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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박 해체·물갈이 공천… ‘박근혜’ 빼고 다 바꾼다?

    친박 해체·물갈이 공천… ‘박근혜’ 빼고 다 바꾼다?

    ‘박근혜의 한나라당’이 19일 출범한다. 이날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안’이 통과되는 대로 한나라당은 사실상 ‘박근혜 1인 체제’로 접어드는 것이다. 최고위원들로 구성됐던 기존 지도부는 집단지도 체제였지만, 비대위는 위원장 중심의 단일지도 체제다. 박 전 대표는 15명 이내의 비상대책위원들을 임명해 지도부를 구성하고,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려 내년 총선까지 당을 이끈다. 5년 5개월 만에 다시 당의 전면에 서게 된 박 전 대표는 지난 14일 쇄신파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과 개혁 ▲정당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공천 ▲인재 영입을 위한 현역 의원들의 희생 ▲당명 개정 검토 등을 천명했다.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과 개혁’을 위해 박 전 대표는 먼저 친박(친박근혜)계를 해체하는 등 인적 쇄신에 나설 전망이다. 친박계 최경환 의원은 15일 의원총회에서 “친박은 모두 물러나고 나도 당직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입’으로 통했던 이정현 의원도 ‘대변인격’이란 타이틀을 내려놓았다. 계파 해체를 선언해 달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박 전 대표는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말 속에 친이(친이명박)·친박 문제가 다 녹아 있다.”면서 “그런 걸 지엽적으로 따지기보다는 하나가 돼 짧은 기간에 신뢰 회복에 매진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박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민심에 가장 가까이 서 있는 쇄신파들이 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벌써 사무총장과 비서실장, 대변인으로 쇄신파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비대위도 친박계는 배제되고, 중립적인 의원들과 외부 인사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박 전 대표는 정책 쇄신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책 쇄신은 자연스럽게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치적 차별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쇄신파와 친박계는 그동안 민심 이반의 책임이 현 정부의 소통 부재 및 정책 실패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모든 면에서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모범적인 공천’은 박 전 대표가 가장 염두에 두는 작업이다. 과거 대표 시절 각종 선거의 공천에 간섭한 일이 없기 때문에 공천에 관한 한 박 전 대표를 신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는 “몇몇 사람이 공천권을 갖는 것은 구시대적 방식”이라며 ‘시스템 공천’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경선 등 ‘시스템 공천’에만 집착하다 보면 새 인물을 영입하기 힘들 수도 있다. ‘새피’ 수혈이 없는 한 내년 총선은 하나 마나라는 분위기도 강하다. 친이계의 한 의원조차 “지금 한나라당에서 인재를 끌어올 사람은 박 전 대표 한 명뿐”이라면서 “공심위가 구성되면 박 전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인재들이 모여들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희생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것인데, 영남권의 고령·다선 친박계 의원들의 용퇴론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희생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친박 내에서 실제로 자발적 용퇴 분위기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친박 의원은 “비대위 출범 전후 용퇴가 줄을 이을 수도 있다.”면서 “민주당 정장선·장세환 의원의 불출마도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서동설화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서동설화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백제 무왕과 신라 선화공주의 국경과 신분을 뛰어넘은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있다. 바로 ‘서동설화’다. 그런데 서동이 무왕이 아니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국민 설화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15일 오후 10시부터 50분간 KBS 1TV에서 방영되는 역사스페셜은 서동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의 현장을 집중 조명한다. 2009년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을 위한 7년간의 해체 작업 중 국보급 유물들이 탑의 중심부에서 발견됐다. 백제 문화의 화려함을 보여 주는 걸작 중 학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단연 미륵사 창건에 관한 기록이 적힌 금제사리봉안기였다. 사리봉안기의 해석으로 서동이 백제의 왕이 되고서 선화공주의 발원으로 미륵사를 지었다는 ‘서동설화’의 사실 여부에 대해 학계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선화공주에 대한 기록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서동설화의 주인공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기존의 통설인 서동 ‘무왕설’을 뒤엎는 새로운 주장들이 제기됐다. 풀리지 않는 서동설화의 미스터리, 진짜 서동은 누구일까. 백제 역사상 신라와 가장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던 무왕. 계속되는 전쟁 중에 신라 공주와의 혼인과 미륵사와 같은 대규모 사찰 건축이 가능했을까. 백제사를 연구하는 사재동 충남대 명예교수는 무강왕(무왕)이 백제 부흥을 일으킨 ‘무령왕’을 지칭한다고 주장한다. 무강왕의 ‘康’(편안 강)은 ‘’(편안할 령)과 뜻이 상통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륵사지 석탑 사리봉안기의 기해(己亥)년 명문은 무령왕의 재위 기간에도 해당된다. 삼국사기에는 동성왕이 신라 고위관료의 딸과 혼인한 기록이 등장한다. 고구려의 남하정책에 대비하여 신라와 동맹을 맺은 동성왕. 그의 어릴 적 이름은 모대(牟大), 모도(牟都)로 서동(薯童)의 우리말 음인 ‘맛동’과 흡사해 또 다른 서동으로 거론된다. 서동설화의 고장 익산. 백제의 익산천도에 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무왕에게 익산은 국가경영의 중요한 거점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립김해박물관의 박중환 학예실장은 웅진 시기에 이미 동성왕의 익산 경영이 이루어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익산 출토의 파문수막새가 공주 공산성의 파문수막새와 거의 같은 양식이라는 것. 제작진은 동성왕과 익산이 어떤 인연이 있는지 조명해 본다. 사리봉안기에 기록된 미륵사의 창건 연대는 완공시기일 뿐 정확한 건립 시작 연도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양한 백제의 유적들이 발굴되는 가운데 7세기 무왕대에 맞춘 해석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열 백제사 연구의 현장을 조명한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갈팡질팡 국정-교육정책] 특목·자사고 내신 유리… 고교평준화 사실상 해체

    [갈팡질팡 국정-교육정책] 특목·자사고 내신 유리… 고교평준화 사실상 해체

    교육과학기술부의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은 ‘2009 개정교육과정’으로 대표되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완결판’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될 때부터 내신의 절대평가는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은 교과를 ‘기본-일반-심화’로 구분하는 수준별 수업과 교과교실제 등이 핵심이다. 당연히 심화보다는 기본이나 일반 과목에 더 많은 학생들이 몰려 있어 상대평가에서는 이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도 고교 9등급제에서는 13명 미만이 수강하는 선택교과의 경우 1등급이 나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심화과정이나 선택과목 등에서 학생 수가 적어 내신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 해주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수준별 수업이나 교과교실제가 학생 수가 적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가 유리해진다는 점은 문제다. 절대평가는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려 있는 외국어고등학교 등 특목고와 자사고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상대평가에서는 우수한 학생들까지 등수를 매기고 이에 따라 내신등급이 결정되지만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면 학생끼리의 경쟁이 아니라 점수를 잘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절대평가로 바뀌더라도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이 유리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등이 확대되고 있어 특목고, 자사고 학생이라고 일률적으로 이로워진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원점수와 과목평균(표준편차)이 함께 제공돼 대학이 이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인력부족이나 시간부족으로 고교 내신을 변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재도 연세대와 고려대 등 일부 주요대학은 고교 내신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표준점수를 활용, 변환해 사용하고 있다. 고교 내신에 대한 불신과 엄연히 존재하는 고교 간의 격차를 고려해서다. 외국어고의 2등급과 일반고의 2등급은 다르다는 의미이다. 해당 대학들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또 전국 모든 고교의 성적분포도 공개된다. 이전에는 학교별 시험성적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국가가 제시한 학업성취도에 따른 학생들의 성적 분포다. 여기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가 더해지면 사실상 전국 학교의 수준이 드러난다. 때문에 기여입학제, 본고사, 고교 등급제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不) 정책’ 가운데 암묵적으로 고교 등급제가 실시됨으로써 고교 평준화도 해제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교육 바람도 거세질 전망이다. 내신 불리로 기피 현상을 낳았던 특목고와 자사고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 사교육 시장을 키울 가능성도 크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씨줄날줄] 반(絆)/임태순 논설위원

    전쟁이나 재해 등 대형 사고를 겪고 나면 인간은 큰 충격을 받는다. 천안함 폭침사건을 겪은 장병들은 제대 이후에도 사고 당시의 참혹한 광경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거나 사고 당시를 연상시키는 물체를 보고 공포에 빠지기도 한다. 9·11테러 이후 뉴요커들 역시 한동안 비극적인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뉴욕의 상징인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항공기를 이용한 자살테러로 형체도 없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본 시민들은 넋을 잃었다. 테러 닷새 뒤 뉴욕타임스 기자 알렉스 쿠친스키는 ‘무표정을 벗어버린 뉴욕’이란 기사를 썼다. 길에서 서로 마주쳐도 상대를 무시하고, 지하철에서 멍하니 맞은편만 바라보던 뉴욕 시민들이 충격적인 사건에서 살아난 이후 관계를 형성하고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시선을 교환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생존한 것에 대해 안도감을 느끼며 서로를 위로하면서 연대감, 공동체 의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물론 뉴욕 시민들은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다시 예전의 무표정한 얼굴로 되돌아갔다. 현대인들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점점 고독해지고 있다. 전통사회는 가족, 마을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고 모내기, 추수 등 서로 힘을 합쳐야 하기 때문에 외로움이라는 말이 스며들 틈이 없었다. 그러나 도시인들은 칸막이가 쳐지고 원자화되면서 고독, 소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 통계를 보면 1인 가구가 24.4%로 가장 많을 정도로 가족 해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무연사(無緣死)가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독신자들이 늘면서 아무런 연고 없이 혼자 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연사로 장례문화가 간소화돼 장례비용이 최근 10년 동안 3분의2가량 감소하고, 도쿄의 경우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하는 직장(直葬)의 비율이 지난해 30%에 이르렀을 정도다. 일본에서 올해를 상징하는 한자로 ‘반’(絆)자가 선정됐다고 한다. 일본어로 ‘기즈나’로 읽는 이 한자는 사람 사이의 정과 유대를 뜻한다. 올해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 등 대형 재해를 겪으면서 충격을 받은 일본인들이 가족과 동료 사이의 정을 중요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고통을 나누고 위로해 주며 보듬어 주면 큰 힘이 된다. 굳이 큰일을 겪지 않았더라도 주위 사람들과 정을 나누며 한 해를 마무리하면 세밑이 더욱 훈훈하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여의포럼 활동 마무리”… 친박 해체 신호탄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13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모임인 ‘여의포럼’이 사실상 해체를 선언했다. 당내 계파 해체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여의포럼 관계자는 “다음 주초 송년 모임을 갖고 여의포럼 해체 쪽으로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면서 “계파 색채를 띤 정치 모임은 아니지만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활동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럼 회원인 홍사덕(6선) 의원은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회동 직후부터 해체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김학송(3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친박계만 안고 가면 되겠나. 어제 여의포럼을 탈퇴하겠다고 했고, 다른 친박계 의원들도 공감한 것으로 안다.”고 각각 동조했다. 포럼 간사인 유기준 의원도 “회원들에게 해체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정책연구모임을 표방한 여의포럼에는 친박계 의원 2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친박연대를 이뤄 당선된 이후 다시 한나라당에 들어온 의원들이 주축이 돼 2008년 7월 결성됐다. 때문에 여의포럼의 해체는 유사 계파 모임의 ‘도미노 해체’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50여명의 회원을 둔 또 다른 친박계 모임인 ‘선진사회연구포럼’에 관심이 쏠린다. 이 모임을 주도하는 친박계 유정복 의원은 “국회에 등록된 연구단체로, 계파 차원에서 볼 수 없다.”면서도 “모임이 문제가 된다면 모임을 안 하면 되는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앞서 친박계 현기환 의원도 전날 의원총회에서 “박 전 대표가 ‘친박은 없다’고 한 적은 있어도, 정작 친박계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면서 “공식적·실질적·명시적으로 친박을 해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친박 해체는 친이(친이명박)계를 비롯한 다른 계파 모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활동이 뜸해지긴 했으나 당내 최대 모임인 ‘국민통합포럼’을 비롯, 이재오 의원을 중심으로 한 ‘함께 내일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공부모임인 ‘아레테’, 친이계 초·재선 의원이 주축이 된 ‘민생토론방’ 등 친이계 모임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도 성향 의원 모임인 ‘통합과 실용’, 개혁 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등도 영향권 안에 놓여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정태근 전격 탈당 선언, 행동 나선 쇄신파… 與 내홍 심화

