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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원자력계의 대부’ 한필순

    [부고] ‘원자력계의 대부’ 한필순

    원자력 기술자립 신화를 이끌며 ‘국내 원자력계의 대부’로 불리던 한필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이 25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82세. 평남 강남군에서 출생한 고인은 공군사관학교와 서울대 물리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석사, 캘리포니아대 박사를 거쳐 1970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무기국산화 사업에 참여했다. 1982년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전신인 한국에너지연구소 대덕공학센터장으로 부임하며 원자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1년까지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과 한국핵연료주식회사 사장으로 재임하며 한국표준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등 국내 원자력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013년에는 원전 마피아를 다룬 ‘한국 원전 비리 근원과 근절대책’이란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 당국에 제출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기철, 기석씨와 딸 윤주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며 발인은 29일 오전,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 (02)2258-5940.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5개 지자체 거꾸로 된 핵정책에 뿔났다

    원전 소재 지자체들이 원전에서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 핵폐기물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은 7일 지역주민들이 수십년간 원전 가동에 따른 불이익을 감내하는 가운데 핵 쓰레기 장기 보관을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이같이 밝혔다. 원전에 임시 저장 중인 핵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로 고준위이다. 그러나 정부는 원전이나 병원, 산업체에서 방사성 물질을 다루고 사용한 의복과 장갑 등 중·저준위 폐기물을 보관하는 방폐장을 경주에 건립하면서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을 지원하고 3조 4000억원 규모의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위험 농도가 더 짙은 고준위 핵폐기물을 자체 보관하는 원전이 있는 지자체에는 단 한 푼의 재정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관리부담금 명목으로 3300억원을 징수하는 등 매년 수천억원을 거둬들이고 있으나 정작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는 지자체와 주민에게는 지원금이나 보상금을 주지 않고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g당 방사선량이 4000베크렐(㏃) 미만이며 고준위 폐기물은 4000㏃ 이상이고 ㎥당 열 발생량도 2㎾ 이상이다. 배명창 기장군 세무과장은 “고리원전 등 원전에서 보관하고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방사선량은 총 핵폐기물 방사선량의 95%에 이르지만 경주방폐장에 보관하는 중·저준위 핵폐기물의 방사선량은 5%에 불과하다”면서 “고리원전 등 원전 지하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조속히 이전하고 영구저장시설로 이전하기 전까지 임시보관 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장군은 오는 27일 열릴 원전소재 5개 지자체 모임인 ‘원전소재 행정협의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과세에 대해 공동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사용후핵연료 발생수수료 또는 보관수수료를 신설하거나 정부가 거둬들이는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의 일정부분을 지자체 수입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쓰고 남은 우라늄연료(연료봉) 다발체로 고리원전에 5000여개를 비롯해 울진과 월성, 영광원전에 37만 7000여개(경수로형 1만 3960개, 중수로형 36만 3900개)가 임시 보관되고 있다.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 신고리 원전 3호기 가스 누출, 근로자 3명 질식사…사고다발구역 신고리 원전?

    신고리 원전 3호기 가스 누출, 근로자 3명 질식사…사고다발구역 신고리 원전?

    ‘신고리 원전 3호기’ ‘신고리 원전 가스 누출’ 신고리 원전 가스 누출로 근로자 3명이 질식사했다. 26일 오후 4시 30분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현장 밸브룸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대길건설 안전관리 직원 손모(41)와 김모(35)씨, 안전관리 용역업체 KTS쏠루션 직원 홍모(50)씨 등 3명이 질식해 있는 것을 다른 직원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고리원전과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0분쯤 대길건설 근로자 손씨와 김씨가 보이지 않자, KTS쏠루션 직원 홍씨가 이들을 찾으러 나갔다고 근로자들이 진술해 이들이 밸브룸에서 차례로 질식해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처음 목격한 대길건설 기사 차모씨는 “보조건물 지하 2층 밸브룸에 들어갔는데 안전관리 직원 3명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고리원전 직원 1명은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가스에 노출됐지만 메스꺼움만 호소했을뿐 큰 피해는 없었다. 사고가 나자 중앙119구조본부 울산화학구조센터 소속 소방관들이 긴급출동, 질소 누출로 밸브룸의 산소 농도가 14%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공기 중의 질소 농도가 16% 이하로 떨어지면 호흡이 곤란해진다고 설명했다. 출동한 울산화학구조센터 직원들은 질소가스 누출 배관을 찾아 가스를 차단하고, 밸브룸의 질소를 완전히 제거해 산소농도를 20%까지 정상화했다. 국민안전처는 “사고가 난 원전은 현재 건설 중이며, 2015년 가동 예정이어서 방사능 누출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리원전 측도 “핵연료가 장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원전 안전은 물론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 사이버 공격과도 관련이 없다”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측은 “사망 근로자들에 대한 방사선 검사결과 방사선 오염은 없었다”고 각각 밝혔다. 울산소방본부는 27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현장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신고리원전 3호기는 2007년 9월부터 건설이 시작된 뒤 지난해 10월 냉동기 건물의 전기 차단기에서 스파크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1명과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중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신고리 원전 가스 누출, 근로자 3명 질식사…질소가스 왜 위험?

    신고리 원전 가스 누출, 근로자 3명 질식사…질소가스 왜 위험?

    ‘신고리 원전 3호기’ ‘신고리 원전 가스 누출’ 신고리 원전 가스 누출로 근로자 3명이 질식사했다. 26일 오후 4시 30분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현장 밸브룸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대길건설 안전관리 직원 손모(41)와 김모(35)씨, 안전관리 용역업체 KTS쏠루션 직원 홍모(50)씨 등 3명이 질식해 있는 것을 다른 직원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고리원전과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0분쯤 대길건설 근로자 손씨와 김씨가 보이지 않자, KTS쏠루션 직원 홍씨가 이들을 찾으러 나갔다고 근로자들이 진술해 이들이 밸브룸에서 차례로 질식해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처음 목격한 대길건설 기사 차모씨는 “보조건물 지하 2층 밸브룸에 들어갔는데 안전관리 직원 3명이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고리원전 직원 1명은 구조작업에 나섰다가 가스에 노출됐지만 메스꺼움만 호소했을뿐 큰 피해는 없었다. 사고가 나자 중앙119구조본부 울산화학구조센터 소속 소방관들이 긴급출동, 질소 누출로 밸브룸의 산소 농도가 14%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공기 중의 질소 농도가 16% 이하로 떨어지면 호흡이 곤란해진다고 설명했다. 출동한 울산화학구조센터 직원들은 질소가스 누출 배관을 찾아 가스를 차단하고, 밸브룸의 질소를 완전히 제거해 산소농도를 20%까지 정상화했다. 국민안전처는 “사고가 난 원전은 현재 건설 중이며, 2015년 가동 예정이어서 방사능 누출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리원전 측도 “핵연료가 장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원전 안전은 물론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 사이버 공격과도 관련이 없다”고,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측은 “사망 근로자들에 대한 방사선 검사결과 방사선 오염은 없었다”고 각각 밝혔다. 울산소방본부는 27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현장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신고리원전 3호기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 건설 중이며, 현 공정률 99%로 내년 6월 준공할 계획이다. 3호기는 JS전선이 깔았던 케이블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되고 성능 시험에서 불합격 판정이 나와 준공이 1년가량 늦어지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원전해킹 비상] 원전 ‘불시 정지’해도 사고와는 달라

