 했다. 각종 단체의 홍보대사를 맡아 강연도 하고 대외활동 또한 활발하다. 얼마 전에는 TV드라마에서 ‘사랑과 야망’의 차화연과 열연했다. 요새는 ‘라디오 드라마’의 부흥을 위해 또 다른 열정을 토해내고 있다. 성대 모사의 달인 배칠수와 함께 MBC 표준FM(95.9MHz) ‘고전열전’에서 새로운 장르 개척에 여념이 없다. 앞서 소개한 대화 내용처럼 세태 풍자와 함께 고전을 ‘삼국지 버전’으로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성우 배한성(64)씨는 올해로 데뷔 44년째.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열정적인 목소리로 이리저리 뛴다. 하여, 별명이 ‘배돌이’다. 배씨처럼 다양한 계층의 팬을 확보한 사람도 드물 터. 데이트를 요청하는 전화에 그는 바쁜 일정을 잠시 쪼갠다. ‘고전열전’ 첫 방송이 나가던 지난 18일에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만났다. 청바지에 편한 남방셔츠 차림이다. 따사로운 가을햇살을 맞으며 나무 아래 의자에 앉았다. “(기자 명함을 보자) 중학교 때 신문팔이를 했습니다. 그때(1960년대 초) 서울신문 위력이 대단했지요.” “집안 형편이 어려웠나요.” “아버지는 경기중학을 나오고 어머니는 서울여상을 나왔습니다. 나름대로 엘리트였지요. 그런데 제가 세 살 무렵에 아버지가 월북을 했습니다. 6·25전쟁 직전이지요. 갔다가 월남하신다는 게 아마 전쟁 때문에 못 내려온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는 계속 북한에…” 자연스럽게 슬픈 가족사 얘기가 오고 갔다. “그 이후 아버지 소식은 들었습니까.” “1977년에 간접적으로 아버지가 김일성 대학 교수로 있다는 얘길 전해들었습니다. 명절 때 차례상에 사진 올려놓고 아버지한테 절을 하지요. 몇 차례 이산가족 상봉 때 신청을 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살아 계시는지, 돌아가셨는지 알 길이 없지요. 어렸을 적에 솔직히 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소년가장이 되셨던 까닭을 알 것 같습니다.” “신문 배달할 때 시계가 없어 집에서 새벽 일찍 나서다가 도둑으로 몰려 뭇매를 맞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웃음) 오늘 주제는 이게 아닌데….” 배씨는 서울 돈암동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때 안암동 주변에서 신문 배달을 하며 탤런트를 꿈꿨다. 그래서 서라벌예술대 영화과에 진학했다. “40년 넘게 목소리 하나로 장수하는 비결이 무엇인가요.” “아버지 얼굴은 모르지만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게 목소리인 것 같아요. 사람이 살면서 10가지 경쟁력이 있다면, 아마 끊임없이 배우려는 호학 정신과 호기심이 아닌가 싶어요. 배우려고 했고 또 이미지를 어떻게 제고할까 고민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아마 성우만 했다면 1990년대 중반에 그만두었을지도 모르죠. 성우할 때 DJ도 했고, MC도 했고, 신문에 교통칼럼도 쓰고….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이렇게 활동을 해나가는 것 같아요.” “삶의 철학이 있다면요.” “후배들을 만나면 이런 얘기를 자주 합니다. 우리는 밭 가는 농사꾼이나 똑같다. 사과나무 열릴 때 그걸 기다리지 말고 옆 땅을 개간하라고 하지요. 한 군데 농사만 계속 지으면 지력(地力)이 떨어집니다. 옆 땅, 그 옆 땅에 묘목을 심고 가꾸고 열매를 기다려야 합니다. 또 사과나무의 인기가 떨어지면 다른 과실수를 심어야 하지요. 강의할 때도 그렇습니다. 죽어서 전설을 남기면 뭐하느냐, 살아서 전설을 남겨야 한다고 늘 강조하지요.” 화제를 바꿨다. 라디오 드라마 부흥을 위해 또 한번 열정을 쏟는 얘기를 꺼냈다. “오디오 드라마로 표현하는 것이 어울립니다. ‘고전열풍’의 흐름은, 예를 들어 김치인 경우 ‘삼국지식’으로 접근합니다. 고전과 현대, 그리고 미래를 버무리는 것이지요. 세태 풍자도 곁들여 마치 만화를 드라마로 옮긴 것처럼 유쾌한 내용입니다. 주위 많은 동료분들이 최선을 다해서 새 장을 열라고 주문합니다.” 사실 라디오 드라마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3차원(3D) 영화까지 등장하는 추세에 밀려 과거의 추억이 돼 버렸다. 배씨는 이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라디오 드라마의 르네상스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충만해 있다. 700여명의 후배 성우들도 과거의 낭만을 되살려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어떤 것일까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 역할을 세 번씩이나 했습니다. 아마 적임자가 저밖에 없었나 보죠(웃음). 그리고 파피용에서 드가(더스틴 호프만), 대부에서 알파치노, 사랑의 로망으로 유명한 가시나무새에서 랄프 신부 역할을 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20대에서 80대까지 기억할 수 있는 작품들을 모두 한 셈이죠.” 배씨는 딸 둘과 고3 아들을 두었다. 큰딸 지인씨는 이탈리아 유명브랜드 한국회사의 홍보부장으로 있고 작은딸 우리씨는 소설 ‘에펠탑의 빨간 리본’을 쓴 작가이다. 배씨의 취미는 자동차를 타고 훌쩍 떠나는 것이다. 1년에 한번쯤은 반드시 시간을 내 자동차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진다. 1992년에는 티코와 다마스를 타고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지구를 반 바퀴 도는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올해도 그럴 작정이다.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배한성씨는 1946년 10월 3일 서울 돈암동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경북 김천 출신으로 배씨가 세 살 때 월북, 아직 생사 확인이 안 되고 있다. 배씨는 명절 때마다 아버지 사진을 걸어놓고 절을 하면서 어버지를 그리워한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지금은 아버지한테 천의 목소리를 물려받았다고 감사해한다. 현재 한국성우협회 자문위원이다. 서라벌예술대학을 나와 1966년 TBC 2기 성우로 데뷔한 뒤 형사 콜롬보, 대부, 파피용, 가제트 형사 등의 프로그램에서 남녀노소를 넘나드는 활약을 펼쳐 국민 성우로 인정받는다.
  • ‘파리 톱시크리트’ 루브르박물관 복원연구소를 엿보다-한국언론 첫 공개

