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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2) 1950~60년대 만화를 말하다

    [K-코믹스 신한류 이끈다] (2) 1950~60년대 만화를 말하다

    우리 만화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영화 등 다른 대중문화와 비슷하게, 만화도 신문물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던 때 국내에 첫발을 들였다. 1909년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렸던 이도형의 한 칸짜리 그림을 국내 첫 시사만화이자, 근대만화의 기원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17~18세기 조선시대 풍자화나 풍속화, 또는 그보다도 오래 된 민화(民畵)를 우리 만화의 뿌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 만화는 이미 1926년 첫 ‘원소스 멀티유스’(하나의 소재를 여러 장르에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 사례가 나올 정도로 일찌감치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초 풍자영화로 인정받는 ‘멍텅구리’라는 작품이 개봉했는데 이는 1924년 한 일간지에서 선보였던 노수현의 네 칸짜리 만화 ‘멍텅구리 헛물켜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일제시대 만화는 짧은 시사 풍자만화가 주류를 이뤘고, 호흡도 짧았다. 우리 만화가 대중과 본격적으로 호흡하며 역사를 써나간 것은 1945년 해방 이후다. 일제에 의해 폐간됐던 신문과 잡지가 복간되고 새 간행물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에 만화가 실렸다. 첫 단행본과 첫 만화전문 잡지도 등장했다. 특히 만화방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의 작품이 쏟아진 1950년대 중후반에서 1960년대 초중반을 첫 황금기로 본다. ●‘코주부’ 김용환·‘고바우’ 김성환 선구자 해방 뒤 우리 만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가가 바로 코주부 캐릭터로 유명한 김용환(1912~1998)이다. 일본에서 그림 유학을 했던 그는 일찌감치 일본 최고 원고료를 받는 톱클래스 삽화가로 활동했다. 해방 직후 출간한 ‘토끼와 거북이’(1946)는 국내 단행본 만화의 효시로 남아있다. 김용환은 1948년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전문 잡지 ‘만화행진’ 창간을 주도했다. 협회를 만들어 만화가 권익향상과 후진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히트작 ‘코주부 삼국지’(1952)가 서울신문·한국만화영상진흥원 선정 ‘한국만화 명작 100선’에 포함됐다. 또 다른 거목으로는 시사만화의 대가 김성환(80)이 있다. ‘고바우 영감’(1950)으로 유명한 그는 3권짜리 반공만화 ‘도토리 용사’(1951)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김용환과 김성환은 우리 현대만화의 개척자이자 아버지다. 김용환은 과장법을 사용한 그림에서부터 섬세한 그림까지 만화의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능력을 갖췄다. 김성환은 과장법 위주의 가벼운 그림을 그리는 데 완벽했고, 호흡이 길지 않은 신문과 잡지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를 이뤘다. 이들의 그림을 교과서 삼아 연구하고 따라하며 많은 작가들이 탄생하게 됐다.”(박기준) 이 시기 작품 19편이 한국만화 명작 100선에 포함됐다. 김용환을 비롯해 ‘엄마 찾아 삼만리’(1958)의 김종래, ‘만리종’(1959)의 박기당, ‘조국을 등진 소년’(1964)의 이근철, ‘땡이의 사냥기’(1965)의 임창 등 일본 유학을 했거나 일본에서 나고 자랐던 작가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00선에는 들지 못했지만 국내 순정만화의 어머니 엄희자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만화방(만화가게)은 만화의 유통과 소비를 확산시켜 만화가 대중적인 오락거리로 떠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만화 자체의 질을 떨어뜨려 ‘불량’, ‘저질’ 이미지를 덧씌우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만화방이 등장한 것은 1950년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만화 단행본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자, 이를 빌려주는 노점 좌판이 먼저 나타났다. 서점에서 실비를 받고 진열돼 있던 만화책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쟁 뒤 사서 보기 힘들던 힘겨운 경제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화방, 기폭제이자 부작용 양산도 작가들이 단행본으로 몰려 발행부수가 폭증했으나, 만화방이 생겨나며 판매부수가 줄어들자 서점들은 오히려 만화 취급을 꺼렸다. 만화 소비가 만화방 중심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전국 유통망을 갖춘 총판이 잇따라 등장하며 만화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959년 전국 2000 곳이던 만화방은 1960년대 말에는 9.5배인 1만 9000곳으로 늘었다. 만화방이 성황을 이루자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찾는 수요가 생겨났다. 이에 맞춰 부엉이문고, 제일문고, 크로바문고 등 만화전문 출판사가 등장했다. 이 출판사들은 인기작가를 전속으로 두고 만화책을 펴냈다. 부작용도 나타났다. 만화가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지면서 저가·저질 만화가 나오기 시작했다. 1950년대 초반 20쪽 안팎의 딱지만화가 유행했지만, 중후반에 두꺼운 고급 양장 단행본이 성공을 거두며 시장을 재편했다. 그러나 만화방용 만화는 고급 양장본과 달리 분량도 50~60쪽 안팎에 그쳤고, 싸구려 느낌이 강했다. 특히 1967년 중소 출판사들이 뭉쳐 ‘합동’이라는 이름으로 만화 출판과 유통을 독점하게 되자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신촌대통령 합동의 등장 이후 더 열악해졌다. 단가를 낮추면 그만큼 이익이니 크기도 줄이고, 종이도 싸구려를 썼다. 인쇄도 조악했다. 인기작이 나오면 대충 베끼기 일쑤였다. 만화 자체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박기준) ●검열의 시작… 20~30년 후퇴기 1961년 5·16 군사 쿠테타는 문화계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작가들의 창작력을 옥죄는 사전심의, 즉 검열이 시작된 것이다. 만화도 예외일 수 없었다. 1961년 12월부터 원로 만화가들과 출판사 관계자로 구성된 한국아동만화자율회가 이름만 ‘자율심의’인 검열을 맡았다. 그러나 명목상의 자율도 오래가지 않았다. 1967년 박정희 정부는 밀수, 도벌, 탈세, 폭력, 마약과 함께 만화를 ‘사회 6대 악(惡)’으로 규정했다. 이듬해 8월 한국아동만화자율회 해체 뒤 문화공보부 산하 한국아동만화윤리위원회가 생겼고 이들은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소재와 내용은 물론 어린이 건강을 보호한다며 종이 종류와 판형, 쪽수, 편수까지 통제하고 강제했다. 이름과 달리 폐휴지나 다름없던 선화지(仙花紙) 대신 갱지(紙)를 사용하게 하고 국판에서 4X6배판으로 책 크기를 키웠다. 권당 최대 130쪽까지 내용을 늘리게 하는 대신 편수는 무제한으로 이어가지 말고 ‘상·중·하’로 끝내게 했다. 아동만화윤리위원회는 1970년 1월 한국도서출판윤리위원회, 한국잡지윤리위원회와 함께 한국도서잡지윤리위원회(현 간행물윤리위원회)로 통폐합됐다. “남자와 여자가 손만 잡아도 풍기문란이라고 빨간 색연필이 그어졌다. 심지어 가족이라도 남녀가 한방에서 자는 것은 그릴 수 없었다. 전쟁만화를 그리면 북한 장교가 잘생겼다고 트집 잡아 늑대 같이 그리게 했다. 필명을 쓰던 작가들은 사람 이름 같지 않다는 지적에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만화 속 등장인물도 마찬가지였다.”(박기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 기사는 박기준 화백 인터뷰를 바탕으로 최열 ‘한국 만화의 역사’, 손상익 ‘한국만화통사㈛’, 박기준 ‘박기준의 한국만화야사’, 박인하·김낙호 ‘한국현대만화사’를 참고해 재구성했습니다.
  • ‘어린 가출’ 작년 2.4배 늘었다

