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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데탕트시대”… 일본의 안보전략(해외논단)

    ◎이클레 전 미 고위관리ㆍ일 나카니시교수 공동진단/“「자체방위」보다 「범세계안보동맹」 모색할 때”/크렘린변화 따라 「지역방어」 수정 불가피/90년대말 「미ㆍ일ㆍ구 3각체제」 등장 가능성 최근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세계 곳곳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방위력 증강문제로 국내외에 논란을 일으켜 온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일본은 내년 3월이면 중기 방위력증강계획이 일단락될 예정이어서 일본의 새 방위전략은 세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본의 향후 방위전략과 관련,미국의 포린어페어즈지 (90년 여름호)는 「일본의 대전략」이란 제목으로 FㆍCㆍ이클레씨와 나카니시 데루마사씨가 공동집필한 논문을 싣고 있다. 이클레씨는 레이건행정부 시절 미 국방부 정책담당 부장관을 지냈으며 나카니시씨는 일본 시즈오카대 국제관계 교수로 재직중이다. 다음은 「일본의 대전략」 요지이다. 유럽의 변화와 소련의 중첩된 위기가 일본의 안보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동구에서의 공산주의 붕괴와 소연방의 해체움직임은평양 하노이 그리고 북경의 지도체제를 흔들리게 할 것이다. 일본의 안보전략은 미국과의 동맹을 골간으로 형성됐고 아직도 그속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곧 이 동맹의 목적과 성격은 유럽의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과거 일본에는 미국의 대소봉쇄전략에 대한 광범위한 동의가 형성돼 있었고 미일동맹을 소련의 침입에 대항하는 방패로 평가해 왔다. 이 단순한 전략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기는 하지만 곧 충분치 못하게 될 것이다. ○대소봉쇄 점차 탈피 일본으로서는 거대한 경제력ㆍ기술력에 걸맞게 세계평화에 이바지 한다는 목적의식을 고양시켜야 할 때가 됐다. 일본은 인본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이며 평화적인 국가라는 이미지에 상응하는 그리고 일본국민들로부터 널리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전략」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방위정책의 대상영역은 일본열도를 넘어 확장돼야 한다.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일본의 경제와 지역적으로 한정돼 있는 방위정책 사이의 불균형은 더 이상 유지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일본의 「대전략」은세차원에서 개발될 필요가 있다. 첫째 일본의 주변지역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안보전략은 소련의 변화에 맞춰 조절돼야 한다. 둘째 원거리 국가와의 경제관계뿐만 아니라 원거리 지역의 적대세력간 마찰과 전쟁확산도 고려한 범세계적 안보전략도 개발돼야 한다. 셋째 핵개발이 아닌 핵공격을 막기 위한 측면에서 핵전략문제가 검토돼야 한다. ○세계평화 지향해야 오늘날 일본의 방위정책은 아직도 소련 군사력의 위협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북한 남침에 대한 소련의 지원,소련의 위협적인 군사력 시위,북방 4개도서의 점령이 일본으로 하여금 소련과 적대적 관계를 갖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소련 국내외정책이 요즘처럼 계속된다면 이러한 역사적 이유들은 그 의미가 점차 희박해질 것이다. 또 일본이 장차 안보와 관련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국가는 소련만이 아니다. 일본의 「대전략」속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아직 크지 않지만 중일관계는 일소관계에 비해 훨씬 가깝고 복잡하다. 따라서 훨씬 어려운 전략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의 「대전략」속에서 중국이 수행할 역할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50년대와 70년대를 거치면서 중일관계는 위협적인 관계에서 화해의 관계로 바뀌었다. 이후 중일관계는 상당한 안정을 누려 왔다. 이는 주로 미일 동맹관계에 힘입은 것이다. 다른 국가들의 변화도 안보전략에 문제를 던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평양의 공산독재정권이 마침내 무너져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면 통일 한국은 핵무기 개발을 완만하게나마 추진할지도 모른다. 일본의 「대전략」은 전세계를 고려하는 범세계적 차원에서 수립돼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다고 여겨지는 나라는 시기와 분노의 대상이 되기 쉽다. 70년대 미국은 적대국 소련과는 무관하게 이란 리비아 등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 국가의 안보전략은 목전의 관심사항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우발적 사건에도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도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면 중동전은 페르시아만을 통한 원유공급을 고갈시켜 일본경제에 타격을 가할 것이다. 일본경제가 먼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은 군사 안보에 관한 한 지역적인 차원에서만 보는 경향이 있다. 지금처럼 무기가 발달되고 상호연관성이 긴밀한 시대에 독자방위전략은 동맹체제보다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미국과 유럽의 동맹이 필요하다면 땅이 좁고 외부충격에 취약한 경제를 가진 일본으로서는 미일동맹이 더욱 필요하다. 90년대 말에는 미국 유럽 일본의 3각 동맹체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 최근 변화가 아시아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든 또 군축이 어떻게 결말이 나든 핵무기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의 장기 전략도 핵무기의 존재를 피할 수는 없다. 미국의 핵전략은 NATO구조하에서 유럽의 상황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은 반면 일본에 의해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일본인들의 핵에 대한 거부감은 일본정부로 하여금 핵에 관해 가급적 언급을 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미일동맹 덕분에 핵위협으로부터 보호됐을 뿐만 아니라 시끄러운 핵논란으로부터도 면제됐다. 앞으로도 당분간 군축으로 인해 핵문제에 관한 날카로운 논쟁은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일본은 핵무장국가들과 공존해야만 한다. 일본의 경제력과 잠재적 군사력은 다른 나라의 핵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은 핵과 관련,중요한 역할을 피할 수 없으며 문제는 역할을 할 것인가 말까가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이다. ○핵방어대책 수립을 혹자는 일본의 비핵화와 함께 미국과의 안보관계를 최소화하거나 비동맹국이 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비동맹주장자들은 일본의 산업과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자위대만으로 방위에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 독자방위정책은 이웃나라와의 군사적 긴장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으며,소련 중국 그리고 아마도 통일한국의 핵위협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일본이 비동맹 핵무장국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은 국내외로부터의 거센 반발을 고려할 때 더욱 설득력이 없다. 미국과의 동맹은 일본에 핵위기시 안보우산을 제공할뿐만 아니라 SDI의 경우에서 보듯이 강대국의 전략 및 핵전력 감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핵부문에서의 미일동맹은 양국간의 신뢰유지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핵확산 및 핵위협에 억지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자체 방위에 주력해 왔지만 앞으로 일본은 다른 민주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전세계의 평화적 질서를 유지하는 데 공동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일본정부는 핵시대에 2번이나 미래지향적 안보전략을 수립ㆍ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57년에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했으며 76년에는 중기방위계획을 세워 해상수송로 방위선을 확장하는 등 방위력을 증강해 왔다. 그러나 이 중기계획은 91년 3월에는 완료되므로 90년대와 21세기를 이끌어 갈 「대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바다를 항해하면서 목적지도 없고 나침반과 지도도 없다면 배는 바람 부는 대로 갈 것이다.
  • 절대권한의 「김대중체제」 구축/평민 전당대회 의미와 앞날

