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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튀·잠수·구속… 흑역사 넘치는 KBO 총재, 새 총재는 흑역사 지울까

    먹튀·잠수·구속… 흑역사 넘치는 KBO 총재, 새 총재는 흑역사 지울까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지택 신임 총재와 함께 새 여정을 떠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관중 감소, 리그 발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신임 총재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정 총재는 5일 야구회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정지택호의 출범을 알렸다. 정 총재는 취임 일성으로 “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다”면서 “야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도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임 총재의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총재는 코로나19 상황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원칙 하에 지속적인 리그 운영과 경기력 향상 방안 강구, 올림픽 우승, 리그 수익 개선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최근 야구팬을 허탈하게 만든 키움 히어로즈 사태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정 총재는 “일벌백계, 신상필벌의 원칙을 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KBO 규약이 정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격한 제재를 가하며 지켜나가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시대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새 총재의 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야구팬들이 야구발전에 공헌했다고 기억하는 KBO 총재는 몇 명 되지 않는다. 상당수 공기업의 낙하산 사장이 그러하듯 낙하산 인사로 오는 총재에게 열정을 갖고 일하는 모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연봉과 판공비로 수억원을 받지만 극단적으로는 놀고 먹는 ‘먹튀’가 돼도 자리가 보전되기도 했다. 존재감 없이 잠수한 총재, 구속된 총재, 단 25일 만에 떠난 총재 등 사연도 다양하다. 그만큼 일하는 모습 대신 흑역사로 남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언제부턴가 프로야구계가 씨를 뿌리는 사람은 별로 없고 수확만 하려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졌다”면서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의지도 없이 열매만 따 먹는 부류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당장 KBO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우선 통합마케팅의 갈 길이 멀다. 농구, 배구 등 다른 종목 연맹이 통합마케팅을 적극 추진하는 것과 달리 KBO는 몇 년째 지지부진하다. 인기의 불균형으로 구단별로 손익 계산이 다르고 몇몇 인기구단의 입김이 강한 탓이다. 농구와 배구 구단들이 리그 부흥을 위해 양보하고 단결해 추진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번번이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번번이 ‘엄중경고’ 등의 솜방망이로 지나갈 뿐인 징계, 반복되는 오심 논란 등 팬들의 눈높이 충족 문제도 남았다. 자생하는 산업구조 구축,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콘텐츠 개발 등 흑역사 없는 ‘일하는 총재’로서 신임 총재의 바쁜 움직임이 요구된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입시전문가 ‘메가스터디 남윤곤 소장’이 전하는 ‘2021 정시 지원’ 전략

    입시전문가 ‘메가스터디 남윤곤 소장’이 전하는 ‘2021 정시 지원’ 전략

    메가스터디학원은 오는 7일 2021학년도 수능을 치른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정시 원서 접수 직전 해설 방송(이하 ‘정해라)을 네이버 밴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진행한다고 밝혔다. 금번 진행되는 ‘정해라’ 라이브 방송은 대한민국 최고 입시전문가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 남윤곤 소장이 ▲2021 수능 결과를 분석 ▲수시 이월 인원에 따른 경쟁률 변화 ▲실시간 경쟁률 분석을 통한 지원 전략 등 정시 지원을 위한 핵심 포인트와 최종 점검사항 등을 날카롭게 짚어줄 예정이다. 메가스터디학원 관계자는 “특히 올해는 수험생 감소 및 정시 인원 증가로 인한 대입 환경의 변화가 실제 대입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시모집은 대입 합격의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원서 접수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며 “코로나19로 그 어느 해보다 혼란스러운 입시를 겪은 수험생들은 ‘정해라’ 방송을 통해 지원 전략을 잘 세워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정해라’ 시청은 네이버 밴드 어플 설치 후 ‘메가스터디 2021정해라 설명회’ 밴드에 가입해야만 시청 가능하며, 자세한 내용은 메가스터디학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메가스터디학원은 강남 팀플전문관, 서초 의약학전문관, 강북, 노량진, 신촌, 송파, 부천, 분당, 일산, 평촌 10개의 재수종합학원과 양지기숙, 서초기숙 2개의 재수기숙학원, 강북, 성북 2개의 재학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송정♥‘ 이승엽, 늦둥이 셋째 득남…“세 아들 아빠 됐다”

    ‘이송정♥‘ 이승엽, 늦둥이 셋째 득남…“세 아들 아빠 됐다”

    이승엽(45)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대사가 셋째 아들을 얻었다. 5일 이승엽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1월 4일 늦둥이가 드디어 나왔다. 세 아들의 아빠가 됐다. 책임감 가지고 더 열심히 건강하게 살겠다”고 득남을 알렸다. 이승엽은 2002년 모델 이송정(38)과 결혼해 2005년 첫째 아들 은혁, 2011년 둘째 아들 은준 군을 얻었다.이승엽은 득남 소식과 함께 “의료진분들 고생이 많다. 코로나19도 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한다. 모두 감사드린다”는 인사도 전했다. 한편 이승엽은 선수 시절 KBO리그 역대 최다인 467홈런을 때려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159홈런을 기록했다. 국가대표로도 2000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등을 획득하는 데 기여하며 ‘국민 타자’로 불렸다. 2017시즌을 마치고 은퇴했고, 현재 KBO 홍보대사와 해설위원, 이승엽야구장학재단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김하성 빠진 자리 ‘최고 유격수’ 계보 누가 이을까

    김하성 빠진 자리 ‘최고 유격수’ 계보 누가 이을까

    김하성이 미국 프로야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면서 프로야구 유격수 경쟁이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김하성이 떠난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하성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유격수였다. 지난 3년 연속 유격수 골든글러브 수상은 그의 위상을 보여 준다. 특히 지난 2년간 대체 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가 2019년 7.22(타자 전체 1위), 2020년 6.87(전체 2위)로 경쟁자의 추종을 불허했다. 키움 히어로즈는 강정호가 떠난 공백을 김하성이 메워 주면서 유격수 명가로 자리 잡았다. 프로야구 대표 유격수 계보는 초대 김재박(골든글러브 5회)을 시작으로 이종범(4회), 박진만(5회), 강정호(4회)를 거쳐 김하성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기존 최고 유격수가 기량 하락, 해외진출 등의 이유로 최고 자리를 내려놓을 때쯤 자연스럽게 등장해 세대교체를 이뤄 왔다. 지난 1일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떠나면서 최고 유격수 자리는 다시 공석이 됐다. 수비의 핵심으로서 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누가 승선할지도 관심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4일 “김재호(자유계약신분), 오지환(LG 트윈스), 노진혁(NC 다이노스)으로 압축될 수 있다”고 꼽았다. 이 중 김재호는 2015~2016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을 정도로 기량이 검증됐다. 다만 1985년생으로 나이가 많아 차세대로 보긴 어렵다. 오지환은 지난해 데뷔 첫 3할을 기록했고 두 자릿수 홈런도 때려냈다. 허 위원은 “오지환이 수비 범위도 넓고 강한 어깨도 있다. 타격도 상승 곡선에 있다”고 평가했다. 노진혁은 우승팀 유격수로서 올해 20홈런을 때렸고 100경기 이상 출전한 유격수 중 실책도 8개로 가장 적은 것이 강점이다. 도루 1위 심우준(kt 위즈)도 타격에서 조금 더 성장한다면 기대주로 꼽힐 수 있다. 여기에 고교 시절 뛰어난 타격으로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했던 하주석(한화 이글스)과 고졸 직후 시카고 컵스에 입단했을 정도로 특급 유망주였던 이학주(삼성 라이온즈)가 부상 없이 기량을 만개한다면 과거의 명성을 재현할 수 있다는 평가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코로나 블루’ 씻는 ‘환기 블루’

    ‘코로나 블루’ 씻는 ‘환기 블루’

    무수히 많은 푸른 빛의 점들이 동심원을 그리며 모였다가 저 멀리 심연으로 흩어진다. 끝 모를 광활한 기개와 태초로부터 이어져 왔을 신비로운 기운이 어우러진 장엄한 광경이 보는 이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푸른 색 전면점화 ‘우주’(Universe 5-IV-71 #200)가 생동감 넘치는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했다. 롯데백화점은 환기재단·환기미술관과 협력해 잠실 애비뉴엘 6층 아트홀과 롯데월드타워 동쪽 야외 마당에 ‘우주’를 입체영상으로 구현한 미디어 아카이브 전시를 마련했다. 김환기의 대표작 ‘우주’는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인 132억원에 낙찰돼 화제가 됐다. 1971년 미국 뉴욕에서 그린 작품으로, 크기 254×127㎝의 그림 두 점이 합쳐진 추상 점화다. 두 개의 공간이 하나의 우주를 형성하도록 구성해 조형적으로 완벽한 질서와 균형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환기 블루’로 일컬어지는 김환기 특유의 심오하고 매혹적인 푸른 색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정고은 롯데백화점 큐레이터는 “코로나 블루로 지친 이들이 김환기의 블루에서 희망을 찾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 앞에 설치된 미디어 큐브는 가로, 세로, 높이 각 6m의 정육면체 화면에 김환기의 ‘우주’를 입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내 작품은 공간의 세계란다.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 가지 생각하며 찍어 가는 점. 어쩌면 내 맘 속을 잘 말해 주는 것일까. 그렇다. 내 점의 세계…. 나는 새로운 창을 하나 열어 주었는데 거기 새로운 세계는 안 보이는가 보다. 오호라…”(1970년 1월 8일)라고 했던 김환기의 ‘새로운 세계’와 조금이나마 교감할 수 있는 기회다. 아트홀에서 진행되는 실내 전시는 ‘우주’를 미디어 영상으로 재해석한 프로젝션 매핑 공간과 김환기의 판화 작품, 작가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다룬 자료들을 소개하는 아카이브 전시로 꾸며졌다. 미디어 영상에선 무한히 펼쳐진 우주가 점으로 흩어지고 다시 모여 김환기의 ‘우주’로 완성되는 과정이 5분간 펼쳐진다. 전시장 입구에 5개의 TV 화면에 담아 가로 5m로 길게 배치한 ‘우주’는 경매에 내놓기 전까지 작품을 소장했던 김마태 박사의 거실에 걸려 있던 형태를 재현한 것이다. 유희열, 루시드폴, 페퍼톤스, 권진아 등 안테나 소속 음악인들이 오디오 작품 해설에 참여했다. 전시는 오는 2월 15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장르가 된 ‘안방 1열’… 언택트 무대 더 넓혀라