    정태근 전격 탈당 선언, 행동 나선 쇄신파… 與 내홍 심화

    13일 한나라당 쇄신파인 정태근·김성식 의원의 탈당 선언으로 ‘재창당’ 수위를 놓고 벌이는 당내 계파 갈등이 첨예화되는 양상이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당의 골격을 유지하는 ‘리모델링론’, 쇄신파는 당을 뿌리째 바꿔야 한다는 ‘재건축론’에서 각각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논란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도 얽혀 있다. 이로써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출범 전부터 상처를 입게 됐다. 나아가 ‘도미노 탈당’ 사태가 벌어질 경우 여권이 본격적인 분열의 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김 의원의 이날 탈당 선언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K의원 등 다른 쇄신파 의원들도 ‘탈당서’를 써 놓았다는 소문이 도는 등 추가 탈당 움직임도 힘을 얻고 있다. 이른바 ‘총선 위기감’ 때문이다. 쇄신파 의원 대부분은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다. 때문에 영남권에 뿌리를 둔 친박계와 달리 ‘한나라당 간판으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영남권 의원들이 수도권 의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때”라는 볼멘소리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쇄신파는 수도권 민심을 돌려세울 대책으로 재창당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 단절이라는 정치적 포석도 깔려 있다. 그동안 정책 쇄신 문제에서 보조를 맞춰 온 친박계와의 갈등도 불사하는 모습이다. 특히 김 의원 등은 일주일가량 전부터 박 전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쇄신파 원희룡 의원은 의총 종료 직후 “(박 전 대표와의 만남) 주선도 안 되고 통화도 안 되는 상태였다. 이는 기본적으로 소통의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 “측근을 통해 전달되는 수렴청정, 선문답식 소통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의총에서 친박계는 쇄신파의 ‘박근혜 비대위 체제 출범 후 재창당’ 요구에 대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침묵하던 모습과 대비됐다. 최고위원을 지낸 서병수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발언대에 올랐다. 이들은 “재창당에 숨은 복선이 있는 것 아니냐.”, “박 전 대표가 자기 손으로 한나라당을 일궜는데, MB(이 대통령)를 몰아내고 당을 해체하는 악역을 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윤상현 의원은 “당을 결국 해체하자고 하는데 비대위가 무슨 철거용역업체이고, 박 전 대표가 철거용역업체 사장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는 박 전 대표의 의중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재창당과 관련, “지금 중요한 과제는 통합과 화합을 통해 재창당 수준의 한나라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친박계는 당 쇄신에 방점이 찍힌 것이지 당 해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재창당 준비를 전제로 한 비대위가 꾸려질 경우 굳이 박 전 대표가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친박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자,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문자를 통해 “어제는 자유의총, 오늘은 계획의총”이라면서 “자유의총에서는 재창당이 대세였지만 계획의총에서는 재창당 불가가 다수였다. 이게 한나라당의 현주소이고, 그래서 재창당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곧이어 정·김 의원의 탈당 소식이 전해지자 의총장은 술렁였다. 일부 의원은 ‘올 것이 왔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와 쇄신파 사이의 ‘재창당 갈등’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박근혜 비대위 체제 출범이 늦춰지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세훈·허백윤기자 shjang@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4) 토막시신 전철역 화장실 유기 사건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34) 토막시신 전철역 화장실 유기 사건

    “아저씨! 아저씨!” 2007년 1월 24일 오후 3시 30분 수도권의 한 전철역 플랫폼. 역무원이 큰 소리로 불러도 사내는 못 들은 척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아유~, 몇 번을 불러도 참….” 답답해 달려온 역무원이 검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 가던 30대 남자를 멈춰 세웠다. “이봐요, 가방에서 피 떨어지잖아요.” 남자는 무표정하게 힐끗 가방을 내려다보더니 다시 아무 말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싸구려 가방에선 여전히 피가 뚝뚝 떨어졌다. “거기 대체 뭐가 들었어요?” “이거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돼지고기 40㎏요.” 퉁명스러운 듯 어눌한 말씨. 중국동포든 한족이든 중국인이 분명해 보였다. 역무원이 가방을 열어 보라고하자 남자는 순순히 따랐다. 몇 겹의 비닐을 젖히자 하얀 돼지의 살갗이 나왔다. “죄송하지만 쇠고기건 돼지고기건 핏물 떨어지는 가방을 갖고 전철을 탈 수는 없어요.” 남자는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발길을 뒤로 돌렸다. 그로부터 한 시간가량 지났을 때 순찰하던 역무원이 1층 남자화장실 장애인용 변기 옆에서 그 가방을 발견했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가방을 열어 본 역무원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것은 돼지고기가 아니라 벌거벗은 여자의 시신이었다. ●몸통뿐인 여성의 신원을 찾아라 경찰이 출동하고, 토막 시신 발견 사실이 삽시간에 전철역 구내에 퍼지면서 화장실 주변은 행인과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범인은 장애인용 변기 쪽에 가방을 버리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다고 계산한 듯했다. 왼쪽 바퀴가 떨어져 나가고 아래에 구멍이 났지만 가방은 새것이었다. 상표와 손잡이 부분 비닐이 그대로였다. 범행 후 시신을 옮기기 위해 급히 구입한 듯했다. 시신은 모두 세 토막이었다. 머리와 사지가 잘린 몸통, 그리고 손이 없는 양쪽 팔이었다. 옷가지, 이불, 쓰레기 봉투 등으로 싸여 있었다. 하지만 여성의 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숨진 여인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어떻게 살해됐는지 등을 알아야 수사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지만 얼굴과 손이 없으니 몽타주도 지문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몸에 남은 힌트는 여인의 혈액형이 A형이고, 몸통에 특이하게 생긴 사마귀가 5개 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었다. 몸이 돌처럼 굳는 사후 강직도, 시신의 반점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시체 유기를 위해 시신을 해체하는 데 걸렸을 시간 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몸이 곧바로 굳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서서히 굳기 시작해 12시간이 지났을 때 강직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 이후 강직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몸이 완전히 이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온 등 계절적 요인에 영향받는다. 여름에는 24~36시간, 봄·가을에는 48~60시간, 겨울에는 3~7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사람이 죽으면 근육의 수축·이완에 에너지원 노릇을 하는 아데노신트리포스페이트(ATP) 성분이 줄어드는데 이 때문에 몸이 굳는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굳었던 근육이 다시 풀어지는 것은 부패의 과정으로 해석된다. 시신의 얼룩인 시반(屍斑)은 혈액 성분 중 비교적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적혈구가 가라앉으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심장이 뛸 때 적혈구는 백혈구 등과 함께 섞여 있지만, 심장박동이 멈추면 피는 비중에 따라 서로 다른 층을 이루게 된다. ●토막 살인의 장소는 바로 근처 옥탑방 “시반이 나타나지 않은 건 출혈량이 워낙 많은 데다 시신 훼손이나 유기 과정에서 몸이 자꾸 움직여져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사후 강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여성이 살해된 지 얼마 안 됐음을 알려 주는 것이고요.” 수사진의 이런 초기 예측은 정확한 것이었다. 강직이나 시반이 생기기도 전에 시신을 처리했다면 범행 장소는 전철역 인근일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수십㎏에 이르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전철역으로 향한 점, 또 이 지역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이용한 점으로 봤을 때 살인범은 자기 차가 없는 이쪽 지역 거주자가 틀림없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공개수사를 결정하고 CCTV 화면에 담긴 가방을 버린 중국인 남자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제 남은 것은 혈흔에 반응하는 루미놀 시약을 들고 1700여 가구에 이르는 인근 외국인 밀집 지역을 빠짐없이 뒤지는 것. 과학의 힘보다는 은근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의 연속이었다.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다들 숨어들기 바빴다. 불법체류자가 아닌 사람들도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려 하지 않았다. 한국 공무원들은 아예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제보도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도 수사에 활용할 수 없었다. 외국인 지문을 확인하는 제도는 있지만, 대상이 범법자 등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사건 발생 6일째. 드디어 현장에 나간 형사로부터 “옥탑 지붕에서 잘린 두 다리가 발견됐다.”는 긴급 보고가 들어왔다. 안쪽 화장실에서 상당한 양의 혈흔 반응도 나타났다. 부러진 칼날 조각과 피 묻은 옷, 정체를 알 수 없는 뼛조각들도 발견됐다. 옥탑방 거주자는 한국인 여성 A(당시 34세)씨와 그녀의 동거남 손모(당시 35세·한족)씨였다. 여성의 가족들은 몸에 난 5개의 사마귀로 시신의 주인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손씨는 여성의 카드 등으로 현금 569만원을 인출해 도주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서울과 부산, 진주, 동두천 등지를 돌며 도망치던 손씨를 붙잡았다. 경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집 주변을 맴돌다 꼬리를 잡혔다. 그는 시신유기 당일 아침 중국술 3병을 마신 뒤 동거녀와 남자관계에 대해 다투다 결국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 2008년 2월 손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완벽한 범행 은닉을 위해 시신을 조각낸 엽기 행위가 스스로 형량을 늘리는 족쇄가 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예산안 임시국회 약속 ‘흐지부지’

