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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에메랄드빛 경고등이 주는 섬뜩한 신호

    [세종로의 아침] 에메랄드빛 경고등이 주는 섬뜩한 신호

    “차체에서 빛나는 에메랄드빛(청록색) LED 선을 보십시오. 이는 차량이 자율주행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이제 달릴 준비가 됐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규제만 풀리면 그 즉시 자율주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지난달 열린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 현장에서 현지 업계 관계자의 이 한마디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어디로 기울었는지를 보여주는 서늘한 선전포고였다. 실제 BYD나 지리자동차 부스에선 각 차량의 사이드미러나 후면등을 가로지르는 영롱한 에메랄드빛 라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싸구려 조립차’ 혹은 ‘카피캣’(모방꾼)이라 비하받던 중국 자동차 산업이 이제 인공지능(AI)과 로봇, 고전압 플랫폼을 앞세워 세계 표준을 좌우하는 주연 자리에 당당하게 앉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 구애하기 위해 현지 기업들과 기술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국내 현실은 어떤가.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광주에서 자율주행 차량 200대를 투입하는 대규모 실증 사업에 나섰지만, 이제 막 특정 도시의 틀 안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은 이미 운전사 없는 무인 로보택시가 도심 한복판을 누비며 유료 운행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상용화 실전 단계에 진입했다. 기술 격차를 가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실전 데이터의 규모’다. 자율주행 AI를 학습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국내 전체 기업의 누적 실증거리는 지난해 기준 1306만㎞에 불과하다. 미국 구글 웨이모나 중국 바이두같은 한 곳의 기업이 쌓은 데이터가 2억 4000만~3억㎞라는 점에서 참담한 성적표다. 중국이 거대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자국 은행을 통해 AI 산업에만 수백조 원의 특별 금융 지원을 쏟아붓는 동안, 우리는 미미한 데이터 축적과 규제에 막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던 결과다. 최근 산업연구원 조사 결과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로봇, 배터리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전반에서 중국이 한국을 완전히 앞섰다는 성적표가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래자동차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차량의 성능과 가치를 규정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인 반도체 강국이라 자부하지만, 정작 차량용 반도체의 자급률은 5%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은 희석되고 있다. 올해 1~4월 중국 전기차 브랜드 BYD의 국내 누적 신규 등록 대수는 5991대로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수입차 4위에 안착했다. 지난해엔 낯선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구매를 주저하는 고객이 많았지만, 이제 거부감이 줄었다는 증거다.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지커’를 비롯해 샤오펑, 체리자동차 등도 국내 상륙을 준비 중이다. 이미 자국 내 전기차 브랜드만 100개를 넘길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과 플랫폼 운영 능력을 검증받은 포식자들이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60% 이상을 중국 브랜드가 장악한 현실을 고려하면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 소비 시장 중심부를 파고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중국 로봇청소기 기업 ‘드리미’는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로를 판단한 뒤 움직이는 로봇청소기와 자율주행 기술의 유사성에 착안해 배터리와 섀시, 자율주행용 센서, AI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며 자동차 산업 진출을 꿈꾸고 있다. 업종 간 경계를 허문 혁신이다. 밖으로 중국이 기술과 가격으로 숨통을 죄어오고 미국과 유럽은 자국 생산 보호주의 장벽을 높이고 있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가장 큰 화두다. 경직된 노동 구조와 가파른 비용 상승이 가뜩이나 위태로운 생산 기지의 해외 이탈을 부추기는 자해 행위가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하종훈 산업부 차장
  • 순천 이반촌농원, ‘산돌배’ 간기능 개선 특허 등록···기능성 식품시장 진출 본격화

    순천 이반촌농원, ‘산돌배’ 간기능 개선 특허 등록···기능성 식품시장 진출 본격화

    순천 지역 농업 법인이 산돌배를 활용한 간 기능 개선 제조 기술 특허 등록에 성공하며 지역 농업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줘 화제가 되고 있다. 18일 농업회사법인 이반촌농원에 따르면 특허청으로부터 ‘산돌배 추출물을 활용한 알코올성 간 기능 개선 조성물 제조 방법’에 대한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이번 특허는 산돌배 효소 분해 추출물을 활용해 간 건강 개선 효능을 높이는 제조 기술이다. 순천 지역 토종 자원인 산돌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산·학 협력 연구 개발이 산업화 결실을 맺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단순 소비 중심에서 벗어나 기능성 식품 소재로 활용 영역을 넓히게 되면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반촌농원은 그동안 산돌배의 기능성 연구와 제품 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써 왔다. 지역 대학 및 연구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번 특허 등록 역시 오랜 연구 개발 노력의 결실이다. 현재 순천과 광양 일대에서는 연간 400t 규모의 산돌배가 친환경 무농약 방식으로 재배되고 있다. 산돌배는 건강식품과 기능성 식품 원료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시장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산돌배의 기능성 소재 활용이 확대될 경우 안정적인 농가 소득 창출은 물론 지역 농업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동훈 이반촌농원 대표는 “산돌배는 순천 지역 농업의 역사와 자연환경이 담긴 소중한 토종 자원이다”며 “이번 특허 등록을 계기로 산돌배의 우수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알리고 지역 농업의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 기능성 식품과 다양한 응용 제품 개발을 확대해 순천 산돌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농가와 함께 성장하는 산업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반촌농원은 산돌배를 활용한 기능성 식품 개발과 해외 시장 확대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 ‘2026년 식품 기능성 평가 인체 적용 시험 지원 사업’ 선정에 이어 이번 특허 등록까지 이어지며 산돌배의 기능성 검증과 제품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 “韓이 지은 원전까지 노렸다”…UAE 바라카 드론 공격에 화재 [핫이슈]

    “韓이 지은 원전까지 노렸다”…UAE 바라카 드론 공격에 화재 [핫이슈]

