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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추운 날씨의 보양메뉴 추어탕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추운 날씨의 보양메뉴 추어탕

    추어탕은 원래 여름에 지친 몸을 위한 가을의 음식으로, 미꾸라지를 쓴다. 미꾸라지 ‘추’(鰍)자는 ‘고기’(魚)와 ‘가을’(秋)이 합해진 글자다. 추어탕 재료는 미꾸라지 또는 미꾸리인데 비슷하지만 다른 종류로, 미꾸라지는 약간 납작하고 미꾸리는 둥그스름하다. 지금은 더 빨리 자라는 미꾸라지를 많이 쓴다고 한다. 미꾸라지는 강이나 논에서 흔히 잡히므로, 태생적으로 추어탕은 서민음식이다. 문헌에서는 원기를 돋우는 보양식, 속을 편하게 하는 건강식 등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밖에도 피부 미용, 노화 방지, 성인병 예방 등 현대인들을 위한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어탕은 지방마다 레시피가 달라 그에 따라 각기 특색이 있다. 경상도에서는 푹 삶은 미꾸라지를 으깬 후 배추, 숙주, 토란대 등을 넣고 끓이다 파, 마늘, 고추양념과 방앗잎, 산초를 넣는다. 국물을 맑게 끓이는 스타일이다. 전라도에서는 된장, 시래기, 들깨가루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인 다음 부추, 산초를 더한다. 서울에서는 사골 우린 국물에 삶아 놓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고춧가루, 두부, 버섯, 파 등을 추가해 끓인다. 서울식은 ‘추탕’이라 부르기도 한다. 강원도식은 감자, 미나리 등을 넣고 고추장을 풀어 빨갛게 끓인다. 그러나 전국 음식이 된 지금은 지방보다는 식당에 따라 특별한 맛을 선보이고 있다. 추어탕은 전국적으로 사랑받는 메뉴여서 인기 있는 맛집 또한 곳곳에 포진해 있다. 덕수궁 뒤편 정동극장 옆 골목길에 40년 넘는 관록의 추어탕 집 ‘남도식당’이 있다. 이 주변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추어탕 마니아들은 다 아는 집으로, 점심 때는 식당 밖으로 길게 줄이 이어진다. 한꺼번에 들어가 앉으면 주문 없이 단일메뉴인 추어탕을 내어 준다. 전라도식으로 국물 맛이 진하며, 갈아서 나온다. 하나은행 본점 뒤편에는 1932년 문을 연 서울식 추탕집 ‘용금옥’이 있다. 육수에 유부, 작은 두부 등을 넣어 끓이는 탕으로, 모습은 육개장을 연상케 하지만 국물 맛이 부드럽다. 탕에 들어가는 국수사리도 특색 있다. 서울식은 원래 미꾸라지를 ‘통으로’ 끓여내지만, 이 집에서는 ‘갈아서’도 준다. 옛날에는 냄비에 나왔으나 이젠 뚝배기를 쓴다. 좁은 골목길에 자리잡고 옛 모습으로 단골을 반겨 주는 집이다. 젊은 주인장이 주방 입구에서 직접 추어탕을 끓이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원주 추어탕‘은 강남 교보타워 길 건너편에 있는 1977년산 추어탕 전문가게다. 테이블에서 아주머니가 추어탕을 작은 솥에 직접 끓이면서 요리해 주어 남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맑은 추어탕이 아니고 된장을 풀어 진하고 걸쭉한 스타일이다. ‘통마리’, ‘갈아서‘ 모두 가능하다. 매콤한 파김치, 시원한 동치미도 좋다. 원주집이지만 일반적인 강원도식과는 달리 고추장을 넣지 않는다. 24시간 영업한다. 여의도 미원빌딩에는 전직 대통령 등 유명 정치인들이 다니던 추어탕집이 있다. 옛날 마산식으로 요리하는 추어탕이라고 해서 상호가 ‘구마산’이다. 삶은 미꾸라지를 갈아서 체로 받쳐 내고, 된장국물에 배추우거지를 많이 넣고 맑게 끓이는 경상도식이다. 미꾸라지 맛에 익숙하지 않은 추어탕 아마추어에서부터 프로까지 골고루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추어탕은 보양, 해장을 겸하는 맛깔난 한 끼로 손색 없는 메뉴다. 이제 가을뿐 아니라 계절에 관계없이 전국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날씨가 차가워야 제격이다. 전 금융위원장·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
  • [메디컬 인사이드] 송년회 폭음은 ‘腸폭탄’…믿을 건 안주뿐

    [메디컬 인사이드] 송년회 폭음은 ‘腸폭탄’…믿을 건 안주뿐

    음주 전 달걀·우유·생선 등이 좋고치킨·삼겹살 등 기름진 음식 피해야하루 1잔 마셔도 식도암 30% 증가과음 후 꿀물 마시면 수분·당 보충 본격적인 송년회 시즌을 맞아 괴로움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습니다. 과음하고 다음날 출근했다가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기도 합니다. ‘술을 많이 먹으면 간(肝)이 탈 난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장’(腸)도 만만치 않은 내상을 입기 때문입니다. 18일 전문가들을 만나 ‘음주 전·후 장 건강 지키는 법’을 들어봤습니다. ‘술 마실 때 음식을 같이 먹어야 한다’는 말들을 많이 하지만 실제 회식 자리에서는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한다’며 음주 초반에 안주를 덜 먹기도 합니다. 이는 소화기 건강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숙취를 예방하고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음주법에 대해 ‘채우고’와 ‘피하고’를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음주 전 가벼운 식사로 배를 채우는 것이 좋다”며 “공복일 때 알코올은 위에서 100% 흡수되지만 음식물이 있을 때는 최대 50%까지 흡수율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알코올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미리 속을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알코올만 들이켜면 다음날 허기가 져 더 많은 음식을 먹게 되고, 이는 비만 위험을 높입니다. 김 교수는 “알코올이 포도당 합성을 방해해 혈당이 떨어지고 또다시 음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술 마시면 담즙 분비 줄어 음식물 흡수력 저하 과음한 뒤 나타나는 설사 증상은 의학용어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합니다. 복통·변비 증세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는 소화기능과 관계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술에 있는 알코올은 담낭에서 분비돼 지방의 소화를 돕는 담즙 분비를 감소시키고 음식물의 장내 흡수율을 떨어뜨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과음 다음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복통을 느끼며 화장실을 찾는 이유입니다.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알코올이 위 점막과 대장 점막을 직접 손상시키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 환자는 술을 계속 먹으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 때문에 무조건 음주량을 줄여야 합니다. 음주 전에 섭취하면 장 건강에 좋은 음식은 달걀, 치즈, 아스파라거스, 우유, 두부, 적당량의 생선류 등이고 안주로 먹으면 좋은 음식은 과일과 채소, 주꾸미, 더덕 등입니다.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치즈, 견과류, 밀가루로 만든 빵도 알코올 흡수를 늦추지만, 많이 먹으면 비만을 일으키기 때문에 적당량을 먹어야 합니다. 치킨이나 삼겹살 등의 기름진 음식은 가급적 피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알코올이 몸에 들어가면 간에서 지방 분해는 억제하고 오히려 합성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대사가 바뀐다”며 “술을 많이 마실수록 더 많은 기름진 음식을 원하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도수가 낮은 술을 마셔야 합니다. 도수가 높은 위스키는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옆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해 술잔에 손을 대는 횟수를 줄이고, 호흡을 통해 폐에서 알코올 일부가 대사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따질 것 다 따지면서 어떻게 술을 마시냐’고 항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암 예방 수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을 예방하려면 하루 1잔의 술도 마시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 1잔의 음주로도 소화기와 관련된 구강암 발생 위험은 17%, 식도암 30%, 간암 8%, 대장암은 7% 증가한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미국 보스턴대 메디컬센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50g(소주 1병) 미만의 알코올을 매일 섭취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21%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라면·짬뽕 등 매운 해장국은 소화기에 악영향 위암의 전 단계로 불리는 ‘장상피화생’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일부는 음주로도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장상피화생은 위 점막의 상피세포가 장 점막의 상피세포 형태로 변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이 소화액을 분비하지 못하는 세포를 필요 없는 것으로 판단해 그 자리에 대신 장 세포가 자라게 하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위가 지치고 늙어 제기능을 못하는 자리를 다른 세포가 차지하는 셈”이라며 “장상피화생 환자는 위암 발생 위험도가 10~20배 높기 때문에 금주는 필수”라고 지적했습니다. 결론은 암을 예방하려면 아예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아니면 최대한 음주량을 줄여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한다면 음주 뒤 장 건강을 지키는 행동수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산 과다와 알코올로 인한 속 쓰림 증상을 중화시키기 위해 음식을 먹게 됩니다. 술을 마시면 위식도 괄약근 압력이 떨어져 구토감이 들지만 음식을 먹으면 괄약근 압력이 정상화돼 구토감이 사라집니다. 하지만 짠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 불편해집니다. 김 교수는 “특히 사람들이 선호하는 라면은 위험한 해장음식 중 하나”라며 “라면 특유의 맵고 짠 맛이 알코올로 손상된 위 점막에 자극을 주고 각종 첨가물은 알코올 해독으로 바쁜 간에 더 큰 짐을 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짬뽕이나 매운 해장국도 마찬가지로 소화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술 마시며 담배 피우면 알코올 분해력 떨어져 과음을 했을 때 가장 좋은 것은 물입니다. 전문가들은 수분 흡수를 돕는 전해질 음료나 알코올로 인해 떨어진 당을 보충하는 꿀물을 권합니다. 아스파라긴산이 듬뿍 함유된 콩나물국이나 간을 보호해 주는 ‘메티오닌’이 들어 있는 북어해장국 등 맑은 국과 밥을 함께 먹는 것도 좋습니다. 선지는 철분과 단백질이 풍부해 술독을 풀어주는 데 안성맞춤입니다. 비타민도 숙취 해소에 좋은데 감, 오이, 당근, 귤 등의 채소와 과일에 많습니다. 특히 오이는 칼륨과 수분이 풍부해 음주 시 배설되는 칼륨을 보충해 주는 좋은 식품입니다. 술을 마시면서 흡연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음주 시 담배를 피우면 간에서 알코올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또 위나 장 점막 재생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가급적 흡연과 과음을 동시에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흥이 있는 마을, 삶의 소리 엮다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흥이 있는 마을, 삶의 소리 엮다