    여야 원내대표가 새해 예산안 처리를 위해 12일 열기로 한 임시국회가 시작도 못하고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한나라당은 지도부 집단 사퇴에 따른 내홍으로, 민주당은 야권 통합을 둘러싼 ‘집안 싸움’으로 임시국회를 챙길 여력이 없는 상태다. 연내 처리돼야 할 예산안과 민생법안은 여야의 외면 속에 끝도 없이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당내 의견수렴을 거쳐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등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 폭력사태의 여파로 일정을 순연시켰다. 의총은 14일로 연기됐다. 김유정 원내대변인은 “의원들을 상대로 임시국회 등원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고 있지만 통합 문제로 마무리하지 못해 의총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원내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등원과 장외투쟁을 병행하자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의 반발이 적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이 이끌고 있는 당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무효투쟁위원회’는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등원 설문조사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의총에서 의원들이 소신을 밝히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등원 여부를 무기명 설문조사로 대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여론 단속에 나섰다. 내년 총선·대선에서 선거 연대를 해야 할 통합진보당이 연대 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통합진보당은 민주당 온건파의 ‘병행투쟁론’을 사실상의 ‘백기투항론’으로 규정하고 “야권과 연대할지 한나라당과 손을 잡을지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키잡이 역할을 해야 할 김진표 원내대표는 등원 합의 이후 강경파 의원들의 원내지도부 총 사퇴 요구로 코너에 몰린 상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의총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을 뿐, 적극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이 해체되느냐 마느냐의 문제 때문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임시국회를 열기로 한 날이지만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와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는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영남권 다선·수도권 친이 ‘다음 표적’?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의 좌장인 이상득 의원과 쇄신파 초선 홍정욱 의원의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당내 ‘물갈이 쓰나미’가 어디까지 덮칠지 주목되고 있다. 당내 최다선(6선)·최연장자(76)인 이 의원과 새내기인 홍 의원의 ‘용퇴’는 비상대책기구와 쇄신을 논의하는 한나라당에 상징적인 압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 전 대표가 비상대책기구를 지휘하며 당 전면에 나서면 재창당이든, 재창당 수준의 쇄신이든 공천을 통한 물갈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시선은 친박(친박근혜)계의 주축을 이루는 영남권 다선·고령 의원들과 18대 총선 이후 당의 기반을 이뤄온 수도권 친이계 의원들에게로 쏠린다. ‘물갈이론’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있는 양대 축인 셈이다. 당장 친박계 내부에서부터 ‘자발적 친박 해체’와 ‘용퇴론’이 터져나왔다. 친박 현기환 의원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식적·실질적으로 친박을 해체할 필요가 있다.”면서 “비대위 출범 이전에 친박 해체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도 의총 발언에서 “친박 의원이라고 해서 박 전 대표에게 기대 무임승차하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또 지금은 친이라고 소외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공감했다. 친박계 영남 중진들이 애써 불출마설을 부인하고는 있지만 용퇴론은 이미 당내 쇄신 논의의 바탕이 돼 가는 양상이다. 이 의원의 전격 불출마 선언이 이들의 용퇴에 피할 수 없는 포석을 깔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등에 업고 18대 총선에 대거 진출한 수도권 친이계 초선들이 얼마나 살아남을지도 관심사다. 민심을 잃은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가 불가피한 박 전 대표로서는 이들 친이 진영 소장파와도 일정 부분 선긋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차명진 의원이 지난달 29일 연찬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손때를 탄 사람은 국민이 안 믿는다.”면서 “이번 정부의 성골, 진골, 6두품까지는 공천을 주지 말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수도권 뉴타운 공약을 남발하며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일명 ‘뉴타운돌이’들은 19대 총선에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지목된 의원들 사이에선 일단 19대 총선은 건너뛰고 그 다음을 도모하자는 기류까지도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원칙·시스템에 의한 공천’을 외쳐 온 박 전 대표가 이들을 무작정 외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완전히 새 옷을 입게 될 당의 ‘포용’의 이미지, 중도보수까지 당 외연을 넓히는 과정을 고려하면 일부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수도권 친이계를 향한 쇄신 칼날의 기준은 도덕성과 참신성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친박계의 한 핵심의원은 “이 의원은 실제로 (보좌관의 금품로비 의혹 때문에) 밀려난 것이나 진배 없지만 친이계 다른 의원들은 상황이 다르다.”면서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공천 기준, 원칙이 세워지면 자연스럽게 인물이 가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8대 총선 때 박 전 대표가 친박계 의원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한 말이 향후 수도권 친이계에도 적용되리란 전망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30대 중국인 남성, 사랑했던 여인을 가방에 담아…

