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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 조선의 뒷골목 풍경

    강명관 지음 푸른역사 펴냄 ●무시당한 서민들의 삶과 문화 되살려 전작 ‘조선 사람들,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나오다’를 통해 풍속사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 부산대 강명관 교수(한문학과)가 이번엔 한층 다양한 스펙트럼의 조선 이면사를 이야기감으로 삼았다.최근 펴낸 ‘조선의 뒷골목 풍경’(도서출판 푸른역사)은 존재했으되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역사,너무 일상적이고 사소해서 이내 묻혀버린 역사,그리고 지배중심의 역사에 의해 무시당한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책에는 주변부 인생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 있다.탕자,왈자,깡패,기생,도적 등 소외된 민중에는 애정을 보이는 반면 근엄과 엄숙으로 치장된 양반과 주류사회에 대해서는 더없이 냉철한 시선을 던진다. 저자는 먼저 조선 후기 사회와 도박의 관계를 검토한다.도박으로는 투전·골패·쌍륙이 인기 있었다.그 중에서도 특히 투전은 조선 후기는 물론 19세기 말 화투가 들어오기 전까지 도박계의 패자로 군림했다.그것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는 것이었다.중인에 의해 수입되고 중간계급을 중심으로 유행한 투전이 시정의 오락에 머물렀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투전은 수입된 지 100년도 채 못 돼 양반층에까지 전면적으로 파고들었다.‘열하일기’에 연암 박지원이 밤에 역관·비장배(裨將輩)와 투전판을 벌여 돈을 딴 뒤 득의연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그 상징적인 사례다.삼한갑족의 양반 명문가 자손인 연암이 투전이라니! 그런가하면 우의정까지 오른 조선 영조 때 문신 원인손은 투전계 최고의 타자(打子,투전 고수)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오죽하면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 “재상·명사들과 승지 및 옥당 관원들도 이것으로 소일하니 다른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소나 돼지치는 자들의 놀이가 조정에까지 밀려 올라왔으니 역시 한심한 일이다.”라고 한탄했을까.당시 투전의 유행은 어전에서도 거론될 정도로 조선사회의 거대한 사회문제였다. ●오락을 넘어선 투전·골패등 도박 성행 저자는 “한국의 역사학은 성에 관한 담론을 배제하지만,성이야말로 한국사를 이해하는 데매우 중요한 코드”라고 말한다.예컨대 열녀담론은 도덕적 담론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남성이 여성의 성을 독점하기 위해 마련한 책략이라는 것.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축첩제와 기생제도를 근간으로 성에 탐닉한 양반 남성들이 여인들의 억울한 섹스 스캔들을 정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한다.조선시대 성추문의 주인공이라면 단연 사족(士族) 출신 감동과 어우동이다.40여명의 남자와 간통했다는 감동과 ‘희대의 음녀’ 어우동.성적 억압이 강고했던 중세사회에서 성적 자유를 구가한 이들은 근대를 선취한 선구자적 인물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여기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들을 단지 이질적이고 돌출적인 존재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저자는 어우동을 사형에 처한다는 판정을 내린 성종이 세 명의 왕비와 열 명의 후궁을 거느린 것은 아이러니가 아니냐고 반문한다.나아가 조선은 일부일처제를 넘어 남성의 성욕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으로 축첩제와 기녀제,심지어는 간통까지 제도화된 나라라는 ‘도발적인’ 견해를 편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마이너리티의 조선사다.조선시대 이방인들의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된,특수집단 거주지 반촌(泮村)은 완전한 의미의 소수자 공간이다.성균관 유학생들의 하숙촌으로 소의 도살을 독점했던 반촌 사람들은 그들만의 언어와 풍습,삶의 방식을 고집했다.저자에 따르면 반촌민의 도살은 오래전부터 성균관 유생들의 식사에 쇠고기를 제공했던 관습과 무관하지 않다.반촌민들에게 소의 도살을 허락한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이다.성균관 유생들의 쇠고기 식사 습관은 율곡 이이가 생명에 대한 배려 등의 이유로 평생 쇠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와 큰 대조를 이룬다. ●‘축첩·기녀제도' 남성 성욕 충족시킨 수단 20세기 들어 근대적인 교육제도가 시행되자 성균관은 옛 위상을 잃고,반촌도 해체의 길을 걸었다.반촌 사람들에게 가해진 사회적 차별 또한 점차 사라졌다.이제 반촌 사람들은 역사 속에 잊혀진 존재가 됐다.하지만 저자는 신분제는 사라졌지만 지금도 돈과 권력,학벌,출신지에 따라 인간을 차별하는 세태는 여전하다고 씁쓸해한다. 그런 만큼 저자는우리 역사를 묵묵히 일궈온 무명씨들의 삶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열심이다.민중의(民衆醫) 조광일·백광현·피재길,백범의 탈옥공작을 벌인 불한당 괴수 김 진사,최고의 대리시험 전문가 유광억,반촌 사람들 교화에 뛰어든 안광수,최고의 판소리꾼 모흥갑,유흥계를 누빈 거문고 명인 이원영,조직폭력배 검계(劍契)를 일망타진한 포도대장 장붕익,검계의 일원이었던 집주름 표철주….이 책에서는 형형색색의 조선 비주류들이 역사의 전면으로 걸어나온다. 1만 45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한총련소속 대학생 12명 포천 美軍훈련장 점거시위

    7일 오후 4시 55분쯤 경기도 포천군 영중면 영평리 미8군 종합사격장(영평사격장)에 정모(20)씨 등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소속 대학생 12명이 진입,훈련 중이던 탱크 위에 올라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봉고차량 1대로 훈련장에 도착한 뒤 태극기를 목에 두른 채 ‘한반도 전쟁위협 즉각 중단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훈련장 안 50m까지 진입,미군 탱크를 점거했다. 이들은 성조기를 불태우고 ‘주한미군 철수’,‘전쟁반대 미국반대’,‘Stop the War’ 등의 구호를 외치며 10여분간 시위를 벌이다 미군들에 의해 훈련장 밖으로 밀려 나왔다.훈련장 진입과정에서 미군과 몸싸움이 벌어져 일부 학생의 옷이 찢어졌으나 별다른 부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이들은 오후 5시 40분쯤 훈련장 재진입을 시도하다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출동한 형사기동대 소속 경찰관과 전경 50여명에 의해 전원 연행됐다. 경찰은 학생들이 훈련중단을 주장한 스트라이커(신속기동여단) 부대는 6일 철수했으며 이날은 미2사단 소속 기갑부대가 훈련 중이었던 것으로 보고 사건경위를 조사 중이다.학생들은 오는 12일까지 훈련장 앞에서 집회신고를 낸 상태였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낭독한 성명을 통해 “미국이 한국을 스트라이커부대 첫훈련지로 삼은 이유는 북침 전쟁연습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스크라이커 부대는 지금 당장 한반도에서의 전쟁훈련을 중단하고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2시 20분쯤 대학생 30여명은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미 극동공병단 정문에 빨강색,노란색,파란색 페인트병 10여개를 던지고 달아났다. 포천 한만교기자 mghann@
  • 떠오르는 포스트MH 김노강?

