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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랜드, 오투리조트 지원 파장 확산

    강원랜드가 오투리조트 긴급 회생자금 150억원을 지원한 것을 놓고 줄줄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이어지며 태백 지역이 또다시 시끄럽다. 2일 태백시와 강원랜드 등에 따르면 강원랜드가 오투리조트에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전직 이사 9명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들 이사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고, 당시 시가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확약서까지 제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2012년 7월 오투리조트 긴급 운영자금 150억원을 지원한 데 관여한 전직 이사 9명에게 최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강원랜드의 이번 조처는 지난 3월 감사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전직 이사 9명에 대해 해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통보한 데 따랐다. 소송이 제기되자 전직 이사들은 “태백시장과 시의장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확약서까지 제출한 만큼 손해배상을 해 주는 상황이 되더라도 태백시가 부담해야 한다”며 시를 상대로 민·형사상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태백시지역현안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유태호 태백시의장은 “폐광 지역과 강원랜드의 상생과 공익을 위해 의결에 참여한 이사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태백시민들은 이번 조처가 취소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며 강원랜드와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소송의 불똥이 자칫 태백시로 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도 “당초 오투리조트에 대한 강원랜드의 긴급 회생자금 지원은 폐광지역특별법 취지에 맞는 결정”이라면서 “정부와 강원랜드의 압박이 태백시로 이어져 150억원 구상권 행사로 결정되면 태백시민들에게는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민주주의 소중함 홍콩인들 깨달아… 끝까지 투쟁할 것”

    “민주주의 소중함 홍콩인들 깨달아… 끝까지 투쟁할 것”

    “이번 시위를 계기로 홍콩인들은 ‘민주주의’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중국 정부도 홍콩인들에게 ‘민주주의’를 주지 않으면 골치 아파진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겁니다. ” 홍콩대 로스쿨에 재학 중인 민주운동가 쩌우싱퉁(鄒幸彤·29)은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콩인들은 지난달 28일 당국의 무력진압을 계기로 이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며 “앞으로 좀 더 활발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민주주의 쟁취 운동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앰네스티(AI) 홍콩지부 집행위원회 위원인 쩌우는 지난 2월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부인 류샤(劉霞)의 가택연금에 항의하는 삭발 시위에 동참하는 등 홍콩을 무대로 중국의 민주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를 잊지 말자는 의미가 담긴 ‘8964’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여한 그는 “당국은 시위대가 요구하는 민주적 직선제를 외면하고 관계자만 해임하는 선에서 사건을 무마하려 들겠지만 시위대는 결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 사이에 ‘우리의 목적은 진정한 직선제 쟁취라는 점을 잊지 말자’(勿忘初衷)고 쓰인 구호가 최근 등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적인 불법 거리 점거는 불가능한 만큼 지속 가능한 투쟁 방안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번 시위의 최대 특징으로 자발성과 분업을 꼽았다. 여러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지도부가 아닌 시위대의 일부로 참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에서 우산으로 최루탄과 물대포를 막아낸 ‘우산혁명’이 등장하는 등 각종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쩌우는 “홍콩이 행정구역상 중국의 일부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홍콩인에 대한 공산당의 지배가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독재정당이 홍콩인들을 다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콩인뿐 아니라 대륙의 중국인들도 중국 정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주현진 특파원 르포] 시위대 “렁춘잉 출근 저지” 당국 “포위 땐 무력진압” 일촉즉발

