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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무사 개혁안, 국민 요구에는 못 미친다

    국방부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가 기무사의 존립 근거인 대통령령과 기무사령부령 등 훈령을 폐지하는 개혁안을 국방부에 보고했다. 기무사의 제도적 장치 폐지는 기무사에 대한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기무사 인력을 30% 이상 감축하고, 서울을 포함해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된 대령급 지휘 기무부대인 ‘60단위 기무부대’ 폐지도 권고했다. 조직은 사령부 형식 유지와 국방부 산하 본부 조직화, 외청 독립 등 3개 안을 모두 보고했다. 조직 존폐의 결정을 국방부와 청와대에 맡긴 것이다. 지금까지 폭로된 기무사의 불법행위와 월권은 상상을 초월한다. 댓글 여론 조작을 통한 정치 개입,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사찰은 확인됐고,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사이의 통화도 감청했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 최근 가장 논란이 된 계엄 문건의 성격과 관련해 어제 국방부 특별수사단(특수단)이 마침 수사 경과를 밝혔다. 특수단은 계엄 문건의 제목이 지금까지 알려진 ‘전시계엄 및 하부업무 수행방안’이 아니라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엄 문건 작성 TF는 인사명령과 예산, 별도 장소 확보 등으로 은밀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활동 기록을 삭제한 시도도 밝혀냈다. 이렇다면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듯 ‘단순 비상대비 문건’이 아닐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해체 수준의 대수술 없인 자체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엄중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그러나 기무개혁위가 기무사 존폐에 관한 합의안을 내지 못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발표 직전까지 국방부 본부 조직화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기존 사령부 유지안까지 3개 안이 전부 올라갔다. 기무개혁위에 참여한 전·현직 기무사 간부들의 조직 논리가 개입된 탓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훈령 폐지가 권고된 마당에 사령부 형식을 유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기무개혁위는 기무사령관이 대통령 독대 보고도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기무사는 군 조직이지만 대통령과 독대하는 특권으로 권력을 강화해 왔다. 노무현 정부 때 사라졌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부활했고, 박근혜 정부로 이어졌다. 기무사 대령과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낯 뜨거운 설전을 벌인 배경은 기무사의 특권과 무관치 않다.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하는 도구로 기무사를 활용하거나 반대로 기무사가 특권을 악용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릴 여지를 아예 잘라 버려야 한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번 개혁안을 토대로 방첩과 보안의 기본 임무에 충실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길 바란다.
  • “DJ와 인연·일자리”… 민주 당권주자 호남 민심잡기

    “DJ와 인연·일자리”… 민주 당권주자 호남 민심잡기

    김진표 “먹고사는 문제로 심판받는다” 이해찬 “기무사 해체 관련자 처벌해야” 송영길 “친문·비문 통합한 원팀 만들 것”더불어민주당의 8·25 전당대회에 출마한 송영길·김진표·이해찬 당대표 후보들이 2일 광주광역시에서 첫 TV토론회를 가졌다. 3명의 후보들은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식 공방보다는 대체로 호남 민심을 파고드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광주와의 개인적 인연을 강조하고 한전공대 조기 설립, 광주형 일자리 사업, 에너지밸리 조성 등 지역 최대 현안을 조기 완수할 적임자라는 점을 내세웠다. 당권 주자들이 이처럼 광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민주당의 심장이라는 정치적 상징성뿐 아니라 실질적인 표 규모에서도 다른 지역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호남은 이번 전당대회 참여 권리당원 중 27%를 보유하고 있다. 광주에서 초·중·고를 나온 송 후보는 “고3 시절 광주의 아픔을 겪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정계해 입문했다”고 소개했다. 김 후보는 “광주형 일자리는 제가 문재인 정부 국정개혁자문위원회에서 포함시킨 사안”이라며 “당대표가 돼 책임지고 반드시 조기에 성공시키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저는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라며 “참여정부 국무총리 시절 나주혁신도시를 만든 장본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가로막는 위협 요소가 당 분열과 경제 상황이라는 데 전원 의견이 일치했다. 유능한 경제 당대표를 슬로건으로 쓰고 있는 김 후보는 “민주당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송 후보는 재정위기 시절 인천시장을 지낸 경험을 살린 위기 극복과 친문·비문 통합 ‘원팀 민주당’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내부 분열 요소가 확산되지 않도록 당·정·청 소통을 잘 이루는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에는 세 후보 모두 사실상 해체를 주장했다. 송 후보는 “끔찍한 시나리오의 완벽한 내란음모”라며 “기무사를 해체하고 관련자를 처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그동안 여러 가지 범죄사실을 보면 해체를 전제로 하는 완전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필요한 군사정보기관으로만 존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무사 계엄 문건을 보고 당대표 출마를 결심했다는 이 후보는 “이런 세력이야말로 적폐”라며 “이번에 발본해 정리하지 않으면 언제 또 광주와 같은 참극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아슬아슬한 장면은 딱 한 차례 있었다. 최다선(7선) 이 후보에 대해 송·김 두 후보의 협공이 펼쳐진 것이다. 송 후보는 “4선인 나도 이 후보에게 전화를 하기 힘들다”며 이 후보의 불통 이미지를 자극했고, 김 후보는 “보수궤멸이란 발언으로 불필요한 야당의 비판을 자초해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나는 총리 시절 1년에 회의를 1000번이나 했던 사람”이라며 “그동안 당내 의원들과 소통을 많이 못한 것은 인정하고 앞으로 열심히 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토론회에 앞서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TBS·리얼미터,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의 민주당 지지층 대상 당대표 적합도 부문에서 송 후보(17.3%)와 김 후보(14.6%)의 지지율을 합한 수치보다 이 후보(35.7%)의 지지율이 더 높았다.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포함한 전체 응답자 대상 조사에선 이 후보 26.4%, 김 후보 19.1%, 송 후보 17.5%였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기무사 개혁안] 정치 개입·민간 사찰 막는다… 장군 3~4명·대령 20여명 축소

