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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끈끈한 물밑협상, 냉전종식 이끈 산책…세기의 담판에 ‘답’ 있다

    끈끈한 물밑협상, 냉전종식 이끈 산책…세기의 담판에 ‘답’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여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세기의 담판이 될지 주목된다. 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자 한반도 분단을 초래한 냉전 체제는 그 시작부터 종식까지 사실상 정상회담의 역사로 이어진다. 현대사의 주요 길목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주요 회담을 돌아보고 한 달 남은 북·미 회담의 성공을 가늠해 본다.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른 1945년 2월 4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영국, 소련 등 3대 연합국 수뇌부는 러시아 크림반도의 휴양도시 얄타에 모여 종전과 전후 처리 문제를 논의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이 회담에서 당시 패전을 앞둔 독일을 분할 점령할 것과 소련의 대일본 전쟁 참전 문제 등을 논의했다.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 한반도 루스벨트 대통령은 당시 개발 중이던 원자폭탄의 효능을 확신하지 못했던 만큼 스탈린 서기장에게 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해 줄 것을 요청했고, 스탈린 서기장은 독일이 항복한 뒤 2~3개월 내 대일전에 참전할 것을 약속했다. 결국 이 회담을 바탕으로 소련군이 같은 해 8월 일본을 공격하고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미국과 소련이 38선을 경계로 남북한을 분할 점령하는 계기가 조성된 셈이다. 남북 분단을 초래한 얄타회담은 소련이 동유럽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서방세계와의 냉전이 시작된 계기로 평가된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 간의 첫 미·중 정상회담은 폐쇄적 공산국가였던 중국을 국제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이끌어 이번 북·미 정상회담과 유사하다. 이를 계기로 6·25전쟁 이후 냉랭했던 미국과 중국 관계가 개선되고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임으로써 1979년 미·중 수교로까지 이어졌다. 북한 지도자와 처음으로 만나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닉슨 전 대통령과 비교되기도 한다. 두 정상의 만남은 당시 중국과 손잡고 소련을 견제하려던 닉슨 대통령과 당시 소련과의 영토 분쟁에서 패하고 문화대혁명 여파로 국내외적 비난에 직면한 마오 주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이나 실무진의 끈끈한 물밑 협상 덕에 가능했다. 회담 전년도(1971년)에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방문해 경기를 가진 것(핑퐁 외교)을 계기로 헨리 키신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을 극비 방문해 양국의 물밑 접촉이 개시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을 두 차례 방문해 김 위원장과 만난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키신저 물밑접촉, 폼페이오·김정은 만남과 닮은꼴 김 위원장의 경우 당시 마오 주석처럼 정상 국가의 지도자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완전히 핵포기라는 결단을 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반면 핵 포기 없이는 ‘비이성적 독재자’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딜레마에 봉착했다. 1985년 11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제네바 미·소 정상회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미·소 정상회담은 소련이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미국은 1984년부터 소련 핵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겠다는 전략방위구상(SDI)을 발표해 언제 핵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정세 속에서 6년 만에 이뤄졌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양국 정상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산책이었다.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도착하자마자 “신선한 공기를 좀 마시자”며 산책을 제안했고, 두 정상은 통역사만 대동한 채 한 시간 반 동안 제네바 호숫가를 따라 걸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도보다리 산책’이 떠오른다. 양국 정상은 당시 군비통제 협상을 촉진시키고 후속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듬해인 1986년 레이캬비크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략 핵무기 50% 감축 등에 합의하고, 1987년에는 ‘중거리핵무기 폐기협정’을 맺는 등 냉전 종식의 기반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이 밖에 1989년 12월 ‘몰타 미·소 정상회담’은 미국과 소련의 냉전 종식에 쐐기를 박고 미·소 양극 체제의 종언을 알린 회담으로 평가된다.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1989년 12월 지중해의 몰타 해역 선상에서 만나 1945년 얄타회담 이후 지속된 냉전 체제를 종식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수립한다고 역사적인 선언을 했다. 양국 정상은 동유럽의 민주화와 시장경제 체제로의 이행에 대해 소련이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했고, 전략핵무기와 화학무기 감축에 동의했다. 이 회담은 여러 현안에 대해 원칙적 의견을 교환했고 구체적 협의는 다음으로 미뤘으나 냉전을 종식시킨 상징적 의미가 있다. 그해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로 동독 공산 정권이 위기에 처하고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가 동독에 자유 총선을 제의하면서 이듬해인 1990년 10월 동·서독이 통일됐다. 1991년에는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개혁·개방에 대한 반발로 인한 쿠데타가 실패한 뒤 경제 실패와 군비 경쟁으로 가뜩이나 구심력이 약화됐던 소련 체제가 붕괴해 미국은 단일 패권국가로 올라서게 된다. ●‘통일 독일’ 되기까지 美·소련 합의 결정적 주목할 만한 것은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분단국가였던 서독과 동독이 통일 이전까지 모두 7차례의 공식 정상회담과 6차례의 비공식 정상 간 접촉을 실시해 상호 신뢰를 다졌다는 점이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와 빌리 슈토프 동독 총리가 1970년 만난 이래 양측은 1972년 12월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해 평화공존의 발판을 마련했다. 통일 독일이 되기까지 미국과 소련의 합의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한반도에서도 종전선언의 당사자가 되는 미국과 중국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과 양상이 비슷하다.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과 북한 체제 안전 보장의 수준 등 구체적 실행계획과 시점에 대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 문법보다 거래의 본능에 충실한 트럼프 대통령,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과감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의 김 위원장, 그리고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펼치는 문재인 대통령 등 3자 간 ‘궁합’에 의해 열리는 회담인 만큼 73년에 걸친 한반도 냉전체제가 해체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증시 짓누르던 ‘코리아 디스카운트’ 누그러지나

