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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쇼핑 장애인 상담원 박미용·구현정씨

    홈쇼핑 장애인 상담원 박미용·구현정씨

    “CJ홈쇼핑에 뼈를 묻을 거예요.” 재택 상담원으로 얼마나 오래 일할 계획이냐고 묻자 박미용(38·지체장애 2급)씨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덟살 아들과 여섯살 딸이 결혼한 뒤에도 일하고 싶다고도 했다. 소아마비를 앓아 양쪽 다리가 불편한 그에게 직장은 희망이고 꿈이기 때문이다. ●주부끼리 통하는 ‘감성 응대´ 호평 “결혼하기 전, 어린이집에서 2년간 일하며 정말 행복했어요. 사람을 만나 어울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러나 이후엔 새 직장을 얻기가 힘들더군요. 일하고 싶다는 욕망에 늘 목말랐습니다.” 박씨는 언젠가 기회가 오리라 믿었다. 그래서 컴퓨터 교육 등을 틈틈이 받으며 준비했다. 지난 5월 CJ홈쇼핑이 장애인 재택 상담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는 망설임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계약직이지만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도,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일한다는 조건도 ‘꿈의 직장’이기에 충분했다. 전화 상담원 경험은 없었지만 수년간 단련된 ‘아줌마의 힘’에 승부수를 걸었다. “새로 산 물건을 놓고 동네 아줌마와 수다를 떨 듯, 상품을 소개하고 맞장구치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홈쇼핑 소비자가 대부분 주부라 박씨의 ‘감성 대응’은 호응을 얻었다. 기계적인 설명보다 어눌하지만, 다정한 상담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정규직 전환·승진 부푼 꿈 남편과 아이들도 박씨의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남의 회사에 폐나 끼치지 말라.’며 핀잔을 주던 남편도 경제적 짐을 나누려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아들, 딸도 ‘부자 엄마가 맛난 것을 사주는 게 더 좋다.’고 했단다. 기특하게도 엄마가 컴퓨터 앞에서 전화를 받을 때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금방 깨우쳤다. 집안도 훨씬 깔끔해졌단다. 하루 8시간씩 일하니 빨래도, 청소도 미루지 않고 후다닥 해치우게 됐다. “나이가 많다고, 장애인이라고, 전업주부라고 모두가 외면할 때 기회를 준 거잖아요. 회사 로고만 봐도 가슴이 벅찰 만큼 고마워요. 열심히 달려서 정규직 사원도 되고, 승진도 할래요. ”첫 장애물을 넘은 박씨는 자신감에 넘쳤다. ●월급여 130만~160만원 안팎 CJ홈쇼핑 콜센터를 운영하는 CJ텔레닉스는 지난 5월 박씨와 같은 장애인을 50명 뽑았다. 전체 직원 1450명 중 3.65%가 장애인이 된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비율(2%)을 훨씬 웃돈 수치다. 상담원의 연령(22∼44세), 장애 정도(지체장애 1∼6급)가 다양하다.35세 이상이 22명이고, 중중 장애인이 35명에 달한다. 언어·시각장애가 없고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불편하지 않으면 실력에 따라 선발했기 때문이다. 월급은 130만∼160만원. 게다가 2년간의 계약직 근무가 끝나면 평가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출퇴근이 불편한 장애인의 생활을 고려, 재택 근무를 권장한 것도 지원자에겐 큰 매력이었다. 은행, 홈쇼핑, 카드사 등에서 7년간 전화상담원으로 일한 구현정(33·지체장애 2급)씨는 CJ홈쇼핑으로 옮긴 이유를 “지하철과 버스를 탈 때마다 공포스러웠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끝도 없이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것, 사람과 부딪치고 밀치는 것이 너무 힘겨웠다고 했다. 그래서 오전 9시 출근이더라도 새벽 5시 30분부터 서둘러 집을 나서곤 했단다. 구씨는 “오후 1∼4시,6∼9시에 일해 다소 불편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득”이라면서 “하루를 꼼꼼히 계획하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보다 배려심 깊어” 재택 근무인데다 대부분 상담원 경험이 없기에 회사측은 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우선 지난 6월 한달동안 장애인 고용촉진공단에서 합숙훈련을 했다. 또 인터넷 메신저, 게시판, 유선 통화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품 정보와 이벤트 소식을 전달한다. 업무시간 10분 전에는 사이버 회의를 진행, 중요 정보를 나눈다. 재택상담원은 입과 귀로 소비자와 대화를 하면서 눈과 손으론 회사와 정보를 주고받는 셈이다. CJ텔레닉스 김혜정 재택센터장은 “일반 상담원보다 장애인들이 소비자의 불편을 더 안타까워하고, 빨리 도와주려 노력한다.”면서 “힘든 삶의 경험이 배려하는 마음을 깊게 만든 듯하다.”고 평했다. 글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사설] 청와대 검사파견제 편법 부활 안된다

    청와대가 최근 공석중이던 사정비서관에 현직 부장검사를 임명하면서 청와대 검사파견제가 되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파견을 자원했던 현직 검사가 파견근무 후 재임용 절차를 거쳐 검찰로 복귀한 데 이어 후임자도 검찰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는 풍문이다.“청와대 파견제도가 폐지된 만큼 검찰로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법무부의 공언은 말할 것도 없고 노무현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검찰의 중립성’을 해치는 구태의 반복이다. 2002년 2월3일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 검사파견제를 폐지토록 특별지시한 것은 이 제도가 검찰청법이 금지한 검사의 겸직조항을 사실상 어기는 편법운영인데다,‘효율성’보다는 폐단이 더 크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게다가 검찰관련 수사 및 인사 정보 등이 현직 복귀를 염두에 둔 사정비서관 등 일부 인사에 집중됨에 따라 ‘정치 검찰’이라는 그릇된 권력문화를 조장하는 빌미가 됐던 것도 사실이다. 검찰의 중립성 시비가 아직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가 앞장서 잘못된 과거로 회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를 대든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평검사와의 대화’ 이후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검찰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전임 송광수 검찰체제가 모처럼 국민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도 노 대통령의 검찰 중립화 의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율성에서는 다소 뒤지더라도 대통령-법무장관, 민정수석-검찰국 등 합법적인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핫라인’의 유혹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길 바란다.
  • [월드이슈] “30년전 교훈 잊었나” 美전역 반전물결

    [월드이슈] “30년전 교훈 잊었나” 美전역 반전물결

    30년 만에 미 대륙에 전쟁 반대 메아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신디 시핸의 절규는 지난 17일 미국내 1600여곳에서의 동시다발 촛불시위로 번진 뒤 다음달 23,24일 미 전역과 유럽 각국에서의 대규모 동시 집회로 절정을 맞을 예정이다. 반전 여론의 확산은 급기야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정권의 패배를 위한 전주곡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70년대는 TV, 지금은 인터넷 신디 시핸의 1인 시위가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데는 국가의 부름을 받은 한 병사의 죽음,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어머니의 슬픔과 분노라는 감성적 코드, 대통령 휴가지에서 시위를 시작한 정치적 모멘트의 포착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안티워 닷컴, 무브온(moveon.org) 등 소위 민주당 외곽조직으로 널리 인식되는 반전 평화운동단체 웹사이트들의 조직적 결합이 주효했다. 이같은 열기에는 미디어 상업주의의 작용 흔적도 나타나지만 후세인 축출 이후 연일 늘어나는 미군 장병의 희생과, 구체적 철군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전쟁 목표와 명분을 그때 그때 바꾸는 부시 행정부의 ‘속보이는 태도’가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다. 지난 8일 CNN과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 성인의 57%는 이라크 전쟁으로 테러의 위협에서 안전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이는 지난 6월과 견줘 18%포인트나 오른 것이다.“이라크 파병은 잘못된 선택”이라는 응답도 54%로 “올바른 선택”(44%)을 크게 앞질렀다. 1970년대 징병의 공포에 시달리던 대학생 등이 대학을 근거지로 벌인 반전 시위와 오늘의 상황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전 때는 미국 중산층 가정을 파고든 텔레비전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미군 철수를 이끌어냈지만 이번에는 인터넷과 촛불시위라는 지극히 소박한 운동양식의 결합으로 전 세대의 공감을 사고 있다. 시핸을 지지하는 인터넷 모금에는 10달러씩 쌓여 하루 만에 2만 5000달러를 모으는 성과로 연결됐다. 평화운동가 앨런 보크는 안티워 닷컴 기고문에서 “시핸의 시위는 미디어 상업주의에 영합한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국민 모두를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요소를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평화운동 진영은 가능한 한 빨리 미군을 귀국시켜야 한다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메시지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이 발 뺄 때” 앤드루 바세비치 보스턴대학 교수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에 보낸 ‘이제 그만 끝내라´는 기고문에서 미군 지도부조차 이라크전은 승리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는 상황에서 미군이 이라크에 더 주둔한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며 이 전쟁이 “미션 임파서블”이 돼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군이 떠날 경우 오히려 이라크 지도자들의 단결 지향적 정치활동이 강화될 것이며 주변국들의 감시와 지원 노력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발을 빼도 좋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학 린다 빌머스 교수는 10만명 정도의 미군이 2009년까지 이라크에 주둔할 필요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미군 지도부에 대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5년 더 미군이 머무를 경우 총 전비는 1조 3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럴 경우 미국의 가구당 부담은 1만 2300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부시 이라크전 수행의지 확고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여전히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자세다.22일에도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열린 해외 참전용사 전국대회에 참석,“미국인들은 이라크와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테러리스트들에 대비해 단결해 있어야 한다.”며 테러와의 전쟁을 세계 대전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90% 이상의 주민이 전쟁을 찬성할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이 지배적인 유타주 시민 500여명은 그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근처 파이어니어 공원에 집결, 반전 구호를 외쳤다. 그는 24일에도 아이다호주를 방문, 주 방위군들을 상대로 연설하는 등 연일 대국민 설득에 나설 것이지만 다시 불붙은 반전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이라크전, 베트남전 닮아간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1단계는 미국의 역할을 군사원조, 경제원조, 특수부대 작전 등으로 한정하고 사이공 정권 지원을 통해 전쟁의 주도권을 잡았던 1969년 1월까지이며,2단계는 북베트남 세력이 주도권을 되찾아 격렬한 국지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평화가 모색되던 1974년 8월까지이며 3단계에선 미군 철수와 북베트남 정권에 의한 통일이 이루어졌다. 현재 미국 안팎에선 3000억달러 이상의 전비를 쏟아붓고 1800여명의 미군을 희생시키고 있는 이라크 전쟁이 베트남 전쟁의 1단계 말기나 2단계 초기와 매우 흡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미군은 이라크에서 저항세력과 산발적 교전을 거듭하며 이라크가 자체 치안능력을 갖도록 지원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인 척 헤이글(공화·네브래스카주) 상원의원은 “미군이 이라크에 머물면 머무를수록 이라크 전쟁은 더욱 더 베트남전 양상을 닮아갈 것”이라며 “더욱 명확한 철수 시간표를 짜야 한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8년 대선 예비주자이기도 한 그는 미군의 이라크 장기 주둔이 오히려 중동지역 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어떤 기준으로든 지난 2년 반 동안 이라크에서 우리는 승리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가 언급한 2년 반이란 기간은 지난 2003년 5월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함으로써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잡았던 때 이후 지금까지를 의미한다. 그러나 부시 정부는 ‘영예롭고도 경제적인’ 철수를 선택하지 않고 대신 이라크에 민주 정부를 수립한다는, 성취할 수 없는 목표를 내세움으로써 베트남전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조지 앨런(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북베트남 공산 정권과 달리 이라크 저항세력은 국민을 끌어들일 철학과 조직이 없다.”며 두 나라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英전역 새달 대규모 반전시위 테러이후 반전분위기 최고조 |파리 함혜리특파원| 런던 테러를 계기로 영국 내 반전 분위기가 팽배한 것과 달리 이라크전 초기 극심했던 프랑스와 독일 등 서유럽의 대표적인 반전 국가들에서는 최근 전반적으로 반전 분위기가 시들해지는 양상이다. 유럽연합(EU) 헌법 비준을 둘러싸고 좌파 내부의 논쟁에 불이 붙으면서 반전운동을 주도했던 개혁주의 좌파들이 과제의 1순위를 반전에서 유럽통합 저지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 5월29일 치러진 프랑스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유럽헌법을 부결시키는 등 유럽헌법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인 영국은 이라크전 개전 이후 지속적으로 반전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최근 유럽 반전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7월6∼8일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빈곤퇴치, 반전운동, 반세계화를 앞세운 시민단체 등 전세계 수만명의 시위대들은 회의가 열린 영국 스코틀랜드에 모여들어 한바탕 ‘축제 같은 시위’를 벌였다. 밥 겔도프가 기획한 ‘라이브 8’콘서트에는 10만∼20만명의 시위대가 참가했다. 영국의 반전분위기는 런던 테러를 계기로 최고조에 다다른 느낌이다.‘전쟁저지연합(Stop the War Coalition)’ 등 반전단체들은 영국인을 테러리스트들의 타깃으로 만든 토니 블레어 정부를 비난하며 블레어의 사퇴와 이라크에서의 신속한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반전단체들은 이라크전 개전을 밀어붙인 블레어 정부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정치세력화까지 꾀하고 있다. 노동당 블레어 정부의 정책에 환멸을 느낀 노동당 당원, 노동조합 활동가, 무슬림 공동체, 좌파조직 등을 아우르며 반전운동을 조직해 온 전쟁저지연합은 2004년 ‘리스펙트(RESPECT)’라는 명칭으로 정당 형태도 갖췄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다 노동당에서 쫓겨난 조지 갤러웨이 의원이 대중적 지도자로 활동 중이며 2004년 런던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린지 저먼이 실질적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 이라크전 개전 2주년을 맞아 영국 전역에서 반전시위를 주도했던 전쟁저지연합은 런던테러 이후 반전 목소리를 더욱 높여 영국 각 도시에서 회원들을 중심으로 산발적인 반전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다음달 24일에는 전국적인 대규모 반전시위를 계획하고 있다.‘폭탄세례를 멈추고, 전쟁을 멈추고, 군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는 주장과 함께. lotus@seoul.co.kr
  • 고유가시대 ‘중소형 붐’ 다시 오나

