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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親盧 “때가 됐다”…심상찮은 대선행보

    親盧 “때가 됐다”…심상찮은 대선행보

    친노(親盧)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선이 8개월 앞으로 임박하고 범여권의 정계개편 흐름이 빨라짐에 따라, 대선정국에 직접 개입하려는 몸놀림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역대 대선에서 막강한 정보력과 자금력을 보유한 ‘대통령 친위부대’의 행보는 여권 후보 선출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긴장할 만하다. ●‘노대통령 성과 띄우기´ 착수 다만 과거의 경우와 다른 점은 친노 세력이 드러내놓고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의전비서관 등이 ‘참여정부 국정성과 평가모임’을 만들어 ‘대통령 띄우기’에 나선다는 것은, 대선정국에서 주도권을 공개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과감성은 레임덕을 거부하는 노무현 대통령 특유의 성향, 그리고 유력 대선주자가 부재한 여권내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관건은 물론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지금처럼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느냐, 아니면 반대가 되느냐에 따라,‘대통령의 낙점’의 값어치가 매겨지게 된다. ●대선정국 외연 확대 모색 열린우리당내 대표적 친노 그룹인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이 스스로 해체의 수순을 밟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정치권에서는 참정연이 몸놀림을 유연하게 가져가 노 대통령의 선택권을 넓혀 주려는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강성 친노 세력’ 내지는 ‘유시민 옹립세력’이라는 이미지로는 대통령의 행동반경을 좁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참정연 소속 의원들 사이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상을 놓고 “직접 킹(king)이 돼야 한다.”는 의견과 “킹 메이커나 페이스(pace) 메이커 역할로 만족해야 한다.”는 입장이 갈려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참정연이 대선주자 옹립에 있어 통일된 의견을 갖추지 못한다면, 친노 대선주자군은 그야말로 전방위 경쟁구도로 진입하게 된다. 이에 대해 참정연 소속은 아니지만, 청와대 소식에 정통한 한 열린우리당 의원은 “노 대통령은 아직 특정 인물을 후보감으로 정하지 않고 여러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거론되는 유시민·김혁규·한명숙·김두관씨 등 외에 다른 인물이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민주·신당모임 통합 주도권 신경전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이 5월 초 창당을 선언, 범여권 통합 움직임의 선두에 선 가운데 내부에서는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이들은 지난 13일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협의회(중추협) 1차 회의를 열고 협의체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합의했지만 기본정책합의서 채택과 창당방식 문제는 2차 회의로 미뤘다. 공식적으로는 “특별한 이견은 없었다.”라고 밝혔지만 신당의 이념·정체성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민주당은 중도우파에 가까운 노선을 주장하고 있지만 통합신당모임은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개혁 노선을 내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념 문제에 있어서 차이는 신당 창당에 동참할 세력 범위와 직결된다. 우선 민주당 주장대로라면 당초 중추협의 추가 참여 세력 1순위로 꼽혔던 민생정치준비모임과 색깔 차이가 난다. 민주당은 민생모임이 ‘진보노선’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반면 통합신당 모임은 ‘합리적 진보’를 끌어안아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당장 민생모임 소속의 우윤근 의원이 통합교섭단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으나 민주당은 “중추협에서 최종 결정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뜻을 내비쳤다.반면 신당모임 양형일 대변인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합리적 진보세력을 배제해선 안되고, 시민전문가 집단도 신당논의에 동등한 비율로 참여해야 한다.”면서 “중추협이 울타리를 치고 심사하듯 사람을 받아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신당창당 방식에서도 의견차가 크다. 민주당은 ‘당해체 불가’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만 신당모임은 ‘도로 민주당’을 우려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은 이 같은 쟁점사항을 각각 15일 저녁 전원회의,16일 당내 중도개혁세력통합추진위를 열어 전략을 마련한 뒤 오는 17일 2차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美-러 ‘냉전 회귀’

    러시아가 또다시 미국에 발끈하며 각을 세웠다. 이번엔 옛 영역이던 동유럽 미사일방어망(MD)을 추진하려는 미국에 ‘군사적 대응’ 움직임을 보였다. 핵 및 첨단 미사일 증강, 이동식 미사일 배치 확대, 핵 잠수함 이동배치 등 군비를 대대적으로 늘려 미국에 맞대응하겠다는 결연한 모습이라고 영국 가디언이 11일 전했다. 가디언은 “러시아는 체코와 폴란드에 대한 미국의 요격미사일 및 레이더 기지 건설을 중대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들을 요격 범위에 넣으려고 전력을 이동·조정하고 있고, 핵 잠수함의 경우 미국 레이더의 포착이 어려운 북극으로 이동시켜 배치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칼리닌그라드에 배치된 이스칸다르 미사일의 타격 범위에 미국이 새로 건설하는 미사일 관련 시설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러 관계가 옛 소련 해체 이후 가장 불편한 상황에서 자칫 과거 냉전시대처럼 양대 군사 초강대국의 군비경쟁이 불붙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제국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러시아의 적극 외교가 유일 초강대국 미국과의 대결과 충돌 양상으로 확대되는 조짐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으로 돈방석에 오른 러시아는 ‘제왕적 통치권’을 휘두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일사불란한 지휘 아래 자신감을 되찾고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크렘린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정부는 미국 국방부의 움직임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속았다는 느낌”이라고 러시아의 격한 입장을 전했다. 그는 “미국에게서 MD 관련해 어떤 사전 연락도 받지 못했다.”면서 “유럽과 세계 전략적 균형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5일 “미국측에서 이와 관련,(협력의)신호를 보내 왔지만 우리는 나름의 전략 구상에 따라 독자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 하원도 같은 날 “미국의 동유럽에 대한 MD 시도가 유럽을 분열시키고 새로운 냉전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독일 사민당 지도자 커트 베커는 “미국과 러시아가 유럽 땅에서 다시 새로운 군비경쟁의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우려했다. 러시아의 반발과 유럽 지도자들의 우려에 대해 부시 행정부는 동유럽 MD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전략문제 전문가들은 “부시 정부가 ‘MD는 북한·이란 등 불량국가들의 불장난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결국 목표는 러시아와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세계 압박의 완충지대였던 동유럽이 하나둘씩 민주화되고 미국 군사기지들이 들어오고 있는 데다 MD까지 튀어나오자 러시아로선 더이상 참기 어렵다는 태도여서 미·러 관계가 점입가경에 이를 전망이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4) 금강역사상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14) 금강역사상

