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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지된 부처 “조직 못 지켜 죄송”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9일부터 시행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진 부처들은 하루 종일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지식경제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기관으로 분해된 정보통신부는 울음바다였다. 이날 정통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임식 단상에 올라선 유영환 장관은 한동을 말을 잇지 못하다가 “조직의 수장으로서 조직과 직원 여러분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얼굴을 들 수 없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은 가운데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타 부처로 옮겨가는데 대한 불안감도 감지됐다. 지식경제부로 발령받은 한 직원은 “걱정이 앞선다. 답답해 죽겠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정통부 직원들은 방통위로 313명, 지식경제부로 90명, 행정안전부로 53명, 문화부로 9명 등 뿔뿔이 흩어졌다. 출범 12년 만에 해체된 해양수산부의 분위기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강무현 장관은 이임식에서 “해수부를 지켜내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해양수산부라는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새로운 환경과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면 위기가 곧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직원들을 위로했다. 해수부의 한 직원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면서 “어디를 가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국정홍보처가 자리잡은 정부정앙청사 7층은 적막감에 휩싸인 가운데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향후 진로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조직이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보직이 주어진 것도 아니어선지 불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 팀장급 간부는 “본부 인원 194명 중 절반 정도가 문화부로 이동하는 것으로 아는데 아직 발령이 나지 않았다. 나머지 사람들은 대기할 텐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처종합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단독]한반도 평화체제단 해체 위기

    이명박 정부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찬밥’되나? 새 정부가 한·미 공조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외교안보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정한 가운데 남북과 미·중 등 당사국들의 종전선언을 골자로 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추진이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외교부 김창범 평화체제교섭기획단장이 최근 대통령비서실 의전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평화체제교섭기획단내 2개 과를 맡아온 이충면 평화체제과장과 유준하 대북정책협력과장도 각각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실 및 의전비서관실로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6자회담의 진전에 맞춰 지난해 7월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준비하기 위해 신설된 평화체제교섭기획단의 단장 및 과장 모두가 자리를 비우게 돼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 한 소식통은 “새 정부가 평화체제 구축보다는 북핵문제 해결에, 북핵보다는 한·미 동맹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에 평화체제 관련 조직이 찬밥 신세가 된 것”이라며 “평화체제단에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까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화체제단은 지난해 7월 초 신설됐으나 11월이 돼서야 단장이 선임됐고, 최근 과장 등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로 파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평화체제 구축이 화두에 올랐으나 6자회담이 최근 북한의 핵신고 문제로 난항을 겪으면서 새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우선 과제에서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연구원 허문영 실장은 “북한 핵폐기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통한 종전선언 등 평화체제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북핵과 평화체제를 선후관계로 접근하지 말고 병행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노무현정권 5년 명암] 참여정부 공과

    [노무현정권 5년 명암] 참여정부 공과

    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최근 발간한 학술계간지 ‘황해문화’ 봄호에는 노무현 정부 5년간에 대한 신랄한 평가가 실렸다. 통치 문화의 부재와 정당 정치의 파괴, 여론 무시, 노 대통령의 솔직함을 넘어선 천박한 언행 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지난 5년을 재단했다. 역대 정권 중 가장 진보 정권으로 평가받는 참여정부가 진보 학자들에게마저 혹평을 받는 쓸쓸함을 뒤로 하고 25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정치개혁, 통일정책 성과…절반의 성공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출범은 뜨거웠다. 서민 등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희망을 품고 새로운 정치개혁을 잇따라 시도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당을 탈당해 ‘100년 정당’을 표방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당정(黨政) 분리도 시도했다. 노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이르러서도 ‘열린우리당-한나라당 대(大)연정’과 ‘4년 연임제 개헌’ 제안 등 줄기차게 정치실험을 지속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열린우리당은 해체됐고, 통합민주당이 부활했다. 지역주의 정치구도도 오히려 더욱 공고해졌다. 노 대통령은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을 단절하고 ‘깨끗한 정치문화’를 선도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권력분산과 지방분권정책, 탈(脫)권위주의 등도 성과로 꼽힌다. 정경 유착 해소, 검찰 등 권력기관 자율화 등 적잖은 일도 해냈다. 지난해 10월 2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도 최대 업적 중 하나다.2차 정상회담으로 긴장완화와 남북교역 확대를 일궈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을 때도 보수진영조차 찬사를 보냈을 정도로 대표적인 ‘치적’으로 거론된다. 참여정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제정, 과거사위원회 발족 등 종합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체계와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침체한 서민경제… 참여정부에 등 돌려 참여정부는 5년간 경제 지표는 양호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는 실패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증시는 한때 지수 2000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5년 동안 코스피지수가 무려 175% 상승하는 폭발 장이 이어졌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9% 등 5년 동안 평균 4%대에 그쳤다. 외환위기 이후 지속된 투자부진 등 환경적 요인도 있었지만, 기업의 기를 살려 투자를 유도하지 못하고 섣부른 분배정책을 견지한 것이 성장 부진의 요인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내집 마련이 아쉬운 서민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급증… 사교육비도 증가 참여정부는 2004년부터 5년에 걸쳐 매년 약 40만개씩 200만개 수준의 일자리 창출 종합계획을 수립했지만 130만 2000개 정도의 일자리 창출에 그쳤다. 청년실업을 해소하지 못해 비정규직이 급증,‘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가 양산될 정도였다. 교육분야에서도 평준화를 일관되게 추진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가 증가해 서민들이 참여정부에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에 추진한 언론선진화 방안은 대다수 언론의 반발을 일으키며 비생산적인 갈등만 유발했다. 결국 ‘기자실 대못질’을 주도한 국정홍보처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폐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는 정책적 일관성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지자들의 협조와 동의를 이끌어 내는 데도 실패함으로써 표류해 왔다.”고 평가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정부조직 15부2처 타결] 명암 엇갈린 부처 표정