    고유가시대 ‘중소형 붐’ 다시 오나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휘발유값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뜸하던 소형, 준중형 신차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엔트리카’가 소형에서 준중형으로 이동한데다 중대형차로 고객 선호도가 옮겨간 상황에서 자동차업계가 중소형 신차를 한꺼번에 내놓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자동차업계는 저마다 신차가 엔진과 출력 향상은 물론 연비가 개선됐다고 자신한다. 르노삼성자동차가 23일 SM3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현대차가 다음달 초 베르나 후속모델,GM대우도 다음달 초 칼로스 세단형의 후속 모델인 젠트라를 내놓는 등 1400∼1600㏄급 신차 3종이 잇따라 출시된다. 이에 따라 국내 소형차 시장은 현대차의 클릭·베르나, 기아차의 모닝·프라이드,GM대우의 마티즈·젠트라·칼로스(해치백) 등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일부에서는 SM3를 소형차로 분류하기도 한다. 르노삼성의 SM3 신모델은 2002년 SM3가 출시된 뒤 처음 선보이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배기량은 1500㏄와 1600㏄로 기존과 동일하다. 르노삼성측은 20∼30대 젊은 고객의 취향에 어울리는 다이내믹한 외관 스타일을 연출했다고 소개했다. 연비와 최고 출력도 대폭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은 SM3 신모델 출시를 계기로 현대차 아반떼의 ‘아성’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현재 국내 준중형차 시장은 아반떼(57%)의 절대 우위 속에 GM대우 라세티(15%), 르노삼성 SM3(14%), 기아차 쎄라토(13%)가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가 다음달 초에 내놓는 베르나의 후속 신차(프로젝트명 MC)는 가솔린 엔진의 경우 1400㏄와 1600㏄로 기존(1300㏄,1500㏄)에 비해 배기량이 늘었고, 디젤엔진은 1500㏄로 출시된다. 새 모델은 기존 베르나에 비해 전고가 8.5㎝ 높아지는 등 차 크기가 훨씬 커져 실내 공간이 동급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며 디자인도 더욱 날렵해진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연비도 개선돼 고객들의 유류비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베르나라는 이름은 그대로 사용한다. 엔진과 기본 차체는 기아차 프라이드와 같다. 현대차의 투싼과 기아차의 스포티지가 엔진과 차체를 공유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GM대우가 다음달에 출시하는 칼로스 세단 후속 ‘젠트라’는 배기량 1500㏄급 차량으로 400ℓ 용량의 넓은 트렁크와 접을 수 있는 뒷좌석 시트를 채택, 적재 공간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회사측은 외부 디자인은 에지(Ed-ge) 스타일의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전면 범퍼로 이어지는 후드 캐릭터 라인을 살렸고 실린더형 헤드 램프와 테일 램프, 원형 안개등,15인치 알로이 휠, 블랙과 베이지의 인테리어 컬러 등으로 세련된 멋과 역동성, 스포티함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GM대우는 칼로스 세단형 모델은 단종하지만 칼로스 해치백 모델은 ‘칼로스’라는 이름으로 계속 생산할 예정이며 현재 서유럽 등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칼로스 3도어 해치백 모델(1200㏄,1500㏄)과 왜건형 라세티(1600㏄)도 올가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소형차 신모델 출시가 잇따르면서 지난 200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던 국내 소형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996년만 해도 56만대가 넘었던 1000∼1500㏄급 소형차 판매는 2000년 23만 2000여대로 줄어 들어 1500∼2000㏄급에 주력 차종 자리를 내준 뒤 해마다 격차가 벌어졌다. 1600㏄ 차량이 출시되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급기야 15만 3000대로 떨어졌다.1500∼2000㏄는 22만 6000대에 달했다.2000㏄ 이상 대형차도 8만 7000여대나 판매됐다. IMF때인 98년 15만 6000대로 전성기를 구가한 800㏄이하 경차는 마티즈만 남기고 단종되더니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4만 6000여대로 급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30년 풍상 견뎌온 판자촌 ‘마산꽃동네’ 사라진다

    경남 마산에서 가장 작은 판자촌인 일명 ‘마산꽃동네’가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마산시는 국유지인 신포동 신포매립지 마산문회관 옆 꽃동네에 대한 주민 이주와 보상이 대부분 완료됨에 따라 다음 주부터 본격 철거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1975년부터 무허가 건물이 한두곳 들어서기 시작해 얼마 전까지 28가구,57명이 실았던 이곳은 낡고 허름한 판자로 비바람을 막으며 30년 넘게 풍상을 이겨온 동네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로 침수돼 판자로 지은 집 대부분이 부서지는 등 큰 피해를 보면서 지난해부터 임대아파트로 집단이주를 시작해 현재 2명이 남았다. 마산시는 꽃동네 철거가 완료되면 이곳에다 마산음악관으로 이어지는 폭 10m, 길이 230m 도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마산시 관계자는 “30년 넘게 바닷가 주변에 무허가 건물을 짓고 살아 도시미관을 해치고 태풍피해 등으로 인한 재해를 당할 수 있는 만큼 철거하고 도로로 개설하게 됐다.”고 말했다.마산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美, 中·러 군사훈련 ‘견제’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 군사훈련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부터 두 나라의 사상 첫 합동 군사훈련이 시작되는 데다 지원 병력을 제외한 직접 참가 대상만 8000명에 이르는 등 규모가 예상외로 커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특히 한반도 서해 지역과 수역을 맞대고 있는 산둥(山東)반도 및 황해가 훈련 지역이어서 긴장을 더하고 있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양국 합동훈련의 부정적인 영향을 경계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공유하는 역내 안정이라는 공동 목적을 지지하는 방식으로 훈련이 진행되길 기대한다.”며 “그들이 하는 어떤 일도 이 지역의 현재 상황을 해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경계했다.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도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 패권에 맞서는 중·러의 공동 전선이 형성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각으로 이번 합동훈련을 분석했다. 중국이 첨단무기로 무장된 러시아군 3000여명을 자국 영토에 끌어들여 합동훈련을 벌이고 있는 것이 군사동맹 차원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미국을 더욱 자극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주둔 미군 문제에 협력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지난달 초 양국 주도의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중앙아시아 주둔 미군의 철수시한 제시를 요구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합동 군사훈련에선 두나라 육·해·공군의 첨단 무기가 입체작전을 펼친다. 러시아측에선 공중급유기, 조기경보통제기, 수호이-27SM 전투기 외에 태평양함대 소속 해군함정 등이 참여한다. 또 TU-95МС,TU-22М3 등 폭격기,76공수부대, 해병대·태평양함대가 참여한다. 앞서 신화통신 등은 ‘우정(러시아명 소드루제스트보)-2005’란 코드명으로 18일부터 25일까지 3단계로 나눠 실시된다고 전했다. 또 미사일 훈련에는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차오강촨(曺剛川) 중국 국방부장이 직접 참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법조계도 논란 분분

    법조계도 논란 분분

    국가권력 남용 범죄에 대한 민·형사상 시효 적용을 배제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위헌 주장이 있는 반면에 가능하다는 논리도 있다.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 제한돼야” 임상혁 숭실대 법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논문에서 “국가범죄에 대한 국가의 태도는 배상 제스처를 보이다가 지친 피해자들에게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이라면서 “국가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복지를 실현해야 하는 국가는 사법적 활동에서도 공공성과 신뢰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가가 국민에게 합리성이 결여된 행위를 저지르고 소멸시효를 주장하느냐고 반문했다. 1951년 발생한 거창양민학살사건의 유족들은 1998년 2월17일 희생자로 확정받고 2001년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삼청교육대 피해자 강모씨 역시 2003년 대법원이 소멸시효 기산점을 ‘피해보상 약속’을 한 노태우 전 대통령 퇴임시점인 1993년 2월로 보면서 보상을 포기해야 했다. 강씨는 국회의 보상입법이 진행된 2001년 6월을 기산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정신대로 일본에 끌려간 한국인들의 배상청구 사건에 대해 일본 하급심 판결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일본 도야마 지방재판소는 기산시기를 한·일협정이 체결된 1965년이 아닌 일본 정부가 “협약은 개인의 청구권을 국내법적으로 소멸시킨 것이 아니다.”라고 발표한 1991년으로 봤다. 임 교수는 “심급을 막론하고 소멸시효 기산점을 삼청교육대 퇴소시나 계엄해제시로 보는 우리 법원에서 보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평했다. 김갑배 변호사 역시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사법에 의해 과거 국가범죄에 대한 진상을 밝히더라도 처벌을 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완해 국가권력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한 것”이라면서 “조직적인 국가범죄에 의한 피해와 그렇지 않은 사안을 구분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적 조치 분명” 이번 조치가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인 이석연 변호사는 “형법상으로 공소시효를 늘려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소급입법으로 처벌을 하겠다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나 적법절차 원칙에 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사상 소멸시효 연장에 대해서는 “어떤 사건의 시효를 연장해줄지 논의가 필요하고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하창우 대한변협 공보이사도 “재심청구나 시효에 관한 부분은 법률적으로 정해져 있는 사항”이라면서 “시효를 배제·조정하는 것은 헌법상 형법불소급의 원칙에 반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하나로텔레콤 ‘뒤숭숭’

    ‘구조조정 싸움에 회사 망할라….’ 윤창번 하나로텔레콤 사장의 직접 사임 이유 중의 하나인 직원 구조조정이 첨예한 노사 갈등 요인으로 불거질 전망이다.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간 보름여로 다가선 파워콤의 소매시장 진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 노동조합은 최근 “윤 사장의 전격 사임의 배경에는 외국자본의 단기 투자성 논리가 깊게 배어 있다.”면서 “2003년 외자투입때 장기투자를 공표한 것과 달리 해외투자자들이 회사의 장기 발전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AIG-뉴브리지 컨소시엄 등 외자는 하나로텔레콤의 최대 주주로 지분 49%를 갖고 있다. 노조는 “다음 달 파워콤의 초고속인터넷 소매업 진출로 유선통신시장의 최대 경쟁구도를 눈앞에 두고 모든 직원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가 교체된 것은 회사의 앞날을 불분명하게 하고 고용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못박았다.김정규 노조위원장도 “임시주총이 9월 말로 예상되는 만큼 그때까지 강력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며 “고용안정을 해치는 일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한 영업직원은 “외자가 상반기 경영실적 악화를 이유로 영업차량을 줄이는 등 도가 치나치게 현장의 발을 묶어 현재로선 파워콤의 시장진입에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외자는 회사 주식가치를 시급히 올려 이득을 보고 싶겠지만 지금은 구조조정의 시기가 아니다. ”고 우려섞인 불만을 내뱉었다.한편 권순엽 사장 직무대행 등 일부 임원진은 직원 동요를 막기 위해 “구조조정은 잘못 전해진 것”이라며 동요를 막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중·소형 신차 ‘출시 레이스’

    중·소형 신차 ‘출시 레이스’