    ‘어린 가출’ 작년 2.4배 늘었다

    집을 나가 거리를 헤매는 초등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가출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넓게 보면 가족 해체의 피해자다. 맞벌이 부부, 한 부모 가족의 증가에 따른 현상이다. 또 빠르게 바뀌는 사회적 환경 및 대화 없는 가족 관계, 통신 수단의 활용에 따른 대응력 확대, 예전과 다른 정신적·신체적 성숙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9일 여성가족부의 ‘연도별 가출 청소년 쉼터 이용현황’에 따르면 13세(초등학교 6학년생) 이하 가출 청소년은 2010년 374명에서 지난해 891명으로 1년 사이 2.4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학생 가출(14~16세)도 2010년 5905명에서 지난해 8702명으로 47.3%가 늘었다. 고교(17~19세) 때 집을 나가는 학생은 2010년 8750명에서 지난해 1만 2054명으로 37.7% 많아졌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학생들의 가출이 뚜렷하다. 전체 가출 청소년도 꾸준히 증가세다. 쉼터에 들어온 가출 청소년이 2008년 1만 5133명에서 2009년 1만 6519명, 2010년 1만 6687명, 지난해 2만 3427명으로 3년 사이 54.8%나 늘어났다. 문제는 초등학생을 비롯, 중·고교생들의 가출이 습관처럼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 부모들이 “잡아왔으니 괜찮겠지.”라고 여기는 것은 착각이라는 이야기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의 ‘가출청소년 가정복귀 지원을 위한 심층조사 및 정책과제 발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83개 청소년 쉼터에 머무는 가출 청소년 854명 가운데 가출 횟수가 1~3회인 청소년이 전체의 42.7%에 달했다. 10회 이상인 청소년도 30.1%로 10명 가운데 3명꼴이다. 가출의 중독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의 연구 결과 집을 나가는 원인은 다양했다. 가족 요인으로 ‘부모와의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43.4%)이 첫째 이유로 꼽혔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36%)이 그다음으로 조사됐다. 학교 요인으로는 ‘학교생활 흥미 부족’(24.1%)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성적 및 학업의 부담감’(12.8%)이 뒤를 이었다. 친구 요인으로는 ‘친구와 늦게까지 놀고 싶어서(19.6%)’, 개인 요인으로는 ‘답답해서(50.7%)’가 가출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우리 기술 첫 현수교 ‘이순신대교’

    우리 기술 첫 현수교 ‘이순신대교’

    지난 27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여수국가산업단지 진입로의 ‘이순신대교’ 제2주탑. 높이 270m의 거대한 외벽을 12인승 승강기를 타고 올랐다.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지고 어지러웠다. 63빌딩(249m)보다 높은 해발 250m 전망대에서는 좀처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철망으로 촘촘히 이어진 1000여m 길이의 ‘캣워크’(현수교 케이블 가설을 위해 만든 작업대) 위를 걸으니 쉼 없이 거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살짝 부는 바람에 작업대가 조금만 흔들려도 등에서는 식은 땀이 났다. 황현웅 대림산업 안전부장은 “에어스피닝 공법으로 2개의 케이블을 꼬기 위해 수개월간 하루 100명 넘는 보조작업자들이 24시간 맞교대로 공중에 매달려 일했다.”면서 “내일 아침 눈을 뜨면 양쪽 허벅지가 뻐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주탑과 주탑 사이에 지름 5.35㎜의 강선 1만 2800가닥을 촘촘히 엮어 만든 굵은 케이블 2개가 연결됐고, 다시 케이블에서 도로 상판까지 수직으로 강선을 늘어뜨려 거대한 하프 모양이 완성됐다. 녹색바다가 너울거리며 불러온 현기증이 가실 즈음, 인근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동쪽으로 경남 김해가, 서편으론 율촌산업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녹색 바다 건너편은 여수다. 다리는 광양과 여수 사이의 광양만 중간 ‘묘도’라는 섬까지 이어진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이 일본 함대와 맞서 싸우던 기항지로,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마지막 작전회의를 열고 이튿날 노량해협에서 유탄에 맞아 생을 마감했다. 충무공 서거 414년 만에 순수 우리 기술로 지어진 첫 현수교인 이순신대교가 완공된다. 현재 공정률은 92%로, 여수엑스포 개막을 이틀 앞둔 다음 달 10일 임시 개통한다. 다리는 캣워크 해체 등을 거쳐 올 10월쯤 공정이 마무리된다. 여수~묘도~광양을 잇는 여수산단의 진입도로인 이순신대교는 국내 교량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주탑과 연결된 케이블과 강선의 힘으로 도로 상판을 매달아 놓은 현수교는 최첨단 기술과 고도의 구조역학이 필요하다. 그동안 국내에 시공된 4개의 현수교는 외국 기술력에 의존해 건설비의 10%가량을 로열티로 지불해 왔다. 대림산업은 2007년 11월 공사를 시작, 4년 5개월간 엔지니어링·자재·장비개발·설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소화했다. 8건의 특허출원과 100여편의 관련 논문 발표가 뒤따랐다. 서영화 대림산업 현장소장은 “주탑과 앵커리지에 케이블을 올리는 첨단 가설장비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하는 등 100% 국산화에 성공했다.”면서 “미국, 일본, 영국, 덴마크, 중국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라고 설명했다. 2개의 주탑 간 거리는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해와 같은 1545m로 국내 최장, 세계 네 번째다. 초대형 여객기인 에어버스사의 A380 42대에 해당하는 2만 3773t의 상판 90개도 이미 주케이블에 연결됐다. 임시 개통을 눈앞에 둔 현장에서는 도로 평탄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에폭시 특수포장이 진행 중이다. 케이블과 상판을 잇는 행어 로프의 도장작업도 한창이다. 김동수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장은 “이순신대교가 완공되면 여수와 광양 두 국가산단 간 이동거리는 종전 60㎞에서 10㎞로, 이동시간은 8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된다.”며 “연간 6300억원의 물류비용 절감 효과와 2조 2000억원대 경제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양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과학기술부 부활론 대세 기상청 등 복귀여부 관심

    이명박(MB) 정부 출범과 함께 교육부와 통합된 과학기술부는 차기 정권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분리가 확실하다는 게 관가의 대세론이다. 지난 4년간 ‘과학기술 홀대’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과학기술부처 분리’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과학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교육과학기술부 체제를 거치면서 과거 과기부 구성이 상당 부분 해체된 상태다. 지난해 3월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배분 및 조정을 비롯한 과학기술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도 국과위가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과기부 출신 공무원 상당수가 빠져나갔다. 또 교과부 내에 있던 원자력안전국 역시 지난해 10월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로 확대·분리됐다. 원자력 진흥 및 관리, 감독을 총괄하던 기능 중 원자력연구원을 관리하는 원자력기술과만 남아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과기부가 부활하더라도 부처 통합 이전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과위는 교과부에서 기능을 나눠 오면서 R&D 예산 배분 및 조정에 대한 사실상의 전권을 받았다. 그러나 이 기능과 조직을 그대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과기부로 넘길 경우 타 부처의 반발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또 국과위가 이공계 정부출연연구소 전체를 총괄하도록 한 정부 부처 간 협의 역시 과기부가 부활할 경우 지식경제부 등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안전위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교과부 관계자는 “안전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에 의해 특별법으로 만들어졌고 진흥과 규제를 분리한다는 국제적 원칙에 따른 것으로, 차기 정권에서도 분리된 부처로 존속하는 데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보통신부나 지경부 등 이공계 관련 부처와 과기부를 묶어 부활하는 방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상목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산업과 연계될 경우 부처의 균형이 산업쪽으로 급격하게 쏠려 교과부와 같은 과학 홀대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과기부가 부활된다면 옛 과기부에 있던 기상청이 어디로 붙느냐도 관심 사안이다. 박건형기자 kitch@seoul.co.kr
  • 해수부 부활 거의 확실… 국토·교과·지경부 등 축소될 듯