    [정부조직 15부2처 타결] 명암 엇갈린 부처 표정

    ●여성부 “목숨만 건졌을 뿐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는 여성부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부서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됐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보육, 가족 등 여성가족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업무가 보건복지부로 넘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전체 187명의 직원 가운데 보육, 가족 업무 담당이 100명 가까이 되기 때문에 이 업무와 인원이 복지부로 넘어가면 부서 규모 자체가 절반으로 줄어든다. 여성부가 맡게 될 업무도 여성정책, 성매매, 성폭력 등으로 제한된다. 한 관계자는 “2004년 복지부에서 여성부로 보육업무가 넘어오기 전으로 다시 회귀하는 셈”이라면서 “1조 5000억원에 이르는 예산 가운데 보육예산이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권한도 크게 줄게 된다.”고 푸념했다. 차라리 당초 거론된 대로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로 바뀌는게 더 낫지 않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통일부 ‘한숨은 돌렸지만….’ 폐지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통일부 당국자들은 안도하면서도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공중분해될 뻔하다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여·야 협의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살아났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향후 불어닥칠 조직·인력 재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진 남주홍(56) 경기대 교수가 장관으로 내정된 것에 대해 여론을 살피면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통일부 한 당국자는 “남 장관 내정자는 군사·안보 전공이라서 남북경협이나 인도적 지원을 얼마나 고려할지 모르겠다.”며 “최근 남 내정자가 ‘북한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입장을 밝힌 만큼 통일부 역할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부 ‘올 것이 왔다.’ 해양수산부는 20일 여야가 ‘해양부 폐지, 여성부 존치’로 정부조직 개편안에 합의하자 침통함에 빠져들었다. 해양부 관계자는 “어젯밤부터 인수위 쪽에서 (개편안이)곧 타결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달되면서 분위기가 심상찮았다.”면서 “결국 한가닥 실낱 같은 희망도 물거품됐다.”며 비통함을 토로했다. 해양부 해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고위공무원단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고위 공무원은 “쪼개지더라도 곧바로 (고위 공무원) 정리작업에 들어가겠습니까. 잠깐 시간을 갖고 복귀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일반 공무원들도 앞으로의 행보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보직과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해양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굴러온 돌’이 아무래도 불이익을 받지 않겠습니까.”라면서 “설마설마했지만 보따리를 싸야 할 생각을 하니 충격적이다.”고 침통해 했다. 김성수 김미경 김경두기자 sskim@seoul.co.kr
  • “독립운동의 완결은 통일”

    “독립운동의 완결은 통일”

    “독립운동사 총서를 쓴다는 의지로 몸 아픈 줄도 몰랐습니다.” 조동걸(77) 국민대 명예교수가 최근 ‘한국 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략’(경인문화사)을 펴냈다. 독립기념관이 광복 60주년을 맞아 2005년부터 기획, 총 60권으로 발간하는 ‘한국 독립운동의 역사’ 시리즈의 첫 책이다. 학문에의 의지는 무서운 병마저 잊게 했지만, 아픈 몸을 추스르기엔 의지만으론 벅찼다.20일 서울 방학동 자택에서 만난 조 교수는 인터뷰 중에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말은 더뎠고, 한 마디 뱉는 데도 한참을 생각했다. 살집이 넉넉했던 얼굴엔 광대뼈가 가팔랐다. 2004년초 위의 3분의2를 잘라내는 대수술 이후 그는 힘겨운 투병생활을 해왔다. 뇌경색으로 우반신 마비가 왔고, 평지낙상으로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집 밖에선 지팡이를, 집안에선 보행기를 사용했다. 일주일에 세 번 병원에서 받는 운동치료가 요즘 그의 주요 일과다. ●독립운동사 연구 한계 극복 작업 ‘한국 독립운동의 역사’ 편찬은 모두 84명의 독립운동 전공자가 참여하는 대기획이다.‘한국 독립운동의 이념과 방략’은 제1권 총론격에 해당한다. 조 교수의 말로 “지금까지 쓴 책에 번호를 붙인다면 20번째쯤 되는 책”이다. 위암 수술 후 퇴원한 2004년 가을부터 6개월간 강행군으로 써냈다. 병상에서 끝낸 원고는 애초 청탁 분량인 1500장을 훌쩍 넘겨 1900장에 이르렀다. 힘든 글쓰기를 견뎌낸 것은 이번 편찬 작업이 과거 독립운동사 연구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1949년 ‘6월 사태’(반민특위 해체, 백범 김구 암살) 후 지하로 숨어들었던 독립운동사 연구는 이승만 정권 몰락 후 활기를 되찾았다.1960∼70년대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독립운동사’ 5권과 원호처(현 보훈처) 산하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의 ‘독립운동사’ 10권으로 활기는 결실을 맺었다. 조 교수도 독립운동사편찬위에 참여해 책 편찬에 앞장섰다. 두 연구는 그러나 반쪽의 성과였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은 배제됐고, 유림과 양반 중심의 의병사에서 평민 의병의 활동은 과소평가됐다. 조 교수 책의 중심 메시지는 “독립운동 이념과 방략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분단과 대립은 남북이 상대방의 독립운동을 앞다퉈 격하시키도록 만들었고, 결국 북에서는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을 없었던 일로 치부하고 남에서는 김일성을 가짜라며 역사를 왜곡했다.”면서 “사상이 달랐다는 이유로 서로의 독립운동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가 “독립운동의 완결은 통일에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평민 의병장 신돌석과 머슴 출신 의병장 안계홍의 활약상을 복원하는 것도 젊은 시절부터 그가 전국을 누비며 이름 없는 이들의 독립운동을 발굴해온 문제의식의 반영이다. ●“공세적 식민지근대화론 우려스럽다” 기능을 잃어가는 몸과 달리 조 교수의 시대 인식은 여전히 일관되게 살아있다.‘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과 민족주의 사학계와의 사상투쟁,‘교과서포럼’의 교과서 다시 쓰기 등 일련의 식민지근대화론 공세를 그는 우려했다. 조교수는 “식민지가 아니었다면 근대화의 기초를 다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실증사학의 주장 또한 역사의 이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참여정부의 과거청산 작업이 서툴렀지만 과거사위를 없애는 것은 잘못”이라며 대통령직 인수위의 과거사위 통폐합에도 반대했다. 인터뷰를 마치기까지 그는 담배를 세 대 피웠다. 수술 후 끊었던 담배를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입에 물기 시작했다. 그를 간호하던 부인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사망하면서부터다. 그는 “밤중에 자주 잠을 깬다.”고 했고 “깜깜한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 생각이 천만 갈래로 내달린다.”고 했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씨줄날줄] 코소보 독립 방정식/구본영 논설위원