    전남 진도의 소포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진도 읍내를 지나니 가로등 하나 없이 사위가 칠흑같이 컴컴하다. 자동차 불빛에 의지해 겨우 소포리 전통민속전수관에 도착했다. 북 장단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전수관 안으로 들어서니 30여명의 동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다음날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열리는 공연에 오르기 위한 마지막 연습 시간이다. 예술단장이 연습장에 도착하지 않아 일단은 개별 연습들을 하고 있다. 눕거나 앉아서 쉬는 때에도 간간이 한마디씩 거든다. 김장 배추와 대파 또한 소포마을의 주요 작물이니 12월 초 이곳의 한낮은 등짝 한번 바닥에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다. 피곤이 몰려들기도 하련만 낯선 이에게도 경계보다는 반갑게 손을 내민다. 평균 연령 60~70세 어머님들의 사투리가 정겹고 푸근하다. 곧 본격적인 연습이 시작됐다. 비스듬했던 어머님들이 느슨한 자세부터 바로 세운다. 언제 졸았나 싶게 소리를 내뱉는 어머님들의 목소리는 에너지가 가득하고 북채를 쥔 아버님들의 손길엔 힘이 실린다. 이내 전수관은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뜨거워진다. 진도 소포마을은 진도 읍내 서쪽 소포만을 끼고 있는 전형적인 농어촌 마을이다. 1980년대 진도대교가 생기기 전 목포~진도를 왕래하던 나루터가 있던 곳으로 인구가 1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북적이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인구 300명이 조금 넘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소포 검정쌀마을로 불릴 정도로 고소한 풍미가 가득한 검정쌀이 유명하다. 드넓게 펼쳐진 논밭 사이로 포구의 바닷물이 들어와 풍부한 해산물도 제공한다. 바다를 바로 지척에 둔 터라 바람은 제법 거세지만 포구에 내리꽂히는 햇살이 따스하다. 들판과 나지막한 산, 부드러운 포구의 풍경이 눈에 담을수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고장이다. 마을 규모는 작지만 예술에 관한 DNA는 최강이다. 마을 인구의 20%인 주민 50여명이 소포민속예술단원으로 정식 활동하고 다른 주민들도 마을 행사 때면 스스럼없이 소리 무대에 어울릴 만큼 예술적인 흥과 끼를 타고났다. 부모가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말을 익힐 무렵부터 자연스럽게 소리도 익혔다. 그렇게 익힌 소리는 커 가면서 갈고 닦인다. 기뻐도 슬퍼도 힘들어도 화가 나도 논밭에서든 집에서든 그 자리에서 소리를 풀어내며 감정을 나누고 추슬렀다. 이렇게 득도한 소리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깊어졌다. 예술단 최고령자인 한람례(84) 할머니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80여년의 삶이 그 소리에 담겨 있는 듯하다. 4~5분 짧은 순간이지만 할머니의 일생이 그 안에 있다. 그 덕에 소포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속문화 세 가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라 있다. 걸군농악을 비롯해 아리랑, 강강술래가 주인공이다. 소포리 걸군농악은 거지 행세로 농악을 치며 적의 동태를 파악해 아군에게 알려 주었던 데서 기인한 민속문화다. 강강술래가 임진왜란 때 적에게 우리 군의 위용을 과장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으니 소포마을의 예술은 개인뿐만 아니라 마을과 나라를 살린 예술이기도 하다. 이렇게 일상에서 체화된 예술의 저력을 바탕으로 소포민속예술단을 출범시킨 것이 10여년에 이른다. 각종 상도 받고 진도나 광주는 물론 서울에서 공연을 갖기도 했다. 바다 저쪽 독도까지 가서 강강술래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소포마을 예술단이 국립남도국악원 극장에 올리는 공연 제목은 ‘철야’다. 김병철 단장을 중심으로 예술단에서 소포마을의 전통 민속문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짰다. 장례식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모여 실제 북도 치고 소리도 하고 춤추며 왁자지껄 망자의 가는 길을 위로했던 소포의 전통문화를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담았다. 40대 젊은 막내 이랑이 엄마의 북춤을 시작으로 최고령 한람례 할머니의 흥그레타령, 어머니들의 흥타령과 육자배기, 아재들의 병신춤과 상모돌리기 등이 걸쭉하게 이어진다. 걸군농악 북춤 전수자인 김내식 고수의 북춤은 소포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고수의 예술이다. 아낙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진을 짜며 부르는 강강술래는 때론 관람객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놀이 한마당이다. 상여를 메고 나가며 상여 소리가 극장을 가득 메운다. 인간의 희로애락이 소포마을 민속문화에 다 담겨 있다. 청년 때 밖에서 잠시 경험한 극단 생활을 바탕으로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김병철 단장은 말한다. “공연 있다고 하면 어르신들이 알아서 모여요. 즐겁지 않으면 이렇게 못 혀요. 이게 행복이고 삶이지요. 어르신들이 계시는 동안 공연은 계속될 겁니다.” 현재 추진 중이라는 소포마을 어르신들의 서울 공연이 더욱 기다려진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지역번호 061) →가는 길:진도대교를 넘어 관광레저로, 진도대로, 쉬미항로를 거친다. 진도대교에서 25㎞, 자동차로 약 30분 소요된다. 소포마을에서는 현재 상설 공연 계획은 없지만 개별 문의에 따른 맞춤 공연을 제공한다. 원하면 공연에 저녁 식사나 숙박을 포함해 일정을 구성할 수 있다. 공연장 부근에 40여명의 숙박이 가능한 시설도 갖추고 있다. 김병철 단장 010-4626-4556. →함께 들러볼 곳:진도타워는 세계 3대 해전으로 꼽히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무대가 된 울돌목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다. 진도대교 옆 언덕에 있다. 운림산방은 예술의 섬 진도의 또 다른 면목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자 한국 남화의 거목 소치 허련이 머무르며 작품을 남기고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소포마을에서 차로 20분 남서쪽으로 향하면 진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조를 볼 수 있는 세방낙조 전망대도 함께 들러볼 수 있다. →맛집:진도대교 부근 통나무집(542-6464)은 꽃게장이 맛있는 곳이다. 작은 꽃게로 담은 간장 꽃게장이 신선하다. 진도 읍내 고향해장국(544-2896)은 아침 식사로 사골, 북어해장국을 먹을 수 있다. 음식 맛이 담백하다.
  • 공명, “‘혼술남녀’ 끝나 허전한 마음, 트와이스 춤으로 달래”

    공명, “‘혼술남녀’ 끝나 허전한 마음, 트와이스 춤으로 달래”

    배우 공명이 트와이스 춤으로 허전함을 달랜다고 전했다. 오는 10일 오후 5시 40분 방송되는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최근 녹화에 tvN ‘혼술남녀’에서 열연했던 배우 공명, 민진웅이 출연했다. 이날 공명은 최근 진행된 ‘해장국’ 편 녹화에 참여해 “술 생각이 절로 난다”며 맛깔스럽게 시식을 즐겨 눈길을 끌었다. 알고 보니 공명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소주 5병의 주량을 자랑하는 주당이었던 것. 이어 공명은 MC 이시영의 갖은 먹방 주문에 “여기 있으니까 아바타가 된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해 웃음을 안겼다. 또 공명은 “작품 끝나고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 있다”며 깜찍한 포즈로 트와이스 ‘TT(티티) 댄스’를 선보여 스튜디오를 초토화했다. 한편, ‘고기러버’ 백종원의 행복한 모습도 볼 수 있다. 백종원은 구수한 국물이 특징인 한 ‘뼈다귀 해장국’ 집을 찾아 뼈를 잡고 뜯으며 “발골 학원 졸업이 얼마 안 남았다”며 “술 먹고 해장하러 왔는데 먹다보면 술이 다시 땡긴다”며 완벽한 돼지뼈 발골 먹방을 선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아침을 깨우는 서민 메뉴 ‘해장국’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아침을 깨우는 서민 메뉴 ‘해장국’

    해장국은 숙취를 달래기 위한 국이란 뜻의 해정갱(解?羹)에서 비롯된 말로 북한에서는 지금도 해정탕이라 한다. ‘해장국’ 하면 흔히 전날의 숙취를 다스리기 위해 먹는 따뜻한 국물음식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새벽부터 일터로 향하거나 밤새워 일한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는 서민 아침 메뉴이기도 하다. 해장국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재료와 레시피가 있다. 서울에서는 사골 국물에 선지와 우거지 등을 넣고 끓이는 선지해장국, 한우로 유명한 경기도 양평에서는 천엽해장국, 부산·경남에서는 복어로 맑은 국을 끓이는 복국이나 작은 조개로 맑게 끓이는 재첩국, 명태를 말려 황태를 만드는 강원도 일대에서는 황태해장국, 전북 전주 일원에서는 콩나물국밥, 전남 등지에서는 홍어를 푹 끓이는 홍어탕, 인천·부천에서는 뼈다귀해장국 등이 예로부터 유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재료를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어, 전국 어느 곳에서나 다양한 해장국을 맛볼 수 있다. 그럼에도 옛맛을 못 잊어 굳이 멀리 있는 가게를 찾아다니는 마니아들이 많다. 서울에서는 아무래도 소뼈를 고아 끓이는 선지해장국이 대세다. 종로구 청진동에는 1937년에 개업해 대를 이어오는 터줏대감 격인 ‘청진옥’이 있다. 지금은 청진동 재개발로 인근 대형빌딩 1층으로 이사했다. 고교 입시 때 처음 먹어 본 이후 계속 찾고 있는 오랜 인연의 단골집이다. 구수한 국물과 우거지, 내장, 선지, 콩나물 등이 잘 어우러지는데 파를 듬뿍 넣으면 더욱 맛깔난다. 예전에는 찬밥을 국물에 토렴해서 바쁜 사람들이 얼른 먹고 나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뜨겁게 끓여 나온다. 주인은 이제 손님들 식성이 바뀌어서 그렇게 한단다. 용산구 용문동 용문시장 인근에 용산 3대 해장국집이 있다. 일컬어 ‘용문식 해장국’이라 한다. 사골을 푹 고아 만든 국물에 살이 붙은 소 목뼈 한 토막, 선지, 배추 등을 넣어 끓이는 이 지역 전통 해장국이다. ‘창성옥’은 70년 된 가게로, 새로 단장해서 24시간 영업한다. 역시 70년 된 ‘한성옥’은 작은 테이블이 8개밖에 없는 조그마한 가게인데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용문해장국’은 규모 있는 집으로 깔끔한 국물을 자랑한다. 선지해장국 하면 빠지지 않는 집으로 ‘양평신내서울해장국’이 있다. 양평은 예로부터 좋은 한우를 많이 키워 해장국이 발달했다. 이곳에 ‘양평해장국’ 원조집이 있는데, 큰아들이 서울 신사동에 직영점을 냈다. 천엽이 많아 푸짐하며, 매콤한 고추기름을 곁들이면 맛이 특별해진다. 복국을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집이 몇 군데 있다. 화곡동 강서구청 건너편에 ‘충무호동복국’이 있다. 이 집은 경남 통영에서 1951년 개업해서 서울까지 진출했다. 통영의 가게는 아들이, 이곳은 맏딸이 한다. 복, 미나리, 콩나물을 넣어 끓인 맑은 탕의 복국이다. 통영에서 나는 졸복을 쓰는데, 참복과에 속하는 작은 자연산 복이다. 복국에 파래무침을 아낌없이 넣어 먹어야 제맛이다. 바다내음이 나는 음식이다. 해장국의 또 다른 문파는 북엇국으로, 서울시청 뒤에 1968년 문을 연 ‘무교동 북어국집’이 있다. 자리에 앉으면 바로 큰 대접에 북엇국을 내어 준다. 시원한 국물에 북어, 두부, 계란, 파가 들어간 단순한 국이지만 중독성이 있다. 일본 매스컴에도 수차례 소개되어 아침부터 일본 관광객 때문에 줄을 서야 한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데다 그동안 소홀했던 지인들과의 만남도 많아지는 12월이다. 겨울 아침, 순하고 따뜻한 국물로 쓰리고 지친 속을 풀어 주면서 한 끼를 즐기는 일석이조의 해장국이 어떨까.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前대통령들도 찾던 피맛골… 미래유산의 보고 인사동까지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前대통령들도 찾던 피맛골… 미래유산의 보고 인사동까지