    ‘피도 없고 물도 없고 정도 없는 화강석에서 맥박이 뛰고, 신성(神性)이 넘치고, 호흡이 고르고, 온(溫·따뜻함)과 엄(嚴·엄숙함)을 구비한 위대한 모습이 드러날 때, 환희는 장인의 손끝에 있지 않고 신라 천지를 휩쌌을 것이고 천지를 울렸을 것이다.’ 한국 미술사학의 선구자로 대접받는 우현 고유섭(1905∼1944) 선생은 석굴암 본존불을 바라보며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우현이 1934년에 쓴 글로 언제 읽어도 뿌듯하지요. 이렇듯 석굴암은 신기(神技)로 표현되곤 합니다. 하지만 석굴암은 범접할 수 없는 이상적 세계를 구현했으면서도, 인간적 한계 또한 드러내고 있어 더욱 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또 다른 금강역사상의 얼굴은 석굴암이 ‘신의 손’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이루어졌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흔히 인왕으로도 불리는 금강역사는 석굴암의 입구 양쪽에서 주먹을 치켜든 기세등등한 자세로 본존불을 호위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중생의 미망(迷妄)을 때려 부수는 부처의 힘을 과시하지요. 그런데 일제 강점기인 1913년부터 1915년까지 석굴암을 해체·보수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깨버린 흔적이 역력한 금강역사상의 조각들이 발견됐습니다. 오른쪽 금강역사의 얼굴과 오른팔, 왼쪽 금강역사의 왼손이 수습되어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지요. 금강역사상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 왼쪽이 입을 벌리고 있는 아(阿)형, 오른쪽이 입을 꼭 다물고 있는 훔( )형입니다. 산스크리트어에서 ‘아’는 입을 벌리는 최초의 음성이고,‘훔’은 입을 다무는 마지막 음성이라고 합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을 상징한다지요. 입을 다문 경주박물관 것이 오른쪽 금강역사라는 것도 그래서 알 수 있습니다. 석굴암과 경주박물관의 금강역사는 한눈에 보기에도 같은 장인의 솜씨입니다. 하지만 경주박물관 것이 근엄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힌 모습이라면, 석굴암 것은 과장된 표정으로 위협하듯 고개를 외로꼰 채 치켜들고 있습니다. 통일신라의 금강역사는 중국이나 인도 것과는 달리 공포가 아닌 자비를 담은 부드러운 분노를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럼에도 먼저 완성된 금강역사는 너무 점잖다는 느낌이 들었나 봅니다. 손가락만으로 땅속의 마구니를 굴복시키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의 본존불까지 마무리지어 놓고 보니 역동적인 금강역사가 더욱 절실했겠지요. 석굴암과 불국사를 세우는 데는 751년부터 774년 이후까지 최소한 24년이 걸렸습니다.20대에 토함산에 오른 석공들이 대부분 같은 자리에서 50대를 맞았다는 뜻입니다. 경주박물관의 금강역사상은 석굴암의 완벽함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보여주는 치열한 예술가 정신의 증거입니다.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뿐, 석굴암에 인생을 바친 석공들이 겪은 시행착오가 어디 금강역사뿐이겠습니까. dcsuh@seoul.co.kr
  • 민주중심 ‘小통합신당’ 임박?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열린우리당 탈당 의원들이 합치는 통합신당 창당 작업이 급류를 타고 있다.5월초쯤 약 40명의 의원들이 참여하는 신당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한길 의원 등이 중심인 열린우리당 탈당그룹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 국중당은 신당 창당 협의를 위한 협상단 구성에 나섰다. 통합신당모임과 민주당이 각각 5명씩 참여하고 국중당에서 1명이 참여하는 방식이다.3개 정당·정파는 이르면 다음 주중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최대 39명의 원내교섭단체를 출범시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11일 “협의회를 구성해 여기서 통합교섭단체 구성, 신당의 지도체제, 기타 필요한 당헌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협상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통합신당모임의 최용규 원내대표는 “다음 달 15일 전에 창당한다는 목표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국중당+열린우리당 탈당그룹’으로 꾸려지는 신당 그림에 대해 범여권의 다른 세력들 반응은 싸늘하다.‘민주당 중심의 신당’은 결국 ‘도로민주당’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이에 대해 “정치공학적 소통합”이라고 혹평했다. 정 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모든 기득권을 버린 대통합이 아닌 소통합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우리에게 승리를 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 등이 참여한 열린우리당 탈당그룹 민생정치준비모임은 통합신당모임과 다른 길을 걷기로 했다. 정성호 대변인은 “결국 민주당 중심의 통합신당이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국고보조금을 받기 위해 5월15일 전에 창당하겠다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통합신당모임이 다음 달 15일 이전에 당을 만들면 13억 5000여만원을 지원받는다. 민생모임의 한 의원은 “민주당 해체는 없을 것이라고 해온 박상천 대표의 말을 믿는다면, 통합신당모임이 당을 만들어 민주당과 당대 당 통합 방식으로 합쳐지는 외길밖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한·미 FTA 시대] 투자자 보호·공공정책 위축 ‘양날의 칼’

