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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 오른 유엔 총회...북핵·이란 핫이슈

    제74차 유엔총회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시작됐다. 특히 3년 연속 유엔총회의 기조연설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구상을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핵 해결의 메시지를 전하는 등 ‘북핵’ 문제가 이번 유엔총회의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시설 피격사건에 대한 ‘이란 배후설’도 이번 유엔총회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유엔 총회의 하이라이트인 일반토의는 오는 24~30일 진행된다. 일반토의는 각국 정상이나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이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기조연설을 통해 밝히는 자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브라질 대표에 이어 두 번째로 연설한다.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사우디 피격의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도 같은 날 기조연설에 나선다. 문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유무역 원칙을 어기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의 구체적 일정이나 의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과 관련된 구체적 사항이나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토의 마지막 날인 30일 기조연설 예정인 북한은 이번 유엔총회에 별도의 대표를 파견하지 않고 김성 유엔 대사가 기조연설에 나설 계획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사우디 vs 이란 지난 15년 동안 사이가 더 나빠진 이유는

    사우디 vs 이란 지난 15년 동안 사이가 더 나빠진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시설 두 곳을 예멘 반군이 드론으로 공격해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는데 예멘 반군의 배후 조종자로 이란이 지목되고 있다. 이란은 심지어 순항미사일도 사우디 쪽으로 발사했다고 미국은 의심하고 있다. 두 나라는 이라크를 중간에 두고 있어 국경을 마주하지 않지만 매우 가까운 이웃이다. 하지만 수천년을 이어 철천지 원수처럼 지내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로 믿음의 대립을 근본적으로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나라는 더욱더 첨예한 갈등과 충돌에로 이끌리고 있다고 영국 BBC는 16일(현지시간) 지적하며 그 배경을 분석해 눈길을 끈다.역사적으로 사우디는 왕조이며 이슬람의 성지로 자신을 무슬림 세계의 지도자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반기를 든 것이 1979년 혁명으로 샤 왕조를 무너뜨린 이란이다. 혁명 신학을 앞세워 이전에 중동 지역에 없던 새로운 정치체제를 실험하는 이란은 혁명을 국경 너머로 확산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한다. 그런데 최근 15년 동안 이런 갈등을 더 첨예하게 부채질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소수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면서 다수 시아파 정부가 들어섰다. 이란의 입김이 강해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2011년 아랍의 봄이 지역 내 정세의 불안정성을 높였다. 두 나라 모두 영향력 확대에 골몰할 수 밖에 없었으며 특히 시리아, 바레인, 예멘을 둘러싸고 서로 의심하는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이란이 지중해로 뻗어나갈 회랑을 건설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나온다. 이란은 지역 정치에서 최근 여러 차례 승리를 맛봤다. 시리아에서 이란은 (러시아와 힘을 합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해 사우디가 뒷배를 봐주는 반군을 거의 격퇴해냈다. 사우디는 비교적 젊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통치자 지위를 굳히자 군사적 모험주의를 내세워 이란의 영향력을 제한하고자 해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후티 반군을 제압하려는 예멘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는데 4년 뒤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도박이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이란이 무기를 후티에 대주고 있으며 기술과 군사적 측면 모두에서 테헤란 정부가 뒷배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바논에서는 이란의 동맹인 시아파 무장집단 헤즈볼라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사우디는 사드 하리리 총리를 물러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그 뒤 하리리는 돌아와 사임을 없던 일로 했다. 해서 사우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를 끌어들였고,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집단이 시리아에서 발호해 국경 근처까지 이르자 이란을 견제하려는 사우디를 지원하는 야릇한 상황이 벌어졌다. 물론 2015년 이란 핵합의 때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탑재 능력을 둘러싸고 심각한 의견 대립을 겪긴 했다.중동 지역의 패권 구도는 기본적으로 수니냐 시아냐에 따라 구분된다. 걸프 지역의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이집트와 요르단까지가 친사우디 진영으로 분류된다. 친이란 캠프에는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 레바논 거점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가 있다. 물론 역설적이게도 이슬람 국가(IS) 격퇴가 다급한 미국 정부는 이라크 의 시아파 정부의 협조가 절실해 좋은 관계를 만들려 애쓰고 있다.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군사적으로 이 지역에서도 대치해 힘의 균형을 취했지만 이제 이란과 사우디는 다양한 형태의 대리전으로 영향력 확대에 부심하고 있다. 시리아가 대표적인 예이고, 예멘 역시 그렇다. 이란은 또 걸프 해역 운송로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근육질을 키우고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이곳은 사우디 원유가 수출되는 길목이다. 미국은 최근 들어 이란이 다른 나라 유조선들을 억류하는 일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고 있다.그렇다면 두 나라가 전면전으로 맞붙을 것인가? 아직까지는 대리전에 그치고 있다. 양쪽 모두 전면전을 공언하지 않지만 후티 반군이 사우디 수도나 경제적 타깃을 겨냥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방송은 전망했다.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인프라를 계속해서 파괴한다면 두 나라의 반목은 첨예해질 수 밖에 없다. 걸프에서의 해상 충돌뿐만 아니라 더 넓은 국경들에서의 긴장도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미국과 서구 열강들은 국제 교역과 원유 수송을 위해서도 걸프의 안정 확보가 긴요해 물길을 막는 이들이 생긴다면 미국 해군과 공군이 개입할 여지가 커질 수 있다고 방송은 결론 내렸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글로벌 In&Out]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의 충격/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의 충격/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파기는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이라는 역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을 경제에서 안보 문제로까지 확장시켰다. 비대칭적·상호보완적인 한일 관계는 냉전 종식과 더불어 대칭적·상호경쟁적 관계로 바뀌었다. 그만큼 한일 간 쟁점이 발생하면 이전처럼 타협하기 어려워졌다. 강경해진 양국 정부의 대응도 타협의 어려움에 박차를 가한다.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부터 보자. 재판부는 피해자의 청구권을 인정하기 위해 협정의 적용 범위를 당시 협상 당사자의 의도보다 훨씬 좁게 해석함으로써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제약을 돌파하려 했다. 이 해석은 한국에서는 지지를 받았지만 일본 정부는 반대했다. 한국 정부가 한일 기업의 협력을 얻어 향후 소송에 대응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판결과 협정을 양립시키는 방안을 일본에 제시하고 교섭했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일 협상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가 응하지 않았으므로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거듭된 일본 정부의 협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법적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고 거부한 것은 한국 정부가 먼저였다고 본다. 일본 정부는 7월 1일 안전보장상의 이유를 들어 3개 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8월 2일에는 수출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강제동원 판결에 따라 원고가 법원에 신청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의 현금화라고 하는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경제 보복’이라고 보고, 대통령이 앞장서서 대일 강경 자세를 천명했다. 한국 정부는 안보를 먼저 문제 삼은 쪽은 일본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판결과 무관한 조치라고 강조하면 할수록 보복임이 명백해지는 참으로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다. 또 문재인 정부의 대일 정책이 없다는 한국 내 비판을 잠재우고 일본이 공격했다는 구실을 줌으로써 강제동원 판결 문제의 해결을 오히려 늦췄다. 아베 신조 정권이 왜 그 시기에 애매한 이유를 내걸고 보복 조치를 단행했는지, 어떠한 전망에 근거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지소미아 파기다. 이 자체로 한일 안보에 중대한 피해는 없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생각과 달리 일본의 양보를 이끌어 낼 카드가 되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백색국가 제외 철회와 지소미아 유지를 맞교환하자지만 일본이 보복 조치를 거두려면 판결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어렵다.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일 안보협력에 중대한 균열을 초래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끌어들여 북미 관계 개선을 이루고 남북 관계 개선을 주도하려 한다. 핵·미사일과 납치를 내세워 대북 강공을 미국에 압박하는 아베 외교는 방해물이라는 인식이 있다. 일본은 비핵화보다 남북 관계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불안해 지지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한일은 이미 외교안보에서 괴리가 존재한 상태여서 지소미아 파기는 시간문제였는지 모른다. 한국 사회는 정부의 대일 강경 자세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만, 지소미아 파기에는 40%가 반대했다. 일본도 파기 발표에 놀랐다. 양국의 반응을 보면 여전히 한일 간에는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공통의 이익이 존재하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안보상의 공통 이익을 재확인하면서 갈등 요인을 제공한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처와 일본의 보복 조치 철회에 한일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한일 협력의 성과는 뚜렷하다. 양국 정부는 역사 마찰이 경제·안보 마찰로 번진 과정을 역전시켜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역사·경제 마찰을 해소하는 데 나서야 한다.
  • 美 “이란 원유 사면 제재”… 난처해진 유럽

