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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언대] 방폐장 방사선 문제없다/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장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이나 또는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참사를 연상하여, 방사능 물질을 우리에게 큰 재앙을 주고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근래에는 부안의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 입지선정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인류는 수많은 자연 방사능 물질을 먹고 마시며 그 속에서 살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사람 몸 그 자체만 해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원소인 칼륨-40을 갖고 있다. 평균적으로 70㎏인 성인 몸 안에는 약 140g의 칼륨을 가지고 있는데 이중 16.4㎎이 방사성 동위원소이고, 이 것들은 몸 안에서 초당 4250번의 방사성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마시는 물이나 알코올성 음료 속에도 수소의 방사성 동위원소인 삼중수소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음식물 중에는 상당한 농도의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이 생선이나 연체동물 등의 해산물에 포함돼 있다. 그외 여러 음식물에 납-210 등의 방사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 즉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자연 방사능 물질을 먹을 수밖에 없다. 건물 안에는 라돈이 상당량 존재하는데, 특히 새집을 지을 때 건축자재로 쓰이는 화강암 등과 같은 천연 재료로부터 라돈이 상당량 방출되고 있다. 특히 겨울에 단열문제로 창문을 밀폐하게 되는데, 이때 라돈과 이것이 붕괴돼 생성된 방사성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폐에 다량 축적이 되어, 그 폐해는 심각하게 된다. 이것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위험정도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맞먹고, 화재로 인한 사망보다 4∼7배, 비행기 사고로 죽은 경우보다 약 7∼30배 정도로 추산될 정도다. 특히 해변의 모래를 농축한 액은 우라늄광보다 더 많은 방사선의 위험을 준다고 한다. 그외 지구 밖 우주에서 오는 방사선으로 인해 우리는 연간 약 2.4mSv의 자연방사선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것은 방폐장 운영 목표치의 무려 200배 이상이 되는 양이다. 그러나 새로 지은 집에서 살거나,TV,X선 촬영,CT촬영 등의 인공방사선을 쪼이면 주위에서 받는 방사선의 영향은 방폐장 운영 목표치의 무려 수만배에 이를 수 있는 실로 비교가 될 수 없는 수치다. 따라서 방폐장에 의해 받는 방사선의 영향은 자연방사선에 비해서는 거의 무시해도 될 만큼 극히 미미한 수준인 것이다. 2005년부터 우리나라는 탄소 배출량을 1998년 배출량의 80%로 줄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전기를 만드는 데 더 이상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기소모를 강제로 줄이면 우리 경제는 결국 위축될 수밖에 없고 수력발전소를 지어 해결하자니 땅 면적이 작은 우리나라로서는 계속 귀중한 토지를 수장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태양에너지 역시 경제적이고 대량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수력발전소 못지않은 광활한 토지가 필요하다. 결국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 핵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스웨덴과 같은 몇몇 유럽국가에서는 반핵운동 단체의 압력에 의해 핵발전소를 줄이고 있다. 그것은 그 나라의 인구가 우리보다 훨씬 적고 수력발전을 할 만한 지형적 조건이 풍부해 다른 방법으로 전환해도 에너지 생산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제 더 이상 방폐장 건설을 늦출 수 없다. 이제 우리가 후손들에게 후진국의 쓰라림을 남겨주지 않으려면 핵 이용과 방폐장의 존재를 인정해야 한다. 특히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그 속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나 기술자를 신뢰하고,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 다 함께 지혜를 모아 방폐장을 하루속히 건설해야 한다. 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청소년과학기술진흥센터장
  • 여수~고흥 ‘다리 박물관’ 탄력

    여수~고흥 ‘다리 박물관’ 탄력

    전남 여수와 고흥반도의 섬과 육지를 다리 11개로 잇는 ‘다리 박물관’이 여수 백야대교 완공을 시발점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주전자 모양의 넬센아치교(주탑없이 아치로 상부지탱)로 멋을 낸 백야대교는 뭍인 여수시 화양면 안포리와 섬인 화정면 백야리를 연결한다. 전남도는 377억원을 들여 길이 325m, 너비 12m로 착공 5년만인 14일 준공식을 한다. 가막만에 접한 백야도(인구 476명)는 전복과 해조류 양식장 등 해산물이 풍부한 곳으로 교통까지 편리해져 소득증대에 획기적 발판을 마련했다. 백야도 백호산(해발 283m)에 올라서면 주변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이를 보려는 관광객들과 바다 낚시꾼들이 밀려들고 있다. 전남도는 현재 공사중인 여수 돌산읍∼화태도(길이 460m)는 서해대교와 같은 사장교로, 또 고흥군 영남면∼적금도(길이 1340m)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와 같은 현수교로 2011년까지 완공한다. 또한 화태도∼화정면 월호리∼개도 2곳은 기본설계중이고 나머지 6개는 기본계획중으로 2011년까지 완공된다. 다리 사업비는 국도 77호선에 접해 있어 전액 국비로 충당된다. 전남은 유인도 280개, 무인도 1689개 등 1969개의 섬(전국 62%)이 있는 ‘섬의 천국’이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국내 최대 해양수산도인 전남이 21세기 신 해양시대를 맞아 서·남해안의 섬과 섬, 섬과 육지를 잇는 연륙, 연도교 건설을 통해 세계적인 해양 관광지로 발돋움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군인정신 밴 ‘고구마 약밥’ 기대하세요”

    “강원도 군인들의 손 맛을 보여 드립니다.” 육군 제1군수지원사령부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관에서 열리는 ‘2005 서울세계관광음식박람회’ 군인요리경연대회에 제1야전군 대표팀을 구성, 참가한다. 박람회 경연부문인 ‘서울국제요리경연대회’의 특별행사로 열리는 이번 군인요리경연대회에는 육군과 해군, 공군, 미8군, 경찰 대표 등 16개팀이 참가해 진중 요리솜씨를 뽐내게 된다. 군인·경찰이 한자리에 모여 군인요리경연대회를 갖는 것은 처음이다. 대회는 단체급식을 하는 군과 경찰의 특수성에 따라 정해진 시간내에 20명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지정종목과 창작종목으로 나눠 실시된다. 완성된 음식은 박람회 방문객들에게 제공돼 군대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시간도 갖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제1야전군 조리팀은 대회에 참가하는 16개팀 중 유일한 강원지역 팀이라는 특징을 살려 지역 특산물인 고구마와 옥수수를 활용한 ‘고구마 약밥’을 출품, 강원도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부대는 최고의 기량을 가진 조리병 4명을 선발, 한달가량 조리교육대에서 조리교육대장 정동운(42) 준위의 지도 아래 합숙까지 해가며 맹훈련 중이다. 문화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음식관광협회, 한국조리사중앙회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박람회의 주행사인 요리경연대회에는 미국과 캐나다, 중국의 국가 대표팀과 전국의 현직 조리사 등 총 900여명이 출전하며 국가대표팀경연, 개인 찬요리 전시경연, 감자메뉴경연, 해산물요리경연, 한국전통음식 전시경연 등 11개 분야에 걸쳐 5일간 진행된다.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헤이리로 그림같은 가족여행

    헤이리로 그림같은 가족여행

    집에만 있기엔 봄볕이 너무 찬란합니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멀리 떠나고 싶은 유혹까지 느껴집니다. 문득 쉬고 싶다면 지금 떠나십시요. 아이들과 함께. 연인과 함께. 꼭 멀어야 여행일까요. 서울인근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를 권합니다. 헤이리의 봄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예술가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독특한 건물들, 아이들을 위한 서점과 다양한 체험공간, 연인들을 위한 산책로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자유로를 달려 파주 헤이리로 갑시다. 봄과 예술의 향기에 취한 봄날의 추억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입니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헤이리는 1997년 한길사 대표와 출판인, 지인들이 뭉쳐 예술인들의 혼을 느낄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보자는 논의에서 시작됐다. 그들은 자연친화적이어야 하고,3층을 넘어선 안 된다는 등 몇가지 조건을 지키며 마을을 만들어갔다.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은 조금씩 아트밸리로 바뀌고 있다. 헤이리는 다양한 복합문화 공간이 많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북하우스, 딸기가 좋아, 동화나라, 아트팩토리 등은 빼놓지 않아야 한다. 연인이라면 카메라타 음악감상실, 식물감각, 씨네팰리스 등을 권할 만하다. ●음악-미술-음식-책이 어우러진 북하우스 헤이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 북하우스. 문을 밀고 들어가면 책은 없고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모자를 쓴 주방장 아저씨가 통밀빵 조각을 나누어 준다.‘에잉, 잘못 들어왔나.’하며 돌아서는데 저쪽으로 책이 보인다. 이곳이 한길사에서 운영하는 독특한 복합문화 서점이다. 사선 형태의 책꽃이와 난간에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다. 어른들은 물론 2층 구석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코너도 있다. 탁 트인 실내와 창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일품인 1층 식당도 가볼 만하다. 이런 곳에선 무엇을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파스타 런치세트가 2만 1000원, 농어 런치세트가 4만 5500원. 약간 비싼 듯하지만 오래간만에 분위기 한번 내도 좋을 듯. 빵이 신선하고 부드럽다. 최문은 지배인은 “빵과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영양도 만점이지만 빵맛이 신선하다. 또 호주산 최상급의 고기, 신선한 해산물, 직접 재배한 채소 등을 쓰기 때문에 음식 맛이 최고!”라며 자부심을 표현했다. 서비스 수준도 호텔급이다. 지하 갤러리에는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후에는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4월30일에는 ‘세계가곡의 향기’라는 주제로 유명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방청객은 200명으로 제한한다. 입장료 2만원, 예약 가능.(031)949-9303. 전문가들이 엄선한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을 모아놓은 동화나라(942-1956)도 좋다. 또 지하 갤러리에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그림전부터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다. 갤러리 관람료는 1000원. 북카페 반디(948-7952)는 아늑하다. 낡은 책의 냄새가 은은한 허브향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갤러리의 천국 식물감각(957-3123)이란 아담한 갤러리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식물이 주제인 공간으로 식물을 주제로 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야생화부터 어지러운 추상화 속에 감추어진 이름 모를 풀꽃까지 다양하게 식물을 표현한 작가는 이곳의 주인인 마현숙씨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식탁 위 액세서리와 음식도 꽃을 주제로 하고 있다. 식용가능한 우리 꽃을 파스타와 스테이크에 장식했다. 파스타는 1만 2000원선, 스테이크는 2만 5000원선. 런치세트 2만 3000원. 지하 작은 공간에 자리한 모아 갤러리(949-3272)는 빨간 소쿠리와 지퍼로 만든 조명탑이 눈길을 끈다. 네모난 컨테이너 박스 같은 살림집 아래 아담한 연못과 창포꽃이 어우러졌다. 실험적인 전시들이 1년내내 연이어 열린다.1000원.93MUSEUM(948-6677)은 헤이리에서 가장 큰 전시공간으로 국내 최초의 인물 미술관이다. 단군, 김수로왕부터 전·현직 대통령, 나훈아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른 5000원, 학생 4000원. 헤이리 제일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는 도자기 전문 갤러리 한향림갤러리(948-1001)에서는 우리 항아리의 멋스러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5월말까지 세계적인 도예가 체코출신의 진드라 비코바의 연대별 주요작품을 전시한다.1000원. ■놀며 배우며 ~ 좋아라 ●기발한 상상력을 키워요-딸기가 좋아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곳, 딸기모양의 모자부터 똥모양의 캐릭터까지 아이들은 이곳에선 마음껏 외쳐댄다.“어휴 냄새야!” 쌈지에서 운영하는 딸기테마파크 ‘딸기가 좋아’는 단순히 딸기, 똥치미 등 쌈지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 매장이 아니다. 커다란 플라스틱 딸기상, 편안하게 장난치듯 캐릭터 상품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널찍한 공간. 스스로 간단한 분장으로 딸기로 변신할 수 있는 공간. 또 커다란 뱀이 살고 있는 볼풀장 등이 재미있다.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이밖에도 세계민속악기박물관(946-9838)도 권할 만하다. 박물관이라고 유리를 통해 눈으로만 봐야 하는 곳이 아니다. 누구든 북채를 쥐고 신나게 북을 칠 수 있고, 나무실로폰, 긴 막대를 위에서 아래로 옮겨드는 순간 ‘쏴∼르르’ 맑은 별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는 이국의 다양한 악기체험도 할 수 있다. 아시아는 물론 인도, 서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75개국에서 수집한 600개의 악기가 전시되어 있다. 입장료 5000원. 그외 아이들에게 예술은 바로 생활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아트팩토리(957-1054)도 좋다. 입구의 아트숍에선 접시와 컵, 주전자부터 액세서리까지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가격도 저렴하다. 토요일마다 ‘키즈워크숍’이란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영화박물관인 씨네 팰리스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들러봐야 할 필수코스.1층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지의제왕, 해리포터, 스파이더맨 등 만화영화의 캐릭터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한국에 한 점밖에 없다는 오드리헵번의 ‘로마의 휴일’포스터를 비롯해 다양한 포스터와 자료들이 즐비하다. 또 SF 영화의 피규어(캐릭터인형일종)들이 상당수 전시돼 있다. 실물 크기의 스타워즈의 요다, 손을 대면 붉은 글씨가 드러나는 실물 크기의 반지의 제왕 절대반지 등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인기 DJ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카메라타 음악감상실(957-3369)은 사랑을 고백하기 좋은 곳.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늘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끊임없이 찾는다. 황인용씨가 선곡한 음악들을 듣기도 하고 신청곡을 즉석에서 받아 들려주기도 한다. 그녀를 위한 신청곡을 미리 준비해 가는것도 센스. 입장료 1만원만 내면 음악은 물론 커피와 녹차까지 제공한다. 이곳의 장점은 유행이 지나 이젠 어디서 들으려 해도 좀체 들을 수 없는 음악조차 무엇이든 요청할 수 있다는 것. 음악을 신청하고,“요즘 많이 힘들지.”라고 말하며 아내의 손을 꼭 잡아주기라도 하면 분위기는 살아난다. ■여기도 가보세요 역시 나들이의 마무리는 찜질방이 최고. 아이들과 함께라면 지난 2월말에 파주출판단지 이채쇼핑몰에 오픈한 아스클리조트가 좋다. ●수영장이 있는 찜질방 온 가족이 즐기는 웰빙 리조트라는 테마가 딱 들어맞는 아스클은 규모면에서 일단 놀라게 된다. 이벤트홀은 무대까지 갖춰 정말 운동장같다. 피트니스센터, 게임방, 노래방, 카페, 모임방뿐 아니라 실내수영장에 유수풀까지 정말 웰빙이란 단어가 잘 어울린다. 어린이 전용수영장에는 미끄럼틀과 놀이시설이 있고 수심이 낮아 안전하다.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편안하게 찜질을 즐기고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있겠는가. 이젠 땀을 낼 차례. 다이아몬드를 소재로 한 다이유진에서 나오는 순수 원적외선이 뜨겁지않으면서도 땀이 잘 나는 다이유진찜질방, 후끈후끈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맥반석 불한증막도 있다. 땀을 흠뻑 흘린 후 먹는 아이스크림은 꿀맛. 수영장 한켠에 있는 쌍떼르는 아스클의 자랑. 유지방이 적은 저칼로리 웰빙 아이스크림이다. 생과일을 직접 갈아 만드는 아이스크림과 녹차, 흑미 아이스크림도 있다.2500∼5500원. 휴일엔 찜질만 할 경우 성인 9000원, 아이 7000원. 수영장까지 이용할 경우 5000원 추가.www.ascle.co.kr,(031)955-5068.
  • We랑 코코펀이랑 할인쿠폰 [클릭]

    We랑 코코펀이랑 할인쿠폰 [클릭]

    ‘봄볕따라 입맛따라.’ 매서운 꽃샘추위가 지나고 완연한 봄기운이 대지를 깨우고 있습니다. 아직 겨울잠을 자고 있는 우리 마음을 깨우는 봄의 전령은 바로 신선한 향기가 가득한 봄 음식이 아닐까 합니다. 서울신문 주말매거진 WE와 쿠폰 전문업체인 코코펀(www.cocofun.co.kr)은 입맛을 새록새록 돋우게 하는 봄의 별미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준비했습니다. 한입 베어 물면 싱그러움이 온 입안 가득 퍼지는 야채 샐러드, 신선한 날치알이 톡톡 터지는 캘리포니아롤, 교외선 기차를 타고 가볍게 소풍을 떠날 때 가져가면 좋은 샌드위치,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해산물을 입맛따라 골라 드세요. 신문에 게재된 쿠폰은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에서 인쇄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쿠폰 문의는 코코펀(080-567-4232)
  • [레저+α] 지하철2호선 타고 스페인 갈까

    ‘투우’와 ‘정열’의 나라 스페인 여행을 하고 싶다면 롯데월드로 가라. 항공요금도, 15시간 비행의 지루함도, 언어소통의 걱정도 거기에는 없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서 내리면 스페인 전통의 꽃 장식, 마차퍼레이드, 정열의 투우, 플라멩코의 흥겨움에 빠져들 수 있다. 4월8일부터 38일간 스페인 남부 세비야지방에서 매년 열리는 축제를 통째 옮겨왔다. 이름하여 ‘세비야 페스티벌’.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을 놀라게 한다. 중세 금·은 장식이 화려한 투우사의 의상과 마타도르의 검, 물레타(막대기에 감은 빨간 천), 투우사의 상징인 카포테(붉은 천) 등 각종 장비가 오렌지색, 파란색, 노란색 등(燈)과 어울어져 마치 스페인의 세비야거리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화려한 꽃 마차와 플라멩코 댄서들, 투우사들이 함께하는 꽃마차 퍼레이드, 투우시범, 카세타(스페인풍 천막)공연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공연들이 롯데월드 곳곳에서 하루에 70여회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꽃마차 퍼레이드와 투우시범. 꽃마차 퍼레이드는 화려한 오렌지색 꽃으로 치장한 3대의 꽃 마차와 36명의 스페인 댄서가 플라멩코 춤을 추고 투우사, 돈키호테, 민속무용단인 훗타가 어우러지며 스페인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또 2004년 세비야 최고의 투우사 ‘호세 페르난데스’가 특별 초청되어 멋진 투우동작을 선보인다. 화려한 투우사 복장을 입고 붉은 천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검과 물레타를 이용해 소를 다루는 기술을 보고 있노라면 스페인이 부럽지 않다. 다만 장소관계상 살아 움직이는 소와의 싸움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다양한 공연이 이어진다. 스테이지쇼인 ‘세비야의 춤’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애절하면서도 빠른 템포의 플라멩코 음악과 솔레아, 알레그리아, 세비리아 등 스페인 전통 춤으로 표현한다. 고객참여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받아 매일 다섯가족씩을 뽑아 축제의 메인 꽃마차 퍼레이드의 주인공으로 출연을 시켜주며 카세타에서는 하루종일 스페인 댄서의 정열적인 플라멩코 춤도 감상하고 직접 배워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파에야’,‘치킨 브리토’ 등 스페인의 독특한 음식을 맛볼 수 있으며 돈키호테 탄생 400주년을 맞아 독후감을 공모하여 연간회원권 등 푸짐한 선물을 나누어 준다. 이밖에도 30m의 줄을 타고 이동하는 스릴과 40여명이 출연하는 대형공연인 ‘서커스 타잔’은 뮤지컬과 서커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재미를 주고 밤 10시에는 가요와 올드팝을 불러주는 ‘라이브 쇼’ 등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진다.www.lotteworld.com,(02)411-2000.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4)영산강 그리고 홍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4)영산강 그리고 홍어