    “공산당의 홍콩 수반 렁춘잉(梁振英)의 출근을 저지하자.” Vs “집무실을 포위하면 무력으로 진압한다.” 중국 당국과 시위대가 강대강으로 맞서면서 ‘반쪽짜리’ 홍콩행정장관 직선제법 강행으로 촉발된 홍콩 민주화 시위가 전운에 휩싸였다. 시위 닷새째인 2일 홍콩섬 애드미럴티 정부청사 인근 렁춘잉 장관 집무실 앞에는 황금연휴를 끝내고 3일부터 출근하는 렁 장관의 진입을 막겠다며 주변을 에워싼 시위대로 하루종일 혼잡을 빚었다. 당국은 집무실을 둘러싼 바리케이드 안으로 수백 명의 경찰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학생운동가 조슈아 웡은 “렁춘잉은 더 이상 출근할 필요가 없다”며 렁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 홍콩 대학생회 연합체는 전날 렁 장관이 2일 밤 12시까지 사임하지 않으면 정부 건물 주변을 포위·점거하겠다며 최후 통첩을 보낸 바 있다. 홍콩 언론들은 이날 시위대 규모가 10만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과 홍콩 당국은 렁 장관의 퇴임은 없을 것이라며 시위대에 해산을 촉구했다. 홍콩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건물을 포위할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루탄을 또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필요하다면 적당한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사설에서 “중앙정부는 렁 장관을 충분히 신뢰하며 그의 업무가 매우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며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렁 장관을 비롯한 친중계 홍콩 당국자들은 전날 경찰본부를 방문해 지난달 28일 홍콩 시민들에게 최루탄을 쏘며 무력진압에 나섰던 경찰들을 격려했다. 렁 장관이 시위의 초점으로 부각된 것은 당국이 시위대의 요구를 묵살하는 상태에서 시위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학생들은 지난달 24일 렁 장관이 이틀 내 시민과 대화하지 않으면 투쟁 강도를 높이겠다고 경고했다가 렁 장관이 대화에 응하지 않자 26일 정부 청사 내 시민광장 점거에 나선 바 있다. 당국이 이에 최루탄과 곤봉을 이용한 무력진압으로 대응하자 시위에 관심이 없던 일반 홍콩 시민들 사이에도 렁 장관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시위대를 지지하는 여론이 확산됐고, 이는 전국적인 점거 시위의 계기로 작용했다. 시위대는 민주적 직선제 실시와 렁 장관의 해임을 양대 요구 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다. 홍콩 민주화 시위 보도를 통제하던 중국 당국도 관영 언론을 앞세워 시위대를 비난하는 반격전에 나섰다. 인민일보는 “홍콩의 ‘센트럴 점령’ 시위는 홍콩의 법률적 질서를 공공연히 위반했다”며 시위대를 비판하는 한편 사회과학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홍콩 시위의 배후에 서방의 그림자가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영국, 타이완 등 세계 각지에서 홍콩 시민의 반(反)중국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가 잇따라 열렸다.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서 1일(현지시간) 저녁 홍콩에서 온 유학생과 현지인 350여명이 홍콩 시위의 상징이 된 노란 우산을 들고 연대 시위를 벌였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영국 런던의 중국대사관과 타이완 타이베이시 중정기념당 앞 자유광장에서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집회가 잇따랐다. 홍콩 시민에 대한 연대의 뜻으로 노란 옷을 입자는 페이스북 캠페인에는 3만 7000명이 참여했다. 홍콩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열린세상] ‘KB금융 사태’와 금융의 후진성/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KB금융 사태’와 금융의 후진성/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일어난 ‘KB금융 사태’는 우리나라 금융의 후진성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KB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결정 과정에 있어서 경영진 갈등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감독 당국에 대한 보고와 이에 따른 감독 당국의 검사 및 제재 결정 절차에 이르는 단계에서 여러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결국 KB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에 의해서 해임되고 행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었지만, 우리나라 금융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다. 이번 사태의 근원을 따지고 보면 결국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각각 낙하산 인사로 임명된 회장과 행장의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2008년 KB금융지주회사 체제 출범 이후 회장이 계속 외부 낙하산 인사로 임명되면서 줄 서기 인사가 만연했다. 그러다 보니 조직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유독 KB국민은행에서 금융 사고가 많이 발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KB국민은행의 수익력은 반 토막이 됐고, 한 때 자산 규모로 1위였던 KB금융지주는 3위로 전락했다. 이러한 경영 실적의 부진은 결국 낙하산 인사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이 근절돼야 하는 이유다. 둘째, 회장과 행장 등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 현재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는 각 금융기관 내부 규칙이나 정관에 규정돼 있다. 기본적으로 경영지배구조는 금융기관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것이 잘 작동되지 않을 때는 법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를 법제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 줬다. 특히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에 종업원과 금융소비자 대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도록 하고, 선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다. 셋째, 금융기관 제재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 이번에 금융감독원 자문 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의 무용성이 드러났다. 제재심의위가 경징계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결정권자인 금융감독원장과 금융위원회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물론 제재심의위가 자문 기구여서 결정권자가 이에 구속받을 필요가 없다고 해도, 9인 중 6인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고, 대심(對審) 절차를 거쳤다는 점에서 제재심의위의 결정은 나름대로 공정성과 신뢰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정권자가 제재심의위의 결정을 무시하고 중징계 결정을 내린 것은 제재심의위 기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제재심의위를 자문 기구가 아닌 제재 결정 기구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또한 법적 근거 없이 감독규정(規程)으로 규정된 현행 제재 절차 내용도 빨리 법제화하면서 제재 제도를 선진화시켜야 한다. 넷째,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산업의 후진성을 벗어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금융산업에 대한 외부 평가는 가히 충격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달 2014년 국가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 금융산업의 경쟁력 척도가 되는 금융시장 성숙도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순위를 144개 국가 중에서 80위로 발표했다. 이는 우리보다 경제 규모에서 훨씬 뒤떨어진 말라위(79위), 우간다(81위)와 비슷한 수준으로 말레이시아(4위), 페루(40위), 인도네시아(42위), 필리핀(49위), 인도(51위), 가나(62위)보다 순위가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징표다. 한국 경제가 세계 14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금융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감독 당국과 금융기관은 물론 대통령, 국회도 관심을 갖고 금융산업의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가 많은 금융감독 체계도 빨리 뜯어고쳐야 한다. 금융 정책을 수행하는 금융위원회는 감독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금융기관의 수익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제일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고 있는 관치금융도 빨리 청산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금융산업의 선진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 [오늘의 눈] 임영록 전 회장을 위한 辯/이유미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임영록 전 회장을 위한 辯/이유미 경제부 기자

    지난 8월 22일, 템플 스테이(사찰 체험)를 위해 경기도 가평에 있는 백련사를 찾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그날 새벽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임 전 회장에게 사전 통보됐던 중징계(문책경고)를 경징계로 낮추는 내용의 징계수위 완화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늦게까지 가슴 졸이며 잠을 설쳐 피곤한 기색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계열사 임원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표정에는 한결 여유가 넘쳤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금융감독원 특별검사와 제재심의위원회 등 3개월을 끌어온 징계국면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안도감이 배어 있었다. 그날 그는 불과 한 달도 못 돼 지주 이사회가 자신의 회장직 해임안을 결의(9월 18일)하고 등기이사직에서조차 스스로 물러나는(9월 28일) 암울한 미래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KB사태는 임 전 회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버렸다. 임 전 회장 스스로도 “억울하다”는 얘기를 여러 번 되풀이했다. 금융위원회의 중징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이유도 바로 이 억울함이다. 금융권에서도 임 전 회장에 대한 동정론이 적지 않다. 그가 최고경영자(CEO)로서 내분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고, 조직 혼란을 초래했단 사실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임 전 회장에 대한 동정론의 이면엔 여론재판에 떠밀리듯 칼자루를 휘두른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깔려 있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의 징계내용을 두고 매번 다른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주의적 경고인 경징계로 올린 건의안에 대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초유의 거부권을 행사하며 문책경고인 중징계로 징계 수위를 높였다. 제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지닌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를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로 한 단계 더 제재강도를 높였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에서부터 금융위 최종결정까지 불과 2주 동안 임 회장의 위법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추가된 것은 없다. 다만 그 사이 템플 스테이에서 ‘잠자리 다툼’이 벌어지고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던 ‘KB내홍’에 이 전 행장이 또다시 불을 붙이며 여론이 악화됐다. 하지만 이는 타협하지 않는 성격을 지닌 이 전 행장의 돌출행동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보단 최 원장의 중징계 결정 이후 자진사퇴한 이 전 행장과 달리 금융당국의 강권에도 사퇴거부를 고수했던 임 전 회장에게 ‘괘씸죄’가 덧씌워졌다는 데 더 힘이 실린다. 임 전 회장의 억울함도 여기서 비롯됐다. 금융당국이 명확한 잣대 없이 정무적인 계산에 따라 징계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임 전 회장이 행정소송에 착수하는 결과를 금융당국 스스로 초래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회장이 소송을 끝까지 강행했다면 승소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KB사태는 결국 마무리됐지만 금융당국에도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겼다. 감독권(제재)에 대해서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yium@seoul.co.kr
  • 끝까지 가겠다던 임영록 “모든 것 내려놓겠다”