    ‘파리 톱시크리트’ 루브르박물관 복원연구소를 엿보다-한국언론 첫 공개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은 계단 한가운데에서 두 날개를 펼친 채 환한 햇살을 받고 서 있는 승리의 여신 ‘니케’(Nike)의 자태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1863년 프랑스 영사 샹푸아소가 사모트라케섬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 그는 100여개의 돌덩이에 불과했다. 오늘날 우리가 니케상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문헌을 찾고, 상상력을 보태 기원 전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루브르 복원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무라비 법전에서 나폴레옹 3세의 샹들리에까지, 밀로의 비너스에서 모나리자까지. 수천년의 시간을 이어주는 30여만점의 소장품. 관람하는 데만 5일이 걸린다는 세계 최대의 보물창고 루브르 박물관. 그 지하와 방문이 굳게 잠긴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인류의 유산에 쌓인 시간의 흔적을 되돌려 원형을 찾아가는 복원기술의 노하우는 어떤 것일까. 이 같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난 13일(현지시간) 루브르궁 안의 ‘프랑스 복원 및 보존연구소’(C2RMF)를 찾았다. 한국 언론 최초로 이루어진 C2RMF 방문은 한국 기초기술연구회의 주선으로 3개월 만에 성사됐다. “1998년 12월, 곳곳에 산재돼 있던 복원 및 보존 관련 연구소를 통합해 설립된 C2RMF는 1000여개가 넘는 프랑스 전역의 박물관과 미술관 소장품을 모두 관할합니다. 가지 수로는 최소한 50만점이 넘죠. 작품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 연구를 할 수 있는 첨단 기술력과 기원 전부터 16~18세기의 작업방식을 그대로 계승한 작업방식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C2RMF 홍보디렉터인 소피 르페르는 기자가 들고 있는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촬영이 가능한 곳과 아닌 곳을 철저히 구분했고, 확신이 서지 않으면 담당자에게 일일이 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 박물관에서 공개하지 않은 작품이 많고 진품 감정 중인 물건도 있다.”면서 “어떤 작품이 복원이나 연구가 진행 중인지 자체가 대외비”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보관돼 있는 수장고는 극히 제한된 인원만이 출입할 수 있다. 르페르는 “최소한 수십억원이 넘는 작품들로 가득차 있는 만큼, 어떤 작품이 있다거나 하는 사실이 밝혀지면 도난의 위험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C2RMF는 크게 연구소와 복원소로 나뉘어 있다. 작품에 대한 성분 분석과 원형연구, 복원방식 등은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연구소에서 진행한다. 200명의 과학자들은 모두 박사급으로, 대부분 고고학이나 미술학 관련 학위를 동시에 갖고 있다. 전국의 박물관에서 매입을 검토 중인 작품에 대한 감정 역시 중요한 업무다. 르페르는 “연구소에서 모조품으로 판명이 나 매입을 취소한 경우가 여러 건 있다.”면서 “진품 여부는 개인의 이익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박물관 측에만 통보되고, 소장자에게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구가 끝난 작품이나 유물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복원실로 옮긴다. 복원은 루브르궁과 베르사유 궁전 지하 등 두 군데에서 진행된다. 각각 1만 5000㎡가 넘는 규모다. 연구소와 달리 복원소에는 정규직 직원보다 외부 전문가들이 많다. 복원소 디렉터인 로베르타 코스토파시는 “가구만 해도 시계나 피아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면서 “그림도 시대와 화가에 따라 전문가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풀을 만들어 놓고 프로젝트별로 고용한다.”고 설명했다. 파리 박건형 순회특파원 kitsch@seoul.co.kr
  • 제2금융권 금리인하 실제로 살펴보니 ‘찔끔’ ‘생색’

    정부의 친서민 정책 기조에 따라 수수료와 금리를 낮추기로 했던 신용카드, 캐피털, 대부업 등 제2금융권이 실제 인하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인하한 항목은 0.2~0.5% 수준인 취급수수료다. 기본 이자에 해당하는 일반수수료와 별도로 부과된다. 우리은행, 농협 등 10곳은 0.2~0.3%대로 낮췄다. 소비자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면 취급수수료보다는 연 6.90~28.80%인 일반수수료를 깎아야 한다. 최현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카드사들이 수익성과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일반수수료를 내릴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체크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도 거세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체크카드 수수료율에 대해 “원가 부분을 비교하면 신용카드보다 낮춰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크카드는 은행 계좌에 직접 연결돼 대금이 곧바로 지급되기 때문에 대손비용이나 자금조달비용이 들지 않아 더 낮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체크카드 수수료는 신용카드보다 다소 낮거나 같다. 카드업계에서는 체크카드가 소액결제가 많고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현금대출 이자수익이 없는 상품이어서 수수료를 더 낮추면 부담이 된다는 부정적 의견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에는 체크카드도 신용카드만큼이나 할인·포인트 적립 혜택이 많아 마냥 수수료를 내릴 수만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고금리 영업행태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던 캐피털사들은 지난 7월부터 신용대출 금리를 낮췄지만 평균 인하 폭이 2.1%포인트로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평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현대·하나·씨티캐피털 등 6개 캐피털사가 연 30% 안팎이던 대출 금리를 1~3%포인트 내렸다. 상위 8개 대부업체들은 올 상반기에 금리 상한인 연 49%에 육박하는 평균 48.4%의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 이진복(한나라당) 의원은 연 30% 이상의 금리를 적용한 대출이 전체의 9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에 낸 ‘바람직한 서민금융 정책의 방향’ 보고서에서 “햇살론을 제외한 일부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40%를 웃돌아 대부업체와 유사한 수준이며 캐피털의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보다 수익성이 2배 가까이 된다.”고 주장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 충남 서산 송곡서원 향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5) 충남 서산 송곡서원 향나무

