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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 수요시위에 힘 실어주고 싶다고 해”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 수요시위에 힘 실어주고 싶다고 해”

    정의기억연대는 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향후 전국의 수요시위에 정의연과 함께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1일 제1446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지난달 26일 이용수 인권운동가를 만나 세 가지 공통과제를 서로 확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요시위에는 정의연을 지지하는 시민 100여명이 참석해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법적 배상을 요구했다. 수요시위는 보수단체 자유연대의 장소 선점으로 지난주부터 옛 주한일본대사관 맞은편 대신 남서쪽으로 10여m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리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용수 할머니의 바람은)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 지역의 단체들과 함께 더 가열차게 수요시위를 진행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 할머니가 ‘기왕에 진행되고 있는 지역별 수요시위에는 이 이사장과 함께 참석해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희망도 피력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할머니는) ‘일본 우익과 한국 극우에 맞서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고 알리고 가르칠 장소가 절실하다’고 했다”며 가칭 ‘위안부 역사교육관’ 건립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한일 청년·청소년 교류의 확장을 공동의 목표로 확인했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이용수 인권운동가님과 정의연 사이를 파고들며 오해와 갈등을 조장하고,상처를 헤집고 다시 틈을 벌리려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우려로 남는다”면서 “욱일기를 흔들며 갖은 욕설로 정의연 해체, 소녀상 철거를 외치고 위안부 역사를 부인하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자들이 여전히 우리 옆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의연히 다시 손잡고 운동을 다시 반석 위에 세우려 한다”며 “조직 쇄신과 운동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발전적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즐겨라, 그게 밈(meme)이다 [아무이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즐겨라, 그게 밈(meme)이다 [아무이슈]

    바야흐로 밈(meme· 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 하고 놀이로 즐기는 현상) 전성시대다. 가수 비의 ‘1일 1깡’ 열풍에 이어 십여 년간 인터넷에서 하나의 놀이로 맥을 이어 온 농심 캘로그의 ‘파맛 첵스’가 시장에 소환됐다. 짤과 밈, 댓글로 가공된 콘텐츠를 방송과 마케팅이 확대·재생산 하면서 일종의 ‘B급 문화’였던 밈 현상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밈 문화, 루저문화, 병맛 문화, B급 감성 등 심각하지 않고 뛰어나지 않은 ‘비주류 문화’가 화제를 모으는 현상 속에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1980년대 중반에서 2000년께 출생한 젊은이)의 ‘불운’한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밈&밀레니얼…‘노오력’ 세대의 현실도피처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배우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최신 스마트 기기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자존감도 높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와 일자리 질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은 세대다. 1998년 외환위기(IMF)를 겪은 부모의 영향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회 분위기를 체득하기도 했다. 부모가 마련해준 생활수준을 스스로 힘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세대기도 하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 대표는 “이 세대는 부조리를 겪을 때 연대해 투쟁하기보다 스펙 쌓기 등 개인의 ‘노력’으로 뛰어넘으려는 특징이 있는데 문제는 사회구조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영상을 보는 순간만큼은 다른 것을 모두 잊고 마냥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들의 욕구가 밈 현상, 병맛 문화 등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어린 시절 열광했던 가수들이 방송가에 소환되고 있는 현상도 버겁고 힘든 현실에서 도피해 현실을 부정하려는 해당 세대의 심리가 깔렸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이후 대중가요를 비롯해 영화, 예능 등 대중문화의 폭발적인 성장을 함께한 세대다. 이 대표는 “30~40대에 접어든 80년대생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대중문화 시장에도 그때 그 시절이라는 ‘레트로’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좌절 투성인 현실에서 도피해 행복했던 10대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라고 말했다.개인(me)&연대(we)…주류가 되는 순간 사라진다 밈 문화에는 ‘성취와 투쟁’이 배제돼 있다. 심각하지도 않고, 훌륭하지도 않고, 일단 웃기다. 지루한 텍스트나 긴 영상을 참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콘텐츠를 복제하고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미를 더해 밈을 확장해 나간다. 풍자의 대상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쾌감도 있다. ‘펀쿨섹좌(座)’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을 둘러싼 밈이 대표적이다. “기후 문제는 펀(fun), 쿨(잘난척), 섹시(sexy)해야 한다”, “하겠습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요” 등 고이즈미 환경상의 모호한 유체이탈 화법을 패러디 한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하는 법’이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 ‘올릴 일상이 없어도 일상은 펀 쿨 섹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 (끄덕)’ 등 그의 화법을 따라하는 식이다. 주류 미디어가 다루기 시작하면 현상이 사그라지는 것도 밈의 특징이다. 경쟁을 유발하는 팍팍한 현실의 거울인 ‘기성 사회 질서’에 편입되는 순간 생명력을 잃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통 미디어가 깡을 분석하고 본격적으로 현상을 소비하기 시작하자 인터넷 상의 밈 현상은 소멸 수순을 밟았다. 최항섭 국민대 정보사회학 교수는 “나를 구속하는 기성 공동체의 강한 소속감을 거부하는 동시에 사회적 고독을 벗어나고자 모방을 통해 일시적으로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느끼고 싶어하는 ‘부족주의’, 그리고 특정한 취향이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유목주의’ 등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인 특성이 결합한 문화 현상이 밈”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개인주의가 발달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상적인 공동체의 조건은 단단한 결속이 아닌 외로움을 달래줄 느슨한 연대”라면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밈이 기성 미디어에 편입되는 순간 주저 없이 연대를 해체하고 다음 ‘정착지’를 찾아 떠나는 유목민적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복제&공유…끊임없이 재생산하며 진화 밈은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1976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학술 용어다. 문화 전달의 단위, 모방의 단위를 가리키는데, 지금은 인터넷상에서 패러디 등을 통해 유행으로 퍼지는 인터넷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드라마나 예능, 광고 등에 나오는 웃긴 장면이나 대사를 짤이나 댓글에 사용하는 행위,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 처럼 각종 챌린지도 밈으로 분류된다. 대중에게 ‘밈’이라는 단어가 확실히 각인된 것은 최근 한 여고생이 2017년 발매한 가수 비의 표제곡 ‘깡’의 춤을 따라 춘 커버 영상이 터지면서다. 비는 과자 ‘새우깡’ 모델로 발탁되는가하며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과 함께 ‘깡 오피셜 리믹스’를 발매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밖에도 배우 김영철의 ‘4딸라’(드라마 ‘야인시대’ 대사),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영화 ‘타짜’ 대사) 등이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홍콩, 금융허브 위상 흔들… 자본유출 ‘헥시트’ 땐 미중도 타격

    홍콩, 금융허브 위상 흔들… 자본유출 ‘헥시트’ 땐 미중도 타격

    다국적 자금 1200조원·기업 1541개 요동NYT “일부 기업, 대체 지역 검토 시작”민주화 주역 조슈아 웡 “테러 통치 시작”54명 ‘체포리스트’ 돌아 시민사회 위축민주파 3개 단체 해체 선언… 오늘 집회 중국이 미국의 반대에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끝내 시행함에 따라 ‘동양의 진주’로 불리던 홍콩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뉴욕(미국), 런던(영국)과 함께 ‘세계 3대 금융 허브’로 발돋움한 홍콩의 경제적 위상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화 시위 주역들도 대거 체포될 것으로 보여 시민사회도 궤멸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간 갈등을 고조시키는 홍콩보안법이 제정돼 홍콩의 자율성이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홍콩의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뒤에도 금융산업으로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가 약속한 ‘고도의 자치’가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새 보안법이 제정돼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이유다. 홍콩은 1조 달러(약 1200조원) 규모의 투자자금이 모여 있는 아시아 금융 중심지다. 홍콩 주식시장 투자 자금의 절반 이상이 버진아일랜드(영국령) 등 조세회피처에서 오는데, 돈 주인은 대부분 미국과 중국의 슈퍼리치들로 추정된다. 이번 조치로 홍콩에서 글로벌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는 ‘헥시트’가 시작되면 홍콩은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도 큰 피해를 입는다. 가능성은 낮지만 홍콩이 1983년부터 미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범위로 가치를 유지하는 페그제(고정환율제)가 무너져 금융 시장이 마비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진출 거점으로 홍콩을 택한 업체들이 대체 지역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ING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에 지역 거점을 둔 다국적 기업은 1541개다. 홍콩보안법 제정 소식에 이날 당장 민주파 주요 3개 단체가 해체 선언을 하는 등 크게 동요하며 시민사회도 위축될 전망이다.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조슈아 웡은 자신이 비서장을 맡고 있는 데모시스토당에서 탈퇴했고, 이날 오후 당은 전격 해체를 선언했다. 웡은 “홍콩의 종말, 테러 통치의 시작”이라며 “대만의 백색테러 시대와 같은 테러 통치의 새로운 시대로 들어간다”고 비난했다.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홍콩민족전선’, 지난해 송환법 반대시위를 주도한 ‘학생동원’도 본부 해체 및 해외 활동을 선언했다. ‘홍콩독립연맹’ 창립자 웨인 찬도 해외 도피했다. 온라인에서는 웡과 함께 반중매체 ‘빈과일보’를 운영하는 지미 라이 등 54명의 이름이 담긴 ‘체포 블랙리스트’가 나돌았다. 홍콩 곳곳에는 4000여명의 경찰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였다. 민주파 진영은 1일 홍콩보안법 반대 집회를 강행할 예정이나 동력이 떨어져 지난해처럼 대규모 시위로 전개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 보안법이 시행돼도 홍콩이 당장 쇠락의 길을 걷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홍콩 파괴’가 미중 모두에 해가 되는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홍콩 최대 부호이자 반중 성향으로 잘 알려진 리카싱 전 청쿵그룹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홍콩보안법을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를 줄여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는 보안법 악재에도 상승 마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감히 우리집 앞을’ 총기 무장 美 변호사 부부, 평화시위대 조준 논란

