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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눈] 비교되는 재해대책

    자연재해가 선·후진국을 가려서 일어나지는 않는다.그러나 인명피해는 후진국일수록 크다.아프리카나 중국,인도 등에선 홍수나 지진으로 수백명씩 사망했다는 소식이 연례행사가 됐다.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그같은 떼죽음이 흔치 않다. 18일 미 동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사벨’에 대처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면 어렴풋이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태풍의 이동 경로 등을 예보하고 주의보를 발동하는 당국의 목소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그러나 19일 현재 사망자는 1명에 불과했다.당국의 경고가 말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노스 캐롤라이나에 ‘이사벨’이 상륙한 시간은 18일 오전 8시(현지시간),워싱턴 일대를 지나친 시간은 이날 저녁.워싱턴에서 ‘이사벨’이 상륙한 지점까지는 자동차로 10시간이 넘게 걸린다.따라서 워싱턴의 낮 시간대에는 그렇게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워싱턴 지하철과 버스의 운행은 18일 오전 11시부터 정지됐다.당국은 갑작스러운 돌풍에 의해 정전이 되거나 승객들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바람으로 인해 가로수가 무너져 버스를 덮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대부분의 학교는 이틀간 쉬었다.각 가정에 전달된 대피 요령은 지나칠 정도다.집 밖에 놓인 작은 가구나 쓰레기통까지 바람에 날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내 연방정부 청사는 모두 문을 닫았다.“공무원이 놀아서 되느냐.”는 비판보다 누구에게든 안전이 우선이라는 인식이다.백악관은 외부 창문과 지붕을 점검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이동,국민들의 경각심을 돋우었다.연방재난관리청은 일주일 전부터 피해예상 지역에 재해장비와 수색구조팀을 급파했다. 태풍에 앞서 5개주와 워싱턴시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당일에는 노스 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주를 즉각 재해지역으로 선포하는 등 연방 차원의 재해지원 시스템도 신속했다.태풍 ‘매미’의 위력이 컸다고 하지만 우리도 이같은 준비를 했다면 100명이 넘는 목숨을 잃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백문일 워싱턴 특파원 mip@
  • 학교폭력 예방교육 손 놨나

    초·중·고등학생 10명중 3명가량이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 4월부터 두달간 전국 150개 초·중·고등학교 학생 1만 5000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응답자의 26.1%가 학교폭력 및 집단따돌림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19일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을 경험한 학생이 각각 19.1%와 7%로 조사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학교폭력은 5.3%포인트,집단따돌림은 1.5%포인트가 증가했다. 이는 각종 학교폭력 방지대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됐다. 특히 초등학생의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 현상이 각각 24.3%와 10.7%로 가장 높게 나타나 저학년일수록 학교폭력이 더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폭력이 이뤄지는 장소로는 학교내 건물 뒤가 28.4%,교실 27%,화장실 18.3% 등이었다. 청보위 관계자는 “응답자의 66.1%가 학교 폭력에 대한 예방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앞으로 학교폭력 방지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6개월 단위로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정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경찰청과 교육인적자원부의 조사에서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학교폭력 수준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과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6월 23일부터 1주일간 전국 초·중·고등학생 774만여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636만여명의 56.6%가 ‘학교폭력이 심각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이날 밝혔다.‘조금 심하다.’는 응답은 10.2%,‘매우 심하다.’는 3.6%였다.29.6%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학생에 대한 폭력은 교내에서 32.1%가 이뤄진 반면 놀이터,공원,PC방,학원주변 등 교외에서 69.1%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피해 경험으로는 응답자의 3.9%가 ‘갈취’라고 대답해 가장 많았다.이어 ‘폭행’ 3.2%,‘집단따돌림’ 1.1% 순이었다.경찰청 관계자는 “폭력 피해장소로 높게 나타난 공원,학원주변 등의 순찰을 강화하는 등 교육부와 함께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현석 장택동기자 hyun68@
  • 이집이 맛있대요 / 울산 포천식당 ‘선지해장국’

    술 마신 다음날 숙취에다 속까지 살살 쓰릴 때 가장 생각나는 것이 국물이 시원한 해장국이다. 울산 남구 달동 남구청 옆 ‘포천’은 이럴 때 딱 맞는 맛집이다.문을 연지 4개월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소문 난 해장국집이 됐다. 주방장 겸 주인 최동호(48)씨는 “부모의 보약을 달이는 정성으로 음식을 만든다.”며 맛만큼은 자신한다.그래서 ‘먹고난 뒤 맛이 없다고 생각되면 돈을 내지 않고 그냥 가도 된다.’는 안내문까지 내걸어 놓았다.주 메뉴는 선지해장국과 설렁탕. 담백한 국물맛의 비결은 물 양과 불 세기를 철저하게 조절해가면서 소뼈를 이틀 동안 삶아 우려낸 육수에 달려 있다. 선지해장국은 이처럼 정성을 다해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다 몇번씩 깨끗하게 씻어 냄새를 없앤 소내장,우거지,콩나물,대파 등 10가지가 넘는 재료를 넣어 끓인다.먹을 때 고추씨 기름을 양념으로 곁들인다. 설렁탕은 육수 국물에다 양지머리(소 가슴 부위 뼈와 살) 등을 넣어 끓여 국수사리와 같이 낸다. 젓갈 대신 육수를 사용해 담가 섭씨 영하20도에서 숙성시킨 뒤 내놓은 김치도 별미.설렁탕에 척척 얹어서 먹으면 맛깔스럽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
  • 장바구니

    ●풀무원은 파우치 형태로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식품 ‘풀무원 해장국(사진)’을 출시했다.600g(2∼3인분),2500원. ●신세계백화점은 21일까지 점별로 ‘2003년 가을 웨딩컬렉션’을 마련했다.강남점에서는 ‘생활혼수박람회’,‘혼수예물 보석초대전’을,영등포점에서는 ‘실속혼수 가구 창고 공개’ 등을 진행한다. ●애경백화점 수원점은 21일까지 4층에서 ‘신사·스포츠 의류 가을상품 특별전’을 열고 최고 70% 할인 판매한다.갤럭시 150수 정장 39만원,피에르가르뎅 순모정장 25만원,슈페리어 점퍼 26만 5000원. ●행복한세상은 15일 하나로클럽 목동점 1주년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와 사은행사가 펼쳐지는 ‘고객초대대축제’를 마련했다.이날 생일을 맞은 하나로클럽 회원에게는 생일 케이크를 증정하며,선착순 3000명에 한해 기념 떡도 증정한다. ●LG생활건강은 일반 칫솔보다 칫솔모가 가는 ‘아트만케어 미세모 칫솔(사진)’을 선보였다.개당 2100원대. ●갤러리아 수원점은 17일까지 2층에서 ‘가을 신상품 조조할인 이벤트’를 열고,선착순 구매고객 3명에게 10∼20% 할인 판매한다.가피엘·이헌영·디아프레·코로소는 20%,마담포라·에스깔리에·가피·가나레포츠는 10%. ●삼성플라자 분당점은 21일까지 ‘여름방학 특집!신비한 동물의 세계 특집전’을 연다.악어,뿔개구리,프래디독,독거미 등 동물·곤충 45종 100마리를 전시한다. ●CJ뉴트라는 알로에의 유용 성분 파괴를 최소화해 피부와 장 건강에 좋은 ‘썬 알로에(사진)’를 18일 출시한다.백화점,대형할인점,CJ뉴트라 전문매장,홈페이지(www.cjnutra.com)에서 구입할 수 있다.1000㎖(병) 3만원.080-310-1010. ●네이트몰(mall.nate.com)은 유명브랜드 의상과 액세서리를 최대 80%까지 할인판매하는 ‘패션 브랜드 아울렛’을 오픈했다.캘빈클라인·바나나 리퍼블릭·아이잣바바·새틴·바니&트위티·비비안 등 성인·아동·속옷 브랜드 60여종이 참여했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는 도서를 주문하면 고객이 원하는 지정 편의점에서 찾아갈 수 있도록 한 ‘편의점 무료 픽업서비스’를 실시한다.서비스 가능 편의점은 서울·경기·강원의 LG25,훼미리마트,바이더웨이와 충청·전라의 LG25. ●해태제과는 자일리톨 껌의 기능을 강화한 ‘닥터크리닉(사진)’을 출시했다.500원. ●CJ몰(www.CJmall.com)은 17일까지 광복절을 기념해 할인쿠폰 1만 3장을 발행하는 ‘대한독립만세,만세장 쿠폰 받아 만만세’이벤트를 진행한다.이벤트 코너를 방문하면 선착순으로 1인당,1장씩 다운 받을 수 있다. ●애경산업은 2단 미세모로 잇몸 보호에 좋은 ‘2080 소프트’와 3단 구조모로 치아세정 효과가 뛰어난 ‘2080 파워플러스’ 2종을 내놓았다.2080소프트 2500원대,2080파워플러스 2300원대.
  • [맛 에세이] 면 - 골라먹는 재미

