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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아시아와 중동의 짝짓기/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는 국가간 짝짓기를 다소 점잖게 표현해서 동맹 재편이라고 부른다. 피아간의 구분이 명확했던 냉전의 추억 때문에 국가간의 이합집산이 아직도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긴 인류역사를 보면 국가의 번영과 생존을 위해 짝짓기에 열중한 시기가 훨씬 더 길었다. 동물들은 짝짓기 계절에 피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가 역시 이합집산의 과정에서 판세를 잘못 읽으면 전쟁이나 경제적 쇠락 등 극심한 산통(産痛)을 겪기도 한다. 지금 우리는 동맹 재편의 시대에 살고 있다. 8월14일을 기해 유엔의 이스라엘·레바논 휴전 결의가 발효되었지만 진정한 평화가 올 거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번 사태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게임은 장기전의 서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보여준 정서적 흡인력과 군사 능력에 당황했으며, 미국은 이란의 능력을 재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란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이면에는 중국이 있다. 확대해석이라고 느껴질지 모르나 이미 중동에 드리워진 중국의 그림자는 생각보다 넓고 길다. 로버트 매닝은 2000년 자신의 저서에서 아시아와 중동이 에너지를 매개로 결합하는 연합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또한 중동과 아시아의 결합이 통상과 자본투자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았으며 중국이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진단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엄연한 현실로 다가와 있다. 실제로 미국 안보전략에 나타나는 최우선적 정책 목표는 초강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시대의 도래를 지연시키거나 막는 것이며, 핵심은 중국이다. 테러전쟁은 자체가 목표일 수 없으며 수단적 성격이 강하다. 그 과정에서 강조되는 것이 자발적인 ‘의지의 동맹’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냉전기의 연결고리가 이데올로기의 공유 및 핵우산으로 대변되는 안보공동체였다면, 지금은 대단히 실리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테러전쟁에 대한 동참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지만 자원협력과 군사협력이 병행되어 동맹 지도가 변화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9·11 이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가 냉각되었다고 하지만 균열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1990년대 후반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중국이 갈망하던 오일 분야의 기술 이전을 제공해왔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누르고 싶어했던 중국의 에너지 목젖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풀어준 셈이다. 이번 영국의 테러 불발 사건에 파키스탄이 깊게 개입되어 있다는 점 역시 미래의 불씨가 될 소지가 많다. 미국이 이란 제재를 실천에 옮기면 중국은 이란 오일을 파키스탄을 통해 수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위치한 파키스탄 과다르항 건설을 중국이 지원했다는 점도 주목할 일이다. 이란과 파키스탄이 상하이 협력기구(SCO) 옵서버 국가로 가입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반대했지만 중국의 적극적 중재로 성사되었다. 미국은 이라크전을 통해 중동질서 재편과 에너지 통제권 강화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반미 연대세력의 강화로 나타났다. 더불어 중동에 중국-러시아 전략연대의 입김만 키워주는 우를 범했다. 이번 레바논 사태에서 러시아제 무기가 이스라엘군을 향해 발사된 점이 향후 미국과 이란의 갈등과정에서 불거질 경우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소지가 크다. 인종·종교·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아시아와 중동이 어느 정도로 결합할지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지만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이 연결고리가 반미연대의 사슬로 강화되는 것이다. 경제적 실익이 동맹재편의 우선순위가 된 현 시점에서 한국은 동북아를 넘어선 거시적 안목으로 아시아와 중동의 결합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럼즈펠드 ‘맥아더 논란’ 불만 우회표출

    21일 열린 제37차 한·미 연례안보회의(SCM)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도록 돼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 문제를 논의했으나 명확한 결론을 도출해 내지는 못했다. 다만 윤광웅 국방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이와 관련한 논의를 ‘적절히 가속화(appropriately accelerate)’하기로 합의하에 따라 시간은 다소 걸리더라도 본격 논의를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럼즈펠드 장관을 비롯한 미국측 대표단은 이번 SCM 회의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우리측의 입장에 대체로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이날 회의에서 ▲오는 11월18∼19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조체제 유지 ▲북한의 핵계획 포기 및 핵확산금지조약(NPT)·국제원자력기구(IAEA) 조기 복귀 공약 ▲미군의 지속적 주둔 및 핵우산 지속 제공 ▲주한미군 기지이전사업의 차질 없는 진행 등 13개 사안에 대해 별다른 이견없이 합의를 도출했다. 미측은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안에 대해서도 한·미동맹의 발전을 뒷받침해줄 것이라는 데 공감을 표시한 뒤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시기와 관련해서는 자연스럽게 논의해 갈 수는 있지만 여러가지 여건을 감안할 때 당장 이전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문제를 둘러싼 한미간의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주장 등 반미 감정에 대해서는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SCM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을 해봐야겠다.”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미국은 전적으로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미 동맹에 참여하고 있다.”고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그는 “한·미 동맹이 제공한 평화와 안정 그리고 한국 국민의 근면으로 지난 수십년간 한국 경제는 많은 성장을 해왔고 활기가 넘쳤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국민과 정부는 한국 국민과 한반도에 그런 기여를 한 데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럼즈펠드 장관은 또 “세상에서 명확한 것이 하나 있다면 분쟁이나 불안정은 경제번영 기회를 막는다는 것”이라고 아직도 한반도에서 ‘미국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미 SCM “전시작전권 협의 적절히 가속”

    한·미 SCM “전시작전권 협의 적절히 가속”

    한·미 양국은 21일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을 위한 협의를 ‘적절히 가속화(appropriately accelerate)’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이날 윤광웅 국방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대표로 한 제37차 한미연례안보회의(SCM)를 열어 13개항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또 11월 18∼19일 부산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조체제를 유지한다는 데 합의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SCM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문제와 관련,“한·미가 (전시 작전통제권을) 이양할 적절한 시기가 됐다고 결정할 때 이양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측의 이같은 자세에 따라 양측은 실무차원에서 전시 작전권 이양문제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환수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어 “(한미 관계는) 지난 5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변해왔고, 앞으로도 변할 것”이라며 “양국 지휘관계 조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런 것들을 양국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미 동맹이 양국 이익에 긴요하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위해 확고한 연합방위태세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아울러 미군의 지속적인 한국 주둔 필요성에 동의하는 한편 정전 유지에 있어서 유엔사 역할의 중요성도 인정했다. 이와 함께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과 핵우산의 지속적 제공 공약을 재확인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특히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 2020안’과 관련,“한국 국방개혁안의 기본방향에 대해 이해한다.”며 “미국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공동 성명에 명기했다. 양국은 내년에도 안보정책구상(SPI)회의를 지속하기로 하고 제38차 SCM은 워싱턴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한편 럼즈펠드 장관은 특히 맥아더 장군 동상 철거 주장 등 한국 내 일각의 반미 정서와 관련,“한국이 자유를 얻도록 많은 미국인들이 목숨을 바쳤고, 한반도가 평화롭고 안정되도록 많은 자금도 투자했다.”며 불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6자 지금까진 큰 진전