    ◎「야 통합ㆍ대권」 겨냥한 전열정비/민주당 진통으로 야 단일화 전도 험난 27일 열린 평민당 전당대회는 범야권통합을 전제로 한 당전열정비에 우선적인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같다. 평민당은 김대중총재를 굳이 신임투표하는 절차를 통해 총재로 재선출한 것은 김총재의 통합노선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를 표로써 확인하고 김총재에게 통합에 대한 절대권한을 부여한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당무회의를 통합수임기구로 지정하고 통합선언이 있을 경우 당의 해체문제등에 있어 전당대회와 똑같은 권한을 행사토록 위임함으로써 통합에 대비한 평민당 자체의 기본절차는 일단 마무리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는 다른 각도에서 이날 전당대회가 김총재에게 부총재 임명권을 주는등 사실상 김총재 체제를 강화한 것은 통합문제와 관련한 김총재의 2선 퇴진주장과 2년후의 대권도전을 염두에 둔 사전 배려가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평민당은 앞으로 8월중 민주당ㆍ재야와의 3자 통합성체를 목표로 통합작업에 박차를 가하면서 범야권 차원의 대여 공동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다가올 개헌및 총선정국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를위해 수임기구로 지정된 당무회의에서 금명간 5인 협상대표를 뽑아 다음주부터 통합을 위한 야권 3자의 15인 협상회의를 가동시키며 8월중 부산ㆍ광주 등지에서 장외집회를 개최할 방침이다. 평민당의 이같은 구상은 사퇴정국에 이은 총선실시 요구투쟁을 범야권 통합국면으로까지 연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여권의 내각제 개헌기도를 저지하겠다는 양면전략에 따른 것이다. 김총재가 이날 전당대회 치사에서 『야권통합으로 우리당 가능성이 커졌지만 오늘은 우리에게 아주 기쁜 날』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처럼 평민당의 향후정국 전망은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이고 자신감에 넘쳐있는 것도 사실이다. 평민당은 당분간 여권의 어떠한 대화제의도 거절하면서 통합과 대여투쟁에 주력함으로써 정국을 평민당 중심의 구도로 장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평민당의 이같은 전략이 어느정도의 전과를 올릴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가장 큰문제는 야권통합에 있어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이기택총재의 통합노선에 대한 반발로 주춤거리고 있는 점이다. 26일 열렸던 민주당 전체지구당위원장 회의에서는 상당수 위원장들이 그동안 야권통합문제에 있어 최대 걸림돌이었던 김대중총재 2선 퇴진문제를 또다시 거론하며 이총재의 「선통합 후당체제정비」의 통합원칙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김총재는 그러나 전당대회 총재직 수락연설에서 『나의 거취문제는 오직 국민과 우리 당원만이 결정할 권한이 있으며 소수인사들의 부당한 주장에 결코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고 2선 퇴진문제를 강력히 일축했다. 김총재는 현재 이 민주총재의 통합의지와 국민적 여론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이 민주총재가 당내 의견에 밀릴 경우 평민당이 구상하는 전반적 통합수순도 헝클어져 통합문제가 지지부진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의원직 총사퇴에 따른 야권의 대여 공동투쟁전략 자체도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고 김총재는 물론 이 민주총재에게 책임을 묻는 최악의 사태까지도 가상할수가 있다. 여기에다 범민족대회 예비회담등 최근의 남북대화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도 의원직 총사퇴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려는 평민당측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야권통합이 지지부진할 경우 김총재가 내놀 카드로는 대규모 장외집회밖에 없다. 이를 통해 통합문제로 자칫 위축될 수 있는 평민당의 입지강화를 꾀하면서 여권으로부터 총선ㆍ지자제문제에 대한 확실한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민당은 현재 9월 정기국회에도 등원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이 지자제 문제등에 있어 평민당 주장의 전폭수용을 약속하는등의 방법으로 길을 터줄 경우 평민당의원들의 국회복귀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전당대회 이모저모 ○…이날 대회는 김대중총재등 등단하는 연사들이 저마다 야권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하교 대회장 벽에 「통합으로 정권교체」 「통합만이 살길이다」고 쓰여진 대형현수막 10여개가 걸려 있어 통합촉구분위기 일색. 김총재는 『이 대회를 계기로 완전한 야권통합을 이룩하고 정권을 잡게될 것이므로 이 대회는 역사를 바꾸는 대회요 오늘은 역사를 바꾸는 날』이라고 강조. 이기택 민주당총재를 대신해 참석한 조순형부총재는 『이총재가 오려고 했으나 야권통합을 위한 당론조정으로 바쁜데다 건강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고 대여 연대투쟁 의지를 역설. 이날 대회장에는 노태우대통령과 박준규국회의장ㆍ이기택 민주당총재ㆍ김관석통추회의상임대표가 보낸 축하화환이 연단 좌우에 배치. 이날 하오 있는 김대중총재에 대한 신임투표에서는 참석대의원 1천7백53명중 1천5백19명이 투표,찬성 1천3백99표 반대 1백12표 무효 8표로 92% 절대다수 지지를 받아 총재로 재선출. 김총재는 조윤형국회부의장이 『14대 총선에서 승리해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김대중총재를 재추대하자』면서 기립박수를 제의하고 참석대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동의하자 신상발언을 요청,『우리는 어느 정당보다도 민주적으로 당을 운용해 왔는데도 당내 민주주의가 부족하다느니 총재 혼자 다한다는등의 말을 들어왔다』면서 『부총재 경선도 안하고 총재만 만장일치로 선출해버리면 역시 당내 민주주의가 안된다고 말할 것』이라면서 신임투표를 요구.
  • 정부미 도정 모든 방앗간에 개방/기획원/새달부터 유통구조 대폭개선

    ◎농림수산부선 반발 정부는 현재 1일 6만2천가마 수준인 정부미 방출량을 1일 10만가마 선으로 늘리기 위해 정부양곡 도정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정부미 유통구조를 대폭 개방할 방침이다. 경제기획원은 25일 4백7개 정부양곡 도정업체로 제한하고 있는 정부보유미(조곡상태)의 매출대상을 앞으로는 전국 1만6천3백64개 민간도정업체와 양곡 도ㆍ산매상 및 실수요가 개인에게까지 확대,다음달부터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기획원은 또 정부보유미를 특정업체에 국한시켜 가공하는 방식에서 탈피하고 벼상태로 매출후 가공ㆍ수송ㆍ유통을 시장자율기능에 맡겨 정부보유벼의 유통을 원활히 할 계획이다. 기획원은 이를 위해 특정지역 내의 정부보유벼에 대한 가공ㆍ수송ㆍ유통을 해당지역의 정부양곡 도정업체가 독점토록 하고 있는 현행 조곡 원료권 관행을 조속히 해체키로 했다. 그러나 조곡원료권 관행의 폐지에 대해서는 기득권을 누려온 정부양곡 도정업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내에서도 농수산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관행의 존폐를 둘러싸고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그동안 민간보유미에 대한 정부보유미의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의 하나로 조곡매출을 실시해 왔으나 정부보유 벼의 가공ㆍ수송ㆍ유통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는 대부분의 정부양곡도정업체들이 정부의 벼매출에는 참여치 않고 있어 정부미 방출확대를 제약하는 요인이 돼 왔다. 한편 농림수산부는 이같은 기획원의 조치는 쌀값지도를 어렵게 하고 유통질서를 문란시킬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보였다.
  • 한 청원경찰의 “살신”(사설)

