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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벨트 내 불법시설 ‘과태료 폭탄’ 맞는다

    그린벨트 내 불법시설 ‘과태료 폭탄’ 맞는다

    내년 상한 폐지… 3년 유예 끝나 과태료 2억~6억으로 급증 전망 내년부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불법시설에 부과하는 이행강제금(과태료)의 상한선이 없어지고 부과징수 유예기간도 사라진다. 과태료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불법 행위자들은 원상복구 하거나 합법화 해야 한다.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불법 동식물 관련 시설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상한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를 마쳐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축사나 유리온실 등 동식물 관련 시설로 건축 허가받은 뒤 물류창고와 공장, 음식점 등으로 불법 용도 변경해 사용 중인 시설을 원상복구하거나, ‘그린벨트 훼손지 정비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내년 1월부터 2억~6억원의 과태료 폭탄을 받게 된다. 유리온실은 6억원, 축사는 2억원 안팎의 과태료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유리온실은 바닥과 벽체 구조변경까지 합산하기 때문에 부과액이 높다. 현재 이행강제금은 최대 5000만원까지 부과된다.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그린벨트 훼손지 정비사업’은 불법 용도 변경된 시설의 토지 30%를 공원녹지로 조성해 국가에 기부채납하고 합법시설로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훼손지 정비사업을 신청한 사례는 전국에서 남양주시에서 1건뿐이며, 그나마 반려됐다. 앞서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은 2014년 말 1년간 유예했던 그린벨트 내 불법 용도 변경 시설에 대한 이행강제금 부과 징수를 올해 연말까지 3년간 추가 유예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전국개발제한구역연합회 측은 “그린벨트 훼손지 정비사업은 도로 등 기반시설까지 감안하면 기부채납해야 하는 비율이 절반에 가까워 실효성이 없고,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행강제금 폭탄을 맞을 수는 없다”며 유예기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토지주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시민들은 “지자체가 불법 행위를 방치해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며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그린벨트 내 불법행위가 가장 많은 경기 하남시의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대상은 3000여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부산시는 177건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지자체는 국토부가 정확하게 불법행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글 사진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의정부지법, 음주운전 방조한 50대 남성에게 벌금 50만원 선고

    의정부지법, 음주운전 방조한 50대 남성에게 벌금 50만원 선고

    함께 술을 마신 직장 동료에게 차 열쇠를 주고 음주운전을 하도록 방조한 50대 남성에게 벌금 50만원형이 선고됐다.그동안 음주 운전을 적극적으로 부추겼을 때만 ‘방조죄’로 처벌했지만 지난해부터 기준이 강화돼 차 또는 차 열쇠를 제공하거나 음주 운전을 권유한 경우까지 방조 범위가 확대된 탓이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안종화)는 음주운전 방조혐의로 기소된 이모(51)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7월 28일 경기 남양주시 한 음식점에서 직장동료인 최모(55)씨와 술을 마신 뒤 “운전하겠다”는 최씨에게 자신의 차 열쇠를 넘겨 주고 옆 자리에 탔다. 이들은 이날 저녁식사와 힘께 소주 1병을 나눠 마셔 운전을 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러나 최씨는 2015년 음주 운전하다 적발돼 벌금 300만원을 받아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최씨는 200m가량 차를 몰고 가다, 때마침 음주 운전 단속 현장을 발견하고 차를 후진했다. 의무경찰이 다가와 유리창을 내려달라고 손짓을 하자 차로 손을 치고 달아나려다 곧 붙잡혔다. 당시 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9%였고, 무면허 음주 운전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입건됐다. 이씨 역시 술을 마신 최씨에게 자신의 차 열쇠를 줘 음주 운전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직장동료가 술에 취한 사실을 알고도 자신의 자동차 열쇠를 건네줘 음주 운전을 방조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액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최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철강 이어 알루미늄도… 트럼프 “신속 조사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방침을 밝히고 철강에 이어 알루미늄에 대해 ‘신속 조사’를 명령하는 등 ‘보호무역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나프타에 상당히 큰 충격이 될 폐기 대신 재협상을 하기로 했다”며 “재협상을 곧 시작할 것이다. 사실상 오늘 시작한다”고 밝혔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그는 “만약 (재협상을 통해서도) 미 노동자와 기업을 위한 공정한 협정을 도출해 낼 수 없다면 나프타를 폐기할 것”이라며 “그러나 (일단) 우리는 재협상을 시도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2∼3일 안에 나프타 폐기를 선언할 예정이었지만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재협상을 요청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 “멕시코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한 결정을 하기보다는 포커(카드놀이) 판에서 블러핑을 하고 있으며 허풍쟁이에게는 항상 단호하면서 위엄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외국산 알루미늄 수입이 미국의 안보를 해치는지에 대한 신속한 조사를 명령하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 그는 알루미늄이 국가 안보를 위해 중요하다며 미국은 이 같은 위험한 시기에 외국산 수입에 의존할 수 없다고 배경을 밝혔다. 미 공군 전투기로 쓰는 록히드마틴의 F35, 보잉의 FA18 슈퍼호넷에는 고순도 알루미늄이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 공급하는 기업은 미국에서 센추리 알루미늄 단 한 곳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도 불공정 교역으로 수입된 알루미늄 탓에 미 알루미늄 시장 경쟁이 극도로 격화됐으며 최근 몇 년 새 미국 내 알루미늄 제련소가 생산을 중단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열린세상] 동북아 정치의 지각변동, 주도적으로 대응해야/신봉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열린세상] 동북아 정치의 지각변동, 주도적으로 대응해야/신봉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매체 중 해외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국제뉴스 전문 신문이다.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다. 영향력이 대단하다. 매일 200만부를 발행한다. 특히 허를 찌르는 사설로 유명하다. 사설은 총편집 후시진(胡錫進)의 손을 거쳐 나온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심지어는 북한을 수시로 놀라게 했다. 때로는 중국 외교부도 항의 전화를 한다. 필자가 베이징에서 근무할 때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할 정도로 가까이 지냈는데 자신이 환구시보를 키웠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너무 튀면 모회사인 인민일보에서 뭐라고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환구시보가 벌어서 인민일보를 먹여 살리는데 뭐라고 하겠느냐고 대답했다. 그는 중국도 언론 환경이 많이 변해서 중국 공산당이나 지도자를 비판하는 것만 아니면 쓰는 데 거의 제약이 없다고 했다. 그의 강점은 사회주의 언론에 오래 길든 중국 언론계에서 남다른 이야기와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그는 몇 년 전 방한 때 필자의 집을 찾아와 주택의 평당 가격을 세세히 물어보며 베이징, 도쿄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 사회문제 등에 대한 칼럼도 쓰는데 그의 칼럼집이 베스트셀러 명단에 오른다. 환구시보는 지난 22일자 사설에서 미국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적 공격을 할 경우 전면전이 아니라면 중국이 군사적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기존의 통념을 깨는 것이다. 북?중 간에는 1961년 체결돼 계속 연장돼 온 상호원조조약이 있다. 이 조약은 북한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중국이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게 돼 있다. 다음날 사설에서는 북한이 스스로 중국의 안전을 지켜 주는 초병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오해라고 했다.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중국의 핵심 국가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논평했다. 중국은 북한을 더는 완충지대나 전략적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보다 며칠 전인 8일에는 상하이의 화둥사범대학 션즈화(沈志華) 교수의 강연 내용이 뉴욕타임스에 소개됐다. 한국전쟁 연구로 유명한 학자다. 그는 동북아 정치 지형에 근본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북한 중 누가 중국의 적이고 동지인가? 그는 핵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을 중국의 잠재적 적으로 지목했다. 북?중 혈맹의 역사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들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주류 의견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간의 통설이었던 북?중 혈맹관계나 북한 완충지대론 등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도 지지 않고 험한 말들을 중국에 뱉어 내고 있다. 21일 게재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논평은 “주변국이 우리의 의지를 오판하고 경제 제재에 매달린다면 파국적 결과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변국은 중국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보자. 구한말 조선은 변화에 대응할 전략도 힘도 없었다. 강대국들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조선의 국왕 고종은 1907년 헤이그에서 개최된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다. 주권 회복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후 조선은 일본에 병합됐다. 물론 지금의 한국은 1세기 전의 조선이 아니다. 한국의 국력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 북핵 문제 등을 두고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한반도에서 각축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누가 적이고 동지인가? 오직 국가 이익이 있을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주도한다는 확고한 비전과 이를 실천할 전략이 필요한 때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위기가 정점에 달하면 기회가 오는 법이다. 북핵 문제의 협상 국면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강력한 제재와 함께 당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단절된 남북 관계에 주도적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도 필요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북핵 문제를 해결해 평화통일을 이루는 역사적 과업은 한국의 창의적이고 주도적 노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 사이비신앙 친모의 비정…7년전 아들 숨지게 하고 버려