    ‘감히 우리집 앞을’ 총기 무장 美 변호사 부부, 평화시위대 조준 논란

    미국의 한 변호사 부부가 시장 사퇴를 요구하며 거리 행진 중이던 평화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다. NBC계열 방송사 KSDK 등 현지매체는 28일(현지시간)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시에 거주하는 한 변호사 부부가 총기로 무장하고 평화시위대와 대치했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대는 경찰 해체를 요구한 주민 10여 명의 개인정보를 발설한 라이다 크루슨 시장 사퇴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대 300여 명은 메릴랜드플라자부터 크루슨 시장 자택 앞까지 도보 시위를 벌였다. 집회는 비교적 평화로웠다. 하지만 무장한 주민 부부가 집 앞을 지나는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누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현지언론은 시위대가 지나던 거리 인근에 살던 한 변호사 부부가 각각 소총과 권총을 들고나와 시위대를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남편 마크 맥클루스키는 AR-15 반자동소총을, 아내 패티 맥클루스키는 권총을 손에 쥐고 으리으리한 대저택을 지켰다. 시위대에게 총을 겨눈 부부는 “그대로 지나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화가 난 시위대와 이들 부부 사이에는 언쟁이 벌어졌고, 무장한 변호사 부부가 시위대를 조준하면서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다. 부부가 조준한 시위대 중에는 ‘손들어, 쏘지 마’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보였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불거진 경찰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동참하는 뜻을 담은 문구로 보인다.다행히 시위대와 부부 사이에 실제로 총격전이 벌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이라 할 수 있는 변호사 부부가, 그것도 백인 부부가 평화 집회를 연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다는 점에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관련 페이스북 라이브 브리핑에서 주민 개인정보를 발설해 입방아에 오른 라이다 크루슨 세인트루이스 시장은 26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크루슨 시장은 “팬더믹 기간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해 시민과 페이스북 커뮤니티에서 소통했다. 그러나 나는 오늘 개인정보를 언급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공개된 정보다. 누구에게도 고통을 주거나 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말부터 시작된 사퇴 요구 온라인 청원에 4만 명이 넘게 찬성 서명을 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서울포토]서울지역 코인노래방 집합금지 명령 해체 촉구 집회

    [서울포토]서울지역 코인노래방 집합금지 명령 해체 촉구 집회

    29일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서소문2청사 앞에서 서울 코인노래연습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서울지역 코인노래방 집합금지 명령 해체 촉구 집회‘를 열고 집합금지 명령 즉각 해체, 서민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20.6.29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주한미군 주둔 또 논란… 관건은 결국 ‘비핵화 이행’

    주한미군 주둔 또 논란… 관건은 결국 ‘비핵화 이행’

    북한이 대남 공세를 중단하자 정치권에서는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 여권은 북한의 대남 비난이 한창이던 지난 15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으나, 하루 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를 열고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5일 “종전선언이 다시 추진돼야 한다”며 불씨를 되살렸다. 미래통합당 등 보수 야권은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를 가로막고 주한미군 철수를 야기할 수 있다며 종전선언 추진을 비판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종전선언 추진이 현재 남북 관계의 교착 국면을 반전시키고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유도할 수 있으며, 주한미군 주둔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종전선언의 의미와 효력을 둘러싼 쟁점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 각각 짚어 봤다.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주둔하고 있다. 법적으로 종전선언은 물론 1953년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20일 평양 남북정상회담 대국민 보고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동맹에 의해서 주둔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종전선언, 평화협정과 무관하게 전적으로 한미 간 결정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평양 남북정상회담 전 특사로 파견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종전선언은 주한미군과 상관없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유엔군사령부 해체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유엔군사령부의 지위가 변화되면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유엔군사령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근거해 창설됐지만, 종전선언으로 6·25전쟁이 공식 종료되면 유엔군사령부가 지속돼야 할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 유엔은 1975년 제30차 총회에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유엔군사령부 해체와 주한미군의 철수를 권유하는 북한의 결의안과 정전체제 유지를 위한 대안, 즉 일종의 평화체제가 마련돼야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될 수 있다는 미국의 결의안을 동시 채택한 바 있다. 이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돼야 한다는 데 북미는 물론 국제사회가 공감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최철영 대구대 교수는 논문 ‘한국전쟁 종전선언의 법적 쟁점과 과제’에서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25전쟁을 배경으로 정전협정의 체결을 위한 반대급부적 성격으로 한미 간에 체결됐다는 점에서 정전협정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며 종전선언은 주한미군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평화협정 논의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물론 남북의 군축을 추진하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반도 평화협정문(안)을 제안한다’에서 “비핵화가 가시화되더라도 한미 양국 내에선 북한의 대규모 재래식 군사력을 이유로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며 “반면 북한은 비핵화 이후 한미동맹과의 군사적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평화협정 이전에라도 남북한의 군사력 및 주한미군의 감축 계획을 논의하고 일부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 북한, 미국은 종전선언과 이에 따른 평화체제 구축을 북한의 비핵화와 연동시켰다. 남북과 북미 정상은 2018년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서 북한이 원하는 ‘평화체제 구축’과 한미가 원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함께 합의했다. 특히 판문점선언에서는 ‘평화체제 구축’의 첫 단계로서 ‘종전선언’을 명시했다. 이에 종전선언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추동하기 위한 상응 조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인식하에 ‘국가안보전략’에서 “북한의 비핵화 초기 조치와 함께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비핵화가 완전히 해결되는 단계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종전선언은 북측이 원하는 체제 보장에 긍정적 시그널로 작동해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견인하는 적극적인 조치로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종전선언이 오히려 북한의 비핵화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지난 14일 “종전선언은 불량국가 북한을 정상 국가로 공인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로부터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공인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도 논문 ‘6·25전쟁 종전선언의 기회와 위험분석: 안보의 시각’에서 “종전선언이라는 선물을 조기에 제공할수록 북한이 비핵화에 소극적일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종전선언의 내용을 조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국제법센터장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관한 국제법적 검토’에서 “단순히 종전을 언급하는 몇 줄짜리 기본적인 종전선언만 추진하고 이후 북한의 비핵화 정도에 따라 실효성 있는 평화협정 체결을 구상할 수도 있다”며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 자체가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시간과 협상력을 절약하기 위해 기본적인 종전선언만 추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며 협정과 같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 대통령도 2018년 9월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며 법적 성격을 갖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무용하며 종전선언 대신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로 직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종전선언을 한 이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까지의 기간이 장기화될 경우 북한의 비핵화 의지, 주한미군 철수·감축 등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남남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여러 단계에 걸쳐 오랜 시일이 걸리고, 평화체제 구축도 이에 맞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평화협정 체결 이전 단계로 종전선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현재로선 다수다. 도경옥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2단계 구상의 의미와 과제’에서 “관련 당사자들이 평화협정 전 단계에서 비록 정치적 선언일지라도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며 “따라서 종전선언을 통해 어느 정도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에 종전선언이 향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일회성의 정치적 이벤트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철영 교수는 “종전선언이 정치적일지라도 당사자 간에 종전에 대한 합의가 공식화되면 법적으로 종결되지 않은 6·25전쟁의 종식, 정전협정체제 해체, 남북한에 내재화돼 있는 냉전적 국내법제의 근본적인 개선 등과 같은 후속 조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소극적 평화단계를 규율하는 법적 문서들의 체결을 목표로 하는 정치적 합의 문서이며, 평화협정 체제를 구성하는 법적인 합의 문서들을 도출하는 협상의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존 웨인·백인 예수까지 청산 대상…흑인 차별 넘어 ‘백인 우위’ 꼬집다