    [한·미 FTA 시대] 투자자 보호·공공정책 위축 ‘양날의 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뒤로도 찬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FTA가 체결되면, 특히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도입되면 최고법인 헌법과 상충하며, 국내 공공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기우’라며 일축한다. 이같은 논쟁을 바라보는 국민들만 혼란스럽다. ISD는 투자한 기업이 투자국 정부의 정책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우리 기업들의 중국 등 외국 투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ISD는 ‘양날의 칼’일 수 있다. ●위헌 가능성 여부 논란은 FTA에 규정된 ‘투자’의 개념이 헌법이 정한 ‘재산권’의 개념보다 넓다는 데서 출발한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국내 헌법은 단순한 기대 이익, 반사 이익 또 경제적 기회를 재산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데,FTA는 “투자는 수입 또는 이윤의 기대”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실현되지 않은 기대이익은 ‘투자’의 정의에서 제외하고 간접수용 범위를 최대한 제한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법의 경우 개인의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 법으로 보상이 명문화돼 있을 때만 보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미 FTA는 “국가 조치로 투자자의 투자가 침해된 경우 국가는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어 국제중재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길 경우 보상이 가능하도록 새로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헌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국내 투자자와의 평등권(헌법 제11조)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형성 성균관대 법대(헌법) 교수는 “ISD 문제가 위헌 문제로까지 이를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하위법 체계에는 다소간 상충될 소지가 있어 다른 국내법과 조화를 이루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은 조정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양대 법대(헌법학) 교수도 비슷한 입장이다.“ISD 도입을 환영할 만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위헌 소지가 있다고 속단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협약을 통해 우리의 주권 일부를 양보한 것이며, 그렇다고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을 외국에 내줬다고 보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공공정책 무력화되나 ISD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제소 가능성 때문에 부동산정책 등 정부의 공공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남영 민변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행정규제가 매우 복잡한 나라다. 새로운 사회 현상이 나오면 규제를 만드는데 이때 외국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조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면 문제가 될 수 있고,ISD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공정책을 입안, 시행할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의 견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반박한다. 부동산정책이나 조세조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소송대상이 될 수 있고, 예외적인 경우란 ‘극도로 심하거나 비례성(합리성)이 없는(extremely severe and dispropotionate)’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커 우려를 해소시키기엔 역부족이다. 최종협상 결과 총칙에 따르면 조세조치는 원칙적으로 협정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며, 조세조치가 수용에 해당되는 경우 ISD가 적용되나,ISD 회부 전 양국 조세당국이 협의하는 절차를 마련한다고 돼 있다. 김성수 한양대 법대 교수는 “앞으로 공공정책이 위축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정책 자체를 펴지 못하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니까 문제다? 미국 투자자의 제소 경향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이 제도를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중국·아세안 등과의 FTA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제도인데,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땐 ISD 도입을 주장하면서 미국과는 안 된다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ISD가 독소조항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김성수 교수는 “멕시코나 캐나다 등 관련 국들이 ISD 때문에 안 좋은 경험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해체되지 않고 있는 건 ISD가 우려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변 소속 이찬진 변호사는 “ISD는 헌법 위반에 관한 사항에 해당돼 협정안에서 약정했다는 1개월간의 국내법 저촉 여부 검토에 따른 수정절차를 통해 전면 제외되거나 대폭 축소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은 없나 법무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제소 우려로 정부의 규제정책이 위축되거나 배상책임을 지게 될 경우에 대비, 사전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전담기구를 운영할 계획이다. 협상 초기 시민단체들이 ISD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하면서 간접수용의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결과를 이끌어낸 것은 평가해야 한다. 이제는 국민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주는 논쟁보다 함께 대책을 마련할 때라는 지적이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투자분야 협정문 주요 내용 보니 ▲투자자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국유화하거나 수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공공의 목적을 위해 국유화하거나 수용하는 경우 내국민과 비차별적으로 공정시장 가격에 따라 보상하도록 규정.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제도를 도입, 외국인 투자자는 협정에 따른 권리가 침해되고 피해가 발생한 경우 투자유치국을 상대로 국제중재 제기 가능. ▲간접수용에 대한 국제중재 피소를 우려해 정부의 규제정책이 위축되지 않도록 수용에 관한 부속서를 둬 중재판정부에 간접수용의 명백한 판정지침 제시. ▲공중보건, 환경, 안전, 부동산 가격안정화정책 등 공공복지를 위한 정당한 정부정책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음 명시. ▲조세정책에 대한 별도의 부속서를 둬 세금부과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음을 명시. 특히 국제적으로 인정된 조세정책과 원칙에 부합된 조세조치와 비차별적 조세조치는 원칙적으로 수용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시해 조세당국의 정책적 권한 보장. ■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 “현재는 한국과 미국이 타결한 협정문의 문구조차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의견을 밝히기가 어렵다.” 지난해부터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줄기차게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온 통상전문 송기호 변호사는 말을 아꼈다. 송 변호사는 9일 전화 인터뷰에서 “협정문에 조세 조치와 부동산정책이 간접수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인지, 아니면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명시된 것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세부적인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한국의 공공정책을 대상으로) 제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에 부담일 수 있다.”면서 “법무부가 주요 입법 및 정책 결정 때 사전에 외국 투자에 대한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한·미 FTA가 우리의 공공정책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ISD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수용’에 대한 개념 정의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말하는 수용과 FTA상의 수용(expropriation)은 의미가 다르다.”고 했다. 헌법에는 수용 때 법률에 의해 보상받도록 규정, 관련 법이 없으면 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표적 예가 그린벨트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무역기구(WT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ISD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각국의 개별적인 사정이 자유무역만 갖고 부정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적 안정성 문제도 제기했다.“미국인 투자자가 국내의 정책으로 피해를 봤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 사법부의 판단 대신 국제중재기구로 문제를 가져갈 경우 한국 사법부의 사법통제 권한 밖에 놓이게 된다.”면서 “이는 사법 질서의 상당한 변경이며, 법적인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ISD는 우리 헌법 질서와 충돌해 공공정책의 자율성과 신축성(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 도입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한·미 FTA가 타결된 마당에 대응책은 뭔지 물어봤다. 송 변호사는 “ISD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것인 만큼 토론를 통해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바로잡을 의지가 정부에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ISD를 농업 등 다른 핵심 쟁점들과 재협상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그동안 ISD와 관련, 최소한 동의권 선택과 국내법 적용 조항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한·미 FTA 시대] FTA특위 “정부, 대책보다 홍보 급급”

    6일 열린 국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대책특위에서는 협상결과 평가와 정부의 대국민 홍보 방식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비준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위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강창일 의원은 제주 감귤에 대한 계절관세 도입 결정에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강 의원은 “수확기에 관세를 유지한다고 해놓고 수확기가 10∼3월인데 왜 9∼2월로 했냐.”면서 “미 캘리포니아 상·하원 의원들의 압력을 받은 부시 정부가 우리 정부에 압력을 넣은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정부가 마치 모든 협상이 끝난 것처럼 대국민 홍보에 치중한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쟁점 사항에 대한 세부 조문 정리에 따라 더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데 협상은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통합신당모임 변재일 의원은 “미국 쇠고기가 들어와도 한우는 차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홍보만 하니까 농민을 우롱하는 것 같다.”면서 객관적 평가자료를 주문했다.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은 “상임위 차원의 공청회든, 청문회든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치고 피해 계층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측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적용 대상에서 부동산과 조세 정책이 제외됐다.”고 확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양수 한나라당 의원은 “똑같은 정부 자료에서도 ‘ISD 간접수용 대상에서 부동산과 조세 정책이 제외됐다.’는 문구와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 등 공공복지를 위한 정당한 정책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간접 수용이 아니다´ 라는 문구가 동시에 들어 있다.”면서 “협정문이 공개된 후에는 이것이 장밋빛인지 핏빛인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특위가 과외공부하듯 하는 형태로 지속돼선 안 된다.”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선전 공간이 되지 않도록 상임위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특위도 국정조사위로 발전적 해체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누가 신고하지 않을까 눈치 안봐 좋아”

    “조금만 숨을 참으라고 해주시던 분인가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지난달 17일 불이 난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D주상복합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인부들을 구조한 공으로 합법체류 자격을 얻게 된 몽골인 4명이 6일 법무부 관계자들과 함께 화재현장과 당시 부상당한 인부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현장검증을 위해서다. 한국말을 제법 하는 파타(36)와 소방관 출신 바트델게르(37), 몽골외국어대 한국어학과 1학년을 다니다 온 삼보도느드(22), 유도선수 출신 곰보수릉(26)의 표정은 밝았다. 파타는 “이제 혹시 신고하지 않을까 처음 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며 웃었다. 건물 30층 옥상에서 임시시설 해체작업을 하던 파타 등은 불이 나자 안전한 옥상을 박차고 연기가 자욱한 아래층으로 내려가 비명을 지르는 인부들을 구했다. 역할을 나눠 탈진 직전의 인부들을 일으켜 세우고 부축하고 인공호흡을 했다. 사망 1명에 부상자 60명이 나온 현장에서 이들은 11명을 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불법체류 신분이어서 자신을 드러내기는커녕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현장을 떠났다. 법무부는 근처 병원을 수소문하고 몽골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이들을 찾았다. 전날 이들에 대해 합법적인 국내 체류 허가 방침을 세웠다고 발표한 법무부는 조사를 마무리 짓고, 다음주 초쯤 파타 등 전원에게 취업이 가능한 체류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 불법체류 벌금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홍희경 강주리기자 saloo@seoul.co.kr
  • [부고] 美대학풋볼 전설 로빈슨 사망

