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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은] 양육보다 핏줄 우선하는 상속제도…‘구하라법’은 안갯속

    [핵심은] 양육보다 핏줄 우선하는 상속제도…‘구하라법’은 안갯속

    갓난아기 때 사라진 어머니가 28년 만에 나타났습니다. 딸은 생모가 살아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로 자랐습니다.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위암과 싸우다 세상을 떠났지만, 어머니는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어머니가 죽은 딸을 흔적을 찾아온 겁니다. 바로 딸이 남긴 보험금과 퇴직금, 전세보증금 때문이었죠. 어머니는 1억 5000만원을 챙겼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딸의 병원비와 장례비로 쓴 돈마저 찾아가겠다며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딸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니 자신 것이란 논리입니다. 법이 어머니의 상속받을 권리를 보장하기에 절차상 문제는 없습니다. 지난 26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일으킨 김모씨의 친모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는 핏줄만 이어져 있으면 비정한 부모라도 그 권리를 인정하는 상속제도의 핵심을 짚어보겠습니다. ■ 핵심 ① 혈연관계만 따져 상속 순위 배분 ‘이럴 거면 날 왜 낳았고 왜 버렸을까’ 지난해 이맘때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가수 구하라씨가 생전 남긴 메모입니다. 어머니는 그녀가 9살이던 때 집을 나갔습니다.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타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의지할 사람은 두 살 터울의 오빠뿐이었고, 남매는 친척 집을 전전하며 자랐습니다. 모정을 느낄 기회조차 없이 소녀는 어른이 됐습니다. 무대 위에선 항상 환하게 미소 짓던 그녀였기에 대중들은 마음속 그늘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죽고 나서야 비로소 어둠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20년 만에 구씨의 어머니가 나타났습니다. 딸이 가수 활동으로 벌어들인 유산의 절반을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구씨는 성인이 된 후로 딱 한 번 생모를 만난 적 있습니다. 함께 활동하던 그룹이 해체하고, 남자친구의 폭행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직후였습니다. 우울증을 앓던 그녀에게 의료진은 친모를 만나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구씨는 오빠에게 ‘괜히 만난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평생 느꼈을 부재가 한 번의 만남으로 채워질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법적 권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을 요구한 겁니다. 상속을 박탈할 방법은 없습니다.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서를 위조하는 등 극단적 경우가 아니라면 불가능합니다.■ 핵심 ② 상속 권리 얻으려면 양육 의무부터 현행법은 혈연관계로 이루어지면 상속받을 권리가 자동으로 주어집니다. 1순위는 직계비속(자녀, 손자, 증손)과 배우자입니다. 2순위는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증조부모)과 배우자입니다. 자녀가 없는 구하라의 상속은 어머니가 2순위로 우선권을 가집니다. 기계적 배분이죠. 오빠 구호인씨는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어머니는 상속 자격이 없다’며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입법 청원을 올렸습니다.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존 결격 사유에 친족이라도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는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이른바 ‘구하라법’입니다. 청원은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습니다. 그러나 법안 심사 결과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개정안대로라면 관련 소송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대로 시행하긴 들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결국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20대 국회를 끝으로 지난 5월 폐기됐습니다. 멈춘 건 아닙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관련 민법 개정안이 다시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진단됐습니다.■ 핵심 ③ 구하라법, 효용보다 부작용 더 많아 부양 의무의 정도란 게 추상적이라 기준으로 삼기 곤란하다는 겁니다. 앞서 사례로 든 김씨나 구하라씨 생모의 경우는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는 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상속 분쟁에선 부모의 부양 정도가 천차만별이라 딱 떨어지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시기마다 부모가 해줄 역할은 너무도 많습니다. 이를 성실히 했냐 게을리했냐 세세히 따지기도 불가능합니다. 기준이 불분명하니 상속 분쟁도 그만큼 많이 발생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도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 거죠. 또 때에 따라서는 부모가 부양 의무를 게을리했더라도 자녀가 재산을 넘겨주고자 할 수 있습니다. 이땐 오히려 부양 의무 조건이 걸림돌이 됩니다. 부모에게만 부양 의무를 엄격히 따지는 탓에 모순적으로 부양 의무가 없는 친척에게 우선 순위가 부여될 수도 있고요. 오직 핏줄로 따지는 상속제도가 국민 법감정의 시선에선 불합리해 보이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맥락이 있었던 겁니다. 다만 평생 부모의 빈 자리가 만든 그늘 속에 살았을 이들의 떠나간 뒷모습이 더욱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어찌할 수 없습니다. 당위성과 실효성 사이 딜레마에 빠진 구하라법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습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로봇강국인데… 납품 못 받아 구형로봇 쓰는 軍