    봄 바다에 진달래 꽃빛이 드리울 무렵이면 홍어의 북상이 시작된다. 한류성 어족인 홍어가 남쪽 바다에서 자취를 감추면 봄이 완연하다는 증거이다.‘자산어보’에도 ‘동지 후에 비로소 잡히나 입춘 전후라야 살이 두껍고 제맛이 난다.2∼4월이면 몸이 쇠약해져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흑산도 홍어’를 입에 달고 산다. 당연히 흑산도를 홍어문화의 본산지로 안다. 홍어 주산지가 흑산도임은 분명하지만, 홍어 식도락문화의 본향은 영산포다. 잡힌 홍어들이 배에 실려 구비구비 영산강 뱃길을 따라 일주일여를 올라와 옛 남도의 물류거점이었던 영산포에 닻을 내리면 어느새 홍어는 ‘푸욱∼’ 발효되어 예의 ‘썩은 홍어’가 되고 만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먼 뱃길을 따라 올라오는 사이에 자연발효돼 독특하고 절묘한 맛을 연출하는 것. ●1915년 우리나라 유일의 강변등대 설치 영산포는 흑산도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흑산도 앞 영산도 사람들이 왜구들을 피해 몰려와 살면서 ‘영산포’라는 지명이 붙었기 때문이다. 섬과 강변, 바다와 강은 이렇게 하나로 연계되었다. 정작 흑산도 사람들은 ‘싸하게 썩힌’ 홍어보다 생물을 좋아한다니 역시 홍어 원조는 영산포임에 틀림없다. 사실 홍어는 백령도 근해에서도 많이 잡힌다. 그러나 경기 일원에는 판로가 없다. 제값을 받으려면 백령도에서 잡은 홍어도 영산포까지 가져와야 했다. 뱃길로 보름여, 혹은 차에 실어 먼 길을 내려오다 보면 그 새 홍어는 삭아 제 살에 다른 맛을 들이곤 했으니,‘실크로드’에 견줄 서해안의 ‘홍어길’이 아니겠는가. 오늘날 영산강은 이름만 옛 강이로되 사람도, 풍광도 옛것이 없다. 하구언이 막히면서 물길이 끊겨 ‘끝발 날리던 포구’의 영화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조운선이 진을 치고, 남도의 숱한 어선들이 모여들어 도회를 이뤘던 영산포에는 홍어뿐 아니라 흑산도·낙월도 등지에서 올라온 소금과 온갖 해산물이 철철이 산을 이뤘고, 이 ‘갯것’들은 ‘염질’을 거쳐 광주 등 내륙의 대처로 팔려나갔다. 등대는 바다의 상징이다. 누구나 그렇게 아는 등대가 이곳 영산포에는 바다가 아닌 강에 서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강변 등대이다.1915년에 설치됐는데, 그 시절 얼마나 많은 배들이 몰려들었으면 여기에 등대를 세웠겠는가. 그 관록의 강변에는 지금도 홍어집들이 즐비해 옛날의 영화를 증언하고 있다. 필자가 영산포에 들어선 날, 마침 한 방송국의 홍어문화 촬영을 위해 이곳을 찾은 영화배우 오정해씨와 조우했다. 목포에서 태어나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오씨는 ‘장군의 아들’을 촬영했던 이곳 옛 거리에 깊은 애착을 갖고 있었다.“일제시대에 지어진 이런 건물들을 잘 보존해서 교훈으로 삼어야 쓸 것인디, 자고 나면 없어지고 해서 정말 안타깝지요.” 이곳 선창의 창고 건물이나 가게터들은 근대 백년의 확실하고도 소중한 증거들이지만 그 노쇠함이 도도한 개발 붐을 버텨내지 못한다. 천만 다행으로 ‘영산포선창 근대거리’를 조성하는 계획이 입안되고 있다. 나주시 김종순 학예사는 “근대 문화유산의 보고인 영산포거리 보존은 영산포뿐 아니라 남도 포구문화의 핵심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토종 홍어 빈자리 칠레산이 대신 옛적, 일제는 널디 너른 나주평야의 쌀들을 영산포에 모았다가 일본으로 실어냈고, 지금도 남아 있는 정미소 건물은 이런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개항과 더불어 왜인들이 이곳에도 몰려왔으니, 영산포는 영산강 하구의 목포와 쌍벽을 겨누던 침략의 대상이기도 해 당시 동양척식회사의 문서고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이제 흑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홍어는 거의 없다. 그나마 올해는 예기치 못한 풍어로 뜻밖에 홍어 맛을 보기는 하지만 값이 비싸 범접이 쉽지 않다. 그런 탓일까.‘민주당 홍어’라는 말에서 읽히듯 홍어는 정치권에서도 고급 선물용으로 으뜸이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에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홍어 두 마리를 선물로 보낸 일화가 홍어의 위상을 웅변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 목포 인근이라는 사실과 결부되어 ‘홍어정치’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아마도 물고기 중에서는 가장 높고, 크게 노는 게 홍어 아니겠는가. 토종 홍어의 빈자리를 칠레산 등 수입산이 채운다. 칠레 홍어를 처음으로 들여다 판 사람은 ‘영산강 지킴이’로 불리는 양치권(영산강홍어 대표)씨. 부산으로 유학을 떠나 수산대학을 졸업한 양씨는 20여년 전인 지난 83년에 원양어선을 타고 칠레까지 진출해 그곳 홍어를 알게 됐다. 주변에서 그를 ‘홍어잡이와 보급, 홍어식도락에 일생을 바친 사람’이라고 평하거니와 남도문화의 중심 먹을거리에서 전국구 음식으로 퍼져나가는 홍어 붐의 배경에 양씨의 숨은 노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는 “냄새도 못맡던 사람들이 홍어의 진미를 알고 찾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라며 넉넉하게 웃는다. 하구언 때문에 막힌 것은 물길만이 아니다. 국산 홍어 자체의 수급도 막히고 말았다. 이제 흑산 앞바다에서 잡히는 홍어는 거의 없다. 잡히지 않는 홍어가 수급조차 안 되니 눈길은 자연히 칠레 등 외국으로 돌릴 밖에. 말이 칠레산이지 전문가들이 우리 홍어와 맛이 가장 닮은 것을 용케 골라 수입하기 때문에 때깔도 그렇거니와 삭혀 놓으면 맛까지 흡사하다. 물론 살 씹히는 맛이야 우리 것을 따를 수는 없지만…. 홍어를 칠레에서만 들여오는 건 아니다. 아르헨티나·미국·뉴질랜드산도 한 자리를 잡고 앉으니 홍어어물전만큼 세계화에 일찍 눈뜬 곳도 없다. 물론 수입산도 맛이 제각각이다. 예부터 오방풍토부동(五方風土不同)이라 했다. 풍토가 다른 데 맛이 같을 수 없다. 홍어는 남도 사람들의 관혼상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식이다. 오죽하면 “홍어 빠진 잔치는 잔치도 아니여.”라는 말이 나왔을까. 전라도와 무관한 서울 사람들의 혼례식에까지 홍어가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문화 전파의 힘이 강력함을 의미한다. 홍어문화는 전라도 특유의 것이되 20세기 후반부터 차츰 북상하여 이제는 가히 전국구로서 손색이 없다. 문화변동의 중요 사례로 역사에도 기록해 둘 일이다. ●홍어요리의 제왕 ‘홍탁삼합’ 알싸한 맛 그만 홍어는 정말이지 버릴 게 없다.‘애’라고 부르는 내장은 날것으로도 먹지만 요즘 철에 보리 새싹을 뜯어넣고 끓여낸 홍어탕은 맛의 고향이라는 이곳에서도 ‘맛을 못보면 한 철 땡친다.’고 할 만큼 선호도가 높다. 보리싹이 어우러진 홍어탕은 쑥국, 냉잇국과는 또 다른 격조의 식도락이다. 연한 뼈가 오독오독 씹히는 튀김에 무침과 전, 찜, 회, 탕, 심지어 새로 개발된 탕수육까지 홍어요리의 지평은 자꾸 넓어진다. 그러나 이런 것을 모두 제압하는 것이 바로 ‘홍탁삼합’이다. 홍어에 막걸리와 묵은 김치, 기름 뺀 돼지고기 수육을 곁들이는 삼합의 도도한 취흥은 어떤 음식도 따를 수 없는 홍어문화의 절정이다. 군동내 풍기는 묵은 김치와 익힌 돼지고기를 곁들여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 절정의 중심에는 홍어와 ‘환장하게 잘 맞는’ 김치가 있다. 진한 젓갈로 맛을 내 겨우내 곰삭힌 김치맛이 삼합의 묘미를 보장하는 것인지라, 같은 홍어라도 다른 곳 김치에 싸먹으면 그 맛이 영 아니다. 그 홍어식도락은 홍어 삭힘이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푹푹 찌는 두엄더미 속에 묻어 사나흘 푸욱∼ 썩힌 홍어의 아린 맛과 특유의 향내는 홍어식도락의 절정이다. 외국인들이야 이 냄새와 맛에 저절로 나가 떨어지지만 그 ‘치명적’인 향내야말로 홍어를 가장 홍어답게 하는 것이니, 누가 그 절차에 시비를 걸겠는가. 썩은 두엄더미 속에서 썩혔어도 세상에 홍어먹고 탈났다는 이가 없으니 이 절묘한 과학성과 문화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홍어의 발효과학은 아직 미궁이다. 분명한 것은 다른 물고기보다 10배나 많은 요소가 발효 과정에서 암모니아로 변하면서 알칼리성으로 숙성된다는 점. 현장의 발효실에 들어서니 마치 온 몸을 소독하는 기분이다. 양치권씨는 코를 내두르는 필자에게 “만병통치실에 들어온 소감이 황홀하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친다. 홍어가 내뿜는 기운이 워낙 강해 이곳 일꾼들은 피부병을 모르거니와 홍어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 뒤 속쓰림이 없는 것도 홍어의 강력한 알칼리성 때문이다. 홍어. 요즘의 ‘웰빙’ 개념에 딱 들어맞는 발효식품이다. 홍어를 민간에서 천식과 관절염, 골다공증 등에 좋다고 여긴 것도 강한 냄새와 뼈까지 씹어먹는 섭생 특징에서 비롯됐으리라. 최근에는 홍어가 항암성분을 가졌다는 연구 결과까지 제시돼 잘나가는 판에 날개를 단 형국이다. 영산포 사람들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남도 사람들은 덜 익은 홍어를 즐기는 반면 서울사람들 중에 간혹 옛 맛을 잊지 못하는 팬들은 남도 사람들도 코가 얼큰할 만큼 쏘는 맛이 강한 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진짜 강력한 맛을 본바탕보다 서울 사람들이 선호한다니 맛의 유전인자가 갖는 강력한 이동성의 증거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 하구언 없는 영산강의 진짜 봄을 꿈꾸며 전라도 속담에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란 말이 있다. 그토록 귀하고 맛있는 홍어가 왜 ‘만만한 것’으로 비유됐을까. 솔직히 필자도 홍어를 찾아나서면서 그 대목이 가장 궁금했다. 수컷의 생식기는 한 쌍으로 꼬리 양쪽에 길게 늘어져 있는데, 이게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그래서 어부가 숫놈을 잡으면 우선 홍어거시기부터 잘라 버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가 되었단다.‘자산어보’에 ‘수놈에는 양경이 있다. 그 양경이 곧 척추이다. 모양은 흰 칼과 같은데, 그 밑에 알주머니가 있다. 두 날개에는 가는 가시가 있어서 암수가 교미할 때에는 그 가시를 박고 교합한다. 낚시를 문 암컷을 수컷이 덮쳐 교합하다가 함께 잡히기도 한다. 결국, 암컷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어 음(淫)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가 될 만하다.’고 적었다. 실제로 암수가 붙은 채로 끌려 올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놈들은 갑판 위에서도 떨어질 줄을 모른단다. 그래서 어부들은 ‘그 꼴이 거시기 해’ 수놈의 양물을 싹둑 잘라 버리니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 아니겠는가. 낚시를 문 암컷을 덮치는 수놈, 그 처절한 섹스의 미학을 홍어가 연출하는 셈이니, 과연 놀라운 섭리라 하겠다. 하구언 때문에 바닷길이 막힌 강변을 따라 걸었다. 봄빛이 완연하다. 그 옛날, 얼음이 녹으면 겨우내 잠자던 배들도 이곳 영산포로 뱃머리를 돌렸으리라. 하구언 없는 영산강의 진정한 봄은 과연 언제쯤 맞을 수 있을까. 한 쪽에서 일고 있는 ‘하구언 없애기’야말로 영산강에 대한 축복이며, 생태환경에 대한 각성이 없었던 지난 시절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증표가 아닐까. 홍어에만 글을 받쳤지만 어찌 영산강에 홍어문화만 있었을 것인가. 남도 사람들의 온갖 애환을 실어나른 영산강 뱃길문화의 복구야말로 바다와 강이 만나는 문화 다원성의 값진 복원 아니겠는가.
  • [뒷골목 맛세상] 인사동 맛집