    경제가 좋지 않을수록 국수요리는 더 잘 팔린다고 한다.이는 과거 가축이 귀하고 수확은 적어 풍요로운 식사를 할 수 없었던 시기에 대체 요리로 국수가 일반적이었음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육류를 기본으로 하는 서양과 달리,아시아는 곡물 위주의 식단이었기 때문에 국수는 독자적으로 발전하면서도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게 자리잡았다. 세상의 발전과 더불어 음식에 대한 식도락가들의 사랑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였는데,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면 사랑’ 모임이다.“밥보다 면이 좋다!”고 말하는 그들에겐 3가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면은 다양하다!”는 것인데 육수에 넣어 먹는 차거나 또는 더운 국수와 비빔장에 비벼먹는 국수,고명으로 이것저것 얹어먹는 국수….실로 면을 이룬 성분과 면에 곁들이는 식재료에 따라 국수의 이름도 수 백가지로 변하니 변화무쌍하다 할 만하다. 둘째,“면은 저렴하다!”는 것인데 마른 건면의 경우 서민들의 호주머니로도 넉넉히 주변사람들에게 인심을 베풀 수 있는 가격이니 실로 합리적이다.셋째,“면은 평등하다!”는 것이다.사람의 신분이나 지위,국적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국수는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세계의 국수 요리가 있다.그중 가장 친숙한 음식은 역시 ‘자장면’을 들 수가 있다.전국 어디에나 있는 것이 바로 이 자장면이 아닌가? 자장면은 인천 화교촌의 풍미집(032-772-2680)이 원조라고 한다.또한 근래 들어 해장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베트남 쌀국수 ‘포(Pho)’는 해산물,육류,야채등등 우리에게 친숙한 식재료들을 이용함으로써 담백하고 시원한 국물로 인기가 그만이다. 또한 일본국수의 대표,‘소바’는 소화기능을 돕고 독기를 없애기 위해 함께 즐겼던 무즙과 고추냉이가 절묘한 맛을 이끌어 내어 한여름의 인기음식으로 사랑받는데 ‘겐조앙(02-722-8233)’을 추천할 만하다.그외에 주로 이태원에 집중되어 있는 동남아의 매콤하면서도 풍미 가득한 향신료를 넣은 특별한 국수를 파는 집들도 많은데,코코넛의 향기가 넘치는 인도네시아요리 전문점 ‘발리(02-749-5271)’는 데이트 코스로도 그만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수요리는 무엇일까? 한겨울 동치미 국물에 메밀면을 넣고 이빨로 뚝뚝 끊어 먹던 ‘냉면’과 기쁜일과 슬픈일에 우리네 역사와 함께 했던 잔치국수였던 ‘온면’,그리고 쓱쓱 비벼먹는 맛이 일품인 강원도의 ‘막국수’를 꼽을 수 있다.그외에도 별미로 여겨졌던 ‘칼국수’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걸쭉한 고깃국물에 밀가루 반죽을 칼로 잘라 넣어 매콤한 김치와 곁들여 즐겨 먹었는데 ‘사랑방 칼국수(02-2238-2454)’는 진한 사골국물이 그맛을 더해준다. 무더운 여름,주머니는 경쾌하고 마음은 든든한 국수가 있으니 달아난 입맛을 찾는데는 이보다 더 좋은 메뉴가 어디 있을까? 골라먹는 행복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자! 정신우 푸드 스타일리스트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나의 사직동

    청계천이 영영 역사의 뒤안으로 물러앉고,낡고 닳은 도심골목들이 새삼 정겹게 다가오고 있는 이즈음.보림출판사가 펴낸 ‘나의 사직동’(한성옥·김서정 글,한성옥 그림)에 오래 눈길이 머무는 건 그래서일까. 뛰어놀 골목도,후덕한 나무그늘도 유난히 많았던 동네.지금은 재개발 고층화 작업이 한창인 지은이의 고향 사직동은,넉넉한 추억의 풍경화로 책갈피에서 되살아난다. 지은이의 고향집인 사직동 129번지.그곳에서 아련한 추억담들이 살살 풀려나온다.봄이면 라일락꽃이 향기롭고 가을이면 은행나무가 황금빛으로 빛났던 일제시대에 지은 그 집.동네를 제일 오래 지킨 정미네 할머니,채소 말리는 게 취미인 나물 할머니,“해장국이 나한테는 서방”이라며 하하 웃던 해장국집 아줌마,어느날 쓰윽 모퉁이집에 들어선 책 대여점,그리고 그 가게를 하루종일 지키던 귀가 긴 강아지 캔디…. 정겨운 물상들을 주절주절 끄집어내던 책은 어느결에 다시 정색을 한다.‘도심재개발’이란 현수막이 내걸리고 동네사람들이 소리 높여 말다툼을 할 때 앞집 주희네 할머니는 한숨을 쉰다.“세 사는 사람 어쩌라고….” 터주대감들이 지키던 고향동네가 이삿짐 트럭이 들락거리는 ‘공사현장’으로 탈바꿈되는 대목에서는 그만 코끝이 찡해진다.연필자국과 수채물감이 만난 그림들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됐다.초등3년 이상.9000원. 황수정기자 sjh@
  • [맛 에세이] “죄송합니다”

    3년 전,열흘 정도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습니다.커피를 따라주던 스튜어디스가 실수로 제 옷에 커피 한 방울을 흘렸습니다.그때부터 난리가 났습니다. 바비 인형처럼 예쁜 스튜어디스가 물수건을 들고 제 옆에 앉아 ‘sorry’를 연발하는데 나중에는 제가 오히려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잖아도 10년 전에 사서 오래도 입었고,출장 기간 중에 줄곧 입고 있던 재킷이라 도착하면 이제는 그만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옷이라는 설명을 하자 그제야 그녀는 돌아가더니 그 항공사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갖고 왔습니다. 청진옥에서 해장국을 먹다가 그녀의 깊은 눈동자가 생각났습니다.하루 종일 푹 고아낸 쇠뼈 국물에 뚝배기 하나 가득한 선지에 양지,내장이 너무 푸짐해 뿌듯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앗!’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종업원이 어떤 손님의 발에 물을 좀 흘리고 당황해서 소리를 냈나 봅니다. 그런데 좀 있다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카운터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손님에게 물수건을건네며 “손님한테 실수를 했으면 ‘죄송합니다.’ 해야지 ‘아싸!’는 뭐냐.”고 그 종업원을 나무라는 얼굴 가득 미안한 표정을 지으니까 그 손님 눈 꼬리가 단번에 내려가더군요.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얘기가 실감이 났습니다. 음식점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납니다.종업원이 접시를 떨어뜨리거나,손님이 물을 엎지르거나,종업원이 손님에게 피해를 주거나,손님이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해서 말 싸움이 시작되는 등의 일 말입니다.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겪는 간난신고 희로애락처럼 당연한 일입니다.하나의 작은 사회 안에서 사람들끼리 부대끼다 보면 늘 일어나는 일이죠.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 대응하느냐는 것이지요.대응 방법이 음식점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게 신기하죠.음식 스타일도 그렇고 분위기도 캐주얼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종업원이 실수로 컵을 떨어뜨려 컵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지면 그 ‘랑’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주방과 홀의 종업원들이 한목소리로 동시에 “죄송합니다!”고 외치죠.때론 컵 깨지는 소리보다그 죄송합니다라는 소리에 더 놀라 웃곤 합니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대부분 코스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종업원이 웬만큼 서툴지 않고서는 그런 일이 별로 없는데 어쩌다 실수가 일어나면 지배인이 홀을 한 바퀴 돌며 손님들과 눈을 맞추면서 분위기를 읽죠. 한식당에서요? 기대 안 합니다.유명하다고 해서 가면 손님 대접은커녕 그집 음식 얻어먹는 것도 고마울 지경이니까요.앞 사람이 하는 얘기도 잘 안 들릴 정도로 시끄러운 설렁탕 집에서는 컵이 아니라 쟁반이 떨어져도 모를 정도니 제 옷에 깍두기 그릇이나 안 엎어지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지요. 이런 현실에서 청진옥 아주머니가 건넨 한마디가 저에게는 참 따뜻하게 들렸습니다. 60년을 한결같이 해장국만 끓여내면서 이광수나 최남선 등의 문인들을 비롯해 문화 예술인,언론인들을 사로잡은 이유를 알겠더군요.‘사람다움’에 쉽게 빠져버리는 글쟁이들이 숙취를 한 번에 풀어주는 그 국물 맛도 국물 맛이지만 손님을 손님으로 대우하는 그 국물만큼 따뜻한 마음에 더 빠져버렸기 때문인 듯합니다. 신혜연 월간 favor 편집장
  • 환자얼굴에 자살한 아들 그림자…/ 오늘 개봉 ‘언세드’

