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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장속 독도] “독도 이미 분쟁지역… 공론화해야”

    [긴장속 독도] “독도 이미 분쟁지역… 공론화해야”

    일본의 ‘독도 도발’로 한·일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독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일 신어업협정의 폐기 또는 재협상을 벌이거나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도문제는 이미 분쟁지역화됐기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의 상황을 우려해 정부가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외교’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18일 “정부는 독도문제에 종합적이고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민간단체는 일본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나서야 한다.”고 민·관 역할분담론을 폈다. 이 교수는 특히 독도 영유권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되는 상황을 우려해 조용한 해결을 도모해온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독도 영유권을 다투는 상황이 빚어져 독도가 분쟁지역화되더라도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국제사법재판소의 관할권은 없어지기 때문에 의미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독도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2000년 이후 중단된 한·일간 EEZ 획정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정부는 독도가 분쟁지역화되는 상황을 우려해 왔지만 독도문제는 이미 국제분쟁지역의 초기단계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2004년 펴낸 ‘국가정보보고서’는 ‘독도에서 분쟁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제 교수는 “독도 점유의 실효성을 높여가야 한다.”면서 한·일간 신어업협정을 폐기하거나 개정하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효성을 높이라는 지적은 정부 고위관리들이 독도를 자주 방문하는 등의 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은 이날 KBS1 라디오에 출연해 신중한 대응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박 재판관은 “독도 영유권과 관계돼 있는 것이 문제”라며 “국제사법재판소 등 재판에 가지 않는 게 최선 중의 최선”이라고 밝혔다. 박 재판관은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에서 감정이 격화돼 나포가 실행되거나 나포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그런 과정에서 어느 쪽이든 인명살상이 발생하면 문제가 달라진다.”면서 “그렇게 되면 법적 문제로서 힘든 사태가 나오게 마련”이라며 신중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독도문제가 나올 때마다 우리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있어 왔다.”면서 “이는 담을 넘어오는 도적을 쫓을 생각은 하지 않고 문단속을 잘못했다고 하는 격으로, 집안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고 조언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나포는 유엔조약상 인정안돼”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은 한국 정부가 동해상 한국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일본이 수로탐사를 하면 나포 등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정부의 조사선에 대해 물리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은 유엔해양법조약상 인정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일본 외무성 야치 쇼타로 사무차관은 17일 기자회견에서 독도 주변 수역에서의 일본 해상보안청의 조사계획에 한국 정부가 반발하는 데 대해 “일·한 양국에서 EEZ 주장이 중복되고 있는 지역에서 일본은 30년간 조사를 하고 있지 않지만, 한국은 4년간 매년 우리측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야치 차관은 또 “6월 국제회의에서 해당 수역에 한국측에서 명칭을 붙이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일본도 대안을 제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 일본의 조사가 우리측의 조치에 대한 대응조치임을 시사했다. 야치 차관은 또 일본이 수로탐사를 실시할 경우 사전에 통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탐사시 미리 우리 정부에 통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무성 고위관계자도 이날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탐사를 하면 그 전에 한국측에 통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우리측이 (EEZ 주장이 중복되는 곳에서) 나포나 임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데 대해 “국제법상 중대한 위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측의 반발에 대해 “(탐사) 시기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양국이) 서로 냉정하게 생각하고 국제법에 따라 대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taein@seoul.co.kr
  • ‘日수로탐사’ 대응 17일 장관급 회의

    정부는 독도 주변 해역을 포함한 우리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수로를 측량한다는 일본의 계획에 강력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한 가운데 17일 외교통상부·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 장관급 대책회의를 열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16일 “일본 해상보안청의 수로 측량 계획에 대한 현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성격의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17일 중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책 회의에서는 일본측의 해양탐사계획과 관련, 일본 정부를 상대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논의하면서 일본이 해양탐사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경우 어느 정도 수위의 대응을 할 것인지 등을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은 유럽순방을 마치고 15일 귀국하면서 “우리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이 (우리측) EEZ 내로 들어온다면 우리는 국제법과 국내법에 따라 엄중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해양법에 따르면 타 국가 EEZ에서 해양과학조사를 하려 할 경우 연안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없이 이뤄지는 조사에 대해서는 해당 조사를 연안국이 정지시킬 수 있게 돼 있다.아울러 우리 해양과학조사법은 외국인이 한국 EEZ 내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조사하려 할 때 정선·검색·나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사설] 日, 역사 왜곡도 모자라 영토 넘보나

    일본이 해양탐사선으로 독도 인근 해역에 들어와 해저수로를 탐사하겠다고 한다. 탐사할 수역에는 울릉도 동방 약 30∼40해리 지점의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포함돼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해저수로탐사 계획을 국제수로기구(IHO)에 통보했다. 고대로부터 일본은 우리에게 숱한 노략질과 침략의 만행을 저질러 왔다. 근세에는 제국주의의 화신이 되어 세계인을 전쟁의 고통속으로 몰아 넣었다. 최근에는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며 분쟁 위험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3월 문부성이 고교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령으로 명기하라고 지시하더니 이제 탐사선을 보내 측량을 하겠다고 한다. 그 노략질 근성이 다시 발동한 것인가. 독도는 역사적으로 보아도 그렇고, 현재도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한국 땅이다. 그 인근 해역은 한국의 독자적 관할권이 미치는 수역이다. 유엔 해양법 246조는 ‘다른 나라 EEZ 안에서 해양탐사를 할 경우 연안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정선·검색·나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허가 없이 우리 수역내에 들어와 측량을 하겠다는 것은 분쟁을 유발해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려는 저의가 분명하다. 올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우익세력의 단합을 끌어내 보자는 우파 정치인들의 국내정치적 정략도 숨어 있다. 우리 정부의 신중하고도 단호한 대응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일본인들의 노략질 근성은 불치병이다. 최소한 현재의 일본 지도층을 구성하는 보수우익 정치인들의 DNA에는 그런 유전인자가 들어 있다. 이들이 교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세계인의 불행이자 지구촌의 재앙이다.
  • 日탐사선 우리측 EEZ 무단탐사 통보 파문

    日탐사선 우리측 EEZ 무단탐사 통보 파문

    일본 정부가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한 국제분쟁화 기도에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어 가뜩이나 경색된 한·일 관계에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14일 “일본 해상보안청이 우리의 EEZ(배타적경제수역)내에서 14일부터 오는 6월30일까지 수로 측량 활동을 하겠다는 내용을 국제수로기구(IHO)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일측이 제시한 수역은 울릉도 동쪽 약 30∼40리 해리지점의 독도 인근까지 포함된다. 일본의 이같은 ‘계산된’도발은 초유의 일이다. 14일 현재 일본 탐사선의 출항 또는 독도 인근 해역에서의 출현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일측이 EEZ 진입을 강행할 경우, 한·일간 해상 충돌가능성도 대두된다. 외교통상부 유명환 차관은 오후 2시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우리 EEZ내 탐사계획 취소를 촉구하고 “허가 없는 탐사 강행은 무단 영해 진입”이라며 강력 항의했다. 또 “만약 일본이 이를 강행한다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요할 경우 나포까지 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엔해양법협약상 해양조사를 할 경우 연안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246조), 허가없이 EEZ를 침범할 경우 연안국은 이를 정지(253조)시킬 수 있다. 우리 해양과학조사법에도 외국 선박이 EEZ에 무단 진입해 조사를 할 경우 정선·검색·나포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오시마 대사는 이에 대해 “(탐사대상 수역이)일본의 EEZ”라고 밝혔다. 일본은 독도를 자국땅으로 기정사실화하면서 독도와 울릉도의 중간선을 양국의 EEZ 경계선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한·일 양국은 2000년까지 4차례 EEZ 경계획정 회담을 개최했으나 타결하지 못했다. 일본의 이번 도발은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일본 보수우익 세력, 특히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국내 지지율 제고를 위한 치밀한 꼼수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주변국 외교를 비판하고 있는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지지율이 급상승한 데 따른 자국 보수세력 자극하기란 관측이다. 실제 아베 관방장관은 14일 오후 한국 정부의 항의·경고가 있은지 두시간 만에 기자회견을 개최,‘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이름)주변’이란 전제를 붙이며 “국제법상 문제가 없으며 한국측이 무슨 조치를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추규호 외교부 대변인은 “국제법을 자의적으로 왜곡한 일고의 가치없는 주장”이라며 “‘탐사’라는 이름의 불법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측에 있다.”고 공격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달 29일 고교 교과서를 검정하면서 러시아·중국과의 영토문제를 거론하는 동시에,‘독도=일본 땅’임을 명확히 표현할 것을 출판사측에 요구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국의 강한 반발을 유도, 한국이 실질 점유 중인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고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 가겠다는 계산이다. 이같은 상황 진단에 따라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고 “일본측이 우리 정부 허가없이 우리의 EEZ로 진입할 경우 국내법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독도가 영토분쟁지역이라니요…”