    |베이징 김수정특파원|‘한 개의 지붕과 두 개의 기둥’.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유효성을 확인하는 큰 지붕 아래 북핵폐기와 대북 관계정상화·경제협력이라는 두 기둥을 세우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이 기초공사가 마무리만 된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라고 평할 수 있다.1∼3차 회담 때의 결과를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2003년 8월 회담이 시작된 이래 결과문 안에는 북한핵이란 말은 있었어도 ‘폐기’란 단어는 없었고 ‘안전우려’는 있었지만,‘관계정상화’란 말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했다. 회담 시작 일주일째인 1일 북·미간에 북핵폐기와 이에 상응하는 관계정상화 및 경제협력지원의 선후(先後)관계를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지만, 이 내용이 합의문에 담긴다면 그 자체로 괄목할 만한 진전이다. 형식도 1차땐 의장국인 중국측이 언론에 설명하는 형식의 ‘의장요약’이었다.2차·3차땐 ‘의장성명’이었다. 이번엔 6개국의 서명이 들어간 공동선언의 형태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5차 회담이나 실무회담의 날짜를 9월 어느 날로 확정 짓는다면 이도 큰 성과다. 이제까지 날짜를 확정짓고 폐막한 적은 없었다. 쟁점을 둘러싼 막판 조율 결과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선 1∼3차 때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다. 특히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는 미국의 증거 제시와 북한의 부인 속에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평화적 핵이용 문제도 줄기차게 제기된 사항이다.북측이 내놓은 미국의 대한 핵우산 제공 철폐, 남한 핵무기와 주한 미군 핵시설 상호사찰 등의 주장은 회담 초기 진전의 걸림돌이었다. 초기에 기선 제압을 위한 협상용 카드일 것으로 치부했던 참가국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 의제가 이후 실질 핵회담 과정에 돌출 의제로 다시 드러날지도 관심사다.crystal@seoul.co.kr
  • “북한 NPT 복귀하면 평화적 핵사용 허용”

    |베이징 김수정 오일만 특파원|북한과 미국이 29일 오전 4번째 양자협의를 가졌으나,‘한반도 비핵화’의 개념 등에 대한 인식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이날 북한이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한다면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사용이 조건부로 허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협상 추이가 주목된다. 힐 차관보는 기자들에게 “북한이 NPT에 복귀할 경우에는 그들이 평화적 목적으로 핵 사용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 등이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이날 오후 남북한과 미, 중, 러, 일 등 6자회담 참가국 수석대표들은 공동 초안을 만들기 위해 만났으나 불과 40분 만에 회의를 끝냈다. 우리측 차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회의 직후 “이제는 결과물을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가졌으며 회담은 중반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주말인 30일과 내달 1일을 지나봐야 이번 회담 성과물의 윤곽이 보일 전망이다. 북한은 북측이 제기한 주한미군 핵무기폐기 및 평화적 핵이용 보장,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철폐, 북핵폐기 전 평화협정 체결 주장과 관련, 한·미가 제시한 ‘양자협의틀 내 별도 협의’ 제안을 일단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한 핵우산 철폐 및 평화협정 체결 문제 등은 한·미 안보동맹 및 동북아 안전상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6자회담 틀 바깥에서 논의할 것을 제의했고, 우리측도 이 방안으로 북측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미측이 북한과의 협의에서 파키스탄으로부터 우라늄 농축기술을 획득했다는 구체적 증거를 북한에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보도와 관련, 우리 정부 당국자는 “3차 회담 때부터 상당한 시간을 많이 들여 논의했고, 처음은 아니다.”고 밝혔다. crystal@seoul.co.kr ▶관련기사 5면
  • ‘비핵화’ 北태도 강경 인권등 거론도 못해

