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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과학과 인문학·사실과 가치의 경계는 없다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과학과 인문학·사실과 가치의 경계는 없다

    최초의 SF로 여겨지는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손에서 창조된 괴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실험을 하다가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 내고, 괴물은 빅터에게 창조의 책임을 요구한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프랑켄슈타인’의 테마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어 영화와 소설에 나타나고 있다. 21세기의 실험실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거친 새로운 생명이 매일 태어난다. 우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문화는 이처럼 과학을 담아내고 성찰하며 때로 예측한다. 홍성욱 교수의 ‘크로스 사이언스’는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현대의 고전과 명작, 대중문화를 통해 과학을 성찰하는 색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서울대 교양과학 강의 ‘과학기술과 대중문화’에 바탕하여 집필되었다. SF 영화에는 기술 연구에만 몰두하다가 책임질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오는 괴짜 과학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현실의 과학자들에 비해 많이 과장된 모습이지만, 핵전쟁과 환경파괴를 겪은 인류가 과학에 대해 경계하고자 하는 바가 전형적 인물로 집약되어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편 대부분 남성으로 나오는 괴짜 과학자들과 달리 여성 과학자의 대중적 이미지를 살펴보는 일도 흥미롭다. 여성 과학자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마리 퀴리는 그의 딸이 집필한 전기를 통해 ‘슈퍼우먼’이자 완벽한 영웅으로 신격화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실제 그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현실의 여성과학자들은 과학계 여성에 대한 편견과 결혼, 출산 등으로 수많은 난관을 마주하게 되고, 마리 퀴리의 시대에는 더욱더 그러했다. 마리 퀴리의 삶을 살피는 일은 과학자의 영웅담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도 이어진다.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 사실과 가치라는 두 문화가 통념과 달리 분명하게 구분될 수 없다고 말한다. 과학 역시 인간에 의해 행해지는 인간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과학이 사회의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잘못된 과학적 해석에 이르렀던 사례들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백인 남성들과 여성, 흑인, 동성애자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던 이분법적 과학은 과학의 이름으로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곤 했다. 과학은 사회 속에 있고 시대를 구성한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우리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고 인류의 미래를 그려나간다. 그렇기에 저자는 일상에서 과학을 사고하는 일이 우리가 삶을 총체적으로 살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학을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과학에 대한 성찰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존재에 대한 성찰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다.
  • 美대선 출마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미국 핵무기 선제공격권 없애야”

    美대선 출마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미국 핵무기 선제공격권 없애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숙 관계로 최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2주 전 미국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대선 주자로 등판한 워런 의원이 핵무기 정책을 이슈로 끌어올릴 경우 미국의 선제공격을 금지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온라인매체 복스는 워런 의원이 제시한 법안은 “미국이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라는 짤막한 한 문장이지만 실제로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복스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안은 워런 의원뿐 아니라 아담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이 함께 발의했다. 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정책이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치달을 수 있는 사고 발생 위험을 줄이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핵무기는 여전히 인류에게 남아있는 가장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이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보호 아래 있던 국가들이 자국을 보호하고자 스스로 군비 구축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미국이 선제공격 금지 조항을 받아들임으로써 전 세계의 핵무기 체제가 불안정해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복스는 어느 쪽이든 그동안 주류 정치에 별로 등장하지 않았던 핵안보 정책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바람직하며, 핵전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통령은 누구나 스스로 핵 공격을 명령할 권한이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우주는 신의 작품 아니다” 마지막도 단호했던 호킹

    “우주는 신의 작품 아니다” 마지막도 단호했던 호킹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스티븐 호킹 지음/배지은 옮김/까치/300쪽/1만 7000원“사람들은 인간과 같은 외모의 신을 머릿속에 그리고 인간과 신이 사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믿는다. 우주가 얼마나 광대한지를 감안하면, 그리고 그 안의 인간의 삶이 얼마나 하찮고 우연적인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면,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은 상당히 믿기 어렵다.”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이론 물리학자’로 불린 스티븐 호킹은 신의 존재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나는 우주가 과학의 법칙에 따라서 무(無)에서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3월 76세로 타계한 스티븐 호킹의 유작 ‘스티븐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은 이렇게 매정하기 짝이 없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단호할 줄이야.●호킹의 유작… 첫 장부터 神을 부정하다 그의 유작은 흥미로운 주제지만 쉽게 답하기 어려웠던 주제, 그래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10개의 주제에 관한 답을 담았다. ▲신은 존재하는가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우주에는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블랙홀 안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는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는가 ▲인공지능은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원서는 지난해 10월 ‘어려운 질문에 대한 간략한 답변’이라는 제목으로 나왔고, 이번에 한국어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호킹이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다가올 디스토피아를 예고한다고 알려지며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됐다. 실제로 책은 첫 장에서 신을 부정하며 시작한다. 그의 주장에 (인간의 형상을 한) 신을 믿는 이들은 이렇게 반박할지 모른다. “우주가 138억년 전 빅뱅에서 출발했다면, 빅뱅 이전은 무엇이 있으며, 빅뱅은 또 누가 한 일인가?” 호킹은 여기에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들어 반박한다. 원자 수준을 지나 더 작은 수준의 아원자까지 들어가면 입자들은 사실상 아무렇게나 생기고 가끔 없어지고 다른 곳에서 생기기도 한다. 블랙홀에서는 시간까지 휘는데, 블랙홀에 시간을 넣고 거꾸로 돌아가면 결과적으로 하나의 점에 이른다는 것. 결국 빅뱅 직전, 무한히 작으면서 밀도가 높은 블랙홀에는 신이 존재할 시간조차 없다고 강조한다. ●“AI와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우주의 기원을 살핀 호킹은 이후 역사와 크기를 설명하며 다른 별에 사는 외계인과의 접촉이 어렵고, 우주가 여러 역사를 가지지만 시간여행을 막는 쪽으로 흐르는 ‘연대기 보호 가설’에 따라 시간여행 역시 어렵다고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어 인류의 현재 상태를 진단하고, 우리가 가야 할 미래까지 짚어낸다. 인류가 지금처럼 지낸다면, 기후변화로 바다의 수온이 오르고 빙하가 녹으면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돼 지구 기후가 금성처럼 섭씨 250도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인공지능(AI)이 인류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며, 핵전쟁, 운석 충돌, 200만년 이후 지구 붕괴 등을 고려할 때 우리는 언젠가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호킹은 우리가 준비한다면 미래가 아주 어둡지는 않다며, 일말의 가능성을 남겨 놓는다. 우리가 협력하면 인류가 저지를 수 있는 위험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며, AI 역시 제대로 된 제어장치를 마련해 놓으면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은 어찌 보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 이전의 유럽과 비슷하다”면서 다른 별로 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명확한 대답… 철학책에 가까운 과학책 호킹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양자역학을 비롯한 어려운 과학 이론에 관한 설명은 될 수 있으면 간결하게 줄였다. 적절한 비유와 논리적 전개 덕분에 의외로 술술 읽힌다. 주제 자체가 워낙 광대해 과학책이라기보다 철학책에 가깝다는 생각도 든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가장 쉬우면서 명확한 답을 내놓은 까닭에, 벽두지만 가히 ‘올해 최고의 과학책’으로 꼽을 만하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았고, 물리학 법칙과 머릿속 생각만을 이용해 우주를 여행했던 호킹은 자신의 생애를 압축하고, 과학자로서 그의 태도를 보여 주는 동시에, 인류의 갈 길을 가리키는 자신의 유언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므로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자. 눈으로 보는 것을 이해하려 하고 우주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도록 노력하자. 상상력을 가지자.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세상에는 해낼 수 있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일이 언제나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상상력을 가두지 말자.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아버지 부시 타계] 냉전 종식·걸프전 승리 ‘슈퍼 미국’ 문 열다

