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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31 이후] 당 정체성·진로 못찾아 與 ‘허우적’

    [5·31 이후] 당 정체성·진로 못찾아 與 ‘허우적’

    민심 이반의 후폭풍은 가혹했다. 당 의장의 전격 사퇴로 구심점을 잃은 집권 여당은 1일 수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충격과 무력감에 허우적거렸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손대야 할지 모르고 갈팡질팡하는 등 극심한 공황 상태까지 보였다. 미봉이나 대증요법만으로 버티기에는 병세가 위중하고 심각하다는 점에 집권 여당의 고민이 있어 보인다. ●표류하는 집권여당 정동영 의장은 이날 오전 사퇴 기자회견에서 백범 선생이 윤봉길 의사에게 써준 ‘현애철수장부아(縣崖撤手丈夫兒·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는 것이 대장부)’라는 말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국민의 질책을 무겁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며 백의종군 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낭떠러지에서의 추락’은 정 의장의 정치적 거취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의 참담한 현실이 그대로 투영된 표현이다. 정 의장의 회견과 동시에 긴급 소집된 최고위원회의에서 표류하는 집권 여당의 혼돈상이 여지없이 표출됐다. 김근태·김두관·김혁규·조배숙 최고위원과 김한길 원내대표 등 5명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정 의장 사퇴 이후 지도부 구성 등 당 운영방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김두관 최고위원과 김한길 대표는 2·18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김근태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두관 최고위원은 “원론적으로는 지도부 전체가 책임을 지는 게 맞을 수 있지만, 당의 상황이 엄중해 의장직 승계로 당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혁규·조배숙 최고위원은 지도부 일괄 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을 주장하며 승계론에 반대했다. 지도부의 공동책임론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두 최고위원이 정동영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파간 견제 심리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정 의장은 전날 출구조사 방송 직후 김근태 최고위원을 따로 찾아가 “질서 있게 수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장직 승계를 요청했으나, 김근태 최고위원이 명분을 놓고 고민하며 확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고위원 거취와 향후 당 운영방안은 오는 5일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로 최종 결론이 미뤄졌다. ●대안부재론과 당 해체론까지 하지만 집권 여당의 속병은 지도부 쇄신으로 치유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의 얼굴을 바꾼다고 민심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은, 이번 선거결과가 정권 심판론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도 입증된다.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심기일전론을 넘어 대안부재론과 당 해체론까지 거론되는 등 극단적인 주장이 난무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부 초선의원은 “당의 존립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지도부 사퇴로 그칠 일이 아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염동연 사무총장은 “지금 제 정신이 아닌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언급을 피했다. 이목희 의원 등은 “구심력을 회복해 민심을 되찾아야 한다.”며 이성적인 대처를 주문하기도 했다. 재야파 중진인 장영달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준엄한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정부와 여당이 국민통합형 정치를 실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지방선거의 패인이 노 대통령에게 있다는 시각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술렁이는 당내 여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박찬구 구혜영기자 ckpark@seoul.co.kr
  • KEDO, 대북경수로 사업 공식종료

    KEDO, 대북경수로 사업 공식종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집행이사회를 열고 대북경수로 사업의 공식종료와 청산을 선언했다. 북한의 핵폐기 대가로 경수로를 건설해 준다는 제네바 핵합의(1994년)에 따라 한·미·일·유럽연합(EU)이 주도한 대북 신포 경수로 사업은 합의 10년여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경수로 건설에 11억 3700만달러(약 1조 3640억원·계약당시 환율 달러당 1200원 기준)의 국민세금이 들어갔다. 한시적 국제기구였던 KEDO는 연내 해체될 전망이다. KEDO는 이날 이사회에서 경수로 사업의 차질 책임을 북한에 묻는 한편 재정적 손실 책임까지 따지겠다는 공식 발표문을 채택했다.‘정치적 선언’의 성격이 강하지만 경수로 사업중단을 미국 책임이라고 주장해온 북측의 맞불 공세로 북·미간 공방이 예상된다. KEDO 이사회 결론의 핵심은 지난 6개월간 끌어온 청산방식 논란의 종결이다. 경수로 사업 주계약자로 참가한 한전이 청산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대신 북한 밖에 있는 KEDO 기자재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인수하기로 마무리됐다. 미·일·EU는 사업 중단에 따른 참여업체의 클레임 비용 등 청산 비용의 재정적·법률적 책임이 없어, 한 푼도 댈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국민들로부터 “공사비용의 70%를 대고도, 다 날린 채 청산비용마저 떠맡게 될 것”이란 비판을 받아온 우리 정부는 결국 한전 측이 권리와 부담을 모두 떠안는 식으로 해결했다. 한전 측은 청산에 걸리는 시간을 1년 정도로 추정했다. 정부와 한전 측은 “정부가 추가 부담하는 일은 전혀 없으며 한전 측도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전 측이 인수하는 북한 밖의 기자재는 원자로 설비 23종, 터빈발전기 관련 9종, 보조기기 관련 20종 등 모두 8억 3000만달러어치. 청산에 드는 비용은 1억 5000만∼2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러나 8억 3000만달러 규모의 장비는 제작에 투입된 비용 기준이기 때문에 감가상각 등을 감안하면 실제 이익은 줄어들 수 있고 손실까지 감안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전 측은 제작중인 기자재를 완성, 해외에 판매하거나 이미 운영중인 국내 원전의 보수용 자재로 쓰거나 새로운 원전건설에 사용하는 방안을 찾으면 손해는 없다는 주장이지만 속단은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과 EU는 한전 측이 추후 과도 이익을 낼 경우 나눠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경우 대북 경수로사업에 재사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현재로선 희망사항에 불과해 보인다. 오히려 북측이 “훼손한 부지를 원상태로 복구하라.”고 역공을 취할 공산이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민주통합·親盧신당’ 與분화 위기

    ‘민주통합·親盧신당’ 與분화 위기

    ‘5·31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이 요동칠 기세다. 열린우리당은 ‘참패 책임론’이 ‘정계 개편론’과 맞물리면서 빅뱅 가능성에 노출된 상황이다. 승기를 잡은 한나라당 역시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도부와 소장파, 주요 대선주자 사이의 ‘기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여야 모두 ‘정계개편 쓰나미’에 휘말릴 공산이 적지 않다. ●대연합론과 동서 통합론의 격돌 열린우리당 내부는 “현재의 여당 체제로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김두관 최고위원 등 친노(親盧) 그룹을 중심으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될 경우 극심한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상존한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개혁세력 대연합’이 뇌관이다. 정 의장은 민주당과의 통합으로 호남 등 전통적 지지층의 복원을 노리는 ‘대연합론’ 추진 의사를 포기하지 않는 한 영남권에 기반을 둔 친노 세력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힘든 상황이다. 친노세력들은 호남에 국한시키는 ‘서부 벨트구축 전략’이 지역주의 구도극복에 한계가 있고, 개혁 정체성 상실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연장선상에서 ‘동서 연합론’의 독자 노선을 모색할 경우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제3후보 앞세운 신당창당 가능성 서울시장 강금실 후보나 경기도지사 진대제 후보 등 참신한 인물군들을 대거 수혈하는 ‘새판짜기’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정치권에선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이윈컴(정치컨설팅회사) 김능구 대표는 “노 대통령이 민심을 받아들인다는 명분으로 제3의 후보를 앞세워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강금실·진대제 후보 등의 친위세력과 함께 탈당, 신당 창당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친노세력의 동서 연합론이 향후 한나라당내 일부 ‘진보세력’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정치권 빅뱅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또다른 배경이다. ●고건의 중도세력 대연합론 변수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전남·광주가 정치적 기반인 민주당의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고건 전 총리의 ‘몸값’ 역시 높아진 상황이다. 선거 기간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주장해 온 민주당은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고 전 총리와의 ‘연합’을 고리로 열린우리당을 향한 파상적인 공세 가능성이 크다. 고 전 총리는 특정 정파에 편입되기보다 ‘중도실용세력 대연합론’을 앞세워 정계개편의 ‘주역’이 되길 원한다.‘범국민 운동조직’을 모색할 경우 열린우리당·민주당 등 일부 세력의 합세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의 ‘정치 지형’도 간단치는 않다.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박근혜 대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피습사건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예비 대선주자 지지도 1위에 올라섰고 당내 위상도 수직 상승했다. 박 대표가 대표직을 그만두는 6월 중순과 이명박 서울시장·손학규 경기도지사의 임기가 끝나는 6월 말 이후 3자간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오일만 황장석기자 oilman@seoul.co.kr
  • ‘5·31’ 촌철살인 입담대결

