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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제재 해제 수위 막판 진통…이란 핵협상 시한 또 연기될 듯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 기한인 7일(현지시간)에도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쟁점이 해결돼도, 세부 사안을 정리하려면 협상 기한이 한 차례 더 연장될 수 있다는 얘기가 협상장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애초 협상 기한은 지난달 30일이었으나 이날로 한 차례 연기됐었다. AFP 등에 따르면 주요 6개국(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과 이란은 전날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여전히 세부 사안에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아직 명확한 게 없다”며 “남아 있는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한 관계자도 “7월 7일이나 8일 같은 특정한 날짜를 일을 마쳐야 할 날로 보지 않는다”며 “7월 9일이 지난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핵협상의 골자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 등 서방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현재 남은 쟁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사찰 범위, 대(對)이란 경제제재의 해제 시기와 방법, 이란의 핵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제한 기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방은 IAEA가 핵무기 제조 관련 기술을 개발할 우려가 큰 이란의 군사시설을 반드시 사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군사시설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만큼 이를 사찰하는 행위는 주권 침해라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반면 이란은 협상 타결 직후 폭넓고 빠른 경제제재 해제를 원한다. 서방은 이란이 협상 조건을 이행하는 상황을 보고 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하되 이를 어기면 다시 복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란은 핵기술 연구·개발은 순수하게 과학적 목적이므로 제한 없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란은 향후 전력 수요에 대비하려면 원자력 발전소를 증설해야 하고 이에 필요한 핵연료봉을 자급자족하려면 신형 원심분리기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방은 이란이 연구·개발을 빙자해 고성능 원심분리기를 제작하고 핵무기에 쓸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할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탓에 적어도 10년 이상은 연구·개발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대한민국 안보 강화와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열린세상] 대한민국 안보 강화와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장

    지난 6월은 현충일과 6·25전쟁 65주년 기념일이 있었던 호국 안보의 달이었다. 대한민국은 해방과 정부 수립 후 국가로서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 적의 침략을 물리치고 신생 대한민국은 유지될 수 있었지만 한민족이 겪은 전대미문의 아픔은 아직도 치유 중에 있다. 대한민국은 6·25전쟁에서 국가를 구하고 1970~80년대 산업화를 일군 아버지 세대의 피와 땀을 바탕으로 10대 경제대국이 됐다. 또한 자주국방 정책으로 다양한 고성능의 현대적인 무기 체계가 국산화되고 있고 한·미 안보동맹을 통해 국가 안보의 바탕이 마련됐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 상황은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다.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같은 대량파괴 무기를 가지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위세를 과시하고 있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외치면서 중국 견제를 핑계로 군비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무엇인가. 적극적인 우주 개발과 활용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미국은 2001년에 발간된 미국 국가안보 우주 관리 및 조직 평가위원회 보고서(일명 럼즈펠드 보고서)에서 “우주 공간은 하늘, 육지, 바다와 똑같이 중요한 활동 공간이며 우주 공간은 상업적, 군사적, 그리고 정보 수집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21세기에서는 우주 능력이 안보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 정책을 준수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으며 한·미 미사일 협정에 의해 사거리 800㎞ 이상 미사일은 개발하지 않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저궤도 아리랑 위성과 정지궤도 위성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 나로호 발사 성공과 이를 바탕으로 국산 발사체인 한국형발사체 개발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2020년쯤에는 완성될 예정이다. 우주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우주탐사에 나서고 있다.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에 대한 탐사는 우주탐사의 첫 번째 관문이 되고 있다. 달에는 미래 지구에서 고갈될 귀중한 자원이 많이 매장돼 있다. 달은 지구와 우주를 관측하는 천혜의 장소다. 미국은 1960~70년대에 아폴로 계획을 통해 우주인을 보냈지만 2000년대 들어서도 4~5년에 한 번씩 탐사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인 중국, 인도와 일본도 경쟁적으로 2007년과 2008년에 궤도선을 보냈다. 착륙선의 경우 중국은 이미 2013년에 보냈다. 일본과 인도도 2017년, 2018년에 보낼 계획이다. 아시아 주변국들에 비해 우주 기술이 너무 뒤처지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달 탐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달 탐사를 통해 심우주통신·항법, 추진, 유도제어, 과학탑재체, 극한환경소재 기술 등 우주 기술 전반에 걸쳐 진일보를 가져올 수 있다. 탐사선이 달 궤도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38만㎞를 날아가 반경 10㎞의 원안에 명중하는 정확도를 가져야 한다. 이는 서울에서 공을 던져 부산에 있는 반경 10m의 원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정확도를 의미한다. 이 기술은 국산 유도무기 체계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심우주지상국의 안테나는 출력 1㎾의 엑스밴드 레이더로 탐사선 추적 외에도 적국의 위성과 우주 파편 감시에도 쓰일 수 있어 국가 우주자산 보호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달 표면의 환경·자원 탐사를 위한 중성미자, 감마선, 엑스선 분광기는 북한의 핵 활동을 감시하는 센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달 표면 탐사로버 기술은 전쟁터나 핵발전소 같은 위험 지역을 조사하는 데 쓰일 수 있고, 원자력 전지는 전방의 무인 감시장비와 적 잠수함을 감시하는 해저 소나의 전력원으로 쓰일 수 있다. 다시는 민족적 비극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는 안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북한의 대량파괴 무기에 맞서고 주변국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가 우리의 우주개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달 탐사는 그러한 국가적 우주기술 개발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국민을 안심시키고 국가를 위해 몸을 바친 호국 영령들에게 후손으로서 면목이 서는 일일 것이다.
  • [밀리터리 인사이드] F-16D에 참패했다는 ‘F-35A’를 위한 변명