    리스크 해소 땐 코스피 3000 전망 전문가 “과도한 기대·경협주 경계” 역대 정상회담 전↑·회담 이후↓ 오는 27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및 핵미사일 실험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증시를 짓누르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는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선진국에 비해서는 40%, 신흥국 평균보다 27% 낮게 거래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인 만큼,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코스피 3000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증시는 출렁이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는 1.78% 올랐고, 코스닥도 0.15% 상승했다.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종전 지지 선언’에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의 방북 소식도 알려지면서, 외국인은 지난 18, 19일 이틀간 525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국인은 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4906억원어치를 도로 팔아치웠다. 5월까지 이어질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시장이 ‘변덕’을 부릴 수 있다는 얘기다. 역대 정상회담 전후 코스피의 경우 회담 전까지 지수가 상승하다가 남북 공동선언이 발표되면 하락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발표된 2000년 4월 10일 코스피는 3.92% 급등했고, 다음번인 2007년 8월 8일에는 2.34%, 올해 3월 6일은 1.53% 올랐다. 그러나 2000년 회담 첫날 코스피는 4.89% 급락했고, 2007년에는 회담이 끝나자 0.52% 떨어졌다.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 하락폭도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남북경협주에 대한 ‘묻지마 투자’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기대 이하의 결론이 나온다면, 기초가 탄탄하지 않은 남북경협주는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김정은·트럼프 대면 본궤도… ‘비핵화 시간표’ 수싸움 시작됐다

    김정은·트럼프 대면 본궤도… ‘비핵화 시간표’ 수싸움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5월이나 6월 초’로 공개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사를 확인했다고 언급하면서 회담 준비가 본궤도에 진입했음을 드러냈다. 특히 북·미 간 회담 장소와 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음 단계인 비핵화 행동계획을 위한 의제 조율이 어떻게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회담 불발 가능성을 불식하고, 실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것을 못 박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가에서는 대북 초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지명자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 ‘슈퍼 매파’ 3인방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회담 성사의 불확실성을 논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시기를 기존 5월에서 ‘5~6월’로 발표한 데 대해 장소를 결정한 뒤 시기를 조율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워싱턴의 한 외교관은 “북한도 미국도 자신들의 각종 보안장비와 시스템 등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면서 장소 협의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이 좀 늦춰질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CIA 측과 물밑 협상을 진행하는 북한 정보기관 측은 ‘경호문제’를 내세우며 회담 장소를 평양으로 고집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을 안방으로 불러 김 위원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미국 측은 600~700명의 경호원과 사전답사팀이 평양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 판문점이나 중국 베이징, 러시아 모스크바 등 북·미와 이해나 영향력이 얽힌 주변국은 장소에서 배제한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제3국인 몽골 울란바토르가 최상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소와 시간이 결정되면 남은 것은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비핵화 행동계획(액션플랜)이다. 볼턴 보좌관이 준비한 안은 ‘일괄타결’ 방식으로 북한에 체제 보장을 제공하되 단기간에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북·미 양측이 지난달 하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에서 비공식 접촉을 했고, 미국은 북한에 핵미사일 완전 폐기와 국교 정상화 등을 일괄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선 미국에 의한 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라고 주장하며 체제 보장 및 군사적 위협 해소를 요구하는 등 대가를 얻으면서 단계적으로 이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9일 미국의소리(VOA)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시간을 벌게 해 주는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시간표·검증안을 내놓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결렬을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관련해 “북한과 한국의 상황 탓에 한국과의 (한·미 FTA) 협상이 복잡해졌다”고 밝혔다. 한·미 FTA 재협상 최종 타결을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연계시키겠다는 의도를 재확인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남북 관계에서 미국의 대북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독자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견제한 것으로, 적극적 중재자로서 한국의 역할에 험로가 예상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남북 관계 해빙기···시민단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

    남북 관계 해빙기···시민단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하라”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된 남북관계 해빙 기류 속에 남측 평양공연예술단이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공연을 펼친 1일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시작됐다. 시민단체들은 “주요 정상회담을 앞둔 현 상황에서 대북 군사훈련은 적절치 않다”며 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1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외 8개 시민단체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당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남북 대화가 지속하는 동안 핵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을 약속한 북의 조치에 상응하게 우리도 군사연습을 과감히 중단해야 한다”면서 “진정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북에 대한 적대정책 폐기를 확약하고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북 적대정책의 징표인 한미연합연습을 중단하거나, 그 공세성을 제거하고 규모와 기간을 최소화하는 것은 그 출발”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도 이날 성명을 통해 남북미 신뢰 구축을 위해 군사훈련 중단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는 4월 27일의 남북 정상회담, 5월 북미 정상회담은 오랜 단절 끝에 재개되는 대화와 협상인 만큼 마냥 순조로울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대화와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려면 남북미 모두 서로 존중하며 신뢰를 쌓는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연습 기간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공세적인 성격의 대규모 군사훈련이며 공세적인 성격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북한 점령을 상정한 이런 군사훈련은 언제든 군사적 갈등과 긴장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년 진행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통상 3월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한 차례 연기했다 4월에 접어든 이날 재개됐다. 이번 훈련은 지난해보다 기간은 한달가량 줄었으나 규모는 비슷한 수준이다. 독수리훈련은 지난해보다 한달 정도 줄어든 4주 동안, 키리졸브 훈련은 지난해처럼 2주 동안 진행된다. 이번 독수리훈련에는 한국군 약 30만명, 미군 약 1만 1500명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시론]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역할/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시론]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역할/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이제 남북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고위급 실무단을 꾸려 정상회담 준비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의제가 다뤄지겠지만, 역시 한반도 비핵화,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 정착, 그리고 남북 관계의 획기적 진전 세 가지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천 방안들이 합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ㆍ미 정상회담에 더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북ㆍ미 간 비핵화와 체제 보장의 맞교환이라는 빅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회담의 결과에 따라 남북 관계의 추후 경로도 결정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동북아시아에서의 지정학적 변화가 예상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북한 핵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게 폐기(CVID)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한동안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폐기로 합의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미국은 북한 장거리미사일 개발 완료 시점을 레드라인(금지선)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즉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과 미국 본토 위협이 동맹국들에 대한 미국의 안보 제공을 약화시키고 동맹국 간 관계를 디커플링(decouplingㆍ탈동조화)시켜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핵이 확산(proliferation)돼 테러단체들의 수중에 놓이는 것을 더욱 우려한다. 북한 핵미사일보다 미국에 더욱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 핵 동결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미국은 어떤 체제 보장 카드를 북한에 안겨 줘야 할까. 이미 미국은 한ㆍ미 동맹의 굳건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을 지속적으로 이행하고,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며, 지속적인 대북 제재를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기존에 북한이 주장했던 체제 보장 카드는 미국이 수용하기 어렵다. 남아 있는 카드는 북ㆍ미 간 관계 정상화다. 북ㆍ미 수교를 이루고 평양과 워싱턴DC에 북ㆍ미 양국의 대사관이 설치된다면 북한을 어느 정도는 안심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이 이 정도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았다고 느낄까. 아닐 것이다. 2004년 6월 리비아 트리폴리에 미국 연락사무소가 설치됐으며, 2006년 미국은 리비아와의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발표했다. 리비아와의 관계 정상화는 카다피 원수가 전격적으로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함에 따라 이뤄졌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이 1980년 리비아와의 국교를 단절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주도하며 리비아에 대해 무기금수,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이어 간 결과였다. 이후 카다피는 2003년 사담 후세인이 체포된 지 6일 만에 대량살상무기 개발 계획 포기를 전격적으로 밝혔고 이후 2006년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됐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2011년 카다피의 장기 집권과 독재에 반대하는 시위대와의 대규모 유혈 사태가 발생했으며, 이에 유엔안보리는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다국적군은 공습에 나섰으며, 결국 카다피는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ㆍ미 간 수교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어떤 체제 보장 카드를 제시해야 할까. 만일 남북한 통일 방안이 제시되고 동시에 주한미군이 지속적으로 주둔하게 된다면 김 위원장은 자신의 체제를 보장받게 된다고 느낄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은 한반도 통일로 인해 미국의 공격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까. 이어 북한의 비핵화를 확실히 견인할 수 있을까. 미국은 향후 북ㆍ미 간 대화에서 북한 비핵화에 매우 엄격하고 강경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입장이다. 지속적으로 대북 제재를 진행할 것이며,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미국의 대북 정책은 과거보다 더 강경하게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 [속보]“김정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트럼프 만나길 원해”