    코소보가 엊그제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발칸의 화약고’가 다시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고 있다. 코소보의 분리를 반대하는 세르비아의 강한 반발 때문만이 아니다. 인종·종교·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주변국과 강대국들간에도 긴장이 고조될 조짐이다. 발칸 반도의 옛 유고연방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던 티토 전 대통령 사후 끊임없이 해체 수순을 밟았다.1991년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마케도니아,1995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이어 2006년 몬테네그로가 독립했다. 코소보 독립선언은 유고연방 붕괴의 마지막 수순인 셈이다. 이는 1998∼99년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내건 밀로셰비치 정권이 코소보내 알바니아계에 대한 악명높은 ‘인종청소’를 자행했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Balkanize’(작은 나라로 쪼개지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유고의 분열은 역사적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러나 평화로운 종착역이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게 발칸의 비극이다. 당장 코소보내에서 그리스 정교를 믿는, 총인구의 7%인 세르비아계가 벌이는 격렬한 반발이 변수다. 이들의 분리 선언이란 또 다른 세포분열의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는 꼴이다. 코소보 사태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는 이외에도 많다. 우선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코소보 독립을 지지하는 미국·영국·프랑스와 자국내 소수민족의 봉기를 우려해 반대하는 러시아·중국으로 갈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주류는 세르비아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당근’으로 코소보 독립을 유도하려는 분위기다. 그러나 27개 회원국중 소수민족 문제를 안고 있는 스페인·그리스 등 6개국은 극히 소극적이다. 까닭에 코소보 해법을 찾기란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유엔 특사인 아티사리의 처방이 현재로선 모범답안에 가까운 편이다. 그는 “코소보가 독립은 하되 당분간 국제감시하에 두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당장 코소보의 소수인종이 된 세르비아계 주민을 보호하는 것도 과제다. 일각에서 우리 정부도 당장 코소보 독립을 승인하란 주장을 펴고 있지만,‘아티사리 계획’의 추이를 좀더 지켜본 뒤에 해도 늦지 않을 듯싶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눈·비 내리면 숭례문 2차피해”

    15일로 가림막 공사가 끝난 가운데 소실된 숭례문 위로 하루 빨리 덧집을 씌워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눈·비나 서리, 심한 일교차 등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가림막보다 더 시급한 것은 숭례문 위까지 모두 둘러싸는 ‘투명 덧집’을 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겨울엔 폭설이 잦아 큰 눈이나 비에 타다 남은 부목재나 축대 등이 노출되면 2차 피해를 당하는 것은 물론 자칫 숭례문 기반 자체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이날 “영하와 영상의 날씨가 반복되는 최근의 기온 때문에 축대 안에 스며든 물기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해 축대 자체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화재진압을 위해 이미 많은 물을 쏟아부어 축대에 엄청난 물이 스며들었기 때문에 축대에 문제가 생기면 숭례문 기반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다.그는 “덧집을 씌워 일관성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문화재분과위원회 위원만 참여하는 밀실회의를 하지 말고 시민단체나 여러 학자들이 공개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12∼13일 기온이 온종일 영하에 머물렀지만 14일에는 낮에는 영상, 밤에는 영하의 날씨를 보였다. 앞으로도 새벽과 낮의 기온차가 9도 이상 나는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토목 분야 문화재기능인인 문기현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는 “서리나 이슬만으로도 아직은 상태가 양호한 나무 자재들이 썩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년 2월1일부터 2월14일까지 서울지역에 서리가 관측된 날은 7일이었다. 복원 업계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업체 관계자는 “보통 해체를 시작하면 덧집을 씌우는데 숭례문은 이미 다 해체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더더욱 덧집을 씌워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덧집은 투명한 재질로 시공할 수 있으며, 안에 있는 문화재의 무단 반출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화문 복원공사 역시 덧집을 씌우는 것부터 시작됐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화재로 인한 잔해를 치우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덧집 공사는 이후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한국의 토종] 금강송(金剛松)

    [한국의 토종] 금강송(金剛松)