    이달말부터 중·소형차 신모델이 잇따라 출시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SM3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현대차 베르나 후속모델,GM대우 칼로스 후속모델 등 1400∼1600㏄급 신차 3종이 이달말부터 다음달까지 잇따라 선보인다. 르노삼성이 오는 23일 출시하는 SM3 부분변경 모델의 경우 2002년 SM3가 출시된 이후 처음 내놓는 부분변경 모델로 풀모델 체인지에 버금갈 정도로 외형이 바뀌고 성능도 강화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배기량은 1500㏄와 1600㏄로 기존과 동일하다. 현대차가 다음달 내놓는 베르나의 후속신차(프로젝트명 MC)는 가솔린 엔진의 경우 1400㏄와 1600㏄로 기존(1300㏄·1500㏄)에 비해 배기량이 커졌으며, 디젤 엔진은 1500㏄로 출시된다. 기존 베르나에 비해 전고가 8.5㎝ 높아지는 등 차 크기가 훨씬 커져 실내공간이 동급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다. 디자인도 날렵해진다. GM대우가 다음달 출시하는 칼로스 세단 후속 ‘젠트라’는 배기량 1500㏄급으로 400ℓ 용량의 넓은 트렁크와 접을 수 있는 뒷좌석 시트로 적재 공간을 극대화했다. GM대우는 칼로스 해치백 모델을 ‘칼로스’라는 이름으로 계속 생산할 예정이며 현재 해외에서만 판매되는 칼로스 3도어 해치백 모델(1200㏄,1500㏄)을 조만간 국내에서도 출시할 예정이다. 중형차 시장에서는 다음달 기아의 옵티마 후속 ‘로체’가 출시되는데 이어 오는 12월쯤 GM대우의 매그너스 후속 모델도 나올 예정이다. 로체는 기아가 5년만에 선보이는 중형 신차로서 1800㏄,2000㏄급 등 기존 옵티마급 모델에 2400㏄ 모델이 추가된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스님도 담넘는다는 ‘불도장’

    스님도 담넘는다는 ‘불도장’

    오는 14일은 말복.더위에 지친 몸을 위한 보양식을 찾을 때다.입맛 없는 여름철에 몸을 보할 수 있는 건강식으론 흔히 삼계탕이 꼽히지만 여름 보양식의 으뜸은 단연 불도장(佛跳牆,호티아오치앙)이다.불공 드리던 스님도 그 냄새에 이끌려 담을 뛰어넘는다는 불도장.그 깊은 맛과 멋의 세계에 빠져보자. 글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광둥성 지방의 고급요리 불도장은 원래 중국 광둥 지방의 고급요리다. 한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특급호텔 중식당을 중심으로 확산돼 지금은 웬만한 고급 중국 레스토랑에서도 불도장 맛을 볼 수 있다. 불도장 요리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중국 청나라때 푸젠성의 한 관원이 집에서 연회를 열었는데, 그의 부인이 20여 가지의 각종 고기를 소흥주 항아리에 채운 뒤 한참을 고아 요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맛본 사람들은 크게 감탄했고, 훗날 정춘발이라는 요리사가 그 부인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는 특히 해산물을 많이 써 맛과 향을 보탰다. 불도장 요리는 이렇게 진화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하늘과 바다와 땅의 합작품 불도장의 재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하고 진귀하다. 몸에 좋은 것은 거의 다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프라자호텔 중식당 ‘도원’에서 23년동안 일해오고 있는 조리장 유방녕(49)씨는 이렇게 말한다.“불도장에 이것은 꼭 들어가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육·해·공, 즉 들짐승과 해산물, 날짐승이 모두 들어간다고 할 수 있지요.”‘도원’에서는 돼지고기 힘줄, 도가니, 관자, 전복, 해삼, 상어지느러미, 오골계 등을 주된 재료로 사용한다. 또 자연송이와 표고버섯 등이 1인분에 한 두 쪽씩 들어간다. 이밖에 은행, 인삼, 동충하초, 산약, 녹각 등 약재도 곁들인다. 불도장에 쓰이는 재료는 각 중식당의 전통이나 주방장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재료의 양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도원’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죽순, 양 허벅지, 돼지발굽 힘줄, 부레, 사슴 힘줄, 상어 입술, 돼지내장, 비둘기알, 오리, 조개, 새우 등이 들어가기도 한다. 불도장 재료 중에는 국내에서는 유통 자체가 불법인 것들도 적지 않다. ●소흥주로 맛낸 찜 혹은 탕 불도장의 조리법은 간단한 편이지만 상당한 정성이 필요하다. 유 조리장은 자신의 불도장 조리법을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불도장은 찜과 탕의 중간 단계다. 불도장 재료를 토기에 담고 노계(老鷄)를 이틀 정도 고아 만든 육수를 채운다. 늙은 닭을 쓰는 것은 그 육수가 진하기 때문이다. 소금과 소흥주를 넣고 180도쯤 되는 펄펄 끓는 찜통에서 5∼6시간 동안 흠뻑 쪄낸다. 그렇게 하면 건더기는 흐물흐물해지고, 바닥에는 그야말로 진국만 남는다. 조리의 핵심은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일. 요리할 때 ‘숨쉬는 그릇’, 즉 토기를 사용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코냑 한 방울의 여유와 미학 불도장은 다른 음식에 비해 재료가 고급이고 다듬는데 손이 특히 많이 간다. 정성으로 똘똘 뭉친 음식이다. 불도장을 먹을 때는 굴소스 원액에 홍초와 생강즙을 첨가한 불도장 소스를 찍어 먹어야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코냑을 한 방울 떨여뜨려 먹기도 한다. 그러면 해산물 특유의 냄새가 줄어든다. ■ 어디서 먹을까?서울프라자호텔 ‘도원’(02-310-7345)에서는 불도장을 1인분에 6만 5000원(세금, 봉사료 별도)에 판매하고 있다. 불도장이 포함돼 있는 봉황(1인 19만원)과 도원(1인 26만원)등 두 가지 코스요리도 마련돼 있다. 서울프라자호텔이 운영하는 서울역사 4층에 위치한 캐주얼 중식당 ‘티원’(02-392-0985)에서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불도장 세트 메뉴를 5만원(1인분, 세금별도)에 판매한다. 서울 밀레니엄 서울힐튼에서는 중식당 ‘타이판’(02-317-3237)의 불도장(1인 6만원, 세금·봉사료 별도)외에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실란트로(02-317-3062) 뷔페에서도 불도장이 있다. 점심 4만 2350원, 저녁 4만 4770원(세금·봉사료 포함)이다. 불도장으로 유명한 일반 중국 레스토랑으로는 종로구 부암동 하림각(02-396-2442·1인 6만원·부가세 포함)과 강남구 역삼동 대려도(02-555-0550·1인 9만원·부가세 별도)가 있다. ■ ’서울 광화문 장뚜가리’ 퓨전 한식당 ‘장뚜가리’ 세종문화회관점은 국내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음식점이다. 이 집에서 파는 ‘김치감정’과 ‘12오겹살’의 맛에 매료돼 일본 관광객은 물론 주변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본 아사이 TV에 ‘한국의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 집이 원조 맛집들이 즐비한 광화문에서 새로운 ‘외식 코드’로 자리잡은 비결은 젊은 감각에 맞춘 깔끔한 맛과 분위기에 있다. 강원도 사투리로 ‘장독’을 의미하는 장뚜가리의 대표 메뉴는 ‘12오겹살’. 오겹살의 두께가 자그마치 ‘12㎜’에 이르는데 이 두께가 가장 맛있는 오겹살 두께라고 한다. 일반 오겹살의 두께가 5㎜안팎인 것과 비교해 두배이상 두껍다. 고기도 수입산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최고 품질의 국내산 돈육만 고집한다. 무엇보다 돼지고기 특유의 비린내가 없다는 게 장점이다. 고기를 굽기 전에 파인애플과 양파로 비린내를 제거한 뒤 아삭한 김치와 함께 구워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오겹살의 고소한 맛의 여운이 입안에 오래 감돌아 감칠맛을 낸다. 김치는 전남 순창과 광주에 주문 제작해 가져온다. 무공해 유기농으로 재배된 배추를 원료로 하여 전통적인 방법으로 담아 1년 이상 숙성된 묵은 김치다. 김치감정은 조선시대 궁중 수라간에서 왕을 위해 만든 매운 김치찌개의 맛을 재현해 낸 것이다. 잘 익은 김치를 사용해 조미료를 넣지 않았으며,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해 멸치로 다시 한번 국물을 우려냈다. 찌개에 돌솥밥이 곁들여 나오는데 시원한 맛이 느껴진다. 여기에 살얼음 동동주와 김치치즈계란말이를 함께 먹으면 무더위쯤은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 모든 메뉴를 이 집 사장인 유성호(38)씨가 직접 고안해 낸 것이다. 유씨는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영국 유학시절 한식당 주방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살려 2년간 전국을 돌며 김치와 돼지고기의 맛을 찾아다녔다.12오겹살은 직접 1∼20㎜까지 잘라 구워 먹으며 수십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것이다. 김치도 유씨가 직접 맛을 보고 선별한다. 장뚜가리 1호점인 광화문점을 외국계 은행에 다니던 부인 김지현(35)씨에게 맡기고 최근 이곳에 2호점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유씨는 음식은 비법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철저한 맛에 대한 연구와 분석, 여기에 정성을 더하면 새로운 전통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충남 당진군 ‘게눈 감추듯’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다. 입맛에 착착 당기는 이 한 가지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기 때문이다. 충남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 내도(안섬)에 이처럼 밥을 해치우는 것을 묘사한 ‘게눈 감추듯’이라는 간판을 내건 간장게장 집이 있다. 주인 이은순(48)씨는 “집에서 20년간 간장게장을 담가 먹어왔는데 맛을 본 이웃들이 ‘맛있다. 음식점 한번 내봐라.’고 해서 1년3개월 전 게장 전문점을 차렸다.”고 말했다. 뛰어난 맛은 담글 때의 비법도 있지만 원료가 좋기 때문이다. 주인이 해마다 5월 인근 포구나 태안 안흥항 등에서 알이 꽉 찬 꽃게만을 골라 사온 뒤 냉동시켜 1년 내내 쓴다. 냉동시켜야 게장을 담글 때 살이 빠져나가지 않고 질기지가 않다. 비린내도 안 나고 맛이 좋아지는 점도 있다. 냉동게를 꺼내 8시간쯤 내놓으면 자연히 녹는다. 이를 제조한 간장에 통째로 담가 냉장고에서 3일간 숙성시킨다. 게장을 담그는 간장은 감초, 월계수잎, 참숯, 양파, 파, 마른 고추 등을 넣고 3∼4시간 졸인 뒤 식혀 만든다. 참숯과 감초는 혹시 남아 있을 비린내를 최대한 없애기 위해 넣고 있다. 숙성된 게장은 잘라서 손님상에 올린다. 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 순수한 게장맛이 나지만 매운 맛을 즐기는 이에게는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주기도 한다. 꽃게도 국산이나 곁들여 나오는 녹두빈대떡, 머위무침, 늙은오이무침 등 밑반찬 원료도 모두 직접 가꾼 것이다.1인분에 꽃게 한 마리가 들어간다. 구수한 된장찌개와 돌솥밥이 함께 나온다. 아직은 덜 알려져서인지 주말보다 평일에 손님들이 많다. 인근 직장인들이 평일에 찾아서다. 이 집은 50m 거리에 ‘대현수산’이라는 수산물 판매점도 운영, 산 꽃게와 주꾸미, 낚지 등을 시중보다 20%쯤 싸게 살 수 있다. 지금은 금어기로 9월 들어서야 구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70m 앞이 바닷가여서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는 점은 이 집을 찾는 또 하나의 덤이다. 당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맘대路 멋대路 프랑스여행