    정몽헌 회장의 타개로 지금껏 그와 함께 해온 현대가(家) ‘장수’들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모은다.고 정 회장이 8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한국 최대 재벌의 총수일 때만 해도 숱한 ‘맹장’들이 그의 곁에 있었다.그러나 현대그룹이 자동차·중공업 등 주력 기업의 이탈로 미니 그룹으로 전락하자 많은 이들이 그의 곁을 떠나갔다.일부는 정 회장의 빈소에 얼굴을 내밀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악화된 경우도 많다.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입방아에 오르면서도 정 회장 측근으로 남아 있다.그래서 정 회장의 사후 그룹 후계구도와 맞물려 이들의 향후 역할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후 정리는 강명구·김재수 몫 정 회장의 타개로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그룹구조조정위원회가 한동안 바빠질 전망이다.정 회장 개인의 지분정리 문제뿐 아니라 그룹의 운영에 대한 새 틀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김재수 사장이 맡고 있는 구조조정위원회는 직원이 3∼4명에 불과한데서 알 수 있듯 그간 역할이 미미했다.그러나 정 회장의 타개로 김 사장은 그룹의정리나 후계구도 정립 문제를 강명구 현대엘리베이터 회장(현대택배 회장)과 상의해 결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이 작업이 끝나면 구조조정위원회는 내년쯤 자연스럽게 해체될 전망이다.김재수 사장은 외국에 나가 공부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해왔다.따라서 주변에서는 일이 정리되는 대로 그가 외유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본다. ●김윤규 사장은 ‘대북사업’ 정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사업은 김윤규 사장이 맡을 전망이다.그러나 정 회장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대북사업은 불확실성이 워낙 커 그의 역할은 한시적일 가능성이 높다.현대아산의 힘만으로는 대북사업이 어려운 만큼 정씨 일가나 관광공사의 지원이 이뤄지면 교체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론 대북 전문가로서 한동안 역할이 주어질 수도 있다.그러나 김 사장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려 장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현씨 일가가 그룹 위탁경영 예상 정몽헌 회장의 후계구도는 아직 떠오르지 않고 있다.장남(영선·18)과 두 딸(지이·26,영이·19)이 경영 일선에 나서기에는 아직 어리다.장인인 현영원(76) 현대상선 고문이 있지만 연로하다.그룹 정리 과정에 현대차나 현대중공업이 간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이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펄쩍 뛴다. 결국 현대계열사들은 고 정 회장의 장인인 현영원 고문과 장모 김문희(75) 여사가 대주주로서 기존 경영진들을 활용,위탁경영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김여사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8.57%를 보유한 실질적인 소유주이다.또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의 주력기업인 현대상선 지분 15.2%를 갖고 있다.따라서 김여사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렛대 삼아 그룹에 대한 영향력을 얼마든지 행사할 수 있게 된다.그래서 정 회장 사후 현대상선 등이 M&A(인수·합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대상선은 가장 늦게 정 회장호(號)에 탑승(2002년 9월)한 노정익 사장이 경영을 계속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 관계자는 “정 회장 계열 기업이 현 고문쪽으로 당분간 편입되겠지만 자녀들이 크면 정씨 일가에 환원될 것”이라며 “이 문제에 관한 양가의 묵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정몽헌회장 자살 / 장남 사고死·4남 음독자살·왕자의난…파란만장의 ‘夢형제들’

    4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은 현대 정씨 일가(一家)가 겪어온 심한 부침(浮沈)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한국의 산업지도를 창조해 온 정씨 일가였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속담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정몽헌 회장이 숨지면서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아들 가운데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사망한 사람은 모두 3명에 이르게 됐다.1982년 정 명예회장의 첫째 아들이었던 정몽필 당시 인천제철 회장이 교통사고로 타계했고 넷째 아들인 몽우씨가 90년 음독 자살했으며,이번에 다섯째 아들인 몽헌씨가 그 뒤를 이었다.또 정 명예회장에 이어 정몽준 의원이 대를 이어 대통령 선거에 나섰지만 두번 모두 뜻을 이루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정몽헌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엇갈린 운명은 현대그룹 분열의 시발점이 됐던 2000년 ‘왕자의 난’에서 비롯됐다.당시 현대건설과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 등 현대의 주요 계열사를 이끌던 정몽헌 회장은 현대 후계자 지위를사실상 확보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낳게 했었다.그러나 정몽헌 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반발과 계열사에 대한 취약한 지분구조로 인해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영권 확보에 실패했다.이후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 등이 잇따라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그룹은 현대건설과 상선,현대아산 등으로 축소되는 길을 걸었다.한때 재계 서열 10위권까지 넘보다 97년 해체된 한라그룹에서도 정씨 일가의 부침은 여실히 드러난다.창업주인 정인영 전 명예회장의 차남인 몽원씨가 94년 후계자로 지명돼 그룹을 이끌어 왔으나 97년 12월 한라중공업 부도와 함께 다른 계열사들도 청산·화의 등에 처해져 현재는 한라건설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우량 계열사를 통한 한라중공업 지원 문제로 구속기소돼 같은해 10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항소중이다.정순영 명예회장이 세운 성우그룹은 네 아들이 계열사들을 각각 물려 받았으나 일부 계열사가 부실화의 길을 걸었다.반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모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그룹 경영권을 확고히 하고 그룹을 재계 서열 4위에 올려놓았다.경영 수완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아들 의선씨를 현대차 전무로,작고한 동생 몽우씨의 장남인 일선씨를 계열사인 삼미특수강 전무로 승진시켜 후계구도도 착실히 다져나가고 있다. 주병철기자 bcjoo@
  • 정몽헌 회장 자살 /금융시장 반응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 소식을 접한 주식시장은 4일 종합주가지수가 1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는 등 출렁거렸다.증시 전문가들은 ‘정몽헌 쇼크’가 시장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정 회장의 투신자살이 정치적 성격이 강하고,현대그룹의 계열분리가 어느정도 이뤄진 만큼 단기적으로는 악재이나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정 회장 쇼크,증시에 직격탄 이날 주식시장은 정 회장의 자살 소식 여파로 현대 및 현대차그룹 관련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하락세로 출발했다.특히 정 회장이 지분을 보유한 현대상선·현대상사는 오전중 1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충격을 이기지 못했다.그러나 정 회장과 직접 관련된 일부 계열사 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장반응에 힘입어 오후들어 하락폭을 줄였다.결국 현대상선·현대상사는 각각 8.72%,8.33% 떨어져 마감했다.이들 2개사와 지분관계에 있는 현대건설·현대엘리베이터·현대증권등은 4∼6% 정도 하락했다. 미국 증시 약세의 영향에다 정 회장 쇼크가 겹치면서종합주가지수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지 하루(거래일 기준)만에 710선으로 밀려나 지난주말보다 8.72포인트(1.20%) 내린 718.54로 마감됐다. ●“단기 악재,장기 수습” 대우증권 남옥진 연구원은 “정 회장 계열사들이 최근 대북송금 문제·영업부진 등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회장 자살에 따른 경영권 공백은 주가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그러나 “정 회장 계열사 이외에 자동차·중공업 등 다른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계열분리가 끝났고,정 회장측 계열사와의 자금 및 거래관계도 없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조덕현 시황분석팀장은 “외국인을 포함한 일반 투자자들에게 일시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단발 악재”라면서 “그렇지만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줄만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현대 문제는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그동안 다소 무리한 경협에서 탈피해 규모가 축소되는 등 남북경협 측면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증시 일각에서는 현대가(家)의 구심점중 한 명이었던 정 회장의 자살은 향후 재벌 해체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정경 유착의 관행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현대그룹의 계열분리가 실질적으로 한층 강화돼 장기적으로 정몽구·정몽준 계열사들의 주가는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전당대회 준비위원장 바꿔라”민주 신·구주류 당무회의서 신경전 ‘팽팽’