    장르가 된 ‘안방 1열’… 언택트 무대 더 넓혀라

    코로나19는 관객과 마주보고 소통하는 것이 당연했던 무대의 경계를 흐트러뜨렸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웃고 소리치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뜨린 공연계는 완전히 새로운 무대와 객석을 고심했다. 갑작스런 도전이었지만 단순히 공연 실황을 영상화하는 것을 넘어 그동안 없었던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를 통해 언택트 콘텐츠라는 또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가요계는 온라인 콘서트와 팬미팅을 ‘뉴노멀’로 자리잡도록 발빠르게 움직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초반에는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대체재로 온라인을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대등한 선택지로 여겨진다. 트렌드는 전 세계 팬덤을 가진 케이팝 그룹들이 이끌었다.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4월 그룹 슈퍼엠의 공연을 시작으로 첫 유료 공연 ‘비욘드 라이브’를 선보인 데 이어, 월드 투어를 취소한 그룹 방탄소년단도 스트리밍 콘서트로 지난해 10월 이틀간 99만명의 유료 접속자를 끌어모았다. 세븐틴, (여자)아이들, 트와이스 등 대부분의 그룹들이 온라인 공연이나 팬미팅을 치렀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산하 레이블 가수들이 모두 참여한 연말 콘서트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해 글로벌 팬들과 새해맞이를 했다. 아이돌 그룹들이 멀티뷰, 증강현실(AR) 등 각종 시각 효과로 볼거리를 제공한다면, 친밀감과 개성을 앞세운 콘서트들도 속속 등장했다. 그룹 옥상달빛과 십센치 등이 유료 공연을 시도했고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방구석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퓨전 국악그룹 이날치 등이 참여한 ‘온: 한류축제’ 온라인 콘서트는 160개국 120만명이 시청했다. 저스틴 비버 등 팝스타들 역시 대륙별로 시차를 두고 스트리밍 콘서트로 연말 공연을 갈음했다. 이용자의 장벽 역시 낮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만화·애니·캐릭터·음악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음악 공연 감상은 18.2%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집에서 편한 자세와 복장, 다른 활동 중에도 시청할 수 있음(30.0%) ▲시간과 공간 제약이 적음(28.3%) ▲비용 절감(14.4%)을 장점으로 꼽았다. ▲현장감 부족(39.3%) ▲몰입도가 떨어짐(20.1%) ▲아티스트를 직접 볼 수 없음(16.1%) 등 단점도 지적했지만, 39.3%가 향후 비대면 음악 공연 유료 결제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비대면 콘텐츠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인프라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마련하려는 업계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공연을 시청하는 등 팬덤을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 경쟁이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빅히트의 ‘위버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 엔씨소프트가 내년 초 출시를 준비하는 ‘유니버스’ 등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는 대면 활동이 많아 코로나가 진정된다면 상당 부분 예전처럼 돌아갈 것으로 보지만, 비대면 콘텐츠와 경험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다만 비대면 콘텐츠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기 어려운 영세 제작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연계도 상반기 동안 운영 중단이 장기화됐던 국공립단체들을 비롯해 뮤지컬 제작사나 공연기획사들을 중심으로 무대 위 움직임을 좀더 생생하게 영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한 다양한 시도들을 점점 넓히고 있다. 유료 온라인 공연을 확대하고, VR이나 멀티미디어 기술을 더한 고품질 영상과 무대 밖에서의 공연 영상도 활성화하는 분위기다. 예술의전당은 2019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의 무대 모습과 사계절 풍경이 담긴 영상을 더해 ‘스테이지 무비’(공연영화)로 선보였다. 공연 실황에 영화 문법을 적용한 다각도 촬영과 후반 작업이 추가되며 연극 제작비 1억 2000만원과 비슷한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전국 26개 CGV영화관에서 개봉했고 BTV, 9월부터 IPTV로도 유료로 VOD 서비스를 제공했다. 국립극단은 명동예술극장과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은 네 번째 극장으로 온라인 극장을 열어 지난해 12월 ‘동양극장’과 ‘스웨트 SWEAT’ 등 신작을 온라인으로 발표했다. 창작 뮤지컬 ‘광염소나타’ 제작사 신스웨이브는 지난해 9월 중순 9일간 대학로에서 열린 공연 실황을 실시간으로 전국 22개 CGV영화관 및 전 세계에 동시 송출했다. 국내 플랫폼과 일본 플랫폼을 통해 송출된 유료 공연을 총 52개국 관객들이 관람했다. 뮤지컬 ‘모차르트!’, ‘베르테르’ 등 대극장 공연들도 9~11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배우들을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공연 영상을 유료 상영했다. 코로나19 3차 재유행으로 공연을 멈춘 ‘몬테크리스토’는 드레스 리허설 장면을 유료로 공개했는데도 많은 랜선 관객들이 호응했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대형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오는 8~10일 생중계로 온라인 공연된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배우들이 무대가 아닌 각자의 집에서 노래하고 연기한 장면을 하나로 모아 한 편당 9~10분 남짓의 쇼트폼 형태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웹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기도 했다. 무대와 객석의 틀이 허물어지면서도 소통할 수 있는 관객 참여형 공연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란문화재단은 영국의 오디오 시어터 극단 다크필드와의 협업으로 지난해 12월 온라인 체험극 ‘더블’(DOUBLE)을 진행했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만으로 가장 익숙한 공간인 집에서 친숙한 사람과 함께 입체 음향으로 제작된 공연을 체험할 수 있다. 청각과 서사에만 집중해 극에 빠져들도록 하면서 무대와 객석, 공연의 개념을 뒤흔들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시도한 ‘비비런’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전승자들의 움직임을 따 캐릭터와 함께 VR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려 전 세계 어디든 객석이 될 수 있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했다. 공연장 규모와 소리의 울림, 각각의 음색 표현 등이 중요한 클래식과 국악도 음악의 감동을 더욱 가까이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온라인 스테이지’, ‘미라클 서울’을 통해 덕수궁 석조전, 현진건 집터, 서대문형무소 등에서 스토리텔링 콘서트를 선보여 호응을 얻었고, 한국관광공사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이날치(국악)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현대무용)의 열풍도 일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와 SK텔레콤,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와 협력해 세계 최초로 5G 미디어 기술인 멀티뷰와 멀티오디오를 접목한 공연 영상을 웨이브와 Btv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개했다. 코리안심포니와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연주를 카메라 11대와 마이크 40대로 담아 지휘자, 피아니스트, 현악·관악 파트, 객석, 전문가 해설 등 7개 시점에서 공연을 경험할 수 있다. 공연계 관계자들은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실험을 이어 가는 것과 별개로 온라인이 실제 라이브 공연을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여러 장르 공연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잠재적 관객들이나 새로운 청중들이 좀더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고, 관객들과 무대 밖에서도 다채로운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선 언택트 공연 콘텐츠가 하나의 장르로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대면 공연의 소중함을 깨달은 동시에 비대면 공연 콘텐츠의 필요성도 알게 된 만큼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언택트 콘텐츠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무보수로 희생타 치겠다” 이순철 위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출마

    “무보수로 희생타 치겠다” 이순철 위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출마

    이순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제24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이 위원은 3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오는 12일 선거를 통해 새 협회장을 선출한다. 이 위원은 프로야구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감독, 해설위원, 야구 학부형까지 야구인으로서 두루 경험을 갖춘 점을 어필했다. 아마추어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뛴 그는 은퇴 후 LG 트윈스 감독과 우리 히어로즈, KIA 수석코치를 역임했다. 또 그의 아들 이성곤은 삼성에서 현역 선수로 뛰고 있다. 출마 공약으로 이 위원은 인프라 확충, 실업야구 창단 및 심판 처우 개선, 동호인 야구 활성화, 클린베이스볼 실현, 대학야구 부흥 등 7가지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이 위원은 “희생타를 치겠다”면서 “무보수로 일하고 기여금을 조성해 어떤 혜택도 얻지 않고 야구가 준 은혜를 갚겠다”고 선언했다. 해설자로서 이 위원은 ‘돌직구 해설’이 호평을 받아 왔다. 이 위원은 “당선된다면 임기 4년 동안 이름을 걸고 봉사하면서 실현 가능한 약속에 초점을 맞춰 반드시 이뤄내겠다”면서 당선 의지를 다졌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만질 수 없음을 만지는 언어:촉각의 소노그래피/전승민