    [밀리터리 인사이드] F-16D에 참패했다는 ‘F-35A’를 위한 변명

    록히드마틴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 들여다보니 지난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전투기로 불리는 ‘F-35A’가 큰 화제가 됐습니다. 아니, 화제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록히드마틴의 내부 보고서를 인용한 일부 국내외 언론은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대당 1200억원이나 하는 5세대 전투기가 4세대 전투기 F-16D와의 근접전(dogfighting·도그파이팅)에서 무참히 패배하다니. 특히 우리가 한국형 차기 전투기(KF-X) 개발 과정에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하기로 한 바로 그 전투기가 1980년대부터 보급된 ‘구닥다리’에게 패했으니 충격이 컸을 겁니다. ‘참패’와 ‘전멸’이라는 극한 표현이 난무했습니다. 록히드마틴에서 직접 만든 보고서라 변명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우리 군도 크게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명하는 대신 침묵을 지켰습니다. 국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비난여론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정반대의 반응도 많이 나왔습니다. 평소 군에 대한 불신을 숨기지 않았던 다수의 남성들이 F-35A 도입을 비난하기는 커녕 옹호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밀리터리 마니아 등 군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은 “뭘 알고 비판하는 건가”, “이런 기사 쓰지 마라”며 언론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과연 비싸기만 한 F-35A를 잘못 구입하는 것인가, 아니면 뭔가 다른 팩트가 있진 않을까. 차근차근 되짚어봤습니다. 우선 시점을 2013년 11월로 돌리겠습니다. 국방부 발표입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차기전투기(F-X)로 스텔스 기능을 갖춘 미국 F-35A를 선정했다. 전시 작전목표 달성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주변국 스텔스기 확보 등에 따른 안보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기 전투기 60대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고성능 스텔스 전투기는 지원전력이 불필요하며, 최소한의 전력으로 은밀하게 침투해 주요 표적을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홍길동의 1차 목표는? 관군 아닌 곳간 털기 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 겁니다. 그럼 여러분이 잘 아는 ‘홍길동전’과 비교해볼까요. 홍길동은 도적의 소굴로 들어가 우두머리가 됩니다. 허수아비 일곱개를 만들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전국 팔도를 누비며 못된 벼슬아치와 양반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에게 나누어줍니다. 흉년에는 관아를 털어 굶주린 백성을 살렸습니다. 여기서 홍길동의 1차 목표는 ‘곳간 털기’입니다. 부자와 관아의 곳간을 털어 재물을 백성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목적이지, 관군을 모조리 때려눕히려고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F-35A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핵시설 등 핵심표적을 정밀 타격한 뒤 무사히 복귀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북한 전투기를 가까운 곳에서 만나 격파하는 이른바 ‘근접전’을 하려고 도입하는 전투기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많은 네티즌이 이런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력이 뛰어난 저격수를 50m 이내에서 돌격병과 맞붙여 놓고 졌다고 실망하는 꼴”이라는 표현까지 나왔습니다. 이번엔 시간을 좀 더 뒤로 돌려보겠습니다. 같은 해 9월입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미국 보잉의 F-15SE를 차기 전투기로 결정하는 안을 상정했지만 심의 결과 부결됐습니다. 보잉은 록히드마틴 등 다른 경쟁사와 달리 유일하게 F-X 총사업비 8조 3000억원 이내로 가격을 써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탈락. 핵심 이유는 ‘스텔스’ 기능이 미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군 전문가와 대다수 언론이 핵심 요건으로 ‘뛰어난 스텔스 기능’을 거론했고, 특수도료를 발라 스텔스 기능을 갖추겠다는 F-15SE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습니다. 역대 공군참모총장 15명이 F-15SE 불가론을 담은 건의문까지 냈습니다. F-15SE는 웬만한 폭격기 수준의 최대 13t의 무기를 실을 수 있지만 공중전 능력은 유로파이터에 밀렸고, 스텔스 기능은 F-35A에 밀렸습니다. 결국 F-35A가 낙점됐고, 여론의 떠받들림 속에 가격이 비싸다는 것을 제외하면 단점이 거의 없는 ‘무적의 전투기’ 반열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전투기’는 없습니다. ●F-35A ‘스텔스 디자인’에 숨겨진 비밀 F-35A는 전통적인 전투기의 디자인과는 사뭇 다른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각지고 둔해보이는 외형이 특징인데요. 일본과 중국이 개발하고 있는 스텔스기도 대부분 이런 모양을 채택했습니다. 이유가 있겠죠. 각진 형상은 레이더에서 쏜 전파가 동체에 부딪힌 뒤 되돌아갈 기회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전파 반사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장과 연료통, 전자기기를 모두 내부로 밀어넣다보니 매우 ‘뚱뚱한’ 모양을 갖게 된 것이죠. 그런데 이런 디자인은 근접전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날렵하지 않은 몸체 때문에 기민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장점이 많습니다. F-35A의 장점은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에 집약돼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닙니다. 기체에 장착하는 ‘AN/APG-81 레이더’는 단순히 한 방향으로 전파를 쏘는 것이 아니라 복수의 전파를 수많은 방향으로 쏘기 때문에 정확도는 물론 탐지 거리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입니다. 멀리 있는 지상과 공중의 적, 날아오는 미사일까지 포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의 전자정찰에도 잡히지 않습니다. F-35A는 정찰과 공격을 모두 수행할 수 있고 다른 기체와 표적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4세대 전투기의 기계식 레이더가 ‘486 컴퓨터’라면 이 레이더는 ‘슈퍼컴퓨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에 스텔스 기능을 더했으니 선제공격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겠죠. 지상의 목표를 원거리에서 타격하기 위한 핵심 기능입니다. 마침 록히드마틴이 비교대상으로 삼은 F-16D도 이 회사가 개발한 ‘형제 전투기’입니다. 짧은 작전반경과 빠른 속도 때문에 고속 기동에 강점이 많은,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기체입니다. 1980년대에 처음 도입됐다고 하더라도 꾸준한 성능 개량이 이뤄졌습니다. 사실상 현재 상용화된 전투기 중 공중 근접전에서는 최강자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따라서 F-35A와는 성격이 다르고, 구닥다리 기체도 아닙니다. ●스텔스 기능 뺀 시제기, 왜 근접전에 나섰나 록히드마틴은 물리적으로 5세대 전투기 F-35A와 4세대 전투기 F-16D를 직접 맞붙여 승자를 가려보기로 했습니다. ‘AF-2’라는 F-35A 시제기를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AF-2에 스텔스 기능을 뺐습니다. 먼 거리의 적기를 탐지할 수 있는 센서도 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파일럿이 고개만 살짝 돌려서 적기를 포착, 무장을 사용하는 화기관제장치도 제외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인데요. 사실상 파일럿이 적기 근처로 직접 전투기를 몰아 눈으로 보고 기관포를 쏘고 성능을 다퉈보라는 지시였습니다. ”F-16D는 보조연료탱크를 달아 더 무거웠다”는 지적은 전투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보입니다. F-35A는 작전반경이 1000km 수준이지만 F-16D는 500km에 불과해 동등한 조건을 만들려면 보조연료탱크를 달아야 하기 때문이죠. 결과는 F-35A의 패배였습니다만, 공중전과 근접전에 특화된 전투기와 스텔스 기능과 레이더를 뺀 스텔스기의 근접 대결을 ‘참패’라고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근본적인 문제인 공기역학 측면에서의 단점과 기민성을 보완하기 위한 시험 비행이라고 해야 옳겠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돌리기 어려운 5억원짜리 대형 헬멧에 대한 문제 지적도 있었는데, F-35A 조종사는 사실 고개를 완전히 뒤로 돌려 적기를 직접 관찰할 필요가 없습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5세대 전투기는 항공기를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프로그래밍에 의해서 움직인다”면서 “근접전에 우수한 기체와 맞붙는 극한 상황을 만들어 어떤 데이터를 뽑으려고 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F-16D가 ‘구닥다리’라는 보도도 나왔는데, 사실 이 기체는 선회각이 짧고 기민성이 가장 뛰어난 전투기로 현재는 성능을 따라갈 전투기가 없다”면서 “물리적으로 극한 상황을 설정해 수동으로 기체를 조작하는 조종사의 어려움도 참고하고 프로그래밍을 보완하기 위한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제기가 아닌 컴퓨터를 활용한 모의 전투비행에서는 4대의 F-35A 편대가 F-16D 편대를 완벽하게 제압했습니다. 스텔스 기능과 원거리 공격 무기를 모두 적용한 결과입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KF-16은 3개의 편대, 즉 12대가 함께 움직여야 하지만 F-35A는 1개 편대나 2대만으로도 단독 작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스텔스 전쟁’ 어떤 분은 F-35A에 대해 현존하는 최강의 공격기인 F-22의 ‘보급형 기체’라고 깎아내리기도 합니다. F-22는 잘 아시다시피 미국에서 판매 금지 무기로 지정돼 있죠. 하지만 두 전투기는 각자 강점이 있고 앞으로 가야 할 미래가 다릅니다. F-22는 공중전의 최강자인 반면 폭격용 무기는 빈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 F-35A는 최대 2000파운드급 폭탄을 장착할 수 있어 지상 목표 타격 능력이 남다릅니다. 양욱 위원은 “현대전은 정밀 폭격이 가능한 지에 따라 대세가 갈리는데 적의 지휘부를 완벽하게 부수려면 2000파운드 이상의 무기가 꼭 필요하다”면서 “F-35A는 F-22에서 탑재할 수 없는 GBU-31이나 JSOW와 같은 2000파운드급 폭탄을 내부 폭탄창에 수납할 수 있어 나름의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4세대 전투기와의 대결 결과가 아닙니다. 주변국들이 스텔스기 개발을 완료했을 때 우리가 과연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일본은 신신(心神), 중국은 J-20과 J31, 러시아는 수호이 T-50(PAK FA)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5세대 전투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기를 제압하는 전투기이다. 4세대 전투기와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곳에서 만날 가능성도 없을 뿐더러 4세대 전투기와 동등한 근접전 기능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대표는 다만 “모든 주변국이 스텔스기를 개발완료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면서 “스텔스기가 맞붙으면 서로를 식별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근접전에 돌입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부연 설명했습니다. 또 “이럴 경우 전술적 우위를 위해 적기 위로 솟구쳐 아래로 미사일을 내리꽂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만큼 향후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에서는 약점을 최대한 보완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발 지연과 가격 상승 우려도 여전히 논란거리입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등 세계 각국이 이 기체를 구매할 계획이지만 개발완료 시점이 계속 늦춰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조차 속이 타는 상황입니다. 미 국방부는 3911억 달러(약 439조 원)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모두 2443대의 F-35기종을 도입할 예정이지만 아직 완벽한 기체가 나오지 않았죠. 양욱 위원은 “애초에 해군과 공군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요구했다가 감당이 안되니 기능을 많이 줄였고 결국 미국 정부까지 나섰다”면서 “지금 미국이 가장 속 타는 상황이고, 일정 기능 이상은 하지마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핫한 아이템을 가지고 매주 화요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아래 리스트를 보세요. (10)이순신 장군만 아는 당신을 위한 전쟁영웅 이야기 (11)‘태국의 원빈도’ 못 피한 軍입대 제비뽑기 (12)왜 한국 병사의 월급은 왜 ‘세계 최하위’인가 (13)전투복 교체 돌고 돌아 6년…장병복지를 논하다 (14)6·25 전쟁 때 쓰던 수통 지금도 쓰고 있을까
  • 독도·이어도 등 영토주권 수호·대북 억지력 강화

    군 당국이 2018년부터 공중급유기 4대를 도입함으로써 독도·이어도를 포함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해상 영유권 분쟁에 본격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됐다. 공중급유기는 북한 핵·미사일을 선제 타격할 ‘킬 체인’ 체계를 보완하고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 위협을 억지하는 전력으로도 꼽힌다. 공군은 주력 전투기인 F15K의 경우 대구기지에서 324㎞ 떨어진 독도 상공에서 30분, 527㎞ 떨어진 이어도 상공에서는 20분만 작전이 가능하다. KF16 전투기가 충주 기지에서 발진하면 350㎞ 떨어진 독도에서 10여분, 580㎞ 떨어진 이어도에서 5분만 작전할 수 있다.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보다 작전 수행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공중급유를 한 차례 받으면 독도와 이어도에서 F15K는 작전시간이 각각 90여분, 80여분, KF16은 70여분, 65분 정도로 늘어난다. 공군 관계자는 30일 “현재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 내 전방 3개 공역에서 24시간 초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투기 36대가 필요하지만 공중급유기가 도입되면 14대 미만의 전투기로 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군의 작전 반경이 확대되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 체계를 구축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사거리 500㎞의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를 장착한 F15K가 공중급유기의 도움을 받으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에 대비해 동해안 지역을 24시간 교대로 선회하면서 공중에 대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체공 시간이 늘면 수시로 불규칙하게 갱도를 출입하며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도 실시간 공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전력운용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F15K는 최대 7발의 정밀유도 합동직격탄(JDAM)을 장착할 수 있으나 외부 연료탱크를 모두 탑재할 경우 1발밖에 장착할 수 없다. 공중급유기의 도움을 받으면 외부 연료탱크를 달 필요가 없어 한번 이륙하면 1회 비행으로 7개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한·미, 北 핵·미사일 도발 억제 방안 논의

    한·미, 北 핵·미사일 도발 억제 방안 논의

    미국의 핵전력과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총괄하는 세실 헤이니 미국 전략사령관(해군 대장)이 23일 최윤희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만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논의했다. 헤이니 사령관은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대해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고 군은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방한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의 일환임을 밝혀 향후 사드를 포함한 미군 전력을 큰 틀에서 재배치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양국은 핵·미사일 및 사이버 위협을 포함한 북한의 다양한 위협을 평가하고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유사시 미국의 전략 자산을 전개하는 등 공동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이번 예방은 미 전략사령관의 요청에 의한 것이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헤이니 사령관은 24일에는 일본을 방문해 가와노 가쓰토시 일본 자위대 통합막료장 등을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한·미 군 당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부지와 비용의 일정 부분을 분담하는 문제를 고려해 논의를 자제하고 시간을 최대한 끌려는 입장이다. 특히 미 전략사령부에 따르면 헤이니 사령관은 이번 순방에 대해 “잠재적 적대 세력을 억제하고 우주와 사이버 공간의 정보 공유를 증진하기 위한 의지를 한국과 일본에 재확인시키는 기회”라면서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말했듯 미국의 미래는 아시아태평양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전략사령부는 “이번 순방이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중국을 염두에 둔 것임을 밝혔다. 카터 미 국방장관은 지난 4월 주한 미군 장병들에게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 등 새로운 전력을 아시아태평양에 투입할 것”이라면서 “가장 위험한 곳들 중 하나가 이곳 한반도”라고 말해 전력 배치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미국이 한국에 고정적으로 주둔하던 주한 미군 2사단 전투 병력을 9개월마다 순환 배치하는 등 미군 자체를 기동성 있는 신속 대응군, 해·공군 위주로 개편한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미군 전력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총탄 맞아도 복원…토종헬기 ‘수리온’과 날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총탄 맞아도 복원…토종헬기 ‘수리온’과 날다