    내년 대선을 앞두고 5·31지방선거의 정치적 함의는 클 수밖에 없다. 그만큼 주요 고비마다 ‘촌철살인’의 입담이 이어졌다. 병상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22일 참모에게 던진 “대전은요?”라는 한마디는 격전지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정치적으로 오버하지 말라.”는 박 대표의 당부와 달리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표님, 고맙습니다.”(오세훈 서울시장 후보),“60바늘을 꿰맸다니 성형도 함께한 모양이다.”(노혜경 노사모 대표) 등 설화가 빚어졌다. 유례없는 여당의 고전은 “한나라당의 싹쓸이만은 막아 달라.”는 정동영 의장의 읍소를 낳았다.하지만 상대 정당들은 “우리당 해체선언부터 하라.”(민주당 유종필 대변인),“개평·구걸 정치에 동정은 없다.”(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며 비꼬았다. 선거 초반 열린우리당에선 ‘집토끼 타령’이 불거졌다. 우상호 대변인은 “집토끼(전통지지층)가 나갔지만, 산(한나라당)으로 간 게 아니라 집 주변에 머물고 있다.”며 지지세 결집을 호소했다. 그러나 갈수록 선거구도가 나빠지자 강금실 서울시장·진대제 경기지사 후보의 선거참모들은 “당이 발목을 잡아 미안하다.”며 공개편지를 띄웠다. ‘보랏빛 바람’을 기대했던 강 후보는 TV토론에서 “정치에 정말 속은 것 같다.”며 기존 정치권에 불만을 드러냈다. 선거 막판 강 후보가 “진실은 승리한다.”며 72시간 불면 유세에 나서자, 오세훈 후보는 “마지막 순간까지 뼈가 으스러지도록…”이라며 걷기·달리기·자전거타기 등 철인 3종 유세로 맞불을 놓았다.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무너지는 학교] (하) 교권회복 모범 사례들

    서울 A중학교 권모(23·여) 교사는 부임과 동시에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학교 전체에서 소문난 ‘문제아’ 태성(가명)이를 만났다. 학기초 태성이는 수업중 선생님의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잠을 자기 일쑤고, 지난 3월에는 사흘간 무단결석을 하기도 했다. 친구들과 싸움도 자주 했다. ●학교와 학부모가 끊임없이 소통해야 태성이와 태성이 어머니 그리고 자신이 함께 ‘3자 교환일기’를 쓰기로 했다. 교환일기에는 먼저 권 교사가 태성이의 하루 학교생활을 꼼꼼히 기록하고 태성이와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태성이는 이것을 보고 선생님과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고, 어머니도 태성이와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형식이다. 지난 4월부터 교환일기를 쓰기 시작한 이후 태성이의 생활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 권 교사는 교환일기 하나로 자연스레 권위를 인정받은 셈이다. 교육평론가 한병선씨는 “고전적 교권관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식의 폐쇄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것”이라면서 “교사가 교권을 독점하려 해서는 안 되고 학부모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열린 교권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바람직한 교육은 학생을 사이에 두고 교사와 학부모가 공동선을 이뤄가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교사·학부모간 교육적 소통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수원대학 강인수 교수는 “사회전반적으로 해체 현상이 일어나면서 우리 국민들 전체가 법의식이 부족하게 됐고 그 파장으로 교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안에 따라 법률적인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시·도 교육청에 변호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교권보호를 위한 법률은 정비가 됐기 때문에 이를 사안에 따라 적용할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스승 섬기기 운동과 제로 톨러런스 서울 동작구 강남초등학교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스승 섬기기 운동’을 펼치는 동시에 학생들이 지켜야 할 기본 규칙·규율 등을 엄격히 지도하고 있다. 김철규 교장은 “존경할 만한 스승을 존경하도록 어렸을 적부터 유도하는 것도 학교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 “학생들이 학교 규칙을 엄격히 지키는 가운데 스승에 대한 존경심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부터 작은 규율을 지키도록 하면 교사들의 권위는 자연스레 확립될 수 있다.‘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무관용)’ 정책이다. 교권침해 사례가 전혀 없는 곳으로 알려진 정원여중은 학교 규율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행사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이 접촉할 기회를 많이 갖는다.‘규율은 철저히 소통은 다양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스킨십없는 엄한 규율은 또다른 갈등 불러 이재령 교감은 “오전 등교지도나 생활지도 등은 학생부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40여명의 모든 선생님들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복장이나 생활태도 등을 강조하다 보니 학부모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엄한 규율 적용의 바탕에는 반드시 학부모와의 소통이 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학부모와 소통 없는 엄한 규율은 또다시 갈등만 부추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원여중은 전교생이 모두 참여하는 ‘엄마와 함께 송편 빚기 대회’, 학부모-학생-교사간 역할을 바꿔 연극하는 ‘상황역전 역할극’공연 등 소통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성균관대 양재효 교수는 소통을 위한 학교, 학생, 학부모의 노력을 강조하면서 학교분쟁조정위원회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학교분쟁조정위원회가 지금처럼 분쟁을 제재 위주로 풀어서는 안 된다.”면서 “대화와 이해를 통한 민주사회의 바람직한 문제해결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용 김준석기자 kiyong@seoul.co.kr
  • 야 “말로만 반성… 구걸정치”

    야 4당은 25일 열린우리당이 “야당의 싹쓸이를 막아 달라.”고 읍소한 것에 대해 ‘대국민 협박’‘개평·구걸정치’라고 냉소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표현에 따라 ‘압승이 예상되는’ 한나라당은 ‘자업자득’‘만시지탄’이라고 일축했다.이계진 대변인은 “‘말로만 반성’, 눈물 몇 방울만으로 누적된 불신을 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친정’ 민주당은 발끈했다. 한화갑 대표는 “여당 내 개혁세력이 언제 개혁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일했냐.”면서 “남의 것을 가져다 내 것으로 써 먹는 이 사람들은 진짜가 아닌 가짜이므로 절대 여에 투표해서는 안 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유종필 대변인은 “평소에 공부 안 하던 학생이 시험 전날 울어봤자 점수가 안 나온다.”면서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오마는…’이라는 노래처럼 열린당이 아무리 울어봤자 표가 오는 것도 아니고 국민 마음이 움직일 리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싸워 보기도 전에 한나라당 압승을 마이크로 떠들고 다니는 집권당의 정동영 의장은 한나라당 선전부장인가, 한나라당 나팔수인가, 한나라당 TV 앵커인가. 한심해도 너무 한심하다.”고 비꼰 뒤 “모든 문제는 열린당이 해체선언을 하면 해결의 실마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과반을 훌쩍 넘겼던 절대 다수당이 깡통을 들고 본격적인 구걸에 나섰다.”면서 “‘개평정치’‘구걸정치’를 하고 선거가 6일이나 남았는데 패배를 선언한 정당에는 동정할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국민중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자업자득이란 점을 먼저 반성해야지 읍소형으로 표를 구걸하는 것은 전근대적 방식”이라고 전했다.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열린세상] 지금 우리의 시대정신은 존재하는가/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오늘 우리 모두가 갖는 공동의 이념, 이른바 시대정신은 존재하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물음이 너무 관념적이어서 생뚱맞긴 하지만, 최근 하던 일에서 부딪쳐 나온 생각이다. 봉직하고 있는 대학이 금년으로 창학 100년을 맞았다. 기념행사를 치르면서 숙연함이 있었다. 그 어려운 시절, 학교를 설립했던 선각자들의 바쁘고 격정어린 숨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100년 전인 1905년 일본의 을사늑약, 쇠락해 가던 조선말, 그 시대의 사람들이 가진 시대정신, 그 상황적 편린을 우리 젊은이들에게 근대교육을 시켜야겠다는 구체적 실천으로 풀어 나갔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휘문고를 위시한 명문 사립고, 고종황제의 고려대와 숙명여대 설립, 불교 선각자들의 우리 대학 창립이 그것이다. 이 학교들이 모두 100주년을 맞았다. 이제 새로운 백년을 다시 시작하며 어떤 지표로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나온 생각이다. 최근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갖는 사안별 생각의 편차는 매우 크다. 미국 및 일본 등 국제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부동산 등의 경제현안, 사학법, 양극화 문제 등 논란이 되는 사회 문제에서 보여준 이견의 폭은 크다. 인터넷 댓글로부터 여러 견해를 접하며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고 놀란다. 이해하려 노력해 보지만 혼란스럽다. 물론, 수학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에 의견이 통일되기는 힘들겠지만 각론이 아닌 총론에서부터 견해가 이렇게 극명히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현대 사회를 ‘해체의 시대’라고 표현한다.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데올로기로 대변되는 거대담론을 거부한다. 개인의 욕구와 사고를 우선시하고 작은 담론을 즐겨 한다. 더욱이 인터넷이란 쌍방향 매체로 손쉽게 많은 개인들이 사회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개진한다. 그래서 개인의 생각은 더욱 나누어지고 그 결과, 사회 해체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이른 말일 것이다. 해체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한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의 개념을 꺼내는 것이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안팎의 사정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중국의 국제적 등장과 동북공정, 일본의 우경화와 독도, 미국과의 FTA협상을 중심으로 한 경제 및 정치현안, 그리고 때늦은 정치권의 이데올로기 논쟁, 다종교 사회 등이 버겁게 느껴진다. 시대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한 시대의 공통된 환경과 문화를 통해 생성된 시대 구성원의 이념’이다. 역사적으로 돌이켜보면, 옳고 그름을 차치하고 각 시대에는 나름대로 시대정신이 있었다. 우리 근대사에서 일제시대 우리 민족의 시대정신은 ‘독립’이었고 독립 후 이승만 정권에서는 ‘건국’이었다.6·25 전쟁을 거치면서 박정희 정권에서는 ‘경제성장’이었으며, 군사독재정권하에서의 또 다른 우리의 시대정신은 ‘민주주의’였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에게 어떤 시대정신이 바른 것인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훗날의 역사가 바른 것이었는지 말해줄 뿐이다. 그러나 국가발전, 민족번영의 목표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큰 그림 속에서 그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건전한 시대정신을 찾고 공감을 얻는 과정에서 사회적 통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공동의 시대정신이 진정 필요한 것인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세울 것인가. 답은 전문가에게 미룬다. 다만 증폭되는 갈등이 안타깝고, 비판이 과다한 것 같아 절제를 당부하고 싶다. 건전한 정신을 세우는 일에는 바른 의사결정 및 비판이 전제조건이다. 다른 사람의 견해를 비판할 때도 나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사람의 말이어서 비판할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통찰이 있었으면 한다. 다른 편이 내는 의견도 시대정신에 부합되면 동조하고 박수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회였으면 한다. 해체의 시대에서, 사회를 통합하는 건전한 시대정신을 기대하는 욕심을 내 본다. 김병식 동국대 부총장
  • [씨줄날줄] 루거 로드맵/이목희 논설위원