    한국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단지에서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원자로 격납건물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등 핵심 설비가 있는 내부 경계 밖 전기 설비에서 났다. UAE 당국은 방사능 수치에 이상이 없고 인명 피해도 없었다고 밝혔다. 피해는 제한적이었지만 상징성은 컸다. 바라카 원전은 중동 최초의 상업용 원전이자 한국 원전 수출의 대표 사례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흔들리는 가운데 원전 주변 전력 설비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걸프 지역 핵심 에너지 인프라 방호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 외곽 발전기 피격…방사능 수치는 정상 UAE 아부다비 정부 공보청은 17일(현지시간) 알다프라 지역 바라카 원전 단지에서 드론 공격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공보청은 긴급 대응에 나섰고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UAE 연방원자력규제청(FANR)은 원전 핵심 시스템이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원전 내부 경계는 원자로 격납건물,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주제어실 등 핵심 설비가 있는 구역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UAE로부터 방사능 수치가 정상이고 부상자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IAEA는 원전 3호기에 비상 디젤 발전기가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원전 안전을 위협하는 군사 활동은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원자로 자체가 타격받지는 않았지만 원전 주변 기반 시설이 드론전의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점에서 국제 원자력 안전 체계에도 경고음이 켜졌다. ◆ 드론 3대 중 2대 요격…발사 원점 조사 UAE 국방부는 드론 2대에 성공적으로 대응했지만 나머지 1대가 원전 부근 발전기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들 드론이 서쪽 국경 방향에서 진입했다며 발사 원점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를 마친 뒤 세부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바라카 원전은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서쪽으로 약 280㎞ 떨어져 있다. UAE의 서쪽 국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닿아 있다. 다만 UAE 당국은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았다.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하얀 UAE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그로시 사무총장과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그는 UAE가 대응할 전적인 권한이 있다며 국가 안보와 영토 보전, 국민 보호를 위해 국제법에 따라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곧바로 UAE와의 연대를 표명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바라카 원전 공격을 규탄하며 이번 사건이 역내 안보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또한 UAE의 주권과 안보, 영토 보전을 위한 모든 조치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 韓 파견 직원 피해 없어…수출 원전 안보 변수 바라카 원전은 한국전력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원전 노형 APR1400을 수출해 건설한 중동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다. 한국은 2009년 사업을 수주했고 UAE는 2024년 4개 호기 전체를 상업 운전에 투입했다. 총 설비용량은 5600㎿다. 바라카 원전은 현재 UAE 전체 전력 수요의 약 25%를 생산한다. 한국 원전 산업에는 첫 대형 해외 수주이자 수출형 원전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번 사건이 국내에서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한국 외교부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바라카 원전에서 근무 중인 한전·한국수력원자력·국내 협력사 직원의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전은 바라카 원전 자체에도 직접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한전 관계자는 “한국 측이 관리·운영하는 원전에 직접 공격이 가해진 것이 아니라 외곽의 다른 전력 설비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지 직원 일부는 원격 근무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이후 원전 1기는 안전을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 공격 주체 미궁…걸프 안보 긴장 고조 이번 사건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위태롭게 유지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휴전 기간에도 UAE에서는 이란 측 소행으로 의심되는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이란은 이번 공격을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 일부 이란 매체는 드론이 서쪽 국경 방향에서 진입했다는 발표를 근거로 사우디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UAE가 발사 원점 조사 단계라는 점을 강조한 데다 사우디가 공개적으로 UAE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이런 주장은 걸프 내부 불신을 자극하려는 정보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원전 방호의 초점을 원자로 격납건물에서 외곽 기반 시설로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발전기와 송전망, 냉각·전력 계통도 저가 드론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 유출은 없었지만 한국이 건설한 바라카 원전이 중동 전쟁의 여파 속에 공격 대상이 되면서 해외 원전 수출 이후 장기 운영과 방호 체계까지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 TP, 올해도 ‘수익성 중심 성장’ 이어가… “1분기 순이익 44% 증가”

    TP, 올해도 ‘수익성 중심 성장’ 이어가… “1분기 순이익 44% 증가”

    글로벌 의류 제조기업 TP(구 태평양물산)가 내실 경영과 수익성 강화 조치를 바탕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실적 지표를 유지 및 개선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TP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489억원, 영업이익은 14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와 동일한 5.9%를 나타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86억원 대비 44% 증가한 12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개년 동안 TP가 기록한 1분기 영업이익률은 2022년 2% 초반에서 매년 상승세를 보여 지난해와 올해는 6% 수준으로 보정됐다. 이는 대외 환경의 변화 속에서 수익성 중심의 고객 포트폴리오 재편, 생산 프로세스 효율화, 고정비 절감 등 전사적 비용 구조 개선을 실행한 결과에 기인한다. 아울러 차입금 축소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과 환율 변동 효과 역시 순이익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기순이익 증가에 따른 자기자본 확대로 재무 안정성 수치도 변동했다. TP의 1분기 부채비율은 182%로 전년 동기 대비 44%p 하락했으며, 차입금 의존도는 44%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p 낮아졌다. 1분기 발생한 일부 바이어의 출고 지연 물량이 정상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에는 추가적인 재무 지표의 변동이 전망된다. 한편, TP는 지난 5월 초 한국거래소가 시행하는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컨설팅’ 대상 기업에 선정됐다. 회사는 이를 기점으로 자본 효율성, 주주환원 정책, 중장기 성장 전략 등에 대한 종합 점검을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중 밸류업 공시를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수익성 개선 흐름과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가 결합되어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로 연결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TP의 ESG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의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원단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 제작 지원과 의류 기부 활동을 지속하는 한편, 의류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애인 맞춤형 의류 개발(Adaptive Clothing)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장애 청소년 e스포츠 지원 프로젝트를 운영하며 장애인의 사회 참여 확대와 문화 접근성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해외 생산기지가 위치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는 현지 생산 인프라와 연계해 지역 청년·여성 대상 직업 교육 및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TP 관계자는 “사회공헌 활동을 단순한 기부 차원이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로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며 “국내외 지역사회와 함께 미래 세대 지원과 문화 나눔, 재난 구호 활동까지 사회적 책임 범위를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TP는 1972년 의류 제조 기업으로 출범하여, 1984년 국내 최초 오리털 가공에 성공, 이를 국산화한 의류 및 다운 생산 전문 기업이다. 1990년 첫 해외 진출을 시작으로 5개국 19개의 생산기지를 구축하였으며 그룹사로서 소프라움을 운영하는 TP리빙을 포함해 TP스퀘어 등 5개의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 5원짜리 ‘꿀꿀이죽’의 한(恨), 세계 홀린 ‘불닭볶음면’ 기틀로[창업주의 비밀노트]

    5원짜리 ‘꿀꿀이죽’의 한(恨), 세계 홀린 ‘불닭볶음면’ 기틀로[창업주의 비밀노트]