    맘대路 멋대路 프랑스여행

    유행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이드의 깃발을 쫓아 다니는 패키지 여행은 구시대 유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두고 ‘내맘대로’ 자유롭게 떠나는 선진국형 개별자유여행(FIT)이 새로운 추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어디를 가보았다는 ‘점찍기식’ 여행에서 벗어나 나만의 여행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젊은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유럽의 관문인 프랑스를 FIT로 직접 다녀왔다. 쪽빛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초록빛 계곡과 드넓은 초원을 따라 파리에서 노르망디, 루아르, 꼬뜨 다쥐르, 프로방스까지 발길 닿는 대로 다녔다. 렌터카와 지하철, 버스, 프랑스 철도와 연안 여객선, 조그만 지방 철도에도 올랐다. 여행도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멋진 풍경을 만났다. 에펠탑이나 니스해변 등 여행안내책자에 나와 있는 명소들보다 프랑스의 푸른 자연속에 숨겨진 비경들이 더 아름다운 감동을 안겨줬다. 그렇다고 패키지 여행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크게 어렵지도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전정신과 철저한 준비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기자가 다녀온 10박 11일간의 프랑스 여행을 소개한다. ■ 도움말 MK유럽, 레일유럽, 프랑스관광청 프랑스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여행, 이렇게만 하면 준비가 반이다 준비에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지만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준비에 노력한 만큼 편하고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시간이기도 했다. 출발 한달전. 본격적인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먼저 항공과 숙박, 이동수단 등의 순으로 여행의 골격을 잡았다. 항공편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에어프랑스 홈페이지에서 특가 상품을 찾아냈다.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니스행 항공권으로 항공료 79만 9000원에 파리 스톱오버(경유지에서 24시간 이상 체류하는 것) 비용 10만원, 세금 10만 9000원 등 모두 100만 8000원. 정상 가격(130만∼180만원대)보다 많이 쌌다. 일본이나 두바이 등을 경유하는 60만∼80만원대 항공편도 있었지만 편하고 빠른 직항편을 택했다. 숙박은 유럽지역 호텔 예약 전문업체인 MK유럽(02-719-0461)을 통해 일정에 맞는 주요 도시에 호텔을 정했다. 인터넷에 숙박예약 사이트가 많지만 MK유럽은 국내 여행사 등에 호텔을 공급하는 다국적 호텔 체인업체로 훨씬 저렴하다. 숙박은 특급부터 일반 호텔까지 다양하며, 숙박비는 문의해 경비에 맞추면 된다. 교통수단의 경우 지하철이나 버스 등 단거리 이동은 현지에서 해결하면 되지만 철도나 렌터카 등은 국내에서 예약하는 것이 편하고 저렴하다. 유럽 지역의 철도는 레일유럽 한국사무소가 있는데 개인 예약은 받지 않으며, 서울항공(755-1144)과 걸리버(2170-6500),RTS(722-4033)에서 대행한다. 렌터카는 허츠나 에이비스, 알라모 등의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개별 여행인 만큼 휴대전화 로밍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통신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략 분당 발신은 1000∼2000원, 수신은 400∼500원이다. 여행자 보험은 출국직전 공항에서 가입하면 된다. 비용은 보상액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사망 1억원, 상해치료 2000만원, 질병치료 1000만원, 휴대품 분실 40만원의 경우 10일에 1만 5000∼2만원선이다. 여행 준비물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자기가 가볼 곳에 대한 여행정보를 미리 찾아 준비하고, 프랑스 여행서적 2권 정도를 지참하면 좋다. 특히 파리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광지는 불어 안내서밖에 없는 만큼 불어 사전도 지참하면 요긴하다. 이 정도만 준비하면 여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기타 현지 여행 정보는 기사의 <ⓘ>를 참고하면 된다. ◆ DAY1 몽마르트르, 야경에 취하다 ●설렘과 걱정, 파리에서의 첫날밤 ‘잠시후 샤를르 드골공항(CDG) 도착하겠습니다.’현지 시간 오후 6시40분(국내 시간 새벽 1시40분). 파리 도착을 알리는 대한항공 KE 901편 기장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파리의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그저 파랗기만 하다. 오후 1시55분 서울을 출발한 비행기는 12시간을 날아왔지만 파리는 한낮의 강렬한 태양이 내리쬔다.‘뭘 해야하나?’ 첫 숙박지를 찾는 것조차도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목적지는 파리시내 북쪽에 위치한 ‘포레스트 힐 라 빌레트’(Forest Hill La Villette). 시내 지도를 펴고 한동한 고민한 끝에 고속전철(RER)과 지하철을 타는 것이 찾기 쉬울 듯싶어 공항 RER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RER 티켓(8.75유로)과 지하철표를 10묶음 단위로 할인 판매하는 ‘카르네’(carnet)를 구입했다. 지하철과 버스를 함께 탈 수 있는 티켓 1장은 1.30유로지만 카르네는 10유로. <ⓘ-1> 처음 타본 RER는 후텁지근했는데 무엇보다 내릴 역에 대한 안내방송이 없어 당혹스러웠다.RER는 20분만에 파리 북역(Gare du Nord)에 도착했고, 지하철 2,7호선으로 갈아타고 ‘포르트 드 라 빌레트’(Porte de la Villette)역 에 내렸다. 지하철 역시 안내방송이 없어 역구내의 간판을 보면서 내릴 곳을 가늠해야 했다. 지하철 문도 우리와 달리 수동식으로 내릴때 녹색버튼을 누르거나 손잡이를 손으로 돌려서 열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호텔 프런트에 ‘호텔 바우처’(호텔 예약서)를 보여주고 방을 얻은 뒤 짐을 풀었다. 별 3개인 호텔 숙박료는 조식을 포함,1박에 210유로. <ⓘ-2> ●젊음이 가득한 몽마르트르 언덕 밤 9시. 피곤함이 밀려왔지만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가기위해 과감히 방을 나섰다. 지하철 7,2호선을 타고 앙베르(Anvers)역에 내려 사크레쾨르 사원이 있는 언덕을 올라갔다. 순백의 성당 잔디에는 늦은 시간에도 많은 인파로 붐볐고, 언덕위의 노천 식당 테라스는 활기가 넘쳤다. 배가 고파왔다. 성당 아래 ‘레테 앙 팡트 두스’(L´ete en Pente Douce)라는 작고 예쁜 식당을 찾았다. 식사는 ‘오늘의 요리’로 치즈와 토마토, 돼지고기 등을 넣은 샐러드 ‘살라드 뒤 뮐레’(11유로)로 양이 무척 많다. 팁은 식탁에 놓고 나오면 된다. <ⓘ-3> 순백색 조명을 밝힌 성당을 올라가자 야경을 감상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남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 남녀가 키스를 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했지만 너무 자주 보여(?) 금방 익숙해 졌다. 이어 성당을 끼고 오른쪽길로 올라가면 몽마르트르 언덕이 나타나는데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10여명의 화가들이 관광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었다. 밤 12시 호텔로 돌아와 파리의 첫날밤을 지냈다. 한국 시간으로 치면 아침 7시로 밤을 꼴딱 세운 셈이다. <ⓘ-4> ◆ DAY2 센강은 좌우를 나누지 않는다 ●쪽빛 하늘을 따라 도심을 걷다 눈이 부시도록 파란 물빛이 창밖에서 쏟아진다. 그 빛에 놀라 잠을 깬 것은 오전 5시. 시차 탓에 빨리 일어난 것이다. 호텔에서 간단히 빵과 커피로 아침을 먹은 뒤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나섰다. 오전 8시. 지하철을 타고 파리의 중심인 시테(Cit)섬의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5> 시테역에 내리자 고딕 건축의 최고 걸작인 대성당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에는 파리 중심석이 새겨져 있다. 형형색색의 스테인드 글라스가 비취는 성당 내부는 장엄함과 엄숙함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이어 걸어서 파리의 중심을 흐르는 센(Seine)강을 건넜다. 강폭은 넓지 않았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파리 3·4대학(소르본대학)을 거쳐 뤽상부르 공원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앙리 4세의 왕비가 세운 공원으로 넓이가 25만㎡에 이른다. 사각형으로 반듯하게 깎아놓은 나무과 넓은 잔디밭. 잔디에 누워 하늘을 봤다. 구름 한점없는 하늘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죽은자들의 세계 카타콩브 찌는 듯한 더위는 시원한 곳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지하묘지 카타콩브(Catacombes·입장료 5유로). 사전 지식이 없이 들어간 지하묘지는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주택가 한복판에 만들어진 지하묘지로 800m에 이르는 동굴안에 인골 600만기가 안장돼 있다. 낮 12시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거의 없다. 나선형 계단을 땅속으로 내려가자 어두컴컴한 동굴안에서 서늘함이 밀려왔다. 기온은 11∼12도. 밖의 날씨와 비교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다 못해 춥다. 가로 1.5m, 높이 3m의 동굴을 따라 100m쯤 걸어들어가자 유골이 동굴 양 옆으로 빼곡하게 쌓여 있다. 출구까지는 45분이 걸린다. 밖으로 나와 인근에 있는 ‘와자’(Wadja)라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 지역 예술가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는 식당이다. 매일 바뀌는 오늘의 메뉴는 전채요리와 메인요리, 디저트 세 가지로 구성된다. 전채요리는 꽃양배추 샐러드, 메인요리는 생선과 쇠고기, 디저트는 과일프루츠나 치즈빵 중에 고르면 된다. 발품을 팔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다. 가격도 14유로로 비교적 저렴하다. 몽파르나스 묘지는 철학자 사르트르와 시인 보들레르, 소설가 모파상 등 저명인 100여명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인근 주민들에게는 공원처럼 편안한 곳이다.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집을 찾아 지하철을 타고 7호선 퐁마리(Pont Marie) 역에 갔다. 역에서 나와 퐁마리 다리를 건너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바로 보이는 ‘베르티용’(Berthillon)이라는 집이다. 유사한 아이스크림 집이 많아 헷갈리기 쉽지만 간판에 ‘31번’이라고 쓰인 집이 원조다. 가격은 1컵짜리가 2유로,2컵짜리가 3.5유로다. <ⓘ-6> 휴식도 여행의 일부. 오후 8시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7> ⓘnformation center ⓘ-1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RER와 버스, 택시 등 다양하다.15∼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에어프랑스 버스의 경우 편도 11.50유로 정도이며, 택시는 도심까지 40∼50유로(야간 20% 할증)다. 환율은 1유로에 1240원 정도. ⓘ-2 이는 공시 가격으로 국내에서 예약하면 훨씬 저렴하다. 호텔 숙박료는 대도시와 지방,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지방 도시의 별 1∼2개짜리 호텔이 40∼80유로다. 별 3개 이상은 100∼300유로 선이다. ⓘ-3 팁은 음식값이나 택시요금의 10% 정도지만 식당에서는 통상적으로 2∼3유로 정도면 된다. ⓘ-4 항공권은 에어프랑스 티켓을 끊었지만 왕복 대한항공을 이용했다. 인천∼파리행은 오전 10시25분, 오후 1시55분 두차례 있는데 오전은 에어프랑스, 오후는 대한항공이 운항된다. 두 항공사가 코드셰어(좌석공유)를 해 두 곳 중 저렴한 항공사에서 티켓을 끊으면 된다. 돌아오는 항공편은 오후 1시15분,9시50분에 있다. 에어프랑스 티켓으로도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하다. ⓘ-5 지하철은 14호선까지 있으며, 운행은 오전 5시30분부터 자정넘어(0시30분)까지 운행한다.1·3·5일권인 파리비지트 패스(www.parisvisite.co.kr) 등 다양한 할인 티켓 제도가 있지만 하루에 티켓이 2∼3장 정도면 충분한 만큼 카르네가 간편하다. ⓘ-6 프랑스 거리는 집 주소만 알면 지도 한장만 들고도 어디든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잘 정비돼 있다. 지도에 표시된 도로 번호를 따라 가면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다. ⓘ-7 프랑스 전원은 220V로 우리나라와 같다. 자기전 카메라와 캠코더 등을 충전하면 된다. ◆ DAY3 전원 드라이브, 느림을 즐기다 ●파리의 명물 에펠탑과 개선문 전날 너무 일찍 잠을 청한 탓에 눈을 떠보니 새벽 2시. 잠이 오지 않아 오후부터 시작될 렌터카 여행을 준비했다. 책을 펴고 오를리(Orly) 공항에서 노르망디 지역의 수도원 몽생미셸로 가는 길을 연구했다. 전날 5유로 주고 구입한 미슐랭(Michelin) 프랑스 전도를 펴고 고민하는 사이 어느 덧 날이 밝았다. 오전 일정은 에펠탑과 개선문. 식상하리만치 유명한 파리의 상징물이지만 빼놓을 수는 없었다. 오전 8시 에펠탑을 향했다. 에펠탑은 6호선 트로카데로(Trocadero)역과 비르아캥(Bir-Hakeim)역에서 내리면 갈 수 있다. 샤이요(Chaillot) 궁전도 구경하면서 내려갈 겸 트로카데로 역에서 내렸다. 멀리 샹드 마르스 공원과 에펠탑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1898년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된 에펠탑은 높이 320m로 3개 층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전경을 볼 수 있다. 