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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곡밥으로 대보름 풍성하게

    오곡밥으로 대보름 풍성하게

    정월 대보름에는 보름달만큼 음식도 풍부하다. 대보름에 먹는 음식에는 한해를 건강하게 지내려는 기원이 담겨있다. 대보름 전날 저녁에는 오곡밥을 지어 아홉 가지 나물과 함께 먹는다. 이웃의 아홉집 음식을 아홉번 먹는 풍습도 있다. 보름은 설의 연장선상에 있는 명절에다 농한기인만큼 이웃끼리 나눠 먹고, 함께 즐기는 놀이도 많다. 아홉가지 나물은 전년 봄부터 제철 나물을 따다 햇볕에 말린 묵은 나물, 진채(陳菜)다. 김수진(F&C코리아 대표)씨는 “값싼 제철 나물을 찬바람과 햇볕에 말리면 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좋은 저장식품이 된다.”면서 “묵은 나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특히 통변에 매우 좋다.”고 말했다. 겨울을 나는 동안 부족해지기 쉬운 섬유소 섭취에도 나물은 큰 도움이 된다. 궁중음식연구원의 정길자 교수는 “봄에는 고사리, 가을에는 호박고지와 시래기를 햇볕에 말렸다 겨울에 불려서 먹으면 씹는 맛이 아주 좋아진다.”고 말했다. 요즘은 비닐하우스에서 여러 나물이 나오지만 제철 나물을 갈무리해 먹는 것은 웰빙이라고 강조했다. 쌀, 수수, 조, 콩, 팥을 한데 섞어 짓는 오곡밥은 음양오행설에 입각, 쌀밥에 부족한 영양상의 문제점을 해결해준다. 흰쌀밥에 비해 오곡밥은 비타민과 섬유소가 풍부하다. 최근엔 대보름처럼 굳이 오곡을 갖추지 않더라도 콩이나 팥·조 등을 섞은 잡곡밥을 지어 먹는 사람이 많다. 잡곡밥은 처음엔 모래를 씹는 것처럼 까칠하게 느껴지지만 계속 씹을수록 고소하면서 깊은 단맛이 난다. 보름날 아침에는 복쌈을 먹는다. 쌀밥을 김 또는 아주까리, 취나물 이파리를 펴서 싸먹는다. 귀밝이술(耳明酒)에 담긴 뜻은 진짜 귀가 밝아진다기보다 일년 내내 좋은 소리만 들으라는 의미다. 잣, 밤, 호두, 은행, 땅콩 등의 견과류는 보름날 밤에 부럼으로 까먹는다. 사실, 견과류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건강음식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꿀물에 경단을 띄운 원소병은 대보름달을 닮은 음식이다. 대보름 음식의 특징은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제사음식에도 고추를 쓰지않는 것처럼 주술적 의미에다 맑고 담백한 음식으로 한해를 시작한다는 뜻도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혜선씨는 “나물 아홉가지를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갈 것 같지만 기본양념이 비슷해 어렵지 않다.”며 “오곡밥과 나물로 가족들끼리 보름달만큼 풍성한 정을 나눠보라.”고 권했다. ■ 촬영협찬:F&C코리아(02-362-6704)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나물 여기서 맛보세요 대보름에 아홉가지 나물을 하기가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정성스레 나물 반찬을 내놓는 곳을 찾아가보면 어떨까. 사찰 음식의 대가인 선재 스님의 자문을 받은 채근담(02-555-9173)에서는 채식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10년째 궁중 한정식을 만들고 있는 ‘한미리’에서 바로 옆에 3년전 문을 연 곳이다. 서형철 팀장은 “가락시장이나 경동시장에서 묵은 나물을 사다 소금과 들기름만으로 간을 한다.”고 말했다. 사찰 음식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오신채(마늘·파·부추·달래·무릇)는 쓰지 않는다. 피마자, 고추나물, 건취, 묵나물, 원추리, 고사리, 취로 구성된 나물 반찬은 특히 담백하고 한국적인 맛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값은 정식이 일인당 2만 1000∼5만 7000원이다. 자하문(02-396-5000)에서는 코스별 한식을 맛볼 수 있다. 코스별로 10∼15가지 요리와 토속적인 반찬, 절임류가 나온다. 특히 강된장과 대나무 통밥이 별미.1만 9000원짜리 기본 코스요리인 ‘우의정’을 주문하면 게살전병, 단호박찜, 생선모듬초회, 묵은 김치와 한방제육, 매생이탕 등 각 지역의 향토 별미와 10가지 토속 찬, 영양대나무통밥을 내놓는다. 메뉴판닷컴에서 추천한 마천동 남한산성 등산로의 탑골집 시골밥상(02-449-9599)은 육류를 전혀 쓰지 않은 밥상이 맛있다. 입맛을 돋우는 부드러운 녹두죽이 먼저 제공되는 시골밥상(1만원)은 비타민C가 살아 있는 마른 나물, 오이소박이, 젓갈, 김치 등 일상적 반찬 하나하나에도 신선함과 정갈함이 가득하다. 산채보리비빔밥(5000원)의 초록빛을 입안 가득 느끼면 웰빙이 따로 없다.
  • [대정부 질문] 鄭통일 “北 핵보유국 간주 일러”

    [대정부 질문] 鄭통일 “北 핵보유국 간주 일러”

    14일 국회에서 벌어진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참여 중단 선언을 놓고 서로의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서로 다른 각도에서 진단과 해법을 제시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핵정책 실패’라는 맞춤형 공격으로 일관했고 여권은 ‘신중론’이란 준비된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서로의 논리에만 익숙해진 듯 대북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창’과 6자회담 속 평화적 해결이라는 ‘방패’는 내내 겉돌았다. ●정책 실패 vs 신중 반응을…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불용’의 입장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정답’을 갖고 본회의장에 들어온 의원들은 ‘북핵 선언’의 진상과 대책을 추궁했다. 홍준표 의원은 “북핵 관련 정부의 통일된 입장이 없다.”면서 “국민들에게 진상을 알리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명주 의원은 “정부가 남북평화정착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북핵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핵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핵 보유국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면서 북핵에 대한 정쟁화에 반대했다.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도 “정부 책임론과 북핵 불감론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면서 한나라당을 압박했고 같은 당 정의용 의원은 “과도한 반응을 자제하면서 북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수단 다변화 vs 교류협력 지속 여야는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 담긴 위기에는 공감하면서도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달랐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지원 우선의 대북 정책이 아니라 국제 공조속 경제 제재 등 비군사적 압박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환 의원도 “현 정부가 계승했다고 언급한 전임 정부의 ‘햇볕 정책’은 근본적으로 수정돼야 한다.”면서 “물리적 제재의 의지를 보여주는 등 정책수단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핵보유 선언에 맞서 즉각 경협과 대북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남북경협이 한반도 평화정책을 위한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화영 의원도 “6자회담의 틀 속에서 한국이 주도하는 평화적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미국의 적대적 대북정책이 북핵위기를 낳았다.”면서 “대북 특사 파견 등 정부가 남북대화를 직접 추진하면서 평화적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대정부 질문 요지]

    이석현(열린우리당)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이중 구조는 적당치 않다. 헌재를 폐지하고 대법원에 위헌 여부의 판단권을 주는 개헌이 필요하다. 북핵포기, 남북정상회담을 촉구하는 초당적 결의안을 채택하자. 홍준표(한나라당) 과거사와 관련,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까지 난 사항을 국정원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다시 조사하는 것은 헌정 질서의 문란 아닌가. 과거사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장선(열린우리당) 북의 벼랑끝 전술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하지만 미국도 북한인권법, 폭정 전초기지 발언 등 대화와 비판을 병행하는 이중적 모습으로 근본적 목적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 있다. 박승환(한나라당) 북한이 식량분배의 감시 이행을 거절할 경우, 식량지원을 중단할 용의는 없나. 북한이 핵을 가졌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햇볕정책에 대한 근본적 수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의용(열린우리당) 우리나라는 다자간 무역협정 협상 과정에서는 선진국 입장이지만 협상 결과 이행에서는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국제규범상 우리 주장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 이영순(민노당) 참여정부 이후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 남북간 장관급회담이 없었다. 미국과 동맹관계를 말하기 전에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남북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은영(열린우리당) 17대 국회는 분열하지 않고 국가를 분열하지 않겠다는 선서를 할 것을 제안한다. 여야, 중앙과 지방, 노사 등 각 갈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출발을 약속하는 사회적 협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김명주(한나라당) 북한을 평화통일의 당사자이며 현실적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는 모순을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가장 큰 역사적 과제이다.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이 필요하다. 이화영(열린우리당)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틀 내에서 6자회담 정례화, 미국 지지 및 참여, 공동 실천기구 설립 등 3단계 접근방법에 기초한 다자안보협력체계 구축을 제안한다. 황진하(한나라당) 현재 남북정상회담이 어느 정도까지 추진되고 있으며 언제쯤 가능하고, 어려움은 없는지, 개최시 예상 의제는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김동식 목사 납치사건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 [지율스님 단식 100일째] “아무것도 안보인다”… ‘마지막’ 준비