    “국민의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기업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배고픈 국민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의 가장 큰 도리입니다.” 1960년대 초 어느 날, 서울 남대문시장 한복판. 미군 부대에서 버린 잔반을 끓여낸 ‘꿀꿀이죽’ 한 그릇을 받기 위해 시민들이 뙤약볕 아래 길게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 행렬 끝에서 발길을 멈춘 한 남성이 있었습니다. 당시 국내 유수의 보험사인 제일생명보험의 사장이었던 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이었습니다. 금융계의 거물, ‘안락한 의자’를 버리고 가시밭길로전 회장은 라면 사업에 뛰어들기 전 이미 금융업계에서 독보적인 자취를 남겼습니다. 일제강점기 선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조선총독부 체신국에서 금융 실무를 익힌 그는 해방 후 파산 위기에 처했던 제일생명을 인수해 단기간에 정상화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당시 보험업은 신용이 생명이었고, 전 회장은 이 시기부터 ‘정직과 신용’이라는 철학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습니다. 보험업계에서 안락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었지만, 그는 시장 바닥에서 꿀꿀이죽을 먹는 동포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배불리 먹지 못하면 신용도, 보험도 사치다”라는 생각에 그는 안정적인 보험사 사장직을 내려놓고 식량 보국의 기치를 내걸었습니다. 금융을 통해 경제의 혈맥을 짚던 통찰력은 이제 국민의 생존권인 ‘먹거리’ 문제로 향하게 됩니다. 실권자 설득해 얻어낸 ‘운명의 5만 달러’ 전 회장은 일본 방문 당시 접했던 라면이 한국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최적의 대안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조리법이 간편하고 열량이 높아 쌀을 대체할 ‘제2의 주식’으로 손색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면 제조 시설을 들여오기 위해서는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액수인 외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는 당시 실권자였던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을 찾아갔습니다. 김 부장이 국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자, 전 회장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그는 “국민이 쓰레기 죽을 먹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식량난 해결의 시급함을 절절하게 피력했습니다. 그의 진심 어린 호소와 논리에 움직인 김 부장은 결국 농림부에 할당된 외화 10만 달러 중 절반인 5만 달러를 전 회장에게 배정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라면 산업의 시초가 된 ‘운명의 자금’이 되었습니다. 묘조식품 오쿠이 사장과 ‘백색 봉투’의 기적 자금을 확보한 전 회장은 일본의 묘조(明星)식품을 찾아가 오쿠이 기요즈미 사장을 만났습니다. 당시 라면 제조 기술은 일본 기업의 핵심 기밀이었기에 오쿠이 사장은 처음엔 기술 전수를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전 회장은 포기하지 않고 매일같이 그를 찾아가 한국의 비참한 식량 사정을 설명하며 끈질기게 매달렸습니다. 결국 오쿠이 사장은 전 회장의 호소에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그는 “한국의 배고픈 국민을 돕겠다는 당신의 결심에 동참하겠다”며 당시 최신식 라면 제조 시설 2대를 파격적인 가격인 2만 6000달러에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기계 가격만 간신히 보전하는 수준의 특혜였습니다. 또다른 기적은 전 회장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 일어났습니다. 오쿠이 사장은 호텔로 그를 찾아와 하얀 봉투 하나를 건넸습니다. 그 안에는 절대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라면 맛의 핵심, ‘스프 배합표’가 담겨 있었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는 무상 전수였죠. 이 기술을 바탕으로 1963년 9월 15일,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이 세상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대관령 황무지에 일군 600만평의 ‘단백질 보국’ 라면 출시 이후 전 회장의 집념은 다시 한번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축산업이었습니다. 1970년대 초, 그는 “라면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쇠고기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단순히 스프의 원료를 구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에게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여 영양 상태를 개선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이었습니다. 그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대관령의 거친 황무지 개간에 착수했습니다. 1972년부터 시작된 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그는 600만평에 달하는 동양 최대 규모의 ‘삼양 목장’을 일궜습니다. 전 회장은 노구에도 직접 짚신을 신고 산등성이를 누비며 초지 조성 과정을 진두지휘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산간 오지에 목장을 만드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고개를 저었지만, 전 회장은 묵묵히 소를 키우고 우유를 생산했습니다. 라면과 축산, 이 두 축은 국민의 배고픔과 영양 결핍을 동시에 해결하려 했던 그의 ‘식량 보국’ 철학이 완성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시련과 결백: ‘우지 파동’과 정직의 가치승승장구하던 삼양식품은 1989년 이른바 ‘우지 파동’이라는 기업 존립의 위기를 맞습니다. 공업용 유지를 사용하여 라면을 튀겼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삼양라면은 순식간에 시장에서 외면받고 공장은 가동을 멈췄습니다. 기업가로서 가장 치명적인 ‘신뢰’의 위기가 찾아온 것입니다. 하지만 전 회장은 “식품은 정직해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는 타협 대신 진실을 밝히는 길을 택했습니다. 7년 9개월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대법원은 결국 삼양식품의 무죄를 판결하며 전 회장의 결백을 증명했습니다. 그는 평생을 청렴하게 살았습니다. 퇴임 시에도 주식 1주나 퇴직금 1원조차 챙기지 않은 채 빈손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기업의 이익은 사회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그의 평소 지론을 몸소 실천한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청교도적 기업가’ 정신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경영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꿀꿀이죽의 한(恨)을 넘어, 글로벌 ‘불닭’ 신화로 60여년 전, 남대문시장의 꿀꿀이죽 줄 뒤에서 희망을 보았던 전 회장의 집념은 이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강력한 ‘K-푸드’의 상징으로 승화되었습니다. 특히 그의 며느리인 김정수 부회장이 주도한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현재 전 세계 90여개국에 수출되며 삼양식품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가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았습니다. 삼양식품은 현재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식품 수출을 넘어 전 세계적인 매운맛 챌린지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문화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가난했던 시절, 국민의 배를 채워주던 10원짜리 삼양라면의 진심이 불닭볶음면의 뜨거운 맛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 [기고] 비상체제에 돌입한 반도체 생산라인

    [기고] 비상체제에 돌입한 반도체 생산라인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로 불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지금 평택과 기흥의 클린룸에서는 항온·항습의 보호 아래 4개월의 여정을 떠났던 웨이퍼들이 생산라인 밖 ‘질소탱크(Stocker)’ 에 옮겨지고 있다. 파업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전량 폐기되는 재앙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 이른바 ‘웨이퍼 보관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파업 예고일은 5월 21일이지만, 실제로는 지난 14일이 사실상의 ‘경제적 임계점’이었다. 반도체 팹은 생명체의 혈관과 같다. 700여개의 초정밀 공정이 거미줄처럼 얽혀돌아가는 이 거대한 시스템은 멈추는 순간 마비된다. 단 몇 분의 정지로도 나노 단위의 미세공정이 뒤틀린다. 공정 라인에 깔려 있는 웨이퍼의 가치만 해도 최대 1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노조가 전면 파업을 강행하여 가동이 전면 중단된다면, 이 100조원의 가치는 한순간에 산업 폐기물로 전락한다. 회사가 기존 물량을 보관 모드로 전환한 이유다. 결국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놀음이 아니라, 대한민국 수출의 35%를 지탱하는 대동맥에 혈전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타격이 실물경제를 넘어 자본시장의 공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30만 전자를 향해 순항하던 주가는 이제 ‘노조 리스크’라는 암초를 만났다. 주가 하락은 내수소비를 위축시키는 ‘역자산효과’를 불러오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역시 한국은 노동 리스크 때문에 안된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확신을 심어줄 것이다. 엔비디아와 애플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주문 물량을 해외 경쟁사로 옮기기 시작하면, 그 손실은 영구적인 시장 상실로 이어진다. 한 번 무너진 ‘무결점 적기 공급’의 신뢰는 수십 조 원을 들여도 다시 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노사 자율이라는 원칙이 대한민국 경제의 ‘심정지’를 방치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법 제76조에 규정된 ‘긴급조정권’ 발동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바로 이런 파국적 상황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최후의 보루다. 실제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과거 긴급조정권 발동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차, 2005년 항공사 파업 등 단 네 차례뿐으로, 정부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파업이 강행되어 팹 가동이 멈추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진입하기 전에, 정부는 모든 행정력 동원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 노동의 가치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460만 주주와 전 국민의 가치를 볼모로 잡은 투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느려지기 시작한 대한민국 경제의 시계가 완전히 멈춰서기 전에, 파멸의 행보를 멈출 수 있는 단호한 결단이 시급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쟁국들은 우리의 내부 갈등을 예의주시하며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지키느냐, 아니면 스스로 뒤처지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국민의 상식과 국가의 안보가 승리하는 상생의 길을 찾기 위해, 정부와 노사 모두가 역사적 책임감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 ‘AI·로봇 수도’ 거듭나는 대구