    30대 중국인 남성, 사랑했던 여인을 가방에 담아…

    “아저씨! 아저씨!” 2007년 1월 24일 오후 3시 30분 수도권의 한 전철역 플랫폼. 역무원이 큰 소리로 불러도 사내는 못들은 척 가던 길을 계속간다. “아유~, 몇번을 불러도 참….” 답답해 달려온 역무원이 검은 여행용 가방을 끌고가던 30대 남자를 멈춰 세웠다. “이봐요, 가방에서 피 떨어지잖아요.” 남자는 무표정으로 힐끗 가방을 내려다 보더니 다시 아무말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싸구려 가방에선 여전히 피가 뚝뚝 떨어졌다. “거기 대체 뭐가 들었어요.” “이거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돼지고기 40㎏이요.” 퉁명스러운듯 어눌한 말씨. 조선족이든 한족이든 분명히 중국인이었다. 역무원이 가방을 열어보라고 하자, 남자는 순순히 따랐다. 몇겹의 비닐을 제치자 하얀 돼지의 살갗이 나왔다. “죄송하지만, 쇠고기건 돼지고기건 핏물 떨어지는 가방을 갖고 전철을 탈 수는 없어요.” 남자는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말없이 발길을 뒤로 돌렸다. 그로부터 1시간가량이 지났을 때, 순찰하던 역무원이 1층 남자화장실 장애인용 변기 옆에서 그 가방을 발견했다. 화장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 가방을 열어본 역무원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것은 돼지고기가 아니라 벌거벗은 여자의 시신이었다.   몸통뿐인 여성의 신원을 찾아라 경찰이 출동하고, 토막시신 발견 사실이 삽시간에 전철역 구내에 퍼지면서 화장실 주변은 행인과 기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범인은 장애인용 변기 쪽에 가방을 버리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다고 계산한듯 했다. 왼쪽 바퀴가 떨어져 나가고 아래에 구멍이 났지만 가방은 새 것이었다. 상표와 손잡이 부분 비닐이 그대로였다. 범행 후 시신을 옮기기 위해 급히 구입한듯 했다. 시신은 모두 세 토막이었다. 머리와 사지가 잘린 몸통, 그리고 손이 없는 양쪽 팔이었다. 옷가지, 이불, 쓰레기 봉투 등으로 싸여 있었다. 하지만 여성의 몸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숨진 여인이 누구인지, 어디에서 어떻게 살해됐는지 등을 알아야 수사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지만 얼굴과 손이 없으니 몽타주도 지문도 확인할 수가 없었다. 몸에 남은 힌트는 여인의 혈액형이 A형이고, 몸통에 특이하게 생긴 사마귀가 5개 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었다. 몸이 돌처럼 굳는 시신강직도, 시신의 반점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사체 유기를 위해 시신을 해체하는 데 걸렸을 시간 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몸이 곧바로 굳어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서서히 굳어지지 시작해 12시간이 지났을 때 강직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 이후에 강직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몸이 완전히 이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기온 등 계절적 요인에 영향받는다. 여름에는 24~36시간, 봄·가을에는 48~60시간, 겨울에는 3~7일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사람이 죽으면 근육의 수축·이완에 에너지원 노릇을 하는 ATP(아데노신 트리포스페이트) 성분이 줄어드는데 이 때문에 몸이 굳는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굳었던 근육이 다시 풀어지는 것은 부패의 과정으로 해석된다. 시신의 얼룩인 시반(屍斑)은 혈액성분 중 비교적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적혈구가 가라앉으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심장이 뛸 때 적혈구는 백혈구 등과 함께 섞여 있지만, 심장박동이 멈추면 피는 비중에 따라 서로 다른 층을 이루게 된다.   토막살인의 장소는 사체 발견장소 근처 옥탑방 “시반이 나타나지 않은 건 출혈량이 워낙 많은데다 시신 훼손이나 유기 과정에서 몸이 자꾸 움직여져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사후강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여성이 살해된 지 얼마 안됐음을 알려주는 것이고요.” 수사진의 이런 초기 예측은 정확한 것이었다. 경찰은 강직이나 시반이 생기기도 전에 시신을 처리했다면 범행장소는 전철역 인근일 것으로 추정했다. “수십㎏에 이르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전철역으로 향한 점, 또 이 지역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이용한 점으로 봤을 때 살인범은 자기 차가 없는 이쪽 지역 거주자임이 틀림없다.” 경찰은 이례적으로 공개수사를 결정하고 CCTV 화면에 담긴 가방을 버린 중국인 남자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제 남은 것은 혈흔에 반응하는 루미놀 시약을 들고 1700여 세대에 이르는 인근 외국인 밀집지역을 빠짐없이 뒤지는 것. 과학의 힘보다는 은근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수사는 처음부터 난항의 연속이었다.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많다보니 다들 숨어들기 바빴다. 불법체류자가 아닌 사람들도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려하지 않았다. 한국 공무원들은 아예 만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었다. 당연히 제보도 빈약할 수 밖에 없었다.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도 수사에 활용할 수 없었다. 외국인 지문을 확인하는 제도는 있지만, 대상이 범법자 등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사건발생 6일째. 드디어 현장에 나간 형사로부터 “옥탑 지붕에서 잘린 두 다리가 발견됐다.”는 긴급보고가 들어왔다. 안쪽 화장실에서 상당한 양의 혈흔 반응도 나타났다. 부러진 칼날 조각과 피묻은 옷, 정체를 알 수 없는 뼛조각들도 발견됐다. 옥탑방 거주자는 한국인 여성 A씨(당시 34세)와 그녀의 동거남 손씨(당시 35세·한족)였다. 여성의 가족들은 몸에 난 5개의 사마귀로 시신의 주인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손씨는 여성의 카드 등으로 현금 569만원을 인출해 도주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서울과 부산, 진주, 동두천 등지를 돌며 도망치던 손씨를 붙잡았다. 경찰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집 주변을 맴돌다 꼬리를 잡혔다. 그는 경찰에서 중국술 3병을 마신 뒤 동거녀와 남자관계에 대해 다투다 결국 머리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2008년 2월, 손씨는 범행 후 1년여만에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완벽한 범행은닉을 위해 시신을 조각낸 엽기행위가 스스로 형량을 늘리는 족쇄가 됐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Estonia 발트해를 적시는 찬란한 노래 “에스토니아에 일주일간 여행을 간다고요? 하루면 다 보는 곳 아닌가요?”라고 에스토니아를 여행해 본 사람들이 말했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발트 3국 중 하나’라는 사실만 알아도 실은 에스토니아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에스토니아는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당신의 다음 유럽 여행지로 꼽아두어도 에스토니아가 전혀 손색이 없는 이유를 소개한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에스토니아관광청 www.visitestonia.com 핀에어 02-730-0067 www.finnair.co.kr @Tallinn탈린 재래시장에서 발견한 에스토니아 “너희들은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니?” “글쎄…. 우린 작은 나라니까.” 25살, 앳된 얼굴의 가이드 카티Kati의 짧은 대답에는 많은 뜻이 함축돼 있었다. 15세기 이후, 50년 이상 독립국가로 존재해 본 적 없는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 덴마크, 스웨덴, 독일, 러시아 등 열강들에게 종속당해 온 시절을 고스란히 반영하듯, 에스토니아 곳곳에는 혼재된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여행을 하면서 ‘대체 무엇이 에스토니아의 고유한 문화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사실 에스토니아는 운명적으로 고유의 것을 창조하기보단 받아들이고 재생성하는 데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지정학적으로 교역의 거점이었고, 강대국들의 텃밭이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적은 인구가 사용하는 자신들만의 언어, 에스토니아어를 유지해 온 나라. 그 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자존심이 강했다. ‘왕년을 회상하는’ 방식의 자존심이 아니라 지금을 소중히 여김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문화적으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많이 다르며, 언어와 민족은 북녘의 핀란드와 유사하다. 젊은이들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가진 것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다른 점이다. 소련에서 독립한 후, 가파르게 경제 성장을 구가해 온 에스토니아는 MSN 메신저와 스카이프Skype를 개발한 IT 강국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탈린은 물론 지방 소도시의 식당에서도 대부분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할 정도다. 발트 3국 중 유일한 유로 사용국가이기도 하다. 에스토니아의 혼재된 문화는 재래시장에서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발틱역Baltic Station 맞은편에는 러시아식 재래시장이 매일 열린다. 앤티크 제품부터 채소, 과일, 생필품까지 50여 개 상점이 문을 여는데 탈린 시내와는 전혀 다른 구소련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차가운 사람들의 표정마저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린 것만 같다. 발틱역에서 트램으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자리한 옛 공장터 ‘키르부투르크Kirbuturg’에서는 매주 토요일이면 벼룩시장이 열린다. 누가 사 입을까 싶은 낡은 옷가지부터, 고장난 라디오까지 어딘가 익숙한 시장 풍경이 펼쳐진다. 여름철이면 구시가지의 시청광장에서는 민족 장터도 수시로 열린다. 탈린이 고대부터 교역의 중심지였음을 상징하듯 광장에는 주변 국가의 전통 의상을 입고, 전통 음식과 수공예품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처럼 다채로운 전통 시장을 체험하려면 반드시 주말을 끼고 탈린을 여행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언덕에 올라 부엌을 들여다보아라” 탈, 린. 입에 감기는 발음마저 고혹적인 도시다. 어떤 합리적 연관성도 없지만 그 이름에선 묘한 여성성이 느껴진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Old Town의 풍경 또한 그러하다. 덴마크인들이 11세기에 이주해 오면서 도시의 면모를 갖춘 탈린은 13세기에 한자동맹의 중심도시로 번영을 누렸다. 거친 장사꾼들이 드나들며 만들어진 도시가 지금 이처럼 매혹적인 모습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관광지로 변모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중세시대에 탈린은 상인과 일반인들이 거주하던 저지대와 영주나 귀족들이 거주하는 고지대로 나뉘었다. 저지대에는 과거 길드 상인들의 건물들이 식당, 카페, 기념품 상점들로 용도가 바뀌어 보존되고 있으며, 고지대에는 교회와 각국 대사관을 비롯해 부유층의 집들이 있으니 그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탈린은 도시 전체가 평평한 지형으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톰페아 언덕Tompeaa Hill이 해발 40m밖에 되지 않아 도보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구시가지는 어느 입구로 들어서든 풍부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지만 비루 성문Viru gate에서 도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성문을 통과해 100m 즈음 들어가면 북유럽에서 유일하게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구시청사와 시청광장이 펼쳐진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광장 주변 노천카페에서 음식과 차를 즐기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청광장 부근에는 1422년에 문을 열고, 10대째 내려오는 약국이 있고, 카타리나Katariina 골목은 중세 분위기를 가장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부엌을 들여다보아라Kiek in de Koik’라는 엉뚱한 이름의 포수대에는 탈린 성곽의 역사를 알려주는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탈린 시내를 조망하기 좋은 톰페아 언덕에는 제정 러시아 시절의 역사를 반영하는 알렉산데르 네프스키 교회가 화려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돔 성당도 있다. 성당 내부에는 교회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장식품들이 가득해 어수선한 느낌을 주는데 현재는 중세시대의 유물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에스토니아인들은 종교에 큰 관심이 없는 까닭에 교회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혹자는 구시가지를 하루에 세 번, 둘러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가한 이른 아침, 이슬 낀 자갈길을 걸어 보고, 한낮에는 박물관, 교회 등을 들러보고, 저녁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물든 야경을 감상하고, 라이브 카페와 클럽에서 젊은 탈린을 만나 봐야 한다. 구시가지에는 살 만한 기념품도 많다. 먼저 발트 지역의 명물인 호박Amber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구시가지에는 인력거에서 중세 복장을 한 아리따운 여인들이 아몬드에 다양한 향신료를 첨가해 그 자리에서 직접 볶아서 판매하는 가게를 종종 볼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으니 선물용으로 훌륭하다. 1 탈린 구시가지 시청광장은 만남의 장소로 유명하다. 13세기 한자 무역시대의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2 구시가지 곳곳에는 젊은 여인들이 중세 복장을 입고 에스토니아 전통 간식인 볶은 아몬드를 판매하고 있다 3 구시가지는 도보 여행에 좋다. 비루 게이트 입구에서 세그웨이Segway를 빌려 탈 수도 있다 4 탈린 구시가지에는 재치 넘치는 디자인의 간판들이 가득하다 5 구시가지는 시간대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이슬에 젖은 자갈길을 걸으면 중세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느껴진다 Festival 전국민이 합창을 하는 나라 노래를 사랑하는 민족들은 많지만 노래를 통해 혁명을 이룬 역사를 가진 민족은 드물 것이다. 에스토니아는 소련이 붕괴되기 전인 1988년, 혁명 기간 중 약 30만명의 시민들이 집결해 소련의 통치에 반대하며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의 일환으로 광장에 모여 노래를 불렀다. 당시 소련은 경제가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위를 진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1991년 결국 독립을 이뤄내기까지 에스토니아는 반폭력 독립운동으로 일관했으며, 소련을 해체시키는 기반을 이뤘다. 비폭력 저항운동의 역사는 발트 3국이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1989년 3국 국민들은 탈린에서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까지 인간 띠를 만들어 소련 체제의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렸고 자유를 외쳤다. 25만명이 만든 인간 띠는 ‘발트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 사건은 유네스코에도 유산으로 등재됐다. 에스토니아인들의 노래 사랑은 역사가 꽤 깊다. 탈린에서는 1869년부터 5년에 한번씩 송페스티벌Estonian Song Festival이 개최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에스토니아인들은 합창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탈린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당신도 음악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이 ‘물론이죠. 송페스티벌에 나간 적도 있답니다’라고 답했다. 인구 40만의 작은 도시, 3만명이 합창을 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무대에 한번쯤 서 보지 않은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구 소련 시절,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다가 이제는 탈린관광안내사무소에서 일을 하는 티나Tiina씨는 “1988년, 우리는 결코 약하지 않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노래로 세계에 보여주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노래의 힘을 신봉하는 듯 느껴졌다. 올해의 유럽 문화 수도로 선정된 탈린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9월 말, 우리보다 앞서 단풍으로 물든 탈린에서는 디자인 축제와 재즈 축제가 한창이었다. 에스토니아 재즈 밴드의 공연이 펼쳐진 한 클럽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맥주 잔을 들고 조용히 음악을 즐기던 중년의 남성에게 별 뜻 없이 말을 걸었다. “어디에서 오셨나요? 재즈를 좋아하시나 봐요”, “저는 독일에서 온 교사입니다. 탈린에만 3일째인데 재즈 축제 때문에 왔죠. 에스토니아의 수준 높은 음악문화에 매료됐답니다.” 리듬에 맞춰 잔뜩 흥에 취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진지하게 기타리스트의 연주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1 2011 유럽의 문화수도로 선정된 탈린에는 축제가 끊이지 않는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모두 노래부르길 좋아한다 2 재즈페스티벌을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구시가지의 유명한 극장 본 크롤Von Krahl에서 기타 트리오의 연주가 펼쳐졌다 3 1869년부터 시작된 에스토니아 송페스티벌은 3만명이 합창을 펼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에스토니아는 구소련에 대항해 노래를 부르며 저항한 역사를 갖고 있기도 하다 4, 5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에 선정된 현대미술관 쿠무KUMU는 중세 미술작품부터 최근의 미술 조류를 반영하는 작품까지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고 있다 6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아내를 위해 선물한 여름 궁전, 카드리오르그 공원의 미술관에는 낭만주의 시대의 명화들이 전시되어 있다 Museum 표트르 대제가 아내에게 선사한 궁전 문화 수도 탈린에는 세계에 내놓을 만한 미술관도 있다. 18세기 제정 러시아 시절, 표트르 대제가 아내인 캐서린 1세를 위해 헌사했다는 카드리오르그 공원Kadriorg Park에는 화려한 궁전과 미술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올드타운에서 약 2km 떨어져 있는 공원 일대는 오크 나무와 라일락 나무로 울창한 숲과 호수가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의 안락한 쉼터로도 이용되고 있다. 목조로 된 바로크 양식의 궁전은 공원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으며, 지금은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궁전 내부에는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러시아의 16~19세기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대형 홀에는 낭만주의 시대의 명작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어 미술 애호가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공원 뒤켠에는 화려한 꽃들로 수놓여진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공간은 웨딩 촬영과 파티를 위한 공간으로도 애용된다고 한다. 