    [아버지 부시 타계] 냉전 종식·걸프전 승리 ‘슈퍼 미국’ 문 열다

    18살에 자원 입대… 日에 격추 뒤 구사일생 고르바초프와 ‘몰타 회담’서 미소 냉전 끝 1991년 걸프전 승리했지만 재선엔 실패 2000년 아들 부시 당선으로 ‘父子 대통령’ 퇴임 후 정적 클린턴과 초당적 모금 활동 북방외교 지원·국회 연설 한국과도 인연“냉전 종식은 모든 인류의 승리다.” 인류를 핵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냉전을 해체하고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어 ‘팍스 아메리카나’의 문을 열어젖힌 ‘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별세했다. 94세.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저녁 10시 10분 텍사스주 휴스턴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파킨슨병으로 투병해 온 부시는 73년간 해로해 온 부인 바버라를 지난 4월 먼저 떠나보낸 뒤 7개월 만에 뒤따라 갔다. 역대 미 대통령으로서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1924년 6월 미 매사추세츠주 밀턴에서 태어난 부시는 2차대전이 터지자 예일대 입학을 앞두고 18살에 자원 입대해 최연소 해군 파일럿으로 종군했다. 일본 오가사와라 해역에서 일본군에 격추된 그는 미 잠수함에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바버라와 1945년 결혼한 부시는 1966년 텍사스주 하원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두 차례 하원의원을 지낸 뒤 유엔 주재 미대사, 미·중 수교 전 베이징 주재 미연락사무소장,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역임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과 겨룬 당내 대선 경선에서 패한 그는 8년간 부통령으로 레이건 정부를 떠받쳤다. 1988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민주당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꺾고 당선됐다.레이건의 뒤를 이어 부시가 1989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자 냉전 체제가 요동쳤다. 시대의 흐름을 읽은 그는 취임연설에서 ’강한 미국’을 내건 레이건과 달리 “세계에 좀더 따뜻하고 배려 있는 미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해 7월 동유럽을 방문해 “자유롭고 하나가 된 유럽”을 호소했고, 비 내리는 부다페스트 광장에선 준비된 원고를 버리고 “마음으로 뜻을 전하고 싶다”고 즉흥연설을 했다. 4개월 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12월에는 조건 없이 미·소 정상이 지중해 몰타섬에서 머리를 맞댔다.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1990년부터 소련 대통령 겸직)은 “평화로 가득 찬 새 시대”를 얘기했고, 부시는 “그것이 우리가 만들기로 한 미래의 모습”이라고 화답했다. 그렇게 냉전 체제는 평화롭게 무너졌다. 냉전의 공백을 틈타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다. 1991년 쿠웨이트를 해방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걸프전’에 43만명의 대군을 파병해 승리를 거둔 것은 부시의 치적으로 평가된다. ‘사막의 폭풍’이라는 작전명으로 진행된 걸프전에는 33개국 12만명의 다국적군이 참전했다. 1차 걸프전을 압도적 승리로 이끈 그의 지지도는 90% 가까이 치솟았지만, 경제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바보야 문제는 바로 경제야”라는 구호를 내건 40대 빌 클린턴에게 백악관을 내줬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노태우 정권 당시 ‘북방외교’를 촉진하는 숨은 지원자 역할을 해 줬다. 노태우 정부는 1990년 옛 소련과 1992년 중국과 잇따라 수교했다. 1991년 9월에는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이 이뤄졌다. 그는 대통령 재직 기간 두 차례 한국 국회 연설을 했다. 1989년 2월 첫 방한해 국회에서 북한에 평화적인 메시지를 연설했고, 1992년 국빈 방한 기간에는 북한이 핵시설 사찰을 수용하고 의무를 이행하면 한·미 팀스피릿 군사훈련을 중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시의 진가는 퇴임한 뒤 빛을 발했다. 그는 자신을 이기고 대통령이 된 클린턴과 당파를 떠나 친하게 지냈으며 2005년에는 클린턴과 동남아 쓰나미 피해 복구를 위한 모금 활동에 함께 참여하며 초당적인 국가원로의 모범적 역할을 보여 줬다. 2000년 대선에서 맏아들 조지 W 부시가 백악관 입성에 성공하면서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에 이어 두 번째 ‘부자(父子) 대통령’의 기록을 세웠고, 둘째아들 젭도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내는 등 케네디가(家) 못지않은 정치 명문가로 자리매김했다. 세상을 떠나던 날 오전 오랜 동료이자 냉전 해체라는 역사의 물결을 함께 헤쳐 간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부시를 찾았다. 기력이 쇠해 밥조차 거르며 잠들었던 그가 눈을 떴다. “베이크, 우린 어디로 가고 있나.” “천국으로 가죠.” “내가 가고 싶은 곳이야.”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폼페이오 “인내할 준비 됐다”… 또 ‘비핵화 장기전’ 내민 美

    폼페이오 “인내할 준비 됐다”… 또 ‘비핵화 장기전’ 내민 美

    美싱크탱크는 “北에 보상 필요한 시점” 리용호 경제모델 배우러 29일 베트남행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우리는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강력한 대북제재는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북·미 고위급회담이 다시 연기되는 등 북·미 비핵화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자 ‘장기전’을 대비하면서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1년 이상 동결된 상황에서 미국은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고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캔자스 라디오방송 KFDI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나는 문제(비핵화 협상) 해결을 위해 협상하는 일을 맡아 왔다”면서 “그것(북한의 비핵화)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북한이 우리와 관여(대화)하게 만든 경제제재는 계속될 것”이라며 ‘선 비핵화, 후 제재 해제’ 원칙을 거듭 고수했다. 결국 미국은 강력한 대북제재와 장기전으로 비핵화 협상에 망설이고 있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 싱크탱크 내에서도 북한에 적극적인 ‘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국가이익센터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날 더힐 기고문에서 “트럼프 정부가 앞으로 몇 주 동안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북한이 핵전쟁 위협으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본격적인 데탕트(긴장완화)로 갈지 결정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암시한 비핵화의 극적인 제스처와 한국전쟁 종전을 서로 교환할 것”을 트럼프 정부에 제안했다. 한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베트남을 공식 방문한다고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리 외무상은 “베트남의 경제발전 모델을 배우고 싶다”고 한 것으로 알려져 베트남의 개혁·개방 모델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북·미협상의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편리함과 맞바꾼 기후변화… 더 매서운 폭풍우 대가 치른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편리함과 맞바꾼 기후변화… 더 매서운 폭풍우 대가 치른다

    요즘 지구과학이나 기상분야 연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일 것입니다. 일반인들도 지겹도록 듣는 말이라 실제로 경각심을 갖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우리가 체감을 하든 못 하든 간에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달 초 스웨덴 비영리단체 ‘글로벌 챌린지스 재단’이 세계 인구의 10% 이상을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위협 10가지를 선정해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여기에 핵전쟁, 생화학전, 소행성 충돌과 함께 지구온난화가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로 꼽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킹이나 크메르 제국, 인더스 문명 등 고대 문명들의 상당수가 기후변화로 인해 몰락했고 현재 우리에게 닥친 기후변화는 인간이 원인으로, 어느 한 지역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열대성 저기압, 3도 오르면 풍속·강수량 급증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지구온난화는당장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미국 국립 로렌스버클리연구소 기후·생태과학부, 전산연구부는 ‘주요 열대성 저기압에 대한 인위적 영향’이라는 논문을, 아이오와대, 프린스턴대 지구과학과, 토목환경공학과 연구진은 ‘도시화가 허리케인으로 인한 강우와 홍수를 악화시켰다’는 제목의 논문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15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이번 논문들은 인간의 활동이 열대성 저기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매우 자세하게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로렌스버클리연구소 연구진은 아시아와 북미지역을 강타한 역대 가장 파괴적인 열대성저기압(허리케인, 사이클론, 태풍) 15개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시행했습니다. 21세기 말에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는 3가지 기후환경과 산업화 이전에는 이들 열대성저기압이 어떻게 나타났을 것인가를 본 것이지요. ●공기 당기고 포장 뒤덮인 도시, 홍수 위험 커 미국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5대 허리케인으로 꼽히는 카트리나(2005), 이르마(2017), 마리아(2017) 등의 경우 산업화 이전의 기후환경이었다면 폭풍 강도는 비슷했겠지만 강수량은 4~9% 정도 더 적었을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그렇지만 금세기 말 지구 평균온도가 3도 이상 상승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는 태풍의 순간 최대풍속은 지금보다 시속 11~54㎞ 증가되고 강수량은 25~3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이오와대, 프린스턴대 공동연구팀은 ‘도시화’가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강수량을 늘리고 홍수피해를 심각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지난해 텍사스주 휴스턴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를 수치 분석한 결과 도시의 지형이 공기를 끌어당기는 항력을 증가시켜 강우량 자체를 늘릴 뿐만 아니라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 표면의 특성상 홍수가 증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인간 활동이 많은 도시는 도시화가 덜 된 지역보다 태풍으로 인한 홍수 위험이 최대 21배 더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도시 계획을 세울 때는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홍수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인간’입니다. 그런데도 ‘지구온난화는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edmondy@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살인적 집값 상승에… 맥도날드·차에서 잠드는 ‘억대 연봉 난민’