    |베이징 김수정특파원| 29일 베이징에서 나흘째 열린 4차 6자회담에서 북·미간 ‘한반도 비핵화’의 범위와 대상 등 ‘개념’을 둘러싼 이견은 좁혀지지 못했다. 전날 3차 양자 협의 뒤 평양과 워싱턴의 훈령을 받고 난 뒤 가진 만남이었으나, 제자리를 맴돈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국들은 최대 공약수를 찾아내, 일정 수준의 원칙이라도 담은 합의문(Statement of Principle)을 채택하자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으나 이나마도 빠른 시간 내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 테이블에서 “카드 못뺀다” 북한은 지난 27일 기조연설에서 내놓은 주한미군의 전술핵 폐기 등 비핵지대화,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제공 철폐, 핵폐기 전 조·미 적대관계 청산, 평화체제 수립 등 새롭게 제기한 카드들을 4차례 회담을 통해 테이블에서 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같은 강경 주장을 내놓더라도 초반 기선잡기 카드 용으로 하루 이틀 협의를 거쳐 뒤로 뺄 것으로 기대한 분위기다. 북한 대표단의 협상 자세가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보이고, 부드러운 자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핵우산 제공 철폐 등의 주장은 한·미안보동맹을 깨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한·미는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부분과 없는 것을 구분, 우회할 수 있는 것은 우회한다.’는 방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따라서 양측 협의의 초점은 한반도 비핵화 개념에 모아졌고, 미측이 협상 수위조절용으로 내놓은 미사일이나 인권문제 등의 협의는 관심 밖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농축 우라늄핵프로그램(HEU)문제도 핵폐기의 범위 문제에서 제기됐지만 집중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보 이슈는 양자 차원으로 돌리자 당혹해진 정부는 27일 오후부터 한·미 동맹과 관련한 이슈는 남북 및 북·미 양자틀로 돌려 협의하자는 안을 북측에 제시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 북한이 제시한 이슈는 사실상 6자회담 테이블에 올려질 성질의 것은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3차 때까지의 회담 주제는 북핵을 폐기하는 대신 어느 만큼 주고, 어느 순서에 따라 주고 하는 문제였다.”면서 “그러나 4차 회담 출발 테이블에 올려진 것은 50년 한반도 역사 소산물을 핵과 연결한 복잡다단한 메뉴”라고 말했다. crystal@seoul.co.kr
  • [열린세상] 6자회담, 求同存異의 지혜를/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속개된 6자회담에 대한 중간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김정일에게 체어맨이라는 존칭을 사용했다. 국방위원회의 위원장이라는 뜻이지만 3년 전에 사용했던 피그미(난쟁이)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일본도 납치자 문제를 정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북한 역시 한반도 비핵화가 회담의 총체적이고 총괄적 목표임을 강조함으로써 핵 프로그램의 근본적 폐기 의지를 확인했다. 회담의 목표에 대한 공동인식이 확인되었고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이런 긍정적 평가와는 달리 앞으로 회담의 순항을 가로막는 악재들은 도처에 산재해 있다. 그런 악재 중의 하나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주장이다. 북한의 정확한 의도는 시간이 좀더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한반도 전체를 비핵지대화로 만들자는 주장이라 해석할 수 있다. 얼핏 듣기에는 나쁠 게 없는 당연한 주장처럼 들린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가지 함정이 숨어 있다. 원칙적으로 비핵지대는 당사국들의 핵보유를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핵무기를 가진 제3국과의 군사적 제휴나 동맹관계도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지대화 주장은 북한의 핵포기는 물론 남한에서도 핵무기가 없어야 할 뿐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핵우산도 철회되어야 함을 뜻한다. 실제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의 기조연설에서 이런 주장이 제기되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핵우산은 미국의 동맹전략에서 핵심적 요인이다. 안저스(ANZUS)동맹이 파기된 것도 바로 미국이 뉴질랜드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북한의 비핵지대화 주장은 궁극적으로는 한·미동맹을 파기하라는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한·미동맹의 해체까지 가지는 않는다 해도 한반도 비핵지대 주장이 채택되면 그 검증제도를 만드는 것이 대단히 복잡해서 우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비핵지대화 주장은 북핵문제에 대한 초점을 흐리게 하는 물타기작전이자 지연작전의 함정이 될 수도 있다.1990년대 초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 때에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채택되지 않았던 적이 있다. 비핵지대화 주장 이외에도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인권문제나 북한이 주장한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의 무조건 철회 등 앞으로 회담의 순항을 방해할 악재들은 수두룩하다. 그래서 각국의 입장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이른바 ‘말 대 말’의 합의를 이루어내는 일조차 지금으로서는 대단히 험난한 여정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아직은 회담의 장래에 대해 희망을 가져야 한다. 지금부터 회담의 장래를 비관하고 다른 대안을 추구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번 회담마저 성과없이 끝나게 되면 그 뒤에 다가올 결과는 너무나 참담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려 할 것이고 북한은 북한대로 벼랑 끝으로 달려갈 것이다. 결국 한반도에는 다시 전쟁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전쟁의 먹구름이 있어야 해 뜨는 밝은 날이 온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공허한 얘기일 뿐이다. 휼륭한 협상가에게는 적어도 두가지 능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첫째가 악재를 호재로 만드는 능력이고, 둘째가 인내심과 낙관적 사고이다.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의 말처럼 다른 것은 미루어 두고 같은 것을 먼저 찾아내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실용적 태도를 갖고 한술 한술 조금씩 먹다 보면 언젠가는 배가 불러질 수도(飯一口一口地吃) 있는 일이다. 아무리 시간이 걸리고 악재들이 수두룩하다 해도 지금으로서는 다른 길이 없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전 주중대사
  • 6개국 수석대표 기조연설 요지

    |베이징 오일만특파원|27일 열린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에서 각국 수석대표가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기조연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한국 북한은 핵폐기를 공약하고 다른 참가국들은 ▲관계 정상화 ▲안전보장 ▲경제협력을 약속해야 한다는 공동문건을 채택해야 한다.‘말 대 말’,‘행동 대 행동’에 기초하고 상호 조율된 원칙에 따라 병행 실시하거나 동시 행동으로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미국 북한은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효과적 검증을 수반해서 폐기해야 한다. 이 경우 다른 참가국들은 북한의 안전보장과 교역·투자 등 경제협력 조치를 시행할 것이다. 참가국들은 평등 및 상호존중 원칙에 기초하여 미사일 및 인권문제 등을 양자 또는 다자적 이슈로 처리해 나가야 한다. 리비아 남아공 우크라이나 등이 전략적 결단으로 국제사회와 관계정상화 한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 ●북한 우리는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다. 우리의 목표는 미국의 핵위협 제거 및 한반도 비핵화이다.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신뢰가 형성되면 핵위협이 제거될 경우 핵무기·핵무기 계획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것을 공약한다. 대신 미국은 북한 제도의 전복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구축을 공약해야 한다. 북미는 ‘말 대 말’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다음의 의무사항이 필요하다. 즉 ▲북미간 신뢰 조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구축 ▲평화 공존 ▲남한의 핵무기 폐기 및 외부 반입 금지 ▲(미국의)핵우산 제공 철폐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이다. oilman@seoul.co.kr
  • 기조연설서 드러난 암초들