    국산헬기인 수리온은 개발 진행 당시에 진부한 디자인으로 다수의 밀리터리 매니아에게 혹평을 받았었다. 특히 동체 상부에 위치한 두개의 엔진은 ‘고릴라 콧구멍’ 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한 국산무기였다. 하지만 개발완료하고 보니 고릴라 콧구멍은 약간 유선형으로 다듬어져 크게 보기 싫지 않게(?) 발전했고, ‘그래도 우리 것’ 라는 주인의식이 발동해 점점 사랑받는 헬리콥터로 변해가고 있었다. 수리온은 조종사 2명, 승무원 2명과 무장병력 7명 등 총 11명이 탑승할 수 있고 시속 260km의 속력으로 약 450km를 비행할 수 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놓더라도 자동비행 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중요부위에는 방탄기능이 있는데, 특히 연료탱크는 총탄에 피격되어 구멍이 나도 스스로 구멍을 메울 수 있는 셀프 실링(self sealing) 기능이 있어서 안전성에 있어서는 한층 진보된 성능이다. 수리온을 운용 중인 육군 항공작전사령부는 교관급 조종사를 배치해 지속적으로 비행전술을 연마하고 있다. 특히 무장병력을 태우고 적의 대공방어망을 피해 은밀히 침투하는 침투비행 훈련도 하는데, 거의 나뭇가지를 스치듯이 비행할 정도로 초저공비행을 한다. 실제 이 모습을 지켜보니 이 정도로 저공비행 하며 갑자기 산등성이 너머에서 쑥 나타나면 적이 대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70~80년대부터 도입한 UH-1H 와 500MD 등 작고 노후된 기동헬기를 대체해 육군이 대량으로 수리온을 운용하게 되면 북한 후방 어디든지 순식간에 대대급 이상의 무장병력을 강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반대로 북한 특작부대들이 우리 후방에 출몰해 게릴라전을 벌이더라도 많은 병력의 기동타격대를 신속하게 보내 적 부대를 제압 할 수 있게 된다. 육군에서만 운용 중인 수리온 사업은 조만간 해병대용 상륙기동헬기 개발 사업으로 확대된다. 군은 앞으로 해군용 해상작전헬기, 공군용 등 다양한 형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북한은 핵과 특수부대 등 비대칭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 군의 대북한 비대칭 전력은 바로 경제력이 뒷받침 돼야 갖출 수 있는 항공력이 아닐까 한다. 이 항공력과 항공산업을 잘 결합해 국가안보와 창조경제의 시너지가 생기길 기대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꼭꼭 숨겨라… 최고인민회의도 모르는 北 국방비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꼭꼭 숨겨라… 최고인민회의도 모르는 北 국방비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은 지난 2월 24일 ‘2015 미국 군사력 지수 보고서’에서 한국과 북한의 군사력 현황을 비교하며 “한국이 북한에 비해 엄청난 열세”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현역 전투병은 63만여명으로 119만명인 북한의 54%”라면서 “한국 군사력이 북한에 앞서는 부분은 13개 항목 중 장갑차와 헬기 등 2개 분야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노후한 장비까지 포함시켜 단순히 숫자만 비교한 것일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론의 동향은 심상치 않았다. 네티즌들은 “북한보다 압도적인 국방비를 쓰면서 아직도 북한에 뒤지느냐”고 들끓었다. 북한은 지난 4월 9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에서 액수는 밝히지 않은 채 군사비가 전체 예산의 15.9%라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추산한 북한 재정 규모를 근거로 11억 5000만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북한은 해마다 예산의 15~16%를 지출한다고 발표해 왔다. 남한의 지난해 국방비는 325억 달러(35조 7000억원) 수준으로 북한의 30배 수준인 셈이다. 국방부는 이로부터 한 달여 후인 4월 14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군사비 규모가 남한의 3분의1 수준인 102억 달러(약 11조 2000억원)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북한의 군사비는 은폐된 부분이 많고 실제 구매력평가환율(PPP) 기준으로 따지면 100억 달러를 상회하기 때문에 30배 차이까지 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남한 63만명 vs 북한 120만명 ‘이길수 있나’ 이 같은 일련의 모습은 북한의 실제 군사비와 군사력을 놓고 이해 당사자 간 ‘진실게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국방비 관련 공식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 무엇보다 북한은 국내총생산(GDP)과 국가 예산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구소련 등 옛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발표하는 국방비는 일부일 뿐 나머지는 은폐돼 있다고 분석된다. 북한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국방예산이 정부 예산의 30% 수준이라고 공표해 왔지만 1972년부터 17%라고 발표했고 이후 15~16%대 수준을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는 군비 가운데 경상유지 비용 부문만 예산으로 공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북한이 군사력 강화를 국가의 최우선 목표로 삼으면서도 평화를 중시한다는 국제적 선전의 명분을 쌓아야 하는 입장에서 군사비 지출을 최대한 적게 보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의 북한 군비 분석은 은폐된 비용을 추산하는 작업으로부터 시작한다. 북한군 병력 규모는 현재 120만명, 남한은 63만여명 수준이지만 40년 전인 1975년만해도 남한 63만명, 북한 56만여명 수준으로 북한군 병력 숫자가 적었다. 북한이 40년간 꾸준히 군사력을 증강해 120만 대군을 육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의 15% 수준으로는 어렵다는 평가다. 북한의 군사 부문 경제는 국가 경제와 별도로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장비획득비, 군사건설비, 연구개발비나 퇴역 군인에 대한 연금 지출 등은 군사비 항목에서 제외됐을 개연성이 크다. 북한의 경우 군사 기지를 건설할 때 국유지를 사용하면 되고 군대를 동원해 건설하면 노임을 절약할 수 있다. 단순 경제규모 차이를 기준으로 군사비 지출을 계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군 당국의 판단이다. KIDA는 북한의 연간 핵 개발비용이 약 6억 5000만 달러이고 미사일 개발비용은 연간 5억 7000만 달러라고 추산하고 있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신형미사일 개발과 성능개량에 주력하는 만큼 연간 무기·장비 획득비는 최소 15억 달러 이상일 것이라는 평가다. 이를 감안한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군사비 지출은 102억 달러 수준으로 북한 GDP의 20~30% 수준이라는 것이다. 남한의 지난해 군사비는 GDP 대비 2.38% 수준이다. ●군 당국 북한 위협 과대평가 논란도 특히 북한의 군비 지출 현황에 대해 아는 사람은 북한 권력층 가운데서도 극히 소수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역임했던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예산을 심의할 때 심의에 들어가자 전 비서들이 모여 토론하는데 그때 나오는 숫자와 최고인민회의에 나온 숫자가 달랐고 국방비만큼은 얘기하지 않는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의 북한 군비 지출과 군사력 평가에도 과장이 포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과거 군 당국이 이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고 북한의 위협을 과대 평가해 국민들의 불신만 높였다는 의혹이다. 2013년 11월 국정감사 당시 조보근 국방정보본부장은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하면 누가 이길 것으로 보이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한·미 동맹이 싸우면 우리가 월등히 이기지만, 남북한이 1대 1로 붙으면 우리가 불리하다”고 답변했다. 이는 국방부가 북한의 재래식 전력 위협을 과대 평가해 조직을 확장하고 예산을 더 확보하려는 이율배반적 태도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물론 이 같은 불신의 기저에는 정부 재정의 14.5%(올해 기준)를 국방 예산으로 투입해도 방산비리로 예산이 줄줄 샌다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국방부는 군사력 산출 방식에 대해 PPP를 중심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 객관적 평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전년에 비해 북한군 포 숫자가 늘어나면 무기 단가에 늘어난 수만큼 곱해서 재정을 산출하는 식”이라면서 “문제는 이 단가가 우리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라 북한이 실제로 이를 얼마에 구입하는지 알 수 없어 부정확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북한 원화의 가치와 실제 상품에 대한 구매력을 과연 군사 부문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실제 북한 군사비는 40억 달러를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 당국은 남북한 현존 무력을 비교 평가하기 위해 ‘전력지수’ 방식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전차를 비교하면서 전차의 성능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두고 이에 수량을 곱해 총점을 매기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물적 역량 중심의 방식으로 정확한 군사력을 측정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공군력을 비교할 때 항공기의 숫자만큼 출격 횟수와 총체공시간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단일 무기 수치의 합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함택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적의 위협을 극대화해야 하는 군의 속성상 북한의 위협 기준을 최대한 높이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 GDP와 예산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군의 발표가 완전한 신빙성을 갖고 있다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 병참지원 열악 전면전 수행능력 떨어져” 앞서 제시된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군사력 보고서도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 보고서의 남북한 군사력 비교는 각 무기 체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의 낡은 무기까지 계산해 ‘북한 군사력이 우세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들이 록히드마틴 등 방산업체들의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의 공포’를 강조해 미국 방산업체들의 무기 구매를 유도하는 셈이다. 북한은 무기의 수량에서 우세하지만 해·공군 장비는 소형이고 노후화된 구식 장비가 많다. 북한군이 자주포, 방사포(다연장 로켓), 대공포를 많이 보유한 것도 한·미 연합군에 비해 공군의 제공권이나 지상 공격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포병의 수적 우세에 힘입어 전쟁 발발 시 초기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어도 병참 지원이 열악해 전면전 수행 능력은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함 교수는 “군사력과 군사비는 대체로 비례하나 한 해 군사비뿐 아니라 누적 투자비가 어느 정도인가도 중요하다”라면서 “재래식 군사력은 남한이 우위이나 문제는 지정학적으로 서울이 휴전선에 가까이 있어 위협을 받아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대칭전력인 핵무기를 포함시키면 남북 간 군사력 우위 비교는 무의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함 교수는 “남한이 재래식 무기에서 우위를 보여도 북한의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위력을 지닌 한·미 동맹의 억제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무기 도입은 ‘선심’ 병사 복지엔 ‘인색’

    무기 도입은 ‘선심’ 병사 복지엔 ‘인색’

    국방부가 내년도 예산으로 사상 최대인 40조 1395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가운데 올해 대비 방위력개선비가 전력운영비보다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당국은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나 병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증진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력 개선비 올보다 12.4% 증가 국방부는 지난 17일 신규 무기도입 등에 필요한 방위력개선비를 올해보다 1조 3614억원(12.4%) 늘어난 12조 3754억원으로 편성했다. 병력 운영과 복지에 투입되는 전력운영비는 올해보다 1조 3221억원(5%) 늘어난 27조 7641억원이다. 총액 기준으로는 전력운영비가 많지만 증가액은 방위력개선비가 393억원 많은 셈이다. 군은 특히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와 ‘킬 체인’ 구축에 올해 예산 9298억원보다 68.8% 늘어난 1조 5695억원을 책정했다. ●복지 등 전력운영비는 5% 상승 그쳐 군은 장병들의 복지 확대를 위해 자녀를 가진 병사에게 매달 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병사 월급을 15% 인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병사들의 근무 여건이 큰 폭으로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민관군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지난해 장병들이 훈련과 전투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부대에서의 잡무를 민간용역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군은 전방 육군 11개 사단 등의 시설관리 업무를 민간에 맡기기 위한 예산 214억원을 요구했으나 정작 추운 겨울 병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제설작업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제설기를 늘리면 된다”고 밝혔으나 특히 전방 지역 병사들이 눈을 치우느라 전투력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여름철 병영에서 온수 공급을 주 4회에서 주 5회로 늘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년 내내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는 선진국 병영에 비해 여전히 열악하다. 이 밖에 병사들의 고민과 애로사항을 들어줄 병영생활전문상담관도 320명에서 369명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전문성 제고보다 무턱대고 인원 수 늘리기에 초점을 맞춰 예비역 군 간부들의 취업 자리만 늘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육군 병영생활전문상담관 가운데 51.4%만 군이 필요한 자격 요건을 갖췄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신규 원전 후보지 삼척·영덕 반대투쟁 2라운드