    ‘볼 만한 심리 스릴러.’ 20일 개봉하는 ‘언세드(The Unsaid)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영화는 제목이 시사하듯 ‘말하지 않음’으로 인해 받은 내면의 상처를 중심으로,그 비밀의 꺼풀을 벗기면서 진행하는 반전이 잘 어우러졌다.엽기적 살인 행각도 없고,소름끼치는 괴물도 등장하지 않는다.하지만 뭔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 채 진행되는 극적 요소가 시종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게 만든다. 시선의 핵은 심리치료사이자 대학교수인 마이클(앤디 가르시아).광활한 대지와 고즈넉한 풍광에서 아내·아들·딸과 함께 하던 평온한 일상에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운다.딸 셀리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학교에 간 사이,집에 혼자 남아 있던 아들 카일이 자살한다.가족의 절규 속에 훌쩍 3년이란 세월이 흐른다. 세월의 흔적은 무성해진 마이클의 구레나룻와,“난 치료는 하지 않아.”라는 그의 말에서 읽을 수 있을 뿐이다.아들의 자살이 가족 사이에 마음의 벽을 높였고,마이클은 부인과 이혼한 뒤 은둔하면서 강의에만 몰두해 왔음을 시사한다.그러던중 죽은 카일 또래의 환자 토미를 치료해 달라는 제자의 부탁을 받으며 영화는 빨라진다. 부모의 살해장면을 목격한 충격으로 사회기관에서 보호받으며 살고 있는 토미에게서 자살한 아들의 그림자를 본 마이클은 시간이 지날수록 닮은점이 많아 놀란다.아들의 자살에 대한 자책감에서 벗어나려는 듯 열심히 토미를 치료하던 마이클은,감옥에 있는 토미 아버지에게서 엄청난 이야기를 듣는다.그리고 자신의 아들의 자살에 얽힌 비밀도 들려준다. 영화는 결국 청소년 성추행,근친상간 등 금기시되는 사연에 얽힌 은밀한 실타래를 풀어 내면서 나아간다.‘13일의 금요일 6’과 ‘나이트 메어’를 감독한 톰 맥라우린이 피를 덜 보이면서 색다른 공포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대관령 삼양목장 나들이 / 초록 품에 안기다

    드넓은 초지에서 소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모습을 보면 분주했던 일상의 마음도 느려지기 마련.그래서 요즘엔 멜로 드라마나 영화 촬영 장소로 이국적 환경을 갖춘 목장이 선호된다. 해발 800∼1400m 고지대에 광활하게 펼쳐진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대관령 삼양목장.온통 초록물감을 칠해놓은 듯한 이곳을 찾았다. 삼양목장은 80년대 중반 동양 최대의 목장으로 조성됐다.한때 3000마리의 소를 사육했지만 지금은 홀스타인 젖소 600여마리밖에 없다.목장측은 소 사육 이외에 관광에 눈을 돌려 관광 담당 법인 ‘해피그린㈜’을 만들어 지난해 8월부터 일반인들에게 목장을 개방하고 있다. ●여의도의 7.5배 광활한 초지규모에 놀라 목장을 처음 찾으면 일단 어마어마한 초지의 규모에 놀라기 마련.총 면적은 자그마치 600만평.여의도의 7.5배다.그중 450만평이 초지다.소 사육에 필요한 작업용 도로 길이만 120㎞다. 목장을 구석구석 돌아보려면 차를 타고도 2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도로가 비포장이고,높낮이가 심해 승용차보다는 4륜구동차가 좋다. 목장탐방의 포인트는 크게 3가지.영화와 TV 드라마 촬영지,야생화 군락지,광활한 초지다.능선 사이사이 흐르는 계곡도 볼 만하다. 정문에서 목장 나들이 코스를 상세히 표기한 지도를 하나 받았다.정문 안쪽에 들어서 100m쯤 들어가니 왼쪽으로 아담한 별장이 보인다.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주인공 은서와 준서가 함께 도망쳐 잠시 살았던 곳.이곳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오른쪽 길로 올라갔다가 목장 한 바퀴 돌아 왼쪽 길로 내려오게 된다. ●‘가을동화’ 은서·준서 나도 한번 돼볼까 오른쪽길 바로 위는 ‘청연원’이다.청연원은 수백년된 노송과 주목이 조화를 이룬 공원.정원 옆으로 목장 위쪽 계곡에서 흘러내린 계류가 시원스럽게 흐른다. 청연원을 지나 조금 올라가니 길 오른편에 ‘은서,준서나무’란 푯말이 서 있다.푯말 뒤로 멀리 멋드러진 노송 두 그루가 정답게 서 있다. 오른쪽으로 좀 더 올라가면 1단지 축사다.축사엔 우사와 착유실(搾乳室)이 있는데,착유 시간(오후 4시30분∼7시)엔 미리 양해를 구해 우유를 짜는 모습도 볼 수 있다.축사에서 조금만 올라가니 ‘야생화 탐방로’란 푯말이 보인다.푯말 뒤 언덕을 넘으니 초지는 사라지고 원시림 계곡이 앞에 펼쳐져 있다.수십년 수령의 활엽수들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고,여기저기 무게를 못이겨 쓰러진 고목들이 앞을 가로막는다.계곡은 야생화 집단 서식지.길쭉한 흰 꽃잎이 외롭게 느껴지는 연영초,이름만큼이나 얄미운 앵초,파란 풀밭에 흰 별이 박혀 있는 듯한 큰개별꽃,보랏빛 꽃잎의 갈퀴현호색,동의나물꽃 등등.눈아래 보이는 것이 모두 야생화라 행여라도 발에 밟힐까봐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계곡을 나와 다시 길을 재촉하니 연이은 구릉이 인상적인 초지가 펼쳐진다.‘중동초지’란다.초지엔 민들레 천지다.노랗게 핀 민들레꽃이 초록과 어우러져 한바탕 꽃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 중동초지에서 10분쯤 올라가니 바다가 보인다는 ‘동해전망대’가 나온다.그러나 날씨가 흐린 데다가 안개까지 껴서 전혀 보이지 않는다.날씨가 맑을 때는 동해와 함께 강릉,주문진,연곡천,소금강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서쪽으로 목장 전경과함께 소황병산,매봉이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니 멀리 방목중인 젖소떼가 보인다.100여마리의 소떼가 초지를 오르내리며 풀을 뜯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 2단지 축사를 지나니 목장에서 가장 높은 소황병산(1430m) 입구가 나온다.입구부터 정상까지 7.3㎞.일단 들어섰지만 길이 너무 험해 승용차가 도중에 설까봐 겁이 난다. ●수십년 수령 활엽수… 야생화 ‘꽃잔치’ 어렵게 오른 정상은 축구장 넓이만한 초지.역시 안개 때문에 조망이 기대에 못미친다.워낙 고지대여서 기온이 몹시 차다.입김이 보일 정도.그늘진 곳에 아직 눈이 두껍게 쌓여 있다.반팔 차림으로 나들이에 나선 게 후회 막급이다.이곳에서 노인봉 산장까지 등산로가 이어진다. 소황병산 입구부터 정문으로 내려가는 구간은 5㎞에 이르는 계곡길.이 계곡은 남한강의 발원지로 오대천,조양강 등을 거쳐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계곡 중간쯤엔 잔잔한 호수 ‘삼정호’가 조성돼 있다.원래 소들의 목마름을 달래기 위해 만든 곳으로,원앙새가 서식하는 곳이다.계곡 오른쪽으로는 드라마 ‘임꺽정’‘야인시대’,영화 ‘중독’ 등의 촬영지가 있다.입장료 5000원.(033) 336-0885. 대관령 삼양목장(평창) 글 임창용·사진 손원천기자 sdargon@ [가이드] 대형 콘도형 민박 곧 개장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빠지면 456번 지방도와 만난다.우회전해 횡계 번화가로 들어가면 네거리를 지나 교량이 나오는데 교량을 건너자마자 좌회전하면 대관령 삼양목장 가는 길이다.목장 정문까지 7㎞ 정도.길이 험해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숙박 목장 안에 있는 산장이나 민박을 이용하면 된다.산장의 경우 4∼5명이 이용할 수 있는 일반실은 1박 6만원,특실은 8만원이다.목장 직원들이 쓰던 사택을 리모델링한 콘도형 민박도 이달 말 개장할 예정.최대 500명까지 숙박이 가능하다. ●대관령 옛길 그 옛날 봇짐장수들이 넘던 ‘대관령 옛길’을 한번 걸어보자.대관령 옛길은 영동고속도로 개통전까지 영동서 영서를 연결하던 험로.‘선질꾼’으로 불리던 일꾼들이 강릉의 해산물과 농산물,영서 지방의 토산품을 등에 지고 넘나들던 고갯길이다.대관령 중간에 있는 ‘반정’에서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대관령박물관 앞으로 내려가는 코스와 반대로 올라오는 코스가 있다.내려갈 때는 1시간30분,올라올 땐 2시간20분쯤 걸린다. [식후경] 부드러운 한우 숯불구이 도암면 횡계리 일원엔 유난히 황태 음식점이 많다.동해에서 잡힌 명태를 추운 겨울 얼음물로 깨끗하게 씻어 겨우내 찬바람에 말린 대관령 황태는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며,육질이 부드러워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그중 횡계리에서 용평스키장 가는 길목에 위치한 ‘송천회관’(033-335-5942) 음식이 맛있다.황태찜 2만 5000원(4인),구이 7000원,황태해장국 5000원이다. 대관령삼양목장내 식당의 황태 음식과 산채비빔밥 맛도 수준급이다.황태국 백반 6000원,산채비빔밥 6000원. 횡계리 횡계로터리 부근 새마을금고 옆 ‘대관령 숯불회관’(033-335-0020)에 가면 대관령 한우의 암소 고기 숯불구이를 맛 볼 수 있다.대관령 일대 목장에서 나오는 한우만 쓴다는 것이 식당 주인의 설명.고기가 숯불에 은근히 익어 쫀득하면서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또고기에 밴 숯향이 미각을 자극한다.여기에 직접 담근 우리콩 된장,콩비지찌개 맛도 고기맛에 뒤지지 않는다.생등심 1인분 3만 3000원,주물럭 1만 8000원.
  • [나의 건강보감] 소설가 김주영씨