    존 웨인·백인 예수까지 청산 대상…흑인 차별 넘어 ‘백인 우위’ 꼬집다

    英성공회 수장 “백인 예수, 재검토를” 로레알, 제품 문구서 ‘미백’ 표현 삭제 심슨 가족 “백인 성우, 비백인役 배제” 일부 “나쁜 역사도 남겨야” 지적 속 트럼프, 동상 등 보호 행정명령 서명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인종주의 역사 청산 움직임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개선을 요구하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을 넘어서 역사와 종교, 산업,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백인 우월주의 요소와 흔적을 걷어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인종차별 시위 국면에서 ‘백인 예수’ 논란이 또 불거졌다. BLM 운동을 주도해 온 시민운동가 숀 킹이 최근 트위터를 통해 “예수를 백인으로 묘사한 동상, 벽화 등은 백인 우월주의 형태여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이에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는 26일(현지시간) BBC에 나와 “다른 나라의 성공회 교회에 가보면 ‘백인 예수님’은 없다. 흑인, 중국인, 중동인 등으로 묘사된 예수님을 만날 수 있다”며 “예수를 백인으로만 묘사하는 것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위스콘신주 메디슨 주교 도널드 하잉은 “조각상, 그림 등은 하나님이 사랑과 예수의 부활을 눈으로 볼 수 있게 표현한 것”이라며 “아우슈비츠가 기념관과 박물관으로 남아 있는 것처럼 (일부 동상에 대해서도) 우리는 역사의 가장 나쁜 측면도 기억하고, 우리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부극의 전설’ 존 웨인도 청산 대상 리스트에 올랐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소속 민주당원들이 그의 동상 철거와 그의 이름을 딴 ‘존 웨인 공항’ 개명 작업에 착수했다. 백인 우월주의를 신봉하는 생전 인터뷰 발언이 문제가 됐다. 웨인은 1971년 한 인터뷰에서 흑인들이 책임감을 가질 때까지 백인 우월주의가 필요하다며 “과거 흑인들이 노예였다는 것에 대해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은퇴 뒤 웨인이 거주했던 오렌지카운티는 그의 업적을 기려 공항 카운티 공항을 그의 이름을 따 교체하고, 1982년에는 공항에 동상도 세웠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백인이 유색인종 역할을 맡는 이른바 ‘화이트워시’(White Wash)는 늘 논란거리였다.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작품 속 인도계 ‘아푸’를 백인 성우가 연기하며 인도 특유의 억양을 구사해 인도계 미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제작진은 26일 “심슨 가족에서 더는 백인 성우가 비(非)백인 역할의 목소리를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은 제품 설명에서 ‘미백’, ‘하양’, ‘밝은’, ‘환한’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날 생활용품 업체 유니레버의 인도 지사도 ‘페어 앤드 러블리’(밝고 사랑스러운)가 인종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다른 이름을 쓰겠다고 밝혔다. 페어 앤드 러블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에서 주로 판매되는 피부 미백 크림이다. 인종차별 시위대에 의한 동상 훼손 행위가 잇따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념물과 동상 등을 보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법무부는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공원에 설치된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하려 한 시위 참가자 4명을 기소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송철호 울산시장, 정부 부처에 현안지원 요청

    송철호 울산시장, 정부 부처에 현안지원 요청

    송철호 울산시장이 내년 국가예산을 확보하려고 정부 부처를 방문해 협조를 요청했다. 27일 울산시에 따르면 송 시장은 2021년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지난 26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를 찾아 울산 현안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송 시장은 우선 산업부를 방문해 최우석 신재생에너지정책단장과 면담을 하고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지정을 요청했다.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는 원전해체연구소를 중심으로 산업단지, 지역 대학, 기업체를 연계해 원전해체산업을 육성하는 부산·울산 공동 특화단지로 7월 최종 확정된다. 이어 기재부 안도걸 예산실장, 예산실 심의관과 만나 울산형 뉴딜 관련 국비 사업 반영을 건의했다. 울산형 뉴딜 관련 사업은 성암소각장 1·2호기 재건립과 산재전문 공공병원 등 ‘휴먼 뉴딜사업’, 울산 외곽순환고속도로, 울산국가산단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 등 ‘스마트 뉴딜사업’, 수소전기차 안전인증센터 구축, 태화강 국가정원 운영 등 ‘그린 뉴딜사업’ 등 총 23개 사업이다. 송 시장은 중기부를 찾아 김희천 규제자유특구 기획단장과 만나 게놈서비스산업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요청했다. 이어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을 만나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지역 경제와 재정 상황을 설명하고, 보통교부세, 특별교부세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당부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데스크 시각] 암호화폐는 악당들의 기술이 아니다/안동환 탐사기획부장

    [데스크 시각] 암호화폐는 악당들의 기술이 아니다/안동환 탐사기획부장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월스트리트’(1987)는 미국 금융 시스템의 실체를 까발린 작품이다.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러스)는 전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는 거물 투자자다. 그의 돈벌이 실체는 내부자 거래를 통한 주가조작이다. “탐욕은 좋은 것”이라는 속물적 신념을 가진 게코는 “탐욕은 통한다”(greed works)며 부정부패를 사업 수단으로 삼았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의 주인공 조던 벨포트(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게코의 업데이트 버전이다. 대형 주식 사기를 저질러 실제 복역했던 벨포트는 현란한 말솜씨로 쓰레기나 다름없는 잡주들을 팔아 돈방석에 오른다. 그의 사기술이 집약된 영화 속 대사가 “저들(대중)을 안달나게 해야 해”다. 게코나 벨포트의 월가 후예들은 더 큰 사고를 쳤다. 거래 가능한 채무증권이라는 기상천외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돌린 폭탄은 2008년 전 세계에 연쇄적인 신용 붕괴 위기를 촉발했다.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암호화폐는 미 중앙은행이 전쟁 치르듯 달러를 찍어 뿌린 구제금융에 대한 저항의 산물이다.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2009년 1월 첫 비트코인을 발행한 후 발표했던 “화폐 통화의 역사는 신뢰 위반으로 가득하다”는 비판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신문 탐사기획부가 지난 8일부터 보도하고 있는 ‘2020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는 암호화폐가 새로운 부의 수단으로 떠오른 2017년 이후 3년의 혼란상을 담은 ‘리부트 기획’이다. 두 달 넘는 취재 중 탐사부 기자들이 만난 암호화폐 업계의 조희팔과 주수도들은 강남의 모델하우스나 방문판매 사무실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텔레그램 채널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다단계 호객을 하고 있었다. 반년 만에 벤츠 뽑았다는 자극적인 선전은 중·고교생부터 은퇴자들까지 끌어들였다. 버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더 많은 피라미드 밑변에는 가정해체, 자살 등 극단적 비극들이 이어졌다. 가상자산 사업자인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호객도 다르지 않다. 무료 코인을 뿌리는 ‘에어드롭’ 이벤트에 낚여 시세가 폭등하는 걸 본 열에 아홉은 거래소로 몰려들었다. 거래소들은 코인 현금화 조건으로 일정 현금을 투자하도록 해 사업을 확장했다.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와 n번방, 향정신성 약물 졸피뎀과 마약 거래, 범죄 수익 세탁까지 다크웹 범죄에 암호화폐가 악용됐다. 이런 난장판이 아무 규제도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 해방구에서 3년간 벌어졌다. 법무부가 2017년 12월 발족한 ‘가상통화 대책 TF’를 기점으로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협의한 범정부 암호화폐 규제안과 투기 대책은 오락가락하다 유야무야됐다. 지난 3년간 암호화폐 범죄 피해액이 3조 3800억원 규모라는 대검찰청 집계는 ‘유야무야의 결과’를 집약한다. 암호화폐는 악당들의 기술이 아니다. 일상에 심화되고 있는 디지털 경제의 씨앗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S10’부터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블록체인 지갑 서비스를 공식 탑재했다. 스타벅스는 세계 각국 화폐로 확보한 20억 달러(약 2조 4000억원) 규모의 사이렌오더 예치금을 암호화폐로 바꾸는 이른바 ‘스타벅스 은행’을 구상하고 있다. 신흥국들은 이미 달러 대체재로 비트코인을 거래한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대책일 뿐 암호화폐의 산업 기반을 다질 법제도적 인프라가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적극 입법해야 한다. 이 글을 빌려 서울신문의 탐사 보도는 지난 3년간 범죄 수단으로 전락한 암호화폐의 오명을 걷어내려는 사회적 고발임을 밝힌다. ipsofacto@seoul.co.kr
  • 정대운 도의원, 광명·시흥 취락구역 개발 정책방향 모색 대토론회