    |베이징 김수정특파원|남북한과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27일 제4차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협상에 임하는 기본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 착수 등 큰 틀의 목표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회담의 청신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각측이 합의문이라는 ‘바구니’에 담자며 새롭게 제기한 내용들은 회담 진전의 암초가 될 전망이다. 보다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협상 카드용인지, 아니면 진정한 목표지점인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먼저 긍정적 요소는 미국·북한 등 참가국이 큰 그림에서 진전된 해결의지를 피력한 부분이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경제지원을 받으며 핵폐기를 한 우크라이나와 남아공의 예를 들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은 일방적인 ‘선(先) 핵폐기-후(後) 경제지원 및 관계개선’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을 북측에 적용하고자 했다. 그는 또 미국 대표로서 “우리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착수하겠다.”고 말하고 지난해 6월 3차 회담서 제안한 안을 심층적으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신축성을 발휘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그렇지만 힐 차관보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 검증을 수반한 폐기가 돼야 하며 미사일 인권 등의 문제를 처리해 나간다는 것을 공동 문건 바구니에 담자고 했다. 북한 김계관 부상도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최고 수뇌부의 확고한 의지로,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핵위협이 제거되면 핵무기 및 핵계획을 폐기할 것을 공약한다고 했다. 하지만 비핵화 본질에 대한 공동인식 확립과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구축을 얘기하면서 ▲무조건적인 핵불사용을 담보할 것을 강조했다.“핵공격을 받지 않을 경우 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이른바 ‘소극적 안전보장’ 원칙과는 거리가 먼 주장이다. 이는 94년 제네바 핵합의 때도 마찬가지였다. 또 한반도 비핵화의 본질은 핵위협 제거 및 남북한의 ‘비핵지대화’라고 말했다. 남한내 주한미군 핵무기와 영공 영해상 범위까지 확대한 것이다. 북측은 비핵화 의무사항으로 ▲남한내 핵무기 철폐 및 외부 반입 금지 ▲핵우산 제공 철폐를 주장했다.92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한국 정부는 핵무기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최근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는 이의 검증을 위해 남한 미군기지 시설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밝혔지만 본격적 군축 회담이 아닌 상황에선 매우 미묘한 사안이다. 핵우산 제공은 한·미안보 동맹의 핵심사항 중 하나다. 한·미 양국은 매년 한·미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이 공약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암초들로 회담이 결렬될 개연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김일성 주석의 유훈’‘관계정상화 착수’ 등의 언급에서 양측의 문제해결 의지가 더욱 강하게 감지되기 때문이다. 두 차례 양자회담을 거친 양측이 일단 출발선인 기조 연설에서 서로의 수준을 맞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crystal@seoul.co.kr
  • 北 “모든 핵 포기 용의” 美 “관계정상화 착수”

    |베이징 김수정 오일만특파원|북한은 27일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검증가능하게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고, 최고수뇌부의 확고한 의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부상은 또 북한 핵폐기 공약과 함께 미국은 북한체제 전복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구축할 것을 공약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특히 핵위협 제거와 남북한의 ‘비핵지대화’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고 미국에 대해 무조건적 핵 불사용을 담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무사항에 남한내 핵무기 철폐 및 반입 금지, 핵우산 제공 철폐, 비핵화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 보상 문제 등을 언급, 미측뿐 아니라 한국 정부와도 접점을 찾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예고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북한에 현존하는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효과적 검증을 수반해 폐기하는 대신 다른 참가국은 대북 안전보장과 교역·투자 등 경제협력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미국 대표로서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지난해 6월 제3차 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을 심층적으로 논의, 핵심 원칙을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대신 이번 회담 결과에 담겨질 핵심 원칙으로 미사일과 인권 문제의 처리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양측은 28일 한차례 더 양자회담을 갖고 기조발언 내용을 기초로 집중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우리 정부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는 기조연설에서 “이번 회담에서 공동 문건 채택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의 대북 송전제안이 이 문건틀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문건의 기본틀과 관련,“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을 검증가능하게 폐기할 것을 약속하고 다른 참가국은 관계정상화, 안전보장, 경제협력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측은 일·북 평양선언에 따라 핵, 미사일, 납치 문제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 북측과 관계 정상화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 경우 상당한 규모의 경제협력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crystal@seoul.co.kr
  • 국방부 첫 대학생 초청 간담회

    윤광웅 국방장관은 11일 서울과 지방의 대학생 50여명을 국방부로 초청, 참여정부의 국방정책과 안보관련 현안 등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서울대와 고려대, 서울여대, 충남대 등 전국 22개 대학 남녀 대학생들은 사상 처음으로 국방부 청사에서 이뤄진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북한 핵문제로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는 한반도 안보 문제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윤 장관은 “2년 전 비상기획위원장 재직시 대학생들을 초청해 안보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은 학생도 있었고, 정부 정책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간담회 배경을 설명했다. 대학생들은 먼저 한·미동맹 관계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털어놨다. 서울대 법학과 신수빈 학생은 중국-타이완, 중국-일본 간 분쟁시 주한미군이 한국의 동의없이 투입될 가능성은 없는지를 물었다. 이에 윤 장관은 “주한미군의 기본임무이자 주임무는 대북 전쟁억제에 있으며, 러포트 연합사령관도 이를 여러차례 공개 설명했다.”며 “유사시 한반도를 방어하고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한·미간 공통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학생들은 북한의 전쟁 도발시 한국군이 단독으로 이를 격퇴할 능력이 있는지 등 까다로운 질문도 스스럼없이 던지기도 했다. 숙명여대 정외과 강나빌레라 학생이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우리 군의 대비책은 없느냐.”고 묻자, 윤 장관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의 핵우산도 강력한 억지력이다.”고 답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열린세상] 균형자의 딜레마 탈출법/ 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 언론인