    [기무사 개혁안] 정치 개입·민간 사찰 막는다… 장군 3~4명·대령 20여명 축소

    3개案 중 2개 입법화 안 거쳐 ‘신속’ 기무요원 재배치 통해 정예·전문화대공수사권·대전복 업무 계속 유지 시민단체 “사실상 부활 계기” 비판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가 2일 발표한 개혁안은 대통령령(국군기무사령부령) 등을 새로 제정해 개혁의 추동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도를 띠고 있다. 그러나 군인사에 대한 뒷조사를 뜻하는 ‘동향 관찰’ 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지 않은 채 인원만 30% 이상 감축하는 안에 대해선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개혁위 관계자는 “현행 기무사령부령은 두루뭉술하게 된 부분이 많다”며 “구체화된 처벌조항과 단서 조항을 집어넣어 (기무사에서)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거나 적용해서 마음대로 활동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기무사 존치 근거인 대통령령을 개정해 정치 개입 등 탈선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기무사의 설치·운영 근거 조항인 기무사령부령은 목적, 설치, 직무, 조직, 임무, 정원, 무기 사용 등 7개 조항만으로 구성돼 기무사의 광범위한 사찰과 첩보 활동에 악용됐다. 특히 신원조사를 빌미로 한 각종 동향 수집과 국가보안법,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대한 수사권한은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과 정치 개입 의혹이 반복되는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집시법이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에 대한 수사권한은 폐지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개혁위는 4200여명에 달하는 기무사 인원을 3000여명 수준으로 계급별 30% 이상 감축하는 개혁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무사 소속 장군 9명 중 3~4명이 줄고 50여명의 대령 보직도 30여명대로 줄어들 전망이다.개혁위는 서울을 포함한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된 대령급 지휘 기무부대인 이른바 ‘60단위 기무부대’는 전면 폐지하는 방식으로 인원 감축을 권고할 방침이다. ‘범진사’ 등으로 불려온 600, 601, 608, 613부대 등 기무부대는 각 지역의 군부대 내에 설치된 기무부대를 지휘, 감독할 목적으로 생겼으나 ‘옥상옥’ 역할을 하면서 민간인 사찰과 정치 개입 여지를 높여 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60단위 부대 인원만 서울 100여명을 비롯해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개혁위는 기무사가 일상적으로 군인사를 관찰해 보고하는 동향 관찰 존안 자료를 없애고 일상적인 군 유선전화 도·감청을 금지하는 한편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대면 보고)를 하지 말라고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무사의 군인사 첩보 수집 권한과 대공수사권, 쿠데타 등을 막기 위한 대전복 업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인력 30%만을 감축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혁안에서 근본적인 처방이 빠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기무사의 인적 청산 없이 잉여인력 30%를 명예 퇴직하는 형식의 감축은 사실상 기무를 살려 주는 꼴”이라며 “동향 관찰권에 대한 완벽한 폐지도 없고 사찰했을 때 처벌하겠다는 강력한 처벌조항 신설이나 대공수사권 폐지 등 알맹이는 빠져 결국은 기무에게 부활할 수 있는 계기를 개혁위가 마련해 준 꼴”이라고 비판했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도 “기무사 개혁의 핵심인 정보 사찰과 군 지휘관 동향 조사 기능을 그대로 두면서 30%의 인원만 감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잘못된 관행의 동력을 꺾을 순 있어도 언제든지 정치권으로부터의 유혹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여지를 둔다”고 지적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기무사 개혁안] “3개案 우선순위 없이 제안… 대변화 불가피”

    [기무사 개혁안] “3개案 우선순위 없이 제안… 대변화 불가피”

    장영달 기무사개혁위원장은 2일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안을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세 가지 안을 병렬적으로 올렸다고 했는데 우선순위 없이 똑같이 올렸나. -1안은 사령부를 유지하는 안이지만 대통령령(기무사령) 등을 전부 폐지하게 돼 있기 때문에 새롭게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사령부의 명칭이나 운영, 조직 등의 전반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1, 2, 3안을 순서대로 우선순위라고 보면 되나. -우선순위를 뒀다고 할 필요는 없고 병렬적으로 제안하기로 했다. 특히 외청 독립안은 정치권에서 협상을 통해 입법을 해야 하기에 즉각 실현이 불가능하다. 그 부분은 정치권에 던지는 정도의 안으로 강조를 했다. →기무사령부 근거 법령인 대통령령을 폐지하고 새로 만든다는 건 기존 기무사를 해체한다는 뜻인가. -여러분이 해석을 하셨으면 좋겠다. 저희들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근본적인, 혁신적 변화를 기하겠다는 각오로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대통령령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기존 체제가 유지되는 것인가. -마지막 결론에 개혁안은 지체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단서를 달아서 보고서를 보내려고 한다.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해체 수준의 개혁안이라고 판단하는 건지. -개인적으로 해체 수준의 개혁안이라고 생각하지만 해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얘기도 있어서 해체라는 표현은 안 쓰겠다. →기무사가 대통령의 군 통수기능을 보좌하기 위해서는 청와대에도 보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어떻게 정리가 됐나. -지금까지는 그 부분이 한계가 없고 포괄적으로 돼 있었다. 어디까지를 통수권 보좌로 볼 것인가 불분명하다. (개혁안에는) 군 통수권자에게 안보를 위한 보좌를 하더라도 한계를 분명히 하고 근거를 명백하게 하기로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기무사 간판 역사 속으로… 병력 30% 줄인다