    깊어가는 가을 한낮, 충남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의 송림공원은 여느 해와 달리 황량했다. 지난 여름 태풍 곤파스가 오래도록 아물지 못할 깊은 상처를 남긴 까닭이다. 7500그루의 소나무가 쓰러지거나 부러진 안면도 소나무 숲을 비롯해 서산 지방을 할퀸 바람은 참혹했다. 송림공원이라 부르는 애정리 마을 숲의 소나무 70여 그루도 그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무참히 쓰러졌다. “온갖 정나미가 다 떨어지더라고요. 100년을 넘게 버텨온 나무들인데, 한꺼번에 죄다 쓰러진 거예요. 바람 지나고 나와 보니, 하! 참. 바라보기조차 싫어지더군요.” 짬 날 때마다 이곳 솔숲을 찾았다는 마을의 중년 사내는 쓰러진 소나무를 바라보며 얼굴부터 찡그렸다. ●600년의 연륜은 바람의 상처도 비켜가리 말로는 다시 오기 싫어졌다고 했지만, 그날 이후 그는 하루도 이곳에 나오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한다. 정이 떨어졌다는 건 깊은 아쉬움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안면도 솔숲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여기 같지는 않았어요. 아무리 더운 날이어도 우리 숲에만 들어오면 서늘한 바람으로 땀을 식힐 수 있었어요. 그것도 이젠 끝이죠,” 치우기 위해 토막낸 소나무들이 누워, 휑뎅그렁해진 숲 한편으로 송곡사 혹은 송곡서원이라 불리는 옛 집 한 채가 내다보인다. 그 앞마당에는 뜸직하게 솟아오른 한 쌍의 향나무가 서 있다. 무려 600살이나 되었다. 큰 나무라고 해서 바람이 피해가지는 않았다. 적잖은 상처를 받았지만, 한 쌍의 늙은 향나무는 바람의 상처를 잊으려는 듯 한낮의 태양 아래 넉넉하게 몸을 풀었다.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햇살 한줌이라도 더 끌어 모으려는 안간힘이 느껴진다. “그래도 오래 산 나무의 힘이 좋은 거죠. 100년 넘은 소나무들이 다 넘어가는 동안 저 큰 나무는 용케 버티더군요. 그나마 저 나무가 살아줘서 다행이죠. 저 나무마저 쓰러졌다면, 아, 생각하기도 끔찍하네요.” 사람이나 나무나 세월의 풍파에 맞서 살아야 하는 생명체에게는 노하우가 있게 마련이다. 100살 넘는 나무들을 무참하게 쓰러뜨린 모진 태풍도, 600살 된 나무는 어쩌지 못했다. 100년 세월의 깜냥으로는 얻을 수 없는 생명의 끈질김이다. 태풍 곤파스가 서산 지역에 매우 큰 피해를 남겼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걱정된 것은 마을 숲의 소나무들이 아니라, 늙은 향나무 한 쌍이었다. 그 모진 바람에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지, 혹은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건 아닐지 궁금했다. 궁금증의 가장자리에 솔숲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늙은 나무가 어찌 바람의 습격을 겪어냈을지가 더 궁금했다. 그러나 긴 세월을 살아온 늙은 나무는 천연덕스럽게 옛 모습 그대로 살아남았다. 적지 않은 나뭇가지가 부러졌지만, 소나무들의 처참한 죽음에 비하면 상처라 하기에 겸연쩍을 정도밖에 안 된다. 한 쌍의 향나무 중 한 그루는 중간 부분의 가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중동무이가 난 채 땅바닥에 곤두박질한 큰 가지는 그날의 처참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예전의 훤칠했던 모습은 조금 상했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가 살아온 긴 세월의 무게에 비춰보면 이 정도 상처는 머지않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다른 한 그루는 그야말로 시치미를 떼고 의뭉하게 서 있다. 마을 사람들의 안식처였던 마을 숲에서 100살 된 소나무들이 어이없이 쓰러지는 동안 600살짜리 향나무는 그렇게 바람을 이겨냈다. 6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토록 아름답게 살아온 데에는 분명한 까닭과 노하우가 있었던 것이다. “옛날에는 여기가 서당이었다고 해요. 그 서당에 다니던 어린 학동이 심은 나무예요. 이번 태풍에 많이 부러졌어요.” ●향나무 한쌍 옆을 지키는 송곡서원 서원 앞마당에서 고추를 말리던 아낙네는 나그네를 맞이하며 무덤덤하게 한마디 던진다. 큰 나무의 생명에 대한 믿음을 앞세웠지만, 말 꼬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있다. 그깟 바람쯤이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만, 작은 가지들이 부러져 옛 모습의 일부를 잃었다는 게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마을의 상징이자, 자랑인 송곡서원 향나무는 조선 전기에 활동한 서산 출신 선비 유윤(柳潤, ?~1476)이 심은 나무다. 서원으로 고쳐 짓기 전에 이 자리에 있던 서당에서 글공부 하던 시절 손수 심었다고 한다. 유윤이 유난히 나무를 아꼈다는 기록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유윤은 단종 폐위 후 벼슬을 버리고 충북 청주의 무동(지금의 청원군 연제리)에 머물며 후학 양성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의 학문과 경륜을 높이 여기던 세조와 광해군은 여러 차례에 걸쳐 그를 불러내려 했다. 그때마다 유윤은 임금의 부름을 사양하며, 자신을 마을의 모과나무처럼 말 없이 살아가는 무동(楙洞)처사라 했다. 모과나무를 뜻하는 무(楙)자에 빗댄 이름이었다. 그때 그가 가리켰던 모과나무도 아직 살아 있다. 청원군 연제리의 그 모과나무는 우리나라 모과나무 가운데에는 가장 크고 아름답다. 그가 죽고 200년 흐른 뒤인 숙종 때에 서산 지역의 후학들은 유윤이 심은 한 쌍의 향나무 앞에 홍살문을 세우고, 그 안쪽에 서원을 세웠다. 유윤과 함께 서산 출신의 선비 아홉 명의 삶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서원의 이름은 ‘송곡’이라 했다. 소나무가 많은 골짜기인 까닭이었다. 서원 앞마당에서 자연스레 서원목이 된 향나무는 그렇게 긴 세월에 걸쳐 15m나 되는 큰 키로 자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여느 향나무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무릇 모든 생명체에 앞서서 세월의 풍진을 이겨낼 연륜과 생명의 노하우를 갖춘 장한 나무가 됐다. 한가위 명절을 지내고 송곡서원을 다시 찾았다. 처참하게 드러누웠던 소나무들은 토막토막 잘려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서원 앞마당의 향나무에서 부러진 가지도 잘라냈다. 비교적 정돈된 모습이지만, 풍요로웠던 예전의 솔숲 분위기는 찾을 수 없다. 지난 여름의 상처는 당최 아물 기미가 없다. 황량한 공터로 변해버린 마을 숲 건너편에 서 있는 한 쌍의 늙은 향나무만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며 새날을 기약하고 있었다. 글 사진 서산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찾아가는 길 충남 서산시 인지면 애정리 495. 서해안고속국도의 서산나들목이나 해미나들목으로 나가 국도 32호선을 이용하여 서산 시내를 지나면 전자랜드와 아파트 단지가 훤히 보이는 예천사거리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500m 가면 안면도 방면의 지방도로 649호선이 이어지는 공림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에서 좌회전하여 5.5㎞ 직진하면 오른편으로 송곡서원이 나온다. 바로 옆에 지난 9월1일 개관한 ‘서산류방택천문기상과학관’이 있다.
  • “지적장애우들과 기도… 욕심없이 살죠”