    [뒷골목 맛세상] 인사동 맛집

    인사동 학고재의 옆 골목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거기에서 경인미술관 후문에서 나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별로 길지 않은 이 골목은 뜻밖에도 시골의 고즈넉한 고샅길 같아서, 어! 인사동 안에도 이렇게 정이 가는 골목이 있었나 하고 잠깐 놀라게 되는데, 바로 그렇듯 정이 가는 분위기 그대로 여느 손때 고운 살림집 같은 지리산(02-723-7213)이 있다. 얼핏 보면 지리산은 그냥 인사동 골목 안에 흔하디 흔한 한정식집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주인 되는 모경숙씨도, 나이에 비해 참 곱다며 지나치거나 어쩌다 손님들에게 건네는 밝은 미소가 인상적이다 하고 무심하게 넘길 뿐이다. 그러나 나로서는 지리산이나 주인 되는 이를 결코 무심하게 흘려 넘길 수가 없다. 1997년에 나는 청산(靑山)이라는 장편소설을 펴낸 적이 있다. 청산은 일종의 실명소설인 셈인데, 흔히 국선도(國仙道)를 수련하는 이라면 함부로 입밖에 소리 내어 들먹이는 것마저도 외경스럽게 여기는 이름으로, 바로 우리나라에 국선도를 있게 한 이다. 그이는 한때 물속에 들어가서 숨을 멈춘 채 십 몇 분을 있었다거나 혹은 불 속에 들어가서 견뎌낸다든가 하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신비적인 도력으로 유명한 이기도 하다. 국선도는 요즘 들어 어린 초등학생들마저도 모르는 이가 없는 국민적인 영웅 황우석교수가 오랜 기간 수련을 하고 있다고 하여 덩달아 유명해지고, 그런가 하면 일일연속극 같은 데서 주인공들이 국선도 수련을 하는 장면이 곧잘 나오기도 해서, 사람들의 눈이나 귀에 별로 생경한 단어는 아니다. 국선도는 단전호흡을 중요한 수련법으로 한다. 여기에서 단전호흡에 대하여 길게 늘여 설명할 수도 없고 또 그런 자리도 아니지만, 간단하게 한 마디로 하자면, 폐호흡이 아닌 단전이라고 불리는 아랫배호흡을 통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하늘 기운까지 얻는다는 호흡법이다. 마음을 호흡 하나에 모아 호흡 자체가 자신이 되고, 자신에게 불어오는 바람이 되고, 물소리가 되고, 새소리가 되고, 그렇게 마음과 호흡이 흔연히 하나가 되어 하늘에 있는 기운을 얻는다는 것이다. 하늘의 기운이란 선계(仙界)의 기운이기도 한데, 선계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어떤 우주적인 세계라고 바꾸어 말해도 괜찮을 터이다. ●국선도의 전설 ‘청산’의 부인·동서가 운영 국선도와 함께 여러 신비적인 일화를 만들어냈던 청산은 1980년대 들어 어느날 문득 증발이라도 하듯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국선도 주변에서는 청산이 마지막 단계의 수련을 위해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거나 혹은 죽었다거나, 혹은 마침내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올랐다는 등 뒷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청산에 대한 뒷소문마저도 잠잠해질 무렵에 인사동 골목에는 슬며시 지리산이라는 한정식집이 문을 열었다. 그런 지리산을 드나드는 손님들 중에서 뭔가 여느 집과는 다른 점을 느낀 이가 있었다면, 그것은 무엇보다도 객석을 오가며 손님들 시중을 드는 이들이 모두 젊은데다가 저마다 얼굴빛이며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맑고 푸르다는 점이었을 터이다. 그랬다. 그이들은 실제로 지리산 청학동 옆 골짜기에 있는 하동군 청암면 옥종리의 국선도 수련원에서 사범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이었고, 주인 되는 모경숙씨는 다름 아닌 청산의 부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리산에 나오는 한정식 차림의 갖가지 산채나물이며 야채들은 모두 지리산 수련원에서 사범교육을 받고 있는 이들이 국선도를 수행하는 틈틈이 기르거나 채집한 것들이었다. 얼굴빛이며 눈빛이 맑고 푸른 이들은, 청산이 증발이라도 하듯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린 후로, 청산의 동서가 되는 고장홍법사가 모경숙씨와 함께 국선도 장래를 위하여 지리산 골짜기에 수련원을 마련하고 전국의 도장에서 유능한 남녀들을 뽑아 들여 특별히 사범교육을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얼마간의 기간을 두고 수를 반으로 나누어 반은 인사동 한정식집 지리산에서 주방이며 객실을 맡게 하고 나머지 반은 지리산에서 직접 국선도 수련을 하게 하는 식으로, 이를 테면 인사동 지리산에서는 세상의 가장 밑바닥에 몸을 두면서 세상살이의 공부를 하고 청학동 옆 골짜기의 지리산에서는 단전호흡에 몰두하게 하면서 세상 안팎의 공부를 함께 하는 셈이었다. 한편으로는 청산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린 후로 종로3가에 있는 백궁빌딩의 국선도 본원을 위시해서 전국에 있는 국선도 도장들이 한때 어쩔 수 없이 경영이 어려워졌는데, 인사동 지리산은 경영이 어려운 도장을 앞장서서 경제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뜻이 우선이었다. ●지리산 산채·야채 등 토속미 물씬한 한정식 지리산에는 1인분 1만 3000원의 지리산정식이 가장 대중적인 메뉴인데, 각종 모듬전에 시래기와 무나물·콩나물 하루나(평지·유채)를 모아내는 모듬나물, 배추보쌈, 더덕무침, 콩비지, 굴비, 된장국, 단호박찜, 두부김치, 봄나물 물김치, 새송이버섯, 두부와 들깨를 섞어 톳에 무친 톳무침, 돈나물, 청포무침, 고추장아찌, 우엉조림, 멸치생젓, 물김치, 총각김치, 배추김치 등 물경 30가지에 가까운 반찬이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나온다. 그러나 그렇듯 넘쳐나는 가짓수보다는 반찬 하나하나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먼저 돋보인다. 보다 소중한 자리라면 1인분 4만원의 코스 요리인 지리산 한정식이 있는데, 깨죽이며 호박죽같은 죽에서 시작하여 물김치, 야채샐러드, 잡채, 삼색전, 문어회, 꼬치구이, 키조개죽순볶음, 낙지볶음, 두부탕, 갈비찜, 삼색떡, 탕수육 등의 요리에 된장찌개며 굴비에 각종 밑반찬을 곁들인 식사가 나온다. 이밖에도 저녁의 술자리를 위한 안주로는 두부전골, 한방보쌈, 돼지갈비찜, 제주도 돼지족발, 암퇘지볶음, 홍어무침, 홍어회, 굴무침과 회, 조개탕, 녹두전, 감자전, 굴전, 해물전, 해물파전, 모듬전 등이 있는데, 저마다 1만원에서 2만원 안팎이다. 주류로는 시중에 판매되는 술 이외에도 지리산에서 내는 담근 술이 있는데, 칡주, 송이주, 돌사과주, 금귤주, 대추주, 홍매실주 등이 있다. 종로에서 오는 인사동길의 4거리 ‘질경이우리옷’과 ‘서호갤러리’ 사이의 골목에 얼마 전에 ‘여자만’(02-725-9829)이라는 약간 별스러운 이름의 맛집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얼핏 보기에 여자만 전용으로 출입하는 맛집인가 싶어 다시 한번 눈길을 돌리면, 간판 아래에 여자만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전남 고흥과 여수 사이에 위치한 만 이름이 여자만입니다. 고흥 며느리로서 남도음식을 정성껏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여자만으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물론 남자분도 들어오셔도 됩니다.(남자만!) 주인장은 산악인 박기성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기성 이미례 부부.) 산악인 박기성씨와 함께 여자만의 맛집 부부로 나오는 이미례씨는 일찍이 ‘수렁에서 건진 내 딸’을 찍은 영화감독이다. 왕년의 잘 나가던 영화감독이 뜬금없이 맛집 주인이 되어서 인사동에 나타난 것이다. 인생유전이라면 영화감독이 맛집 주인이 된 그 자체만으로도 드라마틱한 인생유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화판의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아예 수긍을 못할 바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판의 이러저런 체면들을 훌훌 털고 생존경쟁의 치열한 삶 속으로 돌아온 그이의 어떤 용기가 눈에 부실 정도이다. 일찍이 동국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유현목 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며 영화인생이 된 이미례씨는 1984년 ‘수렁에서 건진 내 딸’로 데뷔한 이래 물망초·영심이 등 6편의 영화를 찍었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터 이미 다음 작품을 시나리오까지 끝내고 제작자를 찾았으나, 거의 성사될 듯하다가 결렬되는 식이 서너 차례나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그이는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은 물론이려니와 얼마 전부터 몸도 마음도 더 이상 가눌 수 없으리만큼 지친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우울증마저 찾아왔다. ●벌교꼬막 등 고흥에서 가져오는 풍성한 해산물 그이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영화고 예술이고 간에 우선 살아남고 보자. 이를 테면 이미례씨의 여자만은 그이가 자신의 짧지 않은 생애를 담보로 하여 새롭게 다시 출발하는 자리이다. 그이는 맛집을 해서 돈을 벌면 어디에 쓸 것이냐는 농담 비슷한 질문에 기다리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 영화 만들어야죠.” 재료를 거의 대부분 이미례씨의 시댁이 있는 고흥에서 가져오는 여자만의 요리는 풍성한 해산물들이 우선 눈에 띈다. 피굴탕, 누룽지 해물탕, 매생이국, 벌교꼬막, 낙지볶음, 녹두해물부침, 황태구이, 버섯들깨탕 등의 술안주가 있고, 점심에는 5000원짜리 여자만정식이 있다. 이중에서 여자만이 특히 자랑하는 요리는 이미례씨가 시어머니에게 전수 받았다는 피굴탕이 있다. 피굴탕은 여자만에서 나오는 굴을 껍질 채 물에 데치듯 은은한 불로 삶아서 건져내어 속살을 까내고, 껍질 삶은 물을 앙금을 버리고 우윳빛 나는 윗물만을 국물로 사용하여 다시 속살을 넣고 대파며 깨소금을 넣어서 맑게 한소끔 끓여내는 식이다. 이를 테면 여느 굴탕과는 달리 껍질을 삶아서 국물로 사용하는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원한 국물맛의 비법이 거기에 있는 모양이다. 피굴탕에 이어서 역시 자랑하는 누룽지해물탕은 누룽지를 넣고 끓이다가 찹쌀가루를 넣어 국물을 약간 걸죽하게 만들어 해물의 비린내를 없애고, 조갯살, 키조개, 깐새우, 오징어, 낙지, 홍합 등에 죽순이며 청경채 같은 야채를 넣어 끓여낸다. ■ 유기농 맛집 원조 ‘시천주’ 안국동 로터리에서 인사동으로 들어오는 초입에 있는 크라운베이커리 옆골목이나, 조금 내려와 가나아트스페이스 골목을 들어서면 뒤편 한정식 골목에 시천주(02-732-0276)라는 맛집이 있다. 동학의 시천주(侍天主)를 차음하여 ‘시와 술이 샘솟는 공간’이란 뜻으로 바꿔 쓰고 있는 시천주는 뜻밖에도 신시(神市)라는 유기농산물 유통단체인 녹색세상의 자매점이며 한편으로는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인 ‘그린네트워크‘의 일원이다. 그렇듯이 시천주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유기농 맛집의 원조로 꼽히는데, 유기농쌀, 우리밀, 유기농 야채, 채소, 손수 담은 된장, 유정란, 유기농 차와 주스 등 모든 재료를 신시를 위시한 명동성당의 가톨릭센터 안에 매장이 있는 ’하늘 땅 물 벗‘이라는 유기농가게에서 구매한다. 현재 시천주의 운영을 맡고 있는 주정호씨 또한 일찍이 환경단체인 생태보전 시민모임, 생명의 숲 등에 관계하다 그만 지리산으로 들어가 노고단 산장에서 생태가이드를 하던 중,3년 전에 그린네트워크에 관계된 친구의 권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저자거리로 내려온 환경운동가이다. 눈이 몹시 맑은 그이는 시천주에 관련되어 매스컴에 이름이 나는 등의 일이 많이 불편한 모양으로, 그만큼 시천주의 운영자가 되어 돈을 버는 따위의 세상일에는 서툴고 어눌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시천주의 메뉴는 담백한 채식 위주의 요리가 특징이다. 나물비빔밥과 된장국, 녹차냉면, 김치두부전골, 야채두부전골, 추억의 간장빠다밥이 있고, 술안주로는 해물부추전, 도토리묵무침, 떡잡채, 오색냉채, 골뱅이소면 등이 있다. 물론 삼계탕이며 불고기버섯전골 같은 육류도 없지 않다. 시천주가 자랑하는 것은 1인분 7000원의 나물비빔밥과 된장찌개다. 고사리, 콩나물, 도라지, 당근, 시금치, 상추, 호박 등의 나물에 유정란을 넣어 비벼먹게 되어 있는데, 미역줄기, 도라지오이무침, 두부부침, 시래기나물, 취나물, 무나물, 감자졸임, 멸치볶음, 배추김치, 야채샐러드 등의 풍성한 반찬에 맑은 된장국이 뒤따른다. 이밖에 시천주에서 자랑하는 술로는 강원도에서 담군 머루주와 경상도 악양 막걸리가 있다. 또한 식당의 한쪽에서는 유기농 제품인 우리밀 곰돌이, 우리밀 햇살콘, 싹낸 건빵 등의 과자류와 우리밀 밀가루, 부침가루, 한라산 고사리, 감골 표고버섯, 지리산 야생 수제차로 뽕잎차, 두충잎차, 구절초차, 산죽잎차, 연잎차 등을 판매하기도 한다.
  • [뒷골목 맛세상] 화성의 봄나들이

    [뒷골목 맛세상] 화성의 봄나들이

    봄에 느끼는 꽃이며 생명에 대한 신비는 결코 젊은이들의 소유가 아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무심한 꽃다지 한 송이에도 지나온 70,80년의 시간이 통째로 들어있는 것을 느끼며, 그 생명의 신비가 너무 깊어서 차마 만지지도 못하는 저 노인의 떨리는 손길을 보아라. 꽃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이는 이미 꽃다운 나이를 지나 몸과 마음 모두가 더이상 꽃일 수 없는 저 노인일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이야 제 자신이 꽃다운 나이이므로 어디 꽃의 신비며 그 깊이에 눈 돌릴 까닭이 있으랴. 고작해야 단 한번의 일별로 건듯 부는 바람처럼 지나치든가 아니면 살풀이하듯이 함부로 꺾고 짓뭉개려 들 터이다. 만일 그대에게 지난 겨울을 안녕히 넘기고 뜰에 있는 매화 옛 등걸처럼 또다시 봄을 맞이하는 어른이 있다면, 어떤가, 하루쯤 좋은 날을 받아 함께 봄맞이 길을 떠나보는 것이. 그리하여 햇살 바른 언덕에 자리를 펴고 앉아 준비해온 다기(茶器)에 물을 끓여 어린 쑥잎이며 냉이의 선연한 향기를 음미해보는 것이. 나이든 어른과 함께 하는 얼마간 고풍스러운 봄맞이에서 아직 젊은 그대는 지금껏 전혀 몰랐던 꽃이며 생명의 신비에 번쩍,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른다. ●하루해의 봄맞이 여행으로 나무랄 데 없어 경기도 화성은 서남쪽에서 반달 모양으로 수원을 감싸 안은 채, 비산비야로 처녀의 젖가슴처럼 부드러운 구릉을 잇따르며 서해안을 향해 사뿐한 발걸음을 옮긴다. 이를테면 화성의 어디에 자리를 잡고 앉아도 거칠거나 위압적인 산야는 눈에 뜨이지 않아, 나이든 이를 위한 하루해의 봄맞이 여행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는 경관이다. 태안 일대의 목장지대며 보통 저수지와 봉담 저수지를 위시해서 군데군데 빼어난 저수지들이 에메랄드처럼 박혀있는가 하면 남양이며 송산을 거치면 마침내 서해안에 이르러 제부도의 바닷길이 소위 모세의 기적으로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 경관뿐이랴. 남양반도며 조암반도를 위시한 화성 일대의 차진 갯벌에서는 예부터 꽃게며 낙지, 굴을 위시한 해산물이 풍성해서, 하다 못해 걸신 걸린 듯 먹어대는 이를 일러 ‘남양 원님 굴회 마시듯 한다.’는 속담이 나올 정도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발안IC로 빠지거나 수원이나 오산에서 국도를 따라 발안으로 오다 보면 발안 네거리가 나오고 바로 이어 왼쪽으로 양감면으로 가는 43번 국도가 기다린다. 이 길을 따라 10분쯤 달리면 양감면사무소 못 미쳐 오른편에 뽕나무골(031-353-6220)이라는 예사롭지 않은 음식점이 있다. 일찍이 서울 농대 잠사학과를 나와 누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고, 농촌진흥청 잠사곤충연구소 소장을 거쳐 대한잠사회 회장을 역임한 임수호씨가 애오라지 누에로 한길만을 걸어온 끝에 일구어 놓은 필생의 꿈과 노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뽕나무골은 임수호씨가 30년 가까이 무려 2만여평에 걸쳐 일구어 놓은 실크타운이라는, 누에농장·누에박물관·감실 및 누에사육장·곤충생태관찰관·자연허브온실·뽕나무밭·오디밭·회화나무 삼림욕장·단풍나무터널·장미터널 산책로·실크로드 산책로·누에 산책로·잔디광장 등 다양한 시설 속에 부속된 식당이다. 기실 뽕나무골이라는 식당이 우선이 아니라 누에에 미쳐서 일생을 바친 한 사람의 누에에 대한 꿈이 우선 돋보이는 곳이다. ●누에박사가 일구어 놓은 필생의 꿈 실크타운 누에로 만드는 명주 옷감이 중국산 싸구려에 밀려 사양길을 걸으면서, 우리 누에산업은 뽕잎이며 누에를 중심으로 한 기능성 식품으로 방향을 바꾼 듯하다. 누에박물관에는 누에며 뽕나무를 원료로 하여 생산한 여러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뽕잎차·뽕잎비누·실크파우더·동충하초·오디술·뽕나무뿌리와 동충하초를 원료로 한 고급술 불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이 모든 제품에 대한잠사회 회장을 지낸 임수호씨의 손때가 들어있는 것은 물론이다.60대의 그이는 불행히도 몇해 전에 갑자기 몸이 불편해지면서 잠사회의 일을 놓아두고 이곳 실크타운에서 요양중이다. 중국에서 진시황 때부터 불로초로 알려졌던 동충하초는 겨울에는 벌레로 있다가 여름에는 버섯이 된다는 뜻으로, 원래는 티베트지방에서만 자생적으로 나오는 신비한 약용버섯이었다. 이 동충하초를 우리의 경우 누에를 이용하여 인공적으로 생산해낸 것이다. 버섯의 종균을 누에에 뿌려놓으면 몸속에 잠복하여 누에의 단백질을 영양원으로 발육하면서 겨울을 지내다가 이윽고 여름이 되어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마침내 누에에 자실체를 만들면서 버섯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실크타운에서 뽕나무골을 직접 운영하는 이는 임수호씨의 부인되는 김성숙씨인데, 역시 뽕나무골이라는 이름답게 뽕나무며 누에와 연관된 요리가 적지 않다.1인당 1만 5000원인 뽕나무골 한정식에는 뽕잎전·뽕잎장아찌·뽕잎나물·누에고치의 가루를 원료로 한 실크파우더로 숙성시킨 돼지갈비찜에서부터 돼지보쌈·조기구이·게장·가오리찜·된장찌개·고추전·물김치·시래기무침·느타리버섯무침·참나물·숙주나물·해파리무침·조개젓 등 한 상 가득히 나온다. 그러나 뽕나무골의 비장의 메뉴는 동충하초오리백숙이다. 먼저 동충하초와 뽕나무뿌리를 오래 삶아서 육수를 낸 다음에 오리를 통째로 넣어 인삼·황기·대추·밤·엄나무·당귀 등의 한약재와 함께 푹 고아낸다. 만일 그대 내외가 어른 내외를 모시고 넷이서 봄맞이에 나선 길이라면 뽕나무골에서 한정식 2인분과 함께 동충하초오리백숙을 시킬 것을 권한다. 아이들이 한두 명쯤 딸렸어도 무방하다. 안녕하게 겨울을 넘기고 봄을 맞이한 어른들에게 보약 한 첩 지어준다고 여기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일 터이다. 오래 고아서 부드럽게 입안에 넘어가는 오리고기의 담백한 맛도 일품이지만, 동충하초에서부터 각종 한약재까지 어우러진 진한 국물로 쑤어낸 죽으로 입맛을 마무리 하고 나면, 세상살이의 무엇이 더 이상 부러우랴. 그대가 그렇듯 여유로운 눈길이 되어 뽕잎차 한 잔을 들고 문득 실크타운의 아름다운 경관을 돌아보면, 봄은 한 발 더 성큼 그대에게 다가와 있으리라. ●비장의 동충하초 오리백숙 보신용으로 제격 서해안고속도로 비봉IC를 빠져나와 306번 도로를 타고 송산면으로 오다 보면 사강리에 사강횟집거리가 있다. 그리고 사강횟집거리의 택시터미널 뒷골목에 마산횟집(031-357-5001)이라는 탁자가 6개밖에 안 되는 작은 식당이 숨어 있다. 마산횟집이라는 간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주인아주머니 되는 이난용씨가 17년 전에 처음으로 이곳에 마산횟집을 열었을 때 달았던 간판이 바로 마산횟집인데, 지금은 횟집을 하지 않으면서도 아예 간판을 바꿔달 생각이 없이 여전히 옛 간판을 달고 있는 것이다. 마산횟집이야말로 소문을 모르는 이라면 전혀 찾을 수가 없는 집이다. 그런데 바로 그렇듯 숨어 있는 마산횟집을 찾아 멀리 서울이나 수원에서 허위허위 달려오는 이들이 있다. 일찍이 시인이면서 교육자로 수원이며 화성이며 오산 일대에서 오래 교육장을 지낸 김윤배씨도 애써 허위허위 먼 길을 찾아오는 이들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 마산횟집의 메뉴는 놀랍게도 딱 한 가지다. 낙지연포탕. 남양만의 차진 갯벌에서 나는 커다란 산낙지만을 재료로 쓰는 낙지연포탕은 1인분에 2만 5000원이다. 뒷골목에 숨어 있는 위치며 허름한 실내며 17년간이나 바꿔달지 않은 간판 같은 것으로 보면, 낙지 두 마리의 연포탕 가격은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낙지연포탕이야말로 조리하기에 가장 쉬운 요리가 아닌가. 실제로 마산횟집의 조리법도 다른 집에 비해 무슨 특이한 비법 따위는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맹물에 무를 삶다가 낙지를 산 채로 집어넣고 마늘과 소금을 넣어 끓인 다음에 대파와 후추를 넣어서 마무리하는 식이다. 사는 일이며 음식 만들어 돈버는 일에 별로 크게 마음 두지 않는 듯한 주인아주머니의 무심한 어투에도 무슨 특별한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한번 맛들이면 먼길 마다않고 찾는 마산횟집 “비법은 무슨 비법, 그냥 낙지가 생물이다 보니까 맛이 있는 게지.” 그런데도 사람들은 한번 마산횟집의 연포탕 맛을 들이면 그 맛에 연연해하여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마산횟집의 비법이라면 어쩌면 바로 주인아주머니의 무심한 마음씨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주인아주머니의 그런 무심함이 연포탕에 배어서 얼핏 다른 집에 비해 싱거운 것 같으면서도 차츰 맑고 시원한 맛이 가슴 저 밑바닥까지 깊게 스며드는 것인지도. 이런 맑고 시원한 맛이라면, 육류를 싫어하는 어른들께는 다시없는 요리일 터이다. 더군다나 원래 낙지 자체가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데다가 타우닌 성분이 들어 있어 성인병에는 물론이거니와 나이든 어른들의 봄 입맛을 찾는 데는 적격이 아니랴. 마산횟집에서는 연포탕을 시키면 비싼 꽃게 간장게장이 무료로 무한정 나오는데, 간장게장을 좋아하는 이라면 연포탕보다는 싱검싱검한 간장게장만으로 실컷 배불릴 수 있다. 여기에 밑반찬으로 톳나물, 달래, 미나리, 표고버섯무침, 파장아찌, 멸치볶음, 김치가 손 큰 주인아주머니의 품성대로 풍성하게 나온다. ■창해상전 추억의 선창포구 발안에서 82번 도로를 타고 조암으로 빠지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월문리 삼거리에서 332번 도로와 나누어진다. 이 332번 도로를 따라 끝까지 가면 선창포구다.1970년대 말 내가 어머니와 함께 월문리에서 살 때는 수원에서 발안을 거쳐 월문리며 선창포구로 가는 길은 아직 비포장도로였다. 하루에 서너 번 마을 앞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며 15분 가까이 가다 보면 마침내 선창포구였는데, 아아, 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제방을 경계로 끝 간 데 없이 펼쳐져 있는 황량한 갯벌이라니! 제방 위에 아무렇게나 지은 낮은 지붕의 움막 서너 채와 함께 선창포구의 풍경은 흡사 세상의 끝에라도 온 듯 분위기였다. 그래서였을까. 아직 서른 살의 젊은 나이가 너무 무겁게만 여겨지던 나는 끝 간 데 없는 갯벌이며 낮은 지붕의 움막들이 마치 내면의 풍경인 양 전혀 낯설지 않아서 곧잘 선창포구를 찾았다. 그리고 어부들을 상대로 하는 움막 한 곳의 구멍가게에서 네 홉들이 소주와 새우깡을 사들고 제방 위에 앉아 자신의 내면에 있는 황량한 풍경을 바라보며 병나발을 불었다. 그렇게 낮술에 취해 기절이라도 하듯이 혼곤히 잠속으로 빠져들고는 했는데, 그러다 보면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잠이 깰 때도 없지 않았다.‘어어, 안 죽고 살았네!’ 그이들은 나의 혼곤한 낮잠을 자살을 하려고 음독이라도 한 것으로 여긴 것이었다. 얼마 후 영화감독 이장호씨며 배창호씨와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 이장호씨도 첫마디로 꺼내었다.‘자살하기에는 더 없는 곳이네!’ 1980년대가 되어 수원에서 발안은 물론 선창포구까지 포장도로가 나자, 어느날 문득 선창포구는 횟집이며 생선가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인근에서는 유명한 횟집거리가 되었다. 선창횟집·주곡리횟집·소문난 횟집·이어도횟집·판장횟집·진명횟집·서해바다횟집·군산횟집…. 나는 횟집에 앉아 술을 마시면서도 어쩐지 누군가에게 내 젊은 날의 소중한 장소를 빼앗겨버린 것 같은 상실감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2000년대에 접어든 어느해에 다시 선창포구를 찾았더니 제방 너머로 끝 간 데 없이 펼쳐졌던 갯벌은 물론 바다마저도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그와 함께 횟집거리로서의 선창포구도 화려한 번성의 한때를 지나 경기가 시들해지면서 빈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횟집의 유리창 너머로 아프게 눈을 찔러오는 것은 갯벌 대신 생겨난 간척지의 생뚱한 풍경이었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1)대관령·진부령의 황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61)대관령·진부령의 황태