    ‘AI·로봇 수도’ 거듭나는 대구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인증센터’ 구축·이동형 양팔 로봇 제조 현장 투입… 완결형 생태계 구축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제조 도시’ 대구가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인증센터’ 건립이 추진되고 제조업 현장에서는 이동형 양팔로봇 실증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경북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비롯한 관계기관과 로봇 산업 경쟁력 강화와 산업 생태계 고도화를 위한 협력체계도 갖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대구를 ‘대한민국 AI 로봇 수도’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5년간 총 412억원 규모 사업비 투입 17일 대구시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주관 공모사업인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인증센터 구축’과 ‘제조 AI 데이터 밸류체인 구축’ 사업에 최종 선정돼 올해부터 5년간 총 412억원(국비 247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이 중 187억 원을 들여 조성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안전인증센터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 부지에 들어선다. 센터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유럽연합의 사이버복원력법(CRA) 및 인공지능법(AI Act) 등 급변하는 글로벌 규제 환경에 선제 대응하는 거점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의 안전성 확보는 물론 해외 진출 부담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센터 건립에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을 필두로 계명대,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등 각 분야 전문기관이 참여해 AI 신뢰성부터 사이버 보안까지 아우르는 통합 인증 체계를 갖추는 데 협력한다. 센터는 실제 운용 환경의 위험 요소를 정밀 평가해 로봇 관련 표준 확립과 제도 정비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225억 원을 투입하는 제조 AI 데이터 밸류체인 구축 사업은 지역 전통 산업의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과 서울대 산학협력단, 한국전자기술연구원,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이 사업은 정밀가공, 금형, 열처리 등 지역 주력 제조업에 AI를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제조 데이터 품질 평가 및 인증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들에 공신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특히 자체적으로 AI 도입이 어려운 중소 제조기업을 위해 데이터 수집 장치 보급부터 현장 컨설팅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며 지역 산업 전반의 AI 전환(AX)을 이끌 계획이다. 시는 이들 사업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 이후 실증 인프라와 시너지를 내며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팔 로봇, 기판 외형 가공 공정서 실증 이동형 양팔 로봇을 제조 현장에 투입하는 실증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이동형 양팔 로봇은 자율 주행 이동체 위에 양팔 협동 로봇이 결합한 형태로 작업물 이송과 장비 안착 등 각종 공정 전반에 투입됐다. 이 로봇이 연구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에 투입된 국내 첫 사례다. 이 로봇은 기존 제조 현장에 배치된 팔 형태의 고정형 로봇과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핵심인 양팔 협업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제조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다양한 공정을 안전하게 수행하도록 설계됐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증은 지난달 23일부터 지역 내 대표 자동차 부품 기업 에스엘에서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판 외형 가공(PCB Routing) 공정에 투입된 로봇은 작업물 이송부터 장비 안착, 부산물 분리 배출, 완제품 보관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하며 공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 이는 시가 2020년부터 추진해 온 ‘이동식 협동로봇 규제자유특구’ 사업의 성과다. 이 사업을 통해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에 로봇 기업의 기술력을 더하면서 상용화 수준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는 로봇 핵심 부품 개발부터 완제품 생산, 실증에 이르는 ‘완결형 로봇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정의관 시 미래혁신성장실장은 “이번 실증을 계기로 핵심 부품 개발부터 완제품 생산·실증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로봇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대구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AI 로봇 수도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모두 잃거나, 함께 살거나…삼전노사 오늘 ‘최후 담판’

    모두 잃거나, 함께 살거나…삼전노사 오늘 ‘최후 담판’

    이재용 “한 가족” 호소에 대화 물꼬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 압박 삼성전자 총파업 예고일을 사흘 앞둔 18일 노사가 2차 협상장에서 사실상 ‘마지막 담판’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노사는 ‘한 가족’이라며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고, 정부도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면서 극적 타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협상의 최대 쟁점인 성과급 제도화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 해소 여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한다고 17일 각각 밝혔다. 총파업의 향방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다. 노사는 지난 11~13일 중노위 중재로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지급 기준 등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이후 추가 협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사측과 정부가 ‘파국만은 안 된다’는 호소를 이어 가며 재협상 자리가 마련됐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해외 출장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 뒤 대국민 사과와 함께 노사 대화를 호소했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사 모두 이번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노조 요구를 받아들여 대표 교섭위원을 기존 김형로 부사장에서 여명구 DS(반도체)부문 피플팀장으로 교체했다. 중노위에서도 박수근 위원장이 직접 조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협상 관건은 성과급 제도화 여부다. 그동안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연봉의 50% 수준으로 제한된 상한선을 폐지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300조원)에 영업이익의 15%를 적용하면 올해 반도체 임직원들의 평균 성과급 규모는 1인당 6억원에 육박한다. 반면 사측은 유연한 보상 체계를 유지해야 초격차 유지를 위한 미래 투자 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여 피플팀장의 요청으로 비공식 만남을 진행했다며 사측의 제안을 전했다. 연봉의 50%까지 지급 가능한 OPI(초과이익성과급)는 유지하고, 재원은 투자비용과 세금 등을 뺀 EVA(경제적부가가치)의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OPI와별도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어서면 영업이익의 9∼10% 재원을 마련해 ‘전체 부문 60% 대 사업부별 40%’로 나눠 사업부별 격차를 완화하는 부분도 포함됐다. 최 위원장은 이를 ‘후퇴된 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긴급조정 언급에 따라 회사의 태도도 변화한 것 같다”며 “(사측이) 긴급조정 및 중재가 되면 피해가 클 것이라고 압박하지만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노사 모두 성과급 규모 자체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절충 여지가 있다”면서도 “결국 핵심은 성과급 제도화 여부로, 어느 쪽이 먼저 한발 물러서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노사를 향해 강하게 압박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파업으로 웨이퍼 폐기가 발생하는 경우 경제적 피해는 최대 10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개별 기업 손실 넘어 수출 감소, 금융시장 불안, 수많은 협력업체들의 경영과 고용 악화, 국내 투자 위축 등 국민 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후의 보루’로 불려 온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총리는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즉시 파업을 중단한 뒤 현장에 복귀해야 하며 30일 동안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관련 질문에 “우리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가지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아시다시피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출 비중이 12.5%에 이르고 460만명 우리 국민이 주주인 기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협력업체도 1700여개에 달한다”고 답했다. 이어 “삼성전자 노사가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기를 바라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고 노사가 사후조정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최대 100조 손실에 ‘초일류 원팀’ 흔들… 이재용 “모두 제 탓”

    최대 100조 손실에 ‘초일류 원팀’ 흔들… 이재용 “모두 제 탓”

    해외 출장 중 일정 바꿔 긴급 귀국“내부 문제로 전 세계 고객에 사죄”이례적으로 직접 책임까지 언급도입장문 발표하며 세 차례 고개 숙여총파업 땐 글로벌 공급망까지 타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년 만이자 회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창사 이래 두 번째이자 역대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 갈등이 기업 이익은 물론 국가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까지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저희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항상 저희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해 주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날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8문장 분량의 짧은 입장문에 ‘사과’, ‘사죄’, ‘죄송’ 등 사과 표현을 세 차례 담았다. 이 회장이 해외 일정까지 변경해 귀국한 데다 공개 사과를 넘어 직접 책임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및 노조 문제 관련 사과 이후 세 번째다. 또 2022년 10월 회장 취임 이후에는 처음이다. 이 회장은 입장문에서 사과 대상으로 “전 세계 고객”을 먼저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생태계에 미칠 파장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입장에서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AI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공급 차질은 수익 감소로 직결될 수 있다. 이미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삼성전자 측에 생산 차질 가능성과 대응 방안 등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생산 일정이 흔들릴 경우 AI 서버 공급 일정과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노조가 일정대로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1700여개 협력사 피해, 주가 하락 등을 포함한 직간접 손실 규모가 최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직접적인 매출 손실만 최대 30조원 이상 발생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무엇보다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내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파업 현실화 땐 내부 조직원 간 극한 대립을 치유하는 과정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도 필요하다. ‘초일류’와 ‘원팀’ 이미지를 중시했던 삼성전자에서 내부 노사 갈등이 분출되고 총파업 위기에 놓이면서 기업 이미지 타격도 우려된다. 김종대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은 그동안 조직 안정 이미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 온 기업”이라며 “이번처럼 노사 갈등이 전면화된 상황에서 총수가 직접 나서 조직을 다독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UAE 바라카 원전 드론 공격 화재 발생… 공격 주체 언급은 없어

    UAE 바라카 원전 드론 공격 화재 발생… 공격 주체 언급은 없어

    “인명 피해·방사능 안전 영향 없어”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단지가 17일(현지시간) 드론 1대의 공격을 받아 불이 났다고 아부다비 정부 공보청이 밝혔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부다비 공보청은 이날 “알다프라 지역 바라카 원전 내부 경계의 바깥쪽에 있는 발전기에서 드론 공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긴급 대응했다”고 발표했다. 화재에 따른 인명 피해는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았으며 방사능 안전 수준에도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보청은 덧붙였다. UAE 연방원자력규제청(FANR)은 이 원전 핵심 시스템이 모두 정상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UAE 당국은 이번 드론 공격의 주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바라카 원전은 2009년 한국이 해외에서 처음 수주한 원전이다. 한국전력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원전 노형(APR1400)을 수출해 아부다비에 건설했다. 2024년 4월에 4개 호기(총 5600㎿)가 전면 상업 가동돼 현재 UAE 전체 전력 수요의 약 25%를 생산한다.
  • 99조 쓰고도 F-22 187대뿐…‘후회막심’ 美 “B-21 100대로는 부족” [밀리터리+]