    [지율스님 단식 100일째] “아무것도 안보인다”… ‘마지막’ 준비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이 지율 스님 사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단식 99일째인 2일 스님이 거처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토회관에는 각계 인사와 정부 관계자의 방문이 잇따랐다. ●시민단체등 도롱뇽 접기하며 건강 기원 오후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앰뷸런스가 대기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밤이 되자 신도와 시민단체 회원 등 60여명이 법당에서 도롱뇽접기를 하며 지율 스님의 건강을 기원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이날 오전 11시40분쯤 조남호 서초구청장과 함께 정토회관을 찾았다. 김 추기경은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과 40분간 건강상태와 단식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지율 스님을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김 추기경은 “정부나 지율 스님이나 어느 쪽이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여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 인사의 발걸음도 잇따랐다. 강동석 건교부장관은 오후 5시20분쯤 방문해 법륜 스님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정부가 환경에 대해 전문가들을 동원해 조사할 것으로 안다.”면서도 “현재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고 진행중인 공사를 중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20분쯤에는 불교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지율 스님을 잠시 만나 단식 중단을 완곡히 당부했다. 이날 국무총리실 남영주 민정수석 비서관도 정토회관을 찾았고 오후에는 도법 스님, 세영 스님 등 불교계 인사들도 방문했다. ●“혈압 낮아 쇼크사 위험” 지율 스님은 외부인을 일절 만나지 않고 3층 염화실에 머물고 있다. 저혈압 증세를 보이는 등 건강이 악화된 가운데 차분히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륜 스님은 “숨이 끊어질 듯하다가도 정신을 가다듬는 등 뭐라 말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소금마저 넘기지 못해 물에 간장을 타서 마시는 상태”라면서 “3일 전 혈압을 재 보니 70에 40까지 떨어져 쇼크사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지율 스님은 이날 아침에는 “햇볕을 쬐니 좋아졌다.”면서 다소 호전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토회 측은 “지율 스님이 의식을 잃더라도 어떤 조치도 하지 말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면서 “생을 마감하더라도 끝까지 뜻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지난 1일 오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고, 법장 스님에게 전달한 편지도 직접 쓰지 못하고 대필했다. 법륜 스님은 “자포자기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자신의 장례는 10명 정도만 참석한 가운데 소박하게 치러 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단식 100일을 가십거리로 만들지 말라” 지율 스님은 단식 100일이 가까워지면서 세인들의 관심이 단식 자체로 집중되는 것에 몹시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내가 제시한 짐을 내가 짊어지고 가려고 정리를 다 했는데….”라면서 “목숨이 왜이리 질긴지….”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부시의 ‘빅 아이디어’

    지난달 30일 이라크 총선이 실시된 이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기세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31일(현지시간) 깔끔하게 머리까지 자르고 TV 카메라 앞에 나서 “이라크 총선은 명백한 성공”이라고 연설하는 부시 대통령의 표정에는 정치적 승리자의 자부심이 가득 차 있었다. 이라크전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 외국 지도자는 물론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내의 이른바 반 부시 언론도 이라크 총선이 성공적이었다고 인정했다. 일부에서는 이라크 총선으로 말미암아 부시 대통령이 중동을 해방시킨 위대한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성급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는 ‘중동의 민주화’라는 ‘빅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킨 데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빅 아이디어란 정치나 사업에서 추구하는 대의명분이나 경영전략을 말하는 용어다. 예를 들어 월마트의 빅 아이디어는 ‘싸게 판다.’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한 빅 아이디어가 월마트를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부시는 2000년 선거 당시에는 빅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던 당시의 미국인들은 그저 앨 고어 민주당 후보보다 좀 덜 얄밉고 친근해 보이는 부시를 택했을 뿐이다. 그러나 9·11 테러가 터진 뒤 부시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고, 거기에 네오콘의 이념을 얹어 중동의 민주화라는 빅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 이다. 논란도 많고 비판도 많았지만 어쨌든 부시는 뚜렷한 빅 아이디어를 제시했기 때문에 불투명한 메시지로 일관했던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18년을 통치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화’를 내세웠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이라는 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빅 아이디어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상징되는 ‘사회 주도세력의 교체’였다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이나 남았지만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 후보들이 거론된다. 그들마다 특별히 부각되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누가 우리나라 지도자가 될 것인가는 결국 그들이 제시하는 빅 아이디어가 무엇이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dawn@seoul.co.kr
  • [정치플러스] ‘DJ 입’ 김한정씨 美유학

    김대중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사실상 동교동의 대변인 겸 비서실장 역할을 해 온 김한정 비서관이 다음달 4일 미국 유학을 떠난다. 그는 미국 뉴저지 주립 럿거스대에서 최소 1년 동안 유학하면서 옛 소련과 동구 공산권 붕괴 이후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취한 대내외 정책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김 비서관은 지인들에게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하신 첫 해에 몸도 마음도 많이 아프셨다.”며 “대북송금 특검 정국은 큰 고통이었으나, 특검은 결코 햇볕정책과 6·15 공동선언을 좌절시키지 못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 儒林(272)-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72)-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내가 단양을 가겠다고 생각했을 때 문득 중앙선 열차를 떠올린 것은 그런 추억 때문이었다. 물론 전과는 달리 단양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새로 건설되어 있다. 예전에는 한반도의 척추뼈를 종단하는 노선이었으므로 가도가도 산맥이었고 그리고 가파른 계곡이었다. 대학시절 단양의 명물인 수석을 캐러 스승과 함께 여행갈 때에도 중앙선을 이용하곤 했었는데, 그때도 출발지는 차라리 죽는 게 나았던 청량리였고 여전히 열차는 숨가쁘게 준령을 넘는 역마(驛馬)였다. 그런데 최근에 춘천과 대구를 잇는 고속도로가 신설되어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원주인터체인지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면 단양으로 직코스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어간다고 해도 2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내가 굳이 열차를 타고 4시간이나 걸려 단양으로 가기를 고집했던 것은 이러한 옛 추억 때문이었을까. 예전의 완행열차와는 달리 열차는 정각 6시50분에 출발하였다. 출발할 때부터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으로 가득 차 지옥열차라고 불렸던 열차는 그러나 현대식 의자로 단장되어 있었고 시설도 깨끗하였지만 항상 경주용 말처럼 빠른 속도, 빠른 생각, 빠른 경쟁에만 길들여져 있는 내겐 중앙선 열차는 예나 지금이나 역마였으며 그리고 짤랑 노새였다. 다행히 열차는 듬성듬성 좌석들이 비어 있을 만큼 한산하였다.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차창가에 앉아서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였다.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승용차로는 2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 단양까지 그 두 배에 가까운 4시간이나 걸리는 열차를 탄 것은 단순히 느림의 미학을 통해 오랜만에 망중한(忙中閑)의 여정을 즐겨보자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지난 1년간 나는 조광조라는 인물을 통해 공자의 생애를 추적해 왔었다. 그것은 마치 조광조라는 두레박을 통해 유림의 깊은 우물 속에 들어갔다가 나온 느낌이었다. 조광조(趙光祖:1482∼1519). 지금으로부터 5백여 년 전인 조선 중기에 활동한 정치가. 사림파의 영수로서 유교를 정치와 교화의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왕도(王道) 정치를 폈던 개혁정치가. 이 왕도정치에 따라 왕이나 관직에 있는 사람이 몸소 유교의 이념을 실천궁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조광조의 지치주의(至治主義)였던 것이다. 그러나 조광조의 급격한 개혁정신은 보수파인 훈구세력의 반발을 받아 하루아침에 전라도 능주에 유배되고 그곳에서 사사됨으로써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1년여 전 초겨울,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조광조가 사약을 받고 죽었던 적중거가를 찾아간 것으로 시작된 조광조의 추적을 통해 그의 개혁정신이 바로 공자의 유가사상에서 비롯되었음을 나는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광조는 임금 중종이 ‘내 항상 마음을 경계하고 싶으니 홍문관에서는 이에 합당한 글을 지어 올리도록 하라.’는 어명을 내리자 스스로 ‘마음을 경계하는 글’인 ‘계심잠(戒心箴)’을 지어 올렸는데, 그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옛 성인이 가르쳐주고 또 그 가르쳐준 것을 그대로 행하는 것이 성인의 심법(心法)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광조가 말하였던 옛 성인은 바로 공자를 가리키는 것. 조광조는 ‘고려시대 때부터 내려오는 조선시대의 낡은 풍습과 사상을 성인 공자의 유교식으로 바꾸어 놓으려는 개혁정치’를 펼치다가 실패했던 위대한 선각자였던 것이다.
  • 天上 그곳, 앙코르와트에 가 볼까

