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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식의 천문학+] 핼리 혜성을 ‘밝힌’ 핼리의 특이한 삶

    [이광식의 천문학+] 핼리 혜성을 ‘밝힌’ 핼리의 특이한 삶

    -다음 돌아올 핼리 혜성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남쪽의 튀코 우주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핼리 혜성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핼리 혜성의 존재를 최초로 밝힌 것으로 유명한 에드먼드 핼리는 영국의 천문학자로, 지구 물리학, 수학, 기상학 및 물리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발견들을 해낸 다용도 과학자다. 1656년 11월 8일 영국 런던에서 부유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핼리는 어려서는 집에서 가정교사에게 공부하다가 17세가 된 1673년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했다. 핼리는 입지(立志)가 빨랐던 인물이다. 일찍이 천문학에 꽂혀 20살 때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개인적인 관측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자 다니던 옥스퍼드 대학을 그만두고 아프리카 서해안의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1677년 11월 7일 수성이 지구와 태양 사이의 일직선상에 놓이는 태양면 통과(transit) 현상의 관측과, 아직까지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남반구 별들을 관측하기 위해서였다. 거기서 핼리는 수성의 태양면 통과를 관측하고 진자실험(振子實驗)을 했다. 22살 때 귀국한 그는 341개 남반구 별들의 정보를 실은 '남천 항성목록'을 출판한 데 이어, '행성의 궤도에 대하여'라는 논문으로 명성을 쌓았다. 영국와 찰스 2세는 옥스퍼드에 핼리에게 석사학위를 주라는 칙령을 내렸다. 중퇴자에게 석사학위를 준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 당국은 한동안 망설였지만 칙령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결국 핼리는 대학 중퇴자로서 석사학위를 받았을 뿐더러, 왕립협회 회원으로 천거되어 당당한 천문학자로 입신했다. 그때 핼리의 나이 22살로, 최연소 왕립협회 회원이었다. 왕실 천문학자이자 그리니치 천문대장인 존 플램스티드는 핼리를 ‘남쪽의 튀코’라고 불렀다. 덴마크의 천문학자로 역사상 최고의 육안 관측자로 꼽히는 튀코 브라헤에 비견한 것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 돌아온 핼리 혜성 영국으로 돌아온 지 4년째가 되던 핼리는 그의 삶에서 전기가 된 천문학적 사건을 맞게 되었다. 장대한 꼬리를 가진 대혜성이 출현한 것이다! 오늘날 핼리 혜성이라 불리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혜성은 불길한 징조로 여겨져왔다. 핼리의 시대에도 혜성은 재앙을 알리기 위해 하늘로부터 파견된 사자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하지만 뉴턴의 친구인 핼리는 누구보다 만유인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우주의 모든 천체는 만유인력의 영향을 받는다. 이는 곧 혜성이 태양을 향해 떨어져가다가 이윽고 태양을 유턴할 것이다. 말하자면 타원형 궤도를 도는 것이다. 핼리는 헤성에 관한 과거의 기록들을 샅샅이 조사했다. 그 결과, 꼭 76년 전인 1607년, 그리고 다시 76년 전인 1531년에 밝은 혜성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 그전의 기록들에도 밝은 혜성이 75년 내지 76년을 주기로 관측되었다. 1607년의 혜성에 대해 요하네스 케플러는 “무한에서 무한으로 직선으로 움직인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핼리는 위의 혜성들이 모두 같은 것이라고 확신하고, 이 혜성은 약 3/4세기의 공전주기로 거대한 타원을 그리며 태양 둘레를 도는 태양계의 일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주기가 좀 차이나는 것은 목성의 인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핼리는 1705년 뉴턴의 역학을 적용해 그 궤도를 산정하여 '혜성 천문학 총론'>이란 책을 펴냈다. 핼리의 추측이 맞다면, 1682년 밤 인류에게 엄청난 흥분을 불러일으킬 혜성은 다음에는 1758년 말이나 1759년 초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핼리가 그때까지 산다면 102살이다. 핼리는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만약 우리가 예측한 바가 맞다면, 이 혜성은 1758년경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 그때 우리의 정직한 후손들은 이 혜성이 영국인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음에 감사히 여길 것이다.” 핼리 혜성의 다음 회귀년은 2061년 핼리는 86살로 세상을 떠났다. 따라서 자신의 예언이 맞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예언은 정말로 성취되었다! 1758년 천문학계는 혜성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윽고 혜성은 크리스마스 전날 밤 그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며 접근해왔다. 하늘에 나타난 ‘혜성의 귀환’을 맨 먼저 본 사람은 천문학자가 아니라, 아마추어 별지기인 독일의 한 농부였다. 그는 성탄 전야에 망원경을 들여다보다가 물고기자리 근처에서 빛나는 한 점을 발견했다. 그후 이 대혜성은 핼리 혜성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핼리의 공적에 의해서 혜성 중에 주기적인 것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고대의 기록을 알아보면, 지금까지 29회의 출현기록이 남아 있는데, 가장 오래 된 기록은 기원전 467년 중국 주대(周代)의 문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10년에 이어 1986년 지구에 출현한 핼리는 소련의 베가 1호, 유럽 우주기구의 지오트 탐사기, 일본의 플래닛 탐사기 등의 카메라에 의하여 얼음에 덮인 핵과 꼬리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핼리 혜성의 다음 방문은 2061년으로 예약되어 있다. 현재 지구 행성에서 살고 있는 70억 인구 중 2분의 1은 그때 핼리 혜성이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장관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핼리 혜성은 앞으로 약 1천 번 더 회귀할 것이며, 7만 6000 년 후에 수명을 다하게 된다. ​ 핼리가 천문학에 끼친 다른 큰 영향은 항성의 고유운동 발견이다. 그는 시리우스와 아르크투루스, 알데바란의 위치가 1850년 전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히파르코스가 기록했던 위치에서 30분(1/2도) 이상 움직인 것을 발견했다. 핼리는 이것을 바탕으로 별들이 움직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고유운동의 발견은 수정구에 별들이 박혀 있다고 주장한 천동설의 관에 마지막 대못을 박은 것이나 같았다. 핼리는 다재다능하여 그의 과학적 업적도 여러 방면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중 하나는 최초로 과학적인 인간의 사망률표를 만든 것으로, 이는 그후 생명보험회사들이 보험료를 산출하는 데 기초가 되었으며, 인구 통계학의 시초가 되었다. 그밖에도 뉴턴의 '프린키피아'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도 바로 핼리였다. 성질 까칠한 뉴턴이 만유인력의 우선권을 놓고 로버트 훅과 마찰을 빚은 나머지 프린키피아 집필을 거부했다. 핼리는 뉴턴과 훅 사이를 원만히 조절하여 뉴턴으로 하여금 다시 집필하게 하고, 원고 교정을 기꺼이 떠맡았을 뿐만 아니라, 자금이 모자라는 왕립협회를 대신하여 사비로 책을 출판하기까지 했다. 핼리가 아니었다면 '프린키피아'는 자칫 햇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류 과학 발전에 끼친 핼리의 공적은 적지 않다 할 것이다. 핼리는 1703년 모교인 옥스퍼드 대학의 천문학 교수가 되었고, 64살인 1720년에는 플램스티드의 뒤를 이어 2대 그리니치 천문대 대장에 취임했다. 1742년 1월, 그가 평생을 보냈던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삶을 마감했다. 향년 86세. 손에는 포도주 한 잔이 쥐어져 있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사설] 북미 정상 합의 무산, 한반도 비핵화 대화는 계속돼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채 회담을 종료했다. 이로써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여정이 기로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면서도 “북한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안이 중요하고 비핵화를 줘야 제재 완화를 할 수 있다”고 결렬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영변 핵시설 외 규모 큰 핵시설이 있다”며 “우리 인식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목록에) 미사일과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은 “앞으로 몇 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합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북한과의 대화를 이어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협상의 결렬이나 무산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두 사람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무산된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 간에 인식 차가 큰 게 원인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로 ‘완전한’ 제재 완화를 요구해 왔지만, 미국이 이에 ‘과감한 비핵화 조치 없이 제재 완화는 없다’는 취지의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트남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끝났지만, 한반도 정세에 격변이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가 다시 비핵화를 위한 협상에 복귀하도록 중재를 배가해야 한다. 귀국길에 오르던 트럼프 대통령도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향후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해서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돌발 사태에 냉정하게 대처해 한미 공조는 물론이고 김 위원장과의 ‘핫라인’ 대화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긴박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어렵사리 연 한반도 평화의 문이 북미의 소모적인 대결로 닫혀선 안 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추진에 유연한 협상 자세로 임해야 한다. 최소한의 체제안전 보장 조치인 종전선언은 미국 내 여론의 눈치만 보지 말고 북측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추가 핵시설이 있다면 공개하고 핵탄두 등 현재의 핵 폐기를 위한 리스트 제공 같은 대담한 조치를 해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야 한다. 한반도의 명운이 달린 만큼 북미가 이른 시간 내 협상을 재개해 반드시 비핵화를 이뤄 내길 당부한다.
  • 레이건·고르바초프 핵 군축 회담도 불발 끝 ‘해피엔딩’