    [속보]“김정은, 핵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트럼프 만나길 원해”

    대북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 오후 7시 10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와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밝혔고 한미 군사훈련의 필요성을 이해했다고 전했다.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이 가능한 한 빨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길 원한다”고 전했다.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방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후] 트럼프 “한반도에 위대한 일… 매우 흥미롭고 불확실”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후] 트럼프 “한반도에 위대한 일… 매우 흥미롭고 불확실”

    북한의 비핵화 대화 제의를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시각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 전후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것(남북 정상회담과 북한의 비핵화 대화 제의)은 전 세계와 북한, 한반도에 위대한 일이 될 것이지만,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북·미 관계에 대해서도 “무슨 일이 생길지 두고 볼 매우 흥미로운, 매우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지난 25년간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거짓말에 속아 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5년 6자회담을 통한 9·19 합의에도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이어 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이날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이 ‘비핵화 대화’ 및 핵실험 등에 대한 조건부 모라토리엄(잠정 중단) 용의를 보인 데 대해 “북한의 계획이 핵무기를 계속 만들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면 대화는 절대로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전에 그런 영화를 봤으며, 매우 나쁜 결말을 가진 그 (영화의) 최신 속편을 만들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으며 믿을 만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볼 때까지 북한 정권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찾는 것은 비핵화로 향하는 구체적인 조치들이지, 그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낡은 입장들의 목록이나 재탕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미 정보기관 수장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댄 코츠 국장은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희망의 샘은 영원하지만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북한 상황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집과 평가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츠 국장은 “과거의 모든 (대화) 노력은 실패했고 단지 북한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시간만 벌어 줬을 뿐”이라면서 “그래서 나는 이 모든 것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대화 의지 표명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를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애슐리 미 국방정보국(DIA) 국장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다소 낙관적이지 않으냐’는 제임스 인호프(오클라호마) 군사위원장 대행의 질문에 “말하자면 우리에게 (비핵화 의지의 증거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이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미국에 ‘치명적 위협’으로 남을 것”이라면서 “추가 미사일 발사는 거의 확실하고 추가 핵미사일 시험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비핵화 유훈’ 언급한 김정은… 국면 전환 장기간 준비했다

    ‘비핵화 유훈’ 언급한 김정은… 국면 전환 장기간 준비했다

    ‘핵실험 공포’ 몰아넣던 김 위원장 올핸 연이어 남북관계 개선 행보 美와 대등한 협상 지위 노림수 작년에만 4개 초강력 대북제재 국제사회 제재·압박 성과 분석도올해 1월 1일 신년사부터 시작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남북 관계 개선 행보가 4월 말 판문점 남측 구역인 평화의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서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6·25전쟁 이후 북한 정상이 남한 땅을 밟는 것은 김 위원장이 처음이다. 과거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답방을 요청하며 서울이 안 된다면 평화의집에서라도 남북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었지만 거절당했다. 전문가들은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볼 때 김 위원장의 반전 행보가 핵·미사일을 개발한 뒤 한·미와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벌이려는 ‘장기적 로드맵’에 따른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6일 특사단 대표였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알려 달라는 요청에 “언급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북·미 대화의 의제로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선대 유훈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비핵화를 ‘선대의 유훈’으로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함에 따라 김 위원장이 국면 전환을 장기간 준비했다는 분석과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느닷없이’ 남북 관계 개선 및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언급했다. 지난해 경색 국면 때부터 ‘대화 전환’을 준비했다는 의미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29일 북한이 ‘화성15호’를 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는데 전문가들은 기술적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며 “완벽한 실험을 하지 않은 것이 외려 협상 국면으로 나가려는 준비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전문가들은 북한의 갑작스런 남북 관계 개선이 ‘북·미 관계 현상 유지’라는 전략과 장기적 로드맵 전략 중 하나로 예상했다. 후자는 남북 대화를 북·미 대화의 관문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반면 전자는 북·미 대화를 조율해야 하는 한국 정부가 양쪽에서 압박을 받는 부정적 시나리오가 된다. 하지만 이번 특사 방문으로 확인된 것은 북·미 대화에 대한 북측의 장기적 로드맵이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 시점에서 로드맵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정상 국가 대접을 받기 위해, 핵미사일을 통해 대등한 협상 지위를 획득하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북·미 대화 의지 표명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한 제재·압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4개의 대북 제재를 쏟아냈고, 그 수준은 역대 가장 강력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71·2375·2397호는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 철광석, 수산물, 의류, 해산물 등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유엔 회원국은 북한과 어떤 추가 협력 사업도 해서는 안 되고, 특히 북한 노동자를 들여올 수 없다. 석탄, 철광석, 해산물 등의 수출길이 막혀 연간 10억 달러(약 1조 755억원) 이상을 손해 본다고 안보리는 예측했다. 지난 1월 중국과 북한의 교역액도 2억 1597만 달러(약 2324억원)로 2014년 6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대북 군사옵션 검토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고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북·미 간 뉴욕 채널의 분위기를 볼 때 ‘코피 전략’(Bloody Nose) 등 미국의 군사옵션 검토에 북한이 움츠러든 경향을 읽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文 평화체제 로드맵 작동 시작됐다… 예상 훨씬 뛰어넘는 메가톤급 결과”