    天上 그곳, 앙코르와트에 가 볼까

    앙코르는 ‘느낌’이다. 형언할 수 없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배어 있다. 보는 순간마다, 보는 장소마다, 보는 기분에 따라 각각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유적지의 웅대함에 놀라고, 고색창연한 건축물의 신비로움과 인류의 위대함에 매료된다. 캄보디아인의 인자한 미소가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그러나 어딘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13세기 인도차이나 반도를 지배하던 앙코르 왕조의 몰락과 폐허로 변해버린 유적지는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만든다. 또 유적지 곳곳에서 구걸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앙코르 유적은 아는 만큼 보인다. 사전 지식없이 무작정 찾았다가는 가도가도 끝이 없는 ‘돌무더기’의 지루함만을 느낄 수도 있다. 신들이 사는 세계를 이땅에 재현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 왕조가 멸망된 뒤 수세기동안 역사의 어둠속에 묻혀있다가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 앙코르의 느낌속으로 들어가 보자. # 설렘 앙코르 유적과의 만남은 설렘으로 시작됐다. 캄보디아 시엠레압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신들의 땅을 직접 본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어 오른 가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늦은 밤에 도착한 탓에 유적지 인근 호텔에서 들어가 잠을 청했지만 뒤척임 속에 새벽을 맞아야 했다. 호텔을 출발해 처음 찾은 곳은 ‘거대한 도시’라는 뜻의 앙코르톰. 시엠레압 주변 1000여개 유적지 가운데 앙코르와트와 함께 최고로 손꼽히는 걸작이다. 유적지 매표소에서 3일 동안 자유롭게 유적지를 볼 수 있는 앙코르 패스(40달러)를 끊은 뒤 앙코르톰의 관문인 남문에 도착하자 장엄한 건축물이 눈앞에 펼쳐졌다. 불교도로는 처음 왕위에 오른 자이야바르만 7세(1181∼1201)때 지은 정사각형 도성이다. 입구에는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몰려 사진을 찍느라 복잡했다. 각 변이 3㎞로 돌벽과 해자(성곽 주변의 못)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힌두교의 창조신화인 유해교반(乳海攪拌)이 형상화돼 있다. 다리 난간에는 일곱개의 머리를 가진 뱀의 몸통을 부여잡고 있는 54개의 반인반수의 나가(크메르인이 믿었던 뱀 신)상과 입구인 남문에 새겨진 관음보살의 얼굴, 코끼리 조각과 비슈누 등 화려한 장식물이 먼저 발길을 사로잡았다. #웅대함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가르는 다리를 건너 남문을 통과하자 본격적인 신들의 안식처가 눈앞에 펼쳐졌다. 앙코르 톰의 중심에 있는 바이욘 사원은 ‘크메르의 미소’라고 불리는 관음보살의 얼굴이 새겨진 사면 돌탑이 있는 곳. 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표정이 변한다. 수백m에 이르는 회랑 벽화에는 다른 앙코르 유적과 달리 당시의 생활상과 위대한 왕의 전투장면이 관광객을 맞는다. 벽화에는 창을 들고 전쟁에 나서는 크메르인과 밥을 짓느라 분주한 여성의 모습, 투견과 투계에 빠져있는 남자들의 모습 등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복원 공사를 잘못해 무너져 내린 수많은 석축물들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했다. 바이욘 사원 북쪽에 있는 바푸온 사원은 복원공사가 한창이다.13세기 이 곳을 방문한 원나라 사신이 쓴 ‘진랍풍토기’에 ‘아침에 해가 떠서 해가 질 때까지 도성을 비추던 곳’으로 묘사된 힌두 사원이다. 바로 위에는 3층 피라미드 형식으로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피미야나카스(천상의 궁전) 사원이 버티고 서있고,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열병식을 거행했던 광장과 코끼리 테라스, 라이왕 테라스를 볼수있다. 앙코르 톰 동쪽에 있는 타프롬 사원(왕의 수도원)은 복원이 어려워 발견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1861년 프랑스 탐험가 앙리 무어에 의해 발견될 당시 ‘앙코르 유적은 거대한 나무뿌리로 뒤덮여 있었다.’는 말 그대로 스퐁(열대 무화과 일종)이라 불리는 나무가 사원 곳곳을 뒤덮고 있다. 나무 뿌리가 돌틈 사이를 파고 들어가 사원이 무너져 내렸다. 현재로서는 나무를 베어낼 수도 벽돌을 다시 세우기도 어려워 유네스코에서도 복원보다는 현상을 유지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이 곳은 영화 ‘툼레이더’의 매력적인 여주인공 ‘라라 크로프트’(안젤리나 졸리)가 사원에서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로 알려져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명소다. # 경외로움 그동안의 앙코르 유적은 서막에 불과했다. 다음날 새벽 5시. 짙은 어둠을 가로질러 앙코르와트로 향했다. 숨죽일 만큼 아름답다는 앙코르와트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해자를 지나 본당으로 들어가는 폭 12m, 길이 540m의 참배도로 주변에는 일찌감치 관광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길은 인간의 세계와 신의 세계를 가르는 갈림길. 죽음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잠시 뒤 수미산(세계 중심에 있는 산)을 상징하는 중앙탑 등 5개의 탑 뒤로 장엄한 일출이 시작되자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사원이 시시각각으로 붉게 물드는 장면은 마치 신들이 자신의 세계를 인간들에게 조금씩 내어주는 듯했다. 앙코르와트는 앙코르 건축과 예술이 집대성돼 있으며 앙코르의 유적 중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장엄한 규모와 균형, 조화 그리고 섬세함에 있어 최고로 꼽힌다. 이 사원은 동쪽을 향하고 있는 다른 사원과 달리 서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왕의 사후세계를 위한 고려인 듯하다. 수리야바르만 2세(1112∼1152)때 3만명의 숙련된 장인들이 30여년에 걸쳐 완성했다.7t짜리 돌기둥 1800개, 높이가 67m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석조 건축물이다. 3개의 회랑 벽면과 기둥에 새겨진 정교한 벽화는 힌두교 2대 경전인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의 이야기. 라마야나 이야기는 비슈누(힌두교 3대 신 중 우주를 관장하는 신)의 화신인 라마 왕자가 팔이 스무개인 악마 라바나에게 강탈당한 아내 시타 왕비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내용으로 캄보디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대표적인 신화다. 3층으로 된 앙코르와트의 중앙탑에 오르는 길은 70도 경사도. 손과 발을 이용해 기다시피 해야 올라설 수 있다. 신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어찌 인간이 두발로 걸어 갈 수 있겠는가. # 아쉬움 앙코르 유적지에서 북쪽으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쿨렌산은 앙코르의 발원지. 앙코르의 건립자 자야바르만 2세(802∼850)가 최초로 도읍을 정했던 곳. 돌무더기 유적에 질린 관광객들이라면 꼭 한번 다녀와 볼 만한 코스다. 정상에서 약 10m크기의 와불상과 함께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다. 또 툼레이더가 촬영된 멋진 폭포도 구경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반테아이스레이 사원도 볼 만하다. 이 사원은 왕들이 세운 다른 사원과 달리 고위 관료가 지은 사원. 붉은 색 사암으로 지어진 핑크빛의 사원은 규모가 작지만 다른 사원과 비교해 어느 한군데 빠지지 않는 화려한 조각품들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곳은 프랑스 문화장관을 지낸 전위작가 앙드레 말로가 1923년 사원내에 있는 데비상을 밀반출하려다 체포돼 실형을 받은 일화도 있다. 앙코르 관광의 마무리는 프놈바켕의 일몰. 앙코르와트와 바이욘의 중간지점에 있는 높이 60m의 작은 언덕으로 오르는 길이 힘들고 가파르지만 수평선 너머로 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다. 길고도 짧은 앙코르 관광이 끝났지만 신들이 새겨놓은 장엄한 잔상들은 쉽게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원들을 돌아보느라 밀려드는 피곤함보다는 다시 보고 싶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특히 9∼15세기에 걸쳐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에서 번성하던 앙코르 왕조와 내전으로 피폐해진 현재의 캄보디아 모습이 복잡하게 교차한다. 사원 곳곳에서 구걸하거나 물건을 파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은 여행 내내 마음을 무겁고 아프게 했다. 과연 역사란, 삶이란 무엇일까. 알고가면 편해요 앙코르와트 여행은 겨울철이 가장 좋다.11∼2월이 건기로 이 기간이 가장 시원해서 유적을 둘러보기 적합하다. 고온 다습한 열대몬순 기후지만 하루에 몇번 스콜이 지나가는 정도일 뿐 금방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반면 3∼4월은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혹서기이며,5∼10월은 고온다습한 우기다.시차는 2시간으로 한국이 오전 10시면 캄보디아에서는 오전 8시다. 화폐는 리엘(Riel)이지만 시엠레압 등 대도시에서는 달러가 유통돼 환전할 필요는 없다. 소규모 상점에서는 거스름돈이 부족하므로 1달러짜리 소액권을 많이 준비해야 한다.1달러는 약 4000리엘 정도.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여행을 떠나기전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거나 현지 도착후 공항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다. 여권과 여권용 사진 1장, 비용 20달러가 필요하다. 종교는 상좌부불교(소승 불교)이며, 인종은 크메르족이 80%를 차지한다. 유의 사항으로는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위생사정이 좋지 않다. 반드시 생수를 사먹는 편이 좋다. 관광지에서는 돌 하나도 가져가면 밀반출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며, 하루종일 햇볕이 강하게 내려쬐므로 모자는 필수다. 전화가 거의 없으며, 호텔에서도 1분당 6달러 정도로 비싸다.전압은 220V로 우리나라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유적지에 들어 가려면 앙코르 패스를 구입해야 한다.1일권 20달러,3일권 40달러,7일권 60달러이며,1일권 외에는 사진을 찍어 함께 코팅해 준다. ‘쏙 싸바이’(안녕하세요),‘쭙닙수’(반갑습니다),‘옥꾸운’(감사합니다) 등 기본적인 캄보디아어를 외워두면 편하다. 가는 길은 시엠레압까지는 직항편이 없어 태국 방콕이나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인천에서 방콕까지는 4시간 20분, 방콕에서 시엠레압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 이르면 3월부터 아시아나항공에서 주 2회 직항편을 준비하고 있다. 숙박은 공항과 앙코르 유적지에서 각각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르 메르디앙호텔’이 있다. 지난해 9월 개관한 리조트형 5성급 호텔로 223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www.lemeridien.com, (02)794-4011. 여행 상품으로는 가야여행사(www.kayatour.co.kr·(02)536-4200)에서 앙코르 문화유적지를 충분히 둘러보는 3∼5일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공항서 급행료 주지마세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지는 연간 10만여명의 우리나라 관광객이 찾는 곳. 그러나 이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시엠레압 공항에서 한국 단체관광객들은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입국심사를 제대로 받지 않고 통과하는 특권을 누린다. 공항 직원에게 일종의 ‘급행료’(?)를 지불했기 때문. 실제로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우리 일행에게 공항직원이 “10달러를 주면 빨리 통과시켜 주겠다.”는 요구를 했다. 거부하자 한명에 5∼10분가량의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거쳐야 했다. 급행료를 만든 것은 한국인. 좁은 공항에서 다소 오래 걸리는 입국 시간을 줄이기 위해 뇌물을 건넨 것이 관행화됐다는 게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설명이다. 유적지를 훼손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현지 한국인 관광안내원이 빼놓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유물을 훼손하지 말라는 말이다. 얼마전 한국인 관광객이 유적지내 돌탑을 흔들며 심한 장난을 치다 부숴뜨려 벌금 800만원과 함께 한달간 실형을 산 뒤 영구 추방조치되기도 했다. 캄보디아인들은 평소에는 좀처럼 화를 내지 않지만 앙코르 유적지를 모독하거나 훼손, 파손할 경우 엄하게 처벌한다. 또 현지인들이 우리보다 못 산다고 무시하거나 종교적으로 모독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신들의 세계를 관광하기에 앞서 좀더 차분하고 경건한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시엠레압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발굴, 2005 유망주](끝) 수영 박태환