    화재로 무너진 숭례문 복원에 쓰일 주 목재인 ‘토종 소나무’ 금강송(金剛松)을 확보하는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춘양목(春陽木)으로 불리는 금강송은 천년을 버텨낼 수 있을 만큼 매우 단단한 내구성과 뛰어난 탄성을 지니고 있는 목재다. 하지만 기둥과 대들보에 쓰일 지름 1m가 넘는 대형 금강송을 찾기가 쉽지 않아 숭례문의 조기 원형 복원에 차질이 우려된다. 1960년대 숭례문 해체·보수작업에 참여했고, 현재 광화문 복원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응수(66)대목장은 “금강송이 곧으면서도 속 짜임새가 엮여 있어 단단하되 부러지지 않아 기둥을 세울 때 가장 적합한 목재”라면서 “특히 나이테 사이에 송진이 골고루 들어 있어 부식이 잘 되지 않는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숭례문 복원에 사용될 대형 금강송의 수급에 대해 “다행히 1층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지 않아 광화문 건립과 달리 많은 목재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광화문 복원에 쓰일 대형 금강송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뒤져 간신히 26그루를 확보했다. 현재 산림청이 전국 39곳 918㏊에서 문화재 복원에 사용될 금강송 21만 6847그루를 관리하고 있지만 당장 쓸 만한 재목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신 대목장은 “강원도 삼척의 중경묘처럼 전국에 문중에서 관리하고 있는, 좋은 소나무림이 적지 않게 있다.”면서 “관련 문중과 일부 환경단체들이 국가적인 사업을 위해 조금만 양보한다면 숭례문 복원에 쓰일 금강송을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며 밝혔다. 사진 글 강릉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55) 전남 화순 쌍봉사 대웅전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55) 전남 화순 쌍봉사 대웅전

    쌍봉사는 사자산문(獅子山門)의 기초를 다진 철감선사 도윤(798∼868)이 주석하던 절입니다. 사자산문은 통일신라시대 선종불교의 토대를 닦은 선문구산(禪門九山)의 하나이지요. 쌍봉사의 창건 연대는 분명치 않습니다. 하지만 적인선사 혜철(785∼861)이 신라 신무왕 원년(839)에 당나라에서 귀국한 뒤 최초로 하안거를 이곳에서 지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적어도 839년 이전에는 창건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적인선사 혜철이라면 곡성 태안사에 동리산문(桐裏山門)을 연 그 인물입니다. 미술사학자들은 통일신라를 흔히 ‘부도의 시대’라고들 합니다. 부도란 고승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뛰어난 부도가 많이 만들어졌다는 뜻이지요. 철감선사 부도는 통일신라 부도 가운데서도 명작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쌍봉사에는 철감선사 부도에 못지않게 매력적인 문화유산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웅전입니다.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는 유일하게 삼층목탑의 형태이지요. 높이 10m로 목조건축의 특징이 살아있으면서도 둔해 보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숭례문이 전소되어 국민들을 가슴아프게 하고 있지만, 쌍봉사 대웅전은 일찌감치 1984년 4월에 같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기도하던 신도가 촛불을 잘못 다루는 바람에 불이 났다고 하지요. 숭례문처럼 보상금에 눈이 먼 편집광의 방화가 아니었으니 부처님은 벌써 오래전에 용서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대웅전이 불타는 아비규환 속에서도 현판과 목조삼존불상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불상은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게임에도 이웃 농부가 업고 나왔다고 하지요. 앉아 있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양쪽에서 제자인 아난존자와 가섭존자가 호위하고 있는 단아한 모습의 이 삼존불은 지금도 대웅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쌍봉사 대웅전은 1962년 해체수리했다고 하니 숭례문을 다시 고친 시기와 비슷합니다. 해체 당시 상량문이 발견되어 조선 숙종 16년(1690)에 중창되고, 경종 4년(1724)에 3창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리 당시 작성한 실측도면을 바탕으로 1986년 복원한 새로운 대웅전은 그러나 사진으로 남겨진 옛 대웅전과 지붕의 모습이 다릅니다. 옛 대웅전은 지붕 양옆에 삼각형 박공이 만들어진 팔작지붕이었지요. 하지만 새 대웅전은 마치 석탑 최상층의 지붕처럼 네곳의 기왓골이 가지런히 꼭대기에 모이는 사모지붕의 형태입니다. 새 대웅전의 지붕에는 또 석탑의 꼭대기를 장식하듯 상륜부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바뀐 것은 해체수리 과정에서 대웅전이 과거 사모지붕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원래의 모습을 살렸다고 할 수 있는데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과거 삼층전(三層殿)이라고 불리며 목탑으로 구실하던 이 건물의 기능을 어느 시기 대웅전으로 바꾸면서 지붕 모양 역시 그에 걸맞게 팔작지붕으로 개조했을 가능성이 큰 데도, 그런 선인의 지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지요. 실제로 옛 대웅전은 단정한 삼층목탑의 실루엣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목재의 질감과 잘 어울렸지만, 지붕을 바꾼 새 대웅전은 단청을 새로 입히기도 했지만 조금은 가벼워 보입니다. 그렇다 해도 숭례문은 역사적 의미 등을 감안하여 국보 제1호의 지위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쌍봉사 대웅전이 보물 제163호의 영예를 잃어버린 것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dcsuh@seoul.co.kr
  • 숭례문 1층 문루 80% 재사용 가능

    문화재청이 불탄 국보 제1호 숭례문의 원형복원 방침을 밝힌 가운데 남아있는 부재(部材)가 얼마나 되고, 얼마만큼의 목재가 새로 필요한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김상구 문화재청 건축문화재과장은 12일 “숭례문의 2층 문루는 대부분 새로운 부재로 복원해야 하지만,1층 문루는 80%가량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화재로 훼손되거나, 강도가 크게 낮아졌을 가능성이 점쳐지던 석축도 “99%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당시 해체·수리 과정에서 새로운 부재로 교체된 뒤 현재 충남 부여의 한국전통문화학교에 보관되고 있는 350점 남짓의 주요 옛 부재는 직접 활용할 수는 없으나, 가공방법 등을 알아내는 데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과장은 말했다. 이에 따라 복원에 필요한 굵고 곧은 국산 소나무(대경목)를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현재 문화유산 복원에 투입할 수 있는 소나무는 강원 강릉시와 삼척시, 경북 봉화군과 울진군 등 일대 9만㎡에 20만그루 정도이다. 하지만 기둥에 쓰일 지름 1m 이상의 대경목을 확보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국보 1호’를 복원하는 데 수입 목재를 쓰기도 난감한 상황이어서 목재 확보를 두고 문화재청이 또한번 큰 고민을 안게 됐다. 서동철·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국보 1호 불타도 책임지는 者 없는 사회

