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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산층보다 아침밥 더 챙겨 먹고 운동 더 하는 부자들

    중산층보다 아침밥 더 챙겨 먹고 운동 더 하는 부자들

    부자들은 중산층보다 아침밥을 더 챙겨 먹고 운동도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이 나아서인지 희망 수명도 상대적으로 중산층보다 더 높았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29일 내놓은 ‘중산층 vs 고소득층, 삶의 차이 분석’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중산층 1128명과 고소득층 232명을 표본조사했다. 소득 구분은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로 일렬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차지하는 가구의 소득)을 기준으로 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4인 가족의 중위소득은 월 375만원이다. 이보다 50%(187만원) 미만을 벌면 빈곤층, 150%(563만원) 이상을 벌면 고소득층, 그 중간이 중산층이다. 매일 아침 식사를 하는 비율은 고소득층이 59.5%로 중산층 49.4%보다 높았다. 고소득층은 점심값으로 평균 7032원을 쓰는 반면 중산층은 6180원을 소비했다. 일주일간 운동 횟수는 고소득층 1.8회, 중산층 1.2회였고, 한 달간 문화공연 관람 횟수는 고소득층 1.4회, 중산층 0.9회였다. 3년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횟수는 고소득층(1.8회)이 중산층(0.9회)보다 2배 많았다. 삶의 여유에서 보인 차이는 정신적인 영역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중산층은 ‘가정의 안녕’(40%)이라는 응답이 ‘일상의 즐거움’(31.6%)보다 크게 높았지만 고소득층에서는 두 응답이 각각 37.5%, 36.2%로 비슷했다. 희망 수명도 차이가 났다. 중산층은 평균 82.7세까지 살기를 원한 반면 고소득층은 84.6세로 중산층보다 2세 정도 많았다. 고소득층일수록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높고 노후 준비가 잘 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거주하고 있는 집의 크기는 중산층이 평균 31평, 고소득층이 평균 37평이었다. 금융자산으로 시선을 옮기면 격차는 더 커진다. 고소득층은 평균 1억 2838만원을 갖고 있어 중산층(5176만원)보다 약 2.5배 많았다. 고소득층은 소득의 26.3%를, 중산층은 19.6%를 저축했다. 두 계층 모두 저축 목적 1순위는 노후 대책이었다. 하지만 자녀교육이나 부채상환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중산층(16.8%, 10.9%)이 고소득층(8.2%, 6.9%)보다 크게 높았다. 당장 써야 할 돈이 많은 만큼 중산층의 48.7%는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았다. 고소득층의 경우 26.7%가 노후 준비에 미흡했다. 중산층은 물론 고소득층도 노년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산층의 40%, 고소득층의 15%가 은퇴 후 소득이 100만원에 못 미치는 빈곤층으로 수직 하락할 수도 있다”며 “노후 준비를 미룰 경우 생계가 막막한 상태에서 은퇴에 내몰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건 현재의 차이에서 느끼는 상실감이 아닌 미래의 행복”이라며 “경제 관련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노후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2015 하반기 히트상품] KB국민카드 ‘KB국민 다담카드’

    [2015 하반기 히트상품] KB국민카드 ‘KB국민 다담카드’

    ‘KB국민 다담카드’는 ▲대중교통 ▲이동통신요금 ▲주유소 ▲해외가맹점 ▲여행 ▲영화·놀이공원 등 6대 생활 밀착 업종에 대한 할인 혜택을 기본 제공한다. 전월 이용 실적이 30만 원 이상이면 ▲버스·지하철 10% ▲이동통신요금(SKT, KT, LG유플러스) 자동납부 등록 시 10% ▲SK주유소 리터당 60원 ▲해외 가맹점(해외직구 포함) 5% ▲맥스무비 영화 예매 1매당 3500원 ▲롯데월드·에버랜드 50% 및 캐리비안베이 30% 할인 혜택이 제공되고, KB투어 해외여행 상품의 경우 전월 이용 실적과 관계없이 3%를 할인받을 수 있다. 또한 고객은 ▲생활 ▲교육 ▲쇼핑 ▲레저 ▲직장인 등 5개 유형의 ‘서비스팩’ 중 필요한 서비스팩을 언제든지 자유롭게 선택해 해당 서비스팩에 속한 업종 또는 가맹점 이용 시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포인트 적립 혜택은 이 카드의 전월 이용 실적에 따라 차등 제공되며, 전월 이용 실적이 ▲30만 원 이상이면 각 서비스팩 내 각 업종별로 이용금액 기준 월 최대 10만원 ▲60만 원 이상이면 월 최대 20만 원 범위 내에서 포인트가 적립된다. KB국민 다담카드는 연간 카드 이용 실적과 연계해 포인트가 추가로 적립되는 ‘리워드 서비스’도 제공한다.
  • [단독] 사재기 논란…담뱃값 인상 취지와도 상충

    [단독] 사재기 논란…담뱃값 인상 취지와도 상충

    10일 제주공항 면세점. 국산 담배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한 70대 할머니는 “나는 담배를 안 피우지만 아들이 사다 달래서 영감님(할아버지)과 함께 10분째 줄을 서 있다”고 말했다. 할머니 옆에는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담배는 1인당 한 보루만 살 수 있다. 내국인도 이용 가능한 제주공항 면세점에서는 이런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다. 올 1월 1일부터 담뱃값이 갑당 2000원 오르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도 가족이나 친구 등의 부탁으로 담배를 사기 위해 줄을 선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내국인 면세점에서 담배를 빼기로 한 것은 이렇듯 ‘면세 담배 사재기 논란’이 끊이지 않은 데다 담뱃값 인상 취지와도 상충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담뱃값을 올리면서 국민 건강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런데 내국인 면세점에서 팔린 담배는 국내(국민)에서 소비된다. 하지만 담배를 싸게 살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통로인 내국인 면세점을 막을 경우 흡연자들의 반발과 ‘또 하나의 증세’라는 논란 등에 부딪힐 소지가 있어 보인다. 애초 정부는 형평성 등을 감안해 내국인 면세점의 ‘면세 담배’도 건강증진부담금과 폐기물부담금 부과 등을 통해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담배 제조사의 비협조와 반대 여론이 형성되면서 포기했다. JDC면세점 관계자는 “정부 입장을 감안해 15대 면세 품목에서 담배를 빼는 것을 추진하고 있지만 매출액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매출액을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는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JDC면세점의 매출과 수익성에 타격이 가지 않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JDC 측은 “담배 매출액이 워낙 커서 한두 가지 품목 갖고는 대체가 불가능하니 판매 품목을 (팔지 못하도록 규정한 품목만 빼고 모두 팔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지금은 팔 수 있는 것만 나열한 포지티브 방식이다. 기재부는 난색이다. “한두 가지 품목을 추가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태도다. 올해 JDC면세점의 담배 매출액은 지난달 말 기준 691억원으로 지난해(269억원) 대비 2.5배가량 뛰었다. 지난해는 화장품과 핸드백·지갑·벨트, 주류에 이은 네 번째 인기 상품이었지만 올해는 담뱃세 인상에 힘입어 화장품에 이어 두 번째가 됐다. 면세 담배의 한 보루 가격은 1만 8700원으로 시중 판매가(4만 5000원)의 절반도 채 안 된다. 일각에서는 내국인 면세점에서의 담배 퇴출이 사실상의 ‘서민 증세’라고 주장한다. 해외여행객들이 들르는 일반 면세점에서는 여전히 면세 담배를 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여행을 할 수준이면 서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으냐”는 반론도 나온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男 앞에선 연설도 금지지만… 사우디 변화 첫발”

    “男 앞에선 연설도 금지지만… 사우디 변화 첫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인 조하라 알와블리(52)에게 선거운동은 고난의 연속이다. 그는 남녀 차별이 극심한 이슬람 왕정국가인 이곳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부라이다주에서 최초의 여성 지방 의원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남성 유권자 앞에 나서거나 유인물을 나눠 주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나마 선거관리위원회가 공평한 선거를 치른다며 남녀 모든 후보자에게 전단지나 광고판에 얼굴을 싣지 못하도록 한 게 위안이 된다. 알와블리는 임시 칸막이 뒤에 몸을 숨기고 몰래카메라로 남성 유권자들을 보면서 마이크를 통해 연설한다. 이때도 전통 의상인 아바야에 몸을 감추고 니깝으로 얼굴을 가려야 한다. 대다수 유세에선 남편이나 아들 등 다른 남성 가족들이 대신 연설한다. 여성 유권자들을 만날 때도 따로 호텔 회의장으로 불러 짤막하게 소견을 밝히는 게 전부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최소 10만 달러(약 1억 1800만원)에 이르는 선거자금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알와블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979명에 이르는 사우디의 첫 여성 후보자들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지해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AP는 9일(현지시간) 지역 여권 운동가이자 교육부 공무원인 알와블리의 힘겨운 선거운동 소식을 상세히 전했다. 여성에게 첫 피선거권과 선거권이 허용되는 ‘역사적’인 지방의회 선거가 12일 열리지만 도처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최초로 여성 참정권을 허용한 뉴질랜드(1893년)보다 무려 122년이나 뒤진 사우디에선 2005년 처음 선거제가 도입된 이후 건국 이래 여성의 첫 공직 출마 투표로 미화됐으나 실상은 다르다. 아랍권에선 앞서 팔레스타인(1946년), 이란(1963년), 바레인(2002년) 등이 세속주의를 표방하며 여성에게 참정권을 허용했다. 3150명의 지방의원 중 2100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모두 6917명이 입후보했다. 이 가운데 여성은 979명(14.2%)이 입후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성 유권자의 대다수는 종교적 이유 등으로 선거인 등록을 거부했고, 150만명의 전체 유권자 가운데 여성이 13만 6000명(9%)에 그쳤다. 사우디의 18세 이상 유권자는 2100만명에 이르지만 대다수가 종교를 이유로 선거를 거부하고 있다. 사우디에선 여성이 홀로 운전을 하거나 남성의 동의 없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또 모든 중요한 정치적 결정은 국왕과 남성으로 채워진 내각에서 이뤄진다. 살만 국왕은 선거 직후 임명직 지방의원 1050명 모두를 남성으로 채울 계획이다. AP는 지난달 29일 선거운동을 시작한 알와블리가 속한 선거구에는 여성 유권자 620명의 8배가 넘는 5000여명의 남성 유권자가 등록했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조금이나마 쌓였던 갈등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교사인 20대 여성 움 파와즈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알와블리도 “이번 선거가 여성에게는 중요한 정치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면서 “입법권은 없지만 예산 감시와 도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방 정가에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미 워싱턴 우드로 윌슨센터의 마리나 오토웨이 수석 연구원은 “이번 선거가 정치적 전환점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해외여행 중 카드 분실·도난땐 가장 먼저 ‘사용정지 신청’

    해외여행 중 신용카드를 잃어버렸거나 도난당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바로 카드사 콜센터에 연락해 ‘사용정지’ 신청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 누군가가 이미 카드를 사용했다면 피해액에 대해 ‘해외사용 이의제기’를 반드시 별도로 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7일 최근 신용카드의 해외 부정 사용과 관련해 분쟁이 늘고 있다며 ‘해외여행 중 금융소비자가 지켜야 할 신용카드 사용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이재민 금감원 분쟁조정국 국장은 “이의제기는 해외에서 이미 제3자가 쓴 신용카드 금액에 대해 거래 취소를 요청하는 것으로, 카드 사용 정지와 별도로 신청해야 피해 금액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텔 보증금 영수증 확인도 필수다. 30대 직장인 A씨는 신혼여행지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때 ‘보증금은 자동으로 결제가 취소된다’는 호텔 직원의 말만 믿고 영수증을 따로 챙기지 않았다. 그런데 귀국 후 보니 보증금은 그대로 결제된 상태였다. 금감원은 이런 분쟁을 미리 막으려면 반드시 ‘보증금 결제취소 영수증’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수증을 따로 발급받기 어려운 경우에는 영수증을 대체할 수 있는 담당자의 보증금 결제취소 확인 문서라도 받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알쏭달쏭+] 기장의 기내식 메뉴는?…승객이 모르는 5가지

    [알쏭달쏭+] 기장의 기내식 메뉴는?…승객이 모르는 5가지

    하루 중 어느 시간대에 운행하는 비행기가 가장 ‘안전’할까? 기장은 일반 승객과 같은 기내식을 먹을까? 겨울방학 및 연말 시즌이 다가오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궁금했을 법한 정보들이 소셜 질의응답서비스인 쿠오라(Quora)에 올라왔다. 이를 모아 보도한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기장이나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말하지 않은 사실' 이라고 표현한 비행기 안전 상식, 어떤 것들이 있을까? ▲조종사가 ‘의도적으로’ 비행기를 흔들기도 한다 비행기를 타본 승객들은 대부분 비행기가 착륙할 때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 기장의 ‘실력’을 탓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고의적으로 빠른 속도로 착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경우가 많다. 이를 ‘경착륙’(Hard landing)이라고 하는데, 활주로에서 비행기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고 혹시나 빗물이 고여있을 경우 이를 밀쳐내기 위한 스킬 중 하나다. ▲조종사도 비행 중 잠을 잔다 일반적으로 조종사가 비행 중 잠을 자는 행위는 승객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고 여겨지지만, 2012년 조종사 조합의 조사에 따르면 조종사 절반 이상은 비행 중 잠깐의 수면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항공 조종사 협회(BALPA)의 한 관계자는 “2명의 조종사가 함께 조종하는 10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의 경우 조종사 당 30분 정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다만 조종을 대체할 조종사가 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비행기는 아침에 타는 것이 비교적 편안하다 유독 난기류로 인한 사고 위험이 걱정된다면 아침에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뇌우(雷雨)는 날씨가 좋은 한밤중이나 점심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조종사는 승객과 다른 메뉴의 기내식을 먹는다 비행기 조종사들은 이코노미 클래스에 앉은 승객들처럼 미리 만들어진 음식을 데워서 제공하는 기내식을 먹지 않는다. 대신 승무원이나 조종사들 전용으로 제공되는 식단이나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에게 제공되는 기내식 중 하나를 택하거나 직접 자신만의 ‘도시락’을 들고 탈 수 있다. 독특한 것은 조종사와 부조종사의 메뉴가 다르다는 것인데, 식중독 등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각기 다른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소마스크의 ‘유효시간’은 15분 남짓이다 기내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게끔 되어 있는데, 이때 머리위에서 떨어지는 기내 산소마스크의 유효시간은 약 15분 정도다. 비교적 짧은 시간동안만 쓸 수 있기는 하나, 이마저도 쓰지 않는다면 높은 고도에서 15~30초 이내에 혼절할 수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위안화 굴기… 통화패권 링 위에 선 G2