    해수부 부활 거의 확실… 국토·교과·지경부 등 축소될 듯

    정부 조직 개편 목소리가 어김없이 또 불거지고 있다. 어느 부처 할 것 없다. 다음 정부의 조직 손질 과정에서 손해를 볼까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다. 일찌감치 유리한 쪽으로 몸집을 부풀려 놓으려는 물밑작업도 한창이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눈총에도 아랑곳없이 일부 부처 간에는 영역 확장 경쟁에 불꽃이 튄다. 기능이 떨어져 나가게 될 것을 걱정하는 부처는 한결같이 이명박 정부 들어 덩치가 커진 부처들이다. 국토해양부가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옛 건설부, 교통부를 합쳐 건설교통부로 몸집을 키운 뒤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해양수산부까지 삼켜 ‘공룡 부처’가 됐다. 하지만 여야 모두 해양수산부의 부활을 부르짖고 있어 새 정권이 들어서면 해양 분야는 떨어져 나갈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 건설-교통-해양수산 3개 축 가운데 하나의 축이 분리되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해양환경 업무는 국토부에 붙어있다. 육지와 공기, 하천 환경업무를 쥐고 있는 환경부로서는 이참에 해양환경 업무를 환경부로 가져와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환경부는 또 국토부가 쥐고 있는 물 공급 정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새 정부서 해양 분야 분리 확실시 국토부는 그러나 겉으로는 조용하다. 부처 기능 축소 주장에 맞대응해 굳이 논란을 키울 이유가 없다는 계산에서다. 조직 융화를 위해 3개 축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회전문 인사를 실시해 어느 정도 유기적 통합을 이뤄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권도엽 장관도 “국토부 업무는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밖에 없으며 시기에 따라 ‘자원’이 집중되거나 줄어드는 분야가 있을 수 있는데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와 전문성이 우선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 개편이 본격화되면 현 조직을 수성(守城)하는 데 지칠 것으로 보인다. 관료조직에서 중요시하는 뿌리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해수부 출신 직원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건설라인 역시 겉으론 현 조직 수성을 내세우지만 목숨 걸고 지키려는 의지는 부족하다. 해양수산업무가 국토부에서 떨어져 나갈 경우 함께 분리될 해양경찰청이 어느 부처에 붙느냐도 관심거리다. 지식경제부는 작은 공룡 부처로 불린다. 조직의 덩치가 커서라기보다는 업무가 다양해서다. 벌써부터 업무는 최대 5∼6개 부처와 외청으로 쪼개지고 명칭도 경제산업부로 바뀔 수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떨어져 나갈 확률이 큰 분야는 옛 정통부에서 가져온 정보통신(IT)업무, 벤처업무다. 우정사업본부의 친정도 정통부다. ●농림수산식품부 “수산업무 못 떼어줘” 농림수산식품부 역시 해수부 부활이라는 막강 펀치를 걱정하고 있다. 여기에 틈만 나면 걸고 넘어지는 환경부도 견제해야 한다. 전략은 현 조직 사수다. 수산업무를 절대 떼어줄 수 없다고 강조한다. 떨어져 나가더라도 수산업의 업무를 명확히 규정하거나 수산청을 신설해 농식품부 외청으로 두고 싶어 한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는 수산인력개발원을 농업연수원과 합쳐 농수산식품연수원으로 만들었다. 수산인력교육은 이 연수원 산하 수산인력개발센터에서 맡는 체제가 구축됐다. 수산계 수장 역할을 하는 수산정책실장도 옛 농림부 출신이다. 기획재정부도 이 정부에서 몸집이 커졌다. 앞으로 재정부의 운명은 금융위원회의 조직 변경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금융위의 조직 일부가 재정부로 넘어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직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여길 수 있다. 재정부나 금융위 안에서는 금융정책 기능은 재정부로 오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위에 남아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의 조직에는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가 남아있다. IMF는 금융·세제·예산을 한 부처에서 담당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 예산이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예산처로 독립했다. 더구나 금융정책을 붙일 수 있는 반면 잃는 쪽도 나올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예산을 재정부에 합치는 대신 금융 관련 기능을 금융위로 넘겼다. 그래서 금융이 넘어오면 예산이 다시 별도 조직으로 분리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재정부 관계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예산실 직원들과 다시 헤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주고받는다.”고 전했다. 금융정책을 가져오고 예산 기능을 떼어주는 안을 놓고 이해득실을 따질 수 있다. 몸집 키우기나 부활을 호시탐탐 노려왔던 부처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환경부는 3개 부처와 ‘전쟁’을 선언했다. 올해 초 5명으로 ‘미래혁신 테스크포스(TF)’를 꾸렸다. 팀에서는 새로운 정부의 조직 개편에 대비해 산림과 물산업, 에너지 부문을 환경부 고유 업무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일관성 있는 논리도 눈에 띈다. 먼저 자연 보전 업무를 위해 국유림을 관장하고 있는 산림청을 농식품부에서 떼어내 환경부에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조직으로는 중첩되는 업무가 많아 효율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정부 때도 이 문제를 활발히 논의했으나 막판에 뒤집혔다. ●환경부 산림·물·에너지 끌어오기 총력 국토부에는 물관리 일원화를 들어 물 공급 업무와 해양환경 업무의 이관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물 공급은 오래전부터 국토부와 산하 공기업인 수자원공사(K-water)가 맡고 있다. 또 과거 해양환경 업무가 환경부에서 해양수산부로 넘어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새로운 영역으로 등장한 ‘기후+에너지’ 업무도 현재 지식경제부와 갈래 타기가 안 돼 있는 상황이라서 벌써부터 부처 간 신경전이 치열하다. 방송통신위원회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 전망이 나온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방송통신 정책을 관장하는 방통위를 독임제 부처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임제로 전환할 경우 타 부처와의 흡수 통합 또는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 정통부가 부활하면 일부 기능은 정통부로 되돌아간다. 정통부가 부활하면 재정부, 방통위 외에도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교육과학기술부로 나뉜 업무가 따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 출범 때 역대 최대로 몸집을 불린 문화부는 현상 유지를 목표로 조직방어 논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화부 관광국과 한국관광공사를 합쳐서 관광청을 신설하거나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체육 부문을 따로 떼내고 생활체육 강화 차원에서 교과부와 기능을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국정 홍보의 중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정홍보처 분리를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 정부에서 방통위가 해체될 경우 방통위의 방송통신 부문을 미디어국으로 흡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부처종합·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엄마를 부탁해’ 국내판매 200만부 신경숙(49)작가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국내 판매 200만부를 돌파했다. 출판사 창비는 ‘엄마를 부탁해’가 2009년 9월 100만부를 넘어선 이래 2년 7개월 만에 이런 성과를 이뤘다고 밝혔다. ‘엄마를 부탁해’는 어머니와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는 호평과 함께 2011년 미국을 비롯해 해외 각국에서 번역·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지난 3월에는 아시아 권위의 맨 아시아 문학상을 받았다. 창비는 “1990년 이후 한국 소설 가운데 단권으로 판매부수가 200만부를 넘은 경우는 대중소설 부문인 김정현의 ‘아버지’(1996), 조창인의 ‘가시고기’(2000) 정도인 것을 보면 순수문학으로 200만부 돌파는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이라면서 “침체 일로인 문학시장에서 한국문학의 잠재력이 다시 주목받으며 우리 독서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다. 출판사는 200만부 돌파 기념 특별판 1만부를 제작했으며 배우 손숙, 방송인 허수경 등이 출연하는 낭독 콘서트 등의 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몽실언니’ 100만부 돌파 권정생(1937~2007) 작가의 창작동화 ‘몽실언니’가 출간 100만부를 돌파했다. 출판사 창비는 “‘몽실언니’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두루 읽히며 한국 아동문학의 명실상부한 고전이 되었다.”고 밝혔다. ‘몽실언니’는 1984년 출간된 후 증쇄 100쇄를 넘기며 국내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다. 주인공 몽실이가 해방 후 부모를 잃고 6·25 전쟁통에 동생을 업어 키우며 꿋꿋하게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았다. 출판사는 100만부 돌파를 기념해 목판화가 이철수의 신작 삽화가 담긴 네 번째 개정판을 출간했다. ‘꽃 파는 소녀 뒤로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들’, ‘절름발이에 포대기를 한 몽실이가 미군 트럭을 쫓아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뒷모습’ 등의 삽화가 이야기의 해석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창비는 “‘몽실언니’는 다시 읽어도 새롭게 감동받는 내용”이라며 “일상의 폭력과 차별, 가난과 가족 해체가 여전한 오늘 ‘몽실언니’가 더 많은 독자에게 위로와 용기를 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박해일 “내 나이 70 되면 꼭 다시 보고싶은 영화…적금 하나 든 기분”

