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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책임자 처벌·개선대책 없이는 민란 버금가는 분노 표출될 것”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책임자 처벌·개선대책 없이는 민란 버금가는 분노 표출될 것”

    서울신문과 함께 창간기념 설문조사를 설계·분석한 정근식(57)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래를 짊어질 고교생들이 정부를 가장 불신하고 있다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기성세대도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된다”면서 “냉소가 팽배해지면 분노로 표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자체에 대한 실망보다 관피아(관료+마피아)로 상징되는 관료 조직의 부패와 수습 과정에서 드러난 무능력, 무책임, 무원칙한 태도를 정부 불신의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정부 신뢰도가 하락한 것은 세월호 참사 발생 원인과 이후 정부의 태도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참사가 일어났기 때문에 정부 신뢰도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 대형 참사는 계속해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우왕좌왕한 적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는 대책으로 ‘해경 해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물러났던 총리를 다시 기용하기도 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배후로 지목하고 정작 정부는 책임을 회피했다. ‘아마추어 정부’라는 비판을 넘어 ‘뻔뻔한 정부’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반성하고 새롭게 바꾸겠다는 의지는 없었다. 문제를 덮으려고 급급한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언론도 못 믿겠다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세월호 참사 직후 오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언론이 참사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 점도 문제다. 수많은 뉴스를 실시간으로 쏟아냈지만, 결국 책임자 처벌 등에 기여를 못 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의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것이다. 자극적인 보도가 많았던 것도 영향을 줬다. 반면 현장에서 대처를 잘한 교사들, 학생을 구하고 희생된 교사들이 부각됐다. 교사나 학교에 대해 신뢰도가 크게 낮아지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전 대형 참사도 책임자 처벌은 잘 안 됐는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은 뒤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 그냥 넘어가면 불신과 불만이 쌓인다. 누적되면 극단적으로 민란 등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군부독재 시절 숱하게 겪었던 일이다. 당장 과격한 행동이 없다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한국 사회에 냉소가 팽배해지는 게 더 심각하다. →마음속에 ‘냉소’가 생긴다는 뜻인가. -참사 80일이 지난 시점에서 설문조사가 이뤄졌는데 결과가 암담하다. 한 달 전쯤 조사했다면 더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그나마 누그러진 것으로 본다. 노란 리본 달기와 촛불집회 등 행동도 분출됐지만 냉소와 불신이 팽배해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기대가 냉소로 사라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냉소가 쌓이면 분노로 바뀐다. →고2 학생들의 후유증이 심 각해 보이는데. -기성세대는 정부에 대해 기대도 많이 하고 실망도 많이 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아직 경험이 적다. 고2 학생들은 물론 조사에 나타나지 않은 더 어린 세대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가 참사 이후 이런 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정부가 세대별로 세월호 참사가 미친 영향을 철저히 조사하고 세대별로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한다. 개인적인 트라우마 치유와 함께 사회의 위기극복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없고 탁상행정에만 그치는 것 같다.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데. -대구지하철 참사나 씨랜드 사건 등 오래된 참사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 정부도 그렇지만 역대 정부들이 참사 직후 제대로 된 조치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 정부가 제대로 접근하고 해결책을 내야 한다. 부처를 신설하고, 기존 조직을 없앤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종합적인 재난 연구 시스템을 구축해야 위험사회에 대비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의미는. -우리 사회가 위험사회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 줬다. 거대한 세월호는 고속 성장해 온 한국의 축소판이다. 종합적인 안점 점검과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예비군, 이제는 ‘카빈’과 이별하고 싶다! (上)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예비군, 이제는 ‘카빈’과 이별하고 싶다! (上)

    - 6.25 때 미국이 준 80만정...70살로 늙어- 지난 2001년 미국에서 TV시리즈로 방영되어 전 세계적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서 주인공 격인 리처드 윈터스 중위가 이끌던 이지 중대가 독일군을 상대로 종횡무진 활약할 때 중대원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었던 총기 중 하나가 바로 M1 카빈이었다. 당시 주력 소총이었던 M1 개런드보다 짧고 가벼워 주로 장교나 후방 전투요원들에게 많이 지급되던 이 총은 위력은 약했지만 상당히 쓸만하다고 평가되어 제2차 세계대전 중 제식소총인 M1보다 많은 무려 600만정이 생산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서 약 100여개 사단에 달했던 미군 사단 대부분이 해체되면서 남아돌게 된 수 백만 정의 카빈은 종전 5년 만에 대규모 전쟁이 발발한 한반도로 흘러들었고, 전쟁이 끝난 뒤 한국군의 손에는 무려 80만정의 카빈이 남아있게 되었다. -반세기에 걸친 한국군의 카빈사랑- 1,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친 ‘태극기 휘날리며’나 흥행작 ‘포화 속으로’ 등 6.25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등을 보면 배우들이 110cm가 훌쩍 넘는 M1 소총을 별 어려움 없이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 장면에는 중대한 오류가 하나 숨어있다. 배우들의 신장이 대부분 180cm를 넘어간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남성 평균 신장이 174cm에 이르고, 군에 입대한 20대 초반 청년들은 180cm를 넘는 경우도 아주 많지만, 반세기전만 해도 우리나라 남성들의 평균 신장은 165cm 안팎에 불과했기 때문에 110cm에 달하는 무겁고 긴 총인 M1 개런드는 한국군이 쓰기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총기였다. 이 와중에 6.25 전쟁 기간 중 대량으로 들어온 M1 카빈은 대단히 쓸 만한 총이었다. M1 개런드보다 20cm 이상 짧았고, 무게도 가벼워 체구가 작은 한국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총이었다. 실제로 주력소총이었던 M1 개런드보다 훨씬 많은 양이 도입되어 1960년대까지 실질적인 주력소총으로 사랑받았고, 1970년대 M16A1 소총이 대량으로 도입된 이후에도 경찰과 일부 특수부대의 주력 소총으로 당당하게 일선을 지켰다. ]그러나 1984년 한국형 소총인 K2와 K1이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서서히 일선에서 밀려나 향토사단의 예비군용으로 편성되기 시작했고, 현재도 약 70만정의 카빈이 예비군 무기고에 치장되어 있을 만큼 한국군의 카빈 사랑(?)은 각별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하다. -21세기 예비군, 20세기 총, 19세기 사격방식?- 연식이 오래되어 좋은 것은 술밖에 없다고 하던가! 제아무리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M1 카빈이라 해도 그 기간이 길어지면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총이라는 물건은 기본적으로 기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닦고 조이고 기름 친다 하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녹이 슬고 낡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그 총이 인류 최대의 전쟁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과 ‘미니 세계대전’이었다는 6.25 전쟁 등 굵직한 전쟁을 2번이나 겪었으면서 무려 70여 년이나 사용되고 있다면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심각하게 낡은 M1 카빈의 문제점은 전국 곳곳의 예비군 훈련장에서 지적되어 왔었다. 탄창이 너무 낡아 탄창에서 탄이 약실로 올라오지 않는 문제는 이미 많은 예비군들이 체험을 통해 겪었다. 분명 이 총기는 방아쇠를 한번 당길 때마다 탄이 한 발씩 발사되는 반자동소총임에도 불구하고, 탄창에서 탄을 꺼내 손으로 직접 약실에 밀어 넣고 사격을 하고, 사격 후에는 다시 장전 손잡이를 잡아당겨 탄피를 빼내고 다시 약실에 새로운 탄을 끼워 넣는 방식의 사격이 곳곳의 예비군 사격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21세기 훈련장에서 20세기의 총을 들고 19세기 사격 방식으로 사격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토예비군 사격훈련 때 사격장에는 여분의 총이 몇 정 더 준비되어 있는데, 이는 ‘19세기 방식’으로 사격을 하려 해도 사격 자체가 안 되는 총기가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유사시 향토예비군들은 이 총을 들고 원자력발전소나 시청, 터미널 등을 지켜야 하는데 상대는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북한의 최정예 특수부대들이니 ‘역전의 용사’들이 발사도 안되는 총을 들고 있다가 북한의 탄환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지 심히 우려스럽다. (계속) 사진= 위에서부터 ▲ 6.25 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이 사용한 화기들. 체구가 작은 한국인들이 왜 M1 카빈(좌측 최하단)을 선호했는지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설명이 된다. ▲ 향방예비군에게 ‘전투용’으로 지급되는 ‘골동품들’(사진 왼쪽)와 이들이 맞서 싸워야 하는 북한 항공저격여단(오른쪽). 70년된 카빈 소총과 나일론 방탄헬멧, 아버지뻘의 탄띠와 수통 등으로 88식 자동소총과 중화기로 무장한 북한 특수부대에 대적할 수 있을까?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백석 詩전집