    위안화 굴기… 통화패권 링 위에 선 G2

    중국 위안화가 30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될 것이 확실하다고 블룸버그와 마켓워치 등이 전했다. 위안화가 IMF의 비축 자산인 SDR에 포함되는 것은 188개 회원국이 외환위기 등으로 IMF에서 돈을 인출할 때 선택할 수 있는 5대 기축통화의 반열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 최대 무역국이어서 단번에 미국 달러화, 유로화에 이은 3대 글로벌 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달러화의 ‘통화 패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을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본다. WTO 가입 이후 무역을 평정한 것처럼 화폐 전쟁에서도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중국이 얻는 가장 큰 이득은 ‘명예 상승’이다. 그동안 경제력에 비해 낮은 대우를 받았던 위안화의 지위가 급상승한 것이다. 중국신문망은 “위안화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향상돼 위안화가 다른 나라의 외환 보유고 통화로 사용되고 중국 국가 부도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어 자본 도피 현상도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세계 중앙은행이 가진 외환 보유액의 9%가량인 1조 달러가 위안화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영국이나 독일과 달리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팽배해 있다. 실질적인 이득도 많다. 위안화 국제화가 본격화되면 세계 무역시장에서 위안화 직접 결제 비중이 커진다. 중국 기업들이 달러를 통하지 않고 교역을 하게 돼 환차손 리스크와 환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 수요도 늘어나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기도 쉬워진다. 중국이 유동성 부족을 겪을 때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해 빚을 갚거나 유동성을 확대해 위기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안화 표시 채권 수요 확대는 중국의 자산 가치를 전반적으로 높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의 국제화가 안정적으로 이뤄져 전 세계 기업과 상점이 달러나 유로화 대신 위안화를 받게 되면 중국인들은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외국 물품을 살 때도 환전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만, 이 같은 이득은 장기적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위안화가 미국 달러화에 맞서려면 아직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현재 국제 결제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4.82%이지만 위안화는 2.79%에 불과하다. 더욱이 중국이 불투명한 금융시스템을 고수하면 오히려 환율 급등락만 유발해 자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은 이제 위안화 관리 방식을 바꾸라는 강력한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면서 “인민은행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나 유럽중앙은행(ECB)과 같은 투명성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美 “IS·알카에다 등 테러 계획… 해외여행 자제를”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테러 사태 이후 전 세계에서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고 자국민을 상대로 ‘전 세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국무부는 “현재 파악된 정보로는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보코하람을 비롯한 테러 단체들이 복수의 지역에서 테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날짜로 여행경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여행경보는 내년 2월 24일까지 3개월간 지속된다. 국무부의 이 같은 조치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추수감사절 연휴를 전후해 수백만명의 미국인이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국무부는 “테러리스트들은 재래식 또는 비재래식 무기를 이용하고 정부와 민간시설을 목표로 삼으면서 다양한 공격 전술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요원들이 귀환하면서 테러 공격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테러단체에 자극을 받아 아무런 단체에 속하지 않은 개인들이 개별적 차원에서 테러 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무부는 이어 “미국 시민은 공공장소에 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며 “주변 환경을 의식하고 대규모 군중이 몰려 있는 장소를 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무부는 특히 “연휴기간이나 휴일 축제 또는 행사에 참가했을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미국 시민들은 여행 계획을 수립하고 활동을 준비할 때 언론과 지역의 정보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3) 한국영화와 극장가

    [김동률 교수의 1980’s 청춘의 재발견] (3) 한국영화와 극장가

    “안인숙 예쁜 젖꼭지 본 사람, 손들어 봐.” 까까머리 십대 시절 국어 시간, 선생님이 느닷없이 던진 질문이었다. 순간 교실안은 와 웃음이 터졌다. 잠시 후 선생님이 “아니 ‘별들의 고향’ 정도는 형님 옷이라도 입고 봐야지” 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랬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를 보러 갔다가 학생 주임 선생에게 귓바퀴를 잡힌 채 끌려 나오던 그 시절 선생님의 충격적인 말씀에 여주인공 안인숙의 중요 부위는 보질 못했지만 어쨌든 그 영화가 대단한 영화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았다. 그러나 정작 영화는 극장에선 보지 못하고 스무 살이 넘어 어찌어찌해서 비디오로 본 기억만 남아 있다. 1970~80년대 비록 초라했지만 한국 영화가 우리 곁에 있었다. 그때는 한국 영화를 방화라고 했다. 할리우드에 비해 변방에 있다는 의미로 유추된다. 한국 영화에 대해 자존감이 없음을 상징하는 말쯤으로 보면 되겠다. 그래서 영화인들은 언제쯤 한국 영화도 방화가 아닌 영화가 되는 날이 올까 하는 자괴감 속에 살았다. 하지만 그런 방화도 80년대 청춘에게는 단연 인기였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해외여행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던 곤고했던 시절, 영화는 당연히 그 시절 청춘들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우리는 극장에 입장하려고 일부러 부모님의 옷을 입거나 세탁소에서 빌려 입은 옷으로 극장을 찾았다. 그 시절 선생님은 시도 때도 없이 하필이면 애꿎은 귓바퀴를 잡고 끌어당겼을까. 지금도 의문이다. 70년대를 상징하는 영화가 앞서 예를 든 ‘별들의 고향’이라면 80년대를 관통하는 영화로는 ‘겨울 나그네’가 있다.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연상케 하는 이 영화는 대중작가 최인호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 아직은 젊었던 안성기, 풋사과 같았던 강석우, 이미숙이 주인공이다. 자학하던 80년대 청춘들은 영화에 열광했으며 시국 상황을 잊고 잠시나마 달콤한 연애를 꿈꾸기도 한다. 그렇고 그런 주제이지만 잘 버무려진 영화였다. 개봉 당시 ‘겨울 나그네’는 시대를 반영하는 아이콘으로 일약 부상했고, 80년대 서울 거리에는 ‘겨울 나그네’와 ‘보리수’란 이름의 다방과 빵집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났다. ‘겨울 나그네’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보리수’ 같은 독일 리트(가곡)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그뿐인가. 영화 속에서 첼로를 들고 가던 이미숙이 강석우와 부딪쳤던 연세대 교정과 강석우가 바래다주고 쓸쓸하게 돌아가던 세브란스병원 언덕 위의 하얀 대리석 돌집은 그 시절 청춘들이 한 번쯤 찾아보던 명소가 된다. 70, 80년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끈 영화는 대개 신문 연재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문이 배달되면 연재소설부터 일단 읽은 뒤 1면, 사회면을 펼쳐 보곤 했다. ‘겨울 나그네’ 역시 신문 연재소설이 바탕이다. 이십대 내가 가장 떨리는 가슴으로 읽은 소설이었다. 1984년 어느 일간지에 연재된 소설은 당시 대학에 다니던 나와 주인공들의 세대가 맞물리면서 묘한 동질감을 안겨 주었다. 우울했던 80년대 중반 늦은 밤 하숙집 길목 가판에 있던 신문을 사들고 읽노라면 나의 고통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흠뻑 빠져들었다. 살벌했던 시대 휘둘린 청춘 남녀의 사랑을 그린 소설은 보도블록을 깨어 던지거나, 겁에 질린 눈빛으로 주위을 둘러보던 그 시대와는 정말 무관한 얘기들이었다. 사회면을 장식했던 핏빛 활자들을 보란 듯이 무시한 소설은 나를 현실과 전혀 다른 달콤한 세계로 밀어 넣었다. ‘오직 한 가닥 타는 가슴 속 / 목마름의 기억으로 / 남몰래 고민하던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도 소설을 읽는 순간만큼은 잊었다. 실제로 최인호의 소설에서 시대정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험악했던 80년대 현실의 모순을 문학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점도 이해가 가지만 시대의 아픔을 찾아보기 어려운 그의 글들이 몹시 서운했다. 그의 글을 열정적으로 읽으면서도 그 시절 청년이었던 나는 점차 불편해져 갔다. 그럼에도 그는 80년대 청춘의 상징이 됐고 소설로, 영화로, 우리 기쁜 젊은 날을 사로잡았던 작가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처럼 80년대의 가난했던 청춘들은 가장 싸게 치이는 극장 데이트와 함께했다. 종로 3가 단성사와 피카디리, 광화문 네거리의 국제극장, 명동 입구의 중앙극장과 충무로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퇴계로의 대한극장, 낙원상가 허리우드 극장, 을지로의 국도극장은 그 시절 젊음들이 순례하듯 찾던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서 닥터 지바고를, 벤허를,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며 저마다의 사랑을 꿈꿨다. 소피 마르소, 브룩 실즈, 피비 케이츠 책받침이 등장하는 시기도 이때쯤이다. 이제는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재개봉관이 도심 구석구석에 있었고, 낡은 필름이 돌아가는 스크린에는 맑은 날에도 늘 비가 내리곤 했다. 강의 없는 날을 이용해 단골로 들락거렸던, 시인 기형도가 숨진 종로의 파고다극장, YMCA 뒤편의 우미관 등등이 그 주인공이다.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단단한 조가비’란 의미심장한 영화 제목이 내걸린 이대 입구 인근 대흥극장도 단골이었다. 지금은 상상조차 어렵지만 80년대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담배 연기가 자욱한 극장은 낯설지 않았다. 비까지 내리는 스크린은 뿌연 담배 연기로 인해 더욱 흐릿하게 보였다. 지금은 역사가 돼 버렸지만 본영화 상영 전에 꼭 봐야만 했던 대한뉴스도 빼놓을 수 없다. 재개봉관의 경우 술을 마신 관객들 덕분에 코고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추운 겨울날 난방이 잘 되지 않은 극장에서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영화를 보고 또 옆자리의 여자 친구 손을 가만히 훔쳐 잡았다. 난방과 냉방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극장. 그런데도 영화 팬들은 그러려니 하고 극장을 찾았다. 요즘에는 복합 영화관이 대세다. 한 극장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상영된다. 그러나 80년대만 해도 한 극장에서 딱 한 영화만 상영됐다. 유명 영화는 긴 줄이 기본이다. 대박 난 극장에서는 먼저 온 남학생들이 긴 줄 속에서 구운 땅콩 봉지를 들고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풍경도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대한뉴스도, 그 많던 정들었던 극장들도 더이상 우리 곁에 없다. 80년대 젊음은 극장과 함께 사라졌다. 그런 80년대의 풍경이 지금의 윤제균, 박찬욱, 봉준호와 같은 세계 정상급의 작가가 탄생하는 자양분이 되지 않았을까. 80년대 청춘의 표상이었던 영화 ‘겨울 나그네’의 곽지균 감독은 4년 전 연탄불을 피워 놓고 자살했다. 영화를 보고 열광했던 80년대 젊음을 보낸 지금의 중년들은 그의 자살로 한 시대가 완전히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생활고로 인해 저세상으로 떠났다는 소식에 우리는 동병상련의 망연자실한 심정이 된다. 그는 “자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구절을 유서에 남겼다고 한다. 힘들고 지친 나머지 아름답고 아늑한 숲에서 쉬고 싶어도 지켜야 할 약속과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고 강조한 프로스트의 시, 풍운의 정치인 김종필(JP)이 자주 인용해 널리 알려진 구절이다. 그가 지켜야 할 약속은 무엇이고 아직 남아 있는 길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11월 여기저기에서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김동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 이탈리아에서 노숙생활 11년, 축구광 스위스 남자 고향 간다

    이탈리아에서 노숙생활 11년, 축구광 스위스 남자 고향 간다

    축구경기를 보러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갔다가 걸인이 된 남자가 11년 만에 고향에 돌아가게 됐다. 스위스 출신 루돌프 밴틀(60)이 흔치 않은 스토리의 주인공. 밴틀의 해외 방랑이 시작된 건 2004년 8월이다. 스위스 바젤의 연고팀인 FC 바젤의 열렬 팬인 밴틀은 친구들과 함께 인터밀란전을 관전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밴틀과 친구들의 원정 응원 덕분이었을까? 경기는 바젤의 대승으로 막을 내리는 듯했다. 경기종료 5분을 앞두고 바젤은 인터밀란에게 4대1로 앞서 있었다. 목이 터져라 자벨을 응원하던 밴틀이 잠깐 화장실에 간 건 바로 이때였다. 서둘러 다녀온다고 했지만 밴틀이 화장실에 간 사이 경기는 끝나버렸다. 밴틀은 관중석으로 돌아갔지만 함께 이탈리아로 건너간 친구들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핸드폰도 없던 그가 갖고 있던 돈은 달랑 20유로, 지금 환율로 우리돈 2만4800원 정도였다. 사실상 알거지로 혼자가 된 밴틀은 이탈리아 산시로 축구장 주변에서 노숙을 시작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의 노숙이었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의외로 친절했다. 외국인노숙인을 불쌍하게 본 주민들은 침낭을 마련해주고 볼 때마다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옷과 먹을거리를 사다가 건내기도 했다. 산시로 축구장 주변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마차렐리는 "언제부턴가 축구경기를 보러왔다가 노숙을 시작한 외국인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워낙 친절하고 착해 그를 돕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밴틀은 맥주를 좋아한다. 그런 밴틀에게 이웃주민들은 자주 맥주를 사줬다. 노숙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밴틀은 날씨가 추울 때 견딜 수 있었던 건 주민들이 사준 맥주 덕분"이라며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2004년 스위스 경찰은 밴틀을 실종자 명단에 올리고 행방을 추적했지만 이미 노숙에 익숙해진 밴틀은 귀국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면서 11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다. 이런 밴틀이 고향에 돌아가게 된 건 최근 넘어지면서 당한 대퇴골 부상 때문이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그의 소식이 스위스영사관에 전해진 것. 11년 만에 실종자의 소식을 확인한 스위스 당국은 그를 고국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밴틀은 "매일 저녁 캔맥주를 마시는 즐거움이 있었다."며 10년 넘게 이어온 이민(?)노숙이 끝나게 된 걸 아쉬워했다. 사진=미누토우노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시론] 천경자와 천옥자/황인 미술평론가