    지난해 10월 독일의 유력 통신사가 큰 오보를 날렸다. 미 정치인 리처드 루거와 샘 넌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고 긴급보도한 것이다. 그러나 잠시 후 공식발표를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이 수상자로 확정되었다. 부시 대통령이 속한 미 공화당은 매파로 덮여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가운데 중도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가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이다. 지구촌의 분쟁 해결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잇따라 제시해 평화상 물망에 여러차례 올랐으니 오보라도 그럴듯했던 셈이다. 루거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러시아의 핵무기 해체를 지원하는 CTR프로그램이었다. 미 국방예산의 0.1%를 들여 러시아 핵탄두 6760기를 폐기할 수 있는 계획이라고 하니 대단히 효율적이다. 북핵 해결 방식의 하나로 ‘리비아식 해법’이 거론된다. 외교·경제 제재에 눌린 리비아가 먼저 핵을 포기하고 나중에 미국이 보상조치를 취하는 방식이었다. 리비아는 테러지원국 해제 이행이 늦어지자 “속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루거는 리비아로 날아가 약속이행을 다짐했고, 얼마전 미국은 리비아와 국교정상화 조치를 취했다. 루거가 이번에는 ‘북한관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것을 전제로 단계별 보상안을 법으로 명문화하는 내용이다. 대북 안전보장과 경제·에너지 지원, 관계정상화에 이은 평화협정 논의까지 담고 있다. 북·미는 지금 선후(先後)를 놓고 평행선이다.“핵을 포기해야 돕겠다.”(미)와 “행동 대 행동으로 주고받자.”(북) 북한과 리비아는 차이가 있다. 한국·중국이 있어 북한은 외교·경제 제재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핵개발 단계도 리비아보다 훨씬 앞선다. 때문에 리비아식보다는 법으로 보상약속을 함으로써 ‘행동 대 행동’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효과를 보자는 게 루거 로드맵의 골자다. 러시아 핵폐기비용 지원 조치를 북한에 적용하자는 주장은 루거 제안과 연관이 있다. 주변국이 경제지원과 함께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당사국은 핵을 폐기하는 우크라이나 방식이 한반도에서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 정부·국회는 루거와 같은 합리주의자와 연대를 강화해 미국의 대외정책이 유연해지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유고 연방 사라진다

    유고 연방 사라진다

    세르비아와 느슨한 국가연합을 이루고 있던 몬테네그로가 마침내 독립을 이뤘다. 유고연방은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21일(현지시간) 실시된 몬테네그로의 신(新)유고연방 분리 국민투표에서 55.4%의 찬성표를 얻어 독립이 확정됐다고 몬테네그로 국가선거위원회가 22일 발표했다.55%가 넘을 경우 독립이 가결되는 것으로 유럽연합(EU)은 규정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총리, 독립 선언 앞서 밀로 주카노비치 몬테네그로 총리는 출구조사 결과가 가결로 나타나자 “오늘 밤(21일) 몬테네그로 주민 다수의 결정에 따라 독립이 실현됐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몬테네그로 전역에서는 독립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폭죽을 터뜨리며 자축했다. 국민투표에는 유권자 48만 4718명 가운데 86.7%가 참여했다. 몬테네그로계와 세르비아계가 반반인 주민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연방 잔류파들은 아직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부는 부정 투표를 주장하기도 했다. 세르비아는 몬테네그로가 독립하면 유학생 학비를 5배 인상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긴장이 팽팽하다. 몬테네그로는 인구 65만명의 작은 나라지만 세르비아와 함께 전범국가로 찍히면서 경제적 불이익이 많았다. 주카노비치 총리는 “연방을 탈퇴하면 EU 합류도 빨라진다.”며 독립을 설득했다. 이미 2002년에 유로화를 도입할 정도로 개방에 목말라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도 서두를 전망이다.‘발칸의 스위스냐, 러시아 마피아의 온상이냐.’ 독립국가 몬테네그로의 앞날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 ●코소보 자치주도 독립협상 중 몬테네그로는 1918년 유고슬라비아 왕국에 강제 병합됐다. 유고 왕국은 2차대전 후 요시프 티토에 의해 6개 공화국(세르비아·몬테네그로·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마케도니아)과 2개 자치주(보이보디나·코소보)로 이뤄진 유고슬라비아 인민공화국이 됐다. 1980년 티토가 사망하자 사회주의 이념을 민족주의가 대체, 유고연방은 급격한 해체의 길을 걸어왔다. 세르비아의 독주에 반발한 보스니아가 1992년 내전에 휩싸였고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의 인종청소 등 학살이 이어졌다. 현재 유엔이 관할하고 있는 코소보 자치주 역시 ‘분리 혹은 잔류’를 놓고 유엔과 협상 중이다. 2003년 수립된 신(新)유고연방은 세르비아-몬테네그로 국가연합과 2개 자치주로 구성돼 있지만 몬테네그로의 독립으로 사실상 해체된 거나 다름 없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제5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K-1 데뷔전 홍보위해 출전”

    [제5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K-1 데뷔전 홍보위해 출전”