    청원경찰 한사람이 건널목에서 행인을 구하고 대신 목숨을 던졌다. 세상이 온통 혼잡하고 이기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우울해있는 때에 날아든 놀라운 소식이다. 아직도 스스로를 죽여가며 「성인」을 하는 사람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는 철도 건널목을 지키는 청원경찰이다. 박봉으로 일했을 것이다. 하루에 상하행 왕복이 4백여차례나 되는 철로위 자기 일터에서 변을 당했다. 차가 들어오는데 어정어정 철길로 들어서는 사람을 보고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을 것이다. 자신의 임무에 이만큼 몰아할 수 있었다면 그는 누구보다 훌륭한 직업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구해낸 사람은 만취한 시민이었다. 밤 11시에 건널목을 건너면서 그토록 부주의한 사람이라면,비록 건널목 안내를 직무로 한 사람이라도 미처 지켜줄 수 없는 인사불성의 취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경우 사고에 의해 희생되었다 할지라도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 그런데도 앞뒤 가리지 않고 그를 먼저 떼밀어 내고 스스로는 미처 헤어나지 못한 고 주태진씨가 새삼 존경스럽다. 그늘지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이렇게 의롭고 성실한 사람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온갖 어지러운 일들이 생겨도 잘 버텨나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게도 한다. 같은 날 밤 만 해도 만취한 경관 한사람은 가스총을 휘두르면서 룸살롱서 난동을 부려 주민들이 신고를 하는 소란이 서울에서 있었다. 공복이기를 서약하고 공권력을 수행하는 정규경찰도 갖가지 태만함과 일탈행위로 민생치안에 허점을 남기는 경우가 적지않은 세태라 주씨의 행동에 더욱 머리가 숙여지는 것이다. 이 경우에서도 그랬듯이 우리에게는 요즘 취해서 저지르는 과오가 너무 빈발하다. 같은 날 밤에는 또 만취한 대학생이 자신의 지프에 여자를 태우고 지그재그 운전을 하다가 단속하는 경찰을 매단 채 한참을 달렸다고 한다. 대학 2학년이라는 젊은이가 세상을 어떻게 우습게 보았기에 이런 난폭한 짓거리를 했는지 한탄스럽다. 음주운전단속을 강화한 이후에도 취중운전의 비율이 의연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통계도 최근에 나왔다. 운전인구가 늘어감에 따라 운전을 난폭하게 해서 앞뒤에 함께 가던 다른 운전이웃을 곤혹과 불안에 몰아넣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업용 차의 기사들이 시간을 아끼려고 조급하게 구는 경우만이 큰 위협이었는데,이제는 그들을 뺨치게 당돌하고 거칠게 차를 모는 자가운전자들이 거리를 누빈다. 그런 사람들이 필시 음주운전도 예사로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음이 예사로워지고 취해서 저지르는 과실이 만연한다는 것은 사회가 퇴행하고 있는 증좌처럼 보여서 우울하다. 피치 못해 과음을 하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한두번쯤 있을 수 있지만 각계각층의 사람이 취한 채 나다니고 취기 때문에 일을 저지르는 일이 늘어간다는 것은 걱정스런 일이다. 취한의 하찮은 부주의가 한 소중한 직업인의 희생을 부른 것도 해체되는 우리 사회가 던지는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씨의 값진 「성인」이 무의미하지 않기를 기원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
  • 공동 경비구역내 군사시설 제거를/북측,정전위서 제의

    【판문점=유재림기자】 북한은 오는 8월15일 그들이 판문점 북측지역에서 개최할 계획인 「범민족대회」와 관련,23일 유엔군측에 대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의 모든 무장인원과 군사시설물을 제거하라고 제의했다. 북한측은 이날 상오 11시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456차 군사정전위 본회의에서 이같이 제의하고 남북대화 촉진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비무장지대내의 콘크리트장벽과 철조망제거를 위해 조직될 「분단장벽 해체 공동위원회」 활동에 대한 편의제공 ▲무력증강과 팀스피리트 한ㆍ미 합동군사훈련등 「전쟁연습」중지 등을 요구했다.
  • 범민족대회 선별초청ㆍ판문점 철회땐/정부,백두∼한라산 대행진 허용

    ◎남측 인사의 참가도 보장/오늘 법무ㆍ국방ㆍ통일원장관 합동발표/장벽유무 확인 북측 초청 용의 정부는 북한이 판문점에서 열기로 한 범민족대회 준비에 따른 이른바 「서울에서의 2차 예비접촉」을 위해 북한측 관계자와 해외대표들이 서울로 올 경우 이를 허용할 방침이며 북측이 범민족대회에 특정세력에 한한 선별초청을 철회할 경우 남측 인사의 대회참가를 보장키로 했다. 정부는 23일 상오 9시 정부 종합청사에 홍성철통일원ㆍ이종남법무ㆍ이상훈국방 등 3부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노태우대통령의 7ㆍ20 「남북간 민족 대교류」 특별발표에 대한 후속조치를 밝히는 가운데 이같은 정부입장을 공식표명할 예정이다. 정부는 범민족대회 참가에 따른 입장을 정리,▲북한측이 전민련ㆍ전대협 등 특정세력의 선별초청을 철회,우리 사회 각계각층 대표를 초청한다면 남측 인사의 참가를 보장하고 ▲사회 각계각층대표 초청과 함께 판문점 이외의 평양 등지에서 대회를 개최한다면 대회 참가자들이 백두산∼판문점∼한라산을 잇는 소위 「조국통일촉진대행진」도보장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북한측이 「민족 대교류」 전제조건으로 내건 국가보안법철폐,임수경양 문익환목사 등 밀입북 구속자석방문제는 북한의 사회안전관계형법동시철폐,북한내 강제수용돼 있는 정치사상범의 석방과 연계하여 협의하기 위해 남북 법무장관회담을 개최할 것을 이날 합동회견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합동회견에서는 또 북한측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콘크리트장벽 철거문제와 관련,그들 눈으로 직접 그 존재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북한측 관계자를 초청할 용의가 있음도 아울러 밝힐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함께 북한측이 조평통 성명을 통해 우리의 제의를 일단 거부했지만 이 성명 가운데는 부분적으로 자유왕래의 협의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고 아직 우리측에 공식거부의사를 통보해 오지 않은 점을 감안,오는 30일의 실무접촉에 북한측이 응하도록 거듭 촉구키로 했다. 정부의 한 고위소식통은 22일 『북한측이 우리 국가보안법이 통일에 장애가 된다고 생떼를 쓰고 있는 만큼 북한의 사회안전관계형법도 같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실무장관끼리 비교ㆍ검토를 하여 문제가 있다면 동시에 철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하고 『우리는 굳이 법무장관회담이 아니더라도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또 『북한이 「콘크리트장벽」을 운위하면서 「분단장벽해체 북남공동추진위」의 구성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우리는 우선 그같은 장벽의 실재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공동조사단 구성을 제의할 것』이라고 말하고 『모스크바방송도 자유왕래를 막는 「콘크리트 장벽」이 아니라 대전차 장애물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바기구 내년까지 군사조직 해체/헝가리ㆍ체코,개편일정 제시