    북미간 핵 줄다리기가 한반도에 팽팽한 긴장감을 던져주고 있다. 불필요한 안보 불안심리 확산으로 지목될까 저어되긴 하지만 1950∼60대 ‘유비무환 세대’의 걱정과 궁금증이 한껏 고조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미국 측이 언론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임박’‘북한 봉쇄책 검토’등 으스스한 시나리오들을 흘리면서 걱정이 증폭되고 있다. 미측의 강공에 의한 전쟁 가능성이 우선 염려되지만 북한측 역시 지도부의 속내를 헤아리기 힘든 데다 대단히 당찬 자세를 보이고 있어 불안감을 더해 준다.6자회담에 대해 “우리도 핵보유국이니 대등하게 핵군축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미국과 맞대결로 나서는 북녘 동족의 높은 기백에 박수를 보내야 할지, 핵무기만은 예외라며 미측과 보조를 맞춰야 할지 ‘균형자’의 입장은 우선 난처할 수 있다. 핵이라는 미묘한 성격 때문에 북의 혈맹 중국도 어정쩡한 입장이다. 그래서 한반도 주변 정세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해 보인다. 무엇보다 6자회담을 외면한 채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 지도부의 대시가, 그간의 수차례 ‘북핵사태’ 때처럼 벼랑끝 외교로 커다란 실리를 챙기겠다는 것인지, 이번에는 기어이 핵무기 보유국 반열에 들어 그에 부합하는 대접을 받겠다는 것인지 점치기 힘들어 우리를 불안케 한다. 실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어느 강도로 대응하고 나설지, 미국의 조치에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견제력이 어느 정도일지 헤아릴 수 없어 염려는 배가된다. 우리는 지난 91년 핵무기의 제조-보유-저장-배치-사용을 포기하고 핵연료 재처리 및 농축시설 보유까지를 포기한다는 비핵선언을 한 바 있다. 그간 다소 ‘불편한 관계’로 변한 한·미 양국간 안보협력 체제 아래 핵우산 보호가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같은 혼선 속에 북한이 파키스탄처럼 슬그머니 핵보유국이 되어버리고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 보호에 손 내밀기도 난처한 처지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유비무환 세대의 악몽일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며 북핵문제와는 별개로 개성공단 등 경협 사업을 조용히 추진하고 있다. 그나마 남북한 신뢰를 쌓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러나 신뢰 구축에 다소 차질이 생기는 한이 있더라도 핵에 관해서만은 우리의 강력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북핵은 미국이 아니라 우선 남쪽 동포들의 심각한 불안 요인이라는 점을 강력히 따져야 한다. 이것이 답답함에서 비롯된 국민 불안의 한 해소책이 될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필두로 한반도 주변국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대화로 북핵문제를 푸는 방안이 아직 모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불편한 한·일 관계도 재고될 때가 되었다. 충분치는 않지만 고이즈미 일 총리의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에서의 공개 반성, 사과 천명과 이해찬 총리의 ‘실천 중요’ 쐐기발언으로 양국간 마찰은 일단 쉼표를 찍을 때가 됐다. 독도의 ‘실효적 점유’에 하등의 변함이 없고 교과서 왜곡 문제는 계속해서 추궁, 시정해 나갈 성격의 문제라는 논리에서다. ‘대외관계에 있어 할 말은 한다.’는 정책을 마다할 국민은 없다. 다만 그 원칙의 일관성이 지켜져 미국·일본뿐 아니라 북한에도 핵문제 같은 반드시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 강대국 아닌 ‘강소국’ 입장에서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자임하려면 상대국을 가리지 않는 일관성 원칙에 철저해야 한다. 또한 대안이 확고해지기 전에 기존 우방과의 협력의 틀을 서둘러 깨 위기나 불안을 자초하는 일은 없도록 대비하는 가운데 북에도 할 말은 따끔하게 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은 아울러 균형자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황병선 청주대 초빙교수 언론인
  • [씨줄날줄] 리더십 비서관/이목희 논설위원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에 초점을 맞추는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청와대가 ‘리더십비서관’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이주흠 외교통상부 심의관을 임명했다.이 비서관은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의 저자다.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심판 기간 중 감명깊게 읽었다는 책이다.노 대통령이 앞으로 ‘드골의 리더십’을 추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이 비서관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리더십을 모두 참고해 조언하겠다고 밝혔다.“링컨,루스벨트,대처,브란트,슈미트,요시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 일세를 풍미했던 정치가들을 열거했다.이어 ‘성공의 리더십’뿐만 아니라 ‘실패의 리더십’도 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최근 드골의 리더십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드골은 ‘개혁과 통합’의 리더십을 동시에 보여준 지도자다.2차대전 후 나치협력자를 과감하게 처단했다.한편으론 공산당까지 포함,모든 정치세력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사회적 기반을 닦았다.냉전시대에 미국의 핵우산 아래 보호받길 거부했다.‘이단(異端)’ 취급을 받으면서도 변화를 추구했다.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노 대통령에게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드골형’으로 간다고 단언하긴 힘들다.집권 초기에는 ‘링컨형’이 모델인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다.근래에는 태종 이방원과 이순신 장군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탄핵 기각 후 많은 언론들이 노 대통령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듣기에도 생소한 리더십비서관이 신설된 배경의 하나다.하지만 리더십은 상당 부분 타고 나는 것이다.개성을 잃지 않는 범위안에서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노 대통령 스스로도,청와대 참모들도 ‘드골형’,‘링컨형’에 너무 연연해서는 안 될 듯싶다. 이 비서관은 리더십 사례를 특정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개별 사안별로 정리해보겠다고 밝혔다.다행스러운 일이다.그는 “대통령이 참고할 필요성을 느낄 때,역사속에서 벌어졌던 유사한 상황을 광범위하게 찾아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오피니언 중계석/‘한·미동맹강화’ 보고서 요약

    한국은 21세기 한·미 동맹관계에서는 미국의 전략과 독트린의 변화에 대한 정보 입수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1일 워싱턴에서 발표된 보고서가 주장했다.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에드먼드 월시 외교대학원,조지타운대학,국제문제 서울포럼 등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날 세미나에서 ‘한·미 동맹강화:21세기를 위한 청사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보고서를 요약했다. |워싱턴 연합|21세기 들어 한·미동맹은 여러 도전들에 직면했다.가장 급박한 것은 북한과 핵무기 프로그램이 제기하는 도전이다.이밖에 ▲한·미 대북정책 및 인식의 격차 ▲한국에서 민족주의와 반미감정의 출현 ▲9·11테러 이후 미국 일방주의와 동맹관계 평가절하에 대한 우려 확산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점증하는 영향력 ▲일본의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 등이 한·미 동맹관계의 미래에 의문을 던졌다. 21세기 한·미동맹의 효과적 전략은 북한이 제기하는 단기적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주의깊게 고려하는 것이다.또 양국은 21세기 동맹의 장기 비전을 염두에두고 다음의 8가지 권고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1.핵위기를 이용해 평화적 공존과 다자적 협력,동맹의 미래에 대한 공약을 과시하라.현재는 동맹의 미래에 극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흐름들이 교차하고 있다.한국의 민족주의와 반미감정은 미국이 한국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평양의 다른 인식으로 증폭되고 있다. 2.남북화해로의 복귀를 계획하되 협상의 실패에 대비하라.협상이 성공적이고 남북한을 화해궤도에 복귀시킨다면 미국은 강력 지지해야 한다.양국은 협상 실패시 공동의 접근법을 마련하고,미국은 핵우산이 아직 작동한다는 점을 평양에 상기시키는 성명을 발표하며 한국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의 참가를 고려할 수 있다. 3.21세기 한·미 공동선언을 발표하라.한국전쟁후 동맹이 공식 발족한 이후 양국은 정치·안보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지만 21세기에 맞는 동맹의 새로운 존재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긴요하다. 4.미국과 협력해 한국의 방위역할을 향상하라.동맹의 활력은 한국이 방위능력을 높이기 위해 취하는 조치들에 달려있다.주한미군 조정문제는 방위 균형의 이동과 이 변화를 만드는 작업의 정치적 어려움을 강조한다.한국 지상군은 계속 북한의 침공에 대한 억지 및 방위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이다.단기적으로 한국은 비무장지대 경비 등 한·미간 역할분담을 조정하면서 나타난 새 임무를 다룰 능력이 있다.그러나 서울이 더 큰 리더십 역할을 열망한다면 통합되고 기술적으로 진보된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어떤 변천도 미국과 한국 군대간에 긴밀한 협력과 상호작전 운용 능력을 반드시 요구한다.예를 들어 한국 군대가 미국의 전략과 독트린의 변화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또 양국은 추가적인 방위산업 협력과 방위기술 이전의 확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5.더 동등한 한·미관계를 추구하라.동맹을 재정의하려면 미국과 한국이 국내·지역·국제적 현실에 맞는 더 동등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6.동맹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구축하라.미국은 한국 지역사회에대한 접촉을 늘리려는 노력을 확대하고 특히 미군에게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7.공동의 가치와 안전에 바탕을 둔 정치적 의제를 만들어라.그 의제들중 일부는 양국이 계속 상호 문화와 제도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관계를 유지·강화하는 것을 보장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8.한·미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라.첫 조치는 국내 및 외국 기업들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상호투자협정(BIT)의 체결이며 장기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어져야 한다.
  • [사설] 日, 6자회담 발목 잡지 말아야