    이란과 핵합의 중이던 英·佛·獨 압박 이란 “英선적 유조선, 수일내 억류 풀 것” 미국이 이란과 원유 거래를 하는 국가들에 예외 없이 제재를 가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서면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시걸 맨델커 미 재부무 테러·금융 차관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이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계획”이라면서 “이란산 원유 거래와 관련해서는 어떠한 예외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유조선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회사에 보내는 경고”라면서 민간회사와 정부 모두에 경고하는 한편 이란혁명수비대와의 거래 역시 제재 대상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4월 이란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 고사에 초점을 맞춘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번 경고로 핵합의를 유지하려는 유럽 서명국(영국·프랑스·독일)은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고자 이란과 협상 중이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데다 이란은 전날 유럽이 핵합의를 먼저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핵합의 이행범위를 축소하는 3단계 조처로 고성능 원심분리기 가동까지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세예드 아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국영방송에서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억류했다 지난달 18일 방면한 이란 유조선 아드리안 다르야 1호가 “목적지에 도착했으며 싣고 있던 석유는 팔렸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에 팔렸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7월 19일 호르무즈 해협에 억류한 영국 선적의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의 억류를 풀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날 이스라엘이 ‘비밀 핵프로그램 창고’라고 지목한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시설의 토양 시료에서 우라늄의 흔적을 확인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익명의 외교관 2명은 검출된 우라늄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고농축 상태는 아니라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美는 무조건 일본편… 남북 합심해 과거사·독도 문제 대응해야”

    “美는 무조건 일본편… 남북 합심해 과거사·독도 문제 대응해야”

    “남북한이 한목소리로 일본의 위안부·징용 등 과거사 문제와 독도 문제 등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 그러면 일본이 지금과 같은 경제 도발을 생각지도 못할 것이고, 국제사회에서 남북의 위상이 커지고 대의명분도 설 것이다.” 미국의 국제정치학자이자 최고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박한식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2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박 교수는 북한의 완전한 체제 안전보장 없이는 북미 대화가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면 김정은 정권의 완전한 체제 안전보장, 즉 상호불가침조약뿐 아니라 북미 평화협정, 나아가 주한미군 주둔의 목적 변경 등까지 이뤄져야 한다”면서 “지금 미국의 경제 압박으로는 절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교수는 또 미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의 압박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일보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솔직히 나는 일본 전문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지소미아 종료는 잘못 끼운 단추를 제대로 채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가로 국방 주권이 없는 나라다. 우리가 그런 나라와 군사정보를 나눠야 할 이유가 없다. 박근혜 전 정권에서 근시안적으로 지소미아를 체결한 것이 문제였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를 이례적으로 압박하고 있는데. “일본은 원자폭탄 한 방으로 망한 나라다. 그래서 북한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고 엄청난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본은 지소미아 등 안보 부문에서 미국을 움직여 한국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반발은 자신의 ‘동북아 전략 차질’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일본의 강력한 물밑 로비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미국이 한국보다 일본 편을 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가. “당연하다. 미국은 무조건 일본 편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일본의 재무장에 긍정적이다. 오로지 ‘돈’밖에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재무장하면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일본을 상대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챙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지소미아는 필수다. 이래저래 미국은 한국 정부의 편을 들기 어려운 구조다.” -한일 갈등에 해법이 있다면. “사실 그 부분에 아이디어가 많지 않다. 하지만 남과 북이 일본 위안부와 강제노역, 독도 문제 등에 공동 대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만약 서울과 평양이 손잡고 일본의 과거사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일본도 꼼짝하지 못할 것이고,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 커지고 대의명분도 설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 설득한다면 북한도 분명히 역사·민족 문제에서는 의견을 같이할 것이다.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북한 이야기를 해 보자. 북한이 계속 미사일 시험을 하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 북한은 지난 6월 30일 북미 정상 간 판문점 깜짝 회동 이후 미국의 태도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북한의 국익을 위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자신들의 미사일 능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시험으로 200~300㎞ 내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 줬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아프리카 등 다른 국가에 수출하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도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는 크게 규제를 안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의도는 미국에 대한 경고이자 수출을 염두에 두고 국제사회에 자신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으로 해석된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계가 좋은데 북한이 통미봉남 기조인 이유는. “북한은 미국을 움직이면 한국도 따라온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보다 미국과 협상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한국과 먼저 협상하면 다시 미국이 딴죽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북한이 통미봉남을 넘어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8년 9월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아무 원고 없이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과 함께 백두산을 다녀왔다. 북한에서 이런 파격적 대우를 받은 국가 원수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민족공동체를 강조했다. 그래서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구나’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보면 문 대통령의 통일 정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통일 의지에 실망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렇다면 꼬인 남북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통일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나 미국은 독일식 통일을 꿈꾸는 것 같다. 서울과 평양이 교류하다 보면 북한 독재정권이 붕괴하고 자연스럽게 남북통일이 이뤄진다는 것이 역대 한국 정부가 가진 시각이다. 햇볕정책도 그것의 연장선이다. 이는 결국 북한을 지원해서 망하게 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서독 관계와 남북 상황은 판이하다. 교류나 상호 이해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한반도에서 일방이 일방을 흡수하는 관계는 절대 불가능하다. 이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독일식 통일 가능성은 전혀 없고 체제 전복도 불가능하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의 ‘정통성’이 흔들려야 붕괴 가능성이 생긴다. 북한 같은 체제의 국가가 경제난으로 망한 곳은 없다.” -어떤 식의 남북통일을 추구해야 하는가.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6·15 남북 공동성명을 보면 된다. 남북은 서로 체제를 인정하고 발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이나 미국은 ‘북한을 도와 망하게 하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 미국도 북한을 압박해서 항복하게 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경제 압박을 한다고 두 손을 들 북한이 아니다.” -북한이 개방된다면 체제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 “가능성은 있지만 크지 않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북한을 다녀온 언론인 대부분이 북한에 스마트폰이 유행하고 있다는 등 자본주의 물결이 곳곳에 침투해 조만간 김정은 체제가 붕괴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조만간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언론인들에 대한 방북 절차가 아주 복잡하고 까다로워질 것이다. 심지어 북한 강경파들은 국제 언론인들의 출입을 막자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남북, 북미 관계를 전망한다면. “사실 남북, 북미 관계 전망은 무의미할 수 있다.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은 주권국가로서 자주국방을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분명하다.” -만약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북미 관계는 악화될 것 아닌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뜬구름 잡는 듯한 ‘장밋빛 경제 청사진’으로는 어림없다. 북한은 지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완화는 물론이고 상호불가침조약과 북미 평화협정,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 변경 등을 요구할 것이고 이것이 모두 수용되지 않는다면 절대 핵을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북한은 핵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체제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이 만들어져야 핵을 포기할 것이다.” 글 사진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박한식 명예교수는 누구 카터·김일성 만남 중재한 북한통 1971년부터 국제관계학 가르쳐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아메리칸대에서 석사, 미네소타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71년부터 조지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쳤다. 조지아 주지사였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중국 덩샤오핑을 만났고, 그의 도움 등으로 북한을 50여 차례나 방문했다. 이후 카터 전 대통령과 북한 김일성 주석의 만남을 중재했고, 미 여기자 2명이 억류됐을 때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주선해 석방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올해 팔순인 박 교수는 지금도 BBC와 CNN, 알자지라방송 등에서 찾는 미국 내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이자 국제정치학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박성민의 게임체인저] 무역전쟁 시대… 기업은 누구 눈치를 봐야 하는가