    민주당은 4일 당무회의를 열고 무려 8시간30분 동안 임시전당대회 준비대책을 논의했으나 이달 말까지 전대를 연다는 것과,쟁점조정을 위한 조정위 구성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신·구주류간 입장차는 좁히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대 상정안건,전대 준비위원장 교체,조정위 구성 등 전대 개최를 위한 세부사항은 6일 최고위원회의를 거쳐 7일 당무회의에서 최종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합의 가능성을 낮게 전망하는 등 전당대회 회의론이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당무회의는 신주류측의 3불가론(당 해체 불가,이념정당 불가,인적청산 불가)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시작됐다.구주류측 장성원 의원이 “당 해체가 불가라면 전당대회를 열 필요가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신주류 이미경 의원은 “신당추진모임에서 지난 5월16일 통합신당론을 채택했는데 당 해체,인적청산이라는 왜곡발언 때문에 오해가 없도록 1일 ‘3불가론’을 통해 통합신당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역시 공감을 얻지 못했다. 가장 큰 쟁점은 전당대회 준비위원장에 있었다.당규상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맡는데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신주류측 이상수 사무총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구주류측 입장이다. 유용태 의원은 “(우리 주장에 대해)저쪽에서는 이 총장이 앞으로 있을 신당추진모임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신뢰를 줄 만한 얘기를 해야 한다.”며 교체를 주장했다.중립성향의 조순형 의원도 이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당규를 고쳐 준비위원장을 사무총장이 아니라도 맡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총장직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하지만 유용태 의원은 “이 총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전당대회가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전당대회 지분확보를 염두에 둔 신경전이다. 결국 신·구주류 어느 한쪽이 힘으로 밀어붙이든지,극적으로 양보하지 않으면 전당대회 논란도 신당논란처럼 양측간 감정의 골만 깊게 한 채 무산될 가능성이 엿보인다.이처럼 갈등이 계속될 경우 이달 중순쯤 신주류강경파 10여명이 탈당할 것이란 설도 나돌아 주목된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정몽헌 회장 자살 /“캄캄”경영권 향방 예측불허

    ‘선장’을 잃은 현대그룹이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됐다.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부재는 지배구조는 물론 그룹의 위상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현대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경영권의 향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그룹 형태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앞으로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면서 “다만 고 정 회장이 대북사업에만 전념해 계열사들의 경영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룹의 지분구조 현대그룹의 계열사는 현재 현대상선,현대아산,현대엘리베이터 등 총 8개사.현대건설은 이미 채권단 소유로 넘어간 상태다.정 회장이 개인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는 현대상선과 현대종합상사 2곳에 불과하다.그러나 현대상사는 지난달 주총에서 정 회장의 지분 1.2%를 완전 감자키로 해 사실상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현대상선 4.9%밖에 없다. 그룹의 사실상 지주 회사는 현대상선과 정 회장의 장모인 김문희씨가 18.57%를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은 현대상사(6.23%),현대증권(16.63%),현대정보기술(4.84%),현대아산(40%),현대택배(30.11%),현대투자신탁증권(1.5%)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계열사 독립경영 가속화 고 정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인 장모의 도움으로 사실상 그룹을 지배해왔다.지배구조상 ‘오너’없이 최대 주주만 있는 셈이다.그나마 정 회장이 현대그룹의 후계자로서 총수 역할을 해왔지만 대부분의 계열사가 재무구조 악화로 느슨한 그룹 형태만 유지했다.그러나 정 회장의 ‘유고’로 이마저도 불가능해지면서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이 가속화될 전망이다.장기적으로는 경영권 향배에 따라 그룹이 해체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특히 지분 연결구조가 허약한 현대투자신탁증권,현대증권 등은 매각을 통해 조만간 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또 현대상사는 진행 중인 감자가 마무리되면 계열사에서 분리된다. 현대아산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유동적이다.김윤규 사장이 당분간 현대아산과 대북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정 회장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사업을 추진해온 점을 감안할 때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이나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인 정몽준 의원 등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자금난에 시달려온 현대아산이 금강산 사업의 주도권을 정부에 넘겨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현대 관계자는 “그룹의 향후 진로는 경영권 승계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계열사간 이어진 ‘끈’이 끊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
  • 권한 축소 행자부 위기감 고조

    부처 권한이 잇따라 축소되고 있는 행정자치부의 직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불거져 나온 ‘행자부 해체설’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돌면서 직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행자부 직장협의회는 ‘행자부 지킴이 기획단’을 설치하는가 하면 김두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등 반발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잇따른 권한 축소 인사국이 중앙인사위원회로 통합된다는 소문에 이어 지방양여금이 사실상 폐지되면서 직원들의 동요가 나오고 있다.게다가 재난관리기능이 소방방재청의 신설로 나눠지고,공직자재산등록은 부패방지위원회로,교부금 등은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로,지역경제 관련업무도 경제부처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행자부 직원들은 잇따른 행자부의 권한 축소방침이 해체수순을 밟기 위한 일련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행자부에서 떼내는 권한 대신 외국인 근로자와 탈북자 관리,전자정부 관장 등의 업무를 주겠다고 했지만 비중이 비할 바 없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발하는 행자부 직원들 행자부 직장협의회는 지난 2일 간부와 직급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직급별 대표자 100명과 50명으로 구성된 ‘행자부 지킴이 기획단’과 ‘정부조직 기능분석단’을 설치하기로 했다.이를 테면 ‘행자부 권한 사수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행자부 직원은 “행자부의 권한 이양작업에서 부처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생략됐고,구성원들의 지지나 동의가 미미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4일에는 김두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협의회의 강경한 뜻을 전달키로 했다. 박용식 직장협의회장은 “행자부의 권한축소는 충분한 기능분석없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일부 외부인사들의 의사결정으로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행자부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 기능조정에 대한 반대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민주 ‘3不可論’ 진실게임/ 구주류 “개혁신당 2단계 추진 속셈” 신주류 “신당 안만들면 영원한 2당”