    국보 1호 불타도 책임지는 者 없는 사회

    국보 1호가 불타 버렸는 데도 책임지려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서로 네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정부 내에서 인책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상대 기관에 뒤집어 씌우기 식이어서 국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그래서 국민 성금으로 숭례문을 복원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지만 책임 소재를 따진 뒤에 공론화할 일이라는 국민들의 싸늘한 반응이 돌아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과 책임소재를 가리기로 했다. ●검찰 “떠넘기기 책임 묻겠다” 소방방재청은 화재진압이 늦어진 데 대해 문화재청의 판단 지연 탓으로 돌리고 있다. 소방방재청 고위관계자는 12일 “도의적인 책임은 느낀다.”면서도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잘못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희한한 논리를 폈다. 그는 “우리는 전국의 소방본부를 총괄하기 때문에 서울시 소방방재본부에서 하는 것까지 관할할 수 없다.”면서 관리 책임은 중구청에 있고 소방은 서울시가 책임져야 한다고 떠넘겼다. 문화재청은 소방방재청의 주장에 대해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11일밤 9시에 서울시와 중구청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문화재가 완전 소실되는 것보다 훼손되는 게 나으니 지붕을 해체하여 진화하도록 조치하라.”고 통보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5시간에 걸친 진화작업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숭례문을 전소시킨데 따른 소방방재청의 책임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고 소방방재청의 인책론을 제기했다. 중구청은 “소방당국이 문화재청의 지휘를 받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지연돼 화재초기 진압에 실패했다.”고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탓을 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설치 등 화재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제안하면 (문화재청은)예산 부족으로 손사래를 치고, 시어머니처럼 온갖 간섭을 다하더니 지금은 지도·감독 기능만 갖고 있을 뿐 관리는 지자체에 있다고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경비업체인 KT텔레캅은 화재감지기 설치는 중구청이 결정할 사항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남대문서 “경비할 곳 아니다” 정부 기관의 면피행각에 경찰도 예외는 아니다. 숭례문을 관할하는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이 지키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전혀 없다.”면서 “유관기관 수사는 현장확인을 하고 있으며, 사설경비업체의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반(반장 조주태 부장검사)은 숭례문의 관리부실과 진화 과정의 과실 등을 본격 수사하기로 했다. 특히 관계기관들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에 대해 사건의 근본 원인을 가려내고 불법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이날 숭례문 화재 책임을 지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시했지만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임기를 불과 12일 남겨 놓은 시점의 사퇴는 책임지는 자세라기보다는 ‘정치적 쇼’에 가깝다는 지적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기관장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사후수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숭례문 복원에 자발적으로 국민성금을 내겠다는 움직임에는 바람직스럽게 여기면서도, 정부 측에서 내놓는 성금 모금 아이디어에는 누리꾼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성금에 앞서 참화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백히 따져야 하고, 자발적이어야 할 국민성금을 정부가 의도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들이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분신 잃은 듯 가슴 아파”

    “분신 잃은 듯 가슴 아파”

    중요무형문화재 대목장(大木匠) 기능보유자인 전흥수(69)·신응수(66)·최기영(63) 도편수는 11일 숭례문 화재 현장을 찾아 “너무도 처참해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문화재청의 요청이 있다면 보수 공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일제히 밝혔다. 최기영 대목장은 “숭례문의 화재 모습을 10일 밤부터 현장에서 지켜보았다.”면서 “내 선조가 세운 숭례문이 붕괴된 현장을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씨는 조선 초기에 한성부판사를 지내면서 숭례문 축조를 지휘했던 최유경(1343∼1413)의 후손. 그는 “숭례문의 원형 복원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 “옛 장인들의 솜씨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 복원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경복궁 복원 사업의 총감독격인 신응수 대목장도 최 대목장과 함께 이날 문화재청이 화재 현장에서 소집한 문화재위원회 긴급회의에 참석했다.1962년 숭례문을 대대적으로 해체 보수공사를 할 때 도편수를 맡았던 조원재 대목장의 제자로 당시 복원공사에도 직접 참여한 신 대목장은 “내 분신을 잃은 것 같다.”며 복원공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전 대목장은 자신이 세운 충남 예산의 한국고건축박물관에서 숭례문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서울로 올라와 현장을 둘러보고는 “너무도 가슴 아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광화문 복원공사의 도편수 자리를 손아래인 신 대목장에게 양보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숭례문의 옛 모습을 되찾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사라진 숭례문] “복원 큰 어려움 없을 것”