    “독도가 국제법상 ‘영토분쟁지역’이라니요….” 올해 외무고시(39회)에 수석합격한 여대생이 1일 공식 출범한 ‘사이버독도해양청’ 근무를 자원했다. 주인공은 서울대 영어교육과 4년으로 01학번인 장혜정(24)씨. 공직 입문에 앞서 남은 1년간의 대학생활을 뜻있게 보내기 위해 사이버독도해양청 근무를 자원했다. 장씨는 “외무고시 준비를 시작하면서 독도가 영토분쟁지역인 것을 알았다.”면서 “애국심이 강한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달리 국제사회에선 다르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평소 한·일관계에 관심이 많아 외교관의 길을 선택한 장씨는 시험기간에 유독 한·일관계법 분야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장씨는 “전문외교관으로서 소양과 지식을 갖추면서 ‘독도지킴이’ 역할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내년부터 외교부에서 정식으로 근무하게 되는 장씨는 한·일관계를 담당하는 ‘동북아1과’에 배치돼 일하고 싶다는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사이버독도해양청에는 장씨 외에도 지난해 외교통상부의 국제법 논문경시대회에서 1등을 한 최현용(25·경희대 법대 4년)씨와 1953년부터 56년까지 ‘독도의용수비대장’을 지내다 86년 숨진 홍순칠옹의 차녀 홍연숙(49)씨 등이 직원으로 위촉됐다.사이버독도청은 국민 공모를 통해 선출된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을 청장으로 총무, 법률, 홍보, 독도환경 등 4개팀으로 나뉘어 활동한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사이버독도해양청 초대총장 박춘호씨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사이버독도해양청 직원을 모집합니다.’해양수산부는 17일 `사이버독도해양청´ 초대청장에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최근 유엔해양법협약의 적용과 관련한 분쟁재판을 주관하는 임기 9년의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에도 재선됐다.이에 따라 해양부는 다음달 사이버독도해양청 개청을 목표로 전용 홈페이지(dokdo.momaf.go.kr)를 개설하는 등 사이버독도해양청 출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특히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18∼29일 해양부 홈페이지(momaf.go.kr)와 해양청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22명의 직원을 선발할 예정이다.선발된 직원들은 청장 산하의 총무, 법률, 홍보, 독도환경 등 4개팀에서 활동하게 된다.해양부는 “청장과 팀원들은 정부가 추진중인 ‘독도의 지속가능 이용에 관한 기본계획’ 등 각종 독도 관련 계획에 대한 자문과 독도 관련 정책의 제안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박춘호 해양법재판관 연임

    |뉴욕 연합|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재판관이 22일(현지시간) 재선에 성공했다. 박 재판관은 이날 오후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15차 유엔해양법 당사국 회의에서 9년 임기의 재판관 직에 재출마해 당선됐다.
  • [사설] 성숙하게 매듭된 신풍호 사태

    독도 및 역사왜곡 논란 이후 한국·일본간에는 이해하고 넘어갈 일도 첨예한 대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빚어진 한·일 경비정의 울산 앞바다 대치는 양국민의 가슴을 졸이게 한 사건이었다. 다행히 39시간여 만에 극적으로 해결되었다. 앞으로 유사 사건이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으려면 이번 협상에서 보여준 성숙함을 유지·발전시켜야 한다. 우리측 신풍호가 한때 일본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넘어감으로써 촉발된 사태를 놓고 한·일 양국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유엔해양법이나 한·일 어업협정으로도 쉽사리 사법 관할권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일본측은 신풍호가 자신들의 EEZ내에서 불법조업을 했고, 일본 해상보안관 2명을 태운 채 한국측 EEZ로 도주했다고 주장했다. 신풍호 선원들은 불법조업 사실은 없다면서 일본 보안관이 선원을 폭행해 달아났다고 반박했다. 신풍호가 우리측 EEZ내에 있고, 불법조업 사실이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선원·선박을 일본에 넘겨줄 수는 없었다. 일본이 끝내 인도를 고집했다면 대치는 벼랑끝까지 갔을 것이다. 양국 합의를 보면 신풍호가 일본측 EEZ를 침범한 뒤 도주한 사실을 인정하고,50만엔을 담보금으로 지불키로 했다. 불법조업 여부는 한국이 조사해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키로 함으로써 적절한 선에서 절충되었다. 당국은 신풍호 선원이 폭행당한 부분을 함께 조사해 일본의 과잉단속이 있었는지 따져야 할 것이다. 한·중·일 3국은 EEZ가 맞닿아 있어 조금만 방심하면 어선의 월선이 이뤄진다. 제2, 제3의 신풍호 사건이 발생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한·일, 한·중 정부간 긴밀한 협의와 제도보완이 없으면 일촉즉발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침범사태가 발생하면 어느 나라가 조사·처벌을 하더라도 객관적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상호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양국 어업공동위의 하위기구로 공동 조사 및 제재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열린세상] 학술외교 강화와 국제교류재단/임춘웅 언론인

    한동안 전쟁이라도 할 것처럼 요란스러웠던 한국과 일본간 갈등이 벌써 언제 그랬느냐 싶게 잊혀져 가고 있다. 한·일 문제는 그간에도 늘 이런 식으로 돼 왔던 것이다. 태풍처럼 몰아치다 시간이 지나면 또 까맣게 잊고 지내는 현상이다. 그러나 일이 이렇게 돼서는 곤란하다. 이런 때일수록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양국간 문제들을 차분히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사태에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영토분쟁이란 것이 본시 쉽게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닌 데다 역사왜곡 문제도 간단한 게 아니다. 우리도 이제는 감정을 추스르고 합리적으로 하나하나의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를 꼼꼼히 챙겨 봐야 한다. 한·일간에 얽힌 문제들은 학문적으로나 논리적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기초를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학계나 관련 연구기관들을 통해 논리를 개발하고 그 논리적 기초를 토대로 일본의 주장을 극복하고 국제사회를 설득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도 그동안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는 방식과 사고에 문제가 없었는가도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독도문제에 대해서도 “독도는 우리 땅”이기만 하지 일본 주장에 논리적으로 따질 논거를 갖고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지난해 한바탕 소란을 피웠던 중국의 ‘동북공정’도 중국이 터무니없이 떼를 쓴다고만 생각하지 그 내용을 따져 본 사람이 많지 않다. 논리적으로 무장해야 상대를 누를 수 있는 것이다. 학술 외교의 중대성이 여기 있다. 정부도 해야겠지만 한국에는 다행히 이런 일들을 맡아 할 수 있는 적절한 민간기구가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다.1991년 설립됐으니 이제는 열매를 맺을만도 한데 얼마만큼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우선 예산 규모를 보면 2004년의 경우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이 우리돈 약 1조원, 일본의 ‘재팬 파운데이션’이 1700억원인 데 비해 교류재단 예산은 고작 187억원이었다. 일본의 10분의 1을 겨우 넘기는 규모다. 학술외교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 문제도 심각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교류재단의 기금이자와 여권 수수료에서 나오는 약 300억원, 해서 연간 450억원 정도의 돈을 쓸 수 있음에도 그 돈을 다 못 쓰고 최근에는 ‘동포재단’ 예산 등으로 오히려 전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야 있겠으나 결과적으로는 돈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매년 잉여금을 남겨왔기 때문에 예산당국이 전용하려 드는 것이다. 외교부는 한 수 더 떠 교류재단 기금을 아예 외교부 직속의 ‘외교협력기금’화하려 한다.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넘어가 있는데 국회심의 과정에서 잘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외교기금화의 문제는 무엇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계나 연구기관들이 다른 나라의 ‘정부돈’을 쓰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기위 민간기구로 돼 있는 재단의 돈까지 정부기금화하려는 것은 방향을 잘못 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교류재단이 벌여온 사업들도 지나치게 한국학, 그것도 한국어 교육에 치우쳐 있다. 그런 풀뿌리 한국학도 중요하나 보다 시급한 것은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직접 다루는 프로젝트별 연구지원 사업이다. 예를 들면 독도 문제 등 각국의 영토분쟁 문제, 동북아시아 역사연구 같은 프로젝트에 기금 지원을 하는 것이다. 국제해양법재판소의 박춘호 재판관은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될 경우 한국에 유리하지만도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은 벌써 네번에 걸쳐 재판 경험이 있고, 재판은 고난도의 기술적 작업이기 때문에 누구도 어디가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문제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각종 연구지원 사업이 당장 필요한 교류재단의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근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서 열린 고구려사 심포지엄을 교류재단이 지원한 것 같은 일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학술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 임춘웅 언론인
  • [日 독도주권 침해] “영유권 우리손에… 흥분 말자”