    [발굴, 2005 유망주](끝) 수영 박태환

    “‘아테네 악몽’은 이제 없습니다.” 한여름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던 지난해 8월 아테네아쿠아틱센터.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을 치르기 위해 출발대에 올라선 박태환(16·대청중 3년)은 심판의 “준비” 구령에 그만 먼저 물에 뛰어들고 말았다. 곧이어 이어진 ‘부정출발’ 판정. 국제수영대회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원스타트 룰’ 때문에 역대 한국 올림픽 최연소인 15살의 나이로 출전한 박태환은 팔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실격 판정에 눈물만 펑펑 쏟아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초 대전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경영월드컵 3차대회 같은 종목 결선에 나선 박태환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유리 프리루코프(3분41초19)에 이어 2위를 차지해 보름전 2차대회(호주) 1500m에 이어 거푸 은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은 1500m에서도 또 프릴루코프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우승자가 경험과 신체조건에서 전성기에 접어든 선수임을 감안하면 그의 선전은 눈부실 정도였다. 무엇보다 국가대표 형님들인 한규철(전남연맹)과 장거리 최고의 유망주 한국인(서울체고)를 제치고 ‘샛별’로 떠오른 것이 한국 수영계로선 커다란 수확. 박태환은 아테네올림픽 직전 김봉조 감독에게 최연소 국가대표로 전격 발탁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3년 전 박태환을 처음 본 김 감독은 나이답지 않은 안정된 영법과 뛰어난 부력을 지닌 박태환이 중장거리의 ‘될성 부른 떡잎’임을 알아보고 꾸준히 그의 성장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천식 치료를 위해 5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한 박태환은 일단 신체조건이 뛰어나다. 키 179㎝에 몸무게 63㎏. 발 사이즈는 290㎝다. 큰 키는 특히 턴할 때 절대 유리하고 큰 발 또한 수영선수에 필수적인 요소다.‘인간 어뢰’ 이언 소프(호주)도 ‘왕발’로 유명하다. 그러나 박태환은 “국제대회에서 외국선수들과 겨뤄보면 분명히 키나 체격조건에서 동양인이 열세인 것을 실감한다.”면서 “더 커야 한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그의 목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아테네의 ‘악몽’을 털어내는 일. 하지만 그는 “꾸준한 기록 단축을 통해 1년 뒤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에서 먼저 정상에 서는 것이 1차 목표”라고 당차게 말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길섶에서] 나이롱 양말/심재억 문화부 차장

    ‘나이롱양말’의 변덕에 울고 웃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대쪽을 켜서 만든 수제 스키를 꺼내들고 개울가 얼음지치기에 나섰다가 얼음장이 푹 꺼지면 아랫도리가 통째로 물에 젖곤 했는데, 이게 문제였습니다. 아무리 천둥벌거숭이지만 한겨울에 발이 몽땅 젖었으니 그 살이 얼마나 아렸겠습니까. 짓까불다 못견딜 만하면 검불을 모아 지핀 불가에 서캐처럼 들러붙어 양말을 말리곤 했는데,‘나이롱’이라는 게 참 허망해 휙, 불꽃만 스쳐도 오그라들고 눌어붙어 숭숭 구멍이 뚫리곤 했거든요. 시쳇말로 ‘씻고 벗고’ 양말은 그거 한 켤레뿐인데 그걸 ‘절딴’내 놨으니 눈앞이 캄캄할 수밖에요. 햇볕에 녹아 얼음판이 질척거릴 무렵, 코를 빼물고 들어서면 어머니는 낌새로 사달을 짐작하십니다.“뜨신 방에서 주는 밥이나 챙겨 먹지, 무슨 용오르는 일이 있다고 그런 델 가.” 꾸지람에 오금이 저리지만 그게 면죄부가 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 날은 종일 방안에서 뭉기적거립니다. 오리새끼도 아니고 한겨울에 맨발이 가당키나 합니까. 저물 녘, 어머니는 광목천을 덧대 기운 양말을 건네십니다.“또 불 옆에 갔단 봐라.”는 엄포를 따뜻한 눈총에 얹어. 심재억 문화부 차장 jeshim@seoul.co.kr
  • [부동산 어떻게 될까] ‘침체 터널’에 갇힌 집값…거품 더 빠질듯