    로봇강국인데… 납품 못 받아 구형로봇 쓰는 軍

    폭발물 식별·회수·파괴 ‘EOD로봇’2018년부터 33억 800만원 편성에도납품 지연 등 말썽에 예산 이월·포기국회 “연구개발·해외 직구 검토하라”개인화기 조준경·고성능 확대경평가 불합격…미달 제품 보급될 뻔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은 로봇산업을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로 규정하고, 2023년까지 ‘로봇산업 글로벌 4대 강국’을 이루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로봇 보급량을 2018년 기준 32만대에서 2023년 70만대로 2배 넘는 규모로 늘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로봇 운용 측면에선 이미 ‘강국’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제조업 종사자 1만명당 로봇 활용대수(로봇밀도)는 710대로, 세계 평균(85대)의 8배가 넘는 압도적 1위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군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군은 2012년 처음으로 도입한 ‘폭발물 처리(EOD) 로봇’이 8년 동안 단 한 번도 교체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신 EOD 로봇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경찰과 달리 장비 수요가 더 많은 군이 구형 로봇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인원이 55만명인 군이 현재 운용 중인 EOD 로봇은 29대뿐입니다. ●인원 55만명인데 EOD 로봇 29대뿐 군 EOD 요원은 평소 수류탄 폭발도 견딜 수 있는 두꺼운 방호복을 입지만, 수류탄보다 훨씬 위력이 센 폭발물도 많아 수시로 위험 속에서 임무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EOD 로봇은 숙련된 요원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장비입니다. 원거리에서 의심 물체 식별, 회수, 파괴가 가능해 모든 선진국이 도입·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장에선 로봇 추가 도입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2012년부터 최근까지 허송세월만 보냈습니다. 여기엔 기막힌 사연이 있었습니다. 29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국방부 화력장비 사업 예산에 EOD 로봇 도입 예산 33억 800만원을 편성했지만, 모든 군과 해병대의 획득사업 계약 지연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예산 24억 8100만원이 다른 분야로 이전됐습니다. 그나마 공군은 계약을 체결했지만, ‘선금 지급 제한 규정’에 걸려 예산 8억 2700만원이 다음해로 전액 이월됐습니다. 지난해는 더 많은 52억 4900만원을 편성했는데, 다시 계약업체 납기 미준수, 납품 지연 등의 말썽이 일어 49억 4700만원이 올해로 이월됐습니다. 3억원가량은 다른 분야로 사용처가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해로 예산을 이월한 공군은 아예 사업을 포기해 8억 2700만원이 불용 처리됐습니다.예산정책처 조사 결과 올해 5월 기준 EOD 로봇 도입사업은 장기간 납품 지체와 계약 불이행으로 지난해 확정됐던 예산마저 완전 취소되는 ‘참사’가 빚어졌습니다. 올해로 이월된 예산은 모두 불용 처리됐습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3년을 허송세월로 보낸 겁니다. ●‘장기 납품 지체’로 예산 불용 처리 국회는 신형 장비 도입이 시급한 상황에서 무작정 사업을 미룰 것이 아니라 아예 정부가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문제가 큰 ‘중개업체를 통한 해외구매’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예산정책처는 “폭발물 처리 업무를 대체하는 EOD 로봇의 조속한 획득이 필요하다는 요청에도 계약업체의 반복된 납품 지연으로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중개업체를 통한 해외 구매 방식을 연구개발로 전환하거나 해외 직접 구매로 전환하는 등 구매 방식 변경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국회가 군에 직접 제품을 개발하라고 독촉했을까요.EOD 로봇처럼 사업이 좌초된 것은 아니지만, 아찔한 경험을 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워리어플랫폼 장비 예산 75억 8800만원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21억 2300만원, 집행률은 28.0%에 그쳤습니다. 미집행된 예산 중 가장 큰 것은 ‘개인화기 조준경’(21억 6200만원), ‘고성능 확대경’(17억 2900만원) 예산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개인화기 조준경, 고성능 확대경, 원거리 조준경, 레이저 표시기 등 4개는 육군이 도입하는 ‘워리어플랫폼’ 전투장비 중 핵심으로 꼽힙니다. 워리어플랫폼은 장병들이 착용하는 피복, 장비의 성능을 개선해 전투력과 생존력을 높이는 사업으로, 2026년까지 3단계에 걸쳐 진행합니다.●조준경 등 ‘시범사업’ 도입하려다 제동 사업 추진 과정에 육군은 품질과 생산성이 검증된 해외품 도입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중소기업 육성’ 일환으로 민간 중소기업 상용품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짰습니다. 현장에서 시범사용을 해보고 장비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시험평가’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실제 전투 상황에서 사용할 장비이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겁니다. 주관적 잣대만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군 장비를 도입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무기 도입사업에서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평가에서 원거리 조준경과 레이저 표시기는 무난히 합격해 지난해 12월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그러나 개인화기 조준경과 고성능 확대경은 같은 해 9~11월 진행된 평가에서 군의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 판정이 나왔습니다. 바로 군이 시범사용한 그 제품이었습니다. 그래서 12월 재입찰 공고를 냈고, 올해 1~2월 평가를 다시 진행해 3월에야 최종 계약이 이뤄졌습니다.만약 검증 없이 제품을 도입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군 요구사항에도 미달하는 제품이 보급돼 큰 말썽이 빚어졌을 겁니다. 병사들의 생존성을 높이는 사업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산정책처는 “향후 육군은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장비 목적과 상용품 구매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방위사업청과의 협업을 통해 적절한 구매방식을 결정하는 등 사업계획을 철저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더이상 취미가 아닌 반려동물

    [홍석경의 문화읽기] 더이상 취미가 아닌 반려동물

    “내 딸이 12시간 동안 쇠창살에 찔려 죽었다”라는 헤드라인이 눈길을 끌었다. 꿈에 그리던 사모예드를 입양해 기르던 20대 여성이 취업 면접을 위해 반려견을 2박 3일 동안 애견호텔에 맡긴 사이, 물도 사료도 없이 갇힌 개가 탈출하려다 쇠창살에 뒷다리가 걸려 매달린 채 죽어 간 처참한 사건이다. 애견호텔은 무허가 영업이었고 법이 정한 대로 시청의 농축산과 관할이었으며, 반려동물 보호를 위해 필요한 공적 일손은 턱없이 모자란 상태였다. 이 기사는 반려견의 치사를 다루지만, 제목만으로도 학대당하는 어린이를 대하는 정서적 태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반려견을 아이로, 자신을 엄마 아빠로 부르는 것이 못마땅한 사람들이 있고, 이 땅에 온정이 필요한 취약층이 많은데 기껏 동물에게 온갖 정성을 다한다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이들을 이해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 가정의 27%가 1500만 마리에 달하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으며, 위 사례와 같이 많은 경우 반려동물이 유일한 동거자다. 일인가구의 증가 속도와 결혼 및 출산에 대한 태도 변화가 한국 사회가 급격히 개인화하고 있으며 전통적 가족제도가 해체 중임을 말해 준다. 이 상황 속에서 개인의 반려동물 기르기는 우리 사회 성원들의 정신적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요건이 됐다. 팬데믹은 신체적 접촉과 사회적 관계를 더욱 엷어지게 만들어 반려동물에 대한 심리적 의존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다가와 포옹을 원하고 빈집에서 나의 귀가를 기다리는 존재. 관계에 대한 복잡한 고민 없이 한없이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안을 준다. 인간은 가족일지라도 미움과 애정이 뒤얽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반려동물은 주인과 오직 애정으로만 연결돼 있다. 나 스스로 프랑스에서 입양한 골든리트리버를 서울로 이사할 때 데려와 아파트에서 키우고 있기에 일상 속 도심의 반려견 문제를 속속들이 경험했다. 반려동물 문제라고 일반화할 수 없는 개와 고양이의 차이, 대형견과 소형견주 사이의 갈등, 공격적 개의 관리, 유기견, 식용견 문제, 반려동물 의료비와 보험 문제 등 인간과 동물의 평온한 공존을 위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반려동물의 인간 사회 속 필요성이 위와 같기에 이제는 일부의 취미로 치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1500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다. 반려동물과의 숙박과 이동은 제한적이고, 가능하더라도 대부분 소형견 편의 중심이다. 대형견을 데리고 갈 수 있는 곳은 극소수이고 심지어 시각장애인을 인도하는 안내견조차 입장이 거부되는 공간이 많다. 인간이 신의 놀이를 통해 만들어 낸 수많은 종류의 반려견들이 오직 주인인 인간을 사랑하고 따르지만 대부분 인간의 공간에서 거부된다. 한국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큰 성과를 거뒀고 그 능력은 이번의 팬데믹 사태와 같은 위기 속에서 가감 없이 발휘됐다. 그런데도 필자의 오랜 비교사회적 경험에 의존해 판단할 때 한국 사회 속에서 여전히 부족한 것이 약자와 타자를 품는 능력이다. 필자의 이런 비교가 과하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감히 말하건대 그 사회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약자를 품는 능력과 관련돼 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은 정서적 균형이 깨졌을 가능성이 크고 이들은 어린이와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을 학대할 가능성도 크다. 학대까지는 아니어도 잘 길든 반려동물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결국 뭘 거부하는 것일까? 시각장애인과 인도견을 거부하는 식당 주인은 장애인을 거부한 것일까, 개를 거부한 것일까? 서구의 도시와 시골에서 식당과 상점에 주인과 함께 자유롭게 출입하는 반려견들의 모습이 부러운 것은 곧 타자와 약자를 품는 능력, 나와 다른 존재와 때로는 불편함을 참고 공존하는 능력이 부러운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반려동물과 함께 시작됐다. 인간이 정착하기 오래전부터 자연을 길들인 첫 번째 성공담인 개의 존재가 확인되고, 모든 문명에서 동물과의 동거와 공존이 발견된다. 인간의 미래에 AI를 장착한 로봇과 반려동물 중 골라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온기를 지닌 반려동물을 선택할 것이다.
  • 김혜련 서울시의원 “서초구 관내 학교사업 100억여 원 규모 순조롭게 진행”