    레이건·고르바초프 핵 군축 회담도 불발 끝 ‘해피엔딩’

    “냉전 종식에 큰 역할”… 역사적 재평가 “북미 협상도 완전한 실패라 볼 수 없어”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8일 합의문 없이 마무리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정상회담 결렬 자체가 사상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정상회담 과정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핵 군축 협상 가운데 1986년 10월 열린 두 번째 회담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총 네 번의 회담을 가진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5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처음 만나 군비경쟁 중단과 축소를 논의했다. 이듬해인 1986년 두 정상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다시 마주 앉았지만 회담은 빈손으로 종료됐다. 협상에서 발목을 잡은 의제는 전략방위구상(SDI)이었다. SDI는 미국이 대륙간탄도탄과 핵미사일 등을 격추시키는 방법을 연구한 계획으로, 이른바 ‘스타워스’ 계획이라고도 불렸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SDI를 실험실 수준으로 제한하라고 요구했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국내 반발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해 이를 거부했다. 당시 양측이 얼굴을 붉히고 회담장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의견이 충돌했다는 후문이다. 레이캬비크 회담을 두고 ‘실패한 회담’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이는 향후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오히려 큰 역할을 했다. 두 정상이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반성하고 핵무기의 위험을 인식하는 동시에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후 1987년 워싱턴에서 이뤄진 세 번째 만남에서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IRNFT)에 서명했다.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조약은 당시 냉전 해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후 1989년 12월 3일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조지 부시 대통령은 몰타에서 만나 냉전 종식을 공식 선언한다. 실패한 줄만 알았던 레이캬비크 회담은 시간이 흘러 역사적으로 재평가를 받게 된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 역시 70년 이상 적대 관계를 이어 온 양국 정상이 비핵화와 제재 완화라는 핵심 쟁점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레이캬비크 회담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속 회담과 관련해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며 협상의 불씨를 남긴 만큼 향후 후속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판 흔들기’ 협상술 또 드러낸 트럼프 “金위원장과 관계 여전히 좋다” 언급

    회유·압박 주도권 노린 ‘예측불가’ 전술 일각 “金 불쾌감… 다른 선택 배제 못해” 비핵화의 주요 고비마다 판을 뒤엎거나 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협상술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예정된 오찬 일정을 깨고 숙소로 돌아왔지만 잠시 후 기자회견에서는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여전히 좋다”며 다시 만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에도 1차 북미 정상회담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김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회담을 취소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과 만나길 고대했지만 최근 당신들이 밝힌 극도의 분노와 공공연한 적대감 때문에 애석하게도 현 시점에서는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해 온 회담을 갖는 게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김 위원장과 관계 개선 의사가 여전히 있음을 정중한 표현으로 밝힌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보낸 이날은 북한이 판문점선언에서 명시한 ‘완전한 비핵화’의 첫걸음으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해 폐기한 날이었다. 북한으로선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북한이 저자세로 나선 끝에 6월 12일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이후 협상의 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8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돌연 취소하고 추가 대북 제재 조치까지 내놓아 북한을 압박하면서 협상 판을 좌지우지했다. ‘회유와 압박’, 협상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아예 판을 엎어버리는 예측불가 전술로 주도권을 쥐는 협상술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명분과 대의보다는 실리를 중시하고 파격적 전략으로 승부하는 타고난 사업가다. 이런 승부사적 기질 덕에 비핵화 협상을 속도감 있게 끌고 올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판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듭된 트럼프 대통령의 ‘밀당’에 지치거나 불쾌감을 가진 김 위원장이 비핵화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 제재 완화 등의 문제로 회담이 결렬된 만큼 다시 회동 동력을 살리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자칫 양측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일로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도 국정운영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면서 “미 대선 전까지 이 동력을 회복할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빈손’ 김정은 정치적 타격 불가피… 北경제건설 총력 노선도 차질