    미국 대학 풋볼리그에서 최다승 기록을 세우고 수많은 미국 프로풋볼(NFL) 스타를 키워낸 전설적 감독 에디 로빈슨이 3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의 병원에서 88세로 타계했다. 그는 알츠하이머를 앓았다. 흑인인 로빈슨 감독은 22세이던 1941년 루이지애나주 그램블링주립대 풋볼팀 감독을 맡았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1997년 은퇴할 때까지 55시즌 동안 408승-165패-15무승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팀이 해체된 1943,1944년만 빼고는 줄곧 선수들을 지도했다. 로빈슨 감독은 전국흑인대학챔피언십을 9차례나 따냈다.1949년 제자인 폴 영거를 로스앤젤레스 램스와 계약시켜 NFL 사상 첫 흑인의 진출을 성사시켰다. 그의 제자 중 200여명이 NFL에 진출했고, 이들 가운데 윌리스 데이비스 등 4명이 프로풋볼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사라지는 ‘올드보이’들

    사라지는 ‘올드보이’들

    우리 사회의 ‘허리’인 30∼40대 가출·실종인 비율이 급증해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처럼 어느날 갑자기 가족의 품에서 사라지고 있다.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30∼40대는 10대 등에 비해 가출·실종 신고가 적은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가출·실종인 4만 2269명 가운데 30∼40대가 1만 8821명으로 전체의 44.5%를 차지했다.2006년부터 가출인 기준을 9세에서 14세 이상으로 올렸지만 전체 가출·실종인 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2004년 38.5%(2만 4344명),2005년 35.9%(1만 6553명)에 비해 비중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30∼40대 가출·실종은 다른 연령대와는 달리 다양한 이유에서 이뤄지고 있어 정확한 원인 분석이 쉽지 않다. 다만 서민경제 압박과 가족 해체 등 가장으로서의 사회적 부담이 점차 늘어나는 세태가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가출·실종인은 10대(14∼19세) 9390명,20대 8138명,30대 1만 372명,40대 8449명,50대 3030명,60대 1307명,70세 이상 1583명이다. 납치·유괴 등 범죄 연루 가능성이 큰 10대를 제치고 30대가 가장 많다. 가출·실종된 30∼40대는 하루 평균 51.5명에 이른다. 30∼40대 가출·실종이 사회 문제로 제기된 것은 지난 1월 실종됐다가 지난달 12일 숨진 채 발견된 공인회계사 손모(47)씨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 사건은 딸이 인터넷과 TV에 “실종된 아빠를 찾아주세요.”라는 사연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5일 “부검 결과 폐안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돼 익사로 추정된다. 외부 힘에 의한 외상이나 약물 반응은 없었으며 타살로 볼 만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가출이나 자살을 할 이유가 없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30∼40대 가출·실종이 경찰 수사에서 다른 연령대에 비해 홀대받기 쉬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30∼40대 가출·실종은 10대에 비해 원인이 불분명한 데다 명확한 정황이 없어 5% 정도만이 범죄 관련성이 있다고 추정해 수사하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인 가출인의 5%가량이 범죄 관련성이 있다고 하지만 오차범위 등을 감안해 10%는 수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30∼40대 실종자가 늘어나는 것은 심각한 상황으로 나머지 연령대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범죄와 연관된 경우를 제외하면 급격한 가족 해체와 노숙자 및 행방불명자 증가, 서민 경제의 압박으로 채무를 피해 주거지를 옮겨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을 함축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경찰에서 그동안 유괴 등 10대 가출에만 관심을 기울인 감이 있다.”면서 “경찰에서도 성인 실종자들을 단순가출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가출인의 가정 환경이나 경제력 등 다양한 원인을 분석해 추적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불길 속에서 또는 물에 빠져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 자동차·기차·전동차에 칠 위기에 처한 사람 등 위험에 빠진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보통사람으로는 감히 생각하기 힘든 용감한 행동을 한 사람을 의인(義人)이라고 한다. 여러 의인의 선행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사람들은 한동안 그들을 칭송한 후 이내 그 사실을 망각하곤 해왔다. 지난달 17일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던 서울 신도림동의 30층짜리 주상복합건물에서 화재가 났다. 화재 연기로 제대로 눈을 뜰 수 없고 숨조차 쉬기 힘든 상황에서, 옥상에서 철골구조물 해체 작업을 하고 있던 몽골인 노동자 네 명이,29층에서 세 명,24∼27층에서 일곱 명,23층에서 한 명, 모두 11명의 한국인을 옥상으로 옮겼다. 몽골인 노동자 네 명은 소방관들과 함께 환자 11명을 소방헬기로 옮겼다. 그들 역시 유독가스를 많이 마셨기 때문에, 곧바로 구로성심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포기하고 잠적하였다. 당국에 적발될 경우 강제퇴거 대상인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이다. 국내 한 언론사의 기자가 그들을 수소문해 찾아갔을 때, 그 중 한 사람은 “나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며 “고향 사람들을 구한 것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고 말했다. 일본인들은 2001년 1월 26일 일본 유학 중 도쿄 전철 JR야마노테선 신오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고 전동차에 치여 숨진 고 이수현 씨를 의인으로 받들어 모신다. 일본 노동당국은 그가 도쿄의 한 인터넷PC방에서 파트타임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사고를 당해 사망한 것로 인정하여, 유족에게 노동재해 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였다. 사고현장에는 그를 기리는 글이 한글과 일본어로 새겨져 있다. 해마다 그의 기일이 되면,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는 부산 영락공원에 있는 그의 묘를 참배해왔다. 영화감독 하나도 준지는 2006년 그를 다룬 한·일합작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를 제작하였고, 일왕 부처 등 정관계 인사를 비롯한 수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관람하였다. 한 마디로, 일본인들은 의인 고 이수현 씨를 잊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고 생환한 영웅’이 의사자(義死者)에 비해 가벼이 다뤄지는 듯하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에서도 몽골인 의인 네 명에게 사회적 보상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치료도 못 받고 도망치듯 사라진 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여,“그들이 우리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치료도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작성한 누리꾼이 있다. 또 주한몽골대사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의인들을 보내주신 형제국 몽골에 감사드립니다.”는 글이 게시되어 있다. 필자도 법무부 당국자에게 선처를 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정부가 어제 수용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한국사회에 ‘특별한 공헌을 한’ 의인들에게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보답이겠지만, 정부가 그들에게 일단 합법적인 국내 체류를 허가하기로 한 것이다. 그 법률적 근거는 출입국관리법에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61조 ‘체류허가의 특례’ 1항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의 체류를 허가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76조 1항2호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헌을 한 사실이 있는 경우’를 적시하고 있다. 일본 사회가 고 이수현 씨를 대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 사회도 몽골인 의인을 받들어 모셔야 한다. 한국인 모두가 다음과 같이 큰 소리로 다짐해야 한다.“우리는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아울러 그 다짐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서 “옳고 바름”(義)의 기강이 선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 교수
  • 범여권 통합신당 물건너가나