    [시론] 천경자와 천옥자/황인 미술평론가

    천경자 화백의 타계 소식이 두 달이나 늦게 전해졌다. 천 화백의 본명은 천옥자다. 부모님이 주신 옥자(玉子)라는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 경자(鏡子)라는 이름을 지었다. 구슬(玉)을 버리고 거울(鏡)을 택한 셈이다. 그녀의 나이 18세, 도쿄여자미술전문학교를 입학하던 해의 일이다. ‘주체는 거울(鏡)에 비친 이미지를 동일시하려 한다’고 밝힌 건 철학자 라캉이다. 거울은 주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소품이다. 한반도의 여성에게는 주체를 추구하고 자의식을 갖는 것이 금기였던 어두운 시대가 있었다. 그런 시절에 그녀는 자신이 택한 새 거울 속에 화려한 이미지를 드러냄으로써 능동적인 주체를 이끌어 나갔다. 천 화백은 이중 삼중으로 변방으로 밀렸던 사람이다. 남성 우위의 사회 분위기에서 여류 화가가 설 수 있는 입지는 좁았다. 수묵화가 대세이던 한국화 화단에서 그녀의 화려한 발색의 채색화는 배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녀의 삶과 그림을 지지한 건 여성들이었다. 우월 의식을 가진 남성들은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어떤 수묵화 화가들은 그녀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녀를 변방으로 몰아붙였던 위세등등의 수묵화는 지금 거의 멸실 상태다. 천 화백의 그림은 빛을 더하며 살아남았다. 미술시장에서도 최고의 작품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과연 누가 승리자인가.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궁지에 몰렸던 천 화백이지만 그녀의 삶은 당당하고 활기가 넘쳤다. 1960년대라면 세계 일주 여행가로 김찬삼 교수가 거의 유일했다. 이 무렵부터 해외여행을 나선 천 화백은 잘 알려진 뉴욕은 물론 한국인들에게는 미지의 땅이었던 아프리카 등지를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인도, 중남미를 여행하고선 현장 사생 작품을 현대화랑에서 전시(1980년)했다. 당시 천 화백의 그림 속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을 모사하는 여대생들이 제법 있었다. 서글서글하면서도 짙은 음영의 슬픈 눈을 따라 그렸다. 젊은 여성들은 천 화백의 그림 속에 나오는 여자의 눈동자가 본 세상을 상상하며 그녀의 삶을 닮으려 했다. 그녀는 일류 문장가였다. 이국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그녀의 수필과 기행문을 읽으며 젊은 여성들은 멀고 막연한 세계를 상상했다. 천 화백은 젊은 한국 여성들에겐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천 화백은 여성운동가도 계몽주의자도 자처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녀의 매력이 세상을 계몽했다. 이 땅의 여성들이 꿈속에서나 상상할 법한 과감한 삶을 그녀는 실제로 살았다. 어쩌면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그녀의 삶이 여성들에게 역설의 위안과 용기가 됐다. 올가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천경자상설전시실에 사람들의 발길이 유독 잦다. 많은 관람객이 그녀의 작품 앞에 줄지어 서서 지나간 한 시대를 기리고 있다. 석채를 담은 통, 평필, 세필, 아교를 녹이는 전기풍로 등 화구를 비치해 재현한 화가의 방 앞에서는 숙연한 모습이 되기도 한다. 천 화백의 늦은 부음과 함께 1991년에 있었던 ‘미인도’ 위작 사건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이번에는 국회까지 나서서 재감정 요청을 제기했다. 위작인지 진품인지는 공방 중이다. 그러나 24년 전과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논리에는 보충 설명의 부연이 아쉬웠다.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던 작가 측의 논리 역시 다소 자의적인 면이 있었다. 지금은 양측이 주장하는 근거가 상당히 논리적이며 실증적이다. 그때보다 수십 배가 늘어난 근거들이 조리 있게 제시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검증의 과정을 공유하고 있다. 결과에 관계없이 과거보다는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되는 셈이다. 알게 모르게 24년간 우리 사회가 많이 진화했다는 걸 이번 사태가 증명해 주고 있다. 새 거울 속의 이미지를 좇아 천옥자에서 천경자를 택했던 그녀는 이번 사태에서 보듯 어느새 한국 사회를 되비추는 큰 거울이 됐다. 위작 논란과는 무연하게 그녀를 향한 세간의 열광은 점점 힘을 더해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천 화백은 이 땅의 진정한 스타다. 정부가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하는 일에 주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 세계에서 가장 비싼 크리스마스 선물세트?

    세계에서 가장 비싼 크리스마스 선물세트?

    세계에서 가장 비싼 크리스마스 선물세트는 얼마일까? 고급승용차에서부터 해외여행, 심지어 생활비까지 포함된 선물세트가 복권상품으로 나왔다. 스페인 카스테혼 그룹은 최근 크리스마스 복권이벤트 상품을 공개했다. 상품은 자동차에 연결하여 짐을 실어나르는 무동력 차량, 즉 트레일러다. "트레일러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유리로 처리된 트레일러는 입이 벌어질 만한 선물이 가득하다. BMW 1시리즈와 미니 One D 등 자동차 2대가 트레일러 안 양쪽에 포진(?)해 있다.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자전거 3대는 덤이다. 최신 전자제품도 종류별로 넉넉하게 채워져 있다. 홈 시네마, 블루레이, TV는 기본. 아이폰6 4대, 아이패드 2대, 맥북 등으로 구성된 전자제품 패키지가 완벽하게 구비돼 있다. 상품을 탄다면 옷이나 생활비, 여행비 걱정도 끝이다. 스포츠웨어가 종류별로 제공되고, 1년 생활비(식품구입비) 9600유로(약 1185만원)를 상품권 방식으로 받게 된다. 3개 대륙을 돌아볼 수 있는 여행권, 연중 언제나 사용할 수 호텔이용권, 2016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티켓 등도 상품으로 주어져 여유로운 여가를 즐길 수 있다. 현지 언론은 "트레일러에 담긴 상품이 18만8000유로(약 2억3200만원)어치에 달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크리스마스 선물세트로 손색이 없다고 보도했다. 복권의 판매가격은 10유로(약 1만2300원)으로 추첨은 22일(현지시간)이다. 스페인 카스테혼 그룹의 복권이벤트는 올해로 4회를 맞았다. 특히 올해는 회사가 세금까지 책임지기로 해 1등 당첨자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선물을 실은 트레일러는 추첨 전까지 스페인 주요 도시를 돌며 프로모션 활동을 펼 예정이다. 사진=디아리오데나바라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저장성-강남 문화예술의 메카 저장성浙江省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저장성-강남 문화예술의 메카 저장성浙江省

    중국 최고의 낭만적인 여행지를 꼽으라면 단연 저장성절강성, 浙江省이다. 누구나 시인이 되는 항저우항주, 抗州의 서호西湖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용정차龍井茶밭 그리고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쑤이창수창, 遂昌의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는 귀족문화로 대표되는 강남 문화예술의 메카. 중국 7대 고도 중 하나이자 중국국가여유국과 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중국 최우수 관광 도시’ 중 하나로,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미인을 닮은 서호 항저우가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서호와 용정차밭이 있기 때문이다. 항저우 지도를 살펴보면 번화가 서쪽에 서호가 자리하고 있다. 용정차밭은 서호의 서쪽에 펼쳐져 있어 서호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도심과 전원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서호는 항저우 서쪽을 말하는 지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대표적인 미인으로 꼽히는 서시西施처럼 아름답다고 칭송받는 호수다. 서호의 북쪽 보석산에는 보숙탑이, 남동쪽 오산에는 성황각이, 남쪽에는 뇌봉탑이 랜드마크처럼 펼쳐져 있다. 서호 동편은 중심가와 맞닿아 있으며 음악분수와 저장성박물관, 서호천지, 나루터가 이곳에 몰려 있다. 소동파蘇東坡와 백거이白居易같이 문장력이 뛰어났던 문인들이 아니더라도 서호를 거닐면 저절로 시인이 된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제방과 단교를 찬찬히 거닐면 색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낭만적인 기분이 샘솟는 곳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이런 서호의 인상을 종합공연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이 <인상서호印象西湖>다. 이 작품은 장예모張藝謨, 왕조가王潮歌, 번약樊躍 3인의 공동 연출 작품. 장예모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연인>, <영웅>, <붉은수수밭> 등의 영화와 오페라 <투란도트> 등 야외공연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감독이다. 음악에는 다큐멘터리 <실크로드>의 거장 기타로가 참여해 더욱 큰 감동을 선사한다. <인상서호> 공연은 극장에서 상연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서호의 수면 위가 무대고 서호의 풍경이 그대로 극의 배경이 된다. 무대는 밤에만 나타난다. 환경보호를 위해 수축계단형 관중석을 설치해 낮에는 공연장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공연은 중국 전통 설화인 ‘백사전’을 뼈대로 서호 문화를 응축하고 있다. ‘백사전’은 인간이 되고픈 백사 ‘백소정’과 서생 허선이 서호 단교잔설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세속적인 벽에 부딪혀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백사전’은 왕조현과 장만옥이 주연한 영화 <청사>로도 제작돼 국내에서도 개봉된 바 있다. 황제의 차, 서호용정西湖龍井 중국차의 대명사이기도 한 용정차는 항저우 용정마을에서 생산된다. 용정차가 유명해진 이유는 차의 품질도 우수하지만 무엇보다 황제에게 진상하던 차였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징에서 항저우까지 내려와 용정차를 즐겼던 청나라 건륭황제는 차를 구별해내고 물을 구별해내는 전문적 식견을 자랑했으며 용정차가 유명해지는 데 일조했다. 도시 사람들은 휴일이면 용정마을을 찾아 가정식 요리를 즐긴다. 전원을 벗 삼아 차를 마시고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여유로운 휴식을 만끽한다. 농가에서는 일반 방문객을 대상으로 차와 식사를 판매한다. 따로 주방장이 있는 것은 아니고 평소에 먹던 요리나 별미를 만들어서 내놓는다. 서구화된 도시 음식과 다른 담백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용정마을에는 찻잎박물관이 있어 중국 전 지역의 찻잎을 관찰할 수 있다. 모두 ‘차’라고 부르지만 토질에 따라, 기후에 따라 찻잎 모양이 다르다. 차의 역사나 문화를 알게 되는 것도 즐겁지만, 여러 지역에서 재배되는 다양한 모양의 차를 보는 것도 재미있다. 용정차를 맛있게 해주는 호포천 용정마을 옆에 위치한 매가오梅家塢 마을은 외지인들의 방문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매가오 마을은 검정 지붕과 하얀 벽의 집들이 이어져 유럽의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떠오른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고급 승용차와 대형 관광버스 등을 볼 수 있는데, 외지인들이 찾아와 농가 요리를 즐기거나 차를 대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이다. 차 맛을 이야기할 때 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항저우에서는 서호용정차를 가장 맛있게 해주는 물로 ‘호포천虎砲泉’을 꼽는다. 한 승려가 절을 세우려고 했으나 물이 없어 걱정하던 차에 꿈 속에 두 마리 호랑이가 나타나 땅을 파니 샘이 솟았다는 전설이 있어 유래된 이름이다. 호포천으로 향하다 보면 ‘천하제삼천天下第三泉’이라고 쓰여진 벽을 보게 되는데, 호포천에 천하제삼천의 등급을 부여한 사람은 다름 아닌 청나라 건륭황제이다. 그는 일찍이 중국의 많고 많은 물들을 평가했는데 천하제일천으로 베이징 옥천玉泉, 지난의 박돌천?突泉, 천하제이천으로 전장 중랭천中冷泉, 천하제삼천으로 항저우 호포천, 우시의 혜산천惠山泉을 꼽았다. 물의 밀도가 높아서 동전도 뜰 정도다. 건륭 황제가 차를 마시는 모습을 그린 그림 앞에는 호포천 물에 직접 동전을 띄워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태극다관에서 주전자 묘기도 중국에서 차 음용은 일찍이 전설 속 신농씨가 등장하는 고대 삼황오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과 같이 차 문화가 급격히 발달하게 된 것은 청나라 시대에 이르러서다.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상업이 발달하고 차와 다과를 즐길 수 있는 다관이 발달한 것.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강남의 부가 집중되는 항저우는 다관 문화가 매우 번창했다. 오산광장 앞 하방가河坊街는 청나라 때 상점들이 번성했던 곳으로 오늘날도 청나라 시절의 전통 가옥이나 근대시기에 세워진 유럽풍 건물들이 이색적이고 멋스럽다. 골동품이나 치파오 등을 취급하는 상점뿐 아니라, 수백 년 이상 된 전통 상점에서는 여전히 옛 방식을 고수하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7대째 운영되고 있는 하방가 ‘태극다관’은 현재 정씨 집안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과거의 물건들을 잘 보존해 소규모 박물관으로 꾸며 놓았다. 차를 마시는 방문객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또 하나 태극다관의 재미는 사람 팔 길이보다 긴 주둥이가 달린 찻물 주전자 묘기. 청나라 복장을 한 점원이 기술을 선보이는데 멀리서 따르는데도 물 한 방울 안 흘릴 뿐 아니라 다양한 포즈까지 취해 눈이 휘둥그레진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여유 있는 물의 도시, 시탕서당, 西塘 저장성에는 항저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강남 6대 물의 도시 중 하나인 시탕이 있다. 상하이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로 대도시의 현란함과 번잡함 대신 여유와 푸근함이 천년 수로를 따라 흐른다. 시탕의 물길은 춘추전국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나라와 월나라의 접경지역이었던 탓에 양국이 시탕을 두고 서로 견제하면서 교역한 역사가 있다. 이후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사람들이 늘고 수로를 중심으로 거리 곳곳에 건물들이 들어섰다. 당시의 수로마을 구획이나 건축양식이 양호하게 보존돼 있어 건축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탕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속도감과 박진감 때문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3>의 마지막 장면 촬영장소로 유명세를 타고부터 평범한 시골마을이었던 시탕은 일약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탕은 느린 매력이 있다. 여행객을 실어 나르는 나룻배 뱃사공은 빠른 손놀림으로 종착지까지 서둘러 가려 하기보다는 기꺼이 젓던 노를 여행객에게 내어주는 여유를 지녔다. 외지인들의 호들갑에는 무신경한 듯 수로 양옆 보도에는 옷가지가 햇볕을 쬔다. 후덕하고 수수하니 이맛살 찌푸릴 일 없고 경계할 필요도 없다. 시탕의 3대 명물은 농당弄堂과 랑붕廊棚 그리고 다리다. 농당은 마을 깊숙이 들어간 좁다랗고 아늑한 민가의 골목길로 시탕 곳곳에서 길고 짧은 여러 종류의 골목을 만날 수 있다. 랑붕은 지붕이 있는 복도를 말하는 것으로 수로 양옆으로 길게 조성되어 있다. 비가 많은 강남 지역 특성상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수로의 굴곡을 따라 굽이굽이, 혹은 일직선으로 조성돼 있어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 3>에서 톰 크루즈가 쏜살같이 내달렸던 길이 바로 랑붕이다. 마지막으로 다리. 시탕에는 가로, 세로로 흐르는 하천을 따라 100여 개의 다리가 있다. 역사가 오래된 석교의 경우 송·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탕 수로변에서 랑붕을 걷고 다리를 건너고 골목길을 누비는 것만으로도 시탕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꾸밈없이 고운 얼굴, 쑤이창 저장성의 아름다운 곳으로 쑤이창을 빼놓을 수 없다. 항저우가 화려한 여인이라면 쑤이창은 수줍은 여인이다.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쑤이창현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703개나 솟아 있어,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꼿꼿한 대나무 무성한 산자락과 그 사이로 떨어지는 아찔한 폭포 줄기, 그 아래로 계단식 논밭이 그림처럼 포개진다. 쑤이창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남첨암풍경구南尖岩風景區. 저장성 최초의 생태여행시범구이자 문명풍경여행구역, 유네스코와 중국 민속촬영협회가 공동으로 지정한 국제민속촬영창작기지, 저장성 5A급 삼림여행지이자 국가 4A급 풍경구 등, 남첨암풍경구는 수많은 훈장을 달고 있다. 남쪽에 있는 산봉우리가 뾰족해서 ‘남첨암’이라 했다. 수직절리가 갈라져 형성된 거대한 천주봉과 그 맞은편에 얼굴을 맞대고 있는 천장암은 올려다보기에도 고개가 아플 정도로 가파르고 아찔하다.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많은 비가 내리고 마르지 않는 폭포가 있으니 안개가 자욱한 날이 많다. 기이한 형태의 운해와 계단식 논밭 위로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안개는 남첨암풍경구 특유의 경관이다. 산 좋고 물 좋은 저장성. 낭만의 도시 항저우를 출발해 물의 도시 시탕, 아련한 동양화 한 폭이 펼쳐진 쑤이창까지 여행길을 돌아보면, 긴 꿈을 꾼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본문에 나오는 중국의 지명은 중국어 발음으로 적고 한자 음과 한자를 동시에 표시했다. 관광지, 사람이름, 산 등 지명 이외의 것은 한자 음을 적고 한문을 병행 표기했다. 글의 제목은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 이외의 모든 한자는 번체자를 사용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Airline인천-항저우, 부산-항저우 등 직항이 운항되고 있다. 인천-항저우 노선은 중국국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1회씩 왕복한다. 항저우는 상하이에서 버스나 일반 기차로 2시간 거리로 고속열차를 타면 1시간 20여 분이면 도착한다. TIP음식 | 항저우는 동파육의 본고장이다. 이곳의 관리로 근무했던 소동파가 즐겨 먹던 음식으로 간장을 이용한 달콤한 소스가 발달한 강남 지역 요리의 특색을 잘 살렸다. 항저우의 용정차와 새우를 함께 볶은 용정하인龍井蝦仁과 서호의 이름을 붙인 서호초어西湖醋魚도 추천한다. 날씨 | 여름에는 매우 무더운 반면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편이다. 비 내리는 날도, 강우량도 많은 편이니 저장성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날씨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인상서호 www.hzyxxh.com, 항저우여유국 www.gotohz.gov.cn 에디터 트래비 글 Travie writer 채지형 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트래비CB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이탈리아-뚜벅뚜벅 돌로미티에서 일주일