    신규 원전 후보지 삼척·영덕 반대투쟁 2라운드

    정부가 2029년까지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지역을 대상으로 신규 원전 2기를 신설하는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지역사회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9일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지역 주민들은 ‘우리 고장에는 원전이 절대 들어서면 안 된다’며 정부를 상대로 원전 건설 백지화와 반대 투쟁을 분명히 밝히고 나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삼척시는 지난해 원전 건설 주민투표를 실시해 주민 85%가 원전 수용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인근 시·군 등 강원지역 전역에서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되는 게 당연시됐다. 삼척원전백지화투쟁위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안 확정을 또다시 미뤄 2018년으로 넘긴다면 삼척핵발전소의 즉각적이고 완전한 철회를 위해 전 시민이 또다시 투쟁할 것”이라며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2018년으로 넘길 게 아니라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즉각 백지화하고 정부의 계획대로 분산형 전원기반 구축을 통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양호 삼척시장도 “국회에 제출한 정부 7차 전력수급계획의 원자력발전소 부분이 종전 4기에서 2기로 줄이겠다는 등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는 만큼 우선 이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위원장과의 면담을 신청해 놓고 있다”며 “전력수급계획안에 삼척이 포함되면 시민 뜻에 따라 백지화 투쟁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북 영덕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도 이날 “영덕에 새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반드시 찬반 투표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전임 군수와 군의회는 군민 의견 수렴도 없이 핵발전소 유치 신청서를 내는 등 절차 문제를 드러냈다”며 “군과 의회가 군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군민 스스로 전체 의사를 묻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영덕 원전찬반 주민투표 추진위원회는 지역 종교계와 지식인 등 각계각층 인사들로 지난 8일 출범됐다. 주민투표추진위는 이날 영덕군청 앞마당에서 출범식을 갖고 향후 적극적 행동에 나설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강석 영덕군의회 의장은 “정부가 영덕에 원전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것은 고리에 지으려던 원전을 가져와 건설하겠다는 것으로 고리 주민들이 반대하는 원전을 영덕 주민들은 선뜻 수용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가 원전 건설이 필요하다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제시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이미 고리원전 6기가 설치된 부산지역 환경단체 등은 원전 추가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리1호기 폐쇄부산범시민운동본부 박재율 공동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원전의 위협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대부분 국가가 원전 축소 내지 폐지로 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부는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 같은 원전 정책은 마땅히 제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삼척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北 핵·미사일 기지 타격… 한국형 ‘킬 체인’ 핵심 전력

    北 핵·미사일 기지 타격… 한국형 ‘킬 체인’ 핵심 전력

    군 당국이 3일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500㎞ 이상 신형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데 성공했다. 한국과 미국이 2012년 10월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허용범위를 300㎞에서 800㎞로 늘린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북한이 지난달 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사출 시험발사 장면을 공개한 지 25일 만에 이에 대응하는 ‘킬 체인’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국방부는 이날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최근 개발에 성공한 사거리 500㎞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처음으로 시험발사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거리는 아직 800㎞에 못 미치지만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북한 전역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사 장면 공개는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부각됨에 따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면밀히 계획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 500㎞ 이상 탄도미사일은 중부지역에서 발사할 경우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에 상당한 심리적 부담이 된다.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 기지를 타격권에 둘 수 있어 ‘턱 밑 비수’와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2020년대 개발 예정인 3000t급 잠수함의 수직발사대에서 발사할 경우 ‘한국형 SLBM’ 전력으로도 운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관계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북한이 가진 군사자산이 대남 위협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대북 압박용”이라면서 “북한도 격렬히 반발하면서도 남측 미사일 위력에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 당국이 사거리 500㎞ 이상 탄도미사일(탄두중량 1t) 시험발사를 공식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올해 말 육군 미사일사령부 예하 기지에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신형 탄도미사일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기지를 탐지, 추적, 격파하는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실전 배치한 사거리 300~500㎞ 스커드 미사일과 1000~1300㎞ 노동미사일은 목표물을 타격하는데 오차 반경이 150~200m에 달해 반경 수십m 이내인 아군 미사일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 현재 군은 사거리 300㎞의 탄도미사일과 사거리 1500㎞의 순항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그렇지만 순항미사일은 속도가 느려 요격에 취약하다. 군 당국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거리 800㎞(탄두 중량 500㎏)의 탄도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800㎞ 탄도미사일은 최근 시뮬레이션 실험을 통해 미사일의 비행자세와 제어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사거리 300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무수단’을 실전배치했고 1만여㎞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을 개발 중인 만큼 전반적 미사일 전력은 우리 군이 열세라는 평가다. 한편 ADD는 이날 안흥시험장에서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철매Ⅱ’ 개량형 지대공유도무기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철매Ⅱ’는 10~15㎞의 중고도를 비행하는 적 항공기를 요격하는 지대공유도무기지만 개량형은 15㎞ 이상 고도를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이용된다. 이 밖에 북한의 공기부양정을 타격하는 2.75인치 유도로켓 발사 장면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전시 北 WMD 제거 ‘신속 기동군’

    전시 北 WMD 제거 ‘신속 기동군’

    전시에 북한 핵과 미사일,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기 위해 북한 지역에 투입되는 신속기동군 형태의 혼성부대인 한·미 연합사단이 3일 공식 출범했다. 경기 북부에 주둔한 미 2사단을 모체로 편성되는 연합사단은 세계적으로도 2개국 혼성 사단의 첫 사례이자 강력한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꼽힌다는 평가다. 이날 출범식에는 김현집 육군 제3야전군 사령관과 버나드 샴포 미 8군사령관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7월 양국이 창설에 의견을 모은 연합사단은 평시에는 한·미 연합참모부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하면 미 2사단 예하 부대와 한국군 1개 기계화보병여단으로 편성되는 형태다. 연합사단에 배속되는 한국군 기계화보병여단은 평상시에는 한국군 지휘계통 아래서 미 2사단과 키 리졸브 연습, 독수리 훈련 등 연합훈련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한국군 참모요원 30여명이 미 2사단 본부에 상주한다. 연합사단의 사단장은 미 2사단장인 미군 소장이 맡고 부사단장은 한국군 준장이 맡는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전까지 1만 6000명 수준이던 미 2사단은 주요 전투부대가 미국으로 차출돼 현재 1개 기계화 전투여단과 포병여단 등 병력 규모가 1만여명 수준이다. 미 2사단은 전방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다연장로켓(MLRS) 3개 대대(48문)를 갖추고 있다. 이는 한국군 3개 사단 포병 전력과 맞먹는다는 평가다. 여기에 장갑차를 갖춘 한국군 기계화보병여단(1500~2000명 규모)이 전시에 합류하면 전술적 수준의 연합작전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평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 태평양함대 최신예 핵잠수함 미시시피호를 타다

    美 태평양함대 최신예 핵잠수함 미시시피호를 타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시험 성공에 이어 중국이 최근 해군력 강화 방침을 골자로 한 국방백서를 발표하면서 태평양 지역에서의 잠수함 전력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유 함정의 60%를 아·태 지역에 배치한다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일본의 전후 체제 탈피 시도에 맞선 중국의 대응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미 태평양통합사령부(PACOM)가 지난 21일 미 태평양함대 보유 최신예 핵잠수함인 미시시피호(SSN 782)를 한국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사거리 1000㎞가 훨씬 넘는 토마호크미사일과 어뢰로 중무장한 미 해군의 주력인 버지니아급(7800t) 공격형 핵잠수함 미시시피호의 내부가 한국 언론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하와이 진주만히컴합동기지에서 위용을 드러낸 미시시피호는 2012년 6월 취역한 9번째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으로, 지난해 11월 태평양함대사령부에 배치됐다.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첫 작전 투입을 앞두고 시험 운행과 정비가 한창이었다. ●토마호크 미사일 12기 동시 발사 ‘수직발사대’ 설치 미시시피호 선상에서 한국 기자들을 맞은 21년 경력의 함장 마이클 러킷 중령은 잠수함 앞머리를 가리키며 “토마호크 미사일 12기를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대가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시시피호는 적의 잠수함과 함정을 탐지, 격퇴하고 특히 연안 근해에서 특수부대원의 상륙 및 철수 작전을 지원한다”고 임무를 설명했다. 이어 지휘통제실과 핵심 시설인 어뢰실, 특수부대원 수중 침투용 시설인 록아웃트렁크(Lock Out Trunk) 등으로 안내했다. 좁은 통로를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니 복도 양옆으로 승조원들의 숙소가 나왔다. 양쪽으로 3층 침대가 비좁게 놓여 있다. 6명이 한 방을 쓴다. 생각보다는 여유가 있는 복도를 지나 한쪽 끝에 위치한 록아웃트렁크를 둘러봤다. 성인 가슴팍 정도 높이에 위치해 있어 작전에 투입되는 특수부대원 9명이 동시에 원통형 출구를 통해 근해에서 잠수함 밖으로 나갔다 들어올 수 있는 설비다. 같은 층에는 승조원과 장교들을 위한 식당이 있다. 공간이 한정돼 있어 승조원들이 조를 짜 번갈아 가며 식사를 한다. 벽면에 걸린 삼성TV가 눈에 띄었다. 산소와 물, 전기는 모두 자체 생산해 쓰고 있다. 문제는 식량이다.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은 7~10일밖에 버티지 못해 이후부터는 통조림과 건조식품을 주로 먹지만 “맛은 괜찮다”며 웃었다. ●자동항법장치·터치스크린… 모든 장치 디지털화 한 층을 더 내려가니 잠수함의 중심부인 지휘통제실이 나왔다. 정면에 조타수와 부조타수가 앉아 잠수함을 조종할 수 있는 대형 모니터들이 있고 왼쪽에 수중음파탐지기(소나), 오른쪽에 토마호크와 어뢰 등 무기 발사 시스템이 자리했다. 소나는 5개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고 한다. 잠수함은 모든 장치가 디지털화돼 있었고, 터치스크린과 조이스틱으로 조종하도록 돼 있었다. 러킷 함장은 “기존의 잠수함들은 잠망경 때문에 지휘통제실이 지하 1층에 있었는데 버지니아급은 잠망경 대신 디지털카메라가 장착된 무잠망경 시스템으로 설계됐다”며 “덕분에 통제실이 지하 2층으로 내려와 공간에 훨씬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러킷 함장은 잠수함의 특성상 최정예 병사들을 선발한다고 했다. “해군 수병들 중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선발된 병사들은 6개월에서 1년의 훈련 과정을 마친 뒤 승선하며, 작전에 투입되기 전에 1년 이상 실무 훈련을 또 받는다”면서 “지휘통제실에는 최소 6년 이상 된 부사관들이 근무하며 조타수와 부조타수는 8~12년 경력의 베테랑”이라고 밝혔다. 데니스 밀솜 부함장(소령)은 상위 10%가 선발된다고 덧붙였다. 러킷 함장은 미시시피호가 5번째 잠수함이며 최장 56일간 잠수 작전을 폈던 기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작전은 90일까지 진행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잠수함 승조원은 강인한 체력 못지않게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장 90일 잠행작전… 승조원 체력·정신력 필수 지하 3층에는 외부에 잘 공개하지 않는 핵심 시설인 어뢰실이 위치한다. 24문의 어뢰를 이동시키기 쉽게 레일이 설치돼 있었다. 방문 당시 2문의 어뢰가 장전돼 있었다. 오렌지색은 연습용이고 초록색은 실제 어뢰였다. 좌우에 2문씩 어뢰발사장치 4문이 보였다. 러킷 함장은 어뢰의 파괴력을 묻는 질문에 “어뢰 한 발에 배 한 척이죠”라고 답했다. 여기에 적의 소나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기능까지 갖췄다. 북한의 잠수함 능력을 묻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는 “어뢰실은 필요에 따라 레일을 걷어 내고 장비를 더 싣거나 특수부대원들이 머무는 공간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번 작전에 나가면 한 달에서 길게는 석 달간 바다에 머무는데, 체력 관리가 궁금했다. 승조원들은 “조금이라도 공간이 나면 (접이식) 자전거를 놓고 수시로 운동한다”고 밝혔다. 물론 잠수함 내에서 술·담배는 금물이다. 미 해군은 현재 총 73척의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오하이오급(1만 8000t급) 전략핵잠수함(SSBN, SSGN) 18척,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11척, 시울프급 3척, 로스앤젤레스급 41척 등이다. 이 가운데 태평양 지역에 전략핵잠수함 8척과 공격형 핵잠수함 55척 가운데 27척이 배치돼 있다. ●美 태평양통합사령부(PACOM)는 하와이 진주만에 위치한 미 태평양통합사령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7년 1월 1일 태평양 지역의 평화 유지와 안보 강화를 위해 설립된 가장 오래된 미국 통합군사령부 가운데 하나다.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사령부를 통합해 지휘하고 있다. 지난 27일 태평양통합사령관에 취임한 신임 해리 해리스 해군 대장은 상원 청문회와 취임식을 빌려 북한의 위협을 매우 중시한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전 지구 면적의 52%를 관할한다. 관할 지역 안에 36개국과 16개의 시간대가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미국이 상호군사조약을 체결한 7개국 중 5개국이 위치해 있을 정도로 군사·안보 전략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진주만(미 하와이주)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 무기 경쟁 멈추자던 약속… 결국 불발탄인가