    [서울대 추천 도서 100선-읽어라, 청춘] 백석 詩전집

    ‘나는 북간에 혼자 앓아 누워서/어느 아침 의원을 뵈이었다./의원은…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고 한다.’(‘고향’ 중) 아파서 의원을 찾아온 시인에게 의원은 어디가 아프냐고 묻지 않고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 그의 병이 고향 상실에서 온 병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향은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곳, 푸근한 어머니가 있는 곳, 안식과 회복이 있는 곳이다. 백석이 이 시를 썼던 1930년대는 가난과 징병으로 가족의 해체와 이산이 발발했던 시기다. 일제강점기의 상황에서 고향이란 대체로 떠나온 곳, 잃어버린 곳이다. 원인은 다르지만 백석이 느꼈던 상실감은 지금 우리가 느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듯하다. 디지털 유목민이라고도 하는 현대인들은 대부분 고향을 상실한 채 도시 유랑민으로 살고 있다. 현대인은 가족의 해체와 이산을 숱하게 경험하고 있으며, 그것에서 소외와 고향의 결핍을 경험한다. 그래서 고향이 시골이든 도시이든 간에 방황하는 현대인들은 너나없이 고향에서나 맛볼 수 있는 안식과 모성적 위로를 꿈꾸는, 향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인지도 모른다. 시속 화자처럼 말이다. 현대인이 그런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사이버에 몰입하거나 중독에 빠지거나 소외나 폭력 등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처럼 백석은 상실의 헛헛함을 시인의 언어로 매만졌다. 백석은 1988년 북한문인 해금조치 후 재조명이 이루어지며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히기도 했고, 토속적인 시 세계와는 달리 결벽증이 심한 멋쟁이였으며 잘생긴 외모의 모던보이였다. 1962년 북한의 문단에서 사라진 이후 1996년 작고할 때까지 농사꾼으로 살다간 백석. 월북한 것도 아니고 다만 만주를 유랑하다 고향 정주에 남았을 뿐인데, 그의 문학이 우리에게 온 것은 20년 조금 넘었고, 분단은 그의 생애와 시 세계를 우리 가까이 두지 못하게 했다. 백석은 주로 자신이 태어난 마을의 자연과 사람을 대상으로 시를 썼는데, 종종 어린 시절로 회귀해 바라보는 원초적인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재현했다. 그의 시 한 편 한 편은 사진처럼, 영상처럼 이미지와 이야기가 또렷하게 그려지는 게 특징이다. 특히 평안북도 정주 관서지방의 정서를 환기하는 작품이 많다. 그래서 그곳을 가보지 않은 독자라도 백석의 시를 읽다 보면 어느새 북방의 어느 움막이나 골짜기에 서성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시에는 농촌공동체의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사물, 풍속들이 나오지만 이들은 결코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합일을 이룬 상태이거나 합일을 기다리며 모여 있는 존재들이다. 이는 시인이 민족적 원형을 시적으로 탐구하여 모국어로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이 자신이 그 시대를 살아내는 시인으로서 할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백석은 무너진 시대 안에서 주체적인 정서와 자아를 모국어로 견고히 유지하려 했던 시인이었다. 시인의 시 세계는 시인의 역사전기적인 배경이 영향을 미치는데, 백석의 시도 유년기의 경험과 고향을 떠나 떠돌았던 경험 등이 오롯이 형상화됐다. 여우가 나오는 골짜기에 사는 가족이란 뜻의 ‘여우난골족’에서는 유년기의 경험을 토속적인 분위기로 그려낸다. 명절날 모인 일가친척의 모습을 유년의 화자의 시각으로 작품 전체에 동화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형상화하고 있다. 시인은 후각, 시각, 미각 등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구사하는 한편, 평북지방의 방언과 토속적 소재들을 나열함으로써 우리 마음속에 보존돼 있는 순수한 삶의 모습에 대한 향수를 그려낸다. 얼굴이 약간 얽은 신리 고모, 열여섯 살에 마흔이 넘는 홀아비의 후처로 들어간 토산 고모, 술에 취하면 토방 돌을 뽑겠다고 주정하는 삼촌 등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소박한 인물들이 펼쳐보이는 정경은 삶의 애환마저도 평화롭고 풍성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고향 풍물의 회상을 넘어 공동체적 삶에서 건지는 생활의 힘을 드러내며 일제 식민지 속으로 사라지는 우리의 고유한 모습, 친족공동체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노래한 것이다. 백석의 시에는 향토적인 음식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가난한 시대의 굶주림에 대한 반응이며 민족적인 정서를 이끌어 내는 도구다. ‘… 또 인절미 송기떡 콩가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볶은 잔대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여우난골족’ 중)이나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가즈랑집’ 중)에서처럼 음식은 현재 몸에 남아 있는 과거이며 관계하는 대상들에 대한 추억이며 감각적인 감수성을 드러내는 재료다. 백석 시에 나타난 동식물명도 매우 구체적이어서 ‘족제비’와 ‘복족제비’를 구별하고 조개도 ‘가무락조개’, ‘곱조개’, ‘콩조개’ 등으로 세분화해 사용한다. ‘여우난골’만 보더라도 백석은 ‘어치’라는 새와 벌레 먹은 배인 ‘벌배’와 야생 돌배나무의 열매인 ‘돌배’와 산사열매인 ‘띨배’를 나열하며, ‘배’로 끝나는 말놀이까지 연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언어들은 자연과 합일된 삶을 꿈꾸는 시인의 시선이며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되살리며 공동체적인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소망의 표현이다. 백석은 식민지 시대를 견디는 시인의 내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제목이 편지봉투에 씀직한 것인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은 누군가 외로운 자기에게 편지를 보내주기를 바라는 듯하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며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며 비극적 삶의 토양에서 시련을 견디고 제 모습을 지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떠올린다. 이는 식민지 시대를 사는 시인이 슬프고 모진 운명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다가도 한겨울에 모진 바람과 싸락눈을 꿋꿋이 견뎌내는 갈매나무처럼 자신의 품위를 지켜내기 위한 선언이다. 시인은 부모, 형제, 아내, 집마저 잃고 떠돌아 누가 편지를 보내도 받아볼 수 없었을 것인데, 이 편지를 몇 십년이 지난 우리가 받아보고 있는 것이다. 이 시를 읽노라면 문득 백석에게 붙이지 못할 답장이라도 쓰고 싶고, 내 내면을 고스란히 보이는 편지를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어진다. 백석은 유려한 모국어로 자연과 합일된 공동체적인 삶을 과거와 현재로 연결해 시를 썼으며, 그것은 시인 자신뿐만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그 어루만짐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이어져 백석의 시를 읽다 보면 오래전에 잃어버린 전설적인 경이로움이 그득한 설화적 삶 속으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삶 속으로 이끌리게 된다. 그 안에 있는 모국어의 아름다움, 토속적인 북방정서, 향토적인 서정세계, 자연의 마력이 건조하고 팍팍한 우리 삶을 마냥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백석이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흰 바람벽이 있어’ 중)라고 자신을 위로하듯 우리가 시의 세계로 들어가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일 것이다. 백석 시를 읽는다는 것은 잃어버린 모국어의 아름다움과 토속적인 민족 정서를 환기하며 공동체의 기억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그것은 이 시대가 놓아버린 세계이며 우리가 외면하는 세계이며, 우리에게 안식과 치유를 주는 모성적 고향의 세계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백석 시를 읽는다는 것은 회복해야 할 삶을 읽으며 고고한 위로를 받는 것이다. 시인은 어느새 우리를 이끌어 간다. ‘외롭고 높고 쓸쓸’하지만 풍요로운 삶의 비밀과 자기 위로와 회복이 있는 곳으로. ●‘읽어라 청춘’은 격주로 게재됩니다.
  • 야누스의 얼굴 ‘화’, 본능과 폭력 사이 해법을 찾다