    “文 평화체제 로드맵 작동 시작됐다… 예상 훨씬 뛰어넘는 메가톤급 결과”

    6일 귀환한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들은 전문가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메가톤급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역시 북·미 대화를 거부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가장 주목한 것은 4월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초고속’으로 남북·북미 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이다. 다만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 대화가 결렬되면 한·미 공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대비하라고 제언했다.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6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고, 북·미 대화 기간에 핵·미사일 실험도 안 한다는 것”이라며 “굳이 한국 특사가 미국에서 크게 설득하지 않아도 미국이 만족할 만한 대단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예상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파격적인 내용”이라며 “대화 국면에서 핵미사일 도발을 멈추는 ‘모라토리엄’으로 북한이 먼저 미국과 핵 문제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토대를 제시한 게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4월 말에 열릴 3차 남북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택한 것은 향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답방이라는 4차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관계 동력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절묘한 선택”이라며 “정상 간 ‘핫라인’ 설치 역시 남북 신뢰와 존중의 혈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특사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평상시와 같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지만, 현재 분위기를 유지하려면 미국과 훈련 중단까지도 논의해 봐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체제 로드맵’이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특사단의 성과로 대화 여건 마련, 북·미 탐색적 대화 등 초기 단계를 넘어 바로 남북 정상회담 및 한반도 평화선언, 북·미 고위급 회담 등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로드맵의 끝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한반도 평화협정 및 종전 선언으로 알려져 있다.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은 “관건은 관계 개선 속도가 빨라진 만큼 미국을 신속히 설득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월 말 정상회담을 약속한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어그러질 경우 한·미 동맹이 위험할 수 있다”며 “북한이 한국을 우군화해 북·미 대결의 안전판으로 삼는 전략을 조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남북 정상회담이 4월로 빨라지면서 비핵화보다 남북 관계에 무게감이 실리는 느낌”이라며 “한·미 공조 고리 강화를 위한 별도의 복안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열린세상] 얼어붙은 한반도에 봄은 올 수 있는가/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열린세상] 얼어붙은 한반도에 봄은 올 수 있는가/김천식 우석대 초빙교수·전 통일부 차관

    평창의 성화는 꺼지고 잔치는 끝났다. 잔치가 끝난 뒤에도 한반도의 빙산은 그대로다. 두 달 동안 남북한 간의 화해 분위기에 환호와 비판이 교차했지만,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한반도가 해빙되기를 원하고 있다. 한반도의 해빙은 과연 가능한가. 탈냉전 이후 역사의 교훈이 주는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면 한반도는 여지없이 해빙된다. 반면 북한 핵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한반도의 봄은 오지 않는다. 북핵 문제가 있는 한 남북관계는 진전되기 어렵고 통일은 불가능하다. 지금 남북 간 진행되고 있는 일들도 공허한 것이 되고 만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돼도 확실한 북핵 해법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어진다. 이것이 지난 30년의 한반도 역사가 주는 분명한 답이다. 이 사실을 정부와 학계를 불문하고 이 문제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으로 촉발된 국제냉전 종식 후 우리는 한반도 해빙의 좋은 기회를 몇 차례 맞았으나 모두 북핵 문제 때문에 무산됐다. 우선 1991년 남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체결했다. 북한과 미국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도 있었다. 일들이 잘 진행됐다면 한반도는 해빙됐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해명되지 못함으로써 한반도의 봄은 오지 않았다. 한반도 냉전종식의 두 번째 기회는 1차 북핵 위기 상황에서 마련된 남북 정상회담이다. 남북한의 지도자들은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결단하고 1994년 7월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이 회담을 2주 앞두고 김일성 주석이 갑자기 사망함으로써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은 한민족으로서는 불운이었다. 그때 북핵 문제는 근본적 해결 기회를 놓치고 미봉됐다. 한반도 해빙의 세 번째 기회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됐다. 남북한 간 화해국면이 뚜렷하게 조성됐고, 미국과 북한 간 특사가 오가며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관계정상화의 길을 추진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그때도 핵미사일에 대한 북한의 불투명한 태도 때문에 시간을 놓쳤다. 2018년, 신냉전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가운데 우리는 30년 만에 동계올림픽을 치렀다. 한반도 정세는 대단히 차갑다. 지금 북한이 정상회담까지 제의하는 등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오는 듯하나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하나도 변한게 없다.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며, 금년에 핵무기를 실전배치한다고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되지 않으면 한민족은 신냉전의 벽두에 또한번 참화를 입을 위험성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강한 국가적 결의를 갖고 비핵화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북핵은 우리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는 우리의 문제이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을 비핵화시킬 의무가 있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두 나라가 북한의 핵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동아시아 국가들의 핵무장을 막을 명분이 없다. 두 나라는 실효적 노력을 해서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방향으로 공조하는 것이 맞다. 북한에도 비핵화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핵 개발 의사가 없다고 했으며, 동족을 멸살시킬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확언한 바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비핵화가 유훈임을 거듭 강조했다. 북한은 핵개발로 인해 제재를 받고 있으며, 인민생활이 매우 어렵다. 국제제재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제사회는 평화로운 나라를 강점하여 정권을 바꾸지 않는다. 비핵화가 북한의 안보와 인민을 위하는 일이고, 민족의 이익에 부합한다. 해법은 분명하다. 단계적으로 해결한다고 하면서 북핵을 미봉하고 넘어가거나, 실속 없는 핵동결에 집착하는 것은 화근을 키우는 것이다. 이는 낡은 해법이고 과거에도 실패했다. 북한은 핵을 완전 폐기하고 핵사찰을 받으며, 국제사회는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경제의 고도성장을 돕는다. 북한과 관련국들이 이러한 결단을 하고 협상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관련국의 상응조치는 초장부터 핵심 문제를 곧바로 치고 들어가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
  • 푸틴 “신형 핵미사일 개발”… 美 “러, 무기감축 협정 파기” 반발