    기무사 간판 역사 속으로… 병력 30% 줄인다

    존립근거 대통령령 등 제도적 장치 폐지 시·도에 배치된 60단위 부대 완전 해체 사령부 형태·국방부 본부·외청 중 결정 동향관찰권 유지… “미완의 개혁” 지적‘기무사’라는 간판이 폐기되는 등 국군기무사령부가 사실상 해체 수준의 쇄신 수순을 밟게 됐다. ‘계엄령 문건 파문’으로 상징되는 정치 개입과 세월호 유족 등 민간인에 대한 사찰, 군내 특권적 행태를 일삼아 비판을 받아 온 기무사의 존립 근거인 대통령령(기무사령부령) 등 모든 제도적 장치들이 폐지될 전망이다. 인원의 30%가 감축되고, 각 군부대 내 기무부대에 대한 지휘·감독 등을 명분으로 광역지자체 11곳에 배치된 ‘60단위’ 기무부대는 전면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무사가 군내에서 초법적 지위를 누리게 된 근거 중 하나인 ‘동향관찰권’에 대한 완벽한 폐지가 빠지는 등 미완의 개혁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위원장 장영달)는 기무사 조직을 전면적으로 재편성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2일 발표했다. 장 위원장은 “(향후 기무사) 사령부 형식을 유지할지, 장관의 참모기관(국방부 본부화)으로 운영할지, 미래적으로 입법을 거쳐서 외청으로 독립시키도록 할지 등 3개 안을 병렬적으로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1안은 독립된 사령부 형태를 유지한 채 계급별로 30% 이상 줄이는 안이다. 2안은 ‘국방보안방첩본부’(가칭) 같은 국방부 본부조직으로 흡수하되 인력을 30% 이상 줄이는 안이다. 3안은 방위사업청·병무청처럼 외청으로 전환하되 청장은 민간인, 부청장은 현역 장군이 맡는 방안으로 전해졌다. 최종 결론을 유보한 채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에 맡긴 셈이다. 어떤 경우에도 ‘기무사’ 이름은 사라진다. 장 위원장은 “현재의 대통령령은 폐지되기 때문에 사령부(형태로 존치하더라도)의 명칭이나 운영의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결국 특무부대, 방첩부대, 보안부대, 보안사령부 등 간판을 바꿔 가며 70년 동안 권력과 공생해 온 기무사란 이름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개혁위는 장군과 장교, 부사관 등의 사생활 첩보를 수집하는 ‘동향관찰’ 금지도 권고했다. 하지만 개혁위 관계자는 “보안·방첩에 이상징후가 포착됐을 땐 할 수 있다”며 여지를 열어 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원조 사대문’ 풍납토성 내려보며…한성백제의 밤에 빠지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원조 사대문’ 풍납토성 내려보며…한성백제의 밤에 빠지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2회 강남야행(청담동에서 압구정동까지) 편이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압구정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무더위를 피해 야간에 진행하는 첫날이었다. 낮에 한 차례 비가 쏟아지고 갠 뒤라 안심했으나 출발 시각인 오후 6시쯤 비가 다시 뿌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비’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일단 첫 목적지인 청담동배수지공원을 향해 출발했다. 이동하는 10여분 동안 신발과 옷이 다 젖었지만 공원에 도착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한강의 여름 저녁 풍경을 맞았다. 강남의 야경을 구경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참가자들은 이날 지하철 7호선 청담역 1번 출구에서 만나 청담배수지공원~한강공원~청담동 명품거리~K스타거리~압구정로데오거리~한일관 순으로 한강변과 밤거리를 누볐다. 무더위가 가신 쾌적한 거리를 걸으면서 오디오가이드시스템을 통해 강남의 어제와 오늘 이야기를 들었다. 해설을 맡은 청담동 토박이 이기훈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정감 있는 목소리로 강남의 속살을 조곤조곤 들려줬다.우리는 흔히 ‘조선’이라는 시대적 프레임에 갇히곤 한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조선시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백제의 유산이라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 ‘원조 서울’은 강북 사대문 안이 아니라 강남이었다. 강남 중에서도 한성백제의 왕궁과 왕릉이 있던 송파구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석촌동이 강남 사대문이었다. 서울 2000년 역사 중 1400년을 훌쩍 건너뛴 뒤 조선 건국 이후 600년 역사만 기억하면서 역사의 땅 강남지역을 조선시대 강북 사대문 주민용 초식(草食)재배지로 전락시킨 셈이다. 기원전 18년 고구려의 왕자 온조가 한강을 건너 오늘의 강남땅에 십제(백제)를 세운 이유는 한강을 방어선 삼아 북방의 강국 고구려의 남하를 저지하고자 했다. 475년 웅진(공주)으로 퇴각한 뒤 다시 깨어나기 전까지 ‘망각의 왕국’으로 버려졌다.답사단이 찾은 삼성동 청담배수지공원과 경기고 터는 한성백제의 옛 땅이었다. 고고학계에서 ‘삼성동 토성’이라고 불리는 이 공원은 한성백제시대 쌓은 토성의 흔적이 1980년대 초반까지 남아 있었다. 성 안에 흰 바윗돌이 우뚝 솟아 있었는지 조선 후기 문인 삼연 김창흡이 ‘백석성’(白石城)이라고 노래한 곳이다. 지금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가 옛 토성 터를 둘러싸고 더 높이 솟아 ‘아파트 산성’을 형성하고 있다. 봉은초등학교에서 청담배수지공원의 서북 경사면을 올려다보면 옛 산성의 윤곽이 흐릿하게나마 드러나는 듯하다.청담배수지공원 정자에 오르면 한성백제의 옛 터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면 청담대교를 중심으로 동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면 잠실주경기장 너머 123층 롯데월드타워에 이르는 넓은 벌이 펼쳐진다. 바로 백제의 왕성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그리고 왕릉인 석촌리 고분 영역이다. 강 건너 강북 아차산을 마주 보고 고구려 군사와 대치하는 형국이다. 한강 서쪽 남산에서부터 동쪽 광나루까지 탁 트인 조망은 삼성동토성이 포기할 수 없는 백제의 군사요충지였음을 실감케 한다. 삼성동토성은 풍납토성, 몽촌토성과 함께 한성백제의 3대 토성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작성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에는 ‘삼성리 산성은 광주군 언주면 삼성리 봉은사 동북쪽에 있다. 총길이는 170간, 높이 1간의 토루(土壘)가 산허리를 에워싸고 한강에 접하고 있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여기서 1간은 180㎝이니 성 둘레는 500m쯤 된다. 청담역 2번 출구에서 삼성역 방향으로 가다가 경기고 동쪽 영동대로 언덕길에 ‘삼성동토성’ 표지석이 서 있다. 표지석에는 ‘건국 초 한산에 도읍을 정하였던 백제는 고구려 및 신라에 대항하여 한강유역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곳 옛 삼성리 일대에서 뚝섬 맞은편까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구릉을 따라 토성을 쌓았다. 토성의 유적이 최근까지 남아있었으나, 강남 개발로 인해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라고 적혀 있다. 삼성동토성은 탄천이 한강으로 합류하는 서쪽 구릉인 현재의 경기고에서 청담배수지공원까지 이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경기고에서 청담동배수지공원을 잇는 산성구간은 영동대로를 놓으면서 도로 아래에 묻혔다.향토사학자들은 지대가 가장 높은 경기고 화동관이 옛 삼성동토성 본성 터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문화유적총람에 따르면 이 성의 길이는 약 350m에서 500m에 이르는 테뫼식 산성(산 정상을 파내 축성하는 형식)이다. 1871년 작 광주부읍지에 보면 대모산 뒤쪽이 대왕면, 탄천 오른쪽이 중대면, 양재천 아래쪽이 언주면이라고 적혀 있다. 오늘날 강남 중심부를 이루는 옛 광주의 3개 면이다. 또 언주면 관내에 선릉과 정릉 그리고 양재역과 무동도 등 4개의 지명이 등장한다. 유감스럽게도 삼성리토성은 등장하지 않는다.삼성리라는 지명은 1914년 언주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봉은사, 저자도, 무동도의 ‘세(三) 땅을 합쳤다(成)’고 하여 만들어진 합성지명이다. 한강에 접한 언주면은 뚝섬으로 건너가는 청숫골 나루가 있던 곳이다. 조선시대 왕의 행차나 충청·경상·전라 삼남지방과의 연결은 주로 송파나루나 광나루를 통했지만 양재역이 번성했던 점으로 미뤄 선·정릉과 봉은사를 오가는 행렬도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삼성동을 이룬 세 곳 중 저자도와 무동도는 압구정동 공유수면 매립공사 때 해체돼 지금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단지 아래로 사라졌다. 압구정동이라는 지명을 남긴 한명회의 압구정 정자는 현대아파트 72동과 74동 사이 언덕에 있다. 봉은사는 조선시대 강남지역의 압도적인 랜드마크였다. 왕릉을 넘어서는 존재감을 보였다. 본래 성종을 모신 선릉 자리가 절집이었다. 1495년 선릉이 조성될 때 이곳에 견성암이라는 암자가 있었기에, 왕릉 안에서 능을 수호하는 능침사(陵寢寺)의 역할을 맡기면서 견성사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왕릉 안에 절집이 있는 것을 반대하는 유생들의 상소가 이어지자 선릉의 동쪽으로 이전했다. 1562년 중종을 모신 정릉이 견성사 자리로 옮겨오면서 자리를 비워주고 지금의 수도산 아래로 옮겼다. 이때 80결(1결은 볏단 1000개)의 토지와 200명의 노비를 보유한 대찰로 발돋움했다. 1970년대 강남개발과정에서 봉은사 소유 10만평의 금싸라기 땅이 한 평당 5300원씩 총 5억 3000만원에 정부 수중으로 넘어갔다. 오늘의 삼성동 코엑스와 한전 부지이다. 1974년 서울에 고교평준화가 시행돼 경기고가 강남으로 이전, 학교를 짓는 와중에 한성백제시대 삼성동토성도 덩달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역사는 그렇게 햇볕과 달빛을 번갈아 쬐는 법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 극장순례(영화의 고향) ●일시 : 8월 4일(토) 오후 6~8시 ●집결 장소 :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번 출구 앞 ●무료 신청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futureheritage.seoul.go.kr)
  • [씨줄날줄] 기무사의 도·감청/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기무사의 도·감청/임창용 논설위원