    끝까지 가겠다던 임영록 “모든 것 내려놓겠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KB지주 등기이사 직도 사퇴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태도다. 이로써 5개월 넘게 끌었던 ‘KB사태’는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차기 회장 선임절차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KB금융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임 전 회장은 28일 자신의 법무대리인인 화인(법무법인)를 통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29일자로 취하한다”고 밝혔다. 임 전 회장은 금융위가 지난 12일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와 관련해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리자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7일 KB지주이사회가 자신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한 뒤에도 등기이사 직은 유지해 왔다. 하지만 임 전 회장은 등기이사 직도 사퇴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자 한다.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제 부덕의 소치로 생각하고 앞으로 충분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태도 변화의 변(辯)을 밝혔다. 이어 “KB금융그룹의 고객, 주주, 임직원 및 이사회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KB금융이 새로운 경영진의 선임으로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끝까지 가겠다”던 임 전 회장이 마음을 바꾼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의 본심과 관계없이 이런 맞대응이 ‘자리’에 집착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 전 회장은 “범죄행위에 준하는 잘못을 한 게 없다”며 징계처분에 몹시 억울해 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금융당국이 검찰 고발까지 한 상황에서 자진 사퇴하면 ‘뭔가 찔리는 게 있어 백기를 든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도 임 전 회장이 ‘결사항전’을 결심한 배경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억울함’에 동조하는 시각보다는 ‘집착과 욕심’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이 더 늘었다. 불교 신자인 임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태도를 바꾼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읽힌다. 경제관료(행정고시 20회) 출신으로서 정부와 맞서면 결국 필패(必敗)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자신의 버티기로 KB금융이 받게 될지도 모를 불이익, 후배인 신제윤 금융위원장(행시 24회), 최수현 금융감독원장(행시 25회)과 얼굴 붉히며 계속 싸워야 한다는 부담감, 아무리 “나는 다르다”고 외쳐대도 ‘모피아(재무부+마피아) 낙하산’에 대한 싸늘한 여론, 이사회까지 돌아선 마당에 몇 년에 걸친 소송전에서 이긴다고 해도 실익이 별로 없다는 점 등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검찰과의 일전 불사 등으로 “정말 찔리는 게 없는 모양”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어느 정도 명예가 회복된 것도 그의 마음을 돌려세운 것으로 보인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바티칸의 정화… ‘아동 성학대’ 고위 사제 첫 처벌한다

    바티칸의 정화… ‘아동 성학대’ 고위 사제 첫 처벌한다

    바티칸 당국이 아동 성추행 혐의로 체포된 요세프 베소워프스키(66) 전 대주교에 대한 형사재판을 열고 처벌에 나선다. 베소워프스키 전 대주교는 8만6,000장에 달하는 어린이 포르노 사진을 컴퓨터에 저장해뒀으며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일곱 명의 어린이를 성적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명에 의해 바티칸 재판정에 세워지게 된다고 바티칸 대변인실은 밝혔다. 성적인 문제로 고위 성직자를 재판정에 세우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8~2013년 도미니카 공화국 주재 교황청 대사였던 베소워프스키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일단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폴란드 출신의 대주교였던 그는 지난 6월 바티칸 신앙성성을 통해 성직자직을 박탈당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적 남용에 대한 강력한 대처를 천명한 바 있다. 밀라노에서 발간되는 일간지 ‘꼬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포르노물 8만6,000장의 사진 외에 130여개의 포르노비디오까지 도미니카에 있는 그의 사무실 컴퓨터에서 발견되었다. 베소워프스키는 지난 23일 오후 바티칸 근위병에 의해 체포됐다. 바티칸 사법부가 그의 가혹한 행위를 더 이상 묵인할 수가 없었다고 바티칸 대변인실은 밝혔다. 현재 베소워프스키는 건강이 좋지 않아 감옥행은 피할 수 있을 것이나 삼엄한 경계 속에서 바티칸 자택 내에 갇혀있는 상태다. 2013년 교황은 베소워프스키가 일곱 명의 어린이를 성적학대 했다는 제보를 받고 그를 도미니카 공화국 주재 교황청 대사직에서 해임시켰다. 당시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그에 대한 법적 조사권까지 발동되었다. 지난 7월 초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성직자에 의해 성적 학대를 당한 희생자들을 처음으로 면담했으며 그들에게 “성직자의 죄와 끔찍한 범행에 대해” 정중히 사과를 빌었다. 앞서 지난해에는 교회법을 수정해 성폭력과 아동 성매매, 아동 포르노에 대해서는 최고 12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가톨릭은 수십 년 전부터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남용에 대해 비난을 받아오고 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역시 미국과 독일성직자들에 의해 성적 학대를 당한 당사자들을 5회에 걸쳐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소워프스키 전 대주교는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 재임 시 바티칸 외교대사로 부름을 받았다. 중앙아시아와 볼리비아에서 주교임기를 마친 뒤 2008년부터 도미니카 공화국 사도사절로 일해 왔다. 그는 그곳에서 처음 미성년자에 대한 성적 학대 의심을 받았었다고 dpa는 전했다. 사진= 베소워프스키 전 대주교(dpa) 최필준 독일 통신원 pjchoe@hanmail.net
  • 김정은 北 최고인민회의 불참…건강 이상설 확산

