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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스公사장 해임결의안 가결

    한국가스공사가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오강현 사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오 사장의 진퇴 여부는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오 사장측이 정부 외압에 의한 결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가스공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회사 명예실추 등을 이유로 오 사장에 대한 해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사회는 ▲오 사장이 지난해 11월 노무현 대통령의 남미순방 기간 중 비상근무령이 발동됐을 때 근무지를 이탈해 골프를 친 사실이 정부 공직감찰에서 적발됐고 ▲정부 방침과 달리 직원들에 대해 5조3교대 근무를 실시했으며 ▲노조의 정부정책 반대집회를 용인했다는 것 등을 들어 해임을 결의했다. 이에 대해 오 사장측은 “골프는 업무상 불가피한 것이었을 뿐 아니라 전임 사장 때부터 정례화됐던 것이며 5조3교대는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노사가 합의했던 부분이고, 노조 집회를 용인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오 사장측 관계자는 “이미 J·H씨 등 후임 사장이 실명으로까지 거명되고 있다.”며 “정부가 구미에 맞는 인물을 앉히기 위해 지난해 공기업 고객평가 1위, 가스요금 인하 등 높은 경영성과를 낸 오 사장을 교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도 정부 압력설을 제기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사회가 문제삼은 부분들이 물론 잘못이라고 해도 결코 해임을 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본질적으로 가스산업 구조개편을 둘러싼 산업자원부와 오 사장간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오 사장은 공사 민영화와 천연액화가스(LNG) 발전회사 직접도입 등을 골자로 한 정부 개편방안에 대해 반발해 왔다. 지난 10일 국제회의 참석차 유럽으로 출국했다가 오는 18일 귀국하는 오 사장은 주총에서 해임이 확정될 경우 소송을 내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성적비리 교사 교단서 추방

    성적비리 교사 교단서 추방

    이르면 내년부터 초·중·고 성적 비리에 연루된 교원은 교원 자격이 박탈돼 다시는 교단에 설 수 없게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0일 ‘학업성적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성적 관련 비리를 없애기 위해 올해 안에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교원이 성적 비리에 연루되더라도 징계 차원에서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만 받고 교원 자격은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사립학교에서 비리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시·도교육청이 학교 재단측에 징계만 권유할 뿐 직접 징계할 수 없었다. 현재 교원자격 박탈 규정은 교원자격검정령 제6조에 ‘교육부장관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자격증을 받은 자에 대해 그 자격증을 박탈한다.’고만 명시돼 있다. 그러나 법이 고쳐지면 교원 자격 자체가 박탈되기 때문에 국·공립 학교는 물론 사립학교에서도 비리 교원을 임용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은 법령 위반 내용이나 비리 행위가 무겁다고 인정될 경우 사전청문 등의 절차를 거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고, 현직에 있더라도 징계면직 처분을 받은 뒤 자격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州)마다 다르지만 일정 기간 교원 자격증을 갱신하도록 하고, 버지니아주에서는 시험부정에 연루된 교원의 자격을 박탈하고 있다. 윤웅섭 학교정책실장은 “자격이나 면허를 취소하는 사례는 의료법이나 약사법, 변호사법, 국가기술자격법 등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교직단체에서도 자정 차원에서 동의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日 ‘적대적 M&A’ 어렵게 한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최근 신흥 인터넷기업인 라이브도어가 외국자본을 빌려 민방인 니혼방송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일본 사회가 들끓고 있다. 정부도 적대적 M&A를 제한하거나 외국자본의 언론사업 간접진출을 제한하는 등 법 개정에 나섰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8일 개장전 시간외 거래에서 니혼방송 주식을 대량 매집하기 시작한 라이브도어가 21일까지 보유한 니혼방송 주식은 의결권 기준 40.07%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최대 민영방송 후지TV나 계열사인 산케이신문 등이 놀라 뒤늦게 니혼방송 지분확보에 나서는 등 소란스럽다. 라이브도어는 32세의 호리에 다카후미 사장이 이끄는 벤처기업이다. 호리에는 1996년 도쿄대 재학 중 컴퓨터업체 ‘온 더 에지(On the Edge)’를 설립,2000년 일본 코스닥시장인 마더스에 상장했다.2004년 ‘라이브도어(Livedoor)’로 회사명을 변경, 지난해 매출이 308억엔이고, 영업이익은 56억엔이었다. 종업원은 1300여명이다. 일본 법무성은 22일 적대적 M&A를 어렵게 하도록 관련 회사법을 개정키로 했다. 기업이 매수를 받았을 때 대항책으로써 정관으로 미리 주주총회의 의결 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현행 법에서는 주식회사가 합병이나 임원 해임 등 경영권 양도를 결정할 때 주주총회에서 대주주를 포함한 ‘참석 주주’ 3분의2 찬성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개정안은 주주총회 ‘결석자’를 포함한 3분의2 찬성을 특별 의결 요건으로 강화했다. 다시 말해 전체 주식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한 것이다. 총무성도 21일 외국자본이 간접적으로 일본의 방송사를 지배할 수 없도록 전파법이나 방송법 개정안을 이번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 아래 여당측과 조정에 들어갔다. 당초 올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하려던 계획이었으나 라이브도어 파문이 불거지면서 앞당겼다. 현행 전파법 등은 방송사에서 외국자본의 의결권 비율이 20% 이상이 되지 않게 규정하고 있지만, 외국자본이 대주주인 일본 기업이 방송사의 대주주가 되는 것과 같은 간접적인 지배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제하고 있지 않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 규마 후미오 자민당 총무회장 등 정치권도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게 되면 2세 교육에 좋지 않다.”며 호리에 사장을 비판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적대적 M&A 규제에 대해 시장자유화 및 외자 개방추세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taein@seoul.co.kr
  • 수능감독관 시험시간에 사우나