    야누스의 얼굴 ‘화’, 본능과 폭력 사이 해법을 찾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이 없으면 어떤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의 조건이자 그만큼 강력하고 파괴적인 에너지를 가진 이것은 바로 ‘화’, ‘분노’다. 분노는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우면서도 폭력적인 감정이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200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인류의 화두로 꼽혀 왔다. 특히 가족이 해체되고 사회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현대사회는 우리를 더욱 화내기 쉬운 조건으로 내몰아 가고 있다. 어느새 삶의 불청객이 된 ‘화’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감정의 고유 영역으로 존재하는 이 강력한 힘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할 수는 없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금기시하기만 했던 화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런 취지로 14~16일 오후 9시 50분에 방송되는 EBS ‘다큐프라임’은 우리가 무엇을 ‘화’라고 여기고 있는지 오해와 진실을 규명한다. 또 욱하거나 꽁한 반응 뒤에 감춰진 ‘화’의 진짜 원인인 ‘내면 아이’를 통해 그 출발점을 탐색한다. 14일 방송되는 1부 ‘원초적 본능, 화’ 편에서는 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식으로 표출되는지 살펴본다. 툭하면 남편과 동생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40대 주부, 몇 년째 같은 집에 사는 어머니와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아들 등 다양한 사례자들을 통해 그들이 말하는 화의 원인과 표현 방법을 들어본다. 이들의 일상을 전문가와 함께 분석해 보고, 각자에게 맞는 분노 해결 트레이닝을 적용해 화를 해결하면서 놀랍도록 변하는 모습을 포착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남자냄새 물씬, 최강 전쟁액션물 ‘허큘리스’ 예고편

    남자냄새 물씬, 최강 전쟁액션물 ‘허큘리스’ 예고편

    오는 8월 개봉을 앞둔 남자 냄새 물씬 풍기는 영화 ‘허큘리스’가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허큘리스’는 죽음의 군단에 맞서 싸운 아무도 몰랐던 진짜 남자 ‘허큘리스’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장르의 영화다. 그래픽 노블 ‘허큘리스: 트라키아 전쟁’을 원작으로 판타지 신화에서 벗어나 전쟁 액션에 무게를 둔 작품이라 예비관객들의 관심이 뜨겁다. ‘허큘리스’에서 흥미로운 점은 독특한 해석을 통해 신화를 해체하는 동시에 현대적 감각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뒤틀었다는 것. 전설처럼 사자와 지옥의 개를 처치한 아이콘이자 12과업을 해결한 뛰어난 존재이면서도 영화에서는 한물간 영웅의 재기를 꿈꾸는 인간으로 그려냈다. 영화 속 허큘리스는 자신의 가공된 명성을 이용해 싸움으로 돈을 벌고, 자신에 대한 운명과 전설을 거부하면서도 사람들의 의심에 맞서 완전한 영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쟁을 펼치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린다. ‘허큘리스’에는 프로레슬러 세계 챔피언 ‘드웨인 존슨’이 주인공 허큘리스 역을 맞아 최강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축구선수 호날두의 연인이자 러시아 출신의 모델 이리나 샤크라를 비롯해 할리우드 모델 바바라 팔빈 등이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또한 ‘설국열차’를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존 허트와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의 이안 맥쉐인,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조셉 파인즈 등의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이번 작품에 무게를 더했다. ‘엑스맨: 최후의 전쟁’과 ‘러시 아워’ 시리즈를 연출한 브렛 래트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허큘리스’는 8월 7일 개봉한다. 사진·영상=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FBI는 만델라를 공산주의자로 감시했다

    FBI는 만델라를 공산주의자로 감시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990년대에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공산주의 색채가 짙어 미국에 위협이 되는 인물’로 여기고 지속적으로 감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는 이미 만델라가 민주주의와 인권, 차별철폐 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을 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정보공개 전문가 리얀 샤피로 교수가 입수한 FBI의 기밀 해제 문서를 분석해 보도했다. 문서에 따르면 FBI는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폐지 운동을 벌이다 수감됐다가 27년 만인 1990년 2월에 석방된 만델라 전 대통령에게 비밀 요원을 붙여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FBI는 만델라가 석방된 지 한 달 만에 나미비아에서 당시 유고슬라비아 대통령이었던 야네즈 드르노브셰크를 만난 것을 감시했으며, 이후에도 만델라가 세계 지도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을 만날 때마다 현지 첩자를 붙여 감시하고 보고서를 작성토록 했다. 특히 만델라가 이끈 아프리카민족회의(ANC·현 남아공 집권당)와 미국 인권단체의 연대를 ‘미국 안보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공산주의적 위협’으로 규정했다. 가디언은 “이번 문건은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져 냉전이 사실상 해체된 이후에도 FBI가 얼마나 냉전적 사고에 사로잡혔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FBI 뉴욕 지부가 작성한 기밀 보고서는 ANC를 ‘소비에트가 만든 위장단체’로 분류했다. 그러나 ANC는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기 5년 전인 1912년에 이미 창설돼 활동하고 있었다. FBI가 ‘색깔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한 것이다. 이창구 기자 window2@seoul.co.kr
  • [사설] 세월호 치유도 정부 쇄신도 ‘소통’으로 풀어야