    정대운 도의원, 광명·시흥 취락구역 개발 정책방향 모색 대토론회

    경기도의회는 기획재정위원회 정대운(더불어민주당·광명2) 위원장이 25일 광명도서관에서 ‘광명·시흥 취락구역 개발 정책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 대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공동주최한 ‘2020 경기도 상반기 정책토론 대축제’의 일환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광명시의회 한주원 의원(더불어민주당·광명가) 진행으로 경기연구원 도시주택연구실 이외희 선임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토론에는 이일규 광명시의원, 손임성 경기도 도시주택실 도시정책관, 김종진 두길지구 도시개발추진위원회 위원장과 원광명·두길지구 지역 주민 등이 참석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광명시흥 특별관리지역 취락정비사업 법제검토를 주제로 광명시흥 보금자리주택 지정과 해체, 광명시흥 특별관리지역 지정과 관리, 광명시흥 특별관리지역 관리계획, 특별관리지역 취락정비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두길지구 도시개발추진위원회 김종진 위원장은 “두길, 원광명지구 취락정비 사업에 대해 시는 조속히 추진을 해야한다”면서 “광명시는 취락정비사업을 반대할 근거가 없으며, 사업이 오랜 기간 지체돼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은 침해받았다. 개발에 있어서는 주민의 땅을 수용하여 통합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일은 없어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광명지구 조승범 토지소유자는 “공여개발 대안과 원광명 두길마을은 통합개발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광명시의원은 “광명 시흥 특별정비구역 사업 지연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와 희생에 책임감을 느끼며 광명시는 더 이상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면서 “적극행정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이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추진단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 광명시의원은 “이번 토론회에 참여해 사업과 관련한 광명시의 입장을 전달하기로 한 시 관계자들의 불참 통보는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면서 “광명시는 주민들의 의견과는 다른 광역 기반시설이 왜 필요한 것인지, 앞으로 이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시민들에게 설명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 사안에 대해 지난주에는 국토교통부 공공주택 추진단을 만나 주민들의 피해 상황과 추진의지를 전달했다”면서 “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토론회 오전에 불참의사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광명시에 깊은 유감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는 더 이상 주민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며 사업을 지연시켜서는 안되며, 조속히 사업이 추진될 수 있게 정부와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 생활수칙에 따라 무관중,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도민들은 경기도의회 페이스북와 유튜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8년 만에 자리 뺏긴 수요집회… “밀려나도 시위는 계속된다”

    28년 만에 자리 뺏긴 수요집회… “밀려나도 시위는 계속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를 처음 증언한 1992년부터 매주 수요일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열린 수요집회가 보수단체의 집회 신고 선점으로 28년 만에 자리를 빼앗겼다. 보수단체인 자유연대가 원래 매주 수요집회가 열렸던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가운데)에서 24일부터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먼저 신고를 한 탓이다. 이에 이날 제1445차 수요집회는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렸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력 400여명을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주변에 배치하고 두 집회를 분리했다. 소녀상 철거와 정의기억연대 해체를 주장한 자유연대는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다음달 중순까지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상태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볼턴이 고백한 결정적 4개 장면, 평화는 네오콘에 막혔다

    볼턴이 고백한 결정적 4개 장면, 평화는 네오콘에 막혔다

    볼턴 회고록서 ‘평화국면은 한국 춤판’네오콘 불신, 이번에도 평화국면 방해결정적 4개 장면, 초기에는 훼방실패결국 하노이 북미 노딜에서 뜻 관철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한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한국이 만들어낸 소위 ‘창조물’ 정도로 묘사했다.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모델을 적용하고자 했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입장에서 기술한 이야기를 따라가면 “모든 외교적 춤판(fandango)은 한국이 만든 것”이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뭣도 잘 모른 채 속은 것에 불과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네오콘의 시각을 걷어내면 한국이 북미 양측을 설득하기 위해 벌인 노력이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회고록을 통해 70년 동안 북미 간 불신의 역사에 빠져 있는 네오콘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회고록에 자랑처럼 자신이 남북미 평화프로세스를 막으려 애썼던 ‘4가지 결정적 순간’을 담았다. 과장이 섞였을 가능성도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실패를 거듭했던 그의 노력은 결국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노딜’이라는 충격적 결실을 세계에 안겼다.1. ‘4·27 남북정상회담 때 비핵화 논의 말라’ 2018년 4월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비밀리에 백악관을 찾아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볼턴을 만났다. 볼턴은 이 자리에서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한미일 균열을 유도하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며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북한의 핵보유 의지는 바뀌지 않으며 ‘행동 대 행동’ 방식을 믿지 않는 일본의 입장과 같다고 얘기했다. 볼턴은 당시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보국장도 만났는데, 자신이 ‘리비아 모델’에 근거해 6~9개월 이내에 북핵이 해체돼야 한다고 하자 야치가 미소를 지었다고 썼다. 하지만 남북 정상은 판문점 회담에서 공동성명을 도출하고 ‘남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문구를 넣었다. ‘완전한 비핵화’를 처음으로 명문화한 것으로, 이 결과는 6월 12일 역사상 첫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2.“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 취소 트윗을 날리라고 했다” 볼턴의 표현에 따르면 ‘자기 PR’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매우 열성적이었다. 그러나 북측이 회담 전인 5월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정상회담 취소를 위협한데다 정상회담이 임박한 그달 21일에서야 실무진을 싱가포르에 파견하자 분위기를 바꿔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과거에 데이트하던 여성과 헤어질 때 자신이 먼저 결별 선언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는 트럼프의 일화를 소개하며, 볼턴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지금 (회담을 취소)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고 트럼프는 당시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트위터 문구까지 준비했었다고 한다. 이후 북측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 바보’라는 식으로 공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4일 정상회담 취소를 트윗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볼턴의 뜻과 달리 우여곡절 끝에 북미정상은 역사상 처음으로 테이블에 마주했고 북미 간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3.“종전선언의 대가로 핵·미사일 신고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넣는 방안을 마련했다” 싱가포르 공동선언 때, 그리고 직후 북미 간 약속의 구속력을 담보하기 위해 한국이 꺼내든 건 ‘종전선언’이었다. 회고록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일 전인 6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오찬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종전선언을 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볼턴은 “(트럼프가) 한국전쟁을 끝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료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론홍보용 횡재로 여겼을 뿐 국제관계에 미칠 영향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때 볼턴을 도운 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였다. 그는 6월 7일 열리는 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백악관을 찾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양보하지 말 것을 거듭 부탁했다는 것이다. 볼턴의 뜻이 관철되면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수준의 내용이 들어갔다. 한국은 종전선언을 지나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평화협정으로 가겠다는 한반도 프로세스 과정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후에도 꾸준히 종전선언을 추진했지만 결국 열매를 맺지는 못했다.4.“북한 핵·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전부에 대한 기본적인 신고부터 필요하다” 회고록에 따르면 2019년 2월 27~28일 열린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은 판을 냉각시키려는 볼턴의 의지가 가장 잘 반영된 결정적 순간이었다. 볼턴은 우선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합의문 초안을 보이콧했다고 적었다. 더 나아가 초안 무효를 위해 비서실장 등 다른 백악관 관리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썼다. 북미 실무진이 장기간 도출한 문안일 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레이건 대통령이 1986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만나 합의 없이 회담을 끝냈던 영상도 보여줬다. 회담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장거리미사일 제거를 할 수 있겠느냐고 제안할 때 자신이 “북한 핵·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전부에 대한 기본적인 신고부터 필요하다”라고 끼어들었다고 적었다. 볼턴의 말은 자칫 미국에 군사정보부터 내주었다가 역으로 침공을 당할 수 있다는 북한의 우려를 키웠다. 볼턴은 김정은 위원장이 마지막까지 하노이 공동성명에 목을 맸다고 기술했다.전문가들은 볼턴이 70년간의 북미 간 불신을 이용한 것으로 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비건의 초안을 보이콧하는 등 백악관 내 불신의 분위기를 이용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그간 한국이 북한에 영변 핵시설만 내놓으면 하노이 회담이 잘 될 거라고 했다가 노딜 후 북한이 한국을 적대시하게 됐다는 시각이 대체적이었다”며 “하지만 ‘하노이 노딜’은 볼턴의 책을 보면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려는 트럼프의 이슈체인지식 접근법과 볼턴의 리비아식 해법의 합작품이었다. 외려 한국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얘기했고 미국에 대북 제재완화와 체제보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볼턴이 기술한 것이 과장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뼈아픈 부분은 미국이 한국의 (평화 촉진자) 역할을 막아선 게 아니라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려고 하는 최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소녀상 지키자“ 대학생 10여명 소녀상에 몸 묶고 농성