    “K-1 홍보를 위해 오늘만 살짝 ‘외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21일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5㎞ 코스 출발선에는 신장 2m가 넘는 거구의 청년 2명이 출발 신호보다 더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스타트를 끊었다. 주인공은 이종격투기 선수인 김경수(사진 왼쪽·25)씨와 박용수(오른쪽·25)씨. 다음달 3일 열리는 ‘K-1 월드 그랑프리 2006 서울’(올림픽체육관)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두 사람은 성공적인 대회 개최와 우리 선수들의 월드컵 선전 등을 기원하며 마라톤에 도전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래판에서 인정받던 씨름 선수였지만 갑자기 팀이 해체되면서 공중에 붕 뜨게 됐다. 선배 뒤를 따라다니며 운동을 계속하다 결국 평소에 관심 있던 K-1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지만 걱정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든든한 원군이 돼 주었던 아버지는 보름 전 세상을 떴다. 이번 마라톤은 김씨에게 성공적인 데뷔전을 기원하는 동시에 아버지의 명복을 비는 자기만의 추모 행사다.“아버지는 하늘에서도 절 응원하고 계실 겁니다. 마라톤에 도전한 정신으로 데뷔전도 멋지게 치러내겠습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북핵 로드맵’ 法초안 마련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집권 공화당의 리처드 루거 상원외교위원장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할 경우 미국-북한간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마련 중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법안 초안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선(先)북핵폐기, 후(後)관계정상화 및 에너지 지원’을 골자로 한 ‘로드맵’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6자회담의 틀안에서 언제든 북·미 양자 협상도 가능토록 하는 한편,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해 협상을 개시하는 것도 포함했다. 또 미국과 북한의 수도에 각각 연락 사무소를 개설할 것도 제안하고 있다. 초안은 북한이 핵 폐기시 관계를 정상화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유 제공 거부 입장을 철회하도록 돼 있다. 또 북한에 대해 핵실험은 물론, 핵, 화학 및 생물학적 물질의 해외 이전의 금지도 명시했다. 부시 행정부는 루거 위원장의 법안 초안을 입수, 검토 중이다. 루거 위원장에 앞서 짐 리치 하원 국제 관계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도 지난 3월 부시 행정부에 평화협상 검토 등 적극적인 대북 협상을 촉구한 바 있다. dawn@seoul.co.kr ■ 법안 초안골자 및 로드맵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북·미 관계정상화(연락사무소 개설)▲미국이 한국, 중국, 러시아와 공동으로 안보 보장▲중유 제공 재개▲평화협정 협상개시 ●미사일 수송수단 및 화학·생물학 무기 해체·제거할 경우 ▲테러지원국 명단서 삭제▲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대북금융지원을 미국이 후원▲북한의 학교, 병원, 고아원 등에 인도적 에너지 제공
  • 낙산사서 부처님 진신사리 발견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주지 정념 스님) 해수관음공중사리탑 내에서 석가모니 부처님 진신사리 1과를 봉안한 사리장엄구가 발견됐다. 낙산사는 지난해 화재로 훼손된 해수관음공중사리탑을 해체 보수하던 중 탑신석 윗부분 중앙의 원형 사리공(舍利孔)안에서 사리장엄(舍利莊嚴, 직경 23㎝, 깊이 17㎝)을 확인,18일 공개했다. 낙산사에 따르면 사리장엄은 발견됐을 당시 노란색 비단 보자기에 싸인 원형 청동합안에 원형의 은제합(높이 9㎝, 직경 8㎝)이 놓여져 있었다. 청동합 안에는 ‘강희(康熙) 31년’으로 적힌 연기(緣記)가 들어 있어 사리장엄이 조선 제19대 숙종 18년(1692년)에 봉안됐음을 알 수 있다.김성호기자 kimus@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0) 한국철학과 그 교육의 필요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0) 한국철학과 그 교육의 필요성