    박근혜 정부는 ‘만기친람형 국정운영’이니 ‘수첩인사’ 라는 등의 비판적 수식어와 함께 소통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박 대통령 혼자 현안과 대책을 역설하고, 장관이나 보좌진은 이를 그대로 수첩에 받아적는 모습이 국민들에게 그런 인상을 심어준 게 사실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국정을 통할하는 대통령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언로가 막혀서는 안 된다. 귀를 열어 쓴소리를 듣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해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는 소통정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누누이 강조해왔다. 다행스럽게도 그제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간 회동에서 그런 소통정치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장황하게 지적하고 주문한 내용들을 박 대통령은 메모지 5장에 꼼꼼히 적어가며 경청했다고 한다. 특히 박 대통령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재고’ 요청에도 “잘 알겠다, 참고하겠다”며 야당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교환하며 서로 절충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등 지난해 9월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 때의 냉랭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고 한다.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에 대통령과 여야의 의견이 드디어 일치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만하다. 무엇보다도 당장의 현안 처리에 ‘파란불’이 켜져 다행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석 달 가까이 돼 가고 있는데도 진상 규명이나 사후처리 등의 후속 대책이 여야 간 정쟁에 파묻혀 표류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제 가까스로 문제해결의 단초가 마련됐다. 여야는 청와대 회동 다음날인 어제 곧바로 ‘세월호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비로소 소통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 처리를 목표로 논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지지부진한 논의에 한숨만 내쉬었던 희생자 가족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여야가 희생자 가족들의 입장에서 진지한 대화를 통해 하루속히 세월호 참사 치유에 나서주길 바란다. 세월호 대응과정에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은 정부쇄신, 국가혁신의 당위성을 설명해준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다. 해양경찰청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정부쇄신 법안이지만 여야 간 이견이 커 지금까지 별다른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우리는 박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간 회동에서 정부조직법 등의 8월 국회 내 처리에 공감한 것에 주목한다. 여야 간 조속한 협상을 통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결과를 도출해주길 기대한다. 더 이상 정부쇄신이 늦어져서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조차 망각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부정청탁 금지 및 이해충돌 방지 법안’ 등 이른바 ‘유병언법’과 ‘김영란법’의 처리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 여야 간 이견이 있다면 공론 과정을 거치면서 이견을 줄여나가면 된다. 여야의 소통만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여야는 모처럼 마련된 소통정치의 기회를 소중히 살려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생국회’의 참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 “세월호 특별법 16일·유병언법 8월 처리 합의”

    “세월호 특별법 16일·유병언법 8월 처리 합의”

    세월호 참사 이후 쏟아진 ‘국가 개조’ 성격 법안에 대해 여야가 조속 처리에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편으로 이견이 큰 법안의 합의 과정에서 여야가 ‘솔로몬의 지혜’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간 회담 내용을 소개했다. 여야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세월호특별법을 처리하고, 나머지 법안도 8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에 합의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야 정책위의장이 관련 상임위와 협의체를 구성해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정책위 관계자는 “여야가 조속한 처리를 합의했으니 법 통과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면서도 “법안마다 여야 간 미묘한 입장 차이를 풀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세월호특별법 중 범정부 종합지원대책단 구성,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생활지원금 및 의료지원금 지원, 추모사업추진단 구성 등의 문제는 사실상 이미 여야 합의에 이른 것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특별법에 따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대목에서는 위원회의 구성, 활동 범위 등을 놓고 조율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8월 국회에서 다뤄질 정부조직법은 여야 간 이견이 가장 큰 법안으로 꼽힌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국가안전처 신설, 해양경찰청 해체, 사회부총리 신설 등 정부조직 개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국가안전처 대신 국민안전부를 만들고,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을 개편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역제안한 바 있다. 김영란법은 8월 국회가 아닌 이르면 이번 임시 국회내 처리가 예상될 정도로 최근 들어 진도가 꽤 나간 법안으로 분류됐다. 윤영석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새누리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김영란법 원안 통과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이라면서 “정무위 법안소위 구성이 어렵다면 원포인트 법안소위를 구성해 조속하게 통과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새정치연합이 정무위 내 법안소위 복수화를 주장하고 있어 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 구성이 지연되자 나름의 해법을 제안한 셈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공무원에서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추가 조율이 필요하다. 위헌 소지도 정밀하게 더 따져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인의 범죄 은닉 재산을 추징할 수 있게 한 ‘유병언법’에 대해서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하지만 범죄 수익인 줄 모르고 맡은 민간인에게 추징하는 게 헌법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위헌 논란이 제기된 게 장애물로 꼽혔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ISIL, 화학무기 공장도 점령… 사린가스 등 독성 오염 우려

    이라크 전 대통령 사담 후세인의 화학무기 공장이 이슬람국가(IS)를 선포한 극단주의 단체 이라크·레반트이슬람국가(ISIL)에 점령당했다. 미국은 화학무기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깎아내렸으나 오염 가능성 등은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AP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알리 알하킴 유엔 주재 이라크대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ISIL이 바그다드 북서쪽 무타나 지역을 점령, 옛 화학공장을 지키던 장교와 병사들을 억류하고 공장 내 장비들을 약탈했다고 보고했다. 유엔 무기사찰단 감시 아래 진행되던 화학무기 해체 작업이 불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신정일치의 이슬람국가를 만들겠다며 시리아 일부 지역을 점령한 ISIL은 지난주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 지역을 장악한 뒤 이슬람국가 건설을 선언했다. 때문에 이라크 정부가 가장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극단주의 단체의 옛 화학무기 공장 점령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위험한 곳은 바그다드 북서부 56㎞ 지점에 위치한 벙커 13, 벙커 41이 꼽힌다. 벙커 13에는 1991년 이전 생산된 신경독성물질 사린 가스를 충전해둔 2500여개의 122㎜ 미사일과 아주 강한 독성을 지닌 180t의 시안화나트륨이 남아 있다. 벙커 41에도 독성화학물질을 품은 155㎜ 포탄 2000여개가 있다. 미국은 일단 위험이 크지 않다고 보는 쪽이다. 1991년 1차 걸프전 이후 오랜 기간 버려져 있었던 데다, 그 이후 이라크 지역을 점령한 미군이 대량살상무기를 없앤다는 차원에서 철저한 방제와 해체 작업을 진행해서다. 젠 사키 미 국부무 대변인은 “제조 연월일이 1980년대로 소급되는 데다 유엔 사찰단 등에 의해 철저히 해체됐다”는 이유를 들어 화학무기로서의 가능성을 크게 낮춰 봤다 그럼에도 오염 가능성은 여전히 제기된다. 방제 처리를 다했다 해도 잔존물들은 여전히 치명적 독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GP ‘귀순벨 누르고 튀기’, 북한 훈련거리 전락한 이유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GP ‘귀순벨 누르고 튀기’, 북한 훈련거리 전락한 이유

