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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대 男 미모아내 죽인뒤 살해장면 페북 게재 ‘충격’

    30대 男 미모아내 죽인뒤 살해장면 페북 게재 ‘충격’

    자기 아내를 살해한 후 끔찍한 살해 장면이 담긴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남성이 일급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다고 미국 현지 언론이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데릭 메디나(30)는 지난 8일 아침 자신의 차를 경찰서로 몰고 와 아내를 살해했다고 자수했다. 즉시 출동한 경찰은 그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여성의 시체를 발견했으며 자녀로 추정되는 어린 소녀를 구출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직후 허리를 구부린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아내의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사진은 순식간에 펴져 나갔으며 이를 본 많은 이웃 주민들은 메디나의 범행을 알아차리고 충격에 빠졌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한 주민은 “그가 총을 숨긴 채 주위를 어슬렁거려 끔찍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해당 사진을 본 다른 한 시민은 “그가 올린 끔찍한 살해 사진 주위에는 많은 술병이 놓여 있었다”며 “그가 아내를 살해한 후 정신 이상으로 인한 판결을 받기 위해 자수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며 끔찍한 범행에 치를 떨었다다고 언로은 전했다. 사진 : 한때 다정했던 부부의 사진 (페이스북)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극과 극](4)라면과 울고 웃은 50년…‘신라면’ 아성 뒤 비운의 ‘쌀탕면’ 아시나요

    [극과 극](4)라면과 울고 웃은 50년…‘신라면’ 아성 뒤 비운의 ‘쌀탕면’ 아시나요

    라면이 우리나라에 소개된지 꼭 50년이다.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이 처음 출시됐다. 중량은100g, 가격은 10원이었다. 1961년 설립된 삼약식품이 2년만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최근 “국민을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라면을 생산했다”고 말했다. 전 회장에게 ‘라면은 기아(飢餓)로부터 탈출, 식량자급문제 해결 수단’이었다. “당시 남대문시장을 지나다 시민들의 미군들의 음식찌꺼기로 만든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줄을 선 광경을 보고, 과거 일본에 갔을 때 라면을 시식했던 기억을 떠올렸다”는 게 전 회장의 회고담이다. 이후 일본 묘조(明星)라면의 오쿠이(奧井) 사장을 끈질기게 설득, 시설과 기술을 이전받았다. 한국 1인당 年69개,세계1위 라면소비국  라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 자체였다. 곡식 위주의 생활을 하던 국민들에게 라면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제품이었던 까닭에서다. 게다가 담백한 국물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식량 문제를 고심하던 박정희 대통령이 삼양라면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 사람은 맵고 짠 것을 좋아하니 고춧가루가 좀 더 들어갔으면 좋겠군”이라며 박 대통령은 제조 단가 탓에 사용하지 못하던 고춧가루 자금을 지원해주었다.(책:사물의 민낯) 일본식 라면과 다른 맵고 짠 맛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라면이 탄생한 것이다. 라면은 적극적인 자사 홍보와 함께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에 힘입어 출시된지 1년쯤 지나자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타났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라면 붐’의 시작이다. 라면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인스턴트 식품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에 본부를 둔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즉석라면 판매량은 1014억 2000만개이다. 199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1000억개를 돌파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라면은 무려 35억 2000만개다.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인도, 미국에 이어 7번째로 라면을 많이 먹었다. 하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69개로 1위다. 중국 32.6개, 일본 42.6개에 비해 월등히 앞섰다. 쌀이 부족했던 시기 대체식품으로 개발했던 국산 라면이 반세기만에 국민의 기호식품, 제2의 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삼양, 농심, 한국야쿠르트, 오뚜기 등 주요 라면업계의 지난해 매출액은 무려 1조 98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2조 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삼양라면이 첫 선을 보인 지 50년 동안 모든 라면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은 것은 아니다. 제대로 소비자들의 손길을 받지도 못한 채 자취를 감춘 ‘비운의 라면’이 적잖다. [1968년 개발된 동명식품의 ‘풍년라면’ CF. 당시 라면은 기호식품이 아닌 배곯는 대다수 국민들의 훌륭한 먹거리였다. 1960년대부터 수많은 라면이 개발됐고 상당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자료=유튜브] 농심 야심작 ‘쌀탕면’, 최단명 불명예 국내에서 ‘최단명 라면’은 농심에서 나왔다. 농심은 1990년 2월 야심차게 쌀을 30% 함유한 ‘쌀탕면’을 내놓았다. 1989년 12월 삼양식품이 전격적으로 쌀라면을 출시, 초반에는 공급이 달릴 큰 인기를 끌던 쌀라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한국야쿠르트도 농심보다 약 한 달 전 쌀라면을 선보였던 터였다. 이른바 ‘쌀라면 전쟁’은 1989년 11월 사회적인 논란이 된 ‘우지(牛脂)파동’에서 촉발됐다. 삼양식품은 직격탄을 맞았다. 우지, 즉 공업용 쇠고기 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것이다. 삼양식품은 우지파동 속에 ‘절대강자’의 위상 유지를 위해 대안으로 쌀라면을 신제품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때 마침 쌀 소비량이 급격하게 감소, 쌀 소비 촉진도 쌀라면 전쟁을 부추기는데 한 몫했다. 농심은 ‘쌀탕면’의 흥행을 위해 최초로 ‘진공믹서공법’이라는 신 제조기술까지 도입, 면발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또 기름에 튀기지 않은 ‘무지방 건면’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가격 역시 기존 쌀라면보다 30원 비싼 330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쌀라면에 대한 시장의 호응은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밀가루 라면’에 익숙해져버린 소비자들의 입맛을 돌리기에 역부족이었다. 쌀은 밀보다 비싸 가격경쟁력도 떨어졌다. 결국 뒤늦게 ‘쌀라면 전쟁’에 뛰어든 농심은 6개월 만에 ‘쌀탕면’ 생산을 중단했다. 쌀탕면은 농심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라진 것이다. 쌀라면은 현재 삼양식품 등이 건강식으로 생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84년 설립된 청보식품의 주력 ‘영라면’ CF.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이주일씨를 홍보모델로 내세워 ‘곱배기’라면과 함께 출시 4개월 만에 라면시장 점유율 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출시 2년 만에 결국 단종됐다. 자료=유튜브] 이주일 내세운 ‘영라면’도 불운 청보식품의 ‘영라면’과 ‘곱배기라면’도 생명이 짧았다. 1984년 식품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청보식품은 이듬해 ‘영라면’과 ‘곱배기라면’으로 라면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고(故) 이주일씨를 모델로 발탁, 출시 4개월만에 시장 점유율 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청보식품 측은 이주일씨를 여러 차례 찾아가 “도와달라”고 읍소한 끝에 홍보모델 수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과는 다르지만 당시 라면 광고 모델은 대체로 인기 코미디언이 맡았다. 코믹하고 소탈한 서민 타겟의 광고가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1975년 ‘농심라면’의 광고 모델 구봉서, 곽규석씨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멘트로 히트를 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1986년 코미디언 이홍렬과 이경규의 ‘짜짜로니’ 광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맛’이다. 곱배기라면은 이름 그대로 면의 양이 다른 라면보다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들로부터 “맛이 싱겁다”, “스프 양이 부족한 것 같다”,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후 1987년 경영난을 겪다 부도가 난 청보그룹의 식품사업 대부분은 오뚜기로 흡수되면서 두 라면은 2년만에 단종됐다. 라면업계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파격적인 맛을 내거나 새로운 기능을 곁들였지만 적잖게 쓴맛을 봤다.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카레라면(삼양·1971년 출시), 머그면(농심·1993년), 쇼킹면(팔도·1997년), 채식면(오뚜기·1998년), 케찹라면(팔도·1998년), 매운콩라면(빙그레·1998년), 랍스타맛 왕라면(한국야쿠르트·2000년) 등이 그것이다. 쇼킹면은 TV 광고에서 입에서 나온 뜨거운 열기 때문에 천장 스프링쿨러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방 전체가 물바다가 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자신있는 분만 드십시오’라는 다소 과장된 멘트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소비자들의 오랜 선택을 받지 못했다. “자신있는 분만 드십시오” 쇼킹면의 도발 최근 들어 출시된 제품 가운데 2011년 4월 농심의 ‘신라면블랙’은 쌀탕면보다 더 빠른 출시 5개월만에 잠정 생산 중단돼 ‘최단명 라면’이라는 새로운 오명을 쓸 뻔했으나 용기면인 ‘신라면 블랙컵’으로 부활한 동시에 봉지면을 재출시,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 수출로 판로를 개척했다. ‘신라면블랙’은 ‘신라면’보다 두배나 비싼 1600원을 소비자가격으로 정하고,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겼다”는 광고 카피를 통해 프리미엄 라면 이미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기존 제품을 개선한 ‘리뉴얼제품’에 불과한데 가격을 너무 많이 인상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끝에 출시 5개월만인 8월 30일 전격적으로 국내 봉지면 생산·판매를 중지했다. 농심은 지난해 봉지면 ‘신라면 블랙’을 국내에서 다시 내놓은 한편 월드스타 싸이를 용기면 ‘신라면블랙컵’ 홍보모델로 등장시키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더 통한 신라면 블랙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소비자들이 선택한 라면 맛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말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맛은 얼큰한 ‘매운 맛’이다. 장기적으로 성공한 라면을 단번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농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장기 히트한 신라면 같은 대부분의 주력 라면은 출시 이후부터 맛의 변화가 전혀 없다. 맛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전통적인 매운 맛이 아닌 실험적인 시도는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라면 맛이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의미다. [빙그레가 1998년 개발한 ‘매운콩라면’ CF. 100% 콩기름을 사용해 라면시장에 ‘건강’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한 때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빙그레가 2003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라면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결국 퇴출됐다. 자료=유튜브] 라면요리대회에서 우승경력이 있는 라면매니아 이창헌(42·국방부 계룡대 조리원사)씨는 “과거에 새로운 시도가 많았지만 소수를 위한 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맛에 어필하지 못하고 사라진 라면이 많다”면서 “각 회사마다 라면을 연구해서 새롭게 출시해도 대다수 소비자의 입맛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시장성이 떨어져 중도에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라면’, 단일품목 27년연속 1위 아성 반대로 우리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라면은 농심의 ‘신라면’ 이다. 1986년 10월 첫 출시돼 지난해까지 총 220억 봉지를 판매했다. 농심은 지금까지 판매한 신라면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100바퀴 돌 수 있고 에베레스트산을 22만 7924회 왕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어떤 라면도 따라올 수 없는 실로 어마어마한 판매량이다. 단일 품목으로 현재까지 27년 연속 1위를 차지해 ‘라면계의 아성’으로 불린다. 한때 ‘하얀라면 돌풍’으로 점유율을 위협받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이르렀다. 해외에서는 80여개국에 수출돼 효자수출상품으로 불린다. 농심은 국산 라면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한국의 빅맥지수’로 불리는 신라면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신라면 지수는 신라면이 판매되고 있는 주요 10개 지역의 신라면 1봉지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한 것이다. 신라면 매출액은 국내외 판매를 합쳐 연간 8000억원에 달한다. 농심 전체 매출 2조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에는 농심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약진에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신라면 만한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면매니아 이창헌씨는 “하얀 국물 라면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지만 역시 빨간 국물이라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신라면은 주식은 물론 해장용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빨간 국물 라면의 대표주자 격인 라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앞으로는 염도를 줄이고 건강을 생각하는 프리미엄 라면이 앞으로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염도가 낮아지면 특유의 맛이 변할 위험도 있지만 규제가 강화되고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조금이라도 염도를 낮춘 건강 라면 개발에 모든 연구자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군산署, 4년 전에도 ‘경찰 살인극’ 있었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군산 40대 여성 실종 사건’은 불륜을 저지른 경찰관의 살인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전북 군산경찰서는 4년여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던 기관인데다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도 총체적 부실을 드러내 철저한 개혁과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군산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이번 사건의 범인 정완근(40) 경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6시간이나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얼굴에 5㎝가량 손톱으로 할퀸 자국과 차량 블랙박스 영상 삭제 등 증거 인멸 정황을 파악하고도 그냥 풀어줬다. 정 경사 행적 추적과 시신 유기 장소 수색도 허점투성이였다. 경찰은 지난 2일 살해장소를 군산시 회현면 월영리 일대라고 밝혔지만 3일 브리핑 자료에는 군산시 옥구읍 한 저수지 길가로 바로잡기도 했다. 이에 앞서 군산경찰서에선 2009년 4월 29일에도 총기사고가 일어났다. 나운지구대 소속 조모(47) 경위가 근무시간에 좋아하던 미용실 여주인 이모(37)씨를 찾아가 권총으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당시 강이순 서장이 직위해제됐다. 이후 부임했던 모 서장도 인사문제 등으로 명퇴하는 등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 3일 이번 사건의 책임을 물어 최종선 군산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후임으로 이동민 총경을 임명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3일 오후 정 경사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정 경사는 군산시 미룡동 모 아파트에서 피해자 이모(40)씨를 차량에 태우는 장면에서부터 옥구읍 한 저수지 인근 도로에 세워둔 자신의 차량에서 이씨와 다투다 목 졸라 살해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그러나 경찰은 살해된 이씨의 임신 여부를 밝히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 결과 태아가 형성된 흔적은 없었고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해 임신 초기 단계인지도 밝혀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씨의 임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씨의 휴대전화 기록을 분석한 결과 이씨가 실종되기 전 한 지인에게 ‘7월 11일에 생리를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이씨가 정 경사에게 낙태비 명목으로 단지 120만원을 요구했고 정 경사도 그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정 경사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는 경찰의 잠정적인 결론도 유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씨의 여동생은 “언니로부터 사건 발생 전인 19일 밤 전화를 걸어 ‘만약 내가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사람(정 경사) 짓이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경찰이 정 경사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있어 이씨가 ‘꽃뱀’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4일 정 경사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한 경찰은 “계획적 범행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인사]