    무기 경쟁 멈추자던 약속… 결국 불발탄인가

    데드핸드/데이비드 E 호프먼 지음/유강은 옮김/미지북스/804쪽/3만 3000원냉전 체제 이후 수십 년 동안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 개발 경쟁이 가속화됐다. 긴장이 정점에 달했던 1980년대 초 냉전의 주체인 미국과 소련 양쪽은 미사일 격납고와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에 발사 태세를 갖춘 수천 개의 핵무기를 겨누고서 서로를 공포의 균형 속에 잡아 두고 있었다. 양쪽이 보유한 핵탄두 1만 8400개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 100만개의 폭발력과 맞먹었다. 경보 발령과 보복 발사에 필요한 몇 분을 더 확보하기 위해 두 나라는 사활을 걸고 망원경, 레이더, 안테나 시설을 확충했고 첩보위성을 수시로 쏘아 올려 적국의 미사일 기지를 감시했다. 그러나 조기경보 시스템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었다. 잘못된 정보였다는 것을 미처 발견하기도 전에 이미 보복 공격이 감행돼 수백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 1983년 8월 31일 대한항공 007편이 사할린섬 상공에서 소련의 수호이15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 이는 서로 간의 오해와 오판이 중첩된 가운데 벌어진 사건이었다. 양측은 특히 적국의 공격에 자국 지도부가 몰살하는 사태를 우려했다. 당하고도 보복 공격을 지시할 주체가 없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미국은 ‘정부지속’이라 불린 계획을 세웠다. 유사시 세 개의 예비 대통령팀을 운용하며 한 팀이 타격당하면 다른 팀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소련은 어떤 경우에도 보복 공격을 보증하는 시스템 ‘데드핸드’를 구상했다. 컴퓨터로 작동되는 완전 자동화 보복 시스템으로 소련 지도부가 몰살당한 뒤에도 살아남아 핵 공격을 실행할 수 있었다. ‘데드핸드’가 발사 명령을 내리면 지휘 로켓이 격납고에서 발사된 다음 소련 영토를 비행하면서 각지의 핵미사일에 명령을 보내고 작동 가능한 모든 미사일 격납고가 개방돼 수많은 미사일이 조준된 목표물을 향하게 된다. 미국의 언론인 데이비드 E 호프먼에게 2010년 퓰리처상을 안긴 책 ‘데드핸드’는 냉전이 저물어 갈 무렵 극한의 무기경쟁 속에서 인류 절멸의 공포와 정면으로 대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냉전의 폭주 기관차를 멈추기 위해 노력한 정치인, 군인, 외교관, 과학자, 학자 등이 등장하는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두 주인공이 있다. 옛 소련의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미국의 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이다. 고르바초프는 무력 사용을 혐오했으며 개방과 신사고를 옹호했다. 레이건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꾸준히 거론했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네 번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1985년 11월 제네바에서 두 정상은 처음으로 군비경쟁 중단과 축소를 다루기 시작한다. 제네바에서 핵탄두는 제거되지 않았지만 두 정상은 “핵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결코 핵전쟁을 벌여선 안 된다”는 데 합의했다. 레이캬비크 회담은 완전히 결렬됐지만 모든 문제들을 테이블에 올려놓음으로써 많은 부분에 대해 합의에 다다랐음을 예고했다. 세 번째 만남에서 두 정상은 실질적인 ‘중거리 핵전력조약’을 만들어 냈다. 미국은 퍼싱2 미사일 846기를, 소련은 파이오니어 미사링 1846기를 폐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지막 만남은 1988년 5월 소련에서 이뤄졌다. 어떤 조약에도 서명하지 않았지만 냉전은 끝이 났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한 뒤 거의 곧바로 냉전 당시의 무기경쟁 못지않은 위험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련이 무너졌다고 해서 그동안 보유했던 무기와 시설, 연구자 집단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문서보관소를 파헤치고 옛 시설들이 있던 황무지를 돌아다니며 그 자취를 파헤친다. 그리고 냉전의 위험한 유산은 결코 없어지지 않았다는 불길한 예감을 되살린다. 옛 소련 전역에는 창고마다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무방비 상태로 있었다. 또 다른 대량살상무기인 탄저균 , 페스트, 슈퍼세균의 연구 시설은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 그 뒤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 알 수 없다. 미생물학자와 핵폭탄 설계자들의 두뇌 유출도 큰 문제였다. 실제로 핵폭탄을 만들기는 어렵지만 실험실에서 병원균을 배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저자는 “대량살상도구는 어느 때보다 널리 흩어져 있고 확실하지 않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새로운 위험들에 직면해 있다. 무기 경쟁의 ‘데드핸드’는 아직 살아 있다”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中 “해상 충돌 대비”… 美·日견제 해군력 강화 천명

    中 “해상 충돌 대비”… 美·日견제 해군력 강화 천명

    중국군이 2015년 국방백서를 통해 “국가 주권과 안전, 해양권익 수호를 강화하고, 무장충돌과 돌발사건에 대한 준비태세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중국이 국방백서에서 해상 군사충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국방부는 26일 ‘중국군사전략’이란 제목의 국방백서에서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 “미국 측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과거 백서에서 일본을 거론한 적은 있지만 미국을 처음 명기했다. 남중국해 등 해양에서 중국은 미국·일본 및 동남아 각국과 충돌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군사력을 운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군은 안보 위협 요소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군 주둔 강화와 동맹 강화를 맨 먼저 꼽았다. 이어 일본의 전후 체제 탈피와 군사 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을 들었다. 한반도의 불안전성과 불명확성도 주요 위협 요소로 명기했다. 2년 전 백서에는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도발 위협만 명시했었다. 미국의 남중국해 개입에 적극 맞서고, 한반도 유사 시 대비도 강화할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최근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해 중국군은 백서를 통해 “미국 측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양위쥔(楊宇軍)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긴장 상황이 최근 갑자기 발생했다”면서 “유관국가(미국)가 중국의 해역에 대한 저공비행 비율을 증가시킨 것이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백서에는 육·해·공군의 전략을 방대하게 기술했으나 해군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전통적인 중육경해(重陸輕海·육군을 중시하고 해군을 경시함)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해군의 핵심 목표로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의 영토 주권 수호와 먼바다에서의 작전 능력 강화를 꼽았다. 중국군은 이와 관련, “‘현대적 해상군사 역량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주권과 해양권익, 전략적 통로와 해외에서의 이익안전을 수호하고 해양강국을 위한 전략적 버팀목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군은 “남이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나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적극적 방어전략’은 중국공산당 군사전략의 기본 원칙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방어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사할 뜻을 분명히 했다. 국지전 및 해상충돌과 같은 위기 상황에선 선제공격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국가가 우주기술을 무기화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주안전과 (중국의) 우주자산을 지키기 위한” 능력을 강화하고 해킹 공격에 대응하는 ‘인터넷 공간 능력’ 건설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핵전력 강화도 표명했다. 중국군은 “전략 미사일을 운용하는 제2포병에 대한 정예화·효율화를 실현할 것”이라면서 “핵무기와 재래식무기를 겸비하는 능력을 개선하고 전략적 위협과 핵반격, (핵무기의) 정밀하고 정확한 중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군은 2년에 한 번씩 백서를 발간하는데 올해가 아홉 번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한·미, 사드 군불만 때지 말고 실상 제대로 알려라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이 그제 주한미군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어제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및 한미연합사령관과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각각 서울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거론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사드와 같은 새로운 전력 자산이 한반도에 필요하다는 게 미국 측 인사들의 논리다. 그러면서도 누구 하나 한국 측과의 협의 여부 등을 딱 부러지게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속된 말로 군불만 지필 뿐 솥 걸기를 미루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의 사드 정책은 더욱 모호하다. 한·미 양국 간에 협의도, 논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이른바 ‘3노(NO)’ 정책을 고수하면서 ‘전략적 모호성’만 극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사드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부인부터 하고 보는 행태는 도대체 소신이나 전략이 있는 것인지 의심케 한다. 미국은 줄기차게 공론화를 시도하고, 우리는 언급조차 회피하면서 한·미 동맹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오죽 답답했으면 여당인 새누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3노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겠는가. 한반도 사드 배치의 외교적 후폭풍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한반도 사드 배치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기도 하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 못지않게 한·중 밀월의 외교적 자산 가치 또한 크다는 점이 우리 정부가 사드 공론화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영원히 이 문제를 덮어 둘 수만은 없지 않은가. 언젠가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라면 이제는 사드 배치의 필요성 등에 대한 공론화에 나서야만 한다. 군불만 때다 가는 정작 밥 지을 때 불이 꺼지는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갖가지 루머가 돌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미국이 이미 사드 배치 규모 및 장소를 결정했다는 미확인 정보부터 수조원대의 도입 비용을 우리가 치르기로 했다는 소문까지, 오히려 혼란만 커지고 있다. 미군 관계자들이 방한하면 사드 배치와 관련된 행보라는 추측성 보도가 뒤따르곤 한다. 이래선 곤란하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실상을 알려 줘야 한다. 한반도 사드 배치의 필요성 여부, 배치할 경우 규모 및 장소, 도입 및 유지 비용 등 모든 것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려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을 낳지 말아야 한다. 무기 체계의 효용성은 군이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겠지만 사드 배치의 경우 외교적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해야 하는 사안이다. 여론 또한 무시해선 안 된다. 공론화를 통해 불필요한 것으로 결정되면 미국에 양해를 구하고, 점증하는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에 반드시 필요한 방어체계로 결정되면 중국을 설득하면 된다. 케리 장관의 언급은 오는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의제로 채택하기 위한 공론화 시도로 해석되고, 여권 일각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글로벌 인사이트] ‘美·日 신밀월’ 개헌 교두보 확보… 아베의 폭주 힘 붙었다