    [글로벌 인사이트] 살인적 집값 상승에… 맥도날드·차에서 잠드는 ‘억대 연봉 난민’

    “집을 살 수 없다고? ‘지구 종말론’을 탓하라.”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크리스 브라이언트는 최근 이런 제목의 칼럼으로 선진국 가운데 처음 외국인의 주택 매매를 법적으로 금지한 뉴질랜드 정부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살인적인 집값 상승에 거리로 내몰리는 국민을 위해 다소 극단적일지라도 뉴질랜드 정부가 자구책을 내놨다는 평가다.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뉴질랜드 전체 인구 450만여명의 1%에 해당하는 약 4만명이 홈리스(노숙자)로 추산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2% 내외)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FT는 뉴질랜드의 집값이 지난 10년여 새 57% 상승했으며, 특히 오클랜드는 상승폭이 90%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국경을 초월한 부동산 투기가 과열되면서 정작 국민들은 자동차, 텐트, 창고, 거리로 나앉는 신세가 됐다. 특히 뉴질랜드는 전 세계 부자들에게 핵전쟁, 생물학전, 상위 1% 부자를 향한 혁명 등으로 인한 이른바 ‘둠스데이’(지구 종말의 날)를 대비한 피난처로 여겨지면서 집값이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모이자 인터넷 결제 서비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이 2011년 비밀리에 뉴질랜드 시민권을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외국 투기자본이 집값을 끌어올려 젊은 키위(뉴질랜드인)들이 집을 살 수 없게 됐다”며 외국인 주택 매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한 한편, 노숙자 주거시설을 지을 목적으로 1억 뉴질랜드 달러(약 756억원)를 투입했다. ● 실리콘밸리 일자리 29%↑… 주택은 4% 늘어 살인적인 집값 상승에 ‘주거 적신호’가 켜진 나라는 뉴질랜드만이 아니다.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올해 1분기 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실질 주택가격 지수’는 160.1로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전 정점을 찍었던 2008년 1분기의 159.0을 추월했다. 국가별로 보면 63개국 가운데 48개국(76%)에서 최근 1년간 실질 주택가격이 오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워싱턴주 시애틀, 뉴욕의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중화권에서는 홍콩과 중국 선전, 상하이 등 역시 대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고 있다. 영국 런던, 캐나다 밴쿠버 등에서도 투기자본에 의한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억대 연봉을 받고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차에서 노숙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미 연방정부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4인 가족 기준 소득 11만 7400달러(약 1억 3000만원) 이하를 저소득층으로 분류한다. 막대한 주거비 부담 때문이다. 치솟는 수요에 비해 경직된 주택 공급이 비극을 불렀다. 컨설팅사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캘리포니아 일대에는 주민 1000명이 유입될 때 신규 주택 공급은 325가구에 불과했다. 반면 1973년부터 2010년까지 27년간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의 실질 소득은 2배로 증가했다.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도시의 풍경은 별로 변한 것 없이 갈수록 퇴락해 가는데 집값만 미친 듯이 오르는 상황이다. 292개 회원사를 둔 조직인 실리콘밸리리더십그룹(SVLG)의 칼 가디노 회장은 “지금의 주택·교통난이 지속한다면 얼마 안 있어 ‘실리콘밸리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SVLG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동안 정보기술(IT) 기업의 집중으로 실리콘밸리 지역의 일자리는 29%나 증가했지만 이들이 머물 주택 공급은 겨우 4%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아마존의 도시’이자 ‘스타벅스의 고향’으로 불리는 시애틀은 지난 4년간 뉴욕 집값을 뛰어넘었다. 시애틀 시의회는 노숙자 복지 기금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5월 인두세 부과 법안을 꺼냈으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이에 맞서 도심에 짓고 있던 17층짜리 오피스빌딩 건설 계획을 중단하는 등 역풍을 맞아 백지화됐다. 이 법안은 영업이익 2000만 달러가 넘는 기업에 직원 1명당 275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골자였다. 시애틀에서만 4만 5000여명을 고용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아마존이 타깃이었다. ●‘맥난민’ 5년새 6배 급증… 57%가 직장인 중국 광둥성 선전시도 비슷한 요인으로 신음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의 흔한 시골 중 한 곳이던 선전은 덩샤오핑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화웨이, 인터넷서비스 전문업체인 텐센트, 배터리·전기차 제조업체인 BYD 등이 들어서 있다. 기업의 성장과 함께 인구가 집중되면서 임대료가 치솟았다. 글로벌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넘베오에 따르면 2018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초인플레이션을 겪는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를 제외하면 세계 1위는 홍콩이고 베이징이 2위, 상하이가 3위이며 선전은 그 뒤를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집값 폭등으로 새로운 풍속이 생겨났다. 홍콩에서는 집 대신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을 일컬어 ‘맥난민’이라 부른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국제청년회의소(JCI)가 지난 6~7월 홍콩 시내에 산재한 110개 맥도날드 매장을 조사한 결과 맥난민의 수는 334명에 달해 2013년에 비해 6배로 급증했다고 조명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57%가 멀쩡한 직업을 가진 직장인이라는 점이다. 천문학적인 집값 부담이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홍콩 중산층 아파트 가격은 평(3.3㎡)당 1억원을 넘어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영국 런던 리젠트 운하에 정박된 보트에서는 일명 ‘보트족’이 모여 산다. 폭등한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주거용 선박에서 수상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런던의 주택 평균 거래가는 9억원대인데 비해 보트는 3000만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 보트에서 생활하는 영국인은 3만명에 이른다. 집값은 지난해 영국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벌 수 있는 연간 소득의 8배로 폭등했다. 이는 영국에서 집값과 연소득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집값은 1997년부터 2016년까지 259%나 폭등했다. 이 기간 연소득은 68% 오르는 데 그쳤다. 영국 왕립경제학회는 “외국인의 투자가 없었다면 2014년 영국 평균 집값은 실제보다 19% 낮았을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내기도 했다. ●호주·홍콩, 빈집에 세금 부과 추진 전 세계가 집값 폭등으로 신음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갈 곳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 탓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역사상 유례없는 돈 풀기에 나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기준 금리를 0.25%까지 낮춰 기업과 가계에 대한 대출을 대폭 늘렸고 민간이 가진 미 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당시 시중에 풀린 수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액수의 유동자금이 투자처를 찾던 끝에 각국의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상이 일부 도시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오를 만한 곳에만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른 각국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의 주택 구입 금지 법안을 의결한 뉴질랜드 의회를 비롯해 호주는 외국인이 주택을 사들인 경우 6개월 이상 빈집으로 두면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홍콩 정부도 ‘빈집세’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주택 개발업자가 분양한 아파트가 1년 이상 팔리지 않고 빈집으로 남아 있으면 임대료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매긴다는 방침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인류에게 닥친 위협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인류에게 닥친 위협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유발 하라리 지음/전병근 옮김/김영사/560쪽/2만 2000원 전 세계 50개국에서 800만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는 독자의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작가다. 아마도 그가 다루는 주제가 ‘빅 히스토리’(거대담론)여서일 것이다. 오랜 기간, 폭넓은 지역의 이야기를 다루려면 굵직한 주제만 남기고 세부적인 이야기는 생략할 수밖에 없다. 책으로 비유하면 ‘목차+요약판’ 같은 느낌이랄까. 그러나 방대한 분량의 정보가 매일 쏟아지는 시대다.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공부하려면 사실상 온 인생을 바쳐도 어렵다. 이럴 때는 그의 책이 요긴하다. 굵직한 주제를 핵심만 요약해 엮어내는 그의 솜씨를 따라갈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사피엔스·호모 데우스에 이은 신작 신간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도 그의 특기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는 인류가 당면한 굵직한 주제들을 던지고, 어떻게 대처할지 우리에게 묻는다. 앞서 저자는 보잘것없던 유인원이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됐는지 설명한 ‘사피엔스’로 과거를 조망했다. 두 번째 책 ‘호모 데우스’에서는 기술혁명, 생명혁명을 통해 인류가 어떻게 미래에 신이 될 수 있을지 추측했다. 과거와 미래를 거쳐 이번 책이 향하는 시점은 바로 ‘현재’다. 21개 주제는 5부로 엮었다. 1부 ‘기술적 도전’은 ‘환멸’ ‘일’ ‘자유’ ‘평등’을, 2부 ‘정치적 도전’은 ‘공동체’ ‘문명’ ‘민족주의’ ‘종교’ ‘이민’을 다룬다. 3부 ‘절망과 희망’의 테마는 ‘테러리즘’ ‘전쟁’ ‘겸허’ ‘신’ ‘세속주의’다. 4부 ‘진실’에서는 ‘무지’ ‘정의’ ‘포스트-트루스’ ‘과학 소설’을, 5부 ‘회복력’은 ‘교육’ ‘의미’ ‘명상’으로 구성됐다.●인공지능·빈부 갈등 등 굵직한 주제들 21개 주제는 하나하나가 굵직하다. 저자는 이 주제들을 통해 인류가 당면할 위협과 위험을 집중 조명한다.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외려 인류를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직면하게 했다. 인공 지능이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킬 수 있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다. 생명기술의 혁명적 발전에 따라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지만, 빈부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기후 변화와 핵전쟁은 인간의 미래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민족과 종교, 인종주의에 갇혀 반목한다. 21개의 주제는 마치 독립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이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연결해 서사적으로 구성한다. 예컨대 3부의 경우 ‘테러리즘→전쟁→겸손→신→세속주의’로 이어진다. 저자는 우선 인류가 최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테러리즘을 왜 두려워하는지 설명하고, 테러리즘이 핵무장으로 번질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런 핵무장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어리석음을 반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저자는 이런 어리석음을 치유하는 해법으로 ‘겸손’을 든다. 이 겸손은 신을 향한 겸손함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도덕적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신이 필요한가?’라고 묻는다. 이런 질문에 관한 답은 세속주의에 대한 필요성으로 연결된다. 테러리즘으로 시작한 설명이 인류사의 전쟁을 훑고, 신을 넘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는 셈이다. 독립된 듯 보이는 주제를 설명하고 비판하고 답을 추구하는 이런 방식의 서술은 그야말로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감탄스럽다. 특히 앞선 2권의 저작과 연결하면 인류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연결된 21개 주제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최종 주제인 명상에 이른다. 인류 조상인 사피엔스부터 시작한 여정이 결국 나 자신에 이른다는 점에서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사실상 하나로 묶이는 셈이다. ●읽는 내내 해결책을 고민하게 하는 책 저자는 앞서 2권의 책을 통해 박학다식, 참신한 해석, 도발적 문제제기를 보여줬다. 이 책들에 매료됐던 이들이라면 이번 책도 만족할 것이다. 다만 책을 읽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예고하건대, 저자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지는 않는다. 개별 주제들은 전 세계 석학들이 했던 이야기가 사실상 태반이다. 주제별로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분야별로 다른 책을 읽는 게 낫다. 무엇보다 큰 주제들을 다루기 때문에 세부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힘이 떨어진다. 따라서 읽는 내내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역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생각해보고, 해결책을 고민하게 하는 게 바로 이 책의 매력인 셈이다. 500여쪽에 이르는 책은 ‘현재’라는 과목의 한 학기 인문학 강의를 통째 수록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나 이런 저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는 순간 결국 유발 하라리의 식견과 통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美 정부 “중국에서 쓴 노트북, 핸드폰 모두 버려라”… 왜?