    [부동산 어떻게 될까] ‘침체 터널’에 갇힌 집값…거품 더 빠질듯

    부동산 시장에는 언제쯤이나 따스한 햇볕이 들까. 지난해 내내 부동산 시장을 짓눌렀던 무거운 구름이 걷히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기를 정부나 투자자 모두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바람일 뿐 올해에도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비구름이 길게 드리워지면서 침체의 정도가 지난해보다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갖가지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짧은 시간에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시장은 일반 경기 흐름이나 정책의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일반 경기 침체는 곧바로 기업 투자 감소와 긴축 경영으로 이어지고 파장은 금융권의 돈줄 죄기로 번지기 마련이다. 불똥은 곧 부동산 시장 침체로 옮겨 붙는다. 때문에 일반 경기가 침체하면 부동산 시장은 바로 고꾸라지고 원상태로 되돌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일반 경기 침체는 외환위기 때와 다르게 해석된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내수부진, 기업 투자의욕 감퇴 등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겹쳐 일어난 침체로 보아야 한다. 갑작스럽게 맞은 KO펀치가 아니라 그로기상태에서 당한 타격이라서 회복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도 투기억제정책,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 세제 강화 등이 겹쳐 하루아침에 회복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 주택 주택경기는 특히 일반 경기와 정책변화에 바람을 많이 탄다. 그런 면에서 새해 주택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깊은 불황이 점쳐진다. 지난해 워낙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쉽게 회복할 수 있는 기력을 잃은 데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옥죄기 주택정책 기조도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아파트값은 새해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하락 기울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외곽과 서울 변두리에서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순 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새해 집값·전셋값의 동반하락을 점쳤다. 김 박사는 집값은 연간 3% 정도 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과잉과 투기억제책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을 원인으로 꼽았다. 크게 증가한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격한 수요감소를 가져왔다고 보는 견해다. 올해 신규 입주 주택은 지난해 입주 물량(44만 8000가구)보다 많은 52만가구 정도로 예상된다. 무주택자가 줄어들어 수요는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증가한다. 지난해 15만 5000가구 수준이던 신규 아파트 물량이 새해에는 19만 5000가구로 4만 가구가 늘어난다. 공급 과잉은 투기억제 대책과 맞물려 가격 하락을 압박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전셋값은 하락폭이 더 커 연간 4∼5%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신규 아파트 입주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과 역전세난 확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도 올해 집값이 평균 3∼4%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매매가는 3.5%, 전셋값은 5.0%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책의 변화도 집값 하락을 더욱 부채질한다.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실시 방침이 나오면서부터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곤두박질친 것만 보아도 집값이 정책의 흐름에 얼마나 민감한 지 알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주택가격 공시제, 과표 현실화 등도 아파트값 하락을 압박하는 수단이다. 다주택·고급주택 보유 자체만으로 무거운 재산세를 물리는 종부세는 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실거래 기반의 과표현실화 역시 아파트 거래를 오므라들게 하고 있다. 아파트를 사고팔 때 내는 거래세가 지금보다 3∼4배 올라가기 때문에 거래 자체가 끊긴다. 주택가격공시제 역시 집값을 실거래가에 맞춰 매기는 제도로 세금 줄이기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만큼 거래 욕구를 크게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청약시장도 불황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지방 아파트 시장 미분양은 그만두고라도 분양성이 좋다는 수도권까지 빈집이 늘고 있다. 수도권은 새해에 입주물량이 가장 많기 때문에 시장 침체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다만 판교신도시는 사상 최고의 청약경쟁률이 예상된다. 투기과열지구 해제, 분양권 전매금지 완화 정책의 변화가 따르는 지역도 청약시장이 다소 움직일 수 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토지 집값 하락 예상과 달리 토지 시장은 약보합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증가하고 가격이 급등하는 호황은 기대할 수 없지만 주택보다는 거래 규제 강도가 느슨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토지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국책사업 착공, 택지지구 개발지구 주변은 소폭이나마 오를 가능성도 크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새해 땅값을 지난해(3.0%)보다 둔화된 1∼2%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토지공사는 평균 0.6%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건설경제협의회는 전반적으로 땅값 상승률은 둔화되나 신도시 건설지역 및 지역균형발전계획에 따른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연간 3% 정도의 상승률을 점쳤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투자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투자의욕이 감소하고, 충청권을 중심으로 불었던 사재기 바람이 진정되고 있는 것을 근거로 한다. 각종 지역개발 호재가 이미 반영돼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고 가격도 오를 만큼 올라 추가 상승 여력이 소진된 것도 더이상 가격 상승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하지만 국지적인 상승이 예상되는 곳도 있다. 충청권도 신행정수도 건설 후속대책이 최종 확정되면 주변 토지 시장이 다시 꿈틀거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당초 후보지로 예정했던 연기·공주지역 토지를 사들이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르면 2월말 행정수도의 윤곽을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도시 주변, 공공기관 이전 예정 지역은 땅값 상승과 거래 증가가 따를 수밖에 없다. 대규모 택지개발지역 주변 땅값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 농지, 임야 등이 빠지면서 유동 자금이 주택에서 토지로 이동할 가능성도 커졌다. 농지법 개정으로 도시민의 농지 소유 제한 완화도 땅 투자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급등이나 거래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오피스 상가·오피스 시장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상가 부진을 예상하는 근거는 뭐니뭐니 해도 내수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음에 따라 문을 닫는 업소가 늘고 있는 추세다. 소형 상가뿐 아니라 대형 상가도 입점이 안 된 경우가 수두룩하다. 권리금은 그만두고 보증금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오는 4월부터 선시공 후분양제도가 도입되면서 분양규제도 따른다. 이에 따라 공급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법 개정에 따라 상가도 토지매입과 건축허가를 마친 뒤 공개분양을 실시해야 하므로 안전한 투자여건이 조성되겠지만 공급 비용을 증가시켜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피스 시장도 밝지 않다. 경기침체로 신규 창업이나 사업 확대를 꺼리는 바람에 사무실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무실 면적을 줄여 이사하는 경우도 흔하다. 빈 사무실 증가와 임대료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오피스 정보를 제공하는 샘스에 따르면 서울 중심권과 강남권 등 대형 빌딩이 밀집한 곳에서 공실률이 증가하고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도심이나 강남권역도 공실률이 5%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연초에는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렸으나 파이낸스센터, 흥국생명 빌딩 등 대형 빌딩에도 빈 사무실이 늘어나고 있어 새해 임대료 상승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남 외곽 빌딩들은 전세를 보증부 월세로 돌리면서 임대료를 깎아주고 있는 추세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부시 2기와 한반도 진로] 전문가 기고

    [부시 2기와 한반도 진로] 전문가 기고

    부시 재선이 한반도에서 갖는 의미는 북핵문제의 미해결에 대해서 미국 국민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한번 더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깨끗이 해결하라는 임무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다루는 정책 의도는 복합적인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의 의도가 북한의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이라면, 관련 국가 모두 미국과 인식을 공유하면서 국제 공조를 통해서 북핵문제의 조기 해결에 주력할 것이다. 또한 한·미 공조와 협조도 잘 될 것이다. 미국이 WMD 비확산 차원에서 북핵문제의 조기 해결을 모색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남북관계의 경색이 올 수 있지만, 핵문제 해결을 계기로 평화번영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미국의 의도가 ‘북한 위협론’을 유지하면서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라면, 중국,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오고 북-중-러 관계가 돈독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동북아에 신냉전 질서가 형성될 수도 있다. 또한 한미관계가 나빠질 수 있고 남북관계도 정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미국이 북한 체제 전환을 목표로 ‘평화적 이행 전략’에 따라 시간 끌기를 지속하고 있다면, 북한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중국, 한국 등과의 마찰도 우려된다. 지금까지 부시 행정부는 ‘대화와 압력의 병행 원칙’에 입각한 북핵 해법을 마련하고 북핵 해결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면서 시간끌기를 지속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미국이 대북 압력을 본격화하면 체제 위기의 심화에 따른 ‘내부 폭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까지 강온파의 북핵관련 입장 차이를 존중하고 이를 정책 자율성으로 활용해왔다. 부시 대통령과 참모들은 대북 무력 사용의 가능성을 부인해 왔지만, 네오콘 등 일부 참모들은 대북정책에 있어 선제 공격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북한의 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음에 따라 북핵 해법을 둘러싸고 북·미 갈등을 지속하고 있고, 한미간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제사회를 향해 핵개발과 관련한 북한의 의도를 설명하면서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한 것은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에서 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무력사용을 통한 인위적인 북한 체제 전복과 정권 교체를 반대해왔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의 조기 붕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햇볕정책을 계승·발전한 평화번영 정책을 통해서 남북 화해협력 정책을 지속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자 한다. 따라서 미국이 체제전복을 겨냥해 대북 강경노선을 지속할 경우, 대북 연착륙을 추진하는 한국과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최근 미국 당국자들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지 않고,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면서 점진적으로 ‘체제변형(regime transformation)’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부시 2기 행정부는 선제공격 등 무력 사용을 통한 정권 교체는 추진하지 않지만,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와 북한인권법 등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북한의 체제 전환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이 부시 2기 행정부가 1기 때처럼 북핵 해법의 원칙론만 내세우고 대북 압력을 지속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다.3차 6자회담에서 제안한 것처럼 미국이 좀더 적극적으로 북핵 해법의 ‘구체안’을 마련하고 6자회담 등 다자 해결구도 안에서 북·미 양자협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 등이 ‘페리 프로세스’와 같은 새로운 북핵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북한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다. 북한이 미 대선 이후 부시 2기 행정부와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경우 경제 우선의 개혁·개방 조치를 본격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핵문제 해결과 함께 서방국가들과 관계를 정상화할 경우 북한은 ‘불량국가’에서 ‘정상국가’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 한반도전문가 오버도퍼 ‘내가 본 한국대사들’