    3일 민주당에서는 신주류가 지난 1일 밝힌 신당 관련 3불가(不可)원칙(당 해체 불가,이념정당 불가,인적청산 불가)의 ‘진실성’을 놓고 신·구주류 사이에 뜨거운 논란이 일었다.양측간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구주류의 대표격인 박상천 최고위원은 오전 기자실에 나타나 “개혁신당을 만들어 바로 민주당 해체로 가려는 종전의 전략을 수정,일단 통합신당을 만들고 개혁신당은 2단계로 추진하려는 게 3불가론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2단계로 당 밖의 3개 개혁신당 세력(개혁신당연대,개혁국민정당,한나라당 탈당파)과 합당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그는 “3불가론이 나온 뒤 3개 개혁세력의 반발 강도가 생각보다 약한 것으로 미뤄,양측간 의사교환이 있었던 것 같다.”고 의심하면서 “3불가론이 진실이라면,굳이 신당을 만들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이에 신당추진모임 총무위원장인 이재정 의원은 오후 기자실을 찾아 “우리는 한번도 개혁신당을 주창해본 바가 없다.”며 “신당을 공격할 내용이 없으니까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실례로 우리는 그동안 경제계 군 학계 등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보수세력을 영입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공감할 인물들이다.”고 주장했다.당외 개혁세력과의 2단계 합당설에 대해서는 “내부 문제가 마무리된 뒤에나 생각해볼 문제로,지금은 공식·비공식 대화가 없고 계획도 잡아놓지 않고 있다.”고 일축하면서 “신당을 만들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영원히 1당을 차지하는 구도를 못깬다.”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민주 23~24일께 全大

    민주당은 1일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오는 23∼24일쯤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키로 했다.”고 문석호 대변인이 전했다. 신주류측 신당추진모임은 이날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6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전체회의를 갖고 ▲민주당 해체 불가▲이념정당 지향 불가▲인적청산 불가 등 3원칙을 채택,구주류 설득에 나섰다.
  • 지방양여금 폐지 반대 행자부·지자체 한목소리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방양여금을 지방교부세,국고보조금,특별회계 등으로 바꿔 사실상 폐지하자 행자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행자부 직원들은 행자부의 위상약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볼멘소리들이고,지자체도 국고지원금 편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불안에 떨고 있는 행자부 행자부는 지방양여금을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특별회계로 전환한다는 발표가 있은 뒤 술렁이고 있다.대부분의 직원들은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행자부가 드디어 해체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며 걱정했다. 행자부 간부와 직원들은 지방양여금 이전은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김두관 장관에게 수차례 건의했었다.그러나 지난 24일 국가균형발전위 회의에서 지방양여금 폐지가 확정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5조원의 양여금 중 2조 500억원을 국고보조금과 특별회계로 편입하는 것은 국고사업에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지방에 대한 지원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행자부 직장협의회도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직원들의 불만을 전달키로 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반대 목소리 지자체들도 양여금을 교부세,국고보조금,특별회계로 쪼갤 경우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대한 투자가 미미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91년 도입된 지방양여금은 도로 및 지역개발사업,수질오염방지,청소년 육성,농어촌개발 등 5개 분야 17개 사업에 대해 지자체를 지원해왔다. 특히 지자체들은 양여금으로 지방도로 포장률을 32.2%에서 46.3%로 끌어올리는 등 지방 SOC사업에 집중 투자해왔다. 지방간 국고지원금의 편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은 점도 지적한다.특히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의 경우 국고지원 비율이 현격히 낮아져 도로 등 SOC사업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는 최근 모임을 갖고 “지방양여금에서 일부를 지방교부세로 이전하려는 것은 자치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지방교부세율 인상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면서 “재원의 80%가 시·군에 배분돼 자치단체간 재정불균형을 시정하고 있는 지방양여금을 특별회계에 편입하면 지차체간 경쟁 유발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지방양여금 폐지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與중진, 브레이크 없는 盧비판

    여당 중진의원들의 ‘대통령 비판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몇달 전만 해도 조순형·김성순 의원 등 몇몇이 우회적으로 ‘쓴소리’를 내뱉는 정도였지만,정대철 대표 파문과 위도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는 구주류,신주류 할 것 없이 연일 번갈아 가며 청와대를 공격하고 있다.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정치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는 31일 자신의 지역구인 위도 문제와 관련,“현행법으로는 현금보상을 할 수 없는 데도,정부가 할 수 있는 것처럼 사기쳤다.”는 극언과 함께 “참여정부를 한 사람만의 독식물로 착각해선 안된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앞장섰던 추미애 의원도 “위도 사태에 무책임하게 대응한 산자부장관과 행자부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대선 직후 “민주당 해체”를 주장했던 추 의원은 어느 순간부터 신당파와 거리를 두기 시작하더니 갈수록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다. 호남에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한화갑 전 대표도 전날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모태로 한 민주당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됐으면서도 당을 해체하겠다는 것은 부도덕한 짓”이라며 노 대통령을 정면 비판했다. 재야출신으로 노 대통령과 지지기반이 겹치는 김근태 의원은 지난 28일 “사람들이 ‘노 대통령이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겠나.’라고 걱정한다.노 대통령의 지지층이 거의 없는 것 아니냐.”고 ‘아프게’ 꼬집었다. 대선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정 대표도 최근 굿모닝시티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대선자금 200억” 발언과 “청와대 비서진 문책” 주장으로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렸다. 정치가 이렇게 변한 직접적 원인은 노 대통령의 지지도 급락으로 여겨진다.당장 내년 총선에서 표를 얻어야 하는 의원들로서는 ‘대통령 때리기’가 민심을 얻는 데 가장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의원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상향식 공천제 도입으로 노 대통령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없는 형편이다.더욱이 노 대통령은 3김씨와 같은 지역기반도 없다.아울러 검찰권으로 의원들을 겁주던 시대도 지났다.노 대통령은 ‘검사와의 토론’을 기점으로 검찰권을 스스로 포기했고,이는 정 대표 사건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상황 변화에 대해 “입법권 독립”이라는 긍정 평가도 있고,“여당 책임정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민주당의 한 중도파 의원은 “원래 반노(反盧) 입장이던 의원들은 그렇다치더라도,대선 때 노 대통령을 찍어달라고 앞장서 호소했던 사람들이 정권 초부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대통령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상연기자 carlos@
  • 민주全大 갈등 새불씨 조짐