    ■보건복지부 △첨단의료복합단지조성사업단장 김덕중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총괄담당관 김정렬△홍보협력담당관 성종원△방송정책기획과장 양한열△방송시장조사과장 김성규△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 반상권△방송기반총괄과장 김동철△방송통신위원회 김영관△국민대통합위원회 파견 박노익 ■방위사업청 △방산진흥국장 이정용 ■인천시 ◇승진 <3급>△자치행정국장 오병집△여성가족국장 방윤숙△아시아경기대회 지원본부장 이풍우△인천경제자유구역 차장 조명조△보건복지국장 김장근△환경녹지국장 조영근◇전보△의회사무처장 방종설△인천경제자유구역청 기획조정본부장 김진용△경제수도추진본부장 김광석△도시철도건설본부장 이광제△도시계획국장 박만희△정책기획관 유병윤△항만공항해양국장 이광호△종합건설본부장 박성만△건설교통국장 강상석△남구 부구청장 한태일△서구 부구청장 안영규△옹진군 부군수 허기동△인천발전연구원 이상익 정대유△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 양의모 ■경남도 ◇4급 <승진>△장애인복지과장 백운갑△인재양성과장 이승렬△남해대학 사무국장 민정식△광양만권경자청 하동사무소장 임채범△안전행정부 전출 이인숙△개발사업추진단장 조의제△도시계획과장 김윤곤△김해시 김대형△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과장 정을균△농업기술원(과장요원) 이상대 김종성<파견·복귀>△관광진흥과장 제윤억<전·출입>△도정연구관 파견 이동찬△재난방재과장 허동식△양산시 신정하△보건행정과장 권근현<전보>△교통정책과장 김영수△문화예술과장 김종일△농업정책과장 문맹길△도로과장 이채건 ■도로교통공단 △비상임이사 김성열 이동권 조용섭 ■연합뉴스 ◇특파원△워싱턴 노효동△멕시코시티 이동경△베이징 이준삼△파리 박성진 ■JTBC △광고본부장 김시래△사업본부장 송상훈 ■서울대 치과병원 △원장 류인철 ■IBK기업은행 ◇부행장 승진△IB본부 이상진△경영전략본부 임상현◇지역본부장 승진△경서 노선욱△충청 조남언◇본부 부서장 <승진>△기업개선부 박대현<전보>△문화콘텐츠금융부 윤보한△미래고객팀 김은준△개인여신부 윤완식△스마트금융개발부 하병기△IB지원부 서정학△종합기획부 채한식△대외협력팀 안순홍△경영관리부 IR팀 이동엽△PE부 박정필△IT본부(수석IT전문역) 권순효△IT총괄부 이병강△IT금융개발부 박선△IT금융개발부 IT복합업무개발팀 김호진△POST차세대개발실 안상휘[수석심사역]△구로가산디지털여신심사센터 고영수△경서여신심사센터 김육남△경수·경동여신심사센터 김종완△대구여신심사센터 배동화△기업개선부 장석주◇기업금융지점장 전보△반월서기업금융 정현철△오산기업금융 장두현△김해기업금융 김창석△울산중앙기업금융 이명수◇지점장 <승진>△신제주 김창필△염창역 이균익△독립문 박정미△달성2차단지 김성곤△호치민 곽인식△기업은행(중국)유한공사 윤태훈<전보>△대치역 전길구△반포래미안 이한기△방배동 김종삼△방배중앙 남경원△삼성동 임찬희△삼성역 곽영기△서초3동 남대순△신사동 이광우△압구정동 홍혜숙△청담동 이승균△테헤란로 정군채△구의동 안주용△원주 최영식△중곡동 김시열△하남풍산 변영환△중계동PB센터 신우준△광적 송재훈△당고개역 조규상△면목동 김명숙△삼양동 박용기△양주고읍 이태백△목동PB센터 어진숙△등촌역 여경철△상암동 박춘우△서귀포 백성호△염창동 이박△원종동 이영호△홍대역 전규백△가산디지털 고석길△구로사랑 정찬민△구로서 장지성△구로유통단지 김재공△구로중앙 김태영△당산동 김주윤△여의도한국증권 장민영△하안동 우상철△과천 전병성△군포공단 탁성근△노량진 김영주△독산역 이금재△산본역 박혁△석수역 안상인△평촌아크로타워 신동수△김포양촌 김대길△수색 한동백△은평뉴타운 이명훈△응암동 이성근△일산중앙 양병열△동대문 유희식△마장동 윤덕혁△서소문 신욱희△성수2가 최광수△용산전자 박병현△이태원 배관희△인사동 최기동△창신동 강성관△가좌공단 김응수△갈산역 박광규△남동인더스파크 김귀생△부평역 권영미△석암 김평위△송도GCF 최흥재△연수 진민종△인천논현 유병묵△성남IT 박동현△안성 이기복△오포 윤명기△죽전 박기수△시화공단PB센터 이정윤△남시화 류환수△동시화 양화영△반월공단 김학은△반월서 김희재△시화중앙 이애경△남수원 김용현△동수원 박춘봉△동탄남 송영호△동탄중앙 김형중△오산 장영기△화성장안 장태수△거제동 임순영△부산진 박만원△연산동 장재옥△영도 이성균△초읍동 양윤근△김해삼계 유경인△김해장유 공창규△김해진영 조용순△지사공단 김승규△창원공단 전범열△팔용동 천기철△금사공단 여승현△남천동 이강명△양산중부 박정영△울산남외동 곽병호△울산무거동 안기수△울산북 송광호△울산호계 장승인△해운대 이만자△달성공단 박종운△대구 윤병주△반월당 안영현△비산동 최영철△성서3차단지 윤경식△수성트럼프월드 홍찬우△영주 김광현△죽전동 도규호△포항남 임성호△당진 박범기△대전 오강균△대전역 우영제△서산 이혁현△아산 이상원△아산둔포 이선문△오창 박종훈△옥천 장호상△천안아산역 이대현△광양 박필주△광주첨단 김경철△남원 한익상△동광주 윤종철△상무 김유석△여수 위성식△여천 정필안△일곡 이길효△평동공단 임병순△하남공단 박덕규△화산동 박진석△뉴욕 감성한◇드림기업지점장 전보△구로동 차현철△구로디지털 강용주△평촌 김기원△호계동 이상준△김포대곶 박찬길△김포통진 김중열△가좌공단 정성수△작전역 박주석△청천동 신제경△경안 이연준△성남하이테크 한상직△동시화 이재성△반월공단 우치환△반월서 노윤규△시화공단 김화영△시흥 박용환△평택 허철만△신평동 최익환△동마산 유정배△팔용동 이재열△대구3공단 김삼영△대구유통단지 최돈희△청주 이우현◇개설준비위원장 전보△검단산업단지지점 이윤호◇Pre-CEO(예비지점장) 승진△강경훈 강상길 강선구 고원태 곽상용 권오태 권정수 김광영 김규곤 김기운 김동욱 김성환 김영길 김옥녀 김은희 김재봉 김지환 김홍표 나득주 류승희 문호상 박병기 박봉규 박성국 박정식 박중철 박진순 변상남 손영철 신범식 신완호 신현수 연기정 윤석웅 윤완규 이근수 이동일 이동훈 이종희 이호성 이효성 임한구 장대욱 장준영 전흥길 정종남 정화윤 조성곤 조용호 조인창 조형호 차경후 최낙현 최영숙 최우윤 최인숙 최재헌 최태호 최호규 함철수황인선 ■IBK투자증권 ◇신규 선임△법인영업본부장 장지남 ■KDB대우증권 ◇신임 <지점장>△가락 박종서△교대역 김대수△부천 이소영△아산 김현수◇전보△PB클래스갤러리아1센터장 고창범△안산지점장 임관하
  •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명단 첫 공개