카드리오르그 공원에서 얕은 언덕을 따라 오르면 석회석으로 지어진 뾰족한 외관이 인상적인 현대 미술관 쿠무KUMU를 만날 수 있다. 2006년에 문을 연 에스토니아 최대의 미술관으로, 2008년 ‘올해의 유럽 박물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변의 자연 지형과 어우러진 디자인과 독특한 내부 설계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할 만하다. 7개 층에 전시된 작품은 종류도 시대도 매우 다채롭게 구성된 것이 런던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을 연상시킨다. 상설 전시관에는 18세기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에스토니아 화가들의 미술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에스토니아 화풍의 변화와 함께 민중들의 삶의 궤적까지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2차 독립(소련 붕괴) 때까지의 작품들도 별도로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관의 작품에는 소련 체제 하에 접어들면서 공산주의 사회로의 급격한 변화가 생생하게 반영되어 있다. 60년대부터 모더니즘, 팝아트, 극사실주의 등 당시 유행하던 화풍이 에스토니아라는 특수한 현실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읽어내는 것도 흥미롭다. 이외에도 매우 실험적인 장르의 미술, 조각, 설치 예술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어 한나절을 박물관에서 보내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다. 1 시청광장에서 아몬드를 볶고 있는 에스토니아 소녀의 모습 2 탈린 구시가지의 교회나 성벽의 첨탑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개성을 뽐내고 있다 3 톰페아 언덕에서 내려다본 구시가지의 모습. 멀리 발틱해, 핀란드만으로 나아가기 위한 항구도 보인다 4 중세 분위기의 레스토랑 올데한자Olde Hansa는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 하나다 @Lahemaa National Park 라헤마 국립공원 숲, 바다, 늪, 대저택 그리고 완벽한 자연 많은 이들이 에스토니아를 하루 혹은 이틀만 여행하는 것은 ‘탈린 너머의 에스토니아’를 발견하지 못한 까닭이다. 탈린에서 출발해 러시아 방향으로 향하는 1번 도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면 전혀 다른 세상에 다다를 수 있다. 때묻지 않은 늪지대와 울창한 삼림, 중세시대 영주들의 호화로운 저택들이 어우러져 있는 라헤마 국립공원은 1971년 구소련이 지정한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그 화려하던 소련이, 그것도 전성기인 70년대에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는 사실만으로 왠지 그럴싸하지 않은가. 신발끈을 바짝 조이고 늪지대에서 이색 하이킹을 즐겨 보자. 조금 여유가 있다면 중세 영주의 집에서 스파를 즐기며 근사한 하룻밤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Viru Bog Trekking 늪지대를 엉금엉금 걷는 재미 에스토니아의 6개 국립공원 중 라헤마 국립공원은 탈린에서 접근성이 가장 좋다.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으며, 중세 영주들의 집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탈린과 함께 여행하면 최상의 궁합을 이룬다. 라헤마 국립공원은 대체로 평지에 가까워 가벼운 하이킹이나 자전거 타기, 바다에서의 카약이나 카누 등을 즐기기에 좋다. 하이킹의 경우, 다양한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산책로가 잘 형성되어 있어 지도만 있으면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다. 해변에서부터 늪지대까지 다채로운 산책로가 있으며, 에스토니아에 서식하는 비버Beaver를 구경할 수도 있는 산책로도 있다. 국립공원에는 50여 종의 포유류가 있다고 하지만 산책 중 이들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양한 산책로 중에서도 늪지대(혹은 습지) 산책로를 선택했다. 습지 하이킹으로 유명한 곳은 비루Viru Raba 지역이다. 공원에 이르자 침엽수림이 내뿜는 공기가 신선하면서도 묵직하게 폐 속으로 침투했다. 숲 속으로 몇 걸음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전신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산소의 밀도가 높았다. 그러나 비루 습지 산책로의 주인공은 침엽수림이 아니었다. 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몇백 미터를 들어가자 갑자기 하늘이 뻥 뚫리고 일견 잔디처럼 보이는 평원이 훤하게 펼쳐졌다. 맨땅에 뿌리를 내린 침엽수가 20m는 족히 넘는 키를 자랑하는 데 반해 늪지대에 나 있는 나무들은 큰 것이 3m 수준이었다. 무릎 높이의 나무 한 그루도 실은 수십년을 자란 것이라고 하니, 흙과는 전혀 다른 습지의 생태가 신기하기만하다. 이곳에서는 습지 위로 걷다가 발이 잠기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식물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통나무를 깔아놓은 3.5km 산책로를 걸어야만 한다. 산책길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작은 연못은 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아 수영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국립공원에는 840종에 달하는 식물군을 볼 수도 있으며, 찰스 다윈이 가장 좋아한 식물이었다는 식충식물도 곳곳에 있어 살아있는 과학교실로 활용되고 있다. Manor House 중세 독일 영주처럼 쉬어 볼까 라헤마 국립공원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재미는 중세 영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매너하우스Manor House를 구경하는 것. 개인적으로 지난 3월, 영국 코츠월드 지방의 매너하우스를 개조한 호텔에서 머문 경험이 있는 터라 매너하우스에 꽤나 매료가 된 상태였다. 유럽의 어느 나라를 여행하더라도 적어도 하룻밤 정도는 지방의 매너하우스에서 머물러 봐야 한다는 일종의 로망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만큼 높은 기대치를 갖고 찾아본 에스토니아의 매너하우스. 영국의 그것에 비해 절대 뒤쳐지지 않는 화려한 정원과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특히 라헤마 국립공원의 3대 매너하우스로 불리는 팔름세Palmse, 사가디Sagadi, 비훌라Vihula는 전혀 다른 개성을 간직하고 있다. 팔름세 매너하우스는 노랑, 주황으로 채색된 바로크풍 건물이 9월의 낙엽과 어우러져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팔름세는 화려한 정원이 뒤뜰에 펼쳐져 있고, 박물관, 공방, 와인 판매점, 카페, 식당 등이 한 데 모여 있다. 특히 메인 건물에는 18세기 에스토니아 영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초상화, 낡은 피아노, 벽난로, 널찍한 테이블이 있는 살롱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1749년 독일 영주가 살던 사가디 매너하우스는 야생동물, 희귀식물 등 국립공원의 생태를 잘 보여주는 전시관Forest center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매너하우스는 비훌라. 16세기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함에도 골프코스를 갖추고 있고, 스파, 워터파크 등의 시설은 물론 인접한 해변에서 카야킹, 말타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스포츠가 가능하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누구나 로맨틱한 매너하우스에서 웨딩 촬영을 하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꿈꾼다고 한다. 결혼식을 마친 후, 남편이 참나무 한 그루를 매너하우스에 기증하며 아내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뿌리와 함께 묻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참나무가 변치 않는 사랑을 상징하는 까닭이다. 1 습지의 생태는 일반적인 숲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 이끼류의 식물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2 라헤마 국립공원은 살아있는 과학교실이다. 어린 학생들이 선생님을 좇아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3 국립공원은 바다를 면하고 있다. 북극 빙하를 타고 온 퇴적물과 암석들로 해변 지역의 생태 또한 독특하다 4 라헤마 국립공원에는 군데군데 호수가 형성되어 있다. 물이 너무 맑아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5, 6 비훌라 매너하우스Vihula Manor house는 가장 모던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중세 영주의 대저택이다. 에스토니아인들은 매너하우스에서 웨딩 촬영 및 예식을 올리는 것을 동경한다고 전해진다 @Parnu패르누 여름 수도에서 잘 먹고 잘 쉬기 에스토니아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그저 춥기만한 나라’라는 것. 스칸디나비아반도의 바로 아래 있고, 유라시아 대륙의 서북쪽 끄트머리에 있으니 그런 오해가 있을 법하다. 겨울철에는 영하 20~30도는 예사이고, 오후 3시면 어두워지는 혹독한 겨울나라의 면모를 보이지만 6~8월은 영상 30도 가량의 온화한 날씨에 밤 11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의 나라로 변모한다. 고로 에스토니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철은 여름이며, 남쪽의 해변도시 패르누Parnu는 여름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탈린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2시간을 달려 패르누에 도착했다. 거리상 129km밖에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탈린에 비해 공기가 훨씬 온화한 느낌이다. 패르누는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는 수식어처럼 널따란 백사장이 있는 해변을 끼고 있다. 9월 말, 해변에는 산책을 나온 몇몇 사람들만 눈에 띄었을 뿐 백사장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 그렇다고 패르누의 여행 시즌이 마감된 것은 아니었다. 패르누에는 19세기부터 스파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해 자국민뿐 아니라 스칸디나비아와 동유럽 지역에서도 스파를 즐기기 위한 여행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스파를 전문으로 하는 대형 리조트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고,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의 스파와 마사지, 트리트먼트를 받을 수 있으니 에스토니아 여행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패르누에서는 건강을 위한 웰니스 스파Wellness Spa와 치료 목적의 메디컬 스파Medical Spa를 모두 체험할 수 있다. 스트랜드 호텔Strand Hotel & Conference에서 진흙팩 트리트먼트를 받았다. 75분 동안 사해 머드를 온 몸에 바르고 나니 피부가 수분을 단단히 머금었고, 노폐물과 몸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 듯했다. 유럽에서 이 정도의 서비스를 받고 39유로(약 6만2,000원)만 지불하면 된다는 사실도 새삼 놀랍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오일 마사지 등도 30유로 선에서 받아 볼 수 있다. 스파 에스토니아Spa Estonia와 같은 메디컬 스파 호텔에서는 각종 질병 진단을 10유로 수준에서 받아볼 수도 있다. 이외에도 중국식 마사지, 태국식 마사지부터 벌꿀 마사지까지 취향대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그로테스크한 호텔을 가득 채운 선율 패르누는 완벽한 휴양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음식도 단순히 먹고 배부르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우리 몸에 유익한 오거닉 푸드가 어울린다. 형형색색의 목조 건물들이 아름다운 올드시티에는 문을 연 지 2년 만에 에스토니아 50대 식당으로 선정된 오가닉 카페 ‘마헤딕Mahedik’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어 찾아보았다. 탈린에서 수십년간 호텔에 종사했던 에비 큐식Evi Kuusik씨는 오가닉 푸드에 대한 관심을 갖고 고향인 패르누로 돌아와 가게를 열었다. 직접 농부들로부터 채소와 육류를 구매하고, 어부들로부터 생선을 공급받아 신선한 재료와 빼어난 맛으로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연어 샐러드와 엘크 고기로 만든 파스타를 맛보았다. 과일주스부터 디저트로 먹은 파이까지 몸에도 좋은 것이 맛까지 훌륭했다. 큐식씨는 “사실 오가닉 푸드라는 게 대단할 게 없어요. 패르누에서 어릴 적부터 먹어 왔던 것을 되살리는 일을 한 것뿐이죠”라고 맛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이 식당의 사장은 큐식씨의 딸 에벌린Evelin Kuusik이다. 흥미롭게도 그녀는 한국에서 패션모델로 활동했다고 한다. 빼어난 미모의 모녀가 운영하는 마헤딕에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피아노, 클라리넷 등의 소박한 공연도 열린다. 흥미롭게도 이 낯선 땅, 그것도 조그만 마을에서 한국과 인연을 맺은 사람을 또 한 명 만났다는 사실을 그저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패르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럭셔리 호텔 아멘데 빌라Ammende Villa에서 묵는 밤. 운이 좋게도 영국의 유명 기타리스트인 제이슨 카터Jason Carter의 공연을 보게 됐다. 그는 평양에서 공연을 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음악으로 북한 사람들의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관객들과 공유했는데, 공연이 끝나고는 ‘남한’에서 온 나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곤 이메일을 보내 왔다. 북한을 여행한 경험을 더 소상하게 얘기해 주고 싶다는 메시지와 함께…. 결국 제이슨 카터 덕분에 그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을 뿐 아니라 패르누에서의 추억도 더욱 애틋하게 간직하게 됐다. 유명 뮤지션의 공연을 보는 것도 큰 행운이었지만 영화에서나 봤음직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대저택, 그러니까 무대 뒤편에는 뿔 달린 사슴 박제가 걸려 있고, 마룻바닥을 밟을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가 들리는 이방의 공간에서 멜랑꼴리한 음악을 듣는 기분이란 참 기묘했다. 공연이 끝나고, 방으로 돌아왔다. 널찍한 욕조에서 반신욕을 즐기고, 자작나무 향이 짙게 풍기는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피곤을 풀었다. 에스토니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포근하고 로맨틱하게 저물었다. 1 패르누는 ‘에스토니아의 여름 수도’라는 명성에 걸맞게 잘 먹고, 잘 쉬기 위한 모든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최근에는 오가닉 푸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2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스파를 체험할 수 있는 스트랜드 호텔 & 스파 3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안락한 분위기의 카페 4 여름철이면 패르누는 전국에서 모여든 휴가객과 북유럽 여행객들로 붐빈다. 고운 백사장이 넓게 펼쳐진 해변에서는 여느 휴양지에 비해 상업적인 냄새가 덜 느껴진다 5 패르누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아멘데 빌라. 1905년 독일인 부호가 딸의 결혼식을 위해 지었으며, 이제는 사우나 달린 객실,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이 펼쳐지는 럭셔리 호텔로 변모했다 6 도심 가운데에 자리한 작은 공원에는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밀도 높은 산소를 내뿜고 있다 7 소박한 분위기의 카페 풍경 Travel to Estonia ▶에스토니아 여행팁 탈린 카드Tallinn Card 탈린 여행의 필수품이다. 6시간(12유로), 24시간(24유로), 48시간(32유로), 72시간용(40유로)이 있으며, 카드 한 장이면 대중교통, 박물관, 스파·사우나 입장은 물론 가이드 투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탈린 호텔과 라헤마 국립공원 투어 등은 할인이 가능하다. 탈린관광청 웹사이트(www.tourism.tallinn.ee/fpage/tallinncard)에서 사전 구매도 가능하며, 주요 호텔 및 관광안내소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전압 우리나라와 같은 220V를 사용한다. 화폐 1유로는 약 1,601원(10월 기준). 크룬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기후 6~8월에는 최고기온 30도 정도로 따뜻하며, 11월부터 3월까지는 평균 기온이 영하로 매우 추운 편이다. 여행을 하기에는 5~9월 사이가 좋다. 무선인터넷 에스토니아는 EU 국가 중에서도 IT가 가장 발전된 나라다. 대부분의 호텔과 식당에서 WIFI를 무료로 제공한다. ▶Food 영부인이 재유행시킨 검은 빵 에스토니아는 열강들의 통치를 받은 역사가 긴 만큼 음식 문화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대통령 영부인이 흑빵을 굽는 모습이 TV에 노출되면서, 이 전통 빵이 큰 유행을 타고 있다. 어느 식당을 가든 흑빵을 먹어 볼 수 있다. 탈린 시청광장에 자리한 올데 한자Olde Hansa는 15세기 한자 시대의 분위기로 에스토니아 전통식을 제공하는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각종 곡물과 육류, 북유럽에서 즐겨 먹는 연어의 맛도 훌륭하지만 인테리어부터 음악, 점원들의 복장까지 완전히 중세풍으로 연출해 이색 체험 차원에서도 추천할 만하다. www.oldehansa.ee 라헤마 국립공원 내에 자리한 어부들의 마을 ‘알트야Altja’에 있는 에스토니아 전통식당 알트야 코르츠Altja Korts는 앞바다에서 잡힌 청어요리가 주를 이루며, 막걸리 맛과 흡사한 러시아식 전통음료인 크바스Kvass의 맛이 훌륭하다. www.altja.ee ▶Hotel 이왕이면 핀란드식 사우나 달린 호텔 탈린에서는 올드타운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곳에 호텔을 잡는 게 편리하다. 수영장, 사우나를 무료로 제공하는 호텔이 많으니 예약 전 확인하는 게 좋다. 올드타운 비루 게이트 앞에 위치한 노르딕 호텔 포럼Nordic Hotel Forum이 가격, 접근성, 서비스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www.nordichotes.eu 패르누에서도 사우나, 스파 시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으며, 도시의 역사를 대변하는 아멘데 빌라Ammende Villa는 아르누보풍의 웅장한 분위기 속에서 수준 높은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www.ammende.ce FINNAIR 에스토니아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우리나라에서 에스토니아로 가는 직항은 없지만 항공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핀에어를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유럽으로 가는 가장 빠른 항공사’인 핀에어는 서울과 헬싱키를 9시간 만에 연결하며, 헬싱키에서 탈린까지는 35분만에 연결된다(헬싱키에서 페리를 이용할 경우, 탈린까지 2~3시간이 소요된다). 핀에어는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안전 사고를 일으킨 적 없어 매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선정되고 있으며, 각종 매체로부터 ‘북유럽 최고 항공사’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항공사 TOP 5’에 꼽히기도 했다. 개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물론 개인 노트북 연결 콘센트 및 USB 연결장치를 탑재하고 있고, 비즈니스석에는 180도 젖혀지는 침대형 좌석을 도입했다. 특히 한국 승무원 탑승, 비빔밥, 불고기 등 한식 기내식 제공, 한국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 한국 승객들을 배려한 기내 서비스는 한국 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헬싱키 반타 공항 역시 유럽 공항에서는 최초로 한국어 표지판을 설치해 환승 및 공항 이용의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www.finnair.co.kr 02-730-0067
  • 창당·해체 점철된 ‘민주당’