    박해일 “내 나이 70 되면 꼭 다시 보고싶은 영화…적금 하나 든 기분”

    “오랜 시간 풍파를 잘 견뎌낸 고목 같다. 그런데 은교란 존재를 만나 심각한 진동을 느끼게 된다. 은교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다. 이적요가 물리적으로 느끼는 노쇠함을 더 안타깝게 만드는 매개체일 수도 있고, 단잠을 자면서 만난 존재일 수도 있다. 여자일 수도 있고, 젊음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이미 겪었지만, 돌이킬 수는 없는 부러움의 대상 말이다.” 배우에게 캐릭터 분석을 요구했을 때 이런 답이 돌아온 적은 드물었다. 손에 쥔 담배를 한참 만지작거리면서 골똘히 생각한 뒤였다. 같은 영화로 이미 수십번 인터뷰를 했다. 판에 박힌 질문일 수도 있는데 반사적으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한 어절마다 꼭꼭 씹어서 내놓았고, 문장에는 강약이 있었다. 깐깐하게 언어를 조탁(彫琢)하는 시인의 모습이 중첩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영화 ‘은교’(25일 개봉)에서 70세 노시인 이적요를 연기한 박해일(35)의 얘기다. ‘은교’는 박범신의 동명 소설을 ‘해피엔드’ ‘사랑니’의 정지우 감독이 영화로 옮겼다. ‘이십대 때 사회주의운동에 투신, 폭풍 같은 혁명 전사가 되길 꿈꾸었고, 삼십대 십년은 감옥에 있었으며, 사십대에서 죽을 때까지 시인의 이름으로 살았던’(소설 ‘은교’) 노시인의 건조한 삶에 52살 어린 여고생이 뛰어든다. 서서히 멈춰가던 시인의 생물학적 시계는 힘차게 고동친다. 하지만 아둔했으되 헌신적이었던 제자는 소녀가 탐탁지 않다. ‘어린 새가 쫑, 쫑, 쫑 걷듯 날렵한’ 은교의 존재는 가질 수 없는 것을 갈망했던 스승과 제자의 뇌관을 건드렸고, 둘의 애증은 비등점을 향해 치닫는다. ‘은교’의 판권을 확보한 정지우 감독은 처음부터 노시인 역할에 ‘모던보이’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해일을 떠올렸다.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 소설부터 읽어보라고 했다. “지금껏 내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난해했다. 처음에는 ‘왜 나여야 하는가’ ‘이걸 내가 해야 하나’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감독을 믿었다. 30대 중반인 내가 특수분장을 통해 노시인을 소화할 수만 있다면 마음은 청춘인데 껍데기가 늙어가는 나이 듦의 감성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에 동의했다.” 송종희 분장감독 등 스태프 4명이 달라붙어 피부 질감과 비슷한 실리콘 재질을 얼굴에 접착제로 붙이는 데만 8시간, 분장을 해체하는 데만 2시간씩 걸리는 고역을 60여 차례 반복했다. 그는 “수시로 자세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졸 수는 있어도 잠들지는 못한다. 긴 시간을 분장하다 보면 엄청난 피로감이 생긴다. 그 피로감이 외려 내 나이의 팔팔함을 죽이고, 노인의 느낌을 가져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 정도면 고문 아니냐.’고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역할이다. 쉽지 않은 연기를 도와주는 고마운 과정이었다.”고 대답했다. 사실, 촬영 전부터 고통을 짐작했다. 강우석 감독의 ‘이끼’(2010)에서 정재영이 특수분장을 통해 70대 노인으로 거듭나는 지난한 과정을 목격했기 때문. 연기파 정재영도 피해가지 못한 ‘캐스팅 논란’이 자신에게 반복될 거란 사실도 예상했다. “목소리 톤이 어색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 70대 배우가 했어야 했다는 말씀도 하더라. 영화가 시작되면 관객들이 박해일이 아닌 이적요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인정한다. 왜냐면 영화를 찍을 때 나도 캐릭터에 들어가는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역할에 빠져들기 전) ‘공회전’ 시간이 길게 필요한 나에게는 더 그랬다. 하지만 끝까지 지켜보신다면 연출자가 왜 30대 배우를 캐스팅했는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가 아닌 다른 어떤 배우가 했더라면 굉장히 부러워했을 것 같다. 배우로서, 자연인으로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은교’를 통해 박해일은 분명 배우로서 한 뼘쯤 성장했다. 그렇다면, 자연인으로 그가 얻은 건 무얼까. 그는 “시각이 넓어졌다면 자만일 테고, 70대 노인의 감정과 생각으로 석 달을 산 덕분에 이전에 갖지 못한 시선이 하나쯤은 생긴 듯하다. 정력적으로 활동할 시기에 생각이 많아진 게 장점일지, 단점일지는 모르겠다. 원한다고 털어버릴 문제도 아니고, 풍선에 바람이 서서히 빠지듯, 내가 안고 갈 문제”라고 말했다. 시사회에서 처음 스크린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황홀했다.”고 했다. 준비과정과 촬영 때의 험난한 과정이 떠올랐을 테고, 미래를 얼핏 엿보고 온 기분도 들었을 것이다. 박해일은 “내가 70살까지 살아 있다면 꼭 다시 보고 싶다. 30대의 내가 한 노시인의 연기를 보고 일흔 살의 내가 공감을 할지, 자괴감을 느낄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적금을 하나 들어놓은 기분”이라며 슬며시 웃었다. 연극관객으로 왔던 임순례 감독과의 인연으로 2001년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충무로에 발을 디딘 이후 상업 장편영화만 15편을 찍었다. 1000만 관객의 ‘괴물’과 700만 관객의 ‘최종병기 활’에서 흥행을 맛봤고, 트로피도 남부럽지 않게 받았다. 그에게도 슬럼프가 있었을까. 그는 “이렇게 얘기하면 ‘뻥 치고 있네’라고 생각하실 텐데 처음 연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은교’가 개봉하는 지금까지 줄곧 고비였다.”고 털어놓았다. 한 음절, 한 음절을 힘주어 말하는 그의 진정성에 ‘뻥’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문득 70세가 됐을 때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는 “(감당)할 수 있는 배역을 맡아서 연기하고 지금처럼 인터뷰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면서 “한마디로 오래 해먹고 싶단 얘기”라며 활짝 웃었다. 청춘을 갈망하는 노시인의 깊은 눈빛은 사라지고 어느새 능청스러운 개구쟁이가 앉아 있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통합진보당 ‘진보당’으로 개명

    통합진보당의 당명이 ‘진보당’으로 바뀐다. 통합진보당은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당헌 및 강령 개정초안을 발표하고 다음 달 13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당헌 개정초안 1조는 당명을 ‘진보당’으로 한다고 돼 있다. 당초 ‘진보당’ 명칭은 진보신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약칭이어서 통합진보당이 쓸 수 없었지만 이번 19대 총선에서 당 지지율 2%를 넘지 못한 진보신당의 정당 등록이 취소됨에 따라 통합진보당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초안에는 KTX 등 국가 기간사업 민영화 추진 중단과 독점 재벌 중심 경제 체제 해체 등이 포함됐으며 최저임금 현실화, 여성할당제 확대 등 복지공동체 및 평등사회 구현 내용도 담겼다. 종북 논란을 불러온 대북정책 관련 주한미군 철수, 종속적 한·미동맹 해체, 자주적 평화통일 추구 등 기존 강령은 그대로 이어받아 대북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친일행위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정부, 500㎡ 이상 공공건물·학교 석면조사 의무화한다