    김정은 北 최고인민회의 불참…건강 이상설 확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5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 불참했다. 2012년 4월 제12기 5차 회의 이후 그동안 4차례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모두 참석했던 김 제1위원장은 지난 3일 만수대예술극장에서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를 관람한 이후 22일간 공식 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대내외 정책과 관련한 ‘중대 결정’들은 추인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리병철 항공사령관 국방위원 진입 이례적 북한은 김 제1위원장의 불참 이유에 대해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최근 두 달여간 다리를 번갈아 저는 모습이 공개됐던 만큼 그의 건강 이상설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리 정보 당국은 최근 북한이 해외에서 의료진을 섭외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져 그가 치료를 받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 매체들은 이달 들어 김 제1위원장의 7∼8월 현지지도를 ‘삼복철 강행군’으로 치켜세우며 건강 이상에 대한 명분을 은근슬쩍 내세운 바 있다. 전문가들은 비만 체형인 김 제1위원장이 한 달 넘게 오른쪽 다리를 절룩대고 다닌 탓에 반대편에 힘이 실리면서 왼쪽 다리에까지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4년, 2006년, 2008년, 2010년, 2011년에 최고인민회의에 불참했다는 점에서 김 제1위원장이 부친의 전례를 따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김정일이 최고인민회의 짝수차 회의에 대체로 불참했던 만큼 김정은이 짝수차인 13기 2차 회의에 불참한 게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5월 군 총정치국장에 오른 황병서가 국방위 부위원장에 선임돼 김정은 체제의 실세임을 재확인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리병철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부 사령관도 국방위원에 올랐다. ●항공 전력 국가적 대비 강조 관측 아울러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장정남 전 인민무력부장을 직무 변동에 따라 각각 국방위 부위원장과 위원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혀 황 총정치국장과 현 인민무력부장이 이들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군 공군사령관이 국방위원을 맡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리 사령관의 국방위 진입은 상대적으로 열세인 항공 전력에 대한 국가적 대비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선임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만 2년 전인 2012년 9월 25일 제12기 6차 회의에서 채택된 12년제 의무교육제의 집행 상황이 점검됐다. 당초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군 복무기한 연장을 골자로 한 군사복무법 개정은 논의되지 않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술자리 파문’ 前기조실장 국토부 중징계 의결 요구

    국토교통부가 지난 24일 도태호 전 기획조정실장의 비위와 관련해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후 쿠웨이트, 스페인 등 해외건설 수주 지원을 위한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 감사관으로부터 도 전 기조실장의 비위 감찰 결과를 보고받고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도록 지시했다. 국가공무원법상 중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등이다. 도 전 기조실장은 국토교통 관련 민간 업자들과 부적절한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안전행정부가 관장하는 중앙징계위원회의 심의 결과 경징계 수준 이상으로 의결될 경우 국토부에서 아예 퇴출시킨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결의대회를 열고 비리척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결의문에는 “어떤 경우에도 금품·향응과 알선·청탁을 받거나 요구하지 않으며 부정부패 척결에 적극 동참해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모범공무원이 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도 전 실장은 행정고시(31회) 출신으로 주택정책관·도로정책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부단장, 주택토지실장 등 국토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KB사태’가 남긴 문제점] (하)무원칙·무기준… 말뿐인 기관제재 강화

    [‘KB사태’가 남긴 문제점] (하)무원칙·무기준… 말뿐인 기관제재 강화

    금융 제재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KB 사태’는 원칙 없고 기준 없는 금융당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직무에 소홀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칼을 더 세게 휘두르는 금융당국은 익숙한 장면이다. 제재가 엿장수 마음 따라 춤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관보다 임직원을 가중 처벌하는 구태도 여전하다. 기관 제재 강화는 말뿐이다. 그렇다고 제재 과정이 투명한 것도 아니다. 수틀리면 뒤집어엎는 원님 재판식이다. 반면 제재 권한을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밥그릇 싸움은 치열하다. KB 사태는 금융 제재에 대한 한국 금융당국의 수준과 인식을 일본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사례를 제공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사건에 가려져 있지만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도 대형 금융사고였다. 부당대출 규모만 5300억원대로 내부통제 상실뿐 아니라 본점의 감독 태만, 경영관리 부실이 조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일본금융청과 한국 금감원은 지난달 28일 사뭇 다른 제재 조치안을 내놓았다. 양측의 고위 관계자들이 서로 오갈 정도로 조사 내용을 공유했지만 징계 내용은 달랐다. 일본금융청은 국민은행 도쿄·오사카지점에 4개월(2014년 9월 4일∼2015년 1월 3일) 신규 영업정지를 결정했다. 사회적 물의와 비리를 저지른 만큼 기관인 국민은행에 중징계했다. 반면 금감원의 관심사는 달랐다. 해외에서 비리 이미지를 각인시킨 국민은행보다 이번에 물러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중징계(문책경고) 여부에 쏠렸다. 이 전 행장은 이 사건 당시에 리스크 담당 부행장으로 일했다. 금감원은 이 전 행장 ‘찍어내기’에 매몰되다 보니 대형 금융사고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에 경징계인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기관경고는 금융기관이 건전한 영업 또는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 등에게 재산상 손실을 초래한 경우 그 위반의 정도가 비교적 가벼울 때 내려지는 조치다. 제재 권한은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이원화돼 있다. 크게 금융위가 직접 조치하거나 금감원에 위탁한다. 혹은 금감원(장)이 직접 할 때도 있다. 문제는 제재 권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한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와 대(對) 국회 로비 결과에 따라 나뉘었다는 데 있다. 제재 권한 주체가 왜 금융위인지, 왜 금감원인지 기준과 원칙이 없다는 얘기다. 금융지주법과 은행법, 보험업법, 자본시장법, 저축은행법 등에 따라 제재 권한 주체가 제각각이다. 은행 제재 권한이 대표적이다. 은행법에 따라 임원의 해임권고·직무정지 조치는 금융위가 하고, 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는 금융위 권한이지만 금감원장이 조치할 수 있다. 또 면직요구를 포함한 모든 은행 직원(등기임원 제외)에 대한 제재는 유일하게 금감원장이 조치한다. 2010년 밥그릇 싸움과 국회 로비 결과 금감원장에 귀속됐다. 반면 금융지주사와 저축은행 직원의 면직요구 제재 권한은 금융위가 갖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21일 “제재의 양정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서둘러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재심의위의 위상이 뚝 떨어졌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제재안(경징계)을 뒤집어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자문기구여서 최 원장이 제재안 수용을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금융위도 제재심의위를 무시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심의위원인 담당국장 대신 담당과장을 대리인으로 보냈다. 제재심의위의 위상 약화는 자초한 측면도 있다. 우선 투명하고 공정한 제재 시스템과는 거리가 있다. 심지어 로비도 가능한 구조다. 회의 의사록를 공개하지 않고, 참관인 제도도 금하고 있다. 심의위원의 ‘인재풀’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당국에서 독립된 제3의 기관에서 제재심의를 진행하는 개혁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제재심의에서 유보적 입장을 취한 금융위는 최근 일사천리로 KB 이사회까지 개입해 임영록 전 회장을 물러나게 했다. 그 과정에서 법을 무시하고 편법을 동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가 임 전 회장의 ‘아웃’을 원하면 해임권고 조치를 내리면 된다. 하지만 직무정지 3개월 조치를 취한 뒤, 물밑에서 KB 이사회를 압박해 회장직을 박탈하는 것은 법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임 전 회장이 제기한 직무정지 취소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가 아예 반영되지 않도록 봉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사회에서 해임이 된 만큼 법원이 직무정지 취소를 내려도 의미가 없다. 금융당국은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을 쫓아낼 때도 비슷한 수법을 사용했다. 2009년 황 전 회장은 직무정지 3개월을 받고 행정소송을 통해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KB 인사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더욱 문제가 꼬이게 됐다”면서 “누가 봐도 이사회 스스로가 (임 회장을) 해임시켰다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KB사태’가 남긴 문제점(상)] ‘찍어내기 관치’ 흑역사 또 되풀이