    99조 쓰고도 F-22 187대뿐…‘후회막심’ 美 “B-21 100대로는 부족” [밀리터리+]

    미국이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 B-21 레이더 도입 규모를 당초 목표인 최소 100대보다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F-22 랩터에 99조원을 투입하고도 187대만 확보한 뒤 수량 부족 논란을 남긴 미국이, 이번에는 B-21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흐름이다. 미국 군사 전문매체 19포티파이브는 16일(현지시간) 미 공군이 B-21의 적정 도입 규모를 다시 산정하고 있으며, 기존 최소 목표인 100대가 미래 전쟁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펜타곤 안에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군사력 확대와 최근 이란 상대 장거리 타격 작전이 맞물리며 스텔스 폭격기 수량 부족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B-21은 미 공군이 B-1B 랜서와 B-2 스피릿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 중인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다. 적 방공망을 피해 장거리 침투 타격을 수행하고,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모두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 “100대는 부족하다” 커지는 B-21 증산론 미 공군은 그동안 B-21을 “최소 100대”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19포티파이브에 따르면 데이비드 테이버 미 공군 기획·프로그램 담당 부참모장은 지난 13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해상·전력투사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B-21의 수정된 조달 목표를 산정 중이라고 밝혔다. 테이버 중장은 미 공군이 B-21의 적정 도입 규모를 다시 산정하고 있으며, 2028회계연도 예산안에는 더 구체적인 조달 계획을 담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봄 제출될 예산 요구안에 B-21 확대 조달 계획이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도 앞서 미국이 앞으로 100대보다 “훨씬 더 많은” B-21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도 100대 규모로는 중국과 같은 강대국을 상대로 한 장기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고, 200대 이상이 더 현실적인 규모라고 주장해왔다. 미 공군은 이미 B-21 생산 속도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월 노스럽그러먼과 45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B-21 생산 역량을 약 25% 늘리기로 했다. 공식적으로는 인도 일정을 앞당기고 비용·성능 목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더 큰 조달 규모를 준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 F-22 187대가 남긴 비싼 교훈 미국이 B-21 수량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F-22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 F-22는 미 공군이 제공권 장악을 위해 개발한 첫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지금도 세계 최강급 전투기로 평가받는다. 당초 F-22는 수백 대 규모로 구상됐다. 그러나 냉전이 끝난 뒤 안보 환경이 바뀌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한 대테러전이 장기화하면서 생산 규모는 대폭 줄었다. 미국은 F-35라는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 개발도 병행하고 있었다. 결국 F-22는 187대 생산에 그친 채 생산라인이 닫혔다. 비용도 결정적 변수였다. 19포티파이브는 별도 보도에서 미 공군이 F-22 프로그램에 총 660억달러(약 99조원)를 투입했으며 연구개발과 제조 비용을 합산하면 대당 비용이 3억5600만달러(약 534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성능은 압도적이었지만 너무 비싼 전투기였던 셈이다. 당시 판단이 완전히 비합리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미국이 직면한 전장에는 F-22가 상정한 수준의 적 스텔스기나 고성능 방공망이 없었다. 실제 수요도 정밀타격과 근접항공지원에 가까웠다. 고가의 제공 전투기를 계속 늘릴 명분이 약했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이 급성장하면서 평가는 달라졌다. 중국은 J-20 스텔스 전투기, 장거리 미사일, 통합 방공망을 빠르게 키웠다. 미국이 다시 강대국 경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187대뿐인 F-22는 부족한 전력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187대는 전체 생산 수량일 뿐이다. 정비 중인 기체와 훈련용 기체, 해외 배치 전력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동시에 투입할 수 있는 수량은 훨씬 적다. “너무 비싸서 줄였다”는 과거 판단이 “너무 적게 만들었다”는 후회로 돌아온 이유다. ◆ 이란 작전·중국 위협이 키운 수량 논쟁 B-21 증산론에 불을 붙인 또 다른 계기는 최근 미국의 이란 상대 작전이었다. 19포티파이브는 미국이 이란 핵시설과 미사일 시설, 강화된 군사 표적을 타격하는 과정에서 소수의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에 크게 의존했다고 전했다. 장거리 침투 타격 능력을 가진 스텔스 폭격기의 중요성이 다시 드러났다는 것이다. B-2는 현재 미 공군이 보유한 대표적 스텔스 폭격기지만 수량은 20대에 불과하다. 19포티파이브는 2024회계연도 기준 B-2의 임무 가능률이 약 55%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100대를 보유하더라도 정비와 훈련, 순환 배치를 감안하면 실제 위기 때 동시에 투입할 수 있는 기체는 그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이란 작전에서도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 전력에 상당한 부담이 걸렸다면 중국과의 장기 고강도 충돌에서는 훨씬 더 많은 기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로 괌, 일본, 한국 등 미군 전방 기지를 위협할 수 있다. 전시에 전방 활주로와 연료·정비 시설이 공격받으면 미군 전투기의 지속 출격 능력은 흔들릴 수 있다. 이때 먼 거리에서 출격해 적 방공망을 뚫고 핵심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B-21의 가치는 커진다. 미국은 B-21과 함께 F-47 차세대 전투기, 협동 전투 무인기(로열 윙맨), 차세대 핵전력 현대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F-47은 미 공군의 차세대 제공권 사업인 NGAD 플랫폼으로, 2030년대 F-22를 대체할 6세대 전투기로 개발되고 있다. B-21이 장거리 침투 타격을 맡고, F-47이 협동 전투 무인기(로열 윙맨)와 함께 제공권 확보를 맡는 구조다. 하지만 새 무기가 등장해도 고민은 같다. 최첨단 무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느냐다. F-22의 사례는 이 질문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수량이 부족하면 전략적 여유가 줄어든다. 생산라인을 일찍 닫으면 나중에 위협이 커져도 되돌리기 어렵다. 미국이 B-21 100대 목표를 다시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F-22는 99조원을 쓰고도 187대에 그친 “비싼 교훈”으로 남았다. 중국을 상대로 한 장기 경쟁의 시대에는 스텔스 성능만큼 충분한 수량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B-21 조달 계획 앞에서 다시 떠오르고 있다.
  • “한 명에 3억원”…중국 부호들 美 대리모로 ‘시민권 아기’ 쇼핑 [핫이슈]

    “한 명에 3억원”…중국 부호들 美 대리모로 ‘시민권 아기’ 쇼핑 [핫이슈]