    일제 강점기인 1923년 9월 1일 간토(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에 의해 무참하게 학살된 ‘간토 조선인 학살 사건’사망자 명단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국회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의원모임은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토조선인 학살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일본 현지에서 학살 당시를 증언하고 관련자료를 통해 사망자 명단을 만든 니시자키 마사오 등 일본인 3명도 참석해 당시를 증언했다. 특히 니시자키가 2009년 5월 현장조사 뒤 만든 조선인 희생자 명단에는 “강양순 외 6명, 9월 3일 스미다구에서 일본도·쇠갈고리 등으로 전원 살해(법무부·신문·경시청 자료)” 등 도쿄, 치바 등에서 살해당한 조선인 115명과 부상자 12명의 이름과 나이, 살해장소와 출처 등이 나와있다. 국회는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7월 2~4일 간토조선인 학살 사건 현장 조사를 진행한다. 또 ‘국회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원모임’과 한일재일시민연대와 공동으로 ‘간토조선인 학살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9월 정기국회 때 발의할 예정이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신선이 다스리는 고장’ 천혜의 단양 8경

    ‘신선이 다스리는 고장’ 천혜의 단양 8경

    단양은 예부터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 좋은 고장’이었다. 충청북도 최북단에 자리한 단양은 8개의 천혜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산수(山水)의 고장이라 불리는 이유다. 소백산맥과 남한강 물줄기는 한데 어우러져 단양 땅에 멋과 맛을 선물했다. 그곳에는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EBS는 10일 밤 9시 30분 한국기행 ‘단양 8경’을 방영한다. 1부 ‘남한강 물길 따라’에선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절벽을 기어오르는 형상을 취한 구담봉(龜潭峰)을 소개한다. 구담봉과 함께 희고 푸른 바위들이 힘차게 솟아올라 있는 모습이 마치 죽순 같아 옥순(玉筍)이라 불리는 옥순봉(玉筍峰)은 충주호 물길의 백미다. 제천 땅에 있는 옥순봉이 단양8경과 인연을 맺은 것은 500여 년 전 퇴계 이황이 단양 군수로 오면서다. 옥순봉의 비경에 반한 퇴계는 청풍부사에게 청을 넣었다가 거절당하자 직접 옥순봉 석벽에 ‘단구동문’이라는 글씨를 새겼다. 옥순봉이 단양의 관문임을 선언한 것이다. 남한강에는 크고 작은 여울목이 있다. 민물고기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따라 모여들고, 이 고기들은 전국의 강태공을 불러들인다. 어부 배성경씨는 우뚝 솟은 북벽을 병풍 삼아 맑은 남한강 물에서 자라는 다슬기를 잡으며 산다. 부인과 사이좋게 앉아 탱자나무 가시로 껍질을 까서 보글보글 끓여낸 다슬기 해장국은 배씨 부부가 누리는 소소하고도 특별한 행복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대구 여대생 사건 “클럽男 단독범행”…수사본부장 일문일답

    대구에서 실종됐다 살해된 여대생 남모(22)씨 사건 수사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용주 대구 중부경찰서장은 1일 “실종 여대생 살해사건의 피의자로 24세 조모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서장은 “조씨는 남씨가 탄 택시에 합승해 내린 뒤 모텔에 빈방이 없자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30여분만에 살해하고 시신을 경주의 저수지에 버렸다”고 밝혔다. 김 서장과의 일문일답. →피의자를 어떻게 특정했나. -택시 운전자의 인상착의에 대한 진술, 클럽에서 남씨와 접촉한 인물의 인상착의, 모텔 CCTV 분석 결과 등을 통해 동일인으로 확인했다. 조씨는 평소 클럽에 자주 출입했다. →범행 동기는. -이날 (클럽에서 만난) 남씨가 마음에 들어 뒤따라갔고 잘 곳이 없어 자기 집에 데려갔다고 한다. →성폭행 여부는. -자신의 주거지(원룸)에서 시도는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수사가 더 필요하다. →합승한 택시 안에서는 아무 일이 없었나. -택시 안 상황에 대해서는 운전기사가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 →원룸에서 살해한 뒤 흔적은 어떻게 감췄나. -숨진 남씨를 옮길 때 싼 이불, 남씨의 옷 등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집 앞에 버렸다. →남씨의 휴대전화는 어떻게 했나. -경주로 가는 고속도로변에 버렸다고 진술한다. 추후 대구 북구 산격동에서 휴대전화가 위치 추적된 부분에 대해서는 더 수사해봐야 한다. →공범은 있나. -현재까지 따로 없고 단독 범행으로 추정한다. →향후 수사계획은. -살해장소 등 현장을 검증해 사건을 재구성해 범행을 자세히 밝히겠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CEO칼럼] 한류 열풍과 수출 농업/김재수 aT 사장