    김혜련 서울시의원 “서초구 관내 학교사업 100억여 원 규모 순조롭게 진행”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김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서초1)은 학교시설사업 관련 강남서초교육지원청 업무보고를 받았다. 김 의원은 제10대 서울시의회 전반기 의정활동 시 반원초등학교 등 관내 9개 학교에 약 100억 원의 2020년도 학교시설 예산을 확보한 바 있다. 확보한 예산을 살펴보면 ▲반원초 냉난방 개선 외 4건 6억 5000만 원, ▲서원초 석면해체 외 9건 9억 원 ▲신동초 화장실 개선 외 3건 2억 4000만 원 ▲원촌초 체육관 신설 외 9건 18억 원, ▲경원중 환경 개선 외 9건 6억 2000만 원 ▲방배중 교실증축 외 5건 10억 7000만 원 ▲신동중 급식실 신축 외 11건 34억 2000만 원 ▲원촌중 냉난방 개선 외 10건 11억 4000만 원 ▲반포고 포장 개선 외 3건 9억 7000만 원 총 72개 사업에 99억 8800만원이 반영돼 금년도에 시설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강남서초교육지원청으로부터 2021년도 주요업무계획인 과학교육센터 기자재 지원, 친환경 생태전환 교육 운영, 교원 원격수업 기기 지원, 교육지원청사 신축 이전 사업 추진 등을 보고 받았다. 보고 받은 내용 중 기자재 예산 부족으로 관련 사업 진행이 어렵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원격수업을 확대가 필요한데 예산 부족으로 진행이 어려워 김 의원에게 예산 확보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강남서초교육지원청사는 현재 강남도서관과 공동 사용으로 사무공간 부족으로 신축(이전) 사업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김 의원에게 건의 했다. 김 의원은 “시설예산을 어렵게 확보하여 교육 예산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내년 2021년도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하여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우리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청담고 이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요청하면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사가 이전 되면 학습활동 지원이 강화되고 청사를 찾는 민원인들에게도 더 쾌적한 교육행정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청사 이전에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경근 경기도의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남양주분회와 유치원 현안 논의

    김경근 경기도의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남양주분회와 유치원 현안 논의

    경기도의회 김경근 의원(더불어민주당·남양주6)은 27일 남양주상담소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남양주분회 이경희 회장 등 임원들과 유치원 운영 업무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은 ▲유치원 석면 조사와 관련된 해체 지원 요청 ▲방과후 교사 처우개선비 추가지원 요청 ▲급당 정원 조정 3년 유예(2021년 적용분) 요청 ▲K-에듀파인 사용 정착과 안정에 필요한 전담 행정 직원 인건비 지원 또는 파견 요청 등이다. 이에 김경근 의원은 “평생 간직하게 될 3~5세의 유아시기를 건강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유치원과 지자체, 교육청 및 중앙정부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면서 “유아들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유치원이 되도록 경기도의회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책 속 한줄] 사회의 병, 사람의 병

    [책 속 한줄] 사회의 병, 사람의 병

    사회가 앓는 병은 불가피하게 개인들도 겪는다. 사회는 전체이기 때문에 사회의 병은 각 부분에 전염된다. 따라서 사회가 해체된다는 것은 일반적인 생활을 위한 정상적 조건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좌절과 실망의 물결은 특정한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자체의 해체를 나타내는 것이다.(267쪽)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하루 평균 38명이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도 가장 높았다. 잠시 주춤했던 수치가 2년간 다시 증가한 탓이다. 에밀 뒤르켐은 1897년 출간한 ‘자살론’(청아출판사)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으로 보였던 자살의 사회적 원인을 파고들었다. 사회의 병이 개인을, 개인의 병이 사회를 파괴할 수 있다는 통찰도 남겼다. ‘코로나 블루’로 자살 관련 상담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개인과 사회의 건강에 대한 나쁜 징후다. 물리적 질병을 넘어 이에 대한 대응도 더 절실한 때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말과 논리가 망해버린 시대… 10년뒤 행복 기대 어려워 암담”

    “말과 논리가 망해버린 시대… 10년뒤 행복 기대 어려워 암담”

    “10년이 지나면 우리가 행복이라고 믿거나 발전이라고 믿었던 게 다 무너지고 전혀 낯선 세상이 올 것 같습니다.” ‘보수논객’ 이문열 작가는 현 시국을 암담하게 진단했다. 이 작가는 10년 후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무력감에 빠져들고 절망스럽다고 했다. “지금 저들은 못할 게 없어요. 우리가 겪어온 걸 모두 해체하고 있고, 합법의 이름 아래 헌법도 바꿀 수 있습니다. 저 사람들 의도와 방향이 좋은 것이길, 이젠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 시대를 말과 논리가 망해버린 시대라고 규정했다. “말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이상하게 비틀어버리고, 논리를 뒤집습니다.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한 말을 봐도 그렇고. 지금 이 시대엔 말의 효과도, 결과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 작가는 “공자가 세상에서 네 가지 죽을 죄를 말했는데, 그중 하나가 말을 왜곡하거나 함부로 하는 죄”라며 “지금 이 시대엔 ‘공자 시대’ 같으면 죽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정치권에 변호사(법조) 출신이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나쁜 짓을 막는 데 그 능력을 써먹습니다. 말도 안 되는 것들, 빨간 걸 파랗다고 빡빡 우기고…. 말싸움엔 권력이 끼어들어 한쪽을 편들면 절대 안 됩니다. 그걸 판정해야 할 권력이 한쪽으로 밀고 가니 되지도 않는 말이 춤을 춥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보수논객’ 이문열이 본 시국상…“말과 논리가 망해버린 시대, 10년 뒤 암담”

    ‘보수논객’ 이문열이 본 시국상…“말과 논리가 망해버린 시대, 10년 뒤 암담”