    범여권 통합신당 물건너가나

    열린우리당과 탈당그룹 등이 추진해온 범여권 통합신당이 결국 물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을 내세운 박상천 대표 체제의 등장으로 독자생존론으로 기울었고, 열린우리당과 탈당그룹 등의 통합 작업은 이렇다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탈당그룹 내에서 독자창당론이 나오고 열린우리당에서도 ‘세력통합이 아니라 대선후보 단일화가 실현가능한 방법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 1월 말 탈당 사태 전후 ‘범여권이 4∼5개 정당으로 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은 결코 없다. 민주당 해체는 있을 수 없다.”는 박상천 대표의 말대로 ‘민주당 주도가 아닌 통합’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박 대표는 “민주당으로 내년 4월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혀왔다. 열린우리당도 세력통합 가능성은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5일 지도부의 핵심관계자는 “접촉은 계속 하겠지만 민주당의 상황 등을 볼때 대통합신당이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핵심관계자는 “좋은 후보를 모셔오는 일에 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범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이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면 이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의원들을 당 밖으로 내보내 창당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그럴 경우 지도부 등 다수가 당을 나가고 일부 친노세력과 비례대표의원 등이 당에 남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중도개혁성향의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과 탈당한 천정배 의원 등이 함께 창당할 가능성도 있다.‘김 전 의장을 포함한 열린우리당 재야파+천 의원 등 탈당그룹+시민사회단체’ 형식의 조합이다. 실제로 양측은 최근 연대를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의원 등 열린우리당 집단탈당 의원그룹인 통합신당모임도 창당 준비를 하고 있다. 일단 창당에 앞서 ‘중간 수준 통합’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 등은 ‘열린우리당 탈당그룹+민주당 일부+국민중심당’의 조합으로 통합교섭단체란 이름의 ‘당적에 관계 없는 연대’를 꾸리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내 의원들의 참여에 부정적인데다, 천정배 의원 등이 중심인 탈당그룹 내에서도 “정책과 비전 중심의 연대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게 걸림돌이다. 범여권의 핵심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단일정당은 사실상 물건너가는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밝힌 대로 단일후보로 가는 방식이 최선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고구려재단 예산 멋대로 썼다

    동북공정 등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가 해체된 고구려연구재단이 사무실임대보증금을 연구원의 주택임차 보증금으로 집행하는 등 예산을 마구잡이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국회의 감사청구에 따라 지난 2004년 4월∼2006년 8월 전 고구려연구재단을 대상으로 국고보조금 집행 감사를 실시한 결과 4일 이같이 밝혀졌다. 민간기구인 이 재단은 지난해 9월 교육부 산하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으로 확대·개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구려재단은 2004년 사무실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돼 임대보증금 예산 1억 1400만원을 반환해야 하는데도 1억원을 연구원 주택임차보증금으로 부당하게 집행했다. 또 2004∼2006년 전문학자 워크숍 관련 예산 1억여원을 심신단련 경비로 집행했다. 워크숍을 한번도 개최하지 않고 중국내 고구려 유적지(3회), 국내 유적지 견학(9회) 비용으로 썼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특히 이 재단은 역사자료센터 구축을 위해 14억 9800만원을 들여 중국 등 국내외 자료 3만 898점의 자료를 수집·관리하는 과정에서 기본계획도 수립하지 않고, 자료 구입도 연구원의 요청에 따라 그때그때 진행하는 등 방만하게 이뤄졌다. 수집된 3만 898점의 자료 중 87.3%인 2만 6963점이 국내 서점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기본 역사 서적인 반면 중국 현지 수집자료는 12.7%(3935점)에 불과했다. 2005년 12월 1억 2000여만원을 주고 구입한 중국역사자료 ‘중국기본고적고’(CD롬)는 고가의 희귀자료이므로 국내외 연구 관계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자료실에 방치했다. 수집자료의 열람대출 실적도 전체 자료의 4.2%에 불과했다.1만여점의 자료가 소장된 중국자료실은 지하 1층 주차장 가건물에 설치, 방화 및 항온항습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자료를 보관해 훼손될 우려가 있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민주당 중심 중도개혁세력 통합” 민주당 새 대표 박상천씨

    “민주당 중심 중도개혁세력 통합” 민주당 새 대표 박상천씨

    민주당 새 대표에 박상천 전 의원이 선출됐다. 범여권 통합 논의와 관련해 ‘강력한 민주당 중심론’을 강조해온 박 대표 체제의 출범으로 정계개편의 흐름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3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박 전 의원을 신임 대표로 선출했다. 박 대표는 재적 대의원 8420명 중 5118명이 투표한 표결에서 전체의 42%인 2164표를 얻어 1925표(38%)에 그친 장상 전 대표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영환·김경재·심재권 전 의원은 각각 3·4·5위를 기록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박 신임 대표는 민주당 원내총무와 대표 최고위원을 지냈다.2003년 민주당 분당 당시 신당파와 사수파간 대결국면에서 사수파 좌장 역할을 맡았고,17대 총선에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고배를 마셨다. 박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당 체제를 정상화하고 민주화한 뒤 통합 논의에 나서겠다.”며 외부세력과의 통합 논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당 대 당 통합은 ‘도로 열린우리당’이 될 수밖에 없고, 그걸 가지고는 한나라당과 겨룰 수 없다.”면서 “민주당을 해체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중도개혁세력을 통합해 중도정당으로 변모 시킨 뒤 열린우리당 등과는 12월 대선후보 단일화를 모색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김홍업씨 전략공천 문제와 관련해선 “전략공천은 문제가 있지만 공식기구에서 공천한 이상 취소하라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피해갔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선결과제로 ‘원외위원장 대 현역의원’ 양태로 갈라진 당심(黨心) 추스르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유세 등을 통해 “내년 4월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양대 정당으로 올라설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해 원외위원장들의 지원을 받았다. 당이 해체될 경우 기득권을 잃을 것을 우려한 원외위원장들의 표심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반면 장 전 대표는 ‘범여권 통합’을 강조, 많은 현역 의원들의 후원을 받았다. 현역 의원들은 범여권의 통합이 안될 경우 대선에서 패배하고 이어 4개월 뒤 총선에서도 승산이 없다는 계산하에 장 전 대표를 밀었다. 박 대표의 당선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탈당그룹 등 범여권에선 관측이 엇갈렸다. 일부 의원들은 “통합에 부정적인 박 대표 체제가 들어선 것이 오히려 현역 의원들이 제3지대 구축을 위해 민주당을 뛰쳐 나올 가능성을 높여준 측면이 있다.”고 기대했다. 반면 다른 의원들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총선을 불과 1년 앞두고 당을 떠나는 모험을 감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김관기 채무상담실] ‘파산’때 친족 재산도 심리하나요