    [원전해킹 비상] 원전 ‘불시 정지’해도 사고와는 달라

    해커의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문건 유출에 이은 원자력 발전소 중단 요구가 이어지면서 원전 정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25일 정부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원전 ‘불시정지’는 고장이나 어떤 이상이 발견돼 핵분열을 안전하게 멈췄다는 뜻으로 방사선 누출 등의 사고와는 다르다. 원전은 방사선과 관련되지 않은 발전기의 고장 등은 사고에서 제외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방사성물질의 누출 등으로 사람에게 영향을 준 사고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원전 사고 평가 기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원자력평가척도를 따른다. 이 척도는 0~7등급으로 나뉘는데 0~3등급(경미한 고장, 단순고장, 고장, 심각한 고장)은 ‘고장’, 4~7등급(극소 영향 사고, 광범위 영향 사고, 심각한 사고, 대형 사고)은 ‘사고’로 분류한다. 원전 최악의 사고로 꼽히는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와 일본 후쿠시마 사고는 7등급(대형 사고)에 해당한다.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최초의 원전 사고는 발전소 내 부품 교체작업 중 제때 공급되지 못한 냉각재로 인해 방사능이 일부 누출됐지만 인명 피해가 없어 5등급(광범위 영향 사고)으로 분류됐다. 실제 돔형 형태의 원전은 막고 또 막는 다섯 겹의 5중 방호벽으로 이뤄져 있어 비행기 충돌에도 안전하다는 평가다. 원전연료 펠릿(1방호벽)은 핵분열에 의한 방사성물질을 그대로 가두며 2방호벽(연료 피복관)은 펠릿을 빠져나온 가스 성분을 밀폐한다. 연료 피복관에 결함이 생겨도 25㎝의 두꺼운 강철인 3방호벽(원자로 용기)이 외부 누출을 막는다. 여기에 외부 충격을 막아내는 12㎝ 두께의 특수 콘크리트(5방호벽) 건물과 내벽에 6~7㎜ 두께의 강철판(4방호벽)이 겹쳐 있다. 대형 항공기의 테러 위험이 부각된 2001년 미국 9·11 테러 사건 이후 연료를 가득 채운 225t 무게의 모형 보잉기로 원전 모형 충돌 실험을 했지만 원자로 건물은 뚫리지 않았다. 한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규 원전은 모두 리히터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사용후핵연료의 붕괴열을 제거하지 못해 발생한 수소 폭발에 대해서도 수소제거 설비 등의 대비책이 마련돼 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우리는 왜 원자력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가

    우리는 왜 원자력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가

    한국의 원자력 에너지/김경민 지음/새로운사람들/270쪽/1만 8000원 대한민국 원자력 에너지 역사가 이 책 한 권에 다 들어 있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펴낸 ‘한국의 원자력 에너지’는 원자력 옹호론자의 원자력 안전에 관한 집요한 추적이다. 20년 연구, 17년 집필의 결과물이다. 그의 글은 책상머리에 앉아 쓴 것이 아니다. ‘원자력이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려고 지구를 몇 바퀴 돌고도 남을 만큼 지구상 원자력 시설과 현장을 찾아다녔다. 한국과 세계의 원자력 변천사에 존재를 알릴 만한 곳은 다 다녔다. 대표적 현장으로 꼽은 곳만 30곳이 넘는다. 원심분리기와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재처리시설 내부까지 직접 눈으로 목격한 몇 안 되는 한국사람 중 한 명이다. 이 책은 원자력 에너지 왜 중요한가, 원자력 에너지의 수출, 안전이 가장 우선이다, 사용 후 핵연료와 지역 상생, 북한 핵에 대한 우려와 대응 등 5개 장으로 나눠 지난 17년 동안 언론에 기고한 칼럼 등을 정리한 글이다. 그는 지난 5월 ‘원자력과 사회소통상’을 받았다. 자연과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원자력학회가 인문학자에게 준 첫 상이었다. 노주석 선임기자 joo@seoul.co.kr
  • 고준위 핵폐기물 어디에 10만년 동안 보관하나