    서울신문이 서울시·문화지평과 함께 진행하는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 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문화자산을 찾아 나선 여정이다. 서울미래유산은 서울 시민들이 근현대를 살아오면서 함께 만들어온 공통의 기억과 감성으로 미래세대에게 전할 100년 후의 보물을 의미한다. 미래유산은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시민제안이 언제나 가능하다. 서울시 미래유산보존위원회를 통해 시민단체나 전문가들도 제안할 수 있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한 커뮤니티 차원의 미래유산 발굴도 이뤄지고 있다. 미래유산 발굴과 신청은 시민 주도의 상향식 방식이 원칙이다. 제안된 예비후보들은 사실 검증, 자료수집을 위한 기초 현황조사를 한 후 소유주 동의에 따라 최종적으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한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사거리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본점 자리는 조선시대 의금부가 있던 터다. 의금부는 관원·양반의 범죄, 대역죄, 강상죄 등을 처벌하던 특별사법기관이다. 요즈음으로 치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특검과 같은 기관이었던 셈이다. 의금부가 있던 지역명은 공평동으로 ‘공정하게 재판을 처리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의금부 앞에는 백성의 억울한 사연을 신고받기 위한 신문고가 있었다. 길 건너 영풍문고 본점 자리는 전옥서가 있던 자리다. 전옥서는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미결수를 수감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관원·양반 출신 범죄자는 의금부에서 담당했고 전옥서는 주로 상민 출신 범죄자를 수감했다. 최근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옥중화’를 통해 전옥서가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의금부 터에서 18회차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이 지난달 19일 오전 10시 박광규 서울미래유산해설사의 해설로 진행됐다. 박 해설사는 “‘종로 뒤안길 답사’ 등 그동안 종로를 횡축으로 누볐는데 이번 코스는 우정국로와 감고당길, 인사동길, 삼청로 등 남북으로 형성된 도로를 따라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종축 탐방으로 준비했다”며 “이 지역은 서울미래유산의 보물창고”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서울미래유산이란 무엇이고, 답사를 왜 진행하는지 그리고 답사 진행에 따른 안전수칙을 설명한 뒤 이동을 시작했다. 의금부 터에서 우정국로를 따라 북쪽으로 70여m쯤 가다가 처음 만나는 골목을 들여다보니 열차집이 자리잡고 있다. 청진옥·미진·열차집·청일옥…3대 가업 잇는 노포식당 즐비 열차집은 3대째 이어오는 빈대떡 전문점이다. 1954년 지금의 교보빌딩 인근 세종로 뒷길 한옥가 골목길에서 창업주 안덕인씨가 문을 열었다. 박 해설사는 “당시 추녀 밑에 기차간처럼 길게 놓인 의자를 보고 사람들이 ‘기차집’이라 부른 데서 명칭이 유래됐다”며 “1960년 피맛골로 이전해 ‘열차집’이라는 간판을 단 게 상호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현 운영주인 우제인씨 부부는 1976년 열차집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다 안씨로부터 장사 노하우를 전수받아 가게를 인수했다. 2009년 도심 재개발사업으로 현 위치로 이전해 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비서관을 시켜 이 집 빈대떡을 가끔 사갔다고 한다. 이번 답사코스에는 열차집을 비롯해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식당이 꽤 많다. 1937년 개업한 해장국 전문점 청진옥(대표 최준용), 1954년 문을 연 메밀전문식당 미진(대표 이수련), 1945년 개업한 녹두빈대떡 전문점 청일집(대표 이승진) 등 노포가 즐비하다. 이들 노포는 모두 3대째 대물림해서 운영되고 있다. 청진옥은 백범 김구 선생과 윤보선 전 대통령의 단골집이었다. 박 해설사는 “과거 해장국집에서는 밥을 팔지 않고 손님이 찬밥을 가져와 토렴해 먹었다”며 “이유는 밥이 식으면 밥알이 갈라지는데 그 사이로 국물이 스미면서 풍미가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뜻한 밥을 국에 넣으면 국물을 빨아들여 불어버리기 때문에 맛이 제대로 안 나 일부러 찬밥을 쓴다는 것이다. 박 해설사가 전문요리사처럼 설명하자 탄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열차집 대각선 방향에는 동헌필방과 NH농협은행 종로지점이 이웃해 있는데 서울미래유산에도 나란히 선정됐다. 동헌필방은 1934년 창업한 남계양행의 사옥으로 사용됐던 건물로 초기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남계양행 창업주 윤치창은 개화파 무신 윤웅렬의 서자이자 구한말 개화파 윤치호의 이복동생으로, 미국 유학을 다녀오는 등 개화기 신문물을 일찍 수용한 인물이다. 이 건물 출입구의 상부 박공은 색다른 조적조 쌓기 기법을 보여 주고 있다. NH농협은행 종로지점 건물은 1926년 지어진 서울시 근대건축물이다. 1926년 창간한 중외일보 판권과 신문 호수를 이어받아 1931년 창간한 중앙일보(조선중앙일보 전신)가 1933년 똬리를 튼 곳이다. 당시 몽양 여운형(1886∼1947)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제호를 조선중앙일보로 바꾸고 사옥도 옮겼다. 1936년 8월 10일 독일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유니폼 일장기를 지워버린 사건으로 인해 1937년 폐간당했다. 손기정 일장기 말소로 폐간된 신문사갑신정변 실패 지켜본 회화나무도 미래유산 조계사 정문 우측에는 우정총국이 자리잡고 있었다. 고종 21년인 1884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우편행정관서로서 조선시대 통신수단인 역참제의 대체수단이었다. 병조참판 홍영식이 초대 총판을 지냈다. 우정총국은 낙성식을 틈타 개화당의 김옥균 등이 일으킨 갑신정변이 ‘3일 천하’로 실패하자 개국 17일 만에 문을 닫았다. 초대 총판 홍영식은 김옥균과 달리 일본으로 망명하지 않고 29세에 대역죄로 처형되는 것을 받아들였다. 이런 역사를 우정총국 앞마당 회화나무가 고스란히 내려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박 해설사는 “갑신정변의 현장이었던 우정총국 일대를 지켜온 나무로서 보전 가치가 높아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답사팀은 안국동 사거리를 통해 인사동길로 접어들었다. 100여m를 들어서니 한자로 ‘通文館’(통문관)이라고 돌에 각자 간판을 단 서점이 있다. 글씨는 서예가인 검여(劍如) 유희강(1911∼1976)이 썼다. 1934년 문을 연 통문관은 고서 매매와 출판업을 겸했던 서점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적 매매서점이다. 80년 넘게 같은 지역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오면서 관훈동 일대의 시대상을 보여 준다는 의미에서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된 곳이다. 통문관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문인들의 아지트였던 카페 귀천이 나온다. 귀천은 천상병(1930~1993) 시인의 부인 목순옥(1935~2010)씨가 운영하던 찻집이다. 인사동 큰길 가에 1985년 개업했던 원래 찻집은 목씨가 사망한 뒤 폐업하고, 지금은 남도 제철음식점 ‘여자만’ 앞에 목씨 조카가 2호점을 열어 명맥을 잇고 있다. 귀천과 이곳에 인접한 인사동 14길 24-1 일대 한옥밀집지역 모두가 서울미래유산이다. 한옥 골목을 빠져나와 서울미래유산인 서울시노인복지센터(구 통계청)를 지나 풍문여고 옆 길인 감고당길(율곡로3길)로 들어섰다. 이 지역은 매주 토요일에 계속되고 있는 민중총궐기 때면 통행이 통제되는 곳이다. 덕성여고 자리에 있던 숙종 계비 인현왕후의 친정 감고당(感古堂)에서 길 이름이 유래했다. 감고당은 현재는 경기 여주시로 옮겨졌다. 직장이 광화문인 안진남(42)씨는 “오늘 답사하는 지역의 과거 지명과 역사를 두루 알고 싶어 답사를 신청했고,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듯하다”며 “프로그램을 너무 늦게 알게 돼 후회스럽고 내년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인들 아지트·귀천·고서점 통문관인사동길은 미래유산 밀집지역 김봉완 공인중개사가 1968년 개업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미래유산 신영부동산과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장남 김선재(1990년 사망)씨를 기리고자 만든 아트선재센터를 지나 정독도서관에 다다랐다. 1900년부터 1976년까지 경기고등학교가 있던 자리다. 정독도서관은 등록문화재 제2호다. 본관 앞 정원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비가 세워져 있다. 겸재가 인왕제색도를 그리기 위해 인왕산을 바라봤던 자리는 종친부(조선 왕가의 종친관계 일을 맡았던 관청)에 있다. 종로구 화동 종친부 앞 소격동 국군기무사령부(구 국군보안사령부)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탈바꿈했다. 기무사령부 이전에는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병원이 자리했다. 종친부는 조선시대 왕실 가족들의 봉작(봉토와 작위 하사), 관혼상제를 관리하던 관청이다. 박 해설사는 “흥선대원군이 고종을 옹립하고 외척으로부터 왕권을 보호하던 정책이 종친부에서 나왔다는 일설도 있다”며 “군인들이 테니스를 치기 위해 종친부를 통째로 옮길 만큼 만만하게 볼 사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무사가 힘을 쓰던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1981년 테니스장을 짓도록 종친부 건물을 뜯어서 정독도서관 구내로 옮겨버린 사건을 지적한 것이다. 감고당길에 서린 인현왕후의 추억흥선대원군 권력의 핵심 종친부의 설움 이 근처에는 금호미술관, 갤러리 현대 등 갤러리가 많은데 두가헌도 그중 한 곳이다. 1950년대에 지어져 1965년 사용승인이 났다. 두가헌은 갤러리 현대 소유의 4개 갤러리 중 하나로, 한옥 레스토랑과 러시아식 양식 건축물이 짝을 이룬다. 한옥은 고종의 후궁이었던 귀빈 엄씨가 살았던 곳이다. 마당 한가운데 수령이 제법 됨 직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씩씩하게 서 있다. 박 해설사는 “한옥과 서양식 건물의 조화로 장소가 예뻐서 웨딩 촬영하러 많이 오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옛 수송초등학교에 자리잡은 종로구청 역시 서울미래유산이다. 1977년 수송초교가 폐교된 뒤 종로구청 본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1930년대 준공 당시 외관을 비교적 양호하게 간직하는 건축물이다. 일제강점기 학교건축 양식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보존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답사는 피맛골에 세워진 르메이에르 빌딩에서 마쳤다. 이 빌딩에만 서울미래유산 음식점이 세 곳 있다. 부모님과 함께 나온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3학년 권상리(21·여)씨는 “아버지의 권유로 나왔는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유적을 많이 봤다”며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과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글 사진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수요미식회 육개장 맛집 3곳 어디? “추억을 먹는 느낌”