    사이비 신앙에 빠져 생후 6개월 된 아기를 상대로 ‘액운 쫓는’ 의식을 하다가 아기가 숨지자 불에 태워 야산에 내다버린 친엄마 등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25일 자신의 아이를 숨지게 한 A(38)씨를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A씨의 범행을 도운 제부 B(35)씨와 무속인 C(2011년 51세로 사망·여)씨의 딸 D(30)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미혼모인 A씨는 2010년 8월 2일 오후 10시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C씨 집에서 향을 이용해 액운 쫓는 의식을 하다가 아들을 숨지게 했다. 경찰은 700도의 향불로 등과 어깨를 수차례 지져 아기가 심장쇼크사한 것으로 추정한다. 아기가 숨지자 A씨 등은 시신을 차에 싣고 고향인 경북 경산의 야산으로 가서 불에 태운 뒤 유기했다. 교사 출신인 무속인 C씨는 A씨 언니의 중학교 은사였다. C씨가 광고사업할 때 아르바이트하면서 알게 됐다. A씨는 정신적으로 C씨를 많이 의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범행은 7년 뒤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인 A씨의 아이가 예비소집일에 나타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할 교육청이 경산경찰서에 신고해 알려졌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음주단속 경찰 매달고 도주 30대 영장

    음주단속 중이던 경찰을 차에 매달고 도주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이모(3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21일 오후 10시 20분쯤 익산시 한 도로에서 음주단속을 하던 경찰관을 밀치고, 이를 제지하려던 또 다른 경찰관을 30m가량 차에 매달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음주 측정을 하기 위해 자신에게 감지기를 들이댄 경찰관을 밀친 뒤 급히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이어 이를 말리려고 달려온 최모(44) 경위가 차량 운전대를 잡고 이씨의 행위를 저지했지만 그대로 도주했다. 최 경위는 30m가량 끌려다가 도로로 떨어져 전치 3주의 상처를 입고 치료 중이다. 추적에 나선 경찰은 이씨 집 앞에 잠복하고 있다가 그를 붙잡았다. 이씨는 “음주단속에 적발되는 게 두려워 차량을 몰았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주차선 무시한 얌체 운전자의 굴욕

    주차선 무시한 얌체 운전자의 굴욕

    주차선을 넘어 옆자리까지 차지한 얌체 운전자가 혼쭐이 났다. 유튜버 ‘Rough Jeep’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벤츠 운전자에게 어떻게 주차하는 건지 알려주다’(Teaching Mercedes driver a lesson how to park)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미국 오리건 주의 한 마트 주차장에서 찍힌 영상에는 주차선을 무시한 채 두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한 차량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에 유튜버는 얌체 운전자를 골려주고자 친구와 함께 잘못 주차된 차량 양옆으로 지프차를 바짝 갖다댄다. 잠시 뒤 볼일을 보고 돌아온 얌체 운전자는 운전석에 접근하지 못하자 성질을 낸다. 그는 자신의 차량이 해치백(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차량)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트렁크 문을 열고 기어들어가 운전석으로 이동하는 굴욕을 맛본다. 사진·영상=Roughjeep/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삼촌 살인범’에게 전화했다…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삼촌 살인범’에게 전화했다…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2001년 9·11 테러를 술집에서 지켜보던 로크라는 백인 남성은 웨이터에게 "머리에 수건 두른 인간들은 아이건, 어른이건 모두 쏴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흘 뒤인 9월 14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주유소 앞에서 꽃상자를 심고 있던 발비르 싱 소디를 발견했다. 그리고 증오범죄의 일환으로 다섯 발의 총을 쏴서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소디는 시크교도 출신이었다. 시크교도는 터번과 수염 때문에 무슬림으로 오해받아 미국 내 증오범죄의 흔한 표적이 되곤 했다. 미국사회 이슬람계 미국인, 시크교도들 중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로크는 이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지만 나중에 감형받았다. 미국사회에 잔잔한 감동의 울림을 준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였다. 지난해 9월 어느날, 끔찍한 증오범죄가 벌어진지 꼬박 15년이 흐른 뒤였다. 소디의 친척이자 영화제작자, 시민운동가, 그리고 2살짜리 아기를 키우는 엄마인 발라리 카우르(35)와 소디의 여동생 라나가 감옥에 있는 로크에게 전화를 걸면서부터였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 계열 매체인 투데이닷컴은 ‘혁명적 사랑’을 실천한 카우르의 사연과 함께 반복되는 폭력과 증오의 악순화의 구조적 문제점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소디의 동생인 라나와 함께 얘기를 나눈 뒤 끝없이 반복되는 폭력의 사이클을 깨기 위해 로크에게 전화를 하자고 결정했다"면서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를 해치는 사람들까지 사랑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연스럽거나 편안한 일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실제 가해자와 피해자의 통화 내용 또한 그리 아름답거나 매끄럽지 않았다. 로크는 실제 전화통화에서 "소디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9·11에 사망한 사람들에게도 유감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진심어린 사과를 사실상 거부하는 듯했다. 카우르는 "처음 로크에게 전화를 건다는 것은 역시 재앙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는 여전히 자신의 살인 행위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지 않은 채 9·11 때문에 일어난 행동으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디의 동생 라나가 받아들인 느낌은 조금 달랐다. 라나는 "로크가 미안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감사했다"면서 "로크에게 몇 년 전 로크의 아내와 딸을 자신의 집에 초대해 저녁식사를 함께 했던 점을 상기시켰더니 그는 '어느날 하늘의 심판을 받기 위해 천국에 갈 때 소디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며, 거기에서 그를 안아주고 용서를 구하겠다'고 말했다"고 통화내용을 소개했다. 로크 역시 완곡하지만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담은 것. 라나는 이에 대해 "우리는 이미 당신을 용서했다"고 화답했다. 카우르는 투데이닷컴과 인터뷰에서 "그 만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화해의 문을 열고 우리가 함께 나눌 이야기의 새로운 장을 시작한 것"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터넷 없던 그때 그 시절, 숙제 도와준 ‘정보의 호수’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인터넷 없던 그때 그 시절, 숙제 도와준 ‘정보의 호수’