    해외여행 | 이탈리아-뚜벅뚜벅 돌로미티에서 일주일

    ‘유럽을 걷자’라는 주제로 유럽 트레킹 여행 계획을 세웠다.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뚜르 드 몽블랑TMB을 비롯해 쿵스레덴Kunsleden, 웨스트하이랜드웨이WHW 등 비교적 유명한 트레킹 코스를 다녀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돌로미티 Dolomites! 사진 속 풍경은 어마어마했고 이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돌로미티에서 행복했던 뚜벅뚜벅 일주일. 돌로미티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 사이 이탈리아 북동쪽 남티롤 지방에 위치한 돌로미티의 어원은 ‘돌로마이트’라는 암석에서 유래되었다. 백운암과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이 거대한 산을 이루고 3,000m가 넘는 18개의 암봉과 41개의 빙하, 드넓은 초원과 맑은 계곡, 아름다운 자태의 숲이 어우러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산행이 가능한 시기는 6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그 밖에는 대부분의 산장이 문을 닫는다. 멀고 먼 돌로미티와의 만남 돌로미티Dolomites. 유럽에서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지만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정보도 적다. 일단 돌로미티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치메Tre Cime와 트레킹 코스 알타비아Alta Via1을 걷기로 결정했다. 돌로미티의 관문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볼자노Bolzan에 도착하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는데 목적지인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일단 직행버스가 없다. 기차로 포르테짜 도비아코Fortezza Dobbiaco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 가야 코르티나 담페초에 도착한다. 도비아코는 알타비아1이 시작되는 라고 디 브라이에스Lago di Braies와 돌로미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트레치메의 중간에 위치한 곳이다. 숙박에 대한 아무런 예약도 정보도 없었고 굳이 코르티나 담페초까지 갈 필요성도 못 느껴, 역 앞에 있는 유스호스텔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생각보다 깨끗했고 가격도 저렴했다(2인실 기준, 저녁·아침식사 포함 43.9유로). 특히, 같은 방을 쓴 스위스 알베르토 아저씨가 알타비아1 종주를 막 끝내고 온 덕분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돌로미티의 하이라이트 ‘트레치메’ 트레치메까지는 도비아코에서 444번 버스를 타면 한번에 갈 수 있다. 버스도 30분에 한 대 정도로 자주 있는 편이다. 소요 시간은 한 시간 정도. 길이 막혀도 차창 밖 장면들이 환상적으로 아름다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창밖으로 오토바이와 자전거족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돌로미티는 트레킹 코스 외에 바이크와 자전거 코스로도 유명해 매년 자전거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고. 버스는 해발 2,233m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 앞에 정차한다. 본격적으로 돌로미티의 상징인 트레치메를 보러 가는 길, 길이 평탄해서 걷기에도 좋다. 여기에 환상적인 날씨까지 더해지니 발걸음도 가볍다. 세 개의 봉우리란 뜻인 트레치메는 가장 작은 봉우리 ‘치마 피콜로2,856m’, 동쪽 봉우리라는 뜻의 ‘치마 오베스트2,972m’ 그리고 가장 큰 봉우리라는 뜻의 ‘치마 그란데3,003m’로 이루어져 있다. 가까이서 트레치메를 보니 그 모습이 사진으로 접했을 때보다 훨씬 웅장하다. 수많은 암벽등반가들이 트레치메를 오르는데 암벽등반가들에게는 훌륭한 훈련장이될 것 같다. 풍경은 시간에 따라 황금빛과 분홍빛으로 바뀌며 해가 질 무렵에는 짙은 장밋빛으로 물든다고 한다. 그래서 트레치메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로카델리 산장은 돌로미티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산장이며 예약 또한 어렵다. ‘알타비아1’ 코스와의 깜짝 신고식 도비아코에서 442번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라고 디 브라이에스Lago di Braies, 1,493m다. 알타비아1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한다. 수많은 길들이 산장을 기점으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어 오랜 기간 걷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투명한 코발트 색 호수가 인상적인 라고 디 브라이에스 코스는 총 150km로 돌로미티 코스 중 가장 인기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라고 디 브라이에스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했기에 잠시 무거운 가방을 내리고 천천히 호수 주변을 돌며 경치를 감상했다. 여기서 하룻밤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경치가 너무나도 아름다워 발걸음도 가벼웠다. 트레킹을 시작할 때는 언제나 설렘과 떨림이 교차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시작부터 오르막이 대단했다. 걷다 보니 하루에 해발 1,500m에서 최대 2,700m까지 오르락내리락, 게다가 20kg가 넘는 배낭까지 나를 더 지치게 했다. 오르다 쉬고를 반복하다 보니 해가 저물고 어두움이 찾아왔다. 영문 가이드북에는 첫 산장까지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지만 무거운 배낭 탓인지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래도 가보자라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올라가던 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늘을 보니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계속 가야 할지 멈춰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텐트를 치기로 했다. 사실 돌로미티에서는 텐트 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지만 어두운 밤, 초행길에 비까지는 내리는 상황에서 어쩔 수가 없었다. 텐트를 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어 돌로미티 알타비아 입성을 축하하듯 천둥과 번개까지 번쩍거리며 요란을 떨었다. 알타비아1은 쉽지 않다. 하루에 15~20km 정도 되는 거리를 오르내려야 하고 고지대이기 때문에 날씨도 예측할 수 없다. 갑자기 일기가 표변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비가 내린다. 누군가와 같이 누리고 싶은 감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로미티는 그 어떤 길보다 아름답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힘들어서 쉬기보다 돌로미티가 선사하는 아름다움에 빠져 걸음을 멈추고 광경을 바라보게 된다. 중간중간 산장도 많기 때문에 시원한 생맥주나 맛 좋은 커피를 마시며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멋진 길과 시설 좋은 산장이 잘 갖춰져 걷기에 도움이 됐지만 큰 위기도 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 2,000m 고지대에서 미끄러져 2시간 동안 사투를 벌였던 것.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하지만 크고 작은 우여곡절에도 트레킹은 계속되었고 알타비아 코스를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해발 2,750m 라가주오이 산장에서 보낸 하룻밤과 그곳에서 맞은 일출이다. 산장 테라스에서 바라보던 파노라마 뷰와 조금씩 떠오르는 빛을 받으면 바뀌던 풍광은 말할 수 없이 환상적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힘들게 올라왔던 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돌로미티에서의 일주일은 매일 15km가 넘는 길을 걸으면서도 매번 새로운 경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던 시간이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트레킹뿐만 아니라 자전거로도 돌로미티 구석구석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내가 느꼈던 감동을 같이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에디터 김기남 기자 글·사진 트래비스트 전상우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DOLOMITES​ 돌로미티 가는 법 돌로미티의 메인 도시 코르티나 담페초까지는 직항 노선이 없다. 베네치아 공항에서 코르티나 담페초까지 운행하는 직행버스를 타면 된다. 소요시간은 4시간 정도. 7일 트레킹 이동코스 도비아코를 기점으로 버스를 타고(444번) 트레치메의 시작점 아우론조 산장으로 향한다. 여기서 3시간 정도 걸으며 트레치메를 감상할 수 있다. 로카델리 산장에서 하룻밤 자는 걸 추천한다(미리 예약할 것). 알타비아1은 라고 디 브라이에스에서 시작해 벨루노Belluno에서 끝난다. 8/31 Bolzano▶Dobbiaco 기차로 이동(€15.5, 중간에 Fortiezza에서 환승, 2시간 정도 소요)9/1 Dobbico▶Tre Cime(444번 버스로 이동, 1시간 정도 소요, 왕복 €15)▶Dobbiaco▶Lago di Braies(버스로 이동, 40분 소요, 편도 €5/ Alta Via1 시작점) 9/2 Rifugio Billa▶Rifugio Senes▶Rifugio Pederu▶Rifugio Fanes(휴식 포함 8시간 정도 소요), 숙박 €34(아침식사 포함, 저녁식사는 따로 주문을 해서 먹을 수 있음)9/3 Rifugio Fanes▶Rifugio Lagozuoi(숙박, 아침·저녁식사 포함 €53, 샤워 €3.5 별도)9/4 Rifugio Lagazuoi▶Rifugio Averau▶Rifugio Nuvolau(숙박 €20, 아침·저녁식사는 따로 주문)9/5 Rifugio Nuvolaui▶Rifugio Passo Giau▶Rifugio Citta di fiume▶Rifugio Passo Staulanza(숙박, 아침·저녁식사 포함 €54) 9/6 Rifugio Passo Staulanza▶Rifugio Coldai▶Rifugio Sansebastiano(Passo Duran)(숙박 €25, 아침식사 포함)9/7 Rifugio Sansebastiano(Passo Duran)▶Agordo(버스 편도 €3.5)▶Belluano(기차편도 €8)▶Venezia 여행 TIP가능하면 짐을 가볍게 하면 좋다. 산장에서는 숙식은 물론 맛 좋은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또한 고지대이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바뀌며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비가 내리니 방수등산화, 고어텍스, 판초우의, 레인커버. 등산 스틱은 필수. 매번 물을 사 먹어야 하지만 휴대용 정수기를 가져가면 산장이나 냇가에서 물을 정수해서 마실 수 있다. 또한 오프라인 지도를 다운받으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산장은 아침과 저녁식사를 포함한다. 저녁은 스타터와 메인, 디저트 코스로 구성되는데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산장에서는 샤워도 가능하지만 숙박비에 샤워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때 샤워 비용은 보통 €4 정도며 뜨거운 물도 잘 나온다. 대부분의 산장에서는 와이파이를 제공한다(Rigugio Sansebastiano 제외). 트래비스트 전상우7월에 노르웨이부터 ‘유럽을 걷자’라는 주제로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자다. 길에선 만나는 따뜻한 만남과 추억을 간직하며 걷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태국-어둑한 마음에 볕을 러이Loei의 마법