    [‘KB사태’가 남긴 문제점(상)] ‘찍어내기 관치’ 흑역사 또 되풀이

    5개월 가까이 끌었던 ‘KB사태’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의 강제 해임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번 KB사태는 어설픈 관치의 폐해와 낙하산 인사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특히 금융관료들 스스로도 부끄러운 유산으로 여겼던 ‘찍어내기 관치’가 다시 부활했다는 점에서 한국 금융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기게 됐다. KB사태가 남긴 문제점을 세 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해 관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현실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관치의 수준은 너무 후진적이었다. 무엇보다 임 전 회장의 뚜렷한 ‘죄목’과 제재 근거를 대지 못했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외압과 보고서 조작, 리베이트(뒷돈) 혐의 등은 관련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법정에서 진실을 다투게 됐다. 전문성(전산)까지 요구되는 이런 사안에 중징계를 내리려면 그에 부합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만 1차 제재권을 행사했던 금융감독원은 그러지 못했다. 해석과 주장이 다른 정황근거만을 무수히 나열했을 따름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의 중징계(문책경고) 사전통보에도 불구하고 제재심의위원회가 경징계(주의경고)로 제재 수위를 낮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후 최 원장은 초유의 거부권 행사를 통해 제재심 결정을 뒤집고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바통을 건네받은 금융위원회는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더 센 징계를 내렸다. 경징계→중징계→직무정지로 징계수위가 올라간 3주일 남짓 사이, 임 전 회장의 혐의를 뒷받침할 새로운 물증이나 증언은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다. 추가된 게 있다면 사회적인 논란 확산이었다. 금융위는 ‘사회적 물의’를 중대 죄목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 죄목에서는 금융 당국 수장들과 KB 이사회 등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KB사태가 산으로 가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금융 당국은 오로지 ‘정권에 맞서는 전직 관료 퇴출’에만 매달렸고 세간의 관심도 ‘얼마나 버틸까’에만 쏠렸다. 왜, 무슨 잘못을 했고 양형이 합당한지 등은 뒷전이었다.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임 전 회장에게 거세게 반발할 빌미를 준 것은 다름 아닌 금융 당국이었던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냉정하게 따져보면 KB사태는 부부싸움 요란하게 했다고 제3자가 강제로 이혼시키고 처벌한 형국”이라면서 “자식들과 이웃에게 너무 피해가 가 경찰이 나서긴 했지만 그 방식이 거칠고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어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감독 당국이 민간 금융사 일에 어설프게 개입하거나 제재하면 곧바로 소송에 휘말리기 때문에 철저한 법리와 물증으로 무장한다”면서 “임 전 회장 해임 성공으로 금융 당국이 1차 승리를 챙겼지만 2차 법정 싸움에서도 이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에게도 직무정지란 중징계를 내렸다가 3년간의 소송 끝에 패소, 제재를 취소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KB사태는 성에 차지 않더라도 끝까지 이사회에서 풀었어야 했는데 당국이 나서면서 문제가 더 꼬였다”며 “(지분이 없는) 정부가 주식회사 인사에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인사는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에 이어 정권에 맞서면 필패라는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라며 “최수현 원장의 석연찮은 목적의식적 중징계 시도와, 방관에서 갑자기 강공으로 돌아선 신제윤 위원장의 느닷없는 태도 변화도 규명돼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처럼 처벌 위주의 손쉬운 관치에 의존해서는 금융회사의 내부역량을 키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차기 수장 후보와 林 대응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해임되면서 후임 회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KB금융 안팎에서 여러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외부 출신 회장과 행장의 알력 다툼 끝에 KB사태가 일어났기 때문에 이번만은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내부 출신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B금융은 일단 임시 대표이사를 선임해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오늘 임시이사회 “관피아 출신 배제”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에 착수한다. 차기 회장 선임은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 이뤄지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맡는다. 차기 회장으로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이 배제되고 전·현직 KB금융 고위직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현직 중에선 KB금융 회장 직무대행을 맡은 윤웅원 KB금융 부사장과 국민은행장 직무대행인 박지우 부행장이 거론된다. KB 출신으로는 윤종규 전 지주 부사장을 비롯해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김기홍 전 부행장, 최범수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 등이 후보군에 꼽힌다. 금융인 출신 후보로는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우리은행장 출신인 이종휘 미소금융재단 이사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거론된다. ●윤웅원 부사장이 임시 대표이사로 KB 이사회는 차기 회장 선출 때까지 윤웅원 부사장을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해 경영공백 최소화에 나선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부사장은 사내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법원의 승인을 거쳐 임시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7일 열린 KB 긴급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통과되면서 ‘회장직’을 잃게 된 임 전 회장은 “계속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며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뜻을 이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재개발 갈등, 서대문은 갈등관리센터로 푼다