    초등학교 다니던 때,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는 학교 공부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당시에는 컴퓨터나 인터넷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던 때였기 때문에 이렇게 자료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숙제를 한 개인에게 내주지는 않았다. 마음 맞는 친구들 몇 명씩 모둠을 만들어 조사할 부분을 나누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었는데 이렇게 여럿이서 한다고 그래도 원하는 정보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자료를 다 찾은 다음에는 커다란 종이에 일일이 손으로 발표 내용을 정리했는데 지금이야 컴퓨터로 몇 분 만에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당시엔 그 작업도 일주일은 족히 걸렸다. 그래서 이런 숙제를 할 때는 선생님이 한 달 정도 여유를 주셨다. 오늘날 컴퓨터 앞에 앉아 혼자서 몇 시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수준을 이렇게 어렵사리 했다고 말하면 어린 친구들은 대부분 “시간낭비”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냥 헛손질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런 시절에도 인터넷 검색도구같이 편리한 게 있었으니, 바로 ‘백과사전’이다. 숙제를 같이 하게 된 친구들 중에는 반드시 집에 백과사전이 있는 사람이 껴 있어야 조금이라도 힘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집엔 백과사전이 없었기 때문에 나 역시 친구 집에 가서 숙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네 집에 있던 것은 동아출판사에서 펴낸 서른 권짜리 ‘동아원색세계대백과사전’이었다. 각 권이 내가 갖고 있는 국어사전보다도 컸고 겉은 튼튼한 하드커버다. 게다가 본문엔 글자뿐만 아니라 컬러사진도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백과사전의 위엄은 나를 주눅 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허락만 해준다면 밤새도록 그 집에서 나오지 않고 책과 함께 있고 싶었다. 그날 이후 언젠가는 나도 백과사전을, 내 힘으로 꼭 구입하겠다는 다짐을 했지만 결국 지금까지 백과사전을 구입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이제는 아무도 백과사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간단히 휴대전화를 켜고 검색해 볼 수 있으니 그렇게 커다란 책은 짐만 되는 게 요즘 사정이다. 동아대백과사전 같은 경우 1990년대까지 수정판을 책으로 펴냈으나 이제는 그 모든 내용이 디지털화돼 포털사이트 안으로 들어와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내용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으로 된 백과사전을 곁에 두고 읽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백과사전이야말로 그것이 출판된 시대를 그대로 대변하는 중요한 유산이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춘 백과사전이 출판된 것은 1958년 학원사(學園社)를 통해서다. 이 출판사 이름은 우리나라 현대출판인 1세대라 불리는 김익달(金益達) 선생의 호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15세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어렵게 공부한 끝에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선생은 평생 동안 자라나는 학생들을 지원하며 공부하기 좋은 책을 출판하기 위해 애썼다. 그 결정체가 바로 전6권으로 편찬한 학원사 ‘대백과사전’이다. 동아출판사도 그 다음해에 ‘새백과사전’을 출판했으나 이것은 한 권으로 편집된 것이라 월등히 방대한 학원사 백과사전에 비할 것이 못 됐다. 백과사전이 시대를 대변한다는 말뜻은 백과사전과 국어사전의 차이점을 보면 안다. 국어사전은 단어의 뜻을 알기 쉽게 풀이해 놓은 것에 그치지만 백과사전은 그와 더불어 사진, 그림, 그래프, 통계표 등 여러 가지 보충 자료들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늘 최신 자료를 싣는 것이 백과사전의 경쟁력인 만큼 대표적인 표제 어휘만 훑어 보더라도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학원사 백과사전의 예를 들어 보면, 1958년에 펴낸 첫 번째 판에는 없는 내용을 수정판에 대거 포함한 것 중 하나가 1960년 4·19혁명과 그 이듬해 5·16 군사정변에 관한 부분이다. 4·19혁명을 1960년 11월에 펴낸 첫 번째 증보판 제7권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작업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는 걸 실감한다. 군사정변에 관한 내용은 1962년에 펴낸 수정판 제1권에 있다. 오늘날 우리가 군사정변이라고 부르는 사건에 대해서 학원사 백과사전 1권은 ‘군사혁명’이라는 표제어로 길게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길어도 한 면 정도를 넘기기 않는 표제어 설명 부분에 유독 군사혁명만큼은 깨알 같은 글씨로 아홉 쪽 반을 할애했고 흑백 화보도 여섯 면을 실었다. 내용을 읽어 보면 박정희에 의한 군사정변을 세계 유수의 혁명들과 견주며 찬양하고 있어서 당시의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세계화’라는 관심사와 맞물려 외국의 문화, 그리고 우주 및 인공위성에 대한 분량이 많아졌다. 그 전에도 강대국들은 인공위성을 계속 쏘아 올렸지만 처음으로 사람이 달에 발을 내디딘 것은 1969년의 일이다. 이제 인류의 영토는 지구를 넘어서게 됐다는 희망찬 메시지가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급속하게 산업화 시기를 맞고 있던 우리나라도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아마도 가장 큰 열정을 갖고 있던 쪽은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흐름을 대변하듯 어린이 잡지에는 우주과학이나 외계인 관련 기사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백과사전의 경우 우주와 인공위성 분야는 분량이 워낙 많아 화보집과 본문을 따로 편집해서 부록으로 만들 정도였다. 그런데 종이책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책에 활자로 수록한 내용은 금방 옛것이 된다. 학원사 백과사전도 이를 피해갈 수 없었기에 처음 여섯 권으로 시작한 후 매년마다 수정판과 증보판을 한두 권씩 덧붙였다. 학원사 대백과사전은 1970년대에 이르러 분량이 20권에 이르렀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백과사전을 구입할 수 있는 가정은 자연스레 교양을 갖춘 중산층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에 학원사는 고가의 전집류를 좀더 많은 가정에 보급하기 위해 우리나라 최초로 월부책 제도를 만들기도 했다. 헌책방에서 일하다 보면 1980~90년대 구입한 백과사전을 매입하느냐는 손님들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개의 경우는 헌책방에서도 매입을 하지 않는 형편이다. 매입을 해 두어도 구입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종이책으로 된 백과사전의 내용이 모두 인터넷에 있기 때문에 굳이 짐만 되는 백과사전은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말에 정색하고 반박하지는 못하겠지만 때로 반대로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그 내용이 종이책에도 그대로 있다. 종이책을 넘겨 보며 찾는다는 건 불편한 일이지만 그 불편함이 또한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어렵게 얻은 지식이 오래 남는 법이고 그것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文·洪·安·劉, 군복무 만기 전역… 재산 1197억원 vs 4억원