이어 샤를르 드골 에투알(Charles de Gaulle Etoile)역에서 내려 개선문을 본 뒤 콩코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샹젤리제 거리를 걸었다. 넓은 도로를 따라 유명브랜드 매장이 줄지어 있다. 오를리 공항을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센강을 따라 앵발리데(Invalides) 옆에 있는 에어프랑스 버스정류장으로 걸었다. 센강 유람선을 타는 바토뮤슈 승선장에는 일찍부터 관광객들이 유람선 관광에 나섰다. 센강과 어우러진 에펠탑의 풍경이 장관이다. 퐁데 앵발리드 다리와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앵발리드 공원을 지나자 정류장이 나타났다. 도보로 30분. 오를리행 버스는 30분마다 1대씩 있는데 1인당 8유로다. 차비는 기사에게 내면 된다. 시내 교통이 막혀 공항까지 40분쯤 걸렸다. ●렌터카를 몰고 시골 풍경속으로 오를리 웨스트 공항 허츠 렌터카 데스크에서 한국에서 예약한 바우처와 함께 국제면허증, 신용카드를 내밀자 손쉽게 수속을 끝냈다. 직원은 프랑스내 호텔 주소를 물은 뒤 “한번도 안 탄 새차를 빌려 주겠다.”며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수속을 마친 뒤 터미널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렌터카는 이제 막 출고된 소형 벤츠. 타코미터(운행기록장치)에 36㎞라고 찍힌 갓 출고된 차량이었다.<ⓘ-8> 오후 1시30분. 무작정 공항을 빠져 나왔다. 낯선 곳에서의 운전, 낯선 차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왔다.‘괜히 빌렸다.’는 후회도 들었다. 렌터카 직원이 “공항을 나가 5분쯤 파리 시내쪽으로 가다가 ‘베르사이유’(Bersailles) 방향의 표지판이 보이면 그 길로 진입하라.”고 알려줬지만 긴장한 탓에 진입로를 놓쳤다.10여분쯤 헤매다 결국 차를 세운 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겨우겨우 고속도로에 오를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는 차가 많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편도 3차로의 차선중 모든 차가 가장자리의 차선을 이용한다는 것. 추월할때만 1·2차선을 이용했다.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는 130㎞, 비가 올 때는 110㎞. 차들은 운전경력 15년인 나도 별로 내본적이 없는 170∼190㎞의 속도로 말그대로 쌩쌩 달린다. 어느 정도 운전에 익숙해지자 주변 경치가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널찍한 벌판에 젖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그림속의 풍경들이 계속 이어졌다. 긴장이 풀리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샤르트르 지방을 지나 고속 휴게소로 들어갔다.<ⓘ-9> 낯선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달린지 3시간. 국내에서 좋아하는 음악 CD 등을 가져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국도로 1시간쯤 달리자 오후 5시30분 몽생미셸에 도착했다. 널찍한 갯벌 사이로 난 긴 도로를 달리자 햇빛을 받아 금색으로 빛나는 웅장한 수도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도원 앞 주차장(주차료 4유로)에 차를 세운 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성 내부 관람은 6시까지로 아쉽게도 입장이 마감됐다. 그렇지만 성안 마을 등은 돌아볼 수 있었다. 성안은 17세기의 마을 모습 그대로다. 고풍스러운 호텔, 식당, 매점, 기념품 가게 등이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과거의 마을이다. 레스토랑 호텔인 ‘메르 풀라르’ 맞은편에 있는 유명한 비스킷 가게에 들러 버터와 우유가 듬뿍 들어간 ‘칼레트’ (9유로) 한상자를 샀다. 오후 8시쯤 성을 나와 숙소를 잡기로 했다. 다른 지역의 숙소는 서울에서 미리 예약을 했으나 이 지역은 렌터카 일정이 늦게 결정되는 바람에 숙소를 정하지 못했다. 몽생미셸에서 10분쯤 거리에 있는 성밖 마을에는 호텔들이 많았다. 그러나 차로 1시간을 달려 항구도시 생말로(St.Malo)에 도착했다. ●시골 피자집 아저씨의 미소 밤 9시. 생말로는 젊음의 활기가 넘쳤다. 해변에는 수영하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제트스키, 보트 등이 거친 물살을 가르며 달렸다. 숙소는 유스호스텔의 일종인 상트로 바트릭 바탕고 ‘오베르주 쥐네스’(Auberge de jeunesse). 건물이 아담하고 예쁜데다 해변 근처에 있어 인기가 높은 숙소다.2인실을 빌려 짐을 풀었다.(숙박료는 조식 포함 1인당 16.5유로). 방은 깨끗하고 넓었다. 직원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자 “올 초부터 한국 배낭여행객들이 조금씩 찾고 있다.”며 2유로인 침대 커버를 무료로 건네줬다. 짐을 풀고 인근 ‘엘 파티오’(El Patio)란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했다. 작은 피자와 시원한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자 하루의 피로가 씻은 듯 달아났다. 특히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고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피자집 아저씨의 미소는 두고두고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음식값은 10유로. ⓘnformation center ⓘ-8 렌터카는 국내 대행업체에 전화로 예약하면 이메일로 바우처를 보내주는데 인쇄해서 가져가면 된다. 비용은 24∼27일(3박 4일) 72시간 빌리는데 89.59유로이며, 세금 등을 포함해 143유로 정도가 든다. 예약시 오토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국제면허증은 각 운전면허시험장에 가면 당일 발급해 준다. 인지대 5000원. ⓘ-9 휴게소는 우리나라 비슷하다. 주유소를 거쳐 들어가면 대형 슈퍼마켓과 화장실, 레스토랑이 있다. 톨게이트도 우리나라 체계와 비슷해 입구에서 표를 뽑은 뒤 나갈 때 돈을 지불한다. ⓘ-10 프랑스의 운전에서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것은 ‘선진입차 우선’인 교차로. 우리나라와 같은 사거리에는 대부분 로터리가 있는데 왼쪽에 진입한 차가 없으면 들어갈 수 있다. ⓘ-11 고성 투어버스는 투르역 광장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출발하는 투어 차량이 있다. 반나절(5∼6시간), 하루코스(9시간) 등이 있는데 20∼40유로다. 입장료와 점심값은 별도다. ◆ DAY4 투르, 동화나라로 가는 길 ●생말로에서 투르까지 안개 낀 ‘그랑베 섬’(Rocheur du Grand Be)과 해안선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해변은 이른 아침부터 조깅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간간이 빗줄기가 쏟아지는 해변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를 몰고 시내를 한바퀴 돌았다. 좁은 도로를 따라 가자 프랑스 최대의 항구답게 수백여척의 요트가 정박해 있고, 영국 등지로 떠나는 대형 여객선도 기적을 울리며 사람들을 불렀다. 오전 10시. 간단하게 숙소에서 아침을 해결한 뒤 루아르(Loire) 고성지역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고속도로보다는 시골 국도를 달리고 싶은 마음에 국도를 따라 떠났다. 내리던 빗줄기도 점차 줄어든다.<ⓘ-10> 시골길은 무척 한적했다. 스쳐지나가는 하나하나의 풍경이 그림이다. 그래서 프랑스에 고흐, 고갱, 마티스 등 유명 화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스쳤다. 대형 지도를 따라 가다 보니 수차례 길을 잃었지만 그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그냥 주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라발, 앙제시내를 거쳐 지나갔다. 기름이 거의 바닥이 가까워 온다. 주유도 하고 잠시 쉴 겸 다시 고속도로에 들렀다. 얼마쯤 달리자 휴게소다. 주유소는 셀프 주유다. 노랑, 파랑, 빨강 라벨의 주유기가 있어 어느 것을 넣어야 하나 잠시 고민. 근처에 있는 “주유원에게 어느 것을 넣어야 하느냐”고 묻자 ‘쉬페르 프르미에르’(Super Premiere)라고 쓰인 노란색 주유기를 가리켰다. 처음으로 직접 해보는 주유. 차의 주유기를 열고 넣자 45ℓ나 들어간다. 기름이 가득차면 저절로 멈춰 주유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름값은 50유로로 따져보니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계산은 주유한 후에 중앙에 있는 계산원에게 가서 주유기 번호를 불러주면 된다. 투르로 향하는 길은 영화속에서나 봤음직한 전원 풍경 그대로다. 경치에 취해 차를 대놓고 쉬어가기를 여러번. 사나흘을 머물러도 좋을 듯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의 만남 오후 4시 ‘프랑스의 정원’으로 불리는 루아르 계곡에 접어들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긴 1020㎞의 루아르 강을 따라 르네상스 시대의 왕후, 귀족들의 수많은 성이 흩어져 있다. 프랑스 전역에 약 5000개의 성이 있는데 이중 쉬농소·앙부아즈·랑제·앙제·블루아·쇼몽·슈베르니성 등 80여개가 이 곳에 있다.<ⓘ-11> 첫 목적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무대가 된 위세(Uss)성. 투르시내에서 28㎞떨어진 곳으로 1485년에 건축됐다. 동화속의 성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첨탑이 주변 경치와 어울려 아름답다. 너무 조용해 정말 공주가 잠만 잘 수밖에 없었을 것처럼 고요하다. 사진은 성 앞에 있는 작은 강 뒤에서 찍는 것이 예쁘다.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인근에 있는 아제 르 리도(Azay-le-Rideau)성으로 향했다. 성보다는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휴양객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점심은 인근의 ‘라망드’라는 식당에 들어가 오믈렛(8유로)으로 간단히 때웠다. 이어 빌랑드리(Villandry) 성으로 향했다.16세기 건축물로 르와르 고성중 가장 마지막에 곳.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기 쉽지 않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고성 관광’ 안내 광고에 등장할 정도로 아름다운 성이다. 각종 야채가 있는 정원, 장식정원, 분수정원 등 정원이 특히 아름답다. 내부와 정원 관광은 8유로. 오후 7시. 투르 시내에 예약한 ‘홀리데이 인 호텔’에 들어갔다. 기차역 앞에 있어 찾기 쉬웠다. 주차장에 들어가려면 먼저 호텔 체크인을 한 뒤 가로막을 통과할 수 있는 비밀 번호를 받아야 하며, 주차료 7유로를 내야 한다. 식사는 역 앞에 있는 ‘로데옹’(L´odeon)이란 식당.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민물고기 요리를 파는 곳으로 가격은 15∼20유로. ◆ DAY5 작은 마을에 들러 고흐를 기리다 ●투르에서의 한적한 휴일 프랑스의 주말은 어떨까. 시민들의 휴일 생활을 엿보려 일요일마다 시청앞에 장이 서는 벼룩시장을 찾았다. 100여개의 노점에는 집에서 쓰던 소품이며, 책, 그림, 찻잔, 액자, 음악판과 CD 등 없는 것이 없다. 쓰던 물건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 예쁜 액자 하나를 사려고 물어보자 30유로. 새것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 시내를 빠져나오자 몽콩투르(Moncontour) 포도주 동굴 저장 지역이 나왔다. 파리로 향하던 중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난 이 곳의 경치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다.‘포도밭 산책로’라는 표지판을 따라 올라가보니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끝없이 펼쳐진 넓은 포도밭과 대형 저장고가 보였다. 마을 전체가 포도주를 생산하는 곳이다. 인근에 있는 ‘뱅 드 부브라이’라는 곳에는 바위산에 동굴을 뚫고 집을 지은 이색적인 마을. 바위산 위에 지은 돌탑과 그 아래 마을, 호텔 등 모두가 돌산과 연결돼 마을이 형성돼 있다. 렌트카로의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시내 북쪽에 있는 조그만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파리 외곽도로의 교통 체증 탓에 5시가 넘어서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고흐의 발자취를 찾아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1890년 7월 고흐가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곳. 비록 이곳에서 고흐가 산 시간은 두달 남짓하지만 이 곳을 무대로 많은 그림을 남겼다. 고흐가 자취했던 ‘라부(Ravoux)의 숙소’(입장료 5유로) 등 골목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 찾기 하듯 고흐의 자취를 더듬어 갈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안내판이 나온다. 그림을 그린 방향을 어림잡아 가늠해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다. 마을과 계단, 오베르 교회, 까마귀 들판 등을 그림의 소재를 돌아본 뒤 산중턱에 있는 고흐의 묘지를 찾았다. 동생과 나란히 묻혀 있는 묘지는 담쟁이 덩굴로 둘러싸여 있지만 다른 묘지들에 비해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 오후 8시. 오를리 공항 근처 홀리데이 인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먹은 뒤 내일을 기약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DAY6 니스 해변, 푸른 바다에 마음을 적시다 ●렌터카 여행을 마치고 렌터카를 반납한 뒤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남프랑스의 니스(Nice)로 향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공항터미널로 향했다. 렌트카 반납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오전 11시 공항으로 출발했지만 반납은 열쇠를 건네 주는 것으로 간단히 끝났다.<ⓘ-12> 비행기는 오후 3시. 