    ‘빈손’ 김정은 정치적 타격 불가피… 北경제건설 총력 노선도 차질

    노동신문 대대적 보도·기대 고조 상황 제재완화 없이는 경제 성장 동력 상실 “金, 남은 베트남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비핵화 협상이 28일 합의문 서명을 눈앞에 두고 결렬되면서 김 위원장의 체면도 상당 부분 손상이 불가피해졌다.무려 66시간에 걸쳐 열차를 타고 중국을 관통해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 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목표로 하는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도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으로 2차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겪었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은 통 큰 결단과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며 협상 타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위원장이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1차 단독회담에서 “그동안 사방에서 불신과 오해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적대적인 갈등을 부각하며 우리가 가는 길을 막으려 했다”고 말할 만큼 외부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는 얘기다. 특히 내년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인 상황에서 제재 완화는커녕 합의문조차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은 김 위원장으로서도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북한은 이번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이례적일 만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특별열차의 내외관을 상세히 공개하는가 하면 노동신문은 이날 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기사와 사진을 전체 6개면 중 2개 면에 걸쳐 보도했을 정도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국가 면모를 과시하고 제재 완화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야만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은 -3.5%로 뒷걸음질쳤다.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 총력 노선은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회담을 결렬시켰다는 판단이 설 경우 김 위원장은 극도의 불쾌감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불쾌감이 과거로의 후퇴로 연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간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차 정상회담 합의 불발에도 1일부터 이틀간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을 그대로 소화할 것이라고 베트남 외교부가 밝혔다. 회담이 결렬된 뒤라 맥빠진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해 결과 알려달라” 文 “곧 직접 만나자”

    트럼프 “김정은과 대화해 결과 알려달라” 文 “곧 직접 만나자”

    트럼프 “北 비핵화 실천 이행토록 공조” 文 “평화 위한 지속적 의지와 결단 기대” 북미 교착 때마다 ‘해결사 文’ 역할 부각 靑 “북미 대화 모멘텀 유지 위해 노력”청와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전격 결렬된 28일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핵담판 결렬을 공식화한 지 2시간여 만에 첫 공식 입장을 내놓고 북미 대화의 불씨를 살려 나가기 위한 중재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도 더욱 무거워졌다.문 대통령은 ‘핵 담판’ 결렬 이후 에어포스원으로 귀국길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정상 차원에서 서로 입장을 확인하고 구체사항을 협의한 만큼 후속 협의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문 대통령과 가장 먼저 공유하고 의견을 구하고 싶었다”며 회담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향후 북한과 대화를 통해 타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고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향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실천적으로 이행해 나가도록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고 했다. 문 대통령도 “한반도의 냉전적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는 역사적 과업의 달성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의지와 결단을 기대한다”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하에 필요한 역할과 지원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직접 만나 심도 있는 협의를 계속 해 나가자”고 제안했다.트럼프 대통령도 동의하며 “외교경로를 통해 협의하자”고 화답했다. 한미 정상 통화는 25분간 이어졌으며 이번이 두 정상 취임 이후 20번째 통화였다.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하면서 문 대통령도 여러 채널을 통해 김 위원장의 진의를 파악하는 등 소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회담 결렬의 원인이 된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 간 견해차를 좁히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불과 19일 앞둔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을 때에도 문 대통령은 불과 이틀 뒤 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비공개로 만났다. 결국 문 대통령의 ‘구원 등판’으로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 통화에 앞서 북미 대화가 지속하길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도 분명하며 두 정상이 오랜 시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이해의 폭과 깊이를 확대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지속적인 대화 의지와 낙관적인 견해는 다음 회담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미국과 북한이 앞으로도 여러 차원에서 활발한 대화를 지속하길 기대한다”며 “북미가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며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더 적극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김정은이 놀랐다”는 핵시설로 평양 외곽 ‘강선’ 주목

    희천의 연하·하갑에도 농축우라늄 시설 “자강도·평안북도 등에도 소재” 증언 부시 때도 우라늄 탓 제네바 합의 파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외에 굉장히 큰 핵시설이 있다고 언급하자 북한이 놀라워했다고 밝혀 그곳이 어딘지에 관심이 쏠린다. 영변 외 핵시설이 있을 곳으로 의심되는 곳은 최소 3곳 이상이다. 김진무 전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공동 발간한 ‘한반도 비핵·평화의 길’에서 북한이 영변 외에 평양(강선), 희천(연하·하갑) 등 최소 3곳에 농축우라늄 시설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가운데 미국이 지목한 곳은 지난해 미국 언론에 보도된 강선 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7월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를 인용해 영변 외에 운영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이 강성(Kangsong) 발전소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0년부터 운영된 이 발전소의 이름을 ‘강선’(Kangson)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보당국도 평양 인근 ‘강선’에 있는 이 의심 시설을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탈북자 등을 중심으로 평안북도 용천군의 양책지구, 천마군, 대관군, 태천군의 지하 금광갱도가 우라늄 농축시설과 관련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자강도의 성간군에도 비밀 핵 시설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영변 핵시설이 북한 핵 능력의 약 80%라는 게 그동안 정설처럼 전해졌지만 이런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서 미국이 영변 외 추가 핵시설 폐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영변 외 추가 핵시설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영변에 있는 농축우라늄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가 약 2000개에 달하는데 북한이 그동안 수입한 양은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는 점 때문이다. 어딘가에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라늄 때문에 북미 협상이 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의혹을 제기하고 북한이 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제네바합의는 사망선고를 받고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김정은 서울답방 무기 연기… 철도 등 남북경협도 올스톱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틀째 이어진 북미 ‘2차 핵 담판’이 28일 결렬되면서 북미 정상회담 성과를 토대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서울 답방은 무기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와 맞물려 거론됐던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철도·도로 연결 사업 등 경협 사업도 당분간 진전을 이루기 어려워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또는 평화선언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고 부분적 제재완화까지 맞물릴 때 김 위원장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답방할 명분과 실리가 생긴다”며 “당분간 북한과 답방 문제를 논의하는 일은 쉽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차 핵 담판 결렬이 전해지기 전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결과가 나온다고 바로 (답방을 위한) 접촉을 하거나 논의하거나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회담 결과에 따라서 남북 대화의 속도와 깊이가 달라지고 북미 회담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한 철도 선로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마치고 12월 말 착공식까지 열었지만 대북제재로 공사에 착수하지 못한 채 북미 회담 성과를 기다려온 철도·도로 연결도 당분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고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 또한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환상영화 같다”던 두 정상, 영화처럼 오찬 취소 뒤 회담장 떠나