    고준위 핵폐기물 어디에 10만년 동안 보관하나

    핵폐기물은 최소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치명적인 독성물질이다. 2014년 현재 전 세계 31개국에 모두 25만~30만t의 핵폐기물이 있지만, 이것을 완전히 처분할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19일 밤 11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특집다큐멘터리 ‘사용후 핵연료 10만년 후’는 국내와 일본, 스웨덴, 독일,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핵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국내 총 23기 원전에 임시저장돼 있는 1만 3906t의 고준위 사용후 핵연료는 어디에, 어떻게 처리할지 아직 부지 선정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해법을 찾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유일한 시설인 월성 원전은 현재 76%가 찼고, 4년 뒤엔 완전히 포화상태가 된다. 2016년 고리 원전을 시작으로 월성, 한빛, 한울 등 다른 원전들도 줄줄이 포화 상태에 이른다. 사용후 핵연료 관리 문제는 원전 선진국에서조차 난제다. 세계적으로 400기가 넘는 원전에서 매년 1만 2000t 이상의 사용 후 핵연료가 발생하는데 아직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는 국가는 없다. 핀란드, 스웨덴만이 처분 시설 부지를 선정한 상태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2020년쯤 처분장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은 핵폐기물 처리장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두 나라는 다양한 의견을 통합, 해법을 찾아 공론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먼저 풀어낸 스웨덴의 비결은 결국 안전에 대한 지역 주민의 신뢰였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열린세상] 일본의 원자력, 한국의 원자력/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일본의 원자력, 한국의 원자력/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본의 중의원 선거가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압승으로 끝이 났다. 아베 총리의 선거 승리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단 1기도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본은 사상 유례없는 원전사고로 전력 생산의 약 90%를 석탄이나 석유 그리고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바람에 올 한 해 통계로 약 35조원의 에너지 수입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량 증가로 국가 경제가 파탄 날 지경이다. 이산화탄소 감축의 교토의정서를 이끌어 낸 일본의 입장에서 볼 때 이산화탄소를 오히려 더 배출하는 국가가 됐으니 모순됨의 아픔이 클 것이다. 그래서 아베 총리는 국가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승부수로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를 강행한 것이다. 자민당이 압승했기 때문에 원전 재가동은 속도가 붙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나름대로 원자력 안전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안전 기준의 핵심은 원자로 자체의 안전과 쓰나미 대책이었다. 쓰나미로 밀려든 바닷물이 원자로를 덮쳐 냉각 기능이 마비되고 원자로가 녹아 내리는 대참사를 겪은 일본은 쓰나미 대책에 국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태평양 연안에 있는 동북전력의 오나가와 원자력발전소는 바닷가에 29m의 해안 방벽을 쌓을 정도로 안전 강화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후지산이 흔들리고 태평양 앞바다에 활성단층이 지나고 있는 일본의 원자력은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자연재해 앞에 속수무책인 나라다. 얼마 전 온다케 화산이 분출해 이제는 화산재가 원자로를 덮치는 날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하나 더 추가되고 있다. 일본의 이런 형편에 비하면 한국의 원자력은 지질학적으로 다행스럽다. 일본이나 한국은 천연자원이 극도로 부족하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이 없으면 국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값싼 전기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날만큼의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원자력 발전으로 풍부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부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원전 가동의 안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 부정할 사람은 없다. 1년을 통틀어 체감하지 못하는 지진을 포함해 약 1만번의 지진이 발생하는 경제대국 일본이 원전 재가동을 강행해야만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면서 에너지 적자의 해소가 얼마나 다급한 국가 현안인지를 감지하게 된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55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가동했던 일본 그리고 23기의 원전을 가동하는 한국 둘 다 원자력 강국이다. 두 나라는 원자로를 해외에 수출까지 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일본의 원자력 사정은 후쿠시마 사태와 지진위험 등으로 미래가 밝지 않은 형국이라서 한국이 지혜를 잘 모으면 일본을 앞질러 원자로 수출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자연재해의 위험성이 높아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 일본 원자력 산업이 해외에서 신망을 계속 이어 갈 수는 없다. 한국에 기회가 오는 것이고 원자력 산업을 수출 동력 산업으로 더욱더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한국은 경주에 마련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의 가동에 들어가게 돼 원자력의 국제 공신력이 한층 더 높아지게 됐다. 현재 진행 중인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대한 공론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돼 국가의 의견이 모아지고 대외 공신력을 높이면 향후 추진될 원자로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세계 곳곳을 뛰어다니며 원자로를 사 달라는 수출 상담을 할 수 없다. 이승만 전 대통령 때부터 원자력에 대한 눈을 뜨고 인재를 키우고 원자로를 건설하며 국산화에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의 원자로를 수출하고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수출 목표 대상국 중 하나다. 중동 국가들이 원자로를 건설하려 하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석유 등의 천연자원이 고갈날 때를 대비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일본 국내에서 흔들리는 원자력 발전과 달리 한국은 국내에서부터 안전한 원전, 신뢰받는 원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원자력 발전이 돼야 하겠다.
  • [사설] 경주 방폐장 가동 이후 풀어야 할 숙제 많다

    중·저준위 방사성 핵폐기물 처분 시설인 경주 방폐장이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내년부터는 가동에 들어간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그제 운영을 허가하면서다. 1986년 방폐장 사업이 시작된 이래 입지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아홉 번이나 부지를 옮긴 끝에 일단락된 낭보다. 이로써 원전마다 용량이 거의 포화 상태인 방사능 폐기물 임시 저장 문제 해결의 숨통은 트인 셈이다. 그러나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폐기물) 저장 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주 방폐장 가동은 반길 일이다. 그간의 우여곡절을 되돌아보자.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었지만 핵폐기물 처분 시설이 들어서는 곳의 주민들에게는 실상 이상의 혐오시설로 부풀려지는 측면도 있었다. 그런 허상이 안면도·굴업도·부안 등지에서 폭력 사태까지 빚었던 셈이다. 다만 방폐장이 천형(天刑)은 아니더라도 지역민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시설임은 분명하다. 까닭에 ‘님비 사업’을 떠안은 지역에 일정한 보상이 불가피할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그런 점에서 주민 투표로 방폐장을 수용한 경주에 정부가 특별지원금 3000억원과 한수원 본사 이전으로 화답한 것은 합당한 조치일 게다. 이런 ‘경주 모델’을 잘 정착시켜야 한다. 지역 주민의 희생과 인센티브가 균형을 이루게 하자는 말이다. 경주시의 방폐물 반입 비용은 급증했는데 반입 지원 수수료는 동결돼 있어 갈등이 내연한다기에 하는 얘기다. 물가 상승과 연동해 수수료 산정 기준을 현실화하는 게 맞다. 국책 사업으로 혜택을 입는 국민과 유치 지역 간 ‘윈윈’을 지향하는 모델이 삐걱거린다면 곤란하다. 그래서야 무슨 수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국책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원전 추가 건설 지역에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나 원자력병원 등을 입지시키는 등 경주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방폐장 가동이 문제 해결의 완결판일 순 없다. 무엇보다 고준위 저장시설 건설이 과제다. 현재 원전 가동으로 생기는 폐연료봉을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포화된다고 한다. 출범 후 1년이 넘도록 겉돈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대책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정부 또한 이를 발등의 불로 여겨야 한다. 지지부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의 돌파구를 열기 바란다. 위험도가 높은 사용후 핵연료는 저장보다는 재처리가 경제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나오기 때문에 미국이 핵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제동을 걸고 있는 게 문제다. 우리가 연구를 주도하는, 핵연료의 평화적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의 상용화에 미국이 적극성을 보이도록 설득하는 게 차선의 대안이다.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잠수함 ‘장보고 III’, 유령이 될 수 있을까?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잠수함 ‘장보고 III’, 유령이 될 수 있을까?