    미국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년)는 무차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안보국(NSA)에 맞서 싸우는 한 변호사(윌 스미스)의 이야기다. NSA는 테러리즘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영장 없는 도청을 허용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했고, 이를 반대하는 정치인을 제거한다. 우연히 피살 장면이 찍힌 테이프를 갖게 된 주인공 윌 스미스를 인공위성으로 감시하고, 부인과의 사적 대화까지 도청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구든 정보기관의 타깃이 되면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했던 기억이 난다.요즘 터져 나오는 우리 정보기관의 불법 사찰과 도·감청 관련 뉴스를 보면 마치 이 영화가 재현된 듯한 느낌이 든다. 안보를 명분으로 정보기관의 감시가 특정 개인이나 기관의 사욕을 위해 사용될 때 얼마나 폐해가 큰지를 잘 보여 주기 때문이다. 정보 수집 권한을 무한대로 늘리고자 하는 정보기관들의 속성은 영화 속 NSA나 우리 기관들이나 마찬가지인 듯싶다. 2년 전 박근혜 정부는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경우 국정원이 통신사 협조를 받아 카카오톡이나 휴대폰 메시지를 감청할 수 있도록 한 테러방지법을 만들었다.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지만, 법안 시행 이후 감청집행 건수가 83%나 증가했다고 한다. 군 정보기관인 기무사는 촛불 정국에서 작성했다는 계엄 문건 파문에 더해 최근 민간인과 정치인들에 대해 대대적인 사찰과 도·감청을 벌여 온 의혹까지 불거져 파장이 크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과 노 전 대통령의 통화까지 감청했다고 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기무사가 군 전화에 대한 감청 권한을 갖고 있다고는 하나, 대통령의 대화까지 엿들을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기무사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계엄 문건도 자신들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무소불위 의식의 산물일 듯싶다. 기무사 간부들은 올 초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손을 씻는 이른바 ‘세심’(洗心) 의식을 가졌다. 구태를 반성하고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준수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 국회에서 이석구 사령관과 수하 장교가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맞선 장면은 그 다짐이 허구란 사실을 확인시켰다. 기무사의 권력이 국방부 위에 있다고 시위하는 듯해 볼썽사나웠다. 기무사는 1949년 육군 방첩대로 출발해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의 ‘청명계획’을 폭로해 불법사찰 의혹이 터졌을 때 이들은 개명과 함께 개혁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젠 국민으로부터 개혁을 넘어 해체 압력까지 받고 있다. 다 사필귀정이다.
  • 속도내는 군사적 긴장완화… 더딘 한반도 비핵화

    속도내는 군사적 긴장완화… 더딘 한반도 비핵화

    北, 미래 핵 포기 입증… 종전선언 압박 美 “과거·현재 핵리스트 제출해야 보상” 교착상태 지속될 땐 정상회담 시기 지연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지난 100일간 남북 관계는 크게 변했다. 보수정권 9년간 잊고 살았던 공동번영과 평화를 꿈 꿀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은 이행 궤도에 오롯이 올라서지 못했다. 주요 합의 중 남북이 풀 수 있는 ▲남북 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북·미 관계와 연동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연내 종전선언,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위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가을’ 평양회담)는 진도를 못 따라가는 형국이다. 남북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 해당하는 조치들은 이미 상당 부분 실천했다. 군사분계선 선전방송은 중단됐고, 방송시설도 철거됐다. 동·서해 군 통신선 복구 등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통로가 복원됐다. 한·미 동맹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GF) 연습을 잠정 중단하고 계획됐던 연합훈련도 무기 연기했다. 지난 6월 14일에 이어 31일 열린 장성급회담 등을 통해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평화수역 조성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진행 중이다. ‘남북 관계 발전’의 상징적 합의인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8월 개소를 목표로 시설 개·보수와 제반 준비를 추진하고 있다. 고위급회담과 각급 회담도 활발하게 열렸다. 오는 20일부터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린다. 7월 평양 남북통일농구에 이어 가을에는 서울에서 경기가 열리고,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은 남측에서 합동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합의는 더딘 걸음을 걷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핵실험장 폐기에 이은 미사일 발사장 해체, 지난 27일 미군 유해 송환까지, 북·미 정상 간 합의 이행을 서두르며 ‘종전선언’을 압박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소재지 등 핵 프로그램 리스트를 제출해야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미래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핵 관련시설 폐기 등으로 입증했다. 반면 미국은 ‘과거 및 현재 핵’도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보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북·미 간 교착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종전선언이 가닥이 잡힌다면 평양 남북 정상회담도 그전에 숨통이 트이겠지만,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정상회담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수십년 묵은 냉전 패러다임서 ‘新판문점 평화 체제’로 대전환

    수십년 묵은 냉전 패러다임서 ‘新판문점 평화 체제’로 대전환

    1952년 ‘샌프란시스코 체제’ 해체 냉전 붕괴 30년 지나 한반도 해빙 남북 번개미팅 등 숨가쁜 대화모드 이념과 상관없이 ‘평화’를 원하다 진보세력, 비핵화 추진 美공화 응원 北접경지 ·서울 강남서도 보수 완패오는 4일이면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이 구시대 냉전 대결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손을 맞잡은 지 100일이 된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전쟁위기설이 나돌았던 한반도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믿을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더니 한 달 만인 5월 26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번개 미팅’ 형식으로 열려 또다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회담 계획 취소 편지를 보내는 등 롤러코스터를 탄 끝에 6월 12일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지난 100일간 전 세계는 숨 가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특히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100일간의 변화상은 단순히 한반도 안보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분단 이후 수십년간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해 온 가치관이 변했고 패러다임이 변했다. 기존의 주류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1일 “지금의 미·일 대(對) 북·중·러 냉전구도를 만든 1952년 ‘샌프란시스코 체제’가 해체되고 평화를 앞세운 ‘신(新)판문점 체제’로 패러다임이 교체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한국의 진보세력은 미국의 민주당과 호흡이 맞았고, 보수세력은 공화당과 정치적 노선이 비슷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전통적 구도가 무너졌다. 공화당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화해무드를 조성하다 보니 남북 관계 개선을 원하는 상당수 진보세력은 미 공화당을 응원하고, 보수세력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미 민주당에 박수를 보내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가 미 공화당을 응원하게 될 날이 올지 몰랐다”고 말했다. 한국 보수(극우) 진영은 패닉에 빠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주말마다 성조기를 앞세운 ‘태극기 집회’가 펼쳐졌으나, 요즘엔 집회 자체가 시들해졌고, 열리더라도 성조기는 찾아볼 수 없다. 보수진영은 그동안 미국을 같은 편으로 삼아 북한과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는데, 미국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와 성조기, 인공기를 배경으로 악수하는 현실이 도래하자 혼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6·13 지방선거 때 전통적 반공지역으로 보수세가 강했던 경기 북부, 강원도 등 접경지와 서울 강남 등 부유층 거주 지역에서 보수정당이 완패한 것도 과거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지방선거 투표 때 가장 크게 감안했던 것이 남북 관계라고 답했다. 일부 극단적 보수세력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은 이념과 상관없이 평화를 원한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여당은 한반도 냉전체제를 바꾸려 했고, 보수 정당은 현재 상황을 유지하려 했다”며 “평화를 이슈로 ‘변화 대 현상 유지’가 격돌한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통해 전쟁의 공포로부터 탈피하는 쪽을 지지했던 것”이라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실 냉전체제는 1990년에 이미 붕괴했는데, 한반도만 그때 조응하지 못하고 30년 가까이 시차를 두고 냉전 해체의 수순을 조금씩 밟아 왔다”면서 “지금은 북한도 미국도 경제적·정치적 문제 등으로 냉전 패러다임을 유지하는 데 대한 부담이 누적된 상황”이라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양지원, ‘비디오스타’서 돌발 열애 고백 “더이상 숨기고 싶지 않다”