    지난달 21일, 동부전선 강원도 고성군 제22보병사단 작전구역 안에서 벌어진 GOP 총기난사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을 때, 서부전선에서는 약 일주일 전에 일어난 이른바 ‘벨튀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마치 초등학생들이 이웃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가는 장난처럼 북한군이 GP(Guard Post) 인근에 설치된 귀순자 유도벨을 누르고 도망갔지만, 결국 그들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벨튀 사건의 원조, ‘호출 귀순’ 사건은 지난달 19일, 경기도 파주의 제1보병사단이 관할하는 구역에서 발생했다. 3명으로 이루어진 북한군 침투조는 최전방 지역의 군사분계선(MDL : Military Demarcation Line)을 넘어와 아군 GP 인근에 귀순자를 위해 설치해 둔 귀순 유도벨을 눌렀다. 이 벨은 귀순 의도가 있는 북한군 장병 또는 주민에 대한 아군의 오인 사격을 막고, 안전한 귀순을 돕기 위해 GP와 GP 사이에 설치한 장치이다. 군은 전방 지역에서 철책을 넘어 귀순하는 북한 주민과 장병이 급증함에 따라 이들의 안전한 귀순을 돕기 위해 군사분계선 이남의 우리측 비무장지대 곳곳에 귀순 안내 표지와 귀순 유도벨은 물론 유도폰까지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 귀순 희망자가 벨을 누르거나 전화를 통해 GP 상황실에 자신의 위치와 귀순 의사를 전하면 병력이 출동해 귀순자의 신병을 확보, 안전한 귀순을 돕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이 귀순자 유도벨은 귀순자의 안전한 귀순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북한군의 좋은 교보재가 되어버렸다. 이 벨을 이용해 귀순한 사례는 많지 않은데 반해, 북한군이 이를 이용해 훈련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벨튀 사건’이 발생했던 파주 지역에서는 지난 2008년에도 이른바 ‘호출 귀순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적이 있었다. 북한군 제2군단 6사단 민경대대 보위군관이었던 이철호 중위는 귀순을 위해 우리 군 GP 앞에 와서 속옷을 백기 삼아 흔들며 투항 의사를 밝혔으나 우리 GP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 중위는 답답한 마음에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뽑아 공중으로 7발을 사격해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지친 그는 우리 군 GP 인근의 풀숲에서 잠까지 자고 일어나 초소까지 접근했고, 자신이 불러도 무시하고 지나치는 장병들을 따라가 사정한 끝에 귀순에 성공했다고 회고한 바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전방 GP의 경계태세 부실이 도마에 올랐고, 부랴부랴 귀순 유도를 위한 각종 시설물이 설치됐지만, 아직까지 이 시설들을 이용해 안전하게 귀순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2012년에는 이 시설들을 다 넘어와 GP의 생활관 출입문을 노크해 귀순한 ‘호출 귀순’의 업그레이드판인 ‘노크 귀순’ 사건까지 발생할 정도였다. 누가 벨을 누르고 튀었나? 이번 ‘벨튀 사건’을 이해하려면 전방 지역의 북한군 배치 상황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철책선은 남방한계선(SLL : Southern Limit Line)이며, 이 SLL을 따라 GOP(GOP : General Outpost)가 설치되어 경계 임무를 담당한다. 남방한계선 2km 북쪽에는 군사분계선(MDL)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구간 곳곳에 GP가 설치되어 있다. 북한군의 경우 철책선은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을 따라 이어져 있으며, 이곳에는 우리의 GOP 개념인 보병초소가 설치되어 이 초소마다 1개 소대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이보다 더 전방인 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에는 우리의 GP 개념인 민경초소가 설치되어 있으며, 여기에는 소대급 병력보다 약간 많은 약 40여 명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북한의 보병초소와 민경초소 경비를 담당하는 부대는 북한군의 전방 사단에만 편성되어 있는 민경대대가 담당하는데, 이 대대는 특수부대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며 출신성분이 비교적 좋은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의 GOP 대대가 4~6개월에 한 번씩 후방부대와 교대하는 것과 달리 민경대대는 보병초소와 민경초소에 투입되는 소대급 병력을 2~3개월 주기로 로테이션하는 방식으로 병력을 운영하고 있다. 비교적 정예부대로 취급받고는 있지만, 민경대대는 어디까지나 전방 경비를 위한 부대이기 때문에, 이번 ‘벨튀 사건’과 같은 침투 작전 또는 훈련에는 이러한 임무를 전담으로 수행하는 부대가 동원된다. 일각에서는 특수8군단이나 경보병여단이 동원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했던 특수8군단은 해체되어 경보교도지도국으로 개편되었다가 현재는 제11군단(일명 폭풍군단)으로 재편되어 평안북도에 주둔하고 있고, 경보병여단은 각 군단의 후방에 배치되어 우리 군 전방군단에 대한 비정규작전과 포격유도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북한군 전방 군단의 편제와 임무,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고려했을 때 ‘벨튀 사건’은 군단 정찰대대 또는 사단 정찰중대의 소행이다. 이들은 북한이 전면 남침할 경우 제1제대의 ‘눈’으로서 우리 최일선 후방으로 침투해 본대의 진격을 유도하는 정찰 및 파괴공작을 벌이는 특수부대이다. 전방사단 출신 탈북자들과 국가안전보위부 고위 간부 출신 탈북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이 같은 훈련은 1년에 2~3차례 이상 각 군단별로 군단 참모들이 민경초소로 직접 내려와 직접 지도하고 평가한다. 이른바 ‘담력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이 훈련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3~6명씩 1개 조를 이뤄 비무장지대 안에서 침투・매복・은거지 구축 과정과 기습침투 과정에 대한 훈련을 실시한다. 이러한 훈련은 매년 휴전선 전 지역에서 실시되는 훈련이지만, 발각되거나 실패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앞서 나온 ‘호출 귀순‘이나 ’노크 귀순‘은 애교인 셈이다. 이번 ‘벨튀 사건’ 역시 일각의 주장처럼 김정은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거나 최근 남북관계 경색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매년 진행되어 왔던 통상 훈련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운 나쁜 정찰대원들이 귀순자 유도벨과 간판 등을 훼손하고 돌아가다가 CCTV에 발각되었을 뿐이다. 매년 실시되었지만 발각되지 않았다가 새로 설치된 CCTV에 꼬리가 밟힌 것인데, 이는 최근 느린 속도로나마 진행되고 있는 GOP 경계 과학화 시스템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이 사업이 더 속도를 내 전방 전 지역에 첨단 센서를 갖춘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갖춰지면 북한군의 이러한 ‘벨튀 훈련’은 사라지지 않을까? 사진=위에서부터 ▲ 비무장지대 매복・정찰 임무 수행중인 제21보병사단 수색중대원들 ▲ 휴전선 지역의 초소 배치 개념도 ▲ 강원도 철원 오성산 지역의 보병초소를 방문한 김정은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희생 감수 사생결단식 리더십 절실, 개헌 본격화… 진짜 혁신 이루겠다”

    “희생 감수 사생결단식 리더십 절실, 개헌 본격화… 진짜 혁신 이루겠다”

    “여야 진영 논리를 벗어나 국민의 눈치를 보는 신뢰 정당으로 변모시키겠다.” 새누리당 7·14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비박근혜계 재선 김태호 의원은 9일 선거 캠프를 겸한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득권이 없는 내가 여당의 ‘진짜’ 혁신을 이뤄 낼 주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 정치가 고장나 있다. 현재 같은 승자 독식의 국정운영 방식으로는 통일과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대비할 수 없다. 대통령이 국가 대개조를 말하지만 큰 틀을 바꾸려면 결국 개헌이 필요하다. 제가 대표가 되면 개헌 작업을 본격 시작하고 국회 내 개헌특위도 조속히 설치하겠다. →현재 여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여당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해바라기 정당으로 비쳐지고 있다. 당의 존재감과 리더십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치에 공학만 있고 국민과 민생은 실종됐다.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청년 취업, 전월세 문제 등 서민들에게선 죽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서민적 바탕에서 여당 개혁과 미래 어젠다를 추진해야 한다. 진짜 혁신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사생결단적 리더십’이 여당에 요구된다. →당내 비주류로서 계파 갈등에 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합동연설회에 가 보니 “우린 친박도 비박도 아니고, 다같이 친박”이라고 주장하는 후보들이 계시더라. 이런 표현 자체가 여전히 계파 논리 속에 갇혀 있다는 방증이다. 정치에 계파가 있는 것은 당연하나 계파가 국민과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당원 모두가 국민을 사랑하는 국민파, 국사파(국민을 사랑하는 파)가 돼야 한다. 그런데 (친박계가) 득 될 때만 대통령을 팔고 어려울 땐 대통령 뒤로 숨어 버린다. 6·4 지방선거 때도, 이번 전대에서도 대통령의 눈물만 팔고 있더라. →서청원·김무성 의원의 양강 구도가 과열되다 보니 후유증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우려가 높다. -살생부 얘기까지 등장하고 전대가 국민들에게 꼴불견으로 비춰지고 있다. 두 분 모두 정치적 역량이 크지만 리더십의 변화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통 크게 응하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국민들이 여당 대표를 끄집어 내릴 수도 있다. 당을 해체하라는 국민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국무총리 낙마를 경험한 당사자로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사태를 어떻게 봤나. -내가 깨져 본 사람 아닌가. 총리가 실제로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영양가 없는 자리인데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건 불편한 진실이다. 본회의 표결 절차가 있는데 (이에 앞서) 인사청문회와 국민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여론으로 사퇴에 이르게 한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다. →전대 과정에서 여당 불모지인 광주·호남도 서너 차례 방문했다. -도지사를 지낸 경남 지역이 마음은 편하지만 기득권만 찾는 건 정치가 아니다. 새누리당 표가 가장 적은 곳에 가서 진심이 통하도록 하고 싶다. 도지사를 그만둘 시점에 혼자서 광주 5·18 묘역을 찾은 적이 있다. 비석을 보니 희생된 분들이 거의 나와 동세대 학생들이었다. 이분들의 희생의 의미를 빚으로 안고 가는 게 제가 정치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김태호가 걸어온 길 민선 최연소 거창군수·경남지사 등 거쳐… MB때 총리 지명됐다 사퇴 김태호(52) 의원은 1962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거창농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농대에 진학한 김 의원은 대학 시절 아버지의 친구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고 김동영 전 의원의 영향으로 정치인을 꿈꾼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이강두 전 의원 선거캠프에 합류한 김 의원은 1998년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의원,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선 최연소로 거창군수에 당선됐다. 2004년 재·보궐 선거에서 42세의 나이로 경남지사에 선출됐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010년 8월 이명박 정부 국무총리로 지명됐지만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2011년 김해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18대 국회에 입성했고, 2012년 19대 총선을 통해 재선 의원이 됐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野 최대계파 ‘486의 민낯’ 도마에