    8월 하순쯤 예정된 민주당 임시 전당대회가 신·구주류간 신당논란의 종결장이 아니라 새로운 갈등의 불씨로 번질 조짐이다.특히 전당대회가 성사되더라도 신주류강경파 쪽에서 추진했던 개혁신당은 물론 통합신당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와 주목된다. 따라서 신·구주류가 남은 기간 타협점을 못찾을 경우 전당대회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신당추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신주류강경파의 집단탈당설도 다시 나돈다. ●전당대회 조정 잘 될까,의구심 정대철 대표는 31일 이틀째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를 개최했지만 신·구주류가 수긍하는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문석호 대변인은 “전당대회 준비와 함께 조정대화기구를 가동시켜 당의 진로에 대한 단일안을 만드는데 계속 노력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남은 당무회의나 조정대화기구에서 단일안을 도출할 경우 이를 전당대회에서 추인받을 계획이나,부득이 신·구주류가 표대결을 할 경우 의제를 무엇으로 하고,준비기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 핵심 쟁점에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민주당 당헌상 전당대회에선 통합신당이냐,리모델링이냐 만을 안건으로 표결할 수는 없고 당을 해체할 것인가 아닌가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신주류보다는 구주류쪽 입장이 오히려 유리한 분위기다.전당대회 무산론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신당논란 종식론 확산될까 신·구주류는 당분간 지루한 샅바싸움을 이어갈 것 같다. 조정대화기구에 대해서도 기존 기구를 가동할지,별도 기구를 구성할지도 결정 못했다. 대화기구에 중도파를 포함시키는 문제도 표류했다.이견 조정에 실패할 경우 전대준비를 위한 당무회의 자체도 계속 순연될 가능성이 있다. 신당논의 종식론도 곳곳에서 나온다.전당대회가 설사 소집되더라도 제반 여건상 개혁신당이나 통합신당은 어렵고,구주류가 추진하는 리모델링이나 신장개업이 유력해질 것이란 의미다. 특히 신당논란의 중요 변수로 인식돼온 한화갑 전 대표가 전날 사실상 신당 논의 종식을 선언,구주류와 중도파를 중심으로 “신당논의를 종식하고 민주당 재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확산되어 갈지 주목된다. 하지만 신주류 좌장격인 김원기 고문은 자신의 전날 발언이 ‘신주류 백기투항’ 등으로 해석되자 “가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일축했고,정동영 의원도 “당의 발전적 해체 입장에 변함이 없고, 따라서 백기가 아니라 청기(靑旗)”라고 말했다. 신·구주류간 신경전이 막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춘규기자 taein@
  • 한화갑 “신당추진 부도덕”

    민주당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한화갑(사진) 전 대표는 30일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모태로 한 민주당에서 대통령도 되고 국회의원도 된 사람들이 이제 와서 당을 해체하고 새 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부도덕한 짓”이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신당파 의원들을 정면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민주당의 지도체제는 누가 대통령과 가까운지에 따라 신문에 기사가 크거나 작게 나고 있다.눈에 보이지 않는 세력이 당을 ‘신탁통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 코드만 따라가서는 현실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노무현 신당론’을 평가절하했고,나아가 “통합신당이란 노무현 코드 맞는 사람들끼리 인적 청산하고 당을 해체하려다 안되니까 전략적으로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해 통합신당에 가세할 것이란 관측도 일축했다.또 청와대 비서진 문책론과 관련,“청와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등이 책임지고 사퇴를 안하니까 책임이 전부 대통령한테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鄭대표 단식농성 검토

    민주당 신·구주류가 8월 말 임시전당대회 소집 방침을 정했으나 전당대회 이후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때문인지 “정대철 대표가 단식농성을 통해서라도 통합신당을 추진하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리모델링이냐 통합신당이냐,민주당을 해체하느냐 존속하느냐 여부를 묻기로 전날 잠정 결정했으나 전당대회 논의 첫날인 30일부터 최고위원·상임고문 연석회의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등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 대표의 단식농성 의견 제시가 주목된다.신주류 온건파의 한 의원이 “전당대회를 열게 되면 후유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이 깨진다.따라서 대표가 분열없는 통합신당을 위해 대표실에서 단식농성을 하면서 합의에 의한 신당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유해 귀추가 주목된다. 정 대표 주변에서는 즉각 단행할 경우 검찰출두를 미루는 핑계로 비쳐질까봐 정 대표가 검찰에 출두한 뒤 8월 초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당사무처에서도단식농성 건의가 있었다고 한다.정당사상 처음으로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서 당의 장래를 결정하는 실험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고문 연석회의에서도 이협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개최 시 파행을 우려했다.최명헌 고문도 전대소집시 불미스러운 사태 발생을 우려했다.신·구주류 모두 기존의 논리를 고집,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무엇보다 신·구주류간 불신의 골이 깊었기 때문이다. 신주류 좌장격인 김원기 고문은 “개혁신당이 청와대 생각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하지만 대통령은 생각보다 빨리 중간지대(통합신당)에 와 있다.개혁세력 중심의 선거(내년 총선)가 승산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구주류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구주류는 여전히 리모델링을,중도파는 통합신당을 주장했다.신주류 강경파인 정동영 의원은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해 보수퇴영적인 정당구도를 깨야 한다.”고 민주당 해체론을 주장했다. 전당대회 소집 시기와 명칭 등을 논의하기 위한 연석회의조차 삐걱거리는 것을 볼 때 임시 전당대회 소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같다. 이춘규기자
  • [마당] 제대로 된 고전번역이 없다