    지난해 휴대전화를 이용한 수능시험 부정행위와 관련, 광주에 파견된 교육부 수능감독관이 목욕탕에서 사우나를 즐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교육인적자원부와 광주교육청 등은 부정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인터넷 홈페이지로 40여건의 관련 제보를 받았으나 조사를 게을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관계부처 대책회의’도 관련기관의 비협조로 2차례나 무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18일 이같은 내용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리실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시험관리를 잘못한 책임을 물어 교육부 과장·사무관 등 2명, 광주교육청 장학사·국장·과장 3명 등 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수능 감독을 위해 전남 광주에 중앙감독관으로 파견됐으나, 시험 당일 근무지를 무단 이탈하고 사우나를 즐긴 교육부 서기관 Y씨에 대해서는 해임을 요구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해 8월16일 ‘인터넷 신문고’에 휴대전화 수능부정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민원이 올라오자 이를 교육부에 넘겼고, 이어 교육부는 산하 출연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방지대책을 수립토록 지시했다. 교육부는 이후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로 비슷한 내용의 고발성 실명 제보를 9건 추가로 접수받았으나 이들 민원인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부정을 방지하기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교육부에 건의하는 동시에 평가원의 주관으로 지난해 10월20일과 26일 두 차례 정보통신부, 경찰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주관하려 했으나 번번이 무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교육청은 인터넷 게시판에 15건의 부정행위 관련 제보를 받았으나 ‘허위사실 유포’로 결론짓고 제보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이날 감사결과 발표와 함께 ▲수능시험 문제유형의 다양화 ▲타 학군 교사의 시험장 감독 ▲대리시험 방지를 위한 필적감정조사 ▲부정행위자에 대한 응시자격 3년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능시험관리 개선책을 교육부에 통보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A3 챔피언스컵2005] “亞 지존은 하나”

    ‘아시아 축구의 지존을 가리자.’ 한·일 프로축구의 챔프인 수원 삼성과 요코하마 마리노스가 자존심을 건 맞대결을 펼친다. 무대는 19일 오후 1시30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한·중·일 프로축구 ‘A3 챔피언스컵2005’ 마지막 3차전. 여기서 이긴 쪽이 대회의 우승컵과 상금 40만달러(4억원)를 모두 챙긴다. 현재까지는 백중세. 두 경기씩을 치른 가운데 두 팀은 나란히 1승1무(승점 4점)다. 골득실도 +2로 같지만 수원(5골)이 다득점에서 2골 앞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19일 경기에서 이긴 쪽이 우승컵을 안게 된다. 두 팀이 비기고 3위 포항(2무)이 선전 젠리바오(2패)를 세 골차 이상 이기면 극적인 역전우승을 하게 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때문에 K리그 챔프 수원과 J리그 2연패를 달성한 요코하마의 맞대결은 사실상 아시아 최고 클럽을 가리는 격전장이다. 여기에 8년 만에 재회한 양팀 사령탑간의 승부도 또 다른 볼거리다. 수원의 차범근(52) 감독과 요코하마의 오카다 다케시(49) 감독은 지난 97년 9월28일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전에서 처음 조우했다. 오카다 감독은 당시 일본팀 코치. 한국은 이 경기에서 이민성의 극적인 중거리슈팅 덕에 드라마 같은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른바 ‘도쿄대첩’이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1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는 해임된 가모슈 전 감독을 대신해 감독대행을 맡은 오카다 감독이 2-0으로 이겼다. 승패를 한 번씩 주고받은 셈. 이번 대결에서 확실하게 우열을 가려야 하지만 두 팀 다 상황이 좋지 않다. 수원은 지난 16일 포항에 여유있게 두 골 차로 앞서가다가 막판 연속골을 내주며 무승부를 기록,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더구나 붙박이 수비수 곽희주를 비롯, 최성용 안효연 등 주전멤버들이 부상으로 요코하마전에 나오기 어렵다. 지난해 MVP 나드손이 2경기 연속 2골을 터뜨리며 최고의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점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 요코하마는 지난해 A3 챔피언스컵에 출전했지만 성남 일화에 패하며 준우승에 머문 팀. 올해 권토중래를 외치고 있지만 전력 공백이 크다. 안정환과 구보 등 주전공격수가 아예 빠진 데 이어 집단감기로 5명의 선수가 몸져누웠고 ‘젊은 피’ 사카다 다이스케(22)마저 선전 젠리바오와의 경기에서 왼쪽 무릎을 다쳐 공격진에 구멍이 생겼다. 결국 양 팀 모두 베스트 멤버가 뛰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승부는 정신력에서 갈릴 것으로 점쳐진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6) 신도안은 대한독립의 소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6) 신도안은 대한독립의 소망