    “영토를 지키는 일에는 국민도 정부도 강해야 한다. 하지만 법적인 문제는 냉철한 논리로 판단해야지 뜨거운 가슴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박춘호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이 독도 대책을 세우고 있는 정부에 “어떠한 경우라도 냉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국민들이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당연한 애국심의 발로지만, 정부의 견문발검(見蚊拔劍·모기를 보고 칼을 뽑다)식 강경대응은 일본정부가 만세를 부르며 영유권 주장을 더욱 강화하도록 부추기는 ‘자살골’이 된다는 것이다. ●강경일변도 대응은 日 돕는 꼴 박 재판관은 최근 국정홍보처의 국정브리핑(news.go.kr)에 실린 기고문에서 “일각에서는 주한일본대사를 기피인물로 추방하라는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영토문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부각시키려고 50년 동안 노력해 거둔 것보다 더 큰 성과를 일거에 거머쥘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의 영유권 논리가 확고하니까 국제재판소에 가서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에도 “국제재판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국제법 규범은 국내법에 비해 훨씬 엉성한 데다 특히 영토분쟁에 관해서는 성문규범이 전무하고, 판례에서 나온 원칙이 몇 가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승소 확률이 100%가 아닌 한 우리 수중에 있는 영토를 가지고 재판소를 찾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옛 지도에 너무 열광하지 말아야 박 재판관은 얼마 전 보도된 ‘샌프란시스코 강화회의에 제출된 영국지도’에 대한 반응에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어느 학자가 그 지도를 힘들여 찾아내자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일본은 할 말이 없게 되었다.’고 쾌재를 불렀다.”면서 “그렇다면 그 지도를 찾아내기 전에는 우리 영유권 논리가 확립되어 있지 않았더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의 영유권은 우리가 확보하는 것이지 영국이 부여해 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그 지도에 열광하여 매달리면 우리 조상들이 구축해 놓은 영유권의 근거는 그만큼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민은 격분하면 분노를 분출해도 좋고 또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국민이 뜨겁고 강하게 나갈 때에도, 정부는 차갑고 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리가 고지를 점하고 있고 시간은 고지를 점한 쪽의 편인데, 우리 편에 있는 시간을 잘라서 상대편에게 안겨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2)일본의 끝나지 않은 해양 정복욕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2)일본의 끝나지 않은 해양 정복욕

    아, 우리가 즐겨써 온 그 ‘현해탄’이란 이름 조차도 큐슈 북부의 특정 해변에서 비롯된 것이니, 식민 극복이 만만치 않음을 새삼 가슴으로 느낀다. 독도는 이같이 거대한 해류 위에 돌출된 시금석이리라. 독도를 독도 문제로만 국한할 경우, 결코 해양 패권의 세계사적 드라마를 읽지 못할 것이니,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어도 제국의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알 일이다. 지난 10일. 일본 시마네현의회 총무위원회가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한다는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대통령과 한국 외무부가 아무리 ‘내 마누라론’을 주장하고, 침묵으로 묵살하고, 소극으로 일관해도 일은 끝내 벌어진 것이다. 사실 흥분할 것도 없다. 사태는 예정된 수순을 따랐을 뿐이므로. 주한 일본대사의 당당한 영유권 주장, 아사히신문 경비행기의 독도 진입작전, 게다가 한승조·지만원을 비롯한 국내 극우인사들의 맞불작전까지, 돌이켜 보면 우연은 하나도 없다. 영토분쟁을 표면화시켜 국제사법재판소로 끌고가기 위한 일본 지도부의 야욕이 마각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19세기 에도막부, 홋카이도 식민화 ‘다케시마’ 주장은 망언이 아니며, 망언은 실제로 없으니 망언이란 말을 써서도 안된다. 체계적이며, 장기지속적인 심대한 해양정책에서 비롯된 국가의지의 또다른 표현일 뿐 결코 돌출발언은 아니다. 일본의 노골적인 행태는 가히 고삐 풀린 망아지 수준이되, 관·민 합동으로 질서정연하게 치고 빠지면서 주연·조연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등 화려한 연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시네마현의 조례 제정을 일본 정부가 만류했다고 하나 전혀 믿을 게 못된다. 양동작전일 뿐이다.‘식민지근대화론’의 미몽에 취해 선전·선동을 일삼던 지식인들을 비롯, 차제에 지난 수백년간 일본이 아시아 바다에 남긴 족적을 단계적으로 살펴 감고계금(鑑古戒今)의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19세기에 에도(江戶) 막부는 ‘숲속의 사람들’ 아이누족의 영토였던 북해도, 즉 홋카이도를 식민화한다. 일단의 식민경영 세력이 ‘숲의 섬’을 치고 들어갔다. 그 후 100여년이 지난 오늘, 보호구역에 갇힌 ‘아메리카 인디언들’처럼 아이누들은 박제화되어 일본에서도 차별받는 2만여명의 혼혈아로 잔존할 따름이다. 일본은 홋카이도에 이어 사할린으로 손길을 뻗친다. 러시아와 북방 4개 도서 반환문제로 시끌벅적하지만, 사실 러시아도 북방 영토에 대해서는 논할 자격이 없는 나라다. 차르 시절, 코사크 기병대를 앞세워 동진을 거듭해 사하·축치·에벤키·캄챠달 등이 살던 시베리아를 식민지로 만들었던 그들 아닌가. 일본은 이어 남쪽의 류쿠(우리측 사료에는 유구로 기록됨)를 병합한다. 오키나와는 일본이 붙인 이름이고 본래는 류쿠국이었다. 독립 왕국으로 중국은 물론 조선과도 문물교류를 활발히 하며 조공·중계무역에 힘써 문화가 크게 번성한 나라였다. 무역선 활동 범주가 동아시아는 물론이고 인도 등 서남아시아까지 뻗친 해상국가였다. 그러나 도쿠가와 바쿠후 성립 6년째 되던 1609년 규슈 남부의 번주인 사쓰마한(薩摩藩)은 3000군사로 류쿠를 점령한다. 단, 정략적 입장을 취해 국제무역에서 엄청난 차익을 남기는 사탕수수 같은 경제적 수탈은 감행했으면서도 정치적으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수준에서 방관·조절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후 류쿠는 일면 일본에 수탈당하면서도 중국에 조공의 예를 갖추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불행한 역사의 시작이다. 사실 사스마한의 점령 이전에도 류쿠는 왜구의 노략질에 시달려 왔으니, 류쿠와 일본의 악연은 해묵은 것이다. 그러던 일본은 1879년 드디어 ‘류쿠 처분’을 단행한다. 이로써 독립왕국 류쿠는 오키나와현으로 강등되어 일본에 병합된 이래 오늘에 이른다. 이처럼 일본의 해양식민화 정책은 전략적 포석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집요하게 기다리며 정확히 잡아먹을 시기를 노리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日정부, 남양군도 침략행위 전면 부정 1874년 청·일전쟁의 전후 보상으로 타이완을 챙긴 것은 교과서에 나온 상식.‘대륙 중국’이 타이완을 팔아넘긴 셈이 되었지만 사실은 그 중국이 타이완을 팔아넘길 자격이 있는지도 되물어야 한다. 타이완에는 푸젠(福建) 등 남부에서 이주해 온 중국인도 많았지만 이른바 타이완 원주민인 토착 타이완족이 살고 있었다. 일본의 타이완총독부가 설치되면서 그들의 운명 역시 아이누처럼 박제화되고 만다. 타이완총독부에서 갈고 닦은 식민경영의 노하우가 이후 고스란히 조선총독부로 전수되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일본의 해양식민화가 홋카이도, 사할린, 류쿠, 타이완 같은 섬 정도에 그친 것은 아니다.1919년 파리강화회의 결과 일본은 사이판, 괌 등이 속한 이른바 남양군도를 자치령으로 분배받는다. 세계열강의 태평양 분할정책에서 그 지분을 챙긴 것. 남양군도는 서태평양 적도 이북의 작은 섬인 미크로네시아의 동쪽 끝 카리바시와 서쪽의 괌을 제외한 엄청나게 드넓은 바다.19세기말 이래로 독일이 지배하다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일본의 남양제도 위임통치령이 되었고,1947∼1986년에는 국제연합의 위임을 받은 미국의 태평양 신탁통치제도가 되었으니, 태평양은 태평과는 무관한 격동의 바다였다. 일본인들은 남양군도로 들어가 설탕, 술, 수산가공품 같은 사업을 펼쳤으며 한때 사이판의 일본인이 10만을 헤아리기도 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패전 후 최초로 오는 6월 극우인사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를 대동하고 남태평양의 미국령 사이판을 찾아 일본군 전몰자들을 추모할 계획이다. 남양군도에 대한 침략행위의 전면 부정이 자행되고 있으며, 그 선봉에 일왕이 선 격이다. 당연히 대표적 극우언론인 산케이는 일왕의 사이판 방문 소식에 ‘감격해 하며’ 이를 전면에 도배하는 충성을 과시했다.‘위령의 여행’으로 묘사하면서 ‘남양군도’를 지배하던 향수를 노골적으로 되살려 낸 것이다. 팔라우의 수도인 코로(Koror) 외곽으로 빠지다 보면 코발트빛 바다 위에 ‘아이고 브리지’가 떠있다. 머나먼 팔라우까지 징용왔던 한국인들이 기아와 고통 속에 ‘아이고’를 연발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오죽하면 ‘아이고다리’로 명명되었겠는가. 정신대로 끌려온 나이 어린 여성들이 하루에 수십명씩의 일본군을 상대하며 피를 토하고 죽어간 남양군도로 ‘신의 아들’이 ‘위령 여행’을 떠날 것이 분명한 즉, 야스쿠니신사 참배에서 격을 높여 다시 대양으로 진출하는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이른바 태평양전쟁이라 칭한 데서 알 수 있듯 세계대전의 본질은 해양패권의 각축이다. 일본은 실질적이고도 직접적으로 사이판과 괌은 물론 필리핀, 팔라우, 티니안, 얍, 뉴기니 같은 섬, 그리고 서진을 거듭하여 인도네시와, 말레이시아 등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식탐을 과시했다. 우리의 인식은 대륙 지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일본의 아시아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해양이라는 거대한 또 하나의 영토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기다리다 덮치기… 집요한 日 해양정책 일본은 세계열강의 해양 재편성에 기초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는 국제해양법 신질서에 매우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남쪽으로 눈길을 돌려 기왕에 문제가 되어온 조어도, 일명 센카쿠열도 문제로 중국과 심각한 해양분쟁을 일으킨지 오래다. 미래의 해양자원을 염두에 넣는다면 일본이 조어도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너무도 확실하다. 남쪽으로 눈을 돌려 손톱만 한 바위에 불과한 오키노도리시마(沖鳥島)로 명명하고 자기 영토에 포함시켰다. 해양과학자들까지 동원해 섬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 침대만 한 섬 하나에 290억엔을 퍼부었다. 이로써 자신의 영토(38만㎢)보다도 넓은 40만㎢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확보하게 된 것. 나아가서 태평양 복판에 떠있는 미나미도리까지 영토로 선포했다. 이렇듯 일본은 해양 영토에 관한 욕망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러니 독도가 어찌 그들의 눈독에서 빠질 수 있었으랴. 이런 만행이 대중국 포위전략 측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의 암묵적 동의 없이 가능할까. 미국 역시 ‘해양제국’이다. 일제의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이 태평양전쟁에 개입하는 단서가 마련되지만, 기실 일본과 미국이 가쓰라-테프트밀약을 통해 섬 국가인 필리핀과 반도국가인 한반도를 ‘빅딜’하는 국제적 공모에 가담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날 미국의 직·간접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태평양의 섬은 거의 없다. 태평양은 공해가 분명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대주주’행세를 하고 있다. 오키노도리시마와 미나미도리는 남양군도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일본이 만들어낸 ‘바다 땅따먹기’의 야심작이 아니겠는가. 근래 일본 정부는 해양권 확보에 노골적이다. 경제산업성, 외무성, 국토교통성 등이 주동이 된 연락회의가 공개적으로 열린다. 숨길 게 없다는 식이다. 독도 영유권까지 인정받는다면 일본은 전체적으로 405만㎢의 배타적 경제수역, 즉 일본 영토의 10배를 뛰어넘는 방대한 해양영토를 확보하게 된다. 제주도 한경면에는 일본군이 옥쇄를 대비해 만든 거미줄처럼 얽힌 가마오름땅굴이 있다. 버려졌던 이 땅굴은 한 개인의 희생적 노력으로 현재 평화박물관이 되어 있다. 이곳 이영근 관장은 “현재 공개된 굴은 극히 일부로, 모두 바다를 향해 포신을 겨누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땅굴에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와 일본군 알트르비행장을 벗어난 송악산 해변에도 미군기를 겨냥했던 동굴들이 줄지어 있다. 태평양전쟁의 구체적인 해안진지가 한반도 곳곳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같은 ‘평화’라도 韓·日 인식 달라 가미카제 특공대가 출격을 감행했던 규슈 남쪽 가고시마현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지란(指宿) 바닷가에도 같은 이름의 ‘평화관’이 존재한다. 그러나 소년병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모정을 빙자한 최루성 역사 회고만 존재할 뿐 전쟁 자체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같은 ‘평화’를 거론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인식차는 상상을 초월한다.‘제국의 바다’를 잊지 못하는 일본의 추억만들기가 계속되는 한 ‘현해탄’의 파고도 계속 높아질 것이다. 아, 우리가 즐겨 써온 그 ‘현해탄’이란 이름조차도 규슈 북부의 특정 해변에서 비롯된 것이니, 식민 극복이 만만치 않음을 새삼 가슴으로 느낀다. 독도는 이같이 거대한 해류 위에 돌출된 시금석이리라. 독도를 독도 문제로만 국한할 경우, 결코 해양 패권의 세계사적 드라마를 읽지 못할 것이니,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어도 제국의 바다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알 일이다. 해방 60주년, 일본은 20세기형 제국의 바다를 21세기에 다시 ‘신장개업’했다.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우선 청와대와 외무부의 공식 입장 및 향후 일정부터 듣고 싶다. 또 ‘내 마누라타령’으로 일관하면서 질질 끌려다니다 끝내 국제사법재판소 법정마당까지 끌려가 내 영토를 약취당하고 말 것인가.
  • [김홍신의 세상보기] 독도,진정 한국 땅이기 위하여