    푸틴 “신형 핵미사일 개발”… 美 “러, 무기감축 협정 파기” 반발

    美 국방부 “러 공격 막을 준비돼 있다” AFP “상호 파괴 초래” 무기경쟁 우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신무기 공개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내세운 반박이 이어지자 무기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한 연례 의회 국정 연설에서 “세계 어디든 도달할 수 있는 ‘무적의 핵미사일’을 개발했다”면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 핵 추진 엔진을 장착한 순항 핵미사일과 무인 수중 드론 등을 공개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이날 2시간짜리 연설 중 45분이 MD 체계를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신형 무기와 시연 장면이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핵탄두가 쏟아지는 컴퓨터 그래픽도 등장했다. 플로리다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화 리조트 마라라고가 있어 상당한 ‘도발’로도 읽힌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 이후 미국 NBC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미국 납세자들이 MD에 낸 어마어마한 돈이 바람에 휩쓸려 사라진 셈”이라고 비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무책임하며 무기감축 협정을 파기하겠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어떤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실히 갖추고 있다. 준비가 돼 있다”고 대응했다. AFP통신은 “MD가 제한적으로 성공한 상황에서 미국을 향한 핵무기 공격을 막기는 어렵다. ‘상호 간의 확실한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신무기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의견도 있다. 핵 비확산 전문가인 조지프 시린시오니는 트위터에 “그것들은 모두 개발의 어떤 단계” 정도로 저평가했고, 맬컴 리프킨드 전 영국 외무장관은 ‘전형적인 정치선전의 한 유형’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시선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시선은 어떻게 폭력이 되는가

    “주근깨와 점 많은 피부 그대로 드러나” 자막 위에 ‘올블랙 패션에 색조화장’이라는 소제목이 달린 뉴스 화면. “코트 사이로 약간 불러 나온 배가 보여서 많은 전문가들이 저 부분을 포착하고 있다”는 기자의 멘트. “현송월 모란봉악단 단장이 옅은 미소를 띠며 회담장에 들어섭니다. 이분할 남색 정장에 검정색 하이힐을 신었습니다. 군복 차림으로 베이징 공연을 취소하던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머리엔 꽃무늬 핀으로 멋을 냈습니다.” 세련된 패션, 외모, 미소 짓는 얼굴에 대한 관심은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위에 인용한 북한대표단에 대한 보도는 여성을 대상화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상대를 마구 다루어도 된다는 지경에까지 나아갔다. 특사로 온 외교관의 임신 여부를 외모로 추정하고, 공연단 단장에 대해 김정은과의 내연관계를 추측하고, ‘머리핀을 달아 멋을 냈다’는 언급에 이르면 초등학교 아이의 외모도 이런 정도로 서술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김여정 특사와 현송월 단장의 행동, 얼굴 표정, 옷차림은 남쪽 언론의 기대와 달리 정상적이었다. 웃는 얼굴, 세련되고 침착한 움직임과 답변 등 어디에 정상을 벗어난 변이와 일탈이 있는지 오류가 있는지 관찰했지만, 너무 정상적이었다. 김여정ㆍ현송월의 얼굴 표정, 몸가짐, 손발 움직임, 목소리는 미사일과 군중집회로 상징되는 폭력적 북한 체제를 구성하는 부속품 기계이어야 하는데, 그래서 언제든 ‘위대한 수령’을 외치는 로봇과 같아야 하는데 이들은 정상적으로 악수하고 인사하고 웃고 대화하고 있었다. 비정상이어야 하는 사람들이 정상으로 행동하면, 비정상을 더 세밀하게 찾아야만 한다. 그래서 많은 남쪽의 언론들은 김여정의 임신, 주근깨, 현송월의 ‘내연관계’ ‘명품백’ ‘머리핀’ 등등에 주목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한 언론사는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서 기다리는 북한응원단 여성을 찍은 장면을 뉴스로 내보내기도 했다. 화장실까지 쫓아가 셔터를 누르는 기자가 몰래 카메라를 통해 보고자 했던 비정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비정상적 행위가 보여야 하는데 너무도 자연스러울 때 언론은 그것을 정상의 경계 바깥으로 밀어내고자 했다. 웃는 얼굴과 자연스러운 몸짓 바깥에서 한국의 언론들은 주근깨, 임신한 여성의 신체(생산적 신체가 아니라 백두혈통의 위험한 아이를 배태한 신체이다)를 ‘단독보도’를 통해 비정상의 자리에 배치하고 있었다. 북한대표단에 대해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이런 시선의 폭력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여기에 남북한 공생적 적대관계가 하나의 구조로 깔려 있고, 그것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해 온 한국 보수세력의 이해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분단 상태가 남한과 북한의 적대적 공존에 기초해 유지돼 왔음은 새삼스럽지 않다. 세계 어느 지역보다 군사력이 집중돼 있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계기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것도 사실이다. 아시아 회귀 정책이 천명된 뒤 해양세력(미국, 일본, 남한)과 대륙세력(중국, 러시아, 북한)의 대립이라는 지정학적 구도가 만들어졌다. 북한에 대한 폭력적 시선은 지구적 수준으로 확대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적대적 공존이라는 조건 위에서 ‘정상적’ 사태 판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책임은 북한의 공격성에 있고, 우리는 그것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경고하는 것이다”라는 논리를 전개한다. 북한의 핵 공격, 미국의 선제타격 등의 사태는 실제 일어나기 어렵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지만, 가냘프게 불안감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쟁 예감은 ‘설마 일어나기야 하겠어’라는 느낌부터 ‘바로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거 아닌가’라는 예감까지 한반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 앞에 놓여 있다. 적대적 공생은 언제나 불안한 전쟁 예감과 짝을 이루고 있고, ‘그들’에 대한 시선의 폭력은 늘 당연한 것이 됐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은 ‘평양’올림픽이어야 했다.
  • 펜스ㆍ김여정 靑극비회담 北이 제안했다 돌연 취소