    새정치민주연합 7·30 재·보선 공천 파동으로 야권의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세력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집단행동을 통해 ‘개혁’과 ‘진보’적 인사의 공천을 주장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당내 기득권 지키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많다. 원칙 없는 공천으로 당내 혼란을 키운 당 지도부의 리더십도 문제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당을 위기로 몰아세운 486세력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비판이다. 특히 전국대학생연합회(전대협) 출신들이 그 중심에 서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 동작을 공천 파동에 불을 지핀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한 의원 31명은 친노무현계와 정세균계를 제외하면 486 전대협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이 성명은 당내 반발의 촉매제가 됐고 궁지에 몰린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486 출신으로 광주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동작을에 공천하는 무리수를 뒀다. 결국 ‘20년 지기’ 동지인 기 전 부시장과 허 전 위원장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민낯을 드러내면서 486세력의 분화로 이어지는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다. 486세력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87년 전대협 창립 이후 27년간 인연을 맺어 온 이들이 야권의 최대 계파를 이뤘지만 국민들에게 각인되는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의회 내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있었다. 정치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성숙한 책임정치보다 무책임한 문제 제기로 야권 분열을 키웠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대선 패배 후 486세력은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이고 해체를 선언했었다. 이후 ‘혁신 모임’ ‘더 좋은 미래’ 등으로 활동해 왔지만 이번 공천 파동을 계기로 결국 명패만 바꾼 ‘도로 486’이었음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명을 주도한 오영식(전대협 2기 의장) 의원을 비롯해 김태년(1기), 최재성(2기), 임수경(3기), 박홍근(3기) 의원 등이 전대협 간부 출신이다. 강기정(전남대 총학생회장), 김경협(성균관대 삼민투위 산하 민족자주수호위원회 위원장), 서영교(이대 총학생회장), 진성준(전북대 부총학생회장) 의원 등 486 운동권 출신도 다수다. 이들은 표면적으로는 허 전 위원장 지지를 선언했지만 동작을 유력 후보로 거론된 정동영 상임고문과 안 대표 측 금태섭 전 대변인의 원내 진입을 막는 데 주력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광주 광산을 공천을 신청한 천정배 상임고문을 겨냥해 중진 차출론을 반대하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려 당 지도부에 전달하는 일을 주도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허 전 위원장이 정말로 동작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의문”이라면서 “선거 승리보다는 다른 계파들의 세력 확장을 막아 20대 총선 공천권이 걸려 있는 내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컸던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당내에서 전대협 ‘성골’로 회자되고 있는 이인영(1기 의장), 우상호(1기 부의장) 의원의 내년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설이 파다하다. 임종석(3기 의장)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전대 출마설도 들린다. 지도부와의 갈등은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전대협 출신인 정청래 의원은 지난 2월 문재인 의원의 구원 등판을 공식 요청했고 같은 시기 김기식 의원 등 더 좋은 미래는 원내대표 경선을 요구하며 지도부에 반기를 들었다. 당 혁신을 기치로 들었지만 사실은 당권 투쟁을 위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주인 앞에서 비치 캐노피 훔치는 뻔뻔한 아줌마들

    주인 앞에서 비치 캐노피 훔치는 뻔뻔한 아줌마들

    주인 앞에서 비치 캐노피를 훔치는 뻔뻔한 여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7일 영국 일간 데일리뉴스는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뉴 스머나 해변에서 타인의 캐노피를 훔치는 두 여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영상에는 두 명의 중년여성이 캐노피를 해체 중이다. 잠시 후, 그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 중인 남성이 다가가 말을 건다. “도와줄까요? 당신들은 그것을 해체하는 방법을 모르잖아요?”라고 물으며 대화를 시도한다. 여성들은 뻔뻔하게도 캐노피가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캐노피 해체를 이어간다. 이에 대해 남성이 “아닙니다. 캐노피와 의자, 가방 등 이 모든 것들은 제 소유입니다”라 말하자 여성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절도 행각이 발견되자 두 중년여성은 남성에게 욕을 하기 시작하며 촬영을 방해한다. 결국 두 여성은 남성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절도죄 혐의로 체포됐다. 이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두 중년여성 너무나 뻔뻔해요”, “눈감으면 코 베갈듯”, “남성의 현명함에 박수를~”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사진·영상= MediaEntertainmenTVyoutube 손진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의리냐 사업이냐… 이통사, 팬택 속앓이

    이동통신 3사가 팬택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최종 시한이 8일에서 14일로 연장됐다. 이통사는 팬택 채권단이 팬택 채권 1800억원에 대한 출자전환을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 8일이 됐지만 명확한 답변 없이 출자전환에 부정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채권단은 최종 답변 기한을 14일까지 연기하며 이통사들에 ‘팬택 살리기’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통사 관계자들은 “팬택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통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팬택 채권단을 이해할 수 없다”며 팬택의 부실 경영을 책임지라는 일부 업계 분위기에 대해 난색을 표시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번 고비를 넘긴다고 해도 국내외의 치열한 휴대전화 시장에서 팬택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팬택의 어려움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우려는 동정론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했다. 채권단이 이통사를 앞세운 것은 채권 금융기관들이 팬택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자금 부족의 상당 부분이 이통사에 지급할 판매 장려금에서 비롯된 데다 팬택이 도산하면 이통사의 손실도 크다고 판단해 지난 4일 이통사의 출자전환 참여를 조건으로 팬택 경영 정상화 방안을 채택했다. 이통사는 팬택을 돕는 게 손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에 동참하면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판매 장려금인 1800억원을 돈 대신 주식으로 바꿔 받게 된다. 그러나 이통사는 출자전환 이후 팬택이 매각 수순을 밟으면 기존 주식에 대해 10대1 감자가 진행돼 원금 회수가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출자전환으로 팬택의 주주가 되면 최소 구입 물량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밝혔다. 다른 이통사 관계자는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이통사가 수만명의 생계가 달린 팬택을 외면했다는 여론이 거세질까 걱정”이라면서 “팬택 사태를 의리가 아닌 사업성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가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팬택은 사실상 해체 수순인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이날 팬택과 관련해 통신정책국에서 여러 가지 논의를 했지만 명확한 입장을 발표할 상황이 못 된다”면서 “이번 일은 채권단과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 밝혔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나 혼자 산다’ 시대의 뉴스, 그 선택과 방향/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나 혼자 산다’ 시대의 뉴스, 그 선택과 방향/안혜련 주부