    ““10년이 지나면 우리가 행복이라고 믿거나 발전이라고 믿었던 게 다 무너지고 전혀 낯선 세상이 올 것 같습니다.” ‘보수논객’ 이문열 작가는 현 시국을 암담하게 진단했다. 이 작가는 10년 후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무력감에 빠져들고 절망스럽다고 했다. “지금 저들은 못할 게 없어요. 우리가 겪어온 걸 모두 해체하고 있고, 합법의 이름 아래 헌법도 바꿀 수 있습니다. 저 사람들 의도와 방향이 좋은 것이길, 이젠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현 시대를 말과 논리가 망해버린 시대라고 규정했다. “말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이상하게 비틀어버리고, 논리를 뒤집습니다. 옵티머스펀드 사태와 관련한 말을 봐도 그렇고. 지금 이 시대엔 말의 효과도, 결과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 작가는 “공자가 세상에서 네 가지 죽을 죄를 말했는데, 그중 하나가 말을 왜곡하거나 함부로 하는 죄”라며 “지금 이 시대엔 ‘공자 시대’ 같으면 죽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도 정치권에 변호사(법조) 출신이 많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나쁜 짓을 막는 데 그 능력을 써먹습니다. 말도 안 되는 것들, 빨간 걸 파랗다고 빡빡 우기고…. 말싸움엔 권력이 끼어들어 한쪽을 편들면 절대 안 됩니다. 그걸 판정해야 할 권력이 한쪽으로 밀고 가니 되지도 않는 말이 춤을 춥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씨줄날줄] 여행지 없는 여행/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여행지 없는 여행/임병선 논설위원

    얼마 전 호주의 앨리스스프링스 공항 사진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14년부터 퇴역한 항공기들을 해체하던 ‘무덤’과 같은 곳이었는데 싱가포르항공과 캐세이퍼시픽항공 등 세계 유수 항공사들의 멀쩡한 항공기들이 엄청난 규모의 격납고 안에 빼곡히 들어서 있었던 것이다. 공항 활주로에 가만 서 있기만 해도 상당한 비용에다 정비 인력 등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곳은 상대적으로 보관료가 싸고 기후도 건조해 장기 보관에 적합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항공업계는 어찌됐든 활주로에 붙박여 있는 항공기를 푸른 하늘에 띄울 수만 있다면 행복한 일이 되는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대안이 ‘여행지 없는 여행’이다. 제주항공의 ‘인천 to 인천’은 지난 23일 인천공항을 이륙해 군산, 광주, 부산, 포항 상공을 2시간여 돈 뒤 인천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시아나항공은 ‘A380 한반도 일주 비행’을 진행했는데 승객들이 창밖 풍경을 오롯이 감상하도록 평소 운항고도의 절반인 3000~4500m 고도에서 날았고, 제주 상공을 8자 형태로 선회해 좌우 승객들 모두 풍경에 흠뻑 빠지도록 배려했다. 해외여행의 설렘을 느끼고 싶었던 사람, 일생에 특별한 추억을 기대하는 사람, 국제선에서나 제공되는 기내식을 맛볼 수 있다는 데 이끌린 사람들의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아시아나는 이에 고무돼 다음달 국제선에도 비슷한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어부산은 오는 30일 항공의 날을 기념해 김해공항에서, 다음날은 김포공항에서 마찬가지 운항에 나선다. 물론 항공기가 많은 양의 연료를 써서 환경을 오염시키는데 이런 ‘목적 없는 비행’을 부추기는 것은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있다. 항공업계 내부에서도 기대했던 만큼 특판 상품의 판매 실적이 따라주지 않아 단발적인 홍보성 행사에 불과하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물론 대형 항공사들도 유동성 위기로 정부에 지원금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신생 LCC들은 취항하기도 전에 무급휴직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항공사 승무원들과 정비 인력들에게 일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긍정적 효과, 항공업계에 대한 따듯한 응원 효과도 있다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처럼 커다란 영토를 가진 나라들은 국내선 운항을 활성화해 돌파구를 찾는다지만 비좁은 남한 땅을 상대해야 하는 한국 항공업계는 정말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여서다. bsnim@seoul.co.kr
  • 美 로봇 개 ‘스팟’ 체르노빌 원전 출입금지 구역서 운용 시험

    美 로봇 개 ‘스팟’ 체르노빌 원전 출입금지 구역서 운용 시험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의 폭발 사고는 세계 최악의 원전 사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원전의 출입금지 구역에서 최근 미국 로봇 개발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운용하는 시험이 진행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린폼’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2일(현지시간) 체르노빌 원전에서 영국 브리스틀대 연구진과 방사성 폐기물 처리 기업 전문가들은 공동으로 출입금지 구역 안에서 로봇을 운용하는 시험을 시행했다. 시험에 쓰인 로봇 중에는 드론(무인항공기)과 지상 로봇뿐만 아니라 이른바 로봇 개로 불리는 스팟도 포함돼 있었다.이들 전문가가 원전 출입금지 구역에서 로봇을 운용하는 모습은 해당 원전의 유튜브 공식 페이지 계정에도 영상으로 공유됐다. 이날 영국 연구자들이 원전에 방문한 목적은 출입금지 구역 안에서 로봇을 얼마나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 것이었다. 시험 운용에 참가한 브리스틀대의 데이브 메그슨스미스 박사는 원자력 산업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센서 개발 연구를 진행하는 전문가들 중 한 명이다.그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이날 출입금지 구역 안에 로봇을 투입해 방사선량을 원격으로 매핑하는 시험을 진행했다. 투입 전 스팟의 다리에는 사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방사성 물질의 오염을 막는 보호장비가 덧씌워졌다. 스팟은 방사성 물질의 확산이나 원자로에 관한 외부 영향을 막아 해체하거나 폐쇄하는 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 설치한 출입금지 구역 안에서 운용자의 제어 명령에 맞춰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연구자들은 스팟의 움직임을 수시로 추적하며 문제점이 없는지를 점검했다. 이처럼 스팟과 같이 로봇에 의한 측정이 앞으로 가능해지면 방사선량의 매핑을 자동화할 수 있어 사람들이 위험한 곳에 출입해야만 했던 순간을 줄일 수 있으리라 추정된다. 이에 대해 메그슨스미스 박사는 이번 시험 결과를 통해 앞으로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스팟은 기동성이 높고 복잡한 지형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어 자료 수집 등 다양한 작업을 원격으로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경찰의 폭발물 처리반이 스팟 채택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의심 환자를 검사를 돕는 의료 현장에도 투입돼 이목을 끈 바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항의서한에 토론회까지…日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조짐에 하나로 뭉친 정치권 (종합)

    항의서한에 토론회까지…日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조짐에 하나로 뭉친 정치권 (종합)