    지난주의 글(19회) 말미에 나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철학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번뇌가 보리를 찾는다는 불가의 말처럼, 현실의 어려움이 철학의 길을 가게 한다.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은 철학과 보리를 구하려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부터 철학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한국인이 마음의 풍토병을 깊이 앓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철학은 의술도 아닌데 마음의 풍토병을 고칠 수 있나? 이 병은 약에 의해서 고쳐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병은 한국인의 마음의 역사가 공동운명처럼 남긴 흠결이고 습기를 말한다. 그 역사는 국사학자들이 말하는 연대기적인 역사기술이 아니라, 한국인의 마음이 표출한 구체적 욕망들이 공동의 무의식적 성향을 형성한 것을 말한다. 지난주에 다루어진 열광의식과 추상의 정신도 한국적 풍토병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앞사람들이 쌓은 업적과 공로를 인정하지 않고 다 무시하고 허물어 버리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정치에서도 앞 정권이 해놓은 것은 다 부정하고 다시 새롭게 출발하려 한다.‘제2의 건국’ 등과 같이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를 일소하고 새롭게 건국하자고 역설한다. 개인적으로 학자들이 선대의 덕을 안 보고 혼자 자수성가한 것처럼 떠드는 경향이 있다. 자수성가의 위험성은 독불장군(獨不將軍)의 태도와 같다. 한국인들은 독불장군의 행세를 하는 일반적 풍토병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혼자서는 장군이 안 되는데, 혼자서 장군이라고 하며 크게 떠들지만 힘이 없다. 해외에서도 어떤 장사로 재미를 보면 다 같이 그 장사를 하는 바람에 결국 모두 망하게 된다고 한다. 그 사람은 그렇게 돈을 벌게 하고 나는 다른 방식으로 길을 찾지 않는다. 또 해외 한인들의 약점을 잡아 가장 괴롭히는 것이 같은 동포라는 말을 나는 들었다. 한국인들이 적수공권의 찌든 가난에서 출발하여 지금 세계 11대 무역국가의 반열에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왜 자기 나라에 대한 긍지를 못 갖고 틈만 나면 해외 선진국으로 이민 가고픈 마음을, 그것도 중산층 이상에서 내는가? 한국은 세계사에서 드물게 종합적으로 성공한 나라다. 과거를 뭉개는 풍토병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절실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속물주의자들은 자기 개인의 이기적 출세밖엔 관심이 없고, 급진주의자들은 단박에 완벽한 사회가 이루어질 것을 요구해서 우리가 쌓은 업적은 눈에 안 보인다. 세상에 한꺼번에 다 달성되는 사회가 어디에 있는가? 왜 한국인들은 정이 많으면서 모르는 사람들에 대하여 불친절한가? 마치 예절이 없는 것처럼. 애국심은 있으나 애국의 구체적 방법을 모르는 것 같고, 인정은 풍부하나 다른 이들을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배려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다. 우리끼리 서로 흑백심리로 이전투구를 하는 바람에 다른 나라와 대처할 능력을 상실하는 경우도 없다고 못하겠다. 마음의 병은 마음이 알아야 고쳐진다. 마음의 병은 무명(無明)에서 온다. 무명은 무지의 다른 이름이다.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자기 마음의 병을 모르고 날뛴다. 각자가 자기 마음을 가장 잘 안다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들이 자기를 정당화하려는 어리석은 마음의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누가복음(23:34)에서 예수님이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의 하는 짓을 알지 못하나이다.’라고 십자가상에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하는 짓이 얼마나 탐욕과 화의 독성으로 어리석은 짓을 하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스타일이 너무 자연스러우므로 자기 체취를 모르듯이 자기에 대하여 아무 것도 모른다. 이처럼 무명이 가장 커다란 마음의 병이다. 자기를 모르는 무명은 자기의 성격에 대하여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다. 의식의 모든 활동은 이 성격의 무의식적 스타일을 통하여 표출되기에 인간은 자기의 성격이 지닌 흠결과 습기를 모른다. 이것이 무의식적 업장이다. 그 업장은 같은 역사적 환경에서 산 사람들에게 비슷하게 형성된 공동습기와 같으므로 이것을 하이데거는 공동운명(destiny)이라고 불렀다. 각자는 다 개성을 띠고 있지만, 한국인이라는 공통적인 성격의 창문과 그 틀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판단하므로 그 공통 성격은 한국인의 의식 활동을 제약시키는 집단무의식의 구조와 다르지 않다. 이것을 불교에서 공동업(共同業)이라 부른다. 이 공동업은 한국인의 의식활동을 움직이게 하는 습기의 경향과 같고 저장된 심적 기질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 공동업의 장애를 반성해서 씻어내지 않고서는 아무리 좋은 기획과 구상이 있더라도, 그것은 사상누각의 공사에 불과하겠다. 한국철학은 한국인의 공동업의 무명을 깊이 자성케 하는 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저 공동업이 풍토병이 되어 우리를 부자유스럽고 불행케 한다. 그것이 한국인의 말과 생각과 행동을 어떤 색깔로 채색한다. 그 동안 나는 철학자로서 책을 통해 익힌 철학이론과 한국인으로서 삶에서 느낀 경험과의 어긋남으로 철학적 초점 불일치를 겪어 왔었다. 이론으로 익힌 철학일반의 논리적 보편성과 한국적 삶의 경험이 말하는 실존적 특수성과의 괴리로 늘 자신 없이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나는 방황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는 때로는 주자학의 용어대로 종본이언(從本而言=본질에 따라 말하기)으로 철학의 보편적 본질을 우선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종사이언(從事而言=사실을 먼저 생각해서 말하기)으로 한국적 사실의 인식을 먼저 사유의 중심으로 잡기도 했다. 그러나 종사이언으로 철학을 전개하면, 나는 어딘지 모르게 보편적 철학의 엄청난 권위의 무게에 눌려 목소리가 자신 없이 기어 들어가는 형국을 안 느낄 수 없었다. 나의 대학시절 은사인 박종홍(朴鍾鴻)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철학은 한국인의 행복을 구가케 하는 길을 보여주는 정신의 작업이라고 나는 늘 생각했었다. 내가 한국인의 행복을 구가하는데 도움이 되는 철학적 길닦기에 몰입하면 할수록, 나는 나의 몰입이 보편적 이론의 승화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늘 유치한 감상주의적 주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답답한 심정을 가눌 수 없었다. 인생의 후반부에서 나는 극적인 전환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서양 해체철학의 도움으로 불교와 노장사상의 철학적 진수를 알게 되었다는 데 있다. 그리고 늘 이론적으로만 타당하다고 여겼던 율곡의 이통기국(理通氣局=보편적 理는 氣의 작용으로 특화됨)의 사상(13회 글)을 이제 내가 나의 진리로 계합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나는 불교와 노장사상의 가르침에 의지해서 마음의 철학을 이통기국화(理通氣局化)할 수 있었다. 이제 나는 옛날처럼 철학적 진리의 논리적 보편성과 주어진 한국적 사실로부터 철학하기와의 사이에 어떤 괴리도 느끼지 않는다. 철학은 결국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길을 닦아가는 것이고, 그 마음의 병은 보편적인 것과 특수한 것의 어떤 차이도 없고 결국 시공적 인연의 차이에서 생긴 다양한 마음의 병들이 실존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철학은 그 마음의 무의식적인 공동운명의 무명을 자각케 하는 ‘길닦기’(opening-way)와 같다는 것이다.‘길닦기’는 하이데거 후기철학의 용어로서, 그것은 고향인 존재의 본성이 사는 마을로 되돌아가는 마음의 길을 닦는 것을 뜻한다. 심적인 습기로 응어리진 병은 가장 급선무로 무명의 자각과 함께 본성에의 길로 나아가는 ‘길닦기’에서 치료가 시작된다.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마음의 무의식적 병은 그 병을 자각하는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병은 사람들의 마음이 미혹해서 생긴 환상이기 때문이다. 환상의 악몽이 우리를 괴롭히듯이 환상이라 하여 힘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물론 그 환상의 자각은 남이 알려주는 정보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스스로 뼈저리게 부자유와 불행의 공동질곡을 참회하면서 일어나는 깨달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본성의 길닦기로 우리가 회심하게 된다. 공동업은 즉 한국인의 마음의 공동습관과 같다. 이것은 우리의 마음이 역사 속에서 인연 따라 지은 반복적인 마음의 경향이므로, 그것을 지우는 것은 그 업을 깊이 인식하면서 참회하는 것밖에 다른 길이 없다고 불교의 유식학은 가르치고 있다. 그러기 위하여 고요히 우리를 깊이 반조(返照)하게 하는 철학교육이 급선무다. 무엇이 철학이고, 어떻게 철학교육을? 동서고금의 제 철학이론의 진열이 철학인가? 철학은 어떤 특정한 정치이념의 주입이 결단코 아니다. 이것은 인간을 어떤 특정한 가치관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제 철학이론의 진열이 자료로는 좋으나, 구체적으로 우리의 살(13회 글)이 느끼는 실존적 아픔을 풀어주지 않는 이론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지금까지 국사학은 있었지만, 한국사에서 한국인이 반복적으로 느낀 마음의 현재완료적 업을 진솔하게 말해 본 적이 있었는가? 우리는 우리의 숙업(宿業)을 위선적 가식없이 구체적 사실로서 솔직히 숙고해 보려고 하지 않고, 명분상 추상적 가치관의 캐치 프레이즈로서 정치권력을 등장시킨다. 그래서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한바탕 한(恨)의 칼바람이 일어난다. 이것이 다 공동업의 멍에가 되어서 우리를 짓누른다. 한의 칼바람 앞에서 피고가 되지 않으려고 정치투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수단방법을 안 가린다. 한국철학은 먼저 반복되는 한국인의 공동업을 깨뜨리도록 마음의 자각과 ‘길닦기’를 하는 학문이고, 그 교육은 마음에서 참회와 ‘길닦기’를 실행하는 데에 있겠다. 그러기 위하여 역사적 무명의 자각과 그 자각이 마음에 깊이 새겨지도록 마음의 격정을 다스리는 평정의 지혜를 초등생부터 점진적으로 내면화시켜 나가는 데 있겠다. 하이데거의 철학은 전기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역사적 운명에 대한 자각을 떠난 적이 없었다. 그는 편년체적인 역사학(Historie)과 역사적인 공동운명의 자각으로서의 역사학(Geschichte)을 엄밀히 구별했다. 한국철학도 한국인의 공동운명의 업이 우리를 억누르는 질곡이 아니라, 우리를 향상시키는 비약의 근거로 작용케 하는 ‘길닦기’가 되어야겠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WMD 프로그램 先폐기 “리비아 따르라” 北압력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과 리비아가 26년 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북한 핵 문제 해결과 북·미관계에도 어떠한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고 수도 트리폴리에 미국 대사관을 개설하는 등 곧 양국간 외교 관계를 전면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리비아가 2003년 12월 미국과의 합의를 통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폐기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리비아는 북한과 이란 같은 나라의 중요한 모델”이라면서 “2003년이 리비아 국민들에게 전환점이 됐던 것처럼 2006년은 북한과 이란 국민들에게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그동안 보여준 행동으로 볼 때 일방적인 ‘항복’으로도 비춰질 수 있는 리비아식 해결방식을 따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핵을 포기하고도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 미국과의 외교·경제적 관계도 정상화한 점이 북한 정권에 중요한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리비아가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면서 북한과 이란, 시리아, 쿠바, 수단 등 다섯 나라만 남게 됐다. 미국은 1979년 트리폴리 주재 미국 대사관이 시위대에 의해 불타는 등 공격을 받은 뒤 1980년 리비아와의 외교관계를 끊었다. 미국은 이후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리는 등 장기간 적대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1986년 미군 병사들이 많이 출입하는 베를린 디스코클럽 테러사건에 리비아가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고,1988년 270명의 희생자를 낸 팬암기 폭파사고에도 리비아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양국관계는 경색됐다. 미국은 이들 사건과 관련,1981년과 1986년 두차례 리비아를 폭격하기도 했다. 리비아는 미국의 제재로 주 수입원인 원유 개발 및 수출이 어려워지자 영국의 중재로 2003년 12월 미국과 WMD 프로그램 폐기에 전격 합의했다. 또 리비아는 미국이 이라크의 WMD 프로그램을 이유로 침공하자 다음 공격 목표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의 선(先) 핵무기 프로그램 폐기 선언은 국제사회에서 이른바 ‘리비아식 모델’로 주목을 받아왔다. 리비아의 핵무기 시설들은 대부분 해체돼 미국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미국이 리비아와의 외교 관계를 전면 정상화한 것은 WMD 프로그램 폐기에 합의한 것뿐 아니라 리비아가 주요 산유국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이 때문에 팬암기 사건 희생자 유족들 가운데 일부는 “석유 때문에 리비아와 수교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dawn@seoul.co.kr
  • 민단·조총련 반세기만의 만남