    재개발 갈등, 서대문은 갈등관리센터로 푼다

    서대문구는 도시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주민갈등 해소를 위해 ‘갈등관리센터’를 19일 발족한다.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구와 주민이 함께 찾는 게 목표다. 구는 우선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갈등관리센터 핫라인(010-7360-0606)을 설치한다. 지역 내 정비사업구역 조합원 등 주민 누구나 문자,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구역별 새 소식, 법규 개정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갈등이 커진 구역을 방문해 주민 이야기를 직접 듣는 갈등현장조사반도 운영한다. 조사반은 정비사업 관련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고 다른 구역 사례 등을 검토해 구역별 해결방안을 찾는다. 아울러 센터는 조합의 홍보 및 경호경비 용역 사용실태를 관리·감독한다. 조합이 용역을 이용하려면 예산 작성 때 사업비 예산서에 경호용역계약비 및 총회경비 내 총회경호인건비로 명시하고 총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 결산 때 사업비명세서 및 사업비예산결산대비표에 사용한 용역비를 명시해야 한다. 구 관계자는 “주민갈등 요소의 하나였던 조합의 용역 이용 회계문서는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도 공개된다”며 “이를 통해 불법 용역 이용을 막고 조합예산회계 투명성을 높임으로써 주민 불편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비 증가, 조합장 해임 등 주민갈등이 커지면서 중단된 북아현 1-3재개발 정비구역 사업은 6개월 만에 재개됐다. 시는 정비사업 전문가인 총괄 코디네이터 1명과 감정평가·회계·시공·정비업체·세무·변호사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관리자문단 6명을 파견해 정상화를 지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중국이 G2가 될 수 없는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중국이 G2가 될 수 없는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이 ‘해외 기업 때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며칠 전 불공정 거래 등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아우디와 크라이슬러에 3억 위안(약 503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달에는 스미토모 등 일본 기업 12곳에 12억 위안, 작년에는 삼성·LG디스플레이 등 대형 액정패널 생산 6개사에 3억 위안이 넘는 벌금 폭탄을 각각 퍼부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퀄컴,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대해서도 반독점 위반 조사를 벌였다. 조사 대상 기업은 법정에 가더라도 승산이 거의 없는 만큼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이컵 루 미 재무장관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경고 서한을 중국 정부에 전달하는 등 강력 대응함에 따라 또다시 미·중관계가 급랭하는 양상이다. 중국 유일의 전국망을 갖춘 관영 중앙방송(CCTV)이 해마다 ‘소비자의 날’(3월 15일)을 맞아 내보내는 고발 프로그램의 단골 희생양은 해외 기업들이다. 올해 방송된 CCTV 프로그램은 일본의 니콘 카메라를 정조준했다. 지난해에는 애플이 미성년자의 노동을 착취하고 애프터서비스(AS)에 문제가 있다고 고발돼 굴욕을 당했다. 폭스바겐도 변속기 문제로 38만대를 리콜해야 했다. 2012년에는 월마트와 카르푸, 맥도날드, KFC 등도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이유로 홍역을 치렀다. 2011년 금호타이어도 고무 배합비율 문제로 중국 법인장이 CCTV에 나와 관련자 해임 사실을 밝히고 공개 사과했다. 중국이 외국 기업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자국 기업과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자동차와 정보기술(IT)산업은 중국이 중점 육성하는 분야다. 자동차 분야는 핵심 부품의 수입을 어렵게 해 해외 기업의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퀄컴 조사는 중국 4G서비스 확대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특허기업 인터디지털이 로열티를 대폭 깎아주자 중국이 반독점 조사를 끝낸 사실로 미뤄볼 때 통신 업체의 특허료를 깎으려는 의도가 짙다는 분석이다. 반독점 행위를 규제하는 3개 정부 부처(발전개혁위와 상무부,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가 실적을 올리기 위한 ‘과잉 경쟁’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환보유고액이 4조 달러(약 413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중국에는 돈이 흘러넘치는 마당에 외자 유치에 목맬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손사래를 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반독점 조사는 더 공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외국 기업 등 특정 대상을 겨냥한 표적 조사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던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사업은 이제 끝났다”는 말을 부쩍 많이 내뱉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중국 현지의 한 외국 기업인은 “인건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안 그래도 어려운 판에 이런 상황까지 닥치고 보니 중국 진출 외국 기업들은 사업을 접거나, 아니면 중국의 악의적인 공격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거대한 시장을 미끼로 세계의 돈과 기술을 빨아들여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이 지금 국내 시장 탈환을 위해 해외 기업의 숨통을 죄는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현실화해 나가는 모양새다. 이런 식으로는 중국이 결코 G2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khkim@seoul.co.kr
  • KB 이사회, 임영록 회장 해임

    KB 이사회, 임영록 회장 해임

    KB금융 이사회가 17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해임안을 결의했다. 지난 4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KB 내분 사태가 5개월여 만에 일단락된 셈이다. 이번 해임안 통과로 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하지만 ‘이사’ 자격은 주주총회 결의 시점까지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가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곧바로 착수하면 임 회장은 이사직 역시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임 회장 해임안을 결의했다. 이사회는 “KB 사태로 조직이 망가지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임 회장 해임안에 모든 이사진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사외이사가 임 회장 해임안 처리에 반대했지만 격론 끝에 결국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사회가 차기 회장 선출에 나서도 후임자 선임까지는 최소 2개월이 걸려 KB금융의 경영 공백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일본통 中외교관, 日스파이 혐의 체포

