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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PI ‘99 연감’ 한국부분 논란

    국제언론인협회(IPI)가 오는 4∼5월쯤 발간하는 99년판 연감에 수록하기 위해 작성한 ‘한국의 언론상황’ 원고의 내용을 놓고 국내 회원사 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IPI는 99년판 연감 ‘월드 프레스 프리덤 리뷰’에 게재할 목적으로 ‘한국의 언론상황’을 작성,지난 1월31일 IPI 한국위원회(위원장 방상훈·조선일보 사장)에 보내왔다. IPI는 원고 초안에서 “올해(99년) 한국의 언론은 옷로비사건과 정부의 2대 주요정책-‘햇볕정책’과 ‘재벌개혁’에 대한 비판으로 상황이 악화됐다”며 ▲국세청의 2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로 시민들의 비판을 촉발시켰고▲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구속은 중앙일보가 정부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게재한데 대한 보복조치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IPI 한국위원회는 지난 1일 이런 원고 초안을 각 언론사 회원들에게 회람시켰다. 이에 대해 한겨레·한국일보·세계일보·대한매일·연합통신·KBS·MBC·CBS·YTN 등 9개 언론사 회원들은 이달초 “리뷰지의 내용은 한국적 문화와 언론상황에 대한 이해부족과 부정확한 사실에 기초해 한국의 언론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연서명으로 작성,IPI본부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일부 언론과 정부와의 갈등관계를 전체 언론의 문제로 확대해석한 것은 적절치 않으며 ▲2개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시민단체의 성명·여론조사 결과 엄정한 법집행으로 평가됐으며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 구속을 보복조치로 단정한 것은 섣부른 판단이며 ▲정부가 언론사에 대해 자율개혁을 압박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등 IPI본부가 작성한초고를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회원사의 관계자는 “국내 언론사간의 이같은 입장차이는 자칫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면서 “국내 언론상황을 자사이기주의적시각에서 왜곡하는 것은 결국 전체 한국언론의 위상을 떨어뜨릴 것”이라고지적했다. 정운현기자 jwh59@
  • [김대중대통령 취임2주년](상)국정운영 지표의 변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오는 25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헌정사상 최초의수평적 정권교체 이후 지난 2년간 김대통령의 국정운영 경제 실적,향후 국정과제 등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살펴본다. 교수 출신인 김호진(金浩鎭) 제3기 노사정위원장에게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의 차이점을 물은 적이 있다.그는 국가지도자로서 두 분 모두 시대정신과 흐름을 정확히 읽고 추진하는 능력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차이점으론 박전대통령이 경직된 사고를 가졌다면,김대통령은탄력성을 가졌다는 점을 들었다.김위원장은 탄력성을 국정운영 지표의 확대와 연결지었다.그리고 지도자로서 큰 덕목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지난 98년 2월25일 ‘국민의 정부-화합과 도약의 새출발’이라는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국정운영 지표로 제시했다.“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동전의 양면이고 수레의 양바퀴와 같아 분리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조화를 이루면서 함께 발전하게 되면 정경유착이나 관치금융,그리고부정부패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시장의 기능과 역할을 중시한 신자유주의 철학에 기초한 것이다. 국민의 정부는 이를 토대로 IMF위기 극복을 위한 하드웨어 중심의 1차개혁을 숨가쁘게 서둘렀다.지난 2년동안 경쟁력 제고에 목표를 둔 금융과 기업개혁,축소와 민영화로 이어진 공공부문 개혁,사회안정의 기초가 된 신노사문화 정착 등 이른바 ‘4대 개혁’이 그것이다.기득권층의 저항에 직면하면 김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 하기도 했다.그 결과,당초 국민과의 약속대로 1년반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회복의 길로 올려 놓았다. 그러나 IMF위기는 중산층의 몰락과 이로 인한 빈곤층의 확대라는 사회불균형 현상을 심화시켰다.이에 김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에생산적 복지를 추가했다.대통령 자문기획단의 건의도 주효했다.즉,1조2,000억원의 실업대책 기금으로 추진한 시혜적 복지정책으로는 부유층 20%,하위층 80%로 양분된 계층간 불균형을 치유할 수 없다는 정책대안 제시였다. 이는 ‘IMF위기때 가장 고통받은 계층이 노동자와중산층’이라는 기본인식에서 출발했다.일할 능력이 있고,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정부가 교육·훈련 등을 거쳐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취지다. 생산적 복지정책은 ‘삶의 질 향상 기획단’ 발족 등을 통해 더욱 탄력을받을 전망이다.지난해 3월초 청와대 사회복지수석실이 교육문화와 복지노동수석실로 이원화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민주주의,시장경제,생산적 복지는 아울러 질적 변화를 꾀한다.청와대의 한고위관계자는 “끝없이 사고하고 또 이를 정리하는 김대통령의 노력이 없다면 질적 변화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김대통령은 올 초 ‘새천년 신년사’에서 3가지 국민의 정부 국정지표를 인터넷·정보강국 구상과 연결시켰다.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지식·정보화시대에 한번 낙오하면 빈부격차를 해소할 기회를 다시금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시대흐름을 김대통령이 정확히 읽고 있는 결과다.현재 빈곤층·주부 등을 위한 대대적인 컴퓨터 보급과 인터넷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양승현기자 yangbak@. * *2기 파워엘리트군 운용/ 측근 전진배치…정국장악력 강화. 집권 초반,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청와대비서실장,국가정보원장 등 권력의 핵심에 측근들을 배치하지 않았다.한승헌(韓勝憲) 전 감사원장은 재야시절의 지인(知人)이고,이종찬(李鍾贊) 전 국정원장,김중권(金重權) 전 비서실장 등은 대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사들이었다. 이른바 ‘동교동계’로 불리는 핵심측근들은 모두 외곽(당)에 기용했다.정권을 뒷받침하고 정치적 외풍(外風)을 막는 대민 접경지대에 배치한 것이다. 한화갑(韓和甲)·남궁진(南宮鎭)·설훈(薛勳)의원 등이 사무총장,기조위원장,정조위원장 등의 당 요직을 맡았다.권노갑(權魯甲) 고문은 한쪽으로 비켜섰다. 굳이 찾는다면 내각에 박상천(朴相千)법무·김정길(金正吉) 행정자치부 장관 정도 있었다.청와대에는 문희상(文喜相) 정무·박지원(朴智元) 공보수석정도를 꼽을 수 있었다. 김대통령의 초기 파워엘리트군(群)의 운용은 공동정권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있었지만,YS의 ‘가신-핵심요직’이라는 측근정치의 폐해를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즉,소수정권의 안정적 운용과 권력핵심의 견제와 균형을통한 부정부패·정경유착 고리 차단에 무게를 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소수정권의 한계를 탈색시키고 안정을 가져왔지만,부작용도 적지 않았다.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청와대와 국정원,검찰 등 권력 핵심기관들간 기획·조정능력의 상실을 초래했다.‘옷로비 의혹사건’으로 1년을 끌려다니는 부작용도 낳았다. 이같은 초기 운용방식은 지난 2월을 기점으로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청와대 민정·법무비서관실의 개편과 독립수석으로의 부활이 그 단초였다.권력핵심의 기획·조정능력 상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비판으로이어진 까닭이다. 또 핵심요직에도 후방의 측근들을 전진배치시켰다.지난해 11월 한광옥(韓光玉) 비서실장을 기용하고 남궁진(南宮鎭) 의원을 정무수석에,김옥두(金玉斗)의원을 민주당 사무총장에 앉혔다.또 국정원장과 총선기획단장에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던 청와대 수석 출신들을 임명했다. 이렇게 볼 때 김대통령의 2기 파워엘리트군의 운용은 정국장악력 확보와 개혁 지속으로 읽혀진다.그러나 경직성의 극복이 과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승현기자. *외교안보정책 점검. 집권 2년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은 한반도 평화정착과장기적 통일전략에 맞춰져왔다.‘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대북 포용정책을토대로 남북평화 공존과 화해·협력의 실현이란 구체적 목표를 실천했던 시기로 볼 수 있다. 정권 초기 숱한 찬·반 논란에도 불구,대북포용정책은 남북관계는 물론 한반도,동북아 주변 정세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발생한 서해교전 등 어려운 고비도 있었지만 금강산 관광,남북 경제협력,학술·언론·체육·종교·문화 분야의 인적교류 확대 등 민간차원의 분위기 조성에 주력해왔다. 현재 진행중인 북·미,북·일 수교협상과 한·미·일 3국 공조의 ‘페리 과정’의 진전은 향후 한반도 냉전종식의 전망을 더욱 환하게 밝혀주는 대목이다. 외교·안보정책에서도 우선 대북 포용정책을 토대로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외교 인프라’를 다지면서 EU(유럽연합)와아세안으로 국제적 지지 확산에 주력했다는 평이다.특히 4강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상부구조’의 틀을 굳건히 구축한 것은 집권 중·후반기 포용정책 추진에 있어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집권 2년의 성과를 토대로 ‘남북관계 개선’을 집권 중·후반기의 핵심 외교·안보정책으로 설정하는 분위기다.▲‘페리 과정’을통한 남·북관계의 진전 ▲4자회담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안보체제 및 ‘동남아국가연합(ASEAN)+3’ 등 다자기구를 통한 국제적 지지 확산 등이 주요 목표다. 지난 1일 한·미·일 3자 대북정책 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3국이 ”남북대화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문제에 있어 중심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점은 동북아 정세의 미묘한 변화기류다.최근 북·러 우호협력조약 체결에서 보듯 미국 중심의 세계전략(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한북·중·러 3국의 견제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한반도 해빙기류와 더불어 ‘불예측성’도 가시화되는 분위기다.더욱 정교하고 치밀한 외교·안보정책이시급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일만기자 oilman@.