    2017년 한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 이후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중국 매장 112곳 중 87곳의 영업이 중단됐다. 사실 사드의 한국 설치는 한국 정부 의지보다 핵과 미사일 실험을 지속하는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물론 미국의 의도에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려는 숨은 목적이 있었을 수도 있다. 사드 배치에 중국은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까지 살펴볼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한국 기업들에 보복했다. 사드를 배치한 2017년 3월부터 이듬해 말까지 롯데를 포함한 한국 기업의 피해 규모는 8조 5000억원 정도로 집계됐다. 한국 정부의 미비한 대응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한국과 중국 정부 눈치를 보는 동안 한류와 한국 상품 등에 대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확대됐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기업들이 지게 됐다. 지난 28일 일본은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범위를 전면적으로 확대했다. 한국은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에 대해 전략물자 수출 시 관련 절차 간소화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파기했다. 한국은 사드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보이콧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이어 한일 과거사 갈등에 따른 일본의 전방위적 경제보복 위협에 놓이게 됐다. 이 중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고 미국이 기업을 압박함에도 한국 정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부분’이란 애매모호한 입장만 되풀이하며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일 갈등 국면에서 이전의 소극적 태도 대신 강경 대응을 택했지만 일본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중국 사드 보복 때와는 다르게 강경하면서도 허술하다. 한일 경제협력이 악화되면 일본도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면서 일본의 실제 경제보복 가능성을 낮게 평가, 대응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는 사드 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 몫이 되고 있다. 그런데 개별 기업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드 보복 당시 롯데는 중국 내 매장에 사과문을 걸고 상황이 타개될 때까지 이른바 ‘버티기 전략’으로 대응해 봤지만 결국 중국 사업 철수를 결정해야 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중지 결정을 내린 뒤 중국 외 시장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드 보복 당시 민간 교류 측면에서 활로를 찾은 기업도 있었다. 중국 선양시정부는 롯데월드 시공 재개를 허가했고, 바이오업체인 한국의 셀트리온과 중국의 테슬리는 중국 내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 합작법인을 세우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민간 차원 교류가 정부 눈치를 보면서도 물밑으로나마 진행됐던 사례다. 현재 한일 갈등 와중에 반일 감정이 강해지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일본 여행 안 가기뿐 아니라 지자체 교류까지 중단되며 민간 교류도 단절되고 있다. 이 사태에 일본 측 과실이 크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일 감정이 심화되는 이 상황에서 어느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 협력하고 민간 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지금 일본에 국가 간 갈등과 관계없이 한국과의 협력을 원하는 기업들이 있고, 이런 기업들과의 민간 교류는 정부 눈치를 볼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배화여대 교수
  •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 개최…‘백색국가 한국 제외’ 후 첫 만남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 개최…‘백색국가 한국 제외’ 후 첫 만남

    한일 외교 당국 간 협의가 29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한 후 처음이다.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과 가나스기 겐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도렴동 청사에서 만날 예정이다. 김 국장은 일본이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한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즉각 철회하도록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가나스기 국장은 최근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한 방침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7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 방침을 철회할 경우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가나스기 국장은 오후 4시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일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하고 서울을 떠날 예정이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日정부 “한국 상대 않는 게 제일”…아베 “한·일정상회담? 관망하라”