    일본통 中외교관, 日스파이 혐의 체포

    중국 외교부에서 ‘일본통’으로 불리는 마지성(馬繼生·57) 주아이슬란드 대사 부부가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17일 보도했다. 중국에서 2000년 이후 간첩 혐의로 낙마한 외교관은 한국 대사를 지낸 리빈(李濱)에 이어 마 대사가 두 번째다. 신문은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명경(明鏡)의 보도를 인용해 “마 대사와 부인 중웨(鍾月)는 지난 2월 일본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안보 당국에 체포된 뒤 행적이 묘연하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 대사가 체포됐다는 보도를 확인해 달라’는 요구에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으나 아이슬란드 대사직은 지난 2월부터 공석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마 대사의 간첩 혐의 체포설은 중국과 일본이 갈등 완화를 추구하는 시점에서 터져 나와 국제 외교가는 이번 사건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린(吉林)성 동북사범대 출신인 마 대사는 일본에서만 8년을 근무해 중국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힌다. 신문은 마 대사가 “일본 측에 중국의 국가기밀을 누설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마 대사가 2008년부터 4년간 외교부 신문사(司·국)에서 근무하면서 언론과 접촉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 12월 아이슬란드 대사 부임 이후 현지 언론들과 활발하게 접촉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공식 발표가 없음에도 마 대사가 간첩죄로 체포된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자국 공무원에 대한 감시가 유독 엄한 중국에서는 공무원이 외국인에게 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실각하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투명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일반적인 이야기라도 외국인에게 함부로 말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어 금기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 공무원이 타국 외교관이나 언론인을 만날 때 반드시 2인 이상이 함께 나가는 식으로 상호 감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앞서 리빈 전 대사는 한국 근무를 끝내고 외교부 아주사(국) 부사장(국장)으로 귀임한 뒤 국가기밀을 한국 측에 누설했다는 이유로 2006년 12월 국가안전부에 체포됐다. 그러나 리빈 대사는 다이빙궈(戴秉國) 전 국무위원의 적극적인 해명으로 사법처리되지 않고 해임된 후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고 명경은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KB사태 5개월 만에 매듭… 관치 비판 속 조직 안정 택해

    KB사태 5개월 만에 매듭… 관치 비판 속 조직 안정 택해

    KB금융 이사회가 17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을 해임하기로 하면서 5개월간 지속됐던 KB 내분 사태가 일단락됐다. 금융 당국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이사회가 결국 해임안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임 회장은 앞서 지난 16일 금융 당국의 3개월 직무정지 중징계 결정에 반발해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전면전’을 선언한 바 있다. 해임안 통과까지 진통도 적지 않았다. 일부 사외이사가 “관치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격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또 마지막까지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 기회를 주기 위한 설득 작업도 이뤄졌다. 이사회를 잠시 정회(停會)하고 일부 사외이사가 한밤중에 임 회장을 찾아가 마지막으로 사퇴를 권유했지만 임 회장이 이를 거부했다. 이후 속개된 이사회에서는 “KB 내분을 추스르고 조직 안정을 도모하자”는 데 뜻을 모아 힘겹게 해임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 지분이 단 1%도 없는 순수 민간 금융회사가 당국의 입김에 스스로 최고경영자(CEO)를 끌어내렸다는 오점을 남긴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긴급 이사회 직후 “KB금융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가 임 회장 해임안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초 임 회장 해임에 대한 이사진의 의견 조율을 위해 간담회 형식으로 개최됐던 이날 회의는 같은 날 밤 긴급 이사회로 변경되며 해임안 통과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사진은 표면적으로 해임안에 동의했지만 일부 사외이사가 강력하게 반발하며 장시간에 걸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 사외이사는 “임 회장이 명백하게 법률을 위반했거나 회사에 중대한 손실을 끼친 게 없는데 단지 금융 당국이 원한다는 이유로 사퇴를 강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이사 해임에 반대하는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이 법원에 행정처분(3개월 직무정지)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만큼 법원 결정이 나올 때까지 해임 논의를 보류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 회장도 이사회에 앞서 개별 사외이사들에게 “이르면 2~3주 안에 법원 결정이 나오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의 사례에서 보듯 법원은 소송 제기자의 권익 보호 차원에서 가처분 신청을 일단 받아 준 뒤 본안 소송에서 시시비비를 다투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법원이 임 회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이사회는 임 회장을 해임할 명분이 약해지게 된다. 금융위원회의 ‘3개월 직무정지’ 처분도 효력이 정지돼 임 회장은 회장직에 다시 복귀,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당국과 싸울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사회는 5개월여를 이끌어 온 KB 내홍 사태를 해결하고 조직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규제 업종인 금융권에서 규제권을 쥔 당국에 맞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임 회장의 억울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해임안 처리를 더 이상 미루면 조직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KB를 위해 사태 장기화로 LIG손해보험 인수 무산 등 추가적인 경영 손실이 생기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논리다. 임 회장은 이번 해임안 통과로 ‘회장직’에선 물러나야 하지만 ‘이사’ 자격은 당분간 유지된다. 이사직 해임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에 따라 이사회 해임안 의결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이사회까지 돌아선 마당에 이사직에서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숙대 작곡과 교수의 ‘音惡’