    美 정부 “중국에서 쓴 노트북, 핸드폰 모두 버려라”… 왜?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던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 일행이 중국 현지에서 사용한 노트북과 핸드폰을 모두 폐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감청 및 해킹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환구망은 8일 미국 워싱턴타임스 보도를 인용해 미국 당국은 매티스 장관의 방중에 동행한 기자 10명이 매티스 장관의 전용기 E4B 나이트워치를 타고 귀국할 당시 중국에서 사용한 적 있던 전자단말기의 기내 휴대를 금지했다고 전했다. 미국 보안당국은 중국이 ‘사이버 스파이 기술’을 통해 바이러스나 악성 소프트웨어를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에 심어 원격으로 이 항공기를 감시 통제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타온 E4B는 하늘에서 미군 전군에 직접 명령을 내리는 등 핵전쟁 수행능력을 갖춘 ‘공중지휘통제기’로 ‘최후 심판의 날 항공기’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매티스 장관을 수행한 관리와 기자들은 결국 일회용 전화를 휴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 휴대전화도 중국 안에서만 쓴 다음 중국을 떠나기 전 버리라는 지침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기자들은 휴대전화 외에 중국에 가져온 노트북 컴퓨터도 모두 중국 안에서 폐기하거나 중국 현지 지사의 동료에게 넘길 것을 요구받았다. 이에 따라 일부는 노트북 컴퓨터 2대를 준비해 한 대는 중국 체류 기간에만, 다른 한대는 중국 밖에서 사용했다. 미국의 이 같은 극단적인 방첩 보안에 중국 매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환구망은 중국 첩보기술에 대한 서방의 상상력에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탄했다. 중국의 한 매체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신경과민증이 ‘초목개병’(草木皆兵·적을 두려워한 나머지 온 산의 초목까지 적군으로 보임)의 수준까지 이르렀다고도 했다. 휴대전화를 통한 중국의 기밀탈취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은 매티스 장관의 방중이 처음은 아니다. 호주 국방장관이 2012년 6월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휴대전화 폐기 일화가 공개된 바 있다. 당시 홍콩을 거쳐 중국 본토를 방문한 스테판 스미스 호주 국방장관과 수행원들은 임시 휴대전화를 장만한 다음 소지하던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를 홍콩에 놔둔 채 중국으로 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수능파 “학종, 우연성 큰 복불복”… 학종파 “수능, 과정 아닌 결과”

    [교육개혁 리포트-대한민국 중3] 수능파 “학종, 우연성 큰 복불복”… 학종파 “수능, 과정 아닌 결과”