    정의당 주한 일본 부대사에 항의서한 원희룡·조정훈 여의도 하우스에서 토론회 농해수위 결의안 채택●정의당 후쿠시마오염수 배출 日에 항의 서한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 처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정치권의 목소리도 일제히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둘러싸고 정쟁으로 충돌하던 것과 달리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다. 정의당은 26일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해 주한 일본 대사관을 방문해 항의서한 전달 및 면담을 진행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추진과 관련해 항의서한을 전달한 것은 지난 19일 시대전환이 한 것에 이어 정의당이 두번째다. 정의당에서 김윤기 부대표, 박인숙 부대표, 류호정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 부대사를 만나 오전 11시부터 약 15분간 항의서한 전달 및 면담을 진행했다. 김윤기 부대표는 “최근 일본 정부가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연기해 다행이나 최종 결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방류 중단을 요구한다”며 “특히 인접 국가와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의당은 류호정 국회의원이 대표로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 부대사에게 정의당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류 의원은 서한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지난 23일 대한민국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본정부의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안전한 처리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 됐다”며 “오늘 전달하는 항의서한은 정의당만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라고 항의서한의 의미를 전했다. 서한에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 ‘일본 정부는 지상 보관·고화(固化) 처리 등 안전하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할 방법을 세우고, 이를 인접 국가와 먼저 논의하라’,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와 핵발전소 해체 과정 등에 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인접 국가가 포함된 국제사회의 검증 절차를 진행하라’ 등의 요구가 담겼다.●원희룡 “일방적 방류, 법적 대응 들어갈 수밖에”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이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토론회를 열었다. 조 의원과 원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정치카페 ‘하우스(How’s)‘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과 대책’ 토론회를 공동 개최했다. 원 지사는 토론회에서 “저는 방류 결정을 유보할 것이 아니라 취소할 것을 일본 정부에 단호히 요구한다”며 “모든 것을 원점에 놓고 안전성과 투명성을 엄정하게 검증해 최선의 결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일본 국민 의견수렴뿐 아니라 북태평양 모든 유관국의 의견과 요구도 깊이 존중돼야 한다”며 “특히 한국의 경우 가장 빨리 오염수가 도달하기에 우리는 각별하게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우리의 긴급하고 정당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일방적 방류를 결정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법적 대응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독일의 연구 결과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 어떻게 우리 제주와 동해에 영향을 미치는지 뚜렷하게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정치는 우리 국민들의 부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고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앞서 나가 싸우는 것”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를 보며 왜 정치를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한민국 생명과 땅에 대한 위험을 접했을 때 작은 정당의 의원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과 일본은 바다를 공유하는 이웃이다. 절대로 저희는 이 문제의 관중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 문제의 핵심 당사자이다. 그 권리와 주장을 우리나라를 넘어 국제사회에 해야한다”며 “제가 흥분을 잘하지 않지만 이 이슈만 보면 흥분하고 있다.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농해수위 후쿠시마 방류 계획 철회 촉구 결의안 의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 철회 촉구 결의안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의결된 결의안에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양방류를 계획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 추진을 철회’,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수와 관련된 일련의 조사행위와 의사결정과정에 관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방안에 대하여 인접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동의 절차를 거칠 것을 촉구’ 등의 내용이 담겼다. 농해수위는 채택된 결의안을 일본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개호 농해수위 위원장은“해양오염은 전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난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특히 우리 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의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22일 일본 도미타 코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방사능 오염수 방류 관련 정보 공개를 요청한 바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23일 사실상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할 방침을 정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중단 결의안을 채택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反엘리트’로 번지는 나이지리아 경찰개혁 시위

    경찰개혁을 요구하는 나이지리아 시위의 사상자가 늘면서 엘리트 집권세력에 대한 개혁 요구마저 비등하고 있다. 악명 높던 특수경찰 해산 요구로 촉발된 젊은이들 시위가 구조적 빈곤에 대한 불만과 겹쳐 전국 시위로 번지는 양상이다. 모하메드 아다무 경찰청장은 24일(현지시간) “모든 경찰자원을 즉각 동원해 며칠간의 거리 폭력과 약탈을 종식시킬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대 도시 라고스 등을 중심으로 지난 7일부터 시작된 데모는 경찰 부대인 ‘강도방지특수부대’(사스)의 민간인 학살 혐의가 알려지며 규모가 불어났다. 강력범죄 단속을 위해 1992년 창설된 사스는 불심검문과 강탈, 고문, 사법 외 살인 등으로 현지 주민들 사이에 원성이 자자했다. 이에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이 11일 사스 해체를 발표했지만, 시위대는 경찰개혁 실행안 및 용의자 처벌, 체포자 석방을 요구하며 계속 시위를 벌였다. 특히 젊은이들이 주도한 시위는 권위주의 통치방식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사스 해체’(#EndSARs), ‘살인경찰 해산하라’(#ENDPOLICEBRUTALITY) 같은 해시태그를 소셜미디어에 퍼뜨리며 집권세력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 21일엔 라고스에서 비무장 시위대를 향한 총격 학살까지 벌어졌지만 당국은 군경 책임은 회피하며 시위 종식만을 촉구했다. 변질된 일부 시위대 수백명은 23일 중앙 도시인 조스 근처 부쿠루에서 정부 식량창고를 약탈하기도 했다. 부하리 대통령은 이날 “시위 와중에 민간인 51명을 포함, 총 69명이 숨졌다”고 인정하면서도 “경찰 11명, 군인 7명도 폭도들에 의해 살해됐다. 진정성 있던 젊은층 시위가 오도된 것은 불행하다”며 무력개입을 부인하고 시위대를 탓했다. 1999년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인 나이지리아 시위는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까지 겹친 모습이다. 인구 2억명에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이지만 빈곤율이 40%에 이르고, 젊은이들은 좋은 교육과 일자리 기회를 얻기 어렵다고 BBC는 전했다. 행동주의 작가인 김바 카칸디는 “전례없는 운동을 정치계급이 젊은이들의 불장난처럼 인식, 더디게 반응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942~2020) 연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942~2020) 연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향년 78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다음은 이 회장의 출생에서 타계까지 연보다. ▲ 1942년 대구에서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남 ▲ 1953년 부친 권유로 일본 유학길에 오름 ▲ 1961년 서울사대 부속 고등학교 졸업 ▲ 1965년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상과대학 졸업 ▲ 1966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수료, 10월 동양방송 입사 ▲ 1967년 홍라희 여사(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와 결혼 ▲ 1968년 중앙일보·동양방송 이사 ▲ 1978년 삼성물산 부회장 ▲ 1979∼1987년 삼성그룹 부회장 ▲ 1980년 중앙일보 이사 ▲ 1987년 11월 삼성그룹 회장 취임 ▲ 1988년 3월 제2창업 선언   11월 삼성전자, 반도체통신 흡수합병▲ 1989년 9월 잭 웰치 GE 회장 접견   12월 삼성복지재단 설립 ▲ 1991년 제1회 호암상 시상식 ▲ 1992년 3월 부시 미국 대통령 단독 면담 ▲ 1993년 3월 그룹 신(新) CI 정립,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는 신경영 선언, 7월 전 계열사 조기 출퇴근제(7·4제) 실시, 10월 제1회 여성지위향상 골든 어워드 수상. ▲ 1994년 1월 일본 본사 출범, 10월 삼성 사회봉사단 설립, 12월 빌 게이츠 MS 회장 오찬, 11월 삼성의료원 설립, 국내 기업 사상 최초로 조(兆)단위 경상이익 실현. ▲ 1995년 1월 미주·유럽·중국 본사 출범, 3월 삼성디자인학교 설립, 여사원 근무복장 자율화, 7월 국내 최초로 ‘열린 채용’ 도입(공채 필기시험 전면 폐지), 10월 영국 윈야드 전자단지 준공식. ▲ 1996년 4월 멕시코 티후아나 복합단지 시찰,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정 ▲ 1997년 2월 말레이시아 전자복합단지 건설 ▲ 1998년 2월 사마란치 IOC위원장 접견, 3월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준공, 4월 앨빈 토플러 박사 면담, 5월 후진타오 부주석 접견, 볼보 회장 접견, 9월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 만찬 ▲ 1998∼2008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 ▲ 1999년 6월 IOC서울 총회 참석▲ 2000년 9월 시드니 홍보관 개관식 참석 ▲ 2002년 1월 서울대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 수여, 7월 삼성이건희장학재단 설립, 11월 삼성 펠로우 제도 시행 ▲ 2003년 7월 삼성 브랜드 가치 100억 달러 돌파 ▲ 2004년 6월 프랑스 레종드뇌르 훈장 수훈, 아테네 올림픽 성화봉송, 9월 동유럽 현장경영, 10월 리움 미술관 개관식 ▲ 2005년 7월 동남아 현장경영, 9월 화성반도체 2단지 본격 투자 ▲ 2006년 9월 벤 플리트상 수상, 뉴욕 사장단 회의 주재 ▲ 2007년 1월 평창 올림픽 유치 지원, 2월 과테말라 IOC총회 ▲ 2008년 4월 ‘삼성특검’으로 기소, 경영일선에서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와 지배구조 개선 등 경영 쇄신방안 발표   7월 양도소득세 456억 원에 대한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1천100억원 선고(서울중앙지법)▲ 2009년 8월 배임행위에 대해 유죄 형확정(서울고등법원)   12월 29일 대통령 특별 단독사면 발표 ▲ 2010년 1월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 완공, 3월 24일 삼성전자 회장직으로 경영복귀. 5월 소니 회장 접견, 삼성전자 첫 스마트폰 갤럭시 S 공개, 화성 캠퍼스 기공식 참석, 9월 와세다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 ▲ 2011년 4월 갤럭시 S2 공개, 7월 남아공 더반 IOC 총회, 평창 올림픽 유치 성공 ▲ 2012년 6월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만찬, 9월 홍콩 리카싱 청콩그룹 회장 면담.▲ 2013년 3월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 S4 공개. ▲ 2014년 5월 11일 호흡곤란증세로 쓰러져 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 ▲ 2020년 10월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서울삼성병원에서 향년 78세를 일기로 별세.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기고]내성천의 눈물/박일선 전국댐피해극복협의회의장