    문학의 칼 칼날과 포옹할 수 있을까? 한강에게 언어는 세계와 자신을 가르는 칼이다. 언어는 전체 의미 중에서 표현 가능한 부분만을 잘라 기표에 담으므로 진실은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왜곡된다. 그래서 문학 하는 이들에게 언어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영원한 고통이다. 문학의 괴로움은 그것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비-진실해지는 이 운명에서 비롯한다. 현실의 경험을 기표로 쪼개어 재조합하는 언어로는 그 어떤 실재에도 완벽히 다다를 수 없다. 현실을 조각내지 않는 언어는 과연 가능할까? 한강의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문학동네·2011)은 진실을 조각내는 언어의 칼금과 대결하며 날것 그대로의 진실을 포착하려 한다. 그것은 현실을 분절하는 한계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현실을 가장 훼손하지 않는 순수한 상태의 언어에 의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언어가 언어이기를 포기할 때 획득되기에 순수를 추구할수록 더욱 비-순수해지는 역설 속에 있다. 그 ‘순수’는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사람에게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실은 어떤 인과나 합리적 추론으로 증명되는 참인 명제가 아니라 오직 몸으로 살아낼 때만 느끼는 힘의 압력으로 다가온다. 소설의 남자와 여자는 이 거대한 진실을 유한한 인간의 몸뚱이로 견디는 사람들이다. 남자의 진실은 영원한 실명, 여자의 진실은 계속되는 실어이다. 그러나 그들의 상실과 고통은 보상이나 처벌의 체계에서 비롯하지 않으며 당위나 인과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는 일이 각자의 진실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 영원히 실패한다. 예정된 실패의 운명 속에서 ‘희랍어 시간’이 길어 올리는 물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삶을 이해하기 위해 끝없이 발버둥치는가이다. 이 궁극의 물음에 대해 소설은 질문으로 되돌아가 그것을 파괴하는 재귀적인 답을 제시한다. 삶이 인간에게 들이미는 통각은 소거되어야 할 병증이 아니라 그가 살아 있음을 감각하게 하는 생의 반증이기 때문이다. 한강의 소설은 인물의 아픔에 관한 원인을 굴착하기보다 그 아픔을 온몸으로 함께 통과한다. 서사는 플롯의 인과와 시간의 합리적 흐름에 복무하지 않고 다만 고통의 양태와 통각을 소슬히 응시하기 위해 흐른다. 그래서 ‘희랍어 시간’에서의 시간은 선형적이지 않고 소설의 언어 역시 일반의 언어로부터 탈구되어 있다. 요컨대 한강은 인간과 문학이 삶에 대해 제기하는 근본적인 질문, 그러나 ‘왜’로 시작할 수밖에 없으므로 언제나 오류일 수밖에 없는 어떤 질문과 대결한다. “인간의 혼은 왜 그 어리석고 나쁜 속성들로 인해 파괴되지 않는 겁니까?”(105쪽) 신성의 잠재태로서의 고통 ‘희랍어 시간’의 시간은 환(環)으로 흐른다. (“세상은 환이고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입니다.” 26쪽) 소설에서 읊어지는 보르헤스의 말처럼 첫 번째 장은 ‘1’에서 시작해 21번째 장까지 진행된 후 마지막 장에서 ‘0’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1에서 0을 향해 구부러지는 이유는 남자와 여자의 삶이 전생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 전사(前史)는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사·2013)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1) 남자와 여자는 ‘해부극장’ 연작에 나오는 백골의 전생이며, 백골의 고통은 곧 여자가 느끼는 통증이다. 그것은 말의 소리가 신체의 발음 기관을 경유해 공기 중으로 퍼져 나갈 때 발생하는 비릿하고 붉은 통각이다.2) 세 치의 혀와 목구멍에서 나오는 말들, 헐거운 말들, 미끄러지며 긋고 찌르는 말들, 쇳냄새가 나는 말들이 그녀의 입속에 가득 찼다. 조각난 면도날처럼 우수수 뱉어지기 전에, 막 뱉으려 하는 자신을 먼저 찔렀다.(‘희랍어 시간’·165쪽) 여자의 고통이 언어가 파열될 때 발생한다면 남자의 고통은 반대로 무언가가 덩어리로 뭉개질 때 발생한다. 완전히 실명하게 되리라 진단받은 마흔을 목전에 두고, 그는 마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것처럼 16년간의 독일 생활을 접고 모국으로 돌아온다. 사물과 풍경의 날카로운 경계는 그의 시야에서 점차 사라진다. 그는 실명 이후의 삶에 대한 확신이 없다. 남자의 삶 역시 독일과 한국에서 보낸 시간으로 분절되어 있으므로(“그때 내 인생은 거의 정확히 절반씩 두 언어, 두 문화로 쪼개어져 있었던 셈입니다.” 40쪽) ‘희랍어 시간’은 여자와 남자가 공유하는 고통 그 배면의 시간이다. 여자는 두 번째로 찾아온 실어 증상을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강의를 신청하고, 남자는 자신을 둘로 쪼개는 힘을 피해 “수천 년 전에 죽은 언어 (…) 마치 고요하고 안전한 방”(119쪽)과 같은 희랍어 속으로 숨어든다. 이 공통의 시간 너머에 있는 그들의 고통에는 이유가 없다. 백골들이 그러하듯 그들의 아픔은 단지 붉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체성에서 비롯한다. 달리 말하자면 그저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파야만 하는 것이다. 까닭 없이 고통받는 인간은 신을 찾아 헤맨다.3) 소설의 1인칭 화자는 마지막 장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남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의 고해는 세 통의 편지로 이루어진다. 가장 먼저 발송되는 편지는 독일에서 살던 시절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사과문이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장애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녀를 욕망한다.(“우리는 언젠가 함께 살게 될 것이고, 나는 눈이 멀 것이라고. 내가 보지 못하게 될 때, 그때는 말이 필요할 거라고.” 47쪽) 그는 “백치처럼 순진하게”(47쪽) 그녀에게 독순술 수업에서 배운 대로 말을 해 보라고 요청한다. 남자는 그녀의 청각장애를 자신의 예정된 실명과 동등하게 고려하지 못한다. 그녀의 독순술이 그의 ‘결핍’을 보충하는 자질이 될 이유는 조금도 없다. 누군가의 언어 행위는 그의 자발적 선택과 의지에 의한 것이지 다른 이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요컨대 언어는 강요되어선 안 되는 것이다. 그가 그녀에게 품는 모든 욕망은 사랑이라는 단어로 정당화되고 그것이 그녀에게도 좋은 것이라 ‘백치처럼’ 그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녀는 사과하는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세계를 두 눈으로 또렷하게 볼 수 있다고 해서 타인의 고통을 왜곡되지 않은 상(像)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외부 사물을 보는 눈과 인간의 고통을 보는 눈은 다르다. 한편으로, 인간이 누군가를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것은 그 또한 다른 인간으로부터 상처받을 수 있음을 내포한다. 두 번째 편지의 수신인은 여동생 란이다. 그는 여동생에게, 앞으로 어둠 속에서 살아가게 될 그의 운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똑같은 병을 앓았던 아버지였음을 말한다. 그의 시력 상실은 부계 유전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어스름이 정말 완전한 밤으로 이어지는지”(82쪽) 아버지에게 묻고 싶었으나 아버지는 자신과 똑같은 아들을 끝까지 멀리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데에 결국 실패하면서 삶으로부터의 자기 소외 속에 생을 마감한다. 그는 어둠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에 삶의 빛 속으로 한 발짝도 걸어 나가지 못했던 셈이다. 이제, 앞서 소설이 던진 유일한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답이 도착한다. 인간이 부서지지 않는 이유는 그의 영혼 안에 어리석고 나쁜 것과 함께 어떤 좋음 또한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통을 감각하고 수용하는 능력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새’는 그것의 체현물이며(“그의 얼굴 속에 새 같은 무엇인가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 따스한 감각이 그녀에게 즉각적인 고통을 일깨운다는 것을 곧 깨닫는다.” 147쪽) 개별 존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영혼과도 같은 것이다.(“새 같은 무엇인가가 문득 육체를 떠났고, 그 육체는 더이상 어머니가 아니었다.” 145쪽) 말하자면 새는 인간이 생의 통각에 반응하는 마음의 일부로서 육체와 정신을 이어 준다. 새를 통해 인간은 육체의 통증을 실존적인 고통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뒤에서 논의되겠지만, 인간은 역설적으로 바로 이 ‘새’로 인해 자기 파멸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새를 두고 인간이 각자 품고 있는 어떤 신성(神性)의 잠재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유한자로서의 운명에 함몰되지 않고 ‘인간적이지 않은’ 차원으로 도약하게 만드는 그 무엇은 분명 신성하다. 요컨대 인간은 선험적인 신성을 배태하므로 고통받는다. 여자는 특히 이 신성의 언어적 측면이 육화된 존재다. 문자가 소리로 변할 때 언어가 겪는 분절의 고통을 그녀는 자기 몸의 통증으로 겪는다. 심장과 혀를 경유하여 귀로 도달하는 모든 파열하는 소리는 여자에게 폭력이다. 그래서 실어증은 파괴하는 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대응이다. 침묵은 그녀를 에워싸고 보호한다. 실어의 원인은 심리치료사가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55쪽)다. 여자는 언어의 신성 그 자체이지만 이 신은 전지전능하지 않다. 그녀 역시 구원을 바란다. 어머니가 뱃속의 그녀를 지우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실 속 무언가의 실존이 얼마나 연약하고 위태로운 우연에 기대고 있는지 아는 그녀는, 그래서 무언가의 존재를 위협하거나 변형시키는 힘에 대해 온몸으로 대항한다. 그녀에게 폭력은, 어떤 존재를 그것의 고유한 자리로부터 박탈시키는 모든 종류의 유형력이다. 목소리 역시 그러하다. 음성은 공간을 점유하면서 다른 존재들을 밀어낸다.(“그녀는 공간을 차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 목소리는 훨씬 넓게 퍼진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를 넓게 퍼뜨리고 싶지 않았다.” 51쪽) 여자에게 말은 육체적인 고통이다. 그러므로 실어는 존재들을 지켜내기 위해 고통을 온몸으로 견디는 사랑의 행위-신의 사랑이다. 그녀는 말하지 않는 대신 언어를 시선으로 번역한다. “신은 보는 존재이거나, 시선 그 자체인 건가요?”(104쪽)라는 대학원생의 물음은 반쯤 정답을 향해 있다. 타인의 고통을 무참히 다룬 죄를 고해하고 받은 상처를 토로하던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것은 그래서 우연이 아니다. 남자가 찾던 신의 모습은 여자의 몸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점점 희미해지는 시야 속에서 그는 과연 그녀를 ‘볼’ 수 있을까? 신과 인간의 소노그래피 그녀가 희랍어로 힘겹게 써 내려가는 시는 마치 예수가 부활하기 전 무덤 속에서 썼으리라 짐작되는 것이다. 한 여자가 땅에 누워 있다. 목구멍에 눈(雪) 눈두덩에 흙. (64쪽) 차가운 무덤 속에 묻힌 신의 눈에는 흙이 있고, 입과 목은 차가운 눈으로 막혀 있다. 그녀는, 신은 말할 수 없다. 무덤 안은 남자와 여자가 발 딛고 있는 현실 세계다. 카타콤베 묘지에 갔던 남자의 기억이 떠오른다. 여러분, 왜 관 속에 유골이 없을까요? (…) 박물관에 가져다놓은 거 아니에요? (…) 누군가가 훔쳐갔나요? (…) 다아 여기 있습니다. (…) 관 속에 보이는 흙을 분석하면 칼슘과 인 성분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수천 년이 흐르면, 사람의 뼈가 삭아서 이런 흙이 되는 겁니다.(153쪽) 백골은 전생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으므로 남자는 자신이 곧 그 백골이라는 것을 안다.(“수천 구의 육체들이 뼈까지 깨끗이 삭아버린 거대한 무덤 속에, 그토록 따뜻한 몸을 가진 우리가 모여 있었다는 게.” 155쪽) 그는 구토감을 느낀다. 온몸에 묻은 죽음의 흙냄새와 어둠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여자에게 고해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이가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음을 전혀 알지 못한다. 마치 부활한 예수를 알아보지 못한 채 그가 정원지기인 줄로만 알고 예수의 시신이 어디에 있느냐 묻는 막달라 마리아와 같다.(요한복음 20:15) 그는 앞으로 펼쳐질 영원한 어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신에게 거듭 질문한다.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내 말, 거기서 듣고 있나요?(161쪽) 두 사람의 과거로 구부러졌다 돌아오곤 하던 현재는, 남자와 여자가 ‘어둠’ 속에서 서로 마주하게 되는 배타적인 둘만의 시간, 즉 17장부터 21장까지의 시간 동안 직선으로 그러나 더 천천히 흐른다. 건물 안으로 날아온 새를 구하려던 남자는 발을 헛디뎌 안경을 깨뜨리고 강의실로 돌아가지 못한다. 밖으로 나온 여자가 남자의 소리를 듣고 그에게로 향한다. 그런데 그녀가 그에게로 다가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녀는 무언가를 감지하고 밖으로 나간다. 빈자리들이 이상한 통각을 띠고 그녀의 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질끈 눈을 감아보았다. 그녀의 시간과 다른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어긋난 것 같았다.(160쪽) 남자의 시간이 그녀에게로 다가갔던 것이다. 그는 점점 흐릿해지는 자신의 시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적 있다. 잘 보이지 않으면 가장 먼저 소리가 잘 들릴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감각되는 것은 시간입니다. 거대한 물질의 느리고 가혹한 흐름 같은 시간이 시시각각 내 몸을 통과하는 감각에 나는 서서히 압도됩니다.(39쪽) 두 사람의 대화는 남자의 빈자리가 발생시키는 시간의 진동을 여자가 감지하면서 시작된다. 이 시간의 감각은 파동의 형태로 전달된다. 남자는 여자의 구두 소리를 듣고 난간을 주먹으로 두드려 자신이 있음을 알린다.(“듣지 못하는 사람이라 해도 이 진동은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133쪽) 여자가 ‘들은’ 것은 귀로 들어오는 소리가 아니라 그녀의 몸 전체, 피부 세포에 닿아 그것들을 흔드는 진동이다. 그들의 대화는 시신경에 의한 시선도, 청신경에 의한 소리를 통해서도 아닌 바로 이 촉각의 소노그래피(sonography)를 통해 이루어진다.4) 시인이 존재들에게 엑스선을 투과시켜 백골들의 영상을 얻어낸다면(“검푸른 뢴트겐 사진에 담긴 나는/그리 키가 크지 않은 해골” ‘해부극장 2’) 소설 ‘희랍어 시간’에서는 소노그래피를 통해 육체의 말랑한 조직들, 피부나 혀, 심장에서 반향된 영상을 보여 준다. 엑스선은 말랑한 것들을 찍을 수 없고 초음파는 뼈를 투과할 수 없다. 통증은 말랑하고 붉은 것의 감각이다. 뼈에는 통각 세포가 없기 때문이다. 소설은 뼈가 육신을 가졌을 적의 고통의 서사다. 소노그래피의 언어는 존재 자체가 내뿜는 파동이므로 소리로 쪼개지지 않는 언어다. 이것 역시 몸으로부터 유래하지만 “폐와 목구멍과 혀와 입술을 움직여, 공기를 흔들어 상대에게 날아”(55쪽) 가는 목소리가 갖는 폭력성은 없다. 여자가 말 대신 택한 시선의 언어 역시 그런 점에서 비육체적이다.(“시선만큼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접촉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녀는 느꼈다. 접촉하지 않으면서 접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55쪽) 이때 접촉의 감각은 시각이나 청각이 배제된 상태의 대리보충, 즉 실제 피부의 감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5) 소노그래피의 촉각은 오감의 유무와 관계없이 존재가 뿜어내는 살아 있음의 파동, 즉 여자가 말한 ‘시간’의 감각이다. 한강은 특유의 독특한 문체로 두 인물 사이에 반향되는 소노그래피를 형상화한다. ‘희랍어 시간’에는 큰따옴표나 작은따옴표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언뜻 자유간접화법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자유간접화법은 문장 안에서 형식적 서술자와 서술 내용이 담는 의식의 주인을 불일치시키며 서술자보다 인물을 부조한다. 그러나 한강의 문장에서 3인칭 화자는 남자와 여자의 의식 이면으로 유보되지 않는다. 따옴표 없이 곧장 전해지는 말은 인물의 목소리를 3인칭 서술자와 동일한 층위에 위치시키며 그들 간의 위계를 무너뜨린다. 모든 소리는 세계의 일부로 스며들어 있다. 소설은 이 지점에서 자기 안으로 시를 틈입시킨다. 인용부호에 의해 절단되지 않는 하나의 커다란 말뭉치(corpus)를 만들어 내는 서술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3인칭 서술자 각각의 인격을 부각한다. 목소리들이 어우러지는 한 공간-소설 안에서 인물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시가 되고 그들의 모든 말은 행과 연의 형식으로 배열된다. ‘희랍어 시간’은 세 인격의 목소리가 만들어 내는 소리 풍경(soundscape)이다.6) 그녀는 그의 말을 똑똑히 듣고 있다. (…) 그녀는 그를 똑똑히 보고 있다. (…) 그늘진 그의 얼굴을, 그녀는 지금 온 힘을 다해 건너다보고 있다.(169쪽) 촉각의 소노그래피가 만드는 소리 풍경 안에서 듣는 일은 곧 보는 일이며, 보는 일은 곧 듣는 일, 존재의 파동을 온몸으로 감각하는 일이다. 진동은 소리가 글자로 박제되는 것과 달리 발생하고 감각되는 즉시 사라진다. 나타남과 동시에 사라지는 소노그래피는 존재를 파열시키거나 변형시키지 않고 다만 투명하게 통과한다. 모든 인물의 말이 인용부호 없이 제시되지만 특히 여자의 목소리는 서사 세계 안에서도 음성화되지 않는 가장 시적인 목소리다. 