    수능과 학종 사이… 심층 그룹인터뷰로 살펴본 부모 속마음 대한민국에서 대학 입시 제도는 ‘몸통(교육 제도)을 흔드는 꼬리’다. 철옹성 같은 대학 서열화 구조 속에서 유명대 졸업장은 인생 성공의 ‘보증수표’로 여겨진다. 입시가 교육의 전부가 된 이유다. 현재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2022학년도 입시 제도 개편안 마련이다. 수능 위주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율 조정이 핵심 안건이다. 2지선다의 단순한 객관식 같지만 부모와 교사, 대학 등의 첨예한 입장 차 속에 고차방정식이 돼 버렸다. 서울신문의 ‘교육개혁리포트 대한민국 중3’ 2편에서는 수능 전형과 학종 전형을 지지하는 학부모를 4명씩 만나 심층그룹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한 결과를 정리했다. 두 집단 부모들은 각자 경험에 기대어 학종 또는 수능 전형을 옹호했지만, 각 전형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은 알고 있었다. 상대가 왜 특정 전형을 선호하는지 심리적 동기를 정확히 읽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 때 입시 난제 해법을 찾는 길이 열릴 듯하다. 참가자들이 신분 공개를 꺼려 사는 지역에 따라 수능 지지자는 강남맘(중3·대학2 자녀 부모)·성남맘(고3)·대구맘(중3·초4), 양천맘(고3·고1)으로 표기하고, 학종 지지자는 분당맘(중3), 중랑맘(고2·중1), 일산맘(중2·초6), 목동맘(고3·중3, 모두 40대)으로 지칭한다.수능파 속마음 서울신문 취재팀이 만난 수능 지지 학부모(수능파)들이 체감하는 한국은 약육강식의 ‘경쟁 사회’다. 이 땅에서 수십년 살며 몸소 체험한 바다.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라는 청년실업률이나 청년층이 ‘N포 세대’(돈이 없어 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 등 많은 것을 포기하는 세대)로 전락했다는 등의 뉴스를 보면 확신이 더해진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능력’이 있어야 한다. 학벌사회인 한국에서 학력은 확실한 능력이다.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주요대 학벌의 힘은 여전하다. “좋은 대학에 가도 취직이 안 될 수 있지만,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성남맘)이라는 믿음이 있다. 이 때문에 입시는 그저 ‘잘되면 좋은’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승부다. 이런 수능파 부모들에게 학종은 매우 큰 ‘부담’이다. 우선 입시는 노력한 만큼 공정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학종은 ‘우연성’이 너무 크다. 투자한 노력·시간에 비례해 꽤 정직하게 성적이 보장되는 수능과 다르다. 우연의 개입을 막으려면 내신 교과 성적과 수상 실적 등 비교과 기록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심리적·재정 부담이 심하다. “우리 부부는 전문직인데도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요. (학생부 관리법을) 차라리 모르면 속 편했겠죠. 고교 입학 직전 학종 컨설팅을 시작해서 3년 내내 학생부를 관리해야 해요. 물론 돈 들죠. 하지만 이걸 혼자 하는 학생이 0.5%나 될까요?”(강남맘) 수능파 학부모들에게 일부 교사는 불신의 대상이다. 학종에서는 교사가 아이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얼마나 신경 써 작성해 주느냐에 따라 입시 당락이 갈리는데 무신경해 보일 때가 많다. “교사는 내가 고를 수도 없고 복불복이 너무 심한데 그 피해는 왜 전부 고3인 내 아이가 봐야 하느냐”(양천맘)는 분노와 하소연이 쏟아진다. 아이와 함께 수험 생활을 하며 직간접적으로 확인한 학종 관련 부정행위는 불신을 더욱 깊게 한다. “우리 애 학교에서는 전교 1등한테 교내상을 수십개 몰아줬대요. 딸이 나중에 저한테 어두운 표정으로 말하더라구요. ‘(상위권 학생들이 속한) 심화반은 봉사 점수 같은 것만 좀 몰아주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내신 문제도 찍어준다’고요.”(강남맘) 교사들이 출제하는 중간·기말고사 문제도 수능과 비교하면 여간 마뜩잖다. 아이들의 등급을 가르기 위해 문제를 말도 안 되게 꼬아 낸다. 게다가 “내신 교과 등수는 1학년 1학기 성적이 3학년 때까지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성남맘)는 생각이 든다. “영어는 문장의 세미콜론까지 외워 써야 해요. 수행평가에서는 삼각함수, 로그함수를 실생활에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보고서로 써서 내래요. 이걸 아이가 어떻게 해요. 결국 많은 강남 아이들이 학원 도움을 받죠.”(강남맘) 하지만 교사를 정면 비판하기는 부담스럽다. “학교에 교사의 자질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제보한 학부모를 색출한다”(양천맘)는 얘기까지 돈다. 수능파 부모들도 처음부터 학종을 미워한 건 아니다. 아이가 잘하는 것을 대입에 반영하려는 취지는 훌륭하다. 다만 한국처럼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신뢰 수준이 낮은 사회에서는 절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는 제도다. 그래서 “현재 20% 수준인 수능 전형 비율이 40~50%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한다”(대구맘)고 생각한다. “저는 극단적으로 학벌 위주, 경쟁 위주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학종 아니라 학종 할아버지가 와도 똑같은 짓(부모 개입·사교육 의존 등)을 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성남맘) 수능 지지 부모들이 가진 공통점 중 하나가 자녀와의 관계다. 이들은 정서적 유대감이 무척 강하다. 부모는 아이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다. “아이가 (학종에 불리한) 지금 학교에 온 걸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어요. 고3이 되면 ‘내 잘못이구나, 내 오판 탓에 아이 인생이 망가졌구나’ 싶은 생각이 들까 봐 걱정이에요. 경쟁 사회인데. 왜 이런 대입 제도를 엄마와 아이들한테 전가시키는지 참을 수가 없어요.”(양천맘)학종파 속마음 학종 지지 학부모(학종파)는 심층인터뷰에서 ‘과정’과 ‘맥락’을 자주 강조했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이며,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분당맘)는 얘기다. 유명대 입학은 학습 과정에서 얻을 수도, 혹은 얻지 못할 수도 있는 결과물로 보려 했다. “시험 이외의 모든 상황이 역경이고, 이를 스스로 해결하는 게 자기주도적 학습 과정이죠. 요즘은 복합 문제 해결 능력이나 시련이 교육적으로 오히려 필요해요.”(일산맘) 학종은 ‘과정’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수능보다 나은 입시 도구라고 생각했다. “학종도 모순에 차 있지만, 과정 평가(학종)와 결과 평가(수능)는 차이가 있죠. 수능 애들은 스토리가 없어요.”(중랑맘)라는 말에는 학종파 부모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교사는 내 아이의 ‘과정(맥락) 있는 배움’을 돕는 파트너다. 신뢰해야 한다. 중학생인 아이가 성적 잘 받는 법을 묻는다면 “네 주변에서 교육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학교 선생님이니까 선생님께 물어보라”(중랑맘)고 조언한다. 교사들의 무관심 탓에 일반고 학생 등이 학종 전형에서 피해를 본다는 주장도 동의하지 않는다. “한 학교의 교사 전체가 모두 무관심하기는 어려워요. 1~2명이 먼저 시작하고, 학교만의 데이터가 만들어지면 선순환으로 향하기 시작해요.”(중랑맘) 학종을 ‘금수저 전형’(사교육에 의존할 수 있는 고소득층에 유리하다는 뜻), ‘깜깜이 전형’(당락의 이유가 불명확한 부정한 전형)이라고 비판하는 건 예외적인 사례를 너무 부풀려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교 1등에게 수상 실적 몰아주기, 교사가 엄마에게 학생부 작성 맡기기 등은 흔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물론 학종파 부모도 입시 결과를 두고 완전히 초연하지는 못하다. “학종은 교과 성적과 스토리(비교과 기록)를 함께 챙겨야 한다”(일산맘)는 점에서 부담이 큰 전형이다. “부모로서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수긍할 때도 있다. 하지만 시대 흐름을 볼 때 결국 학종에 담긴 철학이 맞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예전의 룰(수능 잘 봐서 좋은 대학 가면 안정적인 삶을 누린다는 암묵적 규칙)이 통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엘리트 교육의 한계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줌아웃해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다 서울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줌인해서 우리 주변을 보면 결국 정성적 부분이 훌륭한 사람이 존경받고, 행복하죠.”(중랑맘) 학종파 부모들은 공동체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했다. 주변 아이들의 행복도가 곧 내 아이의 삶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컨대 핵전쟁이 나고 환경이 다 파괴됐는데 우리 애만 방탄복 입고 살아남는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죠. 이웃 아이들은 내 아이에게 환경 같은 존재죠.”(중랑맘) 학종파 부모가 수능파 부모와 다른 또 하나의 지점은 자녀와의 관계 설정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딸이지만, “아이 인생의 80~90%까지 책임지고 싶지 않다”(일산맘)고 생각한다. 피아노 학원 등을 보낼 때도 체험해 볼 기회를 주고, 레슨을 받을지는 본인이 정하도록 한다. “‘저걸 안 해도 행복하다’고 하면 시키지 않는다”(목동맘)는 것이다. 누군가는 “부모로서 직무유기가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다. 이에 대해 “아이에게 어려운 선택권을 주되 그 선택을 존중하고, 결과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각오로 옆에서 지켜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이가) 선택을 후회해도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후회 없는 인생이 있겠어요?”(일산맘)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北비핵화’ 위한 한미훈련 중단... 이번이 세번째