    “소녀상 지키자“ 대학생 10여명 소녀상에 몸 묶고 농성

    대학생단체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공동행동) 소속 대학생 10여명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연좌시위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몸을 소녀상에 묶은 채 ‘소녀상을 지키자’ 등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라는 이유로 자진 해산을 요구했다. 소녀상 바로 옆에서는 이날 정오부터 공동행동보다 먼저 집회 신고를 낸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 관계자 10여명이 정의기억연대 해체와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평화로 나아가는 사람들 5] 서인택 “통일돼 어떤 나라를 세울까부터 얘기해야”

    [평화로 나아가는 사람들 5] 서인택 “통일돼 어떤 나라를 세울까부터 얘기해야”

    “지금 한반도가 아주 좋지 않은 국면에 들어선 것도 사실은 우리가 통일돼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그림이 없이 경쟁적으로 북한에 선택권을 줬기 때문이다. 북의 인권을 변화시켰다든가, 핵개발을 막았다든가 아무것도 없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는지 돌아보고 교류와 대화가 방법이 아니라 목표가 됐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서인택(51) 글로벌피스재단 한국 회장은 900여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최대 통일운동 연대단체인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통일천사)의 공동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통일천사는 2012년 8월 시민이 주도하는 생활형 통일운동을 기치로 창설돼 글로벌 통일 공감대 확산 프로젝트인 원케이(One K) 글로벌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2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새소리 잘 들리는 3층 양옥집을 개조한 재단 집무실에서 90분 정도 만났는데 뼈아프고 가슴에 와 닿는 얘기가 막힘이 없었다. 문현진(51) 재단 세계 회장의 ‘코리안 드림’에 터잡은 통일 논리,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단상, 생활형 통일운동의 실체와 전망, 결산 등에 이르기까지 넘나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Q. 이제야 인터뷰를 하게 돼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어떻게 이런 운동을 펼치게 됐는지? A. 사실 지금까지 통일 논의는 정부 주도였고 민간의 역할이 없었다. 민족사의 가장 중요한 이슈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좌우 이념과 진영의 대립이 심각하고 통일에 대한 논의는 과정과 방법론에만 천착해 있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것이 다시 대립과 갈등을 낳고 있다. 어떤 통일 국가를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엔드 골(최종 목표)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과 같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남한이 조금 앞서 있으니 흡수 통일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 우선 우리끼리 남한 주민들의 동의를 얻고 북한 주민의 동의도 얻고, 북쪽 엘리트 계급도 동의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통일 비전부터 공유해야 한다.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주도해 하나된 입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 목표에 대한 합의를 했을 때 모든 이들이 기여할 바를 잡아 기여하고 모두의 노력이 합쳐져 통일이 이뤄진다고 본다. 방법을 놓고 말다툼하다 날이 새는 상황이 돼선 안된다. Q. 그런 비전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건가? A.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이상적으로 통일을 이룬 나라가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전쟁으로 분단의 위기에 몰렸던 나라를 하나로 묶어내 최고의 강대국으로 키워냈다. 여러 요인이 있고 한계도 있지만 헌법정신에 특이하고도 우리의 홍익인간 정신과 맞닿는 부분이 있다. 바로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 창조됐기에 그 자유와 인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정부라면 타도, 해체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열망 심어줘야 통일 가능”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열망을 심어줘야 통일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정부 구성의 방법론, 나중에 논의해도 될 과정의 문제를 놓고 다투고 있다. 그렇게 비전과 전망을 뚜렷이 공유하면 그것이 과정의 자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력이 된다. 우리가 어떤 통일된 나라를 세울 것인가를 지금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겐 홍익인간으로 주어져 있다고 본다. 우리 민족은 도덕적 이상주의를 실현하려는 열망이 강하다. 고려 때 불교 이상국가, 조선 때 유교 이상국가로 만들려는 실험이 대표적이다. 동학과 3·1운동, 상해 임시정부로 면면히 이어져 왔다. 통일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해방의 모멘텀을 분단과 동족상잔으로 귀결했다. 미국처럼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의 폐해를 답습하지 않고 좌파나 진보 진영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새로운 통일 국가를 만들자는 전망을 공유하는 것이 생활형 통일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 문제는 남쪽이 하나의 입장을 만들지 못한 채 자꾸 북한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었다. 20년 전 6·15 선언이 나왔을 때가 좋았다고 다들 얘기하는데 그렇지 않다. 남쪽에서 경쟁하니까 북쪽에서 자기 입맛대로 골랐다. 통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것이다. 통일이란 결국 북한 체제의 변화가 전제되는 것인데 우리가 선택권을 갖고 북한을 우리가 선택한 방향으로 끌려오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미국도 우리와 비전을 공유하지 못한 채 중국을 닮아가는 정권이란 오해만 하고 있고, 비핵화가 목표인 것처럼 돼 있다. 그건 일부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데 그것만 해결하려 하니 되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그걸 해결하겠다고 매달리는 것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몽매함이다. 지금은 두 나라 모두 한발씩 물러나 한반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다. 북핵은 통일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게임 플랜을 다시 짜야 한다. 그리고 통일된 새로운 나라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정권의 이익과 성과만 보고 들어가면 막말이 오가고 개성 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해체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위험하면서 중요한 시기다. 이 국면만 벗어나려고 유화책으로 봉합하고 넘어가면 근본적인 해법에서 더 멀어진다. Q. 우리 민족이 여러 차례 기회를 놓쳤다. A. 그렇다. 분단이나 종전 직후는 물론이고, 1990년대 옛 소련 붕괴 때도 좋은 기회를 날려버렸다. 항상 우리는 문제를 적당한 선에서 갈무리하고 말아 버렸다. 몽골 같은 나라도 하루아침에 자유국가가 됐다. 북한은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김일성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체제 전환에 협조하는 것으로 옛 동독 엘리트들이 생존을 보장받은 것이 통일로 이어졌다. 몽골도 독재 국가였는데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에 굴복했다. 김정은은 핵무기가 생존에 절실해 갖고 있으려는 것인데 그것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 지도층이 빠져나갈 기회를 줄여나가는 것이 통일의 정석” 북한이 빠져나갈 수 있는 옵션을 줄여나가는 것이 방법이다. 미국 카우보이들이 하는 소몰이(Cattle drive) 방식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어중간하게 빠져나가게 했다. Q. 생활형 통일운동 모색을 출범 기치로 내걸었다. 8년이 됐는데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평가하는가? A. 코리안 드림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 요체다. 해외 지부를 활발히 만들고 있다. 홍익인간의 홍(弘) 자가 중국에서 넓다는 뜻을 가진 글자 중에 가장 큰 글자라고 하더라. 중국과 일본에도 이롭고, 아시아 공동체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가치관의 요체는 가족이다. 서양 민주주의는 개인주의에 기반하고, 우리 민주주의는 가정에서 기인한다. 민족주의의 요체는 대가족 문화다. 가정의 질서를 사회로 확장하는 것이 아시아 모델의 원형이다.우리는 경제개혁의 요체가 금융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안정된 직장을 찾기 위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창업이나 기업가 정신이 사라져 통일됐을 때 제대로 된 동력을 찾을 수 있겠나 위기감을 느낀다. 그래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가 정신을 키워주는 프로그램, 함께 어울려 지내보는 예행연습도 하고 있다. Q. 8년 동안 해오며 어려운 점은? A. 한 사람이 꿈을 꾸면 꿈이지만 많은 이가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같은 마음을 갖는 이들이 많지 않았는데 갈수록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곧 닥칠 문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오히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 때문에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Q. 아무래도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매년 8·15 때 여는 원케이 콘서트나 포럼 등 규모가 축소되겠다. A. 독일 통일에서도 문화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드라마를 보고 탈출을 결심했다는 얘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15년부터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어오는 것도 그 일환이다. 작곡가 김형석 등과 아이돌 그룹, 그리고 김무성과 문재인 당시 여야 대표 등이 참여해 만들어진 원드림 원코리아(One Dream One Korea)가 4·27 판문점 회담 때 피날레를 장식했다.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 만들고 8·15에 원케이 코리아 콘서트도 인순이의 ‘하나의 꿈’, 그래미 어워드를 5회 수상한 프로듀서계의 거장 지미 잼 앤 테리 루이스(Jimmy Jam and Terry Lewis)이 그룹 부활의 정동하, 피보 브라이슨 등과 함께 ‘코리안 드림’을 만들어 3·1 운동 100주년 때 공개했다. 트로트 가수 나태주가 태권도 동작과 맞춰 호흡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부르는 ‘넘버원 코리아’를 8·15 때 공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김동찬 작곡가가 굉장한 히트를 칠 것이라고 자신하더라. 매년 8·15에 해오던 국제컨퍼런스를 올해는 인터넷 화상회의 시스템인 줌을 통해 열려고 준비 중이다. 더 복잡해지고 심란해진 세계에서 우리 민족의 유일하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통일인데 한반도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큰 주제로 준비하고 있다. Q. 앞으로 계속 활동할 것인데 어떤 각오로 임하는지. A. 세상의 모든 체제 전환은 아래로부터만이 가능했다. 톱다운 방식은 한계가 있다. 시민의 힘으로 이뤄나가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전국을 돌며 활발하게 교육도 할 것이다. 시도에 그친 지부를 시군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도 한반도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있다. 겉보기와 다르다. 통일 말고는 우리 민족의 활로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정권이 맨날 바뀌고 그들 입맛대로 대북 정책의 좁은 시각으로만 접근하고 해결하려 한다. 정세현 전 장관 같은 경우 개성공단부터 정상화하면 된다고, 아주 쉽게 얘기한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미국은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 북한이 부분적으로 비핵화하면 미국은 제재 푼다는 건 완전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미국 조야는 완전히 매파가 됐다. 2017년 북한 정권이 어려웠을 때 우리는 싱가포르로 그들이 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게 결정적 시기였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북한이 어쩔 수 없이 그 길 밖에는 없다고 생각할 때 통일이 이뤄진다. ‘역사의 정원에 신이 나타날 때 신의 옷자락을 잡는 것이 정치‘라는 비스마르크의 말은 완전히 옳다. 완전히 새로운 어프로치가 필요하다. 글 사진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통일 방법보다 어떤 나라 만들지가 먼저다”