    |도쿄 이춘규특파원|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대표가 광주에서 열리는 6·15남북정상회담 6주년 기념행사에 나란히 참석한다. 민단과 총련은 또 올해 8·15기념행사 공동 주최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단 하병옥 단장은 17일 도쿄시내에 있는 조총련 중앙본부로 서만술 의장을 방문, 이런 내용의 공동성명에 합의할 예정이다. 민단과 총련의 관계자들은 16일 “하병옥 단장이 17일 조총련 본부로 서만술 의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면서 “재일동포 화합차원에서 6·15기념행사 공동 참여와 8·15행사 공동 개최등에 합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단과 조총련 대표자가 공식적으로 만나기는 두 단체 결성 이후 처음이다. 이는 반세기 이상 계속돼 온 재일동포 사회의 대립해소를 향한 첫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로 평가된다. 하 단장과 서 의장의 만남은 조총련이 제시한 회담 조건 3가지 중 2가지를 민단이 받아들이기로 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측은 ▲동포들의 귀화를 촉진하는 지방 참정권 요구 포기 ▲민단기구인 탈북자 지원센터 해체 ▲재일동포 모국방문사업 중단 등을 요구했다. 민단은 이중 탈북자 지원활동과 재일동포 모국방문사업을 보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민단과 조총련간 화해 움직임에 대해 “남북간 화해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남북간 화해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거나 (일본) 국내의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지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세간의 평가를 소개하는 논평만 했다.taein@seoul.co.kr
  • [기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기대한다/손장래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초빙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15일 남북정상의 회동과 선언으로 우리 민족사뿐만 아니라 동북아 국제 정세에 큰 이정표를 수립하였다. 앞으로 있을 6월 평양회동의 성과 여부에 관계없이 그분의 업적은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특히 이 시점에서 그분께 다시 한 번 기대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여러 정황이 앞을 예측할 수 없이 혼미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로, 앞에 놓인 크고 어려운 난관이 극도로 악화된 북·미관계이고 핵 문제이다. 북핵문제를 푼다는 6자회담은 지난해 9월19일의 4차 회담을 끝으로 7개월째 정체상태에 있다. 핵문제 해결에 국한되지 않고 위폐, 마약, 인권, 민주주의, 마카오 은행계좌 거래제한, 그뿐만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스위스계좌 4000만달러 조사 운운 등 핵문제 해결과는 직접 관련없는 다른 의제들이 계속 속출하고 있다. 이 많은 문제들이 어떻게 협의되며, 핵문제가 과연 향후 수삼년 내에 해결되는 것인지, 또는 이 모든 압박수단이 효력 없으니 군사적 수단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축적하게 되는지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악화되는 북·미관계에는 상호간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있다. 북으로서는 체제와 국가안전을 보장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핵시설을 해체할 수 없다는 불신이 있다. 6자회담 속개가 늦으면 늦을수록 북에 대한 압박은 강화될 것이고 긴장과 위기는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충돌이 가져오는 그 비극적 재앙을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예방하려 한다. 그러기에 이 시점에서 김 전 대통령의 해박한 국제상황 판단과 6자회담 참가에 대한 합리성 설명은 김 국방위원장의 정책결정에 큰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6자회담에서 북의 핵 불보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하고,4차 회담에서 상호간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조치를 내외에 촉구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로, 북핵 문제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제기했고 그 평화적 해결책이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지연되고 있고, 그 해결의 전망이 투명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인 남과 북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주도적이며 적극적인 역할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만일 미측이 이라크, 이란 문제, 기타 국내외적 어떤 이유 때문에 북핵 문제를 향후 해결치 않고 ‘북의 위협’ 인식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경우, 우리는 그냥 이에 순응하고 긴장과 위기상황을 지속해야 할 것인가. 북에 대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한국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남과 북의 분명한 능력과 의지를 냉혹하게 시험하고 있다. 남과 북 사이에는 1991년 12월13일에 체결된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있다. 남과 북은 이를 바로 국내와 유엔 등에 비준, 법제화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모든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과 북은 당사국으로서 북핵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필요요건을 갖출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남과 북 민족사에 다시 한번 기록될 의미 있는 성과를 낳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손장래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초빙교수
  • [옴부즈맨 칼럼] 거슬리는 일부 선거보도 기사/진정회 성균관대 경제학과 4학년

    나의 첫 투표는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였다. 처음 갖게 된 권리가 신기하고도 뿌듯해서 투표소에 들어서며 혼자 슬그머니 웃던 기억이 난다. 기표소에선 도장이 마르기 전에 투표용지를 접으면 반대편에 잉크가 번져서 무효표로 처리될까 봐 ‘후~후~’하며 입으로 바람 불고, 다 마른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기표소를 나왔다. 그 한 표를 투표함에 떨어뜨릴 때 손끝의 떨림, 야릇한 흥분이 아직 생생하다. 5·31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나의 첫 지방선거다. 대선과 총선에 비하면 뽑는 ‘분야’도 다양하고 출마자 수도 많다. 한편으로는 어지럽기도 하지만, 나의 요구에 더 ‘맞춤’한 후보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더 크다. 물론 후보자들에 대한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내가 원하는 후보를 잘 골라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유권자들에게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의 선거보도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선거보도를 보면 이른바 ‘매니페스토(Manifesto) 운동’, 즉 ‘참공약 선택하기 운동’의 영향으로 정책을 검증·비교하는 보도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경마중계식’보도나 색깔논쟁을 부추기던 고질적 선거 보도의 문제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인 변화다. 서울신문도 후보들의 정책을 검증·비교하는 기획을 여러 차례 마련했다. 그 중에서도 8일자 3면의 ‘서울시장 후보 4인 부동산·주택 정책비교’ 기사는 각 후보의 공약 가운데 부동산·주택정책이 복지와 개발 중 어느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지, 방법론의 차이는 어떠한지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여타 신문의 정책검증 보도가 후보들의 주요 공약을 모두 다루느라 결과적으로 백화점식 나열이 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돋보였다. 기사는 서울시장 후보 4명의 부동산·주택정책이 복지와 개발 중 어떤 개념에 가까운지를 분석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 유독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에 대해서만은 “김 후보는 양극화를 없애는 주택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정책의 평가를 유보하면서 유독 김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 이런 평가를 덧붙이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인지 밝혀야 하지 않을까? 지역주의적 보도와 보도언어의 문제도 눈에 띄었다. 특정 지역을 ‘텃밭’,‘맹주’(1일자 5면)‘우리땅’(8일자 4면)등으로 표현하는 보도는 이번 선거보도에서도 여전했다. 이러한 용어 사용은 지역주의가 조금씩 해체되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아닌 정치인과 정당을 중심에 놓고 선거를 바라보는 것으로 민주주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지역주의적 용어는 아니지만 관행처럼 쓰이는 ‘부동층(浮動層)’(9일자 1면,4면)이란 표현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부동(浮動)’은, 거의 반대되는 뜻을 가진 ‘부동(不動)’과 발음이 같아 잘 모르는 사람들을 헛갈리게 만들 소지도 있거니와 유권자를 소신 없는 사람으로 보는 느낌이 드는 말이다. 그러나 여러 후보와 정당을 탐색하면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유권자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표’로 표현하는 것은 정치권의 시각일 뿐이다. 이런 표현을 그대로 가져와 쓸 것이 아니라 떠다닌다기보다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 다른 표현을 찾아 쓰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선거보도가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온 지 2주가 흘렀다. 정책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식 보도는 분명 진일보한 선거보도의 모습이지만, 보완할 부분도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계획성, 실현가능성과 같이 개별 공약의 형식적인 완성도를 주로 검증하는 보도는 이미 충분히 나왔다. 이제는 그 정책이 어디를, 누구를 향한 정책인지 검증할 차례다. 실현가능성 점수가 높게 나오는 정책 중에서도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도 있을 수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정책에 담긴 가치관이나 방향을 검증하는 ‘속이 꽉 찬’ 선거보도로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길 바란다. 진정회 성균관대 경제학과 4학년
  • [사설] 미, 탈북자들로 북체제 위협하나