    ●신도안 사람 김씨 김철호(가명) 노인(78세)을 다시 만난 것은 금년 초였다. 옛날 신도안 사람들의 생활이 궁금해 거기 살던 이를 수소문하던 참에 그와 재회하게 된 것이다. 1988년 봄, 먼지가 풀썩거리는 시골길을 따라 소형차를 몰고 간 곳이 충남 논산군 두마면 부남리였다. 나는 종교사회학적 입장에서 신도안을 조사할 계획이었다. 부남리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유독 김씨가 기억에 가장 오래 남았다. 차분하면서도 다부진 말씨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집안 내력도 독특했다. 김철호씨는 3대째 신도안에 살고 있는, 이를테면 신도안 토박이였다.19세기 말 그의 조부 김병선이 평안도 정주에서 문전옥답을 다 처분하고 식구를 인솔해 들어온 곳이 바로 부남리였다. 밥술이나 먹던 김씨의 조부가 하루아침에 고향을 등진 것은 ‘정감록’의 예언을 좇아서였다.‘머지않아 난리가 난다. 조선이 망하고 새 왕조가 계룡산에 들어선다.’ 김씨의 조부는 신도안에 들어가면 난리도 피하고 새 세상에서 벼슬도 할 수 있단 말에 귀가 솔깃해 마침내 고향을 등졌다고 했다. 구한말에는 외세의 간섭이 심해지고, 각종 민란과 갑오동학농민운동 등으로 사회가 몹시 혼란했다. 그 시절에 신도안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본격화됐던 것인데 이주민 중엔 수 백 년 동안 지역차별에 희생됐던 서북 출신이 많았다. 본래 살림살이가 유족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정감록’이 처음 출현한 곳도 서북지역이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김철호씨의 조부는 전형적인 초기 이주민이었다. 신도안의 토착인구는 19세기 초까지 수십 호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세기 후반부터 이주민이 점증한 결과,1918년 말 총 584호에 남녀 2667명으로 불어났다. ●신도안의 여러 뜻 ‘정감록’의 신봉자들은 누구나 새 도읍지를 신도안이라 믿었다. 이 태조가 대궐 터를 닦던 곳이고 계룡산에서 가장 빼어난 명당이기 때문에 거기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 신도안이란 지명엔 흥미로운 유래가 있다. 신라 때 당나라 장수 설인귀가 계룡산에 왔는데, 그는 신라 사람들이 계룡산의 정상인 천황봉 아래 있는 제자봉(帝字峰)을 제도(帝都)라 일컫는 사실을 알고 격노했다. 엄연히 중국에 황제가 있는데 신라같이 작은 나라에 제도(帝都)란 말은 당치 않으니 당장 바꾸라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은 할 수 없이 ‘제도’의 ‘제(帝)’ 자에서 양편 획(劃)을 떼 신(辛)자로 고쳐 ‘신도(辛都)’라 불렀다 한다. 신도안이란 지명을 둘러싼 해석은 제각각이다.1988년 조사 당시 내가 현지서 만난 계통불명의 어느 신종교단체 교주는, 새 세상을 가져다줄 구세주가 도읍할 곳이므로 ‘신도안(新都案)’ 즉, 신도읍 예정지라고 했다. 단군을 모신다는 어느 신종교단체의 사제는 이곳은 신정(神政)이 베풀어질 곳이라 ‘신도안(神都案)’이라 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동학 계통의 어느 신종교인은 정감록에 예정된 정씨(鄭氏)의 도읍인 때문에 조선왕조의 도읍은 아니라는 뜻이 있어 ‘新都안’이라고 했다. 그는 ‘안’은 아니라는 부정의 뜻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김철호 씨를 비롯한 현지 주민들은 ‘새로운 도읍지의 안쪽’ 즉, 신도내(新都內)로 이해했다. 이번에 다시 만났을 때 김씨는 21세기엔 드디어 신도안 시대가 열려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거라 했다. 그는 아직도 3대를 품어온 희망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지명에 대한 해석은 서로 달랐지만 신도안이 장차 일대변화를 불러올 중심지여야 한다는 믿음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정감록’의 신봉자들은 세상이 그냥 이대로 지속돼선 안 된다, 뭔가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확신을 가진 듯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믿음은 기독교와 불교를 비롯한 이른바 모든 고등종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면 ‘정감록’ 신봉자들은 질적 변화의 진원지를 신도안이란 구체적인 장소로 못 박은 점이다. 신도안의 지리적 범위를 묻는 내 질문에 김철호씨는 이렇게 답했다.“계룡산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한참 내려오면 암용추와 숫용추 두 폭포가 있어. 바로 그 아래 한 자락이 신도안이지. 충남 논산군 두마면 부남리, 석계리, 용동리, 정장리에 대덕군 진잠면 남선리를 더한 5개 마을이 신도안이란 말이여. 일제 때부텀 행정구역으론 그랬어.” 지도를 펴놓고 보니 대략 동서 6㎞, 남북 7㎞ 정도 공간이었다. ●3·1운동으로 조성된 신도안 열풍 1919년 3·1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신도안을 향한 이주 물결이 한층 거세졌다. 엄밀한 의미로 독립만세운동은 실패가 아니었다. 그 영향으로 상해임시정부가 세워졌고 식민당국도 무단통치를 이른바 ‘문화정책’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세운동에 앞장섰던 수십만 명이 일경의 체포, 구속, 구타로 시달림을 겪은 터라 후유증이 몹시 컸다. 상당수 민중은 일종의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심리적 위안을 받는 일이 시급했다. ‘정감록’이 그 문제를 떠맡았다. 알다시피 정감록은 현재의 평안과 미래의 성공을 기약하는 길지(吉地)를 선사했다. 정감록을 믿었던 민중은 가족을 거느리고 이주대열에 섞였다. 무엇보다도 신도안이 가장 인기 있는 길지였다. 거기서 기도하면 소원성취 할 수 있다, 암수 폭포수가 흐르는 신도안 개울물에 서식하는 올챙이를 복용하면 만병통치 효과가 있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김씨가 부친 김연수에게 들은 바로,1920년쯤 3·4월이면 올챙이를 잡으러 개울가로 몰려드는 인파가 수천 명이나 됐단다. 김씨도 개구쟁이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올챙이를 꽤 많이 잡았다고 한다. 실제로 1919년 이후 4∼5년 동안 신도안의 인구는 급성장했는데 이 점은 통계로도 입증된다.1923년 말 1570호에 7008명으로 5년 전인 1918년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났다. 신도안은 이미 사람이 가득 찼기 때문에 그 주변 마을로 이주민이 몰려들 지경이었다. 그들은 대개 ‘정감록’을 신봉하는 신종교단체들에 속했다. 아예 그런 신종교단체가 수백 명의 신도들을 이끌고 이주해온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금강교가 그랬다.