    “통일 방법보다 어떤 나라 만들지가 먼저다”

    “지금 한반도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은 통일이 돼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그림 없이 경쟁적으로 북한에 선택권을 줬기 때문입니다.” 서인택(51) 글로벌피스재단 한국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재단 집무실에서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와 인터뷰를 갖고 최악으로 치닫는 남북 관계에 대해 “북의 인권을 변화시켰다든가, 핵개발을 막았다든가 아무런 성과도 없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됐는지 돌아보고 교류와 대화가 하나의 방법이 아니라 목표가 됐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서 회장은 900여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통일천사)의 공동상임의장을 맡고 있다. 통일천사는 2012년 8월 시민이 주도하는 생활형 통일운동을 기치로 창설돼 글로벌 통일 공감대 확산 프로젝트인 원케이(One K) 글로벌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막힘이 없는 서 회장은 문현진(51) 재단 세계 회장의 ‘코리안 드림’에 터잡은 통일 논리에 대해 “사실 지금까지 통일 논의는 정부 주도였고 민간의 역할이 없었다. 민족사의 가장 중요한 이슈에 시민이 참여할 공간이 극히 제한적이었다”며 “통일 논의가 과정과 방법론에만 천착해 왔다. 그것이 다시 대립과 갈등을 낳는 악순환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어떤 통일 국가를 만들 것인가를 둘러싼 엔드 골(최종 목표)을 정부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주도해 합의해야 한다며 분단의 위기를 극복하고 강대국 건설의 힘으로 묶어낸 미국의 건국 정신과 우리의 홍익인간이 맞닿는다며 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 회장은 “모든 차이를 극복하고 통일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열망을 심어 줘야 통일이 가능하다. 우리는 현재 정부 구성의 방법론, 나중에 논의해도 될 과정을 놓고 다투고 있다. 그렇게 비전과 전망을 뚜렷이 공유하면 과정의 자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6·15선언이 나왔던 20년 전이 좋았다고 얘기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고 했다. 서 회장은 “통일이란 결국 북한 체제의 변화가 전제되는 것인데 우리가 선택권을 갖고 우리가 선택한 방향으로 북한이 끌려오도록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북핵은 통일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게임 플랜’을 다시 짜야 한다. 그리고 통일된 새로운 나라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협조할 의사가 있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정권의 이익과 성과만 보고 협상에 임하면 막말이 오가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해체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가 이 국면만 벗어나려고 북쪽에 유화책을 제공해 봉합하고 넘어가면 근본적인 해법은 더 멀어진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빠져나갈 수 있는 옵션을 줄여나가는, 미국 카우보이들의 소몰이(Cattle drive) 방식이어야 하는데 늘 우리는 북한 지도자나 엘리트가 어중간하게 빠져나가게 만들어 줬다고 덧붙였다. 생활형 통일운동 기치를 내건 8년, 해외 지부를 활발히 만들고 있으며 우리 젊은이들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통일됐을 때 제대로 된 동력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캠페인,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책에 도움이 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매년 8·15 때 여는 원케이 콘서트로 화제를 낳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열지 못하고 대신 트로트 가수 나태주가 태권도 동작에 맞춰 부르는 ‘넘버원 코리아’(작곡 김동찬)를 8·15 때 공개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재단은 독일 통일을 이뤘던 원동력 중 하나가 문화의 힘이었다는 인식 아래 2015년부터 통일을 주제로 한 노래를 만들고 대형 콘서트를 열어 왔다. 서 회장은 “모든 체제 전환은 아래로부터 가능했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전국을 돌며 활발하게 통일 교육도 하고 시도에 그친 지부를 시군구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한마디로 정리해 달라고 주문했더니 ‘역사의 정원에 신이 나타날 때 신의 옷자락을 잡는 것이 정치’라는 비스마르크의 말을 들었다. 글 사진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곰팡내 나는 방 한 칸에 네 식구가… 9.5평에 갇힌 슬픈 아이들