    펜스ㆍ김여정 靑극비회담 北이 제안했다 돌연 취소

    미국 백악관은 20일(현지시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북·미의 고위급 비밀 회담이 북한의 막판 거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과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만날 계획이었으나, 회담 2시간 전 북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펜스 부통령은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었고,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는 “북·미 비밀 회담은 펜스 부통령의 방한 기간에 만남을 원한다는 북한 의중을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들으면서 논의되기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만남의 중개자 역할을 했다”면서 “우리는 북한에 ‘비핵화’가 북·미 대화의 의제이자 목표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었다”고 강조했다.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펜스 부통령의 방한 전인 지난 2일 이미 북측의 만남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고, 북·미는 개회식 이튿날인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합의했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북·미 만남을 먼저 제안했던 북한이 펜스 부통령의 대북 강경 행보에 불만을 나타내며 만남을 취소한 것으로 기사는 분석했다. 한편 북·미 비밀회담과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로선 보도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펜스-김여정 청와대 회담, 북한이 먼저 제의→포기 왜?

    펜스-김여정 청와대 회담, 북한이 먼저 제의→포기 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비밀리에 성사됐으나 북한 측이 회담 직전 이를 취소해 불발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보도했다.WP는 펜스 부통령실,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평창 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지난 10일 회담을 할 계획이었으나 회담 2시간 전 북측에서 이를 취소했다고 전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북측이 펜스 부통령의 방한 기간 그와 만남을 원한다는 얘기를 중앙정보국(CIA)이 듣고서 회담 논의가 시작됐다고 전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이를 중재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 성명을 인용해 이 보도 내용을 확인했다. WP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이미 지난 5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 전 북측의 초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펜스 부통령이 8일 서울에 도착하기 전까지 회담 장소와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백악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어 양측은 올림픽 개막식 이튿날인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 회담에 한국 정부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청와대는 양측의 보안 요청을 받아들여 중립적인 회담 장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시 백악관에서는 소수만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9일 백악관 집무실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회담에는 미국측에서 펜스 부통령,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표, 닉 아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하기로 했다.북측에서는 김여정과 김영남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회담은 만남 2시간 전 북측에서 취소 통보를 해오면서 결국 불발됐다. WP는 펜스 부통령이 9일 천안함 기념관을 방문하고,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제재 전개 등 압박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온 시점에 회담이 취소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펜스 부통령은 이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었고, 이 만남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기회로 삼으려 했으나 북한이 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항공, 유도탄 위주로 변신, ‘보포기’ 육군, ‘보항유’로 바뀐다

    “병사들이 군장 메고 고지(高地) 탈환하는 그런 전투는 이제 없다. 정밀도를 가진 유도무기와 각종 장비 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에 우리 군도 하루빨리 적응해 나가야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방개혁2.0 방향 등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에 맞게 국방개혁을 통해 우리 군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은 병력 구조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인구절벽으로 2020년대 초면 병역 자원이 크게 감소한다. 이에 따라 현재 62만명인 병력 규모는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해군(해병대 포함)과 공군은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고, 감소 병력 11만 8000명은 모두 육군 부담이 된다. 육군에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현재 육군의 전투 병과는 보병, 포병, 기갑, 공병, 정보통신 등으로 분류된다. ‘보포기’, 즉 보병과 포병, 기갑이 육군의 대표적인 전투 조직이다. 개인화기로 무장한 보병과, 곡사화기 중심의 포병, 탱크와 장갑차를 운용하는 기갑은 6·25전쟁 당시의 핵심 전력이기도 했다. 포병이 적 중심 전력을 타격한 뒤 탱크 등을 앞세워 보병부대를 진격시키는 전통적인 작전이 당시에는 유효했다.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는 장기전이 예상된다면 지금 시점에서도 가능한 작전이다. 하지만 현대전의 판도는 단기간에 좌우된다. 개전 초기 서로 엄청난 육해공 화력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삽시간에 수도권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과 장사정포는 감내할 수 없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군이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한국형 3축체계 구축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이 장사정포나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경우, 우리 군은 최단시간 내에 주요 표적을 미사일 등으로 타격해 초토화하고 공세적 종심 기동작전을 통해 신속히 적 핵심지역을 장악하는 시나리오가 마련되고 있다. 이제는 전선을 중심으로 공방하는 작전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방개혁이 완료되면 육군이 기존의 ‘보포기’ 중심에서 보병과 항공(헬기), 유도탄(미사일) 위주, 다시말해 ‘보항유’ 조직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방개혁의 한 실무자는 “병력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육군은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룡같이 둔한 군대에서 표범처럼 날쌘 군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육군에서 개전 초기 초토화 작전에 힘을 쏟아부을 수 있는 항공과 미사일 조직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육군 내부적으로도 변화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이른바 ‘5대 게임체인저’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체인저는 기존의 질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꿀 만한 능력을 보유한 개념과 체계를 말한다. 육군은 전천후·초정밀·고위력의 미사일 전력, 적 중심을 단기간내 석권할 수 있는 정보·기동·화력을 보유한 전략기동군단, 적 지휘부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임무여단, 드론과 로봇을 결합해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 드론봇 전투단, 전투수행 완전성을 부여한 워리어 플랫폼을 5대 게임체인저로 설정해 집중적인 육성에 나섰다.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현무 계열의 지대지 탄도·순항 미사일은 적의 핵심시설을 수분 이내에 정확하고 완벽하게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아파치, 수리온 등의 육군 항공전력은 적의 종심을 순식간에 장악해야 하는 전략기동군단과 특수임무여단의 가장 핵심적인 플랫폼이다. 육군은 정찰드론중대와 공격드론중대, 로봇중대로 구성된 드론봇 전투단도 창설했다. 보병도 획기적으로 바뀐다. 전력 규모가 대폭 줄어드는만큼 장병들의 1인다역은 필수적이다. 각개 병사가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피복과 전투장비 등이 첨단화된다. 이른바 워리어 플랫폼으로 병사들의 생존성도 크게 높일 계획이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보포기’ 육군, ‘보항유’로 바뀐다