‘금빛 병풍 산기슭에 만 명이 살 수 있다’는 ‘정감록’의 구절을 근거로 금강교도들은 신도안에 근접한 충남 연기군 금남면 금천리에 터를 잡았다. 하루아침에 100호도 넘는 큰 마을이 들어섰다. ●신도안에서도 꺼지지 않는 대한독립의 꿈 나로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지만, 신도안 이주는 독립에 대한 열망과 맞물려 있었다. 이미 1910년대 중반에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증산교의 일파인 음치교와 태을교 측은 다음과 같은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제1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승리로 돌아간다. 정진인이 한국 출신 장교를 거느리고 독일편에서 싸우기 때문이다. 세계전쟁이 끝나면 천변지이(天變地異)가 일어나 인류가 모두 사멸하게 돼 있으나 음치교나 태을교를 믿는 신도들만은 재난을 면한다. 어쨌거나 세계전쟁을 마무리지은 정진인은 대한독립을 이룬 다음 계룡산에 도읍한다. 이때가 되면 음치교나 태을교 신도들은 신앙심과 포교성적에 따라 관직을 상으로 받는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흥미롭게도 그들 신종교단체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승리할 것으로 점쳤고, 그 이유를 정진인에게서 찾았다. 당시 독일은 일본과 적대관계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심정적으로나마 독일편을 들었다고 풀이된다. 음치교나 태을교도 그랬지만 신종교의 대부분은 정감록을 믿었다. 그들은 진인왕의 등극을 기다렸는데 그것은 나라의 독립을 뜻하기도 했다. 진인왕은 어떤 경우에도 일본의 꼭두각시일 수가 없었다. 여러모로 허황된 예언이었지만 신종교 단체가 퍼뜨린 유언비어에는 대체로 독립을 열망하는 민중의 마음이 얼마간 담겨 있었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뒤부터 민중은 국가의 독립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일단 나라를 되찾아야 개인의 평안과 출세도 가능하다는 인식이었다. 식민지 당국은 이들 ‘위험한’ 신종교단체를 탄압했다. 일제는 그런 단체들에게 사기, 폭력, 금품 갈취, 음란행위 따위의 죄목을 씌워 마음대로 탄압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들 단체의 특징이었던 민족주의 성향에 대한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빌라도 총독이 신종교 지도자 예수를 처형할 때 파렴치범과 나란히 십자가에 매달았던 것도 그 비슷한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 1920년대에도 신도안 이주를 부추기는 유언비어들이 계속해서 나돌았다.1921년쯤 충청남도 예산군 고덕면에는 다음과 같은 소문이 유행했다.‘정감록’에 왜왕(倭王) 3년을 지내고 가도(假都) 3년이 되면 참된 정씨 왕이 나타나 계룡산 신도에 나라를 세운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왜왕 3년이란 총독 삼대(데라우치 마사타케, 하세가와 요시미치, 사이토 마코토)요, 가도 3년은 상해임시정부 3년이다. 요컨대 1921년쯤 계룡산 신도안에 임시정부가 도읍을 세운다는 예언이었는데, 그 말이 퍼지자 신도안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1921년 한 해 동안 모두 610호에 2443명이 신도안에 정착했다. 김철호씨는 고향마을 선배 중에도 그 때 이주해온 집안이 적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경기도 교하 지방에도 조선독립에 관한 유언비어가 널리 퍼졌다. 계룡산 바위틈에서 다음과 같은 글이 발견되었다는 소문이었다.‘음력 2월15일은 독립을 외치는 날이다.10번을 외치면 일가를 보존하게 되며,20번을 외치면 독립을 회복한다. 이 취지를 쓴 종이 두 장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면 자기 한 몸이 보존되고,8장을 전하면 충신 효자가 된다. 만일 이를 남에게 전하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고 했다. 주술적 효과를 가진 종이 쪽지가 계룡산 바위틈에서 발견됐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것은 어느덧 계룡산은 독립을 실현해 줄 희망의 등잔이요, 신도안은 그 불꽃이 타오를 심지가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어느덧 신도안은 민족의 성지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신도안의 명물 칠성교의 ‘지푸라기 북’ 1920년대 민중의 관심사는 신도안이 과연 언제 도읍이 되는가, 달리 말해 나라가 독립될 시기를 점쳐 알아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1924년 신도안 사람들은 지푸라기 북(草鼓) 하나를 만들었다. 그 북은 김철호씨의 고향 부남리의 칠성각에 안치되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그 마을에 있던 칠성교란 신종교의 보물이었다. 부남리에 관한 일이라 나는 김씨에게 그 북을 아는지 물어보았다. 뜻밖에도 김씨의 부친과 평안도 박천에서 내려온 부친의 친구 분이 모두 칠성교를 믿었다고 한다. 김씨 역시 어린 시절 부모의 손에 이끌려 칠성교당에 다녔단다. 1928년 그 북을 쳐 만약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으면 한국 종교계의 우두머리로 삼는다는 소문이 원근에 파다했다. 이 소문을 듣고 각지에서 몰려든 구경꾼만 해도 무려 2만 5000명이었다. 당황한 식민지 경찰은 서둘러 지푸라기 북을 불태워버렸다. 그러나 민중의 아쉬움은 수그러지지 않아 2년 뒤 북을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지푸라기 북이 소리를 낼 리는 없다. 하지만 ‘정감록’ 속의 정진인이 나온다면 그 정도 기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민중의 믿음이었다. 1989년 김씨를 포함한 신도안 주민들은 신도안에서 쫓겨났다. 이른바 6·20 사업으로 신도안 일대에 군사시설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제5공화국의 시퍼런 서슬에 누구도 감히 저항하지 못했다. 알고 보면 신도안의 ‘정감록’ 신봉자들은 1970년대를 거치면서 신앙이 약화되었다. 상당수는 생계의 어려움과 자녀들의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로 떠나갔다. 김씨는 고집스럽게 신도안에 눌러앉았지만 그의 두 자녀만 해도 이미 오래 전에 서울로 나갔다고 한다. 지금은 지푸라기도 북도 없고,‘정감록’의 예언에 목을 매는 이들도 많지 않지만 때로 간절한 소망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다. 팔순을 바라보는 김철호 씨가 아직 신도안 시대를 꿈꾼다 해도 그 허망함을 탓하기만 해야할지 모르겠다.(푸른역사연구소장)
  • [클릭 이슈] 공무원 노조 아물지 않은 파업 후유증