    [CEO칼럼] 한류 열풍과 수출 농업/김재수 aT 사장

    최근 가수 싸이는 ‘강남스타일’의 말춤에 이어 ‘젠틀맨‘이라는 뮤직비디오를 발표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스타일의 노래가 세계인의 취향에도 맞아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한류 열풍’에 불을 지핀 ‘K팝’은 무엇 때문에 전 세계 젊은이를 열광시키는가. 많은 이론이 있으나 한국인의 신바람 정서에 기인하고 있다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일부 학자는 “한류 음악은 한국 특유의 신바람 춤이 가미된 댄스뮤직이며 신바람 춤과 댄스뮤직은 주로 버스 안의 광기 어린 춤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달리는 관광버스 안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한국인, 행락철에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즐기던 우리의 모습이 아닌가. 한때는 이런 행동을 우리 스스로 추하고 부끄러운 행태로 여긴 적도 있었다. 우리가 부끄럽게 여겼던 버스 안의 춤이 한류의 뿌리가 된다니 놀랍다. 한류 열풍이 부는 데는 한국 음식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뉴욕 시민을 상대로 한식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한 결과 2009년에 9%에서 2011년에는 41%로 높아졌다고 한다. 세계의 다양한 음식이 모여 있어 ‘식품합중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이다. 미국에서도 한식이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필자는 2005년 미국 대사관에서 농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세계 각국 외교관을 초청해 한국 음식 시식회를 열었다. 많은 참석자들이 한국 음식에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면서 조리법을 문의했다. 한국 음식의 다양성·건강성·기능성 등을 자랑했다. 미국뿐만 아니다. 필자가 최근 만난 동남아시아 싱가포르의 한 식당 주인은 한국 식당 수가 불과 2~3년 사이에 세 배나 증가했다고 했다. 한류 열풍의 기본은 한국 문화다. 한국 문화의 진수는 한국 음식이 단연 으뜸이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드라마 ‘대장금’에서 나타난 한국 문화의 특징은 음식이다. 한국 음식의 기본은 이른바 ‘약식동원’(藥食同原)이다. ‘약과 음식은 근본이 동일하다’는 것으로 음식 먹는 것이 배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서양 의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히포크라테스는 환자 치료의 근본이 식이요법에 있다고 하면서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음식을 중요시했다. 김치, 장, 젓갈 등 발효 음식과 최고의 건강 요리인 나물은 재료의 다양성·동물성과 식물성의 균형 면에서 놀랍다. 속 풀고 마음도 풀자는 해장국, 한민족의 깊은 맛이 담긴 설렁탕 등은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가진다. 돌상, 제사상, 혼례음식, 명절 상차림 등 다양한 격식과 법도를 중시한 상차림이나 궁중 상차림은 조화미의 극치를 이룬다. 또 한식은 기본적으로 천천히 먹는 슬로푸드다. 식품의 세계적인 트렌드인 슬로푸드의 원조가 바로 한국 음식인 것이다. 음식에 관한 한 우리 민족은 축복받은 민족이고 세계적으로 각광받게 돼 있다. 이슬람 문화권의 검은 장막도 뚫고 들어가는 것이 한류이고, 예술 중심지 파리를 달구는 것도 한류다. 이제는 한류 열풍의 깊은 정수를 깨닫고 한국 음식에 빠져드는 의미와 무게를 알아야 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식량 부족을 걱정하고 먹을거리 안전도 우려한다. 한국 음식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고, 기아와 굶주림도 극복하자. 과거 부끄러워했던 우리의 행태가 이제 새로운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우리 음식에 자부심을 가지고, 한국에서 ‘음식 르네상스’를 일으켜 세계인의 식탁에 한식을 올리자. 한류 열풍으로 한국 식품의 수출도 크게 늘어났다. 2000년에 30억 달러였던 농식품 수출액이 2012년에는 80억 달러를 넘어섰다. 김, 음료, 라면이 지난해 각각 2억 달러를 능가하는 수출 실적을 보였다. 농식품 수출이 100억 달러를 넘어 1000억 달러를 달성하는 시대가 다가온다. 한류 열풍으로 ‘수출농업 시대’를 열어 가자.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등짐을 정리한 다음 행수 역시 곰방대를 꺼내 한 대 달아 물었다. 그는 지금 막 동이 트려는 동쪽 하늘로 시선을 던지면서 견마 잡았던 만기에게 일렀다.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앞장설 테니 자네는 뒤따르게….” “절음난 나귀 때문입니까?” “그렇다네.” 절뚝거리는 나귀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견마 잡는 대신 비교적 가벼운 등짐을 진 것이 거북했었던 만기가 공치사를 하였다. “빛내골 마방에 있는 대장간에 맡기고 올걸 그랬습니다.” “그 마방의 대장장이 심보가 실로 고얀 놈이 아니던가. 여간한 말에는 대꾸조차 않는 그 뻣뻣한 행동거지에 비위가 뒤틀려서 무리를 한 것이야…시절이 수상해서 빈부귀천이 어느덧 물레방아가 된 세상이라지만, 그놈 역시 말구종 주제에 구실아치들처럼 평소에 생트집은 왜 그렇게 많던가. 말도 못 하고 눈망울만 굴리는 짐승을 다루는데도 걸핏하면 매질이고 욕지거리를 퍼붓는 게 아닌가. 그런 몹쓸 위인에게 식솔이나 다름없는 짐승을 맡겨 두고 차마 돌아설 수가 없었네. 그게 이런 무리를 한 단초가 되었네.” 그렇게 말하자, 벼랑길에 쪼그리고 앉아 쇄골이 깊숙하게 파이도록 담배 연기를 들이켜고 있던 동무 하나가 벌떡 일어서면서 맞장구를 쳤다. “그놈 풀무꾼은 어떻구요. 아직 황구의 나이인데도 버릇없이 가탈을 부리고 방자하게 행세하는 꼴을 볼 때마다 배알이 뒤틀립디다…엽전 한두 닢 길미를 바라고 매기 잔등같이 미끄러운 십이령길을 사흘이 멀다 하고 넘나드는 우리들에겐 숫막거리에서 마시는 한 주발 막걸리가 불편한 심기를 달래줄 뿐이지요.” “풀무꾼을 험담하다가 난데없는 막걸리 타령인가. 벌써 속이 출출한 게군. 목이 콩가루 삼킨 듯 칼칼해도 길참을 먹으려면 샛재 주막에 당도해야 하네….” “목젖이 타들어가는 것은 임자도 별반 다르지 않을 테지?” “물귀신처럼 나를 왜 끌고 드나?” “하긴 빛내골 발행할 적에 나귀만 해장술을 마시지 않았나.” “나귀들이 막걸리를 좋아하는 대신 물 마시기는 좋아하지 않으니, 우리와 동행하기는 소나 말보다 낫지. 게다가 소나 말보다 귀와 좆이 홍두깨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크고, 무거운 짐을 져도 참고 견디는 힘이 사람을 앞지를 정도이니 우리네 행상들과 동행하기는 딱일세.” “행상들뿐만 아니고 행세한다는 선다님들도 나귀를 좋아하지 않나. 좆이 커서 좋아할까.” “잘도 주워섬기는군. 저것들이 한결같이 고집 센 것은 잊어버렸나. 동고동락하려면, 다음부턴 막걸리부터 나눠 마셔야 하네.” 분위기가 거북해질 것을 걱정했던지 성품이 무던한 만기가 얼른 끼어들어 말머리를 돌렸다. “하긴 성냥일 하는 위인들이 오죽 못났으면, 짐승을 상종하여 거드름을 피울까요. 부담을 내려주었으니 샛재까지는 그럭저럭 대겠지요.” “자, 얼추 땀들 들였거든 또 발행일세. 이제 몇 행보 남지 않았네.” 그토록 큰 등짐을 진 행수 정한조가 앞장을 섰다. 샛재까지는 내리받이길보다 치받이길이 많은 데다가 단출하지 못한 등짐 때문에 길 줄이기가 손쉽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 동녘이 훤하게 밝아오고, 콧등을 스치는 바람은 차갑지만 한결 상쾌했다. 늘어지게 쉬었으니 발걸음도 가벼워진 터라, 일행들은 가벼운 농까지 주고받으며 또다시 구억터의 산협길로 접어들었다. 일 년 삼백육십오 일 사계절을 언제나 똑같은 얼굴들과 어울려 똑같은 길을 걷고 있었으나, 나누는 농담과 대화는 언제나 새로웠다. 저잣거리에 당도하면 그곳에서 난생처음 경험하는 일들과 마주치기 일쑤였고, 그곳에서 만나는 닳고 닳은 거간들이며 말감고며 장주릅들과 물화를 두고 입씨름하고 흥정하면서 듣고 본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다시 모여서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따끈따끈한 것이기 마련이었다. 그러는 사이, 네 필의 나귀를 혼자서 몰고 있는 만기는 자꾸만 일행에서 뒤처지고 있었다. 절음난 나귀에게 회초리를 내리지 말라는 행수의 분부가 있었을 때, 십이령길에서 태어나 나이 먹어가는 눈치 빠른 나귀들이 먼저 알아채고, 그때부터 오뉴월 쇠불알 늘어지듯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서 선머리에서 걷는 행수 일행과 당나귀를 뒤따르는 만기는 먼발치로 멀어지게 되었다. 선머리의 행중들이 산코숭이를 돌아설 때는 뒤따르는 나귀들의 요령 소리가 귀를 모아야 할 정도로 먼 뒤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선머리의 일행은 자주 쉬면서 만기를 기다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쪽지게를 내렸다가 다시 발행하는 사이에 겪어야 하는 구차스러움이 뼈에 사무치도록 고통스러워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어려움이 뒤따랐다. 언제나 그랬다. 그래서 뒤처진 만기를 배려하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 최전방 양구 주민 ‘청정 시래기’ 대박

    최전방 양구 주민 ‘청정 시래기’ 대박

    인구 2만 3000여명, 휴전선과 닿아 있는 초미니 지방자치단체인 강원 양구군이 버려지는 시래기를 명품 향토특산물로 육성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양구군은 29일 밭에서 버려지던 시래기(무청)를 건강식품으로 상품화해 지난해 24억원의 수익을 낸 데 이어 올해에는 35억원을 벌어들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1990년대 초 휴전선 제4땅굴을 코앞에 둔 해안면 일명 펀치볼지구 만대마을 5개 농가에서 감자농사 이후 시래기를 상품으로 팔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 무공해 청정지역 시래기를 한겨울 영하 20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 말려 판매하기 시작한 게 웰빙바람을 타고 인기를 얻게 되면서 재배지역도 늘었다. 워낙 추운 곳에서 건조되다 보니 영양 파괴가 안 되고 섬유질이 풍부해 위암과 대장암 환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전창범 양구군수는 시래기가 군의 미래를 책임질 웰빙식품이 될 것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명품화 사업에 본격 나섰다. 정부에 시래기를 향토산업육성 대상으로 신청, 지난해부터 3년간 국비 15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군비 등 모두 30억원을 들여 ‘펀치볼 시래기 명품화 사업’을 시작한 것. 군 지원이 이뤄지면서 지난해 64개 펀치볼 농가들이 100㏊에서 238t의 시래기를 생산해 24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생산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가 현재 재고가 바닥났다. 올해는 74개 농가에서 시래기 350t을 생산해 35억원가량의 소득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부터 농협에서 수매를 담당해 줄 예정이어서 해마다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는 양구를 대표하는 농산물인 곰취와 비슷하다. 지난해 117개 곰취 농가는 28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군은 시래기 명품화 사업을 연구·개발, 생산, 가공, 홍보·마케팅 분야로 나눠 체계적으로 꾸려 나갈 방침이다. 건조 덕장을 늘리고 가공시설도 갖췄다. 시래기를 삶아 냉동하고 된장과 소스를 곁들인 시래기 고등어찜과 시래기 모래무지찜, 시래기 해장국, 시래기 감자탕, 시래기 등갈비 등 서민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도록 개발해 연말쯤 출시할 계획이다. 전 군수는 “2007년부터 생산농가에서 열던 겨울철 시래기축제를 2008년부터 해안면 향토축제로 승격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웰빙식품 양구 시래기를 알리는 행사를 해마다 열고 있다”면서 “휴전선과 인접한 작은 양구군이 시래기를 통해 부자마을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양구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다찌집, 술꾼들의 천국