공항 방침상 짐을 보관해 주는 장소나 라커가 따로 없기 때문에 출발 시간까지 무작정 공항에서 기다려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비행기가 1시간30분이나 연착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3∼4시간 걸리는 떼제베(TGV)를 이용하는 것는 건데 아쉬움이 든다. ●가슴을 열어주는 니스해변 오후 6시 ‘리비에라의 여왕’이라는 별칭이 붙은 니스에 도착했다. 국제 영화제로 유명한 칸느와 함께 지중해를 바라보는 꼬뜨다쥐르 지방의 중심도시.4번홀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선 버스’(요금 4유로)에 올랐다. 니스 해변을 따라 가는 버스에서 보는 풍광이 눈을 사로잡는다. 공항에서 해변까지는 약 6㎞.20분 정도 걸린다. 리비에라(Nice Riviera) 호텔에 짐을 푼 뒤 곧바로 해변으로 향했다. 그냥 물속으로 뛰어 들고 싶을 정도로 푸르다. 그 속에서 흘러가는 여유로운 시간. 호텔에서 마세나광장에서 해변으로 가면 활모양으로 뻗은 해안을 따라 화려한 호텔들이 즐비하다.<ⓘ-13> 프롬나드데장글레(영국인의 산책로)는 해안을 따라 3.5㎞에 걸쳐 계속되는데 해변은 형형색색의 파라솔과 데크체어로 채워져 있다. 밤 9시가 넘도록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긴다. 볼거리도 많다. 마세나 광장 등지에서는 음악공연과 길거리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길거리에 동상처럼 서있는 각종 캐릭터 모형은 실제 사람으로 관광객들이 돈을 넣으면 슬쩍 움직인다. 이 곳에서 동쪽으로 가다보면 약간 높은 바위산이 보이는데 이곳이 빠끄 드 샤또라고 불리는 ‘성터공원’이다. 해안선과 옛항구 등 니스의 마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 엘리베이터(편도 0.7유로)가 있다. 맛집은 마세나 광장 인근에 있는 지중해 요리 전문점 방돔(Le Vendome)에서는 원조 홍합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9유로. ◆ DAY7 칙칙폭폭, 지중해를 끼고 달리다 ●기차를 타고 지중해를 따라 기차를 타고 지중해의 쪽빛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것만큼 시원한 것이 있을까. 맑게 갠 하늘, 검푸른 지중해의 먼 바다, 수영복 차림으로 바닷가를 거니는 연인들…. 니스에서 칸, 툴롱, 마르세유, 아를, 아비뇽을 거쳐 계속되는 철로변의 풍경은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굳이 어느 도시에 내리지 않아도 창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광만 보아도 가슴이 시원하다. 이렇게 기차 여행이 시작됐다. 호텔에 큰 짐을 맡긴 뒤 니스빌 역으로 갔다. 한국에서 끊어온 3일짜리 프랑스철도 자유 티켓으로 첫 목적지인 아를(Arles)로 향했다. 시간표는 각 역마다 비치돼 있다. 직접 가는 편도 있지만 대부분 마르세유(Marseille)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오전 9시 니스역에서 기차를 타고 갔다. 가는 길은 영화의 도시 칸 등을 지나가는데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마르세유엔 11시26분, 아를에는 오후 1시51분에 도착했다. 기차는 영화에서 보는 왜건형 칸막이방. 한 방에 6명이 마주보고 앉아서 간다. ●작지만 예쁜도시 아를과 아비뇽 론강(Le Rhone)을 끼고 있는 아를은 작지만 기원전 1세기 로마시대의 유적 등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아를 역에서 걸어서 라마르틴 광장을 거쳐 내려가면 카발르리몬, 원형투기장, 고대극장, 생트로핌 교회, 반고흐 카페, 반고흐 다리 등 볼거리가 많다.3세기 초엽 만든 생트로핌 교회는 로마네스크 미술의 견본으로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장소다. 반 고흐가 요양을 했다는 아를 요양원에서는 이젤을 펴놓고 예쁜 정원을 그림에 담는 화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반고흐 다리는 시내에서 직접 가는 버스가 없다. 바리올(Barriol)행 1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20분 정도를 걸어야 볼 수 있다. <ⓘ-14> 오후 6시 아를 역으로 돌아와 인근 도시 아비뇽(Avignon)으로 향했다. 기차로 17분.14세기 교황청이 이 곳으로 이전해 오면서 세계 교회의 중심지가 됐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교황청 광장 주변 카페들이 예쁜데 로셰 데 돔 공원에서 바라본 론강의 경치가 압권이다. 공원에서는 ‘생베네제’ 다리가 보이는데 우리에게도 익숙한 멜로디인 ‘아비뇽 다리위에서’라는 동요의 무대가 된 곳이다.12세기 지어졌으나 17세기 홍수로 소실돼 지금은 반쪽만 남아있다. <ⓘ-15> ◆ DAY8 섬섬옥수, If I were a bird ●하늘 빛을 담은 프리울섬 마르세유 항구에 있는 어시장은 어촌 마을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갓 잡아 올린 정어리와 도미 등 각종 생선을 판매하는 어부들과 아침 찬거리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BC 600년전 그리스인들이 세운 항구도시다. 마르세유에서는 한번쯤 여객선을 타고 인근섬 여행을 떠나도 좋다. 아침 일찍 항구의 ‘벨주부두’에 있는 마르세유 여객선 터미널(www.answeb.net/gacm)을 찾았다. 이 곳에서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가 됐던 ‘이프섬’(Ile D´If)으로 가는 배가 떠난다. 왕복 10유로. 오전 9시부터 1시간 단위로 배가 출발하는데 만선이면 시간에 관계없이 출발한다. 이프섬은 배로 10여분 남짓 걸린다. 여객선의 종착지는 이프섬에서 10분쯤 더 떨어진 ‘프리울 섬’으로 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성이다.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은 사막을 연상케 한다. 섬에 내려 순회 코끼리 열차(왕복 3.5유로)에 올랐다. 차로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30분쯤 걸리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황홀하게 만든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해수욕장이 있는데 쪽빛 물빛 그자체다. 가는길에 있는 해수욕장은 2∼3일쯤 푹 쉬다가고 싶게 만든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전 11시30분 배를 타고 서둘러 섬을 나왔다. 기차를 놓쳐 바로 직후 있는 테제베를 예약했다. 일반 철도는 그냥 타도 되지만 테제베는 예약이 필요하며, 따로 수수로(1.5유로)를 내야한다. 그래도 프랑스 대표 철도인 테제베를 타본다는 기대감에 표를 끊었다. 그러나 니스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50분. 일반열차가 2시간10분 걸리는 것에 비해 이 구간에서만은 시속 300㎞이상으로 달린다는 테제베가 오히려 일반 고속열차보다 느리다. 자리도 일반열차에 비해 불편하다. ⓘnformation center ⓘ-12 렌터카 반납시 우리나라와 달리 꼼꼼하게 체크하거나 묻는 일이 없다. 기름이 부족하거나 렌트 시간을 초과하면 미리 100유로 정도 임치해 놓은 돈에서 제하고 돌려준다. ⓘ-13 공항 등 프랑스의 공공장소에서는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유아 등에 대한 우대가 특별하다. 줄을 서지 않고 우선적인 서비스를 받는다. ⓘ-14 프랑스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계절이 분명한데 남프랑스는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에는 덥지만 건조해 지내기 쉽고, 겨울에도 온난하다. ⓘ-15 프랑스 철도 예약을 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여행 계획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철도 패스중 적합한 것을 골라야 한다. 패스를 이용하는 국가 수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다. 유럽 전지역을 돌아다니려면 유레일 패스가 유리하지만 프랑스 등 특정 국가만을 여행하려면 프랑스 패스를, 프랑스와 인근 국가 3∼5개국을 이용하려면 유레일 셀렉트 패스를, 프랑스와 이탈리아 2국가만 여행하려면 프랑스-이탈리아 패스를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다. 프랑스 철도패스는 1등석 성인이 299달러이며,2명 이상 여행할 경우 세이버 티켓을 끊으면 15%정도 저렴하다. 나머지 패스의 경우 1개국을 추가할 때마다 7만∼10만원정도 요금이 올라간다. 특히 철도패스에는 센강 유람선, 박물관 할인 등 보너스 할인 혜택이 있으므로 꼼꼼하게 살펴보면 좋다. 모든 패스로는 해당국가 테제베와 일반 철도 모두를 탈 수 있는데 테제베를 타려면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야 하며, 예약비로 1.5∼8유로 정도를 내야 한다. 일반 철도는 예약없이 기차역에 나가 오는 기차를 그냥 타면 되는데 3일권의 경우 한달동안 3일을 탑승 횟수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 DAY9 포도주·풍경, 프로방스의 유혹 ●프로방스 철도에 몸을 싣고 아침 일찍 ‘살레야 광장’으로 향했다. 아침에는 과일, 야채 판매상과 꽃시장, 기념품 가게 등이 들어서 서민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니스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중심부에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 전문점 등이 즐비하다. 생필품은 물론 고급 브랜드부터 저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품목을 갖췄다. 우리나라에서 맛볼 수 없는 프랑스 전통 치즈와 포도주, 과자 등 각종 먹을거리를 맛봐도 좋다. 낮 12시 호텔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코드다쥐르 지방의 웅대한 산악풍경을 볼 수 있는 프로방스 철도(www.trainprovence.com)에 올라보기로 했다. 철도역은 니스역에서 북쪽으로 약 400m,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데 하루 4차례 정도 기차가 운행한다.<ⓘ-16> 철로가 단선이라 교행이 어려운데다 철로가 오래돼 수리를 자주해 역에 도착하면 돌아가는 기차 시간을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 기차는 두칸짜리 아담한 기차지만 10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 기차다. 기차역에서 프랑스철도 티켓을 보여주면 50% 할인해 준다. 디뉴까지는 150㎞로 3시간10분이 걸리는데 시간이 없어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앙트르보(Entrevaux)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17세기 요새마을 앙트로보 앙트로보까지는 크고 작은 13개의 기차역을 지나는데 1평 남짓한 간이역도 많다. 기차는 바르강 계곡을 따라 달리는데 깎아지른 듯 세워진 바위산과 계곡, 산허리에 매달린 자그마한 마을 등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차창밖으로 매력적인 마을이 즐비하다. 이날도 철로에 이상이 생겼다. 오래된 철로라서 수리중이라는 차장의 말에 따라 중간에 내려 2∼3개 역을 버스로 갈아타고 갔다. 바위산 단면들은 지층이 지리책에 나온 사진처럼 그대로 보아도 멋있다.2시간 걸려 도착한 앙트르보는 17세기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바위산 정상에 있는 요새도시가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든다. 성을 휘감고 올라가는 길이 이채롭다. 그 앞으로는 강물이 흐르고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는 고성문이다. 강에는 마을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마을은 한적하기 그지없다. 고성을 들어가는 길에 입장료를 따로 받는 사람이 없어 입장료 자판기에 돈을 넣고 3유로짜리 코인 티켓을 끊은 뒤 회전문에 넣으면 들어갈 수 있다. 올라가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그렇지만 건너보이는 마을 전경이 감탄이 나올 정도로 예쁘다. 정상에는 각종 방과 감시탑, 감옥 등 전형적인 성이다. 정상까지 다녀오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 DAY10 마지막 시간은 마티스와 함께 ●니스에 아쉬움을 남겨두고 이제 막 적응이 됐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오전에는 호텔에 짐을 맡기고 마티스 미술관과 샤갈 미술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마티스 미술관까지는 17번 버스(1.20유로)를 탔다. 가는 길에 검표원들이 버스를 가로 막고 표검사를 했다.<ⓘ-17> 마티스 미술관(입장료 4유로)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아 다소 실망스러웠다. 오히려 인근 시미에 지구에 있는 로마시대의 투기장과 원형극장, 목욕탕 등 유적들이 더 볼만하다. 이어 걸어서 20분정도 떨어진 샤갈미술관(입장료 4.5 유로)에는 구약성서 이야기를 묘사한 17장의 연작 유화 등 450점이 전시돼 있다. 오후 2시 공항으로 출발, 아쉬웠던 여행이 끝났다. 호텔에서 택시를 불러 탔는데 편도 요금은 25유로.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프랑스. 일상에 찌들어 쫓기듯 살아온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유익한 여행이었다. ⓘnformation center ⓘ-16 기차는 니스에서 알프스 온천마을인 디뉴(Digne)까지 운행한다. 니스에서 오전 06:42,09:00,12:43,17:00에 출발하고, 디뉴에서는 07:00,10:33,13:58,17:25분에 출발한다. ⓘ-17 버스 티켓을 기사에게 구입하면 꼭 버스에 비치된 개찰기(콩포스테·Composter)에 표를 체크해야 한다. 그래야 표에 시간이 찍히고 이후 표가 1시간 정도 유효한데 만일 이를 하지 않고 있다가 검표원에게 걸리면 ‘무임승차’에 해당하는 벌금을 문다. 무임승차하다 걸리면 30배의 벌금을 물게 된다. ⓘ-18 관광지와 호텔 주변은 소매치기 등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크게 위험하지 않다.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구급차(19), 소방서(18), 주 프랑스대사관(01.47.53.01.01), 한국관광공사(01.45.38.71.23), 대한항공(01.42.97.30.80)으로 연락하면 된다.
  • “집에선 꿈 못꿀일 여기서 해냈어요”