    양지원, ‘비디오스타’서 돌발 열애 고백 “더이상 숨기고 싶지 않다”

    걸그룹 스피카 출신 양지원이 열애 중임을 돌발 고백했다. 31일 방송된 MBC 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비디오스타’에는 유소영, 고나은, 병헌, 양지원, 이태희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MC들은 출연진들의 연애에 대해 물었고 공개 열애 중인 유소영은 프로골퍼 고윤성과의 열애에 대해 솔직하게 언급했다. 이어 양지원에게도 질문이 오자 양지원은 대답을 확실히 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이에 MC들이 “관심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썸이냐”고 포장하자 양지원은 “만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양지원은 “아이돌 생활을 오래 해서 열애 공개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면서 “있는데 없다고 하면서 상대방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MC들은 특종을 잡았다고 기뻐하며 영상편지를 요청했다. 양지원은 “오빠 갑자기 보게 된다면 놀랄 거 같은데, 없다고 할 수 없었다. 고마운 것도 많고 항상 배려해주는 모습에 숨기고 싶지 않았다. 나중에 봐요”라고 전했다. 한편 양지원은 2012년 스피카로 데뷔했으나 2017년 해체를 맞았다. 지난해 출연한 KBS 2TV 오디션 프로그램 ‘더 유닛’에서 최종 멤버로 선발돼 그룹 유니티로 재데뷔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박운대 부산경찰청장 31일 취임....시민안전과 행복보호 앞장

    박운대 부산경찰청장 31일 취임....시민안전과 행복보호 앞장

    “고향인 부산의 치안을 맡게 돼 영광이지만 한편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신임 박운대(58) 부산경찰청장은 31일 오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일보다 사람이 먼저’ 라며 인간미 있는 치안활동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선현장에서 승진 등 고과 평가를 위해 단속과 실적에 치중하는 등 국민보호라는 경찰 본연의 업무를 벗어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 단속 실적과 평가측정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바가 아닌 만큼 단속보다는 계도와 예방 치안에 경찰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박 청장은 이를 위해“ 경미한 범법자에 대해서는 범죄심사위원회 등에 심사토록 해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여성과 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 세심하게 살피고 최근 급속도로 진행되는 가족 해체로 인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경찰이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안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치안활동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앞서 이날 오전 9시 부산경찰청 후문 광장에 있는 부산경찰 추모공간을 찾아 순국·순직경찰관들에 대해 참배한 후, 별도의 취임식을 생략하고 간부 등과 간담회를 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그동안 부산경찰청장 취임식은 부산경찰청 1층 대강당에서 경찰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었다. 박 청장은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실패는 능력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지속성의 부족 때문”이라는 아인슈타인 박사의 말을 인용하며,“주민들을 위한 좋은 정책들을 단기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부산경찰의 힘을 모아달라”고 취임사를 대신했다. 부산출신인 박 청장은 부산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으며 1987년 경사공채로 경찰에 입문해 부산경찰 홍보담당관,부산경찰청 2부장,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인천지방경찰청장 등을 역임하고서 이번에 제29대 부산경찰청장으로 취임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타지키스탄 사이클 여행객들 차로 들이받고 흉기 공격, 4명 사망

    타지키스탄 사이클 여행객들 차로 들이받고 흉기 공격, 4명 사망

    중앙 아시아 타지키스탄의 파미르 고원을 사이클로 둘러보던 네 명의 외국인 여행객들이 끔찍한 변을 당했다. 자동차가 의도적으로 이들을 들이받은 뒤 괴한들이 흉기 등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이슬람국가(IS)는 자신들이 “십자군 동맹 국민들”에 공격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인 둘과 스위스, 네덜란드 여행객 넷이 29일(현지시간) 타지키스탄 수도 듀산베에서 남동쪽으로 70㎞ 떨어진 당하라 지방에서 의도적으로 보이는 자동차의 급습을 받았다. 다른 3명의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국적자들도 다쳤다. 현장을 흐릿하게 담은 폐쇄회로(CC) TV 화면에는 자동차가 전혀 의심을 하지 않은 사이클 행렬을 덮치는 장면이 그대로 담겼다. 현장에는 이미 여러 괴한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자동차로 공격한 뒤 이들이 달려들어 흉기로 공격했다. 셋은 즉사했고 한 명은 병원으로 후송되는 도중에 숨을 거뒀다. 부상자 가운데 한 명은 흉기로 부상당했지만 치료를 잘 받아 안정적이며 다른 한 명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지만 역시 치료가 잘됐으며 마지막 한 명은 행렬에 한참 뒤처져 있어서 별다른 부상도 입지 않았고 경찰서에서 약간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두 사람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아 체포하려는 당국의 특별 작전에 흉기들을 들고 저항하다 사살됐다. 다른 네 명이 검거됐는데 당국은 공격에 이용됐다가 파손된 차량을 증거로 확보했다. 또다른 세 명은 한 마을로 달아났으나 “해를 끼칠 수 없게 처리됐다”고 했는데 체코 프라하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타지키스탄 전문 뉴스 웹사이트 ‘아크보르(Akhbor)’는 살해됐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라마존 라힘조다 타지키스탄 내무부 장관은 경찰이 도로 사고, 강도, 테러 등 여러 가능한 동기들을 들여다보는 중이라며 용의자들이 흉기와 총기들로 무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에모말리 라크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30일 미국과 네덜란드, 스위스 정부에 사과 서한을 보냈다. 두샨베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두 미국인 사이클리스트들이 7월 29일 당하라 지방에서 살해된 사실을 확인했다. 사생활 보호 때문에 더 이상 상세한 얘기를 공유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외무부는 58세 파트너와 함께 여행하던 56세 남성이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타지키스탄은 1991년 옛소비에트연방에서 해체된 이후 가난과 사회 불안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올해를 관광의 해로 선포하고 해외 여행객들의 방문을 권장했는데 이런 끔찍한 일이 빚어졌다고 AFP는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정대화의 더 정치] “文, 국회에 손 내밀 때다…밥이 되고 예술이 되는 정치를 위해”