    [사라진 숭례문] “복원 큰 어려움 없을 것”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11일 “우선적으로 숭례문 화재의 원인을 밝히고 복원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유 청장은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대한항공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뒤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고 복원 계획을 신속히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회의에 참석하고자 파리에 머물다 숭례문 화재 소식을 듣고 귀국한 유 청장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남대문 설계도면을 갖고 있어 복원을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면서 “결과론적으로 보면 남대문에 대한 방재관리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어디가 문제가 있는지 소방방재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청장은 “오래된 목조 건물의 경우 화재가 발생한 뒤 10분이 지나면 진압을 포기해야 한다.”면서 “숭례문은 화재발생 10분 이내에 소방당국이 출동해 있었던 만큼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성원 문화재청 차장은 이날 오전 숭례문 화재 현장에서 ‘숭례문 복구 기본 방침’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차장은 ‘2005년 낙산사 화재사건 이후 ‘재난관리 매뉴얼’이 작성되지 않았었느냐.’는 질문에 “이번 화재에 대해서는 상황이 달랐다.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문화재청에서 화재가 나고도 현장에 늦게 도착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는 “그렇지 않다. 오후 9시쯤 문화재청 관계자가 도착했다.”고 해명했다. 김상구 건축문화재과장은 “한식 목조 건물의 특성상 위에서 물을 뿌려도 발화지점까지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기와를 해체하고 물을 뿌려야 하는데, 사람이 하기엔 위험하고 국내엔 아직 사용할 수 있는 장비가 없다.”고 진화에 실패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과장은 ‘화재 초기에 문화재청에서 문화재를 소중하게 다루라고 주문해 방재가 늦어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내용으로 협의한 바 없다. 신중하게 다루라고 말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숭례문이 소방방재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는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도심에 있고, 소방차가 1,2분 안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소방시설을 설치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통합민주 공동대표 문답

    통합민주 공동대표 문답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합당을 전격 선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0일 손학규 대표께서 모바일투표 얘기를 했는데 합당 이후에도 유효한 것인가. -(손 대표)앞으로 같이 협의해서 하겠다. 모든 것을 같이 협의할 것이다. 한 식구가 되었으니 신의를 바탕으로 해서 협의하고 합의해서 해나갈 것이다. ▶구 민주당에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해체된 지 4년만에 통합키로 했는데. -(박 대표)감개무량하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정치 절차상 통합신당이 결성될 때 우리가 들어가면 다 함께 망한다. 그래서 못했다. 이제 대선에서 국민의 뜻이 밝혀졌고, 민주개혁세력이 나누어졌기 때문에 국민의 여망을 받들어 이렇게 했다. 이명박 정부가 소외계층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과거 역사를 볼 때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우려하는 국민이 많이 계신다. 우리가 합쳐서 힘을 함께 하면 세계화시대에 양극화가 심화되는 추세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보호하는 정책 대안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선관위 신고 절차와 공천심사위원회와 최고위원회 구성은 어떻게 하나. -(통합신당 신계륜 사무총장)실무적 절차를 아주 빨리 진행하면 이번 주 안에 선관위 신고를 마치고 바로 신당 창당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 과정에서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숫자를 가지고 합의한 적은 없다. 서로 이해하고 서로 양보하면서 진행되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사라진 숭례문] 고건축물 구조 모른 채 물만 뿌려

    [사라진 숭례문] 고건축물 구조 모른 채 물만 뿌려

    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이 난 10일 저녁 8시50분부터 끝내 붕괴된 11일 새벽 2시5분까지 ‘황당한 5시간’은 엇박자의 연속이었다. 문화재청과 소방당국의 협조체계는 없었고, 전문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허술한 불끄기가 계속됐다. 담당 소방서는 국보 1호의 건축 도면도 갖고 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인재(人災)로 인한 작은 화재가 또 다른 인재 때문에 전소(全燒)에까지 이르렀다고 한탄했다. ●국보 1호 상징성에 발화지점 못부숴 소방관 80여명과 소방차 25대가 10일 저녁 9시쯤 숭례문에 도착했을 때는 2층 내실에서만 작은 불이 목격됐다. 그러나 곧 2층 지붕으로 옮겨 붙었다. 현장 소방관들은 기와 사이에 있는 짚에 불이 붙어 기와를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문화재청과 협의가 안 돼 발만 동동 굴렀다. 한 소방대원은 “화재 초기에 숭례문이 국보 1호라는 상징성 때문에 문화재청에서 (발화지점을)부수지 못하게 했다. 부수지 않고는 불을 끌 수 없었는데, 결국 이게 화재를 키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9시30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해서 일부 훼손을 허용했다. 소방방재청 재난전략상황실은 11일 ‘숭례문 화재발생보고’에서 “초기진화시 문화재청 관계자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만 화재진압을 요청했다.”고 밝히며 초기진화 실패를 문화재청에 돌렸다. 다른 보고서에서도 관리주체가 문화재청과 관리를 위탁 받은 중구청이라고 명시해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를 보였다. 반면 문화재청은 브리핑에서 “문화재청은 전반적인 문화재 대책을 수립하는 곳이지 화재를 막는 곳은 아니다.”라고 발뺌했다. ●“잔불” 오판… 도면없이 2시간 허비 현장의 소방관들은 10일 저녁 9시20분쯤 적심(기와와 서까래 사이에 설치된 통나무 구조물)에 붙은 불을 기와 사이에 섞여 있는 짚에 붙은 잔불로 오판했다. 이후 직접분사 방식으로 물을 쏟아 부었고 겉보기에는 초기진압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는 한옥 구조를 모르는 데서 나온 실수였다. 적심을 따라 붙은 화마는 10시40분쯤 2층 지붕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11시50분에서야 기와를 들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섣불리 뿌린 물이 얼어 진압 내내 접근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불길이 갑자기 치솟은 11시쯤에는 숭례문 현판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서울시립대 건축학과 윤명오 교수는 “소방당국이 숭례문 건축양식을 몰랐다. 지붕에 불이 옮겨 붙으면 끄기 어려운 구조다. 초기에 기와를 들어내고 구멍을 뚫었다면 전소는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난관리 매뉴얼 ‘무용지물´ 전문가들은 도면도 없이 고건축물의 불을 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방방재청 화재조사팀 관계자는 “소방서에서 설계도면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면서 “목재가 너무 두꺼워 톱으로 자를 수도 없었고, 기와 아래에도 층이 많아 구멍을 뚫을 수 없어 화재가 커졌다.”고 말해 도면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현재의 문화재 재난관리 매뉴얼은 상시관리인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졌다. 숭례문처럼 야간에 사설경비업체가 관리하는 곳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김찬오(서울산업대 안전공학과 교수) 문화재관리위원은 “상시관리인의 유무, 문화재의 재난 유형 등을 고려해 세분화된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매뉴얼에 따라 3월과 5월에 소방훈련을 하지만 접근성이 편한 곳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실제 상황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숭례문 불… 누각 전소