    “환상영화 같다”던 두 정상, 영화처럼 오찬 취소 뒤 회담장 떠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사전 경고음 없이 갑자기 결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합의문 서명 없이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회담장에서 헤어지기 전까지, 양측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전날 오후 9시까지 140분간 약식 단독 정상회담 및 친교 만찬을 함께했던 양 정상은 28일 오전 8시 55분(베트남 현지시간) 메트로폴 호텔에서 다시 만나 2차 정상회담 이틀째 일정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단독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 만남을 회의적으로 보던 사람들도 우리가 훌륭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에 대해 마치 환상영화의 한 장면으로 볼 것”이라면서 “그 사이 우리가 많이 노력해 왔고 이제는 이것을 보여 줄 때가 왔다. 훌륭한,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담 결과를 “속단하긴 이르다고 생각한다. 예단하지 않겠다”면서도 “나의 직감으로 보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는 김 위원장은 상기된 얼굴로 연신 침을 삼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지만 양 정상은 전날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 갔다. ●트럼프 “서두르지 않겠다… 올바른 합의 중요”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우리가 앞으로 여러 해에 걸쳐 많이 만날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나는 합의가 이뤄진 이후에도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어젯밤 만찬에서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고 만찬에 앞서서도 매우 좋았다. 또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의 관계가 굉장히 단단하다는 것이다. 관계가 좋으면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난다. 그래서 반드시 오늘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더라도 조금 더 장기적으로, 그리고 일정 기간에 걸쳐서 우리가 김 위원장과 북한과 관련해 환상적인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은 경제 강국이 될 것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쓰고, 말해 왔다. 나는 북한이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 점이 바로 내가 돕기를 매우 고대하는 부분이다. 왜냐면 적절한 장소에서 약간의 도움만 주더라도 매우 특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협상의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나는 처음부터 내게 속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핵 로켓, 미사일 등 그 어떤 실험도 없었던 것에 매우 감사한다. 김 위원장과 저는 어젯밤에도 그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김 위원장)가 원한다면 그가 말했던 것을 이야기하게 하겠다.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이야기) 할 필요는 없다”면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이 부분과 관련해 아주 특별한 무언가를 진전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 위원장과 이 나라(북한)에 대해 커다란 존경심을 갖고 있다. 북한은 다른 많은 나라가 경쟁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북한은 이 같은 잠재력이 있다”면서 “서두르지 않겠다. 서두를 것 없다. 우리는 올바른 합의를 하기를 원할 뿐이다. 김 위원장과 나는 올바른 합의를 하기를 원한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올바른 합의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한테 시간이 귀중한데 편안한 시간 주시면 우리 이야기를 하겠다”며 취재진에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두 정상은 5분여의 모두발언을 끝내고 호텔 1층의 ‘르 클럽 바’에서 단독회담에 돌입했다. 전날 만찬 당시 원탁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던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단독회담에서도 마주 보는 대신 좌우로 앉아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단독회담은 예정보다 10분 빠른 오전 9시 30분에 끝났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을 마치고 호텔 내부 정원을 짧게 거닐었다. 신혜영 북측 통역관과 이연향 미측 통역관이 뒤따랐지만, 양 정상은 통역을 거치지 않고 대화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언가 이야기하며 웃기도 했다. 양 정상은 정원에서 대기하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만났다. 그리고 약 4분간 담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팔을 두드리며 대화를 이어 갔다. 폼페이오 장관도 김 위원장의 팔에 손을 대는 등 가벼운 스킨십을 했다. 이후 오전 9시 40여분부터 확대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고 미국 측 테이블에는 폼페이오 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자리했다. ●金 질문세례 받자, 트럼프 “큰소리 말라” 배려도 확대 정상회담 도중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이상한 기류는 감지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로 생중계 중인 카메라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비핵화 준비가 됐느냐는 첫 질문에 “그런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최고의 답변인 것 같다”며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바로 이어진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결심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지금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마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답했다. 이번 회담에서 인권 문제도 논의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민감한 질문이라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어 “모든 걸 다 논의하고 있다”면서 “인권을 포함해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나중에 기자회견을 할 것이다. 기자회견이 끝나면 각자 자기 나라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고 오늘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익숙하지 않은 김 위원장을 배려하기까지 했다. 그는 다소 공격적으로 질문하는 기자에게 “목소리 크게 하지 말라. 지금 나하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관계는 역대 어느 때보다 좋다”며 김 위원장과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종전선언이 나올 것이냐는 물음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궁극적으로 김 위원장과 그의 나라에 정말로 좋은 합의를 할 것”이라면서 “하루에 한 번의 만남에 우리가 그 일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속도조절론을 재확인했다. 이어 “나는 정말로 이 위대한 리더십(김 위원장)과 함께 북한이 매우 성공적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경제적으로 아주 특별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매우 좋은 논의를 하고 있다. 모든 것이 어디로 진행될지 지켜보자. 매우 매우 생산적인 논의를 해 왔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의 “우리가 충분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1분이라도 귀중하니까”라는 발언을 끝으로 회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트럼프 귀국 전용기서 “베트남에 감사” 트윗 애초 계획대로라면 확대 회담을 오전 11시 55분까지 끝내고 양측은 업무 오찬을 진행해야 했다. 그러나 회담은 계획한 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낮 12시 30분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시간이 오후 4시에서 2시로 당겨졌다고 공지했고 김 위원장이 오후 1시 20분쯤 메트로폴 호텔을 빠져나와 숙소 멜리아 호텔로 떠났다. 비슷한 시간 트럼프 대통령 역시 JW메리어트 호텔로 향했다. 비록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양 정상이 얼굴을 붉히는 등 불편한 기류 속에 등을 돌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끝내고 김 위원장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다. (워싱턴) DC를 향해 이륙!”이라는 글과 두 정상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한 김 위원장은 정면을 향해 활짝 웃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뒷모습이 잡혀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서로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귀국길 전용기에서 올린 첫 트윗을 통해 “이번 주 하노이에서 우리를 후하게 대접해 줘 감사하다. 멋진 베트남 국민들”이라며 베트남 정부에 감사를 표시했으나 북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확대회담에 배석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던 리수용 노동당 외교담당 부위원장은 베트남 경제 시찰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는 리 부위원장이 오수용 경제담당 부위원장, 김평해 인사담당 부위원장 등과 함께 하노이의 통신회사 비엣텔, 농업과학원, 플라스틱 생산 공장 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하노이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리용호 “민생제재 일부 해제땐 영변 모든 핵 영구 폐기 제안했다”