    ‘北비핵화’ 위한 한미훈련 중단... 이번이 세번째

    북미간 대화 진전을 위해 한미 군 당국이 오는 8월 예정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적극 나서도록 하기 위해 한미가 연합훈련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미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연합군사 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것은 1992년과 1994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첫 사례는 1992년 팀스피리트 훈련 잠정 중단이다. 당시 영변 핵시설 사찰을 둘러싸고 북미 간에 갈등이 불거졌을 때 우리 정부는 미국과 협의해 1991년 말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수용을 요구하며 훈련 중단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1976년 시작된 팀스피리트에 대해 북한은 고강도 비난을 수차례 쏟아내며 중단을 요구했다. 1985년과 1986년엔 “우리 공화국 북반부를 선제타격하기 위한 핵전쟁연습”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팀스피리트 훈련은 1984년 이후 20만명 이상이 참가한 대규모 연례 훈련이었다. 한미의 협상 카드는 유효했다.북한은 1991년 12월 말 한국과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최종 합의했고 남북한은 공동선언을 채택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1992년 봄에 예정됐던 팀스피리트 훈련은 취소됐고 북한의 협조로 IAEA의 북한핵 사찰이 1992년 6월부터 실시됐다. 팀스피리트 훈련은 1994년에도 중단됐다. 앞서 북한은 핵시설 사찰을 6차례 허용했지만 미신고 사찰은 거부했다.이를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지던 상황에서 한미는 1993년 1월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를 공식 발표했다.이에 북한은 고위급회담 중단 발표로 맞섰다. 북한은 팀스피리트 훈련이 열렸던 1993년 3월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선언을 했다. 긴장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전쟁 발발의 위기로까지 치닫게 된 소위 1차 북핵 위기는 1994년 10월 21일 제네바 합의 체결로 종료됐다.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1994년 훈련도 열리지 않았다. 팀스피리트 훈련은 1994년 이후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으로 명칭을 변경해 사용하다가 2008년부터 ‘키리졸브’로 명칭이 변경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키리졸브(KR) 연습은 연합방위태세 점검과 전쟁 수행절차 숙달에 중점을 두고 매년 전반기에 실시된다. 이밖에도 한미는 상황에 따라 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1990년 남북고위급회담과 미국의 걸프전 참전 여파로 ‘을지포커스렌즈’(UFL) 훈련을 중단했다. 또 1991~1993년엔 남북회담 진행에 따라 군사연습은 축소하고, 정부연습은 분리해 별도 실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네 번의 협상, 네 번의 실패/안동환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네 번의 협상, 네 번의 실패/안동환 국제부 차장

    1985년 11월 19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제네바 서쪽 호숫가의 19세기 저택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레이건이 74세, 그해 소련 최고 권력자가 된 고르바초프는 54세였다.회담 사흘 전 도착한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와의 첫 만남을 앞두고 피곤해했다. 그는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 같은 늙고 보수적인 소련 지도자들의 ‘복화술’ 같은 대화에 넌더리를 냈다. 그럼에도 레이건은 고르바초프의 몸짓과 말투를 흉내 내는 소련 전문가 잭 매틀록 주체코 미 대사와 정상회담 리허설까지 마쳤다. 두 사람은 첫날 회담부터 핵무기 경쟁을 놓고 격돌했다. 고르바초프는 핵군축을 원하면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인 ‘스타워스 계획’부터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튿날 회담에서는 흥분한 고르바초프가 “소련인을 순박한 민족 취급 말라”고 소리쳤다. 그날 밤 레이건은 “그는 정말 호전적이었고 젠장, 나도 단단히 버텼다”고 일기에 썼다. 마지막 날인 11월 21일 미·소 정상은 ‘핵전쟁 반대’라는 원론적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제네바에서 단 하나의 핵탄두도 제거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실패한 협상’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처음 만난 제네바 회담은 후대에 냉전 종식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그들은 1년 뒤 1986년 10월 11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다시 핵무기 감축 담판을 벌였다. 두 정상은 이틀간의 회담에서 ‘양국 핵무기 전량 폐기’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역사적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결렬됐다. 조지 슐츠 당시 미 국무장관은 회고록을 통해 “백악관·국무부·국방부 관리들도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대통령의 꿈(고르바초프도 동의한 꿈)은 완벽한 망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4년 뒤 1991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서명하고, 마침내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백악관 출입 기자였던 데이비드 호프먼이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를 인터뷰하고, 방대한 비밀문서들을 토대로 쓴 800쪽 분량의 책 ‘데드 핸드’(Dead Hand)가 복원한 ‘팩트’들이다. 데드 핸드는 소련이 구축한 ‘자동 핵보복 시스템’ 명칭이다. 호프먼은 그들의 협상은 실패했지만 처음으로 산더미 같은 문제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합의의 단초가 됐다고 평했다. 레이건과 고르바초프는 1985년 겨울부터 1988년 봄까지 네 번 만났고 그 어떤 조약에도 서명하지 못했지만 냉전을 끝냈다. 두 사람은 훗날 “성급하지 않았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만남”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2일 세기의 회담을 통해 서로를 향한 한 발을 막 내디뎠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웃으며 돌아선 두 사람의 발걸음은 무거울 것이다. “우리한테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이 때로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 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김 위원장의 인식은 정확하다. 한반도 냉전의 유물인 비핵화 협상은 이제 시작됐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남·북·미 간 극도의 상호 불신을 극복하려는 적극적 신뢰 구축 노력이다. ‘공포의 균형’은 전쟁을 억누를 뿐이지만 ‘이익의 균형’은 평화를 만들어 낸다. 하물며 미·소 정상은 서로의 ‘데드 핸드’로 악수했지만 역사적 전환점을 이끌어 냈다. ipsofacto@seoul.co.kr
  • 트럼프 “김정은과 죽 잘 맞아…일요일에 직통번호로 전화할 것”