    해외여행 | 태국-어둑한 마음에 볕을 러이Loei의 마법

    어쩔쏘냐. 삶이 내 뜻대로만 흘러갈 수 없으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불안에 흔들릴 때도 있는 법이다. 문제는 가슴에 쌓인 덩어리들을 어떻게 내보내냐는 것이다. 먹먹함에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찾아오면 그대 러이를 찾아가길. ‘겨우?’ 의심이 갈 법한 소소한 의식들이지만 당신을 구름처럼 가볍게 할 능통한 명약이 그곳에 있다. 태국 동북부 산악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러이는 방콕에서 약 500km 떨어져 있다. 자동차로는 약 7시간이나 걸리는 지역이지만 태국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면 1시간이면 충분하다. 가장 여행하기 좋은 시즌은 겨울이다. 라오스, 버마(현재 이름은 미얀마) 등의 국가와 근접해 있기 때문에 여러 양식의 문화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버마를 견제하기 위해 라오스 왕자와 아유타야 공주가 혼인을 통해 손을 맞잡고 이 지역을 상징적인 평화의 지역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건축물에 전통 아유타야 방식은 물론 라오스식 건축 양식이 섞여 있단다. 물론 지역 주민들 또한 라오스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많다고. ●단사이Dan Sai 단사이는 피타콘 페스티벌이 열리는 단사이는 러이 지방의 소도시다. 30분~1시간 안팎의 자전거 투어로 마을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데, 마을 병원에서 시작해 피타콘 뮤지엄까지 이어지는 길은 가이드가 함께해 골목길을 거쳐가기 때문에 러이 사람들의 생활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자전거 투어는 1회에 약 15~20달러면 충분하다. ▶러이의 마법 주문 1 무서운 표정 하지 말아요 음모라도 꾸민 듯이, 해가 바뀌자마자 안 좋은 일들이 겹쳤다. 보드를 타다가 생애 처음으로 뼈가 부러져서 한달 넘게 깁스를 했다. 출장으로 떠난 유럽에서 휴대폰을 분실했고, 지인과는 끝장까지 볼 요량으로 치열하게 싸웠다. 이번엔 또 무슨 불행이 기다리고 있을까. 자조 섞인 기대감으로 시작한 여행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내리쬐는 태양, 내 마음에도 태양의 흑점처럼 부글부글 화가 끓고 있었다. 방콕에서 국내선을 타고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러이에서 나 못지않게 화난 얼굴을 한 피타콘Phi Ta Khon 마스크를 만났다. “귀신의 형상을 한 피타콘은 이 마을의 상징이자 나쁜 기운을 의미합니다. 매년 6월에는 피타콘 페스티벌이 사흘간 크게 열리는데,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설명을 들으며 왓 폰 차이Wat Phon Chai 마을의 피타콘 박물관Phi Ta Khon Museum으로 들어서자 사람 상반신만한 크기의 피타콘 마스크가 표독스러운 표정을 하고 노려보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해 6월27일경에 사흘간 열리는 피타콘 페스티벌은 마을 주민들은 물론 태국 전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큰 축제다. 피타콘 마스크를 쓴 이들이 마을 사람들을 놀리듯이 행진하고, 사람들은 환호하며 어울리면서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단다. 축제가 가까워지면 마을 학교에서 모인 아이들은 피타콘 마스크를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 아이들이 만든 피타콘 마스크는 정의 앞에서 호되게 당할 것만 같이 순수함이 숨어 있다. 진짜 무서운 귀신을 그려 주겠다, 마음먹고 붓을 집어 들었다. 뾰족뾰족 날이 선 손놀림으로 완성한 마스크는 내 심정 그대로다. 포악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붓을 내려놓자 마음은 한결 평안하다. 쌓여 있던 화가 마스크로 옮겨 간 것일까. 외지인들의 방문에 마을 사람들은 피타콘 페스티벌을 맛보기로 보여 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타콘 코스튬을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허리춤에서 흔들리는 방울 소리와 마스크의 현란한 색깔이 와글와글 펼쳐지는 동안 신기하게도 엉켜 있던 마음이 설렁설렁 풀어지고 있었다. ▶러이의 마법 주문 2 위로의 말이 상냥해 고민을 직접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는 더욱 쉬워진다. 이곳엔 ‘자꾸안’이라 불리는 정신적 지주가 있다. 자꾸안은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존재다. 사람들은 질병이 생기거나,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 자꾸안을 찾아와 고민과 희망을 전하고 자꾸안은 그것을 기도를 통해 신에게 전달한단다. 나중에 소원이 이루지면 다시 돌아와 자꾸안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는 것이 예의다. 자꾸안의 집에 들어가 마련돼 있는 종이에 소원을 적었다. ‘좋은 일이 생기게 해 주세요.’ 어차피 못 알아볼 테니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을 주절주절 덧붙였다. 자꾸안에게 통역사가 간단히 내용을 전하자 잘 전달하겠다는 자꾸안의 답이 되돌아온다. 잘될 거라는 격려와 함께. 자꾸안의 집을 나서는데 괜히 발걸음이 가볍다. 명확한 답을 받은 것도 아니건만 잘될 거란 말이 든든하다. 마을 사람들도 이런 마음일 테다. 고민을 들어주고 격려를 받는 것만으로도 지친 마음은 재생의 힘을 얻는다. ▶러이의 마법 주문 3 비움의 길, 성인을 따라가는 길 불교인구가 95%에 달하는 태국에서는 단기간 출타를 하는 것이 낯선 풍경은 아니다. 태국의 왕 또한 왕이 된 후,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 약 15일을 보냈다. 큰 일을 앞두고 마음을 정진하기 위해, 혹은 건강을 위해 잠시 동안 출가한단다. 기간은 본인이 정할 수 있다고. 우리나라의 템플스테이가 범인의 신분으로 며칠 동안 불교를 체험할 수 있는 단기 프로그램이라면, 태국의 것은 정말 스님이 되었다가 다시 세속의 범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마침 피타콘 뮤지엄 주변에서 출가를 앞둔 이들을 위한 의식이 열렸다. 오늘의 주인공은 젊은 청년 한 명과 중년의 남자 두 명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인 듯 바글바글한 절 뒤뜰에는 들뜬 목소리들이 가득하고, 태국 최신 가요일 법한 음악이 크게 울려 퍼진다. 새하얀 옷을 차려 입은 주인공들은 가만히 식을 기다리고 있다. 연꽃 한 송이를 들고, 파르라니 깎은 머리를 천으로 가리고서. 각자 다른 이유로 출가를 결심했겠지만 모두 결연한 표정이다.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과는 다르게 어쩐지 비장한 느낌마저 든다. 연이은 불행에 지쳤던 때라 의식을 기다리는 이들을 보며 괜한 기대감이 생겼다.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스쳐간다. 이때까지 있었던 문제들은 마음속에 쌓아두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생긴 것이 아니었을까. 불교의 이야기대로 마음을 비울 수 있다면 좀 더 행복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의식을 기다리는 이들도 마찬가지 기대를 품고 있을 터였다. 주인공들과 마을 사람들이 탑돌이를 시작한다. 온갖 축복의 말들이 쏟아진다. 행운을 의미하는 작은 동전들을 사방팔방에서 하늘로 던지고, 꽃가루까지 날린다. 그야말로 완전한 축복의 순간. 햇빛을 가리는 넓은 차양으로 호위를 받는 세 명의 주인공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걸었다. 복작복작한 가운데서도 이들에게서는 형형하게 빛이 나는 것만 같다. 그들의 여정에서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기를. 덕분에 나도 힘을 얻는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 방법은 놀랄 정도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말이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치앙칸Chiang Khan 치앙칸은 메콩강 줄기를 따라 들어선 치앙칸에서는 새로운 차원의 태국 여행이 가능하다. 치앙칸을 둘러싼 자연을 느끼는 에코투어리즘이 유명하기 때문. 무엇보다 치앙칸의 명물은 ‘햇빛’인데, 일출과 일몰 시간이 되면 하늘이 오색으로 물든다. 메콩강에 비치는 노을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치앙칸에는 정갈하게 보존된 2~3층 높이의 전통 가옥들이 긴 골목을 형성하고 있는데, 마치 전통양식을 살려 보존해 둔 일본 골목을 찾아온 것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저렴한 게스트하우스가 많고 소박하게 즐길 수 있는 유흥거리가 많아 태국의 대학생들이나, 유럽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이곳의 매력에 빠져 길게 머무르는 여행자들도 많다고. 직접 만든 작은 소품들을 파는 숍, 파삿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이태원 골목에 숨어있을 법한 예쁜 카페 등이 주를 이룬다. 뻔한 기념품이 아니라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물건이 많기 때문에 주머니가 넉넉하다면 과감히 지를 것을 추천한다. 강 주변의 레스토랑에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주홍빛 전등 밑으로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강 쪽으로 난 산책로에 서면 언제이건 여유롭고 조용하게 메콩강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마음을 쉬게 하고 싶은 사람에게 양손 엄지 척. 꼭 가보시라. ▶러이의 마법 주문 4 메콩강에 흘려 보낸 마음 출가 의식 때 우연찮게, 혹은 필연적으로 손에 날아들었던 행운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치앙칸으로 이동했다. 흑점처럼 타오르던 마음은 여정이 계속되면서 이미 작은 불길로 잦아든 지 오래다. 동행인들은 치앙칸에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넓은 메콩강 위에 나쁜 기운들을 쏟아낼 수 있을 거란다. 태국 전통 가옥들이 오밀조밀 들어선 치앙칸에 도착하자마자 골목길 안쪽의 작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간다.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플로팅 오브젝트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태국어로 ‘파삿 로이 코Pasard Loy Kror’라고 불리는 플로팅 오브젝트는 태국인들이 나쁜 일이 생기면 행하는 의식에 사용되는 것이다. 파삿에 촛불을 켜고 강 위에 흘려 보내면서 나쁜 기운도 같이 흘려 보내는 것. 태국 사람들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면 파삿을 만들어 강으로 나선단다. 재료는 모두 자연에서 난 것이다. 대나무 줄기를 꺾어 틀을 잡고 대나무 잎으로 바닥을 만든다. 그리고 왁스 꽃으로 장식하고 사방에 작은 초를 꽂아 완성한다. 파삿을 완성하면 모두 동그랗게 둘러앉아 간단한 의식을 치른다. 등 뒤로 명주실을 크게 돌려 원을 만들고 짧은 기도를 한 뒤 등 뒤의 실을 무릎 앞으로 넘겨 가져온다. 나에게 있었던 나쁜 기운이 원을 따라 파삿으로 들어가게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조심조심 양손으로 바삿을 들고 메콩강으로 간다. 자칫 우습게 보일 수도 있는 의식이었다. 누군가 ‘이 까짓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애타던 자에게는 이 과정과 행위들이 더없이 황홀한 순간이었다고 하면 믿으시려나. 강 위에 파삿을 띄우는 행위는 상상하는 것보다 더 뭉클한 것이었다. 공들여 만든 나의 파삿에 촛불을 켜고 메콩강의 흙빛 물 위에 올린 뒤 밀어냈다. 그때부터다. 찬찬히 마음이 해방감에 젖어 들었다. 정말로 파삿 안에 나의 나쁜 기운이 담긴 것처럼 말이다. 파삿을 물에 띄우고 나면 다시 보지 말아야 한다는 법칙에 따라 시선을 돌렸다. 멀리 누군가 띄운 걱정들이 어둑어둑한 강 물 위에서 반짝이며 흔들흔들 떠다니고 있었다. ▶러이의 마법 주문 5 비운 자리엔 반짝이는 행운을 담아 마음을 비웠으니 좋은 기운을 채울 차례다. 이른 새벽 숙소 앞에 작은 바구니를 들고 자리를 잡았다. 새벽마다 공양을 하는 스님들에게 보시하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보시는 일상과 같다. 매일 새벽마다 사람들은 골목길을 따라 앉아 스님들을 기다린다.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이런 풍경에 여행자도 동참할 수 있도록 보시할 음식과 전통 옷을 준비해 주기도 한다. 지금까지 참여했던 많은 의식들이 모두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면, 보시는 행운을 얻기 위한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스님에게 보시를 하면서 좋은 기운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주황색 승복을 걸친 맨발의 스님들이 자박자박 걸어온다. ‘좋은 일이 생기게 해 주세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흰 쌀밥 한 줌, 과자 한 봉지를 바구니에 담는다. 스님들은 때때로 멈춰서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며 행복을 기원해 준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 중얼중얼 서로의 축복을 기원하는 순간이다. 이 경건한 의식은 쉬웠지만, 더없이 뿌듯한 것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치앙칸에서의 보시가 마음을 정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반나파낫 타이담 문화마을Ban Na Pa Nat Taidam Cultural Village에서의 체험은 마음속에 반짝이는 기쁨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치앙칸에서 한 시간 거리인 반나파낫 타이담은 직조 기술로 유명한 마을. 100여 년 전 라오스에서 이곳으로 옮겨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다. 때문에 태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그중에서도 집집마다 창과 문에 걸어 놓은 각양각색의 모빌이 가장 눈에 띈다. 색색의 실을 얇은 대나무 가지에 꼬아 만든 모빌은 ‘행운’을 의미한다. 행운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에 창과 문에 걸어 둔단다. 벼가 자라는 시기, 농사일이 한가해지면 이곳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천을 짜거나 모빌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덕분에 보통의 시골마을이 초록 일색이라면 이곳은 노랑, 빨강, 분홍 등 생기 넘치는 색이 가득하다. 실로 만든 공예품일 뿐인데 마음을 빼앗긴 것은 그 때문이다. 작은 나무에 걸려 바람에 흔들리던 모빌은 그 존재만으로도 즐거운 기운이 넘쳤고, 그 기운이 나에게도 전해졌던 것이다. 괜히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가 절로 나올 지경이었으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운을 가져다 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놀라운 행운이 나를 가득 껴안았다. 여행 중 잃어버린 귀한 물건을 공항에서 찾았던 것. 올 초부터 이어졌던 불행의 또 다른 연장선상이 될 뻔했던 분실 사고가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해결된 것이다. “이건 정말 대단한 행운이야.” 함께했던 사람들이 축하의 인사를 건넬 때, 같이 기도했을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찼다. 그리고 짧은 여행에서 참여한 의식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미신 같거나, 소박했을지언정 절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순간들이. ▶travel info AIRLINE태국 수도인 방콕에서 러이행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 자동차로는 7시간이 걸리지만, 비행기를 이용하면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타이항공, 녹에어, 에어아시아 등이 러이행 국내선을 운행하고 있다. Restaurant란창 가든 바 & 레스토랑LanChang Garden Bar & Restaurant단사이 마을 인근의 모던 태국식 레스토랑. 생선, 고기, 야채 등 다양한 태국 요리를 선보이는데 기름지지 않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여러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의 까다로운 입맛도 사로잡은 곳이다. 아주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아니지만 플레이팅에도 세세하게 신경을 쓰는 등 정찬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Muang Loei, Loei, Thailand 42000 +66 42 833 733 www.facebook.com/pages/LanChang-Garden-Bar-And-Restaurant Hotel푸파남 리조트 & 스파Phu Pha Nam Resort & Spa시내와 조금 떨어진 숲 속에 위치하고 있다. 목조건물로 내부 인테리어에서도 나무의 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창밖으로 푸른 숲의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1층에 자리한 레스토랑은 나무에 둘러쌓인 큰 테라스가 있어 여유롭게 아침을 즐기기에 좋다. 다만 모기를 조심할 것. 음식은 기교 없이 담백하다. 태국 음식이 낯선 사람이라도 부담없이 도전 해 볼 수 있다. 252 Moo 1, Koakngam, Amphur Dansai, Loei 42120, Thailand +66 42 078 078 www.phuphanam.com 더 올드 치앙칸 부티크 호텔The Old Chiang Khan Boutique Hotel치앙칸에서는 메콩강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숙소를 정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곳은 메콩강 방향으로 난 숙소인데다, 100년 역사의 태국 전통 건물을 호텔로 만들었다. 손때 묻은 전통 가옥이 주는 넉넉함은 물론 일출이 시작되거나 노을이 지는 때, 호텔 곳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으면 평화로운 기분이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현대식이 아니기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자잘한 것들이 있지만 그쯤은 이곳이 주는 기쁨에 비하면 별것도 아니다. 치앙칸 골목이 시작되는 입구에 자리하고 있어 야시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288, Chiang Khan, Chiang Khan District, Loei 42110, Thailand +66 42 822 119 www.theoldchiangkhan.com Stupa프라 탓 스리 송 락Phra That Sri song Rak 1560년대 태국의 아유타야 왕국과 라오스 비엔티안 지방의 스리 사타나카나헛 왕국이 평화 협정을 맺고 만들었다는 사리탑이다. 사리탑은 신발을 벗고 입장할 수 있는데, 한낮에는 바닥이 뜨거우니 양말을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탑돌이를 할 때는 시계 방향으로 돌지만, 이곳에서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돈다. 몸의 왼쪽에 있는 심장을 사리탑과 더 가깝게 두기 위해서다. 큰 수트파 사방으로는 마을 사람들이 만든 대나무 공예품들이 쌓여 있다. 그것이 이곳 마을 사람들이 스투파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Temple왓 너라밋 위파타사나Wat Neramit Wipattasana대리석으로 지은 태국 방콕의 마블템플에서 모티브를 얻어 20여 년 전 만들어진 사원이다. 러이의 특산품인 분홍 대리석을 썼다. 치앙센 양식과 수코타이 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부처상은 은혜로운 미소와 함께 자비 넘치는 표정으로 완성됐다. 러이 지방 아티스트가 8년에 걸쳐 벽을 따라 그렸다는 벽화에서부터 중앙에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는 부처상까지, 꼼꼼히 둘러볼수록 그 정성이 남다르다. 명상하는 사원이므로 여행자 또한 발소리와 목소리를 죽여 승려들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글·사진 차민경 기자 취재협조 태국관광청 www.visitthailand.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선경仙境에 들다-허난성河南省 자오쭤시焦作市 3대 협곡