    “지적장애우들과 기도… 욕심없이 살죠”

    “우리는 최고다!” “최~고~다~아~”지난 4일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위치한 ‘우리마을’. 말 그대로 맑은 공기와 따스한 가을 햇살이 머무는 곳이었다. 점심시간에 맞춰 50여명의 장애우들이 식탁에 모여 앉았다. 숟가락을 들기 직전이었다. 김성수(시몬·80) 대한성공회 주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우리는 최고다.”라고 먼저 외친다. 그러자 장애우(여기서는 다들 친구로 부른다)들도 큰소리로 따라했다. 이어 잠시 기도를 한다. 말이 어눌한 친구들도 더러 있었지만, 어쩌면 반복됐던 말인지도 모르지만, “하느님 감사합니다.”하며 친구와 우정을 같이했다. ‘우리마을’은 지적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에서 10년 전에 설립했다. 김 주교는 성공회대 총장을 그만두고 1년 전 부인 후리다(78) 여사와 함께 이곳으로 낙향했다. 현재 ‘우리마을 촌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 또 있다. ‘콩나물공장장’이다. ‘우리마을’의 주 수입원인 콩나물 공장 역시 장애우들이 직접 가꾸고 다듬는다. 김 주교는 공장에 들러 “우리는 최고”라는 말로 수시로 격려해준다. 최근에는 삼성 그룹 계열사에 납품할 정도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순수 국산콩을 사용하며 2005년 친환경농산물 인증까지 받은 ‘우리마을’의 효자상품이다. “저 친구들 보세요, 욕심도 없어요. 순수하고 영혼이 맑은 친구들이지요. 저런 친구들과 늘 함께 지내다 보니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이곳 친구들의 평균 나이는 37세. 팔순의 김 주교는 나이도 잊은 듯 마냥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마을’ 친구들은 콩나물과 버섯 재배 등 무공해 자연농법과 전기부품 조립 등 직업교육을 통해 자립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전문가를 초청해 제빵기술도 배운다. 아니 즐거울 수가 없을 터. 한 달에 2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의 월급을 받는 날이면 ‘기분 짱’이다. 스스로 값진 보람이다. 훈훈한 화젯거리도 있다. 최대한 짧게 말해야 간신히 알아듣는 유아 수준의 지적장애인 이혜련(34)씨는 얼마 전 첫 월급 25만원을 받아 홀어머니한테 속옷을 선물했다. 태어나면서 지금까지 ‘바보’라고 손가락질만 받고 살았던 이씨가 난생 처음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효도를 했던 것. 선물을 받던 날 이씨의 어머니와 이웃이 함께 밤새도록 눈물을 흘렸다. 이곳에 찾아오는 손님들도 이런 얘기를 듣고 다들 감동한다고 김 주교는 설명한다. “우리마을에는 10명 중 4명꼴로 아직도 신발끈을 못 매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이 그런 친구들에게 신발끈을 매주고 같이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비오는 날 그냥 우산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비를 맞는 것이 진정한 친구라는 말도 있지요. 장애우들에겐 같이 일할 자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김 주교가 ‘우리마을’ 친구들로부터 배우는 것은 또 있다. 정상인보다 의지나 의식이 약하기 때문에 욕심 없이 산다는 것이다. 삶에서 ‘욕심 없이 사는 것’ 하나만 배워도 소중한 것 아니냐고 강조한다. 마음을 열고 이웃을 섬기고, 장애우 빈민 등 약자들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주교는 최근 제12회 ‘길상면민의 날’ 행사로 열린 마을운동회 때 소중한 상을 받았다. 길상면민이 주는 ‘제1회 길상인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 면장이나 군수가 아닌 이웃 주민들이 주는 상이기에 기꺼이 받았다. 낙향해 아름답게 살아가는 김 주교에 대한 고운 시선이 아닐까 싶다. “콩나물을 많이 팔아 돈을 벌게 되면 장애우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줄 수 있는 시설을 늘렸으면 합니다. (잠시 창밖을 보다가) 장애우는 대부분 치아가 약합니다. 복지국가라면 ‘우리마을’ 같은 시설에 은퇴한 간호사라도 파견해 줬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우리마을’의 또 하나의 꿈은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같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김 주교는 나직이 말했다. 강화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새희망홀씨’ 서민대출 새달 출시…연간 3000만원 이하 소득자 신용 관계없이 2000만원까지