  • 우수 중단편 13편 모음집 ‘올해의 문제소설’

    ‘2000 올해의 문제소설’(신원문화사)이 나왔다. 제목과는 달리 지난해에 발표된 작품을 모은 것이나 전국 각 대학에서 한국 현대소설을 전공하는 300여 명의 대학교수들이 골라뽑은 13편의 ‘알짜’중·단편집이다.올 우리 단편소설의 흐름과 관련해서 시사해주는 바 많다. 그러나 우리 독자들은 어떤 변화의 기미를 감지하기 앞서 단편소설이란 오래된 이야기 방식의 쇠할 기미없는 젊은 힘에 더 감동받는다.독자들은 부러갈 필요가 없는 햇볕 덜 드는 곳으로 덜컥 끌려갔다가 혼자서는 끝내 몰랐을 별과 가까운 어떤 곳에서 살며시 놓여나는 듯한 감각을 맛보곤 한다. 구효서의 ‘포천에는 시지프스가 산다’는 상식 선에서 분명 불행한 귀먹고말못하는 농아자의 희한한 ‘낙천(樂天)’을 이야기하고 있다.어려서는 남한테 죽어라 구박만 받았고 나이들어 자리잡을만 하니까 아내가 식물인간이 되고마는 불행한 삶에서도 주인공 농아자는 웃음과 낙천적 낯을 잃지 않는다. 덜 떨어진 탓도 아니고 별스런 깨달음의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며 착한 심성만으로도설명할 수 없다.독자들은 여기 이 불행과 낙천 사이의 천길 간극을 메우고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삶에 대한 허무의식의 서늘한 그늘에 몸을떤다.그런데 작가의 솜씨 덕에 이 그늘이 가끔 따스하게 여겨진다. 하창수의 ‘서른 개의 문을 지나온 사람’도 불행에 관한 이야기이다.한 사람이 목소리를 잃어버리는데 값싼 동정에 기대거나 넋나간 듯 몸부림치지 않고 자신을 조용히 바라보는 용기를 가지고 사회와 단절해간다.가라앉고 가라앉아 자살 시도의 최저점에 가까와졌을 때 사람과 ‘소통’한다.어떤 사람과 무슨 마음을 나눴기에 여전히 목소리 잃은 주인공은 자신에게 장미꽃을 살수 있을까.불행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을 때나 되솟아오를 때나 여일하게 차분한 작가가 듬직해 보인다. 한강의 ‘해질녘에 개들은 어떤 기분일까’도 삶의 어두운 터널 통과하기다.어른의 불행은 뒤로 물러서고 대신 어린 소녀의 황량하고 가난한 처지가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아이는 아빠와 함께 삭막한 여관에 머물고 있는데 아이 아버지는 의처증에 못견뎌 도망간 아이 엄마를 복수심에 불타 찾고 있다.아이의 처지와 아빠의 상황은 갈수록 막막해져 결국 출구없는 묘혈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순간 터널 끝의 빛이 쏟아진다.아이는 꽃밭 아닌 황량한 들판을 가로질러야 하지만 아이의 걸음걸이는 산문보다는 시에 더 가깝다. 권현숙의 ‘열린 문’은 육체,죽음,섹스가 뭉뚱그러진 이야기로 우리가 눈을 돌린 다음에도 1분은 더 사물을 들여다 보고 있는 작가들의 강인한 눈길이 손에 잡힐 듯 하다.이인성의 ‘무덤가의 열일곱 살-철들 무렵2’는 성장소설로 쉼표를 날선 낫처럼 휘두르면서 과거로의 길을 내고 있다.공선옥의‘홀로어멈’은 어려운 환경에 짜부라들지 않는 여주인공의 가식없는 폭소가들리는 듯 하다. 김이소 ‘외출’ 김만옥 ‘그 모퉁이의 한 그루 나무’ 신장현 ‘과자먹는시간’ 등은 이야기 방식에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다.이밖에 이인화 ‘초원을 걷는 남자’ 윤흥길 ‘묘지근처-때와 곳2’ 박범신 ‘그해 가장 길었던하루-들길1’ 구인환 ‘기벌포의 전설’이 수록되어 있다.특히 이 작품집은작품마다 교수들의 독해 도움 해설이 실려 있다. 김재영기자 kjykjy@
  • “이번총선 DJ 중간평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8일 “이번 총선은 지난 2년간 정권의 실정에 대한 과거 반성적 중간평가”라면서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통해 정권의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해 반드시 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하며 그 대안은 오직 한나라당 뿐”이라고 말했다. 이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총무 具本弘)초청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비례대표 후보의 공천헌금 문제와 관련,“공천과 관련해 돈을 받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당원으로서 헌금을 내는 것은 모르겠다”고 말해 공천헌금이 아닌 특별당비는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총재는 또 “총선에 대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집착은 이미 최소한의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면서 “모든 정부조직과 국가권력기관,공기업,친여관변단체 등 이른바 범여권을 총동원,국정은 접어둔 채 여당의 선거운동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총재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포용 자체를 반대하지 않으나 문제는‘어떤 포용이냐’하는 것”이라면서 “상호주의를 포기한 시혜 일변도의 정책은 안이한 발상이며 북한에 철저히 농락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대통령의 북한 김정일(金正日)총비서 평가발언과 관련,“김대통령은 어떻게 해서든 김정일의 호감을 사서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총선을 앞둔 ‘북풍’가능성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최광숙기자 bori@
  • [기고] 中국방부장 訪韓과 양국관계

    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수많은 사람이 루비콘강을 건넜을 때에야 비로소 역사적 사실이 된다”고 했다.금번 츠하오톈 중국 국방부장의방한은 중국민항기의 불시착과 장쩌민의 방한에 이어 한·중관계를 보다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역사적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중·미관계는 중국의 근대세계의 쓰라린 경험 즉,서구 제국주의에 의한 패권체제 하에서 중국이 겪은 수모에 대한 대 서방 콤플렉스적 성격이 강하다면,중국의 대 한반도정책은 중국의 대외정책이 실리적인가 아니면 안보지향적인가를 가늠해주는 리트머스시험지로 작용하고 있다.츠하오톈 중국 국방부장의 방한은 이러한 측면에서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첫째,그가 한국전에 참전한 역전노장이라는 점이다.한·중 관계에 있어서중국과 군사적 교류를 발전시키는 시금석의 하나는 한국전 참전을 통해 맺어진 북·중 혈맹관계의 변화였다.한국전에 참전한 중국 군수뇌부의 친북태도는 이념적 유대를 뛰어넘는 전우애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따라서 중국의 최고위 군사지도자로서그리고 한국전 참전당사자인 츠하오톈의 방한은 이제 한·중관계가 더이상 역사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적 교류와 성장에 걸맞은 군사적 안보적 교류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중국측의 전향적 태도변화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해온 중국과의 안보관계를 개선함으로써 햇볕정책이 보다 힘을 얻게 되었다.즉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만 고집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중국을 안보파트너로 삼게 됨으로써 대북 관계개선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더욱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었다. 셋째,츠하오톈이 대동한 군부 지도자들이 북경군구와 심양군구 등 중국의동북지방 책임자라는 점에서 주의를 끈다.이 지역은 한·중·북이 인접한 지역으로 동 지역에서의 안정이 결국 한반도의 안정과 직결된다는 점이다.이는 최근 한·중간에 북한을 다양한 국제적 안보기구,즉 핵비확산조약(NPT),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화학무기금지조약(CWC)등에 가입시키는데 상호노력하기로 한 협의에 비추어볼 때 한반도 안정에 북한이 관건임을 중국이잘 인식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넷째,해군함정의 교환방문,합동군사훈련의 추진과 양측의 군 수뇌부 상호방문과 교류협력을 증진시켜 나가는 데 합의했다는 점이다.이러한 한·중간의긴밀한 안보협력은 중국으로서는 한국과의 안보관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북한에 의한 한반도 불안정 요인을 억제하여 한국을 ‘미·일신안보동맹’에 따른 미·일의 동맹군의 일부가 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중관계는 츠하오톈의 방한으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북한의 반발이 예상되며 중국이 이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안보협력관계를 중국의 국익에 맞추어 재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또한중국과의 안보관계 강화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는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나 그것이 한반도 분단의 고착화로 연결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반발로 중국마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되는 경우,한반도문제는 더욱 미국에 의지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특히 군사적 관계의 공고화가 자칫 경제적 실리를 저해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이는 한국이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에서 지불하는 다양한 경제적 부담과 주권의 제약등을 생각하면 가히 짐작이 갈 것이다. 김영화 아태평화재단 선임연구위원 정치학박사
  • 학교운동장 대대적 녹화사업