    한반도전문가 오버도퍼 ‘내가 본 한국대사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주미 한국대사의 역할은 시대가 정하며, 그 성패는 대통령과의 거리에 달려 있다.” 돈 오버도퍼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자와 한반도 전문가로서 역대 주미대사를 관찰해온 경험을 소개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지난 60년대 이래 한국의 모든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장관, 주미대사를 단독으로 만나거나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주미대사는 시대를 반영” 오버도퍼 교수는 1998년 초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단독으로 만났다. 이 때 김 전 대통령은 “우리 둘만 아는 얘기로 하자.”며 “이홍구 전 국무총리를 주미대사로 보낼까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런 생각을 이 전 총리에게 전달하기도 전에 오버도퍼 교수의 의중을 타진해본 것이었다. 오버도퍼 교수는 “다소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좀 보수적인 인사를 주미대사로 보내야 워싱턴의 일부 비판적인 시각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승주 주미대사를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김 전 대통령이나 노 대통령 모두 시대적 상황 때문에 ‘투표소에서 자기를 찍지 않았을’ 인사를 낙점했다는 것이다. 이홍구 전 대사는 1980년대부터 한반도 전문가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교수와 함께 한·미 양국 학자들간의 교류를 주도해와 미국측에서는 권위가 있는 인물이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역대 주미대사 가운데 함병춘·김경원 두 전 대사의 역할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함 전 대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와 한국의 핵 개발 문제를 워싱턴에 설명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또 김 전 대사는 1987년 6월 항쟁 당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군을 투입하면 안된다.”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두환 대통령에게 보내는 과정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김 전 대사의 경우 대학부터 미국에서 다녔고 하버드대에서 헨리 키신저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미국 내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말했다. 그는 또 김동조 전 대사는 한국의 월남전 파병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워싱턴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전 대사는 당시 미국 언론으로부터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한승수 전 대사의 경우 “국무·국방부뿐만 아니라 통상부 등 경제부처까지 활동영역을 넓혔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평가했다. 당시 한·미간에 통상이 주요한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경제 전문가인 한 전 대사가 워싱턴에 부임한 것으로 오버도퍼 교수는 설명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햇볕정책을 워싱턴에 ‘세일’하는 역할을 맡았던 양성철 전 대사에 대해서는 “운이 없었다.”고 말했다·양 전 대사도 켄터키 대학에서 강의하고 저술도 낸 미국 전문가였지만 북한정책을 둘러싼 한·미 두 정부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대통령과의 끈이 없으면 역할이 제한돼” 10·26과 12·12,5·17을 거치며 전두환 장군이 권력을 쟁취하던 당시의 김용식 주미대사는 역할이 제한돼 있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기억했다. 그는 “당시의 중앙정보부 관계자(현재의 정무2공사)가 사실상 대사관 업무를 지휘했다.”면서 “전두환 장군과 나의 면담을 주선한 것도 중앙정보부”라고 밝혔다. 김 전 대사는 훌륭한 외교관이었으나 갑자기 등장한 신군부 세력과 아무런 정치적 끈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대변하기도 어려웠다는 것이다. 오버도퍼 교수는 현홍주 전 대사의 경우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의 관계가 매우 가까웠다고 전했다. 그 때문에 현 전 대사는 워싱턴에 부임하기 전부터 노 대통령의 워싱턴 창구 역할을 맡는 등 ‘효과적인 대표자’ 역할을 수행했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평했다. 그는 “일부 대사들은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실질적인 영향력(Substantial Influence)을 행사한다.”고 강조했다. 드물게 외교관 출신으로 워싱턴에 부임한 박건우 전 대사도 ‘외교의 영역을 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오버도퍼 교수는 전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그러나 직업 외교관들이 ‘정치적 한계’를 갖고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한 미국대사의 경우 직업 외교관 출신들도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윌리엄 글라이스틴 전 대사처럼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버도퍼 교수는 “대사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외교적 관념과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내정자는 시대에 맞지만 어려운 과제에 직면” 오버도퍼 교수는 “현재의 주미대사가 30년 전과 다른 점은 국무부뿐만 아니라 백악관, 국방부, 의회, 언론, 사회단체 등과도 ‘전방위적으로’ 접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차원에서 한승주 대사가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한 대사가 외교부 장관을 지냈고 뉴스위크에 칼럼을 쓰는 등 워싱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사실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오버도퍼 교수는 “홍석현 차기 주미대사 내정자의 인선은 흥미롭기도 하지만 미국사회 전체와의 접촉이 중요하다는 맥락에서 볼 때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버도퍼 교수는 그러나 “홍 내정자는 북한 핵문제라는 큰 도전에 직면해, 서로 같은 길을 가지 않으려는 한국과 미국의 정부 사이에서 문제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주미대사의 역할과 관련,“미국의 목소리를 한국에 전하는 것과 한국의 목소리를 미국에 전하는 것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dawn@seoul.co.kr
  • [깔깔깔]

    ●흑인의 비애 흑인 : 하느님, 왜 저에게 검은 피부를 주셨나요? 하느님 : 그야 아프리카 정글에서 밤 사냥을 나설 때 어두운 밤에 잘 어울리게 하고 또 아프리카의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자네를 보호해주기 위해서지. 흑인 : 하느님, 그럼 제 머리는 왜 이렇게 곱슬곱슬하죠?“ 하느님 : 그건 자네가 정글 속을 뛰어다닐 때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거나 덤불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지. 그러자 그 흑인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하느님! 왜 저는 시카고에서 태어난 거죠?” ●총각과 유부남 *‘고지서’라는 단어에서 신용카드 대금, 이동통신 요금 등이 연상되면 총각. 전기, 전화, 수도, 가스 등의 각종 세금고지서가 연상되면 유부남. *스팸메일을 보지 않고 삭제하면 총각. 꼼꼼하게 살펴보면 유부남.
  • [더워지는 한반도] 철모르는 꽃들… 기상 대재앙 전주곡

    [더워지는 한반도] 철모르는 꽃들… 기상 대재앙 전주곡

    등산로 길섶에 개나리가 꽃망울을 조심스럽게 틔웠다. 그런가 하면 아파트 화단의 장미도 덩달아 꽃봉오리를 탐스럽게 피워올렸다. 개나리가 봄마중을 나온 것도, 온실 속의 장미가 개화한 모습도 아니다. 동지(冬至)가 코 앞으로 다가온 12월 중순, 서울 근교의 야외 풍경이다. ●헷갈리는 四季… 개나리·장미 활짝 “허…참, 이상하네.” “벌써 봄인 줄 알고 피었나봐.”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고봉산 자락의 등산로. 길가를 노랑으로 듬성듬성 물들인 개나리꽃을 보며 등산객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작년 이맘 때는 살포시 피었는데 올해는 더 활짝 폈네요.” 이 지역 토박이로 고봉산을 즐겨 찾는 정진기(63)씨는 “하루종일 햇볕이 드는 곳이어서 그런지 개나리가 헷갈린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산동 후곡마을엔 또다른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빨간 덩굴장미가 만개하거나 시들어가는 중이다. 경비원 김영성(63)씨는 “보름 전부터 한두 송이씩 피더니 지금은 꽤 많아졌다. 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살다 보니 이런 광경도 다 본다.”고 전했다. 따뜻한 겨울이 개나리와 장미의 계절감각을 빼앗았다. 이상난동(異常暖冬)으로 인해 ‘철 모르게’ 꽃을 피운 것이다.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기후변동과 생태계의 비정상적인 반응은 이뿐이 아니다. 서울 동대문구의 홍릉수목원. 동백나무를 비롯한 구골나무·황칠나무·아왜나무·팔손이나무 등이 활엽수림 정원 한쪽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제주도나 남부 해안지대 등 이른바 난대림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상록활엽수들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신준환 산림환경부장은 “온실 공간이 비좁아 어쩔 수 없이 한데로 옮겨 심었는데 예상 외로 잘 자란다. 서울의 열섬현상(Heat Island) 영향도 있겠지만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의 기후가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파괴적 얼굴의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가 지구로부터 방출되는 적외선을 흡수, 지구의 체온을 높여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을 일컫는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딱히 해로운 건 아니다. 오히려 “온실가스가 없으면 지구대기의 기온은 영하 18도로 내려가 생물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만다.”(환경부 김형섭 지구환경담당관)고 한다. 문제는 온실가스의 농도가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점점 짙어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산림과학원 임종환 박사는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과 산림훼손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한 기후변화 속도가 산업혁명 이전의 자연적 기후변화 속도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온난화란 어감은 ‘온건’하지만 그 여파는 심각하다. 지구 곳곳의 기상이변과 생태계 교란이 이를 웅변한다. 지난해 여름 유럽의 이상폭염은 2만여명의 사망자를 냈고, 사상 최다인 10개의 대형 태풍이 올해 일본 본토를 휩쓸고 지나갔다. 올 여름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이스라엘, 유럽 일부까지 습격한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떼도 사하라 사막 남쪽에 쏟아진 이상폭우로 번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래의 전망도 우울하다. 이달 초 미국·캐나다 등 북극 주변 8개국 과학자들이 발표한 ‘북극 기후영향평가’ 보고서에선 “21세기가 끝날 무렵엔 북극 바다의 얼음이 거의 사라져 북극곰이 멸종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임종환 박사는 “지구가 더워진다는 것은 결국 에너지가 높아지는 것인데, 이렇게 강해진 에너지가 다시 바람과 강수, 해빙과 해수이동 등으로 분배되는 과정에서 기상재해가 일어나게 된다. 각각의 재해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산불·산사태 등이 점점 대형화하거나 잦아지고 각종 병해충이 창궐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평균기온 상승 ‘지구촌 최고’ 지난 100년간 지구촌의 평균 기온은 0.4∼0.8도 가량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1.5도 높아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구촌 어느 지역보다도 상승폭이 컸다.”고 한다. 지난달엔 서울의 기온이 매일 영상(零上)을 기록했는데, 기상관측 시작 100년 이래 처음 빚어진 현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2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1990년 대비 배출증가율 세계 1위를 기록한 상태다. 단기간에 이룬 압축적 경제성장·산업고도화가 주 원인임은 물론이다. 특히 동해안 대형산불(2000년)과 극심한 봄가뭄(2001년), 태풍 루사(2002년)로 인한 기록적인 산사태와 초속 60m의 순간최대풍속을 몰고 온 태풍 매미(2003년),3월의 폭설(2004년) 등 최근 수년째 기상이변이 잇따르면서 당국의 긴장감도 더욱 높아가고 있다. 온난화에 따른 병해충의 창궐도 주목 대상이다. 리기다소나무를 고사시키는 푸사리움가지마름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중이고, 소나무 재선충병을 매개하는 솔수염하늘소의 분포도 점차 북상하며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올 가을 첫 발견돼 아직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참나무 시들음병 역시 온난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임종환 박사는 “기후변화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면 생태계 먹이사슬의 변화와 함께 일부 종은 멸종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종을 찾아내 보전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싹 난 감자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싹 난 감자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