    『유령이 침몰하는 것은 저 어뢰 때문이 아니야. 스스로 강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우리 자신 때문이야. 강하지 않으면 짓밟히며 살아갈 수밖에 없어. 오래전 일도 아니야. 우리의 역사가 온갖 굴욕을 버티며 살아온 것이. 그게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나?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 언제까지 이렇게 치욕스럽게 살아갈 건가?』 지난 1999년 개봉해 이듬해 대종상영화제를 휩쓸었던 최민수・정우성 주연의 ‘유령’이라는 영화에서 침몰 직전 핵잠수함 부함장 최민수의 마지막 대사다. 영화에서 한국은 러시아로부터 경협차관 현물상환으로 구소련이 만들었던 최강의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인 바라쿠다(Project 945 Barracuda, NATO Code : Sierra) 잠수함을 극비리에 넘겨받지만, 이 잠수함의 존재를 눈치 챈 미국과 일본의 압력으로 인해 정부가 잠수함 함장에게 수중에서 자폭할 것을 명령하고, 이에 반항한 부함장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해 일본 잠수함에게 격침당한다는 내용이다. ▲핵잠수함이 얼마나 강력하기에 영화 속 부함장 ‘202’의 마지막 절규처럼 핵잠수함은 동북아시아 주변 강대국들 틈바구니 속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한국에게 있어 주변국을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비대칭 전력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 때문에 주변 강대국들이 눈에 불을 켜고 한국을 감시하며 보유를 저지하고 있는 무기체계이기도 하다. 과거 참여정부는 지난 2003년 극비리에 원자력 잠수함 개발을 위한 사업단을 조직했지만, 이듬해 1월 모 일간지 기자가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던 사업 진행 상황 전반을 “中 ・日등 반발예상”이라는 부제를 달아 대서특필하면서 사업단은 해체됐고 이후 국방부는 ‘해프닝’이라며 진화를 시도했다. 기무사가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교롭게도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미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보도가 나갈때쯤 워싱턴에 가 있었다. 당시 사업이 좌초된 것이 미국정부가 의도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만큼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보유를 주변국이 얼마나 껄끄럽게 생각하고 있는지 짐작은 가능하다. 이러한 국제정치적 문제, 예산 문제와 기술력 부족 등 여러 요인 때문에 한국은 오래 전부터 꿈꾸던 원자력 잠수함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원자력 잠수함은 사실상 ‘강대국의 전유물’이다. 공식적인 핵보유국인 UN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러시아로부터 ‘리스’한 잠수함을 가지고 있는 인도가 유일한 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오직 강대국들만 보유가 가능한 것은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는데 있어 기술적 난이도가 워낙 높고 건조 비용도 천문학적인 이유도 있지만, 국제사회의 통제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잠수함은 말 그대로 동력기관으로 내연기관이 아닌 원자로를 사용하는 잠수함을 통칭하는 용어다.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공격용 잠수함을 공격원잠(SSN), 여기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탑재하면 전략원잠(SSBN), 토마호크와 같은 순항 미사일을 탑재하면 순항미사일원잠(SSGN)으로 부른다. 동력을 원자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별도의 연료를 탑재할 필요가 없고, 보급품과 무장, 승조원들의 체력 여유만 있다면 사실상 무제한으로 잠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적으로부터 들킬 위험도 적다. 내부 공간의 여유가 있어 디젤 잠수함보다 더 많은 무장을 탑재할 수 있고, 출력도 좋아 수중에서 더 빠른 속력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디젤 잠수함이나 수상함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지속 잠항능력이 우수하고 무장 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곧 원자력 잠수함 1척만으로도 적국의 주요 항로를 봉쇄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중에 매복하면서 기습적인 어뢰 공격을 가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잠수함을 잡아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북아시아 주변 바다는 잠수함이 활동하기에는 최적이면서 반대로 잠수함을 찾아내기에는 최악의 조건을 가진 것으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곳이기 때문에 각국은 경쟁적으로 원자력 잠수함을 내놓고 있고,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획득 시도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원자력 잠수함의 이러한 위협을 잘 알고 있는 일본은 냉전시절 소련 태평양함대의 원자력 잠수함으로부터 자국의 해상교통로를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잠수함 작전에 특화된 4개의 호위대군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3대 해협(소야・쓰가루・대한)에 소련 잠수함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했다. 소련 잠수함이 태평양으로 나오면 언제 어디서 해상교통로 차단을 당할지 모르고, 최악의 경우 핵심 동맹국 미국 본토 깊숙한 곳까지 SLBM 공격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핵탄두를 탑재한 SLBM이 없더라도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원자력 잠수함이 도쿄만 인근이나 상하이 앞바다 수중에서 도쿄나 상하이 시내를 향해 잠대지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가정해보자. 발사부터 명중까지 5분 이내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무리 중국과 일본이라도 불과 수km에 불과한 거리에서 발사된 순항 미사일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화 ‘유령’ 속 202의 절규처럼 원자력 잠수함은 유사시 주변국의 손발을 묶는 강력한 억제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보고-III, 유령을 향하여! 지난 27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3,000톤급 잠수함인 장보고-III 건조를 위한 강재 절단식(Steel Cutting Ceremony)이 있었다. 장보고-III 사업은 지난 2005년 장기소요로 결정된 뒤 2007년 본격적인 체계개발에 착수해 6년에 걸쳐 설계 작업이 진행되었고, 최근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산학연 및 군 전문가 150여 명으로 구성된 TF가 상세설계검토(CDR : Critical Design Review)를 통해 장보고-III의 설계 완성도가 실제 건조가 가능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방위사업청과 체결한 장보고-III 배치(Batch)-I 2척의 건조 계약 규모는 1조 6,700억 원이다. 일본의 소류(そうりゅう・4,200톤급)가 585억 엔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덩치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자 개발되는 중형 잠수함이며, 전략적 임무 수행을 위한 다양한 기능이 들어간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정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장보고-III의 성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현재 알려진 성능대로라면 동급 잠수함 중에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장보고-III의 설계상 수중배수량은 3,000톤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일본의 소류급이나 호주의 콜린스(Collins)보다 작지만, 성능은 대단히 강력하다. 고성능 연료전지를 이용한 AIP(Air-Independent Propulsion) 체계를 적용해 수중에서 최대 3주 이상 작전할 수 있고, 기존의 장보고급이나 손원일급보다 더 깊이 잠수할 수 있다. 선체 중앙에 6기의 수직발사관을 탑재해 사거리 1,500km에 달하는 천룡 함대지 순항 미사일이나 현재 개발 중인 초음속 대함 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다. 함수의 533mm 어뢰발사관을 통해 잠대함 미사일이나 어뢰 등도 운용할 수 있어 무장 능력은 소류급이나 콜린스급보다 대단히 뛰어나다. 강력한 무장능력만큼 주목할 만한 부분은 향후 개량사업을 통해 추진기관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는 원자로는 이미 개발이 상당 부분 진척되어 있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담수화 및 중소형도시 발전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소형 원자로인 SMART-P 원자로는 그 태생 자체가 러시아의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사인 OKBM에 있다. 열출력이 65MwT수준이기 때문에 영국의 HMS 발리언트(Valiant, 4,200톤, 70MwT), 인도의 아리한트(INS Arihant, 6,000톤, 85MwT)와 비슷하며, 미국의 로스 엔젤리스(USS Los Angeles, 6,000톤급, 120MwT)의 절반 수준으로 3,000톤급 수준인 장보고-III의 추진기관으로 적합하다. 다만 사용되는 핵연료의 농축도가 20% 미만이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 러시아의 원자력 잠수함보다 핵연료 교체 주기가 짧겠지만, 이러한 원자로를 장보고-III 개량형의 동력으로 삼을 경우 기존의 디젤 잠수함보다 압도적인 지속 잠항능력을 가질 수 있어 한국해군의 수중작전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다. 주변국의 해군력 군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2020년대 중반 이후 한국해군의 순항 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의 존재는 주변국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히든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군은 오는 2030년까지 장보고-III 잠수함 9척을 배치할 계획이니 이 가운데 일부라도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건조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시설 늦어도 2055년 전후 지어야”