    1840년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참패하고 나서 중국이 지향한 것은 전통과의 단절을 표방하면서 내세운 근대화였다.그 당시 서양 학문을 전파하고 흡수함에 있어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 것은 번역사업이었다.이 사업은 경사동문관(京師同文館),강남제조국(江南制造局)의 역서관(譯書館) 등에서 이루어졌다.강남제조국은 1868년부터 1880년까지 10여년 동안 무려 100여 종의 서양 서적을 번역하였는데,주요한 내용은 과학 기술 분야였고,철학 종교 정치 법률 역사 지리 방면의 책도 번역 출간되었다.1860년대 메이지(明治) 이후 일본의 ‘근대화 과정’ 역시 ‘번역의 과정’이었고,선진 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통관절차도 바로 번역이었다.그 결과 수많은 한자어들이 한자의 탄생국인 중국으로 역수출되었고 한국으로도 전파되어 지금도 국어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작업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1980년대 초 번역의 식민성에서 탈피,우리만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바탕에서 출발해야만 주체적인 동양학이 가능하다는 몇몇 학자들의 목소리는아직도 요원하게 들린다.어떤 번역문학가의 말대로 ‘찢어하기 번역’‘대리번역’‘날치기 번역’ 등 무책임한 번역이 난무하는 우리 나라의 번역풍토에서 한국적 정체성을 거론하는 것이 연목구어(緣木求魚)일 수도 있다.심지어 국내 유수의 대학원에서조차 수업 시간에 수업 대체용으로 고전을 번역하고 그것을 교수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하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관행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제대로 된 번역본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다. 번역자는 많아도 일급 번역가는 거의 없다는 서글픔은 천수백년 동안 우리 선현들의 학문적 동반자였던 ‘논어’나 ‘맹자’ 등 사서삼경(四書三經) 중에 제대로 된 번역본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누구도 자신있게 추천하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로 이어진다.최근에 이르러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학술진흥재단의 고전번역지원 사업이나 과거 대우재단 후원의 번역총서 등 예외적 경우가 있다 해도,철저한 완역에 바탕을 두고 전편 해제와 각주,참고문헌이나 찾아보기 등을 제대로 갖춘 번역본을 얼마나 꼽을수 있을까? 우리는 중국고전번역의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일본과 분석적이고 해체적이며 완전번역의 개념을 구현하고자 하는 구미의 번역작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중국에 못지않은 한문해독 능력을 보였던 선현들의 위상에 걸맞는 주체적 번역본을 탄생시키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중국 고전번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면,사서삼경이나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 및 25사(史) 등을 비롯한 정격(正格) 고전들의 완역본이 출간되어야 하고,무분별하고 불필요한 중복출판이 지양되어야 하며,기존 번역본을 인정하는 풍토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고전번역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원전 해독력과 문화적 식견 그리고 지적 능력을 두루 갖추어야 가능한 지적 문화사업이기 때문이다.만일 우리의 고전번역이 자생력을 키우지 못하고,원전해독을 소홀히 하고 중국이나 일본,구미 등에서 번역된 것을 재번역하는 작업만 계속하려 든다면,중국고전의 번역본은 존재 자체가 부정될 수밖에 없다. ‘나’ 혹은 ‘우리’라는 주어가 빠진 중국 고전 번역은 동양학의 식민주의만 고착화시킬 뿐이다. 김 원 중 건양대교수 중문과
  • 민주당신당문제 조정 결렬 / 새달 임시전대서 진로 결정하기로

    민주당의 신당창당 방향이 1만 2000여명의 대의원들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민주당 문석호 대변인은 29일 8월 하순 임시전당대회를 열고 통합신당 및 리모델링 등 당 진로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정대철 대표가 제안한 조정회의를 통한 사전 이견조율은 사실상 결렬됐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앞서 8월 초순에 당무회의를 열어 전당대회 일정,준비위원회 인선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전당대회 소집이라는 큰 틀에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소집 방법론을 둘러싸고 갈등이 계속될 경우 신주류 강경파의 선도 탈당 등 분당국면도 배제할 수 없다. ●‘우군 확보전’ 예상 신·구주류 양측은 대의원들을 상대로 각각 통합신당 및 리모델링의 당위성을 놓고 치열한 세몰이에 나설 전망이다. 신주류측 관계자는 “전체 대의원의 70%가 호남출신이지만 현 지구당 위원장들에 대한 비토세력들이 적지 않고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우리가 유리할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저쪽(구주류)에서 세부적 전당대회안을 놓고 여러 트집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구주류측도 기세등등하기는 마찬가지다.박상천 최고위원 등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리모델링이 통합신당이나 개혁신당론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까지 난관 많아 그러나 실제로 전당대회가 열리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놓여 있다.전당대회에서 당 진로를 논의하자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제나 준비위 인선기준 등을 놓고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주류측은 ‘통합신당 및 리모델링론’을,구주류측은 ‘당 해체 및 유지’를 의제로 선정하자는 입장이다. 구주류측에서는 전당대회소집 준비위 위원장을 신주류인 이상수 사무총장이 당연직으로 맡게 된 점을 들어 분과준비위원은 계파별로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민주당 대의원은 약 1만 2000명.지난해 4월 말 현재 전체 대의원은 1만 4814명이나 59개 사고지구당 대의원(2800여명)들은 자격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지역별 분포로만 보면 구주류가 유리해 보인다.개혁성향의 대의원들이 많이 분포한 경기의 경우,41개 지구당 가운데 12곳이 사고지구당이다.신당바람을 일으키려던 영남권도 사정은 비슷하다.부산,울산,대구,경남·북 지구당은 모두 65곳이나 32%인 21곳이 사고지구당이다. 반면 구주류 아성인 호남권에서는 사고지구당이 한 곳도 없다.이런 점 때문에 신당추진모임의 일부 의원들은 전대 소집에 소극적이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靑 “국정신문 창간”野 “논객 10만 양성” / 정치 ‘e전쟁’

    정치권이 사이버 세계에서 한판 자웅(雌雄)을 겨룰 태세다.먼저 용틀임에 나선 곳은 한나라당.지난 대선에서 ‘노사모’의 활약 등 인터넷의 위력에 밀린 한나라로선 당의 디지털화에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때마침 청와대에서도 ‘국정 인터넷신문’을 준비하고 있다.한나라당은 ‘디지털 용비어천가’로 비난하면서도 총선을 앞두고 대항매체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는 것 같다. ●사이버논객,전자당원 무장 ‘디지털한나라당 추진기획위원회’(위원장 김형오)가 27일 15명의 위원을 확정,활동에 들어갔다.일단 20∼30대 유권자가 즐비한 웹의 바다로 뛰어드는 것이 급선무. 늙은 수구 정당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10만 사이버논객을 양성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웠다.딱딱한 논평 위주의 홈페이지는 웹진 형식의 정치포털로 탈바꿈시킬 생각이다.당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중앙당의 인트라넷을 전 지구당으로 확대,당의 모든 조직이 하나의 온라인으로 묶인다.중앙 당직자와 지방 당원과의 화상회의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아직은 기획단계지만 ‘전자당원증’ 아이디어도 흥미롭다. 김형오 위원장은 “당 디지털화로 젊은이들의 지지를 끌어오겠다.”면서 “‘e보팅’(전자투표)을 가능케 하는 스마트카드,민원창구나 정책제안의 디지털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설 전자투표 등 전자정당화 사실 사이버 전장에선 민주당이 형님격이다.대선전에서 웹상의 젊은 우군들 덕을 톡톡히 본 민주당은 차제에 ‘전자정당화’를 밀고 나가겠다는 복안이다.정세분석국은 앞으로 당비납부와 당론결정,정책홍보,당원관리 등을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한다는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신당 논의로 당이 어수선해지면서 허운나 의원이 이끈 ‘인터넷선거특별본부’는 해체된 채 후속기구 발족이 늦어지고 있고,홈페이지 개편도 없는 상태다.대신 신당을 추진하는 외곽 정치세력이나 ‘국민의 힘’과 같은 친여단체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여기에 청와대가 직접 가세,여권의 사이버전을 이끄는 양상이다.오는 9월 1일 선보일 인터넷 ‘국정신문’은 그동안 각부처 홈페이지에 흩어진 국정 소식을 모아 정부 홍보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신문 제호로는 ‘OK 지오(go,정부)’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기사는 매일 10만여명에게 e메일로 전송하고,향후 독자는 100만명까지 늘린다는 구상이어서 야당의 반발과 대항매체 띄우기 등 여야의 사이버전쟁이 불을 뿜을 전망이다. 박정경기자 olive@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2)김윤식