    조선 봉건왕조가 해체되는 19세기의 격동상을 그린 대하역사소설 ‘객주’는 ‘길’에 생애를 바친 보부상과 그 보부상 집단을 움직였던 객주를 통해 한 시대의 역사를 복원해 낸 우리 문학의 백미다.작품은 길에서 시작해 길에서 끝난다. 이 소설을 낳은 작가 김주영(64)씨도 마찬가지로 ‘길 위에 있는 사람’이다.그는 지금도 마음이 동하면 주저없이 훌쩍 길에 든다.여행벽이다.그는 “내가 세상에 잠기는 법”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여행은 또다른 세계와 만나는 소통의 통로다.해서 그 길이 막히면 낙담하고 절망한다.개성을 무대로 한 대하소설 ‘화척’을 집필하다 북한 여행길이 열리지 않자 “상상력만으로 이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에 대한 사기”라며 절필선언까지 했던 그다. ●여행묘미 몰랐다면 하찮은 사람 됐을것 “잡다한 세상의 욕심에 짓눌려 마음이 무거워질 때면 훌훌 털고 막막한 오지로 떠나 보라.문명의 역한 냄새가 풍기지 않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고행에 맞서 부대끼다 보면 여정의 어딘가에서 문득 별빛처럼 반짝이는 영감을 얻을 것이다.” 그는 여행의 체험을 값진 자산으로 여긴다.“내가 만약 여행의 묘미를 몰랐다면 뱀과 도룡뇽,청개구리나 잡아먹으며 마음의 탐욕을 키우는,정말 하찮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이렇듯 여행은 그의 삶에 있어 샘이요,자침(磁針)이었다. 이 시대의 걸출한 이야기꾼.그에게는 확실히 보통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그것이 그의 문학을 통해 드러난 토속의 정서이든,생로병사를 문학 아래 두는 강고한 직업의식이든 상관없다.그는 그 ‘다름’으로 한 시대를 관류하는 도도한 물길을 냈다. 한 문학평론가는 그를 두고 이런 평을 남겼다.“그는 고고하게 세속적이며,단아하게 질펀하고,휘영청 올곧은 사람이다.거창한 담론을 말하지 않지만 문학을 통해 시대의 담론을 줄기차게 생산해 왔으며,한번도 그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그가 대가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이런 평가에 걸맞게 그의 담론은 경직되지 않아 지루하지 않았으며,유연하되 격조 있었다.그의 사실적인 건강론을 듣자. “세상을 움직이는 섭리 가운데 ‘죽음이 모든 이에게 평등하다.’는 이치는 정말 아름답다.무엇이 이보다 더 평등할 수 있겠으며,이걸 생각하면 누가 죽고 병드는 일에 헛되이 마음을 빼앗기겠는가.”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증은 버려라 그는 누구나가 죽는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건강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훌훌 털어버리라고 권한다.그것이 바로 자유로운 삶의 시작이라는 것이다.“물론 건강한 삶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걸 위해 온갖 혐오스러운 정력제에 탐닉하고 이런저런 약물에 자신의 혼을 온통 내맡긴다면 그게 제대로 된 삶이겠는가.” 죽음까지도 거부하려는 현대인의 역리적 행태에 대한 통렬한 조롱이자 경종이다. 그는 담소 도중 짬짬이 담배를 태웠다.갓 20대 초반,군대에서 배워 지금까지 피웠으니 이를테면 그의 문학과 자취를 함께한 담배다.하루 1갑반 정도를 태우는데,작품이라도 쓸 때면 줄담배라 그나마 정해진 양이 없다.최근의 흐름이 ‘금연’이라고 운을 떼자 “‘건강 때문에 담배를 끊어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며 피우는 사람에게는 해악이 있겠지만 나는 아직 담배 때문에그런 스트레스를 받아보지 않았고,끊기 위해 바둥거리지도 않는다.”고 했다.술도 일단 시작하면 대취하도록 마신다. 그러고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것은 해장술이나 연일 이어 마시기를 철저히 금하는 자기절제 때문이다.매일 커피도 너댓잔씩 마시지만 그에게 “이것 때문에 내 건강이…”하는 식의 염려는 없다. 그는 타고난 강골이다.“체중이 80∼81㎏인데 여기서 벗어난 적이 한번도 없다.”는 정도이다.스스로도 내가 지금 이렇게 건강을 지키는 것은 ‘가난’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벽촌의 곤궁한 부모 슬하에서 감자,고구마로 끼니를 삼고,산나물과 젓갈 등 발효염장류로 뼈를 키운 덕분에 지금도 속 하나는 소처럼 튼실하다.이 대목에서 “나는 도랑치고 가재잡는 삶을 살았다.”며 파안대소했다.가난해서 건강했고,건강해서 별 욕심이 없으니 그나마 순리를 크게 거스르지 않고 살 수 있었다는 뜻이다. ●‘가난’ 때문에 잠자리·섭생 토속적 섭생도 토속적이다.어려서부터 입에 익은 된장,고추장과 콩나물,시래기,자반고등어가 제격이다.고기는 먹되 애써찾지 않는다.식성이 토속적이라 지금도 침대 대신 온돌을 지킨다.잠자리와 음식이 신토불이라고 했다. 그는 평범한 가운데서 넉넉함을 얻는 생활이 ‘잘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사람들에게 평범하게 사는 일에 두려움을 갖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의 용량을 넘어 비범해지자면 욕심과 갈등이 배태되고 무언가와 자꾸 충돌하게 된다.”결국 평범한 사람이 평범을 거부하면 고통과 어지러움을 피할 수 없고,이것이 삶을 왜곡하는 단초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요한 얘기’라며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건강한 삶이 특별한 삶은 아니다.그냥 평범하게 살면서,큰 것을 바라는 사람들이 지나치거나 하찮게 여기는 것에 눈길을 돌려보라.추수가 끝난 들판에서 농부가 이삭을 줍듯 찬찬히,그리고 느릿느릿 이삭을 줍다 보면 나중에는 가히 곡식이라 부를만한 수확을 얻을 것이다.이런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이것이야말로 내가 지난 시절 체험으로 얻은 경험방(經驗方)이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 ■‘건강 여행’ 이렇게 작가김주영씨에게 여행은 탐사하고 모색하는 학습이며,동시에 그의 문학적 에토스(특성)를 생성하는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그는 이런 일화를 전한다. “언젠가 프랑스의 유명 작가 내외와 자리를 함께했다.서양인은 대체로 콧날이 날카롭고 우뚝한데 그의 콧날은 왠지 두루뭉술했다. 그런 그에게 외모가 동양적이라고 했더니,‘내가 원래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콧날까지 그렇게 변하더라.’며 웃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여행이 신체를 단련시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모나지 않는 품성을 갖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이 고행의 수양이어설까.그는 세상없는 여행이라도 거의 기록을 하지 않는다.모든 현상과 물상을 머리에 담아와 얼마간 내면에서 숙성시킨 뒤 농익은 정서를 지면에 글로 담아내는 식이다.사실,그는 오지 여행을 권하지만 그런 곳을 찾아 떠나기가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모든 ‘좋은 여행’이 그렇듯,오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임종호 박사는 “오지가 아니라 생활권 인근으로 가볍게떠나는 경우라도 여행은 심신 양면에서 적극 권장할만한 건강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강건한 체력을 길러 주는 것은 물론 목표지향성,인내력,다양한 체험과 정서 순화 등 여행의 장점은 헤아릴 수 없다.”며 “더러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잡다한 세상일을 잊고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심재억기자
  • [맛 에세이] ‘하늘의 옥찬’ 복어

    ‘하늘의 옥찬(玉饌)이요,마계(魔界)의 기이한 맛’이라는 복어.한번 맛보면 결코 잊을 수 없다는 복어 철이다. 세계 120여종의 복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참복으로 통하는 검복,까치복,자주복 등을 식용으로 쓴다.검복을 최고로 치는데 살이 찌는 늦가을에서 초봄까지 맛이 좋고,이때 제주도 근해에서 많이 잡힌다.서해안에만 사는 황복은 요즘이 제철이다.하지만 보호어종으로 묶여 마음대로 잡을 수 없다. 배가 볼록하여 하돈(河豚)이라고도 하는 복어는 성질이 탐욕스러워 무엇이든 마구 물어댄다.그래서 속담에 원한으로 이를 바드득 바드득 가는 것을 두고 “복어 이 갈 듯 한다.”고 한다. 복어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며 양질의 아미노산과 타우린,칼슘,비타민B1·B2 등이 풍부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히 해 예로부터 최고급 식품으로 지칭됐다.맛이 좋고,알코올 분해 능력도 뛰어나 해장국으로도 인기가 높으며,당뇨병이나 간장질환을 앓는 사람에게도 좋다. 그러나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독이 있는데 산란기 전인 5∼7월에 최고조에달한다.독성은 청산가리보다 13배나 더 강해서 0.5㎎만 먹어도 목숨을 잃는다. 복어 한 마리에 보통 어른 33명을 죽일 수 있는 독이 있고 치사율도 60%에 이른다.난소에 가장 독이 많고,그 다음이 간·피부·장의 순이며,근육에는 적다.맛이 뛰어나지만 잘못 먹으면 생명을 잃게 되므로 전문가가 아니면 다룰 수 없는 생선이다. 복어 살은 백옥같이 희고 맑으며 광채가 있다. 기름기가 없으면서 담담하고 싱겁지 않다.복어는 회맛이 일품인데 흰 접시에 백지장처럼 얇게 저며 놓은 복어회는 투명하여 마치 빈 접시 같이 보인다. 복어 고유의 맛과 향기를 맛보기 위해서다.두꺼우면 향미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고 육질이 질기기 때문이다. 포를 떠서 고춧가루를 넣은 양념에 버무려 볶아먹는 복불고기는 감칠맛이 있다. 복어 살을 소금,후추,정종으로 밑간을 하여 튀겨낸 복튀김은 바삭하면서도 야들야들한 고기 맛이 일품이다. 복어는 지리나 매운탕으로 많이 먹는다. 탕을 끓일 때 미나리를 곁들이면 독특한 향미의 기름 성분이 해독작용과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저항력을 향상시켜준다. 복 껍질은 콜라겐 성분이 많아 익히면 꼬들꼬들한 젤라틴이 되므로 흔히 조금 삶은 다음 안주로 이용한다.씹히는 맛이 좋아 술꾼들이 좋아한다. 복어 지느러미는 불로 조금 태운 다음 데운 청주에 띄워 마시는 데 이용된다.특히 일본인이 좋아해 ‘히레사케’라고 하는데 숙취나 악취의 원인이 되는 알데히드나 메탄올이 제거되어 좋다고 한다. 시인 소동파는 “한번 죽는 것과 맞바꿀 수 있는 맛!”이라고 복어를 예찬했다. 김 정 숙 전남과학대 호텔조리과 학과장
  • 황태찜·동태찜 전문점