    日정부 “한국 상대 않는 게 제일”…아베 “한·일정상회담? 관망하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23일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 주도의 일본 정부가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한층 더 거리를 두는 정책을 펼 것이라며 이렇게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아베 정권 고위 인사는 “대화의 의미가 있을까. 상대하지 않는 것이 제일이다”라며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또 일본 외무성 간부는 “한일관계는 당분간 움직일 수 없다. 냉각 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교도는 아베 정부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려 하지 않는 것은 ‘장기화하는 한·일 대립의 원인이 한국 측에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일본 내 여론이 아베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것도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했다. 아베 총리 관저의 소식통은 한국의 반발을 산 수출규제 강화 정책에 대해 ‘잘한다’는 일본 내 의견이 많이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일본 외무성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는 한 수렁 관계가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고 교도는 전했다. 교도는 또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미국이 우려 입장을 표명한 마당이어서 아베 총리가 종전보다 한층 더 문재인 정부와 거리를 둘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한일 정상회담은 보류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아베 총리가 유엔 총회 참석차 다음달 뉴욕을 방문할 때 현지에서 문 대통령과 대면하더라도 정식 양자 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교도는 올 10월 말~11월 초 태국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관련 정상회의, 11월 중순 칠레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도 두 정상 간 회담에 부정적인 시각이 일본 정부 내에서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2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맺었던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핵심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지난 2일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수출 우대 혜택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2차 경제보복을 단행한 데 따른 대응 전략으로 해석됐다.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인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게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나경원 “조국 반발 무섭나…지소미아 파기는 文대통령 꼼수”

    나경원 “조국 반발 무섭나…지소미아 파기는 文대통령 꼼수”

    “한·미동맹도 끝장…빨리 정권 교체해야”靑 “한·일 신뢰 훼손, 안보상 문제 발생”전날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반발이 꽤 무서운가 보다”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꼼수를 쓴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반일 선동의 인질로 잡힌 지소미아 사태가 끝내 문 대통령에 의해 끝장나버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취지로 맺었던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불만을 품고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핵심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데 이어 지난 2일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수출 우대 혜택국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2차 경제보복을 단행한 데 따른 대응 전략으로 해석됐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인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 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게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소미아의 파기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제기와 인사청문회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꼼수라고 비난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소미파 파기 선언(의 배경)은 다 짐작할 수 있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기일을 정한 것은 물론 국회 내 패스트트랙 폭거 시도까지 모두 궁지에 몰린 이 정부의 기획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소미아는 한·일관계와 미·일동맹을 연결하는 중대한 안보장치”라면서 “미국 정부는 강한 우려와 실망의 어조로 불만을 표시했다. 한·일관계도 모자라 이제 한·미동맹도 끝장내겠다는 문재인 정부로 보인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결국 지소미아를 파기하겠다는 것은 오로지 국익에는 관심이 없고 정권의 이익, 총선·대선 전략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지소미아 파기를 다시 철회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이제 답은 하나”라면서 “우리가 빨리 정권을 교체해서 다시 대한민국의 안보를 튼튼하게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일본, 백색국가 배제 등 수출규제 철회하라

    7월 대일본 수입액 급감, 日기업 손해日, 백색국가 韓 제외조치 보류해야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일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은 지난 7일 자국의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고, 20일 뒤인 2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최근 수출 규제 적용 대상인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두 차례 허용하기는 했지만, 한국 정부의 거듭된 대화 제의를 거부하는 등 전반적인 기조에는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1194개에 이르는 품목에 대해 3년 단위로 수출을 허가받는 포괄허가에서 건별로 받아야 하는 개별허가로 바뀌면 한일 간의 무역 규모는 급속도로 줄어들 것이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에 나선 지난 7월 대일본 수입액이 41억 5700만 달러(약 5조 8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3%(5149억원) 감소했다. 반면 대일본 수출액은 25억 3600만 달러(약 3조 508억원)로 0.2%(72억원) 줄어들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양국 무역에서 일본 기업이 더 큰 손해를 봤다. 일본의 적대적 자세와 달리 우리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왔다. 지소미아는 동북아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은 물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한미일이 공동으로 대처하는 데 필요한 장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이익만 놓고 보면 지소미아는 우리보다 일본이 더욱 필요하다. 북한이 동해 북동방 방향으로 중거리 이상 미사일을 쏠 경우 발사 시점 초반부의 미사일 속도와 비행궤적, 정점고도 등은 전적으로 우리의 정보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탈북자와 북중 인접 지역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한국의 휴민트(인적정보)를 통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반면 우리는 북한 미사일의 낙하와 착탄 정보 정도만 제공받았을 뿐이다. 올해 들어 국방부는 북한이 5월 9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부터 모두 일곱 차례 정보를 교환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을 단행한 뒤 우리 정부의 수차례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도 지소미아는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던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유지를 결정하는 등 한일 간 우호관계 복원을 위한 성의를 보인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를 철회하거나 최소한 보류하는 게 타당하다.
  • 靑, 지소미아 전격 종료… “한국 국익에 부합 않는다”

    靑, 지소미아 전격 종료… “한국 국익에 부합 않는다”

    文, NSC 보고받고 1시간 논의 후 재가 강경화 “한미 동맹과는 별개의 사안” 고노 日외무상 “완전히 오판” 강력 항의한국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 시한(8월 24일)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북한 핵·미사일 정보 등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유효기간은 1년이다. 기한 만료 90일 전 어느 쪽이라도 먼저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연장되지 않으며 올해 기한은 8월 24일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논의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NSC 안보관계 전체회의에서 결정을 보고받고, 1시간가량 토론 후 재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한미 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이것은 결국 한일 간 신뢰 문제 때문에 촉발된 상황에서 우리가 내린 결정이다. 일본에도 그렇게 설명을 할 것이고, 또 미국에도 (그렇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고 “정부 결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지소미아 종료와 관계없이 강력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안정적이고 완벽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담화를 내고 “한국 정부가 협정의 종료를 결정한 것은 지역의 안전보장 환경을 완전히 오판한 대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극히 유감이다”라고 강력 항의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靑, 지소미아 전격 종료…“한국 국익에 부합 않는다”

    靑, 지소미아 전격 종료…“한국 국익에 부합 않는다”

    한국 정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 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 간 신뢰 훼손으로 안보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6년 11월 체결된 지소미아는 북한 핵·미사일 정보 등 1급 비밀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유효기간은 1년이다. 기한 만료 90일 전 어느 쪽이라도 먼저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연장되지 않으며 올해 기한은 8월 24일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NSC 상임위 종료 후 상임위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 옆 소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상임위 결정을 보고했다”며 “이 자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함께해 사실상의 NSC 안보관계 전체회의가 열렸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상임위 결정을 보고받고 1시간가량 토론을 한 뒤 재가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한미 동맹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이것은 결국 한일 간 신뢰 문제 때문에 촉발된 상황에서 우리가 내린 결정이다. 일본에도 그렇게 설명을 할 것이고, 또 미국에도 (그렇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방위성 간부는 “믿을 수 없다. 한국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일본) 정부도 지금부터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표정 굳은 아베…日 “文정부, 한미일 안보협력 신뢰 깨뜨렸다”