여자의 문장들은 기울어지면서 남자의 목소리와 구분된다.7) 19장 ‘어둠 속의 대화’ 후반부에는 이렇게 목소리가 뒤섞이면서 두 사람의 파동이 중첩되는 대목이 있다.8) 서사 표층에서 실제로 발화되는 음성은 남자의 목소리뿐이므로 소노그래피가 아니라 일반적인 감각으로 읽어낼 경우, 소설은 오직 남자의 독백으로만 가득 찬다. 그러나 여자와 남자의 대화는 각자가 소환하는 기억의 단위들로 교환되며 소리가 아닌 언어, 파동의 접면들이 교차하며 이루어진다.(“잉크 위에 잉크가, 기억 위에 기억이, 핏자국 위에 핏자국이 덧씌워진다.” 155쪽) 언어의 칼금을 막아내기 위해 언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소설은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서로 겹치며 일으키는 간섭을 현상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화해할 수 없었다. 화해할 수 없는 것들이 모든 곳에 있었다. (…) 독한 취기 같은 피로가 그녀의 의식을 둔하게 만든다. 그의 목소리가 마치 꿈인 것처럼, 아주 먼 곳에서부터 토막토막 끊긴 채 울려온다.(166쪽) 여자의 파동은 남자에게로 전해진다.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더이상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어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응시하려 애쓴다. 초점 없는 그의 눈을 또렷이 마주 보려 애쓴다.(167쪽) 여기서 남자의 응답은 여자의 파동과 똑같은 기울임체로 발화된다. 두 존재가 고막을 통해 소리를 교환하지 않고도, 살을 맞대지 않고도 그 무엇보다 깊은 층위에서 교감하는 장면이다.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과거로 여러 통의 편지를 쓰던 인간은 신의 고통 안에서 그와 함께 현재적으로 공명한다. 이 장면에서 남자의 목소리는 여자의 그것으로 중첩되며 같은 기울임체로 서술되지만, 여자의 목소리는 남자의 그것으로, 다시 말해 기울어진 목소리가 평평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여자는 신성의 체현자이기 때문이다.(“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그런 침묵을 본 건 처음이었어.” 78쪽) 구원의 빛이 침묵의 어둠 속에서 새어 나온다. 나를 만지지 마라 이제, 소설의 질문에 대한 두 번째 답이 제시된다. 인간의 혼이 파괴되지 않는 이유는 고통을 감각하는 신성이 서로에게 중간태인 동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고대 희랍어에는 수동태와 능동태가 아닌 제3의 태, 중간태가 있다.(18쪽) 중간태는 어떤 행위가 주어에 재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대상에게 했던 행위가 다시 주체로 돌아오는 이 재귀적 운동은 소노그래피의 언어가 보이는 양태다. 소노그래피의 방식은 그 자체로 중간태적 추론이다. 그는 대상에게로 뻗어 나간 자기 파동의 반향을 소노그램으로 읽어 낸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그것의 원인을 축자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에게 계속해서 질문하는 일이다. 아무리 유사한 경험을 하더라도 고통은 결코 동일한 정도로 감각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남자의 아버지는 남자와 같은 유전질환으로 인해 시력을 이미 잃은 사람, 그래서 누구보다도 그를 잘 이해할 수 있을 사람이었다. 그러나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은 동일한 조건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주파수를 오롯이 피부로 느끼는 일이다. 그것은 타인의 삶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그의 삶을 추체험하는 일이다. 가령, 남자가 곧 실명하리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불투명한 비닐봉지를 자기 눈에 갖다 대며 “이건 소파고 이건 책장이야. (…) 이렇게 걸어도 안 넘어질 수 있어.”(146쪽)라며 일부러 왔다 갔다 하던 여동생처럼 말이다. 동생은 오빠를 놀리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닥칠 ‘어둠’이 “생각만큼 끔찍하지 않을 거라는”(147쪽) 위로를 보낸 것이다. 이처럼 타인의 고통은 내가 영영 닿을 수 없는 점근선의 영역이다. 반면 마지막 고해, 요아힘과의 이야기는 남자 역시 언어의 육체성이 자아내는 폭력을 경험했음을 들려준다. 그 폭력은 곧 타인의 고통을 주체의 자기동일성 안으로 포획하여 해석해 버리는 일이다. 요아힘은 남자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는 자기의 욕망을 타인과 자신의 고통 안에서 어떻게 겹쳐 두어야 하는지 모르므로 남자에게 상처만을 남긴다. 그는 고통의 완전한 극복과 단절을 믿는다. 시한부 선고의 생존자이기 때문이다. “병실의 벤젠 냄새 속에서 성장한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도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10쪽) 말하는 그는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와 꼭 같은 경험을 몸의 기록으로 가져야 한다고 확신한다. 어둠과 죽음의 병실을 물리친 그에게 생의 감각은 생동하는 육체의 폭발적인 감각, 물컹하고 뜨거운 것이다. 요아힘은 여자에게는 고통이었던 육체적인 것과의 접촉을 갈망한다. 남자가 어둠을 품은 이라면 요아힘은 빛의 질서를 품은 이다. 남자가 비논리와 모순을 껴안는 문학을 사랑한다면 요아힘은 사고를 명징하게 자르는 철학을 사랑한다. 고통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났다고 믿는 이의 강한 확신은 타인의 고통 앞에서 누구보다도 눈을 멀게 만든다. 자신이라면 완전한 어둠이 다가올 그때를 위해 점자를 배워 두겠다는 철학자의 명랑한 조언은 남자의 신앙인 소멸의 이데아를 산산조각 낸다. 다시 한번, ‘백치처럼’ 순진한 이 조언은 남자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요아힘에게 그것은 단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일 소멸의 이데아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말이야… 그건 깨끗하고 선하고 숭고한 소멸 아닐까? 그러니까, 소멸하는 진눈깨비의 이데아는 깨끗하게, 아름답게, 완전하게, 어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진눈깨비 아닐까?(118쪽) 이것 봐. 죽음과 소멸은 처음부터 이데아와 방향이 다른 거야. 녹아서 진창이 되는 진눈깨비는 처음부터 이데아를 가질 수 없는 거야.(118쪽) 빛이 소멸한 세계에서 앞으로의 생을 계속해야 하는 남자에게 요아힘의 논증, 어둠 속에는 좋음의 이데아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반박은 그의 마지막 희망을 꺼트린다.(“네 말을 들은 순간, 덧없는 전 세계가 빛을 잃었지.” 118쪽) 그래서, 점자를 통해 남자와 진정으로 닿기를 바라던 요아힘의 욕망은 언어의 폭력적인 육체성과 실상 같은 것이다. 남자는 요아힘으로부터 깨닫는다. 자신이 독일에서 여자에게 던진 사랑의 말, 너는 나의 목소리가 필요할 테니 같이 살게 될 것이라는 그 고백이 폭력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이 받은 상처로부터 타인에게 준 상처를 깨달은 마리아는 이제 눈앞에 현전한 예수ㅡ언어의 육신을 본다. 신과 인간의 목소리는 구별되지 않고 한데 뒤섞인다. 남자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신의 파편들, 진눈깨비의 이데아는 희랍어 시간의 여자 그 자체다. 그녀의 이름은 “펄펄 내리는 눈의 슬픔”(100쪽)이다. 고통받는 두 인간의 신성은 한데 섞이고 소노그래피는 중첩된다. 말할 수 없는 이와 볼 수 없는 이의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이해는 공통원소 없는 그 존재들의 배면에서 투명한 파동을 통해 전해진다. 파동은 한 곳으로 수렴하지 않고 서로의 몸 안을 투과하며 지나간다. 이제, 신은 요아힘과는 다른 ‘접촉’의 방식으로 남자를 구원하고 눈으로 목이 막혔던 그녀 역시 그 구원으로 인해 부활한다. 따로따로 제시되던 목소리는 한 연으로 묶이면서 말을 주고받는 직접적인 대화의 국면에 도달한다. 1인칭 단수 화자들은 ‘우리’를 직감한다. 어두운 초록색 흑판에 백묵으로 문장을 쓸 때 나는 공포를 느껴요. (…) 태연하게 내 혀와 이와 목구멍으로 발음된 모 음운들에 공포를 느껴요.(167쪽) 구원은 끝없이 멀어지는 존재가 내 안으로 들이닥쳐옴을 느낄 때 일어난다. 부활한 예수는 마리아에게 “나를 만지지 마라”(Noli me tangere)는 말을 남기며 떠나간다.(요한복음 20:17) 멀어지는 자신을 붙잡지 말라는 이 말은 타자를 주체의 자기동일성 안으로 납치하지 말라는 명령이다. 타자를 몇 번이고 무한히 떠나보냄으로써 그의 존재를 부조하라는 율법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남자를 부축해 그의 집까지 데리고 온 여자는 손가락으로 남자의 손바닥에 쓴다. 그녀가 그에게 최초로 대답한 말은 떠난다는 말이다. 첫 버스를 타고 갈게요.(171쪽) 두 사람이 가장 가까워지는 이 접촉은 소설이 시종일관 지양해 온 폭력적인 접촉과 다르다. ‘어둠 속 대화’의 절정 이후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끌어안는다. 그러나 두 몸의 접촉 이후 다만 ‘모른다’는 진실의 무자비한 범람만이 남자를 압도한다.(“심장과 심장을 맞댄 채 여전히 그는 그녀를 모른다.” 183쪽) 그가 그녀를 안자마자 뒤이어 열네 번의 ‘모른다’가 연속해서 등장한다. 그래서 그가 그녀에게 입을 맞출 때까지도 둘의 접촉은 항구적인 비접촉이 되는 것이다. 강력하게 현전하는 단 하나의 진실은 “맞닿은 심장들, 맞닿은 입술들이 영원히 어긋”(184쪽)나는 ‘시간’이다. 마리아는 이제 떠남 속에서 빛이 아닌 어둠을 본다. 이때의 ‘봄’은 시각과 무관하게 생의 파동을 온몸으로 수용하는 행위다. 그러므로 예수의 부활은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기적을 의미하지 않는다.9) 그것은 죽음 안에서 떠나가는 생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구원은 영생이 아니라 떠나감의 현전 안에서 일어난다. 보르헤스가 말한 시간-존재를 태우는 불(122쪽)이 여자와 남자를 통과하고 나면 새는 날아가고 백골만이 남는다. 개별 존재의 신성이 육신 속에서 체현된 것이 새라면 죽음 이후부터 그 신성은 뼈들이다. 플라톤이 말했듯 진실에 대한 앎은 전생으로부터 온다. 우리는 그것을 다만 상기할 뿐이다. 전생의 기억은 시로 돌아온다. 그때 우리는 바다 아래의 숲에 나란히 누워 있었어요. 빛도 소리도 그곳에는 없었지요. (…) 마침내 당신이 아주 작은 소리를 낼 때까지, 입술 사이로 둥글고 가냘픈 물거품이 새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곳에 누워 있었어요.(185~186쪽, 21장 ‘심해의 숲’) ‘심해의 숲’의 다른 이름은 ‘해부극장 3’으로 부활 이후 무덤가에 나란히 누운 여자와 남자의 그림이다.10) 죽었던 신과 고통받는 인간이 함께 나란히 누울 수 있다면, 인간의 신성은 더는 논증이 불필요한 문제가 아니겠는가. 인간의 혼이 파괴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신의 신성과 달리 인간의 신성은 죽음으로부터 몸을 ‘일으켜’ 고통을 내려다보는 일이 아니라 다만 죽음 안에서 옆에 누운 다른 이의 뼈를 쓰다듬는 일이다.11) 구원을 바라던 신은 부활하여 드디어 입술을 연다. 시종일관 남자의 목소리를 사용하던 1인칭 화자는 마지막 장 ‘0’에서 오직 한 번 여자의 목소리로 발화한다. 현전하는 이 말씀, 로고스는 음성도 문자도 아니다. 그것은 그 무엇도 파괴하고 밀어내지 않는 언어, 촉각으로 전해지는 파동의 말씀이다. 남자와 여자는, 우리는, 그리고 인간은 영원히 어긋나는 방식으로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 결국, 구원의 반증은 ‘우리’라는 단어다. 그래서 소설은 ‘0’의 끝에서 다시 ‘1’로 돌아간다. 신은 말한다. 에모스, 에메테로스. 나의, 우리들의.(10쪽) 역설의 구원 한강의 문학에서 시간은 정말로 환(環)처럼 흐른다. 그러므로 ‘희랍어 시간’이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 이미 읽은 이가 있다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그는 눈사람이다.(‘작별’12)) 언 몸이 진눈깨비로 흩날리며 조금씩 사라지는 중이다. 눈사람은 남자가 갈망하던 소멸의 이데아의 현현이면서 새와 백골의 중간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가장 많은 것을 안다. 그는 고통스럽지 않기 위해 몸 안의 심장을 얼리는 한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피와 살과 내장과 근육이 있는 몸을 다시 갖고 싶지 않”(150쪽)다고 확신한다. 아이와 애인과 가족과 작별하며 그가 마주하는 최후의 질문은 “그러니까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얼마나 사랑해야 우리가 인간인 건지”(150쪽)이다. 이는 ‘희랍어 시간’이 던지는 질문과 같은 물음이다. “사는 일이 거대한 장례식일 뿐이라면/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13)는 물음이다. 그리고 그 최후까지 남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눈(雪)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소멸하는 것처럼 한강의 인물들은 사랑할수록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나 바로 그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서로의 “진동이 출발하고 도착하는 투명한 접지”(‘작별’, 133쪽)가 된다. 나와 당신은 같아질 수 없으므로, 당신은 언제나 나를 떠나는 중이므로 나는 당신과 연결된다. 눈사람은 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실체는 다만 촉각의 소노그래피뿐이며 그것은 “변함없이 진동하며 두 사람 사이에 고요히 걸쳐져 있”(134쪽)음을 안다. 그리고 이 파동을 타고 전해지는 “무색무취인 데다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는 고요함이어서 거의 인간적인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134쪽)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랑은 강렬한 접촉이 아니라 다만 끝없이 멀어지는 ‘사이’에서 전해진다. 언어는 이때 비로소 완전한 순수에 도달한다. 의미는 분할되거나 상실되지 않는다. 따옴표로 분절되지 않는 목소리들이 행과 연을 만들면서 소설 속에 시를 쓴다. 그것은 인간을 구원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그래서 죽음 안에서 삶은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 ‘작별’과 ‘희랍어 시간’의 마지막 장면이 모두 두 존재의 입맞춤으로 끝나는 것은 붉은 혀와 입술이 인간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지만 또한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는 뜻일 테다. 우리는 서로를 만지지 않음으로써 서로의 진실을 감각한다. 나의 파동이 쓰다듬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의 살이 아니라 다만 당신의 뼈, 시간의 불에 타고 남은 마지막 눈의 결정이다. 내가 당신으로부터 멀어지기에 당신은 나를 구원한다. --------------------------------------------------------------------------------------------- 1) 시집의 해설을 쓴 비평가 역시 한강의 시들은 “말과 동거하는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제시한다”는 점에서 시의 화자들을 ‘희랍어 시간’ 속 남자와 여자로 잠시 연결하며, ‘희랍어’를 “순수한 언어의 능력에 집중하는 소설”이라 평한 바 있다. 조연정, 해설 ‘개기일식이 끝나갈 때’,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142~143쪽. 2) “나에게 혀와 입술이 있다.// 그걸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구불구불 휘어진 혀가/ 내 입천장에/ 매끄러운 이의 뒷면에/ 닿을 때//(…)// 나에게 붉은 것이 있다,라고/ 견디며 말한다” 한강, ‘해부극장 2’, 한강, 위의 책. 3) “진심이야./ 후회하고 있어./ 이제는 아무것도 믿고 있지 않아.” 한강, 위의 글. 4) 소노그래피는 초음파를 이용해 시각 영상을 재현하는 기술이다. 5) 양현진은 실명과 실어가 몸짓, 촉각에 의한 소통에 주목하게 한다고 본다. 그러나 피부의 직접적인 접촉과 몸짓만을 대화로 보는 것은 국소적인 독해다. 소설에서 시각과 청각이 배제될 때 도드라지는 것은 시간, 즉 파동의 흐름이다. 양현진, ‘한강 소설의 촉각적 세계 인식과 소통의 감수성’, ‘한국문학이론과비평’, 70집, 한국문학이론과비평학회, 2016. 6) 사운드스케이프는 여러 가지 소리의 구성으로 이루어지는 ‘듣는 영상’으로 단지 소리가 만드는 공간적 환경 그 자체라기보다 그것을 지각하는 청취자의 지각 속에서 그려지는 풍경이다. 7) 한강은 대상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해 기울임체를 사용한다. 시집에 수록된 ‘해부극장 2’의 백골과 ‘조용한 날들 2’에 등장하는 달팽이의 목소리가 그렇게 나타난다. “(건드리지 말아요) (…) (하지만 상관없어, 네가 찌르든 부숴뜨리든)” 8) 서로 다른 두 개의 물질이 동일한 시공간을 점유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서로 다른 두 개의 파동은 동일한 공간에 동시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두 파동이 동일한 지점에서 교차할 때 일으키는 상호작용을 파동의 중첩 현상이라 한다. 9) “죽은 몸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걸 믿는 게 아니라, 죽음 앞에서 꿋꿋한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장뤼크 낭시, ‘나를 만지지 마라’, 이만형·정과리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5, 37쪽. 10) 한강의 시 ‘해부극장’ 연작은 두 편뿐이지만 소설의 ‘심해의 숲’은 남자가 쓰는 또 한 편의 시다. 11) 낭시는 예수의 부활을 수직 변화로 이해하지만 소설이 말하는 인간의 신성은 수평적이다.“이 ‘자세’가 (…) ‘부활’을, 다시 말해 ‘들어올림’이라는 사태를 만든다. (…) 무덤의 수평성과 직각을 이루는 수직성으로서의 들림 혹은 일으켜 세움인 것이다.” 장뤼크 낭시, 위의 글. 12) 한강, ‘문학과 사회’, 2017년 겨울호, 문학과지성사. 13) 한강, ‘회상’, ‘서랍에’, 문학과지성사, 2013.
  •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제주, 애도/윤치규