    학교, 공공건축물, 다중이용시설 등은 앞으로 건축물 석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24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석면안전관리법’ 시행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국가나 공공기관 등이 소유·사용하는 연면적 500㎡ 이상인 건축물이 대상이다. 조사대상 건물의 석면건축자재 사용면적이 50㎡ 이상이면 석면건축물로 분류돼 석면지도를 작성하는 등의 관리를 해야 한다. 석면해체·제거 사업장 주변의 석면배출허용기준에 대해서는 1㎤당 0.01개로 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광물질을 석면함유가능물질로 지정·고시할 때는 함유된 석면이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 또 석면함유가능물질을 제품의 원료형태로 수입하거나 생산하려는 자는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또 ‘중장기전략위원회 규정안’을 다루고, 정부 기관장과 민간위원 20명 이내로 구성되는 중장기전략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국가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 수립, 원활한 재정정책의 수립·조정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메르켈식 유럽 긴축정책… 정권심판 ‘방아쇠’로

    메르켈식 유럽 긴축정책… 정권심판 ‘방아쇠’로

    긴축 역풍이 유럽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긴축 재정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이 도전받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2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야당인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1위로 결선에 진출한 배경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의 긴축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발이 큰 몫을 했다. 올랑드 후보는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25개 유럽연합(EU)국이 지난달 2일 유럽 국가 간 재정통합을 목표로 서명한 신(新)재정협약의 재협상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올랑드 후보가 새달 6일 결선 투표에서 승자가 될 경우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주도한 유로존 재정통합 연대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도 긴축 재정을 둘러싼 정치권 내분으로 마르크 뤼터 총리가 취임 1년반 만에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뤼터 총리는 23일 150억 유로(약 22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 긴축안 협상이 결렬된 데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그가 이끄는 중도보수 연립내각은 해산하고 곧 조기 총선이 실시될 전망이다. 총선에선 긴축에 반대하는 헤이르트 빌더스가 이끄는 극우자유당의 약진이 예상된다. 독일의 긴축 정책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해 온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유로존의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4로 전문가 예상치 49.3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 16일 5개월 만에 처음으로 6%를 넘어섰던 스페인 국채 수익률도 일주일 만에 다시 6%대에 진입했다. 에릭 니엘센 유니크레디트 수석 경제학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성장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국민들은 기다려 줄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긴축 일변도에서 벗어나 성장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질 모크 도이체방크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긴축 재정이 경기 위축을 야기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신용경색과 겹쳐지면 위험하다.”면서 “긴축 정책으로 인해 올해 유로존 경제 성장률이 1% 포인트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컨설팅업체 어니스트앤드영의 마리 디론 이코노미스트도 “긴축 재정은 보다 폭넓은 정책의 하나로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과도한 재정적자를 줄이고 경쟁력을 회복할 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며 “유로존 지도자들은 기존 해법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다음 달부터 실시되는 그리스와 체코, 아일랜드 등에서의 선거가 메르켈식 긴축 재정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달 6일 예정된 그리스 조기총선에선 긴축 재정을 놓고 우파 신민당과 집권 사회당이 격돌한다. 지난 주말 대규모 긴축 반대 시위가 벌어진 체코는 연립 정부 해체를 선언했다. 페트르 네차스 체코 총리는 지난 22일 “연립정부는 27일 해체되며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새달 31일 신재정협약에 대한 국민투표를 시행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긴축합의 실패’ 네덜란드 총리 사임

    북유럽의 경제 모범국으로 최상위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던 네덜란드가 재정 긴축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유로존에 재정위기 공포가 거세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현지 언론과 외신들에 따르면, 마르크 뤼테 총리가 150억 유로(약 22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 긴축안 협상이 결렬된 데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사임했다. 뤼테 총리가 이끄는 중도보수 자유민주당은 지난 2개월 동안 극우파 정당인 자유당과 예산안 협상을 벌였으나 복지 축소에 난색을 표하는 자유당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결국 협상 파국을 맞았다. 긴축안에는 부가세 소폭 인상과 공무원 임금 동결, 보건 예산 삭감 등이 포함돼 있었다. 뤼테 총리의 사임으로 자민당과 기독교민주당의 연정 해체 및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게 됐다. 네덜란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가운데 독일, 핀란드, 룩셈부르크와 함께 AAA 신용등급을 받는 4개국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249%에 이르는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예산 긴축안 협상 타결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한 신재정협약에 따라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낮추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긴축안이 시행되지 않으면 네덜란드의 내년도 재정적자는 GDP의 4.6%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왔다. 북유럽의 재정위기 ‘면역국’으로 여겨진 ‘네덜란드발(發) 폭탄’이 터지면서 유로존 전체로 위기감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유로존 내 최상위 신용등급을 자랑하던 네덜란드가 신용등급 강등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경제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네덜란드의 긴축안 협상 실패는 “최악의 소식”이라고 우려했다. 무디스와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는 네덜란드의 신용 강등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네덜란드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난 2010년 자민당과 기민당으로 출범한 현재의 연립정부는 하원 150석 가운데 52석을 보유한 소수정부다. 여기에 극우 자유당이 정책연대를 하는 형태로 간신히 과반을 유지해 왔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경제난·가정해체 등으로 탈선…기술 교육 등 패자부활 길 열어줘야”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탓에 부모의 보살핌 없이 자란 게 탈선의 큰 이유이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지 않는다면 악순환은 되풀이될 것이다.” 전국 최초로 설립된 공립 대안학교 수원 대명고교 정진수(58) 교장이 말하는 중도탈락 학생과 가출 청소년 문제의 원인 진단이다. 정 교장은 22일 “이들이 성장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길을 찾도록 해 가난 대물림의 연결고리를 끊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탈선 청소년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자식들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고 탈선과 가출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면서 “가정에서 부족했던 지적·인성적인 교육을 학교에서 채워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분석한 결과,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면서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살필 수 없었고, 출발부터 어긋나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장은 “탈선 학생들도 자신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돌파구가 없기 때문에 정상궤도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정 교장은 해결 방안으로 공립 대안학교를 늘리고 그곳에서 직업교육 등 자립할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사립 대안학교는 전국에 30여곳에 달하지만 공립은 전국에 2곳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대안학교도 전문계 고교처럼 학비를 면제해주고 기술교육 등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기반을 갖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일반 학교에서 대안학교의 프로그램을 접목시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창의 경기도 교육의원은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노숙자만도 못한 취급을 받게 된다.”면서 교육청과 지자체 간 역할분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교육의원은 “노숙자는 밥이라도 얻어 먹는데,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은 끼니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등 학교를 나가는 순간부터 아무런 사회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면서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도 학생들과 똑같이 학습·취미·직업교육을 계속해서 받고 사회적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역할을 분담해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청소년문화연대 조인핸드 박상돈 회장은 “일반 학생들은 매월 10만원의 용돈이 필요하지만 가출 청소년들은 20만~30만원의 용돈이 필요해 범죄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면서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넉넉하지 않은 청소년들을 위한 아르바이트 지원센터 운영도 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병철·한상봉기자 kbchul@seoul.co.kr
  • [일본통신] “아 옛날이여~” 요미우리-세이부의 추락