    수요미식회 육개장 맛집 3곳 어디? “추억을 먹는 느낌”

    tvN ‘수요미식회’ 23일 방송에는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육개장 맛집이 소개됐다. 문 닫기 전에 가봐야 할 가게 중 첫 번째로 선정된 집은 2대를 이어온 60년 전통의 육개장 집 다동 부민옥이었다. 황교익은 선짓국 양곰탕 각종 탕 종류가 많아서 해장하러 가기에 좋은 가게라고 했다. 권인하는 “한쪽 방 안에서 한잔을 하면서 육개장을 먹는데 추억을 먹기 위해서 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산들은 60년 전통임에도 20대가 먹어도 손색이 없다면서 고기가 맛이 있다고 했다. 권인하는 조금 짠 맛이 단점이라고 지적을 했다. 신동엽 역시 식었을 때 강하게 느껴지는 짠맛이 있다고 했다. 두 번째 가게는 대구 토박이들이 사랑하는 육개장 집 대구 진골목식당. 1980년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 가게는 깔끔한 맛으로 대구 토박이들이 좋아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일반적인 대구식 육개장과 달리 이 가게의 육개장은 무가 없이 오로지 파만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다. 이현우는 스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 집의 호박전은 호박향이 퍼지면서 아삭한 느낌이 감자전을 생각하게 한다고. 황교익은 한정식에서 호박전을 내놓으면 맛이 없는 이유가 호박 분말로 만들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집에서는 진짜 호박을 일일이 긁어서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가게라고 칭찬했다. 홍신애는 한우 양지를 쓰기 때문에 오래 끓이면서 흩어져서 고기가 적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세 번째 가게는 진한 사골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는 육개장 집 강남구 역삼동 동경 전통육개장. 빨간 국물과 두툼한 지단이 올라간 30년 전통의 육개장 집으로 단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직장인이나 술 마신 사람들에게 유명한 집이기도 하다. 국물의 개운함을 위해 지단 형식으로 계란을 올리게 됐다. 홍신애는 보통 생각하는 육개장의 이미지에 90%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권인하는 육개장 칼국수의 면이 탱탱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있다면서 아쉬움이라고 했다. 홍신애는 제육볶음이 진짜 맛이 있다면서 돼지고기가 양념을 드레스처럼 입었다고 했다. 육개장과 제육볶음이 찰떡 궁합이라고 했다. 황교익은 육개장의 이름의 유래에 대해 “개장국에 넣는 고기를 개가 아닌 소고기로 바꾸면서 앞에 고기 육 자를 붙이게 된 것이라는 설이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리운 집밥 맛있는 밥집… 아 ~ 엄마생각

    그리운 집밥 맛있는 밥집… 아 ~ 엄마생각

    세계 최고의 식당에 별점을 주는 미슐랭 가이드.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을 만한 식당이 미슐랭 스타를 손에 넣는다. 별 하나를 받은 식당은 요리가 훌륭한 곳이다. 별 두 개짜리는 요리가 훌륭해서 멀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을 뜻한다. 최고 평점인 별 세 개를 받은 식당은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우리 농촌에는 보석 같은 맛집이 곳곳에 숨어 있다. 다소 멀더라도 맛 따라 여행을 떠날 가치가 충분한 식당들이다. 농촌진흥청은 2007년부터 직접 농사지은 채소와 지역의 제철 식재료를 맛깔스럽게 요리한 향토 음식점 117곳을 ‘농가 맛집’으로 지원하고 있다.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등 미슐랭이 내건 좋은 식당의 기준을 충족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찬바람에 몸을 웅크리게 되는 겨울의 문턱, 따끈하고 푸짐한 농가 밥상을 만나러 길을 떠나 보자. >>이천 볏섬만두전골 쌀이 유명한 경기 이천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월 대보름 아침에 풍년을 기원하며 볏섬 모양으로 빚은 만두를 먹었다고 한다. 호법면 송갈로에 있는 ‘돌댕이석촌골’은 오색 볏섬만두를 듬뿍 넣어 끓인 전골을 낸다. 쫄깃한 만두피 속에 시래기와 삶은 숙주, 버섯을 다져 고기와 함께 넣는다. 씹는 식감이 그만이다. 소고기 양지와 무를 우려낸 육수에 80년 묵은 씨간장으로 간을 해 국물 맛이 깊고 시원하다.게걸무시래기 닭볶음탕이 독특하다. 이천 특산물인 게걸무는 토종무로 일반 무보다 작고 단단하며 호되게 매운맛이 특징이다. 식당 대표인 이태연(60)씨는 10월 말 직접 수확한 게걸무의 무청을 겨우내 말려 시래기를 만든다. 게걸무시래기를 닭볶음탕에 넣으면 얼큰하고 구수한 풍미가 강해진다. 식사를 마치면 게걸무차가 나온다. 무 토막을 말린 뒤 덖어 만든 차다. 기관지와 위장 건강에 도움이 되고 항산화 작용을 한다고 이 대표는 귀띔했다. >>진천 묵은지갈비전골 충북 진천 덕산면에서 ‘묵은지화련’을 운영하는 주은표(53) 대표의 특기는 김장이다. 배추, 고추, 갓, 생강 등 손수 농사지은 재료로 일 년에 두 차례 김장을 한다. 농약은 최소화해서 키운다. 양념은 많이 하지 않고 고추씨를 듬뿍 넣어 칼칼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김치는 마당에 땅을 파서 만든 토굴에서 3~5년 숙성한다. 매년 소비되는 묵은지가 2000㎏이다. 1인분에 1만 9000원인 묵은지 정식을 시키면 돼지갈비를 넣은 묵은지전골에 홍어삼합, 순두부와 반찬 14가지가 나온다. 이웃마을인 괴산에서 10년째 받아오는 갈비는 부드럽고 맛이 좋은 암퇘지만 쓴다. 밑반찬은 제철 나물이다. 겨울철에는 말린 호박과 가지를 볶고 고추 부각, 총각무김치, 파김치를 주로 낸다. 구운 김이 밥도둑이다. 오일장에서 산 재래김에 들기름을 바르고 가마솥에서 볶은 굵은 소금을 뿌려 잰 뒤 석쇠에 굽는다. 넉넉하게 자른 김 위에 직접 농사지은 구수한 발아현미밥을 얹고 길게 찢은 묵은지를 감아 올리면 입안이 풍성해진다. >>신안 해초전복돌솥밥 전남 신안 압해면은 해풍을 맞고 자란 무화과와 배가 주렁주렁 열린다. 갯벌에서는 김, 감태, 낙지가 사시사철 나온다. 이곳에 자리한 ‘꽃피는 무화가’는 김현주(47)·선주(45) 자매가 운영하는 곳이다. 매실, 함초, 무화과 등 지역 특산물로 담근 30여종의 효소가 자매식당 맛의 비결이다. 대표 메뉴는 해초전복돌솥밥. 다도해 청정해역인 흑산도의 10m 내외 수심에서 자란 전복에 톳을 비롯한 해초를 넣어 밥을 짓는다. 매일 공수하는 전복은 산 채로 삶아 탱글탱글한 식감을 살린다. 삶은 전복은 얇게 저며 먹기 좋게 손질한다. 윤기 자르르 도는 돌솥밥에 함초, 무화과, 매실로 만든 효소와 50년 넘게 전해 내려온 집간장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우럭간국은 겨울이 제철인 우럭으로 만든다. 살이 차고 기름진 우럭을 소금물에 절인 뒤 찬 바닷바람에 꾸덕하게 말린다. 쌀뜨물과 말린 함초를 넣은 육수로 비린내를 없앤다. 쑥갓을 듬뿍 올려 맑게 끓인 우럭간국은 보양식과 해장국으로 적합하다. >>안동 마떡갈비 경북 안동 와룡면의 ‘뜰’은 집안 내림 음식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양반가의 정갈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1만 5000원, 2만 5000원, 3만 5000원 등 3가지 가격대의 정식을 고를 수 있다. 안동에서 많이 나는 마, 고구마, 단호박이 상에 푸짐하게 오른다. 마를 밥알 10배 정도 크기로 잘게 깍둑 썰어 밥을 하면 감자처럼 포슬포슬한 식감을 준다. 마를 손가락 굵기로 자른 뒤 다진 안동 한우를 둘러 구운 마 떡갈비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음식이다. 안동 대표 음식인 문어숙회에는 생마 생채를 곁들인다. 경북 지역에서 자주 먹는 시래기 된장국에도 마를 넣는다. 안동 권씨 종부인 조선행(57) 대표는 집안 내림 음식인 꿩장과 멸장을 자신 있게 내놓는다. 꿩고기에 수수쌀, 무, 생강, 된장, 고추장을 넣어 볶은 꿩장은 소고기 볶음고추장과 비슷한 질감인데 더 깊은 맛을 낸다. 멸장은 질 좋은 멸치를 삶지 않고 볶은 다음 메주콩을 넣어 푹 끓이다 조청, 고추장, 된장, 생강으로 양념한다. 생콩가루에 비벼서 쪄낸 부추·고추찜과 썩 잘 어울린다. >>원주 서낭할머니보쌈 강원 원주의 회촌은 농촌의 한적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산과 들, 계곡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토요’는 회촌에서 나는 유기농 농산물을 주재료로 쓴다. 9000원만 내면 취나물, 곤드레, 다래순, 시래기 등 20가지가 넘는 푸짐한 산나물 한식뷔페를 즐길 수 있다. 조미료를 쓰지 않아 담백하고 속이 편안한 맛이다. 한쪽에 넓은 번철이 있어서 손님이 직접 달걀부침이나 김치전 등을 지져 먹는 재미가 있다. 서낭할머니보쌈정식은 마을을 지켜주는 할머니 산신령을 형상화한 음식이다. 알맞게 익은 아삭한 묵은지 위에 삼겹보쌈을 올리고 대파와 검은콩, 당근으로 얼굴을 표현했다. 회촌에서는 단오제, 옥수수축제, 김장축제, 정월대보름 달맞이 축제 등 계절마다 축제가 열린다. 식당 근처에 박경리 토지문학관과 매지농악전수관, 체험을 할 수 있는 술빵 공장 등이 모여 있어 가족 나들이로 추천할 만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김영란법’ 시행 한달 간 전주 음식점 65곳 폐업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접대문화가 사라지면서 음식점들이 대거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나타났다. 8일 전북 전주시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지난 10월 한 달 동안 폐업한 지역 음식점은 65곳에 이른다. 구별로는 완산구가 36곳, 덕진구가 29곳이다. 문을 닫은 음식점들은 일식집 등 고가 음식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우고기 전문점 등 고급 식당들은 매출이 반 토막 난 곳이 많아 앞으로 음식점들의 폐업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식점 매출 감소는 고급 음식점뿐 아니라 서민들이 많이 찾는 음식점까지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의 대표 음식인 비빔밥, 해장국집들도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아 매출이 줄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음식점들이 줄 도산하면서 식당을 매물로 내놓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식당가가 집중된 효자동, 서신동 일대 부동산에는 장사가 잘되지 않아 임대나 매매를 원하는 물건들이 크게 늘었다. 서신동에서 중개업을 하는 임모(49)씨는 “10월 이후 식당을 내놓겠다는 의뢰가 하루 2~3건씩 접수되지만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김영탁의 시식남녀] 송어 뛰노는 물 맑은 생수골, 충주