    그러니까 빙의가 될 거라고 했다. 무당이 바다에 빠져 죽은 넋을 건져 올릴 거라고. 정확히는 무당이 아니라 심방이었다.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고 불렀다. 처음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내가 아는 양 차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굿을 한다니. 그것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제주도의 밤이 푸른 이유는 어둠 속에 귀신이 섞여서 그런 거야.” 바다 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떠 있지 않았다. 양 차장의 말과 정반대로 하늘은 어두웠고 바다는 그것보다 더 어두웠다. 아득히 먼 곳에서 파도만 끊임없이 밀려왔다. 파도는 내 발밑에서 잠시 반짝이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그 지루한 반복을 지켜보면서 돌아갈 핑계를 찾았다. 억울하게 죽은 귀신보다 지금 내 처지가 더 분하고 답답했다. 도대체 난 무엇을 바라고 제주도까지 내려온 걸까? 양 차장이 이렇게 변해버린 줄 알았다면 아마 내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따가 상주 역할 좀 맡아줄 수 있어?”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왜 못해? 현충원에서 대표로 묵념하는 거랑 똑같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일은 꺼림칙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상주를 맡으라니. 부모님이 멀쩡히 살아계신데 그런 역할을 맡아도 되는 건가? 만약 그게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경험은 전혀 해보고 싶지 않았다. 상주는 심방이 칼을 들고 춤을 출 때 그 앞에서 미안하다고 흐느끼며 대신 매를 맞아야 했다. 양 차장은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딱히 그런 일을 자처해서 겪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한 번 해봐. 시늉만 해보는 거야.” “진짜 싫어요. 아무리 차장님 부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요.” 남서쪽으로 내려오는 해안선을 따라 승합차 한 대가 전조등을 켜고 다가왔다. 승합차는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지나 동쪽으로 향하다 문 닫은 어촌계 앞에서 차를 돌려 해변 뒤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시동이 켜진 상태로 문이 열렸고 차 안에서 네 사람이 내렸다. 셋은 남자였고 한 명은 여자였다. 그들은 모두 한복 위에 두툼한 패딩점퍼를 걸치고 있었다. 어깨에 저마다 북과 장구, 징 같은 악기를 하나씩 짊어지고 서로 짝을 이뤄 무거운 상자를 옮겼다. 그들은 해변에 짐을 내려놓고 눈짓으로 인사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가 크기가 가장 큰 현무암 바위 앞에 모였다. 서로 손을 붙잡고 기도하듯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래사장 위에 멍석이 깔리고 천막이 세워졌다. 멍석은 전통방식으로 짚을 엮어서 만든 것이었지만 천막은 철제 캐노피였다.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게 네 귀퉁이 위에 큼지막한 돌멩이를 올려놓고 고정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준비하는 모습이 다들 전문가처럼 보였다. 천막 안에는 여섯 칸짜리 병풍을 펼쳤다. 그 앞에 직사각형 밥상을 놓고 놋으로 된 제기 위에 청귤과 보리빵, 고기산적을 올렸다. 작은 반상 위로 소주도 한 병 보였다. 여자는 소주를 노란색 주전자에 붓고 빈 병은 멍석 바깥쪽에 두었다. 그사이 남자들은 바지 끝단을 걷어붙이고 바다로 향했다. 현무암 바위에 오색 줄을 두르는데 뒷부분이 물에 조금 잠겨 있었다. 그들은 발이 젖어도 신경 쓰지 않고 줄을 동여맸다. 오색 줄은 어느 한 곳도 느슨하거나 처진 곳 없이 단단하게 묶였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여자가 승합차로 돌아가 심방을 모셔왔다. 심방은 연세가 아주 많은 할머니였다. 흰색 고깔을 머리에 쓰고 붉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겉옷 밑단으로 삐져나온 도복이 부산하게 펄럭였다. 머리에 쓴 고깔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았다. 심방은 느리고 우아하게 한 걸음씩 바닷바람을 뚫고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발을 내딛는 모습이 묘한 경외감을 주었다. * 휴가도 아닌데 주말에 일부러 제주도까지 내려온 이유는 양 차장을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정기 인사를 앞두고 본부장이 새로 설립된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의 총괄 책임자로 양 차장을 추천했다. 본부장은 나를 따로 불러 양 차장의 의중을 알아보라고 시켰다. 전화로도 충분히 물을 수 있었던 일을 주말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 이유는 나 또한 누구보다 양 차장의 복귀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양 차장은 마땅히 돌아와야 하는 사람이었다. 과수원 한가운데 귤 창고를 개조해 놓은 카페에서 양 차장을 만났다. 볕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 청귤 라떼를 마시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남편과 아들의 장례식 이후로 일 년 반 만이었다. 그래도 표정이 전보다 한결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대화 중에 농담도 자주 섞었고 먼저 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제 어느 정도는 괜찮아진 사람처럼 보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일 수는 있게 된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오셔야죠. 이렇게 한가로운 곳에서 경력 다 썩히기는 아깝잖아요.” “제주도는 안 바쁜 줄 아니? 여기도 정신없어. 오히려 그때보다 시간이 더 부족해.” “여기는 안 어울려요. 화려하게 복귀하셔야죠. 그 덕에 저도 승진 좀 하고요.” 일부러 추켜세워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양 차장의 경력은 은행 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영업점 경험은 기본이고 본부에서도 핵심 부서로 손꼽히는 자본시장부 출신이었다. 대리 때는 글로벌 인재로 선발되어 아이비리그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과장 때는 은행장의 비밀 장부라고 불리는 도쿄지점의 첫 여성 책임자로 발령받기도 했다. 이런 사람을 초임지 때 사수로 만난 건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실제로 아무 연줄도 없었던 내가 자본시장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양 차장의 추천 덕분이었다. “차장님 안 계시니까 저 완전 찬밥 됐어요. 승진도 벌써 몇 번째 밀리는지 몰라요.” “나 없어도 잘하잖아. 승진은 때가 되면 하게 될 거야.” “부사수를 끝까지 책임지셔야죠. 자꾸 이러시면 제가 제주도 따라옵니다.” 가족을 잃은 직후 양 차장은 은행을 그만두려고 했다. 그때도 설득하기 위해 제주도까지 내려온 사람은 나였다. 인사부가 먼저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전례 없는 특혜지만 그만큼 사고가 비극적이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들을 모두 잃었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1139번 국도의 좁은 커브 길과 군데군데 얼어붙은 빙판, 그리고 중앙선을 침범한 트럭은 두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양 차장의 미래까지도 한순간에 앗아갔다. “나 지금은 여기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어머니 따라서 귤 농사라도 이어받아요?” “그런 건 아니고. 궁금하면 너도 같이 가볼래?” 양 차장이 가방에서 팸플릿을 꺼냈다. 만장굴에 대한 안내 책자였다. 유네스코 삼관왕이라느니, 세계 7대 자연경관이라는 수식어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접혀 있는 종이를 펼치니까 그 안에 동굴 속 사진이 여러 장 실려 있었다. 주석에는 이 동굴이 수십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의 화산 동굴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다 뭐냐고 묻자 수줍게 치아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고향을 잃은 사람에게 고향을 다시 돌려주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는데 그게 정확히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런 일을 하면 마음이 좀 나아져요?” “그게 무슨 말이야?” “이런 게 좀 도움이 되시냐고요.” “너는 어떻게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니?” 양 차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말해 놓고 보니 마음이 뜨끔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양 차장은 잘못했다는 말을 싫어했다. 그때 당시 신입이었던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지르면 고개를 숙이거나 반성하지 말고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방안부터 제시하라고 다그쳤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리는 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노력했어도 결과가 좋지 못하면 책임을 질 뿐이다. 책임에는 후회와 반성이 필요하지 않다. 죄송하다는 말은 자기 연민일 뿐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다. 내 기억 속의 양 차장은 그런 말을 단호하게 내뱉는 사람이었다. “차장님 혹시 예전에 저한테 자주 했던 말 기억하세요?” “어떤 말? 너한테 맨날 그만두라고 했던 거밖에 기억 안 나는데.” “은행원답지 않게 너무 사연에 연연한다면서요. 특히 신용평가표 작성할 때마다 그랬잖아요. 은행원은 모든 것을 숫자로 말하고, 숫자에는 구구절절한 서사가 없다.” 지점에서 처음 업무를 배울 때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취급자 의견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대출을 해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단계인데 이상하게 반려되거나 보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입이 올린 평가여서 더 까다롭게 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내가 그 의견을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승인권자가 궁금해하는 건 차주가 어떤 곤란한 사정으로 어디에 쓰려고 돈을 빌리는지가 아니었다. 오직 담보와 소득, 매출액과 순수 자본 비율 등을 고려해 얼마나 보장받을 수 있는지, 어떻게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양 차장은 내게 서류를 검토할 때는 숫자만 정확히 산출하면 다른 것을 고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고객마다 털어놓는 복잡하고 어려운 사정은 계산식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매출액과 영업이익처럼 계량화할 수 있는 수치뿐이라고. 숫자가 나쁘면 대출은 진행될 수 없었다. 반대로 숫자가 좋으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대출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했다. 반기별로 할당되는 이익 목표를 채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기업이 아니라 돈을 갚을 수 있는 기업에 더 강하게 대출을 밀어줘야 했다. 그렇게 사정이 어려운 업체는 조금씩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고 여건이 되는 업체는 기존의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쓸데없는 대출을 추가로 끌어안았다. 한번은 그런 방식에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정말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출이 나갈 수 없고,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에게 억지로 대출을 밀어 넣는 일에 대해서. 당장 거래처에 문제가 생겨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소기업 사장에게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소개해 일정 비율 원금을 변제시킨다거나, 여유 자금이 생겨 대출을 갚겠다는 사람을 내부 평가 기간에 맞춰 억지로 미루게 하는 일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양 차장은 그런 걸 정상이라고 말했다. 정말 조금도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은행이 자선단체는 아니잖아? 그 답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했다. 영리법인의 선과 정의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이 이제는 제주도에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었다. 자카르타마저 포기한 채로. 아무리 사람이 쉽게 변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무책임할 정도로 변해 버린 것 같아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 굿당에 도착한 심방이 멍석 위에 고무신을 벗어 앞코를 뒤집어 놓았다. 옷매무새를 천천히 매만지며 비뚤어진 고깔부터 버선까지 다시 한번 점검했다. 덧신을 신고 멍석 위에서 채비를 갖추자 여자가 흰색 술을 가져왔다. 가닥이 풍성하고 끝이 구불구불한 술이었다. 심방은 술 안에 손가락을 넣어 위에서 아래로 몇 번 쓸어내렸다. 꼬여 있던 술이 한 올씩 풀리자 신기하게도 바람이 거짓말처럼 잦아들었다. 심방은 노란 주발에 쌀을 가득 담았다. 놋그릇 안에 흰 쌀을 붓고 무명으로 감쌌다. 쌀이 쏟아지지 않게 끈으로 단단하게 묶고 그 밑에 머리빗 하나와 소주병을 같이 얽어맸다. 무명천 밑에 매달린 머리빗과 소주병이 부딪치면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주변이 적막한 탓인지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남자 중 한 명이 그걸 들고 바다로 향했다. 물에 잠긴 바위를 지나 더는 들어갈 수 없는 깊은 곳까지 걸었다. 달그락 소리는 무명천에 감싼 주발을 물속에 던져버리고 나서야 사라졌다. 바람이 그치자 파도의 기세도 한결 약해졌다. 여자가 소반을 들고 굿당에서 나왔다. 심방이 정해준 장소에 소반을 내려놓는데 제기 위에 있던 청귤 몇 개가 백사장 위에 떨어졌다. 여자는 그걸 주워 소매로 닦아 내게 하나 건넸다. 양 차장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두 손으로 받기는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쥐고만 있었다. 청귤은 전체적으로 녹색이었고 군데군데 노란 빛을 띠었다. 껍질은 무르지 않아 아직 단단했다. 양 차장이 내 손바닥에 놓인 것 중에 알이 작은 것 하나를 집어 향을 맡았다. “이촌역 지점에 있었을 때 모셨던 지점장님 기억나?” “저랑은 악연이에요. 그분이 고과를 긁어놔서 지금도 승진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퇴직해서 그런지 얼굴이 좋아졌더라. 청귤청도 두 상자나 사 갔어.” 이촌역 지점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청귤 향이 떠올랐다. 양 차장의 어머니가 직접 담근 청귤청이 지점장실뿐만 아니라 창구에도 하나씩 놓였다. 청귤차라는 게 별것도 아닌데 고객에게 반응이 좋았다. 상담할 때면 새콤달콤한 향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덕분에 고객에게 청귤차 한 잔을 내오는 건 이촌역 지점만의 특별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달콤한 차는 금리나 신용처럼 민감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씁쓸한 커피나 떫은 차를 대접할 때보다 더 대화가 잘 풀렸다. 설명 듣는 시간이 길어져도 불만이 적었다. 가끔은 어떤 상품에 가입해야 청귤청을 사은품으로 얻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인기가 좋았던 청귤차가 지점에서 사라진 건 지점장과 양 차장이 언쟁을 한 이후부터였다. 두 사람이 다투게 된 원인은 내가 거절한 어떤 대출 때문이었다. 지점장은 자신의 친구라며 손님 한 명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직접 만나기도 전에 서류부터 건네는 게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 고객이 신청한 대출은 서민구제금융 대출이었다. 재직만 확인된다면 신용등급을 따지지 않는 상품이었다. 취급하기에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았다. 만약 돈을 갚지 못한다고 해도 국가기관에서 대신 갚는 담보 특약이 있어 부담이 적은 대출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고객이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었다. 지점장이 준 서류는 위조된 것이었다. 자신이 아는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용역회사에서 청소직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꾸몄다. 건강보험료까지 정식으로 내고 있어 서류만으로는 문제가 될 게 없었다. 내가 그게 위조라는 사실을 아예 몰랐다면 전혀 꺼릴 게 없었다. 