    ●황태골 서울 삼성본관 뒤쪽에 위치한 ‘황태골’은 비교적 작지만 햇황태를 맛보려는 손님들로 항상 붐빈다. 황태요리 전문점인 이 집은 강원도 인제 용대리에서 황태를 공급받는다.일부 업주들이 완성된 양념을 구입해 쓰는 것과는 달리 김택수(45) 사장이 매일 시장에 나가 사온다. 김 사장은 양념은 모두 27가지를 쓰지만 양념 재료는 다 가르쳐 줄 수 없다며 손사래쳤다.하지만 인공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는다고 한다.이집 황태찜은 씹을수록 졸깃하면서도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점심 식사용으로 황태정식(7000원),황태구이와 황태조림(각각 5000원)이 있다.어른 4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황태찜 대자는 2만 2000원,황태전골은 2만 5000원이다.별미로는 황태철판구이(7000원),황태전(1만원) 등이 있다.주차장이 있으며,저녁 10시까지 문을 연다.(02)777-5887. ●송림 동태찜·탕 황태로 거듭나지 못한 명태는 동태로 변신,우리의 입맛을 돋운다.말리거나 얼리지 않은 생태를 맛보기 힘든 만큼 동태도 사계절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애주가들의 사랑이특히 크다.이러한 집이 서울 지하철 5호선 방이역 4번출구 부근의 ‘송림동태찜·탕’.이 집의 안주인 황정옥(59)씨는 “동태 맛의 비결은 해동”이라며 “꽝꽝 언 동태를 다듬어 4∼5℃의 냉장고에서 하루 정도 서서히 해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지 않으면 동태 살이 풀어지고 국물 색깔도 탁해진다는 설명이다. 동태찜은 양념은 아귀찜과 비슷하지만 동태 살을 도톰하게 그대로 살려 내는 것이 비법이다.양념을 깐 뒤 동태를 올려놓고 그위에 양념을 얹어 익힌 뒤 헝클어지지 않게 접시에 담아내야 한다.멀리 일산과 김포 등에서도 오는 단골이 있다고 자랑한다.이 집의 메뉴는 딱 3가지.동태 찜·탕·지리뿐이다.탕과 지리는 6000원,동태찜 소자(성인 2인분)는 1만 5000원.대자(3∼4인분)는 2만 5000원.저녁 10시까지.(02)412-8853. 이기철기자 chuli@ ◆황태골 추천 황태찜 만드는 법 ●이런 것을 준비하세요. 황태 1마리,물 200g,콩나물 300g,다진마늘·고춧가루 1큰술,홍·청고추 1개,대파50g,새송이버섯 1개,찹쌀가루 1큰술,간장·설탕·참기름1작은술,생강 5g ●이렇게 하세요. ①황태는 대가리를 잘라내고 물에 살짝 담갔다가 뼈를 빼내고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을 낸다.②황태 대가리는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물을 부어 푹 끓여 육수로 사용한다.③고추는 얇게 엇썰어 씨를 빼고,대파는 5㎝ 길이로 썬다.새송이는 결대로 얇게 썬다.④육수가 끓으면 대가리를 건져내고 콩나물을 넣어 살짝 데친 후 건져낸다.⑤육수에 ①과 마늘·야채를 넣은 후 고춧가루와 간장,설탕 등을 넣어 버무려 양념한다.여기에 찹쌀가루를 넣어 걸쭉해지면 약간 익힌다. ◆햇황태 지금이 제철 설악의 기를 머금은 햇황태가 나오기 시작했다.내장을 발라 낸 명태를 덕대에서 겨우내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노랗게 말린 것이 황태다.전국 황태의 80%가 진부령과 미시령이 만나는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서 생산된다.용대리 사람들은 요즘 황태 손질에 바쁘다.1,2월의 매서운 추위가 지나고 3월 봄바람이 불면서 맛이 든 황태를 포장해 출하하기 때문이다.황태는 사시 사철 먹을 수 있지만 햇황태는 3월이 돼야 맛볼 수 있다.용대리 사람들은 “황태 맛은 하늘이 내린다.”고 한다.밤에 얼었다 낮에 햇살을 받아 녹기를 반복하지만 날씨가 추울수록 황태가 더 맛있어진다는 것이다.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살아있는 건조 명태에는 이름이 여러가지다.말릴 때 날씨가 너무 추워서 색깔이 하얗게 된 것은 백태,반대로 날씨가 따뜻해서 색깔이 검게 된 것을 먹태 또는 찐태,건조 중 머리나 몸통에 흠집이 생기거나 일부가 잘려 나간 것은 파태,머리를 잘라내고 몸통만 걸어 건조시킨 것이 무두태,작업중 실수로 내장을 제거하지 않고 말린 것은 통태,바람으로 덕대에서 땅 바닥으로 떨어진 것은 낙태라고 불린다.꾸들꾸들하게 반쯤 말린 것은 코다리,그냥 말린 것은 건태…. 명태도 이름이 19가지나 될 정도로 많고 건조 명태도 여러가지로 불리는 것은 우리네의 황태 사랑이 지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황태는 가장 신성시하는 제사상에 오른다.요즘도 각종 고사나 개업식 뒤 명주실에 감아 문지방에 달아 두거나 차에 싣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황태는 일반 생선보다 저지방이며 칼슘과 단백질,아미노산이 풍부한 건강식품.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민속의학 권위자 김일훈(1909∼1992)옹은 ‘우주와 신약’에서 명태가 연탄독과 독사독,광견독 등 각종 독을 푼다고 소개했다.따라서 오피스타운마다 한두 곳씩 있음직한 식당이 바로 황태(북어) 해장국이다.간밤의 주독을 풀려는 술꾼들이 이른 아침부터 찾는 곳이다. 이기철기자
  • 부동산 플러스/김해 장유6차 푸르지오 481가구

    대우건설은 경남 장유택지개발지구에 김해장유6차 푸르지오 481가구를 18일 분양한다. 김해장유6차 푸르지오는 16∼21층 7개동으로,35A평형 36가구,36B평형 291가구,36C평형 34가구,42평형 60가구,50평형 60가구로 이뤄져 있다.평당 430만∼480만원선.입주는 2005년 6월 예정이다. 신평면·신설계를 적용,35A평형은 주방과 식당을 분리하고 식당에 발코니를 설계해 전망을 즐기면서 식사할 수 있게 했다.(055)322-8700.
  • 청계천 8景 8品 8味...종로구, 복원후 관광상품 개발

    복원된 청계천을 돋보이게 할 8경(景) 8품(品) 8미(味)가 잠정적으로 선정됐다. 종로구가 3일 청계천 복원 지역의 도심 특화산업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서울시에 건의한 ‘청계천 8경 8품 8미 구상계획’에 따르면 청계천의 8경은 동아일보사앞 청계공원,광통교·수표교,골동품 시장인 황학동 벼룩시장,탑골공원·종묘,동대문 패션광장,동대문,인사동,보신각이다. 살만한 제품(8품)으로는 동대문 패션몰을 중심으로 한 의류·직물류,세운상가 주변의 전자제품,종로 3∼4가의 예물시계·귀금속류,청계천 공구상가의 공구,관수동∼세운상가에 밀집한 상패·휘장,신발,문구·완구류,수족관·애완동물이 선정됐다.또 발품을 팔아 청계천 8경을 구경하고 쇼핑을 즐긴 관광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8미로 무교동 낙지,청진동 해장국,낙원동 떡,묘동 빈대떡,예지동 냉면,낙원동 아귀찜,낙원상가 칼국수,인사동 민속차가 꼽혔다. 류길상기자
  • 올해 모래판은 ‘춘추전국’