    [기고]내성천의 눈물/박일선 전국댐피해극복협의회의장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는 노래에 가장 어울리는 곳이 어딘가 묻는다면 내성천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겠다. 전망대에 올라 굽이치며 흐르는 내(川)가 빚어 놓은 회룡포(回龍浦)를 보노라면, 찌들었던 마음과 몸이 시원스레 하늘로 오르는 것 같고, 어느 결에 스며든 평온(平溫)함에 그윽한 미소가 감돌곤 한다. 이런 행복을 맛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그런 특별함이 종종 발걸음을 내성천으로 끌어당긴다. 어디 그뿐인가. 누이 젖가슴처럼 모나지 않은 생(生)그런 봉우리를 병풍삼고 품격 있게 앉아 있는 무섬 한옥마을. 솜털처럼 보드라운 황금모래 옷을 입고 아장아장 아기처럼 걸어가듯 흐르는 냇물. 할머니의 굽은 허리처럼 가로 놓인 외나무다리는 너울너울 흐르는 내(川)가 마치 손주인 듯 만면(滿面)에 웃음 지으며 바라보는 것만 같다. 아이들에겐 놀이공원에서 맛 볼 수 없는 원초적 기쁨을 주고, 어른들에겐 정다웠던 옛날로 돌아가게 하는 그 내성천이 송두리째 썩고 있다. 산처럼 많았던 곱디고운 모래는 다 어디로 가고 거친 모래가 빈한(貧寒)한 주인이 되어 나그네를 맞이한다. 버드나무와 온갖 잡초들이 뒤덮어 황금모래밭은 북극의 빙하처럼 줄고 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내성천을 보금자리 삼았던 멸종위기 1급 물고기 흰수마자도 집을 잃고 어디로 사라져 가는지....... 이 모든 변화 원인은 4대강 사업일환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던 내를 막아 나선 저 콘크리트 산이다. 1조1000억원이 투입된 이 댐은 상류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배출량에 대한 예측실패로 녹조가 극심해 댐체가 만들어 진지 5년이 지나도록 정상적으로 물을 담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수백 곳의 균열과 물까지 새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댐 해체를 주장하는 영주의 한 단체에 의하며 그동안 관계기관은 두 차례의 준공검사를 시도했으나 19.5%, 18.8% 수위에 그친 채 끝내 방류해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아직까지 ‘준공고시’가 없지 않은가? 급기야 환경부는 영주댐 처리방안 논의에 필요한 수질 수생태계, 모래상태, 댐안전성 관련 정보 객관적 검증, 영주댐 처리원칙 절차와 공론화 방안 등을 논의하는 ‘영주댐 처리방안 마련 위한 협의체(이하협의체)’를 구성했다. 이 조사를 위해 제한수위 83% 이상 담수를 해야 하는데 이에 훨씬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돌연 지난 15일 방류를 결정했다. 영주시와 의회는 적극 반대하고 사회단체는 댐수문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또한 조사과정 중에 루미라이트로 보여 지는 수질개선제가 광범위하게 반복적으로 투입돼 조사결과를 왜곡하고 있다며 지역환경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잘 쓸어 담아 다시 써야 할지, 닦아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 갈등해결은 당사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 과거 권위적인 시절 하향식, 서울중심, 댐친화적인 전문가 주도의 의사결정방식이 영주댐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월호의 아픔을 안고 들어선 촛불정부는 내성천을 앗아간 과거 정권을 답습해선 안 된다. 신음하며 눈물 흘리는 내성천을 옛 모습 그대로 되돌려 놔야 한다. 안전성 논란과 함께 천문학적인 수질개선비를 투입해야 하는 이 댐은 유지할수록 손실이 크다. 누가 이런 짓을 한 건가? 검은 손?
  • “오죽하면 이렇게…” 찬 바닥에 무릎 꿇은 수재민들