    트럼프 “김정은과 죽 잘 맞아…일요일에 직통번호로 전화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에게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직통 전화번호를 전달했으며 오는 일요일(17일) 북한에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폭스뉴스 인터뷰 및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등에서 ‘아버지의 날’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는 일을 하려고 한다.사실 북한에 전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날’은 매년 6월 셋째 주 일요일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요일 북한 지도자 김정은에게 전화를 걸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이 인터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있는 누구와 전화를 하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채 “나는 북한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한다.그리고 북한에 있는 나의 사람들(my people)과 이야기하려고 한다.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제 그(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나는 그에게 직접 연결되는 전화번호를 줬다”며 “그는 어떤 어려움이든 생기면 나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나도 그에게 전화할 수 있다. 우리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때 채택된 공동선언에 대해 “매우 좋은 문서”라고 자평한 뒤 “문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김정은(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 전에 미국에 가장 위험한 문제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라고 이야기해준 사실을 언급, “나는 그 문제를 풀었다.그 문제(북한 핵)는 대체로 풀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그(김 위원장)와 매우 잘 지냈다. 우리는 정말 죽이 잘 맞았다. 그는 훌륭하다”며 “나는 지금 북한과 환상적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는 매우 좋은 케미스토리(궁합)를 갖고 있다. 그건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짜 뉴스들이 트럼프가 졌다고 하는데 (북미 정상이) 만나기로 합의를 안 했다면 무슨 일이 생길지 아느냐. 핵전쟁이 나게 된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우호적 언급을 두고 비난 여론이 제기된 데 대해 “비난을 받겠다. 그러나 그렇다면 나는 뭘 해야 했나. (회담장 밖으로) 걸어나가서 끔찍하다고 말했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자기 주민을 죽인 사람이 어떻게 주민들을 사랑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나는 단지 우리가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합의문에 서명했다는 사실만 말할 수 있다”며 “북한은 발전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다.그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그러면서 “이제 핵무기는 없을 것이고 그것들(핵무기)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족들을 조준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여러분도 알다시피,나는 핵무기가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을 파괴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나는 북한과 좋은 관계를 갖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집권했을 때 사람들은 아마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트럼프가 들어와서 여기저기 폭탄을 던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정확히 반대라서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났더라면) 사람들은 (사망자 규모에 대해) 10만 명을 이야기하는데, 국경(휴전선)에서 30마일 떨어져 있는 서울에 2800만 명이 살고 있다. 3000만, 4000만, 5000만 명이 죽었을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누가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처음으로 정말로 (북한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어떤 대통령도 이걸 하지 못했다. 나는 가서 그(김 위원장)에게 신뢰를 줬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정은이 우리에게 많은 걸 줬다”며 “7개월간 미사일 실험과 발사가 없었고, 8개월 반 동안 핵실험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도 돌려줬다. 매우 많은 사람들, 아버지, 어머니, 딸과 아들들이 나에게 (유해송환을) 간청했었다.아무도 그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들의 유해송환 합의와 관련,“나는 (정상회담에서) 유해송환을 이야기했고 그(김 위원장)는 ‘알았다.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며 송환 규모에 대해 “아마도 7천500명의 용사 유해를 돌려줄 것이다. 엄청난 규모”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강력한 검증 절차를 갖게 될 것”이라며 비핵화 절차와 관련, “가능한 한 빨리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제재 해제 시점과 관련해선 “더이상 핵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게 될 때”라며 “(비핵화를) 시작하는 시점에 매우 가깝게 와 있다”고 자신했다. 정상회담 당시 자신에게 거수경례한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에게 뒤따라 거수경례를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이는 데 대해 “나는 그에게 정중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미훈련 중단에 화답하듯… 北 ‘싱가포르성명’ 이행

    트럼프 “핵전쟁 막으려 인권 압박 안 해, 김정은에 전화번호 전달”… 핫라인 시사 美국무부 “공동성명, CVID 절차의 시작” 주한美대사 지명자 “연합훈련 중단 지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공동 성명과 관련한 조치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전달했다며 곧 전화 통화를 갖겠다고도 했다. 북·미 간 핫라인 가동을 시사한 것이다. 또 북 인권보다 비핵화가 우선순위의 문제라는 점도 확실히 했다. 북·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미 위대한 남아 있는 군인들의 유해 발굴을 시작했다”며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양측은 싱가포르 공동 성명 4항에 ‘미국과 북한은 이미 확인된 미군 전쟁포로와 전쟁 실종자 유해의 즉각 송환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또 이번 공동 성명에서 비핵화 관련 합의가 애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서) 모든 것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핵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김 위원장에게 인권 문제에 대해 압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하지만 우선 비핵화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통상 미국은 상대국과 수교하는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했었다. 전날에는 미 국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전격 중단 발표와 관련해 불거진 논란에 대해 정리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에) 선의(good faith)를 보이는 차원에서 미국은 생산적인 대화가 지속되는 한 한국과의 ‘워 게임’을 중단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가 선의를 못박고 나선 건 먼저 연합훈련 중단을 양보한 만큼 북한도 그에 따른 비핵화 조치 등 선의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부는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북한을 비핵화(CVID)하는 과정의 시작”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이슈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했다”며 “이는 CVID 절차의 시작으로, 이에 못 미치는 그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 지명자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방침을 지지하며,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지명자는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반도의) 전반적인 풍경이 달라졌다”며 “김 위원장이 실제 협상에 진지한지 가늠하는 차원에서 주요 훈련을 일시중단(pause)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종 결정은 국방부 소관임을 전제로, 주한미군의 일상적 훈련은 지속할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해군 대장으로 지난달까지 미 태평양사령부(PACOM) 사령관을 지냈던 해리스 지명자는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극적으로 달라진 곳에 놓이게 됐다”며 “내 경력에서 처음으로, 평화가 가능한 곳에 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중단) 취지를 충족하는 옵션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백악관과 보조를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로건 국방부 동아태 담당 대변인은 “대통령의 지침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 “김정은에 직통전화 번호 줬다”…핫라인 가동 시사

    트럼프 “김정은에 직통전화 번호 줬다”…핫라인 가동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에게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직통 전화번호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끝난 뒤 김정은 위원장의 백악관 초대, 자신의 평양 방문 등 향후 추가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열어놓은 가운데 북미 정상 간 핫라인 가동을 시사한 것이다. 또 북한과의 핵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인권 문제에 대해 압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북한과 전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들의 유해 반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서 북미 정상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 채택에 대해 “모든 걸 얻어낸 합의문에 서명했다”면서 오는 일요일(17일) 북한 지도자에게 전화하겠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트럼프 “핵전쟁 막기 위해 북 인권 압박 안한 것”

    트럼프 “핵전쟁 막기 위해 북 인권 압박 안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북한과의 핵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인권 문제에 대해 압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북한과 전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들의 유해 반환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앞서 북미 정상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미국과 북한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포로, 전쟁실종자들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는 것을 포함해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 채택에 대해 “모든 걸 얻어낸 합의문에 서명했다”면서 오는 일요일(17일) 북한 지도자에게 전화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국인 51% “트럼프, 대북 협상 잘했다”

    미국인 절반 이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번 회담으로 북한의 핵전쟁 위협이 실제로 감소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를 통해 미국 내 성인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한 온라인 설문 결과 응답자의 51%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이 설문은 12일 회담 직후부터 13일까지 진행했으며 공화당 지지자 400명, 민주당 지지자 400명, 무당파 2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응답자의 39%는 “북·미 정상회담이 핵전쟁 위험을 낮췄다”고 답했으며 37%는 전쟁 발발 위험성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34%는 “모르겠다”는 답을 내놨다. 전체적으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이번 회담을 호평했다. 특히 핵전쟁 위험을 낮췄는지에 대해서는 공화당 지지자 응답률이 민주당 지지자보다 배로 높았다. 민주당 지지자 30%만이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잘 처리했다고 했다. 이번 회담 성사에 누가 가장 많은 공을 세웠느냐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40%로 가장 높았다. 11%가 문재인 대통령을, 7%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꼽았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곽병찬 칼럼] ‘평화’엔 좌우가 없다