    바야흐로 겨울식품을 준비하는 계절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저장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김장독을 땅에 파묻는다든지, 무청이나 배춧잎을 말려 저장한다든지, 각종 발효음식을 만든다든지 하는 것 모두가 선조들의 빼어난 지혜의 소산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훌륭한 지혜가 김치냉장고나 성장억제제와 같은 약품에 의해 대체되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겨울에 먹는 식품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의 식탁에까지 공급되는지에 대한 생각이 무뎌지게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그런 문명의 이기(利器)가 선조의 지혜를 별 문제없이 대체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감자다. 감자는 보통 ‘땅 속의 사과’라고 부른다. 감자에는 비타민C가 풍부하다. 감자 2알 정도만 먹으면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비타민C를 모두 섭취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외에도 비타민B1은 사과의 10배나 되고, 비타민B2,B3도 사과보다 3배나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짠 음식을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감자가 좋다. 칼륨은 여분의 나트륨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감자에는 나트륨보다 12배나 많은 칼륨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활습관병(성인병)을 예방한다며 공복에 감자 생즙을 마시기도 한다. 이렇게 유익한 감자지만 겨울에 먹을 때는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에 수확해 저장하는 동안에 감자에 독성 물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를 햇볕에 오래 노출시키거나 오래 보관하면 표면이 초록색으로 변하고 싹이 난다. 바로 이 부분에 솔라닌이라는 독성 물질이 생긴다. 흔히들 감자 싹은 주의하지만 초록색으로 변한 곳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주의해야만 한다. 솔라닌은 구토, 설사 등의 식중독 증세와 면역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싹과 초록색 부분을 깨끗이 도려내고 먹는 것이 좋다. 싹을 도려낼 때에는 눈 부분이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싹이 나지 않은 저장 감자를 당연히 선호하겠지만 한번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감자의 수확은 보통 6월 말에서 7월 초에 하고 저온창고에 보관해도 보통 6개월을 넘겨 저장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늦은 겨울부터는 싹이 조금씩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싹이 나오지 않은 감자만 유통되는 것은 일부 하우스 감자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성장억제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우스 감자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햇감자와 묵은 감자는 표면에 묻은 흙의 색과 습도로 금방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묵은 감자이면서 2,3월이 지난 후에도 싹이 나지 않은 것은 차라리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통 유기농 매장에 나오는 감자는 싹을 심을 때부터 살균처리를 하지 않고, 유기 퇴비로 길러 수확한 것을 저온창고에 저장했다가 파는 것이다. 이 때문에 3월만 되어도 싹이 나기 시작한다. 싹이 난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 싹만 잘 도려내면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감자를 사다 집에 잠시라도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면 종이 상자에 넣어서 직사광선을 받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두는 게 좋다. 이때 감자 싹이 나지 않도록 하려면 박스 안에 사과 한두 개를 함께 넣어두는 방법이 있다. 감자를 원료로 한 제품을 구입할 때도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유전자조작 감자를 사용했는지의 여부다. 매장에서 파는 생감자는 문제가 없겠지만, 가공하여 냉동상태로 수입하거나 감자 녹말가루, 건조 감자, 당면 등의 가공품, 감자 스낵의 경우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되도록 수입 감자를 원료로 한 식품은 먹지 않는 게 좋다. 감자를 조리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잘못 알려진 상식 중에 하나가 감자를 먹으면 살이 찐다는 것이다. 문제는 감자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조리과정에 있다. 감자와 비교할 때 같은 양의 감자 칩은 7배, 감자튀김은 2배나 높은 칼로리를 가지고 있다. 감자를 기름에 튀기거나 볶지 말고 찌거나 찌개에 넣어 같이 먹으면 된다. 또 감자는 단백질 함량이 낮은 편이어서 두유 등으로 영양 균형을 같이 맞춰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번 겨울, 맛있는 감자로 가족의 건강을 튼실하게 가꿔 보면 어떨까.
  • [토종 웰빙을 찾아서] 상주 곶감

    [토종 웰빙을 찾아서] 상주 곶감

    삼백(三白·곶감과 누에·쌀)의 고장인 경북 상주에는 요즈음 곶감 만들기가 한창이다. 집집마다 곱게 깎은 감을 타래에 줄지어 늘어놓은 것이 단풍 빛깔보다 더 곱다. 10월 초순부터 11월 중순까지 떫은맛이 있는 생감을 완숙되기 전에 따서 껍질을 얇게 벗겨 대꼬챙이나 싸리꼬챙이에 꿰어 햇볕이 잘들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매달아 건조시켜 곶감을 만든다. 보통 건조대에서 50일쯤 말리면 맛좋은 곶감이 완성된다. 상주시는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지난해 1100여 가구의 곶감 생산농가에서 3740t의 곶감을 생산해 413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더욱이 올해는 날씨가 좋고 일조량이 풍부한데다 감 품질도 좋아 곶감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주 감은 떫은 맛을 내는 둥시로 유명하다. 경남 함안과 전북 완주의 고종시, 경북 의성의 사곡시, 경북 경산과 청도의 반시, 고령의 수시와는 달리 ‘탄닌’ 함량이 많은 대신 물기가 적어 곶감 재료로는 최고로 손꼽힌다. 상주가 우리나라 곶감의 최대 생산지가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조선 예종때 임금에게 상주 곶감을 진상할 정도로 예로부터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곶감은 비타민 덩어리 곶감은 감 등 다른 과일보다 영양소가 더 풍부하다. 곶감 100㎎당 비타민A는 7483㎎로, 감 450㎎보다 16배 이상 많이 함유돼 있다. 비타민C는 감보다 2배, 사과나 배에 비해 12∼14배나 많다. 감을 그늘에서 건조하는 과정에서 영양소가 풍부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상주 곶감은 풍부한 영양소와 비례해 효능도 다양하다. 숙취 해소에는 상주 곶감만한 것이 없다. 술 안주로 단감이나 곶감을 먹으면 술에 덜 취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곶감의 포도당과 당분은 피로회복에도 좋다. 감기에 걸려 머리가 아프고 코가 막히며 기침이 나올 때에도 민간요법으로 곶감을 먹었다. 기관지염에도 곶감 3∼4개를 구워 먹거나 생강을 넣어 달여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 설사예방과 치료효과는 물론 돼지고기와 두부 등을 먹고 체했을 때도 곶감을 달여 먹는다. 오장육부를 보호하고 소화를 도우며 얼굴의 기미를 없애준다. 구역질, 창자꼬임, 치질도 곶감으로 다스린다. 곶감의 ‘포타슘’ 성분은 몸안의 노폐물을 배설하는 작용을 한다. 또 ‘타닌’ 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한방에서 고혈압 환자에게 곶감을 간식으로 추천하고 있다. ●곶감의 하얀 가루는 비아그라 곶감에 묻어있는 하얀 가루는 정력 강화와 정액 생성에 특효가 있다. 제조과정에서 곶감속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고 당분이 표면으로 나와서 결정체를 이루게 되는데 이때 하얗게 된다. 곶감뿐 아니라 포도도 잘 익으면 겉면에 하얀 당분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식초에 1개월동안 절인 곶감을 벌레 물린 데 바르면 식초의 강한 살균작용과 곶감의 수렴작용으로 좋은 약효를 낸다. 이밖에도 팔다리 삔 데, 중이염, 사마귀, 벤 상처에도 곶감을 사용하면 효과를 본다. 곶감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음식은 수정과. 생강과 계피를 달인 물에 곶감을 넣고 잣을 띄우면 수정과가 된다. 하얀 가루가 많은 곶감을 넣어야 제 맛이 난다. 씨를 발라 낸 곶감에 찹쌀가루를 묻혀 부침개로 만든 ‘곶감찹쌀 지짐’, 곶감에 호두와 밤·잣을 넣어 말은 ‘곶감 말음’도 미식가들이 좋아한다. 상주 곶감은 관광자원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상주 자전거축제때 감깎기 체험행사가 열리고, 곶감을 소재로 한 산림문학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곶감마라톤대회도 열려 전국에서 8000여명의 동호인들이 참가, 성황을 이루었다. 상주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토종 웰빙 감포 미역 드실래요?

    토종 웰빙 감포 미역 드실래요?