    [김영탁의 시식남녀] 송어 뛰노는 물 맑은 생수골, 충주

    충주엔 생수(生水)가 있다. 충주댐이 가까이 있고 서울 수도권에 물을 공급하는 한강의 상류다. 충주엔 김생수(金生水) 시인도 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충북 제천시 백운면 가을 들판을 날고 있는 장수잠자리가 '원서문학관' 문학행사장 위로 투명한 헬리콥터 비행할 때였다. 김생수 시인은, 김생수입니다, 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돈 주고 사먹는 생수가 아니라, 아득한 시절 아무 데서나 공짜로 퍼마시던 맑은 우물 속 생수 같은 이미지였다. 말하는 게 어딘가 어눌하고 얼굴을 붉히면서도 통기타를 안고 노래를 멋들어지게 잘 부르는 사람이다. 늘 국방색 군용잠바를 걸친 더벅머리, 가인 김생수 시인. 충주시 버스터미널 바깥까지 나와 김생수 시인이 기다리고 있다. 그가 '조리터 명가'로 손을 이끈다. 2대째 가업을 이어온 식당이다. 양채영, 강순희, 김영옥, 안춘화, 이정애 시인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몸이 불편한데도 애써 참석한 원로 양채영 시인을 보자 가슴이 뭉클했다. 충주에서 큰 상징으로 있는 그는 주변의 시인들에게도 큰 나무로 있다. 식탁 위 송어와 향어가 정갈하다. 붉은색으로 빛이 나는 송어는 상큼한 향과 부드러운 육질이 혀를 자극했다. 이 집만의 독특한 소스도 충분히 조연으로서 괜찮다. 향어는 연한 핑크색으로 식욕을 돋우며 유혹한다. 일단 일미一味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충분히 하나의 맛을 느끼는 것도 좋다. 송어를 먹다가 향어를 먹는 건 부드러움에서 약간 졸깃한 맛으로 이동하는 것. 그러다가 큰 그릇에 갖은 야채를 넣고 송어를 넣고 비벼 먹다가 향어를 넣어서 먹는다. 향어는 한국 전역을 비롯해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분포하고 있다. 잉어목 잉어과의 민물고기다. 향어는 70년대 소양호에서 처음 가두리양식장을 설치하여 양식했으나 초기에 실패가 많았다. 수온을 맞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나중에 소양호와 충주호에서 대량 양식되어 비교적 싼 값에 서민들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나 소양호와 충주호 식수원이 오염된다 하여 90년대 중반쯤 모두 철거되었다. 지금은 논이나 밭 등에 향어양식장을 만들어 운영되기 때문에 비교적 값이 비싼 편이다. 송어는 1급수에서 양식이 가능하므로 월악산 계곡 등 산골 맑은 물에서 주로 양식한다. '충주 남한강변/ 송어횟집에서/ 붉은 고추장 송어회 한 점/ 입에 넣고 소주 한 잔/ 부어 넣고 매운 건지 쓴 건지/ 아! 눈물이 난다.'(양채영 '식시식食詩食') '향어는 물결무늬처럼 접시에 가지런히 누었고/ 송어는 계곡물 소리로 냄비에 펄펄 끓었다/ 꽉 다문 입, 한마디 투덜거리지 않았다/ 머지않아 다시 살과 뼈들이 되어 헤엄치리라'(김생수 '살과 뼈들의 운행') 시인은 향어회와 송어매운탕을 앞에 두고 물결의 파동과 물소리를 듣는다. 물의 화신化身이 물고기이듯 돌고 도는 선순환 구조 속에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법. 역시 생수生水 시인답다. 일행은 아이들처럼 조잘거리며 놀다가 마즈막재로 이동했다. 마즈막재는 계명산과 남산 사이에 있는 고개다. 청풍과 단양의 죄수들이 사형 집행을 받기 위해 충주로 들어오려면 반드시 이 고개를 넘어야 했다. 이 고개만 넘으면 다시는 살아 돌아갈 수 없어 마지막재가 되었다는 애처로운 전설이 있다. 우리는 고개를 넘어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의 얘기와 마즈막재 부근에 피어 있는 별꽃을 보면서 우주와 블랙홀 얘기에 빠졌다. 아마 바람을 타고 있는 별꽃이 유난히 눈에 밟히는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들 별꽃이라고 할 때 최준 시인은 별에서 먼 꽃이라고 했다. 김생수 시인이 운영하는 카페 '시인의 집'에 다시 자리를 틀었다. 주인장을 닮은 카페는 소박하면서 털털했다. 흑백 LP판 돌아가면서 노래 '해 뜨는 집'이 나왔다. 공직에 근무하면서 알뜰하게 저축해서 자투리땅을 사서 지은 집이다. 주인이 챙겨오는 마른안주와 과일을 두고 가볍게 맥주 한잔하며 드디어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계속 앙코르다. 나중에 음성에서 온 김시영 가인이 합세하여 노래를 불렀다. 밤에 어울리는 음색이다. 시나브로 어두워질 무렵 우리는 강순희 시인이 운영하는 '행복한 우동가게'로 달렸다. 마침 우동가게 옆 시인공원에서 김생수 시인이 불우이웃돕기 자선공연을 하는 날이다. 우선 강 시인이 자랑하는 돌솥우동을 먹었다. 투박한 돌솥에 우동을 끓인 것인데 모양새가 묵직하며 고급스럽다. 숙성된 반죽을 손으로 쳐서 만들어서 면발도 쫄깃하면서 좋다. 착한 가격에 맛과 양이 만족스럽다. 이렇게 팔아서 남을까 싶다. 우동가게는 새벽까지 영업하는데 밤새도록 문턱이 닳도록 손님이 몰려왔다. 우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와 술안주가 풍성했다. 강 시인의 친정인 강진 솜씨와 충주 물 솜씨로 메뉴에 없는 먹거리와 안주가 만들어졌다. 일부러 갖은 산나물을 다듬고 데치고 묻혀서 상큼한 밥상으로 태어났다. 아무리 불금이라도 놀라운 건 충주 사람들은 밤잠도 없나 싶게 밤새 북적거렸다. 충주는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리가 세 개나 되고 나머지는 산으로 마감되어 있어 어쩌면 내륙의 섬이라 할 수 있다. 그런 환경에 영향을 받는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외지 사람들도 많이 들락거렸다. '우동이란/ 매끈하게 와 닿아/ 척하고 안기는 어떤 숨결 혹은,/ 사랑 같은 것.'(강순희, '우동') 우동의 면발이 아니, 우동이란 후들거리며 찰랑거리는 부드러운 살결이 척하고 감길 땐 살갑다. 사랑이라는 말을 하면 달아날까 봐 조심스럽다. 강 시인은 그런 촉감을 숨결과 사랑으로 수렴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사랑이라고 한다. 그는 사랑 앞에 용감한 여인이다. 춤의 리듬이 살아 움직이는 부드러움이 '행복한 우동가게'의 면발 속에 끈끈하게 응집되어 있다. 거기에 사랑이라는 특별하고 강력한 소스까지. 밤은 길지만 술쟁이, 시쟁이들에겐 늘 짧다. '천일해장국'은 올갱이로만 해장국을 만드는 집이다. 올갱이도 인근에서 직접 갖고 온 거라 색깔도 좋고 속풀이로 좋단다. 청동구리 같은 올갱이의 식감은 간밤에 시달렸던 간을 위로해줄 것 같다. 큰 냄비엔 올갱이로 가득 차 있고 부추가 조연으로 들어가서 까슬한 올갱이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봄이면 하얀 사과꽃이 눈부시고, 가을에는 그 꽃자리마다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리는 길 위에서 각자의 곳으로 향했다. 고향의 느낌 넘실거리는 곳을 떠나려니 간밤에 들었는지, 예전에 읽었는지 머릿속에서 시 한 편이 번뜩 되뇌어진다. '주홍빛 늙은 호박 으깨어/ 김치 호박국 끊여 저녁 밥상 올리면/ 유년 시절 추억이 늬엇늬엇 안겨온다'(이정애, '호박국') 서울 오기 전 음성 최준 시인의 집에 잠시 들렀다. 가게에서 술맛 좋다는 음성막걸리를 샀다. 시인의 집 허름한 식탁에 배추와 된장을 놓고 물맛이 좋다는 음성막걸리를 마셨다. 시원하다. 글·사진 김영탁 시인 tibet21@naver.com
  • [금요 포커스] 사라진 국산 명태… 국민 밥상에 올리겠다/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