    “다찌요? 날 저물면 통영의 사내들을 공기통처럼 빨아들이던 실비집이자 선술집이지요. 술 한 병 시키고 떨어지면 먹던 안주는 싹 걷어갑니다. 다시 한 병 시키면 새 안주가 나와요. 안줏거리가 지천이니 그때그때 시장에 선보이는 제철 재료들이 상 위로 하나씩 올라왔지요.” 아침 해장국으로 시작하여 일하면서 한 잔 걸치는 것은 물론이요, 다시 밤이 되면 다찌집으로 향하는 24시간 술꾼들의 천국. 안주 좋고 공기 좋아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는 전설이 통하는 곳이다. 참숭어, 관자, 가오리, 전복 등 회가 기본으로 깔리고 미식가들을 홀리는 고소한 붕장어내장이 삶겨져 나왔다. 주인과 말문을 트고 익숙해지니 서비스로 간재미 찜을 내준다. 모자반이나 미역 등 해초무침과 삶은 게 집게다리도 별미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다찌를 버려 놨다”는 토박이 술꾼들의 투정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통영 술 문화에서 다찌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손끝 맛 좋은 할머니가 시래기 넣고 자글자글 지져내던 고등어조림이나 겉만 살짝 구워내던 키조개 관자 등 정 많은 음식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2명이 한 상 시키면 기본 5만원이다. 소주 한 병에 맥주 3병이다. 물론 술을 더 시키면 안주가 추가되지만 본래처럼 다시 상이 차려지지는 않는다. 대개 오후 6시에 열어 밤 12시면 닫는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유리하지만 오직 안주가 탐나는 사람은 섭섭하다. 어쨋든 한번쯤 들려볼 만한 통영만의 문화다. ■ 여행 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대전에서 통영까지 일직선으로 내리 꽂은 고속도로는 통영을 이웃집만큼이나 가깝게 만들어버렸다. 서호시장, 중앙시장을 기점으로 맛있는 집과 먹을거리들이 몰려있다. 시간 나면 여객선터미널에서 소매물도나 욕지도 등 당일치기 섬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흥미롭다. →계절맛집 ‘수정식당’ (644-0396, 도다리쑥국, 멍게비빔밥, 졸복국, 1인분 회), ‘동광식당’ (도다리쑥국, 황복국, 졸복국, 멍게비빔밥), ‘분소식당’(644-0495, 도다리쑥국), ‘유락횟집’(645-0991, 각종 생선회), ‘대추나무’(641-3877, 다찌), ‘훈이시락국’(649-6417, 장어육수 시래기국), ‘원조풍화김밥’(644-1990, 밥·반찬 따로 충무김밥)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3) 통영 도다리쑥국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3) 통영 도다리쑥국

    파닥파닥. 경남 통영 앞바다에 내려앉은 금속성 볕은 사람을 무장해제시키기에 충분했다. 근육을 푼 흙, 툭툭 터져 오르는 기운들. 남녘은 완연한 봄이다. 이즈막, 납작모자에 옷깃을 닭 벼슬처럼 세우고 통영 거리를 어슬렁거린다는 것은 잠시 묻어놓았던 내면의 풍류와 객기를 끌어내는 것이며 가슴속에 낭만을 채우는 일이다. “도다리 쑥국 한 그릇 먹어야지.”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봄은 통영 도다리쑥국에서부터 시작됐다. 된장 살큼 푼 말간 국물에 통영의 그 푸른 기운처럼 동동 뜬 쑥과 도다리의 흰 살점. 국에서 파란 바다냄새가 난다고 해두자. 딱 두 달이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하는 애타는 봄 국. 그래서 통영의 봄은 가게마다 폼 잡고 양반글씨로 써 내려간 ‘입춘대길, 도다리쑥국’이 팔자걸음처럼 내걸리며 활기를 얻는다. 첫새벽. 시락국 집은 밤새 다찌에서 술을 마셨거나 서호시장 4시 경매를 끝낸 사람들이 아린 속을 움켜잡고 몰려드는 ‘해장 성지’다. 서성서성 포장마차에서 콩국과 빼대기로 허기를 때우는 모습도 흔히 만난다. 그 먹먹한 서민의 시간. 도다리쑥국과 멍게 비빔밥을 시켜놓고 객지의 아침을 맞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방 노란 냄비에서는 국물이 새벽잠처럼 끓고 토막 친 도다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국물 속으로 던져진다. 쑥을 넣고 한 소큼 끓여 익숙하게 퍼내는 손놀림이 재봉틀 실 땀처럼 빈틈없다. 앞자락에 김 모락모락 오르는 도다리쑥국이 놓였다. 잠시 눈을 감아본다. 향긋한 해쑥 향이 멀미처럼 올라온다. 쑥을 수저로 지그시 누르고 국물부터 떠먹는다. 입 안 가득 향긋한 초록이 넘실댄다. 봄이다.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담박함이 온몸을 편안하게 다스려준다. 여린 쑥은 씹히는가 싶더니 목젖으로 넘어가고 수저로 편편하게 뜬 도다리 살점은 달다. 절로 시원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래서 통영 사내들은 복이 많다. 종일 술독을 끼고 살아도 속 다스려 줄 해장국이 넘쳐나니까. 두부와 무쳐낸 톳나물이며 통멸치 젓갈, 간이 센 남도 김치가 국에 밀려 그대로 남았다. 30년간 맑은 국을 끓여왔다는 사내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음식을 추억하기에 바쁘다. “도다리쑥국은 말 그대로 도다리와 쑥만 들어가야 합니다. 콩나물이나 묵은지를 헹궈서 넣기도 하는데 재료의 향긋한 맛을 즐기는 것이 봄 밥상이잖아요? 쌀뜨물에 된장을 약간 풀기도 하지만 도다리가 비린 생선이 아닌데다 향긋한 쑥이 들어가니 맨 물에 끓여도 비리지 않아요. 바다와 육지의 오묘한 향이 어우러집니다.” 말마따나 통영 도다리쑥국은 바다를 건너온다. 봄이 이른 욕지도나 한산도, 소매물도 등 섬에서 해쑥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격도 제법 나가서 한 그릇에 1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맛을 아는 토박이 미식가들은 “2월 쑥국은 이르다”고 말한다. 도다리 살이 얇기 때문이다. 먼 바다 살집 두터운 도다리로 끓여야 국물 맛이 깊은데 2월 도다리는 뼈째 썰어먹는 ‘세꼬시’용이다. 육지에서 늦은 쑥이 나오는 4월 초순 도다리가 더 뭉근한 맛이 나온다는 얘기다. “살갗이 거칠거칠한 옴도다리가 최고지요. 지금은 비싸기도 하거니와 구하기 힘들어요. 바닥부터 싹 쓸어 올리는 고대구리 배로 조업할 때는 싸고 많았는데, 이 옴도다리로 끓인 쑥국의 깊은 맛은 궁중음식 부럽지 않습니다.” 4월로 가야 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멍게 때문이다. 이때가 돼야 멍게가 속이 차기 시작하니 도다리쑥국과 더불어 멍게 비빔밥을 맛봐야 통영이 시리게 다가올 테니까. 거개는 멍게 비빔밥이 생물인 줄 알지만 제법 알려진 주방에선 속과 향이 그렁그렁한 ‘그해 5월 것만’ 쓴다. 숙성해놓고 1년을 사용한다. 그러지 않으면 특유의 향이 적다. 갓 건져낸 멍게는 미끌미끌하여 밥과 겉돌아 비벼지지 않는다. 간을 하여 숙성시키면 참기름만 얹어 내도 그 향이 몇 시간 입안에 머문다. 멍게 비빔밥에 유곽을 넣는 곳도 있다. 유곽 얘기가 나오자 커피 집에서 만난 최진혁(62)씨의 눈빛이 촉촉해진다. 어머니 손맛이 떠올랐던가 보다. “유곽은 손이 많이 가서 예로부터 제법 사는 집이 아니면 해먹지 못하던 음식이에요. 개조개를 다져 된장에 물기 없게 볶아 내지만 본래는 개조개 외에도 돼지고기나 소고기, 게살을 함께 썰어 넣었어요. 여기에 방아이파리가 들어가야 합니다. 다시 개조개 뚜껑에 담아 숯불에 구워 낸 것이 정통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해내는 집이 없어요.” 도다리쑥국 나오는 집은 어김없이 졸복국을 낸다. 졸복은 크기가 작아 독을 손질하려면 애통 터지는 생선이다. 한 입 크기다. 하지만 속 달래는 데 미나리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 졸복국만한 것이 없지 싶다. 또 통영 대표음식 시락국은 장어머리를 푹 고아 시래기와 된장을 넣고 끓여낸 건강식이다. 방아이파리나 부추를 듬뿍 얹어 먹는다. 500원에서 시작한 시장밥상이었으나 지금은 4000원이다. 밥 말아 뚝딱 비우게 되는데, 혼자라도 외롭지 않은 밥상이다. 서호시장의 시락국 전통은 반찬이 뷔페식이다. 찬 통에서 스스로 덜어 먹는데 가짓수가 10여개는 된다. 그 외에도 어부들의 점심이었던 충무김밥이며 우짜, 꿀빵 등 종일 입에 달고 다닐 만한 ‘한 끼형 간식’이 수두룩하다. 먹을 것 천국이다. 배를 꺼트리기 위해 산책을 나선 길은 곳곳이 ‘꽃 편지’다. 통영의 바람은 너무나 달아서, 동백꽃처럼 붉어서 사랑도 피우게 되었으니 먼저 간 풍류객들 동선을 따라 가는 것도 봄날의 애상이지 싶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귤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을 듯’한 그녀 ‘경련’을 기다린 백석의 시가 핀 충렬사 계단이나 청마 유치환이 ‘정운’의 맘을 얻기 위해 5000여통의 시를 부쳤다는 중앙우체국에서 ‘행복’이라는 시비를 읽어보는 일은 애잔한 즐거움이다. 잠시 스쳐간 사랑의 상처로 동네사람들에게 미움을 사 끝내 명정동에 안기지 못한 박경리의 아리고 쓸쓸한 이야기들이 골목마다 숨어있는 곳이 통영이고 보면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도 연정이 묻어난다고 우겨도 될 법하다. 해는 길어지고 도다리는 살찌고 있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 marrian@naver.com
  • 해장위해 굴 사먹던 남자 ‘희귀 진주’ 발견 대박