    [일본통신] “아 옛날이여~” 요미우리-세이부의 추락

    1950년 양대리그가 시작 된 이후 일본프로야구의 절대 강자는 센트럴리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퍼시픽리그의 세이부 라이온즈였다. 지금까지 요미우리는 우승만 42차례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감히 넘볼수 없는 압도적인 성적표다. 인기에 있어서 요미우리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한신 타이거즈가 단 1회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그 위상은 실로 어마어마 하다. 세이부 역시 통산 21차례의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역시 퍼시픽리그에 속한 팀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적표다. 일본시리즈는 요미우리가 통산 21회, 세이부는 통산 13회 패권을 차지했다. 양 리그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으로서 이 두팀은 우승 횟수에 있어 나란히 1,2위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최근 몇년동안 양팀을 바라보는 시선은 명문 구단과는 거리가 멀다. 요미우리는 2009년 리그 3연패와 더불어 일본시리즈를 제패 한 후 근근히 A클래스(포스트시즌 진출)에 턱걸이 하더니 급기야 올 시즌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현재 요미우리는 리그 꼴찌(6승 1무 13패)다. 덧붙여 올 시즌 들어 5연패만 벌써 두차례를 기록했다. 요미우리의 꼴찌 추락 원인은 단연 팀 공격력 때문이다. 이름값만 놓고 보면 이해할수 없는 성적이지만 지독할 정도로 점수가 나지 않는다. 올 시즌 현재(23일 기준) 20경기에서 요미우리가 획득한 득점은 44점에 불과하다. 경기 당 평균 득점이 2.2 점이다. 팀 타율 역시 .222로 타선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이러한 요미우리의 변비 타선은 시즌 전 일부 전문가들이 거론했던 불안한 부분과도 일맥상통 한 면이 있다. 올해 타선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했지만 실상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플러스 요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4번타자 역할을 했던 알렉스 라미레즈를 요코하마로 보내고 데려온 무라타 슈이치는 제몫을 못하고 있다. 무라타는 타율 .237(1홈런, 7타점)에 머물고 있는데 2008년을 기점으로 그에게 3할 타율을 기대하기란 힘든게 사실이다. 원래 정교한 타자도 아니였으며 매 시즌 30홈런을 기대했지만 2008년 홈런왕을 차지한 이후 아직까지 30홈런을 때려낸 시즌도 없었다. 떠나 보낸 라미레즈가 리그를 지배할 정도의 고타율과 압도적인 타점 생산 능력을 보여줬던 걸 감안하면 무라타 영입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선수 보강이다. 무라타의 부진은 타순 변경과도 직결됐다. 원래 요미우리의 중심타선은 쵸노 히사요시-무라타 슈이치-아베 신노스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 됐지만, 지금은 사카모토 하야토-아베 신노스케-쵸노 히사요시로 ‘클린업 트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리드오프를 맡았던 사카모토가 3번으로 타순을 이동한 것은 그의 장타력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렇다 보니 1번에 들어갈 선수가 없다. 이제 은퇴를 생각해야 할 그리고 부상을 안고 사는 타카하시 요시노부가 최근 경기에서 1번 타순에 배치되고 있는데 중심타선을 맡을 선수들이 넘쳐났던 2000년대 중후반의 요미우리 타선이 생각날 정도다. 그때는 장타력까지 겸비했던 타카하시가 1번에 배치되더라도 중심타선의 파괴력은 건재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에 따라 사카모토가 1번과 3번 타순을 오고가고 있지만 외야와 1루를 오고가고 있는 타카하시(타율 .230)는 아직 홈런은 커녕 장타도 없는 실정이다. 또한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를 대체 할 선수를 육성하지 못한 것도 팀 타선의 부진을 부채질 했다. 지난해부터 노쇠화 기미를 보였던 오가사와라는 포지션도 3루에서 1루로 전환했지만 올해까지 그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오가사와라는 타율 .204에 불과하며 아직 홈런 없이 3타점에 그치고 있다. 요미우리의 3번타자 걱정은 오가사와라 때문에 영원할 것 같았지만 이제 아니다. 오가사와라의 부진이 길어지자 원래 외야수인 타카하시가 1루를 보는 경기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들쑥날쑥한 선수들의 타선 변경과 포지션 변경 역시 안정감이란 측면에서 보면 과거의 요미우리가 아니라는 느낌이 강하다. 현재 요미우리의 팀 평균자책점(2.42)은 매우 준수한 편이다. 하지만 패한 경기들의 대부분이 점수가 나지 않아 아깝게 진 경기들이 많아 이대로라면 올 시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게 일본언론의 대표적인 시각이다. 세이부는 요미우리보다 더 처참하다. 요미우리가 5위 요코하마에 반 경기 뒤진 꼴찌에 머물고 있지만 세이부는 투타 모두에서 부진하며 단 4승(11패 승률 .267)에 그치고 있다. 세이부가 자랑하던 막강한 중심타선의 화력도 그리고 한때 리그 최강의 ‘선발 3인방’이 해체된 올 시즌 마운드 높이도 예년만 못하다. 무엇보다 세이부는 팀 득점에 있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쳤던 4번 타자 나카무라 타케야의 부진이 팀 성적과 직결되고 있다. ‘투고타저’의 영향으로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일본야구 특성상 나카무라의 한방은 세이부가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있어 알토란 같은 촉매제였다. 현재 나카무라는 타율 .196 그리고 그의 전매특허인 홈런은 단 1개에 불과하다. 최근 4년동안 3번의 홈런왕(40홈런 이상)을 차지했던 위상이 올 시즌 추락했는데 조만간 원래 상태로 회복될 것이란 낙관론 속에 와타나베 감독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3번타자 나카지마 히로유키(타율 .273 홈런1개)는 찬스에서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이고, 그나마 1번타순에 배치 된 쿠리야마 타쿠미(타율 .339) 정도만 제몫을 해주고 있을 뿐이다. 무엇보다 세이부의 영원한 리드오프이자 도루왕 후보였던 카타오카 야스유키가 오프시즌에서 어깨 수술을 받은 후 아직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악재다. 선발진도 유독 부침이 심하다. 키시 타카유키만 제몫(2승 1패, 평균자책점 0.77)을 해주고 있을뿐 에이스인 와쿠이 히데아키는 승 없이 3패(평균자책점 7.71)로 극도의 부진에 빠져있다. 베테랑 니시구치 후미야는 팀 타선의 도움 부족으로 승 없이 1패(평균자책점 2.95), 이시이 카즈히사는 1승(평균자책점 2.50) 마키타 카즈히사 역시 1승(1패, 평균자책점 1.84)을 기록 중인데 현재 세이부의 4승은 이 선수들이 모두 올린 것이다. 세이부의 불펜 역시 엉망이다. 큰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 투수 엔리케 곤잘레스(2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10.80)는 물론, 타케쿠마 쇼타(평균자책점 9.53) 호시노 토모키(평균자책점 10.13) 그리고 요미우리에서 방출돼 세이부 유니폼을 입은 마이클 나카무라(1패 2홀드, 평균자책점 7.20)의 성적은 1군 선수들의 성적이라곤 믿겨지지 않을만큼 부진하다. 그나마 선발과 중간을 오고가고 있는 노가미 료마(평균자책점 2.08) 그리고 마츠나가 히로노리(3홀드, 평균자책점 1.80)만 분투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세이부는 투타에서 모두 기진맥진한 가운데 특히 팀의 구심점이 돼야 할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듯 부진에 빠져있다. 올해 퍼시픽리그는 6개팀 모두 절대 강자가 없는 가운데 지난해처럼 간발의 차이로 팀 순위가 결정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곧 시즌 초반부터 순위권에서 멀어지면 그만큼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뜻으로도 풀이할수 있는데 지금 세이부는 반전 할수 있는 어떠한 계기가 필요한 팀이다. 올해 세이부가 최소 A클래스에 들기 위해선 양 리그 교류전까지는 바닥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씨줄날줄] 가든파이브의 교훈/임태순 논설위원

    시인 김광섭은 ‘성북동 비둘기’에서 “성북동 산에 번지(番地)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 번지가 없어졌다.”고 했다. 청계천 공구상 등 청계천 상인들도 개발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성북동 비둘기 신세가 될 뻔했다. 지금은 청계천이 도심 한가운데를 유유히 흘러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지만 복원공사가 시작된 2003년만 해도 반발과 우려가 적지 않았다. 청계고가 해체에 따른 교통난을 걱정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고 주변 상인들은 청계고가 해체로 인한 먼지, 분진 등 환경악화, 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상권 붕괴 등을 들어 태반이 반대했다. 점심을 먹은 뒤 회사 동료의 손에 끌려 청계천 공구상가 거리를 돌아본 적이 있다. 깨끗하게 정비된 청계천 도로변과는 달리 이면 골목길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매캐한 냄새, 분진이 흩날려 1970~80년대 분위기 그대로였다. 공구상가는 도로변 전면에는 공구를 조립해 완성품을 파는 공구점들이 늘어서 있고 뒤편에는 부품을 만드는 공장과 창고들이 들어서 있다. 생산과 판매처가 붙어 있으니 물류비가 적게 들고 물류비가 싸니 제품가격도 저렴하다. 업체들이 밀집해 있으니 구하지 못하는 부품이 없다.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청계천 공구상들이 경쟁력을 갖는 이유다. 서울시가 청계천 이주상인들을 위해 지은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가 썰렁하다고 한다. 10층짜리 공구·생활·아파트형 공장 빌딩 3개로 이루어진 가든파이브는 1조 3000억원을 들여 지난 2010년 6월 문을 열었지만 상가 분양률은 50%에 불과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방문하고 나서 “귀곡산장 같다.”고 했을 정도다. 가든파이브는 왜 실패했을까. 청계천 공구상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상권이다. 서울시는 세금을 들여 현대식 건물을 짓고 입주비를 싸게 하는 등 여러 가지 특혜를 제공했지만 핵심인 상권 창출에는 실패했다. 공구상은 물론 부품업체도 이전해 생산과 판매의 시너지효과를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청계천 공구상가에 가 보면 ‘장지동 가든파이브 가게 싸게 내놓는다’는 벽보가 종종 눈에 띈다. 장지동에 점포를 얻었던 공구상들이 청계천으로 U턴한다는 것을 말해 준다. 가든파이브는 시설이나 부지를 이전할 때 외형적인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생태환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김광섭도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엔 조용히 콩알 하나 먹을 널찍한 마당’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정비사업 조합장 임기제로”…서울시, 국토부에 건의 추진