    곰팡내 나는 방 한 칸에 네 식구가… 9.5평에 갇힌 슬픈 아이들

    #1. 지난 12일 오전 10시 경기도 A빌라 반지하 전셋집. 보증금 2500만원인 21평짜리 빌라엔 최소 2500만개의 곰팡이가 사는 듯하다. 어딜 봐도 곰팡이가 없는 곳이 없다. 2개밖에 없는 방에선 총 여섯 식구가 먹고 잔다. 큰방은 김명순(64·가명) 할머니와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손자, 이렇게 총 세 명이 함께 쓴다. 작은방에선 21세 대학생 손녀가, 작은방 입구와 부엌 사이 좁은 틈에는 장애를 가진 23세 큰손자가 잔다. 가족에게 최저주거기준은 사치다. 기준대로라면 방 4개가 필요하지만, 언감생심이다. 공간만 부족한 게 아니다. 곰팡이 탓에 초3 손자 박길준(9·가명)군은 천식과 비염을 달고 산다. 지난달엔 도통 기침이 멈추지 않아 응급실에 실려갔지만, 코로나19 감염 증세로 오해받기도 했다. 할머니 김씨는 “이곳에 산 지 10년이 넘었지만 손자들 학교와 큰손자 복지시설과의 거리 문제 때문에 예산 내에서 이사할 만한 집이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온라인 수업을 들을 때도 애들 세 명이 큰방에서 듣다 보니 제대로 수업 듣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 “큰손자가 폭력성 지적장애 3급이에요. 올해 중학교에 올라갔는데, 얼마 전엔 동생이랑 싸우다가 식칼까지 들었어요. 거실에서 할아버지와 손자 둘이 함께 먹고 자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죠.” 같은 날 오후 2시 경기권의 한 아파트형 영구임대주택.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관리비 포함) 30만원짜리 9.5평(31.5㎡) 집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 손자 둘이 함께 산다. 아파트형 영구임대주택에 산 지 만 25년. 처음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집이 좁은 줄도 몰랐다. 이곳에 사는 동안 세 자녀가 자라 부모 곁을 떠나갔지만, 할머니 이경자(64·가명)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이사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엔 손자들을 보면서 방 한 칸이 절실하다. 큰손자가 지적장애 증세를 보이면서 조만간 사고를 칠까 조마조마하다. 실제 며칠 전 할아버지에게 심하게 대들어 간신히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와 기분을 풀어 줬다. 이씨는 “큰손자 키가 163㎝까지 자라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는 막내딸까지 집에 오면 집이 꽉 찬다”며 “할아버지와 마찰이 빚어지는 걸 막기 위해 큰손자는 일주일에 삼일을 친한 이웃집에서 잔다. 그걸 볼 때마다 마음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국가가 정한 ‘사람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가 가난하다는 게 이유다. 심지어 정부 지원을 받아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아이들도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현실은 다르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집이 싫은 아이들’은 빈곤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학대를 받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아동 주거권 보장’을 위해 맞춤형 공공임대주택과 금융지원 등 주거지원 종합대책 마련에 발걸음을 뗐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한다.22일 서울시와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서울시 아동 주거빈곤 가구 주거실태조사 연구’를 보면 아동이 겪는 주거빈곤의 열악한 현실이 드러나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25일부터 7월 17일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8세 미만 아동이 있는 245개 주거취약가구를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이들 중 55.5%(136가구)가 최저주거기준 미달이었는데 면적 미달이 45.7%로 가장 높았고 시설 또는 방 수 미달이 36.7%, 부엌·화장실·목욕실 등 시설 미달이 10.6%였다. 특히 월세에 사는 이들이 73.1%(179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평균 34㎡(10.3평) 면적의 집에서 살았다. 주거는 열악했지만,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은 길었다. 평일 기준 13시간 25분이나 집에 머물렀고 주말·휴일(방학 평일)에는 19시간 12분간 집에 머물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은 더 길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습기·곰팡이와 비좁음이 가장 많이 꼽혔다. 습기·곰팡이가 71.0%로 가장 높았고 비좁음 64.5%, 쥐·해충 63.3%, 채광·환기 60.8%, 추위·더위가 47.3%였다. 조사가구의 75.5%가 주거환경으로 인해 아동에게 질병이 생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알레르기·비염이 64.9%로 가장 많았고 감기·천식 57.8%, 아토피·피부질환 45.4% 순이었다. 아이들이 집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비좁아서 개인 공간이 없다(72.7%)는 것이었다. 이어 바퀴벌레 등 해충이나 불결한 위생상태가 48.8%였고 추위나 더위로 인한 불편이 24.4%였다. 양천 주거복지센터 관계자는 “다 커도 남녀 구분 없이 한방에 사는 게 가장 큰 불만이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여기서 오는 불안과 정서장애로 가정의 해체까지 우려됐다”며 “다른 애들이 자기 집을 알까 봐 빙 돌아서 집에 가는 아이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환경은 아이들의 성장과 정서에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주거환경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한 가구의 비율은 78.0%였다. 이들은 특히 정신적 건강(57.6%)에 가장 부정적이라 답했고 신체적 건강(53.4%), 사회성 저하(22.0%), 학업 성취도 저하(20.9%), 안전사고 위험(14.7%) 순으로 꼽았다. 인천 서구에 있는 방 3개짜리 집에서 여섯 아동과 함께 거주하는 이정희(가명·모)씨는 “큰애가 맏딸이어서 (다른 아동을 돌보게 돼) 많이 힘들어한다”며 “주말인데도 못 쉰다는 하소연을 많이 하는 것을 볼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난해 10월 아동주거권 보장을 위한 주거지원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된 최초의 아동주거복지 정책이었다. 주거빈곤에 놓인 1만 1000여 다자녀가구에 공공임대주택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아울러 비좁은 공공임대주택에서 탈피해 2자녀 이상 가구에 방 두 개 이상의 46~85㎡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이주 및 정착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현 지원책은 다자녀가구를 우선 지원하는 형식에 국한돼 있는데, 주거빈곤의 아동들은 조부모와 친척 등 다양한 보호자와 생활하는 경우도 많고 가정 밖 아동도 있어 사각지대가 많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 김승현 소장은 “지원 대상을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가구’에서 ‘아동과 함께 거주하는 가구’로 정책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가 매입임대주택을 제공할 때에도 사회·경제적 인프라가 빈약한 지역의 집을 제공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아 공공임대주택에 살면서도 10가구 중 6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꼭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지어 놓은 아파트형 공공임대주택을 다시 지을 수는 없는 만큼, 정부가 특정 주택을 매입해 제공하는 매입임대가 좋은 대안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지난해 아동 주거권을 보장하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아동과 주거급여를 받는 아동의 주거권 보장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는 아동의 주거권조차 보장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약속은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볼턴 “비핵화 외교는 끝났다”

    볼턴 “비핵화 외교는 끝났다”

    북미 회담은 ‘트럼프의 전략적 실수’ 맹공 회고록선 “하노이 결렬 미리 준비” 주장회고록을 펴내 남북미 관계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은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 ‘매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이후 북한과 어떤 합의도 없을 것”이라며 “이것(비핵화 외교)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은 전략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독재자에게 훨씬 많은 정당성을 줬고 핵무기를 제거하는 의미 있는 논의를 향해선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며 “북한은 30년째 이런 노선을 사용하는 데 미국 행정부는 연달아 속아 넘어갔다”고 혹평했다. 북미 관계 진전을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 했던 볼턴의 생각은 그의 회고록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은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준비 브리핑에서부터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레이캬비크 회담에서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것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결렬도 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볼턴은 하노이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스티븐 비건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준비한 발표문 초안을 입수하고 혹평했다. 비건 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가 평양과 하노이에서 수차례에 걸쳐 진행한 의제 관련 실무협상이 정상회담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협상안에 불만족을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회담 전날 만찬에서 영변 핵시설 해체의 대가로 2016년 이후 만들어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 회담에서 제재의 완전한 해제가 아닌 일부분만 해제할 의사를 타진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제거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볼턴은 “핵·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의 기본적 신고부터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김 위원장은 이를 거절하고 영변 핵시설의 가치를 강조하며 “한 걸음씩 가면 궁극적으로 전체 그림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 군함이 북한 영해에 진입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며 안전보장 문제를 꺼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을 선택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영변 핵시설 해체만 믿은 김정은… 애초에 결렬 카드 주입시킨 볼턴

    영변 핵시설 해체만 믿은 김정은… 애초에 결렬 카드 주입시킨 볼턴

    볼턴, 北과 실무협상한 비건 초안에 퇴짜 본협상 땐 장거리 미사일 제거 등 더 요구 북미 간극 커 향후 협상도 쉽지 않을 듯미국 공화당의 대표적 ‘매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제2차 정상회담에서 양측의 입장 차를 여실히 보여 준다.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은 하노이 회담 준비 브리핑에서부터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레이캬비크 회담에서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것을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회담 결렬도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라는 것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볼턴은 하노이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스티븐 비건 당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준비한 발표문 초안을 입수하고 혹평했다. 비건 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북한 대사가 평양과 하노이에서 수차례에 걸쳐 진행한 의제관련 실무협상이 실제 정상회담에서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북한의 협상안에 불만족을 드러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회담 전날 만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영변 핵시설 해체의 대가로 2016년 이후 만들어진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 회담에서 제재의 완전한 해제가 아닌 일부분만 해제할 의사를 타진하거나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제거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볼턴은 “핵·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의 기본적 신고부터 필요하다”고 거들었다.김 위원장은 이를 거절하고 영변 핵시설의 가치를 강조하며 “한 걸음씩 가면 궁극적으로 전체 그림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도리어 그는 “미 군함이 북한 영해에 진입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며 안전보장 문제를 꺼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을 선택했다. 강경파인 볼턴의 일방적인 주장임을 감안하더라도 제재 해제와 비핵화 범주, 북한의 안전보장에 대한 북미의 간극은 앞으로도 쉽게 좁혀지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북측은 지난해 10월 열린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한미 군사연습 중지와 전쟁 무기의 반입 금지를 선행조건으로 내걸며 문턱을 높였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이번엔 라틴계…美 10대 남성, 경찰 총 6발 맞고 사망