    산에서 물고기를 구한다? 그럴 수도 있다. 일명 ‘더덕북어’로 불리는 황태는 백두대간의 심산유곡에 가야만 구할 수 있다. 백두대간을 사이에 두고 ‘영동’에 명태가 있다면,‘영서’인 산간에는 황태가 있다. 눈이 펄펄 내려서 ‘교통두절’ 운운하는 방송이 나올 무렵이면 황태의 황금빛 치장이 짙어 간다. 해마다 2월의 끝,3월이 시작될 무렵이면 봄을 시샘하는 폭설이 내리곤 해 대관령 인근 ‘하늘 아래 첫동네’인 평창군 횡계마을은 눈에 갇혀 봄을 맞는다. 황태의 본고장인 횡계 마을은 생각보다 덜 알려졌다.6·25가 끝난 1954년, 일단의 ‘함경도 아바이’들이 횡계마을로 찾아들었다. 그들은 소나무 말짱을 엮어서 덕장을 세웠고, 인근 송천 개울가에는 속초와 주문진에서 할복한 명태들이 터덜거리는 낡은 트럭에 실려와 부려졌다. 이 명태를 하루쯤 얼음물에 담가 수도승처럼 ‘정화의식’을 거친 후 3단 높이의 높다란 덕장에 내걸었다.2마리씩 코가 꿰인 동태들은 이렇게 변신을 준비했다. 황태란 말은 본디 없었으나 해방 이후 단단한 북어와 구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황태와 북어는 출신 배경이 똑같은 생태이나 훨씬 극심하게 고난의 통과의례를 거치는 황태라서 그 결과는 판이하다. 황태는 모진 풍설을 맞으며 얼었다 녹기를 반복해 전혀 다른 먹을거리로의 변신에 성공하는 것이다. ‘거래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마을 앞을 가로지른다 해서 ‘엇개’로 불리던 횡계는 산간에 둘러싸인 너른 저지대다. 옛 장터인 ‘장선말’에 덕장이 들어서서 ‘덕장모퉁이’란 지명도 얻었다. 그러나 덕장 사정은 예전과 다르다.‘원주민’이던 아바이 1세대들이 거의 세상을 떠났고, 이제는 주문진의 ‘업자’들이 땅을 임대해 겨울 한철 덕장을 꾸려 나간다.12월부터 3월까지 약 4개월동안 덕장 구경을 할 수 있다.4월부터는 말목을 뜯어내 보관한 다음 그 땅에서 밭농사가 시작된다. 다시 겨울이 오면 경작지에 말목을 세웠다가 봄이면 뜯어내고. 이렇게 횡계의 4계는 덕장과 경작지 사이를 돌고 돈다. ●바닷바람에 그냥 말린 북어와는 다르다 횡계에서 제일 오래된 ‘삼신덕장’을 운영하는 평안도 출신의 유성준(83)옹과 유영선(40)씨 부자는 소문난 ‘황태지킴이’. 원주민으로는 유일하게 지금껏 횡계덕장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원주민이라고는 하지만 월남하여 흘러 들어온지 40여년에 불과하다. 날품팔이로 전전하다 어찌어찌 함경도 아바이들이 진을 친 이곳 산골까지 발길이 닿았다. 그들은 손에 돈이 쥐어지면 모두 땅을 샀다. 평당 30원에 사들인 땅이 지금은 거금의 땅으로 변했다. 그러나 유옹 부자는 모텔과 콘도가 올라가는 금싸라기 땅에서 곁눈질 하지 않고 오로지 황태만 키워낼 뿐이다. 같은 황태라도 명칭도 제각각이다. 너무 추워서 하얗게 질려버린 백태. 이 백태는 겉이 허옇게 변해 상품 가치는 떨어지지만 창고에 넣어두면 스스로 발효하여 가까스로 상품 구실을 한다. 문제는 일명 먹태, 찐태로 불리는 흑태. 일기가 너무 따뜻해 얼지 않은 채로 마르면 딱딱한 북어가 되고 만다. 횡계 사람들은 황태와 북어를 엄정히 구분한다. 바닷가 세찬 해풍에 그대로 말린 놈을 바닥태, 즉 북어라 하며, 영서의 냇물에 씻어 차가운 서북풍에 말린 놈은 황태라고 부른다. 방망이로 두들겨 패지 않으면 먹을 수가 없으니 “북어와 여자는 두드려야 맛이 난다.”는 이해 못할 속담이 예서 나왔음직 하다. 황태야 자신의 몸을 잔혹스러울 정도로 내돌려 이미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그저 손으로 쩍쩍 찢어 입에 넣기만하면 될 일이다. 바람을 못이겨 덕에서 떨어지면 낙태요, 몸통에 흠집이 있거나 일부가 잘려나가면 파태요, 애초부터 머리를 잘라내고 몸통만 말린 뒤 갈갈이 찢어 안주나 반찬거리로 내는 ‘황태채’는 무두태이다. 크기에 따라서도 이름이 다르다. 큰 놈부터 왕태, 대태, 중태, 소태로 서열화되며, 앵태는 그중 작은 놈(20㎝ 정도)으로 우리가 아는 노가리급이다. 당연히 몸집에 따라 가격도 다르다. ●요즘 황태덕장엔 베링해 ‘원양태’만 가득 유옹이 입촌할 당시만 해도 이 마을에는 20여 가구만 살았으며, 냇가를 따라 10여 채의 덕장이 있을 뿐이었다. 횡계는 본디 강릉도호부 소속으로 영서에 속하면서도 동해가 지척이다. 함경도 아바이들이 덕장의 최적지를 찾다가 ‘황태명당’으로 이곳을 점찍은 것이리라. 이제 더 이상 동해 명태를 황태덕장에 내거는 일은 없다.‘지방태’는 사라지고 베링해의 ‘원양태’가 시장을 지배한다. 유옹은 “원양태가 횡계에 등장한지도 벌써 38년이나 되었다.”고 귀띔한다. 그동안 우리가 모르는 사이 명태 자원이 격감했다는 말이다. 덕장 1칸에 평균 2500마리가 걸리니,20마리를 1급(한 축)으로 치면 1칸에서 120급 정도가 건조된다. 이런 황태지만 최근에는 중국산 때문에 몸살이다.‘개도 돈을 물고다녔다.’는 얘기는 전설이 된지 오래다.“그러나 이제 맛으로 승부해야죠.” 눈길을 무릅쓰고 기꺼이 현장까지 동행해 준 이영신(평창문화원 사무국장) 시인의 훈수다.‘구름도 쉬어간다.’는 대관령 700고지의 냉랭한 기온과 극심한 일교차, 여름에도 손이 아린 송천, 영동고속도로가 뚫리기 전부터 동해로 가는 통로였던 천혜의 입지 등이 황금빛 황태신화를 창조해 낸 주역들이다. 눈비 몰고 오는 동해의 ‘샛바람’을 피할 수 있는 영서에 자리잡아 춥고 마른 북서풍을 껴안으며 오늘도 황태는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다. 횡계는 더 이상 먼지 날리는 비포장길의 산간 오지가 아니다. 도암면사무소가 옮겨오면서 인구도 3800명에 이르고 있으며, 산간에 그럴듯 한 저자거리도 생겼다. 용평스키장이 번성하면서 겨울이면 스키족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덕분에 횡계의 황태음식점에서 내는 황태구이, 찜, 탕 등의 맛갈스러운 별미가 빈한한 재정자립도의 촌동네 살림살이를 또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 ●대관령엔 횡계덕장·진부령엔 용대리 덕장 대관령이 횡계마을에 덕장을 선사했다면, 진부령은 용대리마을에 또 다른 덕장을 선사했다. 말하자면 대관령과 진부령이라는,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대표적인 고갯길이 남한 덕장의 최적지로 부각된 것이다.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고개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다. 사람과 물산이 오가고, 문화가 오가던 전통시대의 동맥이었다. 강릉에서 지척인 횡계가 영동고속도로 권역으로 주문진 등의 명태를 소화한 곳이라면, 인제군 용대리는 대체로 속초나 고성같은 강원 북부해안의 명태를 담당했다. 군인이었던 30여년쯤 전의 일이다. 휴가 때 거진에서 서울 마장동 터미널까지 오자면 반드시 용대리를 거쳤다. 반대로 인제에서는 원통을 거쳐 용대리를 통과해야만 진부령을 넘을 수 있었고, 이내 간성에 이르던 기억이 새롭다. 동해 주둔 군인들의 휴가 통로가 바로 명태들의 덕장행 루트이다. 이곳 토박이인 방효정(81) 인제문화원장의 기억으로는 일제시대에도 진부령 관통도로가 존재했다. 좁은 비포장도로가 인제와 간성, 즉 영동·영서를 이었다. 당시만 해도 목탄차가 힘들여 넘어가는 고갯목이었다. 속초와 인제를 연결하는 지금의 미시령은 1970년대에 군 작전도로로 뚫렸다. 도부꾼들이 내설악쪽의 소로를 이용하여 동해의 건어물과 소금을 지고 넘어와 곡식으로 바꿔갔다. 해산물과 농산물의 물물교환이 소박하게 이뤄졌다. 진부령과 미시령 코앞 길목에 자리잡은 용대리가 오늘날과 같이 황태덕장으로 명성을 날리게 된 것은 불과 20여년 전의 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인근 백담사로 귀양(?)오면서 갑자기 뜨기 시작했다는 주민들의 전언이다. 그러더니 땅투기가 빚어질 즈음에는 덩달아 황태덕장도 뜨기 시작했다. 함경도 아바이들이 주축이 된 대관령덕장과 달리 뒤늦게 1980년대에 5∼6가구가 시작한 진부령덕장은 간성과 인제 사람들이 주축이 되었고, 지금은 모두 인제 사람들이 운영한다. ●99년부터 황태축제 시작… 연간 7억 소득 지금은 옹벽타기 훈련장으로 더 잘 알려진 용머리가 있어 용대리로 불린 이곳은 바람이 워낙 드세어 ‘바람부리’로 악명높다. 밤과 낮을 번갈아 얼었다 녹기를 되풀이함은 대관령과 다를 바 없다. 폭설이 내린지 10여일이 지났건만 덕장에는 눈이 고스란히 쌓여있다. 엄청난 바람이 ‘영너머’에서 고개를 타고 내려온다. 현지인들은 ‘영너머’란 말을 자주 쓴다. 바람은 물론이고 물산과 사람과 문화교류를 모두 “영너머로 오간다.”고 표현한다. 무려 40여일간 영너머 바람을 견디다 보면 황태 속살이 부풀어 솜처럼 부드러워진다. 1990년 무렵부터 덕장이 불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30여개 덕장에서 연간 100만 마리 이상이 생산된다. 아예 지난 99년부터는 황태축제가 시작돼 연간 7억5000만원 상당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축제 기간에만 10만∼15만 인파가 전국에서 몰려든다. 영동에 명태축제가 있다면 영서에는 황태축제가 있는 셈이다. 올해도 2월26일부터 3월1일까지 황태축제가 벌어졌다. 전국 황태의 7할이 용대리에서 생산되고 있으니, 양평쪽에서 홍천을 거쳐 진부령이나 미시령을 넘고자 하는 이들은 용대리 길가의 무수한 황태식당과 덕장을 거쳐야 한다. 황태의 본적지는 두말 할 것 없이 평창의 횡계리다. 반면에 황태를 새롭게 알린 곳은 인제의 용대리다. 하나는 대관령, 다른 하나는 진부령에 위치해 ‘영너머’로 오가는 바람을 이용하면서 바다동네와 산동네의 인정과 물산까지도 맞교환하는 중이다. 황태의 요긴한 쓰임새를 길게 설명해 무엇하리. 짝짝 찢어서 술안주로, 혹은 도시락반찬이나 찜과 탕, 구이로, 무엇보다 조상님 제상에 듬직하니 올려 ‘절받는 물고기’가 되기도 한다. 또 술꾼들에게는 아침 해장 감으로 황태에 비할 것이 없나니, 황태에 인체의 독을 빼는 성분이 들어있다는, 동의보감을 위시한 각종 처방문은 필경 얼고 녹는 환난의 아픔을 겪은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베풂의 징표’가 아닐런지.
  • [뒷골목 맛세상] 공덕동 시장안의 인심