    고준위 원전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려면 우리나라에 영구처분장을 지어야 하고 그 시기는 늦어도 2055년 전후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공식 제기됐다. 지난 1년간 폐연료봉의 관리 방안에 대한 여론 수렴 역할을 맡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이후 공론화위원회)가 우리나라의 핵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공식적인 견해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영구처분장 부지 선정 등을 두고 격론이 예상된다. 홍두승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사업 경과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의제’를 발표했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은 지하 500미터 이상에 폐연료봉을 묻어, 고준위 원전 폐기물을 완전히 격리시키는 시설을 말한다. 원전에서 나온 폐연료봉인 사용후핵연료는 현재 각 원전 부지 내에 있는 임시저장 시설에 담겨 있지만 이르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다. 그간 우리나라는 영구보존을 할지 재처리를 할지조차 정하지 못했고, 자체 기술도 없다 보니 사용후핵연료를 모두 원전 내부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홍 위원장은 영구처분 시설 가동 시점을 2055년으로 정한 데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 시운전 기간 등을 따져볼 때 2050∼2060년에는 건립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범운영 기간 등을 감안하면 2045년에는 공사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후보지에 대한 지질 연구 등을 모두 마쳤을 때의 얘기다. 해외사례를 볼 때 영구저장시설 건설은 지하연구시설(URL)부터 착공 및 시운전까지 약 30년이 걸린다. 앞으로 약 10년 후인 2025년까지는 사실상 예상 후보지 선정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일단 사용후핵연료의 원전 내 저장 간격을 줄여 포화시점을 늦추면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는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론화위원회가 중간발표로 향후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일단 방향성을 잡았지만 집행 과정에서는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공론화위원회 관계자는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문제는 결국 어디에 영구저장 시설을 두느냐의 문제”라면서 “비교적 방사능 농도가 옅은 중저준위 처분시설 건립도 극심한 반발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향후 상당한 진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사설] 목소리 커진 美공화당 한반도 파고 대비해야

    대외 강경노선을 걷는 미국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예상대로 상·하원을 석권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복잡해졌다. 2016년 미 대선까지 미국 정가는 오바마 행정부를 옥죄는 여소야대의 정국이 현실화된 것이다. 자칫 한반도와 동북아시아가 거센 돌풍에 휘말려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 관계가 악화되거나 간신히 균형을 잡아 가는 한·중 외교가 다시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승자 독식’ 원칙에 따라 하원에 이어 상원의 모든 상임위원장을 공화당이 차지함에 따라 미국의 대외 정책은 지금보다 훨씬 강경 모드로 변화될 소지가 높아졌다. 특히 상원외교위원장으로 확실시되는 밥 코너 의원은 공화당 내 대표적인 매파로 통한다. 그는 오바마의 유약한 대외정책 비판론자로서 유명하다. 북한·이란핵 개발 저지에 소극적인 오바마 대통령을 질타해 왔다. 북한 인권상황 개선에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상원 군사위원장으로 내정된 존 매케인 의원 역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반대하고 압박과 제재를 통한 대북 강경노선을 지지해 온 인물이다. 공화당의 대외 강경 기조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한·미 동맹 강화를 중시하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와 견해가 같기 때문에 급격한 대북정책 변화가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전작권 환수 재연기가 확정된 이후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동북아, 특히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한국이 동원될 가능성은 점점 짙어지는 상황이다. 막바지 단계에 있는 한·미 원자력협상에서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가 어려운 방향으로 불똥이 튈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정치 지형상 레임덕이 불가피해진 오바마 행정부가 공화당의 강경 목소리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1993~2001년) 말기 공화당 집권 전후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쳤던 때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들이 달라진 외교 지형을 세밀하게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변화 없이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 역시 공화당 강경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공화당 내부의 대북 매파들은 우선 대북 제재 이행법안의 상원 처리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하원을 통과한 대북 제재 법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저지를 위해 김정은 정권의 돈줄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어느 때보다 ‘김정은을 손봐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대북제재법의 상원통과만큼 북한 정권에 타격을 주기에 안성맞춤인 것은 없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이 군산(軍産)복합체의 적극적 지지를 받고 있는 공화당의 강경 노선과 맞물려 극우적 방향으로 급진할 개연성도 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들이 합의한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역시 강경파들에게 중국 압박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전작권 환수 연기로 구체화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가시화될 경우 이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으로 인식하는 중국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동북아는 순식간에 안갯속으로 빨려들어 가게 된다. 미국의 정국 변화가 우리의 국익에 손상이 되지 않도록 외교 당국자들의 주도 면밀한 대비가 절실해지고 있다.
  • “日 플루토늄 경수로 사용 재연기” 연료가공공장 완공 지연 등 여파

    일본 전력회사로 구성된 전기사업연합회가 플루토늄을 경수로 연료로 사용하는 ‘플루토늄 경수로 사용’(플루서멀) 계획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기사업연합회는 당초 2015년까지는 전국 원자로 16~18기에서 플루토늄 경수로를 사용할 방침이었으나 이를 예정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루토늄 경수로는 사용 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이를 우라늄과 섞은 혼합산화물(MOX) 연료를 경수로 원료로 사용하는 일종의 핵연료 재활용이다. 일본 전력업계는 1997년 플루토늄 경수로 사용을 2010년까지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2009년에는 이를 2015년까지로 늦췄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이 원전 3호기와 간사이전력 다카하마 원전 3호기 등 모두 4기에서 플루토늄 경수로가 사용됐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일본 내 모든 원자로가 정지했고 현재는 새로운 안전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원자로 운행이 보류됐다. 또 플루토늄 경수로 사용을 위해 필요한 MOX 연료를 가공하는 공장 완성은 2017년 10월, 플루토늄 재처리 공장 완성은 2016년 3월로 각각 늦춰지는 등 관련 설비 건설이 지연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5년전 월성 원전서 방사능 누출… 한수원, 보고도 없이 사고 은폐”