    이번엔 라틴계…美 10대 남성, 경찰 총 6발 맞고 사망

    미국에서 경찰 총격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또 발생했다. 21일(현지시간) CNN은 캘리포니아주 LA카운티 가데나 지역에서 라틴계 미국인 안드레스 과르다도(18)가 경찰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과르다도는 18일 오후 6시쯤 경비원으로 일하는 자동차정비소 앞에서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상반신에 총 6발을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LA카운티 보안관 사무소(LASD)는 숨진 과르다도가 경찰 2명에게 총을 꺼내 보인 뒤 달아났으며, 이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부관 1명이 쏜 총에 맞았다고 발표했다.20일 기자회견을 가진 LASD 강력계 켄트 웨그너 경감은 사건 현장에서 과르다도가 들고 있던 총 한 정을 수거했다고 말했다. 웨그너 경감은 “현장에서 일련번호가 없는 40구경 반자동 권총을 회수했다. 13발의 실탄이 들어 있는 불법 확장탄창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르다도는) 우리 요원 2명을 돌아본 뒤 총을 꺼내 들었고 그 길로 달아났다”면서 “뒤를 쫓은 부관 5중 1명이 총 6발을 쐈다”고 밝혔다. 또 사건 당시 근무 중이었던 과르다도가 멜빵 없이 무장한 상태였으며, 유니폼을 입지 않아 요원들이 그가 경비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웨그너 경감은 “캘리포니아주 법상 무장 경비원 근무는 21세부터 가능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나 과르다도가 일하던 정비소 사장은 조금 다른 설명을 내놨다. 사장은 경찰이 먼저 총을 빼 들고 과르다도에게 다가갔으며 이 때문에 과르다도가 겁에 질려 총을 뺀 후 추격전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숨진 과르다도는 전과 기록도 깨끗하다고 밝혔다.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가족들은 오열하며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과르다도의 누나인 제니퍼 과르다도(22)는 NBCLA와의 인터뷰에서 “내 동생은 살해됐고, 그 사실은 은폐됐다”며 눈물을 쏟았다. 또 평소 동생이 무기를 소지하고 다니지 않았다면서, 과르다도를 쏜 경찰과의 만남 및 보디캠 공개를 요구했다. 과르다도의 누나는 “(경찰이) 무고한 사람을 죽여놓고 회피하지는 않을 거로 생각한다. 정의가 살아있는 세상일 것”이라고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과르다도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사고 현장에는 그를 추모하는 꽃과 애도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보안관사무소 앞에 모인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충돌은 있었지만, 조지 플로이드 사건처럼 극렬한 시위로까지 번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이후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했다. 이후 경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경찰의 ‘목 누르기’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경찰서를 해체하려는 급진적이고 위험한 노력에 강하게 반대한다”, “경찰이 없으면 혼란이 있다”며 경찰을 옹호해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트럼프도 北도 文의 판문점 동행 거절했는데” 볼턴 회고록 정상회담 막후 2

    “트럼프도 北도 文의 판문점 동행 거절했는데” 볼턴 회고록 정상회담 막후 2

    볼턴 회고록 가운데 한반도 관련 정상회담 발췌본 요약이다. 연합뉴스의 22일 새벽 보도 일곱 건을 둘로 나눠 싣는데 그 두 번째다. 아래 첫 번째 기사 가운데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또는 선상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는 대목은 서울신문이 가장 먼저 보도한 내용이기도 하다.문 대통령 끈질기게 이야기해 동행 관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또는 선상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제안하며 합류 의사를 밝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비핵화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트윗’으로 시작된 지난해 6월말 ‘판문점 회동’과 관련, 미국과 북한 모두 북미 양자간 정상회동을 원했으나 문 대통령이 ‘동행’을 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귀결된 데 대해 자신이 ‘나쁜 합의’(배드 딜)에 서명하기보다는 걸어 나온 데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판문점 또는 해군 군함 위에서의 만남을 제안하며 극적인 결과를 이끌 수 있는 시각, 장소, 형식에 대한 극적인 접근법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세기의 회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극적인 무언가를 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독백’을 끊으며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평가한다면서도 다음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말을 끊은 것은 다행이었다며 잠이 들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와 함께 ‘판문점 회동’이 열린 지난해 6월 3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문 대통령의 동행을 여러 차례에 걸쳐 거절했지만 문 대통령이 동행 입장을 계속 고수해 관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과 달리 김 위원장이 자신에게 만나자고 요청했다고 설명하면서 문 대통령도 같이 가서 만나면 보기에 매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대화에 끼어들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의 형식을 포함,북한 측과의 조율 내용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만남을 갖는 것이지만, 김 위원장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자신이 그곳에 없다면 적절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김 위원장에게 인사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를 넘겨준 뒤 떠나겠다는 설명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끼어들어 지난 밤 문 대통령의 견해를 제안했지만, 북한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참석을 바라지만 북한의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문 대통령은 그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대통령들은 많았지만,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다면서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경호처가 일정을 조율하고 있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재차 거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 알고 있으며 김 위원장이 자신을 만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안다면서 문 대통령에게 자신을 DMZ로 배웅한 뒤 판문점 회동 후 오산 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DMZ내 오울렛초소까지 동행하겠다면서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는 그때 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원하는 어떠한 것도 괜찮다며 DMZ OP에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 4 27 판문점 회담 때 북한에 CVID 강하게 압박 한국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그해 6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동의하도록 압박했다. 같은 달 12일 정의용 국가안보 실장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한미일 균열을 유도하는 것을 피하도록 비핵화에 대한 논의를 피하라고 촉구했다. 정 실장은 같은 달 24일 남북공동선언은 2쪽짜리일 것이라고 알려왔고, 비핵화에 관해 매우 구체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해 안심이 됐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며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전했지만 난 북한의 또다른 ‘가짜 양보’라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회담 직후 북미 정상이 회담할 것을 주장했지만 난 문 대통령의 ‘사진찍기용’이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넋이 빠진 것처럼 보였고 심지어 김 위원장과 회담을 5월 중순으로 제안하기까지 했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볼턴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1년 내 비핵화를 물었고, ‘그’는 동의했다고 적었다. 이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칭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 모든 것에 있어서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지 한국 언론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동에서 전화 통화를 들었는데 심장마비가 온다는 농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멸을 표현했고 나 역시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었다. 정 실장은 5월 4일 세 번째로 워싱턴을 방문해 판문점 회담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했다. 판문점 회동에서 한국은 김 위원장에게 ‘CVID’에 동의하도록 밀어붙였고, 김 위원장은 이에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빅 딜’에 이르면 구체적인 것은 실무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촉구하면서 북한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비핵화를 완수한 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정 실장은 전했다. 정 실장을 면담한 4월 12일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도 만났는데, 한국의 생각과 180도 달랐고 ‘행동대 행동’ 전략에 반대하는 내 생각과 매우 비슷했다. 야치는 북미정상회담 이후 즉각적으로 시작해 길어도 2년이 걸리는 비핵화를 원했고, 내가 ‘리비아 모델’에 근거해 6~9개월 이내에 해체돼야 한다고 촉구하자 야치는 미소를 지었다. 같은 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6~9개월 내 해체, 생화학무기도 합의문에 포함 등 비슷한 제안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야치는 5월 4일 회동 때도 내게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접근법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왜 한국에 미군 있느냐, 얼간이 되는 것 끝낼 것”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위 외교안보 참모들에게 왜 한반도에 대규모 주한미군이 주둔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싱가포르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인 지난 2018년 7월 6∼7일(한국시간) 이뤄진 3차 방북에 대한 결과를 보고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두 차례 통화에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대단치 않게 여겼다. 중국의 역할이 주시할 가치가 있긴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평가가 더 정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 연습’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왜 한국전에 나가 싸웠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여전히 한반도에 그토록 많은 병력을 갖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우리는 얼간이(chumps)가 되는 것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다시 북한 문제로 화제를 돌려 “이는 시간 낭비”라며 “그들은 기본적으로 비핵화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통화가 끝날 때까지 폼페이오 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이 담긴 엘튼 존의 ‘로켓맨’ 시디를 선물로 전달했는지에 대해 물어봤는데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당시 통화에서 북한이 비핵화 전에 체제 보장을 원하며 검증은 비핵화 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 구축은 허튼 소리”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대해 ‘제재를 약화하려는 전통적인 지연 전술’이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50억 달러 못 받아내면 미군 한국에서 빼와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에 관한 회의를 하던 중 한국에서 진행 중이던 한미연합훈련을 가리키면서 “그 워게임은 큰 실수”라며 “우리가 (한국의 미군기지 지원으로) 50억 달러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거기에서 나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훈련이 모의연습이고 자신도 훈련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정신병자와 평화를 이뤄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380억 달러를 잃고 있다. 거기에서 나오자”라고 강조했고, 당시 한미 훈련에 대해서도 “이틀 안에 끝내라. 하루도 연장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볼턴 전 보좌관이 같은해 7월 방위비 분담금 협상차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뒤 워싱턴DC로 돌아와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80억 달러(일본)와 50억 달러(한국)를 각각 얻어내는 방식은 모든 미군을 철수한다고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어 “그것이 당신을 매우 강한 협상 지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추가 보고를 받은 후 “이것은 돈을 요구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라면서 “존(볼턴 전 보좌관)이 올해 10억 달러를 가져왔는데 미사일 때문에 50억 달러를 얻게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주둔국들이 기지 비용에 ‘플러스 50%’를 더 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다. 난 트럼프 대통령이 적당한 액수라고 판단하는 만큼 지불하지 않는 나라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그의 궁극적인 위협이 한국에 진짜가 되는 일을 두려워했으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려고도 했다. 또 미군 주둔국의 비용 분담에 대해 “그 액수와 방식은 다양했고 실제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합의는 없었다”면서 “미 국방부의 창의적인 회계 기술에 따라 거의 모든 비용 수치가 높든, 낮든 정당화될 수 있었다”. 정리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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