    강서구는 26일 청소년들에게 환경친화적인 푸른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오는 2002년까지 학교운동장 녹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올해 안에 20개 초·중·고교를 선정,3억원의 예산을 들여왕벚나무·감나무·잣나무 등 18종 9,800여그루를 심을 계획이다.나머지 38개 학교에 대해서는 2002년까지 녹화사업을 마치기로 했다. 강서구는 특히 산이나 공원과 인접한 학교는 운동장 개방에 따른 열린 활동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하고,주택가 주변의 학교에는 그늘목·정자목 등 키가큰 나무를 주로 심어 주민 휴식공간의 역할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계절별로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특색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식재할 나무의 종류를 다양화할 계획이다. 봄에는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개나리·산수유·살구·왕벚나무 등을,여름에는 햇볕을 가릴 수 있는 느티나무·은행나무·메타쉐콰이어 등을,가을에는풍요로운 결실과 아름다운 단풍을 선물하는 감나무·대추나무·단풍나무 등을,겨울엔 흰눈과 어우러져 사계절의 푸른 기상을 나타내는 소나무·잣나무등을 심기로 했다. 이밖에 장미·철쭉·연산홍·라일락 등도 심어 학교운동장을 하나의 정원처럼 꾸밀 예정이다. 김재순기자 fidelis@
  • [金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일문일답 (2)

    ▲민간단체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영어 공용화 주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입장을 밝혀달라. 인터넷 정보의 80% 이상이 영어로 돼있는 등 영어는 이제필수적이며 국제 공용어가 됐다. 정부도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가르쳐 고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왔다.영어뿐 아니라 다른 언어도 배우지 않으면 세계화 추세와 관련해 국제경쟁에서 배겨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영어 공용화문제는 더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며 아직 결정된바 없다.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 등 지방자치 확대를 위한 복안과 자치경찰제의시행시기에 대해 밝혀달라. 지방자치 확대는 전 정치생활을 통해 그 실현을 위해 싸워왔고 이 문제로 90년 12일간 단식까지 한 사안이다.정부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한편으로는 세계화,다른 한편으로는 지방화가 진행되는 추세에서 지방자치는 전국 각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에 이양해왔고 지금도 1,400여개 권한 이양조치를 추진중이다. 지방교부금도 13.27%에서 큰 결심으로 15%로 올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60억∼70억원의 수혜를 입도록 했다. ▲최근 탈북자 7명이 북한에 강제송환됐다.탈북자문제는 당사자 신상이 걸린 인권문제일 뿐만 아니라 외교문제이기도 하다.탈북자문제에 대한 생각은. 일부에서는 경제협력 등 대북 지원방안과 연계,북한에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얘기도 있다.또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햇볕정책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는지 말해달라. 국민의 정부 들어 2년간 탈북자 200여명이 조용히 들어왔다.이번에 잘못돼 매우 유감이다.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국제적 관계가 있어 밝힐 수는 없다.러시아와 중국의 한반도정책은 우리와 그들의 국익과 일치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은 우리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좋은 것이다.탈북자문제가 국익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고 중국 및 러시아와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일본과 북한이 빠르면 오는 3월부터 수교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일본과 북한의 관계개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협상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식량을 지원할 경우 한국 정부의 대응은 무엇인가.지난해처럼 한국 정부가 북한에 비료를 제공할 의사가 있는가. 일본은 대북 수교협상에 있어 한국과 사전에 충분한 의견교환을 나눴다.우리의 적극적 지지 속에 이뤄지고 있다.세계 모든 우방들이 북한과 접촉하는 것을 찬성한다. 다만 북한이 남북대화는 하지 않고 다른나라와만 대화해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가당치 않은 계획은 용납할 수 없다.최근 북한과 수교한 이탈리아,수교를 추진중인 필리핀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식량 지원은 일본이 결정할 문제이다.우리도 이의가 없다.금년에도 비료를 지원할 의사가 있다.남북한 협상을 통해 비료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대통령께서 최근 민주당 창당대회에서‘병역비리를 정부가 뿌리뽑고 있는중’이라고 말했다.또 반부패국민연대에서 정치인 21명을 포함해 200여명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청와대에 접수했고 청와대는 이를 검찰에 이첩했다.대통령께서 보고받은 병역비리의 규모와 과거 수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근절대책을 말해달라. 병역비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국민의 신성한 의무인 병역의무를 기피하고서는 이 나라에서 명예롭게 살아갈 수 없다.절대로 용납돼서는 안될 것이다.국민의 정부 들어 병역비리를 철저하게 척결했고 많은 성과를 올렸다.그러나 아직도 미진한 점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한 보고는 받지 못했다.이 문제는 대통령이 관여하지않고 검찰이 독자적으로 법에 의해 처리하도록 넘긴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검찰과 군 수사기관 등 여러 곳에서 병역비리를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철저하게 척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입장을 밝힌다. ▲지금 대통령은 해외에서 오히려 인기가 높다.지금은 지지도가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이 4월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지 말해달라. 내 지지도까지 걱정해줘 고맙다.어제 보고를 보니까 내 지지도가 조금 올라서 71%까지 됐다.정치적 지지도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다.그것이 내게는 큰 자극이 된다.내가 하는 일에 대한 반성과 격려가 된다.국민이 나를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항상 겸허하면서도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다. 4월 총선에 대해서는 우리가 매우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총선에서 반드시 성공을 해야 정치의 안정이 있고,안정이 있어야 우리가 필요한개혁을 추진할 수 있으며,개혁이 있고 정치안정이 있어야 남북대화도 잘된다. 안정 속의 개혁을 이뤄야 한다.개혁을 목표로 하지 않는 안정은 의미가 없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들은 정권 유지를 위해서 안정을 말했지만 국민의 정부는 국민들의 좀더 나은 생활,남북관계 발전,한반도 평화를 위해 안정을 필요로 한다.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법무장관에게‘선거활동 금지는 권위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4·19와 6·10항쟁도 당시 실정법에 저촉됐으나 역사적 정당성이 인정됐다’고 말했는데 이는 실정법 집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해를가져올 수도 있다. 나는 법무장관에게 법을 어기는 문제에 대해서 고발이 들어오면 취급하라고 말했다.다만 꼭 구속해서 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실정법을 어겨서 고발이 들어왔는데이를 취급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19와 6·10은 지나간 역사의 얘기로서 한 것이지 이 문제와 직결해서 한말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우리나라처럼 정치인 이외의 선거 개입을 막는 나라가없다. 5·16 이전 자유당과 민주당때에도 그런 일이 없었다.사회가 국민적 참여를 막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그런 일반론적인 얘기를 했다.법무장관에게 실정법을 무시하라고 한 적 없다. ▲대통령의 올해 화두는 인터넷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어제 국무회의에서도 전자민주주와 전자정부를 강조했는데 구체적인 실현 계획은. 정부는 전자정부 실현을 위해 4대 사업을 2001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첫째,전 공무원의 E-메일화로 전자정부 인프라를 구축하고 둘째로는 민원처리를 온라인시스템화하겠다.이 두 가지는 금년에 완료한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 데이터베이스화와 통합정보 데이터 구축은 내년까지 완료할 것이다.이를 적극 추진함으로써 사업의 능률화를 꾀하고 부패요소를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일을 해나겠다. 이는 우리 경제 전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연말부터 여야 총재회담 얘기가 나왔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다.