    [뒷골목 맛세상] 공덕동 시장안의 인심

    서울 마포구 공덕동 시장 안에 간판도 없는 서너 평 남짓한 선술집이 있었다. 주로 시장 안의 상인들이 목이 마르면 선 자리에서 막걸리 한 사발이나 혹은 소주 한 병을 신김치나 술국을 안주 삼아 벌컥벌컥 마시고는 곧장 가게로 달려가는 곳이었다. 이 간판 없는 술집의 소중한 값어치를 소위 글쟁이들 중에서도 눈 밝은 어떤 이가 발견하였다. 1980년대 초였는데, 둥근 드럼통을 잘라 만든 술탁 3개가 전부인 그 선술집을 글쟁이들은 멍청이집이라고 불렀고, 술집 아주머니를 일러 멍청이아줌마라고 불렀다. 당시 40대 언저리의 멍청이아줌마는 글쟁이들의 그런 호칭을 전혀 개의하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멍청이집과 멍청이아줌마는 글쟁이판은 물론 신문사 문화부의 문학이나 출판 담당 기자들이며 영화판이나 굿판 같은 딴따라판에서까지 꽤 유명한 집이 되고 말았다. ●간판조차 없었던 선술집 ‘멍청이집’ 글쟁이판에서 가장 먼저 멍청이집을 발견한 것은 당시에 공덕동 시장 가까운 골목에 있는 금성출판사의 주간이자 시인인 강민, 시인인 유제하, 이병희, 성귀영, 지금은 문학동네 발행인으로 있는 강태형, 시조시인 김원각, 작가 이채형 등 소위 ‘금성사단’이었다. 그 뒤로 나를 위시한 시인 이시영이며 윤재철, 윤중호, 김사인, 작가 윤후명, 김민숙, 김상렬에 이어 영화감독 이장호, 장선우 등이 줄을 섰다. 하루 종일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고작 잔술이나 팔던 버릇을 해서 워낙에 안주에 대한 개념이 없던 멍청이아줌마에게, 우리 같은 글쟁이들은 얼핏 상상이 안 되는 특별한 손님이었다. 적어도 글쟁이들이 드나들기 전에는 술국이나 신김치 이외에는 전혀 안주가 필요하지 않던 술집이어서 미리 준비한 안주가 없던 터라, 우리가 안주를 시키면 그때야 부랴부랴 시장에 있는 생선가게로 달려가고는 했는데, 안주감도 꼭 우리가 시키는 데 맞추어, 꽁치며 고등어, 생태, 오징어, 주꾸미, 낙지 등속을 사왔다. 그리고 나중에 계산을 할 때면 약간 더듬거리는 어눌한 말투로 미안한 듯 말했다. “저기, 꽁치나 고등어 같은 것은 탄불에 굽기만 했으니께, 기냥 생선가게에서 산 대루 주기만 하면 되구라우, 오징어하고 쭈꾸미는 양념값 오십원을 따로 보탰구먼이라우. 그렁께 쏘주 네 병에다가 이거저거 모다 합치먼, 오메, 삼천원이 넘는 갚소잉?” 멍청이아줌마의 술값은 으레 자신이 시장에서 사온 생선값에 양념값 얼마를 더하는 식이었고, 이런 계산법에서 바로 멍청이란 호칭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또한 이런 계산법에 서투른 나머지 차라리 멍청이아줌마의 계산에 얼마를 더하는 우리 식의 계산법이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1980년 당시에는 주꾸미며 낙지 같은 해산물을 양념을 발라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구워먹는 소위 주꾸미양념구이나 낙지양념구이 같은 요리는 시중에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멍청이집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 내가 낙지며 주꾸미를 양념에 발라 구이를 해먹겠다고 하자 멍청이 아줌마는 대뜸 손사래부터 쳤다.“오메, 우찌께 낙자나 쭈구미 같은 물것을 탄불에다 꾸어 잡순다요? 물것은 기냥 데쳐서 잡사야제, 탄불에 꾸먼 오그라들어 맛이 없을 거인디.” 멍청이 아줌마가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가 숙수로 나섰는데, 우선 주꾸미를 생물로 한번 굽고 약간 꼬들꼬들해졌을 때 고추장이며 고춧가루에 설탕이며 파 마늘, 간장을 넣어 갠 양념장을 발라 탄불 위에 올려 불을 쏘이자마자 그대로 먹는 식의 주꾸미 양념구이가 만들어졌다. 그러자 다 만들어진 주꾸미양념구이를 한 점 맛본 멍청이아줌마가 큰소리를 냈다. “오메, 쭈꾸미가 우찌께 이런 맛이 다 난다요?” 멍청이아줌마는 주꾸미 한 점과 곁들여 당연히 우리가 따라주는 소주 한 잔도 곁들였는데, 그러다보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예 우리 자리에 퍼질러 앉아 함께 어울리며 술자리의 흥을 더하기도 하였다. 멍청이집에서는 이런 식으로 주꾸미에서 비롯해서 낙지까지 몇 가지 요리가 더 만들어졌는데, 이를테면 낙지를 살짝 데친 다음에 애호박을 채 썰어서 역시 살짝 데쳐내어 식초와 설탕 고주장, 고춧가루에 마늘이며 파 같은 갖은 양념을 하여 버무려 먹는 낙지회무침 같은 것이었다. ●글쟁이 술꾼들이 안주 개발하기도 멍청이아줌마로서는 파천황의 대사건이 일어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날따라 일행이 많아서 모두 대여섯 명이 탁자에 둘러앉아 낙지연탄불구이며 낙지회무침을 위시해서 평소보다 많은 안주를 시켰는데, 어느 순간부터 멍청이아줌마가 좌불안석으로 우리 곁은 빙빙 돌더니 더 이상 못 참고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술 잡숫는디, 죄송하제만이라우.” “예,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는가요?” “그거이, 그거이.....” “말씀하세요.” “오메오메, 시방 술값이 만원이 넘었당께요.” 멍청이아줌마로서는 선술집을 시작한 후로 술값이 만원을 넘은 손님은 내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 마음씨 좋고 정이 넘쳐나던 멍청이아줌마는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풍을 맞는 불행한 일을 당해 반신을 못 쓰게 되는 바람에 가게 문을 닫았고, 아울러 글쟁이들의 흥겨운 공덕동 시절도 시들해져 버렸다. 멍청이아줌마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공덕동 시장은 2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는 주변에 대형 빌딩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대부분이 먹자골목으로 변했다. 지하철 5·6호선이 만나는 공덕역 5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우선 유명한 최대포집이 나오고, 거기서 비롯하여 마포골뱅이 골목, 마포오향족발이며 궁중족발, 소문난영양족발 같은 족발 골목, 마포할머니빈대떡이며 청학동부침개의 모듬전 골목 등이 이제 막 시장기를 느끼기 시작한 손님들의 걸음을 멈추게 할 터이다. 바로 마포할머니빈대떡 골목을 들어서서 10여 미터 시장 안으로 들어오면 수건만한 크기의 아크릴 간판에 전주식당(02-711-0238)이라고 써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주식당은 4000원짜리 가정식백반이 유명한데, 가게방으로는 모자라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노점에 앉아 불편하게 식사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마포 일대의 빌딩에 근무하는 샐러리맨들 사이에 점심 무렵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가 높다. ●가게방 모자라 노점서 식사해도 장사진 전주식당의 인기는 무엇보다도 전주출신인 주인 아주머니 김정자씨의 큰 손에 있다. 무슨 반찬이든지 접시에 수북수북 쌓이지 않으면 직성이 안 풀리는 그이가 가정식백반에 담아내는 반찬은 생굴무침, 조기구이, 고사리나물, 봄똥김치, 묵은김치, 고구마순, 시래기무침, 감자샐러드에 한번 맛보면 손님들이 누구나 빠져드는 청국장의 깊은 맛이 곁들인다. 그러나 전주식당의 참맛을 알려면 아무래도 저녁이 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저녁이면 홍어삼합이며 홍어회, 아구찜을 파는데, 여기에서 비로소 주인 되는 이의 큰 손과 맛에다가 넉넉한 인심과 넘치는 정이 제대로 빛을 내는 것이다. 홍어삼합의 경우 커다란 대형 접시가 넘칠 정도로 전라도의 묵은김치며 돼지고기, 홍어가 가득히 나오는데, 네댓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 3만원이고, 서너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은 2만원이다. 게다가 곁들여 나오는 홍어탕은 진한 맛이 일품인데, 두세 번 얼마든지 시켜도 된다. 홍어회며 아구찜도 같은 값인데, 양 또한 넘쳐날 정도인 것은 물론이다. 얼마 전에 환갑을 지난 김정자씨는 술자리가 어우러지면 어느 새 소주 한 병과 생선찌개를 들고 천연덕스럽게 손님자리에 끼어든다. “옛수, 요건 서비스요오.” 그리고 손님이 술을 권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마시고는 어느 새 술자리를 이끌어 나간다. 이를테면 그이는 천성적인 놀이꾼이자 신명꾼이다. 아니, 그이만이 아니다. 남편되는 칠순의 조과영씨마저도 어쩌다 가게에 들리면 기꺼이 손님들과 어울린다. 그렇게 부부가 신명이 오르면 김정자씨가 소리친다. “장사 때레치우고 노래방에나 갑시다아.” 지하철 5호선 마포역 1번 출구를 나와 용강동길로 접어들면 한화오벨리스크 뒤편이자 마포주차장 건너편 먹자골목 어귀에 주꾸미집(02-719-8393)이 있다. 무슨 옥호도 없이 간판이 그저 주꾸미집이다. 그런데 이 단순한 주꾸미집이라는 이름에 대한 주인 되는 이진숙씨의 생각이 뜻밖에 철학적이다. “이름을 뭘로 해야 주꾸미를 가장 잘 나타낼까 고민 많이 했제라우. 근디 주꾸미한테다가 벨 이름을 다 붙에봤자 주꾸미가 살아나덜 안해라우. 그래서 할 수 없이 기냥 주꾸미집이라고 했어라우. 그라고 낭께 주꾸미 파는 집서 주꾸미집처럼 잘 어울리는 이름이 달리 없더랑께요. 아자씨는 생각이 어쩌요?” 주꾸미집은 과연 주꾸미집답게 메뉴가 주꾸미숯불구이에다가 왕새우구이가 다다. 아니, 주꾸미숯불구이를 시키면 따라 나오는 해물된장이 더 있다.1인분에 8000원 하는 주꾸미숯불구이는 그 양이 만만치 않아서, 만일 양이 적은 사람이라면 혼자서 1인분을 다 먹기가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이다. 양념한 주꾸미를 석쇠 위에 올려 숯불에 구워내는 식인데, 특이한 것은 무슨 상추나 배추 같은 야채에 싸서 먹는 것이 아니라 생김에 싸먹는다는 것이다. 마늘이며 고추를 곁들여서 주꾸미를 생김에 싸먹는데, 그것들이 입안에서 어울려드는 맛이란 뜻밖으로 환상적이다. 이따금씩 커다란 냉면사발 한 가득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저절로 다시 주꾸미에 손이 간다. ●생김에 싸먹는 주꾸미구이 맛 환상적 저녁 무렵만 되면 손님이 붐비기 시작하는데, 달리 종업원을 두지 않고 주인 내외가 눈코 뜰 사이 없이 어지럽게 움직인다. 돈도 많이 버는데 종업원 좀 두지 그러냐는 질문에 바깥주인 되는 문태복씨가 엉뚱하게 메뉴판을 손짓해 보였다. “종업원을 두면 나야 펜하제만, 저걸 감당하지 못항께요.” 무슨 뜻인지, 하고 눈으로 묻자 그이는 뒷말을 이었다. “종업원 한 사람 두면 아메도 저 팔천원이 만원으로 올라갈 꺼이요. 안그러면 양이 적어지던가. 나가 주꾸미집을 하는 한 그짓은 못하겄소. 기냥 몸으로 때워야제.” 주인 내외가 고향인 전라남도 나주시 공산면을 떠나온 것은 1976년이었다. 원래 한 마을의 위아랫집에서 처녀총각으로 살았는데, 어쩌다가 밀밭이며 방앗간을 오가면서 정분이 났다. 결국 마을에 소문이 나는 바람에 처녀총각이 밤보따리를 싸고 말았다. 그리하여 서울이며 경기도 일대의 변두리를 전전하는 인생유전의 고생이 시작되었다. 내외는 부천 오정동, 약대동, 광명시 철산동, 서울의 왕십리 등 무려 25번을 이사한 끝에 마포 도화동에 대지 15평짜리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내외는 그때 하도 돈에 포한이 져서 큰딸 이름을 봉황이라고 지었는데, 한문이 봉우리 봉(峯)에 황금 할 때의 황(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돈에 포한이 진 주인 내외라지만, 표정은 구김살 하나 없이 밝은데, 거기에 대한 안주인의 대답이 또한 걸작이다. “우리 내외가 둘 다 워낙에 놀기롤 좋아헌단 말이요. 아무리 없이 살어도 노는 디라면 빠지지 않고 다니제라우. 글다본께 남들 눈에는 근심걱정 한나도 없는 사람으로 비치는 모양입디다.”
  • [뒷골목 맛세상] 강남의 맛집