    해장을 위해 굴을 사먹던 남자가 희귀한 자연산 진주를 발견하는 횡재를 안았다. 최근 영국 남서부 콘월에 사는 제임스 험프리즈(34)는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프자 집 근처 생선가게를 찾아 굴을 사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굴 중 하나를 맛있게 먹던 순간 입 안에 무엇인가 단단한 돌 같은 이물질이 걸렸다. 험프리즈는 “처음에 단순한 돌로 생각하고 손가락으로 빼냈는데 무엇인가 동그란 물체였다.” 면서 “한눈에 보통 물체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 이 물체의 정체는 바로 자연산 진주였다. 국립 해양 박물관 폴 콕스 박사는 “보통 진주 조개에서 자연산 진주가 발견되는데 참굴에서 발견되는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면서 “약 1백만 분의 1 확률로 험프리즈가 대박을 맞은 것” 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보석 업자도 “굴 속에서 나온 이 희귀 진주는 광채도 좋아 정확한 가격을 산정하기는 힘들지만 매우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뜻하지 않게 대박을 맞은 험프리즈는 “행운을 안겨준 이 진주를 당분간 팔 생각은 없다.” 면서 “숙취로 인한 두통이 말끔히 사라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인터넷뉴스팀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2)울릉도 홍합밥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2)울릉도 홍합밥

    배는 어제도 오늘도 못 떴다. 겨울 뱃길을 예상 못한 것은 아니나 포항까지 내려와 발이 묶이니 속수무책이다. 어쩌랴. 과메기에서 대게, 모리국수, 물회, 고래 고기까지 포항의 맛을 샅샅이 뒤지면서 눌러앉을밖에. 하지만 맘은 종일 동쪽 바다를 떠다녔다. 사흘째 되던 날 아침 7시. ARS를 확인하니 반가운 출항 소식이다. 들어가기만 하면 섬이 날 한 달쯤 묶어 놔도, 다방 언니들 뒤태만 보며 빈둥거려도 버틸 자신이 있노라고 애써 자신을 다독였다. 배는 떴고 낙엽처럼 찰방거렸으며 속은 어김없이 뒤집혔다. 혼이 쏙 빠져나갔다. 5시간을 흔들려 도동항에 사람을 부려 놓은 배는 그만큼의 사람을 싣고 육지로 사라졌다. 허탕 친 것을 따져 보니 3전 4기, 눈물의 울릉도다. 벌써 해가 진다. 홍합밥을 지으려면 30여분 걸리니 미리 주문해 놓기 위해 밥집을 점검하던 난 아찔해졌다. 귀를 의심했다. 소위 ‘맛있는 집’ 주인들은 모조리 ‘미안하다’며 육지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육지로 겨울 휴가를 떠나고 난 먹자고 섬에 들어온 것이다. 그러니 귀엣말 한마디 하자면 당신은 겨울 지나 춘삼월 산나물이 올라오거든 꽃대처럼 이 섬에 밀고 들어오시라, 제발. 이튿날. 머구리 다이빙을 한다는 이름도 기이한 김울릉씨를 급하게 수소문했다. 울릉도의 첫 목적인 제대로 된 홍합밥을 짓기 위해서다. 그가 사람 얼굴만 한 홍합의 서식처를 알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울릉도 홍합은 크기도 하거니와 삐들삐들 말린 후 잘게 다져 밥을 지으면 바다 향이 그윽하게 배고 그 색이 마치 치자 열매처럼 붉다. 씹는 질감이 쫄깃하여 삶으면 살이 물러지고 허연 육지의 것과는 다르다. ‘열합’ ‘참담치’라고 불리며 껍데기에는 해초와 바다 생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해녀나 잠수부들이 수심 20m 이상 들어가야 잡을 수 있다. ’산속 미나리’ 전호나물…밥상 한가득 봄마중 어렵게 연결된 그는 “겨울이고 풍랑이 일어 물속에 들어갈 수 없다”는 대답만 들려줬다. 그러니 겨울 홍합밥은 늦가을에 손질하여 바닷물을 섞어 얼려 둔 냉동이다. 6대째 뱃일을 하고 있다는 한 울릉도 토박이는 “본래 홍합밥은 지금의 형태와는 좀 다르다”고 말해줬다. “여름이면 동네 사람들이 바닷가로 물놀이를 갑니다. 솥을 하나 들고 가요. 지금은 큰 것 따려면 몇십m 들어가야 하지만 그 시절엔 얕은 곳에 흔했어요. 가져간 쌀을 솥에 넣고 홍합 큰 것만 다져 넣어 밥을 짓습니다. 한참 물에서 놀다가 허출하면 올라와 밥을 퍼먹고, 밥을 다 먹으면 자잘한 홍합을 삶아 먹고 놀았죠. 그게 홍합밥의 시작이에요.” 어렵게 성인봉 들어가는 절집 입구 식당에서 이름 알리기를 싫어하는 토박이 아주머니가 주는 울릉도 홍합밥을 맛보았다. 빨간 홍합을 잘게 썰어 찹쌀과 멥쌀, 간장, 참기름을 넣고 향긋하게 지어 낸 진짜 토종 홍합밥이다. 밥 그릇 가득, 홍합이 봄꽃처럼 박혔다. 곱다. 흔히들 밥 위에 김 가루를 뿌리지만 난 칼국수든 만둣국이든 얼버무리듯 재료의 맛을 ‘한통속’으로 몰아가는 그 검은 가루가 못마땅하다. 내놓은 양념간장도 뒤로 밀어 뒀다. 오직 차진 밥 사이로 씹히는 붉은 홍합의 단순한 바다 향을 느끼기 위해 모진 파도를 뚫고 이 섬으로 숨어들었으니까. 그렇게 밥 한 그릇의 미학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곁들여 내온 돌미역국에서 울릉도의 푸른 바다가 드러나고 붉게 박힌 홍합에 한 머구리 인생이 자글자글 뜸 들었을, 심심하고 고소한 밥. 한 수저, 다시 한 수저… 밥알 사이로 졸깃하게 씹히는 낯선 질감이 즐겁다. 막 눈을 뚫고 나온 울릉도 첫 봄나물인 전호나물을 얹어 먹는다. ‘산속의 미나리’로 불리는 전호나물의 진한 향기가 섞이면서 밥상은 풍만한 봄이다. 단순하지만 산과 바다, 그리고 땅의 기운이 깃든 이 음식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생명의 밥상이 아닐까. 상을 돌보던 아주머니의 나물 자랑이 대차다. “울릉도 사람들은 봄이 되면 된장과 밥만 싸들고 산속으로 들어갑니다. 산마늘(명이나물), 부지갱이나물, 삼나물, 우산나물, 미역취… 지천이 나물이니 허기지면 막 딴 나물에 그냥 된장을 얹어서 먹어요. 그 맛을 육지 사람들은 상상 못 하죠.” ’벚꽃 같은 마블링’ 약소고기…입에서 춤춘다 사람만 호강하는 것이 아니다. 울릉도의 소 또한 이런 약초를 먹고 자라니 ‘약소’라는 별칭이 붙었다. 여름에는 자생한 약초를 뜯게 하고 겨울에는 이 약초들을 말려 약간의 사료와 혼합하여 먹인다. 마침 약소 고기를 전문적으로 내놓는다는 남양의 고기 집을 들렀다. 하얗게 핀 꽃등심 마블링이 황홀하다. 살짝 불 맛만 들여 소금에 찍어 먹으니 가히 환상적이다. 동일한 조건의 육지 고기보다 씹히는 질감이 강한데 이는 사료를 많이 쓰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새콤달콤한 산마늘로 쌈을 싸니 궁합이 기막히다. 하지만 울릉도에 와서 오징어를 먹지 않는다면 반쪽 맛 기행일 것이다. 이른 아침. 저동항으로 달려갔다. 울릉도 8경 중 저동어화(苧洞漁火)가 있다. 밤바다 오징어 잡이 배의 집어등이 꽃처럼, 반딧불처럼 밝혀져 아름답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 치열한 밤을 보낸 배들이 들어오는 시간이다. 야들한 오징어내장국…아낙 치마폭에 싸인 듯 따로 모아 둔 오징어 흰 내장은 울릉도 사내들을 아내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 기막힌 술국 재료다. 무를 넣고 하얗게 끓여내는데 그 시원함은 밤새 시달린 속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오징어내장탕의 비결은 내장을 소금 간 하여 약 1주일 정도 숙성시키는 데 있다. 그래야 떫고 쓴 맛이 빠져 달아진다. 국 이외에도 내장에 된장과 고추, 마늘 등을 넣고 자박자박 지진 후 겨울 납닥배추(노지배추)에 얹어 먹는 쌈이 있다. 화장실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언덕 숙소에서 배가 안 떠 근 일주일을 머물렀다. 여행이란 때론 기약 없이 발길을 잡는 어긋남과 돌발성이 있어야 두고두고 곱씹을 사연이 생기는 것이니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울릉도는 딱 사흘 잡고 들어가 일주일을 먹고 나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식도락 감옥’이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 marrian@naver.com 여행수첩 (지역번호 054) →가는 길 울릉도는 연중 100일은 배가 못 뜬다고들 한다. 기상 악화로 그만큼 결항이 잦다. 3박 4일 일정이라면 일주일 정도 여유를 갖고 떠나는 것이 좋다. 출항정보 http://www.ulleung.go.kr/tour. →계절맛집 도동 ‘보배식당’(791-2683, 홍합 밥), 남양 ‘상록식육식당’(791-7706, 약소), 도동 ‘향우촌’(791-8383, 약소), 천부 ‘신애분식’(791-0095, 따개비칼국수), 도동 ‘바다회센터’(791-4178, 오징어내장탕), 도동 ‘99식당’(791-2287, 약초해장국), 나리분지 ‘산마을식당’(791-4634, 산채나물).
  • [14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뜨거운 해장국에 밥 한 그릇 말아 깍두기 한 조각 얹어 한 입 가득 떠 넣으면 아무리 매서운 추위도 순식간에 잊을 정도로 거뜬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가락시장의 불빛은 밤새도록 꺼질 줄 모른다. 밤을 낮처럼 살아가며 세상을 깨우는 가락시장 사람들의 해장국 이야기를 들어 본다. ■삼생이(KBS2 오전 9시) 삼생(홍아름)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한의대에 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동우는 삼생을 나무라며 대신 창희의 공납금을 마련해 창희에게 건네 준다. 한편 지성은 한의대에 가지 않겠다는 삼생에게 오히려 잘 생각했다며 삼생을 비웃고, 이에 삼생은 동우와 지성 두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 아파한다. ■불만제로 UP(MBC 밤 8시 50분) 대표적인 전통 보양식 설렁탕. 최근 단가를 맞추기 위해 호주산·미국산 사골을 많이 쓰지만 한우만 고집하는 집들도 있다. 30년은 기본인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명 설렁탕집들도 있다. 이곳은 사골 국물 맛의 깊이가 달라 한우만 사용한다고 밝혔다. 과연 한우만 쓴다는 말은 사실일까.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0분) 오른쪽과 왼쪽의 얼굴이 너무 다른, 마치 아수라 백작의 얼굴을 가진 할아버지가 있다는 제보에 달려간다. 할아버지의 오른쪽 얼굴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게 없었지만, 왼쪽 얼굴은 점점 형태가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는데…. 아수라 백작 할아버지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EBS 가족건강 프로젝트(EBS 밤 7시 35분) 중학생이 되며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지연이는 초기 치료는커녕 앞머리로 가리고 다니며 여드름을 감춰 왔다. 그렇게 이마부터 하나, 둘 올라오던 여드름은 고 3 스트레스를 받으며 심각하게 얼굴 전체로 번지고 말았다. 프로그램에서는 여드름의 원인과 여드름 치료를 위해 지켜야 할 수칙 등이 소개된다. ■생방송 OBS 2부(OBS 오전 7시) 특별기획으로 준비한 코너 ‘희망 2013 지자체장에게 듣다’에 김선기 평택시장이 출연한다. 방송을 통해 시민 모두가 행복한 일류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2020년 인구 100만 대도시를 향한 평택시의 소망 실현 준비과정을 들어 본다. 주거, 교육,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 “선진국 양적완화 숙취를 해장술로 푼 격”