    ‘새희망홀씨’ 서민대출 새달 출시…연간 3000만원 이하 소득자 신용 관계없이 2000만원까지

    연간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사람들에게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2000만원까지 자금을 빌려 주는 서민대출 상품이 나온다. 전국은행연합회는 16개 은행장이 참석한 가운데 4일 이사회를 열고 다음 달 중 ‘새희망홀씨’ 대출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기존 희망홀씨 대출보다 대상을 넓히고 금리를 최고 연 14%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4000만원이하·신용 5등급도 가능 대출 대상은 연 소득 4000만원 이하인 사람들이다. 이 중 연 소득 3000만원 이하는 신용등급에 상관 없이 대출이 가능하며, 소득이 그 이상인 사람들은 신용 5등급 이하면 된다. 이에 따라 1~4등급으로 신용이 좋지만 소득이 적어 은행 대출을 거절당했던 사람들도 은행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고신용 저소득자 혜택볼 듯 기존 희망홀씨 대출 대상은 신용 7등급 이하이면서 연 소득 2000만원 이하인 사람이었다. 햇살론은 ▲연 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은 신용 6등급까지 ▲연 소득 2000만원 이하인 사람들은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대출을 해 주고 있다. 1인당 대출한도는 2000만원으로 기존 희망홀씨 대출과 같다. 은행들은 전산 개발과 내규 정비 등을 거쳐 다음 달까지 이 상품을 내놓고 5년동안 한시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새희망홀씨 대출 금리는 연 11~14% 수준으로 정해졌다. 기존 희망홀씨 대출의 금리는 7~19%였고, 햇살론은 10.6~13.1%(지난 7월 기준)이다. 노태식 은행연합회 부회장은 “금리는 각 은행이 자체 신용평가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지만 11~14% 사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생활자 등 이자 3%P 인하 은행들은 자금조달 원가, 대출 위험 부담을 고려해 산출한 금리가 햇살론 금리를 웃돌 경우, 최대 3%포인트까지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또 기초생활수급권자, 한부모가정, 다자녀가정(3자녀 이상), 다문화가정, 만 60세 이상 부모 부양자에게는 최대 1%포인트까지 금리를 깎아주기로 했다. ●은행권 3200억 신규대출 예상 은행들은 총 대출한도를 전년도 영업이익 규모를 고려해 매년 재설정하기로 했다. 올해에는 지난해 은행권 영업이익 7조 6937억원의 10%에 해당하는 약 7700억원을 대출할 전망이다. 노 부회장은 “1~9월 기존 희망홀씨 대출 취급액이 45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달부터 연말까지 3200억원 정도 신규 대출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들은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새희망홀씨 대출 취급 실적을 성과평가지표(KPI)에 반영하고 서민대출에 부실이 발생해도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대출 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seoul 요모조모 만원의 행복]양천 서서울호수공원

    [seoul 요모조모 만원의 행복]양천 서서울호수공원

    “가을 하늘을 가득 담은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일주일 근심이 사라져요.” 드높은 파란 하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선선한 바람과 더불어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양천구 ‘서서울호수공원’은 도시락과 축구공 하나면 하루 나들이로 제격이다. 서서울호수공원은 50년간 시민들 출입이 제한됐던 신월정수장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공원으로 꾸민 곳이다. 나무와 풀에는 잠자리, 방아개비, 메뚜기 등 온갖 곤충이 가득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재활용의 미학을 맛볼 수 있다. ●1만 8000㎡ 규모의 호수 기존 정수장 부지 13만 6772㎡와 인근 능골산 8만 8646㎡를 더해 22만 5368㎡로 여의도공원, 양재 시민의 숲과 비슷한 넓이다. 우선 공원 중심에는 서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1만 8000㎡ 규모의 커다란 호수가 자리잡고 있다. 호숫가에 수생식물을 심는 등 자연을 해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끈다. 호수 중앙에는 41개의 소리분수를 설치해 상공을 지나는 항공기 소음이 81㏈ 이상이면 자동으로 물을 뿜는다. 김포공항으로 인한 소음을 공원의 특징으로 이용한 것이다. ●큐빅놀이터 등 놀거리도 가득 정수장 시절 침전조 구조물을 그대로 재활용한 ‘몬드리안 정원’은 이름처럼 수평과 수직선의 만남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미디어 벽천, 수생식물원, 하늘정원, 생태수로 등도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밖에 재생정원과 큐빅놀이터, 100인의 식탁 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가 가득하다. 싱그러운 잔디밭이 펼쳐진 열린풀밭이나 열린마당은 돋자리 위에서 가을 햇살을 즐기거나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기에 그만이다. 또 공원과 붙어 있는 능골산 산책로를 정비해 2시간여 동안 온 가족이 함께 산책을 즐기도록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지하철 5호선 화곡역에서 652, 6625, 6627번 버스나 지하철 5호선 까치산역에서 652번 버스를 타면 된다. 관리사무실 전화는 2604-3004. 짬이 있다면 목동 파리공원을 들러도 좋다. 인근 무료 자전거 대여소에 들러 자전거를 빌려 타는 것도 공짜로 멋진 하루를 선물받는 방법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성북 1일부터 친환경 무상급식

    성북구는 24개 공립초등학교 6학년생 3495명을 대상으로 1일부터 내년 2월까지 친환경 무상급식을 시범 실시한다고 30일 밝혔다. 구는 6학년생 친환경 무상급식비 4억 9500만원과 1~5학년생의 친환경 급식을 위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 3억 2100만원 등 관련 예산 8억 16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구의회에 상정했다. 구는 친환경 무상급식 시범 실시를 위해 7월 말부터 고려대 조대엽(사회학) 교수, 김명운 승덕초등학교장, 영양교사, 생활협동조합 관계자 등 14명이 참여하는 친환경무상급식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지금까지 관련 공청회와 주민 설명회, 친환경 쌀 선정 품평회 등을 개최했다. 앞으로도 갖가지 사안별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성북구는 서울시 및 시교육청과 재정 분담을 협의해 내년 3월부터 공립초교 전체 학생 2만 8000여명, 2012년 3월부터는 전체 중학생 1만 4000여명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내년 116억원, 2012년 193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50%, 서울시가 30%를 부담할 경우 구청은 각각 23억원과 39억원을 책임지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급식에는 경기 이천(윤슬미), 강원 철원(오대쌀), 충남 예산(미인을 만드는 친환경쌀), 전남 나주(햇살좋은쌀), 경남 고성(생명환경쌀)에서 생산하는 쌀을 쓰게 된다. 성북구는 추후 친환경 무상급식을 위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성북구는 4일 하월곡동 숭인초교에서 김영배 구청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등이 직접 배식 행사를 연다. 김 구청장은 “일회성 행사비용과 불필요한 보도블록 교체 비용 등을 절감해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구의회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이 11명씩 동수이지만 이번 시범실시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6학년부터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졸업하는 아이들에게 교훈을 심고, 중학교로 진학해서는 필요성을 확산시킬 ‘전령’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그는 “아이들 입맛에 어떻게 맞추느냐와 안전한 식자재 공급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무엇보다 감시체계를 꼼꼼히 챙기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꺼리면 실패작으로 끝나기 때문에 왜 친환경 쌀이 중요한지를 인식시키는 교육도 병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금융기관 영업이익 10% 서민대출