    22일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자 일본 정부는 놀라움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일관되게 지소미아의 연장 필요성을 주장해 왔고 실제로 한국 정부가 연장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던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발표에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청와대 발표가 나온 직후인 오후 6시 30분쯤 급히 총리관저에 들어서면서 지소미아 중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니혼TV는 “총리관저에서는 한국 측 발표 1시간 전까지만 해도 한일 외교장관끼리 대화가 통하기 때문에 지소미아 연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 내 강경파가 온건파을 누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일본은 물론이고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에도 무게를 실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비쳐질 선택을 한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현재 한국의 정부·여당이 경험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들을 타개하기 위한 물타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일본 정부는 미일 공조가 잘될 경우 정보 공유에 있어 실질적인 타격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전직 방위성 고위간부는 니혼TV에 “북한의 미사일 등 대응과 관련해 한미일 공조는 못한다는 한국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일본의 중견 언론인은 “당분간 한일 관계의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의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아는데, 그것을 거부당한 것이기 때문에 한일은 물론이고 한미일도 당분간은 경색 국면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중국, 러시아에 맞선 북동 아시아 전체의 안보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속보 형식의 보도를 통해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징용판결 문제에 대한 보복이라고 이해해 그에 대한 대응 조치로서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며 “역사 문제에 의한 한일 대립의 영향이 통상 분야로부터 안보협력으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이어 “한미일 3국에 의한 대북 대응 연대에 균열이 생겼다”며 “협정 파기에 따라 한일 간 기밀정보의 공유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됐다”고 했다. AP통신은 지소미아 종료를 보도하면서 “한국의 이번 결정으로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간의 갈등이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미국의 노력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한국 정부의 결정이 미국에 낭패감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지소미아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아내려는 노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日 방위백서, 北 핵무기 소형화·탄두화 실현 첫 명기”

    한국 안보협력 순위 네 번째로 낮춰 일본 정부가 다음달 확정할 올해 ‘방위백서’ 초안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 ‘소형화·탄두화를 이미 실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표현이 처음으로 명기됐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1일 보도했다. 지난해 방위백서에서는 ‘핵무기 소형화·탄두화의 실현에 다다랐을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다’고 기술했던 것에 비해 좀 더 확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요미우리는 “북한의 기술 진전이 예상됨에 따라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나아간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며 “핵무기 소형화에 의해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하게 되는 데 대한 위기감을 정부가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군사 동향에 대해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이라는 인식은 지난해와 똑같이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또 자위대 초계기의 위협비행을 둘러싼 한일 레이더 갈등 등을 거론하며 “한국 측에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미국을 제외한 각국·지역과의 안보협력 순위와 관련해 한국을 호주, 인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이어 네 번째에 위치시켰다. 호주에 이어 두 번째였던 지난해에 비해 한국의 우선순위를 낮춘 것이다. 한편 북한산 석탄의 부정 수출에 관련돼 지난해 8월 한국으로부터 입항 금지 조치를 받은 화물선 4척 중 3척이 이후 1년간 일본에 최소 8회 기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선박 모니터링 국제조직 ‘도쿄MOU’ 데이터베이스를 인용해 “북한산 석탄 수출을 금지하는 유엔 제재 조치를 위반한 선박들이 일본을 방문했고 그 전후 러시아나 중국 등의 항구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북한이 제재를 회피하는 우회 수출 통로로 일본 항구를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글로벌 In&Out] 서로 엇갈리는 북한 경제 통계의 수수께끼/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서로 엇갈리는 북한 경제 통계의 수수께끼/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북한은 특성상 국제사회로부터 특별히 주목받는 국가다. 특히 북한의 식량난은 인도적 지원단체와 세계 기아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또한 북핵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대북 경제 제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지 간에 북한의 거시경제와 특히 실제 가계경제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북한은 지난 25년 동안 만성적 식량난에 시달려 왔고, 국제기구들에 매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식량과 관련해 공식적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작물 생산, 곡물 총생산과 더불어 최종 식량 지급량 등 중요 수치 등이다. 북측의 의도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이런 수치엔 허점이 적지 않다. 특히 북한 가계들이 자체적으로 생산한 ‘가내 부업’ 작물은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북한의 전체 식량 생산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세계식량기구는 작년 북한의 식량 지급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보는 반면 한국은행은 자체적으로 추산한 북한 총생산 수치에서 농림어업이 2% 이하만 줄어들었다고 본다. 물론 임업과 어업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거나 오히려 증가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어업은 유엔안보리 제재에 따라 전면 수출 금지 업종인 만큼 2018년에 그 규모가 커졌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행은 북한 농업생산이 적게 감소됐다거나 침체됐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식량기구의 판단과 엇갈리는 부분이다. 이뿐 아니다. 북한 무역 수치를 공개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지난 20년 동안 코트라(KOTRA)와 다른 기관들은 꾸준히 북한 무역 상대국의 무역 통계를 수집해 ‘거울통계’를 만들기 위해 애써 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우리는 어느 정도 북한의 수출입 현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가 있다. 아마 지금도 수입통계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게다가 대북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엔케이는 북한 화폐의 달러 환율, 또 중국 인민폐와의 환율을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추적했다. 북한 돈과 환전시장을 알아보는 데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문제는 거울통계와 이 환율 수치가 엇갈린다는 것이다. 코트라가 발표한 2018년 북한 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수출량은 유엔안보리 대북 무역 제재가 실행된 이후 대폭 급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8년에 북한의 수출량은 86% 이상 감소했으며 수입은 31% 정도 줄어들었다.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심화되는 가운데 외화 위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입(輸入)을 청산할 때 외화를 써야 하고 수출량이 줄어들면 나라 외화 수입이 감소하게 된다. 이러면 당연히 보유 외화량이 적어 북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데일리 엔케이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이후 북한 원화가 중국의 인민폐에 비하면 종종 강세를 나타낸다고 한다. 수출이 그 정도 크게 줄었다는데 강세를 보인다는 게 믿기 어렵다. 만약에 교역량과 환율이 사실이라면 북한 화폐의 강세를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에 변동폭이 심해졌지만 환율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로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그러면 북한 경제는 과연 어떻게 되는가? 북한의 식량난도 심화하는데 식량 상황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또 무역에서 현재 포착된 지표들만을 분석하면 북한 경제가 침체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지만, 이 외에는 허상과 진상을 상상력으로 추측해야 할 것이다. 빠져 있는 것은 무엇일까? 포착되지 않은 외화 수입(收入)의 원천이 있거나 원조가 있지 않다면 갑작스러운 외화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 실체를 숨기는 만큼 북한 경제의 수수께끼를 풀기란 쉽지 않다.
  • 아베 “일본 기업 많은 취업박람회 재검토하면 한국 학생 곤란”