    최근 탈북자 6명의 망명을 수용한 미국이 엊그제는 탈북자를 한국인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행정지침을 마련했다고 한다. 탈북자 미국 망명의 제도적 틀을 세운 것이자, 대량 탈북의 길을 크게 넓힌 조치다. 폴 로렌지그 국토안보부 차관보 대행의 말처럼 미국은 그동안 탈북자의 난민 지위를 부정해 왔다. 한반도 합법정부인 남한의 헌법에 따라 한국 국적을 지닌 사람들이며, 따라서 정치난민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까지 13건의 북한인 망명 신청이 있었으나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번 망명지침 개정은 탈북자 6명 수용과 함께 분단 이후 50여년간 유지해 온 자신들의 입장을 전면 수정하는 조치인 것이다. 현재 중국에는 3만∼5만명의 탈북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미국은 매년 2만∼7만명의 망명을 허용하고 있다.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해 최대 1000명까지 탈북자 망명이 이뤄질 것으로 점쳤다. 그의 예상이 현실이 된다면 한반도 상황은 심각한 국면에 놓일 공산이 크다. 당장 북측의 반발은 물론 중국과 미국의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압박하는 수단이라지만 거꾸로 간신히 가닥을 잡은 북핵 해법을 원천무효로 돌릴 가능성도 높다. 미 행정부가 인권공세와 금융제재, 대량탈북 유도 등으로 북 체제를 뒤흔들 생각이라면 당장 접어야 한다. 인권문제를 앞세워 1980년대 동구 사회주의체제를 붕괴시킨 ‘헬싱키 접근방식’을 지금 북한에 들이대서는 결코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소련 해체에 따른 동구의 도미노 붕괴와 달리 지금 북한 뒤엔 중국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 섣부른 인권공세로 북한의 실질적 인권 개선에 장애를 초래하고 동북아의 긴장만 높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미국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존중하고, 이를 지켜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뒤이은 남북간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어떤 조치도 자제하기를 바란다.
  • 대안학교 입학 가이드

    대안학교 입학 가이드

    대안학교 입학 전형은 학교 설립 주체와 교육과정처럼 제각기 다르다. 입학 상담만으로 학생을 뽑는 학교가 있는 반면 1주일 정도 가입교한 뒤 학교생활에 따라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입학에는 일반학교와는 달리 학업 성적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교 적응 능력이 크게 작용한다. 모집 시기도 언제든지 입학할 수 있는 수시 전형을 비롯해 5∼6월,10∼11월 등 다양하다. ●학부모 가치관이 학교에 부합해야 입학 초등학교 입학은 대개 원서접수와 학부모·아이 면담을 거쳐 결정된다. 입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교육 철학과 학부모 가치관이 맞는가이다. 입학생 규모는 결원에 따라 매년 달라진다. 대체로 10∼11월 원서 접수를 시작해 12∼1월 면담을 한 뒤 입학생을 선발한다. 수시전형을 실시하는 학교도 있다. 초등학생은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아니면 등·하교 때 보호자가 필요하다. 광명 볍씨학교는 광명에 사는 학생만 받으며 다른 학교들도 학교 인근으로 거주지를 옮길 것을 적극 권유한다. 초등학생도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먼저 살펴 보기도 한다. 과천자유학교는 면담을 거친 뒤 아이를 한달동안 공부 모임에 참가시킨다. 학교 수업에 잘 적응하면 최종 입학을 결정한다. 대안중학교는 대체로 10∼11월에 공개 입학전형을 치른다. 하지만 간디청소년학교는 6∼7월, 용정중학교 등은 9월 신입생을 모집한다. 정시와 별도로 수시 전형을 실시하기도 한다. 입학 과정은 서류전형과 학생면접, 학부모 면접 등이다. 하지만 입학 과정에서 특정 프로그램에 참가 경력이 요구되는 등 추가 사항이 필요하기도 한다. 지평선중학교에 입학하려면 여름이나 겨울에 학교가 주최하는 계절학교에 최소 한번 이상 참여해야 한다. 여름계절학교에 참여한 학생을 대상으로 1차 선발한 뒤 남은 정원을 추가 모집한다. 학기 중 전입생은 면접으로 1차 선발하고 일주일동안 학교에서 생활한 뒤 입학 여부를 가린다. 두레자연중학교는 학생 입학에 면접(60%) 이외에도 글짓기(30%)와 자기소개서(10%) 등이 포함된다. 이우중학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각각 자기소개서를 내야 하며 추천서와 생활기록부 등도 제출해야 한다. 서류전형에서 입학정원의 1.5배를 선발하면 2박 3일동안 캠프를 거쳐 최종 입학자를 결정한다. 기숙형 헌산중학교는 신체검사를 통해 전염성 질병이 있는 학생은 입학에서 제외시킨다. 간디 청소년학교와 산돌학교는 경쟁서류와 면접을 거친 뒤 마지막에는 추첨을 통해 학생들 뽑는다. ●예비학교 거쳐야 입학 대안고등학교는 중학교같이 입학 방식이 공개전형으로 이뤄진다. 서류전형과 학생·학부모 면접 등이 기본사항이다. 하지만 학교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이 추가된다. 입학생을 뽑는 것 자체가 학교 교육철학을 반영하기 때문에 학교마다 다양한 선발 방식을 지닌다. 특성화 고교인 간디고는 1차는 서류전형을 실시하며 2차에 진입하면 면접과 예비학교 전형을 거친다. 서류전형은 학생생활 기록부(30%)와 학생 자기소개서(30%), 학부모 자기소개서(30%), 추천서(10%) 등이 요구된다. 정원의 1.5배 학생들이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3일 동안 예비학교에서 생활한다. 이 과정에서 감성교과 수업과 영어·수학 기초 평가, 사고력 평가, 기숙사 생활 등이 이뤄진다. 양업고는 1차 면접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의지를 살펴본다.2차 전형에서는 심리검사와 성격검사,3차에서는 생활계획서, 자기소개서를 받는다.4차에서는 모든 교사가 면접하고 동의를 받아야 최종합격이 결정된다. 한마음고는 1차에서는 서류 평가와 상담,2차에서는 성격유형 검사와 면접을 거친다. 영산성지고는 서류심사와 학생 학부모 면담 등이 이뤄진다. 입학 자격을 특별하게 제한한 학교도 있다. 교육비가 무료인 지리산고는 생활보호대상자와 해체 가정 자녀들은 우선 선발 대상이다. 또 다른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킨 학생은 받지 않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도움말 격월간 민들레 편집실 ■ 유형으로 본 대안학교 대안학교에 입학한 뒤 학교철학이나 운영방식에 맞지 않아 중퇴하는 학생들이 있다. 새로 문을 연 대안학교에는 이런 사례가 더욱 많다. 대안학교에 관심을 가진 학부모들은 입학하기전 학교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학교 설명회나 홈페이지에서 소개되는 내용만 보고 선택하면 시행착오를 거치기 쉽다. 학교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정보는 해당 학교에 다니는 학부모에게 체감 정보를 듣는 것이다. 입학 하기에 앞서 학교 인가 여부도 살펴 봐야 한다. 정부가 특성화 학교로 인가한 대안 중·고교는 26곳에 불과하다. 비인가 학교는 상급 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비인가 학교는 설립 이념에 맞게 학교를 운영하지만 재정 상태가 열악한 곳도 적지 않다. 기부금과 입학금을 빼놓고도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으로 월 50만원씩 내야 하는 학교도 있다. 학부모의 재정 능력도 우선적으로 뒷받침 돼야 한다. 초·중·고 통합형 교육을 실시 하거나 학년제를 하지 않는 학교들도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안학교를 고를 때 일반적으로 ▲대안학교의 교육 이념·방향 ▲재정 부담 ▲교사 자질 ▲교육 내용 등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자녀들의 학교 적응 능력도 고려 대상이다. 부적응 청소년을 위해 세워진 도시형 비인가 대안학교에는 동기부여가 안된 상태에서 입학한 학생들도 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 입학한 탓에 생활리듬에 맞지 않거나 부모의 관심이 부족하면 중도에 그만두기도 한다. 자녀들이 기숙사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도 살펴야 한다. 초등 대안학교에서 기숙형은 양평 전인새싹학교와 제주 문화교육들살이 밖에 없지만 중학교 이상은 대부분 기숙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학 진학과 무관하게 대안학교를 선택했어도 솔직히 학부모 입장에서는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수능 준비를 하려면 일반 학교가 훨씬 낫다. 하지만 일부 대안학교 학생들은 방학을 이용해 보습학교에 다니기도 한다. 비인가 대안학교는 검정고시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분당 독수리중학교 학부모 이미재(42·여)씨는 “대학 입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자녀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 보다는 과정”이라면서 “지식 전달 위주로 가르치는 일반학교와 견줘 대안학교는 균형잡힌 전인교육을 통해 인성을 갖춘 인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학교 선택은 이렇게 대안학교는 학교마다 특징이 다르지만 몇가지 기준에 따라 유형별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가장 큰 기준은 인가 여부다. 인가 대안학교란 일반학교와 똑같은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이며, 비인가 학교는 학교 과정을 마쳐도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학교이다. 비인가 학교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지만 교육당국의 간섭없이 자유롭게 운영된다. 인가 학교는 일반학교의 공통 과정은 그대로 따르는 대신 특기·적성이나 선택 영역 과정에 한해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학교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로도 구분된다. 부적응 학생을 위한 대안 고등학교는 영산성지, 화랑, 원경, 양업, 두레자연, 세인, 산마을, 경기 대명고 등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곳에서 교육받고자 하는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안학교로는 간디, 푸른꿈, 한빛, 한마음, 달구벌, 이우고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이런 구분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곳도 많다. 세인과 한빛, 동명, 두레자연, 산마을, 지구촌고는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한다. 영산성지고와 경주화랑고, 원경고, 성지중, 지평선중, 헌산중은 원불교, 양업고는 천주교 재단에서 각각 운영한다. 이밖에 2000년부터 새롭게 등장하는 대안학교 형태가 도시형 대안학교이다. 중·고 통합형으로 일정한 교육과정의 틀을 갖춘 학교부터 쉼터와 비슷한 형태도 있다. 도시형 학교들은 주택이나 상가 건물에 공간을 마련한 뒤 상근교사 2∼3명과 외부 강사들이 수업을 진행한다. 서울시와 연세대 청년문화센터가 서울 남부 청소년 직업훈련센터를 리모델링해 문을 연 ‘하자센터’를 비롯해 한국청소년재단의 ‘도시속작은학교’, 서울 광진구청이 공간을 제공한 ‘두드림’ 등이 해당된다. 위탁형 대안학교는 학교가 적성에 맞지 않는 일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을 외부 대안학교에 위탁한 뒤 출석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면 소속학교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복지부동… 삼성공화국…박정희가 남긴 것들