    [김홍신의 세상보기] 독도,진정 한국 땅이기 위하여

    참으로 소중한 추억 가운데 하나는 이틀 동안 독도에서 우리 땅의 냄새를 제대로 맛본 기억이다. 독도를 떠날 때 막사 앞 작은 화단에 꽃씨를 심어 놓고 왔지만 해마다 꽃이 피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우리 일행은 헬기로 수송한 방송장비를 설치하고 독도에서 생방송으로 태극기를 휘날리며 거침없이 당당하게 한국 땅임을 자랑했다. 바람이 하도 드세어서 헬기장 쇠말뚝에 밧줄을 걸어 내 허리춤에 묶은 채. 굳이 역사를 들추지 않아도 내 조국의 끝자락이 분명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 비밀문서로 분류된 외교문서 속에 그 날의 생방송을 트집잡는 항의문서가 포함돼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3·1절을 앞두고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주한 일본대사가 서슴없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억지소리를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가 실효적으로 영유권을 지배하기 때문에 기존의 무대응 입장을 유지한다.’고 했다. 우리 땅을 굳이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아도 우리 땅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틀’에서나 가능한 것이다.‘비상식과 기획된 음모’ 앞에선 효력이 상실되기 마련이다. 우리말에도 ‘억지가 논 서마지기보다 낫다.’고 하지 않았는가. 목적이 분명한 의도로 치밀하게 덤비는 일본의 집요함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정부 태도에 자존심 상한 국민이 많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유엔 해양법 제121조 3항에 ‘인간이 거주할 수 없거나 그 자체의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암석은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지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 1999년에 발효된 이른바 신 한·일어업협정에서 우리 정부는 독도를 제외함으로써 일본의 야욕에 빌미를 준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일본은 보란 듯이 일본 영토로 못박고 나섰다. 파도 치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암석인 오키노도리섬(가로 2m×세로 5m)에 300억원을 투입해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남한 반절 크기의 영해를 확보하기도 했다. 유인도는 2가구 이상의 인구가 거주해야 하고 식수와 수목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독도를 국제법상 유인도화하는 것이 정당방위일 것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서도의 벼랑끝 지점에 식수로 부족함 없는 샘이 존재하고 있다. 과거에 거주했던 어부가 개발한 것이다. 오래 전에 토끼를 방목하는 바람에 수목이 피폐해진 점도 국가가 독도 관리를 잘못한 탓 가운데 하나일 수밖에 없다. 산림 전문가의 소견에 따르면 화산섬에 구덩이를 파고 모진 해풍에 견딜 만한 수종을 개발해 이식하고 관리만 잘해 준다면 독도에 수목이 자랄 수 있다고 한다. 2가구 이상의 거주자 문제는, 독도 인근의 고급 어족자산 때문에 숙박시설과 판로만 확보되면 거주할 어부가 생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성금을 모아 매달 일정액의 지원금을 지급하면 거주자가 분명 생긴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일부에서는 독도에 선박해상관광호텔을 정박시키면 자연스럽게 경제활동이 일어난다고 한다. 선착장을 증설하고 잡종지 지번을 부여하면 그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점도 유념했으면 한다. 일본이 50년간 집요하게 주장하고 항의하는 까닭은 언젠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이기겠다는 수작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국제사법재판관 한 사람 키워내지 못하고 그럴 각오도 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본은 끊임없이 일본인 재판관을 배출했고 현 재판관도 마사코 왕세자비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문제는 한국의 분명하고 단호한 의지가 국제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땅이 분명하다면 무엇이 두려워 유인도화하지 못하며 무엇이 겁나서 국민들의 자유로운 입도를 꺼리는 것인가?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이라는 핑계가 옹색해 보인다. 같은 천연기념물인 마라도와 홍도를 한국인들은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 당당하지 않으면 훗날 무서운 재앙이 된다는 사실에 숙연했으면 한다. 우리는 자유롭게 독도 여행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싶다.
  • [월드이슈-中·日 영토분쟁] “아시아 패권다툼”…자원분쟁으로 확산