    아베 “일본 기업 많은 취업박람회 재검토하면 한국 학생 곤란”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는 해외 취업 박람회의 개최 여부를 재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 학생들이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가와무라 다케오 전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은 지난 17일 보도된 일본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4일 고향인 야마구치현의 공항에서 아베 총리와 만났다”면서 “한국 정부가 많은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해외 취업 박람회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대화에서 아베 총리는 “그런 일을 한다면 한국 학생들이 곤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가와무라 전 간사장은 전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다음 달 24일과 26일 이틀 간 서울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글로벌 일자리대전’의 형식과 내용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이 해외 취업박람회는 일본 기업의 참여가 높은 편이다. 지난 5월에 열린 상반기 글로벌 일자리대전에 15개국 184개사가 참여했는데, 이 중 115개사(62.5%)가 일본 기업이었다. 글로벌 일자리대전은 고용부와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개최하고 있다. 고용부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의식해 하반기 글로벌 일자리대전의 개최 취소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가 과잉 대응으로 청년 일자리까지 빼앗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와무라 전 간사장은 또 인터뷰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의 GSOMIA에 대한 대응이 한국이 진정 일본과 대화를 할 의사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금석”이라며 “(협정을) 계속하지 않으면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GSOMIA의 유효 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오는 24일) 한국과 일본 어느 쪽이라도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종료된다. GSOMIA는 박근혜 정부가 한일 간 군사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2016년 11월 서명해 발효됐다. 양국은 이 협정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와 북한 잠수함 기지 등의 위성사진, 고위급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정보 등 2급 이하 군사기밀을 공유해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황교안 “우리도 쏴야 하는 것 아니냐…대통령 직무유기”

    황교안 “우리도 쏴야 하는 것 아니냐…대통령 직무유기”

    “北 도발하면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9·19 남북 군사합의 폐기 선언해야”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하루 만에 북한이 발사체를 추가로 쏘아 올린 것과 관련해 “저쪽이 쏘면 이곳에서도 쏴야 할 것 아닌가. 도발하면 이쪽에서도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긴급국가안보대책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내팽개친 이 정권에 국민의 분노를 전하고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 대표는 “이래도 대한민국의 안위가 지켜진다고 자신하나. 황당한 상황 인식”이라며 “지금 청와대는 김정은 눈치를 보느라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며 억지 침묵을 만들어놓고 상황이 달라졌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이 정부 들어 태어나서 듣지 못한 비난과 조롱을 듣고 있다. 우리 국민이 왜 이런 조롱을 들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경고한다. 대통령의 침묵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대한민국 안보의 최종책임자 위치를 스스로 포기하는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임계점에 다가왔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해 확고한 입장과 함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직접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잘못된 대북 정책, 안보 정책에 대해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해야 한다”며 “한미동맹 붕괴와 한미일 공조 파괴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책임지고 복구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 정권은 즉각 무모한 도발을 중단하고 진정성을 갖고 북핵 폐기 협상에 나서기를 촉구한다”며 “핵과 미사일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고립과 빈곤밖에 없다. 정권의 수명은 단축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황 대표는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당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와 일본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일 관계 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축사에서 “대한민국은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에 있는 어떤 나라 할 것 없이 사방에서 흔들어 대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허약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짐한다’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관련해 “경제와 안보를 이렇게 무너뜨려 놓고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제도 대통령은 평화경제를 주장했다. 내용 없는 언어의 수사 아닌가 걱정된다”며 “‘겁먹은 개’라는 조롱까지 당하면서도 왜 이렇게 굴종적인 모습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안규백 “우리에겐 고도별 방어체계 있다”

    안규백(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장이 16일 “우리는 고도별로 미사일 공격을 막는 요격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전북 완주군 이서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헬기 소음 해결을 위한 주민 간담회에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추정 발사체 동해상 발사와 관련“국회 국방위원장으로서 한 말씀 드리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연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계시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 군에는 저층과 중층, 고층으로 10㎞, 15㎞, 30㎞, 50㎞ 이상 여러 가지 고도에 대응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관계와 안보의 이유로 우리가 최첨단 무기가 있어도 이를 다 밝히기는 곤란한 상황”이라며 “이번 주중에 이러한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하겠지만, 주민들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크게 걱정하지는 않으셔도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 위원장은 “우리 군도 발표하지는 못하지만, 연습과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우리와 같은 미사일 대응 체계를 갖추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각에서는 핵무기나 핵잠수함 등의 (보유) 얘기를 하는데 그러려면 핵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조약을 탈퇴한다면 북한과 같이 외로운 섬에 고립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전문]문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일본, 대화의 길 나오면 기꺼이 손 잡을 것”