    [뒷골목 맛세상] 강남의 맛집

    마침내 입춘과 우수를 지나고 봄이 비롯되었다. 얼핏 보면 봄이야 시절에 따라 저절로 오는 것 같지만, 결코 저절로 오는 봄이란 없다. 지난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모진 눈보라가 있어야 비로소 꽃 피는 봄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봄과 마찬가지일 터이다. 절망을 거치지 않은 희망이란 얼마나 무의미할 것인가. 우리 선인들이 입춘이 되면 봄맞이라도 하듯이 대문이며 사랑방 기둥에 크게 써 붙이던 입춘대길(立春大吉)의 대길은 주역의 지천태(地天泰)에서 나온 말로, 역술인들은 입춘대길과 함께 이 괘를 그려 넣기도 했다. 이 지천태의 괘는 곤괘(坤卦)의 땅이 위로 올라가고 건괘(乾卦)의 하늘이 아래에 있어 얼핏 위아래가 뒤바뀐 것 같지만, 오히려 이 뒤바뀜을 선인들은 크게 길하게 여겼으니 그이들의 깊은 뜻이 오늘에 새삼스럽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뒤바뀌는 立春 선인들에게는 봄이야말로 어두운 음의 기운이 하늘에 가득하고 밝은 양의 기운이 땅에 가득하여 이 뒤바뀐 기운으로 만물이 생겨나는 시절인 것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하다 보면 천하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만물도 생겨날 수가 없다. 대신에 하늘과 땅이 뒤바뀌면, 절망과 고통이 어쩔 수 없이 뒤따르는 가운데에서도 하늘과 땅이 본디 자리로 돌아가려는 기운이 천지에 가득하게 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늘과 땅의 교류가 이루어져 만물이 생겨나는 것이다. 비록 절망과 고통이 뒤따른다 해도, 이런 천지의 뒤바뀜이 어찌 크게 길하지 않으랴. 천지의 뒤바뀜을 사람살이 식으로 풀이하자면, 가장 깊은 절망의 가운데에서 한 가닥 희망이 솟아나오고, 반대로 온통 장밋빛으로 가득한 희망의 가운데에서 이미 한 가닥 절망은 비롯된다는 지혜일 터이다. 천지의 뒤바뀐 기운은 어느 새 그대를 파고들어 마침내 그대에게도 지천태의 입춘대길로 봄이 온다. 길고 긴 절망의 터널을 지난 그대가 이제는 희망을 꽃피우고, 그리하여 일생에 가장 소중한 이를 만나게 된다. 자, 이 크게 길한 날에 어디에 소중한 이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까. 강남의 지하철 2호선 역삼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앞에 스타타워라는 멋있는 빌딩이 바라보는 이의 고개를 모자라게 할 만큼 높은 키로 세련된 외양을 자랑하고 있다. 그 빌딩을 끼고 돌면 후문이 나오는데 후문 바로 앞에 ‘바이더웨이’라는 24시 편의점이 있을 터이다. 그 골목을 들어서서 10여 미터 걷다보면 ‘민들레(02-558-8513)라는 자그맣고 예쁜 입간판을 만나게 된다.2층 양옥집을 개조하여 전통 한정식집으로 꾸몄는데, 깔끔하면서도 멋스러운 실내 디자인과 개량한복 차림의 종업원들이 예사롭지 않은 주인의 성품을 은은하게 내비치고 있다. 얼핏 한정식집 주인으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깊은 눈빛과 단아한 분위기의 오성숙씨가 있는 듯 없는 미소를 띤 채 그대에게 조용히 인사를 할 터이다. 그 첫 대면의 순간 그대는 그이에게서 어쩌면 그대와 함께 사람살이의 신산고초를 겪으면서 심성이 보다 그윽해진 큰누님이나 혹은 큰언니 같은 살붙이의 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런 살붙이의 정을 느끼면서 그이의 곁을 보면, 이번에는 흰머리가 참 잘 어울리는 장년의 노신사가 역시 그대에게 가볍게 인사를 할지도 모른다. 흰머리의 그이는 다름 아닌,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김세균 박사이다. 방학이 되거나 한가할 때면 그이는 이따금씩 민들레에 나타나 아내인 오성숙씨를 도와 기꺼이 손님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한때 참교육·여권운동에 몸담기도 민들레에 와서 주인 내외를 만나본 이들은 한결같이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적어도 이 나라 명문대학의 교수이고 또 그 부인되는 이가 도대체 더 이상 뭐가 부족해서 한정식집까지 차리게 된 것일까.1997년 민들레라는 한정식집 주인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성숙씨는 명문대학의 교수부인이기에 앞서 1980년대 후반부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회장을 맡아 전교조와 함께 잘못된 교육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운동권에 몸을 담아온 소위 여성운동가였다. 또한 한국여성민우회 편집실장이며 정책실장으로, 저소득여성들이나 근로여성들을 위한 지원활동에 나서 공부방이나 쉼터를 열어주고, 주부들을 위한 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여성의 지위를 자리매김하는 여권운동의 일선에서 뛰어온 이였다. 그런가 하면 그이의 남편 되는 김세균 교수는 형제인 사회학의 김진균 교수와 함께 진보적 지식인의 길을 걸어오며 1970년대부터 이 땅의 민주화운동에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이이기도 했다. 오성숙씨가 자신의 잘못된 빚보증 한번으로 집이며 재산 따위를 깡그리 다 잃고 무일푼이 되어 남편이며 아이들과 함께 10여 평 남짓 되는 셋방에 나앉게 된 것이 바로 1997년이었다. 이때부터 그이는 모든 사회활동을 접고 여기저기서 돈을 그러모아 한정식집을 차린 것이었다. 기실 그이는 평소부터 음식솜씨가 남달라서, 남편과 함께 독일의 베를린에 있는 자유대학에 유학 중이던 1980년대 초에는 당시에 소위 운동권 출신 유학생들이며 황석영씨 같은 정치적 망명자들 사이에서는 그 뛰어난 음식솜씨 때문에 청진옥으로 불리기도 했다. 청진옥이란 그이의 큰아들 김청진이라는 이름에서 따서 유학생들이 붙인 별칭으로, 프랑크푸르트에 있던 이해동목사 내외의 해동여관과 함께 유학생들에게는 공짜로 자고 공짜로 고국의 음식을 먹으며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소중한 쉼터이기도 했다. ●단아한 분위기의 큰누님같은 안주인 민들레의 한정식은 코스요리를 주로 하지만, 낮손님들을 위해서는 민들레밥상이라고 하여 흑임자죽이며 녹두죽 같은 죽에 잡채, 야채샐러드, 해물무침, 고등어조림, 김치전, 콩비지 등에 된장찌개며 밥이 나오는데, 무나물이며 취나물, 고사리나물 무침에 조개젓, 도토리묵, 김치 같은 밑반찬이 따라 나온다. 이 8000원짜리 민들레밥상에 곁들여 불고기볶음이며 제육주꾸미볶음, 해물한정식, 더덕구이, 갈비찜오분자기, 메로구이, 간장게장 등이 추가되면 각각 1만원에서 1만 5000원짜리 정식이 된다. 저녁나절에 주로 하는 코스요리에는 1인분에 2만 5000원짜리 기본정식과 3만 5000원짜리의 민정식이 있는데, 그대가 소중한 이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자리라면 약간 무리할지 모르지만, 민정식을 권하고 싶다. 민정식은 나오는 순서에 따라, 녹두죽에 야채샐러드, 탕평채, 찹쌀화전이며 생선전이며 표고버섯전으로 구색을 맞춘 삼색전, 도미찜, 굴이며 소라며 우렁이며 새우가 들어간 모듬해물, 도다리며 도미의 싱싱한 모듬회, 연어쌈, 수삼과 꿀, 해물고추잡채, 홍어와 돼지고기에 보쌈김치를 곁들인 홍어삼합, 구절판, 새우튀김, 갈비찜, 해물냉채, 대구탕, 장어구이 등이 나오고, 마지막으로는 민들레밥상의 반찬과 밥에 누룽지가 함께 나온다. 민들레에는 10여 개의 방에 130석의 자리가 있어 얼마든지 대형 모임도 가능하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내려 7번 출구를 나와 시티극장에서 골목으로 접어들어 50미터쯤 언덕길을 올라가면, 골목 막다른 곳에 푸치니(02-552-2877)라는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있다. 일찍이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곧장 이탈리아로 건너가 로마에 있는 페스타라 음악원에서 10년 가까이 유학을 하고 돌아와 모교에서 강사를 지낸 테너 안종선씨가 주인인데,1998년에 자신이 살던 양옥을 개조하여 3층까지 한결 깔끔하고 격조 있는 레스토랑으로 바꾸어 놓았다. ●유학생활 10년동안 익힌 미각 잘살려 투명한 유리창으로 지붕을 덮은 정원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소중한 이와 함께 정통 스파게티며 파스타를 즐기고, 밤이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도 헤아릴 수 있는데, 푸치니의 지배인으로 있는 피아니스트 안토니오 파텔라씨의 감미로운 연주까지 들을 수 있다면 더욱 소중한 시간이 될 터이다. 볼로냐의 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서울발레단의 음악감독으로 왔다가 8년 넘어 머무르고 있는 안토니오씨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안종선씨의 테너 독창까지 들을 수 있다면 거기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푸치니의 손님들은 거의 절반 가까이가 외국인들이고, 그만큼 주인 되는 이의 정통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주로 이탈리아인들을 위시한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데, 기실 10년 가까이 이탈리아에 유학하면서 정통 이탈리아 요리의 미각을 익힌 그이가 귀국하자마자 푸치니를 차린 것도 그때까지 우리나라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들이 그의 미각을 만족시키지 못한 때문이었다. 그이는 통밀에서부터 치즈같이 이탈리아 요리에 필요한 재료들을 거의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푸치니에서 레스토랑의 이름을 내걸고 손님들에게 특선메뉴로 내놓는 ‘스파게티 알라 푸치니’는 푸치니 스페셜로 부르기도 하는데, 볼로냐와 피렌체 사이의 산간지방인 폴리아에서 주로 먹는 토속음식으로 파마산 치즈 중에서도 3년산 레지아노 치즈를 사용한다. 이 치즈는 무게가 35kg이 나가는 거의 맷돌만한 크기인데, 치즈 가운데에 홈을 파서 홈에 ‘바카디151’이라는 높은 도수의 럼주를 붓고 불을 붙여 치즈를 녹인 후에 여기에 스파게티며 야채를 넣어서 비벼내는 식이다. 1인분에 1만 8000원인 이 푸치니 스페셜은 강한 화력으로 럼주가 증발한 후에도 그윽한 향이 남아 여성들도 즐기는데, 요리사가 주방에서 나와 손님 앞에서 직접 시연을 펼치고 서브까지 한다. ■다국적 요리·술 한자리에 지하철 2호선 강남역 7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바로 출구 앞에 레비스(02-565-5959)라는 퓨전요리집이 있다. 간판에도 버젓하게 내세운 ‘다국적 식주공간(食酒空間)’답게 한식, 중식, 일식, 양식을 위시해서 세계의 퓨전요리들을 거의 망라하고 있다. 이를테면 우리의 옛날두부김치에서 매운낙지볶음, 직화구이곰장어, 신닭발, 화이어뽈에서 일식의 해물오코노야키, 해물 스테미나나베, 후지볼케이노롤, 모리아와세, 겐키도리, 중식의 광동갈비, 팔보라조, 타이치킨, 홍콩야식, 깐소꽃게, 양식의 레비스초이스, 새우퐁듀, 철판돈가스, 시푸드치즈그라탕, 치즈칠리치킨, 파에리아 이외에도 훈제연어허브샐러드, 아보카드샐러드, 펌킨셀러드에 군고구마베이컨 피자, 데리야키 치킨피자에 소이웰빙파스타까지 모두 100가지가 넘어 미처 종류를 헤아릴 수 없는 요리들을 1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으로 내놓고 있다. 거기에 술 또한 우리의 백세주며 천국, 설중매를 위시해서 일본의 나마조조나 고노이즈미부터 중국의 죽엽주와 금화고량주, 공부가주, 죽봉주에 와인이며 양주, 생맥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비하여 20대의 신세대들은 물론 30,40대의 취향에도 뒤지지 않게 구비해 놓았다. 다국적 요리들이라고 해서 결코 싸구려로 맛이며 정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레비스에서는 이 다국적 요리들을 위해 대학에서 조리학과를 나온 젊은 조리사들이 각각 한중일양으로 나누어 모두 12명이 주방을 맡고 있다. 게다가 직접 조리를 담당하지 않은 관리직들도 저마다 한두개씩은 조리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퓨전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기도 한다. 레비스에서 개발해낸 퓨전요리 중의 하나로 훈제연어 허브 샐러드는 훈제연어에 비타민이라는 야채, 케이퍼라는 서양배추 봉오리, 치커리, 물냉이, 양상치, 트레비스라는 보라색양상치, 천연의 천도복숭아, 가늘게 채 썬 양파를 올리브유로 드레싱해내는 식이다. 팔보라조는 갑오징어, 해삼, 새우, 참소라, 피조개 등의 해산물에 죽순,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베이비콘을 넣어 매운 소스로 볶아내는 식이다. 그러나 레비스의 뛰어난 점은 380평에 360석이라는 대형 홀에 대한 섬세하고도 세련된 실내 디자인에 있을 터이다. 홀을 크게 나누어 한식의 분위기를 살린 공간, 일식집의 분위기를 살린 공간, 중식집의 분위기를 살린 공간에 양식집 분위기의 이국적 공간에 이어 룸살롱처럼 화려하고 푹신한 둥근 소파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요리며 술을 맛보며 소중한 이와 함께 저녁 한때를 즐길 수 있다.
  • 남도엔 파릇파릇 봄이…

    남도엔 파릇파릇 봄이…

    봄의 유혹이 시작됐다. 남도에는 ‘봄의 전령사’ 동백을 시작으로 벌써 춘색이 완연하다. 무채색 도화지에 형형색색의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앙상했던 나뭇가지에는 갖가지 빛깔의 봄꽃들이 고혹스럽게 피었다. 훈훈한 봄바람은 새색시의 수줍음처럼 살포시 빰을 스친다. 산과 들녘을 수놓은 붉은 동백과 진녹색 새싹은 마치 고운 색동저고리를 차려입은 봄처녀의 거부할 수 없는 손짓으로 다가온다. 한발 앞서 봄이 찾아오는 곳 남도. 겨울의 체취를 털어버리고 봄의 설렘을 찾아 남도로 떠나보자. 가족과 함께 새생명이 움트는 그 곳에서 새 희망을 품어보자. ●봄향기에 취한 남도 “봄∼처녀 제∼오시네 새풀 옷을 입으셨네….” 진초록 보리밭과 고혹스럽게 핀 붉은 동백, 여기에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가 펼쳐진 남도로의 봄나들이는 봄노래의 흥얼거림으로 시작됐다. 봄을 맞으러 차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서울을 떠난 지 반나절 만에 땅끝마을 해남과 완도가 봄내음을 품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내리쬐는 따스한 봄볕과 뺨을 스치는 봄바람이 향긋한 미소로 다가왔다. 해남을 지나 완도대교를 건너자 201개의 섬으로 이뤄진 푸른섬 완도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완도(莞島)의 완(莞)자는 ‘빙그레 웃을 완’. 경치와 음식, 인심이 좋아 빙그레 미소짓는다는 섬이다. 완도는 사실상 우리나라 최남단. 얼마전 땅끝마을인 해남과 ‘신땅끝 논쟁’을 벌이기도 한 곳이다. “차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이 섬인데 완도는 다리로 이어진 지 40년이 넘은 육지”라는 게 완도 사람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내륙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남도의 봄은 동백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던가. 가장 먼저 봄을 느끼게 해준 것은 완도의 동백이다. 굽이굽이 펼쳐진 푸른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모습을 드러낸 국내 최대 난대림 수목원인 완도수목원(061-552-1544)은 완연한 봄 그 자체였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다른 수목원과 달리 자연생태 원시림. 샛노란 꽃술과 진홍빛 꽃잎, 그리고 진초록의 잎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동백이 장시간 여행의 피곤함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린다. 지난 91년 문을 연 수목원은 1050㏊(약 30만평)의 방대한 규모에 난대성 희귀식물 1400여종이 집단적으로 자생하고 있다.30분쯤 걸어 수목원 전망대에 오르자 온 산이 올록볼록 ‘엠보싱’을 해 놓은 듯하다. 이 곳에 가면 수백여종의 동백과 왕실에서 황금색 도금을 위한 색소로 사용했다는 황칠나무, 약용으로 쓰이는 후박나무 등을 볼 수 있다. ●해상왕의 숨결 따라 봄나들이 완도가 가장 자랑하는 인물은 단연 해상왕 장보고(790∼846)다. 통일신라시대 동아시아 바다를 주름잡던 해상왕 장보고 유적지를 따라 봄나들이를 하면 지루하지 않게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 곳에는 장보고의 일생을 다룬 KBS드라마 ‘해신’의 세트장 두 곳이 있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세트장은 드라마 촬영이 진행될 경우에는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는데 촬영이 없는 날인 일∼수요일에는 일반에게 공개된다. 오는 5월말까지 드라마를 촬영할 예정이어서 재수좋으면 최수종(장보고역)과 채시라(자미부인역), 수애(정화역), 송일국(염장역) 등 연기자도 만날 수 있다. 먼저 완도대교를 건너 왼쪽 동부대로(13번 국도)를 따라 5㎞쯤 가면 불목리 세트장(신라방)을 만난다. 이 세트장은 중국거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 세트장은 중국사람이 설계하고 중국에서 기와 등 자재를 가져와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붉게 칠한 외벽과 건물, 도로 등이 벽돌로 만들어져 마치 중국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드라마가 끝난 뒤 영구보존을 위해 다른 곳과는 달리 플라스틱이 아닌 목자재를 사용했다. 또다른 세트장은 완도대교 오른쪽 서부대로(77번 국도)를 따라 10㎞가면 소세포세트장(청해포구)이 나온다. 1만 6000여평의 부지에는 부두와 선박, 저잣거리, 군영 막사, 망루 등 42동의 건물이 완공되어 있다. 앞 바다 풍경은 12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마치 장보고의 시대로 돌아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바다 멀리에는 보길도 등 섬이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해신 촬영지를 따라 돌다 보면 자연스레 완도의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우선 만나는 곳은 장보고가 본영인 청해진을 설치했던 장도 청해진 유적지(국가사적 308호). 물이 빠지면 본섬과 연결이 되는데 170m의 자갈길을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현재 고대 망루와 판측토성, 우물 등을 2009년까지 복원할 계획인데 현재도 관람이 가능하다. 장보고를 기리기 위해 세운 이 섬의 장좌리 굿당의 앞에 핀 동백이 일품이다. 이어 만나는 어촌민속전시관(550-5558)은 2002년 개관한 어촌의 민속 관련 박물관이다. 각종 어류 박제와 조개류, 희귀 산호 등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요금은 어른 1000원. 이렇게 다가온 완도의 봄은 봄처녀의 가슴을 울렁이기에 충분하다. ●봄비에 촉촉해진 남도 들녘 완도대교를 넘어 다시 해남으로 나오자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다. 서울에 영하의 혹한이 이어지고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말이 딴나라 이야기처럼 생각됐다. 해남군 마산면 산막리에 이르자 가학산을 배경으로 보리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청자빛 투명한 하늘 아래 펼쳐진 진초록 보리밭의 절경은 고향마을의 추억을 되새겨 보게 한다. 이어 봄비와 어울리는 곳 녹우당(사적 167호·530-5548)을 찾았다. 고산 윤선도(1587∼1671)의 고택인 녹우당은 이름 그대로 푸르름이 한창이다. 입구에는 수백년된 은행나무가, 뒷산에는 오백여년된 비자나무 숲(천연기념물 241호)이 반갑게 맞이한다. “앞바다에 안개걷고 뒷산에 해비친다.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녹우당에 들어서면 마치 고산의 어부사시사 봄노래의 읊조림이 들리는 듯했다. 기념관에는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산중신곡, 금쇄동기 원본, 고산의 친필로 쓴 여러 편지 등 고산의 유품 등을 볼 수 있으며, 고산의 4대 증손인 공제 윤두서의 화첩들과 해남 윤씨 부녀자들의 규방문집 등이 전시돼 있다. 현재 녹우당에는 고산의 14대 종손인 윤형식(72)씨 내외가 살고 있다. 남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맛. 어느 곳에 가도 청정해역을 낀 남도 앞바다에서 생산된 해산물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완도는 우리나라 김과 다시마, 톳, 미역, 전복의 70%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다. 완도대교를 지나면 바로 있는 산해진미식당(552-5466)의 신선한 가오리회인 간자미회(4인기준·2만원)와 간자미 무침(3만원)이 일품이다.청실회집(552-4559)에서는 완도에서 생산되는 전복회와 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또 해남의 땅끝기와집(534-2322)에서는 해남 특유의 해산물 정식(2만원)을 맛볼 수 있다. 꽃게찜과 매생이, 전복, 새우, 삼합 등 남도 음식 전부를 섭렵할 수 있다. 완도읍 선착장 인근 씨월드관광호텔(552-3005)의 해수탕은 바다 수면아래 있어 해수탕 안의 창문을 통해 파도가 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도로의 봄맞이는 승용차를 이용해도 크게 지루하지 않다. 여행 길 곳곳에서 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가에 핀 꽃을 감상하고 보리밭에 들러 밝은 공기를 한껏 들이 마시며 쉬엄쉬엄 다녀오면 좋다.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목포IC로 나온 뒤 해남과 완도로 갈 수 있으며,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광주에서 강진을 거친다. 비행기나 철도는 광주나 목포에서 해남·완도행 시외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전라남도 관광진흥과 (061-607-3333), 완도군청 (550-5224), 해남군청 (530-5224). ■ 명소 베스트5 훈훈한 봄바람이 한 번 불어올 때마다 봄꽃들이 수선수선 눈을 뜬다.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유채 등 봄꽃들의 향연이 시작된 것. 남도에 가면 봄꽃과 봄내음에 취할 수 있다. ●섬진강 매화마을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일대는 3월이면 하얀 매화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섬진강을 따라 매화나무가 지천으로 심어져 있다.10만평의 매화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산중턱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제일이다. 매화에는 청매와 홍매가 있는데 청매나무에는 푸른 빛이, 홍매나무에는 연분홍빛이 돌아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3월 12일부터 20일까지 매화마을에서 ‘매화축제’가 열린다. 광양시 문화홍보과 (061)797-3363. ●제주 대정들녘 야생 수선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제주도 산방산 부근의 대정들녘에는 봄소식을 전하는 야생 수선화의 꽃향기가 그윽하다. 이 곳에서 9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던 추사 김정희가 수선화를 각별히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대정향교와 산방산 사이의 도로변과 송악산 해안도로변 등지에서 야생 수선화를 볼 수 있다. 남제주군 대정읍사무소 (064)794-2301. ●서천 마량리 동백나무숲 충남 서천군 서해바다의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마량리 언덕배기에는 80여 그루의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자라고 있다. 약 400여년 전 서면 마량리 수군첨사가 험난한 바다를 안전하게 다니려면 이 곳에 제단을 세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계시를 받고 이곳에 제단을 만들고 주변에 동백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때의 나무가 자라서 오늘날의 명물인 동백나무숲을 이루고 있다. 서천군 문화공보실(041) 956-7868. ●여수 거문도 동백 전남 여수에서 배로 2시간 떨어진 거문도에서 붉은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거문도 등대를 보러 가는 산책 코스인 신선바위와 365계단, 목넘어 잔교를 지나 동백터널 숲이 있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깔려있는 그 길은 산행자의 발걸음을 잡아끄는 신비한 마력이 있다. 여수시청 관광홍보과 (061)690-2249. ●구례 산수유마을 예로부터 전남 구례군 산동면은 ‘산수유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산수유나무가 많은 곳이다.3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이곳은 길가는 말할 것도 없고 산기슭과 골짜기, 논둑과 밭두렁 등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샛노란 꽃구름이 내려앉은 듯하다.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 780-2224. 남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신상품]