    Q직장에 다니면서 매달 초과지출로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가 3500만원 정도 빚을 졌습니다. 최근 회사가 구조조정을 해 실직했고 빚을 갚지 못하게 됐습니다. 미혼이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했고, 부모님도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최근 파산이 늘어나는 데 대한 대책으로 법원이 채무자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이 갚아줄 수 있으면 파산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제 빚을 갚으려면 부모님도 빚을 내야 하는데 부모님 노후는 어떻게 하나요. - 이선미(가명·29) A조선시대 말에 나라에 낼 공적 부담을 견디다 못해 백성이 달아나면 그 친족이나 이웃에게서 받아내는 관행이 있었다고 합니다. 씨족·부족 단위 공동체가 연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지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채무자 한 사람이 빚을 지면 다른 친족이 갚아 주는 것이 의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입니다. 가족은 부부와 어린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이 최소의 혈연단위로만 존재하고 더 큰 범위의 가족은 해체됐습니다. 이제 노인이 되더라도 과거처럼 자식에게 부양받기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식이 빚을 졌다고 부모에게 빚을 갚게 한다는 것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한 사람의 경제적 실패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결과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채권자로서야 누가 갚든지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가족에게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려고 할 것입니다. 흔히 채무자의 부모, 배우자, 자녀가 빚 독촉을 받습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채무가 있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채권을 받아 주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채권추심인들은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채무를 알리는 것 자체가 법률로 금지돼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채무자나 가족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입장에 대한 최근의 언론 보도는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21세기 대한민국의 법원이 19세기 조선시대의 법을 적용할 리는 없을 것이고, 현재 채권추심인에게도 금지돼 있는 채무자 아닌 제3자에게 채무에 관해 알리는 행위를, 법을 지키는 것을 강제하는 법원이 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채무자에게 혹시 가까운 가족이나 친족이 작은 빚을 해결해 줄 수 있느냐고 물어 보고 가능하다고 하면 파산신청의 유지 여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시간을 가지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채무자가 빚으로 마련한 돈으로 가족 명의 재산을 축적하고 잘 누리면서 자신의 빚은 갚지 않고 파산신청을 하면서 가족 명의의 재산은 채무자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파산제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경우에도 파산제도에서는 가족이 갚게 한다고 대처하지 않고 채무자가 채권자 일반의 이익을 위해 처분돼야 할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해결합니다. 가족에게 갚으라고 명령하지 않습니다. 법에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주의가 지켜지고 있습니다. ●김관기 변호사가 담당하는 ‘채무상담실’의 상담신청은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김근태, 黨과 결별 수순인가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의 탈당설이 다시 제기됐다. 김 전 의장과 가까운 재야파 의원 10여명은 최근 탈당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져 ‘김근태계 집단탈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9일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세균 의장은 최근 일부 의원들에게 “김 전 의장이 아무래도 당과 결별 순서를 밟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의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관련,‘정부 협상을 지켜보자.’는 입장인 당 지도부를 정면 비판하며 단식농성이란 방식으로 이별신호를 보낸다는 의미였다. 김 전 의장과 가까운 의원 10여명은 지난주 초 비밀회동을 갖고 열린우리당 탈당을 결의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참석자들은 ‘정치권의 진보개혁 성향 의원들을 모으고, 나아가 대통합신당을 위한 열린우리당 해체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연대를 구축해 탈당을 불사한다.’고 결의했다.”고 말했다. 탈당 시기를 못박진 않았지만 김 전 의장이 결단하면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 재야파 일부 의원들은 29일에도 비공개 오찬모임을 가졌다. 김 전 의장측의 행보는 31일 한·미 FTA 협상 종료 시점에 구체화될 전망이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4·25 재·보궐선거 후보등록 마감일인 다음달 11일을 앞두고 당 공천이 확정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장의 한 측근은 “4월 선거가 대통합 계기가 돼야 하는데 당 지도부는 연합공천이란 미명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씨가 출마한 무안·신안에 후보를 안 낸다고 하는 등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를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측이 이미 탈당한 천정배 의원측과 힘을 합쳐 제3지대 세력화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범여권 관계자는 “양측이 최근 힘을 합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말했다.‘김근태+천정배+정치권 외부세력’이란 밑그림을 그려 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탈당설에 대해 정작 김 전 의장측은 펄쩍 뛴다. 한 측근은 “이번 단식은 한·미 FTA에 대한 입장 그 자체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김기석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정책’ 제언

    김기석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정책’ 제언

    한 서울대 교수의 주장이 교육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교육의 앞날을 걱정하며, 정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각성과 개선을 촉구하는 그의 글이 계기가 됐다. 주인공은 서울대 교육학과 김기석(59) 교수. 그는 최근 대화문예아카데미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미래 한국을 위한 공교육 거버넌스:황금분할 분권화’라는 발제문을 통해 “100년 앞을 바라보며 지금의 공교육 구조와 운영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있는 방안을 같이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대화문예아카데미 김기석 교수 발제문 ▶우리 교육이 달라져야 할 방향을 제시하면서 ‘공교육 거버넌스(governance)’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거버넌스´란 교육을 맡는 정부 지배구조와 운영방식을 총괄하는 전문용어다. 현 거버넌스는 과대한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고, 정치목적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어 현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난파’돼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자율과 분권을 원칙으로 권한을 점진적으로 지방에 분산해야 한다. 취학 전부터 고교까지는 일선 학교로 권한을 실질적으로 넘겨주고, 대학과 성인교육은 별도 위원회에 총괄 책임을 맡기되 서비스 제공기관에 권한과 자율운영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중앙부서다. 청와대와 교육부, 관련 부처간의 관계를 포함한 조직편제와 운영방식이 문제다. 교육부는 정치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 일종의 직업관료제 형태로 장기 국가인력개발 정책의 입안과 조정, 국제교육 협력, 자료수집·분석을 통한 미래 교육역량 구축에 전념하자는 것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교육부 폐지가 아니라 구조조정 방안이다. ▶대학의 학생선발 자유를 보장할 것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본고사가 부활되면 사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국가보안법보다 더 강력한 이른바 ‘국민정서법’에 의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관치행정 사례다. 우선 학생선발을 대학에 맡겨보자는 것이다. 사교육은 이미 상당 규모의 시장으로 커졌다. 어느 국가나 현자(賢者)도 시장을 잡지 못한다. 행정조치로 이를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선무당 사람잡기처럼 교육현실을 어렵게 한다.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재출발해야 하다. 학생선발이라는 교육논리와 사교육 시장규제라는 경제논리를 분리하지 않고는 해답을 찾기 어렵다. ▶공교육 공공성 확보 책임을 방기하고, 교육재정 조달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점을 들어 교육부를 비판하고 있는데.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시장의 힘과 논리가 교육을 집어삼키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바로잡자는 것이다. 개혁 대상은 우리 교육 60년을 이어온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일제가 교육기회를 억제하기 위해 한국인 돈으로 학교를 세우도록 책임을 회피한 지침이다. 이는 한국교육의 발전과 폐해의 원동력이다. 교육기회 제공은 국민 기본권 신장이지 수익 제공이 아니다. 교육을 수익으로 보는 순간 시장논리가 교육에 스며든다. 자금도 교육재정 편성에서 수익자부담 원칙을 완강히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 교육은 처참할 정도로 궁벽하다. ▶오랜 관행이라면 그만큼 해결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실현가능한 방법이 있나. -현 거버넌스에서 교육부보다 교육정책을 더 확실하게 규정하는 것이 경제와 예산부처다. 따라서 중앙부처간 관계와 같은 지배구조의 조정이 필요하다. 경제논리가 교육논리에 봉사하는 관계가 설정되어야 한다. 서유럽 등 선진국은 박사과정까지 어떻게 무상교육을 하나. 북구 소강국은 어떻게 노인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나. 최빈국인 북한은 어떻게 11년 무상교육을 유지하고 있나. 공통점은 수익자 부담이라는 시대착오적인 경제우선 논리가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지침을 바꾸면 우리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양질의 교육과 학습기회를 제공하는 참다운 교육 나라로 만들 수 있다. 중앙부처 고유의 업무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제도와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치권 눈치 살피며 시시콜콜한 학교 일에 간섭만 하면 교육부를 폐지하라는 주장이 나오게 돼 있다. ▶김 교수는 발제문에서 우리 대학과 관련해 ‘퇴물 좌파교수의 전성시대’라고 표현했는데 어떤 뜻인가. -큰 걱정이다. 좌파, 우파 관계없이 정치권력과 일정 거리를 두고 늘 감시하며, 그 오용과 남용을 질타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임이라고 본다. 민선총장 선발 탓에 일부 교수들이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있다. 이젠 민주화를 넘어 ‘교육의 교육화’를 선도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일은 대학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맞도록 제 자리에 가져다 놓자는 것이다. ▶일부에서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는 고교 평준화제 폐지에 대한 생각을 밝혀달라. -‘평준화’라고 할 만한 평준화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동안 시행한 것은 일반계고 무시험 전형이다. 원래는 학교시설과 교사 역량, 학생 능력을 상향 평준화한다는 전제 아래 필답고사 대신 무시험 전형을 시행했다. 궁벽한 한국 교육이 늘 그렇듯, 돈과 정성이 많이 드는 3대 조건은 한 번도 충족된 적이 없다. 다만 행정조치로 할 수 있는 입시폐지 조치만 관철된 것이다. 시비 대상은 고교입시 부활 여부다. 폐지론자들은 입시가 없어서 경쟁을 하지 않으니 학력이 떨어진다며 ‘평둔화’(平鈍化)라고 힐난한다. 반면 교육부 관료나 옹호론자들은 여론을 등에 업고 유지를 주장한다. 2005년 실제 분석해 보니 ‘평둔화’는 없었다. 고교 입시가 부활하면 학생 실력이 향상되고 국가 경쟁력도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은 허구다. 문제는 고입 부활문제에만 매달리다 더 심각한 중등교육 문제를 놓친다는 점이다. 바로 실업교육의 참담함이다. 그동안 가장 효과 있는 실업교육 개혁은, 원래 설립 취지와는 모순되는 대학입학 허용조치다. 온정주의적인 이 조치로 60%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 그렇다면 더이상 실업학교가 아니다. 고입부활 문제는 반드시 실업계 학생의 진로를 포함해 거론해야 한다. 왜냐하면 일반과 실업을 합한 취학률은 이미 완전취학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중등과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우리 사회에서 고교입시를 시행할 합당한 사유를 찾아야 한다. 과거 소수만 입학가능한 시기에는 시험을 봐야 했지만 만백성 자녀가 고교에 다니는 지금, 왜 학생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고교 입시를 시행해야 하는지 이유를 대야 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입시부활 대신 강하고, 튼튼하고, 넉넉한 학교를 재건할 수 있는 중등교육 정책이 더 긴요하다.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었다. 교육정책만큼은 여야는 물론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해 몇 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룬 기본 뼈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참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력의 행태다. 늘 교육을 이용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대신 크고 작은 학교 일까지 직접 개입한다. 특정 대학 전형요소 개입이 그 예다. 심지어 기초교육 교과편성에도 간섭한다. 유신독재 이후 군부독재에 이어 소위 문민, 국민, 참여 등 ‘화장´은 바꾸었으나 권력 행태는 여전하다. 최근 사례를 들자면 예·체능교과에 대한 간섭이다. 유신이든 참여든 권력은 권력이다. 우든, 좌든 정치목적을 앞세워 교육을 쥐락펴락 하면 교육정책의 일관성 보장이 매우 어렵다. 공교육 거버넌스 개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사항이 바로 이와 같은 과대 권력이 남용되는 지배구조의 해체이다. 이에 대한 토론의 기회가 있다면 언제 어디든 찾아가 지혜를 함께 모을 의향이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유럽연합 창립 50돌] 현실에서 이상으로