    리용호 “민생제재 일부 해제땐 영변 모든 핵 영구 폐기 제안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비핵화 조치美는 영변 外 ‘한 가지 더’ 끝까지 주장”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고 결렬된 데 대해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1일 새벽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리 외무상은 1일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이것은 조미(북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신뢰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 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트럼프 ‘농축우라늄’ 불쑥 꺼내자…金, 제재 해제 요구로 맞불 놓은듯

    트럼프 ‘농축우라늄’ 불쑥 꺼내자…金, 제재 해제 요구로 맞불 놓은듯

    트럼프 “北 영변핵 외 우라늄 시설 존재”논의 없었던 사안 제시… 金 불쾌감 추측강경 볼턴 포함 등 배석자수 동일 관행 깨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28일 결렬되면서 그 원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북한의 완전한 대북제재 해제 요구와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 요구가 충돌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말대로라면, 두 정상이 서로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공격 수위가 높아지면서 회담이 깨졌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실무협상에서 의제가 조율된 데다 합의문 타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실무진도 아니고 정상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우라늄 농축시설 등 영변핵+알파 얘기를 꺼내자 북측이 놀랐다고 말해 즉석에서 김 위원장이 예상치 못했던 허를 찔렀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했는데, 이를 토대로 추론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우라늄 농축시설 얘기를 불쑥 꺼내자 김 위원장이 “그렇다면 완전한 제재 해제를 해 달라”고 했고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다면 오늘 회담은 여기서 끝내자”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이유 때문에 작심하고 회담을 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연발했다. 또 이날 확대회담에서 배석자는 미국 3명, 북한 2명이었는데, 이는 배석자 수를 똑같이 맞추는 관례를 무시했다. 특히 미국 측에서 ‘강경 매파’로 알려진 존 볼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포함된 것도 예사롭지 않았던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협상을 깬 것이라면 현재 국내 정치적 상황이 이유로 거론된다. 그의 옛 변호사로 아킬레스건을 쥔 마이클 코언이 국회 증언에서 폭로한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궁지에 몰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양보한 듯한 합의를 할 경우 여론이 더욱 악화할 것을 우려해 협상 결렬을 마다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거래 무산’(no deal)이 ‘나쁜 거래’(bad deal)보다 낫다는 판단으로 회담 결렬을 불사했다는 얘기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으로 북한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우라늄 농축 카드를 꺼내 회담을 결렬시킬 생각을 미리 하고 회담에 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노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북미 당분간 냉각기 불가피…“군사위기 고조는 없을 것”

    업적 필요한 트럼프, 경제 발전 원하는 金 협상 의지는 여전… 다시 만날 동력 관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8일 합의문 없이 막을 내리면서 향후 시나리오에 대해 각종 전망이 나온다. 당분간 냉각기가 있을 수 있지만 지난해와 같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공감대였다. 또 두 정상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가 있기 때문에 외교적 협의라는 협상 방식은 유지될 것으로 봤다. 정부 관계자는 “양측이 바로 다시 만나 비핵화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적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볼 때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으로 지난해와 같은 위기 고조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핵실험이나 로켓 실험발사 또는 핵과 관련된 그 어떤 시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재차 강조하며 북미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대북 압박용 언급일 수 있지만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다음 회담 시점에 대해서도 올해가 지날 수도 있다면서도 조만간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만간 양 정상이 다시 만나려면 우호적 상황과 함께 새로운 동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위 ‘러시아 스캔들’과 민주당의 견제를 넘어서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협상 결렬에 대해, 그럼에도 비핵화를 통한 경제발전이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하고 내부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 특히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입장 차를 좁힐 수 없다는 회의론을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협상공백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경제발전을 원하는 김 위원장과 비핵화 업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 모두에게 긍정적이지 않다. 따라서 외교적 대화의 기회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톱다운 방식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회담으로 향후 실무급이나 고위급에서 충분히 합의된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간 양자 위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됐지만 이제는 주변국을 포함한 다자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노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 “영변핵+α 발견” 폼페이오 “핵탄두·미사일 신고 누락