    ‘보포기’ 육군, ‘보항유’로 바뀐다

    “병사들이 군장 메고 고지(高地) 탈환하는 그런 전투는 이제 없다. 정밀도를 가진 유도무기와 각종 장비 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에 우리 군도 하루빨리 적응해 나가야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국방개혁2.0 방향 등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에 맞게 국방개혁을 통해 우리 군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은 병력 구조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인구절벽으로 2020년대 초면 병역 자원이 크게 감소한다. 이에 따라 현재 62만명인 병력 규모는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해군(해병대 포함)과 공군은 현재의 규모를 유지하고, 감소 병력 11만 8000명은 모두 육군 부담이 된다. 육군에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현재 육군의 전투 병과는 보병, 포병, 기갑, 공병, 정보통신 등으로 분류된다. ‘보포기’, 즉 보병과 포병, 기갑이 육군의 대표적인 전투 조직이다. 개인화기로 무장한 보병과, 곡사화기 중심의 포병, 탱크와 장갑차를 운용하는 기갑은 6·25전쟁 당시의 핵심 전력이기도 했다. 포병이 적 중심 전력을 타격한 뒤 탱크 등을 앞세워 보병부대를 진격시키는 전통적인 작전이 당시에는 유효했다.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는 장기전이 예상된다면 지금 시점에서도 가능한 작전이다. 하지만 현대전의 판도는 단기간에 좌우된다. 개전 초기 서로 엄청난 육해공 화력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삽시간에 수도권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과 장사정포는 감내할 수 없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군이 킬체인(Kill 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 등 한국형 3축체계 구축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이 장사정포나 미사일 공격을 감행할 경우, 우리 군은 최단시간 내에 주요 표적을 미사일 등으로 타격해 초토화하고 공세적 종심 기동작전을 통해 신속히 적 핵심지역을 장악하는 시나리오가 마련되고 있다. 이제는 전선을 중심으로 공방하는 작전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방개혁이 완료되면 육군이 기존의 ‘보포기’ 중심에서 보병과 항공(헬기), 유도탄(미사일) 위주, 다시말해 ‘보항유’ 조직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방개혁의 한 실무자는 “병력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육군은 조직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룡같이 둔한 군대에서 표범처럼 날쌘 군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육군에서 개전 초기 초토화 작전에 힘을 쏟아부을 수 있는 항공과 미사일 조직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육군 내부적으로도 변화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이른바 ‘5대 게임체인저’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체인저는 기존의 질서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꿀 만한 능력을 보유한 개념과 체계를 말한다. 육군은 전천후·초정밀·고위력의 미사일 전력, 적 중심을 단기간내 석권할 수 있는 정보·기동·화력을 보유한 전략기동군단, 적 지휘부 제거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임무여단, 드론과 로봇을 결합해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 드론봇 전투단, 전투수행 완전성을 부여한 워리어 플랫폼을 5대 게임체인저로 설정해 집중적인 육성에 나섰다.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현무 계열의 지대지 탄도·순항 미사일은 적의 핵심시설을 수분 이내에 정확하고 완벽하게 타격할 수 있는 킬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아파치, 수리온 등의 육군 항공전력은 적의 종심을 순식간에 장악해야 하는 전략기동군단과 특수임무여단의 가장 핵심적인 플랫폼이다. 육군은 정찰드론중대와 공격드론중대, 로봇중대로 구성된 드론봇 전투단도 창설했다. 보병도 획기적으로 바뀐다. 전력 규모가 대폭 줄어드는만큼 장병들의 1인다역은 필수적이다. 각개 병사가 최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피복과 전투장비 등이 첨단화된다. 이른바 워리어 플랫폼으로 병사들의 생존성도 크게 높일 계획이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남북정상회담 카드, 북ㆍ미대화 열쇠…북측에 도발 억지 위험관리 나서야”

    “남북정상회담 카드, 북ㆍ미대화 열쇠…북측에 도발 억지 위험관리 나서야”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요청하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회담 성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북측 비핵화를 두고 북·미 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당장은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 북·미 대화를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1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달부터 숨가쁘게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고 미국 측에 제재 예외 조치 등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면, 이제부터는 미국 대신 북측에 도발을 억지하도록 위험 관리에 나설 때”라고 말했다. 4월과 7~9월은 연례적으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던 양대 위기 시즌이다. 한·미 정상이 평창올림픽·패럴림픽 기간 이후로 미룬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4월 1일부터 2개월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 독립기념일(7월 4일) 하루 전에는 북한 핵미사일 운용부대 전략군 창설기념일(전략군절)이 있고, 8월에는 한·미 을지프리엄가디언(UFG·을지연습) 등이 예정돼 있다. 9월 9일은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이다. 홍 실장은 “북한이 일정 기간 도발을 하지 않도록 9월까지 조율할 경우 남북 대화가 자연스레 북·미 대화로 연결될 것”이라며 “4월 위기는 남북 고위급회담이나 특사 파견으로 대비하고, 7~9월 위기에 대처하려면 남북 정상회담이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일이나 광복절에 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60일 조건’ 등 북측이 일정 기간 도발하지 않으면 대화할 수 있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올해 상반기 중 회담은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달 10일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언급을 근거로 들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지 (남북)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결국 한국·북한·미국이 북핵 문제 개선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 때 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남북은 정상회담을 되도록 빨리 열고 싶겠지만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 개선이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며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정상회담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남북 관계가 호전될 때 돌발적 국면에 대비하자는 제언도 나왔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올림픽까지 오는 과정에서 (제재 해제 요청 등) 미국의 기분이 상할 만한 상황이 있었던 만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다시 연기하자고 미국 측에 요청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남북 대화에 적극적이던 북한이 남측의 성의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갑자기 대화를 거부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더라도 미국은 새 제재로 압박 수준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최대한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미국의 대북 기조 중에 ‘개입’은 사라지고 군사적 압박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어느 정도 조정했을 때 북한의 도발과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을지를 계산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뉴스 분석] 남북정상회담 가시화… ‘북ㆍ미 해빙’에 달렸다