총재회담에 대한 전망은. 여야 총재회담에 대해 그동안 언제든지 하겠다고 수차 얘기했다.어려울 때일수록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그러나 이것은 상대가 있다.합의가 돼야 회담이 이뤄질 수 있다. 총재회담뿐 아니라 언제든지 여야가 모든 것을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겠다. 정치의 자치능력을 키워 국민의 걱정을 줄이는 방향으로 여야관계를 구축하겠다. ▲탈북자 7명의 강제 북송과 관련,책임의 일부가 언론에 있다는 뉘앙스의 얘기를 한 적이 있다.지난해 옷로비사건 파동때도 마녀사냥식 보도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언론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는 세력이라고 보는가.언론관을 말해 달라. 나는 언론에 노출된 것이 여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얘기지 언론이 의도적으로 탈북자문제를 망치기 위해서 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도 탈북자를 돕기 위해 선의로 한 일이겠지만 결과는 오히려 문제가 있었다.또 언론뿐만 아니라 정부의대응이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반성하고 있다.그렇게 이해해 달라. ●맺는 말 우리 국민은 IMF사태를 국민의 힘에 의해 정부와 협력하여 해결한 위대한 국민이다.나는 오늘의 정치적 혼란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올바로 판단,극복해 줄 것으로 믿는다.대한민국이 세계 일류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살려나가야 한다.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적인 국가로서 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절대적 요건이다.정치권이 크게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19세기 말 근대화의 물결을 외면하다 20세기 100년 동안 뒤처졌다. 이제 지식정보화 국가를 만들어 세계를 선도하고 대한민국을 빛나는 조국으로 만들어야 한다.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총력을 다해 이 길로 헌신하겠다.우리 국민 모두가 국가목표를 향해 화합하고 협력해 자랑스러운 나라를 후손에게 남겨야겠다. 이도운기자 dawn@
  • [사설] 남북 정상회담 반드시 열려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창당대회에서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다.김 대통령의 이번 정상회담 제의는 총선 승리 후의 안정된 국정을 기반으로 한다는 선행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임기 중 남북 정상회담을 실현하겠다는 지금까지의 결의를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그리고 남북 공존공영을 위한 상호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으로 이해된다.특히 그동안 추진했던 햇볕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반도 냉전구조를 종식시키겠다는 자신감도 뒷받침됐다고 하겠다. 김 대통령은 98년 2월25일 취임사를 비롯해 8·15경축사,각종 기자회견 등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항상 열어놓았으며 이번 제의도 그 연장선상에서 맥을 같이하고 있다.때문에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총선용 정략카드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없다.94년 7월27일 분단 이후 최초로 합의했던 남북정상회담 개최 계획이 김일성(金日成)주석 사망으로 무산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간의 새로운 정상회담은 실현돼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냉전 해체와 민족화해를 위해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남북간의 대화와 접촉의 폭을 넓히고 개방과 다각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민족구성원간의 내면적 통일을 성숙시키는 일은남북 정상들의 합의와 지원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정치·군사문제를 포함한 남북간의 모든 현안을 제한 없이 논의하고 교류와 협력을 통한 민족공동체를 형성하여 통일을 앞당기는 문제야말로 남북 정상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정치적 화해와 긴장완화 및 평화정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은 남북 쌍방의 최고통치책임자 회담에서 가장 확실하고 신속하게 협의,해결할 수 있다.남북 정상회담은 양측의 최고통치책임자만이 갖고 있는 권한과 책임감,재량권,보장성 때문에 다른 어떤 회담형식보다도포괄적이고도 정확하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또 남북 정상회담 실현 자체가 갖는 화해와신뢰 조성의 상징적 의미도 매우 크다.이같은 역사성에서 볼 때 김 대통령이 공식 제의하겠다는 남북 정상회담은 시대적 당위성을 갖고있으며 실현돼야 마땅하다.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정상회담은 통일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할 과제다.따라서 오는 4월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안정된 원내 의석을 확보하고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가 지속될 경우 김 대통령이 제의한 남북 정상회담 추진은 더욱 뚜렷이 가시화될 것으로전망된다.
  • 南北정상회담 추진 의미·배경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0일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21세기민족공동체 건설을 위한 정부의 대화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총선 이후 안정된 국정을 바탕으로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와 대북 관계정상화를 추진,남북간 공존공영의 기반을 다져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통령 신년사(3일),국가안전보장회의(5일)에서 선보인 ‘경제공동체 건설’제의 이후 내놓은 포괄적 남북문제 해결의 접근법이다. 제의 의사 천명 배경엔 대북교류의 활성화와 한반도 긴장완화 등 햇볕정책의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깔고 있다. 북·미관계 개선시도 등 북한의 국제사회 복귀 노력과 경제개혁 시도 등 변화노력도 남북관계정상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김대통령이 이날 민주당창당 치사에서 언급한 확고한 안보유지에 대한 자신감도 적극적인 대북관계개선추진을 가능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정상회담과 관련,김대통령이 98년 2월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북한이 원한다면 정상회담에도 응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또 꾸준하게 남북 당국자회담도 추진해 왔다. 김대통령은 치사에서 “인내심을 갖고 노력하면 임기중에 한반도 냉전체제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포용정책의 일관된 추진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속도는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당국간 대화를 꺼리는북측의 거부 입장과 포용정책에 대한 야당의 반대 및 정치쟁점화,냉전적인사회분위기 등 남측 내부 이견으로 더뎠다는 평이다. 북측이 남북정상회담 추진의지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전문가들은 “북한은 총선결과와 포용정책의 지속 여부,국내외 정치상황을 고려하면서 조심스럽게 대응 방안과 수위를 저울질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최근들어 북한의 대외관계개선에 대한 관망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해석도 곁들였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날 정상회담 추진의사 천명은 남북 신뢰구축을 향한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공존공영을 위한 상호협력의모색’이 이날 김대통령 대북 메시지의 요점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석우기자 swlee@
  • “우박이야 혜성이야”

    [마드리드 AFP AP 연합]‘우박이냐 혜성이냐’스페인에서 지난 8일부터 하늘에서 농구공 크기만한 얼음 덩어리 30여개가 떨어져 시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4㎏정도의 이 물체는 햇볕이 내려쬐는 맑은 날씨에도 떨어지는가 하면 달리던 승용차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운전자를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동부 발렌시아를 비롯해 마드리드 외곽,동북부 사라고사 인근도 괴물체 세례를 받아 스페인이 전례없는 소동에 빠졌다. 이 괴물체의 정체에 대한 과학자들의 의견은 여러갈래다.스페인 과학연구협회 연구팀은 스페인 전역을 돌며 수거한 얼음 덩어리 10여개에 대한 화학성분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프리아스 팀장은 “일단은 혜성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그러나 천체물리학자들은 우박이거나 비행기에서 버린 오줌같은 오물이 얼어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과학협회 연구팀의 분석결과는 21일 공개예정.