    文·洪·安·劉, 군복무 만기 전역… 재산 1197억원 vs 4억원

    文 18억· 洪 25억 재산 신고 安, 소득세 202억 7959만원 납부 文, 2억 납세… 종부세 납부 없어文·沈 집유… 洪 사면 후 특별복권 5·9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후보들이 재산과 납세, 병역, 전과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나섰다.●안 재산 대부분 안랩 주식이 차지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들이 제출한 등록 자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기호 1번)는 18억 6402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본인 소유 경남 양산시 자택(부지 2억 428만원, 주차장 6779만원, 건물 2억 7400만원)과 배우자 소유 서울 서대문구 연립주택(1억 6600만원), 모친 소유 부산 영도구 아파트(1억 2100만원), 장남 소유 서울 구로구 복합건물(2억 1300만원) 등 11억 7057만원 상당의 재산이 부동산이다. 문 후보와 직계가족의 예금 합계는 7억 9630만원이다. 차량은 본인 소유 쏘렌토, 배우자 명의 스포티지R, 장남 보유 레이 등 3대를 신고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기호 2번)가 신고한 재산은 25억 5554만원이다. 본인과 차남 소유 서울 송파구 소재 아파트 2채(19억 9200만원 상당)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홍 후보와 직계가족 명의의 예금 총액은 12억 2427만원이다. 본인 소유 제주 콘도 회원권(1680만원), 배우자 소유 강원 콘도 회원권(1380만원)과 경기 골프 회원권(2160만원) 등도 재산 목록에 포함됐다. 보유 차량은 배우자 명의 제네시스 1대다. 홍 후보의 장남과 손녀는 ‘독립 생계유지’를 이유로 재산을 고지하지 않았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기호 3번)는 1196억 901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 중 안랩 주식 186만주(평가액 1075억 800만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본인과 직계가족 명의 예금도 총 116억 8055만원이다. 반면 부동산은 서울 노원구 소재 건물 전세권(3억 3500만원)을 포함해 3억 6600만원에 그쳤다. 차량은 본인 소유 제네시스와 올뉴카니발, 장녀 소유 미니쿠퍼해치백 등 3대를 신고했다. 안 후보의 부모는 ‘독립 생계유지’를 이유로 고지를 거부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기호 4번)의 재산은 48억 3612만원이다. 본인 명의 서울 강남구 아파트(9억 3600만원)와 대구 남구 단독주택(3억 3702만원), 부부 공동 소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3억 3800만원) 등 부동산이 전체 재산의 절반을 차지했다. 예금 총액은 22억 6579만원이다. 보유 차량은 본인 명의 그랜드카니발, 배우자 명의 제네시스, 장남 명의 K5 등 3대다. 배우자 명의로 강원도 콘도 회원권(972만원)과 경기 골프 회원권(2790만원)을 보유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기호 5번)는 3억 5073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배우자 소유 경기 고양시 아파트(4억 9500만원), 본인과 직계가족 명의 예금 5085만 6000원 등이다. 본인과 배우자 명의 채무로 각각 1억 2700만원과 1억원을 신고했다. ●유 8974만원·심 2435만원 납세 최근 5년 동안 세금 납부액으로 문 후보는 2억 2728만원을 신고했다. 이 중 소득세가 2억 2290만원, 재산세 437만원 등이다. 종합부동산세 납부 실적은 없다. 홍 후보는 같은 기간 소득세 1억 2519만원, 재산세 1694만원, 종부세 207만원 등 총 1억 4421만원을 납부했다. 안 후보는 소득세만 202억 7959만원을 납부했으며, 재산세나 종부세 납세 내역은 없다. 유 후보는 8974만원, 심 후보는 2435만원의 세금을 각각 냈다. 전체 후보 13명 중 체납액이 있는 후보는 한국국민당 이경희 후보(1795만원)가 유일했다. ●문·홍·유 아들도 軍 만기 제대 문 후보는 1975년 육군에 입대해 특수전사령부에서 2년 6개월여 복무한 뒤 만기 제대했다.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도 2001년 육군에 입대해 만기 전역했다. 홍 후보는 1980년 육군에 입대해 1년 2개월여 근무하고 이병으로 복무 만료했다. 홍 후보의 장남 정석씨는 2003년 육군에, 차남 정현씨는 2004년 해병대에 각각 입대 후 만기 제대했다. 안 후보는 1991년 해군에 입대해 3년여를 복무하고 대위로 전역했다. 유 후보는 1979년 육군에 입대해 만기 제대했고, 장남 훈동씨도 2005년 육군에 입대해 만기 제대했다. 여성인 심 후보는 병역의무가 없다. 문 후보는 1975년 유신 반대 시위를 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2004년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받았다. 홍 후보는 1998년 총선에서 지역 선거운동 조직에 24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로 벌금 500만원형을 받았으나 2000년 사면으로 특별복권됐다. 심 후보는 1993년 서울 구로지역 노조들의 동맹파업 사건 주동자로 지명수배(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형을 받는 등 2건의 전과기록이 있다. 안 후보와 유 후보는 전과기록이 없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인형뽑기 싹쓸이, 절도 아닌 기술…기계 확률 조작도 없었다”

    “인형뽑기 싹쓸이, 절도 아닌 기술…기계 확률 조작도 없었다”

    인형뽑기방에서 약 2시간 만에 인형 200여개를 뽑아간 ‘인형 싹쓸이’ 사건에 대해 경찰이 “절도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인형뽑기방 업주의 기계 ‘확률 조작’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이모(29)씨 등 20대 남성 2명의 일명 ‘인형 싹쓸이’ 사건과 관련해 이들을 형사 처분하기 어렵다고 결론짓고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종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씨 등은 지난 2월 5일 대전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2시간 만에 인형 200여개를 뽑아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다음 날 출근한 인형뽑기방 주인이 기계가 텅 빈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이씨 등을 ‘절도 혐의’로 수사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경찰은 당시 이들의 행동이 처벌 대상인지, 처벌 대상이라면 절도인지, 사기인지, 영업 방해인지 등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돈 내고 뽑은 것을 어떻게 절도라고 볼 수 있느냐”면서 형사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30번을 시도해야 1번 뽑을 수 있는 인형뽑기 기계’라는 설명에 “누가 조작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경찰은 대학 법학과 교수와 변호사 등 전문가로 구성된 ‘대전지방경찰청 법률자문단’ 자문을 통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법률자문단은 이들의 뽑기 실력이 ‘개인 기술’이라는 점을 일부 인정했다. 인형을 싹쓸이한 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 집게 힘을 세게 만든 것은 오작동을 유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집게를 정확한 위치에 놔서 집게가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한 것은 이들 만의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이씨 등이 매번 성공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경찰이 절도로 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이들은 1만원당 12번 시도해 3~8번 성공했다. 조이스틱 조작 방식으로 인형이 뽑힐 확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때로는 인형이 뽑히고 때로는 뽑히지 않는’ 소위 ‘확률게임’으로서 인형뽑기 게임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었다. 경찰은 이를 “(조이스틱 조작과 인형뽑기 성공 사이에) 확률이 개입돼 절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찰은 게임물관리위원회와 함께 해당 인형뽑기방 업주의 기계 확률 조작 여부도 조사한 결과, 조작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형 뽑기가 유행하면서 발생한 신종 사건이다 보니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결국 전문가 자문을 받아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사드 철회만 종용하는 中 우다웨이

    방한 중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주요 정당 관계자 및 대선 후보들을 잇따라 만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지난 10일 우다웨이가 한국에 들어올 때만 해도 일각에서는 한반도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북핵에 대한 양국의 공조방안이 논의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에 큰 피해를 준다”는 중국 당국의 주장을 릴레이 면담을 통해 되풀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방한은 대선을 20여일 앞둔 한국 정계의 분위기를 탐색하기 위한 ‘엿보기 방한’ 성격이 짙다. 우리가 우다웨이의 방한에 일말의 기대를 건 것은 그가 중국을 대표하는 아시아통이고 북한의 6차 핵실험 징후로 한반도가 격랑에 빠진 상황에서 사드 보복으로 불편해진 한·중 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우리 측 인사들에게 보여준 행보는 ‘중화 이기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마치 앵무새처럼 자국의 안보 이익만 강조했을 뿐 우리의 안보 이익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경제보복 중단 요구에 대해 “중국 국민의 자발적 행동이고 정부의 행위가 아니다”는 노회한 발언만 늘어놓았을 뿐이다. 더구나 사드 배치와 관련해 우리 측 인사들을 균열 내고 이간질하는 듯한 행보는 황당하고 괘씸하기 짝이 없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단호하고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 전체의 절반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우다웨이에게 “사드는 이미 설치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더이상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한 김무성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의 응수는 높이 살 만하다. 국가 안보에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사드는 중국 안방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핵 공격에 대한 견제용이다. 딱 잘라서 얘기하는 것이 차기 정부가 출범한 뒤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타국의 안보가 걸린 중대 사안에 치졸한 경제 보복으로 대응하는 중국의 방식은 자충수가 되면 됐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의 무역 제한 조치는 우리에게 잠시 고통을 줄 수는 있겠지만 자국 업체에도 피해는 주는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뒤통수를 치는 중국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정책은 투자환경을 해치며, 상대국에 적대감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라는 사실을 우다웨이는 깨닫고 돌아가길 바란다.
  • 송해, 전국노래자랑 참가 초등생에 “고추 만졌다”…방통위 ‘권고’

    송해, 전국노래자랑 참가 초등생에 “고추 만졌다”…방통위 ‘권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송해씨가 진행하는 KBS 1TV ‘전국노래자랑’에 ‘권고’ 의견을 내렸다. ‘전국노래자랑’은 3월 26일 진행자 송해씨가 남자 초등학생 2학년이 노래를 부르고 난 후 성기를 만지는 듯한 모습을 방송해 12일 방통심의위 소위원회에 상정됐다. 당시 한복을 입은 초등학생 참가자는 심연옥의 ‘아내의 노래’를 불렀고, 송해는 무대가 끝난 뒤 초등학생에게 다가가 특정 신체부위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이에 남학생은 “뭐하세요, 지금?”이라고 물었고 송해씨는 “고추 만졌다”라며 “여자 노래를 잘 부르길래 성별 확인을 해봤다”고 답했다. 현장 관객들은 웃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방청하며 불쾌감이 유발됐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규정 제27조(품위유지) 제5호를 적용했다. 해당 규정은 ‘방송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하여서는 안되며,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의위는 “옛날 어르신들은 이런 행동을 생각없이 많이 하셨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감각이 바뀌었다. 송해씨가 국민 MC이미지와 함께 방송계에서 해오신 역할을 감안해서 법정제재는 아니라고 보지만, 최근 달라진 정서를 환기시킬 필요는 있다”며 ‘권고’ 의견을 냈다. 최종 제재수위는 방송통신심의위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이와 관련 ‘전국노래자랑’ 측은 “문제 요소를 거르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다. 앞으로 더욱 주의하고 조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꼰대’소리 듣기 싫죠… ‘마음의 소리’ 듣는 사람이 되세요”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꼰대’소리 듣기 싫죠… ‘마음의 소리’ 듣는 사람이 되세요”