    2009년 월성1호기에서 폐연료봉이 파손돼 연료방출실 바닥에 떨어졌고 사고 수습을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A씨가 직접 들어가 수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A씨는 현재 매일 코피가 나고 어지럼증을 호소, 정밀검사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은 사고 즉시 규제기관에 보고하지 않았는데, 당시 논란을 빚던 월성1호기 수명연장 논의에 불이익이 가해질까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인지 의심받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내 원전 운영 역사상 처음으로 방사선 비상단계 중 ‘청색경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최악의 사고가 은폐됐다”면서 “은폐를 위해 원전을 정지하지도 않은 채 수작업으로 방사능이 누출되는 폐연료봉을 처리하는 비상식적 방법이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발전소 안 방사능 오염이 의심되면 ‘백색경보’, 발전소 부지까지 위험해지면 ‘청색경보’, 발전소 바깥으로 퍼지면 ‘적색경보’가 발령된다. 사고는 2009년 3월 13일 오후 5시쯤 발생했다. 핵연료 교체 과정에서 연료봉 37개를 묶은 다발이 파손돼 연료봉 2개가 연료방출실 바닥과 수조에 각각 떨어졌다. 유실된 연료봉에서는 계측한도를 넘어서는 1만m㏜(밀리시버트) 이상 방사능이 누출됐다. 이튿날 오전 1시 40분쯤 연료봉 낙하 위치를 확인한 한수원은 수습이 어렵게 되자 A씨를 연료방출실에 들어가게 해 오전 4시쯤 연료봉을 수거했다. 김 의원 측은 “현재 한수원을 퇴직한 A씨는 매일 코피를 흘리는 등 정밀검사를 요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수원은 “당시에는 정보공개 대상이 아닌 사고였다. 당시 A씨의 방사선 피폭선량은 6.88m㏜로 허용치 안에 있었고, 정기검진 결과에서도 건강 이상 징후가 없었다”고 밝혔다. 원전 종사자의 연간 방사능 피폭 최대 허용치는 50m㏜이다. 원전 납품비리에 연루된 A씨가 검찰에서 구속수사를 받던 중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에 이상신호가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은폐될 뻔한 사고는 지난해 A씨 재판 중 법원이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사실 조회를 촉탁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원안위는 지난해 8월 사고 사실을 인지하고 같은 달 28일부터 나흘 동안 조사를 벌였지만 원안위 위원들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한수원과 원안위가 국민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원전 안전 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 주는 사건”이라면서 “정부는 사고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은폐를 지시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원전소재 광역시·도, 원전안전 공동대처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4개 광역 자치단체가 원전안전에 공동대처하기로 했다.  부산시는 30일 원전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부산과 울산, 전남, 경북 등 4개 시·도가 공동대처하기 위해 31일 대구 엑스코에서 ‘원전소재 광역시·도 행정협의회’ 구성을 위한 협약을 맺는다고 밝혔다.  행정협의회는 지역주민들이 원전으로부터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원전안전대책과 방사능 방재대책 마련을 위해 힘을 모을 계획이다. 협의회는 4개 시·도 부시장과 부지사로 구성하고 연 2회 정기모임과 수시로 임시모임을 가지며, 회장은 4개 시·도가 번갈아가며 1년씩 맡기로 했다.  협의회는 정부에 원전안전대책과 방사능 방재대책을 촉구하고 원전안전과 관련한 지자체의 역할을 모색할 계획이다. 원전훈련과 방사선 감시 및 사용 후 핵연료, 지역자원시설세 인상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공동대처키로 했다.  시 관계자는 “협약을 계기로 주민들이 원전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공동대응 전략과제를 발굴·추진하는 등 실효성 있는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행정협의회가 원전안전에 대한 지자체 역할을 확대하고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산 오성택 기자 fivestar@seoul.co.kr
  • 한·미 “원자력협정 창의적으로”

    정부 고위 당국자는 29일 한·미 원자력협력협정 개정 협상과 관련, “(미국이) 다른 제3국과 맺은 어떤 협정과도 다른 형태로 상호성을 가지며 창의적인 방식으로 협정을 맺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축 조항과 관련, 이 당국자는 “금지라든가, 일방적 통제라든가 하는 이분법적 방식이 아니다”라며 다른 형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한국이 사용후 핵 연료봉을 연구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한·미가 협상을 사실상 타결했으며, 최종 서명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는 금지돼 있는 사용후 연료봉 형상 변경의 경우 연구용에 대해 한국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파이로프로세싱과 같은 핵연료 재처리기술 공동연구가 진전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현행 원자력협정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해 사안별로 ‘공동 결정’(미국의 사전 동의를 의미)을 하도록 돼 있으나 협정 체결 당시의 상황상 농축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이와 관련해 새 협정에서 농축 관련 내용이 오히려 후퇴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이에 대해 “협정은 1973년 발효된 것으로 1978년 (강화된) 미국 비확산법에 따라 협정 체결 시 요구하는 조건들이 생기기 이전에 체결됐다”며 “현행 협정이란 것은 70년대 우리의 원자력 수준(에 따라) 농축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아 농축 조항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 차원에서의 협정 개정 방향과 관련해서는 “건별로 허용을 받는다든가 5년 정도 기간을 두고 (허용을)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행정적·절차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데 지장이 있어 이런 부분을 조금 창의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은 현재 40여쪽의 협정 본문과 2개의 부속합의서 내용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11차 본협상을 열었던 양국은 이달 17∼21일에는 양국 수석대표 간 소규모 협의를 진행했고 조만간 다시 본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이 당국자는 “필요하면 중간에 소규모 협의도 가질 수 있고 협상의 강도라든가 횟수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님비와 핌피 해결에 기여하는 심층보도 더 필요하다/이갑수 INR대표