    법륜 스님의 즉문 즉설 강의를 종종 듣는다. 얼마 전 인간관계에 관한 강의를 들었는데 요약해 보면 이렇다. 너와 내가 같다는 전제에서 보면 다른 점이 있고, 다르다는 전제에서 보면 같은 점이 있다. 같은 줄 알았는데 지내보니 달라 화를 내지만 사실 인간은 각자 다르다. 같다는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인간관계는 존중과 이해라는 두 가지가 기본이 돼야 한다. 존중이란 높여 존경하는 것이라기보다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고, 이해란 상대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해 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진작 들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면 인생이 뭔가 달라진 게 있었을까.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도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좀 더 부드럽게 잘 풀어갔을 것 같다. 우리는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다. 같아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달라서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하다. 예전 어느 영화의 “난 딱 한 놈만 팬다”는 대사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날 이해해 줄 ‘딱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살이는 좀 더 살 만할 텐데…. 그래서인지 저래서인지 ‘나 혼자 잘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는 세상이다. 지난 5일 커버스토리 “가족관계의 혁명 ‘1인 가구’”(13,14면) 기사는 가구당 가족 수가 2.5명 내외인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일면을 잘 전해주고 있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결혼을 포기한 20대 청년, 30대 골드미스, 40대 돌싱남, 50대 기러기 아빠, 70대 홀몸노인…. 특히 비자발적인 1인 가구의 신분상의 불안과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인 가구의 증가 등 급속한 가족 해체와 구조조정, 고용불안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우울증 환자와 자살자 증가의 주된 요인’이라고 경고한다. 나 홀로 사는 이들이 덜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외부 자극과 충격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함께 생활하는 이들의 위로나 격려, 혹은 일상이 주는 안정감이 유사시 완충제 역할을 해 주기 때문이다. 건강한 세포가 모여 건강한 몸을 이루듯 사회의 기초 단위인 가족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1인 가구로 초점을 맞춰 ‘가족 정책 설계부터 다시’라는 서울신문의 의견(14면)에 충분히 공감한다. 빅데이터의 시대에 걸맞은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가족 정책도 이에 따른 정책과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각 기업체에서는 이미 1인 가구가 소비 증가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전망에 따라 발 빠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울신문도 앞으로 뉴스 선택과 편집 방향에서 이런 데이터를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스마트폰에 건강관리 기능을 접목한 기사인 “IT·의료기술:사랑에 빠지다”(7월 5일자 15면), 전자업계에서 부는 ‘디자인’ 강풍, 삼성전자의 ‘안 됩니다 실명제’(7월 5일자 12면) 기사도 좋았다. 이제는 일상생활의 일부가 돼 버린 스마트폰의 무한한 가능성을 새로운 분야에서 확인하게 돼서다. 디자인에서도 기능에서도 점점 다양화되고 친인간적이 돼 가는 스마트폰의 잠재력,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다만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제어할 수 있는 능력 내에서만 스마트폰의 그 스마트한 매력과 기능을 잘 즐기고 싶다.
  • [부고] ‘냉전 해체 기여’ 셰바르드나제 前 그루지야 대통령

    소비에트연방(소련)의 마지막 외무장관이자 그루지야의 전 대통령인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가 8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7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소련 개혁 개방의 핵심으로 동서 냉전체제를 허문 인물이면서, 고향 땅에서 대통령이 된 뒤 혁명에 의해 축출된 셰바르드나제가 오랜 투병 끝에 숨졌다. 그는 1928년 그루지야에서 태어나 1972년 공산당 제1서기를 지낼 정도로 정치 인생의 대부분을 고향에서 보냈다. 그루지야공화국의 경제성장과 개혁을 이룬 그는 1985년엔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부름을 받고 모스크바에서 외무장관직을 수행하며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에 헌신했다. 셰바르드나제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그루지야의 가장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이 됐다. 그가 취임한 1995년엔 그루지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남오세티야와의 유혈 충돌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는 대전차포가 차량 행렬에 날아든 것을 포함해 두 번의 암살 기도를 겪었지만 살아남았다. 그루지야공화국의 대통령으로서 그의 경력은 부패와 정실인사로 얼룩졌다. 급기야 여당이 장기 집권을 위해 부정선거를 계획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고, 그는 결국 2003년 11월 24일 무혈의 장미혁명으로 하야했다. 셰바르드나제는 당시 법무장관으로 있던 미하일 샤카슈빌리에게 목숨을 구하는 대가로 대통령직 사임을 약속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셰바르드나제는 공화국 수도 트빌리시 외곽의 별장에서 칩거하며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았다. 그의 별세 소식을 들은 고르바초프는 “우리는 친구였고 그를 잃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그의 친구들과 유가족, 그루지야 국민 모두에게 깊은 애도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경찰, 해경 일부 흡수 해사국 신설 ‘가닥’

    해양경찰이 해체됨에 따라 해경 수사·정보 분야를 넘겨받는 경찰이 해사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유력한 안으로 검토 중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해경 수사·정보 분야 흡수 방안에 대한 질문에 “내부적으로 해사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해양 업무의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해경의 수사·정보조직을 분산해 경찰의 정보·수사국에 개별적으로 흡수시키는 것보다는 별도의 해사국을 신설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현재 이 안을 중심으로 안전행정부와 의견 조정 중이다. 해사국장은 경무관급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해사국이 설치되면 산하에는 해양정보과, 해양수사과 등 기능별로 과가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청장은 “해경 수사·정보 업무 중 해상에서 초동 조치를 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이를 해경이 일차적으로 한 뒤 경찰에 넘기게 할지 또는 경찰이 직접 할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커버스토리] 多人·핵가족서 1인가구로 포커스 맞춰라