    [전문]문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일본, 대화의 길 나오면 기꺼이 손 잡을 것”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무역도발과 관련해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겠다”고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는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미가 협상 테이블 위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 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일본에 과거사 성찰을 요구하면서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이라며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다”며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된다”고 일본의 무역 도발을 비판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일본과 대화를 통해 양국 갈등을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며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북한과 아시아 이웃나라와의 경제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올해,  광복 74주년 기념식을 특별히 독립기념관에서 갖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떤 고난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던  독립 선열들의 강인한 정신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을 갈망하며  모든 것을 바쳤던 선열들의 뜨거운 정신은  이 순간에도 국민들의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독립 선열들과 유공자, 유가족께  깊은 경의를 표하며  광복의 그날, 벅찬 마음으로 건설하고자 했던 나라,  그리고 오늘, 우리가 그 뜻을 이어 만들고자 하는 나라를  국민들과 함께 그려보고자 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나라는 ‘함께 잘사는 나라’,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가지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나라는 완도 섬마을의 소녀가  울산에서 수소산업을 공부하여 남포에서 창업하고,  몽골과 시베리아로 친환경차를 수출하는 나라입니다.  회령에서 자란 소년이 부산에서 해양학교를 졸업하고  아세안과 인도양, 남미의 칠레까지  컨테이너를 실은 배의 항해사가 되는 나라입니다.  농업을 전공한 청년이 아무르강가에서  남과 북, 러시아의 농부들과 대규모 콩농사를 짓고  청년의 동생이 서산에서  형의 콩으로 소를 키우는 나라입니다.    두만강을 건너 대륙으로, 태평양을 넘어 아세안과 인도로,  우리의 삶과 상상력이 확장되는 나라입니다.  우리의 경제활동 영역이 한반도 남쪽을 벗어나  이웃 국가들과 협력하며 함께 번영하는 나라입니다.    “용광로에 불을 켜라 새나라의 심장에  철선을 뽑고 철근을 늘리고 철판을 펴자  시멘트와 철과 희망 위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나라 세워가자”    해방 직후,  한 시인은 광복을 맞은 새 나라의 꿈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나라’  외세의 침략과 지배에서 벗어난  신생독립국가가 가져야 할 당연한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74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세계 6대 제조강국, 세계 6대 수출강국의  당당한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열었고,  김구 선생이 소원했던 문화국가의 꿈도 이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가 분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  어떤 위기에도 의연하게 대처해온 국민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자유무역 질서를 기반으로  반도체, IT, 바이오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산업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나 자신의 강점을 앞세워 성공을 꿈꿀 수 있었습니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뒤처졌던 동아시아는  분업과 협업으로 다시 경제발전을 이뤘습니다.  세계는 ‘동아시아의 기적’이라고 불렀습니다.    침략과 분쟁의 시간이 없지 않았지만,  동아시아에는 이보다 훨씬 긴 교류와 교역의 역사가 있습니다.  청동기 문화부터 현대 문명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는 서로 전파하고 공유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졌고,  함께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광복은 우리에게만 기쁜 날이 아니었습니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태평양전쟁까지  60여 년간의 기나긴 전쟁이 끝난 날이며,  동아시아 광복의 날이었습니다.  일본 국민들 역시 군국주의의 억압에서 벗어나  침략전쟁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일본과 안보·경제협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일본과 함께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하고자 했고,  역사를 거울삼아 굳건히 손잡자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과거를 성찰하는 것은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는 것입니다.  일본이 이웃나라에게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길 우리는 바랍니다.    협력해야 함께 발전하고, 발전이 지속가능합니다.  세계는 고도의 분업체계를 통해 공동번영을 이뤄왔습니다.  일본 경제도 자유무역의 질서 속에서  분업을 이루며 발전해왔습니다.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어느 나라든 자국이 우위에 있는 부문을 무기화한다면  평화로운 자유무역 질서가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성장한 나라가  뒤따라 성장하는 나라의 사다리를 걷어차서는 안 됩니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입니다.  공정하게 교역하고 협력하는 동아시아를  함께 만들어갈 것입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내년에는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맞는 동아시아 릴레이 올림픽입니다.  동아시아가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입니다.    세계인들이 평창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보았듯이  도쿄 올림픽에서 우호와 협력의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동아시아의 미래 세대들이  협력을 통한 번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의 우리는 과거의 우리가 아닙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수많은 도전과 시련을 극복하며  더 강해지고 성숙해진 대한민국입니다.    저는 오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우리가 만들고 싶은 ‘새로운 한반도’를 위해  세 가지 목표를 제시합니다.    첫째, 책임 있는 경제강국으로  자유무역의 질서를 지키고  동아시아의 평등한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우리 국민이 기적처럼 이룬 경제발전의 성과와 저력은  나눠줄 수는 있어도 빼앗길 수는 없습니다.  경제에서 주권이 확고할 때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으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통합된 국민의 힘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고,  도전은 우리를 더 강하고 크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중동의 열사도, 태평양의 파도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경제를 성장시켰습니다.  경공업, 중화학공업, 정보통신 산업을 차례로 육성했고  세계적 IT 강국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5G 등 세계 기술표준을 선도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선진국을 추격해 왔지만,  이제 앞서서 도전하며 선도하는 경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우리 경제구조를 포용과 상생의 생태계로 변화시키겠습니다.  대중소 기업과 노사의 상생 협력으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겠습니다.  과학자와 기술자의 도전을 응원하고, 실패를 존중하며  누구도 흔들 수 없는 경제를 만들겠습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성찰하면서도  스스로 비하하지 않고 함께 격려해 나갈 때,  우리는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는 경제력에 걸맞는 책임감을 가지고  더 크게 협력하고 더 넓게 개방하여  이웃 나라와 함께 성장할 것입니다.    둘째,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 국가가 되고자 합니다.    지정학적으로 4대 강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초라하고 힘이 없으면,  한반도는 대륙에서도, 해양에서도 변방이었고,  때로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겪었던 지난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힘을 가지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나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의 질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정학적 위치를 우리의 강점으로 바꿔야 합니다.  더 이상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주도해 나간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져야 합니다.    일찍이 임시정부의 조소앙 선생은  사람과 사람,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 사이의 균등을 주창했습니다.  평화와 번영을 향한 우리의 기본정신입니다.    우리 국민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성숙하게 대응하는 것 역시,  우리 경제를 지켜내고자 의지를 모으면서도  두 나라 국민들 사이의 우호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는  수준 높은 국민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사람중심 상생번영의 평화공동체’는  우리부터 시작해 한반도 전체와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번영으로 확장하자는 것입니다.    신북방정책은 대륙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포부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협력의 기반을 넓히고  동북아시아 철도공동체로 다자협력, 다자안보의 초석을 놓을 것입니다.    신남방정책은 해양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포부입니다.  아세안 및 인도와의 관계를 주변 주요국들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공동번영의 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올해 11월에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가 부산에서 열립니다.  아세안 및 메콩 국가들과 획기적인 관계발전의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남과 북 사이 끊긴 철길과 도로를 잇는 일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한반도의 땅과 하늘, 바다에 사람과 물류가 오가는 혈맥을 잇고  남과 북이 대륙과 해양을 자유롭게 넘나들게 된다면,  한반도는 유라시아와 태평양, 아세안, 인도양을 잇는  번영의 터전이 될 것입니다.    아시아공동체는 어느 한 국가가 주도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평등한 국가들의 다양한 협력이 꽃피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셋째,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고자 합니다.    분단체제를 극복하여  겨레의 에너지를 미래 번영의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합니다.    평화경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위에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나가는 데서 시작합니다.    남과 북, 미국은 지난 1년 8개월, 대화국면을 지속했습니다.  최근 북한의 몇 차례 우려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큰 성과입니다.  북한의 도발 한 번에 한반도가 요동치던 그 이전의 상황과  분명하게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이 국내외에 적지 않지만  우리 국민들의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 6월 말의 판문점 회동 이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입니다.  남·북·미 모두 북미 간의 실무협상 조기개최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불만이 있다면 그 역시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입니다.  국민들께서도 대화의 마지막 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입니다.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고 평화경제가 시작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통일이 우리 앞의 현실이 될 것입니다.    IMF는 한국이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며,  2024년경 1인당 국민소득 4만 불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남과 북의 역량을 합친다면  각자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8천만 단일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반도가 통일까지 된다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2050년경 국민소득 7~8만 불 시대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평화와 통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남과 북의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열립니다.  남북 모두 막대한 국방비뿐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무형의 분단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저성장, 저출산·고령화의 해답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광복의 그 날처럼 우리 민족의 마음에 싹틀  희망과 열정이 중요합니다.  희망과 열정보다 더 큰 경제성장의 동력은 없을 것입니다.    부산에서 시작하여 울산과 포항, 동해와 강릉, 속초,  원산과 나진, 선봉으로 이어지는 환동해 경제는  블라디보스톡을 통한 대륙경제,  북극항로와 일본을 연결하는 해양경제로 뻗어 나갈 것입니다.    여수와 목포에서 시작하여 군산, 인천을 거쳐  해주와 남포, 신의주로 향한 환황해 경제는  전남 블루이코노미, 새만금의 재생에너지 신산업과  개성공단과 남포, 신의주로 이어지는 첨단 산업단지의 육성으로  중국, 아세안, 인도를 향한 웅대한 경제전략을 완성할 것입니다.    북한도 경제건설 총노선으로 국가정책을 전환했고  시장경제의 도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성장을 돕겠다 약속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돕자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서  남북 상호 간 이익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며,  함께 잘 살자는 것입니다.  세계 경제 발전에 남북이 함께 이바지하자는 것입니다.    평화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만들겠습니다.  우리의 역량을 더 이상 분단에 소모할 수 없습니다.  평화경제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새로운 한반도’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남과 북이 손잡고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하려는 의지를 가진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분단을 극복해낼 때 비로소 우리의 광복은 완성되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 경제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강력한 방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의주시하며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다하고 있지만,  그 역시 궁극의 목표는 대결이 아니라 대화에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랍니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길 바랍니다.    우리 국민의 단합된 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민들께서 한마음으로 같이해주시길 바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저는 오늘 광복절을 맞아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 토대 위에서 평화경제를 시작하고 통일을 향해 가겠습니다.    북한과 함께 ‘평화의 봄’에 뿌린 씨앗이  ‘번영의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발전시켜나갈 것입니다.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합니다.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와 함께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지 10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100년 동안 성찰했고 성숙해졌습니다.  이제 어떤 위기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이루기 위한 국민적 역량이 커졌습니다.  우리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남강 이승훈 선생의 말을 되새겨봅니다.    “나는 씨앗이 땅속에 들어가 무거운 흙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들치지 남의 힘으로 올라오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우리 힘으로 분단을 이기고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책임 있는 경제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고,  일본을 동아시아 협력의 질서로 이끄는 길입니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이끄는  ‘새로운 한반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끝>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황성기 칼럼] ‘65년 체제’ 깨든가 고치든가