    “집에선 꿈 못꿀일 여기서 해냈어요”

    |딜리(동티모르) 홍희경특파원|“Welcome to our family.(당신은 우리 가족, 환영합니다)” 지난 달 28일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 시내의 돈보스코 성당에 환영 플래카드를 들고 나온 30여명의 아이들을 본 지원단원의 얼굴에 일순 곤혹스러운 표정이 스친다. 플래카드라 해봤자 코카콜라 종이 상자를 찢은 뒷면에 어설프게 만든 것이다. 그들이 불러주는 환영 노래가 17박18일의 긴 여정이 시작됐음을 일깨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우리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인천공항을 출발해 이곳에 오기까지의 긴 비행 중 단원들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물음이 맴돌기만 했다. ●“도와줄 수 없어서 화나.” 국제청소년지원단과 한국천주교 살레시오 소속 청소년 30여명은 딜리에 여장을 풀고 닷새를 보냈다. 본격적인 지원활동을 할 오큐시 이동을 앞두고 봉사에 필요한 장비를 사고, 독립전쟁 전적지도 방문하면서 1999년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해 국가 재건의 삽질이 한창인 인구 80만명의 동티모르와 친숙해져 갔다. 지난 1일 그들은 배에 올라 공해를 거쳐 12시간을 항해해 오큐시에 닿았다. 섭씨 40도를 오르락거리는 이곳은 수도는커녕, 전기조차 없고, 이불마저 모자랐다. 샤워도 못한 채 준비해온 손전등과 침낭에 의지해 밤을 보냈지만 정작 봉사단을 괴롭힌 것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환경보다는 이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었다. 송정민(19·대학생)양은 “참가를 결정할 때는 봉사를 핑계로 또래들과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불순한 의도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와보니 어디서부터 도움을 줘야 할지조차 모르겠고, 그런 것을 치밀하게 생각하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동티모르 아이들 응원 속 페인트칠과 우물 파기 그러나 한가한 이런 생각도 잠시. 곧 새 교회당 건물을 페인트로 칠하는 팀, 양수기를 설치하는 팀 등으로 나뉘어져 활동에 들어갔다. 혹독한 더위 속에서 하루 종일 페인트칠을 하고는 샤워도 못한 채 쓰러져 잠든 지 1주일 만에 교회당 건물은 하얗게 변했다. 김진(17)양은 “흰색과 파란색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동티모르 사람들에게 깨끗한 건물을 선사했다.”면서 “한국이었다면 못했을 일을 날마다 몰려와 구경하는 동티모르 아이들 덕분에 힘을 얻어 해치울 수 있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또 설치된 양수기에서 콸콸 물이 쏟아져 나올 때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지원단장인 이명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장은 “봉사활동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이 남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지원단 대부분이 부모의 권유로 참여했기 때문에 봉사 목적을 혼자서 깨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이들의 큰 웃음 배웠습니다” 이 단장의 말대로 지원단원들은 봉사활동을 하고 동티모르 사람들과 부대끼는 날이 거듭될수록 생각도 자라고 있는 듯했다. 의사가 돼서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는 정한나(16)양은 “이곳 아이들을 보니 내가 도울 사람이 누군지 알겠다.”면서 “막연했던 꿈이 확실해지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지원단의 활동과 동티모르 사람들의 생활을 촬영해 방송국에 보낼 생각이라는 이충범(21)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게 웃는 이들의 모습이 신기한지 페인트칠을 하다가도 사람들이 웃을 때마다 비디오카메라를 들이댔다.“돈도 없고 일자리도 없고 단지 있는 건 희망뿐인 이곳에서 어떻게 다들 저런 큰 웃음을 지을 수 있죠.”라며 되묻는 충범씨의 미소는 이미 그들을 닮아 있었다. saloo@seoul.co.kr
  • 이란핵 ‘기회는 48시간’

    이란 핵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보수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6일 취임사를 통해 “주권 포기를 강요하는 다른 나라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직후 이란 정부는 전날 유럽연합(EU)의 평화적 핵 이용에 관한 제안을 거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9일 소집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긴급 이사회에 앞서 극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이란 핵문제는 유엔 안보리로 넘어가 이란에 경제적 제재가 가해지고 이란은 풍부한 석유 자원을 무기로 이에 강력히 맞설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우려마저 있다. 하미드 레자 아세피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6일 성명을 내고 EU 타협안은 “최소한의 기대”에도 못 미치는 것이라고 깎아내리며 이를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어떤 경우에도 핵 주권의 핵심이 되는 농축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외교정책의 근간이지만 이란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외세는 단호히 배격하겠다.”고 공언했다.특히 주권을 해치는 어떤 결정에도 따르지 않겠다고 밝혀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할 경우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11월부터 8개월 넘게 EU를 대표해 협상을 벌여온 영국과 프랑스·독일은 미국과의 사전 교감 아래 지난 5일 ‘평화적 핵 이용은 용인하되 핵무기 생산기반이 될 수 있는 핵연료의 자체 조달, 즉 우라늄 농축권만은 허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보기 좋게 이란측으로부터 거부당한 것이다. EU는 농축권 포기에 대한 보상으로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핵연료를 이란에 장기 공급하고, 평화적인 핵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서방과의 전면적 관계개선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현재로선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EU나 굴욕적인 협상을 거부한 이란 모두 스스로 핵 위기의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취임사는 협상 여지를 더욱 좁혔다는 평가다. 안보리 회부에 맞춰 이란은 조제(粗製) 우라늄광을 농축하기 용이한 육불화우라늄(UF-6) 가스로 변환하는 이스파한 핵시설 가동 착수라는 초강수로 맞불을 놓을 것이 우려된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Q여사에게 물어보셔요 (13)

      사연 : 남편이 집안일 너무 거들어 걱정인데요 우리는 결혼 4개월의 맞벌이 부부입니다. 다행히 둘의 직장이 다 출근시간이 엄격하지 않아서 군 일손을 두지 않고 단 두 식구의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있어요. 남들은 힘이 들 거라고 동정 비슷한 말을 하지만 집이 주부의 활동을 충분히 고려한 구조의「아파트」여서인지 조금도 힘든 줄을 모릅니다. 단 한 가지 불평이 제게 있다면 그것은 남편이 너무 집안일을 거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남편이란 집안일에 초연한 권위있는 남성이라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여성에게 친절해야 된다는 미국식「에티케트」는 저도 찬성이에요. 그러나 제가 혼자서 넉넉히 할 수 있는 일, 즉 방치우기, 설거지, 빨래까지도 남편은 마구 빼앗아서 하는 거에요. 그렇다고 마구 골을 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서울 이촌동 신금자> 의견 : 미안한 느낌 덜려는 것, 정신건강에 이롭답니다 「즐거운 비명」이란 바로 이런 일을 두고 있는 말이 아닐까요. 아내가 궂은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안타깝고 애처로우면 그러시겠어요. 모르긴 해도 당신의 남편은「나한테 시집와서 고생하는구나」하는 죄책감 같은 것을 품고 있는 모양입니다. 집안일을 거들고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 줌으로써 그 죄책감을 덜자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나 물론 무의식 중에 그렇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식의 억지친절이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설거지는 물론 일체의 집안일을 하고 심지어는 장바구니를 들고 아내의 뒤를 따라다니는 미국영화속의 남편들, 정말 매력 없어요. 이점은 저도 당신과 전혀 동감입니다. 어떤 사람은 이런 남편을 잘「길들여진 개」라고 하더군요. 댁의 남편은 이런 무기력하게「길들여진」버릇으로 집안일을 한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오히려「아내를 철저하게 호강시키고 가꾸고자 하는」남편으로서의 허영심이 식모 없는 맞벌이 살림으로는 충족되지 않아서 생기는 불만해소작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그러니까 집안일 돕기를 완전 거부하는 것은 남편의 정신건강에 그리 이로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눈치 못챌만큼만 남편이 맡은 일을 줄이는 것은 괜찮겠죠. 그러려면 집안에서 하는 남성의 일, 선반달기, 못박기 등의 일을 만들어 내는 한편 재미있는 책이나 잡지를 읽는 동안 부엌일을 재빨리 해치우는 등 책략을 써야겠어요. 그러면 당신이 원하는「집안일에 초연한 권위있는 남편」상으로 멀지 않아 길들여질 겁니다. <Q> [ 선데이서울 68년 12/15 제1권 제13호 ]
  • 무더위 불면증 이렇게 날려라

    무더위 불면증 이렇게 날려라

    낮 동안의 무더위에다가 열대야까지 겹쳐 잠을 설치는 사람이 많다. 그 바람에 생활의 리듬을 잃거나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더위에 지쳐 시원한 맥주나 수박 등을 찾지만 이런 식품이 숙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열대야도 잊고 건강하게 잠 잘 자는 법은 없을까. ●더위와 잠 열대야 속에서 잠들기 힘든 이유는 체온조절 때문이다. 열대야가 시작되면 인체의 체온조절 중추가 더위에 적응하기 위해 계속 각성 상태를 유지해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숙면을 어렵게 한다. 일반적으로 숙면에 적당한 기온은 25∼29도. 이런 조건에서는 쉽게 잠들 뿐 아니라 깊은 수면을 취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통상 수면은 렘 단계(REM)와 비렘(Non-REM)단계로 나누는데, 성장 및 성호르몬, 아드레날린 등이 분비되는 비렘 3∼4 단계와 렘단계가 깊은 잠이 드는 단계. 이때 숙면을 취해야 수면부족 현상을 느끼지 않고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더운 날씨는 수면 단계 중 렘 단계에 영향을 끼쳐 몸은 자나 뇌는 깨어있는 상태가 계속되게 된다. ●불면 그 이후 낮에 졸립고 일과 공부에 집중이 안되며, 능률이 떨어졌다면 잠을 충분히 못 잤다고 생각할 수 있다. 수면은 낮동안 지친 몸과 뇌를 회복시키고 성장 및 성호르몬을 분비하게 한다. 또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며, 상황에 대처하는 본능적 능력을 정상 수분으로 유지하도록 하는데, 이런 잠이 부족하면 심신이 부조화에 빠져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신경질적이거나 무력하게 되고 만다. 교통사고의 원인인 주간 졸림증이나 만성피로, 기억력 감소, 집중력 저하 등의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학습 및 작업능력도 크게 떨어진다. 질이 낮은 수면은 인지능력을 떨어뜨려 학습이나 일 처리 능률을 떨어뜨리며, 어지럼증과 두통, 기분장애 등 정신적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성장기 청소년들은 호르몬 분비를 막아 성장이 방해를 받기도 한다. ●열대야 속 잠 잘자기 열대야에도 불구하고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섭생과 운동, 생활습관을 잘 관리해야 한다. 취침 직전에는 전신의 긴장을 풀고, 낮동안 교감신경이 지배한 신경체계를 무리없이 부교감신경으로 변환시켜야 숙면에 이를 수 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등의 질환은 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의 숙면을 해치는 대표적인 수면 장애요인이다. 이런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밝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오는 잠을 억지로 청하는 것도 좋지 않다. 빨리 잠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잠을 방해한다. 따라서 정해진 수면 시간을 지키려고 필요 이상 민감해 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운동도 숙면의 조건이 된다. 그러나 피로가 수면에 도움이 된다며 밤시간대에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면 오히려 잠들기 어렵다. 잠자기 전의 운동이 대뇌작용을 활성화 시키기 때문이다. 운동은 잠들기 4∼6시간 전에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음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카페인이나 니코틴은 대뇌를 자극해 수면을 방해한다. 따라서 카페인이 많은 커피 녹차 홍차 콜라 초콜릿 등은 하루 두잔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 술은 대뇌의 기능을 저하시켜 잠은 잘 들게 하지만 전체적인 수면구도를 변화시켜 숙면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 음식은 수면 3시간 전에 섭취하며 잠들기 전에 공복감이 느껴지면 우유를 한잔 정도 마신다. 흡연도 수면을 방해한다. 흡연자는 자는 중에도 몸이 금단현상을 일으켜 4시간마다 뇌를 각성상태로 유도한다. 수박이나 물 등을 너무 많이 먹으면 체온을 떨어뜨리는 효과는 있지만 이뇨작용으로 수면을 방해하게 된다. 흡수된 수분이 체내에서 소변으로 바뀌기까지는 약 1시간30분 소요되므로 잠들기 직전에는 이런 음식을 피해야 한다. 예송이비인후과 수면센터 박동선 원장은 “가장 심각한 열대야 후유증은 바로 불면인데, 이 때는 억지로 자야겠다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수면에 빠지도록 환경이나 식습관 등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며 “지나친 냉방이나 찬 음식을 탐닉하기 보다 적절한 영양 및 수분,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도움말 박동선·이종우 예송이비인후과 공동원장.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독후감 숙제는 어떻게 쓰죠?”

    “독후감 숙제는 어떻게 쓰죠?”