    [글로벌 인사이트] ‘美·日 신밀월’ 개헌 교두보 확보… 아베의 폭주 힘 붙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헌법 개정 논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자민당이 주도하는 일본 중의원 헌법심사회가 올해 정기국회에서의 헌법 개정을 논의하고자 지난 7일 첫 자유토론의 장을 마련, 개헌 분위기를 확산하고 있다. 헌법심사회는 개헌 항목과 내용을 압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인하는 등 미국 방문에서 개선장군처럼 돌아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헌을 위한 당초 계획을 초스피드로 밀어붙이기 시작한 셈이다.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있다. 현행 헌법에서 전쟁 및 무력 행사의 포기, 전력 보유 금지 등을 규정한 9조를 고쳐 군대를 보유하고, 무력 행사를 할 수 있는 군사적 보통국가로 거듭 태어나겠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전범국가, 패전국가의 굴레 등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 일본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경제대국 일본이 군사대국이 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현행 헌법에는 해석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한계점과 모순이 많다”는 자민당의 지난 3일 헌법기념일 성명도 이 같은 입장을 담고 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헌법 개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심사회에서 자민당은 현행 헌법이 패전 직후 연합국총사령부(GHQ) 주도로 만들어져 점령군에 의한 ‘강요된 헌법임’을 주장하면서 일본인에 손에 의해 새로운 헌법이 만들어질 때가 됐음을 주장했다. 현행 헌법은 1946년 11월 3일 공포돼 이듬해 5월 3일부터 시행됐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토론과 관련해 “자민당이 2017년 발의를 염두에 두고 개헌 논의를 가속화하려 하고 있다”고 평했다. 2017년은 일본 헌법이 시행된 지 70주년이 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2월 12일 중의원 본회의 시정방침 연설 때 “개헌을 위한 국민적 논의를 확대하자”며 개헌 물꼬를 텄다. 올 9월 재선이 확실시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를 마치고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선을 확보한다. 그 다음 중의원 조기 해산 및 선거 등을 통해 국회에서 개헌을 위한 3분의2 선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그의 개헌 시나리오다. 자민당은 “시대 변화에 맞게 헌법도 바꿔야 한다. 독일도 개정을 여러 번 하지 않았냐”라는 논리를 폈다. 자민당은 평화 헌법 개정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있다. “환경권 및 인권, 긴급사태 조항 등을 먼저 논의해 고친 뒤 그 뒤 평화 헌법 조항인 9조를 개정하겠다”는 ‘2단계 개헌’이라는 단계적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평화 헌법 개정에 대한 반발과 반대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경권 조항 개정 등 여론의 거부감이 적은 분야에서 개헌 공감대와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전략으로 접근하려 하고 있다. 그 뒤 헌법 9조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겠다는 전략이다. 후나다 하지메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이 7일 헌법심사회 토론에서 “긴급사태 조항, 환경권 등 세 가지를 우선 논의하자”고 각 당에 제의한 것도 그런 전략이 깔려 있다. 긴급사태 시 국회의원의 임기를 연장하고, 재정 건전화를 헌법상 의무 조항으로 신설하는 한편 환경권 및 인권에 대한 내용도 헌법에 규정하자고 공세를 폈다. 후나다 본부장은 “시대에 맞는 긍정적인 논의를 하고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이 국회의 책무”라며 개헌 당위성을 주장했다. 단계적인 접근법을 쓰는 것은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중의원과 참의원 전체 의원의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 내야 하고, 반대 여론을 잠재우면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국민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을 수 있다. 후루야 게이지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 대리가 지난 3일 도쿄에서 열린 한 집회에서 “모든 힘을 다해 여론을 계몽하고 헌법 개정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국민에게 확실히 심어 국민투표에 부쳤을 때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직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국민을 조심스럽게 설득해 나가면서 개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아베 정부는 지난해 7월 각료회의를 통해 집단 자위권에 대한 헌법 해석을 변경시켰고, 지난 4월 미국과 18년 만의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을 이뤄 내는 등 헌법 개정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헌법 해석과 시행 지침 등을 고쳐 평화헌법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한발 한발 나가고 있다. 헌법 해석의 변경으로 ‘전수방위’에서 벗어나 한반도 유사시는 물론 세계 각국의 분쟁에 군사적 개입의 근거를 마련했다. 그 전까지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을 헌법 9조에 따라 포기한다고 밝혀 왔다. 첫 관문인 국회를 넘어야 하는 아베 총리에게 구심점 없이 지리멸렬한 야권의 상황은 희망을 주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아베의 헌법 개정 구상은 순풍을 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을 향해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중국의 군사적 급부상은 일본의 보통국가화의 전략적 필요성과 명분을 주고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영토 갈등은 일본에서 군사적 보통국가를 향한 목소리를 높이며 개헌 반대 의견을 조금씩 무력화하는 분위기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해양 진출 확대 등 군사적 영향력 증대,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의 영토 분쟁 등은 일본의 교전권 부활과 군사활동 영역 확대 등 군사적 보통국가화의 중요한 명분이 되고 있다. 중국을 의식한 일본의 재무장과 교전권 확보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후원은 아베 총리의 행보에 절대적인 힘이 되고 있다.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의 위협’이란 것도 일본의 재무장 명분을 더하고 있다. 헌법 9조의 수정이 이뤄지면 일본 자위대는 군대로 바뀌고, 일본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군사대국의 길을 가게 된다. 일본의 군사적 행위를 묶어 놓았던 족쇄가 갈수록 느슨해지면서 동북아시아에서 중·일 간의 군비 경쟁과 군사적 대결 양상 및 긴장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軍 “한·미 전력으로 제압 가능” 전문가 “잠수함 탐지 바늘 찾기”

    軍 “한·미 전력으로 제압 가능” 전문가 “잠수함 탐지 바늘 찾기”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신형 신포급 잠수함(2000t급)을 2~3년 내에 전력화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국민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SLBM 전력을 과대평가할 필요 없고 한·미연합군의 전력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 지위에 한 발짝 다가섰고, 기동성과 은밀성을 갖춘 잠수함 전력의 특성상 전력 증강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북한은 SLBM 개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북한 신포급 잠수함은 2000t급 수준에 불과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려면 역설계의 대상인 러시아제 골프급 잠수함처럼 3000t급을 새롭게 건조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 3개를 장착하는 골프급 잠수함과 달리 수직발사관을 1개만 장착하는 방식으로 난관을 해결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잠수함과는 별개로 미사일 탄두가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면서 6000~7000도의 고열을 견디는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고, 탄두를 1t 이내로 소형화했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사거리 2400㎞ 이상의 SLBM을 완성하려면 4~5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향후 2~3년 내 신포급 잠수함을 실전 배치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이 핵탄두 대신 일반 고폭탄 탄두를 장착한 SLBM을 탑재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무엇보다 구형 잠수함이라도 이를 바다에서 탐지하기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군 당국은 한·미 군사위성과 고고도무인정찰기(글로벌 호크) 등의 연합 감시 자산으로 북한 잠수함 기지를 매일 감시한다고 강조했다. 군은 정찰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탐지거리 약 600㎞의 조기경보레이더인 ‘그린파인’을 추가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순항 미사일인 ‘현무3’, 정밀유도무기인 ‘슬램(SLAM) ER’ 등으로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타격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SLBM을 개발한다고 해서 우리의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무력화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해는 200m 이내의 수심에서 각각 다른 성질을 가진 해수들이 유입되면서 수괴(水塊)가 형성되기 때문에 우리 해군이 음파 탐지기로 북한 잠수함을 탐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그린파인 레이더를 1대 늘린다고 잠수함 탐지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면서 “대잠 초계기를 늘리고 이지스함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미사일을 도입하는 ‘수중 킬체인’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설] 핵 보유 집착하며 대화 단절 책임 떠넘기는 北