    숭례문 불… 누각 전소

    대한민국 문화재의 자존심인 국보 1호 숭례문이 10일 밤 화재로 사실상 전소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 이 발생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8시50분쯤 남대문 경찰서 교통초소 근무자가 교통 폐쇄회로 카메라를 통해 화재를 포착해 보고했으며,9시쯤 소방차 60대와 소방관 190여명이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초기 진압 실패로 숭례문 2층 누각과 지붕이 전소되고 1층 지붕의 중간부분이 붕괴되는 등 구조물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특히 ‘숭례문’ 현판이 불에 타는 것을 막기 위해 톱으로 잘라내는 과정에서 소방관의 실수로 현판이 바닥으로 떨어져 일부가 훼손됐다. 소방 관계자는 “문화재 훼손의 위험 때문에 화재 초기에 적극적으로 진압에 나서지 못해 불이 커졌다.”면셔 초기진압 실패를 시인했다. 화재 원인과 관련, 이 관계자는 “2층 누각 아래에 설치된 조명등 과열이나 누전에 의한 발화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남대문 경찰서 관계자는 “노숙자 1명이 숭례문에 들어갔다는 택시기사의 제보가 있어 방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서측은 이날 밤 10시쯤 서울역 인근에서 방화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이모(53)씨를 붙잡아 조사를 벌였으나 이씨가 만취 상태여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보 1호 숭례문은 1962년 국보 1호로 지정됐으며 서울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조선 태조 7년(1398년)에 완성됐다. 현재의 건물은 세종 29년(1447년) 고쳐 지은 것이다. 1961~63년에 해체복원된 뒤 불이 나기는 처음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씨줄날줄] 넌-루거 프로그램/황성기 논설위원

    북핵 문제가 꼬였다. 핵 신고를 놓고 북한과 미국의 입장차가 크다. 북한은 신고를 다했다는 것이고, 미국은 모자라다고 아우성이다.“완전하고 성실한 신고”를 요구하며 미 국무부의 한국과장이 평양을 찾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없었다. 지금쯤이면 폐기 논의를 할 시점이다. 그런데도 평양과 워싱턴의 핵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오는 12일 미 상원 외교위 간사인 리처드 루거 의원의 보좌관과 핵 전문가들이 북한을 방문한다고 한다. 넌-루거 프로그램을 북한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타진할 목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구소련 붕괴로 우려됐던 우크라이나 등의 핵 무기, 물질, 연구진을 평화적으로 해체한 핵폐기의 전범이다. 미 상원의 샘 넌, 루거 의원이 주도한 법안에서 이름을 땄다. 우크라이나는 핵을 자진폐기하고 서방세계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았다.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은 민수용 과학기술자로 변신할 수 있도록 전직 훈련을 받았다. 이런 우크라이나 방식은 북핵 폐기의 유효한 수단으로 한때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핵만 보유하고 있었지 실질적인 소유권은 러시아에 있었던 우크라이나와 달리 북한은 미국과 대치하며 생존 차원에서 핵을 개발하고 보유했다. 핵보유를 인정 받은 파키스탄 방식에 집착했던 북한이 순순히 핵을 내줄 리 없는 점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 방식의 기계적인 적용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선 포기, 후 지원’이라는 리비아 방식인데 북·미의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 이 또한 여의치 않다.6자회담에서 합의한 북핵 로드맵은 리비아·우크라이나 방식이 혼재된 ‘행동 대 행동’원칙을 따르고 있다. 북핵의 단계별 조치가 이뤄지면 상응하는 지원을 6자가 해주는 방식이다. 미국 방북단이 고려하는 넌-루거 프로그램은 북한 핵과학자들의 평화 전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핵폐기 단계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먼 미래의 일처럼 여겨진다. 교착상태를 풀고 비핵화를 이루겠다면 미국이 ‘완전한 신고’만 되풀이할 게 아니다. 북한의 양보를 위해 핵신고도 단계적으로 하도록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핵폐기에 ‘북한방식’의 탄생을 위해서 말이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심상정 민노대표 사퇴

    심상정 민노대표 사퇴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 대표는 ‘일심회 사건’ 관련 당원 제명이 포함된 당 쇄신 혁신안이 부결되자 4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노회찬 의원의 탈당도 임박했고 일부 지역위원회가 해산을 선언하는 등 민노당은 실질적인 분당 절차에 들어갔다. 심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회를 통해 확인한 것은 민주노동당 내 낡은 질서가 여전히 강력하게 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비대위원 전원과 일괄 사퇴했다. 그는 당 수습 가능성에 대해 “당대회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일축했다. 비대위 해체에 따라 유일한 최고위원이 된 천영세 의원단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분당 흐름을 막고 당을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탈당 등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일단 설 기간 동안 지역구 출마를 포함해 충분히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와 같은 평등파 의원인 노회찬 의원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포함한 거취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도 같은 날 탈당하면서 민노당에 대한 소회를 밝힐 예정이다. 의정부 등 일부 지역위원회가 해산을 결의하는 등 집단 탈당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美-러, 외교는 ‘싸늘’ 경협은 ‘훈훈’