    “선생님, 생활수기는 어떤 종이에다 써 와요?” 29일 서울 마포구 대흥동 양원초등학교 1학년 2반 교실. 고예곤(57) 담임교사가 방학 숙제를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진다. 학생들은 모두 60대 전후의 ‘늦깎이’들이지만 방학식을 맞아 들뜬 분위기는 여느 초등학교 교실과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국내 최초의 성인 대상 학력인정 초등학교로 문을 연 이 학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 방학식이 열렸다.4년 12학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17일간의 짧은 방학이지만,1학년 학생 280명은 “평생의 첫 여름방학”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방학숙제는 크게 3가지. 일기와 독후감 쓰기, 구구단 3번 쓰고 외우기 및 1∼100까지 숫자 2번 쓰기,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 온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생활수기 쓰기다. 대부분 한글을 처음 배운 학생들이라 아직 서툴지만 그래도 한학기 동안 써 온 일기는 자신있다는 눈치다. 문제는 난생 처음 쓰는 독후감 쓰기.28일 미리 나눠준 ‘이솝이야기’‘1학년 그림동화’‘우리나라 옛날이야기’ 중 한 권을 읽고 써야 한다. ●“글쓰기 잘 익혀 살아온 얘기 시로 쓰고파” 시키지도 않은 이솝우화의 ‘시골쥐와 서울쥐’ 얘기를 줄줄 늘어놓던 변두리(65·여)씨는 “수학 숙제는 어제 다 해치웠다.”고 말한다. 그는 “글을 쓰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는데 너무 행복하다.”면서 “대학도 꼭 가고싶고, 그동안 내가 살아온 얘기를 글로 쓰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전순(57·여)씨는 “평생 학교에 가 본 적이 없어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도 쓰지 못해 답답했는데, 이번 방학에는 바닷가에 가서 그림도 그리고 시랑 일기도 쓸 것”이라면서 “언젠가 내가 책도 낼 날이 올 것이니 기대하라.”며 활짝 웃었다. 최고령 학생인 박중은(80·여)씨도 방학이 설레긴 마찬가지다. 짐짓 “애들도 아닌데 방학이라고 들뜨기야 하겠느냐.”면서도 “틈틈이 보고싶은 책을 볼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고 좋아했다. ●“한글 깨쳐 운전면허 꼭 따야지…” 매일 밤새 청소원으로 일하고 바로 등교했다는 하종심(58·여)씨는 “방학 숙제도 열심히 하고 손자도 실컷 볼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일본에서 살다가 9살 때 돌아와 말이 안통하는 바람에 배움의 기회를 놓친 박동섭(69)씨는 “아들이 면허만 따면 그 날로 차를 사준다고 했다.”면서 “이번 방학 때는 한글을 완벽하게 익혀 꼭 운전면허를 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재 교장은 “평생 한글도 깨치지 못하고 살아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있다.”면서 “개학 뒤에는 동화구연대회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法’자에 미치고… 책수집에 미쳐

    ■ 동국대 손성 법대학장 ‘法’자 모아 박물관개관 ‘법(法)’자 하나로 동양사상의 핵심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문화박물관이 탄생했다. 손성(54) 동국대 법대학장은 10년 동안 우리나라와 중국 등 한자문화권 국가를 돌며 수집한 ‘法’자 100여점을 모아 최근 ‘법문관(法文館)’을 열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40평 규모 법문관에는 암각화와 갑골·금문(청동기에 새겨진 글자)·죽간·소전·흉배(관복의 가슴과 등에 붙이던 수놓은 헝겊조각) 속 ‘法’자들이 들어차 있다.‘法’자만을 모아 놓은 세계 유일의 박물관인 셈이다. 이 가운데 ‘法’자의 상징 동물인 어른 주먹 크기의 청동 해치상은 손 학장이 5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어렵게 구한 희귀품이다. 법을 공부하는 학자로서 ‘法’이란 글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손 학장은 “모든 사상과 철학의 핵심개념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신비하고도 여성적인 글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法’자의 뼈대를 이루는 ‘거(去)’자가 문자 출현 이전 선사시대에 활과 화살을 상징했다는 데서 깨달음을 얻었다. “모계사회에는 활과 화살이 권력의 상징이었지요. 그러다 점차 부계사회로 되면서 상징이 칼로 바뀌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法’자는 모계사회, 즉 여성을 상징하는 글자라고 볼 수 있지요.” 손 학장은 이런 가설을 담은 논문을 올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계법사학계에서 처음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법문관이 서양문화에 가려져 퇴색된 동양문화의 심오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충북 대성중 강전섭교사 15년동안 7000권 모아“우리 집은 차는 없어도 보물 같은 책들로 가득하다.” 매일 책 1∼2권을 모아온 충북 청주 대성중 강전섭(49) 교사. 강 교사는 “두 딸이 집에 놀러온 친구들에게 서재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하는 걸 보고 참 흐뭇했다.”고 말했다. 15년 전부터 모아온 책이 7000여권에 이르는 그의 서재는 ‘작은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청주대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면서 자료의 소중함을 깨닫고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강 교사가 가장 아끼는 책은 ‘소년’ 창간호. 육당 최남선 선생이 1908년 창간한 이 책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실려 있다. 그는 “1996년 충북문학 100년을 기념, 육당 관련 소장자료 전시회를 열었는데 육당의 넷째 아들 내외가 참석했다가 고마움의 표시로 건네준 것”이라며 당시의 기쁨을 되새겼다. 그의 신조는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狂) 않고서는 미칠(及) 수 없다). 처음에는 가족들의 눈치가 보여 책을 얻어도 문밖에 숨기거나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 뒀다가 모두 잠들고 나면 들여올 정도로 책 사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돈을 책 모으는 데 쓰느라 사지 못했던 승용차도 5년 전에야 마련했다. 그는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모은 책을 학교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도서 전시회에도 출품하고 있다. 다음 달 청주박물관에서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해방공간의 도서들’이라는 전시회에도 조선어학회의 ‘한글 첫걸음’(1945년) ‘정지용 시선’(1946년) ‘조선독립순국열사전’(1946년) 등 350여점을 출품할 계획이다. 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파업조종사 속리산 ‘휴양 파업’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의 파업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회사측이 24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호소하고 나섰다. 노동조합은 농성장을 충북 속리산으로 옮김으로써 파업 장기화를 예고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아시아나 주재홍 부사장은 이날 파업 8일째를 맞아 “노조가 농성장을 속리산으로 옮긴 것은 사실상 협상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더 이상의 국민 불편과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조정 등 파업을 제한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긴급조정은 강제로 파업을 중단시키는 조치로 일반적으로 ‘필수공익사업장’(철도·시내버스,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공급사업, 병원사업)에 대해 내려진다. 현행법상 항공운송사업은 일반 ‘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관련법에 ‘(일반 공익사업이라도)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이거나 규모가 크거나 국민경제를 해치거나 국민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에는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지금이라도 노동부 직권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긴급조정이 결정되면 노조는 즉각 파업을 중단해야 하고 30일간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없다. 이 기간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결정이 내려지면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농성장을 인천연수원에서 충북 속리산 부근 신정유스타운으로 옮겼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조합원의 동요와 탈퇴가 증가하는 등 결속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 노조집행부가 교통이 불편하고 외부 접촉이 쉽지 않은 곳으로 농성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지난 22일 오후 교섭이 결렬된 이후 서로 감정이 상해 향후 협상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13개 핵심안을 중심으로 ‘선(先) 노조요구안 수용’을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18개 조항을 먼저 철회하라며 맞서고 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여름방학 알차게 보내기] 초등학생 생활지도 이렇게

    [여름방학 알차게 보내기] 초등학생 생활지도 이렇게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가 이번 주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은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평소 하기 힘든 체험학습과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와 학교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자칫 불규칙하고 무기력한 생활에 빠질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학후 성적과 대학입시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학년과 학력에 따라 여름방학을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특히 초등학생은 방학을 맞아 들뜨기 쉽다. 인터넷 게임이나 TV시청을 놓고 부모와 자녀들이 입씨름을 벌이는 일도 흔하다. 그렇다고 부모 욕심대로 초등학생에게 공부만 강요할 수도 없다. 아직 자기관리 능력이 미숙한 만큼 꼼꼼한 생활·학습 지도가 필요하다. ●균형잡힌 계획표 짜기 방학의 성패는 어떤 계획표를 짜서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렸다. 공부와 놀이의 적절한 균형을 위해서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활계획표를 짜 실천하는 것이 필수다. 또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자율성과 책임감도 키워줄 수 있다. 계획표는 반드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짜도록 한다. 처음부터 아이 혼자 계획표를 짜면 너무 욕심을 내거나 현실성이 없는 계획표를 만들게 된다. 부모의 무리한 욕심도 금물이다. 아이에게 주도권을 맡기되 적절한 조언을 해 주면서 책임감과 성취감을 주는 것이 실천의 첫걸음이다. 일일계획보다는 요일별 계획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매일 같은 일상은 지루함을 줄 수 있고, 특히 고학년의 경우 월·수·금은 수영, 화·목은 피아노 하는 식으로 학습·취미활동에 변화가 필요하다. 요일별로 학원, 학습지, 교육방송 등 늘 해야 하는 일을 적어 넣고, 우선 순위를 배정한다. 하기 싫어하는 일일수록 먼저 해치우는 것이 좋다. 공부는 ‘수학 1시간’보다는 ‘수학문제집 2장 풀기’ 식으로 양을 정하는 것이 효과적. 아이가 꼭 보고 싶어 하는 TV프로그램 등은 아이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한다.TV와 컴퓨터 이용은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저학년은 생활패턴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원형의 일일계획표도 괜찮다. 기상 시간은 학기중과 같이 유지하도록 한다. ●부족한 학습·생활습관 보완 우선 아이에게 부족한 면이 무엇인지 진단을 해야 한다. 학습이라면 한학기 성적표와 수행평가 결과를 통해 부족한 과목이 무엇이며 특히 어떤 단원을 어려워하는지 찾아내 보충해 주어야 한다. 옆집 아이가 다니는 학원이 좋아보인다고 따라 보낼 것이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수학성적이 낮다면 어느 단원을 특히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약한지, 흥미가 전혀 없어서인지를 파악해 대처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꿀맛닷컴’은 현직교사 200여명이 온라인교실에서 출결을 관리하며 방학 중 공부를 무료로 도와주기 때문에 활용할 만하다. 시·도 교육청별로 유사한 학습지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생활지도도 중요한 부분. 예를 들어 젓가락질을 잘 못한다면 식사하기 전 콩 50개씩 옮기기 놀이를,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아이라면 방을 정리할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줘 일정량이 모이면 좋아하는 것을 사 주는 식으로 교정해줄 필요가 있다. 일기쓰기는 학습과 생활습관에 모두 도움이 된다. 짧은 일기라도 하루를 돌아보는 습관을 들이면 계획표의 실천도도 높일 수 있고 글쓰기 연습에도 도움이 된다. 신문기사를 오려 붙이면서 ‘스크랩 일기’를 쓰거나 독서일기, 사진을 이용한 일기쓰기는 상투적 표현을 방지하고 지루함을 덜어준다. 자기 전에 쓰려 하지 말고 저녁식사 전 등 여유있는 시간에 쓰도록 하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다양한 독서·체험학습 여유있는 방학 기간은 독서와 체험학습에 더 없이 좋은 기회다. 무조건 읽으라고 하거나 일일이 체크해 부담을 주기보다는 일지 형식으로 그날 읽은 책의 제목과 분량을 기록하고 느낌을 간단히 쓸 수 있도록 하면 좋다. 무엇보다 부모 스스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와 함께 읽은 내용으로 퀴즈를 내거나 ‘내가 주인공이라면’ 하는 식으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야외활동이 좋은 기간인 만큼 1주일 정도는 견학, 캠프, 친지 방문, 여행 등으로 다양한 체험학습을 유도하는 것도 방학 중 꼭 필요한 활동이다. ■ 도움말 서울 화랑초등학교 이현진 교사,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황복순 연구원,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강민우 장학사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공공·공영주택 후분양제 분양권 전매도 전면금지

    한나라당은 19일 대한주택공사나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시개발공사 등이 공급하는 공공 및 공영 주택에 대해 후분양제를 즉시 시행하고, 민간이 공급하는 주택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수도권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가운데 난개발이 진행되거나 우려되는 취락지구 등지를 100만∼200만평 규모의 신도시로 조성하되, 녹지 등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개발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투기와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돼 온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고, 새로 구입한 부동산을 등기할 때 실제 거래가격을 의무적으로 기재토록 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는 이날 이같은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마련,20일 회의에서 마지막 조율을 거친 뒤 최종 당론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특위 관계자는 “시장원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급 조절을 통한 집값 안정과 과세의 투명성 및 형평성에 초점을 맞춰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제시한 부동산대책은 ▲수급 조절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 ▲분양가 투명성 확보 ▲양도소득세 등의 과세기준 강화 ▲주택시장의 왜곡된 유통구조 시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한나라당은 또 보유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에 대한 누진세율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서울 강남 등 특정지역을 겨냥한 현행 종합부동산세는 과세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는 만큼 과세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세율 조정을 통해 모든 부동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이 경우,9억원 이하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도 종부세 과세대상에 포함돼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주택가격에 따라 세율이 달리 정해지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세금 부담도 커진다. 현행 종부세 과세기준은 주택의 경우 9억원 이상, 나대지 6억원 이상, 사업용 토지 기준시가 40억원 이상 등으로 제한돼 있고, 빌딩이나 임야·전답·비업무용 토지 등은 과세대상에서 배제돼 있어 형평성 시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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