    모래판이 심상치 않다. 지난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설날장사에서 ‘신세대 골리앗” 최홍만 (LG투자증권)이 ‘원조 골리앗’ 김영현(신창건설)을 작년에 이어 거푸 뉘더니 ‘만년 하위’ 김동욱(사진·현대중공업)은 생애 첫 장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지난해 모래판을 호령한 이태현 황규연 김영현(이상 신창) 신봉민(현대) 백승일(LG) 등은 3∼7품에 머물러 올시즌 씨름판에 절대강자가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숨은 진주’ 김동욱의 첫 우승은 눈부시다.지난 95년 입단 이후 최고 성적은 2000년 동해장사 3품.지난해 강진장사 4품을 빼곤 늘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이날 황규연 신봉민 등을 줄줄이 눕힌 뒤 결승에서 만난 팀 선배이자 지난해 천하장사 이태현을 3-1(1무)로 눌렀다. 김동욱은 “너무 뜻밖의 결과라서 실감이 안난다.”면서 “결혼을 앞두고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동계훈련을 충실히 한 덕”이라고 말했다. 김칠규 현대 감독도 “동욱이는 큰 체격에 비해 순발력이 좋다.”며 “올 시즌을 대비해 잔 기술보다는 정통 기술을 보다 완벽하게 다듬은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학업을 포기한 뒤 프로무대에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디딘 최홍만의 활약도 올시즌 모래판 시계를 흐리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설날장사에서 이긴 김영현을 올 8강전에서 또 눌러 진가를 확인시켰다.아울러 입버릇처럼 말한 ‘프로 첫 무대 4강 진입’도 달성했다. 비록 이태현에게 패했지만 정상을 정복할 만한 재목이라는 게 모래판 주변의 평가다. 최병규기자 cbk91065@
  • YV리뷰/실제 주인공이 재연한 리얼리티 프로

    지난 한해 TV 쇼·오락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중 하나는 시청자 재연 프로그램의 홍수였다.‘쇼 파워비디오’‘기적체험 구사일생’(KBS),‘타임머신’‘신비한 TV 서프라이즈’(MBC),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깜짝 스토리랜드’(SBS)…. 방송사마다 3~4개에 달하는 재연 프로그램들 가운데 SBS ‘순간포착 세상에이런 일이’(목 오후7시5분)는 다른 것들과 조금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지난 98년 시청자 제보를 바탕으로 시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제작진은 “시청자 사연을 연기자들이 재구성하는 여타 재연 프로와는 달리,‘순간포착…’은 사실검증을 거쳐 실제 당사자들을 주인공으로 해 만든다.”고말한다.즉 이 프로에서 재구성은 상황을 재연하는 것일뿐,취재보도 수준의내용으로 사실성을 최대한 살린다는 설명이다. 연출을 맡은 최낙현 PD도 “무엇보다 검증된 내용과 현장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자랑한다.재연 프로그램 중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지는 않지만(평균16~18%),시청자들의 생생한 반응 등 적극적인 참여는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다.실제로 지난 26일 방송된 ‘네발로 기어다니는 초등학생 은미양’의 경우,게시판에 “도울 수 있게 연락처를 가르쳐 달라.”“당장 ARS성금제를 도입하라.”는 글들이 쇄도했다.최PD는 “우편·인터넷·전화 등을 통해 한달 평균 2000여건의 제보가 들어온다.”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전했다. 재연 프로그램은 일단 시청자 참여의 기회를 넓혔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는다.연예인들의 신변잡기 대신 시청자 생활 주변의 독특한 사건과 현상들을생생하게 전하는 내용이 참신하다.그러나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연출의 선정·폭력성과 상업적 오용 등 고질적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다.적은 제작비와 노력 탓에 내용이 안일하게 흐르는가 하면 소재고갈로 인한 표절·중복도 적지 않다.사건 재연을 핑계로 귀신소동 등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보여주는가 하면 상해장면 등 엽기적인 화면을 그대로 전달하기도 한다. ‘순간포착…’은 현장감과 사실성이라는 리얼리티 프로의 가장 큰 무기를섣불리 선정·엽기성에 이용하지 않는다는점에서 높이 평가받을만 하다.TV는우리가 의식하지 못한채 생활화하고 있는 기존의 습속을 강화할 수도,뒤집을수도 있는 강력한 매체다.‘순간포착…’가 지금처럼 “우리 주변의 다양한삶을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전달한다.”는 제작 의도를 변함없이 지켰으면 한다. 채수범기자 lokavid@
  • 토요영화

    ◆동방불패 2(MBC 오후11시10분) 동방불패가 벼랑에 몸을 날린 뒤 무림에는가짜 동방불패들이 설쳐댄다.과거 동방불패의 연인인 설천훈 역시 일월신교를 일으키고자 가짜를 사칭한다.하지만 죽지 않고 은신하던 동방불패는 가짜들을 응징하러 다시 강호에 모습을 나타낸다.임청하와 왕조현이 대결하는 액션장면이 압권.정소동 감독의 92년작. ◆007 제6탄-여왕 폐하 대작전(KBS2 밤12시10분) 알프스의 외진 곳에 알레르기 연구소를 위장한 비밀기지를 차려놓고 세균전으로 영국 경제를 마비시키려는 범죄조직 스펙터.이에 대항한 제임스 본드의 활약이 설원에 펼쳐진다.숀 코너리의 출연 거부로 호주 출신 패션 모델인 조지 라젠비가 본드로 출연한 작품.주인공의 성격이 약하다는 혹평과,스키와 썰매 추적신이 긴박감 넘치는 액션을 창출했다는 호평이 엇갈렸다.피터 헌트 감독의 69년작. ◆마리오네트의 생(EBS 오후10시) 성공한 사업가인 피터와 카타리나 부부는서로 각자의 생활에 치여 사랑도 없이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아내를 죽이는꿈을 꾸는 피터는 욕구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창녀를 소개받는데,그녀의 이름역시 카타리나.피터는 그토록 죽이고 싶어하는 아내의 이름과 같다는 이유로창녀를 살해한다.피터의 살해장면을 시작으로 실패한 결혼생활,경찰수사 등이 시간 순서와 상관없이 배치된다.오프닝과 피터가 감옥에 갇힌 에필로그만컬러고,나머지는 흑백으로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음습하게 잡아냈다.‘제 7의봉인’‘산딸기’‘화니와 알렉산더’등을 만든 스웨덴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작품. 김소연기자 purple@
  • 평창강 겨울여행