    [클릭 이슈] 공무원 노조 아물지 않은 파업 후유증

    “시 소속 공무원 1200여명 가운데 30%가 징계를 받았습니다. 징계 대상자 395명 중 견책 54명을 제외하고 341명이 감봉 1개월 이상의 징계를 받았죠. 지금도 후유증이 큽니다.” 강원도 원주시 공무원 박모씨는 지난해 11월15일 감행했던 공무원노조의 파업 후유증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14일 “파업 이후 시측이 노조사무실을 철거해 시청앞에서 텐트 농성을 하고 있으며, 시의 강경 입장 때문에 노조원들이 농성장조차 마음놓고 찾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15일은 전국공무원노조가 총파업을 벌인 지 3개월째 되는 날. 당시 파업은 3일 만에 끝났다. 정부의 강경 방침으로 실패했던 것이다. 하지만 파업의 대가는 혹독했다. 노조집행부에 대한 사법 처리와 파업 참가자에 대한 대량 징계로 이어졌다. 강경 방침을 주도했던 허성관 전 행자부 장관도 물러났다. 파업의 단초가 됐던 공무원노조법은 그대로 통과됐다. 정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한 편이어서 전국공무원노조측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징계 공무원 93% 소청 제기 파업 지도부 가운데 47명이 사법처리됐다. 이 중 36명은 구속됐다가 풀려났다.11명은 아직도 ‘영어(囹圄)의 몸’이다. 김영길 위원장 등 2명을 제외하고는 집행부 모두 사법처리됐다. 김 위원장도 3월 중 경찰에 자진 출두할 방침이다. 파업 참가자들도 대부분 징계를 받았다. 파업 당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경우 일단 징계대상이다. 일부에서는 지나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원칙에서 물러설 수 없다고 버텼다. 2585명의 징계대상자 가운데 1428명이 징계를 받았다. 파면 191명, 해임 192명, 정직 639명이다. 감봉과 견책도 406명이다. 징계를 받은 공무원 가운데 93%인 1338명은 소청을 제기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처벌 기준을 완화해 형평성 주장도 제기됐다. 특히 울산 동구(312명)와 북구(213명)에서는 징계절차를 밟지 않아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울산시가 동구·북구청장을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와 전국공무원노조측의 ‘지루한’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에 노조 사무실 철거를 독려하고 있다. 노조전임자 허용 및 단체협약 체결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측이 파업 참가로 중징계를 당한 조합원들을 돕기 위해 조합원 1인당 2만원씩 모금운동을 하는 것도 차단하고 있다. 급여에서 원천징수를 할 수 없도록 막았다. 이 때문에 공무원노조의 모금운동은 당초보다 힘겹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노조 출범 대비 중” 이런 분위기 속에 양측은 더 큰 틀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는 공무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본격적인 대비에 들어갔다. 법은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발효된다. 공무원들이 노조 업무를 잘 모르는 점을 고려해 담당공무원들에 대한 노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조업무를 전담할 행정조직을 만들고 있다. 행정자치부엔 과(課), 자치단체엔 계(系) 단위의 조직을 설치한다. 전문성과 연속성을 고려해 가급적 공인노무사 등 전문가를 채용토록 유도하고 있다. 노조측은 법외노조로 활동하면서 교섭력을 키워온 반면 행정조직은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무원 노조,“법 개정투쟁과 조직활동 주력” 노조측은 공무원노조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무원들의 반대와 의견을 무시하고 법제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법 개정 투쟁을 하겠다고 벼른다. 최악의 경우, 법외노조로 남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더불어 파업 희생자 돕기에 더욱 주력하고, 공무원노조에 대한 대(對) 국민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또 다른 공무원노조 단체인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도 내년부터 법이 발효될 것에 대비해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국정원장 인사권 강화

    정부 부처 장관에 이어 국가정보원장의 인사권도 강화된다. 국정원은 13일 대통령이 행사해 온 5급 이상 국정원 직원의 임용권 가운데 4·5급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국정원장에 위임하는 국정원직원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4·5급 직원의 전직·강임(직급 하향 조정)·면직·해임·파면권 등의 권한이 국정원장에게 위임된다.4·5급 신규 채용과 승진 임용권은 기존대로 국정원장의 임용 제청에 따라 중앙인사위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국정원 관계자는 “일반 부처가 장관 인사자율권을 강화한 데 이어 국정원장의 인사 자율권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팔 강경파, 평화협상 판깨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평화 협상이 시작부터 암초에 걸렸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휴전에 합의한 지 사흘만에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세력들이 가자지구 이스라엘 정착촌을 박격포로 공격함에 따라 저항세력 통제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아바스 수반은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 보안군과 경찰 최고책임자 등 보안 수뇌부를 전격 해임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등 무장세력들이 이날 가자지구 남서부 이스라엘 정착촌에 수십 차례 박격포 공격을 가한 뒤 나온 것이다. 하마스 등은 전날 2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숨졌으며, 이번 공격은 이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사상자는 없었다. 아바스는 이날 가자지구를 전격 방문, 무장단체들에 대해 강력한 휴전 준수 의지를 전달했다. 앞서 그는 파타운동 중앙위를 소집, 대책을 논의한 뒤 자치정부 산하 치안부대에 비상조치를 내렸다. 파타운동 중앙위는 자치정부의 테러공격 억제능력을 시험하고 자치정부의 국제적 합의를 무산시키려는 무장단체들의 행동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경고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HP 피오리나 회장 낙마