    [금요 포커스] 사라진 국산 명태… 국민 밥상에 올리겠다/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 장군의 명언이 우리나라 수산에서 현실로 증명됐다. 최근 수산 분야의 최대 관심사는 ‘완전양식’이었다. 완전양식은 수산물의 평생 삶을 인위적으로 관리해 필요할 때마다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모두가 어렵다고 했던 명태와 뱀장어, 참다랑어를 완전양식하는 데 성공했다. 명태는 이미 우리 식문화뿐 아니라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은 생선이다. 우리 국민은 노가리(명태의 새끼)를 뜯으며 한잔 술을 마셨고, 북어(말린 명태)로 다음날 해장을 했다. 밥맛이 없을 때는 코다리찜(반건조 명태)으로 밥 한 그릇을 비웠다. 보관 상태와 가공 정도에 따라 동태, 황태 등 30여개로 불리는 명태는 우리의 식생활을 풍족하게 만든 향수 짙은 생선이다. 이런 명태가 우리 바다에서 급격히 사라졌다. 명태는 1930년대 동해안에서 최고 24만t, 1970~80년대에는 7만t가량이 잡혔지만 2000년 이후에는 1t 미만으로 어획량이 극감했다. 우리나라의 명태 소비량은 연간 25만t이지만 대부분 러시아와 미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태를 다시 국내에서 생산할 수는 없을까.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민생선 명태 회복에 대해 대통령과 10여분간 집중 대화를 나눴다.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참석자들에게 우리나라 동해에서 다시 명태를 살려 국민 밥상에 꼭 올려 보겠다고 약속했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나 스스로도 프로젝트를 성공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있었고 주변에서도 실현 가능성을 의심했다. 지난해 5월 우리나라 최고의 수산 기술을 가진 국립수산과학원장으로 부임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다년간 수산정책 담당자로서 명태 어획 할당량과 수입량 확보를 위해 러시아 측과 협상을 하면서 상했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국산 명태를 국민 밥상에 꼭 올려 보겠다고 각오했다. 하지만 신념만으로 쉽게 넘을 수 있는 산이 아니었다. 당장 어미 명태를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건강한 어미 명태를 구하기 위해 현상금까지 걸어 가면서 정말 어렵게 구했다. 새벽에 잡아 올린 명태를 살려서 데려오기 위한 연구팀의 고생이 많았다. 마침내 건강한 어미 명태로부터 알을 받았고 부화까지 성공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찬물에서 사는 명태의 생태적 특성 때문에 알에서 갓 부화한 어린 고기에게 먹일 만한 생물이 없어 굶겨 죽이기를 반복했다. 이 때문에 저수온에서도 살아 있는 먹이생물 배양기술을 개발해 어린 명태까지 성장시켰다. 그런데 본격적인 성어로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배합 사료를 구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성장 단계별로 고효율 배합 사료를 개발하고 영양성분을 함유한 먹이를 공급하면서 질병에 강하고 생존율도 높였다. 2년간의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지난 추석쯤 드디어 인공부화해 성장한 명태가 알을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앞서 세계 두 번째로 뱀장어와 참다랑어의 완전양식에 성공한 저력을 보여 줬다. 전 세계를 누비는 회유성 어류인 참다랑어는 현재 일본만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했다. 일본과 호주 등에서도 자연산 어린 고기를 채포해 양식할 정도로 완전양식이 매우 어려운 어류다. 뱀장어는 산란 시기가 되면 먼 바다로 가서 수심 200∼300m의 깊은 바다에서 알을 낳고 부화해 다시 강으로 이동한다. 뱀장어 형태의 실뱀장어가 되기까지 6개월이 걸리는데 그 기간 동안 정확한 생태 환경이 밝혀지지 않아 사육 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종이었다. 이제 우리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양식기술을 갖췄다. 앞으로는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조속히 관련 기술을 민간에 이전할 방침이다. 동해안 어업인에게는 명태조업 재개의 희망을, 국민에게는 국산 명태의 맛을 맘껏 즐길 수 있는 ‘행복한 밥상’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보험 특집] 하나생명, 3대 질병 보장…납입 보험료 100% 환급 상품도

    [보험 특집] 하나생명, 3대 질병 보장…납입 보험료 100% 환급 상품도

    치료비 부담이 큰 한국인 사망 원인 3대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하나생명은 3대 질병인 암·뇌출혈·급성심근경색증에 추가로 재해장해 등을 보장하는 ‘(무)행복 노하우 톱3 플러스 건강보험(보장성)’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2014년 출시한 3대 질병 집중 보장 보험이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자 보장내용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다. 화상 및 부식 진단금과 재해장해급여금에 대한 보장을 추가했다. 나이에 관계없이 최대 진단자금의 가입 한도가 같은 게 특징이다. 보험가입금액 2500만원을 기준으로 일반암은 최대 5000만원, 고액암은 1억원, 뇌출혈 등은 8000만원까지 최초 1회 진단확정에 한해 보장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건강관리자금형, 일시지급형, 순수보장형 3가지 중 선택 가능하다. 건강관리자금형은 보험료 납입 종료 후 납입기간과 동일한 기간 동안 매월 납입보험료를 100% 환급받는 형태다. 월 100만원씩 10년간 납입했다면 종료 후 매월 100만원씩 10년 동안 돌려준다. 일시지급형의 경우 보험료 납입 후 20년이 지나면 보험료를 한꺼번에 돌려준다. 순수보장형은 저렴한 보험료로 보험기간이 끝날 때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건강관리자금형과 순수보장형은 0세부터 60세까지, 일시지급형은 0세부터 54세까지 가입 가능하다. 100세 만기이며 보험가입금액 한도는 500만원에서 2500만원까지다. 가입 단위는 500만원이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나이에 관계없이 동일한 진단자금을 보장하고 화상 및 재해장해도 보장하니 고연령에서 어린 자녀까지 모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해외에서 가장 그리운 메뉴 ‘김치찌개’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해외에서 가장 그리운 메뉴 ‘김치찌개’

    김치는 한국인의 고유 식품을 넘어 말 그대로 솔푸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채소를 장기보관하기 위해 소금물에 담갔기 때문에 침채(沈菜)라 했는데, 발음상 ‘딤채’가 되었고 이후 ‘짐치’, ‘김치’로 변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치는 철, 재료, 방식 등에 따라 종류가 대단히 다양하다. 통배추김치, 보쌈김치, 섞박지, 동치미, 나박김치, 깍두기, 오이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갓김치, 얼갈이김치, 부추김치, 백김치 등등등… 200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에도 불구하고 부식의 위치에 머물던 김치는 김치찌개로 변신하는 순간 메인 메뉴가 된다. 해외에 나가면 가장 그리운 우리의 음식, 언제 어디서나 한국인이 떠올리는 대표 식사 메뉴인 바로 그 김치찌개다. 김치찌개는 무엇보다 우선 만들기 쉽다는 게 큰 장점이다. 누구나 김치와 몇 가지 재료만 있으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다. 먼저 김치와 돼지고기 등을 냄비에 볶다가 물을 붓고 두부, 된장 또는 고추장, 파, 마늘, 고추 등을 적당히 넣어 끓이면 완성이다. 평생 밥상을 별로 안 차려 본 새댁들에게 자신 있는 메뉴가 뭐냐고 물으면 서슴지 않고 김치찌개라고 대답한다. 캠핑, 등산 등 야외에서 남자들이 자신 있게 큰소리치며 도전하는 요리도 역시 김치찌개다. 김치찌개는 이제 외식 메뉴로도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되었고 그러다 보니 맛집 또한 곳곳에 즐비하다. 광화문 네거리 포시즌스 호텔 뒷골목에 ‘광화문집’이란 작은 김치찌개 집이 있다. 1980년대 초 개업해 역사가 꽤 되는데도 그동안 한 번도 안 고친 동네식당 같다. 그 옛날 식당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층에 작은 테이블 5개, 미니 2층에 테이블 4개가 전부로, 인근 직장인만으로도 꽉 차는데 사방에서 몰리다 보니 항상 붐빈다. 국물이 칼칼하고 깊은 맛이 난다. 김치찌개와 짝을 이루는 계란말이도 푸짐하고 저녁때 2차 하러 오는 손님도 꽤 있다. 단점이라면 방송에 나온 후 자리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서소문 호암아트홀 건너편에는 40년 된 ‘장호왕곱창’이란 집이 있다. 이름과 달리 김치찌개로 유명하다. 옛날풍의 둥그런 양철 테이블에서 김치와 돼지고기를 넉넉히 넣고 센 불에 끓여 주는 김치찌개다. 점심때는 해장 손님, 저녁때는 곱창구이 손님도 많다. 이 작은 집이 1년에 무려 10t의 김치를 소비한단다. 그래서 분점 내는 것도 포기했다고 한다. 시청역 더 플라자 호텔 뒤 남대문 시장 쪽 골목에 ‘한국관’이란 김치찌개 전문집이 있다. 큰 냄비에 김치, 돼지고기, 두부, 라면 사리 등을 푸짐하게 넣고 즉석에서 끓여 입맛을 돋우는 집이다. 밥은 즉석 솥밥으로, 남은 누룽지로는 숭늉을 끓여 먹는다. 착한 가격과 훌륭한 밥맛으로 점심때는 줄이 길다. 이 외에도 서대문사거리 부근의 ‘한옥집’, 을지로 방산시장에 있는 ‘은주정’ 등등 명품 김치찌개를 자랑하는 집은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여하튼 즐겨 찾는 사람도 많고, 꽤 잘하는 음식점도 많고, 자신 있게 요리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 김치찌개다. 김치찌개는 아무래도 날이 좀 선선해져야 제맛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즐기기에 제격이다. 우선 집에서 먹다 남은 김치에 돼지고기, 두부, 양념 등을 가득 넣어 팔팔 끓여 계란말이를 곁들여 가족들과 오붓하게 한 끼를 같이 해 보자. 그러면 유별난 더위 끝에 맞는 이 가을의 행복을 미리 맛볼 수 있지 않을까.
  • [新국토기행] 영월 강물에 단종의 애환도 김삿갓의 풍류도 흘러흘러 갔구나