    [곽병찬 칼럼] ‘평화’엔 좌우가 없다

    6·13 지방선거 결과는 흔히 하듯이 여야 또는 보수ㆍ진보의 승패로 재단할 수 없다. 유권자의 선택이 정치적, 이념적 성향 나아가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 이슈에 의해 좌우됐기 때문이다. 평화의 염원이 이처럼 유권자들의 무의식 깊이 내면화되고, 정치적 선택으로 표출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남북 및 북·미 대화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지도부의 지원을 기피한 것이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앞세우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한 것은 그 좋은 본보기였다. 선거운동 초반 입만 열면 문 대통령을 비판하던 한국당 후보들은 중반 이후 아예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거나 오히려 문 대통령이 운전자가 된 평화의 여정에 동승하려고 했다. 자유한국당이 ‘제대로 망하는 길’로 들어섰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사건은 이른바 ‘통일대교 점거’였다. 2월 25일 홍준표 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 김무성ㆍ장제원 의원 등 당 지도부는 통일대교를 가로막고,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일행의 남쪽 방문을 막아섰다. 27일에는 통일대교 상행 차선을 막았다. 김 부장 일행은 샛길로 방남하고 또 역주행으로 귀환해야 했다. 그러자 홍, 김 대표는 ‘들어올 때는 개구멍, 나갈 때는 역주행’이라며 대첩이라도 거둔 양 기고만장했다. 그러나 그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한반도 정세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거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는 것을. 김 부장은 25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중재자 혹은 보증인 역할을 문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6·12 북·미 정상회담은 그렇게 시작됐고, 회담은 70여년의 적대 청산과 평화 정착의 토대를 마련했다. 정상회담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미국 쪽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전 상영한 영상이었다. 메시지는 정중했지만 단호했다. “평화인가 고립인가, 전진인가 후퇴인가, 이제 선택만 남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김 위원장에겐 몹시 불편했겠지만, “그가 흥미롭게 보았고,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고 트럼프는 전했다. 이 메시지는 그 예리한 촉이 북한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의 ‘평화가 두려운 집단’에게도 날아드는 것 같아 특별했다. 지난 70여년 ‘전쟁과 적대’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고 패권을 유지해 온 집단 말이다. 그들은 한반도의 분단과 분쟁을 미국 군산복합체의 이익에 이용해 온 자들과 보조를 맞춰 가며, 심지어 북·미 정상회담의 좌절을 기도하기도 했다. ‘나라를 통째로 (북한에) 넘기시겠습니까.’ 4·27 남북 정상회담 직전 한국당이 내건 지방선거 슬로건이었다. 북·미 회담 결과가 나오자 홍 대표는 ‘대한민국 안보가 벼랑 끝에 달렸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그와 동고동락했던 족벌 언론들은 ‘북한의 완승’이라고 깎아내렸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서로 핵 단추 자랑과 함께 핵전쟁 위협을 하며 으르렁대던 두 사람이었다. 70년 적대의 결과인 북핵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과연 정상일까. “평화인가 고립인가, 전진인가 후퇴인가.” 회담장의 동영상은 남측에도 선택을 촉구했다. 독일 통일의 밑돌을 놓은 건 사회민주당의 빌리 브란트 총리였지만, 통일의 결실을 이룬 것은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의 헬무트 콜 총리였다. 전략적 인내 운운하며 북한이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한 것은 미국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었지만, 그 해결의 밑돌을 놓은 것은 보수적인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이다. 김구, 김창숙 등 이 땅의 참보수주의자들은 평화와 통일의 기치를 죽는 순간까지 내려놓지 않았다. 이들을 암살하고 억압한 것은 보수의 가면을 쓴 기회주의 패권주의자, 이승만과 친일파였다. 평화에는 좌우도, 진보ㆍ보수도 없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에 보수ㆍ진보가 따로 있겠나.
  • 로버트 라이시 미국 전 장관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의 행운”

    로버트 라이시 미국 전 장관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의 행운”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 시기 노동부 장관을 맡았던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정책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을 이끄는 것은 세계의 행운”이라며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라이시 교수는 지난 25일 오후(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과 트럼프라는 두 편집증 환자가 핵전쟁을 할 수 있는 위험한 시기 한국에서 며칠을 보내며 내린 한 가지 결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가 정착된다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라이시 교수는 “지난 수년동안 저는 많은 대통령과 총리를 만나 그들의 정부와 수차례 같이 일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처럼 재능 있고, 지적이고, 겸손하며, 진보적인 인물을 만난 적이 거의 없다. 문 대통령은 공정성, 포용성, 민주주의에 전념하는 훌륭한 행정부를 운영한다”라고 문 대통령의 면모를 조목조목 칭찬했다. 클린턴 행정부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을 역임한 라이시 교수는 지난 25일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서울에서 주최하는 국제회의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끈끈한 물밑협상, 냉전종식 이끈 산책…세기의 담판에 ‘답’ 있다

    끈끈한 물밑협상, 냉전종식 이끈 산책…세기의 담판에 ‘답’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여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세기의 담판이 될지 주목된다.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자 한반도 분단을 초래한 냉전 체제는 그 시작부터 종식까지 사실상 정상회담의 역사로 이어진다. 현대사의 주요 길목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주요 회담을 돌아보고 한 달 남은 북·미 회담의 성공을 가늠해 본다.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영국, 소련 등 3대 연합국 수뇌부는 러시아 크림반도의 휴양도시 얄타에 모여 종전과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이 회담에서 당시 패전을 앞둔 독일을 분할 점령할 것과 소련의 대일본 전쟁 참전 문제 등을 논의했다.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 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시 개발 중이던 원자폭탄의 효능을 확신하지 못했던 만큼 스탈린 서기장에게 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해 줄 것을 요청했고, 스탈린 서기장은 독일이 항복한 뒤 2~3개월 내 대일전에 참전할 것을 약속했다. 결국 이 회담을 바탕으로 소련군이 같은 해 8월 일본을 공격하고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경계로 남북한을 분할 점령하는 계기가 조성된 셈이다. 남북 분단을 초래한 얄타회담은 소련이 동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서방세계와의 냉전이 시작된 계기로 평가된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미·중 정상회담은 폐쇄적 공산국가였던 중국을 국제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이끌어 이번 북·미 정상회담과 유사하다. 이를 계기로 6·25전쟁 이후 냉랭했던 미국과 중국 관계가 개선되고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임으로써 1979년 미·중 수교로까지 이어졌다. 북한 지도자와 처음으로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닉슨 전 대통령과 비교되기도 한다. 두 정상의 만남은 당시 중국과 손잡고 소련을 견제하려던 닉슨 대통령과 당시 소련과의 영토 분쟁에서 패하고 문화대혁명 여파로 국내외적 비난에 직면한 마오 주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나 실무진의 끈끈한 물밑 협상 덕에 가능했다. 회담 전년도(1971년)에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방문해 경기를 가진 것(핑퐁 외교)을 계기로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을 극비 방문해 양국의 물밑 접촉이 개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키신저 물밑접촉, 폼페이오·김정은 만남과 닮은꼴 김 위원장의 경우 당시 마오 주석처럼 정상 국가의 지도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완전히 핵포기라는 결단을 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반면 핵 포기 없이는 ‘비이성적 독재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딜레마에 봉착했다. 1985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제네바 미·소 정상회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미·소 정상회담은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미국은 1984년부터 소련 핵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겠다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해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6년 만에 이뤄졌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양국 정상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산책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도착하자마자 “신선한 공기를 좀 마시자”며 산책을 제안했고, 두 정상은 통역사만 대동한 채 한 시간 반 동안 제네바 호숫가를 따라 걸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산책’이 떠오른다. 양국 정상은 당시 군비통제 협상을 촉진시키고 후속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듬해인 1986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략 핵무기 50% 감축 등에 합의하고, 1987년에는 ‘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을 맺는 등 냉전 종식의 기반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이 밖에 1989년 12월 ‘몰타 미·소 정상회담’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종식에 쐐기를 박고 미·소 양극 체제의 종언을 알린 회담으로 평가된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9년 12월 지중해의 몰타 해역 선상에서 만나 1945년 얄타회담 이후 지속된 냉전 체제를 종식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한다고 역사적인 선언을 했다. 양국 정상은 동유럽의 민주화와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에 대해 소련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전략핵무기와 화학무기 감축에 동의했다. 이 회담은 여러 현안에 대해 원칙적 의견을 교환했고 구체적 협의는 다음으로 미뤘으나 냉전을 종식시킨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해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로 동독 공산 정권이 위기에 처하고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가 동독에 자유 총선을 제의하면서 이듬해인 1990년 10월 동·서독이 통일됐다. 1991년에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개혁·개방에 대한 반발로 인한 쿠데타가 실패한 뒤 경제 실패와 군비 경쟁으로 가뜩이나 구심력이 약화됐던 소련 체제가 붕괴해 미국은 단일 패권국가로 올라서게 된다. ●‘통일 독일’ 되기까지 美·소련 합의 결정적 주목할 만한 것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단국가였던 서독과 동독이 통일 이전까지 모두 7차례의 공식 정상회담과 6차례의 비공식 정상 간 접촉을 실시해 상호 신뢰를 다졌다는 점이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와 빌리 슈토프 동독 총리가 1970년 만난 이래 양측은 1972년 12월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해 평화공존의 발판을 마련했다. 통일 독일이 되기까지 미국과 소련의 합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서도 종전선언의 당사자가 되는 미국과 중국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과 양상이 비슷하다.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과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의 수준 등 구체적 실행계획과 시점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 문법보다 거래의 본능에 충실한 트럼프 대통령,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과감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의 김 위원장, 그리고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펼치는 문재인 대통령 등 3자 간 ‘궁합’에 의해 열리는 회담인 만큼 73년에 걸친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체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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