    1998년부터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기업가로 선정됐다가 지난해 2위로 하락한 칼리 피오리나 휼렛패커드(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전격 해임됐다.HP는 이날 피오리나 회장의 사임을 공식발표하면서 로버트 웨이먼 최고재무담당자(CFO)가 임시 CEO를 맡을 것이며 곧 새로운 CEO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오리나 회장은 “HP의 전략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지를 놓고 이사회와 이견이 있었고 이에 대해 유감이지만 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HP는 위대한 기업이고,HP의 모든 사람들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피오리나가 전격 해임된 것은 2002년 그녀가 주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 제고를 위해 경쟁사인 컴팩 컴퓨터를 190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발목을 잡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피오리나는 컴팩을 인수하면서 PC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 매출의 3%를 차지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PC부문의 영업이익이 전체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 PC시장에서는 경쟁사인 델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서버와 기업컴퓨터 부문에서도 IBM에 밀리는 등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여기에다 1999년 7월 피오리나의 회장 취임 이후 5년반만에 HP의 주가가 63%나 하락한 것도 그녀의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피오리나는 2100만달러(약 216억원)의 퇴직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세진기자 yujin@seoul.co.kr
  • “백악관 주방장 구합니다”

    “백악관 주방장을 구합니다.” 미 백악관이 11년 동안 주방을 맡아온 요리사를 해임하고 새 주방장을 찾고 있다고 6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최근 해임 통보를 받은 주방장은 1994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부인 힐러리가 정치인들이 즐겨 찾는 웨스트 버지니아주 리조트에서 발탁한 월터 셰이브 3세(50)다. 클린턴에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 식단도 4년 넘게 책임져온 그를 해임한 인물은 부시 2기 취임과 함께 새로 사교 담당 비서에 임명된 리 버먼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기부해온 웨인 버먼의 부인이자 워싱턴 사교계 여왕으로 유명한 버먼은 ‘영부인이 원하는 스타일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셰이브를 해고했다고 한다. 백악관 주방장은 대통령 가족의 식사뿐 아니라 그들과 관련된 사적·공적 모임을 모두 주관하는 총감독격.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각국 정상들과 외교사절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등 세계 지도자들에게 미국의 호의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도 받는 중요한 자리다. 셰이브는 미국의 각 지역별 특산물들을 이용해 현대적 감각의 음식을 만들며, 다민족 사회인 미국에서 각 민족들의 입맛을 살린 음식에 탁월한 요리사로 알려져 있다. 백악관은 신임 주방장을 뽑을 때까지 당분간 셰이브에게 주방을 더 맡길 계획이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고종의 ‘을사조약 거부’ 日도 알았다”

    “고종의 ‘을사조약 거부’ 日도 알았다”

    올해는 을사조약 체결 100년이 되는 해다. 우리에게 을사조약은 외교권을 강탈당한 ‘늑약’(勒約·강제로 체결한 조약)이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 국제법적으로 상세히 따져야 한다는 논리를 갖다 대지만 사실 을사조약의 불법성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던 것은 일본 그 자신이었다. 국제법적인 측면에서, 체결 된 조약의 유·무효를 따지기 위해서는 한쪽 당사자가 ‘강박(强迫)에 의한 의사표시’를 했는지 가려야 한다. 그러나 강박의 개념에도 차이가 있다. 을사조약의 경우 강박을 고종황제 개인에 대한 압력인지 대한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압력인지, 물리적 협박인지 아니면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포함시켜야 하는지 등을 두고 미묘한 의견차이가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하와이 카우아이 리조트 컨벤션 홀에서는 남북은 물론, 중·미·일 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을사조약 100년 하와이 컨퍼런스’가 열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이 컨퍼런스의 주제가 바로 “한-일간 1905년 ‘협약’은 강박으로 이뤄졌는가?”이다. 서울대 이태진 국사학과 교수는 고종황제가 조약체결에 거부감이 없었다는 하라미 다마키 교수의 최근 주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하라미 교수는 고종황제의 공식일기인 일성록(日省錄)을 비롯한 각종 기록에 ‘황제 지시에 따라 협상했다.’는 을사5적의 상소문이 실렸고 황제의 비판적인 코멘트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적극적 동의는 아니었다 해도 적어도 반대는 안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교수는 조약체결 당시 일성록 같은 황제 관련 기록물의 작성권한이 대부분 일본인들에게 넘어갔다는 점을 들어 고종황제의 생생한 목소리가 애초부터 실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북한 대표로 참석한 일본 조선대학 강성은 교수는 을사조약을 주도한 이토 히로부미의 ‘복명서’를 추적했다. 복명서에서 이토는 고종이 조약체결에 동의한 것처럼 기록했지만 당시 이토의 비서실장 스즈끼 게이로쿠가 작성한 초안은 달랐다. 초안에는 ‘한국황제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선명하고 이를 가필해서 수정한 흔적까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애초부터 고종황제가 조약을 거부했고 일본도 고종황제가 거부했다는 사실이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일본측 참가자 가운데 한명인 아이치현립대 고쿠분 노리코 교수는 조약체결 당시 대한제국의 국내법제와 법사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과연 고종황제의 권한이 절대적이었느냐는 문제의식이다. 즉 갑오개혁과 같은 근대적 개혁 조치 뒤에는 더 이상 전근대적 절대 군주제 시절과는 다른 정치체제를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종황제가 자유의사가 아닌 강박에 의해 조약체결에 동의했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그럴 만한 권한 자체가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서울대 김기석 교수는 고종황제가 적극적으로 조약무효화 운동을 벌인 사실을 들어 우회적으로 강박을 증명했다. 고종황제는 조약을 체결한 뒤 목숨을 걸고 밀사를 미국과 러시아 등 당시 강대국들에게 파견했다. 밀사의 자살로 유명해진 헤이그밀사파견도 그 중 하나다. 미국에 밀사로 파견됐던 헐버트 박사가 1942년 출간한 ‘한국자유회의’에서 “황제가 보이신 불멸의 충의를 영원히 간직하라.”고 언급한 것도 고종황제의 끈질긴 노력을 뒷받침한다. 을사조약의 무효화 문제는 동북공정의 목표라는 간도문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을사조약이 무효면 대한제국을 대신해 일본이 중국과 체결했다는 간도협약은 당연히 무효가 된다. 따라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대한제국과 상해임시정부를 계승했다는 점이 명확해지면 간도영유권 문제는 국제법적으로 분명한 결론에 다다른다. 물론 상해임시정부의 대표성 문제, 조약의 무효화가 곧 원상복귀를 뜻하느냐에 대한 국제법적 해석과 이에 대한 국제정치적 현실의 문제는 따로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강원 전공노 징계공무원 665명 집단소청