    【빈 AFP 연합】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는 91년말 이전에 소련주도하의 바르샤바조약기구 군사지휘체계를 종식시키는 바르샤바조약기구 개편일정을 제시했다고 오스트리아의 디 프레세지가 20일 보도했다. 디 프레세지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이 제안이 이번주 프라하 근교에서 열린 바르샤바조약기구 군사전문가회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바르샤바조약기구는 오는 11월의 정상회담 이전까지 군사기구에서 정치기구로 전환되며 이어 내년 연말까지 산하 모든 군사 조직들을 해체하는 것으로 돼있다고 이 신문은 말하고 이 바르샤바기구의 최종 해체는 유럽 집단안보체제의 확립여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디 프레세지는 올 가을의 제1단계 개편에서는 현재 각 회원국 정상들로 구성되는 정치협의위원회가 외무장관들의 회의체로 격하되며 내년에 이루어질 2단계 개편에서는 소련군의 지휘를 받는 바르샤바조약기구 군사령부가 해체되어 각 회원국의 통제하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어 마지막 3단계에서는 알바니아를 제외한 전 유럽국가들과 미,캐나다 등이 참가하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범유럽안보체제를 마련하면 바르샤바조약기구가 최종적으로 해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개도국 협력창구 일원화/내년 외무부에 「사업단」 발족

    ◎해개공 해체… 이민ㆍ취업알선 민간이양 정부는 19일 그동안 각 부처별로 시행해온 대개도국 협력사업을 외무부로 통합,일원화하기로 하고 이를위해 외무부 산하에 한국개발협력사업단(가칭)을 발족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에따라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외협력위원회의 최종 결정을 거쳐 사업단 설치법안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내년 1월 사업단을 정식 발족시키기로 했다. 사업단이 발족됨으로써 그동안 해외이주및 취업알선업무를 담당해온 해외개발공사는 해체돼 사업단으로 흡수되며 해외이주및 취업알선업무는 민간에 이양된다. 또 그동안 각 부처에서 분산ㆍ실시돼온 연수생 초청ㆍ전문가 파견ㆍ기술용역ㆍ개발조사 등의 대개도국 기술협력사업을 비롯해 ▲무상원조 ▲청년봉사단 해외파견 ▲의료단및 태권도 사범 파견등의 업무가 일원화된다.
  • 북한,한국국회 해산 촉구/야당의 장외투쟁등 선동

    ◎노동신문 논평 통해 【내외】 19일로 예정된 남북 국회회담 제11차 준비접촉을 한국의 국회사태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연기한 북한은 18일 한국국회의 해산을 강력 촉구해 나섰다. 북한은 이날 당기관지 노동신문 논평를 통해 민자당에 의한 법안 단독처리와 이에대한 야당의 사퇴서 제출등으로 인한 정국경색국면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의회주의 조차 무시하는 민자당 독재하에서 야당들의 생명력은 인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독재를 반대하는 투쟁대오에 그들과 함께 서는데 있다』 『야당인들이 반민자당투쟁에 과감히 나서는 것은 정치인의 본분으로 보나,선거자들에 대한 도리로 보나 응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 신문은 이어 야당이 재야세력과 함께 장외투쟁을 강력히 벌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면서 ▲민자당 해체 ▲국회 해산후 총선실시 등을 주장했다.
  • 「광주법」등 철폐 요구/전남대생 50명 단식

    전남대학교 학생 50여명은 18일 하오2시쯤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모여 지난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광주보상법 등을 전면 무효화시킬것과 민자당의 해체를 주장하며 5일 동안의 시한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 소의 “나토잔류 수락” 의미

    ◎「완전통독」의 마지막 장애물 넘다/서독 30억불 경원이 결정적 계기/유럽 새질서 구축의 이정표 세워 소련이 통일독일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입을 허용함으로써 통독 가도에 놓여있던 마지막 장애물이 제거됐다. 전후 40여년간 동서 냉전체제하에서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최전선이었던 동독을 서독측에 「내주고」 이어서 통일독일을 나토에 「넘겨주기로」한 것은 일단 소련의 엄청난 양보로 풀이되고 있다. 소련은 그동안 나토와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세력균형,통일독일의 군사적 위협 등을 이유로 통일독일의 나토가입을 꾸준히 반대해왔다. 통일독일의 두기구 동시 가입,동시 탈퇴,범유럽 새 안보기구 구성 등 일면 일관성이 결여된 대안들을 번갈아 제시하면서 통일독일의 나토가입만은 반대해 왔던 것이다. 따라서 소련이 왜 나토가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게 되었는지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측통들은 고르바초프가 종전의 완강한 반대입장을 버린 직접적인 동기로 7월초 연이어 열린 런던의 나토 정상회담,휴스턴 G­7 서방선진국 정상회담의 결과를 들고 있다. 이달초 영국 런던에서 개최됐던 나토 정상회담에서 16개 회원국들은 동서 양진영이 이제 더이상 적이 아니라는 평화선언과 불가침선언을 바르샤바조약측에 제의했다. 또한 기존 나토군사전략의 기본축이었던 핵억지원칙을 대폭 완화,핵은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군사동맹체로 유지돼온 나토의 성격에 큰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16일 통일독일의 나토가입 허용을 발표하면서 고르바초프대통령은 그 배경설명에서 나토의 성격이 바뀌었고 동서 군사동맹이 서로 「적이 아님」을 곧 공동선언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방측은 또 G­7 정상회담을 통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에 대한 지지,그리고 국가간 의견차는 있었지만 대소 경제원조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특히 헬무트 콜서독총리는 1백50억달러에 달하는 대소 차관지원을 동맹국들에게 촉구했다. 서독은 이외에도 독자적으로 30억달러의 차관제공을 약속해 놓고 있다. 16일 소련과 서독 두 정상이 발표한 내용중에는 앞으로 정치 경제안보 문화 등 양국관계 전반에 우호협력 조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대목도 들어있다. 이는 콜총리가 이번 두 나라 정상회담에서 별도의 추가 원조계획을 소련측에 제시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하는 것이다. 그외에도 서독은 동독영토에 주둔하는 소련군에 대한 경비지원까지 이미 약속한 바 있다. 이같은 잇단 경원제의는 독일통일의 보장받기 위해 서독이 소련에 대해 기울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유럽대륙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안보분위기는 기존 양대 군사블록의 존립기반 자체를 흔들어 놓고 있다. 다시 말하면 통일독일의 나토가입 여부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양보는 넓게 보면 이런 맥락에서의 설명이 가능하다. 이번 양국 합의사항중 군사부문을 보면 동독주둔 소련군의 점진적인 철수,동독영토에 나토군 주둔 불허용,서독군의 단계적 감축등을 담고 있다. 특히 감군부문은 현재 빈에서 진행중인 유럽재래무기 감군협상과 보조를 맞춘다고 되어 있다. 이는 군사동맹으로서의 나토에 통일독일을 귀속시킨다기 보다는 비군사화된 나토에의 가입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나토의 성격변화가 전제돼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역설적이긴 하지만 이번 소련의 양보는 오히려 현 나토의 재편을 가속화시킬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논의는 소련의 개혁,동유럽의 변화 등에 따라 동서군사 대결이 약화됨에 따라 나토회원국내에서 이미 제기돼온 터이다. 더구나 군사대결의 상대인 바르샤바조약은 이미 회원국의 탈퇴등으로 해체의 길을 걷고 있다. 서독도 통일독일의 나토가입을 관철시켰지만 기본적으로는 새로운 범유럽안보기구가 구성돼 기존의 두 기구를 흡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독 영토에 배치돼 있는 단거리 핵미사일등도 동서군축 협상이 마무리되면 철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나토 방위전략의 바탕은 미국의 역할을 중심으로 한 대소방어와 핵억지전략이다. 그러나 지금 유럽에서 태동되고 있는 새로운 질서는 이 두원칙의 설득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통일독일의 나토가입은 이런 의미에서 새유럽안보체 구성을 향한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련은 앞으로 나토와 바르샤바기구의 상호불가침선언,과도기간 동독영토주둔 소련군의 군사지위협정,철수 시한,통일독일의 병력규모 등을 싸고 서방측과의 협상을 통해 두 군사동맹체의 사실상 무력화를 진행시켜 나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르바초프대통령이 집권이후 꾸준히 내세워온 「유럽공동의 집」과 궁극적으로는 맥을 같이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미국ㆍ영국은 소련의 잠재적 위협,거대독일의 재무장 등을 들어 현 나토체제의 비군사화에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통일독일의 나토가입 시기와 방법을 놓고 소련은 신경전을 벌이려 할 것이다. 새안보체 구상과 관련,주목되는 것은 35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활동이다. CSCE가 현재의 단순협의체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기구구성을 갖춰 새 유럽안보협의체 기능을 갖도록 하자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G7 정상회담 통해본 위상변화(특파원수첩)