    서울시는 따로 임기를 정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내 정비사업 조합장의 임기를 법률로 정하도록 관련법 개정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현행 법률에서는 조합장 임기를 규정하지 않고 조합 정관으로 일임하고 있다. 국토부가 보급한 표준정관에서는 임원 임기를 2년으로 하고 소규모 정비사업도 3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임기를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일부 조합의 경우는 조합장의 신분을 조합 해체 시까지 종신토록 보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는 조합이 일정기간 경과하면 스스로 주민들에게 신임 여부를 물어 임기 연장을 하도록 하자고 국토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사업추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女농구대표팀 사령탑에 이호근 감독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이 결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에서 끝내 ‘팽’(烹)당했다. 대한농구협회는 18일 이사회를 통해 이호근 삼성생명 감독에게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지휘봉을 맡겼다. 여자프로농구 우승팀 감독이 사령탑을 맡던 기존 관례를 깨뜨린 것이다. 일부 인사가 임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으로 선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협회는 대표팀 소집 때마다 불거지던 선수 차출 갈등과 신세계 해체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융화할 적임자라며 이 감독을 택했다. 대표팀 감독은 처음이지만 2009~10년 임 감독을 보좌하며 대표팀 코치를 지냈다. 올 시즌엔 ‘부상병동’ 삼성생명을 이끌고 리그 4위를 차지했다. 지도력이나 경험 등에서 이 감독도 훌륭하지만, 꾸준히 대표팀을 맡아온 임 감독이나 챔프전에 오른 정덕화 KB국민은행 감독을 제치고 발탁한 것은 명분이 약하다. 이 감독은 조만간 강화위원회와 논의해 코치를 선임하고 최종엔트리(12명)를 확정한 뒤 다음 달 초 선수들을 소집할 예정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2012 런던올림픽 D-100] 돈 돈 돈… “한 살배기도 입장료 내라”

    [2012 런던올림픽 D-100] 돈 돈 돈… “한 살배기도 입장료 내라”

    “런던올림픽은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지만 그래도 갈 길이 멀다. 세부적인 개선, 미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미세한 개선은 수백분의 1초로 승부가 갈리는 경기에서 메달의 색깔을 결정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올림픽 준비사항을 최종 점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데니스 오스왈드 위원이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LOCOG)에 당부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경기 시설들은 모두 완공되면서 손님 맞이를 위한 마무리 손질 단계다. 런던은 2005년 유치 확정 이후 8년 동안 올림픽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경기시설 건립뿐만 아니라 잿빛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도심 재개발 사업도 같이 추진했다. 런던의 본모습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유분방한 활기가 넘치는 21세기형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경기장 접근도 자동차 이용을 제한하고 대중교통과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뒀다. 주경기장이 있는 올림픽공원은 런던 동부 스트래트퍼드의 리벨리 지역에 조성됐다. 창고와 쓰레기 매립지 등이 있어 낙후지역이었던 이곳은 시민들의 휴식처인 도심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재개발을 위해 철거된 건물 잔해의 90% 이상은 경기장 건설에 재활용됐다. 올림픽공원에는 주경기장 이외에도 수상스포츠센터, 농구·수구 경기장, 선수촌 등 9개의 시설이 들어섰다. 관람석 8만석 규모의 주경기장은 대회가 끝나면 해체돼 2만 5000석 규모로 줄어든다. 런던에는 이미 8만 5000석 규모의 웸블리스타디움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기장은 주민들을 위한 스포츠센터로 바뀐다. 주택 4000동이 들어선 선수촌은 주거단지로 변모한다. 경기장 신축에다 도심 재개발사업까지 겹치면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하원 공공회계위원회(PAC)는 이를 우려했다. 전체 경비는 올림픽 유치 신청 당시보다 4배가 증가한 115억 파운드(약 20조 8700억원)에 이른다. 이는 1948년의 영국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올림픽은 64년 전에 치른 1948년 런던올림픽과 곧잘 비교된다. 당시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국고는 텅텅 비었고, 실업과 경기침체로 지금처럼 신음했다. 국가부채는 GDP의 250%에 달했고, 개최비용 74만 3000파운드는 당시 GDP의 0.01%였다. 반면 올해 올림픽 전체경비 추정치는 GDP의 0.7%다. 당시 영국은 ‘짠돌이 경영’을 했다. 새 경기장도, 선수촌도 짓지 않았다. 세계 각국의 남자 선수들은 억스브리지 공군기지에서, 여자 선수들은 대학 기숙사에서 각각 체류했다. 조직위는 숙박을 제공했지만 선수들은 자기 타월을 가져와야 했다. 캐나다에서 수영장의 점프대 발판을 제공받는 등 다른 나라로부터 장비와 음식, 생수 등을 기부받았다. 1948년 올림픽은 크게 성공했다. 전후 처음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재개되면서 인기가 엄청났다. TV 중계권이 처음으로 BBC방송에 1만 파운드에 팔렸다. 배정된 예산 가운데 1만 파운드를 남겼다. 3만 파운드를 벌어 9000파운드를 세금으로 냈다. 올해 올림픽에서 조직위원회는 입장권 판매를 대회 성공 개최의 관건으로 보고 이에 집중하고 있다. 전체 경기 입장권 880만장 가운데 75%가 일반판매됐다. 부모와 동반하는 1살 미만의 영아에게도 입장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전주 ‘영화의 성찬’… 오감이 즐겁다