    “선진국 양적완화 숙취를 해장술로 푼 격”

    하성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선진국의 양적 완화에 대해 “체질 개선 없이 숙취를 해장술로 넘기려는 노력이 대부분”이라며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 등의 경기 회복 발언을 반박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하 위원은 28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요국들의 거품 붕괴 과정”이라며 “그 후유증을 된통 치르고 있는 중”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숙취가 심하면 오래가듯 쉽게 해소되지 않는 법”이라면서 “(후유증 치유에) 새로운 거품으로 대응함에 따라 사실상 숙취를 해장술로 푼 격”이라고 비판했다. 하 위원은 대내외 위기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주요국들이 위기 해소 과정에서 만들어낸 거품이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국제금융환경 변화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다시 불붙은 환율전쟁으로 불안요인이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나마 물가가 안정적이지만 우리 사회에 인플레 바이어스(성향)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고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불안요인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1)제주 꿩·메밀 요리

    [손현주의 계절 밥상 여행] (1)제주 꿩·메밀 요리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꼭 챙기는 것이 바로 그 지방의 대표 음식과 맛집입니다. 그만큼 맛집 순례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 음식평론가이자 여행작가인 손현주씨가 1월 제주도의 꿩과 메밀을 시작으로 매달 셋째 주 목요일에 계절 따라 지역별로 맛볼 만한 제철 음식을 엄선해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한라산에 눈이 고봉밥처럼 쌓였다. ‘직, 지익’ 빌린 소형 승용차의 라디오는 어떤 주파수도 잡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차는 어느새 중산간을 지나 서귀포로 접어들었다. 노란 귤 밭이 더러 남아 있다. 빨간 열매를 매달고 크리스마스 병정처럼 서 있는 가로수를 보니 더럭 반갑다. 문득 그녀와 주고받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무 이름이 뭐예요?” “먼나무.” “뭔 나무냐고요?” “먼나무라니까.” 허허, 서귀포를 촘촘히 수놓은 그 가로수 이름이 먼나무란다. 근래 ‘식탐’이라는 책을 쓴 ‘올레 개척자’ 그녀와 난 미식의 경계에서 죽이 잘 맞았다. 그러니 제주에 가면 포식자처럼 바닷가에서 산허리로 별난 식재료를 찾아 기웃거리거나 밤늦게까지 맛 유람기를 읊어댔다. 어떤 날은 오후에야 문을 여는 게으른 ‘봉수네 식당’ 구석방에 앉아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 전통 돼지족탕에 감읍했고, 문섬 위로 달이 차올라 싱숭생숭한 날은 제주의 푸른 밤 유화가 걸린 그녀의 낡은 아파트에서 애술 언니가 담가준 기막힌 파김치에 막걸리 통을 비웠다. 이번 제주여행 또한 그 변주를 넘어서지 않았는데, 촉수에 잡힌 것은 마라도의 끝물 방어다. 물 좋아 젓가락으로 집으면 조릿대처럼 낭창거리는 붉고 기름진 선어의 향연을 맛보지 않고 어찌 모슬포의 겨울을 이야기할까. 하필 이름도 기이한 제주 여인 묘생씨가 옆자리에 앉았고, 토박이 식도락 기담은 밤새 냄비뚜껑처럼 벌름거렸다. “말도 마시라, 애 낳았는데 시어머니가 메밀자베기(수제비) 달랑 두 번 끓여 주더라고. 성에 안 찼지. 메밀가루 한 말을 구했어. 이레를 끼니마다 한 낭푼씩 먹고 나니 기운이 돌더라. 요리랄 것도 없어.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서 끓는 물에 수저로 뚝뚝 떼어 넣으면 돼. 지금도 제주 산모들은 땀 뻘뻘 흘리며 메밀자베기를 퍼먹어야 젖이 돌고 기운을 차린다고 생각하지.” 허니, 제주의 겨울 맛은 메밀이야기로 풀렸다. 메밀의 걸쭉한 점성이 산모의 젖을 풍부하게 해 주고 피를 맑게 해 주기 때문에 제주 여인들은 미역국과 더불어 산후 조리식으로 메밀수제비를 먹는다는 것이다. 중산간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메밀은 제주 음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의 구황작물이다. 심한 흉년이 들면 메밀대를 삶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랬고, 뜨거운 물에 타면 바로 식사대용 비상식량이었다. 꿩메밀칼국수, 꿩만두, 빙떡, 메밀수제비, 메밀고구마범벅, 메밀칼국 등 이 일상의 음식들은 모두 메밀이 섞이고 어우러지며 긴 시간 배고픈 제주를 먹여살렸다. 잔칫집에서 빠지지 않는 몸국(돼지고기 삶은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국)이나 고사리육개장, 순댓국에도 어김없이 메밀가루가 들어간다. 국은 걸쭉하여 따로 밥을 먹지 않아도 한 끼 식사가 될 만큼 포만감이 있다. 이튿날 오전. 비자림 입구에서 제주시 쪽으로 식당을 옮겨 왔다는, 제법 알려진 꿩과 메밀요리 전문점을 찾아갔다. 빙떡과 꿩만두, 꿩메밀칼국수까지 오달지게 주문했다. 빙떡은 본래 명절 때 나눠 먹는 전통음식이다. 역사가 700년이나 되었다면 믿어질까. 철판에 잽싸게 지져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먹는 일만큼이나 노독을 풀어주는 흥밋거리다. 할망은 묽게 갠 메밀을 한 국자 얹어 손바닥만 한 피를 만들고, 데친 무채를 얹어 빙빙 굴렸다. 양 끝을 꾹 눌러 완성시킨 빙떡은 마치 멍석을 말아 놓은 듯 가지런하기까지 하다. 모양이 길쭉하다. 좀 식혀 귀퉁이를 베어 물었다. 부드럽다. 메밀의 담백한 맛과 무채의 시원함이 어우러져 풍미가 독특하다. 삼삼하다. 이것이야말로 고향을 떠나온 도회인들이 영혼을 부릴 수 있는, 만화영화 ‘라따뚜이’에서 평론가 안톤 이고를 감복시킨 어머니의 손끝 맛이 아닐까. 설설 국물이 끓고 할머니의 꿩 이야기는 과거로 흘러 들어갔다. “지금이야 사육이지만 예전에는 늦가을부터 사냥을 했어요. 어떤 마을은 개를 앞세워 수십 명이 패를 만들었죠. 그런 날은 무 나박나박 썰어 넣은 꿩국을 맛봤고, 메밀반죽 넓게 썰어 넣은 꿩칼국은 겨울 별미였어요. 잡은 꿩을 눈밭에 툭 던져 놨다가 꽁꽁 얼려 가슴살로 육회를 해먹어요. 꾸들꾸들 말린 육포는 술안주로 최고였죠.” 메밀 피에 꿩고기와 야채를 얹어 꿩만두를 빚고, 샤부샤부처럼 데쳐 먹는 꿩 토렴은 그야말로 제주의 오랜 풍습이 깃든 세시음식이다. 제주만의 꿩엿은 어떤가. 꿩 살코기 쭉쭉 찢어 넣고 국물까지 포함시켜 엿을 고았다.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물질하는 해녀나 노인들의 보양식으로 최고였다. 여행 마지막 날, 동문재래시장에 들렀다. 꿩과 메밀요리로 입소문난 골목식당 안일수(58)씨를 만나기 위해서다. 테이블 6개의 좁은 공간에서 안씨는 구이용 꿩을 다듬고 있었다. 가게는 40년 됐지만 15년 전 물려받았다고 한다. 부엌이 두어 평이나 될까. 손잡이가 떨어져 나간 들통에서는 꿩 육수가 끓고 있었다. 꿩메밀칼국수를 주문했다. 투박한 메밀덩어리는 도마 위에서 순식간에 재단되었고, 육수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메밀가루가 상으로 올라오기까지 그 시간은 짧고 일정했으며 단단했다. 국수 한 그릇의 미망은 컸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수저부터 들었다. 여전히 낯설다. 국물을 한 술 떴다. 맛이 깊다. 베지근하다는 제주 사투리는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국수를 젓가락으로 어설프게 건져 본다. 뚝뚝 끊어진다. 그러니 순수 메밀칼국수는 수저로 퍼 먹어야 옳다. 담백하지만 텁텁하다. 고기 살점이 씹히면서 특유의 꿩 향이 난다. 우리의 미각은 보수적이어서 추억과 경험에 의존해 판단하려는 경향 때문에 꿩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가 살갑지는 않은가 보다. 비리고 날것투성이인 시장통을 빠져 나오니 눈발이 성기게 흩날린다. 그런데 모를 일이다. 비행기를 타고 본토로 돌아오는 동안 왜 그 국물이 자꾸만 떠오르던지. 단순하고 정갈한 과거의 맛. 몸을 순화시키는 편한 맛. 이 영혼을 벼리는 국물이야말로 생명의 음식이고 팍팍한 일상의 기갈을 풀 힐링 푸드 아닐까. 정초부터 꿩메밀국수에 단단히 홀렸다. 글 사진 손현주 음식평론가·여행작가 [여행수첩] 바람 많은 제주의 겨울은 만만치 않다. 바람막이 등 옷을 든든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 눈 소식이 있으면 한라산 어리목 입구만 가도 기막힌 설경을 만끽할 수 있다. 공항까지 차로 25분. 동문재래시장 입구에 빙떡 파는 포장마차가 있다. →계절맛집 동문재래시장 ‘골목식당’(757-4890, 꿩메밀칼국수, 꿩샤부샤부, 꿩구이), 제주시 이도2동 ‘비자림꿩요리전문점’(783-3888, 꿩메밀칼국수, 꿩만두, 빙떡, 꿩샤부샤부), 제주시 구좌읍 ‘제주민속식품’(782-1500, 꿩엿, 전복엿, 감귤해초잼) →추천맛집 ‘봉수네식당’(763-5164, 돼지족찜, 고기국수), 표선면 ‘가스름식당’(787-1163, 토종흑돼지 삼겹살, 돼지고기 두루치기, 전통 순댓국과 몸국), 대정읍 ‘산방식당’(794-2165, 수육과 밀면, 이상 서귀포시) 제주시 삼도동 ‘미풍해장국’(724-8867, 중독성 강한 선지해장국)
  • 진~한 세월 담은 은호식당 등 4곳 맛 지킨다