    금융기관의 영업이익 가운데 10%를 서민대출로 전환하는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위원장 홍준표 최고위원)의 서민대출확대 방안에 대해 전국은행연합회가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홍 최고위원은 29일 “은행연합회와 협의를 벌여 금융기관의 이익 10% 서민대출제 시행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국은행연합회는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 새로운 서민 금융 상품 도입 추진 의사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새로운 서민 금융상품은 햇살론 등 서민 지원 유사제도를 감안해 지원 대상을 저신용·저소득층으로 제한하고, 대출 한도를 2000만원의 희망홀씨 대출 한도를 감안해 설정할 계획이다. 특히 전국은행연합회는 서민 금융 상품의 대출한도를 은행별로 전년도 영업이익의 10%수준에서 매년 목표액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서민대출 및 중소기업 대출 비율 의무화는 위헌소지가 있어 법제화보다 인센티브 강화를 통해 은행의 서민 및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은행권과 한나라당은 홍 최고위원의 서민대출확대 방안에 대해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반발한 바 있다. 특히 한나라당 정책위원회에서는 홍 최고위원이 주장한 서민금융정책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 개천대제 앞둔 마니산 참성단 소사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3) 개천대제 앞둔 마니산 참성단 소사나무

    하늘이 처음 열리고 단군이 나라를 처음 세운 날을 기념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선 건 하늘이었다. 단군이 참성단이라는 이름의 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를 올린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하늘은 비를 머금은 검은 구름을 흘려 보냈다. 평소 보전을 위해 철책으로 막아둔 이곳 참성단에 쌓인 티끌 먼지를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 하늘은 오전 내내 비를 뿌렸다. 제단 청소를 위해 소방호스를 댈 수도, 물 항아리를 이고 오를 수도 없는 곳, 굵은 빗줄기는 제단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하늘은 그렇게 ‘단군기원 4343년 천제(天祭)’를 준비했다. 한나절 동안 직수굿하게 내린 비로 마니산 정상의 참성단이 깨끗이 세수를 마치자 구름도 서서히 걷혔다. 환하게 미소 띤 햇살 한 줌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 즈음 나무꾼들이 올라왔다. 여름내 따가운 햇살을 받고 웃자란 풀 베기로 개천대제(開天大祭)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철 울타리로 어수선해 보였던 참성단 주위가 어느새 환해졌다. 이어서 하늘에서는 곱게 단장한 일곱 선녀가 내려왔다. 마치 나라가 열리던 그날 그랬던 것처럼 마니산 참성단에는 선녀와 나무꾼이 하늘에 올릴 제사를 준비하기 위해 제가끔 부산했다. ●돌 틈에서 150년 모진 풍파 이긴 나무 인천시 강화군에서는 이번 주말 단군기원 4343년을 맞이하여 개천대축제를 연다. 이틀 동안 열릴 축제의 핵심은 참성단에서 단군의 천제를 재현하는 제례 의식이다. 개천절을 기념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행사인 이 제례를 위해 강화군에서는 참성단 주위를 정비하고, 일곱 선녀의 강림을 재현하는 공연 준비로 부산했다. 그렇게 하늘과 사람이 어우러져 지어내는 법석을 느긋이 즐기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었다. 우리의 토종 나무인 소사나무다. 소사나무는 강화도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여서 마니산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가운데 하나이지만, 마니산 정상인 참성단 돌 축대 위에 서 있는 한 그루의 소사나무는 더없이 장관이다. 참성단 소사나무는 흙 한 줌이 고작인 참성단 돌 틈에서 15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장한 나무다. 누가 이 자리에 이 나무를 심었는지, 혹은 지나는 새들이 씨앗을 물어와 이곳에 던져 놓았는지는 기록이 없어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절묘하다. 제단 오르는 가장자리. 차곡차곡 정성껏 쌓은 돌 틈, 그것도 마치 천제(天祭)의 풍경을 더 아름답게 하기 위한 자리에 뿌리를 내렸다. 뿌리 부근의 둘레가 3m쯤 되는 참성단 소사나무는 키가 4.8m쯤 되는 아담한 크기의 나무다. 소사나무가 크게 자라는 나무는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무척 큰 편이라 할 만하다. 바람막이 하나 없는 산 꼭대기는 그가 살아오는 동안 하릴없이 겪어야 했을 숱한 비바람, 눈보라를 이겨내기에는 힘겨운 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참성단을 지켜내려는 안간힘으로 세월의 풍파를 버텨온 참성단 소사나무는 여전히 건강하다. 대개의 소사나무가 그렇듯이 사방으로 고르게 펼친 가지퍼짐은 모난 데 없이 곱기만 하다. 동서 방향으로 7m, 남북 방향으로 6m를 펼친 그의 품은 별스럽지도 않다. 소사나무로서 평범하다고 해도 될 법한 생김새다. 나무는 참성단의 돌 축대와 어울린 탓인지, 제관의 위엄까지 갖추었다. 크지 않아도 가히 융융한 나무다. 그러나 천제를 올리기 위해 제단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압도할 만큼 지나치지는 않고 산 정상에서 올리는 천제의 풍경에 알맞춤한 크기다. 소사나무는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 지방에서 자라는 우리 나무다. 서어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인데, 서어나무만큼 크게 자라지는 않는 낮은 키의 나무다. 한자로 서목(西木)이라고 부르는 서어나무와 같은 종류이지만 규모가 작아서 소서목(小西木)이라고 부른다. 참성단 소사나무처럼 줄기 아랫부분이 여럿으로 나누어지면서 적당히 비틀리며 솟아오르는 줄기와 가지의 모습이 지어내는 아름다움은 모든 소사나무의 특징이다. 때문에 정원의 운치를 돋우기 위한 조경수로 심어 키우기에 좋은 나무다. 정원이 아니라 해도 옛 선비들은 소사나무의 멋을 즐기기 위해 분재로 많이 키우기도 했다. 짧은 시간에 오랜 세월을 살아온 듯한 고목(古木)의 분위기를 갖추는 나무인 까닭에 요즘까지도 분재로 사랑받고 있다. ●참성단을 더 풍요롭게 지켜온 나무 마니산 참성단은 이 소사나무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사진이나 그림도 소사나무 없이는 참성단을 표현하지 못한다. 바위 산 정상에 마련된 제단에 홀로 서 있는 한 그루의 소사나무는 그렇게 오래도록 참성단의 상징처럼, 혹은 참성단 지킴이처럼 살아왔다. 어쩌면 참성단이 하늘에 제사를 올린 신성한 곳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소사나무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소사나무가 없는 마니산 정상 참성단의 풍경은 아마 바라보기 아쉬울 만큼 황량하거나 보잘것없어 보일 것이다. 꼭 알맞춤한 자리에서 긴 세월을 자라온 한 그루의 나무로 주변의 분위기가 이처럼 풍성해진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참성단 소사나무는 지난해 9월 천연기념물 제502호로 지정됐다. 참성단이라는 의미 있는 곳에 서 있는 절묘함을 높이 산 것일 뿐 아니라, 나무의 규모와 생김새도 나라 안에서 자라는 여느 소사나무 못지않다는 게 천연기념물 지정 사유였다. 우리나라에서 잘 자라고 많은 사람들이 아껴 심어온 나무이기는 하지만, 참성단 소사나무 이전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소사나무가 없었다. 인천 옹진군의 육지와 연결된 섬 가운데 하나인 작은 섬 영흥도 안의 소사나무 숲이 산림 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된 것이 전부였다. 오래도록 자연 상태로든 분재 상태로든 아껴온 나무임을 생각하면 뒤늦은 지정이라 하겠다.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정중앙인 민족의 영산, 마니산. 돌아보면 해발 469m밖에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그 정상을 오르는 게 그리 쉽지 않다. 1004개로 이루어진 돌계단을 통해 오르는 길은 물론이거니와 바위 능선을 통해 오르는 길도 만만하지 않다. 대개의 산들이 중턱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바다를 접하고 있는 산이어서 해발 0m 부근에서부터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까닭이다. 힘들게 올라야만 하는 마니산 정상에서 만나는 한 그루의 소사나무, 아무래도 이번 개천절에는 꼭 다시 경배해야 할 참 아름답고 멋진 우리의 나무다. 글 사진 강화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찾아가는 길 경기 김포시에서 지방도로 356호선을 타고 양촌면과 대곶면을 지나서 초지대교를 이용하는 게 마니산으로 가는 편리한 길이다. 초지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 초지진을 지나서 1.6㎞ 가면 초지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전등사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3㎞ 가면 전등사 입구교차로가 나온다. 여기서 직진, 온수리 사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해 6㎞ 남짓 가면 마니산 주차장이 나온다. 길은 복잡하지만, 교차로마다 마니산 방면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어서 찾기는 어렵지 않다.
  • 유재석+정형돈, 패션거리 홍대서 ‘패셔니스타’ 등극