    북한이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신문은 어제 북한이 러시아 측에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방러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북이 핵무기에 의존해 세습체제를 지키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뜻이다. 북측이 잠수함발사탄도탄(SLBM)까지 발사 시험했다는 소식도 그런 징후다. 본지 보도로 설마했던 사태가 분명하게 가시화한 형국이다. 정부가 통일·외교·안보 전략을 원점에서 재점검할 때다. 러시아 측은 지난 9일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식에 앞서 김정은의 방러를 여러 차례 확인했었다. 그러나 막상 북측은 이 행사에 ‘허수아비’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보냈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설명처럼 북한이 ‘핵클럽’ 가입을 추인받으려다 퇴짜를 맞자 김정은의 러시아행을 취소했다고 볼 만한 배경이다. 김정은 체제가 핵무기에 기대 체제를 유지하려는 전략을 여하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는 북측이 핵개발 포기는커녕 SLBM 시험 등 핵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데서도 짐작된다. 핵미사일 발사 시 사전 탐지가 어려운 SLBM 개발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북한이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이란 미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우리의 대응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 핵개발을 계속하느냐, 중단하느냐를 미끼로 모종의 딜을 하려는 게 북한 핵 카드의 전부일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이제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채 이를 지렛대로 핵군축 협상을 하려는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로선 한층 힘겨운 국면을 맞았다고 봐야 한다. 어제 열린 안보 당정협의의 결과가 미흡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새누리당은 북의 SLBM 수상 사출 시험 성공에 대응해 우리의 미사일 방어 체계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당장엔 북 미사일을 사전에 무력화하는 킬 체인이나 사후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실효성을 보완하는 게 급선무이긴 하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의 조기 경보 역량과 잠수함 전력 강화도 필요하고, 고위급 당국 간 대화를 통한 대북 설득 노력도 포기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런 미봉책을 넘어 정부는 보다 큰 틀에서 전략적 대응을 고민하기 바란다.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특사로 간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남북 관계 진전을 바란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자 북한 김영남은 “진정성이 모이면 잘 될 것”이라고 건성으로 답했다고 한다. 북핵에 관한 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는 절박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 개발에 악용될 수 있는 퍼주기에 나서라는 게 아니라 적극적 관여·개입 정책을 펴란 뜻이다. 남남 갈등을 유발할 정치성 행사를 제외한 사회·문화 교류로 북한을 변화시키는 우회로도 찾을 때다. 무엇보다 보유 핵탄두를 줄이거나 핵 수출을 않는 조건으로 미국 등으로부터 얻을 게 많다고 보는 북한의 착각을 깨뜨릴 강력한 새 국제 공조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 SLBM’ 20년 허송세월한 軍...아직도 ‘킬 체인’ 타령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 SLBM’ 20년 허송세월한 軍...아직도 ‘킬 체인’ 타령

    대한민국이 창군 이래 최초로 여성 이름을 잠수함 함명으로 명명하면서 신형 잠수함 진수를 자축하고 있던 지난 주말, 북한은 김정은이 직접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쏘아 올리며 우리 당국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SLBM 수중 발사 시험 성공의 의미를 애써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발사된 SLBM이 더미(모의탄)이었으며, 사출 실험 정도가 겨우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발사된 미사일 사진이 포토샵을 이용해 합성한 사진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LBM 발사 테스트 성공 자체는 사실로 간주하면서 실전배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실제로 이 SLBM을 실전에 배치했을 때 한반도에 몰아칠 후폭풍이다. -軍, 지난 20년간 각종 징후에도 평가절하 북한 명칭 북극성, 한·미 군 당국 식별 기호 KN-11로 명명된 북한의 SLBM과 이를 발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의 존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관측되어 왔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1994년께 SLBM을 탑재해 운용하는 골프 II(Projetc 629A) 잠수함을 고철로 입수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이 이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여 신형 잠수함을 건조한 사실도 알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03년 9월에는 평양 인근 미림공항에서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되어 있는 무수단 미사일이 미국 정찰위성에 발견되었는데, 이 미사일의 형상은 북한이 1994년 입수한 골프 II급에 탑재되는 R-27(NATO Code SS-N-6)과 판박이였다. 북한이 SLBM을 베낀 신형 미사일을 개발했고, 이에 앞서 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상식적으로 이들 두 무기체계를 결합해 운용할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되었어야 했지만, 잠수함과 미사일이 북한에 넘어간 사실을 인지하고도 20년 넘게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북한이 입수한 잠수함은 15~20m 수심을 약 5노트 가량의 속도로 항해하면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 시스템을 갖춘 잠수함이었다. 즉, 동해나 남해, 서해 어느 곳이든 은밀히 이동해서 물속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군이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등이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북한 영토를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모든 방공 레이더와 미사일이 북쪽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동쪽이나 남쪽에서 핵미사일이 날아오른다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이 미사일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주권국가라면 예방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se) 차원에서 자국의 안보에 이처럼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잠수함과 SLBM 개발을 정밀 추적하면서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이 무기들의 개발을 저지하고, 그럴 수 없다면 파괴해야 한다. SLBM 탑재 잠수함은 완성된 이후에 물속에 들어가면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라면 이라크나 이란, 시리아에 했던 것처럼 테러나 공습으로 개발 시설을 파괴했겠지만, 지난 10여 년간 이러한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SLBM 탑재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마련도 추진되지 않았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조치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면서 국방부가 가장 내놓은 전략은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 Korea Air-Missile Defense)’였다. 북한의 미사일 위치는 모두 파악하고 있으며, 북한 미사일은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사 전 약 40분 동안 미사일 발사대를 세우고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동안 먼저 탐지해서 선제공격하겠다는 것이 킬 체인 구상이다. 그러나 지난 2013년 4월 미사일 위기에서 증명된 것처럼 북한의 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를 충전한 상태에서 기동이 가능하며, 지하 사일로에서 발사할 경우 사일로 덮개가 열리기 전까지 발사 징후 사전 탐지가 불가능하다. 즉, 애초부터 킬 체인은 전제 자체가 심각한 오류였지만,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 조원이 소요되는 킬 체인 구상을 밀어 붙였다. 패트리엇 PAC-3 미사일로만 구축되어 공군기지만 보호할 수 있는 KAMD는 사정거리와 요격 고도가 대단히 짧기 때문에 수 조원을 쏟아 부어도 한국형 미사일 방어(Korea Air-Missile Defense)가 아니라 한국형 공군기지 미사일 방어(Korea Air base Missile Defense)밖에 될 수 없다. 문제는 지상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막을 수도 없는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을 위해 15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해 놓느라 가장 심각한 위협인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마련에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SLBM과 이를 운용할 잠수함이 등장했고, 킬 체인과 KAMD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니, 이제라도 그 15조 원은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예산으로 돌려져야 한다. -어떤 대안이 있나? 국방부는 SLBM 탑재 신포급 잠수함이 2~3년 이내에 전력화될 것이며, 여기에 탑재되는 KN-11 SLBM은 4~5년 이내에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전력화 징후가 보였던 지난 20여 년간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몇 년간이라도 현실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카드는 선제적 대응과 수세적 대응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선제적 대응이란 북한의 잠수함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파괴하는 것이고, 수세적 대응이란 미사일이 발사된 이후 이를 요격하는 것을 말한다. 현존 기술 수준에서 이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원자력 잠수함과 항공모함, 이지스 구축함으로 구성된 기동함대뿐이다. 흔히들 한반도 주변 해역은 잠수함의 천국이라고 한다. 동해와 서해, 남해의 수중 환경의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그 제각각의 성격들은 공교롭게도 잠수함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수중에서는 전파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잠수함을 찾는데 음파를 이용한다. 문제는 바닷물의 매질(Medium)이다. 바닷물은 수심과 온도, 육지로부터의 거리, 일조량, 해류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 때문에 같은 해역이라고 해도 온도와 염도 등이 일정치 않다. 매질이 비슷한 물이 뭉쳐있는 가상의 물 덩어리를 수괴(水塊)라고 하는데, 군함이나 잠수함이 적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찾아내기 위해서는 적 잠수함과 같은 수괴 안에 위치해 있거나, 적 잠수함이 있는 수괴 가까이 탐지 장비를 투하해야 한다.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탐지해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은 잠수함이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SLBM 탑재 전략원자력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을 대량으로 운용했다. 평시에 적의 해군기지 앞에 은밀히 매복하고 있다가 적의 전략원잠이 출항하면 꽁무니에 따라 붙어 추적하는 것이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들의 임무였다. 이들 잠수함들은 적 전략원잠을 추적하다가 적 전략원잠이 미사일 발사 심도로 이동하거나 발사 조짐을 보이면 즉각 어뢰 공격으로 적 전략원잠을 격침시키는 임무도 맡았다. -원자력 잠수함· 항공모함 등 절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수중 잠항이 가능해야 하는데, 우리 군이 보유한 잠수함들은 이러한 능력을 보유한 잠수함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미국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 로버트 김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미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2020년 이후로 예정된 장보고-3급 신형 잠수함의 전력화 시기를 조금 더 앞당기고, 확정된 3척 이외에 추가 6척을 원자력 추진 방식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신형 공격원잠 바라쿠다(Barracuda)급의 건조 사례를 보면 성능에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3,000톤급 잠수함보다 그리 높지 않은 비용으로 원자력 잠수함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최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우라늄 농축을 가로 막고 있던 가장 큰 걸림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바라쿠다급과 유사한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삼는 원자력 잠수함 건조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해군의 원자력 잠수함 보유는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의 무력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동해와 서해 북한 영해에서 기습적인 순항 미사일 공격을 통해 적의 수뇌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전략적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 대해서도 강력한 전쟁 억지력이 될 수 있다. 원자력 잠수함과 더불어 잠수함을 탐지/공격할 수 있는 항공전력 확충도 필요하다. 전투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해군 실정에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북한 영해 인근의 공해상까지 전투함을 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수상 전투함은 수중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범위가 좁기 때문에 공해까지 나간 북한 잠수함을 잡기 위해서는 항공기가 필요하다. -'무용지물' 15조원 킬 체인·KAMD 구축 대신... 항공기는 수중에 있는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소노부이를 이용해 잠수함을 찾는데, 소노부이를 다수 운용할 수 있는 해상작전헬기나 고정익 해상초계기는 수상함보다 월등히 넓은 범위를 초계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기를 이용한 잠수함 탐색/격멸 작전에는 몇 가지 제한 사항이 있다. 우선 지상의 기지에서 발진해 북한 영해 인근 공해상까지 진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거리를 날아가야 하는데, 탐지 장비나 어뢰, 음파탐지기 등을 탑재할 수 있는 무게는 비행 거리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거리가 멀면 멀수록 작전에 제약을 받는다. 또한 북한 영공 인근까지 항공기가 접근하면 북한이 전투기를 보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딱 한 가지 있다. 바로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을 북상시켜 북한 인근 공해상에서 고정익 해상초계기를 띄우거나 다수의 해상작전헬기를 발진시키면 구축함이나 호위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은 면적을 감시할 수 있으며, 접근해오는 북한 전투기나 전투함들은 전투기를 띄워 대응할 수 있다. 원자력 잠수함과 항공모함 함재기에 의한 조기 탐지/파괴가 실패해 북한이 SLBM을 발사했다면 이지스 구축함이 SM-3 미사일로 요격하면 된다. 모든 탄도 미사일은 발사되어 최대 탄도고를 찍기 전까지인 상승 단계에서의 속도가 가장 느리기 때문에 탐지 직후 요격해 버리면 그만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원자력 잠수함 1척은 1~1.5조원, 항공모함과 여기에 실을 각종 항공기 구입에는 5~6조원, 이지스 구축함이 SM-3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척당 3,000억 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국방부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킬 체인과 KAMD 구축을 위해 책정하고 있는 15조 원의 비용이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7기동전단 전력과 합쳐 항공모함 전단 2개는 만들 수 있다. 핵탄두 탑재 SLBM과 이를 탑재한 잠수함은 과거 냉전 시절부터 미국과 소련 양국의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iton)를 구현하는 최상위 협상 카드였다. 불량국가인 북한이 이를 보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비대칭 전력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로 내몰리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지난 20여 년간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북한은 SLBM을 만들어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 이 SLBM에 핵탄두가 실려 실전에 배치되기까지 남은 몇 년의 시간마저 정쟁(政爭)과 각 군 밥그릇 싸움으로 허비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물속 ‘北핵미사일’을 지상서도 무능한 ‘킬 체인’으로 제압?