    해외여행 | 선경仙境에 들다-허난성河南省 자오쭤시焦作市 3대 협곡

    허난성의 절경은 산이 융기하고 물길이 깎아질러 만들었다. 허난성의 명물은 윈타이운대, 云台산이다. 높이가 1,308m에 달한다. 중국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는 타이항태항, 太行산의 줄기에서 뻗는다. 중국 10대 명산 중 하나이자 세계지질공원, 국가명승지, 중국 정부가 지정한 첫 5A급 관광지 등 수많은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게 아니다. 허난성의 또 다른 협곡은 황허황하, 黃河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거센 물길은 기묘한 장관을 깎아냈다. 제 아무리 뛰어난 화가라도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천하제일의 명작들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무릉도원의 제일 명소 홍석협紅石峽 일정은 촉박하고 볼 것은 많다. 윈타이산에서도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은 11개에 달한다. 한정된 시간에 다 볼 수가 없으니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중 최고를 찾아가는 것이다. 윈타이라는 이름 뒤에 반드시 따라 붙는 명소가 홍석협紅石峽이다. 붉은 바위의 계곡. 푸르름이 비켜난 곳은 온통 붉다. 언제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그 옛날, 중국의 내륙까지 바다가 들어차 있었다. 그 바다를 뚫고 솟아오른 지형이 바로 이 땅이다. 철 성분을 많이 함유한 토양은 물 밖에서 공기를 접하며 붉게 산화됐고, 기가 막힌 절경을 남겼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깎아지른 협곡을 향해 내려가는 길은 계단이다. 가파르다. 절경에 홀려 한눈이라도 팔았다가는 실족하기 십상이다. 야트막한 천장을 손으로 짚으며 30m쯤 이어진 동굴 뒤로 선경이 펼쳐진다. 중국의 시인 도연명이 윈타이산을 일컬어 ‘무릉도원’이라 칭한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발밑으로 에메랄드빛 물길이 흐르고 곳곳에서 크고 작은 폭포가 쏟아진다. 찬찬히 길을 따라 걸으며 둘러보든, 발을 멈춰 땀을 식히며 감상하든 시공을 초월한 선계가 펼쳐진다. ●웅장한 산세를 배로 거슬러 오르다 봉림협峰林峽 봉림협은 최근에 개발된 코스다. 같은 윈타이산의 협곡임에도 홍석협이나 기타 명소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홍석협에서 산의 속살을 살필 수 있다면, 이곳에서는 산세의 위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성수기엔 하루에 5만명씩 몰리는 윈타이산 안쪽과는 달리,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곳이기에 아직은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다. 봉림협은 트레킹과 선박 유람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두 시간 정도면 넉넉하다. 절정은 천왕봉 정상에서 펼쳐진다. 가을 하늘을 닮은 푸른 물길이 몸의 굴곡을 따라 굽이쳐 흐른다. 그 뒤로 첩첩의 산머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기실 이 물길은 계곡을 막아서 만든 저수지다. 인공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청명하다. 배를 타고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4.2km의 선박 유람은 느릿하게 흐르며 가슴을 넉넉히 채운다. ●황허의 지류가 빚어낸 여유로움 단하협丹河峽 청천하靑天河 황허라는 강의 규모는 우리의 상식 밖에 있다. 허난성을 가로지르는 황허의 폭은 가장 좁은 곳이 50m, 가장 넓은 곳이 25km에 달한다. 황허가 이처럼 드넓을 수 있는 것은 곳곳에서 흘러들어오는 지류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 5A급 관광지 중 하나인 단하협丹河峽은 산시성에서부터 황허를 향해 굽이쳐 들어오는 단하丹河가 만들었다. 도무지 협곡이 있지 않을 것 같은 지평선 끝자락에서 느닷없이 거대한 협곡이 펼쳐진다. 아찔하다. 그 아찔함은 단하협의 꼭지점에서 급하게 멈춰 선다. 청천하靑天河라 이름붙은 인공호는 그 속에 아찔함 대신 여유로움을 채워 넣었다. 청천하 풍경구의 매력은 산책로에 있다. 한 발씩 나아가며 양쪽으로 늘어선 협곡의 장관을 감상하기 좋다. 산책로는 더없이 온화하다. 불어오는 바람에 버드나무가 흩날리는 모습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이런 풍경은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불러들였다. 케이블카로 연결되는 협곡의 윗머리에는 7km 구간의 트레킹 코스도 마련돼 있다. 낙조가 떨어질 무렵 단하협의 풍경은 다른 어떤 관광지에서도 맛보기 어려운 평화로움으로 충만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정태겸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el info 허난성 태극권 허난성 자오쭤시에 가면 꼭 만나야 할 것이 있다. 태극권이다. 자오쭤시의 진가구陳家溝는 태극권의 발원지이자 성지로 유명하다. 태극권은 약 400년 전 첸왕팅陳王廷 조사에 의해 창시된 무술이다. 그래서 ‘진씨 태극권’이라고도 불린다. 초기에는 집안에서만 전수되던 가전무술이었지만, 외부인들에게도 전수되기 시작하면서 소림권과 함께 중국 무술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다.태극권은 몸과 마음의 조화, 음과 양의 조화를 강조하는 내가권에 해당한다. 물 흐르듯 천천히 흘러가지만 순간적으로 힘을 집중시켜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특징이 있다. 배우기도 쉬워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연마하는 무술로 손꼽힌다. 진가구에서는 진씨 태극권의 역대 조사들을 모신 사당과 함께 태극권 박물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수시로 태극권을 볼 수 있는 공연도 열린다. 가는 법 자오쭤시는 정저우 국제공항에서 2시간 거리다. 대중교통으로도 이동이 가능한데, 최근 정저우와 자오쭤시를 잇는 도시간 철도가 개통됐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함께 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을 이용해 정저우까지 이동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미처 몰랐던 이탈리아 풀리아 Puglia①Bari,Castel del Monte

    해외여행 | 미처 몰랐던 이탈리아 풀리아 Puglia①Bari,Castel del Monte

    이탈리아는 장인의 맵시 나는 부츠를 닮았다. 부츠는 길다. 땅 덩어리가 길쭉하니 남과 북의 풍경도 음식도 서로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탈리아는 중부와 북부에 몰려 있다.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가 그렇다. 남들 다 아는 이들 대도시가 전부인 듯 말한다면 듣는 이탈리아는 섭섭하다. 우리네 남도처럼 이탈리아의 남부에도 또 다른 재미가 가득하다. ‘풀리아’에서 보낸 여름이 아직 그립다. 자연 그대로의 이탈리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가. 올해 여름을 전후해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비행기가 확 늘었다. 이탈리아 국적의 알리탈리아항공이 6월에 취항을 했고 아시아나항공도 7월에 뒤를 이었다. 길이 뚫리면 사람의 왕래도 늘기 마련이다. 로마에 입성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유명 관광지도 덩달아 북적이기 시작했다. 조금은 조용하고 아직 때묻지 않은 이탈리아를 찾는다면 남부의 풀리아주가 제격이다. 아드리아해와 이오니아해가 만나는 풀리아주는 접하고 있는 해안선의 길이만 800km에 달한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바다와 인접해 해산물이 풍부하고 질 좋은 올리브가 지천이니 음식도 입에 착착 붙는다. 건조한 기후와 석회암질의 토양이 보기에는 삭막한 듯하지만 풀리아는 이탈리아 제1의 올리브 생산지다. 이탈리아 올리브의 1/3이 풀리아에서 나온다. 포도도 유명해 맛 좋은 와인을 끼니마다 맛볼 수 있고 아몬드도 유명하다. 맛만 좋은가. 인심도 넉넉하다. 음식을 주문하면 2명이 먹어도 충분할 만큼 양이 넉넉하다. 아직 관광객이 많지 않아 터무니없는 바가지 걱정도 적다. 당연히 다이어트 걱정은 잠시 접어 둬야 한다. 풀리아주관광청 알프레도 데 리구오리Alfredo de Liguori 마케팅 매니저는 풀리아주를 “아직 발견되지 않은 이탈리아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곳이자 자연 그대로의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자랑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풀리아에는 2개의 국립공원과 3개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있고 훌륭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카페와 특징 있는 소도시가 많이 있다. ●Bari 바리, 풀리아주 여행의 시작 풀리아주의 여행은 주도인 바리Bari에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바리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페리와 지중해 크루즈의 기항지로 인기 높은 관광도시이자 항구다. 한국에서는 로마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로마에서 다시 국내선을 갈아타고 1시간 30분 정도를 날아가면 된다. 이탈리아가 부츠라면 풀리아는 부츠의 뒷굽에 해당한다. 이탈리아가 길고 풀리아주도 길다. 알베로벨로나 마테라 등의 세계유산이 풀리아주 도처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바리에서 차를 렌트해 여행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많은 유럽 도시가 그렇듯 바리 또한 구시가와 신시가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편안하게 어우러져 있다. 옛 성곽 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올드타운의 중심에는 성 니콜라 대성당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산타의 실제 모델인 성 니콜라스의 유골 일부가 모셔져 있다. 관광객도 편하게 성당 안을 둘러볼 수 있고 주말에는 주민들의 결혼식장으로도 많이 활용된다. 구시가는 로마시대의 건축물을 비롯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골목들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작고 소박한 성당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총 29개의 소규모 성당이 좁은 골목 곳곳을 지키고 있다. 갤러리로 이용되는 노르만노 세보Castello Normanno Svevo 성 정문을 건너면 역시나 좁고 오래된 골목에 여인들이 하나둘 나와 좌판을 펼치고 있는 재미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연신 밀가루를 조물거리는 이들의 손에서 뚝딱뚝딱 나오는 것은 가장 오래된 파스타 중 하나인 오레키에테Orecchiette다. 사람의 귀 모양처럼 생긴 이 작고 귀여운 파스타는 풀리아주를 여행하면 반드시 먹게 되는 명물이다. 풀리아가 고향인 이 파스타의 생얼을 마주하는 골목 풍경은 한가롭고 여유롭다.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골목에 나와 파스타를 만들고 앞집과 뒷집 아주머니가 마주하고 수다를 떨며 파스타를 말린다. 민속촌처럼 박제된 공간이나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가 아니다. 예전부터 이 골목에서 만들던 방식과 모습 그대로 무심하게 작은 귀 모양의 파스타를 만들고 동네 사람들에게 판매도 한다. 지금도 1만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는 구시가는 저녁이면 현지인과 관광객이 어울려 북적거린다. 현대식 쇼핑은 길 건너 신시가지를 이용하면 된다. 신시가지는 19세기 프랑스인들이 조성했다고 하는데 섬유 산업으로 부자가 된 문치니 가문의 건물은 신시가지의 랜드마크로 애플에서 구입하려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했다고도 한다. TIP 편안하게 바리를 여행하는 법 바리를 편하게 보려면 인력거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력거 투어는 가이드가 자전거를 몰며 주요 관광지로 데려다 주고 간단한 설명도 곁들인다. 시간과 코스에 따라 금액은 달라지는데 1인당 1시간에 18유로 정도다. www.veloservice.org ●Castel del Monte 유로 동전에도 나오는 유명한 성 바리는 길쭉한 풀리아주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 일단, 풀리아 북부로 방향을 잡았다. 바리에서 해안선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과거 바리의 경쟁 항구 도시인 트라니Trani가 나온다. 트라니는 관광객이 흔한 관광지와는 다르다. 주민들 틈에 하나둘 관광객이 섞인 듯 조용한 해안도시다. 한적하고 깨끗한 해안마을이 신기하고 신선해 두리번거리면 현지인들은 작은 체구의 동양인이 신기한 듯 힐끔거린다. 여행지가 아닌 곳에서 역설적으로 여행자가 된 느낌이 크다. 트라니에서 내륙 쪽으로 방향을 틀면 언제,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를 빼고는 왜,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팔각형 건물이 나온다. 카스텔 델 몬테Castel del Monte다. 프리드리히 2세가 지었다는 이 독특한 모양의 성은 특이한 생김만큼 도처가 의문투성이다. 주변에 600m가 넘는 산도 있으니 경계를 위해 제일 높은 산에 지어진 성도 아니고 방어와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2층으로 지어진 성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으니 다양한 가설과 추측만 난무하고 이는 그 자체로 풍부한 스토리가 됐다. 지금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중세의 성 중 하나로 이탈리아 유로화 1센트 동전에도 등장한다. 글·사진 김기남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관광청(ENIT) www.enit.it / www.italia.it풀리아주관광청(PUGLIA PROMOZIONE) www.viaggiareinpuglia.it
  • 해외여행 | 미처 몰랐던 이탈리아 풀리아 Puglia②Monte Sant’Angelo, Polignano a Mare