    눈 내린 겨울 강변은 적막하지만 따뜻하다.그래서 소란스러움을 싫어하는이들은,여름이 아닌 겨울에 강을 찾는다.강변에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투명한 얼음장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를 마음속으로 들으며,이들은 따스함을느낀다. 한겨울의 서정이 짙게 배어 있는 곳,평창강이 흐르는 강원도 영월군 판운리를 찾았다.평창강은 평창군 장평에서 시작해 평창읍과 10여개 마을을 돌고돌아 영월 판운리를 지나 서강으로 이어진다.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빠져 88번 도로를 타고 주천을 지나 30분쯤 북쪽으로 달리니 판운리다. ‘아 섶다리다.’언젠가 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 섶다리가 마을 옆을 흐르는 강물 위로,동그마니 놓여 있다.판운리 섶다리는 다리 자체도 귀하지만,강변 풍광과 어우러진 모습이 보는 이들의 넋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다. 눈이 살짝 덮인 섶다리 밑으로 반쯤 언 얼음 사이에 물이 흐르고,다리 건너엔,지난 여름 불어난 물줄기가 쌓아놓은 모래톱을 지나 숲이 이어진다.강 건너 마을 이름은 미다리다.매년 여름철 섶다리가 떠내려가면 다리가 없는 마을이 된다고 해 미다리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곳 섶다리는 매년 가을 다리 만드는 방법을 아는 노인들의 가르침을 받아 마을 장정 열댓명이 힘을 합쳐 꼬박 이틀동안 만들어 세운다.튼튼한 물버들 나무를 잘라 버팀목을 세우고,그 위에 솔가지를 얹은 뒤 뗏장과 흙을 덮어완성한다.큰 물에 쓸려내려가지 않도록 6월쯤엔 다리를 거둔다. 10여년 전만 해도 평창강이 지나는 마을마다 섶다리를 놓았지만,판운리 위에 콘크리트 다리가 생긴 뒤로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고.판운리 주민 장광수(34)씨는 “예전엔 강 주변 마을에선 매년 가을 섶다리 만드는 게 큰 일이었다.”며 “판운리 섶다리도 없어졌다가 몇년 전부터 전통 살리기 차원에서만들고 있다.”고 했다. 판운리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달리니 평창읍 대하리다.오가는 차도 거의없고 풍광이 아름다워 차창을 활짝 열고 천천히 차를 모는데,강변 한 편에서 떠들썩한 사람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얼음이라도 지치는가보다 하고 잠시 차를 세우고 가보니,얼음 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이들은 아이가 아닌 어른들이다.어떤 이는 묵직한 나무 망치를,또 다른 사람은 대나무에 삼지창을 매단 작살을 잡고 누치 잡이에 여념이 없다. 누치는 눈치가 빨라 잘 잡히지 않고 눈이 유달리 커 강태공들 사이에 ‘눈치’로 더 잘 알려진 물고기다.이 곳 주민들의 누치 잡는 방법은 원시적이면서도 신기하다.투명한 얼음 밑으로 어른 팔뚝만한 누치가 보이면 얼음을 발로 구르며 사정없이 몰아댄다.이렇게 몇 분쯤 몰아대면 물고기가 지쳐 움직임이 둔해지고,이때 나무망치로 단번에 얼음에 구멍을 낸 뒤 작살로 찔러 잡는다.한 시간 정도 잡았다고 하는데 자루에 담긴 누치가 벌써 열댓마리는 됨직하다. “얼음이 두껍게 얼거나 눈이 덮이면 못해요.한해 겨울에 기껏해야 서너번할 수 있습니다.” 작살을 잡은 마을주민 이영준(42)씨가 “올해는 물고기가 크고 잘 잡힌다.”며 신이 나서 말한다.“기다렸다가 눈치 회와 매운탕 맛을 보고 가라.”는 주민들의 인심이 여유롭게 흐르는 평창강만큼이나 후덕하다. 대하리 위로 평창강은 대상,도돈,마지,응암,천동,약수,유동,종부,뇌운리를거쳐 장평까지 수십번 똬리를 틀며 거슬러 오른다. 길 옆 나무에 매놓은 어미소와 송아지,강가에서 한가로이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와 비오리떼,강변 흙집 굴뚝에서 가끔씩 피어오르는 연기 등,장평까지이어지는 겨울 평창강변 모습은 마냥 푸근하기만 하다. 평창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가이드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남원주I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탄다.치악휴게소를 지나 신림 나들목에서 빠져 주천·영월 방향으로 좌회전한다.88번 국도를 타고 20분 정도 직진하면 주천읍내가 나오고,여기서 좌회전해 10분쯤 달리면 판운리다. ●숙박·맛집 신영준(033-374-9848)씨 등 마을 주민 20여명이 민박을 운영한다.숙박료는2만∼2만 5000원.농가 대부분이 굽이굽이 흐르는 평창강을 끼고 있어 제법운치있게 지낼 수 있다. 섶다리 인근 판운식당(033-374-1908)이 내는 민물매운탕과 골뱅이해장국이시원하다. ●인근 볼거리 판운리에서 30분 정도면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와 단종 무덤인 장릉,4억년의 신비를 자랑하는 고씨동굴,김삿갓 유적지 등에 가볼 수 있다.문의 영월군청 문화관광과(033-374-2101).
  • “송년모임 잡아라” 위스키전쟁/소비심리 위축 불구 판매량 계속 증가세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동창회·종친회 등을 금지해서인지는 몰라도 대선특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모임이 많아야 위스키도 더 잘 팔리는데….” 주류업계의 한 홍보담당자는 8일 “12월은 계절적으로 위스키 수요가 가장많은 달”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는 듯했다. 12월은 송년회·크리스마스 등의 계절적 수요로 위스키 성수기임에 틀림없다.이는 통계치에서도 뒷받침된다.관련업계에 따르면 2001년의 경우 연간 위스키 판매량 319만 6000상자 가운데 12월 판매 비중은 10.5%로 으뜸이었다.그 다음은 추석이 끼어있는 9월 9.4%,1월 8.5%,11월 8.4% 등의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가계빚 급증과 소비심리 위축 등의 ‘악재’가 있긴하나 위스키 판매량 증가 기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진로발렌타인스 관계자는 “올해 위스키 시장은 평균 13%대의 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것”이라고 내다봤다.올들어 10월까지의 위스키 판매량은 292만 9156상자로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5% 증가했다.업계의 연말 성수기 마케팅 전략은 ‘총성없는 전쟁’과 같다.최근의 위스키 시장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최근 몇년동안 위스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위스키 사업에 뛰어드는 회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후발업체들은 신규 제품의 시장정착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선발업체들은기존 제품의 방어에 안간힘을 쓰면서 경쟁의 강도가 배가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브랜드로 승부건다 진로발렌타인스는 ‘브랜드 선호경쟁’을 통해 위스키 시장 점유율 1위를고수한다는 ‘연말 성수기 마케팅 및 영업전략’을 세웠다.실물경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소비위축현상이 심해지는 시장 추세를 감안할 때 당연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8년 연속 판매 1위의 임페리얼과 국내 최고의 선호도를 자랑하는 밸런타인브랜드를 앞세워 후발 브랜드를 맹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소비 둔화기에는 1등 제품을 더 선호한다.”는 소비자 심리를 적극 파고들어 임페리얼과 밸런타인 판매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색 이벤트 디아지오코리아는 위스키 판매와 연말 불우이웃돕기를 접목한 이색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지난 2일부터 오는 20일까지 3주일 동안펼치는 ‘사랑의 케이크 나누기’가 그것이다.제주도 지역은 9일부터 20일까지다.업소에서 윈저17년을 마시는 고객에게 디아지오 코리아에서 마련한 케이크(병당 한조각)을 주면 이를 모아 고객 이름으로 소년소녀 가장이나 고아원 등에 전달하고,그 결과를 고객에게 통보해 주는 행사다.행사에 참가한 고객의 명함을 추첨,내년 1월 ‘윈저17년 문화이벤트’에 초대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윈저17년의 고급 이미지 부각을 위해 월 1차례 공연·영화 등의 문화행사에 소비자를 초청,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문화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맥주 계열사인 하이스코트는 지난 9월3일 출시한 신제품 ‘랜슬럿(Lancelot)의 성공적인 시장진입을 위해 ‘업소 도우미 행사’를 연말까지 진행한다.서울과 수도권 및 전국 6대 도시를 중심으로 80개 팀이 업소를 돌며 랜슬럿을 직접 홍보하고 있다.딤플을 판매한경험을 살려 거점업소를 공략하고 있다.회사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을 올 연말까지는 7.5%,내년에는 18%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면서 “위스키의 고장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랜슬럿 브랜드의 수입대체를 위해 내년 말에는 국내에서 병입(Bottling)된 랜슬럿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별화 전략 롯데칠성음료는 1997년 말 ‘스카치블루’를 출시한 이후 일관된 광고 및판촉 전략이 먹혀들어갔다고 자체 평가한다.수백억원에 이르는 광고 물량 싸움에 가세하지 않고 교수,언론인,전문직 종사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무료 시음회를 열어 스카치블루의 부드러운 맛을 강조하고,국산 브랜드의 중요성을 집중 부각한다는 전략이다.회사 관계자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전략의 차별화를 시도,이를 통해 절감된 광고비는 소비자의 가격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피어스클럽18’을 출시,4년만에 위스키 시장에 다시 진입한 두산은 17년보다 1년 더 성숙된 ‘17+1’ 슬로건으로 18년산 위스키의 가치를 강조한다.17년산 위스키가 접대문화와 고급 위스키의 보통명사가 되어 온 국내 위스키 시장에 18년산이라는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여기에 출고가격을 2만 9480원으로 책정,가격경쟁력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로열 살루트를 판매하는 페르노리카 코리아도 “시바스 리갈의 명성에 부드러운 18을 더했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시바스 리갈18’의 숙성기간이 긴 점을 부각시킨다.동아제약 계열사인 수석무역은 ‘WHY NOT’이라는 단순하면서도 도전적인 광고 카피로 J&B Jet만이 추구하는 특별함을 부각시키고 있다. 오승호기자 osh@ ★가짜 양주 식별법 “모 유명 위스키는 80%가 가짜라더라.” “기내 판매품도 다 믿을 수 없다더라.” 가짜 양주가 판을 치면서 술자리가 많은 연말연시 주당들에게 ‘가짜 경계령’이 내려졌다.이에 따라 가짜 양주를 가려내는 다양한 감별법이 떠돌고있다.진짜 양주는 불을 붙여봐야 안다거나,술자리엔 양주 전문가를 대동해맛을 감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나돈다.‘위조방지 뚜껑’이나 ‘진위 감지 전자혀’까지 나오고 있는 점으로 미뤄 애주가들의 가짜양주 스트레스를 실감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가짜 양주를 ‘족집게’처럼 가려낼 수 있을까? 세관을 통해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본 경험이 풍부한 관세청에 따르면 가짜양주는 병에서부터 ‘빈티’가 난다고 한다.라벨의 인쇄상태가 조잡하거나탈부착 흔적이 남아있는 경우,또는 뚜껑의 로고가 어딘지 어설퍼보이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수입인지가 최근 것이 아니거나 술의 색깔이 혼탁해 보여도 가짜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일단 양주병을 뒤집어 보라고 권한다.진짜는 상층부에 타원형의 큰 물방울이 생기지만 가짜는 자디잔 물방울들이 떠오른다.시바스리갈이나카뮈같은 경우,흔들면 부유물이 생기는데 정품은 곧 없어지지만 가짜는 한참 지나야 가라앉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위조범들은 가열하면 유리가 구멍나는 속성을 악용,뜨거운 바늘로 바닥을 뚫어 가짜 술이나 물을 주입하곤 한다.”면서 “이렇게 희석된 주류를 일반인들이 판별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입 또는 술집을 고르는 단계에서부터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술을 시켰을 때 뚜껑이 따져서 나온다면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고 하는 것이 안전하다.처음에는 정품을 내놓다가도 술자리가 무르익어가면 손님들의 취기를 악용,가짜를 내놓는 악덕 술집이 많기 때문이다.그래서 도를 넘지 않는 적당한 음주는 가짜 예방법으로도 유효한 셈이다.주당이라면 술자리가 잦은 연말연시에 대비,믿을 만한 단골집 하나쯤 개척해 둘 만하다. 양주 구입은 백화점이나 공항의 면세점을 이용하는 게 확실하다.복잡한 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와 직거래하기 때문에 ‘수작’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관세청 관계자는 전한다.중국,베트남 등 일부 국가의 기내 판매품은 100% 신뢰해선 안된다고 귀띔한다. 손정숙기자 jssohn@ ★연말 술자리 8계명 ‘숙취’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답은 간단하다.술을 안마시면 된다.하지만 요즘같은 연말엔 술독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마셔도 요령있게 마시는 비법이 필요하다. 우선빈속에는 절대 마시지 말자.먼저 식사를 하고 치즈,두부,고기,생선 등 저지방 고단백 안주를 먼저 먹은 뒤 천천히 술을 마신다. 둘째,얘기를 하면서 천천히 마신다.천천히 마실수록 뇌세포로 가는 알코올의 양도 적어지고 간에서 알코올 성분을 분해시킬 여유도 생긴다. 셋째,주량을 절대 넘기지 말자.대체로 체중 60㎏인 성인의 경우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알코올 양은 하루 80g 정도다.소주는 2홉들이 1병,맥주 2000㏄,포도주 600㎖ 1병,양주 750㎖ 4분의1병에 해당한다. 넷째,폭탄주를 삼가고 차수변경하며 마시지 말자.술은 종류에 따라 알코올의 농도,흡수율,대사 및 배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섞어 마셔서 좋을 게없다.특히 ‘2차는 기본,3차는 선택’식으로 자리를 옮겨 이것 저것 섞어 마시면 다음날 숙취가 심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다섯째,잔을 돌리지 말자.잔을 돌리다 보면 가속도가 붙어 많이 마시게 되고 술을 강제로 권하게 돼 술이 약한 사람에게는 말 그대로 술자리가 ‘지옥’이 된다. 여섯째,매에 장사없듯 술에도 장사가 없다.사흘에 한번쯤은 술자리를 피하는 ‘휴간일(休肝日)’을 가져야 한다.특히 과음한 다음날 ‘술은 술로 풀어야 한다.’며 해장술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말 그대로 독(毒)을 마신다고 보면 된다.뜨거운 된장국이나 콩나물국,차 종류,과일,꿀물 등을 마시는 게 좋다. 일곱째,‘술+담배=죽음의 칵테일’이라는 점을 명심하라.담배 연기 속에는 2∼6%의 일산화탄소가 있는데 술마시며 담배까지 피우면 거의 연탄가스 중독(일산화탄소 중독)에 가까운 타격을 받게 돼 심장,간,뇌 등에 치명적이다. 마지막으로 술자리에서는 무조건 흥겹게 즐기자.틈틈이 자리에서 일어나 흥겹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춰가며 즐거운 놀이와 모임 그 자체에 열중하다 보면 술도 덜 마시게 되고,좀처럼 만취하지 않게 된다. ▲도움말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홍명호(洪命鎬) 교수 정리 김성수기자 sskim@
  • 대관령 옛길 걷기