    창당·해체 점철된 ‘민주당’

    민주당의 역사는 창당과 해체, 탈당과 통합으로 점철돼 왔다. 내년 총선, 대선을 겨냥해 흩어져 있던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시민사회세력, 한국노총 등 노동계를 아울러 새로운 2012년형 통합정당을 만드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새천년민주당 탈당파, 한나라당 일부 등과 함께 정당 개혁, 전국 정당을 외치며 탄생시킨 열린우리당은 2004년 보수야당이 주도한 노 대통령 탄핵 사건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17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진상규명법,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 등 4대 개혁 추진이 당내 개혁파와 실용파의 분열, 나아가 야당인 한나라당의 격렬한 반발 등으로 국회 운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정권 초 야심차게 출발한 우리당은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해 중도개혁세력을 표방하며 8월 창당한 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 합당되며 소멸됐다. 2008년 7월 통합민주당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명은 민주당으로 변경되고 정세균 대표 체제로 바뀐다. 2년 뒤인 2010년 10월 전대에서는 중도 흡수와 수권정당, 정권교체를 내세운 손 대표가 취임한다. 그러나 1년이 채 안 된 2011년 8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야권단일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정당 정치 위기론이 거세지면서 야권대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결국 11일 민주당의 통합 의결로 내년 초 새로운 통합민주신당(가칭) 탄생을 눈앞에 두게 됐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구원 등판 초읽기 박근혜가 넘어야 할 ‘3대 준령’