    일본이 6자회담과 관련,자국 이기주의에 집착하고 있어 우려된다.일본 정부는 6자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 것을 미국에 요청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0일과 22일 보도했다.일본은 또 일본인 납치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북한에 의한 군사적 위협과 납치문제가 일본에 중요한 과제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다.일본의 요청대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억지력이 유지된다면 6자회담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미국의 핵위협이 있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한다고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핵문제가 해결돼야 우려하는 북한 미사일 문제 등도 논의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한반도가 군사적으로 안정돼야 일본의 안보도 안전할 것이다.미국의 ‘핵우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핵 위협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일이다.6자회담의 실패로 군비경쟁이 촉발된다면 일본은 물론이고 동북아의 안보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일본은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 미국의 대북 핵억지력 유지 요청을 철회하기 바란다.일본인 납치 문제도 해결되어야겠지만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일본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 등에 큰 역할을 할 중요한 나라다.그러한 일본의 과욕이 6자회담의 발목을 잡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북한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경쟁도 걱정된다.6자회담은 매우 어려운 과정으로 정교한 협력이 필요하다.참가국의 자국 이기주의가 회담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 [열린세상] 교황의 한반도 해법

    상아탑에 갇혀 살던 필자에게 난데없이 대사(大使)라는 새로운 소임이 주어져 교황청에 파견받았다.현지에 부임하여 7월 4일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장을 제정하였는데 필자의 제정사(提呈辭)에 대한 교황의 답변서(둘은 라틴어로 문서를 주고 받았다)에는 한반도 주변에 일고 있는 국제정치의 풍랑을 지켜보는 종교지도자의 혜안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984년에 한반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 교황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가 “대화를 통해서 갈등을 해소하고 상호간에 대면하려는 공고한 의지”를 보이는데 희망의 실마리를 본다고 했다.휴전선을 사이에 둔 분쟁은 “동등한 군사력을 과시하는 데서가 아니라 오로지 상호신뢰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원칙하에 교황은 남북한의 “인내하고 과감하고 항구하며 사려깊게 지속되는 대화”만이 겨레에게 항속적 안정을 가져다 주고 “그것은 단지 두 나라의 화합만이 아니라 한반도가 위치한 주변 지역 전체의 공고한 안정을 가져다 주리라.”고 평가했다. 창경궁만한 넓이의 초미니국가이지만 전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의 정신적 모체인 교황청은 그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7월 한달에만도 이틀이 멀다 하고 한반도의 정치 상황을 외신으로 전하고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필자에게 북핵 문제를 언급하면서 “대량살상무기,특히 핵무기가 점진적으로 평등하게 또 결연하게 폐기되어야 한다.”는 세 마디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서기 5세기에 로마 제국이 붕괴되던 시대를 살았던 아우구스티누스는 ‘평화(平和)는 정의(正義)의 열매’라고 설파하였다.개인간에도 사회에도 국가간에도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표면적 평화는 패자의 죽음과 한시적 침묵을 의미할 따름이라는 말이다.지금 유럽의 지성인들은 아프간과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아니 아랍 세계 전체에서 들려오는 이 ‘침묵의 외침’에 괴로워 하고 있다.고대 그리스 현자들이 정의를 “각자에게 자기 몫을 돌려 줌”이라고 단언했음을 알고 있는 까닭이다. 정치가나 외교관의 귀라면 북핵문제에 관한 교황의 발언에서 한반도에서 핵무기가 “점진적으로 결연하게 폐기되어야 한다.”는 구절 사이에 끼어 있는 ‘평등하게’라는 단어를 놓치기 쉽다.세계의 현안문제에 중립적인 공평을 유지하고자 애쓰는 교황은 한편은 강대국의 핵우산 밑에 앉아 있고, 한편은 같은 강대국의 반세기 넘는 경제봉쇄에 온 국민이 아사지경인 처지를 지적하여 이 단어를 쓴 듯하다. 비록 그 정신적 지도력과 특사 파견으로도 부시의 이라크 침공을 막지는 못했지만 20세기의 언론으로부터 ‘평화의 사도’로 칭송받는 교황의 발언은 누구보다도 남한 인구 30%에 이르는 크리스찬,특히 인구 9%에 도달한 가톨릭 신자들에게 건네는 말이었다.성프란치스코의 기도대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심겠다는 종교인들에게 교황은 “지나간 시대의 고통이 보다 나은 시대를 내다보는 자신감을 감소시켜서는 안 된다.인간에 대한 존중,정의와 평화의 항구한 추구라는 굳건한 바탕에서 한국의 현 시대와 미래를 정위시키라.”고 호소한다. 물론 교황은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종교인으로서 발언하고 있으며,인류와 민족의 역사는인간과 하느님의 두 의지가 밀고 당기면서 수행해나간다는 신학을 갖추고 있다.인류사의 지평선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83세의 노인은 한반도의 운명이 미국의 핵우산과 남한의 군사력에만 달려 있지 않고,한겨레가 국제정의를 구현하고 북한의 빈곤과 기아문제를 해결하는데 남한의 잉여가치를 내놓겠다는 도덕심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는 가르침을 건네주고 싶었던 것이다.그리스도인들이 자기네가 믿는 하느님을 ‘역사(歷史)의 주님’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성 염 서강대 교수 주 교황청 한국대사
  • [씨줄날줄] 카우보이와 사무라이