  • [사설] 이총재서신 문제있다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가 연초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멤버들에게 보낸 신년인사장 내용을 두고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총재의 서신 내용이 밝혀지자 민주당측에서는 공개질의서를 내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방위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은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이 나라는 심히 혼돈스런 상황이다.목숨걸고 간첩쫓던사람이 그 간첩에 의해 백주에 쫓겨 다니고,전방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지 혼란을 느낀다.(중략)햇볕정책도 좋지만 안보를 이렇게 위태롭게 해서 되는가”하는 대목이다. 여야의 공방과 관련없이 이총재의 서신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무엇보다 이총재는 햇볕정책이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단정하고 있다.그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우리가 아는 한 햇볕정책은 안보를 튼튼히 하자는 정책이다.한 국가의 중대정책을 비판하자면 충분한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햇볕정책이 참으로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면 우리는 무슨짓을해서라도 햇볕정책을 막아야 한다.그러나 햇볕정책은 북한의 무력도발 불용을 대전제로 해서 추진되고 있는 남북교류·협력의 포용정책이다.그것은 햇볕정책이 추진되면서 누차 확인되고 일정한 성과도 얻고있다. 지난해 서해 교전사태에서 우리의 해군은 빈틈없이,또 즉각적으로 대처했고 남해안 간첩선 침투사건도 적절히 조치했다.우리 군은 이총재의 우려와는달리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 간첩 잡던 사람이 간첩에 쫓겨다니고 있다는데 혹여 정형근(鄭亨根)의원을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으나 그것도 크게 인식이 잘못된 것 아닌가 한다. 이번 서신파문을 보며 느끼는 것은 이총재가 햇볕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그렇지 않고 제대로 알면서도 그런 서신을 띄웠다면 대북정책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국민적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인사장을 받은 상대가 비록 현역 군인은 아니라고 해도 예비역 장성들이란 점도 개운치 않다.정부와 군을 이간시킴으로써 표를 모으겠다는 심산이 아니었나 하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 어떤 의도에서였건 이번 이총재의 인사장은 적절치 못한 내용을 적절치 못한 대상에게 보냈다고 생각된다.원내 제1당의 총재라면 매사에 신중해야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 이회창총재 서신 요약

    지금 이 나라는 애국의 길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심히 혼돈스러운 상황속으로 빠져 들고 있습니다.목숨 걸고 간첩을 쫓던 사람이 그 간첩에 의해서 백주에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고,전방의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서,누구를상대로 싸워야 하는 것인지 혼란을 느낄 정도입니다. 방첩의 최일선에 있는 사람들도 간첩을 잡는 것이 혹시나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일은 아닌지 갈등에 빠져 있습니다.국가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가보안법에 대해 정부여당이 전면 개정이나 폐지를 논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포용도 좋고,햇볕정책도 좋지만,나라의 안보를 이렇게 위태롭게 해서야 되겠는가 하는 우려의 소리들이 높아가고 있습니다.이 나라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개탄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통일도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고,통일이 되고 난 뒤에도 안보는 세계전략의 일환으로서,변함없이 국가 제 일위의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공기가 희박해지기 전에는 산소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처럼,전쟁이 나기 전에는 국가안보가 얼마나 소중한지,그 일선에 선 분들의 역할이 얼마나 고마운지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 한-중 군사교류 강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중국 국방부장(장관)으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츠하오톈(遲浩田)국방부장을 접견하고 두 나라의 협력관계가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며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앞으로 문화·군사적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특히 “지난 98년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이 우리의 햇볕정책을 지지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한 뒤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낮추기 위해 협력관계를 한층 발전시켜 나가자”고 당부했다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츠하오톈 국방부장도 “중국도 한국과의 지속적인 협력 동반자 관계가 양국뿐 아니라 세계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츠부장은 20일에는 국방부에서 한·중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합참의장 및 육·해·공군 총장,군사사절단의 연내 상호방문을 포함해 양국간 군사분야 교류와 협력강화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중 국방장관회담의 연례화에도 합의할 전망이다. 또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과 만나 한·중 우호협력 관계 발전방안등을 논의하고 방위산업체인 삼성전자,해군과 공군 부대,제주도를 시찰한다.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 초청으로 부인 장칭핑(姜靑萍)여사,수에이밍타이(隋明太·중장)제2포병 정치위원 등 장교 15명과 함께 방한한 츠부장은 오는23일 몽골로 떠날 예정이다. 양승현기자 노주석 yangbak@
  • 朴世煥의원 건의…예비역장성 500여명에 보내

    문제가 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명의의 서신은 박세환(朴世煥)의원의 건의로 작성됐다.예비역 대장 출신인 박의원은 연초 이총재에게 “최근예비역 장성들을 만나본 결과 현재의 안보체제와 대북정책에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서 신년인사를 겸한 서신 발송을 건의했다. 서신 내용은 총재 비서실에서 만들어 지난 5일 500여명의 예비역 장성들에게 보내졌다.대상자 명단은 박의원이 제공했다.박의원측은 “대상자 가운데250여명은 지난 대선때 이총재를 지지한 사람들이고 나머지도 친야(親野)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라고 말했다.지난해 추석때에도 비슷한 서신을 발송하려 했다가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박의원은 두 가지 종류의 서신을 작성할 것을 제의했다.지난 대선때적극적인 지지를 보낸 인사들에게는 후원에 감사하는 내용을 많이 넣고 그외 장성들에게는 신년인사를 강조하는 문구를 작성하도록 건의했다.그러나 총재실에서 서신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당의 입장이 상당수 반영됐고 하나의 서신으로 통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의원측은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군포로에 대한 언급이 전혀없으면서 국내의 장기수를 사면한 것에 대한 예비역 장성들의 불만이 높다”면서 편지 내용에 크게 문제될 부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총재의 서신에 대해 육군 정훈감 출신의 예비역 장성인 표명렬씨가 최근한 주간지에 반박의 글을 실으면서 편지 내용이 공개됐다.표씨는 “우리 군은 누구를 위해 싸워야 하는지 혼란을 느낄 정도로 미련하거나 열등하지 않다”면서 “오히려 장병들은 왜 이총재가 그런 말을 하는지를 꿰뚫어 보고있다”고 일격을 가했다. 한편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19일 성명을 통해 “지난 연말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星友會)에서도 안보시국 성명문을 통해 현정부의안보관과 햇볕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면서 “‘국론분열 망언’운운하는 국민회의의 주장이야말로 망언”이라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
  • 이회창총재 신년서신 파문 확산