    ‘당신의 ‘마음 건강’은 안녕하십니까.’ 한성열(66)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긍정 심리학’의 대가로 꼽힌다. 인간의 심리, 자아, 감정 속에 인간이 속한 문화의 특이성이 표출된다는 ‘문화 심리학’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학자이기도 하다. 고려대 심리학과 70학번으로 입학해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87년부터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니 올해로 만 30년이다. 지난 2월 28일 정년퇴임과 함께 ‘명예교수’로 자리를 바꿔 앉은 그가 후학 양성을 위해 장학금 1억원을 쾌척했다는 소식에 눈길이 갔다. 인터뷰를 청했고,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는지 가르쳐 달라고 졸랐다. 인터뷰는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CJ법학관 로비에서 90여분간 ‘행복과 소통’을 주제로 진행됐다.→ 2014년에 쓴 ‘심리학자의 마음을 빌려 드립니다’에서 교수님은 ‘마음 건강’을 위해 무얼 했느냐고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마음 건강은 무엇이고, 교수님은 마음 건강을 위해 무얼 하시나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의외로 마음 건강을 등한시합니다.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답하죠.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체육 과목도 있고요. 그런데 막상 마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보면 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마음의 건강에 대해 생각할 겨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거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생활만족도가 떨어지는 등 자살률이 높고 이혼율이 급증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마음 건강에 관심이 없는 게 밑바탕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마음 건강의 핵심은 ‘화병’에 있습니다. 화병은 1994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 오른 한국 특유의 마음의 병인데, 유독 화병이 많은 건 그 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거죠. 저는 간단하게 말하면 속에 담아 두질 않습니다. 기분 나쁜 게 있으면 바로 풉니다. →말로 풀면 상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상대와 틀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방법을 모르면 상대방을 자극할 수 있고,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죠. 우리가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게 대인 관계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라’, ‘어른을 공경해라’만 알려 주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사이좋게, 부모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어떻게’(how to) 교육을 하지 않습니다. 규범만 알려 주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가는 구체적으로 알려 주지 않는 거죠. 화가 나는 이유는 수십, 수백개이고 인생에서 화 자체를 없애는 방법은 없어요. 우리는 화를 나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화를 내지 말라, 억눌러라라고 가르쳤지 화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는 고민하지 않았어요. 가장 좋은 건 말로 표현하는 겁니다. 여성은 이걸 수다로 풀죠. 남성은 말로 감정을 표현하면 남성적이지 못하다고 배우다 보니 맑은 정신에는 못 하고 술기운을 빌려 자기감정을 표현합니다. 40~50대 남성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죠. 성별을 불문하고 자기가 가진 감정을 상대방과 풀 수 있는 훈련을 해야 해요. →수다를 떨었어야 했나요. -수다는 부정적인 게 아녜요. 마음 건강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수다는 자기의 화를 풀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합니다. 평균적인 대한민국의 남자는 이를 회피하고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가끔 모았다가 술 한잔하고 푸는 거죠. 갑자기 쌓인 화를 풀려니 남자들끼리 하는 술자리에서 유독 다툼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죠. 밖으로 향하는 화병은 남을 향한 폭력이 되고, 안으로 향하면 나를 때리는 우울함이 됩니다. 타인을 향한 폭력이 심해지면 살인이 일어나고, 나를 때리는 폭력이 계속되면 자살로 이어지는 거죠. 화병은 남을 죽이거나 나를 죽이거나, 누구 하나는 죽여야 끝나거든요. 마음의 불이랄까. →보통 우울과 행복은 맞은편에 있는 개념으로 봅니다만 교수님은 우울이나 불안은 행복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우울한 사람이 행복할 수도 있단 얘긴가요. -지난 100여년간 불안한 사람들은 불안을 낮춰 주고 우울한 사람들을 우울을 낮춰 주면 행복해진다는 식으로 연구가 이뤄졌지요. 하지만 우울한 사람의 우울을 낮춰 주면 덜 우울한 사람이 되는 거지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우울과 행복은 상관이 없어요.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은 따로 있다는 겁니다. 행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행복감을 높여 주는 게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지요.→1930년대 하버드대학생 268명의 70년 인생을 추적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행복의 제1조건은 돈, 명예가 아닌 ‘관계’라고 합니다(한 교수는 2005년 이 같은 연구 내용이 담긴 조지 베일런트의 ‘성공적 삶의 심리학’을 번역해 소개했다). 그런데 요즘 혼족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인맥을 관리하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권태를 느끼는 20대’를 칭하는 ‘관태기’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죠. 관계 맺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일까요. -관계를 맺는 게 이익인지, 혼자 있는 게 이익인지 따져 봤을 때 혼자 있는 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사회가 부추기는 경쟁이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사회가 내가 너와 친구로, 파트너로 함께 가는 게 아니라 내가 상대를 꺾어야 하는 구조이다 보니 관계에 공을 들이기보다 혼자 하는 걸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더 많아지는 거죠. →얼마 전 서울신문 기획 시리즈 ‘노력이 인정받는 사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요즘 젊은 세대는 정당한 노력보다 관계, 일명 ‘빽’을 성공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더군요. ‘금수저 계급론’ 등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성공하려면 혼자 있는 게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니 굉장히 모순적이네요. -맞아요. 지금 젊은이들은 한 시대가 변화하는 끝자락에 서 있는 것 같아요. 과거에는 시험 잘 보는 친구들이 수능을 보고, 고시를 보고 소위 말하는 성공을 했죠. 그런데 앞으로는 단순히 머리가 좋다, 기억을 잘한다 이런 것들은 인공지능(AI)에 견디지 못할 겁니다. 선생님한테 배우기보다 네이버 지식인이 더 친숙하듯 의사나 변호사, 판·검사도 조만간 인공지능이 대체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변호사를 통해서만 법률 지식을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변호사 자체가 많아졌고, 다양한 곳에서 법률 지식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변호사가 사무실을 개업해도 예전만큼 손님들이 오지 않습니다. 인간 관계가 넓어 손님을 더 많이 유치하는 사무장이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시대는 끝이 났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어떻습니까? 부모와 학교 시스템은 아이들이 그저 공부를 잘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끊임없는 환상을 심어 주고, 정작 인간 관계 등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 않아 왔습니다. 환경은 바뀌고 있는데 교육은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 거죠. 시험 볼 때면 스마트폰을 뺏는 것만 봐도 얼마나 우리가 퇴행적인 교육을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진짜 교육이라면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그런 문제를 내야지요. →경제, 사회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바뀌었는데 아직 교육은 19세기, 20세기에 머물러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과거에는 개인이 출세해 별장을 사는 것이 성공이었다면 지금은 별장을 가진 친구를 많이 사귀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입니다.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 개미형 인간이 아니라, 대인 관계를 잘 맺어 별장 있는 친구들을 사귀는 거미형 인간이 성공하는 시대인 겁니다. 혼자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보다 지식과 정보가 오가는 유통망 한가운데 네트워크를 쳐 놓고 정보를 많이 활용하는 사람이 이기는 시대인 거죠. 그런데 아직도 우리 교육은 시험 성적이 개인의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단순 알고리즘은 인공지능이 하는 4차산업 사회에서 살아남는 인간은 마음으로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이라는 건 대인 관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거거든요. 부모가 자녀에게 성공이라고 알려 주는 가치관이 혹시 19세기, 20세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고요. →‘다름을 인정하라.’ 말은 쉬운데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사회는 점점 분극화, 파편화, 분절화돼 가고 있는데, 개인의 노력만 가지고는 어려운 일 아닌가요. 중요한 것을 알면서 왜 인정은 없고 갈등은 심화하는 것일까요. -우리 전통문화 자체가 부모 자녀 동일체 의식이 강합니다. 가화만사성이라고 부르잖아요. 이 중 가화의 ‘화’(和)는 화목 화, 즉 가족 구성원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화목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한목소리는 그럼 누구의 목소리인가요. 이것이 아버지이자 남편의 목소리였던 겁니다. 아내는 부창부수로 따라가고, 자녀는 부모 말에 순종해야 하는 게 ‘가화’(家和)의 의미였던 것이죠. 왜 우리나라가 유독 그러느냐고요. 지정학적인 위치에서 외침을 많이 겪다 보니 한 사람이 빨리 결정을 내리고 그 사람이 책임을 가져야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의견을 물어 통합하는 건 불가능했지요. 그렇다 보니 계속해서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조직을 해치는 사람인 걸로 교육받게 되고 대통령부터 시작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게 된 것이지요. 딜레마는 지금까지는 이 문화가 발전에 도움이 됐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장애물이 될 거란 겁니다. 쉽지 않지요. 거대한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수직적인 문화가 수평적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네. 민요는 10명이 나와도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서양의 합창은 테너, 바리톤, 소프라노, 알토 등 다 각자 다른 소리를 내면서 화음을 이루잖아요. →5060 중년 콤플렉스를 말합니다. ‘꼰대.’ 이것만은 면해 보려고 노력하는 게 중년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어떻게 하면 중년의 아저씨들이 꼰대 소리 좀 덜 듣고 살 수 있을까요. -중년은 젊은이라는 축과 늙은이의 축이 만나 갈등을 겪는 시기입니다.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상태죠. 그래서 중년은 힘이 듭니다. 더 힘든 건 힘들다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청소년은 밖으로 고함을 지르지만 중년은 속으로 우는 세대입니다. 힘들다고 말하면 실패한 인생 같으니까.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것처럼 살아야 하는 심리적 압박이 큰 시기이지요. 요즘 젊은이들은 5060세대가 막 입사했을 때보다 지식도 많고 기술도 많습니다. 젊은이들과 경쟁하는 건 오로지 경험밖에 없는데, 문제는 늘 이 경험으로 밀어붙이다가 꼰대가 되는 겁니다. 지혜라는 히브리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듣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지혜가 있는 척하는 사람은 상대가 묻기도 전에 자기 경험부터 들이밉니다. 하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상대방이 와서 물어볼 때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멘토가 되는 방법은 후배와 멘티의 마음의 소리를 듣고 그들이 내 이야기를 원할 때 한다는 겁니다. 듣고 싶지도 않은데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건 아주 꼰대가 되는 지름길이죠. 먼저 묻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 주는 일이 선행돼야 하는 거죠. 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jade@seoul.co.kr 정리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행복을 좇지 마세요…그저 오늘을 즐기세요” 한성열 교수가 말하는 행복이란 “행복요? 전 행복하지 않습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던진 ‘뻔한’ 질문은 이렇게 뻔하지 않은 답변에 속절없이 허를 찔렸다. 당신이 ‘긍정심리학’의 대가라고 하니, 그런 긍정적 마인드로 무장했을 사람이면 마땅히 행복도 인위적으로, 작위적으로 만들어(?) 지녔을 법하다는, ‘행복하다’는 답변을 내심 조롱할 요량으로 한껏 날을 벼리고 날린 물음이었다. 정말 고맙게도 한 교수는 기자의 ‘기대’를 완벽히 저버렸다. 솔직했고 담백했다. 흔들리지 않았다. 빨간 도트 넥타이에 코발트블루 셔츠와 먹색 재킷, 그리고 이를 감싼 블랙 트렌치코트로 한껏 멋을 낸 그의 옷차림이 결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임을 그 한마디로 입증해 보였다. “누가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행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사는 게 즐겁냐고 물어본다면 ‘즐겁다’고 답할 겁니다.”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설파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과도 맥이 닿는 듯했고, 장자의 안빈낙도(安貧道)가 떠오르기도 했다. 기자의 마음을 읽은 걸까. 한 교수가 말을 이었다. “대개의 사람들이 행복에 대해 ‘잘못된 명제’를 갖고 있습니다. 행복은 추구해야 할 인생의 목적이 절대 될 수 없습니다.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 오늘을 즐기는 것, 그것이 행복하게 되는 겁니다. 행복이란 걸 얻으려고 무엇을 하면 할수록 행복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에게 행복이란 열심히 살아야 할 목표가 아니라 열심히 살면 얻어지는 결과인 것이다. 적어도 내일 행복하자고 오늘 참거나 미룰 목표는 아닌 셈이다. “행복이라는 걸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게 사실 이게 우리말이 아니거든요. 불과 100여년 전 서구에서 들어온 개념입니다. 사랑이란 말도 마찬가지예요. 이전 우린 ‘만족’이라고 했고, ‘정’이라고 했죠.” 정년을 맞은 한 교수는 그럼 앞으로 무슨 일로 열심히, 즐겁게 오늘에 충실할까.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세요? “교역자들에게 심리학과 상담 기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기관인 ‘상담 목회 아카데미 예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110여명의 교역자가 전국 각지에서 모여 전액 무료 수업을 받고 있죠. 일반인들을 상대로 ‘만남과 풀림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또….” 왜 이제야 묻느냐는 듯 한 교수의 말이 빨라졌다. 휴대전화가 계속 울렸고, 기자보다 먼저 자리를 떴다. 진경호 부국장 겸 사회부장 jade@seoul.co.kr
  • 트럼프, 시리아 추가 공격 시사에… 美의회 “전략 청사진 내라”