    “오죽하면 이렇게…” 찬 바닥에 무릎 꿇은 수재민들

    국회 환노위, 수자원공사 용담지사 방문“제발 도와달라”…댐 방류 피해 성토고령 주민들도 무릎 꿇고 국회의원 맞이 지난 여름 집중 호우 당시 용담댐 방류로 큰 피해를 본 전북과 충남 지역 주민들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이 방문한 한국수자원공사 용담지사를 찾아 지원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국회 환노위 방문이 예정된 이날 오후 2시 이전부터 수자원공사의 무분별한 댐 방류를 성토하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용담지사 앞에 모였다. 피켓과 현수막에는 ‘댐만 열지 말고 귀를 열어 주민 말을 들어라’, ‘무능하고 무책임한 댐 관리자를 엄중 처벌하라’, ‘변명만 늘어놓는 수자원 공사를 해체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주민들은 의원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자, 피켓을 든 채 무릎을 꿇고 “제발 도와달라. 일 년 지은 농사가 하루아침에 다 물건너 갔다”고 하소연했다. 다리와 손목을 붕대와 파스로 감은 고령의 주민들도 찬 바닥에 무릎과 이마를 댔다. 버스에서 내린 의원들은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러 온 것”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날 것을 요청했으나 수재민들은 한동안 도로에서 무릎을 떼지 않았다. 주민들은 의원들의 거듭된 설득에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도 이야기를 안 들어줬다”, “오죽하면 우리가 이렇게 하겠느냐”, “수자원 공사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쌓였던 울분을 토해냈다. 의원들은 주민과 짧은 대화를 마치고 수자원 공사 안내를 받아 용담댐을 둘러보며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수자원 공사는 용담댐 앞에서 한 현장 브리핑을 통해 ‘기록적 폭우로 인한 불가항력 조처’라는 취지로 당시 댐 방류 상황을 설명했으나 이내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지금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느냐가 아니라 비가 왔을 때 어떻게 대처했느냐를 묻는 건데 계속 기록적 폭우만 강조하고 있다. 지금 여기 있는 주민들은 안 보이느냐”고 지적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3분기 건설현장 사망 사고 가장 많은 곳은?

    지난 3분기 건설현장에서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낸 대형 건설사는 동부건설로 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는 3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와 발주청 등의 명단을 21일 공개했다. 시공능력평가액 21위인 동부건설은 현장에서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7월 30일 대구 메리어트호텔 신축공사장에서 벽체 해체 작업 중 벽이 무너지면서 1명이 사망했고 9월 2일 평택 고덕 아파트 건설현장에선 건설용 리프트 추락 사고로 2명이 숨졌다.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 11개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도 1명씩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GS건설은 2분기 3건의 사망사고가 일어난 데 이어 8월 18일 또다시 계양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건설현장에서 1명의 사망사고가 났다. 대우건설과 한신공영도 2분기 각 1건의 사망사고에 이어 3분기에도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3분기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발주청은 한국토지주택공사, 국가철도공단, 한국수자원공사, 대구시 등 4개 기관으로 각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인허가한 소규모 민간 건설현장 중 사망자가 최다 발생한 지자체는 경기도로, 부천시 3명과 화성시·평택시 각 2명 등 총 1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서울시에선 강동구 2명과 강남구·서대문구·서초구·용산구 각 1명 등 총 6명, 전남에선 순천시·여수시·함평군에서 1명씩 총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나이지리아 군, 시위대 향해 발포 …“10여명 사망”

    나이지리아 군, 시위대 향해 발포 …“10여명 사망”

    나이지리아 군이 최대 상업도시 라고스에서 2주 넘게 이어진 시위 참여자들을 향해 총격을 가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위 진압을 위해 군을 동원한 것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가 정치적 혼란의 상태로 들어간 것을 의미한다. 나이지리아 군의 발표 상황을 목격한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수백명이 시위를 벌이던 라고스의 중심부 레키 톨게이트 근처에서 해가 떨어진 직후인 오후 7시쯤 픽업트럭 한 대가 도착했다. 트럭에서 군인들이 최류탄을 발사하다 군중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몇명이 사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로에 시신이 몇 구 있었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노란 최류가스 속에 피를 흘리는 시신 주위에 시위대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런 동영상이 수십건 올라왔다. 사망자와 부상자 수에 대해서는 매체마다 보도가 엇갈린다. 뉴욕타임스는 현장을 목격한 한 경찰이 익명을 요구하면서 11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인 아킨보솔라 오군사냐는 10명 전후가 총을 맞았다며 군인들이 시신을 옮기는 것을 봤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경비원인 알프레드 오노누그보(55)는 “그들이 군중을 겨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며 “한 두사람이 총탄에 맞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총탄을 맞은 사람의 상태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사진가인 인옌 악판(26)은 로이터에 “20명 이상의 군인이 레키 톨게이트에 도착해 발포했다”면서 “2명이 총에 맞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아킨보솔라 오군산야는 10명이 총에 맞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군인들이 시신을 옮기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토크쇼 진행자인 아킨보솔라 아데예미는 “나이지리아 정부가 군대를 보내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총을 맞았다”고 말했다.라고스 빅토리아 아일랜드에 한 병원 의사는 총탄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했다고 말했다. 의사는 이름 공개를 거부했고, 치료받은 사람의 숫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라고스 주정부는 발포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나이지리아에서 시위가 발생한 이후 최소 15명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시위는 경찰의 강도특수부대(SARS)가 벌여온 가혹행위에 대한 분노로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문제의 SARS는 지난 11일 해체됐지만 시위는 계속됐다. 시위는 나이지리아가 민주화된 1999년 이후 21년 만에 최대 규모 시위로 경찰 개혁을 넘어 국정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로 확산하고 있다. 택시기사 스티븐 아데도자(35)는 “이것은 경찰의 가혹행위 이상의 것, 우리의 미래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군 출인인 무하마두 부하리 대통령이 하나의 이슈에서 시작한 항의 시위에 거의 대처하지 못하자 광범위한 정부 부패와 경제 실정, 정실주의 반대 시위와 결합하면서 시위가 커졌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월성 1호기 예정대로 해체 수순

    월성 1호기 예정대로 해체 수순

    감사원의 20일 감사 결과에 따라 월성 1호기는 예정대로 해체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해체 과정은 15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월성 1호기는 원자력안전법에 근거해 지난해 12월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영구정지를 승인받았다. 현재 원자로에서 연료와 냉각재를 모두 빼낸 상태다. 운영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로 시설을 영구정지한 날부터 5년 이내에 해체 승인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해체 승인이 내려지면 시설물 본격 해체, 부지 복원 등의 절차가 이어진다. 부지 복원 이후 진행 경과, 최종 부지의 방사능 현황, 해체 전후의 원자로 시설 등 해체 완료 상황은 또다시 원안위에 보고된다. 마지막으로 원안위가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월성 1호기의 운영허가를 종료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이런 과정을 마무리하기까지는 15년 이상이 걸리며 해체 비용은 8000억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인생 건 마지막 승부… ‘해체 위기’ 전자랜드의 돌풍