    유재석+정형돈, 패션거리 홍대서 ‘패셔니스타’ 등극

    ‘무한도전’ 멤버 유재석과 정형돈이 ‘패션의 거리’ 홍대에서 패셔니스타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25일 신개념 벌칙형 게임 ‘다 같이 돌자 서울 한 바퀴-빙고특집’을 진행했다. 이날 유재석과 정형돈은 박명수에게 독특한 결혼식 화장을 해주며 실력이 탄로난 노홍철로부터 각각 ‘늙은 조커’와 ‘팥 터져 나온 찹쌀떡’을 주제로 한 메이크업을 받고 홍대 거리로 나갔다. 홍대에서 옷을 사 입고 패셔니스타에 도전한 유재석과 정형돈은 여성복 가게에 들어가 자연스럽게 옷을 골라 입었다.정형돈은 “모럴 헤저드한 옷을 원한다. 34인치인 핫팬츠 있냐”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고 결국 자신의 풍성한 바디 라인을 드러낼 수 있는 쫄바지와 쫄티를 입고 등장했다. 유재석도 늙은 조커 메이크업과 비슷한 색상의 상의를 입었다.‘패셔니스타’(?)로 변신한 두 사람은 시민들의 환호 속에 당당하게 홍대거리를 걸었고 섹시댄스까지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역시 햇님, 달님이 진리다”, “햇살과 달님은 정말 이 분야에서는 지존이다”, “진짜 형돈이 브이라인을 강조한 메이크업이 잘 된 것 같다” 등의 즐거운 반응을 보였다.사진 = MBC ‘무한도전’ 화면 캡처서울신문NTN 강서정 기자 sacredmoon@seoulntn.com ▶ 초콜릿범벅베이컨, 폭탄버거-내장파괴버거 이어 ‘화제’▶ 하리수, 민낯 근황공개 "중국 호텔서 순수한 리수?"▶ ’신상털기’ 전문 검색엔진 코글 논란…예방법은?▶ ’성악계 女강호동’ 김인혜, ‘꽃게잡이 폴포츠’ 선생님 자처▶ 박한별, 연인 세븐 식당 홍보 ‘내조의 여왕’
  • 해외작가 한국 나들이… 풍성한 가을화단

    해외작가 한국 나들이… 풍성한 가을화단

    인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수보드 굽타(46)와 당대 가장 주목받는 여성작가인 로니 혼(55).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두 작가의 국내 전시회가 화제 속에 열리고 있다. 서울과 천안 아라리오갤러리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수보드 굽타의 개인전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며,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가 마련한 로니 혼의 전시회는 2007년 이후 두번째다. ●일상과 신성의 조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장에는 ‘수보드 굽타’하면 떠오르는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작품 대신 매끈한 대리석으로 만든 거대한 조각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인도 서민들이 식기로 주로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활용한 대형 조각과 설치 작품으로 유명한 그는 이번 전시에선 대리석을 깎아 만든 주전자와 우유통, 도시락통 등의 신작을 내놨다. 재료는 달라졌지만 인도인의 일상에서 신성한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방식은 마찬가지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대리석은 스테인리스 스틸처럼 일상적인 재료. 그러나 그가 대리석으로 만든 대형 주방 용기들은 마치 고대 조각품을 보는 듯한 위엄과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17세기 북유럽 바니타스 정물화의 이미지를 차용해 인도식 침대 위에 대리석 해골과 이불을 배치한 작품과, 쟁반 위에 물결치는 파도를 형상화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2층 전시장에는 요리와 음식에 대한 그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회화 작품들이 선보인다. 신작 위주로 꾸며진 서울 전시와 달리 천안 전시는 수보드 굽타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잘라낸 택시의 상판에 브론즈로 만든 짐꾸러미를 올린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Everything is inside)’를 비롯해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한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서울 전시는 10월10일까지(02-723-6190), 천안 전시는 11월7일까지(041-551-5100) 이어진다. ●같음과 다름, 그 찰나의 간극 로니 혼의 조각 작품 ‘투 핑크 톤즈(Two pink tons)’는 똑같은 크기, 똑같은 모양의 분홍빛 유리 조각 한 쌍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전시장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유리 표면에 반사되는 정도에 따라 두 개의 조각은 미묘한 차이를 드러낸다. 또 관람객이 두 조각 사이의 빈 공간에 들어가면 이 작품은 원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다. 같은 작품이지만 시간과 장소, 관람객의 참여에 따라 정체성을 달리하는 작품인 셈이다. 동일한 대상의 같음과 다름에 대한 로니 혼의 탐구는 프랑스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찍은 사진 ‘이미지의 초상’에서 좀더 분명히 드러난다. 수초 간격으로 연달아 찍은 여배우의 사진은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섬세한 표정 변화와 뉘앙스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로니 혼은 개인의 정체성과 배역의 정체성을 동시에 품고 있는 배우의 표정을 통해 ‘하나로 정의내릴 수 없는 다양한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알루미늄 막대기에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적은 ‘화이트 디킨슨’ 조각은 문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작가 스스로 ‘모든 작업의 핵심’이라 일컫는 드로잉 작품 3점도 선보인다. 그림 위에 자른 종이를 조각조각 이어 붙인 드로잉은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작품 세계의 근원을 짐작하게 한다. 전시는 10월3일까지 열린다. (02)733-8449.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대부업체, 햇살론 탈락자 구제한다는데…