    응징 위한 일회용 공격 분석나와 헤일리, 아사드 축출 가능성 시사 폭격 효과… 무력시위에 그친 듯 미·중 정상회담 직전 시리아에 대한 폭격을 승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필요에 따라 시리아에 대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축출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시리아에 대한 폭격이 군사개입을 자제하는 대외정책의 수정을 의미하는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오린 해치 상원의장 대행에게 보낸 공식서한에서 “화학무기 공격을 더 감행할 군사적 능력을 약화하고 화학무기 확산과 사용을 단념하도록 해 역내 안정과 인권 악화를 방지하고자 공격을 지시했다”면서 “미국은 필요하고 적절하다면 중요한 국익을 발전시키기 위해 추가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공격 시사에 앞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지난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화학무기 공격에 이용된 공군 비행장에 대한 타격은 당연하다. 우리는 추가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공격을 감행한 군 관계자를 치하했다. 그는 “미국과 세계를 대표하는 우리의 위대한 군인들에게 축하를 보낸다”면서 “시리아 공격에서 매우 잘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추가 공격을 감행하면 그동안 강조했던 ‘고립주의’를 버리고 세계 경찰을 자처하며 ‘개입주의’로 정책 변화를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군사공격을 일회성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의회전문지 힐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의원에게 “이번 조치는 시리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무기 공격을 응징하기 위한 일회성 작전으로 보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추가 폭격을 시사한 데다 알아사드 정권 축출, 시리아에 대한 별도 경제 제재 추진 등을 언급하고 있어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헤일리 대사는 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알아사드가 권좌에 있으면 정치적 해결의 선택지가 없으며 평화롭고 안정된 정부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축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리아 폭격으로 알아사드 정권이 실제로 얼마나 타격을 입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미국의 공격으로 알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 공격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지만 시리아 공군은 여전히 다음날에도 전투기를 출격시켰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현지 언론도 미국의 폭격이 이뤄진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 공군기지에서 전투기가 출격해 인근 반군 지역을 공습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무력시위 외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 의회는 우선 큰 틀의 시리아 전략을 요구했다. 상원 공화당 2인자인 존 코닌 의원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곧 시리아 전략을 의회에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트럼프 정부가 알아사드 정권이 아닌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무게 중심을 둔 상황에서 알아사드 정권 축출로 정책이 바뀐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약 1000명의 미군을 IS 격퇴를 위해 시리아에 파견했다. 시리아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면 알아사드 정권이나 러시아로부터 보복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이번 폭격에 반발한 러시아가 미군과의 통신채널을 차단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보복에 따른 미군 피해자가 발생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美·中 북핵 평행선… 美 “독자 행동”