    “경제 따로, 대외정책 따로” 미국과 러시아가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과 이란 핵 문제, 코소보 장래 지위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 ‘신냉전시대 도래’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나서 주목된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러시아는 각료급 수준의 고위급 경제대화를 정례화하기로 하고, 올 봄 첫 회의를 워싱턴에서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양국간 투자 및 무역 확대와 세계 경제에서 러시아의 중요성 증대를 감안해 미국과 러시아는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는 공식 경제대화를 창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도 미국과의 경제대화를 정식으로 창설하기로 한 사실을 확인했다. 고유가로 넉넉해진 오일머니를 토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외정책에서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9·11테러 이후 유지해온 동맹관계가 삐걱거리고는 있지만 양국간 무역과 투자는 오히려 급증세를 보여왔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양국에서는 대외정책과는 별개로 경제협력 관계를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도 지난 2006년부터 경제대화를 정례적으로 열고 경제현안을 조율해 오고 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미국 내 핵발전소 연료용 우라늄을 러시아로부터 대량으로 수입하는 내용의 협정을 1일 체결했다.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미 상무장관과 러시아 세르게이 키리옌코 원자력에너지청장은 이날 워싱턴에서 러시아산 우라늄의 대미 수출은 오는 2011년부터 10년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협정문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미 상무부가 밝혔다. 미 상무부는 “이번 협정 체결로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들이 안정적으로 원료용 우라늄을 공급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미 정부는 러시아로부터의 우라늄 수입이 방사능 오염 가능성과 미국 공급업체에의 타격 등을 이유로 제한해 왔다. 미국은 옛소련의 핵무기를 해체, 연료용 우라늄으로 전환하는 ‘메가톤을 메카와트로’라는 프로그램에 따라 러시아로부터 해체된 핵무기에서 나온 농축 우라늄을 수입, 연료용으로 처리해 미 핵발전소들에 공급해 왔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서울광장] 새 대북정책, 도그마를 경계해야/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새 대북정책, 도그마를 경계해야/구본영 논설위원

    #장면1 1990년대 초 남북 고위급회담 때. 평양의 고려호텔에 머물던 남측 대표단 간부가 기이한 장면을 목격했다. 억수같이 퍼붓는 소낙비를 맞으며 비옷도 입지 않은 채 북측 청소원이 호텔 앞을 쓸고 있었다. 이 간부가 나중에 북측 카운터파트에게 자신이 본 광경을 전하자 “매우 당성이 강한 동무”라며 표창해야겠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성과는 없더라도 지시가 떨어지면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경직적인 북한사회의 단면도다. #장면2 얼마 전 남북 군사실무회담장. 북측이 남쪽의 문산과 북쪽 봉동을 오가는 화물열차 운행 방식에 이의를 제기했다. 즉 “화물도 없이 오갈 바에야 운행을 줄이는 게 낫다.”는 주장이었다. 이 화물열차 왕복은 남북정상간 10·4선언에 따라 지난해 12월 초 합의했다. 그러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물류비가 적게 드는 차량을 이용하자 12량이나 되는 열차가 거의 매일 텅빈 채로 오가는 형편이었다. 결국 며칠 후 화물량에 따라 열차 수를 조정하기로 했다. 북측이 철도연결이란 상징성에만 집착하는 남측에 외려 한 수 가르쳐준 꼴이다. 시공을 달리하지만, 두 가지 삽화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같다. 어떤 과제이든 거기에 너무 경직적으로 매달리면 알맹이 없는 ‘보여주기’ 이벤트에 그치기 마련이란 뜻이다. 지난 몇년간의 대북 정책이 북한체제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 것도 마치 만병통치약인 양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들이댔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년간 남측은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은 강풍이 아니라 햇볕”이라며 6조∼9조원으로 비공식 추정되는 돈을 북측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북측이 군사력이란 갑옷을 벗으려는 조짐은 아직 없다. 북한이 핵실험이든 무엇을 하든, 남측이 유화적 자세로 일관하겠다는 데 북한지도부가 굳이 개혁·개방에 나서겠는가.60년 세습체제에서 누적된 온갖 모순이 외부세계란 거울을 통해 북한주민에게 되비칠 게 뻔한데…. 사실 세계사를 통틀어 강풍(채찍) 혹은 햇볕(당근)일변도 정책으로 평화를 일군 사례는 없다. 데탕트(해빙)를 추구하면서도 우월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비 경쟁도 불사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강공이 결국 구소련의 해체를 가져왔다. 서독도 동독에 대한 갖가지 지원을 했지만, 동독의 인권 개선과 양독 주민의 상호 방문 확대도 끊임없이 요구해 관철시키지 않았던가. 이명박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이 돛을 올릴 참이다. 아직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과 같은 분명한 깃발은 들지 않았지만, 그런 유화일변도 정책과 결별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대북 정책의 별칭은 짓지 않겠다지만,‘전략적 상호주의’니 ‘상호주의적 포용정책’이니 하는 수사에서 감지되는 기류다. 새 대북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존 정책과 무조건 차별화하려고 들면서 또 다른 도그마에 빠져드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할 듯싶다. 북핵 실험 등으로 포용정책의 허점이 드러나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교류협력의 확대가 분단체제의 평화적 관리에 가장 유효한 대안의 하나라는 대의마저 부인할 순 없다. 폐기해야 할 것은 포용정책 그 자체가 아니라, 지원 일변도로 가면 북한이 핵개발조차 포기할 것이라고 보는 경직된 사고다. 스포츠도 그렇듯이 상대가 있는 게임은 유연해야 한다. 북한을 통일 열차에 합류시키는 데도 강온과 완급의 조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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