    [월드이슈-中·日 영토분쟁] “아시아 패권다툼”…자원분쟁으로 확산

    지난 10일 중국 원자력잠수함이 오키나와 인근 일본 영해를 침범, 일본이 중국에 공식사과를 요구하면서 양국간 긴장이 고조돼 중·일 갈등이 국제적 쟁점으로 다시 부상했다. 중국이 16일 서둘러 실수로 침범한 사실을 시인하고, 유감을 표명하며 일단락됐지만 분쟁이 재연될 소지는 다분하다. 중국과 일본간 영토분쟁의 핵심은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이다. 특히 양국간 경계해역에서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개발을 둘러싼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 문제 등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 패권을 둘러싼 라이벌 의식도 뿌리가 깊다. 역사교과서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 동남아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까지 양국은 사사건건 충돌을 계속하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중국과 일본은 1970년대부터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충돌을 계속해 왔다. 게다가 양국간 경계해역에서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단순한 영토분쟁 차원을 벗어나 자원분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동남아 지역은 물론 아시아 지역 경제나 정치적 패권을 놓고도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둘러싼 갈등은 양국간 역사문제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댜오위다오 분쟁 중국과 일본간 영토분쟁의 핵심은 댜오위다오의 영유권 분쟁이다. 올 초에도 두 나라가 이 섬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았었다. 갈등의 1차적인 씨앗은 석유자원이다.5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이 섬에서 1970년대 석유 매장이 확인되면서 양국간 영토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 모두 역사적인 근거를 들이대며 영유권을 주장한다. 중국 시민단체 회원들은 지난 20년 동안 수시로 센카쿠열도에 상륙해 시위를 벌여왔다. 양국간 갈등이 고조된 지난 3월에는 중국인 7명이 이곳으로 이동,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강력히 대응, 해안경비대가 이들을 모두 체포해 오키나와까지 압송 조사한 뒤 강제추방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이후 센카쿠열도분쟁은 일단 수그러진 분위기다. 지난 70년대 말부터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에 대해 “다음 세대가 이 문제를 풀도록 하자.”던 중국이 태도를 바꾸자 일본도 강수로 맞선 것이다. ●춘샤오 유전, 자원확보분쟁 가열 동중국해의 중국·일본 중간수역에서 벌어지는 천연가스 확보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의 춘샤오(春曉) 천연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다. 일본과의 경계해역에서 불과 5㎞ 떨어졌다. 중국은 이미 1986년 해저지질조사를 통해 일본과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중간지점을 넘어서까지 엄청난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되어 있음을 파악했다고 일본은 본다. 일본측은 사실관계를 중국측에 문의하는 한편 상세 데이터 제출을 재차, 삼차 요구했으나 중국은 공동개발 제안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과 중국 정부는 99년부터 ‘해양법문제에 관한 중·일 협약’ 체결 협상을 시작했지만 이것도 진전이 없다. 따라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7월부터 중간선의 일본측 해역에서 천연가스 및 석유 매장량 파악을 위한 자체 지질조사를 진행해 연내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부터 네덜란드 로열 더치 셸과 공동으로 춘샤오 가스전을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얼마전 로열 더치 셸이 철수를 결정, 이 과정에 일본이 개입했다는 설이 제기되면서 양국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섬이냐, 바위냐도 팽팽한 갈등 두 나라는 또 동중국해 EEZ 설정과 관련, 오키노도리시마를 놓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도쿄에서 남쪽으로 1700㎞ 떨어진 일본의 최남단 영토로 폭·높이가 불과 몇 m인 바위섬이다. 일본은 이를 섬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바위’라고 반박한다. 국제해양법에서 섬은 경제수역 설정의 근거가 되지만 바위는 못되기 때문이다. 이런 양국간 영토분쟁은 자칫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양국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 9월 중국을 가상적국으로 한 세가지 시나리오를 마련, 대비하고 있을 정도다. taein@seoul.co.kr
  • [열린세상] ‘도량의 정치’를 배워라/강형기 충북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구막부군(舊幕府軍) 부총재 에나모토 다케아키(夏本武揚)는 8척의 군함에 2000여명의 반정부군을 태우고 에도만(江戶灣) 시나가와(品川)기지를 은밀히 탈출했다. 목적지는 홋카이도의 하코다테. 막부 충성파들을 홋카이도로 모아 공화국을 수립하고 힘을 키워 메이지(明治) 정부를 타도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일부에서는 신 정부군에 저항하던 지방세력들이 있긴 했지만 그러한 세력도 대부분 항복해버린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불모지 홋카이도를 개척하여 곤경에 빠진 막부의 추종자들을 위한 터전을 마련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에나모토를 토벌하기 위한 정부군이 하코다테에 진입하면서 치열한 전투는 시작되었다. 삭막한 홋카이도에서 턱없이 부족한 물자와 지친 패잔병들을 데리고 정부군과 대치한 지도 벌써 7개월째. 승산도 없는 전투가 계속되면서 새 공화국의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고 있었다.8척의 함선을 모두 잃고 이제 남은 3개의 거점도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는 에나모토에게 토벌군 대장 구로다 기요다카(黑田淸隆)가 항복을 권해왔다.“관대한 처리를 할 것이니 무익한 저항을 중지하라.”는 것이었다. 에나모토는 답장을 보냈다.“뜻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끝까지 싸워 뜻을 보전하겠다. 다만, 다음 두 가지 사항은 부디 들어주기 바란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관대히 처리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전쟁으로 소실되어서는 안 될 귀중한 책의 원고를 보내니 부디 일본을 위해 활용해주기 바란다.” 반군대장 에나모토는 자신이 네덜란드에 유학했을 때부터 애독하던 책 ‘海律全書’의 원고를 “내 몸은 없어지더라도 이 책은 국가를 위해 남겨야 한다.”며 토벌군 대장에게 보냈다. 국제해양법과 외교에 대한 지식은 섬나라 일본이 살아가는 데에 절대적인 무기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후의 결전은 치열하고도 참혹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용맹한 부하들은 하나 둘씩 죽어갔다. 이런 가운데 정부군 대장 구로다가 “오랜 진중 생활에 얼마나 노고가 많습니까? 둘도 없는 귀한 책을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내 주신 책은 천하에 공포하여 큰 뜻에 부응하겠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술 다섯 말을 보내 왔다. 에나모토는 지친 병사들에게 술잔을 돌렸다. 지친 그들을 위로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최후의 결별을 위한 자리였다. 그는 이미 “부하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죽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부하들을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항복한 에나모토는 전쟁포로로서 감옥에 갇혔다. 최후까지 저항한 반란군 수괴 에나모토에 대한 재판에서 사형은 당연히 예측된 것이었다. 그러나 에나모토의 구명을 위해 제일 먼저 나선 것은 그를 토벌한 대장 구로다였다. 그들은 서로 목숨을 걸고 전투를 했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목적은 같았기에 서로를 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구로다의 구명운동은 주효했고, 이후 에나모토는 메이지 정부에서 해군장관, 체신부 장관, 농상공부장관, 외무부장관 등을 역임하면서 메이지 시대 최고의 행정가로 수완을 발휘했다. 아시아의 작은 국가 일본을 세계의 국가로 도약시킨 배경에는 이처럼 인재를 등용하는 메이지 지도자들의 도량(度量)이 있었다. 도량의 정치는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를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한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재가 필요한 자리에 등용되어 능력을 발휘하는 사회는 번영한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재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대단한 일은 인재를 알아보고 등용하는 것이다. 도량의 정치는 대의(大義)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운 사이라 할지라도 지향하는 목적이 같다면 그 수단은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다. 그러나 목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그 수단을 조정하기란 정말 어렵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최근 우리 사회와 정치가 이런 모습으로 가고 있다.‘나는 저 사람이 싫다. 그래서 저 사람이 하는 일은 다 싫다.’는 식으로 정치와 정책을 평가하는 위기의 사회가 되고 있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명예회장
  • 中­-日실무회담 영토분쟁 2라운드