    美핵항모 한달도 안돼 다시 출동 “사드 피력” 트럼프·黃대행 통화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 간 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 사안(북핵)이 중국이 우리와 조율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라고 한다면, 독자적인 방도를 마련할 것이고,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두 정상은 북한 무기프로그램 위협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며 “불법 무기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하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된 ‘패키지 합의’ 같은 것은 없다”며 각론에서는 이견이 컸음을 시사했다. 틸러슨 장관은 “평화적 해결이 가능해지려면, 즉 (북한과의) 어떤 논의의 기반이 마련되려면 북한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며 ‘태도 변화 없이 대화 없다’는 기조도 재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첫 정상회담에서 공동 기자회견도, 공동성명도 내놓지 않았다. 이어 미국은 지난 8일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를 기함으로 하는 항모강습단을 한반도 주변 서태평양 해역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칼빈슨호는 축구장 3개 너비의 갑판에 항공기 70여대를 탑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통하는 전략무기다. 지난달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에 참가했던 핵 항공모함이 복귀 한 달도 안 돼 같은 지역으로 다시 전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데이비드 벤험 미국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북한이 무모하고 무책임하며 안정을 해치는 미사일 시험과 핵무기 개발 때문에 이 지역의 최고의 위협”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칼빈슨 항모전단은 싱가포르에 있다가 호주로 갈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경로를 한반도 쪽으로 변경했다’고 전하면서 이 같은 조치가 최근 고조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양국 정상회담 후 같은 브리핑에서 “북한이든 시리아든 제재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며, 최대한 효과를 내도록 제재 카드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상무부가 최근 (북한과 거래한) 중국의 두 번째 큰 통신장비 기업 ZTE에 벌금을 부과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조치가 그런 불법 행위 엄벌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중국이 잘 알고 있다”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등을 추가 제재할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오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교역, 안보, 북한 문제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면서 “회담에서 특히 한반도 및 한국 관련 사안에 상당 시간을 할애해 한국과 한·미 동맹이 나와 미국에 중요하다는 점을 시진핑 주석에게 충분히 강조했으며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미국 측 입장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 주석이 회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커버스토리] 아빠, 오늘 멱살 잡혔어?

    [커버스토리] 아빠, 오늘 멱살 잡혔어?

    “아빠, 오늘도 맞고 온 거야?” 119구급대원은 취객이 많은 주말이나 연말연시면 퇴근하기가 부담스럽다. 연일 매 맞는 구급대원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면서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때문이다. 119 구급대원뿐 아니라 경찰,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직, 세무서, 고용노동부 고용센터 등 민원의 최일선에 서 있는 공무원들이 주로 취객이나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분풀이 대상이 된다. 폭행 피해자들은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큰 피해가 아니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상을 받기란 엄두도 내기 쉽지 않고, 폭행 트라우마를 겪기도 하지만 하소연할 곳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9일 인사혁신처와 국민안전처, 경찰청 등에 따르면 2015년 중앙행정기관의 폭행·폭언 피해는 1만 259건에 달하고, 지난해 1만 5314명이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됐다. 119 구급대원 폭행 피해는 2014~2016년 3년간 528명에 이른다.#1만 259건 폭행·폭언 당한 중앙행정기관 고용센터 실업급여팀에서는 공무원들이 뺨을 맞거나 머리채를 잡히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난해 6월 지방의 한 고용센터 실업급여팀을 방문한 A(40)씨는 실업급여 담당자가 구직활동 증빙자료를 요구하자 갑자기 갖고 있던 서류를 집어 던진 뒤 욕설을 퍼부었다. 옆에 있던 동료 공무원이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지적하자 더 흥분해 1m 높이의 책상을 뛰어넘어 담당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동료 공무원들의 다급한 신고전화를 받은 경찰은 A씨를 제지한 뒤 긴급체포했다. A씨는 “전날 지인의 모친상 때문에 아침까지 술을 마셔 깨지 않았는데 오전 11시에 채용면접이 있어 굉장히 다급했다”며 “실업급여 신청을 빨리 끝내고 싶었는데 민원대기용 번호발행기에서 번호표조차 나오지 않아서 화가 났고 면접시간을 맞추려고 조급해져서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고 변명했다. #뺨 맞고 머리채 잡히고… 흉기에 찔리고… 공무원을 차로 치고 도주하기도 한다. 지난해 8월 수도권의 기업 대표 B(62·여)씨는 지원금 부정 수급 여부를 조사하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전날 제출한 사업장 서류가 잘못 들어갔다”며 확인을 요청한 뒤 갑자기 서류를 낚아채 달아났다. 급히 뒤를 쫓은 감독관은 “서류를 그냥 가져가면 안 되고 확인서 작성 뒤에 가져가야 한다. 무슨 서류이기에 갖고 가려 하나”라고 외쳤지만 B씨는 막무가내로 차량에 올라탔다. 감독관이 차량을 막아서자 B씨는 여러 차례 위협을 가한 끝에 결국 차량으로 감독관을 치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B씨의 서류 탈취를 만류하는 과정에 동료인 여성 공무원도 손가락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고용부는 B씨를 특수공무방해치상죄 등으로 형사고발했다. 공무원들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민원 처리 절차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업무 마감 10분 전에 민원실을 방문해 특별한 문의 없이 같은 질문을 끝도 없이 반복하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상담기록을 모두 메모지에 받아 적으며 담당자의 말꼬투리를 잡고 모든 대화에 대한 확인서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괴롭힌다. 매일 주민센터나 고용센터 등을 방문해 전화기와 컴퓨터 등을 독차지하며 개인 물품처럼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정년퇴직자가 취업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데도 취업시켜 달라고 막무가내로 조르다 거부당하자 “내가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니 특별대우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버티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고용부는 반복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민원인에게 대응하는 ‘특별민원 응대 매뉴얼’까지 마련했지만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터지는 상황을 모두 예방하기는 쉽지 않다.#맞고도 하소연할 수 없는, 그들은 甲 아닌 乙 칼과 시너 등을 동원해 목숨까지 위협하는 때도 있다. 묘지 설치 민원 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 C(48)씨는 지난해 4월 전남 나주시청 1층 회의실에서 담당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갑자기 외투 안주머니에서 1ℓ짜리 시너 통을 꺼내 바닥에 뿌리며 라이터를 들고 불을 지르겠다고 위협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2012년 1월 광주시청 공무원 D(50)씨는 민원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다치기도 했다. 당시 토지 보상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 E(54)씨가 광주시청 도시재생과 사무실에 들어가 “감옥 갈 생각하고 왔다”며 소란을 피우다가 말리는 직원을 뿌리치고 담당 공무원 D씨의 허벅지를 흉기로 찔렀다. 상급자에게 맞거나 ‘공무원의 갑’으로 통하는 의원에게 폭행당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경북 의성군청의 사무관 F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부하 직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F씨는 군수실 주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6급 계장이 자신을 말리려고 하자 주먹을 휘둘러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다. F씨는 자신이 낸 명예퇴직 신청원이 빨리 처리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군수실 앞에서 소란을 피운 것이다. 충북 보은군에서는 지난 1월 군의원 G씨가 군청 과장 H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당시 G씨는 “예산 삭감과 관련된 군의회의 표결 상황을 의회 사무관이 유출했다”는 자신의 말에 대해 H씨가 “명확한 근거도 없이 몰아세우지 마라”는 취지로 항의하자 플라스틱 물병을 집어던졌다. 이어 G씨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10여 분간 H씨에게 퍼부었다. 폭행을 당한 H씨는 정신과 치료 기록 등을 첨부해 군의원을 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청주지검은 지난 4일 G씨에게 상해 및 모욕혐의를 적용해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처분했다. #악성 민원 담당자 월 20만원 수당 ‘웃픈 현실’ 인사혁신처는 올해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을 위해 월 20만원씩 2년간 지급하는 ‘우수 대민공무원 수당’을 새로 만들었다. 규제개혁, 일자리 지원, 각종 인가와 허가, 안전 및 복지지원 업무를 맡는 공무원이 수당 지급대상이다. 구급대원은 폭력이 발생하면 경찰 지원을 요청하고, 근무복 가슴주머니에 카메라 등을 달아 법적 대응에 대비하라는 교육을 받는다. 술 취한 사람에게도 ‘선생님’, ‘사장님’, ‘어르신’, ‘형님’ 등의 공손한 말씨를 사용하고 “그렇군요, 선생님 말씀이 옳습니다”라고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란 것이 폭행방지 매뉴얼의 내용 가운데 하나다. 공무집행 방해의 해결사로 마지막에 나서야 하는 경찰을 위해서는 트라우마 센터가 전국 4곳에 있지만 그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신쌍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경찰청 위원장은 “민원인을 상대하는 지구대와 파출소 직원은 73.4%가 40~50대로 인력 부족에 노령화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경찰 인력 절반 이상이 치안 현장이 아닌 내근직에 배치된 구조를 바꿔야만 악성 민원인 대응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美·中 정상회담] 북핵 문제 해결 새 전기로 차기 정부 긴밀 대응 걱정