하지만 이미 알아버린 이상 그대로 진행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 고객이 폐암 4기이며, 이미 너무 많은 종류의 항암제를 써서 더는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치료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점장님은 곧 퇴직하니까 상관없었던 거예요.” 재직 문제로 대출이 어렵다고 보고하자 지점장이 나를 따로 불러냈다. 그러면서 유연하게 처리할 방법이 없냐고 은근히 압박을 넣었다. 외부에서 감사가 나오더라도 서민구제금융은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는다면서 다시 한번 판단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서류에 도장을 찍고 처리하면 모든 것이 내 책임이 될 것 같았다.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어 사수였던 양 차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양 차장은 길길이 날뛰며 곧바로 지점장에게 따졌다. 지점장은 한 걸음 물러서며 내 자율에 맡긴 거라며 선을 그었다. 그 말은 결국 내게 양 차장을 따를지 자신을 따를지 결정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지점장이 나를 거칠게 몰아세웠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능숙한 사람이었다. 지점장은 그 동기가 외환위기 때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이고, 그가 그만두지 않았다면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됐을 수도 있었다며 속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게 그런 걸 상상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제비뽑기처럼 누군가는 잘리고 누군가는 살아남았던 시대를. 아무 잘못도 없이 운이 조금 나쁘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 어떤 수모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는지. 그런 말을 듣는 내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딱히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사정은 분명히 안타까웠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나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 같았다. * 멍석 위에 앉은 남자들이 악기를 집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예행연습을 시작했다. 북채를 쥔 고수가 북을 두드리자 장고수가 장단을 더하며 합을 맞췄다. 징수는 징을 한 번 쳤다. 크고 웅장한 징소리가 먼바다까지 닿아 사라지면 다시 징을 쳤다. 심방은 징 소리에 맞춰 사방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장고수의 박자가 조금 빨라지자 심방이 천천히 춤사위를 시작했다. 버선발을 높게 세우고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가 무릎을 굽히면서 다시 땅 밑으로 늘어뜨렸다. 제자리에서 낮게 뛰기도 하고 절을 하듯 허리를 굽히기도 했다. 춤사위는 아주 느렸다가 갑자기 속도가 붙었다. 횟수가 반복될수록 동작이 조금씩 격해지고 빨라졌다. 북과 장구의 박자도 그에 맞춰 더 급해졌다. 어둠 속에서 흰색 술은 선명하게 빛났다. 밤바다 앞에서 흰색 궤적을 그리며 허공 위에 흔들렸다. 징수가 채를 한 번 휘두르면 하늘로 치솟았고, 고수가 매화점을 두드리면 땅으로 떨어졌다. 그 잔상은 구천을 떠도는 도깨비불 같다가도 업을 풀고 승천하는 혼령처럼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를 부르면서도 내쫓는 것 같았고,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그 자국을 두 눈으로 좇다 보니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갈 것 같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 있었다. 뭔가에 홀린 것 같아 서둘러 돌아보는데 어쩐지 낯이 익었다. 자세히 보니 낮에 양 차장을 따라 만장굴에 갔을 때 만났던 사람들이었다. 한낮이었지만 만장굴 내부는 굉장히 어두웠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갈 때만 해도 땅속으로 들어간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굴이니까 어두운 게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어두운 줄은 몰랐다. 바닥에 설치된 조명은 박쥐 때문에 밝기를 제한하고 있었다. 굴의 내부는 좁고 어두워 천장에 매달린 종유석 같은 걸 조금만 구경하려고 해도 금방 뒷사람이 다가왔다. 바닥은 또 울퉁불퉁해서 자주 돌부리에 걸렸고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군데군데 고여 신경 써서 걷지 않으면 미끄러질 수도 있었다. 양 차장이 인솔한 단체는 오사카 지역의 이쿠노구에서 온 재일 교포 상인회였다. 조센이치바라고 불리는 시장의 정식 명칭은 미유키모리 쇼오텡가였지만 일본에서는 코리아타운이나 조선 시장 같은 속칭으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내가 처음 들어본다고 하자 일행 중 비교적 한국말이 유창한 어떤 노인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킨테츠선의 츠루하시역과 이마자토역 사이에 작은 강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조센이치바가 나온다고. 과거에 제주에서 일본으로 떠난 사람 대부분이 그 일대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양 차장은 만장굴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거북바위 앞에서 일행을 모았다. 그곳에서 마이크를 켜고 거북바위와 해안동굴에 대한 설명을 잠깐 들려주었다. 노인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양 차장의 해설을 들었다. 바위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그 모습이 제주도와 닮아 있었다. 가운데 볼록한 부분은 한라산이 솟은 것 같았고, 전체적인 윤곽도 해안선과 비슷했다. 바위의 아래쪽에는 유선이 아직 남아 있었다. 동굴 벽면에 그려진 것과 거의 같은 높이였다. 아마도 천장에 붙어 있던 암석이 떨어졌을 때 그만큼의 수위로 용암이 흐른 것 같았다. 용암에 잠긴 부분은 모두 쓸려갔지만, 윗부분만큼은 섬처럼 남은 것이다. “화산 동굴은 용암의 겉과 속이 식는 속도가 달라서 생깁니다. 겉은 식어서 단단하게 굳지만 속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로 계속 흘러 이렇게 텅 비는 거예요.” 설명을 다 듣고 동굴 속을 걷는데 생각보다 길이 일찍 끝나버렸다. 조류에 휩쓸리듯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더듬거리며 앞으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공간이 넓어지고 조명이 환한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있고 비상 전화기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무너진 천장에서 용암이 쏟아져 내려 생긴 근사한 돌기둥 앞에서 줄지어 사진을 찍었다. 그제야 뒷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겨우 유선과 종유석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는데 우습게도 그곳이 반환점이었다. 반환점에서 노인은 눈을 감고 벽에 귀를 가져다 댄 채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용암 벽 너머로 무언가가 들리는 것처럼 두 손으로 귀를 모았다. 그의 표정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다. 손주들이 포켓몬스터와 던전 같은 단어를 내뱉으며 신나게 뛰어노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벽 안쪽의 소리를 들었다. 점자를 읽듯 조금씩 색이 다르고 층이 나누어진 선명한 가로줄을 하나하나 손으로 짚었다. 그는 그 벽 너머에 어렸을 때 들었던 소리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대낮의 호루라기 소리나 새벽녘의 군화 소리, 누군가가 끌려가며 질렀던 비명. 고막을 찢는 일방적인 사격 소리 같은 것들이었다. 기억이 청각으로만 남은 이유는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누군가가 눈을 가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그때 자신의 두 눈을 덮어주었던 주름진 손바닥에 대해 회상했다. 노인을 지켜준 손은 여러 명의 것이었다. 해변에서는 아버지였고 방안에서는 어머니였다. 마을이 불탔을 때는 삼촌이 되었다가 밀항선에 숨을 때는 이웃집 아저씨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산지항에서 무역선 배 밑창에 몸을 싣고 일본으로 오기 전까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너무 후회된다면서 벽에서 귀를 떼지 못하고 오랫동안 흐느꼈다. 관람이 다 끝나고 양 차장은 그들에게 기념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탁자 위에 장식용으로 두는 돌하르방이었다. 돌하르방은 겨울 모자를 눌러쓰고 양손을 가슴과 배 위에 올려놓았다. 돌하르방의 모습은 어쩐지 지점장의 친구였던 그 고객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 고객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빠진 머리털을 가리려고 모자를 썼다. 스테로이드와 호르몬 약의 부작용으로 눈과 코가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했다. 그와 마주 앉은 것은 아주 잠깐뿐이었지만 그 인상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았다. 눈을 감으면 지금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었다. * 본격적으로 굿판이 시작됐다. 구경하는 사람은 서로 대화도 나누지 않고 진지하게 제사를 지켜봤다. 낮에 본 노인은 맨발로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머지는 자리가 부족해 모래 위에 그대로 서 있었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은 하나같이 부모 뒤에 몸을 숨겼다.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겁을 먹은 것 같았다. 붉은 도복에 흰 고깔을 쓴 심방이 무서운지 실눈을 뜨거나 아예 눈을 감아버린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는 돌하르방을 손에 꽉 쥐고 있었다. 낮에 들은 설명 때문인 것 같았다. 양 차장은 마을마다 돌하르방을 세우는 목적이 복을 기원하는 게 아니라 화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심방의 옆에서 시중을 들던 여자가 직사각형의 종이를 조심스럽게 들고 왔다. 중간에 가짜 돈이 매달려 있고 위쪽이 삼각형으로 접혀 있는 종이였다. 여자는 그 종이를 심방의 등 뒤에 붙였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심방의 걸음걸이와 표정이 바뀌었다. 심방은 주위에 모인 모든 사람을 데리고 바다로 나가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내려놓았다. 파도는 작게 들이쳐 인형의 밑을 적셨다가 빠져나갔다. 인형에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단단하게 묶었다. 두꺼운 상자를 펼쳐 상여를 만들고 그 위에 인형을 시체처럼 올렸다. “인형에 염을 하고 나면 굿당 가운데 잠깐 앉아 있어 줘.” “저는 진짜 못하겠어요. 솔직히 이게 다 뭐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나 대신한다고 생각해. 나도 그런 적 있었잖아.” 최후의 일격처럼 긴 파도가 뭍 안쪽으로 깊이 밀려들어 왔다. 파도는 양 차장의 운동화를 덮치고 용왕상까지 닿았다. 파도에 두 발이 다 젖었는데도 양 차장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운동화와 양말을 벗어 멍석 귀퉁이에 올려놓고 맨발로 모래를 밟고 섰다. 발이 시릴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심방이 염포의 끝을 넉넉하게 잡고 내게 건넸다. 그걸로 상여를 굿당까지 끌고 오라는 것 같았다. 당황해서 멀뚱히 있자 양 차장이 등을 떠밀었다. 왜 내가 이런 일까지 맡아야 하는지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시키는 대로 일단 상여를 억지로 끌고 와 굿당 앞에 놓았다. 신발을 벗어 멍석 중앙에 앉아 무릎을 꿇었다. 그 사이 무아지경에 빠진 심방의 무용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악은 요란해졌고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곡을 시작했다. 곡소리와 북소리가 절정에 닫자 심방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며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한순간에 춤이 멈추고 심방이 내 앞에 우뚝 섰다. 흰색 술을 바닥에 내려놓고 댓가지를 꺾어 만든 기다란 회초리 묶음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걸로 내 등을 내리쳤다. 댓가지가 얇아서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대 두 대 맞을 때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이유로 매를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다. 지점장이 지시했던 대출은 결국 불가 판정을 내렸다. 내게는 지점장보다는 양 차장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했다. 지점장은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그를 한 번이라도 직접 만나보고 다시 결정하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이 직접 찾아온다고 해서 위조된 서류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내 입으로 직접 거절의 뜻을 전하라는 의도였다. 자신이 맡기 싫은 역할을 내게 떠넘기는 짓이었다. 지점으로 찾아온 그 고객은 행색이 지나치게 초라했다.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비굴함이 몸 전체에 배어 있었다. 그는 나를 계장님이라고 깍듯이 호칭했다. 의례적으로 묻는 말에도 변명하듯 눈치를 보며 둘러댔다. 차라리 선배라고 거들먹거리는 부류였다면 거절하기가 더 나았을 텐데. 이상하게도 대출이 어렵다는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양 차장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그를 칼같이 잘라내지 못했다. 그에게 대출이 거절되었다고 말한 사람은 양 차장이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양 차장이 도와주려고 다가왔다. 양 차장은 그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자리를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그 고객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단 한 칸 옆으로 옮기는 것뿐이었지만 그를 비추고 있던 어떤 불빛 같은 게 꺼지는 것 같았다. 그는 내게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한 번 더 사과했다. 창구에 앉아 그가 떠난 의자를 바라보면서 대화를 엿들었다. 대출이 안 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 듣는 동안 그는 계속 기침을 쏟았다. 입안이 바짝 말랐는지 마른 혀를 계속 다시는데도 양 차장은 능숙하게 키보드만 두드렸다.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지점에서 청귤청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점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있던 것을 치우게 하자 창구에 놓였던 것도 자연스럽게 버려졌다. 그 외에는 딱히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지점장과의 신경전도 끝났고 우려했던 인사 보복 같은 것도 전혀 없었다. 다만 나는 며칠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아무도 없는 지점에 나와 그 고객이 단둘이 마주 앉아 있는 꿈이었다. 그 꿈은 지금도 가끔 꿀 때가 있었다. 꿈속에서 그 고객은 날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앞에 앉아 기침을 쏟을 뿐이었다. 나 역시도 딱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몇 번을 곱씹어도 그날의 결정은 옳은 일이었다. 다만 후회하는 것은 그때 내가 따뜻한 차 한 잔을 내오지 못한 것이었다. 야윈 목에서 쏟아지는 메마른 기침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에게 청귤차 한 잔을 권하지 않았다. 아무리 잘못한 게 없더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설운 어멍아 이런 변고가 어디 있수광. 구름 질로 바람 질로 고향산천 온 줄 모릅니까. 한 달을 그물고 두 달을 그물어도 경해도 원망하고 있수광. 이승에서 못한 것 저승에서 허쿠다. 잘들 삽서 하다하다 걱정말앙 잡들삽서. 살암시민 살암십서.” 심방이 백안을 뜨고 귀신에 씐 것처럼 여러 목소리를 냈다. 노인처럼 한탄하다가 아기처럼 울었고 남자처럼 화를 내다가 여자처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그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엎드려 있었다. 양 차장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무언가를 빌었다. 나는 시킨 대로 고맙수다 라고 말하며 심방에게 절을 해봤다. 고맙수다, 고맙수다. 기계적으로 말을 반복할 뿐인데도 내가 진짜 상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방은 매질을 멈추고 제풀에 꺾인 듯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밤하늘은 여전히 별도 없이 캄캄했지만,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그 밑이 아주 조금은 푸른 듯 보였다.
  • 오르고 또 오르면 새 길이 열리더라