    구원 등판 초읽기 박근혜가 넘어야 할 ‘3대 준령’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한나라당이 걷잡을 수 없는 쇄신풍에 휩싸이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구원 등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004년 탄핵 역풍으로 난파 위기에 직면했던 당을 구했던 박 전 대표가 다시 한 번 구원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을 구원하기 위해 그가 당장 넘어야 할 3대 준령인 친박계 및 소장파와의 관계 설정,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여부,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당내 잠룡 그룹과의 관계 개선 여부 등을 짚어봤다. 1 친박·소장파와 관계 설정 ‘우군’ 친박 위에 설까? 친박 버릴까?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 중심으로 체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서 핵심 관전 포인트는 자신의 ‘정치적 우군’인 친박(친박근혜)계 및 쇄신파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극단적으로는 ‘친박 위에 설 것인가, 친박을 버릴 것인가’의 문제다. 한나라당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친박계 홍사덕 의원 주도로 12일 조찬 회동을 갖는다. 박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에는 국회에서 의원총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도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황우여 원내대표 등이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와 개혁 성향의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수도권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재창당 모임’ 등도 이러한 비대위 체제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비대위 구성 방식 등을 놓고 진통도 예상된다. 당장 박 전 대표에게는 ‘계파 해체’부터 선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친박계 의원들의 구체적인 움직임도 뒤따라야 한다. 비대위가 친박계 위주로 구성될 경우 쇄신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계파 갈등의 새로운 진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본21은 이미 박 전 대표에게 “기득권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친이 진영 내부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한 경계심이 갈수록 짙어지는 양상이다. 박 전 대표 중심의 당 운영에는 동의하면서도 친박 중심의 당 운영에는 결코 동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당내 기류를 감안할 때 비대위 구성은 박 전 대표로서 1차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를 어떤 인사들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친박계·쇄신파 연대’나 친이계의 동조 등이 판가름 날 것으로 여겨진다. 친박계와 쇄신파 사이에서는 비대위원장을 박 전 대표가 단독으로 맡느냐, 외부 명망가 등과 공동으로 맡느냐를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이는 당내 대선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각각 요구하는 조기 전당대회 소집, 비상국민회의 구성 등과도 맞물린 문제다. 한 쇄신파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비대위를 맡아 당을 운영하되 외부 인사가 참여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총선까지 가야 한다.”면서도 “교통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2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 ‘새로운 정책’으로 신뢰성 확보 과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을 재창당하고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넘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여당 내 야당’으로 인식돼 이 대통령과 어느 정도 차별화가 돼 있지만, 탈당을 하지 않는 한 국민들은 그를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로 볼 뿐이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대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콘텐츠와 소통 두 부분 다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옳지 않다. 국민 뜻에 맞춰서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고 발전시키면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 정권의 민심 이반이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정치적 차별화’보다는 ‘정책적 차별화’를 통해 민심을 회복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당을 이끌면서 대통령과 정책 차별화를 하기가 쉽지 않다. 한나라당이 예산국회를 주도한다고 해도 이를 집행하는 정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야당처럼 마냥 자신만의 주장을 되풀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전 대표는 최근 주요 현안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와 소득세 과세구간 신설 및 최고세율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과 뜻이 같았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박 전 대표냐 이명박 대통령이냐의 문제와 별도로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주장을 아예 믿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과 정치적 차별화를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친이(친이명박)계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뜻하는데, 현재 친이계 대부분은 수도권에 포진하고 있다. 수도권은 영남권과 달리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수도권 친이계를 물갈이하려면 영남권 친박계부터 ‘읍참마속’해야 하는데, 박 전 대표가 이를 결심할지 미지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3 ‘反朴’ 3人 포용과 극복 朴 대세론 경계… “쇄신·全大” 압박 한나라당 내 반박(反박근혜) 세력들은 당의 권력구도가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급속히 쏠리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는 등 ‘박근혜 비상대책위’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정몽준 전 대표는 11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전당대회 개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이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뜻에 공감한다.”면서도 “오늘의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도부 구성을 위한 임시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곧바로 정상의 절차를 밟아야 지도부가 권위를 갖고 근본적인 개혁을 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당대회는 단순히 지도부를 선출하는 요식 행위가 아니라 우리 모두 새롭게 태어나는 재창당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박근혜 대세론’은 곧 죽음이다.”라며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홍준표 대표가 사퇴를 선언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녹화된 뒤 이날 보도된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박 전 대표의 대세론·독주론은 독배인데 축배처럼 볼 수 있다.”면서 “혼자 뛰다 보면 땀을 흘리지만 넘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존의 당헌·당규를 뛰어넘는 상위 개념의 비상국민회의를 소집하는 식으로 당 바깥의 정치세력을 모으고 박 전 대표와 외부인사가 공동의장을 맡아 꾸려 나가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이들과 달리 박 전 대표 중심의 비상체제에는 동의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측근은 이날 “이 의원이 내일 홍사덕 의원이 주최하는 중진모임에는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든 뭐든 박 전 대표 주도하에 현재의 비상 상황을 이끌어가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이 위기에 놓인 마당에 비상 체제를 놓고 박 전 대표와 불필요하게 각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장관은 다만 이에 앞서 9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모두가 앞장서거나 따라가면 그 조직은 점점 위기가 증폭돼 끝내 망한다. 특히 앞서는 사람들은 개인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언급,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멕시코인의 비애

    미국인들이 쓰고 버린 배터리를 멕시코에서 재활용하면서 멕시코 국민들의 건강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납을 폐건전지에서 추출하는 과정에서 공장 노동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위태로운 수준의 유독성 중금속에 노출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0파운드(약 18㎏)가량의 납이 함유된 배터리를 사용하면 어른들은 고혈압, 간 손상, 복통 등을 겪을 수 있다. 어린이들에겐 더욱 치명적이다. 신경발달에 방해를 받아 발육지연, 행동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뉴욕타임스 분석 결과 올해 미국 내 차량용 배터리와 산업용 배터리의 20%가 멕시코로 수출됐다. 한 해 동안 2000만개의 배터리가 국경을 넘었다. 4년 전인 2007년 6%에서 3배 이상 급증했다. 멕시코로 유입되는 건전지가 급증하면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더욱 엄격한 납오염 기준을 마련했으나 국내에서의 재활용만 막을 뿐 기업들의 수출을 막을 규제가 없는 상태다. 과거에는 저렴한 가격에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납이 최근에는 글로벌 수요가 폭증해 가격이 10년 사이 10배 이상 치솟았다. 때문에 납건전지 밀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밀폐된 공간에서 고도의 기계 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건전지 재활용이 이뤄진다. 공장 굴뚝에는 집진기가, 주변에는 납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중금속 피해를 차단하고 있다. 반면 멕시코에서는 사람이 직접 망치로 건전지를 해체하고 아무 여과장치 없이 가스가 배출되는 용광로에 납을 녹인다. 건전지 재활용 허가를 받은 공장도 미국보다 20배나 많다. 미국 환경보호단체들은 “수출을 할 거면 국내와 같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라.”고 비판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동국대 북한학과 존치

    동국대가 일부 학생의 반대에도 학과 통폐합을 추진키로 했다. 동국대는 9일 교무위원회를 열어 유사 학문 분야를 통합해 학부제와 트랙형 전공제를 시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미래지향적 학문구조 개편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 측은 국어국문학과·문예창작학과, 물리학과·반도체과학과를 각각 1개 학부로 통합한다. 정치행정학부 북한학 전공의 경우 분단 국가의 상징성과 사회적 관심, 정부 지원 등을 고려해 학과를 유지하되 정원을 현행 19명에서 3명 줄이기로 했다. 또 경영학부 내 회계학과와 경영정보학 전공은 경영학 전공으로 통합하고, 영상미디어대학은 해체한다. 개편안은 2013학년도 신입생 모집 때부터 적용한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전면등판 앞둔 박근혜, 난파선 한나라 구할 ‘카드’ 뭘까

    전면등판 앞둔 박근혜, 난파선 한나라 구할 ‘카드’ 뭘까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사퇴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재창당 작업을 주도할 전망이다. 끝까지 버티던 홍 대표의 퇴진 결심을 이끌어 낸 것도 박 전 대표이고, 탈당설이 나돌던 몇몇 쇄신파 의원들을 설득한 것도 박 전 대표인 만큼 이제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박 전 대표의 ‘전면 등판’은 2007년 7월 대선 후보 경선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박 전 대표가 어떤 위치에서 당을 이끌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당장 새 대표를 뽑을 환경이 되지 않는 만큼 과도체제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친박(친박근혜)계는 물론 쇄신파도 “박 전 대표가 전권을 갖는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친이(친이명박)계는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비대위나 ‘재창당 준비위원회’나 내용상 큰 차이가 없다. 한나라당 당헌에 따르면 궐위된 대표의 잔여 임기(2012년 7월)가 1년 미만일 경우에는 최고위원 선거 득표 순으로 대표직을 승계해야 한다. 현재 선출직 최고위원 중 나경원 최고위원(3위)만 사퇴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어 대표직을 승계할 가능성이 없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비록 임시기구이지만 권한이 막강한 비대위를 꾸리고, 황우여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뜻을 황 원내대표가 집행하는 형식이다.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박 전 대표와 대립해온 인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외부 인사가 비대위원장에 오를 수도 있다. 또 비대위가 총선준비위원회로 전환돼 공천까지 주도할지, 아니면 비대위 기간을 최소화한 뒤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고쳐 대선 주자들이 총출동하는 조기 전당대회를 치러 새 대표를 뽑을지 미지수다. 가장 큰 관심은 박 전 대표가 어떤 쇄신책을 들고 나오느냐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기득권 포기 및 재창당을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천 불개입 원칙을 천명하고, 계파를 실질적으로 해체할 것으로 보인다. 계파 해체 과정에서 친박계 일부를 ‘읍참마속’할 가능성도 있다. 당의 주요 포스트에는 친박계가 아닌 쇄신파를 전면에 내세워 이미지 변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 매진하기 위해 지역구 불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정두언·김성식·정태근 의원 등 쇄신파들이 주장해온 개혁 정책을 과감하게 수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반발하는 이들이 나올 게 뻔하다.”면서 “최대한 포용하겠지만, 끝까지 반대하면 갈라설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친이계 일부가 탈당하려고 하면 굳이 잡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사설] 홍대표의 역할은 쇄신 아닌 예산안 마무리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재창당과 공천혁명을 골자로 한 파격적인 쇄신안을 발표했다. 내년 4·11 총선에 대비해 총선기획단을 조기 발족하고, 전면 쇄신을 위해 당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재창당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대표직을 정상 수행하겠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퇴진론에 맞서 쇄신 주도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식물대표, 시한부 대표가 재창당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홍 대표의 역할은 쇄신이 아니라 예산국회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홍 대표가 제시한 쇄신안에는 초대형 콘텐츠가 담겨 있다. 재창당추진위 발족은 물론이고 현역 의원 전원 불출마 가능성,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 정책 쇄신기획단 구성 등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엿보게 한다. 기본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취해야 할 내용들이 상당하다. 하지만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 정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재창당추진위나 총선기획단 인원을 직접 뽑거나 영입할 인재를 손수 고르는 권한까지 행사하는 것은 무리다. 최고위원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홍 대표 체제는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 홍 대표만 고립무원인 처지에서는 쇄신과 변화를 주도할 동력이 모자란다. 자신을 뒷받침해줄 세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무리수를 두면 혼란만 더 키운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 3인의 동반 사퇴와 관련해 권력 투쟁할 시간이 없다고 일축했다. 물론 지도부 공백을 유도해서 권력투쟁으로 몰아가려는 당내 기류가 없지는 않다. 일부 친이계가 전면 해체론을 제기하는 이면에는 반(反)박근혜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보수신당설도 그 연장선상일 수 있다. 동반 사퇴한 3인 가운데서도 비슷한 속내를 가진 이가 있을지 몰라도 본질은 쇄신과 변화를 촉구하는 희생이다. 한나라당은 사실상 당권투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권다툼은 국민으로부터 더 멀어지는 자충수다.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면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러면 박 전 대표가 등판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쇄신으로 가는 길을 열어놓고 퇴진하면 된다. 아울러 여야가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예산국회를 깔끔히 매듭짓도록 애써야 한다. 당 대표가 희생 대열에 동참하면 한나라당 부활의 단초는 더 크고 넓어질 수 있다.
  • 쇄신안 띄운 洪 “박근혜 나서면 내 발로 나가”… 열쇠는 朴心