    ●웅진식품은 식물의 뿌리·줄기·잎·열매와 곡물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차음료 통합브랜드 ‘다실로’를 출시했다. 현미생초매실·현미녹차·유자·오미자 등 4가지 제품을 선보였다. 가격은 180㎖ 병 700원,340㎖ 페트 1000원,1.5ℓ페트 2800원. ●오뚜기는 바지락·다시마·새우 등 각종 해산물로 국물을 우려낸 ‘해물칼국수’(4150원)와 감자 가루와 쇠고기 육수를 사용한 ‘감자수제비’(4100원)를 내놓았다. ●남양알로에는 식물성 해조칼슘을 함유한 ‘그린칼슘’을 선보였다. 해조칼슘은 소화 흡수율이 우수하고 마그네슘·요오드·철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회사측은 설명. 식전에 씹어서 섭취하며 가격은 6만원(99g). ●던킨도너츠는 ‘프레시 요거트 프렌즈’를 선보였다. 녹차 머핀에 요거트를 넣은 ‘블루베리 요거트 머핀’·‘딸기 요거트 머핀’, 초코머핀 속을 가나슈 초콜릿으로 채운 ‘가나슈 초콜릿’으로 던킨도너츠 연대점·역삼점에서 판매한다. 가격은 2500원. ●농협은 순 우리콩을 사용해 만든 전통 메주를 판매한다. 가격은 5.5㎏ 1박스(5인 가족 1년분) 7만 2000원. 하나로클럽 등 농협 판매장이나 전화(080-456-7800), 인터넷 농협e쇼핑(shopping.nonghyup.com)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린나이코리아는 공기청정기와 가습기를 합친 ‘쎄인웰 공기청정기’ 내놓았다. 천연광물 ‘토르말린’ 필터를 사용해 오존발생량을 줄였다고 회사측은 설명. 실내 오염 정도에 따라 자동으로 풍량이 조절된다. 가격은 65만원. ●버거킹은 닭 가슴살로 만든 아메리칸 치킨버거를 출시한다. 출시를 기념해 이달말까지 치킨버거는 3600원, 세트메뉴(치킨버거+콘샐러드+콜라)는 5000원에 판매한다.
  • [이집이 맛있대] 서울 신촌 ‘레트레캄빠네’

    [이집이 맛있대] 서울 신촌 ‘레트레캄빠네’

    젊음의 거리 서울 신촌은 맛의 전쟁터다. 매일 수십여집이 간판을 내리고 또 새롭게 문을 여는 곳이다. 맛이 변화무쌍한 신촌에서 이탈리아 음식점 레트레캄빠네는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상호는 한국 유학생들이나 상사원들이 즐겨찾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유명 피자집에서 따왔다. 이탈리아의 레트레캄빠네 조리사들이 내한, 직접 요리기술을 지도했고 한국 조리사들이 유학을 한 곳이기도 하다. 조리사 김정희씨는 “이탈리아 본토의 맛이 우리 입맛에 더 잘 맞아 본래의 맛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맞은편 굴다리 건너에 있는 레트레캄빠네에 들어서면 주방이 한 눈에 들어온다. 피자 화덕을 비롯해 조리하는 모습을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주방이 홀보다 더 넓다. 이집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 가운데 하나는 루콜라 피자. 얄팍한 도에 특유의 쌉싸래한 맛에 산뜻한 향이 나는 야채 루콜라를 놓고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두툼하게 올렸다. 도에 신선한 토핑을 말아싸서 먹으면 맛의 조화가 절묘하다. 도는 얇지만 파삭거리지 않고 졸깃하다. 여기에 토마토의 상큼한 맛과 모차렐라의 새큼한 맛이 잘 어울린다. 루콜라가 생토마토와 모차렐라를 맛으로 연결해 준다. 도와 토핑이 두툼하고 기름기로 느끼한 맛을 기대한 사람들은 루콜라에 실망할 정도다. 하지만 느끼한 맛보다 산뜻한 맛을 추구하는 이들은 자꾸 찾게 되는 맛이다. 또 트레캄빠네라는 이름을 붙인 스파게티도 꼭 맛봐야 한다. 토마토소스에 오징어·새우·홍합·주꾸미·꽃게 등을 넣은 해산물 스파게티로 맛이 조화롭다. 한정희(24·이대 법학과 3년)씨는 “해산물이 선선한 까닭에 바다의 향도 느껴진다.”며 “국물에 빵을 찍어 먹기도 좋다.”고 말했다. 트레캄빠네가 남성적인 맛이라면 카르보나라 스파게티는 맛이 부드럽다. 여성스럽다. 크림소스에 베이컨에 달걀, 양송이에 파마산 치즈를 얹어 고소한 맛이 난다.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가장 흔한 메뉴이지만 제대로 된 맛은 흔하지 않다. 카르보나라의 맛이 좋으면 그 집은 음식을 잘하고 느끼하면 실패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맛내기가 쉽지 않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나영은 강수를 회사로 불러 신률의 방을 구경시켜준다. 한편, 가영은 가족들에게 취재 때문에 일주일 정도 지방 출장을 다녀와야겠다고 말하고, 할머니 등 가족들은 안된다며 가영을 말린다. 준호도 자기와 먼저 의논을 했어야 하지 않느냐며 화를 내고, 가영도 지지않고 맞선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9시20분) 뒤로는 수려한 산봉우리가, 눈 앞에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전북 부안을 찾아간다.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과 대웅보전, 저마다의 재주를 하나씩 품고 있는 원숭이들의 학교, 싱싱한 해산물로 만들어내는 젓갈의 명소 곰소 젓갈단지까지 듣기만 해도 속이 꽉 찬 부안의 명소들을 만나본다. ●스페이스-공감(EBS 오후 10시) 1999년 결성돼 신촌과 홍대 주변의 라이브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넬은 김종완(보컬, 기타),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등 80년생 동갑내기로 구성됐다.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하게 연주하는 선율 속에 거침없이 열정을 쏟아내는 넬만의 무대를 만나본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6시50분) 무능력할 뿐 아니라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척하는 남편. 그런 남편을 한사코 옆에 두고 감싸는 시어머니에게 위자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또 임대된 점포의 일부 공간을 재임대한 업주는 원래 점포 주인에게 임대료를 내야 하는지도 함께 알아본다. ●용서(KBS2 오전 9시) 수민은 번역 일로 받은 선금을 재훈에게 주며 빚갚는 데 보태라고 하지만 재훈은 수형의 병원비를 받을 수는 없다며 거절한다. 한편 수형이를 통해 인영이 찾아 온 사실을 알게 된 수민은 형우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생기면 수형이를 데리고 영원히 사라져 버리겠다고 말한다.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형주는 헤어지자고 말하는 영실을 설득해 보지만 영실에게는 무서운 현실과 하나뿐인 오빠 인표의 뜻을 거스를 자신이 없다. 마음에 없는 말을 내뱉는 영실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형주. 한편, 맞선을 본 여자에게 무안을 주고 자리에서 일어나버린 일로 형주는 재규에게 호된 꾸지람을 듣는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7) 수라상에 진상한 영덕대게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7) 수라상에 진상한 영덕대게

    서울에서 가장 먼 바닷가를 손꼽는다면 영덕도 빠질 수 없는 곳이다. 가까워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먼 길. 이필제가 ‘영해작변’을 통해 조선 후기 변혁운동의 엄중한 파고를 예고했던 곳, 그리고 상놈 출신 신돌석이 의병장으로 나서 신출귀몰 왜군을 무찔렀던 일 등 민중의 역사가 강하게 요동쳤던 옛 예주(禮州)의 땅. 오늘날은 역사의 진실과 무관하게 그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대구·부산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도 차량들이 몰려드는 명소가 되었다. 오로지 영덕대게를 현장에서 먹겠다는 집념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에게는 민망한 소리겠지만 사실 ‘남의 살’처럼 맛있는 것이 있을까. 더군다나 딱딱한 껍질 속에 연한 살을 감추어둔 갑각류는 전반적으로 맛이 특별하다. 게나 바다가재가 고급요리인 까닭은 그럴 만 한 이유가 있다. 명태나 기타 잡어로 만드는 게맛살도 기실 대게맛의 복사판이다. 봄철에 서해안의 꽃게가 진미라면 겨울철 동해안에는 대게가 단연 상석이다. 대게는 울진, 영덕, 포항, 울산 등에서 두루 잡히는데 영덕대게가 브랜드를 선점했다. 흑산도 홍어처럼 수산물에서 브랜드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리라. ●길거리서 파는 붉은 게는 영락없는 홍게 길거리에서 붉은 게를 영덕대게라며 팔고 있다. 영락없이 홍게다. 홍게는 수심 600∼1000m의 동해 심해에서 잡힌다. 껍데기가 두껍고 살이 적어 다리를 뜯어 보면 그야말로 ‘꽝’이다. 이 게는 사계절 잡히며 껍질에서 키토산 등을 채취하는 데 이용된다. 가격은 대게와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이런 홍게를 대게로 잘못 알고 사먹거나 속여파는 일은 없어야겠다. 홍게가 심해저 생물이라면 대게는 울진의 왕돌짬으로부터 영덕의 무아짬에 이르는 짬(바위)에서 주로 자란다. 약 120m 이하의 바위밭이 동해변에 이어지고 있으며, 무아짬 안쪽은 고운 자갈과 모래밭이다. 영덕대게는 무아짬 안쪽, 즉 강구와 축산 사이의 3마일 근역이 집중적인 서식지다. 덕분에 게의 내장이 펄을 먹고 자라서 검은 빛을 내는 여타 지방의 대게와 달리 푸른빛이 감돈다. 12월부터 5월까지 5개월여를 조업한다고 하지만 집중적인 어획 시기는 2∼3월이다.11월은 산란이 끝나서 살이 빠져 있고 또 탈피를 하기 때문에 맛이 없다. 게들은 매미처럼 생태적으로 허물을 벗기 때문에 한자로 ‘벗을 해’(蟹)라고 쓴다. 풀어 보면 ‘解+蟲’이다. 김려는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 당대 조선 후기의 속설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이곳 사람들은 큰 게는 천년에 한번 껍질을 벗는다고 말한다.’그러나 김려는 ‘천년에 한번 껍질을 벗는다는 말은 너무 신비롭게 꾸며진 것 같다.’고 정확히 인식하였다. 당시에 영남지방의 어촌에서는 ‘게 껍질로 염전집과 밭의 원두막, 주점의 지붕을 덮었다.’고들 했다. 큰 게가 엄청나게 잡혔다는 증거다. ●큰 게 껍질로 지붕 덮어 대게는 2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살이 바짝 오르면서 알도 꽉찬다. 봄빛이 무르익어 가는 4월부터는 산란을 위해 모래나 펄로 기어들기 때문에 맛이 덜하고 잡히는 숫자도 준다. 대게잡이는 강구, 축산, 대진 세 포구가 중심이다. 보통 1∼2t, 크다고 해야 5t 미만의 작은 배들로 2∼3인이 조를 짜서 출어한다. 현재 법적으로 9㎝ 이하는 못 잡도록 규제하고 있다. 작은 놈은 잡혀도 무조건 방류해야 한다. 일명 ‘빵게’라 부르는 암컷도 방류하기는 마찬가지다. 폭 70m짜리 그물을 15∼16폭이나 놓으니 1㎞에 이르는 그물이 바다에 드리워진다. 수많은 배들이 저마다 이 정도씩 그물을 놓을 터이니 바다밑은 가히 그물밭이라고 할 만하다. 이렇게 잡아댄다면 대게의 앞날도 어둡기만 하다. 척당 어림잡아 150여마리씩을 잡는데 9㎝짜리는 6000∼9000원,10㎝짜리는 3만원을 호가한다. 뚜껑 크기가 1~2㎝ 차이가 남에 따라서 값이 천양지차다. 실제로 시식해 보니 맛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작은 놈을 선택하여 싸게 먹는 것도 경제적이겠다는 생각이 든다.3인 기준 9마리를 먹으면 7만∼8만원이 들어가니 웬만한 회값보다 세지만 턱없는 값은 아니니 비싸다고 미리 주눅들 일은 아닌 듯싶다. ●영덕대게 으뜸은 검은빛 띤 박달게 영덕대게의 으뜸은 박달게다. 수심이 조금 깊은 곳에서 약간 검은빛이 도는 딱딱한 박달게가 잡힌다. 오랜 경험을 지닌 어부들은 이구동성으로 박달게야말로 ‘진짜 영덕게’라고들 말한다. 마리당 최소 5만∼6만원은 주어야 먹을 수 있으니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강구로 모든 게들이 집산되면서 어느 결에 영덕대게란 브랜드가 탄생했다. 대게는 관행적으로 영덕의 강구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산물이 집중화된다. 다른 수산물과 달리 이 자그마한 시장에 수요와 공급의 집중이 이루어진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수도권까지 나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강구항에서 거래되는 대게가 반드시 영덕에서 잡히는 게만은 아니다. 울진이나 울산에서 잡힌 게도 일단 강구로 들어오면 영덕대게가 된다. 업자들은 단번에 알아내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무슨 재주로 구분하랴. 수요가 부족하다 보니 러시아산 킹크랩, 일본산, 북한산 등이 동해의 수족관을 그득 채운다. 북한산이나 일본산도 일반인이 보기에는 영덕대게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다. 북한산은 전반적으로 박(껍질)이 크다. 동해안 묵호항으로 직접 들어와서 그대로 서울로 직항한다. 서울에서 큰 게를 만나면 십중 팔구 러시아산이거나 북한산일 것이다. 영덕대게는 껍질이 얇고 노란 분홍빛이 돈다. 그래서 단연 다른 게들과 구분된다. 게 껍질에는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결합되어 있다. 단백질과 아스타산틴의 결합도는 그다지 강하지 않아 섭씨 70도만 가열해도 쉽게 끊어진다. 삶은 게의 색조가 붉게 변하는 것은 이 아스타산틴이 단백질과 분리되면서 본디 자기 색깔을 되찾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게가 인기를 모으면서 대게를 둘러싼 지자체 간의 싸움도 치열하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울진대게를 임금에게 진상한 것으로 방영되자 영덕 주민들이 크게 반발했다. 대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광 수입이 영덕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울진에서도 대게가 많이 잡히고, 포항 구룡포는 물론 울산의 정자에서도 다량 포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람들은 영덕대게라고 부르고 있다. 수산물도 브랜드를 선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음을 여기에서도 실감하게 된다. ●차유마을앞 죽도 근역서 많이 잡혀 영덕군은 축산면 경정리의 차유마을을 ‘영덕대게 원조마을’로 지정하고 원조 싸움의 기선을 선점했다. 오랫동안 어촌계장을 해온 김수동씨는 차유마을의 경우 배 한척으로 벌어들이는 연간 어획고가 1억여원에 이른다고 말한다. 출어비를 포함한 제반 경비를 제하면 5∼6개월 동안 5000만∼6000만원을 버는 셈이니 상당한 고수입이다. 봄이 오면 자연산 미역이 출하되므로 그야말로 자본을 별로 들이지 않고 그대로 바다에서 건져서 내다팔면 돈이 되는 일이다. 가을에는 연안 오징어가 대량으로 잡히며, 다시 겨울이 오면 대게잡이에 나선다. 즉 미역, 오징어, 대게가 삼박자로 돌면서 차유 사람들의 생계를 이끄는 것이다. 차유마을에서 바라보자면 축산항 쪽으로 돌출된 죽도가 보인다. 대나무가 빼곡하게 우거진 가파른 섬이다. 죽도같이 연륙된 동해의 섬들이 숱하게 존재함을 볼 때, 동해안에 섬이 없다고 함부로 단언할 일이 아니다. 죽도 주변으로부터 차유마을 근역까지는 같은 영덕에서도 대게의 으뜸 서식지. 그래서 죽도에서 비롯됐다는 의미에서 대게(竹蟹)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그런데 김려는 대게의 붉은빛을 보고 조선 후기에 이를 자해(紫蟹)라고 이름 붙였다며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대게의 껍질 속에는 능히 7∼8말이 들어간다. 게의 넓적다리와 집게발은 살지고 맛이 좋아 이곳 사람들은 포를 만들어 먹는다. 색깔이 선홍빛이어서 보기 좋으며, 맛도 달콤하고 부드러워 정말로 진귀한 음식이다.’고 했으니 당시에도 게는 진귀하고 값진 고급음식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니 고관대작들의 술안주로도 단연 인기일밖에.‘진해 남문 밖에 있는 두 군데 화류거리, 거리 입구 초가집에는 집집마다 술집 간판, 새로 온 예쁜 아가씨 고운 흰 손으로 검은 소반에 대게 살 담아 내온다.’고 우산잡곡(牛山雜曲)에 적혀 있다. 오늘의 영덕만이 아니라 저 멀리 진해에서까지 두루 잡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만큼 대게 분포가 좁아졌다는 뜻이다. 영덕을 찾는 이들이 반드시 들렀다 가는 영해장은 동해안 일대에서 가장 거래 규모가 큰 시장이었다. 멀리 영천은 물론 울진·영양·진보·안동에서까지 상인들이 찾아들었다. 조선 후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서도 주거래 품목에 해산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말하자면 동해 남부의 유력한 수산물 거점이 영덕이었다는 증거다. ●영덕대게와 쌍벽 이루는 털게도 멸종위기 대게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잊을 수 없는 게가 있으니 영덕대게와 쌍벽을 겨눌 만한 털게다. 한류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통이며 다리가 온통 털로 뒤덮인 주먹만한 털게를 쪄서 먹는 맛이란 그야말로 식도락의 으뜸이다. 그런데 겨울철 털게는 휴전선 근역 고성 근처에서나 어쩌다 볼 수 있을 뿐 서울 같은 도회의 저자거리 시장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조선의 수산’(1930·조선수산회 발간)을 보면 1928년 1년간 수출 수산물의 6할이 털게와 대게 통조림이라고 했다.1910년 겨울에 이미 함경남도 북청군 신포에서 처음으로 털게 통조림공장이 설립되었다. 이렇듯 흔하던 털게들이 남쪽에서는 희귀종이 되었고, 북한쪽에서 겨우 잊지 않을 정도로 잡힐 뿐이다. 적절하게 보호·통제하지 않으면 쉽게 멸종한다는 섭리를 털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덕대게의 미래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대게의 원조인 박달게가 거의 잡히지 않음은 자원고갈을 방증한다. 그러니 알이 꽉찬 ‘빵게’를 먹으면서 “역시 대게는 맛있다.”고 즐거워할 일이 아니다. 빵게잡이 자체가 불법이니 판매도 불법이고, 먹는 것 또한 불법이다. 맛있다고 즐거워할 것이 아니라 ‘빵게 어획을 신고하는 정신’도 함께 기를 일이다.
  • [뒷골목 맛세상] 모란시장의 먹을거리