    ◎미 영향력 퇴조… 떠오르는 다극체제/바기구 해체뒤 전쟁억지력 효능 상실/기술ㆍ경제력 우세한 일ㆍ서독 위상 격상/“미ㆍ일ㆍ독 3극시대 임박”… 불ㆍ영선 초조 지난 2주일 사이에 런던과 휴스턴에서 잇따라 열린 서방 정상회담은 냉전종식과 더불어 변화된 강대국간 역학 관계와 다극화된 세계의 새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동서 대결시대에 서방측 맹주 노릇을 했던 미국은 단지 세계를 이끌어 가는 여러 강대국 중의 하나로 그 위상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 미국의 많은 국제문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지 부시 미대통령은 나토 정상회담(런던)과 서방7개국 경제정상회담(휴스턴)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선택적으로 행사 했을뿐 전면적으로 강요하지는 않았다. 그는 휴스턴에서 농산물 보조금 감축 협상의 진전을 위해 애를 썼고 런던에서는 나토의 군사 독트린과 전략 재정립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정치 강국으로 부상중인 두 경제대국 서독과 일본이 소련­중국에 대한 경제원조 문제에서 자국의 이해를 추구하겠다는 결의를 드러내자 부시 대통령은순순히 두 나라의 뜻에 따랐다. 부시대통령은 『이런 문제에 모두 빡빡하게 대처하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과거와 전혀 다른 시대에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강조하며 『종전엔 동서간의 군사 대결이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은 바르샤바조약기구가 거의 해체된 가운데 철수하는 병사의 모습과 민주주의가 전체주의 체제를 대체하고 있음을 보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시각은 부시의 전임자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의 위협에 대처하는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세계에 강조하면서 집권했던 1980년대의 접근법과는 상이한 것이다. 레이건은 맹방들에게 미국의 노선을 따르도록 강요했다. 예컨대 1981∼82년에 레이건은 소련의 천연가스 파이프 라인 건설에 협력하는 서구 기업체에 대해 제재를 가하려고 들었다. 그러나 소련 위협의 감소와 세계경제의 변화는 이러한 에피소드를 먼 옛날 이야기처럼 만들어 버렸다. 부시대통령은 미국이 맹방들과 경제적 정치적 파워를 공유함으로써 세계가 다극화 시대로 복귀하는 것을 고무하겠다는 입장이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총리는 최근의 국제질서 변화에 주목하며 『휴스턴 회담에선 미국의 달러,일본의 엔,서독의 마르크 화에 각기 바탕을 둔 3대 국가 그룹이 있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미국이 언짢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그건 사건이 아니라 소련권위협의 감소와 더불어 유럽이 자신의 개성을 내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휴스턴에 모인 7개국 가운데 자기주장이 가장 강했던 나라는 서독과 일본이었다. 서독의 헬무트 콜총리는 독일통일에 대한 소련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재빨리 소련에 차관을 제공하고 서방 각국의 동참을 역설했다. 또 일본의 가이후 도시키 총리는 천안문 사건후 중단된 대중국 차관을 재개키로 결정하고 58억달러 규모의 차관사업 계획을 가져왔다. 미국이 두 나라의 뒤를 따르지는 않았지만 부시는 두 나라에 대해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청신호를 보냈다. 설령 부시가 서독과 일본의 제의에 동참하기를 원했더라도 돈이 많이 드는 새로운 국제의무를 짊어지는것을 허용치 않는 미국의 방대한 재정 적자 때문에 이에 쉽게 응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카터 미행정부에서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을 지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다극화로 나아가는 맹방 관계의 변화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1970년대의 지미 카터 및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에도 유사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때와 아주 크게 다른 것은 일본이 단지 경제 초강국으로만 머물지 않고 조심스럽게 정치 초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이 정치적 리드를 서독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냉전의 소멸이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사실상 해체됨에 따라 전쟁 억지력에서 나오던 미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기술이나 경제력과 같은 다른 요소들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브레진스키는 말한다. 그렇다고 미국의 역량을 과소평가하거나 새 시대엔 미국의 지도적역할이 끝났다고 보아서는 안된다고 브레진스키는 덧붙였다. 부시는 미국의 영향력 퇴조를 내다보는 견해에 동조하지도않지만 영향력 유지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입장도 아니다. 냉전 이후의 새 질서가 확산될 경우 어떤 종류의 정책이 전개될 것인지,예컨대 통일된 독일과 일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지금 헤아리기엔 불확실성이 많다. 가장 불확실한 것은 소련의 향방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소련이 눈을 안으로 돌려 경제위기 해결에 전념하는 한 이 시대의 또하나의 긍정적인 부산물로서 전세계에 걸쳐 지역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레너드 스펙터는 이라크처럼 강력한 지역국가로 성장한 일부 국가들이 미국의 이해에 도전할지 모르나 소련으로부터 과거와 같은 지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세계의 다극화 속에서도 소련의 위축에 따라 미국은 여전히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유고 세르비아공,공산당 해체/당대회서 사회당 전환 의결

    【베오그라드 AFP 연합】 유고슬라비아의 최대 공화국인 세르비아의 「세르비아 공산주의자동맹」은 16일 마지막 당대회를 열고 당을 해산하고 세르비아사회당(SPS)으로 재탄생하기로 의결함으로써 이론상으로 공산당 통치를 종식시켰다. 이날 결의로 새로 탄생한 SPS는 재정이 풍부한 세르비아 사회주의자동맹과 합당하게 되었는데 SPS는 이로써 올해말안으로 열릴 예정인 총선을 앞두고 확고한 재정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SPS는 당대회에서 현 세르비아 공화국 대통령으로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인 슬로보단 밀로세비치를 당의장으로 선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SPS 당강령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엄격히 존중되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있으며 제한적인 사유화이긴 하나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 임시국회 결산과 정국전망