    대부업체, 햇살론 탈락자 구제한다는데…

    소매금융을 운영하는 40여개 대형 대부업체가 연이자율 30% 초반의 ‘저금리 보증부 서민대출’을 연내에 출시한다. 공동 판매 브랜드를 만들어 서민금융의 사각지대인 햇살론 탈락자 및 신용등급 9~10등급 저신용자의 고금리를 조금이라도 낮추어 주겠다는 취지다. 23일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양석승 대부금융협회장 및 대형대부업체 10여곳의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얼마전 이사회를 열고 저금리 보증부 서민대출을 위한 공동브랜드를 개발하기로 했다. 보증부 서민대출은 대부업계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40여개 대부업체가 보증금을 출연해 운영하며 연이자율은 30%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고객의 예금을 받을 수 없어 조달금리(원가)가 높은 대부업체에는 원가 이하의 파격적인 이자율이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지나면 바로 회원사의 실무급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이 구성돼 보증을 위한 각 업체의 출연금 규모, 보증비율, 대출한도, 대출조건, 마케팅 방법 등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업계가 공동으로 보증부 서민대출 개발에 나선 것은 대부업계의 이미지가 폭리를 취하는 사금융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저금리 상품 판매를 통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부업계는 보증부 서민대출 외에 5억원의 특별회비를 편성해 오는 10월부터 이미지광고도 병행한다. 또 NICE와 KIS로 나눠 운영되는 대부금융 CB를 통합해 과중채무자 양산을 막기로 했다. 대부업체에 따라 각기 한쪽의 CB만 이용하다 보니 채무상환능력이 안 되는 채무자에게 추가대출을 해 주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부업계는 보증부 서민대출 출시로 정부가 추진 중인 서민금융정책의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대부업계의 최고대출금리가 49%에서 44%로 낮아지면서 기존 고객 중 일부가 사금융으로 흘러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이에 대한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햇살론 탈락자나 9~10등급 저신용자 등이 곧바로 40%대 고금리 대출을 받는 경우도 줄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이율이 30%인 보증부 대출은 대부업계로서는 적자구조여서 조달금리를 낮춰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대부업계는 직접 대출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을 저축은행뿐 아니라 대출금리가 저렴한 시중은행까지 넓히는 방식이나 회사채 발행을 허가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대부업계가 보증부 대출을 통해 전체 조달금리를 낮추려는 다른 목적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부업계의 보증부 서민대출은 환영할 일이지만 전체 매출의 극히 일부만 보증부 대출을 할 경우 이는 조달금리 인하를 위한 구실이 될 수 있다.”면서 “저금리 보증부 대출의 규모에 따라 규제완화 범위도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들쭉날쭉 서민금융 기댈 곳은 e카페뿐?

    들쭉날쭉 서민금융 기댈 곳은 e카페뿐?

    금융기관에 2500만원의 빚이 있는 이모(34·신용등급 8등급)씨는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기 위해 한국이지론의 맞춤상담 서비스를 이용했다. 상담원은 희망홀씨상품(행복드림론)으로 35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씨는 이미 400만원의 희망홀씨 대출이 있는 상태. 은행에 갔더니 희망홀씨 대출로 또 돈을 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국 대출정보를 교환하는 인터넷 카페를 찾아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눈 후에야 자산관리공사(캠코) 전환대출을 신청한 뒤 햇살론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여러 서민대출 상품을 비교해 가면서 설명해 주는 곳이 없어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민생안정 차원에서 다양한 서민금융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체계적인 상담과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대출 수요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자산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현재 서민금융 지원제도는 생활안정 및 창업자금, 주거안정자금 등 4개 분야 28개에 이른다. 이런 상품들에 대한 개인 맞춤형 상담은 ▲한국이지론(사회적 기업) ▲서민금융119 서비스(금융감독원 운영) ▲OK주민 서비스(정부 운영) ▲새희망 네트워크(캠코 운영) 등 4곳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체 서민금융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통합상담 시스템이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대출 희망자들이 원하는 상품별 비교 평가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이지론은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대부금융협회 등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에 추천상품이 제도권 금융회사 및 등록 대부업체에 한정되고 있다. 같은 햇살론이어도 대출실적이 가장 많은 농협과 저축은행을 제외하고 신협에 대해서만 추천이 가능하다. 캠코의 채무조정 상담도 불가능하다. 이씨가 전환대출과 햇살론이 아닌, 이미 대출 중인 상품만 추천 받은 이유다. 서민금융119 서비스와 새희망 네트워크도 같은 시스템을 연결해 서민금융제도 상담을 하고 있다. 상담의 질은 떨어지지만 상담에 대한 수요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서민금융119 서비스 이용자 수는 2008년 월 평균 1만명에서 올해 4만명으로 증가했고, 한국이지론의 맞춤대출 실적은 2006년 101억원에서 지난해 409억원으로 늘었다. 한 서민금융 중개업자는 “각각의 제도, 상품마다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지만 대부분 대출 수요자들에게는 이를 꼼꼼히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낼 능력이 없다.”면서 “결국 전문가들의 상담을 통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각 기관들이 상품을 개발하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통합적인 정보 및 상담 제공은 먼 나라 얘기”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대부분 서민금융 제도를 단계별·맞춤형 시스템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소식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구축 때문에 연말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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