    지난해 사상 유례없는 공무원 총파업에 따라 대량 징계된 강원도 공무원들이 불합리한 징계라며 집단 소청(이의 제기)을 냈다. 1일 강원도는 지난해 전국공무원노조 파업과 관련, 파면·해임된 공무원 82명을 비롯해 정직 332명, 감봉 235명, 견책 56명 등 705명의 소청대상자 중 40명을 제외한 665명이 집단 소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춘천 122명 ▲원주 358명 ▲강릉 10명 ▲동해 70명 ▲삼척 62명 ▲정선 2명 ▲화천 17명 ▲양구 2명 ▲영월 20명 ▲고성 2명 등 10개 시·군 665명이다. 강원도는 나머지 40명에게 다시 한번 소청 기회를 주기 위해 2일까지 추가 접수를 한다. 이날 접수가 완료되면 오는 15일쯤 외부 인사를 포함,7명으로 구성된 소청심사위원회를 열고 일정 및 심사 방법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심사 결과는 접수일로부터 최대 90일 이내에 개인에게 통보되므로 늦어도 4월 말까지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소청 결과에 따라 이의 없다는 ‘기각’이나 내용을 변경한다는 ‘변경’이 발생할 경우 또다시 집단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전공노 파업과 관련, 중징계를 받은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13명(파면 2명, 해임 5명, 정직 6명)도 최근 울산시에 집단 소청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시는 오는 21일쯤 7명으로 구성된 비공개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심리·의결을 한 뒤 결과를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공무원이 징계 등 불이익 처분에 불복할 경우 반드시 소청심사를 거쳐야 사법기관에 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자체감사는 “봐주기 백과사전”

    자체감사는 “봐주기 백과사전”

    ‘봐주기, 미루기, 따돌리기.’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 154개 기관의 자체감사 결과에서 드러난 부적절한 자체감사 유형이다. 감사원은 31일 ‘2005년도 감사관계관 회의’를 열고 이같은 부적절한 감사 사례를 발표했다. 앞으로도 자체 감사가 부진하면 감사책임자를 교체토록 하는 등 강력히 대처하기로 했다. ●자신의 비리를 스스로 결재 부산광역시는 지난해 4월 국장 배모씨와 감사관실 김모씨 등 직원 3명이 기업체로부터 300만∼600만원의 금품을 받은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았다. 직무관련 금품수수는 관련 규정에 따라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받도록 돼 있고, 표창 등 공적이 있더라도 감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자체 감사결과 처분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3명을 모두 경징계 처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김씨는 자신의 금품수수 사건 보고서에 자신이 서명·결재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감사소홀로 비리 적발 놓쳐 전북 진안군은 입찰비리를 막기 위해 ‘공사준공 및 물품구매 입회제’를 운영하고 있다.3억원 이상의 공사를 준공하거나 1000만원 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때는 자체감사부서 직원이 참석, 감사토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진안군은 지난 2003년과 2004년 이같은 기준에 해당하는 96건 입찰서류에 대해 감사부서 직원을 참석시키지 않았다. 감사가 소홀해진 틈을 타 송모씨 등 직원 4명은 15억원에 달하는 야영장 조성사업 관련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다 경찰에 입건됐다. 감사규정을 지켰으면 사전에 적발할 수 있었던 비리였다. ●외부기관 처분요구서, 멋대로 처분 모 공사는 지난해 9월 경찰로부터 직원 안모씨가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사실을 통보받았다. 관련 규정에는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직원에 대해서는 주의처분 등 신분상 조치를 즉시 취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안씨는 경찰서로부터 통보된 해당문서를 돌려줄 것을 감사실에 요구했고, 감사실은 해당 문서를 안씨에게 돌려줬다. 이 때문에 공사측은 안씨에 대한 책임을 묻지 못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학부모 시험감독’ 도입