    복지부동… 삼성공화국…박정희가 남긴 것들

    지난해 10월 출간된 ‘유신과 중화학공업-박정희의 양날의 선택’(김형아 지음·일조각 펴냄)은 꽤 주목받았다.‘산업화는 했는데 민주화는 못했다.’라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통념을 뒤집어서이다. 주된 논지는 유신은 중화학공업 추진을 위한 필요조건이었다는 것인데, 단순히 말해 그 정도 성장하려면 사람 좀 잡아다 족칠 수도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박정희 시대를 찬미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음같은 얘기긴 한데, 그들이 한가지 놓친 점이 있다. 박정희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저자는 미국에서 자유주의 경제학을 공부하고 온 경제기획원 관료가 아니라, 오원철 경제수석 같은 상공부 테크노크라트를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박정희 시대 성장의 비결은 ‘자유’와 ‘시장’이 아니라 ‘명령·지시’와 ‘충성’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책은 이 대목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오원철 같은 개개인의 증언에 치중하다보니 그 논리에 함몰됐기 때문이다.‘그 땐 그랬지.’하는 선에서 딱 멈춰서버려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남기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출간된 ‘후발 산업화와 국가의 동학’(서울대출판부 펴냄)은 주목되는 책이다. 저자 하용출 서울대 교수는 오원철 같은 구체적 인물보다 아예 ‘상공부’라는 부처의 작동방식을 관료제라는 개념틀로 분석한 뒤 이를 국가-사회론으로까지 연결짓는다. 그러다보니 ‘박정희 시대 찬반’이라는 2차원적인 틀에서 벗어나 ‘박정희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무엇인가.’라는 3차원적 접근이 돋보인다. ●박정희는 관료제를 파괴했다 ‘공무원=복지부동’. 한국의 상식이다. 그래서 관련 정책의 핵심에는 ‘철밥통 깨기’가 놓여져 있다. 그러나 하 교수는 외려 “지금 필요한 건 관료들에게 더 많은 자율권을 주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왜? 지나치게 관료화돼서(나태해져서) 복지부동한다는 것은 서구의 얘기고 우리는 관료제 자체가 파괴돼 불안해서 복지부동한다는 것. 이는 박정희시대에서 비롯됐다. 당시 국가는 오직 ‘초고속 성장’에만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박정희라는 최고 권력자가 구체적인 인사·정책·예산·법령에까지 다 개입했다. 여기다 ‘맨땅에 헤딩’식의 성장법에는 무리수가 따르게 마련. 돌발변수가 속출하고, 여기에 따라 계획은 시시각각 변한다. 그러니 제대로 된 업무계통이 없고 임기응변식 대응만이 살아남는다. 모든 조치가 임의적·자의적·편의적으로 이뤄진다.‘가장 능률적’이기도 하지만, 법과 절차에 따르는 ‘형식적 합리주의’ 원칙이 작동하는 관료제는 사실상 붕괴했다. 이 틈을 메우는 게 바로 연고주의다. 충성이 강조되다보니 자연스레 지연·혈연·학연을 찾게 된다. 문제는 가장 힘있는 정부가 연고주의에 휩쓸리다보니, 그 떡고물을 받아먹어야 하는 기업 등 여타 사회조직도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것. 이게 지역감정의 시초다. 이 문제는 또 하나의 교훈도 남긴다.“가장 급진적 변화를 추구할수록 그 방법은 전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역설입니다.” 구습을 경멸하던 박정희가 결국 구습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 자칭 ‘개혁가’들이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국가 이용해먹기’ 변하지 않은 기업의 멘털리티 하 교수는 국가와 기업의 관계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흔히 박정희시대 국가와 기업에 대해서는 ‘까라면 까.’의 관계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꺼풀만 들춰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하 교수의 설명이다. 국가가 그렇게 요구는 했지만, 그런 요구를 한 국가 자체가 결국에는 기업의 성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으로서는 못 이기는 척하면서 물밑으로는 ‘딜’을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기업들의 ‘불장난’이 시작된다. 하 교수는 당시 관료·기업인들 인터뷰를 통해 60년대 경제개발 초기부터 이런 행태가 시작됐고,70∼80년대에는 공공연히 저질러지고,90년대 이후에는 기업이 정부를 사실상 컨트롤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본다. 최근 ‘삼성공화국’ 논란을 대입해보면 의미심장하다. 하 교수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진단한다.“지금은 그래도 저임금으로 착취했다는 죄의식이 대기업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런 생각은 희미해질 겁니다. 이게 계속 진행되면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존재하느냐, 한국 ‘사회’의 존재 자체가 문제될 겁니다.” 그래서 그는 정치적 리더십이 지금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이런 대기업의 죄의식을 탕감해주면서, 그 대가로 사회적 에너지를 얻어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 강조한다. ●공동화(空洞化)된 한국 하 교수의 문제의식은 결국 “한국 사회에는 중심이 없다.”는 데 있다.“정권은 5년마다 사라지고, 관료제는 해체됐고, 기업은 국가를 이용하려고만 합니다. 모두 국가·민족 운운하지만 정말 걱정하는 사람은 없어요.” 학계는 어떨까. 실명까지 거론하는 거침없는 비판이 나왔다. 좌파지식인에 대해서는 “행동의 필요성 때문에 기계적으로 서구 이론만 적용한 과거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지적했고, 우파지식인에 대해서는 “현 정부만 비난하는 편협한 칼럼이나 신문에 쓰면 지식인 역할 다 한 줄 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구체적 분석 없이 고상한 얘기만 한다는 점에서는 좌·우파 모두 똑같다는 것이다.“한국 사회과학계에는 ‘지성사’만 있고 ‘사회과학사’는 없다.”,“우리 현실을 치밀하게 파고든 이론이 보편성을 가진다.”는 지적들은 꽤 뼈아프다. 사실 이번 책에서 가장 빛나는 대목도 한국적 현실에 맞춰 서구이론을 추려내는 과정과 한국 관료와 기업인들에 대한 실증적 자료들이다.10여년 동안 ‘산업화가 한국에 끼친 영향’을 추적한 결과물이다. 그래서일까, 일제시대부터 최근까지 정리한 종합판은 미국 학계의 눈길을 끌어 코넬대와 워싱턴대에서 영문판으로 먼저 나올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식민시기와 박정희시대 재평가 논란에 대해 물었다.“자의적 권력행사라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자의적’이기에 별스럽지 않은 일도 정치문제가 됩니다. 차이가 있다면, 일제는 자기 필요에 따라 움직이니 일관성이 없었고, 박정희는 그나마 우리나라 사람이라 일관성은 있다는 겁니다.” 후속작을 기대케 하는 말이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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