    [新국토기행] 영월 강물에 단종의 애환도 김삿갓의 풍류도 흘러흘러 갔구나

    단종의 외로운 넋과 충신의 넋이 서린 ‘충절(忠節)의 고장’ 강원 영월군이 중부 내륙 관문의 중심도시로 자리잡고 있다. 겹겹이 산과 강이 있지만 정선·태백과 충북 단양, 경북 봉화를 잇는다.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깊은 역사와 유적지를 간직하고 동강, 서강, 천연동굴 등 자연자원이 풍부한 문화와 자연의 보고다. 해발 1000m 안팎의 고원지대로 사계절이 뚜렷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천혜의 자연 속에 펼쳐진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가 사철 도시인들을 끌어들인다. 장릉, 청령포 등 단종의 애환이 깃든 유적지와 방랑시인 김삿갓 유적지 등 선조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역사여행도 좋다. 2008년 박물관 특구로 지정됐고 세계민속악기, 곤충, 민화, 동강사진 등을 테마로 한 다양한 박물관이 26개나 들어서 최근에는 박물관의 고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각종 미술관, 문화촌 등이 있고 밤하늘 별자리를 만날 수 있는 별마로천문대까지 있어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지로도 제격이다. 토속적인 먹거리도 영월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바람·하늘·강·숲이 좋은 초가을, 아름다운 영월을 찾아 여행을 떠나 보자. 영월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볼거리●단종이 머물고 잠든 곳 청령포·장릉 조선시대 6대 임금 단종이 묻힌 곳이 장릉이다. 사적 제196호로 지정됐다. 단종이 숙부인 세조에 의해 왕위를 빼앗기고 귀양지인 영월에서 사약을 받아 죽임을 당하자 영월호장 엄흥도가 장사지냈다. 이후 220여년의 세월이 흘러 숙종 때 단종 왕으로 봉하고 묘를 장릉으로 정했다. 장릉은 간단한 석물이 주를 이룬다. 돌로 만든 사각옥형(四角屋形)의 장명등(長明燈)이 장릉에서 첫선을 보이는 게 독특하다. 청령포는 단종이 유배됐던 곳이다. 홍수로 영월 객사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기기 전까지 두 달 동안 거처했다.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있다. 강의 지류인 서강이 휘돌아 흘러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으로는 육륙봉의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바깥과 배로 연결되는 섬 같다. 명승 제50호로 지정됐다. 단종이 그곳에 살았음을 말해 주는 비석과 어가, 단종이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고 전하는 노산대, 한양에 남겨진 정순왕후를 생각하며 쌓은 돌탑, 외부인의 접근을 금하기 위해 영조가 세웠다는 금표비가 있고 관음송(천연기념물 349호)과 울창한 소나무숲 등이 있다. 단종은 관풍헌에서 17살의 어린 나이로 숨졌다. 슬픈 역사가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유적지가 서강과 어우러져 자연경관이 뛰어나다.●서강에 자리한 대표 경관 한반도 지형 한반도 지형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 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으로 서강변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5호로 지정됐다. 강을 끼고 동쪽은 높은 절벽에 나무가 울창한 반면 서쪽은 경사가 완만한 평지에 가깝다. 또한 북쪽으로 백두산, 남쪽으로 포항의 호미곶과 같은 산과 곶이 오묘하게 자리하고 있다. 지역의 행정구역 명칭도 ‘한반도면’으로 바꿨다. 한반도 지형은 서강 지역을 대표하는 경관 중 하나로, 평창강 끝머리에 있다. 하천의 침식과 퇴적 등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이다. 한반도 지형 우측으로는 절벽이 형성돼 있는데 마치 한반도의 동해안 지형과 흡사하게 닮았다. 절벽을 따라 흘러내린 산줄기가 백두대간을 연상하게 한다. 좌측으로는 서해를 닮은 모래사장도 있으며 우측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닮은 것 같은 바위도 있다. 석회암으로 구성된 바위절벽에는 돌단풍이 군락을 이뤄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강물 속에는 쉬리, 어름치, 민물조개 등이 서식하고 백로, 비오리, 원앙 등의 조류와 수달과 같은 희귀동물이 서식하기도 한다.●봉래산 정상에서 별 헤는 별마로 천문대 ‘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뜻을 담은 별마로 천문대는 2001년 개관한 공립 천문대다. 해발 800m 봉래산 정상에 있다. 청정 자연환경과 많은 쾌청일 수는 밤하늘 별을 관측하기에 전국 최고의 조건을 갖춰 개관 이래 수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다. 영화 ‘라디오 스타’, ‘가문의 영광’, 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에 소개되는 등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8m 원형 돔스크린에서 3500개의 가상별을 보면서 즐기는 계절별 별자리 찾기, 그리스·로마신화에 얽힌 별자리 이야기, 나의 별자리는 어디 있을까 등 전문 오퍼레이터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가는 천체투영실이 있고 800㎜ 주 망원경과 4개의 보조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별과 행성을 직접 관찰하며 즐기는 천체관측실이 있다. 천체관측실에서 하늘의 별을 만났다면 별마로 천문대가 있는 봉래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땅 위의 별 ‘영월 도심의 야경’은 또 다른 볼거리다.●방랑시인의 발자취 따라가볼까 김삿갓묘 조선 후기 방랑시인 김삿갓(1807~1863)으로 잘 알려진 난고 김병연의 묘다. 김삿갓면 와석리 노루목마을에 있다. 태백산과 소백산이 이어지는 중간지점에 있는 김삿갓묘는 마대산 줄기가 버드나무 가지처럼 흘러내리는 명당에 자리잡았다. 작은 봉분을 갖춘 묘 앞으로는 자연석으로 만든 상석과 비석을 세웠는데 비석에는 ‘시선 난고 김병연지묘’라 새겨져 있다. 묘역 앞에는 시비가 서 있다. 김삿갓묘 아래쪽 평지에는 2003년 10월 개관한 ‘난고 김삿갓문학관’이 있으며 이곳에서 약 2㎞ 떨어진 곳에는 김병연의 생가터가 있다. ●사라지는 생활문화 보는 민화박물관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유산인 민화를 보전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2000년에 설립됐다. 제1전시관에는 조선시대 민화, 제2전시관에는 전국민화공모전 수상작, 제3전시관에는 현대 민화 기증 작품과 춘화가 전시돼 있다. 조선민화박물관은 3850여점의 조선시대 민화, 200여점의 현대 민화, 250여점의 춘화, 550여점의 중국연화, 그 밖의 민속품 등을 소장하고 있다. 또 전국 현대 민화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국민화공모전을 해마다 연다. 민화는 조선시대 왕실에서부터 여염집 벽장문에까지 두루 걸리며 생활문화로 꽃을 피우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단절되다시피 했다. 이처럼 사라지는 민화를 체계적으로 수집, 보전, 전시, 연구하기 위해 해마다 전국 민화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국민화공모전을 실시하며 민화 전통의 맥을 잇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민화 해설, 민화 체험, 민화 상품 개발, 민화 도서 출간, 순회전 개최 등을 통해 민화의 교육과 대중화에도 나서고 있다.●진솔한 삶의 기록, 동강사진박물관 군청 앞에 있는 동강사진박물관은 2005년 개관한 국내 첫 공립 사진전문박물관이다. 3개의 전시실과 야외전시장, 사진체험실 등을 갖췄다. 소장품으로는 1950~1990년대 우리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비롯해 2002년부터 해마다 개최하는 동강국제사진제에 참여한 작가 및 수상작가들로부터 기증받은 사진작품 등 1500여점의 사진과 130여점의 클래식 카메라가 있다. 해마다 3~4차례 특별기획전을 열고 7월부터 두 달 동안 개최하는 동강국제사진제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문화행사로 자리잡았다. 올해 개최되는 제15회 동강국제사진제는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먹거리 ●으뜸 토속음식 올갱이 해장국·비빔밥 다슬기를 영월에서는 올갱이라 불린다. 칼슘과 단백질 함량이 높고 숙취 해소에 좋아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집에서 담근 토속 된장을 풀고 밭에서 직접 재배한 아욱과 부추 등을 넣어 끓인 올갱이해장국과 올갱이에 깻잎과 당근, 양배추 등 갖은 채소와 함께 고추장에 비벼내는 올갱이비빔밥은 영월 으뜸 토속음식이다. 독특한 향과 개운한 맛의 올갱이전골, 풋풋한 봄나물과 버무려 쌉쌀한 올갱이 향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올갱이무침도 일품이다.●웰빙식품 된 구황식물 곤드레밥 곤드레는 잡냄새가 없고 많이 먹어도 탈이 없는 나물이다. 곤드레는 가난했던 시절 끼니를 잇기 위해 먹던 구황식물로 정식 이름은 고려엉겅퀴다. 곤드레는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모습이 술 취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영월지역 곤드레 나물은 염장하거나 삶아서 말리지 않아 맛이 부드럽다. 곤드레가마솥밥, 곤드레돌솥밥, 곤드레국밥이 제격이다. 나물 한 가지로만 지어낸 밥에 간장 양념만으로 비벼 먹는 간소한 상차림이지만 그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곤드레 나물에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A 등 영양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곤드레를 쌀과 섞어서 밥을 지어 양념장과 곁들여 비벼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담백하고 고소한 영월의 맛 올챙이국수 옥수수를 갈아 만든 형태가 올챙이처럼 생겨 이름 붙여진 올챙이국수는 영월지역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이다.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여름철과 초가을에 주로 먹지만 국물과 고명을 달리해 겨울철에도 따끈하게 먹을 수 있다. 여름철에는 콩물을 사용해 시원하고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는 건강식으로 손색이 없다. ●소화 잘돼 누구나 즐기는 약용식물 칡국수 칡은 약효 성분이 뛰어난 약용식물로 해독 작용과 위장을 보호하는 효과가 크다. 칡국수는 칡 특유의 맛과 향이 입맛을 당기고 위장에 좋을 뿐만 아니라 소화도 잘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계란, 김, 김치, 참깨소금, 오이, 감자, 부추 등의 다양한 재료와 녹말을 아낌없이 넣고 감자 삶은 물을 육수로 사용해 시원한 맛을 내는 게 맛의 비결이다. ●김치 양념소 속 채운 메밀전병 메밀전병은 영월지역 대표 향토식품으로 상품화돼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유명 음식이다. 예전에는 김치 양념소 대신 능쟁이(명아주)나물을 말렸다가 삶아서 볶은 소를 넣어 전병을 해 먹었다.
  • 새벽 인력시장 찾은 황총리

    새벽 인력시장 찾은 황총리

    황교안(왼쪽) 국무총리가 7일 새벽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는 인력시장을 방문, 건설 근로자들과 해장국을 먹으며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황 총리는 “정부는 건설근로자들의 근로여건 개선과 임금체불 방지, 건설 재해예방 등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현장의 어려운 점을 살펴 부족한 부분을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김영탁의 시식남녀] 여수, 한강, 와이키키브라더스