    전주 ‘영화의 성찬’… 오감이 즐겁다

    전주는 영화 팬에겐 설렘이자 고통이다. 밑반찬 하나도 허투루 남길 수 없는, 젓가락을 쉴 틈 없이 움직여 보지만 배가 불러 더 먹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안기는 전주의 상차림을 떠올리면 될 터.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오는 26일부터 새달 4일까지 영화팬에게 작업을 건다. 42개국 184편(장편 137편, 단편 47편)을 상영한다. 2010년 209편, 지난해 190편에 이어 6편을 더 줄였다. 대신 극장 좌석 수는 6287석을 늘렸고, 일부 작품은 상영 횟수를 3회로 늘렸다. 프로그램의 밀도는 높이고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한정된 시간에 맛집 순례를 해야 하는 열혈 영화팬을 위해 유운성·맹수진·조지훈 프로그래머의 추천작 9편을 추렸다. 출산의 세기 (유운성의 한마디:6시간 동안 서서히 몰입시킨다. 라브 디아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통렬하고 가슴 저미는 결말) 필리핀의 거장 디아즈가 ‘멜랑콜리아’(2008)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수년째 영화를 못 만드는 영화감독 호머는 영화제 프로그래머로부터 영화 완성을 독촉받는다. 한 이교도 집단은 한 처녀의 이탈로 큰 충격에 빠진다. 전혀 관련 없는 두 개의 이야기는 6시간 후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놀라운 결말로 수렴된다. 후지산의 혈창 (유운성:기묘하게 뒤틀린, 지적이고 비판적인 시대극/맹수진:사무라이 신화를 유쾌 통쾌하게 해체하는 코믹활극) 한국에선 극소수 작품밖에 소개되지 않아 미지의 감독으로 남아 있는 일본영화 거장 우치다 도무(1898~1970)의 1955년 작이다. 젊은 사무라이 고즈로는 하인 둘을 데리고 귀중한 찻잔을 운반하는 임무를 맡는다. 주사가 심한 고즈로는 취중에 사무라이 계급의 위선에 분노해 칼을 뽑아든다. 파닥파닥 (맹수진:수족관에 갇힌 고등어의 필사 탈출기. 한국 애니메이션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 지난해 ‘마당을 나온 암탉’의 뒤를 이을 토종 애니메이션 기대작이다. 바다를 자유롭게 누비던 물고기가 그물에 걸려 탈출을 꿈꾼다는 설정은 ‘니모를 찾아서’를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귀여운 물고기의 모험극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자유를 갈망하는 고등어, 수조 안의 권력자 넙치 등 생생한 캐릭터, 산 채로 회가 떠진 채 눈과 입만 끔뻑이는 물고기 등 사실적인 그림체가 눈길을 끈다. 이대희 감독과 스태프들이 5년을 작업한 노작이다. 드라이레벤 (조지훈:지난해 최고의 독일영화. 각각 1시간 30분 분량의 3편의 장편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독특한 형식) 독일을 대표하는 중견감독 크리스티안 펫졸트, 도미니크 그라프, 크리스토프 호르호이슬러가 참여했다. 독일에 있음 직한 소도시, 하지만 허구의 도시인 드라이레벤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사랑과 범죄의 3부작이다. 각각의 영화는 저마다 줄거리로 마무리되는 자족적 성격을 갖지만 몇몇 연결고리에 의해 세 편이 이어진다. 르 타블로 (조지훈:폴 세잔과 마티스에게서 영감을 얻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색채,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수작) 프랑스를 대표하는 노장 애니메이션 감독 장 프랑수아 라귀오니(73)의 네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채색의 정도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캔버스의 세계에서 미완성된 캐릭터가 그림을 완성하려고 화가를 찾아 떠난다는 기발한 발상에서 비롯됐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아름다운 얼굴색을 찾아주고자 캔버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라모와 친구들의 모험을 그렸다. 관용의 집 (유운성:세기 전환기 파리 매음굴을 19세기 말 퇴폐주의 분위기가 집약된 소우주처럼 그린, 관능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영화) 인간관계를 매개하는 육체의 문제에 집요하게 관심을 기울여 온 프랑스 감독 베르트랑 보넬로의 신작이다. 프랑스 영화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지난해 세계영화 ‘베스트 10’ 중 8위로 꼽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 매춘부의 삶을 통해 노골적 착취의 역사 속에서 노동, 섹스, 자본의 관계를 탐구한다. 개들의 전쟁 (맹수진:액션영화의 상투적인 관습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절묘하게 피해 가는 묘한 재미. 한국 시골 액션영화의 새로운 지형) 한가로운 시골 동네에서 보스 자리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양아치들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했다.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꼬리를 내리고 마는 수컷들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과 폭력에 대한 트라우마를 독특한 어조로 담아냈다. 뮤지컬 스타에서 충무로로 보폭을 넓힌 김무열의 첫 단독 주연작. 몸 전체로 사랑을 (맹수진:한국영화의 세대논쟁을 불러일으킨 ‘영상시대’의 문을 연 작품. 숨겨진 역사와 만나는 기쁨) 한국영화의 암흑기인 1970년대 선배 세대와 단절을 선언하고 네오리얼리즘(이탈리아), 누벨바그(프랑스) 등 세계영화계의 움직임에 호응해 영화적 혁신을 추구한 하길종·홍파·이원세·이장호 감독, 변인식 평론가를 중심으로 한 동인운동 ‘영상시대’ 특별전의 일환으로 상영된다.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홍파 감독이 1973년 발표한 문제적 데뷔작이다. 자이언츠 (조지훈:사춘기 소년이 겪는 전복적이면서도 유쾌하고 때론 빈정거리는 모험담.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핀의 모험’의 프랑스식 해석) 시골의 가족별장으로 휴가 온 자크와 세스 형제. 그곳에서 또래 대니를 만나 할아버지의 차를 훔쳐 타는 등 인생에서 가장 짜릿한 자유를 만끽하며 위험천만한 여행을 시작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아트시네마상을 받는 등 평단의 호평을 받은 불리 라네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말 위에 호랑이가 올라타서…잔혹 서커스단 충격

    말 위에 호랑이가 올라타서…잔혹 서커스단 충격

    말 위에 호랑이를 태우고, 쇠사슬로 목을 묶은 원숭이에게 자전거를 태우는 등 잔혹한 동물학대를 일삼는 중국 서커스단이 또 도마에 올랐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문제의 서커스단은 중국 광시자치구에서 공연 중이며, 현재 동물학대에 버금가는 서커스로 물의를 빚고 있는 서커스단은 중국 전역에 300개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정부 측은 동물보호단체 등의 항의 등에 따라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해당 서커스단은 자신들의 활동이 불법이라는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서커스 중단을 거부하고 있다. 동물자선복지재단인 애니멀스 아시아(Animals Asia·AAF)가 2010년 홍콩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 내 일부 서커스단에서는 채찍으로 곰 때리기, 뾰족한 철 꼬챙이 등으로 코끼리 찌르기, 사자나 호랑이 등 맹수의 발톱과 이빨 뽑기 등 잔혹한 행위를 일삼아 왔다. 이번에 적발된 광시자치구의 서커스단은 말 위에 호랑이를 태우고 목에 쇠사슬을 단 원숭이에게 자전거를 태우는 행위 외에도, 입에 철사로 만든 재갈을 묶고 어린 아이를 호랑이 등에 태우는 위험천만한 묘기도 선보이고 있다. 보고서와 함께 동물보호단체의 항의가 잇따르자 중국 정부 측은 지난 1월 국내 불법 동물학대 서커스 단의 실체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고 본격적인 조치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AAF의 데이비드 니엘은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한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와 각종 보호단체의 행동이 효과가 있길 바란다.”면서 “현재 중국 중남부의 충칭시와 남부 운남성 쿤밍시의 불법 서커스단이 거의 해체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광시자치구를 비롯한 많은 곳에서 여전히 불법 서커스단이 성행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단체들이 결국 수익악화로 동물들을 유기하거나 불법경로를 통해 되파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동물학대 규모가 더 넓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스포츠 돋보기] 구단은 선수들을 실업자 만들 셈인가

    여자프로농구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신세계가 지난 13일 ‘신세계 여자농구단 접는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농구판을 떠나기로 했다. 선수들은 갑작스러운 해체 통보에 할 말을 잃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은 다른 팀의 문을 두드릴 수 있지만 대다수는 실업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신세계 관계자는 “선수들이 이탈하기 전 매각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 계열사 입사를 원할 경우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미지수다. 5개 구단으로 축소되면 리그 운영도 파행이 불가피하다. 중계권 협상도 난항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이번 주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리그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다. 구단 해체도 문제지만 그 결정 자체가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점도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13일 낮 보도자료를 뿌리기 한 시간 전에 김원길 WKBL 총재에게 통보한 게 전부였다. 신세계의 해체 이유는 경영위기나 자금난이 아니다. “금융팀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여자프로농구에 한계를 느꼈다.”는 설명인데 납득하기 어렵다. 인수기업을 찾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신세계 농구단은 기로에 놓였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인수할 기업이 나서는 것이다. 신세계 선수단 14명은 유니폼만 바꿔 입고 전원 생존(!)할 수 있다. WKBL이 위탁 운영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제로 WKBL은 2004년 현대가 해체돼 신한은행에 인수될 때까지 임시로 관리한 적이 있다. 최악의 상황은 공중분해다. 인수할 기업이 안 나타나면 선수들은 나머지 5개 구단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기량이 떨어지거나 어린 선수들은 갈 곳이 없다. WKBL은 새 시즌을 5개 구단으로 치러야 한다. 1997년부터 15년 동안 여자농구의 터줏대감이었던 신세계의 마무리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다. 그룹이 외치는 ‘상생경영’ 구호가 무색하기만 하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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