    트럼프 “영변핵+α 발견” 폼페이오 “핵탄두·미사일 신고 누락

    북미가 28일 갑작스럽게 업무 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취소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호텔은 혼돈 속이었다. 약 40분간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워싱턴DC라는 훌륭한 곳으로 가야 해서 이만 비행기를 타러 가겠다”며 한 손을 들어 보이고 떠났다. 기자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하려는 듯 기자회견이 끝나고도 출입은 한동안 통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바로 제재 완화 때문에 회담이 이렇게 됐다”면서 “북한은 완전한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미국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는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어떠한 합의에도 이르지 않고 끝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비핵화를 할 준비는 돼 있지만 미국이 정말 원하는 중요한 비핵화를 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핵 활동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도 있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도 같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을 해체할 용의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준비가 돼 있었지만 전면 제재 완화를 원했다”면서 “영변은 대규모 시설이기는 하지만 그것의 해체만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가 아니고 고농축 우라늄 시설 아니면 기타 시설 해체도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영변 외에도 규모가 굉장히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목록 신고, 작성 등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며 “(북한이) 핵을 다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신속하게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 국가”라며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와줄 의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핵 사찰도 시사했다. 그는 “핵 시설 사찰이 있을 것”이라면서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핵 시설이 있기 때문에 아주 성공적인 사찰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대북 제재 수위를 강화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대북 제재가 강력해 더 강화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김 위원장이 핵이나 미사일 관련 실험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의견 차이를 어떻게 좁혀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언젠가는 줄일 수 있겠지만 견해차가 큰 것은 맞다”며 “우리가 원하는 비핵화를 우리에게 줘야지만 우리도 제재 완화를 해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북한과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언제라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바에 대해 많은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 진전이 이뤄졌지만, 끝까지 가지 못했다”며 “저는 더 많은 걸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면서 속도조절론을 거듭 피력하며 장기전을 기정사실화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북한의 페이스에 끌려다니기보다는 제재를 고리로 시간을 두고 비핵화를 견인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회담에 관해서는 “빨리 열릴 수도 있고 오랫동안 안 열릴 수도 있다”며 다음 회담 약속을 잡지 않았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섰을 때 박차고 나서는 것이 아니고 굉장히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악수했고 굉장히 따뜻한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몇 주 내에 합의에 이르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중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접경 지역에서 대북 관계에 많은 도움을 줬고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뛰며 많은 도움을 줬다”고 했다. ‘너무 성급히 회담을 가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항상 물러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만약 함부로 서명을 했다면 ‘너무 끔찍하다’는 이런 반응이 나왔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100% 오늘 뭔가 서명할 수 있었고 선언문이 준비돼 있었지만 빨리하기보다는 옳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오늘 아침까지 분위기가 좋았다’는 지적에는 “지금 외교사상 가장 어려운 문구를 주고받고 있다”면서 “전 정부(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아무 조치도 안 해 이 지경까지 왔다”고 반박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고 유감스럽다는 뜻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워낙 큰 국가이고 많은 사람이 감옥, 수용소에 있다 보니 일일이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포기했다”며 “왜냐면 할 때마다 1억 달러의 비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수억 달러를 군사훈련에 쓰는 게 마음에 들지 않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 한국이 조금 더 지원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돈을 많은 부유한 국가를 보호하는 데 쓰고 있는데 그 국가들은 각자 보호할 수 있는 예산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취재기자단은 연이어 ‘취소’, ‘일정 변경’ 등을 통보받았다. 오전 11시 35분(현지시간)쯤 하노이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백악관 기자회견을 취재할 기자단이 출발했다. 당초 오후 4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다소 일찍 출발했다. 약 300명의 기자가 탄 3대의 이층버스는 오전 11시 54분쯤 JW메리어트호텔과 5분 거리에 있는 국가컨벤션센터(NCC)로 진입했다. 기자들이 이곳에서 검문을 받을 때까지도 기자회견은 오후 4시라고 알려져 있었다. 낮 12시 44분쯤 기자회견이 오후 4시에서 오후 2시로 앞당겨졌다는 소식이 백악관 풀 기자단을 통해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기자들에게 아무런 공지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약 350석 남짓한 기자회견장은 통로까지 빈틈없이 가득 찼다. 연단에는 북한 문체로 ‘하노이 회담’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북측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고 미국의 단독 기자회견으로 진행됐다. 오후 1시 38분쯤 북미 간 합의가 결렬됐다는 속보가 뜨자 기자회견장 곳곳에서 알림이 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2시 15분이 되기까지 나타나지 않자 “기자회견도 취소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돌았다. 하노이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북미 ‘노딜’…제재 해제·비핵화 충돌

    북미 ‘노딜’…제재 해제·비핵화 충돌

    단독·확대 정상회담 뒤 돌연 업무오찬·공동 서명식 취소 트럼프 “제재가 쟁점”… 리용호 “전면 해제 요구 안했다”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진전시킬 하노이 공동선언 타결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북미 합의가 갑자기 결렬돼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지난해 2월 북한 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로 시작돼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1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한반도 정세가 극히 불투명한 국면에 빠져든 모습이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오전에 단독·확대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업무 오찬과 하노이 공동선언 서명식이 예정돼 있었으나 돌연 오찬이 취소되고 두 정상은 숙소로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훌륭한 지도자이고 우리 관계는 매우 돈독하다”면서도 “옵션이 여러 개 있었지만 (합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결렬을 공식화했다. 직접적인 결렬 요인은 북한 비핵화 조치 수준과 제재 완화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쟁점이었다”며 “북한은 전체적으로 해제할 것을 원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보다 플러스알파를 원했던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 필요했다.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것들도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플러스알파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은 이날 북한 대표단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의중 1차 조미수뇌상봉회담을 이끈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얘기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편 기자회견 후 미국에 돌아가기 위해 베트남을 출국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서울의 문재인 대통령과 25분간 전화로 회담 내막을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표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타결 의지를 분명히 했고,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적극적 중재를 부탁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하노이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북한, 심야회견서 “제재 전면해제 요구 안해”…美측 주장 적극반박 왜?

    북한, 심야회견서 “제재 전면해제 요구 안해”…美측 주장 적극반박 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일 오전 12시(현지시간) 10분, 이례적인 심야 기자회견을 한 데에는 끝내 ‘노딜’(합의 없음)로 끝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북측의 입장을 충분히 알리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전날 오후 11시 40분쯤 리 외무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투숙 중인 베트남 하노이의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30여분 뒤 리 외무상은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오전 1시 20분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합의문 작성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숙소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 조치 수준과 제재 완화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회담을 결렬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재가 쟁점이었다”며 “북한은 전체적으로 해제할 것을 원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변 핵시설보다 플러스알파를 원했던 것인가’라는 질문에 “더 필요했다.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것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 및 북한과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먼저 북측이 전면적 해제를 원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우리의 제안은)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라면서 “이것은 조미(북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 때 현 단계에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그러나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 우리의 이런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앞으로 미국 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 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배수의 진을 쳤다. 회담 결렬에서부터 기자회견까지 11시간 가까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리 외무상이 이날 기자회견을 하기까지 김 위원장 및 북측의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리 외무상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을 마쳤다. 하노이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리용호 “트럼프에 모든 대북제재 해제 요구 안했다”