    [김영탁의 시식남녀] 여수, 한강, 와이키키브라더스

    여수에 대한 세 가지 기억 여수에 대한 개별적인 기억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한강의 소설 '여수의 사랑', 그리고 지금은 휴간된 문예지 '정신과표현'의 고(故) 송명진 시인이다. 모두 외롭고 쓸쓸하고 고단하며 아련하다. 모든 게 마지막이며 새롭게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여수는 운명적으로 세 가지를 감싼다. 남성 4인조 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다가 세월에 떠밀리며 유랑 밴드로 전전한다. 영화는 제 삶에서조차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세상과 운명에 내몰린 이들을 덤덤히 그렸다. 마지막 장면은 여수의 밤무대에서 심수봉의 노래 '사랑밖에 난 몰라'로 마무리된다. 그 울림은 처연하고 애달프다. 삶도, 사랑도, 희망도 쉽게 끝낼 것들이 아님을 아련히 짐작케 한다. 소설 '여수의 사랑'은 우리가 모두 버리고 싶은, 까마득하게 잊었던 생의 치욕들을 까집어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그 기억은 고통이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상처를 안을 수밖에 없는, 삶의 궤적이란 뼈아픈 과정이다. 고통스럽고 아픈 과정의 진실이, 다시 시작하고 살아갈 동력을 작동하게 한다. 이 소설은 지리멸렬한, 끝없는 절망, 좌절감 같은 바닥정서로 보면,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통한다. 그리고 황폐한 세상의 바닥에서 부재를 그리워하며 숨 쉬고 살아 있다는 것을 각성한다. 쓸쓸하고 외롭고 고단한 운명 속에서 죽음과 삶에 대한 교차는 생에 대한 강렬한 내구성을 키워낸다. “오동도에 가봤어요? 오동도의 동백나무들은 언제나 껍질 위로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은, 아프지만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이 여수의 사랑이다. 송명진 시인은 '정신과표현'의 발행인 겸 주간으로 활동하다가 2010년 1월 8일 영면했다. 그는 전남 광양에서 출생했으나 청년기를 여수에서 보냈을 뿐만 아니라, 일찍이 여수 문화예술을 위하여 크나큰 일을 일구어냈다. '정신과표현'이 창간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그와 같이 일했다. 그가 유명을 달리하고 나서 시인들의 정성으로 첫 시집이자 유고시집인 '착한 미소'(황금알)가 나왔다. 그는 서울에 살면서도 애증이 점철된 여수를 늘 그리워했다. “언제 여수에 내려가 산비탈에 흙으로 집을 지어 살까?”하며 매양 여수로 내려가는 꿈을 꿨다. 그는 여수를 다녀오면 활기에 넘쳤고 옥돔, 조기, 가자미 등속을 가져와 우리는 솥에 쪄서 먹었다. 언제나 자신을 숨기고 낮춘 겸손의 미덕과 장인정신이 투철했던 송명진 시인은 이제 영겁의 시간 동안 여수 앞바다 파도소리를 듣고 있을 테다. 오동도 시누대, 그리고 돌산 '자네,/ 문득 세상살이 힘들 때가 있지/ 세상에 덜렁 혼자뿐이라고/ 아니다 아니다 이게 아니라고/ 막다른 골목에서 고개를 흔들 때/ 마음의 짐일랑 그대로 팽개치고/ 빈 몸 그대로 여수로 오시게/ 먼 길 달려온 자네에게/ 늘 넉넉하게 일렁이는 바다가/ 바람을 닮은 섬들이/ 흔들리는 것은 결코 중심은 아니라고/ 흔들리는 것은 잠시일 뿐이라고/ 넌지시 귀띔해 줄 걸세/ 때로는 사는 것이 얼마나 가벼운 거냐며/ 생미역 한 줄기 풀어/ 엉기고 맺힌 생을 해장시켜 줄 걸세/ 자네, 외로움이 얼마나 심했느냐고/ 겨울 이기고 돌아온 동백꽃 웃음이/ 옷깃을 풀고 와락 안겨들 걸세'(신병은 '여수 가는 길' 전문) 여수에 왔으니 오동도를 건너뛸 수는 없다. 마침 석양의 황금빛 구름이 들어올 무렵이다. 순천 사람 양해열 시인의 안내로 오동도로 들어가게 되었다. 바닷가 해안 바위를 깔고 앉아 할머니가 파는 멍게와 해삼이 눈에 들어온다. 오동잎처럼 보이는 오동도. 언제인지 모를 옛날에는 오동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섰기에 오동도라 불렀지만, 시누대가 지천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여기를 병참기지로 삼아 시누대로 화살을 만들었다. 잔뜩 매서워진 찬바람을 품안에 들이면 동백 또한 이곳에 흐드러질 것이다. 문득 동백 범벅에 드러누워 뒹굴고픈 충동이 들지만, 이는 겨울의 몫이다. 가끔 바람이 지나가며 시누대를 쓰다듬었다. 오동도는 순식간에 번쩍이며 서쪽에서 몰려오는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듯했다. 아직 석양의 구름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황금빛 옷을 벗고 바다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십년만에 찾아온 여수는 익은 듯하나 새로운 풍경이나 다름없었다. '설마 설마/ 혼자 깊어지다/ 뚝/ 뚝/ 저를 놓아버리는 단음절 첫말이/ 이렇게 뜨거운데/ 설마 설마/ 그게 한순간일라구'(신병은 '동백꽃 풍경' 중) 동백은 보는 이에 따라 희로애락이 다채롭지만, 신병은 시인의 '동백꽃 풍경'은 처연한 아픔이 동반한다. 동백꽃의 부재를 시로 달래볼 뿐이다. 해풍에 실려 오는 풍만한 처녀 가슴 같은 바람에 해삼과 멍게를 먹으며 소주 한잔 마시는 걸로 서운함을 달랬고, 그렇게 여수의 밤이 조금씩 깊어갔다. . 주인의 예쁜 딸 이름을 걸고 하는 '은하횟집'은 가정집을 개조하여 정감이 나는 횟집이었다. 주로 자연산을 쓰는데 그날그날 배로 잡아온 고기를 뼈째로 썰어주는 단골들만 오는 소박한 식당이다. 박해미, 채의정 시인이 합류했다. 자연산 광어, 돔, 우럭 등속을 뼈째로 썬, 맛깔스럽게 차려진 한 상이 나왔다. 주요리 옆으로 멍게와 전복이 예쁘게 치장을 하고 식욕을 당겼다. 특이한 건 뚝배기에 쌈장을 먹음직스럽게 담았는데 갖은 고명이 들어 있었다. 깨소금과 청양고추, 잘게 썬 대파 등이다. 회와 어울림이 여수 바깥에서 구경하기 힘든 맛이다. 여수까지 왔거들랑 순천만을 빼기에는 서운함이 크다. 일단 시 한 편. '널을 타고 이승을 건너가는 여인들/ 넓은 갯벌 수평선 위를 기고 있다/ 꼬막은 어금니를 꽉 깨무는 버릇이 있어/ 술병처럼 목을 늘인 흑두루미식당,/ 짭쪼롬한 내 손톱 밑이 시리다'(남푸름 '순천만 꼬막정식') 꼬막 채취할 때 한쪽 무릎을 널빤지에 대고 뻘밭에 미끄러지는 모습을 ‘널을 타고 이승을 건너간’ 빼어난 묘사는 리얼한 현장을 초월하여 신비스러운 장면을 연출한다. 몸과 뻘이 하나로 육화되어 감각을 건드리며 밀려오는 밀도는 시리면서 꽉 찬다. 여수는 사랑과 삶, 그리고 영겁으로 회귀하는 삶의 연속성을 가르쳐준다. 따뜻한 남풍이 머뭇거리는 나그네의 등을 연신 떠민다. 글·사진 김영탁 시인 tibet21@naver.com
  • [주말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밤 10시 40분) 요즘 캠핑 인구가 500만명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온다. 자동차와 텐트만 있으면 숙박 걱정 없이 떠나는 지금은 바야흐로 캠핑 시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캠핑으로 삶의 활력을 얻는 캠핑객들의 72시간을 경남 하동 평사리 캠핑장에서 만나 본다. 섬진강 중에서도 모래가 으뜸이기로 유명한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 위치한 평사리.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주요 배경을 이뤘던 이곳은 소설 속 최참판댁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섬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평사리 캠핑장은 연중 캠핑이 가능하고 접근성이 좋다는 이유로 해마다 전국 각지의 캠핑 마니아들이 찾는 하동의 명소가 됐다. ■백종원의 3대천왕(SBS 토요일 저녁 6시 10분) 3대천왕이 전국 맛집 탐방에 나선 지 1년을 기념해 백종원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이 출격했다. 존박과 강남은 먹방 투어를 위해 부산행 열차에 오르고, 유민상과 김민경은 김준현의 자리를 위협한다. 연예계 대표 주당 정찬우는 최고의 해장 메뉴를 소개하는 등 쉴 틈 없이 식욕을 자극한다. ■옥중화(MBC 일요일 밤 10시) 대비는 문정왕후(김미숙)가 도성 안 백성들에게 역병을 퍼트렸다는 사실을 원형(김준호)과 태원(고수)에게 알려 준다. 그러면서 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한다. 한편 지헌(최태준)의 태도에 깊은 고민을 하던 신혜(김수연)는 그 원인이 옥녀(진세연)에게 있음을 알게 된다.
  • ‘파워타임’ 이세영, “항상 썸은 타고 있다” 누구와?

    ‘파워타임’ 이세영, “항상 썸은 타고 있다” 누구와?

    ‘파워타임’ 이세영이 썸남을 고백했다. 17일 방송된 SBS라디오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이하 파워타임)’에는 개그맨 이세영과 쇼핑호스트 이민웅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이세영은 “지금 남자친구가 있느냐”는 DJ 최화정의 질문에 “지금은 없지만 항상 주변에 남자는 있다. 항상 썸은 타고 있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어 최화정이 “나만의 대시 방법이 있느냐”고 묻자 이세영은 “일단 밥을 먹자고 한다. 점심에 초밥을 먹고 사케를 마시면서 뜬 분위기로 커피숍을 가서 커피나 수박주스를 먹는다. 해장 느낌이 나면서 달달한 느낌이 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세영은 “이후에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슬쩍 슬쩍 ‘귀엽다’는 말을 해준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이상형을 묻는 최화정의 말에는 “나는 WWE 레슬링 선수 브록 레스너 같은 사람이 좋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카드뉴스] 내가 먹은 라면 때문에 오랑우탄이 멸종된다고?

    [카드뉴스] 내가 먹은 라면 때문에 오랑우탄이 멸종된다고?

    저와는 무관하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광복절인 월요일(8월 15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입니다. 연휴를 맞아 지난밤을 ‘불태운’ 당신, 혹시 해장을 위해 라면을 뜯으셨나요? 그렇다면 당신도 보르네오 오랑우탄 학살의 가담자입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비극의 현장을 들여다봤습니다. 기획·제작 이솜이 인턴기자 shmd6050@seoul.co.kr
  • 불금 보낸 당신의 숙취가 오래 가는 이유는?

    불금 보낸 당신의 숙취가 오래 가는 이유는?

    음주와 숙취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아무리 술을 잘 마시는 이들도 숙취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특히 20대라면 물 한 잔만 벌컥벌컥 들이켜도 얼추 술기운이 풀리곤 한다. 30대를 넘어서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이러저러한 약도 먹고 숙취해소 음료도 먹고 해장국도 챙겨 먹어보지만 영 수월치 않다. 왜 그럴까. 영국 매체 메트로는 최근 '왜 나이를 먹을수록 숙취가 심해지는 걸까'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 애주가들의 공통된 고민에 접근했다. 심오한 질문에 비해 답은 허망하리만치 명쾌하다. 바로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의 신체 세포도 함께 늙어가고, 알코올 분해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젊은 나이에는 간 속에 남아있는 숙취의 주성분인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쉽게 분해할 수 있다. 그리고 몸속 효소는 알코올을 물과 아세트산으로 분리해 바깥으로 배출시킨다. 하지만 나이를 점차 먹어가면서 효소가 이런 기능을 진행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아세트알데하이드가 계속 남게 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몸속에 오래 남을수록 두통, 구토, 무기력 등 숙취의 전형적인 증상 역시 오래 남게 된다. 또한 나이를 먹으면 몸속 수분이 그만큼 줄어들게 돼 알코올의 농도 또한 짙게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음주 전후 꾸준히 물을 먹어야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나이를 먹으면서 몸속 지방성분이 많아지는 것도 숙취에 오래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방은 단백질 성분에 비해 알코올을 흡수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질펀한 술자리에서 흡수한 알코올을 몸속에서 처리할 공간이 그만큼 줄어듦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원인이 명쾌한 만큼 해법 또한 명쾌할 수밖에 없다. 물을 많이 마시고, 적절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방법은 하나다. 술을 줄이던지 끊어야 한다. 사진=ⓒFotolia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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