    [커버스토리] 多人·핵가족서 1인가구로 포커스 맞춰라

    우리나라의 가족 정책도 다인 가족이나 핵가족이 아닌 1인 가족으로 서서히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빠르게 변하는 가족의 형태를 읽지 못하고, 전통적인 가족의 틀에 갇혀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다. 이미 1인 가구의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만큼 되돌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유럽은 1인 가구의 증가가 점진적으로 이뤄졌던 반면 한국은 선진국이 걸어갔던 가족 구조의 변화 과정을 압축적으로 밟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 ●1인가구 증가세 세계최고… 20년뒤 34%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10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이 23.9%에서 2035년까지 34.3%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1인 가구 증가세는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수준이다. 1990년 102만 가구에서 2012년 454만 가구로 4배 이상 많아졌다. 1인 가구의 증가 속도가 ‘과속’에 가깝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가족 정책은 여전히 다인 가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가족 정책의 기본 방향을 가족기능 강화와 가족친화적 사회환경 조성으로 설정하고 있다. 세부 정책 과제로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취약 가정에 대한 지원과 경력단절 여성, 직장 여성을 위한 아이돌봄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인 가구를 전제로 가족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기존 개념과 다른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늘어나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책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며 “1인 가구의 경우 독거노인과 이혼가구 등 각 특성에 맞게 정책 방향도 세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1인가구도 독거노인·이혼가구 등 세분화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포기한 1인 가구 등 비자발적인 1인 가구에 대해서는 재정적 지원도 절실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1인 가구의 월평균 실질 처분가능 소득은 112만 5000원으로 2인 이상 가구 소득(균등화 소득 기준)의 65.2%에 불과했다. 2006년(71.1%)과 비교하면 1인 가구와 2인 이상 가구의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한민국 인적 자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1인 가구의 증가 등 급속한 가족 해체와 구조조정, 고용 불안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우울증 환자와 자살자 증가의 주된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1인 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세제 정책이 우선 거론된다. 소득공제의 경우 1인 가구는 1순위로 제외된다. 부양가족 수로 연 150만원씩 소득공제를 해 주는 기본공제부터 연간 50만원씩 소득공제를 해 주는 ‘부녀자 공제’와 ‘월세 소득공제’도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있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공제 불이익 당하지 않게 제도 정비를 정책적으로 1~2인 가구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반정호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비자발적 요인에 의한 1인 가구의 증가세는 부정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며 “소위 ‘근로 빈곤’ 상태로 복지 수준과 정책적 보호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독거노인의 경제적 빈곤과 고독사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안적 커뮤니티와 노인 일자리 확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정경희 보건사회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노인 일자리는 그들에게 소득뿐 아니라 심리적인 만족감, 사회 통합감을 느끼도록 한다”며 일자리 지원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사설] 정부개편 논란으로 국정공백 키우지 말라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예사롭지 않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 개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 논의가 정부 개혁은커녕 외려 국정 파행만 가중시키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정부의 개편안에 맞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일 국민안전부를 신설하고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을 외청으로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가안전처를 총리실 산하에 신설하고, 해경을 해체해 국가안전처와 경찰청 등으로 기능을 나누는 정부안과 사뭇 다르다.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국무총리실로 삼겠다는 정부안에 대해서도 새정연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재난대응을 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행정부의 인사 업무도 정부는 총리 산하에 신설될 인사혁신처로 이관하겠다는 방침인 반면 새정연은 중앙인사위원회의 부활을 요구하며 맞섰다.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관료 조직의 경직성과 무사안일, 비효율성 등의 적폐와 국가 안전기능 강화 필요성 등을 감안한다면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당위는 차고 넘친다. 국가 개조의 항구적 기반이 차제에 갖춰져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석 달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국정의 난맥을 수습하려면 이에 못지않게 신속하고 과감한 개편이 요구되는 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중요한 것은 여야가 열린 자세로 신속히 정부 조직개편안을 매듭짓는 일이다. 지난달 11일 정부가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건만 여야는 한 달 가까이 손을 놓고 있었다. 뒤늦게 새정연이 자체안을 내놨으나 여야가 머리를 맞댈 기미가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중순 새누리당의 전당대회와 7·30 재·보선 등의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오는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도 한참 지나서야 입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여야의 정부조직법 대치로 박근혜 정부 출범 한 달이 넘어서야 조각이 마무리된 지난해의 파동을 뛰어넘는 혼란이 우려된다. 국회의 명백한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정부는 반신불수의 상태다. 존폐의 기로에 선 해경과 대대적 분리가 예고된 안행부, 해양수산부는 말할 것 없고 기획재정부 등 사회·경제부처 대다수가 심각한 인사 적체와 업무 공백을 겪고 있다. 정부 부처 국장급 이상 자리만 무려 51곳이 비어 있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자동차 연비를 놓고 국민 앞에서 딴소리를 한 것이 이런 국정 표류의 단적인 예일 것이다. 정부 개편은 기본적으로 집권세력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새정연은 대안 제시를 넘어 발목 잡기로 비쳐질 주장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정부·여당도 국가안전처의 위상 등에 대한 지적을 경청해 보완하는 열린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옛 여인에 빠지다(조혜란 지음, 마음산책 펴냄) 춘향에서 향랑까지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여성 15명을 다시 불러내 그들의 삶에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해 본다. 저자는 전작 ‘옛 소설에 빠지다’로 고전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방법을 귀띔했던 조혜란 이화여대 국문학과 부교수. ‘구운몽’의 백능파, ‘만복사저포기’의 그녀, ‘삼한습유’의 마모 등 고전소설 속 여성 캐릭터 15명을 분석함으로써 욕망, 가부장제, 섹슈얼리티, 버림받은 자에 대한 통찰 등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탐구주제들을 돌아본다. 예컨대 ‘사씨남정기’의 교채란은 남편을 모함하고 정부와 도망치는 악인의 전형으로 묘사됐지만 지금이라면 지극히 욕망에 충실한 여성으로 복권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고전에 매몰된 캐릭터들에게 새로운 의미의 옷을 입히는 과정에서 그 소설들을 정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그건 ‘덤’이다. 344쪽. 1만 6000원. 진화하는 민주주의(김상준 지음, 문학동네 펴냄) 자생적 민주주의가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등 비서구 지역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조명했다. 이를 통해 저자(경희대 공공대학원 교수)는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유럽을 정점으로 발전한 역사의 결과물로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17세기 유럽 지식인 중에도 중국과 조선을 철학자가 통치하는 선진정치의 모델로 받아들인 이가 있었다는 것. 즉 서구에서 기원해 비서구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인식된 민주주의는 오랜 고정관념이며 비서구 지역의 문화에서 이미 자생적 민주주의의 토양이 형성되어 있었다는 결론이다. 주 예산의 40%를 주민 결정에 맡긴 주민자치예산제도를 운영하는 인도 케랄라 주, 빈곤가구 현금지원 정책 ‘보우사 파밀리아’를 실시한 브라질 등이 그 예다. 비서구 지역에서 약진하는 민주주의는 기존 민주주의 체제가 보여주지 못한 활력과 창조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서구 중심을 벗어나 다원 균형 문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주목할 것을 제안한다. 344쪽. 1만 5000원. 세기말 빈(칼 쇼르스케 지음, 김병화 옮김, 글항아리 펴냄)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 빈은 한마디로 지성의 용광로였다. 미국의 문화사 연구가인 저자는 세기 말 빈 사회의 다중적인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문화의 본질을 들춰보는 방대한 작업을 했다. 당시 빈 사회는 과학과 예술의 양립, 도덕과 탐미주의의 공존 등 이중적 대립구도가 곳곳에 혼재했다. 자아, 기성가치와 질서의 해체가 급속히 진행되던 역사적 무대에 초점을 맞춘 뒤 그 다중적인 면모를 통찰하는 저자의 지적 편력이 책갈피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문학, 건축, 미술, 음악, 심리학 등 당대 유럽지성사를 풍미했던 주역들이 한 무대에서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문화역사를 직조해 나갔는지를 재확인한 저술이다. 사회에 억압된 본능을 회화로 표현한 클림트, 사회적 무기력감을 극복한 코코슈카의 표현주의 회화, 쇤베르크의 현대음악 등이 빈이라는 특정공간을 무대로 복기된다. 그런 작업을 통해 책은 신통하게도 ‘역사’와 ‘오늘’이 얼마나 긴밀히 상호작용하는지를 웅변한다. 576쪽. 3만 1000원. 부모의 권위(요세프 크라우스 지음, 장혜경 옮김, 푸른숲 펴냄) 자녀를 유능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반드시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 지침서다. 저자는 독일 김나지움(우리나라의 인문계 고등학교) 교장이자 30년 넘게 독일교사연합 회장을 지낸 교육 전문가. 자기밖에 모르는 응석받이 아이들이 교육현장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실을 발견한 저자는 오랜 관찰과 연구 끝에 그런 아이들 뒤에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권위적’인 게 아니라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는지, 부모들이 착각하는 자녀교육의 그릇된 진실이 무엇인지를 교육학의 역사, 뇌과학, 사회학 등 연구결과와 유럽 각국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독일의 교육 문제가 우리나라와 너무나 닮은꼴이라는 데 놀라게 되는데, 책의 제언들은 그래서 더 가치 있게 들린다.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를 부족하게 키울 줄 알고, 아이에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등의 명쾌한 조언이 이어진다. 192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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