    여권은 19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최근 예비역 장성들에게 보낸서신내용을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행위’로 규정,국회 국방위를 소집해서신내용과 배경 등을 따지기로 해 파문이 예상된다. 국민회의는 오전 당8역회의에서 “이총재의 서신은 정부와 군,군과 국민 사이를 이간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위험한 발언으로 차 있다”는데 의견을모으고 “내용의 중요성을 감안,국방위를 소집,철저히 진상을 밝히기로 했다”고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이 전했다. 이대변인은 “이총재의 서신은 현정부의 안보정책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것에서 나아가 철책선을 지키고 있는 군인들의 안보태세마저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것으로 경악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회의는 ‘간첩을 쫓던 사람이 간첩에 의해서 백주에 쫓겨다닌다고 하는데 그가 누구인지 밝힐 것’ 등 6개항의 공개질의서를 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탈북자 7명의 북한 강제송환으로 불거진 외교정책의 무능과 햇볕정책의 문제점을 호도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반격했다.이에 앞서 이회창 총재는 올초 예비역 장성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목숨 걸고 간첩을 쫓던 사람이 그 간첩에 의해 백주에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고,전방의 군인들은 무엇을 위해,누구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것인지 혼란을 느낄정도”라는 식으로 현정부의 안보정책을 비판했다. 유민기자 rm0609@
  • 국회 통일외교통상위-탈북주민 北送 재발 방지책 촉구

    1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는 탈북 주민 7명의 북한 송환사태가 도마에올랐다. 여야 의원은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이정빈(李廷彬)신임 외교장관을출석시킨 가운데 정부의 4강외교를 질타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조속한 대책마련도 촉구했다. 국민회의 조순승(趙淳昇)의원은 “이번 사건이 현 정권의 햇볕정책을 유지해 나가는 데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대(對)러시아,대중국 외교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나라당 김수한(金守漢)의원은 “현 정권이 자랑한 4강외교의 성과가 고작 이런 것이냐”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배제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같은 당 이신범(李信範)의원은 “난민 판정을 받은 탈북주민을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중국 정부를 유엔에 제소하고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낼 것을 요구했다.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은 “통일부가 남의 일 보듯 하지 말고 외교통상부나 국정원 관련 업무의 방향을 강력하게 이끌고 이를 조정·통합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답변을 통해 “중국의 탈북자 송환 조치에 깊은 유감과 항의의뜻을 전달했다”면서 “해외 탈북자의 보호와 대북 조치 방안을 유관 부처와 협의,검토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이 신임장관은 “앞으로 탈북자가 최소한 인도적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 “특히 UNHCR(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등 국제기구나관련 NGO를 통해 이번 탈북자 7명이 북한에서 박해나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대한광장] 신임 통일장관의 첫 시험대

    금강산 관광객 한모씨의 억류사건으로 신임 박재규 장관의 통일부 체제가첫번째 실험대에 올랐다.과거 민영미씨 사건으로 하나의 선례를 만들었던 지난 통일부 체제에서 새로 출범한 ‘새천년의 통일구상’은 과연 어느 쪽으로 갈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이다.현 정권의 햇볕정책 구도 아래에서 역시 하나의 그늘 역할을 할 것이냐,아니면 또 다른 궤도수정을 할 것이냐 하는 것은 어찌 보면 21세기 통일정책에서 또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물론 아직은 ‘햇볕정책’이라는 큰 밑그림을 바탕으로 하겠지만 그 햇볕도 땡볕이냐,잔볕이냐 또는 땡볕과 태풍의 복합구도이냐에 따라서 세부정책은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이제까지의 햇볕정책은 ‘업어주고 뺨맞는’ 식의 일방적인 피해만 받아왔다.동해에서는 관광선에 달러를 계속 실어보냈는데도서해에서는 총탄세례를 받았으며,의료 및 식량지원 등을 해주고 있는데도 미국과만 대화를 하겠다는 그들의 외교노선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IMF로 지하도에 노숙하면서도 북한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북한 군부만 유지시켜 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북한은 툭하면 손을 벌린다.누가 북한을 방문한다면 방문조건으로 엄청난 대가를 요구하고 있으며,거꾸로 그들이 남한을 방문할 때도 역시 손을 벌린다.남한의 연예단 등이 평양공연을 할 때나 북한의 교예단 등이 남한에서 공연을 할 때도 그들은 가만히 앉아서 누가 오든 가든 철저히 챙기는 것이다. 호혜평등에 입각한 기본적인 국제외교가 아니다.그걸 알면서도 햇볕정책은아직도 그렇게 끌려다니고 있다.이번의 한 모씨 사건만 해도 그렇다.민영미사건으로 합의된 ‘문제발언을 한 관광객은 즉시 추방하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러 시간 동안 억류를 했으며 사죄문 쓰기를 강요했다.그럼에도 통일부와 관계기관은 북한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최소한 겉으로는 그렇다.그러나 뒤집어 놓고 보는 지혜도 필요하다. 한모씨는 분명히 관광객으로서 일정한 규칙위반을 한 것이 사실이다.그에따른 응당의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반대로 만일 북한의관광객이 설악산에 와서 남한의 경비병에게 남한의 국가원수를 모독하는 발언 등을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우리도 역시 그 북한 관광객에게 일정한 제재를 가할 것이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보아야 한다.남북한 어느 쪽이든합의된 법을 위반한 사람에게는 서로가 똑같은 입장에서 동등하게 제재를 받아야만 비슷한 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유진 벨 재단의 스티브 린튼 이사장이 북한을 다녀와서 얼마전 TV에서 한말은 이런 데서 의미가 있다.“남의 집에 가서는 남을 존중해주어야 하며,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어야만 좋은 반응이 나온다”북한땅에 가서 휴대전화를 내보이며 은근히 북한을 무시하고 더욱이나 김일성 김정일 어쩌구… 한다면 좋은 반응이 나올 리 없다.물론 일반 관광객의 단순한 언행이어서 다행한 일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된다.아무리 사소한 일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심각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세계전쟁사를 보면 사소한 데서 발단이된 것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해두어야 할 기준은 있다.강철서신 김영환씨의 최근법정증언과 같이 “우리가 북한을 돕는 것은 북한의 민주화이지 비민주적인북한정권을 돕는 것은 아니다”우리의 통일정책도 새 천년에는 대승적 차원에서 크게 내다보아야 한다.북한과 북한주민 전체를 아우르는 더욱 큰 그림을 그려 나가야 한다. 탈북자 문제 등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신임 박재규 장관이 학자 출신이며평생 극동문제연구소를 이끌어온 통일문제의 정통파라는 점이다.한모씨 문제로 수능시험을 치르게 된 새 통일부가 슬기롭게 처리하길 바란다. 신상성 용인대교수·작가
  • [여성선언] 그래도 통일은 돼야 한다

    얼마 전 미국 조지아대학 글로벌연구소 주최로 북·미관계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양국간의 새로운 관계정립을 위해 모색해야 할 과제,문제점 등을토론하는 자리였다.북한측에서는 아태평화위원회 김형우 부위원장을 포함한다섯명의 연구원들이 참석하였고,미국측에서는 전 주한미국대사였던 제임스레이니 에모리대학 명예총장 및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토니 홀 의원의 보좌관,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실무책임자 등이 초청되었다.정부 정책 관계자들의 공식 회담이 아닌 미국의 한 대학에서 열리는 학술심포지엄 형태였기에 유연하고 실질적인 토론이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과 개인적으로는 89년의방북 이후 처음으로 북한 사람들을 만나 통일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꺼이 참석하였다. 하지만 토론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북한측 토론자로 나선 이가 자신들의 최고지도자에 대한 찬양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이었다.전직 주한미국대사들에게는 과거 남북관계에 있어서 미국의 정책을 비판할 수 있었고,미 의회에 북한 입장을 전달하거나 대북정책의 기반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좋은 기회를 왜 잘활용하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내내 들었다. 행사장 밖에서 만난 그들은 10년 만에 만나는‘통일의 꽃’이라며 매우 기뻐했지만 막상 통일문제로 이야기가 넘어가자 분위기가 굳어졌다.