    미국을 관통하는 정신은 서부개척 정신이다.서부개척 시대에 카우보이들은 정의라는 이름 아래 원주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눴다.일본을 대표하는 것은 사무라이 정신이다.일본의 우경화 움직임은 감추어 두었던 사무라이의 칼을 다시 꺼내들자는 것이다.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오는 오래된 미국의 서부영화 ‘황야의 무법자’는 일본의 구로사와 아키라감독의 사무라이 영화 ‘요진보’를 본뜬 것이다.이 무법자들이나 사무라이는 음산한 배경을 바탕으로 총과 칼로 상대를 잔인하게 제압한다. 카우보이와 사무라이가 밀월관계에 들어서고 있다.최근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국대사가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일본헌법 제9조의 개정이나 해석변경을 촉구했다고 한다.베이커 대사는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 공동연구는헌법의 범위 내에서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미사일방어계획,유엔평화유지군 활동 등으로 인해 일본이 헌법 제9조의 개정이나 해석변경을 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일본의 헌법 제9조는 ‘전쟁을 포기하고,국제분쟁 해결을 위해 군대를 파견할 수 없으며,육·해·공군을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일본은 자위권은 가질 수 있다면서 1954년에 자위대를 창설했다.일본고위 인사들은 헌법 개정 및 군대보유,자위대의 해외 전투파병 허용 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일본의 가려운 곳을 베이커 대사가 긁어준 셈이다. 때마침 유럽을 방문중인 다나카 마키코 일본 외상도 “세계적으로 핵무기 확산이 우려되는 국가가 41개국에 달한다”면서“일본은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일본 정부의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 추진을 이해한다’는 공식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미국의 가려운 곳을 다나카 외상이 긁어준 것이다. 미국은 유럽과 러시아·중국 등의 반대에 부딪친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얻어내고,일본은 미국의 지원 아래 군사대국화를 추진한다는 협력관계가 구체화하고 있는 셈이다.그동안 동북아 질서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 한·미 군사동맹,미·일 안보조약,한·미·일 3국 협력관계 속에 유지돼 왔다.그러나 미국과일본의 패권주의와 중국의군사·경제대국화 움직임이 맞부딪치는 형국으로 흘러가고있다.그 가운데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가 있다.평화와 안정을 지키려면 우리도 변해야 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
  • [김삼웅 칼럼] ‘일왕의 음모’에 도사린 음모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둘러싸고 현해탄의 파고가 높아간다.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대만 등 과거일제 침략을 당한 많은 나라가 일본의 ‘신군국주의 교과서’로 인해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동북아 평화질서를 교란하는 일본의 처사에 분노가 치솟는다. 일본은 전후 미국의 핵우산 아래 급속히 경제성장을 이루는 한편 ‘전범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음으로써 침략주의보수본류세력이 지금까지 일본사회를 지배해왔다. ‘도쿄재판’으로 A급전범 몇명이 처형됐지만 미국이 주도한 재판이고 그나마 미·일간의 유착으로 최소한에 그쳤다. 일본군국주의 만행이나 독일·프랑스 등과 비교할 때 형식적인 처리에 불과했다. 오늘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은 여기서 배태되고, 한국이 친일세력을 척결하지 못하여 수구세력이 득세한 것과 비슷하다. 흔히 일본의 이중성을 비판하여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이 제시되지만 일본의 이중성과 교활성은 ‘일왕의 음모’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면서일본 왕실은 은밀하게 우수한 인재를 골라 미국에 유학을보냈다. 패전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하여 일본의 로비스트로 육성하려는 원려지계(遠慮之計)였다. 실제로 패전후 이들의 역할은 대단했다. 일본을 잘 모르는 미국은 이들의 자문으로 전후처리에 나섰다. 일왕(천황)제 유지, 전범처리최소화 등 일본의 명운에 크게 기여하고 전후 복구와 미·일동맹관계에도 역할을 했다. 전쟁을 준비하면서 적국에 간첩이 아닌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 그것도 왕실에서 은밀히 추진한 저들의 이중성과 교활함에 전율을 느낀다. 도쿄의 고서점가를 둘러본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의 저력은고서점에서도 찾게 된다. 도쿄중심지의 최신건물에 진열된어마어마한 고서들, 분야별·국가별·전문서적을 갖추고 그것이 사업으로 번창하는, 일본독서층을 볼 때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1900년대 초기에 한국의 가축, 도로, 하천, 귀신, 무당…등 우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전문분야를 연구하고 출판하고 보존·유통하고 있다. 일제의 한국병탄은 결코 ‘공짜’가 아니었다. 그들은 철저하게 연구하고 준비하여 먹어삼킨 것이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한국의 족보를 연구하는 사람이 수십명이라고 들었다. ‘족보’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저들의 한국연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치열하고 치밀하다. 우리는 어떤가. 사학자들은 너도 나도 독립운동사에 매달린다. 국가정통성에서 볼때 중요하다. 하지만 독립운동가보다 몇십배 많은 친일파·매국노문제를 본격적으로, 필생의과제로 연구하는 학자는 드물다. 유학이라면 대부분 미국행이다. 서울대교수 64%가 해외유학출신이고 미국이 전체 유학파의 78.6%다. 미국으로 가야 출세가 보장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본의 신군국주의는 누가 뭐래도 갈데까지 갈 것이다. 우리 정부의 군사교류 중단이나 문화개방연기, 일본함정입항불허 등 대책이나 국민의 규탄시위로 시정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김치 하나라도 ‘기무치’를 이기는 전략과 치밀함이다. 세계적 석학 앨빈 토플러가 정보통신 정책연구원의 의뢰로청와대에 제출한 ‘발전전략’에는 음미할 대목이 많다. “한국정부는 민간기업 및 대학과 공동으로 ‘바이어벤처펀드’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이 펀드를 통해 미국·유럽·중국지역의 최첨단 생명공학 신생업체 100곳을 선정, 한국과학자와 대학원생이 연구에 공동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투자해야 한다. 투자과정에서 일부 손실이 발생하겠지만 가장 진보된 지식영역에 한국을 진출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는 내용이다. ‘일왕의 음모’에 비교할 바 아니지만 정부나 기업, 민간단체들이 서둘러야 할 지적이다. 일제가 침략하던 100년전과 비교하여 지금 우리는 무엇이얼마나 변했는가. 국토는 여전히 두동강이고 정쟁에 날이저물고 수구언론은 족벌이해에 얽혀 사회정의와 민족문제를왜곡한다. 일본을 깊이 알자. ‘일왕의 음모’속에서 또 무엇이 ‘음모’되는가를. 김삼웅주필 kimsu@
  • 제32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결산