    [뒷골목 맛세상] 모란시장의 먹을거리

    ■ 돼지 부속물 ‘장터 뷔페’ 지금 50,60쯤의 나이에 접어든 이들이라면,1960년대 무렵의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삽화 한 장면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몇 학년 국어교과서인지조차 까마득히 잊었지만,5일장이 선 시골장터에서 중년의 사내가 눈보라를 맞으며 하염없이 서 있는 삽화이다. 삽화 속 사내는 눈보라를 맞으면서 어머니를 기리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바로 5일장을 돌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난장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여 아들을 대학까지 공부시킨다. 그리고 미처 아들의 성공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기려 난장에 서서 온몸으로 눈보라를 맞고 있다는 줄거리다. ●닷새마다 돌아오는 어른·아이 모두의 축제 그 중년 사내의 삽화가 나에게 언제까지라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사내야말로 나와 한 치도 틀림없는 자화상이기 때문이다.‘아름다운 얼굴’이라는 자전적인 작품에는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장터의 풍경이 나온다. ‘우리 식구는 모두 장돌뱅이였던 셈이다. 어머니는 어물전의 한 귀퉁이에서 길바닥에 거적때기를 깔고 그 위에 역시 거적때기만한 차일을 친 채, 김이며 미역, 멸치, 마른 새우 등의 해산물을 팔았다. 내가 갓난아이였을 때는 어머니의 등에 업혀서 해종일 어머니와 함께 장날을 보냈지만, 조금 커서 네댓살이 되었을 때만 해도 어머니의 등을 벗어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장돌뱅이가 되어 장터를 헤집고 다녔다. 장돌뱅이에게 있어서, 닷새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장날이란, 어른 아이 막론하고 축제일 수밖에 없었다. 장날이 돌아오는 나흘 내내 기껏해야 휴지 나부랭이나 회오리바람에 날리곤 하던 쓸쓸한 빈터와 기둥만 앙상하던 빈 가게들이, 장날이 되면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람들이 들끓는 싸전이며 어물전, 포목전, 유기전, 옹기전, 잡화점 등으로 변하고, 노점 음식점들마다 돼지머리와 순대가 산더미처럼 쌓이거나 가마솥이 넘치도록 팥죽이 끓어대는 요술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장돌뱅이들은,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목이 쉬도록 시골 사람들을 불러 하루 벌어 닷새를 먹고 살 돈을 마련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장터의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물건을 훔치거나 아니면 혹시 길에 떨어진 동전 한닢이라도 줍기 위해 해종일 악머구리 끓듯 해댔다. 어린 장돌뱅이의 벌이는 그다지 신통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싸전 근방을 기웃거리며 기회를 엿보다가 어른들의 다리 틈으로 쌀을 한 주먹씩 훔쳐내어 주머니를 가득 채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되밀이꾼에게 들켜서 되밀이로 얻어맞거나,‘이 문댕이새끼, 손모가지를 콱 짤라불기 전에 쌀 못 놔?’‘아이고, 전 어떤 장돌뱅이년 구녕에서 나온 새끼여?’ 하는 시골 아낙네들의 막된 욕지거리야 다반사였고, 조금도 개의할 바가 아니었다. 어린 장돌뱅이들은 저만큼 도망치면서 ‘히잇, 니에미 X이다아’ 하고 대거리를 해대는 것으로 그만이었다.’ 어린 장돌뱅이에서 50여년이 훌쩍 지나버린 나이에 이르러서도, 어쩌다 5일장에만 가면 나는 장터 특유의 축제 분위기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만다. 그리하여 몇 시간이고 좋이 장터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한만을 잔뜩 남기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기리기도 한다. 수도권 일대에 조선조부터 유명한 5일장으로는 광주의 사평장, 송파장, 안성의 읍내장, 교하의 공릉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빛이 바랬다. 대신에 내가 즐겨 찾는 5일장은 성남 모란장이다. 평소에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다가 4일과 9일,14일과 19일,24일과 29일, 이렇게 5일 간격으로 장이 열리는 모란장은 우선 3000평이 넘는 넓은 장터여서 볼거리나 먹을거리가 많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지척이면서도 기이하게 전혀 도회지의 때가 묻지 않은 시골장터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아니,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그런 시골장터의 분위기 속에는 누군가에게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들짐승 혹은 모질게 살아남는 여름 한낮의 잡초 같은 거친 생명력이 깔려있다. 거친 생명력은 자칫 수상쩍은 기운마저 감돌 정도이다. 이를테면 어디 한군데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집안의 우환노릇이나 하면서 거느릴 가족도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역마살의 작은 아버지나 외삼촌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어딘지 모르게 불온하고 어수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살붙이의 정이 가는 식이다. 그런 모란장의 분위기는 어쩌면 성남시 자체에서 태생적으로 연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회지의 때 묻지 않은 시골장터 분위기 도대체 성남이 어떻게 만들어진 도시인가.1960년대에 박정희식 값싼 노동력 위주의 경제개발에 희생되어 실농한 농민들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청계천 등지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살다가, 판잣집에서도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한 채 이번에는 철거민이 되어 광주시 중부면의 허허벌판으로 내몰려 만든 소위 광주대단지의 ‘달나라 별나라’가 시초 아니던가. 먹고 살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나라에서 준다는 20평의 땅에 혹하여 지금의 은행동 일대에 ‘달나라 별나라’를 만들고,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 눈이 뒤집힌 임산부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삶아먹는 파천황의 굶주림 끝에, 마침내 ‘광주폭동’을 일으킨 비극의 땅이 아니던가. ‘광주폭동’은 작가 윤흥길씨에 의해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라는 작품으로 재현되었다. 이 작품에는 ‘안동 권씨’에 대학까지 나와 출판사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오로지 내 집을 마련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광주단지에 까지 오게 된 주인공이 주로 철거민들을 중심으로 한 데모대를 피해 도망치다가 자칫 데모대의 물결에 휩쓸려 들게 되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빗속에서 사람들이 경찰하고 한참 대결하는 중이었죠. 최루탄에 투석으로 맞서고 있었어요. 그런데 잠시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 장면이 휘까닥 바꿔져 버립디다. 삼륜차 한 대가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가지고는 그만 소용돌이 속에 파묻힌 거예요. ■ 술값만 내면 양은 맘껏 데몰 피해 빠져나갈 방도를 찾느라고 요리조리 함부로 대가리를 디밀다가 그만 뒤집혀서 벌렁 나자빠져 버렸어요. 누렇게 익은 참외가 와그르르 쏟아지더니 길바닥으로 구릅디다. 경찰을 상대하던 군중이 돌멩이질을 딱 멈추더니 참외 쪽으로 벌떼처럼 달라붙습디다. 한 차분이나 되는 참외가 눈깜짝할 새 동이 나버립디다. 진흙탕에 떨어진 것까지 주워서는 어적어적 깨물어 먹는 거예요. 먹는 그 자체는 결코 아름다운 장면이 못되었어요. 다만 그런 속에서도 그걸 다투어 주어 먹도록 밑에서 떠받치는 그 무엇이 그저 무시무시하게 절실할 뿐이었죠. 이건 정말 나체화구나 하는 느낌이 처음으로 가슴에 팍 부딪쳐 옵디다. 나체화를 확인한 이상 그 사람들하곤 종류가 다르다고 주장해 나온 근거가 별안간 흐려지는 기분이 듭디다. 내가 맑은 정신으로 나를 의식할 수 있었던 것은 거기까지가 전부였습니다.’ ●농·공·축·수산물 없는게 없는 만물상 ‘나체화’의 성남시가 2004년 12월 말 현재 97만 명을 넘어 100만 명이라는 초읽기에 들어간, 나라 안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도시가 되었다. 만일 그대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만나고 싶다면, 그리하여 그대 또한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체화’를 느끼고 싶다면, 그대는 지금 당장 모란장으로 오라. 모란장 어디에서건 그대는 너무 쉽게 아홉 켤레의 사내와 나체화를 만나게 될 터이다. 만일 그대가 설 명절을 맞아도 돌아갈 고향이며 가족이 없는 떠돌이라면, 더더욱 망설이지 말고 모란장으로 오라. 와서 그대 또한 기꺼이 벌거벗은 채 나체화 속으로 들어가라.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이 만나는 모란역에서 5번 출구를 나와 20m 쯤 걸으면 길쭉한 직사각형 형태의 모란장 입구가 보인다. 성남이나 분당행 시내버스를 타서 모란역에서 내려도 마찬가지다. 또한 모란역 곁에는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전국의 어디에서건 성남행 시외버스를 타도 마찬가지다. 모란장 입구라고 해서 딱히 무슨 표지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각종 꽃이며 난이나 동백꽃 같은 화분을 길바닥에 늘여놓은 꽃전이 입구인 셈인데, 꽃전을 지나면 쌀이며 보리, 콩, 조, 수수, 율무 같은 갖가지 잡곡을 파는 잡곡전이 나오고, 당귀며 황기, 인삼, 감초 같은 약초에서부터 지네며 뱀, 심지어 굼벵이까지 파는 약초전이 나오고, 할머니들의 고쟁이 같은 내복에서부터 누비옷이며, 버선, 양말, 양장, 신사복, 점퍼 등을 파는 의류전, 신발전, 고등어, 갈치, 대구, 새우, 꽁치, 삼치, 굴, 동태에서 아구며 가오리 등 온갖 생선을 파는 생선전, 무며 배추, 상추, 시금치에서 사과, 배, 바나나, 곶감, 귤을 파는 야채전을 지나면 드디어 먹거리를 파는 음식전이 시작된다. 아니, 잠깐만 음식전을 모른 척 지나치자. 음식전 옆에는 활어전이 있는데, 주로 붕어며 잉어, 누치, 가물치, 장어, 새우, 자라, 미꾸라지 등 살아 있는 민물고기들이 펄떡펄떡거리고 있다. 활어전을 지나면 고추전이 나오고 다음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이 싸서 1,2만원짜리도 있다는 각종 강아지를 파는 애견전이 나오는데, 장터의 맨 끝에는 흑염소며 닭, 오리, 토끼, 고양이 등을 파는 가금전이 있다. 모란장을 대강 둘러 보았으면, 다시 먹을거리를 파는 음식전으로 돌아가자. 젊은 남정네가 아내며 어린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있거나, 늙은이 내외가 둘이서 사이좋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음식전에는 팥죽이며 호박죽이 양은솥 안에서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팔팔 끓고, 왕만두, 만둣국, 팥국수, 장터국수, 잔치국수, 칼국수 등이 산더미로 쌓여 있다. 그것들이 모두 2000원에서 3000원 안팎이다. 그런가 하면 옆에서는 가오리찜, 순대국밥, 손만두, 소라, 홍합, 돼지허파, 코다리찜, 돼지머리고기, 문어, 쭈꾸미, 새우 등이 역시 산더미로 쌓여 있다. 두 사람이 먹어도 넉넉할 양의 한 접시가 각각 5000원이다. 문득 가까운 어디선가 굿판이라도 벌어진 듯 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함께 쇳내 나는 목청으로 누군가가 신명지게 품바타령을 불러대고 있다. 소리 나는 곳을 찾아가면, 만장한 구경꾼들 한 가운데에서 엿장수의 놀이판이 벌어져 있다. 그렇듯 엿장수의 놀이판 주변으로는 뷔페 중에서도 희한한 ‘쌍방울뷔페’의 ‘원주민촌’,‘무진장집’,‘대박집’,‘왕눈이’,‘막썰어집’,‘고향집’,‘은영네 대포집’ 등이 눈에 띈다. 쌍방울이란 돼지 불알을 일컫는 말로, 바로 돼지부속 고깃집들이다. ●음식도 가지가지 입맛대로 골라 포식 이 돼지부속 고깃집들은 부속의 종류에 따라 값이 다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손님의 양에 따라서 얼마를 먹든지 간에 고기 값은 무료이고, 술값만이 다르다. 이를테면 소주 한 병에 3000원, 동동주 한 잔에 1500원인 ‘돼지 잡는 날’에서는 이곳에서 도래기름이라고 부르는 이자와 지라, 콩팥, 염통 등의 돼지부속이 나오고, 소주 한 병에 5000원인 ‘쌍둥이네’에서는 지라며 콩팥, 염통 이외에도 돼지껍데기며 생고기, 새끼보, 불알 등이 더 나온다. 이렇듯 모든 돼지 부속물들이 기다란 철판 위에서 구워지고 있으면, 손님들은 술이 떨어지지 않는 한 이리저리 철판을 옮겨 다니며 얼마든지 포식할 수 있다. 뿐이랴, 바로 쌍방울뷔페 옆에는 내가 빠질 수 있냐는 듯이 왕새우구이, 민물장어, 꽁치구이, 청어구이, 꼼장어에 버섯삼겹살이며 메추리구이, 닭발, 닭똥집, 두부김치 등을 파는 ‘명희네’며 ‘옛사랑집’이 있다. 거기서 잠깐 눈을 돌리면, 커다란 가마솥에서 솔솔 단내를 풍기며 가득히 보신탕이 끓고 있는 ‘은영이네 가마솥 보신탕’이 있다. 그러나 이 보신탕은 장터 반대편 ‘영남흑염소’ 건물 주변이 대여섯 집들이 차일을 잇댄 채 줄지어 서 있다. 보신탕은 보통이 8000원, 특이 1만원이다. 만일 그대가 여기까지 모란장을 돌아 보았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대 또한 성남이라는 사연 많은 도시의 나체화 속으로 껴들어 있는 것을 알아챌지도 모른다. 그대가 낯선 사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지라 한 점을 안주로 한 병에 3000원짜리 소주를 목 안에 깊이 털어넣을 때, 아니면 엿장수들의 음담패설에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자지러지는 칠순 노파 옆에서 그대 또한 키득키득 웃어댈 때, 그대는 이미 그만큼 불온하면서도 어수룩한 살붙이의 정을 느끼며 그들과 함께 한 폭의 나체화를 만들고 있으리라. (작가)
  • [30일 TV 하이라이트]

    ●한강수 타령(MBC 오후 7시55분) 나영은 신률의 사무실에서 비서를 대신해 영어로 전화를 받는다. 그 때 들어선 재혁은 나영의 영어 실력에 대해 뭐라고 한마디 하며 그대로 사장실로 들어가 버린다. 가영은 원고 마감 때문에 마음이 조급한 가운데 준호 친구의 어머니들이 집을 찾는 바람에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바쁘다. ●인사이드 월드(YTN 오후 1시25분) 동아시아에서 가장 풍요로운 갯벌 중의 하나로 대륙을 거쳐 이동하는 200만 마리의 철새들이 이용하는 곳, 새만금. 주민들에겐 어류 양식장과 해산물이 풍부한 식량의 보고이고, 철새들에겐 휴식처와 먹이를 제공해 준다. 정부는 이곳을 막는 엄청난 공사를 하고 있는데…. ●사이언스 대전(EBS 오전 11시10분) 겨울방학 특집으로 오금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한다. 딱딱하고 경직된 사제관계에서 벗어나 제자와 교사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사제간의 화합은 물론 축제의 즐거움도 덤으로 얻는다.16팀의 불꽃 튀는 창의력 대결 속으로 들어가 본다. ●결정! 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부드러운 닭가슴살과 조화를 이룬 카레, 거기에 수제 요구르트로 깔끔한 마무리를 한 치킨 카레. 오므라이스의 대혁명, 안심과 볶음밥을 살포시 덮은 부드러운 계란과 오감을 유혹하는 삼색 소스의 안심 오므라이스. 치킨 카레와 안심 오므라이스의 맛대결을 지켜본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아리는 분가하라는 말에 솔깃해 하면서도 왠지 때가 아닌 것 같아 망설이는데, 지환은 아리에게 결정권을 넘긴다. 장난감을 사 들고 찾아온 창수, 아빠와 함께 밝게 웃는 준이의 모습은 성실에게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고, 창수는 처음으로 아버지 노릇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KBS스페셜(KBS1 오후 8시) 친환경 농업을 통해 우리 농업의 미래, 더 나아가 식량생산의 기지인 농촌과 농업을 지킬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미 소비자들은 국내산, 외국산을 따지지 않고 안전한 고품질 농산물을 선택하고 있다. 친환경 안전농산물 수출이 확대된다면 우리 농업은 21세기 첨단산업이 될 수 있다.
  • 직거래장터 ‘딩하오’

    직거래장터 ‘딩하오’

    설 명절이 다가왔다. 최장 아흐레까지 쉰다는 업체가 있는 등 연휴가 예년에 비해 길어질 전망이지만 경기 침체로 얇아진 지갑 때문에 긴 연휴가 오히려 부담스럽기만 하다. 주부들의 차례상 마련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때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면서 양질의 먹을거리를 구입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를 이용해 보자. 서울시와 각 자치구는 이달 말부터 다음달 첫째 주까지 설맞이 직거래 장터를 열고 우수 농수축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차례상 부담 덜게 산지와 직거래 서울시는 지난해 우호교류협력을 체결한 전라남도의 우수 농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시는 다음달 2∼4일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설맞이 전남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고 전남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시중가보다 10%가량 싼 가격에 선보인다. 장터는 700평 규모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친환경 농산물관, 전통가공식품관, 전남 쌀관, 수산물관 등이 마련된다. 용산구, 마포구, 도봉구, 성북구 등 19개 자치구(표 참조)도 산지와의 직거래를 통해 설 성수품을 싼 가격으로 공급한다. 먼저 용산구는 28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열흘간 용산전자단지내 농협 하나로클럽 용산점에서 ‘도농간 우리 농산물 직거래 큰 장터’를 연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오래 장터를 운영하는 셈. 용산구청과 농협 하나로클럽이 주관하는 이번 직거래 장터에서는 설날 제수용품 일체와 농수축산물, 전통 가공 식품류 등을 판매하게 된다. 도봉구는 1일과 2일 이틀간 구청 지하 1층 아트리움에서 오전 10시부터 직거래 장터를 연다. 자매결연을 맺은 4개 군에서 각각 특산품을 판매한다. 진안군에서는 수삼, 벌꿀, 영지버섯, 더덕 등을 내놓고 함안군은 곶감, 연근, 청국장, 단감을 판매한다. 바다를 끼고 있는 남해군은 멸치·젓갈류 등 해산물을, 양평군은 한우고기·돼지고기를 준비한다. ●자매결연 지역 특산품 저렴하게 성북구는 다음달 3∼4일 구청광장에서 자매도시인 이천시, 제천시, 삼척시, 영월군, 고창군, 담양군에서 생산된 농수축산물과 특산품을 판매한다. 이천쌀을 비롯해 사과, 배, 오징어, 황태포, 까나리액젓, 담양민속주, 제기 등이 판매될 예정이다. 또한 성북구 중소기업체 공동브랜드인 ‘트리즘’제품도 판매되며, 새마을부녀회에서 운영하는 먹을거리코너도 준비된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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