    ◎“정치실망” 먹구름 부른 「변칙 30일」/야 「실력저지」… 여 「밀어붙이기」 일관/평민 투쟁 강도가 긴장국면 변수로 제150회 임시국회가 6공이래 최악의 대치상태로 일관하다 우여곡절 끝에 14일 주요법안과 추경안을 기습처리하고 일정을 완료했다. 의원들의 폭력과 욕설,재연된 일방통과의 구습은 국민들에게 정치권에 대한 실망만을 더해 주었다. 「정치허무주의」에 갈음할만한 국회행태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150회 임시국회가 여야 모두에게 남겨준 부담이자 과제가 되고 있다. 땅에 떨어진 정치권의 권위가 근원적이고 총체적인 과제인데 비해 임시국회가 남겨놓은 여야간의 긴장은 여야 모두에게 특히 민자당에게 당장 풀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본회의 직후 있었던 평민당의 농성이나 민주당의원들의 의원직 사퇴서 제출만으로 현재의 상황을 정치적 위기로 해석할 것까진 없다. 그러나 현재의 여야대치는 구조적으로 개선의 가능성 보다 악화될 소지가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해야 할 것이다. 한달간 계속된 이번 임시국회는 한마디로거여의 위력이 유감없이 과시된 일방 강행의 무대로 해석할 수 있다. 본회의를 통과한 모두 28개 법안중 주요쟁점법안을 포함한 22개 법안이 변칙 통과됐다. 추경예산안이 예결위와 본회의에서 모두 변칙 통과된 것은 물론이고 5공비리 특위해체,이철규군 변사특위 해체가 민자당의 단독처리로 이루어졌다. 통과된 안건만을 놓고 본다면 제150회 임시국회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 생산적이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을 만큼 여러 현안들을 일거에 해결해냈다. 문제는 거여의 존재와 이같은 힘 과시가 생산적일순 있지만 정치적 안정과는 무관함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재적의원 3분의1에 미치지 못하는 야당의석일지라도 대화와 타협으로 이들과 동반하지 못할 경우 정치적 안정은 담보되지 않음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새삼스레 증명됐다. 김영삼대표최고위원에 의해 리드된 민자당은 이번 임시국회를 통해 자신들에게 정국주도권이 있음을 과시해 보였다. 불임 국회의 위장된 안정에 불만을 터뜨려 온 친여보수성향의 국민들에게 민자당은 확고한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민자당은 임시국회를 시작하면서 진퇴양난의 곤경에 있었다. 평민당의 정략적인 실력저지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방통과를 강행하지 않는 한 단 한가지의 쟁점 안건도 처리할 수 없는 것이 민자당의 입지였다. 일방통과가 정치적 불안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예상과 함께 쟁점안건을 처리치 못할 경우 민자당의 위상은 급격히 조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민자당이 지적했던 진퇴양난의 실체였다. 민자당이 처했던 이같은 형국은 개인 정치인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이 직면했던 고민과 똑같은 것이다. 쟁점법안을 처리치 못함으로써 여권내의 기반이 현저히 약화되는 것보다 김대표는 일방통과를 시킴으로써 대국민 이미지가 손상당하는 것이 오히려 유익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 판단에 기초해 대량 일방통과가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된다. 당연하게 김대표의 여권내 입지는 이번 임시국회를 통해 한결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뒤집어 말해 김대표의 정치적 의사결정과 표현이 이번 임시국회를 통해 대단히 여당체질화 됐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민주계의 김재광국회부의장이 14일 국회본회의장에서의 변칙통과를 주도했던 점도 김대표최고위원의 적극적인 여당체질화 과시를 통한 여권내 후계자 굳히기 전략의 한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김대표는 이날 본회의가 시작되기직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일방통과를 자신이 지지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눈길을 끌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의회는 최후순간 다수결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국민의 이익과 국가 경영을 위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시국회를 통해 정국구도는 명확한 양당체제로 회귀한 것으로 이해된다. 진천ㆍ음성 대구서갑 보궐선거 등을 통해 부상 조짐을 보이던 민주당 포함의 3당구도는 임시국회를 통해 아직 시기상조임이 드러난 셈이다. 평민당이 거의 모든 법안에 대해 무조건적인 반대와 실력저지로 맞섰던 점도 바로 정국구도의 양당체제화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관련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민주당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의사당을 빌려평민당의 존재를 과시함으로써 야당통합논쟁의 이니셔티브를 장악하고 나아가 차기대권레이스의 유일한 야당후보임을 각인시키자는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반대로 민주당의원들이 의원직 사퇴파문을 만들어내고 당차원에서 이 파문을 확대시키고 있음은 임시국회가 만들어낸 양당구도에 대한 반발로 풀이될 수 있다. 평민ㆍ민주당의 임시국회에 대한 결과론적인 득실교차는 그나마 향후정국이 판을 깨는데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임을 예견케하는 대목으로 분류된다. 이같은 득실계산을 전제로 할 때 이번 임시국회가 여당으로 말을 갈아탄 민자당의 김대표와 김대중평민총재의 힘겨루기 장이었다는 평가도 가능해진다. 두 김씨 모두 여야 내부에서의 입지강화를 위해 임시국회를 필요이상 대결국면으로 몰아간 흔적은 여러군데서 발견되고 있다. 민자당측이 굳이 방송법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킨 점이 그렇고,김영삼총재가 의안선별없이 무조건적인 실력저지를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임시국회가 사실상 끝난 시점에서 평민당의 대응이 앞으로의 정국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지방자치제 문제와 방송법파문,의원직사퇴서 제출이 정국현안이나,이중 어느 것도 민자당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는 없어 보인다. 민주당역시 의원직사퇴서 제출파문의 진원지이지만 평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다면 더이상 파문을 확대시키기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평민당이 양당구도정착이란 결실에 만족할지 아니면 지자제법 등을 이슈화하면서 보다 극한투쟁을 전개할 것인지는 이에대한 득실판단이 평민당내부에서 내려진 연후에야 가능할 것이다. 다만 평민당이 장외투쟁 등으로 나서거나 사퇴서제출에 동참할 것이란 예상은 많지않아 보인다. 현재의 여건이 장외투쟁에 적합하지 않다는 측면도 있지만 양당구조에서의 지켜야할 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현재의 긴장을 다소 높인 상태로 끊임없이 여당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이며 전체 정국도 따라서 긴장상태의 대치를 계속해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법률 개폐위등 두 특위도 해체

    국회는 5공특위와 조선대생 이철규군 변사사건조사특위를 해체한 데 이어 14일 민주발전을 위한 법률개폐특위와 양대선거 부정조사특위를 해체했다. 법률개폐특위(위원장 오유방)는 이날 상오 민자당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특위에 계류중인 안기부법ㆍ국가보안법 등 미처리 법안을 해당상임위로 회부하기로 의결함으로써 자동해체됐다. 양대선거 부정조사특위(위원장 이종근)도 이날 상오 민자당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사보고서를 채택함으로써 활동을 마감했다. 한편 평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광주특위및 지역감정해소특위는 회의를 열지 못해 해체되지 못했다.
  • 「합동 참모본부」 10월1일 창설