    21일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는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9·25 제주 남북국방장관회담 개최를 지지하는 등 양국의 ‘혈맹’관계를 거듭 확인했다. 아울러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과 코언 미 국방장관은 노근리 진상규명문제를 연내에 마무리짓기로 했으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조속한 개정 등 현안 해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남북관계 등 안보문제 미국은 남북국방장관회담의 개최를 환영하면서 이 회담에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가 심도있게 토의되기를 희망했다.특히 양국 장관은 북한의 생화학무기,핵 및 장거리 미사일 계획등이 한·미 및 동북아 지역안보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며 북한에대해 이같은 무기의 생산 및 보유·사용을 금지하는 국제협약 준수를촉구했다. 양측은 1953년에 조인된 정전협정체제의 유효와 준수를 재확인하는한편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과 한반도 유사시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확인했다. ■SOFA 개정,노근리 문제 등 현안 미국측은 SOFA 협정을 조속히개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SOFA 개정이 반미감정확산을 차단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미동맹관계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데도 공감했다.또 노근리사건의 진상을규명하기 위한 양국 공동협의회의 노력을 평가하고 올해 안으로 이사건을 포괄적이고 투명하게 마무리짓기로 합의했다. 주한미군의 토지사용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하기위한 연합토지관리계획의 수립문제에 대해서도 협의를 개시키로 했다.앞으로 이 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은 소규모의 신규 공여지를 제공받고 현재 사용중인 상당부분의 공여지를 반납하게 된다. 이밖에 한국의 미사일사거리확대 문제의 경우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지침에 따라 가능한 한 조속하게 해결키로 합의했다. 회담에는 양국의 국방장관과 주미 및 주한 대사,합참의장을 비롯,고위 국방·외교관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회담은 양국 장관의 45분간에 걸친 단독회담과 확대 장관회담 등 2차례에 걸쳐 145분 동안 진행됐다. 노주석기자 joo@
  • 새 경제팀 출범 이후 선회 조짐

    금융개혁의 틀이 바뀌는 것인가. 진념(陳념)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 등이 취임일성으로 ‘시장자율에 의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정부주도로 이뤄진 금융개혁의 틀이 “개혁보다는 안정을 더 추구하는 쪽으로바뀌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특히 진 장관의 경우,예금부분보장제 상향조정 검토 등 기존 경제팀의 정책과는 방향을 달리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이같은 의문점을 증폭시키고 있다. ■예금부분보장제 진념 재경부 장관은 지난 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예금부분보장제는 가야할 방향이나 예금 보호한도를 2,000만원에서 상향조정하는것을 포함, 모든 방안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이같은 입장표명은 전임자의 발언에 비춰보면 상당히 상향조정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다.새경제팀은 시행시기를 제외한 상향 조정문제 등 모든 것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금융권에서는 금융개혁의 틀이 바뀌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예금보호한도액이 2,000만원에서더 올라가면 그동안의 금융개혁은상당부분 후퇴될 전망이다.정부는 예금보호한도가 계좌당 2,000만원으로 정해지면 비우량 은행의 예금이 우량은행으로 몰리게 되고 이는 금융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금융지주회사제 “불량은행의 지주회사 편입을 반대한다”는 진 장관의 발언은 기존 정책과는 큰 차이가 있다.발언 그대로라면 불량은행들은 1차 구조조정 때처럼 퇴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정부의 기존 입장은 한빛 조흥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금융지주회사 방식으로 통합한다는 것이었다.예금보호 한도가 축소되는 내년이후 급격한 예금이탈로 자생력을 잃게 될 것으로 우려되는 불량은행들의 ‘피난처’로서 금융지주회사라는 핵우산을 만들겠다는 것이 전임 경제팀의 구상이었다. 금융당국의 정책담당자들은 진장관의 발언에 대해 크게 비중을 두는 것 같지 않다.‘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금감위의 한고위관계자는 “부실은행의 클린뱅크화를 강조한 것 아니겠느냐”며 진장관의 발언의미를 애써 축소해석하는모습이다. ■금융권 반응 은행권은 벌집 쑤신 듯 술렁거리고 있다.부실은행은 부실은행대로,우량은행은 우량은행대로 정부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진장관과 친분이 있는 한 시중은행장은 “같은 값(공적자금)이면 우량은행에 줘서 대규모 리딩뱅크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간신히 ‘합병 위험권’에서 벗어났다며 안도하던 한미·하나·신한 등 후발우량은행들은 또 다시 위험에 노출되자 좌불안석이다.국민·주택은행은 “정부 뜻을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기색이어서 묘한 대조를이뤘다. 박현갑 안미현기자 eagleduo@. *정부 현대해법 원상복귀. 현대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급변하고 있다.진념 신임 재정경제부장관이 지난 7일 ‘시장자율에 따른 해결’ 원칙을 밝힌지 하루만에 다시‘정부주도에 의한 이번주내 해결’로 바뀌었다. 이기호(李起浩) 청와대 경제수석,진념(陳념) 재정경제부 장관,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 내정자는 7일 오찬모임에서 기업·금융 구조조정을 시장자율에 따라 추진한다는 입장정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이같은 입장정리는 곧바로 시장에 개혁후퇴로 받아들여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불안 요인으로 가시화됐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이번주 내로 현대문제를정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의 현대해법이 ‘원상회복’되는조짐이다. 금감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와 관련,“7일 경제팀의 입장정리는 교과서적인 발언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8일 채권단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조속한 계열분리 일정제시▲현대건설의 구체적 자구책 등 3개 사항을 ‘동시에 모두’ 만족시킬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문서로 현대측에 통보했다.금융당국은 정부측요구사항을 문서화함으로써 예상되는 현대측의 지연작전을 미리 봉쇄하려는입장이었으나 경제팀 교체로 잠시 보류된 상태였다. 한편 현대측으로서도 이같은 정부의 입장변화에 따라 대책안을 서둘러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현대측은 개각설이 나오면서부터 개각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는 분위기가 여기저기서 감지됐다는 게 금감원 시각이다. 실제로 현대측에서는 경영개선대책 발표시기가 9일에서 이번주말이나 내주초로 늦어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따라 현대문제가 이번주내로 해결될지 여부가 주목된다.그러나 채권단이 현대측에 요구한 자구안 제출시한이 오는 19일까지여서 현대가 이를 빌미삼아 이번주내로 내지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현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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