    리용호 “트럼프에 모든 대북제재 해제 요구 안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협의문 도출에 실패한 가운데 이날 자정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긴급 입장문을 발표했다. 리 외무상은 김 위원장의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차분하게 준비한 글을 읽어내려갔다. 특히 그는 “우리는 실현 가능한 제안을 했다”며 “모든 제재를 없애달라고 하지 않았고, 부분적 제재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협상 결렬 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모든 제재를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또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 생활에 지장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을 제안했다고도 했다. 포괄적 비핵화 대신 민생과 관련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면서 국내에서 역풍을 받지 않을 완전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외려 소위 ‘노딜’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회담의 결렬에 대한 책임 소재에 따라 국제적 비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간에 반목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음은 리 외무상의 일문일답 안녕들하신가. 이번 2차 조미 수뇌상봉 회담 결과에 대한 우리 입장을 알려드리겠다. 우리는 질문은 받지 않겠다. 조미 당국의 수뇌분들은 이번에 훌륭한 인내력과 자제력을 가지고 이틀간에 걸쳐서 진지한 회담을 진행하셨다. 우리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제1차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에서 공동인식으로 이룩된 신뢰 조성과 단계적 해결 원칙에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현실적 제안을 제기했다.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 생활에 지장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요구한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가운데서 2016년부터 17년까지 채택된 5건, 그 중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조미 양국 사이의 현 신뢰 수준을 놓고 볼때 현 단계에서 우리가 내짚을 수 있는 가장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이다.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면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원래 안전담보 문제이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조치로 제기한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미국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서 핵시험과 장거리 로케트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표명했다. 이 정도의 신뢰 조성 단계를 거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은 더빨리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담 과정에 미국측은 영변 지구 핵 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하나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앞으로 이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지는 이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도 있다. 완전한 비핵화로의 로정에는 반드시 이러한첫 단계 공정이 불가피하며 우리가 내놓은 최적의 방안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을 것이요 앞으로 미국측이 협상을 다시 제기해오는 경우에도 우리 방안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하노이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현지 언론 “스페인 북한 대사관 괴한은 북한 특수공작원일 가능성”

    현지 언론 “스페인 북한 대사관 괴한은 북한 특수공작원일 가능성”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직원들을 결박한 뒤 컴퓨터 등을 강탈해 간 괴한들이 북한의 특수공작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주 스페인 북한 대사관은 북한의 미국과의 핵 협상 실무를 맡은 김혁철 대미특별대표가 2017년 9월까지 대사로 재직하던 공관이다. 스페인 정부는 당시 북한의 핵실험 도발에 대한 항의로 김혁철 대사를 추방했다. 사건을 처음 보도했던 스페인의 온라인 신문 ‘엘 콘피덴시알’은 28일(현지시간) 후속 보도에서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을 인용, 전 북한 대사 김혁철이 현재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라는 점에 주목했다. 북한이 김혁철 관련 파일들을 비밀공작원들을 보내 챙겨갔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미 랜드(RAND) 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 연구위원은 김혁철이 갑작스러운 스페인의 추방 결정에 자신 또는 북한 정권에 사활이 걸린 파일을 실수로 대사관에 두고 나왔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북한 수뇌부가 이런 민감한 내용을 북한 대사관의 다른 외교관이나 직원들이 열람할 것을 우려해 공작원들을 급파해 수거해 갔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혁철의 충성심을 확인하기 위해 공작원을 보냈다는 것이다. 자신이 대미 핵 협상 실무를 맡길 만큼 신임하는 김혁철의 충성심을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 김혁철이 스페인 대사관에 개인적으로 보관해 온 파일들에 김정은 위원장이 관심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엘 콘피덴시알’은 스페인 대사를 지내고 그 전에 에티오피아·수단 등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혁철이 ‘자유주의적’ 사고에 물들어 있을 가능성에 대비해 신상을 보다 확실히 챙겨보기 위해 북한 수뇌부가 비밀 공작원들을 보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내놨다. 미국의 외교 정책 싱크탱크인 ‘외교정책포커스’의 존 페퍼 편집장도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괴한들이 컴퓨터의 파일과 특정한 정보를 찾으려 한 점이 핵심이라고 지적하고, 북한 외의 다른 국가가 이 사건의 배후에 있을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지난 22일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북한 대사관은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또 처음 사건 현장에 나갔던 경찰에게 대사관 직원인 척 ‘아무 일도 없다’고 둘러댄 인물이 괴한 중 하나로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고 있었다는 경찰관 진술이 나오는 등 의문투성이다. 북한 대사관에 침입해 직원들을 묶어놓고 4시간 넘게 대사관을 뒤져 컴퓨터 여러 대를 갖고 달아난 괴한들은 대사관 직원들이 사용하던 휴대전화까지 챙겨간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북한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북한 사업에 관여해온 ‘한국우호협회’의 알레한드로 카오 데 바노스 회장은 대사관 직원들로부터 괴한들이 컴퓨터와 휴대전화까지 빼앗아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AP와 인터뷰에서 “확실한 건 이 일은 강도 사건이라는 것”이라며 다른 구체적인 정보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스페인 경찰은 정보부서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고 EFE 통신이 전했다. 경찰은 단순 강도일 가능성과 특정 정보를 노린 세력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EFE 통신은 27일(현지시간) 사건에 대해 질의하자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측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레이건·고르바초프 핵 군축 회담도 불발 끝 ‘해피엔딩’