    미국 대리모 제도로 자녀를 얻으려는 중국 부호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리모 알선과 체외수정, 법률 서비스, 출산 대행, 보모 서비스가 결합한 구조에서 자녀 1명당 비용은 최대 20만 달러(약 3억원)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중국 게임업계 부호 쉬보(48) 사례 등을 통해 중국 부유층의 미국 대리모 이용 실태를 조명했다. 쉬보가 운영하는 두오이 네트워크 측은 앞서 그가 미국 대리모를 통해 “100명이 조금 넘는” 자녀를 뒀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대리모를 금지하지만 미국 일부 주는 상업적 대리모 계약을 허용한다. 중국 엘리트들이 이 제도 차이를 이용해 미국 출생 자녀에게 시민권까지 얻게 하면서 윤리와 아동 보호, 출생시민권 논쟁이 동시에 불붙었다. 쉬보는 중국에서 여성주의를 비판하고 다자녀를 공개적으로 옹호해온 인물이다. 그는 온라인에서 대규모 가족 형성을 주장하며 논란을 빚어왔다. WSJ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가정법원은 2023년 비공개 심리에서 쉬보의 친권 청구를 검토했다. 법원 직원들은 대리모 관련 서류에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하자 이상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쉬보는 태어나지 않은 아이 최소 4명에 대한 부모 권리를 요청했다. 법원은 그가 이미 여러 명의 자녀를 대리모를 통해 뒀거나 출산 절차를 진행 중인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쉬보는 화상으로 심리에 출석했다. 그는 통역을 통해 미국 대리모를 이용해 20명 안팎의 자녀를 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을 물려받을 아들을 원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부 자녀는 캘리포니아 어바인 인근에서 보모가 돌보고 있었다. 그는 업무가 바빠 아직 아이들을 직접 만나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판사는 우려를 나타냈다. 대리모 제도는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이 가족을 꾸리도록 돕는 장치인데 쉬보 사례는 양육보다 대량 출산 프로젝트에 가깝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결국 쉬보의 친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WSJ는 이 결정이 통상 신속하게 승인되는 대리모 친권 절차에서는 이례적이었다고 전했다. 쉬보 측은 보도 내용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두오이 네트워크 관계자는 WSJ에 “사장은 어떤 목적의 인터뷰 요청도 받지 않는다”며 “당신들이 설명한 내용 상당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어떤 부분이 부정확한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 美 대리모 산업 파고든 중국 부호들 쉬보 사례는 중국 부유층이 미국 대리모 산업을 이용해 초대형 가족을 만들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WSJ는 중국 부호와 고위층 일부가 미국 대리모 제도로 수십 명 규모의 자녀를 두려 한다고 전했다. 일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처럼 많은 자녀를 둔 인물을 역할 모델로 삼고 일부는 가문과 기업을 이어갈 후계자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대리모를 이용한다. 미국 대리모 산업은 중국 부유층의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WSJ는 대리모 기관과 난임 클리닉, 법률 사무소, 출산 대행 업체가 결합한 서비스망이 중국 고객을 상대로 형성됐다고 전했다. 일부 부모는 직접 미국에 가지 않고도 생식세포를 보내고 현지 출산 절차를 거쳐 아이를 인도받는 방식까지 이용한다. WSJ는 쉬보와 비슷한 사례가 더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 교육업계 부호는 미국 대리모를 통해 딸 10명을 뒀다. 또 다른 중국 사업가는 한꺼번에 200명 넘는 자녀를 원했지만, 대리모 업체 측이 양육 책임을 문제 삼아 의뢰를 받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문제는 국경을 넘는 대리모 계약을 걸러낼 장치가 약하다는 점이다. 미국 대부분 주는 외국인의 대리모 이용을 원천적으로 막지 않는다. 절차도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가 여러 주와 기관을 동시에 이용하면 당국이나 업계가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 중국 역시 국내 상업적 대리모는 금지하지만 자국민의 해외 대리모 이용까지 엄격하게 처벌하지는 않는다. 이 틈에서 돈과 정보력을 가진 중국 엘리트들이 미국 제도를 우회로로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쉬보를 둘러싼 논란은 전 연인의 폭로로도 번졌다. 그의 전 연인 탕징은 지난해 11월 웨이보에 쉬보가 여러 국가의 부동산에서 300명에 달하는 자녀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쉬보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두오이 네트워크는 미국 대리모를 통해 “100명이 조금 넘는” 자녀를 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고 WSJ는 전했다. ◆ 시민권 논란에 美 정치권도 제동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원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얻는다. 수정헌법 14조가 출생시민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중국 부호들이 미국 대리모 산업을 이용해 ‘미국 시민권 자녀’를 대량으로 만들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미국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부모 중 한 명이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이 명령은 소송에 막혀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리모가 미국인인 경우 행정명령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공화당 소속 릭 스콧 상원의원은 지난달 중국 등 일부 외국인이 미국 대리모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국제 대리모 구조가 아동과 여성 착취, 인신매매, 국가안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DHS) 수사관들이 중국 부모와 일한 일부 대리모를 접촉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은 미국 대리모 산업의 약한 통제 장치를 드러냈다. 대리모는 난임 부부와 성소수자 커플 등에게 가족 형성의 통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초부유층이 이를 대규모 후계자 생산 수단으로 이용하면 아이의 시민권, 친권, 양육 책임, 대리모의 안전, 국가 간 법적 공백이 한꺼번에 충돌한다. 중국 부호들의 미국 대리모 이용 사례가 출생시민권 문제와 맞물리면서 관련 논란은 정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돈으로 국경과 규제를 넘나드는 생식 산업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미국 내 논쟁도 더 커질 전망이다.
  • KADEX 2026-GLOBSEC, 글로벌 안보포럼 공동 개최 계약 완료

    KADEX 2026-GLOBSEC, 글로벌 안보포럼 공동 개최 계약 완료

    유럽 국방장관급 인사 4명 이상 연사 참여 확정 국내 지상군 중심 방산전시회 KADEX 2026은 유럽 글로벌 안보 싱크탱크 GLOBSEC(글로브섹)과 국제 안보포럼 공동 개최 계약을 완료했다. KADEX 2026 조직위원회는 GLOBSEC과 글로벌 안보포럼 공동 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전시 기간 중 유럽과 아시아 지역 안보·방산 협력을 주제로 한 정상급 포럼을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방산 전시와 국제 안보 논의를 결합한 플랫폼 구축을 지향한다. 양측은 안보 전략, 방산 조달, 첨단 전장 기술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국제 협력 체계 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2005년 슬로바키아에서 설립된 GLOBSEC은 매년 정부, 군,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유럽의 대표적 안보 플랫폼이다. 과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 등이 연사로 참여한 바 있다. 양측은 이번 KADEX 2026 포럼에서 ▲글로벌 안보 전략 ▲방산 조달 및 산업 협력 ▲첨단기술 기반 미래 전장 대응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정책·안보·산업 분야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비공개 전략 대화와 정책 라운드테이블도 함께 운영된다. 첫 번째 라운드테이블에서는 강대국 경쟁 심화가 유럽과 아시아 지역 안보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유럽의 방위력 증강 과정 속에서 아시아 방산기업과의 공동 생산, 공급망 협력 가능성 등을 다룰 예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방산전시회는 단순 장비 전시를 넘어 정책 협력과 공급망 논의, 공동 생산 협의까지 함께 이뤄지는 복합 플랫폼 형태로 운영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GLOBSEC 측은 폴란드와 체코, 에스토니아, 핀란드,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 국방장관급 인사 4명 이상이 KADEX 2026 포럼 연사로 참석한다고 밝혔다. 오는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GLOBSEC Forum 2026’에는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로베르타 멧솔라 유럽의회 의장 등 유럽 주요국 정상 및 안보·국방 관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Lockheed Martin과 Saab, Airbus Defence and Space, Safran 등 글로벌 방산기업과 EU, ESA(유럽우주국), EIF(유럽투자기금), EIB(유럽투자은행) 관계자들도 참여한다. KADEX 2026 조직위원회는 이달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GLOBSEC Forum 2026’ 현장을 방문해 공동 포럼 운영 방향을 구체화하고, 유럽 주요국 국방 관계자들에게 KADEX 2026 공식 초청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엄기학 육군협회장은 “유럽 주요국 국방장관 및 군 고위 관계자들과 협의를 이어가며 KADEX 2026의 국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GLOBSEC과의 협력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안보·방산 논의가 보다 구체화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르틴 스클레나르 GLOBSEC 수석 펠로우(전 슬로바키아 국방장관)는 “유럽은 안보 환경 변화에 따라 방산 수요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이라며 “한국은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방산 시장 내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유럽과 아시아 간 협력 구조를 논의하기 위해 KADEX와 협력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KADEX 2026은 2026년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행사에는 450개사 2,032부스 규모의 참가가 예정돼 있으며, 해외에서는 20개국 63개사가 참여한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캐나다,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베트남, 라트비아, 포르투갈 등 10개 국가관도 함께 운영될 예정이다.
  • ‘불닭의 어머니’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 승진한다