    물속 ‘北핵미사일’을 지상서도 무능한 ‘킬 체인’으로 제압?

    대한민국이 창군 이래 최초로 여성 이름을 잠수함 함명으로 명명하면서 신형 잠수함 진수를 자축하고 있던 지난 주말, 북한은 김정은이 직접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쏘아 올리며 우리 당국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SLBM 수중 발사 시험 성공의 의미를 애써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발사된 SLBM이 더미(모의탄)이었으며, 사출 실험 정도가 겨우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발사된 미사일 사진이 포토샵을 이용해 합성한 사진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LBM 발사 테스트 성공 자체는 사실로 간주하면서 실전배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실제로 이 SLBM을 실전에 배치했을 때 한반도에 몰아칠 후폭풍이다. -軍, 지난 20년간 각종 징후에도 평가절하 북한 명칭 북극성, 한·미 군 당국 식별 기호 KN-11로 명명된 북한의 SLBM과 이를 발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의 존재는 이미 오래 전부터 관측되어 왔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1994년께 SLBM을 탑재해 운용하는 골프 II(Projetc 629A) 잠수함을 고철로 입수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이 이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여 신형 잠수함을 건조한 사실도 알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03년 9월에는 평양 인근 미림공항에서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되어 있는 무수단 미사일이 미국 정찰위성에 발견되었는데, 이 미사일의 형상은 북한이 1994년 입수한 골프 II급에 탑재되는 R-27(NATO Code SS-N-6)과 판박이였다. 북한이 SLBM을 베낀 신형 미사일을 개발했고, 이에 앞서 이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을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상식적으로 이들 두 무기체계를 결합해 운용할 가능성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되었어야 했지만, 잠수함과 미사일이 북한에 넘어간 사실을 인지하고도 20년 넘게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북한이 입수한 잠수함은 15~20m 수심을 약 5노트 가량의 속도로 항해하면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 시스템을 갖춘 잠수함이었다. 즉, 동해나 남해, 서해 어느 곳이든 은밀히 이동해서 물속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군이 정찰위성과 무인정찰기 등이 1년 365일 24시간 내내 북한 영토를 들여다본다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모든 방공 레이더와 미사일이 북쪽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동쪽이나 남쪽에서 핵미사일이 날아오른다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이 미사일을 맞을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주권국가라면 예방적 자위권(Anticipatory self-defense) 차원에서 자국의 안보에 이처럼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잠수함과 SLBM 개발을 정밀 추적하면서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이 무기들의 개발을 저지하고, 그럴 수 없다면 파괴해야 한다. SLBM 탑재 잠수함은 완성된 이후에 물속에 들어가면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라면 이라크나 이란, 시리아에 했던 것처럼 테러나 공습으로 개발 시설을 파괴했겠지만, 지난 10여 년간 이러한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SLBM 탑재 잠수함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마련도 추진되지 않았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조치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면서 국방부가 가장 내놓은 전략은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 Korea Air-Missile Defense)’였다. 북한의 미사일 위치는 모두 파악하고 있으며, 북한 미사일은 액체연료와 산화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사 전 약 40분 동안 미사일 발사대를 세우고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동안 먼저 탐지해서 선제공격하겠다는 것이 킬 체인 구상이다. 그러나 지난 2013년 4월 미사일 위기에서 증명된 것처럼 북한의 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를 충전한 상태에서 기동이 가능하며, 지하 사일로에서 발사할 경우 사일로 덮개가 열리기 전까지 발사 징후 사전 탐지가 불가능하다. 즉, 애초부터 킬 체인은 전제 자체가 심각한 오류였지만,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 조원이 소요되는 킬 체인 구상을 밀어 붙였다. 패트리엇 PAC-3 미사일로만 구축되어 공군기지만 보호할 수 있는 KAMD는 사정거리와 요격 고도가 대단히 짧기 때문에 수 조원을 쏟아 부어도 한국형 미사일 방어(Korea Air-Missile Defense)가 아니라 한국형 공군기지 미사일 방어(Korea Air base Missile Defense)밖에 될 수 없다. 문제는 지상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막을 수도 없는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을 위해 15조 원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해 놓느라 가장 심각한 위협인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마련에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SLBM과 이를 운용할 잠수함이 등장했고, 킬 체인과 KAMD가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니, 이제라도 그 15조 원은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예산으로 돌려져야 한다. -어떤 대안이 있나? 국방부는 SLBM 탑재 신포급 잠수함이 2~3년 이내에 전력화될 것이며, 여기에 탑재되는 KN-11 SLBM은 4~5년 이내에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전력화 징후가 보였던 지난 20여 년간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몇 년간이라도 현실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카드는 선제적 대응과 수세적 대응 두 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선제적 대응이란 북한의 잠수함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파괴하는 것이고, 수세적 대응이란 미사일이 발사된 이후 이를 요격하는 것을 말한다. 현존 기술 수준에서 이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원자력 잠수함과 항공모함, 이지스 구축함으로 구성된 기동함대뿐이다. 흔히들 한반도 주변 해역은 잠수함의 천국이라고 한다. 동해와 서해, 남해의 수중 환경의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그 제각각의 성격들은 공교롭게도 잠수함이 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수중에서는 전파가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잠수함을 찾는데 음파를 이용한다. 문제는 바닷물의 매질(Medium)이다. 바닷물은 수심과 온도, 육지로부터의 거리, 일조량, 해류 등 다양한 변수의 영향 때문에 같은 해역이라고 해도 온도와 염도 등이 일정치 않다. 매질이 비슷한 물이 뭉쳐있는 가상의 물 덩어리를 수괴(水塊)라고 하는데, 군함이나 잠수함이 적 잠수함을 효과적으로 찾아내기 위해서는 적 잠수함과 같은 수괴 안에 위치해 있거나, 적 잠수함이 있는 수괴 가까이 탐지 장비를 투하해야 한다.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탐지해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은 잠수함이다.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은 상대의 SLBM 탑재 전략원자력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을 대량으로 운용했다. 평시에 적의 해군기지 앞에 은밀히 매복하고 있다가 적의 전략원잠이 출항하면 꽁무니에 따라 붙어 추적하는 것이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들의 임무였다. 이들 잠수함들은 적 전략원잠을 추적하다가 적 전략원잠이 미사일 발사 심도로 이동하거나 발사 조짐을 보이면 즉각 어뢰 공격으로 적 전략원잠을 격침시키는 임무도 맡았다. -원자력 잠수함· 항공모함 등 절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수중 잠항이 가능해야 하는데, 우리 군이 보유한 잠수함들은 이러한 능력을 보유한 잠수함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미국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 로버트 김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미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언제까지고 미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2020년 이후로 예정된 장보고-3급 신형 잠수함의 전력화 시기를 조금 더 앞당기고, 확정된 3척 이외에 추가 6척을 원자력 추진 방식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신형 공격원잠 바라쿠다(Barracuda)급의 건조 사례를 보면 성능에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현재 추진되고 있는 3,000톤급 잠수함보다 그리 높지 않은 비용으로 원자력 잠수함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최근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우라늄 농축을 가로 막고 있던 가장 큰 걸림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바라쿠다급과 유사한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삼는 원자력 잠수함 건조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해군의 원자력 잠수함 보유는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의 무력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동해와 서해 북한 영해에서 기습적인 순항 미사일 공격을 통해 적의 수뇌부를 타격할 수 있다는 전략적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 대해서도 강력한 전쟁 억지력이 될 수 있다. 원자력 잠수함과 더불어 잠수함을 탐지/공격할 수 있는 항공전력 확충도 필요하다. 전투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해군 실정에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북한 영해 인근의 공해상까지 전투함을 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수상 전투함은 수중에서 움직이는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범위가 좁기 때문에 공해까지 나간 북한 잠수함을 잡기 위해서는 항공기가 필요하다. -킬 체인·KAMD에15조원 항공기는 수중에 있는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소노부이를 이용해 잠수함을 찾는데, 소노부이를 다수 운용할 수 있는 해상작전헬기나 고정익 해상초계기는 수상함보다 월등히 넓은 범위를 초계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기를 이용한 잠수함 탐색/격멸 작전에는 몇 가지 제한 사항이 있다. 우선 지상의 기지에서 발진해 북한 영해 인근 공해상까지 진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거리를 날아가야 하는데, 탐지 장비나 어뢰, 음파탐지기 등을 탑재할 수 있는 무게는 비행 거리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거리가 멀면 멀수록 작전에 제약을 받는다. 또한 북한 영공 인근까지 항공기가 접근하면 북한이 전투기를 보내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딱 한 가지 있다. 바로 항공모함이다. 항공모함을 북상시켜 북한 인근 공해상에서 고정익 해상초계기를 띄우거나 다수의 해상작전헬기를 발진시키면 구축함이나 호위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은 면적을 감시할 수 있으며, 접근해오는 북한 전투기나 전투함들은 전투기를 띄워 대응할 수 있다. 원자력 잠수함과 항공모함 함재기에 의한 조기 탐지/파괴가 실패해 북한이 SLBM을 발사했다면 이지스 구축함이 SM-3 미사일로 요격하면 된다. 모든 탄도 미사일은 발사되어 최대 탄도고를 찍기 전까지인 상승 단계에서의 속도가 가장 느리기 때문에 탐지 직후 요격해 버리면 그만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원자력 잠수함 1척은 1~1.5조원, 항공모함과 여기에 실을 각종 항공기 구입에는 5~6조원, 이지스 구축함이 SM-3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도록 개량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척당 3,000억 원 안팎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국방부가 사실상 무용지물인 킬 체인과 KAMD 구축을 위해 책정하고 있는 15조 원의 비용이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7기동전단 전력과 합쳐 항공모함 전단 2개는 만들 수 있다. 핵탄두 탑재 SLBM과 이를 탑재한 잠수함은 과거 냉전 시절부터 미국과 소련 양국의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iton)를 구현하는 최상위 협상 카드였다. 불량국가인 북한이 이를 보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비대칭 전력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로 내몰리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지난 20여 년간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북한은 SLBM을 만들어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 이 SLBM에 핵탄두가 실려 실전에 배치되기까지 남은 몇 년의 시간마저 정쟁(政爭)과 각 군 밥그릇 싸움으로 허비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을 것이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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