    中­-日실무회담 영토분쟁 2라운드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다툼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가스전 개발 자체보다는 영토분쟁의 속성을 띠고 있다. 두 나라는 25일 베이징에서 분쟁 해소를 위한 국장급 실무회의를 열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10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담에서 양측은 상호 접촉을 계속하고 2차회담을 갖기로 했지만 엇갈린 시각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한치의 양보없는 설전 일본은 중국의 춘샤오(春曉) 가스전 개발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했다. 중국이 가스전을 개발하면서 일본쪽 해상 광구까지 손댈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에서다. 실제 중국 석유그룹의 한 웹 사이트에는 일본쪽 광구까지 포함된 프로젝트 내용이 떴다가 지워졌다. 중국은 일본이 염려할 일이 아니라며 가스전 개발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프로젝트에 일본쪽 광구가 포함됐느냐는 일본측 질문에 중국은 “그쪽 광구를 개발할 권리가 있으나 아직 ‘실질적인 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고 모호하게 밝혔다. 중국은 오히려 일본이 가스전 개발에 함께 참여하면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 중국 주도의 컨소시엄에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특히 일본측 의심은 지난해 9월 미국 및 네덜란드계 ‘로열 더치 셸’ 그룹 등이 컨소시엄에서 빠지면서 증폭됐다. ●영토분쟁의 연장선 양측의 시각차는 연초 어업권 협상에서 드러난 영토 분쟁의 연장선에 있다. 일본은 유엔의 해양법에 따라 동중국해에서 배타적인 200해리 경제권을 적용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중국해가 200해리를 적용할 만큼 넓지가 않아 양쪽 영토로부터 가운데 지점을 해상 경계로 삼자는 게 일본의 입장이다. 이같은 중간선을 적용하면 춘샤오 가스전은 중국쪽으로 4㎞ 지점에 있다. 일본의 걱정은 중국의 가스전 개발에 일본쪽 광구까지 포함하고 있느냐 여부다. 때문에 수치를 포함한 프로젝트의 세부안을 요구했다. 앞서 7월에는 춘샤오 가스전 주변에서 독자적인 조사에 나섰다. 중국은 수심이 얕은 대륙붕이 끝나는 지점을 양측의 경계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중국의 배타적인 수역은 일본이 주장한 중간선을 넘어 오키나와 현까지 이른다. 일본이 춘샤오 주변에서 조사작업을 펼친 것도 일방적인 행위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에너지 확보가 발단 이번 분쟁은 고유가 등에 따라 에너지 확보가 시급하다는 양측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고도성장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급증했고 동중국해의 대륙붕을 개발할 필요를 느꼈다. 대륙붕은 수심이 얕아 가스전 개발에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일본도 중동에 대한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대체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당장은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중국이 춘샤오 가스전 개발을 빌미로 동중국해 대륙붕을 독차지하게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일본 외무성 관리들은 “중국은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다.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말해 외교적 마찰로 비화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자민당을 중심으로 일본내에서 대중 강경론이 대두될 것으로 보여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둘러싸고 냉각된 양국 관계가 더 얼어붙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도 26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가스전 개발은 일본과 논란이 되는 수역이 아닌 중국 영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강경 입장을 재확인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2)신화와 과학이 만나는 이어도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2)신화와 과학이 만나는 이어도

    섬을 찾아가고 있다. 하나는 ‘신화 속의 이어도’, 다른 하나는 ‘과학 속의 이어도’이다. 이름은 같되, 역할이 다르고 취할 바도 다르다. 어느 쪽이 더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신화와 과학이 이처럼 절묘하게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세계 해양사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먼저, 신화 속의 이어도를 찾아가 본다. 이어도는 제주도에만 있는 섬이 아니다. 처처불불(處處佛佛)처럼 곳곳에서 이어도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어도를 만난 사람은 어쩜 이 세상으로 되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곳이 피안(彼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꿈에 취하고 싶은 사람들은 메트로폴리스의 뒷골목 허름한 술집, 그도 아니면 영화관에 앉아서라도 꿈을 꾼다. 자본의 시대는 민중의 이상향마저도 오로지 상품으로 환치시킬 뿐이다.‘혁명’은 꿈 속에서도 불가능하고,‘개혁’은 구두선으로 되뇌일 뿐이다. 삶은 늘 현실에 차압당한다. 그래도 이상향을 포기하지는 못한다. 모진 현실을 벗어나 어딘가 ‘지상낙원’이 있을 것만 같다. 옛날에도 그랬다. 가령 보이지 않는 섬 따위에 이상향이 있을 것만 같다.‘그 섬에 가고 싶다.’고 누구나 생각했으나 정작 그 섬에 가본 이는 없었다. 천년의 이상향, 이어도였다. ●가 본 사람 없는 피안의 섬 조선 후기에 변란이 그치지 않았을 때, 해도출병설(海島出兵說)이 떠돌았다. 이름 모를 남쪽 섬 어딘가에서 기마(騎馬)가 벌떼처럼 일어나 한양을 들이친다는 유언비어가 장안을 덮쳤다. 화들짝 놀란 벼슬아치들 가운데는 실제로 도망친 사람도 있었다 한다. 현실을 전도시키는 유언비어의 놀라운 힘! 그 시대를 예언하는 묵시록이 파도를 타고 뭍으로 전해졌다. 바닷가 사람들에게는 모든 희망과 절망이 바다로부터 온다. 산너머 남풍 부는 곳에 이상향이 있다면, 섬사람들에게는 수평선 저 너머 미궁의 바다속에 이상향이 있다. 마라도 남서쪽 물마루 너머에 평화의 땅, 환상의 땅, 이어도가 숨어있다고 믿어왔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마라도 남서쪽의 수중 암초가 이어도란다. 비단 우리에게만 섬에 유토피아가 있는가. 플라톤이 ‘대화’에서 언급한 이래로 오랜 세월 서양인의 꿈이 되어버린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도 바다 속에 잠들어 있다. 아틀란티스를 찾으려는 무수한 노력들이 하나의 새로운 학문, 즉 아틀란티스학(Atlantology)을 출현시키기에 이른다. 그러나 아틀란티스는 여전히 미궁의 바다에 머물고 있다. 꿈과 약속을 이뤄 주던 이상향은 천년을 뛰어넘는 하나의 기호로 각인돼 유전인자로 전승될 뿐이다. 그 이어도는 오늘도 남태평양으로 열려진 바닷 속에 잠들어 있다.‘이어도학’(Ieodology)이 출현할 단계이다. 이제, 또 하나의 이어도를 찾아가야 할 차례다. 신화와 과학이 만나서 새로운 이어도를 탄생시켰다.‘전설의 섬 이어도에 우뚝선 첨단 해양과학기지’란 설명이 붙은 한국해양연구원(KORDI)의 이어도종합해양과학기지(Ieodo Ocean Research Station)가 그 곳이다. 신화는 현실일 수도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해도에 소코트라 등으로 명기된 이어도의 실체가 드러났다. 마라도에서 남서쪽 149㎞ 떨어진 수중 암초로, 주변 수심은 55m, 암초의 정상은 해수면에서 4.6m에 불과하다. ●수중 암초에 해양과학기지 들어서 이곳에 무려 1220t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 기둥을 박았다. 수심 40m 해상에 15층 높이,400평 규모의 기지가 들어섰다. 연구원 8명이 2주간 상주할 수 있다. 당연히 선박 접안시설과 헬리콥터 이착륙장, 등대시설, 통신 및 관측시설, 실험실과 회의실도 마련되었다. 해양·기상관측장비 44종 108점이 설치되어 가히 종합연구센터의 면모를 갖추었다. 관측 자료는 무궁화위성(KOREASAT)과 글로벌스타(GLOBALSTAR)를 통해 한국해양연구원으로 전송된 뒤 인터넷을 통해 사용자에게 실시간 제공되고 있다. 지난해 14호태풍 매미가 엄습했을 때, 상륙 10시간 전부터 위력을 경고해 자연재해 감소에 큰 역할을 했음은 세간에 잘 알려진 사실. 이어도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심재설 박사는 과학기지의 역할을 ▲종합해양▲기상관측소, 인공위성에 의한 해양 원격탐사자료 검·교정▲지구환경변화의 핵심자료 제공▲태풍구조 및 특성연구▲어·해황 예보 및 지역 해양연구▲황사 등 대기오염물질 이동 및 분포파악▲불량한 기상 상태에서 해양구조물의 안전성연구▲안전항해를 위한 등대 및 수색 전진기지 역할 등으로 꼽았다. 기지의 역할은 과학적 목적을 뛰어넘어 국방·영토상으로도 중요하다. 비행기에서 바라보면 망망해대에 작은 점 하나로 보인다. 수중 암초가 과학기지건설을 통해 하나의 섬으로 ‘승격’되었다. 사람이 상주할 수도 있다. 국제해양법상으로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200해리 해양주권시대에 저마다 해역을 넓히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당에 이어도 같은 수중 암초가 망망대해에 존재하고, 이곳에 기지를 건설할 수 있게 된 사실을 우리는 조물주에게 감사드려야 한다. 모든 것은 원격 관측제어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우주와 해양이 하나로 연결되고, 또 육지로 전달되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다. 첨단 과학기술의 노하우가 총동원되고 있다. 사실, 수심 40m의 거친 바다에 수천 t이 넘는 거대한 골리앗 기둥이 당당하게 선 것만으로도 우리의 기술력을 입증한다. 연구 실무자들은 이들 고급 장비의 도난을 걱정했다. 늘 사람이 지킬 수 없어 망망대해라도 ‘해적’들이 들이닥칠수 있다는 걱정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격제어로 조정,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설치하기도 했다. 기지를 건설하려 했을 때, 중국 등이 까닭없이 반발하기도 했다. 그만큼 해역 주권의 이해득실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신화의 바다에서 과학의 바다로 나아갔으니 감개무량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어도가 실제로 확인되었다고 이상향의 꿈이 끝난 것일까. 달나라가 그랬다. 유인우주선 아폴로가 우주인을 내려놓자, 사람들은 더 이상 계수나무와 방아찧는 토끼는 사라졌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그 ‘우주선신화’로 ‘달나라신화’는 영영 소멸된 것일까. 프랑스의 레비스트로스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신화는 인간에게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물리적인 힘은 주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신화는 매우 중요한 것 하나를 주었습니다. 그것은 환상이었지요. 환상을 통하여 인간은 우주를 이해합니다. 물론 환상에 불과할 뿐이지만 말입니다. 과학적인 사고관을 가진 우리지만 매우 제한된 정신력만을 사용할 뿐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탐라 백성이 꿈꾸던 ‘4차원의 현실’ 궂은 일을 하다보면 지문이 닳아 없어진다. 그러나 지문을 영원히 없앨 수는 없다. 민중이 천년을 꿈꾸어 온 이상향의 지문도 그대로 남는 법. 탐라 백성이 꿈꾸던 이상향인 이어도는 가상 공간이며,4차원의 ‘사이버 현실’이다.‘사이버 현실’이 현실과는 구별되지만, 민중은 환상 속에서나마 현실을 보고싶어 한다. 이어도는 현실과 환상을 이어주는 ‘유토피아행 티켓’이다. 그러면 과학은 무엇인가. 그리고 신화란 무엇인가. 신화가 던져주는 환상은 과학의 환상과 화려하게 만날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양자는 영원히 다른 화두이기도 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우리는 신화와 과학이 만나는 이어도에서 2개의 섬을 얻은 것이다. 영원히 미궁의 섬으로서 남아 있어야할 ‘신화 속의 이어도’, 그리고 현실에서 수면 위로 솟구친 ‘과학속의 이어도’가 그것이다. 신화와 과학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환상적이지 않는가.
  • 盧대통령 서류 대신 ‘노트북 회담’