    ◎개편담당 국방 연구위원회 발족/3차장ㆍ4본부… 1천여명 규모 국방부는 14일 국군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군의 지휘체제를 개편할 국방연구위원회를 신설,군단장을 역임한 박익순중장(육사 16기ㆍ충남 공주출신)을 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방부는 또 이 법의 통과에 따라 국군의 지휘체제를 오는 10월1일부터 합동군제인 통제형 합참의장제도로 바꾸고 군구조도 이 제도에 맞도록 개편할 계획이다. 신설된 국방연구위원회는 장관및 영관급 장교 40명으로 구성돼 합동참모본부 창설에 따른 37개의 직할부대편성및 운영ㆍ예산책정 등 개선방안을 연구하며 73개 법령과 각종 규정을 정비하는등 창설준비업무를 하게 된다. 88년 8월 발족한 국방부의 군구조 개선연구팀인 「818기획단」은 2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오는 8월말 해체된다. 국방부는 오는 10월1일 발족하는 합동참모본부의 인원은 1천여명 규모이며 합참의장 밑에 합동참모회의와 1ㆍ2ㆍ3차장 및 비서실ㆍ민사심리전실ㆍ전비태세검열실ㆍ지휘통제통신실 등 4실과 전략기획본부ㆍ정보본부ㆍ작전본부ㆍ지원본부를 두게되며 3명의 차장과 3명의 본부장은 중장급 장교로 보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의장이 작전지휘권은 한미 연합사령관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동안은 유보될 것으로 알려졌다.
  • 「이철규군 변사」 특위 해체/국회 보고서 채택

    국회 조선대생 이철규군 변사사건조사특위는 13일 상오 민자당의원만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고 특위가 국정조사를 통해 작성한 보고서를 채택한 뒤 해체를 의결했다. 특위는 이날 채택한 보고서에서 『이철규군의 사인은 검찰의 발표와 같이 실족사라는 사실에 조사위가 그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히고 『이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 조작하였다는 일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더욱이 고문에 의한 타살이라는 주장은 뒷받침할 증거및 객관적 상황이 없기 때문에 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 고르비위상 타격… 소 공산당 분열위기/옐친ㆍ민주강령파 탈당의 파장

    ◎당정분리등 개혁수용 미흡에 반발/지지세력 적어 「홀로서기」엔 의문도/당내균형 깨져… 본격적 정치다원시대 신호탄 소련공산당내 급진개혁파 기수이며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의장(대통령)인 보리스 옐친이 12일 탈당을 선언한데 이어 당내 급진개혁세력인 민주강령파도 신당결성을 위해 탈당한다고 발표,소련공산당은 혁명후 초유의 분당사태를 맞게됐다. 이들의 탈당은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와 멘셰비키가 1903년 갈라선 이래 87년만의 일로서 당내외에 적지않은 파문을 그려갈 것으로 보인다. 옐친과 민주강령파가 12일 탈당선언을 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옐친은 지난 5월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의장에 당선된후 6월에는 「보다 나은 지도자가 되기위해」 공산당원 자격을 유보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또 공산당대회 대의원 25명을 대표하여 12일 탈당을 발표한 민주강령파 지도자인 쇼스타코프스키도 오래 전부터 당대회에서 만족할만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당을 떠날 것이라고 말해 왔었다. 이들이 요구해 왔던 것은 ▲국가에 대한 당의 지도적 위치 폐기 ▲각급 행정ㆍ군ㆍ공장에 조직된 당세포조직 해체 ▲조속한 시장경제로의 이행 ▲민주집중제 포기 등이었다. 28차 당대회를 앞두고 옐친은 이 가운데 ▲당명변경 ▲당강령(민주집중제)변경 ▲제민주세력과의 연합 등으로 요구사항을 축소했으며 고르바초프와 나란히 앉아 담소하는 등 타협의 신호를 보냈었다. 그러나 당대회가 진행되면서 보수파의 수적 우세가 확인되고 고르바초프가 권력을 공고히 하는 대신 당강령에 민주집중제를 유지시키고 또 공산주의를 「문명발전의 유일한 전망」으로 규정하는 등 보수파의 주장을 수용하는 입장을 보였다. 고르바초프가 민주강령파 소속대의원을 상당수 중앙위원회 명단에 포함시키긴 했으나 옐친 등의 생각보다는 적었고 부서기장에 개혁적 보수파인 V 이바시코가 당선되는 등 급진개혁파의 당내 입지가 죄어 들어오는 형국이 됐다. 게다가 12일 당대회 토의에서 당내 파벌을 계속 불허키로 의견이 모아짐에 따라 탈당의 벼랑으로 내몰렸다. 이처럼 급진개혁파의 탈당이 오래전부터 예상돼 왔으며 이번 당대회 과정을 통해 불가피해진 점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탈당선언은 당내외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급진개혁파의 전격적인 탈당은 지금까지 보수파,고르바초프의 중도개혁파,옐친이 이끄는 급진개혁파 등 3개 파벌이 벌이던 「당내경쟁」 이 이제는 「당외경쟁」으로 바뀌게 됐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관련된 3개 세력 모두 상당한 위상변화를 겪게 됐다. 이번 당대회 기간동안 수적우세에도 불구하고 고르바초프의 능란한 솜씨에 영향력 행사의 어려움을 겪었던 보수파로서는 급진개혁파의 탈당이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인 셈. 보수파의 리더격인 리가초프가 『당이 오히려 잘 돌아갈 것』이라고 반색한 것만 봐도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옐친과 민주강령파의 탈당선언이 당원의 대거 탈당으로 이뤄질 경우 이들은 중도개혁파와 급진개혁파간의 알력으로부터 어부지리를 얻으려 할 것이다. 고르바초프의 입장은 간단치 않다. 일면 「눈의 가시」가 빠져 나감으로써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보수파와 급진개혁파를 양쪽 균형추로 중도개혁의 곡예를 펼치던 고르바초프로서는 한쪽 균형추를 상실함으로써 보수파의 공격에 직접 노출되는 부담이 생기는 등 이번 당대회의 승리가 공허해질 우려도 있다. 또 옐친이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으로서 독자적인 노선을 취할때 겪게 될 어려움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탈당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빼든 급진개혁파도 사정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 민주강령파는 4천6백여 대의원 가운데 소속대의원이 1백여명에 불과하다. 당원 40%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도부도 3개 세력으로 갈려 있고 지지자 40%가 탈당에까지 동조할지도 의문이다. 쇼스타코프스키가 12일 오는 가을 신당창당을 위해 공산당을 떠나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소속원들에게 당분간 공산당적을 버리지 말라고 한 것도 지지확보에 대해 확신이 없기 때문인 듯하다. 이들은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노선도 분명하지 못하며 아직은 소련사회에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공산당에 필적할 실력과 지지가 없어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이들은 이러한 약점보완을 위해 60여개 군소 제정당과의 연합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어떻든 급진개혁파의 분당은 단순히 공산당의 분열이라는 차원을 넘어 다당제의 시발이며 소련사회의 급격한 다원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
  • 「5공특위」 해체,“잠복성 불씨”로