    [정대화의 더 정치] “文, 국회에 손 내밀 때다…밥이 되고 예술이 되는 정치를 위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질문에는 사람이 밥으로만 살지 않는다는 모범 답안이 준비돼 있다. 그러나 유심론적으로는 정답이지만 유물론적으로는 오답이다. 세상에서 먹고사는 문제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을까? 사람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모든 선택을 포기하며 자기와 가족의 배고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생을 건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모범 답안은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됐을 때만 정답이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예외일 뿐이다.우리 사회가 근현대사 200년의 질곡에서 벗어났다는 진단에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홍경래 난이나 진주민란이 일어났던 조선 후기의 혼란기가 아니다. 대한제국 말기의 망국적 위기를 맞아 동학전쟁을 벌이고 의병운동을 조직했던 풍전등화의 시기도 아니다. 참혹한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서도 벗어났고 분단과 전쟁의 고통도 일부 세대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 전후의 보릿고개도 옛말이 됐다. 그런 우리가 느닷없는 노회찬의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고 원내교섭단체의 대표이고 진보정치의 아이콘이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유명 인사였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직은 이 사건의 황망함과 비통함이 가시지 않아 다른 생각의 겨를이 없지만, 그의 죽음은 많은 과제를 우리에게 남겼다. 소리 없는 아우성. 이 시구가 우리 시대의 현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대변하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옛날 석가모니가 구중궁궐 밖에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목격했던 것처럼 우리는 급속한 근대화가 가져다준 풍요의 그늘에 가려진 수많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듣고 있다. 휴전 65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60만명의 젊은이를 전장으로 내모는 휴전선의 긴장감, 하루가 멀다 않고 터져 나오는 노동전선과 교육전선의 외침, 재벌 대기업에 억눌린 중소기업가들의 고달픔, 최저임금을 둘러싼 저임금 노동자와 배고픈 자영업자들 사이의 갈등. 선진국의 문턱에 선 한강의 기적은 도처에서 아우성을 동반하고 있다.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국회는 인류 역사가 발명한 민주주의의 가장 위대한 제도다. 민의의 전당이자 주권 기관으로 불리는 이 창조적 발명품은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이래로 인류사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군주제, 사법제, 행정관료제, 상비군 등 수많은 근대의 발명품 중에서 국회를 능가하는 아름다운 발명품은 없다. 그러나 이 위대한 발명품도 한국 땅에서는 기를 펴지 못하고 작동 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다. 인류 역사는 전쟁의 역사로 불린다. 전쟁의 역사가 파멸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타협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류 역사는 전쟁과 타협의 변증법적 관계의 역사다. 한때 사람들은 중국의 삼국지나 서양의 십자군처럼 싸웠다. 그 시절 전쟁은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었지만 근대 이후에는 총칼을 내려놓고 국회에서 말로 승부를 가르는 무기 없는 새로운 전쟁 방식으로 대체됐다. 정치적 상상력이 최고도로 발휘된 성과다. 그러나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돼 버리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이 발명품이 불량 수입품 취급을 받고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도 있고 싸우면서 큰다는 말도 있다. 마음에 새겨야 할 소중한 교훈이다. 그러나 성숙함을 동반하지 못하는 아픔은 고통일 뿐이며 성장을 동반하지 못하는 싸움은 파멸을 부를 뿐이다. 싸우더라도 요령 있게 싸워야 하는데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해서 울리는 종인지 의문스럽다. 혹 목적 없이 싸우는 싸움닭이 돼 버리거나 구경꾼들을 위해 싸우다 죽는 싸움개가 돼 버리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그러나 나는 싸움을 백안시하는 관점에는 결단코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이 신이 아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신의 나라가 아닌 이상 싸움은 불가피하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신들마저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 사이의 싸움은 불가피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싸우면서도 타협의 여유를 발휘하면서 한 번의 싸움을 또 다른 싸움을 위한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는 지혜는 반드시 필요하다. 죽기 살기로 싸우면 남는 것은 죽음뿐이니까 싸움의 철학과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문재인 정부의 모습은 크게 세 가지 장면으로 오버랩되고 있다. 첫째, 이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무지와 무능과 독단의 폐해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국정 운영의 새로운 모범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공감은 행정부 수준에서만 유효할 뿐 국회와 사법부 영역에서는 여전히 구정권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처음이자 끝이고 사법부는 민주주의 보루라 할 수 있는데, 새 정부의 의지가 삼권의 영역으로까지는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쪽짜리 민주주의라는 말이다.둘째, 예정에 없던 남북 관계와 외치가 국정 운영의 방향타로 작동하면서 정부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반면 내치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기 어려운 정책 집행의 불균형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구조화된 사회문제가 일거에 해결돼야 한다고 성화를 부릴 상황은 아니어서 믿음을 가지고 인내하면서 기다려야 하겠지만 기다림에는 시한이 있는 법이다. 정부 임기 5년은 별로 길지 않은 시간이고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은 5년보다 더 짧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문재인 정부는 선거로 탄생했지만, 구정권을 무너뜨린 것은 촛불이다. 헌법에도 선거법에도 없는 촛불혁명이 이 정부의 모태라는 사실을 다시금 재확인하고 이 원리가 국정 운영에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것처럼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을 중심에 놓고, 국민의 뜻에 따르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촛불정신이다. 촛불은 물과 같아서 물이 배를 띄우기도 하고 전복시키기도 하는 것처럼 촛불 또한 권력을 만들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더구나 촛불은 작은 바람에도 쉬이 꺼진다.드디어 하나의 결론에 이르게 됐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것은 오버랩된 세 장면을 하나로 묶어 내는 일이다. 대통령이 국회로 가서 국회와 타협하는 장면이 필요하다. 그 타협이 협치든 개혁연합이든 연립정부든 무방하다. 국회가 구시대의 폐습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되지 않도록 정치적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대통령이 강한 나라는 단기적 효율성이 있고, 국회가 강한 나라는 장기적 지속성을 갖는다. 대통령은 리더십으로 강해지고 국회는 타협으로 강해진다. 정치에서 타협은 최적의 해법을 모색하는 예술과도 같은 것이다. 이 장면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회가 만들어지고, 부진한 내치에 돌파구가 만들어지고, 촛불이 지속된다면 다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500년 역사의 조선은 건국 200년 만에 임진년, 병자년 양란으로 허리가 꺾인 후 영·정조 시대의 마지막 시도가 실패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후 19세기와 20세기의 역사는 나라에는 굴욕이었고 백성에게는 고통이었다. 해방 이후에 우리가 겪은 분단과 전쟁과 독재의 역사는 그 일부였다. 다행히 굴욕과 고통의 역사를 중단시키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했다. 면면히 이어진 민주화의 흐름이 그 동력을 제공했고, 최근의 한반도 상황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우리가 미구에 마주하게 될 역사는 민주화를 넘어 민족 통일을 완수하고 우리 민족이 다시금 세계사의 일원으로 재등장해 단절된 민족사를 복원하게 될 원대한 역사다. 그리하여 우리를 대륙으로부터 단절시켜 한반도의 남쪽 섬으로 고립시킨 70년 분단 구조를 해체하고 유라시아와 소통하는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구상이 가능하게 됐다. 정치가 밥이라면 이보다 풍요한 밥상이 다시 있겠는가.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몫이다. 미래는 먼 후일의 일이 아니라 후일을 내다보고 준비하는 자의 오늘의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그 길이 열리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과제로 떠올랐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정치적 타협이 이루어지고,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가 여의도 좁은 바닥에 갇힌 이념 구도와 지역 구도에서 벗어나 한반도와 동북아의 시각을 갖게 된다면 이 타협은 예술의 경지에 이른 역사적 타협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도 밥이 되고 예술이 되는 정치를 기대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상지대 총장직무대행
  • 33년 집권 훈센, 독재 선거로 5년 연장