    노무현 대통령은 오는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첨단 모습을 선보일 것 같다.노 대통령은 서류뭉치 대신에 노트북 한 대만 갖고 정상회담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진다. 노트북에는 러시아 관련 자료가 총정리돼 있어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눌 대화,협상 전략이 화면에 뜨게 돼 있다고 한다.전자 펜으로 화면에 글씨를 쓰면 내용이 자동으로 저장되는 ‘태블릿 PC’다.이동성이 뛰어나고 다재다능한 최신형 노트북이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여객기 두 대 동시 추락(8월 24일)과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 학교 테러참사(9월 3일) 이후 러시아를 방문하는 첫 외국정상이다.그런 만큼 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테러에 대한 얘기가 주요 화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에 단호히 대처한다는 의지가 북핵의 평화적 해결의지와 함께 공동선언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노 대통령 순방에 맞춰 열릴 예정이던 옥외의 ‘KBS 열린음악회’는 무기연기됐다. 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모두 실용주의자라는 점에서 정상회담은 외교수사보다는 핵심을 바로 다루는 형식으로 진행될 것 같다.회담 의제는 경제협력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5년을 끌어오고 있는 TKR,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사업을 구체화하고,동아시아 에너지·자원협력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런 공식적인 의제 외에 관심을 모으는 것은 ‘보물선’의 소유권이다.1905년 러일 전쟁 당시 침몰한 러시아 군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부근에서 발견했다고 동아건설이 지난해 밝혔었다. 돈스코이호는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으로 6200t급 철갑 순양함으로 금괴를 싣고 가던 중 침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침몰 선박이 돈스코이호로 확인될 경우 논쟁거리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유엔 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는 침몰선에 대한 소유권 규정이 없어 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군함의 경우 상선과 달리 국가 소유권 개념이 강해 발굴자가 소유권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지난 81년 쓰시마 근해 해저에서 러시아 발틱함대 보급선이었던 나이모프호 선체와 백금괴 17개를 발견했지만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하자,인양을 포기한 적이 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2)8·15단상-사시미와 우치다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2)8·15단상-사시미와 우치다