    오르고 또 오르면 새 길이 열리더라

    경남 사천에는 남파랑길 34~36코스가 있다. 서정적인 바닷가 마을과 장쾌한 바다를 동시에 마주할 수 있는 코스다. 34코스 중간쯤의 노산공원을 들머리 삼아 36코스의 사천 관내 끝자락인 늑도까지 돌아봤다. 34코스는 원래 경남 고성의 하이면사무소에서 사천에 속한 삼천포대교 사거리까지다. 한데 사천의 명소인 남일대 해변 일대에 코로나19가 우려되는 밀집시설이 많아, 부득이 이 일대를 건너뛰어 삼천포항 옆의 노산공원을 들머리 삼았다. 용궁수산시장 등의 명소도 우회해 지났다. 워낙 들고 나는 사람이 많아서다. 대신 남파랑길에 포함되지 않은 무지개 해안도로를 덧붙였다.●추억 선물하는 노산공원 ‘삼천포 아가씨’ 노산공원의 랜드마크는 ‘삼천포 아가씨’ 동상이다. 1965년 발표된 은방울 자매의 동명의 노래와 이듬해 개봉한 동명의 영화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난 2011년 세웠다. 동상이 선 자리는 삼천포항 옆이다. 삼천포 신항, 수산시장 등 번다한 시설들 틈바구니에 이렇게 적요한 공간이 있다는 게 놀랍다. 삼천포 아가씨 동상이 당대를 살아낸 사람들에게 어떤 정서를 안겨 주는지 짐작할 수는 없지만, 기억 속에 묻혔던 시간과 조우하는 느낌만은 각별하다. 노산공원 위엔 박재삼 문학관이 있다. 이 지역 출신인 박재삼(1933~1997) 시인을 기리는 공간이다. 바다와 맞닿은 곶부리엔 정자도 세웠다. 털썩 주저앉아 삼천포 아가씨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멍때리기’ 맞춤하다. 삼천포 수산시장을 그냥 지나친 건 여러모로 아쉽다. 요즘은 ‘용궁’수산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별주부전의 무대로 알려진 서포면 비토섬에 상응하는 이름이다. 조맹지 문화해설사는 용궁수산시장을 “바가지요금 빼고는 다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만큼 규모가 크고 다양한 갯것들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겠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무렵 사천 남파랑길을 찾는 이라면 꼭 들러 보길 권한다.●바가지요금 빼고 다 있는 ‘용궁수산시장’ 34코스 끝자락의 대방진굴항은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설계된 옛 군항이다. 고려 말 남해안에 극성을 부리던 왜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도 대방진굴항을 수군 기지로 활용했다고 역사는 전한다. 조롱박 형태의 외양이 이름만큼이나 독특하다. 늙은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전하는 풍경도 웅숭깊다. 느티나무의 수령이 750년을 헤아린다고 하니 대방진굴항이 생길 때부터 이 일대의 모습을 지켜봤을 터다. 35코스는 대방진굴항 위의 삼천포대교 사거리에서 시작된다. 각산봉화대, 실안해안도로 등을 돌아보는 코스다. 다만 주차 등을 고려하면 삼천포대교공원을 기점으로 삼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이 코스의 핵심은 각산봉화대다. 각산 정상(398m) 언저리까지 케이블카가 놓여 편히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남파랑길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역시 걸어서 오르는 게 정도다. 최단 코스는 대방사를 거쳐 올라가는 것이다. 1시간 남짓 발품깨나 팔아야 한다. 각산 정상의 봉화대는 나라 안에서 손꼽히는 풍경 전망대다. 선조들이 만든 봉화대 앞에 서면 사천 앞에 펼쳐진 너른 바다를 온전히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무엇보다 섬과 섬 사이에 놓인 다리들이 인상적이다. 마치 물수제비 뜨듯 바다 위를 가르고 있다. 저 다리를 건너 그 아래 작은 섬들을 낱낱이 살피며 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각산 봉화대서 온전히 담는 사천 앞바다 원래 코스대로라면 각산에서 산분령낚시터, 실안해안도로 등을 거쳐 삼천포대교공원으로 와야 한다. 그러자니 무지개해안도로를 놓치는 것이 너무 아쉽다. 거리와 시간이 다소 늘더라도 이 해안 절경을 빼놓을 순 없다. 무지개해안도로는 용현면 종포~남양동을 잇는 6.2㎞의 해안도로다. 도로 경계석을 무지갯빛으로 칠한 것에서 이름을 얻었다. 빼어난 풍경과 일몰 등 사진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일대의 ‘인싸’(인사이더)들이 즐겨찾는 여행지가 됐다. 그냥 찍어도 ‘그림’인데, ‘인싸’들은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 도로에 물을 뿌려 반영을 만드는 것이다. 파란 하늘과 바다, 빨간 사천대교, 무지갯빛 도로가 데칼코마니 그림처럼 펼쳐진다. 무지개해안도로 너머 바다는 평온하고 ‘좁짝한’(좁고 작다는 뜻의 사투리) 바다다. 오래전 사천해전(1592)이 벌어진 곳. 조맹지 해설사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이 이 해전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고 한다.●무지개해안도로서 인생사진도 ‘찰칵’ 무지개해안도로와 잇닿은 실안해안도로도 그에 뒤지지 않을 만큼 풍경이 빼어나다. 일몰 풍경의 대명사처럼 평가받는 ‘실안낙조’의 주무대가 바로 여기다. 무지개도로 중간의 사천대교를 넘으면 비토섬이다. 요즘 캠핑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곳이다. 남파랑길 코스에선 빠졌지만 차박이나 캠핑 등의 숙박지를 찾는다면 고려할 만하다. 36코스가 시작되는 삼천포대교는 유려한 자태가 일품이다. 이 다리부터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등을 거치는 동안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된 빼어난 풍경이 이어진다. 36코스의 사천 쪽 끝자락은 늑도다. 남해 창선도와 이웃해 있다. 늑도는 알면 알수록 독특한 섬이다. 크기는 작아도 선사시대 이야기가 풍성하게 전해온다. 늑도는 섬 전체가 국가지정사적지(450호)다.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 말에 세상에 알려진 뒤 발굴조사를 통해 기원전 2세기~기원후 1세기대의 유물 수만 점이 출토됐다. 대부분 중국 오수전, 일본 야요이계 토기 등 외래계 유물들이어서 초기 철기시대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교역 거점으로 주목받았다. 늑도를 ‘고대의 국제무역항’이라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글 사진 사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메가스터디교육X바탕국어연구소, 달라진 수능 국어에 맞춘 ‘바탕 모의고사’ 출시

    메가스터디교육X바탕국어연구소, 달라진 수능 국어에 맞춘 ‘바탕 모의고사’ 출시

    메가스터디교육과 바탕국어연구소는 2022학년도 달라지는 수능 국어 체제에 맞춘 2022 수능 대비 바탕 모의고사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밝혔다. 바탕국어연구소의 바탕 모의고사는 교사, 강사 출신 연구원들과 메가스터디 수능 국어 일타강사인 김동욱 강사가 최종 감수자로 참여하는 국어 모의고사이다. 업계 1위 고등 교육 기업인 메가스터디교육과의 MOU 체결을 통해 수능 국어 모의고사 시장의 선두 주자로서 입지를 다진 바탕국어연구소는 수능 국어 개편에 최적화된 학습 콘텐츠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실제 바탕 모의고사로 공부한 이O건 학생은 “아침 6시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본바탕’을 푸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공부 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바탕 모의고사로 2022학년도의 변화된 수능에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바탕국어연구소의 임희섭 대표는 수능 1교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바탕의 모든 콘텐츠는 소위 ‘모래주머니 효과’를 통해 시험장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대비할 수 있는 강한 실력을 배양시켜준다”며 “수험생 스스로 학습하는 콘텐츠라는 점을 감안, 온라인 Q&A를 운영해 작은 궁금증까지도 해소하려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메가스터디의 좋은 해설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역시 바탕 모의고사의 장점이라는 말도 전했다. 2022 수능 대비 바탕 모의고사와 본바탕 모의고사는 현재 메가스터디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이다. 출시 기념 이벤트로 세트 구매자에게는 고급 무릎 담요를 선착순 증정하며, 5개년 수능 국어 기출 문제집인 ‘기출MEET바탕’을 전원 제공한다. 또한 얼리버드 이벤트로 바탕+본바탕 모의고사 풀세트를 2021년 3월 1일까지 구매하는 회원 전원에게는 문화상품권 2만원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2022 수능 국어 대비 바탕 모의고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메가스터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테너 김세일 강원대 교수, 문체부 장관 표창장

    테너 김세일 강원대 교수, 문체부 장관 표창장

    ‘미성의 테너’ 김세일(강원대 교수)이 오는 31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장을 받는다. 김세일은 유럽에서 독보적인 복음사가(에반겔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국가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복음사가는 오라토리오나 수난곡의 해설자 역할로, 동양인에게 이 역을 주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김세일은 2007년부터 유럽 유수 극장에서 이 역을 도맡았다. 2011·201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차세대 예술인으로 선정됐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루돌프 얀센과의 ‘내일의 클래식 주역’,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과의 ‘레퀴엠’ 등 4장의 음반을 냈다. 지난 6월엔 첫 솔로 앨범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발매했다. 2018년 3월부터는 강원대 음악학과 교수로 임용돼 후학을 양성 중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올해 마지막 주말,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집콕’ 공연

    올해 마지막 주말,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집콕’ 공연

    집에서 보내는 연말,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가족들과 조촐히 보내게 된 많은 이들을 위한 다양한 온라인 공연도 준비됐다. 특히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무대들이 영상으로 꾸며져 가족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볼 거리가 많다. 일부 공연은 다시보기가 불가능하기도 해 실제 공연장처럼 공연 시간에 맞춰 놓치지 않고 무대의 매력에 흠뻑 빠져야 한다. 지치고 힘들었던 올해를 마무리짓는 송년 주말을 채워줄 ‘집콕’ 주요 공연들을 아래 소개한다. ●‘명품’ 연주를 집에서…정경화·김선욱 듀오 리사이틀 대구콘서트하우스는 26일 오후 5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듀오 리사이틀을 온라인으로 선보인다. 24일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녹화한 공연 영상은 26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뒤 100분이 지나면 삭제돼 공연 시간에 맞춰 실제 무대에서 주는 감동을 흠뻑 느껴야 한다. 세계적인 거장과 스타 연주자인 두 사람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으로 환상적인 호흡을 맞춘다. 브람스 특유의 서정적이고 쓸쓸한 감정이 돋보이는 바이올린 소나타 1번에 이어 경쾌한 선율의 2번, 협주곡 느낌이 짙은 3번으로 낭만주의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2번은 여러 멜로디가 결합된 대위법적 전개로 매우 고난도의 바이올린 기교를 필요로 해 정경화의 화려한 연주의 매력을 볼 수 있다.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은 “브람스가 진정한 앙상블의 진수로 꼽은 바이올린 소나타를 현의 여제 정경화와 김선욱의 피아노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행운”이라면서 “관객들이 이들의 열정적인 무대로 따뜻한 연말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처도 용재 오닐 ‘선물’ 네이버TV 후원 라이브 중계 구로문화재단은 비올리스트 리처도 용재 오닐의 송년 음악회 ‘선물’을 27일 오후 5시 네이버TV 후원 라이브로 중계한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국내 관객들에게 감사와 위로를 담아 선보이는 무대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 디토 오케스트라 등이 함께 한다. 1부에서는 양인모와 비발디와 바흐의 바로크 음악을, 2부는 조윤성 트리오와 협연해 영화 ‘핑크팬더’, ‘라라랜드’ 등 영화 음악을 연주한다. ●매력적인 창극 ‘춘향’…국립창극단 공연 실황 31일까지 공개 국립극장은 지난달 2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국립창극단의 창극 ‘춘향’을 국립극장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른 공연 실황 영상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방식으로 음성 해설이 들어간 영상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해설이 들어간 두 가지 버전이 준비됐다. 창극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쉽게 창극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창극 장르 설명부터 등장인물, 의상, 무대 등 작품 요소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더해졌다. 김명곤의 극본과 연출로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의 작창, 김성국 음악감독 등이 꾸민 무대 위 이소연(춘향), 김준수(몽룡), 유태평양(방자), 김금미(월매) 등 창극단 간판스타들의 깊은 소리로 가득 찼다. ●루돌프가 원숭이라면?…어린이 무용 ‘루돌프’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달 초 어린이 관객들에게 선보이려던 어린이 무용 ‘루돌프’를 23일부터 27일까지 국립현대무용단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다. 빨간 엉덩이를 가진 원숭이 루돌프가 자신이 그리는 이상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생애 첫 모험을 떠나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결코 안전하지만은 않지만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루돌프의 여행길을 다양한 몸짓으로 그려낸다. 10분 분량으로 세 편의 영상으로 제작돼 어린이들도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루돌프가 정말 사슴일까?’라는 재미있는 의문에서 시작된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이 새로운 질문을 던져보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가져보길 바라는 이경구 안무가의 바람이 담겼다. 지난해 초연에서 호평을 받았다. 국립현대무용단은 “대면 공연 취소의 아쉬움을 달래고 관객들의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온라인 상영을 무료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올해 못 만난 호두까기인형…광주시립발레단 실황으로 매년 크리스마스와 연말 무대를 장식했던 발레 공연 ‘호두까기인형’을 올해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만나지 못했다. 대신 유튜브에서 온라인으로 지난 공연 영상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최태지 예술감독이 이끄는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이 이끄는 광주시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2019년과 2019년 공연 실황을 광주 MBC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하고 있다. 광주시립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도 25일부터 광주 MBC 유튜브 채널에서 랜선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민간 발레단인 서 발레단이 지난 5일 수원SK아트리움에서 진행한 ‘호두까기인형’ 공연 실황도 이달 말까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악기와 그림 공부까지 음악과 함께 쉽게… ‘토요키즈클래식’ 용인문화재단은 상설 기획공연 ‘토요키즈클래식’을 26일 오후 3시 무관중 온라인 공연으로 용인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인다. 1부 ‘금관악기 화려함 속으로’를 통해 금관악기의 화려한 음색에 숨어있는 비밀을 연주자의 음악과 해설을 더해 쉽게 전달하고 2부 ‘음악으로 그린 그림’으로 미국 음악교육학자 에드윈 고든의 오디에이션(음악으로 생각하는 능력) 철학과 점의 미학을 공연으로 만들어 음악을 들으며 완성되어가는 그림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영상은 한 달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안양시, APAP 공공예술작품 해설 비대면 전환…‘APAP 오디오 투어’ 도입