    ‘불닭의 어머니’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 승진한다

    불닭볶음면 개발을 주도해 ‘K-푸드’를 대표하는 라면으로 성장시킨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다. 삼양식품은 이사회를 열고 김정수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결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취임일은 6월 1일이다. 김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2021년 총괄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약 5년 만이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창업주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로 결혼 후 가정주부였다. 삼양식품이 우지 파동 후유증과 IMF 사태로 어려움을 겪던 1998년 회사에 들어와 2012년 불닭볶음면 개발을 주도했다. 당시 서울 명동 불닭집 앞에 사람이 몰린 것을 보고 마케팅 부서,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초기엔 반응이 크지 않았지만 영어권 유튜브를 중심으로 ‘파이어 누들 챌린지’ 열풍이 불었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며 삼양식품을 수출 중심 기업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삼양식품 회장 자리는 공석으로 기존에도 김 부회장이 삼양식품을 이끌어왔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사업 확대에 따른 책임경영과 리더십 강화를 위해 이번 인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2016년 930억원에서 지난해 1조 8838억원으로 약 20배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도 26%에서 80%로 확대됐다. 삼양식품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법인과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며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는 현지 공장을 건설 중이며 밀양공장은 수출 제품 생산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재임 기간 수익성 중심 경영 전략도 강화했다. 삼양식품 매출은 김 부회장 취임 당시인 2021년 6420억원에서 지난해 2조 3517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0%에서 22%로 상승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7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영업이익 1771억원으로 32% 증가해 분기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김 부회장은 2024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단, 2025년 한국무역협회 회장단에 합류했다. 경영 성과와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은탑산업훈장’, 올해 ‘한국이미지상’과 여성 경영인 최초로 한국경영학회 선정 ‘대한민국 경영자 대상’을 수상했다.
  • 한중기업가협회, 미국 전직 연방하원의원단 방한 기념 행사 개최

    한중기업가협회, 미국 전직 연방하원의원단 방한 기념 행사 개최

    한중기업가협회는 지난 14일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센터에서 미국 전직 연방하원의원 방한 기념 만찬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을 필두로 스티븐 팔라조, 바트 고든, 도나 에드워즈, 빌 플로리스, 론 카인드, 프랭크 긴타 등 미국 전직 연방하원의원단이 참석했다. 한국 측에서는 김훈 한중기업가협회 회장, 박수복 전 인천지방국세청장, 박건수 한국공학대학교 총장, 임유섭 한중기업가협회 부회장, 서형원 한중기업가협회 비서실장, 제닝스 리 엔켐 부사장, 이미소 디테크모빌리티 대표 등이 자리해 한미 산업 협력과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단순 친선 교류를 넘어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과 글로벌 협력 확대를 위한 실질적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장에서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전략 발표가 이어졌다. 이차전지 전해액 기업 엔켐은 미국 조지아 공장 중심의 북미 생산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구축 현황을 소개했다. 엔켐은 미국 생산시설 추가 증설과 관련해 현지 정부 차원의 세제 지원 및 협력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엔켐은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지원받으며 북미 시장 내 생산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미국 내 전기차 및 배터리 수요 증가에 따라 현지 생산시설 가동률 역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석한 미국 전직 연방하원의원단은 엔켐의 미국 생산 확대 계획과 관련해 현지 공급망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의견을 공유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변은창 엔켐 미국전략총괄 대표는 “엔켐은 미국 내 확고한 생산 역량을 기반으로 단순 소재 기업을 넘어서 북미 배터리 산업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겠다”면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전해액이 필수적으로 공급되는 만큼 현지 투자를 크게 확대해 미국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안전 솔루션 기업 체크가드는 초음파·열화상·자외선 진단 기술을 결합한 ‘UD1000 스마트 이미저’를 소개하며 제조·에너지·플랜트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안전관리 솔루션을 선보였다. 디테크모빌리티그룹은 대형버스 기반 VIP 의전 차량 설계·개조 기술과 프리미엄 모빌리티 사업 전략을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 방향을 공유했다. 김훈 한중기업가협회 회장은 “이번 초청 행사는 정책과 산업, 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실질적 협력의 장”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민간 차원의 협력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내선 “생산금융”외쳤던 지주사들, 美투자자들엔 “부실 위험 크다” 경고

    정부가 “돈이 부동산 대신 산업으로 흘러가야 한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지주들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잘못하면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첨단산업 지원과 상생금융 성과를 내세우면서, 미국 공시에는 수익성 저하 등을 부각하며 “원래 안 빌려주던 곳까지 돈이 나갈 수 있다”고 표현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제출 보고서에서 생산적 금융·포용금융 정책 참여에 따른 부담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적시했다. 이들 금융사는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해 해외 투자자 대상 공시 의무가 있다. 우리금융은 “원래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부문에 금융 지원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적었다. 쉽게 말해 수익성과 위험 때문에 평소 같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곳까지 정책상 지원해야 할 가능성을 언급한 셈이다. 그러면서 순이자마진(NIM) 악화, 연체율 상승,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까지 함께 설명했다. KB금융도 비슷했다. 정부 주도의 정책 금융 정책 참여 과정에서 기존대로라면 하지 않았을 조건의 대출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신한금융 역시 벤처·전략산업 투자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취약차주 지원 확대 과정에서 연체율과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국내에서는 정책 기조상 대놓고 하기 어려운 말을 미국 투자자 대상 공시에 우회적으로 적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에서는 첨단산업 투자, 소상공인 지원, 상생금융 확대 요구가 잇따르면서 “은행이 정책금융기관 역할까지 떠안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다만 금융사들은 “미국 공시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잠재 리스크를 최대한 폭넓게 적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투자자 소송 가능성이 큰 만큼 발생 가능한 위험 요소를 세세하게 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 [세종로의 아침] 미국 홀린 K뷰티, 롱런하려면