    학생들이 현직 교수들의 막말과 졸업작품집 강매, 부실 수업 의혹 등을 폭로하며 불거진 숙명여대 작곡과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제자들에게 퇴임 요구를 당한 교수 2명은 16일 “(제기된 의혹들은) 관례였거나 사실이 아니다”면서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의 배후에 학교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영숙(49·여) 교수와 홍수연(57·여) 교수는 이날 숙명여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의혹을 적극 해명했다. ‘너희는 살 가치가 없다. 건물에서 뛰어내려라’ ‘네가 밤에 곡을 못 쓰는 이유가 뭐냐, 혹시 밤일 나가느냐’ 등의 폭언을 들었다는 학생들 주장에 대해 홍 교수는 “1990년대에 작곡 공부를 어려워하며 자책하는 학생들에게 농담조로 얘기를 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학교 지원을 받아 선배 졸업작품집을 무료로 얻어볼 수 있는 데도 강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냥 나눠주면 교재의 소중함을 몰라서 돈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윤 교수는 ‘일대일로 주당 50분씩 진행해야 하는 개인 지도를 단체로 10분을 채 안 했다’는 비판에 대해 “수업 효율성을 높이려고 (20~30분씩 쪼개어) 주당 2~3차례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지난 1일부터 전공 수업을 거부한 채 두 교수의 해임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대학 측은 두 교수가 졸업작품집과 오선지를 강매한 정황을 확인했다. 학교 관계자는 “25일 이사회를 열어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교수에 대한 해임 요구에는 재학생은 물론, 2000년 이후 작곡과 학생들이 가세했다. 두 교수는 총장, 음대학장과의 감정싸움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윤 교수는 “전체교수회의에서 총장이 평의원회 위원 2명을 규정에 어긋나게 연임시키려고 해 문제 제기했고 음대 학장이 음대 공통경비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캐물은 적이 있어서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체능 학과에서 교수 전횡이 두드러진 것은 폐쇄적인 도제식 수업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특정 교수에게 사사하는 구조에서 밉보이면 성적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소문이 나면 졸업 이후에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참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임영록의 반격

    임영록의 반격

    금융위원회에서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금융당국에 맞서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17일 KB금융지주 임시 이사회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임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 가능성도 엿보인다. 현재 이사회 분위기는 임 회장의 사퇴를 반대하는 세력도 3분의1가량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구성은 임 회장(사내이사)을 빼면 사외이사 9명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회장은 이날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임 회장은 소장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제재의 취소를 신청하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법적 절차를 통해 그동안 왜곡됐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서 KB금융 직원들의 범죄에 준하는 행위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KB금융그룹과 본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임 회장의 행정 소송은 개인 자격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KB금융과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정권에 맞섰던 금융권 수장들의 말로는?

    정권에 맞섰던 금융권 수장들의 말로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직무정지 상태)의 자진사퇴 거부로 KB사태가 ‘정권과 임 회장 간의 힘겨루기’로 옮겨갔다. 이상한 변질이기는 하지만 금융권 수장이 정부와 맞서면 ‘필패’(必敗)라는 것은 누구보다 경제관료 출신인 임 회장(행정고시 20회)이 잘 안다. 그럼에도 임 회장은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정권과 전면전에 들어갔다. 이는 17일 이사회에서 자신의 해임안이 논의되더라도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정권과 맞섰던 가장 대표적인 이는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다. 행시 17회인 이 전 이사장은 2008년 3월 경제관료 생활을 끝내고 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명박(MB) 정부가 갓 출범한 때였다. 새 정권은 거래소 수장에 ‘대선 공신’을 앉히고 싶어 했다. 알아서 비켜줄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요지부동이었다. 경제관료 선후배들을 총동원해 겁박도 하고 읍소도 해봤지만 이 전 이사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공모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뽑혔는데 (새 정권의 입맛에 안맞다고) 왜 물러나야 하느냐”는 항거였다. 정부는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해버린 것이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부 감사는 차치하고 급여나 채용에 엄격한 제한을 받게 된다. 그에게 동정적이던 임직원들조차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결국 이 전 이사장은 ‘억울함’을 뒤로하고 취임 1년 7개월 만인 2009년 10월 물러나야 했다. 올 초 세상을 떠난 김정태 초대 통합 국민은행장도 정권과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노무현 정권은 2004년 2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앉히면서 몇 가지 주문을 전달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김정태를 내쫓으라”는 것이었다. 당시 김 행장이 왜 노무현 정권에 찍혔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주주 가치 극대화를 최우선시했던 고인은 여기에 위배되면 정부를 향해서도 단호히 “노”(NO)라고 했다. 은행 이익만 중시하고 공적인 역할을 경시하는 그의 행태가 ‘386진영’에는 눈엣가시였을 수 있다. 그해 9월 금감위(현 금융위)는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합병 회계 처리과정에서 5500억원이 변칙 처리됐다며 고인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다. 결국 그는 연임의 꿈을 접고 한 달 뒤 물러나야 했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정권의 뜻을 거스르고 자리 욕심을 내다 온갖 수모를 겪어야 했다. 2009년 12월 그가 KB금융 차기 회장에 내정되자 금융감독원은 곧바로 대규모 조사인력을 급파했다. 임직원 컴퓨터는 물론 강 전 행장의 운전기사, 심지어 사생활까지 파헤쳤다. 결국 강 전 행장은 취임도 못해보고 백기를 들어야 했다. 정권과 맞섰지만 막판 대응이 다소 달랐던 사례도 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다. 집권 후반부로 가면서 MB정권은 ‘4대 천왕’의 존재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다. 이런 기류를 외면하고 김 전 회장은 2011년 기어코 3연임에 성공한 뒤 이듬해 4연임 도전의사까지 내비쳤다. 정권의 압박 강도가 세졌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집권세력에 부담되는 ‘존재’는 미리 정리하자는 게 정권의 속내였다. ‘역사적인 도전’과 여기에 따를 ‘대가’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뇌하던 김 전 회장은 4연임 목전에서 미련없이 회장직을 던졌다. 아무리 하나금융이 정부 지분이 별로 없는 사기업이라 할지라도 ‘맞장’ 뜨면 진다는 것을 ‘롬멜’(사막의 여우, 김 전 회장 별명)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정통 모피아(옛 재무부 영문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로서 이런 역대 사례를 때로는 직접 주도하고 때로는 지켜봤던 임 회장이 정권과 전면전에서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주목된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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