    ◎「17개항 보고서」 채택의 파장/일해재단 규모 축소… 잔여 재산 국고 귀속/부실기업 인수 이득 사회복지 환원 촉구/보고 내용 지난해 12월31일 전두환 전대통령의 국회출석증언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던 국회 5공특위는 12일 민자당이 평민당의 불참속에 조사결과 보고서를 채택함으로써 사실상 해체됐고 광주특위도 민자당의 강행처리에 의한 해체가 확실시되고 있다. 민자당은 이들 특위를 지난해 12월15일 4당총재 합의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 회기내 해체키로 하고 이날 독자적 행동에 나섰으나 평민당측은 당시 4당 총재회담 합의내용이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고 민자당이 방송관계법과 국군조직법 등을 일방처리한 데 이어 광주보상관련법도 강행처리한다면 공주특위 해체를 적극 저지한다는 방침이어서 파란이 예상된다. 특히 광주특위의 경우 해체의 전제인 광주관련법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크게 다른데다 평민당의 문동환의원이 특위위원장으로 있어 보고서 채택을 위한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당시 특위 설치를 의결했던 국회운영위 또는 본회의 의결로써 해체될 수밖에 없으며 여야합의에 의한 보고서 채택도 사실상 어렵게 됐다. 5공특위는 이날 민자당의원만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그동안 조사내용을 토대로 여야가 이미 마련해 놓은 조사결과보고서를 채택했고 국회의장과 본회의에 보고하는 요식절차만 갖추면 자동해체 및 그 기능이 소멸된다. 5공특위가 채택한 보고서는 88년 7월 특위가 설치된 이래 일해재단ㆍ부실기업 청문회 등 10차례의 청문회와 전두환 전대통령등 28명의 증언ㆍ현장조사활동 등을 토대로 17개 항목으로 작성됐다. 비록 5공특위는 해체됐지만 특위활동결과 사안별 시비판정 또는 정부측에 대한 건의형식으로 작성된 보고서를 놓고 향후 정부측의 건의사항에 대한 조치및 특별법등 입법요구사항 처리문제등을 둘러싸고 여야간의 논란이 계속될 소지가 있는등 잠복성 이슈가 될 전망이다. 이날 5공특위가 채택한 보고서의 조사결과 의견및 정부측에 대한 시정처리 요구사항의 요약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해재단=설립과정과 자금조성및 기금과 시설의 관리운영에 있어무리와 잘못이 있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의혹과 물의를 빚게한 점을 고려해 재단의 재산을 국민에게 유익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도록 정부에서 그 처리방안을 작성해 시정처리하여야 한다. 현재의 재단부지(20여만평)및 시설규모를 대폭 축소하여 최소한의 부지와 기금으로 운영하고 여타재산은 관계법에 따라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 ▲새세대육영회 및 심장재단=당초 사업취지가 좋았다 하더라도 기금조성 및 재단관리운영면에서 물의와 잘못이 있었으므로 국민에게 유익한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정부가 처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80년 공직자 숙정=공무원법에 의한 신분보장 규정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면직되고 부당한 절차와 방법에 의해 명예와 생존권이 박탈된 면이 없지 않다. ▲부실기업정리비리=특위조사가 부실기업의 전 소유자측 증언청취만 이루어지고 인수기업주ㆍ정책결정관련자의 증언청취가 이루어지지 못해 조사의 한계와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부실기업 정리과정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제약하고 불이익을 초래한 공권력의 경제개입은 앞으로 지양되어야 한다. ▲삼청교육대=정부는 89년 1월 특위에서 「삼청교육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중」이라고 보고했고 국방부장관도 피해보상법 제정을 전제로 피해자 신고를 더받고 사실확인을 하고 있다고 했으므로 조속히 특별법이 만들어지도록 해야한다. ▲청남대및 대청수문댐 조작=청남대 완공후 환경미화ㆍ주택취락구조개선 혹은 경비강화로 주민의 생업에 지정과 불편을 준점등은 시정되어야 한다. 대청댐 수몰주민에 대한 피해보상대책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전두환씨 일가비리및 재산해외도피 의혹=호주내 재산여부를 조사한 결과 아무런 관련정보를 발견하지 못했다. 일가의 해외재산도피조사는 본인이나 제3자의 정보제공 없이는 불가능하고 외국내 재산조사는 해당국의 국내법상 제약으로 볼때 당사자의 「결단코 해외에 단 한평의 땅이나 한푼의 돈도 없다」는 증언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 ▲골프장인가 의혹=내인가 과정에서 성금ㆍ기부금외에 반대급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앞으로 골프장인가 절차와 기준을철저하게 개선해 특혜와 비리의 소지가 없도록 해야한다. ▲박정희 전대통령 사망후 청와대 현금 9억여원의 행방=합수부가 박 전대통령이 남긴 재산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고귀속 혹은 유족에게 전달했어야 마땅한데도 멋대로 처리한 잘못이 있다. ▲금호그룹 제2민항 허가=국내재벌들이 제2민항 참여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임기만료직전에 전격적으로 허가한 것은 대상업체 선정기준이나 과정에서 볼때 설득력이 없고 공정한 정책결정으로 보기 어렵다.
  • 여,추경예산안 단독 처리/국회 예결위

    ◎평민 불참속 정부 원안대로/5공특위도 사실상 해체/여야,법사위서 철야 대치 민자당은 12일 하오 국회 예결위에서 평민당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1조9천8백5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정부 원안대로 기습 통과시켰다. 민자당은 또 이날 상오 평민당 의원들의 불참속에 국회 5공비리 조사특위를 속개,조사보고서를 채택해 박준규의장에게 제출함으로써 5공특위를 사실상 해체했다. 그러나 이날 광주보상법과 소관상위에서 넘어온 국군조직법 개정안ㆍ방송관련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려던 법사위는 평민당의 실력저지로 회의를 열지 못했다. 민자당은 13일 하루 더 법사위를 통한 법안통과를 시도하되 평민당이 계속 실력으로 이를 저지할 경우에는 의장직권으로 쟁점법안들을 본회의에 상정,통과시킬 방침이다. 민자당의 잇단 법안및 추경예산안 단독처리로 여야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13일부터 시작되는 본회의에서 법안및 추경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충돌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예결위는 12일 하오 11시40분쯤 평민당 의원들이강영훈국무총리의 답변과 관련,퇴장한 사이 민자당 의원만으로 10초 만에 정부 원안대로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김용태예결위원장은 강총리의 답변도중 『총리의 나머지 답변과 관계장관들의 답변을 서면으로 제출토록 하겠다』면서 정책질의 종결선언을 한 뒤 『90년도 추경예산안이 정부 원안대로 가결되었다』고 선포했다. 이날 예결위회의장에서는 평민당 의원들이 없었던 데다 통과선언자체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여야 의원들간 충돌은 없었으나 뒤늦게 달려온 평민당 의원들의 항의로 한동안 소란을 빚었다. 추경예산안이 예결위에서 통과되기까지 이틀간의 정책질의는 있었으나 지금까지의 관례인 계수정소위는 구성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평민당의 김태식대변인은 추경안이 기습처리된 뒤 논평을 통해 『민자당의 불법날치기는 절차상의 하자』라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사위는 이날 하오 2시 개의할 예정이었으나 평민당 소속의원 30여명이 회의장과 법사위 원장실을 점거하고 김중권법사위원장의 회의장 진입을 막아 개의자체를 봉쇄했다.민자당측은 이날 법사위가 평민당측의 저지로 끝내 개의를 하지 못하자 13일 새벽 1시 위원장 직권으로 회의를 소집,철야로 개의를 시도했다. 이보다 앞서 민자당은 12일 상오 당무회의를 열어 광주관련 구속자들에게도 생활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광주보상법 수정안을 마련했다. 수정안은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생계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을 삽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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