    [세종로의 아침] 미국 홀린 K뷰티, 롱런하려면

    한국 아이돌 그룹을 소재로 한 미국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 거셌던 지난해 미국에 머물렀을 때 가장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건 ‘K뷰티’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의 화장품 판매 순위 1위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였다. 10위권 안에도 여러 한국 브랜드가 이름을 올렸다. 미국 소비자가 남긴 수만개의 리뷰는 제품의 경쟁력을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K뷰티는 더이상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아닌 미국 소비자의 일상에 스며든 주류 소비재가 돼 있었다. 미국 상무부와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실제 한국은 지난해 미국 화장품 수입국 1위에 올랐다. 샤넬·랑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앞세운 프랑스와 일본까지 제쳤다. 미국의 한국산 수입액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반면 프랑스(3위)와 일본(9위)은 각각 20.2%, 17.4% 감소했다. 한국이 전통 뷰티 강국들을 넘어 미국 시장 정상에 섰다는 건 K뷰티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전년보다 12.2% 증가한 114억 1800만 달러(약 17조 2500억원)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했다. 올해 1분기 수출도 31억 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늘었다. 10년 전인 2015년(29억 3100만 달러)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한국 화장품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21억 8400만 달러로 전체 화장품 수출의 약 5분의1을 차지했다. 일본 수출 역시 10억 87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부는 한류 확산을 바탕으로 미국·일본을 넘어 동남아·유럽·중동까지 시장을 넓히는 화장품 산업을 대표 소비재 수출 산업으로 보고 20대 주력 수출 품목에 포함시켰다. 화장품은 소비재 가운데 자동차 다음으로 수출 비중이 큰 품목이다. K뷰티 수출 급성장 배경에는 아마존·틱톡숍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직접 판매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이 대기업 중심의 보수적 유통 구조를 유지하는 사이 한국 화장품 기업들은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고 제품 출시 주기를 단축했다. 여기에 K팝·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더해지며 글로벌 팬층이 소비자로 연결됐다. 다른 회사 제품을 대신 개발·생산해 주는 한국콜마·코스맥스 같은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의 생산 인프라를 구축해 중소 브랜드의 시장 진입과 수출을 뒷받침한 점도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과 달리 상대적으로 관세·공급망 부담이 적고, 문화 콘텐츠와 결합해 적은 자본으로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 역시 K뷰티의 경쟁력이다. 그러나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유행은 빠르게 바뀌고 플랫폼 알고리즘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브랜드 경쟁력보다 일부 히트 상품의 아마존 노출이나 틱톡 바이럴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알고리즘 변화나 경쟁 제품 증가 시 수출이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발 ‘미투 상품’ 확산에 따른 저가 출혈 경쟁 우려도 나온다. 빠르고 저렴한 ‘가성비 K뷰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ODM 중심 생산 구조가 브랜드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표시·인증 강화 등 화장품 규제 강화 역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K뷰티의 진짜 경쟁력은 ‘브랜드 체력’이다. 화장품은 반복 구매 산업인 만큼 소셜미디어(SNS) 유행을 넘어 “믿고 쓰는 브랜드”가 돼야 오래 살아남는다. 샤넬·에스티로더처럼 강한 브랜드는 플랫폼이 아닌 브랜드 자체로 소비자를 끌어온다. 아마존 인기 상품과 소비자가 일부러 찾는 브랜드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게 K뷰티의 다음 과제다. 문화와 제조업, 디지털 플랫폼이 만든 K뷰티 성장세도 결국 브랜드 철학과 품질 신뢰가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하다. 인도·튀르키예·남미 등 화장품 수요가 높고 한류에 관심 많은 신흥 시장 공략으로 수출 저변도 넓혀야 한다. 강주리 경제정책부 기자(차장급)
  • 정부 “최고가 시행 후 석유 소비 3~8% 줄었다…90달러대 가야 최고가 해제”

    정부 “최고가 시행 후 석유 소비 3~8% 줄었다…90달러대 가야 최고가 해제”

    미국 휘발유·경유 44% 올라 영·프·독, 韓보다 소폭 높아 “비축유 방출은 권고사항, 안 할 수도” 정부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유사의 공급가격 상한을 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3월 13일) 두 달 동안 석유제품 소비량이 다소 줄었다고 밝혔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14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9주간(3월 2주~5월 2주) 석유 소비량을 합산한 결과 지난해보다 휘발유는 3%, 경유는 8% 감소했다”고 말했다. 3월에는 휘발유 소비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었지만 4월은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 11% 줄었다. 이달 1~2주 소비량은 휘발유 2%, 경유 6% 감소했다. 양 실장은 “전반적으로 가격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며 “국제 유가를 반영했다면 소비량이 더 줄었겠지만 소비 위축의 부정적 효과도 있어 적정 수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 발발 전과 비교해 국내 석유가격 상승률은 휘발유 19%, 경유 26%로 다른 국가들보다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휘발유·경유 가격 모두 44% 올랐고, 영국·독일·프랑스는 휘발유 19~22%, 경유 28~37%가 올라 한국과 비슷하거나 높았다. 정부의 정유사 보조금이 많은 일본의 휘발유 가격은 7%, 경유는 9% 올랐다. 양 실장은 헝가리·체코·폴란드 등 해외 주요국도 가격상한제 등 한국과 유사한 고유가 대응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양 실장은 최고가격제 해제와 관련해 “호르무즈 상황이 안정되고 국제유가의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면 주유소 공급가격이 최고가격 이하로 내려가기 전에 제도가 종료될 것”이라며 “전쟁 전까진 아니더라도 90달러대로 내려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 공동 방출 결정에 따라 90일 내로 정해진 6월 9일 시한 내 비축유 방출과 관련해 “권고 사항”이라며 “대체 물량이 충분히 들어오고 있고 정유사와 비축유 스와프(SWAP)도 잘 진행되고 있어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말까지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 보전 기준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남경모 산업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정유사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원가를 계산해 손실 보전하는 것이 원칙이며 원유 도입가와 생산 비용 등 계산 방식에 있어 세부 내용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국산 신선우유, 단백질 시장 내 천연 영양 공급원으로 부각... 가공 원료와 차별화

    국산 신선우유, 단백질 시장 내 천연 영양 공급원으로 부각... 가공 원료와 차별화

    국내 단백질 식품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오면서 단백질 섭취가 일상적인 식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단백질 음료와 각종 강화 식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단순 함량 수치를 넘어 원재료와 제조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단백질 음료 상당수는 유청 단백질 분말 등 정제된 원료를 기반으로 하며, 감미료·향료 등 부원료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가공식품 중심의 단백질 소비 방식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북미·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는 단백질 강화 식품과 식물성 대체음료의 성장 속도가 완만해지는 양상이 관측되고 있다. 일부 글로벌 브랜드와 유통사들이 제품 전략을 재정비하는 가운데, 가공 정도와 원재료 품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흐름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첨가물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자연식품으로서 우유가 관심을 받고 있다. 국산 신선우유는 원유를 살균한 뒤 추가 가공 없이 유통되며, 단백질·칼슘·비타민·미네랄 등 여러 영양소를 함께 공급한다. 우유 단백질은 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필수 아미노산을 포함하고 있으며, 다양한 영양소와 함께 섭취된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영양 공급원으로 평가된다. 특정 성분만을 집중 강화한 가공식품과 구별되는 특성이다. 신선도 측면에서 국산 신선우유는 생산부터 소비자 전달까지 전 과정에서 5도 이하 냉장 상태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관리된다. 비교적 짧은 유통 기간 내 전달된다는 점도 신선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과 맞닿아 있다. 단백질 소비 기준이 섭취량 중심에서 섭취 방식과 원재료 품질로 이동함에 따라 가공식품과 천연식품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세분화되고 있다. 원재료의 가공 정도와 영양 성분의 자연적 함유 상태가 소비자의 주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 ‘불닭 효과 지속’…삼양식품 1분기 매출 7144억·영업익 1771억 ‘최대 실적’

    ‘불닭 효과 지속’…삼양식품 1분기 매출 7144억·영업익 1771억 ‘최대 실적’

    해외 시장에서 ‘불닭볶음면’ 인기가 지속되면서 삼양식품이 올해 1분기 컨센서스를 웃도는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삼양식품은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144억원, 영업이익 1771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32% 증가했다. 역대 분기 최고 기록이다. 영업이익률은 24.8%를 기록하며 5분기 연속 20%대를 유지했다. 1분기 호실적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견조한 수요와 생산 능력 증대,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585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밀양 2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라 확대된 공급 물량이 유럽·미주 수요를 충족시키며 매출이 대폭 늘었다는 설명이다. 전체 해외 법인이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는데 특히 유럽의 성장률이 215%(매출액 770억원)로 가장 높았다. 영국 법인 신규 설립과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주요 유통 채널 입점이 확대된 것이 주효했다. 수출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미국 법인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1850억원, 중국 법인은 36% 늘어난 17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호실적을 달성하며 불닭 브랜드의 경쟁력과 함께 성장의 지속성을 입증했다”며 “올해는 글로벌 경영 체계 강화와 생산·판매 인프라 확장에 집중하며 고성장 기반을 더욱 굳건히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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