    해외여행 | 미처 몰랐던 이탈리아 풀리아 Puglia②Monte Sant’Angelo, Polignano a Mare

    ●Monte Sant’Angelo 동굴 예배당에서 평온을…성당의 재발견 카스텔 델 몬테에서 더 위로 차를 달리면 풀리아주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몬테 산탄젤로Monte Sant’Angelo가 있다. 북부로 올라가는 차장 밖 풍경은 단조롭다. 바닷물을 수차례 걸러 양질의 소금을 만드는 염전과 머지않아 신의 물방울이 될 포도나무, 올리브가 넉넉하게 펼쳐진다. 바다가 있고 너른 평야가 있으니 과거부터 의식주는 풍요했으리라.가벼운 상념에서 깨어나면 차는 꼬불꼬불 가파른 언덕을 쉼 없이 올라간다. 굳이 이 험한 비탈길을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성 미카엘San Michaele 성당 때문이다. 성 미카엘 성당은 흔히 생각하는 유럽의 성당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웅장한 규모로 기를 죽이지도 않고 화려한 장식으로 시선을 분산시키지도 않는다. 가르가노산에 기대 세워진 성당 예배당은 동굴을 이용한 독특한 구조가 종교에 상관없이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그리스도교 일곱 수호천사 중 하나인 성 미카엘이 3차례 출현한 곳으로도 유명해 순례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성당 안에는 역대 교황의 방문 사진과 성당의 역사가 소박하게 전시돼 있다. 성당에서 나와 언덕을 오르면 노르만노 성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몬테 산탄젤로는 독특한 수공예품과 빵으로 유명한데 성당과 성을 오가는 언덕길에 상점이 많다. ●Vieste→Mattinata 아드리아해를 만나는 시간 풀리아주는 해안선만 800km다. 산에서 하루를 보냈다면 바다로 나갈 시간이다. 주말이면 사람들은 요트를 타거나 개인 보트를 타고 나가 비치에 누워 휴식을 취한다. 젊은이들은 다이빙을 하고 연인들은 해변에서 키스를 나눈다. 샴페인 한잔의 여유를 어찌 거부하겠는가. 풀리아주의 끄트머리 비에스테Vieste에서 시작해 맛티나타Mattinata까지 3시간 가량의 보트투어는 아드리아해를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땅에서 보는 바다와 바다에서 보는 땅은 확실히 다르다. 햇빛에 따라 바람에 따라 바다는 검푸르기도 에메랄드빛으로도 변하는데 이곳의 풍광이 여느 바다와 다른 것은 해안 절벽의 색 덕분이다. 흰색을 기본으로 다양한 색이 층층이 쌓인 석회암 절벽은 세월에 순응하며 자연스레 주름진 민낯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항구를 떠나 강렬한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바다를 떠다니면 이탈리아 특유의 강렬한 색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시시각각 그 빛을 달리하는 망망한 바다에서 마주하는 사방은 온통 원색으로 가득하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티 없이 파란 하늘과 바다와 맞닿은 하얀 석회암 절벽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아침 일찍 해가 들면 바닷물과 어우러져 동굴 벽의 색이 파랑, 빨강 등 다양한 색으로 물든다고 해서 ‘화가의 팔레트’라고 이름 붙은 해상동굴도 있다. 어려서부터 이 같은 풍광을 매일 보고 자라면 제일 먼저 짧아지는 크레파스의 색깔도 우리와는 확실히 다를 수밖에 없겠다. 내용 자체만 치면 아드리아 보트투어도 다도해 선상 유람과 큰 차이가 없다. 선장은 사자를 닮은 바위 아래로 데려가 조물주의 놀라운 솜씨를 보여 주고 하트 모양의 전설을 설명한다. 약간의 차이점이라면 배가 훨씬 날렵하고 플라스틱 잔에 샴페인이 나온다는 점과 선장을 보조하는 가이드가 잡지에서 막 튀어나온 모델같다는 점 정도다. 아, 선장의 운전 솜씨도 아찔하다. 평평한 도로에서 주차를 해도 어려울 것 같은 좁디 좁은 해안가 동굴 속도 자기 집 주차장처럼 여유롭게 들락거린다. 금액도 3시간 코스에 1인당 13유로 정도니까 확실히 싸다. 바다가 고요해서 멀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Polignano a Mare 달력에 나올 법한 예쁜 비치 바리에서 아래로 방향을 틀면 나오는 폴리냐노 아 마레Polignano a Mare라는 그림처럼 예쁜 동네를 놓치지 말자. 이미 언급한 것처럼 풀리아주의 고속도로는 황량하다. 너른 평원에는 올리브와 포도, 수풀이 무리지어 있을 뿐이다. 그런 고속도로 중간중간 휴게소처럼 세워져 있는 마을은 종종 놀랄 만한 경험을 선사한다. 사전 정보나 큰 기대 없이 폴리냐노를 찾는다면 단언컨대 남녀노소 탄성을 내지를 것이다. 폴리냐노의 보물은 작고 예쁜 비치다. 바다를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길을 낸 것처럼 마을 안으로 쑥 들어온 해변은 한적하고 아기자기한데 그 바다가 맑고 맑고 맑다. 위에서 본 바다는 수미터가 넘는 수심에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파도를 막아 주는 독특한 지형 덕에 파도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골목에는 발길을 붙잡는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가득해 여성과 동행했다면 10m 전진을 위해 수많은 인고의 시간을 각오해야 한다. 여기에 국제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도 있으니 1박을 계획해도 좋다. 폴리냐노에 있는 그로타 팔라체세Grotta Palazzese는 세계 10대 경관을 자랑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로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다. 해안가 석회암 동굴 절벽 안에 자리를 잡아 파도소리와 바다 전망이 압권이다. 레스토랑 안에서는 아침에 해가 뜨는 장관도 볼 수 있다. 예약도 예약이지만 점심 식사라도 1인 평균 300유로 정도를 예상해야 하니 예산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TIP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그곳 폴리냐노와 가까운 카스텔라나 그로테Castellana Grotte에 가면 비교적 최근에 탐사를 마친 카스텔라나 동굴Castellana Caves이 있다. 석회암 동굴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다. 석순 1cm가 자라는 데 80년이 필요하고 좀 크다 싶으면 20만년이 기본이다. 아래 위에서 자라 서로 만나기 일보 직전인 석순도 볼 수 있는데 닿을 듯 말 듯한 두 인연이 만나기까지 앞으로도 200년이 필요하다고. 3,000m 길이의 동굴 입구에 있는 지름 60m의 구멍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근사한 장관을 만든다. 안내를 받아 단체로 이동해야 하며 3시간 코스가 기본이다. 1시간짜리 짧은 코스도 선택할 수 있다. 동굴 안은 추우니 바람막이는 필수. www.grottedicastellana.it 글·사진 김기남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관광청(ENIT) www.enit.it / www.italia.it 풀리아주관광청(PUGLIA PROMOZIONE) www.viaggiareinpuglia.it
  •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러시아’라는 세 글자가 내 속에서 퍼 올리는 건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습하고 도덕적인 문학적 상념, 아침이면 의례처럼 볼륨을 높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축축한 자조에 딱 들어맞는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 시적인 위로를 주는 ‘샤갈’의 그림들, 어감마저 차가운 ‘소련’이라는 이름, 저항의 로커 ‘빅토르 최’ 그리고 뜻도 모른 채 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무자비한 해체의 역사…. 그 거대한 땅덩이의 체취를 맡고서야 알았다. 러시아의 실체는 도표화된 관념보다 몽롱하고, 드물게 아름답다는 것을. 편협한 인식을 뒤로한 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심장 뛰는 일인지를.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러시아 “‘스파시바спаси?бо’라고 해요!”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사인이 떴을 때, ‘고맙습니다’가 러시아어로 무엇이냐고 묻는 타이완 승객에게 스튜어디스가 말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시’에 강세를 줘야 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스파시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를 지나 바이칼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유일한 러시아어가 되었다. 지도 위에서만큼 러시아연방이 기세등등해 보일 때도 없다. 호주보다 두 배 이상 큰,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이 나라에서 프리모르스키 지방을 찾을 때는 손가락 방향을 오른쪽으로 한참 이동시켜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프리모르스키 지방의 중심도시다. 분명 이국인데, 거리에는 늘씬한 금발의 미녀들이 넘치는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건 아마 DNA에 박힌 기억 때문일 게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시대를 지나고 1900년대 초 민족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여기니까.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에서 짐작하듯 작은 변방도시에 불과했던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가 부여한 의미는 노골적이다. 겨울에도 연안이 심하게 얼지 않는,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는 1년 내내 항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전략적 항구도시와 군항으로는 적격이었다. 극동함대 사령부 등 해군기지가 주둔하고,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원조물자가 옮겨지는 거점이기도 했으며, 극동 지역 외교와 상업의 중심지로도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함정 10여 대를 격침시켰다는 잠수함 C-56(‘C’는 러시아어로 ‘에스’라고 읽는다. ‘중형급’이라는 표시)은 찬란했던 전장을 회고하는 구소련의 늙은 해군처럼 해양공원 앞 뭍에서 긴 휴식에 들어 있었다. 길이 77m의 이 강철 영웅에겐 엔진을 돌리던 승조원들의 함성은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훈장과 어뢰, 기관총을 자랑하는 게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6.5m 좁은 폭, 그 안의 희박한 공기 탓인지 머리가 띵해져 잠수함에서 나왔다. 옆으로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원의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붉은 카네이션을 놓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마침 뒤편 기도소에서 종이 울린다. 1941년과 1945년을 오르내리던 그 소리는 전쟁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 평화로웠다. 1891년,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2세의 황태자 시절, 그의 방문을 기념해 세웠다는 개선문은 불과 몇 걸음 뒤다. 왜소한 풍채를 화려하게 치장한 그 건축물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천성을 숨기고 자신만만한 ‘척’했다는 황제의 운명과 닮아 보였다. 혁명 후 파괴된 것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해도 원형을 되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제정러시아의 문장이던 쌍두 독수리는 개선문 꼭대기에서 볼 수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세련되고 번화한 스베트란스카야 거리Svetlanskaya Street. 횡단보도의 초록 불은 바뀌는 순간 이미 9를 세고 있다. 으름장 놓는 선생님 같은 신호등을 째려보며 잰 발길을 놀려야 하는 일이 잦았다. 100년도 넘는 바로크양식의 건물들이 자리한 가로수 길을 걷고 있자니 막연히 ‘여긴, 유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거만하리만치 딱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을 보고 그 생각은 접기로 한다. 유라시아주의를 바탕으로 강대국을 재건한다는 국가의 외교정책에 이바지하듯,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이곳은 오로지 극동 러시아라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다. 스베트란스카야로부터 두 블록 떨어져 자리한 중앙광장은 소비에트 정권 수립을 위해 싸운 병사들을 기리는 동상만이 생생할 뿐, 혁명전사광장이라는 옛 이름은 의미 없어 보였다. 금요일이면 주말시장이 열리고 신년축제와 기념일 퍼레이드 등 이벤트의 무대가 된 지 오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곳에서 집회는 계속되지만 혁명에서 놀이로 그 주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설만 남은 영웅들의 흔적 블라디보스토크 둘째 날, 신한촌부터 찾았다. 신한촌은 일본에 의해 침탈된 국권회복을 위해 국내외 지식인들이 모여 결의를 다졌던 장소다.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인 이상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동휘, 전설의 의병장이었던 홍범도를 비롯해 신채호, 안중근, 안창호 등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아파트촌 어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이 신한촌 터라는 것을 눈치 챌 길은 보호 철책에 둘러싸인 ‘연해주 신한촌 기념탑’이 전부였다. 한인들이 살길을 찾아 연해주 땅을 처음 밟은 것이 1863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 해군기지로 부상하면서 그들은 군항에서 작업인부로 일했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시내 중심부였다. 하지만 콜레라가 발생하자 시당국은 1893년 서쪽 아무르만 해안가로 한인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한인촌’, 우리말로는 개척리開拓里로 불렀다. 이후 1911년, 또 한 번의 위생 문제로 북쪽 2km 떨어진 라게르 산비탈로 이주한 한인들은 ‘노바야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신한촌’를 형성했고, 이전의 거주지는 구한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1914년, 신한촌은 3,000명이 거주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 갔지만 1937년, 스탈린이 극동에 살던 한인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면서 신한촌의 한인들 역시 카자흐스탄 등지로 이송되고 그 자리는 유럽과 러시아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길이가 다른 커다란 세 개의 석조물. 가운데는 한국, 왼쪽은 북한, 오른쪽은 고려인을 포함한 해외 한민족을 상징한다는 기념탑 앞에서 조국의 미래를 밤새워 고민했을 독립 영웅들의 절절함을 가늠해 보기란 쉽지 않았다.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라는 기념탑의 글귀는 길 잃은 아이처럼 애처롭고 속상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블라디보스토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독수리 둥지’라는 뜻의 오리노예 그네즈도 산 정상은 214m에 불과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높다. 계단을 올라서니 러시아의 키릴문자를 만든 아우 키릴로스와 형 메소디오스 형제의 동상이 십자가를 들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바다 위에는 2012년 APEC 정상회담에 맞춰 완공한 루스키섬까지 이어진 금각만 대교가 장쾌했다. 서울 남산에서처럼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며 사랑을 맹세하는 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촬영이 한창인 신랑신부가 난간 틈을 비집고 자물쇠를 채우는 동안 신부보다 예쁜 들러리는 뭇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무르만 해변공원까지는 걸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인 메드베드카곰새우를 주문했다. 비릿하고 고소한 맛이 찬 맥주와 묘하게 어울렸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에 네덜란드 맥주를 마시는 청년들, 일본산 오토바이를 타고서 CF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 처녀들, 낚시를 즐기는 부부…. 히죽대며 그들의 모습을 훔치는 사이 새우껍데기만 자꾸 쌓여 갔다. ●하바롭스크Khabarovsk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의 하룻밤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열차 출발 시간은 저녁 9시. 서둘러 짐을 챙기고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으로 향한다. 지는 해에 순종하며 기차역이 차분히 물들고 있었다. 1907년부터 5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기차역은 제정 러시아의 건축양식으로 제법 낭만적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9,288km. 플랫폼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철로를 달렸다는 증기기관차도 보였다. 출발은 저녁 9시인데 플랫폼의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킨다. 철도역의 모든 시간표는 모스크바가 기준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난민처럼 바닥에다 가방을 열어 젖히고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만 미리 챙겼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은 여권과 승차권을 확인하고 탑승을 종용했다. 9번 칸, 객실번호 6호 23번. 4인 1실, 양쪽으로 2층 침대가 놓인 객실 ‘쿠페’는 좁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서서히 열차가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야 시원해질 것이라는 차장의 말처럼 에어컨은 30분이 지나서야 제 기능을 발휘했다. 하바롭스크 도착은 내일 아침 8시. 무궁화호보다 더 느린 기차를 타고 밤새 11시간을 달려야 한다. 하얀 자작나무숲,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올 법한 눈보라, 잠들지 않는 백야.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엄청난 로망을 품은 사람들은 흔히 이런 것들을 상상한다. 러시아에 오기 전,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는 친구는 말했다. “러시아 애들은 책만 읽고 얘기도 가족들끼리 소곤소곤. 같이 보드카 마시자던 러시아 아저씨 아니었으면 심심해서 아마 미쳐 버렸을 걸!” 모스크바까지 꼬박 달리는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열차에서의 하룻밤만으로 그 기분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낮도 아닌 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래야 반사되는 객실 내부가 전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음악을 듣고, 러시아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복도를 기웃대다가, 키릴문자가 새겨진 맥주를 마시고 남은 소시지 3개를 승무원에게 내미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은 없었다. 다행히 수다 떨 일행들이 있어 시간은 잘 갔다. 잠자리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꺾이는 철로마다 침대가 심하게 덜컹대긴 했다. 하지만 낮에 흘린 땀이나 미처 못 지운 바지의 소스 자국, 떡진 머리도 문제될 게 없는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잠결에 2층 침대로부터 커튼콜처럼 내려왔다 올라가는 이불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변기가 막힌 줄도 모르고 30분을 화장실 문 앞에서 참던 일만 빼면. 창문 너머 흘러가는 자작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을 보고 잠에 빠졌는데, 곧 정차한다는 소리에 허둥지둥 이불을 박차고 객실 문을 열어젖힌다. 열차가 멈춘 곳. 하바롭스크였다. 조금 더 머물고 싶던 도시 하바롭스크는 1991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개방되기 전까지 극동지역의 중심지였다. 이제는 그 영광을 물려줬지만 하바롭스크는 마치 권세를 내려놓은 자가 여유를 즐기듯 유유자적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레닌광장 북쪽에 자리한 청동 레닌상이다. 레닌이 사망한 이듬해인 1925년에 세워졌다는데 러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된 데 반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이곳에서는 아직 건재하다. 레닌이 굽어보고 있는 광장은 하바롭스크의 행정 중심지다. 동쪽으로 하바롭스크주 정부청사가 보였다. 아침을 맞은 광장에는 벤치에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비둘기가 사람보다 많았다. 레닌광장 아래로 아무르스키 거리를 쭉 따라가면 길은 아무르 강변의 콤소몰 광장까지 잇닿는다. 콤소몰은 구소련 시절 공산주의 청년 정치조직의 이름이다. 광장에는 혁명 전사들의 모습이 조각된 오벨리스크가 굳건하고, 꼭대기에 소비에트를 상징하는 별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광장 위 우스벤스키 성당이다. 성모승천성당으로 불리는 그곳은 소비에트 시절 파괴된 후 2001년 다시 동화 같은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아무르강이 눈앞인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재촉했다. 총 길이만 2,800여 킬로미터. 몽골에서 발원해 하바롭스크를 거쳐 오호츠크해로 흐르는 아무르강은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 부르는 그 강이다. 전망대 앞에는 강에 이름을 제공한 시베리아 초대 총독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의 동상이 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아무르라는 이름들은 죄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향토박물관은 잠시 비를 피하기에는 맞춤이었다. 연해주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박물관으로 본래 이름은 ‘그라제코프 주립 자연사박물관’. 이 역시 설립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122년의 전통이 축적된 내부에는 시베리아 메머드, 아무르 호랑이, 원주민인 나나이족과 우데게이족의 생활모습 등 하바롭스크주의 역사와 자연, 민속 등 자료 15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구관에는 소비에트 시절과 관련한 물품들만 전시되어 있는데, 포스터부터 장신구까지 세월의 때가 묻은 낯설고 이색적인 소소함이 눈길을 끌었다. 강을 따라 북쪽에 다다르니 또 다른 아름다운 러시아정교회 성당이 자리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은 황금색 돔과 새하얀 성당이 질서정연했고 내부는 황홀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리스도와 네 명의 사도, 정면 6층 제단의 성모와 성인들의 모습을 새긴 이콘(성상화)은 다른 세상의 것인 듯 신비롭고 이질적이었다. 이콘에 향했던 눈길은 머리를 가리고 촛불을 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한참을 머물렀다. 진지하고 경건했다. 그 경배의 몸짓 뒤에서 할 것이라고는 숨소리를 죽이는 것 외에는 없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road시베리아횡단철도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9,288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1891년에 착공해 1916년에 완공됐다. 90여 개의 도시를 거치는 동안 시간대만 7번이 바뀌고, 지나는 역만 60여 개다. 급행열차를 타면 일주일이 걸린다. 열차의 출발과 도착시간은 모스크바가 기준이다. 열차의 객실 등급은 1등석인 2인 1실의 ‘룩스Lyux’, 2등석 4인 1실의 ‘쿠페Kupe’, 3등석 6인실의 ‘플라츠카르타Pratskartny’와 지정 번호가 없는 8인 좌석의 ‘옵스치Obschy’로 나뉜다. 룩스와 쿠페는 객실이 분리되어 있지만 3등석은 객실 구분 없이 개방되어 있다. 콘센트가 있는 것은 1등석 객실뿐이다. 2등석은 객실 내부 말고 복도에 네 개, 화장실 밖과 안에 각 한 개씩 있다. 멀티 탭을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열차 칸마다 뜨거운 물이 비치되어 라면이나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열차 한 칸당 두 명의 승무원이 교대근무하며 객실을 살피고 간단한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술과 담배는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흡연자들은 보통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재빨리 오른다. 러시아 철도청 www.rzd.ru 러시아정교회 러시아정교회는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에 의해 비잔티움의 동방정교를 받아들여 민족신앙과 결합한 종교다. 러시아정교회 건축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양파 모양의 돔 ‘루꼬비짜’다. 눈이 많이 오는 러시아에서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흰색과 황금색은 러시아정교회 초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색채로 흰색은 평화와 순결, 황금색은 신성을 상징한다. 예배는 사제는 있지만 설교는 하지 않고, 의자 없이 서서 참여한다. 또 악기의 반주 없이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성가를 부른다. 러시아정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은 고르바초프에 의해 1990년 소련 최고회의에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법을 의결한 후부터다. ●이르쿠츠크Irkutsk 아! 바이칼 비행기가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를 가기 위한 관문. 둘러 볼 겨를 없이 아침이면 또 길을 떠나야 한다. 설렘과 염려를 교차시키느라 잠은 쉬 들지 못했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의 들머리까지는 버스로 3시간 반. 부리야트족 자치구인 우스찌아르다를 스치는 동안에는 가을을 준비하는 스텝짧은 풀로 뒤덮인 초원이 길게 이어졌다. 어렴풋이 호수가 시야에 들어올 무렵 버스가 멈춘 곳은 사휴르따 선착장이다. 목적지인 알혼섬을 가기 위해 철부선에 올랐다. 배는 물살을 가른 지 30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과 자동차를 섬에 부려놓았고, 세상사 다 겪은 아이처럼 옹골찬 ‘우아직러시아 군용차량을 개조한 4륜 승합차’이 벌써 마중 나와 있었다. 운전기사 안톤은 숙소가 있는 후지르 마을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며 돌투성이 길을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요란한 진동 모터 위에 앉은 듯 엉덩이는 시종 덜덜거렸다. 바이칼 호수가 품은 22개의 섬 중 알혼은 가장 크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다. 거제도의 두 배쯤 되는데, 다섯 개 마을의 주민 1,500명 가운데 대부분은 후지르 마을에 모여 산다. ‘알혼’은 부리야트 원주민어로 ‘태양이 비추는 땅’이라는 뜻이다. 연 강수량이 200mm에 불과해 스텝과 사막 그리고 화강암과 침엽수림이 전부다. 그 황량함을 심장처럼 품은 바이칼호수를 향해 원주민들은 ‘바이칼은 서 있는 불. 아직도 그 불은 식지 않고 있다’며 경외심과 두려움을 표현해 왔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부르한Burkhan 바위가 보이는 언덕으로 갔다.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13개의 세르게 신목. 조상신들이 모이는 곳을 지나니 검푸른 호수 앞으로 정좌한 두 개의 지엄한 바위가 보였다.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진 바로 그 자리다. 주위에는 히말라야에서 방금 내려온 성자 같은 복장을 한 외국인들이 손을 맞잡고 명상에 잠겨 있었고, 가부좌를 튼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이도 보였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건지 모르겠지만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류도, 북방 몽골인종의 시원이 서린 곳이라는 학설도, 부리야트인의 피를 이어받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도,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이칼 호 자체보다 신성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아직은 섬의 가장 북쪽 하보이곶으로 달렸다. 날카로운 송곳니 모양을 한 절벽. 그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 그것도 대양이었다. 경계도 모른 채 펼쳐진 호수는 텅 빈 채 근원에 닿을 듯 아스라해서, 차라리 공허했다. 그날 밤, 호숫가에 앉아 마신, 수심 200m의 바이칼호 물로 만들었다는 보드카는 파도소리와 함께 목젖을 뜨겁게 타고 흘렀다. 떠나기 전 호수를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새벽 5시 혼자 숙소를 나섰다. 인기척 없는 마을을 두리번대며 방향을 가늠하고는 그 언덕에 다시 올랐다. 부르한 바위 앞, 잠이 덜 깬 호수는 몸을 뒤척였고 바람은 초연했다. 그리고…. 영원한 작별인 양 호수에 건넨 말은 이것뿐이었다. “스파시바… 바이칼.” ▶travel info AIRLINE대한항공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출발편은 매일 인천에서 오전 10시10분에 출발해 오후 1시50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오후 2시50분에 출발해 오전 7시1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 노선은 12월25일부터 1월15일까지 동계노선을 주 2회(월·금요일)씩 총 6회 운항할 예정이다. 출발편은 저녁 8시50분 인천에서 출발, 밤 12시5분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새벽 2시30분 출발, 오전 7시10분 인천에 도착한다.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시간 10분, 이르쿠츠크까지는 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SHOPPING알까기 인형 ‘마트료시카’19세기 말에 탄생한 나무로 만든 러시아 인형으로 엄마를 뜻하는 러시아어 ‘마티’에서 유래했다. 일본 전통인형인 ‘다루마’에서 영감을 얻어 1891년 러시아 민속공예화가 세르게이 말루틴이 처음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둥근 몸통 안에는 작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데, 일본정부에 선물하려고 만든 1세트 72개가 들어있는 대형 마트료시카는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시대에 따라 외형도 변해서 만화영화의 캐릭터나 대중음악가, 스포츠 스타나 정치인의 얼굴을 담은 마트료시카도 볼 수 있다. 가격은 싼 것은 대개 400~700루블 정도이지만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FOOD국민음식 ‘보르쉬’와 ‘샤슬릭’ 러시아의 음식은 슬라브 전통에 서유럽과 몽골,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지역의 영향을 받아 대개 짜고 달고 신, 자극적이고 복합적인 맛이다. 대표적인 슬라브 전통음식인 ‘보르쉬’는 감자, 당근, 양배추에 비트와 토마토로 색을 낸 스프다. 샤슬릭은 러시아어로 ‘꼬치구이’라는 뜻이다. 이름보다는 맛 ‘오물‘오물은 바이칼호에서만 서식하는 토착 물고기다. 생긴 것은 우리의 청어와 닮았다. 회나 탕, 튀김, 샐러드 등 다양하게 먹는 방법이 있는데 자작나무에 훈제한 오물이 가장 인기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 리스트비얀카에는 오물을 파는 가게들이 잔뜩 있다. 가시가 적고 비리지 않아 담백하다. 39°도 41°도 아닌 40° ‘러시안 보드카’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보드카Vodka는 러시아어 ‘물voda’에서 유래되었다. 감자나 옥수수, 보리 등을 원료로 한 증류수로 무색, 무취, 무미다. 러시아 속담에 ‘4,000km는 길도 아니고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며 40도가 아니면 술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후반,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가장 입맛에 잘 맞고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이 제일 잘 걸러지는 최상의 알코올 도수가 40%라는 것을 발견했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으며,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도수 15% 이상의 주류 판매도 금하고 있다. MUSEUM연해주의 모든 것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1890년 개관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1906년 구시베리아 상업은행 건물로 옮겨졌는데, 아르세니예프는 연해지방을 서방에 알린 탐험가의 이름이다. 3층 건물 안에 연해주의 자연과 지리, 민속학, 고고학 사료들과 동식물 표본집, 화폐 등 약 20만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제가 딱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관에서는 지역에서 발굴된 발해의 유물을 볼 수 있다.20 Svetlanskaya Str. Vladivostok +7 4232 414 082 100루블평일 09:00~18:00, 토·일요일 09:00~17:30 HOTEL바이칼호 바로 옆 ‘바이칼로프 오스트록’알혼섬의 후지르 마을 입구에 있는 나무로 된 시베리아 전통가옥 형태의 숙소다. 2013년 문을 열었는데 114개의 객실에 250명을 수용할 정도로 알혼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깔끔하다. 특히 바이칼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해서 객실과 레스토랑에서 호수가 보이고 새벽에도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는데다, 부르한 바위까지도 도보로 20분 거리다. 7, 8월 성수기 스탠다드 트윈룸의 경우, 아침식사 포함 1박에 4,500루블(약 8만원), 화장실과 샤워실은 객실 3개가 있는 한 층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 욕실용품은 비치되어 있지 않다. 호숫가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도록 그릴과 장작, 숯 등 일체의 도구도 대여해 준다. 666137, Russia, Irkutsk Region, Olkhonskyi District, Village Khuzir, Street Pribreznaya, 3+7 3952 404 202 www.baikalovostrog.ru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대한항공 www.koreanair.com 참좋은여행 www.verygoodtour.com
  • 해외여행 | 미처 몰랐던 이탈리아 풀리아 Puglia③Alberobello 풀리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머프 마을