그들은 햇볕정책과 포용이라는 말만 나와도 질색을 했다.‘햇볕정책은 뜨거운 볕을 내리쬐어 자신들의 옷을 모두 벗기려는 것인데 어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하는 입장이었고,금강산 관광은 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남조선 인민의 염원에 부응하는 시혜 차원으로 평가하였다. 이에 대해 나는 ‘햇볕정책이 옷을 벗기려는 정책이라면 같이 벗으면 될 것이고,금강산 관광에 나서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관광객이 대부분이며 오히려 북한은 이로 인해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견을 제시하자 그들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하였다.여러차례 논쟁과 의견 대립이 오고간 후에도 내려진 결론은 그래도 통일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위대한 지도자’ 타령을 계속하는 그들을 두고 무슨 통일이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그러나 세밑에 열렸던 남북통일농구대회처럼 하나가 될 수 있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당장 통일을 이루지 못한다면 통일 이후 예상되는 부작용을 서서히 좁혀 나가야 하며 이것은 통일을 준비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나는 미국 속의 한국인의 위상을 느끼고 경험한다.쉽게 말해 우리 스스로는 일본인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속에서의 일본과 한국은 정말 다른 위치를 갖는다.만약 우리가 통일이 되어 좀더 강한 힘을 갖게 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나라에 거주하는 해외동포 역시 입지가 크게 넓어질 수 있다.아무리 인종과 소수민족 차별이 없는 나라일지라도 외국인에 대해 국력으로 재단하는 편견은 있게 마련이다. ‘통일’이라는 말의 사용마저도 금기시되던 시절에는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감성적 호소로 통일문제에 접근했다.그러나지금의 통일은 결코 우리 민족만의 문제는 아니다.지구상에 유일한 냉전지대로 남은 불행한 이 땅,통일로 가는 길은 우리의 힘을 크게 기를 뿐만 아니라세계평화로 가는 길이다. 많은 이들이 새 천년과 21세기를 말한다.하도 많이 듣다보니 벌써 진부하게도 느껴진다.그러나 21세기는 아직 채 열리지도 않았고 그것은 다가오는 미래이다.우리는 21세기에 통일을 말하고 실천해야 한다.북한의 문제점을 인식하지만 비난하지 않으며,그들을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임수경 美코넬대 동아시아연구소 객원연구원
  •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작] 동화-이환제

    ◈흥, 썩은 감자잖아!-이환제◈아직 바람이 매운 이른 봄날입니다.어느 집인가 주방 쪽으로 난 쪽창이 열리더니 무언가 동그란 것이 이쪽으로 날아왔습니다.나무들이 군데군데 서 있는 잔디밭에 툭 떨어진 그것은 데굴데굴 굴러와 팥배나무 아래에 멈추었습니다. 어린아이 주먹만한 것입니다.그것이 날아온 곳은 팥배나무가 서 있는 맞은편 아파트 맨 아래층이었습니다. 이게 무엇일까?꼭 돌멩이 같네.팥배나무는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았습니다.‘…감자구나.’혼잣말을 하다가 안타까운 듯 혀를 찼지요. “쯧,감자가 썩었네!”그렇습니다.팥배나무가 본 대로 그것은 썩은 감자입니다.감자는 한쪽 귀퉁이가 이미 엄지발톱 만큼 시커멓게 썩어 있었습니다. 감자를 쪽창으로 던진 아주머니는 된장찌개에 넣을 감자를 깎다가 썩은 감자를 발견한 것입니다.한참 감자를 들고 고민하다 차라리 푹 썩어 팥배나무의거름이나 되라고 버린 것입니다. 감자는 으슬으슬 추워 오기 시작했습니다.아파트 다용도실에 있다가 갑자기 밖으로 나오게 되었으니 추울 수 밖에요.한참 떨고있는데 머리가 하얀 할머니 한 분이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할머니!”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는지 할머니는 그대로 감자를 지나쳐 갔습니다.뭐라뭐라 연신 중얼거리며 아주 빠른 걸음으로요. “할머니이!할머니이!”감자는 다시 큰소리로 불렀습니다.그래도 할머니는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점점 멀어지는 할머니의 등에는 책가방 같은 조그만 배낭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날 좀 흙 속에 묻어 달라고 할랬더니….그러면 춥지도 않을텐데.아직 썩지 않은 내 몸 이쪽에선 싹이 나오려고 근질거리는데….쳇,귀머거리 할머닌가!”감자는 할머니를 원망하며 투덜거렸습니다. “할머니는 귀가 어둡단다.”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은 팥배나무가 말했습니다.감자는 고개를 들어 팥배나무를 올려다 보았습니다.팥배나무 가지에는 팥알만한 붉은 열매가 아직도 다닥다닥 붙어 있었습니다.그 열매는 하얀 팥배나무 꽃이 필 무렵까지 그대로매달려 있을 것입니다. 팥배나무가 타이르듯 말을 이었습니다. “너무 원망하지 마라.할머니는 아주 큰 소리도 못 듣거든.”“그렇군요.어쩐지 이상했어요.”“미안하구나.내가 너를 흙 속에 묻어 주었으면 좋겠는데.”“고마워요,팥배나무 아저씨.하지만 아저씨는 허리를 구부릴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할머니가 뭐라고 중얼거리며 간 것이지요?”감자가 물었습니다. “글쎄다?나도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고,날이면 날마다 온종일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닌단다.사람들은 그런 할머니를 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쑥덕거리지.노망이 들었다는 둥,미쳤다는 둥.”“가엾은 할머니군요.아무도 할머니를 가까이 하지 않으려고 하겠네요?”“그래,누구든 그러지.할머니가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것은,사람들이 멀리하니까 외로워서 그러는 것 같구나.”“외로워서요?”“사람들은 외로우면,말이 아주 많아지거나 반대로 말수가 줄거든.아까 그할머니는,사람들한테 따돌림까지 받으니 얼마나 외롭겠니?그렇지 않아도 늙으면 외로운 법인데….”팥배나무의 말을 듣고 나니 감자는 조금 전 투덜거린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감자는 문득 할머니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한 가지 더 생겼습니다.“아저씨,할머니가 메고 있던 배낭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요?”팥배나무는 빙그레 웃더니 말했습니다. “배낭 속엔 말이지,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들어 있단다.할머니가 가끔 내 그늘 아래서 쉬어 갈 때가 있거든.나는 그때 들여다보아서 잘 알지.”“무엇이 있는데요?”“알록달록한 헝겊 조각이나 색종이,헌 구두도 있지.빈 깡통과 병 뚜껑도 여러 개나 들어 있더구나.참,부서진 장난감도 있고.”“이상하네요?그런 걸 뭐하러 넣어 가지고 다니지요?”“사람들이 할머니한테 손가락질하는 이유가 무엇인 줄 아니?바로 배낭에 그런 것들을 담아 가지고 다니기 때문이란다.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것도 그렇고.”저쪽을 보니까 빗자루를 어깨에 멘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작업복을 입은 아파트 관리인이었습니다. “아저씨이!아저씨이!”감자는 할머니를 부를 때처럼 큰소리로 외쳤습니다.그러나 관리인 아저씨는그냥 가던 길을 가고 말았습니다.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감자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지요. 감자는 혹시이쪽으로 오는 사람이 없을까 살펴보며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그러나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팥배나무가 있는 곳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가장 외진 곳이기 때문입니다. 밤이 되었습니다.밤이 깊어지자 감자는 너무 추웠습니다.낮에는 그런대로 견딜 만했는데 이젠 정말 참기 힘들 정도였지요.감자는 동그란 몸을 더욱 동그랗게 웅크려 추위를 막아내고 있었습니다.그때 어디선가 발자국 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습니다.감자는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살펴보았습니다.희미한 방범등 밑을 지나 살금살금 이쪽으로 기어 오고 있는 것은 시궁쥐였습니다. “시궁쥐야,날 좀 흙 속에 묻어 줄래?”감자는 시궁쥐가 가까이 다가오자 말했습니다.시궁쥐가 단추구멍 같은 조그만 눈으로 감자를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따뜻한 흙 속에 묻어 줘.밤이 되니까 너무 춥거든.”감자가 다시 말했습니다.시궁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킁킁 콧소리를 내며콧등으로 감자를 이리저리 굴려 봅니다.냄새를 맡아보는 것이지요.그러다가시궁쥐는 홱 돌아서서 콧방귀를 뀌며 입을열었습니다. “흥,썩었잖아!재수없게 썩은 감자가 뭐야!냠냠,어디 가야 맛있는 걸 훔쳐먹을 수 있나?”“그러지 말고 날 묻어 줘.이것 좀 봐,내 몸 이쪽에선 벌써 싹이 나오려고하거든.”“뭐어?싹이 나오려고 한다고?썩어서 냄새나 풍기는 것이,흥!맛있는 빵 덩어리인 줄 알았더니 괜히 헛수고 했잖아!”시궁쥐는 찬바람을 일으키며 매몰차게 돌아섰습니다. “하여튼 하수구만 벗어나면 재수없는 일투성이라니까.아까는 고양이한테 찍 소리도 못하고 죽을 뻔했는데,이젠 썩은 감자가 귀찮게 구네.나 같은 시궁쥐는 역시 안전한 하수구가 최고야.먹을 것이 없어 배가 좀 고픈 것하고,냄새 나는 게 흠이긴 하지만.”젖은 몸을 이끌고 시궁쥐는 하수구 쪽으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내가 흙 속에 너를 묻어 줄 수만 있으면 참 좋을텐데.”어둠 속에서 팥배나무가 하는 소리입니다.낮에 했던 것처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었습니다. “말만 들어도 언 몸이 조금 풀리네요.