    [유럽연합 창립 50돌] 현실에서 이상으로

    |브뤼셀 이종수특파원|축제는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다. 단일시장의 청사진을 마련한 로마조약 50주년을 막 통과한 유럽연합(EU)의 미래에 관심이 쏠린다.5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치공동체라는 ‘이상향’에 이를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쏟아진 전망은 부정적 견해와 장밋빛 청사진이 공존한다. 논란의 중심축은 제도개혁(EU헌법 부활)과 ‘확대 피로감’(동구 가입), 반 이슬람 정서(터키 가입) 등이다. 1985년부터 10년 동안 EU집행위원장을 지낸 자크 들로르는 최근 “제도를 개혁해 능률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이루지 않으면 20년 뒤 EU는 해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프랑스 영자신문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과 프랑스24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EU가 50년 뒤인 2057년에도 더 강하게 존재할 것”이라고 답했다. ●터키 가입등 이슬람문화 거부감 ‘난제´ 들로르는 “실용적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현재의 의사결정 과정은 지구촌 현실과 견줘 볼 때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27개 회원국의 의사결정 과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EU헌법이 부활되지 않으면 유럽의 미래는 어둡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또 EU가 확대되고 세계화가 진전하면서 회원국 국민들의 피로감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 연장선에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거의 없어지거나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U 대통령 선출, 외무장관 임명 등을 골자로 한 EU헌법은 2005년 프랑스·네덜란드의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뒤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독일·스페인·포르투갈 등 이미 EU헌법을 비준한 18개국과 영국·폴란드·체코 등 비준하지 않은 5개국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다. 노동·자본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따른 서유럽과 동구권의 갈등, 터키 가입을 둘러싼 이슬람 문화에 대한 거부감도 난제로 남아 있다. ●“2057년 EU 더 강한 형태로 존재” EU가 순항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IHT와 프랑스24가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서부유럽 5개국 5373명과 미국 1394명을 상대로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EU가 더 확대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서부유럽 응답자 대부분인 5300여명이 “2057년에도 EU는 더 강한 형태로 존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응답자 가운데 이탈리아 50%, 스페인 49%, 프랑스·독일 34%, 영국 33%가 “EU국경이 터키는 물론, 러시아를 포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 미국과의 연대는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통합 지속에 따른 삶의 질 전망은 나라별로 나뉜다. 통합으로 상황이 나아진 스페인·이탈리아 응답자의 47%,44%는 50년뒤에도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독일(22%)·영국(26%)·프랑스(27%)는 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낮았다. ●“지향점에 따라 달라” 정우성 주 벨기에 겸 EU대표부 대사는 26일(현지시간) “지난 50년은 성공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향후 50년에 대해서는 긍정·부정적 견해가 존재하는데, 이는 EU의 지향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사는 “최근 여러 심포지엄에 다녀봤는데 EU의 궁극점을 국가연합단계로 보는 관점에서는 비관론이 많고,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유지되기를 보는 이들 중에는 낙관론이 많은 것같다.”고 덧붙였다. vielee@seoul.co.kr ■ 미시롤리 유럽정책센터 분석가 “약해진 동질성 협상으로 단절 메워야” |브뤼셀 이종수특파원|“유럽연합(EU)의 미래라? 음…좀 막연한 질문인데….”(미시롤리) “추상적 질문이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헷갈려서 그렇다. 긍정·부정적인 전망이 공존해서….”(기자) 지난 26일 벨기에 브뤼셀 EU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EPC)의 수석정책분석가 안토니오 미시롤리(53)를 다시 만났다. 그는 5개월 전보다 약간 어둡게 EU의 미래를 내다봤다.“난제는 많지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에서 “감성적으론 비관론자이지만 이성적으론 낙관론자”라고 뉘앙스를 남겼다. 통합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EU에 대한 비관론이 가득한 자크 들로르의 인터뷰를 봤는지. -물론이다. 그분들이 활동하던 시대에 견줘 EU의 동질성이 약화됐고, 유럽통합을 지향한 강한 리더십도 약해졌기에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 많은 대목에서 공감이 간다. ▶공감이 간다는 뜻은. -들로르가 요구한 것은 (정책)결정 과정의 개혁이다. 이게 없으면 EU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상징이 EU헌법 제정이다. 그런데 이것이 좌절되지 않았는가. ▶EU의 동질성이 약해졌다고 보는 근거는. -미묘한 문제다. 세대가 바뀌었다. 평화에 익숙한 전후세대는 유럽주의보다는 실용주의에 익숙하다. 당연히 공동체 생각이나 사상이 약화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1980년대까지는 유럽주의가 주류였다. 프랑수아 미테랑, 헬뮤트 콜 등 그에 걸맞은 리더십도 존재했다. 그러나 27개 나라로 확대되는 과정에 여러 ‘조각’이 생겼다. 내부적으로 분할된 것이다. 북유럽 회원국은 시장경제를 원하고 독일·프랑스 등은 유럽의 가치를 중시한다. 이 차이는 단지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역사·언어 등 모든 차이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것이 의사결정 과정을 어렵게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EU헌법 부활을 촉구하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반대 국가의 국내 상황이 복잡하다. 프랑스 대선, 영국의 국민 투표 반대, 폴란드의 가중투표제 반대 등 장애물이 많다. 공산당이 집권한 체코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전에는 합의와 타협 정신을 살리면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그 판단은 아직 유효하다. 그러나 최근 회원국 지도자들은 서로의 이견을 감추려 하고 토론하기를 싫어한다. 그래서 ‘단절’이 메워지지 않고 있다. ▶터키 문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EU의 대응 방식이 이중적이다. 공식적으로는 협상을 지속한다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부 공식회의에 터키를 초청하지 않기도 한다. 이런 모순된 형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EU나 터키의 정치 지형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본다. vielee@seoul.co.kr
  • [프로배구] ‘변화의 현대’ 2연패 스파이크