    [황성기 칼럼] ‘65년 체제’ 깨든가 고치든가

    지난 3월 일본 NHK에서 방송한 드라마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가 1986년에 펴낸 같은 이름의 소설이 원작이다. 주인공인 노화가가 일본의 침략전쟁 와중에 일본 정신과 천황을 찬양하는 그림을 그려 부와 명예를 누렸으나, 패전과 동시에 미 군정에 의해 ‘전범’으로 몰려 붓을 꺾고 180도 뒤집힌 가치관 속에서 살아가는 내용이다. 일견 과거를 반성하고 고뇌하는 듯 흘러가던 드라마는 마지막에 충격적인 대사를 시청자에게 던진다. “스스로를 부당하게 비난할 필요는 없어. 적어도 우리들은 신념에 따라서 행동하고 최선을 다해 일했으니까.” 침략과 전쟁, 식민지배의 음습한 역사를 ‘신념’과 ‘최선’이란 말로 포장하거나 덮으려는 세력이 일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시구로는 ‘전범 화가’를 통해 암시하려고 했을지 모른다. 패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2015년 8월 14일 아베 신조 총리는 담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 그리고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계속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담화에는 분명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란 옹색한 표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아베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죄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데 있지 않았을까. 노화가가 자신에게 던지는 과거의 합리화 궤변은 ‘전후 레짐(체제)의 탈피’를 역설해 온 아베의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죄의 숙명’에서 벗어나려는 아베의 행동은 담화 발표 후 4년 뒤 강제동원 판결을 핑계로 한 백색 국가 제외라는 기습적 조치로 구현된다. 한국에 65년 협정을 지키라며 50여년 지켜 온 양국의 신뢰 관계를 허무는 경제보복은 사실상 ‘65년 체제’의 종언을 일본이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1965년의 한일 청구권협정은 54년간 성역이었다. 성역이 뭔가. 들여다봐서도, 만져서도 안 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지금도 한일협정을 깬다는 소리를 하면 기겁부터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비교적 진보 성향의 사람들조차 한일협정에 손상이 가면 나라가 결딴나기라도 하는 양 예민하게 반응한다. 일본과 관계를 끊어서 어쩌자는 거냐며 호들갑 떠는데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맺은 ‘65년 체제’는 이제 더이상 성역과 동의어가 아니다. 민주화한 사법부가 2012년 5월 강제동원 피해자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2018년 10월 30일 그 판결을 확정했다. 이미 그들 판결로 협정은 협정일 뿐 성역이 아니라고 주문을 읽어 내린 것이다. 처음부터 협정에 결함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반세기 넘게 한일의 침묵 카르텔이 유지됐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보복 7·4(반도체 부품 3품목 수출규제), 8·2(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역설적으로 협정에 숨은 모순을 우리들에게 가르쳐 줬다. 이제는 그 카르텔이 깨졌다. 누더기로 변한 65년 체제는 기워서 재활용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3일 1965년 한일협정 체제의 청산을 제안했다. 심 대표는 65년 협정의 불평등한 요소를 수용해 우리 국민의 인권을 짓밟는 결정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면서 ‘65년체제청산위원회’를 대통령 산하에 구성하자고 말했다. 왜 이런 소리가 협정이 체결되고 50년이 더 지난 지금에서야 공당의 대표 입에서 나왔는지 놀라울 정도다. 87년 민주화에도 꼭꼭 숨어 있던 65년 협정 신화는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세상에 영원불멸은 없다. 국가끼리 맺는 조약, 협정도 예외가 아니다. 한미 군사훈련을 ‘터무니없고, 돈 든다’고 새털처럼 조롱한 트럼프야말로 협정·조약의 탈퇴·파기의 선수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기, 파리협정 이탈 그 모두 트럼프 작품이다. 이란 핵 합의를 내동댕이치고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조약(INF)도 서슴없이 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파기를 위협해 미국에 유리하게 개정하고, 일본의 아킬레스건 미일안보조약도 흔들어 댔다. 최강자가 부릴 수 있는 횡포이지만 탈퇴와 파기가 반드시 강자의 전유물은 아니다. 누더기가 된 65년 체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제 그 물음과 솔직하게 대면할 시간이 왔다. 더는 한국과 같은 편이 될 수 없다는 일본 횡포에 우리도 결기를 보여야 한다. 언제까지 피식민국 보는 듯한 무례한 언행을 참고 견뎌야 하나. 65년 체제를 깨든가, 고치든가 양단간에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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