시궁쥐는 왜 저렇게 이기적이고 얌체같지요.내가 썩지 않았다면 벌써 시궁쥐 뱃속에 들어 있을 거예요.”해가 떠오르자 밤새 얼었던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습니다.팥배나무는 감자가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쬘 수 있게 가지를 들어 그늘을 걷어 냈습니다. 그런 팥배나무가 감자는 너무 고마웠습니다. 커다란 새 한 마리가 팥배나무 가지에 내려 앉았습니다.아파트 옥상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였습니다.먹을 것을 찾아 하늘을 날다 잠깐 쉬려고 내려온 것입니다. “황조롱이야,흙 속에 날 좀 묻어 줘.밤이 되면 너무너무 추워.또 내 몸에선 새로 싹이 돋아 나려고 하거든.”황조롱이는 아무 대꾸가 없습니다.부리부리한 눈으로 거만하게 감자를 내려다볼 뿐이었습니다. “자,여기.이것 좀 봐.이쪽에서 싹이 돋으려 한다고.이대로 있으면 난 그냥썩어 버리고 말거야.흙 속에 있어야 뿌리도 튼튼히 내리고….”감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조롱이가 입을 열었습니다.시궁쥐처럼 콧방귀를 뀌며. “썩은 감자잖아,흥!세상엔 웃기는 일도 많아.썩은 감자 주제에 싹이 나오려고 한다고!저게 쥐라면 냉큼 잡아 먹을텐데.아이 배고파!시궁쥐·곰쥐·새앙쥐·들쥐.쩝쩝,쩝.쥐가 제일 맛있는 밥인데,요즘은 도둑고양이들 극성이 보통이 아니란 말이야.녀석들 때문에 쥐들이 씨가 마르고있어.젠장,씨가 마른다고.”황조롱이는 푸드덕 날개짓을 하며 하늘로 날아 올랐습니다.그러자 팥배나무를 올려다 보며 감자가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황조롱이는 왜 저렇게 거만하고 무섭지요?내가 쥐였다면,나는 벌써 황조롱한테 잡아먹히고 말았을 거예요.” 황조롱이가 다녀간 한참 뒤 팥배나무에 참새들이 몰려왔습니다.수다떠는 데에 정신이 없는 참새들에게도 감자는 똑같은 부탁을 했습니다. “흥!썩은 감자구나!얘,우리가 그럴 시간이 어디 있니!”“그런 한가한 시간이 있으면,친구들하고 재미있는 얘기나 더 하겠다,흥!흥!”참새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톡톡 쏘아붙이고서 어디론가 포르릉 포르릉 바쁘게 날아갔습니다. 어제 그 할머니가 다시 보인 것은,아파트 지붕 너머로 붉은 해가 사라진 저물녘입니다.감자는 있는 힘을 다해 어제처럼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귀가 어두우니 못 들을 게 뻔하지만 최선을 다 해보고 싶었습니다.놀랍게도 할머니는 배낭을 내려놓고 감자 옆에 앉았습니다. 감자가 하는 소리를 들은 것일까요?아닙니다.지나는 길에 그냥 팥배나무 아래에서 좀 쉬어가려던 참이었지요. 앉아서도 쉼없이 중얼거리던 할머니는 우연히 감자를 발견하고 문득 중얼거리는 소리를 멈추었습니다.이어 배낭 속에서 부서진 장난감 조각을 꺼내더니,다시 뭐라뭐라 중얼거리며 장난감 조각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감자를 땅에 묻은 할머니는,팥배나무 아래를 벗어나 어제처럼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습니다. 어느덧 여름이 되었습니다.굵은 감자대에는 잔줄기들이 아주 많았습니다.그리고 그 줄기 끝에 자주색 감자꽃들이 예쁘게 피어났습니다.튼튼한 뿌리에는 어른 주먹만한 감자가 일곱 개나 달려 있었습니다. 그동안 팥배나무는 잎이 무성한 가지를 이리저리 들어 올려 주었습니다.감자잎이 햇빛을 더 많이 받게 하려고 그런 것입니다.팥배나무 덕에 감자는 더욱 크게 된 것이지요. 관리인 아저씨가 보인 것은 비가 온 다음날입니다.아저씨는 빗자루 대신 낫을 들고 있었습니다.무성하게 자란 잔디와풀을 베려고 온 것입니다. 아저씨는 한쪽 구석에서부터 빠르게 이쪽으로 낫질을 해오기 시작 했습니다. 감자는 꽃눈을 통하여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을 본 순간,입이 얼어 붙어 아무소리도 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무서움을 참기 위해 감자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습니다.순간,낫질하는 소리가 멈추더니 아저씨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게 웬 감자꽃이람!틀림없이 감자꽃인데,감자가 어떻게 여기에 뿌리를 내리게 됐지?줄기가 이렇게 실한 걸 보면 커다란 감자가 아주 많이 달려 있겠는걸….감자를 캐려면 아직 20일은 더 있어야겠고,그동안 내가 잘 가꾸어 보자.”아저씨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감자를 캐면 모두 잘 두었다가,봄이 오면 관리실 앞 텃밭에 다시 심기로 결심한 것입니다.아저씨는 곁에 누가 있기라도 한 듯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내년 여름에는,텃밭이 감자꽃으로 환해지겠구나!”
  • [김삼웅 칼럼] 성한 날개와 상한 날개

    리영희선생이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글에서 “인간보다 못한 금수의 하나인 새들조차 왼쪽 날개(左翼)와 오른쪽 날개(右翼)를 아울러 가지고시원스럽게 하늘을 날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우주와 생물의 생존원리가 아닐까?”라며 ‘두 날개’로 나는 우리의 모습을 그린 지도 10년이 지났다. 올해는 6·25전쟁으로 남북이 동족상쟁을 치른지 50주년,긴 세월동안 열전과 냉전을 거듭하면서 반세기를 보냈다. 그리고 새천년을 맞는 지금까지도 대립과 증오가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쪽의 오른쪽 날개와 북쪽의 왼쪽 날개는 크게 상처입고 반신불수의 몸체로 힘겨운 세월을 살았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성한 몸으로도살아남기 힘든 세상에 상한 날개로 날다 보니 고통과 부자유가 말이 아니다. 상처입은 날개에는 이념의 족쇄가 걸리고 가뜩이나 약한 날개끼리 치고받다보니 상처는 더욱 악화되고 증오심만 키워졌다.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틈만 나면 대북 증오심을 부채질하면서 냉전적 대결구도로 회귀하려는 세력이 있다. 50년 지속된 대결구도에서얻은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한반도는 서해교전과 동해교류라는 화전양면이 동시적으로 진행되고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을 내세우는 등 북측의 노선이 크게 바뀌지 않더라도 우리가 참고 포용하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상처입은 한쪽 날개를 버린다면 당장은 시원할지 몰라도 불구가 되고 결국은 비상을 포기하게 된다. 아놀드 캔더 전 미 국무차관은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이 초기에는 순진한(naive) 느낌을 주었으나 일관성 유지로 이제는 현명한(sensible) 정책이 되고있다고 평가한다. 미·중·일·러 주변 4강도 햇볕정책을 지지한다. 오로지한국의 일부 세력이 이를 훼방할 뿐이다. 현실적으로 대북관계에 있어서 달리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알레르기성 반대다. 남북간의 체제경쟁은 이미 끝났다. 다른 모든 것은 놔두고 남북 평균수명을 대비하면 북한은 남자가 10.8년,여자는 13.6년이나 남한보다 수명이 짧다. 평균수명 뿐만 아니라 체중·체격·용모에 이르기까지 현격한 차이가 난다. 체제경쟁이 끝난 것 아닌가.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후일 ‘남한족’과 ‘북한족’으로 종족이 분리될지 모른다. 영향·주거·환경 등 여러가지 조건으로 북한동포들의 체격이 왜소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일본의 아이누족이나 타이베이의 고산족은 원래부터 작은 체격의 인종이지후천적으로 ‘변형’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인위적으로 ‘남한족’,‘북한족’으로 종족이 갈린다면 단일민족의 수치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조상과 후손에 씻지 못할 죄가 될 것이며 민족만대의 화근이 된다. 본디 하나인 ‘밝고 바르고 큰’ 한민족을 둘로 가르고 한쪽을 ‘말살’의대상으로 여긴다면 형제에 칼질하는 꼴이요,조상무덤에 쇠꼬챙이 꽂는 격이요,역사에 침뱉는 짓이다. 남북문제는 민족과 국제문제라는 이중성 때문에 언론의 보도 논평은 다른외국의 경우와는 크게 달라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어느 적성국가보다가장 적대적으로 보도해왔고 일부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6·25와 냉전체제를 겪으면서 반공주의가 이데올로기인 동시에 국민의 정서와 감정으로 자리잡은데 원인이 있다고는 하지만 국제 냉전체제가 사라지고 한반도에도 화해협력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데도 냉전적 보도관행과 안보상업주의를 버리지못한 것은 언론의 수치다. 1972년 동서독의 기본협정 체결과 유엔 동시가입 이후 양독은 상호체제를인정한 ‘1민족 2국가체제’의 상황이 되었지만 서독언론은 동독을 적대국이 아닌,체제는 다르지만 같은 민족,같은 동포란 인식을 갖고 보도했다. 1988년 동독특파원 윈터는 “나는 독일에서 독일사람의 느낌을 갖는다. 여기(동독)는 내 조국이다. 때문에 스스로 타국에서 특파원의 임무를 수행중인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조국에서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언론인들이 있었기에 독일은 콘크리트의 유형과 이데올로기라는 무형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의 기적을 일궈냈다. 햇볕정책은 우리쪽에도 이득이 많다. 남북대결로 다시 긴장이 조성되면 누가 한국에 투자를 하고 수출이 가능하겠는가. 햇볕정책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서 빨리 졸업할 수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상한 날개를 치유하면서 두 날개로 날아야 할 이유는 여기서도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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