    교육인적자원부는 서울 B고 교사의 답안대리 작성 사건 등으로 커지고 있는 대학들의 내신성적 불신감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새 학기부터 일선학교의 시험 감독교사를 2명 이상으로 늘리거나 학부모 감독 등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안을 적극 권유하기로 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6일 이같은 내용의 ‘학업성적 신뢰제고 조치계획’을 발표하고 다음달 말까지 종합대책을 마련,3월 새 학기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일선 학교는 현재 자율적으로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학업성적 관리규정을 새 학기부터 학교 실정에 따라 보완, 시행해야 한다. 평가계획을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미리 공개하고, 시험이 끝나면 평가문항을 공개토록 할 방침이다. 또한 성적관리와 관련, 교사의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해당 교사를 파면이나 해임시켜 다시는 교단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교장이나 교감 등 학교 관리자에 대해서도 징계하고 해당 학교에 대해서는 행정·재정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美연방대법원도 부시가 장악?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적 이슈는 대법원 구성이라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24일 보도했다. 미국 최고의 사법기관인 연방 대법원 대법관들이 신병 치료와 고령 등을 이유로 조만간 상당수 사임할 것이 확실시돼 대법관 충원 문제가 여야 대결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연방 대법원은 공화당과 민주당 성향의 대법관이 각각 5명과 4명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州) 대법원의 재검표 결정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 위헌이라고 판결했을 때 위헌 대 합헌 숫자가 ‘5대4’였다. 문제는 윌리엄 렌퀴스트 대법원장 등 조만간 사임할 것으로 예상되는 4명 가운데 2명이 민주당 성향인데, 부시 대통령이 이들을 모두 공화당 성향의 인사로 충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80세로 전립선암 투병 중인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수개월 내에 사임할 것이 확실시되며 84세로 최고령인 존 폴 스티븐스,74세의 샌드라 데이 오코너,71세인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도 건강상 이유로 사임을 원하고 있다. 특히 오코너 대법관은 공화당계로 분류되면서도 성향은 민주당쪽이어서 대법원 구성이 현재 ‘5대4’에서 ‘7대2’나 ‘8대1’ 구도가 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장을 비롯한 연방 대법관 임명권은 대통령이 가진다. 상원의 인준 절차가 있지만 공화당이 다수이기 때문에 걸림돌이 없다. 인디펜던트는 종교와 낙태권, 동성결혼 논란과 같이 의회가 아니라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사회 이슈들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렌퀴스트 대법원장 퇴임 시점부터 대법관 임명을 둘러싼 대대적인 여야 공방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방 대법관은 평생 임기가 보장돼 일단 임명되면 스스로 퇴임을 원하지 않을 경우 해임할 수 없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대리 답안’ 검사 사표

    서울 B고 교사가 학생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준 사건과 관련, 학생의 아버지인 정모 검사가 21일 사표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2∼3일 후 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검은 이날 정 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었다. 대검 고영주 감찰부장은 “해임·파면 등에 해당되는 중대한 문제의 경우 감찰 과정에서 사표를 제출할 수 없으나 이번 사건은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면서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는 원칙대로 감찰을 하겠지만 사표가 수리되면 감찰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뇌물 기무사 대령 수사

    국방부 검찰단이 17일 업체 관계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A대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군 검찰이 평소 친분이 있던 모 업체 관계자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A대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기무사는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일선 부대 기무부대장이던 A대령에 대해 자체 감찰을 실시, 지휘관으로서의 처신 등을 문제삼아 보직 해임했다. 기무사는 자체 조사 결과, 금품수수 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금품을 제공했다는 업체 관계자와 A대령의 진술이 엇갈리자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사건을 군 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또 다른 군 관계자는 “A대령이 군 공사와 관련해 수천만원대의 향응과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A대령은 뇌물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 내용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성매매 연루 경찰 중징계 1명 해임·1명 3개월 정직

    충남지방경찰청은 14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성매매 사건에 연루된 논산서 A(47) 경사를 해임하고 B(45) 경감에 대해 3개월 정직 처분을 내리는 등 중징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A 경사와 B 경감은 실질적인 성매매 여부를 떠나 경찰관 신분임에도 유흥업소에 출입, 여종업원과 함께 여관에 들어감으로써 경찰의 품위를 손상하고 물의를 야기했기 때문에 이에 책임을 물어 중징계했다.”고 밝혔다. A 경사는 “여종업원과 여관에 갔지만 직접적인 성관계는 갖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B 경감은 “여종업원과 여관에 갔다가 그냥 나왔다.”고 성매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충남지방청 여경기동수사대는 지난해 10월 돈을 주고 유흥업소 여종업원과 다섯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가진 혐의(윤락행위등방지법위반)로 A 경사를 입건했으며 B 경감에 대해서도 “한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는 같은 업소 여종업원의 신고에 따라 수사를 벌여왔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수도·국기·국어는 관습헌법”

    ‘한국어, 태극기, 애국가는 관습헌법이다.’ 헌법재판소 김승대(49·사시 23회) 연구부장이 최근 헌재에서 발간하는 논문집인 헌법논총에 ‘헌법관습의 법규범성에 대한 고찰’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헌재가 관습헌법을 근거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뒤 헌재가 발표한 첫 관련 논문이다. 김 부장은 당시 재판관의 사건 심리를 보조하는 전담연구반의 팀장을 맡았다. 논문은 관습헌법의 유형을 1948년 7월17일 헌법 제정을 기준으로 두 가지로 나눴다. 하나는 헌법을 만들 때 명문 조항에 들어가지 못한 ‘선행적 관습헌법’이고, 다른 하나는 제정 이후 형성됐지만, 반영되지 못한 ‘후행적 관습헌법’이다. 선행적 관습헌법은 국가 정체성이나 상징성을 나타내는 요소로 ‘서울=수도’‘태극기=국기’‘애국가=국가’‘한국어=국어’ 등이 꼽혔다. 김 부장은 “한국어가 국어란 점은 우리 민족의 본질적 특성”이라면서 “헌법 제정 때 국민의 합의가 너무 확고해 명시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기와 국가도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상징으로 사용됐기에 정부가 국민의 동의없이 임의로 바꿀 수 없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도=서울’은 임진왜란, 병자호란,6·25전쟁, 일제강점기 등 국난 속에서도 그 상징성을 잃지 않았다.”면서 “국회의 합의만으로 수도를 옮길 순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북한의 지위, 남북간 합의서, 국회의 국무위원 해임건의 구속력 등을 후행적 관습헌법의 사례로 꼽았다. 김 부장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새로 확립된 관습헌법이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은 국회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해임을 의결할 때마다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결국 해임 구속력이 관습헌법으로 자리잡은 것이라고 김 부장은 해석했다. 그는 “성문헌법의 흠결을 보충하는 관습헌법의 발달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이 논리가 남용되면 헌법의 안정성과 명확성을 해칠 우려가 있기에 국민적 합의에 따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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