    “현대 2연패의 원동력은 변화였다.4년 동안 모든 선수가 변하고 진화했다.” 프로배구 삼성화재와의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풀세트 혈투 끝에 3-2로 승리, 프로배구 정상에 두번째 올라선 현대캐피탈 김호철(52) 감독은 인터뷰장에 들어서자마자 ‘변화’를 강조했다. “유례없이 챔피언결정전에서 3연승으로 우승한 것도 지난 17경기를 분석해 챔프전에서 전술의 변화를 꾀한 결과”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과연 현대는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지난해 11년 만의 정상에 처음 올라설 때와 비교해도 한참 바뀌었다. 현대캐피탈이 2년 연속 남자코트 정상에 섰다. 현대는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삼성화재를 3-2로 제압했다. 지난해 삼성의 겨울리그 10연승을 저지하며 우승한 뒤 프로 두번째 우승컵.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용병 숀 루니(30점)와 상대보다 한 뼘 이상 높은 막강 센터진을 앞세워 세 차례 챔프전을 모두 승리로 이끈 현대는 이로써 최강의 전력을 과시하며 당분간 독주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김호철 감독을 맞기 4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는 내홍에 시달렸다. 전 감독에 대한 불만에 이어진 선수들의 숙소 이탈 등으로 팀은 난장판이었다. 직전에는 신임 사장이 팀 해체 기안을 최고경영진에게 들고 갔다가 치도곤을 맞는 등 한 때 공중분해 위기에도 몰렸다. 김 감독은 이 모든 걸 바꿨다. 물론 그가 접목시킨 이탈리아식 ‘데이터 배구’의 덕도 있지만 그는 “특히 선수들이 생각을 바꾸도록 했다.”며 “4년 뒤 일궈낸 현대의 2연패는 내 능력보다는 선수들 사이의 끈끈한 믿음이 일궈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기자단을 포함한 투표인단 투표에서 38표 가운데 20표를 얻어 2년 연속 ‘최고의 챔프전 사나이’로 뽑힌 루니 역시 “난 용병에서 완전한 현대맨으로 변신한 현대 선수”라면서 “동료들이 없다면 이 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공을 돌렸다. 한편 수원에서 열린 여자부 챔프전 3차전에서는 흥국생명이 현대건설을 3-1로 제압,2승1패로 우승에 한 발 다가섰다.천안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가족의 소중한 가치 새롭게 느껴보세요”

    “가족의 소중한 가치 새롭게 느껴보세요”

    다음달 2일부터 서울신문 매주 월·수·금요일에 연재하는 만화 ‘야누스 파파’는 만화적 상상력을 동원해 가족간의 소외와 소통의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가족드라마’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엉뚱한 발상으로 큰 사고를 일으키고 쫓겨난 40대 중반의 가장 노영달이 그 주인공. 우리시대 ‘사오정’이 그러하듯 집에 틀어박혀 방바닥을 뒹굴며 TV나 만화책에 매몰된 그를 가족들은 백안시하며 점차 그의 존재마저 잊어간다. 직장에 다니는 아내와 미혼인 처제, 고시생인 처남, 그리고 두 아들과 딸 등 가족들은 어떤 고민도 영달에게 털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영달은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다.‘초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스턴트맨, 의학박사, 과학자, 프로기사 등으로 변신하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지만 이런 엉뚱한 해결방식은 오히려 상황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이다. 여기가 이 만화의 키 포인트이다. 가족들은 이런 난장판 속에서 나름의 문제해결 방식을 찾게 된다. 영달이 문제해결의 단초를 제공하는 셈이다. ‘야누스 파파’는 이처럼 외적으로는 무능력한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우리시대 아버지들의 ‘이중성’을 그리고 있다. 작가들은 독자들이 차츰 만화속으로 빠져들어 영달을 응원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림은 1974년 허영만 작가의 문하생으로 만화계에 입문한 이영석(51) 작가, 글은 77년 원로작가 김기백 선생 문하생으로 만화계에 입문해 그림을 그리다 87년 스토리작가로 전환한 장대일(46) 작가가 맡았다. 장 작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슈퍼맨’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영달이 탄생한 것은 이런 만화적 상상력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장씨는 또 “사랑 말고는 가족소외를 치유할 대안이 없다.”면서 “독자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가족간의 사랑과 그 가치를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노영달 가족의 엉뚱한 캐릭터가 돋보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면서 “독자들은 사고뭉치이면서도 보이지 않는 능력이 있는 영달에게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작가는 가족소외, 가족해체가 일상화된 이 사회에서 ‘야누스 파파’가 희망을 되찾게 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용어클릭 ●야누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신. 고대 로마인들은 문(門)이 두개의 얼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겼다. 문은 시작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모든 사물과 계절의 시작을 주관하는 신으로 숭배됐다. 영어 January(1월)의 어원이기도 하다. 두 얼굴을 가진 것에 빗대 이중적인 인물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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