    경기 안양시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APAP 공공예술작품 설명 대면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한다. 시는 지역 내 공공예술작품을 스마트폰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해설 서비스 ‘APAP 오디오 투어’를 도입 비대면으로 진행한다고 23일 밝혔다. 시는 전문 안내원이 관람객에서 작품을 해설하는 대면 프로그램을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 중단하고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안양 전역에는 2005년 처음 개최한 이후 올해 15년째를 맞이한 안양공공에술프로젝트(APAP) 국내외 유명작가의 예술작품 80여점이 야외에 존치돼 있다. 시는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정착하며 비대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모바일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APAP 오디오 투어’ 안내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2020년 아르코 공공예술사업’ 공모사업에 선정 돼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야외 공공예술작품 50점을 전문성우가 한국어와 영어로 소개한다. 문화예술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생활 곳곳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며 “모두가 힘겨운 시대이지만 잠시나마 답답한 상황을 벗어나 공공예술을 다른 감각으로 접해 치유와 힐링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이용구 차관 ‘기사 폭행’ 경찰 출석 요구에도 불응 드러나

    이용구 차관 ‘기사 폭행’ 경찰 출석 요구에도 불응 드러나

    경찰 “전직 법무부 간부인지 전혀 몰랐다”李 “운전자·국민께 죄송… 경찰서 밝힐 것”警, 새해 수사종결권 확보에 되풀이 우려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정식 입건해 수사하지 않고 마무리한 것을 두고 가해자가 고위 관계자여서 봐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 차관이 당시 변호사였으며 전직 법무부 간부인 줄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 이 차관이 운전 중인 사람을 폭행한 것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충분했다고 해명하면서도 유사한 판례를 정밀 분석해 수사가 적절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불거진 뒤 침묵해 온 이 차관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차관은 변호사로 재직하던 지난달 6일 밤 11~12시 사이 서울 서초구 아파트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아 폭행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다. 당시 택시기사는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이 차관에게 별다른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내사종결했다. 이를 두고 경찰이 이 차관을 봐줬다는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택시기사가 운행을 마치고 요금 계산을 위해 손님을 깨운 것이므로 운행 중 폭행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단순 폭행죄를 적용한 판례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판단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을 적용한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당시 이 차관이 전직 법무실장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서초동에서 활동하는 변호사가 1000명이 넘는다”며 “보통 사건과 똑같이 처리했다”고 말했다. 서초서는 상급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에도 해당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시 이 차관이 판·검사나 법무부 관료 등 주요 인물이 아닌 변호사여서 지휘부 보고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당시 현행범으로 체포되지 않고 파출소로 임의동행됐다. 블랙박스에 녹화된 영상이 없어 증거가 불분명했고, 이 차관이 인적 사항을 제출하고 수사에 협조할 의향을 밝혀 체포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이 차관에게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차관이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이날 기자단에 짧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 택시 운전자분께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제 사안은 경찰에서 검토해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교통사범 수사실무’에 비춰 보면 이 차관 사건을 내사종결한 경찰의 조치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이 2013년 마련한 실무서에 따르면 “목적지에 도달했으나 승객이 자고 있어 깨우는 경우 ‘운행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교통사범 수사실무는 판례를 분석한 해설서일 뿐 사건 처리 지침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검찰 관계자는 “2015년 6월 개정된 특가법이 교과서라면 수사실무는 참고서에 불과하다”면서 “교과서가 바뀌었는데 과거 참고서를 가지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새해부터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손으로 한 글자씩… 마음 읽는 심리 상담가

    손으로 한 글자씩… 마음 읽는 심리 상담가

    타로 심리 상담가 류연옥(58)씨가 능숙한 솜씨로 카드를 섞는다. 테이블 위로 78장의 카드가 흐트러짐 없는 아치를 그리며 펼쳐진다. “왼손으로 세 장을 뽑아 보세요.” 카드를 내밀자 그가 손으로 카드를 더듬어 읽는다. “아이고, 올해는 남자가 없겠는데요?” ●공부하면서 부정적 생각 날리고 행복해 볼 수 없는데 볼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의 타로카드 얘기다. 류씨는 20년 전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당뇨망막병증이었다. 운영하는 가구숍을 닫고 나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결국 안마숍을 찾았다.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특수 대학을 나와도 자리가 없어서 대부분 안마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그랬죠.” 안마숍 실장으로 취직한 류씨는 근육학 등을 배우기 위해 부산에서 서울을 오가며 공부했다. 사이버대학에서 심리 상담을 공부하고 사회복지사(2급) 자격증도 땄다. 타로 상담을 배우게 된 건 3년 전. 사고로 골반을 다쳐 걸음이 불편해지면서다. “긍정적인 성격인데도 힘들더라고요. 타로도 처음에는 ‘보이지도 않는데 배워서 내가 뭘 하지’, ‘한 장당 뜻이 5~7개라고? 내가 이걸 다 어떻게 외워’ 같은 부정적인 생각만 들었어요. 근데 (타로를 하는)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류씨는 배리어프리 문화예술 단체 ‘꿈꾸는 베프’의 타로 심리 프로그램(40시간)을 통해 타로를 만났다. 점자가 새겨진 타로카드와 타로 이미지 해설본을 손으로 읽어 타로를 배웠다. 지난해에는 타로 심리 상담사 민간자격증(1급)도 취득했다. ●“안 보여서 내담자는 더 편할 수 있으니 장점” 그는 타로카드를 ‘끈’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무의식의 세계 속에서 모두 연결돼 있는데, 타로카드라는 매개를 통해 그 무의식을 읽고 타인과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담자의 알 수 없는 고민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일도 많다고 했다. “여름에 손에 땀이 많이 나면 점자가 잘 안 읽혀요. 겨울에는 또 손이 꽝꽝 어니까 막 문질러서 읽고…. 그래도 내담자는 정색하고 눈을 마주치지 않는 제가 상담하기 더 편할 수 있어요. 안 보이는 것이 장점이 되는 거지요.” 각종 장애인 관련 행사 등에서 타로 상담을 하고 있는 류씨는 내년에는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일반인과 좀 다르긴 하지만 함께 이 세상을 걸어갈 수 있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고 또 자기 존재감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직업을 많이 개발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저희들 상당히 당당하게 잘하고 있잖아요?” 부산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부산 이근아 기자 leeguenah@seoul.co.kr
  • 올해 한국을 빛낸 여행지는 어디?

    올해 한국을 빛낸 여행지는 어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2020 한국관광의 별’ 5곳을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해당 관광지는 전북 익산 미륵사지, 강원 양양 서피비치, 인천 개항장 거리, 충북 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 강원 영월 와이파크(술샘박물관) 등이다. 문체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차별화된 매력과 철저한 방역관리로 관광 발전에 기여한 관광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익산 미륵사지는 사전 예약 해설 서비스 제공 등 모범적인 K방역 사례로 꼽혔다. 양양 서피비치와 인천 개항장 거리는 사계절 서핑, 스마트관광 콘텐츠 활용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매력을 창출한 점을 인정받았다.제천 청풍호반 케이블카는 탑승장에 엘리베이터와 경사로 등 관광 약자를 배려한 시설을 설치한 점 때문에 선정됐다. 영월 와이파크는 관광객들이 자주 찾지 않았던 술샘박물관을 ‘재생’이라는 주제 아래 복합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남산예술센터의 마지막 선물…시즌작 4편 ‘장벽 없는 온라인 극장’ 상영

    남산예술센터의 마지막 선물…시즌작 4편 ‘장벽 없는 온라인 극장’ 상영

    31일 문을 닫는 남산예술센터의 이번 시즌 작품 네 편이 23일부터 온라인 극장에서 다시 한 번 관객들과 만난다. 서울문화재단은 남산예술센터의 2020시즌 프로그램을 ‘장벽 없는 온라인 극장’을 통해 23일부터 30일까지 서울문화재단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TV를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배리어프리 방식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해설과 수어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있는 두 가지 버전의 공연 영상을 볼 수 있다. 공개되는 작품은 한국 사회의 아픔을 이야기한 ‘아카시아와, 아카시아를 삼키는 것’(23~24일), 한국 기독교의 보수화를 비판하고 소수자 혐오 문제를 짚는 ‘남산예술센터 대부흥성회’(25~26일), 진실을 밝히기 위한 복수의 여정을 그린 ‘왕서개 이야기’(27~28일),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무대화한 ‘휴먼 푸가‘(29~30일) 등 네 편이다.특히 ‘왕서개 이야기’’는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월간 한국연극 ‘2020 공연베스트’, 연극평론가들의 모임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이 선정한 ’공연과 이론‘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휴먼 푸가’는 월간 한국연극 ‘2020 공연베스트7’에 포함됐다. 국내 최초 현대식 민간극장인 남산예술센터는 31일 이후 운영이 중단된다. 전신 ‘드라마센터’를 극작가 겸 연출가인 동랑 유치진 선생이 1962년 설립했다. 서울예대 실습 공간으로 사용되다 2009년 남산예술센터로 이름을 바꿔 제작극장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는 서울예대와 연간 10억원 규모의 임대계약을 맺고 서울문화재단에 운영을 맡겼다. 이후 119개 극단이 200여편의 작품을 제작하며 창작극의 산실로 자리잡았고 26만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하지만 서울예대 측이 2018년부터 임대계약을 끝내겠다고 밝혔고,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공공극장화 등의 고민이 깊어졌지만 임대료 협상 등이 타결되지 못해 결국 문을 닫게 됐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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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 김연정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상임위원 문태현 ■중소기업중앙회 ◇1급 승진△인사부 서재윤△보증손해운영부 이창희△충북지역본부 조인희△대구경북지역본부 최무근 ◇2급 승진△소상공인정책부 고종섭△교육지원부 김종하△단체표준국 박경미△스마트공장지원실 조동석△경남지역본부 황명욱 ■한국전력 ◇본사 처(실)장△전력시장처장 최현근△재무처장 박주수△안전보건처장 조남기△미래시스템혁신처장 연원섭△인사처장 오흥복△정보보안실장 최갑천△상생협력처장 서규석△중소벤처지원처장 최명호△자재처장 김제동△에너지전환처장 황광수△기술기획처장 이중호△기술품질처장 심은보△ICT기획처장 김영관△배전운영처장 전시식△송변전건설처장 김호곤△송변전운영처장 신근호△신송전사업처장 이철휴 ■TV조선 △경제부장 장원준△산업부장 김영진△문화스포츠부장 문승진△보도해설위원 이상목 엄성섭 ■교보증권 ◇승진△부사장 IB부문장 임정규 △전무 경영기획실장 안조영△전무 경영지원실장 송의진 ◇신임△상무 투자금융본부장 이성준△상무 재무관리본부장 오재경△준법감시인 윤송호△감사부장 이재오 ◇이동△WM사업부문장 서성철△Sales&Trading부문장 강은규 ■씨젠 △제조·구매 총괄 부사장 이기선
  • [책꽂이]

    [책꽂이]

    마음의 일: 재수×오은 그림 시집(재수·오은 지음, 창비교육 펴냄) 동갑내기 친구인 만화가 재수와 시인 오은이 시와 그림으로 펼쳐 낸 마음 이야기. 시집이면서 그림책인 이 책은 그들의 청소년기, 장래 희망에 대한 고민, 다짐 등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했다. 시를 만화로 읽고, 만화를 보며 시를 읽는 경험을 할 수 있다. 240쪽. 1만 4000원.기자를 위한 실전 언론법(김상우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하루 평균 10건의 기사가 분쟁에 휘말리는 상황에서 일선 현장의 기자가 옆에 두고 참고할 만한 언론법의 핵심 내용을 쉬운 언어로 담았다. 신문과 방송에서 두루 기자 생활을 한 저자가 저널리즘의 비판적 감시 기능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언해 기자 지망생들에게도 유익하다. 256쪽. 3만원불안한 승리 자본주의의 세계사 1860~1914(도널드 서순 지음, 유강은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역사학자 도널드 서순이 1860년 무렵부터 1차 세계대전 전까지 자본주의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지 총체적 역사를 서술했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 제국주의, 민족주의로 이어지며 끝없는 불안을 불러일으킨다. 현재를 성찰하는 것은 우리의 몫임을 강조한다. 1088쪽. 5만 5000원.인간 공자, 난세를 살다(리숴 지음, 박희선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춘추시대라는 난세에 열국을 주유한 공자의 부침 많은 일생과 인간적 모습,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집대성했다. 기존의 수많은 공자 전기와 달리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춘추시대 사회·정치·제도를 복원해 냈다. 672쪽. 3만 2000원.베토벤 현악 사중주(나성인 지음, 풍월당 펴냄) 베토벤은 교향곡, 협주곡, 피아노소나타 등 클래식 음악의 거의 모든 분야에 위대한 작품을 남겼지만 현악 사중주의 매력에 접근하는 애호가는 많지 않다. 저자는 베토벤의 생애와 함께 현악 사중주를 좀더 쉽고 즐겁게 들을 수 있도록 작품 해설과 사회문화적 배경을 함께 짚었다. 416쪽. 1만 8000원.나의 가련한 지배자(이현주 지음, 코난북스 펴냄) 1970년생인 딸이 칠순을 넘긴 엄마와의 관계를 회상하며 성장과 결혼, 가사와 양육을 담은 연대기. 저자는 엄마와 딸의 관계란 연민과 지배와 구속과 구원이 뒤엉킨 복잡한 연대라고 말했다. 딸이 특별히 원하지 않지만 엄마가 딸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경우를 ‘김치 권력’으로 규정하고 자유를 갖지 못한 엄마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260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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