    미역은 ‘바다의 불로초’로 불린다. 무병 장수에 좋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역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뛰어난 약리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옛 소련의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 사고때는 방사선의 치료제와 예방제로, 중국은 암의 예방과 치료제로, 미국인들은 최고의 건강보조식품으로 꼽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산후와 생일에는 으레 미역국이 연상될 만큼 친숙한 식품이다. 중국 당나라 유서(類書)의 초학기(初學記)에 고래가 새끼를 낳고 입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미역을 뜯어 먹는 것을 본 고려인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게 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온다. ●감포 미역은 자연산 청정지역 경북 경주시 감포 앞바다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국내외에서 최고의 미역으로 명성이 더 높다. 국내 연안에서 생산되는 미역은 부산 기장 북쪽의 북방산과 전남 완도를 중심으로 한 남방산으로 구분된다. 북방산은 잎이 좁고 두꺼우며, 조리후 잘 풀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남방산은 그 반대이다. 이들 미역의 대부분은 양식되고 있다. 하지만 북방산인 감포 미역은 자연산이다. 바다속 암반에서 자라 속칭 ‘돌발이’라 한다. 연간 생산량은 전국의 1∼2% 안팎에 불과하다. 감포 앞바다는 반도의 동쪽에 위치해 계절에 따라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고, 계절풍의 영향으로 영양염류의 수직운동이 왕성해 플랑크톤이 풍부한 곳이다. 또한 다른 지역과는 달리 담수 유입이 없어 연중 수온이 섭씨 8도로 일정한 데다 염도도 34~35‰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역이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음력 정월 무렵에 채취되는 감포 미역은 100% 바닷가 햇볕에서 자연 건조돼 영양분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대량 생산되는 타지산 미역이 건조기에서 강제로 말려지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러다 보니 국내외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물량이 달려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다. 올해 마른 미역 30여t이 생산됐지만, 벌써 동이 났다. 어가들이 채취한 감포 물미역을 전량 수집·가공·판매하는 회사인 ‘정월미역’은 지역산 미역을 최근 열린 미국 뉴욕 농특산물박람회에 출품,5만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내년부터 매년 10만달러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정월미역은 계명대와 공동으로 내년 3월부터 감포산 미역을 원료로 한 미역농축액과 비누, 간장, 된장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사 최학렬(35) 대표는 “자연산 감포 미역이 웰빙 열풍과 함께 국내외에서 최고의 다이어트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항암·노화 방지에 효과가 좋은 감포미역 감포 미역은 맛도 좋고 영양도 만점이다. 특히 혈액정화, 혈압강화, 피로회복, 변비예방 등 효능이 뛰어나다. 미역에 다량 함유된 양질의 알긴산은 동맥경화와 고혈압 등 성인병과 암을 예방해 주는 한편 체내의 중금속 제거와 비만 억제에 도움을 준다. 유리기(遊離基) 생성을 억제해 노화를 지연시켜 주기도 한다. 또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요오드 성분이 많아 심장과 혈관의 활동, 체온과 땀의 조절, 신진대사 증진에 효과가 크다. 칼슘·마그네슘·철분·칼륨과 같은 인체의 필수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영양 밸런스 유지에 그만이다. 감포 미역속의 칼슘은 특히 양질의 것으로, 그 흡수량이 분말화될 경우 우유의 13배, 시금치의 25배, 쌀의 100배에 달하는 칼슘량을 갖고 있다. 미역속의 풍부한 비타민B와 미네랄은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진짜 감포 미역 고르는 법 감포산 미역은 다른 지역의 염장미역이나 , 줄기를 제거한 채 말린 실미역과는 달리 염분 농도가 적당하고 잎과 줄기를 함께 건조시킨다. 자연 건조된 관계로 말아도 부서지지 않으며, 전량 원통포장으로 유통된다. 물에 끓일 경우 대부분 양식미역이 파란색으로 변하는 반면 감포 미역은 녹갈색을 띠며, 자체 육수로 인해 국물은 희뿌옇다. 물에 잘 풀리지 않아 줄기째 수면위로 뜨며, 맛은 오돌오돌하면서 매끄럽고 담백하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책] 애기똥풀/장남일 글

    예닐곱살쯤이나 되었을까요? 엄마와 단둘이 사는 하늘이는 동네친구들의 따돌림에 늘 외돌토리랍니다. 못된 아이들이 맨날맨날 엄마를 절름발이라고 놀려대니까요. 그래도 봉구형은 참말 고맙습니다. 오늘도 아이들한테 둘러싸여 놀림을 받고 있는데, 봉구 형이 나타나 혼내주었으니까요. ‘애기똥풀’(장남일 글, 정선경 그림, 좋은엄마 펴냄)은 다리가 불편한 엄마와 외롭게 사는 꼬마친구 하늘이의 이야기입니다. 일찍 돌아가신 아빠가 그립지만, 아이들이 놀릴 때는 그런 아빠가 너무나 야속해집니다. 도입부에서 하늘이의 처지를 압축해 보인 책은 빠른 호흡으로 봉구형과의 우정을 묘사합니다. 두어살 위인 봉구형이 나란히 풀밭에 드러누웠다가 주변 가득 핀 샛노란 애기똥풀 전설을 들려주네요.“옛날에 제비 가족이 살았는데 아기제비가 눈이 아팠대. 엄마제비랑 아빠제비는 약초를 구하러 나갔어. 그 약초가 바로 애기똥풀이었지….” 약초를 구한 아빠제비는 그만 뱀과 싸우다 죽고 말았대요. 애기똥풀의 슬픈 사연을 듣고 해질녘에야 집으로 돌아온 하늘이는 뜻밖의 비밀 이야기를 또 듣게 되지요. 아까 낮에 엿바꿔 먹을 뻔했던 낡은 공책이 세상에, 돌아가신 아빠가 하늘이에게 선물로 남기신 일기장이랍니다. 두살 때 집에 큰 불이 났는데, 그때 엄마랑 하늘이를 구하느라 아빠는 불길에 휩싸여 돌아가신 거였어요. 엄마의 다리도 그 사고로 다치신 거고요. 그토록 야속했던 아빠였는데, 그렇게도 창피하던 엄마였는데….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천천히 웅변하는 책에는 잔재미도 많습니다. 애기똥풀의 노란빛깔이 주조를 이룬 그림은 봄햇볕마냥 따사롭고요. 방귀를 뿡뿡 뀌어 못된 아이들을 쫓는 봉구형 캐릭터도 배꼽잡게 재밌어요. 배고팠지만 인정많았던 ‘그때 그 시절’이 이야기의 배경인 것도 요즘 아이들에겐 흥미포인트가 되겠죠. 공책이랑 벽시계를 엿바꿔 먹는 꼬맹이들의 모습, 꿀밤 한대 쥐어박고 엿바꾼 물건들을 되돌려 주는 엿장수 아저씨의 인심이 재미있고도 넉넉합니다.5∼8세용.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임영숙 칼럼] 민족과 동맹 사이 2

    [임영숙 칼럼] 민족과 동맹 사이 2

    20일 칠레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부시 2기 행정부의 외교진용이 온건파 대신 강경파로 짜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13일 로스앤젤레스(LA) 발언으로 행여 정상회담이 파탄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무력행사는 협상 전략으로서의 유용성을 제약받을 수밖에 없으며 봉쇄정책도 결코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북 무력행사는 한국 국민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이며 잿더미 위에서 오늘의 한국을 이룩한 우리에게 또다시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외부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라고도 말했다. 재선된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강경책으로 갈 가능성에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지난해 5월 ‘민족과 동맹 사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쓸 때는 지금과 정반대 상황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후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실하게 미국 편을 들어 북한이 반발할 때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되 북한의 위협이 증가할 경우에는 추가적 조치를 할 수 있으며 남북 경협도 북핵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북한은 이에 발끈해 “남측이 핵문제요, 추가적인 조치요, 하면서 대결 방향으로 나간다면 북남 관계는 영(0)으로 될 것이다.”라며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 지난해 북한이 그랬듯이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을 파행으로 몰고 갈까. 아마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1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그랬듯이 불쾌감을 표시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의 LA 발언은 비외교적인 표현의 문제는 있으나 기본적으로 북한 핵의 분명한 폐기를 요구하면서 평화적 해결이라는 한국의 기존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한·미 관계를 재정립하는 분수령이 될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그 뜻이 왜곡되지 않게 잘 전달해야 한다. 아울러 LA 발언에서 빠진 동맹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북한이 만든 핵무기가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 미국을 위협하는 사태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미국의 공포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실질적 진전을 위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대북 제안을 도출해야 함은 물론이다. 두 정상이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 배제를 선언할 수 있다면 큰 성공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더라도 미국을 설득하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 지난해 북한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듯이 이번에도 미국의 태도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LA 발언은 차라리 아니함만 못한 것이 된다. 민족과 동맹은 선후 관계가 아니라 공존의 관계다. 북한과 미국, 민족과 동맹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오가는 중재자 역할은 한국의 운명이기도 하다.‘어설픈 중재자’의 역할을 포기하고 확실하게 동맹의 편에 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인 만큼 우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햇볕 정책’이나 ‘개성공단’모두 미국이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지만 결국 상당부분 우리 뜻대로 진행해 오지 않았던가. 북한도 6자회담 조기개최에 적극 호응하고 핵 포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살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주필 ys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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