    [옴부즈맨 칼럼] 님비와 핌피 해결에 기여하는 심층보도 더 필요하다/이갑수 INR대표

    9월 23일자 서울신문에 ‘갈등 나사 못 푼 채…밀양 송전탑 완공’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갈등의 뒤끝을 한마디로 정리해주는 듯해 씁쓸하기까지 하다. 혐오시설의 자기 지역 내 건설을 반대하거나 지역에 도움이 되는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벌이는 경쟁을 일컫는 님비와 핌피 현상에 관한 기사는 서울신문에서도 끝이 없다. 님비의 가장 대표적 사례는 핵폐기물 처리장 선정이슈였을 것이다. 정부는 1989년 경북 영덕을 시작으로 1990년에 충남 안면도, 1995년에 경기 옹진군 굴업도를 일방적으로 선정하려다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백지화를 거듭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2004년에는 주민들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도 없이 전북 부안을 후보지로 신청 받았으나 엄청난 시위와 폭력 사태 끝에 후유증만 남긴 채 이마저도 포기했다. 그 후, 노무현 대통령 정부는 획기적인 방향 전환으로 물꼬를 트는 가이드 라인을 발표하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부정적 개념을 최소화하는 ‘빼기 전략’이 아닌 지역주민의 찬성률이 가장 높은 곳에 기회를 주겠다는 긍정적 접근의 ‘더하기 전략’으로 바꾸었다. 그 결과 2006년 11월, 후보지 신청을 한 4개 도시가 경합한 끝에 주민의 89.5%가 압도적 찬성을 보인 경주를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선정함으로써 15년의 갈등과 대립은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 그것은 정책수용자이자 최우선 이해 당사자인 지역 주민의 의사를 철저하게 반영했고, 3000억원에 플러스 알파라는 혜택까지 제공해 중앙정부의 과도한 지원이라는 논란도 있었으나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경주 사례의 학습효과인지 동해안 일부 지자체가 핵연료 중간저장 시설 유치를 희망한다는 기사도 보도됐다(9월 16일). 핌피 현상의 기사도 보인다. 새만금 관할권을 놓고 군산시를 비롯한 3개 시·군의 공방이 있었고(9월 19일), 진해출신 시의원이 창원시장에게 달걀을 던져 뉴스가 되었던 야구장 입지 선정 건으로 진해구와 마산구가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마침 서울신문이 지난 9월 22일자에서 양측의 주장을 언급하고 시시비비를 짚어본 이슈&이슈 분석 기사는 아주 적절한 것이라고 본다. 그런 가운데 작지만 아주 의미 있는 기사도 눈에 띈다. 10억원 범위의 사업은 주민 투표로 정하는 주민참여제를 시행한다는 서울 성동구청에 관한 기사(9월 12일)와 재개발 갈등 해결을 위해 갈등관리센터를 운영한다는 서울 서대문구청에 관한 기사(9월 19일)가 그것이다. 사실 이런 기사들은 행정부 뉴스에 특화된 서울신문이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소식들이다. 구청이라는 작은 지자체의 뉴스에 불과하나 이런 시스템의 도입은 급변하는 사회와 공중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그대로 정책 집행에 반영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구청들의 결정에 작은 박수라도 보내며 우리 사회가 진일보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느껴진다. 서울신문에 바라건대 님비와 핌피 해결을 위해 다양한 데이터나 해외 사례 분석 등을 활용하거나 정책결정자와 해당 이해당사자들이 이슈에 관해 사고의 스펙트럼의 넓히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 긴 안목에서는 한국 사회가 앞으로 갈등적 요소가 발생할 경우 합리적 절차를 통해 컨센서스를 이루어 나가는 데 필요한 선결 과제가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짚어보는 시리즈 기사도 기대해 본다.
  • “동해안 일부 지자체, 핵폐기물 저장시설 유치 희망”

    국내 원전에서 쓰다 남은 사용 후 핵연료가 포화 상태에 달해 저장시설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동해안 연안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중간저장시설 부지의 관내 유치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익명을 요구한 한 원전 고위관계자는 “현재 일부 지자체가 사용 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의 유치를 원한다는 뜻을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측에 내비친 상태”라면서 “구체적으로 해당 지자체의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동해안에 위치한 곳으로 현재 원전이 세워져 있는 곳이 아니어서 별도의 부지 마련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주시가 유치한 중저준위 방폐장에 대한 정부 지원을 보고 해당 자치단체가 최종 결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동해안에서 원전이 위치한 곳은 경북 경주시, 울진군, 부산 기장군 등이다. 해당 지역을 제외하면 강원도 동해안 일대(고성군, 속초시, 양양군, 동해시, 삼척시), 경북 해안(영덕군, 포항시)과 울산시 등이 포함된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는 그동안 기존 원전 내에 임시 보관해 왔다. 하지만 2년 뒤인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월성(2018년)·영광(2019년)·울진(2021년)·신월성(2022년) 순으로 저장시설이 꽉 차게 된다. 학계에선 “하루라도 빨리 중간시설(영구처리 전 50~60년 보관해 열과 방사능을 낮추는 시설)이라도 마련해 안전한 보관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아직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할 부지 선정은 물론 필요성에 관한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부지 선정 절차는 우선 지자체를 대상으로 유치 신청을 받은 뒤 해당 지역의 지질과 지진 등 안정성을 검토한 뒤 주민 투표 등을 거친다. 하지만 안면도와 부안 사태 등의 전례를 볼 때 실제 구체적인 지역 선정 과정에 들어갈 경우 주민 반발 등 거센 진통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佛, 지하 500m에 폐기물 보관… 100년 뒤 다시 영구처리