    인생 건 마지막 승부… ‘해체 위기’ 전자랜드의 돌풍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매 경기 인생을 건 ‘마지막 승부’로 코트를 뜨겁게 달구며 2020~21시즌 초반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전자랜드는 하위권으로 분류됐다. 지난 8월 모기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구단 운영을 접는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아직 인수 기업이 나오지 않아 내년 이후 미래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팀 주축이던 강상재가 입대하고 김지완은 전주 KCC로 이적했다. 외국인 선수 2명을 새로 영입한 것 외에는 별다른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평가가 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즌 뚜껑을 열어 보니 개막 4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19일까지 기록을 살펴보면 특출난 선수 한 명이 팀을 이끄는 게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팀은 1위인데 득점 10위 내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이대헌(15.5점)이 15위로 순위가 가장 높다. 흔히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이라고 하는 외국인 선수의 공격 공헌도도 낮다. 헨리 심스 12.3점, 에릭 탐슨 11.3점으로 전체 외인 20명(KCC 라건아 포함) 중 하위권이다. 그러나 이들은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또 공격의 빈틈은 이대헌을 비롯해 김낙현, 전현우(이상 12점), 정영삼(10.8점) 등이 분담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선수가 4명이나 되는 것은 10개 팀 중 전자랜드가 유일하다. 위기가 전자랜드의 근성을 더욱 악착같이 만들어 똘똘 뭉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고참 정영삼이 지난 18일 KCC전에서 4쿼터 중반 타일러 데이비스와의 리바운드 다툼을 이겨 내며 골밑 득점을 올렸던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팀 분위기는 전염된다. KCC전 야투 성공률이 떨어졌던 심스는 경기 뒤 체육관에 홀로 남아 묵묵히 슈팅 훈련을 하기도 했다. 하나로 뭉친 전자랜드의 ‘올 포 원’(All for one) 농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영삼은 “더 많이 이겨 우리 가치를 좋게 가져가고 싶다”면서 “난 농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후배 선수들은 앞으로 마음 편하게 농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왕과 왕비의 국장, 얼마나 호종할까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왕과 왕비의 국장, 얼마나 호종할까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한 해인 세종 28년 7월 16일 새벽 2시,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세종의 소헌왕후 재궁(왕과 왕비의 관)을 실은 대여가 경복궁을 출발해 산릉으로 향했다. 대여는 새벽녘 성동교 근처의 살곶이 다리에 이르렀다. 장마로 강물이 붇고 비가 와 다리를 건널 수 없자 부득이 대여를 광진구 자양동에 있던 별궁 낙천정에 모시고 하룻밤 묵게 된다. 대여에서 내린 왕비의 관 머리를 어느 쪽으로 둬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관의 머리를 남쪽으로 둬야 한다, 북쪽으로 둬야 한다는 등 옥신각신하자, 정인지가 “빈소에서는 그 어버이가 죽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여 남쪽으로 머리를 두는 것이며, 매장할 때 머리를 북쪽으로 두는 것은 죽은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아직 안장 전이니 지금은 살아 있는 것으로 여겨 남쪽으로 머리를 두어야 한다”고 해 관 머리 소동은 일단락됐다. 사관은 자고로 정승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실록에 평했다. 낙천정에서 하룻밤을 보낸 왕비의 국장 행렬은 “재궁은 배를 타고 건너면 좋지 않다”는 속설 때문에 마냥 강물이 줄어들기만을 기다렸다. 아침 9시가 돼도 출발을 않자 궁에 남아 걱정하던 세종은 이제 비도 개고 중국 어느 책에도 관을 배에 실어 건너는 것이 좋지 않다는 속신이 없으니 빨리 강을 건너도록 하라고 했다. 임금의 재촉으로 한나절이 지나서야 겨우 한강을 건너, 능지인 영릉에는 오후 늦게야 도착했다. 소헌왕후는 7월 16일 경복궁을 출발해 나흘 만인 7월 19일에야 서울 일원동 대모산 기슭 영릉에 안장되었다. (서거정: 1420∼1488. ‘필원잡기’) 과연 왕과 왕비의 국장 행렬에는 얼마나 많은 인원이 수행할까. 태조 국장은 각종 수레와 가마를 끌고 메고, 의장을 들고 호종한 수호군이 4000여명이다. 태종의 국상 때는 송나라 태종의 예를 따라 1만 8936명으로 하고자 했으나 그럴 경우 산길이 좁아 수레와 말로 꽉 찰 것을 염려해 절반인 9500여명만 호종토록 했다. 인조의 비 한씨가 대군을 낳고 산후병으로 승하해 파주 운천에 안장할 때는 6770여명이 뒤따랐다. 효종 국장에는 상여를 멘 대여군 2180명을 포함해 8089명이, 정조 국장 때에는 9630명이 수원까지 동원되었다. 왜 국장 행렬에는 이렇게 많은 인력이 따라갈까. 행렬 맨 앞에서는 도가라 해 경기도 관찰사가 행렬 전체를 인도한다. 이어 왕과 군대를 상징하는 각종 깃발로 장식한 수백 명의 기수들과 의장, 혼백과 망자를 찬양한 시책과 옥책, 명기 등을 실은 수십 대의 가마, 여기에 관을 실은 대여, 왕이 탄 가마와 호위 군사, 말을 탄 대군과 왕자, 대신 울어 주는 곡비, 종친 및 백관 등이 호종한다. 국왕은 대여 뒤쪽에서 60명이 메는 어가를 타고 가도록 했으나 호종하지 않고 궁에 머문다. 각 관청에는 2명씩만 남으며 호종하는 관리들은 모두 각자 도시락을 지참했다. 왕과 왕비의 시신을 실은 대여는 몇 명이 멜까. 한 번에 190명이 멘다. 예비로 4명을 더해 194명이 한 조를 이루어 쉴 때마다 교대하고 힘이 들어 한 번만 멘다. 영조는 경희궁에서 구리 동구릉까지 12번 교대로 총 2328명이 메고 갔다. 정조 국장 때는 수원 화성 장지까지 너무 멀어 총 24번 교대하는 바람에 한 사람이 두세 번 메었다. 대여는 동대문 같은 성문을 어떻게 통과했을까. 대여를 해체해 재궁을 작은 가마에 옮겨 싣고 나가 다시 조립한 대여에 옮겨 싣는다. 국장 의장행렬은 장엄하고 규모가 방대해 순서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미리 발인반차도를 만들어 연습했다. 대여와 작은 가마를 멘 사람들과 기수, 횃불을 든 거화군에게는 ‘하마’라고 불리는 작은 막대기를 입에 물려 잡담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장 행렬로 인해 피해를 본 농가에 대해서는 일일이 나라에서 보상을 했다. 국장은 단순한 의식을 넘어 왕권의 위엄과 권위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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