    ‘국문학계의 살아 있는 전설’ 김윤식 선생을 뵙고 한국문학 연구의 현 단계를 묻기로 했다.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선생이 일생에 걸쳐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직분의 논리다.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밖에 할 수 없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그는 이렇게 말했다.“안일한 나날보다도 비통한 나날을,죽음 이외의 휴식은 없는 것이다.” “노예선의 벤허처럼 눈에 불을 켜야만 나는 사는 것이었다.” 인터뷰 때 찢어진 바랜 잡지를 가리키며 묻는 내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월평 쓰려고 준비하기 위해 갖고 다닌 거요.그 옆에 종이는 작품 읽고 메모해 놓은 거고.월평을 쓰려면 세 번 읽어야 된다고.한 번 읽고,쓸 때 다시 꺼내가지고 읽고,쓰고 난 다음에 대조해가면서 다시 읽고.그래야 돼.외국 갈 때는 잡지를 찢어가지고 가방에 넣어가.안 그러면 무거워서 많이 못 가져가니까.” 김윤식 선생을 만나러 가는 날은 몹시 긴장되었다.내게 무서운 선생님인 까닭이다.강의실에서 선생의 꾸짖는 소리를,고개를 숙이고 숨소리를 죽여 가며 들어야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런 무서움에 앞서 선생은 제자들보다 더 일찍 연구실에 불을 켜놓는 부지런함 때문에,날마다 읽고 쓰는 놀라운 규칙성 때문에 존경받는 ‘스승’이었다. 딱딱한 안면,퉁명스러운 말씀을 떠올리며 용산 자택으로 찾아갔다.기어들어 갔다고나 해야 할까.예상 외로 강의실에서와는 달리 선생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래,어떻게 지내나?” “….” 선생이 건네는 말씀은 독백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렇다할 대답을 하지 않는다.간단한 ‘요식 절차’가 끝나자 인터뷰를 서두른다.여전히 긴장한 탓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책을 하나 써서 곧 나올 때가 되었어요.우리 세대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연구는 일제 강점기 문학이니까….정년 퇴임 후에 일제말기 한국 작가들이 일본어로 글 쓴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연구해 왔고….한 400페이지 되는 책으로 나올 것 같아요.” “내용이라면?” “유진오,김사량,이효석 이 세 사람이 일본말 창작을 자유롭게 했는데 이중에 이효석이 제일 정확하고 언어감각이 뛰어났어요.그냥 일본말로 바로 창작을 했지요.유진오도 대단히 정확했고 김사량은 그중 제일 서툴렀고….” “일제 말기 일본어 문학 행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말하자면 그들은 이중어 글쓰기를 했던 셈인데,한국의 근대문학이라고 했을 때 그 문학은 근대국가가 만든 말을 가지고 해야 하지 않겠소? 그게 국어지.그런데 우리는 국가가 망하고 없었으니 조선어학회 같은 곳이 국가 역할을 대행했어요.그런데 일제 말기에 국가를 대행하는 이것을 잡아 가둬 버리기 시작한 것이 1942년 10월이에요.33인을 잡아넣었어요.33인이라는 것은 삼일운동 때 33인,그걸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죠.그래서 그때부터 1945년 광복까지가 암흑기라는 것이오.1942년 10월까지는 조선근대문학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없어요.그럼 작가들은 어떻게 해야 되느냐.조선근대문학을 할 수 없으니까 그냥 문학을 하는 수밖에 없고 일본어로 문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 “한국근대문학의 고통스러운 운명이 느껴지는군요.” “근대문학이 뭐냐 하면,자본재 생산양식 또는 국민국가주의가 문학에 투영된 것이잖소? 그런데 우리는 근대국가를 만들면서 동시에 일제라는 제국주의와 싸워야 했단 말이에요.근대국가라는 것이 사실은 ‘제국주의’인데 ‘제국주의’가 제국주의와 싸워야 했던 거죠.이 특수성,자기모순,우리 근대문학은 근대문학으로서의 보편성 외에 이 특수성을 반영하는 문학이었어요.” “최근 들어 특수성 대신에 보편성,즉 식민성 대신에 근대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하지 않습니까.” “지금 세계에 176개의 나라가 있지만 근대화하지 않은 나라는 아무데도 없어요.국민국가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고약한 것인가는 천하가 다 아는 거라고.우리만 사람이고 우리 아닌 사람은 다 짐승이고,그래서 잡아먹어도 괜찮다,카니발적인 거라고.카니발리즘.그러나 좋은 점이 하나 있어요.우리끼리는 잡아먹지 말자는 거죠.그러니까 지금 사람이 생각해낸 것 중에서 제일 고약하지만 합당한 원리는 이것밖에 없단 말이에요.” 이 대목에서 선생의 일생을 지탱해온 문학 근대주의자 면모를 새삼 재발견한다.그렇다면 문학 역시 특수성에 연연하기보다는 아직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한 근대화를 향해 나아가는 문학이 되지 않으면 안될 터. “그렇다면 한국문학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내가 김현하고 문학 활동하던 그 세대에는,어땠냐면,어떻게 하면 식민지 사관을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어요.임화의 이식문학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이걸 가지고 떠들고 했어요.자본주의가 우리 내부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하려고 했었고.그런데 요새는 어떠냐.안병직씨 이론이 더 맞다고 하잖소.조선은 근대화할 능력이 없었다,일본이 와서 근대를 이식했다는 거지요. 그러면 이식문학 극복하자고 떠들던 우리는 어떻게 되느냐? 국민국가문학,이런 거 하는 것보다도,문학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이게 광복 직후에 김사량이 펼친 주장이잖소.이태준이 김사량 보고 너 일제시대 때 일본말로 글 쓰지 않았느냐 했더니,김사량이 뭐라고 했소.나 큰소리 안 친다 말이야,그러나 당신은 그럼 뭘 했는가.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 않느냐.나는 일본말로 썼든 뭐로 썼든 쓰지 않았느냐. 요즘 시점에서 보면 이 김사량의 입장이 뚜렷한 의미를 갖고 부상하는 것 같습니다.요즘 젊은 세대들은 6·25도 일본하고 전쟁한 거라고 보지 않아요? 이런 세대가 부각되고 있음을 사실로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어딘가 거북해진다.386세대의 일원인 나는 특수성에 목을 매고 살아온 까닭이다. 한편으로 보면 식민성이니 제국주의니 하는 특수성을 떨치고 세계화니 현대화니 하는 보편성을 향해 거침없는 진군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나는 다시 한 번 선생의 관심사를 한국문학이라는 특수성 쪽으로 환기시키려 해 본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한국근대문학의 특질은 무엇입니까.” “한국근대문학사를 공부해 오다 보니까 이게 일본근대문학사로부터 대단한 영향을 받았음을 알게 되지 않았겠소? 한국근대문학을 일본근대문학과 비교하면서 보는 시각은 한국근대문학만 보는 시각하고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중요한 것은 지금 세계의 관심사가 언어와 문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국문학도가 살아남으려면 국문학만 해서는 안됩니다.한국근대문학사의 특질이다,뭐다,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본은 어떻고 중국은 어떻다,하는 시각을 갖고 동북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문화틀 속에서 견주어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선생은 오히려 나를 선생의 시각 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현대문학은 세계문학사의 관점에서 볼 때 어느 수준에 와 있습니까.한국문학은 세계문학사상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까.” “언어나 문학이나 이제 단일성만 주장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이런 상태에 머물고 있는 나라는 아마 일본이나 한국 정도가 아닐까 해요.다른 문화권은 이미 단일성을 주장하지 않아요.우리만 한국어라는 단일한 전제를 갖고 한국어로 된 문학이 국민정서 전체를 버티고 있는 거죠. 그러나 한국문학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우리 문학이 늘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우리 문학은 늘 인간은 벌레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어요.인간의 위엄에 어울리는 문학을 우리는 해왔단 말이에요.일제 때도 그렇고,광복 후 분단 문제와노사문제를 다룬 것도 그렇고.그런데 20세기 이후 21세기의 한국문학은 방향이 바뀌고 있어요.거꾸로 인간은 벌레라고 주장하고 있어요.인간은 벌레다,짐승이다,요녀다,물고기다.이런 작품들이 나오고 있어요.이것이 한국문학의 단일한 정체성에 파열구를 내고 그 방향을 바꾸고 있어요.인간을 하나의 생물로 보는 커다란 상상력을 통해 한국문학은 세계문학에 곧바로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 국적성의 해체 국면이군요.” “한글로 쓰든 영어로 쓰든 지금 제일 중요한 건 DNA예요.DNA 문제예요.여기서는 한국이고 뭐고 세계가 다 똑같다는 거죠.”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문학의 미래는 어떠합니까.” “그렇다 해도 나는 여전히 하버마스 쪽을 지지하고 있어요.이성이 아무리 도구적인 이성이 되어 가지고 유태인을 죽이고 미사일 가지고 실험한다 하지만 창조하는 것도 이성이란 말이에요.인류는 어떻게 하든 간에 이성을 살려가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내가 제일 많이 흔들린 때는 구소련이 무너졌을 때였어요.프랜시스후쿠야마가 역사가 끝났다고 하더군요.역사가 끝장났다면 인간은 그럼 뭐냐.나는 역시 이성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이성이 아무리 못된 짓을 많이 했지만 그것을 버리면 허무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거죠.” 정년퇴임한 선생이 나이 어린 나보다 더 젊게 보이는 느낌을 막을 수 없었다.선생은 세계화라는 시대의 대세를 거침없이 받아들이며 또 다른 국면을 펼쳐가고 있는 것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선생의 아파트를 빠져나올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예사 장맛비가 아니라 좍좍 내리 퍼붓는 소나기였다.앞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험한 비가,장대 같은 빗방울이 내 이마에 꽂히고 있었다.나 또한 매일 젊어져야 하리라.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평론가 김윤식 ●조선 향기 가득한 자택 겉모습만 보면 김윤식 선생은 서구식 멋쟁이다.가운데 가르마를 타서 뒤로 잘 빗어 넘긴 머리칼은 지성을 상징한다.양복과 와이셔츠와 넥타이는 항상 세련된 조화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모던 보이’ 같은 외모와는 달리 뜻밖에 아파트는 전통미가 살아 숨쉰다.흔한 서구식 응접세트 대신에 자리를 깐 마룻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야 안성맞춤인 낮고 넓은 옻칠 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그 위에는 우리네 화병이 하나,흰 접시가 하나,접시 위에는 산수유 열매 몇 점. 한쪽 벽에는 백자며 분청사기가 정갈하게 놓여 있어 고전미를 자아내는데 방문은 모두 격자무늬다.선생의 서구식 외모와는 전혀 다른 ‘조선식’ 생리를 발견한 것이 더할 수 없이 반가웠다. 그런데 내외만 사는 그곳엔 먼지 한 점 찾을 수 없다.여인은 어디론지 나가고 없고 선생 혼자 지키는 대낮의 실내는 적막하기만 하다.선생은 국문학이라는 바다를 헤쳐나가는 고독한 항해자였다. ●문학 유목과 지적 여정 1936년생인 김윤식은 한국 현대소설 및 비평 연구 분야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연구자이자 현재 활동하고 있는 비평가 가운데 가장 많은 작품을 읽고 소화해 내는 현역 비평가다.한국전쟁 이래 한국 현대문학사의 뼈대를 만든 ‘살아 있는 역사’이다. 그는 1960년대 후반 이래 숱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벌여 100권을훨씬 상회하는 한국현대문학 관련 저서를 출간했으니,그로 인해 한국 현대문학 연구는 하나의 독자적인 학문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염상섭 연구’,‘김동인 연구’,‘김동리와 그의 시대’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작가 연구는 젊은 국문학도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이외에도 ‘한국근대문예비평사’,‘한일문학의 관계 양상’ 등은 한국현대문학사를 일본문학과의 관계 속에서 검토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연구서다. 또 ‘황홀경의 사상’ ‘낯선 신을 찾아서’ 등의 예술·기행 산문집은 현대 산문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 北 핵시설 해체 착수땐 美, 불가침보장 검토