    레이건·고르바초프 핵 군축 회담도 불발 끝 ‘해피엔딩’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8일 합의문 없이 마무리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지만 정상회담 결렬 자체가 사상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정상회담 과정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핵 군축 협상 가운데 1986년 10월 열린 두 번째 회담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총 네 번의 회담을 가진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5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처음 만나 군비경쟁 중단과 축소를 논의했다. 이듬해인 1986년 두 정상은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다시 마주 앉았지만 회담은 빈손으로 종료됐다. 협상에서 발목을 잡은 의제는 전략방위구상(SDI)이었다. SDI는 미국이 대륙간탄도탄과 핵미사일 등을 격추시키는 방법을 연구한 계획으로, 이른바 ‘스타워스’ 계획이라고도 불렸다.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SDI를 실험실 수준으로 제한하라고 요구했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국내 반발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해 이를 거부했다. 당시 양측이 얼굴을 붉히고 회담장에서 고성이 오갈 정도로 의견이 충돌했다는 후문이다. 레이캬비크 회담을 두고 ‘실패한 회담’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이는 향후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오히려 큰 역할을 했다. 두 정상이 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반성하고 핵무기의 위험을 인식하는 동시에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후 1987년 워싱턴에서 이뤄진 세 번째 만남에서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IRNFT)에 서명했다.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이 조약은 당시 냉전 해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후 1989년 12월 3일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조지 부시 대통령은 몰타에서 만나 냉전 종식을 공식 선언한다. 실패한 줄만 알았던 레이캬비크 회담은 시간이 흘러 역사적으로 재평가를 받게 된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 역시 70년 이상 적대 관계를 이어 온 양국 정상이 비핵화와 제재 완화라는 핵심 쟁점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점에서 레이캬비크 회담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속 회담과 관련해 “빨리 열렸으면 좋겠다”며 협상의 불씨를 남긴 만큼 향후 후속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파키스탄, 인도 조종사 송환하기로…핵 보유국 전면전 위기 해소 국면

    파키스탄, 인도 조종사 송환하기로…핵 보유국 전면전 위기 해소 국면

    핵 보유국끼리 전면전 우려까지 나오던 인도와 파키스탄 간 군사적 충돌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파키스탄이 양국 전투기 간 공중전 끝에 격추시킨 인도 전투기의 조종사를 전격 송환하기로 한 것이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28일 의회 연설에서 파키스탄군이 전날 생포한 인도 조종사를 다음날인 3월 1일 돌려보내겠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칸 총리는 “평화의 제스처로 이 조종사를 송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지난 26일 인도 공군의 파키스탄령 공습, 다음날 양국 공군의 공중전 등 점점 격화하던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은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종사가 포로가 되면서 양국 갈등을 더욱 악화시킬 시한폭탄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하루 만에 긴장 완화 카드로 사용된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가 전날 이 조종사와 관련해 영상을 공개하면서 인도 정부와 국민들은 모욕적으로 받아들이고 격앙했기 때문이다. 아비난단 바르타만이라는 이름의 이 조종사는 전날 파키스탄 공군기에 격추된 인도 공군 미그21 전투기를 몰고 있었다. 파키스탄군은 바르타만을 지상에서 생포한 뒤 신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애초 인도 조종사 2명을 붙잡았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1명으로 수정했다. 바르타만의 억류 소식은 파키스탄 정부가 공개한 영상과 사진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영상 속에서 바르타만은 얼굴이 피범벅된 채로 눈이 가려진 상태였다. 그는 공포에 질린 듯 영상을 찍는 파키스탄 측 인물에게 “파키스탄군이 (화난) 군중으로부터 나를 구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깍듯하게 존칭(sir)까지 썼다. 그 외에도 바르타만이 전투기에서 끌려나와 주민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이 영상을 접한 인도 정부는 “천박하다”고 비판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런 영상과 사진을 유포한 것은 포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정과 인권 관련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인도 외교부는 자국 주재 파키스탄 대사 대리를 불러 강력히 항의하면서 “조종사를 즉시 플어주고 안전하게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인도 정부뿐만 아니라 인도 국민들도 전국적으로 거세게 분노했다. 1971년 카슈미르 3차 전쟁 이후 48년 만에 전투기까지 동원해 공중전이 펼쳐져 양국 간 적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조종사 억류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에 파키스탄 정부는 영상 등을 삭제하고 적극적으로 수습에 나섰다. 칸 총리는 27일 오후 TV 성명을 통해 “앉아서 대화하자”면서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28일 오후에는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무장관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면 바르타만의 송환을 기꺼이 고려할 것”이라면서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쿠레시 장관은 “인도가 테러리즘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준비가 됐다”면서 “우리는 평화를 원하며 안정이 우리의 최우선 목표”라고 강조했다. 칸 총리가 곧이어 의회 연설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파키스탄은 힌두교가 주 종교인 인도에서 1947년 자치령 지정에 이어 1956년 공화국 선언으로 분리·독립했다. 이후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군사 분쟁을 겪는 등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인도가 1974년 첫 핵실험을 한 이후 핵 보유국이 되자, 파키스탄도 비밀리에 핵 개발을 진행한 끝에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고농축우라늄 시설, 평양·희천 등지에 최소 3곳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회담에서 영변 핵 시설 외에 굉장히 큰 핵시설이 있다고 언급하자 북한이 놀라워했다고 밝혀 그곳이 어딘지에 관심이 쏠린다. 영변 외 핵 시설이 있을 곳으로 의심되는 곳은 최소 3곳 이상이다. 김진무 전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공동발간한 ‘한반도 비핵·평화의 길’에서 북한이 영변 외에 평양(강선), 희천(연하·하갑) 등 최소 3곳에 농축우라늄 시설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탈북자 등을 중심으로 평안북도 용천군의 양책지구, 천마군, 대관군, 태천군의 지하 금광갱도가 우라늄 농축시설과 관련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자강도의 성간군에도 비밀 핵 시설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자강도 성간군과 평안북도 천마군은 한해 1.2t의 농축우라늄을 재처리하고 있다는 탈북자의 증언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확인은 되지 않았다. 영변 핵 시설이 북한 핵 능력의 약 80%라는 게 그동안 정설처럼 전해졌지만 이런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서 미국이 영변 외 추가 핵시설 폐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1월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영변에 있는 시설 외에도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전체를 파괴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영변 외 추가 핵시설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영변에 있는 농축우라늄 생산을 위한 원심분리기가 약 2000개에 달하는데 북한이 그동안 수입한 양은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는 점 때문이다. 어딘가에 대규모 우라늄 농축시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변 외에 다른 핵처리 시설의 해체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이 양국 관계 정상화의 상징으로 전면적인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 역시 ‘영변+α’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라늄 때문에 북미 협상이 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의혹을 제기하고 북한이 이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제네바합의는 사망선고를 받고 2차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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