    해외여행 | 미처 몰랐던 이탈리아 풀리아 Puglia③Alberobello 풀리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머프 마을

    ●Alberobello 풀리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머프 마을 풀리아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누가 뭐래도 알베로벨로Alberobello다. 알베로벨로는 1996년 유네스코가 마을 전체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한 독특한 마을이다. 알레로벨로가 유명한 이유는 트룰로Trullo라는 재미난 집 모양 때문이다. 팽이를 뒤집어 놓은 것도 같고 고깔을 덮어 놓은 듯한 생김을 보면 왜 스머프 마을이라는 애칭이 생겼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트룰로 하나만도 특이한데 1,400개가 넘는 트룰리Trulli, 복수의 트룰로가 옹기종기 모여 있으니 동화 마을 같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다. 알베로벨로는 큰 길을 사이에 두고 상점과 식당 등이 몰려 있는 몬티Monti와 주택가 느낌인 아이아 피콜라Aia Piccola로 구분이 된다. 몬티에 대략 1,000개의 트룰리가 있고 아이아 피콜라에 400개 정도가 모여 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나뉘어 있다고는 하지만 마을 자체가 그리 크지 않고 워낙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한나절이면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아이아 피콜라에서 사진을 찍으면 규모가 큰 몬티의 트룰리를 전체적으로 촬영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트룰리를 자세히 보면 석회를 칠한 하얀 벽을 세우고 손바닥보다 큰 납작한 석회 슬라브를 차곡차곡 쌓아 올려 원추 모형으로 마무리를 했다. 집 모양도 일정하지가 않은데 지붕 하나에 방이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실내 또한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두 돌로 둘러져 있다. 천장이 원추형이니 침대에 누우면 천장이 까마득하다. 트룰리의 독특한 지붕에 대해서는 설이 많은데 집을 쉽게 부숴서 세금을 피하고 다시 쉽게 짓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일반적이다. 과거에는 지붕의 수많은 조각 중 하나만 빼면 지붕 전체가 무너지는 일종의 마스터 피스 스톤이 있었다고 하는데 물론 확인해 볼 수는 없다. 지붕에 쟁반이나 공 모양의 장식, 독특한 문양의 그림이 그려진 트룰리가 많은데 주인의 직업이나 별자리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알베로벨로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지금도 사람들이 실제로 이곳에서 먹고 자며 일상의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거리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상점과 식당은 물론이고 여행객의 숙소도 트룰리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트룰리도 계속 발전을 해서 최근에 지어진 트룰리는 방과 방을 연결하는 작은 복도도 있고 화장실 이용도 불편이 없다. 관광객이 빠지고 거리에 저녁이 내리면 주민들은 골목 어귀마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다. ▶travel info Puglia풀리아주 여행의 가장 큰 미덕은 다른 곳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면서도 한결 조용하고 저렴하다는 점이다. 나폴리처럼 관광객이 넘쳐나지 않아 저렴하게 양질의 해산물을 먹을 수 있다. 난전에서는 막 잡은 싱싱한 갑오징어 2kg을 20유로 정도에 살 수 있다. AIRLINE로마에서 국내선 항공편으로 이동해야 한다. 풀리아주에는 바리와 그보다 아래 항구 도시인 브린디시Brindisi 등에 공항이 있다. 일정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바리가 일반적이다. 로마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바리 공항은 작고 아담하지만 비즈니스 라운지 등 기본적인 시설은 모두 갖추고 있다. Pasta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빼놓을 수가 없다. 파스타는 면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먹는 스파게티 면을 비롯해 납작한 면, 긴 것, 짧은 것, 튜브 모양 등 생김도 이름도 여러 가지다. 풀리아에서 자주 먹게 되는 파스타 면은 오레키에테Orecciette라고 부른다. 풀리아주에서 시작된 파스타로 바리에서는 여인들이 집 앞에 나와 만들기도 할 만큼 일반적이다. 미니어처 찻잔처럼 생긴 오레키에테는 작은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도 작은 귀little ear라는 뜻이다. 오목한 볼 안으로 소스가 담기기 때문에 파스타 맛이 풍부하다. Hotel트룰리 홀리데이 리조트Trulli Holiday Resort알베로벨로에서 묵는다면 당연 트룰리다. 현지에는 여행객에게 대여해 주는 트룰리가 제법 많다. 트룰리 홀리데이 리조트는 여러 트룰리를 확보하고 있어 독채 펜션을 빌리 듯 이용할 수 있다. 호텔과 다른 점은 같은 더블룸을 예약했다고 해도 모두 모양이 다르고 위치도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정원이 딸린 트룰리도 있고 방 하나에 화장실 하나가 전부인 트룰리도 있다. 가격은 대략 100유로 선. 방에서는 와이파이도 빵빵 터진다. 조식은 리조트 사무실 옆의 지정된 레스토랑을 이용하면 된다. 선택이 가능하다면 개인적으로 아이아 피콜라 중앙에 있는 A19 트룰리를 강추. 1~2인용으로 위치도 편리하고 침실과 화장실도 깨끗하다. www.trullidea.it 호텔 팰리스Hotel Palace바리 시가지 중심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이다. 구시가지와도 가까워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고 주변 치안도 나쁘지 않다. 레스토랑과 늦게까지 문을 여는 바 등 도심의 4성급 호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www.palacehotelbari.com Restaurant일 피노 그란데Il Pino Grande카스텔 델 몬테 인근의 아늑한 식당이다. 직접 키운 올리브와 치즈 등을 내놓는데 맛이 훌륭하다. 신선한 올리브 오일과 유기농 와인도 만족스럽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건강하고 맛있는 식사를 기대해도 좋다.www.ilpinogrande.it 리퓨지오 스필찌Rifugio Sfilzi몬테 산탄젤로와 인접한 가르가노국립공원에 있는 움브라 숲Foresta Umbra에서 7km 정도 떨어진 숙소 겸 식당이다. 움브라 숲은 울울창창한 고목과 작은 호수 사이로 피크닉 나온 가족 등이 있는 여유롭고 청정한 원시림이다. 스필찌 산장에서는 버섯 종류를 올리브 오일로 요리하거나 튀긴 이 지역 전통요리가 특히 입에 붙는다. 직접 만든 각종 소스와 잼 등도 판매한다. 마세리아 토레 마이자Masseria Torre Maizza폴리냐노와 가까운 5성급 리조트다. 9홀 골프장과 비치, 수영장, 스파 등의 시설을 갖췄다. 수백년 된 올리브 나무가 멋있게 세워져 있는 골프연습장이 근사하다. 9홀에 불과한 골프장보다는 식당과 스파 등 부대시설이 고급스럽다. 꽃장식과 식기 등 작은 것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쓴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동안 ‘어머’라는 일행의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www.apuliacollection.com 글·사진 김기남 기자 취재협조 이탈리아관광청(ENIT) www.enit.it / www.italia.it풀리아주관광청(PUGLIA PROMOZIONE) www.viaggiareinpugli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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