    [뉴스 분석] 남북정상회담 가시화… ‘북ㆍ미 해빙’에 달렸다

    북한이 주사위를 던졌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옥죄는 대북 제재 속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던진 승부수는 남북 정상회담이었다. 비밀접촉을 통해 조율됐던 2000년, 2007년과 달리 김 위원장이 지난 10일 ‘특사’로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보내 친서와 구두메시지를 통해 공개 제안했다는 점이 과거와 큰 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내 대북 강경파가 여차하면 군사옵션까지 쓸 것처럼 목소리를 키우는 상황에서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를 내민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일단 한 호흡을 멈췄다.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했다. 정상회담은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핵 문제 진전이 전제돼야 하고 ‘비핵화’는 북·미 대화를 통해서만 풀 수 있다.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타는 상황조차 마땅치 않아하는 미국을 감안해 보폭을 맞추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비핵화는 빈틈 없는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때만 가능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신년기자회견에서 “여건이 조성되면 언제든 정상회담에 응할 것”이라면서도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한결같이 밝히는 ‘여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남북 관계 복원만으로는 결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면서 “결국 북·미 대화와 함께 두 개의 축으로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북측에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 조기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을 밝힌 셈이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사전 리셉션에서 ‘외교 결례’ 논란에도 불구하고 5분 만에 자리를 뜬 사건을 직시하며 북·미 대화에 미온적인 백악관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가 무릎을 맞대도록 설득하는 건 한국 정부의 몫이다. 미국은 북한이 적어도 핵 포기를 전제로 한 핵 프로그램 동결을 약속하지 않는다면 ‘대화의 입구’에도 얼씬대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핵무력 완성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체제 안정을 담보하려는 북한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핵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게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고심스러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접견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측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민감한 의제가 오르내릴 경우 첫술도 뜨기 전에 판이 깨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북·미 간 대화의 전제조건을 좁혀 가며 신뢰를 쌓아 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현실화하려는 문 대통령은 대북 특사 파견, 주변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견인하고 미국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 관리도 중요하다. 4월에 재개될 한·미 연합군사훈련, 7~9월 핵미사일 운용부대 전략군 창설기념일 및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때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움직여야 한다. 일각에서 정상회담 시기로 6·15(1차 남북 정상회담) 18주년이나 광복절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상회담은 상징성보다 의미 있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의 여건이 필요하다”며 “빨라도 연말 정도는 돼야 여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기 후반에는 추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회담을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지성호는 누구?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지성호는 누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북한 정권을 비난하며 탈북민 지성호씨를 지목해 화제다.그는 “그 어떤 정권도 잔인한 북한 독재자만큼 시민들을 완전히, 그리고 잔인하게 억압하지 않았다”고 북한을 비판했다. 또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추구는 빠른 시일에 우리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면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의 압박 캠페인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 불명 상태로 석방된 뒤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웜비어, 2006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 지성호씨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북한 정권의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씨에 대해 “북한 정권의 목격자”라며 그가 탈북에 이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날 지씨는 백악관의 초정을 받고 국정연설을 직접 참관했다. 2006년 남동생과 국경을 넘은 지씨는 한쪽 팔·다리를 잃은 장애인이다. 1996년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기차에서 석탄을 훔치다 사고를 당했다.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한 채 먹고 살기 위해 중국을 오가다 보위부에 발각돼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먼저 탈북했고 그가 남동생과 뒤를 이었다. 아버지는 두만강을 건너다 잡혀 고문 끝에 사망했다. 라오스·미얀·태국 등을 거친 1만㎞ 여정 끝에 마한국에 정착한 뒤, 현재 그는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 대표로 활동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평창올핌픽 성공 위해 여야 초당적 협력하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쯤이면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야 마땅한데 그렇지 않다. 인터넷에서는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서로 검색어 1위로 띄우겠다며 진보·보수 진영 간에 물밑 신경전이 펼쳐질 정도로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정치권의 공방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여권은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이라고 강조하지만 야권은 “북한이 무임승차한 평양올림픽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올림픽에 이념을 덧칠해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잘 치르는 것이다. 먼저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다. 홍 대표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방남을 두고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상징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평창올림픽에 ‘평양올림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보수 야당 대표로서 일방적인 남북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사용,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방남 때의 과도한 의전 등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북한이 올림픽 개막식 전날 건군절 열병식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핵미사일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북의 이런 작태는 남의 잘 차려진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 측이 올림픽이 북한 선전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홍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친북좌파” 운운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 올림픽을 이용해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정파적 의도가 깔려 있어 보인다. 하지만 여당 역시 야당의 공세를 “색깔론이다”라고만 일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그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놓고 우리 선수의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것 아닐까 우려하시는 게 당연하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가슴 졸였던 우리 국민들께서 너무나 갑작스러운 분위기 변화에 어리둥절하고 당혹스러워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 우려를 귀담아듣겠다”고 몸을 낮춘 것도 심상치 않은 여론을 읽었기 때문일 게다. 오늘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 15명이 남북 단일팀에 합류하는 것을 시작으로 북한 선수단과 예술단 700명이 속속 남한에 온다. 이제 삼수 끝에 유치한 평창올림픽이라는 국가 대사를 잘 치러 내기 위해 온 국민의 역량을 모으는 일만 남았다. 이에 정치권이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을 벌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아쉬움을 드러낸 것도 그래서다. 홍 대표 스스로 자신이 당대표일 때 올림픽을 유치했다고 자랑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올림픽의 성공에 힘을 보태야지 재를 뿌려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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