    동북아 정세의 가늠자가 될 미·중 정상회담의 막이 오른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 내에서는 복잡한 심경이 감지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의 새 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만 회담 이후 정세가 급변할 경우 새 정부에서 기민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회담 개최 전까지 미국 측에서 나온 메시지들이 그간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강조해 온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미·중이 자국 이익이 걸린 현안을 더 앞세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외교부에서는 그럼에도 미국이 동맹의 이익을 해치는 거래를 중국과 하진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외교 당국에서는 오히려 미·중이 새로운 북핵 문제 해결법을 도출할 경우 우리 정부가 보조를 맞출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외교부 관계자는 “다음달 대선이 끝나더라도 정부조직법 처리,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진영을 완비하려면 최소 두 달은 소요될 것”이라면서 “북핵 관련 국면이 갑자기 바뀔 경우 우리 정부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문화마당] 22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윤가은 영화감독

    [문화마당] 22년 지기 친구를 만났다/윤가은 영화감독

    현정이를 다시 만난 건 고등학교 졸업 이후 무려 7년이 지나서였다. 우리는 중학교 내내 붙어 다니며 별별 파란만장한 역사를 함께 써 나갔고, 그런 우정으로 같은 고등학교에 입학해 같은 동아리까지 들어 또 3년을 함께 보낸 절친한 사이였다. 그런 친구와 단지 각자 사는 게 빠듯하다는 이유로 그렇게 오랫동안 못 만나게 될지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연락이 닿아 대학로 한복판에서 다시 만난 그녀는 여전히 내가 진심으로 믿고 좋아했던 단짝의 모습 그대로였다. 십대 시절 마치 세상의 주인인 양 함께 깔깔거리며 소리치다 또 아무도 모르게 소곤소곤 비밀을 나눴던 우리는, 오랜만의 해후가 무색하게 꼭 어제 만난 것처럼 웃고 떠들며 그간의 은밀한 상처들을 조용히 털어놓았다. 그리고 앞으로 아무리 바빠도 자주 연락하자고, 이렇게 우리 우정의 새로운 챕터를 다시 써 나가자고 굳게 약속하고 헤어졌다. 하지만 이후 우리는 만나지 못했고, 영화처럼 또 7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3년 전 여름 첫 장편영화 촬영을 앞둔 나는 유년 시절을 보낸 성북구의 주택가들을 종일 이리저리 배회하며 돌아다녔다. 영화의 또 다른 얼굴이 될 로케이션 헌팅은 캐스팅만큼이나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특히나 저예산 독립영화의 프로덕션에서는 감독이 직접 발로 뛰며 찾는 게 여러 모로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로 멋지게 포장했지만, 사실 속내는 그저 괴롭고 속상했기 때문이었다. 예산은 빠듯한데, 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시나리오는 여전히 마음에 안 들었다. 오랜 시간 꿈꿔 온 일을 너무나 제한적인 상황에 맞춰 얼렁뚱땅 해치워 버리는 느낌만 들었고, 그 어떤 과정도 즐겁지 않아 더더욱 괴로운,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오직 걷는 것밖에 없었던. 그런 시기였다. 그날도 그렇게 잡다한 상념에 사로잡혀 종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누군가 동네 떠나갈 듯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 젖혔다. 바로 현정이었다. 작은 승용차에 너댓 살쯤 되는 딸과 친구들을 가득 실은 그녀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언제나 밝고, 명랑하고, 기운찼던, 그 시절 내 단짝의 얼굴 그대로였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하며 어쩐지 기묘해 보이는 각자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는, 금세 다시 볼 것처럼 기쁘게 헤어졌다. 이후 우리가 잠시나마 스치듯 인사할 기회를 잡았을 때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내 첫 영화가 개봉한 무렵이다. 다시 영화처럼 순식간에 2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며칠 전 그런 현정이와 오랜만에 감격스러운 상봉을 했다. 제대로 약속을 하고 만나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건 대학로에서의 만남 이후 10년 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말의 어색함도 없이 꼭 중학생 때처럼 떡볶이와 김밥을 입속에 잔뜩 욱여넣은 채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이미 수십 번은 곱씹었을 그 시절 사건 사고들을 새로운 무용담처럼 늘어놓는가 하면, 또 난데없이 탄핵 인용을 축하하며 정체성을 숨긴 급진좌파로 마주해야 했던 고통스럽고 웃긴 일화들에 대해 경쟁적으로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한순간 시간에 쫓겨 이젠 정말 자주 보자고, 꼭 열다섯 살 소녀들처럼 온 마음으로 활짝 웃으며 헤어졌다. 이제 우린 또 어떤 세월을 지나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까. 아직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먼 훗날의 만남을 고대하며, 나는 오늘 하루 또 이렇게 힘이 난다. 더 잘 살아야겠다.
  • 대구 통합공항 유치 놓고 군위·반대위 ‘현수막 갈등’

    “불법 현수막과 깃발 철거는 불가피하다.” VS “주민 알권리 차원에서 철거는 안 된다.” 경북 군위군이 K2통합공항유치추진 군위군반대추진위원회의 현수막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군위군은 대구 민·군 통합공항(K2) 유치에 찬성하는 현수막이나 반대하는 현수막 모두 위법이어서 다 강제 철거하겠다고 했지만 철거 대상이 주로 유치 반대 쪽 현수막이라 갈등이 발생했다. 5일 군에 따르면 군 8개 전체 읍·면 지역에 K2공항 유치 찬반 단체 측이 불법 현수막과 깃발 모두 2017개를 내걸었다. 군위군이 대구 통합공항(K2공군기지+ 대구공항) 유치전에 본격 뛰어든 것이 계기였다. 찬성 측은 115개인 반면, 반대 측은 1902개로 찬성 측의 16.5배다. 군위군은 훼손된 채 방치된 현수막이 장기간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환경오염, 민원 야기, 안전사고 발생 우려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유치반대위원회가 설치한 1650개 붉은색 깃발은 도시 이미지를 훼손하고 운전자들의 시야도 방해한다는 것이다. 군위군은 이런 문제로 관련 단체에 현수막 철거를 요청한 상태로, 불이행하면 전면 강제 철거하기로 했다. 이에 통합공항유치반대추진위가 강력 반발했다. 이우석(63) 통합공항유치반대추진위원장은 “지난 2~3개월 동안 군위군과 지역 관변·사회단체들이 현수막을 통해 군사공항 이전에 따른 지역(주민) 피해는 숨긴 채 장밋빛 청사진만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등 주민들을 현혹시켜 이에 반박할 현수막과 깃발을 설치한 지 며칠 되지 않았다”며 “주민 알권리 보호를 위해 현수막 철거를 막겠다”고 말했다. 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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