    佛, 지하 500m에 폐기물 보관… 100년 뒤 다시 영구처리

    지난달 29일 프랑스 파리에서 서쪽으로 250㎞를 달려 도착한 뷰흐지역. 인구 100명의 한적한 전원도시 한쪽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오염된 물질인 사용후 핵연료를 100년 이상 보관할 지하 연구단지가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평야 한가운데 지하 500m 깊이에 마련된 연구시설에서는 프랑스 내 58개 원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1만 2000t의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처리할 방법을 연구한다. 아직 방폐방 운영 회사인 안드라(ANDRA)의 연구시설이라는 이름이 붙지만 법령 정비만 거치면 오는 2025년부터는 사용후 핵연료를 땅속 깊이 묻는 사업을 시작한다. 프랑스는 이미 라아그와 마쿨, 카다라쉬 등 충분한 중간저장 시설이 존재하지만 한편에선 사용후 핵연료의 영구처분장을 만드는 준비에 분주하다. 단기적으로는 중간저장도 안전하다고는 여기지만 수천에서 수만년 이상 방사능을 품는 방사성폐기물을 장기간 보관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임시저장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에도 전혀 준비가 안 된 우리나라로는 부러울 따름이다. 지하 갱도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7분가량을 내려가자 지름 4.5m 너비의 미로 같은 터널이 눈앞에 펼쳐진다. 벽면은 모두 회색의 점토암이다. 석영을 포함한 이곳 뷰르의 점토암반층은 견고하고 안정된 지반을 이루고 있어 방사성물질을 꽁꽁 묶어둘 최적지로 꼽힌다. 점토 암반층은 만에 하나 균열이 생겨도 저절로 균열을 메우는 치유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이곳 점토암은 나노미터 수준의 촘촘한 구조 덕분에 지하수로 인한 방사능 확산도 없다는 게 연구시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갱도를 따라 12m 간격으로 손가락 크기만 한 센서들이 나란히 박혀 있다. 센서는 지하갱도를 연장하는 공사 중에 점토층이 물리적이나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시시각각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지하갱도의 끝자락에 다다르자 마치 하수도관과 같은 원통모양의 스테인리스 튜브가 점토층 안에 박혀 있다. 저장용기로 밀폐한 고준위 폐기물을 스테인리스 튜브에, 이를 다시 점토층 안에 밀어 넣는 일종의 삼중 차폐막이다. 안내를 맡은 오드레 홍보담당은 “아직은 실험이 물리적인 안정성을 측정하는 단계여서 용기에는 실제 폐기물을 담아 놓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에 지하실험 시설을 만들게 된 것은 1991년 방사성 폐기물 심층처분 연구법이 제정된 데 따른 것이다. 프랑스는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처리를 위해 3가지 방식을 고려했다. 500m 이상 지하에 폐기물을 묻는 ▲심지층 방식 ▲독성이 수만 년 동안 지속되는 핵물질의 분리 및 변환 ▲지표면 장기저장 등이었다. 하지만 심지층 처리 외에는 안전한 방법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자 방사능 150m 두께의 점토암층이 형성된 뷰흐 지역에서 21년째 영구보존법을 연구 중이다. 오랜 연구는 그만큼 안전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간저장 시설이 충분한데 왜 심지층 처리를 준비하느냐는 질문에 안드라 측의 대답은 명료했다. “현 세대가 만들어 놓은 위험부담을 후손들에게 넘기는 식의 처리는 옳지 않다. 또 현재까지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방법은 심지층 처리라고 믿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뷰흐 시설도 잠정적인 조치일 뿐이다. 프랑스는 과학의 발달에 따라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해결책을 찾게 되면 100년 후 이 시설에 저장된 방폐물을 다시 꺼내 영구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법으로 정했다. 원전선진국인 프랑스가 한 발 앞서가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원자력 개발 초기부터 우라늄 자원 활용 가치를 높이고 고준위폐기물의 발생량을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재처리 기술이다. 파리 북동쪽으로 약 350㎞가량 떨어진 노르망디 해안가 라아그에는 전 세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의 90%를 담당하는 국영 원자력 회사인 아레바(AREVA)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우라늄은 한 번 연료로 투입되면 보통 3~5년 정도를 쓰는데 석유나 석탄과 달리 수명이 다한 것이 아니다. 여전히 95%의 우라늄이 포함돼 있다. 플루토늄도 1% 정도, 나머지 4%가 이곳에서 최종폐기물로 분류하는 핵분열 물질이다. 각각의 물질을 분리한다면 천연 우라늄을 대신해 핵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다. 재활용만 잘한다면 같은 양의 핵연료로 지금보다 몇십 배 더 많은 전기를 얻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폐기물의 양은 크게 줄어든다. 1960년대 부터 가동 중인 라아그 시설에선 연평균 1200t가량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한다. 이 같은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을 통해 얻는 전기는 프랑스 전체 전력량에 10%에 달한다. 카롤린 주르댕 아레바 해외수주담당은 “우리가 재처리에 힘을 모으는 것은 단순히 천연 우라늄에 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가 아니다”면서 “복잡하긴 해도 재처리를 통해 사용후 핵연료의 부피와 독성을 줄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 최종 처리하는 폐기물의 양도 줄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쉽게도 재처리 방식은 국내 도입이 쉽지 않다. 우선 재처리를 통해 만든 핵연료는 우리나라에서 운영 중인 경수로나 중수로 원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 없는 고속증식로 방식의 원전을 따로 지어야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승인이 없다면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할 수 없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재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1%의 플루토늄을 핵폭탄 제조 등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갈 길이 바쁜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다. 뷰흐·라아그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우리나라의 사용후 핵연료 현실과 해법은

    우리나라의 사용후 핵연료 현실과 해법은

    우리나라에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는 말 그대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1978년 고리원전 1호기가 처음 가동된 이후 지난해까지 만들어진 사용후 핵연료는 1만 3254t. 하나둘씩 원전이 증설되면서 어느덧 원전은 23기로 늘었고 매년 추가로 나오는 핵폐기물은 700~750t에 달한다. 영구보존이나 재처리 등을 할 시설도, 기술도 없다 보니 모두 원전 내부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상황이다. 원전 설계 수명 이후 보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래된 원전 내 임시저장에만 의지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원전 건설 당시 설계상으로는 2016년에 모든 저장시설이 꽉 차게 된다는 점이다. 임시방편으로 폐기물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 쌓아가며 시간을 벌고는 있지만 그나마 10년 뒤인 2024년이면 전체 원전이 완전 포화상태에 이른다.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10년 뒤에는 원자력발전소를 돌리고 싶어도 폐기물을 저장할 곳이 없어 가동을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내 원전의존도가 30%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당장 대체재를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10년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초보적 수준인 상황에서 급하다고 사전조율 없이 공사 등을 강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 부안 방폐장 건설방안 등은 2004년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게다가 사용후 핵연료는 대표적인 위험물질에 속해 처리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마저 극명히 엇갈리고 있어 결론에 이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가장 급한 것은 공론화다. 급하다고 실을 바늘 허리에 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훈은 프랑스에도 찾을 수 있었다. 프랑스 역시 사용후 핵연료 처리 관련해선 지역과 시민단체의 반대여론이 강했다. 현지 정부는 1980년대에 영구처분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국민의 반대로 좌절됐다. 와인으로 유영한 보르도 지역도 한때 방폐장 부지로 꼽혔지만 주민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하지만 우리와 달랐던 점은 문제를 미뤄두는 대신 장기간 연구하고 시민과 소통했다는 점이다. 프랑스 당국은 우선 1991년부터 관련 법을 제정해 사용후 핵연료 관리를 위한 연구사업을 벌였고, 영구처분장 후보지 선정을 위한 과학적 요건을 찾아냈다. 이후 이를 근거로 주민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국민토론을 제안했고 이후 국가가 토론을 주도했다. 분쟁 조정은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가 담당했고 이후 2012년부터 16개월간 국민 토론회가 이어졌다. 영구처분장이 들어설 뷰흐 역시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치 신청을 낸 이후에도 주민과의 대화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조성경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대변인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국민과 함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을 펼치는 것”이라면서 “프랑스에서 배울 점은 단순히 앞선 재처리 기술이나 시설을 넘어 각 이해당사자가 예민한 쟁점을 피하지 않고 토론을 진행했고, 정부 역시 숨김없이 정보 제공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파리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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