    쇄신안 띄운 洪 “박근혜 나서면 내 발로 나가”… 열쇠는 朴心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홍준표 대표가 8일 공천 개혁과 재창당을 뼈대로 한 쇄신안을 승부수로 띄웠다. 홍 대표는 “나의 거취 문제와 별개로 당 대표로서 쇄신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 최대세력인 친박(친박근혜)계 중 다수가 홍 대표 불신임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소장파도 홍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그가 쇄신을 주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 대표는 쇄신안 발표 뒤 일부 기자들과 만나 “지금 아무런 대안 없이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박근혜 전 대표와 같은 ‘대안’이 나선다면 내 발로 대표실을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이 자리에 온다고 9급 운전비서의 디도스 해킹 사건 같은 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서 “지금의 악재는 내가 모두 정리하고, 새 대표를 위해 로드맵을 짜 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당내 권력투쟁을 일삼으려는 주장은 듣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홍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직접 당을 접수하지 않는 한 자신의 쇄신안을 밀어 붙이겠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빠른 시일 내에 총선기획단장과 재창당준비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의 사퇴 여부와 별개로 이날 발표된 쇄신안은 그동안 당내에서 제기됐던 각종 대안을 종합한 것이어서 향후 한나라당이 이 안을 골격으로 재창당의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우선 홍 대표는 “혁명에 준하는 공천 개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외된 계층과 20~30대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현역의원 전원 불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자기 희생적인 자세로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홍 대표는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경우 공천심사위원회로 가기 전에 재심사를 받도록 하겠다.”면서 “일체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선수(選數)에 상관없이 지난 4년의 의정활동과 조직활동 등을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의원 ‘재심사위원회’는 모두 당외 인사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또 서울 강남권 등 전략지역에 대해서는 국민심사위원단이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나가수 방식’을 통해 후보자를 선발하고, 개방형국민참여경선(오픈 프라이머리)도 적극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작업을 위해 12월 예산국회 직후 ‘총선기획단’을 구성키로 했다. 홍 대표가 ‘현역 의원 전원의 불출마 가능성’을 밝힘에 따라 물갈이 논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이를 의식한 듯 홍 대표는 “자기희생이라는 것이 꼭 불출마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불출마를 포함해 모두가 자기 희생을 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표가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할 뜻은 없느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홍 대표는 이어 내년 2월 중순에 14년 된 한나라당을 해체하고 재창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재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된다. 당의 잠재적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이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도 개정하겠다는 게 홍 대표의 의중이다. 홍 대표는 특히 “개혁 공천을 완료한 뒤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공천 물갈이를 하고, 당헌·당규를 고쳐 전당대회를 치러 대권주자를 당 대표로 세운 뒤 그의 책임하에 총선을 치르게 하자는 구상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홍 대표의 노림수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의 정강, 정책, 노선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될 전망이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위기의 한나라] 박근혜 주도 선대위 체제? 全大 통한 새 지도부 구축?

    [위기의 한나라] 박근혜 주도 선대위 체제? 全大 통한 새 지도부 구축?

    “위태롭던 서까래를 유승민 최고위원이 뽑아 버렸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7일 친박(친박근혜)계 유승민 최고위원이 원희룡·남경필 최고위원과 함께 동반 사퇴하자 “서까래가 뽑힌 이상 한나라당 지붕은 조만간 무너져 내릴 것이고, 그 자리에 새 집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득권 포기 없인 ‘도로 한나라당’ 한계 한나라당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한 달이 훌쩍 지나도록 쇄신의 길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선관위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해킹 사태가 최고위원 3명의 동반 사퇴를 부른 결정적인 계기이지만 그동안 지도부는 서로 “네 탓”이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고, 의원들도 공천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준표 대표의 퇴진 여부를 결정하는 이날 오후 의총에서도 대다수 의원은 지도부 총사퇴 이후 몰아칠 후폭풍을 우려해 침묵했고, 발언한 의원 중 과반은 재신임을 묻는 홍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홍 대표는 대표직을 가까스로 유지될 수 있게 됐지만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나경원 최고위원을 포함해 4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홍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긴 힘들어 보인다. 더욱이 홍 대표 스스로도 12월 예산국회가 끝나면 재창당의 길을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시한부’인 홍준표 체제 이후 한나라당은 어떻게 될까? 우선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대책위원회가 꼽힌다. 비대위 체제는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먼저 박근혜 전 대표가 아예 비대위원장으로 나서 대대적인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권을 위임받은 외부 인사가 위원장을 맡아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총선이 불과 5개월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비대위 대신 바로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가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렇게 되면 박 전 대표가 주도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총선을 진두지휘해야 할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 정식으로 전당대회를 치러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 박 전 대표의 경쟁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당권과 대권을 분리시킨 현재의 규정을 폐지한 뒤 당에 지분이 있는 모든 후보들이 나서 ‘진검승부’를 벌일 것을 주장한다. 원희룡·정두언 의원 등은 당을 해체한 뒤 새롭게 재창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당명과 구성원으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필패한다는 인식이 바닥에 깔려 있다.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홍 대표는 비대위와 선대위 과정을 건너뛰고 자신이 직접 재창당 작업까지 주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재창당을 주도하든 성공의 필수 조건은 의원들의 기득권 포기다. 주광덕 의원은 “모든 의원이 자신이 공천에서 탈락해도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재창당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불출마 선언을 한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현역 의원들은 기득권에 집착하고 있다. ●친이 등 ‘反박근혜 연대’ 탈당 할 수도 탈당 및 분당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시나리오의 바탕에는 ‘박 전 대표가 나서도 어렵다.’는 회의론이 깔려 있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총선을 치르더라도 돌아선 민심을 잡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새 리더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먼저 꼽힌다. 한 소장파 의원은 “안 원장이 언제부터 진보였느냐.”면서 “우리와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탈당의 또 다른 흐름은 친이(친이명박)계가 형성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당을 주도하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강하게 작동한다. 이는 정몽준·김문수·이재오 등과 함께 ‘반(反)박근혜 연합’을 이룬다. 쇄신파 중 박 전 대표를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들과 원래부터 박 전 대표와 함께 갈 수 없는 친이계 일부가 ‘신(新)박근혜계’를 형성한 뒤 제각각 탈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 사퇴… 홍준표 유지 ‘일단 봉합’

    유승민·원희룡·남경필 최고 사퇴… 홍준표 유지 ‘일단 봉합’

    한나라당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7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에 이어 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최구식 의원 비서의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 연루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이로 인해 한나라당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고, 향후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에 휩쓸릴 전망이다. 이들 3명의 사퇴는 홍준표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됐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향후 한나라당의 쇄신과 변화를 이끌어낼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내년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여권 지도부의 동반 사퇴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총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민주당 등 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 최고위원 등 3명은 홍 대표의 동반 사퇴도 요구했으나 홍 대표는 이를 거부했다.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당분간 홍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홍 대표는 의총에서 “169명 의원이 모두 한 말씀씩 해 달라. 그 의견에 따르겠다. 소수 의원이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은 옳지 않고 만약 다수 의원이 그런 의견이라면 따르겠다.”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쇄신연찬회에서도 “대다수가 원한다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승부수를 던져 재신임을 받은 바 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박(친박근혜) 진영과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현 지도부 유지’ 주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홍 대표의 ‘계산된 승부수’였다. 그의 승부수는 이번에도 통했다. 의총에서는 홍 대표 즉각 사퇴에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김기현 대변인은 의총 직후 “홍 대표가 이 시점에서 사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대표가 쇄신안을 책임지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최소한 12월 예산국회가 끝날 때까지는 홍 대표가 정책 쇄신과 정치 쇄신을 주도할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이날 사퇴한 최고위원 3명을 비롯한 쇄신파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변화를 거부하는 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여 현 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서는 당 해체 요구가 더 커지고, 탈당 의원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전면 등장을 거부하고 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한편 김정권 사무총장은 당의 향후 진로와 관련, 홍 대표가 ‘재창당 로드맵과 대안을 갖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해산을 해서 재창당하는 수도 있고 재창당 수준의 쇄신으로 갈 수도 있다.”면서 “늦어도 2월 중에는 끝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 대통합보다는) 중도 대통합이 핵심”이라며 “보수세력은 물론 중도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형태의 재창당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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