    미국이 북한에 대해 불가침을 공식 보장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은 특히 불가침 보장을 하는 데 있어 ‘선(先) 핵폐기’라는 전제조건에서 후퇴,‘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시설 해체에 착수할 경우(해체 과정에서)’ 불가침 보장을 해주는 방식으로 완화시킴으로써 대타협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워싱턴 포스트는 22일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미국측이 지난 주말 미국을 방문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수석 부부장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신문은 이와 함께 “미국은 베이징에서 북·미·중 3자회담을 가진 직후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다자회의 개최가 보장될 경우 3자회담에 응하겠다는 뜻도 함께 전달했다.”고 전했다. 다자회담과 관련,미국은 한·일과 함께 러시아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며 이같은 뜻을 북한측에 전달해줄 것을 다이 부부장에게 요청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따라 빠르면 8월 중 베이징에서 3자회담과 5자(혹은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이 잇따라 열릴 가능성이높아졌다. 3자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일본·한국에 이어 중국을 방문 중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21일 중국 지도자들과 회담 후 “3자회담이 수주 내에 다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22일 북한 체제 보장 형식과 관련,부시 대통령이 구두로 약속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고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부시 대통령은 21일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공동회견에서 “미국은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외교해결 가능성을 강조했다. 필립 리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에 제2의 플루토늄 제조공장이 있다는 보도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해 북한과의 대화해결 분위기를 반영했다. 김균미기자 k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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