    진~한 세월 담은 은호식당 등 4곳 맛 지킨다

    중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인 은호식당이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됐다. 구는 7일 남창동 은호식당과 진주집, 명동 할매낙지, 충무로1가 전주중앙회관 등 오래된 한식당 4곳을 모범음식점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구는 이들 식당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중순 현장 방문해 모범업소 육성과 노후 시설물 개보수 계획 여부를 점검하고 융자 지원 등을 안내했다. 남대문시장 내에 있는 은호식당은 1932년부터 80년간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다. 처음에는 해장국으로 유명했지만 가게를 찾는 고위 공직자들을 대접하기 위해 만든 꼬리곰탕이 유명해지면서 꼬리곰탕 명가가 됐다. 구는 이처럼 오래된 한식당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전통 한식 문화를 보호하고 위생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차적으로 모범음식점 지정을 추진했다. 오래된 음식점 4곳과 함께 31곳도 신규 모범음식점으로 지정받았다. 모범음식점으로 재지정받은 223곳을 포함해 지역 내 모범음식점 수는 모두 258개가 됐다. 모범음식점들은 식품진흥기금을 우선적으로 융자받을 수 있다. 세금 감면과 1년간 위생검사 면제 혜택도 받는다. 모범음식점 표지판을 부착할 수 있고 다양한 인센티브 물품을 지원받는다. 지난해 한식재단에서 발표한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 가운데 지역 내 한식당 13곳이 포함됐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로, 모두 50년 이상 된 곳이다. 최창식 구청장은 “오래된 한식당과 모범음식점에 대한 홍보와 지원을 강화해 주변 다른 음식점의 위생 상태가 모범음식점에 버금가는 수준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사설] ‘폭설 人災’ 막으려면 매뉴얼부터 재정비해야

    남부지방에 내린 폭설로 ‘교통 대란’이 발생하는 등 도시 기능이 마비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 동서고가도로는 제설작업이 늦어져 출근길 2㎞를 통과하는 데 2시간이 걸렸고, 부산~김해 간 경전철은 선로에 쌓인 눈 때문에 90분간 운행이 중단됐다. 주요 도시의 기간교통망 사정이 이럴진대 이면도로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오죽했을까. 눈을 보기가 힘든 남부지방에 최근 몇년 새 폭설이 잦아졌다. 지난 2010년부터 해마다 한 차례 이상 큰눈이 내리고 있다. 이번에도 경남은 10~20㎝, 대구는 2000년 이후 최고인 12.5㎝의 적설량을 보였다. 겨울철 기상 패턴이 바뀐 만큼 남부지방의 폭설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폭설 앞에 지방자치단체가 구비한 포클레인 등 중장비와 염화칼슘, 모래 등 기존 제설수단은 별 소용이 없었다.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했다. 부산시의 경우 비상시에 동원하는 장비는 굴착기 40대, 덤프트럭 43대, 청소차량 200대 정도가 고작이라고 한다. 서울시의 경우처럼 제설 차량을 갖춘 남부지방의 지자체는 아예 없다. 이들 지자체의 재해장비는 폭설이 잦은 서울시 등과 달리 우선순위에 밀려 구입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지자체는 이번 폭설 대응에서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기상 상황과 교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 수 없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예컨대 스마트폰을 이용해 폭설 상황을 점검할 수도 있는데 홍보는 ‘깜깜이´였다는 것이다. 물론 폭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부족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발적으로 눈을 치우는 주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부지방의 폭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차제에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는 모든 지자체의 제설 관련 예산을 점검하는 한편 재난 대응 매뉴얼도 꼼꼼히 다시 살펴보기 바란다.
  • [커버스토리-대한민국 대통령의 모든 것] 외부 행사 이동 수단은

    [커버스토리-대한민국 대통령의 모든 것] 외부 행사 이동 수단은

    대통령이 청와대 밖으로 나갈 때는 어떤 이동수단을 이용할까.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때는 전용기를 타고 간다. 전용기로는 공군 1, 2호기가 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2015년 3월까지 장기 임차해 쓰고 있다. 공군 1호기의 편명은 ‘KAF(Korean Air Force) 001’. 공군 1호기는 보잉 747기종으로, 기내에 회의실과 휴게실, 대통령 전용공간과 기자회견 공간까지 완비되도록 개조했다. 이코노미석도 앞뒤 간격을 넓혔다. 공군 2호기는 보잉 737-300 기종으로, 중국과 일본 등 가까운 곳을 갈때 이용한다. 국내 지방에 갈 때도 2호기를 탄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월 독도를 전격 방문했을 때도 2호기를 띄웠다. 이 전용기는 150명까지 태울 수 있으나, 현재는 대통령 회의실과 취침실 등으로 개조해 50여명만 탈수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달 초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셈(ASEM) 정상회의에 참석할 때도 2호기를 빌려서 타고 나갔다. 대통령이 타는 전용 차량은 메르세데스 벤츠 S600 풀맨 가드(Guard)와 개조한 에쿠스 리무진이다. 벤츠 S600은 방탄타이어를 갖췄고 타이어 4개 모두 펑크가 나도 시속 80㎞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차는 1998년 조지아 대통령의 전용차로 쓰일 때 로켓탄 공격으로부터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목숨을 구해 진가를 인정받았다. 이 대통령은 최근에는 주로 에쿠스 리무진을 이용한다. 이 대통령은 지방행사에 갈 때는 전용차량보다는 전용 대형버스를 타고 가는 경우가 더 많다. 대통령 전용헬기도 1, 2, 3호기 3대가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미국 시콜스키사의 S92 3대를 들여왔다. 가격은 1300억원으로, 대당 400억원이 넘는다. 항속거리 702㎞, 최대 시속 295㎞, 길이 13.3m, 높이 6.4m로, 14~18명이 탈 수 있다. 각종 공격에 대비한 레이더 경보수신기와 적외선 방해장치, 미사일 추적 기만 장치, 디지털 자동조종장치를 갖추고 있다. 대통령은 지방에 갈때는 공군 2호기 대신 대통령 전용 KTX열차를 이용하기도 한다. 일반 KTX를 개조한 것으로 회의공간 등을 따로 갖췄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월 방한한 미얀마의 테인 세인 대통령이 경남 진해 STX조선소를 방문할 때 전용 KTX열차를 이용하도록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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