    33년 집권 훈센, 독재 선거로 5년 연장

    1야당·언론사 강제 해산시켜 장기집권 의석 100% 장악… 美 “민주주의 후퇴” 비난캄보디아를 33년 동안 통치해 온 훈센(66) 총리의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엉터리 선거’라는 비난 속에 치러진 29일(현지시간) 총선에서 모든 의석을 싹쓸이했다. CPP는 30일 “전체의석 125석을 모두 차지한 것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잠정 득표율 집계 결과 확인됐다”면서 승리를 선언했다. 이로써 현역 지도자로는 최장수 집권 기록을 세운 훈센은 2023년까지 최소한 5년 더 권좌를 유지하게 됐다. 이번 선거는 훈센 총리의 독재가 강화되는 속에서 치러졌다. 훈센 정부는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지난해 11월 해체하고, 캄보디아 데일리와 프놈펜 포스트 등 비판적 성향의 언론사에 대해서는 ‘세금 폭탄’ 등을 통해 폐·정간시키며 재갈을 물렸다. CNRP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44%의 득표율을 얻으며 장기집권에 지친 민심들을 흡수하며 맹렬하게 훈센의 독주를 견제해 나갈 기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훈센 정부와 사법부는 CNRP가 “외부 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면서 당 대표를 구속하고, 당을 해산했으며, 소속 의원들의 정치 참여도 금지시켰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민주적으로 치러진 선거였지만, 야당과 비판세력들의 손발을 묶어놓은 비민주적인 엉터리 선거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강력한 야당의 부재 속에서 투표 강요행위나 금권 선거를 통한 매표(買票) 행위를 의심하는 지적들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의석 100% 장악”이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봄 직한 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자, 국제사회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훈센의 야당 및 인권탄압을 문제 삼아 주요 정부 인사에 대한 비자 제한 조처를 취했던 미국은 이번 총선을 ‘결함이 있는 선거’로 규정하고 비자 제한 조치 확대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핵심 야당을 배제한 결함투성이 선거는 캄보디아 헌정 사상 최대의 민주주의 후퇴 사례”라고 비난했다. 한편 프랑스에 망명 중인 CNRP 지도자 삼랭시는 “결과가 정해진 엉터리 선거였다”며 캄보디아 국민에게 평화적인 저항을 촉구했고, 인도네시아에 머무는 무 소추아 CNRP 부대표도 자카르타에서 기자회견을 갖었다. 무 소추아 부대표는 “2018년 7월 29일 캄보디아의 민주주의는 죽었다”면서 “국제사회는 CPP와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 결과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타지키스탄 사이클 여행자 넷 차로 치여 숨지게 한 사건 발생

    타지키스탄 사이클 여행자 넷 차로 치여 숨지게 한 사건 발생

    중앙 아시아 타지키스탄을 사이클로 여행하던 외국인 넷이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미국인 둘과 스위스, 네덜란드 국적인 사이클 여행가 넷이 29일(현지시간) 타지키스탄 수도 듀산베에서 남동쪽으로 70㎞ 떨어진 당하라 지방에서 의도적으로 보이는 자동차의 급습을 받았다. 다른 3명의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국적자들도 자동차 공격을 받고 다쳤다. 하지만 자동차에 타고 있던 이들은 달아났다. 두 사람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았으나 나중에 풀려났다고 타지키스탄 관리들은 밝혔다. 내무부는 용의자들이 자신들을 검거하려는 특별 작전에 흉기들을 들고 저항하려 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 명이 파손된 차 때문에 검거됐는데 경찰은 이 차량이 관광객들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모말리 라크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30일 미국과 네덜란드, 스위스 정부에 사과 서한을 보냈다. 두샨베 주재 미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두 미국인 사이클리스트들이 7월 29일 당하라 지방에서 살해된 사실을 확인했다. 사생활 보호 때문에 더 이상 상세한 얘기를 공유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관리들은 아직까지 입장 표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1991년 옛 소비에트연방에서 해체된 이후 가난과 사회 불안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비디오스타’ 고나은 루머 해명 “‘인사 안 하는 걸그룹 멤버? 나 아냐”

    ‘비디오스타’ 고나은 루머 해명 “‘인사 안 하는 걸그룹 멤버? 나 아냐”

    ‘비디오스타’ 그룹 레인보우 출신 배우 고나은이 루머에 해명했다. 오는 31일 방송되는 MBC에브리원 예능 ‘비디오스타’에는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고나은과 함께 유소영, 병헌, 양지원, 이태희 등이 출연한다. 앞서 진행된 녹화에서 고나은은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직접 해명했다. 그는 ‘인사 안 하는 걸그룹 멤버’ 루머의 주인공은 본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룹 레인보우로 활동하던 시절 고나은은 “한 걸그룹 멤버가 선배 가수들에게 인사를 안 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당사자로 지목이 됐다. 당시 포털사이트에 해당 루머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고우리(개명 전 이름)’가 함께 뜨면서 마치 고나은이 그랬던 것처럼 비춰진 것. 고나은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잘못된 이야기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 속상함과 억울함을 내비쳤다. 한편 레인보우 해체 후 배우로 전향한 고나은이 출연하는 ‘비디오스타’는 오는 31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사진=MBC에브리원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서재를 떠나보내며(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더난출판 펴냄) 올해 구텐베르크상 수상자이자 현재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인 저자가 70여개의 상자에 자신의 책 3만 5000여권을 포장하며 느낀 소회를 담은 에세이. 서재를 해체하고 책들을 상자에 집어넣는 과정 속에서 문학이 갖는 힘에 대해 사유한다. 240쪽. 1만 4000원.곽재구의 신新 포구기행: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참 좋았다(곽재구 지음, 해냄 펴냄) 바닷가 마을을 여행하며 삶의 아름다움을 전한 책 ‘곽재구의 포구기행’ 출간 이후 15년 만에 다시 포구마을을 찾은 곽 시인의 신작 기행 산문집. 서귀포 보목포구, 욕지도 자부포 등 포구마을을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했다. 368쪽. 1만 6800원.잘돼가? 무엇이든(이경미 지음, 아르테 펴냄) 영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통해 평단과 관객의 관심을 모은 영화감독 이경미의 첫 번째 에세이. 영화 촬영 에피소드, 가족과의 대화, 외국인 남편과의 연애 및 결혼 과정 등 내밀한 기록을 담았다. 256쪽. 1만 4000원.시간여행자를 위한 고대 로마 안내서(필립 마티작 지음, 이지민 옮김, 리얼부커스 펴냄) 서기 200년 고대 로마의 모습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담은 안내서. 간단한 라틴어 회화, 로마에서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 꼭 봐야 할 관광지, 쇼핑할 만한 장소와 품목까지 자세히 실었다. 268쪽. 1만 6000원.그리움으로 가는 편지 1~3권(이서연 지음, 한강 펴냄) 이서연 시인이 2002년 8월부터 2005년 7월까지 영국 노팅엄에서 아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홀로 한국에 있던 남편에게 보낸 이메일 237통을 엮었다. 각 권 354·415·438쪽. 각 권 1만 6000원.
  • [사설] 정전협정 65주년 아침에 생각하는 종전선언