    ‘수사(壽司)’라는 간판을 내건 ‘사시미’집이 많다.‘횟집’보다 ‘수사’가 한결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일까.대개의 ‘수사’에서는 같은 ‘사시미’도 전반적으로 값이 비싸다.따지고 보면 ‘수사’란 ‘스시’로 읽으며,번역하면 초밥 정도에 해당된다.일식집의 대표격인 ‘수사’란 곳도 기실은 ‘초밥집’에 불과하다.어느 작은 ‘수사’에서는 ‘쓰키다시’가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갓 잡은 ‘아나고’는 기본이고 ‘우나기’까지 올린다.수제품 ‘와사비’가 입맛을 당기는데 ‘와리바시’로 ‘기코만 간장’에 살살 풀어서 ‘스시’에 발라먹는 맛이 그만이다.어디 ‘간수메’에 비할 것인가.대하(大蝦)도 펄펄 뛰는 ‘오도리’가 한결 맛있다.겨울철에는 ‘스키야키’와 ‘오뎅’,‘덴푸라’가 유별나다.여름에는 ‘히야시’된 ‘아사히 맥주’에 시원한 ‘복지리’가 또한 별미 아닌가.전복은 ‘해녀’들이나 ‘머구리’가 직접 잡았다.이 집의 유명한 삼치는 ‘스기’로 만든 배에 ‘모타’를 ‘장착’한 ‘나가시배’를 끌고 나가서 ‘앤카’를 박고서 ‘잇폰스리’로 낚아 올린다.불법인 줄 알면서도 ‘삼마이’를 간혹 쓰는데,싹쓸이하는 ‘고데구리’에 비하면 훨씬 낫다. ●‘지리’가 우리말 아닌가요? 의도적으로 만들어본 문장들이다.바다에 사노라면 일본말을 자주 듣게 된다.알아듣기 어려운 말도 어민들에게는 지극히 일상적인 말들이다.더러는 토착화해 ‘지리’나 ‘아나고’처럼 우리말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국어학을 전공한 박사에게 묻자,“지리,글쎄요.우리말 아닌가요?”하고 되물어 올 정도이니,일반인들은 오죽하랴.위의 따옴표 부분을 우리말로 한번 풀어보자. △사시미(さしみ)=회 △쓰끼다시(つきだし)=가벼운 안주 △아나고(あなご)=붕장어 △우나기(うなぎ)=뱀장어 △스시(すし)=초밥 △오뎅(おでん)=어묵 △스키야키(すきやき)=전골 △덴푸라(でんぷら)=튀김 △와사비(わさび)=고추냉이 △간수메(かんづめ)=통조림 △오도리(おどり)=산 새우 △와리바시(わりばし)=나무젓가락 △복지리(鰒じる의 변형)=맑은 복어국 △스기(すぎ)=삼나무(杉) △삼마이(さんまい)=삼중망 △고데구리=소형기선저인망 △잇폰스리(一本釣,いっぽんすり)=외줄낚시 △머구리(もぐり)=잠수부 정도다. 번역에 걸맞은 대응어가 미처 개발되지 않는 것도 수두룩하다.‘삼마이(三重網)’는 ‘세겹그물’이 맞을 터인데,이미 삼마이그물이 토착화되어 세겹그물이 오히려 생뚱맞다.누구나 쓰는 해녀(海女)는 사실상 제주도 본토에서는 쓰지 않던 말이므로 토착어인 잠녀가 맞다.‘모타(モ-タ)’는 ‘motor(모터)’의 일본식 영어이며,덴푸라는 포루투갈어에서 왔다.어민들은 더러 ‘닻’이라는 우리말을 두고 ‘앤카 박는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닻을 뜻하는 ‘anchor’의 일본식 영어 아닌가. 일반인들은 간혹 신문기사 등에서 생소한 그물 이름이 나오면 답답하다.예망(曳網),자망(刺網),건강망(建綱網),선망(旋網) 따위는 일본식 한자어다.흘림그물을 뜻하는 유망(流網)은 ‘나가시(ながし)’라고 불리며,‘흘리다.’는 뜻의 ‘나가스(ながす)’에서 비롯되었다.‘고데구리’나 ‘머구리’,낚시꾼들이 많이 쓰는 외줄낚시인 ‘잇폰스리’도 일본말이다.거개의 어로도구가 일본말이다.외관상 일본어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선착장,간석지,적조,방파제 따위의 해양용어도 일본산이다. ●바다는 아직도 日식민상태 ‘회(膾)문화’가 말하듯 ‘해양강국’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근대적 해운· 수산·항만,심지어는 국방용어까지 들여다 쓰고 있으니,참담하게도 ‘식민의 바다’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다.언어식민지를 청산하자는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문화적 종다원성 차원에서라도 토착용어를 써야 할 텐데,현실은 반대다.우리 스스로 근대를 ‘번역’하지 못하고 남의 손을 빌려서 ‘번역’해온 식민지의 여독 때문이다. 일본어도 외국어인데 이웃나라 말이 섞였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와사비’가 일본의 오랜 기호식품인 반면에 우리 조상들은 거의 먹지 않았음을 고려할 때,생경한 ‘고추냉이’보다는 ‘와사비’가 타당하다고 여기기도 한다.‘아사히맥주’나 ‘기코만 간장’도 상품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연히 원문 그대로 써야 한다. 문제는 주체성이다.동서양 구분없이 근대 모국어의 탄생과 확대과정은 ‘번역’을 통하지 않고는 성립될 수 없었다.그러나 한국사의 내재적 발전을 거치지 못하면서 해양과학기술과 생태환경용어에 이르기까지 ‘번역과 근대’의 주체성을 살리지 못한 채 오로지 직수입에 몰두해 왔다.새로운 과학기술이 도입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응어도 개발해야 하는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게다가 오랫동안 써오던 토착말까지 잃어버려 ‘아나고 먹자.’고 하면 알아듣는 사람도 ‘붕장어 먹자.’고 하면 “뭐?”라고 되묻기 일쑤다. ●일제시대 조선어류 연구학자, 우치다 식민 잔재는 바다 관련 학계의 책임도 크다.마침 8·15를 앞두고 ‘유리판에 갇힌 물고기’란 유리원판 사진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어느 젊은 연구자가 용기있게 쓴 ‘일제시기 조선산 어류연구와 우치다’란 글에서 놀라운 시사를 얻었다.‘제국의 바다,식민의 바다’라는 부제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전시회의 주인공인 우치다 게이타로(內田惠太郞)는 1896년생으로 도쿄제국대학 농림학부 수산과를 나와서 1927년 한반도에 들어온다.조선총독부 수산시험장 양식계 책임자로 15년을 근무하면서 우리나라의 바다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었다.그런 그가 1942년,수많은 연구 업적을 고스란히 한국에 둔 채로 규슈(九州)제국대학 교수로 자리를 잡아 돌아간다.1964년 이와나미(岩坡) 문고본으로 출간된 ‘치어(稚魚)를 찾아서’에서 한국에서의 연구 활동을 포함한 자신의 어류생활사 연구 경험을 소상히 밝히기도 한 그는 사실 한국어류사 연구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같이 근무했던 나카노(中野進)와 우치다 자신,그밖의 여러 인물들이 많은 유리건판을 남긴다.그 유리건판들이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 개인 소장가의 손에 들어갔고,그 소장 자료에 근거해 이번 전시회가 열리게 된 것. ●‘수산학 거목’의 도용 씁쓸 총독부 수산시험장은 광복 후 중앙수산시험장(1949),국립수산진흥원(1963),국립수산과학원(2002)으로 이어진다.이렇게 기관은 맥을 이어왔는데,어찌해서 조선총독부가 연구하고,실험하고,수집한 그 중요한 수산자료들은 모두 흩어지게 되었을까.총독부야 밉지만 그들의 업적은 잘 보존·관리·활용했어야 하는데 총독부시절에는 잘 관리되던 것이 광복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어쩌다 이렇게 개인의 전유물로 주물러지게 되었을까.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들이 남긴 ‘전리품’을 재활용하고,가공해 자신의 연구 성과로 둔갑시킨 정말 날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예전부터 학계에는 떠도는 소문이 있었다.우리나라 ‘수산학의 거목’으로 평가되는 분의 저술이 사실은 일본인들이 남긴 연구 성과를 슬쩍 해서 가공한 것이라는 얘기다.이 ‘거목’의 광복 이후 저술에서 총독부시절의 연구 성과를 요약·재정리하거나 표절을 뛰어넘는 도용 흔적마저 발견되고 있으니,이 얼마나 씁쓸한 일인가.그래서 서점에 나와 있는 물고기 관련 책자의 상당수가 이런 배경조차 모르고 이 ‘부정한 책’을 원전으로 인용하고 있지 않은가.이제는 그 ‘거목’의 저자가 우치다로 바뀌어야 마땅하다.전시회에 등장할 사진들을 미리 훑어보니 우치다의 어류연구가 고스란히 그 ‘거목’의 연구에 겹쳐지고 있다.식민잔재 청산은 바다에서도 미완의 숙제인 셈이다. 돌이켜보면,고종 26년(1889)에 체결된 한·일통상장정을 필두로 1908년 한·일어업협정,1909년의 한국어업법,1929년의 조선어업령 등을 통해 ‘제국의 바다’가 완성되어 갔다.일본인 어업이민을 부추겨서 일본인 어촌을 따로 건설하였으며,혹심한 약탈어업으로 일관한 게 바로 한일어업사다.1965년의 잘못된 한·일협정의 후과까지 남아 있는 데다가 ‘쌍끌이 사건’ 등에서 보았듯 우리의 어업권 대응도 시원찮다.일본의 끊임없는 독도영유권 주장도 속내를 들여다 보면 어업자원에 대한 일본인들의 주장이 반영된 결과 아니겠는가. ●日 ‘해양제국 건설’은 타산지석 ‘제국의 바다,식민의 바다’는 현재진행형이며 또한 미래형이기도 하다.한국과는 독도로,중국과는 댜오위타이(釣魚島)로 싸우면서,독립국이었던 유구국(琉球國)을 내부 식민지 오키나와로 ‘점령’한 일본의 끝없고,강력한 바다지향을 지켜본다. 대륙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한 고구려사 편입 음모가 노골화되고 있다면,해양에서는 ‘해양제국’의 온갖 팽창전략이 종횡으로 구사되고 있다.더욱이 UN 해양법협약이 발표되면서 일본의 바다는 한결 넓어졌다.남쪽 태평양으로 뱃길을 돌리는가 했더니,동해조차 일본해로 둔갑시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대시켜 가고 있다.바다에서 살아간다는 일이 단순히 개인사에 국한된 미시적 삶이 아니라,국제질서를 낳는 국가적이고 세계적인 생활임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어업권역이 줄어들면 어민들은 울상을 짓고,소비자는 비싼 값에 어류를 사먹거나,수입 고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으니 밥상머리에까지 성난 파도가 밀려옴을 어쩌랴. ‘사시미’와 ‘스시’를 먹으면서,8·15 광복절의 의미보다 ‘막바지 바다피서’를 얘기하고 있을지 모를 이 땅의 선남선녀들에게 ‘우리말 바다용어집’이라도 무상 제공하는 일은 이제 국가의 ‘의무’ 아니겠는가.‘지리’와 ‘아나고’를 우리말이라고 여기며 사는 이 시대의 숱한 ‘개인들’,지금 누가 그들만을 탓할 수 있으랴.
  • 외시2차 교과서 위주 출제됐다

    지난달 27∼29일 치러진 외무고시 2차시험의 당락은 ‘튀는 문제’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난이도는 무난했지만 과목마다 의외의 문제가 꼭 끼어있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수험가 관계자들은 이번 외시 2차시험이 ‘교과서 중심의 출제’였다는 데 입을 모았다. 외시 2차시험은 외시의 특성상 국제사회의 이슈를 주로 다루는 등 시사성이 짙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이번에는 시사문제보다 기본적인 이론을 묻는 문제가 다수였다.수험생 박모(30)씨는 “이라크 문제 등으로 외교적인 이슈가 어느 때보다 많아 시사적인 문제 출제에 대비했는데 문제는 교과서 위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경향은 영어 과목에도 이어졌다.시사적 지문보다는 비시사적인 지문이 많아 어휘력이나 표현력에서 점수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이 때문에 전반적으로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드물게도 계산문제가 나오는가 하면 국제법에서도 잘 출제되지 않던 ‘해양법’ 관련 문제가 나왔다. 또 쉬웠지만 논점을 잡기가 까다로웠던 문제들도 다수 있었다. 이 때문에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기존 출제경향에만 맞춰 공부한 수험생들의 경우 오히려 점수를 낮게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번 시험에 외교통상직에는 303명 가운데 292명이 응시해 96.4%의 응시율을 나타냈다.영어능통자는 16명 가운데 14명이 시험을 치렀다.2차합격자 발표는 오는 6월16일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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