    대관령엔 길이 세개다.지난해 개통된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새 구간과 그 이전의 구간,그리고 그보다도 훨씬 이전의 옛길이 그것들이다. 길이 험해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라는 뜻의 ‘대굴령’을 한자어로 적으면서 생겼다는 대관령(大關嶺).그러나 지금은 새로 난 도로를 타고 미처 대관령을 지난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평창군 횡계에서 고개를 넘어 강릉 나들목까지 단 10분만에 내닫는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그러나 가파른 옛길을 오르내리는 등반객들의 눈엔,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따라 한달음에 내닫는 사람들에게선 볼 수 없는 여유로움이 넘친다. 초겨울,비오고 안개 자욱이 낀 대관령 옛길에 들어섰다.기점은 옛 고속도로 대관령 휴게소에서 1㎞쯤 강릉방향으로 내려가다 오른쪽에 보이는 반정(半程).왜 ‘반정’이란 지명이 붙었는지는 모르겠으나,혹시 그 옛날 고개를 넘다가 이곳에 이르러 험한 대굴령길을 반은 넘었다며 한숨 돌린데서 비롯된것은 아닐까? 옛길이라고는 하나 산림도로 용도로 쓰기 위해 길 초입 일부 구간은 포장도되어 있다.하지만 지난 여름 폭우때 대부분 유실돼 지금은 오토바이도 다니기 어려울 정도.차량을 위해 뜨문뜨문 설치해놓은 교통표지판이 생경하기만하다. 비가 와서인지 인적이 뚝 끊긴 옛길을 따라 내려간다.포장된 길은 이내 끝나고,좀 넓은 오솔길이라고나 할까.굽이굽이 펼쳐지는 흙길이 눈 앞에 정겹게 펼쳐진다. 여름이라면 길섶 가득 돋아난 온갖 야생초화들이 방문객을 반겨주겠지만,지금은 온갖 풍상 다 겪은 듯 여유로움을 풍겨주는 노송들이 묵묵히 지나는 이들을 지켜볼 뿐이다.멀리 동해바다를 굽어보며,해풍을 맞고 자라서인지,노송 하나하나가 참 운치가 있다. 강릉사람들은 고개를 넘나드는 일이 수월하지 않았던 시절,산신제나 노제를 지내며 안전한 행로를 빌었다.이들은 행여 자신들의 형제나 자식들이 호랑이가 가장 많이 서식했다는 대관령을 넘을 때 호환(虎患)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옛길 곳곳에서 노제를 올렸다. 이러한 전통이 지금도 이어져 4월 보름날이면 강릉시민들이 대관령 산신제나 군사서낭제사를 지내는데,강릉지역 버스회사들이 그 비용을 후원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예전의 제사가 ‘호환’을 막아달라는 것이었던데서 지금은 ‘윤화’(輪禍)를 막아달라는 것으로 바뀐 것뿐이다. 어쨌든 강릉사람들에게 대관령은 단순한 길,고개,산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그래서 강릉시인 김선우는 그의 시 ‘대관령 옛길’에서 이렇게 읊었나 보다. ‘때로 환장할 무언가 그리워져/정말 사랑했는지 의심스러워질 적이면/빙화의 대관령 옛길,아무도/오르려 하지 않는 나의 길을 걷는다….”라고. 신사임당이 친정 부모를 두고 시댁으로 떠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오르내려야 했다는 대관령 옛길.당시 왕명을 받아 임지로 가던 관헌들은 이곳에이르러 멀리 넘실대는 동해바다를 보고 ‘세상 끝에 왔구나.’라는 절망감에,임기를 끝내고 돌아갈 때는 정든 곳을 떠난다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고해 대관령은 ‘눈물 고개’란 또 하나의 이름이 전해진다. 반정에서 시작된 옛길은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대관령박물관이 있는 곳에서 끝난다.5㎞ 남짓한 길을 쉬엄쉬엄 내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길을 바꿔 대관령 박물관에서 반정으로 오르려면 2시간은 족히 소요될 듯하다. 대관령 박물관은 우리 문화재를 지극히 사랑한 한 개인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문화재박물관.미술사를 전공했다는 홍지숙(52)씨가 평생 투자해 모은 영동지방 일대의 민속자료와 선사유물,불교미술품 15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대관령박물관을 지나 오르는 옛길 일부엔 지금 붉은 벽돌 포장작업이 한창이다.옛길을 찾는 등반객들의 편의를 위한 정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그옛날 ‘대굴령’의 운치를 느껴보려는 사람들에게 평탄한 벽돌길이 과연 편하게만 느껴질지 의문이다. 강릉 임창용기자 sdragon@ ★여행가이드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새 구간 횡계 나들목에서 빠지는 게 가장 편하다.나들목에서 나와 우회전해 횡계 중심으로 들어가면 대관령 이정표가 나온다.이정표를 보고 15분쯤 길을 오르면 옛 영동고속도로를 만나고 대관령휴게소가 나온다.불과 1년만에 폐가로 전락한 휴게소에서 1㎞쯤 구불구불 내려가면 오른쪽에 ‘대관령 옛길’이란 비석이 보인다.이곳이 대관령 옛길이 시작되는 ‘반정’이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려면 강릉시내에서 대관령박물관이 있는 어흘리행 25번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오전 9시5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오후 8시50분까지 운행한다. ●먹을거리와 잠잘 곳 박물관에서 승용차로 5∼6분 내려가면 강릉시 성산면 구산리다.내려가는 동안 구미를 당기는 식당들이 즐비하다.특히 꿩고기로 만든 상큼한 만둣국,얼큰하고 구수한 추어탕,황태 해장국,대구 머리찜 등이 식욕을 자극한다.이중동해에서 잡힌 명태를 대관령 일대에서 해풍을 쏘이며 말린 황태를 쓰는 해장국의 시원함이 일품이다. 평창 일대엔 휘닉스파크와 용평리조트,한국콘도 등 콘도미니엄이 많다.이들 콘도들은 스키철을 맞아 주중에도 붐비기 때문에 꼭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다.콘도가 아니라도 스키어들을 겨냥해 고급스럽게 지은 민박이 많으므로 주말만 아니라면 방을 구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다른 구경거리 동양 최대의 초지목장 삼양 대관령목장에 한번 들러보자.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해발 850∼1400m의 고지대,600만평의 초원에 2500여마리의 육우와 젖소가 자라고 있다.워낙 넓어 1년이 가도록 소의 발자국이 한번도 지나지 않는초지가 널려있을 정도다.봄엔 얼레지,가을엔 구절초가 지천인 이곳의 진면목은 뭐니뭐니 해도 겨울의 설원.눈 덮인 광활한 대관령 목장을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것만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는다.문의 평창군 문화관광과(033-330-2399),강릉시청 문화관광과(033-64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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