    오늘은 한반도를 피로 얼룩지게 한 한국전쟁을 ‘정지’하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1989년 미·소의 냉전이 해체됐지만, 이 땅에는 200만명 가까운 남북 군인과 가공할 중무장 화력이 휴전선에서 대치하고 있다. 21세기 유례없는 상황이다.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남북이 해빙되고 4·27 판문점 정상회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 전쟁 위협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전쟁 가능성이 줄었을 뿐 전쟁 그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정전체제가 계속되는 한 언제라도 전쟁의 참화가 재현될 수 있다. 생각하기도 싫은 사태가 한반도에 벌어진다면 민족의 재앙이 될 것이다.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는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라고 문서화했다. 이 정신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4·27 판문점 선언에도 계승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고 합의했다. 그래서 판문점 선언에서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남북 합의를 받아들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6·12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는 종전선언을 ‘축복’했다. 손에 잡힐 듯했던 종전선언은 지금 비핵화가 이뤄진 뒤에나 생각해 볼 얘기가 되고 있다. 국제사회에 남북의 상호 불가침, 북·미 간 전쟁의 종식을 고하는 종전선언은 7500만 우리 민족이 전쟁을 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평화의 기반이 되는 종전선언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는 ‘선 비핵화, 후 종전선언’이란 미국의 주장에 동조해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았는데 종전선언부터 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전쟁의 위협을 온존시켜 북한을 압박하고 비핵화를 이룬다는 것인데 과연 북한이 대가도 없이 선선히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묻고 싶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그제 조기에 종전선언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환영한다. 오늘 미군 유해 50구가 송환될 것이라고 한다. 유해 송환은 북·미 6·12 합의 4개 항 중 하나다. 남북, 북·미 합의를 이행하는 의무는 북한에만 있지 않다.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고 북한의 안전보장’이란 6·12 합의에 걸맞게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도록 적극 나설 의무가 미국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 두 달도 안됐는데 대북회의론?…한·미 ‘비핵화 조급증’ 버려야

    두 달도 안됐는데 대북회의론?…한·미 ‘비핵화 조급증’ 버려야

    “국내(미국) 언론이 북한 이슈와 관련해 대통령의 실패에 굶주려 있는 것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제임스 리시 미 공화당 연방상원의원이 25일(현지시간) 미국 PBS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내 ‘대북 회의론’을 성토하며 내놓은 이 언급은 표현이 이례적으로 직설적이어서 눈길을 끈다.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으로 대북 고급정보를 갖고 있는 리시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비핵화 조급증’ 내지 ‘북한 불신론’을 프레임으로 6·12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끊임없이 흔드는 한국 내 강경 보수층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리시 의원은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선두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장했던 초강경파다. 그런 그가 보기에도 미 주류 언론의 ‘6·12 때리기’는 지나쳤던 모양이다. 워싱턴 기득권 정치의 아웃사이더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다수 언론과 척을 지면서 과도한 비난에 포위됐다는 평가가 나온 지 오래다. 리시 의원은 앵커가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실험장 해체가 충분한 비핵화 조치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이 이슈에서 성공하도록 이끌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로 돌아서도록 하는 데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는 비난을 받는 대신 신용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화해무드 이후) 북한의 비난이 중지됐고 (핵·미사일) 실험이 중단됐다. 지상에서 여러 일(핵·미사일 실험장 해체)을 보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비핵화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TV에서 대통령의 실패만 성토하는 것을 보면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6·12 이후 한 달여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자 한·미 일각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북 회의론이 설파됐다.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북한은 남북, 미·북 회담 이후 전혀 변한 게 없다”면서 중단한 한·미 연합훈련을 북한 압박 카드로 다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30여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북핵 문제를 불과 한 달여 만에 풀지 못했다고 원점 회귀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6·12 이후 한 달 반 만에 미사일 실험장 해체와 미군 유해 송환,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실현한 것은 작지 않은 성과라는 평가도 가능해 보인다. 실제 과거 북핵 폐기 로드맵을 만들기까지는 보통 1년 이상이 걸렸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끌어내는 데 1년 반이 걸렸고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채택하기까지 2년이 소요됐다. 1985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군축을 위해 처음 만나고 2년 뒤에야 양측은 부분적 군축을 담은 중거리핵무기폐기협정(INF)을 체결했다. 후대의 평가는 당시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꿨다는 데 이견이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급증을 내려면 그간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해 무엇을 해 줬는가, 현재의 조급증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를 돌아봐야 한다”며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상대방을 압박하고 제재하려는 명분으로 활용하려고만 드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북 회의론에서 벗어나 북·미가 합을 맞춰 가도록 한국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데 총력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비핵화 데드라인’ 밝힌 폼페이오…명확한 北제재·적극적 관여 압박

    ‘비핵화 데드라인’ 밝힌 폼페이오…명확한 北제재·적극적 관여 압박

    기존 제재 틀에서 압박 강도는 유지 北방치 오바마 ‘전략적 인내’와 달라 종전선언 등 주도권 수싸움 분석도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청문회에서 ‘인내하는 외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북·미 협상을 서두르지 않고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외교적 관여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북 제재를 이어 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미 조야와 현지 언론의 조급한 성과 요구에 대한 반론으로도 풀이된다. 복잡한 북핵 문제를 단지 2~3번 만남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트럼프 정부의 최근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인내하는 외교는 버락 오바마 전 미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기존 제재의 틀과 압박의 강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전략적 인내는 ‘북한을 그냥 두고 보는 것’으로 사실상의 ‘방치’라고 보는 편이 맞다”면서 “반면 인내하는 외교는 명확한 제재와 적극적인 관여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북한의 비핵화 시점을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말인 2021년 1월로 못박았다. 비핵화의 디테일한 일정을 담은 ‘비핵화 시간표’는 아니지만 비핵화의 데드라인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압박하는 동시에 강력한 대북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인내하는 외교에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종전선언·평화협정’ 대(vs)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싸움’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에 나서며 종전선언 등 체제 안전 보장 조치를 요구하자, 미측이 ‘아직 김 위원장이 약속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비핵화 행동 촉구로 맞받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강경해진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의회 등을 겨냥한 국내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뜸 들이기’에 나서면서 미 조야에서는 ‘빈손 방북’ 논란뿐 아니라 ‘북한의 전술에 트럼프 행정부가 당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폼페이오 장관이 의회에서 직접 북한에 분명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의원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국내 여론을 달래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날 외교위에서 강경 발언을 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모습이 CNN 등을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면서 “사실 북한 등 중요한 안보 문제를 다루면서 생중계한다는 것 자체가 미국 내 여론을 달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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